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운명 빅뱅과 그 이후 출판사:시공사 봉사자:곽호숙 제1장 세계관 신들이 우주를 다스리던 시절 태초부터 인간이란 존재는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좀더 친근한 곳으로 느껴지도록 나름대 로 재구성함으로써 무한한 공간에서 오는 끔찍스러운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했다. 지금부터 수십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이전 사람들이 살던 세계는 신들의 세상이었다. 낮 에는 태양신이 지배를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의 신이 지배했으며, 나무의 신이 나무에 열매를 맺게하고, 돌의 신이 그들을 걸려 넘어지게 했다. 그들의 세계는 인간의 관점에 맞춘 안전하 고도 친근한 곳이었다. 신화의 세계는 약 1만 년 전부터 등장한 신들의 지배를 받았다. 사람들은 남신과 여신들 의 활동-신들의 장난과 결혼, 증오와 싸움-을 우주의 탄생을 포함한 온갖 자연현상의 원인 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여성의 출산은 숱한 창도 신화에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5000년 전, 바빌로니아인들을 최초의 여자인 티아마트가 바다의 신인 압수와 결합해 하늘의 신 아누를 낳고, 다시 아누와 티아마트가 결합해 물의 신인 에아를 낳았다고 믿었다. 고대 이짐트 신화에서도 원시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바다는 최초의 존재인 아텀이 살고 있는 곳으로, 아텀은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 후에 태양신 라가 된다. 대지의 신인 게 브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원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원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존재였다. 대기(대기)의 신인 슈가 떠받치고 있는 아름다운 여신 누트의 몸은 하늘을 이루고, 그녀의 몸에 박힌 행성과 별이라는 보석은 영원히 반짝거렸다. 태양신 라는 배를 타고 누트의 드 을 건너서 하늘을 가로질러 항해한 후, 밤에는 세상 밑에 있는 바다를 지나 동쪽의 출발점 으로 되돌아옴으로써 하루의 순환을 마무리했다. 중국의 우주관에는 의인화한 신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는 음(음)과 양(양)이라는 두 가지 상극의 힘이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양은 하늘을 의미하며, 힘이 강 하고 창조적이며 남성적이다. 음은 땅을 의미하며, 모성적이고 여성적이다. 이러한 음과 양 은 영원히 순회를 거듭한다. 태양(양)의 열과 광명이 달(음)의 어둡고 차가우며 음습한 빛에 밀려나는 것이다. BC 6세기경, 소아시아 연해의 이오니아에서 이루어진 '그리스의 기적' 고대 그리스인 들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신들에게 맹목적으로 맡겨놓은 자연현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은 우주의 구성 요소들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법칙들을 통해 지 배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도 신성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믿었 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적인 방법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대 그리 스인들이 8세기에 걸쳐서 형성한 것이다. 우주의 조화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천체의 운동, 특히 행성의 운동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 시기 동안에 널리 퍼져 나갔다. 그리스인의 세계관:우주의 중심, 지구 그리스인들이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그토록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밤 우 리는 천체가 하늘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다. 우주 중심에 움직이 지 않는 지구가 있고, 태양, 달, 행성과 별들이 그 주의를 돈다고 생각한 것은 지극히 자연 스럽지 않은가? BC 4세기에 플라톤(BC 428경∼348)은 우주 중심에 고정된 지구가 있고, 그 둘레에 행성과 별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구가 놓여 있어서 매일 한 번씩 회전하는 세계관을 가정했다. 그러나 두 개의 구로 된 플라톤의 우주관은 일부 행성의 운동에서 보이는 특이한 이탈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행성과 별들은 매일 밤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 을 가르며 움직인다. 하지만 어떤 행성은 가끔 그 배경 별들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오늘날에 는 그런 역행운동이 궤도 위를 움직이는 행성을 관찰할 때 생기는 착시현상임이 밝혀졌다. 플라톤과 동시대인인 크니두스의 에우독수스(BC 400경∼350경) 역시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는 지구라는 전제 위에서 행성의 역행운 동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구로 된 플라톤의 우주를 27개의 구로 이루어진 우주로 발전시 켰다. 그는 지구와 별들의 천구 외에도 당시 알려진 모든 행성들에 대해 각각 새로운 구를 추가했다. 그리고 각 행성의 구에는 또 다른 작은 구를 올려놓았으며, 작은 구의 회전과 행 성의 구의 회전을 연결함으로써 일부 행성이 거꾸로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신은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 에우족수스의 다구형 모델은 나중에 프톨레마이오스(AD 2세기)가 다듬기는 했지만, 16세 기까지 변하지 않고 천구의 운동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철학적 호응이 부족했 다. 철학적 이론을 제시한 이는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와 그후 1600년이 지난 뒤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이다. BC 350년경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두 영역으로 나누고 중간에 달의 구를 놓았다. 지 구와 달은 생로병사하는 불완전한 세계이다. 그러나 다른 행성이나 태양, 별이 있는 달 너머 의 세계는 모든 것이 변치 않고 영원하다. 이 세계에서는 모든 사물이 완벽한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이것이 행성의 구가 지구 주위를 회전하는 이유이다.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서는 신의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를 바꾼 것이 기독교 사상이다. 도미니크회 수사인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13세기 기독교의 세계관을 결합해했다. 그는 달과 태양, 행성, 별의 구 바깥에 영원히 회전하는 근원적인 구 (원동력)를 덧붙였다. 그리고 신을 근원적인 구 너머에 있는 가장 높은 구인, 최고 천에 머 무는 의인화한 독립된 존재로 생각했다. 신은 천국의 주인으로 자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일 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본다. 천사들을 태양의 구와 행성의 구 사이에 살며, 천체의 구들이 각각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게 한다. 그들의 계급은 신의 영역에서 그들이 사는 곳까지의 거 리와 반비례한다. 달의 구 아래에는 연옥이 있고, 지상에서는 인간과 같은 유한한 존재들이 산다. 땅속 깊숙한 곳에는 지옥이 있는데, 그곳에는 악마가 살며 지상에서 사악한 짓을 한 사람들의 영혼이 머문다. 태양 중심설:고페르니쿠스의 대혁명 우주는 움직이지 않는 지구 주의를 거의 2000년 동안 돌아야 했다. 1543년 폴란드 천문학 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가 ≪천체의 회전운동에 대하여≫를 출판했다. 이 책은 지적 혁명에 불을 당겼으며, 그 여파는 오늘날에도 미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 를 자랑스런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태양을 앉혔다. 그리고 지구로 하여금 매년 주 기적으로 태양 주위를 돌게 만들었다. 지구는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태양 중심설은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인간은 우주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인간은 신에게 선택된 존재도 아니고, 우주는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도 아니었 다. 지구는 그때부터 행성의 구가 있는 천계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지구는 불완전하고 변화하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달 너머의 천계와 그 너머의 세상 또한 변 화하고 소멸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린 것일까? 우주가 어마어마하 게 커진 대신에 지구는 그만큼 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전락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는 우주의 규모가 태양계 박으로 나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 다. 가장 먼 별들의 천구라고 해야 토성의 구 바로 바깥에 있었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역시 별들의 구에 의해 그 크기가 제한되지만 가장 바깥의 별들의 구는 고정되어 있 다. 밤마다 별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하늘이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그 축을 중심으로 매일 자전하기 때문이다. 코페르티쿠스는 지구가 움직이고 별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별들이 있는 구의 위치를 처음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공전하는데 도 불구하고, 별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가 1년간 여행하는 동안 가까운 별을 두 차례 관찰해 보면, 그 별은 상대적으로 더 먼 곳의 별들과 비교해 그 위치가 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코페르니쿠스는 별들이 사람들이 생각하 는 것보다 훨씬 더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었다. 행성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네덜한드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1546∼1601)는 당시로서는 매우 정밀하게 천문현상들을 관측해, 코페르니쿠스 대혁명의 다음 단계를 예고했다. 1572년 브라헤는 카시오페이아 자리 에서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 그 별은 아주 밝아 낮에도 한 달 동안이나 볼 수 있었다고 한 다. 행성과 달리 그 별은 먼 곳에 있는 다른 별들과 비료해도 위치가 변하지 않으므로, 브라 헤는 그것이 행성 구 바깥의 아주 먼 곳에 있는 별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하늘에서 나타 난 이 변화는, 별들은 완전하고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뿌리채 흔 들어 좋았다. 사실 그 '새 별'은 초신성으로, 거대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에 태 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폭발하는 현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완전한 천구는 1577년 대혜성의 출현으로 다시 흔들렸다. 당시에는 혜 성이 무지개처럼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라헤는 그렇지 않다 는 것을 증명했다. 혜성은 먼 곳의 별들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초신성 보다 훨씬 지구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달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달의 바깥쪽의 천체가 틀림없었다. 브라헤는 혜성이 행성의 구들이 있는 영역 어딘가에 있을 것 이라고 판단했다. 브라헤는 혜성의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이라는 것을 계산해 냈다. (이는 모든 천체가 완 전한 원을 그리며 운동한다는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 타원 궤도는 혜성이 행성들의 투명한 구를 부수며 움직이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런 타원형 구가 실제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 는 논리적인 모순이었다. 브라헤는 그것이 단지 상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라는 압력을 받아야 했다. 만일 행성들이 단단한 고체의 구에 붙어있지 않다면, 생성들은 왜 떨어 지지 않는가? 무엇이 행성들을 하늘에 붙어 있게 한단 말인가? 하늘과 땅을 통일한 갈 릴레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와 천체의 현상은 각기 다른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 는다. 즉 물체가 지구에서는 직선운동을 하고 하늘에서는 원운동을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수학지이자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그런 생각을 무너뜨렸다. 그는 지구 상의 영역과 천상의 영역이 같다는 주장을 폈다. 모든 만물은 똑같은 자연법칙-인간의 끈질 긴 관찰을 통해 밝혀진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1609∼1610년 갈릴레이는 최초 로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했다. 그리고 천구의 '불완정성'에 대한 새 증거들을 제시했다. 달 표면에는 산이 있고, 태양 표면은 흑점으로 얼룩져 있었다. 또한 그는 목성의 네 위성을 발 견하여 만물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주장을 더욱 신뢰할 수 없게 했다. 1632년 갈릴레이는 《두 개의 주요 세계관에 관한 대화》에서 공개적으로 태양 중심설을 지지했다. 이는 교회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고, 분노한 교회는 갈릴레이를 1642년까지 자택에 연금했다. 갈릴레이의 저서는 1835년까지 출판을 금지당했고, 그 판결은 1992년에야 번복되었다. 작금에서야 과학과 종교의 분리가 완결된 것이다. 천체의 운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케플러와 뉴턴 행성운동에 대한 티코 브라헤의 정확한 위치 측정 자료는 그의 조수 겸 후임자로 프라하 에 있던 요하에스 케플러(1571∼1630, 독일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에게 정말 소중했다. 1606 년 케플러는 그 자료를 이용해 천체운동의 케플러는 그 자료를 이용해 천체운동의 비밀을 풀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행성의 궤도가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이며, 행성은 항상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행성은 태양에 가까울수록 빠르게 움직이 며,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천천히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성의 운동을 설명한 케플러의 수학적인 법칙도 앞서 브라헤가 행성을 붙들고 있 는 단단한 구를 없앴을 때 직면했던 문제를 풀지 못했다. 행성들을 궤도에 붙잡아두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왜 행성들은 태양 쪽으로 떨어지지 않는가? 천사들이 밀어주는 것도 아 닌데 무엇이 태양 주위에서 행성들을 돌게 하는가? 1666년 아이작 뉴턴(1642∼1727)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하늘과 땅 이분법을 과감히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영국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뉴턴은 사 과가 나무에서 EJfdj지는 운동과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운동을 만유인력이라는 동일한 힘 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떨어지는 사과는 자연스럽게 공간에서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것 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달도 더 이상 그 궤도를 도는 데 초자연적인 힘이 필요 하지 않게 되었다. 불필요한 신의 가설 뉴턴에 따르면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는 우주는 그 크기가 무한했다. 우주가 유한하다면 중력은 만물을 우주의 중심부에 있는 한 점으로 집중시켜 우주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 러나 그 생각은 우주의 관찰 결과와 맞지 않는다.) 뉴턴의 우주는 시계바늘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이를 결정론적 우주라 하는데, 이런 우주에서는 모든 사물이 정밀한 법칙을 따라 정확히 통제된다. 따라서 인간의 일데 관여하는 신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신은 우주를 만 들었지만, 이제 멀찌감치 서서 우주를 바라복 뿐이다. 18c가 되자, 프랑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피에르 시몽드 라플라스(1749∼1872)는 신 없 이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폴레옹은 라플라스의 《천체 쳑학에 관한 논문》 증정본을 보고, 라플라스가 창조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라플라 스는 "나는 그런 가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차갑게 응수했다. 19세기 서구인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무한성에 밀려 위축되고, 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으 며, 기계적인 우주관과 결정론적인 우주관에 압도당했다. 그런데도 저신들의 조상은 "지상의 만물을 다스리게 하려고" 신이 특별히 창조한 아담과 이브로 이어져 있다는 편리한 믿음을 고수하고 있었다. 1859년 찰스 다윈(1809∼1882)는 《종의 기원》을 출판해 그러한 마지막 환성마저 산산이 깨버렸다. 이 영국의 박물학자는 우리의 시조는 생각보다 훨씬 비천한 존재였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원시 세포, 어류, 파충류를 거쳐 진호한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케플러와 뉴턴의 계산으로는 우주의 나이는 6000년이지만, 지질학적인 증거들은 생물의 진화가 그보다 훨씬 이전인 수십억 년 전부터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주는 이미 공 간적으로 확장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시간의 확장이 시작되었다. 제 2장 은하의 세계 빛은 인간과 우주를 연결해 주는 소중하고도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빛은 우주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인 초당 30만㎞의 속도로 우리에게 정보를 보내주고 있다. 그러나 맨눈으로 빛을 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눈은 빛을 모으는 힘이 아주 약하다. 게다가 한 영상을 오랫동안 응시할 수 없다. 인간의 뇌는 300분의 1초마다 새로운 영상을 시각적으로 전달받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맨눈으로는 우주에서 가장 밝거나 가장 가까운 물체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주에서 아주 먼 곳은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 는 셈이다. 끊임없이 크기와 성능이 향상되는 망원경 망원경은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망원경의 커다란 렌즈와 거울은 인간의 눈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훨씬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망원경은 목표물을 향해 원 하는 시간만큼 시감(시감)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망원경은 지구에서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아주 희미한 물체를 판별해내 우주의 깊숙한 곳까지도 알려준다. 물론 영상을 확대하 여 세부적인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제 1세대 망원경은 안경처럼 렌즈를 통과하는 빛을 굴절시켜 모으는 것이었다. 초기 굴절 망원경은 렌즈 지름이 1m를 넘지 못했다. 지름이 더 크면 렌즈가 너무 무거워서 실용화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천문학의 주도권은 큰 포물면 거울로 빛을 모아서 한 점으로 집중시키 는 반사망원경으로 넘어갔다. 20세기 초 두 반사망원경-1908년과 192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윌슨산에 세워진 지름 1.5m와 2m의 반사망원경-이 우주를 관찰하는 방법에 혁 신을 일으켰다. 1948년에는 캘리포니아주 팔로마산에 지름 5m의 헤일 반사망원경이 설치되 었다. 이 망원경은 1976년에 러시아의 카프카스에 있는 특수 천체물리 관측소에 지름 6m짜 리 반사망원경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게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었다. 헤일 망원경은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별보다 4천만 배나 더 어두운 물체를 포착할 수 있다. 현재는 지름이 3m가 넘는 망원경이 15개 정도 되는데, 이것들은 세계 각처의 산꼭대기- 미국의 애리조나주에서 하와이까지, 러시아의 카프카스에서 칠레까지-에서 맑은 날 밤이면 하늘을 향해 반사경을 돌리고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빛의 메시지를 수신하고 있다. 뿐만 아 니라 현재는 더 큰 망원경을 세우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다. 그 중 다중 거울로 만든 반사 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능력이 지름 10∼15m에 이르는 단일 망원경의 능력에 버금갈 것이 며, 헤일 망원경보다 10배나 큰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빛을 모아서 영상으로 기록하기 초기 천문학자들은 관철할 것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야 했다. 그러다가 1826년에 사진술이 발명되면서 수많은 별들의 상을 하나의 유리판에 영구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 을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몇 시간에 걸쳐서 커다란 사진판 위에 영상을 만 들어가는 과정은 희미한 천체를 포착하는 망원경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 주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노출을 줌으로써 극히 희미한 상까지도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은 한 동안 거의 모든 천문관측소에서 이용하다가 1970년대에 고감도 전자탐지기 (전하결합소자, 또는 CCD)가 개발되면서 대체되었다. 고감도 전자탐지기는 사진판으로는 밤 을 새워야 모으던 빛을 단 30분이면 모을 수 있다. 19세기 초 독일 물리학자 요제프 폰 프 라운호퍼는 또 다른 도약의 전기가 된 분광학을 개발해은하와 별의 화학적 구성 성분과 물 리적 운동을 조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빗방울이 햇빛을 분해시켜 부지개 색깔의 스펙트럼 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광기를 이용하면 천체로부터 오는 빛을 다양한 파장으로 분해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빛 지금까지는 망원경이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을 모으는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빛의 영역 중에는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장 강력한 복사(고주파)인 엑스선과 감마선은 인체의 근육 조직을 그냥 통과할 수 있다. 자외선은 주파수가 조금 낮지만 인간의 피부를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우며,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햇빛 속의 자외선에 의해 피부암에 걸릴 수 있다. 다음으로 주파수가 낮은 것은 우리 인간에게 친숙한 좁은 영역의 가시광선이다. 그 다음으 로 적외선, 마이크로하(요리용 전자 레인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가 이어지고, 스펙 트럼 맨 끝에 에너지가 가장 낮은 전파가 있다. 전파는 송신소에서 가정의 라디오와 텔레비 전으로 프로그램을 전달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생물학적인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감각기관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민감하게 발달 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일이다. 태양은 그 에너지의 대부분을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는 빛의 팔레트에 있는 모든 빛을 이용하여 우리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관 계없이 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가시광선이라는 한정된 영역의 스펙트럼으로 우리 를 묶어두는 것은 스스로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것은 눈가리개를 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만약 우리 눈이 한가지 색깔, 예를 들면, 빨간색에만 민감해진 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단지 흩어진 조각으로만 보일 것이다. 전파천문학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루어진 레이더의 발전과 더불어 1950년대부터 시 작되었다. 그리고 우주시대의 도래와 함께, 망원경은 기구와 로켓, 위성을 통해서 하늘 높이 올라가게 되었다. 마침내 천문학자들은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적외선 등을 가로막고 있던 대기권의 맨 꼭대기에 올라서서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하수:지름 9만 광년의 은하계 케플러와 뉴턴의 후계자들이 망원경과 사진판, 분광기를 이용해 하늘을 연구했지만, 우주 의 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은하수의 수많은 별들은 얼 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은하수는 어디에서 끝이 날까? 아니면 우주 공간 속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것일까? 뉴턴의 가정대로 우주가 무한하다면 별들은 그 끝없는 공간 속에 고르게 분포해 있을까?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우주는 마치 원근법을 모르는 사람이 대형 캔버스에 그려놓은 풍경화처럼 하늘이라는 반구에 2차원으로 펼쳐져 보인다. 과학자들의 최 우선적인 관심사는 적절한 원근볍으로 이 천체를 배치하여 우주의 크기에 관한 비밀을 푸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열심히 지구에서 별들까지의 거리를 쟀다. 우주에서 우리가 위치한 작은 귀 퉁이의 크기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태양계가 실제로 매우 작은 존재이며, 우 주 공간이 거의 진공 상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은 지구에서 빛으로 8분이 걸린다. 태 양계의 크기는 빛이 도달하는 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인 명왕성은 지구에서 빛으로 5.2시간 거리에 있다. 한편 별까지의 거리는 광년으로 특 정할 수 있다. 태양 다음으로 가까운 별은 꼬박 4광년 거리에 있다. 하늘은 옛사람들이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공간을 점점 더 깊이 조사하여 마침내 은하수, 즉 윌 은하의 끝에 이 르렀다. 우리 은하는 뉴턴의 주장처럼 무한히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약 1000억 개의 별들 이 중력으로 묶여 지름이 9만 광년이나 되는 원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윌 은하의 원반면을 향해 눈을 돌렸을 때, 그곳에 운집한 별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진줏빛의 멋진 아치형 띠로 보였던 것이다. 태양계의 크기는 우리 은하의 수십 억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작은 행성에 서 은하계의 크기를 측정했다는 것은 마치 아메바가 어찌어찌해서 태평양의 넓이를 잰 것에 필적하는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은하 원반에 있는 별들은 은하 중심부의 둘 레를 회전하고 있는 것까지 밝혀졌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별들은 움직이 고 있었던 것이다. 은하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태양계 태양이 은하수에 모여 있는 수천억 개의 별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 자, 사람들은 우리의 별이 은하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미 국의 천문학자 하로 섀플리(1885∼1972)는 그 믿음마저 깨버렸다. 섀플리는 구상성단-수십 만 개의 별들이 중력으로 인해 공처럼 밀집된 천체-의 분포를 연구했는데, 이것들이 은하수 를 따라서 구형으로 불거진 부분에 모여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태양의 위 치는 구형 부분의 중심부와 일치하지 않았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서 궁수자리 방 향을 약 3만 광년 떨어져 있었다. 섀플리는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이 아닌, 은하의 끝에서 중심으로 3분의 1쯤 되는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정말 작은 은하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근본 문제가 남아 있었다. 만일 은하수가 어딘가에서 끝이 난다면, 그 결계가 우주의 끝인가? 아니면 우주는 훨씬 더 먼 공간 속으로 QJedj 있는가? 은하수의 경계 너머에는 우리 은하와 비슷한 또 다른 은하들이 존재하고 있는가? 1775년 초 독일 철 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22)는 우리의 것과는 다른 별들의 체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이 론화한 바 있다. 일부 학자들은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1738∼1822)이 당시에 발견한 빛 의 얼룩(성운)이 바로 그 '섬 우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우리 은 하 와 우주는 같은 영역에 놓여 있으며, 성운은 당연히 그 영역 안에 자리하고 있다고 확신했 다. 우주의 중심은 이미 지구에서 태양으로, 다시 태양에서 은하계로 옮아가 있었다. 천문학계의 '대논쟁'이 절정에 달했다. 1924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 은 당시에 막 세워진 윌슨산 천문대의 2.5m 반사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나선형 성운이 우리 은하의 끝지점보다 훨씬 먼 곳에 있음을 확인했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현재 230만 광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드로메다 성운의 빛은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 처음 출현했을 때 은하 사이의 공간을 항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드로메다 성운(안드로메 다 은하로 이름이 바뀌었다)은 우리 은하와 모습이 흡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섬 우주'에 대한 칸트의 예견은 이제 과학적 사실이 되었다. 갑자기 우주에는 아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은하가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끝은 훨씬 먼 속으로 끝없이 밀려났다. 태양계가 광대한 은하 속의 한 점이 되어버린 것처럼, 우리 은하 또한 광활한 우주의 한 점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 은하가 우주에 존재하는 수천억 개의 은하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은하의 분류 :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 은하들은 각기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은하 10개 중 3개 정도는 타원형의 빛을 내므로 타 원은하라고 부른다. 또한 10개 중6개 정도는 우리 은하나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납작한 원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원반에서는 바깥쪽으로 멋진 팔이 나와 있다. 이러한 은하를 나선 은하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선은하나 타원은하로 분류하기에는 모양이 불분명한 나머지 은 하들을 불규칙은하라고 부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은하의 대부분은 우주가 탄생한지 20∼30억 년이 될 무렵에 거 의 동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발생기의 은하들은 우주가 태어난 직후의 처음 3분 동 안 만들어진 화학 원소인 수소와 헬륨의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원시 구름들이 자체의 중력으로 수축하는 동안, 재부에서는 수천억 개의 가스 덩어리 들이 공 모양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안으로 향하는 압력인 중력이 이것들을 더욱 뭉체게 앴 으며, 가스 덩어리들의 온도가 수천만 도에 이르자, 수소는 헬륨이 되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 키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가스 덩어리들이 불이 붙어 별이 된 것이다. 발생기 은하의 궁극적인 모습은 내부의 가스로부터 얼마나 효율적으로 별이 생겨나는 가 에 달려있다. 원시 은하들 중 일부는 내부의 가스를 전부 별로 만드는 데 단지 10억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은하들은 타원은하로 진화했다. 현재 이들 은하에는 새로운 별을 만드 는 데 필료앟ㄴ 원효가 떨어져버렸기 때문에 거의 우주 자체만큼 오래된 별들만 모여 있다. 원시 은하들 중 다른 일부에서는 별이 비교적 서서히 만들어졌으며, 가지고 있던 가스의 10분의 9정도만 별로 바뀌었다. 남은 재료는 납작한 원반을 이루었으며, 그 속에서 계속 별 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속도는 비교적 느리고 대부분 나선팔에서 이루어졌다. 이 별들 의 요람은 나선은하를 젊은 은하로 보이게 해준다. 또 다른 원시 은하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내부의 가스를 별로 바꾸어나갔다. 따라서 우주 가 생긴지 150억 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은하는 질량의 5분의 1 이상이 여전히 가스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규칙은하는 나선은하보다 1000배나 가볍지만 오늘날까지도 대표적인 별의 탄생지로 남아 있다.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우주 은하들은 모두 선천적인 특징과 후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형태나 질량 같은 선천적 인 특징은 탄생할 때 결정된다. 하지만 다른 특징들은 은하를 둘러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은하 역시 고립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하는 중력 때문에 수십 개(은하군)에서 수천개(은하단)씩 보인다. 그런ㄷ 은하단의 중심 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은하끼리 충돌이 일어나 선천적인 특징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도 한 다. 은하 사이의 교통이 복잡할수록, 즉 은하의 밀도가 높을수록 우주의 '교통사고'는 더 욱 빈발한다. 은하들은 대개 직접 부딪치며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중력이 접근중인 양쪽 은하 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을 떼내어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리고, 마치 은하들 사이의 별바다 에서 파도에 씻긴 듯한 알갱이 은하만을 남겨놓는다. 그러나 이 정도는 보통 가벼운 상처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충돌의 여파는 더욱 극적이다. 만일 두 은하가 모두 나선은하라면, 부딪힐 때의 강력한 힘으로 두 은하의 가스 원반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은하 는 훨씬 밝고 무거운 하나의 은하로 합쳐지는데, 이때 가스로 된 재료가 부족하여 타원은 하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은하계의 운명 우리 은하에게도 이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가 37억 년 후에는 우리 은 하와 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돌의 결과가 비관적일 것 같지는 않다. 태양이 안드 로메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과 정면으로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은하들의 세계에서는 종종 냉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다. 크고 무거운 은하들이 발 휘하는 중력은 주의의 작은 은하들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큰 은하의 영향권 내 에서 길을 잃은 작은 은하들은 '식인은하'를 향해 나선을 그리며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 면 '식인은하'들은 그들이 '잡아먹은' 작은 은하들만큼 크기와 질량이 증가한다. 퀘이사:예상 외로 밝은 천체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던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 은 각종 소리와 열기로 사라져버렸다. 현대의 망원경은 전자기 복사의 전 영역에서 아주 활발 하게 활약하며, 특정 은하의 핵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각지도 못한 현상에 대해서도 알려 주고 있다. 그 중 가장 가공할 만한 것이 퀘이사이다. 퀘이사는 처음에는 별과 비슷한 물체 (quasi-star)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름도 준성(준성)을 뜻하는 퀘이사가 된 것이다. 그러 나 천문학자들은 유난히 밝은 광점인 이들 가운데 하나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퀘이사가 우 주의 거의 끝에 해당하는 약 130억 광년 거리에 있음을 알고 대단히 몰랐다. 어떻게 그렇게 멀리 있는 물체가 가까이 있는 별처럼 많은 빛을 지속적으로 복사할 수 있 는 것일까? 오직 한 가지 설명만 가능하다. 퀘이사의 실제 밝기는 매우 엄청난 것임에 틀림 없다. 관측 결과, 퀘이사는 은하 한 개가 낼 수 있는 규모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으며, 1000억 개 정도의 태양을 합친 것만큼 밝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숨겨진 근원이 우리 태양계보다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블랙홀 어떻게 그 작은 것이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지 만, 많은 천체물리학자들은 핵 속에 괴물(블랙홀)을 숨기고 있는 은하에서 퀘이사가 생겨났 다고 추측한다. 블랙홀은 태양보다 10억 배 이상 무거운 초거구의 탐욕스러운 존재로 주위 의 모든 별들을 삼켜버린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까지도 잡아 가둘 수 있는 강 력한 중력을 가진 영역이다. 이런 블랙홀은 아무런 빛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검은 구멍'인 것이다. 블랙홀의 중력은 공 모양인 별들을 끌어당겨 긴 필라멘트 모양의 물질로 만들고, 깨진 별 에서 나온 물질을 엄청난 속도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빨아들인다. 가스 소용돌이 속의 입 자는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면서 점점 뜨거워져, 복사 에너지의 방출이 감지되지 않는 분계점 인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건너기 직전에 강력한 복사 에너지를 뿜어낸다. 퀘이사의 빛은 갈가리 찢긴 별의 잔해가 영원히 사라지기 직전에 부르는 최후의 노래인 셈이다. 그러나 퀘 이사-은하 핵만이 이 괴물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밝기의 핵을 가진 다른 종류의 은하들, 이른바 활동 은하들 역시 내부에 별들을 삼키는 블랙홀이 잠복해 있다. 이 블랙홀들은 규모가 퀘이사에 있는 것보다는 10분의 1에서 자신이 포함된 은하 속의 별들을 공격, 산산조각을 내어 국수 모양의 길고 가는 필라멘트로 만들 수 있다. 이때 블랙홀로 끌려들어가는 물질에서는 감마선과 X선에서부터 마이크로파와 전파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전자기파에 걸쳐 강력한 복사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우주의 구조: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은하도 집단을 이룬다. 우리 은하는 국부 은하군의 일원인데, 이 은하군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뿐만 아니라, 우리 은하의 위성 은하인 대마젤란 은하와 소마젤란 은하를 비롯한 크고 작은 15개의 난쟁이 은하들도 들어있다. 국부 은하군은 지름이 1300만 광년이 나 되는 공간에 펼쳐져 있는데, 이는 보초은화의 130배에 이르는 것이다. 은하가 우주 속의 집에 해당한다면, 은하군은 우주 속의 마을인 셈이다. 다음으로 큰 집단은 우주의 도시에 해당하는 은하단이다. 이 집단은 수천 개의 은하로 구성되어 있고 지름이 약 6000만 광년에 이르며, 수백조 개에 달하는 별을 포함하고 있다. 우주의 구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은하단들은 더욱 큰 규모의 초은하단을 이루는데, 우주의 대도시격인 초은하단에는 수천조 개에 으르는 별들이 들어 있으며, 그 지름은 수억 광년에 이른다. 국부 은하군은 10여 개의 은하군과 은하단들로 이루어진 국부 초은하단에 속해 있다. 초은하단은 놀랍게도 공 모양이 아닌 얇은 '팬케이크' 구조나 기다란 필라멘트 구조를 형 성하고 있다. '팬케이크' 구조는 두께가 대략 그 지름의 5분의 1(4000만 광년)정도이다. 그 리 고 필라멘트 구조는 수억 광년 거리까지 우주 공간으로 뻗어 있다. 보이드:우주의 빈 공간 오늘날에는 더욱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에는 은하들이 전혀 없는 지름 수 천만 광년의 광대한 공간들이 포함되어 있다. 은하들은 우주 전체의 단지 10분의 1정도를채 우고 있는 '팬케이크' 구조와 필라멘트 구조 속에 분포해 있다. 나머지 10분의 9는 비어 있 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초은하단으로부터 거품 모양의 보이드(진공)들이 이리저리 연결 된 거대한 그물망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은하들은 환산적인 그림을 짜맞 추어 만든, 우주적인 규모의 rjei한 벽걸이 장식이며, 기막히게 아름다운 천상의 경치인 것이 다. 제 3장 빅 뱅 빅뱅이론:최초의 폭발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은하를 분류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시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1929년 허블은 먼 곳에 있는 은하들이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게다가 은하의 후퇴 속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거리가 두 배 더 떨어 져 있는 은하는 두 배의 빠르기로 멀어지고, 열 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는 열 배나 빨 리 멀어졌다. 한편 허블은 관찰자가 선택한 방향에 관계없이 우주의 팽창이 어디서나 똑같이 일어난다 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모든 은하가 그 출발점에서 현재의 시점까지 오는 데 정확하게 똑같은 시간이 걸렸음을 의미했다. 이제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자. 약 150억 년 전에 우주의 모든 은하는 시공상의 단 한 점 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빅뱅이라는 가공할 만한 폭발이 우주 팽창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분명했다. 빅뱅 이론에 의해 우주는 역사를 갖게 되었다. 즉 우주에 과거와 연재, 미래 가 생기기 것이다. 우주는 특정한 시점에서 탄생했으며, 따라서 더 이상 영원한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상황이 전환되어,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자신의 생각 을 밝힌 후 700년 만에 과학은 우주의 탄생에 대한 변혼을 하게 되었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인공 조명에 파묻힌 현대인들은 원래의 밤하늘과 만날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눈부 시게 반짝이는 별들이 박혀 있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이 매우 난처한 문제를 일으켰던 적도 있다. 만약 우주가 정적이며 무한하다는 뉴턴의 관점이 옳다면, 어두운 밤하늘은 논리 에 만지 않는다.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며 그 내부가 무한히 많은 별과 은하로 채워져 있다 면, 어디를 바라보든 빛을 내는 물체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늘은 밤에도 낮처럼 밝아야 한다. 그러나 밤이 어둡다는 것은 아직까지 불변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의문은 빅뱅 잉론이 등장해 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해 주고서야 풀릴 수 있었다. 별과 은하들로부터 오는, 어듬을 밝혀주는 빛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밤하늘이 깜깜한 것이다. 우주는 과거의 유한 시점에서 탄생했다. 그러므로 탄생 이후 150억 년 동안, 일정한 양의 빛만이 별과 은하들로 부터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나마 천체도 수명이 제한돼 있어서 우리에 게 빛이 도달할 수 있는 별들의 수 역시 한정되어 있다.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이 걸리지 만, 결국 별들은 불에 타서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와 서로 멀러지는 은하들 만일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후회하고 있다면, 우주의 중심에 우리 은하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은 어떤 은하에 있는 관찰자가 보아도 다른 은하들이 자신의 은하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모든 지점이 팽창의 중심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도 우주의 중심이 된 수 없다. 이 우주의 마술을 조금이라도 잘 이해하려면 종이 별들을 붙여놓은 풍선의 표면이 넓어지 면서 그 위에 있는 별들은 서로 멀어진다. 은하들은 풍선의 표면에 붙어 있는 별들은 서로 멀어진다. 은하들은 풍선의 표면에 붙어 있는 별과 같은 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자리잡고 있 다. 그리고 우주 공간은 마치 풍선의 표변에서 일어나는 운동과 같은 원리로 팽창하고 있다. 어떤 종이별도 다른 모든 별들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똑같은 이유로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상대적으로 후퇴 속도가 더 크다. 빅뱅 이론은 정적인 뉴턴의 우주를 동적인 우주로 바꾼 것이다. 동적인 우주 모델에 따르면, 은하들은 고정된 공간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 간 자체가 팽창을 하며, 은하들은 그 속에 놓여 있다. 즉, 우주가 차지하는 공간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약 150억 년이라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두 은하 사이의 거리는 처음 거리의 평균 1000배 정도로 늘어난다. 은하들은 단지 우리 은하로부터 만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하들은 모두가 서로에 대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시작도 끝도 없는 창조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빅뱅 이론을 쉽사리 수용할 수 있었을까? 대 단히 신중한 사람들인 천문학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1950년대에 빅뱅 이론의 지지자들 과 정상우주론 지지자들 사이에 격론이 벌여졌다. 정상 우주론 지지자들은 창조와 진화에 대한 개념과 관련하여, 그리고 빅뱅 우주론의 특징인 변화하는 우주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 했다. 그들은 우주가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리스 토텔레스의 변함없는 하늘이 생명을 연장받게 되었다. 상당수의 우주론자들은 창조의 사건 과 그것의 종교적 연관성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상 우주론에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우주와 관측 결과에 따른 팽창하는 우주를 어떻게 조화시키려 했을까? 만일 은하들이 끊임없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면 은하들 사이에는 더 큰 빈 공간이 남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주가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보이려면 정상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팽창 으로 남은 공간은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물질들이 창조되고있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 었다. 그들은 물질이 창조되는 속도는 사실상 감지할 수 없을 정도라고 엇붙였다. 10억 년마 다 우주 공간 1리터당 수소 원자 한 개 정도면 충분할 서이라고 했다. 단 하나의 창조 사건 을 피하기 위해 정상 우주론자들은 일련의 무한한 작은 창조 사건들을 끄러들여야 했다. 원시 화구의 잔해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초기 역사를 재건해 보려는 생각으로 인간의 화석을 찾아 아프리 카의 오지를 뒤진다. 또한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초기 역사를 재건하는데 도움이 되는 증거 를 찾아서 두꺼운 지각을 조사한다.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은 천문학자들도 우주의 초기 역 사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우주의 화석을 찾기 위해 하늘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빛의 여행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우주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 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망원경은 타임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나이가 30만 년에 불과하던 우주 역사의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은 잔류 복사가 전우주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든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 아래오 오며들 었으며, 다른 어떤 대안도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다. 배경 복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주장한 이는 1946년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1904∼1968)였다. 가모는 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시간 이 지남에 따라 더 차가워지고 밀도도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밀도도 높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우주가 젊었을 때에는 우주의 두 가지 구성 요소-물질(원자, 인간, 별, 은하)과 복사 에너지-의 상태가 틀림없이 지금과 반대였을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97∼1955)에 따르면 물질의 질량은 에너지 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우주는 물질의 지배를 받고 있다. 즉, 현시점에 서 물질의 에너지 밀도는 복사 에너지의 밀도보다 대략 3000배나 더 크다. 그러나 우주의 탄생 직후 1초부터 30만년 사이의 초창기 우주는 복사의 지배를 받았다. 이 뜨거운 고에너 지 복사선은 빅뱅 이후 30만 년 동안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으며, 그 시점까지 온도는 절대 온도 1만K까지 떨어졌다. (절대온도 0K는 섭씨온도 -273℃와 같다.) 가모는 오늘날에도 여 전히 우리가 그 복사선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복사선은 우리 은하에 도달하기 까지 150억 에너지를 상실했을 것이며, 그 결과 온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가모는 이 유 물들이 지금쯤 3K정도로 차가워졌을 것으로 보았다. 이 우주 화석은 불 꺼진 아궁이 속의 재에서 발산되는 빛이나 열과 비슷한 것으로, 원시 화구의 여과(여광)이다. 그러나 그후 20년 동안은 아무도 이 창조의 잔재를 조사하기 위한 소고를 감당하려 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빅뱅 우주론과 종교적인 연관성에 대해 무의식 적으로 염려하고 있었으며, 가모의 예언은 잊혀졌다. 그러다가 1965년 미국의 전파천문학자 인 아노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벨연구소에서 최초의 성업용 위성인 텔스타를 추적사기 위해 고안한 고감도 전파 안테나로 우연히 창조의 '소리'를 포착했다. 그들이 발견한 배경 복사는 정상 우주론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우주론을 빅뱅 이론 아래로 굴복하게 만들었다. 에너지 공간 밖으로 밀려난 우주의 물질 우리의 이야기는 대폭발 직후, 정확히는 폭발 후 10의 -43승 초'소수점 이하에 42개의 0 과 하나의 1이 따른다'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그 이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당시 우주는 온도가 10의 32승K'1다음에 32개의 0이 붙 는다'에 이르렀으며(단테도 상상하지 못한 지옥인 셈이다), 지름이 고작 1000분의 1㎝에 불과한 공 모양의 극히 작은 점에 불과했다. 아직 원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당연히 별과 은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이 상태를 고요와 침묵의 완벽한 허공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진공(void)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초기 폭발의 억눌린 에너지가 들끓는 공간이었다. 우주의 시계가 10의 -32승 초를 가리켰다. 우주는 팽창으로 인해 좀더 엷어지고 온도도 더 내려갔다. 마침내 최초의 소립자들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쿼크(물질의 기본 구성 입자) 와 전자(전기를 띤 입자), 중성미자(질량이 거의 없으며, 전지적으로 중성인 입자)로 된 '수 프' 광자(빛의 입자)로 가득 찼다. 물질이 탄생하자, 마치 거울의 상을 보듯이 반입자가 생겨나 전하의 균형이 잡혔고, 우주 의 전기적인 중립성이 유지되었다. 물질과 복사는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했다. 입자와 반입 자가 충돌하면 그 질량은 광자의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광자는 삶과 죽음의 끝없는 윤회에서 해체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우주를 재배하는 물질 만일 우주 공간에 입자와 똑같은 수의 반입자가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소멸되면 우주는 소립자나 별, 은하, 그리고 당연히 인간도 존재할 수 없는, 단지 복사 에너지로 가득 찬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자연은 물질과 반물질을 공평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물질이 아주 미미한 우세를 보였다. 진 공으로부터 반물질 입자가 10억 개 생길 때마다 물질 입자는 10억 1개가 생긴 것이다. 따라 서 10억개의 입자-반입자 쌍이 소멸하여 10억 개의 광자들로 전환될 때마다 1개의 물질 입 자가 남게 되었다. 식어가고 엷어지면서 더욱 복합해진 우주 우주의 시계가 100만 분의 1초({{{{ {10}^{-6} }} }}) 를 알 리자,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우주는 거의 우리 태양계의 크기만해졌으며, 온도는 여전 히 10조K를 우지하고 있었다. 쿼크는 처음으로 3개Tr 뭉쳐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기 시 작했다. 쿼크를 서로 끌어당기는 '접착제'는 강한 핵력이었다. 강력한 힘이 다시 작용해 이 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치게 하더니, 수소의 핵(1개의 양성자)들이 결합하여 3분 후에 는 헬륨의 핵(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는 더 이상의 화합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헬륨 핵은 팽창하는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갔으며, 원자핵이 충 돌해 합쳐질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수소 핵, 헬륨 핵, 전자, 광자, 중성미자로 가득한 팽창하는 우주 그 다음 30만 년 은 비교적 평온했다. 우주는 온도가 1만K까지 냉각되었다. 전자기력이 외톨이 전가를 단일 양자인 수소 핵에 결합시켜 수소 원자를 만들어냈고, 구 개의 전자를 헬륨 핵에 결합시 켜 헬륨 원자들을 만들어내면서 오늘날과 같은 완전한 원자들이 출현하게되었다. 일단 원자 주위의 궤도에 붙잡히거나 결합된 전자들은 더 이상 광자들의 순환을 막을 수 없었다. 빛 입자와 다른 형태의 복사가 마침내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불투 명하던 우주가 투명하게 되었다. 우주의 배경 복사는 이단계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온 광자 들이 식어서 된 잔재이다. 우리는 마침내 헬륨보다 복합적인 물질을 합성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우주를 보게 되었 다. 그러나 이제 온전한 수소와 헬륨 원자가 나타났으며, 바야흐로, 모든 것이 변하려 하고 있었다. 중력으로 야기된 열의 '오아시스'-결국은 은하가 되었다-가 우주의 차가운 공간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구성 물질들은 중력 때문에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으 므로 팽창하는 우주와는 무관했으며, 그때까지 물질을 더 복합적 구조로 별하지 못하게 하 는 조건인, 온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희박해지는 문제에서도 해방되었다. 그러나 이들 열의 오아시스에도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오아시스 내부의 입자들이 s 너무 희박하게 분포해 있는 것이었다. 평균 밀도가 1㎤당 수소 원가 1개인 발생기은하들은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보다 수천조 분의 1배나 희박했다. 원자의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서 는 밀도가 더 높은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은하들 내부에서 별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제 4장 별의 탄생과 죽음 핵융합이 만든 원시별들:요람 속의 아기 별들 최초의 별이 출현한 것은 우주 탄생 후 20억 년이 지나서이다. 중력이 발생기 은화들을 붕괴시켜 수소와 헬륨으로 된 수천억 개의 덩어리로 갈라지게 했다. 이 가스 덩어리들은 자 체 중력에 의해 다시 수축해 고 모양이 디었다. 그리고 점차 중심 쪽으로 물질이 모여서 단 단해져, 밀도가 물의 160배에 이르게 되었다. 중심부의 온도는 수천만 K까지 급격하게 올라 갔다. 빅뱅 이후 단 몇 분 동안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 원자들은 공 모양의 가스 구름 중심 부에서 좌충우돌하며 서로 부딪혔다. 덕분에 전자, 수소의 핵(양성자), 헬륨의 핵이 원자의 속박에서 풀려났다. 이 시나리오는 우주가 생긴 지 3분 만에 일어난 일을 상기시킨다. 자연은 극도로 높은 열 과 밀도로 인해 다시 한번 그 자랑거리인 핵융합에 빠진다. 양성자 4개가 모여 헬륨 핵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복사의 에너지가 방출되었다. 양성자의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올라가자 마침내 원시별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헬륨 핵은 4개의 양성자를 합한 것보다 질량이 약간 가벼운데, 이 질량의 차가 에너지로 바뀌었고 이 에너지 가 압축된 공 모양의 가스 덩어리에 불을 붙여 본격적인 별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 원 시 은하들은 별들의 거대한 요람이 되었다.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공 모양의 가스 덩어리는 즉각 수축이 중단되었다. 원시별을 유지해 주는 내향의 힘인 중력이, 이에 대항해 원시별을 바깥으로 팽창시키려는 외향의 복사압에 위해 정확히 상쇄되기 이른 것이다. 별의 초상화:위리의 태양 태양은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 내의가스 구름이 중력 붕괴를 시작하면서 태어났다. 이 중력 붕괴는 근처의 별이 폭발로 죽음의 고총(초신성)을 맞으며 시작되었을 것이다. 태양은 그 근본 물질인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빛과 에너지의 근원이 되어 주위의 9개의 행성으로 따뜻한 열을 끝없이 보내주었다. 마침내 그 덕분에 9개의 행성 중 우리의 푸른 지구에서 생명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태양은 가까이에서 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중심부의 뜨거운 가마솥 덕분에 6000K로 달궈 진, 이글거리는 표면은 지름이 수천 ㎞나 되는 수천 개의 거대한 가스 조각으로 갈라져 있 다. 쌀알 무늬라고 하는 이 조각들은 몇 분에 불과한 생사의 주기에 따라 솟아났다가 사라 져버린다. 갈릴레이가 최초로 발견한 흑점은 지름이 수만 마일로, 크기가 작은 행성과 크기 가 맞먹는다. 흑점은 온도가 2000K로, 태양 표면 온도보다 낮아서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태양 표면에서는 강력한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은 그 에너지를 어딘가로 방출해야 한다. 그래서 때때로 한 무리의 흑점이 불쑥 나타나고, 불꽃의 혀가 날름거리고, 폭발한 물 질이 우주 공간을 향해 쏟아져 나간다. 이중 일부는 자기장에 붙잡혀 태양 표면을 향해 활 모양으로 휜 멋진 빛의 고리를 만든다. 이런 격렬한 폭발은 양성자와 전자의 다발을 우주 공간으로 쏟아붓는데, 이것들은 태양의 밴 바깥층에서 외부를 향해 쏟아져 나가는 대전된 입자들인 태양풍과 합쳐진다.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우주 수소 공급이 끝나가면서 별 중심주에는 헬륨이 점점 많아진다. 복사에 의한 압력이 점점 약해지면서 중력이 우세해진다. 별의 헬륨 중심부를 둘러싼 수소 껍질의 밀도와 온도가 높 아질 뿐만 아니라 헬륨 중심부의 온도와 밀도도 높아진다. 마침내 껍질층은 온도가 1000만 K에 이르게 되어, 다시 한번 수소 핵융합이 시작된다. 새롭게 불타는 수소는 어마어마한 에 너지를 내면서 별은 처음 크기의 수백 배로 부풀며 붉은 빛을 내게 된다. 이것이 적색거성 이다. 수소도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당연히 바닥이 난다. 연료가 부족해진 헬륨 핵은 더욱 수축되고, 중심부에서는 1억K가 넘는 열이 발생해 헬륨의 연소가 시작된다. 헬륨 핵 3개가 뭉쳐서 탄소 핵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탄소 원 자핵 한 개의 질량은 그것을 이루는 데 쓰인 3개의 헬륨 원자핵을 합친 것보다 약간 가볍 다. 바로 그 질랴의 차이가 에너지로 전환된느 것이다. 헬류층이 별의 내부에서는 파괴되면서 왜 빅뱅이 일어날 때는 파괴되지 않았을까? 3개의 헬륨 핵이 핵융합을 하는 데는 엄청난 압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그럴 만한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물질들은 우주 공간 속으로 빠 르게 퍼져나가 버렸다. 그래서 헬륨 핵융합의 가능성은 빅뱅 이후 3분 만에 이미 0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적색거성 내에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물질이 희박해진다는 사실이 영향 을 미치지 못한다. 적색거성 단계에서는 열 핵반응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수십억 년이 흐른 것이다. 별들은 이미 우주의 도가니가 되어, 생명체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온갖 종류의 화학 원소들을 만들고 있었다. 마침내 불인 상태의 우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루기 힘든 원소인 철 별에서 일어난 연금술로 수백만 년 만에 20종이 넘는 새 원소가 만들어졌다. 헬륨이 고갈 되면 탄소가 타면서 산소가 만들어지고, 탄소가 떨어지면 산소의 연소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 네온, 마그네숨, 알루미늄, 황 등 무거운 원소가 차례로 만들어졌다. 철이 등장할 무렴, 별 중심부는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화학 원소들의 창 고가 외었으며, 우리 몸을 이루는 데 필요한 원자들의 90% 이상이 생겨났다. 그중 에서도 철은 별이 만들어내는 것 중 가장 특별할 작품으로, 26개의 양성자와 30개의 중성자로 이루 어졌다. 철은 그보다 앞서 합성된 원소들과는 달리 핵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철이 포함된 열 핵 반응은 에너지를 만들지 않고, 대신 에너지를 완전히 써버리기 때문이다. 연료가 바닥나면 별은 에너지의 생산을 멈춘다. 중력을 상쇄하는 복사압이 없어지면, 별은 붕괴하여 최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백색왜성과 흑색왜성 별에도 경량급과 중량급이 있다. 가장 작은 별은 질량이 태양의 1/10에 불과하지만, 가장 큰 별은 태양의 1000배에 이른다. 이런 별들은 조용히 최후를 맞거나 급작스럽게 최후를 맞 는다. 태양의 미래는? 우리의 후손이 찾아야 할 새로운 태양은? 지금으로부터 90억 년 후, 핵 연료를 다 사용한 태양은 자체의 중력 때문에 지구만한 쪼그라든다. 지름 1만㎞ 정도의 난 쟁이 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별이 쪼그라들면서 생긴 에너지가 열로 전환되어 별의 온도 는 더욱 높아진다. 즉 고온의 흰색 별, 학문적인 용어로 백색왜성이 된다. 백색왜성의 내부에 뭉쳐 있는 물질은 초고밀도의 상태로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부피면 가 볍게 1톤이 된다. 한편 별 중심부가 수축하는 동안 바깥층은 우주 공간 속으로 떨어져 나간 다. 중앙의 백색왜성 덕분에 빛을 내게 되는 바깥쪽의 가스성 물질은 적색, 녹색, 황색으로 어우러진 고리처럼 보인다.(이것을 행성상 성운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은 행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용어이다.) 태양이 이 단계에 이르면, 결국 우리의 후손들은 에 너지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이전에 새 태양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 리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읽었던 은하 식민지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백색왜성은 수십억 년 동안 자체의 열을 복사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흑색왜성으로 변해, 광막한 우주에 깔려 있는 별들의 시체, 즉 연소를 끝낸 무수리 많은 별 들의 시체 가운데 한 자리를 얻게 된다. 그때쯤에는 행성상 성운도 흩어져서, 한 때 이글거 리던 별의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분산되어 버릴 것이다. 질 량이 태양 질량의 1.4배가 안 되는 별들에게는 모두 이와 같은 지루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 다. 초신성의 격렬한 죽음 좀더 무거운 별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죽음에 대한 이들의 투쟁은 매우 격렬하 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또 다시 별들의 초기 질량에 따라서-별들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5 배를 초과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최후가 결정되는 것이다. 먼저 질량이 태양의 1.4∼5배인 별들의 최후에 대해 살펴보자. 이런 별들은 무거운 질량 때문에 반지름이 10㎞정도의 작은 물체로 쪼그라든다. 별을 이루는 모든 물질이 중성자로 바뀌기 때문이다. 중성자별에서는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물질이 10억 톤이나 된다. 100여개 의 에펠탑을 볼펜 끝의 구슬만하게 압축하면 이와 똑같은 밀도로 만들 수 있다. 별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폭발은 어마어마한 폭발의 도화선이 된다. 별의 바깥층은 초당 수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우주 공간 속으로 날아가버리고 동시에 태양 10억 개에 해당 하는 빛을 쏟아낸다. 한 별에서 그 별이 속한 은하 전체와 맞먹는 밝기를 내는 것이다. 이것 이 이른바 초신성이다. 이런 폭발적인 죽음은 은하마다 100년에 한번 정도 발생한다. 우주에 있는 은하가 1000억 개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매초마다 이런 폭발이 일어나는 셈이다. 역사 시대 이후, 인류는 은하계 내에서 약 10변의 초신성을 보았다. 젊은 티코 브라헤가 1572년에 카시오페이아 자리에서 본 '새로운 별'-이것이 브라헤가 하늘은 불면이라는 생각에 대해 의 심을 품게 된 계기였다-은 바로 그런 사건이었다. 이 새로운 별의 유물이 초신성이라는 이 름으로 남게 되었다. 1987년 2월 23일, 우리 은하에서 15만 광년 떨어져서 우리 은하 주의를 돌고 있는 난쟁이 은하인 대마젤란 은하에서 초신성이 나타나 천문학계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천문학자들은 대구경 지상 망원경, 우주 위성, 중성미자 검출기 등의 최신 장비를 동원 하여 완전무장한 채, 처음으로 가까운 별의 죽음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게성운:객성 천문학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초신성은 현재 게성운이라고 부르는 별의 잔해와 관련된 것이다. 1054년 7월 4일 아침, 하늘에서 이상한 물체가 빛을 내었다. 중국의 천문관리들은 이것을 객성(객성)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너무나 밝아 몇 주일이 지나서도 여전히 낮에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유럽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불 변의 존재라고 믿은 서양인들의 생각이 그들을 '장님'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제 객성은 더 이상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망원경을 이용하더라도 그 이름과 같은 게딱지 모양의 희미한 자국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게성운은 애초부터 유명해질 운명을 타고났다. 1967년 천문학자들은 게성운의 중 심부에서 중성자별을 발견했는데, 이 별에서는 1초에 30번씩 점멸하는 에너지의 섬광이 관 측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이상한 현상, 즉 깜빡이는 별(pulsaying star) 또는 줄여서 펄서 (pulsar)가 생기는 것에 대해 두 가지 요인이 관련돼 있음을 알아냈다. 우선 첫째로 중성자 별에서 이루어지는 복사가 별의 전표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두 줄기로 나온다는 사실이 다. 두 번째는 중성자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는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회전 할 때, 두 팔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면 또 빨리 회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축된 별도 원래 의 크기로 있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자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펄서의 전파 줄기가 지 구를 향할 때마다 마치 거대한 등대에서 나오는 섬광처럼 전파의 섬광이 관찰되었던 것이 다. 회전하는 팽이처럼 게성운 속의 펄서는 중력 붕괴 때문에 생긴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안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멈추고 다시는 보거나 들을 수 없는 죽은 별이 될 것이다. 블랙홀:최후의 죽음 질량이 태양의 5배 이상인 별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별들은 연료를 다 사용 하고 나면 극단적으로 쪼그라든다. 즉, 강력한 중력장을 만들어서 공간을 내부로 굽게 하여 빛조차 그 속에 영원히 가두어버린다. 블랙홀(검은 구멍)이 된 것이다. 빛도 탈출할 수 없다 면 다른 어떤 것도 탈출할 수 없다. 블랙홀의 손아귀에 잡힌 물질은 모두 일방통행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물체가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물체가 극히 작은 점으로 압축돼 빛이 그 중력 때문에 되돌아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만일 거인의 손이 우리의 몸을 10의 -23승 분의 1cm적게, 즉 원자 하나 크기의 1천조 분의 1로 압축한다면 우리도 블랙 홀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구가 당구공 만하게 쪼그라들면 역시 블랙홀이 된다. 하지만 그만 한 압력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블랙홀은 아주 드물다. 원자와 분자를 묶어 결정이라는 격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전자기력은 그와 같은 극단적인 압축 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강력 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려면 태양보다 질량이 5배 이상인 별의 중력이 필요하다. 블랙홀에서는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데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그 존재를 알려주는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일단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블랙홀을 그 영역으로 잘못 들어선 것들 을 모두 끌어당겨 파괴하며, 이 과정에서 크기와 무게가 점점 늘어난다. 바로 이 잔인한 동 족상잔의 행위를 통해 블랙홀은 자신의 정체를 들어내는 것이다. 중량급 별들은 대부분 하나의 별이 다른 별의 주위를 도는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두 별 가운데 더 무거운 별이 붕괴해 블랙홀이 되면 나머지 별의 운동을 제어하는 중려장은 단지 전체 질량에만 관련이 있으며, 전체 질량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 홀의 강력한 중력장에는 상당한 혼란이 발생한다. 블랙홀이 눈에 보이는 별의 대기를 끌어 당기는 것이다. 따라서 가스 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블랙홀을 향해 빨려들어간다. 이 과정에 서 가스 원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엄청난 양의 X선을 방출하게 된다. 그리고 동료 별의 물질은 괴물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초신성이 우리에게 만들어준 세상 중성자별처럼 블랙홀은 초신성 속에서 만들어진다. 별의 내부에서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 소들이 매우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원소들이 별 내부에만 남아 있다면, 그 신비한 연금술이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다음 단계의 좀더 복잡한 원자들을 합성하기 위 해서 전자기력은 핵주위의 궤도에 전자들을 묶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별 내부에 서는 일어날 수 없다. 별 내부에는 엄청난 열이 원자들 사이로 쏟아지며, 복잡한 원자가 만 들어진 순간 다시 그것들을 흩뜨리기 때문이다. 원자의 증식에는 좀더 차갑고 조용한 환경 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별들 사이의 50∼1만K의 공간이 이상적이다. 그렇다면 핵 은 어떻게 해서 그것들을 만든 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무거운 원소 의 핵들-생명을 품은 매래 행성의 씨앗-을 우주 공간으로 흩뜨려놓는 것이다. 별 내부에서 열 핵융합 반응은 철을 만드는 단계에서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해 끝이 나고 만다. 그러나 초신성은 여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별의 바깥층이 폭발할 때 생긴 어마어 마한 열이 핵융합 반응의 고리를 연결하고, 철보다 무거운 은, 금, 납, 우라늄을 포함한 나머 지 원소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초신성은 이밖에도 높은 에너지를 지닌 전자와 양성자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낸다. 그리 고 이처럼 고속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우주선) 중 일부는 하루만에 지구에 도달해 생물의 유 전자 구조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초신성은 지구의 생명체가 원시 상태의 세포에 서부터 진화하는 과정에 나타났던 돌연변이에도 책임이 있다. 제 5장 행성의 탄생 우주 속의 분자 거대한 별의 내부에서 이루어진 창조적인 연금술로 우주에는 무거운 핵이 생겼으며, 이 핵들은 초신성 폭발 때 별들 사이의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 핵들이 원자와 분자로 바뀌려면, 그전에 핵끼리 충돌하여 결합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성간 그름은 너무 성기므로 원자의 증식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성간 먼지 알갱이들, 득 적색거성의 대기에서 떨어져 나와 응축된 후 강력한 복사선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밀려나온 먼지 알갱이들이라면 훨씬 우리하다. 이 고체 입자들은 지름이 수백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원자에 비하면 대단 히 크다. 즉, 산소, 규소, 마그네슘, 철의 원자 수십억 개가 전자기력에 의해 규칙적인 그물 구조로 결합하고, 그 위에 얇은 얼음이 덮여서 고체의 핵이 된 것이다. 실제로 성간 먼지 알갱이의 표면은 훌륭한 증식 장소로 밝혀졌다. 전자기력에 의해 일단 다시 묶인 무거운 원 소의 핵들은 별들 속의 깊은 곳에서 단련되었다. 2개, 3개, 4개, … 12개의 원자를 가진 분자가 우주 공간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수소 분자 (H₂)와 일산화탄소 분자(CO), 그리고 우리의 푸른 행성에서 생명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인 역할을 한 물 분자(H₂O)가 풍부했다. 다음으로 메탄과 암모니아가 생겨났고, 이것은 나중에 원시 지구 대기에서 유독성 부산물의 원인이 되었다. 전파천문학자들은 현재 성간 물질 속에서 100여 종의 분자를 찾아냈다.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수소, 탄소, 질소, 산소 등이다. 이 4가지 원소는 모든 생명체의 99%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DNA 2중 나선 구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아직 요원했다. 태양계의 탄생 다음 단계는 10∼1000개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원자 구조물을 만드는 일 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과정은 성간 물질보다도 훨씬 우수한 증식 환경이 필요하다. 그 래서 우주가 행성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의 고향 행성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살펴 보자, 우주 시계는 이미 104억 년을 알리고 있었다. 그때까지 우주는 팽창을 거듭하여 물질 이 점점 희박해지며 차갑게 식어갔다. 국부은하군과 은하단, 초은하단이 모여 우주의 양탄자 를 짜냈다. 몇 세대의 별들이 태어나서 죽고,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갔다. 수천억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우주 은하수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3분의 2쯤 되는 곳에서 성간 가스의 그름이 뭉치기 시작했 다. 내부 온도가 1000만K에 이르자, 수소의 핵융합이 시작되었다. 가스 구름에 불이 붙어 별 이 된 것이다. 제 3세대의 별인 태양은 이렇게 점화되었다. 가스 구름의 수축기에 먼지 알갱이들이 가스 구름 밖으로 몰려서 태양 둘레를 돌기 시작 했고,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 고리들 속에서 무거운 먼지 알갱이들은-다 른 것보다 강한 인력 때문에-서로 부딪치며 뭉쳐서 좀더 큰 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질량 과 인력이 증가하자 다른 것들과 부딪쳐 합쳐지는 속독 빨라졌다. 얼마 후 중력을 고리를 이루던 물질을 대부분 끌어당겨, 우리가 행성이라 부르는 공 모양의 천체 9개를 만들어냈다. 좀더 작은 덩어리들은 행성들의 주의를 도는 위성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태양계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의 행성:지구 나마지 성간 먼지들은 공 모양을 이루기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울퉁불퉁한 바위덩어 리인 수천 개의 소행성이 되었다. 크기가 수밀리미터부터 수킬로미터에 이르는 이들 소행성 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의 띠라고 부르는 곳에 모여서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 태양 계의 초기 시절에는 수많은 커다란 소행성이 생긴 지 얼마 안되는 행성들과 충돌하였다. 달 과 수성의 표면에 광범위하게 생긴 크레이터는 이와 같은 충돌에 대한 말없는 증언인 셈이 다. 하지만 지구는 비, 강물, 빙하 등의 침식작용과 대륙의 운동 때문에 이러한 대충돌 시기 의 흔적이 거의 지워져버렸다. 최근에 충돌한 운석들의 흔적 운석 충돌의 증거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거대한 배린저 크레이터가 있다. 지름이 거 의 1㎞나 되는 이 거대한 웅덩이는 약 3만년 전에 운석이 땅에 충돌하는 순간에 발생한 폭 발 때문에 생겼다. 우주의 돌멩이들은 수시로 지구의 대기권 속으로 들어온다. 대기권으로 들어온 우주의 돌 멩이는 대가와 마찰을 일으켜 붉게 타오르면서 긴 꼬리를 자국으로 남긴다. 하지만 개중에 는 땅에 떨어질 때 완전히 타지 않고 암석질의 숯덩어리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이들 을 분석하여 알아낸 운석의 화학적 구조는 태양계의 형성 과정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물과 대홍수 이야기 이제 행성이 만들어져 생명 탄생의 무대가 세워졌다. 생명을 움틔우는 일은 우주 공간의 매우 깊숙한 곳에서 별들이 방출한 물질을 이용해 이미 만들어져 있던 물이라고 하는 강력 한 동맹군의 협조가 필요했다. 시간은 태양의 탄생 이후 10억년이 지나고 있었다. 당시 우리 행성의 표면은 화산이 토해 놓은 붉은 용암으로 덮여 있었고, 계속 식어갔다. 땅이 단단해지 고 원시 대륙이 형태를 갖추는 동안 용암은 엄청난 양의 가스를 쏟아내고, 가스는 온통 땅 위를 덮어 오늘날보다 수백 배나 두꺼운 대기를 만들었다. 초기의 대기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으로 되어 있어서 생명을 만들 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지구는 더욱 차갑게 식어, 물이 대기에서 빠져나와 모이게 되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려 마침내 지구 표면의 4분의 3이 바다로 덮였다. 불멸의 비밀 이제 물이 생명 탄생의 촉진제 역할을 수행했다. 물은 아주 효율적인 용해제이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이질적인 분자들이 쉽사리 그 속에 녹아들어 갈 수 있었다. 더구나 성간 물질 보다 밀도가 수천억 배의 수천억 배는 커서 그야말로 최적의 배양지였다. 물은 원시 태양에 서 오는 고에너지를 가진 해로운 자외선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끊임없이 번쩍이고 있는 강력 한 번개로부터 그 속에 담겨 있는 분자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안전한 환경 아래에서 원시의 대기 속에 있던 간단한 분자들이 합성되는 축제가 벌어졌다. 그후 수억 년 동안에 등장한 점점 복잡해진 유기화합물 처음에는 약 30개의 원자들이 서로 다르게 배열된 20개의 아미노산이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아미노산은 더욱 긴 사슬을 이루어 단백질을 만들었는데, 단백질은 교대로 연결돼 DNA 분자의 2중나선 구조를 형성하 였다. 수백만 개의 원자가 이어진 DNA 2중나선은 자기복제라는 불멸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즉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 시계가 115억 년을 알릴 무렵 DNA 사슬은 각각 약 1천조 개의 원자를 가진 분자로 진화했다. 이 로써 원시 바다는 단세포의 박테리아와 조류(조류)로 가득 차게 되었다. 생명으로 가는 험한 길 그후 30억 년이라는 휴식기가 있었다. 우주 시계가 144억 년 지금으로부터 6억 년 전- 을 가리키자, 그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유기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졌다. 강 장동물, 연체동물, 갑각류, 어류가 단지 수억 년 사이에 한꺼번에 진화한 것이다. 1억 5천만 년 후, 식물이 지구를 덮다 녹색식물은 태양 빛의 에너지를 붙잡아 광합성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탄수산화물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공기 중에 내놓았다. 대기 중의 산소 원자 3개가 합쳐져 오 존을 형성했다. 그 결과로 생긴 오존층은 태양의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하여 유기체들이 물 이라는 보호막에서 벗어나 땅위에서 살 수 있게 해주었다. 3억 년 전에 최초의 파충류가, 그후 7500만 년이 지나 공룡과 조류가 등장했다. 약 1억 6500만 년간 지구를 지배한 공룡이 멸종하자. 포유류가 번성할 수 있는 탄탄대로가 열렸다. 영장류는 약 2000만 년 전에 나타났으며, 200만 년 전에 최초의 인류(Homo sapiens)가 출 현했다. 초고에너지만이 존재하던 상태에서 1조 개의 1조 배의 1만 배의 입자로 이루어진 인간이, 수십 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두뇌를 갖춘 인간이 만들어지기까지 150억 년이 걸린 것이 다. 얼음의 세계와 용광로 생명이 지구에만 있는가? 우주에서 인간만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인가? 만일 인간이 없었 다면 우주의 비밀스러운 노래는 아무도 듣지 못하고 말았을까? 여러 가지 증거로 보아 분명 히 태양계의 나머지 8개 행성에는 생명체가 없다. 우주탐사선 바이킹이 가장 그럴듯한 후보 지인 화성을 조사했지만, 지적 생명체는커녕 유기체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행성들도 생 명의 존재를 기대할 수 없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고, 또 숨을 쉴 수 없거나 공기가 너 무 희박하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아주 주의깊게 다루어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온화한 환경이 아니고서는 생명체가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우리의 유일한 판단 근거이므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추측은 지구 생명체 의 특성을 벗어날 수 없다.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은 물이 있고 표면 온도가 0∼100℃이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가지기 위해서는 행성이 태양에서 적절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만일 지구가 목성보다 먼 곳에 있다면, 지구는 목석과 토성의 위성들처럼 차가 운 얼음 세계로 변했을 것이다. 만일 지구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다면, 지구의 대기는 끓 어 넘칠 것이고 땅은 수성과 같이 바싹 말라 불모의 지옥이 될 것이다. 그보다 약간 바깥쪽 -현재의 금성 위치-인 경우, 태양 복사에너지는 조금 줄어들고 지구의 대기도 유지되겠지만 온도가 너무 높아 물이 모일 수 없다. 용매 역할을 하는 바다가 없다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 탄소가 원시 대기 속에 남아 대규모의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그 결과 지구는 용광로로 변할 것이다 사실 금성이 그렇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물이 끓는점의 약 5배(약500℃)나 되는데, 이것은 납이 녹는점보다 높다. 태양계의 9개 행성 중 지구만, 오직 지구만이 태양에서 적절 한 거리, 즉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잇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태양계 밖의 행성들의 생명체를 찾아서 그러면 전 우주에서 인간 외에는 지적 생명체 없는 것일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우주에는 약 1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약 1천억 개의 별이 있 다. 이 별들이 모두 태양처럼 10여 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면, 우주에는 10²³개라는 어마 아마한 수의 행성이 있는 셈이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우리의 위치가 유일무이한 것 이라고 볼 수 없는데도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오늘 날 천문학자들에게 외계의 생명체를 찾는 일 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할 일일 따름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외계인을 만 날 수 있는가? 한 가지 방법은 표류하는 사람이 구조의 메시지를 담은 탐사선을 우주 공간 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태양계 바깥으로 여행할 최초의 우주탐사선인 파이어니어 10호(1972)와 11호 (1973)에 각각 남자와 여자의 그림이 그려진 알루미늄판을 실었다. 이 판에는 우리를 알기 원하는 외계인에게 은하계 내의 지구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모형도도 그려져 있다. 그 다음 우주탐사선은 보이저 1호와2호인데, 여기에는 지구 생명체의 모습은 담은 비디오 디스크와 지구의 소리를 담은 구리로 된 레코드판이 실려있다. 특히 레코드판에는 베토벤의 교향곡부 터 재즈, 심지어는 인간의 입맞춤 소리까지 들어 있다. 그러나 메시지를 담은 우주탐사선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우선 외계인들이 탐사선을 회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리고 탐사 선이 끝없는 우주 공간 속을 달팽이 걸음으로 가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비록 우주탐사선이 지구에서 만든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 는 데에도 여전히 8만 년이나 걸린다. "우주로 보내는 지구" 외계인을 만나기 위한 좀더 효과적인 방법은 전파를 보내거나 받는 것이다. 전파에 실린 메시지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이 전송방식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메시지를 보내는데 4만 년이 아니라 4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에 있는 수많은 행성과 별, 은하들 중에서 어디로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가? 어떤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는 가? 어쨌든 1975\4년에 지구의 메시지가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전파망 원경을 통해 전송되었고, 같은 내용이 지금까지도 전송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가능한 한 많 은 수의 잠재적인 수신자들을 목표로 하여 헤르클레스 자리의 M13을 향해 전파를 보냈다. '채널'은 자연 상태의 수소가 복사하는 에너지의 주파수를 사용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므로 외계인도 우리처럼 수소의주파수에 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모두 2진 기호로 되어 있는데, 1부터 10까지의 숫자, 기본적인 몇몇 원소들의 원 자번호, DNA 분자의 형태와 태양계의 모형도가 들어있다. 우리가 이 책을 보는 동안에도 아레시보에서 보내는 우주 메시지는 M13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메시지는 앞으로 2만 4000 면 후에나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M13의 전파망원경들 가운데 우연히 태양을 향 해 포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외계인이 있어서 메시지를 포착하고, 그 내용을 이해한 후 즉시 회답은 보낸다 하 더라도, 우리에게는 4만 8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우주에서의 도청 공작 메시지를 전송하는 대신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이 순간에 도 외계 문명이 보낸 전파가 우주 공간을 휘젓고 다닐지 모르는 것이다. 1992년 10원 크리 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NASA는 외계 문명이 보낸 전파 신호를 찾으려는 두 가지의 전파수색 계획에 착수했다. 하나는 특별한 주파수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별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백만 개의 채널로 덮여 있는 광범위한 하늘을 뒤지는 계획이다. 언젠가 우주의 불안한 침묵은 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인류 역사의 위대한 전환점 으로 기록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외계의 메시지를 해독하지 못한다. 해도 메시지 자체가 엄 청난 충격일 것이다. 외톨이가 아니라는 인식은 인류가 물질 세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주는 좀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 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외계의 다른 생명체들도 우주가 고향이라는 것은 알게 될 것이므로. 기록과 증언 우주의 시 여기에 인용한 글에서 생텍쥐페리는 천문학자들이 천체에 대해 언급할 대 이름 대신 기호 와 숫자를 사용하는 태도를 조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지. 어린 왕자가 있던 행성이 겨우 집한 채 보다 클까 말까 한 정도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나는 지 구, 목성, 화성, 금성과 같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행성들 외에도 수많은 다른 행성들이 있으며, 그 중에는 너무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거의 보기 힘든 것들이 있다는 사 실을 잘 알고 있다. 천문학자가 그런 것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되면, 그것에 이름을 붙이 지 않고 번호를 매긴다. 예를 들면, '소행성325'하고 부르는 것이지.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 온 행성이 소행성B-612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소행성은 망원경을 통해 단 한차례 보였을 뿐이다. 그것도 1909년에 터기의 천문학자에 의해서였다. 이 천문 학자는 자기의 발견을 국제천문회의에서 매우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있지. 그러나 그는 터 키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가 말하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어. 어른들 은 늘 그렇지...... 그러나 소행성B612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터키의 한 독재자가 전통의상을 양복으로 바꿔 입으라는 법을 만들었지.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한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그 천문학자가 1920년에 관찰 결과를 다시 설명하게 되었을 때는 멋있고 품위 있는 옷을 입고 있었지. 그러자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보고를 믿어주었어. 그 소행성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하게 말을 하고, 숫자까지 이야기한 것은 어른들과 그들의 습관 때문이야. 어른들은 숫 자를 좋아하지. 여러분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 사실을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진 짜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아. "그 아이의 목소리는 어떠니?"라든가, "그 아이가 어떤 놀이를 제일 좋아하니? 그 아이가 나비를 채집하니?"하는 따위는 결코 묻지 않 지. 대신에 어른들은 "그 아이가 몇 살이니? 형제가 몇이 되니? 그 애의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니?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니?"하고 물어. 이런 숫자들을 통해서만 어른들은 그 친구에 대해서 알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만일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제가 붉은 벽 돌로 된 멋진 집을 보았는데, 그 집 창문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앉 아 있었어요."라고 말을 하더라도, 어른들은 그러한 지을 전혀 상상해 내지 못하지. 여러분 이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어른들은 그제서야 "아, 정말 멋진 집이 로구나!"하고 외치지.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멋진 어린 왕자가 웃으며 양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어 린 왕자가 있었다는 중거예요. 만일 어떤 사람이 양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게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란 말예요."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른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러분을 어린애 취급할 뿐이지. 하지만 여러분이 "어린 왕자가 있던 곳은 소행성 B-612였고......" 하고 말하면, 이번에는 어른들이 믿어줄 것이고, 어른들의 질문 공세 로부더 벗어나 편해질 수 있다. 어른들은 늘 그런 식이지. 아무도 어른들의 그런 생각을 막 을 수 없어. 그러니까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대해 언제나 질긴 인내력을 발휘해야 해. 인간의 욕심 네 번째 행성은 장사꾼의 것이었지. 이 사람은 너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어서 어린 왕자 가 왔는데 고개조차 들지 않았어.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장사꾼에게 말했어. "담뱃불이 꺼졌네요." "셋에 둘을 더하면 다섯.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열둘. 열둘에 셋을 더하면 열다 섯. 안녕? 열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수물둘. 수물둘에 여섯을 더하면 수물여덟. 다시 불을 붙 일 시간이 없단다. 수물여섯에 다섯을 더하면 서른하나. 휴! 그러면, 오억일백육십이만 이천 칠백삼십일이구나." "오억이라뇨?" 어린 왕자가 물었지. "어? 너 아직 거기 있었니? 오억일 백만-멈출 수가 없단다... 할 일이 너무 많거든. 나는 일에만 계속 관심을 쏟지. 쓸데없는 소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둘에 다섯을 더하면 일곱..." "오억 일백만이 뭐예요?" 한번 던진 질문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어. 장사꾼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54년 동안 이 행성에 살면서 지금까지 딱 세 번 방해를 받았다. 첫 번째는 22년 전인데, 어 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풍뎅이가 떨어졌을 때였지. 그놈이 내는 끔찍한 소리가 온통 사방으 로 퍼지는 바람에 네 번이나 덧셈을 잘못했지 뭐니. 두 번째는 11년 전이었는데, 류머티즘 때문이었단다. 운동 부족이었지. 빈둥거리며 돌아다닐 틈이 없었거든. 그리고 세 번째는 바 로 지금이란다. 으음, 오억 일백만이라고 했었지." "뭐가 억이냔 말이에요?" 장사꾼은 질문 에 대답해 주지 않으면 결코 편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하늘에 보이는 저 작은 물 체들이 수억개나 된다는 말이란다." "파리?" "아니, 아니. 반짝이는 작은 것들 말이란다." "벌?" "아니라니까. 게으름뱅이들을 공상에 빠뜨리는 조그만 금빛 물체들 말이야. 나는 이제 일을 계속해야겠구나. 꿈속을 헤맬 시간이 없단다." "별들을 얘기하는 거군요?" "그래, 맞았 어. 별들." "그러면, 아저씨는 오억 개의 별로 무얼 하나요?"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 십일개란다. 나는 끊임없이 일을 하지. 정확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이 별들을 가지고 뭘 하냐고요?" "내가 별을 가지고 무얼 하냐고?" "예." "아무것도 안 해. 그냥 별들을 가지고 있는 거란다." "아저씨가 별을 갖고 있는 거라고요?" "그래." "그렇지만 벌써 저는 왕을 보 았는데......" "왕은 별을 가지고 있지 않단다. 왕들은 다스리는 거지. 그건 아주 다른 거란다." "그러면 아저씨는 별들을 가지고 있으면 뭐가 좋은데요?" "별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니 까 좋지." "그러면 부자가 되면 뭐가 좋아요?"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발견해 놓은 별 들을 더 많이 살 수 있거든." "이 사람도 술꾼처럼 거의 제정신이 아니구나." 어린 왕자는 속으로 말했어. 그렇지만 어린 왕자는 좀더 질문을 던졌지. "하지만 사람이 별들을 어떻게 가질 수 있어요?" "별들에게 주인이 있니?" 장사꾼이 짜증내며 되받았다. "모르죠.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별들을 내가 가질 수 있는 거란다. 내가 그걸 생각한 첫 번째 사람이거 든." "정말 그렇게 되는 거예요?" "물론이지. 네가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를 주으면, 그것은 네 것이 되겠지. 또 네가 주인 없는 섬을 찾아내면, 그것도 네 것이 되지. 네가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생각을 해내면, 특허를 얻을 수 있지. 그것도 네 것이야. 나도 마찬가지란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별을 가질 수 있 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별을 가질 수 있는 거란다." "그건 그렇군요. 그런데 그 걸 가지고 뭘 할 거예요?" 어린 왕자가 말했지. "별들을 관리하지." 장사꾼이 대답했다. "나 는 별들을 세고 또 센단다. 그건 힘든 일이지. 그러나 나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하나 사람이 지." 어린 왕자는 아직도 만족할 수 없었단다. "내가 만일 비단 목도리를 가지고 있으면, 그 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지요. 또 꽃을 가지고 있으면, 그 꽃을 따서 가지고 다닐 수 있 어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하늘의 별을 딸 수 없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나는 별들을 저축 해 놓을 수 있단다." "무슨 소리예요?" "그건 내가 작은 종이에 내 별들의 번호를 기록한 후,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서랍을 열쇠로 잠가둔다는 뜻이지." "그게 다예요?" "그러면 충 분하지." 장사꾼이 말했어. "그거 재미있군." 어린 왕자는 생각했지. "조금 시적이야.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잖아." 어린 왕자는 중요한 일에 대해 어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 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저는 꽃을 한 송이 가지고 있는데 매일 물을 줘요." 어린 왕자는 장사꾼과 얘기를 계속했다. "또 세 개의 화산도 가지고 있는데, 매주 청소를 하죠. (사화산 까지도 청소를 한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 화산한테 는 유익한 일이구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한테 유익한 일을 하지 않잖아요......" 장사꾼은 입을 열었으나 대답을 하지 못했어. 그래서 어린 왕자는 그곳을 떠났어. "어른들은 정말 이 상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면서 혼자 중얼거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 자'. 1943년 무의미한 우주 1965년도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자크 모노(1910~1976)는 자신의 저 서 '우연과 필연'서 우연 쪽으로 분명하게 지지를 보내며, 절망스럽게 끝을 맺었다. "우리는 이 광막한 우주에서 외톨이다."라고. 생명체라는 지극히 보존적인 체계에서 진화의 길을 연 최초의 기본적인 사건은 하잘것없 이 작고 우연한 것이었으며, 그로인해 형성된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과도 전 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항상 독립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본직적으로 예견할 수 없던 우발적인 사건이 일단 DNA 구조에 반영되고 나면, 다음부터는 기계적으로 정확하 가ㅔ 복제되어 옮겨진다. 다시 말해, 수만 수억 개의 복제판으로 증식되고 치환된다. 순전히 우연의 영역에서 발생한 사건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필연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자연 선택은 유기체 단계인 거시적 단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오직 자연 선택에 의해 각종 소음의 진원지로부터 생물계의 모든 음악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 려 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해조차 못하는 지성인들이 많다. 사실 자연 선택은 우연의 산물에 대해서만 작용하며,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자연 선택은 반드시 필요한 상 황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작용하며, 우연은 그 범위 밖으로 추방된다. 진화가 일반적인 진행 경로를 따라서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형질 획득이 이루어지고, 그 효과가 일사불 란하게 전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 때문인 것이다. ...... 30억 년이 넘는 진화 의 긴 여정을 생각할 때, 그리고 진화가 빚어낸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는 생물 구조의 어마어마한 다양성과 기막힐 정도로 능률적인 기능을 곰곰이 생각할 때, 정말로 이 모든 것 이, 무작위로 뽑힌 많은 생물들 가운데 맹목적인 자연 선택에 의해 진귀한 승리자로 지목된 엄청난 도박의 산물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다시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이 개념이 여러 사실들(특히, 복제와 돌연변이, 전사라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과 관련된 사실들)과 조화를 이룰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최근에 수집된 증거들을 자세히 살펴봄으로 써 진화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동안에도 궁극적이며 즉각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진화론 의 엄청난 숭리에 도취될 여지는 전혀 없다. 기적은 설명되더라도 우리에게 여전히 기적으 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모리악이 쓴 것처럼, "이 교수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가엾은 기독교인이 믿는 것보다 훨씬 믿기 어려운 것이다. ......" 고대의 계약은 깨어졌다. 인간은 적 어도 이 광막한 우주에서 외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우주에서 출현하게 되 었다는 것을. 인간의 운명이나 인간의 의무는 아무데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하늘의 왕국과 땅속의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자크 모노 '우 연과 필연: 현대 생물학의 자연 철학에 대한 에세이'. 1970년 미국의 물리학자로서 노벨상 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는 무의미한 우주와 인간 행위의 무목적성에 대하여 말한다. 초기 우주의 이론은 천문학자들이 '표준 모델'이라고 부를 만큼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이 이론은 '빅뱅 이론'이라는 것과 적지 않이 같은 내용이지만 우주의 내용물에 대한 보다 정 확한 공식을 보충하고 있다. 태초에 큰 폭발이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상 에서의 폭발, 곧 일정한 중심에서 시작해서 바깥으로 퍼져 나가면서 점점 주위의 공기를 빨 아들이는 그런 폭발이 아니었다. 모든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서 처음부터 '전공간'을 채우고 모든 물질의 입자가 다른 모든 입자들로부터 서로 떨어져 나가는 폭발이었다. 여기서 말하 는 전공간이란 무한한 우주의 모든 것을 안으로 굽은 유한한 우주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의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했던 입자의 한 유형은 전자였다. 전자는 전 류의 형태로 전깃줄을 통해 흐르는 음으로 대전된 입자이고, 현재의 우주에서 모든 원자와 분자의 외곽을 이룬다. 초기 우주에서 많이 있었던 또 다른 유형의 입자는 양전자인데, 이 것은 전자와 정확히 같은 질량을 갖는, 양으로 대전된 입자이다. 현재의 우주에서 양전자는 오직 고에너지 실험실이나 어떤 종류의 방사선에서, 그리고 우주선과 초신성 같은 격렬한 천문학적 현상에서만 볼 수 있으나, 초기 우주에서는 양전자의 수가 전자의 수와 거의 비 슷했다. 또한 전자와 양전자 외에 비슷한 수로 존재했던 입자로는 몇 가지 종류의 중성미자라는, 질 량도 없고 전하도 없는 유령 같은 입자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주는 빛으로 채워져 있었 다. 빛은 입자들과 별도로 취급할 필요가 없는데, 양자론에 의하면 빛은 광자라는 0의 질량 과 0의 전하를 가진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확실히 우주는얼마 동안은 팽창할 것이다. 표 준 모델은 그 이후의 운명을 두 가지로 예언한다. 모든 것은 우주의 밀도가 일정한 임계값 보다 더 크냐 작으냐에 달려 있다. 만약 우주의 밀도가 '임계 밀도보다 낮으면'우주는 무한 할 것이고 영원히 팽창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후손은, 만일 그때까지 우리의 후손이 남아 있다면, 모든 별에서 열 핵반응이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흑색왜성, 중성자별, 그리고 블랙홀 까지 여러 가지 타고 남은 찌꺼기가 남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우주의 밀도가 '임계값보다 크면' 우주는 유한할 것이고, 마침내 팽창이 멎고 급격하게 수축이 일어날 것이 다. ...... 수축은 바로 팽창을 거꾸로 하는 과정이다. 즉 500억 년 후에는 우주는 현재의 크기 를 다시 갖게 되고, 또다시 100억 년 후에는 무한한 밀도의 특이 상태로 접근할 것이다. 우 리가 이 슬픈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즉 우주가 무한대의 온도와 밀도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정말 시간은 온도가 10억 도에 이른 후 약 3분안에 그쳐버릴까? 물론 확실하게는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어떤 우주론자들은 한 가닥의 희망을 본다. 우주는 일종의 우주적 '퉁김'을 받아서 다시 팽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 그러나 우 주가 다시 팽창한다면, 그 팽창은 또다시 점점 느려져서 정지하고 또 다른 수축이 뒤따를 것이며, 또 다른 우주의 '죽음'으로 끝나고 또 퉁겨오르고, 이렇게 영원히 계속할 것이다. ...... 어떤 우주론자들은 진동하는 우주의 모델에 대하여 철학적인 매력을 느끼는데, 이는 특 히 정상 우주론처럼 창세기의 문제를 멋있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또 어떤 우주론의 모델이 옳다고 판명된다 하더라도 그 어느 것 도 옳다고 판명된다 하더라도 그 어느 것도 우리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우리는 우주와 어 떤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고 싶고, 인간의 삶이 우주의 처음 3분까지 거슬러 올라가 는 연쇄적인 사건들이 만들어낸 다소 익살스런 연극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어쨌든 인간은 무조건 태초에 만들어졌다고 믿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이 글을 쓸 때, 나 는 우연히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스턴의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고, 비행기는 와 이오밍주 상공 고도 1만m를 날고 있는 중이었다. 까마득한 발치 아래로 보이는 지구는 무 척 아늑하고 쾌적해 보였다-여기저기 솜털 같은 구름이 깔려 있고, 땅에 쌓인 눈은 석양을 받아 분홍색을 띠고, 길들은 시골의 이 마을 저 마을을 누비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적의에 가득 찬 우주의 극히 작은 일부분이라고는 실감하기 어렵다. 더욱이 견디기 어려운 것은 현재의 우주가 말할 수 없이 생소한 초기의 상태로부터 진화해 왔고, 끝없는 추위로, 또는 견딜 수 없는 열로 끝장날 미래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우주는 이해하면 할수록 그 만큼 무의미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 성과가 아무리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 는 적어도 연구 그 자체에 어떤 위안을 느낀다. 성인이 된 남자와 여자는 신과 거인들의 이야기로 만족하지 않는다. 또한 일상생활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망원 경과 인공위성, 입자가속기 등을 만들었고,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그들이 얻은 자료의 의 미를 캐고 있다.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간 생활을 한낱 익살극 수준 이상으로 끄어 올려주고, 약간 비극적인 우아함을 주는 아주 적은 일들 중 하나이다. 스티븐 와인버그 '태 초의 3분간: 우주의 기원에 대한 현대의 관점'. 1988년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자크 모노와 스티븐 와인버그의 관점에 문제를 제기한 다. 그의 견해는 "어떤 면에서 우주는 우리가 다가가는 것을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이 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과학과 종교의 혼재를 터부시하며 살고 있다. ...... 생물학자 자크 모노 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식들이 가치관과 뒤섞이는 것은 어쨌든 부당할 뿐 아니라 금지되 어 있다." 한편 스티븐 와인버그는 "우주를 이해하면 할수록 논점은 더욱 작아지는데......"라 고 말한다.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최고의 과학자들인 모노와 와인버 그는 20세기 물리학이 가진 난해한 면과 미묘한 면을 고려하지 않은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철학적 토대가 20세기가 아닌 19세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들이 가치관과 한데 뒤섞이는 것에 대한 터부는 토머스 헉슬리가 이끌던 진화론을 지지하는 생물 학자들과 월버포스 주교를 중심으로 한 교회 사이에서 대논쟁이 벌어진 19세기에 시작되었 다. 이 논쟁에서 헉슬 리가 이겼지만, 100년이 지난 후에도 모노와 와인버그는 여전히 월버 포스 주교의 망령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 한 세기가 지난 후, 그 논쟁을 바라보는 우리 는 다윈과 헉슬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알고 있다. DN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발견은 자연 선택의 작용에 따른 우전작 변이의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DNA의 형태가 100만 년 동안이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끔씩 변이는 생기지만 화학 과 물리학의 법칙에 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유전자 형태에 작용하는 자 연 선택이 물로기를 잡아먹는 생활양식을 터득한 새의 종에게 펭귄의 날개를 갖지 못하도록 할 이유는 없다. 생존하려는 끝없는 투쟁에 의하여 선택된 돌연변이를 통해서 설계자(창조 자)가 의도한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생물학자들에 관한 한, 설계(창조)에 대한 논의는 이미 끝났다. 생물학자들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성직자들의 반대를 무찌르고 쟁 취한 승리 뒤에는 그들이 무의미한 우주라는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냈다는 고통이 따르고 있 다. 이에 대해 자크 모노는 타고난 통찰력으로 이렇게 말했다. "과학적인 방법의 기초에는 자연이 객관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말하자면 궁극적인 원리에 따라, 다시 말해서 의지 에 따라 현상을 해석함으로써 얻게 되는 참된 지식을 '논리정연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그 러나 이것은 현대 물리학과 우주과학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역의 일부를 백안시하며 내린 과 학적인 방법에 대한 정의인 것이다. 일부 현대 분자생물학자들이 어떻게 해서 과학적인 지 식에 대한 협의의 정의만을 받아들이는지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들이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는 생명체가 지닌 복잡한 생활양식을 그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 수준으로 단순화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이 속한 과학의 전 영역은 이와 같이 복잡한 것을 단순 화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유기체가 분명히 보여주는 의도적인 운동을, 그 유기체를 이 루는 일부분의 단순한 기계적인 운동으로 축소한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들에 게는 세포란 화학공장과 마찬가지이다. 세포 운동을 지배하는 단백질과 핵산 분자들은 시계 부품과 비슷할 뿐이며, 단지 명확하게 정의된 상태로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움직이며 환 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는 모든 학생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 로 만든 모델을 가지고 학문을 익힌다. 이 모델들은 핵산과 효소의 구조와 기능을 자세히 공부하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로, 사실은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을 적절히 시 각화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모델은 19세기에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모델의 공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분 자생물학자들이 이런 기계적인 모델을 이용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 동안, 물리학자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갔다. 생물학자들에게는 규모를 줄여가는 모든 단계는 행동양식을 점차 단순화하고 기계적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박테리아는 개구리보다는 기 계적이며, DNA 분자는 박테리아보다 기계적이다. 그러나 20세기 물리학은 규모가 일정 정 도 이하로 작아지면 그 효과가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DNA 분자를 원자로 나누면, 원자는 분자보다 더 복잡한 양태를 보인다. 다시 원자를 핵과 전자로 쪼개면, 전자 는 원자보다 훨씬 복잡한 모습을 나타낸다. 아인슈타인과 포돌스키, 로센이 1935년에 제안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사고(思考) 실험인데, 실험하는 사람에 대해 분명히 독립된 상태로 놓아둔 전자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양자론(量子論)의 난해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험은 여러 종류의 입자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결과는 입자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엄밀한 순서가 규정되어야만 입자의 상태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물리학자들은 서로 다른 철학적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원 자(亞元子)의 운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관찰자의 역할을 해석하는 방법에 각자 차이가난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관찰 방식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입자의 운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 실험적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가 원자나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물체 를 다루려 할 경우에 관찰하는 사람과 실험하는 사람은 그 물체의 운동 특성을 설명할 때 결코 배제될 수 가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면, 모노의 신념인 "과학적인 방법의 기초에는 자연이 객관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모 노의 전제를 부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분자생물학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우 리는 분자에 대한 우연과 기계적 재배열이 원숭이를 사람으로 만들 수 없음을 말하려고 하 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가 물리학자들처럼 하나의 분자의 움직임에 대하여 아주 철저하가ㅔ 관찰한다면, '우연'과 '기계적'이라는 말의 의미도 우리가 관찰하는 방법에 의해 좌우될 것임을 말 하려 하는 것이다. ...... '우연'은 장래에 대한 관찰자의 무지함 정도로밖에는 정의할 수 없 다. 그러므로 원칙은 모든 분자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의지의 작용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 이다. ...... 나는 우리의 의식이 뇌에서 행해진 화학작용에 따른 수동적인 부수현상이라고 생 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성된 분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여러 가지 양자 단계사이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행위자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모든 전자 속에 의식이 내재해 있 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 과정은 정도의 차이일 뿐, 여러 가지 양자 단계 사이에서 전 자들이 일으키는,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선택 과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자크 모노 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또한 그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들을 '물활론자(정령숭배자)'라 고 부른다. 즉 우리를 범신론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는 "정령 숭배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며, 단지 끔찍한 외로움에서 벗어나 보려는 막연한 동맹관계"라고 말한다. 우 리는 객관성이라는 전제의 요구에 따라서 이 끈을 끊어야 하는가? 모노는 그렇다고 말한 다. "고대의 계약은 완전히 깨졌다. 인간은 이 적막한 우주에서 단지 우연히 출현하게 된 외 톨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 계약을 믿는 다. 우리가 우주에서 우연히 출현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무지 를 덮고 있는 덮개인 것이다. 나는 내가 이 우주에서 결코 이방인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내 가 우주를 고찰하면 할수록, 우주의 구조를 연구하면 할수록, 어떤 면에서 우주는 우리의 출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증거를 더 많이 찾아낼 것이다. 프리먼 다이슨, '혼 란한 우주', 1979년 물리학의 신비 현대 탐정소설의 아버지인 에드거 앨런포(1809~1849)는 어둠과 시간의 모슨을 포함한 우 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포는 우주가 무한하다면 그 속에는 무한 개의 별들이 있을 것이고, 관찰자의 관찰 방법에 관계없이 별들은 '빛의 벽'을 이룰 것이라 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낮처럼 밤하늘도 밝아야 한다. 이런 모순에 대한 포의 답은 그 뒤에 받아들여진 과학적인 설명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과학적인 설명에 따르면, 밤하늘이 깜깜한 것은 우주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우주 공간이 너무 넓어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에 서 오는 빛이 시간적으로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완벽한 '광대무변함'을 주장하는 천문학적인 어떤 궤변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그것을 더 이상 고집스럽게 지지하지 않는다. 광대무변에 대한 증거는 '선험 적으로' 내가 이미 그것들을 지적한 바 있듯이 나로서는 답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관측'은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방향에서 확실하게, 설사 전적으로 그렇지는 않더라도,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킨다. (또는 다르게 생각해볼 어떤 여지도 주지 않는다. 만일 별들이 하늘에 빽빽이 차 있다면, 은하수가 그런 것처럼 하늘은 우리에게 항상 일정한 빛을 비추어야 한다.) 그 속에 점으로 된 별들 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은하수가 걸려 있는 배경 전체가 하나의 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원경으로 수많은 방향에서 찾아낸 어둠의 공간을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하늘의 배경까지의 거리가 굉장히 멀어서 그 먼 곳엥서 오는 빛이 아직 우리에게 전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음을 감히 누가 부정할 것인가? 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우리는 옳다고 믿을 만한 증거의 흔적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 다음으로 고립된 우주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고립된 우주를 우리 감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우리 '집단들 속의 집단'-도처에서 우 주 속의 수많은 빈터를, 이를 지지하지 않는 모든 인간의 지각 속으로 확장시키려는 모임- 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이 별들의 우주의 한계 때문에, 감각 이상의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받는 동안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범위 너머에 있는 물적 증 거가 없다고 결론짓는 것이 옳은가? 이 눈에 보이는 우주-집단들 속의 집단-가 단지 집단 들 속의 집단들 속의...... 하나일 뿐이며, 맨 바깥의 집단들은 거리가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심하게 산란되어 버리기 때문에 우리의 망막에서 영상 을 맺지 못하거나, 이루 말할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세계에 있는 빛의 방출이 전혀 안 되는 물체이거나, 마지막으로 단순히 공간이 너무 엄청나 우주에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는 전파가 그 공간을 다 가로지르지 못한 채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고 있거나-이라고 추론할 수 있 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없는가? 추론할 수 잇는 약간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이 상 상을 증거하는 근거가 있는가? 그것들에 대한 정당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것들을 무한 히 연장하는다 대해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분명히 '무한성(조물주)'을 선호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상이라는 유령을 좋아한다. 불가능한 생각을 애타는 심정으로, 그 생각이 마음에 떠오르면 지적으로 믿어보려는 기대를 안고 간절히 기다리곤 한다. 모든 인간 종족들은 비슷한 면이 있으므로 어떤 종족도 심각한 비정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적으로 우수한 종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종족에 대해 나머지 종족의 선입 견이 갖가지 편집증을 드러내며 슬며시 나타난다. 어쨌든 내 문제에는 여전히 답이 없다. -우리에게 추론할 수 있는 약간의 권리가 있다면 상상에 그치기보다는 말을 하려고 한 다.-집단들 속의 집단들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조와 우주의 구조는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이 경우에 감히 상상력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그 뻔뻔스러운 상상력에 확실한 기대를 걸고서 말이다. 나는 오직 한 개인으로서 단언하려 한다. 나 스스로 더 이상 동의를 구하는 것을 과감히 그만두고 무한한 계층거 구조의 우주라는 생각을 추진 해갈 것이다. 무한한 계층적 구조의 우주는 비교적 우리가 홀로 죽 생각하던 것과 닮았다. 적어도 우리 자신의 특별한 우주(Universe: 삼라만상)에서 통일성(Unity: 단일성)으로 외 귀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만일 그런 집단들 중의 집단들이 존재한다면-그게 사실이겠지만- 우리 우주의 유래에 대해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우리 우주의 법칙에 간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것들은 우리의 주의를 끌지 못하듯 우리도 그것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그것들에 속한 영(靈)이 우리의 영이 아니듯 그것들에 속한 것은 우리 우주 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이나 영혼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것들 과 우리 사이에는-우선 집합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할 때-공통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각각, 떨어져서, 별도로, 자신만의 고유하며 특별한 신의 품속에 안겨서 존 재하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 '유레카: 물질적인 우주와 영적인 우주에 대한 에세이', 1902년(1848년 초판 발행) 3차원 공간(전후, 좌우, 상하)에서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지만, 시간 여행에서는 오직 요 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거시적인 수준의 법칙인 불개변성(不 改變性)은 시간아ㅔ 따라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열역학적 '화살'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 면, 얼음은 햇빛에 녹고, 버려진 성당은 무너져 돌무더기로 변하며, 장미는 시든다. 시간의 세 번째 방향은 우주가 확장되고 있는 방향이다. 이 우주론적 '화살'이 존재하는 것은 외부 은하들이 점점 멀어지며, 그 사이의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물리학자 스 티븐 호킹은 이 세 가지 화살 사이의 관계에 약간의 빛을 던져주려 하고 있다. 먼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열역학 제2법칙은 무질서한 상태가 질서의 상태보다 언제나 더 많다는 사실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조 각그림 맞추기 놀이의 조각들을 생각해 보자. 이 조각들을 완전한 그림이 이루어지게 배열 하는 방법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뿐이다. 한편 조각들을 무질서한 상태로 만들어 그림이 되지 않게 하는 배열 방법은 무수히 많다. ...... 조각그림들이 처음에 상자 속에서 질서 있게 배열돼 완전한 그림을 이룬 상태라고 생각해 보자. 만일 상자를 흔들면 조각들은 배열이 달 라진다. 아마도 조각들은 완전한 그림을 이루지 못한 채 무질서한 배열을 이룰 것이다. 무질 서한 배열 상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각들 중 일부가 여전히 그림의 몇 부분을 이루고 있겠지만, 상자를 많이 흔들수록 그러한 부분들도 사라져, 조각들은 그림을 일부조차 이루지 못한 채 뒤죽박죽된 상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조각들이 질서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 는 초기 조건을 따른다고 하면, 필시 조각의 무질서도는 시간에 따라 증가한다. ...... 왜 우리 는 열역학적 화살과 우주론적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가? 다시 말해, 왜 무질서도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 수축 단계의 상태 는 "왜 무질서도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하는 질문을 하는 지적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무경계 조건이 예상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일 어난 급격한 팽창은 우주가 재수축을 피할 수 있는 임계율 가까이에서 팽창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주는 오랜 시간 동안 수축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때가 되면 모든 별은 다 타버릴 것이고, 그 속의 양성자오 ㅏ중성자는 가벼운 입자들과 복사선으로 변 환될 것이다. 그러한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강력한 열역학 적 시간의 화살도 없을 것이다.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질서도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력한 열역학적 화살은 지적 생명체의 활등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질서 있는 상태의 에너지인 열로 바꾸어야 한다. 그 러므로 수축 단계의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왜 우리가열역학적 시 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보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 요약하면, 과학 법칙들은 시간의 앞 뒤 방향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적어도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는 세 개의 시간의 화살이 있다. 그것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과 심리학적인 화살, 즉 우리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기 억하는 시간의 방향과, 우주론적 화살, 즉 우주가 수축이 아닌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빅뱅에서 블랙홀까지', 1988년 외계인 지구에서 띄워보낸 메시지 칼 세이건은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실려 현재 우주 공간을 여행중인 금속판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를 회상하고 있다. 케이프 케네디 기지에서 파이어니어 10호가 발사되던 1972년 3월 3일, 외계의 문명과 교 신해 보려는 인류 최초의 역사적인 시도가 있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목성의 환경의 탐사 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우주선으로서 비행 도중에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들도 조사하게 되어 있었다. 이 우주선은 소행성의 방새를 받지 않고 그 궤도를 유지 했다-안전 확률은 20:1로 예측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1973년 12월 말에 목성에 접근하고,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여서 태양계를 벗어나는 최초의 인공물이 된다. 태양계 탈 출 속도는 초속 약 11킬로미터이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지금까지 인간이 발사한 물체 중 속 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하지만 우주는 너무 광대하고 별들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다. 따라 서 은하계 내의 모든 별이 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가정해도, 파이어니어 10호는 100억 년 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다른 별의 행성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 우주선이 4.3 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만도 약 8만 년이 걸린다. 더구나 파이어니어 10혼 는 가장 가까운 별을 향해 나가도록 방향이 잡혀 있지 않다. 그 대신 천구상에서 황소자리 와 오리온 자리의 경계에 있는 한 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쪽으로는 가까운 천체가 없다. 이 우주선이 외계 문명과 만나더라도, 그 외계 문명이 성간 우주 비행을 할 정도로 고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침묵의 우주에 떠 다니는 물체를 찾아내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파이어니어 10호에 메시지를 넣은 것은 조난 선원이 구조 요청 쪽지가 든 병을 바다에 띄우는 것과 흡사하다. 단지 우주라는 바다는 지구상의 어떤 바다보다도 넓을 뿐이 다. 내 생각에는 이 우주 시대의 메시지 병을 띄우는 것이 일리가 있었다. 나는 파이어니어 10호의 프로젝트 담당자와 NASA의 고위층을 만나 이 제안을 실행에 옮길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놀랍고도 다행스럽게도, 대개는 우주선의 극히 미미한 것을 바꾸려 해도 관례적 으로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 제안을 NASA의 모든 층의 스태프들이 쾌히 승락했 다. 1971년 12월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미국 천문학회 회의 기간 동안, 나는 같은 코넬 대학 교수인 프랭크 드레이크와 가능한 여러 가지 메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사 람의 모습은 화가인 내 아내 린다 샐즈먼 세이건이 추가한 것이다. 이것이 그 목적에 비해 최선을 다해 만든 메시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메시지를 구성하고 NASA의 승인을 얻어, 마지막으로 금속판에 새기는 데까지 전부 걸린 시간이 겨우 3주였다. 똑같은 금속판이 파이어니어 11호에 실려 1973년에 발사되었다. 파이어니어 11호는 10호와 비슷한 임무를 띠고 있다. 메시지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2㎝와 15㎝인 금도금 알루미늄 판에 새겨져 파이어니어 10호의 안테나 지지대에 부착되었다. 우주 공간에서 부식되는 속도 는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이 메시지는 수백만 년이 지나도, 또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처음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덕분에 이 금속판은 지구에서 만든 것 중 수명이 가장 오랜 예술품이 될 것이다. 메시지는 우주선이 만들어진 장소와 시간, 제작자의 모습을 전달 하고 있다. 메시지는 우리가 수신자와 공유할 수 잇는 유일한 언어인 과학을 이용하여 표현 되어 있다. 금속판의 왼쪽 위 그림은 중성 수소 원자에서 양성자와 전자가 평행한 스핀을 가진 경우와 그 반대의 스핀을 가진 경우 사이에 일어나는 하이퍼핀 전환을 도식화한 것이 다. 그리고 그 속에는 2진수 1이 있다. 수소의 이와 같은 전환은 파장 21㎝, 진동수 1420NHz인 전파의 광자가 방출되면서 동시에 일어난다. 즉 이 전환으로 생긴 특이한 거리 와 특이한 시간이다. 수소는 은하계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며, 물리 법칙도 전은하계에서 똑같기 때문에, 발전된 문명이 메시지의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확인을 위해서 오른쪽 여백에 두 개의 토트 표시 사이에 2진수 8(1---)이 있다. 이 것은 남자와 여자의 그림 뒤에 대강 그려놓은 파이어니어 10호의 높이를 나타내는 거싱기도 하다. 금속판을 손에 넣은 외계 문명은 물론 우주선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암시된 길이가 8에 21㎝를 곱한 것과 거의 비슷한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왼쪽 위에 있는 상 징물이 수소의 하이퍼핀 전환을 나타낸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 2진수는 왼쪽 중앙에 있는 방사형 그림 둘레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수들은 10진수로는 10개의 숫자 로 표현되는 큰 수들이다. 이 수들은 거리와 시간을 나타낸다. 만일 거리를 알려면 이 가운 데 일부 수에 1011㎝를 곱해야 하며, 10여 개에 대해서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곱해 야 한다. 도대체 이것을 이용해 외계 문명과 제대로 교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우리가 생 각했다니, 왜냐하면 태양계 내의 천체들의 운동을 보면 그러한 거리가 계속해서 또 복잡하 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에 대해서는 10분의 1초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우주의 전파원인 펄서들의 독특한 전파 방출 주기이기 때문이다. 펄서는 별의 급격한 폭발 로 만들어진 중성자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을 한다. 과학이 발전한 문명이라면 방사상 으로 폭발하는 이 그림이 우주선의 발사 장소인 태양계 주위에 있는 14개 펄서들의 위치와 주기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펄서라는 이 우주 의 시계는 시간이 점점 느려지는 시계이다. 따라서 메시지의 수신자는 상대적인 위치에 있 는 이들 14개의 펄서를 볼 수 있었던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들 펄서를 관 측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사 결과는 "은하계의 극히 작은 한 부분에서 은하계의 역사 중 한해에" 그런 일이 있었다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부 분에는 약 1000개의 별이 들어 있지만, 금속판 맨 아래에 나타낸 상대적인 거리를 갖는 행 성들을 보유한 별은 오직 한 개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에서는 행성들의 크기와 토 성의 고리를 대충 볼 수 있다. 또한 지구에서 발사되어 목성을 지나는 우주선의 발사 초 기의 개략적인 궤적도 나타나 있다. 메시지는 이런 식으로 2500만 개의 별 중 하나에 대하 여, 그리고 100억 년이라는 시간 중에서 특정한 한 해(1970)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다. 이 점에 대해서, 파이어니어 10호를 가져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고도의 외계 문명이 라면 메시지의 내용은 분명히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지구의 보통 사람에 게도 어렵기 때문에 지구 정도의 문명이라면 불분명하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지구의 과 학은 이 메시지를 만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지구의 인 간을 나타낸 그림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45억 년 동안에 독립된 생물 환경에 있었던 외계 인은 아마도 인간을 닮은 데라곤 없을 것이다. 또한 사물을 보는 방법과 그림을 그리는 방 법이 여기와는 같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물을 보는 방법과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여기와 는 같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이 메시지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이다. 칼 세이건, '우 주에서의 만남: 외계인의 시각', 1973년 새로운 경관을 보여주는 허블 지난 여름과 가을(1990), 계획 입안자들은 HST의 두 가지 영상 장비-광시야 차동 카메라 (Wide Field/Planetary Camera, WF/PC)와 박명체 카메라(Faint Object Camera)-의 능력을 시험해 보았다. 그 결과로 얻은 영상은 거울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HST가 지상에서는 대부 분 하기 힘든 최전선의 천문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 몇몇 관측에대 해서는 구면 수차에 의한 피해가 크지 않아서 거의 수정 없이 임무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계획들은 너무 심각한 타격을 입어서 HST를 수리할 때까지는 죽은 것이나 같 다. 계획된 관측 임무의 대부분은 양극단 상태 사이에 끼이게 되었다. 이들 계획은 고장난 상태의 망원경을 이용해 여전히 진행될 것이지만, 노출 시간의 증대와 같은 몇 가지 보완을 거칠 것이다. 먼 거리의 이웃들 오랫동안 허블 망원경의 목표였던 것이 바로 명왕성과 그 위성 카론이다. 박명체  메라 의 과학팀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 팀은 명왕성을 HST로 태양계 내에서 처음으로 관측한 물 체로 만들었다. ...... 명왕성과 카론은 박명체  메라로 촬영하기 전까지는 사진에서 결코 분 리된 상태로 보인 적이 없었다(115페이지 참조). 명왕성은 카론보다 2배 정도 크고, 메탄으 로 된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서 물로 된 얼음으로 덮인 카론보다 햇빛을 잘 반사하기 때 문이다. ...... WF/PC팀은 보다 큰 목표인 토성을 향해 나아갔다. 토성을 찍은 첫 영상은 과 거 지상에서 찍은 사진들보다 훨씬 선명했다. 비록 지상에서는 훈련된 관측자가 망원경에 직접 눈을 대고 그런 선명한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토성 북극 지역의 확대 사진은 득이한 육각 구조를 포함하여 대기의 구조를 잘 보여준다. HST가 촬영한 토성 사진의 선명함은 토 성을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의 2배쯤 되는 곳에 가져다 놓고 맨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정도이다.(시지름 7도 정도의 엄청난 크기로 보일 것이다.) 토성은 또한 이 계획에서 '행운 의 관측목표'를 갖게 된 최초의 대상이기도 하다. 비록 허블 망원경의 관측 일정은 대개 몇 주 단위로 정해지지만, 몇 개월이 아니면 거의 예고 없이 망원경의 목표를 특별히 흥미 있는 물체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9월(1990) 하순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토성 표면에 거대한 흰 점이 나타난 것이다. 토성에서 60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대규모 대기 폭발이 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사건을 허블 망원경의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려 했다. 천문학자들은 11월 초에 기회를 얻었다. HST 영상은 과학자들이 구름의 운동과 수직 성장에 대해 전례 없이 자세히 연구할 수 있게 해주었고, 대기에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안개의 제거 작업 영상 처리는 이제껏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며, HST 카메라 영상 처리도 중요 한 작업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완벽한 망원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가까운 영상이 되 도록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점에서 이 작업은 처음 생각한 것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HST로 별을 촬영하면 중심부의 밝은 부분에 커다랗고 뿌연 안개로 둘러싸인 습의 영 상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거울의 구면 수차 때문에 생기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만일 망원경 으로 별을 관찰할 때 이렇게 왜곡되어 만들어진 영상의 모습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면, 그 과정을 거꾸로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고, 따라서 어떠해야 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 할 수 있다. 반회선(反回旋) 기술이라는 이 기술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장래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는...... 우주의 팽창 비율을 알려주는 허블 상수의 측정에 관한 것이 었다. 이것은 HST를 위해 준비한 3개의 핵심 계획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이졔 새 로운 광시야 차동 카메라, 즉 WF/PC Ⅱ를 우주왕복선 조종사들이 설치할 1993년까지 기다 릴 수밖에 없다. 허블 상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허블 망원경으로 먼 곳에 있는 외부 은하 들 속에서 24등급 별들과 이보다 더 흐린 별을 관측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것은 별들의 밝 기 측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면 수차가 생기는 곳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 겨 울 동안에는 사진 관측과 광전 관측을 위한 과학 사정 계획이 계속될 것이고, 과학 프로젝 트도 진행될 것이다. 다른 천문학자들은 그들의 계획을 재평가하며 계획을 실행해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생각할 것이다. 그 동안에 HST는 지구 주위를 돌며 지시받은 것을 수행하고, 천문학자들에게 우주의 비밀에 관한 각종 자료를 보내줄 것이다. 리처즈 탤 컷, '천문학회지' 19권 2번, 1991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