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잠들지 않는다 아카가와 지로 프롤로그 - 나는 젊은 회사사장. 사악한 아내를 죽이고 이제부터 즐거운 생 활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1. 아내에게 휴식을… 현관 차임벨이 튀어나올정도로 울렸다. 원래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로, 현관 차임벨이 매번 "이제부터 울 리겠어요"하고 보고할 리 없다. 그런 일이 있다면 이쩐지 기분 나 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문을 예고했을 때라면 몰라도 이 금요일 밤에(그것도 10시가 지나있는데) 누가 방문해오리라고 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도저히 손을 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차임벨은 계속 반복하여 두 번, 세 번 울렸다. 나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뭐 그동안 포기하고 돌아가겠지… 어쨌든 대단한 일도 아닐테니… 아니, 잘은 모르겠지만 급한 일이라면 오기 전에 전화라고 할 것이 아닌가? 나는 굳게 무기하기로 마음먹고 착수했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나 차임벨을 울리는 쪽도 그렇게 간단하게 물러나지 않으려는 지 잠깐 간격을 두고는 두 번, 세 번 차임벨을 시끄럽게 울려됐다. 실제 이 망할 놈의 차임벨은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는듯한 소리를 낸다. 나는 이 집을 지을 때, 미나꼬가 선택해 갖고온 이 차임벨에 반대 했었다. 그렇지만 고지 들을 미나꼬가 아니다. 정말 이럴 때에 들으면 새삼 그 차임벨 소리는 히스테리를 일으킬 때의 미나꼬 목소리와 완전히 똑같다. 요컨대 사람을 짜증나고 초초하게 만드는 소리인 것이다. 방문자는 끈질기게 차임벨을 계속 울렸다.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겨우 일도 마쳤기에 나가볼까하는 기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는 나갈 때까지 몇시간이라도 차임벨을 계속 울릴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침실을 나왔다. 침실은 2층이었기 때문에 빠른 걸음 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동안에도 차임벨은 끈질기게 계속 울려되 어 현관에 다가갈수록 한층 그 자극적인 울림이 강해졌다. "예! 예!" 나는 인터폰 스위치를 눌렀다. "누구십니까?" "나요!" 남의 집을 방문해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무리 친한 상대라도 이름정도는 말해주어도 괜찮은 것 아닌가? 이름을 말하는데 1분이나 걸린다거나, 아니면 <나>라고 하는 것이 이름이라면 별개의 문제지만… 그러나 그 차임벨소리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신경을 찌르는 듯 한 상당히 높은 톤의 여자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 소리가 좋아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미타니입니다." 과연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남편쪽이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도대체 이런 시간에 무슨 용무란 말인가? 나로서는 인터폰만의 응대로서 끝내고 싶었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 고 미나꼬와 친한 스마타니 부부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샌달을 끌며 현관 체인을 풀고 문을 열었다. "뭐 하고 있었어요? 계속 불렀단 말이에요!" 스마타니 히테꼬는 항상 유닉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유닉크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칭찬할 것도 없었다. <유닉크>하다라고하면 그다지 칭찬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사자는 기뻐한다. 오늘저녁도 히데꼬는 모리에 일곱색깔 터번 비슷한 천을 감고 있어 보고 있으면 눈이 따끔따끔거려 올 것 같은 원색 샤쓰. 입은 것은 별 상관없지만 한번에 찢어져 버리지는 않을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꽉낀 슬럭스 스타일이다. 야아, 안녕하세요? 남편 스미타니는 또 덜떨어진 플레이보이다.(덜떨어지지 않았으면 이런 여자에게 붙잡힐 리도 없지만) 저… 어떤 일이십니까? 하고 나는 온힘을 다해 붙임성 있게 말을 걸었다. 어머, 미나꼬에게 듣지 않았어요? 하고 히데꼬가 멈짓 눈을 크게 뜬다. 무슨… 말입니까? 오늘 저녁에 놀로오라고 말했단 말이에요. 미나꼬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정말이지… 이따위니까 항상 내가 난처하잖아! 남편에게 일언반구 도 없이 남을 초대한다거나 해서… 아니! 지금 이런 말을 해서 뭐해? 어떻게 하지… 미나꼬 부인 있지요? 히데꼬가 뻔뻔스럽게 현관으로 올라오려하고 있다. 나는 당황하여 그앞으로 다가서며, 그게… 미나꼬가 몸이 좋지않아 자고 있어요. 어머? 정말요? 저녁때 만났을 때는 괜찮았는데… 저녁을 먹은 후, 뭐랄까 열이 난다고 하며 잠자러 들어갔어요. 어머 그래요… 얼굴만 좀 보고 안부전하고 갈께요. 아니- 고맙습니다만 막 잠이 들어서요. 그냥 쉬게 하는 게 좋겠 는데요. 그래요? 유감이네요. 모처럼만에 왔는데… 하며 모처럼 만에 왔는데 를 강조하며 불쾌한 얼굴을 보인다. 이것 이 병든 친구에게 대하는 태도란 말인가. 하긴 미나꼬의 친구라면 당연할지도- 아프시다면 할 수 없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스미타니가 다소 상식있는 말을 했다. 음… 히데꼬는 아직 뭔가 마음에 남아있는 모습이었지만 투덜거리며 돌 아가려다, 상태가 많이 안좋으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하고 말을 꺼냈다. 아니요. 단지 감기입니다. 그러다 큰일나요. 마침 제가 병원에 친구가 있으니까 전화해 드 릴까요? 너나 입원해라!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일 상태 보고 그렇게 하지요. 걱정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자아, 갑시다. 하고 스미타니가 끄덕거리니 히데꼬는 아직 뭔가 말을 하고 싶은 얼굴로 따라나갔다. 나는 문을 닫고, 안도에 숨을 내고, 잠시동안 문에 기대어 서있었 다. 그 두사람. 분명 차로 왔을 것이다. 차소리가 나지 않는한 안심할 수 없었다. 엔진소리가 멀어져갔다. (이런이런) 나는 문의 체인을 확실히 잠근후 집안으로 돌아왔다. 2층에 올라가기전 거실에 들어갔다. 일단 일이 끝난 것이다. 한잔해야지! 라고는해도 나는 전혀 술을 못하는 위인이다. 미나꼬가 항상 그일로 나를 바보취급한다. 어쨌든 미나꼬와 스미타 니 히데꼬 둘이서는 가볍게 한병씩 해치우니까… 나는 그때 한 번인가, 칵테일을 잔에 따라 절반정도 마시고 뿅가서 3일간 숙취로 고생한 일이 있다. 그후 아무리 미나꼬가 바보취급을 해도 알콜종류는 일절 입에 대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나의 한잔이 라고 하는 것은 커피주전자에 담겨있는 커피 한잔의 의미인 것이 다. 거실 안쪽에는 HOME-BAR가 있고, 그 구석에 상당히 협소한 몸 을 가진(마치 나처럼) 커피주전자 셋트가 놓여져 있다. 참, 커피가 끊는 동안 약간 자기소개를 해두기로 하지. 내 이름은 이케자와 히또미라고 한다. 히또미(이 이름 때문에 이럴 적부터 상당히 놀림을 받았다. 양친이 부정해서 남자건 여자건 붙 일 수 있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제멋대로의 이 야기다. 이것도 마나꼬가 종종 놀렸던 대목이다.) '히또미짱'따위로 남편이름을 부른 것이다. 벌써 30살도 중반이 다 되가는 남자를 붙잡고 어린애에게 붙이는 '짱'을 붙이다니… 으~ 그리고 이 집. 꽤 훌륭한 집이다. 벽평의 대지, 2층건물에 지하실까지 있어 두가족, 5, 6명은 즐겁게 살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내 자신이 돈을 벌어, 이런 집을 지었을 리는 없다. 4개 회사의 사장을 하고 있던 아버지가 내가 결혼해도 함께 살 수 있도록 이곳을 신축한 것이다. 아버지는 신축기념일에 친척과 친구 들을 불러 개최한 파티에서 과음으로 죽고말았다. 어머니도 그 쇼 크로 1개월후에 뒤를 따르고 이 넓고 넓은 집에 나혼자 남겨진 것 이다. 그때 나는 34세였다. 아! 커피가 다 끓은 것 같다. (이 향기를 맡으면 몸속에서 피로가 흘러나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 어쨌든 한잔… 맛있게 끓였다. (좀처럼 이런 맛이 안났었는데… 역시 오늘은 기념 할만한 날이기 때문이겠지) 지금 나는 (뭐 내세워 말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30살하고도 중 간…) 엥? 이건 벌써 말했었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4개 회사의 사장이다. 그다지 큰 회사도 아니 어서 오히려 송계할 필요없이 명목상의 사장으로 느긋하게 있을 수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정말 우아한 생활로 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중간에서 우리가정을 엿본사람은 대개 내가 양자의 몸으로 이집도, 재산도 모두 미나꼬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안됐군요. 하고 동정해주는 사람마져 있다. 나는 굳이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못나서 마누라 엉덩이에 눌려 산다라고 바보취급받는 것보다는 동정받고 있는 편이 한결 낫기 때 문이다. 한잔 커피를 마시니 조금 피로도 풀린다. 다음 일을 시작해 볼까? 실제(하고 나는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일을 한 적이 없는 몸으로, 이건 큰 작업이었던 것이다. 아니, 아직이다. 이제부터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산처럼 쌓여 있 다. 그렇지만 시간은 충분히 있다. 어쨌든 이 집에는 나와 미나꼬 둘뿐이다.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하고도 밤…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에는 청소 부와 요리하는 여자도 오지 않는다. 미나꼬도 하지 않지만,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시간은 충분히 있다라는 것을 설명중이다) 올라가서 침실 문을 그 만 노크하고 있는 내 자신을 알아차리고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러니까 미나꼬에게 바보취급을 당하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미나꼬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다. 조금전 나갔을 때와 조금 모습 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분명 기분 탓일 것이다. 아! 맞다 맞어. 깜박하고 말안한 것이 있는데… 나는 지금 막 미나꼬를 죽인 참이었다. 2. 死者의 집보기 사람을 죽인 후에는 어떤 기분이 드는 걸까? 나도 꽤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었다. 원래가 공상벽이 강한 성격으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현 실과 공상의 구분을 못한 적도 있다. 그점에서도 미나꼬와는 정반대이다. 미나꼬는 초 현실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초현실적'이라면 쉬르레알리즘이지만 그녀는 '超 현실적' 이라고 쓴대로 완전히 꿈이 아닌, 철저한 리얼리스트였다. 미나꼬를 죽이면 어떤 기분일까? 상당히 이전부터 그런 일을 생각 하고 있어서 이모저모 공상을 하곤 했다. 한번은 정말로 죽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 다. 그럴 때 미나꼬가 그곳에 나타나서 엄청 놀란 일도 있었다. 미 나꼬는 영문을 모르고 갸우뚱했지만 정말 서툰짓했으면 알아차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이제 안해도 된다. 지금 내 눈 앞에 미나꼬는 죽어있기 때문에… 실제로 죽여놓고 보니까, 그게 너무나 간단해서 드라마틱한 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기가 범한 죄의 무서움에 전율한다거나 하는 것도 없고, 악마같 은 큰 웃음 소리를 내는 것도 전혀 없었다.(드라마에서는 자주 그러 지 않는가?) 단지 이제 산문적인 표현으로, 싱거울 정도로 간단한 것이었다. 미나꼬는 꽤 위세 당당히 행동을 하여 강한 것같이 모든 일을 휘둘 렀지만 체력으로 싸우는 것 같으면 역시 남자의 적은 아니었다. 몸을 졸라서 죽이는데, 그 조르고 있는 한창 때에 현관의 차임벨이 울렸다라고 하는 까닭이다. 내가 아무래도 손을 땔 수 없는 상황이라 말한 것. 이제 이해가 가 겠지. 스미타니 부부가 온 것은 물론 계산 외의 일이지만 '살인계획에는 우연성이 으례 따라 붙는 것이다'정도는 이케자와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나로서는 예상하고 있었다. 뭐 나지만 잘 해치운 것 같은 걸!?… - 누구도 칭찬해주지 않으니 까 스스로 칭찬해두자.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만은 없지… 내일이 되면 또 누가 찾아올 지도 모르고, 오늘밤 중으로 할 수 있 는 일은 해두는 편이 좋겠어… 나는 우선 미나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처음에 미나꼬의 옷 을 벗길 때는 흥분과 감격으로 손이 떨렸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격 도 없다. 게다가 처음에도 미나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라앉아 있었다. 특별히 내가 첫남자다라는 기분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그렇다해도 그때의 마나꼬 몸은 아직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뭐 살찔대로 쪄서…) 벗기는 일도 장난이 아니다. 에이 젠장! 앗! 찢어졌다. 자기(미나꼬)도 혼자 어떻게 벗었지? 목을 조르는 것보다 벗기는 쪽이 오히려 더 힘들어서 겨우 전부다 벗겼을 때는 그만 힘이 다해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대개가 운동 부족으로, 힘드는 일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라 그런지 곧 숨차버리 는 것이다. 뭐 어쨌든 좋아! 시간은 있어. 천천히 해야지… 그때 전화울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1층이다. 전화는 2층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전환버튼이 밑에 있기 때문에 1 층까지 가야했다. 이런이런. 누구지? 나는 일부러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전화가 울리기를 그치지 않 을까하고 기대하며 꾸물꾸물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전화하는 쪽도 '유감입니다만'하는 식으로 계속 울리고 있 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이케자와입니다" 라고 말했지만 반대편은 가만히 있다. "여보세요. 이케자와입니다만" 조금 지나서, "여보세요…" 하고 쥐죽은 듯한 목소리… "히또미씨? 저… 유우꼬에요." 내 심장이 돌연 프레스토의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평상시라 면 안단테정도인데. "야아, 자넨가? 전화 잘해주었어."하고 TV드라마인지 어딘지에서 나오는 것같은 흔히 있는 부자연스러운 대사를 말했다. "저- 부인… 계시죠?" 유우꼬가 머뭇머뭇 말했다. 미나꼬가 머뭇머뭇하고 무엇을 말한다거나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 다. "아~ 아니, 오늘저녁엔 미나꼬가 없어." "정말요? 외출하셨어요?" 유우꼬에겐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을 말할 상황이 아니었 다. "친구랑 여행가서 일요일저녁까지는 오지 않을 거야." "그래요? - 당신 혼자에요?" "물론! 자네 어디서 전화하는거야?" 유우꼬의 목소리가 상당히 가까이서 들리는 것에 이제야 알아차렸 다. "편의점이에요. 당신집 가까이에 있는…" "응? 그럼… 거기까지 왔어?" "저… 집을 나왔어요. 그곳에 가도 돼요?" 나는 일순간 망설였다. 이층에는 미나꼬의 시체가 있다. 그러나 근처까지 나를 의지하여 찾아온 유우꼬를 되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기다리지." 하고 나는 말했다. "고마워요! 곧 갈께요." 유우꼬의 목소리가 기쁜듯이 떨렸다. 나도 기쁘다. 그러나 문제는 미나꼬다. 죽어서까지도 나를 방해하니 까, 속마음이 더 나빠지잖아… 침실에 놔두었으니까 뭐 유우꼬의 눈에 띨 염려는 없다. 하더라도… 아니! 침실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다! 나는 계단을 뛰어 올랐다. 침실까지 날아들어가 미나꼬의 옷을 우 선 양복장에 처박았다. 그리고 시체는 접어서 휴지통에- 들어갈리 가 없지. 그럼, 어디에다가 시체를 치우지? 욕실? 아니야. 만약 유 우꼬와 침대를 쓰게 된다면 욕실도 당연히 쓰게 되겠지? 으~ 곤란 해… 다른 방으로 옮길 수 밖에 없는 것같다. 다행히 이 넓은 집에 단지 두명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방은 남아돈 다. 그 중 한방에 던져두면 되겠지. 그럴려면 먼저 미나꼬의 몸을 침대에서 내려고 옮겨야하는데… 에이~ 어떻게 할까? 외국영화를 보면 늠름한 남성이 여유를 부리며 가겹게 여성을 끌어 안고 가지만 내가 그런 흉내를 내면 분명 허리를 삐긋하게 될꺼야 … 한가지 방법! 보기는 안좋지만 질질 끌고 가는 수 밖에 없겠군. 나는 미나꼬의 발을 각각 팔에 끼고 질질 끌어 당겼다. 의외로 무 겁다. 미나꼬의 몸이 침대에서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아 -미안 하고 말을 걸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 죽어있었던 것이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을 것 아닌가? 어쨌든 빠른 곳으로 끌고 가야지. 나는 일단 발을 내려 놓고 문을 열러갔다. 그때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 이렇게 빨리? 이런! 나는 순간 망설였지만 하여튼 현관에 나가보기로 하였다. 갑 자기 침실로 오지는 않겠지. 차임벨이 또 울렸다. 서둘러서 현관으로 내려가 체인을 풀고, "빨리 왔네?" 하고 말을 하면서 문을 열였다. "어머, 뭐가요?" 스미타니 히데꼬가 서 있었다. "아 - 아 저… 집에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요…" 하고 나는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 "매번 미안해요." 스미타니가 얼굴을 내밀고, "히데꼬가 아무래도 걱정되나 봅니다" "걱정된다… 라니요?" "미나꼬씨의 상태말이에요. 이전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풍진에 걸렸는데 그 사람이 조금 전에 우리집에 와서요. 분명히 미나꼬 씨와 함께 있었데요. 그래서 혹시 옮긴 것은 아닐까하고…" "아니, 그런 일 없어요. 단지 감기일 뿐입니다. 걱정마시고…" "어떨지는, 당신이 알 수 없잖아요?" 히데꼬는 나를 눌러타려는 듯 들어왔다. "미나꼬의 상태를 보고 싶어요. 그럼 올라가요." "앗! 기다려 주세요." 나는 당황해서 외쳤다. "미나꼬는 자고 있어요. 아침이 되면 꼭 병원에 데리고 갈테니까 …" "괜찮아요. 일어나지 않도록 조용히 엿보기만 할께요." 일으키려 해도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바닥 정가운데 벌거벗 은 시체를 방치해둔 곳에 들어가면 큰 일이다. "그래도, 조금 - 그 - " "됐어요. 걱정하지 말하요." 히데꼬는 재빨리 구두를 벗고 올라간다.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데!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어머 전화에요. 안받아요?" 하고 히데꼬는 말하며, "2층이네." 하고 계단쪽으로 걸어갔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응접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 았다. "이케자와입니다." "스미타니입니다만." 하고 굵은 남자 목소리다. "그쪽에 아들 부부가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예… 예,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큰소리로 "스미타니씨 집에서 전화입니다." 하고 외쳤다. "엣? 아버지가? - 이봐 히데꼬, 아버지가 거신 것 같은데?" "어머 무슨 일이지?" 히데꼬가 올라가던 계단을 내려온다. 스미타니가 올라와 전화를 받았다. "음, 무신일이에요? - 예? - 알겠어요. 곧 갈께요." 스미타니는 당황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봐, 카즈야가 심한 열이 난다는데." "예에? 조금 전 나왔을 때는 아무일 없었는데요." "아버지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셔, 서둘러 돌아가지." "그렇군요. 그럼 미나꼬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또 온다구요." "하아" 스미타니 부부가 간후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하늘의 도우심이다. 오랜 동안 소파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스트레스는 분명 심장 에 나쁠 것이다. 또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이번엔 인터폰으로 확인했다. "-택시가 없어서 걸어왔어요." 하며 유우꼬가 들어왔다. 하야카와 유우꼬는 내가 사장으로 있는 4개회사의 한 곳에서 비서 임무를 하고 있는 여자다. "자아 올라와."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갑자기 찾아와서." "상관없어. 마침 미나꼬도 없고 말이야. - 커피 마실래?" "예, 주시겠어요?" 소파에 앉으며 유우꼬가 끄덕였다. 미나꼬는 오직 알코올로 내가 끊인 커피는 절대로 먹지 않았다. 하야카와 유우꼬는 24살의, 작은 체구에 조금 둥근 얼굴의 여자다. 어쨌든 남자라면, 그녀의 웃음에 기분 나빠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 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처가 지긋지긋한 남자로, 사장으로, 둘이서 있는 시간이 많은 - 이렇게 되면 안그런게 이상한 거다. 요컨대 나와 유우꼬는 갈때까지 간 상황이라는 것이지. "집을 나오다니?" 하고 커피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예 - 당신 말은 하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누가 말한거야?" "애인이 있다고 일러바친 사람이 있어요. 아이 정말 싫어요." "그래서, 양친은?" "어머니는 별로 화를 내지 않으셨지만 아버지는… 좀 엄한 분이 라서, 상당히 노하셔서, 상대가 누군지 말햇! 하시며 때릴려고 하 셨어요." "심하군. 그건…" "그래서 화가나서 나와버렸지요. 그렇지만 갈 곳도 없고, 안된다 고는 생각했지만 이곳에…" "아니, 괜찮아. 마침 혼자서 쓸쓸하다고 생각했어." 나는 상냥하게 유우꼬에게 다가가며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어쨌든 커피를 들고 있기 때문에 잘 되지 않았다. 둘이서 함께 웃고 말았다. 이렇게 기분 좋게 웃어본 것도 정말 오 랜 만의 일이다. "배는? 고프지 않아?" "아! 그렇군요. 말하시니 배가 고픈데요." "좋아. 어딘가 먹으러 갈까? 좋아?" "둘이서요? 기뻐요." "기다려, 준비하고 올께."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발걸음도 가볍게, 휘파람도 나올 지경… 그 러나 침실에 들어가 우뚝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미나꼬의 시체가 바닥위에 옆으로 누워있다) 망할… 깜빡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데… 지금은 천천히 상황을 볼 때가 아니다. 할 수 없다. 나는 미나꼬의 시체 발을 또 끌어 안고 바닥에 질질끌며 갔다. 그렇지만 양복장에 넣는 것은 큰일인 것을 알았다. 들어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럼 어디에 숨기지? 왔다갔다 보고 있을 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좋아요? 유우꼬의 목소리다. 당황하여, 기다려! 잠깐, 들어오지 말아줘! 하고 나는 말했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또 시체를 끌고 침대 쪽으로 돌아가서 침대 밑 에 미나꼬를 밀어 넣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침 대 밑으로 밀어넣는데 성공했다. 급히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안쪽 봐도 돼요? 유우꼬는 침실 안을 둘러봤다. 근사해요. 이런 집에서 자보고 싶어요. 괜찮고 말고. 정말요? 유우꼬가 눈을 빛냈다. 물론, 자 나가지. 네. 나는 침실의 전등을 끄고 문을 닫았다. 어디로 갈 건데요? 록뽕기 근처에 여러 음식점이 있지. 뭔가 먹고 싶은 거 있어? 글쎄요. - 당신에게 맡길께요. 미나꼬는 항상 남편이 좋아하는 것따위에는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 하는 음식점에 가곤했었다. 나는 유우꼬를 끌어 안고 가볍게 키스했다. "부인, 갑자기 돌아오는 것 아녜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괜찮아. 돌아오지 않을꺼야." 나는 단언했다. 현관으로 나가 문을 닫기 전에 나는 살짝 속삭였다. "집 지키는 것 부탁할께…" 나는 문을 닫고 확실히 열쇠를 잠갔다. 소풍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붕붕 뜬 기분이었다. 물론 귀찮은 일이 남아 있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으므로. 3. 지하실의 주인 아오야마의 고급 레스토랑 요리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와 유우 꼬가 돌아왔을 때는 벌써 심야 1시가 되어 있었다. "아아, 꿈만 같아요." 유우꼬는 내가 응접실의 전등을 켜자, 발레리나처럼 뱅글 돌아보이 면서 그대로 소파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 스커트가 화악하고 춤추 듯 올라가며 유우꼬의 희고 빛나는 듯한 허벅지가 전부 눈에 보여 나는 순간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이런 근사한 밤은 처음이에요." 유우꼬는 다소 알콜이 들어간 탓인지 조금 혀 짧은 듯한 응석부리 목소리를 내었는데 그게 또 색정적이었다. "나도 취했어." 하고 나는 말하며 유우꼬와 나란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어머, 당신 콜라만 마시고 있었잖아요." "어쨌든 좋아. 너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취해버리니까." "프로군요. 항상 그렇게 말하고 있겠죠? 부인에게…" 나는 돌연,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다. 미나꼬의 시체를 침실 침대 밑에 집어넣은 상태였다. 그걸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먼지 하나 버리는 것도 큰 일로, 큰 폐품을 버릴려면 돈 까지 내야한다고 하는 정도니, 시체의 경우 역시 처리에 고심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요금이 비싸도 좋으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인조인간을 만들고 싶어하는 프랑켄슈타인같은 과학자라도 있다면 기뻐서 거저라도 드리겠는데… 다시 만드는 데는 조금 시간이 늦은 감은 있지만. "뭘 생각하고 있어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아니, 별로." 나는 유우꼬를 끌어안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아내의 시체가 2층에 있다고 해도 여성에게 부드럽게 키스하지 말라고하는 이유는 없으 니까. "정말 부인 돌아오지 않을까요?" "괜찮아. 걱정하지 말아." "그럼. 오늘밤은…" 하고 말을 걸곤 유우꼬는 뺨이 빨갛게 물들며 오물거렸다. 이 처 음?같은 모습이 참을 수 없는 거다. 뭐 물론 볼은 원래 알코올로 빨갛게 되었고, 미나꼬라도 결혼했을 때는 처음 같았지만… "당황할 필요 없어. 시간은 충분하니까." 나는 일어서서 서재의 책 사이에 놓여있는 레코드 플레이어의 스위 치를 누르러 갔다. 그런데, 음악은 뭘로 할까? 미나꼬는 ROCK인지 뭔지 내귀에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 을 좋아해서 항상 틀어놓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레코드판도 전부 주인을 잃어버린 셈이다. 나는 바로크 음악 같은 걸 틀고 낮은 소리로 조정했다.(-음악은 이 런거야) "당신의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하고 유우꼬가 또 즐거운 일을 말해 주었다. "곧 끓여주지." 하고 나는 잽싸게 준비했다. 그렇지만 곤란하게도 원두가 다 떨어져 있었다. "낭패네. 그럼 조금 기다려줘." "어떻하려구요? 브라질까지 가지러 갈거에요?" "지하브라질에 갔다오지." 하며 나는 윙크해 보였다. "지하실에 사둔게 있어. 지금 가져올께." 일단 현관 앞의 홀에 나와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은 원래 처음에 서재로 하려고 했다. 꽤 장서도 많고, 부부가 함께 고전을 읽으며 지적회화를 나누어야지. - 라고 생각하고 있었 다. 그런데 미나꼬가 식료품창고로 쓰면 좋겠군요. 하고 유무를 묻지 않고 식량저장창고로 해버린 것이다. 나는 문을 열고 등을 켰다. 세익스피어가 진열될 예정이었던 서재 에는 통조림과 팩 식품류가 주욱 늘어서 있어 어떻게 보면 슈퍼마 켓같은 광경이었다. "원두커피… 원두커피가…" 있다 있어. 음~ 이건 역시 연인에게 마시게 할 거니까 블루마운틴 으로 해야겠지?… 아직 새것이니까 습기는 별로 안찼을거야. 나는 무거운 유리용기를 갖고 문쪽으로 걸어갔다. 발에 무언가가 채여 데굴데굴 소리가 났다. 빈깡통 하나가 구른 것 이다. 빈깡통? - 어째서 여기에 빈깡통이 있는거지? 나는 선반 안쪽을 향해 굴러간 깡통쪽으로 걸어가 줏어올렸다. 연 어통조림으로 아직 열어보지 않았는데 냄새가 났다. 속은 비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꺄우뚱하며 뒤돌아 선 나는 오싹하고 멈추어섰다. 눈 앞에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띄는 덩지 좋은 남자가 우뚝 서 있 었던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일에 직면하면 대개는 당황해서 날 뛰기보다는 묘하게 가라앉아버린다. "안녕하세요?" 하고 나는 미소마져 띄우며 인사한 것이다. "이집 사람인가?" 하고 남자는 물었다. 나는 조금 안심했다. 그 남자는 보기보다 쇠약하고 박력없는 목소 리를 냈기 때문이다. "예. 여기는 제 집입니다만." "네 집이라구? 꽤 젊은 주제에 큰집이군."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버지가 지어주셨으니 소유주는 접니다만." 남자는 끝내주게 낡은 작업복같은 옷차림으로 속옷과 구두도 지저 분했다. 게다가 진흙과 때로 더렵혀져 있었다. 아무리봐도 록뽕기나 아오야마에는 없는 타입이다. "같이 있는 건 누군가?" 하고 남자는 물었다. "저… 당신은." "나는 혼자다" "아니요, 그게아니라 무엇하시는 분으로 여기에서 무얼하고 계시 는지요?" 하고 나는 질문했다. 유우꼬를 말하기 전에 어떤 남자인지 분명히 해두고 싶었기 때문이 다. "시끄럽구만." 남자가 내 코끝에 총구를 꾸욱하고 눌렀다. 이걸로 나는 솔직히 말 할 결심이 섰다. "지금은… 여자가 한명." "여자애인가?" "아니… 여자애는 아닙니다만…" "요컨대 계집인가?" "맞아요." "그외에는?" "없습니다." "정말로?" "음." 나도 조금 망설였던거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죽은 인간은 수에 넣 지 않아도 되겠지하고 판단한 것이다. "좋아." 남자는 권총의 총구를 내렸다. 나는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겁니까?" 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나는 도망자다." "도망? 그러니까 뭔가해서 추적당하는 거군요." "추적하니까 도망가는거 아냐?" 이건 맞는 말이다. "잘도 여기로 들어왔군요." "자물쇠를 여는 건 내 특기니까… 들어와 먹을 거라도 찾으려다 차소리가 들려 이곳으로 도망쳐 왔지." 남자는 조금 나와 떨어지면서, "이 주위엔 분명 지금쯤 비상선을 펴고 있겠지? 당분간 얹혀지내 야겠군."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건 분명히 탈주범인 것이다. 그러나 이쪽도 2 층에 시체를 놓아두었으니… 시체와 흉악범과의 샌드위치라 생각하 니 그다지 식욕이 땡기지 않는 메뉴랄 수밖에… "뭔가 바라는 게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먼저 먹는 거다. 그리고 옷, 그리고… 차, 여자도…" "여자?" 남자는 짧게 웃곤, "농담이야." 라고 말했다. "그럴 여유는 없으니까." "어쨌든 먼저 먹을 것이군요. 부엌에서 가져올까요?" "그럴 필요없어. 이쪽에서 가지." "위로 올라간다구요?" "왜? 안돼나?" "아니요… 그래도…" "계집 걱정인가? 그건 걱정안해도 돼. 성욕보다는 우선 식욕이니 까. 유치장 콩밥 다음이니." 남자는 총구를 이쪽으로 향하고 재촉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군.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조용히…" 남자는 붙임성없이 말했다. 붙임성이 좋은 탈주범이라는 것은 그다지 없는 것인가?… "늦었군요." 응접실로 들어가니 유우꼬가 생글생글한 얼굴을 들었다. "-그 사람은?" "응… 집 비운사이에 이곳으로 들어온 것같아." "친구분?" 설마? 척보면 알거 아니야. "좋은 계집이군" 하고 남자는 말하며 소파에 쿵하고 눌러앉았다. "그 권총… 모델건이죠?" 하고 유우꼬가 황당한 말을 했다. "이거? 경잘을 죽이고 빼앗은 진짜지! 시험해볼까?" 남자는 기분 좋은 듯 총구를 유우꼬쪽으로 향했다. 나는 당황하여, 잠깐! 좀… 마음을 가라앉혀요. - 유우꼬, 뭔가 먹을 것 좀 가져 와." 유우꼬는 아직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저 지금 배 불러요." "이 사람이 먹는 거야." "아! 그래요?" 하며 일어서더니, "부엌은 어디죠?" 하고 물었다…!? 새로운 사태라고 하는 것은 처음에는 뭔가 두근거리고 긴장하는 것 이다. 그러나 15분정도 흐르면 상황은 겨우 정면으로 되어가서 (정 면이라는 의미에 의한 것이지만) 그 남자는 유우꼬가 만든 요리를 다 먹어치우는 상태로, 나와 유우꼬는 조금 떨어진 소파에 몸을 기 대고 앉아 있는, 일반적인 공식이 된 것이다.(이런이런) 남자는 크게 숨을 쉬었다. "겨우 다시 살아났군." 미나꼬는 다시 살아나지 않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용무가 끝났으면 나가주세요." 하고 유우꼬가 또 깜짝 놀랄만한 말을 했다. "기가 센 계집이군." 하며 남자는 웃었다. 배가 꽉차서 관대한 기분이 된 것 같다. "그외에도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남자는 왼손을 뻗어 수염이 자란 턱을 만지며, "우선, 수염을 깍고 싶은데 전기면도기 있나?" "있어요." "좋아 가져와." "2층에 있는데…" "가지고 와." 나는 일어섰다. 유우꼬도 나에게 달라붙어 있어서 당연히 같이 일 어섰다. "여자는 그곳에 있어." 유우꼬는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곧 돌아올게." 나는 유우꼬의 손을 두드리며 힘을 주어보았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 는 것 같았다. 어쨌든 유우꼬를 소파에 앉히고 응접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현관 차임벨이 울린 것이다. 4. 시체가 둘 문을 열어보니 제복을 입은 경찰이 2, 3명 서 있었는데 한명이 척 하고 경례를 했다. 이쪽도 그만 경례를 받게 되어 당황해 머리를 숙였다. "저… 무슨 일이신지요?" 하고 나는 물었다. "실은… 이 근처에서 호송중이던 흉악범이 탈출을 해버려서…" "그거 큰 일이군요" "지금 비상선을 펴고 있습니다만,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요… 이렇 게 한집, 한집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수고하시는군요." 하고 나는 정중히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남자입니까?" "살인입니다. 두명이나 죽였거든요. 더욱이 도망갈 때 경찰을 죽 이고 권총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강조효과를 내려는 듯 말을 끊어 얘기했다. "뭔가 수상한 사람이나 소리를 들으신 적은 없습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가족 분은?" "저와 아내뿐입니다" "아, 두분만이시군요. 집이 넓은데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왜 이런 설명을 해야만하지? "이 근처는 땅값도 비싸겠지요?" 하며 경찰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문단속 잘하시고요." "알았습니다." "아! 일단 확인을 위해." 하며 경찰은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 "이게 그 남자입니다. 만약 보시거나하면 바로 110번으로 신고 부 탁합니다." 하고 이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들여다본 후 돌려주며, "조심하죠." 하고 끄덕였다. "그럼…" 경찰은 경례하고 사라져갔다. 나는 문을 닫고 열쇠를 걸고 체인을 잠가두었다. 응접실로 돌아가, "이제 가버렸어." 하고 말을 걸었다. "이상한 흉내는 내지 않았겠지?" "그녀가 있는데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좋아. 그럼 전기면도기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 침실에 들어갔다. 욕실에서 브라운전기면도기 와 로션을 가지고 왔다. 문득 궁금해서 침대 밑을 들여다 보았다. 미나꼬는 아직 그곳에 있었다. 없으면 그야말로 큰 일이지… 침실로 나와 계단을 내려가며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 다. 저 남자, 이제 돈을 주면 얌전히 물러갈까? 나를 당혹시키는 건 이 상황만이 아니었다. 그 경찰이 보여준 흉악범사진은 지금 응접실에 있는 남자와 완전 별개의 남자였던 것이다… "깎 - " 응접실에서 유우꼬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서둘러 응접실로 달려갔 다. - 그리고 멈추어 섰다. 유우꼬가 Side Board에 기대어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옷이 어깨 에서 가슴쪽으로 찢어져 있었다. 젖가슴이 드러난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우뚝 멈춘 것은 그 가슴 때문이 아니고, 유우 꼬의 눈앞에 그 남자가 엎어진 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우꼬…" 내가 말을 걸자, 유우꼬는 갑자기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브라운 면도기와 로션병은 공중으로 날아갈 운명이었다. 독일제는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야 따위를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무서웠어요!" 유우꼬는 떨면서 말했다. "어떻게 된거야?" 묻지 않더라도 보면 알 상황이지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날… 덮쳤어요… 옷을 찢고… 나… 정신없이 도망가서… 저 물 건을 집고, 내려쳤어요…" 남자쪽에 구르고 있는 것은 안델센 인어상을 본딴 청동조각품이었 다. 필사적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녀, 잘도 저 무거운 걸 휘둘렀구만… 나는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먼저 권 총을 발로차 멀리하고 곁으로 가서 손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반응이 없다 - 손목을 잡아보았다. 반응이 없다. 맥을 짚어보았다. "- 어때요?" 하고 유우꼬가 묻는다. "죽었어." 하고 나는 말했다. "정말로요?" 유우꼬을 보니, 멍하니 서 있다. 실감이 안나겠지… 당연한 일이다. 뭐 이 남자도 안델센에게 죽었으니까 분명 행복할꺼야. "어떻게 하죠? 유우꼬는 흐느적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도… 할 수 없죠. - 살인범이잖아요. 그런데… 그게아냐. 나는 말했다. 아니라니요? 무슨 뜻이에요? 나는 조금 전 경찰이 보여준 사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이거 누구에요? 글세- 나는 권총을 줏어 바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딸깍하는 소 리가 나며 끝에서 불꽃이 나왔다. 라이타다. 유우꼬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분명히 단지 부랑자인 것 같아. 하고 나는 말했다. 비상선을 펴고있다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을거고… 그래서 생각한게 아닐까? 어딘가 들어가 그 흉악범인 체하면 맘먹은대 로 할 수 있다고… 그런… 어쨌건 이 녀석은 그 흉악범은 아니야. 그래도 상관은 없잖아요. 이 남자가 나빴으니까… 틀려요? 그건 그렇지. 그럼 경찰에 알려야죠. 앗! 조금 기다려. 왜요?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소파에 앉혔다. 괜찮겠어? 여기서 당신이 TV나 신문에 나게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 아 그렇가요? 유우꼬는 손을 입에 대고, 깜박했어요. 여기는 당신의 집이었지요? 그래서 문제인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물론 해결방법은 있다. 유우꼬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지만, 즉 내 가 이 남자를 죽였다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우꼬는 이곳 에 없는 걸로하고 어디 호텔 같은 데서 묵게하면 되는 것이다. 그 리고 그게 가장 문제없는 해결책임에 틀림없을 것이고… - 단지, 이 이야기는 미나꼬의 시체가 없다는 가정하에서의 이야기 다.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것을 경찰에 알렸다라고 치자, 당연히 사람을 죽였으므로 이것저 것 시끄럽게 질문당하겠지… 당연히 정당방위라고는 하겠지만, 일본재판소는 좀처럼 정당방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눈앞에서 딸을 강간하려했던 남자를 때려 죽인 아버지에게 정당방 위가 아니라 과다방위라는 죄를 내린 예도 있으니까… 이러면 법의 정의가 울어버리지 않겠는가? 내가 미나꼬를 죽인 것도 정신적인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다.(뭐 이 렇게 말해도 통하지는 않겠지만) 그런데, 무슨 얘기였지? 아, 그런가? 즉, 이런 사건이 공표되어 매 스컴따위가 찾아오면 미나꼬가 없는 것을 그 시끄러운, 간섭 잘하 는 스미타니 히데꼬도 알게될 것이다. 이건 어떻게든 피해야만 한다. 비록 경찰에 알린다 하더라도 그건 미나꼬의 시체를 어디엔가 치운 뒤의 일이다. 그렇다고 않더라도 그때까지 시체를 이곳에 방치해두고 싶지도 않 고… "있잖아요… 어떻게 할거에요?" 유우꼬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일단, 천천히 생각하지. 지금은 안돼." "그렇게 한가한 소리하시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서툰짓하다간 우 린 두번 다시 못만나게 돼." 이 말이 위력을 발휘했다. 유우꼬는 나를 끌어 안으며, "그런 것 싫어요!" 하고 뜨겁게 속삭였다. "좋아. 알았어. 침착해! 어쨌던 오늘밤은 둘다 몹시 지쳐있어. 이 럴 때는 좋은 생각이 안떠오르는 법." "그렇군요" "오늘은 자고, 그리고 내일, 말끔한 정신으로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지." 유우꼬도 납득했는지 끄덕였지만, "그래도 이곳에 시체가 있다고 생각하니 잠잘 수 없을 것 같아 요." "그런가? 좋아. 그럼 먼저 어디론가 숨기기로 하지. 어디가 좋을 까? - 지하실로 옮길까?" "그렇군요." 나중에 또 끌어내는 게 힘들겠는걸?… 하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때다. 이떻게든 되겠지. 나는 남자를 눕힌 후 양발을 겨드랑이 밑에 하나씩 끼고 끌고 갔 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계단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남자의 후두부가 쿵 쿵 하는 소리를 낸 것이다. 이제 아프지는 않을거라 생각해도 역시 싫은 일이다. 지하실로 옮겨놓고 계단을 올라오니 유우꼬가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겠어요?" "걱정마. 이제 당신은 잊어버려." 나는 유우꼬의 어깨를 안았다. 물론 그외에도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었다. 권총형 라이타는 악세사리와 같이 던져두고 남자가 사용한 식기는 유우꼬가 전부 씻었다. 안델센인어도 물론 씻고 깨끗하게 닦았지만 유우꼬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해 할 수 없이 그것도 악세사리 두는 곳에 던져 두었다. "-벌써 3시에요." 유우꼬는 시계를 보고 놀란 듯이 말했다. "아아, 피곤하다. 샤워하고 자기로 하지." "네." 그런데, 다음이 문제다. 유우꼬와 어디에서 잘까? 침실의 침대 밑에 는 미나꼬의 시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에 침대가 있는 방은 없다. "어머, 안갈거에요? 유우꼬는 응접실을 나가려하다 내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니… 어디서 잘까 하고 생각중이었어." "침실은 안돼요?" "그렇지는 않지만…" 유우꼬는 조금 쓸쓸한 얼굴이 되어, "부인 때문에 그러신다면…" "아니, 틀려!" 나는 급히 말했다. "네가 싫어할 것 같았어. 나는 전혀 상관없어." 그 장소의 분위기란 것이 있어서 그 탓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 에 없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들어갔다. 그 후에 관해서는, → 욕실에 들어갔다 → 침대에 들어갔다 → 요거 생략! - 나는 아직 눈을 뜨고 있었다. 유우꼬는 내 팔벼개를 하고 완전히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깊이 잠들 어 있다. 벌써 시간은 아침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내쪽도 어느 쪽인가하면, 상당히 지쳐 푹 잠들어야지 당연한 일이 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잠자고 있는 침대 밑에 시체가 있어 그런게 당연할 지도 모른 다. 그러나 나는 별로 양심의 가책을 받아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내일이 되면 이걸 어떻게 할까라는 구체적인 방법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라면 몰라도 유우꼬가 있으면 왠지 부 자연스럽다. 게다가 시체도 둘이나 되어버렸다. "정말 곤란하구만."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문뜩 정신을 차리니 -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밑에 층이다. "뭐야, 지금 시간에…" 나는 침대를 나와 가운을 입고 침실을 나갔다. 응접실에 들어가 울 리고 있는 수화기를 집으며, "네." "아, 사장님입니까!" 갑자기 큰 소리가 튀어나와 나는 귀가 아팠다. "누구야?" "요시노입니다." 요시노인가! (내 사설비서를 하고 있는 남자다) 25, 26살의 한창 나 이로 일을 확실히 하고 잘 알아듣지만 조금 너무 잘 알아들어 이쪽 이 피곤하다. 지금 몇시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불쾌한 소리를 내었다. 면목없습니다. 실은 긴급한 일이 있어서. 뭐야? 대체. 사모님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미나꼬의… 아버지가? 네. 오늘 아침 일찍… 그렇지만… 이쪽에는 연락이 없었어. 제가 부탁받았습니다. 옆에 있었기 때문에. 옆에? 네. 어쨌든 사모님께 전해주십시오. 장례식은- 내 귀에는 벌써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사장님. - 여보세요? 응? 아아 듣고있어. 지금 그쪽으로 마중나가겠습니다. 1시간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이봐, 기다려." 하고 나는 말했다. -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어진 상태였다. 나는 수화기를 든 채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5. 시체를 유괴하자 큰일이다. 이것이야말로 큰일로서 이런 걸 큰일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큰일이라 부른단 말인가?(이런 말 할 시간도 지금은 줄여야 한다) 미나꼬의 아버지가 죽었다. 물론 이건 살인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나도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 다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애인 하야카와 유우꼬가 갑자기 찾아오고, 다음은 도 망살인자로 자칭하는 부랑자가 침입, 그 시체를 지하실에 치워둔 후, 하룻밤만에 또 미나꼬의 부친이 급사… 이건 아무리 잘 봐주려해도 그다지 정도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불평을 해도 좋다면 모르지만. 미나꼬의 부친 상태가 나빠서 이제 위험하다던가 하는 걸 사전에 미리 알았으면 이쪽에서도 계획을 연기할 수 있었을텐데… - 어쨌건 죽여버린 미나꼬가 되살아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도 비서 요시노가 이쪽으로 오고 있 다. 그 녀석이 1시간 후에 도착한다면 분명히 1시간 후에 도착한다. 어떻게 하면 좋지? 경우가 경우인 만큼 감기로 누워 있다정도로는 속일 수 없다. 아무 리 뭐라해도 부친의 장례식을 감기정도로 안갈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미나꼬가 없다는 걸 설명할 만한 그럴사한 이유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아, 젠~장." 나는 응접실을 왔다갔다 하며 투덜거렸다. "어떻게 된거에요?" 갑자기 유우꼬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놀라자빠질 뻔 했다. "어, 어, 아, 벌써 일어났어?" 나는 급히 웃는 얼굴을 지었다. "눈을 뜨고 보니 침대 옆이 허전해서… 유우꼬는 다가와서 - (첨가해 설명하자면, 당연히 유우꼬는 네글리 제 차림으로 몸의 곡선이 드러나 보였다.) 내 목에 팔을 걸며, "당신이 어디로 가버린 줄 알고 걱정했어요~" 하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아교 비슷한 목소리로 말하며 나에게 키스 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키스를 돌려주며 말했다. "어떻게 된거죠? 난처한 표정이던데…" "뭐가? 누가?" "당신밖에 없잖아요." "아 그런가? 아니 별로 곤란한 건 없어. 단지…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몰라서…" 농담으로 말할 상황도 아니고 또 그러지도 않았지만 유우꼬는 풋하 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유쾌한 사람이군요. 전 그점이 정말 좋아요. - 뭔가 있었던 거 죠?" "응… 실은 내비서 요시노라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아~ 언젠가 굉장히 힘이 넘치는 Boy라고 말한 사람이요?" "응! 그녀석이 한시간 지나면 이곳에 올꺼야." "이렇게 아침 일찍 일을 시키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미나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아항~ " 유우꼬는 조금 눈을 크게 떴다. 이 얼굴이 또 귀여운 거다. 미나꼬가 눈을 크게 뜨면 (눈으로 샌드위치라도 먹을 건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그럼, 부인께서 곧 돌아오시겠군요?" "으-응. 뭐… 그렇게 되나?" "너무 잘 돼간다 싶었어요…" 하고 유우꼬는 조금 씁쓸한 듯이 말했다. "서둘러서 저는 떠나야겠군요…" "아니, 아직 괜찮아." 정말로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떨결에 말했다. "아직 한시간 있어. 게다가 미나꼬는 지금 있는 곳에서 당연히 그 쪽으로 달려갈테니까." "그래도- 1시간 밖에는 없군요." 라고 말하곤 유우꼬는 나에게 안기며, "또 한번 사랑해 줄 시간 있어요?" 라고 속삭였다. 비록 요시노란 녀석이 현관에 서 있었다하더라도 나는 '있어'하고 대답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재빠르게, 나와 유우꼬는 함께 2층으로 달려가 그대로 침대 로 뛰어 올라갔다. - 덕분에 다시 한번 사랑한 후에는 아직 시간이 30분정도 남아있었 다. 이제 샤워하고 준비해야겠어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그렇군… 하는 수 없지. 나는 투덜투덜 침대에서 나와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샤워를 했다. 이젯밤엔 거의 한숨도 자지 않았지만 그리 자고싶지는 않았다. 보통 때의 밤이었으면 잠자버렸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아직 미나꼬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은 것에 정신이 들었다. 유우꼬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동안, 완전히 깨끗하게 잊어먹고 있 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시체쪽도 완전히 깨끗이 사라져버려주었으 면 고맙겠는데…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 어쨌든 그 씩씩한 요시노라는 녀석을 어떻게 해서 속일까? 이건 꽤 힘든 문제다. 욕실 수건으로 몸을 씻고 욕실신발을 신고 욕실을 나왔더니 유우꼬 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좀더 느긋하게 누워있다가 가지 그래? 어쨌든 이곳은 텅 빌테니까. 아니, 텅빌리가 없지. 미나꼬의 시체, 게다가 더욱 깨끗하게 잊어먹 고 있었지만, 그 부랑자시체도 있는 것이다. 그랬더니 유우꼬는 웬지 이상한 눈빛을 하고, "저… 슬리퍼를 찾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 그런데 지금 신고 있잖아?" "침대 밑을 보니까… 있었어요…" "그것 잘됐구만." 하고 말하다 나는 순간 우뚝 멈추었다. "-부인, 침대 밑에서 자는 취미있어요?" 하고 유우꼬가 물었다. 정말이지 세상이라는 것은 예기치 못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유우꼬가 미나꼬의 시체를 발견한 것도 그 '예기치 못한 일'의 하 나지만 그걸 보고 유우꼬가 큰 쇼크를 받지 않은 것도 그 '예기치 못한 일'중의 하나이다. 당신이 죽였군요?… 하고 유우꼬가 물었다. 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내쪽이 헷갈려 버렸다. 응… 실은 그래… 하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당신의 기분. 나는 잘 알고 있어요. 하고 유우꼬는 말하곤 나에게 달려와 키스해 주었다! 영화의 라스트씬이라면 짜-안하고 풀오케스트라가 울리는 감동의 명장면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무섭지 않아? 어째서요? 당신이 부인을 죽인 것은 정당방위잖아요. 내가 말하고 싶던 것을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기쁘군. 하고 나는 말했다. "그래도… 곤란하게 됐어. 요시노가 오면 변명의 여지도 없으니까 … 당신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편이 좋아." "그럼, 당신 얌전히 자수할 작정이에요? "아니…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은 충분 히 시간이 있으니까 시체를 어떻게든 하려고 했는데 설마 미나 꼬의 아버지가 죽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해 본 일이라서…" "그런… 당신이 형무소에 갇히게 되면… 싫어요!" "거기는 나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럼 어떻게든 해야지요!" "어떻게?" "기다려봐요. 생각해볼테니…" 유우꼬는 나와 떨어져 침실 안을 왔다갔다 했다. 마치 동물원의 곰 처럼. 그렇지만 동물원 곰이 이 속도로 왔다갔다 했다간 눈도 뱅글 뱅글 돌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정신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감복했다. 무심코 보기엔 갸냘퍼 보이는 그녀가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강함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 하더라도 경찰을 상대로 맞설 수는 없는 거다. 게다가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요시노란 녀석은 벌써 이 근방 가까이 있음에 틀림없다. "있잖아요." 하며 유우꼬는 반짝하고 얼굴을 빛냈다. "잊고 있었어요. 지하에 또 하나의 시체가 있잖아요!" "응. 그 부랑자? 그게 왜?" "뭐랄까. 교묘하게 이용할 방법 없을까요?… 그 남자가 부인을 목 졸라 죽였다. 그리고 당신이 그 남자를 때려 죽었다. - 그렇게 하면 정당방위가 돼죠? 당신은 부인을 구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 다고… 당신은 조금 울어 보이면 되는 거에요." "음. 그렇게 잘 될까?" "뭔가 잘못된 점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죽인 후 한참 뒤라는 게 문젠데… 곧 경찰에 알리지 않은 건 왜지? 하고 의문을 품을 여지가 있어. 분명히." "부인을 죽인 건 몇시경이죠? "어제 저녁… 열시 지나서였나?…" "그 남자는 한밤중 - 2시경이었어요. 죽은 것은… 곧 조사하면 발각되겠군요…" "게다가 요시노에게 전화가 왔을 때, 아무말도 안한 것은 이상하 다고 생각되겠지." "그렇군요 - 그럼 부인이 없었다면… 이건 어때요?" "없었다면이라고?" "그래요. 즉, 어느 정도 날이 지나면 사망 추정시각따위는 그다지 확실히 알지 못하게 돼죠. 부인과 그 부랑자 시체를 숨겨두면 되 는 거에요." "어디에?" "이렇게 넓은 집인 걸요. 어디엔가 장소가 있겠죠?" 하고 유우꼬는 조금 짜증나는 어투로 말했다. "그- 그건 뭐 찾아보면… 그래도 집안을 수색하면 그걸로 끝이 야." "그렇군요… 부인이 없어졌다. 아주 자연스러운 이유…" 하고 유우꼬는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로서는 엄청 쪽팔리는 일이지만 유우꼬가 뭔가 생각해 주지 않을 까하고 기대하며 멍청히 서 있었다. "있잖아요 - " 유우꼬는 뭔가 생각난 듯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 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즉-" "요시노입니다. 사장님. 요시노가 왔습니다." 인터폰이 없어도 들릴만큼 큰 소리가 귀를 관통했다. "알았어. 지금 나가지-" 이런이런. 건강하고 발랄한 건 좋은데 이래가지고는 죽은 사람이라 도 편안히 죽어 있을 수도 없구만하고 불평을 늘어놓을지도 모르잖 아. 현관으로 가 문을 열기전에 나는 될 수 있는 한 피곤에 지친 사람 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흐트려 놓았다. 모자 속에 거울이 붙어 있어 남이 집을 방문할 때는 그것을 보며 머리를 다듬은 후 이걸로 작가처럼 되었군 하고 만족해 했던 것은 입셍이었던가? 뭐 어쨌든 좋아. 그런 것 쯤은…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보통체격, 보통키에 뭐랄까 광에너지를 방사하는 듯한 활력을 가진 요시노는 벌써 검은 양복에 블랙넥타이 스타일이었다. 내쪽이 아직 칠칠치 못한 가운차림인데도 그다지 놀라는 표정없이, "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음.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미나꼬의 부친은 어떻게 하다 돌아가셨나?" 응접실로 들어오며 나는 말했다. "하아, 실은 떡이 그만 목에 걸리셔서." 나는 귀를 의심했다. "떡? 그 찌면 붕하고 부풀어 오르는 떡?" "예.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으로 죽는 것은 더 연상의 할아버지들 아닌 가?" "그게… 3개를 한꺼번에 드셔서…" 딸도 유니크하지만, 부모도 유니크하다. "한심한 일이군! 그런데, 자네가 그때 어떻게 해서 옆에 있게 되 었나?" "떡집의 떡값을 좀 가져 오게하고 전화로 부르셔서." 정말이지! 요시노는 내 비서인데도 미나꼬는 쇼핑에 끌고 가지를 않나, 미나꼬의 부친은 식사비를 이쪽에 청구시키지 않나… 그건 그렇고 또 이 요시노란 녀석도 충심으로 화도 내지 않고 시키는대 로 하고 있다. "떡 먹기 경쟁이라도 한건가?" "떡 30개를 먹으면 공짜로 해준다고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하 시며 도전하신 겁니다." "그래서 먹었나?" "27개째에 목에 걸리셔서…" 이런 건 정말이지 너무 한심해서 남한테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이봐, 요시노. 사인은 어디까지나 심장마비, 내지는 뭔가로 해두 게." "하아, 그렇지만…" "뭐야?"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떡집을 소송걸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 다." "이봐, 잠깐만- 그런데 아침 일찍 돌아가셨다라는 건 뭔가?" "어제밤 9시경부터 드시기 시작해 떡집이 닫았는데도 4시간에 걸 쳐 27개를…" 그러면서 떡집을 소송걸라고 말한건가? 떡집에서 반대로 소송걸어 도 할 말 없겠다. 정말 어이없는 장인이다. "소송거는 건 그만둬. 이쪽이 쪽팔리니까." "그게 좋겠습니다."하고 요시노는 긍정했다. "그런데, 사모님은? 일 때문에 바쁘시게 될텐데요." "미나꼬는 여기 없어."하고 나는 말했다. "네?" "미나꼬는 유괴됐단 말이야." 6. 유괴금 요구 "유, 유괴말입니까?" 하고 요시노는 함참 멍하니 있다 말했다. "유괴라고 하시면… 꼬시다의 유자와… 그러고 뭡니까? '유괴'의 '괴'라고하는 자를 쓰는…" 뭐랄까 상당히 혼란하다. "맞아. 요컨대 채여갔다라는 거지." 하고 나는 말했다. "그, 그건 큰일이군요! 빨리 110번을-" "기다려. 이봐 요시노. 침착하고, 잘 들어두게." 나는 전화로 달려가려는 요시노를 당황해서 소파에 빨리 눌러 앉혔 다. "사장님! 범인한테서 유괴금 요구는 없었습니까?" "그건 지금부터야." "그럼, 곧 전화에 테이프를 작동시켜-"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지만… 언제쯤이었습니까? 유괴당한 건?" "그것도 지금부터다." "과연, 그럼 빨리 같이 유괴를-" 하고 말하더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하고 반문했다. "흠. 차분히 기분을 가라앉히게. 요시노군. 자네는 나를 위해 열심 히 일해주었지?" 별말씀을요. "사실, 미나꼬와 그 가족 일까지도 맡아서 잘 참으며 일해주었 지." "하아- 아니요. 결코 그런-" 언제부턴가 나는 요시노를 '너'가 아닌 '자네'로 부르고 있었다. "그럼 제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가요?" "미나꼬를 유괴해 주었으면 해." "그러십니까? 그럼, 즉시 중역회의를 소집하여-" "듣고 있는거야?" "유, 유괴? 제-가 말입니까?" 요시노는 눈이 둥그렇게 되어 뒤집혀지기 직전이었다. "실은… 미나꼬가 집을 나가버렸네." 나는 한숨을 쉬어보였다. "어디로 가신 겁니까?" "그걸 알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 "하아…" "남자랑 둘이서 나갔어" "그렇다면… 댄스파티에라도?" 나는 찌릿하고 요시노를 째려보았다. "둔한 놈이군! 애인이 생겨서 사랑의 도피를 한거야." "사랑의 도피! 사모님이? 누구하고입니까?" "몰라. 그러나 전부터 알고는 있었어." 나는 멜로드라마 주인공 뺨치는 심각한 얼굴로 끄덕거려 보였다. "상대가 누군가를 조사해 본다면… 이쪽이 더 비참한 기분이 들 것 같아." "지당하십니다." "어쨌든, 미나꼬는 나가버렸어…" 나는 그리움이 담뿍 담긴 어조로 말했다. 이 정도라면 나도 영화계에 유괴당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머리 를 스쳤다. "그래서 자네와 상담하는 거네." "아항…" "나로서도 처가 다른 남자와 도망간 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내기분 알겠나? 그게 알려지면 회사내에서도 알게되어 회사에 나가면 전부가 나를 보고 비웃음 지을 거 아니가? 또 몰래 뒤에 서 히히덕 거리겠지… 그런 일을 당하기는 싫은 거네… 알겠습니다. 하고 요시노는 열심히 끄덕거렸다. 이런! 단세포. 나는 이어서, 그래서 지금 미나꼬가 누군가에게 유괴되었다라고 미친 소리를 한거네. 그러면 모두 나를 동정할망정 바보취급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과연. 그 역할을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네. 저 저말입니까? 아무 걱정말게. 실제로 미나꼬는 어떤 남자와 둘이서 여행중일테 니… 자네는 단지 유괴범 흉내를 내어 협박전화만 걸어주면 돼. 그렇다면… 유괴금 요구도?… 그렇고 말고. 그게 아니면 협박할 꺼리도 없잖은가? 그건 그렇군요. 됐나? 나는 요시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덧붙여 말해두고 싶군. - 나는 요즘 미나꼬와 침실을 따로 쓰고 있었어." "그건 관심없습니다. 이혼의 소문은 대게 그런 일을에서부터 퍼지 니까요." "진짜가 아니야. 단지 이야기상이다. 그러니까 자네로부터 미나꼬 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듣고 미나꼬를 일으키러 갔더니 그녀가 없었다.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저도 찾아볼까요?" 하며 일어서려 했다. "이야기상이다! - 앉어. 그럴 때 자네가 온다. 곧이어 범인으로부 터 미나꼬를 유괴했다라는 첫번째 전화가 걸려온다. 자네는 서둘 러 경찰에 연락한다." "제가 저에게 전화를 거는 겁니까?" "첫번쩨 전화는 내 이야기만으로 족해. 문제는 점심경에 걸려오는 두번째 전화다." "그게 제가 거는 전화군요" "맞아. 자네는 미나꼬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급하다고 하며 점 심 전에 이곳을 나가는 거야. 그리고 어디선가 바깥에서 이쪽으 로 목소리를 바꾸어 협박전화를 거는 거지." "그렇게 간단하게 목소리를 바꿀 수 있습니까?" "손수건으로 수화기를 감싸든지 하면 되는거지… 그다지 길게 말 하진 말게. 역탐지될 수 있으니까." "아항 - 그런데 어떻게 협박하는 게 좋을까요?" "그건 좋도록 하게. 특별히 진짜로 유괴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 니깐. 유괴가 사실인 것처럼만 생각하게 하면 그걸로 족하겠지." "그럼, 장소, 시간은 적당히." "응. 맡겨두겠네." "돈은 어느정도를 부르면 좋을까요?" 쇼핑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을 데로 하게." "그럼 30만엔은?" "이봐! 유괴금이 30만엔? 월급을 결정하는 것하곤 다른거야. 적어 도 3천만엔정도는 말해야지." "그럼 한층 더해 3억엔 이랄지…" "그건 너무많아. - 일단, 5천만엔 정도로 해두지." "아, 오천만엔이군요. 그럼 VAT는 별도입니까? 아니면 포함입니 까? 또 일시불로 받는 걸로…" 너무 정직한 인간도 곤란한 법이다. "- 그렇지만 사장님." 일단 합의가 끝났을 때 요시노가 말했다. "그렇게 해서… 그래도 실제로 사모님이 어디선가 여행하고 계시 겠지요?" "아니면, 호텔에 있든지. 거기까지는 모르겠어." "뉴스를 듣고 놀라시겠죠?" "유괴사건은 보도하지 않아. 그리고 놀란다하더라도 상관없어. 그 쪽이 꿀리는 입장이니까." "하아- 그렇지만 유괴금을 가지고 가는, 그정도 흉내는 내야하지 않을까요? 범인이 나타나지도 않고, 그 상태로 연락도 끊어지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유괴범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따위는 이쪽이 알 필요도 없지. 또 경찰이 수상히 여겨도 특별히 이쪽에서 설명할 필요는 없으 니까." "과연." "알았나?" "잘모르겠습니다." 나는 거의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지만 뭐랄까 자기자신을 격려하며, "좋아! 어쨌든 경찰에 전화다." 하고 힘있게 (솔직히 말하자면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었지만)말했다. "걱정되시겠군요." 하고 그 남자는 나에게 동정을 하는 것 같았다. "별 말씀을요." 나는 처를 유괴당한 남편으로서 어울리게 보이도록 수염도 깎지 않 고 다소 초조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저는 소에다라고 합니다." 형사치고는 붙임성있는 남자였다. 아니, 나는 그다지 형사와는 알지 못했으므로 인상이 나쁘고 붙임성없는 형사는 소설이나 TV속에나 있는 것으로 실제로는 모두 이 정도로 붙임성이 좋을 지도 모른다. 소에다라고 하는 형사. 연령은 어림잡아 40정도 일 것이다. 제대로 된 몸가짐으로서 형사=지저분 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 었다. "범인은 점심지나서 또 전화한다고 말했지요?" "네. 경찰에 알리면 목숨은 없다라고… 그렇지만…역시 이건 시민 의 의무니까." "신뢰를 져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소에다 형사가 끄덕였다. 응접실은 지금 난리가 아니다. 형사들이 전화에 테이프레코더를 붙 이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봐, 아직인가?" 하고 소에다형사가 말을 걸었다. "이제 됐습니다. 언제라도 걸려오면 테이프에 녹음될 겁니다." "OK, 그럼 기다리지." "아무것도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어쨌든, 기술자가 전부 쉬고 있어서요." "아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하며 소에다 형사는 소파에 앉았다. "-사장님." 하고 요시노가 말을 걸어왔다. "아아, 자네는 이제 그쪽으로 가주지 않겠나. 나와 미나꼬의 일은 병이 들었다고 하든 뭐라고 하든 잘 말해주게." "잘 알겠습니다." 요시노는 바보스러울정도로 정중히 머리를 숙이고 나갔다. "-부인도 불운하시군요. 아버지도 돌아가신데다가…" "정말 그렇습니다." "뭔가 짐작되는 사람은 없습니까? 최근 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거나…" "글쎄요…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부인이나 당신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은 없었습 니까?" "뭐, 사장이라는 직책이 다소는 사람들에게 원망을 살 수는 있겠 지요." 하고 나는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아내도- 어쨌든 누구에게도 사랑받는 성격으로 아내를 원망하는 인간은 오히려 그 사람이 미쳤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 나는 근본이 정직한가 보다. 그 후 소에다형사는 나에게 미나꼬의 일을 이것저것 물었다. 형식 적이라 크게 중요한 것은 없었지만, 열심히 정색하고 메모했다. 좀 한가한건지 아니면 전화를 기다리는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 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요시노가 나간지 30분이 지났다. "벌써 점심이군요." 하고 소에다형사가 말한 순간 전화가 울렸다. 응접실에 있던 형사 들이 일제히 긴장하며 일어섰다. "침착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소에다 형사는 말했다. "자- 어서-" 나는 살짝 수화기를 집었다. "여보세요." 하고 나는 말했다. "이케자와씨인가?" 낮은 남자의 목소리. 깜짝 놀랐다. 요시노녀석 진짜 하잖아? "그렇다." "부인을 보관하고 있지." "요구사항을 말해라." 상대방이 낮게 웃었다. 그 소리는 정말 유괴범같은 음흉한 웃음이 었다. 이녀석 정말 아카데미상 감이다. "돈을 준비해." "오늘은 토요일이라 벌써 은행은-" "알고 있어. 이쪽은 급하지 않으니까. 월요일에 일억엔 받도록 하 지." "일억?" 요시노 짜식. 이야기가 틀리잖아? 할 수 없다. 이쪽에서 맞추는 수 밖엔… "알았다." "이번은 여기까지다. 또 저녁에 전화하지." 전화가 끊겼다. "안되겠군." 하고 소에다형사는 머리를 흔들었다. "시간이 짧아 역추적은 무리였습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것. 정말로 요시노의 목소리였나?… 7. 침대 밑에서 수면 나는 유괴라고하는 것은 아주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죽은자를 유괴하는 것만 해도 큰일이다. 하물며 살아있는 사람을 유괴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어쨌든 죽여버린 부인을 유괴한다라는 계획을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이걸로 유괴금을 지불하면 그 돈은 또한 내가 갖게 된다. 이건 탈세할 수도 있지 않은가? 뭐 그런 일은 어쨌든 좋아. 오늘 들은 범인 목서리. 들으신 적 없습니까? 하고 소에다형사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론 그건 요시노란 녀석이 지어낸 목소리…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혹시 요시노 녀석에게 숨겨진 복화술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확인해 봐야지. 생각나지 않는군요. 하고 나는 소에다형사에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떻게…라니요? 나는 대답이 궁해졌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경찰이 해야할 일이잖은가? 이쪽에 물어보면 곤란해. 무엇 때문에 우리가 비싼 세금을 내고 있는가! 점점 화가 나서 나는 소에다형사를 계속 째려보았다. 저쪽도 이유도 모른채 내가 째려보니 놀랐겠지… 즉, 그… 유괴금은 지불하실 겁니까? 아 아, 그일 말입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요. 겨우 오천만엔 정도로 사랑하는 처를 두눈뜬채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랑하는 은 좀 오버했나? 오천만엔? 일억엔이지 않았습니까? 낭패다! 요시노와 입을 맞춘 게 오천만엔이어서 그만 그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정말 요시노녀석 제멋대로 금액을 올리다니! 그, 그렇습니까? 물론 일억엔입니다. 그만 그…- 2회에 걸쳐서 지불할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서… 유괴금을 분할지불한다는 소리는 그다지 못들어 봤습니다만. 하고 소에다는 말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많은 금액이군요. 저는 그 십분의 일도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마누라가 인질이 되었다고 해도. 그렇다면 방관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나는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부인과 사이가 안좋으신가 보군요? 아니요. 전혀. 실은 상당히 좋은 아내지요. 얼굴은 평범하지만 가계부를 쓰는 건 천하일품입니다. 게다가 냉동식품을 전자렌지로 데우는 데에 한해서는 가히 천재적이지요. 그다지 이상적인 부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해도 이 형사도 좀 바뀌어 있다. 유괴사건을 조사하러와서 부인 일따위나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다니. 다음 전화는 저녁이라고 했지요? 돌연 사건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동안 조사해 두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만. 화장실이라면 저쪽안입니다. 아니오… 사건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개 처를 유괴당한 남편과 형사의 대화치고는 긴박감이 빠져있지만 뭐 현실은 TV드라마처럼은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은 좀 특별납니다. 어떤 뜻입니까? 즉 유괴라고는 하는 것은 보통 외출중에 덮치는 게 일반적입니다. 사람이 없는 길이라던가, 산속이라던가. 미나꼬는 산을 싫어했습니다. 벌레에 물리면 금방 붇곤했지요. 피부가 약해서요. 낮짝은 두꺼웠다. 뭐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주택에서 유괴되었다라고하는 것은 상당히 진기한, 저도 들은 일이 없는 사건이라는 거죠. 과연. 이 형사. 바보처럼 보이지만 꽤 날카로운 면도 있는 걸? 게다가 혼자있었다면 몰라도 주인과 함께 있었는데 유괴되었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요, 함께 자지는 않았습니다. 침실은 별개로 쓰고 있거든요. 호오. 소에다형사는 흥미가 끌리는 모양으로 그러면, 뭔가, 그- 부부사이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거나. 하고 조금 의심스런운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아뇨.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말했다. 실은 - 미나꼬는 상당히 델리케이트한 성격이어서 제가 그 - 조금 이을 갈면서 잘 때가 있기 때문에 침실을 따로 쓰고 있는 겁니다. 네, 그런 이유군요. 소에다는 긍정한 후 그럼, 그 부인의 침실을 좀 보고 싶습니다만. 그러시다면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일어섰다. 물론 이렇게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언제 이 말을 할까 기다리고 있을 정도 였으니깐… 2층에 올라가 나는 침실문을 열었다. 여기가 미나꼬의 침실입니다. 과연- 그때 그대로입니까? 예. 손대지 않았습니다. 난폭하게 군 흔적은 없군요. 하고 소에다는 방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분명히 총인지 뭔지에 맞았겠지요.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범인은 어디에서 들어왔을까요? 글세- 그건… 아마 어딘가 창문이랄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소에다형사는 문뜩 생각난 듯이 그런데, 당신의 침실은 어디입니까? 하고 물었다. 이 반대편 방입니다. 보시겠습니가? 상관없습니다만. 나로서는 오히려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예상해서 요시노와 둘이서 사용하지 않던 침대를 열심히 옮겨 즉석 침실을 한 개 만들었던 것이다. 역시 인간이 고심해서 만든 것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꼭 좀 보고 싶군요. 하고 소에다형사는 말했다. 그럼, 이쪽으로. 나는 복도로 나와 반대편 문을 열려고 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소에다형사가 말했다. - 지금, 12시 30분입니다. 점심 식사시간입니다. 죄송합니다만, 국수든 뭐든 좀 시켜주시겠습니까? 그방은 점심 먹은 후에 보기로 하지요. 하고 재빨리 계단쪽으로 가 버렸다. 나는 황당해서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일본경찰은 이렇게 해도 좋은 것인가! 일단 일억엔의 유괴금을 지불하려고 했으니 모밀소바로는 어쩐지 어색해서 이중장어덮밥을 주문했다.(일본에서 상당히 비쌈) 형사들은 엄청 기뻐하며 아 한잔하고 싶구만. 따위로 이야기를 해 소에다형사에게 핀잔을 들었다. 현관차임벨이 울렸다. 나가보니 요시노가 서 있었다. 이봐, 어떻게 된거야? 하고 나는 물었다. 요시노의 머리카락은 엉망진창, 넥타이는 구부러져있고 상의 소매에는 진흙이 묻어있어 꽤 심한 상황이었다. 면목 없습니다. 사장님. 하고 요시노는 머리를 숙였다. 말씀하신대로 전화하려고 했습니다만- 이봐- 이런 곳에서- 하고 나는 당황하여 현관을 나가 문을 닫았다. 안에 있는 형사들이 듣잖은가? 죄, 죄송합니다. 요시노는 완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찌된거야? 대체. 저… 차가 도로변에 처박혀서… 차가? 예. 그렇습니다. 아니, 무모한 운전은 아니었습니다. 눈앞으로 갑자기 자전거가 튀어나와서 급브레이크를… 상처는 안입었나? 다행히 무사했습니다. 자전거쪽이 시원한 얼굴로 가버려서… 정말로 뻔뻔스런운 녀석… 그런가? 큰일했구만. 하고 나는 위로했다. 그러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걱정안해도 돼! 그 유괴범은 명연기였어. 요시노는 멍청하게 서 있다가 저… 유괴범이라면… 저는 걸지 않았습니다만. 그래? 뭐 어쨌든 됐어.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서… 엥? 지금 뭐라고 했나? 전화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고 덕분에… 그런 바보같은! 그렇지만 협박전화는 걸려왔단 말이야! 제가 아닙니다. 그럼… 그건 누군가? 나와 요시노는 한참 아연히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유를 모른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일이건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나도 학창시절 항상 수학시간에 그런 기분을 느끼곤 했다. - 마음대로 차를 주문했습니다만. 응접실로 돌아오자 소에다형사가 즐거운 듯 말했다. 마치 무언가 파티라도 열고 있는 느낌이다. 예. 좋으실대로. 하고 말하고는 나는 혼자 이층으로 올라갔다. 사태는 생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좋단 말인가… 미나꼬 유괴계획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유우꼬 외에는 요시노밖에 없다. 그러나 그 전화를 건 것은 분명히 유우꼬도, 요시노도 아니다. 이런 일도 있단 말인가! 하고 나는 자포자기해 중얼거렸다. 혼자서 침착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 유우꼬가 생각해주었으면 했다. 지금 유우꼬는 없다. 적어도 흉내내는 척이라도해서 좀 쉬고 싶다라고 쓸쓸한 생각을 한 것이다. 이층으로 올라가 약간 주저한 후 조금 전에 들어갈려다가 그만둔 <내침실>의 문을 열었다. 뭐 해둔 일은 잘돼 있겠지. 일단 침실로서는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갖추어져있다. 나는 의자 하나에 걸터 앉았다. - 여기에 유우꼬가 있어주었다면… 나로서도 유우꼬가 빠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을 이렇게 통감하며 느낀 적은 없었다. - 유우꼬. 하고 나는 소리를 내 중얼거렸다. 왜요? 응. 좀 상담할 것이… - 나는 뒤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문에서 유우꼬가 살짝 엿보며 서 있었다. 유우꼬! 어떻게 된거야? 쉿! 그렇게 큰 소릴내면- 하고 타이르며 안으로 들어와 문을 받았다. 밑엔 형사가 있어. 알고 있어요. 제대로 인사하고 돌어온걸요? 인사? 저는 당신의 비서에요. 사모님이 아버지 장례식에 안오시길래 보러왔다하면 조금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그건 그렇구만. 어떻게 된거죠? 유우꼬는 내곁으로 다가와서 키스해 주지 않을래요? 하고 속삭였다. 물론 상담할 일이 있지만 키스가 5분, 10분 걸리는 것도 아니잖는가? 나는 유우꼬를 끌어 안았다. - 있잖아요. 유우꼬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뭔가 이상해요. 그렇지? 계획이 예정하고는 완전히 틀어져버렸어. 얘기해봐요. 내가 상황을 설명하자 유우꼬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상하네? 그런 일을 누가?… 확실히 모르겠어. 두손 들었어. 힘내요! 문제 없어요. 들킬리도 없고. 유우꼬의 말은 어떠한 드링크제보다도 활력을 되찾게 한다. 음- 조금 생각해 봤는데… 뭔데? 요시노라는 사람 신용할 수 있어요? 요시노? 그야, 조금 믿음직스럽지는 않은 녀석이지만 이상한 일을 계획할 녀석은 아니야. 그럴까요? 유우꼬는 생각하며 당신도 요시노씨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돼요. 겉으로 보기에 뭔가 모자라 보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빈틈없는 사람일지 모르지요. 요시노가? 설마하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 설마 가 간혹은 현실이 되는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들 외에 계획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은 요시노씨 뿐일 걸요. - 요주의 대상이죠. 과연. 그럼 어떻게 하지? 당분간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얼굴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는 편이 좋겠어요. 제가 조심할테니까. 부탁할게. 당신이 믿음직스럽군. 나도 한심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러나 유우꼬 없이는 아무일도 되지 않는다. 저, 밑에서 유괴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처럼 해 보였어요. 여기서도 형사들에게 차정도는 내어주어야 하니까 저도 여기 있는 걸로 하겠어요. 그것 정말 잘 되었군. 하며 나는 유우꼬를 끌어안으려했다. 안돼요. 하며 유우꼬는 웃으며 빠져나갔다. 이럴 때 형사가 들어오면 어떡할려고 그래요? 실례했습니다하고 나가겠지 뭐. 유우꼬는 가볍게 웃고 내손에서 살짝 빠져나가자 요시노와 함께 옮겨온 침대에 앉았다. 잘 해냈군요. 이방. 그렇지? 땀좀 뺐지. 이 침대 새거에요? 아니, 옛날 내가 쓰던거지- 잠깐. 유우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가로 막았다. 저 거울… 응? 거울에 이 침대가 비춰지고 있어요. 그거야 거울이니까 안비춰지면 그게 더 곤란하지. 뭔가 있어요. 침대 밑에. 침대 밑? 이봐 그만해둬. 미나꼬의 시체를 벌써 치워두었어. 한번 들여다봐요. 유우꼬의 목소리는 정색 그자체였다. 나는 할 수없이 바닥에 무릎을 대고 침대 밑을 살펴보았다. 그다지 만나도 기쁘지 않은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 그 부랑자가 있었던 것이다. 8. 슬픈 별 밑에서 누눈가가 우리 하는 일을 어디에선가 보고 있어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과연 유우꼬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건 그럴 수 밖에… 지금 지하실에 있어야 할 부랑자 시체가 2층으로 올라와 있으니까- 그런데다 하필 침대 밑이다. 침대는 별개의 것이지만 미나꼬의 시체를 숨긴 것도 침대 밑이었다. 그렇다면 이짓을 한 녀석은 미나꼬를 해치운 일을 다 알 것 아닌가라고 생각될 수 밖에… 저.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죠.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분명히 이 시체는 지하실에 있었지요? 틀림없어. 당신도 봤잖아? 네. 그것이 어느센가 이쪽으로 옮겨져 있다. 누군가가 분명 옮긴건데… 시체가 혼자서 걸어왔을리도 없고요. 응. 그렇다고 하는 건… 우리들이 계획을 세우고, 부인 시체를 지하실로 옮긴 후 누군가가 이짓을 한 거에요. 분명히- 그렇겠죠? 과연. 나는 긍정했다. 잘 모르겠어. 요시노에요! 그밖에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요시노가… 그렇죠? 내 힘으론 아무리해도 저 무거운 시체를 옮길 수는 없는 걸요. 설마라도 당신이 했을리는 없어. 그러면 이제 요시노씨밖에 없잖아요. 과연… 그녀의 설명은 실로 이론적이고, 명쾌해서 나와 같은 비논리적인 인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요컨대 나쁜 것은 요시노란 녀석인 것이다! 요시노를 해고시키지. 라고 나는 말했다. 금방 경영자적인 발상을 하시는군요.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 하고 유우꼬는 엄하게 말했다. 그러나 같은 엄한 말이라도 미나꼬와 유우꼬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미나꼬의 경우는 나에게 살의를 일으키지만 유우꼬의 경우는 끌어안고 키스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내가 조금 이상한가? 요시노씨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그리고 목적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십중팔구는 돈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요… 월급을 두배로 올려줄까? 하고 나는 또 경영자적인 발상을 했다. 아마 요시노씨가 진상을 알아차린 것 같아요. 부랑자 시체를 발견했다고 하는 것 부인의 시체도 발견했다는 뜻이죠. 그래서 당신 계획을 도우는 척 하면서 입막음 돈으로 유괴금을 가로챌 작정이에요. 이 시체를 일부러 끌고 온 것도 분명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한 거죠. 그런가- 은혜도 모르는 자식같으니라고! 죽을 때까지 승부닷! 이번에는 TV시대극 영향인 것같다. 아무래도 나의 너무 섬세한 감수성은 곧잘 영향을 받아버리는 듯하다. 이를테면 고감도 안테나 같은 거다. 안돼요! 모르는 척 해서 하는 짓을 계속봐야해요. 알겠어요? 그렇지만… 배반자를 알고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을정도로 나는 닳아빠지지 않았다. 순정파인 것이다. 스스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알겠죠? 유우꼬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키스했다. 이걸로 몰라 하고 말할정도로 나는 비뚤어지진 않았다. 솔직파인 것이다. 알았어. 하고 말하고는 다시한번 유우꼬에게 키스를 했다. 그때 죽이는데요. 두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놀라 뒤돌아보니 언제부턴지 문이 열려있고, 양복차림의 남자가 빙글거리며 서 있던 것이다. 아니요, 제게 신경쓰지 마시고 하던 일 계속하시죠. 남자는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 당신, 형사군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그런가…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소에다형사의 부하중 한명이다. 조금 인상이 나쁜 형사였다. 문을 열 때 노크정도는 해도 좋지 않소. 나는 그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으므로 다소 이때 좀 상황이 다른가? 따위를 생각하면서도 일단 불평을 하기로 했다. 그건 실례… 형사쪽도 조금도 면목없어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짓을 할려거든 문에 열쇠를 잠그던가 조심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과연. 그건 맞는 말이다. 아니, 감동할 상황이 아니다. 이 남자는 나와 유우꼬가 키스하고 있는 것을 봐버린 것이다. 그것은 즉 나와 유우꼬가 애인사이인 것이 발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연인이나 부부이외의 남녀가 키스할 때에는 상업상 필요한 배우 등을 제외하면 그다지 없으므로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또 이것은 미나꼬를 유괴한 것도 실은 나와 유우꼬가 아닐까하고 의심받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미나꼬를 결코 유괴하지 않았다. - 죽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걸로 경찰이 납득해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 … 형사님. 무엇을 말해야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일단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형사쪽은 나따위는 무시하는 듯 야아. 몰라봤는걸. 하고 실례스럽게도 친숙한 어투로 유우꼬에게 말을 걸었다. 네? 잊었나? 아니면 잊은 척 하는 거야? 치에. 유우꼬가 꿀걱하고 침을 삼켰다. 당신은… 오다… 맞아. 그때는 제복을 입고 있었지. 기억났어? 뭐라해도 기분 나쁜 녀석이다. 그녀를 치에니 뭐니 마치 만화주인공 이름 같은 걸로 유우꼬를 부르다니… 밑에서 봤을 때 어디선가 본 얼굴이라 했어. 곰곰히 생각하다 겨우 알았지. 뭐야? 새침떨건가? 오다인지 뭔지같은 그 형사는 극히 천박한 품성을 생각시키기에 충분한 천박한 웃음을 내서 천박하게 웃었다. 이 천박한 놈! 당신도 출세했군요. 후 조금은. 오다는 어깨를 움츠리며, 그렇지만 이쪽 사람처럼 억이라는 돈을 턱하고 내놓을 정도까지는 어림도 없지… 하고 내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정말 예의도 모르는 놈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야카와 유우꼬로 이름을 바꾸었군.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야? 하고 뻔뻔스럽게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그만둬 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착한 척 할 필요없어. 가짜이름까지 써가며 애인 역할하는 주제에… 게다가 그 부인은 유괴되어있지. - 우연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걸… 유우꼬는 잠자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융통성이란 걸 알게 되었지. 하고 오다는 말했다. 인생은 돈이다라는 걸 몸속깊이 느끼고 있다구! 조건에 따라서 눈감아 주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지혜아니겠어? 너에 대해서도 금방 소에다에게 보고따위는 하지 않아. 너쪽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테니까. 고마우신 말씀이군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오다라는 형사는 정말 TV악역전문배우와 완전히 똑같은 웃는 얼굴을 보이며 나갔다. -뭐야! 지금 저 남자는…? 세금으로 처먹고 있는 주제에. 정말 기분 나쁜 녀석이군. 유우꼬는…하고 보니 조금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 앉으며 푹하고 고개를 떨구며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 된거야? 하고 나는 말을 걸었다. 기분이 좀나뻐? -이제 끝장이에요. 하고 유우꼬는 울먹이며 말했다. 끝장? 뭐가? 저말이에요. - 이제 만날 수도 없어요. 저. 무슨 소리야? 저 남자가 말한데로… 하야카와 유우꼬는 가명이에요. 가명이라면… 본명의 가짜? 조금 번거로운 설명이었지만 유우꼬는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본명은? 미즈노 치에라고… 애인의 이름이 갑자기 바뀐다는 것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든다. -미즈노치에. 미즈노치에. 미즈노치에. 열심히 머리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저- 옛날에… 비행소녀였어요. 비행?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로 다른 여자랑 놀아나서 어머니는 그만 병이 드시고… 저는 그런 집이 싫어 가출해서 생활했어요. 그래?… 그래도 그건 사회가 나쁜거야. 그렇게 말해주시니 더 괴롭운데요. 저… 나쁜 짓하다가 붙잡혀서. 그때 저 오다라는 남자가 담당이었어요. 그래서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군. 그래요. - 그래도 저… 마음 고쳐먹고 그때부터는 아무 나쁜 짓도 안했어요. 정말이에요. 물론 믿고 있어. 그렇지만 만약 제가 가명을 쓰고 있는 게 알려지면 제가 의심받게 돼요. 그건- 분명해요. 당신에게까지 폐끼치게 될 거에요. 우리 헤어져요. 무슨 말 하는 거야! 나는 당신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그사람 말하는 것 들었죠? <인생은 돈이다>라던가 <사물을 잘 보게 되었다>거나 - 요컨대 돈을 주면 가만히 있어주겠다는 의미이죠. 형사가? - 그녀석 정말 꽤심하군! 이쪽도 사람을 죽였으니 그다지 거만할 수는 없지만 역시 형사가 입막음돈을 요구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가 없어요. 이쪽 약점도 잡혔고. 그럼 어떻게 하지? 유우꼬는 - 아니 미즈노치에는 한참 생각한 후 이윽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도 죽여버리는 수밖에 없어요. 9. 시체를 움직이다 하야카와 유우꼬 즉, 미즈노 치에의 말은 나를 놀라게 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아무리 무엇이라 하더라도 귀엽고 내가 사랑하는 유우꼬가 (아니, 치에가 어쩐지 이름이 갑자기 바뀌어서 잘 붙일 수 없는 걸…) 설마… 그 사람도 죽여버리는 수밖에 없어요. 따위의 대사를 입에 담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뜬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전장 8번부터 계속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눈알이 원래대로 잘 안돌아온다… 있잖아. 유우꼬- 아니, 치에인가? 싫어요! 치에 이런 식으로 부르면 다른 사람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요? ***일본에 치에라는 유명한 사람이 있나보다*** 아 그런가? 이제 저는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치에가 아닌걸요… 하야카와 유우꼬에요. 과연. 그녀가 말한대로이다. 그럼 이제부터 또 그녀의 이름은 하야카와 유우꼬로 되돌아 온 셈이군. 그래도… 말이야, 상대는 형사란 말이야. 어떻게 죽일려고 그래?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죠. 하고 치에- 아니 유우꼬는 말했다. 아이~ 귀찮어. (자꾸 이름이 바뀌니까 헷갈리잖아!) 나는 지금까지 처 미나꼬를 죽이고, 그 부랑자 시체를 처리한 후 유괴사건을 계획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해왔다. 뭐랄까. 벌써 한권정도의 자서전을 출판할 수 있을 것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도 <형사를 죽이는 방법>이라는 것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금방 몇개정도의 방법은 생각났다. 그 오다라는 형사가 있는 곳에 가서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 죽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부탁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하긴 이것으로 상대방이 죽는다면 이쪽이 오히려 놀라버리겠지만… 어쨌든 분명히 해둘 일이 있어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라는 건가? 아니요. 이 집안에서는 지금 그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거죠. 형사가 저렇게 왔다갔다하니 여기서 사건을 일으킬 순 없어요. -그걸 생각하면 오다형사에 대해서는 2단계로 대응할 필요가 있죠. 유우꼬는 어느 틈에 회의라도 하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첫째는? 제 1단계는 당분간 저쪽이 말하는 데로 해서 입을 막는 방법이죠. 둘째는? 형사들이 철수해서 괜찮게 되면 무언가의 방법으로 오다를 죽이는 거죠. 유우꼬는 마치 한 케익을 굽는 방법이라도 설명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다음은 접시에 올려놓습니다라고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저~ 저를, 악녀라던가 무서운 여자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유우꼬는 내 가슴으로 몸을 던져왔다. 저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무서워 견딜 수가 없는 걸요. 이렇게 떨고 있잖아요. 분명히 내 가슴에 안겨 유우꼬의 가슴이 가늘게, 사랑스러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제 저 따위는 싫어지신거죠? 말도 안돼! 나는 힘을 주어 그녀에게 키스했다. 우리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거추장스러운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제거하지 않으면!… 그걸 위해선 마음을 귀신처럼 먹고 그 형사를 죽일 수 밖에는 없어요! 그 형사를 죽이는 거라면 귀신처럼 먹지 않아도 돼. 쥐정도로 충분하니까. 하고 나는 말했다. 유우꼬는 웃으며 키스해 주었다. 정말 믿음직스러워요. 사랑해요. 이렇게 말을 듣고도 사람 한명쯤 죽일 수 없는 녀석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어지는구만! 그럼 빨리 가서 죽이고 올께. 하고 나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잠깐! 지금은 안돼요! 유우꼬가 당황하며 내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괜찮아요? 어쨌건 당분간은 저 형사를 구워삶아야해요. 어떻게 해서? 그건 제게 맡겨둬요. 제가 재주껏 하겠어요. 이 대사를 들으니 나는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은 아이처럼 안심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부랑자 시체인데. 하고 유우꼬는 웅크리고 앉아 침대밑을 엿보았다. 아직 있어? 죽었으니 어디로 갈리가 없잖아요. 유우꼬는 일어서며 -이방, 벌써 형사들이 봤어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직. 점심먹은 후에 보기로 해서. 그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조사하면 한눈에 발견될 테니까요. 나로서도(나야말로 인가?) 멍청했다.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그럼 어떻게 하지? 난처하네… 벌써 밑은 슬슬 식사가 끝나갈지도 몰라요. 지하실로 끌고 가지니 1층을 통해야만 하니 위험하고… 어딘가 일시적으로 넣어두어도… 그렇지만 서랍에는 안들어 갈 것같고… 맞아요! 하고 유우꼬가 손바닥으로 딱 소리를 냈다. 부인 침실은? 조사했어요? 응, 조금전에. 그럼, 그곳이 좋겠군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한번 조사한 곳이 제일 안전한 법이에요. 과연. 유우꼬는 천재다하고 나는 감탄했다. 그럼 미나꼬의 침대 밑에? 그게 가장 좋겠어요. 좋아, 옮기자. 빨리 하는 게 좋겠어요. 둘이서 끌어당기니 꽤 편했다. 부랑자 시체는 가볍지는 않았지만 이제 대부분 경직되어서인지 묵직하지는 않아 오히려 취급이 편하다. 문앞까지 당기고 가서 기다려봐요. 하고 유우꼬가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보았다. -괜찮아요. 이렇게 해서 복도로 부랑자 시체를 끌어냈다. 유우꼬가 맞은편 문을 열고 빨리! 빨리! 재촉했다. 그래서 부랑자 발을 한발씩 잡고 미나꼬의 침실로 당겨넣으려 할 때, -사장님, 거기계십니까? 하는 소리가 났다. 요시노가 계단을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저자식! 사람 방해만 하는 녀석이라니까! 빨리! 하고 유우꼬가 소리를 낮춰 안으로 넣어요! 빨리! 그러자 갑자기 부랑자 시체가 더 무겁게 느꼈졌다. 질질 소리를 내며 부랑자 시체가 미나꼬의 침실 안으로 - 요시노의 머리가 보이고 있다. 이대로 둬요! 유우꼬와 내가 복도로 뛰어나가 문을 닫는 것과 요시노란 녀석이 얼굴을 내민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 이쪽에 계셨습니까? 이쪽에 계셨습니까가 아니야 이 자식아! 나는 요시노를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이런 사태로 우리를 끌어넣은 것은 이 요시노임에 틀림없었다. 왜냐? 유우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분명했다. 침착해요. 유우꼬가 속삭였다. - 나는 순간 멈짓했다. 그렇다. 지금은 평정을 가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무슨 용무인가? 요시노군. 조금은 어색한 어투가 섞였다. 밑에서 그 형사가 부르고 있습니다… 알았네. 내려가지. 저는 차를 다시 타드려야겠어요. 하고 유우꼬는 먼저 계단을 가볍게 내려갔다. 사장님 어떻게 되신겁니까? 하고 요시노가 말을 꺼냈다. 어떻게라니? 숨을 몰아쉬고 계셔섭니다. 으 응… 지금 조금 생각하고 있어서 피곤해진거야. 그렇습니까? 나는 요시노와 같이 계단을 내려오며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하고 말했다. 협박전화를 건 게 누군지… 하고 요시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녁에 다시 한번 걸려올테니깐. 이번에 무슨 연락일까요? 내가 알리가 없잖아? 묘하군요. 하며 요시노는 번번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 이 너구리! 지금 보는대로야!하고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응접실에 들어가니 소에다형사가 와서 정말 잘 먹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런 말 하려고 부른건가!? 실은 범인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전원이 여기 있어도 필요없으니 둘만 남기도 다른 사람들은 일단 철수하려고 생각합니다만. 돌아가시는 겁니까? 나는 극히 의외였다. 불쌍한 미나꼬가 지금 어디서 어떤 수모를 받고 있을지 모를 때에… 아니요, 물론 조사는 진행합니다. 하고 소에다형사는 당황하여 말했다. 저녁 일찍 이쪽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면 범인으로부터 다음전화 시간에 맞을 겁니다. 하고 소에다는 시계를 보고 말했다. 물론 만일 그 전에 범인한테서 전화가 와도 남은 두명이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어느 분이… 이께야마라는 형사와 오다 두명을 남겨놓고 가겠습니다. 오다라고? 그, 유우꼬를 공갈협박하는 저질 형사가 아닌가? 둘다 베테랑 형사입니다. 안심하고 맡겨두시기 바랍니다. 하고 소에다가 말한다. 농담이 아니야! 정말! 나는 형사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는 유우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유우꼬는 극히 가라앉은 침착한 모습으로 차를 따르고 있다. 정말 대단한 강심장이다. 저- 사장님. 하고 요시노가 말했다. 뭐야? 저는 어떻게 할까요? 좋을대로 해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다려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녀석이 나를 배반했다면 눈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편이 안심된다. 여기 있어주면 조금 위안이 되겠는데.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심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아- 잊고 있었습니다. 하고 소에다가 말했다. 사장님 침실을 조금 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다면. 하고 나는 말하고는 앞에 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시체도 제대로 치웠고. 라고 그만 말하고 싶어졌다. - 나는 장난꾸러기인가?… 방이 그렇게 넓다니 대단하군요. 하고 소에다가 말했다. 제방은 여기에 비하면 성냥각이지요. 소에다가 미나꼬의 침실문을 열려고 했으므로 나는 당황했다. 부랑자 시체를 문 바로 앞에 놔둔채이다. 저- 이쪽입니다. 제방은. 아, 이것 실례. 열려던 문을 소에다는 닫으며, 지독한 방향 음치라서요. 잘도 지금까지 형사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맞는 말이다! 이쪽의 심장에도 안좋지 않은가? 나는 내 침실 문을 열었다. 소에다형사 일동이 일단 철수하는 것을 전송하고 나는 응접실로 되돌아갔다. 이께야마는 아직 젊은 형사로 그 오다가 소파에 퍼질러누워 잡지따위를 뒤적이고 있을 동안에도 전화의 녹음장치를 점검하거나 했다. 같은 형사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건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지. 나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미나꼬의 침실 문을 여니, 유우꼬가 서 있었다. -그건? 저 혼자 치워두었어요. 유우꼬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큰일이었겠군! 어떻게 되는 거에요? 맞닥뜨리면. 유우꼬는 침대에 앉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글쎄요… 먼저 상대방이 뭘하는지 봐야겠죠? 범인이 저녁 때 전화로 뭘 말해주든지… 돈은 월요일이 아니면 꺼낼 수 없어. 저쪽도 그건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왜 전화를 하는 걸까요? 역탐지위험도 있는데. 그러게 말야. - 그렇지만 전화를 다시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분명히. 그건 기다릴 수밖에 없군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그것보다 오다와 이야기해두지 않으면… 무언가 결심했을 때 유우꼬의 얼굴은 엄하다. 내 팔안에서 응석부릴 때의 유우꼬하고는 다른 사람같다. 그러나 이 유우꼬도 또한 매력적이었다. 이케자와씨.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비슷한 이름의 이케야마형사다.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문을 열었다. 전화입니다! 울리고 있어요. 받아보십시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어쨌든 빨리! 나는 재촉받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10. 없어진 형사 정말 면목없습니다. 하고 이케야마형사는 머리를 긁었다. 뭘요. 상관없습니다. 나는 극히 관대함을 보였다. 와하하. 하고 웃으려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부인이 유괴되어 있는 상태였다. 웃으면 곤란하지 하고 생각해 와 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케야마형사가 사과하고 있는 이유는 급히 서둔 전화가 주식을 좀 사시지 않겠습니까?하는 세일즈맨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요즘 세일즈맨들은 점점 낮두꺼워지는 것 같은걸? 나는 응접실에서 나가려했다. 실례- 하고 오다가 질질끌며 말을 했다. 이봐 이케야마. 옛. 커피가 필요할 시간이구만. 그렇군요. 자네 잠깐 차타고 가서사와. 커피를… 말입니까? 이앞의 편의점에서 팔고있어. 그렇지만… 전화가… 내가 있잖아. 안심해. 이따위것 혼자로 충분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이케자와라는 젊은 형사는 말하는대로 집을 나갔다. 차 엔진소리가 멀어져간다. -좀 앉으시죠. 하고 오다가 말했다. 제게 말이라도? 물론이지요. 아닐 것같으면 왜 이케야마를 심부름 보냈겠소? 오다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어떻습니까? 저 치에는? 그녀의 이름은 하야카와 유우꼬입니다. 아아, 그렇지요. 지금은. 오다는 유괘한 듯이 -어떤 이름이건 치에는 치에지요. 나에게는… 형사님 나는 성질을 죽이며 말했다. 이제 되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이제 훌륭히 성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옛날 일로 괴로워한다면 불쌍하지 않습니까? 이 정론 앞에서는 어떠한 반론도 있을 수 없다라고 나는 믿고있었다. - 실제 반론은 없었다. 단지 오다는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을 뿐. 오다는 나를 유쾌한 듯 쳐다보며, 당신, 꽤 그녀에게 빠져있군요. 충고하나 해두지요. 그 여자는 남자를 꼬셔서 살아가고 있어요. 당신같은… 돈많고 단순한 남자는 정말 절호의 찬스지요. 요컨대 봉이란 말입니다. 염려해주시니 고맙습니다만- 하고 일어서려는 내 어깨를 오다는 꾹 눌렀다. 아무리 썩어빠진, 닳을대로 닳은 형사라 하더라도 역시 형사다. 힘에 눌려 나는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나쁜 말은 안합니다. 하고 오다는 말했다. 저 여자와 손잡지는 마세요. 당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문젭니다. 지니친 걱정이군요. 역시… 오다는 끄덕이며 이건 꽤 중병일지도 모르겠군. 손을 쓰기에 늦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오다는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한참 보고 있었지만 그러는 동안 내쪽으로 잽싸게 다가왔다. 나는 흠짓해 도망가려고 했다. 아니, 걱정마시길.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하며 오다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진지해지며 말했다. 부인은 어디있지요? 나는 순간 놀랐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으며 유괴범에게 물어봐 주시죠. 하고 말해주었다. 오다는 머리를 흔들고, 당신을 위해서야. 빨리 말해줘요. 모르는 것은- 그래요? 모처럼 당신을 도와드리려했더니. 나보다 내부인을 좀 도와주시오. 그게 일이잖소. 부인은… 아마 벌써 죽어있겠지. 하고 오다는 혼잣말하듯 말하고서 틀립니까? 모르겠어요. 유괴된 것으로하고 유괴금을 지불한다. 그렇지만 물론 받는 것도 당신이다… 무슨 얘기를- 시치미 떼는 것은 그만두시죠. 오다는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전부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반반 어때요? 오천만엔이라도 싼거죠. 형무소생활할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변명하는 것이 쓸데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변명을 한다해도 서툰짓하다가는 발을- 아니 꼬리를 잡힐 우려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생각하는 일은 유우꼬 소관이다. 뭐 상관은 없겠지. 오다는 빙긋 웃었다. 그 여자랑 천천히 상담하겠군. 부하가 치밀정도로 이쪽이 생각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는 것이다! 2층 미나꼬의 침실로 갔더니 아직 유우꼬가 기다리고 있다. 늦었군요. 뭔가 있었어요? 오다란 녀석하고 말좀했어. 나는 오다와 대화를 간추려 얘기해 주었다. 그래요… 하고 유우꼬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생각해? 적어도 오다는 우리가 미나꼬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증거는 아무데도 없어요. 어디까지나 상상이죠. 응. 그건 분명하군. 이쪽의 약점은 제 비밀을 움켜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그것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것저것 찾아볼 것이고, 그러는 동안 이 계획도 발각될 수는 있겠죠. 그럼, 어떻하지? 우선 유괴금의 일부를 준다고 해서 안심시키는 수밖에는 없겠어요. 어느정도? 절반이라도 상관없겠지만- 너무 솔직히 준다면 오히려 의심할 거에요. 삼분의 일정도로 맞춰보는 게… 과연! 그녀의 말은 실로 이유를 근거로 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교섭역에는 정말 서투르다. 금방 상대방의 주장대로 통째로 받아넘기는 버릇이 있다. 내가 교섭했다가는 유괴금 전부, 오다에게 줘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 하고 우물쭈물거리자 상냥한 그녀는 그걸 금방 알아차리고 저에게 맡겨요. 하고 일어섰다. 오다하고 얘기하고 올께요. 나도 따라갈까? 아니요. 일대일로 말하는 게 얘기하기 쉬우니까. 알았어. 조심해. 괜찮아요. 유우꼬는 미소를 짓고 방을 나갔다. 이~야, 이걸로 안심이다. -정말, 유우꼬는 도움이 되는구만. 분명히 오다를 능숙하게 구워삶음에 틀림없다. 유우꼬에게 맡겨두면 무엇이든 잘되간다… 조금… 나지만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에겐 적합한 것과 부적합한 것이 있는 거다. 나는 일이라던가 귀찮은 것이라던가 따위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부적합 할 따름이다. -안심했더니 조금 졸음이 왔다. 피곤한 것이다. 어쨌든 어제 이후로 나는 정말 곧잘 일했던 것이다. 조금 누워야지- 미나꼬의 침대에 나는 드러누웠다. 그러고보니 침대 밑에 부랑자 시체가 있었던가? 그러나 그까짓 것 관계없다. 어쨌든 좀 자자. 나는 눈을 감았다. 양한마리, 두마리까지는 센 것같았는데… 네마리도 세기 전에 잠들어 버렸음에 틀림없었다. -사장님. 하고 굉장한 소리에 나는 침대에서 튕겨지며 일어섰다. 요시노야? 뭐야? 대체. 전화입니다. 대신받아. 그렇지만- 그러니까 비서아냐. 하고 나는 또 드러누었다. 그렇습니다만… 유괴범한테섭니다. 나는 팔딱 일어섰다. 왜 그걸 빨리 말하지 않았나? - 응접실로 내려가니 유우꼬가 수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소에다와 형사들도 돌아와 있었다. 물론 아무도 말하고 있진 않다. 나는 유우꼬로부터 수화기를 받았다. - 유우꼬가 극히 냉담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일 수밖에… 그다지 유쾌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에다가 다가와 수화기를 손으로 막으며 될 수 있는 한 길게 끌어 주십시오. 하고 속삭였다. 나는 끄덕였다. 그리고 수화기를 귀에 대면서 방안에 그 오다란 형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보세요… 하고 나는 말했다. 겨우 나왔나? 그 목소리가 말했다. 시간이 없어. 역탐지될지도 모르니. 아니, 그런 짓하고 있지 않아. 알게 뭔가? - 상관없으니 어쨌든 일억원이다. 알고 있다. 나는 요시노쪽을 찌릿하고 보았다. 이 전화를 걸고있는 것은 역시 요시노가 아니었다. 미나꼬는 무사한가? 아아, 건강하지. 하고 저쪽에서 헛소리를 한다. 그곳에 소에다형사가 몇장인가의 종이를 내 눈앞에 펼쳤다. 코를 풀라는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부인과 대화하고 싶다라고 말해주십시오> 하고 휘갈긴 글씨.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못썼다. 저 저- 미나꼬와 말좀하게 해 달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저쪽 남자가 그것도 좋겠지. 기다리게. 하고 대답한 것이다. 이것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해서 죽은자에게 말을 시킬 것인가. 어이없어하고 있는 중에 여보세요? 당신? 하고 여자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 목소리지? 분명히 미나꼬와 닮은 목소리이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여자이다. 잘도 꽤 닮은 목소리를 찾았구만… 미나꼬, 괜찮어? 예. 저에겐 아무짓 안했어요. 걱정하지마. 침착하게 있으면 돼- 남자의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이제 끊도록하지. 그럼 일억엔. 일엔도 빠뜨리지 말도록. 그걸로 전화는 끊겼다. 나는 소에다형사 쪽을 보았다. -희망이 있군요. 하고 소에다는 말했다. 어느정도 시간만 있다면… 또 하나의 경찰용으로 가져온 전화가 울려 소에다가 곧 받았다. 어때? 그래? 어쩔 수 없지. 안된 겁니까? 하고 옆에 있던 형사가 물었다. 응. 유감이지만 또 한발 늦은 것 같군. 수고했네. 아니요. 나는 실내를 돌아보며 오다라는 형사분은? 그게 묘하게… 하고 소에다가 머리를 긁었다. 무단으로 어디론가 가버리더니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유우꼬쪽을 보았다. -유우꼬의 표정은 변함없이, 인형처럼 움직이지도 않았다. 11. 양복장을 열다 묘하군. 소에다형사도 꽤 난처한 모습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꽤 곤란한 모습치고는 저녁에 시킨 최고급요리를 개나 고양이라도 서운하다 생각할 정도로 깨끗하게 핥아먹었다. 집에 계속 있어도 의외로 배는 고픈 것이다. 물론 바깥에서 일을 해도 배가 고프고 집에서 일하고 있어도 바깥에서 가만히 있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배는 고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식당은 도산해 버리고 말 것이다. 무슨 이야기였지? - 아 그랬었다! 소에다형사로선 머리가 아픈게 당연한 것으로 어쨌든 유우꼬를 유괴한 범인의 단서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덤으로 부하형사 한명이 행방불명이 되어 있는 것이다. 분명히 동정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최고급요리(4천엔이나 했다)를 전부 먹어 치웠다는 건 그 동정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봐. 하고 소에다는 이케야마라는 젊은 형사를 불렀다. 예? 무슨? 다시 한번 묻지. 오다가 분명히 자네에게 커피심부름을 시켰나? 예. 혹시 홍차를 사와하고 말하지는 않았나? 아니요, 커피였습니다. 콜라 아니었나? 커피였음에 틀림없습니다. 타인 얘기에 끼어드는 게 내 취미는 아니었지만, 이때 만큼은 조금 기침을 한 후 저 소에다형사님. 하고 말했다. 쓸데없는 말참견 같습니다만 커피인지, 홍차인지, 콜라인지로 뭔가 얘기가 바뀔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오다의 기억을 체크하고 있는 겁니다. 과연. 베테랑형사가 되면 생각하는 것도 역시 평범한 사람과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자네는 편의점으로 갔나? 그렇습니다. 돌아온 것은 한시간 후라고 했지? 예. 편의점까지 차로 얼마나 걸리나? 오분이나 십분정도요. 소에다는 조금 득의양양하게 그런데도 커피를 사온 것이 한시간 후라고? 어떻게 그렇게 걸릴 수가 있단 말인가? 예… 그게… 이케야마라는 젊은 형사는 좀 뒤가 켕기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고 있다. 그렇게 긴시간 동안 넌 뭘하고 있었어? 하고 소에다는 그 기운에 편승하며 숨기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이건 마치 범인 취급이다. 저… 조금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만… 휴식이라고? 이 이상 더 어떻게 쉬나? 그렇지만- 오다씨하고 둘이 있으면 금방 피곤해집니다. 여러 가지 시끄러운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렇다. 정말이다. 하고 나는 내심 이케야마형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선배를 시끄러운 사람이라고 말하다니… 뭔가? 죄송합니다. 그 휴식이란 것은? 하아… 차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차안?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자고 있었나? 30분정도 인 것 같습니다. 그건 커피를 사기 전인가? 후인가? 후입니다. 커피가 식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나? 뭐 그건 돌아와서 다시 덥히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이건 또 뭔가! 하고 소에다는 굉장히 화가나서, 그러한 싸구려 발상이 실패의 근원이라는 걸 모르나? 다시 덥힌 커피란 맛이 없어서, 어떻게 그걸 마실 수 있겠나? 이게요… 원래부터 좀 맛이 없는 커피라서… 맛없다고 알면서도… 너는 샀단 말이야? 경찰관으로서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앙? 경찰관으로서의 상식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한시간 후에 돌아와보니 오다의 모습은 없어졌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찾아보지 않았나? 화장실에라도 갔겠지하고 생각해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했나? 그 소파에 앉아서- 하고 이케야마형사는 우물쭈물했다. 앉아서? 그러니까… 저… 졸았습니다. 졸았다고? 유괴범의 전화를 기다리는 형사가 졸고 있었다니… 이건 또 어떻게 된건가? 면목없습니다. 그렇지만 꾸벅꾸벅하고 있었을 뿐인데요. 아니, 잠깐… 그전에 차에서 자고 왔다고 했지? 그런 주제에 수면부족이란 말인가? 아니요. 차안에서 잤지만, 잠자지는 않았습니다. 즉 옆으로 누웠다는 건가? 뭐… 위아래로 됐다가… 뒤로 됐다가… 위아래? 뒤? - 차가 말인가? 아니요 그게… 편의점 여자아이인데요… 커피를 살 때 잠깐 얘기를 했는데 놀랍게도 서로 느낌이 맞길래요. 상대방도 때마침 휴식시간이라고 하길래, 차에 태워서 좀 한적한 곳으로 가서 30분정도… 소에다형사는 화내는 것도 잊은 채 멍해 있었다. 나는 하도 황당해서 소리내어 웃고 싶었지만 처가 유괴된 상황의 남편으로서는 웃는 것도 곤란해서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이건 정말 범죄자라는 것도 피로한 역할인 것이다. -정말 면목없습니다. 무척 지진 모습으로 이케야마형사를 보낸 후 소에다는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저런 녀석을 이집에 놔두었던 것은… 제 불찰입니다. 아니, 젊으니까요. 나는 웃으며 대범함을 보였다. 형사도 인간인걸요 뭐. 이 관대함! 그렇게 말해주시니 오히려 더욱 죄송스럽군요. 그런데 그사람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정말 묘한 일입니다. 그 오다야말로 충실한 형사의 모범과도 같은 남지이지요. 농담이 아니야! 이쪽의 약점을 잡고 돈을 요구하는 것이 <충실한 형사>라고? 그렇지만 그렇게 말할 수도 없어서, 뭐,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보지요. 하고 말했다. 그때, 당신은 주무시고 계셨지요? 예, 어제부터 거의 잠을 못자서요. 너무 피곤해서- 처가 유괴되었는데…하고 냉정한 녀석이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요. 절대로요. 당신의 태도는 남편으로서 실로 훌륭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면목없군요. 나는 극히 연극적인 제스쳐를 넣어서 예를 차렸다. 일어난 것은 그 범인에게서 협박전화가 왔었을 때입니다. 그러면 그때 깨운 사람은?- 저와 요시노입니다. 하고 유우꼬가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 그렇지만 여기엔 없었기 때문에 그 형사가 언제 여기서 나갔는지 몰랐어요. 그렇습니까?… 뭔가. 그… 걱정하는 이유라도? 하고 나는 물었다. 실은 이전에 오다에게 일만엔을 빌려주었거든요. 떼먹히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 형사,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장님부인 일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과연 유우꼬다. 온화한 표정이었지만, 확실히 말하고 있다. 아니, 그건 정말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들도 인질이 되신 부인을 무엇보다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금후에도 앞으로도 예의주시하고 노력하고 싶다고- 국회에서의 수상답변 비슷하게 되간다. 밤도 깊었다. 그럼 잘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하면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나는 한참동안 일어서 있기로 했다. 열한시가 지나자 형사들도 번갈아 자기로 해서 유우꼬가 담요를 가져와 형사들에게 주었다. 이윽고 요시노에게도 건네주었다. 요컨대 너는 이 응접실에서 자라고 하는 것이다. 이케자와씨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이쪽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하고 소에다형사가 말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제처를 위해 안자고 계신데 저 혼자 자버리는 것은 면목이- 아니요. 이건 저희들의 일이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너무나 빨리 그럼 주무십시오하고 말하면 의심받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했는데… 또 졸음이 와서 고집부리고 않고 소에다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다운직전이다. 나는 응접실을 나가면서 유우꼬쪽에 시선을 던졌다. 유우꼬도 내쪽을 보고 조금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이는 닦으셨어요?하는 의미인지 아니면 단지 안녕히 주무세요하는 인사인지, 나는 잘 몰랐다. 곧잘 TV형사물 같은데서 형사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가지고 도대체 어떻게 서로 알아차린단 말인가? 이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간혹은 긍정한 후 한명은 범인을 쫓고 한명은 잠시 화장실에… 이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현실과 TV는 항상 다른 법인가보다. 어쨌든 나는 2층 침실로 올라가 침대에 들어갔다. 근데 이제부터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잠깐 생각했지만 생각하고 있으면 졸리게 되는 체질이므로 금방 눈꺼풀이 감겨왔다. -자고 있는 동안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꿈의 카텐을 닫았다… 누군가가 흔들며 깨우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조금잔 후 일인 것 같다. 눈을 뜨니 유우꼬가 서있다. 이게 만약 요시노라던가 형사 같았으면 이새끼하고 째려볼 상황이었지만. 깨워서 죄송해요. 하고 유우꼬가 말하니까, 아니, 이제 슬슬 일어날까하고 꿈속에서 막 생각하고 있던 중이야. 하고 나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얘기할 게 있어요. 하고 유우꼬가 말한다. 뭔데? 나는 침대를 나왔다. -지금 몇시지? 한시 좀 지났어요. 전부다 지고 있어요. 형사들도 전부? 교대로 근무하는 사람도 졸고 있어요. 그래서 올라왔어요. 형편없구만 정말! 아무튼이쪽으로 와요. 하고 유우꼬는 문쪽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어디로 가는 거야? 옆침실.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조용히요. 응. 복도에 나가보니 확실히 계단밑은 잠잠했다. 모두 코도 골지 않고 자고 있는 것 같다. 반대편 문을 열고 속성으로 만든 내 침실에 들어가자 유우꼬는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다. 웃!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항상 대환영이다. 부탁해요… 한번만더… 해줘요. 하고 유우꼬는 예전엔 본 일없이 뜨겁게 속삭였다. 괜찮을까? 밑에는… 상관없어요. 살짝하면 모를텐데요 뭘. 하고 유우꼬는 말하고, -어쨌든 지금 여기에서 해줬으면 해요. 색다르니까. 귀여운 여자에게 이런 말을 듣고 - 아니, 절대로 거절한 녀석은 없을 거다. 대개 나는 원래 거절할 마음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 상세한 설명은 피하기로 하자. 검열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30분후 침대속에서 나와 유우꼬는 서로 피부를 맞대고 있었다. -기뻐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그렇게 기뻐? 당신이 용기를 내주었으니깐… 용기를?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걸까?하고 나는 철학적인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그래도 이제 안심했어요. 당신이 이젠 저를 싫어하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해서… 어째서 당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그러니까… 알잖아요. 이럴 때 몰라 하고 사실을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애매하게 웃어보이기로 했다. 이건 실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때가 종종 있다. 내일은 일요일이군요. 응. 월요일에는 유괴금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그렇지만 누구에게 줘야하지? 그걸 잘 모르겠는걸. 요시노에게죠. 당연히. 그렇지만 그녀석 전화가 걸려왔을 때 옆에 있었는데? 공범자가 있는 거에요. 당연하잖아요. 공범자인가! 그곳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범자까지 만들다니… 지저분한 녀석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유우꼬라는 공범자가 있지만… 당분간은 시체를 발견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부랑자시체? 그렇지만 내 침대 밑까지 조사하지는 않을꺼야. 새로운 시체를 말하는 거에요. 난 또 뭐라고. 새로운 녀석이구만. 하고 나는 말하고서 한참 있다가 물었다. 뭐라고 그랬지? 새로운 시체. 새롭다라니?… 어느 정도? 아직 상하지 않았나? 마치 과일 같다. 그거… 어디에 있지? 여기요. 하고 유우꼬는 양복장을 가르켰다. 놀리지 말아. 이런 장농문을 열면 시체가 쓰러지는 것 따위는 TV에서나 하는 짓이잖아. 나는 웃으며 침대에서 나와 양복장을 가볍게 열었다. 봐, 아무것도- 천천히 남자 시체가 쓰러져 왔다. - 마치 영화에서 슬로우모션을 보는 것처럼 그 움짐임은 부드러웠다. 정말이다. 하고 나는 말했다. 그 남자는 오다형사였다. 12. 유우꼬의 정당방위 내가 받은 쇼크는… 하긴 그다지 큰 것도 아니었다. 첫번째는 뭐 익숙해져 있어서 라는 탓도 있다. 금요일, 토요일 이틀간 이렇게 시체에 둘러싸여 있으면 왠만한 일이 아니고선 감도 안간다. 또다른 하나는 (두번째이유) 오다가 죽음을 슬퍼해줄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인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같은 평범, 선량한 시민이 처를 죽였다라고하는 것은 아직 용서할 수 있다(내 일이니까)라고 해도 형사가 사람을 협박하거나 하는 것은 용서할 만한 일이 아니다. 결국이건 한가지 오다를 당연히 처벌한 것일 뿐이다.- 고는 하지만 경찰은 납득하지 않겠지… 역시. 이것… 당신이 한거야? 예. 그렇지만 죽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고 유우꼬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몸의 상반신이 좀 어두운 방안에서 빛났기 때문에 나는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당분간은 오다와 교섭해서 상대방의 생각을 좀 바꾸고 싶었어요. 으 응. 그랬군. 나는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하던 도중… 오다가 이방으로 나를 끌고 왔어요. 어째서? 뭐랄까… 밑에 있으면 이케야마가 돌아올지 모른다고요… 게다가 요시노가 옆에 있었던 탓도 있고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어쨌든 - 이방으로 들어오게 됐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오다가 나를 덮쳤어요. 뭐 뭐라고? 나는 무심코 되물었다. 저항하면 나의 더러운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말하며 여기서 나를 힘으로 누르고 그짓을 할려고 했어요. 유우꼬는 담요로 몸을 덮고 부르르 떨더니, 저 한번이라도 다른 남자에게 더렵혀진 몸으로 당신에게 안긴다라는 건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저항했어요.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오다가 찔린채 죽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것만은 믿어줘요. 저, 당신을 위해서 오다를 죽인 거에요! 유우꼬가 흑흑거리며 울기시작했다. 나는 초감격해서 유우꼬에게 달려가 그 몸을 꽉 껴안았다. 알았어. 알았다구. 당신의 책임이 아니야. 그건 정당방위라구. 고마워요. 알아줘서. 유우꼬는 또한번 나에게 키스했다. 이 오다의 시체를 경찰에게 줘야겠군. 뭐라고요? 하고 유우꼬는 눈을 뚱그렇게 떴다. 순간 내가 또 뭘 잘못 말했나?하고 불안감이 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오다를 죽인 것은 정당방위잖아. 형사들에게 잘 설명하면 제대로- 안돼요. 그건! 하고 유우꼬가 말을 가로 막았다. 어째서? 경찰을 죽이거나하면 그것이야말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유죄가 될 거에요. 그, 그럴까? 그래요. 그럼 당신은 제가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가도 괜찮다는 말씀이군요. 유우꼬가 물끄러미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이쪽을 응시한다. 나는 당황하여, 그런 것 내가 시킬 것 같아?! 하고 말했다. 고마워요. 분명히 그렇게 말씀해 주실 줄 알았어요. 또 우리들은 서로 꽉 끌어안았다. 너무 영화같기도 하고 연극같기도 한 느낌이 들어 조금 창피했지만 그러나 인생이란 것, 간혹은 드라마틱하게 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그 남자를 죽인 나이프는? 하고 물었다. 예? - 아아 그렇군요. 어떻게 한거죠? 저. 하고 유우꼬는 입에 손을 대었다. 그것이 또 귀엽다. 거의 경황없는 상황이라서… 잊어버렸어요. 미안해요. 유우꼬는 몹시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아니, 당연한 거야. 그게- 그렇지만, 어딘가 떨어져 있어 발견되거나하면 곤란하겠는데… 죽인 곳은 이곳이지? 그럼 분명히 어딘가 있을 거야. 제가 찾아보겠어요. 맡겨두세요. 그래 줄래? 나는 내심 안심했다. 어쨌건 물건 잃어버리는 데는 도사인데다가 전혀 발견못하는 데에는 천재적이니까. 여기, 나이프가 있고 시체가 어디론가 가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그런 것- 무리에요. 하고 말하곤 유우꼬는 웃어버렸다. 이걸로 둘사이의 심각한 기분은 한번에 날아가버렸다. 내 유머센스도 꽤 제법이잖은가… 어쨌든 이 시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야지. 하고 나는 말했다. 여기에 놔두고 있으면 곤란하겠어요… 소에다라는 사람이 오다를 찾다가 이 방으로 다시 들어올지도 모르고. 그렇겠군. 그렇지만 어딘가 놓아둘 곳이 있을까? 그 부랑자 시체도 있고요. 아! 그런가? 그만 잊어먹고 있었네. 두개나 이층에 있잖아? - 어떻하지? 바깥이에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바깥? 지하면 안될까? 지하는 위험해요. 단지 유괴사건뿐이라면 몰라도 형사가 행방불명이 됐다면 지하실도 조사해 볼지 몰라요. - 부인 시체도 끌어낼 필요가 있어요. 나는 짜증났다. 지하로 시체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발을 끌어당겨 질질 끌며 가면 되니까… 그러나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숨이차온다. 그렇지만, 시체가 이걸로 세개란 말이야. 바깥으로 끌고나가 어디에 숨겨야 좋을지. 바로 뒤가 수풀이잖아요. 그안에 묻으면 될 거에요. 파묻을려면 구멍을 파야만 하잖아! 하고 나는 물었다. 이말을 할 때 나는 꽤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거다. 저를 위해서. 힘을 내세요! 잘돼면 우리들은 계속 함께 살 수 있을 거에요. 하고 유우꼬가 격려해준다. 나는 몸속에서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좋아. 하지! 한개정도 시체가 더 늘어도 좋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이다. 그때 저- 죄송합니다. 하고 문밖에서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유우꼬도 당황하여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침착해요. 하고 유우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이케야마형사 같아요. 아아, 그 편의점 여자애와 차안에서- 맞아요. 봐요. 반대편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당신 여기 있어요. 제가 상대할 테니까. 당신이? 맡겨두세요. 이게 나오면 나는 이제 완전히 안심되는 것이다. 내가 문옆에 몸을 붙이자 유우꼬가 문을 열고 나갔다. 어머, 형사님. 어… 당신은?… 하야카와 유우꼬에요. 아, 그랬지요? 이케자와씨는 자고 있습니까? 피곤하셔서요. 부인 일을 걱정하셔서 이젯밤에 한숨도 못주무셨거든요. - 괜찮다면 그대로 있으시게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일을 도와드리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유우꼬는 이케야마 형사를 재촉해 밑으로 내려갔다. 대단한 일이다. 유우꼬가 나서면 어떤 남자도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 유우꼬가 내것이니까, 나라는 인간은 정말 세계제일의 행복남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아, 지금은 그 유우꼬를 위해서라도 분발해 구멍을 파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우리집에 샤벨스코프 같은 게 있었나? 스푼정도라면 있지만… 아무리 커도 스푼용 스푼으로 사람 3명을 묻을 수 있는 구멍을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고보니 지하실에 있었나? 어쨌든 찾아보기로 하자. 그러나 지금 내려가는 것은 안좋다. 유우꼬가 아직 이케야마형사와 이야기하고 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어쨌든 일단 오다의 시체를 양복장에 다시 넣고 문을 닫은 후 나는 세면장으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응? 이상하네? 하고 생각했다. 배수구가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비누라도 들어간 건가? 손을 넣어 보니 뭔가가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 두손가락으로 잡고 꺼내보니 나이프가 나왔다. 이런 곳에 있어나?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 이걸 숨겨두고 나중에 유우꼬를 깜짝 놀래줘야지… 나는 나이프를 세면대 옆의 물건 놓아두는 곳에 잘 넣어두었다. -어디 있어요? 문이 열리며 유우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아, 여기야- 좀 손을 씻고 있었어. 밑은 이제 괜찮아요. 이케야마형사는? 자고 있어요. 당신 최면술이라도 하는 거야? 수면제에요. 약을 넣은 쥬스를 먹였지요. 녀석이 뭐라고 그래? 역시 오다의 일이에요. 약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나봐요. 당신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얘기하고 싶었던 거라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은 뭐라고 그랬지? 아무말 않고 약을 먹였지요. 하고 유우꼬는 미소를 지었다. 자- 지금이 찬스에요. 전부 푹 자고 있으니. 좋아. 어쨌건 한번 지하실에 내려가 구멍을 팔 도구가 있나 찾아보지. 저도 갈래요. -오다의 시체는? 양복장에 다시 넣어 두었어. 나는 나이프를 찾은 얘기를 할려다가 금방 말해버리는 것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렇지만 언제 누가 눈을 뜰지 모르니 발소리를 내지 말아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둘이서 살짝 1층으로 내려갔다. 응접실을 엿보니까 모두들 기분좋게 자고 있었다. - 나는 지극히 안심되기 시작했다. 이 따위인데 유괴범을 어떻게 잡는 단 말인가? 괜찮아요. 지하로 내려가죠. 하고 유우꼬가 속삭인다.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역시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상당히 낙천적인 나이지만 시체와의 대면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는 여자쪽이 더 대범한 것 같다. 빨리 해야돼요- 하고 유우꼬는 척척 문을 열고 불을 켰다. 어머- 어떻게 한거죠? 당신? 엥? 뭐가? 하고 나는 물었다. 여기 있던 부인 시체, 어디다가 치운거죠? 나도 꽤 느긋한 성격이지만, 깜짝 놀라 안을 들여다 보았다. - 그곳에 있어야 할 유우꼬의 시체는 그림자도, 형체도 없었던 것이다. 13. 심야의 중노동 이런 바보같은 일이! 하고 나는 말했다. 화내도 어쩔 수 없잖아요. 하고 하야카와 유우꼬는 극히 논리적으로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 상대가 없는데도 화내는 것은 에너지 낭비이다. 게다가 이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화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사람은 화를 내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 응? 무슨 얘기였었지? 어쩐지… 나는 간혹 탈선해버리는 버릇이 고쳐지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 하고 똑똑한 유우꼬도 난처한 표정이었다. <곤란해>하며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는 유우꼬가 그게 또 귀여운 거다.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아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니지. 지하실에서 유우꼬와 나는 어이가 없어 그냥 서있었다. 여기에 치워둔 처 미나꼬의 시체가 어디론가 가버렸으니 무리도 아니다. 이상하군요. 하고 유우꼬가 말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 머리를 흔드는 방식이 또 귀여워서 - 아니, 이제 그만두기로 하지. 여하튼 시체가 마음대로 어디론가 갈리는 없는데…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끌고갔다는 얘긴데. 하고 나는 추리력을 발동했다. 도대체 누구일까요? 경찰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데. 그외에 여기 있는 사람이라면… -요시노닷! 내 직감은 실로 뛰어나다. 그렇군요. 하고 유우꼬가 긍정했다. 그 사람이 이곳에 와서 부인의 시체를 본거에요. 이걸 경찰이 본다면 요시노씨도 불편할테니까. 유괴금을 받을 수 없게 되거든요. 과연. 그래서- 시체를 어디론가 치운 거에요! 그 자식… 나는 정말로 화가 났다! 나도 화나면 무섭다! 정말이다! 부인을 죽였을 정도니까! 나는 주먹을 쥐고 예잇!하고 휘들렀다. 너무 크게 휘둘러서 스치로플 선반에 꽝하고 충돌- 아니, 아픔 따위는… 비명을 지르며 그만 팡팡하고 뛰어버렸다. 거의 꼴불견인 상황이었지만 정말로 아플 때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은 없다. 괜찮아요? -쉿! 조용히! 누가 듣겠어요- 유우꼬의 말대로이다. 나는 영웅적인 노력으로 고통을 견디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이럴 때 미나꼬였다면 캬하하-하고 비웃었겠지만 유우꼬는 그러지 않았다. 괜찮아요? 하고 걱정스러운 듯 내손을 잡아준 것이다. 역시 유우꼬는 미나꼬와는 인간이 틀린 것이다. 같은 세포로 되어있으면서 어째서 이렇게 틀리단 말인가? 이건 정말 TV과학프로에 추천해보고 싶을 정도다. 요시노씨를 때린다해도 아무것도 안바뀔거에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이쪽이 부인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점점 상대방만 유리해질걸요? 그… 그런가?… 이쪽에서 참아야해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그렇군. 어쨌건 서둘러 2층의 두시체를 묻어야해요. 뭔가 팔만한 물건은 있어요? 찾아보지. 하고 나는 말했다. 뭐 나는 전구하나 갈아끼우는 데도 전파상을 부를 정도로 삽이나 공사(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다. 과연 톱이 우리 집에 있을지 어떨지 정말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일 있다고치면 지하실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정도는 안다. 안보이는데… 하고 나는 얼굴의 땀을 닦으며, 이쪽 안인가?- 에… 그러니까- 뭐야? 이 방망이는… 귀찮구만. 선반 안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속을 쑤시면서 손에 닿은 방망이를 휭하고 뒤쪽으로 던졌다. 에에… 그러니까… 틀려. 역시 없어. 이곳엔. 하고 손의 먼지를 털며 뒤돌아보니 유우꼬가 샤벨을 들고 서 있었다. 당신- 어디에서 그걸… 하고 눈을 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지금 당신이 집어던졌잖아요. 하고 유우꼬는 말했다. 구멍을 파는 것- 이 작업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까모르겠네? 아니,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몰라도 무리가 아니지. - 나는 안죽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일이 끝나고 돌아온 것은 벌써 밤이 하얗게 밝아지는 새벽무렵이었다. 2층에서 시체를 끌고 내려온 건 유우꼬도 도와주었지만 둘다 이집을 나간다는 건 좀 곤란해서 시체를 뒤쪽 수풀까지 옮기고 나서 유우꼬는 집안으로 돌아간 것이다. -괜찮아요? 집에 들어 가자마자 비틀비틀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나를 유우꼬는 당황하며 붙잡았다. 했어! …결국 했다구. 하고 나는 말했다. 이제 거의 의식이 몽롱해져 정말 환상이라도 볼 것같은 상태였다. 자, 어쨌든 2층으로… 뒤는 제가 맡을테니까, 목욕해요. 이제 잘래. 안돼요. 진흙투성이잖아요. 씻어야죠… 아아… 그런가. 귀찮은 일이다. 샤벨은? 응? - 아아 도중에 떨어뜨렸나봐. 발견되면 큰일이에요. 제가 가져올께요. 나는 유우꼬에게 어깨를 기대며 계단을 한계단씩 올라갔다. 몇백계단이나 있는 것같은 느낌이었다. 에베레스트산을 올라가는 것같은- 이라고 하면 좀 오바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침실에 도착. 유우꼬가 옷을 벗겨주었다. 이때만큼은 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욕실에서 샤워를 했더니 겨우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그럼 저는 샤벨을 가져올께요. 응. 부탁해. 근데… 제대로 묻고 왔나요? 걱정마. 충분히 파서 묻었으니까. 잘했군요. 정말 당신… 믿음직스러워요. 하며 키스해주니, 내 피곤함도 (이때는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2,3퍼센트였지만) 조금은 나아졌다. 유우꼬가 나가자 나는 몸을 씻고 거의 기듯해 방으로 돌아와 몸 닦는 것도 잊은채 침대에 널부러졌다. 얼마나 빨리 잠들었는가는 담요를 덮었나 안덮었나하는 사이에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빠르지 않은가? - 흔들려 눈을 떠보니 유우꼬가 보고 있었다. 어? 무슨 일 있어? 이제 일어나지 않으면 의심받아요. 이제? 방금 잠들었을뿐인데?… 무슨 말하는 거에요? 하며 유우꼬는 미소지었다. 벌써 12시가 다 돼가요. 아니, 벌써? 나는 깜짝 놀라 튀어올랐다. - 그순간 유우꼬가 아이! 하며 눈을 크게 뜨고 킥킥 웃었다. 나는 멍하고 있었지만 마참내 알아차렸다. -어젯밤. 욕실을 나와 그대로 잠들어버렸기 때문에 옷을 입는 것도 잊어먹고 있었다. 홀딱 벗은채로 있었던 것이다. 야한 꿈이라도 꾸었어요? 나는 살짝 윙크해 보였다. 빨리 밑으로 내려와요. 하고 말하고 유우꼬가 빨게지며 문을 닫았다. 나는 세면장으로 가려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온몸이 아프다! - 역시 나같은 엘리트에게 육체노동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샤워를 하고 수염을 깍자 산뜻한 스타일이 되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게 또 하나의 고통이다. 한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고 허리도 아픔이 엄습한다. 그것보다 얼굴에 티내지 않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 역시 사람 죽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야 하고 나는 통감했다. 14. 혼란 어떻게 되신 겁니까?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소에다형사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흠짓했다. 몸의 흙은 씻어버렸고,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았는데… 과연, 베테랑 형사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을 꽤뚫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무슨? 하고 나는 되물었다. 아니요. 뭐랄까 잠이 부족한 듯한 얼굴을 하고 계서서… 아 아니, 그건 당연하군요. 부인이 걱정되셔서 편히 잠을 못주무신거군요. 척하면 알 것을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하아… 혼자말로 혼자 답해주니 이런 편안할 때가… 오늘 예정은? 예정… 말입니까? 그렇게 물어봐도 오늘은 일요일이다. 회사에 갈 리도 없고, 아내가 유괴된 것으로 되어 있으니 피크닉갈 리도 없고… 집에서 보낼 예정입니다만. 할 수없이 나는 당연한 답변을 했다. 과연! 소에다형사는 왠지모르게 깊게 끄덕였다.- 나도 변했을지 모르지만 이 형사도 변했을지 모른다. - 뭐 좋은 승부가 되겠구만… 소에다형사님. 하고 꽤 당당한 소리를 내며 뛰어든 것은 젊은 이케야마형사였다. 뭔가? 단서가 잡혔습니다! 뭔라고? 나도 깜짝 놀랐다. 도대체 이형사, 뭘 잡았다는 건가? 말해 보게! 예! 실은 지금, 나간 김에 어제 그 편의점에 있던 여자애라도 볼까하고 생각이 나서- 이봐, 자네 그러고도 형사인가! 소에다형사가 얼굴이 시뻘겋게 되며 호통쳤다. 아, 아니요. - 오늘은 그 - 할려고 간게 아니라요.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얘기하던 중 그 귀여운 여자아이가 말해 주었습니다. <귀여운>은 빼고 말햇! 예 -즉 그 귀여… 금요일 심야에 이상한 차를 보았다고 합니다. 이상한 차라고? 흥 어쨌건 어딘가의 축하할 녀석과 똑같이 안에서 즐기고 있었겠지. 아항!하고 나는 알아차렸다. 이건 소에다형사가 이케야마형사를 비웃고 있는거구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빈정대지. 아니요. 그 순간 본 것은. 그 - 차안에서 여자가 재갈을 물고 있는 것 같았다고… 뭐라고! 소에다형사는 날아가듯 외쳤다. 그, 그건 분명한가? 아니요. - 그 - 그 정도로 확실하지는- 하고 이케야마형사는 머뭇머뭇거렸다. 본거야, 안본거야. 확실히 해! 하고 소에다형사는 제촉했다.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하고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끼여들었다. 유우꼬이다. 확실히 봤다면 당연히 신고했겠지요. 확신이 없으니까 그만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닐까요? 흘깃 본 것 만으로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좀처럼 할 수 없거든요. 과연 유우꼬! 이론적, 게다가 인간미 넘치는 그 해석에는 소에다도 쩔쩔매며, 그건 그렇습니다. 아니, 실로, 정말로, 분명히. 그러면서 기침하더니, 그럼 그여자가 재갈 물고 있는 같았다가 되는구만? 그렇습니다. 그럼, 그차라는 것은? 밤 12시가 지났다고 합니다. 편의점 앞에 차가 멈춰서 운전석의 남자가 내렸답니다. 그리고 들어오더니 커피하고 햄버거를 세개씩 주문하며 갖고 갈꺼니까 빨리해 달라고 말했답니다. 어떤 남자였나? 아니, - 그 남자의 주문을 받은 것은 그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얼굴은 보지 못했답니다. 단지 하얀잠바의 남자였다고 합니다만. 그런 사람은 얼마든지 있잖은가? 그런데 그녀는 테이블 손님이 돌아간후 정리를 하면서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멈춰진 차가 보이고 뒷자석에 남자한명, 여자한명- 그 여자가 아무래도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는데… 확실히는 몰랐다나? 남자쪽이 그녀의 시선을 느꼈나 봅니다. 여자의 머리를 눌렀기 때문에 그녀쪽은 보이지 않게 되었답니다. 게다가 - 그곳에 장거리 트럭 운전수가 3, 4명 들어와서 주문을 해댔기 때문에 그녀도 신경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음~ 유감이군. 그후 궁금해서 다시한번 보았더니 벌써 차는 떠나간 후였다더군요. 그녀석 이상하군. 정말 수상해. 소에다는 갑자기 동물원의 곰이 된 것처럼 분주히 방안을 돌아다니며 걷기시작했다. 어떤 차였는지 기억못한다나? 밤이래서요. 승용차- 분명 중형차라는 것밖엔- 그럴 때는 제대로 차넘버를 기억했어야지. TV형사물에서는 시간이 없으면 대개 그렇게 하질 않는가? 소에다라는 형사도 꽤 뒤죽박죽인 남자다. 그렇지만 형사님.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커피와 햄버거를 사러 온 남자를 상대한 점원이 있지 않아요? 그렇다! 이케야마. 그 점원을 빨리 데리고와! 이런이런. 이렇게 되면 유우꼬가 조금 경찰로부터 급료를 받아야 하겠는걸… 하아. 그것도 물어보았습니다만 저녁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유괴사건이닷! 시간이 없어. 집에서라도 데리고와! 반항하면 수갑을 채워도 좋아! 신문에 알려지면 큰 사건이 되겠지?하고 나는 생각했다. - 그렇다고는 해도 수고스러운 말이겠군. 미나꼬는 내가 죽였으니까 누구에게도 유괴될리가 없다. 재갈 물려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손수건이 그런 식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 경찰도 꽤 예산낭비하는 것 같은데에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든다. 유우꼬가 주방에 차를 타러 갔다. 나는 뒤쫓아가서, 저사람들 예상 밖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데? 하고 말했다. 쉿, 낮은 소리로… 유우꼬는 그렇게 말하고서 응접실쪽을 보았다. -마침 우리로선 좋은 상황이에요. 부인이 유괴당했다고하는 좋은 밑받침이 되거든요. 우리들을 의심하는 사람은 다시 맛을 보여주어야지요. -그렇지만 조사해보면 그게 단지 잘못본 것인걸 알지 않을까? 그럴 염려없어요. 하고 유우꼬가 미소지었다. 그런 애매한 말, 조사한다고 알리가 있겠어요? 조사하더라도 오히려 그편이 더 좋겠지요. 어째서? 생각해봐요. 발견되지 않는 한 형사들은 그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계속 추적하겠지요? 그동안 우리들은 이것저것 알리바이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음 그렇구만. 정말이지 유우꼬의 머리회전에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저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서 움찔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분명히 나갔어야할 이케야마형사가 서 있었다. 뭐죠? 과연 유우꼬는 침착한 모습이다. 아니요. 좀전에는 고마운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요… 그녀를 변호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요. 뭘요. 그런 거 괜찮습니다. 아니! 당신은 정말 머리가 좋으신 분이십니다. 똑똑하고 상냥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아름답고… 정말 훌륭해요. 말을 하면서 점점 이케야마의 눈빛이 변해갔다. 사랑의 색깔(이라고 하는게 무슨 색인지 모르겠지만 진하다. 사랑의 색깔이 옅은색일리는 없지 않은가!)… 이따위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 이남자, 유우꼬에게 첫눈데 반해버렸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네요. 유우꼬는 조금 쑥스러운 듯, 그렇지만 그건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에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부경찰이 될 수 있어요! 하고 이케야마는 말했다. 나는 정말 뒤로 자빠질 뻔했다. -웃으면 불쌍하잖아요. 하고 유우꼬는 이케야마가 가버린후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그래도 유쾌한 사람이군요. 저사람. 하고 말했다. 당신에게 홀딱 빠졌어. 그럴지도요. - 뭔가에 이용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고 과연 냉정히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때요? 뭐가? 나 정말로 부부경찰이 되어도 어울릴까요? 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유우꼬를 응시했다. -예. 그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어요. 하고 그여자아이는 말했다. 달리 수갑을 채우지 않아도 이곳으로 찾아온 그 편의점의 여종업원이다. 이케야마형사의 그녀 가 아니라 그 <수상한 차>의 남자에게 커피와 햄버거를 판 당사자인 것이다. 그런가? 어떤 남자였는지 좀 말해주겠나? 소에다형사는 극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이케야마형사를 대하는 것과는 판연히 달랐다. 그 여자아이는 조금 목을 갸우둥거렸다. 소에다형사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잊어버렸어요하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예감이 들었겠지… 나도 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애. 전연 엉뚱한 소리를 했던 것이다. 저… 종이하고 연필을 좀… 종이하고 연필? 소에다가 어이가 없는 듯 되물었다. 예. 될 수 있는 한 굵은 연필로, 가능하다면 2B정도가 좋겠는데요. 뭘 할건가? 그남자의 얼굴을 그리고 싶습니다. 자네, 그림 그리나? 본업은 미술학교 학생인걸요? 이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소에다형사는, 빨리! 종이와 2B연필을 가져와! 하고 외쳤다. 그러나 보통가정에 2B연필이 있을 것인가? -할 수 없이 이케야마형사가 서둘러 근처 문방구까지 사러 가게 됐다. 젊으면 유용히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케야마가 돌아올 때까지의 15분간. 안절부절하고 있는 소에다의 모습을 보면 만원 화장실앞에서 낑낑대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는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일분간격으로 괜찮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 하고 그여자애에게 묻는 것이었다. 예. 제대로. 그여자아이쪽이 오히려 침착한 모습이다. 이케야마가 숨을 헐떡이며 튀어들어왔다. 스케치북하고 2B연필 한타스나 사가지고 온 것이다. 한타스나 사오는 바보가 어디있나! 하고 소에다가 호통쳤다. 한자루로 충분해. 열한자루는 자네 돈으로 지불하도록! 쩨쩨한 형사다. 그 여자아이는 스케치북을 펼치더니 2B연필로 그려대기 시작했다. 슥슥하는 게 보고 있기만해도 기분 좋을 정도의 좋은 솜씨로 그려가기 시작하더니 5, 6분후, -이랬던가? 하고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 그림을 본 후, 예. 여기 있어요. 하고 내놓았다. 모두가 일제히 바라보았다. - 잘도 그렸다! 연령은 35, 36살 정도? 조금 특징적인 큰 코를 가진 남자가 그려져 있다. 호호. 정말 잘 그리는군요. 하고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들렸다. 나도 박수쳐줄까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렇게 할 것 같지가 않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왠일인지. 오직 한명. 전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소에다이다. 소에다는 그 그림을 한번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리고- 요컨대 뭔가 모자른 듯한 얼굴이 된 것이다. 소에다형사님. 이 그림을 사진 찍어 둘까요? 하고 한 형사가 말했지만 소에다는 전연 듣고 있지 않다. 소에다씨. 어떻게 된겁니까? 하고 다른 형사가 물어보자, 이 새끼! 하고 소에다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분명히 발광한거야라고 생각한 나는 반사적으로 주방쪽에 눈을 돌렸다. 식칼은 제대로 치워두었나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용의주도함이 내 장점이기도 하다. 아니, 실례. 하고 돌연 또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소에다가 말했다. 좀 생각치도 못했던 얼굴을 접해서요. 이 남자 알고 있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물론입니다. 이 자식은 예전에 젊은 여성을 유괴, SMPLAY후 살해한 용의로 체포되었습니다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된 남자입니다. 저도 그 당시 조사에 참여했었거든요. 그럼 알고 계시겠군요.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소에다는 뼈에 사무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범인임에 틀림없었는데 증거가 없어서 억울한 눈물을 삼키며 풀어주었었지요. 그렇습니까? 그후 꿈에 그놈 얼굴이 번쩍하고 나타나 없어지질 않습니다. 언젠간 꼬리를 잡아야지하고 마음속 깊이 맹세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지금, 이곳에… 이런 하늘의 돌보심입니다. 소에다는 손에 힘을 넣어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극히 연극적이기는 했지만 감동적인 명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이름은 뭡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소에다형사는 조금 간격을 두더니 대답했다. 잊어먹었습니다. -도대체 뭐야? 그 형사는? 나는 2층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뒹글거리며 말했다.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어딘가 좀 빠진 것 아냐?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군요. 그건 그렇겠지. 그렇지만 어쩐지 묘하게 되어가는구만. 마침 그런 유괴범이 이 근처를 지나가다니… 우연이라는 게 그런거에요. 그런가… 잘됐잖아요. 점점 우리를 의심할 만한 일이 없어지니까. 그럼 이제 안심인가. 아직이에요. 협박전화도 있고, 부인의 시체도 있잖아요. 그런가… 전부 그자식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 당신도 점점 뻔뻔스러워지는군요. 하고 유우꼬는 웃었다. 기분좋게 성공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그건 무리에요. 유우꼬가 내쪽으로 다가와 키스했다. 나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유우꼬는 스르륵하고 빠져나가며, 안돼요. 언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하며 흘낏 째려보았다. 그 얼굴이 또 귀여운거다. - 좀 끈질긴가? 게다가 요시노씨 일도 있지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그도 생각치 못했던 일로 계획이 틀어져버려 난처해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 유괴범이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겠지요. 그렇군. 이제 어떻게 나올까? 예측은 할 수 없어요. 하고 유우꼬는 머리를 흔들었다. 오히려 요시노씨도 경찰의 눈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나쁜 자식. 우리 흉내를 내다니! 까닭도 모르고 나는 화가 났다. 이제 슬슬 요시노씨하고 대결할 때가 온 것 같군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나는 팔딱하고 일어서다가 허리뼈의 통증 때문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그럼… OK목장에서 결투라도… 설마! - 이건 두뇌싸움이에요. 이렇게 되면 나는 약해진다. 육탄전도 그다지 세지는 않지만. 우선 제가 요시노씨에게 접근할께요. 그리고 손을 잡는 척해서 믿게 하는 거에요… 과연. 당신 질투하지 마세요.- 조금은 요시노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나의 작은 가슴이 아파왔다. 으 응. 참을께. 영웅적인 노력으로 그렇게 말했을 때 탁탁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15. 배반당한 이야기 기대에 배반당한다라고 하는 것은 싫은 일임에 당연하다. 예를 들자면, 복권 하나를 산다하더라도 그게 정말 맞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아무것도 안맞을 때는 그다지 재미없는 것이 되고 만다. 아니아니, 특별히 여기서 복권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 탁탁하고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리면 도대체 무슨 일인가하고 일어서게 된다. 실제로 나와 유우꼬도 무슨 일인가 일어났군 하고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었다. 문을 급히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 후, 이케자와씨. 하고 그 이케야마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이번엔 평범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유우꼬가 가서 문을 열었다. 이케야마는 유우꼬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며, 여기 계셨습니까? 무얼하고 계셨는지요. 짜식 별걸 다 걱정하는군! 나는 이케야마형사를 계속 째려보았지만 그쪽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쨌든 유우꼬 밖에는 보이지 않는가보다.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어서요. 하고 유우꼬는 대답했다. 그런데, 용건은? 용건? - 뭔가 용건이 있습니까? 이케야마는 멍청하게 되묻고 있다. 정말 못말리겠다. 뭔가, 급한 일 때문에 오신 것 아니에요? 그렇게 말을 듣고도 10초 정도는 충분히 지난 후에, 아, 맞습니다. 하고 이케야마는 손벽을 쳤다. 소에다씨가 일단 그 유괴범 일로 경찰서에 돌아가니까 점심식사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하래서요. 이렇게 온 겁니다. 나는 뒤로 뒤집어질 뻔했다. 그따위 일을 말하러 그렇게 급히 올라왔단 말인가! 기대에 배반 당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싫은 것이다… 이번에는 언제 전화가 올까? 하고 나는 말했다. 어쨌든 내일이 되면 돈을 찾아야 하겠군요. 유우꼬는 말했다. 우리는 주방에 있었다. 어젯밤 구멍을 판 덕분에 완전히 배가 비어있어서 유우꼬가 형사들에게 주려고 만들고 있는 샌드위치를 옆에서 줏어먹고 있었다. 유우꼬는 요리솜씨도 뛰어난 데다가 특히 샌드위치는 잘 만든다. 어쨌든 샌드위치에다가 햄까지 끼워넣고 있는 것이다. - 당연하다고? 글세, 그게 근데 유우꼬가 끼워넣는 것만으로 누가 만들어도 같아야할 샌드위치가 맛있어지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수수께끼랄 수밖에. 일억엔이라… 좀 주기에는 아까운 금액이군. 괜찮아요. 다시 돌아올 건데요 뭘. 하고 유우꼬가 미소 짓는다. 이 웃는 얼굴이 무엇보다도, (그 잘나가는 박카스보다도) 나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 준다. 요시노라는 녀석은 어디에 있지? 조금전 밖으로 나간 것 같아요. 그럼, 조금 더 먹어도 괜찮겠군. 아이, 먹보. 하고 유우꼬는 웃으며 잽싸게 내 입술에 키스했다. 무지막지하게 내 몸속에 활력이 용솟음쳤다. 형사는 몇명이 남아있어? 세명 남았어요. 그럼, 충분하네? 이걸로. 조금 남는 듯하게 가져가야죠. 아니면 당신을 구두쇠로 생각할 거에요. 그래? 뭐… 그렇지만 특별히 선심가로 보이고 싶지는 않은걸. 하며 나는 유우꼬의 치마 속으로 손을… 그때 갑자기 주방문이 열리며 이케야마형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 노크정도 햇! 하고 호통쳐주고 싶었지만 나는 크게 성장했다. 이전같으면 발작을 일으켰을 일도 꾹 참고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살인은 인간을 성장시킨다라는 진리를 나는 발견한 것이다. 저,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하고 이케야마가 일부러인 듯한 어조로 말했다. 헛소리말고 나가기나해. 그게 도와주는 거니깐!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어머, 고마워요. 하고 유우꼬가 웃으며, 그럼, 이 샌드위치 접시를 날라다주겠어요? 저는 홍차를 끓일 테니까… 네. 잘 알겠습니다. 하고 이케야마는 넉살좋게 유우꼬의 말대로 큰 접시를 손에 들고 나갔다. 저런 녀석에게 헤헤거릴 건 없잖아. 하고 좀 뾰루퉁하게 있자, 어머, 질투? - 기뻐요. 저를 사랑하시는 증거군요. 하고 또 미운 말을 한다. 어디까지나, 형사에요. 잘보여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사랑하고 있는 것은 당신뿐이니까. 유우꼬는 내 입술에 가볍게 검지손가락을 대고는 커피포트를 손에 들고 주방에서 나갔다. 정말… 유우꼬에겐 나따위는 애기같아 보일지도- 애기가 부인을 죽인단 말인가? - 그런 것 아무래도 좋아. 먹고있던 샌드위치를 입속에 쑤셔넣고 뺨을 볼록하게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사장님! 하고 요시노 녀석이 들어왔다. 덕분에 이쪽은 깜작 놀라 샌드위치를 삼켜버려서 턱하고 숨이 막혀버렸다. 황망히 물을 찾아 꿀꺽하고 마셨다. - 요시노자식! 나를 질식사 시키려고 계획한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아아… 뭐랄까… 괜찮아. 인간적으로 성장한 나는 화를 가라앉히고,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너무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으로 요시노는 말했다. 사모님은 가출하신거죠? 그렇지. 이 놈. 빤히 보이잖아. 그런데, 유괴금의 요구가 오는 것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정말, 이 시침 뚝이라니! 음. 그건… 조금 생각해보면 알 것 아니야? 아십니까? 헛소리야, 헛소리. 헛소리… 모르는 체 하는 데 있어서 요시노는 분명히 좀처럼 볼 수 없는 명배우다. 즉, 가출을 해서, 이번에는 돈이 필요했던 거야. 그러니까, 같이 눈이 맞은 놈팽이를 유괴범인 것 처럼 내세워서 돈을 뜯어 내려는 거지.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고 요시노는 물었다. 어떻게라니? 돈을 지불하실 겁니까? 헛소리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건 - 어쩔 수 없지. 경찰들 앞에서 거절할 수도 없고… 일억엔이나 되는데요? 나는 조금 가다듬고 말했다. 처가 나갔을 때, 그정도 돈을 쥐어주는 것이 남편의 관용이라는 거지. 요시노는 압도된 모습이었다. 과연… 사장님은 대단하신,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응. 이번 대사는 정말 좋았어. - 이놈. 유우꼬가 보고 있는 앞에서 하고 싶었겠지. 비디오테이프처럼 다시 한번 할 수도 없겠지…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이 요시노, 어디까지 얼빠지고, 뻔뻔한 녀석이란 말인가. 하긴 이런 수법에 놀아난 이쪽도 이쪽이지만. 문이 열리고 유우꼬가 쨉싼 걸음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거야? 서둘러 샌드위치를 더 만들어야해요… 그녀석들, 그렇게 많이 먹어? 아니요. 소에다와 형사들이 되돌아와서 같이 먹어대고 있어요. 그걸로는 부족해요. - 그 형사도 정말 박자 잘맞추는 녀석이다. 아, 맞아. 소에다씨가 당신을 불렀어요. 하고 유우꼬가 빠르게 빵끝을 잘라내면서 말했다. 응접실로 갔더니 점심은 신경쓰지 말라고하던 소에다형사가 꾸역꾸역하고 샌드위치를 볼 가득히 처넣고 있었다. 야아, 이케자와씨, 생각이 났어요! 갑자기 말을 해서 조금 당황했다. 소에다는 큰 봉투를 뜯고 속에서 한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이게 그 유괴범입니다. 이름은 오오쿠다 다까시. 보기만해도 흉악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아- 그 일인가? 하고 생각이 나서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과연, 그 편의점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솜씨는 탁월한 것이었다. 정말이지 꼭 들어맞는다. 그러나 내눈에는 극히 흔해빠진 온후한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나처럼 편견없는, 공정한, 맑은 눈에는 소에다형사와는 다른 식으로 비춰지는 거다.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붙잡아 드리죠. 하고 소에다는 정말 단단히 벼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처의 안전을 제일로 해 주십시오. 내가 쿠-울하게 말을 쏘았더니, 소에다는 당황하여, 무, 물론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최우선이지요. 하고 말했다. 이걸로 경찰은 그 오오쿠다라는 남자를 뒤쫓는다. 잘돼간다면 미나꼬를 죽인 것도 그 남자로 될지도 모른다. 단지, 중요한 미나꼬의 시체가 행방불명인 것이다… 어쨌든, 오오쿠다를 잡기 위해, 목하, 이 지역일대를 엄중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발견해서 부인을 무사히 찾겠습니다. 과연, 괜찮을까? 단언해버리다니. 아무리 경찰이라도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을텐데말이야… 그런데… 하고 소에다는 말했다. 이 샌드위치, 꽤 맛있군요. 잘도 이렇게 말이 왔다갔다한다. 범인이 아직 돈 수취방법을 지시해 오지 않는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돈을 건내줄 때 범인을 잡으실 겁니까? 그건 위험합니다. 하고 소에다는 머리를 흔들고, 만일, 도망쳐버리면 부인의 신변이 위험하니까요. 과연. 돈은 그대로 건네줍니다. 물론 잠복은 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장소에서는 체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소형발신기라던가 뭔가를 돈이든 가방에 넣으실… 아니요. 최근의 범인들은 TV나 영화, 소설로 곧잘 공부하고 있어서요. 그정도는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뭐, 지폐와 똑같은 발신기라도 개발된다면 몰라도 다른 건 금방 발견되어 부서지고 말걸요? 하고 말하고서 소에다형사는 갑자기, -지폐형 발신기?… 이것 참 좋은 아이디어인걸? 그렇게 된다면 편리하겠군요. 하고 나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이건 특허신청을 해야지. 하고 소에다형사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때는 증인이 되어주세요. 아, 물론. 태평한 형사다. 아르바이트라도 할 예정인 것 같다. 그렇지만, - 대량생산은 안되겠구만… 아니, 의외로 요즘 젊은이들은 신선한 걸 좋아하니까, 유행할지도… 하고 혼자서 툴툴 말하고 있다. 니맘대로 해라. 그때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 유우꼬는 주방에 있다. 요시노는 화장실에라도 갔는지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내가 나가보기로 했다. 문을 열었더니 눈 앞에 경찰이 서 있고 멍. 하고 짖었다. 아니- 짖은 것은 그 경관이 끌고 온 개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나보다. 소에다씨에게- 하고 그 경찰이 말도 끝내기 전에, 왔나. 기다렸네. 하며 소에다형사가 나왔다. 좀 늦었습니다. 부탁하네. 하고 소에다는 주머니에서 뭔지, 꾸깃꾸깃한 손수건 같은 것을 꺼내더니, 이게 오다 형사의 냄새야. 잘 기억해줘. 나는 흠짓했다. -경찰견이라니! 이걸로 오다를 발견하려는 모양이다. 이녀석 꽤 하지 않는가! 소에다라는 형사. 보기보다 바보는 아닌걸. 이렇게되면, 파묻어 두었어도 금방 냄새를 맡지 않을까?… 뭐, 내가 죽였다(아니 정확하게는 유우꼬이지만, 나와 유우꼬는 일심동체인 것이다)라는 것은 모르겠지만, 역시 이 근처에서 오다의 시체가 발견된다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는해도 지금부터 다시 파내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무리다.- 곤란하게 됐는 걸… 하고 나는 생각했다. 16. 시체발견 -자, 기억했지? 하고 소에다가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어? 이녀석을 찾아야한다. 그렇게 개에게 들려주고는 경찰을 향해, 즉시, 이 주변부터 시작하도록! 하고 명령했다. 이제 다 틀린 것이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개는 시체를 파묻은 곳을 발견할 것이다. 어쨌든 이 새로운 사실을 유우꼬에게 알려야만한다! 나는 응접실로 돌아가려했다. 그때, 야! 뭘하는 거야! 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소에다가 바닥에 엎어져 있고 개가 그 위로 올라타 있었다. 그러더니 멍멍하고 짖기 시작한 것이다. 비켜! 이봐! 어째서 내 위에- 이새끼. 경찰이 겨우 개를 떼어 놓았다. 소에다는 당황해서 일어나며, 뭐야? 이 개는! 하고 호통쳤다. 죄송합니다. 손수건을 보면 흥분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 손수건이 아니야. 그게 - 누구것이라도 보면 흥분해버리고 맙니다. 지독한 경찰견이군. 항상 낙제만 하는 녀석인데- 그게 오늘 공교롭게 이녀석만 남아 있어서요. 어쨌든 바깥으로 끌고가! 괜찮을 겁니다. 찾기 시작하면 빠르거든요. 개가 바깥으로 나가자, 소에다는 넥타이를 고쳐매고, -뭐, 개도 여러 가지 개성이란게 있지요. 하고 말했다. 주방으로가서 나는 유우꼬에게 개에 대해 말했다. 경찰견이군요. -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도. 어떻게 하지? 어쩔 수 없지요. 침착하게 계시면 돼요. 하고 유우꼬는 태평하게 굴었다. 그렇지만-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아요. 괜찮아요. 당신이 의심받을 이유가 없는 걸요. 유우꼬의 말로 나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그럼, 모르는 체만 하면 되겠군. 적당히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놀란 척 해 보이는 거에요. 좋아! 그 정도라면 나라도- 하고 말을 할때 요시노가 확 문을 열며,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뭐야? 벌써 발견한 것이다. 경찰견이- 뭔가 발견했나? 현관에서 소변을 보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정말 씁쓸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곳에서 또 다시 새로운 뉴스가 들어왔다. 이케야마형사다 이케자와씨… 오다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머, 불쌍하게도. 즉시, 유우꼬가 말했다. 이것으로 나는 다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어디에서 발견되었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게 이 바로 뒤 수풀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건, 또… 아니, 정말 과연 경찰견이군요. 아니, 발견한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더니, 달아나 버렸지요. - 무슨 뜻입니까? 그쪽에 쥐인지 뭔지가 있었나봅니다. 그걸 추적해 간 겁니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 개한테 화낸다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녀석은 분명히 경찰견 중에 낙제생 - 아니, 낙제견이겠지. 역시, 뭘 해도 좀처럼 잘하지 못하는 한심한 나로서는 한없는 친근감을 느낀 것이다. (좀 오버했나?) 사람이 발견했다… 라니요? 하고 유우꼬가 물었다. 예. 그게, 개를 잡으로 가는 도중에 누군가가 이상한 것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하고 외쳐서 달려가보니 사람의 손이었습니다. 설마! 하고 나는 외치고는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다. 잠깐, 여기서 주목. 이 자제심을 보라. 이전의 나라면 분명히, 그런, 말도 안돼는! 내가 확실히 제대로 묻었는데. 하고 외쳤음에 틀림없다. 역시 살인은 인간을 성장시킨다라는 놀라운 예가 여기에서 보인 것이다. 이걸 논문으로 작성해서 박사학위라도 한 번 받아볼까나.- 그건 어쨌든간에 설마! 하고 외친 것은 특별히 이케야마형사의 주의를 끌지 못한 것 같다. 단지 놀랐을 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사실입니다. 하고 이케야마는 말했다. 어떻게 죽었나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찔려죽어 있었습니다. - 증오해야할 범행이지요. 정말 안됐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잘도 시리즈 드라마의 한장면 같은 광경이 전개되었는데, 이케야마가 거기서 갑자기 정신차리더니, 아이고, 빨리 경찰서로 연락해야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나가버렸다. - 일이 커졌군요. 하고 요시노가 말하곤, 그럼 저는 밑으로 내려가 있겠습니다. 하고 꾸벅한 후 나간다. 나와 유우꼬는 한참 침묵하고 있었다. - 그다지 로맨틱한 침묵은 아니었다. - 유우꼬. 하고 말을 거는 나를, 쉿! 하고 말한 뒤, 유우꼬는 문쪽으로 걸어가서 살짝 열었다. - 괜찮아요. 들리지 않아요. 나는 제대로 묻었어. 정말이야. 알고 있어요. 하고 유우꼬는 긍정했다. 그래도 - 어떻게 되어 버린 거지? 누군가가 파낸 거에요. 그렇지만 누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당신은 오다의 시체와 부랑자 시체를 함께 묻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둘씩이나 파낼 힘은 없었나보지? 그러니까, 경찰이 두개의 시체를 발견했을 거란 말이죠. 아, 그런가. - 즉 누군가가 파내서 오다의 시체만- 눈에 띄도록 놓아둔 거에요. 망할 녀석 같으니라구. 까불고 있잖아? 하고 나는 말했지만, 무얼 까불고 있는지는 실제로 잘 모르고 있다. 어쨌든 사람을 죽인 건 저에요. 하고 유우꼬는 한숨을 쉬었다. 저만 잡혀가면 그걸로 해결될 거에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꽉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 음. 너무 뻔한가? 당신… 저를 버리지 마세요. 유우꼬가 달라붙어온다. - 나의 가슴은 크게 방망이질 했다. 이럴 때, 이런 곳에서, 하고 생각했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감정의 동물이다. 물론 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일시의 감정에 몸을 맡기는 것도 인간적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컴퓨터 같은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다고는해도 이곳에서 - 즉, 밑에는 형사가 있고, 문에는 열쇠도 걸려있지 않다라는 상황으로 유우꼬와 침대속에서 구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본다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정직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 법- 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극히 짧은, 10분 정도의 짧은 애정의 교환동안 누구 한명도 문을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랑해요. 유우꼬는 흐트러진 옷을 고치며 말하고 웃었다. 나도. 둘의 입술이 가볍게 스쳤다. - 밑으로 내려가요. 형사들이 큰 소동을 일으키고 있을 거 같아요. 그렇군. 유우꼬는 나를 보더니, 그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돼요. 그래? 그러니깐 부인이 유괴된 데다가 형사가 죽었잖아요. 좀더 심각한 얼굴을 해야돼요. 아 그런가? 그럼… 이정도? 좀더, 조금더요. - 이 정도? 좀더 어둡게 할 수 없어요? 커텐이라도 치고 해볼까? 설마, - 그걸로 됐어요. 이제 가보죠. 함께 내려가는 것도 좀 찝찝하므로 나는 조금 늦게 내려 가기로 했다. - 이케자와씨. 소에다형사도 과연 심각한 얼굴이었다. 소에다씨가 돌아가셨다니… 정말 안됐군요. 하고 나는 말했다. 저는 살아있어요. 하고 소에다가 시뻘건 얼굴로 말했다. 아, 실례. 오다씨였지요. 아니- 정말 부하를 잃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소에다는 한숨을 쉬고, 특히, 그는 좋은 부하였습니다. 하아… 사람을 협박하는 것이 좋은 부하란 말인가! 뭐, 그다지 머리가 좋은 부하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다지 빈첩하지도 않아, 곧잘 범인을 놓치곤 했지요. 물건도 잘 잊어버리고, 범인을 체포하러가서 큰 무우를 사서 돌아온 일도 있으니까요. 하아. 게다가 방향음치라서 자기집을 찾지 못해 동료가 찾아준 적도 여러번 되지요. 그건 심하군요. 범인을 체포하러가서 미아가 되어, 도착했을 때는 벌써 다음날 아침인 적도… 그런데 범인은요? 죽어있었기 때문에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다행이었군요. 사격도 너무 못해서 욕을 먹고, 유도도 마찬가지… 달리기에는 금방 숨이차버리곤 했지요. 술집에서의 행패는 말할 것도 없고, 지각은 다반사, 근무 중에는 항상 취해 있었지요. 게다가… 소에다는 한숨을 들이키고 한숨을 쉬더니, - 그렇지만, 좋은 부하였지요! 하고 말했다. 어디가 좋은 부하였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범인을 잡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반드시! 이손으로 수갑을 채우겠습니다! 하고 소에다형사는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보통 어조로 돌아오더니, 아아, 그렇지. 시체를 좀 현관에 놓아두어야겠는데요. 죄송 합니다. 금방 치울테니까요. 하아… 그렇게 하시지요. 하고 나는 말했다. 현관이 더러워지겠지만. 뭐, 그 정도는 참기로 하지.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역시, 오다를 증오하는 사람의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소에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힘주어 했다. 그러면, 제 아내가 유괴된 것과는 관계가… 그건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소에다는 생각에 잠기면서, 뭐, 범인에게 듣는다면 분명히 알텐데요. 이런 식으로 형사를 할 수 있다면 즐거운 직업임에 틀림없다. 소에다씨. 전화에요.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아, 고맙습니다. 소에다가 수화기를 들고, - 응 - 뭐? - 그래? 하고 투덜투덜 말하다, 갑자기, 정말이야? 어째서 빨리 말하지 않았나! 하고 큰소리 치면서 튀어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놀라 함께 튀어오를 뻔했다. 좋아! 빨리 이쪽으로 데려와! 하고 소에다는 호통치듯 말했다. 나와 유우꼬는 살짝 얼굴을 마주보았다. 됐습니다! 소에다가 전화를 끊고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뭐가 된 겁니까? 오오쿠라입니다. 잡아 연행했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끌고 오라고 했으니까요. - 이걸로 겨우 희망이 보이는군요. 이쪽은 점점 희망이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17. 유괴범 이케자와씨… 하고 소에다형사가 다가와 말했다. 실은 당신에게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나는 일순간 기가 죽었다. 어쨌든 이 묘한 형사가 새삼스러운 어조로 뭔가 말하는 걸 보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분명히 오늘 저녁식사는 장어덮밥으로 해주세요 따위일 것이다. 이제 곧 오오쿠라 다카시가 이곳으로 끌려올 겁니다. 아. 오오쿠라 다카시라는 것은 즉, 내처를 유괴한 용의를 받고 있는 남자의 이름이다. 벌써 6시군요. 늦는군요. 아까부터 이제 곧 도착 이라고 말씀하시더니. 교통체증에 걸렸는지도 모르겠군요. - 그건 어쨌든,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하아. 그건 분명히 15분 이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내일 아침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이 형사는. 그런데, 오오쿠라라는 남자가 이곳에 와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바로 그겁니다. 하고 소에다는 무겁게 끄덕였다. 뭐랄까. 까닭도 모르고 있는데 아무리 무겁게 폼을 잡아봐도 조금도 감동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케자와씨. 저는 당신이 냉정해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하고 소에다는 말했다. 이 이상 어떻게 더 냉정해 질 수 있단 말인가? 냉장고에라도 들어갈까? 저도 당신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뭐해. 이쪽은 자기자신의 기분도 잘 모르는 상황인데. 이케자와씨. 오오쿠라는 당신 부인을 유괴한 흉악무도한 인간입니다. 그렇지만, 이성을 잃고 덮치거나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과연. 겨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정말, 뱅뱅 말을 잘돌리는 남자다. 그런 것.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어쨌건 미나꼬는 내가 죽였으니까. 그 오오쿠라라는 남자는 내가 덮치거나 하는 따위의 이유는 없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길… 하고 나는 말했다. 저도 이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위험한 겁니다. 하고 소에다는 나를 깨우치려는 듯, 내심으로는 그 남자 목을 뒤틀어 분질러버리고 싶다고, 몸을 다섯조각으로 찢은 후, 발로 짖이겨버리고 싶다고, 불로 태워죽이고 싶다고, 빌딩에서 밀어 떡이되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아니! 그게 당연하십니다. 농담이 아니야! 나는 이 소에다형사라는 남자가 세디스트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런 잔혹한 일은 한번도 생각조차한 일이 없었다. 그래도 참아주십시오. 꾹 눌러주세요. 부인의 안전을 위해서 꾹 참으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괜찮다구요! 하고 나는 조금 짜증이 나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안심했습니다. 하고 소에다는 한숨 돌린 듯한 모습을 하고, 그럼 오늘 저녁에 정어덮밥 소나무(*일본서 장어덮밥 중에 가장 비쌈)로 부탁합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정말 뒤집어 질 뻔했다. 아, 알았습니다. 아니, 이것도 조사를 위해서입니다. 장어덮밥이… 말입니까? 오오쿠라가 올 때쯤이면 저녁식사시간이 됩니다. 그렇군요. 오오쿠라에게도 그 장어덮밥을 먹여주는 겁니다. - 어쨌든 녀석은 취조당하느라 아무것도 먹질 못했으니까요. 배가 고픈 건 만큼 인간을 솔직히 만드는 것은 없지요. 과연. 이것은 진리일지도 모른다. 그럴때, 장어덮밥이 나온다! 게다가 그것은 자기가 유괴한 여자의 남편이 준 것이다! 오오쿠라는 분명히 거기에 감동할 겁니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당신 앞에 푹 엎드려 모든 걸 고백해버리고 말 겁니다. 그렇게 잘 될까요? 역시… 역시 안되겠지요. 장어덮밥 하나에 별별 이유가 다 붙는다. 그러면, 형사님들에게는 소나무가 아니라, 대나무나 매화로… 아니요. 역시 소나무가 좋겠죠. 같은 것을 먹는다. 즉, 같은 인간으로 취급당한다고 생각되면 오오쿠라는 감동하여 당신 앞에 푹엎드려 - 아니, 이건 좀전에 했군요. 어쨌든, 장어덮밥 소나무로 주문하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주방으로 피난했다. 저 형사를 상대하다가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설겆이하던 유우꼬가 물었다. 장어덮밥 소나무라는 게 말이야… 정말이지. 이 유괴사건은 저 형사들이 단지 밥을 먹기 위한 음모인 것 같이 생각되는 걸. 설마. 하고 유우꼬는 웃고는, - 근데요, 그 유괴범 말이에요. 언제와요? 이제 곧 도착해야만 할거야! 그래요? 왜 그래? 역시 장어덮밥이 신경쓰여? 아니요. 조금 흥미 있지 않아요? 흉악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거. 전 한번도 가까이서 본 일이 없었거든요. 나는 조금 떫은 얼굴을 하고, 나 이외의 남자에게도 흥미가 있는 거야? 하고 말했다. 유우꼬는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에요. - 바보로군요! 하고 쪼옥 키스해 주었다. 이걸로 단방에 화가 풀리니, 나도 참 단순하다. 유우꼬는 주방에서 전화로 장어덮밥을 주문하고 커피를 끓였다. 형사들에게 줄 거에요. 문을 좀 열어줄래요? 나는 시키는 데로 쟁반을 든 유우꼬를 통과시켰다. - 응접실에는 형사들이 빈둥거리며 떠들거나 주간지를 읽고 있었다. TV나 영화에서 보는 긴박감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먼 무드였다. 이야, 고맙습니다. 하고 소에다가 제일 먼저 커피잔을 들고 한 입에 꿀꺽 삼킨 후, 아! 뜨 뜨! 하고 튀어올랐다. 원, 이제 별걸 다 하는구만. 정말! 그때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유우꼬가 쟁반을 놓고 현관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더니 어디선가 본 듯한 남자가 들어왔다. - 그 사진의 남자. 오오쿠라 다카시라는 남자라고 알아차리는 데는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받은 이미지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취조 때문에 피곤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성큼성큼 응접실로 들어왔다. 형사들이 그 뒤를 당황하며 들어온다. - 수갑 찬 것을 제외하면 오오쿠라가 휠씬 당당해 보였다. 오오쿠라는 획하고 응접실을 둘러보더니 소에다형사에게 눈을 멈추고 빙긋하고 웃었다. 뭐야? 소에다잖아? 하니까, 소에다가 벌떡 일어나며,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하고 말했으므로 나는 깜짝 놀랐다. 이야, 건강하구만. 오오쿠라씨도 변함없으시군요… 앉았으면 하는데- 빽차는 쿠션이 않좋아서 금방 피곤해지거든. 네. 그럼요. - 자 이쪽으로. 내가 멍청히 보고있자. 소에다는 내쪽으로 다가와, 이렇게해서 인간대접을 하는 게 자백을 받아내는 비결이지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지나친 거 아닐까? 너무 늦잖은가? 하고 확 태도가 바뀌더니, 소에다는 오오쿠라를 끌고온 형사들에게 고함쳤다. 죄송합니다. 오오쿠라 녀석이 배고프다고 졸라대는 통에 도중에 장어덮밥을 먹이고 오느라… 장어덮밥이라구? 네… 어째서 햄버거나 다른 것으로 하지 않았나! 억지다. 소에다는 어쨌든 화를 억누르고, 그런데, - 얼마였나? 네? 얼마짜리 장어덮밥을 먹인 거냔 말이야. 에… 비싼 집이라서요… 3천엔이었던 거 같습니다만… 소에다는 내쪽을 바라보더니, 얼마짜리를 주문하셨죠? 하고 묻는다. 그게… 저는… 유우꼬를 보니, 2천 8백엔이었어요. 그게 가장 비쌌거든요. 아 - 아! 소에다는 탄식을 했다.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어! 원래부터 물방울 계획이 아니었던가? 소에다는 갑자기 굳은 표정이 되더디,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 - 야. 오오쿠라! 여기 부인을 어디에 뒀어! 사실대로 말해! 잘도 왔다갔다 한다. - 나는 마치 TV원맨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게 뭐야. 오오쿠라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한 게 아니야. 흥, 끌어도 소용없어. 너와 너의 동료가 재갈물린 여자를 차에 태운 걸 목격한 사람이 있으니깐. 이걸로 상대방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오오쿠라는 껄껄 웃어버리고 만 것이다. - 뭐가 이상해? 소에다는 시뻘개져서 소리쳤다. 했지… 그야… 남자한명, 여자한명, 함께 차에 탔었지. 그럼, 인정하는군. 하고 소에다가 몸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여자는 감기걸려 마스크를 한거야. 재갈이라니! 과연, 마스크였던가! 입에 천을 대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나는 풋- 웃어버리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 아직 끈질기게 하고 있어요. 저녁 식사후, 정리한 다음 유우꼬가 2층 침실로 올라와 말했다. 그 형사는 천연기념물로 해야할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그렇지만, 그 오오쿠라라는 남자 재미있네요. 그래? 형사만 혼자 화가나서 외치고 있잖아요. 그 형사를 말리는 게 더 큰 일인걸. 이라 말하고, 나는 유우꼬를 끌어안았다. 안돼요… 사람이 와요. 이라 말하며, 유우꼬는 상냥하게 키스해 주었다. 내일이 큰일이군요. 돈을 찾아 지정장소에 가지 않으면. 그러고 보니 전화가 없는 걸? 잊어버렸나? 설마 - 오늘 저녁, 내일 아침 중으로 걸려올 거에요. 미나꼬 시체는 어디로 가버린 거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그 부랑자 시체도요. 모르는 것 투성이구만.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미나꼬를 죽였다는 것 정도다. 오늘 밤새도록 저 오오쿠라라는 남자를 심문할 거라던데요. 밤새도록?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렇게 언제까지나 일어나 있으면 유우꼬를 침대로 끌고 갈 수도 없잖은가? 그래도 괜찮을 거에요. 하고 유우꼬는 내심중을 읽은 듯 말했다. 저 형사. 그렇게 말하면서 크게 하품하고 있었거든요. 탁탁하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저건 틀림없이 젊은 이케야마형사다. 이케자와씨! 하고 문을 연다. 전화입니다. 전화? 나는 긴장했다. 역시 간혹은 긴장하지 않으면 멱목이 없다(?) 유괴범입니까? 아니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줘도 좋지 않은가! - 어쨌든 안나갈 수도 없어서 나는 계단 밑으로 내려왔다. 이상한 여자입니다. 하고 소에다가 말했다. 조금 미친 거 같아요. 내가 수화기를 들고, 이케자와입니다만… 하고 말하자, 잠깐! 지금 <미쳤다>라고 말한 사람 누구에요? 하고 대단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스미타니 히데꼬다 - 미나꼬를 죽였을 때, 남편과 같이 찾아온 여자다. 아니 - 그 - 나는 머뭇머뭇거렸다. 성격이 불량한 사람을 쓰고 있군요. 하고 히데꼬는 말했다. 어때요? 아직도 몸이 안좋아요? 네 - 좀 전화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 어째서 입원 안시키는 거에요! 알았으니, 그렇게 큰 소리 내지 말아요. 큰소리가 나빴군요! 아니, 즉 - 지금 그쪽으로 가겠어요. 뭐라고요? 당신에게 맡겼다가는 미나꼬가 죽겠어요. 벌써 죽어있지만, 그렇게 말할 수도 없어서, 그렇지만.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입원시킬테니까요. 아, 잠깐 기다려요. 그럼, 곧 갈께요. 이봐!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이미 전화는 끊겨 있었다. 18. 목숨을 건 술래잡기 나는 스마타니 히데꼬와의 일을 설명하고, 미나꼬가 병들었다고 말한 것을 믿고 있어요.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곤란하게 됐군요. 그건. 하고 소에다는 머리를 조아렸다. 아니 머리를 흔들었다. 잘 좀 설명해 주세요. 설명한다고 납득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무리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럼 어쩔 수 없습니다. 하고 소에다는 잘라 말했다.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해야지요. 정말 단순한 인간이라고 나는 새삼 느꼈다… - 스마타니 히데꼬가 찾아온 것은 30분후의 일이었다. - 미나꼬는 어디 있죠? 하며 응접실로 들어온다. 아니 실은… 이 사람들은… 누구? 하고 휘둘러 보더니, 전파상 사람? 아니면… 실례합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저희들은 경찰… 그순간, 앗 하고 히데꼬가 큰소리를 지르며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 맞죠? 네? 좀전에 전화에서 나 보고 미쳤다고 말한 사람… 역시 당신이군요! 아, 뭐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을 듣고 싶은 게 아녜요. 하며 히데꼬는 허리에 손을 대고 소에다를 째려본다. 즉, 그 - 그게… 미나꼬씨는 유괴당했어요. 유괴? 네. 한마디로 납치당한 거지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강제로… 그정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 정말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범인의 전화를 지금 기리고 있는 거지요. 그럼, 정말 납치당한 거죠? 히데꼬의 눈은 빛났다. 아무리봐도 친구의 안부를 걱정하는 얼굴은 아니다. 그런데 유갑입니다만- 정말 유감이군요. 아니 당신말입니다. 나? - 어째서? 즉,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하거든요. 나라면- 괜찮으리고는 생각합니다만, 만전을 기하기 위해 오늘밤은 이곳에서 보내주셔야겠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 이봐, 장난이 아니야! 히데꼬가 밤새도록 이곳에 있다라고하면… 어떻게 되어버릴까?… 소에다씨, 그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하고 나는 말했다. 그녀에게도 남편이 있어요. 이곳에 와서 안돌아간다면 걱정할 겁니다. 어머, 상관없어요. 하고 히데꼬가 말했다. 우리 남편, 급한 일 때문에 출장 갔거든요. 2, 3일간은 안돌아와요. 그러시다면- 저, 절대로 여기에서 안움직일 거에요! 히데꼬는 소파에 쿵하고 눌러앉아버렸다. - 나는 이미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있었다. 즐거운 시간도, 행복한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것이 진리인 것이다! 이제 그 말랑말랑하게 부풀어오른 유우꼬는- 밤 12시. 유우꼬는 살짝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 들키지 않았을까? 괜찮아요. 유우꼬는 서둘러 브래지어를 입으며 말했다. 샤워를 하면 누군가가 들을지도 모르니까 안하는 편이 낳겠어요. 그렇겠군. 제가 참기로 하죠. 유우꼬는 어두운 방안에서 기지개를 켰다. 밑으로 갈거야? 소파에서 잘께요. 다른 침대에서 자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렇군- 그럼, 나도 소파에서 잘까? 좋아요. 당신이 이곳의 주인이니까. 하고 유우꼬는 프로답게 내몸을 간지럽혔다. 끝내 전화는 없었어. 그렇군요. - 내일 걸 작정인가봐요. 분명히. 태평한 범인이구만. 생각해보면, 어느쪽이 태평한지 모르겠지만… 그럼 편히 주무세요. 라고 유우꼬는 말하곤, 다시 한 번 키스하고 나갔다. 나는 혼자 꾸벅거리며 졸다가 금새 잠들어버렸다. 문득 정신이 드니, 누군가가 내몸을 흔들고 있다. 눈을 뜨니- 일어나요. 큰일났어요. 유우꼬다. 뭐야? 벌써 아침이야? 아니에욧! 그럼 뭐지? 없어졌어요. - 누가? 하고 나는 잠투정하듯 말했다. 그 남자요. 오오쿠라라는- 없어졌다고? … 어떻게 된거지? 모르겠어요. 밑으로 내려가서 응접실로 들어가니 모두 쿨쿨 자고 있었어요. 이건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만 없어졌지뭐에요? 화장실에라도 간 게 아닐까? 혼자서 수갑을 풀고?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즉, 도망간거네? 그런 것 같아요. 유우꼬가 끄덕였다. - 정말이지. 이건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요? 소에다형사는 연극대사 같은 어투로 말했다. 이런 실패는 나의 빛나는 경력 중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자기 일을 빛나는 이라고 하는 건 좀 그런데…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불찰이었습니다- 그만 피로가, 깊은 잠을 불렀습니다. 뭐가 피로야? 아무일도 안하는 주제에! 나는 화가 났다. 우리들이야말로 구멍을 파고 사람을 죽이고, 큰일을 해왔는데! 소에다씨. 이케야마형사가 왔다. 밖에 있던 경찰도 모두 오오쿠라를 보지 못했답니다. 그래? 그럼 그녀석은 아직 이 안에 있겠군. 소에다는 갑자기 활력을 되찾았다. 좋아! 모두 찾아봐! 마루를 부수고, 벽에 구멍을 뚫어서라도 오오쿠라 녀석을 붙잡는 거다! 하고 외친다. 소에다씨, 그렇게 난폭하게 하시면 곤란합니다! 아아, 아니 이건 그냥 말 뿐인 걸요. 뭐 설마 진짜로 벽과 벽사이에 숨어있지는 않을테니까요. 하며 소에다는 웃었다.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만. 나는 아직 믿어지지 않았다. 이 형사라면 정말로 할지도 모른다. 저-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참견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이 형사. 여자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정도 사람이 있고, 여기는 성이 아니니까, 하나씩 방을 조사해 나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과연. 소에다도 유우꼬의 극히 이론에 근거한 천재적인(은 오버인가?) 생각에는 긍정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하지요. - 어이! 모두 모여! 하고 말하고선, 이제부턴 2층부터 이잡듯이 뒤져라. - 반드시 잡는 거다! 과연, 소에다의 말에는 다소의 프라이드가 느껴졌다. 경찰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하고 강력히 말했다. 이번에 못잡으면 나도 짤린다구! 나중 것은 거의 절규에 가까왔다. 우선 2층부터 뒤지기로 해서 소에다와 형사들은 졸졸 따라 올라갔다. 1층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 나와 유우꼬, 그리고 이케야마형사, 이렇게 3명은 응접실에 남아있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이케야마는 응접실에서 나갔다. 긴장하고 있군요. 하며 유우꼬는 미소지었다. 귀엽지 않아요? 저 남자. 어 이봐- 정말, 금방 질투한다니깐. 하고 유우꼬는 짓궂게 웃었다. 괜찮을까. 조사해도… 상관없어요. 구석구석까지 뒤지지는 않을테니까요. 사람이 숨을 만한 곳만 찾을 텐데요 뭘. 응… 내가 웅얼거렸을 때였다. 탁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 나와 유우꼬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뭘까? 지하실 쪽이에요. 가보자. 우리들은 응접실을 뛰어나갔다. 계단 밑에 이케야마형사가 뻗어 있었다. 발을 잘못 디뎠군. 화장실로 착각했나봐요. 어쩔 수가 없구만 정말! 하고 내려가려고 하자, 갑자기 지하실 안에서 그 오오쿠라라는 남자가 나타났다. 이봐, 그 이상 오지마! 하고 오오쿠라는 말했다. 나는 얌전히 말하는 데로 물러났다. 오오쿠라는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멍청한 형사가 있어주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구만. 하고 오오쿠라는 웃었다. 이봐, 다른 녀석들을 끌고와. 뭐, 뭐 할려고? 여러 가지 할 말이 있어- 만일 허튼 짓 했다간 이 형사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지. - 알았다. 나와 유우꼬는 계단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소에다가 내려온다. 위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다. 소에다씨, 지하실에- 지하실에 있었군요. 뭔가 먹을 거라도… 그게 아니라니까요. 오오쿠라가 지하실에- 뭐라구요! 소에다는 튀어올랐다. -이자식! 이젠 도망갈 수 없어! 저- 소에다씨. 말할 기회고 뭐고 없이 소에다는 지하실로 뛰어가버렸다. 그리고 - 탁탁하고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하고 완전히 똑같은 소리였다. 차를 준비해라! 제대로 된 차로 말이야. 오토메틱의 새차면 더욱 좋겠지. 알았나? 지하실에서 오오쿠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돈 3천만엔을 준비해! 3천만엔인가…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한명당 천오백만엔이군요. 유우꼬가 말했다. 밑에서는 소에다와 이케야마가 둘씩이나 인질이 되어 있었다. 19. 뷰티블 모닝 아침이 되었다. 꼬기오 하는 닭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대신 아-함 하는 하품 소리가 응접실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2층에서 내려갔다. 완전 잠부족이다. 안녕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머, 빠르네요. 유우꼬가 빙긋 웃었다. 잘잤어요? 응. 푹잤어. 하고 나는 유우꼬의 힌 목에 재빨리 키스했다. 간지러워요- 당신, 건강해 보이는군요. 당신 얼굴을 보면 기운이 솟거든. 피- 아첨… 아~ 엉덩이 만질 때가 아니잖아요. 이럴 때에. 이럴 때? 그래요. 이케야마씨하고 소에다씨가 오오쿠라의 인질로 잡혀있는데… 아, 그렇다. 어째서 잠부족일까하고 생각했었는데말야. 이제 알겠군. 한심하군요. 그렇지만, 응접실 형사들도 모두 쿨쿨 푹 잤잖아. 정말 한심하구만. 문이 열리더니, 아아, 죄송합니다. 커피한잔 마실 수 있을까요? 하고 형사 한명이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 전부들 잠이 덜 깨서요. 네. 지금 가져갈께요. 유우꼬는 끄덕였다. 밑에 있는 3명에게도 아침밥을 갖고 가야겠군요. 배가 고프면 사람들은 짜증내는 법이거든요. 유우꼬의 심원한 통찰력에는 정말 감동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군요. 뭐, 밑에는 나중에 가져가도 괜찮겠죠. 소에다 같은 상사의 밑에는 과연 좋은 부하들만 모여있다. 한명은 사이좋게 흉악범의 인질이 되고, 다른 부하는 먼저 커피를 달라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도 좋을까?… - 그런데 밑에 쪽은 이떻게 할 겁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오오쿠라는 3천만엔과 차를 요구하고 있어요. 응해야합니까? 자 - 글쎄요. 하고 별로 관심없는 표정으로, 어쨌든 웟분과 먼저 상담해야겠지요. 응접실로 가니 형사들은 신문을 펼쳐보거나, TV를 보거나 하고 있다. 이건 내가 항상 보고 있지. 따위로 말하면서 <연제TV소설>을 보고 있다. 질렸다고 해야할지. 뭐라 말해야 할지… 어쨌든 저는 은행에 갔다와야겠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은행이요? 전기세라도 밀렸나요? 처의 유괴금을 찾으려고… 아, 그랬군요! 그럼 저희들은 신경쓰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박자늦은, 이 무관심. 대체 이 형사들 왜 우리집에 왔는지 잊어먹고 있는 거 아냐? 사장님. 하는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 요시노다. 야아, 어디에 갔었어? 아침 산책을 좀. 이 자식! 누구 약올리나!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꾸욱하고 눌러참았다. 이럴 때에 아침산책을 흔들흔들 하고 나갔다오는 녀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 돈 찾으러 가는 거야. 함께 가겠습니다.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이런 수법에 녹아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함께 가는 게 더 위험하다. 아니, 이건 남편으로서 할 일이니까. 나혼자 가겠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나는 내심 미소지었다. 요시노자식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이 새끼…하고 이를 갈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렇게 말하면, 마음속에는 이빨이 없어요 따위로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할 지 모른다만… 안녕하세요. 갑자기 대단히 소리가 귀를 뚫고 들어와 나는 튀어오를 뻔했다. 뒤돌아보니 스마타니 히데꼬이다. 아! 이것도 있었나?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하고 단단히 벼르는 말투. 어쨌든, 지하실에 있는 3명을 어떻게든 해야겠지요. 하고 내가 말하자, 히데꼬는 목소리를 낮추곤, 있잖아요. 벌써 한명쯤은 죽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 젊은 쪽을 살려두었으면 하는데… 당신은 어느쪽이 좋아요? 질려서 말도 안나온다. - 피에 굶주린 흡혈녀 같다. 나같이 마음 착한 인간은 아무리해도 그런 상상이 안된다. 하긴 그 주제에 아내를 죽였지만서도… 저 - 유우꼬가 말을 걸어왔다. 토스트와 커피포트를 담은 큰 쟁반을 들고 있다. 야아, 끝내주는군. 하고 요시노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막 배가 고픈참이었는데. 바보. 네 것이 아니야! 하고 나는 꾸짖었다. 사장을 재쳐두고 비서가 아침밥을 한다는 건 도대체 어디 있는 규칙이란 말인가. 내가 먼저 아닌가! 맞아요. 안됐지만, 이건 지하실에 가져가는 거에요. 나는 당황해서 헛기침을 했다. 그 그럼, 그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 자네가 가져가면 위험해. 어쨌든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럼, 누가… 물론 형사들이지. 위험한 일은 그 사람들에게 맡겨두면 되는 거야. 내가 형사 한명을 붙들고 그 말을 하자, 그 아니, 그렇지만… 그건 위험한 짓입니다. 하고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한다.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 아닙니까. 오오쿠라는 경찰들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요- 오히려 여자쪽이 반감을 줄일 수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나는 항의했다. 글쎄요… 그럼 그 식사를 개 등에 묶어서라던가, 리모콘 모형비행기로 갖다준다던가 어떻게 해서- 그녀보고 가라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만일 오오쿠라에게 잡혀서 강간이라도 당하면 그 책임은 당신일 질겁니까? 나처럼 얌전한 사람도 연인을 위해서라면 상당히 강해지는 것이다. 마음약한 남성제군들은 안심하세요. 그, 그건… 하고 형사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는다. 뭐, 공무원이라는 것은 책임 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들 도망가고 싶어하니까… 그 일에 관해서는 윗분과 상담을 통해서… 저로서는… 하고 말을 꺼냈다. 제가 가겠어요. 끼어든 것은 놀랍게도 히데꼬였다. 그렇지만, - 위험합니다. 나는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이 슬퍼할 겁니다. 괜찮아요! 하고 히데꼬는 유우꼬의 손에서 쟁반을 빼앗듯 움켜쥐고는, 저, 한번쯤은 이런 스릴있는 체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하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순간, 모두 멍하게 있었지만, 곧 왁하고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히데꼬는 벌써 쟁반을 들고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괜찮을까요? 하고 요시노가 말했다. 내가 알게 뭐야? 쉿. 유우꼬가 말을 가로막았다. 모두 계단 가까이서 꾹 숨을 죽이고 있다. 밑의 문이 열렸다. - 히데꼬가 쟁반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무거운 침묵. 당장이라도 히데꼬의 비명과 옷찢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하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 아니, 가슴을 죄며 기다렸다. 약간 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유우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어떻게든 되어있겠지요. 하고 태만한 형사가 말한다. 문이 열린다. 그리고 계단을 히데꼬가 올라왔다. 화난 듯한 얼굴이었다. 괘…괜찮습니까? 하고 내가 묻자, 아, 열받어. 하며 히데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게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저남자! ………. 이런… 계단 밑에서, 이봐! 누구있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소에다의 목소리다. 형사들이 당황해서, 네, 네! 괜찮으십니까? 어떻게 된거야! 돈하고 차 준비됐어? 그건… 과장님의 허가가 없으면 - 조금 전에 전화했습니다만 회의중이라고. 바보! 내가 죽어도 좋단 말인가? 소에다의 목소리는 강한 촉박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안에서 오오쿠라가 웃고 있는 것이 들렸다. - 이봐, 잘들어. 오오쿠라가 나온 것 같다. 정오까지 준비하지 못하면 한명이 죽어. 어떻게 하든지 당신들 마음이지만, 지금은 9시반이야. 2시반동안 잘 생각해보라구. - 알았나! 소에다의 외침은 비통했다. 3천만엔 안되겠나?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거기서 어떻게 좀 할 수 없어? 생각해 볼 만한 일이었다. 일억엔이라는 대금은 지점에서 금방은 모여지질 않는다. - 알았다. 아니, 어쩔 수 없지. 지금 갈테니, 3천만엔이라도 준비해주게. 나는 전화를 끊었다. 역시 안되는 겁니까? 요시노가 물었다. 응. 내일까지는 준비해 놓겠다고… 범인에게 전화가 오면 안되니까, 빨리 가시는 게- 하고 유우꼬가 말한다. 그렇게 하지- 그럼 저는 은행에 갔다오겠습니다. 하고 형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소에다씨는 어떻게 될까요? 그게요… 하고 형사는 머리를 긁으며, 과장님이 숙취로 몸이 좀 안좋으셔서 그런 녀석이 말하는 데로 다해주는 건 경찰의 수치다 라고요. 네, 좀 그렇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체포하라 명령하셔서… 그렇지만, 인질이 있잖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장님 명령이라서요. 하아… 부하라는 건. 좀 괴로운 직업이죠. 그런 한가한 말을 할 때인가하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뭐 내가 알바가 아니지. … 아니, 그렇지도 않다. 어쨌든 오오쿠라는 미나꼬의 유괴용의자로 이곳에 끌려온 것 아닌가. - 그렇다고 해도 묘하군요. 현관으로 나오면서 유우꼬가 말했다. 저 오오쿠라라는 남자. 어째서 저런 무모한 짓을 할까요? 분명히 다른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했겠지. 그렇군요 - 이걸로 유괴범 에게 또 전화가 걸려오면 오오쿠라가 적어도 부인을 유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요? 우린 원래 알고 있었잖아? 쉿! 누군가가 들으면 큰일나요. 하고 유우꼬가 주의를 둘러본다. 상관없어. 지금은 모두 지하실쪽에 신경을 빼앗기고 있을테니… 그럼, 빨리 갔다오세요. 그 범인한테 전화가 걸려오면 안되니까. 그렇군 - 키스해줘. 안돼요. 이럴 때… 조금만. 유우꼬는 나쁜사람이군요… 하고 말하며 내 입술에 쪽하고 키스해주었다. 이걸로 이제 점심을 굶어도 괜찮다! 나가려고 현간문에 손을 댄 순간, 이케자와씨! 하며 형사가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부탁이 있습니다만. 어떤… 나가시거든 햄버거 10개만 사다주세요. 케찹을 쳐서요. - 소에다의 부하에 어울리는 대사군하고 나는 생각했다. 12시에는 두형사 중 한명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점심 걱정이나하고 있다니! - 나는 일본경찰의 앞날에 먹구름이 깔리는 것 같아 탄식할 수 밖에 없었다. 현관을 열고 찬란하고 밝은 아침으로 발을 내디뎠다. 20. 지폐의 춤 현관에 들어서며 나는 크게 놀랐다. 은행에서 3천만엔을 찾아 돌아온 것은 마침내 11시가 되려고 할 때였지만, 어쨌든 한 걸음 내디였을 때 신주꾸역, 아니 시부야역의 러시아워 속으로 잘못해서 끼어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집안에는 복도에서 응접실까지 수십명 - 아니, 백명은 될까 싶을 정도로 제복경찰로 뒤덮여 있었다. 물론 앉을 자리도 없었기 때문에 모두들 팔장을 끼고 서서 말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곳에서 <전국경찰친목회>라도 개최하기로 한 것일까? 돌아오셨어요? 유우꼬가 2층에서 내려왔다. 응. 근데 이건-? 위로 올라가요. 어쨌든 위로- 하며 유우꼬가 내손을 끈다. 침실에 들어가자 유우꼬가 안심한 듯 숨을 돌리고, 놀라셨죠? 하고 말했다. 당연하잖아. 어떻게 된거야? 저 형사들이 응원경찰을 부른 거에요. 그랬더니 한명씩 따로따로 전화를 해서 여기저기에서 경찰들이 와와 하고 몰려와서는… 지독하구만. 나는 돈이 든 가방을 침대 위에 놓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야? 어쨌든 절대로 도망칠 수 없어라는 것을 오오쿠라에게 보여서 자수시킬려는 거겠지요. 그렇다하더라도 너무 지나치잖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맡겨두는 수밖에. 요시노하고 스마타니 히데꼬는? 밑에 있어요. 스마티니씨는 이 장면은 꼭 봐야한다며 흥분해 있어요. 뭣을? 오오쿠라가 경찰들의 탄환을 수백발 맞으며 쓰러지는 모습을요. 정말! 그러고도 여자란 말야? 나는 질려서 침대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여자라는 것. 잔혹한 면이 있는 거에요. 하며 유우꼬는 내옆에 앉았다. 저도… 알고있죠? 응… 저의 일이라면 뭐든지 알고있죠? 구석구석까지. 호호… 뭐랄까 이상하군요. 유우꼬가 키스해온다. 우리들은 침대로 쓰러졌다. 쿵하는 소리가 났다. 돈이 든 가방이 떨어진 것이다. 상관없어! 유우꼬가 더 중요하니깐. 안돼요… 내 가슴팍에서 유우꼬가 말했다. 그렇군… 나중일을 생각해야해요. 전화는… 걸려왔어? 아니요… 아직이에요. 3천만엔으로… 합의를… 봐줄까? 안돼… 지… 않을까요? 그럴… 까? 상당히 …… 가 많이 들어간 것은 그러는 동안 나와 유우꼬 사이에 친밀한 접촉이 일어났다라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누가 갑자기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우리들은 뿅하고 튀어올랐다. 유우꼬가 머리를 고치면서 문을 연다.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하고 형사가 들어왔다. 밑에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제 30분밖에 없기 때문에 각오해야겠지요. 각오를 해야하는 것은 소에다형사와 이케야마형사 쪽이겠지? 그럼… 뛰어드는 겁니까? 하고 유우꼬 말했다. 네. 백명의 경찰이 일제히 뛰어들면 분명히… 그 좁은 계단에 백명이나 되는 인간이 들어갈 리가 없다. 오히려 허우적거리기만 해서 오오쿠라는 그 틈을 헤치고 도망가버릴 지도 모른다. 소에다씨는 괜찮습니까? 조금전에도 돈과 차는 어떻게 됐어? 하고 호통치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 했다니까요. 형사는 말하더니, 아, 그런데 햄버거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만한 인간이 말할만한 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가방 안에- 지폐 위에 있습니다. 하며 가방을 열었다. 아이구, 고맙습니다. - 그런데 백명씩이나 있으니 빼앗기겠는걸? 여기서 하나 먹고 가겠습니다. 하고 형사는 햄버거를 먹어대기 시작했다. 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유우꼬가 말을 꺼냈다. 뭡니까? 오오쿠라가 요구하는 것은 3천만엔이지요? 여기 마침 3천만엔이 있어요. 그래서요? 이걸 오오쿠라에게 보이는 거에요. 차 요구는 어쨌건 지하에서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돈만 건네주면 분명히 차도 준비되었다고 생각할 거에요. 과연. 오오쿠라는 안심하고 올라오겠죠? 그때 일제히 덮치는 거에요. 유우꼬는 나를 보더니, 사장님은 인정이 많으신 분이시니까 분명히 이 돈을 쓰게 해주실 겁니다. 나는 쓰윽 가슴을 펴고, 물론이지요. 이돈이 도움이 된다면 부디. 이야, 정말 고맙습니다! 형사는 햄버거를 무리하게 입에 쑤셔넣더니 눈을 희번떡거리며, - 반드시 - 다시 찾아 돌려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당연하지! 안돌려주면 큰일이다! 형사가 나가자, 유우꼬가 말했다. 마구 말해버려 미안해요- 화났어요? 화날 리가 있나?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정말? 당신 정말 멋있어요. 유우꼬가 키스해 온다. - 이 키스를 위해서라면 3천만엔, 없어져도- - 역시 아깝구만. 이제 5분 남았어. 오오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쪽을 죽일까 가위바위보를 시키고 있는 중이지. 이봐, 자네는 보를 내! 소에다가 말한다. 싫습니다! 가위를 내려고 그러죠? 나는 너를 구하려고 주먹을 내려고 했어! 믿을 수 없습니다! 이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언젠가, 라면값도 떼어 먹었잖습니까. 정말, 반드시 테이프에 녹화해 두고 싶은 대화다. 이봐, 오오쿠라. 형사가 말을 건다. 뭐야? 겨우 마련했어! 돈하고 차 둘다 말인가? 아아, 물론. 정말이겠지. 그러니까, 나와. 손은 쓰지 않겠어. 돈을 이쪽으로 넘겨라. 나는 가방을 형사에게 넘겼다. 지금 - 던진다! 가방이 던져져 계단을 굴러떨어졌다. 한참 침묵이 있다. 조사하고 있겠지. - 좋아. 뭐 사실 같구만. 오오쿠라의 목소리가 났다. 올라가지. 그 주위에서 모두 비켜라. 알았다! 이 나이먹은 놈을 데리고 가지. 수상한 짓하다간 이 놈을 죽이겠어. 백명이나 되는 경찰이 숨는 다거나 하는 짓은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90명은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10명이라도 안보이게 숨는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스마티니 히데꼬가, 여기 있어요! 하고 분발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기관총은? 쇼트건은? 전쟁하는 게 아냐!라 말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있었다. - 간닷! 오오쿠라의 목소리. 씨잉.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와 유우꼬는 함께 현관 입구쪽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잘 될까요? 글쎄, 그 형사는 죽을지도 모르겠는걸? 불쌍하군요. 그래? 아니, 그렇지도 않아요. 쿵쿵하고 발소리가 올라온다. 이봐, 제대로 걸어! 오오쿠라에게 싫은 소리 듣고 있는 것은 소에다일 것이다. 똑바로 햇! - 뭐라고? - 허리를 삐었다구? 탕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이제 걸을 수 있나? - 좋아. 자 가지! 소에다가 거의 기듯이 올라왔다. 그 뒤를 오오쿠라가. 상황은 꽤 어렵다. 경찰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에서 오오쿠라 쪽으로 달려가기에도 약간 시간이 걸린다. 그러는 동안 오오쿠라 손에 있는 권총은 충분히 소에다의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음에 틀림없다. 자, 걸어. 오오쿠라가 꾸욱 소에다를 누른다. 오른손에는 권총, 왼손에는 돈이든 가방을 갖고 있다. 나는 슬슬 응접실 안으로 후퇴했다. - 흥. 숨어있는 것은 다 알고있어. 오오쿠라가 선수를 친다. 어디 한명쯤 움직여 보시지. 이 자식 머리를 날려버릴 테니깐. 이렇게 말을 듣고는 아무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오오쿠라. 맘만치 않은걸? 오오쿠라와 소에다가 현관쪽으로 조금씩 걸어간다. 나는 응접실 문을 살짝 닫고 좁은 틈으로 엿보고 있었다. 소에다는 이미 산송장처럼 보이는 얼굴로 완전히 겁먹고 있었다. 식은 땀도 났을 거다. 오오쿠라의 낮두꺼운 옆모습이 보였다. - 나쁜 녀석 이기는 하지만, 그 침착함과 대담성은 정말 감탄할만 했다… 그 때, 머리위에서 뭔가 휙하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생각한 순간, 앗! 하며 오오쿠라가 얼굴을 감싸고 신음했다. 가방이 떨어진다 - 일제히 경찰들이 달려들었다. 그후는 - 이미 - 대혼란이다. 밖에 있던 경찰들도 와락 들어와서, 현관앞 혹은 만원전철 안처럼 되어버렸다. - 지폐다! 누군가가 외쳤다. 일만엔짜리 지폐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가방이 열렸음에 틀림없다. 걷어차이고 던져져서 지폐가 공중으로 춤추며 올라간 것이다. 지폐의 춤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정말 면목없습니다. 소에다형사는 머리를 숙이고, 반드시 부족분은 보상하겠습니다. 좋으실대로. 하고 나는 말했다. 소에다는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 천연덕스러운 모습이었다. 오오쿠라는 체포되고, 물론 이케야마형사도 무사하다. 단지 무사하지 않은 것은 내돈 3천만엔이었다. 지금 형사들이 회수한 지폐를 세고 있지만, 아무리 세봐도 몇백만엔인가가 부족한 것이다. 공중에서 분자가 되어 흩어졌나보네요. 따위로 말하면서 소에다는 웃었지만, 내가 웃지 않았기 때문에 파닥하고 심각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오오쿠라는 왜 얼굴을 감쌌습니까? 내가 묻자, 이거에요. 하며 유우꼬가 답했다. 유우꼬의 손에서 핑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날랐다. - 이케야마가 줏어 올리고는, 고무밴드 아닙니까? 하고 소리쳤다. 네, 고무밴드라도 명중하면 꽤 아퍼요. 유우꼬가 빙그래 웃었다. 모두들 말없이 유우꼬를 보고 있다. 과연, 유우꼬다! 아, 뭐라 감사의 말을 드려야할지. 하며 소에다가 오버해서 머리를 숙였다. 당신은 여신님입니다. 하고 이케야마가 유우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옛날 무사시대 풍경같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내가 받자, 이케자와씨인가?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다. 일억엔은 준비됐나? 남자 목소리가 묻는다. 형사들이 당황하여 역탐지용 기계로 몰려들었다. 사건은 아직이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21. 살인에 실패한다는 것 뭐야? 꽤 시끄러잖아? 응? 전화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건 그렇다. 처음부터 이집에 있었던 소에다, 이케야마를 선두로 형사들 외에 응접실로 달려와서…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수십명의 경찰이 집안에서 빈둥대고 있는 것이다. 전화 주변이 웅성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봐, 경찰에 연락한 건 아니겠지? 유괴범(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은 아주 오소독스한 대사를 뱉었다. 아, 아니, 그런 일 없어. 나는 당황하여 말했다. 소에다가 형사들에게 조용히. 조용히 햇! 하고 외! 치! 고! 있다. 이봐, 복도에 있는 녀석들. 조용히 안해! 도대체 이 형사. 어느 편이란 말인가! 나는 한숨을 쉬었다. - 뭔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전화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래? 아니, 아주 조용해. 분명히 혼선된 걸거야. 그럼! 복도에서, 이 바보자식, 조용히 하지 않으면 경찰이 있다는 걸 들켜버리잖아! 소에다가 외치는 소리가 확실히도 들려온다. 이미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시 경찰에 알렸군. 전화의 목소리는 비웃듯 말했다. 아아, 어쩌란 말인가! 이걸로 인질이 된 처의 목숨은 풍전의 등화… 응? 잠깐, 아니, 벌써 미나꼬는 내가 죽였지. 즉, 풍후의 등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조급할 건 없지 않은가? 네. 네. 유령을 죽일 수 있다면 죽여보시죠. 하고 다시 대꾸해 주고 싶었지만, 소에다들 눈앞에서 그럴 수도 없다. 아니, 모르는 일이야. 정말이다. 지금 것은 - TV드라마 소리라구. 이건 정말 나로서, 끝내주는 변명이라고 생각되어 스스로 감동했지만, 상대방은 크게 감동하지 않은 듯, 뭐, 상관없어. 하고 말했다. 나도 조금 화가 났다. 분명히 센스라는 것을 모르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쪽은 돈만 받으면 되니까. 남자는 말했다. 아니, 그게 은행에 그 정도의 현금이 없어서. 제멋대로 말하지마! 사실이야! 정말, 실례스러운 녀석이다. - 뭐 유괴범으로 예의 있는 녀석도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럼, 얼마가 되어 있나? 응… 그러니까… 나는 소에다가 건네준 메모를 보았다. 이천육백삼십일만… 오십엔. 응? 오십엔? 왜 오십엔이 나온거야? 꽤 어중간 하구만. 응. 뭐… -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남은 금액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 그럼 내일까지는 기다리지. 연체이자 받지 말아줘. 그건 몰라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도 있잖은가.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후후하고 웃었다. 이쪽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좋아. 내일 오후 1시에 또한번 전화를 걸지. 그때까지 일억엔, 준비되지 않았다면- 알고 있어. 미나꼬의 목숨은 없다라고 말하려는 거겠지? 아냐! 하루 더 기다린다. 뭐랄까. 이 유괴범도 소에다형사 근처에서 나쁜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전화가 끊겼다 - 나는 후아하고 숨을 내뱉었다. 이봐, 어떻게 됐어? 소에다가 부하에게 말을 건다. 끊겼습니다.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역탐지를 묻는 거다. 아, 이런 깜박했다. 형사는 머리를 긁으며, 아니, 조금 그게 깜박해서요! - 안돼는군요. 잠부족이란 건… 하하하… 잠부족이라구? 엇저녁에 그렇게 쿨쿨 잘 잔 주제에! 이봐, 아니, 이새끼. 과연 소에다도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미 인간을 떠난 얼굴이 되어 있다. 앗, 기다려 주십시오. 소에다형사님 일이 걱정되서 한숨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형사의 변명을 듣더니, 소에다의 태도는 확 변했다. 그래? - 좋아. 하긴 뭐 인간 누구라도 실패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나를 보고는, 이런 까닭입니다. 용서해 주시죠. 잘도 말하는군 정말! 나는 질렸지만, 뭐 이걸로 투덜거려봐도 소용없다는 걸 이미 여러번 경험했기에 잠자코 끄덕거리기로 했다. 그대신. 하고 소에다는 갑자기 결심의 눈빛이 되더니, 그 오오쿠라 녀석을 꾹꾹 쥐어짜서 반드시 자백 받겠습니다! 그 꾹꾹 이라는 것이 정말 실감나게 들려, 나는 순간 소에다에게 새디스틱한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형사님. 하고 유우꼬가 끼어들었다. 지금 전화는 유괴범에게 온거죠? 그렇다는 것은 유괴범은 오오쿠라가 아니라는 뜻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습니다. 소에다는 긍정하고, 분명히 공범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오오쿠라가 붙잡힌 것을 모를까요? 그렇습니다! 소에다는 눈을 빛냈다. 보통 눈이 빛나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지만, 소에다의 눈은 반짝반짝한 것이 정말 음란하게 보인다. 어떤 의미입니까? 나는 물었다. 쓰레기를, 교환하는 겁니다. - 저 매번 폐를 끼쳐드려서… 라고 하며 녀석에게 그냥 오오쿠라를 보내는 겁니까? 아니요. 인질교환입니다. 인질교환? 저쪽인질, 부인과 이쪽의 인질 오오쿠라를 바꾸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 아이디어는! 완전히 신이 나 있지만, 그런 것 약간만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그게 될지 어쩔지도 문제다. 과연, 소에다도 그걸 눈치챘는지… 뭐, 약간 사소한 법률적 문제는 있습니다만… 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오오쿠라는? 오오쿠라는 지하실에 묶어 두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누군가 옆에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이케야마가 착하고 붙어 있습니다.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덥치는 짓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괴상하군하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오오쿠라가 왜 그런 짓을 해서 도망가려고 했을까?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 물론 내 계획과는 관계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그럼 한번 오오쿠라를 끌고 오지요. 소에다는 말했다. 불고문, 물고문 해서라도… 히히히하는 웃음은 내지 않았지만, 나는 오싹했다… - 정말 나하나 때문에 꽤 세금을 축내는구만. 소파에 털썩 앉은 오오쿠라는 유유히 담배를 피면서 말했다. 흥. 잡혀 억울한가? 소에다가 비웃었다. 우수한 녀석을 둘, 셋 고용하는 편이 이런 쓰레기 같은 수십명을 놔두는 것보다 이익이지. 쓰레기? 소에다가 시뻘겋게 되어 소리쳤다. 쓰레기 아니었나? 지하실에서 목숨만은 살려줘 라던가, 나를 놓아주면 자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증언하지 라던가 한 주제에. 그런 말을 했다구? 증거있어? 하며 소에다는 오오쿠라에게 달려들었다. 소에다형사님! 이케야마가 소에다를 뒤에서 겨드랑이 밑으로 양팔을 넣어 목뒤로 꽉 죄었다. 장군님 고정하시지요! 라고는 말 안했지만, 멈추었기 때문에 겨우 소에다는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되면 어느쪽이 범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오쿠라는 태연히 말했다. 내게 고무밴드를 날린 녀석은 누군가? - 나에요. 유우꼬가 말했다. 오오쿠라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는 유우꼬를 응시했다. - 사람을 그런 눈으로 응시하지마- 당신인가? 이거 놀라운데. 오오쿠라는 짧게 웃고, 여기 있는 형사들은 손도 발도 쓰지 않았군. 이건 정말 걸작인걸? 하고 이번에는 크게 웃었다. 이새끼 하며 또 소에다가 얼굴색이 변해 때리려고 한다. 소에다형사님! 이케야마가 말린다. 이러고도 정말 형사란 말인가! 나는 실업자가 되면 형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있잖아요. 오오쿠라씨. 유우꼬가 말했다. 솔직히 인정해요. 당신은 졌어요. 그렇군. 오오쿠라는 인정했다. 단지, 당신에게…야, 이 형사들에게…가 아니고. 당신은 거물급이죠? 유우꼬가 말한다. 응? - 뭐 이 근처 걸달들하고는 조금 틀리긴 하지. 그럼, 거물답게 진걸 인정하고 뭔가 조금 말해준다면? 오오쿠라는 물끄러미 계속 유우꼬를 응시하고 있었다. - 너무 보지마라. 닳으면 어쩔려고! OK. 오오쿠라는 조금 어깨를 움추리고, 당신, 대단한 여자야. 하고 말했다. 그정도는 나도 알고있다. 비록 범죄자라해도 내 애인을 칭찬하다니, 꽤 보는 눈이 있는 녀석이군이라고 나는 감탄했다. 뭐라도 물어봐. 답할 수 있는 건 대답하지. 여기 있던 부인을 유괴했어요? 몰라. 오오쿠라가 머리를 흔든다. 이 새끼! 시치미 떼지마- 또 소에다다. 소에다형사님! 또 이케야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원 패턴전개다. 그럼, 왜 그런 식으로 도망가려고 했죠? 좀 뒤가 걸려서. 이 집하고 관계가 있는? 그래. 나는 조금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역시 오오쿠라가 이 근처에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단 말인가… 말해줘요. 유우꼬가 말했다. 아아… 오오쿠라는 나를 보았다. 나는 당신을 죽이러 온거야. - 한참의 침묵… 어! 여기 만원짜리 지폐가 또 떨어져 있네? 현관쪽에서 소리가 나, 팽팽한 긴장은 한번에 끊어졌다. 사장님을 죽이러? - 왜요? 유우꼬가 물었다. 나는 이런 남자는 알지 못해. 그야 그렇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그러면… 부탁받은거야. 오오쿠라는 말했다. 나를 죽이도록? 아아, 3백만엔이었지. 꽤 싸게 보였나보지? 아니, 그런 것보다- 도대체 누군가? 그런 걸 부탁한 것은. 내가 물었다. 짐작은 가나? 오오쿠라는 유쾌하기조차 한 것 같다. 아아. 나는 부처같은 인간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그다지 사람들에게 증오감을 품게하는 성질이 아니다. 오히려 이쪽이 증오하고 싶을 때가 많은 사람이다(참아서). 이렇게 좋은 사람을(본인이 말하고 있으므로 틀림없다!) 누가 죽이려 한단 말인가! 알려줄까? 오오쿠라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당신, 부인이야! 22. 암흑의 대결 왜 그래요? 유우꼬가 상냥하게 물었다. 응… 기운이 없군요.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요? - 쇼크였군요. 부인이 오오쿠라에게 당신을 죽이도록 부탁한 것이. - 이곳은 내방으로 문도 제대로 닫혀있다. 물론 나와 유우꼬는 몸을 가까히 서로 마주하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뭐… 약간은. 나는 말하고 침대에 푹 누웠다. 그렇지만 특별히 미나꼬에게 미련이 있다던가 하는 건 아니야. 단지… 뭐라 말해야 좋을까… 알고 있어요. 유우꼬가 말했다. 그렇게 참았는데도 왜 죽이지 않으면 안될까. 그것이 슬픈거군요. 그래, 그거야. 부인에게 온 정성을 쏟았는데 그런 식으로 되돌아 온 게 슬픈 거지요? 응. 그대로야. 게다가- 당신이 말한대로야.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아아, 그런가. 기운내요. - 부인을 죽인 것도 이렇게 되면 정당방위잖아요.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야죠. 그렇군. 그러고보니 기분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 그래도, 양심의 가책에서는 완전히 도망갈 수 없어요… 응. 마음이 무거워. 어느 쪽이지? - 나도 모르겠다. 정신 차리세요… 제가 있잖아요. 유우꼬가 내 위에 엎드려 키스해 왔다. 이 입술의 말랑함… 그러니까, 정신차려요… 안아줄래요? 나는 유우꼬를 꽉 끌어안고 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쨘- 하는 음악, 강동적인 러브신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잘돼가지 않는다. 유우꼬는 휙 일어서서, 오오쿠라의 말. 사실이라 생각해요? 미나꼬가 날 죽이라고 부탁한 거? 글쎄, 어떨까. 부인을 만났을 때 일을 상세히 말했잖아요. 응. 분명히 녀석이 말한 옷은 미나꼬가 곧잘 입는 것이었어. 특별히 주문한 거라서 같은 옷은 없어. 그럼 역시. 사실- 그렇지만, 얘기 알맹이가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잖아. 3백만엔으로 남편을 죽여달라는… 그 남자라면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째서 나를 죽이려 했을까? 나는 반문했다. 미나꼬는 항상 자기멋대로 해왔지. 특별히 나를 죽이지 않아도 자기멋대로 할 수 있었을 거야. 그렇지? 그렇군요… 유우꼬도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오오쿠라가 그런 거짓말을 해서 득 될 게 있을까요? 그걸 모르겠는걸? 거짓말 할 이유가 없어요. 역시, 정말일까… 잠깐요. 유우꼬는 침대에서 획 내려와 서더니 방안을 걸으며, - 당신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걸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다지 고맙지는 않군. 가정이에요! - 당신이 죽어서 이익을 얻을 사람…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런가! - 내 재산! 당신의 보험금! 내 지위! 당신의 저금통장. 내 빤스. …… 그런 거 누구도 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미나꼬는 내 재산을 자신 것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맞아요. 아무리 부인이 버틴다하더라도 재산은 당신 것이죠. 그걸 미나꼬는 손에 넣으려 한거군. 망할 계집애 같으니! 나는 점점 미나꼬를 미리 처리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되었다. 한발만 늦었어도 이쪽이 죽임을 당할 뻔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오쿠라는 지난 주 월요일에 부인에게 부탁받았었다고 말했어요. 주말에 죽여줘 라고… 그동안 부인은 어디론가 여행가서 알리바이를 만든다. 집을 보며 혼자 보내고 있는 당신을 오오쿠라가 죽이러온다… 그렇지만, 그 녀석은 마음이 바뀌었다. 3백만엔으로 살인은 너무 싸다고. 그래서 다시 한번 교섭하려고 생각해, 이 근처에 왔다가 우연히 옛친구를 만나게 되어 함께 돌아간다. 그동안 중요한 의뢰주가 죽어버렸다. 납득가는군요. 유우꼬가 말했다. 나도. 긍정하고, - 뭐가? 그 정도로 그렇게 오오쿠라가 설쳤을까요? …… 그러니까, 오오쿠라는 부인한테서 당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응. 그런가? 그죠? 그런 줄거리. 농담으로 생각했다고하고 끝낼 수도 있잖아요. - 그렇게 해서까지 도망갈 필요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그녀석 역시 무언가하려고 했군.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유우꼬는 끄덕였다. - 아아 이거참. 조금 더 오오쿠라를 여기에 놔두고 물어보는던데… 오오쿠라는 이케야마가 연행해갔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스윽 열었더니, 실례합니다. 소에다가 들어왔다. 어쩐지, 이형사가 들어오면 즐거운 일은 없다. 3천만엔 때문인데요- 소에다는 말을 꺼낸다. 아아, 그렇지. 좀전에, 메모에 2천6백3십1만5십엔이라고… 3백 6십9만엔이나 없어져버린 거군요. 정말, 면목이…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 50엔이라는 건? 하아, 그건 제가 보잘 것 없는 사죄의 기분으로- 50엔이면 정말로 보잘 것 없다! 부족분은 경찰에서 내주시겠지요? 그점에 관해서 지금 상사와 상담을 했는데, 전액보상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당연하지! 그러나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그거 고맙습니다. 예의까지 차린 것이다. 그 문제로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어떤? 여러 가지 예산 형편도 있어서. 3백6십9만엔을 십년에 걸쳐 분할로 내면 어떨까해서… 나는 소에다를 목졸라 죽이고 싶은 유혹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저녁이 되더니 밤이 되었다 - 이게 반대면 큰일이 나지만, 뭐 우선은 당연한 순리이다. 스마타니 히데꼬를 어떻든, 둘러대 돌려보내고 나는 안심했다 - 비서 요시노도 회사일로 오후부터는 회사에 가게 했다. 집에는 나와 유우꼬, 그리고 소에다를 비롯해 형사가 3명 있을 뿐이었다. 망중한 이라했던가. 어쨌든 평화로운 한때였다. 저녁은 충분히 많이 시켜서 먹였기 때문에(실제로 이곳에서 묵고있는 형사들은 조금 살찐 듯 했다) 모두 소파에서 크게 코를 골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작전으로 즉, 유우꼬와 나, 둘이서 느긋하게 즐겨보려고 한 것이다. 아아, 기분 좋아. 유우꼬가 목욕탕에서 나온다. 나신에 목욕수건 한장의 가벼운 차림으로 진한 색기가 느껴질 만한 향내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워. 나는 말했다. 너무 보지 말아요. 유우꼬는 쑥수러운 듯 말했다. 침대로 들어가지. 당신도 샤워하고 오면 어때요? 응. 그렇게 할까. 나는 나체가 되어(역시 옷을 입은 채로는 목욕할 수 없으므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샤워를 마음껏 한다. - 자아 마음껏 유우꼬를 끌어안고 밤새 즐겨봐야지! 그만, 휘파람까지 나와버린다. 목욕탕에서 나왔더니 벌써 유우꼬가 침대 안에서 얼굴을 내밀고 호호하고 웃고 있다. 이게 히히가 되면 빨간두건을 기다리는 늑대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어서… 유우꼬가 손을 내밀어 내쪽으로 온다. 나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천천히 담요를 벗기자, 유우꼬의 근사한 피부가 조금씩 나타난다… 불이 꺼졌다. - 뭐야. 괜찮잖아. 밝은 데서 해도. 저, 끄지 않았어요. 과연 그러고보니 그렇다. 아무리 유우꼬일지라도 텔레파시로 스위치를 누를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된거지? 어둠 속에서 나는 말했다. 정전 아니에요? 이런, 곤란한 걸… 상관 없잖아요. 어두워도. 할껀 다… 응? 그렇군. 나는 웃고서, 손으로 더듬거리며 유우꼬의 몸을 만들어 갔다. 유우꼬가 적극적으로 손을 끌어당긴다. 아~ 어딘가 닿았나보다. - 순간, 쾅쾅하는 시끄러운 소리. - 뭐죠? 계단 밑인데? 어머…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과연, 쾅쾅하고 끈질기게 두드리고 있다. - 누구지? 이런 시간에 - 벌써 12시에요. 물건 팔러 왔나? 설마. 쿵쿵. 가봐야겠어요. 그렇군. 그렇지만, - 이대로는 - 회전등은? 응, 그러니까… 테이블 밑에다 두었는데- 어느 근처지? 어둠속에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른다. 의자에 부딪히고 스탠드를 걷어차고 해서 겨우 찾아냈다. 저, 찾았어요- 빨리 옷 입어요. 아직 두들기고 있어요. 밑에 있는 형사들 뭐하는 거야? 이정도면 폭력단이 쳐들어와도 안일어날거야. 나는 급히 옷을 입었다. 기다려요. 저도 입을께요. - 됐어요. 빨리 밑으로. 응. 나와 유우꼬는 회중전등 하나를 의지해 계단을 내려갔다. 누군가가 정말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들기고 있는데도, 형사는 한명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쓸모없구만! 나는 말했다. 강도라면, 문을 두들기거나 하진 않을 거에요. 그것도 그렇다. - 나는 현관쪽으로 가서, 누구야! 라고 말했다. 열어주십시오! 빨리! 하고 외치는 소리. 아! 이케야마씨군요. 내가 문을 열었다. 이케야마가 굴러들어온다. 빛에 반사되어, 유우꼬가 보더니, 깎! 소리를 질렀다. 이케야마는 얼굴이 피투성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 오오쿠라가, - 오오쿠라 녀석이- 이케야마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때 거실의 전화가 울렸다. 나와 유우꼬, 둘어서 이케야마를 응접실로 옮기고 수화기를 들었다. - 야아, 오오쿠라다. 무슨 일인가? 약속을 지키려고 생각해서. 약속? 당신 부인에게 부탁받을 일. 일? … 이봐! 잠깐만! 죽인 후에 그쪽 형사들도 모두 죽여주지. 전화선도 끊을 거야. 전기도 끊겼다. - 천천히 한명씩 요리해주지. - 그럼 기다리게. 이봐! - 무슨 소리야. 이봐! 전화가 끊기고,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망연히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어둠 속에서 소에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23. 결투! 1대6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상대의 표정이 보인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나는 새삼 통감했다. 뭐 이 정도 과장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요컨대, 흉악범 오오쿠라 손에 전기도, 전화도 끊겨버렸기 때문에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오쿠라가 한 말을 소에다에게 전달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소에다형사가 어떤 얼굴로 듣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말을 하고 있어도 불안했다. 말하는 도중에 알겠습니까? 라던가, 듣고 있습니까? 라던가(눈앞에 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는 찜찜했기에. 아무튼 좀 묘했다. 대화하면서 상대가 과연 이라던가, 그래요! 이라던가 말해준다면 좋겠지만, 가만히 있는 상태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짜증이 나서, 알겠습니까? 알겠으면 뭐라도 좀 말해주세요. 하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제대로 끄덕이고 있지 않습니까? 라고 말한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끄덕이고 있어봤자 알리가 없지 않은가! 소에다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음껏 두둘겨 패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으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물었다. 한참동안 답변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옆쪽에서, 이건 쉽지 않은 사태군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 있습니까? 소파에 앉아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 발견했지요.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이상한 곳에서 자랑하고 있다. 흔들흔들 빛이 흔들리며, 가까히 다가왔다. 유우꼬가 양초를 들고 온다. 정전용 큰 양초가 몇갠가 주방에 있었어요. 유우꼬는 말했다. 여기저기 세워놓을까요? 형사들보다 더 행동력이 있다. 오오쿠라가 당신 뿐만 아니라, 우리도 죽인다고 말했다지요? 네. 흐음… 그렇지만, 이상하군. 당신은 그렇다치고 왜 우리를 노리는 걸까? 나는 죽어도 좋다는 말이군요? 거칠게 말하자,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당황해서 말한다. 어쨌든 이케야마씨 치료해야죠. 유우꼬가 말했다. 그랬다! 이케야마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말을 하는 동안 방치해 둔 것이다. 그렇다! 소에다가 일어서더니, 이케야마쪽으로 달려갔다. 상처를 걱정하는 건가? 과연 조금은 부하를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소에다는 놀랍게도 상처입은 이케야마를 네가 도망가세 해서야! 하며 밀어버린 것이다. 이것에는 정말 아연했다. 다른 두 형사도 깜짝 놀라 서있다. 유우꼬가 얼른 이케야마한테 달려가서는, 상처입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돼요! 하고 찌릿 소에다를 째려본다. 그 포즈. 정말이지, 그 큰 관대함에는 하야카와님 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이다. 소에다는 투덜거리며, 그렇지만, - 형사로써의 책임을 물아야합니다. 그냥 놔두세요! 응전한다. 이 사람을 때릴려거든, 대신 저를 때려주세요. 유우꼬가 말했다. 그녀가 얻어맞으면 안돼지… 나는 당황하여 소에다의 어깨에 손을 대고, 저,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하고 말을 걸었다. 그렇습니다. 그럴 때가 아닙니다. 잘도 뱅글뱅글 바뀌는 남자다. - 오오쿠라는 한명입니다. 약간 진정한 소에다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인다고- 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소에다는 웃었다. 그건 녀석의 고집입니다. 즉- 맞아요. 한마디로 갈 때까지간 최후의 지랄발광이랄까요. 그다지 예의있는 표현이 아니었기에 예의 바르게 자란 나로서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오오쿠라는 한명이고, 게다가 무기도 없습니다. 어떻게 우리들 다섯을 죽인단 말입니까? 나는 잠시 거실을 한번 돌아본 뒤에, 여섯이지요! 이케야마는 사람 축에 끼지 않습니다. 소에다는 냉정한 말을 했다. 저… 유우꼬가 치료해서 머리에 빙빙 흰 붕대를 감은 이케야마가 말했다. 뭐야? 불만있나? 소에다가 째린다. 마치 야쿠자같다. 아니요… 그게, 오오쿠라는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무기를? 그렇습니다. 뭐야? 곤봉인가? 체인인가? 아님, 광선총? 그런 것.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 - 이케야마는 겁을 집어 먹고 말했다. 제 권총이요. - 소에다는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사라진다. 너 이새끼… 하고 이번에는 거꾸로 시뻘겋게 되며 이케야마쪽으로 다가간다. 이케야마는 잽싸게 뛰어올라 유우꼬 뒤쪽으로 숨어버렸다. 아, 바보같은 형사다. 빨리 도망가죠. 형사 한명이 말했다. 바보! 적에게 등을 보일 건가? 또 한명이 응한다. 오오쿠라가 오면, 탁 잡아버리면 되잖아? 그럼, 네가 해. 하고 말고. 지금부터 가서 응원군을 데려오지. 하고 씩씩하게 현관쪽으로 걸어간다. 별거 아니다.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기다려! 지독하군! 또 한명이 달려간다. 위험해요. 유우꼬가 말했다. 네? 그러니까, 오오쿠라가 이집 전화도, 전기도 끊어버렸잖아요. 그럼 바로 근처에 있을 거에요. 지금 나가면- 그런가? 나는, 어이, 기다려! 하고 다시 불렀지만, 이미 한명은 현관문을 열고 있었다.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퍼졌다. 먼저 나간 형사가 튕겨지듯 위를 보고 쓰러졌다. 문을 닫아요! 유우꼬가 달려가더니 문을 닫고 열쇠를 걸었다. 그리고 쓰러진 형사에게 다가갔지만… 죽었어요. 유우꼬가 말했다. 나도, 소에다도 이케야마도, 또 한명의 형사도 소리도 없이 그 시체를 내려다 보고있다. 오오쿠라의 사격솜씨는 꽤 정확한 것 같았다. 오오쿠라는 바보가 아닙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당신은 바보야하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적어도 여기엔 형사가 두명이나 있어요. 변함없이 이케야마를 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쉽게 덤비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 그럴까요? 유우꼬가 불안한 듯 말했다. 어쨌건 상대방은 사람 죽이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죠? 그겁니다. 한명 죽이면, 두명이든 세명이든 해치워버리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어떻게 대비를 하죠? 나는 말했다. 한가지는 이대로 방심하지 말고 경계를 하며 덮쳐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아침까지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소에다는 말했다. 아침이 되면 교대가 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오오쿠라도 손을 대지 못할 겁니다. 그때까지 상대방이 가만히 기다려줄까요? 그겁니다. 가만히 기다라고 있으면 상대방의 수법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만으로도 오히려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시다면-? 함정을 파는 겁니다. 함정? 일부러 한명이 먹이가 되어 밖으로 나가 오오쿠라를 끌여들어 체포하는 겁니다. 앞에 방법을 소극적 대응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이것은 적극적 대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지요. 이름 붙이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건 뭐 나쁘지는 않은데요. 나는 말했다. 누가, 먹이가 됩니까? 그건 뭐… 소에다가 찌릿하고 이케야마를 본다. 아, 안돼요! 이케야마가 또 튀어오르며 유우꼬의 뒤로 숨는다. 어떻게 된 형사야? 저는 젊습니다. 이제부터 인생을 즐겨야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연장자가 가야합니다. 야! 지휘관이 최전선에 나가 죽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지금은 핵전쟁시대입니다! 그래서 뭐야!? 지휘관도 병사도 없습니다! 죽을 때도 함께입니다! 아, 저…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의론분분한 것만으로 밤이 밝아오겠어. 아니, 무사히 밝아오면 괜찮지만, 동이틀 무렵에는 한명도 살아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 의견이 있습니다. 또 한명의 형사가 말했다. (왠지 모르지만, 이름을 모르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곳에 왜 있는 걸까요? 뭐랄까 갑자기 철학적으로 되어간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들은 오오쿠라와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모형사는 말했다. 우리들은 이케자와 부인 유괴사건을 조사하러 온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 게다가 오오쿠라가 이케자와씨를 노리고 있는 것과 부인을 유괴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에다가 제촉한다. 따라서 오오쿠라와 이케자와씨와의 개!인!적! 문제에 우리가 참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황당했다. 잠깐만요! - 개인적 문제라구요?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알고도 담당이 아니라고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말입니까? 이론적으로는 정당하구만. 소에다가 끄덕인다. 정당하다구? 장난이 아니네. 나는 - 아니, 결코 당신을 버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분향을 받더라도, 조금도 기쁘지 않아요. 아니,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소에다는 몸을 앞으로 내민다. 이럴 때는 즐거운 일이 없다. 오오쿠라에게 있어서 목표는 우선 당신입니다. 다른 사람은 그 다음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이 나간다면, 녀석은 반드시 나올 겁니다. 우리들이 그걸 기다렸다가- 헛소리하지 말아요. 내가 죽으면 좋단 말입니까? 아니, 그런 일이 결코- 원수는 갚아드리겠습니다. 또 한명의 모형사가 말했다. 어쨌든, 누구도 죽지 않고 그 녀석을 체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죠. 놀랍게도 이케야마가 근사한 말을 한다. 역시 얼마간은 책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오쿠라는 거의 자유군요. 유우꼬가 말했다. 어디서 어떻게하든 공격해 올 거에요. 막는 것은 어려워요. 뭐 큰 것들만 말했을 뿐인데요 뭘. 소에다가 또 갑자기 낙관적이 된다. 그 놈은 머리가 텅비었으니까요- 이봐 담배피지마. 모두 서로 마주보았다.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불났어요! 유우꼬가 외쳤다. 주방이에요! 우리들은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방은 메케한 연기로 가득찼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다. 연기가 눈으로 들어가서 눈물이 나왔다. 필사적으로 화재원인을 찾았다. 슈우- 소리가 들리고, 꺼졌어요. 유우꼬의 목소리. - 이제 괜찮아요. 단지 의자 방석에 불을 붙인 것 뿐이에요. 이런이런… 소에다도 안심한 듯, 우리들을 태워죽이려 했는데, 끝내주게 실패했구만. 하고 웃었다. 아니요. 유우꼬가 머리를 흔든다. 불지르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불지르려 했다면 카텐에 불을 붙이는 게 더 좋았을 걸요? 단지 연기를 내려고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 어째서 - 내가 말을 걸자, 유우꼬는 확 놀란 듯이, 응접실에 누가 있죠? 하고 물었다. 순간 응접실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24. 때 아닌 수영 응접실로 달려갔더니 그 모형사가 신음하며 쓰러져 있다. 오오쿠라가 - 망할! 발을 맞은 것이다. 유우꼬가 소파에 눕힌 모형사의 발을 천으로 묶었다. 오오쿠라 녀석 또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모형사가 말했다. 일부러 발을 노린 겁니다. 이 자식, 그냥 죽였으면, 차라리 나을텐데! 정말로 괜찮은건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연기는 주위를 끌기 위해서였군요. 유우꼬가 말했다. 역시 뭔가 방법을 찾아야해요… 이대로는 모두 죽을 거에요. 음- 소에다는 팔짱을 꼈다. 일시적으로 휴전을 하고 그동안 도망칠까요? 그런 한가한 말을… 그럼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소에다가 그렇게 묻자, 나는 벌컥 화가났다. 그런 걸 생각하라고 형사가 있는 것 아닌가! 이 세금도둑놈! 저, 말이죠… 유우꼬가 말했다. 모두 조용하다- 소에다가 뭔가 말을 꺼낼 때는 신경써서 듣지 않아도, 유우꼬가 말을 꺼내면 태도가 바뀐다. 제가 인질이 되겠어요. 유우꼬가 말했다. 모두 아연해 있다. 안돼! 그런 짓! 나는 무심코 말했다. 괜찮아요. 유우꼬가 미소짓는다. 오오쿠라도 여자는 금방 죽이지 않을 거에요. 게다가 만일에 일이 틀어져도, 저에게는 그다지 슬퍼할 사람이 없지만, 사장님이 돌아가시면 수많은 사원들이 곤란하게 되는 걸요. - 한참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 유우꼬의 숭고한 말에 할 말을 잊은 것이다. 자기희생이라는 전세기적 미덕이 이곳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 안됩니다. 소리친 건 이케야마였다. 당신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할 필요없어요. 제가 가겠습니다. 만일, 죽으면 꽃한송이라도 헌화해주세요. 안됏! 소에다도 과연 앞으로 나오더니, 꽃보다는 명단으로 해야해(일본속담). 하고 말했다. 어쨌든 무슨 말인가 하나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나보다. 아니요. 걱정마세요. 유우꼬는 온화하게, 제게 맡겨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장님, 이쪽으로… 유우꼬가 나를 재촉하여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 둘이되자,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는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괜찮아요. 맡겨두세요. 안돼! 찔리면 죽는단 말이야! 저, 생각해봐요. 오오쿠라가 마구 날뛰면서 몇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일리가 없잖아요. 저남자, 그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금- 저형사는, 당신으로 착각해서 쏜 게 아닐까요? 내가 간다면 오오쿠라가 금방은 쏘지 않을거에요. 금방 쏜다면? 괜찮아요. 유우꼬가 재빨리 나에게 키스했다. - 저는 오오쿠라가 죽지 않았으면 해요. 어째서? 당신 부인한테서 당신을 죽여달라고 부탁받았다고 말은 하지만, 진짜로 그런건지 듣고 싶어요. 그런가. 하지만, 너무 위험해… 저는 운이 강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유우꼬는 미소지으며 다시 한번 키스했다. - 그럼 여기에 계세요. 현관문에 손을 뻗으며 유우꼬는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녀석의 모습이 보이면 한방에 끝내 버릴테니까. 소에다가 또 허풍을 치고 있다. 그럼, 갔다올께요. 유우꼬는 마치 근처에 쇼핑이라도 가는 듯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 굉장한 안개인 것이다. 하얗게, 대기가 탁한 듯 안개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되면, 오오쿠라의 모습이 보일리가 없다. 이봐, 기다려. 내가 말을 걸었을 때는 이미 유우꼬의 모습은 흰 안개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이것 대단하군. 소에다는 멍청히 서 있다. 빨리 어떻게든 해줘요! 형사잖습니까! 그렇지만, 안개만큼은 아무리 형사라도 어떻게… 기상청에 전화해서 언제 안개가 걷힐지 물어보죠. 무슨 한가한… 하고 말을 거는 순간이었다. 안개를 뚫고 날카로운 총성이 귀를 울렸다. 나는 얼어붙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서버렸다. - 유우꼬~! 위험해! 이케야마가 나를 움켜잡고 현관으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밖으로 나가려고 한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내 순수한 사랑의 증거이다. 문을 닫고 숨을 토해내자, 나는 그 장소에 허물어져 버렸다. - 역시 위험했네요. 소에다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이자식! 나는 화가나서 소에다에게 대들었다. 아, 아니, 뭐하는 겁니까! 뭐하냐구? 유우꼬가 죽으면 니탓이야! 이 능력없는 형사자식! 그, 그런말 하셔도- 소에다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때다. 어딘가 유리창이 와장창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건? 콸콸하고 물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봐, 보고와. 소에다가 말했다. 이케야마가 응접실 문을 여니, 그 모형사가…… 비틀거리며 들어온다고 생각한 순간, 오오쿠라가- 한마디와 함께 콰당 쓰러졌다. 그 등에는 나이프가 꽃혀있다. 응접실은 캄캄했다. 저 물소리로 봐서 오오쿠라가 욕실 근처로 침입한 후, 물로 응접실에 있던 양초를 껐음에 틀림없다. 이봐, 물러나 위험해! 소에다가 외쳤다. 형사 두명이 당하고 유우꼬도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나와 소에다, 이케야마 3명만 있는, 나를 포함해 쓸모없는 트리오만 남겨진 것이다. - 어, 어떻게 하죠? 이케야마가 머뭇거린다. 이쪽은 3명. 저쪽은 한명이다! 무서워할 것 없어! 라고 말하는 소에다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그, 그렇지만, 어디에서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다. 이쪽은 회중전등 한개다. 비출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 좋아. 그 지하실로 가지. 소에다가 말했다. 또요? 이케야마가 한심한 얼굴로 말한다. 그곳에 있으면 오오쿠라는 계단으로 밖에는 오지 못해! 여기보다 안전하지! 과연이라 생각했다 - 어리석게도 소에다가 말한 그럴 듯한 이유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우리들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 자, 이걸로 안심이야. 소에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언제 오오쿠라가 올지 모르잖습니까. 그렇구만. 너, 가서 망봐. 이케야마도 이번은 불평없이 계단 밑에 웅크리듯 자세를 잡았다. 조금 진정되자, 역시 후회의 마음이 나를 압도했다. - 유우꼬를 보내는 게 아니었어. 지금쯤 쓸쓸히 안개속에서 죽어있을지도 몰라하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을정도로 후회가 밀려왔다. 이케자와씨. 소에다가 내어깨에 손을 놓고 말했다. 유감입니다만, 인간이란 피하기 힘든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겁니다. 욱하고 화가나서, 유우꼬가 죽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되받았다. 그건 그렇습니다. 소에다가 끄덕인다. 부상만 입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피는 멈추지 않을지도- 출혈과다로 서서히 의식이 희미해진다 - 혹은 오오쿠라의 수중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보고 오오쿠라는 흥분하여 우리들을 차례로 죽이고 나서 천천히 즐기려 할지도- 혹은- 적당히 햇! 나는 신경질을 냈다. 정말 이 형사는 어떤 신경세포를 되어있단 말인가! 그때, 총소리가 나면서 이케야마가 지하실로 굴러들어왔다. - 오오쿠라입니다. 해치웠나? 그렇게 간단하게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이봐! 세명이나 있나? 뭐야? 나는 대답했다. 그녀는 무사한가? 어떻게 한거야? 오오쿠라는 소리 높여 웃었다. - 알고싶나? 그렇다면 올라오게. 인간같지도 않은 자식! -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안올라 올건가. 오오쿠라가 약올리듯 말했다. 그렇다면 내쫓아주지. 지하실에서 말야. 발소리가 멀어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요? 이케야마가 말했다. 오오쿠라에게 물어봐. 소에다가 빈정댄다. 정말, 어째서 나같이 정정당당한 인물이 이런 지독한 일을 당하는 거야. 잘도 지껄이는군. 정말로- 그러나 나또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질질하고 뭔가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모라란 걸. 오오쿠라가 중얼거린다. 이봐, 목마르지 않나? 물을 좀 보내주지. 슈욱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계단 밑으로 물이 날아들었다. 물입니다! 흥. 물공격인가! 소에다는 비웃었다. 낡은 수법이구만. 기껏해야 고무호스의 물이 아닌가. 이 지하실을 물로 잠기게 하려면 아침까지는 걸려야 될꺼다. 물은 우리들 발밑으로 퍼져갔다. 뭐, 기껏해야 감기라도 걸리겠구만. 소에다가 오기를 부린다. 그러나 그렇게 잘 되어갈까? - 분명히 우리집에는 정원 손질을 하기 위해 긴 호스가 몇개인가 있다. 그걸 전부 사용하여 이쪽저쪽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튼다면… 어쨌건, 오오쿠라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마구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무릎까지 찼다. 한층 증가량이 심해진다. 허벅지로, 그리고 드디어 허리까지. 아직, 아침까지는 시간이 긴데요. 이케야마가 말했다. 알고있어! 소에다가 외쳤다. 우선 나가보자. 이케야마가 지하실에서 계단쪽으로 머리를 내밀자 총성이 들려, 당황하여 이케야마는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나가다간 총에 맞겠어요! 오오쿠라의 높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오지 그래. 아니면 빠져버리잖아! 물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나는 유우꼬가 돌아와 우리를 구해주지는 않을까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25. 지하실로부터의 탈출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평탄한 법이 없다. 예를 들자면, 양배추를 과잉생산하여 이대로가는 양배추값의 폭락을 염려해 이를 막아보자고 농가에서 트랙터로 양배추를 부수고 있는 뉴스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매년 몇십만명이나 있는데도- 누구라도 부수어버릴 거라면 그 양배추를 굶어죽고 있는 나라로 보내면 될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운송비나 다른 부대비용이 끼여있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누구라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 지하실에서 물공격을 받으며 나의 머리에 떠오른 것도 그것과 유사한, 인간애 넘치는 발상이었다. 즉, 지금 이순간에도 물부족으로 고생하는 나라가 세상에 여럿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이 물을 옮겨준다면 얼마나 기뻐할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오오쿠라는 나와, 이케야마, 소에다를 지하실에서 끄집어 내기위해 귀중한 물을 헛되히 쓰고 있는 것이다. 자원을 소중히! 언제 물부족을 초래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는 때에 말이야!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이런 상황속에서 세계인류를 걱정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나지만 완전히 감동해버렸다. 나라고 하는 인간은 의외로(?) 훌륭하지 않는가! 게다가 겉모습도-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 유우꼬와 같은 근사한 여성이 반할정도이나 한 2등정도쯤은 되지 않을까? 인격적으로 훌륭한 것이 2등이라면 이건 용서할 수 없지만, 그러나 사실은 어쩔 수 없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는 거다. 역시 이런 훌륭한 인간을 죽어서는 안되는 거야. 즉, 이런 나를 죽이려하고 있는 오오쿠라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가 났다. 위인이라고 하는 것은 화내는 데도 제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유감이지만, 그 숭고한 노함도 현실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물의 위세를 멈추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 이게 현실의 괴로운 점이다. 이봐, 이떻게 할건가? 오오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빠져죽을텐가. 아니면, 내총에 맞아죽을 건가. 빨리 정해! 어느쪽도 죽다 라고 하는 것이 들어있으므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이다. - 어떻게 하죠? 이케야마가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세명 모두 익사합니다. 그렇다해도 나가면 총 맞잖아. 소에다가 말했다. 그럼 여기에 있자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무 것도 말하진 않았어! 생각중이야. 대체적으로 이 형사가 생각하면 즐거운 일은 없다. 나는 어쨌건 일단 지하실에 물품을 놓아두는 선반에 기어올라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다하더라도 수면이 천정보다 높아지면 끝장이다. 하여튼, 백기를 들고 나가면 끝나는 그런 생대는 아니므로 결과는 뻔하다. 어쩔 수 없습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그럼?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 천지가 뒤집어지는 걸까? 하는 느낌이다. 하긴 뒤집어지면 물이 밑으로 떨어져 살겠지만… 아무튼, 이 궁지까지 몰려서, 조금은 숭고한 기분이 든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묻는 이케야마의 말투는 아직 불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지. 제가 나가겠습니다. 오오쿠라가 총을 쏘면 그걸 이케야마가 노렸다가 쏜다 - 그러니까 잘들어. 내가 맞기 전에 오오쿠라를 쏴야해. 각오한 것에 비해서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 건 무리입니다. 하라면 햇! 안되면 너를 해고시키겠어! 죽고나서도 해고시킬 수 있습니까? 흥. 그정도도 예상못할 나라고 생각하나? 소에다는 말했다. 만약, 내가 부하의 실수로 죽었을 때는 반드시 부하를 해고 시키달라고 과장과 각서를 만들어 두었지. 꽤 지저분한 이야기다. 아무리 경찰이 한가하다하지만, 그런 짓을 할리가 없다. 속임수다. 말도 안돼는 소리 그만하세요. 과연, 이케야마도 신용하지 않는다. 빨리 가주세요. 이쪽도 빨리 형사짓 그만두게- 그런데, 소에다형사님을 도와드릴지 어떨지 약속은 못하겠군요. 차가운 놈이군! 소에다는 물고늘어질 듯한 어투로 말했다. 차갑다고 하니 말인데, 세명모두 완전히 젖어 있기 때문에 차가운 건 정해진 사실이다. 어쨌든, 빨리 해야겠어요. 나는 말했다. 점점 물이 올라오잖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당신도 차가운 분이군요. 이번엔 이쪽공격. 그런데 위에서는 오오쿠라가 무엇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을 비추고 있다. 이쪽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럼, 간닷! 소에다가 미련이 남는 듯 말했다. 놈이 보이자마자 쏴야돼. 알고 있으니까 빨리 가주십시오. 날 내쫓을 건가? 지독한 놈. 소에다는 투덜거리고 있다. 그럼- 갈까? 제발 가시지요.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소에다가 튀어나간다. 그리고 이케야마가 오오쿠라를 노리고 쏜다. 순서로 보자면, 틀린 게 없지만 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권!총!을 이케야마는 오오쿠라에게 빼앗겨버리지 않았던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케야마는 오오쿠라를 쏠 작정이란 말인가. 그럼, 가겠습니다. 또, 소에다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어, 잠깐만요- 나는 말을 걸었다. 말리지 마십시오. 소에다가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결심이 흐트러집니다! 아무말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럼 좋을실대로 - 나도 그정도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자, 됐나- 하나, 둘의- 3이라고 말하기전에 이케야마가 확 소에다를 밀어버렸다. 소에다는 계단밑으로, 반은 수영하는 것처럼 해서 손발을 파닥거리며 비틀비틀 나왔다. 물을 먹었는지 콜록콜록 기침하더니, 이봐! - 빨리 - 빨리 쏴! 하고 외친다. 그러나, 어쩐지 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 계단 위에서 쏟아져야할 탄환은 한방도 날아오지 않는다. 단지, 조용히 물만 흘러들어올 뿐인 것이다… 빨리 쏴! - 빨리! 외치고 있던 소에다도 그새 알아차리고는, 어? 어떻게 된거야? 하고 말했다. 쏘지 않는군요. 이케야마의 목소리에는 명백히 실망의 울림이 들어있다. 그렇다. 이상하네. 소에다는 말했다. 혹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도 몰라. 설마! - TV드라마도 아니고, 그렇게 간단히 마음을 바꿀 까닭도 없다. 위로 올라가보죠. 소에다가 말했다. 함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물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미 아무래도 좋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계단 밑으로 나가자, 이케야마도 투덜거리듯 온다. 빛은 비추고 있었지만, 사람 기척이 없다. - 어떻게 된 걸까요? 이케야마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화장실에라도 갔나? 나는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겨우 물에서 벗어나니 몸이 갑자기 무겁게 된 것 같다. - 이어서 세제만 넣어주면 세탁할 수 있었는데. 라이트는 벽 못에 걸려있고 제대로 밑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오오쿠라가 없는 것이다. 이상하군요. 분명히 우리가 겁나서 도망간 겁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이런…, 아무말 안하기로 했다. 서툴게 뭔가 말하면, 이 형사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쏴죽일지도 모른다. 이 라이트를 빌리죠. 이케야마가 못에 걸려있는 라이트를 벗겼다. 물을 잠그지. 수도꼭지는 어느 겁니까? 호스를 따라가면 알거 아닙니까? 나는 말해주었다. - 뭐 조금 더 놔두죠. 안전한 것처럼 되자, 순간 소에다는 무책임한 본래 성격으로 되돌아갔다. 그럼, 내가 잠글께요. 내가 포기하며 말했다. 이케야마가 라이트를 들고 따라왔다. 나는 4개의 수도꼭지를 잠갔다. 복도로 돌아오자 소에다가 멍청히 서있었다. - 무슨 일 있었습니까? 하고 내자 묻자, 무슨 일이라뇨? 아니- 그러니까, 어디엔가 오오쿠라가 숨어있다거나- 그런 것 알리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찾아보지 않았습니까? 저혼자 찾게 하려고 했습니까? 당신은? 그렇진 않지만… 그럼 내가 수도꼭지를 잠그고 다니는 동안 여기 가만히 있었단 말입니까? 그게 아닙니다. 소에다는 화난 듯 말했다. 여기서 움직이면 미아가 될 것 같아서 기다린 겁니다. 이런이런! 형사 맞나? 자, 그럼 어쨌든 집안을 찾아보죠. 이케야마가 말했다. 그렇군. 그럼 현관쪽부터 찾아볼까? 아니요. 응접실부터하지요. 나는 말했다. 현관부터 먼저 찾으면 소에다가 밖으로 도망가 버리지는 않을까하고 생각한 것이다. 뭐 그래도 별 상관은 없겠지만요… 소에다가 왠지모르게 뒤를 흐린다. 역시 도망가려고 한 걸거다. 우리들은 응접실로 발을 넣었다. 불을 켜주세요. 소에다가 말했다. 전기 끊겨있잖습니까? 아, 그랬었지. 느긋하다. - 그래도, 시험삼아 켜보면 어떨까요? 소용없어요. 나는 말하면서, - 봐요 하고 스위치를 눌렀다. 팟하고 밝아진다. - 전기가 통하게 된 것 같다! 해보기를 잘했죠? 소에다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냥 우리를 기다렸다고 말로만하고 사실은 여기에 와서 불이 들어오는 것을 시험해 본 것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 오오쿠라입니다! 이케야마가 외쳤다. 소리의 속도는 340m/sec라고 하지만, 사실은 더 빠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소에다가 어떻게, 저렇게, 잽싸게, 소파그늘 밑으로 숨었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쏴! 빨리 쏴! 소에다는 외쳤다. 그러나 총을 갖고 있지 않은 나와 이케야마에겐 무리한 말이다. 오오쿠라는 응접실과 식당 사이의 문을 열고 서 있었다. 특별히 총을 쥐고 있지도 않고 단지 서있을 뿐이었다. - 이봐! 응답하라. 이케야마가 전투극풍의 말투를 했다. 오오쿠라는 가만히 서있었다. - 단지 서있는 것이다. 어딘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오오쿠라! 대답을 해라. 이케야마가 되풀이 한다. 뭔가 이상합니다. 내가 말했다. 마치 이런- 죽은 것 같다. 나도 같은 느낌이었다. 조사해 볼까요? 그렇게 하지요. 소에다는 변함없이, 죽여라! 쏴라! 를 외치고 있다.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오오쿠라에게 다가갔다. 26. 새로운 적 가까히 가보니, 오오쿠라는 서있다기보다는 기대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옆 기둥에 의지하며 서있는 것이다. 이봐- 이케야마가 살짝 말을 건다. 저- 실례합니다만- 이케야마도 언제부턴가 소에다의 감각을 익힌 것 같다. - 갑자기 오오쿠라는 흐느적하고 선이 끊어진 비스켓처럼, 아니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쓰러져버렸다. - 보십시오! 이케야마가 소리쳤다. - 보여요. 나는 말했다. 오오쿠라의 등에 깊숙히 찔려있는 식칼. - 이게 안보일리가 없지 않은가! 불가사의하군. 소에다가 말했다. 뭐가요? 내가 묻자, 소에다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요. 네가 더 불가사의하다. 도대체 누가 한 짓일까요? 소에다가 목을 갸우뚱한다. 아마 범인이 한 것 같습니다. 나도 한번 조금은 바보스러운 말을 해보기로 했다. - 자살했다면 좋겠는데요. 소에다는 말했다. 등을 찌르고 자살한 단 말입니까? 그런 취미를 가진 놈도 있지 않을까요? 설마! - 그런데 동기는? 양심의 가책, 자기혐오, 실연, 실업 -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오쿠라가 실연으로 자살? 모르지요. 인간은 짐작할 수 없는 면이 많으니까요. 나는 적어도 소에다의 제안보다는 확실한 생각이 있었다. 범인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소에다도, 이케야마도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 볼만하다. - 나도 명탐정 기분을 조금 맛보았다. 오오쿠라를 죽인 것은 유우꼬입니다. 하야카와양이죠. 조금 빨랐을지도 모르지만 말안하고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런가! 이케야마가 눈을 빛냈다. 그건 이상합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어디가요?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새끼! 다른 사람 의견에는 꼭 초를 친다니까! 분명히 바깥에 있을 겁니다! 이케야마가 말했다. 오오쿠라 같은 나쁜 놈일지라도 죽였다라는 사실은 쇼크였겠지요. 과연. 그러니까, 밖으로 뛰쳐나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찾아보겠습니다. 이케야마는 성큼성큼 현관을 향한다. 이케야마의 주장에도 다소 결함은 있었지만, 나로서는 소에다의 말보다는 믿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유우꼬가 한 짓일까? 가능성은 높지만 그러고나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분명히 이상하다. 그러나 그외에 오오쿠라를 죽일 만한 사람이 있을까? 기묘한 사건이다. 그렇다- 만일 정말로 유우꼬가 바깥에 있다고하면 이케야마에게 맡겨두는 것도 안좋아. 이케야마도 유우꼬에게 홀딱 빠져있다. 물론, 유우꼬는 나한명만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제일 먼저 맞이하러 가주지 않는다면 화낼지도 모른다.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라고, … 급기야 좋아요. 저 이케야마씨를 따라 갈거에요. 이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나는 이케야마 뒤를 쫓아 현관으로 나왔다. 이케야마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기다려요! 나도 찾으러 갈테니까. 하고 말을 걸었다. 이케야마는 문을 열고, 자, 서두르죠. 뒤돌아본채 말했다. 그때 한발의 총성이 밤을 가르며 이케야마의 가슴을 꽤뚫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탄환이 꽤뚫은 것이다. 서두 - 르죠. 라고 반복하며 이케야마는 쿵하고 쓰러졌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 당황하여 문을 닫았다. 몸을 구부리고 엎어져있는 이케야마의 몸을 일으켰다. 탄환은 적확히 심장을 관통했다. - 즉사였다. - 어떻게 된 겁니까! 소에다가 느긋하게 걸어온다. 맞았습니다. 누가요? 도대체 우리둘 빼놓으면 누가 있단 말인가! 이케야마씨요. 소에다는 힐끗 보더니, 죽은 겁니까? 하고 물었다. 뭐랄까. 생선가게에서, 싱싱한 게 좋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같다. 소에다는 몸을 구부려 살펴보더니, 역시. 하고 끄덕였다. 죽었군요. 나는 화가났다. - 유우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불안과 오오쿠라를 죽인 정체모를 누군가의 일로 짜증이 났던 것이다. 그러고도 당신이 형사란 말이야? 자기 부하가 죽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소에다는 급히 2, 3보 뒤로 물러났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머리를 흔든다. 마음속으로 울고 있습니다. 괴상하다. - 하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게 평정을 찾아야하는… 괴롭습니다. 소에다는 일부러인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것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죠. 나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동감입니다. 소에다는 말했다. 이걸로 우리 둘이 되었군요. 나는 이케야마가 죽었다는 것이 떠오르자, 꽤 오싹했다. - 또 올까요? 나는 말했다. 소에다인지 뭔지하고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원숭이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낳다. 글쎄요- 올지도 모르고, 안올지도 모르지요. 어느쪽이라도 말할 수가 없군요. 꽤 귀찮은 답변이다. 어쨌든, 뭔가 대책을 강구하죠. 그렇군요. 먼저, 상대방은 밖에 있습니다. - 그렇다고해서 안으로 못들어오지는 않겠지요. 방심은 금물입니다. 밖에… 있는 것… 인가… 소에다는 의미있는 듯 중얼거린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라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밖에서 죽이고, 안에서 죽이고- 뭔가 이상합니다. 그럼, 뭐죠? 제 생각으로는- 소에다는 일어섰다. 범인은 안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숨어있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숨어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시다면? 범인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어느 근처입니까? 나는 되돌아보았다. 아니,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더욱? 눈앞이요. 소에다가 권총을 꺼내더니 내쪽으로 겨누었다. 27. 돌아온 히로인 무, 무슨 짓입니까? 나는 깜짝 놀랐다. 당신을 살인용의로 체포하는 겁니다. 나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적어도 불쌍한 이케야마는 당신이 죽인 것입니다. 그런- 그외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생각할 수 없는 쪽이 어떻게 된 것이다! 자, 자백하시죠. 농담이 아니구만! 적당히 해두시오! 나는 불쾌했다. 농담따위가 아닙니다. 정말같다. 진심인 것같다. - 나는 화난다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형사,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오오쿠라를 어떻게 죽입니까?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볼 겁니다. 그렇지만- 반항하면 사살합니다. 아무짓도 안하지 않습니까? 말대꾸도 반항의 하나지요. 지독한 놈이다. - 나는 정말 화가나서, 바보 짓도 좀 쉬엄쉬엄 하지그래? 어쨌든 지금은 둘이서 정체불명의 범인과 싸워야지만- 그러니까, 지금 나는 싸우고 있는 겁니다. 구제불능남이다. 아니, 나는 어쨌든- 뒤로! 뭐라구요? 손을 올리고 벽쪽을 행해서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괜찮아요? … 나중에 당신 상사에게- 그러나 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후두부를 힘껏 강타당해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 지독한 놈을 만났다. 도대체 이 세상에 정의는 없는 것일까. 그래, 원래 내가 살인범 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지도 않은 살인으로 잡힌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한가지, 이건 소송을 할거야. 맞아서 쓰러질 때까지, 사이에 이것만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빛이 있었다. 이런 당당한 표현은 어떤가? 이 이야기도 드디어 구약성서 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까지 왔다. 아니, 이런 한가한 말을 할 때가 아니다. - 도대체 나는 어떻게 된걸까? 어둠속에서 흐릿하게 흰빛이 움직인다. 저것은 뭐랄까 머쉬멜로우 같은 - 아니, 백목일지도 모른다. 고기만두인가? 어쩐지 식욕을 연상시키는 것뿐이라 죄송. 배가 고팠었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새로운 요소가 첨가되어 단번에 내의식은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고마운 요소가 아니었다. 지독한 두통이었다. 동시에 생각났다. 그 소에다란 놈이 나를 때린 것이다. - 형사인 주제에 시민을 패다니! 살인범을 선량한 시민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긴 그런 의견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때려도 좋다라고하는 것은 없다. 소송 걸어주지! 만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눈을 떴다. - 아니 눈은 뜨고 있었다. 핀트가 맞기시작했다라고 하는 편이- 그리고 - 눈앞에는 특제고기만두가 - 아니, 그것이 아니었다. 유우꼬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어머, 다행이에요. 정신차렸군요. 유우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걱정했어요. 어떻게 된건가하고. 유우꼬! 나는- 일어나려고하다 또 그놈의 두통 때문에 아야야! 하고 비명을 올렸다. 누워있어야해요. 유우꼬가 상냥하게 말했다. 이곳은? 침실이잖아요. 당신의. 그런가… 나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모르겠어요. 저도. 나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런가! 소에다 놈이다! 네? 소에다씨가 어떻게 됐어요? 그런 녀석에게 씨 따위는 안붙여도 돼! 나를 두둘겨 팼어! 어디있어? 죽여주지! 그런 - 침착해요. 유우꼬가 어루만진다. 그런데… 당신은 어디 있었어? 그게요… 유우꼬가 한숨을 쉰다. 뭐야, 뭔가 있었어? 그 안개속에서- 그녀를 오오쿠라를 찾으러 나간후, 모습을 감추어버렸었다. 그후,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게… 말하기 좀- 유우꼬가 얼굴을 묻었다. 나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내머리에는 최악의 상황이 스크린에 영사되는 (TV에 방송되는 이라도 상관없지만) 영화처럼 투영되기 시작했다. 그 오오쿠라가 유우꼬를 붙잡아서 옷을 찢고는 밧줄로 온몸을 묶고 손장난을 하는… 얼마나 비참한 장면인가! 내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이라면 반드시 Cut해버릴거야! 괜찮아, 말해봐. 나는 말했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쇼크받지 말아야지하고 각오했다. 그거야말로 남자아니겠는가. 어째서 지금 음악이 안울리는 거지? 저요- 유우꼬는 창피한 듯 말했다. 안개속에서 길을 까먹어버렸어요. 뭐라고? 무서워서 눈을 감고 왁하고 뛰어나갔지요. 그랬더니- 어디가 어딘지 몰라 무작정 걸었어요. 그만 수풀속으로 들어가 버렸지 뭐에요. 수풀속으로- 뒤쪽 수풀? 네. 정반대 방향이잖아? 저… 지독한 방향음치에요. 나는 안심했다. 아니, 유우꼬에게 만약 결점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결점없다는 것이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적인 결점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마음의 휴식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그래서, 마구 헤매다가… 걸어갔다, 쉬었다 하며… 겨우 이곳으로 온 거에요. 그럼, 오오쿠라는. 미안해요. 만날 수 없었어요. 그래? 하지만- 잘됐어. 당신이 무사해서. 따뜻하시군요. 유우꼬가 나에게 키스해준다. 이걸로 두통이 꽤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당신이 쓰러진 것을 보고 이곳으로 옮겨왔죠. 그런가? - 큰일이 있었지. 당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나는 오오쿠라의 수법에 모 형사가 죽고 그후 소에다, 이케야마 그리고 나 3명이서 지하실에서 물공격을 당한 일, 나왔더니 오오쿠라가 죽어있었던 일, 이케야마가 총맞아 죽은 일, 내가 죽임을 당한- 아니, 나는 살아있다! 큰일이 있었군요. 유우꼬가 끄덕였다. 저, 그런데도 당신을 혼자내버려두고… 괜찮아. 나는 남자니까. 나는 가슴을 두드려 보였다. 오오쿠라의 시체는? 보지 못했어요. 어쨌든, 당신이 쓰러져있는 것이 보여서 깜짝 놀랐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는 걸요. 나는 감동해서 꽈악 유우꼬를 끌어안아주었다. 끌어안고 이어서 침대안으로 끌고 들어가서(라고하면 인상이 나쁘겠지만, 유우꼬쪽이 먼저 들어간거다) - 그후, 우리들은…… -- 그래서 소에다는? 나는 물었다. 그래서 앞의 …… 하고 -- 사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못봤어요. 유우꼬가 말했다. 그녀와 나는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로 다가갔다. 물론 이불은 덮고 있었지만. 이상하군. 나를 눕히고 어디로 간거지? 도망건 거 아니에요? 형사가? 하긴 그놈이라면 그랬을지도.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어쨌든 없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인간도 이정도로 싫어짐을 당하면 끝장인 것이다. -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에요? 유우꼬가 물었다. 그렇군.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럴 경우는 이쪽이 가만히 있으면 대개 유우꼬가 뭔가 말해준다. 오오쿠라가 형사를 죽였다라고해서- 역시 유우꼬가 말을 꺼냈다. 오오쿠라를 죽인 건 누굴까? 당신이 한 걸로 생각했었는데. 저 아니에요. 그런 용기도 없어요. 그럼, 누가 했을까? 나는 목을 갸우뚱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꽤 많이 죽어버렸다. 원래는 처 한명을 죽일 생각이었는데… 그렇다. 게다가 오오쿠라가 그 전화의 유괴범 이 아니라고 하면 그 전화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돼가는 거지? 나는 말했다. 귀찮게 되었군요. 유우꼬가 끄덕인다. 미나꼬를 죽인 것은 좋지만, 그후는 엉망진창. 역시 달리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럼? 요시노에요. 계획을 짠 것은. 그런가! 잊고 있었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요시노는 정말 뿅하고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자식! 내 은혜도 모르고! 생각나자 갑자기 화가 난다. 그래도 공범이 있을 거에요. 그 전화는 요시노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군. 요시노녀석을 어떻게든 해야겠는데- 아침이 되면, 어떻게 할거죠? 벌써 아침인가? 이제 곧이에요. 그래? - 어쨌든 소에다를 찾아야지. 그남자는 나를 의심하고 있어. 하지도 않은 살인으로 붙잡히면 한심하잖아? 했더니 갑자기, 찾을 필요없습니다. 하는 소리가 났다. 유우꼬가 꺅하고 소리를 지르며 이불을 붙잡고 목있는 데까지 끌어올렸다. 이 깊은 조심성 어때? 아니, 감탄할 때가 아니다. 줄거리는 잘 들었습니다. 소에다가 빙긋거리며 들어온다. 몰래 듣다니. 그것도 일 중의 하나지요. 소에다는 극히 침착해 보였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폼을 잡으로고 했는지, 소에다는 담배를 물고 백엔짜리 일회용라이타로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불이 켜지질 않는다. 에이 쌍! 이 싸구려. 독을 품고 켜대자, 겨우 불꽃이 올라왔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슈우하는 소리가 나며 필터가 타고있다. 거꾸로 문 것이다. 두분은 예전부터 계속 이런 관계셨구만요. 소에다는 담배를 버리며 말했다. 이런 꼴을 보이고는 어쩔 수 없다. 부정할 수도 없겠지. 그래서, 어떻다는 겁니까? 사랑은 자유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러나, 부인을 죽였다는 건- 소에다는 빙긋 웃었다. 뭐, 그 귀여운 여성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도 없겠지요. 정말 싫은 녀석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겁니까? 그건 정해진 것 아닌가요? 소에다는 말했다. 저는 형사고 당신은 살인범. 당신 손에 수갑을 채워서 끌고가면 웟사람에게 칭찬 받겠지요. 소에다는 천천히 의자에 앉으며, 돈벌이는 아니지만. 하고 첨가했다. - 알았어요. 유우꼬가 말했다. 유우꼬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건 정말 놀랐다. 어쨌든 유우꼬는 나체였던 것이다. 소에다도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다. 유우꼬는 당당하게 알몸으로 침대를 나와서 가운을 입었다. - 당신 제안은 알겠어요. 유우꼬는 소에다의 앞에 섰다. 돈이 필요하신 거군요? 그거야, 필요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몸도? 아 아니, 그것도 필요없다고는… 유우꼬! 나는 깜짝 놀라 말을 하자,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유우꼬가 외쳤다. 나는 순순히 따랐다. 대개가 가만히 있어도 돼라는 지시가 있을 때는 따르는 편이 좋다. 내몸과 돈, 어느게 좋아? 유우꼬는 소에다를 재촉했다. 양쪽이라고 뻔뻔스러운 말은 하지마. 형사니까 발각되면 그쪽도 곤란하겠지? 그쪽도 약점이 붙게되지. 그 그건 뭐… 소에다는 완전히 페이스를 잃고 있다. 당신 몸이면 - 돈은 없나? 맞아. 돈이 들어오면- 돈이 있으면 그걸로 온몸 맛사지걸도, 애인도 만들 수 있지. 그렇군. 소에다는 끄덕였다. 그건 이론적이고 정확하군. 그럼, 돈으로 할거야? 얼마가 필요하지? 그, 그건- 이쪽에서 정하지. 음… 일천만엔이면 어때? 일천만! 부족? 아니, - 아 좋아 - 그럼, 결정했어. 그대신 - 알지? 응. 우리 일은 비밀로… 좋아. 알았다. 그럼, 나가 줬으면 해. 우리, 하는 도중이었으니까. 나는 완전히 감동해버렸다. 우선 갑자기 알몸을 보여 상대방을 압도하고 그대로 단번에 교섭해서 구워삶았으니. 유우꼬가 외무부장관이 된다면 잘하지 않을까? 하긴, 그렇게 된다면 국제회의는 러브호텔 근처에서 개최할 지도 모른다. 그럼, 뭐- 천천히 쉬십시오. 소에다는 빙글 바뀌어서 마치 호텔종업원 같이 머리를 숙이며 나갔다. 굉장하군! 감탄했어. 내가 말하자, 유우꼬는 달려와서 나를 껴안았다. 어쩔 수 없었어요. - 화내지 말아요. 화낼 일인가! 나는 다시 꽈악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 그래서 도중 에서 종점 까지 또 둘이서 분발한 것이다. 머리가 아픈 것은 벌써 잊어먹었다. - 그런가. 그 양만큼 천만엔에서 빼야지! 그런데, 머리를 얻어맞은 대금은 얼마가 될까? 28. 또 한명의 형사 놀라운 참변이군! 소에다는 한숨을 쉬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좋단 말인가… 적당히 해둬라고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아침이 되어 있었다. 내집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있다. - 하여튼 오오쿠라와 형사가 둘 - 아니 세명이나 죽어있으므로. 새롭게 몇명이나 되는 형사와 경찰이 찾아와서 큰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소에다는 일단, 형사들은 모두 오오쿠라에게 당했다고 말하고 덧붙여 오오쿠라가 등을 찌르고 자살했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저는 책임자로서 이쪽에 계신 이케자와씨와 햐야카와양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자신은 책임을 돌리고 있다. 언제쯤 끝날까요? 내가 지겨워서 물어보자 소에다는 어깨를 움추르며, 모르겠군요. 하고 말했다. 당신, 형사 맞죠? 저는 유괴사건을 조사하러 온 겁니다. 살인담당이 아닙니다. 공무적이군요. 그야, 공무원이니까. 이렇게 하다간 끝이 안나겠다. - 그런데, 이케자와씨. 소에다가 목소리를 낮추었기 때문에 나는 긴장했다. 입막는 돈이라도 올려달라고 말하는 거 아냐? 라고 나는 생각했다. 뭡니까? 뭔가 먹을 것 좀 안주실 겁니까? 언제나 의외이다. 나는 주방으로 갔다. - 변함없이 유우꼬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지금, 피자토스트를 굽고 있어요. 이제 곧 될 거에요. 유우꼬가 말했다. 그쪽은 어때요? 올해안으로 끝나겠지. 나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커피 있는데 - 마실래요? 응. 그럼 줘. 하며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유우꼬가 컵에 커피를 따라준다. - 저 형사 뭔가 말한 거 있어요? 배가 고프다고는 말했지. 유우꼬는 웃었다. 저사람은 괜찮아요. 단순한 걸요. 돈으로 입을 막아두었고 게다가 이쪽을 협박할정도로 배짱도 없는 것 같고- 그럴까 - 그건 그렇고, 오늘 또 그 유괴범에게 전화가 올텐데. 몇시였죠? 오후 1시라고 말했었어. 일억엔이군요 - 요시노씨는? 아직 안왔어. 그자식 두들겨 패주고싶어! 참아요. 유우꼬가 내뺨에 키스한다. 그때가 오기만하면… 그때? 기회를 기다리는 거에요. 요시노씨, 멍청해 보이긴해도 빈틈없는 사람이니까 방심은 금물. 응. 알았어. 기회를 봐서 푹하고- 응? 나는 유우꼬를 봤다. 죽일거야? 상대방 하기에 따라서요. 요시노씨가 분별력이 있어 돈으로 끝난다면 괜찮지만… 그렇군. 나자신도 솔직히 말해 시체라면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했다. 걱정마세요. 유우꼬는 말했다. 제가 해치울께요. 잘못된 것 같으면. 그럴 필요없어. 아뇨- 어찌 됐건 저를 사랑해서 이렇게 된걸요. 음… 유우꼬가 해치워준다면 뭐 맡겨두기로 하지. 나는 원래가 귀찮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영웅은 그다지 세세한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 법이니까. 나폴레옹이 병사의 양말을 솔질해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 차원이 다른 말일지도 모르지만 뭐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지. 자넨가? 어떠십니까? 기분은. 들어오더니 걱정스러운 듯 이쪽을 본다. 괜찮아. 그러십니까- 그런데 은행말입니다만- 그런가. 일억엔의 나머지가 남아있었다. 응. 어떻게 됐지? 은행에 연락해두었으니 가시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가? - 헌데 좀 귀찮은걸… 그럼, 제가 갔다올까요? 그렇군. 그러면- 하고 말을 하다가 흠짓했다. 일억엔중 남은- 칠천만엔 이상인 것이다. 그런 돈을 요시노에게 맡기는 것은…… 급히, 아니, 내가 가겠어. 나는 말했다. 뭐라해도 이건 내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요시노는 애석한 듯 말했다. 흥, 자식 억울하겠지. 사장님. 유우꼬가 말했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일은 요시노씨에게 맡기세요. 응? 그렇지만- 게다가 어제저녁 사건으로 경찰에서 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응… 그래도… 주저하는 나에게 유우꼬는 살짝 윙크해보였다. 이것에는 거스를 수가 없다. 나는 홱하고 생각을 바꿔, 그럼, 그렇게 할까. 끄덕였다. 요시노. 그럼 제대로, 분명히, 정확히 가져와야하네. 맡겨 두십시오! 요시노는 직립부동자세를 취했다. 이 요시노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됐으니까, 갔다오게. 은행에는 내가 전화해두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요시노가 나가자, 나는 유우꼬에게 다가가서, 그래도 괜찮을까? 저런 놈에게- 라고 말하는 순간, 문이 열리더니 요시노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당황하여 얼른 유우꼬에게서 떨어졌다. 뭐야? 저 - 만약 은행에서 티슈라던가 메모용지를 주면 제가 받아도 될까요? 아아, 상관없어. 고맙습니다. 요시노는 기쁜 듯 말하고 문을 닫았다. 어떻게 된 녀석 아니야? - 괜찮아요. 유우꼬가 말했다. 돈을 찾아서 그대로 사라진다면, 요시노는 자기가 한 짓이라고 자백하는 꼴이 되지요. 분명히 제대로 갖고 올거에요. 그래? - 그러면, 다행이지만. 걱정마세요. 맡겨두시고. 유우꼬가 이렇게 말하자, 정말 나는 큰배에 탄 기분이 든다. - 그리고 한시간정도는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소에다는 피자토스트를 묵묵히 먹고 있었고, 다른 형사들은 그럴 경황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야, 배불러. 소에다가 후웃하고 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뭔가 디저트가 있다면- 정말 뻔뻔스러운 녀석이다. 뭔가 아셨어요? 유우꼬가 물었다. 아니요. 전혀. 누가 오오쿠라를 죽였는지. 그리고 이케야마는? - 수수께끼군요. 이케야마씨는 총에 맞았지요? 네. 그것도 바깥으로부터. 탄환은요? 그게 좀 묘합니다. 그럼? 내가 물었다. 탄환은 몸을 관통했습니다. 따라서 어딘가에 박혀 있을텐데 전혀 발견이 안되는군요. 이상하군요. 그 탄환이 발견된다면, 어떤 권총에서 발사된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다만. 안하더라도 이 형사라면 범인은 못잡을 것이다. 나와 소에다가 현관쪽으로 돌아오자, 이야, 소에다형사님. 하고 새롭게 온 형사가 말을 걸어왔다. 아아, 고맙네 찾아와서- 이쪽은 이케자와씨. 처음 뵙겠습니다. 우에다라고 합니다. 우에다에다가 소에다인가. 뭔가가 귀찮게 헷갈린다. 소에다형사님. 오오쿠라는 타살입니다. 우에다라는 형사가 말했다. 호오! 소에다가 의뭉을 떤다. 하긴 원래 의뭉스러운 사람이었으니 뭐 바뀐 것도 없지만. 등을 찌른다는 건 어렵기도 하거니와 지문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케야마군도 밖에서 총을 맞은 겁니다. 이건 꽤 귀찮은 사건이 되겠군요. 이 우에다형사, 소에다보다는 다소 형사같다. 그럼, 범인이 있겠구만. 소에다는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 그외에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이 집안에서- 없었어. 조사했었지만. 그랬습니까? 우에다가 수긍했지만,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지하실이 어째서 물로 가득차 있는 겁니까? 그런가! 그대로 놔두었던 것이다! 아니- 그건- 소에다가 머뭇거린다. 그건 이집에서 지하실을 풀장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야. 자기 마음대로 말하고 있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우에다형사는 단지, 그렇습니까. 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 형사는 소에다보다 조금 젊지만, 꽤 똑똑한 것 같다. 그런데, 부인일은 정말 큰일이군요. 우에다가 말했다. 네? 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유괴금 지불은? 일단, 1시에 다시 전화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우선 부인을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군요. 하아. 이봐 우에다군. 소에다가 불상처럼 얼굴을 하고는, 그건 내 일이야. 하고 불평을 했다. 알고있습니다. 우에다는 빙그레 웃더니, 하지만, 뭔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것 없어. 어떨까요? 우에다는 조금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정말 다른 사람일에 참견 잘 한다니깐! 소에다가 투덜거리며 말은 하지만, 저 우에다라는 형사, 어쩐지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곧 1시입니다. 한명의 형사가 말했다. 알고있어! 소에다가 소리쳤다. 나는 지하실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리보아도 지하실에는 배수구가 없다. 이 물을 어떻게 하지? 증발하기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드라이어라도 가져와서 말려볼까? 그렇게해도 별효과는 없겠지. 그 오오쿠라, 정말이지 귀찮은 짓을 하고도 죽었다. 나는 지하쪽 계단으로 허리를 굽히고 멍하니 있었다. 뭐랄까. 바빠서 피곤한 것일까? -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동안 언제부턴가 꾸벅꾸벅 선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이케자와씨 전화입니다! 누군가가 내귀에 바짝대고 외쳤기 때문에 나는 푱하고 튀어올랐다. 그 덕분에 발을 잘못딛어 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얼굴부터해서 물을 먹어가며 물속으로 쳐박힌 것이다. 29. 범인은 발광했다? 주택에서 수영한다는 건 꽤 우아한 취미중 하나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수영장 이 집에 있는 - 즉, 집에 풀장이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헤엄치고 있는 곳은 물웅덩이가 되어버린 지하실이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우아한 것하고는 꽤 거리가 먼 상황이다. - 괜찮으십니까? 형사에게 겨우 구조받아 나는 하아하아 숨쉬고 있었다.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대야정도의 물은 먹은 것 같다. 사막에서 물을 애타게 찾고 있었던 것이라면 물도 맛있겠지만, 이런 곳에서 물을 먹으면 조금도 맛있지가 않다. 괜찮으십니까? 형사가 끈질기게 묻는다.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인데, 괜찮을리가 있는가! 어쩐지 일본경찰청에는 배려의 마음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들이 많은 것 같다. 그곳에 배려없는 녀석 이 달려왔다. 물론 소에다이다. 이케자와씨 뭘하고 있는 겁니까? 짜증섞인 목소리로 외친다. 아니, 갑자기 말을 걸어서 그만 깜짝 놀라 물에 빠진 겁니다. 그런 한가한 짓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소에다는 내 어깨를 붙잡더니 앞뒤로 흔들었다. 전화입니다! 유괴범한테 온 전화라니까요! 이자식! 나를 죽일 셈인가… 물에 빠진 사람을 전화기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비인도적인 행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조금 - 기다려 - 줘 - 나는 겨우 생각해서 말했다. 물을 - 먹어 - 괴로워서 - 그러나 소에다는 냉정하게도, 상대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인이 죽어도 좋단 말입니까? 나를 협박한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소에다는 팔을 꽉 붙잡더니 자, 빨리빨리. 하며 끌고 간다. 위험천만하게도 구를 뻔하다가 나는 겨우 걸어갔다. 응접실로 돌어오자, 모두 조용히 있다. 나의 지독한 모습을 보고도 모두 태연하게 있다. - 이 세상에서 동정이라는 마음이 사라졌단 말인가. 그렇지만, 물론 유우꼬만은 달랐다. 나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는 달려왔다. - 이 모양- 말을 걸려는 것을 내가 말리고는, 괜찮아. 조금 굴렀을 뿐이야. 웃는 얼굴조차 보였던 것이다. 남자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약점을 보여서는 안되는 거다. 자, 빨리. 소에다는 비정하게 서있다. 나는 여기에 있어서, 일종의 영웅적인 심정마져 들었다 - 따위로 그다지 허풍스럽게 말한 것도 아니지만, 이건 젖어있는채로 추위도, 불쾌함도 꾸-욱 참으며 전화를 받기로 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서둘러요. 상대방이 끊겠습니다. 소에다가 나에게 수화기를 내밀었다. 나는 에헴하고 한번 헛기침을 한후 수화기를 받았다. 일부러 톤을 줄이려 한 건 아니지만, 어쨌건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제대로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될 수 있는 한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건대 꽤 당당한 목소리였다. 이케자와입니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말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거야? 불평을 늘어놓자, 나는 욱했다. 이쪽 사정도 좀 생각해봐! 라고하면 조금 무리한 주문일지도 모르지만, 뭐 상관없겠지. 하고 상대방이 이어서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보내줄껀가? 보내주다니? … 아직 장소도 못들었잖은가. 나는 반문했다. 뭐라고? 아까부터 몇번이나 전화해서 말하지 않았나! 아까부터? 어쨌든 우동 3개 배달하는데, 한시간이나 걸리는 국수집은 처음이다! 아, 잠깐! - 당신 어디다 건거야? 뭐라고? 거기 이케다국수집 아닌가? 여기는 이!케!자!와!다. 엥? - 아아, 잘못걸었네? 실례. 전화가 끊겼다. 이때 내가 소에다를 죽이지 않은 것은 실로 영웅적인 행동이라 칭찬받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나꼬를 죽인 죄와 맞바꾸고도 뭔가 조금 거술러받을 게 있지는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화가 치솟아오를 때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소에다가 빠르게 다가와서, 이야, 마침 딱 한시라고 해서… 목소리도 닮았거든요- 이것 참 착각할만 했는데요. 문책당하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누가 할 대사야?! - 나는 황당해서 그냥 소에다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럴 때, 요시노가 돌어왔다. 사장님! 틀림없이 칠천만엔 찾아왔습니다. 경례를 한다. 아아, 수고했네. 관대한 기분이 되어버린 나는 격려의 말까지 해주었다. 정말, 은행말이죠, 자기네들 멋대로라니까요. 맡길 때는 생글거리다가 찾을 때는 겨우 포켓티슈 3개밖에 안주지 뭡니까. 요시노는 말했다. 어쨌든 아직 전화는 걸려오지 않는군. 돈은 일단 금고에 넣어두지. 사장님. 유우꼬가 말을 걸어온다. 옷을 갈아입으셔야겠어요. 유우꼬의 상냥한 마음씀씀이가 얼어버린 내마음을 녹였다. 그렇군. 그렇게 하지. 자네는 돈이든 가방을 좀 갖고와주지 않겠나? 네. 유우꼬는 기쁠정도로 순종적이다. 나는 소에다에게, 이번에 또 전화가 걸려오면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한 후에 불러요.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미미하지만, 적어도 이정도 반격쯤은 하고 싶었다. 칠천만엔 … 큰돈이네요. 침실에 들어가자, 유우꼬는 문을 닫고 말했다. 정말이네. 준다는 것은 아깝구만. 괜찮아요. 분명히 다시 돌아올 건데요 뭘. 유우꼬는 내게 가볍게 키스를 했다. 자, 빨리 옷을 갈아입어요. 아니면 감기걸리니까. 응. 유우꼬는 속옷이랑 샤쓰, 바지 등을 꺼내왔다. 이제, 양말하고 그리고… 그렇지만 그죠? 뭐가? 나는 젖은 옷을 벗으며 물었다. 몸이 젖은 상태로는 새옷을 입어도 마찬가지에요. 뜨거운 샤워라도 하고 오세요. 음. 그렇군. 나는 유우꼬의 말에 하나도 둘도 없고 셋도 없이 동의한 것이다. 자, 벗어요 - 몸을 따뜻하게 해야해요. 하지만- 나는 문득 생각이나서, 만약 목욕하는 도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제가 불러드릴께요. 서둘러서 나오면 시간이 맞을 거에요. 그렇군. 나는 안심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 가득 뜨거운 물을 넣고 느긋히 몸을 담갔다. - 분명히 유우꼬의 말대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때요? 욕실문으로 유우꼬가 얼굴을 내민다. 기분 좋은데. 당신은 어때? 아이, 싫어요. 유우꼬는 웃었다. 그래도 너무 느긋하면 알죠? 알았어. 지금 나가지. 나는 끄덕였다. - 여기 목욕수건. 고마워. 야, 이제 겨우 살겠군. 나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었다. 비극의 주인공이라하는 녀석은 항상 여성의 마음에 경련을 일으킨다. - 아니, 여성의 마음을 끈다. 그러니까 결코 형편없는 모습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전화가 걸려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말했다. 분명히 상대방도 분위기파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웃었다. 그럼, 이걸로 잘- 말할 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유괴범으로부터 전화입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번에는 확인했습니까? 네. 소에다씨가 몇번이나 확인했는데요. 나는 풋하고 웃어버리고 싶은 것을 참았다. 전화한 녀석이 꽤 놀랐겠는걸. 나는 밑으로 내려갔다. 수화기를 잡고, 이케자와입니다. 라고 말하자, 이봐!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언짢게 말했다. 조금 전, 형사인가? 정말, 유괴범씨입니까? 라고 열번이나 물어보다니. 뭐, 조금 사정이 있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돈은 어떻게 됐나? 응? 음. 찾아놨다. 일억엔인가? 응. 분명하겠지. 상대방도 다소 예의를 차리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건내주면 되지? 아아, 그건 걱정말도록. 상대방은 느긋하다. 걱정말라고는해도… 이쪽에서 가지러 가지. - 뭐라구? 나는 조금 시간을 두었다가 되물었다. 가지러 갈테니까, 그쪽에 놔줘. 가지러 - 온다구? 여기에? 그래. 저녁까지는 갈 수 있을 거다. 아! 그래!? 뭐랄까, 어딘가의 위대한 사람 말버릇 같았지만, 이 경우 다른 대사는 나오지 않았다. 상대방이라도 이집에 형사가 있다는 것 정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어물어물 기어들어오다간 당연히 붙잡힌다. 이정도는 나라도 아는 사실이다. -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당연히 소에다는 모를지도. 나는 상대방에게 충고해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이상할 것 같아 일단 관두기로 했다. 그럼, 거기에 일억엔 제대로 보관하고 있어. 상대방은 놀리고 있는지 어떤지 너무나 진실된 어조로 말하고 있다. 걱정마시길. 나는 은행원 같은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향해 머리를 숙인 것이다. 이야, 축하합니다! 소에다는 이미 좋아서 방방 뛴다. 상대방이 제발로 걸어와준다니, 이렇게 쉬운 일도 없을 걸? 정말 이 형사 완전히 돌아버린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미나꼬를 죽였다는 걸 아니까, 미나꼬 유괴사건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런 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아니, 소에다씨. 말을 꺼낸 것은 새롭게 온 우에다라는 형사였다. 즐거워하는 것은 너무 일러요. 뭐야, 또 자넨가? 어떻든, 소에다는 이 우에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데, 그런데도 그걸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제 담당이 아니니까, 괸한 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래도 들어보세요. 우에다도 끈질기다.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인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알고 있어! 비록 범인이 느긋하게 빈손으로 온다하더라도 체포할 수 있을까요? 자네는- 자네는- 소에다는 혼자서 화가나, 말이 안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체포하는 것은 간단하지요. 우에다는 침착하게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만일 무사히 보내지 않은 이유로 인질을 죽인다고 한다면? 우선은 인질의 목숨이 중요한 겁니다. 그정도는 알고있어! 그렇다면, 되돌려보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때에는- 하고 말을 하다 소에다는 입을 다물었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툰작가의 소설처럼 왔다갔다하고 있으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우에다가 재차 물어오자 소에다는, 음- 내가 지폐로 변해서 가지. 라고 농담같은 말을 했다. 30. 그리고 침실로… 묘한 이야기군. 나는 목을 갸웃거렸다. 그렇군요. - 방심할 수 없어요. 그래. 라고 긍정한후, 어떻하지? 하고 물었다. 상대방은 바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적어도 이쪽으로 온다고 한 건 뭔가 목적이 있는거죠. 유우꼬가 말했다. 이곳은 다시 나의 침실 - 그렇다고 이상한 오해를 하지 마시길 - 아무리 나라도 낮부터 유우꼬와 침대에 들어가는 짓은 - 간혹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에, 상대방이 인질을 미끼로 여유를 부리는 거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만약 체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얼굴이 알려지고 게다가 미행당할 위험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군. 그런 위험을 좋아해서 한다면 이상하잖아요. - 뭔가 생각이 있는 거에요 요시노 녀석한테라도 물어볼까? 하며 나는 침대에 데구르르 구르며 누웠다. 어느새 유우꼬는 내 위로 올라타더니 키스해주었다. 당황하여 끌어안으려 하자, 벌써 유우꼬는 일어서있었다. 왜 그래? 나는 일어서며 말했다. 당신말 한마디로, 알았어요. 헤에. 나는 전혀 모르겠다. 요시노에요! 모두들 밖에서 오는 사람밖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과연. 나는 손가락을 탁하고 쳐서 소리냈다. 그죠? 그러니까 상대방도 그런 식으로, 일부러 이쪽의 신경을 끌려고 그런 말을 한거에요. 요시노자식. 정말 해보자 이거군. 말하고는, 엥? 그런데, 돈이든 가방은? 제가 금고에 제대로 넣어두었어요. 그래? 다행이다! 벌써 두둑맞았나 했지. 괜찮아요. 유우꼬는 웃으며 나에게 키스했다. 이건 한가지. 이 기회를 이용해야되요. 이용? 어떤 식으로? 지금까지 항상 상대방에게 당해왔잖아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그쪽의 수법을 알고 있지요. 흠.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는 것 마냥 얼굴로 끄덕였다. 그러니까, 금고를 망보는 거에요- 요시노가 가지러 오는 것을 덮치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 하지? 그건 서로 말을 해봐야죠. 이쪽에서도 그쪽의 약점을 잡고 있지만, 이쪽도 그다지 내세울 입장은 아니에요. 그건 그러네. 그러니까 요시노가 도대체 뭘 노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동료는 대체 누구인지, 자백시키는 거죠. - 그 결과로 서로 조금씩 손해본다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과연. 그녀의 말은 왠지모르게 잘 이해가 됐다(?) 어쨌든 지금 문제는 어떻게 금고를 망볼 것인가하는 것이다. 금고는 이 침실 선반 안에 있다. 요시노자식, 언제쯤 이곳으로 올 작정이지? 자, 어쨌건 모두의 주의를 뭔가에 돌리겠죠. 그틈에 이곳으로 들어올 생각일 거에요. 흐-흠. 주위를 돌린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유우꼬가 말했다. 당신도 모르는게 있다니 안심되는군. 어머, 그건 야유하는 거에요? 유우꼬가 귀여운 눈으로 나를 흘깃 본다. 심한 말을 했나… 했어요. 그럼, 사과할게. 사과로 키스해줘요. 이런 사과라면 몇번이라도 하고싶다- 고 생각했다…… 범인은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모릅니다. 소에다는 조금 이상할 정도로 활력에 넘친 모습이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일단 물어보았다.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봐주지 않으면 화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든 인간을 의심하라 이지요. 소에다는 히죽 웃었다. 맡겨두십시오. 이 남자에게 맡겼다가는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 그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형사니까 좋을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바리케이트를 쳐서- 내가 말을 걸자, 소에다는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그건 극비사항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다지 극비사항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있다. - 그것보다는 나와 유우꼬의 작전쪽이 더 극비를 요한다. 그럼- 소에다는 부하형사를 모으더니 나를 보고는, 민간인은 나가주십시오 라고 손을 흔든다. 이건 정말 열받았다. 자신을 VIP쯤으로 아나본데. 여기는 내집이란 말이야! 나는 할 수 없이 주방으로 갔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유우꼬가 변함없이 아름답게 서서 일하고 있다. 아,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나는 말했다. 오랜만이야. 조금전에 위에서 막 키스했잖아요. 벌써 15분이나 흘렀는데? 하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싸자, 안돼요. 지금은. 하고 몸을 비틀렀다. 그 움직임이 또 쏠리고 귀여운 것이다. 아이, 지금부터 금고에 더 신경을 써야해요. 아아, 알겠어. 그럼 나는 위로 가 있을게. 그래요. 저는 뒤따라 갈테니까. 빨리와. 주방에서 나가려했다. 잠깐만요- 과자랑 케익을 만들었어요. 먹고갈래요? 그래? 그럼 한개… 자 드세요. 여기 홍차도 있어요. 그럼, 줘. 저는 형사들에게 대접하겠어요. 그런 녀석들에게 먹일 필요없어. 침착해요. 대인이 되어야 해요. 큰사람이 된다? - 그렇다. 아니, 정말이다. 정말로 사실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나자신도 모르게 됐다. 그러나 나는 사실, 조금 못미더운 구석이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 - 유우꼬를 부인으로 삼으려면 그에 걸맞는 남자가 되어야만한다. 나는 케익을 가만히 응시했다. 홍차를 담은 컵도 가만히 응시했다. - 그리고 먹었다. 그러나 급히 먹어서 꿀꺽 삼켜버렸다. 앗하는 사이에 간식시간은 끝. 그렇다. 빨리 금고에 가봐야한다 - 모두가 유우꼬의 케잌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에 요시노가 금고에 손을 댄다면- 그렇게는 안되지. 나는 당황하여 주방을 뛰쳐나갔다. - 흘낏하고 응접실을 가는 길에 엿보았더니 소에다들이 유우꼬의 케잌을 서로 먹으려고 하는 추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 민간인은 밖으로인가. 미녀는 예외란 말인가? 나는 2층침실로 올라갔다. 어디에 숨어있을까? - 그러나, 그 문제는 그다지 오래 고심하지 않고 끝났다. 어쨌건 선반 같은 것이 많이 있으니까 그중 하나를 적당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소리가 나서 알 것이다. 케잌 탓인지 슬슬 졸음이 왔다. 하지만 지금 잠자서는 안된다. 힘내야지! 나는 머리를 흔들고 필사적으로 잠과 싸웠다. 그곳에 - 누군가가 들어온 것이다! - 아직 안왔나? 요시노의 목소리다! 나는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봐라! 끝내주게 걸려들었지! 그러면, 나도 어딘가 숨어야지. 어쨌든 요시노는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큰 독백이 되어버린다. 이 선반근처인가- 그런데, 괜찮을까? 정말로? 요시노자식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거야? 그럼, 그곳에 있을게. 하지만- 요시노는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 뭐랄까. 느낌이 안좋아. 일단 선반 모두를 조사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나는 흠짓했다. 그러나 다른 한명이 목을 흔든 것 같다. 그래? 그래도 만일 어딘가 있다면… 또 한명이 웃!었!다! 웃었다 라고 하는 것은 소리를 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소리는 내 귀에 들어왔다. 그러나 - 내 귀가 그 소리를 받아들이고 나서 그 소리가 뇌까지 전달되기에는 한참 시간이 걸렸다. 마치 동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늦음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또 그 소리는 헷갈릴 것도 없이 유우꼬의 것이었다. 괜찮아. 유우꼬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 사람은 아직 주방에서 케잌을 먹고 있어. 어쨌든 지저분한 사람이니까. 부자이면서. 부자가 더 심하다니까. 유우꼬가 말했다. 그 사람하고 있으면 피곤해- 자, 들어가. 나는 조금 더 그 사람을 잡아둘테니까. 그럼, 신호해. 물론. 유우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못미더워? 아니. 아~ 어딜만져? 잠깐만. 쪼~옥. - 뭐야? 유우꼬의 목소리 여자 와 요시노는 키스를 한 것 같았다. - 자 빨리들어가. 드디어 결판이 날테니까. 아아, 잘해야돼. 응. 우리들의 미래가 걸린 걸? 유우꼬는 쪽하고 또 키스를 하고 선반에 요시노를 밀어넣은 것 같았다.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침실은 조용해졌다…… 그건 유우꼬였을까? 정말로? 그리고 그사람 이라고 말했던 것은 - 나를 말하는 건가? 나는 선반안에서 졸음도 잊고 멍하니 서있었다. 31. 함정 에 - 세상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라는 것이 있어서… 아니, 유달리 농담을 할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현실이란 단순하지 않다. 제대로 분별할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어쨌건 이 며칠동안 풍부한 인생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인생경험이 풍부하게 된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하여간에 요시노와 대화하고 하고 있던 여자가 유우꼬가 아니라는 가능성이 - 있을까? 그러나, 나는 유우꼬의 목소리라면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몇번이나 침대안에 함께 있었는데, 그러고도 목소리를 구분 못한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 이 경험으로 보건대, 지금 요시노와 재잘거렸던 것은 분명 유우꼬다. 물론 100% 틀림없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인생에 100%라는 것은 없는 거니까. 넓은 세상을 찾다보면 유우꼬와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도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그 다른 여자가 이 집안에서 요시노와 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 아니 전혀 없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은 유우꼬였단 말인가? 그래, 유우꼬였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 그것이 유우꼬와 요시노였다고 하면 둘이 대화한 내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 구분은 다음과 같다. 1) 그 사람 이라는 것은 누구를 가르키는 것인가? 2) 우리들의 미래 에서 우리들 이라는 것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이 두가지 점이다. 1)부터 생각해보자. 그 사람 에 대해 두사람은 지저분한 사람 , 부자 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이다. 지저분한 사람 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나 부자 라는 건 그렇지 않다. 예를 들자면, 소에다는 지저분한 사람이지만 부자는 아니다. - 이 집 사람중에 - 즉, 여기 있는 사람중에서 부자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 조금 자랑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 나이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럼 내가 지저분한 사람 이고 함께 있으면 피곤해지는 남자 란 말인가? 이 명제는 단언컨대 부정이다. 부정! 부정! 부정! 부정 …… (이하 생략) 뭐 그렇지만, 이것은 어느정도 주관적 문제이기 때문에 완전히 결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그 사람 을 나로해두자, 다음 2번째 문제인데, 유우꼬가 우리들의 미래 라고 했을 때, 그 우리들 은 유우꼬 와 나 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째서 유우꼬가 나와의 미래를 위해서 요시노에게 키스를 했을까? 이건 이상하다. 실로 이상한 이야기다. 여기서 한가지 더 생각해야할 것은 유우꼬는 내가 선반안에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건 유우꼬의 그 사람은 아직 주방에서 케잌을 먹고있어. 라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즉 - 우리들 이라고 하는 것은 유우꼬와 요시노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미래 라고? - 유우꼬와 요시노의 미래? 어떤 미래지? 적어도 장미빛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알고 있었다. 선반안에서 나와 밑으로 내려가, 유우꼬를 질책하는 것이다. 아니, 질책 은 너무 심하다. 물어보는 거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물어보는 거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방 다른 선반에 다른 남자가 숨어있다는 걸 알면서도다! 그런데, 서둘러야 했다. 유우꼬도 밑으로 내려가서 내가 없는 것을 알면 쓸쓸하겠지… 이건 어쨌건 무조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요시노 녀석은 설마 같은 방에 내가 있다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므로 선반문을 여는 소리에 깜짝은 놀라도 누구인지, 들어오는 것인지, 나가는 것인지 알리는 없겠지. 이제 이거든 저거든 해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일대의 대결심이었다. 이럴 때, 살짝 열면 오히려 의심받는다. 한번에 팍하고 나가는 편이 좋다. 나는 마치 서커스의 주인공 등장처럼 자세를 잡고 팍 문을 연 것이다. - 어머 어디 있었어요? 주방에 들어가니 유우꼬가 항상 변함없는 목소리로 맞아주었다. 응… 잠깐 화장실에. 너무 많이 드신 것 아니에요? 유우꼬는 쿡쿡 웃고는, 그럼 커피- 마실래요? 아아… 나는 말했다. 어떻게 된거에요? 힘없어 보이네요. 그래? 기운내요! 분명히 모든 게 잘 될거에요. 유우꼬가 내뺨에 키스해준다. 평상시같으면 이걸로 에너지 백배식으로 철인 아톰같이 되어 버릴텐데 이번만큼은 그다지 개운치 못했다. 요시노는? 내가 물었다. 음- 범인이 돈을 가지러오면 함정에 빠뜨리겠다고, 뭔가하고 있는 것같아요. 흐-음. 나는 응접실에 가보기로 했다. 유우꼬를 보는게 괴로운거다. - 이건 정말 슬픈 기분이다. 그렇지! 알았나? 신호하면 일제히 덮치는 거야! 소에다는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누굴 보며 떠들고 있는 걸까? 소에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그만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아니, 그것도 원래 미친 것같으니까 그럴리도 없다. 찬스는 한번뿐이다! 알겠나? 소에다는 마치 고교야구선수단 선서같이 손을 높이 들고 목청을 높였다.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응접실로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같다. 소에다씨- 나는 옆으로 가서 불렀다. 왓! 소에다는 내가 놀랄정도로 소리를 지르더니 튀어올랐다. 무, 무슨 일입니까? 아니, 난- 라고 했을 때, 방 이곳저곳에 숨어있던 형사들이, 우오- 옷! 하고 맹수 비슷한 외침과 동시에 일제히 덮쳐왔다. 그만뒤! 이번에는 아니야! 소에다의 외침은 무지막지하게 형사들이 곂쳐있는 체중의 밑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니, 이런 한가한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나까지 수십명의 형사들에게 깔려서 순식간에 복도로 밀려버린 것이다. 죽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 아니, 죽었나하는 생각조차 했다. 그러나 죽었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하다! 이따위 일로 죽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비켜줘! - 비켜- 필사적으로 밀며, 틈사이로 기어나왔다. 다르잖아? 사람이 달라. 형사들이 서로 말하고 있다. 당연하잖아! 소에다가 시뻘겋게 되어 호통치고 있다. 너희들, 도대체 뭘보고 있었어? 그러나 싫은 소리 듣는 형사들 치곤,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생글거리며 웃기까지 하고 있다. 이녀석들 어떻게 보면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소에다를 센베(전병)로 만든 것 아니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같이 당한 건 슬픈 일이다. - 아아 깜짝 놀랬네. 나는 조금 몸을 움직여 보았다. 괜찮아. 손발은 무사히 움직이고 머리도 제대로 붙어있다. 어떻습니까? 소에다가 말했다. 어떻다니요? 이 태세로 돈을 가지러 온 범인을 누르는 겁니다. 도대체 이 형사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좋을대로 하시길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이젠 일억엔따위는 어떻게 돼도 좋아 - 아니, 좋지는 않지만, 어떻게 돼도 좋아라고 말해도 좋은 기분이었다. 유우꼬가 요시노와 짜고 있다니! 이거야말로 비극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아무리 내가 유우꼬를 사랑한다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확실히 눈앞에서 지저분한 사람 따위로 불리워지면- 나도 남자다. 화났다구! 하긴 원래 내가 화나봤자 별건 아니지만 - 아니, 이번에는 틀려! 적어도 이번만큼은 내가 유우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즉, 나는 유우꼬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으나, 유우꼬는 내가 속임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아아, 귀찮아. 어쨌든, 이건 내가 유리한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범인은 돈을 가지고 갈지 모릅니다. 나는 소에다에게 말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럼, 어떤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안다면 고생도 안하죠. 그건 그렇군요. 소에다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더니, 그 협박전화는, 근데 누굴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 정말입니까? - 하지만, 당신 부인이 당신에게 죽었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유괴당한 겁니까? 그런 큰소리로- 나는 당황하여 말했다. 실례- 뭐 괜찮아요. 그쪽이 괜찮아도 이쪽은 안괜찮아! 그걸 모르니 어렵지 않습니까? 범인은 부인이 살해당한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요. 그래서 당신을 협박하는데 간접적인 방법을 취한건지. 그래도 왜 그렇게 했을까요? 그게 취미이거나. 이 형사는 필요성이라는 것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다. 사장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우꼬가 주방에서 나를 보며 손짓하고 있다. 갈까보냐?라고 생각했지만, 배반당한 것치고는 너무나 빨리 발바닥을 뒤집듯- 아니, 손바닥을 뒤집듯 태도가 빨리 변한 다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뭐야? 나는 언제나처럼 상냥한 미소를 띤 얼굴로 주방으로 걸어들어갔다. 잘됐어요. 제가요, 요시노를 2층에 놔두었어요. 요시노를? 알고있으면서 모르는 체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걸? 그런데- 어째서? 정신차려야죠. 요시노가 돈을 훔치게 하려고 한 거잖아요. 하아-… 요시노가 뭐라고 그래? 투덜거리고 있어요. 이쪽도야!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잘됐어요. 제대로, 우리가 노리는 데로 된걸요. 당!신!이 노리는 데로 된게 아니구? 어머, 이일, 저와 당신이 같이 노린 것 아니에요? 그런- 가… 정말 뭔가 이상해요. 유우꼬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영웅적인 노력으로 대답했다. 단지요… 유우꼬는 말했다. 마음에 걸려요. 어째서? 대답대신에 유우꼬는 갑자기 나에게 안겨왔다. 이건 또 놀랍다. 저- 요시노한테 기분을 맞추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려서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라고 유우꼬는 말한 것이다. 32. 없어진 가방 마음에도 없는 말… 이라니? 말하자면, 당신을 지독한 구두쇠라던가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당신 정말- 말하지 마세요. 요시노의 가면을 벗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응. 그렇지만 - 저, 용서해주실거죠? 나는 호소하고 있는 유우꼬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 이 눈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어! 하긴 거짓말하는 건 보통 입니까 눈만으로는 모르는 것이지만 그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눈은 역시 진실이 넘쳐흐른다. 나는 힘껏 유우꼬를 끌어안았다. 아아, 역시 유우꼬는 유우꼬다. 여기서 오페라였다면 사랑의 이중창 이 시작되는 부분일 거다. 그러나 그 조화 속으로 어느덧 부조화 소리가 침입해왔다. 야, 여기 계셨군요. 소에다가 들어온 것이다. 방해를 했군요. 후후. 정말 싫은 웃음이다. 뭡니까? 아아, 그렇지. 전화입니다. 내게? 네. 소에다는 끄덕거리고, 그 유괴범입니다. 어째서 바로 말하지 않은 겁니까? 전화비는 상대방이 내는 건데요 뭘. 이상한 곳에서 경비를 줄이는 발상을 한다. 나는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이야, 매번 죄송하군. 뭐랄까 예의바른 목소리다. 그것보다 무슨 용건인가? 감사 드릴려고. 감사? 아아, 일억엔말이지. 나는 얼굴이 굳었다. 벌써, 잘 받았다. 뭐라고? 영수증이라도 끊어줄까? 놀리지마, 나는- 그럼, 우선 예의만 치리지. 잠깐만! - 이봐! 나는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어떻게 된거에요? 유우꼬가 옆으로 다가온다.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설마! 정말 그렇게 말했어. 소에다도 과연 약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확인해 보죠. 좋아요. 나는 앞장서서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에 들어가서 나는 앗하고 소리를 질렀다. - 금고! 금고문이 열려있다! 이런 말도 안돼는! 나는 금고로 달려갔다. 그 유괴범도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돈가방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언제부터- 하고 소에다는 멍청히 서있다. 아, 그런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건 도둑맞아도 당연한 것이다. 이것으로 정말 요시노가 돈을 갖고 도망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요시노라해도 그 돈을 안고 도망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텐데… 어딘가 있을 것이다. - 어떻게 된거야? 소에다가 머리라도 아픈지 침실에서 나갔다. 저녀석도 인간인 것이다. 요시노를 한번 봐야겠어. 나는 말했다. 그렇군요. 이 선반안에- 유우꼬가 문을 연다. 그리고 - 유우꼬는 짧게 비명을 질렀다. 선반안에 요시노가 있다. 요시노는 앉아 있었다. - 그렇게 궁색한 곳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잖아하고 생각했지만, 그도 결코 좋아서 그곳에 앉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았다. 요시노는 빙빙 끈으로 온몸이 묶여있었다. 손도 발도, 머리도 - 아니 머리는 묶여있지 않았다. 그러나 재갈은 물고있었다. 어떻게 보면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푹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나는 다가서서, 머리를 맞은 것같은데? 하고 말했다. 맞았다고? 유우꼬가 눈을 크게 떴다. 응- 봐. 나는 요시노의 후두부를 만지고 그 손을 보여주었다. - 끈적하게 빨간게 묻어있다. 유우꼬가 크게 입을 벌리고, 아아! 이럴 수가- 하고 외치더니 요시노를 끌어안았다. 정신 차려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 나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있었다. 유우꼬가 처음으로, 본 모습의 여자 로 돌아왔다. 순간이었다. 아무리 둔한 나라도 이런 장면을 보고는 유우꼬가 사랑했던 사람이 내가 아니고, 요시노란 녀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빨리- 빨리, 의사를 - 유우꼬는 마치 그동안의 그녀와 다른 여자처럼 허둥대고있다. 침착해야지. 나는 말했다. 하지만 죽을 지도 몰라요! 유우꼬는 외치듯 말했다. 조용히, 형사가 달려오면 어떻하려고. 상관없어요! 이 사람을 살려야만해요! 죽지는 않아. 그런 것 당신이 어떻게 알아? 유우꼬의 눈은 노여움으로 불타고 있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당신은 아무것도… 능력도 없는 인간! 나는 화도 나지 않았다. 단지 불쌍할 뿐이었다. 항상 냉정히 가라앉은 모습을 보이던 사람이 흔들리고 있는 광경은 오히려 보고있는 쪽이 괴로운 것이다. 괜찮아. 나는 말했다. 가볍게 때렸을 뿐이야. 당신이! 유우꼬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일어섰다. 자, 마음을 가리앉히지. 나는 당황하여 뒷걸음질쳤다. 나도 처를 죽였다는 약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코 유우꼬에게 공격당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내 천성의 약함 때문이었다. 가볍게 때렸는데, 피투성이가 될 리가 없잖아요! 피가 아니야. 나는 손을 보였다. 자- 잘봐. 케찹이야. 조금전 주방에 있을 때, 손에 묻혀왔지. 유우꼬는 가만히 내손을 보고있었으나, 이윽고 몸의 힘이 빠져버렸는지 흐느적거리며 바닥에 쿵하고 주저앉았다. - 미안해. 나는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케찹을 닦았다. 그랬더니- 유우꼬가 웃기시작했다. 아니, 물론 지금까지도 유우꼬는 항상 웃는 모습이었다. 천사같은 미소도, 창녀같은 색정적인 웃음도 있었다. 그러나 - 이 웃음은 달랐다.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온 것같이, … 그러면서도 어딘가 애달픈 느낌이 있는 웃음이었다. 소리를 내고는 있었지만 결코 큰 웃음도 아닌, 그렇다고해도 자조적인 웃음하고도 달랐다. 근처에 있는 웃음 이라는 사전(그런 게 있나?)에도 나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야릇하게 밝고 그러면서 슬픈 웃음이었다. - 내가 한 게. 웃음이 멈추자 유우꼬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당신에게 이런 머리가 있다니… 생각조차 못했어요. 약간 머리를 썼어. - 당신들 대화를 듣고 싶어서. 그래요? 역시. 유우꼬는 끄덕였다. 태도가 이상해서 혹시나 생각은 했지만. 당신은 영리해. 나는 마음으로부터 감탄하며 말했다. 당신은 그런 것도 진심으로 말하는군요. 유우꼬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 역시 그래도 귀여워!♡ 나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반속의 요시노와 함께니까, 3명이 앉은 셈이군. 자. 하고 유우꼬가 말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죠? 글쎄… 나는 미래를 이리저리 생각하는 데는 몹시 서툴다. 어느쪽인가하면 과거의 일을 생각하는 쪽이 더 좋다. 그다지 멜랑콜리?한 것은 아니지만 그편이 단지 더 즐겁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떻게 된건지 말해주지 않겠어? 나는 말했다. 좋아요. 유우꼬는 어깨를 움츠렸다.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서- 어디부터 말할지…… - 어쨌든 당신이 부인을 죽였다. 거기에 내가 마침 왔다. 거기서부터 모든 일이 일어난 거죠. 그랬군. 뭐랄까, 꽤 옛날 일이었던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 예전부터 이 요시노녀석과? 이 사람도 나에게 있어서 움직이는 장기판 말밖에는 안돼요. 유우꼬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 말투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고집부리는 것같은- 저도 당신 부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지금은? 당신과 결혼하면 그야 사치한 생활은 즐길 수 있었겠지만, 역시 궁색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도 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 단지 당신주위를 여러 가지 잘 알아둘 필요는 있었어요. 그래서 요시노씨에게 접근을 한 거에요. 과연, 그렇군. 그럴 때, 이곳에 와서 부인이 죽은 것을 발견했어요. - 제가 내심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그래? 그렇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걸? 그래도 당황했었어요. 아무리 뭐라해도 당신이 부인을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걸 해치웠다라는 놀라움… 그것 만이 아니에요. 부인을 죽였으니 얼마안가 발각되는 것은 당연한건데, 당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건 뭐… 당신이 살인범이 된다면 내가 아내가 되려는 꿈도, 애인으로 있으면서 돈을 받는 일도 불가능하게 돼요. 그래서 서둘러 현금을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나꼬 유괴소동을 생각한건가? 그래요. 당신인 걸요. 분명히 곧 동조하리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나는 금방 동조했었다. 그럼, 요시노녀석에게는? 요시노씨에게는 당신이 자고있는 사이에 연락해두었어요. 물론 내가 가르쳐준대로 말할 예정이었지만, 거기에 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요- 이거야말로 요시노씨가 이곳에 찾아오는데 절호의 찬스를 제공한 거에요. 연락이 왔다고? 여기에-요. 당신은 한참 자고 있었어요. 듣고보니 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연락이 이곳에 오지 않았었다는 것은 묘한 이야기다. 그럼, 당신은 요시노와 둘이서 유괴금을 받으려고 계획한거군? 그렇게 된거죠. 그런데- 그 유괴범전화는? 요시노가 아니었잖아. 그건 요시노씨가 급히 찾아낸 야쿠자 졸개에요.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걸 요시노씨가 알고있어서. 그래서 그렇게 잘했구만. 하고 끄덕였다. 그럼 여자쪽도? 당신 부인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를 찾았어요. 그녀에게는 가벼운 장난이니까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래? … 이쪽한테 정말 예상밖의 일이었던 것은 그 소에다라는 바보같은 형사였어요. 같은, 이 아니야. 그 녀석은 바보지. 그렇군요. 나와 유우꼬는 함께 웃었다. - 아아, 그녀와 함께 웃는다는 것은 얼마나 끝내주는 일인가! 그 사람의 생각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눈에 가시였지요. 그래도 안죽였잖아 - 오다형사처럼은. 오다의 경우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유우꼬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남자는 약간의 돈으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어요. 언제라도 협박해 올 가능성이 있어서 죽일 수 밖에 없던거죠. 과연, 그렇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일은 오오쿠라. 오오쿠라는 당신도 몰랐었나? 네. 그 사람말대로 부인이 당신을 죽이기 위해 고용한 사람이에요. 그런가… 다시 한번 새삼, 미나꼬는 지독한 여자구나하고 생각했다. 죽여버린 내쪽은 더욱 지독할 지 모르지만. 요상한 건, 유우꼬를 지독하다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몰래 숨어들어와보니 나와 당신이 부인의 시체를 이미 처치한 다음이었지요. 그럼, 그때 보고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오오쿠라녀석 나와 유우꼬의 개인적대화 도 몰래 훔쳐봤단 말인가! 실례스러운 놈이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것도 안되니까 당신을 속여 돈을 뜯어내자라고, 그때부터 저와 오오쿠라가 계획을 짜기시작한 거에요. 그래서 당신과 팀이 됐나? 그래도 무서웠어요. 유우꼬는 말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 남자. 역시 이상한 면이 있었어요. 말을 하면서도 느꼈었거든요. 유우꼬는 민감하니까 그꼈겠지. 그럼, 오오쿠라는 무슨 일을 한거야? 물론 시체를 옮겼어요. 유우꼬는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넓은 집이었고, 어두웠고, 당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부인시체와 그 부랑자시체를 옮기는데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말도 안되는 곳으로 옮겼다가 당황해서 묻어버리고… 그래서 시체가 여기저기서 움직인거군. 부인의 시체는 어쨌든 끌고 나갔지요. 발각되면 큰일이니까요. 아아, 계획은 물거품이 됐군요. 그럼, 그 차에서 목격된 여자는? 그 마스크를 씌우고 얼굴을 숨긴 여자가 부인의 시체였어요. 들킬까봐 걱정는 안됐어? 설마 편의점 여자애가 그렇게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어요. 그건 오산이었지요. 미나꼬의 시체는? 어딘가에 묻혀있겠죠. 오오쿠라와 요시노 두사람 손에. 그런가 - 나는 차에 또 한사람의 남자가 타고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말하지 않으면 생각도 나지 않으니 이래서야 탐정역은 해먹지도 못하겠다. 잠깐만. 나는 말했다. 오오쿠라가 소에다를 인질로 해서 도망가려고 했을 때, 어째서 당신이 방해한거지? 도망가버리면, 안올테니까요. 유우꼬는 말했다. 오오쿠라는 화가나면, 말릴 수가 없게 돼버려요. 그래서 그대로 있다간 분명히 경찰들과 서로 쏘다 죽어버릴 게 뻔하니까 제가 나선거죠. 아직은 그 남자가 필요했거든요. 그렇지만… 오오쿠라는 간단히 빠져나가리라 생각했어요. 또 실제로 도망갔고요… 그런데… 유우꼬는 어깨를 움츠리고, 오오쿠라는 이미 손을 쓸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요. - 제가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게 된거죠. 그, 당신이 인질이 된다고- 네. 바로 그때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지? 유우꼬는 한숨을 쉬었다. 오오쿠라 녀석 나를 때려 기절시켰어요. 뭐라구? 나는 화가나서 오오쿠라 새끼를 죽여주지라고 - 아니, 이미 오오쿠라는 죽어있었다. 아무리 이렇게 됐지만, 아직 나는 유우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정 어떤가! 누군가가 감동해주었으면 할 정도이다. 그 후는 당신도 잘 알고있죠? 그 물공격이다. 그러면 - 오오쿠라를 죽인 건 당신이야? 그래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신을 죽일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 당신이 죽으면 돈도 못받잖아요. 나로서는 정말 슬픈 대사이다. 그런데 그 후에, 이케야마는 왜 죽인거야? 그건 요시노씨가 했어요. 요시노가? 나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만약 제가 오오쿠라를 죽이기 전에 오오쿠라가 나오는 일이 있으면 처치하라고요 - 요시노씨, 너무 긴장해서 무조건 나온 사람을 쏴버린 거에요. 불쌍한 짓을 했어요. 그 후, 얻어터진 나도 불쌍하다. 그리고 - 나는 말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야? 33. HAPPY END 어떻게 할까요? 유우꼬는 느긋하게 말했다. 돈은… 원래 처음부터 금고에 넣지 않았어요. 제가 갖고 있지요 과연 그런가? 나는 끄덕였다. 그럼, 이미 당신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군. 그렇군요. 유우꼬는 긍정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끝낼 수 없어요. 그렇죠? 나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럴 때, 과연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 전혀 짐작도 가질 않는다. 어쨌건 지금까지는 모두다 유우꼬가 생각해 주었었다. 그걸 이제와서 갑자기 나보고 생각하리니… 하긴 그러고보면 미나꼬 한명을 죽이고 끝날 일이었던 것이 놀랍게도 대단한 사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를 어떻게 하실 거에요? 유우꼬가 묻는다. 글쎄… 저는 당신이 부인을 죽인 사실을 묵인해주었어요. 당신은 내가 일억엔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눈감아 주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하면 끝날까? 끝나요. 당신 부인이 유괴되고, 유괴금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유괴범에게 빼앗겨버렸다. 그렇지만 부인은 안돌아오는… 가끔 있는 일이잖아요. 그러는 동안 발견되면? 상관없잖아요? 누가 묻었는지따위를 어떻게 알겠어요? 모두 죽은 마당에. 과연. 저는 혼자에요. 항상… 요시노씨에게는 좋은 인생공부가 되었겠지요. 그것만은 분명하다. 남은 것은 소에다 형사에요. 그 사람만 가만히 있어주면 나도, 당신도 무사해요. 그럴 지도 모른다. - 그럴까? 나는 일억엔을 아깝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약간은 생각했지만 그 아까움은 하찮은 것이다. 유우꼬가 이 근처(2편참고) 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단지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 그쪽이 나에겐 휠씬 더 참기힘든 것이었다. 유우꼬는 나의 천사였는데… 그 천사가 전표로 은행이자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왔다. 얼굴 씻고 올게. 나는 일어나서 세면대로 갔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개운하게 하지 않으면 - 그때, 정말로 우연이었다. 서랍이 조금 열려있어서 신경쓰인 나는 그걸 닫으려고 했다. - 뭔가가 걸려있다. 다신 한번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유우꼬가 오다를 찌른 나이프가 들어있었다. 내가 여기에 넣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신의 보살핌이랄까.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 나이프가 내눈앞에 놓여있다는 것은 필시 유우꼬를 찔러죽이라는 신의 목소리이다. 나의 천사를 지키라는… 그렇다 - 유우꼬는 영원히 내마음속에 아름답고 순결한 유우꼬 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나따위는 어떻게 되든 좋아… 나는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나이프를 손에 쥔채 뒤로 돌려서 침실로 돌아왔다. - 어때요? 정신이 좀 들어요? 유우꼬가 미소지으며 묻는다. 응… 나는 말했다. 한가지 소원이 있어 - 뭐죠? 다신 한번 키스해주지 않겠어? 좋아요. 유우꼬는 내목을 양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깊이 키스를 했다. 나는 나이프 쥔손을 살짝 그녀의 등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소에다가 말했다. 네. 내가 긍정했다. 잘도 죽었구만. 그렇군요. 둘의 시체에 흰천이 덮어져있다. - 유우꼬와 요시노이다. 아니, 오해받긴 싫으니까 설명해두겠는데, 내가 이 둘을 죽인 것이 아니다. 원래 요시노는 처음부터 정신을 잃은 척하고 있었을 뿐, 묶고 있던 끈도 별건 아니었다. 내가 유우꼬의 본심을 알아내자고하여, 죽은 것처럼 보이라고 요시노에게 말해둔 것이다. 그러나, 요시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유우꼬에게 반해있었던 것같다. 단지, 이용했을 뿐이라는 유우꼬의 말에 뒤집어진 것이다. 내가 유우꼬를 찌르기도 전에, 그녀의 뒤에서 목을 졸랐다. 유우꼬는 물론 맹렬하게 저항했다. 나? 나는… 공평의 원칙을 지켰지. 이 둘의 싸움에 어느 편도 서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당연히 유우꼬가 체력상의 핸디캡이 있어서 나는 공평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유우꼬의 손에 나이프를 쥐어준 것이었다. 유우꼬는 그대로 요시노의 등을 찔렀다. 요시노는 최후의 힘을 실어 유우꼬의 목을 계속 조른다. 결국은 - 둘다 죽어버리게 되었다. 이 둘이 서로 공모해서 그 오오쿠라를 고용해, 부인을 유괴시켰다고. 소에다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목소리를 낮추고는, 공표하면 다 잘 되겠지요? 나는 어깨를 들석였다. 좋을실대로. 소에다는 웃었다. 이야,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군요. 그런 짓을 하고도 잘도 법망을 피하게 됐으니. 운이 좋아 - 라고? -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연인을 잃은 것이다. 그것이 운이 좋아. 인가? 뒷처리를 저에게 맡기시지요. 소에다는 내 어깨를 탁하고 쳤다. 이쪽은 그렇게 기쁘지 않아. 어쨌건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단지 - 소에다는 경멸스럽게, 밖에는 보이지 않는 윙크를 했다. 그 나름대로의 돈은 주시겠지요? 알고 있어요. 나는 말했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저 소에다형사한테 끌려다니게 되겠지?…… 좋아, 빨리 치우고 가자! 소에다가 큰소리로 말했다. 한참 있더니 집안이 씨잉- 하고 정적으로 둘러싸여졌다. 나중에 미나꼬의 시체가 어디에서라도 발견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내가 의심받는 일은 결코 없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간에 끝나버린 것이다. 나는 혼자 응접실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미나꼬도 유우꼬도 죽어버렸다. 이렇게 되어버린 지금, 적어도 미나꼬가 살아있다면 살의를 품는다는 즐거움 이라도 있었을텐데하고 생각했다.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동물이다. 그렇군 - 이번에는 소에다라도 처리할 계획이나 세워볼까? 상대방이 무능력하다고는 해도 일단 형사이다. 이 녀석은 신중함을 요한다. 음. 이걸로 당분간은 시간을 죽일 수 있겠군. 생각을 되돌리고 커피를 끓이고 있자, 갑자기 현관쪽이 시끄럽다. 나가보니 형사한명이 튀어들어왔다. 굉장히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큰일났어요! 전화 좀 쓸까요? 그러시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전화가 트럭에 부딪쳤습니다. 사상자가 나와서 - 전화에 그런 힘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랐다. 아니, 바꿨다. 하고 형사는 머리를 두드리더니, 경찰차하고 트럭이 정면충돌로… 지독한 사고입니다. 경찰차가? 나는 말했다. 누가 죽었습니까? 소에다형사가… 트럭에 정면충돌해서 머리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살아있지는 않겠군. 이상한 남자이긴 하지만, 머리 없이는… 이런이런. 나는 중얼거렸다. 소에다까지 자기마음대로 죽어버렸다. 나란 남자는 왜 이리도 운이 나쁘단 말인가!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