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보트 지난번에 치쿠라 얘기를 썼는데, 그 뒷얘기. 아침나절 치쿠라에서 시라하마(白濱)까지 걷는다. 제법 상당한 거리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퍽 즐거운 산책이다. 세련된 찻집이나 레스토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끝없이 바다가 계속될 뿐이다. 점심 때쯤 시라하마에 도착하여 생선 초밥집에 들어간다. 해안이니까 당연히 생선 초밥이 맛있으리라 생각하겠죠? 허나 그다지 맛있지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시라하마의 해안에서 한번은 상어를 낚아 올린 사람을 보았다. 일 미터가 조금 넘는 번듯한 상어였다. 나는 보면서 꽤나 놀랐는데, 낚은 사람 쪽은 별로 그렇지도 않은 듯 신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가리를 싹둑 잘라 버리고, 내장을 줄줄 끄집어내고는 살집을 발라내 아이스 박스 속에다 던져 넣었다. 태평양이란 바다는 정말 굉장하다. 마치 야코페티의 세계 같다. 시라하마에서 다테야마(館山)까지는 버스를 탄다. 움직일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분간이 안되는 버스지만(치바현의 교통망은 대개가 다 그렇다), 여하튼 다테야마까지는 데려다 준다. 다테야마에서 하마카나야(濱金谷)까지는 국철을 이용한다. 그리고 하마카나야에서 페리 보트를 탄다. 이 페리가 또 무지하게 멋지다.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가격도 싸다. 매점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세 캔 사가지고 갑판에서 마시고 있을 동안 동경만을 가로지르며 미우라(三浦)반도의 구리하마(久里濱)에 닿는다.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치바에서 카나가와(神奈川)로 직접 간다는 것은, 참 기묘한 일이다. '이렇게 희안할 수가.' 하고 늘 생각한다. 치바에서 카나가와로 이동하는 데는 역시 킨시쵸(錦사絲町)→동경 →시나가와(品川)→가와사키(川崎)하는 일련의 의식이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전부 건너 뛰고나니 목 바로 밑이 배꼽이라는 듯한 느낌이다. 컬쳐 쇼크인 게로군, 하고 생각하면서 요코하마로 나가 또 맥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