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이야기 지난 회는 지지난 회에 이어 개미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도마뱀 이야기. 우리 집은 비교적(아니, 꽤) 시골에 있어, 사방에 도마뱀이 우글거린다. 도마뱀이란 외견상으로는 그다지 인간들에게 사랑을 못 받는 타입의 동물이지만, 사람에게 이렇다 할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벌레도 잡아먹어 주는데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좀 수줍어하는 듯한 구석도 있어, 결코 나쁜 성격을 지닌 동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는 하여튼 도마뱀 골려 먹기를 세 끼 밥보다 좋아해서, 어떻게 하는가 하면 도마뱀을 흔들어대며 장난을 친다. 도마뱀 쪽은 고양이가 붙잡고 뒤흔들어대는 게 싫어 곧바로 꼬리를 끊고 달아난다. 자연계란 참으로 미스테리어스한 것으로, 고양이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도마뱀의 몸뚱이를 쫓지 않고 잘려진 꼬리쪽에 집착한다. 어째서 그런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는 잘려져 파들파들 움직이는 꼬리에 대한 매력을 절대로 거역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도마뱀은 계속 살아 남는다. 그래서 나는 바로 얼마전까지도 도마뱀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과학잡지를 읽고 있으려니 도마뱀은 도마뱀 나름으로 고통스럽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꼬리를 잃은 도마뱀은 동료들 사이에서 꽤 학대를 받는 모양이다. 꼬리가 없는 도마뱀은 꼬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바보 취급을 당하며 자기 영역도 반 정도는 빼앗기고, 숫놈에게도 천대를 받는 등, 잘려나간 꼬리가 다시 제 모습대로 자랄 때까지 암울한 생활을 하게 되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도마뱀은 정말 가엾은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꼬리를 잃으면 동료들로부터 학대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꼬리를 끊고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지 않으면 안되는 애처러운 천성은, 도마뱀이나 인간이나 장르를 넘어 처연하다. 이제부터는 도마뱀의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하는 짓궂은 장난을 그만두고, 좀 더 따스한 눈길로 지켜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