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봉'고양이와 '꽝'고양이 아주 개인적인 일인데, 어제 우리 집 고양이의 척추가 비끄러져 입원을 했다. 그 고양이는 여덟 살 된 샴종* 암코양이로, '따봉' 고양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따봉'과 '꽝' 두 종류가 있다. 시계 같은 것과 똑같다. 이것만큼은 키워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또 외모만으로도 절대로 모른다. 혈통도 소용이 없다. 아무튼 몇 주일쯤 길러 본 후에야 '음, 이놈은 따봉이야.' 라든가 '골치 아프군, 꽝이야.' 하는 걸 겨우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시계라면 바꿔 치우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는 불합격이라는 이유로 어디에다 내다 버리고, 합격품을 새로 사 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 이 고양이를 기를 때의 문제점이다. 꽝과는 꽝 나름으로 어떻게든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따봉 고양이와 운좋게 만나게 될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나의 오랜 고양이 경험으로 봐서 대충 3.5마리나 4마리에 한 마리 정도의 확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따봉 고양이는 제법 귀중한 존재이다. 하기야 어떤 고양이가 따봉인가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기준이 다르다. 이것은 사람마다 미인의 기준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입원한 그 따봉 고양이는, 원래는 고쿠분지의 메밀국수집에서 키우던 것이었는데,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수의사한테 맡겨졌다가, 우연히 우리 집으로 오게 됐다. 그런 사정도 있고 해서, 왠지 태생이 의심쩍다 싶었지만 당분간 길러 봤는데, 그게 실은 최고의 따봉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그녀가 우리 집에 온 것은 1/2살 때 일로, 나는 그 해 스물 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지금 인간의 나이로 치면 쉰 살쯤이 되었고, 나는 인간의 나이로 서른 넷이 되었다. 성장하는 고양이의 몸 속에서는 인간의 약 네 배 정도의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무척 애처로와진다. 인간에게도 따봉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내게는 벅찬 문제이다. ------------------------------------------------------------------- * 샴(Siam)종 : 짧은 털에 눈은 파랗고, 몸뚱이 털은 크림색이고, 얼굴과 귀, 다리, 꼬리는 암갈색인 애완용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