며칠 전 FM방송으로 클래식 콘서트를 듣고 있으려니, 무슨 곡인지는 잊어 버렸지만, 도중 악장이 바뀌는 곳에서 누군가가 혼자 짝짝짝짝. 하고 대여섯 번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사자는 상당히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각 악장이 끝나는 곳에서 박수를 치면 안된다는 매너는 ①도대체 누가 ②언제 ③어떤 이유로 정한 것일까? '아! 좋다.' 라고 생각되면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싶어지는 게 자연의 섭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나 거기에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사정과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긴 어떤 책에 의하면 옛날 옛날 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1885년에 브라암스가 교향곡 4번을 자신의 지휘하에 초연했을 때, 후원자인 마이닌겐 공작의 희망에 따라 제3악장을 거듭 연주하고, 나아가 전악장이 다 끝나고나서는 덤으로 다시 한 번 전 곡을 연주하도록 지시받았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엉터리 같은 얘기다. 3악장이 끝난 즈음에, 그것도 명실상부한 콘서트 홀에서 '아, 브라암스 군, 지금 악장 꽤 좋았어. 다시 한 번 해 보도록.' 이라니, 제아무리 후원자에다 공작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감각으로 보자면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그 무렵엔 그런 얘기도 무리없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롯본기에 있는 지금의 재즈 클럽에서처럼, 멋진 솔로가 있으면 모두들 '오예, 오예.' 하고 아우성을 쳤는지도 모른다. 제법 신날 것 같다. 테이블 매너에도 어떻게 하라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잡다한 것들이 많다. 특히 서양 요리가 그렇다. 한 십여년 전까지만해도 격식을 갖춘 곳에서는 밥을 포크의 등에다 얹어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매너가 있어, 상당히 곤욕스러웠다. 그리고 고기는 한 조각 베어서는 입으로 나르고, 또 한 조각 베어서는 입으로 날라야 한다는 매너도 성가시다. 나는 요즘에는 될 수 있는 한 식사 시작 단계에서 절단작업을 모두 끝내고, 그 다음은 나이프를 걷어치우고 포크만을 오른손에 쥐고 먹는다. 매너에는 어긋나지만, 그러는 편이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여쁜 여자가 프랑스 요리집에서 포크만을 사용하여 식사하는 광경은 자못 섹시하기까지 하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