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에 대하여 학생 시절, 길을 걷고 있다가 툭 하면 경찰한테 불리위 불심검문을 당했다. 어디에 살고 있느냐는 둥, 어디에 가는 중이냐는 둥, 그런 질문이다. 그 당시에는 내가 왜 그런 질문을 당해야 하느냐,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느냐 하고 공연히 화를 버럭버럭 냈는데, 어느 사이엔가 경찰에게 불리워 검문을 당하는 일이 싹 없어졌다. 내가 나이를 먹더니 표정이 온화해져서 그런 건가, 아니면 사회가 평화스러워져서인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지만, 불심검문이란 당하지 않게 되면 또 그 나름대로 웬지 좀 서운한 그런 것이다. 시간이 남아 돌아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을 때 경찰을 발견하면 '이쪽으로 와서 뭐라도 물어보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경찰이란 편리하게 생겨 먹은 존재라 그런 상대한테는 절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눈이 딱 마주쳐도 상대도 하고 싶지 않다는 투로 먼저 시선을 돌려 버리고 마는 것이다. 옛날 코이시가와에 살던 무렵, 병이 난 고양이를 가방에 넣고 가축 병원으로 가려다가, 근처 파출소 앞에서 불심검문을 당한 일이 있다. 마침 츠찌다(土田) 경시총감 집이 폭파당한 이튿날*로, 상대편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듯 세 명 정도가 타닥타닥 나를 에워싸고 '가방을 열어 봐.' 하고 명령했다. 그러고 보니, 병든 고양이를 가방에 넣어 껴안고 걷는 폼이 과연 폭발물을 운반하는 폼과 비슷하다. 그런가 이것 참. 하고 난처해 하며 '저, 실은 고양인데요.' 하고 주춤거렸더니, 여하튼 열어 보라고 한다. 마지못해 뚜껑을 열었더니 안에서 야옹하며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 고양이로군.' 하며 그 자리에서 수습되었다. 그러나 사실인즉 고양이는 그저 위장을 위한 속임수로, 그 밑에 진짜 플라스틱 폭탄이... 하면, 얘기로서는 스릴이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고, 진짜 고양이었습니다. 피스, 피스. ------------------------------------------------------------------------ * 당시 경시청 총무 부장있었던 츠찌다 쿠니야스(國保)의 사택이 소포를 가장한 플라스틱 폭탄으로 폭파된 사건. 1971년 12월 18일의 일이다. - 진술서에 대해 그 옛날, 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경찰에 끌려가 진술서를 쓴 일이 있다. 그때 나를 담당했던 형사는 삼십 대 중반 쯤의 사내였는데, 어찌된 셈인지 얼굴 생김 생김이 폴 뉴먼하고 꼭 닮았다. 폴 뉴먼하고 닮았다고 해서 특별히 핸섬하다든가 그런게 아니고, 그냥 세부적인 특징이 비슷하달 뿐이지만, 그래도 닮았다. 거기에 덧붙여 그 형사는 VAN 재킷풍의 하얀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있었다. 폴 뉴먼과 비슷하게 생긴 형사가 버튼다운 셔츠를 입기까지 했으니, 이거야 완벽한 사우스 브론쿠스의 세계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일은, 실로 유니크한 체험이었다.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작품인 저 <보통사람들>에 나오는 경찰서의 풍경과는 몹시 다르죠. 뭐 그건 그렇다치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써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경찰관의 작문 능력은 일반인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저급하다. 문법도 그렇고, '은, 는, 가'도 그렇고, 정경 묘사도 심리 묘사도, 정말 치졸하다. 진술서라고 하는 것은 대충 경찰관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해 진술자가 답변한 것을 경찰관이 '나는...' 이란 일인칭으로 문장화하여, 그것에 진술자가 서명을 하는 절차를 밟도록 되 있는데, 이 폴 뉴먼 씨의 경우는 기가 찰 정도로 한심한 문장이었다. 읽는 걸 듣고 있자니 첫 줄부터 죄다 뜯어고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굴욕적이었던 것은 그 폴 뉴먼 씨가 연필로 쓴 초고 위에다, 그것과 한 줄 한 문구도 틀리지 않도록 볼펜으로 덧써가며 정서를 해야만 했던 일이다. 그리하여 내가 볼펜으로 그 문장을 다 쓰고 나면 폴 뉴먼 씨는 지우개로 자기가 연필로 쓴 글자를 쓱쓱 지워, 마치 내가 애당초부터 자필로 그런 진술서를 쓴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경찰에 연루되어 별 신통한 일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