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하) 지은이 : 조앤.K.롤링 출판사 : 문학수첩 지은이 : 조앤.K.롤링 출판연도 : 2000년7월25일 펴낸곳 : 문학수첩 입력자원봉사자 : 최선영 - 작가소개 - 조앤롤링은... 1965년7월 영국 웨일스의 시골에서 태어나 엑세터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포르투 갈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결혼했으나 곧 이혼하고, 생후 4개월된 딸을 안고 에든버러 에 초라한 방 한칸을 얻어 정착했다. 일자리가 없어 1년여 동안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 한 그녀는 동화쓰기를 결심,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의 모험담을 종이 위에 옮겼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세계 최우수 아동도서>로 선정되었고, 유명한 <스마티즈 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호평과 각종 상을 휩쓰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 머리말 - - 차례 - 제12장 패드로누스 제13장 그리핀도르대 래번클로 제14장 스네이프 교수의 원한 제15장 퀴디치 결승전 제16장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 제17장 고양이와 쥐와 개 제18장 무니와 웜테일과 패드풋과 프롱스 제19장 볼드모트의 부하 제20장 디멘터의 입맞춤 제21장 헤르미온느의 비밀 제22장 다시온 부엉이 집배원 작가 조앤 롤링의 독자들과의 대화 제12장 패그로누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 쩔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빗자루를 갖고 있었는데 그녀가 쓸데없이 참견하는 바람에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그걸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상황 에 처해버린 것이다. 그는 물론 파이어 볼트에 전혀 잘못된 게 없다고 확신했지만 온갖 종류의 징크스 테스트를 거치고 나면 그 빗자루가 어떤 상태가 되어있을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론도 헤르미온느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의 생각에 새 파이어볼트를 분해하는 것처럼 한심스러운 일은 없어 보였다. 헤르미온느는 또 나름대로 잘하려는 심산에서 한 행동이었다고 확신하고는 있었지만 해리와 론을 의식에서인지 학생 휴게실에 가는 걸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리와 론은 그녀가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휴일이 끝나고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그리핀도르 탑은 또다시 북적 대고 떠들썩해졌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에 우드가 해리를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잘 보냈니?" 그는 이렇게 묻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목소리를 낮춰 계속 말했다. "내가 크리스마스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해리, 지난번 시합때처럼 말야, 디멘터들이 만약 가까이 오면... 내말은... 우린 네가 - 뭐랄까-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우드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난 계속할 꺼야." 해리가 얼른 말했다. "루핀 교수가 디멘터들을 물리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셨어. 이번 주에 시작할 거야. 그분이 크리스마스 이후에 시간을 내시 겠다고 하셨거든." "아." 갑자기 우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글쎄, 그런 경우라면 또 문제가 다르지, 뭐- 하긴 나도 너 같은 훌륭한 수색꾼을 잃고 싶지는 않아. 해리. 그런데 새 빗자루는 주문했니?" "아니." 해리가 말했다. "뭐야!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래번클로와의 시합에서 낡은 슈팅 스타를 타고 경기 할 수는 없잖아!" "그앤 크리스마스 선물로 파이어볼트를 받았어." 론이 말했다. "파이어볼트? 이럴수가! 정말이니? 진-진짜 파이어볼트말야?" "흥분하지마. 올리버."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이제는 갖고 있지 않으니까. 압수당 했어." 그러고 나서 그는 파이어볼트가 지금 징크스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 을 해주었다. "징크스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거니?" "시리우스 블랙." 해리가 이젠 질렸가는 듯 말했다. "그가 날 쫓고 있다잖아. 맥고나 걸 교수는 그걸 보낸 사람이 블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우드는 악명 높은 살인자가 자기 팀의 수색꾼을 쫓고 있다는 말에는 아랑곳 없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블랙은 파이어볼트를 살 수 없었을 텐데... 그는 지금 도망 중이잖아! 나라 전체가 그를 찾고 있는데 그가 어떻게 버젓이 고급 퀴디치 용품점에 걸어 들어가 빗자루를 살 수 있다는 거야?" "내 말이 그말이야." 해리가 동감의 표시를 했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는 그걸 꼭 분해해봐야만 하겠데-" 우드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졌다. "내가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볼게, 해리." 그가 약속했다. "이해하시도록 말씀 드려봐 야지.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가 우리 팀에 있기만 하다면... 맥고나걸 교수도 우리만큼 이나 그리핀도르가 이기길 바라고 계셔. 이해하시도록 말씀 드려볼게. 파이어볼트..." 다음날부터 다시 모든 수업이 시작되었다. 추운 1월의 아침에 정원에서 두 시간을 보 낸다는 건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해그리드는 학급 아이들을 위해 불도마 뱀들이 가득 들어있는 화톳불을 준비했다.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뜨겁게 달구어진 통나 무들 위로 불도마뱀들이 팔짝팔짝 뛰어 돌아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불이 계속해서 활 활 타오를 수 있도록 마른 나무나 낙엽 같은 땔감들을 주우며 즐겁게 보냈다. 새 학기의 첫 번째 점술 수업은 영 재미가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이제 손금 보기 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때다 싶었는지 해리의 생명선처럼 짧은 선은 처음 보았 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해리가 가장 열중한 수업은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이었다. 우드와의 대화 이후 그 는 가능하면 빨리 디멘터를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아 참, 그랬었지." 수업이 끝나고 해리가 그 약속에 대해 상기시키자 루핀 교수가 말했다. "어디 보자... 목요일 저녁 8시는 어떠니? 마법의 역사 교실에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난 이 개인 수업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지 좀 생각해봐야겠다. 연습하겠다고 진짜 디멘터를 성안으로 데려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다. 그지?" 복도를 내려와 저녁을 먹으러 가며 론이 걱정스레 말했다. "어디가 편찮으신 걸까?" 그때 그들 뒤에서 조바심하며 '체'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였다. 그녀 는 갑옷 발치에 앉아 책이 잔뜩 들어 있어서 잠기지 않는 가방을 다시 싸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체체거리고 있는 거니?" 론이 화를 내며 물었다. "내가 언제?"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며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잖아." 론이 으르렁 댔다. "내가 루핀 교수의 안색이 좋지 않다고 하니까, 네가 -" "그거야 뻔한 거 아니니?" 헤르니온느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쏘아붙였다. "말해주고 싶지 않으면 관둬."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래, 나야 아쉬울 거 하나 없으니까." 헤르미온느가 오만하게 말하며 걸어갔다. "알긴 뭘 알아." 론이 헤르미온느 뒤에 대고 퉁명스레 내뱉었다. "다 자기에게 다시 말을 걸도록 하려는 수작이지." 목요일 저녁 8시가 되자 해리는 그리핀도르 탑을 나와 마법의 역사 교실로 향했다. 교실은 어둡고 텅 비어 있었다. 그가 요술지팡이로 불을 밝히고 5분쯤 기다리자 루핀 교수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게 뭐죠?" 해리가 물었다. "보가트란다." 루핀교수가 망토를 벗으며 말했다. "화요일부터 계속해서 성을 샅샅이 뒤졌는데 운 좋게도 필치 씨의 서류 캐비닛 속에 숨어있는 이 녀석을 찾아냈지 뭐니. 이것만 있으면 진짜 디멘터를 구한 것이나 다름없지. 보가트가 널 보면 디멘터로 변할 테고 그러면 우린 그걸로 연습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내 사무 실에 넣어두면 될 테니 걱정할 건 전혀 없단다. 내 책상 밑에 보가트가 좋아할 만한 벽 장이 하나 있거든." "잘 됐군요." 해리는 자신이 전혀 염려하지 않으며 루핀 교수가 진짜 디멘터를 대신할 그런 좋은 대용물을 찾아온 게 그저 기쁘기만한 것처럼 들리도록 애쓰며 말했다. "그러면..." 루핀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꺼내면서 해리도 똑같이 하라고 눈짓했다. "지 금 네게 가르쳐주려는 주문은 대단히 어려운 고등 마법이란다. 해리. 평범한 마법의 수 준을 훨씬 뛰어넘지. 그건 '패트로누스 마법' 이라는 거란다." "그 마법은 어떤 효과가 있는데요?" 해리가 초초하게 물었다. "글쎄다, 잘만 되면 패트로누스를 불러내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패트로누스란 말 하자면 너와 디멘터 사이에서 디멘터를 물리치는 방패 역할을 하는 수호자란다." 해리는 갑자기 커다란 곤봉을 든 해그리드만한 형상 뒤에 웅크리고 있을 자신의 영 상이 떠올랐다. 루핀 교수가 계속 설명했다. "패트로누스란 일종의 선한 힘이라고 할 수 있지. 디멘터가 흡수해버리는 희망과 행복과 살고자 하는 욕구 같은 것들이 합쳐진 거야- 하지만 이것은 진짜 인간처럼 절망을 느끼지 못한단다. 그래서 디멘터들이 해를 입히지 못하지. 하지만 그 마법이 너 같은 아이들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고등 마법이라 는 걸 미리 말해두고 싶구나. 검정을 거친 많은 마법사들도 그 마법을 성공적으로 해내 기가 쉽지 않거든." "패트로누스는 어떻게 생겼나요?" 해리가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어떤 마법사가 불러내느냐에 따라 다 다르지." "그러면 어떻게 불러내죠?" "주문으로 불러내지. 물론. 하지만 네가 아주 행복한 딱 한가지 기억에 몰두할 때에 만 효과가 있단다." 해리는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있다. 확실히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살았던 11년 동안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그는 빗자루를 처음 탔던 순간으로 정했다. "알겠어요." 그가 하늘로 날아오르던 짜릿한 기분을 가능한 한 정확히 떠올리려고 애 쓰며 말했다. "그 주문은 이거란다-" 루핀 교수가 목을 가다듬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는 속으로 따라했다. "익스펙소 패트로눔." "행복한 기억에 정신을 집중했니?" "-네-" 해리는 빗자루를 처음 탔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익스펙토 패트 로노- 아니, 패트로눔- 죄송해요-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의 요술 지팡이 끝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왹 하고 튀어나왔다. 은빛 연기 줄기처럼 보였다. "보셨어요?" 해리가 흥분해서 말했다. "무언가각 나왔어요!" "잘했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았어. 그러면- 그걸 디멘터에게 시 도해볼까?" "네."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단단히 쥐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 한가운데로 나가며 말 했다. 하지만 그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생각에 몰두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 엉뚱한 생 각이 꺼어 들었다. 이제 금방이라도 엄마의 비명 소리가 또다시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엄마의 소리를 다시 듣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루핀 교수가 나무 상자의 뚜껑을 잡아 당겼다. 디멘터가 얼굴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딱지 투성이의 번쩍이는 손으로 망토를 잡고 상 자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그 순간 교실 주위의 등불이 깜박이더니 나가버렸다. 디멘터 가 상자에서 걸어나와 말없이 해리 쪽으로 지나가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해리에게 소름 끼치는 냉기가 엄습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가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그러나 교실과 디멘터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해리는 다시 짙은 안개 속 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른 어느 때 보다도 크게 울리 고 있었다.- "해리는 안돼요! 해리는 안돼요! 제발- 뭐든 하겠어요-" "비켜 서, 비켜 서란 말야!" "해리!" 해리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마룻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교실의 불은 다 시 환하게 켜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났던 걸까. "죄송해요." 그가 일어나 앉으며 중얼거렸다. 얼굴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괜찮니?" 루핀 교수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네..." 해리가 몸을 일으켜 책상에 기대어 서며 말했다. "옜다-" 루핀 교수가 개구리 초콜릿을 하나 주었다. "다시 하기 전에 이걸 먹거라. 난 네가 한번에 해내리라고 생각지 않았단다. 사실 네가 한번에 해냈다면 오히려 깜짝 놀랐을 게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해리가 개구리 초콜릿의 머리 부분을 깨물어 먹으며 중 얼거렸다. "엄마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어요- 그리고 그- 볼드모트-" 루핀 교수는 평상시보가 더 창백해 보였다. "해리, 네가 만약 계속하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단다-" "아니예요!" 해리가 나머지 개구리 초코릿을 입 속으로 마구 쑤셔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전 계속해야 해요! 래번클로와 시합할 때 디멘터들이 나타나면 어떡해요? 다 신 기절하지 않겠어요. 이 경기에서 지면 저흰 퀴디치 우승컵을 탈 수 없어요!" "알았다 그럼... "루핀 교수가 말했다. "다른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게 어떻겠니? 내 말 은 다른 행복한 기억 말이다. 아까 그것은 그다지 강력하지가 않았던 것 같구나." 해리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작년에 그리핀도르가 기숙사 패권을 따냈을 때로 결정했다. 그건 확실히 매우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지팡이를 꼭 쥐고 교실 한가운데 로 걸어갔다. "준비됐니?" 루핀 교수가 상자 뚜껑을 잡으며 물었다. "준비됐어요." 해리는 그리핀도르가 우승했을 때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려고 안간힘 을 쓰며 대답했다. "자!" 루핀교수가 뚜껑을 잡아당겼다. 교실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 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디멘터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걸어나와 숨을 들이쉬었다. 썩어 문드러진 한쪽 손이 해리 쪽으로 뻗쳐지고 있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가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 하얀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위에서 희끄무레한 커다란 형체가 천천 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해서 소리치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릴리, 해리를 데리고 가! 바로 그 사람이야! 가! 달아나란 말야! 그는 내가 맡을 테 니-" 누군가가 방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소리- 문이 확 열리는 소리- 깔깔거리는 높은 웃음소리- "해리! 해리... 정신차려라..." 루핀 교수가 해리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해리는 이번엔 자신이 왜 먼지 투성이의 교실 바닥에 누워있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빠 목소릴 들었어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아빠 목소릴 들은 건 처음이었어요- 아빠가 볼드모트와 직접 대결하려고 했어요. 엄마가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해리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루핀 교수가 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풋 숙이고 신발끈을 다시 매는 척하며 망토에다 눈물을 쓱 문질러 닦았다. "제임스의 소리를 들었단 말이니?" 루핀 교수가 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해리가 눈물을 닦은 뒤 고개를 들었다. "왜요- 우리 아빠를 아세요?" "알지. 실은 잘 안단다." 루핀교수가 말했다. "우린 호그와트 시절 친구였단다. 해리. 미안한 얘기지만 오늘로 이 마법을 그만둬야 할 것 같구나. 네가 소화해내기엔 너무 어 려운 고등 마법이라서 말이다. 네게 이걸 가르쳐주는게 아니었는데..." "안돼요!" 해리가 다급히 말했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섰다. "한번만 더 해볼께요! 정말 행복했던 일들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래요 잠깐만요..." 그는 머리를 짜냈다. 강력한 패트로누스가 될 수 있는... 정말로, 정말로 행복한 기억 은... 그가 자신이 마법사이며 더즐리 가족을 떠나 호그와트로 갈 거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 바로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해리는 프리벳가를 떠나게 된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나무 상자를 한번 더 마주하고 섰다. "준비됐니?" 루핀 교수가 마치 마지못해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정신을 집중 했니? 좋아- 자!" 그가 상자 뚜껑을 잡아당기자 디멘터가 또 한번 올라왔다. 교실이 또다시 춥고 어두 워졌다- "익스펙트 패트로눔!" 해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팩토 패트로 눔!" 해리의 머릿속에서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꼭 주파수가 잘 맞 춰지지 않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다-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다가 조 금씩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디멘터는 볼 수 있었다- 디멘 터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해리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커다란 은빛 그림자가 튀어나 와 그와 디멘터 사이에서 떠돌았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해리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서 있었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그렇게 있어야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리디큘러스!" 루핀 교수가 앞으로 펄쩍 뛰어나오며 외쳤다. 그러나 크게 지끈 하는 소리가 나더니 디멘터와 함께 해리의 흐릿한 패트로누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의자에 푹 주저 앉았다. 막 장거리 달리기를 마치기라도 한 듯 온몸에 기운이 좍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루핀 교수를 흘끗 바라보았 다. 그는 요술지팡이를 써서 보가트를 다시 나무 상자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보가 트는 다시 보름달로 변해 있었다. "잘했다!" 루핀 교수가 해리가 앉아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했다. "정말 잘 했다, 해리! 시작이 좋구나!" "한 번만 더 해볼 수 있어요? 딱 한 번만 더요?" "지금은 안 된다." 루핀 교수가 단호히 말했다. "오늘 밤은 이만하면 됐다. 옜다-" 그가 해리에게 허니듀크에서 사온 가장 맛있는 커다란 초콜릿 바를 건넸다. "다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폼프리 부인이 날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다음 주 에도 같은 시간에 하겠니?" "네." 해리는 이렇게 말하며 초콜릿을 한입 베어먹었다. 루핀교수는 교실 불을 끄고 있었다. 그때 문득 해리의 머릿속에 한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루핀 교수님?" 그가 불쑥 루핀 교수를 불렀다. "저희 아빠를 아신다면 틀림없이 시 리우스 블랙도 아시겠네요." 루핀 교수가 홱 돌아섰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물었다. "그냥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아빠하고 블랙도 호그와트에서 친구 사이였다고 들 었거든요..." 삽시간에 루핀 교수의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그래 알지."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었지. 이제 그만 가는게 좋겠다. 해리. 너무 늦었구나." 해리는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걸어가 모퉁이를 돈 뒤 갑옷 뒤에 있는 주춧돌에 앉았다. 그는 블랙에 대한 말을 괜히 꺼냈다고 생각했다. 루핀 교수가 그 화제를 좋아 하지 않았던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뒤 해리는 엄마와 아빠 생각을 했다... 초콜릿을 잔뜩 먹었는데도 속이 이상하게 텅 비고 모든 게 다 빠져나간 것처럼 공허 했다. 머릿속에서 재연되는 부모의 마지막 순간의 목소리를 듣는 게 무섭기는 했지만, 아주 어렸을 적 이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목 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한다면 결코 강력한 패트로누스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돌아가셨어." 그가 자신에게 엄하게 말했다. "목소리를 듣는다고 그 분들이 살아 돌아오시지는 않아. 퀴디치 우승컵을 타고 싶다면 마음을 다잡아야 해." 그는 나머지 초콜릿 조각을 입속에 밀어 넣고 일어서서 다시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 했다. 개학하고 일주일 뒤 래번클로와 슬리데린 사이에 경기가 벌어졌는데, 슬리데린이 래번 클로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우드는 그리핀도르가 래번클로를 이기기만 하면 2위로 올라서기 때문에 이건 그들에게는 희소식이라며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팀 훈련 횟 수를 주 5회로 늘렸다. 그러나 해리는 훈련과 더불어 퀴디치 연습을 대여섯 번 한 것 이상으로 에너지 소모가 큰 루핀 교수의 디멘터 퇴치 수업까지 받아야 했으므로, 일주 일 중 딱 하루 비는 날 저녁에 모든 숙제를 다 해야만 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에 비하 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마침내 엄청난 숙제량이 힘에 부치기 시작한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 휴게실 한쪽 구석에서 책과 산술 점 차트와 고대 문자 사전과 머글들의 이상한 그림들과 빽빽이 글자들이 쓰여진 노트 들을 책상 몇 개에 걸쳐 죽 펼쳐놓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방해라도 했다간 딱딱거리며 짜증내기가 일쑤였다. "저 앤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어느 날 저녁 해리가 스네이프 교수가 내준 '발견되지 않은 마법의 약들'에 대한 논술을 힘겹게 쓰고 있을 때, 론이 조용히 말 했다. 해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잔뜩 쌓여있는 책 들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뭘?" "그 많은 수업에 어떻게 다 들어가느냐 말야!" 론이 말했다. "오늘 아침에 저 애가 산 술점을 가르치는 마녀 선생님인 벡터 교수에게 말하는 소릴 우연히 들었어. 그런데 글 쎄. 어제 오후의 수업에 대해 말하고 있더라구. 저 앤 그 시간에 우리와 함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듣고 있었잖아! 그리고 어니 맥밀란이 그러는데 저 앤 '머글 연 구' 수업을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거야. 하지만 그 수업은 점술 수업과 같은 시간이 잖아. 그런데 그 수업도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니 원!" 그러나 해리는 한가하게 도저히 불가능한 헤르미온느의 시간표의 수수께끼를 파헤치 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스네이프 교수의 논술 숙제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러나 잠시 뒤 다시 방해를 받았다. 이번엔 우드였다. "나쁜 소식이야, 해리. 막 파이어볼트 때문에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고 오는 길인데, 교수님은- 저- 내말에 약간 기분 이상한 것 같아. 무엇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고 있다 며 날 꾸짖으셨어. 내가 네 안전보다 우승컵 타는 것에 더 관심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네가 스니치를 먼저 잡기만 한다면 그 빗자루가 널 내팽겨쳐버려도 상관없다고 말한 게 실수였다." 우드가 자신의 실수를 믿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 다. "솔직히 교수님이 내게 소리소리 지르는 걸 보았다면... 넌 내가 무슨 지독한 잘못 이라도 저지른 줄 알았을 거야... 난 교수님의 화가 좀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그걸 얼마 나 더 오랫동안 갖고 계실거냐고 물었다..."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멕고나걸 교수의 엄 한 목소리를 흉내내어 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구나, 우드..." 내 생각엔 새로운 빗자루를 주문해야 할 것 같아, 해리. 주문 용지는 '빗자루의 모든 것' 이라는 책 뒤에 있어... 말포이의 빗자루 같은 님부스 2001을 사는 게 좋을 거야." "난 말포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사지 않을 거야." 해리가 거침없이 말했다. 1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벌써 2월로 접어들었지만 살을 에듯이 추운 날씨는 여전했다. 래번클로와의 시합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지만 해리는 새 빗자루를 주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변신술 수업을 마칠 때마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파이어 볼트에 대해 물었다. 론은 희망적인 대답을 듣게 되길 바라면 초조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 외면하고 가버렸다. "안 됐구나, 포터. 아직은 돌려줄 수가 없단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런 말을 열 번쯤 했다. "평범한 저주의 마법들은 대부분 조사가 끝났지만 플리 트윅 교수는 그 빗자루에 더 무시무시한 마법이 걸려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시 단다. 검사를 마치는데로 알려주마. 그러니 제발 조르지 말고 기다리거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리의 디멘터 퇴치법 수업도 바랐던 만큼 잘 되어가지 않았다. 수업을 몇 차례 받자 이제 디멘터가 다가올 때마다 희미한 은빛 그림자를 만들어낼 수 는 있었지만 그의 패트로누스는 여전히 디멘터를 쫓아버리기엔 너무 약했다. 그것은 그 저 반투명 구름처럼 공중을 떠돌며 해리의 에너지만 소모시킬 뿐이다. 해리는 부모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하는 잠재적인 요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네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는 게 문제란다." 네 번째 주 연습 때 루핀 교수가 엄하게 말했다. "약하긴 하지만 열 세 살짜리 마법사가 패트로누스를 불러냈다 는 건 아주 대단한 일이란다. 이제는 더 이상 기절하지도 않잖니?" "전 패트로누스가- 디멘터들에게 돌진해 때려눕히거나 뭐 그러는 줄 알았어요."해리 가 낙심해서 말했다. "아니면 그것들을 아예 사라져버리게 하거나요-" "진짜 패트로누스는 정말로 그렇게 하기도 한단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넌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걸 해냈단다. 만약 다음 퀴디치 시합 때 디멘터들이 나타난다 면 네가 안전하게 착륙할 때까지는 그것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 게야." "디멘터들이 많으면 그게 더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해리가 말했다. "넌 아마 잘해낼 게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옜다- 칭찬하는 의미에 서 이걸 주마- 스리 브룸스틱에서 사 온 거란다. 아마 먹어보지 못했을 게다-" 그가 서류 가방에서 음료수 두 병을 꺼냈다. "버터맥주로군요!" 해리가 무심코 말했다. "제가 그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루핀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 론과 헤르미온느가 호그스미드에서 몇 번 사다주었어요." 해리가 얼른 둘러댔 다. "그랬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루핀 교수는 여전히 수상쩍어하는 표정이었다. "그 럼- 래번클로와의 시합에서 그리핀도르의 승리를 기원하며 건배하자! 선생으로서 특정 한 기숙사를 응원하면 안되지만 말이다..." 그가 급히 덧붙였다. 그들은 말없이 버터 맥주를 마셨다. 조금 뒤 해리는 이참에 그동안 궁금해 왔던 걸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디멘터의 두건 밑에는 뭐가 있죠?" 루핀 교수가 생각에 잠기며 맹주병을 내렸다. "흠... 그걸 진짜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지. 디멘터들은 최후이자 최악의 무기를 쓸 때만 두건을 내리거든." "그게 뭔데요?" "사람들은 그걸 '디멘터의 입맞춤'이라고 부르지." 루핀 교수가 약간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디멘터들이 완전히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하는 행동이란 다. 두건 밑에는 끔찍한 입이 있는 게 틀림없단다. 왜냐하면 디멘터들은 희생자와 입을 맞추고 그 영혼을 빨아들이니까 말이다." 해리는 너무 놀라 그만 버터 맥주를 입 밖으로 조금 내뿜고 말았다. "뭐라구요- 그것들이 사람을 죽인단 말예요?" "아니."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것보다 더 나쁘지. 사람은 물론 영혼이 없다 해도 뇌 와 심장만 움직이고 있다면 존재할 수는 있단다. 하지만 자아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 기 억도... 아무 생각도 갖지 못하겠지. 회복될 가망도 전혀 없구. 그저- 존재하는 것뿐이 란다. 빈 껍데기처럼. 그러나 영혼은 영원히 죽는 거지..." 루핀 교수는 버터 맥주 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시 리우스 블랙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란다. 오늘 아침에 '예언자 일보'에서 읽었는데, 마 법부가 디멘터들에게 그를 찾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는구나" 영혼을 빨아낸다는 생각이 너무나 끔찍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블랙에 대해 생각했다. "그 사람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해요." 그가 불쑥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루핀 교수가 조용히 물었다. "정말로 누군가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네." 해리가 반항적으로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요..." 그는 루핀 교수에게 자신이 스리 브룸스틱에서 엿들은 데로 블랙이 그의 엄마와 아 빠를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는 허가도 없이 호그 스미드에 간 걸 밝히는 꼴이되고, 루핀 교수는 그 사실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게 뻔했 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버터맥주만 마신 뒤, 루핀 교수 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법의 역사교실에서 나왔다. 해리는 디멘터의 두건 밑에 무엇이 있는지 묻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너무나 끔 찍한 뜻밖의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몸에서 영혼이 빨려나간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가 계단 중간쯤에서 그만 맥고나걸 교수에게로 곤두박 질쳐 넘어지고 말았다. "잘 좀 보고 다녀라. 포터!" "죄송해요 교수님-" "막 널 찾아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 갔다 오는 길이다. 자, 이걸 주마. 모든 테 스트를 해보았지만 전혀 잘못된 게 없는 것 같더구나. 어딘가에 괸장히 좋은 친구가 있 는가보가, 포터..." 해리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녀가 파이어볼트를 그에게 내밀었다. 빗자루는 여전히 멋져 보였다. "이제 이걸 가져가도 된단 말인가요?" 해리가 의심쩍은 듯이 물었다. "정말이세요?" "정말이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토요일 시합 전에 그 빗자루의 감각을 익혀두는게 좋을 게다. 안그러니? 그리고 포터- 꼭 이기길 바란다. 우리 팀이 8년 연속 우승컵을 타지 못하는 불운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 구나..." 해리는 너무 기쁜 나머지 말을 잃고 파이어볼트를 들고 그리핀도르 탑으로 정신없이 달렸다, 그런데 모퉁이를 막 돌았을 때 론이 입이 찢어지게 씩 웃으며 달려오는 게 보 였다. "맥고나걸 교수가 그걸 주었지? 정말 잘됐다! 야, 나 그거 한번 타 봐도되니? 내일?" "그래...얼마든지..." 해리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말했다. "그런데- 우리 이제 그만 헤르미온느와 화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앤 그저 도우려고 했던 것 뿐이잖아..." "그래, 좋아." 론이 말했다. "그앤 지금 학생 휴게실에 있어- 심심풀이로 공부를 하면 서 말야-" 그런데 그들이 그리핀도르 탑으로 가는 복도로 들어갔을 때 네빌 롱바텀이 캐도간 경에게 애원하고 있는게 보였다. 캐도간 경이 그를 들여보내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분명히 적어두었단 말이예요!" 네빌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떨어뜨린 게 분명해요!" "그럴듯한 이야기로군!" 캐도간 경이 고함쳤다. 그때 그가 해리와 론을 발견했다. "안 녕 똑똑이들! 와서 이 얼간이에게 수갑 좀 채워. 이 녀석이 글쎄 암호도 안대고 들어가 려고 하잖아!" "조용히 좀 하세요." 론이 해리와 함께 네빌에게로 다가가며 쏘아붙였다. "암호 적은 걸 잃어 버렸어!" 네빌이 그들에게 불쌍하게 말했다. "캐도간 경에게 어 떤 암호들을 사용할 건지 미리 말해달라고 해서 적어두었거든. 그가 계속 암호를 바꾸 니까 말야. 그런데 암호들을 적어둔 쪽지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오드스보디킨스." 해리가 힘차게 암호를 말하자 캐도간 경이 대단히 실망한 표정으 로 마지 못해 문을 열어 그들을 학생 휴게실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이 들어가자마자 안에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흥분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탄성을 질 러대며 파이어볼트를 들고 있는 해리에게로 모여들었다. "그거 어디서 났니, 해리?" "나 한번 타 봐도 되니?" "그거 타 봤니, 해리?" "래번클로는 이제 가망 없겠군. 그 애들은 모두 클린스윕 7이잖아!" "한번 잡아봐도 되니, 해리?" 아이들은 파이어볼트를 차례로 돌려보면서 너무나 완벽한 그 빗자루에 감탄을 늘어 놓았다. 해리와 론은 10분쯤 뒤 아이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갔을 때에야 비로소 헤르미 온느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그 법석을 떠는 와중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마침내 고 개를 들었다. "나 이거 돌려 받았어." 해리가 그녀에게 씩 웃으며 파이어볼트를 들어올렸다. "이제 알겠어. 헤르미온느? 그 빗자루엔 전혀 잘못된 게 없대!" 론이 그것 보란 듯이 말했다. "글세- 그랬는지도 모르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 말은 적어도 이제는 네가 그 게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뜻이야!" "그래 그런 것 같아." 해리가 말했다. "이건 이층에 갖다 놓는 게 좋겠어-" "내가 갖다 둘게!" 론이 간절히 바라는 듯 말했다. "스캐버스에게 강장제를 먹어야 하거든." 그리고는 그는 파이어볼트를 조심스럽게 들고 남자 기숙사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나 앉아도 되니, 그럼?"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응." 헤르미온느가 옆에 있는 의자에서 양피지 더미를 치우며 말했다. 해리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책상과, 잉크가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긴 산술점 논술 과, 훨씬 더 긴 머글연구 논술('머글들은 왜 전기가 필요한지 설명하라')과, 헤르미온느 가 지금 의미를 알아내려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 고대 문자들을 살펴보았 다. "넌 무슨 재주로 이 모든 걸 다 해나가고 있는 거니?" 해리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 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 그건- 알겠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헤르미온느가 대꾸했다. 가까이서 보자 그녀의 얼굴은 루핀 교수만큼이나 지쳐 보였다. "두어 과목 정도는 나중에 수강하는 게 어떠니?" 그녀가 고대문자 사전을 찾느라 책들을 이리저리 들어올리는 걸 바라보며 해리가 물었다. "그럴 수 없어!" 헤르미온느가 모욕당한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산술점 수업은 끔찍해 보인다." 해리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숫자판을 집어들며 말했 다. "아냐, 굉장히 재미있어!"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야! 그건-" 하지만 산술점이 정확히 뭐가 재미있는 건지 해리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 순간에 남자 기숙사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서 숨 넘어갈 것 같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 휴게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아이들이 꼼짝않고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 렸다. 그 뒤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오는 발짝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론이 갑자기 침대 시트를 끌고 나타났다. "이것 봐!" 그가 헤르미온느의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다짜고짜 큰소리로 말했 다. "이것 보라구!" 그가 시트를 그녀의 얼굴에다 대고 흔들며 소리쳤다. "론 무슨-?" "스캐버스야! 이것 봐! 스캐버스!" 헤르미온느가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론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해리는 론이 들고 있는 시트를 내여다보았다. 그것에 뭔가 빨간 데 묻어 있었다. 끔찍하게 보이는 것이- "피야!" 론이 영문을 몰라 어리벙벙해학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녀석이 죽 었어! 그리고 마룻바닥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아-아니."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론이 헤르미온느의 고대 문자 해석 속제 위로 무언가를 내던졌다. 헤르미온느와 해리 가 허리를 굽혔다. 갈기갈기 찢어진 침대 씨트 쪼가리에 긴 적갈색 고양이 털 몇 개가 묻어 있었다. 13장 그리핀도르 대 래번클로 그것으로 론과 헤르미온느의 우정은 끝나는 것 같았다. 둘다 상개방에게 너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해리는 그들이 화해할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론은 크룩생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으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헤르미온느가 결코 심각 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과 그 고양이를 잘 감시하지 않아다는 점 그리고 론에게 스캐버스를 더 찾아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크룩생크와 전혀 무관한 일인 것 처럼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는 점에 격분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또 그녀데로 크룩생 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었다는 아무 증거도 없을뿐더러 그 황갈색 머리카락들이 크리 스마스 이후 죽 그곳에 있었을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신비한 동물 가게에서 크룩생 크가 그의 머리에 앉은 이후 론이 죽 자신의 고양이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크룩생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므로 헤르미온느에게 그 점을 지적하려고 슬쩍 운을 떼었다가 그 만 그녀의 화만 더 돋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좋아, 론의 말이 맞다 이거지. 난 네가 그럴 줄 알았어!" 그녀가 날카롭게 쏘아 붙였 다. "지난번엔 파이어볼트, 이번엔 스캐버스. 모두 다 내 잘못이지, 뭐! 날 좀 가만 내버 려둬, 해리. 그런 게 아니어도 할 일이 태산 같으니까!" 스캐버스를 잃은 론의 상실감이란 정말로 대단했다. "자, 론. 넌 늘 스캐버스가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했었잖아." 프레드가 기운을 돋우어 주려고 애쓰며 말했다. "게다가 그 녀석은 한참 동안 안색이 좋지 않았었어. 쇠약해지 고 있었던 게 분명해. 빨리 죽어버린 게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몰라- 한입에 꿀꺽- 아 마 고통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거야." "프레드 오빠!" 옆에서 듣고 있던 지니가 화를 내며 외쳤다. "그 녀석은 그저 먹고 자기만 했어, 론. 넌 늘 불평했잖아." 조지가 말했다. "늘 먹고 자기만 했던 건 아냐. 언젠가는 우리를 위해 고일을 문 적도 있었잖아!" 론 이 비참하게 말했다. "생각나니. 해리?" "그래, 그랬어." 해리가 맞장구쳐 주었다. "그땐 절정기였나보지." 프레드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고일의 손가락의 상 처로 스캐버스를 오랫동안 기억하면 되지, 뭐. 야, 론, 호그스미드에 가서 그까짓 쥐 한 마리 새로 사면 될 걸 무엇 때문에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는 거니?" 해리는 론의 기분을 풀어줄 생각으로 잠시 뒤에 있을 연습- 래번클로와의 시합 전 그리핀도르 팀의 마지막 연습- 에 함께 가면, 연습을 마친 뒤 파이어볼트를 타게 해주 겠다고 꼬셨다. 이 말을 듣자 론은 잠시나마 스캐버스 생각을 떨쳐버리는 것 같았다. ("멋지겠다! 나도 그걸 타고 몇 점을 넣어볼수 있을까?"). 그들은 함께 퀴디치 경기장으 로 갔다. 후치 부인은 해리의 안전을 생각해서 여전히 그리핀도르의 연습을 감독하고 있었다. 파이어볼트를 보자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녀는 이륙 하기에 앞서 두 손으로 파이어볼트를 들고 그 빗자루에 대한 자신의 전문적 견해를 말 해주었다. "균형이 얼마나 잘 잡혀있는지 보렴! 님부스 시리즈에 흠이 하나 있다면 꼬리 끝에 있는 가느다란 얼룩무늬지- 몇 년 지나면 그게 거치적 거리거든. 하지만 이건 전혀 그 런 게 없잖니. 손잡이도 새로워졌구나. 클린스윕보다 약간 더 가늘어. 오래전 내가 쓰던 실버 애로우가 생각나는구나- 지금은 품절되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난 그 빗자루로 배웠단다. 아주 좋은 빗자루였지..." 그녀는 이런 기분으로 계속 말을 늘어놓았다. 한참 뒤 우드가 말을 꺼냈다. "저- 후 치 부인? 이제 그만 해리에게 파이어볼트를 돌려주시겠어요? 연습을 해야..." "오- 그래- 여기 있다. 포터." 후치 부인이 말했다. "난 위즐리와 함께 저 위에 앉아 있으마..." 그녀가 론과 함께 경기장에서 나가 관중석에 앉자 그리핀도르 팀의 선수들이 내일 시합을 위한 마지막 지시 사항을 들으려고 우드 주위에 모였다. "헤이, 막 래번클로의 수색꾼이 누군지 알아냈어. 초 챙이라는 4학년 여학생인데 상 당히 잘해... 그 애의 컨디션이 좋지 않길 정말로 바랐었는데... 부상을 좀 당했었거든 ..." 우드는 초 챙이 완전히 회복된 게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앤 코멧260을 탈 거야. 파이어볼트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는 빗자루지." 그는 동경에 찬 얼굴로 해리의 빗자루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모두들 시작해보자-" 해리는 마침내 파이어볼트에 올라타고 땅을 힘껏 걷어찼다. 그 빗자루는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파이어볼트는 살짝만 건드려도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수 있었다. 그 빗자루는 탄 사람이 잡는 방법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파이어볼트가 경기장을 빠른 속 력으로 질주했다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자 앨리샤스피넷이 감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는 잔디로 덮인 경기장 바닥까지 급강하했다가 다시 지상 15미터쯤까지 날아올랐다.- "해리, 스니치를 내보낼게!" 우드가 소리쳤다. 해리는 방향을 돌려 골대로 향하는 불러저와 경주를 벌였다. 그는 순식간에 따라잡았 다. 그때 스니치가 우드 뒤로 쏜살같이 날아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10초도 되지 않아 그의 손에는 스니치가 잡혀 있었다. 팀 선수들이 탄성을 질렀다. 해리는 스니치를 다시 놓고 1분정도 먼저 날아가게 한 뒤 다른 선수들 사이로 누비고 다니며 그것을 찾았다. 해리는 스니치가 케이티 벨의 무 릎 부근에 숨어있는 걸 발견하고 재빨리 그녀 뒤로 돌아가 잡았다. 연습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팀 선수들은 파이어볼트가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는지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게 해냈다. 우드는 단 하나의 흠도 잡지 않았다. 그런 일은 그야말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도 우릴 당해내지 못할 거야!" 우드가 의기 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해리가 기 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야- 해리, 디멘터 문제는 해결했지. 그렇지?" "응." 해리가 약한 패트로누스를 떠올리며 힘없이 말했다. "디멘터들이 또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야, 올리버. 그랬다간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만 계시지 않을 테니까 말야." 프레드가 자신있게 말했다. "글쎄, 그러지 않길 바라야지." 우드가 말했다. "어쨌든- 잘했어, 모두. 이만 탑으로 돌아가자... 잠자리에 일찍 들어야지-" "난 조금만 더 있을게. 론이 파이어볼트를 타보고 싶어하거든." 해리는 우드에게 이 렇게 말한 뒤 나머지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동안 경기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론 에게로 걸어갔다. 후치 부인은 좌석에 앉은 채로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자, 타봐." 해리가 론에게 파이어볼트를 건네주며 말했다. 론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며 빗자루에 올라타더니 붕 하고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해 리는 경기장 가장자리로 걸어다니며 론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후치 부인이 깜 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서는 해리와 론에게 깨우지 않았다고 나무라며 빨리 성으로 돌 아가라고 다그쳤다. 해리는 어쩔 수 없이 파이어볼트를 어깨에 메고 론과 함께 어두운 경기장에서 터벅 터벅 걸어나왔다. 해리는 론에게 파이어볼트의 유연한 움직임과 놀라운 가속도와 정확 한 회전에 대해 말하며 성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왼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슴이 철 렁 내려앉았다.-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눈이 번득이고 있었다. 해리는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했다. "왜 그래?" 론이 놀라 물었다. 해리가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자 론이 요술지팡이를 빼들고 중얼거렸다. "루모 스!" 지팡이에서 나온 불빛이 잔디와 나무 밑동과 나부가지들을 비췄다. 막 움트기 시작한 나뭇잎들 사이에는 크룩생크가 웅크리고 있었다. "저리 가지 못해!" 론은 이렇게 고함치고 잔디밭에 놓인 돌멩이를 하나 집어들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던지기도 전에 크룩생크가 긴 황갈색 꼬리를 한번 휘 흔들고는 어디 론가 사라져 버렸다. "봤지?" 론이 돌멩이를 다시 내던지며 미친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 앤 여전히 고양이가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고 있어- 스캐버스를 잡아먹었으니 이번엔 새 를 두어 마리 꿀꺽 했을지도 몰라..."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서히 안도감이 느껴지자 그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했다. 그는 죽음의 개의 눈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시 성으로 향했다. 해리 는 잠시나마 당황했던게 창피해서 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이 환하게 밝혀진 현관 안의 홀에 도달할 때까지 앞만 보고 걸었다. 다음날 아침 해리는 파이어볼트를 들고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 려갔다. 연회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고개가 하나같이 파이어볼트 쪽으로 쏠렸다. 연회 장 안이 흥분으로 술렁거렸다. 슬리데린 팀도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녀석 얼굴 봤어?" 론이 말포이를 한번 쳐다보고 나서 싱글벙글댔다. "하긴 도저 히 믿을 수 없겠지! 네가 이렇게 멋진 빗자루를 갖고 있다는 게 말야!" 우드도 파이어볼트에 푹 빠져 있었다. "그거 여기에 놔, 해리." 그가 그 빗자루를 보란 듯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고 파이 어볼트라는 글자가 위로 가도록 조심스럽게 돌려놓았다. 곧 래번클로와 후플푸프 아이 들이 구경을 하러 왔다. 캐드리 디고리는 해리가 그렇게 훌륭한 빗자루를 갖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래번클로에 있는 퍼시의 여자 친구 피네로프 클리어워터는 파 이어볼트를 잡아봐도 되는지 넌지시 물었다. "자, 자, 피네로프, 망가뜨리면 안돼!" 그녀가 파이어볼트를 이러저리 뜯어보자 퍼시 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며 말했다. "시합 결과에 따라 10갈레온을 주기로 말 야!" 피네로프가 파이어볼트를 다시 내려놓고 해리에게 고맙다고 한 뒤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해리- 꼭 이겨야 해." 퍼시가 절박하게 속삭였다. "내겐 10갈레온이 없거든. 알았어. 곧 갈게, 피네로프!" 그리고는 그가 토스트를 먹고 있는 그녀에게로 바삐 걸어갔다. "그런데 너 그 빗자루 다룰 수 있기나 하니, 포터?"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들 렸다. 어느새 드레이코 말포이가 와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도 뒤에 있었다. "물론이지." 해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기능이 아주 다양해. 그렇지?" 말포이가 심술궂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낙하산이 없어서 어떡하니? 디멘터들이 가까이 오면 큰일이잖아." 그레이브와 고일이 낄낄거렸다. "넌 팔이 하나쯤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정말 안됐다. 말포이." 해리가 바로 맞받 아쳤다. "스니치 잡으려면 팔 두 개 가지고 어림이나 있겠니?"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말포이가 흐리멍덩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성 큼성큼 걸어갔다. 그 애들은 보나마나 말포이에게 해리의 빗자루가 정말로 파이어볼트 냐고 묻고 있을 게 뻔했다. 10시 45분이 되자 그리핀도르 팀은 모두 라커룸으로 갔다. 날씨는 후플푸프와 시합했 던 날과는 전혀 달랐다. 약한 산들바람이 부는 맑고 서늘한 날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빗줄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터였다. 해리는 긴장하기는 했 지만 퀴디치 시합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흥분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전교생이 경기장 으로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까만 학교 망토를 벗고 주머니에서 요술지팡이를 빼내어 티셔츠 속에 쑤셔 넣은 뒤 그 위에 퀴디치 망토를 입었다. 그는 요술지팡이를 써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는 문득 루핀 교수가 군중 속에서 지 켜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두들 알고 있을 거야." 라커룸에서 나갈 때 우드가 말했다. "이 시합에서 지면 우린 승산이 없어. 그저- 그저 어제 연습할 때처럼만 해 그러면 모 든 게 잘될거야!" 그들은 우레 같은 박수 갈채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걸어나갔다. 파란색 망토를 입은 래번클로 팀은 벌써 나와 경기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 팀의 여자 선수는 수색꾼을 맡은 초 챙뿐이었다. 그 애는 해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작았다. 해리는 긴장하고 잇 는 가운데서도 그 애가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양 팀이 주장 선수들 뒤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 있을 때 그녀가 미소를 짓자 해리는 기분이 약간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우드, 데이비스, 악수하세요," 후치 부인이 기분좋게 말했다. 우드는 래번클로의 주 장 선수와 악수를 했다. "빗자루에 올라타세요... 그리고 내가 호각을 불자마자... 셋- 둘- 하나-" 해리가 발로 땅을 힘껏 걷어차자 파이어볼트가 붕 하고 날아올랐다. 파이어볼트는 어떤 빗자루보다도 더 빨랐다. 그는 경기장을 날아다니면서 조던이 맡고 있는 경기 해설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부릅뜨고 스니치를 찾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날아올랐습니다. 이번 시합에서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 는 것은 바로 그리핀도르의 해리 포터가 타고 있는 파이어볼트입니다. '빗자루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 따르면 금년에 퀴디치 세계 선수권 대뢰에 참가한 국가 대표팀들이 바 로 이 파이어볼트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조던, 미안하지만 시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겠어요?" 맥고나걸 교 수가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교수님- 그저 약간의 예비 지식을 알려드리고 있는 것뿐이니까 요-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파이어볼트에는 자동 브레이크가 달려 있어서-" "조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핀도르가 퀘어플을 갖고 있군요. 그리핀도르의 케이티 벨이 골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해리는 케이티와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며 황금빛 스니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초 쳉이 바짝 뒤따라오며 계속해서 그를 가로막았으므로 도저히 방향을 바꿀 수가 없었다. "초 쳉에게 파이어볼트가 어떤 빗자루인지 한버 보여줘. 해리!" 프레드가 앨리샤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블러저를 추격하려고 옆으로 휙 지나가며 외쳤다. 래번클로 골대를 돌 때쯤 해리가 파이어볼트를 빠른 속도로 몰고 나가자 초 챙은 금 방 뒤로 처졌다. 그런데 케이티가 그 시합의 첫 득점을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그리핀도 르 응원석이 열광하고 있는 사이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스니치가 경기장 울타 리 근처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해리는 급강하했다. 초 챙도 그의 뒤를 따라 질주했다. 속도가 가속되자 흥분이 밀려 왔다. 급강하는 그의 장기 였다. 이제 3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래번클로의 몰이꾼이 친 블러저가 세차게 날아왔다. 해리는 간발의ㅡ 차이로 방향을 돌려 얼른 피했다. 하지만 그 사이 스니치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래번클로 응원석에서는 그들의 몰이꾼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지만 그리핀도르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조지 위즐리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몰이 꾼에게로 곧 장 블러저를 쳐내자. 그가 피하려고 공중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핀도르가 80대0으로 리드하고 있습니다. 저 파이어볼트가 날아가는 것 좀 보십 시오! 포터가 정말 잘 다루고 있군요. 저 돌아가는 것 좀 보세요- 챙의 빗자루 코멧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파이어볼트의 정확한 균형이 정말 돋보이는군요-" "조던! 너 파이어볼트 홍보하려고 여기에 있는 거니? 경기 해설이나 해!" 래번클로도 선전하고 있었다. 그 사이 그들이 세 골을 넣었으므로 그리핀도르와의 점 수 차는 이제 50점으로 좁혀져 있었다- 초 챙이 만약 먼저 스니치를 잡는다면 래번클 로가 이길 것이다. 해리는 래번클로의 추격꾼을 간신히 피해 더 아래로 내려가 미친 듯 이 경기장을 훑었다- 황금빛, 퍼덕이는 작은 날개- 스니치가 그리핀도르 골대를 돌고 있었다. 해리는 황금빛 점을 똑바로 쳐다보며 질주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초 챙이 나타나 그를 가로막았다. "해리, 신사 흉내를 내고 있을 때가 아냐!" 해리가 충돌을 피하려고 옆으로 비켜 서 자 우드가 고함쳤다. "정 안 되겠으면 그녀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리기라도 해!" 해리가 고개를 돌리자 초 챙이 씩 웃고 있었다. 스니치가 또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초 챙이 뒤 쫓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스니치를 찾는 게 아니라 그를 마크하기로 작정 한 것 같았다... 좋아, 그렇다면... 그녀가 그렇게 그를 계속 쫓아다닌다면, 그 결과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다시 급강하하자 초 챙은 그가 스니치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뒤따라왔 다. 하지만 해리가 빠르게 급강하를 멈추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그녀는 훡 소리내며 아 래로 지나쳐 내려갔다. 그 사이 그는 방향을 돌려 쏜살같이 위로 올라갔다. 그때 또다 시 그게 보였다- 스니치가 래번클로 응원석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속도를 더 빨리 냈다. 저 아래있는 초 챙이 다시 질주해왔다. 이제 스니치만 잡으면 이기는 것이다- 그때 - "앗!" 초 챙이 손가락질 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해리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키가 굉장히 큰 두건을 쓴 디멘터 세명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망토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요술지팡 이를 꺼내며 소리쳤다. "익스펙토 팩트로눔!" 무언가 은빛 나는 거대한 것이 그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와 디멘터들 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그러나 멈춰 서서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 정신은 여전히 놀랄 정도로 맑았다. 앞을 바라보았다. 거의 다 와 있었다. 그는 요술 지팡이를 잡고 있는 손을 쭉 뻗었다. 손가락이 발버둥치는 스니치에 간신히 닿았다. 후치 부인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공중에서 몸을 홱돌렸다. 흐릿한 진홍색 형 상 여섯 개가 쏜살같이 그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팀 선수들 전 체가 그를 부둥켜 안았다. 그 통에 그는 하마터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저 아래 관중석에는 그리핀도르들의 우레 같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했어!" 우드가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앨리샤와 안젤리나와 케이티 모두 해리 에게 입을 맞추었다. 프레드가 머리를 어찌나 세게 잡아당겼던디 해리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 선수들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해리가 빗자루에서 내려 고개를 들자 론이 그리핀도르 아이들과 함께 시끌벅적하게떠들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는 순 식간에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 파묻혔다. "그러면 그렇지! 론이 해리의 팔을 공중으로 홱 들어올리며 외쳤다. "역시 대단해!" "잘했어 해리!" 퍼시가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네 덕택에 10갈레온 벌었어! 피네로프 를 찾아야겠어, 잠깐 실례-" "잘했어 해리!" 시무스 피니간이 큰소리로 말했다. "대단히 훌륭했어!" 손에 손을 잡고 빙빙도는 그리핀도르 아이들 너머에서 해그리드 가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참 대단한 패트로누스였다." 해리의 귓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홱 돌아서자 루핀 교수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충격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멘터들이 제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어요!" 해리가 흥분해서 말했다. "전 조금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건 그것들이- 뭐랄까- 디멘터가 아니었기 때문일 게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이 리 와 보렴-" 그가 해리를 경기장 가장자리로 데려갔다. "네가 불러낸 패트로누스가 놀라게 한 건 디멘터가 아니라 말포이였단다." 루핀 교수 가 말했다. 해리는 빤히 바라보았다. 땅바닥에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과 슬리데린 팀의 주장 선수인 마커스 플린트가 서로 뒤죽박죽으로 누워 두건이 달린 긴 까만 망토를 벗으려 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말포이가 고일의 어깨 위에 서 있었건 것 같았다. 그들 곁에 는 맥고나걸 교수가 괸장히 화난 얼굴로 서 있었다. "나쁜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런 속임수를 쓰다니!" 그녀가 고함치고 있었다. "그리핀도 르의 수색꾼을 방해하려고 그렇게 야비하고 비겁한 짓을 해! 너희들 모두 징계야. 슬리 데린에서 50점 감점인 줄 알아! 이번 일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덤블도어 교수님께 말 씀드릴 테니 그리 알아라! 아, 마침 저기 오시는군!" 이건 정말 그리핀도르의 승리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론이 사람들을 헤치고 해리 쪽으로 와서 말포이가 망토에서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 보자 배를 잡고 웃었다, 고일의 머리는 여전히 망토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자 해리!" 조지가 길을 헤치고 나아가며 말했다. "파티가 있어! 그리핀도르 학생 휴게실에서, 지금!"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더없는 행복감을 느끼며 다른 선수 들과 함께 성으로 올라갔다. 그리핀도르 학생 휴게실은 벌써 꼭 퀴디치 우승컵을 타기라도 한 것 같은 분위기였 다. 파티는 온종일 계속되었고 밤까지 이어졌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는 두시간 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버터맥주와 호박주스와 허니듀크 과자들을 한아름 사들고 돌아왔 다. "그걸 어떻게 가져온 거니?" 조지가 페퍼민트 두께비 껌을 아이들에게 던지기 시작 하자 안젤리나 존슨이 물었다. "무니와 웜테일과 패드풋과 프롱스한테 약간의 도움을 받았지." 프레드가 해리의 귀 에다 대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축제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와중 에도 한쪽 구석에 앉아 '영국 머글들의 가정생활과 사회적 습관'이라는 표제가 붙은 커 다란 책을 읽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가 버터맥주병 세 개로 저글링하고 있는 탁자에서 슬쩍 빠져 나와 그녀에게로 갔다. "너 시합에는 왔었니?" 그가 넌지시 물었다. "물론 갔었지." 헤르미온느가 고개도 들지 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가 이겨서 정말 기쁘고 네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월요일까지 이걸 읽어야 해." "그러지 말고 헤르미온느. 자, 가서 좀 먹어." 해리가 론의 얼굴을 훑어면서 말했다. 그는 론이 헤르미온느와 화해할 정도로 기분이 좋은지 어떤지 궁금했다. "안돼, 해리. 읽어야 할 분량이 424쪽이나 돼!" 헤르미온느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 다. "어쨌든..." 그녀도 론을 흘끗 쳐다보았다. "저 앤 내가 끼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해리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론이 큰소리로, "만약 스캐버스가 살아있었더라면 저 파리 모양의 퍼지를 먹을 수 있었을 텐 데. 녀석은 그걸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해리가 미처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그 커다란 책을 한쪽 겨드랑이에 끼고 여자 기숙사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그 애에게 기회 좀 줄 수 없니?" 해리가 론에게 조용히 물었다. "안돼." 론이 딱 잘라 말했다. "그 애가 진심으로 후회한다는걸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 앤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을 거야. 그 앤 여전히 스 캐버스가 잠시 휴가를 떠났거나 뭐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그리핀도르의 파티는 맥고나걸 교수가 새벽 1시에 잠옷 가운을 걸치고 나타나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엄격히 말했을 때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해리와 론은 시 합 얘기를 하면서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으므로 얼른 침 대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커튼을 잡아당겨 달빛을 가리고 드러누워 곧바로 깊 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파이어볼트를 어깨에 메고 은빛 나는 하얀 형상을 따라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앞에 있는 나무들 사이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이파리들 사이로 그 형상을 어렴풋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붙잡 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냈지만 빨리 가면 갈수록 그것도 빨리 움직였다. 해리가 어떤 방목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제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때 앞에서 급히 달려가는 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 뒤 그는 모퉁이를 돌아 공터로 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안돼!" 해리는 마치 얼굴을 한 대 호되게 얻어맞은 것처럼 갑자기 잠에서 깼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침대 커튼을 더듬어 찾았다-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더니 방 맞 은편에서 시무스 피니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니?" 해리는 기숙사 방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커튼의 트인 부분을 찾고 확 열어제꼈다. 그와 동시에 딘 토마스가 등을 꼈다. 그러자 론이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의 침대 커튼 한 쪽이 찢겨져 있었다. "블랙이야! 시리우스 블랙이 칼을 들고 있었어!" "뭐?" "여기에! 지금 막! 커튼을 찢었어! 날 깨웠어!" "너 꿈꾼거 아냐, 론?" 딘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커튼을 봐! 정말이야. 그가 여기에 왔었어!" 그들 모두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해리를 선두로 방에서 나와 계단 아래로 달 려 내려갔다. 그들 뒤에서 잇따라 기숙사 방문들이 열리며 잠에 취한 목소리들이 말했 다. "누가 소리쳤니?" "너희들 뭐하는 거니?" 파티로 난장판이 된 학생 휴게실은 다 꺼져가는 벽난로 불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너 꿈꾸지 않은 거 확실해, 론?" "정말이야, 그를 봤다니까!" "왜들 이렇게 소란스럽니?" 맥고나걸 교수께서 모두들 자러 가라고 했잖아!" 어느새 여자아이들 몇 명이 잠옷을 입은 채로 내려와 연신 하품을 해댔다. 남자아이 들도 하나 둘씩 다시 나타났다. "좋았어. 이렇게 된 김에 우리 파티나 계속할까?" 프레드 위즐 리가 밝게 말했다. "모두들 이층으로 다시 올라가!" 퍼시가 허둥지둥 학생 휴게실 안으로 들어와 잠옷에 전교 회장 배지를 꽂으며 말했다. "퍼시 형- 시리우스 블랙이!" 론이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기숙사 방에! 칼을 들고! 날 깨웠어!" 학생 휴게실이 잠잠해졌다. "말도 안돼!" 퍼시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너무 많이 먹은 탓이야, 론- 악몽을 꾼 거야-" "정말이야-" "자, 이제들 그만하면 됐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초상화 구멍을 쾅 닫고 학생 휴게실로 들어 와 그들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리핀도가 시합을 이긴 건 기쁘지만 이런 터무니업는 짓을 하다니! 퍼시, 넌 좀 나 을 줄 알았다.!" "제가 이렇게 하라고 한 게 아니에요, 교수님!" 퍼시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전 저 애들에게 침대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구요! 제 동생 론이 악몽을 꾸었대 요-" "악몽이 아니라니까!" 론이 소리쳤다. "교수님, 제가 깨어나니까 시리우스 블랙이 칼 을 들고 제 옆에 서 있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터무니없는 소리 마라, 위즐리. 그가 어떻게 초상화 구멍으로 들어올 수 있었겠니?" "물어보세요!" 론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캐도간 경을 가리켰다. "그에게 블랙을 보았 는지 물어보시라구요-" 맥고나걸 교수가 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나서 다시 초상화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학생 휴게실에 있던 아니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캐도간 경, 조금 전에 그리핀도르 탑으로 어떤 남자를 들여 보냈나요?" "물론이죠! 캐도간 경이 큰소리로 외쳤다. 학생 휴게실 안과 밖 양쪽에서 모두 깜짝 놀라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 그랬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하지 만- 하지만 암호는요!" "알고 있던데요, 뭐!" 캐도간 경이 당당하게 말했다. "일주일치를 다 말예요! 작은 종 이쪽지를 보고 읽어주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초상화 구멍으로 어리벙벙해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섰 다. 그녀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새하얘졌다. "누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멍청한 녀석이 일주일치 암호를 적어 서 아무 데나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거야?" 모두들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때 네빌 롱바텀이 머리에서 발끈까지 후 들후들 떨며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제14장 스네이프 교수의 원한 그날 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성은 또다시 수색되고 있었고, 기 숙사 아이들은 모두 학생 휴게실에 모여 블랙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기만 기다리고 있 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새벽에 다시 와서는 이번에도 그가 이미 성을 빠져 나가고 없다 고 말해주었다. 그날 내내 가는 곳마다 경비는 더 삼엄해져 있었다. 플리트윅 교수는 시리우스 블랙 의 커다란 사진을 정문으로 가져가 그의 인상 착의를 인식시키고 있었고, 필치는 갑자 기 부산스럽게 복도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벽에 생긴 아주 작은 틈새에서부터 쥐구멍 에 이르기까지 틈이 보이는 곳이면 모조리 판자를 치고 있었다. 또 캐도간 경은 해고되 었다. 그의 초상화는 다시 7층의 인적이 드문 층계참으로 돌려보내졌고 뚱보 여인이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거의 완벽하게 복구되긴 했지만 여전히 겁을 먹고 있었으므로 특별 보호를 받는다는 조건하에서만 그일을 다시 하는데 동의했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험악한 괴물 트롤 경비원들이 고용되었다. 그들은 툴툴거리며 이야기하거나 서로 곤봉 크기를 비교하며 떼를 지어 위협적인 모습으로 걸어다녔다. 그러나 해리는 3층에 있는 외눈박이 마녀 석상에는 경비원이 서 있지 않다는 걸 알 아챘다. 프레드와 조지가 그 안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자신들 뿐- 물 론 이제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알고 있었지만- 이라고 했던 말이 정말로 맞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말해야 하는거 아닐까?"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 "그가 허니듀크를 통해 들어온 건 절대 아닐거야." 론이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 가게에 누가 침입했다는 말도 없었잖아." 해리는 론이 이렇게 생각하는 게 기뻤다. 만일 외눈박이 마녀 석상 앞에도 판자가 쳐 진다면 다시 호그스미드에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론은 간밤의 일로 잠시나마 유명인사가 되었다. 론은 생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해리 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자 우쭐해졌다. 그날 밤의 사건 때문에 여전히 공포 에 떨기는 했지만, 론은 누구든지 어떤 일이 있어느냐고 묻기만 하면 살까지 붙여가며 신이 나서 말해주었다. "...자고 있었는데, 글쎄 북하고 뭐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잖아. 난 꿈을 꾸는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때 바람이 휙 들어오는 거야... 깨어보니 내 침대 옆에 서 있지 뭐야... 꼭 지저분한 털로 뒤덮인 해골 같았어... 굉장히 긴 칼을 들고 있었어. 나도 그 를 바라보았지. 그런데 내가 비명을 지르자 그가 재빨리 달아났던 거야." 론의 으스스한 말을 듣고 있던 2학년 여자아이들이 가버리자 그가 해리에게 덧붙였 다. "그런데 왜일까? 그가 왜 달아났을까?" 해리도 바로 그 점을 궁금해하고 있던 차였다. 엉뚱한 침대로 들어간 것이었다면, 블 랙은 왜 론을 조용히 시키고 해리에게로 가지 않았던 걸까? 블랙은 12년 전에 이미 무 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던 사람이었다. 이번엔 아무 무기도 갖고 있지 않은 다섯 명의 소년 밖에 없지 않았던가. 더욱이 그 중 네명은 잠을 자고 있었다. "네가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을 깨우게 되면 성에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고 판 단했기 때문일 거야." 해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들켰다간 초상화 구멍으로 다시 나 가기 위해서는 기숙사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 했을 테니까 말야... 그러면 선생님들을 만 났을 테고..." 네빌은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에게 다시는 호그스미드에 갈 생각도 말라며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누구라도 그에게 탑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가르쳐주었다가는 함께 징계를 받을 줄 알라 고 못박았다. 가엾은 네빌은 매일 밤 학생 휴게실 밖에서 다른 아이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 때마다 트롤 경비원들은 그를 심술궂은 눈으로 흘겨보았다. 그러나 이런 벌들은 네빌의 할머니가 보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블랙의 침입 사건 이 있고 이틀 뒤 아침 식사시간에 그녀는 네빌에게 호울러를 보냈다. 그건 호그와트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학교 부엉이들은 평상시처럼 우편물을 들고 연회장으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커다란 외양간 부엉이가 부리로 물고 있던 진홍색 봉투 하나를 네빌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보자 그는 숨이 막히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해리와 론은 그 편 지가 호울러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론도 일년 전에 그의 엄마로부터 그걸 받은 적 이 있었다. "도망 쳐, 네빌." 론이 충고했다. 그러자 네빌은 주저하지 않고 론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가 호울러를 잡고 마치 폭탄 을 들고 있기라도 한 듯 연회장에서 뛰쳐나가자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폭소가 터져 나 왔다. 잠시 후 호울러가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으로 백 배나 커진 네빌의 할머니 목소리가 홀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녀는 네빌 때 무에 온 가족이 망신을 당했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해리는 네빌이 안됐다는 생각을 하느라 자신 앞으로도 편지 한 통이 와 있다는 사 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헤드위그가 그의 팔목을 남카롭게 물어 편지가 왔음을 알 려주었다. "아야! 아- 고마워, 헤드위그." 해리가 봉투를 쪽 짖어 여는 동안 헤드위그는 네빌의 콘플에리크를 쪼아 먹었다. 그 안에 있는 편지 내용은 이랬다. 해리와 론에게 오후 6시쯤 나와 차 한잔 하는게 어떠니? 내가 성으로 너희들을 데리러 갈게. 현관 안의 홀에서 기다려. 너희들끼리만 나오면 안되니까 말야.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해그리드 "아마 블랙에 대해 듣고 싶어서 그럴 거야!" 론이 으스대며 말했다. 오후 6시가 되자 해리와 론은 그리핀도르 탑에서 나와 트롤 경비들을 지나 현관 안 의 홀로 향했다. 해그리드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론이 반갑게 인사했다. "토요일 밤에 대해서 듣고 싶으신 거 죠, 그렇죠?" "그 얘긴 이미 들었어." 해그리드가 정문을 열어 그들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 다. "아." 론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언건 벅빅이었다. 그 히포그 리프는 커다란 날개들을 몸에 착 붙이고 해그리드의 누비이불 위에 누워 죽은 흰족제 비를 씹어먹고 있었다. 이 불쾌한 광경에서 눈을 돌리자 해그리드의 옷장문에 굉장히 커다란 갈색 양복 한 벌과 오렌지색 넥타이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저것들은 다 뭐죠, 해그리드?" 해리가 물었다. "벅빅 문제로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와 벌이게 될 소송 때 입으려구." 해그리드가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이야. 벅빅과 함께 런던에 갈거야. 구조버스에 침대 두 개를 예약해 두었어..." 해리는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벅빅의 소송 날짜가 벌써 그렇게 가까워졌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론의 얼굴에 나타난 불편한 표정으로 볼 때 그 역시 같은 생각 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또한 벅빅의 변호 준비를 돕겠다고 한 약속도 잊고 있 었다. 그동안 파이어볼트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는 그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둥그렇게 생긴 과자를 먹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해그리드가 만든 과자들을 먹고 몇 번 골탕을 먹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너희 둘과 의논할 게 있어." 해그리드가 그들 사이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뭔데요?" 해리가 물었다. "헤르미온느 얘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 애가 어때서요?" 론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 애는 요즘 몹시 우울해하고 있어. 그 애는 크리스마스 이후 날 여러 번 찾아왔었 다. 외로워하는 것 같더라. 처음에는 너희들이 파이어볼트 때문에 말을 걸지 않더니 이 젠 그 애의 고양이 때문에-" "-스캐버스를 잡아먹었어요!" 론이 그 생각만 하면 화가 치민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 며 말했다. "그 애의 고양이는 모든 고양이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야." 해그리드가 끈덕지게 말 했다. "그 앤 몇 번이나 울었어.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지. 힘에 겨운 일을 계획했던 것 같아. 한꺼번에 모든 걸 다하려 했으니 말야. 그런데도 짬을 내서 벅빅의 소송을 도와 주었어... 그애가 정말로 좋은 자료들을 찾아주었지... 벅빅은 이제 충분히 승산이 있 어..." "해그리드, 저희도 도와드렸어야 하는 건데- 죄송해요-" 해리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 다. "너희들을 탓하려는게 아냐!" 해그리드가 해리의 사죄를 마다하며 말했다. "너도 할 일이 많았잖아. 네가 밤낮으로 한시간씩 퀴디치 연습하는거 다 봤어- 하지만 난 너희 둘 다 빗자루나 쥐보다는 친구를 더 소중히 여길 줄 알았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 뿐이야." 해리와 론은 서로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블랙이 널 찔러 죽일 뻔했을 때 그 앤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어, 론. 그 앤 본성이 착하고 인정미가 있는 애야.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그런 그 애에게 너희들이 말도 걸 려하지 않다니-" "저 고양이만 없앤다면 전 당장이라도 다시 말할 수 있어요!" 론이 화를 내며 말했 다. "하지만 그애가 그 놈의 고양이를 없애기는 커녕 여전히 감싸고만 있잖아요! 그 앤 그 미친 고양이에게 불리한 말은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구요!" "그래, 사람들은 때로 자신들의 애완 동물들에 대해선 조금 무감각해질 수 있어." 해 그리드가 현명하게 말했다. 그의 뒤에서 벅빅이 해그리드의 배게 위로 휜족제비 뼈를 툭툭 뱉어냈다. 그 뒤 그들은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우승컵을 탈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한참 동 안 얘기했다. 9시가 되어서야 해그리드는 그들을 다시 성까지 바라다주었다. 학생 휴게실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게시판 주위에 잔뜩 모여 있었다. "호그스미드에 또 가는군. 다음 주에!" 론이 목을 쑥 내밀어 새롭게 게시된 공고문을 훑으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니?" 자리에 앉으면서 그가 해리에게 조용히 덧붙였다. "글세, 필치가 허니듀크로 들어가는 통로에 아무 것도 해 놓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 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긴 한데..." 해리가 훨씬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오른쪽에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그녀를 찾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그들 바로 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자신을 가리고 있던 책 들을 치우며 말했다. "해리, 또다시 호그스미드에 가면...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그지도에 대해 당장 말할 테야!"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리니, 해리?" 론이 헤르미온느는 쳐다보지도 않고 딱딱거 렸다. "론, 넌 어떻게 된 애가 해리를 또다시 부추길 생각을 할 수 있니? 시리우스 블랙이 하마터면 널 죽일 뻔 했는데도 말야! 나 농담하는 거 아냐, 정말로 말할 테니까 알아서 해-" "그러니까 이제 해리를 쫓겨나게 하겠다. 이거로군!" 론이 볼멘 소리로 말했다. "너 금년엔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니?"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맞받아치려는 순간 휙 하며 크룩생크가 그녀의 무릎 위 로 뛰어올랐다. 헤르미온느가 겁먹은 얼굴로 론의 표정을 살피더니 크룩생크를 끌어안 고 허둥지둥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어때?" 론이 마치 중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리에게 물었다. "지난 번에 갔 을 땐 하나도 보지 못했잖아. 넌 심지어 종코의 장난감 가게도 들어가보지 못했잖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듣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좋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투명 망토를 가져갈거야." 토요일 아침 해리는 가방 속에 투명 망토를 집어 넣고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주머 니 속에 밀어 넣은 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헤르미온느는 계속 해서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의 눈길을 피 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 정문으로 나아가는 사이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있는 대리석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척했다. "안녕!" 해리가 론에게 소리쳤다. "잘 갔다 와!" 론이 씩 웃으며 눈짓을 해 보였다. 해리는 허둥지둥 3층으로 올라가며 주머니에서 지도를 살짝 꺼냈다. 그리고 외눈박이 마녀 석상 뒤에 쪼그리고 앉아 꼬깃꼬깃하게 접혀진 지도를 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점 하나가 그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리는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옆에 네빌 롱바텀이라는 작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해리는 얼른 요술지팡이를 꺼내 '디센디움!' 이라고 중얼거리곤 가방을 석상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기어들어가기도 전에 모퉁이에 네빌이 나타났다. "해리! 너도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았는지는 몰랐어!" "안녕, 네빌." 해리가 석상에서 부리나케 나와 지도를 주머니속에 쑤셔넣으며 말했 다. "너 뭐하는 거니?" "아무것도." 네빌이 어깨를 으쓱했다. "카드게임 할레?" "어- 나중에- 난 도서관에 가서 루핀 교수가 내주신 흡혈귀에 대한 논술숙제를 해 야 하거든-" "나도 같이 가!" 네빌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나도 아직 하지 않았거든!" "어- 잠깐만- 맞아, 그건 어제 끝냈지. 내 정신 좀 봐!" "잘됐네. 그럼 나 좀 도와줘!" 네빌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난 마늘에 관한 건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 흡혈귀들이 그걸 먹어야 하는 거니, 아니면-" 그가 해리의 어깨 너머를 보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스네이프 교수가 서 있었다. 네빌이 재빨리 해리 뒤로 가서 섰다. "너희 둘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스니이프 교수가 다가와서 해리와 네빌을 의심 스런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았다. "참 이상한 곳에서 만나고 있구나-" 스네이프 교수의 까만 눈이 걱정스럽게도 그들 맞은편에 있는 문간으로 홱 움직였다 가 외눈박이 마녀 석상 쪽으로 쏠렸다. "저흰-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게 아니에요." 해리가 얼른 대꾸했다. "그냥 여기서 우연 히 만난 것 뿐이에요." "그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넌 전혀 뜻밖의 장소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구나, 포터. 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그곳에 있지는 않았을텐데... 둘 다 당장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거라." 해리와 네빌은 두말 없이 그곳에서 나왔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 해리는 뒤를 돌아보 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한 손으로 외눈박이 마녀석상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조 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해리는 뚱보여인 초상화 앞에서 암호를 가르쳐주고 깜빡잊고 흡혈귀에 대해 숙제하 던 걸 도서실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해서 네빌을 따돌리고는 다시 돌아나왔다. 일단 트롤 경비원들이 보이지 않자 그는 지도를 다시 꺼냈다. 3층 복도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지도를 유심히 살피던 그는 세베루스 스 네이프라는 꼬리표가 붙은 작은 점이 이제 그의 사무실로 돌아가 있는 걸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는 외눈박이 마녀 석상에게로 다시 달려가 곱사들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양피지에서 지도가 사라지게 한 뒤 출발했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푹 뒤집어 쓴 채로 허니듀크 밖으로 나와 론의 등을 쿡 찌렀다. "나야." 그가 비밀히 말했다. "왜 이렇게 늦은 거니?" 론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에게 걸렸었어..." 그들은 거기서 걸어나갔다. "너 어디에 있니?" 론이 계속해서 비밀히 말했다. "여전히 거기 있니? 기분이 정말 이상해..." 그들은 우체국으로 갔다. 론은 해리가 잘 둘러볼 수 있도록 이집트에 있는 빌 형에게 부엉이를 보내는 값을 알아보는 척 했다. 커다란 회색 부엉이에서부터 해리의 손바닥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부엉이('시내 배달만 담당')까지 산백 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 부엉이들이 죽 앉아서 부드럽게 부엉부엉 울어대고 있었다. 그 뒤 그들은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들렀다. 그곳엔 학생들이 어찌나 꽉 들어차 있던 지 해리는 실수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밟아 공연스레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굉장 히 조심해야 했다. 그곳에는 프레드와 조지의 얼토당토않은 공상들조차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재미난 장난감들로 가득했다. 해리는 론에게 망토 밑으로 금화를 조금 건네주며 그것들을 사달라고 작은 소리로 부탁했다. 종코의 장난감 가게를 나왔을 때 지갑은 들어갈 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 있었지만, 주머니는 똥 폭탄과 딸꾹질 사탕과 개구리 알 비누와 코를 무는 찻잔으로 불룩해져 있었다. 그 날은 날씨가 화창하고 상쾌 해서 실내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들은 스리 브룸스틱를 지나 영국에서 유령 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으로 올라갔다. 그 흉가는 다른 지 역들보다 약간 높은 지대에 서 있는데다 창문마다 널빤지가 둘러쳐져 있고 정원에 잡 초가 우거져 있어서인지 대낮인데도 으스스해 보였다. "호그와트의 유령들초차도 그 집엔 가길 꺼린대." 론이 울타리에 기대어 서서 오두막 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러는데... 이곳엔 굉장히 거친 유령들 이 있다고 들었데.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야. 프레드와 조지 형도 물론 들어가 보려고 했었지. 하지만 모든 입구가 다 막혀 있었데..." 비탈길을 올라오느라 너무 더웠으므로 해리가 잠시나마 투명망토를 벗을까 생각하 고 있을 때 근처에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누군가가 오두막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조 금 뒤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나타났다. 말포이가 말하고 있었다. "...조만간 아빠가 부엉이를 보내실 거야. 아빠가 청문회에 가셔서 내 팔에 대해 말씀 하셨거든. 내가 석 달 동안 팔을 쓰지 못했다고 말야..." 크레이브와 고일이 낄낄거렸다. "저 털보 멍청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변호하는 모습을 꼭 봤어야 하는 건데 말야... '히포그리프는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저 히포이크는 이제 죽은거나 다름없어-" 그때 말포이가 론을 발견했다. 그의 핏기 없는 얼굴이 심술궂게 일그러졌다. "여긴 왠일이야, 위즐리?" 그러더니 말포이는 론 뒤편에 서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에서 살고 싶어서 그러니, 위즐리? 네방을 갖고 싶어서? 네 가족은 모두 한방에 서 잔다며?" 해리가 말포이에게 덤벼들려는 론의 망토 자락을 잡았다. "내게 맡겨둬." 그가 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말포이를 곯려주기엔 더없이 좋은 기외였다. 해리는 살금살금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 뒤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길에서 진흙을 한줌 퍼올렸다. "우린 방금 네 친구 해그리드에 대해 말하고 있던 중이었어." 말포이가 론에게 말했 다. "그가 위험한 동물처리 위원회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지. 그들이 그 히포이그리프의 목을 베면 그가 울까-" 철벅. 진흙이 말포이의 뒤통수를 치자 그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졌다. 그의 은빛 머리에서 진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얼빠진 얼굴로 뺑글뺑글 돌며 주위를 둘러보자 론은 우 스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야? 누가 그런 거지?" "여긴 유령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잖아, 안그래?" 론이 시치미를 뚝 떼고 너무도 당연 하다는 듯 말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다. 튼튼한 근육도 유령들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말포이는 아무도 없는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해리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오물이 고여있는 특히 질척한 진창길로 살금살금 걸어갔 다. 철벅. 이번에는 크레이브와 고일이 진흙을 뒤집어썼다. 고일이 미친 듯이 날 뛰며 작고 흐 리멍덩한 눈에 퉌 진흙을 쓱 문질러 닦아냈다. "저쪽에서 튀었어!" 말포이가 얼굴을 닦으며 해리의 왼쪽에서 2미터 가량 떨어진 지 점을 빤히 바라보았다. 크레이브는 꼭 좀비(죽은 자를 되살아나게 한다는 영력으로 되살아난 무의지의 인간 : 옮긴이)처럼 긴 팔을 쭉 내밀고 머뭇머뭇 앞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그의 옆으로 살짝 비켜서서 막대기를 하나 집어들고 크레이브의 등에다 던졌다. 크레이브가 누가 던졌는 지 보려고 빙그르르 돌자 해리는 소리를 죽이고 배를 잡고 웃었다. 크레이브는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론밖에 없다는 걸 알고 그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해 리가 발을 걸어 크레이브를 넘어뜨렸다. 그런데 그의 커다랗고 납작한 발이 해리의 망 토 자락에 걸리고 말았다. 그 순간 힘껏 잡아당겨지는 게 느껴지더니 해리의 얼굴에서 망토가 스르르 미끄러졌다. 잠시 말포이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으으으!" 그가 해리의 머리를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그 뒤 그는 크레이브와 고 일과 함께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언덕 아래로 줄행랑을 놓았다. 해리가 망토를 다시 위로 끌어당겼지만 일이 이미 크게 벌어진 뒤였다. "해리!" 론이 해리가 사라진 지점을 절망적인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달아나는 게 좋겠어! 말포이가 누구에게든 말하기라도 하면-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빨 리-" "그럼 나중에 보자." 해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두말 없이 언덕을 내려갔다. 말포이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까? 누구든 말포이의 말을 믿을까? 투명 망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포이가 어떤 말이든 한다면 덤블도어 교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지 금방 알아챌 것이다- 해리는 허니듀크로 돌아와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돌계단을 지나 지하실 문 으로 나간 뒤 망토를 벗어 겨드랑이에 낀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말포이가 먼저 도착 했을 것이다... 그가 선생님을 찾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옆구리가 걸렸지만 해리는 동 미끄럼대에 도달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망토를 여기에 두고 가야만 했다. 말포이가 선생님께 일러바치기라도 했다면 너무 위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두운 구석에 망토를 숨긴 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기어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손에 서 땀이 나 자꾸 미끄러졌다. 그는 마녀의 곱사등 안쪽에 도달해 지팡이로 살짝 두드리 고 머리를 쭉 내민 뒤 몸을 위로 끌어당겼다. 그런데 곱사등이 닫히고 해리가 석상 뒤 로 펄쩍 뛰어내리자마자 급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 교수였다. 그는 까만 망토를 휘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해리 앞에 멈춰 섰다. "역시 그랬군." 그가 말했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스네이프 교수의 얼굴엔 득의 양양한 표정이 역력했다. 해리는 땀에 젖은 얼굴이며 진흙투성이의 손이 걱정되었지만, 결백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손 을 얼른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같이 좀 가자,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망토 안쪽 에 손을 닦았다. 그들은 지하 감옥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간 뒤 스네이프 교수의 사 무실로 들어갔다. 해리는 전에 딱 한번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굉장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책상 뒤편 선반에서 지난번에 없었던 끔찍하게 생긴 것들이 몇 개 더 병에 담 져 죽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난로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더욱 더 무시무시한 분위 기를 자아냈다. " 앉아라."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스네이프 교수는 앉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말포이가 방금 내게 와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애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우연히 위즐리를 만났다고 하더구나- 분명히 그 애뿐이었다고 말이다." 해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포이 말로는 위즐리와 마주서서 말하고 있었는데 진흙이 뒤통수를 쳤다고 하더구 나.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해리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모르겠는데요,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꼭 히포그리프를 노려보아 꼼짝 못하게 하는 눈빛 같았다. 해리는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말포이 군은 그 뒤 이상한 유령을 보았다고 하더구나. 그게 무엇이었을 것 같니, 포 터?" "모르겠는데요." 해리가 애써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의 머리였단다, 포터.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는구나."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애는 폼프리 부인께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해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런 걸 보았다면 말이에요-" "너의 머리가 호그스미드에서 무얼 하고 있었겠니,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너의 머리는 호그스미드에 가면 안 되는데 말이지. 네 몸의 어떤 부분도 호그 스미드엔 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잖니." "그러게나 말이에요." 해리가 얼굴에서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없애려고 계속 애쓰며 말했다. "말포이가 헛것을 본 것 같네요-" "말포이가 헛것을 본 게 아냐." 스네이프 교수가 무서운 어조로 말하며 허리를 굽혀 양손으로 해리가 앉아있는 의자 팔걸이를 잡고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네 머리가 호그 스미드에 있었다면 네 몸도 그곳에 있었겠지." "전 그리핀도르 탑에 있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데로-"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해줄 사람이라도 있니?"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네이프 교수의 가느다란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다. "마법부 사람들은 모두," 그가 몸을 다시 똑바로 세우며 말했다. "유명한 해리 포터 님을 시리우스 블랙에서 보호하려고 그렇게 애쓰고 있는데 막상 당사자인 유명한 해리 포터께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다니다니. 보통 사람들에게 그의 안전이나 걱정케 하면 서 말야! 유명한 해리 포터께서는 결과는 어떻게 되든 말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돌 아다닌다 이 말이지." 해리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스네이프 교수는 진실을 말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그는 그 수작에 말려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스네이프 교수에겐 아무 증거가 없었다- 아직은. "어쩌면 네 아버지와 그렇게도 똑같니, 포터." 스네이프 교수가 눈을 반짝이며 불쑥 그의 아버지를 들먹였다. "네 아버지도 굉장히 오만했지. 퀴디치를 조금 잘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아주 깔보았단다. 친구들이나 숭배자들과 함께 거들먹거리기나 하면서 말이 다... 둘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니." "우리 아버지는 거들먹거리지 않았어요." 해리가 자제하지 못하고 대들었다. "저도 물론 그렇구요." "네 아버지도 역시 규칙들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지." 스네이프 교수가 이때다 싶 었는지 악의에 찬 얼굴로 계속했다. "퀴디치 우승컵 수상자인 네 아버지에겐 규칙은 하 찮은 사람들이나 지키는 것에 불과했단다. 얼마다 뻐기고 다녔던지-" "그만하세요!" 해리는 벌떡 일어섰다. 프리벳가에서의 마지막 날 밤 이후 그렇게 분노를 느꼈던 적 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스네이프 교수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의 까만 눈이 위험하게 번득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니, 포터?" "우리 아버지에 대해 그만 말하라고 했어요!"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전 다 알아요. 아버지가 교수님의 생명을 구해주셨죠!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 아버 지가 아니었다면 교수님은 이곳에 계시지 못했을 거예요!" 스네이프 교수의 누런 피부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러면 교장선생님이 네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내 생명을 구하게 되었는지도 말해 주셨니?"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귀중한 포터가 듣기 거북한 것들은 골라 내고 말씀하신 모양이로구나." 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것을 시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젖어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포터." 그 가 심술궂게 씩 웃으며 말했다. "넌 훌륭한 영웅적 행동을 상상하고 있었겠지, 물론? 그렇다면 내가 바로잡아 주지- 너의 거룩하신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은 내게 대단히 위 험한 장난을 쳤단다. 네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겁을 먹지 않았다면 날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장난이었지. 네 아버진 내 생명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생명도 구했던 거야. 만약 그 장난이 성공했다면 호그와트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말이다." 스네이프 교수의 고르지 못한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꺼내라, 포터!" 그가 갑자기 명령하듯 말했다. 해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귓가에 고함소리가 들렸다. "얼른 꺼내지 못해. 그렇지 않으면 당장 교장실로 데려갈 테다! 꺼내, 포터!" 해리는 잔뜩 겁에 질려서 천천히 종코의 장난감 가게 봉투와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꺼냈다. 스네이프 교수가 종코의 장난감 가게 봉투를 집어들었다. "론이 준 것들이에요."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가 론을 만나기 전에 귀띔해 줄 기회가 있길 바라며 둘러댔다. "론이- 지나번에 호그스미드에서 사다 준 거에요-" "그래? 그러면 그 이후로 죽 갖고 다녔단 말이니? 정말로 감동적이구나... 그러면 이 건 뭐지? 스네이프 교수가 지도를 집어들었다. 해리는 태연한 척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냥 혹시 쓸 데가 있을까봐 여분으로 갖고 다니는 양피지 조각이에요." 그가 어깨 를 으쓱하며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지도를 뒤집었다. "설마 이렇게 낡은 양피지 조각이 필요하진 않겠지?" 그가 말했다. "이건 그냥- 버리 는 게 어떨까?" 그의 손이 불쪽으로 움직였다. "안돼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스네이프 교수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 "이것도 위즐리가 사다 준 소중한 선물이니? 아니면 투명잉크로 쓰여진 편지? 아니면- 디멘터들을 지나 지 않고 호그스미드로 들어가는 방법?" 해리가 눈을 깜작였다. 스네이프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어디 보자. 어디 봐..." 그가 요술지팡이를 꺼내고 지도를 책상 위에 쫙 펼놓으며 중 얼거렸다. "비밀을 털어놔." 그가 요술지팡이를 양피지에 갖다대며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리는 손이 떨리지 않도록 꽉 움켜줘었다. "정체를 드러내!" 그러면서 스네이프 교수는 그 지도를 툭 건드렸다. 여전히 헛수고였다. 해리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했다. "호그와트의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명령하노니, 감추고 있는 비밀을 당장 털어 놔!" 스네이프 교수가 지팡이로 지도를 치며 말했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쓰기라도 하는 듯 지도의 매끄러운 면에 글자들이 나 타났다. "무니 씨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군요. 그리고 다른 사람 일에는 쓸 데없이 참견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스네이프 교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리는 놀라서 말도 못하고 그 메시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지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밑에 더 많은 글들이 나타 나고 있었다. "프롱스 씨도 무늬 씨와 동갑이랍니다.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는 심술궂은 멍텅구리라 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는군요. 만냑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  않았다면 그건 아주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패드풋씨는 그런 얼간이가 교수가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말을 하 고 싶다고 합니다." 해리는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지도가 이미 마지막 말을 한 뒤였다. "웜테일 씨는 스네이프 교수에게 이만 작별을 고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 그가 머리 좀 감으라는군요." 해리는 주먹이 날아오길 기다렸다. "그렇다면..." 스네이프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렇게 한번 해 보지..." 그가 난롯가로 성큼 걸어가더니 난로 위에 있던 어떤 병에서 반짝이 가루 한 줌을 집어 불꽃 속으로 던졌다. "루핀!" 스네이프 교수가 불에다 대고 도움을 청했다. "얘기 좀 해야 겠네!" 해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불이 빙글빙글 돌더니 안에 서 커다란 형체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뒤 벽난로에서 루핀 교수가 기어올라와 초라한 망토에서 재를 떨어냈다. "불렀나,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온화하게 말했다. "그렇네." 스네이프 교수가 화난 얼굴로 다시 책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포터가 막 주머니들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라고 했더니 그 애가 이것을 갖고 있었네." 스네이프 교수가 무니 씨와 웜테일 씨와 패드풋 씨와 프롱스 씨의 말들이 여전히 반 짝이고 있는 양피지를 가리켰다. 루핀 교수의 얼굴에 뭔가 알 수 없는 야릇한 표정이 스쳤다.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말을 이었다. 루핀 교수가 계속해서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해리는 루핀 교수가 무언가를 빨 리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다시 말했다. "이 양피지는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 차 있 는게 틀림없네. 이건 자네의 전문 분야가 아닌가, 루핀. 포터가 그런 걸 어디서 구한 것 같나?" 루핀 교수가 고개를 들고 해리 쪽을 흘끗 쳐다보며 그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어둠의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니?" 그가 온화라게 말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 나, 세베루스? 내겐 그저 그걸 읽은 사람을 모욕하는 양피지 조각으로만 보이는데. 유 치하긴 해도 결코 위험하지는 않을걸세. 해리는 그저 장난감 가게에서 구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굳어졌다. "그 애 가 장난감 가게에서 그걸 구했다구? 그 애가 그걸 만든 사람에게서 직접 받은 거라고 생각되지 않나?"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 루핀 교수의 말도 알아 듣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자네 말은 웜테일 씨나 이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그걸 이애에게 주었단 말인가?" 그가 고개를 돌려 해리에게 물었다. "해리, 이 사람들 아니?" "아뇨."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것 보게,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스네이프 교수에게로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물건인 것 같군-" 바로 그때 론이 사무실 안으로 불쑥 들이닥쳤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스네이프 교수 의 책상 앞으로 걸아가 결리는 옆구리를 움켜줘고 말했다. "제가- 해리에게- 그걸- 주었어요." 그는 숨이 차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종코 의- 장난감 가게에서- 사다주었어요... 오래 전에요..." "그것 보게!" 루핀 교수가 손뼉을 치며 기분 좋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의심이 풀린 것 같군! 세베루스, 이건 내가 가져가겠네." 그가 지도를 접어 망토 속에다 쑤셔 넣었다. "해리, 론, 너희들도 함께 가자. 내가 내준 흡혈귀에 대한 논술숙제에 대해 할 말이 있단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네, 세베루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방을 나왔다. 그와 론과 루핀 교수는 현 관 안의 홀로 다시 나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뒤 해리가 루핀 교수에게 돌 아섰다. "교수님, 전-" "설명은 듣고 싶지 않구나." 루핀 교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텅 빈 홀을 흘끗 바라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 "이 지도는 몇 년 전 필치 씨가 압수한 것이지. 그래, 그게 지도라는 걸 알고 있단다." 해리와 론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며 그가 계속 말했다. "그 게 어떻게 네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네가 그걸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는 게 좀 실망스럽구나. 아무튼 네게 되돌려 줄 수가 없겠구나, 해리." 그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해리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볼 생각에 항의할 수도 없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왜 제가 그걸 그 지도 제작자에게서 받았다고 생각한 거죠?" "왜냐하면..." 루핀 교수는 망설였다. "왜냐하면 이 지도 제작자들이 널 학교 밖으로 불러내고 싶어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그게 굉장히 재미있다고 여길 테 니까 말이다." "그들을 아세요?" 해리가 물었다. "우린 만난 적이 있지."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해리를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 게 바라보고 있었다. "널 또다시 두둔해 주리라고 기대하지는 마라, 해리. 네게 아무리 시리우스 블랙을 조심하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구나. 하지만 난 디멘터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들리 는 네 부모의 비명소리가 널 깨닫게 해주었을 거라고 믿었단다. 네 부모는 널 살리기 위해 돌아가셨잖아, 해리. 그런데 네가 그들의 희생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니."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의 사무실에서 보다도 훨씬 더 참담함을 느꼈다. 루핀 교수가 가버리자 그는 론과 함께 천천히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외눈박이 마녀 석상을 지나 칠 때 해리는 문득 투명 망토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여전히 저 밑에 있었다. 하지만 감히 가지러 갈 수가 없었다. "내 잘못이야." 론이 불쑥 말했다. "내가 가자고 했잖아. 루핀 교수의 말이 옳아. 그 건 어리석은 짓이었어. 우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트롤 경비원들이 걸어다니고 있는 복도에 다다르자 헤르미 온느가 그들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들은 게 분명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녀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말 했을까? "고소하다고 말하려고 온거니?" 그녀가 그들 앞에 멈춰 서자 론이 사납게 물었다. "아니면 벌써 선생님에게 일러바치고 오는 길이니?" "아냐."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그저 너희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해그리드가 소송에서 졌어. 벅빅이 죽게 될거 야." 제15장 퀴디치 결승전 "해그리드가- 내게 이걸 보냈어." 헤르미온느가 편지를 내밀며 말했다. 해리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양피지는 축축했고 커다란 눈물방울들 때문에 잉크가 번 져서 읽기가 아주 어려웠다. 헤르미온느에게 우린 소송에서 졌어. 녀석을 호그와트로 데러갈 거야 사형 날짜는 정해졌어. 녀석은 런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우릴 도와준 거 잊지 않을게 해그리드 "이럴 수는 없어." 해리가 말했다. "이럴 수는. 벅빅은 위험하지 않아. "말포이의 아버지가 위원회를 위협해서 그렇게 하도록 한거야."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위원회 사람들은 그저 허약하고 멍 청한 늙은이들에 불과해. 겁먹은 거지 뭐. 하지만 항소가 있을 거야. 절차가 항상 그렇 거든. 다만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게 걱정이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론이 맹렬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일을 너 혼자 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 내가 도와줄게." "오, 론!" 헤르미온느가 론의 목을 끌어안더니 정신없이 울었다. 론은 완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거렸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몸을 뒤로 뺐다. "론, 스캐버스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미안해..." 그녀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어- 녀석은 늙었었어." 그녀가 그를 놓아주자 론이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 고 좀 쓸모 없기도 했어. 어쩌면 이참에 엄마와 아빠가 내게 부엉이를 사주실지도 몰 라." 블랙의 두 번째 침입 이후 더 철저해진 안전 조치들 때문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는 저녁에 해그리드를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신 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뿐이었다. 그는 히포그리드의 평결에 대한 충격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것 같았다. "모두 내 잘못이야.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었어. 그들이 까만 망토를 입고 앉아서 모 두 나만 바라보고 있었어. 난 계속해서 노트를 떨어뜨렸고 헤르미온느 네가 찾아준 날 짜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데 그런데- 루시우스 말포이가 일어서서 녀석의 형기를 말했고 그들은 그저 그의 말대로 했어..." "아직 항소가 있어요!" 론이 맹렬하게 말했다.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계속 조사하고 있어요!" 그들은 학교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시 성으로 향했다. 앞에서는 말포이가 크레이브 와 고일과 함께 걸어가면서 계속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며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아무 소용없어 론." 성 계단에 도달했을 때 해그리드가 슬프게 말했다. "그 위원회 는 말포이의 수증에 있어.난 그저 벅빅이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하게 보내길 바랄 뿐이 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해..." 그러더니 해그리드는 홱 돌아서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는 급히 오두맏 쪽으로 걸어 갔다. "엉엉 울고 있는 저 꼬락서니 좀 봐!"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성 안쪽으로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너희들 저렇게 애처로운 모습 본 적 있니?" 말포이가 비웃듯이 말했다. "저런 사람 이 우리의 선생이라니!" 해리와 론 모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말포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어느새 헤르미온느가 먼저 그에게로 갔다- 찰싹! 그녀가 있는 힘껏 말포이의 따귀를 때렸다. 말포이가 비틀거렸다. 해리와 론과 크레 이브와 고일이 깜짝 놀라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때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손을 들어 올 렸다. "해그리드가 애처롭다고? 이 비열한 자식아-" "헤르미온느!" 론이 가냘프게 그녀를 부르며 손을 잡으려고 하자 그녀가 마지못해 손 을 내렸다. 그러나- "저리 가, 론!" 헤르미온느가 다시 요술지팡이를 꺼내자 말포이가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크레이브 와 고일이 어쩔 줄 모르고 말포이의 지시를 기다리며 바라보았다. "가자." 말포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 셋 모두 지하 감옥으로 들어 가는 통로로 사라졌다. "헤르미온느!" 론이 어리벙벙하기도 하고 감동 받기도 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 다. "해리, 퀴디치 결승전에서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려!" 헤르미온느가 날카로 운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 슬리데린이 이기는 꼴은 절대 못 보겠 어!" "마법 수업 시간이야." 론이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말했 다. "가는 게 좋겠어." 그들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 허둥지둥 폴리트윅 교수의 교실 쪽으로 갔다. "늦었구나!" 해리가 교실 문을 열자 폴리트윅 교수가 꾸짖듯이 말했다. "자 빨리빨리, 요술지팡이들을 꺼내라. 오늘은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실습할 거란다. 우린 벌 써 두명씩 짝을 지었단다-" 해리와 론은 서둘러 교실 뒤편의 책상으로 걸어가 가방을 열었다. 론이 뒤를 돌아보 았다. "헤르미온느는 어디로 갔지?" 해리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르미오느는 교실로 들어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해리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그녀는 바로 옆에 있었다. "이상하네." 해리가 론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화장실에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간 내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애도 수업에 들어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론 이 씩 웃으며 말했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은 확실히 그들의 기분을 굉장히 좋 아지게 했었다. 헤르미온느는 점심을 먹으러 오지도 않았다. 애플파이를 다 먹었을 때쯤 '기분을 좋 아지게 하는 마법'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어서인지 해리와 론은 다소 걱정되기 시작했 다. "설마 말포이가 그 애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급히 이층으로 올라가 그리 핀도르 탑으로 향할 때 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트롤 경비원들을 지나 뚱보 여인에게 암호('수다쟁이')를 말한 뒤 초상화 구멍 을 통해 학생 휴게실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테이블에 앉아서 펼쳐진 산술점 책에 얼굴을 대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앉았다. 해리가 그녀를 건드려 깨웠다. "뭐-뭐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멍하니 둘러 보았다. "갈 시간이니? 이-이제 어느 수업이지?" "점술 수업. 하지만 아직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너 왜 마법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니?" "뭐라구? 이런!" 헤르미온느가 우는 소리로 말했다. "마법 수업에 가는 걸 까먹었어."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어?" 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교실 문 앞까지 우리와 함께 있었잖아!" "나도 모르겠어!" 헤르미온느가 울면서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와계셨니? 오, 말포 이 때문이었어. 그 애에 대해 생각 하다가 그만 다른 일들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거야!" "헤르미온느," 론이 헤르미온느가 배게로 사용한 커다란 산술점 책을 내려다보며 말 했다. "너 몸이 쇠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많은 걸 하려 드니까 그렇지." "아냐,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가방을 바라보았다. "그저 실수한 것뿐이야. 그게 다야! 난 가서 플리트윅 교수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겠어... 그럼 점술 수업 시간에 보자!" 20분 뒤 헤르미온느는 매우 초조한 얼굴로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로 올라가는 사다리 앞으로 왔다. "내가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놓치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건 분명히 시험에 나올 거야. 플리트윅 교수가 넌지시 그렇게 말했거든!" 그들은 함께 사다리를 올라가 어둡고 숨막힐 듯한 방으로 둘어갔다. 작은 테이블마다 진주빛 안개가 가둑 찬 수정 구슬이 빛을 내고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흔들 흔들하는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난 다음 학기나 되어야 수정 구슬을 시작할 줄 알았어." 론이 혹시 트릴로니 교수가 근처에 숨어있을까봐 조심스럽세 주위를 둘러보며 비밀스레 말했다. "불평하지 마. 이젠 더 이상 그 지긋지긋한 손금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 테 니까." 해리도 역시 소근소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그 교수가 내 손을 볼 때마다 움찔움찔 하는 데 질렸거든." "안녕들 하세요!" 귀에 익은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트릴로니 교수가 평상시처럼 어둠 속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우유빛 나는 수정 구슬에 얼굴을 비추며 흥분했다. "여러분에게 예정보다 조금 일찍 수정 구슬을 소개해드리기로 했습니다." 트릴로니 교수가 난로에 등을 대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점을 쳐본 결과 6월에 있을 여러분들의 시험이 수정 구슬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충분히 연습할 기회를 주려고 이렇게 결정했어요." 헤르미온느가 코방귀를 뀌었다. "솔직히... '내가 점을 쳐본 결과'라니... 시험은 누가 내는데? 바로 교수님 자신이잖 아! 굉장히 놀라운 예측이로군!" 그녀가 굳이 목소리를 낮추려고도 하지 않고 말했다. 해리와 론은 웃음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의 얼굴이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 그녀가 그 말을 들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했다. "수정 구슬을 보는 건 특히 정교한 마법입니다." 그녀가 꿈결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여러분이 무한히 깊은 구슬을 들여다보고 단번에 모든 걸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선 여러분의 의식과 눈의 긴장을 푸는 연습부터 시작할 것입니 다." -론은 웃음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자 소리가 나는 걸 막기 위해 입속에 주 먹을 집어넣어야만 했다- "내면의 눈과 초의식이 깨끗하게 되도록 말입니다. 운이 좋 다면 여러분들 가운데 몇 명은 수업이 끝나기 전에 읽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각자 앞에 놓인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멍하니 수정 구슬을 바라봐야 하는 자신이 한없이 미 련스럽게 느껴졌다. 론은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낄낄거렸르며 헤르미온느는 계속 툴툴 거렸다. "뭐 좀 보이니?" 해리가 15분쯤 유리 구슬을 들여다보다가 그들에게 물었다. "응. 이 테이블에 탄 자리가 보여." 론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누군가가 촛 불을 뒤엎어 버렸었나봐." "이건 완전히 시간 낭비야." 헤르미온느가 불만을 터뜨렸다. "뭔가 유용한 걸 해야지.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이나 연습해야겠어-" 트릴로니 교수가 옆으로 걸어가자 쨍그랑대며 팔찌와 목걸이들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혹시 수정 구슬에 나타난 희미한 전조를 해석해주길 바라는 사람 있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 도와주지 않으셔도 돼요." 론이 작게 말했다. "이 의미는 뻔하거든요. 오늘 밤 안 개가 잔뜩 끼일 거라는 뜻이죠." 해리와 헤르미온느 둘다 웃음을 터뜨렸다. "자, 과연 그렇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 고개가 그들 쪽으로 쏠렸 다.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때문에 투시 전파가 흐트러지 잖아!" 그녀가 다가와 그들의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았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느 걸 느꼈다. 그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뭔가 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구슬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무언가 움직이 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뭐죠?" 해리는 그게 무엇이든 좋은 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정말로- "이럴 수가..." 트릴로니 교수가 한숨을 쉬며 해리를 올려다 보았다. "여기에 있구나. 그 어느 때 보다도 분명하게... 이럴수가. 네게로 걸어오고 있어 점점 더 가까이... 그-" "오, 제발!" 헤르미온느가 짜증내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 터무니없는 죽음의 개 타령 좀 그만 하세요!" 트릴로니 교수가 커다란 눈을 치켜 뜨고 헤르미온느를 노려 보았다. 패르바티와 라벤 더는 서로 뭐라고 속닥이더니 함께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트릴로니 교수가 일어서 서 성난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얘야, 난 네가 내 수업을 들어온 순간부터 네게는 점술 이라는 고상한 기술이 필요로 하는 잠재 능력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았단다. 사실 난 너 처럼 세속적인 학생을 만난 적이 없단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뒤- "좋아요!" 헤르미온느가 발딱 일어서서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다시 가방 속으로 쑤 셔 넣으며 느닷없이 말했다. "좋다구요!" 그러더니 그녀는 가방을 어깨에 휙 둘러맸다. 론은 하마터면 그 가방에 맞아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포기하죠! 그만두겠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헤르미온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걸어가 지하실 문을 발길 로 툭 차서 연 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학급은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흥분이 가라앉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죽음의 개에 대 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해리와 론의 테이블에서 홱 돌아서서 다소 힘에 겨운 듯이 숨을 쉬며 얇게 비치는 숄을 바짝 끌어당겼다. "어어어!" 라벤터가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내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어어어. 트릴로 니 교수님. 막 기억이 났어요! 그애가 떠나는 거 보셨죠. 그렇죠? 그렇교, 교수님? '부 활절 즈음에 우리중 하나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교수님이 첫 수업 시간에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얘야. 난 그레인저가 우리를 떠나리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해서 그런 안 좋은 징조들을 보면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기를 바 란단다... 그래서 영적인 눈을 갖고 있다는 건 때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지." 라벤더와 패르바티는 깊이 감명을 받은 것 같은 표정으로 트릴로니 교수가 자신들의 테이블로 올 수 있도록 자리를 좁혀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오늘 톡톡히 당하는데?" 론이 위압당한 것 같은 얼굴로 해리에게 속 삭였다. "그래..." 해리는 수정구슬을 들여다보았지만 소용돌이치는 하얀 안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가 정말로 죽음의 개를 또다시 본 걸까? 퀴디치 결승전이 코앞 에 닥친 상황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또한번 겪는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부활절 휴일은 편히 쉴 수가 없었다. 3학년생들은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 같았다. 네 빌 롱바팀은 거의 신경 쇠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네빌만 그런게 아니었다. "이런게 무슨 휴일이야!" 시무스 피니간이 어느날 오후에 학생 휴게실에서 볼멘 소 리로 말했다. "시험은 아직 한참이 남았는데, 선생님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보다 할 일이 더 많은 사람은 없었다. 점술 수업을 그만두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과목을 듣고 있었다. 학생 휴게실에 가장 늦게까 지 남아 있는 사람도 보통 그녀였으며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도서실에 나오는 사람 도 그녀였다. 그녀는 루핀 교수처럼 피로해 보였으며 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 다녔다. 이제 벅빅의 항소 준비 책임은 론이 떠맡고 있었다. 숙제를 다하고 나면 그는 '히포 그리프의 심리학' 이나 '가금(家禽)인가 아닌가? 히포그리프의 야만성 연구' 같은 제목 의 두꺼운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는 어찌나 몰두해 있었던지, 크룩생크를 괴롭 히는 것도 잊어버렸다. 한편 해리는 우드와 끊임없이 전술 논의를 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있는 퀴디치 연습 사이사이에 숙제를 해야만 했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경기는 부활절 휴일이 지나고 첫 번째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슬리데린은 선수권 쟁탈전에서 정확히 200 점을 앞서가고 있었다. 이건, 우드가 팀 선수들에게 늘 상기시킨 것처럼 그들이 우승컵 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점수 이상 차로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스니 치를 잡아봤자 150점밖에 얻을 수 없었으므로 그것은 해리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니깐 넌 우리가 50점 이상 앞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니치를 잡아야 해." 우드 가 해리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주었다. "우리가 50점 이상 앞서 있을 때만이야, 해리. 그 렇지 않으면 우린 그 경기는 이길지 몰라도 우승컵은 따낼 수 없어. 알아들었지, 해리? 스니치는 꼭 우리가 50점 이상-" "알았어, 올리버!" 해리가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전체는 온통 다가오는 시합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리핀도르는 대단히 뛰어난 선수였던 찰리 위즐리(론의 둘째 형)가 수색꾼이었던 시절 이후 퀴디치 우승컵을 한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누구보다도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바로 해리였다. 해리와 말포이 사이의 악감정은 극에 달해 있었다. 말포이는 해 리가 호그스미드에서 진흙을 던진 사건에 대해 여전히 분개하고 있었는데, 그가 아무런 벌도 받지 않자 이제는 아예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해리는 래번클로와의 시합 때 말포 이가 그를 고의로 방해하려고 했건 걸 결코 잊은 건 아니었지만, 전교생 앞에서 말포이 를 꼭 이기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하게 한 계기는 바로 벅빅의 문제였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 팀과 두 기숙사 간의 긴장은 고조되어갔고 휴일이 끝날 즈음 긴장은 극에 달했다. 복도에서는 작은 난투들이 수없이 벌어졌고 결국엔 거친 싸움으로 그리핀도르의 4학년생 하나와 슬리데린의 6학년생 하나가 뒤에 부추가 싹튼 채로 병동 에 입원하게 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해리는 특히 곤경을 치르고 있었다. 그가 수업을 받으러 갈때마다 슬리데린 아이들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드는 그 뒤 글리데린 아이들이 고의로 해 리를 다치게 해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도록 할 경우를 대비해 해리에게 꼭 아이들과 함 께 다니라고 지시했는데, 크레이브와 고일은 그것도 모르고 나타났다가 그가 아이들에 게 에워싸여 있는 걸 보고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모든 아이들이 해리의 보호에 어찌나 열성적이었던지, 해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 어서 도저히 수업 시간에 제때에 맞춰서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해리는 그 자신보다도 파이어볼트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썼다. 그는 그 빗자루를 쓰지 않을 때는 가 방 속에 안전하게 넣고 잠가두었으며 쉬는 시간마다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가 잘 있 는지 확인하곤 했다. 시합 전날 밤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술렁였다. 아이들은 평상 시에 하던 모든 일들을 접어두고 삼삼오오 모여 떠들어대거나 장난을 치고 있었다. 심 지어 헤르미온느조차 책을 내려놓았다. "공부할 수가 없어. 집중이 되지 않아." 그녀가 초조하게 말했다. 학생 휴게실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는 그 압박감에서 벗 어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시끄럽고 요란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고, 안젤리나와 앨리사와 케이터는 그들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올리버우드는 한쪽 구석 에 있는 퀴디치 경기장 모형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위에 있는 작은 숫자들을 요술지 팡이로 쿡쿡 찌르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란히 앉아 그 다음날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다음날에 대해 생 각할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을 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헤르미온느 역시 긴장한 표정이었다. "넌 파이어볼트가 있잖아!" 론이 말했다. "그래..." 해리가 말했다. 속이 뒤틀렸다. 고통이 사라졌을 때 우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취 침!" 그날 밤 해리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을 때 자신이 늦 잠을 자는 바람에 우드가 "너 어디에 있었니? 우린 네가 없어서 네빌을 내 보냈어!" 하 고 소리소리 지르는 꿈을 꾸었다. 그 다음엔 또 말포이와 슬리데린팀의 다른 선수들이 용을 타고 경기장에 나타난 꿈을 꾸었다. 그런데 말포이가 타고 있는 용의 입에서 뿜어 져 나오는 불길을 피하려고 위험 천만한 속도로 날고 있을 때 그는 파이어볼트를 까먹 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공중에서 떨어지다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 다. 해리는 잠시 뒤에는 경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자신이 침대에 안전하게 누워 있 으며 또 슬리데린 팀은 확실히 용을 타고 경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목이 말 랐다. 그는 될 수 있는 데로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 밑에 있는 은주전자에서 물 을 조금 따랐다. 정원은 조용했다. 바람 한 점도 없었다. 커다란 버드나무는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 었다. 경기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물잔을 내려놓고 침대로 돌아 가려는 순간 해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작은 동물 하나가 은빛 잔디 위에서 어슬 렁 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침대 옆 탁자에 있는 안경을 집어들고는 다시 창가로 갔다. 죽음의 개라면 큰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시합을 눈앞에 두고 그럴 수는 없었다- 정원을 다시 내려다보며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던 그는 잠시 뒤에 그 개를 발견했다. 그것은 이제 금지된 숲 언저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자 그건 죽음의 개가 아니였다... 그건 고양이였다. 해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창살을 움켜쥐었다. 해 리는 다시 그 고양이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그 꼬리가 낯익어 보였다. 저런 꼬리를 가 진 건 크룩생크뿐이었다... 아니 정말로 크룩생크뿐일까? 해리는 창문에 코를 바짝 갖다대고 눈을 가늘게 떴다. 크룩생크가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나무 그늘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게 나타났다.- 털이 많은 거대한 까만 개가 잔디밭으로 몰래 나 아가자 크룩생크가 총총걸음으로 그 옆을 따라갔다. 해리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뜻일까? 만약 크룩생크도 그 개를 볼 수 있다면, 그게 해리의 죽음을 예고하는 전 조일 수 있을까? "론!" 해리가 작은 소리로 불렀다. "론! 일어나!" 뭐야?" "너도 보이는지 내게 말해 줘애 해!" "밖은 캄캄해, 해리." 론이 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그러는데?" "저기 아래-" 해리는 얼른 다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어느새 크룩생크와 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는 창틀 위로 기어올라가 성의 그림자 가 드리워진 곳을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도 역시 없었다. 어디로 간 걸까? 코고는 소리가 요란했다. 론이 다시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 다음날 해리와 그리핀도르 팀의 다른 선수들은 우뢰 같은 박수를 받으며 연회장 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래번클로와 후플푸프 테이블에서까지 그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 내자 더욱 기운이 났다. 그러나 슬리데린 테이블에서는 그들이 지나가자 큰소리로 야유 를 해댔다. 말포이의 얼굴은 평소보다 핏기가 더 없어 보였다. 우드는 아침 식사 시간 내내 자신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팀 선수들에게 얼른 먹 으라고 재촉했다. 그 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그들을 서둘러 경기 장으로 내보냈다. 경기장 상태를 먼저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연회장을 떠날 때도 모두들 박수 갈채를 보내주었다. "행운을 빌어, 해리!" 초 챙이 외쳤다. 해리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래- 바람은 없지만- 햇빛이 약간 밝아서 눈이 부실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땅은 상당히 굳었어. 좋아. 그럼 빨리 날아오를 수 있을 거야-" 우드는 뒤따르는 팀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걸어나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내 멀리서 성의 정문이 열리며 전교학생들이 잔디밭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게 보 였다. "라커룸으로 가자." 우드가 짧고 힘차게 말했다. 진홍색 망토를 갈아입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해리는 그들도 자신과 같은 기 분일까 궁금했다. 아침에 먹은 음식이 탈이 나기라도 한 듯 속이 뒤틀렸다. 잠시 뒤 우 드가 말했다. "자, 시간이 다 됐어. 가자-" 그들은 시끌벅적한 경기장으로 걸어나갔다. 군중의 4분의3이 진홍색 장미꽃 장식을 달고 그리핀도르의 사자가 그려진 진홍색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또 '잘해라 그리핀도 르!'나 '우승컵은 사자에게로!'같은 응원 문구가 쓰인 현수막들을 휘두르고 있는 아이 들도 있었다. 그러나 슬리데린의 골대 뒤에는 초록색 옷을 입은 이백여 명이 은빛 뱀이 반짝거리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맨 앞줄에는 스네이프 교수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 로 초록색 옷을 입고 앉아 불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그리핀도르 선수들입니다!" 평소처럼 경기 해설을 맡고 있는 리 조던이 큰소리로 말했다. "포터, 벨, 존슨, 스피넷, 프레드 위즐리, 조지 위즐리, 그리고 우드입니다. 다 알고 계시다시피 호그와트가 오랜만에 보게 되는 최고의 팀이죠-" 리의 해설은 슬리데린 측에서 터져 나온 아유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이제 주장 선수 플린트가 이끄는 슬리데린 팀이 나오고 있습니다. 팀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기술보다는 크기에 비중을 둔 것 같군요-" 슬리데린 응원석에서 더 많은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해리는 그러나 리의 말 속에 뼈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포이는 물론 슬리데린 팀에서 가장 작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하나 같이 몸집이 컸던 것이다. "주장들, 악수하세요!" 후치 부인이 말했다. 플린트와 우드가 서로 다가가 마치 상대방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손 을 꽉 쥐었다. "빗자루에 올라타세요!" 후치 부인이 말했다. "셋... 둘... 하나..." 그녀의 호각 소리는 군증의 함성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지만 열 네 개의 빗자루는 동시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해리는 이마를 덮었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걸 느꼈다. 비행의 스릴 때문인지 긴장감이 싹 달아났다. 주위를 흘끗 둘러보자 말포이가 바짝 쫓 아오고 있었다. 그는 스니치를 찾으며 속력을 냈다. "그리핀도르가 갖고 있습니다. 그리핀도르의 앨리샤 스피넷이 퀘이플을 가지고 슬리 데린의 골대로 곧장 향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앨리샤! 아으, 이럴 수가- 워링턴이 퀘 이플을 가로챘군요. 슬리데린의 워링턴이 경기장 위로 내닫고 있습니다 - 쾅! - 조지 위즐리가 쳐낸 멋진 블러져가 그곳으로 날아가는군요. 워링턴이 퀘이플을 떨어뜨립니 다. 존슨이- 잡았습니다. 그리핀도르가 다시 가졌습니다. 제발, 안젤리나- 몬태규 주위 로 멋지게 빗나가는군요- 머리를 숙여요, 안젤리나. 블러저예요!- 안젤리나 선수가 득 점했습니다! 10대1으로 그리핀도르가 앞서갑니다!" 안젤리나가 허공에다 주먹을 날리며 경기장 끝으로 날아갔다. 진홍색을 입은 군중들 이 좋아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야!" 안젤리나가 마커스 플런트와 부딪히는 바람에 하마터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미안!" 아래의 군중이 우우 거리며 야유를 보내자 플린트가 마지못해 사과했다. "미 안, 보지 못했어." 잠시 후 프레드 위즐리가 몰이꾼의 클럽을 플린트의 뒤통수로 던지자, 플린트의 코 가 빗자루 손잡이에 부딪혀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후치 부인이 붕 소리내며 그들 사이로 날아와 경고를 주었다. "추격꾼 에게 까닭 없이 공격받았으므로 그리핀도르에게 자유투를 주겠어요! 그리고 추격꾼에 게 고의로 상해를 입혔으므로 슬리데린에게도 자유투를 주겠어요!" "잘해!" 프레드가 악을 쓰며 말했다. 후치 부인이 호각을 불자 앨리샤가 자유투를 던 지기 위해 앞으로 날아갔다. "제발, 앨리샤!" 조용한 군중들 속에서 리가 소리쳤다. "그러면 그렇지! 앨리샤 선수 가 잘해냈습니다! 현재 20대 0으로 그리핀도르가 리드하고 있습니다. 해리는 플린트를 보려고 파이어볼트를 홱 돌렸다. 플린트가 여전히 코피를 줄줄 흘리 며 슬리데린의 자유투를 던지러 골대 앞으로 날아갔다. 우드가 입을 꾹 다물고 그리핀 도르의 골대 앞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우드는 물론 뛰어난 파수꾼이죠!" 플린트가 후치 부인의 호각 소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리 조던이 말했다. "훌륭했습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어림도 없어요- 그러면 그렇 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잘막아냈습니다!" 해리는 안도를 하고 붕 날아가 스니치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리의 경기 해설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루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50점 앞설 때까지는 말포 이가 스니치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핀도르가 잡았습니다. 아니, 슬리데린이 잡았군요- 아니!- 그리핀도르가 다시 잡았습니다. 케이티 벨 이군요. 그리핀도르의 케이티 벨이 퀘이플을 갖고 있습니다. 그 녀가 경기장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저건 고의였습니다.!" 슬리데린의 추격꾼인 몬태규가 케이터 앞으로 나가서는 퀘이플을 잡지 않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것이었다. 순간 케이티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 고 빗자루 위에 앉았다. 하지만 그 통에 그녀는 퀘이플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호각이 다시 울렸다. 후치 부인이 몬태규에게로 날아와 소리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케이티는 또 하나의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30대 0이야! 인정해. 이 비열한 자식아. 반칙을 범했잖아-" "조던. 양 팀에 공정한 해설을 하지 않는다면-!" "전 그저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교수님!" 해리는 흥분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스니치를 본 것이다- 그건 그리핀도르의 골대 밑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잡아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만약 말포이가 그 걸 본다면- 해리는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파이어볼트를 몰고 슬리데린 쪽으로 질주했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말포이가 그를 따라 질주해오고 있었다. 해리가 그곳에서 스니치를 발견했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휙. 몸집이 큰 슬리데린의 몰이꾼 데릭이 쳐낸 블러저 하나가 해리의 오른쪽 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곤 다시 한번- 휙. 두 번째 블러저가 해리의 팔꿈치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또 다른 몰이꾼 볼이 다 가오고 있었다. 해리는 볼과 데릭이 클럽을 들어올리고 양쪽에서 그를 향해 붕 하고 날아오는 걸 보 았다- 그리고 그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파이어볼트를 위로 몰자 볼과 데릭이 정면으로 충돌 했다. "하하하!" 슬리데린의 몰이꾼이 머리를 잡고 비틀거리자 리 조던이 외쳤다. "안됐군 요! 파이어볼트를 상대하려면 동작이 더 빨랐어야죠! 자, 다시 그리핀도르가 잡았습니 다. 존슨이 퀘이플을 가졌습니다- 옆에 플린트가 있습니다- 그의 눈을 찔러요, 안젤리 나!- 농담이었습니다. 교수님, 농담이었어요- 저런- 플린트가 잡았습니다. 플린트가 그 리핀도르의 골대들 쪽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제발, 우드. 막아요-!" 하지만 플린트는 득점을 했다. 슬리데린 측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리 조던이 어찌 나 심하게 욕설을 퍼부었던지 맥고나걸 교수가 그에게서 마법의 확성기를 빼앗으려고 했 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자, 그리핀도르가 30 대 10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핀도르가 잡았군요-" 반칙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계속해서 앞서가자 분개한 슬리데린 이 퀘이플을 잡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볼은 클럽으로 앨리샤를 쳐 놓고 그녀가 블러저인 줄 알았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조지 위즐 리가 그 보복으로 볼의 얼굴 을 팔꿈치로 큭 쳤다. 후티 부인이 양 팀 모두에게 자유투를 주었다. 하지만 우드가 또 한번 멋지게 막아냄으로써 그리핀도르가 40대 10으로 앞서게 되었다. 스니치는 또다시 사라졌다. 말포이는 스니치를 찾아 날고 있는 해리 뒤를 바짝 쫓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50점만 앞서면- 케이티가 득점을 했다. 50대 10. 슬리데린이 보복할 경우를 생각해 프레드와 조지 위 즐리 형제가 클럽을 들어올리고 그녀 주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볼과 데릭이 프레드와 조지가 없는 틈을 타서 블러저 두 개를 동시에 우드에게로 쳤다. 블러저 두 개가 차례 로 복부를 치자 우드가 빗자루를 움켜잡고 공중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후치 부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퀘이플이 득점 구간내에 있지 않는 한 파수꾼을 공격해선 안돼요!" 그녀가 볼과 데 릭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자유투!" 안젤라가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60대 10. 잠시 뒤 프레드 위즐 리가 블러저를 워링턴 에게로 세차게 쳐내 퀘이플을 그의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앨리샤가 그걸 잡아 슬 리데린의 골대 속으로 집어넣었다- 70대 10. 관중석에서는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가 60점을 앞서 있었으므로 해리가 만약 지금 스니치를 잡는다면, 우승컵은 그들의 것 이었다. 해리는 수백개의 눈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걸 느끼며 경기장 위로 높이 날아올 랐다. 말포이도 그의 뒤를 따라 속도를 냈다. 해리는 재빨리 속력을 냈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그는손을 쭉 뻗었 다. 그런데 갑자기 파이오볼트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포이가 파이어볼트의 꼬리를 끌어당기고 있었 다. "너-" 해리는 화가 나서 말포이를 치려고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말포이는 심술궂은 얼 굴로 파이어볼트를 잡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 스니치는 또 다시 사라져 버렸다. "자유투! 그리핀도르에 자유투! 저런 반칙을 쓰다니!" 후치 부인이 날카롭게 외치자 말포이가 다시 님부스 2001 위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저 비열한 자식이 그냥!" 리 조던이 맥고나걸 교수가 잡지 못하도록 몸을 이리저리 빼며 확성기에 대고 악을 쓰고 있었다. "이 더러운 자식-"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는 그를 책망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 역시 말포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앨리샤가 자유투를 시도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인지 조금 빗나가고 말았다. 그리핀도 르 팀은 흔들리고 있었고 슬리데린 팀은 말포이가 해리에게 반칙을 한 것을 보자 기뻐 서 더 힘을 내고 있었다. "슬리데린이 잡았습니다. 슬리데린이 골대로 향하고 있군요- 몬태규가 득점하는군요 -" 리가 투덜댔다. "70대20으로 그리핀도르가 앞서고 있습니다..." 해리는 이제 말포이와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그를 마크했다. 말포이가 스니 치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이었다... "저리 가, 포터!" 말포이가 방향을 돌리다가 해리가 그 앞을 막아서자 화를 내며 소 리쳤다. "그리핀도의 안젤리나 존슨이 퀘이플을 갖고 있습니다. 제발, 안젤리나, 제발!"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포이만 빼고 파수군까지 슬리데린의 모든 선수가 안젤 리나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그녀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해리는 파이어볼트를 홱 돌려 손잡이에다 몸을 바짝 붙이고 앞으로 몰았다. 그는 총 알처럼 슬리데린 선수들 쪽으로 날아갔다. "아아아으으!" 파이어볼트가 붕 날아오자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안젤리나 앞엔 이제 방해물이 하나도 없었다. "안젤리나가 득접했습니다! 득점했어요! 그리핀도르가 80대 20으로 앞섭니다!" 해리는 관중석으로 곤두박질치려는 순간 간신히 방향을 돌려 다시 경기장 한가운데 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때 심장을 멈추게 하는 관경이 눈에 들어왔다. 말포이가 즉의 양양한 표정 으로 급강하하고 있었다- 저 아래 잔디밭 위에서 아주 작은 황금빛이 희미하게 가물거 리고 있었다- 해리는 급히 파이어볼트를 아래쪽으로 몰았지만 말포이가 몇 백 미터 더 앞서 있었 다. "빨리! 빨리! 빨리!" 해리는 빗자루를 재촉했다. 그는 말포이를 따라잡고 있었다- 볼 이 해리쪽으로 블러저를 쳤다. 해리는 빗자루 손잡이에 바짝 엎드렸다- 말포이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말포이를 따라잡았다- 해리는 양손을 빗자루에서 떼고 쭉 뻗었다. 그리고 말포이의 팔을 쳐냈다- "그렇지!" 그가 급강하를 멈추고 손을 번쩍 치켜들자 관중석에서 함선이 터져 나왔다. 해리는 군중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이상하게 뒤가 울렸다. 작은 황금빛 공이 주먹 속에 꽉 쥐 어진 채로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우드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질주해와 해리의 목을 끌어 안고 흐느껴 울었다. 프레 드와 조지도 내려와 그들은 얼싸안았다. 이어서 안젤리나와 앨리샤와 케이티의 목소리 가 들렸다. "우리가 우승컵을 따냈어! 우리가 우승컵을 따냈다구!" 그리핀도르 팀은 서로서로 얼 싸안고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다시 땅으로 내려갔다. 그리핀도르 응원석에선 아이들이 울타리를 넘어 물밀 듯이 경기장으로 몰려나와 그 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해리는 그를 짓눌러오는 사람들과 소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환호하는 군중들이 해리와 그리핀도르 팀 선수들을 무등을 태웠다. 해그 리드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이렇게 외쳤다. "이겼구나, 해리. 이겼어! 벅빅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어야 겠어!" 퍼시 역시 점잔 빼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펄쩍펄 쩍 뛰어다니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우드보다도 훨씬 더 큰소리로 흐느껴 울며 커 다란 그리핀도르 깃발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군중을 해치고 해리에 게로 다가갔다.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해리는 어깨를 쫙 펴고 덤블도어 교수가 커다란 퀴디치 우승컵을 들고 서 있는 관중석 쪽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그런 해리의 모 습을 바라보며 론과 헤르미온느는 밝은 미소를 던져주었다. 훌쩍이던 우드가 우승컵을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해리는 우승컵을 하늘 높이 들어올 렸다. 만약 주위에 디멘터가 있었다면 세계 최고의 페트로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 16장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 마침내 퀴디치 우승컵을 거머쥐자 해리는 며칠 동안 날아갈 것 같은 행복감에 푹 젖 어 있었다. 날씨조차 그들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6월이 다가오면서 하 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날씨는 찌는 듯이 더웠으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정원을 한 가로이 걸어다니거나 차가운 호박 주스를 들고 잔디밭에 앉아 있거나 곱스톤 게임(구 슬치지와 비슷한 마법사 게임)을 하거나 호수 표면을 꿈결같이 밀고 나가는 거대한 오 징어를 지켜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얼마 안 있으면 시험이었으므로 학생들은 바깥에 나가 빈들거리는 대신 열린 창문을 통해 둥둥 떠오는 여름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책과 씨름해야만 했다.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공부하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그들은 O.W.L(보통 마법사 수준)을 받는 게 목표였다. 퍼시는 호그와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자격증 시헙인 N.E.W.E.(심신을 굉장히 소모시키는 마법사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퍼시는 마법부에 들어가길 희망했으므로 최고 점수를 받아야 했다. 그는 점점 더 초조해하고 있었고 누구든 학생 휴게실의 조용 한 분위기를 깨기라도 하면 호통을 쳐대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퍼시보다 더 불안한 사 람은 헤르미온느였다. 해리와 론은 그녀가 어떻게 대 여섯 가지의 수업을 한번에 들을 수 있는지 묻는 건 진작에 포기한 상태였지만 그녀가 짠 시험 시간표를 보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공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월요일 9시, 산술점 9시, 변신술 점심 1시, 마법 1시, 고대 문자 "헤르미온느?" 요즈음 그녀는 자칫하면 화를 버럭버럭 내었으므로 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너 이시험 시간들 제데로 적은 거니?" "뭐가 어때서?" 해르미온느가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시험 시간표를 집어들고 살폈다. "그럼, 물론이지." "네가 어떻게 두 시험을 동시에 치를건지 물어봐도 아무 소용없겠지?" 해리가 물었 다. "물론이지." 헤르미온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너희들 혹시 내 산술점 책 못봤니?" "어, 그거 내가 잠잘 때 읽을려고 빌러갔었는데." 론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 다. 론의 말을 못 들었는지 헤르미온느는 탁자 위에 있는 양피지 더미들을 이리저리 옮 기며 그 책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창가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더니 헤드위그 가 부리에 편지를 물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들었다. "해그리드가 보낸거야." 해리가 편지를 뜯으며 말했다. "벅빅의 항소야- 6일로 되어 있어." "우리 시험이 끝나는 날이군."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산술점 책을 찾으며 말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온데." 해리가 계속 편지를 읽으며 말했다. "마법부에서 온 사람과 - 사형 집행인이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항소에 사형 집행인을 데려오다니! 그렇다면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잖아!" "그래, 맞아."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 론이 악쓰며 말했다. '내가 그 녀석에 대해 연구하느라 얼마나 많 은 시간을 투자 했는데, 그들은 그걸 그렇게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해리는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가 말포이의 아버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 린 것이라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결승전에서 승리한 이후 눈 에 띄게 조용해졌던 말포니는 이제 오만한 태도를 어느 정도 되찾은 것 같았다. 해리가 우연히 엿들은 냉소적인 말로 미루어 말포이는 벅빅이 사형당할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 고, 그 자신이 그렇게 해낸 것에 대해 대단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헤르미온느처럼 말포이의 얼굴을 한 방 갈겨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곤란한 점은 엄격한 새로운 안전 조치들이 풀 리지 않아서 외눈박이 마녀 조각상에서 투명 망토를 되찾아 올 엄두를 내지 못했으므 로 해그리드를 찾아갈 시간도 기회도 없다는 것이었다. 시험 주간이 시작되자 성 전체가 잠잠해졌다. 월요일 점심 시간에는 변신불 시험을 마친 3학년생들이 맥빠지고 창백한 얼굴로 나타나 서로 결과들을 비교하면서 찻주전자 를 거북이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탄식을 늘어 놓았다. 헤르미 온느는 다른 아이들이 그녀의 거북이를 보고 꼭 바다거북이처럼 생겼다며 야단법석을 떨자 화를 냈지만 그건 다른 아이들의 걱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내 것에는 꼬리 대신 여전히 주전자 주둥이가 달려있어. 정말 큰일이야..." "거북이가 증기를 뿜어내는 거 봤니?" "내 거북이는 찻주전자에 있던 버들 무늬 등딱지를 그대로 갖고 있어. 감점되지 않을 까?" 그 뒤 그들은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곧장 마법 시험을 보러 이층으로 올라갔다. 헤르 미온느의 말대로 플리트윅 교수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테스트 했다. 그런데 해리가 그 마법을 너무 세계 걸었던지 파트너 론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폭소를 터뜨리 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으므로 그는 한시간 동안이나 조용한 방에 혼자 머물러 있는 다 음에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고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학생들은 부리나케 다시 학생 휴게실로 갔다. 하지만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비한 동물 돌보기 마법과 약 과 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였다. 다음날 아침 해그리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험에 감독을 들어오긴 했지만 마음 은 온통 딴 데 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금방 잡은 플로버웜들 한 통을 주고는 한 시간 이 끝날 때까지 각자의 플로버웜이 살아있으면 시험에 통과하는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로웜은 그냥 내버려두기만 하면 잘 살아있는 동물이었으므로 다른 시험들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 였다. 덕분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에게 말할 기회를 가 질 수 있었다. "벅빅은 약간 의기 소침해 있어." 해그리드가 허리를 굽혀 해리의 플로버윔이 살아 있는지 살피는 척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비좁은 곳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거든... 하지 만 내일 모레면 결정나겠지- 어느 쪽이든 간에-" 그날, 오후에 있었던 마법의 약 시험은 '마음을 혼랑스럽게 만드는' 마법의 약을 만드 는 것이었는데 해리의 것은 아무리해도 걸쭉해지지가 않았다. 스네이프 교수는 심술궂 은 얼굴로 지켜보고 섰다가 노트에 꼭 O처럼 보이는 걸 휘갈겨 쓰고는 바람을 일으키 며 지나갔다. 그 뒤 자정에는 가장 높은 탑에서 천문학 시험이 있었다. 수요일 아침에는 마법의 역 사 시험이 있었는데 해리는 플로린포트슈 아이스크림 주인이 말해준 중세의 마녀 사냥 에 대한 것들을 시험지에 갈겨쓰면서 간간이 그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초쿄 땅콩 선 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었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수요일 오후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 리쬐는 온실에서 약초학 시험을 본 뒤 목덜미가 새카맣게 탄 채로 학생 휴게실로 돌아 왔다. 이제 내일 이 시간쯤이면 모든 시험이 끝날 것이다. 목요일 아침에는 루핀 교수의 어둠의 마법 방어법 시험이 있었는데 그 시험은 정말 별났다. 그는 양지에 장애물 코스 같은 걸 마련해 두고 그라인딜로우가 들어있는 깊은 물 놀이터를 건너간 다음 레드 캡들이 가득 찬 죽 이어진 구멍들을 지나 갈피를 못 잡 게 혼동시키는 힝크펑크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습지를 가로질러 간 뒤 낡은 가방 속으로 기어들어가 새로운 보가트와 대적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잘했다, 해리." 해리가 씩 웃으며 가방에서 기어나오자 루핀 교수가 은밀히 말했다. "만점이다." 해리는 의기 양양한 얼굴로 론과 헤르미온느를 지켜보았다. 론은 힝키펑크에 도달할 때까지는 아주 잘했지만 힝키펑크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만 허리 높이까지 되는 수렁 속에 빠지고 말았다. 헤르미온느는 보가트가 들어가 있는 가방에 도달할 때까지는 모든 걸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1분쯤 뒤 가방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헤르미온느!" 루핀 교수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일이지?" "매- 매- 맥고나걸 교수예요!" 헤르미온느가 가방 속을 가리키며 헐떡거렸다. "교-교 수님이 제가 모든 과목을 F를 받았다고 했어요!" 헤르미온느는 함참 뒤에야 겨우 진정되었다. 함께 성으로 돌아갈 때 론은 헤르미온느 의 보가트 때문에 여전히 키득거렸지만 계단위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자 웃음을 멈췄다. 가는 세로줄 무늬 망토를 입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원을 내 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해리를 보자 깜짝 놀랐다. "잘 있었니, 해리!" 그가 말했다. "시험 봤니? 이제 거의 끝났겠구나?" "네."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마법부 장관과는 말을 건넬 정도의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뒷마당에서 어색하게 쭈볏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씨가 좋구나." 퍼지 장관이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딱하군... 딱해..." 그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난 사실 오늘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 때문에 여기에 온 거란다, 해리. 위험 한 동물 처리 위원회가 미친 히포그리프 사형 집행에 입회인 자격으로 와달라고 요청 했거든. 어차피 블랙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호그와트에 와야 하니, 온김에 참가해 달라 더구나." "그 말은 항소가 이미 있었다는 뜻인가요?" 론이 앞으로 걸어나오며 끼어 들었다. "아니, 아니다. 그건 오늘 오후로 예정되어 있단다." 퍼지 장관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장관님께서 사형 집행에 입회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퍼지 장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 있는 성문으로 두명의 마법사가 들어 왔다. 한명은 어찌나 늙었던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키 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가느다랗고 까만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이 위험 한 동물 처리 위원회의 대표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늙은이 마법사가 해그 리드의 오두막 쪽을 흘끗 바라보고는 희미란 목소리로 "이것 참, 난 이런 일을 하기엔 너무 늙었어... 2시지. 안 그런가, 퍼지?"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까만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굵은 엄지손가락으로 허리띠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해리는 그게 번득이는 도끼날이라는 걸 알았다. 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현관 안의 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왜 말을 못하게 한 거니?" 점심을 먹으러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론이 볼멘 소리로 물었다. "너 그사람들 봤어? 그들은 도끼까지 준비하고 왔단 말야! 이건 공평하 지 않아!" "론, 너희 아버지께서는 마법부에서 일하시는데 아버지 상사께 그런 말을 하면 어 떻게 해!" 헤르미온느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번에 해그 리드가 침착하게 제대로 말하기만 하면 그들도 벅빅을 무작정 사형시키진 못할 거야..." 하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 역시 자신 없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위에서는 아이 들이 점심을 먹으며 그날 오후에 있을 마지막 시험에 대해 예상해보며 흥겹게 떠들어 대고 있었지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못하고 해그리드와 벅빅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의 마지막 시험은 점술이었고, 헤르미온느의 마지막 시험은 머글 연구였다. 그들은 함께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해리와 론은 1층에서 헤르미온느와 헤어진 뒤 7 층까지 계속올라갔다. 많은 아이들이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로 가는 나선형 계단에 앉아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모두 개별적으로 만날 거래." 그들이 네빌 옆으로 가서 앉자 그가 알려주었다. 그는 '미래 들여다보기'책에서 수정 구슬 부분을 찾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있었다. "너희들 수정 구슬에서 뭐라도 봤니?" 그가 비참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론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그는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해리는 론이 벅빅 의 항소가 시작되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교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줄이 서서히 짧아졌다. 아이들이 은빛 사다리를 타고 기 어 내려올 때마다 나머지 아이들은 한마디씩 물었다. "뭘 물었니? 괜찮았니?" 하지만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에게 말하면 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될 거라고 수정 구슬에 나와 있대!" 네빌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해리와 론 쪽으로 오며 말했다. "그것 참 편리하군." 론이 코방귀를 뀌었다. "그녀에 대한 헤르미온느의 판단이 옳았 던 것 같아." -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머리 위에 있는 뚜껑문 쪽을 가리켰다- "그는 엉 터리 점쟁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 해리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제 2시였다. "빨리 좀 하지..." 패르바티가 득의 양양한 얼굴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내가 글쎄 진정한 예언자의 모든 자질들을 다 갖추고 있데." 그녀가 해리와 론에게 말해주었다. "난 많은 걸 봤거든... 행운을 빌게!" 그녀는 라벤더가 서 있는 나선 계단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론 위즐리," 머리 위에서 귀에 익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론은 해리에게 얼굴을 찌푸려 보이고는 은빛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갔다. 이제 남아 있는 사람은 해리뿐이었 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마룻바닥에 앉았다. 마음은 온통 해그리드가 있는 정원에 가 있었다. 마침내 20분쯤 뒤 사다리에 론의 커다란 발이 다시 나타났다. "어덯게 됐어?" 해리가 일어서며 물었다. "시시해." 론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아무렇게나 지어냈 어. 선생님이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학생 휴게실에서 보자." 트릴로니 교수가 '해리 포터!'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그 가 얼른 말했다. 탑 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웠다. 커튼은 쳐져 있었고 난롯불은 활활 타고 있었다. 해리는 메스꺼운 냄새 때문에 기침을 하다가 그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의자와 책상 들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트릴로니 교수는 커다란 수정 구슬을 앞에 놓고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있었니, 얘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구슬을 응시해 보거라... 천천히... 그리고 보이는 걸 내게 말하거라..." 해리는 수정 구슬 쪽으로 상체를 굽히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용돌이치는 하얀 안개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 트릴로니 교수가 우아하게 말했다. "뭐가 보이니?" 공기는 더워 숨이 막힐 것 같았고 그들 옆에 있는 난로에서 둥둥 떠오는 이상한 향 내가 나는 연기는 콧구멍을 얼얼하게 했다. 그는 론이 방금 전에 말했건 걸 생각하고 보이는 척하기로 했다. "저-" 해리가 말했다. "어두운 형체가... 음..." "어떻게 생겼니?" 트릴로니 교수가 속삭였다. "생각해봐라, 자..." 해리는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벅빅으로 하기로 했다. "히포그리프예요." 그가 확고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저런!" 트릴로니 교수가 무릎 위에 올려진 양피지에 열심히 휘갈겨 쓰며 속삭였 다. "얘야, 네가 어쩌면 마법부와 가엾은 해그리드와의 소송 결과를 보게 될지도 모르 겠구나! 더 가까이 들여다보거라... 히포그리프가 나타나니?... 머리가 보이니?" "네." 해리가 확고하게 말했다. "확실하니?" 트릴로니 교수가 그를 죄어쳤다. "정말 확실하니, 얘야? 그게 땅바닥에 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고 있고 그 뒤에서는 어슴푸레한 형체가 도끼를 들어올리고 있 지 않니?" "아뇨!" 해리가 다소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끼며 말했다. "피도 없니? 해그리드가 눈물을 흘리고 있지도 않니?" "아뇨!" 해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그방에서 벗어나고 싶었 다. "그건 멀쩡해 보여요, 그게- 날아가고 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글쎄, 얘야.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할 것 같구나... 조금 시시해서 말야... 하지만 수고했다." 그러나 해리가 안도하며 일어서서 가방을 들고 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오늘 밤에 일어날 것이다." 해리는 홱 돌아섰다. 트리로니 교수가 안락의자에 얼어붙은 듯 앉아 있었다. 눈은 흐 리멍덩했으며 입은 헤 벌어져 있었다. "뭐- 뭐라고 하셨어요?" 해리가 놀라 더듬대며 물었다.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는 그의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눈알이 빙빙 돌기 시 작했다. 해리는 겁에 질려 제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발작을 일으켜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주저주저하며 병동으로 달려가 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트릴로니 교수가 전혀 그녀의 목소리 같지 않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또 다시 말했다. "어둠의 마왕은 추종자들에게 버려진 채 친구도 없이 혼자 있다. 그의 부하는 12년간 속박되어 있었다. 오늘 밤 자정 전에... 그 부하가 자유를 되찾고 그 주인과 재회할 것 이다. 어둠의 마왕은 부하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 고 끔찍해 질 것이다. 오늘 밤... 자정 전에... 그 부하가... 그 주인과... 재회할 것 이다..." 트릴로니 교수의 고개가 앞으로 축 늘어졌다. 그녀는 툴툴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냈 다. 해리는 앉은 채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때 느닷없이 트릴로니 교수의 고개가 다시 휙 들어올려졌다. "미안하다, 얘야," 그녀가 꿈결같이 말했다. "너무 더워서 그만... 내가 잠시 깜빡 졸 았었나보구나..." 해리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가 잘못되었니, 얘야?" "교수님이- 교수님이 방금 제게- 어둠의 마왕이 다시 일어설 거라고... 그의 부하가 그에게 돌아갈 거라고 하셨어요..." 트릴로니 교수는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어둠의 마왕이? 그 사람 말이니? 얘야,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니란다... 다시 일어 서다니-" "하지만 교수님이 방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어둠의 마왕이-" "너도 깜빡 졸았던 게로구나,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말했다. "그런 당치도 않은 걸 내가 예언할 리가 있겠니?" 해리는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나선 계단으로 갔다. 그는 방금 트릴로니 교수가 진짜로 예언하는 걸 들은 걸까? 아니면 그 시험을 인상 깊게 하려는 그녀의 얕은 수작 이었을까? 5분쯤 뒤 그는 트롤 경비원들을 쏜살같이 지나가 그리핀도르로 탑으로 가는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트릴로니 교수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성큼성큼 걸어와 웃고 떠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유를 만끽하 기 위해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초상화 구멍에 도착해 학생 휴게실로 들어갔을 때쯤엔 아이들은 거의 다 나가고 없었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방금 내게-" 하지만 그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말을 멈췄다. "벅빅이 졌어." 론이 힘없이 말했다. "해그리드가 막 이걸 보냈어." 해그리드의 편지는 이번엔 눈물로 젖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떨리는 손으로 썼던지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항소에서 졌어 해질녘에 사형 집행을 할 거야.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내려오지마. 너희들은 안 봤으면 좋겠어. 해그리드 "우린 가야 해." 편지를 읽자마자 해리가 즉시 말했다. "해그리드 혼자서 사형 집행 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해질녘이잖아." 론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우린 나 가지 못해... 특히 넌 안돼, 해리..." 해리는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투명 망토만 있다면..." "어디 있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는 그걸 외눈박이 마녀 석상 밑에 있는 통로에 두고 온 것에 대해 말해주었다. "...만약 내가 또다시 그 근처에 있는 걸 스네이프 교수가 본다면, 난 그땐 정말 끝장 이야." 그가 말했다. "맞아." 헤르미온느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가 만약 널 본다면... 그 마녀의 곱사들은 어떻게 여니?" "그걸 톡톡 치면서 '디센디움'이라고 말하면 돼."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그의 나머지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가 뚱보 여인의 초상화를 열고 나가버렸다. "그녀가 설마 그걸 가지러 간 건 아니겠지?" 론이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15분쯤 뒤 옷 속에 은빛 망토를 조심스럽게 접어 넣은 채 돌아왔다. "헤르미온느. 난 요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통 모르겠어!" 론이 깜짝 놀라 서 말했다. "네가 말포이를 때린 것도 그렇구,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에서 나가버린 것 도 그렇구-" 헤르미온느는 다소 우쭐해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지만 그 뒤 그리핀도르 탑으로 다 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해리는 옷 속에 투명 망토를 숨겼으므로 앞이 불룩한 것을 가리 기 뒤해 계속 팔짱을 끼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현관 안의 홀에서 슬그머니 빈방으로 숨어 들어가 사람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지막 두명이 급히 걸 어간 뒤 문이 쾅 닫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가 문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됐어." 그녀가 속삭였다. "아무도 없어- 망토 입어-" 그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몸을 바짝 붙인 채로 망토를 뒤집어쓰고 발소리를 죽 이고 홀을 가로질러간 뒤, 정원으로 가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해는 벌써 금지된 숲 너 머로 넘어가며 나무들 꼭대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그가 문을 열며 누가 찾아왔는지 보려고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희들이에요."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야 망토를 벗을 수 있어요." "오지 말라니까, 참!" 해그리드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가 뒤로 물러섰으므 로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해그리드가 문을 얼른 닫자 해리가 망토를 벗었다. 해그리드는 울고 있지도 않았으며 그들의 목에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디 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렇게 자신을 어쩌지 못하 고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은 눈물 흘리는 모습보다 지켜보기가 더 딱했다. "차 마실래?" 그가 물었다. 주전자를 잡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벅빅은 어디에 있어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바 - 밖에다 두었어." 해그리드가 단지에 우유를 채우다가 탁자에 엎지르며 말했다. "호박밭에 매어 두었어. 녀석이 나무들도 보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해야 할 것 같 아서 말야- 죽기 전에- " 해그리드가 손을 어찌나 심하게 떨었던지 우유 단지가 그만 마룻바닥으로 떨어져 산 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제가 할게요, 헤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말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가 치우기 시 작했다. "찬창에 또 하나 있어." 해그리드는 이렇게 말한 뒤 앉아서 옷소매로 이마를 훔쳤다. 해리가 론을 흘끗 바라보자 그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요, 해그리드?" 해리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 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애쓰셨지." 해그리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분은 위원회의 결정을 뒤엎을 만한 힘이 없으셔. 그분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하셨지만 위원회 사람들은 겁먹고 있거든... 루 시우스 말포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희들도 알잖아... 그들을 위협했겠지.. 그리고 사형 집행인인 멕네어는 말포이의 오랜 친구야... 하지만 그건 빠르고 깨끗하게 끝날거고... 녀석 앞에는 내가 있을 거야..." 해그리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마치 한 줄기 희망이나 위안을 찾고 있기라도 한 듯 오두막 이곳저곳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그- 그 일이 있을 때 덤블도어 교수님이 내려오실 거야. 오늘 아침에 편지를 보내 셨어. 나와 - 함께 있어 주시고 싶다고 하셨어. 훌륭하신 분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울음을 꾹 참고 또 다른 우유 단지를 찾으려고 해그리드의 찬창을 뒤적거리던 헤르 미온느가 새 단지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저희들도 함께 있을게요, 해그리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텁수룩한 머 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들은 성으로 돌아가야 해. 내가 말했잖아, 너희들이 지켜보는 건 원치 않는다구. 그리고 어쨌든 너희들은 여기에 내려오면 안돼... 만약 퍼지 장관이나 덤블도어 교수가 네가 허락도 없이 나온 걸 알기라고 하면, 해리, 넌 되게 혼날 거야." 헤르미온느는 얼굴에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해그리드가 보지 못하도록 부산스럽게 차를 끊이는 시늉을 했다. 그 뒤 그녀가 우유병을 집어 단지에 붓다 말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론! 미-믿을 수가 없어- 스캐버스야!" 론이 입을 벌리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우유 단지를 탁자로 가져가 뒤집어 엎었다. 그러자 스캐버스가 찍찍거 리며 다시 안으로 기어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탁자 위로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스캐버스!' 론이 멍하니 말했다. "스캐버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발버둥치는 쥐를 잡아 불빛으로 가져갔다. 스캐버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몸은 전보다 더 말랐으며 털은 거의 다 빠져 듬성듬성히 나 있었다. 그 쥐가 몹시 벗어 나고 싶은 듯 론의 손에서 몸부림을 쳤다. "괜찮아, 스캐버스!" 론이 말했다. "고양인 없어! 여기선 널 헤칠게 아무 것도 없어!" 해그리드가 갑자기 일어서서 창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평상시 혈색이 졸게 불그스 레하던 그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졌다. "그들이 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급히 창가로 달려갔다. 남자 몇 명이 성 계단을 걸어 내려 오고 있었다. 앞에서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가 저물어 가는 해에 은빛 수염을 반짝거 리며 걷고 있었고 옆에서는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총총걸음으로 급히 걸어오고 있었 다. 그들 뒤에는 허약하게 생긴 위원회 노인과 사형 집행인 맥네어가 있었다. "너희들은 가야 해." 해그리드가 다급히 말했따. 그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여기 있는 걸 들키면 안돼... 어서 가..." 론이 스캐버스를 주머니 속에 쑤셔 넣자 헤르미온느가 투명 망토를 집어들었다. "내가 뒷마당까지 데려다 줄게." 해그리드가 서두르며 말했다. 그들은 그를 따라 뒷마당으로 나갔다. 해리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런데 해그리드의 호박밭 울타리에 매어져 있는 벅빅을 보자 훨씬 더 그랬다. 벅빅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기라고 한 듯 뾰족할 얼굴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신경질적으로 땅을 긁고 있었다. "괜찮아, 벅빅." 해그리드가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그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 온느에게로 돌아섰다. "어서 가." 그가 말했다. "빨리."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해그리드, 저흰-" "정말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저희가 그들에게 말할게요-" "그들이 벅빅을 죽이돌고 내버려두어선 안돼요-" "가!" 해그리드가 사납게 말했다. 너희들까지 얽히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해져." 그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헤르미온느가 투명 망토를 해리와 론의 머리에 뒤집어씌웠 을 때, 오두막 앞에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해그리드는 그들이 막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 다. "얼른 가."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듣지 말구..." 그리고 그가 다시 오두막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 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천천히 해그리드의 집을 돌아나갔다. 그들이 반대편에 거 의 다다랐을 때 앞문이 쾅 하며 닫혔다. "제발, 서두르자."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참을 수가 없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단 말야..." 그들은 성으로 향하는 비탈진 잔디밭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해는 이제 빨리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보랏빛이 약간 도는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서쪽은 루비빛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론이 갑자기 발을 멈췄다. "오, 제발, 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스캐버스 때문에 그래- 녀석이-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아-" 론이 스캐버스를 걔속 주머니 속에 넣으려 했지만 그 쥐는 점점 더 광포해지고 있었 다. 스캐버스는 미친 듯이 찍찍대거나 몸을 비틀거나 머리를 흔들어 론의 손을 물려고 했다. "스캐버스, 나야. 이 멍청아, 론이라구." 론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때 뒤에서 문이 열리며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론. 제발 좀 가자 그들이 그걸 하려고 해!"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좋아- 스캐버스, 가만있어-" 그들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해리도 헤르미온느와 마찬가지로 뒤에서 나직이 들리 는 목소리들에 귀기울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론이 또다시 멈췄다. "녀석을 잡고 있을 수가 없어- 스캐버스, 조용히 해, 들킨단 말야-" 그 쥐가 미친 듯이 찍찍대고 있긴 했지만 해그리드의 정원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희미하게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적이 흘렀 다. 그리곤 느닷없이 휙,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도끼 휘두르는 소리가 분명했다. 헤르미온느가 몸을 떨었다. "그들이 했어!" 그녀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미-믿지 못하겠어- 정말 하고야 말았 어!" 제 17장 고양이와 쥐와 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충격으로 투명 망토를 뒤집어 쓴 채로 꼼짝 못하고 멍하 니 서 있었다. 지는 해와 마지막 빗줄기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정원을 비추고 있었 다. 그 뒤 그들 뒤에서 거칠게 울부짖는 소리다 들렸다. "해그리드."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이 무턱대고 돌아서 가려는 순 간 론과 헤르미온느가 팔을 잡았다. "우리는 가면 안돼." 론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새하얘져 있었다. "우리가 해그리드를 만나러 여기에 왔었다는 걸 그들이 알면 아저씨는 더 큰 곤란에 빠지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의 숨소리가 가쁘게 들렸다. "어떻게- 그들이- 그럴 수 있지?"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가자." 론이 말했다. 그는 이빨을 부드득 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망토로 몸을 가리고 천천히 성으로 향했다. 날은 이제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 다. 그들이 확 트인 정원에 도달했을 때쯤 주위는 완전히 어둠에 휩싸이고있었다. "스캐버스, 가만히 좀 있어." 론이 스캐버스를 가슴팍으로 쑤셔 넣으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 쥐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론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스캐버스를 주 머니 속으로 더 깊이 쑤셔넣으려 애썼다. "왜 그래, 이 멍청이 같은 쥐야? 가만히 있 어- 아야! 녀석이 날 물었어!" "론 조용히 해!"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조금 있으면 퍼지 장관이 올거란 말야-" "녀석이-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잖아-" 스캐버스는 겁을 먹고 있는 데 분명했다. 그 쥐는 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녀석이 왜 그러지?" 하지만 해리는 확실히 보았다- 어둠 속에서 동그란 노란 눈을 무시무시하게 번득이 며 땅에다 몸을 착 붙이고 그들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는 게 있었다- 크룩생크 였다. 해리는 그 고양이가 그들을 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찍찍대는 스캐버스의 소리를 듣고 따라오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안돼, 저리가, 크룩생크! 저리 가!" 하지만 고양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캐버스- 안돼!" 그러나 너무 늦고 말았다- 쥐가 꽉 움켜진 론의 손가락들 사이로 빠져 나가 땅바닥 으로 내려가서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그러자 크룩생크가 그 뒤를 잡으려고 펄쩍 뛰 어올랐고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미처 붙잡기도 전에, 론이 투명 망토를 벗어 던지고 어 둠 속으로 달려갔다. "론!" 헤르미온느가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해리와 서로 마주 바라보고는 뒤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투명 망토를 입은 채 로 달리기란 힘들었따. 그들은 망토를 벗어젖혔다. 앞으로 론이 달려가는 발짝 소리와 그가 크룩생크에게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스캐버스, 이리 와-" 요란스럽게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잡았다! 저리 가, 이 지독한 고양이 같으니라구-"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하마터면 론의 몸 위로 엎어질 뻔했다. 그들은 바로 뒤에서 간 신히 멈춰 섰다. 그는 땅바닥에 팔다리를 쭉 뻗고 있었지만 스캐버스는 다시 그의 주머 니 속에 있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불쑥 튀어나온 주머니를 양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론- 어서- 망토 속으로 들어와-"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와 - 마법부 장관이- 곧 올 거야-"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망토로 몸을 가리고 미처 숨을 죽이기도 전에 어슬렁어슬렁 걸 어오는 커다란 발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희미한 눈을 가진 새까만 색의 커다란 개였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로 손을 뻗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개가 펄쩍 뛰어오르더 니 앞발로 그의 가슴팍을 쳤다. 그는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긴 이빨이 보였다. 하지만 돌진하는 힘이 너무 지나쳤던지 그 개는 중심을 잃고 해리를 지나쳐 데굴데 굴 굴러갔다. 정신이 멍했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처럼 욱신거렸다. 그런데 해리가 일어 서려는 순간, 개가 또다시 공격하려고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개가 다시 튀어 오르자 일어나 있던 론이 해리를 옆으로 밀쳤다. 개의 주둥이가 론의 팔을 덥석 물었다. 해리가 개의 털을 한 움큼 잡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론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 뒤 갑자기 무언가가 얼굴을 세게 치는 바람에 해리는 그만 또다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헤르미온느 역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눈을 깜작여 흘러내리는 피를 떨어내며 요술지팡이를 더듬어 탖았다- "루모스!" 그가 작은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요술지팡이 끝에서 빛이 나오자 굵은 나무 줄기가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이 스캐버 스를 쫓아다니고 있었던 곳은 바로 커다란 버드나무 그늘이었다. 나뭇가지들은 마치 강 풍 속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는 듯 끽끽 소리를 내며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앞뒤로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는 그 개가 론을 뿌리 근처의 커다란 틈새로 질질 들어가고 있었 다- 론은 거세계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와 몸통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더 니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론!" 해리가 소리치며 따라가려고 했지만 육중한 나뭇가지 하나가 또다시 세차게 때 렸르므로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보이는 거라곤 개가 지하로 더 깊숙이 끌어당기지 못하게 하려고 론이 간신히 뿌리에 걸고 있는 한쪽 다리뿐이었다.- 하지만 우지직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론의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조금 뒤 그의 발마저 사라졌다. "해리- 도움을 요청하러 가야 해-" 헤르미온느가 숨 넘어갈 듯 말했다. 그녀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버드나무가 어깨에 상처를 냈던 것이다. "안돼!- 그러다간 저 놀이 곧 론을 잡아먹을 거야. 시간이 없어-" "해리-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야-" 또 다른 나뭇가지가 할퀴기라도 할 듯 끝을 꼬부리고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저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하면 우리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해리가 그 고 약하게 휘둘러대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들어갈 길을 찾으려고 이쪽저쪽을 재빨리 살피 며 말했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이 어찌나 심하게 휘둘러대던지 도저히 뿌리까지 다가갈 재간이 없었다. "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헤르미온느가 어쩔 줄 몰라하며 미친 듯이 속삭였다. "제발..." 그때 크룩생크가 쏜살같이 앞으로 돌진했다. 그 고양이는 휘둘러내는 나뭇가지들 시 이로 마치 뱀처럼 요리조리 피해 들어가 앞발을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 위에 올려놓았 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돌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 씰룩거리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멍하니 속삭이며 해리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녀석이 어 떻게 알았을까-?" "저 개의 친군가 보지." 해리가 험악하게 말했다. "녀석들이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있거든. 가자- 지팡이는 계속 꺼내 들고 있어야 해-" 그들은 단숨에 나무 몸통이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뿌리에 난 틈새에 도달하 기 전에 크룩생크가 먼저 꼬리를 휙 치며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리는 고양이를 따라 경사진 땅을 내려갔다. 죽 들어가자 매우 낮은 터널이 나왔다. 조금 떨어져 있는 크룩생크의 눈이 해리의 지팡이 불빛을 받아 번득거렸다. 잠시 뒤 헤르미온느가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론은 어디에 있어?" 그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쪽이야." 그러면서 해리는 허리를 굽히고 크룩생크를 따라 출발했다. "이 터널을 지나가면 어디가 나오는 거지?" 헤르미온느가 뒤에서 헐떡이며 물었다. "몰라...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에 표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프레드와 조지는 그곳으로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어... 이 터널은 지도 가장자리에서 끝나버려, 하지만 호그스미드로 통해 있는 것 같아..." 그들은 허리를 굽히고 될 수 있는 데로 빨리 움직였다. 앞서 가는 크룩생크의 꼬리가 보일락 말락 했다. 통로는 계속 이어졌다. 그건 허니듀크로 가는 통로만큼이나 길게 느 껴졌다... 해리의 머릿속은 온통 그 거대한 개가 지금쯤 론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속 달렸다... 잠시 후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널이 비틀어 지더니 크룩생크가 시야 에서 사라졌다. 대신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린 뒤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둘 모두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건 매우 난잡하게 어질러진 먼지투성이 방이었다. 벽지는 벽에서 다 떨어져 늘어져 있었고 마룻바닥은 온통 얼룩투성이였으며, 가구들은 누군가가 때려 부수기라도 한 듯 박살나 있었다. 또 창문마다 다 널빤지가 쳐져 있었다. 해리가 흘끗 바라보자 헤르미온느가 매우 겁먹은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구멍 밖으로 빠져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어 두운 복도로 통하는 오른쪽 문이 열려져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해리의 팔을 잡 았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빤지가 쳐진 창문들을 살피고 있었다. "해리."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와 있는 것 같아." 해리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있는 나무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이 무지막지하게 부서져 있는가 하면 다리 하나는 뚝 부러져나가고 없었다. "저건 귀신들이 한 짓이 아냐." 그가 천천히 말했다. 바로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층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둘 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헤르미온느가 팔을 어찌나 세게 잡았건지 해리는 손가락에 감 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그녀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자 그녀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놓았다. 그들은 가능한 한 조용히 기어 나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계단 위로 올 라갔다. 켜켜이 먼지가 쌓인 마룻바닥에 무언가가 이층으로 끌려가면서 만들어놓은 듯 한 넓은 줄무늬가 나 있었다. 그들은 어두운 층계참에 도달했다. "녹스." 그들이 동시에 속삭이자 지팡이 끝에 있던 불이 꺼졌다. 문이 딱 하나만 열 려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굵고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눈길을 교환한 뒤 교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단단히 들어올린 채로 문을 발길로 홱 걷어찼다. 먼지투성이의 커튼이 쳐진 커다란 침대 위에 누워있던 크룩생크가 그들을 보자 큰소 리로 가르랑거렸다. 고양이 옆에 있는 마룻바닥에는 론이 이상한 각도로 삐어져 나와 있는 다리를 움켜줘고 앉아 있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론에게로 급히 달려갔다. "론- 괜찮아?" "개는 어디에 있어?" "개가 아니야." 론이 끙끙 거렸다. 그가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다. "해리 그건 덫이었어-" "무슨-" "개가 아니라... 그는 애니마구스야. 동물로 변신한 사람 말야..." 론이 해리의 어깨 너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가 홱 돌아섰다. 어둠 속에 있 건 남자가 문을 쾅 닫았다. 지저분하고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팔꿈치까지 늘어져 있었다. 만약 깊고 어두운 안구 에서 눈이 반짝거리고 있지 않았다면 시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어찌나 창백했던지 꼭 해골처럼 보였다. 그가 씩 웃자 누런 이빨이 다 드러났다. 그는 바로 시리우스 블랙이었다. "익스펠리아르무스!" 그가 론의 요술지팡이를 그들에게 갖다대며 쉰 목소리로 외쳤 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가 공중으로 훽 날아가자 블랙이 얼른 잡 았다. 그 뒤 그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친구를 도와주러 왔구나."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꼭 오랫동안 말 을 해본적 없는 것처럼 들렸다. "네 아버지도 나를 위해서라면 똑같이 했을 게다. 선생 님을 부르러가지 않다니 용감하구나. 고맙다... 덕택에 모든 일이 훨씬 더 수월하게 풀 릴 것 같구나..." 아버지를 빈정거리는 것 같은 블랙의 말이 해리의 귀에는 마치 고래고래 고함을 질 러대는 것 처럼 들렸다. 가슴속에서는 증오만 끊어오를 뿐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는 난생 처음,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격하기 위해... 아니 죽이기 위해 지팡이를 되 찾고 싶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 느가 양쪽에서 그를 끌어당겼다... "안돼, 해리!" 헤르미온느가 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 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러나 론은 달랐다. "해리를 죽이려면 우리도 함께 죽어야 해여!" 그가 블랙을 노려보며 사납게 소리쳤 다. 하지만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던지 몸이 약간 흔들렸다. 블랙의 그늘진 눈이 반짝거렸다. "눕거라." 그가 론에게 조용히 말했다. "잘못했다간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르겠 다." "내 말 들었어요?" 론이 똑바로 서 있기가 힘겨운 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해리에게 매달리며 소리쳤다. "당신은 우리 셋을 몽땅 죽여야 할 거예요!" "오늘 밤 여기서는 딱 한명만 죽이면 된단다." 블랙이 씩 웃으며 말했다. "왜죠?"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서 몸을 비틀어 빼려고 하며 내뱉듯이 말했다. "지난번에는 상관하지 않았잖아요? 페티그루를 죽이기 위해 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웬일이죠? 아즈카반에서 지내면서 마음이 관대해지기라도 했나요?" "해리!" 헤르미온느가 코멘 소리를 냈다. "조용히 해!" "저 사람은 우리 엄마와 아빠를 죽였어!" 해리가 고함을 치더니 헤르미온느와 론의 팔을 홱 뿌리티고 앞으로 돌진했다- 그는 마법으로는 블랙을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는 작고 비 쩍 마른 열 세 살짜리 꼬마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마 블랙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악 명 높은 살인자가 아닌가. 그러나 해리의 머릿속엔 블랙을 있는 힘껏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블랙은 그러나 해리가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요술지 팡이를 제때에 들어올리지 못했다. 해리는 한 손으로 블랙의 손목을 잡아 지팡이를 떨 어뜨리게 하고 다른 쪽 손으로는 블랙의 머리를 쳤다. 헤르미온느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론은 있는 대로 고함을 질렀다. 블랙의 손에 들린 지팡이에서 튀어나온 불빛이 눈부시게 번쩍 하며 공중으로 튀어나가더니 해리의 얼굴 옆으로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는 자신의 손에 잡혀있던 블랙의 팔이 세게 비틀어 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쪽 주먹으로 블랙을 마구 치며 꽉 붙잡고 놓지 않았 다- 그때 블랙이 해리의 목을 잡았다.- "안돼." 그가 말했다. "난 너무 오래 기다렸어-" 손가락들이 조여오자 해리는 숨이 막혔다. 안경이 비뚤어졌다. 그때 난데없이 헤르미온느의 발이 날아왔다. 블랙이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해리를 놓 자 이번에는 론이 지팡이가 들려진 블랙의 손으로 몸을 날렸다. 그때 해리의 귀에 희미 하게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엉킨 몸들 속에서 간신히 빠져 나왔을 때 해리는 자신의 지팡이가 마룻바닥으로 굴러가는 걸 보았다. 그는 지팡이 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아으!" 그 난투극에는 크룩생크까지 합세해 있었다. 고양이가 두 앞발로 해리의 팔을 잡았 다. 해리가 힘껏 뿌리쳐 버리자 크룩생크가 이번엔 해리의 지팡이 쪽으로 돌진했다- "안돼!" 해리가 고함을 치고는 발로 걷어차려고 하자 고양이가 으르렁대며 옆으로 펄 쩍 뛰었다.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움켜줘고 돌아섰다- "비켜 서!" 그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자신과 론의 지창이를 잡고 옆으로 기어갔다. 그녀의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론은 창백한 얼굴로 헐떡히며 침대로 기어가 부러진 다 리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블랙은 벽 밑에 사지를 벌리고 드러누워 있었다.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해리가 지팡이를 자신의 심장에 겨누고 천천히 다가오는 걸 지켜보았다. "날 죽일 작정이니, 해리?" 그가 체념한 듯 말했다. 해리는 지팡이로 블랙의 가슴을 겨눈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블랙의 왼쪽 눈 주위에는 검푸른 멍이 부풀어오르고 있었고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신은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요." 해리가 말했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지팡이를 든 손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블랙이 움푹 들어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걸 부인하지는 않으마." 그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 를 알게 된다면." "모든 이야기라뇨?" 해리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 "당신이 우리 부 모님을 볼드모트에게 팔아 넘겼잖아요. 내가 알아야 할 건 그것뿐이예요." "넌 내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해." 블랙이 말했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서는 다급함 같 은게 느껴졌다. "그러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게다... 넌 잘못 알고 있어..."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 리가 심하게 떨렸다. "당신은 우리 엄마의 비명 소리를 못 들었겠죠? 우리 엄마가... 볼 드모트가 날 죽이지 못하게 하려고 애원하는 소리 말예요... 그런데 당신이... 당신이..." 바로 그때 뭔가 붉은 게 해리 옆으로 휙 내달았다. 크룩생크가 블랙의 가슴팍으로 펄 쩍 뛰어올랐다. 블랙이 눈을 몇 번 깜작이고는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저리 가." 크룩생크를 밀어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크룩생크는 발을 블랙의 망토 속으로 밀어 넣고 꼼짝하지 않으려 했다. 고양 이가 추하게 찌부러진 얼굴로 해리 쪽으로 돌리더니 노란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 다. 옆에서는 헤르미온느가 훌쩍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꽉 움켜지고 블랙과 크룩생크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가 고양이도 죽여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양이는 블랙을 도우려고 하고 있다... 고양이가 블랙을 보호하려다가 죽는다고 해도 그건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블랙이 만약 고양이를 구하고자 한다면 그건 블랙이 그의 부모보다 고양이의 생명을 더 중히 여긴다는 걸 입 증할 뿐이다... 해리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지금이 바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절호 의 기회였다. 그는 블랙을 죽일 것이다. 블랙을 죽여야 했다. 지금이 그 기회였다... 몇 초가 지났다. 그럼에도 해리는 지팡이를 들어올린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블랙 이 그를 뚫어지게 올려다보았다. 침대 근처에서 론의 지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미 온느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때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잔뜩 죽인 발짝 소리가 마룻바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아래층 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저흰 여기 위에 있어요!"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흰 여기 위에 있어요- 시리우스 블랙이에요- 빨리요!" 블랙이 깜짝 놀라 움직이는 바람에 하마터면 크룩생크가 떨어질 뻔했다. 해리는 사력 을 다해 지팡이를 쥐었다- 지금 해! 머리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외쳤다- 하지만 발짝 소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해리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 었다. 별안간 방문이 열리며 붉은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해리는 그쪽으로 홱 돌아섰 다.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올린 채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로 들이닥쳤다. 그의 눈이 마룻바닥에 누워있는 론과, 문 옆에서 겁에 질려 움츠리고 있는 헤르미온느와, 블 랙에게 지팡이를 들이대고 서 있는 해리와, 그리고 해리의 발밑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쭈글쭈글한 블랙에게로 차례로 움직였다. "익스펠리아르무스!" 루핀교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해리의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가 휙 날아갔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들고 있던 두 개도 마찬가지 였다. 루핀 교수가 솜씨 좋게 그 지팡이들을 모두 잡은 뒤, 블랙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방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크룩생크는 블랙을 보호라도 하듯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해리는 갑자기 가슴속이 텅 비는 것 같은 허탈감을 느끼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결국하지 못했다. 정작 중요한 때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블랙은 다시 디멘터들에게로 돌려보내질 것이다. 그때 루핀 교수가 아주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어디에 있나, 시리우스?" 해리는 얼른 루핀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루핀 교수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루핀 교수가 누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걸까?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블 랙을 쳐다 보았다. 블랙의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었다. 잠시 동안 그는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뒤 아주 천천히 그가 손을 들어 올려 론을 가리켰다. 해리는 어리 둥절한 얼굴로 론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는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럼..." 루핀 교수가 블랙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왜 더 일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지? 만약..." - 마치 블랙 너머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보이기하도 하는 듯 루핀 교수의 눈이 갑자기 둥그레졌다- "- 만약 그 쥐가 바로 그자가 아니라면... 만약 자네가 계획을 바 꾸지 않았다면... 내게 말도 없이?" 블랙이 루핀 교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 해리가 큰소리로 끼어 들었다. "무슨 일-?"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광경 때문에 너무도 놀라서 목소 리가 나오지 않았건 것이다. 루핀 교수가 블랙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지팡이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블랙 쪽으로 걸어가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형제라도 되는 양 그를 껴안았다. 그룩생크가 마룻바닥으로 떨어졌다. 해리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루핀 교수가 블랙을 놓더니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그녀는 마룻바닥에서 몸을 일으키 고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손가락으로 루핀 교수를 가르켰다. "교수님이- 교수님 이- " "헤르미온느-" "- 교수님과 그 사람이!" "헤르미온느, 진정하려무나-" "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헤르미온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오히려 교수님을 두둔해 왔어요-" "헤르미온느, 내말 좀 들어보거라, 제발!"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내가 다 설명해주 마-" 해리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느꼈다. 하지만 두려워서가 아니라 또다시 밀 려오는 분노 때문이었따. "전 교수님을 믿었어요." 그가 루핀 교수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 고 있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저 사람 친구였다니!" "그게 아니란다." 루핀교수가 말했다. "나도 한동안은 시리우스의 친구가 아니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설명해주마..." "필요 없어요!"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해리, 그사람 말 믿지마. 블랙이 성안으로 들 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바로 루핀교수야. 그도 네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그 는 늑대인간이야!"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제 모두 루핀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 굴은 다소 창백하긴 해도 매우 침착해 보였다. "그렇지 않단다, 헤르미온느." 그가 말했다. "그래, 세가지 중 하나는 맞는 것 같구나. 그렇지만 난 시리우스가 성으로 들어오는 걸 돕지도 않았고 해리가 죽는 건 더더군다 나 바라지 않는단다... " 그의 얼굴 근육이 이상하게 떨렸다. "하지만 내가 늑대인간이 라는 건 부인하지 않으마." 용감하게 일어서려던 론이 신음 소리를 내며 추춤했다. 루핀 교수가 걱정스러운 얼굴 로 그에게 다가갔지만 론이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내게서 떨어져, 늑대인간아!" 루핀 교수가 딱 멈춰 섰다. 그리고는 간신히 헤르미온느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 다. "언제부터 알았니?" "한참 됐어요."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내준 숙제를 한 이후 죽 알고 있었어요..." "그가 아주 기뻐하겠구나." 루핀 교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그런 숙제를 내준 건 내 증상이 무얼 의미하는지 누군가가 알게 되길 바랐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보름달 이 뜰 때만 되면 항상 아프다는 걸로 알아챈 거니? 아니면 보가트가 날 보았을 때 보 름달로 변했다는 걸로 알아챈 거니?" "둘 다예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루핀 교수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정말 똑똑하구나, 헤르미온느." "아니예요." 헤르미온느가 냉담하게 말했다. "조금 더 똑똑하게 굴었어야 했어요. 교 수님의 정체를 진작 모두에게 말했어야 했다구요!" "하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단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적어도 선생들은 말이다." "그럼 덤블도어 교수님은 당신이 늑대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용했단 말인가요?" 론은 숨이 막혔다. "정신 나간 거 아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선생들도 있었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분은 내가 믿을 수 있 는 사람이라는 걸 선생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굉장히 애쓰셨단다-" "그렇다면 이번엔 덤블도어 교수님이 실수하셨네요!" 해리가 소리쳤다. "당신이 저 사람을 죽 돕고 있었으니까 말예요!" 그가 손가락으로 블랙을 가리켰다. 블랙이 갑자기 침대로 가서 맥없이 주저앉더니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줘자 크룩생크가 그르렁거 리며 그의 무릎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론이 겁에 질린 얼굴로 다리를 질질 끌며 옆으 로 움직였다. "난 시리우스를 돕지 않았단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기회만 준다면 다 설명해주마. 자-" 그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지팡이를 다시 각 주인에게로 던졌다. 해리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 루핀 교수가 자신의 지팡이를 허리띠 속으로 다시 찔러 넣으며 말했다. "너희 들에겐 지팡이가 있고 우린 없다. 그럼, 이제 내 말을 들어주겠니?" 해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속임수일까? "교수님이 만약 저 사람을 돕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블랙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 했다. "그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아셨죠?" "지도를 봤지." 루핀교수가 말했다. "호그와트의 비밀지도 말이다. 난 내 사무실에서 죽 그걸 살펴보고 있었단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세요?" 해리가 수상쩍은 듯 물었다. "알고 말고," 루핀 교수가 성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지도를 만드는 걸 도왔 었는데 모를 리가 있겠니, 내가 바로 무니란다- 그건 학창시절 내 친구들이 붙여준 별 명이었지." "교수님이 그 지도를 만들었다구요-?" "중요한 건 내가 오늘 저녁에 그걸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란다. 왜냐하면 난 너희들이 히포그리프가 처형되기 전에 분명히 성에서 몰래 빠져나가 해그리드를 찾 아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 그리고 내 짐작은 옳았단다, 안그러니?" 그는 천천히 왔다갔다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발밑에서 먼지가 뿌옇게 피어올 랐다. "넌 네 아버지의 투명 망토를 입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해리-" "그 망토에 대해 어떻게 아세요?" "난 제임스가 그걸 쓰고 사라지는 걸 여러 번 보았단다..." 루핀 교수가 또 한번 성급 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요점을 말하자면, 너희들이 투명 망토를 입고 다닌다 해도 비밀 지도에는 너희 모습이 나타난단다. 난 너희들이 정원을 지나 해그리드의 오두막으 로 들어가는 걸 죽 지켜보았단다. 20분쯤 뒤 너희들은 해그리드의 집에서 나와 다시 성 을 향해 출발했지. 하지만 그땐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지." "뭐라구요?" 해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렇지 않았어요!" "나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단다." 루핀 교수가 해리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왔다갔다하며 말했다. "난 지도가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단다. 그 자가 어떻게 너희들과 함게 있을 수 있겠니?" "아무도 저희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니까요!" 해리가 강조하 듯 다시 말했다. "그 뒤 난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또 다른 점이 너희들 쪽으로 급히 움 직이고 있는 걸 보았단다... 난 그가 너희일행 중 둘과 부딪히는 걸 보았지. 그리고 너 희들 가운데 두명을 커다란 버드나무 속으로 끌어당기는 걸 지켜보았단다." "우리 중 하나였어요!" 론이 화를내며 말했다. "아니다, 론." 루핀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둘이야." 그는 걸음을 멈추고 론을 바라보았다. "그 쥐를 한번 봐도 되겠니?" 그가 물었다. "뭐라구요?" 론이 의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스캐버스가 그 일과 어떤 관계 가 있다는 거죠?" "아주 깊은 관계가 있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녀석을 좀 보여주겠니?" 론은 망설이다가 손을 망토 속으로 집어넣었다. 스캐버스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나왔다. 론은 녀석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긴 꼬리를 잡고 있어야 했다. 크룩생크가 블랙 의 다리 위에 서서 나지막하게 쉿 소리를 냈다. 루핀 교수가 론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루핀 교수가 스캐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 자 녀석이 겁을 먹은 듯 꼼짝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뭐죠?" 론 역시 겁먹은 표정으로 스캐버스를 꼭 당겨 안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제 쥐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죠?" "그건 쥐가 아니란다." 시리우스 블랙이 쉰 목소리로 불쑥말했다. "무슨 말이세요- 당연히 쥐죠-" "아니, 그건 쥐가 아니란다." 루핀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마법사란다." "동물로 변신한 거지." 블랙이 말했다. "그는 피터 페티그루라는 사람이야." 제18장 무늬와 웜테일과 패드풋돠 프롱스 그들은 이 터무니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몰라 한참동안 말을 잃었다. 잠 시 후 론이 역시나 해리가 생각하고 있던 말을 불쑥 내뱉었다. "둘 다 미쳤군요." "말도 안돼요!" 헤르미온느가 머무적거리며 말했다. "피터 페티그루는 죽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저 사람이 12년 전에 그를 죽였단 말예 요!" 그가 손가락으로 블랙을 가리키자 그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하려고 했었지." 그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하지만 피터는 용케 달아났단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될 거야!" 그리고는 블랙이 스캐버스에게로 돌진하자 크룩생크가 마룻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블랙의 무게가 론의 부러진 다리를 짓누르자 그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시리우스, 안돼!" 루핀 교수가 달려가 론에게서 블랙을 잡아끌며 소리쳤다. "기다려! 그런 식으로 해선 안돼- 저 애들도 알 건 알아야 해-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구-" "설명은 나중에도 할 수 있어!" 블랙이 루핀 교수를 뿌리치며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그가 새끼 돼지처럼 꽥꽥거리고 있는 스캐버스를 잡으려고 손을 휘젓자 녀석이 달아나 려고 하며 론의 얼굴과 목을 마구 할퀴었다. "저 애들은- 모든 걸- 알아야 할 - 권리가 있어!" 루핀교수가 블랙을 말리려고 안간 힘을 쓰며 헐떡거렸다. "론은 그를 애완 동물로 여기고 있어! 어떤 부분은 심지어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아! 그리고 해리 말일세- 자네는 해리에게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 어, 시리우스!" 그 말에 블랙이 스캐버스에게 달려드는 걸 멈추었다. 하지만 움푹 들어간 그의 눈은 여전히 쥐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스캐버스는 물고 할퀴는 바람에 피가 줄줄 흐 르고 있는 론의 손아귀에 꽉 쥐어져 있었다. "좋네, 그럼." 블랙이 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자네가 원하는 대로 그 애들 에게 말하지, 리무스. 하지만 난 감옥에 다시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저 자식은 내 손으 로 죽이고야 말겠네..." "두 사람 다 미쳤군요." 론이 좀 거들라는 듯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돌아보면서 비틀 거리며 말했다. "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전 가겠어요." 그가 성한 다리로 딛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루핀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려 스 캐버스에게 갖다댔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 론."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듣는 동안에 피터를 꼭 잡고 있어라." "그는 피터가 아네요. 스캐버스라구요!" 론이 쥐를 다시 앞 주머니 속으로 쑤셔 넣으 려 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스캐버스가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론이 균형을 잃고 흔들거렸으므로 해리가 그를 부축해 다시 침대에 앉혔다. 그 뒤 해리는 블 랙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루핀 교수에게로 돌아섰다. "페티그루가 죽은 걸 본 증인들이 있어요." 그가 말했다.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보았다구요..." "그들은 본 게 아니라 보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블랙이 론의 손아귀에서 발버둥치 고 있는 스캐버스를 주시하면서 사납게 말했다. "모두들 시리우스가 피터를 죽였다고 생각했지." 루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나도 그렇게 믿었단다- 오늘 밤 그 지도를 볼 때까지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지도 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피터는 살아있단다. 론이 잡고 있는게 바로 그 사람이 란다, 해리." 해리는 론을 내려다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그들은 똑같은 생각 을 하고 있었다. 블랙과 루핀 교수는 둘다 정신이 나간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도 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스캐버스가 어떻게 페티그루일 수 있단 말인가? 블랙은 아즈 카반에 들어가 있는 동안 미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루핀 교수는 왜 그를 돕고 있 는 걸까? 그때 헤르미온느가 루핀 교수가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 침착하게 말했 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루핀 교수님... 스캐버스는 페티그루일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말도 안된 다는거 아시잖아요..." "왜 말이 안된다는 거지?" 루핀 교수는 마치 수업중에 헤르미온느가 그라인딜로우 실험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라도 한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피터 페티구르가 동물로 변신했다면 사람들이 벌써 알아챘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흰 맥고나걸 교수의 수업 시간에 동물 변신에 대해 배웠어요 그 리고 숙제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마법부는 동물이 될 수 있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감 시하고 있대요. 그들이 어떤 동물로 변신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 자세히 보여주는 명부가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도 그 명부에 올라있었어요. 금세기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딱 일곱 명뿐이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그 명부에는 페티그루의 이름은 없 었어요-" 해리가 이런 상황에서 헤르미온느가 왜 갑자기 숙제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고 있을 때 루핀 교수가 웃기 시작했다. "맞다, 헤르미온느!" 그가 말했다. "하지만 마법부는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 세명 이 호그와트를 돌아다니곤 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단다." "그 애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려거든 얼른 하게. 리무스." 블랙이 여전히 스캐버스 의 필사적인 동작 하나하나를 똑바로 지켜보며 딱딱거렸다. "난 12년을 기다렸어.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좋네... 하지만 날 좀 도와줘야겠네, 시리우스." 루핀 교수가 말했다. "난 그 일이 시작된 경위만 알 뿐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니까 말일세..." 루핀 교수가 말을 멈췄다. 뒤에서 크게 삐걱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침실 문이 저절로 열린 것이다. 그들 다섯명은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뒤 루핀 교수가 성큼성 큼 걸어가 층계참을 내다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이곳은 귀신이 붙었어요!" 론이 말했다. "아니란다." 루핀 교수가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명을 지르 는 오두막은 그런 곳이 아니란다... 마을 사람들이 듣곤 하던 비명 소리와 울부짖는 소 리는 내가 낸 것이었단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게 바로 그것에서 비롯된 거란다- 내가 늑대인간이 되면서 말이다. 내가 물리지 만 않았거라면... 그리고 내가 그렇게 무모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 지 않았을 게다..." 그는 진지해 보였지만 동시에 지쳐 보였다. 론이 끼어 들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가 로막았다. "쉬!" 그녀는 루핀 교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아주 어렸을 때 물렸단다. 우리 부모님은 안 해본 게 없지만 그 당시에는 전혀 낫지 않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날 위해 만들어주고 있는 마법의 약은 아주 최근에야 발 견된 거란다. 그걸 먹으면 멀쩡하지 모름달이 되기 일주일 전에 먹기만 한다면 늑대로 변해도 이성은 잃지 않게 된단다... 그저 온순한 늑대가 되어 달이 이지러지길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 하지만 투구꽃 마법의 약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나는 한달에 한 번씩 온몸이 털투성 이인 괴물로 변했단다.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지. 다른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덤블도어 교수가 교장이 되었는데 내 상황을 굉장히 딱하게 여기셨단다. 그분은 어쩐 예방 조치만 취한다면, 내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 지..." 루핀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내가 몇 달 전에 네게 커다란 버드나무가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던해에 심어졌다고 말한 것 있었지. 이 집 은," - 루핀 교수가 비참한 얼굴로 방을 둘러보았다- "호그와트로 통하는 터널이란다- 내가 이용할 수 있도록 덤블도어 교수가 특별히 만들어 준 것이지. 난 한달에 한 번씩 성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곳으로 들어와 늑대로 변했단다. 터널 입구에 그 나무가 심어 진 건 내가 위험한 괴물이 되어 있는 동안 아무도 내게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 함이었단다."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해리는 완전히 넋을 빼앗긴 채 듣고 있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루핀 교수의 목소리 이외에는 겁에 질려 찍찍대는 스캐버 스의 소리뿐이었다. "그 당시에 내 변신은- 끔찍했단다. 늑대로 변하는 건 대단히 고통스럽지. 난 사람을 물지 못하도록 격리되었으므로 대신 내 자신을 물어뜯고 할퀴었단다. 마을사람들은 그 소리와 비명 소리를 듣고는 아주 난폭한 유령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 걸로 착각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 소문을 부추겼지... 이 집이 한동안 조용했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여 전히 이곳에 가까이 다가오길 꺼렸던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하지만 비록 늑대로 변하긴 했지만 난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단다. 난생 처음으로 친구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지. 그것도 세명의 훌륭한 친구들말이다. 시리우스 블랙... 피터 페티그루... 그리고 물론 네 아버지 제임스 포터 이렇게 세명을 말이다, 해리. 그런데 세 명의 친구들은 내가 한달에 한번씩 사라진다는 걸 알아채고 말았단다. 난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꾸며냈지. 난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집에 가야만 한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헤르미온느 너처럼 진실을 알아내고야 말았지... 하지만 그들은 날 버리지 않았단다. 대신 그들은 내가 늑대로 변해 있는 동안이 오히 려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해주었단다. 그들 스스로가 애니마구스가 된 것이었지." "우리 아빠도요?" 해리가 깜짝 올라서 물었다. "물론이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들은 꼬박 3년 만에 그렇게 하는 마법을 알아냈 단다. 네 아버지와 여기에 있는 시리우스는 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었거든. 하 지만 운도 좋았단다. 왜냐하면 애니마구스 변신은 자칫하면 지독하게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한 가지 이유는 마법부가 그걸 시도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 문이란다. 피터는 제임스와 시리우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했지만 마침내 5학년이 되 자 그들 모두 그럭저럭 그걸 해낼수 있었단다. 그들은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 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게 어떻게 교수님을 도왔다는 거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녀는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인간으로서는 나와 친구가 될 수 없으니까 동물로 변했던 거란다." 루핀 교 수가 말했다. "늑대인간은 사람들에게만 위험한 존재거든. 그들은 매달 제임스의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고 몰래 성밖으로 나갔지. 그리고 변신 했단다... 피터는 살짝 들어가 그 나무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옹이를 건드릴 수 있었지. 그렇게 해서 그들은 터널 밑으로 내래와 나에게로 왔던 거란다. 그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난 점점 덜 위험해지 게 되었단다. 비록 몸은 여전히 늑대 모습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난 더없이 온순해지는 걸 느꼈단다." "서두르게 리무스." 블랙이 여전히 살기 등등한 표정으로 스캐버스를 노려보며 딱딱 거렸다. "거의 다 끝나가네, 시리우스, 다 끝나가... 그런데 우리 모두가 동물로 변할 수 있게 되자 우린 재미난 장난을 치고 싶어졌단다. 우리는 곧 밤만 되면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 에서 나와 학교와 정원과 마을을 돌아다녔지. 시리우스와 제임스는 커다란 동물로 변신 했으므로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늑대인간인 나의 난폭한 행동을 저지할 수 있 었단다. 난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호그와트의 정원과 호그스미드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 이 알아낼 수 있을까 궁금했지... 우리가 비밀 지도를 만들고 우리의 별명들을 써 놓은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단다. 시리우스는 패드풋이란다. 피터는 웜테일이고 제임스는 프롱 스였지." "어떤 동물-?" 해리가 물어보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가로 막았다 "그렇다 해도 그건 정말로 위험해요! 어둠 속에서 늑대인간과 돌아다니다니! 교수님 이 다른사람을 따돌리고 누군가를 물면 어떡해요?" "물론 그 생각이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단다." 루핀 교수가 느릿느릿 말했다.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았지. 하지만 우린 나중에 그런 일들을 생각하며 재미있어했단 다. 우린 젊었고 생각과 행동은 거침이 없었단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거지. 난 물론 때로 덤블도어 교수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단다...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있었던건 다 그분 덕택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교장이었다면 어림도 없었겠 지. 하지만 그분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놓은 규칙들을 바로 내가 어기 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단다. 그분은 내가 세명의 친구들까지 불법으로 애 니마구스가 되게 했다는 걸 전혀 몰랐어. 하지만 우리가 돌러 앉아서 다음달의 모험 계 획을 짤 때는 난 언제나 어리석게도 그분에 대한 죄책감을 까맣게 잊고 말았지. 그리고 난 전혀 변하지 않았단다..." 루핀 교수의 표정이 굳어졌으며 그의 목소리에는 자기 혐오가 배어 있었다. "난 금 년 내내 내 자신과 싸웠단다. 덤블도어 교수에게 시리우스가 애니마구스라는 걸 말해야 할까? 생각 하며 말야.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왜냐구? 너무 비겁했기 때문 이었지. 그건 내가 학창 시절에 이미 그분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 들었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덤블도어 교수의 신뢰가 내게는 전부나 다름없었거든. 그분은 내가 어렸을 때는 호그와트에 입학시켜주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내 정체 때문에 마땅한 유급 일자리 하나 찾을 수 없어 고생하고 있던 내개 선뜻 일자 리를 주신 은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시리우스가 볼드모트에게서 배운 어둠의 마법을 이용해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고만 생각했을 뿐 애니마구스가 된 것은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확신했단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나에 대한 스네이프 교수의 생각이 옳았던 거지?" "스네이프라니?" 블랙이 처음으로 잠시 스캐버스에게서 눈을 떼고 루핀 교수를 올려 다보며 거칠게 말했다. "스네이프가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 "그는 여기 있네, 시리우스." 루핀 교수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도 이곳에서 가르치고 있다네." 그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스네이프 교수는 우리와 학교에 함께 있었단다. 그는 내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 으로 임명되는 걸 굉장히 반대했었지. 그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일년 내내 내가 믿을 만 한 사람이 못 된다고 말했었단다. 하지만 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다... 여기에 있 는 시리우스가 그에게 장난을 쳐서 하마터면 그를 죽일 뻔했었거든. 나도 같이 한 장난 이었지 물론-" 블랙이 코웃음을 쳤다. "그는 그래도 쌌어." 그가 비웃듯이 말했다. "살금살금 들어와 우리가 무슨 짓을 하 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잖은가... 우리가 학교에서 쫓겨나길 바라면서 말야..." "세베루스는 내가 매달 어디로 가는지 매우 궁금했단다." 루핀 교수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우린 같은 학년이었지. 그런데 우린- 그러니까- 서로 아주 싫 어했단다. 그는 특히 제임스를 싫어했단다. 내 생각엔 퀴디치에 재능이 있는 제임스를 시기했기 때문이었던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스네이프 교수는 어느날 저녁 내가 폼프 리 부인과 정원을 걸어가는 걸 보게 되었단다. 그녀는 날 커다란 버드나무 쪽으로 데려 다주던 길이었단다. 늑대로 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시리우스가 뭐랄까- 장난을 치려고 스네이프 교수에게 긴 막대기로 나무 몸통에 있느 옹이를 찌르기만 하면 날 따 라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단다. 물론 스네이프 교수는 그렇게 하려고 했지- 이집으로 들어오기만 했다면 그는 아마 늑대인간을 만났을 게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듣고는 제임스가 스네이프 교수를 좇아가 목숨을 걸고 그를 잡아끌 었지... 스네이프 교수는 터널 끝에서 내 모습을 흘끗 보았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에 게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그는 내 정체 를 알게 되었건 거란다... "그래서 스네이프 교수가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는 거로군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교수님도 함께 그 장난을 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바로 그거야." 루핀 교수 뒤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비웃듯이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투명 망토를 벗으며 요술지팡이를 루핀 교수에게로 들이댔다. 제 19장 볼트모트의 부하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블랙이 벌쩍 일어섰다. 꼭 강한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커다란 버드나무 밑에서 이걸 발견했지." 스네이프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루핀 교수 의 가슴팍에다 똑바로 갖다댄 채 투명 망토를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 "매우 유용하더구 나, 포터. 고맙다..." 스네이프 교수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긴 했지만 표정은 득의 양양해 보였다. "자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겠지?" 그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방금 전 자네의 사무실에 들렀었네, 루핀. 자네가 오늘 마법의 약을 먹는 걸 잊어서 내가 한잔 들고 갔었지. 그런데 운 좋게도... 정말로 운이 좋았지. 자네 책상에서 어떤 지도가 놓여 있지 뭔가. 흘끗 보니 그 안에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더군. 난 자네가 이 통로로 달려가 사라지는 걸 보았네."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말하려 했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그를 무시했다. "교장선생님께 자네가 옛친구 블랙이 성안으로 들어오는 걸 도왔을 거라고 누누이 말했었는데 내 직감이 맞군 그래. 여기 그 증거가 있지 않은가. 난 자네가 이런 낡은 곳을 은신처로 이용할 정도로 용감한 줄은 꿈에도 몰랐네-" "세베루스, 그건 오해네." 루핀 교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넨 아무 말도 듣지 못했 지 않은가- 내가 설명해 주겠네- 시리우스는 해리를 죽이기 위해 여기에 온게 아니네 -" "오늘 밤 아즈카반으로 갈 사람이 두명 더 있겠군." 스네이프 교수가 이제 눈을 미친 듯이 번즉이며 말했다. "덤블로어 교수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흥미롭군... 그는 자 네가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아주 확신했었거든, 루핀... 유순한 늑대인간이라고 말일세-" "이 어리석은 사람아." 루핀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유치한 시샘으로 죄없는 사람 을 아즈카반으로 보내다니 말이 되나?" 펑! 스네이프 교수의 지팡이 끝에서 병안 간 뱀같이 생긴 가느다란 줄이 튀어나롸 루핀의 입과 손목과 발목을 친친 감았다. 루핀 교수가 균형을 잃고 마룻바닥으로 넘어 졌다. 그러자 블랙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무섭게 고함을 지르며 스네이프 교수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가 먼저 요술지팡이를 블랙의 미간에다 갖다됐다. "보낼 만하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블랙이 갑자기 딱 멈춰 섰다. 둘 다 증오에 찬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른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흘끗 바라보았다. 론도 발버둥치는 스캐버스를 꼭 줜 채 그처럼 어 리둥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스네이프 교수쪽으로 한 발짝 내딛 더니 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님- 그들의- 그들의 말을 한번 들어보는게 어떠세요? 들어본다고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안- 안그렇가요?" "그레인저, 넌 전학당할 줄 알아." 스네이프 교수가 내뱉듯이 말했다. "살인범과 늑대 인간과 함께 있었으면서 뭘 잘했다고 입을 놀리는 거냐? 입 닥치고 잠자코 있어." "하지만 만약-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조용히 하라니까!" 스네이프 교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르면 가만히 있으란 말 야!" 블랙의 얼굴로 향해져 있던 그의 지팡이 끝에서 블꽃들이 튀어나갔다. 헤르미온느 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렇게 복수를 하게 되다니 기분이 아주 좋군." 스네이프 교수가 블랙에게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자네를 잡고 싶어했는지 모를 걸세..." "자네가 또 잘못한 거네, 세베루스." 블랙이 으르렁 거렸다. "이 아이가 쥐를 성으로 데려가기만 한다면," - 그가 고개를 론에게 홱 돌렸다.- "난 조용히 따라가겠네..." "성으로 말인가?" 스네이프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가 굳이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을 걱 같군. 난 그저 버드나무에게 나가는 즉시 디멘터를 부르기만 하면 되네. 자네를 보면 그들이 굉장히 기뻐할 걸세, 블랙... 자네에게 입이라도 맞추려 할걸 아마..." 블랙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자네는- 자네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쥐- 저 쥐를 보게-"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의 눈이 무섭게 번득였다. 그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자 모두들." 그가 말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딸깍 소리나게 하자. 루핀 교수를 친친 감았던 줄 끝이 그의 손으로 날아갔다. "늑대인간은 내가 끌고 가지. 디멘터들이 그에 게도 입을 맞추려 할지 모르니까 말야-"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가로 막았다. "비켜 서라, 포터. 넌 네 자신이 얼마나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구나." 스네이프 교수가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만약 네 생명을 구하러 오 지 않았더라면-" "루핀 교수님은 마음만 먹었다면 절 얼마든지 죽일수 있었을 거예요." 해리가 단호하 게 말했다. "전 그분과 단둘이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디멘터 방어법 수업을 받으면서 말예요. 저 분이 만약 블랙을 돕고 있었다면, 왜 그때 절 끝장내버리지 않았겠어요?" "내가 늑대인간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니." 스네이프 교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비켜 서, 포터." "교수님은 형편업는 분이군요!" 해리가 나무라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저 학창시절에 교수님에게 조금 장난을 쳤다고 해서 그들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다니요-" "입 닥쳐!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스네이프 교수가 더 사나운 얼굴로 날카롭게 말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구나, 포터! 나 방금 너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넌 내게 무릎을 꿇고 고맙다고 해야해! 죽게 내버려둘 수도 있었어. 너도 보나마나 네 아 버지처럼 죽었을 게다. 너무 오만해서 블랙을 잘못 봤다는 걸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으 면서 말이다- 자, 저리 비켜 서, 포터!" 해리는 결심했다.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가 그에게 미처 한 발짝 떼기도 전에 요술지 팡이를 들어올렸다. "익스펠리아르무스!" 그가 주문을 외쳤다- 하지만 소리를 친 사람은 해리만이 아니 였다. 갑자기 돌풍이 몰아치면서 문이 경첩에 매달린 채로 덜컥거렸다. 스네이프 교수 의 몸이 붕들어올려져 벽으로 내동댕이 쳐진 뒤 마룻바닥으로 스르르 미쓰러져 내렸다. 기절한 그의 머리카락 밑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정확히 동시에 스네이프 교수에게 똑 같은 주문을 외쳤던 것이었다. 스네이프 교수의 지팡이가 높이 호를 그리며 날아가 크 룩생크 옆에 있는 침대에 떨어졌다. "왜 그랬니." 블랙이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게 맡겨두지 않고..." 해리는 블랙의 눈을 피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선생님을 공격했어... 우리가 선생님을 공격했어." 헤르미온느가 기절한 스네 이프 교수를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며 훌쩍거렸다. "어쩌면 좋아 . 우린 이제 큰일 났어-" 루핀 교수가 몸을 친친 감고 있는 밧줄을 풀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블랙이 얼른 허 리를 굽혀 그를 풀어주었다. 루핀 교수가 똑바로 일어서서 밧줄로 조여있던 팔을 문질 렀다. "고맙다, 해리." 그가 말했다. "아직 교수님을 믿는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가 애써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네게 증거를 보여주어야겠구나." 루핀 교수가 말했다. "얘야- 피터를 이리 주렴, 어서." 론이 스캐버스를 더 꼭 움켜 잡았다. "허튼 소리 마세요." 그가 가냘프게 말했다. "저 사람이 고작 스캐버스를 손에 놓으 려고 아즈카반에서 탈옥했다고 말하려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가 거들어주기를 바라 기라도 하듯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좋아요, 페티그루가 쥐로 변할 수 있 다고 쳐요- 세상엔 수백만 마리의 쥐가 있어요- 그런데 아즈카반에 갇혀 있었던 그가 자신이 찾는 게 어느 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죠?" "그거 정말 그럴듯한 질문이로군." 루핀 교수가 블랙에게로 고래를 돌리고 얼굴을 약 간 찡그리며 말했다. "시리우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냈나?" 블랙이 마르고 긴 한쪽 손을 망토 속으로 넣에 꼬깃꼬깃한 종이쪽지 하나를 꺼내서 잘 펴서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건 지난 여름에 '예언자 일보'에 실렸던 론과 그의 가족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 에는 스캐버스가 론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이걸 어디서 구했나?" 루핀 교수가 깜짝 놀라 블랙에세 물었다. "퍼지 장관." 블랙이 말했다. "그가 작년에 아즈카반 시찰을 나왔을 때, 내게 신문을 주었지. 그런데 그 1면에 피터가 있었네... 이 소년의 어깨 위에 말일세... 난 그를 단번 에 알아보았지... 그가 변신하는 걸 내가 얼마나 많이 보았나? 그런데 신문을 읽으니 그 아이가 호그와트로 돌아갈 거라는 거야... 해리가 있는 곳으로 말일세... "이럴 수가!" 루핀 교수가 스캐버스와 신문의 사진을 차례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 다. "그 쥐의 앞발..." "그게 어떻다는 거죠?" 론이 시비조로 말했다. "그는 발가락 한 개가 없잖은가." 블랙이 말했다. "물론이지." 루핀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너무나 간단했어... 너무나 기막혔지... 그가 그걸 직접 잘라냈었나?" "변신하기 직전에 그랬지." 블랙이 말했다. "내가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 그는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릴리와 제임스를 베신했다는 말을 듣게 하려고 큰소리로 외 쳐 말했지. 그 뒤 내가 미처 그에게 저주의 버법을 걸기도 전에, 등뒤에 있던 지팡이로 거리를 폭파시켜 5미터 내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네- 그리고 다른 쥐들과 함께 하 수구 속으로 달아나 버렸어..." "혹시 들은 적 있니, 론?"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들이 산산 조각이 된 거리에서 피 터의 몸의 일부를 찾아냈는데 가장 큰게 그의 손가락이었다는 말 말이다." "이것 보세요. 스캐버스는 다른 쥐와 싸우다가 그렇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녀석은 저 희 가족과 오랫동안 있었다구요. 그러니까-" "12년 동안이지, 사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혹시 그 쥐가 왜 그렇게 오래 사는지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니?" "저희들이- 저희들이 잘 돌봐주었으니까 그러죠!" 론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구나, 그렇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 쥐는 시리우스가 감옥에서 다시 나왔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죽 몸무게가 줄었을 게 다..." "녀석은 저 미친 고양이 때문이 겁에 질려 있어서 살이 빠졌던 거예요!" 론이 침대 위에서 그르렁거리고 있는 크룩생크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말은 옳지 않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스캐버스는 크룩생크를 만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었다... 론이 이집트에서 돌아온 뒤부터 죽 그랬다. 블랙이 탈옥한 이 후 죽... "이 고양이는 미친게 아니란다." 블랙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뼈만 앙상한 손을 뻗어 크록생크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어루만졌다. "난 녀석처럼 영리한 고양이는 처음보 았단다. 그는 피터를 단번에 알아보았단다. 그리고 날 만났을 때도 내가 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단다. 한참 뒤 녀석은 날 신뢰하게 되었지... 마침내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녀석에게 이럭저럭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녀석이 날 돕게 되었던 거란 다..." "그게 무슨 뜻이죠?"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는 피터를 내게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날 위해 그리 핀도르 탑에 들어가는 암호를 훔쳐주었던 거지... 내가 알기로 녀석이 어떤 남학생의 침대 옆 탁자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해리는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나 피터가 낌새를 알고 달아났지..."블랙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고양이- 크 룩생크였던가? 어쨌든 이 녀석이 피터가 침대 시트에 핏자국을 남겼다고 내게 말해주 었단다. 녀석은 자기 자신을 깨물어 피를 낸게 틀림없단다... 녀석이 죽음을 가장한 건 일단 효과가 있었지..." 이 말을 듣자 해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쥐가 왜 죽은 체 했을까요?" 그가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이 우리 부 모님을 죽인 것처럼 그를 죽이려고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겠죠!" "아니란다." 루핀 교수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해리-" "그래서 이제 그를 죽이러 온 거로군요!" "그래 그렇단다." 블랙이 흉악한 얼굴로 스캐버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스네이프 교수가 당신을 데려가도록 놔둘 걸 잘못했군요!" 해리가 소리쳤다. "해리." 루핀 교수가 허둥지둥 말했다. "모르겠니? 그동안 줄 곧 우리는 시리우스가 네 부모를 배신했고, 피터는 그를 뒤쫓아갔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 단다. 모르겠니?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은 피터였단다- 시리우스는 그를 뒤쫓아갔던 거고 말이다-" "그건 사실이 아네요!" 해리가 소리쳤다. "저 사람은 제 부모님의 비밀 파수꾼이였어 요!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 저 사람이 분명히 말했어요. 그가 제 부모님을 죽였다고 했 다구요!" 그는 블랙을 가리키고 있었다. 블랙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해리... 내가 네 부모님을 죽인 거나 다름없단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마 지막 순간에 릴리와 제임스에게 피터와 바꾸라고 설득했단다. 나 대신 그를 비밀 파수 꾼으로 하라고 말이다... 난 비난 받아도 할말이 없다. 나도 안단다... 그들이 죽던 날 밤, 난 피터를 살펴보러 갔었단다. 그가 안전하게 잘있는지 확인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그가 숨어있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단다. 하지만 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었지. 느낌이 이상했단다. 난 겁이 났지. 난 곧장 네 부모님의 집으로 갔단다. 그런데 집은 파괴되어 있고 시체가... 난 그제야 피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단 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그가 말을 멈추고 얼굴을 돌렸다. "그만하면 됐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전 같지 않게 매우 엄격하게 들렸다.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증할 길이 있지. 론, 그 쥐를 이리 내라." "녀석을 드리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론이 루핀 교수에게 절박하게 물었다. "그에게 억지로라도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가 만약 정 말로 쥐라면, 전혀 해가 없을 게다." 론은 머뭇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듯 그가 스캐버스를 내밀자 루핀 교수가 그 쥐를 받아들었다. 스캐버스가 미친 듯이 찍찍거리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의 작은 까만 눈이 커지고 있었다. "준비됐나, 시리우스?" 루핀 교수가 물었다. 블랙은 이미 침대에서 스네이프 교수의 요술지팡이를 가져와 들고 있었다. 그가 루핀 교수와 발버둥치는 쥐에게 다가갔다. 그의 젖은 눈이 갑자기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 았다. "함께 하겠나?" 그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야겠지." 루핀 교수가 한 손으로는 스캐버스를 꽉 잡고 다른 손으로는 지팡이를 든 채 말했다. "셋을 세자 마자 하지, 하나- 둘- 셋!" 번쩍하며 두 지팡이에서 모두 하얀 불빛이 튀어나왔다. 스캐버스가 공중에서 잠시 얼 어붙은 듯 있더니, 그 작은 회색빛 몸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론이 비명을 질렀다- 쥐 가 마룻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눈부신 불빛이 또 한번 번쩍 했다.- 마치 자라나는 나무의 고속 필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룻바닥에서 머리가 생겨 나는 가 하면 팔 다리가 급속리 자라나고 있었다. 잠시 뒤 스캐버스가 있던 자리에 어 떤 남자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손을 비틀며 서 있었다. 크룩생크가 침대 위에서 털을 곤두세우고 으르렁 거렸다. 그는 해리나 헤르미온느 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는 땅딸막한 남자였다. 그의 성긴 머 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고 정수리에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포동포동 했다가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줄어서인지 얼굴이 쭈글쭈글했다. 그는 살갗은 꼭 스캐버 스의 털처럼 더러고 구접스러워 보였으며 뾰족한 코와 작고 엷은 눈에서 여전히 쥐 같 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가쁘게 슴쉬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해리는 그의 눈이 문 으로 쏠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보았다. "잘 있었나, 피터." 루핀 교수가 마치 쥐들이 자주 옛 학교 친구들로 변하기라도 했 던 것 처럼 유쾌하게 말했다. "오랜만이군." "시-시리우스... 리-리무스..." 폐티그루는 목소리조차 찍찍 대는 쥐 같았다. 다시 한번 그의 눈이 문쪽으로 쏠렸다. "친구들... 옛 친구들..." 블랙이 지팡이를 든 손을 들어올렸지만 루핀 교수가 그의 팔목을 잡고 경고의 눈길 을 준 뒤, 다시 페티그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밝고 태평했다. "우린 그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네, 피터. 릴리와 제임스가 죽던 날 밤에 있어났던 일에 대해서 말일세. 자넨 저 침대 위에서 찍찍대느라 세세하게 듣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일세-" "리무스." 페티그루는 겁에 질려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해리는 그의 창백한 얼굴 에 구슬 같은 땀이 맺히는 걸 볼 수 있었다. "설마 그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그렇 지...? 그는 날 죽이려고 했네, 리무스..." "그러니까 우리말을 들은 게로군." 루핀 교수가 더욱 냉정하게 말했다. "난 자네와 한두 가지 문제들을 명백하게 하고 싶네, 피터. 자네가 만약 그렇게-" "그가 또다시 날 죽이러 왔어!" 페티그루가 손가락으로 블랙을 가리키며 갑자기 끽끽 거리며 말했다. 그가 가운뎃손가락을 사용한 것을 보았다. 검지손가락이 없기 때문이었 다. "그가 릴리와 제임스를 죽이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 나까지 죽이려고 하는거야... 날 도와줘야 해, 리무스..." 블랙이 페티그루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훨씬 더 해골처럼 보였다. "우리가 몇 가지 진상을 가려낼 때까지는 아무도 자넬 죽이지 않을 걸세." 루핀 교수 가 말했다. "몇 가지 진상을 가려낸다구?" 페티그루가 끽끽대며 말했다. 그의 눈이 널빤지가 쳐 진 창문과 문 사이를 미친 듯이 왔다갔다했다. "난 블랙이 날 찾을 거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날 추적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일세! 난 이순간을 12년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시리우스가 아즈카반에서 탈옥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루핀 교수 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곳을 탈옥한 사람이 과거에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인 가?" "블랙에겐 우리들의 꿈도 못꾸는 어둠의 힘이 있잖은가!" 페티그루가 날카로운 목소 리로 말했다. "그 방법이 아니었다면 블랙이 어떻게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겠나? 난 그 사람이 그에게 몇 가지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네!" 블랙이 웃기 시작했다. 방 전체를 가득 채우는 끔찍하고 음울한 웃음 소리였다. "볼드모트가 내게 마법을 가르쳐주었다구?" 그가 어이없다는 듯 페티그루를 바라보 았다. 페티그루는 블랙이 마치 그에게 채찍을 휘두르기라도 한 듯 움찔했다. "뭐야, 자네 옛 주인의 이름을 들으니 겁나나?" 블랙이 말했다. "난 자네를 탓하지는 않네, 피터. 그의 패거리는 자네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지, 안그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시리우스-" 페티그루는 이렇게 투덜거렸지만 숨소리는 점점더 가빠졌다. 그의 얼굴은 이제 온통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자네는 12년 동안 날 피해서 숨어있었던 게 아니었어." 블랙이 말했다. "볼트모드의 옛 추종자들을 피해 숨어있었던 게지. 난 아즈카반에서 다 들었네, 피터... 그들은 모두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는 그들의 물음에 대답해야 했을 거야... 난 그들이 큰소리로 잠꼬대하는 소리를 다 들었네... 그들은 자네에게 배신당했 다고 생각하고 있네. 볼트모드는 자네의 보고를 받고 포터 부부의 집으로 갔지... 그런 데 볼트모드는 그곳에서 몰락을 맞았네. 그렇지만 볼드모트의 초종자들이 모두 아즈카 반에 갇힌 것은 아니었지, 안그런가? 이 바깥에도 여전히 많이 있지. 인생에서 잠깐 실수를 저지른 척하며 때를 기다리면서 말일세... 그들이 만약 자네가 여전히 살아있다 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피터-"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페티그루가 한층 더 날카 로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부인했다. 그는 소매로 얼굴을 훔치고 루핀 교수를 올려다보 았다. "자넨 이말을 믿지 않지- 이 미치광이의 말을 말일세, 리무스-" "죄 없는 사람이 왜 12년간 쥐로서 보내고 싶어했는지 나로선 이해하기가 좀 어렵군, 피터." 루핀 교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죄는 없었지만 겁을 먹었던 거야!" 페티그루가 우는 소리로 말했다. "볼드모트의 추 종자들이 날 찾고 있다면, 그건 내가 그들이 찾는 유력자들 가운데 하나를 아즈카반에 집어넣었기 때문이었을 거네- 첩자, 시리우스 블랙 말일세!" 블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네가 어떻게 감히." 그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으르렁 댔다. "내가 볼즈모트를 위해 첩자 짓을 했다구? 내가 언제 나보다 더 강하고 힘있는 사람들에게 굽실거린 적 이라도 있었나. 하지만 자넨 그랬지, 피터- 자네가 첩자라는 사실을 왜 진작 알지 못했 는지 나 자신도 정말 이해가 가지 않네. 자네는 항상 자네를 돌봐줄 강한 친구들을 따 라다녔지, 안그런가?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어... 나와 리무스... 그리고 제임스..." 페티그루가 얼굴을 다시 한번 훔쳤다. 그는 이제 거의 헐떡 거리고 있었다. "내가 첩자라니... 자네 정신 나간 게 틀림없군...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정말 몰 랐네-" "릴리와 제임스가 자네를 비밀 파수꾼으로 삼았던 것은 내가 그렇게 하라고 제안했 기 때문이었어." 블랙이 씩씩거리며 말하자 페티그루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난 그 게 완벽한 대책이라고 생각했지... 속임수 말일세... 볼드모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날 쫓 아올 게 분명하니까 말야. 포터 부부가 자네 같이 허약하고 무능한 자를 비밀 파수꾼으 로 삼았으리라고 어디 꿈에라도 생각했겠나... 볼드모트에게 포터 부부를 넘겨줄 수 있 을 거라고 말할 때가 틀림없이 자네의 비참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거네." 페티그루가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당치않아'라든가 '어리석은 짓' 같 은 몇몇 단어를 알아듣기는 했지만 창백해진 페티그루의 얼굴과 그의 눈이 자꾸 창문 과 문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루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말좀 해도 될까요?" "물론이다, 헤르미온느." 루핀 교수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런데- 스캐버스는- 제 말은 이- 이 사람은 해리의 기숙사방에서 3년동안 지냈잖 아요. 그가 만약 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해리를 가만두었던 거죠?" "말 한번 잘했다, 얘야!" 페티그루가 손가락이 잘린 손을 흔들며 날카롭게 말했다. "고맙다! 알겠나, 리무스? 난 해리의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않았네! 내가 왜 그러겠 나?" "그 이유는 내가 말해 주지." 블랙이 말했다. "왜냐하면 자네는 자네에게 돌아올 이 익이 전혀 없다면 누구를 위해서든 어떤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볼드모트는 12년 동안 숨어 지내고 있고, 사람들은 그가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들 하지. 자네는 절 대 모든 힘을 잃어버린 몰락한 마법사를 위해 알버스 덤블도어의 코앞에서 살인을 저 지를 사람이 아니네. 안 그런가? 자네는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전에 그가 지상에서 가 장 강한 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겠지, 안그런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자네가 왜 굳이 자네를 거두어 줄 마법사 가족을 찾았겠나? 여론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기 위함이 었지. 안그런가, 피터? 자네의 옛 보호자가 권력을 되찾는 경우를 위해서 말일세. 그때 에 그와 재결합해야 안전하니까 말야..." 페티그루는 입을 몇 차례 벌렸다 다물었다 했다. 꼭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저- 블랙 씨- 시리우스?" 헤르미온느가 어색한 듯 어렴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블랙은 이런 호칭을 듣자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마치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을 처음 만난 것처럼 헤르미온느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즈카반에서 어떻게- 어떻게 나오신 건지 좀 어쭤봐도 괜찮을까요?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요?" "고맙다!" 페티그루가 미친 듯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란다! 그게 바로 정확히 내가-" 하지만 그는 루핀 교수의 무서운 눈길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블랙은 헤르미온느에게 약간 눈샬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화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다만 내가 결코 미치지 않았던 딱 한 가지 이유는 내가 결백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구나. 그건 유쾌한 내가 결백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구나. 그건 유쾌한 생각이 아니었으므로 디멘터들은 내게서 그걸 빨아낼 수 없었지... 하지만 내가 결백하다는 생 각은 날 계속 제정신으로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었던 거란다... 고통이 너무 심할 때에는... 난 감방 안에서... 개로 변신해 있었단다. 알겠지만, 디멘터 들은 보지 못한단다..."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그저 사람들의 감정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지... 내가 개로 변해 있을 때에는 그들은 내 감정이 점점 짐슬들처럼 단순 해지고 있는 걸로만 여겼단다... 그들은 물론 내가 그곳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미쳐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아무 걱정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내 힘은 약했어. 아주 약했지. 요술지팡이 없이는 그들을 이겨낼 희망이 없었단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 저 사진에서 피터를 보았단다... 그리고 그가 호그와트에서 해리 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 그곳이야말로 행동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 지. 만얃 어둠의 세계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다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페티그루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씰룩거리기는 했으나 마치 최면에 거리기라도 한 듯 블랙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 사람과의 재결합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에 공격해서... 포터 가문의 마지 막 생존자를 그들에게넘겨줄 준비를 하겠지. 그가 만약 그들에게 해리를 내준다면, 누 가 감히 그더러 볼드모트를 배신했다고 하겠니? 그는 대단한 환영을 받으며 다시 돌아 갈 수 있겠지... 그래서 난 무엇가를 해야만 했단다. 피터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 이었으니까 말이다..." 해리는 위즐리 씨가 위즐리 부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간수들이 그러는데 그가 잠자면서 잠꼬대를 했었다는 거야... 항상 똑같은 말이 었다는군... '그는 호그와트에 있 어' 라고 말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단다. 하지만 디멘터들은 그 감정을 파괴시킬 수 없었단 다... 그건 유쾌한 시분이 아니었거든... 그건 일종의 강박 관념이었지... 하지만 그것 때 문에 난 강해질 수 있었고 정신마저 맑아졌지. 따라서 어느 날 밤 그들이 음식을 갖다 주려고 내 감방 문을 열었을 때 난 개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들 옆으로 살짝 빠져나갔 단다... 그들은 동물들의 감정은 감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으므로 어리둥절해했지... 난 굉장히 말라 있었단다... 감방 창갈 사이로 충분히 빠져 나올 정도 였으니까 알 만하겠 지... 개로 변한 난 헤엄을 쳐서 다시 본토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북쪽으로 가서 개의 모습으로 호그와트 정원으로 살짝 들어갔단다. 난 그 이후 죽 숲속에서 지냈단다. 물론 퀴디치를 보러갈 때는 빼고 말이다. 넌 네 아버지만큼이나 잘 날더구나, 해리..." 그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날 믿거라." 블랙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날 믿거라, 해리. 난 결코 제임스와 릴리 를 배신하지 않았단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들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게 야." 그리고 마침내 해리는 그를 믿었다.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안돼!" 페티그루는 마치 해리의 끄덕임이 자신의 사형 선고라도 되는 양 무릎을 꿇었다. 그 는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라도 하듯 양손을 꼭 쥐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갔다. "시리우스- 날세... 피터야... 자네 친구...설마..." 블랙이 발로 걷어차자 페티그루가 주춤했다. "그 더러운 손을 어디다 갖다대려는 건가." 블랙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리무스!" 페티그루가 대신 루핀 교수에게로 돌아서더니 그의 앞에서 애원하듯 몸부 림쳤다. "자넨 이걸 믿지 않을 거야... 계획이 바뀌었다는 말을 시리우스가 자네에게 하 지 않았겠지?" "어쩜 내가 첩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말을 안했는지도 모르지, 피터." 루핀 교수 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자네가 내개 말하지 않은 건 바로 그랬기 때문이겠지, 시 리우스?" "날 용서하게, 리무스." 블랙이 말했다. "천만에 패드풋."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는 이제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면 자네도 자네가 첩자였다고 생각한 날 용서해주겠나?" "물론이지." 블랙이 말했다. 그의 여윈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역시 소매를 걷어올 리기 시작했다. "우리 그를 함께 죽이는 게 어떤가?" "그래, 그러지." 루핀 교수가 으스스하게 말했다. "자네들 설마... 설마..." 페티그루는 숨이 막히는지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 니 갑자기 론에게로 기어갔다. "론... 나 좋은 친구였지 않았니... 좋은 애완 동물이지 않았니? 그들이 날 죽이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지, 론. 내 편들어 줄거지, 안그래?" 하지만 론은 페티그루를 극도로 혐오스런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당신 같은 자를 내 침대에 재우다니!" 그가 얼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 "넌 친절한 아이였잖아... 친절한 주인이었잖아..." 페티그루가 계속해서 론에게로 기 어갔다. "저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 난 너의 쥐였어... 난 좋은 애완동물이었어..." "자네가 만약 인간으로서보다 쥐로서 더 훌륭했다면, 그건 별로 자랑할만한 것이 못되네, 피터." 블랙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고통스러운 듯 훨씬 더 창백해져서는 페티그루가 잡지 못하도록 부러진 다리를 비틀어 돌렸다. 페티그루는 무릎을 꿇은 채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기어가서는 이번엔 헤르미온느의 망토 자락을 잡았다. "착하지... 영리한 아이야... 넌- 넌 설마 그들이 날 죽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지... 날 도와줘..." 헤르미온느는 페티그루가 잡고 있던 망토를 빼앗듯 끌어당기고는 겁에 질린 표정으 로 벽 쪽으로 뒷걸음질쳐 갔다. 페티그루는 무릎을 꿇은 채로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천천히 해리에 게로 돌렸다. "해리... 해리... 넌 네 아버지 모습과 똑같구나... 그와 똑같아..." "자네가 어떻게 감히 해리에게 말을 걸 수 있나?" 블랙이 고함을 질렀다. "자네가 어 떻게 감히 그 애의 얼굴을 똑바로 본 단 말인가? 어떻게 감히 그애 앞에서 제임스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해리." 페티그루가 두손을 앞으로 뻗고 급히 그에게로 가며 속삭였다. "해리, 제임스 라면 날 죽이지 않았을 거다... 제임스는 이해했을 거야, 해리... 그는 내게 자비를 베풀었을 거야..." 블랙과 루핀 모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 페티그루의 어깨를 잡더니 그를 마룻바 닥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는 겁에 질려서 벌벌 떨며 그들을 빤히 올려다 보았다. "자넨 릴리와 제임스를 볼드모트에게 팔아 넘겼어." 블랙이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도 역시 떨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 페디그루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머리가 다 벗겨진 커다란 아이처럼 마룻바 닥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꼴이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시리우스, 시리우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 어둠의 마왕은... 자네는 전혀 모 르네... 그는 자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무기를 갖고 있다네... 난 두려웠네, 시리우스. 난 자네와 리무스와 제임스처럼 용감하지 않았잖은가. 결코 내가 의도했던게 아니었네... 그 사람이 억지로 내게-" "거짓말 마!" 블랙이 고함을 질렸다. "자넨 릴리와 제임스가 죽기 일년 전부터 그에 게 정보를 흘려주고 있었어! 자넨 그의 첩자였어!" "그는- 그는 모든 곳을 점거해가고 있었네!" 페티그루는 헐떡거렸다. "그를- 그를 거 역함으로써 얻어지는 게 뭐가 있겠나?"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마법사와 싸워서 얻어지는게 뭐냐구?" 블랙이 격분해서 말 했다. "무고한 생명들이네, 피터!" "자넨 이해하지 못해!" 페티그루가 흐느껴 울며 말했다. "그는 날 죽였을 거네, 시리 우스!" "그러면 자네가 죽었어야지!" 블랙이 고함쳤다. "친구들을 배신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어야지. 우리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블래과 루핀이 어깨를 맞대고 서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자넨 깨달았어야 해." 루핀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볼드모트가 자네를 죽이지 않는 다면, 우리가 그럴 거라는 사실을 말야. 잘가게, 피터." 헤르미온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벽 쪽으로 돌아섰다. "안돼요!" 해리가 소리쳐다. 그가 페티그루 앞으로 달려나가 지팡이를 마주하고 섰다. "그를 죽여선 안돼요." 그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래선 안돼요." 블랙과 루핀 둘다 깜짝 올란 것 같았다. "해리, 이런 인간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네가 부모를 잃은거야." 블랙이 무서운 어 조로 말했다. "이렇게 굽실거리며 비굴하게 굴지만 네가 죽는 건 눈 하나 까딱하지 않 고 보았을 게다. 너도 그가 하는 말 들어잖니. 그에겐 너의 가족보다 그 자신의 알량한 생명이 더 소중했던 거야." "알아요." 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저 사람을 성으로 데려가요. 그를 디멘터들에게 넘겨주는 거예요... 그는 아즈카반으로 가면 돼요... 하지만 그를 죽이진 마세요." "해리!" 피터그루는 놀라서 숨이 막혔다. 그는 양팔을 급히 해리의 무릎으로 뻗었다. "고- 고맙다- 그럼, 난 그래도 싸지- 고맙다-" "이거 놓으세요." 해리가 사나운 얼굴로 페티그루의 손을 뿌리치며 내뱉듯이 말했다. "당신을 위해 이렇게 하는게 아네요.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린건- 저분들이 살인자가 되는 걸 우리 아버지가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당신같은 사람 때 문에 말예요." 누구 하나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가슴을 움켜줘고 씨근거리는 페티 그루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블랙과 루핀 교수는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 그들이 지팡이를 내렸다. "결정은 물론 네가 해야겠지, 해리." 블랙이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렴...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렴..." "그는 아즈카반으로 가면 돼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곳엔 바로 이런 사 람이 가야 해요..." 페티그루는 여전히 그의 뒤에서 씨근거리고 있었다. "잘 알겠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비켜서라 해리." 해리가 머뭇거렸다. "그를 묶으려고 그러는 거란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것뿐이다, 맹세하마." 해리가 비켜 서자 루핀 교수의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줄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페티그 루를 꽁꽁 묶었다. 그는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마룻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변신했다간, 피터." 블랙이 요술지팡이를 페티그루에게 갖가대며 호통을 쳤 다.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게, 동의하니, 해리?" 해리는 마룻바닥에 누워있는 페티그루가 볼수 있도록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루핀 교수가 갑자기 사무적으로 말했다. "론, 난 폼프리 부인 만큼 뼈를 잘 고치지는 못하지만, 병동에 갈 때까지는 다리를 좀 잡아매 두는게 좋을 것 같구나." 그가 론에게로 급히 걸어가더니 론의 다리를 지팡이로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페룰 라." 그러자 붕대가 론의 다리를 둘둘 감으며 부목에다 단단히 잡아매 주었다. 루핀 교 수가 그가 일어서는 걸 도와주었다. 론이 그 다리에 조심스럽게 체중을 실으며 일어섰 다. "좀 낫네요." 그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스네이프 교수는 어떡하죠?" 헤르미온느가 엎드려있는 스네이프 교수를 내려다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는 별탈 없단다." 루핀 교수가 스네이프 교수의 맥박을 재며 말했다. "너희들이 그저 조금- 지나쳤던 것 같구나. 밖은 여전히 추운 것 같으니 저- 어쩌면 우리가 성에 안전하게 돌아갈 때까지 스네이프 교수를 그냥 저대로 놔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구 나. 이대로 데려가도록 하자..." 그가 중얼거렸다. "모빌리코르푸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는 실들이 스네이프 교수 의 팔목과 목과 무릎을 묶기라도 하는 듯, 그가 심술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여전히 축 늘어뜨린 채 꼭 괴상한 로봇처럼 기립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맥빠진 발을 건들거리며 마룻바닷에서 몇 센티 정도 위로 올라갔다. 루핀 교수는 투명 망토를 접어 주머니 속에 잘 밀어 넣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이 자식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하지." 블랙이 발끝으로 페티그루를 쿡 찌르며 말했다. "만일을 위해서 말야." "내가 하겠네." 루핀 교수가 말했다. "저두요." 론이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오면서 말했다. 블랙이 마법으로 허공에서 묵직한 수갑을 만들어냈다. 곧 페터그루의 왼팔은 루핀 교 수의 오른팔에 채워지고 오른팔은 론의 왼팔에 채워졌다. 론의 얼굴이 굳어졌다. 스캐 버스늬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 그는 인격적인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크 룩생크가 침대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의기양양하게 꼬리를 높이 쳐들고 앞장서서 방을 나갔다. 제20장 디멘터의 입맞춤 그건 정말로 이상한 광경이었따.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크룩생크 뒤로 루핀 교수 와 페티그루와 론이 따라갔는데 꼭 다리가 여섯개 달린 동물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음은 스네이프 교수였다. 그는 시리우스가 걸어놓은 마법으로 들어올려져서 한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발끝으로 계단을 맥없이 툭툭치며 소름끼치게 둥둥 떠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맨 뒤에 따라갔다. 터널을 다시 빠져나가는 건 어려웠다. 크룩생크는 여전히 앞장서서 걸었고 루핀 교수 와 페티그루와 론은 몸을 옆으로 돌려서 어설프게 일렬 종대로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루핀 교수는 페티그루에게 지팡이를 계속 대고 있었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둥둥 떠가게 하고 있는 블랙 바로 뒤에 서서 갔는데 스네이프 교수의 축 늘어 진 머리가 낮은 천장에 계속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블랙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페티그루를 신고한다는 게." 천천히 터널을 따라 나아가고 있을 때 블랙이 느닷없이 해리에게 물었다. "무슨 의미인지 아니?" "아제씨가 자유의 몸이 된다는 거죠." 해리가 또박또박 말했따. "그래..." 블랙이 말했다. "그런데 난 또한- 누군가가 네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대부란다." "그래요 알고 있었어요." 해리가 말했따. "뭐랄까... 네 부모가 날 너의 보호자로 정한 거였단다." 블랙이 어색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고 생기면..." 해리는 기다렸다. 블랙이 말하려는 게 자기가 짐작했던 바로 그것일까? "물론 네가 만약 네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지내고 싶다면 어쩔 수 없겠지." 블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글쎄... 한번 생각해보렴. 일단 내 누명이 벗겨지면... 만약 네가 다른 가정에서... 살고 싶다면..." 해리는 가슴이 벅찼다. "뭐라구요- 아저씨랑 같이 산다구요?" 그는 뜻하지 않게 천장에서 툭 튀어나온 돌 조각에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더즐리 가족을 떠나서 말인가요?" "물론 난 네가 원하지 않을 줄 알았단다." 블랙이 얼른 고쳐 말했다. "이해한다. 난 그저 내가-" "무슨 말씀이세요?" 해리가 블랙처럼 쉰 목소리로 말했따. "저야 당연히 더즐리 가족 을 떠나고 싶죠! 집 있으세요? 제가 언제 들어갈 수 있죠?" 블랙이 홱 돌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 교수의 고개가 천장에 부딧혔지만 블랙 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랑 살고 싶다구?" 그가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정말이니?" "그럼요, 정말이구 말구요!" 해리가 말했다. 해리는 처음으로 블랙의 야윈 얼굴에 진정으로 미소가 번지는 걸 보았다. 그 차이는 엄청났다. 환하게 웃고 있는 블랙은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그는 잠시 해리 부모의 결 혼식 때 웃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터널 끝에 도달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크룩생크가 제일 먼 저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이 기어올라 갔다. 하지만 난폭하게 휘둘러대는 나뭇가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고양이가 발로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를 누른게 분명했다. 블랙은 스네이프 교수가 구멍으로 올라가는 걸 본 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지나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다. 마침내 그들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정원은 이제 아주 어두웠다. 멀리 있는 성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전부였다. 그들은 아무 말없이 출발했다. 패티그루는 여전히 씨근거리며 가끔씩 흐느껴 울고 있었 다. 하지만 해리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이제 더즐리 가족을 떠날 것이다. 그는 부 모와 절진한 친구 사이였던 시리우스 블랙과 함께 살게 될 것이다... 그는 너무나 행복 했다... 더즐리 가족에게 그들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죄수와 함께 살 거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금이라도 허튼 짓 했다간 알지, 피터." 루핀 교수가 앞에서 험악하게 말했다. 그의 지팡이는 여전히 페티그루의 옆구리로 향해져 있었다. 그들이 말없이 정원을 걸어가는 동안 성의 불빛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스네이프 교수는 여전히 목을 건들거리며 블랙 앞에서 섬뜩하게 둥둥 떠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 로 그때- 구름에 가려있던 달이 쏘옥 얼굴을 내밀었다. 정원에 갑자기 희미한 그림자들이 드리 워졌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달빞이 쏟아졌다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이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둥둥 떠가던 스네이프 교수 가 그들에게 부딪혔다. 블랙은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얼른 팔은 뻗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멈춰 세웠다. 해리는 뻣뻣하게 굳어있는 루핀 교수의 실루엣을 불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사지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는 숨이 막혔다. "교수님은 오늘 밤 약을 드시지 않았어! 교수 님은 위험해!" "뛰어가라." 블랙이 속삭였다. "뛰어가라. 지금." 하지만 해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론이 페티그루와 루핀 교수와 수갑을 함께 차고 있 었다. 그가 론에게로 달려가려는 순간 블랙이 그의 가슴을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뛰어!" 무시무시하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루핀 교수의 머리가 길어지고 있었다. 몸도 그랬다. 어깨는 둥글게 구부러지고 있었으며 얼굴과 손에 털이나기 시작했다. 손에서는 손톱이 길게 자라났다. 크룩생크가 털을 곤두세우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긴 입을 쩍 벌리고 뒷다리로 일어섰을 때, 시리우스는 이미 해리의 옆에 서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변신한 것이었다. 곰같이 커다란 개가 앞으로 뛰어갔다. 늑 대인간이 수갑을 벗겨내려고 몸을 비틀자, 개가 그것의 목을 잡고 론과 페티그루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게 잡아끌었다. 그들은 입과 입을 대고 발톱으로 서로를 잡아 찢으며 맞붙어 있었다.- 해리는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그 싸움만 지켜보고 서 있었으므로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헤르미온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페디그루가 땅바닥에 떨어진 루핀 교수의 지팡이를 잡으려고 돌진하는 것이었다. 붕 대를 감은 다리로 서 있던 론이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쾅 하더니 불빛이 번쩍 했다- 론이 땅바닥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크룩 생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익스펠리아르무스!" 해리가 지팡이를 페티그루에게 갖다 대며 소리치자 루핀 교수의 지팡이가 휙 날아갔다. "꼼짝 마세요!" 해리가 앞으로 달려가며 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고 말았다. 페티그루가 다시 쥐로 변신해버린 것이다. 그의 매끈 한 꼬리가 쭉 뼏쳐진 론의 팔 위에 있는 수갑으로 급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잔 디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소리를 길게 뿜으며 울부짖는 소리와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고개를 돌렸 다. 늑대인간이 숲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시리우스, 그가 달아났어요. 페티그루가 변신했어요!" 해리가 소리쳤다. 블랙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의 콧등과 등에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하지만 해리 의 말을 듣자 그가 다시 급히 일어섰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정원으로 달려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얼른 론에게로 갔다. "시리우스가 그에게 어떻게 할까?"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론의 눈은 반 쯤 감겨져 있었고 입은 헤 벌어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살아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몰라..." 해리는 절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블랙과 루핀 교수 모두 가버렸다... 이제 그들 과 함께 있는 사람은 여전히 무의식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스네이프 교수뿐이었다. "일단은 스네이프 교수와 론을 성으로 데려가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 겠어." 해리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가자-"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깽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였다... "시리우스." 해리가 어둠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당장에 그들이 론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 다. 더군다나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블랙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게 분명했다- 해리는 마음을 결정하고 출발했다. 헤르미온느도 그의 뒤에 바짝 붙어서 걸었다. 낑 낑대는 소리는 호수 언저리 근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들은 호숫가로 온 힘을 다 해 달렸다- 갑자기 낑낑대는 소리가 멈췄다.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시리 우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잔뜩 웅크리 고 엎드려 있었다. "안돼." 그가 신음했다. "안돼... 제발..." 그 뒤 해리는 그들을 보았다. 적어도 수백 명은 될 듯한 디멘터들이 호수 주위에서 그들을 향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그는 홱 돌아섰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친숙한 냉기가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뿌연 안개가 시야를 흐리게 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 여기 저기서 점점 더 많은 디멘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을 생각해!" 해리가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는 미친 듯이 눈을 깜짝이며 내부에서 시작된 희미한 비명소리를 떨쳐버리려고 고개 를 가로저었다- 난 대부와 함께 살 거야. 난 더즐리 가족을 떠날거야. 그는 블랙 생각만 하려고 애쓰며 단조로운 어조로 되풀이해 말하기 시작했다. "익스 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로눔!" 블랙이 진저리를 한번 치더니 데굴데글 굴러가 창백한 얼굴로 땅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블랙은 괜찮을 거야, 난 블랙과 함께 살 거야. "익스펙토 패트로눔! 헤르미온느, 도와줘!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익스펙토- 익스펙토-" 하지만 그녀는 그걸 할 수가 없었다. 디멘터들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제 그들 과의 거리는 3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은 해리와 헤르미온느 주위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해리가 귀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를 떨쳐버리려고 애쓰며 큰소 리로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의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은빛 줄기가 빠져나가 그의 앞에서 안개처럼 떠돌았다. 바 로 그 순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옆으로 쓰러지는 걸 느꼈다. 그는혼자였다... 완전히 혼자였다... "익스펙토-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는 무릎이 차가운 잔디에 닿는 걸 느꼈다.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기억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리우스는 죄가 없어- 결백해- 우린 괜찮을 거야- 난 그와 함께 살 거야-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는 숨이 막혔다. 아주 가까이 서 있던 디멘터 하나가 그가 만들어낸 패트로누스의 희미한 불빛을 보 고 멈춰 서는 게 보였다. 그 디멘터는 해리가 마법으로 불러낸 은빛 안개구름을 뚫고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디멘터의 망토 속에서 감각이 없는 듯한 끈적끈적 한 손 하나 가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패트로누스를 뿌리치려는 듯 손을 내저었 다. "안돼- 안돼-" 해리는 숨이 막혔다. "그는 죄가 없어... 익스펙토- 힉스펙토 패트로눔 -" 해리는 디멘터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나운 바람처럼 식식대는 그 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가장 가까운 디멘터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뒤 그것이 썩어 문드러진 두손을 들어올려 두건을 내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고 딱지투성이의 가느다란 회색빛 살갗이 빈 인구 위 로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입은 있었다... 멍하니 벌어진 채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 며 공기를 빨아들이는 보기 흉한 구멍이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해리는 움직일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그 의 패트로누스가 깜박이더니 사라져버렸다. 하얀 안개 때문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싸워야 했다... 익스펙토 패트로 눔.... 그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멀리서 친숙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는 안개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시리우스의 팔을 잡았다... 그들은 그를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한 쌍의 차고 끈적끈적한 손이 해리의 목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 디 멘터의 손이 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그것의 숨소리가 들렸다... 디멘터는 그를 먼저 없앨 것이다... 디멘터의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귀에서는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 렸다... 이것이 살아서는 마지막으로 듣는 어머니의 목소리일 것 같았다. 그때 밀려오고 있는 안개 속에서 언뜻 은빛 불빛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는 게 보였 다... 그는 몸이 잔디 위로 고꾸라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힘이 없어 움직일 수가 없었 다. 해리는 엎드린 채 벌벌 떨며 눈을 떴다. 디멘터가 그를 놓아준 게 틀림없었다. 눈부 신 불빛이 그가 누워있는 잔디를 비추고 있었다.. 비명 소리는 멈췄고 냉기도 사라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디멘터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것이 그와 블랙과 헤르미온느 주위를 돌고 있었다... 그들은 떠나고 있었다... 공기가 다시 따뜻해졌다... 해리는 간신히 고개를 몇 센티 정도 들어올렸다. 어떤 동물이 불빛 한복판에서 호수 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눈으로 흘러내린 땀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유니콘처럼 밝은 빛깔이었다... 해리는 정 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잠시였지만 해리는 밝게 빛나는 그 동물의 광채 때문에, 누 군가가 그 동물이 돌아온 걸 맞아주며... 가볍게 두드려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상하 게도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힘마저 다 빠져나가 는 것 같았다. 머리가 땅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해리는 정신을 잃었다. 제21장 헤르미온느의 비밀 "놀랍군... 놀라워... 아무도 죽지 않았다니 이건 기적이야... 그런 일은 들어본 적 이 없어... 자네가 그곳에 있었다니 천만 다행이었네, 스네이프..." "고맙습니다, 장관님." "멀린 훈장감이네. 2급은 충분히 되지. 내가 조금 노력한다면 1급 훈장도 받을 수 있 을 걸세." "자네 거기 심하게 베었군... 보나마나 블랙이 그랬겠지?" "사실은 포터와 위즐리와 그레인저가 그랬습니다, 장관님..." "설마, 그럴리가!" "블랙이 그 애들에게 마법을 걸었더군요. 전 금방 알아챘어요.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 '컨푼더스 마법'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 애들은 그에게 죄가 없다고 믿게 되었어요. 그런 마법에 걸렸으니 그 애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하지만 그 애들 이 끼어드는 바람에 블랙을 놓칠 뻔했었어요... 그 애들은 블랙을 혼자 힘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분명해요. 지금까지는 벌받지 않고 그럭저럭 피할 수 있었을 지 모르 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진작에 혼쭐을 냈어야 하는 건 데 가만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더구나 포터는 항상 교장선생님의 비호 속에 엄청난 자유를 누리며 멋대로 행동하고 다녔었죠 -" "아 글쎄, 스네이프... 해리 포터는 말일세... 그 애는 좀 특별한 애가 아닌가." "하지만- 그 애가 그렇게 많은 특별 대우를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전 개인적 으로 그 애를 여느 학생처럼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학생이었다면 벌써 정학 당했을 겁니다. 친구들을 그런 위험에 처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장관님 - 학교 규칙을 모두 어겼잖습니까- 그 애를 보호하기 위해 그 모든 예방 조치들이 취 해졌는데도 말입니다. 밤에 늑대인간과 살인자까지 만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어디? 그리고 그앤 규칙을 어기고 호그스미드에까지 간 것 같더군요. 제겐 확실한 심 증이 있어요-" "자, 자... 이제 곧 모든 게 밝혀질 게 아닌가, 스네이프. 모든게 말이네... 그 아인 정말 어리석은 행동을 했어..." 해리는 눈을 꼭 감은 채로 누워서 듣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멍했다. 그가 듣고 있는 말들이 귀에서 뇌로 아주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으므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았 다... 팔다리가 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웠던지 눈이 떠지지가 않 았다... 그저 여기 이 편안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고 싶었다. 영원히...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디멘터들의 행동이네... 자네 정말 무엇이 그것들을 물리쳤는지 전혀 모르나, 스네이프?" "네 장관님... 제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그들은 이미 학교입구로 돌아가고 있었어 요..." "이상하군. 그럼에도 블랙과 해리와 그 소녀는-" "제가 그들에게 갔을 때는 모두들 기절한 상태였어요. 전 블랙의 몸을 묶고 재갈을 물렸죠. 그리고 마법으로 들 것을 불러내어 그들을 모두 곧장 성으로 데려왔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명치 끝 에 에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눈을 떴다 누군가 그의 안경을 벗겨두었는지 모든게 약간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어두운 병동에 누워 있었다. 폼프리 부인이 병실 끝에 있는 침대에서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녀 의 팔 밑으로 론의 빨간 머리카락이 보였다. 해리는 몸을 조금 움직였다. 오른쪽 침대에는 헤르미온느가 누워 있었다. 그녀의 침 대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도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리가 깨어난 걸 보자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병실 문을 가리켰 다. 조금 열린 문으로 바깥 복도에서 말하고 있는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 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폼프리 부인이 이제 해리의 침대로 힘차게 걸어오고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 그 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를 들고 있었다. "어머, 깨어났구나!" 그녀가 기분 좋게 말했다. 그리고 초콜릿을 해리의 침대 옆 탁 자에 놓고 작은 망치로 쪼개기 시작했다. "론은 어때요?"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물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단다." 폼프리 부인이 무겁게 말했다. "너희 둘은... 너희들은 내가 있을라고 할 때까지 여기에- 포터, 도대체 뭐하는 거니?" 해리가 일어서서 다시 안경을 쓰고는 요술지팡이를 집어들었다. "교장선생님을 뵈어야 해요." 그가 다급히 말했다. "포터." 폼프리 부인이 달래며 말했다. "이제 괜찮단다. 블랙이 잡혔거든. 그는 윗층 에 갇혀 있단다. 디멘터들이 입맞출 준비를 하고 있지-" "뭐라구요?" 해리는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헤르미온느도 똑같이 행동했다. 하지만 그가 소리 지르는 게 바깥까지 들렀던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수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해리, 해리, 왜 그러니?" 퍼지 장관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넌 누워 있어야 한단 다- 이 애가 초콜릿을 먹었소?" 그가 걱정스럽게 폼프리 부인에게 물었다. "장관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해리가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은 죄가 없어요! 피터 페티그루가 죽은 척했건 거예요! 저흰 좀전에 그를 봤어요! 디멘더들이 시리우스에게 그 짓을 하게 내버려두면 안돼요. 그는-" 하지만 퍼지 장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해리, 해리, 아직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나. 하긴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자 눕거라. 모든게 잘되었단다..." "아니예요!" 해리가 소리쳤다. "엉뚱한 사람을 잡으신 겨예요!" "장관님, 저희들 말 좀 들어주세요. 제발."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말했다. 그녀는 급 히 해리 쪽으로 걸어가 애원하는 듯한 얼굴로 퍼지 장관을 바라보았다. "저도 그를 봤 어요. 그는 론의 쥐었어요. 동물로 변신했던 거예요. 페티그루가 말이에요-" "보셨죠, 장관님?" 스네이프 교수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블랙이 그들에게 마법을 걸어둔게 분명해요..." "저흰 멀쩡해요!" 해리가 큰소리로 말했다. "장관님!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좀 나가주셔야겠어요. 포 터는 환자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돼요!" '그게 아니에요. 전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대로 말하려는 것뿐이에요!" 해리 가 화를 내며 말했다. "말을 들어주시기만 한다면-" 하지만 폼프리 부인이 갑자기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를 해리의 입속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 그가 말을 못하게 된 사이 억지로 다시 침대에 눕혔다. "자 제발, 장관님. 이 아이들은 쉬어야 해요. 제발 나가주세요-" 문이 다시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였다. 해리는 입에 가득 든 초콜릿을 힘겹게 꿀꺽 삼 키고 다시 일어났다. "덤블도어 교수님, 시리우스 블랙은-" "제발!" 폼프리 부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여긴 병동이에요. 교장선생님, 전-" "미안하오, 폼프리. 하지만 이 애들과 함께 잠깐 나눌 말이 있어서 말이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막 시리우스 블랙을 만나고 오는 길이오-" "그가 포터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것과 똑같은 거짓말을 했겠군요?" 스네이프 교수가 내뱉듯이 말했다. "쥐가 어떻다는 둥 페티그루가 살아있다는 둥-" "그렇네, 블랙도 그렇게 말했네." 덤블도어 교수가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스네이 프 교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제 증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스네이프 교수가 으르렁거렸다. "피터 페티그루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없었어요. 정원에서도 흔적도 찾지 못했구요." "그건 교수님이 기절하셨기 때문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교수님은 늦게 도착하셔서 잘 못들으-" "그레인저, 잠자코 있어라!" "자 스네이프." 퍼지장관이 깜짝 놀라 말했다. "그 아인 제 정신이 아니지 않소. 우리 가 양해를 해야지-" "난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덤블도어 교수가 불쑥 말했다. "코넬리우스 장관님, 세베루스, 그리고 폼프리- 좀 나가 주시오." "교장 선생님!" 폼프리 부인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 애들은 쉬어야 해요-" "이 말은 꼭 해야만 해요." 덤블도어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반드시 말이요." 폼프리 부인이 입술을 오므리더니 병실 끝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서는 문을 쾅 닫았다. 퍼지 장관은 양복 조끼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황금 주머니 열쇠를 들여다보았다. "지금쯤 디멘터들이 도착했을 것 같군." 그가 말했다. "난 가서 그들을 만나봐야겠소. 덤블도어, 그럼 이층에서 봅시다." 그는 먼저 문으로 나간 뒤 스네이프 교수를 위해 문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블랙의 이야기를 믿는 건 아니시겠죠?" 스네이프 교수가 덤블도어 교수의 눈 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좀 나가주게나.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만 긴히 할말이 있으니." 덤블도어 교수가 다 시 한번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덤블도어 교수 쪽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시리우스 블랙은 열 여섯 살 때 벌써 살인을 했던 사람이에요." 그가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그걸 잊지는 않으셨겠죠, 교장선생님? 그가 절 죽이려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설마 잊지는 않으셨겠죠?"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세비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홱 돌아서서 퍼지 장관이 여전히 잡고 있는 문으로 걸어나갔다. 문 이 닫히자.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로 돌아섰다. 그들 모두 동시에 말 했다. "교수님 블랙 말이 사실이에요- 저흰 페티그루를 봤어요-" "-그는 루핀 교수가 늑대인간으로 변했을 때 달아났어요-" "-그는 쥐예요-" "-페티그루의 앞발, 제 말은, 손가락 말예요 그가 자기 손가락을 잘랐던 거예요-" "-페티드루가 론을 공격했어요 시리우스가 그런게 아녜요-"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가 손을 들어올려 그들이 두서없는 설명을 저지했다. "이번엔 너희들이 내 말을 들어줘야겠구나, 제발 부탁이니 내 말을 막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었으면 좋겠구나. 시간이 얼마없기 때문이란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블랙의 이 야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조금도 없단다. 너희들 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말이 아무리 옳다 한들 열세살짜리 꼬마 마법사들의 말을 누가 수긍하겠니.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목격자들이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살해하는 걸 보았다고 단 언했잖니. 나 자신도 이미 마법부 장관에게 시리우스가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 고 증언했고 말이다." "루핀 교수님은 증언해 주실 수 있을 거예요-" 해리가 자제하지 못하고 말했다. "루핀 교수는 현재 숲속 깊이 있어서 아무에게도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 란다. 그가 다시 인간이 되었을 즈음엔 이미 때가 늦었을 테고, 시리우스는 차라리 죽 느니만 못하게 되어 있을 게야. 그리고 우리 인간들 대부분은 늑대인간을 믿지 못하므 로 그가 도와준다 해도 그다지 달라질 게 없단다- 더욱이 그가 시리우스와 오랜 친구 사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내 말을 듣거라, 해리. 너무 늦었단다. 내 말 알아듣겠니? 스네이프 교수의 사건 설 명이 너희들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납득할 만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단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시리우스를 싫어해요." 헤르미온느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단지 시리우스가 장난을 좀 쳤다는 이유만으로 말예요-" "하지만 시리우스의 행동은 결코 결백한 사람의 행동이었다고 불 수가 없단다. 뚱보 여인을 공격하고 칼을 들고 그리핀도르 탑을 침입하고... 페디그루가 살았든 죽었든 우 린 시리우스의 처형을 뒤집을 수가 없단다." "하지만 교수님은 저희들을 믿으시잖아요." "그야, 난 물론 그렇지."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내겐 다른 사람들 에게 진실을 보게 할 힘이, 아니 마법부 장관에게 그 모든 걸 뒤집게 할 힘이 없단 다..." 해리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땅끝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까 지 덤블도어 교수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는 덤블도어 교 수가 전혀 뜻밖의 놀라온 해결책을 끌어내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마지막 희망은 이제 사라져버렸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덤블도어 교수가 천천히 말했다. 그가 하늘빛 눈으로 헤르미온 느를 바라보았다. "시간뿐이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그리곤 덤블도러 교수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눈이 동그래졌다 "아!" "자 잘 듣거라." 덤블도어 교수가 소리를 낮추고 똑똑히 말했다. "시리우스는 7층에 있는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에 갇혀 있단다. 서쪽 탑의 오른쪽에서 열 세 번째 창문이 지. 만약 모든 게 잘 된다면, 너희들은 오늘밤 무고한 생명을 하나 이상 구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기억해라. 절대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그레인저, 넌 방법을 알고 있 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게다... 절대 - 모습을 드러내선- 안된다."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문앞으로 걸아가더니 홱 돌아보았다. "이제 난 너희들을 가두어 놓을 게다. 그걸-" 그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자정 까지 5분밖에 안남았구나. 그레인저, 세 번 돌려야 할게다. 행운을 빈다." "행운을 빈다구?" 덤블도어 교수가 나가고 문이 쾅 닫히자 해리가 어처구니가 없다 는 듯 말했다. "세 번 돌리다니?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우리더러 뭘 하 라는 거지?"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망토 속으로 손을 넣어 목에 걸려있는 긴 금목걸이를 만지작거 리고 있었다. "해리, 이리 와."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해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꺼내 들고 있는 목걸이에 아 주 작은 모래 시계가 매달려 반짝거리고 있었다. "자-" 헤르미온느가 그 목걸이를 그의 목에 감았다. "준비됐니?" "우리 뭐하고 있는 건데?" 해리가 얼떨떨해져서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모래 시계를 세 번 돌렸다. 어두운 병실이 점점 희미해졌다. 해리는 아주 빨리 거꾸로 날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 분이 들었다. 옆으로 흐릿한 색깔과 모양들이 휙휙 지나갔다. 귀가 멍멍했다. 그는 소리 를 질렀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뒤 발밑의 땅이 딱딱해지는게 느껴지더니 모든게 다시 똑똑히 보였다. 그와 헤르미온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서 있었다. 한 줄기 햇빛이 열린 현관문을 통해 마룻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모래 시계의 줄이 목을 조여왔다. "헤르미온느 뭐지-?" "이리로 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고 빗자루를 넣어두는 벽장으로 끌고 갔 다. 그녀는 벽장문을 열고 물통과 걸레들 사이로 그를 밀어 넣고는 자신도 들어간 뒤 문을 쾅 닫았다. "뭐야- 어떻게- 히르미온느, 무슨일이야?" "우린 과거로 온거야." 헤르미온느가 어둠 속에서 목걸이를 해리 목에서 벗겨내며 속 삭였다. "세 시간 전으로..." 해리는 다리를 세게 꼬집었다. 굉장히 아팠다. 분명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쉬! 들어봐! 누군가 오고 있어! 내생각에- 내 생각에 우린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귀를 벽장 문에 바짝 갖다댔다. "발자국들이 정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래, 내 생각에 우리가 해그리드의 오두 막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아!" "너 지금." 해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이 벽장 안에도 있고 저 밖에도 있 다고 말하는 거니?" "그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귀를 벽장문에 바짝 갖다대고 말했다. "그건 틀림없이 우리야. 세 사람 이상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곤 우린 투명 망토를 쓰고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열심히 귀기울였다. "우리가 현관 계단으로 내려갔어..." 헤르미온느는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엎어놓은 물통 위에 앉아 있었지만, 해리는 물 어보고 싶은게 많았다. "그 모래 시계는 어디서 났니?" "이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시계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학기 첫날 맥고나걸 교수가 주셨어. 내가 지난 일년간 그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건 다 이것 덕분이 야. 맥고나걸 교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교수님은 내게 이걸 주려고 마 법부에 온갖 편지를 쓰셔야 했지 또한 교수님은 그들에게 내가 모범생이며, 공부 이외 에는 절대 이걸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납듯시켜야 했지... 난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몇 시간을 되풀이 할 수 있었던 거야. 바로 그렇게 해서 몇가지 수업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던 거지, 알겠니? 하지만... 해리, 난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에게 뭘 하라고 한건지 는 잘모르겠어. 교수님이 왜 우리에게 세 시간 전으로 돌아가라고 했을까? 그게 시리 우스를 돕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해리가 그녀의 흐릿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시간쯤 그가 우리에게 바꾸게 하고 싶은 어떤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그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지? 세시간 전 우리는 해그리드의 오두막 으로 내려가고 있었어..." "지금이 세 시간 전이야. 그리고 우린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내려가고 있어." 헤르 미온느가 말했다. "막 우리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잖아..." 해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생각에 집중하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가 무고한 생명을 한 명 이상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 어..." 그때 그에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헤르미온느 우린 벅빅을 구하게 될 거 야!" "하지만- 그게 시리우스를 어떻게 구한다는 거지?"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그 창문의 위치를 알려주셨잖아- 플리트윅 교수의 사 무실 창문! 시리우스가 갇혀있는 곳이야! 우린 벅빅을 그 창문으로 날아가게 해서 시리 우스를 구해야해! 시리우스는 벅빅을 타고 탈출할 수 있어- 그들은 함께 탈출할 수 있 을 거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본 해리는 그녀가 겁에 질려 있다는 걸 알았다. "들키지 않고 그걸 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 해!"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니, 안그래?" 해리가 말했다. 그는 일어서서 귈르 문에 바짝 갖다댔다. "밖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자, 가자..." 해리는 벽장문을 열였다. 현관 안의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될 수 있는데로 조 용히 그리고 빨리 벽장에서 빠져 나와 돌계단을 내려갔다. 그림자들은 이미 길어지고 있었고 금지된 숲의 나무들 위쪽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누구라도 창문에서 내다본다면-" 걱정이 되는 듯 헤르미온느가 창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얼른 도망쳐야지." 해리가 단호히 말했다. "숲속으로 곧장, 알았지? 그리고 나무 뒤 로 숨는거야-" "좋아 그럼 온실로 돌아가자!"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고 말했다. "해그리드의 오두 막 현관에서 안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우릴 보게 되고 말거야! 우린 지금 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거의 다 왔을 거야!" 해리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헤르미온느도 바로 뒤에서 달렸다. 그들은 쏜살같이 채소밭을 지나 온실로 갔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 다가 다시 커다란 버드나무 언저리를 지나 오두막 쪽으로 달렸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서 해리가 돌아보았다. 조금 뒤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도착했다. "좋아." 그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우린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야 해... 보이지 않게, 해리..." 그들은 숲 가장자리로 조용히 나아갔다. 그 뒤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문을 흘끗 보 았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얼른 커다란 오크 나무 뒤로 몸을 숨긴 뒤 양쪽에서 살짝 내다 보았다. 문간에 나온 해그리드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누가 노크한 건지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해리는 그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 다. "저희들이에요.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야 망토를 벗을 수 있어요." "오지 말라니까, 참!" 해그리드가 속삭였다. 그가 뒤로 물러 선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이런 이상한 일들까지 해보다니." 해리가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더 가자."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벅빅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해!" 그들은 해그리드의 호박밭 울타리에 매어져 있는 히포그리프가 보일 때까지 살금살 금 걸어갔다. 벅빅이 다소 겁내는 것 같았다. "지금 할까?" 해리가 속삭였다. "안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가 만약 녀석을 지금 훔치면 위원회사람들은 해 그리드가 녀석을 놓아주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그들이 바깥에 매여 있는 녀석 을 볼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러면 60초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 해리가 초조하게 말했다. 이건 점점 더 불가능 해 보였다. 바로 그때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에서 사기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가 우유 단지를 깨뜨리는 소리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내 가 스캐버스를 발견하게 될 거야-"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헤르미온느가 놀라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 해리가 불쑥 말했다. "우리가 만약- 우리가 만약 저 안으로 달려 들어 가 페티그루를 붙잡으면 어떻게 될까-" "안돼!"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니? 우린 지금 가장 중요 한 마법사 법률 가운데 하나를 어기고 있어! 아무도 시간을 바꾸지 못하게 되어 있어. 아무도! 너도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씀 들었잖아. 들켰다간-" "우릴 볼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과 해그리드밖에 없잖아!" "해리, 만약 네가 헤그리드의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 저 안에 있는 넌 어떻 게 할 것 같니?"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가-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하겠지." 해리가 말했다. "아니면 어떤 어둠의 마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바로 그거야!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넌 심지어 네 자신을 공격하려 들지도 몰라! 모르겠어? 맥고나걸 교수는 마법사들이 시간을 마음대로 주물렀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말씀해 주셨어...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과거나 미래의 자신을 죽였 었대!"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그저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야. 그저-" 그때 헤르미온느가 그를 쿡 지르며 성쪽을 가리켰다. 해리는 멀리 있는 정문을 더 잘 보려고 고개를 조금더 쑥 내밀었다. 덤블도어 교수와 퍼지 장관과 위원회에서 온 늙은 이와 사형 집행인 멕네어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막 나오려고 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리고 정말로 잠시 뒤, 해그리드의 오두막 뒷문이 열렸다. 해리는 그 자신과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그리드와 함께 걸어나오는 걸 보았다. 나무 뒤에 서서 그 자신이 호박 밭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 보는 기분은 정말로 이상했다. "괜찮아, 벅빅. 괜찮아..." 해그리드가 벅빅에게 말했다. 그 뒤 그는 해리와 론과 헤 르미온느에게로 돌아섰다. "어서 가, 빨리." "해그리드, 저흰-" "정말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저희가 그들에게 말할게요-" "그들이 벅빅을 죽이도록 내벼려두어선 안돼요-" "가!" 해그리드가 사납게 말했다. "너희들까지 얽히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해져."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호박밭에거 투명 망토를 그와 론의 머리로 뒤집어씌우는 걸 지 켜보았다. "얼른 가. 듣지 말구..."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에 노크 소리가 났다. 사형 집행인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해 그리드가 홱 돌아서서 뒷문을 조금 열어둔 채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세 명의 발짝 소리가 멀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이제 뒷문을 통해 오두막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들을 수 있었다. "그 짐승은 어딨소?" 멕네어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밖에 있소."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멕네어의 얼굴이 벅빅을 내다보려고 해그리드의 오두막 창문에 나타나자 해리는 얼 른 몸을 숨겼다. 그 뒤 퍼지 장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린- 저- 자네에게 공식 사형 집행 통지서를 읽어줘야 하네. 해그리드. 내가 얼른 읽겠네. 그리고 내가 다 읽고 나면 자네와 멕네어가 각각 사인을 해야 하네 맥네어, 자 네도 잘듣게. 그것도 다 절차니까-" 창문에서 맥네어의 얼굴이 사라졌다. 이제야 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여기서 기다려."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내가 할게." 퍼지 장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해리는 나무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와 호박밭의 울타리로 달려가 벅빅에게로 다가갔다.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죄 선고를 받은 히포그리프 벅빅은 6월6 일 일몰 때 사형 될 것이다-" 해리는 눈을 깜작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벅빅의 사나운 오렌지빛 눈을 한번 더 올 려다본 뒤 인사를 했다. 벅빅이 비늘이 있는 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일어섰다. 해리는 벅빅을 울타리에 붙들어 매고 있는 밧줄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 사형은 그 위원회가 임명한 사형 집행인 월든 멕네어에 의해 집행 될 것이다..." "자, 벅빅." 해리가 중얼거렸다. "자 우린 널 도와주려는 거야 조용히... 조용히..." "... 아래의 사람들이 증인으로서 서명한다. 해그리드, 여기에 서명하게..." 해리는 온몸으로 힘껏 밧줄을 당겼다. 하지만 벅빅은 앞발로 버티고 서서 꼼짝도 하 지 않았다. "자, 이제 이일을 해치웁시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에서 위원회에서 나온 노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 자넨 안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네-" "아닙니다. 전- 전 녀석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녀석을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 오드막 안에서 발짝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벅빅, 움직여!" 해리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벅빅의 목에 감겨있는 밧즐을 더 세계 당겼다. 그제서야 히포그리프가 몸을 움직여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둘러야 했다. 그들은 여전히 해그리드의 뒷문에서 확 실히 보이는 거리에 있었다. "잠깐, 멕네어."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도 서명해야 하네." 발짝들이 멈췄다. 해리는 밧줄을 계속 끌어당겼다. 벅빅이 부리로 짤깍하는 소리를 내더니 조금 더 빨리 걸었다. 나무 뒤에서 헤르미온느의 하얀 얼굴이 삐죽이 나왔다. "해리, 서둘러!" 그녀가 소리를 죽여 속삭였다. 오두막 안에서는 여전히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밧줄을 또한번 비 틀었다. 그러자 벅빅이 마지 못해하며 갑자기 빨리 걷기 시작했다. 숲에 거의 다다랐 다... "빨리! 빨리!" 헤르미온느가 쏜살같이 나무 뒤에서 나와 밧줄을 잡고 벅빅이 더 빨리 움직이도록 잡아당겼다. 해리는 어깨 너머로 흘끗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나무에 가 려서 보이지 않았다. 해그리드의 정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멈춰!"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그들이 우리 소리를 들을지도 몰라-" 해그리드의 오두막 뒷문이 쾅 하고 열렸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벅빅은 조용히 서 있었다. 히포그리프조차 열심히 귀기울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정적... 그 뒤- "그게 어딨나?" 위원회 노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들렸다. "그 짐승이 어디에 있나?" "여기에 매여 있었어요!" 사형 집행인이 펄펄 뛰며 말했다. "제가 분명히 보았어요! 바로 여기에 있었다구요!" "굉장히 이상하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재미있어하는 투가 역력했다. "벅빅!"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불렀다. 휙 하더니 쾅 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형 집행인이 화가 나서 도끼로 울타리를 내려친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뒤 울부짖는 소리가 나더니 이번엔 해그리드가 훌쩍이면서 하 는 말이 들렸다. "가버렸어요! 가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녀석이 가버렸어요! 영리한 녀석이 직접 밧 줄을 풀고 달아난 거예요!" 벅빅이 해그이드에게로 돌아가려고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는 벅빅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단단히 잡고 있었다. "누군가가 풀어준 게 틀림없어요!" 사형 집행인이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정원을 수 색해야 해요. 숲은-" "멕네어, 누군가 만약 벅빅을 정말로 훔쳐갔다면, 그 도둑이 히포그리프를 걸어가게 했겠나?"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하늘 을 수색하지 그러나... 해그리드, 난 차 한잔 해야겠네. 아니면 브랜디를 좀 마시던가." "무- 물론이죠, 교수님."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하나마 몹시 기쁜 듯 밝게 들렸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발짝 소리와 씩씩대며 욕설을 퍼 붓는 사형 집행인의 목소리와 쾅 닫히는 문소리를 들었다. 그 뒤 한번 더 정적이 흘렀 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해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속삭였다. "우린 여기에 숨어 있어야 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자신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들 이 성으로 돌아간 다음, 벅빅이 시리우스가 갇힌 창문으로 안전하게 날아갈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리는 거야. 시리우스는 두시간쯤 뒤에나 그곳에 올거야... 어, 이거 점점 더 어려워지네..." 그녀는 어깨 너머로 숲속을 바라보았다. 이제 해가 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가야 할 것 같아." 해리가 열심히 생각하며 말했다. "커다란 버드나 무가 보이는 곳으로 말야. 그렇지 않으면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 까." "좋아." 헤르미온느가 벅빅의 밧줄을 더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 도록 조심해야 해. 해리. 기억해..." 그들은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숲 가장가리로 걸어가 커다란 버드나무를 알아볼 수 있 는 나무 덤블 뒤에 숨었다. "저기에 론이 있어!" 해리가 갑자기 말했다. 어두운 형체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달려가자 어두운 공기를 뚫고 고함소리가 울려 퍼 졌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스캐버스, 이리와-" 그 뒤 난데 없이 어디선가 두 형체가 더 나타났다. 해리는 자신과 헤르미온느가 론을 쫓아가는 걸 지켜보았다. 론이 돌진했다. "잡았다! 저리가, 이 지독한 고양이 같으니라구-" "저기에 시리우스가 있어!" 해리가 말했다. 버드나무 뿌리에서 커다란 개의 형체가 튀어 올랐다. 그가 해리를 넘어뜨린 뒤, 론을 잡았다. "여기서 보니까 훨씬 더 끔찍하군, 안그러니?" 해리가 론을 끌고 뿌리 속으로 들어가 는 개를 지켜보며 말했다. "아야- 봐. 내가 막 저 나무에게 맞았어- 너두야- 이거 정말 기분이 묘한데-" 커다란 버드나무가 끽끽거리며 낮은 나뭇가지들이 후려치면서 덤비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나무 밑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 었다. 그 뒤 나무가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크룩생크가 나무의 옹이를 누르고 있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저 봐, 우리가 가고 있어..." 해리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들어갔어." 그들이 사라지자 나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뒤, 아주 가까이에서 발짝 소 리가 들렸다. 덤블도어 교수와 맥네어와 퍼지 장관과 위원회의 노인이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간 직후였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와 함께 있기만 했더라면..." "멕네어와 퍼지 장관도 왔을거야." 해리가 따끔하게 말했다. "그리고 퍼지 장관은 틀림없이 맥네어에게 시리우스를 당장에 죽이라고 했을 거야..." 그들은 네 사람이 성 계단을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다. 잠시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 뒤- "루핀 교수가 와!" 또다른 형체가 쏜살같이 돌계단으로 내려와 버드나무 쪽으로 질주 하는 게 보였다. 해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은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들은 루핀 교수가 땅에서 부러진 나무가지 하나를 집어들고 나무의 옹이를 찌르는 걸 보았다. 나무가 나뭇가지들을 휘둘러대는 걸 멈추자 루핀 교수 역시 뿌리 틈새로 사 라졌다. "그가 투명 망토만 잡았으면." 해리가 말했다. "그냥 저기에 놓여 있는데..."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만약 지금 달려나가 그걸 가져 온다면, 스네이프 교수가 절대 발견하지 못할 텐데-" "해리,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 "넌 어떻게 이걸 참을 수 있니?"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사납게 물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그저 여기에 서서 지켜보고만 있으란 말이니?" 그는 망설였다. "난 망토를 잡으러 가야겠어!" "해리, 안돼!"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망토 자락을 간신히 잡았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 렸다. 해그리드가 목청것 노래를 부르며 비틀비틀 성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는 커다란 술병이 들려 있었다. "알겠어?" 헤르미온느가 나무라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겠 냐구? 우린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안돼, 벅빅!" 히포그리프가 또다시 해그리드에게 가려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해리도 벅빅이 움직 이지 못하도록 밧줄을 꼭 잡았다. 해그리드가 취해서 갈짓자로 걸으며 성으로 올라가 버리자 벅빅이 발버둥치는 걸 멈추고 애처롭게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 뒤 2분도 채 되지 않아 성문이 다시 한번 홱 열리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달려나와 버드나무 쪽으로 질주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나무 옆에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리가 주먹을 불끈 쥐 었다. 그가 투명 망토를 집어들었다. "더러운 손 거기서 떼지 못해."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쉬!" 스네이프 교수는 루핀 교수가 나무를 멈추게 하는 데 사용했던 나무가지를 집어들고 옹이를 찌르더니 투명 망토를 입고 사라졌다. "그게 다야."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모두 저 밑에 있어... 이제 우리가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녀는 벅빅의 박줄 끝을 가장 가까운 나무에 안전하게 잡아맨 뒤 마른 땅 위에 앉 았다. "해리,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게 있어... 디멘터들이 왜 시리우스를 잡지 않았지? 그 들이 오고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그 뒤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디멘터들이 굉 장히 많았어..." 해리도 앉았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였다. 가장 가까운 디멘터가 입을 해리의 입으로 갖다대려고 했을 때, 은빛 나는 커다란 무언가가 호수를 가로질러 달려와 디멘 터들을 물러가게 했었다고. 해리가 말을 마쳤을 즈음 헤르미온느의 입이 약간 벌어졌다. "하지만 그게 뭐였는데?" "디멘터들을 물러가게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진짜 패트로누스. 강력한 거 말야." "그런데 그걸 누가 불러냈지?"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호수 맞은편 둑에서 보았던 사람을 다시 생각하 고 있었다. 그는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니?" 헤르미온느가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선생님들 중 하나였니?" "아니." 해리가 말했다. "선생님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 모든 디멘터들을 물러가게 했다면 정말로 강력한 마법사임에는 틀림없을 거야... 만약 페트로누스가 그렇게 밝게 빛나고 있었다면, 그 빛이 그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을까? 보지 못했니-?" "아니 봤어."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저 내가 상상한 건지도 몰 라... 머리가 어지러웠어... 그 후 바로 기절해버렸으니까..." "누구 같았는데?" "내 생각에-"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 우리 아버지였던 것 같아."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놀람 과 연민이 뒤섞인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해리, 네 아버지는- 그러니까- 돌아가셨잖아."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아."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럼 아버지의 유령을 본 거라고 생각하니?" "몰라... 아냐... 유령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러면-" "어쩌면 정말로 유령을 보았는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꼭 아버지처럼 생겼었어... 난 아버지 사진을 갖고 있거 든..."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그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 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린다는 거 알아."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벅빅을 바라보았다. 히포그리프는 벌레들을 찾고 있는 듯 부리로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하지 만 그는 사실 벅빅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였다.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세 친구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무늬와 윔테일과 패드풋 과 그리고 프롱스... 오늘밤 그들 네명이 모두 정원에 나왔던 것일까?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윔테일이 오늘 저녁에 다시 나타났었다... 그의 아버지와 똑같이 하는게 그렇 게 불가능한 일일까? 그는 유령들이 호수를 가로질러 가는 걸 보았던 걸까? 그 형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명확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이긴 했어도 의식을 잃 기 전이었다. 그리고 확신했었다... 머리 위에 있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달이 떠 다니는 구름 뒤로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헤르미온느는 버드나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앉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한시간쯤 뒤... "우리가 나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녀와 해리는 일어섰다. 벅빅이 고개를 들었다. 루핀 교수와 론과 페티그루가 뿌리 의 구멍에서 어색하게 기어올아오는 게 보였다. 그 뒤 의식이 없는 스네이프 교수가 이 상하게 둥둥 떠서 나왔고... 헤르미온느가 기어나왔다. 다음에 해리와 블랙이 나왔다. 그들 모두 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해리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흘긋 올려다보았다. 이제 저 구름 이 옆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달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중얼거렸다. "우린 그대로 있어야 해. 모습을 드러내면 안되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까 페티구르가 다시 한번 달아나도록 내버려둬야 한단 말이지..." 해리가 조용 히 말했다. "어둠 속에서 쥐를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우린 시리우스를 돕기 위해 다시 온거야. 그 밖의 일은 어떤 것도 해선 안돼!" "알았어!" 달이 구름 뒤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그들은 성 쪽으로 걸어가던 작은 형체들 이 멈춰 서는 걸 보았다. 그리고- "저기 루핀 교수가 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의 몸이 변하고 있어-" "헤르미온느!" 해리가 갑자기 말했다. "여기에 있으면 안돼!" "안돼, 계속 말했잖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냐! 루핀 교수가 바로 우리쪽으로 달려오고 있단 말야!" 헤르미온느는 숨이 막혔다. "어서!" 그녀가 벅빅을 풀기 위해 달려가며 투덜거렸다. "어서! 어디로 가지? 어디 에 숨지? 디멘터들이 금방 올텐데-" "해그래드의 오두막으로 다시 가자!" 해리가 말했다. "그곳엔 지금 아무도 없어- 빨 리!" 그들은 있는 힘껏 달렸다. 벅빅도 뒤에서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뒤에서 늑 대인간이 소리를 길게 뿜으며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두막이 보였다. 해리는 달려가 손잡이를 비틀어 돌리고 문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와 벅빅이 안으로 휙 들어갔다. 해리는 그들을 따라 들어간 뒤 문을 잠갔다. 멧돼지 사냥 용 개인 팽이 큰소리로 짖어댔다. "쉬, 팽. 우리야!" 헤르미온느가 개를 조용히 시키려고 귀를 잡으며 말했다. "하마터 면 큰일 날 뻔했어!" 그녀가 해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보기가 훨씬 더 힘 들었다. 벅빅은 다시 해그리드의 집에 와 있는 걸 알고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히포 그리프는 만족스러운 듯 날개를 접고 난로 앞에 누웠다. 잠 잘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게 좋을 거 같아."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전혀 볼 수가 없어- 언제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잖아-" 헤르미온느가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의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방해하려는 게 아니야." 해리가 얼른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지 못한다면, 언제 시리우스를 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글쎄... 그렇담 좋아. 그러면... 난 여기서 벅빅과 기다릴게... 하지만 해리, 조심 해- 저 밖에는 늑대인간이 있어- 그리고 디멘터들도-" 해리는 다시 밖으로 걸어나가 오두막 가장자리로 서서히 나아갔다. 멀리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디멘터들이 시리우스에게로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금 있 으면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그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해리는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이제 금방 저 패트로누스를 보냈던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는 잠시 우물쭈물하며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앞에 서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면 안 돼. 하지만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꼭 보고 싶었다... 알아내야만 했다... 디멘터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방에서 나와 호숫가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은 해리 가 서 있는 곳에서 멀어져 반대편 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들 근처에 갈 필 요가 없을 것이다... 해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오직 아버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이 만약 아버지였다면... 정말로 아버지였다면... 그는 알아야 했다. 알아내야만 했다... 호수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맞은편 둑에 아주 작고 희미한 은빛 불빛이 보였다.- 그 자신이 만들어낸 페트로누스였다. 호숫가에 덤불이 있었다. 해리는 그 뒤로 몸을 숨기고 이파리들 사이로 내다보았다. 맞은편 둑에 있던 희미한 은빛 불빛이 갑자기 꺼져버렸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서요!" 그가 막연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계세요? 아빠, 어서요-"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과거의 해리를 둘러싸고 있는 디멘 터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하나가 두건을 내리고 있었다. 구조자가 나타날 시간이었 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도 그를 도우러 오지 않았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보았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해리는 덤블 뒤에서 나와 요술지팡이를 꺼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지팡이 끝에서 형체 없는 안개구름이 아닌 아주 눈부신 은빛 동물이 튀 어나왔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보려고 눈을 가늘게 덧다. 꼭 말처럼 생긴 동물이었다. 그것이 조용히 호수의 검은 표면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고개를 숙 이고 떼지어 이동하는 디멘터들에게로 돌진하는 걸 보았다... 그것이 검은 형체들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디멘터들이 겁이 나서 주춤주춤하며 흩어지더니 어둠 속으로 물러갔 다.. 그들은 가버렸다. 페트로누스가 돌아섰다. 그것이 잔잔한 물 표면을 가로질러 다시 해리 쪽으로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유니콘도 아니었다. 그것은 숫사슴이었다. 그 숫사슴은 머리 위에 떠있는 달빛만큼이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숫사슴이 그에게 로 다시 오고 있었다... 숫사슴이 둑에 멈춰 섰다. 그리고 부드러운 땅에 전혀 발굽자국도 남기지 않은 채 커 다란 은빛 눈으로 해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가지진 뿔이 달린 고개로 인 사를 했다. 해리는 깨달았다... "프롱스." 그가 속삭였다. 그러나 그가 떨리는 손을 뻗는 순간 그 동물이 사라졌다. 해리는 여전히 한 손을 뻗은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뒤에서 발굽소리가 들 렸다.- 그는 놀라서 홱 돌아섰다. 헤르미온느가 벅빅을 끌고 그에게로 달려오고 있었 다. "뭐하고 있는 거야?" 그녀가 화를 내며 말했다. "망보겠다고 가더니!" "내가 막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했어..."해리가 말했다. "이 뒤로 와 봐- 이 덤블 뒤 로- 설명해줄게." 헤르미온느는 방금 있었던 일을 들으며 다시 한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가 너 본사람 있니?" "그래, 내 말 헛들었니? 난 내 자신을 보고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거야! 이제 됐어!" "해리 난 믿을 수가 없어... 네가 그 모든 디멘터들을 물리친 페트로누스를 불러냈다 는 게 말야! 그건 아주 어려운 고등 마법이야..."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왜냐하면 이미 그렇게 했었으니 까 말야... 말이 되니?" "모르겠어- 해리, 스네이프 교수 좀 봐!" 그들은 함께 덤블들 사이로 맞은편 둑을 바라보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의식을 회복한 것 같았다. 그는 마법으로 들것들을 불러내어 축 늘어진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블랙을 그 위로 들어올렸다. 론이 누워있는 또 하나의 들 것은 이미 그의 옆으로 둥둥 떠가고 있었다. 그 뒤 그가 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그들을 성쪽으로 움직이게 했다. "좋아,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어."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긴장한 목소 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병동 문을 잠글 때까지 45분 정도 남았어. 누구라도 우 리가 사라졌다는 걸 알기 전에 시리우스를 구하고 병실로 돌아가야 해..." 그들은 기다렸다. 호수에 움직이는 구름이 어렸다. 덤불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벅빅은 지루했는지 다시 벌레를 찾으며 땅을 파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저 위에 와 있을까?" 해리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말했다. 그는 성을 올려다보며 서쪽 탑의 오른쪽에서 창문 수를 세기 시작했다. "저것 봐!"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게 누구지? 또 누군가가 성에서 나 오고 있어!" 해리는 어둠 속을 빤히 들여가보았다. 어떤 남자가 허둥지둥 정원을 가로질러 성 입 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허리띠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멕네어야!" 해리가 말했다. "사형 집행인! 그가 디멘터들을 데리러 간 거야! 바로 지 금이야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벅빅의 등에 손을 얹자 해리는 그녀가 히포그리프 등에 올라타는 걸 도와주었다. 그 뒤 그가 덤블의 낮은 나뭇가지에 한쪽 발을 놓고 그녀 앞으로 기어올라 갔다. 그는 벅빅의 밧줄을 히포그리프의 목 뒤로 감아 다른 쪽에 연결한 후 고삐 처럼 잡았다. "준비 됐니?"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날 잡는 게 좋을 거야-" 그가 발 뒤꿈치로 벅빅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벅빅은 곧장 어둠 속으로 날아올랐다. 해리는 양 무릎을 히포그리프의 옆구리에 바짝 붙였다. 힘차게 움직이는 히포그리프의 날갯짓이 느껴졌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허리 를 꼭 잡고 있었다.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무서워- 아, 난 이런 건 정말 싫어-" 해리는 벅빅을 앞으로 몰았다. 그들은 조용히 성의 위층으로 날고 있었다... 해리가 왼손으로 잡고 있던 밧줄을 세계 잡아 당기자 벅빅이 방향을 바꿨다. 해리는 지나가는 창문들을 세고 있었다.- "우어우어!" 그가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벅빅이 속도를 늦추더니 멈춰 섰다. 하지만 히포그리프가 계속 공중에 떠있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었으므로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몸이 계속해서 몇 미터씩 오르내렸다. "그가 저기에 있어!" 창 옆으로 올라갔을 때 해리가 시리우스를 발견하고 말했다. 그 는 손을 뻗고 있다가 벅빅의 날개들이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 블랙이 올라다보았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허 둥지둥 창가로 갔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뒤로 물러서세요!"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왼손으로는 여전히 해리 의 망토 자락을 잡은 채 지팡이를 꺼냈다. "알로호모라!" 창문이 확 열렸다. "어떻게- 어떻게-?" 블랙이 히포그리프를 빤히 바라보며 가냘프게 말했다. "타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해리가 벅빅이 움직이지 않도록 매끄러운 목을 단단 히 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디멘터들이 오고 있어요- 멕네어가 그들을 데리러 갔어요." 블랙이 창틀에 양손을 올려놓고 머리와 어깨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의 몸이 마른 게 천만 다행이었다. 잠시 후 그는 이럭저럭 한쪽 발을 벅빅의 등으로 뻗고 헤르미온느 뒤 로 몸을 끌어당겼다. "됐어, 벅빅, 날아올라!" 해리가 밧줄을 흔들며 말했다. "탑으로- 어서!" 히포그리프가 날개를 한번 세게 퍼덕이자 그들이 다시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벅빅이 달가닥 거리며 탑 난간에 내려앉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즉시 히포그리프에게서 미 끄러져 내려왔다. "시리우스, 빨리 가시는 게 좋아요. 어서요." 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들이 곧 플 리트윅 교수의 사무실로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가 없어진 걸 알게 될 거예 요." 벅빅이 갑자기 뾰족한 머리를 쳐들며 앞발로 땅을 긁었다. "또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었니? 론이라고 했던가?" 시리우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앤 괜찮아질 거예요. 아직 의식이 없긴 하지만, 폼프리 부인이 그러는데 곧 나아 질 거래요. 어서요- 가세요-" 하지만 블랙은 여전히 해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가세요!"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블랙이 벅빅을 돌아서게 했다. "다시 서로 만나게 되겠지." 그가 말했다. "넌- 확실히 네 아버지의 아들이로구나, 해리..." 그가 발뒤꿈치로 벅빅의 옆구리를 눌렀다. 커다란 날개가 다시 한번 펴지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펄쩍 뒤로 물러섰다... 히포그리프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히포그리프 와 시리우스의 모습이 점점 더 작아졌다.. 구름이 달 쪽으로 둥둥 떠 왔다... 그리고 그들은 가버렸다. 제22장 다시 온 부엉이 집배원 "해리!" 헤르미온느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뒤엔 우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병동으로 다시 내려가 있어야 해-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알았어." 해리가 하늘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가자..." 그들은 뒤에 있는 문간으로 살짝 빠져나가 나선형으로 돌돌 말려져 있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밑에 도착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벽에 바짝 기대어 서서 귀를 기 울였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수인 것 같았다. 그들은 층계참에 있는 복도를 따라 급히 걷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성가신 불평을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스네이프 교수가 말하고 있었다. "입맞춤이 즉시 실시될 건가요?" "멕네어가 디멘터들을 데려오기만 하면 바로 시작할 거라네. 이 시리우스 블랙 사건 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것이었네. 우리가 마침내 그를 잡았다는 걸 '예언자 일보'에 보 고할 수 있게 되길 내가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 자넨 아마 모를 걸세... 그들이 자네 를 인터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군, 스네이프... 그리고 일단 해리가 제정신으로 돌아 오면, 자네가 그 애를 정확히 어떻게 구했는지 '예언자 일보'에 싣고 싶어할 거네..." 해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들이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숨어있는 곳을 지나칠 때 그 는 스네이프 교수의 능글맞은 웃음을 보았다. 그들의 발짝 소리가 멀어져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그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 했다. 한 계단을 내려가자 또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복도를 따라 걸어가 고 있을 때 앞으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피브스야!"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손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리 들어와!" 그들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왼쪽에 있는 텅 빈 교실로 달려 들어갔다. 피브스가 유쾌 하게 소리내며 웃으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으, 저 놈의 요정을 그냥..." 헤르미온느가 귀를 문에 바짝 갖다대며 속삭였다. "디 멘터들이 시리우스를 끝장내려 오는 걸 알고 저렇게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그녀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분 남았어, 해리!" 그들은 피브스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뒤, 살짝 교실에서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면- 더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말야?" 해리가 헐떡이며 물었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헤르미온느가 다시 시계를 살피며 신음했다. "1분 남 았어!" 그들은 병동 입구가 있는 복도 끝에 도달했다. "좋았어-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 헤르미온느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해리!" 그들은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문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의 등이 나타났다. "이제 난 너희들을 가두어 놓을 게다. 그건-"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 다. "자정까지 5분밖에 안 남았구나. 그레인저, 세 번 돌려야 할게다. 행운을 빈다." 덤블도어 교수가 뒷걸음질 쳐서 방에서 나와 문을 닫더니 마법으로 문을 잠그기 위 해 지팡이를 꺼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달렸다. 덤블도어 교수 가 고개를 들었다. 긴 은빛 수염 밑으로 미소가 번졌다. "뭐지?"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저희가 해내었어요!" 해리가 숨을 죽이고 말했다. "시리우스가 가버렸어요, 벅빅을 타고..." 덤블도어 교수가 그들에게 환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잘했다. 내 생각에-" 그가 병동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너희들이 -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거라- 너희들을 가둬야겠구나-"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론 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 히 침대 끝에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뒤에서 자물쇠가 짤깔 하는 소리가 나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 를 다시 망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잠시 뒤, 폼프리 부인이 다시 성큼성큼 걸어왔다. "교장선생님이 떠나시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이제 내 환자들을 돌봐도 되겠지?" 그녀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군말 없이 초콜릿을 받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폼프리 부인이 다가와 그들이 먹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해리는 삼킬 수가 없었다. 그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가슴을 졸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리고 둘 다 폼프리 부인이 준 네 번째 초콜릿을 먹고 있을 때, 위쪽 어딘가에서 성이 나서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폼프리 부인이 놀라서 말했다. 이제 성난 목소리들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폼프리 부인이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모든 사람들 다 깨우겠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거지?" 해리는 그 목소리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고 애썼다. 목소리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가 축지법을 써서 달아난 게 틀림없네!" 세베루스, 그를 혼자 놔두는게 아니었는 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는 축지법을 쓴게 아니에요!" 스네이프 교수가 고함을 질렀다. 이제 아주 가까이 있었다. "이 성안에서는 축지법을 쓸 수 없단 말입니다! 이건- 포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세베루스-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해리는 갇혀 있었네-" 쾅. 병동 문이 느닷없이 확 열렸다. 퍼지 장관과 스네이프 교수와 덤블도어 교수가 병동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차분해 보이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사실, 그는 아주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퍼지 장관은 성난 것 같았고 스네이프 교수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말해라, 포터!" 그가 으르렁 거렸다. "무슨 짓을 했지?" "스네이프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자제하세요!" "이것 보게, 스네이프.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퍼지 장관이 나무라듯 말했다. "이 문은 잠겨 있었네. 우리가 방금 보았잖나-" "저 애들이 그가 달아나도록 도와준 거예요. 전 알아요!" 스네이프 교수가 해리와 헤 르미온느를 가리키며 악을 썼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침이 튀고 있었다. "진정하게. 이 사람아!" 퍼지 장관이 크게 호통을 쳤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말구!" "장관님은 포터를 모르세요!" 스네이프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저 애가 한 짓이에 요. 전 저 애가 그랬다는 걸 알아요-" "그만하면 됐네, 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내가 10분전 병동을 나간 이후 이 문은 잠겨 있었네. 폼프리 부인, 이 아이들이 침대에서 나왔었나요?" "물론 아니죠!"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랬다면 제가 그 애들이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그것 보게, 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같 은 시간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그 애들을 괴 롭힐 이유가 없을 것 같네." 스네이프 교수는 부글부글 끊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자리에 선 채, 그의 터무 니없는 행동에 충격 받은 것 같은 퍼지 장관과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덤블 도어 교수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홱 돌아서더니 망토를 휘날리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서가 꽤나 불안정한 것 같군." 퍼지 장관이 그의 뒷모습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 며 말했다. "앞으로 그를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 덤블도어." "아, 정서가 불안정한 게 아니에요."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저 대단히 실망한 것뿐이죠." "실망한 게 어디 그 사람뿐이겠나!" 퍼지 장관이 코웃음을 폈다. "'예언자 일보'는 또 한바탕 크게 떠들어댈 게 분명하네! 블랙을 다 잡았다가 다시 놓쳤으니 말이네! 이 제 저 히포그리프의 탈출 이야기가 알려지는 일만 남았군. 그러면 난 틀림없이 웃음거 리가 되겠지! 글쎄... 난 가서 마법부에 알리는 게 좋겠네..." "그러면 디멘터들은요?" 덤블도어 교수가 물었다. "그들은 이제 학교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겠죠?" "아, 그야 여부가 있겠나. 당연히 돌아가야 하겠지." 퍼지 장관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들이 순진한 아이에게 죽음의 입맞춤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목했네...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오늘밤 당장 짐을 싸서 아즈카반으로 돌 아가도록 조치를 취하겠네... 대신 학교 입구에 용들을 세워두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네..." "해그리드가 좋아하겠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퍼지 장관과 함께 나가자, 폼프리 부인이 급히 걸어가 문을 다시 잠갔다. 그녀는 화가 나서 투덜거리며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병실 끝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론이 깨어난 것이었다. 그가 일어나 앉아 머 리를 문지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니?" 그가 신음하며 말했다. "해리,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 거 지? 시리우스는 어디에 있어? 루핀 교수는 어디에 있지? 무슨 일이야?"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서로 바라보았다. "네가 설명해." 해리가 초코릿을 한입 더 배어먹으며 말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음날 정오에 병동을 나왔다. 성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날 씨가 찌는듯이 더운데다 시험까지 끝났으니 학생들은 모두 또 한번 호그스미드로 갔 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 둘 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해리와 함께 그냥 성 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정원을 거닐며 전날 밤에 있었던 놀라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리우스와 벅빅이 어디에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호숫가에 앉아서 커다란 오징 어가 물위로 더듬이를 빈들빈들 흔드는 걸 지켜보던 해리는 맞은편 둑을 바라보다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숫사슴이 꼭 어젯밤처럼 그곳에서 그에게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들에게로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흐리멍덩한 눈의 해그리드가 식 탁보만한 손수건으로 땀으로 흠뻣 젖은 얼굴을 닦으면서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기뻐해서는 안된다는 거 알아. 어젯밤 그런일이 일어났으니 말야." 그가 말했다. "내말은, 블랙도 다시 달아나고 모든게 다 말야- 하지만 무슨일인지 알아맞혀 볼래?" "무슨 일인데요?" 그들은 시치미를 뚝 떼고 몹시 알고 싶어하는 척하며 물었다. "벅빅 말야! 녀석이 탈출했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구! 기분이 좋아서 밤새도록 마셨 어!" "정말 잘됐군요!" 헤르미온느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론을 나무라듯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녀석을 제대로 매어두지 않았었나봐." 해그리드가 행복하게 정원을 바라보 며 말했다. "난 오늘 아침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녀석이 정원에서 혹시 루핀 교 수를 만났을까봐 말야. 하지만 루핀 교수가 그러는데 지난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 데..." "뭐라구요?" 해리가 얼른 물었다. "아차, 너희들 못들었니?"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약간 사라졌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스네이프 교수가 오늘 아침에 모 든 슬리데린 아이들에게 말했어... 지금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거야... 루핀 교수가 늑대인간이라는 걸 말야. 그리고 그가 어젯밤에 정원에 돌아다녔다는 것도... 그는 물론 지금 짐을 싸고 있어." "짐을 싸신다구요?" 해리가 놀라서 물었다. "왜요?" "떠나는 거지, 뭐." 해그리드는 해리가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사임했어. 그런 위험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선 안된다고 하면서 말야." 해리는 급히 일어섰다. "교수님을 만나야 겠어." 그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사임하셨다면-" "-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상관없어. 그래도 교수님을 만나 뵙고 싶어. 여기서 다시 만나자." 루핀 교수의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는 이미 짐을 거의 다 싸두었다. 그리인딜 로우의 빈 수조는 그의 낡은 여행 가방 옆에 놓여 있었다. 가방은 거의 꽉 차 있었다. 루핀 교수가 책상에 있는 무언가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해리가 문을 두드렸다. "네가 오는 걸 보았단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열심히 들여다보 고 있던 양피지를 가리켰다. 호그와트의 비밀지도였다. "방금 해그리드를 만났어요." 해리가 다소 침울하게 말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사임 하셨다고 했어요. 사실이 아니죠, 그렇죠?" "미안하지만 사실이란다." 루핀교수가 말했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내용물들을 꺼 내기 시작했다. "왜죠?" 해리가 물었다. "마법부 장관은 교수님이 시리우스를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 잖아요, 안그래요?" 루핀 교수가 걸어가 문을 닫았다. "물론 그랬지. 덤블도어 교수님은 퍼지 장관에게 너희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했던 사 람이 스네이프 교수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고 말했단다." 그가 한숨을 지었다. "그렇게 되자 세베루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렸지. 멀린 훈장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심한 정신적 타격을 주었던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가- 뭐랄까- 실수로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 내가 늑대인간이라는 말을 무심코 해버리고 말았단다." "단지 그런 이유로 떠나시다니, 말도 안돼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내일 이 시간 쯤이면 부모들이 보낸 부엉이가 도착하기 시작할 게다.. 그들은 늑대 인간이 자신들의 자녀를 가르치는 걸 원치 않는단다, 해리. 그리고 어젯밤 이후, 난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게 되었단다. 난 너희들을 물어뜯을 수도 있었단다... 그런 일 은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돼." "교수님은 지금까지 저희들을 가르치셨던 선생님 중에서 가장 훌륭한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이셨어요!" 해리가 간절하게 말했다. "가지 마세요!" 루핀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랍들을 비웠다. 그 뒤 해리가 어떻게 해야 그를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 고 있는 사이, 루핀 교수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내게 하신 말씀으로 미루어 보아. 너희들이 어젯밤 많은 생명을 구한 것 같더구나, 해리. 내가 만약 금년에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게 있다면, 너를 가르쳤다는 것이란다... 너의 패트로누스에 대해 말해보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아세요?" 해리가 깜짝 놀라 물었다. "디멘터들을 물러가게 할 게 그것 말고 또 뭐가 있겠니?" 해리가 루핀 교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죄다 말해주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루핀 교수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아버지는 변신했을 때 항상 숫사슴이었지." 그가 말했다. "네 추측이 맞단 다... 그를 프롱스라고 부른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루핀 교수는 마지막 책 몇 권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책상 서랍들을 닫고는 해리에 게로 돌아섰다. "옜다- 어젯밤 내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가져 왔단다." 그가 해리에게 다시 투 명망토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망설이다가 호그와트의 비밀지도를 건네주 었다. "난 이제 더 이상 이곳 선생이 아니니, 가책 없이 이걸 되돌려 줄수 있겠구나.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잖아, 너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는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해리는 지도를 받아들고 씩 웃었다. "교수님은 제게 무니와 웜테일과 패드풋과 프롱스가 절 학교 밖으로 불러내고 싶어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그들은 그걸 재미있어할 거라면서 말예요." "물론 그랬지." 루핀 교수가 손을 뻗어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성 밖 으로 나가는 비밀통로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면 네 아버지 제임스는 틀림없이 대단히 실망했을 거라는 말이었단다." 문에 노크 소리가 났다. 해리는 비밀 지도와 투명 망토를 얼른 주머니 속에 쑤셔 넣 었다. 덤블도어 교수였다. 그는 해리가 그곳에 있는 걸 보고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없었 다. "자네가 타고 갈 차가 입구에 와 있네, 리무스." 그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 루핀 교수는 낡은 여행 가방과 텅 빈 그리인딜로우 수조를 집어들었다. "그럼- 잘 있거라, 해리."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널 가르쳐서 정말로 기뻤단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날 날이 오리라 믿는다. 교장선생님, 입구까지 나오실 필요 없습니 다. 그냥 저 혼자서도 갈 수..." 해리는 루핀 교수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 잘 가게, 리무스." 덤블도어 교수가 잔잔하게 말했다. 루핀 교수는 그라인딜로 우 수조를 잠깐 내려 놓고 덤블도어 교수와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는 해리에게 마지막 으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사무실에서 나갔 다. 해리는 빈 의자에 앉아 시무룩하게 마룻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 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니, 해리?" 그가 조용히 물었다. "어젯밤 일로 기분 이 아주 좋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해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페티그루가 도망쳤 잖아요."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구?"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한 일은 세상 의 모든 걸 달라지게 했단다, 해리. 넌 진실을 밝히는 걸 도왔잖니, 또 죄 없는 무고한 사람을 끔찍한 운명에서 구했잖니." 끔찍하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해리의 뇌리에 스쳤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더 끔찍한...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이 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어제 제가 점술 시험을 치고 있을 때, 트릴로니 교수가 아주- 아 주 이상해졌었어요." "그랬니?"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평상시보다 더 이상했단 말이니?" "네... 교수님의 목소리는 굵고 낮았고 눈알이 빙글빙들 돌았어요. 교수님은 볼드모트 의 추종자가 자정 전에 그에게로 돌아갈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추종자가 그가 힘을 회복하는 걸 도울 거라고 했어요."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뒤 다시 정상이 되었는데, 트릴로니 교수님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 혀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분이- 진짜 예언을 한 걸까요?" 덤블도어 교수는 약간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해리, 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 그러고 보니까 트릴로니 교수가 이제 진짜 예언을 한 게 총 두 개가 되었구나. 봉급이 라도 올려주어야겠구나..." "하지만-" 해리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이 사실을 어떻게 그 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전 시리우스와 루핀 교수가 페티그루를 죽이지 못하게 막았어요! 볼드모트 가 돌아온다면 그건 제 잘못이에요!" "그렇지 않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를 이용해 과거로 돌아간 경험을 하면서 뭘 배웠니, 해리? 우리 행동의 결과는 항상 너무 복잡라고 다양하단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 안 됐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바로 산 증거란다... 페티그루의 생명을 구해준 건 매우 훌륭 한 일을 한 거란다. "하지만 그가 만약 볼드모트가 힘을 회복하는 걸 돕는다면-" "페티그루는 네 덕택에 생명을 구했단다. 넌 볼드모트에게 네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 을 보낸거야... 어떤 마법사가 다른 마법사의 생명을 구하게 되면, 그들 간에는 깊은 유대가 만들어진단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해리 포터에게 빚을 지고 있는 추종자를 좋아할 것 같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지." "전 페티그루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제 부모님을 배신했어요!" "그게 바로 가장 심오하고 가장 헤아릴 수 없는 마법이란다. 해리. 하지만 날 믿거 라... 네가 페티그루의 생명을 구해준 걸 아주 기뻐하게 될 때가 분명히 올 게다." 해리는 하지만 그게 언제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 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헤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네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단다. 해리. 호그와트 학생시절 그 이후 모두에 대 해 말이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버지였더라도 페티그루를 구했을 게다. 틀림 없단다." 해리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말을 들어도 뭇지 않을 것이다- 덤 블도어 교수에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제 패트로누스를 불러낸 게 아버지였다고 생각했어요. 제 말은 호수 건너편에 있 는 제 자신을 보았을 때 말예요... 전 아버지를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만도 하지." 덤블도어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런 말 듣는 데 질렸을 지도 모르지만, 넌 네 아버지 제임스를 놀라울 정도로 쑥 빼어 닯았단다. 눈을 제외하고 말 이다... 눈은 네 어머니 눈을 닯았지." 해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버지라고 생각하다니 어리석었어요." 그가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말예요." "죽으면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잘 생각해 보렴. 곤란에 처할 때마다 우린 그들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고 생각지 않니? 네 아버 지는 네 안에 살아있단다. 해리. 그리고 네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모습을 나타낸 단다. 그렇지 않다면 네가 어떻게 그런 특별한 패트로누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겠니? 어젯밤에는 네 아버지가 다시 나타난 거나 다름없단다." 해리는 잠시 후에야 덤블도어 교수의 말뜻을 깨달았다. "어젯밤에 시리우스가 내게 자신들이 어떻게 동물로 변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한 성공이었지- 특히 내 게 비밀로 해둔 건 말이다. 그 뒤 난 네가 불러낸 패트로누스의 이상한 형태가 생각났 단다. 그게 아마 래번클로와의 퀴디치 시합 때 말포이 군에게 돌진했었지. 해리. 어떤 면에선 넌 어젯밤 네 아버지를 본 거란다... 네 마음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한 거지." 그리고 나서 덤블도어 교수는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 로 앉아 있었다. 호그와트에서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덤블도어 교수를 제외하고는 시리우스와 벅빅과 페티그루가 사라진 날 밤에 진정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기 말이 다가오면서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무성한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모두 다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포이는 벅빅에 대해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를 몰래 갖 고 나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자신과 아버지가 사냥터지기에게 속은 것을 분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한편 퍼시 위즐리는 시리우스의 탈출 사건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내가 만약 마법부에 들어간다면, 난 마법사 법률을 강화하자고 제안할 거야!"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는 여자 친구 피네로프에게 말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공기도 맑았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자유를 찾아주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루핀 교수가 학교를 떠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은 해리만이 아니었다. 어둠의 마 법 방어법 수업을 들었던 학급 아이들 모두 그의 사임을 슬프게 생각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선생님이 오실까?" 시무스 피니간이 음산하게 물었다. "흡혈귀쯤 되겠지." 딘 토마스가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해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그러나 루핀 교수가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페티그루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혹시 볼드모트와 합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무엇 보다도 해리의 기분을 무겁게 하는 건 또다시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 각이었다. 불과 30분정도였지만, 그는 이제 시리우스와 살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 의 부모의 가장 절친한 친구와 살게 될 거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건 아버지 를 다시갖게 되는 것 다음으로 행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리우스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건 그가 무사히 은신처로 들어갔다는 의미였으므로 기뻐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이제 시리우스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비참함 마저 들 었다. 시험 결과는 학기 마지막 날에 나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전 과목을 통과했 다. 해리는 자신이 마법의 약을 통과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왠일인지 스네이 프 교수가 그에게 고의로 F를 주지 못하도록 덤블도어 교수가 간섭한 게 아닐까하는 수상쩍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 스네이프 교수의 해리에 대한 행동은 아주 심상치 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스네이프 교수가 그를 극도로 미워한 탓에 더 이상 미 워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리에 대한 그의 행동은 훨씬 더 심해졌었다. 해리를 볼 때마다 스네이프 교수의 가느다란 입술은 불쾌하고 비 틀려졌고, 마치 해리의 목을 조르고 싶어 못 견뎌하기라도 하는 듯 항상 손가락을 구 부리고 있었다. 퍼시는 최고 자격증 시험인 N.E.W.T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고, 프레드와 조지는 모든 과목을 보통 마법사 수준인 O.W.L을 받고 간신히 통과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한편 기숙사 우승컵을 3년 연속 받게 되었다. 주로 퀴디치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덕택 이었다. 학기말 연회는 온통 진홍색과 황금빛 장식이 이루어진 가운데에서 치러졌으며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가장 떠들썩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과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 느라 잠시나마 다음날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생각을 잊을 수 있 었다. 다음날 아침에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역을 빠져나가자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난 오늘 아침에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러 갔었어. 아침식사 직전에 말야. 머글 연구 수강을 그만두기로 했어." "하지만 넌 320퍼센트로 시험을 통과했잖아!" 론이 말했다. "알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또 이런 식으로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 때문에 골치가 딱딱 아파서 말야. 그래서 그것 다시 돌려드렸어. 머글 연구와 점술만 빼면 다시 정상적인 시간표를 가질 수 있을거야." "난 네가 그 시계에 대해 우리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 론이 심술이 나서 말했다. "우린 네 친구들이잖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엄하게 말했다. 그녀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호그와트 성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 다. 두 달 동안 그는 그것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기운 내, 해리!" 헤르미온느가 애처로운 듯 말했다. "난 괜찮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리가 얼른 말했다. "방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그래, 나도 생각해 봤는데." 론이 말했다. "해리,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게 어떠니? 내가 엄마와 아빠께 말씀드려보고 진화할게. 이제 진화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니까-" "진화가 아니라 전화야, 론." 헤르미온느가 얼른 지적해주었다. "솔직히. 머글 연구 를 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론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여름엔 퀴디치 월드컵이 있어! 어때, 해리? 우리 집에 와서 머물면, 함께 가 서볼 수 있을 거야! 아빠가 보통 직장에서 표를 구해오시곤 했거든." 이런 제안은 해리의 기분을 돋우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래... 더즐리 가족은 내가 간다면 틀림없이 기뻐할거야... 내가 지난번에 마지 아줌마에게 그런 일까지 저질러 놓았으니 말야..." 해리는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론과 헤르미온느와 카드 게임을 몇 차례 했다. 간식거 리를 파는 마녀는 수레를 끌고 그들 옆으로 다가오자, 해리는 큼지막한 도시락을 샀다. 그러나 초콜릿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늦게 그를 정말로 기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의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불쑥 말했다. "창 밖 저기에 있는 게 뭐지?" 해리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회색빛의 무언가가 잔디에서 위아래 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더 자세히 보기 우해 일어섰다. 아주 작은 부엉이 한 마리가 자기 몸집보다도 훨씬 큰 편지를 물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작았던 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뒷부분에 생기는 기류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쪽저 쪽으로 날리고 있었다. 해리는 얼른 창문을 내리고 팔을 뻗어 부엉이를 잡았다. 그 부 엉이는 아주 복슬복슬한 스니치 같았다. 부엉이는 해리의 의자 위에 편지를 떨어뜨리고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게 기뻤는지 붕 소리내며 객실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헤드위그 가 불만스러운 듯 부리로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크룩생크는 자리에 똑바로 앉은 채로 노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론이 이것을 알아채고 부엉이를 얼른 잡았다. 해리는 편지를 집어들었다. 수신인이 해리 앞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편지를 뜯어 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시리우스에게서 온 거야!" "뭐라구?" 론과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말했다. "큰소리로 읽어봐!" 해리에게 이모와 이모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네가 이 편지를 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들이 부엉 이 집배원에게 익숙한지 어떤지 몰라서 말이다. 벅빅과 난 은신처에 잘 있단다. 어딘지는 말하지 않으마. 이 편지가 혹시 엉뚱한 손 에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실 그 부엉이를 믿어야 하는지 좀 의심스럽긴 하지 만, 내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뿐이었단다. 또 그 부엉이가 일거리를 몹시 바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단다. 디멘터들은 여전히 날 찾고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한 절대 날 찾지 못할 게다. 난 곧 몇몇 머글들 앞에 내 모습을 잠시 드러낼 계획이란다. 선의 경비가 풀어지도록 호 그와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우리가 잠깐 만난 동안 네게 말하지 못한 게 있단다. 네게 파이어볼트를 보낸건 바 로 나였단다- "하!" 헤르미온느가 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내가 그가 보낸 거라고 했지!" "그래, 하지만 그는 그 빗자루에 나쁜 마법을 걸어 두지는 않았어, 그렇지?" 론이 즉시 맞받아쳤다. "아야!" 이제 그의 손에서 유쾌하게 부엉거리고 있던 작은 부엉이가 애정의 표시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크룩생크가 날 위해 부엉이 우체국에 주문을 해주었단다. 네 이름을 사용하긴 했지 만 금화는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에서 꺼내가라고 했단다. 그걸 너의 대부가 보낸 네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또 작년에 네가 이모부의 집을 나오던 날 밤에 널 놀라게 한 것도 사과하고 싶구나. 난 그저 북쪽으로 떠나기 전에 널 잠시나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내 모습이 널 놀 라게 한 것 같더구나. 널 위해 또 한가지 동봉한다. 그게 있으면 내년에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이 더 즐거워 질 게다. 언제들 내가 필요하면 편지를 보내거라. 네 부엉이가 날 찾아올 테니까. 편지 다시 하마. 시리우스 해리는 편지 봉투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또 하나의 양피지 조각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얼른 읽은 그는 마치 따뜻한 버터맥주를 한 모금 삼키기라도 한듯 갑자기 몸에 온기가 돌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나, 해리 포터의 대부 시리우스 블랙은 그에게 주말에 호그스미스를 방문할 것을 허 락한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게 다 잘될거야!" 해리가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시리우스의 편 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잠깐만, 추신이 있어..." 네 친구 론이 혹시 이 부엉이를 갖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구나. 그가 쥐를 잃게 된건 내 잘못이잖니. 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조그만 부엉이는 여전히 흥분해서 부엉대고 있었다. "녀석을 가지라구?" 그가 확신이 없는 듯 말했다. 그는 그 부엉이를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론이 크룩생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부엉이를 내 밀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론이 고양이에게 물었다. "확실히 부엉이 맞지?" 크룩생크가 그르렁 거렸다. "이 정도면 통과야." 론이 유쾌하게 말했다. "녀석은 내거야." 해리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가는 동안 내내 시리우스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론 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9와 3/4번 승강장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도 그는 편지를 여전히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해리는 버논 이모부를 단번에 발견했다. 이모부는 위즐리 부부 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두 부부를 미심쩍은 눈으로 흘금흘금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위 즐리 부인이 해리를 와락 껴안자 이모부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못마 땅하게 바라보았다. "월드컵 시즌 즈음에서 전화할게!"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론이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실은 수레를 밀고 버논 이모부에게로 걸어가는 해리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버논 이모부는 언제나 처럼 그를 시큰둥하게 맞았다. "그건 뭐냐?" 그는 해리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봉투를 빤히 바라보며 무서운 어조 로 말했다. "그게 만약 내가 서명해야 할 또다른 서류라면, 넌-" "아니에요." 해리가 명랑하게 말했다. "이건 제 대부에게서 온 편지에요." "대부라구?" 버논 이모부가 침을 튀기며 말햇다. "네게 그런게 어딨니!" "아뇨, 있어요." 해리가 밝게 말했다. "저희 엄마와 아빠의 절친한 친구세요. 살인 범인데 마법사 감옥에서 탈출해서 지금 도망중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저와 계속 연락 하고 싶어하세요. 제 소식을 계속 듣고 싶은 거죠... 제가 행복하게 잘 있는지 알아 보려구요..." 그리고 해리는 버논 이모부의 얼굴에 나타난 겁에 질린 표정을 보고 씩 웃으며 기차 역 출구 쪽으로 출발했다. 확실히 지난 여름보다는 훨씬 더 나은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던지, 걸어가는 동안 내내 헤드위그가 그의 앞에서 덜컥덜컥 움직이고 있 었다. 작가 조앤 롤링의 독자들과의 대화 * 해리포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그냥 갑자기 '해리'에 대한 아이 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때는 본래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어쩌다가 마법 사 학교에 가게 된 소년을 생각했답니다. * 첫 번째 책을 쓰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5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전 또한 나머지 여섯 권 책의 줄거리도 잡고 부분부분들을 쓰는 작업도 했습니다. * 제2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부터 읽어도 독자들이 전혀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셔야 했나요? 새로운 독자들이 해리 포터 책이 새로 나올 때마다(전 현재 네 번째 책을 쓰고 있습 니다) 줄거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 다. '비밀의 방'의 경우에는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전 해리와 그가 호그와트에서 보낸 첫해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소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섯 번째 책이나 여섯 번째 책을 쓸 때쯤이면, 이렇게하는게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텔레비젼의 시리즈물에서 지난 회까지의 줄거리를 30분 정도 보아야 금주의 프 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는 것 처럼, 저는 '해리포터의 지난 줄거리'라는 것을 책마다 넣 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우선 1권부터4권까지 읽으라는 말을 하는거 죠! * 해리의 이야기를 항상 한 권 이상의 책으로 펴낼 계획이셨습니까? 만일 그러다면 몇권의 책으로 묶어내실 생각이었습니다? 전 마법사로서 양성되려면 11세부터17세까지 7년이 걸리며 각 책은 호그와트에서 겪 게 되는 해리의 1년간 생활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므로 항상 일곱 권의 책으로 펴낼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앞으로 펴내게 될 해리 포터 책들의 줄거리가 어떻게 될지 조금 알려 줄수 있으십 니까? 총 일곱 권의 책에 흐르는 주제는 선과 악의 싸움이므로 유감스럽지만 사상자들이 나올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제가 이 말을 할 때마다 제발 론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간청합니다. 아이들은 그가 가장 공격받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가 해리의 단짝 친구이기 때문이겠죠! * 해리 포터 책을 그렇게 흥미롭게 하는 그 모든 독특한 이름들과 장소들은 어떻게 만들어 내셨나요? 많은 이름들은 새로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예컨대 '퀴디치'와 '머글'이 그렇죠 전 또한 아주 드물고 별난 이름들을 수집했으며, 온갖 종류의 다양한 곳으로부터 따 왔습 니다. '헤드위그'는 어떤 성자의 이름이었고 '덤블도어'는 '땅벌'의 옛말이며 '스네이 프'는 영국의 어떤 지명입니다. * 해리 포터 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 까? 제 작품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것을 전적으로 저 자신을 위해 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책들에 나타난 것은 제 유머 감각이며 아 이들이 재미있다고 여길 것들을 쓴 것은 아닙니다. 성인들이 그 책에 흥미를 갖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전 제가 해리의 나이 또래였을 때 어떻게 느꼈 는지에 대해 아주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으며, 아이들은 해리와 그의 친구들과 동일시 하는 것 같습니다. * 해리 포터 책이 이렇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하셨습니까? 해리 포터 책이 지금과 같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는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게 있어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매우 쓰라린 경험 끝에 마침내 해리 포터 책이 출간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쓴 책이 서점에 진열되는 걸 보는 것이 제 꿈이었으니까요.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이 엄청나고 놀랍긴 했지만, 제가 책을 출간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죽 품 어왔던 꿈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해리포터 책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그렇게 많은 어른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은 것을 보고 놀라셨습니까? 전 특별히 독자층을 고려해서 책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전 저 자신의 글쓰는 즐거움 을 위해 썼을 뿐입니다. 전 한번도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동 도서들이 절 선택한 것이었죠. 제 생각엔 그 책은 누가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해리 포터 책은 먼저 영국에서 성공을 거둔 뒤, 미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해리 포 터 책은 그 밖의 어느 나라에서 출간되었습니까? 다른 나라에서 출간되었을 때 해리 포터에 대해 반응은 어떤 점이 유사했으며 또 어떤 점이 달랐습니까? 그리고 각 번역 본들이 각각 다른 표지로 출간되었는데, 어떤 것이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 해리 포터 책들은 영국, 미국, 브라질,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체코슬로바키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여러 나라 와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지는 미국의 책입니 다. 그 그림을 그려준 메리그랜드프레를 몹시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전 또 네덜란 드에서 출간된 책도 아주 좋아합니다. * 해리 포터가 영화화된다는 말을 듣고 흥분하셨나요? 또 어떤 분야에서 우리가 해 리 포터를 볼 수 있을까요(장난감, 비디오가게 등)? 전 해리 포터가 영화화된다는 말을 듣고 매우 흥분했습니다(그리고 다소 겁이 나기 도 했습니다) 위너 브러더스 영화사가 영화 판권을 샀으니, 해리 포터 인형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 해리 포터 이외의 다른 작품 계획은 있으십니까? 전 항상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출간되지 않는다 해도 전 글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리 포터 책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 이며, 지금 당장에는 다음에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할 여유가 없군요. *글을 쓰지 않았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위에 답변한 것에서도 알수 있겠지만, 전 정말 아무 것도 못했을 겁니다. 굳이 직업 을 선택하라면, 선생님을 했겠죠. 전 가르치는 걸 좋아하니까요. * 당신은 스코틀랜드에 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어느 나라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만약 이사를 하신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 잉그랜드와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고 많은 다른 곳들을 가 보 았습니다. 전 포르투갈을 좋아하며(제 딸은 반은 포르투갈 사람이죠) 그 애를 그곳으 로 다시 데려가서 우리가 왜 강렬한 햇빛을 떠나 안개와 눈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설명 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딸은 당신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어떤것들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애가 어떤 책들을 읽기를 바라십니까? 제 딸은 아직 해리포터 책을 읽어주기엔 너무 어리지만, 전 그애와 그 책들을 함께 읽게 될 시간을 정말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제 딸은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책을 아주 좋아하며 최근에는 '사자와 마녀의 벽장'을 읽어주었는데 아주 좋아하더군요 - 스콜라스틱(scholastic)인터넷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