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이 취미 까마득한 옛날에 읽은 책이라 줄거리의 세세한 부분이 정확한지 아닌지 좀 자신이 없는데, 스티븐 킹의 단편에 <금연 회사> (였다고 생각한다)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금연을 청부해 주는 회사 이야기이다. 금연을 하고 싶기는 한데, 자기의 의지만으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이 회사에 신청을 하면, 회사 쪽에서 책임지고 금연에 성공하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너 나 할것 없이 아무나가 간단하게 신청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회사는 엄중한 비밀 조직체로 구성되어 있어, 정보는 입에서 입을 통하여 비밀리에 전달될 뿐이고, 가입금도 놀랄만큼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금연의 성공률은 과장없는 백 퍼센트이다. 한 남자가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반신반의하며 금연 회사에 신청을 했다. 그런데 며칠인가 지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만 담배를 한 개비 손에 들고 거기에 불을 붙이고 만다. 자,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운명은... 이라는 좀 소름이 끼치는 얘기인데, 마지막까지 얘기해 버리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없어지니까 애석하지만 결말은 덮어두겠다. 그렇지만 이 얘기의 교훈은 '요컨대 금연은 자기 힘으로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편하려고 하니까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나는 금연에 관한 한 상당히 자신이 있다. 옛날에는 하루에 오 육십 개비를 피워대는 무지막지한 헤비 스모커였지만, 어느날 딱 끊은 이후로는 온통 장편소설에 매달려 있는 몇 달 동안만 피우고, 그 일이 끝나면 안피우는 그런 사이클로 지금까지 지내 오고 있다. 따라서 끊으려고 하면 '금연 회사'에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 내 생각에 금연에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의지와는 별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야 물론 의지의 위력을 전혀 빌리지 않고서 금연을 할 수 있을 턱이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하우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금연할 수 있을까.' 하는 노하우를 알기만 하면, '금연'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온 집안에 금연이라고 쓴 종이를 다닥다닥 붙여 놓거나, 라이터와 재떨이를 싸그리 강물에 내다 던지거나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는데, 이런 것은 겉보기는 화려한 반면 효과는 별로 없다. 금연을 위한 노하우는 사람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금연을 시작하면 삼 주일은 일을 안한다. ② 타인을 걸고 넘어진다. 지저분한 말을 토해 낸다. 거리낌 없이 남이 싫어할 소리를 한다. ③ 먹고 싶은 만큼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나는 비교적 간단하게 담배를 끊을 수 있다. ① 일을 안한다는 것은 내게는 금연의 필수 조건이며, 현실적으로도 담배를 끊고 난 한 동안은 문장 따위 도저히 쓸 수 없다. 글자도 삐뚤삐뚤해지고, 말도 잘 안나온다. 그러니까 금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사전에 한 삼 주 동안은 글자 한자 안써도 좋을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에는 한가롭게 영화를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면서 지낸다. 애인이 있는 분은 함께 온천에라도 가면 좋겠죠.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획을 반듯하게 세워 놓고 금연을 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죄송하지만, 지난 번에 써 주신 원고말인데요, 지면 사정으로 두 매 정도 더 써주셨으면 하는데요.' 라는 전화가 걸려 오기라도 하면 정말 난처하다. 무엇보다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지 않은가. 요 전번 같은 경우 '그로부터'라는 글자를 썼더니 '으로부터'가 돼 버리고 말았다. '이거 좀 이상한데.' 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그로부터'를 잘못 쓴 것임을 인식하기까지는 문장을 다섯 번 정도 되풀이하여 읽지 않으면 안된다. 하긴 샐러리맨 분들 같으면 이 삼 주 동안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단호하게 한 이 삼 주 간은 일을 대충대충하며 게으름을 피워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기분전환으로 좋지 않습니까. 그 결과로 뭐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책임 못지겠지만요. 그리고 ②의 사람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내 쪽은 고통을 참아 가며 금연을 하고 있으니까, 뭐 일부러 얌전한 척 재고 있을 필요는 없다. 보통 때 같으면 말할 수 없는 것들도 금연의 초조함을 빙자하여 떠들고 싶은대로 떠들어대는 것이 제일이다. 나는 금연을 할 때마다 담당 편집자로부터 '무라카미씨도 한 꺼풀 벗고 나니까 좋지 않은 성격이로군요.' 라는 말을 듣지만, 사람과 사람의 교제라고 하는 것은 무릇 그 정도의 스릴이 없고서야 재미도 아무것도 없다. ③의 먹는 일인데, 담배를 끊으면 확실히 배가 고파진다. 배가 고프면 먹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담배도 끊는다, 다이어트도 한다는 따위의 일석 이조를 노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살 찌는 게 싫으면, 금연이 일단락된 후 일괄하여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든 그 모든 걸 한꺼번에 처리해 버리자'는 성급함, 자기 과신에 있다. 자신은 극히 한정된 능력밖에 소유하지 못한 비참한 존재라는 자기 인식없이는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 이를테면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해내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을 버리지 않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금연이란 것도 이렇게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주 흥미로와, 생각지도 않게 몇 번이고 할 것만 같다. ♣ 외국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 '금연석으로 하시겠습니까. 끽연석으로 하시겠습니까?' 하는 질문에 'Cancer seat, Please'라고 대답하면 간혹 환호를 받는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