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피플 (2) by Murakami Haruki 9 출근하는 도중, 회사의 계단에서 나는 TV 피플의 한 명과 스쳐 지나갔다. 전날 집에 텔레비젼을 가지고 온 TV 피플의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제일 먼저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 온 녀석이다. 텔레비젼을 안고 있지 않았던 녀석. 그들은 얼굴에 특징이라고 할만한 특징이 없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나로서는 확실하다고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십중팔구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전날과 같은 블루의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저 계단을 걸어 내려갈 뿐이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린다. 내 오피스는 빌딩의 9층에 있기에 이건 편한 일은 아니다. 특히 급한 용무가 있거나 하면 땀투성이가 되고 만다. 그래도 내게 있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보다는 땀투성이가 되는 쪽이 훨씬 낫다. 이에 대해 모두들 농담을 한다. 내가 텔레비젼도 비디오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엘리베이터도 사용하지 않는 탓으로 그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어떤 의미로는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 있다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기묘한 사고방식이다. 그들이 어째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그 때, 나는 언제나처럼 걸어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을 걷고 있는 것은 나 혼자였다.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이란 거의 없는 것이다. 사층과 오층의 사이의 계단에서 나는 TV 피플의 한 사람과 스쳐 지나 갔다. 상당히 돌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뭔가 말을 걸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 데다, TV 피플에게는 말을 걸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굉장히 기능적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일정한 템포로. 규칙적이고 정밀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나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 채로 그와 지나쳤다. 지나치는 순간, 주변의 중력이 삭. 하고 흔들리는 듯이 느껴졌다. 그 날 회사에서는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신상품의 발매 전략에 대한 상당히 중요한 회의였다. 몇 명인가의 사원이 레포트를 발표했다. 칠판에 숫자를 나열하고, 컴퓨터의 화면에 그래프를 띄웠다.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 나도 거기에 참가했지만, 그 회의에 대한 나의 위치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 직접 관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시간 동안 나는 줄곧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번만은 나도 발언했다. 대단한 발언은 아니다. 옵저버로서의 극히 상식적인 의견이다. 뭐라해도, 전혀 한마디도 말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일에 열심인 사람은 아니지만, 여기서 급료를 받고 있는 이상, 그 나름의 책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고, 그 때의 분위기를 풀기 위한 가벼운 농담도 했다. 아마도 계속 TV 피플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조금 캥기고 있었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명인가 웃었다. 하지만 한 번 발언을 해버리고 난 뒤로는 자료를 쳐다보는 흉내를 내며 다시 계속 TV 피플에 대해 생각했다. 새로운 전자렌지에 어떤 이름이 붙여지든, 그런 것은 내가 알 바 아니었다. 내 머리 속에는 TV 피플의 일밖에 없었다. 나는 계속 그들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저 텔레비젼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라는 것. 왜 TV 피플이 일부러 내 방에 텔레비전을 날라 왔는가 같은 것. 왜 아내는 텔레비젼의 출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하는 일. 왜 TV 피플은 내 회사에마저 들어 와 있는 것인가 하는 일. 회의는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12시에 점심식사를 위한 작은 휴식이 있었다. 밖에 식사하러 나갈 정도의 여가가 없었기에 샌드위치와 커피가 모두에게 날라졌다. 회의실은 담배연기로 차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내 책상 위에 가지고 와서 먹었다. 그걸 먹고 한참 먹고 있는 중에 과장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정직하게 말해서 이 남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좋아지지 않는 건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어디를 봐도 반발할 만한 점은 없는 것이다. 상당히 좋은 집안에서 자란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머리도 나쁘지 않다. 넥타이의 취미도 좋다. 그렇다고 그걸 자랑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부하에게 거만하게 구는 것도 아니다. 나를 마음에 들어하기조차 한다. 때때로 식사도 사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남자에게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아마 그것은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의 몸을 친밀한 듯이 건드리는 게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이야기 도중에 죽 상대의 몸을 건드리는 거다. 건드린다고 해도, 거기에는 별로 싫은 느낌은 없다. 굉장히 스마트하고 자연스러운 건드림이다. 건드려져도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운 건드림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것이 무척 신경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본능적으로 몸을 굳히고 만다. 이것은 사소한 일이라 말하면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신경 쓰인다. 그는 몸을 구부려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까의 회의에서의 자네의 발언 말인데, 그건 좋았어." 라고 과장은 친밀하게 말했다. "아주 간결하고, 중점을 집고 있네. 나는 감복했어. 좋은 지적이야. 자네의 발언은 타이밍도 좋았네. 응,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해주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금새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마 자신의 점심을 먹으러 간 거겠지. 나는 그 때는 조용히 감사의 말을 했지만, 정직히 말해서 완전히 당황해 버렸다. 라는 것은 나는 자신이 회의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곤란했기에, 적당히 떠오른 것을 입밖에 낸 것뿐이다. 어째서 그 정도로 과장이 일부러 내 자리까지 와서 칭찬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훨씬 훌륭한 발언을 한 사람도 달리 잔뜩 있을 터이다. 뭔가 이상해. 나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점심식사의 나머지를 먹었다. 그리고, 문득 아내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고 나는 생각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밖에 나가 있을까? 나는 그녀의 회사에 전화 걸어 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뭐든지 좋으니까 아무렇게나 말을 교환해보고 싶었다. 나는 최초의 세 개의 숫자를 돌렸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중도에 그만뒀다. 일부러 전화를 걸 정도의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세계가 어느 정도 발란스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아내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에 대해서 도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은건가? 게다가, 그녀는 직장에 전화 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수화기를 되돌려 놓고, 한숨을 쉬고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그리고, 플라스틱의 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10 오후의 회의에서 나는 다시 TV 피플을 보았다. 이번에는 수가 둘로 늘어나 있었다. 그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소니의 텔레비젼을 안고 회의장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텔레비젼의 사이즈는 전날보다 훨씬 컸다. 곤란하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소니는 우리 회사의 라이벌 회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런 상품을 회사 안에 가지고 오면 시끄럽게 된다. 상품을 비교하기 위해 타사의 제품을 부내에 가지고 오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라도 회사의 마크는 떼어버린다. 외부의 눈에 띄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SONY라는 마크를 당당하게 이쪽에 향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회의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주변을 살펴서, 텔레비젼을 놓을 곳을 검사하고 있는듯 했지만, 결국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텔레비젼을 안은 채 뒷문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TV 피플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TV 피플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TV피플은 보인 것이다. 그 증거로 TV 피플이 텔레비젼을 안고 다가오자 거기 있는 사람들은 물러나 그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TV피플에 대해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은 근처 다방의 웨이터가 주문 받은 커피를 날라 왔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원칙적으로, TV 피플이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듯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다른 모두들은 TV 피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만이 TV 피플에 대해서의 정보로부터 혼자 제외되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아내도 TV 피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 그렇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거실에 텔레비젼이 출현해도 놀라지도 않고, 거기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외에 설명이 가능하지 않지 않은가. 내 머리는 혼란했다. TV 피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은 어째서 언제나 텔레비젼을 나르고 있는 것인가. 동료 한 명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떴을 때, 나도 그 뒤를 쫓는 듯이 자리를 떠서 화장실로 갔다. 나와 이 남자는 입사도 동기고, 꽤나 사이가 좋다. 가끔씩 일이 끝난 뒤 둘이서 술 마시러 간 적도 있다. 나는 아무하고나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들은 나란히 소변을 봤다. "맙소사, 이런 식이면 저녁때까지는 걸릴 것 같군 그래. 도대체가 언제까지고 회의회의야." 라고 그는 지겨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리고 둘이서 손을 씻었다. 그도 나의 오전중의 회의에서의 발언을 칭찬해 주었다. 나는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말야 아까 텔레비젼을 가지고 들어온 녀석들의 일인데 말야..." 라고 나는 무심코 말을 꺼내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꽈악 비틀어 잠그고, 페이퍼타올 두 장을 홀더에서 당겨내어 그걸로 손을 닦았다. 내 쪽은 힐끗 보지도 않았다. 시간을 걸려서 손을 닦고 나서는 타올을 뭉쳐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쩌면 내가 한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들었지만, 듣지 않은 척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때의 분위기에서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묻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고 페이퍼타올로 손을 닦았다. 공기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는 묵묵히 복도를 걸어 회의실로 돌아갔다. 그 뒤의 회의 동안 그가 나의 시선을 피하는 듯이 느껴졌다. 11 내가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거실 안은 깜깜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베란다의 창으로부터 낮게 깔린 검은 구름이 보였다. 거실에서는 비 냄새가 났다. 날도 저물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넥타이를 풀고, 주름을 펴서 넥타이 걸이에 걸었다. 양복의 먼지를 브러시로 털었다. 셔츠는 세탁물통에 던져 넣었다. 머리카락에 담배 냄새가 베어있었기에,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았다. 아내는 그 냄새를 지독히 싫어한다. 그녀가 결혼해서 제일 먼저 한일은 내게 담배를 끊게 하는 일이었다. 4년 전의 일이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서, 소파에 앉아 타월로 머리를 말리면서 캔 맥주를 마셨다. TV 피플이 날라온 텔레비젼은 아직 사이드보드 위에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의 리모콘을 들어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스위치 on의 버튼을 눌러도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화면은 계속 검은 채로 였다. 나는 전원코드를 확인해 보았다. 플러그는 똑바로 콘센트에 꽂혀있었다. 나는 플러그를 빼어 다시 한번 꽂아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리모콘의 스위치를 아무리 눌러도 화면은 하얘지지 않았다. 확인을 위해 리모콘의 뒤쪽을 열어 전지를 꺼내어 전류측정기에 확인해 보았다. 전지는 새것이었다. 나는 포기하고 리모콘을 내려놓고, 맥주를 목안으로 흘려 넣었다. 왜 이런 일이 신경 쓰이는 것일까, 하고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텔레비젼의 스위치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하얀 빛이 떠오르고 자아하는 노이즈가 들릴 뿐이 아닌가. 그런 거 켜지던 안 켜지던 신경 쓸 것은 없지 않아. 하지만 나는 신경 쓰였다. 어제 밤에는 분명히 켜졌었다. 그 뒤로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 번 리모콘을 집어 시험해 보았다. 충분히 손가락에 힘을 넣어서.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 반응도 없다. 화면은 완전히 죽어있다. 차갑게 식어있다. 차갑게 식어있다. 나는 두 병 째의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개를 땄다.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포테이토 샐러드를 먹었다. 시간은 6시쯤 되었다. 나는 소파 위에서 석간신문을 훑어보았다. 언제나 처럼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신문이었다. 거기에는 읽은 만한 기사라고는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좋은 뉴스 투성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할만한 다른 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나는 꽤 오랫동안 그 신문을 읽었다. 신문을 다 읽고 나면, 뭔가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나는 질질 시간을 끄는 듯이 신문을 읽어나갔다. 그렇다. 편지의 답장을 쓰는 것은 어떨까? 사촌누이로부터 청첩장이 와있다. 거기에 대해서 거절의 답장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그 결혼식 날 아내와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되어있다. 우리들은 오키나와에 갈 것이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걸 위해서 두 사람의 휴가일정을 맞추어 놓았다. 이제 와서 변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버리면 다음 번에 언제 둘이 동시에 장기휴가를 얻어낼지는 하느님밖에 모를 일이다. 게다가 나는 그 사촌 누이과 그리 친한 것도 아니다. 벌써 이럭저럭 10년 정도 만나지 못했다. 언제든 간에 빨리 답장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식장을 예약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안되겠다. 지금은 편지 따위가 써지지 않는다. 도대체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나는 신문을 다시 열어서 같은 기사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는 문득 저녁식사의 준비를 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일 관계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만들어 둔 몫만큼 소용없게 된다. 나 혼자의 식사라면 있는 것을 모아서 어떻게든 된다.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 만일 그녀가 아무 것도 안 먹었다면 밖에 나가 둘이서 무언가를 사 먹으면 된다. 조금 이상하군, 나는 생각했다. 우리들은 귀가시간이 여섯 시보다 늦어질듯한 때는 반드시 그전에 연락을 하기로 되어있다. 그것이 규칙이다. 자동응답기에라도 메시지만은 남겨둔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사람이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먼저 혼자 식사를 끝내 둔다던가, 상대의 것까지 만들어 둔다던가, 어떨 때는 먼저 잠들어 버린다던가. 나는 일의 성격상 아무래도 밤늦게 들어올 때가 있고, 그녀 쪽도 회식이나 교정으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쪽의 직장도 확실하게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다섯 시에 끝나는 타입의 일이 아닌 것이다. 서로가 바쁜 때는 삼 일정도 대화도 하지 않는 때가 있다. 할 수 없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리는 거다. 그래서 우리들은 언제나 상대에게 현실적인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규칙만은 확실히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늦어질 것 같으면, 전화로 그것을 상대에게 전한다. 나는 때때로 그것을 잊어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자동응답기에는 아무 메시지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신문을 내려 놓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12 회의의 꿈을 꾸었다. 나는 일어나서 발언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저 지껄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말을 멈추면 나는 죽어버린다. 그래서 말을 멈출 수가 없다. 영원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죽어버렸다. 까끌까끌한 석상이 되어 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창문 유리가 전부 깨져 있어서 거기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TV 피플이 있다. 그들은 세 명으로 늘어나 있다. 최초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역시 소니의 칼라 텔레비젼을 안고 있다. 텔레비젼의 화면에는 TV 피플이 비쳐 있다. 나는 말을 잃어가고 있다. 그에 맞춰 손가락 끝이 조금씩 굳어 가는 것을 느껴진다. 나는 점점 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눈이 뜨이자, 방안은 흰 빛을 띄고 있었다. 마치 수족관의 복도와 같은 색이다. 텔레비젼이 켜져 있는 것이다. 주변은 이미 완전히 컴컴해져서. 그 어둠 속에 텔레비젼의 화면이 치직치직 조그만 소리를 내며 빛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파 위에 몸을 일으켜, 손가락 끝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손가락은 아직 유연한 근육 그대로였다. 입안에는 잠자기 전에 마신 맥주 냄새가 남아있다. 침을 삼켰다. 목 안쪽이 부어 있어서 삼키는데 시간이 걸렸다. 리얼한 꿈을 꾸고 난 뒤는 언제나 그렇지만, 꿈보다 각성의 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이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돌 따위가 되어 버리진 않는다. 몇 시 일까 생각하고 나는 바닥에 놓여진 채인 시계를 보았다. 다룹 크 샤우스다룹 크 샤우스. 8시 조금 전이었다. 하지만 꿈에서처럼, 텔레비젼의 화면에는 한사람의 TV 피플이 비춰져있다. 그 TV피플은 회사의 계단에서 나와 스쳐 지나갔던 그 TV피플이었다. 틀림없이 그 남자다. 최초에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온 남자. 백 퍼센트 틀림없다. 그는 반디불빛 같은 하얀 빛을 배경으로, 가만히 서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에까지 따라온 꿈의 자취 같았다. 눈을 감고 눈을 떠보면 그런 것은 금방 없어져 버릴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 화면의 TV 피플의 모습은 오히려 점점 켜져갔다. 화면에 그의 얼굴이 가득 비춰졌다.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는 듯한 느낌으로, TV 피플의 얼굴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는 TV 피플은 텔레비젼의 밖으로 나왔다. 마치 창문으로 나오는 듯이, 턱에 손을 걸치고 다리를 영차, 짚어 밟아 나왔다. 그가 나온 뒤의 화면에는 배경의 흰색 빛만이 남았다. 그는 한동안 텔레비젼의 바깥 세계에 몸을 익숙하게 하려는 듯이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손을 주물렀다. 축척이 작은 오른손이 축척이 작은 왼손을 오랫동안 주무르고 있다. 그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는 듯한 어딘가 여유있는 몸짓이었다. 쇼에 익숙해진 사회자 같았다. 그는 그리고는 내 얼굴을 보았다. "우리들은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 라고 TV 피플은 말했다. 원근감이 없는 목소리였다. 평탄해서 마치 종이에 써있는 목소리 같았다. 그의 말에 맞추어 텔레비젼의 화면에는 검은 기계가 비춰졌다. 진짜 뉴스 쇼 같다. 먼저 넓은 공장같은 스페이스가 비춰지고, 그리고는 한가운데 있는 작업장이 CLOSE-UP되었다. 두 사람의 TV 피플이 그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 스패너를 써서 볼트를 죄이거나, 계기를 조정하곤 했다. 그들은 그 작업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상한 기계였다. 원반형으로 위가 뾰족한, 여기저기에 유선형의 돌출부가 나와있다. 그것은 비행기라고 하기보다는 거대한 오렌지 짜는 기계처럼 보였다. 날개도 없는 데다, 좌석도 없었다. "비행기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라고 나는 말했다. 내 목소리는 내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상당히 이상한 목소리다. 두툼한 필터로 양분을 완전히 빨려버린 뒤의 목소리이다. 자신이 상당히 나이를 먹어 버렸다는 기분이 든다. "그건 아직 색을 입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TV 피플은 말했다. "내일이면 완전히 색을 입힌다. 그러면 비행기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 테지." "색의 문제가 아니야. 형태의 문제라구. 그건 비행기가 아니야." "비행기가 아니라고 하면, 이게 뭐란거지?" 라고 TV 피플은 내게 물었다.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라고 한다면 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니까 색깔 탓이야." 라고 TV 피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색을 입히면 확실히 비행기가 된다." 나는 그 이상 논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느 쪽이든 좋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 오렌지를 가는 비행기든지, 하늘을 나는 오렌지 가는 기계든지 그게 어쨌단 말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아내는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 거지. 나는 손가락 끝으로 다시 한번 관자놀이를 눌렀다. 시계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룹 크 샤우스다룹 크 샤우스. 테이블 위에는 리모콘이 얹어져있다. 그 옆에는 여성잡지가 쌓여있다. 전화는 아직 침묵을 지킨다. 거실에는 텔레비젼의 좀 어두운 빛을 받고 있다. 텔레비젼의 화면에는 두 사람의 TV 피플이 열심히 계속 작업하고 있다. 화면은 아까보다 훨씬 분명해져있다. 기계의 계기의 숫자마저 지금은 확실히 읽을 수 있다. 약하긴 하지만 그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기계가 다아 아브쥬라야훗그 다아브쥬라야이훗그 아ㄹ프 아ㄹ프 다아브쥬라야이훗그, 라는 울림을 내고있다. 때때로 그 속이 금속을 치는 규칙 바른 건조한 소리가 들린다. 아리이이이인부쯔 아리이이인부쯔, 그것은 들린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소리가 섞여 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이상 확실히 구분해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그 두사람의 TV 피플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것이 그 화면의 테마인 것이다. 나는 한동안 그 두 사람의 작업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면 밖의 TV 피플도 조용히 화면 안의 동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뭔지 알 수 없는 - 그것은 아무래도 내게는 비행기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 새까만 기계가, 하얀 빛 속에 떠오르고 있다. "부인은 돌아오지 않아요." 라고 화면밖에 있는 TV 피플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새하얀 브라운관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의 얼굴을 지긋이 보았다. "부인은 돌아오지 않아요." 라고 TV피플은 똑같은 어조로 말했다. "어째서?" 나는 물었다. "어째서라니, 이젠 끝났으니까지." 라고 TV 피플은 말했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카드식의 플라스틱 키 같은 목소리였다. 평면적으로 인상이 없는 목소리가, 가는 슬릿에서 칼날처럼 스윽 들어오고 있다. "이젠 끝났으니까 돌아오지 않는다." .이.젠 .끝.났.으.니.까 .돌.아.오.지 .않.는.다. 라고 나는 머리속에서 되뇌었다. 아주 평탄해서 리얼리티가 없다. 나는 나는 그 문맥을 잘 파악 할 수가 없었다. 원인이 결과의 꼬리를 물어 삼키려 하고 있다. 나는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심호흡을 하고 캔맥주를 꺼내 소파로 돌아왔다. TV 피플은 텔레비젼의 앞에 가만히 선 채로 내가 고리를 잡아떼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왼팔을 텔레비젼의 위에 얹고있다. 나는 별로 맥주가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견딜 수 없어서 맥주를 가져온 것 뿐이었다. 한 모금 마셔 보았지만, 맥주는 그리 맛이 없었다. 나는 캔을 계속 손에 쥐고 있었지만, 무거워져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나는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TV 피플의 설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미 우리들이 끝나버렸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의 돌아오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내게는 우리의 결혼이 끝나버렸다고는 아무래도 생각되자 않았다. 물론 우리들은 완벽한 부부는 아니었다. 우리들은 사 년간 동안 몇 번인가 싸움을 했다. 우리들 사이에는 분명히 몇 개인가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때때로 이야기했다. 해결한 것도 있는가하면 해결하지 못한 것도 있다. 해결되지 못한 것의 대부분은 그대로 버려져, 해결될 시간의 경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케이, 우리들은 문제가 있는 부부였다. 그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디에 문제없는 부부가 있어? 게다가 지금은 아직 여덟 시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무엇인가의 이유로 어떻게 해도 전화를 할 수 없는 것뿐이다. 그런 이유는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하지만 나는 하나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나는 지독한 혼동 속에 있다. 나는 소파에 등을 파묻었다. 저 비행기는 - 만일 저게 비행기라고 한다면 - 도대체 어떻게 나는 걸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추진력은 뭐지? 창은 어디에 있는거야? 도대체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거야? 나는 굉장히 지쳐버렸다. 사촌누이에게 거절의 편지를 쓰지 않으면,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일 때문에 아무래도 출석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라고. 텔레비젼의 안의 두 사람의 TV 피플은 나와는 관계없이, 계속 비행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들은 잠시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기계가 완성 되기까지 그들이 하지않으면 안되는 작업은 무한한 것 같다. 한가지 작업이 끝나면, 쉬지 않고 곧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잘 정리된 공정표나 도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은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좋은지 잘 알고 있다. 카메라는 그들의 그 작업을 잘 쫓아가고 있다. 알기 쉬운 정확한 카메라 워크였다. 설득력이 있는 화면이었다. 아마도 다른(제 4 내지 제 5의) TV 피플이 카메라나 콘트럴 패널의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거겠지. 이상한 이야기지만, TV 피플의 그런 완벽하다고 할만한 작업을 가만히 보고 있는 동안, 내게도 그것이 조금씩 비행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비행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라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든, 그런 건 상관없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저 정도로 볼만하게 정밀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저건 분명 비행기인 거다, 비록 그렇게 보이진 않아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저것은 비행기이다. 분명히 이 남자가 말 한 대로이다. 비행기가 아니라고 하면, 이게 뭐지? 텔레비젼의 밖의 TV 피플은 아까부터 조금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는 왼팔을 텔레비젼의 위에 얹고,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관찰되고 있다. 텔레비젼의 안의 TV 피플은 계속 일하고 있다. 시계소리가 들린다. 다 룹 크 샤우스다룹 크 샤우스. 거실은 어둡고 숨이 막혔다. 누군가가 구둣소리를 내면서 복도를 걷고 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돌연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히 아내는 이젠 이 곳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는 벌써 멀리 가버린 것이다. 이런 저런 교통수단을 이용해, 내 손이 닿지 않는 먼 장소로 가버린 것이다. 분명히 우리들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끝나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만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그럴지도 몰라, 라고 나는 입밖에 내어 보았다. 내 목소리는 내 몸 안에서 아주 공허하게 울렸다. "내일 색을 입히면, 좀 더 알아볼 수 있게 될거야." 하고 TV피플은 말했다. "색깔만 입히면 확실히 비행기가 된다." 나는 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내 손바닥은 언제나와 비교해서 조금 줄어들어 보였다. 아주 조금.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빛의 영향으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몰라. 원근감의 밸런스가 조금 엉망이 되어버린 건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히 손바닥은 줄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잠깐 기다려. 나는 말하고 싶어. 나는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으면 안돼. 내게는 해야할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줄어들고 말라붙어, 그리고 돌이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곧 여기에 전화가 걸려 올거요." 하고 TV피플은 말했다. 그리고는 계산하는 듯이 잠시 틈을 두었다. "앞으로 5분쯤 뒤에." 나는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나는 전화기의 코드에 대해 생각했다. 어디 까지던 어디 까지던 이어져 있는 전화기의 코드. 그 엄청난 회선미로의 어딘가의 끝에 아내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주 먼, 내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다. 나는 그녀의 고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오 분 뒤에, 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지? 나는 일어서서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어선 순간 말은 사라져 없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