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지은이: 우나무노 출판사: 범우사 이 책을 읽는 분에게 에스파냐의 진정한 정신을 논할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돈 끼호떼>를 생각한다. 그런데 허구의 인물(?) 돈 끼호떼는 19세기 말 '살과 뼈'를 갖춘 실제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가 바 로 이 <안개>의 저자인 미겔 데 우나무노이다. 작가며 사상가인 우나무노는 에스파냐의 진면목으로 죽음과 영혼불멸의 문제, 신앙과 이 성의 문제, 애정과 질투 등의 주제들을 그의 전작품을 통하여 깊게 다루고 있다. 사상가로서 우나무노의 철학은 관념의 유희나 합리적 진리의 추구와는 다른 것을 찾았다. 그의 문학의 지상목표며 유일한 명상의 주제는 생동하고 있는 '살과 뼈의 사람'이었다. 98년대 에스파냐의 작가가 다 그렇듯 우나무노도 에스파냐의 재발견 운동에 심혈을 기울 였다. "잘 정리된 질서 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는 대중"을 일깨우고자, 그는 미친 짓도 서 슴지 않았고 그들을 무섭게 공격하기도 하였다."...많은 독자들이 나를 미워하는 주요한 원인 의 하나는 나의 공격성이다. 그러나 친구여! 나의 이 공격은 나 자신에 겨냥된 것임을 알아 야 할 것이다..." 우나무노는 오르떼가와 같이 에스파냐의 유럽화를 부르짖었다. 동시에 그는 유럽의 에스 파냐화도 부르짖는 기발하고 주체적인 생각도 가진 작가였다. 그는 수필, 소설, 희곡, 시 등 모든 장르에 손을 대고 있다. 특히 본국과 라틴아메리카 전 역의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수필의 그 방대한 양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수필집으로서 대표작은 생의 비극적 감정이다. 짙은 실존주의적 사상을 담은 이 너무나 우나무노적인 작 품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돈 끼호떼와 산초의 생애)>,<기독교의 고뇌>등도 널리 알려진 수필집이다. 수필 못지않게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그의 소설이다. 전쟁을 주제로 한 <전쟁 속의 평화 D, 여기 번역된 <안개>,카인의 후예인 인간의 애정과 질투, 시기심을 다룬 <아벨 산체스>, 모성애를 다룬 <뚤라 아주머니>, 종교와 영혼의 불멸성을 주제로 하는 <순교자 성 마누엘 부에노) 등이다. 이들 작품 중에서 <안개>는 픽션으로서의 뚜렷한 독창성을 보이는 것으로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열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희곡작품으론 그리 볼 만한 것이 없고 시집으로 <벨라스께스의 그리스도>는 98년대 작가들이 내 놓은 시작 중에서 가장 비 중이 큰 걸작 중의 하나다. 에스파냐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 시에서 출생한 우나무노는 마드리드대학에서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에스파냐 최고의 대학 살라망까에서 그리스어 교수를 거쳐 동대학의 총장 이 되고 한때 정치적인 이유로 총장직에서 축출되어 프랑스로 망명도 한 적도 있다. 1965년 여름, 역자가 살라망까 그의 옛집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중년을 넘어선 그의 따님 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었다. 우나무노를 많이 닮은 그 따님은 아버지에 관한 추억담을 상세히 들려주었다. 우나무노는 일생을 철저한 투쟁 속에서 보낸 이답지 않게 너무나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였 다. 어느 날 아침 그의 서재에 들어 가 보니 안락의자에 앉은 채로 아주 자연스런 얼굴을 하고 눈을 감고 있더란 것이다. 우나무노는 이미 오래 전에 한반도에 상륙한 바 있으나 설 자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우사 사장 윤형두형이 그를 주선해 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옮긴이 서문 나의 좋은 친구인 아우구스또 뻬레스의 통탄할 생애와 그의 신비스런 죽음에 대해 서술한 본 저서의 서문을 써달라는 미겔 데 우나무노 선생의 요청을 본인으로선 거절할 도리가 없 다. 우나무노 선생의 희망이라면 내게는 어휘의 순수한 뜻 그대로의 훈령이나 다름없는 것 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존재까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던 나의 가련한 친구 뻬레스의 햄릿형 의 극단적 희의주의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본인에게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자유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절감하고 있으며, 또한 우나무노 선생도 그 점에선 본인과 같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서문이란 일반적으로 명망 있는 작가가 그보다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에 써주는 것이 상례인데, 스페인 문단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본인이 너무나도 고명한 우나무노 선생의 저서에 서문을 쓰는 것을 이상히 여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우나무노 선생과 본인은 이러한 유해로운 관습을 일신하자는 의도에서 이름 없는 자가 이름 있는 자 를 소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책이란, 엄격히 말해서 서문보다는 그 책의 내용으 로 해서 팔리는 것이며, 또한 나와 같이 알려지기를 원하는 초년생이 문단의 원로에게 자신 을 소개해 주는 서문을 부탁하는 것보다는, 그 원로의 작품 중의 하나에 서문을 쓸 수 있도 록 간청한다 는 것은-그럼으로써 그 작품을 통하여 초년생의 이름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알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젊은 세대와 구세대간의 영원한 불화를 해결해 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본인과 돈 미겔 데 우나무노는 서로를 연결해 주는 적지 않은 유대관계로 얽혀 있다. 돈 미겔은 소설 혹은 스설인 이 저서에서 이 작품을 스설이라고 일컬은 것은 내 개인적 발견 임을 밝혀 둔다. 불운했던 아우구스또 뻬레스와 나 사이에 오갔던 대화들과 뻬레스의 평소 의 말들을 서술하여 빛내주고 있으며 또한 나의 늦둥이 아들 빅또르시또의 출생에 관한 이 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돈 미겔과 먼 친척간이 된다. 그것은 학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나의 지우 안또린 S. 빠빠르리고뿔로스가 양가의 성씨에 관한 족보를 연구한 결과로 밝혀 낸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어떠한 환영를 받을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저자인 우나무노 에 대한 반응은 더욱 예견할 수 없다 얼마 전부터 나는 돈 미겔이 대중의 천진성에 대하여 벌여온 투쟁을 주의깊게 지켜보아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대중의 천진성이 얼마나 단순하 며 깊은 것인가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돈 미겔은 <문도 그라피꼬>라는 문예지에 실린 글과 그 외의 수편의 그의 글을 계기로 독자로부터 다수의 편지와 일부 지방신문 평란의 스크랩들을 받았는데, 이것들은 모두 우리 국민들이 가진 순진한 성실성과 비둘기 같은 단순성이라는 보화를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어떤 편지에서는 세르반테스는 문학적 재능이 부족했다고 한 우나무노의 글을 평하여 세르 반테스에 대한 불경을 범했다고 크게 꾸짖고 있었으며, 또 어떤 편지에서는 낙엽에 대한 우 나무노의 우수에 찬 추억담에 감동하는가 하면, 사람은 죽이지 않아도 스스로 죽는다는 것 을 발견하고 단장의고통을 맛 본 우나무노의 "전쟁에 대항한 전쟁을!"이라는 부르짖음에 열 팡하기도 한다. 한편 어떤 독자는 시비를 일으키기 좋아하는 돈 미겔이라는 사람은 'cultura를 kultura로 잘못 표기한다고 분개해 마지않으면서 우나무노는 쾌적한 것을 만들어 내는 데는 능하나 언 어의 유희를 모르는 자라고 결론짓고 있었다. 이것은 순진한 대중에게는, 재능과 쾌적함이 언어의 유희와 동일한 뜻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러운 일은 이 순 진한 대중이 돈 미겔의 악마적인 다른 장난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나 무노는 자기가 쓴 글에 아무 데나 손가는 대로 밑줄을 그어 놓아 그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 여금 자기의 진의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 없도록 만든다. 언젠가 그에게 내가 그러한 작위의 이유를 묻자,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장난으로 한 거지!"라고 대답하며 다음과 같은 말 을 하였다. "하기야 이런 밑줄이나, 이탤릭체로 쓰여진 글은 아주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일 세. 독자를 모독하는 것이고 바보 취급하는 것이며, '이것 봐, 이 사람아, 여기에는 무슨 의 미가 배어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난 어떤 사람에게, 글을 쓸 때 아예 전문장을 이탤릭체로 씀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의도가 있음을 보여 주라고 권 고한 적이 있어! 단지 그것은 작가의 무언극일 뿐이야! 악센트나 억양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을 몸짓으로 바꾸자는 거지, 이것 봐, 친구 빅또르! 극우의 신문에서 남용하고 있는 것 자 네도 잘 알잖나! 대문자와 감탄부호 그리고 모든 종류의 활자적 수단을 모두 가져다 남용하 고 있지 않느냐 말이야. 그것이 독자들의 순진한 단순성에 대한 표현방법의 의식적인 단순 성이야. 이러한 순진성은 단연코 끝을 보아야 돼. 뿌리를 뽑아버려야 된단 말일세." 이 책에 는 위해로운 장면이 있다. 즉 음란한 대목이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돈 미겔은, 이 '스설'의 호색 문학성에 관하여 조심스럽게 내게 말해 준 적이 있다. 즉 그는 음란소설이 란 누명에 항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스설'에서 볼 수 있는 음란한 장면은 육 체적 욕망을 자극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고, 어떤 중요한 사건을 위한 단순 한 상상적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모든 형태의 호색문학을 혐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도덕적인 평범한 이유에서가 아니고, 음탕한 마음은 지혜를 와해시키는 가장 큰 적이라고 그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색문학 작가를 가장 영리하지 못하며 따라서 결과적으로 가장 바보스럽다고 여긴다. 그는 '여자, 노름, 술'을 고전적 의미의 세 가지 악습이라고 말한 다. 여자와 노름은 술보다 더욱 사람의 정신을 파괴한다고 믿고 있다. 사실 그는 술이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언젠가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주정꾼에겐 이야기가 통할 수 있네, 사실 주정꾼은 여러 가지 얘기까지 하거든. 그러나 노름꾼이나 호색한과는 누가 무슨 대화 를 나눌 수 있단 말인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있다면 어리석음의 절정이며 정상인 투우애 호가와의 대화일 걸세." 형이상학적인 것과 에로틱한 것의 상호간 친밀한 유대관계는 어떻게 보면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우리의 문학이 잘 보여 주고 있듯이 우리 동포들도 전투적이고 종교적인 것으로부 터 시작하여 후에는 관능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변환하였다. 우리 동포의 정신적 여명기인 중세기의 그 야만적인 사회는 먼저 종교적인 열광을 감지했고 그 다음으로 신비적, 전투적 인 것이 뒤따랐다. -칼자루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여성은 아직 그 존재가 미미 했고, 그 시대인들의 상상력 속에서 이차적인 자리밖에는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격하고 철학적인 사상은 신학 속에 파묻혀 수도원에서 꾸벅꾸벅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 다. 에로틱한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은 동시에 발전한다. 종교는 전투적이며 형이상학은 에로 틱하고 관능적이다. 인간을 전투적이고 투쟁적이게 하는 것은 종교성이며 혹은 전투적인 것이 인간을 종교적 이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상관없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과 같은 형이상학 적인 본능은 원래 인간을 관능적으로 만들며 이브에게서와 같이 형이상학적인 본능을 일깨 우게 한다. 선악의 과학을 알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신비주의, 즉 종교의 형 이상학성이 투쟁적인 것의 관능성으로부터 태어난다. 제노폰테의 저서 <전언>에서 언급된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아테네의 창녀 테오도타는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리탄생의 산파역을 하는 소크라테스의 연구방법을 좋아하여 그에게 요청하기를 그녀를 위 한 뚜쟁이가 되어 남자사냥을 도와 달라고 했다 한다. 창녀 테오도타와 진리의 산파 소크라 테스의 흥미로운 대화를 통하여 이 두 직업 사이의 친밀 한 동류성을 볼 수 있으며 어찌하 여 철학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매춘매개업이며 매춘매개업이 동시에 철학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말한 이 모든 것이 만일 내가 말한 대로가 아니라 해도 최소한 나의 생각이 기발하 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으로 내게는 충분하다. 이 '소설'의 예기치 않은 종말과 불운한 친구 아우구스또의 죽음에 관한 돈 미겔의 설-내 게는 오류라고 생각된다-은 내게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서문을 쓰는 입장에 서 작가와 논평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양심의 가책이 없이 확산하는바 아우 구스또 뻬레스는 자살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행하여 사실상 자살하였다. 내가 그와 가졌 던 마지막 회견에서의 대화를 회상해 보건대 그의 자살은 그의 이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 깊이 수긍하는 바이다. 이러한 내 의견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나는 가지고 있는데, 이 증거들은 너무나 명확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자살에 관한 내 의견은 의견이기보다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써 서문을 끝맺는다. 빅또르 고띠 서문 후기 책의 서문에서 빅또르 고띠가 언급한 이야기 중의 일부분에 대해서, 나는 꼭 반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고띠라는 존재가 원래 비밀에 싸여 있는 사람이므로, 서문에서 의 그의 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자신이 지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더구나 서문을 써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바로 나일 뿐더러 그가 쓰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사전에 약속 을 하였으니, 지금에 와서 거절한다거나 혹은 내 손으로 정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특별한 가치판단 기준에 대해서 나대로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정의 정수를 함께 나누는, 가장 친밀한 친구에게 내 저서의 서문을 맡긴 나의 신뢰를 그가 남용하여 나의 사적인 일부 견해와 판단을 나도 모르게 세상에 공표를 하는 일이 얼마 나 합당한 것일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고띠는 전혀 발표할 의사가 없었던 일부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대중에게 공표하는 경솔을 이 책의 서문에서 저질렀다. 너무나 생생하게 사 적인 성격을 띤 일부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을 나는 원치 않았다. 그리고 고띠는 뻬레스에 대해 불운한 자 운운하며 단언을 내렸는데 설혹 불운했다 해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단정짓고 있는가? 비록 불운했다고 가정하여도, 아우구스또 뻬레스는 자살한 것이지 내가 말하는 그런 죽음을 죽지는 않았다면서, "나의 자유 의지와 결심으로... 라고 확언하고 있음을 볼 때 실로 고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웃음거리밖에 안 되 는 의견이 있기는 하다. 내 친구며 서문을 써 준 고띠는 내 결심을 논하는 데 있어 매우 조 심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정말 귀찮게 굴면, 나는 그의 친구 뻬레스에게 한 것처 럼 그에게도 똑같이 해줄 테니 말이다. 즉 나는 의사의 자격으로 그를 죽도록 내버려 두든 지 아니면 죽일 것이다. 독자들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의사들이란 늘 다음과 같은 딜레 마에 빠져 있다 환자를 죽일까 봐 겁이 나 죽게 내버려 두든지 혹은 죽을까 봐 겁이 나서 끝내는 죽이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그가 죽을 것으로 보이면 그를 죽일 수가 있으며 혹은 그를 죽이는 것이 겁이 나면, 스스로 죽게 내 버려 둘 수가 있다. 내 친구 고띠에게 이 두 가지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더 이상 길게 서문 후기를 쓰지 않겠다. 그리고 그의 글을 고맙게 생각한다. 미겔 데 우나무노 1 자기집 문앞에 나타난 아우구스또는 오른팔을 앞으로 펼치고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동 상과도 같이 장엄한 자세를 취하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멈추어 섰다. 그의 이런 모습 은 외부세계를정복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실은 비가 오고 있는지를 자기 손으로 확인해 보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손잔등 위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되는 차가운 보슬비를 느 끼자 아우구스또는 양미간을찡그렸다 보슬비가 싫다기보다는 우산을 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나 우아하고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접혀진 우산은 보기에 멋이 있으나 펼쳐진 우산은 원래 보기가 흥한 것이다. '인간이 사물을 이용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 이다. 더구나 사물을 사용해야 되는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고.' 아우구스또는 생각했다 ' 이는 사용함으로써 망가지고 파괴된다. 사물의 가장 고상한 기능은 관조 그것이다. 먹기 전 의 오렌지는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러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좀 더 진지하게 신을 명상 하고 신 안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함께 명상할 때 사정은 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겨우 신을 이용하는 데만 급급하며 우단을 펴듯 신을 펴서 모든 악을 막아 내려고만 노력하고 있 을 뿐이다. ' 그는 혼잣말을 하고는 바지를 걷어올리려고 몸을 굽혔다. 그리고 우산을 펴 가 지고는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생각하기를 '그럼 이제 어디로 가지? 우측으로 혹은 좌측 으로?' 아우구스또는 행인이 아니고 인생산책가였다. '한 마리의 개가 지날 때까지 기다리 겠다. ' 그는 중얼거렸다. '그 다음에 그놈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거야.' 바로 이때 그의 앞을 지나친 것은 개가 아니고 용모가 아리따운 어느 아가씨였다. 그는 자석에 끌리듯 무 의식중에 자기 눈이 가는 대로만 따라갔다. 이렇게 하여 하나,둘, 몇 개의 거리를 지나쳤다. '그런데 저 꼬마 아가는 저기 땅에 엎드려 무엇을 하고 있지?' 생각하기보다는 자신과 대화 를 하는 듯한 아우구스또는 걸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틀림없이 개미를 쳐다보고 있으렷다. 개미,흥! 동물 중에도 가장 위선적인 것, 개미란 놈은 겨우 한다는 짓이 부지런히 왕래하면 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거든. 그건 할 일 없이 길을 거닐며 공연히 행인과 더깨를 나란히 하여 바쁜 척하는 건달과 같단 말이야. 실제로는 아무 할 일도 없으 면서.그들이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무슨 일을! 나와 같은 한량? 아니지, 나는 할 일이 없 는 것이 아니지. 나의 상상은 휴식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한량들이란 일을 하고 있다고 말 하면서도 마음의 혼란만 초래하여 생각을 질식시키는 자들이지. 저 병신 같은 초콜릿 장수 좀 봐. 진열장 뒤에 나타나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큰 일꾼이나 되는 것처럼 전시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야. 그는 사기꾼임에 틀림없어, 제가 일을 하건 말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일, 일, 일, 위선!...정말 일은 저기 반은 기어가다시피 하는 저 가련한 반신불수환자 가 하는 것이지.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또 안단 말인가?용서하게, 형제여 (이 말을 그는 큰 소리로 했다. ) 형제? 무슨 형제? 반신불수의 형제?사람들은 우린 모두가 아담의 아들들이 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어린 호아낀도 역시 아담의 아들인가?잘 있어라,호아긴아. 벌써 이 피할 수 없는 자동차. 여행을 하려는 이 버릇은 땅을 사랑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땅을 무서워하는 데서 오는 것이지.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기 뒤로 남겨 두는 온갖 곳을 피해 가는 것이지 그가 도착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여행... 여행... 우산! 이 얼마나 지겨운 물건인가! 가만있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는 자석과 같이 그를 이끌고 왔던 예쁜 처녀가 들어간 집 문앞에 우뚝서고 말았다. 그때서야 아우구스또는 자기가 처녀를 따라왔음을 깨달았다. 여수위는 고약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 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눈초리는 이때 그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를 암시해 주고 있었 다. '이 암캐 같은 지옥의 문지기가 내가 미행해 온 처녀의 환경과 이름을 묻기만 기다리 고 있으렷다! 그렇지! 바로 지금 일을 해치우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월계관도 없이 미행 을 포기하는 것이니 안 되지,그것은 안 돼.작업은 완성이 돼야 하지, 난 미완성을 증오하 니까! '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5뻬세따 동전 하나를 겨우 찾았다. 지금은 잔돈으로 바꿀 그런 처지가 아니다. 시간만 잃고 일을 망칠 수가 있지. "저 착한 아주머니, 말씀 좀 묻겠습니다." 그는 주머니에 엄지손가락과 둘쨋손가락을 넣은 채 말했다. "저 이건 아주 비밀스런 이야 기입니다만,지금 막 이 집으로 들어간 처녀의 이름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신사, 그건 아무 비밀도 아니고 나쁠 것도 없어요." "네, 그렇겠지요." "그 처녀의 이름은 에우헤 니아 도밍고 델 아르꼬입니다. " "도밍고? 도밍가가 아닐까요?" "아닙니다. 선생님. 도밍고 입니다. 도밍고는 그 처녀의 첫째 성이죠." "여성일 경우에 그 성은 도밍가로 되어야 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성의 일치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난 그런 일치를 모릅니다, 선생님." "말씀 좀 해주세요." 그는 주머니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말했다. "어떻게 혼자서 외출을 하지요? 미혼입니까 혹쓴 기혼입니까?부모는 계시는지요?" "미혼 이고,고아지요.아저씨 내외와 살고 있어요." "부계 혹은 모계?" "난 그녀가 그들의 조카딸이라는 것만을 알 뿐이지요." "됐습니다.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지요." "잘 칩니까?" "거기까진 모르겠습니다. " "좋습니다,좋습니다 이거 받으십시오.실례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고맙습니다. 뭐 더 아시고 싶은 것이 없는지요.뭐든지 말씀만 하세요.편지라도 전해 주길 원하신다면?" " 저,저 지금은 아니요.자, 안녕히 계시오." "신사. 아무 염려 마시고 앞으로 저를 믿어 주십시오, 무슨 일이라도 해드리지요." '그렇 고말고.' 여자수위와 헤어지자 아우구스또는 걸으며 말했다. '이젠 이 여인과 잘 사귀어 놓았으니 이 일을 품위 있게 포기할 수가 없지, 포기한다면 이 여수위가 무어라고 할까? 그러니까 에우헤니아 도밍가 아니 도밍고 델 아르꼬라고? 잊어 버릴 리는 없지만 적어 두 자. 주머니에 수첩을 지니고 다니는 이유가 뭔데. 이미 잊을 수 없는 글을 레온시오가 말한 바가 있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지 말라고. 이 말을 완결하자면 '머 리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호주머니에 넣지 말아라'가 되겠지, 그런데 여수위의 이름은 무엇 이더라? 그는 다시 몇 발자국 뒤로 돌아왔다. "어머니, 한 가지만 더 묻겠는데요." "말씀하세요." "아주머니의 성함이 무엇이죠?" "나요? 마르가리따입니다. " "됐습니다,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 "천만에요." 아우구스또는 다시 돌아서 걷기 시작하여 잠시 후 알라메다가에 도착했다. 가랑비도 멈추었다. 그는 우산을 닫아 접어서 채웠다. 그리고 벤치에 다가가서 손으로 만 져 보니 축축히 젖어 있었다. 그는 신문을 한 장 꺼내서 벤치에 깔고 앉았다. 다음엔 가방 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이거야말로 아주 유용한 물건이지.그렇지 않고는 그 아가씨의 이름 을 연필로 적어야될 것이고 그러면 곧 지워질 것이 아닌가? 그녀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질까? 그런데, 어떻더라? 다정스런 에우헤니아는 어떻게 생겼더라? 생각나는 것은 그 눈밖에 없는데, 그 눈과 접촉을 한 느낌이다. 서정적으로 길을 거닐고 있는데 그녀의 두 눈 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에우헤니아 도밍고, 그래 도밍고 델 아르 꼬 도밍고? 도밍고라고 부르는 것이 어쩐지 어색한데... 아니지,그의 성까지 바꾸어서는 안 될 일이지, 도밍가라고 불러서는 안 되지.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도밍가라는 둘째 성을 갖 게 될 것인가? 내 성은 삭제해야 하니까. 이 건방진 뻬레스는 하나의 P자도 내버려 두겠지. 그럼 우리 맏아들은 아우구스또 P. 도밍가라고 불러야 될까?그러나... 이 미친 환상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가? ' 그래서 그는 수첩에 기록했다. 에우헤너아 도밍고 델 아르꼬, 알 라메다가 58번지. 이 주소와 이름 위에는 12구절로 된 두 개의 시가있었다. 우리의 슬픔은 요람으로부터 오고 기쁨 또한 요람으로부터 오네 '제기랄, 피아노 교사 에우헤니아가 나의 환상적 서정시의 흐름을 망쳐 놓았다. 중단됐어, 중단됐다고?... 실로 인간은 운명의 장난과 사건 속에서 자기 원래의 슬픔과 기쁨을 위한 영 양분을 추구할 뿐이다. 동일한 일인데도 우리 본래의 마음의 태도에 따라 슬프고 혹은 즐거 운 것이다. 에우헤니아? 편지를 써야겠다. 그러나 여기서는 안 되고 집에서 써야지. 카지노 에나 갈까? 아니지, 집으로, 집으로, 이런 일은 집에서, 가정에서 해야지. 가정? 내 집은 가정이 아니다. 가정... 가정... 재떨이라고나 할까? 오! 나의 에우헤니아여 !' 2 하인이 문을 열었다‥‥‥ 아우구스또는 돈이 있으면서도 홀로 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는 이조그만 사건이 있기 6개월 전에 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우구스또는 하인 한 사람과 여자 요리사한 사람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자기 집의 옛 하인들로서 부부지간이며 자식이 없었다. 하인이 그에게 문을 열어 주자 자기가 나간 사이에 누가 왔었느냐고 아우구 스또는 물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었습니다, 도련님." 이 문답은 의례적인 것이었다. 아우구스또는 거의 아무도 집에 받아들이는 일이 없기 때 문이다. 그는 자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봉투 한 장을 집어 그 위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도 냐 에우헤니아 도밍고 델 아르꼬 양 E.P.M.' 그런 다음에 흰 종이를 앞에 두고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팔꿈치를 책상에 대며 눈을 감았다. '먼저 그녀를 생각하자.' 그는 자기를 운 명의 사건으로 끌어들인 그 눈의 광채를 어둠 속에서 포착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에우헤 니아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잠시,그는 사실 에우헤니아를 거의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미루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진 모습을 불러내려는 그 노력의 덕분에 몽상에 젖은 희미 한 모습이 그의 환상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불면증으로 전날 밤잠을 설쳤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 "어?왜 그래... 그는 깨면서 부르짖었다. "점심식사 준비가 되었어요." 그것은 하인의 목소리였든지 혹은 식욕의 목소리였든지,그 목소리는 울림이었고 그를 깨 운 것은 이 울림이었던가? 심리적 신비여! 이릴게 아우구스또는 생각하면서 식당으로 갔 다. '오! 심리학!' 그는 매일 먹는 점심 메뉴인 계란 후라이 두 개, 감자, 비프스테이크, 그루에르 치즈 한 조각을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 커피를 들고 안락의자에 몸을 눕혔다. 그는 궐련을 피워 물 고 에우헤니아를 생각했다. '오! 나의 에우헤니아여! 나의 에우헤니아여, 그렇지 나의 것이 지.' 그는 걸으면서 말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에우헤니사여! 뼈와 살의 에우헤니아도 아니요, 우연한 출현으로 나의 집 문앞으로 지나갈 그 에우헤니아도 아니고 그 여수위가 말하는 에우헤니아도 아니다. 우연한 출현? 어떤 출현은 우연이 아니란 말인가? 출현의 논 리란 무엇인가? 이 담배연기로 구름을 형성하는 이런 현상이 연속되는 논리겠지. 우연! 우연이란 세계의 내밀한 율동이고 지의 영혼이다. 아! 나의 우연스런 에우헤니아! 나의 이 실질적이고 소박하고 겸양한 생은 수천의 작은 일상적인 사건으로 쓰여진 삔다로의 송시와 같은 것이다. 일상적인 것! 매일의 빵을 오늘도 우리에게 줄지어다! 주여, 매일매일의 무수한 사물들을 오늘도 저에 게 주소서! 우리들 인간은 거대한 고통기나 즐거움엔 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고 통과 즐거움은 아주 작은 사건으로 구성된 거대한 안개 속에 싸여 닥치기 때문입니다. 인 생이란 이런 것, 즉 안개다. 인생이란 안개와 같이 앞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안 개 속에서 에우헤니아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에우헤니아란 누구인가? 아! 나는 오래 전 부터 바로 그녀를 찾아 헤맨 것이다. 내가 그녀를 찾고 있을 때 그녀는 내 앞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것을 일컬어 무엇을 발 견했다고 하는 것이다. 찾고 있던 것이 출현하였을 때 이 출현이란 그를 동정하여 맞으러 나오는 것과 같지 않을까? 미주 대륙이 콜럼버스를 찾아 나온 것이 아닐까? 에우헤니아가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닐가?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큰 소리로 에우헤니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때 식당 앞을 지나던 하인이 들어오면서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아니,부르지 않았는데, 한데, 이것 봐,네 이름이 도밍고지?" "네, 도련님." 도밍고는 질문 에 대해 아무 이상스러움도 느끼지 않으며 대답했다. "넌 왜 도밍고라고 부르지?" "그렇게 저를 부르니까 그렇지요." '좋아, 좋아, 호머 시대에는 사람과 사물은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사람이 주는 이름과 신들이 주는 이름,신은 나를 무어라고 부를까?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것과 다르게 나를 부를 수 없을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에우헤니아에게 주는 이름과 다 른 것을 주지 못할까? 예를 들면 여수위가 부르는 그것과 다른 이름을.그러면 어떻게 부를 까?' "가도 좋아." 그는 하인에게 말했다. 그는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펜을 집 어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에우헤니아양, 바로 오늘 아침 하늘이 주는 달콤한 가랑비 밑에 우연히 나타난 그대는 내가 아직도 살고 있는 그러나 가정이 없는 내 집 문앞을 지나쳤습니다. 내가 정신을 차렸 을 때 그대가 가정을 갖고 있는 혹은 갖고 있지 않은 그 집 문앞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대의 그 눈이 빛을 발하는 쌍둥이별인 당신의 두 눈은 내 세계의 안개 속에서 나를 그곳 까지 데리고 갔었던 것입니다. 에우헤니아씨, 용서하십시오.그리고 그대에게 친밀히 '서정 시'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나는 무한대의 서정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렇지요, 그렇구말구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많은 것이기에, 그대에게 하고 픈 말이 너무나 많기에 우리가 만나서 피차 말을 나눌 수 있을 때로 미루겠습니다 그렇습 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편지를 나누면서 서로 알도 록 합시다. 그 다음... 그 다음에는 신과 우리들의 마음이 결정할 일이지요! 나의 생애에 황 홀하게 나타난 에우헤니아씨,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대 생활 속의 안개에 파묻혀 그 대의 답을 기다립니다. 아우구스또 뻬레스.' 그리고 그는 서명을 하고서, '필요 없는 일로 서명을 하는 이 풍습이 좋단 말이야.' 그는 편지를 봉하고 거리로 나섰다. '신의 은총으로 난 지금 어디로 갈지를 알고 갈 곳이 있는 것이다. ' 그는 알라메다가를 향하여 가면서 중 얼거렸다. '이 나의 에우헤니아는 신의 축복이야. 이젠 끝난 거야, 내 거리의 방황은 끝난 거야, 난 이 제 찾을 집이 생겼고 믿을 만한 여수위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 이렇게 그가 홀로 중얼 거리며 길을 갈 때 그는 그 눈의 광채조차도 보지 못하고 에우헤니아와 길을 마주쳐 지났 다. 마음의 안개가 너무나 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우헤니아는 그를 쳐다보고서 '이 청년 은 누굴까? 주제가 그리 천하지 않고 잘사는 사람 같은데... 그녀는 날지도 못하면서 그날 아침 자기를 뒤따라왔던 사람을 알아맞힌 것이다. 여자들은 언제나 자기들을 쳐다보는 것을 잘 안다. 또한 보지 않고 쳐다보는 것조차도 잘 알고 있으며 쳐다보지도 않고 보는 것도 잘 알아차린다. 그리고 아우구스또와 에우헤니아는 그들의 영혼으로 거리에 펼쳐진 정신적 거미줄을 자르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갔다. 거리란 욕망과 시기와 경멸과 동정,사랑,증오 의 시선이 서로 얽혀 직물(천)을 형성하고 있으며, 오래 된 말들의 정신이 결정되어 있으며 생각, 희구 이런 것들이 지나가는 자들의 영혼을 둘러싸는 신비스러운 그물을 만드는 곳이 다. 결국 아우구스또는 다시 한 번 여수위 마르가리따의 미소 앞에아타난 것이다. 그를 보 자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앞치마에서 손을 빼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마르가리따." "안녕하십니까? 선생." "아우구스또입니다, 부인. 전 아우구스또라고 부릅니다." "아우구스또 선생." 그녀가 말했 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돈(선생)이란 말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 그는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후안과 돈 후안 사이에는 심연이 있듯이 아우구스또와 돈 아우구스또 사이에는 심연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에우헤니아양은 외출했습니까" "네 조금 전에" "어느 쪽으로?" "저기로." 아우구스또는 그 방향으로 몇 발짝 거닐다 다시 돌아왔다. 편지를 전해 주는 것을 잊은 것이다. "마르가리따씨, 이 편지를 에우헤니아양의 횐 손에 들어가게 해주시겠습니까?" "그러문요." "바로 그녀의 흰 손에 말입니다. 아! 피아노 건반같이 그렇게 흰 그녀의 손에 말입니다. " "예,걱정 마세요.지난번의 경험으로 다 알고 있어요." "경험이라고? 그 경험이란 말은 무엇 을 뜻합니까?" "그러면 신사께선 이 편지가 이런 유의 첫번째 편지인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런 유 의?그런데 당신은 내 편지의 성격을 안다는 말씀입니까?" "알고말고요. 다른 편지들과 같 은 것이지요." "다른 편지와 같다? 어떻게 다른 편지가?" "참! 처녀의 구애자가 한두 명인가요?" "아, 그러면 그 자리가 비어 있나요?" "지금요? 애인 비슷한 것이 있지요. 비록 애인 후보자인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아마도 실험중일 걸요.견습생일 수도 있습니다. " "그러면 왜 나한테 진작 그런 말을 안했지요?" "선생이 묻지 않았으니 그렇게 됐지요." "그건 그렇군요.그렇지만 이 편지를 그녀의 손에 직접 전해 주시오. 아시겠어요?투쟁하는 것입니다. 자,여기 5뻬세따 더 받으시오."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 아우구스또는 힘들게 그곳에서 탈출했다. 마르가리따의 일상적이고 안개같은 대화는 그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투쟁하는 거야. 투쟁, 그렇고 말고, 투쟁하는 거야' 하며 그는 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다른 애인이 있다. 다른 애인 후보 자가 있으렷다?투쟁하는 거야, 전쟁은 지상에서 인간의 생활이야.내 생활은 이미 그 목표가 있다. 난 정복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 에우헤니아,내 에우헤니아, 너는 내 것이 되어야 한다. 내 마음의 안개 속에 나타나는 별들과 같이 달아나는 듯한 그 두 눈의 환영으 로 내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에우헤니아만은 내 것이 되어야 한다. 다른 에우헤니아, 여 수위의 그 에우헤니아는 누구의 것이 되든지. 나는 투쟁할 것이다.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정복하고야 말겠다. 나는 승리의 비결을 가지고 있다. '아! 에우헤니아, 나의 에우헤니아여!' 그는 이미 카지노 문앞에 와 있었고 빅또르는 그와 함께 매일 두는 장기를 두려고 벌써 그 곳에 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3 "야,오늘은 좀 늦었구나." 빅또르가 아우구스또에게 말했다. "넌 항상 정각에 오고." "...번거로운 일들이..." "번거로운 일들이라고? 네가?" "그럼, 넌 증권거래소 직원들이나 잡무가 있는 줄 아느냐? 인생이란 네가 생각하는 것보 다 훨씬 더 복잡한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순하고... "모두 그럴 수도 있지." 아우구스또는 왕의 보병을 두 구역 앞으로 전진시켰다. 그는 전처럼 가극의 아리아 몇 편 을 흥얼거리면서 부르는 대신 이런 말즐 하는 것이었다. '에우헤니아,에우헤니아,에우헤니아,나의 에우헤니아,내 생의 목표, 안개 속의 쌍둥이별의 달콤한 광채여, 나는 투쟁할 것이다. 여기 장기에는 논리가 있지. 그렇지만 안개는 얼마나 자욱하고 얼마나 우연인가! 그런데 이 우연이란 것도 하나의 논리가 아닐까? 나의 에우헤 니아의 그 출현은 논리적인 것미 아닐까? 이것이 신성한 장기의 놀음이 아닐까?' "그런데 이것 봐." 빅또르가 말을 끊었다. "판을 뒤로 물리는 것은 안 된다고 약속이 되어 있지 않은 가 말이야? 한 번 둔 것은 이미 물릴 수가 없는 거야." "그렇다면 그리 하지." "네가 그렇 게 두면 난 그 보병을 거저 잡는 거야." "그래 맞았어, 사실이야, 내가 정신을 좀 팔았어." "그렇다면 정신즐 팔지 말 일이지, 장기를 두는 사람이 정신을 팔아서는 안 되지. 너도 그것을 알고 있잖아, 한번 놓으면 그만이야." "그래, 알겠어. 다시 물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 "그래야만 돼.거기에 바로 자기 의 교육적인 점이 있는 거야." '그러나 장기를 두면서 왜 정신을 팔아서는 안 되지?' 아우 구스또는 혼잣말을 했다. '인생은 도박인사? 아닌가?왜 한 번 둔 것을 취소할 수가 없는 것 일까? 이것이 논리라는 것이겠지! 아마 도편지가 지금쯤에는 에우헤니아의 손에 들어가 있 겠지. 행동,그 다음에는 마음.그럼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신의 것이지! 그러면 어저께는 누구의 것? 어저께는 누구의 것일까? 응 어제는 강한자들의 보물! 성스러운 어제,매일매일 의 안내의 실체여 !' "장군!" 빅또르가 아우구스또의 말을 다시 중단시켰다. "정말이군,정말이군... 자,그렇지만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내가 모르고 있었지?" "정신 을 팔아서 그랬지, 네 습관대로 말이야. 네가 정신만 팔지 않으면 여기서는 제일급 기사가 될 텐데." "그런데, 빅또르군, 이야기 좀 해봐. 인생은 도박인가 혹은 오락인가?" "도박이안 실은 오 락이지." "그렇다면 이런 방법 혹은 저런 방법으로 정신을 판들 그게 어떻단 말인가?" "이것 봐, 장기를 두려면 잘 두어야지." "왜? 잘못 두면 어때서?무엇이 잘 두는 것이고 무엇이 잘못 두는 것일까? 왜 지금 우리가 두는 것과 다른 방법으로 장기를 둘 수가 없다는 말인가?" "친애하는 아우구스또, 이것은 하나의 논문이야. 고명한 철학자인 자네가 내게 가르친 바에 의하면 말이야." "좋아,그런데 네게 공포할 큰 소식이 있어." "이야기해 봐." "그렇지만 놀라지는 마라." "난 사건이 있기 전에 먼저 놀라는 그런 유의 사람이 아니야." "그렇겠지,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나?" "네가 점점 더 정신을 팔고 있다는 것이겠지." "사실은 내가 사랑에 빠지고 있어." "제기랄,난 벌써 다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있었지...?" "알고말고, 너는 네가 출생할 때부터 원래 사랑에 빠져 있었어. 너는 천성적인 사랑을 간 직하고 있는 거야." "그래,사랑이란 우리가 태어날 때 함께 나온 것이지." "난 그런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 고, 연애사건을 말한 거야. 난 네가 말하기 전에 네가 사랑에 빠져보는 것을, 아피 가볍게 사랑에 빠진 것을 다 알고 있었지. 너보다도 그것을 더 잘 알고 있었지." "그럼 그 상대가 누군지,누군지 아나? 말해 봐," "그건 내가 너보다 더욱 잘 알고 있지." "자, 닥쳐, 이것 봐,네 말이 옳을지도 몰라. 아직 말하지 안했던가? 어디 알아맞춰 봐. 금 발이야 흑발이야?" "사실 난 모르고 있어.비록 금발도 아니고 흑발도 아닌 밤색으초 추측이 가긴 하지만." " 키가 큰가 작은가?" "그것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러나 표준 정도일 거야. 그런데 그 눈, 아니 에우헤니아 의 그눈?" "에우헤니아?" "그래, 에우헤니아 도밍고 델 아르꼬 알라메다가 58번지." "그럼 피아노 선생 말인가?" "바로 그렇지. 그런데..." "그래,난 그 여자를 알아 자,다시 장군." "그런데..." "장군 불렀잖아." "좋아."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말로써 왕을 대치시켰다. 그러나 지고 말았다. 헤어지면서 빅또르는 오른손을 멍에처럼 목 뒤에 걸치며 아우구스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서, 그 피아니스 트 에우헤니아라고? 응? 잘됐어, 아우구스또, 잘됐어. 넌 대지를 차지할 것이다. " '그런데 그 축소형(스페인어에서 축소형은 조그맣고 귀엽다는 뜻믈 내포하고 있다. )' 아우구스또는 생각했다. '그 무서운 축소형은?' 아우구스또는 거리로 나왔다. 4 '왜 축소형은 애정의 표시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 다. '그건 아마도 애정이 사랑스런 사물을 작게 만들기 때문일까? 내가 사랑을 한다. 내가 사랑을 한다고! 누가 그것을 말해야 했는가...! 그러나 빅또르의 말이 옳을까? 선천적으로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내 사랑이 목적물을 앞질렀는지도 모르지. 아니 그보다는 사랑이 그 목적물을 창조의 안개로부터 발취해 낸 것이다. 즉 사랑이 에우헤니아를 유발한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가 사랑을 정의하였던가? 정의된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 다... 그런데,저것 좀 봐,광고선전문을 쓰는데 사장이란 자는 어떻게 저런 흉한 글씨체를 사 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장기는 정말 잘못 두었어. 그런데 난 그 여자를 잘 알지도 못하면 서 어떻게 사랑을 한다고 할 수 있지?지식은 차츰 오겠지.사랑은 자식을 선행하니까 그리 고 지식은 사랑을 살해하고. "먼저 알고 있으면 실수가 없다"고 이렇게 사라미요 신부께서 내게 가르쳐 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와 정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먼저 실수하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다. 안다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아니다. 용서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먼저 사랑 그 다음에 지식 그런데 어떻게 나는 공공연 히 내게 장군 부르는 것을 못 보았단 말인가? 사랑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 가? 추측하는 것. 추측이라. 안개 속에서의 추측, 이것이 즉 사랑의 직관이다. 그 다음에 분 명한 것이 오게 된다. 완벽한 환영, 안개를 물방울로 혹은 우박으로 혹은 눈으로 혹은 돌로 결정케 하는 것이다. 과학이란 하나의 구름으로부터 돌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다. 아니, 아니, 안개, 안개다. 누가 구름의 내부에서 산보를 즐길 수 있는 독수리가 될까? 그리고 이 구름들을 통하여 안개 속의 불빛 보듯 태양을 쳐다볼 수 있을까!' '오! 독수리여!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있으나 밤의 어둠 속에는 보지를 못하는 패트모스의 독수리가 산 후안 으로부터 달아나자 어둠 속에서는 볼 수 있으나 태양을 쳐다볼 수 없어 올림퍼스에서 달아 났던 미네르바의 올빼미와 만났을 때 서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인가!' 여기까지 생 각이 미쳤을 때 아우구스또는 에우헤니아와 마주쳤다. 그러나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지식은 후에 온다. '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거야? 광채나고 신 비스런 쌍둥이별이 나의 궤도를 통과한 것이 아닌가! 그녀였을까?내 가슴이 그렇다고 하는 데... 그러나 이만 해둬라, 벌써 집에 왔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기 방으로 가서 침대를 쳐다보고는 '혼자서 잠을 잔다. 혼자 꿈을 꾼다. 누구와 함께 잠을 자면 꿈은 같은 것이 될 거야. 신비스런 미립자의 파장 이 두 개의 뇌를 연결시킬 거야. 아니 마음이 더욱더 결합할수록 머리는 서로 더욱더 분리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아마도 그들은 상호 정반대적인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 다. 만일 애인끼리 같은 것을 생각하면 서로 정반대로 그것을 느끼고 만일 같은 애정의 감 정을 느꼈을 때 각자가 정반대로 생각한다면 여인은 남자가 자기와 같이 생각할 때만 그를 사랑한다. 다음에 모범적인 부부의 예를 보기로 하자.' 잠자리에 들기 전 거의 매일 밤 아 우구스또는 자기 하인 도밍고와 카드 놀이를 하는 습관이 있고 이 놀이를 할 때마다 하인의 처인 요리사는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놀이가 시작됐다. "술잔 20." 도밍고가 노래하듯 말했다. "말해 봐!" 아우구스또가 갑자기 부르짖었다. "만일 내가 결혼한다면?" "잘됐습니다, 도련님." 도밍고가 말했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죠." 리두비나가 감히 암시를 하였다. "너는 결혼을 했잖아?" 아우구스또는 윽박질렀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죠,도련님." "어떻게 경우에 따라 다르단 말이야? 말해 봐." "결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혼을 당하는 것도 그리 용이하지 않습니 다. " "그건 대중의 지혜로군." "그리고 도련님의 부인이 될 분은... " 리두비나는 아우구스또가 너무긴 독백을 할까 겁이 나서첨가해 말했다. "무어라고? 내 처가 될 여자라고? 무슨 말이야, 자 말해 봐요. 말해 봐..." "실은 도련님 이 하도 좋은 분이니..." "말해 봐, 끝까지..." "돌아가신 부인께서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세요..." 자비스러웠던 어머니에 관한 말을 듣자 아우구스또는 카드를 책상 위에 놓아 두고 잠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불운하였던 딸이었고 자상스러웠던 어머니는 여러 차례 자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 더 이상 살지 못한다. 얘야, 네 아버지가 나를 부르시고 있단다. 아 마도 네 아버지는 너보다 더 내가 필요하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떠나고 네가 혼자 남 으면 너는 하루속히 장가를 가거라. 이 집의 여주인이 될 숙녀를 데려와라. 이것은 내가 우 리집의 오래 된 충복인 하인들을 못 믿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집에 주인을 데려와라.그녀 를 네 마음과 재산 그리고 소비, 요리 네 모든 문제의 주인이 되게 하여라. 다스릴 줄 아는 여자를 찾아라.사랑할 줄 알고 너를 다스릴 수있는 여인을 찾아라." "내 처는 피아노를 칠 것이다. " 아우구스또는 지난날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며 말했다. "피아노요?그건 무엇에 소용이 됩니까?" 리두비나가 물었다. "무엇에 소용돼? 바로 거기에 최대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것에도 소용이 없다는 데 말이야. 소용된다는 것, 난 소용된다는 것에 싫증이 났다." "우리들의 봉사에도요?" "아니 지, 너희들의 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야. 더구나 피아노는 소용이 있어.피아노는 가정을 조화롭게 하고 재떨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소용이 되지." "조화라구요? 조화가 밥을 먹여 주나요?" "리두비나... 리두비나..." 요리사는 가벼운 꾸지람에 머리를 숙였다. 이것은 서로간의 습관이었다. "그래, 피아노를 칠 것이다. 그녀는 피아노 선생이니까." "그렇다면 피아노를 안 칠 겁니 다. " 리두비나는 강경히 덧붙여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합니까?" "내 에 우헤니아." 아우구스또는 시작했다. "아! 그러면 이름이 에우헤니아고 피아노 선생인가요?" "그래, 그래서?" "알라메다가 띠 부르시오씨 상점 위에서 고모부 내외와 함께 사는 그 여자인가요?" "바로 그 여자지, 어떻 게 그녀를 아느냐?" "네, 안면만 있지요." "아니야, 더 이야기 좀 해봐. 리두비나, 더 말해 봐, 네 주인의 행복과 장래에 관한 문제가 아니냐?" "좋은 처녀지요, 네, 좋은 처녀지요." "자, 말해 봐,리두비나.제발 내 어머님을 생각해서라도..." "도련님,부인의 충고를 기억해 두세요.그런데 부엌에 누가 있어.고양이가 아닐까?" 하녀는 일어나서 나가 버렸다. "자, 놀이를 마치는 겁니까?" 도밍고가 물었다. "그래,도밍고, 이렇게 카드를 내버려 둘 수는 없지?누구 차례야." "도련님의 차례 입니다. " "그렇고말고." 아우구스또는 카드 놀이에서 또 지고 말았다. 정신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렇고말고.모두가 그녀를 알고 있지.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알고 있지.'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여기에 사랑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내일은? 내일은 무엇을 할까? 쳇! 내일 일은 내일에 할 것이고 지금은 잠이나 자자.' 그는 잠자리에 들었 다. 그리고 그는 침대에서 계속 말하는 것이었다. '실은 우리 성스러운 어머니께서 돌아가 신 이 후로 지겨운2년 동안을 나도 모르게 권태 속에서 살아온 거야... 그래그래,무의식의 권태가 있단 말이야. 거의 모든 인간들이 무의식적으로 지루하게 살고 있단 말이야. 권태는 생의 내면이지. 권태가 바로 카드 놀이며 기타 오락과 소설과 사랑을 발명한 장본인이지 인생의 안개는 시고 단 주정인 달콤한 권태를 빼내고 있다. 이 무의미한 모든 일상생활의 사건들,우리가 시간을 보내고 생명을 연장하는 이 모든 달콤한 대화들이 실은 지극히 매력 적인 권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 에우헤니아, 나의 에우헤니아, 무의식적이나 생명을 이어주는 권태의 꽃, 나의 에우헤니아여,내 품에 들어와 내 속에서 꿈을 꾸고 그리고 나와 함께 꿈을 꾸어다오!'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5 이슬로 된 강력한 진줏빛 날개를 가지고 광채를 발하는 독수리는 포획물을 찾기에 익숙한 눈을 햇빛 안개에 고정시키고 폭풍우에 단련된 앞가슴을 의지하여 달콤한 권태에 빠져 잠들 어 있는 심장을 간직한 채 구름 사이를 뚫고 지나가 있었다. 뒤에서는 지상의 먼 잡음들이 남겨 놓는 침묵 이 있고 저기 하늘의 정상 제일 높은 곳에는 두 개의 쌍둥이별이 보이지 않 는 향유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때 "편지요" 하는 찢어지는 잡음이 침묵을 깨뜨렸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희미하게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 "꿈인가? 생시인가?" 그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나는 독수린가? 혹은 사람인가? 편지는 무슨 내용일까? 오늘 저녁 지진이 '꼰꾸르비온'을 삼켜 버리지나 않았는지? '라이프 치히'를 삼켜버리지 말란 법도 없지. 아, 생각의 서정적 연관이여, 삔따로의 무질서여! 세 상은 만화경이다. 논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이곳의 예술은 우연의 예술이다. 조금만 더 자자." 그리고 그는 침대에서 몸을 반 돌아누웠다. 편지요!... 식초장수! 그리고 자동차,다음 엔 버스,그러고는 몇몇의 어린아이들... "안 되겠어." 아우구스또는 다시 말했다. "이건 다시 반복되는 생활이군. 새로운 생과 함께 사랑도... 그런데 사랑은 무엇이지?사랑이란 이 모든 것의 증류물이 아닐까? 권태의 우주 가 아닐까? 에우헤니아를 생각하자.좋은 시간이다. " 그리고 그는 에우헤니아를 생각할 목 적으로 눈을 감았다.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 생각도 미끄러져 용해되어 사라지고 잠시 후엔 폴카로 변모되었다. 실은 집 시들이 그의 창문 밑에 와서 손잡이 오르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아우구스또의 영혼에는 악부만이 진동하고 있었다. '세계의 본질은 음악적인 것이다.' 오르간의 마지막 음이 끝나자 아우구스또는 혼자 말했다. '아의 에우헤니아도 음악적이 아닌가 말이다 모든 법칙은 율동 의 법칙이고 율동은 사랑이다. 여기에 성스러운 아침날의 처녀성이 내게 새로운 발견을 가 져온다. 사랑은 리듬이다. 리듬의 과학은 수학이고 사랑의 민감한 표현은 음악이다. 표현, 그 실현이 아닌 표현임을 명확히 하자.' 그때 문에서 노크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들어오시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그래... 아침식사!" 그는 평소의 습관보다도 한 시간 반이나 빨리 하인을 불렀고 일단 부른 바에야 비록 시간은 안 되었다 해도 아침식사를 청해야 했다. '사랑은 생기를 주고 입맛을 돌린다. ' 아 우구스또는 계속 생각했다.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해 야 한다. ' 그는 아침식사를 하려고 일어났다. "날씨가 어떤가, 도밍고?" "항상 마찬가지 입니다, 도련님." "그래,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그건 하인의 이론이었다. 아우구스또는 생에 목적을 가진 사람과도 같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입고 인생의 친밀한 도락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비록 우울은 했지만.그는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가만 있어.' 그는 자기에게 말 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보아왔고 알고 있었는데 저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가... 어머니,나 좀 보호해 주세요!' 그리고 에우헤니아가 바로 그의 옆을 지날 때 그는 모 자보다는 눈으로 인사를 보냈다. 그는 돌아서서 그녀를 따라갈까 하는 순간에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여수위와 말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그 여자야.그래,그녀야. 바로 내가 수년 전부터 알지도 못하면서 찾고 있던 그 여자야. 이 여인이 바로 나를 찾고 있던 그녀다. 우린 피차 이미 이룩된 조화며 상호 보완적인 단일개 체다. 가족은 진정한 사회의 세포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분자에 지나지 않고 과학이란 얼마 나 시적인가! 어머니, 나의 어머니여, 여기 당신의 아들이 있습니다. 하늘로부터 충고를 해 주십시오.나의 에우헤니아! 나의 에우헤니아여... 그는 혹시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허공에 포옹을 하 고 있는 자기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를 '사랑이란 황흘경이다. 우리들 자신으로 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니까.'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마르가리따의 미소.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소?" 아우구스또가 물었다.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도련님,아직 이르지 않나요?" "편지를 전해 줄 때 아주머니께 아 무 말도 묻지 않았나요?" "아무 말도 없었어요?" "오늘은?" "오늘은 말이 있었어요. 선생님의 주소를 묻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을 아느냐고요. 또 선 생님은 누구냐고요. 또 그녀는 말하길 선생님께서 자기집 주소를 적는 것을 잊어 버렸다 고 하며 내게 부탁을 하더군요..." "부탁이라고?무슨?빨리 말해 봐요!" "말하길, 만일 선생께서 여기에 다시 오시면 자기는 이미 약혼을 했다고요. 애인이 있다고 요." "애인이 있어?" "그건 벌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선생님." "상관없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 "좋아요, 투쟁합시다. " "마르가리따, 나를 돕겠다고 약속하겠어요?" "그러구말구요." "정복하고야 말 겁니다." 그리고 그는 물러갔다. 그는 숲속에서 그의 감정을 식히고 새들의 사랑 노래를 듣고자 알라메다로 갔다. 그는 가슴이 푸르러짐을 느꼈고 그 가슴 속에서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경 쾌한 꾀꼬리들이 추억의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었다. 특히 모든 다른 기억 위에 부드럽고 도 용해된 빛을 던져 주는 것은 어머니의 추억이었다. 아버지에 관하여 그는 거의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저 멀리 사라지는 신비로운 그림자였고 황혼의 검붉은 핏빛 구 름과도 같았다. 핏빛,왜냐하면 그가 아주 어릴 때 그는 거의 시체가 된 자기의 아버지가 피 를 토하여 온몸이 피로 젖어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어머니가 부르짖었던, 집안이 찢어질 듯한 그 절규 '아들아!' 하는 소리가 그의 가슴속에 울려 퍼졌던 것이다. 그 어머니의 '아들아' 하는 절규는 다 죽어 가는 아버지를 향한 것인지 혹은 죽음의 신비 앞에 아무것도 모르고 돌같이 굳어져 있던 아우구스또를 향한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잠시 후 비탄에 떨던 그의 어머니는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를 호소하듯 연발하며 아 들을 가슴에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로 아들을 적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서운 땀 귀 신의 눈과 마주칠까 두려워 펄펄 뛰는 어머니 가슴속의 보드라운 암흑으로부터 얼굴을 감 히 들지도 못하고 어머니를 힘껏 껴안으며 울었던 것이다. 이렇게 울음과 암흑의 날이 흐 르는 동안 눈물도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집안에 암흑도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집은 아늑 하고 온화한 집이었다. 햇빛은 커튼에 수놓은 횐 꽃들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락의자들 은 나이가 들어 다시 어린아이가 된 할아버지의 친근감으로 그 팔을 여는 것이었다. 거기에 그의 아버지가 피우던 마지막 귈련의 재를 담은 재떨이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 벽에는 아버 지와 이미 미망인이 된 어머니가 함께 결혼식날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큰 키 에 자기의 긴 장화의 앞부리를 보이면서 발을 한발 위에 포개어 앉아 있고 어머니는 작은 키에 그대로 서서 자기 남편 의 어깨 위에 예쁜 손을 올려놓고 있는데 그 손은 무엇을 잡 기 위해서 있기보다는 비둘기같이 조심스럽게 올려놓기 위해 만들어진 손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한 마리의 새와 같이 조용하였고 항상 검은 옷을 입었고 조심스러운 눈과 입언저리엔 미망인이 된 초기에 눈물의 샘이었던 미소를 담고 있었다. 난 너를 위해서 살아야 해.단지 너를 위해서, 아우구스또야.' 잠을 자기 전엔 언제나 매일 밤 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우구스또는 아직도 눈물로 젖은 키스를 받으며 밤의 꿈나라 로 가는 것이었다. 달콤한 꿈과도 같이 그들에게도 생은 흘렀다. 밤이 되면 어머니는 아들 에게 무엇이든지 읽어 주곤 했는데 어떤 때에는 성인의 생애, 때로는 <줄베른의 소설> 혹은 간단하면서 애정이 흐르는 옛날 이야기를 읽어 주었다. 어떤 때에는 눈물을 초월하는 부드럽고 조용한 미소로 웃기까지도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리고 저녁이면 어머니가 학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세계사에 나오는 그 이상한 인명들을 다 공부하였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얼마나 많은 어이없는 짓들을 사람들이 저질렀는가 말이다." 그녀는 수학도 공부했는데 수학을 제일 뛰어나게 잘했다. '만일 내 어머니가 수학 을 전적으로 전공만 한다면... 이렇게 아우구스또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자기의 어 머니가 얼마나 흥미롭게 2차방정식을 풀었던가를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심리학을 공 부했는데 이 과목이 제일 맞지 않았다. "참, 왜 이렇게 사물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 어." 그녀는 물리, 화학, 자연과학도 배웠다. 자연과학에서 그녀가 제일 싫어했던 것은 동물 과 식물들에 주어진 이상스런 이름이었다. 그녀는 생리학에 공포를 느낄 정도였기 때문에 자기의 아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또한 심장이나 폐를 그린 그림만 보아도 자기 남편의 피에 젖은 죽음을 상기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도 좋을 것이 없다. 의사가 될 생각은 하지 마라. 인체의 내부기관이 어떻게 생겼는가는 모르는 것이 제일이다." 아우구스또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았을 때 어머니는 그를 껴안고 그의 콧수염을 쳐다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었다.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그러고는 그를 자기 무 릎 위에 앉게 하였는데, 이제 좀 성숙한 아들은 부끄러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침묵 속에 아들을 안고서 자기의 사별한 남편의 재떨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대학에 입학했다. 대 학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아들이 막 날려고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는 가련한 어머니의 우 수 '난 너만을 위해서 있다. 너만을 위해서. 그런데 너는 누가 아느냐, 어떤 다른 여인을 위해서 사는 것인지... 세상은 그런 것이지, 아들아.' 그가 법학석사 학위를 받는 날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그를 잡고 희극적인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손에 키스를 하고 나서는 그 를 껴안으며 귀에 대고 말하기를 '네 아버지가 너를 축하하기 바란다." 그의 어머니는 결 코 그보다 먼저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었고 언제나 자기 전에 그의 침대에 와서 키스를 하 는 것이었다. 그는 결코 밤을 새울 수가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었기 때 문이다. 그리고 식탁에서도 그가 먹지 않는 것은 결코 어머니도 먹지 않았다. 자주 함께 산 보를 나갔다. 그렇게 되면 말없이 하늘 밑에서 그녀는 자기의 죽은 남편을 생각하고 그는 제일 먼저 자기 눈앞으로 지나치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항상 같은 일, 아주 옛일, 그리고 항상 새로운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 다. '네가 결혼하게 되면... 가끔 좀 예쁘장한 처녀와 길에서 마주치게 될 때마다 그녀는 아우구 스또를 샛눈으로 쳐바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죽음이 왔다. 저 느리고 무겁고 보드랍고 고통 이 없는 죽음이 긴 여행길의 새와 같이 조용히 발목을 세워 걸어들어와 가을의 어느 오후에 그녀를 천천히 날려 데려갔다. 그녀는 자기 아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쳐다보면서 죽어 갔다. 아우구스또는 손이 차가워짐을 느꼈고 눈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이미 차가워진 손 에 뜨거운 키스를 하고 손을 빼내어 그녀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러고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지난해와 똑같은 역사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알라메다에 새들이 지저귀는 밑에서 그는 에우헤니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 우헤니아는 애인이 있다. "얘야, 겁이 나는 것은 네 인생의 길에 첫번째 가시를 만나는 것 이다." 이렇게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하셨다. '만일 지금 어머니가 여기 계시다면 이 첫 가 시를 장미로 만들 수가 있을 텐데... 만일 어머니만 살아 계신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될 텐 데. 사실 이 문제는 2차방정식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거든.그리고 실제로 이 문제는 2차방 정식밖엔 안 된다. '그런데 이때 어느 가련한 동물의 나약한 부르짖음이 그의 독백을 중단 시켰다.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 풀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듯한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불쌍해라.차마 죽이지를 못하여 너를 여기에 죽으라고 버려 두었구나.' 그는 강아지를 안아들었다. 이 꼬마 동물은 어미의 가슴을 찾고 있었다. 아우구스또는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에우헤니아가 이것을 알면 내 연적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 가련한 강아지를 얼마나 귀여워할까! 더구나 이렇게 예쁘지 않은가! 가엾어라, 내 손을 핥는 구나...!' "도밍고,우유 좀 가져와.빨리 우유를 가져와." 그는 하인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명 령하였다. "그런데 도련님이 개를 다 사셨군요." "산 것이 아니야,도밍고. 이 개는 노예가 아니고 자유로워. 그를 내가 발견한 것뿐이야." "그럼 버려진 것이군요." "우린 모두가 버려진 것이야. 도밍고, 우유 좀 가져와." 그에게 우유를 잘 먹일 수 있도 록 조그만 스폰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강아지를 위해서 우유병을 가져오게 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오르훼오'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오르훼오는 앞으로 그의 독백의 상대자로 에우헤니아에게 가는 사랑의 비밀을 모 두 다 받았다. "이것 봐, 오르훼오. 우린 투쟁을 해야 돼. 내게 무슨 충고를 해주겠니? 네가 내 어머니를 알았다면...그러나 네가 그 부드럽고 상냥한 손 밑에서, 에우헤니아의 가슴에서 잠을 자게 될 땐 다 알게 되리라.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하지? 오르훼오야." 그날 점심은 우울하였고 산 보도 그랬고 장기도 재미없었으며 그날 밤의 꿈도 우울하였다. 6 '무슨 결정을 지어야지.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어,' 아우구스또는 알라메다가 58번지 집 앞에서 서성대며 혼잣말을 하였다. 바로 이때 에우헤니아가 사는 3층의 한 발코니에 몸매가 마른 편이며 백발이 다 된 부인이 새장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카나리아를 햇빛에 놓아 두 려는 참이었다. 그러나 새장을 거는 순간 못이 빠지면서 새장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부 인은 절망 속에서 절규를 하였다. "아이,저런,내 삐친 좀 보게," 아우구스또는 급히 뛰어가 떨어진 새장을 집어들었다. 가련한 카나리아는 잔뜩 겁을 먹고 새장 안에서 펄럭이고 있었 다. 아우구스또는 어쩔 줄 모르고 새를 가지고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3층 집으로 올라갔다. 부인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 참, 고맙습니다. 신사 양반." "고마움은 당신에게 드립니다, 부인." "내 삐친아,내 삐친아.자,진정해라.집으로 좀 들어오세요." 아우구스또는 들어갔다. 부인은 그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조금만 실례합니다. 이 카나리아를 제자리에 놔 두고 오겠습니다. " 이 순간 응접실에 한 노신사가 들어왔다. 그는 물론 에우헤니아의 고모부인 것이다. 그는 회색 색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손에는 투르반 모를 들고 있었다. 그는 아우구 스또에게 다가와 바로 옆에 앉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에스페란토의 덕분으로 세계 평화가 이룩되리라고 믿지 않습니까?" 그는 이런 말 을 에스페란토로 말하였다. 아우구스또는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에우헤니아 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는 꾹 참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에스페란토 말을 계속하였다. 아우 구스또는 결심한 듯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분명히 당신에게 에스페란토라고 부르는 그 못된 은어로 말했군요" 하고 그때 막 응접실 로 들어오던 부인이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남편에게 덧붙여 말하기를, "훼르민,이 분이 저 카나리아를 구해 준 바로 그 분이에요." "내가 에스페란토로 말할 때,당신이 알아듣는 정도 밖에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하고 남편이 대답했다. "이 분이 거리에 떨어진 내 가련한 삐친을 거두어서 여기까지 가져오는 친절을 베푸셨어 요." "그런데 선생은 누구시죠?" 부인은 아우구스또에게 물었다. "저는 뻬레스 로비라 미망인의 아들 아우구스또 뻬레스입니다. 아마 부인께서는 저의 돌 아가신 어머니를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냐 솔레닫 말입니까?" "네, 바로 도냐 솔레닫입니다." "그 훌릉한 부인을 잘 알지요.모범적인 어머니요, 미망인이었지요.그렇다면 정말 축하합니 다." "저도 카나리아가 떨어지는 다행스런 사건으로 해서 두 분을 알게 된 것을 퍽 행운이 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이라? 당신은 그 사건을 다행스런 것이라 부르십니까?" "네, 제게는 그렇습니다." "고맙소,젊은이." 돈 훼르민은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사람과 사물에는 불가해한 법칙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추측할 수 가 있지요.친애하는 젊은이,나는 거의 모든 사물에 관하여 특이한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부인이 소리쳤다. "그런데 어떻게 젊은이는 그렇게 빨리 삐친을 구하러 뛰어을 수가 있었지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부인. 제 가슴을 털어놓지요. 저는 이 집 주위를 배회하고 있 었습니다." "이 집을요?" "네, 부인. 두 분께서는 매력적인 조카딸을 데리고 있지요?" "잘 알겠어, 젊은이. 이젠 그 다행한 사건을 이해하겠어. 그리고 하늘이 주는 카나리아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내가 그 길을 알아요,내가." 그의 부인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러고는 아우구스또를 돌아보고, " 당신을 위하여는 언제나 이 집의 문이 열려 있어요.그렇구말구요. 여부가 있나요. 도냐 솔레 닫의 아들이신데... 그렇게 해서 젊은이가 우리 애가 갖고 있는 변덕을 좀 고쳐 주어야 되겠 어요... "그리고 자유는?" 돈 훼르민이 암시를 했다. "당신은 말두 마시고 그 무정부주의나 생각하세요." "무정부주의요?" 아우구스또가 부르짖었다. 이때 돈 췌르민의 얼굴은 즐거운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 그래요,젊은이. 난 무정부 주의자요. 신비적 무정부주의자이지요. 그러나 이론으로 말입니다. 똑똑히 들어요, 이론으로 요. 젊은 친구, 무서워할 것은 없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친절하게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나는 폭탄은 던지지 않으니까. 내 무정부주의는 순수히 정신적인 것이니까. 왜냐하면 젊 은 친구여, 나는 거의 모든 사물에 관하여 내 자신의 사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인께서도 무정부주의자이신가요?" 아우구스또는 말이 나온 김에 부인에게 물었 다. '내가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아무도 명령을 하지 말라고 하는 그것은 말이에요. 만 일 아무도 명령을 안하면 누가 복종을 한다는 것입니까? 당신은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란 것을 모르십니까?"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저 신념 없는 인간들이여!" 돈 훼르민이 시작했다. 이때 부인은 재 빠르게 자기 남편의 말을 중단하고는 "그러면 아우구스또씨 조약체결입니다. 당신은 교육 을 잘 받고 가정도 좋고 재산도 많은 편이고 아주 훌릉한 신랑감으로 보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내 후보자예요." "정말 영광입니다, 부인." "그렇고말고. 이 애에게 철이 좀 나게 해줘야 돼, 애는 나쁘지 않은데 변덕이 있단 말이 야... 당신도 알다시피. 그리고 너무 귀엽게 자라 놔서... 내 가련한 동생에게 저 재난이 닥쳐 왔을 때... "재난요?" 아우구스또가 물었다. "그래요. 이 세상엔 비밀이 없는 법이니 당신에게 숨기진 않겠어요. 에우헤니아의 아버지 는 아주 불행했던 금융투기사건 후 자살을 하였고 그 결과로 딸을 저당과 함께 남겨 둠으로 써 그의 모든 연금을 몽땅 앗아 가고 있지요. 그리고 이 불행한 에우헤니아는 일을 하여 저 축하면서 저당잡힌 것을 갚을 결심을 했지요. 생각 좀 해보세요. 글쎄 피아노 선생을 60년을 한들 그게 되겠습니까?" 아우구스또는 여기에 관대하고 영웅적인 목적을 깨달았다. "애는 나쁘지가 않아요." 부인이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 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 어요." "만일 당신도 에스페란토를 배운다면... 돈 훼르민이 시작했다. "만인의 언어는 말도 하지 마세요. 우리 말로도 서로 이해를 못 하는 처지에 다른 말까지 끌어대다니... "그러나 부인, 세상에 한 가지 말만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아우구스또 가 물었다. "바로 그거야.바로 그거야." 돈 훼르민이 상기되어 부르짖었다. "그렇고말고요." 아주머니가 강경히 말했다. "단 하나의 언어, 즉 까스띠야어. 그러고는 합리적이 못 되는 하녀들과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바불레(스페인의 북부 아스투리아 지 방의 방언)를 쓰구요." 에무헤니아의 고모는 아스투리아 지방 출신이었다. 그리고 아스투리아 출신 식모를 두고 있어서 그 애를 꾸짖을 때에는 바불레로 말했다. "그럼 이론상으로 그렇습니다. 단 하나의 언어만 있다는 것은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남편도 이론상으로 결혼의 적이니까요." 부인이 덧붙였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아우구스또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폐를 끼치는 것 같군요." "폐가 될 것은 없어요, 선생." 부인이 답했다. "꼭 다시 와 주세요.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당신은 이 집의 후보자입니다." 그가 나가려 할 때 돈 훼르민은 그에게 접근하며 귀에 대고 말하기를, "그것 더 이상 생 각하지 마시오." "왜요?" 아우구스또가 물었다. "예감이란 게 있어. 예감이란 게 젊은이." 그가 작별 인사를 하자 부인의 마지막 말은, "다 알지요. 당신은 내 후보자요." 에우헤니 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고모의 첫 말은 "에우헤니아, 누가 다녀갔는지 아니? 아우구스또 뻬레스씨." "아우구스또 뻬레스... 아,그래요.그런데 누가 그를 여기 데리고 왔지요.?" "삐 친, 내 카나리아야." "그러면 무엇 때문에 왔지요?" "그것을 말이라고 하니? 너를 따라온 것이지." "내 뉘를 따라서,그리고 카나리아에 의해서요?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훼르민 고모부같이 차라리 에스페란토로 말하는 것이 낫겠어요." "그는 네 뒤를 따르고 있다. 젊고 미남이며 풍채가 수려하고 교양이 있고 섬세하며,특히 부자란다. 특히 그는 부자란 말이다..." "참,그 사람의 재산이 그리 탐나세요?제가 일을 할 땐 저 자신을 팔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예요." "얘야, 누가 너를 판다고 얘기했단 말이냐?" "좋아요, 고모. 좋아요. 농담은 그만두고요." "그 청년을 보기만 하면,보기만 하면 네 생각도 달라질 거야." "바로 그런 말이었군요 "'이 물을 안 마시겠어요' 라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는 법이다. 하늘의 길은 신비스런 것이 야! 신은..." 돈 훼르민이 부르짖었다. "그런데 여보." 그의 부인이 끼여들며 "어떻게 신과 무정부주의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 죠. 벌써 천 번 이상 당신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명령을 해선 안 된다면 그러면 신의 명령 이란 도대체 무슨 이야기예요?" "내 무정부주의론은 당신이 수천 번 들은 것과 같이 신비적이란 말이오.즉 신비적 무정 부주의란 말이에요.신은 인간들이 영령하는 것같이 명령하진 않아.신도 역시 무정부주의자 야.신은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고..." "복종을 한다, 그 말이죠?" "맞았어,맞았어요.신이 당신을 깨쳐 준 거야. 이리 좀 와요." 그는 자기 부인을 잡고서 이 마를 쳐다보며 훅-불자 흰 머리가 작은 파도를 이루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했다. "바로 신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었소. 그래, 신은 복종을 하지... 복종을... " "그렇고말고요. 이론상으로 말예요. 그렇잖아요? 그런데 너 에우헤니아야,멍청이짓 좀 그만두어라.네게 운이 트이고 있단 말이다. " "고모, 저도 역시 무정부주의자예요. 그러나 고모부 훼르민같이 그런 신비적 무정부주의자 는 아니죠." "좋아, 두고 보자" 고모가 말을 맺었다. 7 "아이, 오르훼오!" 아우구르또는 강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며 말했다. "아이, 오르훼오야, 나는 큰 발을 내디뎠다. 결정적인 발걸음을 말이야. 난 그녀의 가정에까지 도달했다. 성 전에까지 말이다. 넌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운명의 바람이 우리를 밀어주고 우리의 발길은 모두가 결정적인 것이다. 우리들의 그 발길들은 우리들의 것일까? 걷자,오르 훼오야. 첩첩이 싸이고 너무나 험난하고 길 하나 없는 정글로 걸어 가는 것이다. 길이란 모 험을 하는 우리의 발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하나의 별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 다. 나는 쌍둥이별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별은 하늘로 향한 길의 똑같은 영사, 즉 우연의 영사일 뿐이란다. 결정적인 발걸음! 오르훼오야, 말해 봐. 도대체 신이나 세상이나 무가 있어야 할 필요가 무엇인가 말이다. 왜 무엇이 있어야 된단 말인가? 저 필 요성이란 개념은 우연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최상의 형태가 아닌 것이 아니냐? 오 르훼오야. 에우헤니아는 어디서 솟아나왔을까?그녀는 나의 창조물인가 혹은 내가 그녀의 창 조물인가?혹은 우리들 둘은 상호 창조물인가? 전체라는 것은 개체의 창조며 개체는 전체 의 창조가 아닐까? 그러면 창조란 무엇일까? 너는 무엇이냐 오르훼오야? 나는 누구냐? 오 르훼오야, 난 여러 차례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단다. 어떤 때에는 내가 나를 보듯이 다른 사람들 이 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환상도 해보았고 그리고 내가 온몸을 단정히 하여 공식적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릿광대 노릇을 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고 또 조소를 하는 것이었다. 오르훼오야, 이런 일이 네겐 바직 없었느냐? 비 록 그렇지 않더라도 넌 아직도 젊고 생의 경험도 없다. 그리고 넌 개가 아니냐, 그러나 오르 훼오야, 말해 봐라. 너희들에겐 언젠가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때가 없겠느냐? 마치 사람이면 서 개로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듯이, 오르훼오야, 이게 무슨 생활이란 거냐.무슨 생이 이렇단 말이냐. 특히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는 말이다. 매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 에 밀려 내게 도달하고 있다. 난 장래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지금에 와서 내가 장래를 추 측하기 시작하니 이것도 과거로 변화하려 하고 있다. 에우헤니아는 내게는 거의 한낱 추 억일 뿐이야.무료하게 지나가는 이날들은... 이날은 지나는 이 영원한 날은 권태의 안개 속 에서 미끄러져 흘러가고 있다. 오늘은 어제같이 내일은 오늘같이. 이것 봐.오르훼오,우리 아 버지가 저 재떨이에 남겨 논 재를 좀 보아라. 이것은 영원의 발현이다. 오르훼오야. 무서운 영원의 발현이야.사람이 혼자 남아 미래와의 꿈에 눈을 감으면 영원의 무서운 심연이 나타 난다. 영원이란 미래가 아니다. 우리가 죽으면 죽음은 우리에게 궤도의 반을 돌게 하고 그리 고 우리는 뒤로 향하여 돌아오는 것이야. 과거를 향해서. 과거에 있었던 것을 향해서, 그렇 게 끊임없이 우리 운명의 실패를 감으면서 하나의 영원이 우리에게 만들어 준 모든 무한이 란 것을 파괴하면 또다시 무로 향하여 전진하면서도 결코 무에 도달치도 못하고 만다. 무 는 결코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우리 존재의 이 조류 밑으로 정반대 방향의 다른 조류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제로부터 내일로 내일에서부터 다시 어제로 흘러가는 것이 다. 같은 시간에 실을 짜고 푸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는 입김과 훈훈한 기운이 도래하고 그 다른 세계인 우리 세계의 그 내부에 떠는 신비스런 말소리까지 들려온다. 역사의 알맹이 란 반역사적이며 역사가 걷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한 과정이기도 하다. 지하의 강은 바 다로부터 우물로 흘러들어간다. 지금 내 고독의 하늘에선 에우헤니아의 두 눈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가 흘리신 눈물의 광휘를 갖고 나를 비쳐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끔 하여 준단 말이다. 달콤한 환상이지.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 오르훼오야, 이 사랑은 존재의 안 개를 파괴하고 그리고 구체화하는 고마운 비와 같은 것이다. 사랑 덕분에 흉상의 영혼을 감지하고 영혼을 어루만질 수가 있다. 또 사랑의 덕분에 영혼의 정수에 고통을 느끼기 시 작한다. 오르훼오야, 그리고 영혼까지도 말이다. 사랑과 붉은 살과 같은 고통이 아니고 무 엇인가 날들은 가고 또 오고, 그리고 사랑은 남고 거기 사물의 알맹이 속에 이 세상의 조 류가 다른 세상의 조류와 맞부딪쳐 비비고 얽히며 이 부딪침과 마찰로부터 고통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고도 슬픈 고통이 유래하는바 그것은 산다는 고통이다. 보아라,오르훼오야. 저 방적기계 사이에서 급하게 왕래하는 씨줄을 보아라. 그리고 어떻 게 그 부속품들이 움직이는가를 보아라. 그런데 말해 봐. 오르훼오야, 우리 존재의 천을 감 을 곳은 어디 있단 말이냐? 어디?" 오르훼오는 방적기계를 전연 본 적이 없는고로 자기 주인의 말을 알아 듣기는 어려운 일 이다. 그러나 주인이 말할 때면 그 눈을 쳐다보면서 그 뜻을 알아맞히고 있었다. 8 아우구스또는 몸을 떨었고 체형을 받는 말안장에 앉아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그는 일 어나서 방안을 돌아다니며 손을 높이 들어 소리지르고 서커스인같이 광란을 부리면서 자 기가 존재하는 것조차도 잊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맹렬히 일어남을 느꼈다. 에쑤헤니아의 고모인 도냐 에르메린다나 이론적, 신비적 무정부주의자인 그녀의 남편 돈 훼르민도 그를 현실로 데려오지는 못하였다. "아우구스또 선생,제일 좋은 방법은 그 애가 곧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렸다가 서로 보고 아 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일 첫단계지요. 이런 유의 모든 관계는 서로 앎으로써 시작되어야 해 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고말고요, 부인!" 그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같이 말하고 있다. "제일 첫단계 는 서로 보고 아는 것입니다." "그 애가 젊은이를 알게 된다면 일은 명확한 거예요." "그렇게 명확하지는 않아." 돈 훼 르민이 말을 받았다. "하늘의 길은 항상 신비로운 거야. 결혼하기 위해서는 미리 서로 알아 야 한다는 그런 생각에 난 동의할 수가 없어... 동감이 아니야... 효과적이며 유일한 앎은 결 혼 후에 얻는 앎이야. 성경의 언어에서 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신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 다시 말하지만 오직 본질적이고 실체적인 지식이란 통찰력이 있는 지식밖엔 없어." "그만 해둬요. 쓸데없는 말 그만두세요." "지식은, 에르메린다... 문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그 애야!" 고모부는 신비스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 순간 아우구스또는 지상에서 불길 이 머리에까지 올라와 하늘로 솟구침을 느끼며 정신을 잃을 뻔하였다. 그의 심장은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빠르고도 규칙적이며 율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자신이 침착해짐을 느꼈다. '내가 그 애를 부르겠소" 돈 훼르민이 힘써 일어나면서 말했다. "안 돼요, 절대로." 도냐 에르메린다는 부르짖으며 하녀를 불렀다. 곧 나타난 하녀에게 " 에우헤니아보고 오라고 해라." 침묵이 흘렀다. 세 사람은 공모나 하듯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겨낼 수 있을까? 그녀의 두 눈 이 저 문의 공간을 가득 채을 때 나는 양귀비같이 붉어지거나 혹은 백합같이 백지장이 되지 는 않을까?내 심장이 폭발하지나 않을까?'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려는 듯한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간결하고 건조한 "어!" 소리에 이 어 생기발랄하고 날아갈 듯한 몸매를 가진 에수헤니아의 눈은 그들 세 사람 앞에 새롭고 도 신비스런 정신적 광명과도 같이 무대에 나타났다. 아우구스또는 자기 자리에 박혀 아주 침착해짐을 느꼈다. 그는 에우헤니아의 눈에서 발하는 신비롭고도 영적인 광명에 흡수되어 자기를 망각하고 앉 은 자리에서 솟아나온 식물과도 같이 앉아 있었다. 단 도냐 에르메린차가 자기의 질녀에 게 "이 분이 우리 친구인 아우구스또 뻬레스씨시다"라고 할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들어 억 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섰다. "여기 너를 알고자 원하는 우리들의 친구 아우구스또씨다... "네, 카나리아, 그 사람입니다. " 이렇게 대답하고 아우구스또는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손 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그대의 손으로 내 손을 태우겠지.'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 다. 희고 차가운 손, 눈같이 희고 차가운 손이 그의 손을 받았다. 그는 액체와도 같이 온몸 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었다. 에우헤니아는 앉았다. "그리고 이 신사는... 피아니스트가 말을 시작했다. '이 신사... 이 신사라?' 아우구스또는 급히 생각했다. '이 신사라? 나를 신사라고 부른다? 이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얘야, 이 신사가 아주 행복스런 우연으로..." "네, 카나리아 말이죠?" "하늘의 길들은 신비스러운 거야." 무정부주의자가 한마디 했다. "이 신사가,그래 아주 우연스럽게도 우리와 사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알고 또 많 이 존경하던 한 부인의 자제란 말이다. 이 신사는 이미 우리집의 친구가 됐으니, 에우헤니 아, 너를 알기를 원한 것이다." "그리고 찬양하기를 원한 것입니다. " 아우구스또가 덧붙여서 말했다. "저를 찬양해요?" 에우헤니아가 부르짖었다. "네, 피아니스트로서 말입니다." "아이 참." "예술에 대한 당신의 큰 사랑을 알고 있습니다. " "예술을요? 음악 말입니까?" "그렇고말구요." "그건 선생을 속인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돈 아우구스또!" '돈 아우구스또라?돈 아우구 스또라!' 그는 생각했다. '돈! 이 무슨 나쁜 징조인가. 돈이란 말은 신사와도 같이 나쁜 예 감이 드는데(스페인어로 돈은 사람의 성 앞에 붙이는 경칭으로 돈 끼호떼의 돈도 바로 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곧 큰 목소리로 "그러면 음악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조금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 '리두비나의 말이 맞았다.' 아우구스또는 생각했다. '이 여자는 결혼만 하면 그리고 남편 이 생활유지만 해주면 피아노 건반은 만져 보지도 않을 여자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많 은 사람들이 당신은 아주 훌릉한 선생이라고 하던데요..." "제 직업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어쨌든 생활을 해야 되니까요..." "그 생활을 해야 한다 는 것." 돈 훼르민이 말을 시작했다. "좋아요, 이젠 됐어요." 고모가 말을 이어 받았다. "아우구스또씨도 이젠 다 아셨으니..." "다요? 무엇을 다 알았다는 거예요?" 에우헤니아는 가볍게 일어서는 동작을 하며 가혹하게 묻는 것이었다. "그래.그 저당잡힌 것 말이다..." "무어라고요?" 조카딸는 일어서면서 부르짖었다. "그런데 이게 뭐예요? 이 모든 것이 무 엇을 의미하죠? 방문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얘야, 벌써 말했지 않니? 이 분이 너를 알고 싶으셔서 오신 거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라..." "그러나 일이란..." "고모님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아우구스또는 일어서면서 간청을 했다. 고모부 내외도 함께 일어섰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 저당과 당신의 희생정신과 일에 대한 사랑에 관해서 저는 당신의 고모님으로부터 그런 흥미있는 소식을 듣고자...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네, 당신은 제게 편지를 보내신 며칠 후 카나리아를 가져온 것뿐이죠..." "그건 사실이죠. 부정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신사, 그 편지의 답은 내가 맘이 내킬 때 할 것이며 아무도 나를 압박하지 않 을 때 주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물러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돈 훼르민 이 소리쳤다. "이런 것을 완전무결 혹은 자유라고 하는 거야. 이 애야말로 장래성이 있는 여인이야. 여자는 모름지기 이렇게 주먹으로 차지해야 하는 거야, 뻬레스 친구." "아가씨... 아우구스또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애원했다. "선생 말이 옳아요." 에우헤니아는 입을 열며 작별인사로 그에게 전과 같이 차고 눈같이 흰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나가면서 그 정신적이며 신비스런 빛의 원천인 두 눈이 사라지 자 아우구스또는 화염의 파도가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고 심장은 가슴에 망치질을 하며 그의 머리를 폭발시키려는 것 같았다. "어디 아픈가?젊은이." 돈 훼르민이 물었다. "원, 계집애도, 쯧쯧, 계집애두." 도냐 에르메 린다가 부르짖었다. "놀랐습니다. 대단합니다. 영웅적입니다. 여자! 아주 여자답습니다. " 아우구스또가 말했다. "나도 그리 생각은 하지." 고모부가 첨가해서 말했다. "용서하세요, 아우구스또씨. 이 계집애는 조그만 고슴도치예요. 누가 그것을 생각이나 했 겠습니까...?" 고모가 반복하여 말했다. "그러나 부인, 저는 만족합니다. 만족하고 있어요. 그녀의 강직한 독립정신의 성격이 정 말 제 마음에 듭니다. 제게는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바로 이 여자, 이 여자,다른 사람이 아 니고 이 여자를 저는 필요로 합니다. " "그래요, 뻬레스씨." 무정부주의자가 선언했다. "이 애는 미래가 있는 여인이오!" "그럼 나는요?" 도냐 에르메 린다가 물었다. "당신은 과거의 여인이고 이 애는 다지 말해서 미래의 여성이야.그렇고 말고. 어느 날 미래의 사회와 미래의 여인상에 대하여 내가 강연한 것은 헛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그 애에게 폭탄이 없는 무정부주의의 자유주의 사상을 주입시킨 것이 헛된 일이 아니었다!" " 난 이 애가 폭탄까지 던질 애라고 생각해요." 고모는 기분이 나빠서 말을 했다. "비록 그렇게 되더라도... 아우구스또가 암시했다. "그건 안 돼,그건 안 돼." 고모부가 말했다. "그러면 어때서요?" "아우구스또씨, 아우구스또씨 !" "그런데 지금 막 일어난 일로 해서 구애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 고모가 덧붙여 말했 다. "그렇고말고. 어려운 일을 해내야 더 값어치가 있지 " "정복하는 거예요. 선생도 알지만 우린 선생 편이고 에우헤니아가 좋아 하든 말든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우리집에 와도 좋아 요." "그러나 여보, 에우헤니아는 아우구스또씨가 여기 오는 것을 싫어하는 내색을 한 적이 없어... 그저 여자는 자기의 힘으로 얻어야 돼.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친애하는 친구 뻬레스, 이젠 조금씩 그 애를 알게 될 거고 성격이 어떠한지도 알 것이오. 이 애야말로 완전한 여자야. 아우구스또씨, 그저 자기의 노력으로,자기의 주먹으로 얻어야 해.그 애를 알고 싫어하지 않 았어요?" "네, 그렇지만..." "알겠어요, 알겠어. 투쟁이야, 투쟁, 친구!" "그렇고말고요. 그렇고말고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 " 돈 쒜르민은 아우구스또를 한쪽으로 불러 말하길 "잠깐, 잊어 버렸는데 에우헤니아에게 편지 쓸 때에는 그 이름을 g자 대신 j로 해서 Eujenia 쓰고 델 아르꼬에서는 k자를 써서 auto 대신 arko로 해요." "그건 왜 그래요?" " 왜냐하면 전인류가 단 한 가지의 언어를 갖게 될 때까지, 즉 에스페란토가 세계의 유일한 언어가 되는 행복의 날까지는 서반아어는 음성학적 철자법으로 써야 돼. C자는 모두 없애 고 대신 Z자를 써서 Za, Ze, Zi, Zo, Zu를 Z로 해야 되고 또 Ka, Ke, Ki, Ko, Ku를 K자로 해야 돼. 그리고 H자는 없애야 돼. H자는 부조리하고 반발과 권위 그리고 암흑과 후퇴를 뜻하거든. H자에 도전을 해야 돼 !" "그러면 선생께서는 역시 음성학자시로군요?" "역시라고? 왜 역시란 말인가?" "선생은 무정부주의자요, 에스페란토주의자니까 말이죠." "모든 것은 하나요, 젊은이. 모 든 것은 하나요. 무정부주의, 에스페란토주의, 정신주의, 채식주의, 음성학주의... 이 모든 것 은 한가지요! 우린 권위에 대항하여 투쟁을 해야 되고 고어의 분리에 대항하여 투쟁해야 되며 H자 사용에 대해 투쟁해야 합니다. 잘 가요!" 그들은 작별인사를 했고 아우누스또는 큰 짐을 던 듯 가벼운 마음으로 쾌감까지 느끼며 거리로 나왔다. 그의 정신 내부에 일어났 던 일들은 결코 예상한 바는 아니었다. 에우헤니아가 처음 나타나면서 보여 준 태도며 침 착하게 서로 대면한 것이며 말한 것들이 그를 괴롭게 하기는 커녕 더욱 그를 몸달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세상은 더 크게 보끼고 공기는 더욱 맑으며 하늘은 더욱더 푸르게 보였다. 그건 마치 그가 처음으로 호흡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의 귓전에는 자기의 어머니가 항상 하시던 그 말씀이 들려왔다. "장가를 들어라." 그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들은 예쁘게 보였고 많은 여인들이 미인으로 보였으 며 어떤 여인도 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하늘 뒤에 숨어 있는 푸른 하늘로부터 광채를 발하는 두 개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별들의 신비스런 빛에 의하여 세계가 계시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세상을 알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육체 에 대한 죄악과 선악과를 시식한 죄로 에덴 동산에서 우리 조상들이 추방 당한 것과의 사 이에 존재하는 혼란의 원인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는 지식의 근원에 관한 돈 훼 르민의 이론에 관하여 명상을 해보았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 그를 맞으러 나온 오르훼오를 품에 안고 애무를 하며 말했다. '오르훼오... 오늘부터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거야. 네게는 세상이 더 크고 공기가 더욱 맑으며 하늘이 더 푸른 것 같지 않으냐? 아! 그건 네가 에우헤니아를 보게 되면 알 것이다. 그때에는 내가 겨우 사람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절감할 것이며 너도 네가 겨우 개라는 사실을 슬픔으로 느낄 것이다. 오르훼오야, 말 좀 해봐.죄를 짓지 않고 어떻게 지식 을 얻는단 말인가. 지식은 죄가 아니란 말이냐? 죄가 못 되는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 며 합리적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의 충실한 하녀 리두비나는 식사를 가지고 와서 그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왜 쳐다보지?" 아우구스또가 묻자 "무슨 변화가 있는 것 같군요." "무슨 증거라도 있느냐?" "도련님의 얼굴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 "정말 그래?" "그럼요.그런데 그 피아니스트 건은 어떻게 됐죠?" "리두비나! 리두비나!" "알겠어요, 도련님.그렇지만 도련님의 행복에 저도 무관심할 수만은 없어요." "행복이 무 엇인지 누가 안단 말이냐...?" "그건 그래요." 그리고 둘은 마치 행복의 비밀이 땅 밑에 들어 있듯이 땅을 쳐다보았다. 9 이런 일이 있었던 다음날 어느 집 문간에서는 여수위가 바람을 쐬러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간 사이를 이용하여 협소한 수위실에서 에우헤니아는 한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 다. "마우리시오, 이젠 이런 생활은 끝을 내야 해." 에우헤니아는 계속 말했다. "이렇게 더 이 상 계속할 수 없어. 더더군다나 어저께 그 일이 있은 다음에 말이야." "그렇지만 그 구애를 하는 놈은 바비아에서 사는 처량한 건달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마수리시오라는 청년이 말 했다. "그래, 하지만 그 사람은 돈이 있고 또 우리 고모가 날 이대로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사실은 난 아무에게도 나쁜 짓은 하기 싫단 말이야. 더구나 남들이 내게 두통거리를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친구를 집에서 쫓아 버려 !" "어디서?우리 고모부 댁에서?그렇지만 그들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런 것은 상관 할 필요가 없단 말이야." "난 그렇게는 할 수 없어. 또 그럴 생각도 전혀 없고.그렇지만 그 가련한 친구가 내가 집 에 있을 때 찾아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야. 다 알겠지만 이건 내가 방에서 두문불출 을 한다든지, 내가 만나는 것을 거절한다든지 하는 그런 성격의 문제가 아니야. 그 작자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침묵의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뭐" "안 돼. 난 어떤 유의 거지도 참을 수 없어. 더구나 눈으로 구걸하는 작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내게 던지는 시선을 한 번 본다면..." "왜 마음이 움직이니?" "나를 괴롭힌단 말이야. 그리고 사실을 말한다면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어?그는 내 마음 을 흔들리게 해." "그래서 겁이 나?"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 마. 걱정할 것도 없고. 내게는 너 한 사람뿐이야." "나도 그것을 알고 있어." 마우리시오는 신념에 차서 이야기하며 한 손을 들어 에우헤니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결심 이 필요해, 마우리시오." "무슨 결심이냔 말이야,무슨 결심? 이 귀여운!" "무엇이 되겠어? 무엇이 되겠느냐 말이야. 결혼을 마자는 말이야요, 제발!" "그러면 무엇 으로 살지?" "네가 직장을 얻을 때까진 내가 버는 것으로..." "네가 버는 것?" "그래, 그 증오스런 음악으로 버는 것으로 말이야." "네가 버는 것으로? 그건 안 돼. 결코 안 되지. 결코 안 돼, 안 돼!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도 네가 벌어들이는 것만은 안 돼. 직장을 찾겠어. 계속해서 찾겠어.그 동안은 기다려 보란 말이야..." "기다려 보자... 기다려 보자...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갈 거야!" 에우헤니아 는 마우리시오의 손이 와 있는 무릎을 흔들며 발로 땅을 구르고 소리를 질렀다. 자기 손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마우리시오는 손을 떼면서 팔을 그녀의 목에 감고 손가락으로 애인의 귀고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에우헤니아는 모르는 척 내버려 두었다. "이것 봐, 에우헤니아. 장난을 해봐, 그 바보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보여 보란 말이야.네 가 원한다면 말이야." "마우리시오!" "네가 옳아, 화내지 마. 내 사랑아!" 그리고 그는 에우헤니아의 얼굴을 자기 얼굴에 끌어 잡아당기며 자기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찾아 눈을 감고서 촉촉하고 조용한 긴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마우리시오!" 그리고 다음에는 눈에 키스를 하였다. "더 이상 이렇게 계속될 수는 없어,마우리시오." "어떻게?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단 말이야? 넌 지금보다 더 잘 지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니?" "마우리시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겐 더 이상 계속될 수가 없어. 일자리를 찾아야 해. 난 음악이 지겹단 말이야." 에우헤니아는 분명히 인식은 못하지만 음악이란 결코 도래 하지 않는 강림을 위한 준비, 영원한 준비, 아니 결코 끝나지 않는 영원한 시작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직장을 찾겠어, 에우헤니아, 찾겠어,"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우린 항상 같은 처지에 있단 말이야." "넌 그럼..." "난 네 가 본질적으로 건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직장을 찾는 것도 내가 해야 되고. 그렇 고말고, 남자들에겐 기다림이란 것이 별로 힘드는 일이 아니거든..." "넌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그래. 난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다시 반복하지만, 난 아우구스또 도련님의 그 구걸하는 눈초리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마치 굶 주린 개의 눈초리 같아..." "별생각을 다 하는군, 참" 이제 그녀는 자기 손을 그의 손으로부터 빼내고 일어서면서 덧붙여 말했다. "그만, 이러지 마.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나 마시지. 그게 필요할 텐데."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그는 메마르고 약하게 귀에 대고 한숨을 지었다. '네가 원한다면 할 수 없 지..." "원하는 것을 배울 사람은 바로 너야. 마우리시오, 이젠 남자답게 일을 찾아봐. 빨리 결정 을 해,그렇지 않으면 내가 일을 할 테야.그러니 속히 결정을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생활은 끝마쳐야 해." 그리고 그가 대답을 할 사이도 없이 문간의 수위실에서 빠져나왔다. 길에서 여수위와 마 주치자 체우헤니아는 말했다. "마르타 부인, 저기 당신의 조카가 그대로 있어요. 이젠 결심을 하도록 그에게 말씀을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에우헤니아는 머리를 높이 쳐들고 거리로 나왔다. 바로 이때 거기에는 집시의 풍금이 광란하는 폴카 음악을 뜯고 있었다. '이건 지옥 같군,지옥,지옥!' 그녀는 지옥이란 말을 연발하며 아랫길로 달아나듯 사라져 갔다. 10 에우헤니아를 방문한 다음날 아우구스또는 마음을 터놓고 자기 비밀을 말할 필요가 있 었기에 빅또르를 만나려고 카지노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이 시간에 에우헤니아는 문간의 비좁은 방에서 자기 애인의 사랑의 평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우구스또는 자기가 다른 나 라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것과 그녀가 강한 여인이란 사실을 발견한 것은-그녀의 눈에서는 힘이 솟구치고 있었다-자기의 영혼 내부를 샅샅이 뒤집어내어 지금 까지 감춰져 있던 생을 비추어 주고 있는 것같이 느꼈다. 그는 더 자신 있게 땅을 밟았고 더 자유롭게 숨을 쉬었다. '난 이제 목표를 가지고 있어. 생의 목표를...' 그는 홀로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정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나를 정복하든지, 결국은 마찬가지니까. 사랑에 있 어서는 정복하는 것과 정복당하는 것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니까. 아니지, 그렇지가 않지. 이 경우에는 정복당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패한다는 것이 되지. 타인을 위해서, 그래, 여기에는 타인이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어. 타인? 타인?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나는 사랑을 찾고 구하는 자이고 타인은... 타인은 이미 사랑을 얻은 사람이란 말 이냐.' 그는 찾는 것도 청원하는 것도 아니다. '벌써 얻었으니 말이야. 다른 것도 아닌 사랑스런 에우헤니아의 사랑을 말이지 다른 것 도 아닌...?' 그때 발랄하고 건강이 넘쳐 흐르며 기쁨이 샘솟는 어느 여인의 몸이 그의 옆을 스쳐 가자 그는 독백을 집어던지듯 하고 그 여인의 뒤로 접근해 갔다. 아우구스또는 기계적으로 그 여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독백을 하면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여자, 저 여자, 하나, 둘 또 다른 여자도. 그리고 그 타인이란 자는 구애를 한 것도 아니고 구애를 받았을지도 몰라. 그 자는 에우헤니아만 못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 아가씨는 모두가 기 쁨덩어리로구만! 저 눈을 어디서 빼냈지? 거의 같은 눈, 에우헤니아의 눈과 비슷한데! 그녀 의 품속에서 생사를 다 잊어 버릴 수가 있다면 얼마나 기막힐까? 그 품속에서 육체의 물 결 속에서처럼 자신을 내버려 두는 것이! 그 다른 사람... 그러나 다른 사람이란 에우헤니 아의 애인이 아니지.그녀가 좋아하는 자가 아니란 말이야.다른 사람은 나야. 그래. 타인은 나를 말하는 것이지. 나는 다른 사람이야.' 자신이 다른 사람이란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가 뒤를 따르던 처녀가 어느 집으로 들어 갔다. 아우구스또는 멍하니 서서 집만을 쳐다보고 있 었다. 그때서야 그는 자기가 처녀의 뒤를 따라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기가 카지노 에 가려고 외출한 것을 상기하고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 서 말하기를 '그런데 이 세상엔 왜 이렇게 미인들이 많지? 거의 모든 여자들이 모두 다, 참 으로 고맙습니다, 하느님,고맙습니다. 그대의 영광은 여인들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느님이시 여! 그런데 저 머리카락, 저 머리카락은!' 사실 이 바구니를 품에 들고 아우구스또와 길을 마주친 어느 하녀의 머리카락은 실로 영광스런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태양빛은 그 머리카락의 황금 물결에 사뿐히 앉는 것 같았고 이 황금머리는 댕기 로부터 뛰쳐나오려고 투쟁하는 것 같았으며 신선하고 맑은 공기 속으로 퍼지려는 듯 보였 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 아래로는 미소에 찬 그 얼굴! '나는 다른 사람이야. 내가 그 타인이지,' 아우구스또는 바구니를 든 처녀를 따라가며 계 속 말했다. '그런데 다른 여인들은 없단 말인가? 있구말구. 다른 이를 위해 다른 여자들이 있는 것이지! 그러나 그녀와 같은 여인은 없지, 없어. 유일하단 말이야. 이 모든 여인들은 그녀의 모조품에 불과해. 한 여자의,유일한 그 여자의,즉 나의 귀여운 에우헤니아의 모조 품. 나의? 그렇지. 나는 생각으로써 희망으로써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지. 그는 다른 사람은,즉 한 사람은 그녀를 물질적으로 소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눈의 정신적이고 신비 스런 빛은 나의 것이야. 나의 것, 나의 것! 그리고 이들 황금머리카락도 정신적 신비스런 빛을 반사하고 있지 않은가? 한 명의 에우헤니아가 있는 것일까? 혹은 두 명이 있는 것일 까? 하나는 나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애인의 것이고?그렇다면 만일 두 명의 에우헤니아 가 있다면 그는 자피 것과 함께 남고 난 내 것과 함께 있으면 되겠지.슬픔이 엄습할 때 특 히 밤에 아무 이유도 없이 공연히 울고 싶을 때, 아! 내 얼굴과 입과 눈을 그녀의 황금머 리카락으로 덮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머리카락을 통해 침투해 오는 공 기를 마시고 향내가 퍼질 때, 그러나...' 그는 갑자기 자신이 걸음을 멈추는 것을 느꼈다. 바구니를 든 처녀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느라고 발길을 멈춘 것이다. 아우구스또는 잠 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제기랄, 내가 에우헤니아를 알고 난 이후로는 미인들이 너 무나 많군... 그는 다시 걷기 시작하여 카지노로 향하였다. '만일 그녀가 다른 사람을, 아니 한 사람을 택한다면 나는 세상을 놀라게 할 영웅적인 결심을 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저당잡힌 집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잠잠한 하늘로부터 솟구치는 듯한 희열의 폭발 같은 것이 그의 독백을 중 단시켰다. 한쌍의 처녀들이 바로 그의 옆에서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꽃밭 속에서 두 마 리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아름다움에 목이 마른 듯 두 처녀를 뚫어지게 응 시했다. 그런데 이 두 처녀는 마치 하나의 육체로 태어난 것 같았다 그들은 팔을 끼고 가고 있었다. 이때 그는 이 두 처녀를 정지시키고 양팔에 한 명씩 끼고 자기는 가운데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인생의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고 싶은 맹렬한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내가 에우헤니아를 알고 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있는가!'그는 깔깔대며 걸어가는 두 처 녀를 따라가며 혼잣말을 했다. '이것은 분명히 낙원이야! 그 눈, 그 머리칼,그 웃음, 한 처녀는 금발이고 또 다른 처녀는 흑발이고 그러나 누가 금발이고 누가 흑발인가. 나는 분명히 둘을 혼동하고 있다...' "이것 봐,친구. 잠자면서 걷는 거야, 깨서 걷는 거야?" "어? 빅또르, 자넨가?" "카지노에서 너를 기다렸으나 오질 않기에..." "난 거기로 가는 길이었어..." "거기로?그런데 이 방향으로 가는 거야? 너 돌지 않았니?" "그래,네 말이 옳아.그러나 이 것 봐,네게 진실을 말하겠어. 에우헤니아에 관해 네게 말을 한 것 같은데." "그 피아니스 트 말인가? 그래." "좋아,난 그 여자에게 미친 듯 사랑에 빠져 있어 마치..."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같이. 계 속해 봐. "정말 말이야, 미치겠어. 미치겠어. 어저께 그 고모부를 방문한다는 구실로 그녀를 보았어, 그녀를 보았지..." "그 아가씨도 너를 쳐다보고,그렇지 않아?그래서 너는 신을 믿었니?" "아니야, 그녀가 나 를 쳐다보았다는 것이 아니고 그만 그 시선으로 나를 감싸고 말았어." "잘 걸려들었군. 녀 석두..." "그리고 그 아가씨가 용감했다는 거야! 그런데... 그러고 나서부터 내게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내가 쳐다보는 거의 모든 여인들이 다 미인으로 보이고 그리 고 내가 집에 나온 지가 아직 반 시간도 안 지났는데 난 벌써 네 명을 아니 네 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거야. 첫째 처녀는 그 눈 때문이고 다음 처녀는 그 영광스런 머리카락,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전 만난 한쌍의 아가씨였는데 금발과 흑발이었지. 천사와 같이 웃지 뭐야.그리고 난 세 명의 아가씨를 뒤따라갔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암, 그건 친애하는 아우구스또, 그건 네 시랑의 예비품이 네 영혼의 심연에서 무력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는 이야기지. 탈출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거야.그때 피아니스트인 에우헤 니아가 나타나서 너를 흔들어 진동시키고 너의 사랑이 잠자고 있는 연못을 그녀의 눈으로 휘저은 거야. 그래서 사랑이 눈을 뜨고 연못에서 솟아나오는데 그 사랑이 너무나 커서 사 방으로 뻗치는 거지. 너 같은 자가 한 여인을 정말로 사랑하면 동시에 다른 모든 여성도 사 랑하게 되는 거야." "나는 그와 정반대로 생각했지 뭐야... 그런데 잠간만,저것 봐. 얼마나 아름다운 흑발인가! 지금은 휘황한 밤이야! 검은 색깔은 가장 광선을 많이 흡수한다고들 말하지? 저 머리카락과 흑옥 같은 눈 밑으로 사뿐히 내려앉는 검은 빛을 보지 못하나? 저 아가씨를 뒤따라가 보세..." "맘대로 해..." "그래서... 그래, 단 정반대로 될 줄 알았지, 한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면 여럿에게 분산시 켰던 사랑을 한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고 다른 모든 여성은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보이리 라 믿었던 거야... 그런데 저것 좀 봐.검은 머리카락 속에서 광선이 충돌하는 것을 보란 말이 야." "아니야,그런 것이 아니고 그걸 한 번 체계적으로 설명해 보면 너는 자신도 모르게 이 여자도 저 여자도 아닌 추상적인 여성을 사랑하였지. 이때 에우헤니아를 발견하자 추상 성은 구체화해서 여성은 한 명의 여인이 되었고 넌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된 거야. 그러고서 는 그 여인을 버리지도 않고 그 여인으로부터 거의 모든 여인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그래서 너는 한 집단을 사랑하는 거야. 즉 성의 집단을. 너는 그렇게 하여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일 반성으로 옮겨 간 거야. 즉 여성으로부터 한 여인으로, 한 여인으로부터 여러 여인으로 말이 야." "그건 굉장한 형이상학인데!" "그럼 사랑이 형이상학이 아니고 뭐냐?" "이 사람아!" "특히 네게는 말이야. 왜냐하면 지금 네가 사랑한다는 모든 것은 뇌의 작용이야. 다시 말해서 두뇌에 해당하는 거야." "넌 그렇게 믿을지 몰라도..." 아우구스또는 약간 좋지 않은 기분으로 말했다. 즉 그의 애정이 두뇌적이란 말은 그 영혼의 밑바닥을 아프게 하였다. "좀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너 자신도 사실은 하나의 순수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 다,허구의 실체 말이야..." "그럼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넌 정말로 사 랑하고 있어. 나도 그건 믿어, 그러나 단지 머리로만 사랑한다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믿는 것 이외에 무슨 다른 것인 줄 아나?" "쯧쯧,녀석두.그런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휠씬 더 복잡해." "사람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과 단지 그렇다는 것을 믿는 것을 어떻 게 알 수 있나. 어디 말 좀 해보지." "자, 이 문제는 집어치우고 우리 다른 이야기나 하세." 아우구스또는 집에 돌아오자 오르 훼오를 안고서 '자, 오르훼오야, 어디 알아맞춰 봐.사람이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하고 있다 고 믿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말이야. 내가 존재하고 있나 혹은 에우헤니아를 사랑하 지 않고 있나.내가 그녀를 볼 때 내 가슴의 심장은 뛰고 피가 달아오르지 않느냐 말이야?그 럼 나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지 않단 말인가?나는 그들에게 보여 주어야 되겠어. 오르훼오야,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말이야.'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에 리두비나 와 얼굴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말해 봐, 리두비나. 한 사람이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 그런데 도련님,별 이상스런 말씀을 다 하시네요." "자, 말해 봐.어떻게 알 수 있어?"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많은 바보짓을 하고 바보 같은 말을 하는 데서 알 수 있지 요. 남자가 정말로 사랑하게 되면 말이 많아지고 그리고 그는 이미 남자가 아녜요." "그러 면 무어란 말이야?" "물... 물... 물... 물건이지요. 조그만 동물... 여자는 그 사람을 마음대로 만들지요." "그렇 다면 한 여인이 한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네 말대로 잔소리가 많아지고 남자는 그 여자 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문제가 전연 동일하지가 않아요..." "어떻게 어떻게?" "도련님,그건 설명하기가 어려워요.그런데 정말 사랑하고 계세요?" "바로 난 그것을 조사 하려는 거야. 그렇지만 난 바보짓도 소동도 떨어본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단 말이야... 내 생각엔." 리두비나는 입을 다 물었고 아우구스또는 말했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고 있을까?" 11 지난 어느 날 아우구스또가 돈 훼르민과 도냐 에르메린다의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을 때 하녀는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며 "오셨다고 말씀드리죠." 그는 마치 허공 속에 있는 듯 홀로 멍하니 남아 있었다. 그는 가슴에 깊은 압박감을 느 끼면서 장엄이란 괴로운 감개에 잡혔었다. 그는 또한 제때에 일어날 수 있도록 앉고서 벽 에 걸려 있는 초상화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에우헤니아의 초상화도 있었다. 그는 갑자기 뛰어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어 조심스런 발소리가 들려 와서 비수로 심장을 찌르는 듯하고 바다의 안개가 그의 머리로 침투해 들어오는 듯 한 감 을 느꼈다.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에우헤니아가 나타났다. 아우구스또는 겨우 안락의자 등 에 의지해 섰다. 흑색이 된 그의 얼굴을 보자 에우헤니아는 잠시 창백한 표정이더니 응접 실 중간에 매달리듯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그에게 접근하면서 메마르고도 나지막한 목소리 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돈 아우구스또, 아프세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도 잘 모르겠..." "뭐를 좀 드실래요? 필요한 게 있으세요?" "물 한 잔만." 에우헤니아는 구원자라도 만난 듯 방에서 나가더니 즉시 물 한 잔을 가지고 왔다. 물은 잔 속에서 떨리고 있었자.그러나 아우구스또 손에서 물잔은 더욱 떨렸다. 그는 수염에 물을 흘리며 마시면서도 에우헤니아의 눈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원하신다면... 그녀가 말했다. "홍차, 혹은 만사니야차 혹은 띨라차를 끓이도록 하겠어요... 어때요, 좀 괜찮아지셨어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우헤니아,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그러고는 수염에 떨어 진 물을 닦고 있었다. "그럼 이제 좀 앉으시죠." 그리고 그들이 앉았을 때 그녀는 말을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기다렸죠. 그래서 비록 고모부 내외분이 안 계셔도 혹시 오시면 안내하여 제게 알리도록 하녀아이에게 일러 두었었죠.고모부 내외께서는 오후가 되면 가끔 외출을 하십니다. 그래서 단둘이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원했어요." "오!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좋아요, 좀더 냉정히 문제를 말하자면 저는 결코 선생께 그렇게 큰 타격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그런데 지금 들어와 보니 겁이 났어요. 선생이 죽은 사람 같아서요." "살 아 있다기보다 죽어 있었던 편이지요. 이것만은 믿어 주십시오." "우린 피차 해명을 할 필 요가 있어요." "에우헤니아!" 가련한 아우구스또는 말을 하면서 손을 번쩍 쳐들었다가 이내 내렸다. "친한 친구처럼 조용히 말하기에는 아직도 몸이 너무 불편하신 것 같아요. 어디 좀 볼까 요?" 하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맥을 짚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맥박은 맹렬히 뛰기 시작하였다. 아우구스또의 얼굴은 붉게 충혈이 되고 이마가 불타는 듯하였다. 에우헤니 아의 눈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는 오직 안개, 붉은 안개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볼 수 가 없었다. 한순간에는 실신을 하는 줄 알았다. "동정을 해줘요. 에우헤리아. 내게 동정을 해줘요!" "진정하세요, 돈 아우구스또. 진정하세요." "돈 아우구스또... 돈 아우구스또... 돈... 돈... 네, 착한 돈 아우구스또, 진정하세요. 그리고 침착히 말합시다." "그런데 잠깐 실례를..." 그러고는 눈같이 차고 횐 그녀의 오른손을 그의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피아노의 건반을 애무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에 적합토록 예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좋을 대로 하세요, 돈 아우구스또." 아우구스또는 그녀의 손을 자기 입술에 대고 무수히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차가운 흰 손 은 여전히 차가웠다. "다 끝마치면 이야기를 시작하죠." "그러나 이것 보세요,에우헤니아.이리 좀..." "안 돼요. 안 돼요. 너무 이러지 마세요." 그녀는 그의 두 손으로부터 자기 손을 빼고서 말을 계속하였다. "난 내 고모부 내외분께서, 아니 고모께서는 선생께 어떤 희망을 품고 계시는지는 몰라도 실은 선생이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무슨 오해?" "네, 제가 애인이 있다고 말을 했을 텐데요." "그건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했어요?" "아니요. 아무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난 그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렇다면..." "에우헤니아, 난 아무것도 원하거나 찾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도 않아요. 에우헤니 아,다만 때때로 여기에 와서 그대의 그 눈 속에 내 정신을 목욕시키고 그대의 입김에 취할 수만 있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참,돈 아우구스또,그런 말은 책 속에서나 읽는 거예요.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마세요.선생 은 얼마든지 원하시는 대로 오셔서 저를 보시고 또 보시고 저와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리 고 또 이미 보신 바와 같이 제 손에 입을 맞추시기까지 해도 좋아요. 그러나 저는 제가 사랑하고 결혼을 하려는 애인이 있어요." "그러나, 당신은 정말로 그를 사랑합니까?" "별 질문을 다 하시네요." "그러면 당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그런데 정신이 도셨어요,돈 아우구스또?" "아니요, 아니요. 내 각별한 친구가 내게 한 이야긴데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도 않 으면서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더군요." "선생을 위해 한 소리군요. 그렇잖아요?" "그래요,저를 위해서 한 말이죠.그게 어떻단 말이오?" "왜냐하면 당신의 경우엔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요..." "그러면 당신은, 아니 에우헤니아, 그대는 내가 진정으로 그대를 사 랑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너무 목청을 높이지 말아요, 돈 아우구스또. 하녀애가 다 듣겠 어요." "그래요. 그래-." 흥분해서 말을 계속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능력이 없다고 생 각하는 사람이 있어..." "잠깐 실례해요." 에우헤니아가 말을 중단하고는 그를 혼자 놔 두고 나갔다. 잠시 후 그녀 는 돌아와 아주 침착하게 말하였다. "좋아요, 돈 아우구스또. 진정이 좀 되셨어요?"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이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에우헤니아는 말했다. "고조부 내외분이세요." 잠시 후 이들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아우구스또씨가 방문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나가 문을 열어 드렸지요. 그리고 돌아가려 하셨지만 곧 돌아오실 테니 들어와 기다리시라고 했어요. 여기 계세요!" "모든 사회적 인습 주의는." 돈 훼르민이 부르짖었다. "소실되고 말 때가 올 것이다. 사유재산의 울타리와 격 은 우리가 도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실은 소유주가 도둑인데도)을 위한 유인물이란 점에 대하여 나는 확신을 하고 있어. 모든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울타리도 없고 벽도 없는 재산 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것이지. 사람은 선하게 태어났고 그리고 자연적으로 선하다. 그러나 사회가 나쁘게 만들고 타락시킨다..." "조용히 좀 하세요. 여보." 도냐 에르메린다가 소리쳤다.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가 없어요! 자, 안 들려요? 돈 아우구스또, 노랫소리가 참 예쁘죠! 에우헤니아가 피아노 공 부를 할 때 카나리아가 한 마리 있었는데 피아노를 칠 때마다 흥분을 하였지요. 건반을 치 면 칠수록 그 새는 노래를 더욱더 크게 하더군요.그러나 결국은 파열해서 죽고 말았어요..." "가축들까지도 우리의 악에 전염이 된단 말이야." 고모부가 덧붙였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가축들로부터 우린 그들이 성스런 자연의 상태를 제거했단 말이 야! 아, 인류여, 인류!" "그래, 오래 기다렸어요, 돈 아우구스또?" 고모가 물었다. "아, 아닙니다,부인. 잠시 동안이었어요. 번개... 제게는 그렇게 보였지요..." "어, 저런?" " 그래요, 고모님.조금밖에 안 되었어요.그렇지만 거리에서 가져온 가벼운 병세를 회복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무어라고?"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부인..." "그럼,전 이만 가 보겠어요. 할 일이 있어요" 하고 말하며 에우헤니아는 아우구스또에게 악수를 청하고 나가 버렸다. "그래서 그 일은 잘 되어 가요?" 에우헤니아가 나가자마자 고모는 아우구스또에게 물었 다. "그 일이란 게 무엇인가요?" "정복이지, 물론!" "잘 안 됩니다. 안 돼요. 애인이 있고 그와 결혼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당신에게 내 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에르메린다, 내가 그랬었잖아요." "안 돼요. 안 돼. 안 되지.그 럴 수가 없어.그 애인이란 건 미친 짓이야. 돈 아우구스또, 미치광이 짓이란 말이에요." "그 렇지만, 부인. 만일 그를 사랑하고 있다면요...?" "바로 내 이야기가 그거야." 고모부가 부르 짖었다. "바로 그 말이야. 자유, 성스러운 자유, 선택의 자유!" "안 돼, 안 돼, 안 돼! 그 애 는 자기가 하는 짓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요. 돈 아우구스또, 당신을 경멸하는 것, 당신을 말이오, 그럴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부인, 좀 생각을 해보세요. 보세요, 에우헤니아와 같은 젊은 처녀의 의지를 그렇게 유린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의 행복에 관한 문제니까요. 우리 모두는 그녀를 돌보아야 되며 행복을 얻도록 희생까지도 각오해야 합니다..." "선생님, 돈 아우구스또, 당신이 그런 말을...?" "제가, 네,제가 부인, 저는 부인의 질녀 에우헤니아의 행복블 위해서 희생을 할 각오가 되 어 있습니다. 저의 행복은 그녀가 행복하게 되는 데 있습니다." "장해!" 고모부가 부르짖었 다. "장한 일이야, 정말 장해. 여기에 영웅이 탄생했다. 여기에 무정부주의자... 신비적 !" " 무정부주의자지요?" 아우구스또가 말했다. "무정부주의자, 그렇지. 왜냐하면 나의 무정부주의는 바로 그거란 말이야. 즉 각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행복하게 되는 바로 그거 란 말이야. 그리고..." "참, 선량하시군요. 훼르민, 점심식사를 12시에서 10분만 지나서 차려 드려도... 쯧쯧!" " 에르메린다, 당신도 잘 알잖아, 내 무정부주의는 이론적인 것이라는 것을... 나도 완전에 도 달하려고 노력은 해.그러나..." "그비고 행복도 역시 이론적입니다!" 연민에 넘치는 아우구스또는 마치 자기 자신과 말 하듯이 부르짖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에우헤니아의 행복을 위해 제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영웅적인 행동을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부인께서 제게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불행했던 에우헤니아의 부친이 그녀에게 남겨 준 집이..." "그래요, 가련한 동생이." "...그의 모든 연금을 앗아 가는 저당에 잡혔지요?" "그래요, 선생." "그것입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는 문으로 향했 다. "그러나, 돈 아우구스또..." "이 아우구스또는 가장 영웅적인 결정과 가장 위대한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달로 만일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 머리로만 사랑 을 하는지 혹은 마음으로도 하는지 알 수가 있는 때지요. 여러분, 에우헤니아야말로 나의 생 명을, 나의 진정한 생명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여하튼 에우헤니아는 저의 영원한 은인입니 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그는 엄숙히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도냐 에르메린다 가 소리쳤다. "얘야!" 12 "도련님." 그 다음날 리두비나가 들어와 말했다. "저기 그 세탁소집 처녀가 와 있어요." "세탁소집 처녀? 아, 그래. 들어오라고 해." 그녀는 아우구스또의 다린 옷가지가 담겨진 바구니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가련한 처녀는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녀는 자주 이 집에 들어왔었지만 오늘과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건 마치 전에는 도련님이 그녀를 전혀 본 적이 없는 것같이 행동했기 때문에 서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처녀는 불 안하고 슬프기까지 했다. 그녀를 응시하지 말 것!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쳐다보듯 쳐다보지 말 것! 눈으로 그녀를 삼키듯 하지 말 것! 다시 말해서 눈으로 그녀의 눈과 입과 얼굴 전체 를 핥지 말 것! "왜 그래, 로사리오? 네 이름이 로사리오가 아니냐? 그렇지 않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니?" "왜 그러세요, 아우구스또 도련님?" "네가 이렇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본 적이 없구나. 아주 다른 사람같이 느껴지는데..." "다른 사람 같은 건 도련님이세요..." "그럴 수 있어... 그럴 수가 있어... 이리 와,가까이" "제발 농담은 그만두시고 이것을 계산이나 해주세요." "농담이라고? 그런데 넌 그게 농담이라고 생각하니?" 그는 심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 했다. "가까이 좀 와, 너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그런데 전에는 저를 못 보셨던가요?" "보았어. 그러나 아직까지는 네가 지금같이 그렇게 예쁜 줄은 미처 몰랐어..." "왜 이러세 요, 도련님. 비웃지 마세요..." 그러고는 얼굴이 타는 듯 붉어졌다. "지금 그 색깔로 완전히 태양같이..." "아이 참..." "이리 와. 이리 오란 말이야. 넌 아우구스또 도련님이 정신이 돌았다고 말하겠지?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지. 그게 아니란 말이야. 아직까지는 그랬었지. 혹은 다시 표현하면 난 지금 까지 안개 속에 길을 잃었던 바보였어. 바보 중의 바보였단 말이야. 장님... 내가 눈을 뜬 것은 얼마 안 됐지. 너도 봤지? 네가 그렇게 많이 이 집에 왔었고, 너를 쳐다보았지만 너를 보지 못했다. 로사리오야, 이건 마치 그 동안 살지 않은 것과 같은 거야... 난 바보였지, 바 보... 그래서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 의자에 앉아 있던 로사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감추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우구스또는 일 어나서 문을 잠그고 처녀에게 돌아와서 한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고 아주 축축하고 뜨겁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응? 왜 그래?"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제가 울지요, 돈 아우구스또..." "신의 천사여 !"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돈 아우구스또."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구? 그렇고말고, 난 장님이었던 말이야. 바보. 마치 살지 않 은 것과도 같이.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났지. 알겠어? 다른 여인이 나타나서 내 눈을 열어 주 었고 난 세상을 보게 된 거야, 특히 난 너희들, 여자들을 보는 것을 배웠어..." "그럼 그 여 자는... 나쁜 여자겠네요..." "나쁜 여자? 나쁘다구?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하니? 로사리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느냐 말이야? 넌 나쁘다는 게 무언지 알아? 나쁜 게 뭐야? 아니지, 아냐, 아니구말구. 그 여자는 너같이 천사야. 그 여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이렇게 말을 하자 그는 목이 메이고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돈 아우구스또, 가련하게도..." "그래, 네 말이 옳다. 로사리오, 네 말이 옳아. 가련한 돈 아우구스또. 자, 말해. 가련한 아 우구스또." "그런데 도련님..." "자, 말해. 가련한 아우구스또!" "정 그러시다면...가련한 아우구스또." 아우구스또는 앉았다. "이리로 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가쁜 숨을 쉬며 용수철에 의해서 움직이듯, 최면술에 걸린 듯 일어났다. 그는 그녀 를 끌어 자기 무릎에 앉히고 힘껏 껴안았다. 그들의 볼과 볼이 마주쳐 불이 붙는 것 같을 때 그는 폭발하듯 말했다. "아이, 로사리오, 로사리오, 난 무언지 모르겠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네가 알지도 못하면서 나쁘다고 하는 그 여자는 내게 시력을 주면서 장님으로 만들었어. 난 사는 것이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살고 있단 말이야. 지금 이렇게 살고 있으니 난 죽음을 느끼고 있어. 난 그 여자로부터 나를 방어해야 돼. 그 여자의 시선으로부터 나 자신을 방어 해야 돼. 로사리오, 나를 도와 주겠니? 그 여자로부터 나를 방어하도록 도와 주겠니?" 다른 세계에서 오는 듯한 "네" 하는 부드러운 속삭임이 아우구스또의 귀를 스쳤다. "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내가 하는 말도, 행동도 생각도 무엇 인지 모르겠어. 또 그 여자를, 네가 나쁘다고 부르는 그 여자를 사랑하는지의 여부도 모르겠 단 말이야..." "그럼, 저는, 돈 아우구스또..." "아우구스또, 아우구스또..." "그럼, 저는 아우구스또... "좋아, 말하지 마, 됐어."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나 홀로 나와 함께 말하도록 내버려 둬. 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 터는 나 혼자서 나 혼자서만 살아왔어. 즉 잠이 든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는 함께 잔다는 것, 둘이서 한 꿈을 꾼다는 것을 모르고 왔어. 함께 잠을 자자! 함께 잠을 자며 각자가 자기 꿈을 꾸는 그런 것이 아니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같은 꿈을 꾸는 것! 로사리오, 만일 너와 내가 함께 자고 같은 꿈을 꿀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여자... 로사리오는 아우구스또의 품에 안겨 몸을 떨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 여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러나 그녀는 다른 여인들이 있 다는 사실을 내게 가르쳐 주었어. 그리고 그녀를 통해서 난 다른 여인들이 있는 것을 알았 어...그 중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겠지... 로사리오, 말해 봐, 넌 나를 좋아하겠니? 나를 좋아할 수 있겠니?" 그러고는 그녀를 미친 듯 껴안았다. "그러리라 생각해요... 도련님을 사랑..." "너를 사랑할 거야, 로사리오. 너를 사랑할 거야, 너를 사랑할 거야." 바로 이때 문이 열 리고 리두비나가 나타났다. 그러고는 "아!" 하고 소리지르며 다시 문을 닫고 말았다. 아우구 스또는 로사리오보다 더 당황했다. 로사리오는 급히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고는 몸을 흔들며 어정정한 말로 "도련님, 이젠 계산을 해주시겠어요?" "그래,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다시 오겠지? 응? 다시 오겠지?" "네, 다시 오겠어요."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용서하겠지? 나를 용서하겠지?" "도련님을 용서하다뇨? 무엇을?" " 이것, 이것...내가 좀 지나쳤어 ! 용서하겠지?" "전 도련님을 용서할 아무런 것도 없어요. 그러나 도련님이 하셔야 할 일은 그 여자를 생 각하지 않는 거예요." "그럼, 너는 나를 생각하겠니?" "아이 참, 가야 돼요." 그들은 계산을 끝마치고 로사리오는 갔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리두비나 가 들어왔다. "전날 도련님께서 제게 물으시길 어떻게 사람이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느냐고 하셨 죠?" "그랬지." "그때 제가 말씀드리길 바보스런 짓을 하고 바보스런 말을 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 젠 도련님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어요." "누구를? 로사리오를?" "로사 리오? 쳇, 다른 여자!" "그러면 그런 증거라도 있나, 리두비나?" "도련님은 다른 여자에게 행동할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것을 로사리오에게 다 했죠." "그 럼 넌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닙니다, 아녜요, 더 큰일은 없었으리라 믿지만요..." "리두비나! 리두비나!" "좋을 대로 하세요, 도련님." 그는 머리가 타는 듯한 혼란을 느끼며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몸을 눕히자 발밑에서 잠 자고 있던 오르훼오를 보았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야, 오르훼오, 오르훼오. 이렇게 혼자 잔다는 것은 단지 환영이며 외양뿐이다. 두 사람의 꿈은 이미 사실이야. 현실이란 말이야. 현실 세상이란 우리 모두가 꾸고 있는 일반적인 꿈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이냐?'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13 이런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리두비나가 아우구스또의 방에 들어와 말하기 를 어떤 아가씨가 와서 그를 보자고 한다는 것이었다. "아가씨가?" "네, 그 여자, 피아니스트." "에우헤니아?" "네, 에우헤니아, 정말 정신이상에 걸린 사람은 도련님뿐이 아니로군요." 가련한 아우구 스또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는 죄인같이 느껴졌다. 그는 일어나서 빨리 세수를 하고 옷 을 입고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 "돈 아우구스또, 다 알고 있습니다. " 에우헤니아는 그를 보자 엄숙히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내 집 저당권을 가진 채권자로부터 나의 부채를 사셨다고요?" "그것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런 일을 하셨죠?" "모든 시민이 사고 싶은 의향이 있을 때 사고, 소유자가 팔 의향이 있을 때 파는 시민의 권리로요." "그런 말씀이 아니고요. 왜 당신이 그것을 샀느냐 말이에요?"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사실은 당신이 무관심할 수도 있는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였고, 난 그 자가 못된 장사꾼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 "즉 말하자면 내가 당신에게 전혀 무관 심한 것이 아니니까 나를 당신에 게 종속시키자는 것이죠..." "아, 천만에요. 결코 그런 것이 아니예요, 결코. 에우헤니아, 결코 그게 아닙디다. 난 당신이 내게 종속하는 것을 원하 지 않습니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를 모독하는 것입니다. 그러면...그는 극도로 동요되어 그녀를 홀로 놔 두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에 그는 몇 개의 서류를 가지고 들어왔다. "에우헤니아, 여기 당신의 채무를 보증하는 증서가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떻게요?" "난 모든 것을 포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걸 샀습니다." "난 그걸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말하기를 당신은 나를 종속시키려고 한다고 했죠. 친절로 나를 잡아 두려고 하는 것 이죠. 나를 사려고 하는 것이죠!"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나를 사려고 하죠? 나를 사 려고 하는 것이죠? 나를 사려고 말이에요? 내 사랑만은 안 됩니다. 그건 사고파는 것이 아 니죠. 내 육체는 살 수 있겠지요!"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이건 정말 수치스런 일이에 요. 분명히 수치스럽단 말이에요." "에우헤니아, 제발 에우헤니아." "더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없어요." "좋아, 자, 날 때려 봐. 에우헤니아, 날 때리고 막 욕해 봐. 침을 뱉어 봐. 나를 마음대로 해보란 말이오!" "당신 은 그럴 자격도 없어요." 그리고 에우헤니아는 일어서며 "난 갑니다. 그러나 잘 들어 두세 요. 난 동냥이나 선물은 받지 않아요. 더욱 많이 일을 하고 내 애인, 곧 내 남편될 사람도 일을 하게 하여 그래서 함께 살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집을 소유해도 좋습니다. " "그러나 에우헤니아, 난 당신이 그 애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요." "뭐라고요? 뭐라고요? 어디 좀 봅시다." "난 당신이 나의 친절에 굴복하여 나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런 일 을 한 것이 아닙 니다... 난 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아니, 나의 행복은 당신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되는 데 있습니다..." "아, 알겠어요. 당신을, 당신은 순교자라는 영웅적 희생의 역할을 하려는 거죠? 내 집을 가지세요. 정말 집을 당신께 선사합니다. " "그러나,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그만두세요." 그녀는 그를 불같은 두 눈으로 더 쳐다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아우구스또는 자기가 존재하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잠시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리 고 그가 그를 둘러싼 혼동의 안개에서 깨어나자 모자를 집어들고 거리로 나가 발 가는 대로 방황하기 시작했다. 성 마르띤이란 성 당 옆을 지나칠 때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 모르게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눈에는 대제단 앞에서 타고 있는 조그만 등의 죽어 가 는 불빛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둠과 낡은 냄새로 젖은 전통, 수세기의 역사를 지닌 집, 이런 것들을 그는 호흡하는 느낌이 있고 거의 기다시피 더듬어 의자에 앉았다. 그는 앉 아 있는 것 이상으로 그를 누르는 무엇을 느꼈다. 피로였다. 그가 숨쉬는 모든 어둠, 쇠뭉치 가 그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 극도의 피로를 느꼈다. 멀리멀리에서 들리는 듯한 속삭임 사이로 가끔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기 어머니 생각을 하였다. 그는 눈을 감고 옛집을 생각했다. 커튼에 수놓인 흰색 꽃들 사이로 스며들어오던 햇빛, 그리고 안온하고도 감미로웠 던 그 분위기, 눈물의 샘이었던 어머니의 미소, 검게 입으시고 조용히 왔다갔다하시던 그 어 머니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 보호하에서 살며 어머니의 일부를 형성하던 아들 로서의 모든 생활을 재정리해 보았다. 장중하고 감미롭고 고통이 없던 가련한 어머니의 느 린 죽음, 그리고 마치 철새가 소리 없이 날아가듯 가 버리신 어머니. 그 다음은 오르훼오를 발견하던 일을 기억하고서 그 장면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잠시 후 마치 영화 필름처럼 그의 앞을 지나는 지극히 이상스러운 환영들을 보고 있는 정신상태로 빠지고 말았다. 바로 그의 곁에서 한 남자가 조용조용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일어 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도 그 남자를 따라나갔다. 성당 입구에서 그 사람은 성수에 손가락 을 적시고 그리고 오른손의 심장부를 적시고는 아우구스또에게 성수를 내주고 성호를 그었 다. 그들은 문앞에서 함께 만났다. "돈 아비또!" 아우구스또가 부르짖었다. "바로 아우구스또로군, 바로."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이곳은 인생에 관하여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특히 죽음에 대해서 과학보다는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줘요." "그런데 자제분의 기능 후보건은?" 돈 아비또 까라스깔은 자기 아들의 통탄스런 역사를 이야기했다(본인의 소설 <사랑과 교 육학>에서 이야기한 역사).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아우구스또, 알겠지, 내가 왜 여기에 왔나를...아우구스또는 땅을 쳐다보며 묵묵히 있었다. 그들은 알라메다로 향해서 걷고 있었다. "그래, 아우구스또. 그렇고말고." 돈 아비또가 말을 계속했다. "인생이야말로 유일한 인생 의 스승이야. 더 이상가는 교육학은 없어. 오로지 살면서 사는 것을 배우는 거야. 그리고 모 든 인간은 인생을 자기 홀로 배우기 시작해 야 돼..." "그렇다면 많은 세대가 남겨 놓은 수세기의 유산은?" "유산이 있다면 두 가지밖에 없어. 즉 환영과 환멸,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조금 전에 있던 곳에서만 발견되지. 성당에서 성당으 로 자네를 가 게 한 것은 분명히 큰 환영이 아니면 큰 환멸일 것일세." "두 가지 다요." "그래, 두 가지 다 그렇고말고. 왜냐하면 환영과 희망은 추억과 그리고 환멸을 잉태하고 추억은 또한 환영을, 희망을 잉태하게 되지. 과학은 현실이고 현재야. 친애하는 아우구스또, 그리고 나는 현재로는 결코 살 수가 없어. 나의 희생물인 내 가련한 아뽈로드로가(이 말을 하자 목이 메이면서)죽은 때부터 다시 말하면 자살한 때부터 이미 어떠한 현재도 없어. 내 게 가치 있는 과학이나 현실이 없단 말일세. 난 그 애를 생각하며 혹은 기다리며 살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나는 저 모든 환영과 환멸의 집인 성당에 가게 된 것일세." "그러나 지금은 믿는단 말이지?" "낸들 알 수 있나..." "그럼, 믿지 않는단 말인가?" "믿는지 안 믿는지 모르지만 내가 기도를 하는 것은 알고 있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기도 하는지 몰라. 저녁 해가 질 때 거기에 묵주기도를 하러 모이는 사람들이 몇몇 되지. 난 그들 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르지.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친밀한 교우로 해서 서로 연대감을 느끼고 있네. 지금 이 못된 인류를 천재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런데 자네 부인은, 돈 아비또?" "아, 내 처 까라스깔이 부르짖을 때 한쪽 눈에 솟은 눈물은 내면의 빛을 그에게 비춰 주 는 것 같았어. 나의 처! 난 그녀를 발견했지. 나의 그 무서운 불행이 닥쳐오기 전에는 난 그 녀의 잠재력을 몰랐었어, 나의 아들 아뽈로드로가 자살한 다음 계속되었던 그 가공할 많은 밤을 그녀의 품안에, 어머니의 품안에 파묻고 울고, 울고, 또 울 때 비로소 생의 신비 속으 로 침투 한 거야. 그녀는 부드럽게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지. 불쌍한 내 아들! 불쌍한 내 아들! 이렇게 어머니가 된 적은 없었어 난 그녀를 어머니로 만들면서 그리고 어 떻게? 내게 천재의 근원을 제공하리라고는 결코 믿은 적이 없었어. 난 그녀를 어머니로 만 들면서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필요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단 말이야. 난 내 어머니를 모르 고 자랐어. 아우구스또, 난 어머니를 몰랐지. 난 어머니가 없었어. 내 처가 자기의 아들 을 잃고 나의 어머니로 느껴질 때까지 어머니를 모신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었어. 아우구스또, 너는 어머니를 알았지. 그 훌륭한 도냐 솔레닫 부인 을. 만일 어머니를 몰랐다면 결혼을 하 라고 권하고 싶어." "난 어머니를 알았지 그러나 어머니를 잃었어. 아비또, 그래서 거기 성당에서 어머니를 생 각하고 있었던 거야." "만일 어머니를 다시 갖고 싶으면 결혼해. 아우구스또, 결혼해." "아냐, 그 어머니, 그 어 머니는 다시 얻을 수가 없어." "그건 사실이야. 그러나 결혼해." "그러면 어떻게?" 아우구 스또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돈 아비또의 한 가지 주장을 생각하였다. "어떻게? 연역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제발, 그 말은 그만두게. 내게 비극을 상기시키지 말아 줘! 그런...결국 너의 유머를 따른 다면 직관적인 방법으로 결혼해." "만약 네가 사랑하는 여인이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비록 너는 싫어도 너를 사랑하는 여 인과 결혼해. 자기가 사랑을 정복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자기의 사랑을 정복하도록 결혼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지. 너를 좋아할 여자를 찾아." 아우구스또의 뇌리에는 세탁소 처녀의 모습이 빠른 환영으로 지나갔다. 그는 그 가련한 처녀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우구스또는 돈 아비또와 작별을 하고 나서 카지노로 향하였다. 빅또르와 장기를 두면서 자기의 머리와 가슴속에 가득 찬 안 개를 떨쳐 버리고 싶었다. 14 아우구스또는 친구 빅또르에게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말이 없고 기분이 좋 지 않았으며 장기를 엉망으로 두었다. "빅또르, 무슨 일이 있지?" "그래그래, 내게 중대한 문제가 있어, 숨을 좀 돌리고 싶으니 밖으로 나 가세. 밤도 매우 아름다우니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지." 빅또르는 아우구스또의 가장 친한 친구지만 그보다 대여섯 살 위였고 결혼한 지도 벌써 12년이나 되었다. 그는 아주 일찍 결혼을 했는데 사람들은 말하기를 양심이 명령하는 의무 감 때문이었다. 아직 자식이 없었다. 그들이 거리에 나왔을 때 빅또르는 말을 시작했다. "너도 이미 알고 있지만 난 아주 젊어서 결혼을 해야 했어..." "결혼을 해야 했었다고?" "그래, 제발 처음 듣는 척하지 말란 말이야. 소문이 났으니 다 알고 있을 텐데. 아주 어렸을 때 우리 부모와 엘레나의 부모가 우리를 결혼시킨 거야. 그래서 결혼이란 우리에게 하나의 장난이었지. 우리는 남편과 마누라 놀이를 했어. 그것은 하나의 거짓 경종이었어." "그 거 짓 경종이었다는 것이 뭐야?" "우리를 결혼시킨 이유 말이지. 우리 양가 부모들의 수치감 말이야. 그들은 약간 스캔들 이 되었던 우리들이 실수를 알게 되었어. 그러고는 어떤 결과를 기다려 보지도 않고 또 결 과가 있는데도 기다리지 않고 우리를 결혼시킨 거야." "잘했군."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 그 뒤 어떻게 됐느냐 하면 그 실수의 결과나 결혼 후의 계속적 인 실수도 아무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거야." "실수라고?" "그래, 우리 경우엔 그게 다 실수였단 말이야. 우린 실수를 계속했지. 아까 말했지만 우린 남편과 마누라 놀이를 한 거야..." "에이, 이 사람아!" "너무 못되게 그러지 마. 우린 타락하기엔 어린 편이었으며 아직도 그래. 그런데 우리가 가정을 이룩한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어. 우리는 어린 두 소년 소녀가 함께 모여 결혼생활이 라 부르는 그것을 흉내냈을 뿐이야.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아무 결실이 없는 것 을 깨달은 우리들은 서로 경원하고 곁눈질을 하기 시작했고 말 없는 중에 서로에게 항변을 하기 시작한 거야. 난 아버지가 못 되는 데 불만이 있었지. 난 이미 21세가 된 남자로서 그 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남보다 못하다는 것을 생각 할 때 또 어떤 야만인이라도 결혼 9개 월이면 혹은 그 전에라도 첫 애기를 갖는 그것을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할 때 견디기가 어려 웠어." "그렇지만 무슨 잘못이...?" "그래서 난 말은 안했지만 그 책임을 아내에게 돌렸지. 난 항상 이렇게 말했어. '이 여인 은 수태불능이야.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그녀대로 의심할 여지도 없 이 내게 책임추궁을 하고 있었어. 나중 에는 내가...글쎄 뭐라고 할까..."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일년, 이년이 지나고 또 일년이 지나도 어린애가 없으면 여자는 그 책임이 남편에 게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야. 그 이유는 결혼 전에 무슨 나쁜 병이라도 가졌었다고 믿 는단 말일세. 우린 서로 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지. 정말 악마가 집안에 침투해 들어온 것이었어. 그 다음에는 그 악마가 폭발하여 피차간에 비난하고 반목하기에 이르렀어. 너는 아무 소용도 없어. 그리고 '소용 없는 물건은 바로 너야.' 등등의 말들을." "네가 결혼을 한 후 이삼 년이 지났을 때 몸이 쇠약해지고 수심에 가득 차서 신경쇠약증에 걸려 요양원 에 갔던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아니, 그게 아니고...그보다 더 고약한 일이 있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빅또르는 땅바 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잘 안해도 괜찮아. 너의 비밀을 캐고 싶지는 않아." "아니야, 얘길 하지. 그래서 내 처와의 그런 부부 싸움으로 격분해 있던 나는 문제의 실마리가 강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수에 좌우된다고 상상하기에 이르렀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말만 해, 무 슨 말인지..." "그래서 나는 영양분이 있고 내용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야만인같이 먹는 데 주력했고 모든 종류의 향료에 익숙해 있었지. 특히 가장 강력한 정력강장제를 복용함으 로써 내 처와의 동침횟수를 최대한으로 늘린 거야. 그리고 그 결과는 다 알 만한 일이지." "병이 났구만." "당연한 일이지. 난 너무 정력이 강해져서 주체를 못 했고 그래서 많은 여성 순례를 했지. 그렇지만 난 두 가지 의미에서 그 병치료를 했어. 난 처에게 돌아왔고 그리고 우린 침착을 되찾아 애기를 갖는 생각을 단념할 수가 있었지. 그래서 조금씩조금씩 집에는 평화가 왔고 나아가서는 행복감마저도 깃들였어. 이 새로운 생활의 초기에, 즉 결혼 사오 년에 우린 가끔 고독을 참기에 힘들었으나 얼마 안 가서 서로 위로하고 그런 생활에 익숙하게 되었지. 그래 서 우린 자식이 없는 것을 섭섭히 생각하기보다는 자식 있는 사람들을 동정하기까지 이르렀 어. 우린 서로 잘 이해하고 동화되었어. 넌 이것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해를 잘 못 하겠군." "그럼 설명을 하지. 난 내 처의 습관을 내 습관으로 만들고 엘레나는 내 습관을 자기 것 으로 만든 거야. 수리집에서는 식사를 비롯한 모든 것이 적절히 틀에 짜여져 있었지 12시 정각이면 일 분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식탁에 수프가 놓임으로써 우린 거의 매일 거의 같은 음식을 같은 순서로 같은 양을 먹었지. 난 변화를 증오하고 엘레나도 그랬어. 우리집에서는 시계처럼 살지." "이건, 우리 친구 루이스가 로메나 부부에 관해 말란 것과 비슷하군. 그 부부는 자기들보 고 독신 부부라고 부른다나?" "옳은 말이야. 애들 없는 부부보다 더 집착하는 독신의 독신은 없단 말일세. 한 번은 우리 둘이 아직도 부성애, 모성애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때인데 자식 없는 외로움을 메꾸고자 강 아지 한 마리를 기르게 되었지. 그런데 어느 날 목에 가시가 걸려 우리의 눈앞에서 죽어 갔 단 말이야. 그 생명을 구해 달라고 애원하며 그 축축한 두 눈으로 우리를 쳐다볼 때 우린 말 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을 체험했지. 그 이후로는 개는 물론 일체의 살아 있는 것은 원 하지 않았어. 우린 몇 개의 대형 인형으로 만족해야 했지. 너도 집에서 보았지? 그리고 엘레 나는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벗기고 한다네" "그 인형들은 죽는 일이 없을 테지." "그렇고말고. 우린 아주 만족했었지. 어린애 울음소리로 잠을 깨는 일도 없고 남자앤가 여 자앤가 걱정할 필요도 없었으며 그 애를 혹은 계집애를 장차 무엇을 만들까 하는 걱정도 없 었단 말일세...그리고 더구나 내 처는 임신한다든지 젖을 준다든지 하는 고통이 없이 편리하 게 언제나 내 옆에 있었고 정말 생의 환희 그거였어!" "그건 다를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나?" "다를 바가 없다니? 불법적인 접근? 그건 그래. 애기 없는 부부는 합법 적이고 잘 정리되 고 위생적이며 비교적 정결한 정부 관계가 될 수 있지. 그러나 결국은 말로만 그렇다는 거 지, 독신 부부! 그러나 서로 접근 한 독신들이란 말이야. 그렇게 이 독신 부부는 11년 이상 의 세월을 보낸 거야. 지금은 12년째로군...그런데 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 어?" "이 사람아,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러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단 말이야?" "자네 부인을 임신케 한 게 아니 면..." "그거야, 바로 그거야. 상상해 봐. 그 무슨 불행인가?" "불행? 네가 그렇게 원하던 건 데...?" "그래, 처음 2년 혹은 3년은 그랬지. 그러나 지금은, 지금 와서...귀신 이 다시 집에 들어온 거야. 분쟁이 다시 시작된 거야. 지금 우리는 지난해에 그랬듯이 서로 잘못이라고 책임추궁 을 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벌써 우린 그놈을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아니, 말할 수 없 어..." "싫으면 말 안해도 좋아." "우린 그를 '침입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난 어느 날 아침 그 애가 목에 가시가 걸려 죽고 있는 꿈을 꾸었어." "저런, 야만스럽게." "그래, 옳은 말이야. 그건 야만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규칙이여 안녕, 편안함이여 안녕, 습 관이여 안녕이지, 어제까지도 엘레나는 토하고 있었어. 그건 사람들이 '흥미롭다(임신)'고 부르는 상태에 부가적인 괴로움인 것 같아. 흥미롭다!... 흥미롭다!... 흥미롭다!... 흥미 좋아하 는군! 구토의 흥미, 그런 체신머리 없고 불결한 것은 처음 보았지." "그러나 자네 부인은 어머니가 된다는 생각으로 대단히 기뻐할 게 아니야?" "그 사람이. 이건 하늘과 자연의 못 된 장난이야. 누구의 짓이든 농담이란 말이야. 사내애든 계집애든 간에 우리가 비둘기같이 순진하고 부성애와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었을 때 왔더라면! 우린 그때 기다리고 있었지! 자식을 못 갖는 것이 남보다 못하다고 믿고 있을 때 왔더라면, 만일 그때에 왔더라면! 성 스럽고 훌륭했지. 그러나 지금, 지금? 네게만 말이지, 이건 하나의 조롱이야. 만일 그것만 아 니라면..." "뭐 말이야,뭐. 이 사람아." "오르훼오와 함께 놀도록 너에게 선사할 텐데..." "이것 봐, 진정해.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둬..." "네 말이 옳아. 말도 안 되는 소 리야. 용서해, 그러나 거의 12년이 지난 지금 와서 우린 만족하게 살고 있으며 막 결혼한 자들의 웃음거리가 될 허영심을 다 초월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이것이 오다니. 네게는 그게 좋게 보이느냐 말이다. 정말 우린 침착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달아왔단 말이야..." "왜 그래, 왜?" "네 말이 옳아. 그래 네가 옳아.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그걸 상상 못해? 가련한 엘레나 는 그녀를 압도하는 웃음거리라는 감정을 이겨낼 수가 없는 거야. 자기가 웃음거리가 됐다 고 느끼는 거야."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 역시 그래. 그러나 현실이 그런 걸. 그 사람은 웃음거리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래. 별 괴상한 생각을 다 하고 있어. 난 그 여성침입자 혹은 남성침입자를 생각하면 겁이 난 다니까." "에이, 이 사람아." 아우구스또는 경계를 하며 소리쳤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니까, 아우구스또! 우린 도덕 관념을 상실한 게 아니야. 너도 알다시 피 엘레나는 열심히 종교적이고 비록 마음에는 없어도 하느님의 창안에는 경의를 표하고 어 머니가 되기로 스스로 체념을 하고 있지. 그 사람은 좋은 어머니가 될 거야. 의심할 여지가 없어. 매우 좋은 어머니가. 그러나 그 웃음거리란 생각이 어떻게 강력한지 임신한 것을 감추 기 위해 별짓을 다 해서 꼭 무슨 일을 저지를 사람...난 그걸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갑자기 일주일 전부터는 외출을 안하고 있어. 부끄러워서 못 나가겠다는 거야. 거리에서 모 든 사람들이 다 그녀를 쳐다볼 것으로 믿고 있어. 벌써 지금부터 밖으로 햇빛이나 바람을 쐬러 나갈 때는 아는 사람이 없는 다른 곳으로 가자구 얘길 한단 말이야." 두 친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간결한 침묵의 이야기를 마쳤을 때 빅또르는 말했다. "그래서 아우구스또, 이젠 결혼해, 네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알아. 그 피아니스 트와 결혼해." "누가 알아...!" 아우구스또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누가 알아...! 아마도 결혼하면 다시 어머니를 얻을 수가 있겠지..." "어머니? 그렇지." 빅 또르가 부가했다. 애들만 갖는다면, 애들만 갖는다면. "어머니! 아마도 지금 빅또르 너는 네 부인 속에서 어머니를 찾으려고 하는 거야. 너의 어 머니 말이야." "내가 지금 시작하려는 일은 밤을 잃은 것이지..." "혹은 밤을 얻은 것도 되겠지, 빅또르, 밤을 얻도록 하게." "어쨌든 난 모르겠어. 무슨 일 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단념을 할 수 있을 것 같애. 그런데 엘레나, 가련한 엘레나... 가련 해서 못 보겠어!" "그것 봐. 벌써 엘레나를 동정하잖아." "어쨌든 아우구스또, 결혼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해!" 그리고 그들은 헤어졌다. 아우구스또는 돈 아비또와 빅또르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머리가 가득 차 집에 돌아왔다. 그는 에우헤니아와 해결된 저당권 문제와 세탁집 처녀에 관한 것까지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그가 집에 들어서자 오르훼오가 뛰어나왔다. 그는 오르훼오를 집어들고 목을 잘 만 져 보고 가슴도 눌러 보며, '뼈다귀를 조심해. 오르훼오야. 그걸 정말로 조심해야 돼 알았 어? 뼈가 목에 걸리면 큰일난단 말이야. 내 앞에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죽는 꼴을 보기 싫단 말이야. 알겠어? 오르훼오야, 저 교육학자인 돈 아비또는 자기 조상들의 종교를 전향했 어...그건 유산이지. 그리고 빅또르는 아버지되길 싫어하고 있어. 돈 아비또는 아들 잃은 것 을 슬퍼하고 있고 빅또르 는 아들을 갖게 된 것에 절망을 하고 있지. 그런데 그 눈, 오르훼 오야, 그 눈 "당신은 나를사려고 하죠." "당신은 내 사랑을 사려고 하지만 그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내 육체는 몰라도." "내 집을 차지하시죠!" 이렇게 말할 때 빛나던 그 눈, 내가 자기 육체를 산다구... 자기 몸을...! 내 것도 귀찮은데, 오르훼오야, 내 몸도 귀찮은 판에! 내 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영혼이야, 영혼. 영혼, 에우헤니아 그녀의 눈에서 발하던 것과 같은 불 을 뿜는 영혼이 필요해, 그녀의 몸... 그렇고말고. 그녀의 몸은 훌륭하고 ,찬란하고, 성스럽지. 그런데 그녀의 몸은 영혼이고 순수한 영혼이며 모두가 생명이고 모두가 뜻이고 모두가 사상 이 아닐까. 내겐 육체가 남아. 오르훼오야, 내게는 영혼이 부족하기 때문에 육체가 남는 거 야. 혹은 내게 육체가 남기 때문에 영혼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난 내 육체를 만지고, 쓰다 듬어 보고, 쳐다보고 하지. 오르훼오야, 그러나 어디에 영혼은? 영혼은 있지? 정말 나는 영 혼을 갖고 있을까? 여기서 내 무릎 위에 앉혀 로사리오를, 그 가련한 로사리오를 포옹했을 때 나는 조금은 영혼을 호흡했지! 그녀는 울고 있었고 그리고 나도 울었지. 그 눈물은 내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어. 내 영혼으로부터 나왔어. 영혼은 오로지 눈물 속에서만 발 현하는 샘이지. 진실로 울어 보지 않으면 영혼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 모르지. 자, 그럼 잠 을 자자꾸나, 오르훼오야. 자도록 내버려 두잔 말이야.'. 15 "그런데 얘야, 무슨 일을 저질렀니?" 도냐 에르메린다는 자기 질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고요? 수치심이 있으시다면 고모님도 저와 똑같이 행동하셨으리라 믿어요. 전 그걸 확신해요. 나를 매수하려고 해! 나를 매수하려고 해 !" "이것 봐라, 얘야, 여인을 매수하고 싶어하는 것은 여인을 팔고 싶어하는 것보다 항상 나은 법이야." "나를 매수하려고 해 ! 나를 매수하려고 해." "그게 아니라니까 그래. 에우헤니아, 글쎄 그게 아니래도 그러니. 그는 관용과 영웅심으로 그걸 한 거야..." "나는 영웅 같은 건 싫어요. 아니, 영웅이 되려고 하는 자들지 싫어요. 영웅심이 자연적으 로 나타날 때 그건 좋아요. 그렇지만 계산해서? 나를 매수하려고 해, 나를 나를. 매수하기를 원해! 고모님께 말씀드리지만 그 자는 비싼 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비싼 값을...그 자." "그 자... 뭐라고? 말해 봐!" "그... 입맛 떨어지는 천치. 내겐 그 자가 존재 않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넌 무슨 바보 같은 소릴하고 있니..." "그러면 고모는 그 분이?" "누구 훼르민?" "아녜요. 카나리아 그 자요.뭐 속에 들은 게 있을까?" "최소한 내장은 갖고 있겠지..." "그러나 그가 내장이 있는 사람인 줄 아세요? 참, 그는 텅 비어 있어요. 눈에 환해요. 비 어 있어요?" "얘야, 이리 와서 우리 냉정하게 얘기해 보자. 그런 바보 소린 하지도 말고. 바보짓도 그 만두란 말이다. 그런 건 잊어 버려야 해. 난 네가 그를 받아 들여야 된다고 생각해..." "그 렇지만 전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니까요, 고모님..." "그럼 넌 사랑한다는 게 무언지 아니? 넌 경험이 없어. 32분 음표니 8분 음표니 하는 것은 알겠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고모님은 말하기 위해서 말하시는 것 같아요..." "사랑한다는 것에 관해 네가 아는 것이 무어냐, 말해 봐?" "전 다른 이를 사랑한다니까 요..." "다른 이? 그 마우리시오란 그 게으름뱅이 건달? 넌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니? 그 자를 다 른 이라 부르니? 아우구스또는 너의 구원이야. 오로지 아우구스또만 그렇게 예절바르고 친 절하고 좋은 사람을..." "그렇기 때문에 전 그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전 착한 사람들이 싫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와 같아. 그러나..." "그러나 뭐예요?" "그런 사람과 결혼해야 돼. 그 좋은 점을 위해 태어났고 그리고 그는 훌륭한 남편감이야." "그러나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와 결혼을 하라는 거예요?" "어떻게? 우선 결혼하 는 거다! 난 네 고모부와 결혼 안했더냐?" "그러나 고모님..." "그래, 지금은 그를 사랑하지. 그러나 결혼했을 때는 그를 사랑하는지도 몰랐다. 이것봐, 그 사랑이란 것은 책 속에서나 있는 일이야. 그건 말하고 쓰기 위해 사람들이 발명해 낸 것 에 지나지 않아. 시인들이 만들어 낸 거지. 실질적인 것은 결혼이야. 민법에서도 사랑에 관 해서는 말이 없지만 결혼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어. 사랑이란 그 모든 것은 그건 음악일 뿐이야." "음악요?" "음악. 그래, 음악이란다. 그걸 가르치면서 생활하기에나 겨우 소용되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너 지금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네 연옥으로부터 탈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뭐요? 제가 언제 고모님 내외에게 구걸하던가요? 제가 제 생활을 해 나가잖아요?... 제가 짐스러우세요?" "너무 그리 화내지 마라. 그런 말하면 못 써. 정말 싸우게 된다. 아무도 그런 얘기한 적이 없어. 네게 하는 모든 이야기와 충고는 네 행복을 위해서야." "네, 제 행복을 위해서요... 제 행복... 제 행복을 위해서. 돈 아우구스또씨가 남자다운 일을 했군요. 남아다운 일. 네, 남 아다운 일! 나를 매수하려고! 나를 매수하려고... 나를! 남자들은 정말 난폭하고 더러워요.고 모님! 섬세한 점이 없어요. 모독감을 주지 않고 호의 한 번 베풀 줄 몰라요..." "모두가?" "네, 모두가요! 모두가요! 정말 남자라면 알 만하죠." "아 !" "그래요, 다른 이들은, 즉 난폭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은 자들은 남자 가 아니죠." "그럼 뭐야?" "제가... 뭘... 여성화한 남자죠." "그 이론 대단하구나, 얘야!" "이 집에서는 다 전염이 되죠." "그럼 네 고모부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란 말이냐!" "아녜요. 난 남자들을 관찰하면서 생각해 낸 거예요. 우리 고모부는 남자가 아녜요... 그 자들." "그렇다면 여성화한 사람이란 말이지, 여성화한 사람이라. 참, 더 말해 봐 라!" "아녜요, 아녜요.그게 아니고 제 고모부는... 고모부는 뭐라고 표현할 지 모르겠어요... 저... 칼과 뼈로 된..." "그래, 그렇다면 네 고모부는 무어란 말이냐?" "... 그 밖에는 어떻게 설명하나... 내 고모부일 뿐이란 말이에요. 즉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에요." "넌 그걸 믿겠지. 그러나 네 고모부는 존재한다는 것을 난 다시 말하고 싶다. " "난폭한 사람들, 모두가 난폭해요. 모두가 난폭해요, 저 마르띤 루비오란 작자가 며칠 전에 상처한 가련한 에메떼리오에게 무어라고 말한 줄 아세요?" "그런 얘긴 들은 적도 없다. " "그 유명했던 유행병이 돌 때인데요. 모두가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잖아요! 저도 집에서 나 가지도 못하고 물도 끓여 먹었지요. 사람들은 서로 피하는 판이었어요. 그리고 누가 상복을 입은 것만 보면 흑사병 환자로 취급했지요. 그런데 그 가련한 돈 에메떼리오가 상처를 한 오륙 일 후에 물론 상복을 입고 외출하게 되었는데 바로 근처에서 그 무식한 마르띤을 만났 대요. 그는 상복을 입은 것을 보고는 그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전염이라도 될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 그게 웬일이야? 집에 무슨 불운이라도 있었 나?' '응.' 가련한 돈 에메떼리오는 그에게 대답했어요. '최근에 그만 집사람을 잃었네... 유 감이군! 그런데 어떻게?' '유산으로.' 돈 에메떼리오가 대답했대요. '아, 그것 참 다행 이 군!' 마르띤은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 친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는 거예요. 이런 신사를 누가 보았겠어요. 남자다운 일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고모님, 남자들은 무지해요. 난폭스러을 뿐이에요." "놀고 먹는 자들보다는 그래도 난폭한 게 아직 나은 편이지. 예를 들면 네 정신을 다 빼 앗아 버린 천하의 게으름뱅이 마우리시오가 그런 자지. 정말 어떻게 네가 그리 마음을 빼앗 겼었는지 모를 일이야... 사람들 이 이야기하는데, 아주 믿을 만한 사람들이, 그 못된 건달 녀석이 정말로 써를 좋아하는지 의문이라는 거야..." "좋아하는 건 저예요. 그럼 됐지요." "그럼 그 자... 네 애인이란 자는 정말 남자다운 사람이냐? 남자다웠다면 벌써 오래 전에 탈출구를 찾아 직장을 갖고 있을 게다..." "그가 남자가 아니라면 제가 그를 남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고모께서 하신 말씀은 옳아요. 그런 결함을 갖고 있어요. 그러나 바로 그래서 제가 그를 사랑하는 거예요. 지금 돈 아우 구스또가 남자다운 행동을 한 이상... 나를 매수하려는... ! 전 마우리시오와 결혼하기로 결심 했어요.- "그러면 무엇을 먹고 살 작정이냐, 이 못된 것아?" "제가 버는 것으로! 전 지금 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겠어요. 여태까지 거절한 개인교수 건도 다 받아들이고요. 그럭저럭 전 그 집을 이미 포기했어요. 돈 아우구스또에게 선사했죠. 그건 변덕, 변덕이었을 뿐이죠. 제가 태어난 집이죠. 그런데 지금 그 집과 그 저당이란 악몽에서 해방됐어요. 더 열심히 일 하겠어요. 그리고 마우리시오는 우리 둘을 위해 일하는 나를 보면 직장을 구할 수밖에 없 게 되겠죠. 직장을, 정말 자기도 염치가 있다면..." "염치가 없다면?" "그렇다면 제게 종속되는 거죠!" "그래, 그 피아니스트의 남편!" "그래도, 그는 내 것,내 것이 될 거예요. 내게 종속되면 될수록 그는 더욱 내 것이 되는 거죠." "그래, 네 것... 개가 네 것이 되듯. 바로 그것이 사람을 매수한다고 하는 것이다." "한 남 자가, 자기 자본으로 나를 사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한 여 자인 제가 자기가 일해 서 번 돈으로 한 남자를 사는 것이 뭐가 나쁠 것이 있다는 거예요?" "얘야, 네가 하고 있 는 그 말은 고모부가 말씀하시는 남녀동등권론과 비슷하구나." "전 그런 건 몰라요. 알 필 요도 없고요. 어쨌든 아직까진 나를 매수할 능력이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 요. 나를? 나를? 나를 매수하겠다고?" 대화가 이 지점에 달했을 때 돈 아우구스또가 부인 을 뵈러 왔다고 하인 이 들어와 말했다. "그가? 안 돼. 난 보기도 싫어. 가서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했다고 전해." "좀더 생각을 해 봐라, 얘야. 진정해라. 그러면 못 써 넌 돈 아우구스또의 의도를 몰라본 거야." 아우구스또 가 에르메린다 부인 앞에 다가와서는 사과의 말을 시작하였다. 즉 자기는 지난 일로 해서 심한 충격을 받았으며 에우헤니아는 자기의 진정한 의도를 해석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 는 공식적으로 집의 담보를 취소했기 때문에 이 집은 법적으로 자기 소유로 되어 있으며 여 하한 부채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에우헤니아가 연금받는 것을 거부한다면 자기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연금액은 유실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인의 이름 아래 자동 저축될 것이다. 더구나 그는 에우헤니아에 구애하는 것을 포기하였고 오로지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빌 따름이며 자기 부인의 연금에 매달려 살지 않도록 마우리시오의 직장까지 구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황금의 마음을 가졌군요!" 에르메린다 부인이 부르짖었다. "이젠 에우헤니아에게 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다는 것만을 설복시키는 것이 남아 있 을 뿐입니다. 그리고 집저당을 취소한 것은 제 경솔이었으니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뒤로 물러설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만일 그녀가 원한다면 저는 그들의 결 혼에 대부가 되어 주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길고도 먼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도냐 에 르메린다는 하녀를 불러 지금 아우구스또 선생이 이야기하길 원하니 에우헤니아를 부르라고 했다. "지금 막 외출했는데요." 하녀가 대답했다. 16 "마우리시오, 넌 너무해." 조그만 문간방에서 에우헤니아는 자기 애인에게 질책하고 있었 다. "정말 너무해. 만일 이대로 계속 하면, 더 이상 게으름을 떨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어떤 수를 안 쓰면, 나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무슨 짓이라니, 이야기해 봐. 이 귀여운." 그리고 그는 그녀의 목을 애무하며 머리카락을 한 손가락으로 감으면 말했다. "이것 봐, 만일 네가 동의만 한다면 우린 이대로 결혼하는 거야. 그리고 난 우리 둘을 위 해서 일을 계속하는 거야." "그러면 내가 그렇게 동의를 한다면 사람들이 나보고 뭐라고들 말하겠니?" "네게 대해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야?" "이것 봐, 이것 봐. 그게 바 로 심각한 문제야." "그런데 무슨 짓을 하다니, 뭐야." 그는 애무를 하며 말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하루빨리 끝나야 해" "그렇게 일이 잘 안 돼?" "아주 심각해. 아주 심각하단 말이야, 네가 결심을 않는다면 난 정말..." "정말 뭐야, 얘기 해 봐." "돈 아우구스또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거야." "그와 결혼한다는 말이야?" "아냐, 그건 절대로 안 되지.내 집을 되찾는 거 말이야..." "그래, 그렇게 해, 그렇게 해. 내 사랑아! 그거야 말로 바로 해결방법이야. 다른 수가 없어 " "넌 감히 그런 소리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 가련한 돈 아우구스또는 내가 보기에는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애. 그래서 그 변덕을 부린 것 아니야. 그를 더 이상 괴롭히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너도..." "그렇고말고. 분명하지 않아. 분명해. 내 사랑아!" "결국 너도 남자니까." "그런 정도는 아니고. 그건 네 생각이구. 그런데 이리 좀 와..." "내버려 둬, 마우리시오. 벌써 백 번 이상 네게 말했잖아?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너를 더 이상 애무하지 말라 고?" "난폭하게 하지 말라고! 좀 가만히 있어 봐요. 내 신임을 얻고 싶으면 그 나태를 털어 버 리고 정말 일을 찾아. 그러면 다 되는 거야. 어디 정신이 있나 좀 봐. 응? 지난번 너의 뺨을 때린 적이 있지," "잘했지 뭐. 자, 다시 한 번! 자, 여기 얼굴이 있어." "너무 그러지 마." "자, 빨리 !" "안 돼. 난 네게 그 재미를 줄 수 없어." "다른 재미도?" "난폭한 건 싫다고 했잖아. 다시 말하거니와 속히 서둘러서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난 그 일을 해치울 거야." "그럼, 에우헤니아. 내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네게 진실을 말할까? 모든 진실을?" "말해 봐." "난 너를 퍽 사랑해, 대단히 말이야. 난 너로 인해서 완전히 정신이 나갔단 말이야. 그러 나 그 결혼 이야기만은 좀 곤란해. 난 원래 건달로 태어났어. 그것을 부정하진 않겠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일하는 거야. 그래서 만일 우리가 결혼하면 넌 애기를 가지려고 할 것 아니냔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할 때..." "물론, 그렇고말고, 더 바랄 게 뭐가 있어?" "그렇게 되면 난 일을 해야 되지 않겠어? 그것도 힘들게 말이야. 생활비가 비싸게 드니 말이야. 그리고 네가 일을 한다는 것을 용납한다는 그것은, 그건 안 돼. 안 되지. 결코 안 돼! 마우리시오 블랑꼬끌라라는 여자가 번 돈으로 살 수가 없어. 그렇지만 너와 내가 일을 하지 않고도 모두 해결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 "말해 봐, 어떻게?" "그럼, 약속해. 화를 안 내겠다고!" "말해 봐, 얘기해 봐."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리고 너로부터 들은 것으로 판단하면 그 가련한 돈 아우구스 또는 건달이야. 딱한 악마, 그런..." "계속해 !" "그러나 화내지 않겠지?" "말해 봐, 화를 안 낼 테니까." "네게 말해 온 대로... 그놈은 자기 여자한테 배반당할 그런 자야. 좋은 방법이란 네 집 건 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편을?" "그를 남편으로 맞으란 말이야." "뭐라고?"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그를 받아들여. 그는 가련한 자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다 되는 수가 있지..." "어떻게 다 정리가 된단 말이야?" "그래, 그 자는 지불하고 우리는..." "우리는... 뭐?" "우리는..." "그만 해둬." 그리고 에우헤니아는 눈에 불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조잡할 수가 있어? 이렇게 조잡할 수가 있어?' 집에 도착하자 그녀는 자기방에 파묻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 다. 그래서 그녀는 열이 올라 잠이 들고 말았다. 마우리시오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 곧 정 신을 차리고 담배 한 대 피워 물고는 거리로 나왔다. 그는 자기 옆으로 지나는 그럴 듯한 첫아가씨에게 달콤한 몇 마디 말을 던져줬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한 친구와 돈 환 메노리 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난 그 친구를 이해할 수가 없어." 마우리시오가 말했다. "그건 연극일 뿐이야." "그래서 너도 얘길 했듯이 네가 돈 환으로 유혹자가 되면 되잖아?" "유혹자? 내가 유혹 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로헬리오!" "그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됐어?" "아, 사실을 이야기할까? 로헬리오?" "말해 봐." "그런데 말이야. 대략 성실하게 이루어지는 백 건의 남녀 애정관계에서, 그리고 네가 말한 그 경우는 지극히 성실한 것이고, 그렇잖아? 그래서 백 건의 남녀 애정관계에서 90퍼센트 이상이 여자 편에서 유혹을 하고 남자가 유혹을 당한다는 거야." "그래서 네가 그 피아니 스트인 에루헤니아를 정복한 것을 부정하는 거야?" "그래, 그렇고말고. 내가 정복한 것이 아니고 그녀가 나를 정복한 거야." "이 유혹자야!" "너 좋을 대로 생각해... 그녀야 그녀 난 저항할 수가 없었어." "그런 경우 피차 일반이 지." "그런데 이젠 다 끝날 것 같아. 이젠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겠어. 그녀로부터 자유롭게 말 이야. 그렇고말고. 나를 정복하는 것에 응하지 않겠어. 난 약해. 만일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 면..." "어떻게 끝낼 거야?" "왜냐하면... 난 실수를 했어. 난 계속하기를, 즉 우리 관계를 시작하기를 원했지, 알겠어? 아무런 구속이나 결과 없이 말이야... 내게 사탕발림을 하는 것 같아. 그녀는 날 삼켜 버리려 고 하지." "너를 삼켜 버리다니?" "누가 알아?... 난 너무 약해서! 난 여자가 먹여 살리도록 태어났어. 그러나 품위를 지켜가면서 하란 말이야. 알겠어? 그렇지 않으면 다 끝난 거야. 다 된 거 야." "넌 무엇을 품위라고 부르니? 이야기 좀 해봐." "이 사람아, 그런 것은 묻는 것이 아니야. 이 세상엔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단 말이 야." "그건 사실이야!" 로헬리오는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길 "그런데 피 아니스트가 너를 버리면 넌 어떻게 할래?" "그럼, 그 자리가 비는 거지. 그리고 다른 여인 이 나를 다시 정복하겠지. 난 너무나 많이 정복을 당해서... 그런데 에우헤니아는 양보가 없고 그 정조란 것을 지킨다나? 정조관념이 강해서, 그래서 내가 이 모양으로 넋이 빠져 있지. 그 애가 원하는 대로 나를 딴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지. 그런데 지금 와서 나를 버린 다면 난 정말 서운할 거야. 정말로. 그러나 난 자유롭게 되겠지." "자유?" "그래, 다른 여인을 위해서 자유롭게..." "난 너희들이 다시 화해하리라 믿어..." "그건 모르지... 그러나 의심스럽군. 왜냐하면 그 애는 성질이 대단해. 실은 오늘 그 애에 게 모욕을 주었어." 17 "아우구스또, 너 그 엘로이노 로드리게스 데 알쑤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로씨 생각 나니?" 빅또르가 물었다. "여기저기 싸구려 집만 전전하며 살아가는 그 재무성 직원 말이야?" "그래, 그런데 그 사 람이 결혼을 했대." "용감한 노병약자가 여자를 잘도 챘군." "정말 놀랄 일은 그의 결혼 방식이야. 내 얘기를 차근히 들어보란 말이 야. 너도 알지만 돈 엘로이노 로드리게스 데 알부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로는 그의 대단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재무성에서 나오는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죽지 못해 살고 또 설상가상으로 건강도 완전히 파괴됐다는 거야." "그런 생활을 해왔지 " "이 가련한 늙은이는 불치의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는군. 굉장히 심각한 충격을 받아 거의 죽게 되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결혼까지 했다나... 이 가련한 노인은 이 집 저 집 여인 숙을 찾아다니며 살았는데 가는 곳마다 며칠 안 돼서 나와야 했다네. 4뻬세따의 돈을 가지 고는 산해진미를 청할 수가 없었겠지. 그리고 더구나 그는 굉장히 음식에 까다로웠대 더구 나 아주 정직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이 집 저 집을 떠돌아다니다가 자기보다 연상의 존경할 만한 여관집 주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녀는 거의 60이 되었으며, 이중과부라나. 첫번째 남 편은 목수였는데 건축도중 발판에 서 거리로 뛰어내려 자살했는데 그녀는 그를 로헬리오란 이름으로 가끔 회상을 하지, 둘째 남편은 밀수입 감시대의 상사였는데 죽으면서 다소의 재 산을 남겨 주어 매일 한 뻬세나의 수입금이 들어온대, 그런데 그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들어 보면 이 엘로이노 노인은 노과부의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만 병이 났다는 거야. 너무 중 태여서 치료할 방도가 없었고 다 죽는 줄 알았다는 거야. 그래서 먼저 돈 호세를 부르고 다 음에는 돈 발렌띤을 불렀다나. 환자는 다 죽어 가는데 그의 병은 어떻게 까다로운 간호를 요하는지 청결하지도 못한 속에서 그는 여주인을 홀로 독점하다시피 하여 다른 손님들은 여 관을 바꾼다고 위협을 하며 불평을 했었대. 그런데 돈 엘 로이노 노인은 더 이상의 돈을 지 불할 능력도 없고 이중과부인 주인은 장사를 망치기 때문에 더 이상 집에 둘 수 없다고 했 대, '그러나 제발 부인, 자비심으로 보아 주시오'-이렇게 그는 여주인에게 애원하였대. 내 지금 이런 꼴로 어디로 가며 만일 당신이 나를 이 집에서 내쫓으면 난 병원으로 죽으러 가 야 할 거요... 제발 자비심을 발휘... 내가 죽을 날도 며칠 안 남았는데... 그는 자기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지. 그것도 빠르게. 그러나 그녀는 그녀대로의 형편이 있었겠지. 자기 집이 병원도 아니고 여관업으로 사는 처지에 장사까지 망치고 있으니. 일이 이쯤 되자 엘로이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동료가 그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을 해냈 어. 그는 노인을 찾아가 말하기를 '이 집주인이 당신을 내쫓지 말도록 하는 한 가지 방안 이 있어요.' "게 뭐지?' 그가 질문했어. '첫째-친구가 말했다-당신의 병에 대해서 그 증세를 명확히 알아야 되겠어요.' '난 아! 나는 얼마나 가련해. 얼마나 가난하고, 그리고 내 형제들도 못 보 고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심각하다고 믿으세요?''난 지금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 요... 그렇다면 당신을 거리에 쫓아내 병원으로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그녀와 결혼하는 것입니다.' '그녀와 결혼을 해? 그 여주인과? 그래 누가, 내가? 로드리게스 데 알부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로가? 여보게, 난 지금 농담할 처지 에 있지 않아." 그러나 그 기발한 생각은 노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 같았지. 그는 그 문제를 생각 하고 나서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렷다.' 그 친구는 놀라워하는 동료에게 그가 여주인과 결혼하면 그가 죽은 다음에 여주인은 미망 인 연금으로 매달 65뻬세따를 국가로부터 받게 되는 반면 그가 그대로라면 아무도 그 돈을 쓸 수가 없고 국고로 반환되고 만다는 것을 이해시켰대. "아시겠죠? 무슨 말인지..." "그래, 과부연금을 국가에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한 다른 예를 난 알고 있어. 그것 보고 애국심이라고 하는 거야. 친구 빅또르군." "그러나 만일 돈 엘로이노가 화를 내며 그런 제의를 거절했다면 그 주인마누라가 뭐라고 말했겠나, 상상해 봐." "내가? 내가 이 나이에 게다가 세번째로 그 늙은 병자와 결혼을 해? 더러워라.' 그러나 그녀는 의사에게 알아봤다. "의사는 그가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에게 확신시켰다는 거야." "실은 매달 65 뻬세따를 받게 되니.'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 그렇게 되자 사람 좋은 신부 돈 마띠아스를 불러 절망상태에 있는 노인을 설복시키도록 했대. 그 다음 돈 엘로이노는 꼬레이따를 불렀대, 이들은 싸워서 사이가 나빴는데 그와 화해 를 하자고 부른 것이라나. 그리고 결혼 증인이 돼 달라고. 그런데 '돈 엘로이노, 당신이 결혼을 해?''그래 꼬레이따, 그렇고말고. 여주인과 결혼하지. 도냐 신포와, 나 로드리게스 데 알부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로가 말이야. 상상을 해 봐. 며칠 안 남은 그 동안 나를 돌봐 달라고. 그런데 내 형제들이 내가 눈을 감기 전에 도착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녀는 내가 감기는 65뻬세따의 과부연금을 타려고... 나 중에 꼬레이따가 집에 돌아가 자기 처 에밀리아에게 그 얘기를 다 했을 때 그녀는 '그런데 당신은 정말 바보예요, 뻬뻬. 왜 엔까르나와 결혼하라고 권고하지 않았어요. 엔까르나 시온 은 하녀고 젊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에밀리아가 결혼선물로 함께 데려온 하녀) 65뻬세따 의 연금을 받으면 그 늙은 과부만큼은 돌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말하자 엔까르나가 얘기 한 것이 더 걸작이란 말이야. '그렇고말구요, 마님. 저도 그와 결혼을 했으면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돌봐 드렸을 텐데 요. 65뻬세따를 받고요' " "그런데 빅또르, 이 모든 게 꼭 만들어 낸 얘기 같단 말이야."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이야 기란 말이야. 더 재미있는 부분이 아직도 남아 있지. 돈 발렌띤이 내게 말하는 바에 의하면 그 늙은 환자를 제일 많이 치료한 이가 돈 호세인데 어느 날 환자를 보러 갔더니 돈 마띠 아스 신부가 정장을 하고 있어 임종식을 하는구나 생각했다는 거야. 알고 보니 결혼식 주 례를 하고 있었대. 그래서 조금 후에 다시 들어가자 막 결혼식을 끝낸 노과부는 문밖에까 지 그를 따라나가 전송하면서 '흥! 세번째로군.' 그리고 그녀는 감동하고 불안한 목소리로 묻기를 '돈 발렌띤, 말씀 좀 해주세요. 그가 살까요? 아직도 살까요?' '아닙니다, 부인. 못 삽니다. 시간 문젠 걸요... 곧 죽겠죠. 네, 네, 즉시 곧 죽겠죠. 그런데 정말 죽을까요?'" "정말 말문이 막히는군." "그게 다가 아냐. 돈 발렌띤은 환자에게 우유만 주고 그것도 아주 조금씩 나누어 먹이라 고 일렀다나. 그런데 도냐 신부는 다른 손님에게 말하길 '제기랄, 난 그가 원하는 것을 다 주고 있지요. 얼마 살지도 못할 사람에게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어요..." 그 다음 그는 환 자에게 관장을 해주라고 했단다. 그러나 그녀가 하는 말이 '관장을요? 아이 더러워라. 이 늙 어빠진 병자에게요? 난 그렇게 못 하겠어요. 만일 전 남편 둘 중의 하나라면 몰라도. 난 그 들을 사랑했거든요. 그리고 맘에 들어 결혼까지 하구요. 그러나 이 친구에게 관장을요? 내 가? 안 되구말구..." "참 모두가 가상적이군." "아니지, 역사적이야. 그러고 나서 돈 엘로이노의 형제들인 형과 누이가 도착했다는 거야. 그 형되는 사람은 내 동생이 내 동생이, 로드리게스 데 알부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 로가 이런 뒷골목의 여관집 주인과 결혼을 하다니! 내 동생이 사라고사 재판소 소장의 아들 이, 사-라-고-사 거리의... 도냐 신부와.' 그는 질색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살자의 미망인이며 절망에 빠진 자와 막 결혼을 한 신부는 말하기를 '이젠 사돈이 됐다고 해서 숙 박비도 안 낼 테지요? 난 숙박비로 사는 사람인데.'그래서 그들이 숙박비를 낸 것 같긴 한 데 그것도 죽어 가고 있는 동생이 냈다나. 그리고 그 형제자매라는 이들은 죽어가는 이가 갖고 있던 금테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를 가지고 가 버렸다는 거야." "그래, 죽었나?" "죽긴 죽었지. 그러나 오랜 시간 후에 그는 증세가 아주 좋아지기 시작했대. 여관집 주인 이야기가 '이건 돈 발렌띤 책임이야. 오진을 했어... 아니 다른 신부도 그 병을 알지 못했던 돈 발렌띤 책임이야... 만일 그가 환자를 간호했더라면 이미 죽었으련만. 이젠 나만 고생감이 됐어,' 도냐 신부는 첫남편에게서 얻은 아들들과 둘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이 하나 있 었지. 노환자는 청혼하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그 딸애에게 말하길 '이리와, 이리 와라. 네 게 키스를 하게. 난 이제 네 아비고 너는 내 딸이다.' '딸이라구? 아니지-어머니가 말했다. 수양딸! 의붓딸 의붓딸이야.' '이리 와, 너희들에게 잘...' 그런데 그 다음 어머니가 중얼거린 말이 걸작이란 말이야. '이 염치 없는 새끼가 내 딸을 건드리려고 그랬던 거야... 그걸 보았 으면... 그러고 나서 그들 사이는 금이 갔다. '이건 사기야. 완전한 사기란 말이야. 돈 엘로이 노, 내가 당신하고 결혼한 것은 당신이 죽는다고, 그것도 곧 죽는다고 나를 믿게 했기 때문 이에요. 그렇지 않다면야 무슨 지랄한다구! 날 속였어. 날 속였단 말이야.' '그렇다면 나도 속임을 당했단 말이오? 난 어떻게 했어야 좋았단 말이오? 당신을 즐겁게 하려고 내가 죽 어?''그렇게 됐어야하는 건데.' '이젠 죽을 거야. 이젠 죽을 거요. 전에... 로드리게스 데 알 부께르께 이 알바레스 데 까스뜨로는.' 그리고 그들은 무슨 숙박비 관계로 싸움을 하였고 결국에 가선 그가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거야. '잘 가시오. 돈 엘로이노, 잘 가시오.' '신과 함께 머무르오, 도갸 신부.' 결국 이 부인의 셋째남편은 죽었고 그럼으로 해서 매일 2.15뻬세따를 타게 되었고 장례비 용 5백 뻬세따를 얻게 되었지, 물론 미망인은 그 돈을 장례식에 쓰지 않았고. 그러나 후한도 있고 또 65뻬세따란 미망인 연금을 고맙게 생각하여 두어 번 미사를 치르었다는 거야." " 참 기가 막힌 이야기군. 참으로..." "이건 조작되지도 않고 조작할 수도 없는 사건이야. 난 지금 이 희비극 이 음울한 연극에 관한 더 자세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 처음에 나는 이 것을 가지고 소극을 쓸까 했는데 다 시 생각해 보고는 세르반테스가 몇 개의 이야기들을 자기의 '끼호테'에 삽입한 것처럼 내 처의 임신으로 잔뜩 아픈 머리를 식히고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속에 이 이야기를 삽 입하기로 결정한 것이야." "그럼 네가 소설을 쓴다는 거야?" "그러면 내가 윌 하길 원하나?" "소설의 줄거리가 뭔지 들어봤으면 좋겠군." "내 소설은 줄거리가 없어. 다시 말해서 되는대로 쓰는 거야. 줄거리는 자기 스스로 만들 어지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것 봐. 최근 어느 날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던 중 뭔가 해보고싶은 충동을 느꼈 어. 뭔가 살금살금거리고 환상이 꿈틀거리더란 말이야. 그래서 난 혼잣말로 '소설을 하나 써 야겠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 그대로를 소설로 쓰겠단 말이야.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생활 을 난 앉은 채로 종이 몇 장을 꺼내서 아무런 사전 계획도 없이 다음에 올 것을 알지도 못 하면 서 그저 생각나는 것을 쓰기 시작한 거야. 작품의 인물들은 그들의 행동과 말을 따라갈 것이며 특히 말하는 대로 성격은 조금씩 형 성될 거야. 동시에 그들의 성격은 있는 그대로의 성격이 될 것이고." "그렇지 내 성격같이." "난 모르겠어. 차츰 되겠지. 되는대로 내버려 두는 거야." "심리학도 있나? 서술도?" "대화, 특히 대화가 있지 문제의 핵심은 인물들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는 거야. 비록 아무 런 내용이 없어도 말을 많이 하게 하는 거야," "이건 엘레나가 네게 암시한 거겠지? 그렇지?" "왜 ?" "왜냐하면 한 번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설을 하나 빌려 달라고 하면서 대화가 많고 그 것도 아주 짧은 대화가 많은 것을 빌려 달라고 한 생각이 나서." "그래 소설을 읽을 때 긴 서술이나 설교 혹은 이야기가 나오면 다 뛰어 넘으면서 하는 소리가 '쓸데없어. 쓸데없는 거야. 쓸모 없어. 소설에는 대화만이 가치가 있어'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설교조의 글도 대 화로 변모될 수가 있는 거야..." "그건 왜?" "왜냐하면 사람들은 아무 내용이 없는 말이라도 대화를 위한 대화를 좋아하거든. 반 시간 의 연설은 못 참으면서도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네. 그것이 대화의 매력이지, 말하기 위해서 말하는 것 말이야. 중간중간 짜르고 끊어서 말하는 것 말이야." "나도 실은 그 연설조의 말은 싫증이 나..." "그래, 그런 것이 사람이 말을 하면서 느끼는 환희지. 특히 산 말을 하는 데서... 비록 작 가가 자신을 위하여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같이 보일지라도 자기의 인품, 즉 사탄적인 자 아가 우리를 괴롭히는 일은 없단 말이야. 물론 내 작품 속의 인물들이 하는 모든 말은 나의 이야기지만..." "일정한 선까지는..." "어떻게, 어느 선까지는?" "그래, 넌 그 인물들을 네 손으로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해서 실은 그들이 너를 이 끌고 간다고 믿기에 이른다는 거야. 작가 자인이 자기 창작물의 노리개로 끝나는 경우는 많 거든."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이 소설의 경우에는 무엇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작품 속에 집어넣을 작정이야." "그러면 소설이 아닌 것으로 끝나겠지." "아니지, 그건... 스설이 될 거야." "그게 뭐야? 스설이 뭐야?" "한 번은 시인이며 안또니오의 동생인 마누엘 마차도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형인 안또니 오 마차도가 돈 에두아르도 버놋에게 데려가 14음절인가 혹은 다른 이단적 시 형식으로 된 소네또를 읽게 했다는 거야. 시를 듣고 난 에두아르도는 말하길 '이건 소네또가 아닌데... 아 닙니다. 선생님 -마차도가 그에게 대답했네 -소네또가 아니고 소니떼 입니다' 라고. 내 소설도 바로 그런 거야. 즉 소설이 아니고 뭐랬지? 소슬, 수설, 아니 아니 스설. 그럼으 로써 아무도 소설이란 장르의 법칙을 저촉한다고 말할 권리가 없어지는 거야... 나에게 있어 서 장르를 발명한다는 것은 다른 아무것도 아닌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며 내 마음 가는 대로 그 법칙을 부여하는 거야. 그리고 대화가 많은 거야." "그러면 한 인물이 홀로 남게 되면?" "그러면... 독백이 되지. 그러고는 대화 비슷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인공과 말을 할 수 있는 개 한 마리를 만드는 거야." "그런데 빅또르, 넌 뭘 억지로 꾸며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구나...?" "그럴 수도 있지." 빅또르와 아우구스또가 헤어질 때 아우구스또는 말했다. '이 내 생애는 하나의 소설인가 혹은 tm설인가 혹은 무엇인가?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것은 현실인가 혹은 허구인가? 이 모든 것은 혹시 신의 꿈으로서 혹은 누구의 것이든, 그가 깨는 순간 사라지 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 인간은 신을 잠들게 하고 그리고 꿈을 꾸도 록 찬미가로 기도를 하고 노래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노든 종교의 모든 예배와 기도는 신의 꿈을 돋구고 계속 꿈을 꾸며 깨지 못하도록 하는 하나의 방도가 아닐까? 아! 나의 에 우헤니아! 나의 에우헤니아! 그리고 나의 로사리오.' "어, 오르훼오군" 오르훼오는 그를 맞으러 깡충깡충 뛰어나오며 앞다리를 들어올렸다. 그가 잡자 강아지는 그의 손을 핥았다. "도련님." 리두비나가 말했다. "저기 로사리오가 옷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왜 네가 계산하지 않았어?" 잘 모르겠어요... 도련님이 곧 오실 테니 기다리라고 했지요..." "그러나 지난번같이 네가 계산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래요. 하지만... 결국 다 아시겠죠..." "리두비나! 리두비나!" "도련님,직접 계산해 주세요." "그럼 가 보지." 18 "로사리오, 잘 있었어!" 그녀를 보자 아우구스또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돈 아우구스또." 처녀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분명하였으며 그녀의 시선 또한 목소리 못지않게 침착하고 명확한 것이었다. "내가 집에 없을 때 오면 항상 리두비나와 계산을 했는데 오늘은 웬일이야?" "모르겠어 요. 저보고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전 선생님께서 무슨 하실 말씀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 죠..." "그런데 이런 걸 보고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참... 아우구스또는 이렇게 생각하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불안한 침묵이 담겨져 있는 거북살스런 한순간이었다. "지난번에 있었던 일은 잊어 줘, 로사리오. 그걸 다시 생각지도 말고, 알겠어?" "알겠어 요. 좋을 대로 하세요..." "그래, 그건 미친 짓이었지... 미친 짓...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몰랐으니까." 그리 고 그는 처녀에게 접근해 갔다. 그녀는 조용히 단정한 사람같이 기다렸다. 아우구스또는 안락의자에 앉으며 그녀를 불렀 다. "이리 와!" 그는 지난번같이 자기 무릎 위에 와서 앉으라 말하면서 그녀의 눈을 은근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 시선에 저항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미루나무 잎같이 온 몸을 떨고 있었다. "떨고 있어?" "제가요? 아녜요. 선생님은..." "떨지 마. 안정해." "저를 다시 울리지 마세요." "그럼 넌 다시 울고 싶은 게 아냐? 말해 봐, 애인이 있어?" "별말씀을 다..." "말해 봐, 애인이 있어?" "애인... 그런 애인... 없어요." "그럼 네 나이의 총각들이 네게 아직도 접근을 안했단 말이야?" "다 아시잖아요, 돈 아구 스또." "그에게 뭐라고 했지?" "말하기 거북한 일이 있잖아요..." "그건 사실이야. 그러면 너희들은 서로 사랑하니?" "그런데 제발 돈 아우구스또..." "이것 봐. 울고 싶으면 울어." 처녀는 머리를 아우구스또의 가슴에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아가씨가 의식을 잃겠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애무하며 생각했다. "진정해 ! 진정해." "그 여자는... ?" 로사리오는 고개도 들지 않고 울음을 삼키면서 울고 있었다. "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 여자는 완전히 나를 거절하고 말았어. 모든 것을 말이야. 결코 그녀를 얻은 적도 없지만 이젠 그녀를 완전히 잃었어, 완전히." 소녀는 얼굴을 들어 그 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아보려는 듯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실은 저를 속이려고 하시죠...?" 그녀는 한숨을 지었다. "어떻게 내가 너를 속인다고... 이젠 두 여자가 다 마찬가지야, 응? 그래서 넌 애인이 있다 고 하지 않았어?" "전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진정해. 진정해 봐." 그는 그녀를 자기가 앉은 안락의자 곁으로 오게 한 뒤 일어서서 걷 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에는 가련한 소녀든 얼굴이 창백해져 벌벌 떨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자기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것이 마치 검사 앞에 절망하여 있는 죄수와 같아서 곧 실신이라도 할 것같이 보였다. "그건 사실이야." 그는 부르짖었다. 우린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보호를 더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 러고는 그녀를 자기 무릎에 앉히면서 포옹을 하며 힘껏 껴안았다. 가련한 소녀는 마치 그에게 의지라도 하듯 그의 어깨 위에 한쪽 팔을 얹었다. 그리고 다 시 얼굴을 아우구스또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녀는 아우구스또의 심장이 망 치로 치는 듯 뛰는 것을 듣고는 그만 겁이 났다. "편찮으세요? 돈 아우구스또?" "성한 사람도 있나?" "뭘 좀 가져오도록 누굴 부를까요?" "아냐, 아냐, 내버려 둬. 난 내 병이 뭔지 알고 있어. 내게 필요한 것은 여행을 하는 거 야." 그리고 침묵을 지키더니-"나와 함께 여행하겠어?" "돈 아우구스또!" "돈 자는 빼고 말해. 나와 같이 가겠어?" "좋을 대로 하세요." 안개가 아우구스또의 정신을 침입했다. 피가 머리 속을 때리기 시작했고 가슴에 심한 답답증을 느꼈다. 그는 이 모든 증세로부터 피하고자 로사리오의 감은 눈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내놓으며 말했다. '내버려 둬.나를 혼자 내버려 두란 말이야. 겁이 나는구나..." "무엇이 겁이 난다는 거예 요?" 소녀의 갑작스런 침착은 그를 더욱 놀라게 했다. "난 겁이 나.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어, 너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누구든지 간에. 리두비 나 때문에! 이것 봐 가 봐, 가 봐. 그러나 다시 오겠어?" "도련님이 원하실 때 오겠어요." "나하구 함께 여행하지. 그러지?"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가 봐, 이젠 가 봐." "그리고 그 여자..." 아우구스또는 이미 가려고 서 있는 소녀에게 달려들어 잡아채 가지고는 가슴에 힘껏 안았 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합치면서 키스는 않고 그 상태로 있었다. 그의 머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놓아 주면서, "자, 가 봐." 로사리오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아우구스또는 산중에서 수십 리를 뛰어온 사람처럼 피로하여 자기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전깃불을 끄고는 홀로 독백을 하는 것 이떴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왔고 또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해왔다. 항상 그렇 단 말이야! 모든 것은 환상이고 환상밖엔 아무것도 없어 사람은 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면, 즉 생각하는 것을 알면서 생각할 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연적인 생명보다 더한 진리는 없는 것이다. 언어라는 이 사회적 산물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만들 어진 것이다. 우리 철학가도 말하길 진리란 언어와 같이 사회적 산물이며 모든 사람이 믿는 것으로 그걸 믿으면서 이해를 한다. 사회적 산물이란 거짓이다.' 그는 자기 손을 핥는 것을 느끼자, '아! 오르훼오, 벌써 여기 왔구나! 너는 말을 안하니 거짓말을 안하지. 그래서 난 네 가 실추도 않고 거짓말도 안한다고 생각해. 비록 넌 짐승이지 만 무언가 사람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린 거짓말만 하고 자신을 중요시하길 좋아한다. 언어란 우리의 모든 감동과 인상을 과 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것들을 믿기 위해서 언어와 그리고 키스나 포옹과 같은 모든 유의 인습적인 표현은... 우린 각자가 자기의 역할만을 할 뿐이다. 모두가 위선자고 모두가 가면이며 모두가 희극배 우야! 실은 아무도 그가 말하고 표현하는 대로 괴로워하거나 즐기지 않는 것이다. 다만 자 기가 즐기고 그리고 괴로워한다고 믿을 뿐이 아닐까? 그렇지도 않으면 실수가 없을 테니까. 근본적으로 우리는 지극히 안정되었으니까. 지금 여기 나와 같이 골로 희극을 상연하면서 배우도 되며 동시에 관람객이 되는 것이다. 단 육체적 고통을 없앨 뿐이다. 유일한 진리는 자연적인 인간으로 말도 없고 거짓도 없는 그것이 다... 문을 두드리는 소 리가 들렸다. "뭐야!" "오늘 저녁엔 식사를 안 드시는 건가요?" 리두비나가 물었다. "그렇군, 갈게. 기다려." "그 다음 다른 날자 같이 나는 잘 것이오, 그녀도 잘 것이다. 로사리오가 잠을 잘 수 있 을까? 그녀의 평온한 마음을 혼란케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 그건 순진인가, 혹은 악의인가? 그러나 순진한 것보다 더 악의적인 것은 없지. 아니 악의보다 더 순진한 것 이렷다. 그래 그렇고말고. 사실 근본으로 파고들면 더 이상... 더이상... 그걸 뭐라고 말할 까...? 순진보따 더 이상 파렴치한 것은 없지, 그래, 그 안정됐던 그녀의 태도, 나를 겁나게 했던 그것, 뭣에 대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건 순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 그 여자"라고 말할 때 그건 질투였지, 응? 질투? 사랑이란 질투가 난 다음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사랑을 폭로하는 것도 질투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혹은 한 여자가 한 남 자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들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사랑을 하게 되 는 계기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쳐다보는 것을 남자가 목격할 때, 혹은 남자가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것을 여자가 목격할 때 비롯되는 것이다. 만일 이 세상에 사회라는 것이 없이 한 남자와 한 여자밖에 없다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랑에는 항상 제삼 자인 중매쟁이 셀레스띠나가 필요하며 이 셀레스띠나는 바로 사회인 것이다. 저 위대한 갈 레오또! 그 얼마나 좋은가! 그래, 저 위대한 갈레오또! 비록 언어를 통해서만이라도 그래서 사랑이라고 하는 모든 것은 또 하나의 거짓이야. 그럼 생리적인 것은? 아! 그 생리적인 것 이란 사랑도 아니고 가치 있는 물건도 아니다. 그래서 그건 사실이야! 그런데 이것 봐, 오 르훼오, 저녁을 먹어야 될 것 아냐? 음, 이것만큼은 현실이군!' 19 이런 일이 있은 며칠 후 어떤 부인이 그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가 나가 보니 문밖에 와 있는 부인은 도냐 에르메린다가 아닌가... "부인께서 여길 다!" 하고 아우구스또가 말하자 "왜 그 동안 우리집에 안 오셨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부인께서는 이해하시겠지만." 아우구스또가 답했다. "제가 최근 두 번에 걸쳐 부인댁엘 갔었죠. 한 번은 에우헤니아와 단둘이서, 그리고 또 한 번은 그녀와 나와 만나기를 원치 않 았던 이런 일이 있은 후로 저는 다시 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과 한 말에 는 책임을 지지만 그곳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저, 에우헤니아가 보내서 왔어요... "에우헤니아가요?" "네, 그 애가. 난 그 애가 제 애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이라면 진절 머리를 내며 굉장히 화를 내고 있어요. 지난 어느 날에는 집에 돌아오더니 방문을 잠그어 버리고 저녁도 먹지 않았지요. 눈이 퉁퉁 부어 있었어요. 울어서 말이에요. 그런데 그 눈물 은 아시겠어요? 증오의 눈물이었단 말이에요... "아! 그래요. 눈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던가요?" "그렇고말고요. 눈물에는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가볍게 해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더 불을 불이고 질식시키는 눈물도 있지요. 그 애는 울고 불고 저녁도 안 먹었어요. 남자들이란 모두 다 난폭스런 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어요. 최근 며칠간은 잔뜩 찌푸리고서 아주 마귀 가 들린 듯 기분이 나빴지요. 그러더니 어제는 나를 불러 말하길 선생께 한 모든 일에 후회 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 자기가 선생에게 지나쳤고 옳지 못했으며 선생이 가진 의도의 고결함과 정직함을 이젠 그 애도 인정하고 있지요. 그리고 선생이 그 애를 매수하려고 했다 는 그 말에 용서를 빌 필요가 없을 뿐더러 이젠 그런 것은 믿지도 않는대요. 이 점에 대해 서 특히 강조하더군요. 특히 그 애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실은 너무 흥분했었고 절망했기에 그런 것이지 이젠 그런 말은 믿지도 말라고요..." "그걸 믿지 않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그러고 나선...그러고 나선 나보고 부탁하길 선생의 동정을 살펴 오라고요..." "최고의 외교는 외교를 않는 것입니다. 부인, 특히 저하고는 말입니다. " "그러고 나선 내게 또 간 청하기를 자기가 아무런 구속감 없이 집에 관련된 선생의 호의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선생 의 비위를 거슬리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구속감 없이란 어떻게 하는 건가 요?" "저, 그래요. 호의를 단순히 호의로서 순수히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바로 순 순히 선사하는 겁니다. 그럼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왜냐하면 그 애 말은 저... 선의의 의도를 보여 주기 위하여 또 선생께 한 말에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하여 선생의 관대한 기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이것은 다른 뜻이 없이..." "좋습니다, 부인. 알겠습니다. 지금 와서 무의식적으로 다시 저를 모욕들하고 계십니다..."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최악의 모욕은 아무 생각없이 저지를 때라고들 말하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요..." "그렇지만 이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한 번은 어느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나를 잘 아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지요. 그는 내게 인사조차 않더군요. 모임이 끝나자 나는 한 친구에 게 그 이야길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이야기가-'이상스럽게 생각 말게.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니까. 실은 자네가 온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대답했지요. '그 래, 바로 그것이 최대의 무례란 말이야. 내게 인사를 안했다는 그것이 아니고 내가 왔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바로 그것이야.' '그의 그런 행동은 본의가 아니었고 그는 원래 정신을 잘 파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대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하길 '최악의 무례는 본의가 아니라고 불리는 것이고, 또 무례 중의 무례는 사람 앞에서 정신을 팔고 몰라보는 것입니다. ' 부인, 이것은 사람들이 바보같이 무의식적 망각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마치 무엇을 고의적으로 잊어 버릴 수 있다 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비고의적 망각은 보통 무례가 되는 법입니다. " "왜 그런 말씀 을 하세요?" "감사하는 마음을 강요하며 그녀를 매수하려고 선물한 것이 모욕적이었다는 그녀의 생각 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내게 용서를 빌고 나서 무엇 때문에 지금 와서 아무 구속 없이란 말 을 전제로 하며 선물을 받아들이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무슨 구속입니까? 말씀 해 보시죠.무슨 구속이란 말이에요?" "돈 아우구스또, 너무 흥분 마세요..." "흥분해서는 안 되겠지요. 부인, 흥분해서는 안 되겠지요! 정말 그 처녀가 나를 조롱할 셈 입니까? 나와 장난을 하자는 겁니까?" 이런 말을 하며 그는 로사리오를 생각했다. "제발, 돈 아우구스또, 제발..." "저당을 풀고 내가 그것을 말소해 버렸다는 것은 이미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녀가 자기집에 상관을 안한다면 나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는 겁니다. 그걸 내게 감 사하거나 말거나 이제 내겐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 "그러나 돈 아우구스또, 그러지 좀 마세요. 그 애가 원하는 것은 당신과 화해를 하고 다시 친구가 되자는 거예요..." "그렇 지. 지금 또 다른 자와 전쟁을 하고 있으니, 그게 아니요? 전에는 내가 다른 자였지요. 허 나 지금은 내가 한 사람 바로 그이고 그렇지 않아요? 지금은 나를 낚시질하자는 거지요. 음..." "그러나 난 그런 말은 안했어요." "아니지요. 그러나 저는 그걸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반은 오해하시는군요. 왜냐구요? 내 조카딸애가 지금 내가 반복한 대로 다 말 을 하고 났을 때 내가 암시를 했지요. 이젠 그 건달 애인과도 싸웠으니 선생에게 접근을 하 라고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저를 재정복하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렇게 내가 충고를 하였더니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며,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며 선생을 순수한 친구로서 존경하고 찬양은 하나 남편으로서는 싫다는 거예요.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를 사랑하게는 안 될 거라는 거죠? 그렇죠?" "그런 말까진 안했어요..." "허긴 이것도 역시 외교니까요." " 어떻게요?" "저보고 그녀를 용서하고 나아가서는 그녀를 부인으로 맞아들이라고 이렇게 오신 거죠? 그렇죠? 다 얘기된 거죠, 네? 그리고 그녀는 체념을 하고..." "돈 아우구스또, 영광 속에 계 신 내 성보의 성스런 기억을 들어 맹세합니다. 맹세해요..." "둘째는 맹세를 않는 것입니 다..." "선생은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당신은 지금 악의 없이 내가 에르메린다 루이스, 이 루이 스란 것을 잊어 버리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그렇다니까요, 그래요?" 그녀는 이 말을 어떻게 강조해서 발음하는지 거기엔 의심의 여 지가 없었다. "그렇다면...그렇다면 당신의 질녀에게 전해 주시오. 그녀의 설명을 받아들이며 설명을 해 준 데 대해 심심한 감사를 한다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충실하고 고상한 친구가 되 겠다고요. 그러나 단지 친구로서, 네? 오로지 친구로서, 순수한 친구로서... 그리고 난 맘대로 칠 수 있는 피아노도 아니고, 오늘 버렸다 다음날 다시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대리품도 아니며 부애인도 아니고 먹다 남은 반찬도 아니란 것도 질녀에게 말하십시오..." "너무 그리 흥분하지 마세요." "아닙니다. 전 흥분하는 게 아닙니다. 전 계속해서 그녀의 친구입니다. " "곧 우리집에 들 러 주시겠죠?" "그건..." "그렇지 않으면 그 애는 내 이야길 믿으려 하지 않을 거고 퍽 섭섭..." "실은 길고도 먼 여행을 할 생각입니다. " "그럼 떠나기 전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들은 헤어졌다. 도냐 에르메린다가 집에 돌아와 조카딸에게 아우구스또와의 대화를 하 자 에우헤니아는 생각하길 '여기엔 분명히 다른 여자가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어. 이젠 그 를 재정복하는 거야.' 한편 아우구스또는 혼자 남게 되자 집안을 이리저리 거닐며 중얼거리기를 '네가 피아노나 되는 듯 나와 장난을 하려는 거야. 왔다 집었다 다시 놓고... 난 예비품이었어... 뭐라고 말하 든지 내가 다시 그녀에게 구애를 하도록 꾸미고 있는 거야. 나를 감쪽같이 속여서 말이야. 내가 마치 인형이나 실체, 혹은 복수용 인간이나 되는 것같이 말이야. 아마도 이건 먼저 애인에게 질투를 느끼게 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난 내 인격을 갖고 있어. 내 성품을 갖고 있 단 말이냐. 나는 나다. 그래, 난 나야! 나는 나다! 이건 에우헤니아의 덕이야. 어떻게 그걸 부정한단 말인가? 그녀는 내 사랑의 기능을 일깨워 줬지. 그러나 한 번 깨워 주고 충동을 주었으니 나는 이미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남아 돌아가는 게 여자들인데.' 생각이 여 기에 미치자 그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인즉 최근에 결혼했던 헤르바시오가 자기 신부와 함께 빠리로 얼마 동안을 여행하고 오겠다고 알리자 빅또르가 한 말이 생각났 기 때문이다. '빠리에 마누라를 데리고 가? 그건 스코틀랜드에 대구포를 싸 가지고 가는 격 이지.'아우구스또는 이 말이 아주 애교 있게 들렸다. 그리고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남아 돌아가는 것이 여잔데. 그리고 로사리오의 악의 있는 순진성, 순진한 악의는 정말 매력이 있어. 이건 영원한 이브의 재판이 아닌가! 참으로 귀여 운 애야! 그 여자 에우헤니아는 나를 추상으로부터 구체적인 곳으로 내려오게 했고 나아가 서는 일반적인 데로 인도했다 그리고 구미에 당기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가 말이야...에우헤씨아도 많고 로사리오도 많게 되었으니...아니지. 안되고말고. 나와는 장난 을 못 하지.더구나 여자가. 나는 나다! 내 영혼은 작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것이다. ' 이렇 게 자기의 '나'를 찬양함에 그는 그 '나'가 점점 부풀어올라 커지며 집은 좁아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 서 자신에게 더 큰 공간과 해방감을 주고자 길거리로 나왔다. 그가 거 리에 발을 내딛자 머리 위에는 하늘이 보였고 사람들은 자기 볼일로 혹은 자기 취미대로 왕 래를 하는데 아무도 그를 쳐다보는 이가 없었다. 물론 고의는 아니지만, 또한 그를 모르니까 그렇겠지만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의 '나는 나다!'의 그 '나'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여 몸속으로 말려들어와서는 여기서도 남이 볼까 몸을 움츠리려고 구 석을 찾고 있음을 느꼈다. 거리는 하나의 영화였고 그는 영화 속의 부속물, 아니면 하나의 그림자, 혹은 유령으로 느 껴졌다. 그런데 그를 알지 못하고 알아보지도 못하며 오고가는 인간의 행렬 속에 파묻히는 인간 목욕은 하늘이 탁 트이고 바람결 에 장미 향기가 커지는 개방된 대자연 속에서의 자연 욕과 동일한 효과를 그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그는 혼자 있을 때에만 자기 자신을 느 꼈다. 그는 혼자 있을 때만 자신에게 말할 수 있었고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나는 나 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일에 바쁘거나 혹은 눈을 팔고 있는 군중 속에 끼이게 되면 그는 자기 자신을 느끼게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가 살고 있는 인적이 드문 구역의 고독한 광장에 있는 은밀한 소정원을 찾 은 것이다. 그 광장은 몇 명의 어린애만이 놀고 있는 고요한 호수와 같았다 그곳에는 전차 도 지나지 않고 자동차도 거의 없으며 가을날의 은은한 오후가 되면 겨우 몇 명의 노인들이 햇빛을 찾아오곤 하였다. 그곳에 한사로이 서 있는 열두어 개의 인도산 밤나무 잎은 북풍을 받으면서 보도에 굴러 떨어지거나 혹은 생생한 나뭇잎의 푸른 색으로 칠해진 벤치를 덮는 것이었다. 사람의 손이 거쳐진, 아주 모습이 단정한 도시의 저 나무들은 비가 오지 않을 때면 지정 된 시간에 물을 공급받고 광장의 보도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오시의 지붕 위로 뜨고 지는 태양을 기다려 보는 저 감금된 나무들, 혹은 먼 숲을 동경할 지도 모르는 갇혀 있는 저 나무들은 신비스런 마력으로 그를 잡아끄는 것이었다. 그들 나무 꼭대기에서는 어린이로부터 피하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빵조각을 던져 주는 노인들에게 접 근하는 저 도시의 새 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저 도시의 광장 푸른 벤치에 홀로 외롭게 앉아서 지붕 위로 나타나는 황혼의 화염을 얼마나 많이 보았고 때로는 찬란히 작열하는 뭉게구름 이 황금불을 타고 어느 집 굴뚝 위로 나타나는 검은 고양이의 윤곽을 그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리고 가을이 되면 광장 중간에 있는 화단과 화분으로 가득찬 조그만 정원제 건조하고 구릿빛 손과 같은 넓은 노랑색 단풍 잎이 비오듯 떨어지는 것을 그는 또한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리고 어린이들은 불타는 듯한 황혼도 몰라보고 마른 잎 사이에서 황혼을 즐기거나 혹은 잎을 줍는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날 그가 고요한 광장에 이르러 벤치의 마른 잎을 치우고 앉았을 때-때는 가을이었다- 그 근처에는 평소에도 그랬듯이 몇 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 중 한 어린이가 다른 한 아이를 인도산 밤나무가에 세워 놓고는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거기에 잡혀 있는 거다. 수명의 도둑이 너를 감금하고 있는 거야." "그럼 나는..." 어린이가 기분이 상하여 말했다. 그러자 첫번 어린지가 대답하기를 "아냐, 너는 네가 아니 란 말이야." 아우구스또는 더 이상 듣기 싫어서 다른 벤치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우리 성 인들도 그렇게 장난을 한단다. 너는 네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러면 저 가련한 나무 들은 그들일까? 그 나무들은 산중에 있는 그들 형제보다 훨씬 먼저 잎을 잃고 골격만 남는다. 이슬 골격 들은 전깃불 반사경이 발하는, 불빛이 비춰지는 보도 위에 그들의 앙상한 그림자를 영사한 다. 전깃불에 비춰진 나무! 봄에 아크릴 등 이 그 금속성 외관을 보여 줄 때 그 모습이 얼 마나 기이하고 환상적인가! 이 아크릴 등에는 미풍도 허사로다. 칠흑같이 어두운 산야의 밤, 달이 없는 어두운 밤을 즐기지 못하는 이 가련한 나무들! 이들 나무를 이곳에 심을 때 인간 은 나무에게 이렇게 말한 것 같다. "너는 네가 아니다. " 이 사실을 잊어 버리지 못하게 그 리고 잠을 못 자게 이렇게 전깃불 조명을 해준 것이다." 매일 밤을 새워야 하는 이 가련한 나무들! 안 되지, 안 돼. 너희들과는 몰라도 나와는 장난을 못 하지.' 그는 일어나서 몽유 병 환자와도 같이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20 여행을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처음으로 로사리오에게 말을 했었지. 그 때 무어라 할 말이 없어 그저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지. 아니 로사리오가 나와 함께 떠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 기 위한 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에는 도냐 에르메린다에게 말했는데 무엇을 시 험하려고? 여행을 떠난다고 말을 해서 그녀에게 무엇을 시험해 보고자 했던가. 여하튼! 그렇지만 그는 두 번이나 멀고도 긴 여행을 떠나리라고 했고 이로써 그도 개성이 있는 사람이며 '나는 나다'라는 암시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말을 꼭 실천해야 될 의무 라도 있다는 말인가?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먼저 말을 하고 다음에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실 천한다. 일단 생각 한 문제는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생각한 것을 정하지도 않거니와 한 번 말하고 뒤로 물러서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는 길고 먼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하였다. 길고 먼 여행!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어디로? 어떤 처녀가 그를 만나러 왔다고 알렸다. "어떤 처녀가?" "네." 리두비나가 말했다. "제 생각엔... 피아피스트, 에우헤니아 같아요." 그 여자, 그는 넋 을 잃고 있었다. 그 다음 순간에는 자기가 집에 없다고 말하여 그녀를 그대로 돌려보낸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쳐 갔다. '나를 정복하러 오는 거야. 내가 마치 인형인듯.' 그는 홀로 중얼거렸다. '그녀와 함께 놀아 주고 다른 친구를 대신 하도록 장난을 하러 오는 거야...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한 번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안 돼. 이런 때 내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돼!' "곧 간다고 말해." 그는 그녀의 대담성에 그만 압도되었다. '이 여자는 완전하고, 개성이 뚜렷한 여인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 그 돌격! 그 결단! 그 눈! 그러나 안 돼,안 돼 내 의지를 꺾지 못할 거야. 나를 정복하 는 것은 어려울걸!' 아우구스또가 응접실에 들어갔을 때 에우헤니아는 서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앉으라 했으 나 못 들은 듯 부르짖었다. "돈 아우구스또, 당신도 나와 똑같이 속임을 당했어요." 이 말에 아우구스또는 마치 무장 해제를 당한 군인 같은 기분으로 어떻게 할 바를 잊고 있었다. 둘은 앉았다. 그리고 잠시 침 묵이 흘렀다. "그래요,돈 아우무스또, 당신은 나에 관해서 오해하고 있어요. 난 당신을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 이것뿐이에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둘이서 직접 말을 했지 않습니까? 에우헤니아." "제가 한 말에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다 과거지사니까요. 과거지사예요." "그렇고말고. 항상 과거지사지. 과거...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지." "저를 이해하시죠. 제가 선생의 관대한 선물을 받아들인 데에는 그 본래의 뜻 이외에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지 말아 주세요." "내 선물에 액면 이 상의 다른 뜻을 부여하지 않기를 그 얼마나 나는 원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렇지요. 성실은 성실로서 지금 모든 것을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에 말씀드리지만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과 선생의 너그러운 선물을 나의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 이외의 다른 방법 으로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 하겠어요.선생도 선생의 입장으로는..." "사실 나도 지난 모든 일, 우리의 마지막 대화에서 당신이 내게 한 말,그리고 당신 고모님께서 내게 하 신 말씀, 또 내가 추측하고 있는 모든 것을 참작할 때, 비록 그걸 원할지라도 나의 관용에 가격을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러면 우린 동감이군요." "완전히 동 감입니다, 아가씨." "그렇게 해서 우린 다시 좋은 친구, 진정한 친구가 되는 거죠?" "그렇게 될 수가 있죠." 피아노 건반을 제압하기에 알맞는 딱딱한 손가락을, 백설같이 희고 차갑고 가냘픈 손을 에우헤니아는 떨고 있는 그의 손에 두었다. "돈 아우구스또,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비록 이 우정이 내게는..." "뭐라고요?" "사람들 앞에서는 혹시..." "뭐라고요? 말해요, 말해 보세요." "그래서 결국은 최근의 괴로웠던 경험을 치르고 나서 나는 몇 가지 일을 포기했어요..." " 더 자세히 설명을 하세요. 아가씨, 말을 반쯤 하면 아무 뜻이 없는 겁니다. " "그건 그래요. 돈 아우구스또, 일은 분명해야 하지요. 일은 분명히요. 지금까지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과 선생이 제 재산을 저당에서 풀어 주고 또 그것을 선사했다는 것을 주위에서 다들 알게 된 지금에 와서 그게 용이하다고 믿으세요. 누가 제게 구애라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이건 틀림없는 요부로군.' 아우구스또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대답 이 궁해지자 방바닥 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 다음 순간 그가 얼굴을 쳐들어 보니 에우헤니아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는가! "에우헤니아!" 그는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우구스또." 급하게 그녀가 속삭였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요?" "아! 안 돼요. 이건 숙명이에요. 숙명일 뿐이에요. 우민 숙명의 장남감이죠. 이건 불행해 요." 아우구스또는 앉았던 안락의자를 버리고 에우헤니아 옆의 소파에 앉았다. "이것 좀 봐! 에우헤니아, 제발 그렇게 나를 놀리지 말란 말이야! 숙명이란 너야. 여긴 너 이외에 다른 숙명이 없어. 나를 데려오고, 데려가고 팽이처럼 돌리고 하는 것은 바로 너야. 난 정말 미치겠어 내 가장 굳은 결의를 깨치는 것도 너고 내가 내가 아니게 하는 것도 너 야...그리고 그는 그녀를 끌어당겨 힘껏 품에 안았다. 그녀는 태연히 모자를 벗고 있었다." "그래요. 아우구스또,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 바로 숙명이에요. 아우구스또씨나 난 우리 자신에 불성실하고 불충실할 수 없어요. 제가 머리가 혼탁했을 때 말한 것처럼 선생이 저를 매수하려고 할 수도 없고, 또 고모님께 말씀하신 대로 제가 선생을 대용품으로, 혹은 부애 인? 먹다 남은 반찬으로 취급할 수도 없는 거예요. 순수하게 선생의 관용을 사례하려면요..." "그러나 에우헤니아, 이렇게 저렇게 보인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누구의 눈에?" "바 로 우리의 눈에..."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나의 에우헤니아... 그는 다시 힘껏 포옹을 하고는 이마와 눈에 키 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놔 주세요. 이젠 그만...그녀는 옷을 다시 여미고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안 돼 너... 너... 너... 에우헤니아... 너..." "아녜요, 아니예요.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럼 나를 사랑하지 않아?" "사랑이란 그것... 사랑이 무엇인지 누가 알아요? 난 몰라요. 난 몰라요. 난 그걸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우리들 이것은?" "이건 하나의... 순간적 숙명이에요! 후회의 산물. 난 모르겠어요. 뭔지... 이런 것은 실험을 해야 돼요... 그리고 더구나 우린 친구, 좋은 친구가 되기로 했잖아요. 오로지 친구로서 말이 에요?" "그건 그래. 그러나 너의 희생은 어떻게 하지? 나의 선물을 수락했기 때문에 나의 친구기 때문에, 단순히 나의 친구라는 이유로 해서 너에게 구애를 할 사람이 없게 된 것을 어떻게 하지?" "아, 그건 상관없어요. 난 결심한 바가 있어요." "혹시 그 결별 다음에..." "그럴 수도..."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우구스또는 온몸을 떨며 상기된 얼굴을 하고 딱 딱하게 부르짖었다. "뭐야?" "로사리오가 기다려요!" 리두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우구스또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 다. "아!" 에우헤니아가 부르짖었다. "전 여기서 이미 방해물이군요. 그게... 로사리오라구요. 선생을 기다리는 처녀가? 그것 보 세요. 우린 친구, 좋은 친구, 아주 좋은 친구 이상은 될 수 없는 것을?" "그렇지만, 에우헤 니아..." "로사리오보고 기다리라 할..." "그리고 에우헤니아, 너는 내가 매수하려 한다고 말하면서 나를 점거했었지. 나를 점거했 단 말이야. 그것도 네게는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말이야.나는 너를 보고 난 후에 사랑 이란 것을 배웠어. 그런데 그 배운 사랑을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 말이야? 너는 아마도 절망 이란 것을, 집을 쫓겨 난 사랑이란 것을 알지 못할 거야!" "아우구스또, 손 치우세요. 다시 만나요. 그러나 과거는 분명히..." "안 돼. 과거는 안 돼, 과거 안 돼! 안 되지,안 돼." "좋아 요, 좋아요. 로사리오가 기다려요..." "제발 에우헤니아..." "아녜요. 그건 이상할 게 없어요. 나도 한땐 마우리시오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다시 봐요. 우리 자신에 진지하고 충실하도록 해야겠어요." 그녀는 모자를 쓰고 아우구스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그는 무수한 키스를 했다. 그 는 문까지 따라나가 전송을 해주었다. 그녀가 요염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잠시 쳐다보았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그녀는 눈길을 쳐들고 시선과 손으로 작별인사 를 했다. 아우구스또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로사리오는 세탁물을 바구니에 담아 들 고 와 있었다. 그는 난폭하게 말했다. "뭐지?" "돈 아우구스또, 저 여자가 도련님을 농락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너와 무슨 상관 이란 말이냐?" "도련님의 일이라면 모든 것이 다 제게 상관이 있어요." "그러면 그건 내가 너를 농락하 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것이 제겐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나는 지금까지 네게 희망을 갖도록 행동해 왔는데 그래도 너는 질투하고 있지 않다고 나를 설복시킬 참이냐?" "돈 아 우구스또, 제가 어떻게 그리고 어떤 가정에서 자라났는지를 아신다면 제가 비록 나이어린 애지만 질투라고 하는 그 따위 일에는 이미 초연해 있다는 것을 이해하실 거예요. 우리들은, 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둬 !" "맘대로 하세요. 그러나 난 그 여자가 도련님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 어요. 그렇지만 않다면, 그리고 선생님이 그 여자를 사랑한다면 그 이상 더 좋을 수가 없어 요. 선생님이 그 여자와 결혼을 하신다면야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 네가 정 말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니?" "진심이고말고요." "몇 살이지?" "열아홉 살이에요." "이리 와." 그러고는 두 손으로 그녀를 잡아 자기 얼굴 앞에 다가서게 하고는 빤히 눈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굴빛이 변한 건 그녀가 아니고 그였다. "이것 봐, 실은 너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러실 거예요." "이젠 이게 뭔지 모르겠어. 순진성인지, 악의인지, 조롱인지, 조숙한 악인지..." "그건 애정 일 뿐이에요." "애정? 그건 무엇 때문에?" "왠지 알고 싶으세요? 그걸 말해도 화내시지 않겠어요?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하시겠어 요?" "자, 말해 봐." "그건 도련님이 불행한 사람, 가련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너까지 그러기냐?" "맘대 로 하세요. 그러나 이 소녀를 믿으세요. 로사리오...를 믿으세요. 도련님께 가장 충실한 오르 훼오도 그렇지 못해요." "언제나?"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네,무슨 일이 있어도." "넌, 네 진실된..." 그리고 그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안 돼요. 지금은 안 돼요. 좀더 안정되셨을 때. 그리고 그렇지 않을..." "그만 해둬 알겠 어. 무슨 말인지." 그리고 그들은 서로 헤어졌다. 홀로 남게 된 아우구스또는 중얼거리기를 '이 두 여자 사이에서 난 정신 이상이 되고 말 겠어. 라는 이미 내가 아니야...' "도련님은 정치나 혹은 그와 비슷한 것에 종사하셔야 될 것 같아요." 식탁을 준비하며 리 두비나가 말했다. "그러면 도련님은 열중할 수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이 하느님이 보낸 여자야!" "다른 사람들 때문에 열 중하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열중하는 게 나을 테니까요... 다 아시면서..." "좋아. 그러 면 네 남편 도밍고를 좀 불러라. 식사 후에 카드 한판 치자고...나도 열중을 좀 해보자꾸나." 카드 놀이를 하던 아우구스또는 갑자기 중단하면서 물었다. "도밍고,한 사람이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할 때 어떻게 해야 되지?" "그건 경우에 따라 서..." "경우에 따라서라니?" "네, 돈과 원기가 많으면 두 여자와 결혼하구요. 그렇지 못하면 아무하고도 결혼을 않는 거죠." "그런데 이것 봐, 제1조건은 가능성이 없어!" "돈만 많으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 "그러나 두 여자가 알게 되면?" "그건 그녀들에게 아무 상관없어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다른 여자가 자기 남편의 애정 일부를 탈취하는데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야?" "자기 차지로서 만족합니다. 도련님이 용돈 제공에 인색하지만 않으면 말입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은 남자가 음식, 의류, 기타 모든 사치품을 사는 데 제한을 가하는 겁니다. 만일 맘대로 쓰게 내버려만 둔다면..." "자식을 갖게 되면 어쨌다는 거야?" "진정한 질투는 자식들로 인하여 유래한다는 것입니다. 도련님, 모성애는 다른 모성을 참 지 못하는 법입니다. 다른 여인의 자식 때문에 자기 자식에게 가는 애정이 감소되는 것을 여자들은 참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없을 경우 의 ·식 ·주와 사치심, 자만심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면 걱정이 없어집니다... 만일 돈이 많이 드는 여자와 돈이 전연 안 드는 두 여자가 있을 때 돈이 많이 드는 여자는 안 드는 여자에 대해서 거의 질투를 느끼지 않습니 다. 그리고 더구나 돈 안 드는 여자는 아무런 문젯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만일 한 여자의 돈을 다른 여자한테 갖다 주면, 그때는..." "그때는 뭐야?" "말 한마디로 척척 다 해결이 됩니다. 믿어 주세요, 도련님. 여성 '오셀로' 는 없습니다..." "남성 '데스데모나' 도 없지."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어디서 이런 것을 다 배웠지?" "실은 리두비나와 결혼하기 전에 그리고 도련님댁에 오기 이전에 여러 집에서 별스런 주 인들을 많이 섬겨 왔습니다. 이들 짐에서 제 치아가 자란 것입니다. " "그러면 너의 계급에 서는?" "우리 계급에서는요? 아! 우린 그런 사치는 허용하질 않습니다!" "무엇을 사치라고 부르 나?" "극장에서 볼 수 있고,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얘기 말입니다..." "이것 봐! 그래서 네 계급에서는 소위 치정에 의한 애정범죄가 그렇게 작구만..." "아, 그건 극장엘 가거나 소 설을 읽는 건달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게 아니면..." "그게 아니면 뭐야?" "도련님, 우리 들은 무슨 배역을 받기를 좋아합니다. 아무도 원래 모습대로의 자기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 들이 만들어 주는 그 사람일뿐입니다." "넌 철학자 같구나..." "제 마지막 주인이 저를 그렇게 불렀답니다. 그러나 전 리두비나가 도련님께 말씀드린 것 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련님은 정치에 종사하셔야 합니다." 21 "네, 옳으신 말씀입 니다. " 그날 오후 카지노 한 모퉁이에서 단둘이 이야기하며 돈 안또니오는 아우구스또에게 말하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제 생애는 고통스럽고도 아주 고통스런 어떤 신비 같은 것이 깃들여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소 짐작하셨겠군요. 제 보잘것없는 집을 몇 번 안 와 보셨죠... 가 정? 그러나 짐작하셨을 겁피다..." "네, 무언지 이상스러운 것을. 무언지 잘 모를... 떠있는 듯한 슬픔이 서려 있는 것을..." " 내 자식들, 내 가련한 자식들이 있지만 선생께는 저의 집이 애들도 없고 어떻게 보면 부부 도 없는 가정으로 보였을 겁니다..." "글쎄요...잘 모르겠습니다." "우린 멀리서 아주 멀리서 피해서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신비스러운 경내와도 같이 항상 우리를 따라다니며 둘러싸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제 불쌍한 처..." "네, 부인의 얼굴에는 전생애의 그 무엇이 나타나 있습니다..." "수난이지요. 그래서 아우구스또 선생, 당신을 왠 지는 잘 모르나 어떤 숨겨진 호감을 가지고 우리에게 최대의 애정, 아니 동정을 베풀어 주 신 분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무거운 중압감으로부터 헤어나고자 선생께 저의 불운을 말 씀드리겠습니다. 제 자식의 어머니인 그 여자는 제 처가 아닙니다. " "나도 그리 짐작했었 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당신 애들의 어머니고 부인으로 당신과 동거를 하면 당신의 부인이 지요." "아닙니다. 전 다른 처가 있습니다. 합법적인, 그렇게들 부르죠. 전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선생이 아는 그 여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여자, 내 자식들의 어머니도 역시 결혼한 여자 지요. 그러나 저하고는 아닙니다. " "아! 이중이군요..." "아닙니다. 사중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죠. 저는 미쳐서 완전히 사랑에 미쳐서 결혼을 했습니다. 제 처는 말이 없고 조용한 여인이었죠. 말을 조금 하면 항상 그 이상의 무엇을 얘 기하려는 듯하였고, 잠들어 있는 듯한 아주 예쁘고 예쁘고 예쁜 푸른 색의 눈을 갖고 있었 죠. 그 눈은 오후가 되면 가끔 깨어났는데 그땐 불을 뿜어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게 그녀의 심장, 영혼, 몸은 보통 잠들어 있는 듯하였다가 갑자기 습격이라도 하듯 깨어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생의, 무슨 생의 번개가 지나가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이, 지 난일은 모두 망각한 듯이 즉시 다시 잠들곤 하였습니다. 그건 마치 항상 인생을 다시 시작 하는 것 같았고 계속해서 생을 재정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간질병 발작 같은 상태에 서 저를 애인으로 허락했고, 또 다음 발작상태에서 내게 몸을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 랑하는지 않는지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결혼 전 후에 얼마나 많이 제가 그걸 물었겠습니까? 항상 대답은 같았죠. '그건 질문하는 게 아녜요. 바보짓이라니까요.' 또 어떤 때에는 말하길 사랑한다는 동사는 극장이나 책 속에서나 쓰는 말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만일 한 번이라도 '그대를 사랑해' 하고 편지를 썼더라면 즉시 저와 결별했을 겁 니다. 우린 결혼해서 2년간을 이상스럽게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스핑크스 정복들 매일 재연 하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린애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밤에 그 사람이 집 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저는 미친 사람처럼 사방으로 처를 찾아다녔죠. 그런데 그 다음날 무미건조하고 아주 간결한 편지를 통하여 제 처가 멀리멀리 다른 남자와 떠났다는 것을 알 았습니다..." "그러면 그 전에 아무것도 의심스러운 게 없었단 말인가요? 그걸 예감치 못했습니까?" " 전혀 몰랐습니다. 제 처는 혼자서 자주 외출을 했는데 주로 자기 어머니와 친구들 집에 가 곤 했지요. 그런데 그 이상스런 냉정이 나의 모든 의심을 마비시켰던 것입니다. 난 그 스핑 크스에게서 아무것도 짐작을 못 했습니다! 함께 달아난 남자는 결혼한 사람으로 내 처와 달아나기 위해 자기처와 어린 딸애를 버리고 게다가 적지 않은 자기 처의 재산을 자기 맘 대로 관리한 후 그것마저 다 가지고 달아난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는 자기 처를 버 리고 그녀의 재산까지도 훔쳐 감으로써 그녀를 철저히 파산케 하였습니다. 내가 받은 그 건 조하고 간결하며 차가운 편지에서 내처를 유혹한 자의 처가 처해 있는 상태에 관해 암시가 있더군요. 유혹자 혹은 유혹당한 자...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며칠 동안 침식을 전폐 하 고 도시의 됫골목을 헤매었습니다. 그래서 전 아주 비천하고 못된 구렁에 빠질 뻔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에 좀 익숙해져 생각할 여유가 생겼을 때 재산과 애정을 도난당하고 아무런 보호도 없이 버려져 있는 그 여인, 그 가련한 희생자를 상기했습니다. 나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죠. 왜냐하면 내 처는 그녀가 당하고 있는 불행의 원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신이 내게 준 것은 재산뿐이니 경제적으로라도 도움을 주고자 그녀를 찾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 " 나머지 얘기도 알 만합니다, 돈 안또니오." "상관없어요. 다 얘기하지요. 전 그녀를 보러 갔습니다. 우리의 첫 대면을 상상해 보세요. 우린 공동사인 우리 둘의 불행을 놓고 울었습니다. 나는 혼자 말했지요. '그 자는 내 처 때 문에 이 여자를 버렸다.' 그리고 이런 것을 느꼈습니다. 왜 선생께 사실을 고백하지 않겠습 니까? 어떤 은밀한 만족감을요. 그 자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을 내가 알아보았다는 것, 즉 그 자보다는 내가 선택할 줄을 알았다는 그 형언이 어려운 그것 말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 그 자의 처도 후에 내게 토로한 바에 의하면 그때 나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비록 역으로지만. 란 내 재산으로 그 여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당했죠. '제가 일해서 딸애도 기르며 살겠다'고. 그러나 나는 계속 설득했지요. 결국 받 아들이더군요. 나는 또 피차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외로우니 내 집에 와 집도 돌볼 겸 함께 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더니 그것도 수락했습니다. " "그래서 한 집에 서 살게 되니, 뭐 그야 말하나마나..." "아닙니다. 그건 아주 뒤의 이야기입니다. 좀 늦어졌 습니다. 그건 잘은 모르겠지만 복수심,좌절감 등에 기인해서 우린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입 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내 처의 애인의 불운한 딸인, 그녀의 딸의 환심까 지 사게 됐지요. 난 지금도, 그렇지만 그 애의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 주 맹렬한 사랑을. 나는 그 애를 내 친자식들 못지않게 사랑합니다. 그 애를 내 품에 안고 내 가슴에 힘껏 포옹하고 미친 듯 키스도 해주고 그리고 울고 또 울었지요. 그런데 이 가 련한 소녀는 내게 묻기를 '왜 울어, 아빠?' 나를 아빠라 부르고 그리 생각하라 했지요. 그 런데 그 애의 에미도 내가 우는 것을 보고는 따라서 울더군요. 어느 때는 내 행복의 도둑 인 내 처의 애인의 딸년의 가냘픈 금발머리 위에 우리 두 사람은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내 처가 자기 정부의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리고 그날 나의 오 장육부가 뒤틀림을 체험했고, 일생 처음으로 그렇게 괴로웠습니다. 나는 미치는 줄 알았지 요. 그리고 생명을 끊어 버릴까 했었지요. 질투, 질투 중에 가장 난폭한 질투를 그때까진 미처 몰랐습니다. 영혼의 상처가 좀 아무는 듯했었는데 다시 터져 피를 쏟는 것이었습니다... 불같은 피를 쏟는 것이었습니다. 2년 이상을 내 처 와 내 자신의 처와 살아왔는데 이제 아 무것도 없고 그리고 그 도둑놈... 난 내 처가 이젠 정신이 들어 고민을 하고 있는 줄로 상상 해 왔지요. 다른 여자, 나와 함께 사는 그 여자는 무엇을 알아챘는지 내게 묻더군요. '무슨 일이에요?' 우리 딸애를 위해 부부같이 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내버려 둬!' 하고 대답했습 니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다 고백을 하고 말았지요. 내 얘기를 들으며 온몸을 떨더군요. 난 나의 미친 듯한 질투를 그녀에게 전염시킨 것 같았 어요..." "그러나 다 알 만하지요. 그런 일이 있은 다음이니." "아닙니다. 그건 얼마 후에 다른 방 법을 거쳐 왔습니다. 어느 날 우리 둘은 딸애와 함께 있었습니다. 난 그 애를 내 무릎 위 에 앉혀 놓고 얘기도 해주고 입도 맞춰 주고 우스개 소리도 해주고 있었는데 그 애 어미가 가까이 다가와서 그 애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애가, 불쌍한 그 애가 내 어깨 위에 그 조그만 손 하나를 올려놓고 다른 손을 제 어미 어깨에 걸치고는 우리에게 하는 소리가 '빠빠야... 마마야... 왜 다른 애들은 애기 동생 이 다 있는데 나만 없지? 하나 데려와... 우린 서로의 얼굴이 흑색으로 변하며 영혼을 보는 듯 그런 뚫어질 듯한 눈초리로 서로 쳐다보았을 때 우리는 알몸이 된 우리들의 영혼을 보았 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서로 부끄러워 딸애에게 키스만 했지요. 이때 몇 번의 키스는 그 방향을 바꾸었던 것입니다. 그날 저녁 눈물과 질투의 분격 속에서 내 행복을 앗아간 도 둑놈의 딸의 첫 동생을 잉태한 것입니다. " "이상한 역사군요." "그래서 우리들의 사랑은 만일 선생이 그렇게 부른다면 건조하고, 말이 없고, 다정스러움 도 없이 분노와 정념으로만 이루어진 것이었지요. 제 자식들의 어미인 제 처는 다른 여인이 아니고 바로 이 여인입니다. 제 처는 보셨겠지만 애교가 있는 여인이었죠. 아마 예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게 욕망을, 열정을 불어넣어 주지는 못했죠. 비록 함께 살았지만 요. 그리고 제가 말씀드린 그 일이 있은 다음에도 그녀를 그리 사랑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 습니다. 그런데 그 정반대의 사실이 나타났습니다. 한 번은 출산 후, 즉 넷쨋번 놈을 낳고는 어떻게 심하게 몸이 아팠는지 난 그만 그 사람이 죽는 줄 알았지요. 그 사람은 정맥 속의 키를 거의 다 상실하고는 그만 햇빛에 녹아 버린 밀초 같은 꼴이 되어서 눈까풀이 감겨지고 난 그 사람을 영영 잃는 줄 알았지요... 나는 반 미치다시피 되어 밀초같이 창백해졌고, 피가 얼어붙는 것같이 느꼈습니다. 그러고는 집안 한구석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릎을 꿇 고 성스러운 여자를 죽이려거든 나를 먼저 죽쳐 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울부짖으며 몸을 꼬집고 가슴을 할퀴니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나는 나의 심 장과 내 자식들의 어미인 그 사람의 심장이 얼마나 강력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깨달았습 니다. 그 다음 그 사람이 조금 회복되어 의식을 찾고 위험을 모면했을 때,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재생의 생명이 미소를 지을 때,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 예전에도 결코 말한 적이 없고 또 같은 방법으로 다시 말해 보지 못할 이야기들을 속삭였지요. 그녀는 천장을 쳐다보 면서 미소하고 미소하며 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벗은 두 팔을 내 목에 걸고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눈과 눈을 마주하고 그만 울 음를 터뜨렸습니다. 그녀는 말하기를 '고마워요, 안또니 오, 저를 위해서, 우리 자식들을 위 해서, 모든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모든, 그 애 리따를 위해서, 고마워요... 리따는 우 리 큰딸, 도둑놈의 딸... 아니, 아니, 우리들의 딸, 내 딸입니다. 도둑놈의 딸은 한때 내 처로 불렸던 그녀의 딸입니다. 모든 걸 다 아시겠습니까? 지금은..." "네, 그보다 더 알고 있습니 다 안또니오." "더 알고 있다고요?" "네, 더 알지요. 그러니까 당신은 부인이 둘이군요, 돈 안또니오." "아닙니다, 아닙니다. 단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뿐이에요. 내 자식들의 에미,다른 사람은 내 처가 아닙니다. 혹시 그 딸의 아버지의 마누라일는지는 몰라도." "그럼 그 슬픔..." "법은 항상 법입니다. 돈 아 우구스또, 사람이 태어날 때 다른 사랑의 무덤 위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입니 다. 그건 마치 나무 한 그루가 자랄 때 밑거름으로써 썩은 다른 나무에서 양분을 취하는 것 과 같지요. 범죄, 네, 다른 자들의 범죄가 우리를 결합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 결 합은 혹시 범죄가 아닐까요? 그들은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을 파괴했습니다. 그렇지만 절단된 두 줄의 끈을 우리가 결합시킨 것이 뭐가 나쁘단 말입니까?" "다신 소식을 못 들으셨나 요?" "우린 아무 소식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리따는 벌써 처녀티가 나거든요. 머지 않아서 시집도 가고... 물론 내 이름으로요. 내 이름을 갖고요. 그 다음에 법이 원하는 대로 하라지요. 그 애는 내 딸입니다. 그 도둑놈의 딸이 아닙니다. 내가 키웠어요." 22 "좋아, 그래서?" 아우구스또가 빅또르에게 물었다. "어떻게 침입자를 받아들였나?" "정말 난 전연 그걸 안 믿었지. 정말 안 믿었어! 출생 전야에도 우리의 분노와 흥분은 대 단했었지 어린 것이 세상에 나오려고 투쟁하는 동안에도 엘레나는 내게 얼마나 모욕적인 말 을 했는지 아무도 몰라. '너, 너, 네 잘못이야. 너' 하고 나를 꾸짖는 것이었다. 또 어떤 때에 는 내 앞에서 꺼져. 내 눈앞에서 썩 물러가란 말이야! 여기 있기가 부끄럽지도 않느냐 말이 야? 내가 죽으면 네 잘못인 줄 알아.' 또 다른 때에는 '이번만. 더 이상은 안 돼. 이번만, 그 리고 더 이상은 안 돼 !' 그러나 애기를 낳고는 모든 것이 변해 버렸어. 마치 우리가 꿈에서 깨어 난 것 같기도 했 어. 나는 장님이 되다시피 됐어. 완전한 장님, 그 아기는 내 눈을 멀게 한 거야. 내가 얼마나 눈이 멀었는가 하면 엘레나가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하느라고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뼈만 남 았고 최소한 10년은 더 늙었다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내게는 더 싱싱하고 더 발랄하고 더 젊 고 그 어느 때보다도 살결이 더 매끈매끈하였으니 말이야." "그건 빅또르, 내가 포도아국에 서 주워들은 어떤 화약제조공의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군." "말해 봐." "자네도 알지만 포 도아에서는 불꽃놀이가 정말 극도의 예술을 이룩한단 말이야. 이 포도아의 불꽃놀이를 못 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 을 보여 주는지 상상도 할 수 없지. 무수한 명층이며, 그건 정말 기막히지." "어서 그 전설 얘기나 해." "그럼 그렇게 하지. 옛날 포도아의 어느 마을에 한 화약기술자, 즉 화약제조공이 살고 있 었는데 그의 처가 절세미인이었대. 그래서 그 부인은 남편의 행복이었고, 매력이었으며 긍지 였다나. 그는 자기 처를 미친 듯이 사랑했고 자부심이 대단했대.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시기 심을 일으키면서 즐거워했고 자기 처를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이 여인을 보는가? 어때? 대 단하지, 응? 이게 바로 내 것이야. 오로지 내 거란 말이야! 화가 나지! 이런 말을 하는 듯하 였대. 그는 항상 자기 처의 미모가 출중한 것을 자랑하였대. 그는 그 미의 화신이 화약의 영 감이며 불꽃의 여신이라고까지 말하기에 이르렀다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습관대로 영감을 얻으려고 자기 부인을 옆에 두고 화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화약에 불이 당겨 그만 폭발을 일 으켰다는 거야. 그래서 둘 다 화상을 입고 실신을 하였대. 부인은 얼굴과 상체의 대부분에 화상을 입어 그만 보기 흥하게 변해 버렸대. 그러나 화약공인 남편은 그만 장님이 되어 자 기 어의 흥한 모습을 볼 수 없는 행운을 가졌었다나. 이런 사건이 있은 후에도 그는 계속해 서 자기 처의 미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기 길잡이로 변한 그녀와 함께 옛날과 똑같은 거만하고도 도전적인 모습으로 길을 거닐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더라는 거야. '당 신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질문을 하였고 그의 역사를 다 아는 사람들은 그 가련한 화약공을 동정하며, 그 부인의 아름다움을 그의 귀에 대고 찬 양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녀는 계속해서 미인이 아니란 말인가?" "네게 침입자를 제공한 후의 네 부인은 전보다도 더 미인이겠지." "침입자라고 부르지 마!" "그건 네가 먼저 한 말이야." "그래,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싫단 말이야." "그런 경우가 많지. 같은 말이라도 다른 입을 통해서 들으면 아주 다르게 들리거든." "그래, 아무도 자기 목소리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들 말하지..." "자기 얼굴도 모른다고 하지. 난 최소한 나에 관해서만은 말할 수가 있지. 내가 제일 공포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혼자 거울 속 의 나를 쳐다보는 거야. 나는 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고 나를 다른 사람처럼 보게 됨 으로써 나는 꿈이요, 허구의 실재라고 상상을 하게 되는 거야..." "너 자신을 그렇게 보면 안 되지..." "난 그걸 고칠 도리가 없어. 나는 자기 성찰을 하는 기벽이 있어." "그렇다면 배꼽으로 명상을 한다는 힌두교의 승려들과 똑같이 되겠구나." "사람이 자기의 목소리와 얼굴을 모 른다면 자기의 일부분인 것과 같은 자기의 것, 아주 자기의 것도 역시 모르게 되는 법이 다..." "예를 들면 자기 부인?" "사실 동거하면서 우리의 일부가 되고 마는 부인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 같아. 우리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시인의 한 사람인 깜뽀아모르가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니?" "못 들었 는데, 그게 뭐야?" "그가 말하길, 사람이 아주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크게 화를 낸다거 나 육체적 욕망을 불살라 일으키지 않고는 자기 부인의 육체를 만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 나 세월이 흐르고 서로 익숙하다 보면 결국은 자기 손으로 부인의 살을 만지는 것이 자기 자신의 살을 만지는 것과 똑같은 무감각한 상태가 온다. 그러나 만일 부인의 살을 떼어 낸 다고 하면 그건 자기 몸의 살을 떼어 내는 것과 똑같은 무서운 고통을 받게 된 다는 거야." "사실 그건 그래. 처의 출산 때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자 네 처는 더 했겠지." "누구 알아...! 그리고 지금에 와선 내 사람이 되고, 내 존재의 일부분이 되었으니 사람들 은 그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고, 추해졌다고 말들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흉해지고 늙고 보 기 싫어지는 것을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나도 그걸 전혀 알지 못했단 말일세." "그러나 너는 정말 네 자신이 늙어지고 추해지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믿니?" "비록 그리 얘기들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만일 그것이 계속적이고도 천천히 온다면, 지금 만일 갑 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럴 수가 있지... 그러나 늙는 것을 느낀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건 믿을 수 없는 소리야. 주위에서 사물들이 늙어 가고 혹은 젊어지고 하는 것은 느낄 수가 있지. 내가 아들을 갖고 나서 체험한 것이란 바로 이 점뿐이야. 부모들이 자식들보고 싸는 얘기를 알고 있지. '이놈들이 우리를 늙게 하는 거야.' 자식이 자 라는 것을 보는 것은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비참한 것이 야. 난 그리 믿어. 결혼하지 말게, 아우구스또. 영원한 청춘의 환상을 즐기려거든 결혼을 말게." "그러면 결혼을 않고 무엇을 하란 말인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란 말이지?" "철학자나 돼." "그러나 결혼이야말로 최상 의 아마도 유일한 철학 학교가 아닐까?" "아니지, 이 사람아. 아냐! 얼마나 많고 얼마나 위대한 철인들이 독신이었는지 못 봤어? 신부 출신을 제외하고 라도, 데카르트, 파스칼, 스피노자, 칸트..." "독신 철학자들에 관해선 말도 말게!" "그러면 소크라테스, 그가 죽어야 했던 날 자기 죽음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기 부인 잔티파 (Jantipa)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나 해?" "그런 얘긴 하지도 마. 난 플라톤의 말은 꼭 소설 같단 말이야..." "혹은 하나의 소설일지 도 모르지..." "그건 너 좋을 대로." 그러고는 난폭하게 대화의 재미를 짓밟으며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 나서자 걸인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말하기를, "동정해 주십쇼. 제발, 선생님. 자 식이 일곱이나 됩니다..." "낳지 않았으면 됐을 걸..." 아우구스또는 기분이 상해서 그에게 대답했다. "선생님도 제 경우에 처하게 되면." 거지는 대답하고 다시 부가하기를, "그리고 우리 가 난한 사람들이 자식이나 만들지 않고 뭘 하란 말씀입니까?... 부자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 옳은 말이오." 아우구스또가 말했다. "당신의 훌륭한 철학을 위해서, 자, 받으시오." 그는 한 뻬세따를 거지에 게 건네주었다. 돈을 받아쥔 거지는 재빠른 걸음으로 제일 가까이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23 가련한 아우구스또는 마음의 혼란을 느꼈다. 그 이유는 그가 '부리단'의 나귀같이 에우헤 니아와 로사리오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뿐만 아니라 그가 만나는 모든 여인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되는 이런 증세는 약화되는 것이 아니고 점점 더 심해만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숙명적인 사실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나가, 나가. 리두비나, 제발 좀! 나가 줘. 나를 혼자 내버려 둬.자, 빨리 나가!" 언젠가 그 는 하녀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팔꿈치를 책상 위에 대고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중얼버렸다. '이건 무서운 일이로군. 정말로 무서운 일이야! 난 나도 모르게 리두비나까지도 좋아하고 있 단 말이야! 가련한 도밍고! 의심할 바가 없어. 그녀는 50세라고는 하나 외모도 쓸 만하고 특 히 살이 포동포동하단 말이야. 그리고 가끔 팔꿈치를 걷어올리고 부엌에서 나오는 것을 보 면 그 둥글둥글한... 그만 해두고, 그런데 내가 정말 미쳤어! 그리고 그 목위로 흘러내리는 파도 같은 머리칼이며...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무서운, 무서운..." "이리 와, 오르훼오." 개를 끌어안으며 그는 계속 말했다. "넌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결심을 하여 결혼할 때까지 어떻게 나 자신을 보호한단 말인가? 아, 이젠 됐다. 좋은 생각 이 떠올랐다, 좋은 생각이 오르훼오야! 여자로 변하자꾸나. 그래서 여자 공부를 하는 거야. 여성 심리학에 종사하는 것이 어떻겠니? 그래, 그래, 난 두 개의 논문을 쓴 단 말이야. 많이 들 하고 있는 논문을 말이야. 하나는 (에우헤니아)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로사리오)로 하 고 '여성연구'란 부제를 붙이면 되는 거야. 내 생각이 어때, 오르훼오야?" 그리고 그는 이 문제를 실생활에서보다는 이론적 면에 치중하며 일찍이 여성연구에 종사하고 있던 안또린 S. 즉 산체스 빠빠르리고뿔로스를 찾아가 상의하기로 결심했다. 소란을 피움으로써 군중의 주의를 끌려고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S. 빠빠르리고뿔로스라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가 내밀하고도 진정한 힘의 자질인 인내심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청중과 자신을 심히 존중하는 나머지 자기가 밟을 땅을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때까지는 청중 앞에 출현할 시간을 지연시키는 버릇 이 있었다. 그는 또한 어떤 흥미 본위의 새로움을 가지고 타인의 무지를 개발하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계획하는 모든 문학적 연구 과정에서는 인간적인 면에 서 완전을 기하려고 노력하며 특히 사려와 고상한 취미의 한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였다. 그는 또 한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한 방법으로 신중치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 을 피하면서 정연한 목청으로 진정으로 순수하고 국민적인 아름다운 교향곡을 고취하는 것 이었다. S.빠빠르리고뿔로스의 지혜는 찬란히 투명한 것으로 여하한 번잡이 없이 분명하고도 명확 한 것이었다. 그는 저 남쪽지방의 가공할 해무와 같은 말씨도 없고 또 빠리 번화가의 퇴폐 적인 흔적도 없는 깨끗한 까스띠야어로서 사유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견고하고도 깊게 사 유를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그는 민중을 뒷받침하는 민중의 영혼을 통하여 사 유를 하였고, 사실 그의 정신도 이민중의 소산인 것이다. 북극의 안개는 독한 맥주를 즐겨 마시는 자들에게는 어울리는 것이나 휘황한 하늘과 그 좋은 발데뻬냐스 포도주를 소유하고 있는 너무나도 명백한 스페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철학은 저 불운했던 베세 로 데 뼁고 아는 쇼펜하우에르를 이상스런 이라 부르며 만일 독일 철인이 맥주 대신 발데뻬 냐 포도주를 마셨던들 그렇게 심한 비관론자가 되는 것을 모면했으려니와 그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면서 또한 말하기를 신경쇠약을 자기에게 상관없는 일에 간섭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신선한 샐러드를 먹으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S.빠빠르리고뿔로스는 최후의 마지막 순간에서 모든 것은 형태, 대략 내적인 형태라는 것 을 확신하고 있으며 우주 자체도 이런저런 형태가 서로 결합된 다른 형태의 만화경이며 형 태로 인하여 세기를 거쳐 보존되는 모든 위대한 작품들이 생명을 이어 나가며 이 형태를 위 하여 그도 문예부흥기의 그 훌륭했던 예술가들의 정련된 완벽한 마음가짐으로 자기가 실현 할 미래의 작품들을 장식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신낭만주의적 감상주의의 모든 풍조와 사회문제인 퇴폐적인 유행에 저항할 수 있는 덕이 높은 용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는 항상 빈부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해 결이 불가능하며 부자들의 자비심과 가난한 자들의 체험만이 사회문제를 경감케 할 수 있다 는 점을 믿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는 토론을 피하며 인간 욕정의 퇴폐물이 달하지 못하는 순결한 예술의 지극히 순수한 영역에 머무르며 그곳에서 생의 환멸을 달랠 수 있는 위안스 런 피난처를 인간은 발견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인간 정신을 무기력한 몽상과 보수적 유토 피아로 이끌뿐인 무익한 세계주의를 혐오했으며 적지 않은 서반아인들이 잘 알지도 못하며 극렬적인 비방만을 하는 그의 우상화된 에스빠냐를 사랑했고 앞으로 장래의 명성을 가져다 줄 자기의 연구에 원료를 제공해 줄 에스빠냐를 그는 사랑하고 있었다. 빠빠르리고뿔로스는 자기의 강력한 정신적 에너지를 우리 민중의 친밀한 과거의 생활을 연구하는 데 바쳤으며 그의 작업은 실로 헌신적이요, 굳건한 것이었다. 그는 자기 동포의 눈앞에 우리의 과거,즉 우리들 선조의 현재를 부활시키기를 열망했다. 또한 순수한 환상에 의거하여 과거를 부활하 려던 모든 사람들의 실수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자기의 박식한 역사학의 건설을 부동의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모든 유의 지나간 기억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무리 무의미한 것같 이 보이는 과거의 미미한 사건이라도 그의 눈에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한 방울의 물속에서 우주를 볼 줄 알며 고생물학자는 한 마디의 뼈를 가지고 완전한 동물을 만들며 고고학자는 질그릇 손잡이 하나를 가지고 모든 고대 문명을 구축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도시에 일부 익살꾼들이 혼란을 야기하려고 가끔 말하듯 현미경으로 별들 을 쳐다보고 천체망원경으로 적충류를 쳐다보아서는 산 된다는 것도 그는 모르고 있지 않았 다. 그러나 천재적인 고고학자는 질그릇 손잡이 하나로 망각의 강변에 매장된 예술을 충분 히 재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그는 겸양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기를 천재로 생각 하지도 않았고 하나의 손잡이보다 두 개를 택하고, 더욱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고, 그리고 손 잡이 하나보다는 질 그릇 전체를 택하는 그였다. '부피로써 보는 것같이 보이는 모든 것은 깊이가 없는 법이다. ' 이 말이 그의 표어였다. 그는 또한 극도로 세분화된 연구에서 극도로 구체적인 논문에서도 철학 전체가 담겨질 수 있으며, 특히 모든 종류의 개구리 실험, 어원 연구, 가설의 설정, 점안기 등이 세분화된 연구 의 경이와 모든 과학의 지대한 발전에 공헌한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최근에 와서 몇몇의 무지한 자들 때문에 지난 세기의 서반아 여성에 관한 연구를 하 고 있으나 푸르덴시오의 '조국의 문제'와 같은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 들에 각별히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외면으로는 무의미한 것 같은 성격의 연구논문에서 우리는 S.빠빠르리고뿔로스의 날카로 움, 신중, 총명과 경탄할 만한 역사적 직관과 비판적 통찰력을 발견하고 찬양을 금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그의 자질은 순수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 구체적이며 생동하는 것에 응용 되고 있는 데서 발견하게 된다. 그 결과는 그가 거둬들이는 성공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것이 다. 이러한 그의 연구논문 발표는 실질적인 귀납적, 논리적 강의였으며 수양버들에서 서식하 는 곤충에 관한 '리오넷'의 작품과도 같이 경이스러운 기념비였다. 특히 성스러운 진리에 향한 엄격한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표본도 되었 다. 그는 잔재주부리는 것을 흑사병 피하듯 하며 가장 작은 일에서라도 신성한 진리를 존중 하는 습관을 기름으로써 위대한 것에 향한 정당한 경의를 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깔리라와 딤나>의 우화에 관한 대중성을 띤 책을 준비중에 있었으며, 그 서문으로 서 중세 서반아 문학에 미친 인도문학의 영향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꼭 출판되길 바라는 데 그렇게만 된다면 많은 백성들을 술집과 경제 이익이라는 그 나태하고 불가능한 이론으로 부터 멀리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빠빠르리고뿔로스는 두 개의 위대한 작품을 준비중에 있 는데, 그 하나는 작품의 무의미성이라는 이유로 일반 문학사에 오르지 않았거나 혹은 근소 한 지면밖에는 차지하지 못한 서반아 작가들을 다루는 문학사로서 그가 그렇게 증오하고 통 탄하는 부당성, 즉 과거의 부당성을 수정하는 것이다. 둘쨋 번 책에서는 작품명밖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유실된 작품들의 작가와 이 작품들에 관하여 써진 서적들의 표제만이라도 다루 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쓸 생각은 했으면서도 그걸 이룩 못 하고 만 작가들의 역사까지 도 감히 쓰려고 했었다. 그는 이런 작업의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우리 국민문학의 본질적인 정수를 취득하는 반면 외국문학까지도 깊이 연구를 하였다. 그러나 그는 외국어에 능하지 못하였고 또 이들 언어 를 그가 필요로 하는 수준까지 배울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고명한 스승 으로부터 배운 뛰어난 방법론을 택하였다. 그 방법론이란 외국에서 출판된 주요한 문학평 론집과 문학사로서 프랑스어로 된 것이라면 모두 구입하여 읽고, 해당 작가들에 관하여 쓴 가장 탁월한 평론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며 실제로 작품들을 친히 읽어 확인을 하고 난 후에 완전무결하고 세심한 평론가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통하여 다른 평론가들의 견해를 재평가하 는 것이었다. 실로 그는 달아나는 불똥이 여기저기로 튀기는 것같이 사상과 환상의 영역을 일정한 방향 도 없이 방황만 하는 변덕스러운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아주 다른 사 람이었다. 그의 성향은 준엄하고도 견고한 도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목적지를 갖고 있는 그런 사람 이었다. 만길 그의 연구에 아무것도 특출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그 내용 전체가 정상에 달 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알맹이가 충실한 황금빛 오곡이 파도치는 광대하고 태양 도 찬란한 까스띠야의 평원 전체가 바로 고원인 것과 같은 것이다. 하늘은 서반아에 안또린 S. 산체스 빠빠르리고뿔로스 같은 사람을 많이 주었으며 좋으련 만! 그들과 더불어 우리 모두는 국민 전통의 유산을 파악함으로써 우리의 풍부한 기반을 닦 을 수가 있을 것이다. 빠빠르리고뿔로스는 그의 전문 분야에서 그보다 앞서 지나간 평론가 들의 비평적 쟁기날 보다 1센티라도 더한 비평의 쟁기날을 발견 소개하고, 새로운 밑거름을 제공함으로써 곡식들이 더욱 잘 자가고 이삭이 더 많은 곡식알을 결실하고 밀가루가 더욱 풍성해지며 우리 서반아인들이 더욱 질이 좋고 값이 싼 정신적 빵을 먹을 수 있기를 열망하 였고 아직도 계속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빠빠르리고뿔로스는 이러한 그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계속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음을 우린 이미 언급하였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다. 아우구스또는 두 사람의 공동 친우들을 통하여 그가 전념하고 있 다는 여성연구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로서는 과거에 출판됐던 것도 없고 아직까지도 출판한 것이 없다. 이런 유의 문제가 있을 때 흔히 일어나는 듯한 자선심을 발 휘하여 빠빠르리고뿔로스가 유명해지리라고 미리 예견하여 시기를 하면서 그를 깎아내리려 고 힘쓰는 박식가들도 없지 않았다. 그들은 말하기를 빠빠르리고뿔로스는 여우와 같아서 사냥꾼의 길을 잃게 하고 자기가 다른 곳을 덮치러 간 것을 알지 못하도록 여러 방향으로 돌고 또 돌면서 자기의 발자국을 꼬리로 지워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실수가 있다면 그것은 탑이 일단 완성될 때 사용한 사다리를 그 자리에 남겨둠으로써 탑을 제대로 관망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 다. 어떤 사람은 마치 요리한다는 것은 최상의 예술이 아닌 것같이 그를 경멸 적인 투로 요 리장이라고 부른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그를 공격하는 자들은 그는 단순한 외국사상 의 번역자며 정리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을 가하는 자들은 외래사상을 그렇게도 깨끗하고 순수하며 투명한 스페인어로 옳겨 놓음으로써 외래사상을 스페인적인 것으로 만들 며 동시에 작가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자들이다. 이슬라 신부가 레사즈의 <질 부라스>를 번역한 것은 실로 그 좋은 예의하나라 할 것이 다. 또 어떤 자들은 말하기를 그의 주요한 학문적인 받침이란 무지에 대한 깊은 신앙이라고 조롱을 하지만 이런 말은 신앙이 산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야기하는 자들인 것이 다. 그러나 빠빠르리고뿔로스가 전연 해를 끼치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적의에 찬 비판 은 다름 아닌 불의라는 것이 자동적으로 증명된다. 왜냐하면 빠빠르리고뿔로스는 아직 아무 것도 세상에 내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로 그의 발뒤꿈치를 물어뜯는 모든 사람들은 남 한테 들은 풍문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며 그것도 침묵을 안하려고 말을 위한 말만을 하는 자 들인 것이다. 이 희귀한 박식가에 관하여 글을 쓴다면 고요한 침착이 필요하며 여하한 종류의 소설적 효과주의도 금물이다. '이 사람, 이 박식가로부터 배워야겠다.' 그는 생각했다. 그의 여성연 구 그것도 여성이 가장 적게 표면화되는 책 속에서, 그리고 오늘의 여성보다는 휠씬 덜 표 면화된 지난 세기의 여성들을 연구하고 있음을 아우구스또는 알고 있었다. 현실 생활에서는 수줍어서 여성에게 접근을 못 하면서 이 수줍음에 복수를 하기 위해 책 속에서나마 여성을 연구하고 있는 이 고독한 박식가, 이 안또린에게 충고를 구하고자 아우 구스또는 그를 찾았다. 자신의 찾아온 목적을 토로하자마자 박식가는 돌발적으로 말했다. "아이, 딱하기도 합니다. 뻬레스씨, 당신을 동정합니다! 여자를 연구하겠다구요? 숙제를 끄 리지요..." "선생의 방법론을 따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희생해야 됩니다. 연구, 어둡고 인내력이 있고, 침묵을 요하는 연구만 이 내 존재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미 아시다시피 나는 검소하고 아주 검소한 지식의 노동 자로서 자료들을 복사하고 정돈하여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입 니아. 인간의 작품이란 집단적인 것입니다. 집단적인 것이 아니면 견고할 수도 없고 오래 지 속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위대한 천재들의 작품들은요? <신곡> <에네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벨라스 께스의 그림..." "그 모든 것은 집단적인 것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더 집단적인 것입니다. <신곡>을 예로 들면 그건 그 준비가 된 범위가 대단히..." "네, 저도 이미 그건 알고 있습니다." "벨라스께스아 관해 말... 그런데 참 당신은 벨라스께스에 관한 주스 띠의 책을 읽으셨습니 까?" 안또린에게 인간 재능의 산물인 위대한 걸작들의 주요하고 거의 유일한 가치는 이 걸작들 의 비평서 혹은 평론서를 낳게 했다는 데 있다. 위대한 예술가·시인·화가·음악가·사 가·철학가들은 박식한 학자들이 전기를 쓰고 평론가가 그들 작품을 논평하도록 태어났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작가의 문장도 어떤 학자가 그 문장을 인용하고 그 작품과 출판 사명과 그 문장이 담겨 있는 페이지를 지적할 때까지는 제 가치를 얻지 못한 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단 연구의 연대성이란 것은 무력과 시기제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안또린은 만일 지금 옛 호머가 재생하여 노래를 부르며 다시 자기 사무실에 들어온다 해도 그를 밖으로 밀 어 내쫓을 그런 호머 평론가류에 속하는 자다. 그 이유인즉 원작자는 그 작품 속의 이미 죽 은 텍스트를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되며 또 그 작품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내는 데도 방해가 된다는 그런 이유다. "그러면 좋습니다. 선생은 여성심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우구스또가 그에 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 막연하고 총칭적이며 추상적인 질문은 나와 같이 검소한 연구가며 천재도 못 되고 또 되기를 원치도 않는 사람에겐 아무런 명확한 의미가 없습니다. 친구 뻬레스씨..." "원치 도 않는다고요?" "네, 원치도 않습니다. 잘못된 것입니다. 그 질문은 내게는 명확한 의미가 결여돼 있습니 다. 그 질문에 답을 하려면 그건..." "그건, 당신과 같은 또 한 사람의 박식가가 스페인 국민의 심리연구란 책임을 맡고서 자 기도 스페인 사람이고 또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서 살았으면서 죽을 때 한다는 소리가 겨우 이 사람은 이 말을 했고 저 사람은 저 말을 했다는 정도고 그 외에는 참고도서 목록만을 나 열한 것과도 같군요." "아, 참고도서 ! 예, 알겠어..." "말씀을 계속해 주세요. 빠빠르리고뿔로스씨,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는 대로 아주 구체적으로 여성 심리에 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먼저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즉 여자도 영혼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 "여보시오!" " 아닙니다. 그렇게 강경하게 문제를 배격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는 영혼을 갖고 있을 까?' 아우구스또는 생각하고서 그리고 "좋습니다. 그러면 여자들에 있어서 영혼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친구 뻬레스씨, 내가 지금 말씀드리려는 것에 비밀을 지켜 주시 겠다고 약속을 해주시겠습니까?... 비록 선생은 석학은 아니시지만, 아니시지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선생은 최근에 들은 얘기를 훔쳐 가지고 자기 것인 양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얘깁니 다..." "그럼 그런 사람들도 있단 말입니까?" "참, 친구 뻬레스씨, 석학이란 원래 좀도둑이올시다. 내가, 내가 그런 사람이니 선생께 말 씀드리는 것입니다. 석학이란 연구·조사한 것을 서로 다투어 훔쳐다가 다른 이보다 먼저 세상에 발표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알겠군요. 창고를 갖고 있는 자는 공장을 갖고 있는 자보다 자기 상품을 더 열심히 보관 하지요. 원천의 물보다는 웅덩이의 물을 보관해야지요." "그럴 수도 있겠죠. 자, 그러면 석 학이 아니신 선생이 지금 내가 말씀드리는 것을 내가 발표할 때까지 비밀로 지켜 주기를 약 속하신다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즉 저는 17세기 홀랜드의 암흑에서 잘 알려지지도 않 은 한 작가에게서 여성의 영혼에 관한 아주 흥미진진한 이론을 발견했습니다. " "그걸 말씀해 주시죠." "이 작가는 라틴어로 쓴 글에서 말하기를 모든 남자들은 각자 자기의 영혼을 갖고 있는 반면 여자들은 단지 하나의 동일한 집단적 영혼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영혼 이 모든 여성들 사이에 분산되어 있음으로써 아베로이스교파의 판단 요원론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 있어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 각자 다른 것은 인종, 기후, 음식 등의 차이로 인하여 생기는 상이한 육체에 기인하며 결과적으로 여자들이란 그 렇게 무의미한 것이라고 그는 첨가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란 남자들보다도 서로 닮은 점이 많은데 그 이유는 모든 여자는 한 여자고 같은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그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후로는 다른 모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 유를 알겠군요, 빠빠르리고뿔로스씨." "그렇고말고요! 그리고 이 흥미진진하고도 알려지지 않은 산부인과 의사는 말하기를 여자 는 남자보다 더 강한 개성을 갖고 있으나 인품에 있어서는 남자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겁니 다. 모든 여자는 남자보다도 더 강한 자아와 더 개체적인 것을 소유한다고 느끼나 그 내용 이 남자만 못하다는 겁니다." "네, 네, 어쨌든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군요." "그래서 한 여자를 연구하는 것이나 여러 여자를 연구하는 것이나 결과는 동일한 것입니 다. 뻬레스씨, 문제는 당신의 연구가 얼마나 깊이가 있는 가에 있습니다. " "그러면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두 명 혹은 그 이상을 취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선생도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그 비교 연구하는 게 유행 아닙니까...?" "사실 그렇죠. 과학이란 비교니까요. 허 나 여자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교가 필요치 않습니다. 한 여자를 알면, 즉 한 여자를 잘 알 면 모든 여자를 알게 되고 여성을 아는 겁니다. 더구나 양이 많아지면 그 깊이가 작아지니 까요." "옳은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자를 분산적인 것보단 집중적으로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두 명... 최소한 두 명..." "안 됩니다. 두 명은 안 되지요. 절대로 안 됩니다. 한 사람으로 만족치 않는다면, 그게 제 일이고 거창한 일이지만, 최소한 세 사람이어야 됩니다. 이원은 끝나질 않습니다. " "어떻 게 이원은 닫혀지지 않는다는 겁니까?" "분명하지 않습니까. 선이 둘 있으면 공간을 닫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단순한 다변형은 삼각형입니다. 최소한 세 명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삼각형에는 깊이가 없습니다. 가장 단순한 다면체는 4면체입니다. 최소한 네 명." "그러나 두 명은 안 되지요. 결코 안 됩니다. 한 명 아니면 세 명. 그러나 한 명을 깊이 연구함이 제일입니다. " "그게 제 목적입니다. " 24 아우구스또는 빠빠르리고뿔로스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혼자 말하기를, '그러니까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하든지 혹은 세번째 여자를 찾아야겠어. 심리연구를 위한 비교 연구라 는 순수한 개념적인 뜻에서 리두비나가 세번째 목표로서는 쓸모가 있기는 한데. 그러면 난 세 명의 여자를 갖고 있는 셈이다. 상상, 즉 두뇌에 해당되는 에우헤니아, 마음에 해당되는 로사리오, 그리고 요리사 리두비나는 위장에 해당되지. 두뇌와 심장과 위장은 지혜 와 감정과 의지라고도 불리는 영혼의 세 기능이다. 머리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느끼며 위장 으로 사랑한다. 이건 명확해! 그러면 지금..." '지금은-그는 계속해서 생각했다-빛나는 훌륭한 맹각이 떠오르는군! 에우헤니아에게 다시 구애를 하는 척해야 되겠다. 다시 그녀의 손을 요청하겠단 말이야... 어디 나를 애인으로, 미래의 남편으로 받아들이는가 보자. 물론 이것은 그녀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고 하나의 심 리적 실험으로서 비록 거절할 것이 뻔하지만... 아니 그렇게 돼야겠지! 나를 거절해 야 돼. 지난 과거를 보더라도, 우리의 마지막 회견에서 내게 말한 것을 보 더라도, 이미 나를 받아 들인다는 것을 보더라도, 그녀가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능치 않아. 자기 말을 지키는 여자니까. 난 그렇게 믿어. 그러나... 여자들이 자기 말에 책임을 진단 말인가? 여자가 여자 가? 이렇게 대문자로 써놓은 여자가, 유일한 여자가, 수백만 여성의 예쁜 육체에 분산돼 있 는 그 여자-적은 것보다는 더 좋은-그런데 여자가 자기 약속을 지키도록 돼 있는가? 자 기가 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그건 남성적인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니지 아냐! 에우헤니 아는 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를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이미 내 선물은 받았것다. 내 선물을 받다 그걸 즐긴다면 무엇 때문에 나를 좋아한단 말인가?' ' 그러나... 그리고 만일 내게 말한 것을 한 번 돌이켜보면-그 다음 그는 생각했다-그렇다고 긍정하며 나를 애인으로, 미래의 남편으로 받아들이면? 모든 경우에도 다 대비하고 있어야 되지, 그리고 나를 응낙하면? 그렇다면 일은 망친 거지! 내 낚시로 나를 잡는 격이지, 그 거야말로 정말 낚시에 걸린 낚시꾼이 되겠군! 그러나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가 없어! 그러 나 그렇다면? 아! 그렇다면 체념하는 수밖에 없지. 체념을 해? 그래, 체념을 해. 운이 트일 때 체념으로 이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되지. 그리고 행운에 굴종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학문일지도 모른다. 삔다로가 말하길 딴딸로의 모든 불운은 그가 그의 행복을 소화시키지 못한 데서 유래됐다 고 하지 않는가? 행복을 소화시켜야 돼! 그리고 만일 에우헤니아가 나를 응낙한다면 그때 는... 심리학을 정복한 거야! 심리학 만세! 그러나 아니지. 아냐, 아냐, 나를 받아들이진 않을 거야. 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지. 비록 단순히 자기 목적을 달하려고 하더라도 에우헤니아와 같은 여인은 자기 팔을 비틀리지 않지. 여자가 남자와 대결해 각자의 목적에 누가 더 완강 하고 지구력이 있는가를 판가름할 때에는 그땐 물불을 가리지 않지... 아니지, 나를 받아들이 지 않을 거야..." "로사리오가 기다리고 있어요." 감정이 담긴 이 짧은 말로 리두비나는 자기 주인의 사색 을 중단시켰다. "리두비나, 말해 봐. 여자들은 자기들이 내뱉은 말에 충실할까? 약속을 지킬 줄 아느냐 말 이야?" "경우에 따라 다르죠." "네 남편의 그 입에 바른 후렴이군. 당신들 여자들은 묻는 말에는 잘 대답하지 않고 질문 할 것이라고 상상했던 그 질문에만 대답하는데, 그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봐요." "그런데 제게 무슨 말씀을 물으셨죠?" "혹시 당신과 같은 여자들은 언약을 지키느냐고 물었어." "그건 말에 달렸지요." "어떻 게 말에 달렸다는 거야?" "이것 보세요. 어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고, 어떤 말은 지키지 않으려고 하지요. 아무 도 오해할 수가 없어요. 그건 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요..." "좋아, 좋아. 로사리오보고 들어 오라고 해." 그리고 로사리오가 들어오자 아우구스또는 그녀에게 물었다. "말해 봐, 로사리오. 넌 어떻게 생각해. 한 여자가 약속을 했으면 그걸 지켜야 되나, 혹은 지키지 말아야 되나?" "전 도련님께 아무런 약속도 한 적이 없는데요..." "그런 말이 아니고 어떤 한 여자에 대하여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아, 네 그 다른 여자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군요. 그 여자 때문에..." "그렇다고 하자. 어 떻게 생각해?" "전 그런 일은 잘 모르겠어요..." "상관없어!" "그럼 정 그러시니 말씀이지만 약속을 않는 것이 상책이지요." "약속을 했다면?" "안했 어야죠." '알겠어.' 아우구스또는 혼잣말을 했다. '이 계집애한테는 안 되겠어. 그렇지만 기왕 여기에 왔으니 한 번 심리학을 응용하여 실 험을 해봐야겠다.' "이리 와 앉아!" 그는 자기 무릎을 펼쳤다. 소녀는 얼굴색 하나 변치 않고 이미 약속이나 한 듯, 예견이나 한 듯 조용히 복종하였다. 반면 아우구스또는 어디서부터 심리적 실험을 시작할지를 모르고 당황하였다. 그는 무슨 말 을 할지 모르자, 그만 행동으로 대신하는 것이었다. 로사리오를 자기의 타는 가슴에 힘껏 껴안고 얼굴에 키스를 퍼부으며 생각하는 것이다. '난 내 심리학 조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냉정을 잃을 것 같애 .' 그러고 나서 갑자기 행동 을 멈추고 진정을 하는 듯하더니 로사리오를 자기로부터 좀 멀리하고는 급하게 말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넌 모르고 있니?" 로사리오는 그를 뚫어 지게 응시하고 어깨를 움cm리며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그걸 몰라?" 반복해 물었다. "지금 그것이 제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네게 상관이 없다고?" "지금은 저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은요." "나도 그런 것은 같아. 그러나..." 그러고 나서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것은 여자에 관한 심리실험의 프로그램 속에서 전연 아우구스또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즉 로사리오가 난폭하게 그의 목에 두 팔을 얹고서 그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젠 내가 실험을 당하는군. 이 아가씨는 지금 남성 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로사리오의 아랫도리를 애무 하고 있지 않은가. 아우구스또는 갑자기 일어나서 로사리오를 불안정하게 들어 일으켜서 소파에 던졌다. 그 녀는 얼굴이 상기된 채로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팔로 그녀를 잡고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감지 마,로사리오. 감지 마,제발! 눈을 떠 그래,그렇게. 점점 더 네 눈속에서 나를 보도록 해다오.저렇게 꼬마가..." 그 눈속의 자기 자신을 거울에서처럼 보자 먼저 느꼈던 흥분이 좀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어디, 거울 속에서와 같이 네 눈속의 나를, 조그만 나를 보자...그래야만 나 자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인의 눈속에서 나를 보면서..." 그리고 이상하게 거울을 쳐다보았다. 로사리오는 생각하길 '이 사람은 다른 사람 같지가 않으니, 정신이상이 틀림없어.' 아우구 스또는 갑자기 그녀로부터 몸을 떼내고는 자기 자신을 쳐다보고는 자신을 손으로 더듬으며 부르짖는 말이..." "이젠 나를 용서해, 로사리오." "용서한다구요? 뭐를요?" 그리고 가련한 로사리오의 목소리에는 어느 다른 감정보다는 공포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 녀는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홀로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사람이 이상한 말 들 하거나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그게 어디서 멈출지 짐작하긴 어렵다. 이 자는 한 번 미친 기가 들면 날 죽일 사람이야.' 그리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 봐." 아우구스또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것 보란 말이야, 로사리오. 용서해 줘. 나를 용서해 줘. 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 랐어," 그리고 그녀는 생각한다. '알지 못하는 것은 행동으로 옮길 수도 없는 거야' "이젠 가 봐 가 봐!" "저를 내쫓으시는군요?" "아냐, 그게 아냐... 너를 내쫓는 게 아냐. 아니지... 이걸 어떻게 하지! 네가 원한다면 내가 나가겠어. 그리고 네가 여기 남아 있고. 그러면 될 게 아냐." '정말로 정신이 이상하군.' 그 녀가 생각했다. 그러고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가 봐. 가 봐. 그리고 나를 잊지 마, 응!" 그는 그녀의 턱끝을 잡아 애무를 했다. "나를 잊지 마. 가련한 아우구스또를 잊지 마." 그녀를 포옹하고는 길고도 긴 키스를 했다. 방을 나가면서 소녀는 신비스런 공포로 충만 된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아우구스또는 자기를 위해 생각했다. '나를 경멸하고 있다. 틀림없이 나를 경멸하고 있어. 내가 우스꽝스러웠지. 우스웠어. 우스웠지...그러나 그 애가 이런 말을 알고 있을까? 심리학에 대해서 무엇을 안단 말인가?' 만일 그때 가련한 아우구스또가 로사리오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더라면 그는 더욱더 절망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천진한 아가씨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른 이웃 여인을 위해 내가 이런 일을 또 해야 되겠지..." 아우구스또는 다시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잃어 버린 시간과 잃어 버린 기회는 다시 찾 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절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하여 화가 치밀었다. 그는 무엇을 할지 몰라 시간을 보내려고 리두비나를 불렀다. 그런데 자기 앞에 나타난 리두비나는 어떻게나 침착하고 포동포동하고 어떻게나 능청맞게 미소를 하는지 그는 너무나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그만 소리를 쳤다. "나가, 나가, 나가!" 그 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는 자제를 못 하여 리두비나에게 폭행이라도 할까 겁이 났던 것이 다. 거리로 나오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군중은 숲과 같이 사람을 안정시킨다. 다시 제자리에 오게 한다. 내 정신이 성할까?' 생각하며 아우구스또는 걸었다. 내가 정상적인 사람들같이 점잖게 거리를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그런데 정상적인 사람 이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몸짓 손짓을 하고 얼굴을 찌푸릴 때 나를 쳐다보지 않고 지 나치고, 혹은 나를 무관심하게 쳐다본다고 내가 생각할 때 사실은 모두가 나를 비웃으며 혹 은 동정하며 주의깊게 쳐다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우발적 사건이 혹시 미친 짓이 아닐 까? 난 정말 미쳤을까? 그리고 최후의 경우에 설혹 그렇더라도 뭐가 어쨌다는 거야? 마음 이 착하고 감수성이 깊으며 선량한 사람이 미치지 않는다면 그건 완벽한 바보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 바보거나 혹은 악당이다. 물론 악당이나 바보들이 미치지 않는다는 얘 기는 아니다. ' '로사리오에게 한 짓은-생각을 계속했다-웃음거리였어. 단순히 웃음거리였다.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런 처녀애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가련한 처녀야! 그러나... 어떻게 그렇게도 천연덕스럽게도 제 몸을 그리 내맡기지! 그건 생이적인 존재, 완전히 생리적이며 여하한 심리작용도 없는 생리적인 존재일 뿐이야. 심리적 실험을 위해 그 애를 모르모트나 개구리처럼 취급하는 것은 다 쓸데없는 짓이야. 기껏해야 생리적인... 그렇지만 심리학 그것도 여성 심리학은 생리학 이상의 것인가 혹은'생 리학적 심리학인가? 여자는 영혼을 가졌나? 그리고 나 자신을 심리학적 생리학 실험에 임 하게 하기에는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해. 난 전연 실험실에 가 본 적이 없으니... 더구나 아 무 기구도 없고, 그리고 심리학은 기구를 필요로 한다. 그러면 난 미쳤을까?' 자기의 고민에 무관심한 바쁜 군중들 틈에서 이러한 거리의 명상으 로 마음을 좀 풀고 난 다음 평온한 마 음을 되찾아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25 아우구스또는 빅또르를 보러 갔다. 방문 목적은 늦게 얻은 친구 아들도 보고 그 가정의 새로운 행복을 만끽해 보며 곁들여서 자기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그와 상의하려는 것이었다. 그 친구와 단둘이 만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소설... 그... 뭐드라?... 아, 그래 소설... 네가 쓰고있던 것 말이야? 이젠 아들로 있고 하니 그걸 포기했겠지?" "그건 잘못된 추측이야. 바로 그 이유로 해서, 즉 아버지가 됨으로써 다시 소설을 쓰게 된 거야. 그리고 그 속에서 내게 충만하는 좋은 기분을 소화시키지." "조금이라도 읽어 주겠 나?" 빅또르는 원고지를 빼들고는 여기저기 조금씩 자기 친구에게 읽어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람아, 아주 사람이 변했군!" 아우구스또가 소리쳤다. "음란한 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리고 가끔 도가 지나치기도 하고... "음란하다고? 천만에! 여기 있는 것은 그대로일 뿐이야. 음란한 것이 아니고 가끔 나체가 있지만 그러나 옷이 벗겨진 사람은 없어... 여기 있는 것은 사실주의야..." "사실주의, 그래, 그리고 더구나..." "냉소, 그게 아냐?" "냉소 그렇지 !" "그러나 냉소는 음란한 것이 아니지. 이 자연 그대로의 것이란 상상력을 자극하여 사물의 그 현실을 직시하는 시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한 방법이며 이 자연 그대로란 교육학적인 의 미로, 즉 교육적이라는 거야!" "그리고 기괴한 점도 있고." "그건 그래. 그걸 부인하진 않겠어. 난 익살을 좋아해." "속으로는 항상 음울한 것이지." "그거야 음울한 농담이야. 장례식 같은 기지가 아니면 재미가 없어 웃음을 위한 웃음은 불쾌하고 무섭기까지 해. 웃음이란 비극을 위한 준비일 뿐이야." "너무 노골적인 광대 행위 는 아주 싫단 말이야." "그건 네가 고독하기 때문이야, 아우구스또. 고독한 자, 잘 들어 둬. 고독 한 인간...난 그 걸 치료하기 위해 쓰지... 아니, 아니, 무엇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쓰는 것이 재미있어 쓸 뿐이야. 그리고 만일 그걸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면 내 목적은 달성한 거야. 그러나 그와 동시에 너와 같은 고독한 사람, 이중으로 고독한 사람을 치료하는 길이 된다면..." "이 중?" "그래, 육체의 고독과 영혼의 고독." "그런데 빅또르..." "응,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 얼마 전부터 아주 악화된 네 정신상태에 대해 상의하려 고 왔지. 그렇지?" "그래, 그거야." "난 그걸 알았지. 아우구스또, 결혼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 "그러나 어떤 사람과?" " 아, 저런, 한 여자만이 아니던가?" "그걸 어떻게 알아맞췄지?" "간단하지. 만일 네가 누구와? 라고 질문했었더라면 한 사람 이상이 있는지 한 사람이 있는지조차도 상상을 못 했을 거야. 그러나 네가 물을 때 어떤 사람과? 라고 했으니 둘 중 의 혹은 셋 중의 혹은 열 사람 중의 혹은 무한대 중의 하나가 되는 거지." "그건 그렇군." "결혼해. 네가 사랑하는 많은 여자 중의 누구라도 좋아. 그 중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 말이 야. 그리고 너무 심각히 생각지 말고. 너두 알지만 난 생각을 않고 결혼을 했어. 즉 우리를 결혼시킨 거지." "그런데 난 지금 여성 심리학 실험에 종사하고 있어." "여성에 관한 유일한 심리적 실험 은 결혼이야. 결혼을 않는 자는 심리적으로 여성의 영혼을 체험할 수가 없어. 여성 심리학 혹은 산부 심리학의 유일한 실험은 결혼이야." "그러나 그건 구제가 없잖아!" "여하한 진 리의 실험도 구제는 없어. 무엇을 실험하고나 하는 자가 후퇴의 길을 열어 놓는다면 결코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는 거야. 자기 육체의 일부를 절단해 보지 못한 외과의사 를 결코 믿어서도 안 되고 미치지 않은 정신과 의사에게 네 자신을 맡기지 말란 말이야. 결 혼해. 만일 네가 심리학을 알기 원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독신자들은..." "독신자들의 심리학은 심리학이 아냐. 그건 형이상학일 뿐이야. 즉 물리학 저편에 있는 것, 자연적인 것 저쪽에 있는 것이지." "그럼 그건 뭐야?" "현재 너의 상태보다 조금 못한 것이지." "내가 형이상학 속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자연적인 것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고 훨 씬 그것 이쪽에 있는데!" "마찬가지야." "어떻게 마찬가지란 말인가?" "그래, 자연적인 것의 더 이쪽은 더 저쪽이나 마찬가지로 공간의 더 저 쪽은 공간의 더 이쪽이나 같은 것과 같지. 이 선을 보란 말이야." 그는 종이 위에 하나의 선을 그었다. "이 선의 양쪽 끝을 무한대로 연장하면 끝은 서로 만나서 모든 것이 만나고 묶여지는 무 한에서 닫히는 거야. 모든 직선은 무한한 반경의 원의 곡선이고 무한에서 닫히는 거야. 그렇 기 때문에 자연적인 것의 더 저쪽이든 더 이쪽이든 마찬가지라는 거야. 분명하지?" "아냐, 아주 불분명한데. 아주 불분명해." "그건 네가 불분명하니까 그래. 결혼해," "그래, 그러나... 너무 많은 의심이 치솟아서!" "더욱 좋지, 이 꼬마 함렛아, 더욱 좋아 의심해? 그 다음 생각하고 생각해? 그 다음 존재 하고." "그래, 의심하는 것은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생각하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지. 의심하는 것뿐이야. 사람은 의심을 않고도 믿고 알고 상상할 수가 있고 신앙과 지식 그리고 상상도 의심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야. 그러 나 의심 없는 생각은 있을 수가 없어. 그리고 조용한 정적이나 다소 죽은 신앙과 지식, 그리 고 불안감 등을 활력이 있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도 의심 그것이란 말이다." "그러면 상상 력은?" "그래, 그건 의심할 여지가 있어 난 내 '소설' 중의 인물들을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데 항상 의심을 하지.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시키고 행동을 하게 한 후에도 그것이 혹시 잘 되었던 것이었던가, 또 실제로 그들에게 적합했던 것이었나를 다소 의심하게 된단 말이야.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조절하지! 그건 그래. 그건 그렇지. 상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고 그 것을 생각하는 것이니... 아우구스또와 빅또르가 이러한 소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독자 여러분이 손에 들고 읽고 있는 이 소설의 작가인 나는 나의 소설적인 인물들이 나를 변호하고 나의 방법론 을 정당화하는 것을 보면서 나 혼자 애매한 미소를 짓고 또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불행한 인간들은 내가 그들에게 하고 있는 일을 그들 자신이 오직 정당화만 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연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자기 자신 을 정당화하려고 이유를 찾는 것은 엄격히 신을 정당화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두 명의 소설적 가련한 악마의 신이다. 26 아우구스또는 마지막이자 결정적인 심리적 체험을 시도하려고 했다. 거절을 당할까 다소 두려워하며 에우헤니아의 집으로 향하였다. 그가 그 집 계단을 올라갈 때 외출라려고 막 계 단을 내려오고 있는 에우헤니아와 마주쳤다. "어떻게 여기를 다, 아우구스또씨?" "예, 그러나 지금 외출하시니 다음날로 미루지요. 난 돌아가겠습니다." "고모부가 위에 계 신데요." "당신 고모부를 만나러 온 게 아니고 당신과 얘기하려고 왔소, 에우헤니아. 다음날로 미룹 시다. " "아녜요, 아녜요. 들어가세요. 문제는 단김에." "그러나 고모부가 계시면..." "아, 무정부주의자니까요! 부르지 않으면 되지요."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그녀와 함께 올라갔다. 실험관의 모습으로 가던 가련한 이 사람은 이제 자신이 개구리처럼 느껴졌다. 응접실에 단둘이 있게 되자 외출복에 모자도 벗지 않은 채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제게 무슨 얘기가 있으신지 말씀해 보세요." "저... 저... 아우구스또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저... 저..." "말씀하세요. 그래서 뭐요?" " 에우헤니아, 난 마음이 편치 않아. 지난번 우리가 말할 때 얘기한 것에 관해 수천 번 생각 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난 단념할 수가 없어. 안 돼요. 단념할 수가 없단 말이오. 나는 그건 못 하겠어 !" "그럼 무엇을 단념할 수 없다는 거죠?" "그야 그것이지. 에우헤니아, 그것이야." "그거란 무엇이에요?" "친구 이상으론 되지 말자는 그것이오." "친구 이상으로...! 그럼 그것도 작단 말이에요. 돈 아우구스또 선생! 혹은 친구 이하로 되자는 그런 건가요?" "그게 아니고, 에우헤니아. 그게 아니오. 그게 아니라는데." "그럼 뭐예요?" "제발 나를 너무 괴롭게 그러지 마..." "괴롭게 만드는 건 선생 자신이에요." "난 포기할 수가 없어. 못 하겠어 !" "그럼 뭘 원하세요?" "즉 부부가 되자는 거지 !" "다 끝내는 거예요."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을 해야지." "그럼 내게 한 그 약속은?"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으니까." "그러면 그 로사리오 아가씨는요..." "아, 제발 에우헤니아, 그런 말은 하지도 마오! 로사리오를 생각하지 말란 말이오!" 에우 헤니아는 모자를 벗어 조그만 책상 위에 놓고서는 다시 자리에 와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엄숙하게 말했다. "좋아요, 아우구스또씨. 어찌 됐든 남자인 당신이 약속을 지킬 줄 모르니 단지 여자인 나 도 내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어요. 더구나 난 로사리오와 같은 많은 다른 여인들로부터 당 신을 구하고 싶어. 당신이 로사리오에게 무관심한 것이나, 마우리시오가 나를 자포자기케 한 것은 하나도 좋을 게 없어. 이젠 내가 솔직하다는 것을 알겠지요. 동정이 가요? 그래, 아우 구스또, 당신을 보면 난 괴로워. 괴롭단 말이야!"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오른손바닥으로 그의 무릎을 가볍게 두 번 때렸다. "에우헤니아!" 그는 그녀를 껴안을 듯 두 팔을 벌렸다. "아니, 조심하세요." 그녀는 손을 메어 두 팔로부터 슬쩍 피하면서 소리 질렀다. "조심해 !" "그렇지만 지난번에는... 마지막 번에는..." "그래, 그렇지만 그때는 경우가 달랐지." '난 개구리 역을 하고 있군.' 실험적 심리학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에우헤니아는 계속 말했다. "친구에게, 단순한 친구에게는 저, 저의 애인에게는 허 락할 수 없는 조그만 자유를 허락할 수가 있어!"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아우구스또, 우리가 결혼하면 다 설명할게요. 그러나 지금은 좀 점잖아 야 돼. 응?" ' '이건 정말 왔단데.' 완전히 완벽하게 개구리가 된 느낌인 아우구스또는 생각했다. "그럼 지금." 에우헤니아는 일어서면서 덧붙여 말했다. "고모부를 부를게요." "왜 ?" "소 식을 전하려는 거지 !" "그건 그렇군." 번민에 잠긴 아우구스또가 내뱉었다. 즉시 돈 훼르민이 나타났다. "고모부, 보세요." 에우헤니아가 그에게 말했다. "여기 아우구스또 뻬레스씨가 있잖아요, 제게 구애를 하러 왔어요. 그래서 전 구애를 받아들였어요." "훌륭해! 훌륭해" 돈 훼르민이 부르짖었다. "훌륭해! 이리 와라, 얘야. 너를 좀 안아 보자! 훌륭해!" "우리가 결혼한다는 게 그리도 대견스러우세요, 고모부?" "아냐. 대견스러운 건, 나를 동요하게 하는 건, 나를 굴복하게 하 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야. 단둘이서, 중계자도 없이, 무정부주의 만세! 그런데 너희들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유감이야. 유감이야... 물론 당국을 존중 않고도 너희들 양심의 내적 법규에 따라서, 응? 형식 이전에 말이야, 오로지 형식 이 전에. 왜냐하면 난 너희들이 이미 서로 부부라 생각하리라 알고 있어. 어쨌든 난 나 혼자서 무정부주의적 신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결혼시킨다!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해, 훌륭해, 훌륭 해! 돈 아우구스또, 오늘부터 이 집은 자네 집이야." "오늘부터요?" "옳아. 그래, 항상 그랬지. 내 집은... 내 집? 내가 사는 이 집은 항상 자네의 것이었고 항 상 모든 나의 형제들의 집이었지. 그러나 오늘부턴... 내 얘기를 알겠지." "네, 알아들어요, 고모부." 그 순간 문에서 누가 불렀다. 그리고 에우헤니아가 말했다. "고모님이세요!" 그리고 고모가 응접실에 들어와 방안을 보고는 부르짖었다. "벌써 다 알았어! 그래서 성사가 된 거지? 난 이미 알고 있었지." 아우구스또는 생각하기 를 '개구리, 완전한 개구리! 그리고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서 나를 낚아챘어.' "오늘 집에 남아 우리와 함께 식사해요. 물론 축하하기 위해서... 도냐 에르메린다가 말했다. "별수가 있습니까!" 가련한 개구리의 입에서 그만 말이 새어 나왔다. 21 이렇게 되어 아우구스또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거의 온종일을 자기 애인 집에서 소 일하며 그는 심리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미학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로사리오는 다시는 그의 집에 들르지 않았다. 그 다음번 세탁된 옷을 가져온 것은 다른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왜 로사리오가 오지 않았느냐고 감히 묻지를 못 했다. 그걸 짐작하고 있었으니 뭣 때문에 묻겠는가? 그리고 이 경멸은 그것은 분명히 경멸이었다. 거의 애교로 느껴졌다. 그는 에우헤니아에게 그 앙갚음을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아이, 점잖으세요. 그리고 그 손 좀 가만 놔 둬요!' 그 애는 그 짓 하기에 그렇게도 좋았건만! 그에게 있어서 에우헤니아는 눈요기, 단지 눈요기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점점 더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한 번은 그가 말하기를 "너의 눈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싶은데 !" 그리고 그녀는 대답했다. "해봐요!"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그가 부가했다. "네가 피아노를 좀 치는 게 좋겠어. 그걸 들으면 영감이 더 날 텐데." "그러나 다 아시잖아요. 아우구스또, 당신의 관용으로 피아노 가르치는 것도 그만두게 되 어 피아노를 친 지가 오래 됐는데, 그것 치는 것이 정말 싫단 말이야. 이렇게 고생을 했는지 !" "상관없어. 쳐 봐, 에우헤니아. 시를 쓸 수 있도록 피아노를 좀 쳐 봐." "그래요. 그러나 단 한 번만!" 에우헤니아는 피아노를 치려고 앉았다. 그리고 치는 동안 아우구스또는 이런 시를 썼다. 이 몸에서 멀리 떨어진 나의 영혼은 길 잃은 관념의 안개 속에서 천체가 노래 '한다' 는 그 음악의 선율 속에서 헤매고 있도다. 그리고 영혼 없는 나의 고독한 육체는 슬피 지상을 방황하고 있다네. 영혼과 육체는 모름지기 함께 살도록 태어났건만 그만 헤어져 있도다. 육체는 모두가 물질이고 영혼은 자기 완성만을 추구하는 정신일 뿐 아! 아름다운 에우헤니아여 ! 그거나 그대의 두 눈은 나의 길 앞에서 생동하는 광명의 샘같이 높이 안개도 자욱한 하늘로 솟구쳐 내 영혼을 포박하여 믿기 힘든 이 지상으로 끌어내려와 나의 육체 속에 불어넣어 주었다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오로지 이 순간부터 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네. 에우헤니아여! 불에 달군 못같이 그대의 두 눈은 내 육신을 정신에 붙들어 매놓고 피로 하여금 내 속에서 열띤 꿈을 꾸게 하여 주며 관념을 살로 만들어 준다네. 만일 정신과 물체가 헤어져 내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그날에는 나는 산화하리라. 천상의 운무 속에서, 무서운 암흑 속에서 ! "어떻게 생각해?" 시를 읽고 난 아우구스또가 물었다. "내 피아노같이 조금밖에 혹은 전연 음악적이 아니야. 그리고 그 '한다'는..." "그건 시 에 친밀감을 주기 위한 거야..."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에우헤니아'는 쓰레기 같군요." "뭐라고? 네가 쓰레기라고, 네가?" "거기 그 시에서는 그렇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 모두가 대단히...같아" "말해 봐. 그래, 대단히 tm설 같단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빅또르와 내가 만든 말이지." "이것 보세요, 아우구스또. 우리가 결혼한 후에는 그런 말도 싫고 개도 싫어요, 알겠어요.? 그러니 오르훼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금부터 생각해 두란 말이에요..." "그러나 에우 헤니아, 제발! 내가 어떻게 그 가련한 놈을 주워왔나 잘 알고 있잖아! 더구나 내 마음을 털 어놓는 극진한 친군데... 내 독백을 다 들어주는..." "그러니까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내 집 에는 독백이 있어서는 안 된단 말이에요. 개는 필요가 없단 말이에요!" "제발 에우헤니아, 애기 하나만이라도 가질 때까지는..." "만일 애기를 갖는다면..." "그렇고말고. 만일 애기를 갖는다면, 그렇지 않으면 왜 개는 안 된단 말이지? 돈만 있으면 개는 남자의 가장 좋은 친 구가 될 것이라고 옳은 말을 했는데 왜 개가 필요 없다는 거야?" "아니예요. 돈이 있다면 개는 사람의 친구가 될 수가 없을 거야. 난 확신 해.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친구가 없게 되 니까." 지난 어느 날은 에우헤니아가 아우구스또에게 말했다. "이것 봐요, 아우구스또. 당신에게 매우 심각한 일을 얘기해야 되겠어요. 내가 말하는 것 먼 용서해 주길 부탁해..." "그러지 말고 말해 봐, 에우헤니아." "내가 애인을 가졌던 것을 당신도 알지요..." "그럼 마우리시오." "그러나 내가 왜 그를 파렴치꾼으로 쫓아보냈는지 그 이유는 모르지요..." "난 그걸 알고 싶지 않아." "그건 당신도 알아야 해요. 그를 건달패와 파렴치꾼으로 취급했단 말이에요. 그러나..." " 뭐 아직도 네 뒤를 쫓아다녀?" "아직도." "그저 그 놈을!" "아니예요. 그게 아니예요. 나를 따라다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에서가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어." "어디 말해 봐. 말해 봐!" "놀라지 말아요, 아우구스또. 놀라지 말아요. 가련한 마우리시오는 물진 않고 짖어 댈 뿐 이에요." "그렇다면 아랍인들이 격언대로 하면 되겠군. '당신이 가는 길에 쫓아나와 짖어 대는 개 가 있을 때마다 발길을 멈춘다면 당신은 결코 목적지에까지 도착을 못 할 것이다.' 그에게 돌을 던질 필요가 없어. 상관하지 마." "그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뭐 야?" "호주머니에 미리 빵 부스러기를 준비해 가다가 나와 짖어 대는 개에게 던져 주는 거야. 개들은 배고파서 짖는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지?" "지금 마우리시오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좋으니 직장을 하나 구해주든지, 혹은 살 방도를 구해 달라는 거예요. 그러면 나를 더 괴롭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면..." "나를 속박하려고 추적하겠다고 위협을 하고 있어요." "그런 철면피 같은 놈. 산도적 같 은!"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멀리 직장을 하나 구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애요. 더구나 나로서는 동정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 그대로 두면, 가련한..." "당신 말이 옳을지도 몰라, 에우헤니아. 그리고 그 문제는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 일 즉시 친구 한 사람과 얘기하겠어, 그에게 일거리를 찾아주도록 하지." 그리고 실제로 그 는 마우리시오에게 일자리를 구해 줬다. 그러고는 아주 멀리 떠나서 일하도록 한 것이다. 28 어느 날 아침 리두비나가 들어와 밖에 어떤 청년이 찾아왔다고 전하자 아우구스또는 얼굴 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가 마우리시오임을 즉시 알았다. 그는 말을 들을 것도 없이 그를 돌 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한때는 에우헤니아의 애인으로 사랑했고 지금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할지도 모르며 아마도 그의, 아우구스또의 부인이 될 그녀의, 아우구스또 자신도 모르고 있는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마음이 끌렸다. 여하튼 그 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연결해 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선생님." 그는 공손히 말을 시작했다. "에우헤니아의 중계로 저에게 베풀어 주신 크나큰 호의에 감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 "나 한테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처가 될 사람을 괴롭히지 말기를 바라 겠습니다. " "저는 그녀를 추호도 괴롭히지 않았는데요!" "다 알고 있습니다. " "나를 버린 후, 버리기를 잘했죠. 저는 그녀의 배필이 될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그 불행 으로부터 나 자신을 위로하고 그리고 물론 그녀의 결심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만 일 그녀가 선생께 다른 얘기를 했다면..." '내 처가 될 사람에 관하여 더 언급을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사실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그런 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신 자신이나 잘 위로하시고 우리를 더 이상 괴 롭히지 마시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게 조그만 직장을 마련해 주신 두 분의 호의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곳으로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달래야지요. 물론 저도 처녀를 한 사람 데리고 가겠습니다. " "그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신사?" "선생이 그녀를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어떻게요? 어떻게요? 누구를 비웃는 것...?" "아닙니다, 아닙니다. 로사리오라고 하지요. 세탁소에서 일하며 선생댁 옷도 세탁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우구스또는 창백해졌다. '이 자가 다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자가 자기보다도 에우헤니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의심할 때보다도 더욱 그를 당황케 했다. 그러나 곧 그는 기운을 내어 부르짖었다. "그래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제 생각엔..." 마우리시오는 아무 말도 듣지 않은 듯이 말을 계속한다. "우리 버림받은 사 람들은 우리들끼리 서로 위로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합니다. "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 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리고 거기 로사리오와 마지막 모험을 했던 그 장소에서 그의 목을 조를까말까 아우구스또는 생각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말한 것 이상의 아무 뜻이 없습니다. 그녀... 내가 언급하는 것 을 싫어하시는 그 여자는 나를 경멸하고 나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이 경멸한 가련한 그 소녀와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더 이상 자제할 수가 없었다. 먼저 창 백해지더니 다음에는 얼굴이 상기되어 일어서서 마우리시오를 두 팔로 붙들고 그를 불안정 하게 일으켜 세우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를 소파에 밀어젖혔다. 그러자 소파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 마우리시오는 아주 냉정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돈 아우구스또, 지금 재 눈동자를 쳐다보시오. 당신이 얼마나 작은가 보일겁니다. " 가 련한 아우구스또는 스스로 용해되는 줄 알았다. 최소한 팔의 모든 힘은 용해되어 사라지고 방안은 그의 눈앞에 안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꿈을 꾸는 것일까?' 그리 고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자기 앞에 와서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오고 있는 마 우리시오를 발견했다. "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돈 아우구스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발 작... 난 내가 무얼 했는지도 모르겠군. 전연 몰랐으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생과 그... 여자에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마우리시오가 나가자 즉시 아우구스또는 리두비나를 불렀다. "말해 봐, 리두비나. 누가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었지?" "한 청년이요."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나?" "그러나 그걸 제가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어요?" "정말 누가 여기에 나와 함께 있었나?" "도련님 !" "아냐, 아냐... 여기 나와 함께 다음과 같은 특징의 청년이 있었다고 맹세해... 금발에, 그렇 지 않아? 콧수염이 있고, 호리호리나기보단 뚱뚱한 편이며, 매부리코를 가진... 있었지?" " 그런데 몸이 편찮으세요. 돈 아우구스또?" "꿈이 아니었을까?" "둘이서 그 꿈을 꾸지 않았으니..." "두 사람이 동시에 동일한 꿈을 꿀 수는 없지. 그래서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닌 것은 꿈이 아닌 것을 알아내는 거지..." "네, 침착하세요. 네, 말씀하시는 그 청년이 여길 다녀갔습니다. " "나가면서 뭐라고 했 나?" "그가 나갈 때 저와는 말하지 않았어요... 그를 보지도 못한 걸요..." "그러면 넌 그게 누 군지 알아, 리두비나?" "네, 누군지 알아요... 애인이었던 자지요..." "그래 좋아. 그럼 지금 그는 누구의 애인이야?" "그건 너무 지나치게 아는 셈이 되지요." "여자들은 가르쳐 주지도 않은 일도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데..." "네, 그 대신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하는 일들은 배우지를 못하고요." "좋아. 사실을 말해 봐. 리두비나, 너는 지금 그 자가 누구와 놀아나는지 모르고 있어?" "몰라요. 그러나 짐작은 하지요." "왜 ?" "도련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서요." "좋아. 도밍고를 좀 불러 줘." "왜요?" "나도 역시 꿈을 꾸고 있는가 혹은 아닌가, 그리고 혹시 너도 실제로 그의 처 리두비나인 지 혹는..." "혹은 도밍고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러나 더 좋은 수가 있어요." "뭐야?" "오르 훼오를 오게 하는 거죠." "옳은 말이야. 그 놈은 꿈도 안 꾸지 !" 잠시 후 리두비나가 나가고 개가 들어왔다. '이리 와, 오르훼오-그의 주인이 말했다-이리 와! 가련한 놈! 나와 살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그녀는 집 안에선 네가 싫다는 거야. 그러 면 너를 어디로 내보내지? 너를 어떻게 하지? 내가 없으면 넌 어떻게 될까? 넌 죽을지도 몰라. 난 그걸 알고 있어! 개는 주인이 없으면 죽을 수가 있지. 그리고 난 네 주인 이상이 었지. 네 아버지, 네 신! 너를 집안에 안 두겠대. 내 곁에서 너를 쫓는 거야! 충성의 상징인 네가 집에서 귀찮은 존재가 될까? 그걸 누가 안담...! 아마 개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가장 비밀스런 생각을 알아내는 모양이 지... 비록 조용하다 해도... 그리고 난 결혼을 해야 돼. 결혼 이외의 방도가 없어‥‥‥ 그렇 지 않으면 몽상에서 탈출할 수가 없을 거야! 난 깨어나야 돼.' '그런데 오르훼오, 넌 왜 그 렇게 날 쳐다보지? 그래 눈물도 없이 울고 있구나...! 내게 무슨 할 얘기라도 있어? 말을 못 하여 괴로워하는구나. 네가 꿈꾸고 있지 않은 것을 난 빨리도 확인했구나! 넌 꿈꾸고 있어. 오르훼오야, 그렇지? 우리 사람들은 개·고양이·말 황소·양 특히 가축이 있기 때문에 사람일까? 인간의 동물적 인 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축들이 없었던들 사람이 오늘날의 인간성에 도달했을까? 만일 사람이 말을 가축화하지 않았던들 우리 혈통의 다른 쪽 반은 등에 지고 다녀야 하지 않을 까? 그래, 너희들 덕분에 인류문명이 있는 거야. 그러면 여자들, 여자는 또 다른 동물이 아 닐까? 그리고 여자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사람일까? 아이, 오르훼오,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너를 집안에서 쫓아내었구나.' 그리고 그는 가슴에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정말 우는 것같이 보이던 개는 그의 수염을 할고 있었다. 29 결혼식을 올릴 모든 준비가 돼 있었다. 아우구스또는 은밀하고 검소한 식을 원했다. 그러 나 그녀는 그의 장차 부인은 식이 좀더 화려하고 크게 되길 바라는 것이었다. 결혼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신랑은 비록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신부와 좀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마 음이 간절했다. 그럴 수록 에우헤니아는 더욱더 몸을 도사리고 허락하지 않았다. "며칠 후에 한몸이 될 우린데, 에우헤니아!" "바로 그렇기 때문이지요. 좀더 서로 존경하는 것이 필요해요..." "존경? 존경... 존경은 애 정을 축출하지." "그렇게 생각하겠죠... 남자는 결국!" 여기서 아우구스또는 뭔가 이상하고 억지가 있는 것을 알았다. 어떤 때에는 자기 시선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항상 자기 아들이 결혼을 잘하기를 염원했던 자기 어머니, 가련한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에우헤니아와의 결혼이 박두한 이때 그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마우리시오가 로사리오를 데리고 간다고 한 그 말이었다. 그는 질투를, 무서운 질투를 느꼈다. 그리고 그 는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그 계집애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자신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 다. '이젠 두 연놈이 나를 비웃고 있겠지-혼자 말했다-그리고 그 놈은 이중으로 비웃겠지, 로사리오를 데려가니.' 그래서 어떤 때에는 약혼을 파기해 버리고 로사리오를 정복하여 마우리시오로부터 탈취하 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느졌다. "그 아가씨, 그 로사리오, 어떻게 했어요?" 결혼식 며칠 전에 에우헤니아가 물었다. "지금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지?" "그런 얘기 싫으면 그만둬요." "아냐... 아냐... 그러나..." "그래, 우리의 만남을 그녀가 한 번 중단시켰기에... 그 여자 소식 못 들었어요?" 그러고 선 그를 꿰뚫을 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소식 못 들었는데." "이 시각에 누가 그녀를 정복하고 있으며 누가 그녀를 정복했을까?" 아우구스또로부터 시 선을 돌려 저 멀고 먼 허공에 고정시켰다. 신랑의 뇌리에 이상스런 예감들이 난잡하게 지나갔다. '이 여자는 뭣을 알고 있는 것 같 다. ' 혼자서 말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그럼 넌 뭣을 알고 있지?" '내가요?" 그녀는 무관 심을 가장하여 답하고는 그를 다시 쳐다봤다. 두 사람 사이엔 신비스런 그림자가 감돌고 있 었다. "그 아가씨를 잊었겠지요...?" "그러나 그, 그 계집애 얘기를 왜 이렇게 강조하고 있지?" "내가 윌 알아!... 실은 다른 말을 하자면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사랑을 구할 때 다른 남자가 나타나 그 여자를 빼앗아 달 아난다면 먼저 남자는 어떻게 될까!" 이 말을 듣자 아우구스또는 머리에 피의 파도가 밀 려올라옴을 느꼈다. 그는 밖으로 뛰쳐나가 로사리오를 찾아내 함께 돌아와 에우헤니아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 여기 있어. 이 애는 내 것이야.그리고 네 마우리시 오의 것이 아니란 말이야!' 결혼식이 삼일 남았었다. 아우구스또는 생각에 잠겨 자기 애인 집에서 나왔다. 그날 밤엔 거의 잠을 못 이루었다. 다음날 아침 겨우 눈을 떴을 때 리두비나가 방에 들어왔다. "여기 도련님께 온 편지 한 장이 있어요. 지금 막 가져왔어요. 에우헤니아 아가씨의 편지 같아요..." "편지? 에우헤니아의? 에우헤니아에게서 편지? 거기 놔 둬. 그리고 나가!" 리두비나는 나 갔다. 아우구스또는 떨기 시작했다. 이상스런 불안감이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그는 로사리 오가 생각났다. 그리고 마우리시오도... 그러나 그는 편지를 그대로 놔 뒀다. 공포에 찬 눈으로 겉봉을 보았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옷을 입은 후 아침식사를 청하여 무섭게 먹어치우고는 '안 돼.여기서 읽지 않겠어.' 혼자 말했다. 그는 집에서 나가 제일 가까 이 있는 성당에 갔다. 거기서 미사에 참여하는 수명의 독실한 신자들 틈에서 편지를 뜯었다. '여기서 나를 억제해야 되겠어.-홀로 말했다-내 마음이 무슨 얘기를 할는지 모르니 말이야.'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친애하는 아우구스또씨, 이 편지를 읽을 땐 당신의 호의로 직장을 얻게 된 그곳으로 마우 리시오와 함께 향하고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마우리시오가 받을 봉급과 또한 당신의 호의 로 누리게 된 연금을 합치면 우린 숨을 돌리고 둘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용서 는 빌지 않겠어요. 왜냐하면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 고 당신도 또한 나를 행복하게는 도저히 못 했을 것을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 첫인상 이 지나고 나면 무엇 때문에 지금 이런 식으로 이 생각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겠어 요. 마우리시오는 결혼식날 성당에서 나와 달아나자고 했으나, 그의 계획은 너무 복잡하였고 더구나 필요 이상의 잔인한 행위로 생각됐어요. 그리고 난 언제나 얘기했지만 우린 친구로 서 남아 있기를... 에우헤니아 도밍고 아르꼬 (PS.로사리오는 우리와 함께 오지 않았어요. 머기 남아 있으니 함께 위로하세요.) 아우구스또는 절망에 빠져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잠시 후 무릎을 꿇고 그리고 기도를 하였다. 성당에서 나오자 자기는 침착히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숨이 막히는 가공할 침착이었다. 그는 에우헤니아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비탄에 잠겨 있는 가련한 훼르민 부 부가 있었다. 조카딸은 편지로 자기 결심을 그들에게 통지했으며, 밤에는 집에 있지 않았었다. 그들 연 인들은 해질 무렵 그곳을 떠난 기차를 탔던 것이다. 그것은 아우구스또가 자기 신부와 마지 막 이야기를 한 조금 후의 일이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죠?" 도냐 에르메린다가 말했다. "무엇을 해야 되겠습니까, 부인." 아우구스또가 대답했다. "참을 뿐이죠!" "이건 비열한 짓이군." 돈 훼르민이 부르짖었다.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형벌을 받아야 돼!" "돈 훼르민, 당신이, 당신이 무정부주의자란 말입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지? 그런 일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사람을 그렇게 농락하는 것이 아니야." "다른 친구는 농락 을 당하지 않습니다. " 아우구스또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고 나서는 그가 그렇게도 냉정하게 말한 데 스스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그도 농락을 당할걸... 그도 당할 거야... 의심할 여지가 없어!' 에우헤니아가 결국 에는 마우리시오도 농락하리란 것을 생각하자 그는 어떤 악마적인 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젠 나하고는 안 되지.' 그는 자기 자신도 듣지 못할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정말로 유감스럽습니다. 당신네들 조카딸을 위해 더욱 그렇군요. 전 이만 가 보겠습 니다. " "돈 아우구스또, 이해하시겠죠. 우리들은..." "물론이죠... 물론이죠... 그러나..." 그건 더 지속될 수가 없었다. 아우구스또는 몇 마디 더 하고 밖으로 나 왔다.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혹은 더 좋게 말해서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에 스 스로 경악해 마지않았다. 표면적인 것이나 그렇게 더 심할 수 없는 비웃음의 타격을 조용히 받아들인 그 냉정, 그 침착은 자기 자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게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혼자 말하고 있었다-만일 내가 사람이라도 된다면 실제로 존재한 다면, 내가 지금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어떻게 이렇게도 조용히 받아들일 수가 있단 말인 가!' 그리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손으로 더듬어보고는 꼬집어 보기까지 했다. 갑자기 누가 다리를 잡아 끄는 것을 느꼈다. 그를 위로하려고 뛰어나온 오르훼오였다. 그 는 오르훼오를 보자 이상하게도 큰 기쁨을 느꼈다. 그는 오르훼오를 품에 안고 말했다. '오 르훼오야 기뻐해! 기뻐하란 말이야! 우리 둘이서 기뻐하자꾸나! 이젠 너를 집에서 쫓아내지 않는다. 너를 나에게서 분리시키지 않는단 말이야. 이젠 우리 둘을 떼어 버리지 못할 것이 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함께 살자꾸나. 모든 궂은 일이 아무리 커도 그리고 좋은 일이 아무 리 작아도 혹은 그 반대로 너는 오르훼오야, 너는 충실해. 너는 충실해. 언젠가는 너도 암놈 을 찾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달아나진 않겠지. 그렇다고 나를 버리진 않겠지. 너는 충실해. 너 그리고 이것 봐, 네가 떠나지 않도록 여기 집으로 암놈을 한 마리 데려올 게.그러고말고. 데려오지. 그런데 지금 너는 나의 고통을 위로하고자 뛰어나온 것이냐? 그렇 지 않으면 암놈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를 발견한 것이냐? 어쨌든 너는 충실해. 그리고 이젠 아무도 너를 집에서 쫓아내거나 우리를 떼어놓진 않을 것이다. ' 그는 집으로 들어 갔다. 그러나 집 속의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잠잠하게 보였던 폭풍우가 그의 영혼 속에서 억세게 풀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슬픔, 쓰디쓴 슬픔·질투·분노·공포 ·증오·사랑·동 정·경멸 특히 수치감, 거대한 수치감 그리고 자기가 웃음거리가 됐다는 그 무서운 의식, 이런 모든 것이 함께 혼동된 감정 속에 휘몰려들었다. "나를 죽인 거야!" 그는 리두비나에게 말했다. "누가요?" "그 여자." 그리고 그는 자기 방문을 잠궜다. 에우헤니아와 마우리시오의 영상이 나타났다. 동시에 자 기를 비웃고 있는 로사리오의 영상도 나타났다. 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는 침대 위에 쓰러져 베개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아무런 구체적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독백도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는 영혼이 저려옴을 느꼈다. 그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울고 또 울었다. 말 없는 눈물 속에 생각도 용해되고 있었다. 30 빅또르는 소파 한 모퉁이에 파묻혀 방바닥을 쳐다보고 있는 아우구스또를 발견했다. "이게 뭐야?" 그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얹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게 뭐냐고 내게 묻는 거야? 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어?" "그래, 밖 으로 일어난 것은 알고 있지. 즉 그녀가 한 일 말이야.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네 속에서 일 어나고 있는 일이지. 난 네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 "정말 한심스럽군." "네게서 사랑 하나가 떠났어, A의 사랑. 그러면 D의 사랑, B의 사랑, X의 사랑, 혹은 무수한 여자 중 그 누구의 사랑이라도 좋아. 이런 사랑이 남지 않았어?" "농담할 때가 아니야. 난 그렇 게 믿어." "정반대지. 이때야말로 농담을 할 수 있는 기회지." "난 사랑 자체를 해서 괴로워하는 게 아냐. 조소야, 조소. 조소! 나를 조롱했단 말이야. 나 를 비웃었단 말이야.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잘은 모르지만...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을 내게 보여 주려고 했어." "그건 행복스런 일인데!" "비웃지 마, 빅또르." "왜 비웃지 말라는 거야? 친애하는 실험관, 너는 그녀를 개구리로 취급하려고 했어, 그런 데 그 여자가 너를 개구리로 만들었단 말이야! 그러니 웅덩이로 뛰어들어 개굴개굴 울고 살 아 보란 말이야!" "재차 부탁이지만..." "농담하지 말라고, 응? 그러나 난 하겠어. 이런 경우를 위해 조소라는 것을 만들어 낸 거 야." "그건 부식성이 있어." "부식시켜야 돼. 혼동을 해야 돼. 특히 혼동을. 꿈과 불면을 혼동시키고 허구와 실재를 혼 동시키며, 사실과 허위를 혼동시켜야 돼. 부식성이 없고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농담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거야. 어린애는 비극에 웃고 늙은이는 희극에 우는 법이야. 넌 그녀를 개 구리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녀가 너를 개구리로 만들었어, 그걸 받아들이란 말이야. 즉 너 자 신을 위한 개구리가 되란 말이야." "그것으로 무엇을 말하려는 거야?" "너 자신을 실험하라는 거다. " "그렇지. 자살을 하라는 말이군."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않겠어. 다른 방법과 같이 하나의 해결은 되겠지, 그러나 그 게 최상의 것은 아니지." "그렇다면 그들을 찾아서 죽이는 것." "죽이기 위해서 죽이는 것은 바보짓이지. 겨우 증오에서 해방되는 것이지만 그건 영혼을 부패시킬 뿐이야... 원한을 원한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많지. 그리고 한 번 증오심을 만족시키 고 나면 자기 희생자에게 자비심을 느끼고 사랑까지도 느끼지. 악한 행위는 악으로부터 감 정을 해방시키지 그렇기 때문에 법이란 죄를 짓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이야?" " 이 세상은 삼켜 먹든지 혹은 먹히든지 두 가지뿐이란 얘기 못 들었나..." "그래, 타인을 조 소하든지 혹은 조소를 당하든지." "아냐, 제3의 조항이 남았어, 그건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리는 거야. 자기자신을 조롱하는 거지. 너를 삼켜 버려! 삼키는 자는 향락하는 거야. 그리고 자기 향락의 종말을 회상하는 데 싫증을 안 내지 그러고는 비관론자가 되는 거야. 삼킨 자는 괴로워하지. 그리고 자기 고통으 로부터 자유를 획득한다는 희망에 싫증을 안 내지. 그러고는 비관론자가 되는 거야. 너 자신 을 삼켜. 그러면 너를 삼키는 즐거움은 삼켜지는 고통과 혼동하며 중화를 함으로써 완전한 마음의 평정, 즉 아따락시아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면 너는 네 자신에게 단순한 구경거리일 뿐이야." "네가 너,너 빅고르,네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단 말이냐?" "그래, 내가 아우구스또, 내가 내가 말이야!" "그런데 한때는 네가 이렇게 부식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건 그 당시 내가 아버 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러면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미쳤거나 바보가 아닌 사람에게는 사람 속에 잠복 돼 있는 가장 무 서운 면을 깨워 주는 거지. 책임감, 나는 인류의 영원한 유산을 내 아들에게 넘겨 주는 거 야. 부성애의 신비를 명상한다면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대다수의 아버지 들이 미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바보거나 혹은 아버지가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야. 그러니 기뻐하란 말이야. 아우구스또, 이런 일에 실패함으로써 넌 아버지가 되는 것을 모면한 거야. 내가 너보고 결혼하라고 한 것은 아버지가 되라고 한 건 아니었어. 결혼은 심리적인... 체험 이야.부성애는 병리학적... 체험이고." "그런데 난 아버지가 됐어, 빅또르!" "뭐라고? 네가 아버지가 됐다고?" "그래, 나 자신의! 이것으로써 나는 진실로 태어난 것으로 생각해. 고통을 받고 죽기 위해 서 말이야." "그래 체2의 출생은 진실된 것으로 우리가 항상 죽고 있는 끊임없는 죽음의 의식에 미치 는 고통에 의하여 태어나는 것이지.그러나 네가 너의 아버지가 됐다면 그것은 네가 너의 아 들이 됐다는 거야." "믿을 수가 없군. 빅또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 그녀가 내 게 저지른 이런 일이 있은 다음에도 이런 묘한 말들, 이런 관념의 희롱, 이런 무시무시한 익살 그리고 그 이 상 심한 것까지도... 침착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믿을 수가 없어." "무엇보다 심하 단 말이야." "나를 방심시키는 것, 난 내 자신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고 있어!" "그건 희극이야, 아우 구스또. 그건 내심이라 부르는 곳에서, 즉 양심의 무대에서 배우역과 청중역을 동시에 하면 서 우리들 자신 앞에서 우리가 연출하는 희극이야. 그리고 고통의 장면에서 우린 고통을 재현하며 그리고 급작스레 웃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그것이 우리에게는 불협화음으로 보인단 말이야. 이때가 바로 더욱더 웃고 싶을 때야. 희극, 희극은 고통이다." "그런데 만일 고통의 희극이 사람을 자살로 이끈다면?" "그건 자살의 희극이지!" "이건 진실로 죽는 거야!" "그래도 희극이지 !"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며 진실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희극이 실제가 아니고, 진 실이 아니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네게 말했어?" "그렇다면?" "모든 것은 하나며 같은 것이야. 혼동을 시켜야 돼, 아우구스또. 혼동을 시켜야 돼. 혼동시키지 않는 자는 스스 로 혼동하는 거야." "혼동시키는 자도 역시." "아마도." "그렇다면?" "그런데 이 잡담을 하고, 말재주를 부리며 어휘를 가지고 희롱하는 것... 은 시간을 낭비하 는 것이지 !" "그들은 시간을 잘 보내고 있겠지 !" "너도 마찬가지지! 지금보다 더 흥미있는 너 자신을 네 눈으로 본 적이 있느냐 말이야? 아프지 않으면 어떻게 수족이 있는지 안단 말인가!" "좋아. 그런데 난 지금 뭘해야 되는 거지?" "무엇을 하다... 행하다... 행하다! 쳇! 벌써 넌 연극이나 소설의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야! 우린... 소설의 인물이 된 것만으로 만족하잔 말이야! 행동하다... 행동하다... 행동하다. 넌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아? 그건 행동의 버릇이지. 무언극의 버릇. 사람들이 말하길 연극에서 배우들이 많은 몸짓을 하고 큰 발을 뛰고, 결투 를 가장하며 뛰고 하면 많은 사건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야... 무언극! 무언극! 말을 너무 해. 어떤 때에는 이렇게들 말하지. 마치 말하는 것이 행동이 아닌 것처럼 태초에 말이 있었 고 그리고 말로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느니라. 예를 들어서 만일 지금 어느... 소설가가 저 옷장 뒤에 숨어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속기하였다가 그걸 재생하였을 때 그 걸 읽는 독자들은 아무 일도 없군, 하고 말하기가 쉽단 말일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만일 사람들이 내 속을 볼 수만 있다면 빅또르, 그런 소린 않을 것으로 확신하네 !" "속으로? 누구의 속을? 너의? 나의? 우린 속이 없어. 여기엔 아무 일이 없다고 말을 안할 때가 그들의, 읽는 사람들 자신의 속을 볼 수 있을 때야. 연극이나 소설이나 혹은 소설에 나 오는 인물의 영혼은 다른 내면은 없어..." "그래 작가의." "아니 독자의." "난 단언를 하는데, 빅또르..." "아무 일에도 단언을 하지 마. 그리고 너나 삼켜 버려. 그것이 제일 확실한 거야." "나를 삼키다. 나를 삼키다. 빅또르, 난 그림자로서 허구로서 시작했어. 나는 내 자신의 존재를 믿 지 않으며 어떤 숨은 천재가 스스로 위로하고 숨을 돌리기 위하여 발명해낸 환상적 인물인 것으로 상상하면서 수년동안 유령과도 같이 허구와도 같이 방황했단 말일세. 그러나 그들이 내게 한 일을 당하고 나서, 이 조롱을 당하고 나서, 조롱의 흉포성을 체험하고 난 지금, 나 는 나를 느끼고, 나를 만져 보고 나의 실재적 존재를 의심 않게 됐어 ." "연극! 연극! 연 극!" "어떻게?" "연극에는 왕이라고 믿는 자가, 그 역을 맡게 되는 거지." "그래서 그게 어떻단 말인가?" "네 기분을 전환시키려고, 더구나 네게 말한 대로 만일 우리 말을 듣고있는 숨어 있는 소설 가가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다 어느 날엔가 재생할 때 소설의 독자는 한순간일 지라도 자기의 실체를 의심하기에 이르러 우리와 같이 자신이 소설적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고 믿을 수가 있어 ." "그건 왜?" "그를 구제하기 위해서." "그래, 예술의 가장 구원자적인 요소는 존재를 잊어 버리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사람들 중에는 기분을 전환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 소설을 탐독하는 사람도 있지." "아니지. 예술의 가장 근본적 요소는 존재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지." "그러면 존재란 뭐 야?" "그것 봐, 이젠 치료가 되는 거야. 너는 너 자신을 삼키기 시작하고 있어. 이런 질문은 그걸 증명하는 거야. '사느냐 혹은 죽느냐...!' 세익스피어 가 만들어 낸 많은 이들 중의 한 사람인 함렛이 한 말이지." "빅또르, 그 '사느냐 죽느냐' 그 말은 내게는 항상 엄숙한 공허로밖엔 안 보였어." "문장 이 심각하면 할수록 더욱 공허한 법이지. 밑바닥이 없는 우물보다 더 깊은 것은 없어. 네게 가장 진실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뭐지?" "그건...그건... 데카르트의 말이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아니지.그건 이런 것과 같아. A는 A에 동일하다. "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닌데 !"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진실된 것이야. 왜냐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 지. 그러나 데카르트의 저 다른 공을 너는 그렇게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믿니?" "그렇고말 고..." "그렇다면 그걸 말한 사람이 데카르트였나?" "그렇지 !"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 왜냐하면 허구의 실재밖에 못 됐던 데카르트는 역사가 만들었어. 그렇기 때문에... 그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도 안했어 !" "그러면 누가 그걸 말했 어?" "그건 아무도 얘기한 적이 없지. 그건 그 자체로서 말해진 거야." "그렇다면 존재했고 생 각했던 것은 생각 그것이었단 말인가?" "그렇고말고! 그리고 상상해 보란 말이야. 그건, 존 재는 생각이란 말과 같은 것이지. 그리고 생각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되고." "모든 것이 분명하군!" "그러니 아우구스또, 생각을 하지 마. 생각을 하지 말란 말이야. 만일 생각을 하려고 한 다면..." "뭐?" "너를 삼켜 버려 !" "즉 자살하란 말이지... ?" "그것까진 상관하고 싶진 않아. 잘 있게!" 그래서 빅또르는 사색의 혼란속에 빠져 있는 아 우구스또를 남겨 두고 나가 버렸다. 31 그 영혼의 폭풍우는 무서운 고요 속에 자살을 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끝났다. 모든 그의 불 운의 원천인 자기 자신과 결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목적을 수행하기 전에 난파한 자가 보잘것없는 나뭇조각이라도 붙잡듯이 이 소설의 저자인 나와 상의를 한 번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아우구스또는 비록 단편적이나 자살에 관하여 다룬 나의 수필 한 편을 읽은 적이 있었고, 또 그가 읽은 나의 글들에서 받은 인상으로 해서 나를 한 번 알고 잠시 말이라도 한 후에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20년을 살아온 이곳 살라망까로 여행을 와서 나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가 집에 찾아왔다는 말에 나는 모호하게 미소를 짓고 그를 나의 서재로 안내하도록 했다. 그는 유령같이 들어오더니 서재 입구에 걸려 있는 유화인 나의 초상화를 쳐다보고는 나의 신호에 따라 내 앞에 와 앉 았다. 그는 대략 철학적 성격을 띤 나의 문학작품들에 관하여 말을 시작하였는데 그 작품들 을 퍽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은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러고는 즉시 자기 생애와 자기의 불행을 내게 토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 못지않게 그가 겪은 인생의 영 고성쇠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그의 설명을 저지하였다. 그러고는 이를 증명하기 위 하여 그가 가졌던 가장 세밀한 세부적인 일이며 그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밀들을 얘 기해 주었다. 그는 어떤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보듯이 정말 공포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 다. 나는 그의 얼굴색과 모습이 동요하고 있으며 떨기까지 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를 매혹시켰던 것이다. "거짓말 같군요!" 그는 반복해서 말했다. "거짓말 같군요!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겠습 니다... 난 깨어 있는지 혹은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깨어 있지도 않고 꿈도 꾸지 않고."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그는 부가해 말했다-그런데 선생님께선 제 자신에 관하여 저와 똑같이 알고 계시니 제가 의도하는 바를 알아맞춰 보시지요..." "그 래." 그에게 말했다. '너." 나는 이 너라는 말에 권위 있는 어조로 힘주어 발음했다. 너는 너의 불행에 굴복하여 자살을 하겠다는 흉악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최 근에 쓴 수필 하나를 읽고 마음이 움직여 자살을 실천하기 전에 네 문제를 나와 함께 상의 하러 온 것이다. 아우구스또는 신들린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더니 수은중독 환자같이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는 일어나려고 했다. 아마 나를 피하려고, 그러나 그러질 못했다. 그는 힘이 없었다. "움직이지 말아라!" 그에게 명령했다. "그러면... 그러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비록 네가 희망할지라도 너는 자살을 못 한다. " "뭐라고요?" 자기 의사가 그렇게 거부되고 반박됨을 보자 소리쳤다. "그렇다.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지?" 나는 그에게 물 었다. "그것을 실천할 용기가 있어야 됩니다. " 그는 내게 대답했다. "아니야." 난 그에게 말했다. "살아야 돼!" "그건 물론이죠!" "내가 살아 있지 않다구요? 제가 죽었단 말입니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을 만져 보기 시작했다. "안 되지. 이 사람아. 안 되지-난 그에게 말했다-전에는 네가 깨어 있지도 잠들어 있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네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겠다. " "제 발,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해주십시오! 설명을 해주세요!" 그는 비탄에 잠겨 간청을 했다 " 오늘 오후 제가 보고 들은 일들은 너무나 엄청나서 그만 미칠 것만 같습니다. " "사실은 나의 친애하는 아우구스또군." 나는 아주 부드럽게 말해 주었다. "너는 자살을 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머는 살아 있지 않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냐. 왜 냐하면 너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구요?" 그는 부르짖었다. "너는 허구의 실재로서만 존재한단 말이다. 가련한 아우구스또, 너는 내 환상의 산물일 뿐 이며, 너의 가장된 행운과 불행을 기록한 이 이야기를 읽는 내 독자들의 환상의 산물이란 말이야. 너는 소설 혹은 스설, 혹은 무어라 불러도 좋아. 의인물에 불과해. 이젠 네 비밀을 알겠지." 이 얘기를 들은 가련한 청년은 조준점을 관통하여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시선으로 나를 잠시 응시하고 나서는 입구에 걸려 있는 나의 초상화를 잠깐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얼굴에 생기를 되찾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같았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소형 침대에 양 팔굽을 기대고 손으로 얼굴을 받치며 눈으로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하 였다. "잘 생각해 보세요.돈 미겔... 선생이 오해를 하고 있고 또 선생이 믿고 말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정반대된다는 것은 뭐야?" 난 그가 생기를 되찾은 것을 보고 경계하며 물었다. "친애하는 돈 미겔." 그는 부가해 말했다. "나는 허구의 실재가 아니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살지도 죽지도 않은 자가 선생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은 나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 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더욱 긴요한 것인데!" 나는 기분이 상해 부르짖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십시오, 우나무노 선생." 그는 내게 답했다. "안정하세요.당신은 내 존 재에 관해서 의심을 보이셨습니다. " "의심이 아니지," 난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너는 내 소설적 산물이란 테두리 밖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확실성이지."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당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내 존재를 의심치 않는다고 너무 기분 상해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그럼 본론으로 가서 당신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말하기를 돈끼호떼와 산초는 이미 너무 나 실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세르반테스보다도 더 실제적인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부정은 않겠어. 그러나 그런 말을 할 때 나의 뜻은..." "좋습니다. 그런 뜻 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다른 얘길 합시다. 무기력하고 잠들어 있는 사람이 어떤 꿈을 꿀 때 무엇이 더 존재하는 겁니까. 꿈꾸는 의식체로서의 그 사람입니까? 혹은 그의 꿈입니까?" "그럼 만일 그가 존재한다고 꿈을 꾸면 그 꿈꾸는 사람은?" 난 나대로 그에게 답을 했다. "그 경우에는, 친애하는 돈 미겔, 제가 선생께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그 는 존재하는 겁니까? 꿈을 꾸는 사람으로서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에 의해서 꿈 을 꾸어진 사람으로서입니까? 그리고 더구나 선생은 나와의 토론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미 선 생으로부터 독립된 나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죠." "아니지, 그건 안 되 지! 그건 안 돼." 난 똑똑히 그에게 말했다. "나는 토론을 해야 돼. 토론 없인 못 살아. 반론이 없을지라도. 그리고 외부로부터 내게 토론을 청하며 반론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나의 내부에서 토론할 사람을 만들어 내지. 나의 독백은 대화야." "선생이 날조하는 대화는 독백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지. 그 러나 다시 말하고 반복하지만 내 밖에선 너는 존재하지 않아." "선생은 선생이 만들어 냈 다고 믿고 있는 인물들과 이 인물들이 선생의 밖에서는 존재치 않는다는 의견에 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돈 아비또 까라스깔과 저 위대한 돈 훌렌시오도 나와 똑같은 의 견이란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 "그 자 얘기는 그만둬..." "그럼 좋습니다. 그를 비웃지 마 십시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선생은 제 자살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반복하지만 너는 나의 환상 밖에서는 없는 것이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해도 안 되고 하지도 못한다. 또한 네가 자살을 한다는 것이 내 마음에 내키지 않는단 말이야. 너는 자살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내 할 말은 이것 뿐이야!"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그 표현은 아주 서반아적인 표현입니다. 그리고 너무 천하게 들립니다. 우나무노 선생, 더구 나 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당신은 존재하며 나는 단지 허구의 실재로서 당신의 소설적 혹은 스설적 환상의 산물이란 그 진귀한 이론을 가정한다 해도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마음 내키는 대로 당신의 변덕에 따라 내가 예속될 이유는 없는 겁니다. 허구의 실재라고 불리 는 것까지도 그의 내적인 논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 난 그 칸타타를 알고 있지." "사 실 소설가나 극작가는 자기가 창조하는 인물을 절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취급할 수가 없 습니다. 소설적 허구의 실재는 예술의 법칙에 따라 어떤 독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소설적인 인간은 아마도..." "그렇다면?" "그러나 스설적 인간..." "나를 심히 모독하고 아프게 하는 그 우습지도 않은 얘긴 그만 해두시죠. 나는 나 자신에 의하여 혹은 당신의 생각대로 인격의 됨됨이와, 내적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논리는 지금 나의 자살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건 네 생각이다. 그러나 너는 오해를 하고 있어!" "어디 얘기해 보세요. 왜 내가 오해 하고 있습니까? 어떤 점에서 잘못 생각한다는 겁니까? 어디에 나의 오류가 있나 보여 주시 오. 세상에 가장 어려운 학문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니 내가 잘못 오해를 하고 있을 수 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만이 내 불행의 가장 논리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러나 그걸 보여 달란 말입니다. 친해하는 돈 미겔, 만일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면 그 보다 못지않게 어려운 지식이 또 있습니다..." "그건 뭐야?" 난 그에게 물었다. 그는 모호하고 경멸적인 미소를 하며 나를 쳐다보고는 천천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아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한 소설가나 극작가가 자기들이 상상하는 혹 상상한 다고 믿는 인물들을 잘 안다는 일입니다..." 나는 아우구스또의 이 돌파구로 해서 불안해지기 시작하여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생명과 허구의 생명을 주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당신 혼자 적 당히, 생각난다고, 또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내가 자살하는 것을 저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는 것입니다. " "좋아. 그만 해둬! 그만 해!" 나는 소형 침대를 손으로 내리치면서 부르짖었다. "닥쳐! 더 이상 너의 건방진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더구나 내가 창조한 자로부터.그리 고 이젠 네게 싫증도 나고. 더구나 너를 어떻게 처리할지 잘 모르겠으니 네가 자살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난 너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내가 말이다. 더는 죽어야 해. 빨리! 아주 빨리!" "뭐라고요?" 아우구스또가 부르짖었다. "당신이 나를 죽게 내버려 둔다고요. 나를 죽게 한다고요. 나를 죽이겠다 고요?" "그래, 너를 죽도록 하겠다!" "아! 그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 그는 소리쳤다. "아!" 나는 연민과 분노에 차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넌 자살할 준비가 돼 있지만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은 싫다는 말인가? 그래서 너는 스스로가 네 생명을 끊으려고 하지만 내가 네 생명을 끊는 것은 안 된다 그 말이지?" "그 렇습니다. 그건 다르니까요..." "실제로 난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어떤 사람이 어느 날 밤 자살을 할 목 적으로 권총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는데 수명의 강도가 나타나서 그를 공격타였다는 거야. 그는 자기 방어를 하다가 그 중의 한 명 을 살해하게 되었고 나머지는 모두가 달아났다는 이야긴데 타인의 생명으로 자기 생명을 사들인 것을 깨달은 그는 자살을 포기했다는 거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군요." 아우구스또가 평했다. "문제의 핵심은 생명을 끊는 데 있었죠. 즉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을 죽였 으니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하겠습니까? 대부분의 자살은 좌절당한 살인자입니다. 다른 사람 들을 살해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살해하는 겁니다..." "알겠어. 아우구스또, 너 를 이해하겠어! 너의 말은 만일 네가 에우헤니아나 마우리시오를 혹은 둘 다를 살해할 용 기가 있다면 네 자신을 살해할 생각은 않을 것이란 말이지, 응?" "꼭 그들만은 아닙니다. " "그럼 누구?" "당신을요!" 그리고 그는 내 눈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그러면 나를 죽이겠다고 생각했단 말이냐? 네가 나를?" "앉으시죠. 진정하시죠. 친애하는 돈 미겔, 당신은 당신이 말하는 허구의 실재가 자기에게 허구적인 존재를 부여한 자를 죽이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이것이 첫번째인 줄 아십니까?" "이건 너무 지나친데." 나는 서재를 거닐면서 말했다. "이건 한계를 너무 지나치는데! 이런 일은..." "이런 일은 스설에서나 일어나는데!" 그는 일부러 천천히 결론을 내렸다. "좋아.그만 해둬! 그만 해! 그만 해! 이건 참을 수라 없어! 넌 내게 상의를 한다고 와서 나 의 존재를 논하기 시작하고 그리고 네 마음대로 내 마음만 내키면 너를 처리할 수 있는 나 의 권리까지 논하게 되었으니..." "지나치게 서반아인이 되지 마시죠. 미겔..." "이젠 별일을 다 간섭하는군.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 그렇다. 난 서반아인이다. 서반아에서 출생하고 서반아에서 표육받고 육체와 정신, 언어와 직업까지도 서반아 것이다. 특히 서반아 인임을 나는 강조하며 서반아주의야 말로 나의 종교며 내가 믿고 싶은 하늘은 영원한 천상 의 서반아이며 나의 신은 서반아신, 우리 주인이신 돈 끼호떼의 신이며 서반아어로 사유하 는 신이다. 신은 서반아어로 말하였는데, 빛이 될지어다! 그리고 그의 말은 서반아 말이었느 니라..." "그래서 어떻단 말이오?" 그가 내 말을 중단시킴으로써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 너는 나를 살해하겠다는 생각을 암시했다. 나를 살해해? 나를? 네가, 내가 창 조한 인간의 손에 내가 죽어!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리고 너의 무례를 벌하기 위해 나는 네가 죽도록 결정하고 선고를 하노라. 너는 네 집에 도착하는 즉시 죽을 것이다. 너는 죽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서 너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제발..." 아우구스또는 창백해지면서 애걸을 하며 부르짖었다. "이젠 자신도 별수없어. 너는 죽을 것이다. " "사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돈 미겔,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넌 자살을 하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것 때문이라면 우나무노 선생, 맹세합니다. 자살을 않겠습니다. 신이 혹은 당신이 준 이 생명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선생님이 저를 죽이시려고 하니 살고 싶습니 다. 살고, 살고 싶습니다..." "딱한 생명이군!" 난 부르짖었다. "네, 어떤 생명이라도 비록 다시 우롱을 당한다 해도 다른 에우헤니아와 다른 마우리시오 가 내 가슴을 찢어 낸다 해도 난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 다..." "이제는 틀렸어... 틀렸 어..." "전 살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되고, 내가, 내가." "그러나 너는 내가 바라 는 대로밖에는 안 되는데..." "난 내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되고!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다. "그럴 수 없어..."그럴 수 없어..." "이거 보세요. 돈 미겔, 선생님의 제자들을 보아서도, 선생님의 사모님을 보아서도, 무어라 도 원하시는 거라면..." 그는 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부르짖기를, "돈 미겔, 제발 살고 싶습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 "안 돼, 가련한 아우구스또." 나는 그의 한 손을 잡아일으키면서 말했다. "될 수가 없어. 난 그걸 이미 써놓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다시 돌이킬 수 가 없어. 넌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난 더 이상 너를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어. 신도 우리를 어떻게 할 바를 모를 땐 우릴 죽이는 거야. 더구나 네 마음속에 나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난 잊을 수가 없어." "그러나 만일 제가, 돈 미겔..." "상관없어.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내가 너를 속히 죽이지 않으면 결국 은 네가 나를 죽이고 말겠지." "그러나 우린 합의를...?" "안 돼. 아우구스또, 안 된다니까. 네 시간이 온 거야. 이미 기록돼 있어. 그리고 난 뒤로 돌아설 수가 없어. 넌 죽을 거야. 네 생명의 가치를 위해서..." "그러나 제발..." "이젠 그러 나도 제발도 쓸모가 없어, 가 봐!" "그러니까 안 된단 말씀이죠, 네?" 그는 내게 말했다. "그래서 안 된단 말이죠? 당신은 내 가, 내가 되고 안개에서 풀려 나와 살고, 나를 보고, 나를 듣고, 내가 되도록 놓아 주시지 않 겠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니까 그렇게 안 된단 말인가요? 그러니까 난 저절로 죽어야 되는 군요? 좋습니다. 저를 창조해 주신 돈 미겔 선생님, 당신도 죽을 것입니다. 당신도 역시, 그리고 당신의 원천인 무로 돌아갈 것입니다. 신은 당신이 꿈꾸는 것을 중단할 것입니다. 네, 당신 은 죽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역사를 읽는 모든 사람들도 죽을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나와 같은 허구의 실재들, 나와 똑같이! 모두가 죽을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가 여러분과 같은 허구의 실재며 스설적인 아우구스또 뻬레스는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 입니다. 나의 창조자 돈 미겔, 당신도 스설적 실재에 지나지 않으며 당신의 독자들도 당신의 희생 물인 이 아우구스또 뻬레스와 같이 스설적인 실재들일 뿐입니다..." "희생물?" 난 소리쳤다. "희생물,네! 나를 죽게 하려고 창조한 것! 당신도 역시 죽을 것입니다! 창조하는 자는 창 조되고, 창조되는 자는 죽게 됩니다. 당신은 죽을 겁니다. 돈 미겔, 당신은 죽을 것이고, 나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도 죽을 것입니 다! 죽는 겁니다. 결국은!" 생의 열정과 불멸에의 갈망에 인한 이 숭고한 노력은 가련한 아우구스또를 극도로 허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문밖으로 밀어냈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나갔습니다. 그 다음 그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듯 몸을 탐색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 습니다. 32 바로 그날 저녁 아우구스또는 나를 보러 온 이 살라망까시로부터 떠났습니다. 그는 가슴 위에 사형선고장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비록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실행이 어려우리라 는 것을 납득하고 있었습니다. 가련한 청년은 나의 선고를 생각하며 자기 집에 돌아가기를 늦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신비스런 인력이, 어떤 친밀한 충동이, 그를 집으로 끌 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여행은 통탄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기차 속에서 시간을 세 며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문자 그대로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세면서. 그의 모든 불운, 에우헤니아와 로사리오와 가졌던 모든 사랑의 슬픈 몽상, 좌절된 결혼의 온갖 희비극적 역사, 이런 것들은 그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니 안개 속으로 용해된 것 입니다. 그는 좌석과의 마찰도 자기 체중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일까?--그는 홀로 말하였다-그 자가 나를 보고 자 기 환상의 산물이며 순수한 허구의 실재라고 한 것은 옳은 말인가?' 최근 그의 인생은 너 무나 슬프고 너무나 고통스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생애가 단지 꿈이었다는 것, 그것 도 자기의 꿈이 아니고 나의 꿈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의 슬픔과 고통은 한층 더한 것 이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무는 고통보다도 더 무섭게 보였습니다. 살고 있는 꿈을 꾸다...그 러나 다른 사람에게 그 꿈을 꾸게 하지... '그러면 내가 왜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그는 혼자 말했다-왜? 그가 나를 상상해 냈고, 꿈을 꾸게 했고, 자기 상상 속에서 나를 만들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자. 그렇더라도 나는 내 생애의 이야기를 읽는 모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만일 내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환상 속에서 산다면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것이 됨 이 더욱 사실이 아닐까? 나의 허구적인 생애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 페이지로부터 뛰쳐 나와, 아니 나의 생애를 읽는 사람들의 뇌리에 서-지금 내 생애를 읽고 계시는 여러분-뛰쳐 나와 영원한 영혼으로서 그리고 영원히 고통받는 영혼으로서 내가 왜 존재할 수 없다는 말 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는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앞으로 까스띠야의 황무지, 혹은 참나무 숲, 혹은 소나무 숲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는 눈으로 덮인 산정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 는 일생을 함께 걸어온 남녀 동료들의 모습이 뇌리의 운무 속으로 휩쓸려 사라지고 있는 것 을 보았고 또한 자기 자신도 죽음에 끌려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 드렸다. 그를 맞으러 나온 리두비나는 그를 보는 순간 창백해지고 말았다. "뭐야, 리두비나.왜 그렇게 놀라지?" "이 일을 어쩌나! 이 일을 어째! 도련님이 살았다기보단 죽은 사람 같아요... 꼭 다른 세상 에서 온 사람의 얼굴이군요..." "난 다른 세상에서 오는 거야. 리두비나, 그리고 다른 세상으로 갈 거야. 그리고 난 죽지 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아." "그럼 도련님은 미치셨군요? 여보, 도밍고! 도밍고!" "네 남편을 부르지 마. 리두비나, 그리고 난 미치지 않았어. 아니지! 다시 말하자면 나는 비록 얼마 안 있어 죽겠지만 난 죽어 있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다. " "그게 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존재하지 않는 단 말이야. 리두비나, 나는 존재하지 않아. 나는 소설의 인물같이 허구의 실재란 말이야..." "그건 책에서나 있는 일이죠! 강장제라도 드세요. 옷을 벗고 좀 누우세요. 그리고 그런 환 상 같은 것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마세요..." "그런데 리두비나, 넌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제발. 자, 그런 요술 같은 이야긴 그만두세요, 도련님. 그만 저녁 잡수시고 주무세요! 내 일은 다른 날이 될 거예요!" '나는 생각하노라. 그리고 나는 존재하노라 -아우구스또는 홀로 말하며 이렇게 첨가했다- 생각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각한다. 그래, 모든 존재는 생각하지. 나는 존재하고 그 다음 생각한다.' 처음에는 전연 저녁 생각이 없었으나 다만 습관을 버리지 못해 그리고 충복인 하인들의 간청에 못 이겨 가벼운 것으로 물에 삶은 계란 두 알을 청했다. 그러나 이것을 먹기 시작하 자 그는 이상스런 식욕을 느끼며 더욱 더 많이 먹고 싶은 격렬한 충동을 느졌다. 그래서 계 란 두 개와 비프 스테이크를 다시 청했다. "그렇게요. 그렇게요." 리두비나가 그에게 말했다. "잡수세요. 그건 마음이 약한 거예요. 그 것뿐이에요. 먹지 않는 자는 죽어요." "먹는 자도 역시 죽지, 리두비나." 아우구스또가 슬프게 말했다. "네, 그러나 배고파서 죽는 게 아니지요." "배고파서 죽는 거나 다른 병으로 죽는 거나 다를 게 뭐가 있나?" 그러고 나서 그는 생각 했다. '그렇지만 안 돼. 안 되겠어. 나는 죽을 수가 없어. 살아 있고 존재하는 자만이 죽는 것이다. 난 존재하지 않으니 죽을 수가 없어... 난 불멸이야! 나와 같이 낳지도 않고 존재도 않는 그것의 불멸 보다 더한 불멸은 없는 것이야. 허구의 실재란 하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은 항상 불멸이지..." "나는 불멸이다! 나는 불멸이다!" 아우구스또는 소리쳤다. "무슨 말씀을 하시죠?" 리두비나가 쫓아왔다. "좀더 먹을 것 좀 가져와. 뭐드라... 응, 햄, 간지짐, 반찬 있는 대로 다가져와... 아! 식욕이 왕성한데." "도련님이 이렇게 많이 잡수시니 좋군요. 잡수세요. 잡수세요. 식욕이 있으면 건강한 거고 건강하면 사는 겁니다!" "그러나 리두비나,난 살고 있지 않아." "뭐라고요?" "내가 살고 있지 않단 말이야. 우리 불멸의 사람들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야.나는 살지 않 아. 난 살아남는 거야! 나는 생각, 나는 생각이야!" 그는 햄을 삼키듯 먹기 시작했다. '그 러나 나는 먹고 있는데-혼잣말 을 했다-내가 어떻게 살지 않는단 말이지? 나는 먹는다. 그 리고 존재한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Edo,ergo Sum! 나는 먹는다. 그리고 존재한다. 이 맹렬 한 식욕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그러고 나서 그는 사형수들이 기도를 하는 시간에 먹 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읽은 기억을 해냈다. '이건-생각하기를-내가 전연 몰랐던 일 인데...! 르낭이(주아르의 여수도원장) 이야기하는 그것은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한쌍의 남녀 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때 그들은 강렬한 번식욕을 느꼈다. 생존하려는 본능은 충분히 이 해가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건 비록 그렇더라도 그래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은 육 체지 영혼은 죽는다는 것을 알고서 슬픔에 잠기거나 혹은 흥분을 한다. 그러나 육체는 만일 건전한 육체라면 맹렬한 식욕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육체도 죽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내 육체가, 내 육체가 자기 방어를 가는 것이다. 무섭게 먹고 그 다음 죽는 것이다. ' "리두비나, 치즈와 빵... 그리고 과일... 좀더 갖고 와..." "이건 지나친 것 같은데요. 도련 님, 지나쳐요. 그렇게 잡수시면 몸에 해로워요!" "먹는 사람은 산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 래요. 그러나 지금 잡숫고 있는 양은 지나쳐요... 도련님도 그 '저녁밥은 아비세나를 회복시 키기는커녕 그녀를 살해아였다' 란 말 아시죠?" "저녁식사가 나를 죽이지는 못해." "왜요?" "나는 살지 않으니까, 나는 존재하지 않아. 이미 너도 알고 있겠지만." 리두비나는 자기 남편을 부르러 가서 말하기를 "도밍고, 도련님이 정신이 나간 것 같아요... 이상한 소릴 하세요...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들... 뭐 존재하지 않는다나..." 제가 윌 알아요..." "그게 뭐죠, 도련님." 도ald고가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왜 그러시죠?" "아이, 도밍 고." 아우구스또는 유령과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리가 없군. 미칠 듯이 자고 싶군... !" "그럼 주무세요." "안 돼. 안 돼 발을 딛을 수가 없군." 아우구스또는 일어서려고 했다. 이것 봐, 도밍고. 이거 못 봐? 발로 설 수가 없어." "위장에 그렇게 많이 집어넣으셨으니 그렇지요..." "정반대지. 바닥에 짐이 있어야 더 잘 서 있을 수가 있지. 사실 나는 존재하지 않았어. 이 것 봐, 저녁을 먹을 때 내가 먹은 모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서 밑이 없는 통 속으로 떨어 지는 것 같았단 말이야. 먹는 자는 살아, 리두비나가 말했지. 그러나 내가 오늘 저녁에 먹은 것같이 절망상태에서 먹는 자는 그건 존재하질 않는 거야.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 "도련 님도 참, 그런 어리석은 얘긴 그만두시죠. 음식을 밀어내리도록 커피와 술을 좀 드시죠. 그리고 산책이나 하세요. 제가 동반하지요." "안 돼! 발로 설 수가 없어. 이것 봐!" "정말이군요." "너한테 좀 기대자. 이리 와.오늘 저녁은 내 방에서 자도록 해라. 침대를 하나 더 놓고 나를 좀 지켜 줘야겠다. " "도련님, 저는 눕지 않는 게 좋겠어요. 저기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 " "안 돼 안 돼. 너 도 드러누어야 돼. 그리고 자야 돼. 난 네가 자는 것을 느끼고 코고는 소리를 듣고..." "좋으실 대로 하시죠." "그럼, 자, 종이 한 장만 가져와. 전보를 한 장 쳐야 되겠어. 내가 죽거든 주소대로 목적지 로 부치도록 해..." "도련님 !"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도밍고는 복종했다. 그에게 종이 한 장과 펜을 갖다 줬다. 그리고 아우구스또는 이렇게 썼 다. 살라망까 우나무노 당신 뜻대로 되었습니다. 나는 죽었습니다. 아우구스또 뻬레스 "내가 죽는 즉시 전보를 치도록 해. 알았어?"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하인은 주인과 더 이상 말다툼을 않으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침실로 갔다. 옷을 벗으려 하자 가련한 아우구tm또는 어떻게 심하게 몸이 떨리 는지 벗으려는 옷조차도 벗을 수가 없었다. "네가 옷을 벗겨다오." 도밍고에게 말했다. 그런데 왜 이러시죠, 도련님? 악마한테 홀리신 것 같으니 말이에요! 눈같이 희고 차갑군 요. 의사를 부를까요?" "그만둬. 그만둬. 소용없어." "그럼 침대를 덥히죠." "그건 왜? 놔 둬! 옷을 다 벗겨 줘. 모두 다. 우리 어머지가 나를 낳으셨을 때처럼 말이야. 내가 세상에 나을 때처럼... 혹시 내가 태어났다면 말이야!"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도 련님!" "그럼 지금 나를 침대에 눕혀다오. 난 움직일 수가 없으니." 가련한 도밍고는 자기대로 무 서움에 질려 불쌍한 주인을 눕혔다. "그러면 지금 내 귀에 대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아베마리아' 그리고 '성모옹'을 천천 히 말해. 그렇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그는 자기도 마음속으로 모두 반복하고 나서 "이젠 이것 봐, 내 오른손을 잡아 꺼내다오. 내 손 같지 않아. 꼭 잃어 버린 것 같아. 그리 고 성호를 긋게 날 좀 도와 줘... 그렇게... 그렇게... 이 팔은 죽어 있어... 맥박이 뛰나 좀 보 아라... 이젠 됐어. 어디 잠을 좀 자도록 하자... 그리고 내 얼굴을 좀 덮어 주게, 잘 좀 덮어 줘 ." "네, 주무시는 게 좋을 겁니다. " 이불을 올려 덮으며 도밍고가 그에게 말했다. "이젠 좀 주무시면 다 나을 겁니다..." "그렇지. 잠자면 다 회복되겠지... 그러나 말해 봐. 나는 아직까지 잠만 자고 꿈만 꾸었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안개 이상의 것이었던가?" "네, 네, 그런 얘긴 이젠 그만두세요. 그 모든 것은 우리 리누비나가 얘기 하듯이 책 속의 일들이죠." "책에서만 있는 일이라고... 책에서만 있는 일... 그럼 무엇이 책에 없다는 말인가? 도밍고? 책이 있기 이전에, 이야기가 있기 이전에, 말이 있기 이전에, 생각이 있기 이전에 무엇이 어 떤 형태로 있었단 말인가? 생각이 다 끝마쳤을 때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책의 문제라! 누 가 책의 일이 아닐 두 있나? 돈 미겔 데 우나무노를 알고 있어, 도밍고?" "네, 신문에서 그 의 글을 약간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는 현실에 잘 맞지 않는 사실을 많이 이 야기하는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을 아느냐 말이야?" "제가요? 핏 때문에요?" "그렇군. 우나무노는 역시 책에나 있는 일이군...리 모두가 그렇지... 그리고 그는 죽을 것이다. 그래, 죽을 것이다. 그도 역시 죽고 말 것이다. 비록 원치 않아도...죽이고 말 것이다! 그것이 나의 복수가 될 것이다. 나를 살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그런데 자기도 죽게 되는 거야. 자기도 죽을 거 야. 자기도!" "그만 해두시죠. 그 분은 신이 원할 때 죽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도련님은 주무시기 나 하세요." "잠을 난다... 잠을 잔다... 꿈을 꾼다..." "죽는다. 잠을 잔다. 잠을 잔다. 아마도 꿈을 꾼다...!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존재한 다. 나는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않구말구. 난 존재 안해... 우리 어머니! 에우헤니아, 로사리오... 우나무노...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잿빛이 되어 허덕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니 완전히 검고 공포에 떠는 눈으로 저 멀리 암흑을 주시하며 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에우헤니아! 에우헤니아!' 도밍고는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머리를 가슴에 떨어뜨리 고 숨을 거두었다. 의사가 왔을 땐 아직도 살아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피를 뽑고 겨자반죽 을 하도록 일렀 다. 그러나 곧 슬픈 사실을 확인할 수바 있었다. "심장입니다... 심장 장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 의사가 말했다. "아녜요, 선생님." 도밍고가 대답했다. "소화불량이었어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이상하게도 지나치게 저녁식사를 많이 하셨어요. 마치... 그렇지요. 앞으로 먹지 않을 것을 만회라도 하 듯이 그렇죠? 아마도 심장은 죽음을 예감했겠지요." "아니 난." 리두비나아 말했다. "머리가 잘못된 것 같아요. 저녁을 무리하게 잡수신 건 사 실이에요. 허나 이상한 말만 하면서 전연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었지요..." "이상 한 말이 란 뭐죠?" 의사가 물었다. "자기는 존재하지 않고 그리고 다른 것도..." "이상한 말이라고?" 이를 보이며 의사가 첨가해 말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말하듯이 "그가 존재했는지 안했는지 누가 압니까? 그리고 그는 더구나 모르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선 더 모르는 법이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셈 이죠... 그러고는 큰 목소리로 부가했다. "심장·위장·두뇌는 세 가지가 하나며 동일한 것입니다. " "그렇지요. 사람의 육체를 형 성하지요." 도밍고가 말했다. "그리고 육체는 하나며, 같은 것입니다. " "물론이지요 !"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선생님은 제가 얼마나 그를 믿고 있는지 아세요?" "확실하군요. 당신은 바보가 아닙니다. 저는 잘났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의사 선생님, 그런 데 저는 남들을 바보취급하면서 그에 대한 정당성을 제 시도 못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 "좋아요. 먼저 말한 바와 같이." 의사는 계속 말했다. "위장은 피가 되고 수액을 만들고 심 장은 수액이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두뇌와 위장에 공급하고 두뇌는 위장과 심장의 활동을 주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우구스또씨는 세 가지로 인하여 사망했으며 동시에 종합적 으로 말하면 온 육체로 사망한 것입니다. " "그런데 저는-리두비나가 말참견을 했다-도련님께서는 죽는다는 생각을 머리에 주입시켰 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죽으려고 하는 자는 결국 죽고 마니까요." "그렇습니다-의사가 말했 다-사람이 죽음의 고통 직전에 있으면 서도 죽는 것을 믿지 않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추호의 생각이라도 있으면 그에게 큰 이미 희망이 없습니다. " "우리 도련님의 경우에는 자살이에요. 그건 절대로 자살이었습니다. 뜻대로 된 거지요!" "불쾌한 일 때문이겠지요..." "대단히 대단히 큰 불쾌죠! 여자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장례식 준비를 해야 되겠습니다. " 도밍고는 울 고 있었다. 33 불쌍한 아우구스또의 사망을 통지하는 전보를 받고그의 임종 전에 일어났던 모든 상황을 알았을 때 나는 그가 자살할 목적을 가지고 나와 상의하고자 방문해 왔던 그날 오후에 내 가 그에게 한 말들이 잘된 것이었는지 아닌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 는 그를 죽인 것을 후회까지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옳았고 그를 자기 뜻대로 자살하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됐다고 나는 생각하기 에 이르렀다 그러고는 그를 혹시 부활시킬 수 없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지-나는 혼자 말했다-그를 부활시켜 자기 마음대로 행동을 하게 하며 그의 변덕이 시키는 대로 자살을 하게 하자.' 그리고 그를 부활시킨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잠이 들었습 니다. 잠든 후 얼마 안 되어서 꿈속에 아우구스또가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흰 구름같이 희었으며 그의 주위는 기우는 태양에 조명이 된 듯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서 말했습니다. "내가 여기 다시 나타났습니다. " "핏 때문에 왔어?" "선생에게 작별을 하려고요. 돈 미겔, 영원까지 선생에게 작별을 하려고요. 그리고 또한 선생에게 내 모험을 담은 스설을 쓰도록 명령을 하려고, 간청 아닌 명령을 하려고 온 것입 니다. " "벌써 다 썼는데 !" "다 알고 있습니다. 모두 기록되었죠. 그러나 나의 이 방문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습니 다. 즉 내가 자살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선생의 생각은 말도 안 된다는 얘기, 아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 "불가능하다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꿈속에서, "그렇습니다. 불가능 합니다. 선생의 서재에서 함께 이야기하던 그날 오후 기억하십니까? 지금같이 잠들어 꿈 을 꾸고 있는 상태가 아니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나는 말했습니다. 즉 허구의 실재인 우 리들은 우리 고유의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상상하는 자가 마음내키는 대로 우리 를 시험하려고 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말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응, 기억하구말 구." "선생은 비록 대단히 서반아적이지만 이젠 전연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죠? 그렇죠? 돈 미 겔." "정말 아무런 의욕도 없어." "그렇죠. 잠을 자거나 꿈을 꾸는 사람은 아무런 의욕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선생과 선생 동포들은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의욕이라도 가진 것처럼 꿈을 꾸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합니다. " "나는 지금 내가 자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난 그에게 말했다-그렇지 않다면..." "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나를 부활시키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실현이 불가하다는 것을 말 하고 싶습니다. 그걸 희망하고 희망하는 것을 꿈으로 꾼다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 "그 렇지만 그건!" "네, 그렇습니다. 허구의 실재는 살을 가진 허구의 인간과 뼈를 가진 허구의 인간이라 부 르지 않고 살과 뼈의 인간이라고 부르는 살과 뼈를 가진 사람과 똑같이 잉태할 수 있고 또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끊어진 생명은 안 되죠. 그를 다시 부활시킬 수가 없는 겁 니다. 공기를 호흡하는 숙명적이고 육체적인 인간, 살과 뼈의 인간을 만드는 것은 불행히도 용이하고 매우 용이하며 너무나 용이합니다... 또 공기를 마시는 숙명적이고 육적이며, 살과 뼈의 인간을 죽이는 것도 불행한 일이지만 용이하고 매우 용이하며 너무나 용이한 일입니 다. 그러나 그를 부활시키는 것은? 부활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난 그에게 말했 다-불가능하군!" "바로 똑같은-내게 답했다-너무나 똑같은 법칙이 선생이 허구의 실재라고 부르는 그것에 도 적용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것은 쉽습니다. 아마, 너무나도 쉬울 겁니 다. 그리고 우리를 죽이는 것도 쉽습니다. 너무나 쉬울 겁니다. 그러나 우리를 부활시킨다구 요? 지금까지 정말로 사망한 허구의 실재를 정말로 부활시킨 사람은 없습니다. 선생은 돈 끼호떼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믿으세요?" 내게 물었다. "불가능하지 " 난 대답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우리 모든 허구의 실재들도 그와 똑같은 경우입니다. " "만일 내가 다시 네 꿈을 꾼다면?" "같은 꿈은 두 번 꾸지 못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다시 꿈을 꾸어 나타나는 나라고 믿으시 는 사람은 다른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선생은 잠이 들어 있고 꿈을 꾸고 있는 것 은 인정하십니다. 본인도 또한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기 때문 에 지난번 선생께 말씀드렸을 때 그렇게 흥분하셨던 그 이야기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걸 좀 보시죠. 친애하는 돈 미겔, 선생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허구의 실재라는 것은 아닐지라도 선생은 나의 역사와 이와 같은 다른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밖에는 안 된다는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선생이 모든 것에 서 죽었을 때 우린 당신의 영혼을 데려갈 것입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너무 동요하지 마 십시오. 비록 잠들어 꿈을 꾸지만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러면 자, 안녕히 계시죠!" 그리고 그는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난 그러고 나서 내가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에 나는 가슴에 어떤 압박감을 느끼며 깨어났습 니다. 이것이 아우구스또 뻬레스의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