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서 곧잘 '시티 라이프' 운운하는 특집을 꾸미곤 하는데, 정직하게 말해 그런 것들이 실제로 도시에 살면서 기분좋게 생활하려고 하는 인간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데 상대방이 오후 세 시 반에 롯본기(六本木)의 교차로에서 갑자기 '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 라고 할 때 어디로 데려가면 좋은가, 이런 류의 기사는 결코 그런 잡지에 실리지 않는다. 그러한 사소한 생활 정보는 자신의 두다리로 타박타박 걸어다니며 찾아서 머리에 새겨넣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말단 작업을 꼼꼼하게 하다 보면, 생활이란 때로는 생각지도 않게 매끄럽고 그리고 별다른 어려움없이 흘러가게 된다. 가령 배경 음악이 흐리지 않는 분위기 좋고 널찍한 찻집을 몇 군데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한 데를 돌아다니느라 짜증이 나곤 할 때, 이런 오아시스 같은 찻집에 찾아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뒤엉킨 실꾸러미 같던 머리가 한 올 한 올 조용히 풀려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과 긴요한 얘기가 있을 때도 이런 찻집을 한 군데쯤 알고 있으면 편리하다. 스티비 원더의 <파트 타임 러버>가 폭발할 듯 울려 퍼지는 찻집에서처럼 '저 있잖니, 이번 일요일에 괜찮으면─'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 세련된 찻집은 얼마든지 있지만, 조용한 찻집이란 불쑥 찾는다고 해서 쉽사리 찾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알아두면 의외로 쓸모가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문득 책이 읽고 싶어졌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오후의 레스토랑이 최고이다. 조용하고, 밝고, 손님이 들끓지 않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레스토랑을 한 군데 확보해 둔다. 포도주와 가벼운 전채만 주문해도 웨이트리스가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친절한 가게가 좋다. 거리에 나가 시간이 남으면 책방에서 책을 한 권 사가지고 그 레스토랑에 들어가 백포도주를 찔끔찔끔 마시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면 아주 호사스럽고 한가로운 기분이 든다. 체홉을 읽는다면, 무척 어울리는 풍경이 될 듯하다. 이러한 류의 생활 속의 자잘한 요령은 누가 일부러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정보지에 실려 있지도 않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터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동경에 사나, 그린랜드의 설원에 사나, 대수로운 차이는 없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