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에 대해 그 옛날, 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경찰에 끌려가 진술서를 쓴 일이 있다. 그때 나를 담당했던 형사는 삼십 대 중반 쯤의 사내였는데, 어찌된 셈인지 얼굴 생김 생김이 폴 뉴먼하고 꼭 닮았다. 폴 뉴먼하고 닮았다고 해서 특별히 핸섬하다든가 그런게 아니고, 그냥 세부적인 특징이 비슷하달 뿐이지만, 그래도 닮았다. 거기에 덧붙여 그 형사는 VAN 재킷풍의 하얀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있었다. 폴 뉴먼과 비슷하게 생긴 형사가 버튼다운 셔츠를 입기까지 했으니, 이거야 완벽한 사우스 브론쿠스의 세계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일은, 실로 유니크한 체험이었다.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작품인 저 <보통사람들>에 나오는 경찰서의 풍경과는 몹시 다르죠. 뭐 그건 그렇다치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써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경찰관의 작문 능력은 일반인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저급하다. 문법도 그렇고, '은, 는, 가'도 그렇고, 정경 묘사도 심리 묘사도, 정말 치졸하다. 진술서라고 하는 것은 대충 경찰관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해 진술자가 답변한 것을 경찰관이 '나는...' 이란 일인칭으로 문장화하여, 그것에 진술자가 서명을 하는 절차를 밟도록 되 있는데, 이 폴 뉴먼 씨의 경우는 기가 찰 정도로 한심한 문장이었다. 읽는 걸 듣고 있자니 첫 줄부터 죄다 뜯어고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굴욕적이었던 것은 그 폴 뉴먼 씨가 연필로 쓴 초고 위에다, 그것과 한 줄 한 문구도 틀리지 않도록 볼펜으로 덧써가며 정서를 해야만 했던 일이다. 그리하여 내가 볼펜으로 그 문장을 다 쓰고 나면 폴 뉴먼 씨는 지우개로 자기가 연필로 쓴 글자를 쓱쓱 지워, 마치 내가 애당초부터 자필로 그런 진술서를 쓴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경찰에 연루되어 별 신통한 일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