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진구구장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일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10월 초순 
부슬부슬 가을 비가 내리는 밤에 문예 잡지의 편집자와 둘이서 
진구 구장에 가 감씨를 찝쩍거리며, 일에 관한 얘기도 하면서 
야쿠르트 대 쥬니치(中日)의 일정 때우기 게임을 관전하는 일이다.
나는 딱 한번 그렇게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이나 서글픈 
일도 없다.

그런 날씨에 일부러 야구장을 찾아오는 사람치고 제대로 되먹은 
사람은 별로 없다. 내 근처에 있던 아저씨는 시합 처음부터 끝까지 
쥬니치의 외야수를 조롱하며 놀고 있었다.

'야, 너, 이것 봐, 센터, XX(이름), 멍청이, 이쪽을 보라구, 야.' 하는 
 식이다.

그런 투로 몇 시간이고 계속 떠들어대는 터라 듣고 있는 쪽도 
기분이 나쁘지만, 당하는 쪽은 한층 더 기분이 나쁠 것이다.
더구나 시합도 일방적이라 플레이에 집중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바보 자식.' 하고 무시하며 들리지 않는 척 했지만, 
얘기가

'야, 너. 니네 엄마 지금 뭐 하는 줄 알아 지금쯤 XXX중이라구...'

따위의 내용으로 진전되자 정말이지 화가 치민 듯, 갑자기 뒤를 
향하더니

'야 임마, 너 이 자식.' 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센터 플라이가 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일단은 게임중이다. 
끔찍한 일이다.

그 사이 우리는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감씨를 아작아작 
씹으면서 소설의 교정지에 관한 협의 비슷한 걸 했다.

'음, 그러니까, 세 번째 페이지 밑에서부터 열 여섯째 줄에 
있는, 세 번째 흰 돼지가 눈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란 
부분인데요...' 하는 식이다.

그런 일 딱히 야구장까지 와서 하지 않아도 좋으련만, 
야구장에서 하면 어째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달리 깊은 뜻은 없다.

그렇지만 그 아저씨는 아무튼 최후의 한 순간까지 쥬니치의 
외야수를 비아냥거리다 돌아갔다.

대체 그런 사람들은 평소에는 낮시간 동안에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