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관하여(2) by Murakami Haruki 지난 회, 개미는 위대하다는 얘기를 썼는데, 그 반면 개미란 동물을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점점 무서워진다. 왜 무서운가 하면, 그들은 구멍 속에서 살며 집단 행동을 하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어도, 개미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옛날에 개미가 핵실험으로 거대해져서 인간을 습격하는 '거대개미 무슨 무슨' 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 설정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게 사자떼한테 습격을 당하다든가 그런 종류라면 뭔가 생각할 여지도 있겠는데, 거대한 개미가 덮쳐 찔렸다 하면 전신이 마비되는 독침에 쿡 찔린 후 그대로 어두컴컴한 구멍 속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 끈적끈적한 여왕 개미의 밥이 된다고 생각하면 나는 오금이 저리도록 두렵다.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 죽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것도 영화에서 본 것인데, 아프리카 원주민한테 붙들린 사람의 몸 야들야들한 부분에다 개미 꿀을 둘둘 발라서는 개미집 근처에다 포박해 놓는 그런 얘기도 있다. 이 '몸의 야들야들한 부분'이라는 표현이 뭐랄까, 참으로 섬뜩하다. 개미들이 깨알같이 모여 들어서는 그 야들야들한 부분을 '쩝쩝거리며'먹는 광경이 리얼하게 상상된다. 이건 이것대로 무척 겁난다. 이렇게 죽는 것도 절대로 싫다. 몸의 야들야들한 부분을 개미한테 먹히다니 싫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종류의 조잡한 영화가 제법 많았다. 그런 부류의 영화는 보통 변두리의 이·삼류 극장에서 보는데, 결과적으로는 시내의 아담하고 세련된 로드 쇼관에서 보는 것보단 분위기가 맞아, 제법 볼만하다. 그 밖에도 <독거미 타란툴라>라든가, 그런 핵실험에 의한 거대 생물을 다룬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거대 거미라는 것도 몸 전체에 털이 잔뜩 나 있는 것이, 감촉상 징글징글하다. 거대 거미집에 걸려 죽는 것도 혐오스런 죽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