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부룩스의 <세계의 역사 파트 Ⅰ> by Murakami Haruki 고문 얘기를 끈질기게 계속한다. 영화의 고문 장면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우익적 장면은 단연 멜 부룩스의 <세계의 역사 파트 Ⅰ>에 나오는 토르케마다의 종교재판이다. 이것은 스페인의 사법관 토르케마다가 17세기에 이교도를 붙잡아 들여서는 곤욕을 치르게 했던 역사적 사실*을 철저하게 패러디화한 것인데, 대단히 끔찍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니까 기회가 있으면 꼭 보시길. 특히 에스터 윌리암이 주연한 왕년의 MGM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풀 신 같은 것은 포복절도할 정도이다. 하긴 이 멜 부룩스의 영화는 그저 재미있게 웃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잘 보면 전체를 통하여 유대인에 대한 박해를 묘사한 역사 영화로, 그런 의미에서 제법 뼈대가 있는 작품이다. 멜 부룩스는 우디 알렌과 마찬가지로 부룩클린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부룩클린 출신의 유대인이 종종 그런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구박을 받으며 자라났다. 인간은 계속적으로 천대를 받으면 두 종류의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즉 폭력적이 되어 상대에게 복수를 하든가, 익살꾼이 되어 상대방을 웃기든가. 유대인에 한해 말하자면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이고, 후자의 대표가 막스 브러더스와 멜 부룩스이고, 그 중간 정도에 우디 알렌이 위치한다. 나는 멜 부룩스와 막스 부라더스를 상당히 좋아한다. 멜 부룩스의 <세계의 역사>에서는 유대인이 끊임없이 천대를 받는다. 로마편에서는 유대인 코미디언과 유대교도라고 자칭하는 흑인 노예(물론 새미 데이비스가 모델이다)가 독재자 시이저에게 고난을 당하고, 스페인편에서는 아까도 말했듯이 유대교도가 토르케마다에게 고문을 당하고, 프랑스 혁명편에서는 유대인 소변 담당이 루이 16세를 대신하여 목이 잘릴 뻔한다. 무척 불쌍하다. 하지만 마지막에서는 <스타워즈>식으로 유대인이 우주적 레벨에서 해방되는데, 이 대단원은 영화를 보면서 즐기시길. -------------------------------------------------------------------------------- * 토르케마다(Tomas De Torquemada)의 종교 재판 : 15세기 말 스페인에서 국가 기관으로 운영하던 종교재판소의 초대 장관을 지냈던 토르케마다는 가장 격심하고 무참한 종교 재판을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