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죄수 (상) 지은이: 조앤 롤링 출판사: 문학수첩 지은이: 조앤 롤링 출판년도: 2000년 7월 25일 펴낸곳: 문학수첩 입력자원봉사자: 임경화 작가소개: 조앤롤링은 1965년 7월 영국 웨일스의 시골에서 태어나 엑세터 대학 불문 학과를 졸업했다. 포르투칼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결혼했으나 곧 이혼하고, 생후 4개월된 딸을 안고 에든버러에 초라한 방 한칸을 얻어 정착했다. 일자리가 없어 1년여 동안 생활 보조금 으로 연명한 그녀는 동화 쓰기를 결심,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포터의 모험담을 종이 위에 옮겼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세계 최우수 아동도서>로 선정되었고, 유명한 <스마티스 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호평과 각종 상을 휩쓰는 국제적명성을 얻 게되었다. - 차례 - 제1장 부엉이 집배원 제2장 마지 아줌마의 큰 실수 제3장 구조 버스 제4장 리키 콜드런 제5장 디멘터 제6장 갈고리 발톱과 찻잎 제7장 벽장 속의 보가트 제8장 달아난 뚱보 여인 제9장 냉혹한 패배 제10장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제11장 파이어볼트 부엉이 집배원 해리포터는 여러 면에서 굉장히 별난 아이였다. 우선 일년 중 여름 방학을 가장 싫 어 한다는 점이 그랬고, 또 한밤중에 몰래 하는 일이 있더라도 숙제를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는 또 마법사이기도 했다.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해리는 담요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고, 표지가 가죽으로 된 커다란 책(바틸다 백숏의 `마법의 역사`)을 펴서 베개에 기대어놓은 채, 손전등을 들고 침대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14세기의 마녀화형은 완전히 무의미 했었다- 이것에 관해 논하라-는 것이 그가 써야 할 논술 주제였다. 때문에 그는 이 논 술을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나 찾으며, 독수리 깃펜 끝에 대고 주르르 훑어 내려갔다. 그럴듯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해리는 동그란 안경을 콧등위로 밀어올린 뒤, 손전 등을 책에 더 가까이 갖다댔다. 흔히 머글로 알려져 있는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중세기에 마법을 두려워하기는 했 지만, 마법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아주 가끔은 진짜 마녀나 마법사를 잡기도 했지만, 화형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마녀나 마법사는 아주 기초적인 마법인 불꽃이 뜨겁지 않게 하는 마법을 부린 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척하며 오히려 부드럽고 간 지러운 느낌을 즐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웬델린이라는 아주 기이한 마법사는 면신술 을 이용해 여러 모습으로 변장하여 자진해서 마흔 일곱 번이나 잡혀갔을 정도로 화형 당하는 걸 즐기기도 했다. 해리는 이빨 사이에 깃펜을 문 채로 베개 밑으로 손을 넣어 잉크병과 양피지 두루마 리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레 잉크병을 열고 깃펜을 한번 푹 담갔다가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해리는 종종 쓰는 걸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라 도 더즐리 가족이 화장실에 가다가 그가 글쓰는 소리를 들었다간 빼앗기기 십상이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여름 방학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건 바로 프리벳가 4번지의 더즐리 가족 때문 이었다. 해리에게는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 그리고 이종사촌 두들리가 유일한 친척이었다. 그들은 머글인데다 마법에 대해서는 매우 중세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더들리네 지붕 밑에서는 마법사 부부였던 해리의 돌아가신 부모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페투니아 이모와 버논 이모부는 해리를 오랫동안 학대하기만 한다 면, 그에게서 마법사 기질이 나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들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요즘은 그들은 혹시 해리가 지난 2년 동안 대부 분을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냈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해했다. 그 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해리의 마법책과 요술 지팡이와 커다란 냄비와 빗자루를 감추고 그가 이웃 사람들과 말을 나누지 못하게 막 는게 다였다. 마법책들을 모두 빼앗긴 해리는 호그와트의 선생님들이 내준 방학 숙제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숙제는 해리가 가장 싫어하는 스네이프 교수가 내준, 오그라들게하는 마법의 약에 관한 논술이었다. 해리가 만약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을 알 게 된다면 그는 분명 해리에게 한 달간 벌을 줄 구실을 잡았다고 좋아할 게 뻔했다. 해리는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와 사촌 두들리가 정원에 나가 새로 산 버논 이모 부의 회사 차에 끝없는 감탄을 하고 있는 사이(어찌나 큰 목소리로 찬사를 늘어놓았던 지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버릴 정도였다),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내려가 계단 밑 벽장 위에 있는 열쇠로 벽장문을 열고 책 몇 권을 꺼내와 침대 밑에 숨겨두었다. 침대 시트 에 잉크 자국만 남기지 않는다면, 더즐리 가족은 그가 밤에 마법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알지 못 할 것이다. 해리는 특히 지금 당장은 이모나 이모부와의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 은 이미 학교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쯤 뒤 해리의 마법사 친구가 전화를 걸었다는 이 유로 그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그와트에 있는 해리의 단짝 친구 중 하나인 론 위즐리는 마법사 가족 출신이었으 므로 해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전화는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전화를 했을 때 공교롭게도 버논 이모부가 전화를 받았다. "버논 더즐리입니다." 마침 그방에 있던 해리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론의 목소리를 듣자 몸이 얼어붙 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 말 들리세요? 해리-포터-좀-바꿔-주세요!" 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렸다. 버논 이모부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귀에서 멀찌감치 떼고, 성난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누구야?" 그가 전화기에 대고 고함을 질렸다. "너 누구야?" "론-위즐린데요!" 론이 마치 버논 이모부와 축구장 양쪽 끝에 서서 대화하기라도 하 는 듯 다시 고함을 질렸다. "전-해리의-학교-친구예요-" 버논 이모부의 작은 눈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못하고 있는 해리에게로 홱 돌아갔다. "해리 포터라는 애는 없다!" 전화가 폭발이라도 할까봐 걱정되는 듯 그는 이제 수화 기를 더 멀찌감치 떼고 고함을 질렀다. "어떤 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전화하지 마라! 우리 가족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라!" 그리고는 그는 독거미가 붙어있기라도 한 듯 수화기를 전화기 위에다 쾅 내던지고는 호통을 쳐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감히 우리 집 전화 번호를 너같은 족속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냐! 버논 이모 부가 해리에게 침을 튀기며 버럭 소리를 질렸다. 론은 해리를 곤란에 빠뜨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 뒤로 다시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해리의 또 다른 단짝 친구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도 연락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리는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학년에서 가장 영 리하기도 한 데다 전화 사용법을 아주 잘 아는 머글 부모님이 계시므로 전화에다 대고 호그와트의 학생이라며 소리를 질러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리는 기나긴 5주 동안 마법사 친구들로부터 단 한 마디의 소식도 듣지 못했 고, 작년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것이긴 해도 딱 한 가지 나아진 것은 있었다- 어떤 친구들에게도 부엉이를 이용해 편지를 보 내지 않겠다고 맹세한 뒤, 밤에 헤드위그를 밖으로 내보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던 것 이다. 헤드위그가 온종일 새장 속에 갇혀 있어서 너무나 시끄럽게 울어댔기 때문에 버 논 이모부가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이었다. 해리는 웬델린이라는 괴상한 마법사에 대해 쓰는 걸 잠시 멈추고 다시 귀를 기울였 다. 어두운 집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저 뚱보 사촌 두들리의 코고는 소리만 어렴 풋하게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피로 때문인지 눈이 따끔거렸다. 숙제는 내일 밤에 마쳐야 할 것 같다... 그는 잉크병 뚜껑을 닫고 침대 밑에서 낡은 베갯잇 하나를 꺼내 손전등과 `마법의 역사` 책과 쓰다만 양지피 두루마리와 깃펜과 잉크를 넣은 뒤, 침대에서 기어 나와 그 것들을 침대 밑에 숨겼다. 그리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고는 침대 옆 탁자에 있는 야 광 자명종의 시간을 보았다. 새벽 한 시였다. 해리는 이상하게 속이 뒤틀렸다.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가 열 세 살이 된 지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난 것이었다. 그러나 해리의 또 한 가지 별난 점은 생일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 는 지금까지 생일 카드 한 장 받아본적이 없었다. 더즐리 가족은 그의 생일을 무시해 버리기가 일쑤였고 이번 생일도 마찬가지일 게 뻔하다. 해리는 어두운 방 안에 놓여 있는 헤드위그의 텅 빈 커다란 새장을 지나 창가로 걸 어 갔다. 창 문턱에 기대자, 오랫동안 담요 밑에 있었던 그의 얼굴에 차가운 밤 공기가 상쾌하게 스쳤다. 헤드위그가 날아간 지도 벌써 이틀이 되었다. 그러나 해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 부엉이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래도 부엉이가 빨리 돌아 와 주길 바랬다- 이 집에서 그를 보고 겁내어 피하지 않는 생물은 헤드위그뿐이기 때 문이었다. 해리는 또래들에 비해 아직 작고 마르기는 했지만, 작년에는 그래도 키가 몇 센티미 터나 자랐다. 하지만 그의 새카만 머리카락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어떻게 해보려 해도, 머리는 늘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안경을 낀 그의 두 눈은 밝은 초록색이었고, 이마는 머리카락 사이로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번개 모양의 가느다란 흉터가 나 있다. 해리의 모든 별난 점 가운데에서도, 이 흉터는 가장 색다른 것이었다. 더즐리 가족 은 지난 10년 동안 그게 해리의 부모가 돌아가신 자동차 사고 때 생긴 흉터라고 거짓 말을 했지만, 릴리와 제임스 포터 부부는 자동차로 죽은 게 아니었다. 그들은 백년 동 안 가장 두려운 존재였던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살해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이마에 그저 번개흉터만 남긴 채 살아남고, 볼드모트는 어 떤 이유에서인지 힘을 잃고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 달아났다... 사실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그와 직접 부딪혔었다. 해리는 어두운 창가에 서서 얼마전 있었던 그 끔찍한 만남을 떠올렸다. 그 생각을 하면 해리가 열세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게된건 정말로 천운이었다. 해리는 헤드위그가 혹시 칭찬을 기대하며 죽은 쥐를 물고 오지나 않나 하며 별이 총 총한 하늘을 죽 훑어보았다. 그런데 지붕 꼭대기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해리의 눈 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황금빛 달에 비친 윤곽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유난리 한 쪽으로 기울어진 커다란 동물이 날갯짓을 하며 해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 오는 걸 조용히 지켜보며 한쪽 손을 창문 걸쇠에 올려놓은 채, 문을 닫을까 말까 망설 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괴한 동물이 프리벳가의 가로등쯤 날아왔을 때 해리는 그것 이 무엇인지 깨닫고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부엉이 두 마리가 의식없는 것 같은 또 다른 부엉이를 들고 창문으로 날아들더니 해 리의 침대 위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부축을 받고 와서 곧바로 졸도해 버린 커다란 회색 빛 부엉이의 다리에 커다란 꾸러미 하나가 묶어 있었다. 해리는 의식을 잃은 부엉이를 단 한번에 알아보았다- 그 부엉이는 위즐리 가족의 부 엉이 에롤이었다. 해리는 얼른 침대로 달려가 에롤의 다리에 묶여있는 줄을 풀고 꾸러 미를 떼어낸 뒤 조심스럽게 에롤을 헤드위그의 새장 속으로 옮겼다. 그러자 에롤은 한 쪽 눈을 살며시 뜨고, 들릴까 말까 한 희미한 목소리로 한번 부엉하며 감사 표시를 하고는, 급히 물을 먹기 시작했다. 해리는 다른 부엉이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한 마리는 바로 자신의 부엉이인 눈 처 럼 새하얀 색의 커다란 암컷 헤드위그로 역시 발에 묶인 꾸러미를 들고 만족스런 표정 을 짓고 있었다. 해리가 그 꾸러미를 떼어내자 헤드위그가 애교스럽게 해리를 한번 물 고 에롤에게로 휙 날아갔다. 또 한 마리는 잘생긴 황갈색으로 처음 보는 부엉이였다. 하지만 호그와트의 문장이 박혀있는 편지와 꾸러미를 들고 있었으므로, 어디서 보낸 부엉이인지 금방 알 수 있었 다. 해리가 짐을 내려놓자, 그 부엉이는 자랑스럽게 깃털을 곤두세우며 날개를 쫙 펴고 는 다시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해리는 침대에 앉아 제일 먼저 에롤이 가져다준 꾸러미의 갈색 포장지를 주욱 찢었 다. 안에는 황금빛 종이로 싸여진 선물과 생일카드가 들어있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생일카드였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자 종이 두장이 떨어져 나왔다- 한 장은 편지 였고, 또 한 장은 신문에서 오려낸 조각이었다. 신문에서 오려낸 조각은 흑백 사진 속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 사 신문인 `예언자 일보`에서 오려낸 게 분명 했다. 해리는 그 신문 조각을 집어들고 읽어 내려갔다. 마법부 직원이 복권에 당첨되다 마법부의 머글문화유물 오용 권리과 과장인 아서 위즐리가 매년 열리는 예언자 일보 의 복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되어 상금으로 700갈레온을 받았다. 위즐리 씨는 예언자 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족은 그 상금으로 이집트로 가서 그린고트 은행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장남 빌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낼 것입니다." 위즐리 가족은 이집트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위즐리 씨의 다섯 자녀가 다니고 있는 호그와트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올 예정이다. 총 아홉 명의 위즐리 가족 전부가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 서서,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 해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똥똥하고 자그마한 위즐리 부인과, 키 가 크고 대머리인 위즐리 씨, 그리고 여섯 아들과 한 명의 딸의 머리카락은 모두(흑백 사진이라 전혀 알 수는 없지만) 타는 듯한 빨간 색이었다. 사진 한 가운데에는 키가 호 리호리하게 큰 론이, 그의 애완용 쥐 스캐버스를 어깨위에 올려놓고 여동생 지니에게 팔을 두르고 서 있었다. 해리는 위즐리 가족이 복권에 당첨된 건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대단히 가난했던 것이다. 그는 론의 편지를 집어들었 다. 해리에게, 생일 축하해! 전화 사건에 대해선 정말로 미안해. 네 머글 친척들이 그 일로 너를 힘들게 하지 않 았기만 바랄뿐이야. 아빠께 물어봤더니, 내가 전화에다 대고 고함을 지르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구. 이곳 이집트는 정말 놀라워. 빌 형이 우리에게 무덤등을 구경 시켜주었는데 옛 이집 트의 마법사들이 그것들에 어떤 저주 주문들을 걸어 놓았는지 들으면 넌 아마 믿지 못 할 거야. 마지막 무덤엔 엄마가 지니를 못들어가게 하셨어. 그 안에 머리나 팔 다리가 하나씩 더 있는 온갖 돌연변이 머글들의 뼈대들이 있거든. 아빠가 예언자 일보의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 700갈레 온이라니! 그 대부분이 이 여행하는 데 들어가기는 했지만 내년에 난 새 요술지팡이를 살 수 있을거야. 해리는 론의 낡은 지팡이가 순식간에 두 동강나던 때가 눈에 선했다. 그건 그들 둘 이 호그와트로 타고 날아간 자동차가 학교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부딪히는 바람 에 그렇게 되고 만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새 학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쯤 돌아가 내 지팡이와 새 책들을 사러 런던에 갈 거야. 거기서 널 만날 수 있을까? 머글들한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런던에 오도록해봐. 론 P.S 퍼시 형은 지난주에 호그와트 전교 회장이 되었다는 편지를 받았어. 해리는 사진을 다시 흘끗 보았다. 호그와트 최고 학년인 7학년이 된 퍼시가 특히 우 쭐대는 것 같았다. 그는 단정한 머리위에 멋진 터키모(붉은색에 검은 술이 달려있음:옮 긴이)를 쓰고 있었고, 가슴에는 전교 회장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의 뿔테 안경이 이집 트의 태양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해리는 이제 소포로 눈을 돌렸다. 안에는 작은 유리 팽이처럼 보이는 게 들어 있었는 데, 밑에는 론의 또다른 편지가 있었다. 해리- 이건 포켓 스니코스코프야. 주위에 믿지 못할 사람이 있으면, 이게 빛을 발하 며 빙글빙글 돌아간데. 빌 형은 그게 어제 저녁 식사하는 동안 내내 빛을 냈다고, 마법 사 관광객들에게나 팔리는 싸구려 물건이라며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건 모르는 소 리야. 빌 형은 프레드와 조지 형이 자신의 수프에 딱정 벌레들을 넣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거든. 안녕- 론 해리는 포켓 스니코스코프를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건 야광 시계바늘을 비추며, 뽀족한 쪽으로 균형을 맟추고 아주 얌전히 서 있었다. 해리는 그것을 잠시 기분 좋게 바라본 뒤 헤드위그가 가져온 꾸러미를 집어들었다. 이 안에도 역시 포장지에 싸여진 선물과 카드와 편지가 들어있었는데, 보낸 사람은 헤르미온느였다. 해리에게, 론이 편지로 너의 버논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에 대해 알려 주었어. 너 한테 별일 없으면 좋을 텐데. 난 지금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 네게 이걸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했었 어- 세관 통과할 때 그들이 열어보면 어떡해?- 그런데 그때 헤드위그가 나타났지 뭐 야! 내가 볼 때 헤드위그는 생일날 네 기분을 좋게 해 줄 걸 찾고 있었던 것 같아. 난 네가 줄 선물을 `부엉이 배달` 로 보내기로 작정했어. `예언 일보`에 광고가 났거든(그 래서 배달시켰지뭐. 마법사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속 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일주일 전쯤 신문에 론과 그 애의 가족들 사진 난 것 봤니? 그 앤 틀림없 이 신나게 즐기고 있을 거야. 정말 부러워- 고대 이집트의 마법사들은 정말 매력적이 거든. 여기 이곳 프랑스 지방의 마법 역사도 아주 흥미로워. 난 내가 알아낸 것들 일부를 포함시켜서 마법의 역사 논술 숙제를 몽땅 다시 썼어. 그런데 너무 긴 건 아닌가 몰라 - 빈스 교수가 쓰라고 한 양보다 두루마리 두 개 분량이 더 많거든. 론은 방학 마지막 주에 런던에 갈거라고 하더라. 너도 올 수 있니? 네 이모와 이모 부가 네가 가도록 내버려둘까? 네가 올 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만약 여의치 못하 면, 9월1일에 호그와트 급행 열차에서 만나자! 헤르미온느 P.S 론이 그러는데 퍼시가 전교 회장이 됐데. 퍼시는 정말로 기뻐할거야. 론은 그걸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야. 해리는 웃으며 헤르미온느의 편지를 한쪽 옆으로 치워놓고 그 애가 보낸 선물을 집 었다. 그건 아주 무거웠다. 헤르미온느를 잘 알고 있는터라, 그는 그게 분명 아주 어 려운 주문들로 가득한 커다란 책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포장 지를 북 찢자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라는 은빛 글자가 인쇄된 매끄러운 까만 가죽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와, 헤르미온느!" 해리는 케이스의 지퍼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감격에 겨웠다. 안에는 손잡이 광택제와 빗자루 끝을 다듬는 번득이는 은빛 가위 하나, 장거리 여행 을 위해 빗자루에 매달 수 있는 아주 작은 놋쇠 나침반, 그리고 `빗자루 관리 방법` 이라는 책 한 권이 들어있었다. 친구들을 제외한다면, 해리가 호그와트를 그렇게 그리워하는 이유는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퀴디치라는 스포츠 때문이었다. 퀴디치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경기하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하긴 했으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주 흥미로운 스포츠 였다. 해리는 100년 만에 최연소 선수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재질을 갗춘 호그와트 기 숙사 팀의 대표 선수였다. 당연히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 가운데 하나도 경주 용 빗자루 님부스 2000이었다. 해리는 가죽 케이스를 옆에 놓고 마지막 소포를 집어 들었다. 그는 누런 봉투에 아 무렇게나 휘갈겨 쓴 필체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그건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인 해그 리드가 본낸게 분명했다. 종이를 찢자 초록빛의 가죽 같은게 드러났다. 하지만 종이를 다 뜯기도 전에, 무엇인지는 모를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게 이상하게 한번 부르르 떨 더니, 짤깍 하고 큰소리를 냈다- 꼭 입이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깜짝 놀라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었다. 해그리드가 그에게 일부러 위험한 물건을 보낼 리는 만무했지만, 그는 위험한 것에 대헤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이었다. 해그리드는 거대한 거미들을 돕거나, 술집에서 머리가 셋 달린 끔찍한 개를 사거나 불법인 용의 알을 몰래 자신의 오두막으로 가져온곤 했던 것이다. 해리는 손가락으로 그 꾸러미를 슬쩍 쿡 찔러보았다. 그러자 그게 다시 한번 짤깍하 고 큰소리를 냈다. 해리는 한 손으로 침대 옆 탁자에 있는 스탠드를 잡고 머리위로 들 어올려 때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포장지를 잡고 홱 잡아당겼다. 그런데 책이 한 권 툭 떨어졌다. 해리가 근사한 초록색 표지에 황금빛 글씨로 `괴물 들에 대한 괴물책` 이라고 쓰여진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는 순간, 그 책은 저절로 홱 뒤집히더니 마지못해 못생긴 게처럼 옆걸음으로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 이것 봐라." 해리가 중얼 거렸다. 괴물책은 침대 끝으로 가서 툭 떨어지더니 빠른 속도로 방을 가로질러 갔다. 해리가 살금살금 따라가자 그 책은 해리의 책상 밑에 있는 어두운 공간에 숨었다. 더즐리 가 족이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기를 바라면서, 해리는 무릎을 끓고 엎드려 책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야!" 책이 그의 손을 덥석 물고는 재빨리 달아났다. 해리는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앞으 로 몸을 던져 그 괴물책을 간신히 넘어 뜨렸다. 버논 이모부가 옆방에서 시끄럽게 푸 푸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드위그와 에롤은 해리가 발버둥치는 책을 양손으로 꽉 죄고 서랍장으로 급히 달려 가 허리띠를 꺼내서는 책 둘레를 단단히 매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괴물책이 화가 나서 몸을 떨기는 했지만, 더 이상 때리거나 물어뜯지는 못할 것이었으므로, 해 리는 그걸 침대로 홱 던지고 해그리드가 보낸 카드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에게, 생일 축하해! 내년에는 아마 이 책이 네게 유용할 거야. 여기선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만나면 말해주지. 머글들이 너에게 잘 대해주고 있길 바래. 그럼 안녕, 해드리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깨무는 책이 유용할 거라는 해그리드의 생각에 왠지 불길한 예 감이 들긴 했지만, 해리는 해그리드의 카드를 론과 헤르미온느의 카드 옆에 놓으며 환 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호그와트에서 온 편지만 남았다. 편지는 예전보다 다소 두툼했다. 해리는 그 봉투를 뜯고, 안에 있는 양피지 첫 장을 꺼내 읽었다. 포터 군에게, 새 학년은 9월 1일에 시작된다는 걸 유념하길 바란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킹스크 로스 역의 9와 3/4번 승강장에서, 11시에 출발합니다. 3학년생들은 특정 주말에 호그스미드 마을을방문할 예정입니다. 동봉한 허가서에 부 모님이나 보호자의 사인을 받길 바랍니다. 내년에 필요한 책들의 목록도 동봉합니다. 건강을 빌며, 맥고나걸 교수 교감 호그스미드 방문 허가서를 꺼내보고는 해리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주말에 호 그스미드를 방문하는 건 그야말로 굉장히 멋진 일이었다. 그는 그곳이 완전한 마법사 마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버논 이모부나 페투니아 이모의 사인을 받는다는 말인가? 그는 자명종 시계를 슬쩍 보았다. 이제 새벽2시 였다. 해리는 호그스미드 방문 허가서에 대해선 자고 난 뒤 걱정하기로 하고 다시 침대로 들어간 뒤,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날까지 남은 날짜를 카운트 다운하기 위해 직접 만든 달력 위로 손을 뻗어 X표시를 하나 더 쳤다. 그리곤 안경을 벗고 누워 석장의 생일 카 드를 바라보았다. 해리 포터는 대단히 별난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순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진 느낌이 들었다- 생전 처음으로, 생일을 맞는게 기뻤다. @ff 마지 아줌마의 큰 실수 다음날 아침 해리가 식사를 하러 내려가자 더즐리 가족 세 명은 벌써 식탁에 둘러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부엌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냉장고와 거실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불평했던 두들리가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뜻으오 새로 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두들리는 그 돼지같이 작은 눈을 텔레비전 수상기에 고정 시키고 다섯 겹이나 되는 턱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먹어대고 있었다. 해리는 짧은 목에 텁수룩한 코밑 수염을 기른 뒤룩뒤룩 살찐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 사이에 앉았다. 더즐리 가족은 생일축하는 고사하고, 부엌으로 들어오는 그를 쳐다보 지도 않았지만, 해리는 이런 무시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던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는 토스트 한쪽을 먹은 뒤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에 나온 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탈 옥한 죄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블랙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대단히 위험합니다. 특별히 긴급 직통전화가 개 설되었으니, 블랙을 보시는 즉시 연락 바랍니다." "이 놈이 흉악한 놈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지." 버논 이모부가 신문 1면에 실린 그 죄수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이녀석 꼬락서니 좀 봐, 더러운 부 랑자 같으니라구! 머리 꼴하고는!" 그는 험악한 표정으로 해리를 슬쩍 흘겨보았다. 단정치 못한 해리의 머리는 언제나 버논 이모부를 화나게 했었다. 그러나 기분 나쁘게 생긴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팔꿈치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텔레비전에 나온 그 남자에 비하면, 해리는 아주 단정한 축에 속했다. 기자가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다음 뉴스는 오늘 농수산부 장관께서 방송할-" "잠깐!" 버논 이모부가 성난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렸다. "그 미친놈 이 어디서 탈옥했는지 말하지 않았잖아! 그럼 무슨 소용 있어? 그 미치광이가 바로 지 금 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수도 있단 말이잖아!" 비쩍 마른 말상의 페투니아 이모가 당장이라도 그 탈옥수를 발견해서 긴급 전화를 걸 당사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수다쟁 이로 거의 매일매일을 따분한 이웃들의 뒷얘기나 캐고 다니며 보냈다. "이런 녀석들은," 버논 이모부가 커다란 보랏빛 주먹으로 식탁을 쾅 치며 말했다. "당장 교수형에 처해야 하는데 말야?" "맞아요." 페투니아 이모가 여전히 옆집의 강낭콩을 흘끗흘끗 보며 맞장구쳤다. 버논 이모부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손목시계를 흘끔 보더니 덧붙였다. "난 이 제 잠시 나가봐야겠어, 페투니아. 마지가 탄 기차가 10시에 도착하거든." 마음이 온통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가 있는 이층에 쏠려있던 해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지 아줌마요.? 그가 불쑥 말했다. "설마- 설마 여기에 오시는 건 아니죠?" 마지 아줌마는 버논 이모부의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해리와 단 한 방울의 피도 섞이 지 않은 사람이었지만(그의 어머니는 페투니아 이모의 동생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늘 고분고분하게 굴어야 했다. 마지 아줌마는 커다란 정원이 딸린 교외의 저택에서 여러 마리의 불독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그녀는 소중히 여기는 개들을 차마 떠나지 못해 프리벳가에 자주 머물지는 않지만, 해리는 그녀가 방문할 때마다 일어났던 끔찍한 일 들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었다. 두들리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 때는, 마지 아줌마가 두들리의 장난감을 만지려는 해 리의 정강이를 지팡이로 호되게 때렸었으며, 몇 년 뒤에는 크리스마스날에 두들리에게 줄 자동 로봇과 해리에게 줄 강아지 비스킷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났었다. 또 가장 최근 인 해리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 해에 왔을 때는 그가 실수로 마지 아줌마가 가장 아끼는 리퍼라는 개의 꼬리를 밟은 적이 있었는데, 그 개가 정원으로, 나무 위로 해리 를 계속 쫓아다니는데도, 자정이 지날 때까지 그 개를 말리지 않았었다. 이 사건들 얘 기만 꺼내면 두들리는 아직도 눈물까지 흘리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마지 아줌마는 이곳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실 게다."버논 이모부가 딱딱거렸다. "그 리고 손님을 맞이하지전에-" 그가 퉁퉁한 손가락 하나를 해리에게 위협적으로 갖다댔 다. "몇 가지 명확히 해둬야겠다. 두들리가 능글맞게 히죽히죽 웃으며 텔레비전에서 눈을 뗐다. 해리가 버논 이모부에 게 협박당하는 걸 보는 건 두들리가 가장 좋아하는 오락이였다. "첫째," 버논 이모부가 딱딱거렸다. "마지 아줌마에게 아주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한 다." "네".해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마지 아줌마도 제게 그렇게 한다면요." "둘째," 버논 이모부는 해리의 답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마지 아줌마는 너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 그녀가 여기에 있는 동안은 어떤 - 어떤 이상한 짓도 해선 안 된다. 얌전하게 굴란 말이다. 알아들었니?" "마지 아줌마가 그렇게 하면 저도 그럴게요." 해리가 이빨을 뿌드득 갈며 말했다. "그리고 셋째로," 버논 이모부가 커다란 보랏빛 얼굴에 박힌 작은 눈을 심술궂게 치 켜 뜨며 말했다. "마지 아줌마에겐 네가 성 브루터스의 구제 불능 소년 선도 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뭐라구요?"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니 넌 계속 그렇게 말해야 해. 그렇지 않았다간 큰일 날줄 알아라". 버논 이모 부가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해리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창백한 얼굴로 버논 이모부를 빤히 바라보 며 씩씩대고 앉아 있었다. 마지 아줌마가 일주일이나 머문다니- 그건 언젠가 더즐리 가족이 그 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버논 이모부의 낡은 양말을 포함해, 최악의 생 일 선물이었다. "그럼, 페투니아." 버논 이모부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서며 말했다. "난 이만 역에 나가봐야겠소. 따라갈래, 두들리?" "싫어요." 버논 이모부가 해리를 위협하는 걸 끝내자 두들리가 다시 텔레비전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두들리는 고모가 오시기 전에 멋지게 차려입고 있어야 해요." 페투니아 이모가 두 들리의 숱 많은 금발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제가 예쁜 나비 넥타이를 새로 사두었 거든요." 버논 이모부가 두들리의 살찐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럼 조금 있다 보자."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부엌을 나갔다. 그런데 큰 충격을 받은 듯 어리벙벙한 얼굴로 앉아 있던 해리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토스트를 먹다 말고, 부리나케 일어서서 버논 이모부를 따라 현관으 로 나갔다. 버논 이모부는 운전할 때 입는 짧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넌 안돼." 해리가 따라나오자 그가 매몰차게 말했다. "전,"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여쭤볼 게 있어서 온 거예요." 버논 이모부가 그를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그- 저희 학교에서 3학년생들은 때로 어떤 마을을 방문해도 된데요." 해리가 말 했다. "그래서?" 버논 이모부가 문 옆에 달려있는 고리에서 차 열 쇠를 꺼내며 날카롭게 말했다. "이모부가 그 허가서에 사인을 해주셔야 갈 수 있어요." 해리가 급히 말했다.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버논 이모부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해리가 단어를 조심스럽게 선택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마지 아줌마에 게 제가 성 뭔가 하는 학교에 다니는 척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성 브루터스의 구제 불능 소년 선도 학교다!" 버논 이모부가 고함을 질렀다. 해리 는 버논 이모부의 목소리에서 명확히 당황하는 어조를 듣자 이때다 싶었다. "바로 그거예요." 해리가 버논 이모부의 커다란 보랏빛 얼굴을 태연히 바라보며 말 했다. "기억해야 할 게 많잖아요. 전 납득이 가는 소리를 해야 할 거구요, 안그래요? 제가 만일 어쩌다가 잘못 말하면 어떡해요? "그랬다간 당연히 혼나는 거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버논 이모부가 주먹을 들여올 리고 해리에게 다가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절 혼내신데도 마지 아줌마는 제가 어쩌다가 실수로 한 말을 잊지 못하실 거 아녜 요." 그가 으스스하게 말했다. 버논 이모부가 여전히 주먹을 들어올린 채 멈춰 섰다. 그의 얼굴은 거무죽죽한 색으 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모부가 제 허가서에 사인만 해주신다면,.." 해리가 얼른 말을 계속했다. "제가 간 것으로 되어 있는 학교가 어딘지도 기억하고, 머글- 아니 완전히 정상인인 것처럼 행동하겠다고 맹세할게요." 버논 이모부의 이빨이 드러나고 관자놀이에 있은 정맥이 흥분으로 마구 떨리고 있기 는 했지만, 해리는 그가 이것저것 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알겠다." 그가 마침내 날카롭게 말했다. "대신 마지 아줌마가 와 있는 동안 네 행 동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살펴보겠다. 네가 만약 끝까지 약속을 잘 지키면, 그 빌어 먹을 허가선가 뭔가에 사인을 해주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홱 돌아서서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문을 어찌나 세게 닫았던지 문 위에 있던 작은 창유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해리는 부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층 침실로 올라갔다. 만약 진짜 머글처럼 행동해 야 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비참한 마 음으로 생일 선물들과 생일 카드들을 모아서 방학 숙제들과 함께 침대 밑에 감췄다. 그리곤 해드위그의 새장으로 갔다. 에롤은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 녀석은 해드위그와 함께 머리를 날개 속에 묻고 잠들어 있었다. 해리는 한숨을 쉰 뒤, 부엉이들을 푹 찔 러 깨웠다. "해드위그." 그가 침울하게 말했다. "우리 일주일 동안만 헤어져 있어야겠다. 에롤 과 함께 가. 론이 돌봐줄 거야. 내가 편지 써줄게. 그리고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헤드위그의 커다란 호박색 눈이 그를 나무라는 듯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호그스미드에 갈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야." "10분 뒤, 헤드위그는 다리에 론에게 줄 편지를 매단 채 에롤과 함께 창밖으로 날아 가 버렸다. 해리는 참담한 기분으로 빈 새장을 옷장속으로 치워버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수심에 잠겨있지도 못했다. 페투니아 이모가 해리에게 당장 내려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라며 계단 위에다 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렸기 때문이 다. "머리 좀 어떻게 해라!" 그가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페투니아 이모가 느닷없이 한마 디 했다. 그러나 해리는 자신이 왜 굳이 머리를 단정하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지 아 줌마를 기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리를 헐뜯기를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그가 단정 하지 않게 보일수록 더욱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바깥에서 우둑둑우두둑 자갈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버논 이모부의 차가 차도로 들어와 섰다. 그리고 차 문이 꽝 닫히는 소리와 정원 보도를 걸어오는 발짝 소리가 들 렸다. "손님을 맞으러 나가야지!" 페투니아 이모가 해리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기분이 침울해지는 걸 느끼며, 해리는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문턱에 마지 아줌마가 서 있었다. 그녀는 체격이 크고 뒤룩뒤룩 살이 찐 데다가 보 랏빛 얼굴까지 여지없이 꼭 버논 이모부였다. 심지어 이모부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그 녀에겐 콧수염 까지 나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다른 한 손 으로는 사납기 그지없는 늙은 불독을 잡고 있었다. "우리 두들리는 어디에 있지?" 마지 아줌마가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귀여운 조카 녀석은 어디에 있니?"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들리가 거실로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그의 금발 머리는 무스를 발라 살찐 머리통에 바짝 붙여져 있었고, 나비 넥타이는 대여섯 겹이나 되는 턱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지 아줌마는 여행 가방을 해리의 가슴팍에다 억지로 떠맡기고 한 손으로 두들리를 꼭 껴안고는 그의 볼에다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해리는 두들리가 마지 아줌마의 포옹을 참아내는 건 단지 그 대가를 받기 때문이라 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포옹에서 떨어지자, 두들리의 퉁퉁한 주먹 속에는 빳빳한 20파운드짜리 지폐가 들려져 있었다. "페투니아!" 마지 아줌마가 해리는 본체 만체하고 쌩쌩 찬바람을 일으키며 엎으로 성 큼성큼 걸아가면서 소리쳤다. 마지 아줌마와 페투니아 이모도 입을 맞추었다. 아니 입 을 맞추었 다기보다는 마지 아줌마가 그 커다란 입을 페투니아 이모의 앙상한 광대뼈 에다 갖다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어느새 버논 이모부가 유쾌하게 미소 지으며 들어와 문을 닫았다. "차 마실래, 마지?"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런데 리퍼는 뭘 먹지?" "리퍼는 과자만 조금 먹으면 돼요."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 해리만 거실에 남겨둔 채 부엌 쪽으로 향하는 더즐리 가족을 따라가며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그러나 해리는 불평하지 않았다. 마지 아줌마와 함께 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 는 될 수 있는 대로 시간을 오래 끌며 여행 가방을 들고 이층 손님 방으로 올라갔다. 그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쯤 마지 아줌마는 차와 과일케이크를 먹고 있었고, 리퍼는 한쪽 구석에서 과일케이크를 요란하게 핥아먹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 한 마룻바닥 으로 차와 침이 떨어져 얼룩덜룩해지자 페투니아 이모가 기겁을 했다. 페 투니아 이모는 동물을 아주 싫어했다. "다른 개들은 누가 돌보니, 마지?" 버논 이모부가 물었다. "아, 풉스터 대령이 돌봐주기로 했어요." 마지 아줌마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은 이제 은퇴를 해서, 하실 일이 별로 없거든요. 뭐든 하는게 그분에게도 좋죠. 하지만 가엾은 리퍼는 두고 올 수가 없었어요. 녀석은 떨어져 있으면 절 몹시 보고 싶 어하거든요." 해리가 자리에 앉자 리퍼가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지 아줌마가 처 음으로 해리에게 아는 체를 했다. "그렇구나!" 그녀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말했다. "너 아직도 여기에 있었니?" "네." 해리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 듣기 싫게 '네,'네 소리 좀 하지 마라." 마지 아줌마가 딱딱거렸다. "너를 여태 데리고 있다니 버논 오빠와 페투니아 언니도 어지간하구나.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 을거야. 만약 우리 집 문간에 버려졌다면 넌 즉시 고아원으로 보내졌을 게다." 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사느니 차라리 고아원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호그스미드 허가서를 떠올리고 그만 두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날 보고 그렇게 히죽히죽 웃지 마라!" 마지 아줌마가 정나미 떨어지게 큰소리로 말 했다. "넌 지난번 봤을 때 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구나. 학교에 가면 그런 태도가 좀 고쳐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녀가 차를 한 모금 쭉 들이켜고는 콧수염을 닦으며 말했다. "오빠가 저 애를 보냈다는 곳이 어디라고 했조?" "성 브루터스." 버논 이모부가 재빨리 말했다. "구제 불능인 아이들이 가기엔 딱 좋 은 학교지." "그렇군요."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성 브루터스에서는 회초리로 때리기도 하니?" 그녀가 식탁 너머로 소리를 질렀다. "저―" 버논 이모부가 마지 아줌마의 등뒤에서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며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리는 이모부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대답했다. 그 뒤 그걸 좀더 적절히 표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말을 덧붙였다. '항상이오." "당연히 그래야지." 마지 아줌마가 말했다. "당연히 때려야할 사람들을 때리지 않는 다는 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말도 되지 않는 허튼 소리지. 100명 중 99명에겐 적당한 채찍질이 필요하다니까. 넌 자주 맞니?" "아,네." 해리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엄청 많이 맞아요." 마지 아줌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넌 여전히 네 그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말했다. "매 맞는 것에 대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 보면, 네가 매를 별로 맞지 않는게 분명해. 페투니아, 제가 언니라면 학교에 당장 편지를 쓸 거예요. 이 아이의 경우엔 매질을 심하게 해도 무방하다는 걸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구요." 버논 이모부는 해리가 혹시 그들의 거래를 잊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던지,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오늘 아침 뉴스 들었니, 마지? 탈옥수에 대한 것 말야?" 마지 아줌마와 함께 지내게 되자, 해리는 그녀가 없었을 때의 4번지에서의 생활이 몹시 그리웠다.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해리에게 그 들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건 오히려 해리가 바라던 바였다. 하지만 마지 아줌마는 그의 태도가 나아졌는지 시시때때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해리를 언제나 눈앞에 두고 싶어했다. 그녀는 해리와 두들리를 비교하는 걸 좋아했으며 두들 리에게 값비싼 선물을 사주고는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해리를 지켜보는 걸 커다 란 기쁨으로 여겼다. 그녀는 또한 해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악담 을 해댔다. "저 애가 저렇게 된 게 오빠 탓은 아니에요." 사흘째 되던날 그녀가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 "근본이 나쁜 아이는 누구도 어쩔 수 없으니까 말이에요." 해리는 음식에만 집중하려고 했지만, 화가 나서 손이 후들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허가서를 잊지마,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꾹꾹 차았다. 호그스미드 에 대해 생각해. 아무 말도 마. 일어서지 마- 마지 아줌마가 포도주 잔으로 손을 뻗었다. "그건 품종 개량의 기본 규칙 중 하나예요.' 그녀가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개만 봐 도 알아요. 암컷에게 뭔가 좋지 못한 유전자가 있으면, 그 새끼들에게도 꼭 그게 전해 지거든요-" 바로 그떄, 마지 아줌마가 들고 있는 포도주 잔이 그녀의 손에서 폭발을 했다. 유리 파편들은 사방으로 날아갔고 마지 아줌마는 포도주가 뚝뚝 떨어지는 불그스레한 얼굴 로 푸푸거리며 눈을 깜작거리고 있었다. "마지!" 페투니아 이모가 깩깩거리며 말했다. "마지,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마지 아줌마가 툴툴거리며 냅킨으로 얼굴을 훔쳤다. "잔을 너무 세게 잡았나봐요. 일전에 풉스터 대령 집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괜히 법석 떨지 마요, 페투니아. 제가 그저 너무 세게 쥐었기 때문이니까 말예요..." 하지만 페투니아 이모부가 수상쩍은 눈초리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그는 디 저트는 그만두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식탁에서 달아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실로 나와 벽에 기대어 서서 심호흡을 했다. 오래전에는 그가 자제력을 잃고 진짜로 무언가를 폭팔시키기도 했었지만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호그스미드 허가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간, 마법부로부터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될 터였다. 해리는 아직 미성년이고 마법사 법에 의하면 미성년 마법사는 학교 밖에서 마법을 부리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전력이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프리벳 가에서 한번만 더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면, 호그와트에서 퇴학당할 것이 라는 마법부의 공식 경고장까지 받았었다. 그는 더즐리 가족이 식탁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자 급히 이층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다음 사흘 동안은 마지 아줌마가 그에게 불평을 할 때마다 `빗자루 관리 방 법`이라는 책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애썼다. 상당히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해리 응 더욱 멍청하게 보이게 하는지 마지 아줌마는 그를 보며 저능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내 기나긴 일주일이 지나고, 마지 아줌마의 마지막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페 투니아 이모는 아주 공을 들여 저녁상을 차렸고 버논 이모부는 포도주 병을 몇 개나 땄 다. 그들은 수프에서 연어 요리를 먹을 때까지는 해리에 대해 단 한 가지의 흠도 잡지 않았다. 레몬 머랭(설탕과 달걀 흰자위 등을 섞어 구워서 파이에 입힌 것: 옮긴이) 파 이를 먹는 동안, 버논 이모부는 지루하게 자신이 다니는 그루닝스라는 드릴 제작 회사 에 대해 한없이 늘어놓았다. 그 뒤 이모는 커피를 끓이고 버논 이모부는 브랜디 병을 가져왔다. "좀더 마실래, 마지?" 마지 아줌마는 이미 포도주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커다란 얼굴이 벌써 새빨갛게 달 아있었다. "조금만 할게요, 그럼." 그녀가 킬킬거렸다.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 그래요 그 정도는 되어야죠." 두들리는 파이를 네 조각째 먹고 있었다. 페투니아 이모는 새끼손가락을 삐죽이 내밀 고 커피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해리는 정말로 자신의 방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지만, 버논 이모부의 성난 작은 눈을 보니 끝까지 앉아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 마지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며 빈 브랜디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정말 맛있 었어요, 페투니아. 열 두 마리의 개들을 돌보다 보면 전 보통 저녁은 그냥 간단히 데 워먹기가 일쑤거든요..." 그녀가 끄윽 하고 트림을 하며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미안 해요. 하지만 전 튼튼한 아이를 보는게 정말 좋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두들리에게 눈 짓을 했다. "넌 네 아빠처럼 적당한 체격의 남자가 될 거야, 두들리. 그래요, 버논 오 빠, 저 브랜디 조금만 더 마실게요... 그런데, 여기에 있는 이 녀석은-"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자 해리는 움찔했다. 빗자루 관리법이나 생각해야지, 그는 속 으로 마음 먹었다. "이 녀석은 자라다 만 것 같아요, 생김새도 험악하구. 개들이 그렇게 생긴 경우가 있죠. 작년에 그런 놈을 하나 풉스터 대령에게 물에 빠뜨려 처치해 달라고 부탁했었어 요. 생쥐처럼 조그만 개였죠. 열성 유전자만 받은 녀석이었어요." 해리는 그 책의 12쪽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후진이 되지 않을 때 쓰는 마법. "내가 일전에도 말했던 것 처럼, 모든 게 혈통의 문제예요. 혈통이 나쁘면 그렇게 되죠. 전 언니의 가문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페투니아."- 그녀가 삽 같은 손으로 페투니아 이모의 앙상한 손을 두드렸다- "하지만 언니의 동생은 나쁜 종자였어 요. 아무리 훌륭란 가문에도 그런 일은 종종 생기죠. 그런 여자가 건달과 눈이 맞았으 니 그 결과물이 어떤 꼴인지 우리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해리는 접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빗자루 끝을 꽉 잡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지 아줌마의 목 소리가 마치 버논 이모부의 드릴로 그의 마음에 구멍을 뚫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포터라는 사람은," 마지 아줌마가 브랜디 병을 잡고 식탁보에 브랜디를 튀기며 말했다. "참, 오빠는 제게 그 사람의 직업이 무언지 말한 적 없죠?" 그 순간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는 매우 긴장하는 것 같았다. 두들리조차 파이 에서 고개를 들고 입을 딱 벌린 채, 엄마 아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직장이 없었어." 버논 이모부가 해리를 흘끗 바라보며 얼버무렸다. "실직상 태였지." "예상했던 데로군요!" 마지 아줌마가 브랜디를 벌컥벌컥 마신 뒤 옷소매로 턱을 슥 닦으며 말했다. "은행 계좌도 없고, 쓸모 없는 건달에, 게으른 밥벌레―" "그렇지 않아요." 해리가 불쑥 말했다. 순간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듯 식탁이 조용해 졌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화났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브랜디 좀더 마셔라!" 버논 이모부가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저서 큰소리로 말했 다. 그는 병에 남아있는 브랜디를 마지 아줌마의 잔에 마저 다 따라주었다. "너 이 녀 석," 그가 해리에게 호통을 쳤다. "넌 네 방으로 가, 어서― "아뇨, 버논 오빠." 마지 아줌마가 한 손을 들어올리고, 충혈된 눈으로 해리를 똑바 로 쳐다보며 딸꾹질을 했다. "계속해라, 얘야, 계속해. 네 부모가 자랑스럽니? 그들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게 말이다. 아마 술에 취했었겠지―" "그분들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해리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들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단다, 요 못된 거짓말쟁이야. 이 근면하고 점잖은 가족 에게 널 떠맡기고 떠났단 말이다!" 마지 아줌마가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 건방지고 배은망덕한 녀석아―" 그러나 마지 아줌마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 잠시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로 온몸이 부풀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풀 어 오르는 게 멈추지 않았다. 새빨간 얼굴이 팽창하기 시작했고, 작은 눈이 부풀어올 랐으며, 입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잡아 당겨졌다―다음 순간, 그녀가 입 고 있는 재킷에서 단추가 몇 개 후두둑 떨어지더니 핑 하며 사방으로 퉁겨져 나갔다 ― 그녀는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배가 불룩해지면서 허리띠가 튀어나갔 고, 손가락 하나하나가 커다란 살라미 소시지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마지!" 마지 아줌마의 몸이 의자에서 떨어져 천장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가 동시에 소리쳐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동그랗게 되어 있었 고, 그 모습은 마치 돼지눈이 달린 커다란 풍선처럼 보였다. 그리고 손발이 삐죽이 튀 어나온 채로 가끔씩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리퍼가 미친 듯이 짖 으며 집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안돼―" 버논 이모부가 마지 아줌마의 한족 발을 잡고 그녀를 다시 아래로 끌어내리려고 했 지만, 이모부마져 마룻바닥에서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잠시 뒤 리퍼가 와락 덤벼들더 니 버논 이모부의 다리를 꽉 물었다. 해리는 얼른 부엌에서 달려나가 계단 밑에 있는 벽장으로 향했다. 그가 가까이 가자 신비하게도 벽장문이 갑자기 확 열렸다. 순식간에, 그는 가방을 현관문으로 끌어다놓 았다. 그는 쏜살같이 이층으로 달려 올라가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는 책과 생일 선물들이 가득 담긴 베갯잇을 붙잡았다. 그가 기어나와 해드위그의 빈 새장을 들고 아 래층 가방이 있는 곳으로 다시 쏜살같이 내려왔을 때, 버논 이모부가 한쪽 바짓가랑이 는 갈가리 찢겨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느닷없이 부엌에서 뛰쳐나왔다. "이리 돌아와!" 그가 고함쳤다. "돌아와서 마지를 제대로 해놓지 못해!" 버논 이모부를 보자 해리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는 가방을 발로 툭 차서 열고, 요술지팡이를 꺼내 버논 이모부에게 갖다댔다. "마지 아줌마는 그래도 싸요." 해리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아줌마는 당연 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는거라구요. 제게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는 손을 뒤로 해 더듬더듬 문 걸쇠를 찾았다. "전 이만 가겠어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그리고는 그는 겨드랑이에 헤드위그의 새장을 낀 채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어둡고 조용한 거리로 나왔다. @ff 구조 버스 해리는 무거운 가방을 끄느라 너무 힘이 들어서 얼마쯤 가다가 숨을 헐떡이며 매그 놀리아 광장에 있는 나지막한 담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그러나 어두운 거리에 혼자 10분쯤 있자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아도, 자신보다 더 처량한 신세는 없는 듯했다. 그는 어두운 머글 세계에서 는 사실상 갈곳 하나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 심각한 마법을 부렸으므로, 호그와트에서 쫓겨날 게 뻔했다.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에 대한 법령을 어 겼으므로, 마법부 대표들이 그가 앉아있는 곳으로 당장이라도 급습해 올 것이다. 해리는 후들후들 떨며 매그놀리아 광장을 이쪽저쪽 살펴보았다. 이제 어떻게 될까? 체포될까, 아니면 그저 마법사 세계에서 무법자로 낙인 찍히고 말까? 론과 헤르미온느 를 생각하자, 가슴이 더 답답했다. 해리가 범죄자이든 아니든 론과 헤르미온느는 지금 의 그를 돕고 싶어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멀리 타국에 있는 데다 헤드위 그마저 없었으므로 연락할 길이 없었다. 더구나 그에겐 머글 돈도 한푼 없었다. 가방 맨 밑에 있는 지갑 속에는 마법사 금화 만 조금 있을 뿐, 그의 부모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나머지 재산은 런던에 있는 그린고 트 마법사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방을 끌고 런던까지 걸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는 여전히 한 손에 쥐어져 있는 요술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만약 호그와트에서 이미 쫓겨난 것이라면(이제 가슴이 아플 정도로 세게 뛰고 있었다), 마법을 조금 더 부린다고 해서 나빠질 것도 없을 것이다. 그에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투명 망토가 있었다- 만약 가방이 깃털처럼 가볍게 되는 마법을 걸어 빗자루에 묶은 뒤, 투명 망토 를 뒤집어쓰고 런던까지 날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는 금고에서 나머지 돈을 꺼내서... 혼자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지만, 언제까지 이 담벼락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머글 경찰서에 끌려가서 왜 한밤중 에 가방 하나가득 마법책과 빗자루를 들고 나왔는지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 다. 해리는 가방을 다시 열고 투명 망토를 찾으려고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 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목 뒷덜미가 이상하게 따끔따끔한 게 왠지 누군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 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거리엔 아무도 없었고 주위의 저택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도 전혀 없었다. 그는 다시 가방을 집으러 허리를 굽히다가 지팡이를 움켜쥔채 한번 더 얼른 몸을 일 으켜 세웠다. 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어떤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인지 동물 인지, 무언가가 뒤에 있는 차고와 울타리 사이의 좁은 틈새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해 리는 어두운 길을 흘끗 바라보았다.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게 도둑고양이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루모스." 해리가 중얼거리자 지팡이 끝에 눈부신 불빛이 켜졌다. 그가 지팡이를 머 리 위로 높이 들어올리자, 잔돌을 붙여서 마무리된 2번지의 벽들이 갑자기 번뜩했다. 차고 문이 어슴푸레 빛났다. 해리는 그 사이에서 동그랗고 번득이는 눈을 가진 뭔가 아주 커다란 것의 윤곽을 뚜렷이 보았다. 해리는 몇 발짝 뒤로 물러서다가 그만 가방에 다리가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넘어지 지 않으려고 한쪽 팔을 급히 뻗다가 그만 지팡이는 놓치고, 몸은 도랑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귀청이 터질 것 같은 쿵 하는 소리가 났다. 해리는 갑자기 비치는 눈부신 불빛 을 가리려고 양손을 올렸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간신히 다시 보도 위로 기어 나왔다. 잠시 뒤, 거대한 한 쌍의 바퀴가 끽 소리를 내며 해리가 방금 쓰러져 있었던 곳에 멈춰섰다. 해리는 고개를 살며시 들고 보았다. 난데없이 진한 보랏빛의 3층 버스가 나 타나 있었다. 앞차창에는 황금빛 글자로 구조 버스라고 쓰여 있었다. 해리는 잠시 넘어진 충격으로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순간 버스에서 보 라색 유니폼을 입은 차장 하나가 뛰어 내리더니 어둠 속에 대고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 했다. "갈 데 없는 마녀나 마법사를 긴급 수송하는 구조 버스를 타시게 된 것을 환영합니 다. 그저 지팡이를 쑥 내밀고 올라타기만 하세요. 원하는 곳으로 태워다 드립니다. 전 오늘 저녁 여러분을 모실 스탠 션파이크 차장입니다-" 차장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가 땅바닥에 앚아있는 해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해리 는 지팡이를 다시 와락 붙잡고 급히 일어섰다. 가까이서 보자, 스탠 션파이크는 기껏 해야 열 여덟이나 열 아홉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이로, 귀는 크고 쭉 삐어져 나와 있 었으며 얼굴엔 여드름투성이였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스탠이 사무적인 태도로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 "넘어졌어." 해리가 말했다. "왜 넘어졌는데?" 스탠이 숨을 죽이고 웃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해리가 성내며 말했다. 그의 바지 한쪽 무릎은 찢겨져 있었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뻗었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자기가 왜 넘어졌는지를 깨닫고 얼른 몸을 돌려 차고와 울타리 사이의 길을 빤히 바라보았다. 구조 버스의 해드라이트 불빛이 환히 비추고 있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뭘 보는 거니?" 스탠이 물었다. "커다란 검은 물체가 있었어." 해리가 막연하게 그 빈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개 같 았는데... 굉장히 컸어..." 해리는 입을 약간 벌리고 있는 스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는 스탠의 눈이 자신의 이마에 난 흉터로 움직이는 걸 느끼자 불안해졌다. "네 이마에 있는 그건 뭐니?" 스탠이 불쑥 물었다. "아무 것도 아냐." 해리가 머리카락을 눌러 흉터를 가리며 얼른 말했다. 혹시라도 마법부가 그를 찾고 있다면, 그렇게 쉽사리 잡히고 싶지는 않았다. "이름이 뭐니?" 스탠이 계속 물었다. "네빌 롱바텀." 해리는 머리 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이름을 댔다. "그러니까- 그러니 까 이 버스는," 그는 스탠이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길 바라며 계속해서 말했다. "어디든 간단 말이지?" "물론이지." 스탠이 거만하게 말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나 갈 수 있어, 육 지이기만 하면 말이야. 하지만 물 속으로는 갈 수 없어. 그런데," 그가 다시 수상쩍은 듯 물었다. "네가 우리에게 정지하라고 신호한 거 아냐? 지팡이를 쑥 내밀고 말야, 안 그랬어?" "맞아." 해리가 얼른 말했다. "런던에 가는데는 얼마지?" "11시클이야." 스탠이 말했다. "하지만 코코아를 마시면 14시클을 내야 하고 물과 칫솔까지 필요하면 15시 클을 내야 해." 해리는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낸 뒤 스탠의 손에 금화 한 닢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스탠과 함께 헤드위그의 새장이 올려져 있는 가방을 버스 발판 위로 들어올렸다. 버스에는 좌석이 없었다. 대신, 커튼이 쳐진 창문 옆에 놋쇠로 만들어진 여섯 개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마다 옆에 있는 선반에서는 촞불들이 활활 타고 있었다. 버 스 뒤쪽에서 나이트 캡(잘 때 쓰는 모자:옮긴이)을 쓴 자그마한 마법사 하나가 "지금 은 안돼요. 고마워요. 난 민달팽이들을 소금에 절일 거예요." 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들어 버렸다. "넌 이거 써." 스탠이 핸들 앞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운전사 바로 뒤의 침대 밑으로 해리의 가방을 밀어 넣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분은 우리의 운전사, 어니 프랭이 셔. 이 애는 네빌 롱바텀이에요, 어니." 아주 두꺼운 안경을 낀 늙은 마법사 어니 프랭이 초조하게 앞머리를 짓누르며 침대 에 앉는 해리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이제 출발하세요, 어니." 스탠이 어니 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또 한번 쾅 하고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구조버스가 빠르게 출발하는 바람에 해리 는 뒤로 벌렁 넘어져 침대로 발딱 눕혀졌다. 몸을 일으켜 어두운 창 밖을 내다보자 차 는 이제 완전히 다른 길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스탠이 해리의 어리벙벙한 표정을 매우 재미있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네가 신호하기 전에 우리가 있던 곳이야." 그가 말했다. "여기가 어디 죠, 어니? 웨일즈 지방이죠?" "그래." 어니가 간단히 대꾸했다. "머글들은 어떻게 버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거죠?" 해리가 물었다. "그들이야 그렇지!" 스탠이 경멸하듯이 말했다. "그들은 듣지만 못하는게 아니라 보 지도 못해. 그들은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해." "가서 마시 부인을 깨우는게 좋겠구나, 스텐." 어니가 말했다. "조금 있으면 애버게 이브니에 도착하니까 말이다." 스탠이 해리의 침대를 지나가 좁다란 나무 계단 위로 사라졌다. 여전히 창밖을 내다 보고 있던 해리는 점점 더 초조해지는 걸 느꼈다. 어니는 버스 운전법을 완전히 익히지 않았는지 버스가 계속해서 인도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것에도 부딪히지는 않았다. 죽 늘어선 가로등과 우편함과 쓰 레기통들은 버스가 다가가면 펄쩍펄쩍 뛰어올라갔다가 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뒤 스탠은 여행용 망토로 몸을 감싸고 있는, 힘이 하나도 없는 창백한 마녀와 함께 아래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내리세요, 마시 부인." 스탠이 유쾌하게 말했다. 어니가 브레이크를 밟자 침 대들이 버스 앞쪽으로 약간 미끄러졌다. 마시 부인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비틀거 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마시 부인이 내리자 스탠이 그녀의 가방을 내려보낸 뒤 문을 닫았다. 또 한번 쾅 하더니, 버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좁다란 시골길을 달려 내려가 자 나무들이 펄쩍펄쩍 뛰어 올랐다. 해리는 설사 시끄럽게 쾅쾅거리지도, 한번에 수백 킬로미터씩 날아다니지도 않는 보 통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편안히 잠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그에게 닥칠 일과 천장으로 부풀어오라간 마지 아줌마에 대해 생각이 미치자 속이 울렁거렸다. 스탠은 혀를 이빨 사이로 내민채 열심히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었다. 1`면에 커다 랗게 실린 홀쭉한 얼굴에 헝클어진 긴머리를 늘어뜨린 남자가 해리에게 천천히 눈을 깜짝이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저 사람이야!" 해리가 잠시 자신의 근심을 잊고 소리쳤다. "그 사람 머글뉴스에 나 왔었어!" 스탠이 신문의 1면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킬킬거렸다. "시리우스 블랙이야."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머글 뉴스에도 나왔었지, 네빌 넌 도대체 어디에 있었기에 그 사람 이름도 모르는 거야?" 그는 해리의 멍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싱글거리며 1면을 빼내어 해리에게 넘겨주었 다. "신문을 더 읽어봐, 네빌." 해리는 신문을 촛불 쪽으로 가져갔다 블랙 아직도 체포되지 않았다. 아즈카반 감옥에 수감되었던 가장 악명 높은 죄수 시리우스 블랙이 여전히 잡히지 않 고 있다고 마법부가 오늘 밝혔다. "우리는 어떻게든 블랙을 다시 체포할 것입니다."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가 오늘 아침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제발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퍼지 장관은 그 위기를 머글 수상에게 알린 것 때문에 와록스 국제 연맹의 회원들로 부터 심한 비난을 받았다. "제가 왜 그렇게 해야했는지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퍼지 장관은 대단히 화가 나 있 었다. "블랙은 미치광이입니다. 마법사든 머글이든 그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누구나 위험합니다. 난 블랙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겠다는 수상의 확언을 받았습니다. 우린 이 사건에 용감하게 대처해야합니다. 그가 그런 일을 저질렸 다고 말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머글들에게는 블랙이 총(머글들이 서로를 죽일 때 사용하는 일종의 금속 지팡이)을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마법계는 12년 전에 블랙이 단 한번의 저주로 무려 열세 사람을 살해했던 것과 같은 대량 학살이 또 일어나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 다. 해리는 홀쭉한 얼굴에서 유일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은 시리우스 블랙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흡혈귀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를 가진 블 랙의 모습은 꼭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 시간에 사진에서 본 흡혈귀처럼 보였다. "무시무시하게 생겼지?" 신문을 읽는 해리를 유심히 지켜보던 스탠이 말했다. "이 사람이 열 세명을 죽였어?" 해리가 신문을 스탠에게 다시 넘겨주며 물었다. "단 한번의 저주로?" "그래." 스탠이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벌건 대낮에 말이야. 굉장한 사건이었지. 안 그래요, 어니?" "그래." 어니가 음울하게 말했다. 스탠이 안락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해리와 마주 보고 앉았다. "블랙은 그 사람의 대단한 추종자였어." 그가 말했다. "뭐라구, 볼드모트?" 해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스탠은 여드름들까지 새하얘질 정도로 깜짝 놀랐다. 또 어니는 핸들을 어찌나 갑자 기 홱 틀었더지 그 버스를 피하려고 농가 한 채가 통째로 펄쩍 비켜 서야 했다. "너 정신 나갔니?" 스탠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입에 담을 수 있어?" "미안해." 해리는 허둥지둥 말했다. "미안해, 이-잊어버렸-" "잊어버렸다구!" 스탠이 가냘프게 말했다. "깜짝 놀랐잖아. 심장 떨려 죽겠네..." "그러니까- 그러니까 블랙이 그 사람의 추종자 였단 말이지?" 해리가 변명이라도 하 는 듯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스탠이 여전히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그래, 맞아. 그 사람과 아주 가까웠다고 그러더라. 어쨌든, 어린 해리 포토가 그 사람을 물리치자-" 해리는 초조하게 앞머리를 한번 끄집어 내렸다. "-그 사람의 추종자들이 모두 잡혔어, 그렇죠 어니? 그 사람이 사라져버리자 그들 대부분은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고 조용해졌어. 하지만 시리우스 블랙만은 안 그랬어. 자신이 그 사람의 2인자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래. 어쨌든, 그들은 머글들이 잔뜩 몰려있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블랙을 궁지로 몰았는데 블 랙이 요술지팡이를 꺼내 거리의 반을 폭파시켰다는 거야. 그런데 그 저주에 마법사 한 명과 머글 열 두 명이 걸렸대나봐. 끔찍하지, 어? 그리곤 블랙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스탠이 극적인 작은 소리로 계속했다. "어떻게 했는데?" 해리는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 다급하게 물었다. "웃었데." 스탠이 말했다. "제자리에 서서 웃었데. 그리고 마법부에서 지원병들이 도착했을 때도 양처럼 순해져서는 계속 큰소리로 웃고 있었데. 미친거지. 그랬죠, 어 니? 정말로 미쳤조?" "글세, 아즈카반에 잡혀갈 당시엔 미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쯤은 미쳤을 거야." 어니가 느릿느릿 말했다. "만일 내가 그곳에 갇히게 된다면 난 차라리 그 전에 죽어버 릴 거야. 그놈한테는 딱 맞는 벌이야. 그놈이 한 짓을 생각해보면 말야..." "그런데 어떻게 그 사건을 숨길 수 있었죠, 어니?" 스탠이 물었다. "거리 전체가 박살이 나고 그렇게 많은 머글들이 죽었는데 말이에요. 그들이 그 사건을 어떻게 위장 했죠, 어니?" "가스 폭발인 것처럼 해야 했지." 어니가 툴툴거렸다. "그런데 그런 그가 탈옥한 거야." 스탠이 신문에 나온 기분나쁘게 생긴 블랙의 얼굴 을 다시 한번 살피며 말했다. "아즈카반에서 탈옥에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었죠, 어니 ? 그 사람이 어떻게 탈옥했는지 정말 모르겠단 말이에요. 놀라워요, 그렇잖아요? 특히 아즈카반의 간수들을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말이에요." 어니가 갑자기 몸을 떨었다. "다른 얘기 해라, 스탠. 아즈카반의 간수들만 생각하면 난 기분이 좋지않아서 말야." 스탠이 마지못해 신문을 치우자, 해리는 버스 창문에 몸을 기댔다. 기분이 훨씬 더 나빠졌다. 그는 스탠이 며칠 뒤 승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을 것같았다. "저 해리 포터 얘기 들으셨어요? 그 애가 아줌마를 부풀어 오르게 했대요! 그 애는 급히 도망치던 중이었어요..." 해리는 시리우스 블랙과 똑같이 마법사 법을 어겼다. 마지 아줌마를 부풀게 한게 그 를 아즈카반에 수감시킬 정도로 나쁜 짓일까? 해리는 마법사 감옥에 대해서는 전혀 들 은 바가 없었지만, 아즈카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두려워 하는 어조로 말 했었다.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인 해그리드는 작년에 그곳에서 두 달 동안 보냈었다. 해리는 그나마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해그리드마저도 아즈카반으로 가게 되었다는 말 을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났던 두려워하는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구조 버스가 덤불과 쓰레기통과 전화 부스와 나무들을 흩어지게 하며 어둠 속을 달 리는 동안 해리는 불안하고 비참한 심정으로 깃털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참 뒤, 스탠 은 해리가 코코아 값을 냈다는 걸 기억하고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들고 왔는데 버스가 앵글시에서 애벋딘으로 갑자기 방향을 트는 바람에 그만 해리의 베개에다 쏟고 말았다. 이윽고 잠옷에 슬리퍼를 신은 마법사와 마녀들이 이층에서 하나씩 내려오더니 버스 에서 내렸다. 그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이제 승객은 해리뿐이었다. "자, 이제 네 차례야, 네빌." 스탠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런던 어디쯤이지?" "다이애건 앨리." 해리가 말했다. "좋았어." 스탠이 말했다. "꽉 잡아, 자.." 쾅. 차는 또다시 큰소리를 내며 채링 크로스 가(런던 시의 중앙. 스트랜드가 서쪽 끝의 번화 구역: 옮긴이)를 달리고 있었다. 해리는 똑바로 앉아서 건물들과 벤치들이 구조 버스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 서며 길을 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늘이 점점 밝아오 고 있었다. 그는 두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그린고트 은행문이 열리면 돈을 찾아 출발 할 것이다- 어디로 갈지는 그때가 봐서 생각해볼 작정이었다. 어니가 브래이크를 밟자 구조 버스가 '리키 콜드런' 이라는 작고 허름해 보이는 술 집 앞에 끽 하며 멈춰 섰다. 그 술집 뒤에는 다이애건 앨리로 들어가는 마법의 입구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해리가 어니에게 다정스레 말했다. 그는 계단을 펄쩍 뛰어내린 뒤 스탠의 도움을 받아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보도 위로 내렸다. "자," 해리가 말했다. "그럼 잘 가!" 하지만 스탠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버스 출입구에 그대로 서서 눈을 부릅뜨고 리 키 콜드런으로 들어가는 어두운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해리." 등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해리가 미처 몸을 돌리기도 전에 어깨에 손이 얹혀졌다. 동시에 스탠이 소리 쳤다. "이럴 수가! 어니, 이리 와 보세요! 이리 와 보시라구요!" 어깨에 울려진 손의 주인을 올려다본 해리는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 자신이 제 발로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스탠이 그들이 서 있는 보도로 뛰어올라왔다. "네빌을 왜 부르셨조, 장관님?" 그가 흥분해서 물었다.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긴 망토를 입고 있는 자그마하고 뚱뚱한 퍼지 장관이 차갑 고 피로에 지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네빌?" 그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애는 해리포터란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스탠이 매우 기쁜 듯 소리쳤다. "어니! 어니! 네빌이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어니! 이 애가 해리 포터예요! 흉터가 보여요!" "그래." 퍼지 장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해리가 다행히 구조 버스를 타고 와서 대 단히 기쁘기는 하지만, 이 애와 난 지금 리키콜드런으로 좀 들어가야겠는데..." 퍼지 장관이 해리의 어깨를 더 세게 누르며 술집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바 뒤편에 나 있는 문에서 초롱을 든 구부정한 형체 하나가 나왔다. 이빨이 다 빠지고 쭈글쭈글 한 술집 주인 톰이었다. "기어코 그 아이를 찾아내셨군요, 장관님!" 톰이 말했다. "뭐좀 드시겠습니까? 맥주 를 드릴까요? 브랜디를 드릴까요?" "그냥 차로 한잔 주시오." 퍼지 장관이 여전히 해리를 잡은 채로 말했다. 그들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헐떡이는 소리가 나더니, 스탠과 어 니가 해리의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들고 나타나 흥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네가 누구라고 솔직히 말하지 않았지, 네빌?" 스탠이 해리에게 밝게 미소지으며 말하는 사이, 어니는 부엉이 같은 얼굴로 빤히 바라보았다. "내실로 안내해 주시오, 톰." 퍼지 장관이 매섭게 말했다. "안녕." 톰이 퍼지 장관에게 고갯짓을 해서 바에서 나가는 복도 쪽을 가리키자 해리 가 스탠과 어니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 네빌!" 스탠이 외쳤다. 퍼지 장관은 톰의 안내를 받으며 좁은 복도를 지나 작은 내실로 해리를 데려갔다. 톰은 손으로 짤깍 소리를 내서 벽난로에 불이 확 타오르게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앉아라, 해리." 퍼지 장관이 날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해리는 불 앞에 앉아있는데도 팔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퍼지 장관 은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망토를 벗어 옆으로 치운 뒤 짙은 초록색 바지를 끌어올 리고 해리 반대편에 앉았다. "난 코넬리우스 퍼지란다, 해리. 마법부 장관이지." 해리는 물론 그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퍼지 장관을 한번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아버지의 투명 망토를 입고 있었으므로 퍼지 장관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 다. 술집 주인인 톰이 잠옷 위에 앞치마를 두른 채로 차와 핫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는 그 쟁반을 퍼지 장관과 해리 사이에 있는 탁자 위에 놓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해리."퍼지 장관이 차를 따르며 말했다.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안절부절못했는 지 아니. 네 이모와 이모부 집에서 그런 식으로 달아나다니! 얼마나 걱정했는지... 하 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다. 중요한 건 바로 그거니까 말이다." 퍼지는 직접 핫케이크에 버터를 발라 접시를 해리 쪽으로 말었다. "먹어라, 해리.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자... 마지 더즐리양의 불행한 팽창사건은 우리가 대행히도 잘 처리했단다. 우연하게 발생한 마법을 풀어주는 부서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몇 시간 전에 프리벳가에 급파되었단다. 더즐리 양의 몸에 구멍을 내고 그녀 의 기억력을 수정했지. 그녀는 그 사건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단다. 그뿐 이란다. 아무 피해도 없다는 말이다." 퍼지 장관은 차를 마시며 마치 아주 사랑하는 조카를 바라보는 삼촌처럼 해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리는 자신의 귀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 네 이모와 이모부의 반응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거니?" 퍼지 장관이 물었다. "그들은 물론 대단히 화가 났단다, 해리. 하지만 그들은 네가 크 리스마스와 부활절을 호그와트에서 보내기만 한다면 내년 여름에 널 다시 데려가겠다 고 했단다." 해리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전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은 항상 호그와트에서 보내요." 그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리고 전 프리벳가로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자, 자,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기분이 달라질 게다." 퍼지 장관이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아무튼, 그들은 너의 가족이잖니. 그러니 분명 서로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어- 내심으론 말이다." 그러나 해리는 퍼지 장관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고쳐줄 기분이 아니었다. 여전 히 이제나저제나 자신이 어떻게 되는 건지 말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퍼지 장관이 핫케이크를 하나 더 집어 버터를 바르며 말했다. "네가 남아있는 2주 동안 방학을 어디서 보낼 건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단다. 난 네가 여기 이곳 리키 콜드런에 방을 하나 얻어 있으면 어떨까 하는데-" "잠깐만요." 해리가 불쑥 말했다. "징계는요?" 퍼지다 눈을 깜작였다. "징계?" "전 법을 어겼잖아요!" 해리가 말했다.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 말예요!" "오, 얘야, 우린 그런 사소한 일로 널 처벌하지는 않는단다!" 퍼지가 핫케이크를 흔 들며 큰소리로 말했다."그런 사고였단다! 우린 아줌마를 부풀게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 을 아즈카반으로 보내지는 않는단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마법부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작년에, 전 그저 집 요정이 제 이모부 집에서 푸딩을 팽개쳤다는 이유로 공식 경고 장을 받았었어요!"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법부는 한번만 더 마법을 부리면 제가 호그와트에서 쫓겨날 거라고 말했어요!" 해리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모르지만, 퍼지 장관의 얼굴에 언듯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상황은 변하게 마련이란다, 해리... 우린 여러가지를 정상 참작해야만 하지... 현 재의 분위기에서는... 설마 퇴학당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물론 그렇지는 않죠." 해리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소동을 피울게 뭐 있겠니?" 퍼지 장관이 웃었다. "지금은 핫케 이크나 먹어라, 해리. 난 가서 톰에게 네가 묵을 방이 있나 알아봐야겠다." 해리는 내실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퍼지 장관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대단히 이 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게 분명했다. 자신을 처벌할 의도가 없었다면 퍼지 장관은 왜 리키 콜드런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더군다나 마법부 장관이 직접 미성년 마법사 문제에 관여하는 건 분명히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퍼지 장관은 술집 주인인 톰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11호 방이 비어 있다는구나, 해리" 퍼지 장관이 다정하게 말했다. "아주 편안할게 다. 딱 한가지, 네가 알아둘게 있는데... 런던에서는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알았지? 다이애건 앨리에만 있거라.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 야 한다. 내 말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톰이 나 대신 널 지켜볼게다." "알겠어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왜-?" "널 또다시 잃고싶지가 않기 때문이란다." 퍼지 장관이 애정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 했다. "아니, 아니... 내 말은...-" 퍼지는 요란하게 목을 가다듬고는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망토를 집어들었다. "그러면 난 이만 가봐야겠구나. 알다시피 할 일이 많아서 말이다..." "블랙은 잡으셨나요?" 해리가 불쑥 물었다. 느닷없는 해리의 질문에 퍼지 장관의 손가락이 망토위 은빛 단추에서 스르르 미끄러 졌다. "그게 무슨 말이니? 아, 너도 들었구나- 글쎄다. 아니, 아직은 못 잡았지만 시간 문 제일 뿐이란다. 아즈카반의 간수들은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거든... 그리고 난 그들 이 그렇게 화나 있는 건 본 적이 없단다." 퍼지 장관이 약간 진저리를 쳤다. "그럼, 이만 작별해야겠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해리는 그와 악수를 했다. 그런데 그때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어-장관님?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퍼지 장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그와트의 3학년생들은 호그스미드에 가도 좋다고 했는데, 저의 이모와 이모부는 그 허가서에 사인을 해주지 않으셨어요. 장관님께서 대신-?" 퍼지가 약간 곤란해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가 말했다. "안 된단다., 해리야 미안하구나. 난 네 부모나 보호자가 아니 라서말이다-" "하지만 마법부 장관이시잖아요." 해리가 간절히 말했다. "장관님께서 허락해 주신 다면-" "안된다, 해리. 미안하구나. 규칙은 규칙이란다." 퍼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호그스 미드는 내년에도 갈 수 있잖니. 사실, 내 생각엔 네가 가지 않는게 좋을거 같구나... 그래... 그럼, 난 이만 가야겠다. 잘 지내거라. 해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미소를 지은 뒤, 퍼지는 방을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마자 톰이 다가와 해리에게 환히 미소지었다. "날 따라오렴, 포터." 그가 말했다. "네 물건들은 내가 이미 올려다 놓았단다." 해리는 톰을 따라 멋진 나무 계단을 올라가 11호라고 쓰여진 놋쇠 번호판이 붙어있 는 문 앞으로 갔다. 톰이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매우 편안해 보이는 침대와 반들반들하게 닦인 오크가구와 그리고 유쾌하게 딱딱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난로가 있었다. 그런데, 옷장 위에- "헤드위그!" 해리는 너무 놀라 숨이 막혔다. 눈빛처럼 새하얀 부엉이가 부리를 맞부딪쳐 딸깍 소리를 내며 해리의 팔 위로 날아 왔다. "정말 굉장히 영리한 부엉이더구나." 톰이 싱그레 웃었다. "네가 도착하기 5분 전쯤 날아들었단다. 필요한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하거라." 그는 한번 더 인사를 하고 나갔다. 해리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헤드위그를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침대에 앉아 있었 다. 창밖의 하늘은 진한 푸른색에서 차가운 회색빛으로 빠르게 변하더니 다시 천천히 황금빛이 도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해리는 자신이 불과 몇시간 전에 프리벳가를 떠 났으며 퇴학당하지도 않았고, 이젠 더즐리 가족에게서 벗어나 2주 동안을 자유스럽게 보내게 되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밤이었어, 헤드위그." 그는 길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안경을 벗지도 않은 채 픽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ff 해리가 그 이상스런 새로운 자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예전에는 일 어나고 싶은때 일어나거나 먹고 싶은 걸 먹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또 다이애건 앨리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었고, 그 거리에는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마법사 가게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으므로, 해리는 퍼지 장관과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굳이 다시 머글 세계로 빠져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또한 매일 아침 리키 콜드런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다른 손님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 미있는 일이었다. 시골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 올라온 어딘가 약간 이상해 보이는 자그 마한 마녀들도 있었고, '오늘날의 변신술' 이라는 잡지에 실린 최근기사를 놓고 논쟁 을 벌이는 덕망 있어 보이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또 우락부락하게 생긴 마법사들도 있 었고, 귀에 거슬리는 쉰목소리로 떠들어대는 난쟁이들도 있었다. 한번은 어깨까지 덮 는 두툼한 양모 털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날간(肝) 한접시를 주문한, 좀 수상쩍어 보이 는 마녀도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면 해리는 뒷마당으로 나가 요술지팡이를 꺼내고 쓰레기통 위에서 왼 쪽으로부터 세 번째에 있는 벽돌을 가볍게 톡톡 두드린 뒤, 벽에서 스르르 나타나는 다이애건 앨리로 들어가는 아치형의 입구로 들어가곤 했다. 해리는 해가 저물때까지 기나긴 낮 시간 동안 이런저런 가게들을 둘러보고 밝은 색 깔의 파라솔들이 있는 야외카페에 앉아 군것질을 하며 보냈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자신들이 산 물건들을 보여주거나 ("여보게, 그건 달전용망원경이로구만- 더 이 상 달 지도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겠군, 안 그런가?"), 시리우스 블랙에 대해 이 것 저것 얘기하던가 ("난 그가 다시 아즈카반으로 잡혀 들어갈 때까지는 어린아이들을 절대 혼자 나다니지 못하게 할걸세") 했다. 해리는 이제 더 이상 담요 밑에서 손전등을 켜고 숙제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그 는 플로린 포트슈의 아이스크림 가게 바깥에 있는 밝은 햇살 아래에 앉아서, 가게주인 플로린 포트슈의 도움을 받으며 논술 숙제들을 하나하나 해나갔다. 해리가 그 아이스 크림 가게에서 숙제를 한 건 그 주인이 중세의 마녀 화형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 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해리에게 30분마다 과일이나 과즙을 얹은 선 데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그린고트의 금고에서 황금 갈레온과 은 시클과 청동 크넛을 지갑에 조금씩 넣어 가지고 나올 때마다, 그 돈을 한꺼번에 몽땅 써버리지 않도록 자제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그는 호그와트에 5년을 더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려고 애 썼고, 더즐리 가족에게 마법책을 살 돈을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게 어떤것 일지 생각하며 곱스톤 세트(구슬치기와 비슷한 마법사 게임으로, 게임을 할때 점수를 잃으면, 돌들이 상대팀 선수의 얼굴에 불쾌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내뿜는다)를 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렸다. 그는 또 커다란 유리공 안에 들어있는 움직이는 은하수 모 형도 몹시 사고 싶었다. 그것만 있다면 천문학 수업을 다시는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 다. 그러나 리키 콜드런에 온지 일주일쯤 되었을때,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고급 퀴디 치 용품점에 그의 결심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물건이 나타났다. 가게에 몰려든 사람들이 저마다 뚫어지게 보고 있는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 흥분한 마녀와 마법사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 만들어진듯한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 다. 그 위에는 그가 지금까지 본 어떤 빗자루보다도 훌륭한 빗자루가 올려져 있었다. "막 출시된- 빗자루야-" 네모진 턱의 마법사가 함께 온 친구에게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빗자루죠. 그렇죠, 아빠?" 해리보다 어린 남자아이가 아빠 팔에 매달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일랜드의 퀴다치 팀이 막 이 빗다루를 일곱개 주문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모여 든 사람에게 말했다. " 월드겁 우승 후보에 오른 팀이죠!" 앞에 서 있던 우람한 마녀가 옆으로 룸직이자, 해리는 그 빗자루 옆에 있는 표지판 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파 이 어 볼 트 이 최첨단 경주용 빗자루는 다이아몬드로 연마된 광택과 고유등록번호가 매겨진 회백 색의 최고급 유선형 손잡이가 일품입니다. 파이어볼트의 꼬리부분은 하나하나 잘 골 라 만든 자작나무 가지들을 공기역학적으로 마무리했으므로, 균형감각이 탁월하고 정 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파이어볼트는 10초 내에 시속 250킬로미터로 가속되며 절대로 고장나지 않는 브레이크 마법을 걸어놓았습니다. 가격은 직접 문의하십시오. 가격은 직접 문의하라구... 해리는 금화가 얼마가 들던 파이어볼트를 꼭 사고 싶었 다. 평생 그렇게 갖고 싶었던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님부스 2000으로도 퀴디치 시합에 서 한번도 진적이 없었고, 이미 아주 좋은 빗자루를 갖고 있는데, 파이어볼트를 사려 고 그린고트의 금고를 탈탈 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리는 물론 그 가격을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이후 거의 매일 다시와서 파이어볼트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해리가 정작 사야할 것들은 따로 있었다. 그는 마법의 약 재료들을 사기 위 해 약재상에도 갔고, 학교 망토가 이제 팔과 다리 부분이 몇 센티미터나 짧아졌으므로,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에 가서 새 망토도 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새 교과서들을 사 는게 급선무였다. 금년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와 `점술`이라는 두 과목이 새로이 추 가되어 있었다. 창문으로 서점안을 들여다보던 해리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 진열되어 있던 도로포 장용 석판만한 황금빛 마법책들 대신에, `괴물들에 대한 괴물책` 수백권이 들어있는 커다란 철조망 상자가 보였다. 채들이 서로 붙잡고 사납게 맞붙어 싸우며 공격적으로 물어뜯어서인지 여지저기 찢겨진 페이지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해리는 주머니에서 책 목록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았다. `괴물들에 대한 괴물책`은 ` 신비한 동물 돌보기` 과목에 필요한 책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리는 이제야 해그리드가 왜 그 선물이 유용할거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는 혹시 해그리드가 또 어떤 무시누시한 새로운 애완 동물을 도우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 각해왔던 것이다. 해리가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으로 들어가자, 점원이 허둘지둥 그에게로 왔다. "호그와트?" 그가 뚝뚝하게 물었다. "새 책들을 사려고 왔니?" "네." 해리가 말했다. "전-" "비켜서거라." 점원이 해리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않고 성급하게 말했다. 그는 아주 두꺼운 장갑을 끼고 우툴두툴한 커다란 지팡이를 집어들더니 괴물책들이 들어있는 상 자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만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전 그 책은 이미 구했는데요." "그래?" 굉장히 안도한 듯 점원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그것 참 고맙구나. 난 오 늘 아침에만도 벌써 다섯 번이나 물려거든-" 상자 안에서 시끄럽게 잡아 찢는 소리가 났다. 괴물책 두 개가 또 다른 괴물책 하나 를 잡고 마구 뜯어내고 있었다. "그만해! 그만해!" 점원이 소리치며 창살 사이로 막대기를 집어넣어 책들을 쳐서 서 로 떨어지게했다. "다시는 들여놓지 말아야지., 다시는! 미친 짓이었어! 이건 눈에 보 이지 않는 투명책 2백권을 들여놓았을 때보다 더 심해- 그 책은 엄청 비쌀뿐더러, 절 대 찾을수가 없었거든... 그건 그렇구... 뭐 다른거 필요한 거 있니?" "네." 해리가 책 목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 카산드라 바블라츠키가 지은 `미래 들여다보기`라는 책이 필요해요." "아, 점술을 시작하는구나. 그렇지?" 점원이 장갑을 벗고 해리를 점술에 관한 책들 이 있는 서점 뒤편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작은 탁자에 `예측할수 없는 것들 예측하기`, ` 충격 낙담에 대비하세요`, `행운이 악운으로 변할 때`와 같은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 다. "여기 있구나." 점원이 까만 표지의 두꺼운 책을 내리려고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미래 들여다보기. 점을 치는 기초적인 방법들을 알려주는 아주 좋은 책이지- 손금 보 기, 수정 구슬로 점치기-" 하지만 해리는 듣고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작은 탁자에 전열되어 있는 책들 가운 데, `죽음의 징조들 : 최악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 는 책으로 쏠려있었다. "오, 내가 너라면, 그런 책은 읽지 않을 거란다." 해리가 무얼 보고 있는지 눈치 챈 점원이 재빠르게 말했다. "죽음의 징조들은 어디에서나 보게 될 테니 말이다. 너무 무 서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지." 하지만 해리는 그 책의 앞표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표지엔 번득이는 눈을 가진, 곰같이 커다란 검정개의 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었 다... 점원이 `미래 들여다보기`라는 책을 해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뭐 또 다른 거 있니?" 그가 물었다. "네." 해리가 그 개의 사진에서 눈을 떼고 멍하니 책 목록을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어- `중급 변신술`과 `3학년의 표준 마법책`이 필요해요." 해리는 10분 뒤 겨드랑이에 새 책을 끼고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서 나와 행인들 과 이리저리 부딪히며 멍하니 다시 리키 콜드런으로 향했다. 그는 쾅쾅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책들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누군가가 들어와 말끔히 치워놓은 것 같다. 열려진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뒤편의 머글 거리에서 버스들 지나가는 소리와 다이애건 앨리에서 떠드는 군중들 소리 가 들렸다. 해리는 세면기 위에 걸려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게 설마 죽음의 징조는 아니였겠지."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영상에게 시미조 로 말했다. "매그놀리아 광장에서 그걸 보았을때 난 겁에 질렸었어... 아마 그저 길잃 은 개 였을 거야..." 그는 반사적을로 한 손을 들어올리고 뻗친 머리를 차분해지도록 눌렀다.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을걸." 거울 속의 그가 씰룩거리며 말했다. 며칠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해리는 이제 가는 곳마다 혹시 론이나 헤르미온느가 있 지나 않을까 하고 찾기 시작했다. 개학날이 다가오자, 다이애건 앨리에는 호그와트 학 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해리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룸메이트인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를 만났다. 그 애들도 고급 퀴디치 용품점에서 파이어볼트를 넋 나 간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또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 바깥에서는 동그란 얼굴에 건 망증이 심한 아이인 진짜 네빌 롱바텀과도 마주쳤지만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네빌이 책 목록을 두고 왔는지 아주 무섭게 생긴 그 애의 할머니에게 혼나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해리는 자신이 프리벳가에서 도망친 동안 네빌로 행세했던 것을 그녀가 알아내지 못했으면 하고 바랐다. 방학 마지막 날 아침 해리는 잠자리에서 눈을 떳다. 이제 내일이면 호그와트 급행 열차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날 것이다. 그는 얼른 일어나서 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한번더 파이어볼트를 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생각하 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해리! 해리!" 론과 헤르미온느가 플로린 포트슈의 아스크림 가게 바깥에 있는 파라솔에 앉아 열심 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론은 놀라울 정도로 주근깨가 많아진 것 같았고, 헤르미온느 는 얼굴이 많이 탄 것 같았다. "마침내 만났군!" 해리가 자리에 앉자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리키 콜드런 에 갔더니 네가 벌써 나갔다지 뭐야. 그래서 우린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도 가고, 말킨 부인의 옷가게에도 갔었어. 그런데-" "학교 비품들은 지난주에 다 구입했어." 해리가 설명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내가 리키 콜드런에 머물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니?" "아빠가." 론이 말했다. 론의 아버지 위즐리 씨는 마법부에서 일하고 계시니, 마지 아줌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다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 정말로 네 아즘마를 부플어오르게 한거니, 해리?" 헤르미온느가 매우 진 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건 아냐." 해리가 말하는 사이, 론이 큰소리로 웃었다. "난 그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뿐 이야." "웃을 일이 아냐, 론." 헤르미온느가 나무라듯 말했다. "솔직히, 난 해리가 퇴학당 하지 않은게 놀라워." "나도 그래." 해리가 시인했다. "퇴학당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난 체포될 줄 알았어." 그가 론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는 퍼지 장관이 왜 날 처벌하지 않았는지 아시겠지?" "바로 너이기 때문이겠지 뭐, 안 그래?" 론이 여전히 킥킥대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 다. "유명한 해리 포터가 어쩌구저쩌구. 내가 만약 아줌마를 부풀어오르게 했다면 마 법부는 날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아마 무덤을 피헤치고 날 찾아내야 했을걸. 우리 엄마가 날 벌써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을 테니까 말야. 어쨌든, 오늘 저 녁에 네가 직접 아빠께 여쭤봐. 오늘 밤엔 우리도 리키 콜트런에 머무를 테니까 말야! 넌 내일 우리와 함께 킹스크로스 역에 가면 돼! 헤르미온느도!" 헤르미온느가 밝게 미소를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와 아빠가 오늘 아침에 호그 와트에 가져갈 짐들과 함께 날 이곳에 내려주셨어." "정말 잘됐다!" 해리가 기뻐서 소리쳤다. "그러니까, 너희들 새 책과 비품들을 다 준비했단 말이지?" "이것 봐," 론이 가방에서 길고 얄팍한 상자 하나를 꺼내 열며 말했다. "새 요술지 팡이야. 35센티미터에 버드나무로 만들어졌고 유니콘 꼬리털 한가닥도 들어있어. 그리 고 우린 책들도 다 구했어-" 그러면서 그가 의자 밑에 있는 커다란 가방을 가리켰다. "괴물책은 어떠니, 어?" 우리가 두 권을 달라고 하니까 점원이 거의 울려고 했어." "그건 다 뭐니, 헤르미온느?" 해리가 그녀 옆에있는 의자에 놓여 있는 가방 세 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난 이보다 수강할 과목에 더 많잖아, 안그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것들은 산 술점과 신비한 동물 돌보기와 점술과 고대 문자와 머글연구 등에 관한 책들이야-" "넌 머글 연구는 무엇 때문에 수강하려는 거니?" 론이 헤르미온느를 보고 눈알을 굴 리며 말했다. "넌 머글 태생이잖아! 엄마와 아빠는 머글이시구! 넌 이미 머글들에 대 해 많이 알고 있잖아!" "하지만 마법사의 관점에서 그들을 연구하는 건 아주 재미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너 일년 내내 잠자거나 먹을 계획은 있는거니, 헤르미온느?" 해리가 이렇게 묻자, 론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겐 아직 10갈레온이 있어." 그녀가 지갑을 살피며 말했다. "9월달에 내 생일이 있는데, 엄마와 아빠가 나더러 직접 내 생일 선물을 사라고 돈을 조금 주셨거든." "좋은 책은 어떨까?" 론이 순진하게 말했다 . "아니, 그러고 싶지는 않아." 헤르미온느가 태연히 말했다. "난 부엉이가 정말로 갖 고싶어. 내 말은, 해리는 헤드위그가 있고 넌 에롤이 있잖아-" "난 없어." 론이 말했다. "에롤은 우리 가족 부엉이야. 내겐 스캐버스밖에 없어." 그가 주머니에서 애완용 쥐를 꺼냈다. "그런데 이 녀석을 한번 진찰시켜 봐야 할것 같 아." 그가 스캐버스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덧붙엿다. "내 생각에 이집트 기후가 녀 석에게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스캐버스는 예전보다 더 말라 보였고, 큣수염도 확실히 축 늘어져 있었다. "저쪽에 신비한 동물 가게가 있어." 이제는 다리애건 앨리에 대해 훤히 알고 았는 해리가 말했다. "거기 가서 물어보면 스캐버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거 야.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부엉이를 살 수 있을거구." 그래서 그들은 아이스크림 값을 치르고 신비한 동물을 취급하는 가게로 갔다. 안에는 빈 공간이 별로 없었다. 벽에는 새장들이 죽 진열되어 있었는데 고약한 냄새 가 났으며 새장 속에 있는 새들이 모두 찍찍, 거억거억, 깨액깨액, 쉬쉬하며 갖은 소 리를 내고 있어 몹시 시끄러웠다. 카운터에 있는 마녀가 어떤 마법사에게 앞뒤가 구분 이 안가게 생긴 도롱뇽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었으므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새장들을 살피며 말없이 기다렸다. 커다란 보랏빛 두꺼비 한쌍이 죽은 검정 파리들 위에 앉아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창가에서는 보석 장식이 아로새겨진 등딱지를 가진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오렌지빛 달팽이들은 유리 수조 옆으로 천천히 도 망치고 있엇고, 살이 통통하게 찐 하얀 토끼는 계속해서 실크 중산 모자로 변했다가 펑 하며 커다란 소리를 내고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그 리고 온갖 색깔의 고양이와, 갈가마귀들이 들어있는 시끄러운 새장과, 요란하게 윙윙 거리고 있는 커스터드 빛깔의 이상한 모피덩어리들이 담겨진 바구니도 있었다. 또 카 운터에는 털이 하나도 없는 길다란 꼬리를 이용해 줄넘기 같은 걸 하고 았는 날씬한 까만 쥐들이 들어있는 커다란 우리도 있었다. 드디어 앞뒤가 없는 도롱뇽에 대해 묻던 마법사가 떠나자, 론이 카운터로 다가갔다. "이건 제 쥐인데요." 그가 마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이집트에 데려갔 다가 온 이후 모습이 좀 좋지 않아요." "녀석을 카운터 위에 올려놔 보거라." 마녀가 주머니에서 두꺼운 까만 안경을 꺼내며 말했다. 론이 안주머니에서 스캐버스를 꺼내 다른 쥐들이 들어있는 우리 옆에 놓자, 그 쥐들 이 줄넘기하던 걸 멈추고 더 잘 보려고 창살로 몰려들었다. 론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애완용 쥐 스캐버스도 다른 사람들로부 터 물려받은 것이었으므로(그것은 한때 론의 형 퍼시의 쥐였다) 약간 초라했다. 우리 안에 있는 번질번질한 쥐들 옆에 있으니, 스캐버스가 한충 더 수심에 가득차 있는것처 럼 보였다. "흠." 마녀가 스캐버스를 집어들며 말했다. "이 쥐는 몇 살이지?" "몰라요." 론이 말했다. "아주 늙엇어요. 제 형거였거든요." "이 녀석은 어떤 능력이 있지?" 마녀가 스캐버스를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어-" 사실 스캐버스는 흥미로운 능력을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마녀의 눈이 스 캐버스의 해진 왼쪽 귀에서 발가락이 하나 없는 앞발로 움직이더니 큰소리로 혀를 끌 끌 찼다. "이 녀석은 고된 생활을 해왔구나." 그녀가 말했다. "퍼시 형이 제게 주었을 때도 그랬어요." 론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 화를 내며 말했다. "보통 쥐나 이런 정원 쥐는 3년 이상 살지 못한단다." 마녀가 말했다. "자, 네가 좀 더 오래가는 것을 찾고 있다면, 이런 것들이 좋을지 모르겠구나-" 그녀가 까만 쥐들을 가리키자, 그 쥐들이 얼른 다시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론이 투덜거렸다. "잘난 척하긴." "글쎄다, 만약 바꾸고 싶지 않다면, 이 쥐에게 강정제를 좀 먹여보려무나." 마녀가 카운터 맡으로 손을 뻗어 작은 빨간색병을 내보이며 말했다. "좋아요." 론이 말했다. "얼마죠- 아야!" 맨 꼭대기에 있는 우리 위에서 오렌지 빛깔의 커다란 무언가가 날아올랐다가 순식간 에 그의 머리에 내려앉더니, 미친듯이 으르렁거리며 스캐버스에게 달려들었다. 론은 얼른 몸을 굽혔다. "안돼, 크룩생크, 안돼!" 마녀가 외쳤다. 하지만 겁에 질린 스캐버스는 비누처럼 매 끄럽게 쏙 빠져나가 마룻바닥에 뛰어내린 뒤, 문 밖으로 달아났다. "스캐버스!" 론이 쥐를 쫒아 가게에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해리도 따라나갔다. 그들은 10분쯤 뒤어야 겨우 고급 퀴디치 용품점 바깥에 있는 휴지통 밑에 피신해 있 는 스캐버스를 잡았다. 론은 후들후들 떨고 있는 쥐를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똑 바로 서서 머리를 문질렀다. "그게 뭐였니?" "아주 큰 고양이 아니면 아주 작은 호랑이였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어디에 있니?" "부엉이를 사고 있겠지-" 그들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헤치고 다시 신비한 동물 가게로 갔다. 그들이 도착하자, 막 헤르미온느가 가게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부엉이리는 들고 있지 않았 다. 그녀는 양 팔로 커다란 적갈색 고양이를 껴안고 있었다. "그 괴물을 산 거야? 론이 기가 막힌 듯 입을 헤 벌리고 물었다. "멋지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는 좋아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견해의 차이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그 고양이의 적갈색 털은 숱이 많고 보풀 보풀하긴 했지만, 영락없는 안짱다리이기라도 한 것처럼 이상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스캐버스가 보이지 않자, 그 고양이는 헤르미온느의 양팔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그건 하마터면 내 머리가죽을 벗겨버릴 뻔 했어!" 론이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그렇지,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스캐버스는 어떻게 하구?" 론이 불룩한 가슴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녀 석은 휴식과 안정이 필요해! 그런데 저게 돌아다니고 있으면 스캐버스가 어떻게 마음 을 놓을 수 있겠니?"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네가 쥐의 강정제를 까먹고 안 가져 갔더라구." 헤르미온느 가 론의 손에 작은 빨간색 병을 털썩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걱정은 그만둬. 크룩생크는 내 기숙사 방에서 잠자고 스캐버스는 네 기숙사 방에서 잠잘 텐데, 뭐가 문제니? 가엾은 크룩생크. 가게에 있던 마녀가 그러는데 이 녀석은 그 우리에 한참동 안 있었데.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왜 아니겠어." 리키콜드런으로 출발하며 론이 빈정거렸다. 그들이 안에 들어서자 아서 위즈리 씨가 술집에 앉아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었다. "해리!" 그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니?" "네"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쇼핑한 것들을 들고 위즐리 씨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위즐리 씨가 신문을 내려놓자, 이제는 아주 친근해진 시리우스 블랙이 사진 속에서 해리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위즈리 씨가 아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부 사람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찾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운이 따라주지 않는구나." "그를 잡으면 보상금을 받나요?" 론이 물었다. "현상금을 더 많이 걸면 좋을 텐데-" "터무니없는 소리 마라, 론." 위즐리 씨가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가 매우 긴장하 고 있는 것처럼 모였다. "블랙은 열 세 살짜리 마법사에게 잡힐 사람이 아니란다. 내 말 귀담아 듣거라. 그를 다시 잡아들일 사람은 아즈카반의 간수들밖에 없단다." 바로 그때 위즐리 부인이 쇼핑 가방들을 들고 술집으로 들오왔다. 뒤이어 이제 호그 와트의 5학년상이 되는 쌍둥이 형제 프레드와 조지, 전교 회장으로 새로 선출된 퍼시, 그리고 위즐리 집안의 막내둥이이자 고명딸인 지니가 따라 들어왔다. 해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졸졸 쫒아다니던 지니는 그를 보자 예전보다 훨씬 더 당 황해하는 것 같았다. 그건 어쩌면 작년에 그가 호그와트에서 그녀의 생명을 구해주었 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 안녕"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퍼시는 해리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진 지하게 손을 쑥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해리, 만나서 정말 반갑다." "안녕, 퍼시." 해리가 웃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잘 지내지?" 퍼시가 악수를 하면서 점잔을 빼며 말했다. 해리는 꼭 시장과 인사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 잘 지내, 덕분에-" "해리!" 프레드 퍼시를 팔꿈치로 밀어제끼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여보 게, 이렇게 만나다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네-" "믿어지지 않아." 조지가 프레드를 밀치고 해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반가 워." 퍼시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만하면 됐다, 이제." 위즐리 부인이 쌍둥이 형제에게 주의를 주었다. "엄마!" 프레드가 마치 이제야 엄마를 발견한 듯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만나 서 정말 반가워요-" "그만하면 됐다고 했잖니." 위즐리 부인이 쇼핑한 물건들을 빈 의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있었니, 해리. 우리 소식은 들었겠지, 굉장하지 않니?" 그녀가 퍼시의 가 슴에 달린 새로운 은빛 배지를 가리켰다. "한 가족에서 두 명의 전교 회장이 나오다니 !" 그녀가 자랑스러움으로 감정이 북받쳐서 말했다. "또 시작이셔." 프레드가 들릴락 말락하게 투덜거렸다. "그러니 너희들은 반장이 못 됐지." 위즐리 부인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반장 같은 건 되어서 뭐해요?" 이번엔 조지가 매우 비위가 상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인생에서 재미란 재미는 다 없어져 버릴텐데 밀예요." 지니가 낄낄거렸다. "네 여동생에게 좋은 본보기가 좀 되어 봐라!" 위즐리 부인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 애들 말고도 지니가 본받을 오빠들은 또 있잖아요, 엄마." 퍼시가 거만하게 말 했다. "전 이만 올라가서 저녁 만찬 때 입을 옷으로 갈아입어야겠어요..." 그가 가버리자 조지가 괴로운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가 퍼시 형을 피라미드에 가두려고 했었는데," 그가 해리에게 말했다. "엄마에 게 들키고 말았지 뭐야." 그날 밤 만찬은 매우 즐거웠다. 일곱 명의 위즐리 가족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술집 주인 톰이 붙여준 세 개의 탁자에 앉아 차례로 나오는 5가지의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 "아빠, 우린 내일 어떻게 킹스 크로스에 갈 거죠?" 프레드가 화려하게 장식된 초콜 릿 푸딩을 먹기 시작하며 물었다. "마법부가 자동차 두 대를 내주기로 했단다." 위즐리 씨가 말했다. 모두들 고개를 들고 의아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 퍼시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 "형 때문이지, 퍼지." 조지가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차 보닛에는 HB라고 쓰여진 작은 깃발들을 달거야-" "-그건 굉장히 자만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프레드가 말했다. 퍼시와 위즐리 부인을 제외하고 모두가 푸딩을 한입씩 담고 킥킥거렸다. "마법부가 왜 자동차들을 내주는 거죠, 아빠?" 퍼시가 위엄있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 다. "우리에게 차가 없으니까 그런 거란다." 위즐리 씨가 말했다. "- 그리고 아빠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내게 호의를 베푸는 거지-" 위즐리 씨의 목소리는 태연했지만, 해리는 그의 귀가 꼭 론이 궁지에 몰려있을 때 그러는 것처럼 새빨개졌다는 걸 알아챘다. "다행이잖니." 위즐리 부인이 활발하게 말했다. "너희들 모두가 가져가야 할 짐이 대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니? 너희들이 머글 지하철을 타고 간다면 볼 만했을 게 다... 그런데 짐들은 다 싸놓았겠지?" "론은 아직 새로 산 물건들을 가방에 넣지 않았어요." 퍼시가 기다렸다는 듯 얼른 일 러바쳤다. "녀석이 제 침대에다 다 쏟아놓았어요." "그럼 넌 그만 가서 짐을 싸는게 좋겠구나, 론. 아침에는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위즐리 부인이 꾸짖자, 론이 퍼시를 노려보았다. 저녁을 다 먹고 나자 모두들 배도 부르고 졸음도 오기 시작했으므로 그 다음날 할 일들을 점검하기 위해 한 명씩 이층에 있는 각자의 방으로 올라갔다. 론과 퍼시는 해 리 옆방에 묵고 있었다. 그런데 해리가 가방을 닫고 잠갔을 때 옆방에서 성난 목소리 들이 들려왔다. 그는 무슨 일인가 싶어 슬며시 가 보았다. 12호의 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는데 퍼시가 론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건 여기 침대 옆 탁자 위에 있었어. 내가 닦으려고 빼놓았단 말야-" "난 손대지 않았어, 알았어?" 론이 큰소리로 맞받아쳤다. "무슨 일이니?" 해리가 물었다. "내 전교 회장 배지가 없어졌어." 퍼시가 해리에게 홱 돌아서며 말했다. "스캐버스의 쥐 강장제도 없어졌어." 론이 가방 속에 있는 물건들을 내던지며 말했 다. "술집에다 두고 왔나봐-" "내 배지를 찾아낼 때까진 넌 아무 데도 가지 못할 줄 알아!" 퍼시가 소리쳤다. "스캐버스 약은 내가 갖다줄게. 난 짐을 다 쌌거든." 해리는 론에게 이렇게 말하곤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술집으로 내려가는 복도는 이제 아주 어두워져 있었다. 해 리가 반쯤 갔을 때, 응접실에서 다른 두 사람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그 는 그들이 위즐리 씨와 위즐리 부인이라는 걸 알았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가게문으로 바싹 가까이 다가 갔다. "...그 애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아요." 위즈리씨가 흥분해서 말하고 있었다. "해리는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요. 퍼지 장관에게 말해보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어요. 하지만 그 애는 열 세 살이고-" "아서, 진실을 알면 해리는 공포에 떨 거예요!" 위즐리 부인이 말도 안된다는 듯 날카롭게 말했다. "그런 일이 다가오는데 해리를 기어코 학교로 다시 보내야겠어요? 제발, 그애는 차라리 모르는 게 행복할 거예요!" "난 그 애를 비참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게 아니오. 난 단지 그 애에게 조심시키고 싶은 것뿐이라오!" 위즐리 씨가 반박했다. "당신도 해리와 론이 어떤 애들인지 알지 않소. 그 애들은 혼자서도 마구 돌아다니잖소- 금지된 숲에도 두 번씩이나 들어갔구 말이오! 하지만 해리는 금년엔 그렇게 해서는 안돼요! 그 애가 집에서 가출한 날 밤에 그 애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더라면 어떡할 뻔했소! 만약 구조 버스가 그 애를 태 우지 않았더라면, 그 애는 마법부가 찾아내기 전에 틀림없이 죽었을 거요." "하지만 그 앤 죽지도 않았고 무사하잖아요. 그러니 말한들 무슨 소용이-" "몰리, 사람들은 시리우스 블랙이 미쳤다고들 해요.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지 만 탈옥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는 아즈카반에서 빠져 나온 걸 보면 머리가 상당히 비 상한 놈이 분명해요. 3주가 지났는데 아무도 그의 흔적도 보지 못했잖소. 난 퍼지 장 관이 '예언자 일보'에 계속해서 뭐라고 말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블랙을 잡는 건 스스 로 주문을 외우는 요술지팡이를 발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오.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블랙이 무엇을 찾고 있는가 하는 것뿐이오-" "하지만 호그와트에 있다면 해리는 안전할 거예요." "우린 아즈카반이 굉장히 안전하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블랙이 아즈카반에서 탈옥할 수 있었다면, 호그와트도 침입할 수도 있다는 말이오." "하지만 블랙이 확실히 해리를 찾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둔탁하게 쿵 치는 소리가 났다. 해리는 위즐리 씨가 주먹으로 탁자를 쾅 친게 분명 하다고 생각했다. "몰리, 얼마나 더 말해야 알아듣겠소? 그들이 보도기관에 알리지 않은 건 퍼지 장관 이 그걸 비밀로 하길 바랐기 때문이오. 하지만 블랙이 탈옥한 날 밤에 퍼지 장관이 아 즈카반에 갔을때, 간수들이 퍼지 장관에게 블랙이 한동안 잠을 자면서, '그는 호그와 트에 있어...그는 호그와트에 있어' 라며 매일 똑같은 잠꼬대를 했었다고 말했다는거 요. 블랙은 미쳤어요, 몰리. 그는 해리가 죽기를 바래요. 굳이 말한다면 그는 해리를 죽이면 그 사람이 다시 권력을 잡게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요. 블랙은 해리가 그 사람을 저지한 그날 밤 모든 걸 잃었기때문에, 아즈카반에서 홀로 12년을 보내는 동안 골똘히 그 생각만 했을 게 뻔하다는 거요..."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어 문에더 가까이 기대섰다. "글쎄요, 아서.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셔야겠죠. 하지만 당신은 알버스 덤 블도어를 잊고 있어요. 내가 볼 땐 덤블도어가 교장으로 있는 한 호그와트에선 어떤 것도 해리를 해치지 못해요. 그분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계시겠조?" "물론이오. 우린 그에게 학교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아즈카반의 간수들을 배 치시켜도 괜찮은지 의견을 물어보아야 했다오. 탐탁히 여기지는 않았지만, 결국 동의 했다오."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구요? 블랙을 잡으려고 오는건데, 왜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는 거죠?" "덤블도어는 아즈카반의 간수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위즐리씨가 느릿느릿 말했다. "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오. 신성한 학교에 그런 간수들이 서성인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니잖소... 하지만 블랙과 같은 마법사를 다룰 땐, 이런 불쾌한 사람들과도 협력해야 만 해요." "그들이 만약 해리를 구한다면-" "-그러면 내 다시는 그들에 대해 험담하지 않으리다." 위즐리 씨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늦었소, 몰리. 우리도 올라가는 게 좋겠소..." 해리는 의자들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가능한 한 조용히 술집으로 들어가 는 복도 쪽으로 가서 숨었다. 응접실몬이 열렸고, 잠시 뒤 위즐리 부부가 계단을 올라 가는 발짝 소리가 들렸다. 쥐의 강장제 병은 그들이 아까 앉았던 테이블 밑에 놓여 있었다. 해리는 위즐리 부 부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병을 들고 다시 이층으로 향했 다. 프레드와 조지가 층계참의 어두운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퍼시가 배지를 찾으려고 론 과 함께 쓰는 방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킥킥대고 웃고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거든." 프레드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그걸 좀더 좋게 만들려고 말 야." 배지에는 이제 '잘난 척하는 사람' 이라고 쓰여 있었다. 해리는 억지로 한번 웃고는 론에게 가서 쥐의 강장제를 건네준 뒤, 자기 방으로 돌 아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었다. 그러니까 시리우스 블랙이 찾고 있는 건 바로 해리였다. 이제야 모든게 명백해졌다. 퍼지 장관이 그에게 그토록 관대했던 건 그가 살아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안도했기 때 문이었다. 퍼지 장관은 해리에게 그를 감시하는 마법사들이 많은 다이애건 앨리에만 있으라고 약속하게 했었다. 그리고 내일 해리가 기차를 탈 때까지 위즐리 부부가 보살 필 수 있도록, 그들 모두를 역까지 데려다 줄 마법부의 차 두 대를 보내는 것이다. 해리는 옆방에서 나는 낮은 고함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었다. 이상하게 겁이 나지 않 았다. 시리우스 블랙은 단 한번의 저주로 열 세 사람을 죽인 사람이었다. 위즐리 부 부는 해리가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분명히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리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 고 말했던 위즐리 부인과 생각이 같았다. 사람들은 엊제나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사 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볼드모트의 오른팔인 블랙도 덤블도어 교수를 그렇게 두려워할까? 그런데 모두들 계속해서 이들 아즈카반의 간수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즈카반의 간수들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았으르로, 그들이 만약 학교 주변에 배치된다면 블랙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아니, 지금 이 순간 해리를 가장 괴롭히는 건 이제 호그스미드에 갈 가능성이 더 욱 희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블랙이 잡힐 때까지는 아무도 해리가 안전한 성을 떠나 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해리는 그 위험이 지나갈 때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다 감시받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할 거라고 생 각했던 걸까? 그는 볼드모트를 세번이나 피했었다. 그는 그렇게 무능하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문득 매그놀리아 광장의 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짐승 같은 물체의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최악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난 죽지 않아." 해리가 소리를 내서 말했다. "용기 한번 대단하군." 거울 속의 그가 졸리는 듯이 말했다. @ff 다음날 아침 톰은 평상시처럼 차 한잔을 들고 싱글거리며 들어와 해리를 깨웠다. 해 리가 옷을 입고 뿌루퉁한 헤드위그를 달래 다시 새장 속으로 들여보냈을 때 론이 스웨 터를 입다 말고 성난 표정으로 문을 쾅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빨리 기차 타고 떠나야지, 정말 더 이상 못 참겠어." 그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적어도 호그와트에서는 퍼시에게 들볶이지 않을 거 아냐. 이제는 또 내 가 피네로프 클리어워터의 사진에 차를 좀 흘렸다고 야단이야." 론이 우거지상을 했다 ." 퍼시 형 여자친구 말야. 그 앤 코에 온통 부스럼이 나서 액자 뒤로 얼굴을 감추고 있던데 말야...." "네게 할말이 있어." 그러나 해리가 막 말하려는 순간, 프레드와 조지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론이 퍼시를 다시 한번 화나게 한 것을 축하해 주려고 들른 것이었다. 그들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 위즐리 씨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예언자 일보'의 1면 기사를 읽고 있었고, 위즐리 부인은 헤르미온느와 지니에게 자신이 소녀 시절 만 들었던 사랑의 묘약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너,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었니?" 갑자기 생각난 듯 론이 자리에 앉으며 해리에게 물었다. "나중에." 퍼시가 잔뜩 화가 나서 들어오자 해리가 비밀히말했다. 그러나 출발할 떼 어찌나 혼란스러웠던지 해리는 론이나 헤르미온느에게 말할 기회 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가방들과 각자의 새장 위에 앉아있는 헤드위그와 퍼시 의 부엉이 헤르메스를 리키 콜드런의 좁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문 앞에 쌓아놓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방 더미 옆에 놓인 버들개지로 만든 작은 우리에서 시끄 럽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버들개지 사이로 정답게 소곤거렸다. "기차 타면 내보내줄게." "안돼."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가엾은 스캐버스는 어떡해?" 그가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곳이 불록한 걸로 봐서 스캐버스가 그의 주머니 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바깥에서 마법부 차를 기다리고 있던 위즐리 씨가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도착했다." 그가 말했다. "해리, 어서 타거라." 위즐리 씨가 해리를 짧은 보도를 지나 두 대의 초록색 구식 자동차 중 첫 번째 차쪽 으로 걸어가게 했다. 차를 몰고 온 마법사들은 에메랄드빛 우단 신사복을 입고 있었는 데 주위를 슬쩍슬쩍 엿보며 왠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에 타거라, 해리." 위즐리 씨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를 이쪽저쪽 흘끗 쳐다 보았다. 해리가 차 뒷자리로 들어가자마자,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론이 질색하는 퍼시가 올라탔다. 킹스 크로스로 가는 여행은 해리가 구조 버스를 탔을 때보다 굉장히 덜커덩거렸다. 마법부의 차들은 겉보기는 평범해 보였지만, 해리는 그것들이 버논 이모부의 새로운 회사 차였다면 확실히 지나갈 수 없었을 틈새로 미끄러지듯 술술 잘 빠져나가고 있다 는걸 알아챘다.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기 20분쯤 전에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 서자마자 마법부의 운전사들은 직접 손수레를 가져와 가방들을 실어주고는 위즐 리씨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신호를 기다리는 차 들의 긴 행렬 제일 앞으로 끼어 들어가 멀어져 갔다. 위즐리 씨는 역으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해리에게 바짝 붙어서 있었다. "자, 그럼."그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둘씩 짝지어서 들어가도록 하자. 난 해리와 먼저 가도록 하마." 위즐리 씨는 해리의 손수레를 밀고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 쪽으로 성큼성 큼 걸어가면서도 때마침 9번 승강장에 도착한 머글들의 기차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해리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개찰고에 기대 섰다. 해리도 똑같이 했다. 잠시 뒤, 그들은 단단한 금속을 뚫고 지나가 9와 3/4번 승강장 위로 나왔다. 고개를 들자 진홍색 증기기관차인 호그와트급행 열차가 아이들을 배웅하려고 나온 마녀와 마 법사들로 가득 찬 승강장 위로 연신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때 해리 뒤에 있는 벽을 뚫고 퍼시와 지니가 나타났다. 그들은 개찰구까지 뛰어서 왔던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 피네로프다!" 머리를 매만지는 퍼시의 얼굴이 금세 핑크빛으로 불들었다. 지 니와 해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퍼시가 빛나는 배지가 잘 보이도록 가슴을 쑥 내 밀고 구불구불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아이에게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둘 다 돌아서서 킥킥대며 웃었다. 나머지 위즐리 가족과 헤르미온느마저 다 도착하자, 해리와 론은 사람들이 꽉꽉 들 어찬 객실들을 지나 기차 맨 끝에 있는 텅 빈 것 같은 객차로 갔다. 그들은 그 위로 가방들을 싣고 헤드위그와 크룩생크를 그물 선반에 올려놓은 뒤 위즐리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 위즐리 부인이 모든 자녀들에 이어 헤르미온느와 해리에게도 입을 맞추었다. 그는 좀 당황했지만 그녀가 꼭 안아주기까지 하자 너무 기뻤다. "몸조심해라. 알았지, 해리?" 그녀가 똑바로 서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이상하게 반 짝거렸다. 그녀가 커다란 핸드백을 열며 말했다. "내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단다. 옜다, 론.... 아니, 이번엔 소금에 절인 쇠고기 샌드위치가 아니란다.... 프레드? 프레드 어 딨니? 옜다, 얘야...." "해리." 위즐리 씨가 그를 조용히 불렀다. "잠깐 이리로 오너라." 그가 고개로 기둥을 가리키자, 해리가 위즐리 부인 주위에 모여있는 다른 사람들에 게서 슬쩍 빠져 나와 그를 따라 기둥뒤로 갔다. "떠나기 전에 네게 꼭 할말이 있단다-" 위즐리 씨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 안하셔도 돼요, 아저씨." 해리가 말했다. "이미 알고 있어요." "안다구? 어떻게 말이니?" "저-어- 어젯밤에 아줌마와 하시는 얘기 다 들었어요. 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해리가 얼른 덧붙였다. "죄송해요-" "그런 식으로 알게 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하구나." 위즐리씨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 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솔직히, 저는 괜찮아요. 이렇게 된게 차라리 잘되었어요. 아저씬 퍼지 장관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셨고, 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잖아요." "해리, 많이 놀랐겠구나-" "아니에요." 해리가 진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에요." 위즐리씨가 믿지 않는 것 같아 보였으므로 그가 얼른 덧붙였다. "영웅이 되려는 게 아니라, 전 시리우스 블랙이 볼드 모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런가요?" 위즐리 씨는 그 이름을 듣고 움찔했지만 무시해버렸다. "해리, 난 네가 퍼지 장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 지만, 네가 겁을 먹지 않았다니 어쨌든 정말 다행이구나. 하지만-" "아서!" 위즐리 부인이 아이들을 기차에 태우면서 소리쳤다. "아서,뭐하세요? 기차가 출발하려고 해요!" "곧 가리다, 몰리!" 위즐리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해리에게 돌아서서 더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잘 듣거라. 네가 이것만은 약속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말 잘 듣고 성에 얌전히 있으라구요?"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위즐리 씨가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해리, 블랙을 찾아 나서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거라." 해리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시끄러운 휘파람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차장들이 기차를 따라 걸어가며 문들을 쾅쾅 닫고 있었다. "약속해라, 해리." 위즐리 씨가 여전히 다급히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이다-" "절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제가 무엇 때문에 찾아 나서겠어요?"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무슨 소릴 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아서, 빨리요!" 위즐리 부인이 소리쳤다. 기차에서 나온 증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기차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해리가 객실 문으로 달려가자 론이 문을 휙 열어제끼고 그가 올라타도록 뒤로 물러섰 다. 그들은 상체를 굽혀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기차가 모퉁이를 돌아 위즐리 부부가 보 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에게만 할말이 있어." 기차가 속도를 내자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비밀 히 말했다. "저리 가, 지니." 론이 야멸차게 말했다. "잘났어, 정말."지니가 골이 나서 이렇게 말하고는 저쪽으로 걸어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복도로 나가 빈 객실을 찾아보았지만 기차 맨 끝에 있는 딱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만원이었다. 그 객실엔 창가에 앉아 쿨쿨 자고 있는 남자 한 명밖에 없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 온느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문턱에서 우뚝 섰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대개 학생 들만 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지껏 수레를 밀고 다니며 음식을 파는 마녀 말고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낯선 사람은 여기저기 기운 매우 허름한 마법사 망토를입고 있었다. 아주 젊었지 만 연갈색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다. "누군 거 같니?" 론이 창가에서 가장 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문을 닫으며 물었다. "R.J. 루핀 교수야." 론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알아?" "그의 가방에 써 있잖아." 그녀가 그 남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선반을 가리키며 대 답했다. 그곳엔 끈으로 여러 겹 교묘하게 꽁꽁 묶은 낡고 자그마한 여행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한쪽 귀퉁이에 다 벗겨진 글자로 R.J.루핀 교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무슨 과목을 가르칠까?" 론이 루핀 교수의 창백한 옆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야 뻔하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빈자리는 딱 하나밖에 없잖아, 안 그래? 어둠의 마법 방어법."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이 두 명이나 있었지만, 둘다 한 해를 겨우 채웠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일자리를 맡으면 불운이 찾아온다 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 사람은 잘해낼 수 있을까?" 론이 못 미더운 듯 말했다. "웬만한 마녀 하나도 당 해내지 못할 것처럼 생겼잖아, 안 그러니? 그건 그렇구..." 그가 해리에게 고개를 돌 렸다. "네가 우리에게 하려는 말은 뭐니?" 해리는 위즐리 부부의 언쟁과 위즐리 씨가 그에게 막 주의를 주었던 일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론은 굉장히 놀란 것 같았고 헤르미온느는 양손을 입에다 갖다댔다. 그녀가 마침내 손을 내리고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이 널 잡으려고 탈옥했 단말야? 오, 해리...너 정말정말 조심해야겠다. 블랙을 잡는답시고 공연히 재난을 자 초하지 말구 말야. 해리-" "뭐라구? 내가 바보니? 재난을 자초하게?" 해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재난이 날 찾아다닌다면 모를까." 그들은 해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소식을 더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론과 헤르 미온느 모두 그보다 블랙을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즈카반에서 어떻게 탈옥했는지 아무도 몰라." 론이 불안한 듯 말했다. "과 거엔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었대. 더군다나 그는 경비가 가장 철저히 적용된 죄수였잖아." "하지만 마법부가 반드시 그를 잡을 거야,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 다. "내 말은, 마법부가 모든 머글들에게도 그를 경계하도록 주의시켰으니까 말야...." "저 소리는 뭐지?" 론이 갑자기 말했다. 어디선가 어렴풋하게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객실을 빙 둘러보았다. "네 가방에서 나는 소리야, 해리." 론이 일어서서 선반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는 해리의 짐 속에서 포켓 스니코스코프를 꺼냈다. 그것은 론의 손바닥에서 아주 빠르게 뱅글뱅글 돌며 찬연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거 스니코스코프니?" 헤르미온느가 흥미로운 듯 더 잘보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하지만 이건 아주 싸구려야." 론이 말했다."내가 이걸 해리에게 보내려고 에롤의 다리에 묶고 있을 때도 정신없이 돌아갔었어." "그때 너 못된 짓 하고 있었던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영리하게 물었다. "아니! 글쎄... 난 에롤에게 그런 일을 시키면 안되긴 했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장거리 여행은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에롤 말고는 내가 해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 말야." "그걸 가방 속에 다시 넣어버려." 스니코스코프가 휙 하고 귀를 찢을 듯한 소리를 내자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분이 깰 거야." 그가 고개로 루핀 교수 쪽을 가리켰다. 론이 스니코스코프를 버논 이모부의 소름 끼 치는 낡은 양말 속으로 쑤셔 넣어 일단 소리를 좀 죽인 뒤 가방을 닫았다. "호그스미드에 가면 그걸 점검해볼 수 있을 텐데." 론이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신비한 악기 같은 걸 파는 더비시와 뱅스라는 가게에서도 그런 거 팔거든. 프레드와 조지 형이 말해줬어." "너 호그스미드에 대해서 알기나 아니?" 헤르미온느가 핀잔주듯 날카롭게 물었다." 난 책에서 읽었는데 영국에서 머글이 단 한 명도 없는 마을은 그곳 밖에 없대-" "그래, 그럴 거야." 론이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어하 는건 그것 때문이 아냐. 난 그저 허니듀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과자가게야." 론이 환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 가게엔 없는거 없이 모두 다 있어....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고추 꼬마도깨비도 있고, 딸기 무스(거 품이 인 크림에 젤라틴, 설탕, 향료 등을 섞은 냉동 디저트:옮긴이)와 응고된 크림이 들어있는 커다란 초코볼도 있고, 수업 시간에 빨아먹고 있어도 그저 다음엔 뭘 쓸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말로 맛좋은 깃펜 사탕도 있어-" "더구나 호그스미드는 대단히 흥미로운 곳이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열심 히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역사적 마법 사적지라는 책에서는 그곳이 1612년의 도 깨비 반란 본부였으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은 영국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나오는 흉가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빨아먹고 있는 동안 땅 위로 몇 센티미터쯤 둥둥 떠오르게 하는 커다란 샤 베트볼도 있어." 론이 헤르미온느의 말에는 단 한마디도 귀기울이지 않다가 불쑥 말했 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얼굴을 살폈다. "학교에서 벗어나 호그스미드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겠지."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잘 보고 와서 내게 말이나 해줘." "무슨 뜻이니?" 론이 말했다. "난 갈 수 없어. 이모와 이모부가 허가서에 사인을 해주지 않았어. 그리고 퍼지 장 관도 사인해주려고 하지 않았고 말야." 론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네가 못 가다니? 하지만- 절대 안 되지- 맥고나걸 교수나 누군가가 허락해 줄 거야 -" 해리는 공연하게 웃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교수인 맥고나걸 교수는 매우 엄 격했다. "- 아니면 프레드와 조지에게 부탁할 수도 있어. 그 형들은 성에서 나가는 비밀 통 로들을 다 알고 있잖아-" "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내 생각엔 블 랙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해리는 학교에서 몰래 빠져 나가면 안될 것 같아-" "그래, 내가 허락해달라고 하면 맥고나걸 교수도 바로 그렇게 말할거야." 해리가 씁 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리랑 같이 있으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힘차게 말했다. "블랙이 감히-" "오,론, 헛소리 좀 그만 해."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말을 가로 막았다. "블랙은 혼잡 한 거리 한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사람이야. 하물며 우리 같은 꼬마들이 있다고 그가 해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 같니?" 그녀는 말하면서 크룩생크의 바구니 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거 내보내지 마!" 론이 다급히 말했지만 이미 늦고 말앗다. 크룩생크가 바구니에 서 가볍게 뛰어나와 몸을 쭉 펴고 하품을 하고는 론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 순간 주머니에 있는 불룩한 것이 후들후들 떨자 그는 화가 나서 크룩생크를 난폭하게 밀어냈다. "저리 가!" "론, 그러지 마!" 헤르미온느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론이 대답하려는 찰나 루핀 교수가 움직였다. 그들은 그가 깰까봐 걱정하며 지켜보 았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는 입을 약간 벌린 채 계속 잠을 잤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렸고, 창 밖의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 졌다. 머리 위로 잔뜩 구름들이 몰려오면서 주위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학생들은 그 들이 앉아 있는 객실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크룩생크는 이제 빈자리에 앉 아 짓눌린 얼굴을 론 쪽으로 돌리고, 노란 눈으로 론의 셔츠 주머니를 똑바로 쳐다보 고 있었다. 오후 1시에 음식을 파는 똥똥한 마녀가 수레를 밀고 그들의 객실 문 앞에 나타났다. "저분을 깨워야 할까?" 론이 고개로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물었다. "뭘 좀 먹어야 할 것처럼 생겼잖아."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에게로 다가갔다. "저- 교수님?" 그녀가 나직이 불렀다. "죄송한데요- 교수님?" 그러나 그는 여전히 꼼짝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걱정마라, 얘야." 그 마녀가 해리에게 커다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건네며 말했다. "그분이 깨어났을 때 시장하다고 하면, 난 기관사와 함께 저 앞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와서 말하렴." "잠자는 거 맞아?" 마녀가 객실 문을 스르르 닫자 론이 조용히 물었다. "내 말은 - 그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아냐,아냐, 숨쉬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가 넘겨 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받으며 속삭였다. 동석하기에 썩 좋은 상대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객실에 루핀 교수가 있다 는 사실은 나름대로 유용하기도 했다. 어느덧 오후가 반쯤 지나가고 비가 내리기 시작 하면서 창 밖의 완만한 야산들이 시야에 흐릿하게 보였을 때, 복도에서 다시 발짝소 리가 들리더니, 그들 세 사람 모두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녀석들이 문 앞에 나타났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단짝 친구들인 빈센트 크레이브와 그레고리 고일을 양쪽에 하나씩 끼고 들이닥쳤다. 드레이코 말포이와 해리는 호그와트로 가는 첫 기찻간에서 만난 이후 죽 사이가 좋 지 않았다. 말포이는 핏기가 하나도 없는 뾰족한 얼굴에 늘 냉소적인 아이로 슬리데린 기숙사에 있었다. 그는 슬리데린의 퀴디치 팀에서 해리가 그리핀도르 팀에서 맡고 있 는 것과 똑같은 위치인 수색꾼을 맡고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말포이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로 둘 다 체격이 크고 근육질이었다. 크레이브는 키가 더 컸으며 아주 굵은 목에 푸딩 그릇처럼 생긴 헤어스타일을 반 반면, 고일은 짧고 곤두선 머리 카락에 고릴라처럼 긴 팔을 갖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말포이가 객실 문을 잡아당겨 열며, 언제나처럼 느릿느릿한 말투로 아는 체를 했다. "포터와 위즐리로군." 크리이브와 고일이 괴물 트롤처럼 킥킥거렸다. "네 아버지가 마침내 이번 여름에 금을 조금 받았다면서, 위즐리?" 말포이가 빈정거 렸다. "네 엄마는 혹시 충격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니?" 론이 어찌나 빨리 일어났던지 그만 크룩생크의 바구니를 쳐서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말았다. 루핀 교수가 콧김을 내뿜었다. "누구니?" 말포이가 루핀 교수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물었 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셔." 해리가 론을 거들 필요가 있을 경우를 생각해 역시 일어서 며 말했다. "그런데 좀전에 너 뭐라고 말했니,말포이?" 말포이의 흐리멍덩한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그는 선생님을 바로 코앞에 두고 싸 움을 걸 정도로 우둔한 아이는 아니었다. "가자," 그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린 뒤 그들과 함께 가버렸다. 해리와 론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론이 손마디를 문질렀다. "금년에도 허튼 소리를 자꾸 했다간 말포이 녀석을 가만 두지 않겠어." 그가 성난 얼굴로 말했다. "정말이야. 녀석이 한번만 더 우리 가족을 비꼬는 말을 했다간 그냥 녀석의 머리를 잡아서-" 론이 격렬한 몸짓을 해 보였다. "론."헤르미온느가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조심해...." 하지만 루핀 교수는 여전히 곯아떨어져 있었다. 기차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창 밖은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바깥이 점점 어두컴컴해지자 기차 복도와 천장에 전등이 들어왔다. 기차가 흔들거리고 빗줄기가 창문을 세게 때리고 바람 소리도 요란했지만, 루핀 교수는 깊은 잠에서 깨어 나지 않았다. "거의 다 왔나봐." 론이 루핀 교수 쪽으로 상체를 굽혀 이제는 완전히 새까매진 창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좋았어." 론이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 옆으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며 말 했다. "배고파 죽겠어. 연회에 빨리 가고 싶어...."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왜 멈추는 거지?" 기차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기적소리가 사라지자, 창문을 때리는 바람과 빗소 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해리가 일어서서 복도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객실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었다. 별안간 기차기 덜커덩 하더니 멈춰 섰다. 멀리서 들리는 쿵,쾅 하는 소리로 보아 선 반에서 짐들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전등들이 일제히 다 나가버렸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암흑 속에 빠져버렸다. "무슨 일이지?" 해리 뒤에서 론의 목소리가 외쳤다. "아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론, 그건 내 발이야!" 해리는 손으로 더듬어 간신히 그의 자리로 다시 가서 앉았다. "엔진이 고장난 게 아닐까?" "몰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났다. 해리는 거무스름한 론의 윤곽이 창문을 조금 닦아내고 밖 을 내다보는 걸 보았다. "밖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론이 말했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있는 것 같 아...." 갑자기 객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해리의 다리로 픽 쓰러졌다. "미안해- 너희들 무슨 일인지 아니?- 아야- 미안해-" "안녕,네빌." 해리가 어둠 속에서 더듬어 네빌의 망토를 잡고 끌어올리며 말했다. "해리? 너니?무슨 일이니?" "몰라- 앉아-" 시끄러운 쉿 소리와 아파서 깽깽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네빌이 크룩생크 위에 앉으려 고 했던 것이다. "내가 가서 기관사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올게." 해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해리 옆으로 지나가는가 싶더니, 문이 다시 스르르 열리는 소리가 난 뒤 쿵 하는 소리와 아파서 찡얼대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거기 누구니?" "거기 누구니?" "지니?" "헤르미온느?" "너 뭐하고 있니?" "론을 찾고 있어-" "들어와서 앉아-" "여기 말고!" 해리가 다금하게 말했다. "난 해리란 말야." "아야!" 네빌이 말했다. "조용히 해라!" 갑자기 어떤 쉰 목소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가 마침내 깨어난 것 같았다. 그가 있는 곳에서 움직임 소리가 들렸다. 아 무도 말이 없었다. 딸깍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나더니 기찻간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루핀 교수가 한줌 의 불꽃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불빛에 비친 얼굴은 잿빛이고 피곤해 보였지 만, 두 눈만은 주위를 경계하는 듯 번득이고 있었다. "모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그가 역시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불을 앞으로 내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루핀 교수가 미처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천천히 스르르 열렸다. 천장까지 우뚝 솟은 망토를 입은 형상 하나가 루핀 교수의 손에 들린 흔들리는 불꽃 의 불빛을 받으며 문간에 서 있었다. 그것의 얼굴은 두건 밑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해리의 눈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망토에서 손 하 나가 쑥 삐어져 나와 있었는데 희끄무레하게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꼭 물 속에서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불쾌한 모양에 딱지투성이였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시 동안만 보였을 뿐이었다.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형상이 해 리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손을 갑자기 까만 망토 속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두건을 뒤집어쓴 것이 마치 그 주위에서 공기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빨아 들이기라도 하려는 듯, 가르랑거리며 길고 청천히 숨을 쉬었다. 그들 위로 강렬한 냉기가 휙 스쳐 지나갔다. 해리는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냉기가 살갗 속으로 스며들었다. 가슴 속으로, 심장 속으로.... 해리는 눈동자가 거꾸로 돌아갔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냉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도 있는 것 같았다. 점점 더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귓 속에서는 폭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곤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질린 끔찍한 비명소리였다. 누군지는 몰 라도 돕고 싶었다. 그러나 팔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주위에, 그의 몸 속에, 자욱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리! 해리! 괜찮니?"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뭐- 뭐야?" 해리는 눈을 떴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다시 움직이고 있는지 바닥이 흔들거렸 고 전등불은 다시 들어와 있었다. 그의 몸이 의자에서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 렸던 것 같았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옆에서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고, 그들 뒤로 네빌 과 루핀 교수가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해리는 속이 울렁거렸다. 안경을 다시 잘 쓰려고 손을 올렸을 때, 얼굴에서 식은땀이 만져졌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를 다시 자리로 끌어올렸다. "괜찮니?" 론이 초조하게 물었다. "응." 해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얼른 문 쪽을 바라보았다. 두건을 쓴 생물은 사라지 고 없었다. "무슨 일이었니? 그건 어디로- 그것 말야? 비명을 지른 건 누구였어?" "아무도 비명 지르지 않았어." 론이 더 초조하게 말했다. 해리는 밝은 객실을 휘 둘러보았다. 지니와 네빌 둘 다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 고 있었다. "하지만 난 비명 소리를 들었어-" 별안간 크게 툭 하는 소리가 들려와 그들 모두는 깜짝 놀랐다. 루핀 교수가 커다란 초콜릿 판을 조각조각으로 깨뜨리고 있었다. "옛다." 그가 특히 큰 조각 하나를 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거라. 그러면 좀 괜 찮아질 게다." 해리는 초콜릿을 받기는 했지만 먹지는 않았다. "그게 뭐였죠?" 그가 루핀 교수에게 물었다. "디멘터란다." 루핀이 이제 다른 아이들에게도 초콜릿을 나눠주며 말했다. "아즈카반 에 있은 간수들 가운데 하나지." 모두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는 초콜릿을 쌌던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 속 에 넣었다. "먹거라." 그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러면 좀 괜찮아질 개다. 난 기관사에게 가서 말을 좀 해야겠다...." 그러더니 그는 해리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복도로 사라졌다. "정말 괜찮니, 해리?"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물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무슨 일이었지?" 해리가 얼굴에서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글쎄- 그것이- 디멘터가- 저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어. 내 말은, 그러니까- 그 런것 같았다는 거야. 그것의 얼굴은 보지 못했어- 그리고 넌- 넌 -" "네가 발작이나 뭐 그런걸 일으켰던 것 같아." 론이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네가 뻣뻣하게 굳어지더니 자리에서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어-" "그러자 루핀 교수가 그 디멘터 쪽으로 걸어가서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헤르미 온느가 말했다. "'우리는 망토 속에 시리우스 블랙을 숨기고 있지 않으니 가시오'라고 말했어. 하지만 디멘터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루핀 교수가 뭐라고 중얼거렸더. 그 리고 그의 지팡이에서 은빛 나는 것이 나와 그것을 쏘니까 그제서야 홱 돌아서서 사라 져버렸어...." "정말 무시무시했어." 네빌이 평상시보다 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들어왔 을 때 몸이 오싹해지는 거 느겼니?" "난 섬뜩한 기분이 들었어." 론이 불편하게 어깨를 움직이며 말했다. "다시는 기분 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어...." 해리만큼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얼굴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지니가 훌쩍 훌쩍 울자 헤르미온느가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니?" 해리가 어색하게 물었다. "응."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해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 "지니가 몹시 떨 기는 했지만...." 해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가 회복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고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그는 또 창피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 은 멀쩡한데 왜 자신만 그렇게 기절을 했던 걸까? 루핀 교수가 돌아왔다. 그는 객실로 들어서다가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미소 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초콜릿에 독약이라도 넣었을까봐 겁나니...." 해리가 한입을 베어먹자 놀랍게도 갑자기 손끝 발끝까지 온기가 좍 퍼졌다. "이제 10분 후면 호그와트에 도착할 게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괜찮니,해리?" 해리는 루핀 교수가 그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묻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그들은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그다지 많이 말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그스미드 역에서 기차가 멈춰 서자, 서로 먼저 나가려고 난장판이 되었다. 부엉이들은 부엉부엉 울어대고, 고양이들은 야옹야옹거렸으며, 네빌의 애완용 두꺼비는 그의 모자 밑에서 시끄럽게 꽉꽉거렸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어서인지 자그마한 승 강장은 몹시 추웠다. "1학년생들은 이쪽으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외쳤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 느가 뒤돌아보니 승강장 저쪽 끝에 커다란 해그리드의 윤곽이 보였다. 그는 잔뜩 겁먹 고 있는 것같은 신입생들을 호수를 건너 호그와트 성까지 인솔해 가기위해 손짓을 해 서 불러모으고 있었다. "안녕, 니들 셋 다 잘 지냈니?" 해그리드가 모여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외쳤다. 그들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 때문에 몸이 자꾸 밀려났으 므로 그에게 말할 기회는 없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른 학생들을 따라 승강 장을 지나 질척질척한 작은 길로 나왔다. 그곳에는 100대는 돼어 보이는 역마차들이 1 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해리의 상상일 뿐인지도 모르 지만, 그들이 마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자마자 마차들이 저절로 열을지어 출발한 것으 로 보아 보이지 않는 말이 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차에서는 곰팡이와 지푸라기 냄새가 약간 났다. 해리는 초콜릿을 먹은 이후 좀 나 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가 또다시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겁나는지 계속해서 흘금흘금 쳐다보았다. 마차가 날개 달린 멧돼지들이 조각된 돌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훌륭하게 꾸며진 성의 철문 쪽으로 굴러갈 때, 해리는 더 커다란 두건을 쓴 디멘터 두 명이 문 양쪽에서 보 초를 서고 있는 걸 보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냉기가 다시 한번 그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는 울퉁불퉁한 자리에 비스듬히 앉아 성문을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 다. 마차는 성까지 올라가는 긴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더 냈다. 헤르미온느는 작은 창 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많은 탑들이 점점 더 가까이 오는 걸 지켜보았다. 마침내 마차 가 앞뒤로 한번 흔들 하며 멈춰 서자 헤르미온느와 론이 잽싸게 내렸다. 마차에서 내려서자,해리의 귓가에 질질 끄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 기절했었다며, 포터? 롱바텀이 한 말이 정말이니? 너 정말 기절했었니?" 말포이가 헤르미온느를 팔꿈치로 밀어 헤치고 성으로 올라가는 돌 계단 쪽으로 가려 하는 해리를 막아섰다.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으며 작은 눈은 심술궂게 반짝이고 있었 다. "저리 꺼져,말포이." 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도 기절했었니, 위즐리?" 말포이가 큰소리로 물었다."그 무시무시한 늙은 디멘터 가 너도 놀래켰니,위즐리?" "무슨 문제 있니?"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마차에서 루핀 교수가 막 내린 것 이었다. 말포이가 누덕누덕 기운 망토를 입고 찌그러진 가방을 들고 있는 루핀 교수릴 경멸 하는 눈초리로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로 "아, 아니에요- 저- 교 수님" 이라고 말하고 나서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능글맞게 웃어 보인 뒤 앞장서서 계단 을 올라가 성으로 들어갔다. 헤르미온느가 론의 뒤에서 얼른 올라가라고 쿡쿡 찔렀으므로, 그들 셋은 떼지어 계 단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커다란 오크 문을 지나 동굴 같은 현관 안의 홀로 들어갔다. 홀에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들로 밝혀져 있었고 이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대리석 계단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져 있었다. 해리는 사람들을 따라 그곳으 로 향했다. 그들이 까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마법에 걸린 천장을 흘끗 보았 을 때 어떤 목소리가 외쳤다."포터! 그레인저! 정말 보고 싶었단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홱 돌아섰다. 변신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그리 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인 맥고나걸 교수가 사람들 머리 위로 큰소리로 말하고 있 었다. 그녀는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린 엄격해 보이는 마녀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에 는 사각 안경이 끼어져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언제나 해리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으므로 그는 왠지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로 나아갔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지을 필요 없다- 그저 내 사무실에서 잠시 말을 나누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녀가 그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위즐리는 가도 좋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데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사람 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와 함께 현관 안의 홀을 가로질러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간 뒤 복도를 따 라갔다. 따뜻한 난로가 피워져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책상 뒤로 가서 앉더니 느닷없이 이 렇게 말했다. "루핀 교수가 미리 부엉이를 보내 네가 기차에서 아팠다고 말해주었단다. 포터." 해리가 미처 답변하기도 전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간호사인 폼프리 부인이 부산을 떨며 들어왔다. 해리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기절한 것도 창피한데, 여러 사람을 신 경쓰게 한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전 괜찮아요." 그가 말했다. "전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아, 너로구나?" 폼프리 부인이 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그를 빤 히 바라보며 말했다. "너 또 위험한 일 저지른 거 아니니?" "디멘터 때문이에요, 폼프리 부인." 멕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주고받았다. 폼프리 부인이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찼다. "디멘터들을 학교 주변에 배치하다니." 그녀가 해리의 머리 뒤쪽을 누르고 이마를 짚어보며 투덜거렸다. "앞으로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단다. 그래, 디멘터 들은 온통 차갑고 끈적끈적하지. 끔찍한 것들이야. 그런데 몸이 허약한 사람들이 그것 을 보게 되면-" "전 허약하지 않아요!" 해리가 뿌루퉁하게 말했다. "물론 넌 그렇지 않지." 품프리 부인이 이제 그의 맥박을 짚으며 멍하니 말했다. "어때요?" 맥고나걸 교수가 똑 부러지는 말씨로 물었다. "장기 요양을 해야 하나요? 오늘 밤은 병동에서 보내야 하나요?" "전 괜찮아요!" 해리가 펄쩍 뛰며 말했다. 그가 병동에 입원 해야만 한다는 걸 드레 이코 말포이가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 생각하자 몹시 괴로웠다. "글쎄, 하다 못해 초콜릿이라도 좀 먹어야 할 거예요." 품프리 부인이 말했다. 그녀 는 이제 해리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조금 먹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님이 주셨거든요. 저희들 모두에 게 주셨어요." "그랬니?" 폼프리 부인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마침내 치료법을 제대로 알 고 있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근요?" "정말 괜찮니,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확인하듯 물었다. "네."해리가 대답했다. "좋다. 그럼 난 그레인저와 시간표에 대해 몇 마디 나눌 말이 있으니 잠깐 밖에서 기다리거라. 그리고 함께 연회장에 가도록 하자." 해리는 품프리 부인과 다시 복도로 나갔다. 그녀는 혼자말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병 동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매우 기쁜 표정으로 맥고나걸 교수와 함 께 나타났고, 그들 셋은 다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 연회장으로 갔다. 연회장에는 끝이 뾰족한 까만 모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길다란 기숙사 테이블마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불빛을 받으며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엉클 어진 하얀머리의 키작은 마법사인 플리트윅 교수가 아주 오래된 모자와 다리가 세개 달린 의자를 들고 홀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숙사 배정식이 벌써 끝났나봐!" 호그와트의 신입생들은 마법의 분류 모자를 쓰고 앉으면, 모자가 그리핀도르, 래번 클로, 후플푸프, 혹은 슬리데린 중에서 그 애에게 가장 접합한 기숙사를 큰소리로 알 려주게 되어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상석의 빈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있는 반 대 방향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연회장 뒤로 지나가자 아이들 대부분이 그들을 바라 보았고, 몇 명은 손가락으로 해리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가 디멘터 앞에서 기절했다는 얘기가 그렇게 빨리 퍼진 걸까? 그와 헤르미온느는 그들의 자리를 맡아둔 론의 양쪽에 앉았다. "무슨 일이니?" 그가 해리에게 비밀히 물었다. 해리가 작은 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하려는 순간 교장선생님이 연설을 하기위해 일어 섰으므로 그는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매우 늙었지만 항상 힘이 넘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수 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긴 은빛 머리와 수염에다 반달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코 는 아주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마법사라는 생각은 해리 가 그를 매우 존경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알버스 덤블도어를 신뢰하지 않 을 수 없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환히 미소 짓는 모습을 보자, 해리는 기차 객실로 디 멘터가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진정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느꼈다. "환영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수염이 촛불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호그와트에서 또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몇 마디 할까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는 매우 심각한 일이므로, 여러분들이 맛있는 음식에 정 신을 팔기 전에 빨리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목을 가다듬더니 계속했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수색당한 뒤 여 러분들 모두 눈치 챘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마법부의 일로 현재 아즈카반의 디멘터 몇 명이 와 있습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자,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가 디멘터들이 학교를 지키는 것에 대 해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는 위즐리 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정원의 입구마다 배치되어 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은 누구도 허락 없이 학교에서 나가선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해두고자 합니다. 디멘터들은 속임수나 변장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투 명망토에도 말입니다." 그가 차분하게 덧붙이자, 해리와 론은 서로 흘끗 바라보았다." 디멘터는 탄원이나 변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여러분들을 해칠 동기를 제공하지 말 것을 모두에게 경고해두고 싶습니다. 반장들과 새 전교 회장은 어 떤 학생도 디멘터들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해리와 몇 자리 떨어져 앉아있던 퍼시가 가슴을 쫙 펴고 인상적으로 주위를 휘 둘러 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도 다시 한번 말을 멈추더니 아주 진지하게 홀을 둘러보았다.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좀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려야겠군요." 그가 계속했다. "금년에 우리 학교에 두분 의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우선 루핀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 방어법 과목 을 맡아주시는 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해리를 포함해 루핀 교수와 기차 객실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만이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을 뿐, 여기저기서 다소 마지못해 하는 박소 소리가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루핀 교수는 말쑥한 망토를 입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 옆에 있어서인지 더욱 더 초라해 보였 다. "스네이프 교수 좀 봐!" 론이 해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법의 약 선생님인 스네이프 교수는 루핀 교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 과목을 맡고 싶어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 지만, 스네이프 교수를 굉장히 싫어하는 해리조차도 그의 갸름하고 누르스름한 얼굴이 심하게 찡그려지는 걸 보자 깜짝 놀랐다. 그 표정이 분노를 넘어 혐오에 가까웠기 때 문이었다. 해리는 그 표정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를 볼 때 마다 늘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새로 오신 또 한분의 선생님을 소개해야겠군요." 루핀 교수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사라져갈 즈음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의 선생님이신 케틀번 교수께서 유감스럽게도 그나마 남아있는 여생을 좀더 편히 지내시기 위해 작년 말에 퇴직하셨습니다. 그러나 기쁘게 도 그의 자리를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냥터지기 일과 더불어 이 교사직을 맡는 데 동의해 주었습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들 도 곧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수 갈채는 특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요란하게 들렸 다. 해리는 해그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뒤얽혀있는 시커먼 수 염 밑으로 아무도 몰래 씩 웃으며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우리가 왜 몰랐지!" 론이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을 쳤다. "우리에게 덥석덥석 깨무는 책을 사라고 할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 이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박수 치는걸 멈 추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해그리드는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었다. "자 중요한 얘기는 그게 다인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이제 연회를 시작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앞에 있던 황금 접시와 잔에 음식과 음료가 그득 히 채워졌다. 음식을 보자 해리는 갑자기 시장기가 동해 손에 닿는 건 닥치는 대로 담 아서 먹기 시작했다.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다. 연회장 가득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나이프와 포 크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러나 연회가 얼른 끝 나길 바랐다. 해그리드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완전히 자격이 갖춰진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3학년 때 호그와 트에서 쫓겨났었다. 작년에 해그리드의 결백을 입증해 주었던 사람들이 바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였다. 마침내, 황금 접시에 조금 남아 있던 호박 타트(과일등을 얹거나 속에 넣은 작은 파 이:옮긴이)마저 다 없어졌을 때, 덤블도어 교수가 자러 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고, 그들은 그제서야 해그리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축하해요,해그리드!" 선생님이 앉아 있는 상석에 도착하자 헤르미온느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 너희들 셋 덕분이야." 해그리드가 그들을 올려다보면서 손수건으로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덤블도어 교 수는.... 케틀번 교수에게서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뒤 곧장 오두막으로 날 찾아오셨어.... 그건 내가 항상 원했던 일이었거든...." 감정이 북받쳐 그가 얼굴을 손수건에 묻자, 맥고나걸 교수가 그들에게 그만 가라고 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줄줄이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가는 그리핀도르 아이들 사 이에 끼었다. 이제 매우 지쳐있었지만, 그들은 더 많은 복도와 계속해서 나오는 계단 을 지나 그리핀도르 탑으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에 도착했다.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뚱 뚱한 여인의 커다란 초상화가 그들에게 물었다. "암호?" "자, 빨리 가도록 합시다!" 퍼시가 모여있는 사람들 뒤에서 소리쳤다. "새 암호는 ' 포르투나 소령'이야!" "끔찍해!" 네빌이 애처롭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암호를 까먹기가 일쑤였다. 초상화 구멍을 지나 학생 휴게실을 가로질러간 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갈라져서 각기 다른 계단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다시 돌아온 게 너무 기쁘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다섯 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동그란 기숙사 방에 도달했고, 해 리는 주위를 휘 둘러보며 마침내 집에 왔다고 생각했다. @ff 갈고리 발톱과 찻잎 다음날 아침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슬리 데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지나가자 말포이가 우스꽝스럽 게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 큰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시해버려." 해리 바로 뒤에 있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냥 무시해. 신경 쓸 가치도 없어...." "야, 포터!" 원숭이처럼 생긴 슬리데린의 한 여자아이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팬시 파킨슨이었다. "포터! 디멘터들이 오고 있어, 포터! 우우우우우!" 해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가조 조지 위즐리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3학년의 새 시간표야." 조지가 시간표를 나눠주며 말했다. "너 왜 그러니,해리?" "말포이 녀석 때문이지 뭐." 론이 조지 맞은편에 앉으면서 슬리데린 테이블 쪽을 노 려보며 말했다. 조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마침 말포이는 또다시 겁에 질려 기절하는 척하는 흉 내를 내고 있었다. "저 쥐새끼 같은 녀석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저 녀석 어젯밤에 디멘터들이 기차 에 왔을 때는 무서워서 벌벌 떨더니만, 녀석이 겁에 질려 우리 객실 안으로 달려 들어 왔었어. 안그래,그레드?" "거의 오줌을 싸기 직전이었지." 프레드가 말포이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 했다. "하여간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아." 조지가 말했다. "정말 끔찍한 것들이야, 디멘터들 말야..." "몸 속까지 얼어붙게 한다니까, 안 그래?"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형은 기절하지 않았잖아, 그렇지?"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잊어버려, 해리." 조지가 기운을 돋우어 주며 말했다. "아빠도 아즈카반에 한번 가 신적 있잖아. 기억나, 프레드? 아빠는 그렇게 끔찍한 곳은 처음 가봤다고 하셨어. 힘 이 하나도 없이 부들부들 떨며 돌아오셨지.... 디멘터들은 누구에게서든 행복을 빨아 들인다잖아. 대부분의 죄수들은 그곳에서 미쳐버리고 만대." "어쨌든 말포이 녀석이 첫 퀴디치 시합이 끝난 뒤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두 고보자구." 프레드가 말했다. "그리핀도르 대 슬리데린. 이번 시즌 첫경기 말야, 잊지 않았지?" 해리와 말포이가 완패를 당했었다. 해리는 기분이 약간 좋아지는 걸 느끼며, 소시지 와 튀긴 토마토를 한입 먹었다. 헤르미온느는 새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좋았어. 오늘 새로운 과목들의 첫 수업이 있네." 그녀가 유쾌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 론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대충 훑어본 뒤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시간표를 그렇게 엉망으로 짜 놓다니. 이것 봐- 하루에 10과목이나 듣게 되어 있어. 시간이 부족해." "이럭저럭 해나갈 수 있어. 맥고나걸 교수와 다 이야기해 두었어." "하지만 봐." 론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전만 해도 9시에 점술 이 있는데 바로 밑에 또 9시에 머글 연구가 있잖아, 그리고."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 다는 듯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시간표를 들여다보았다. "봐- 그 밑에 또 산술점 9 시. 내 말은 헤르미온느 네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단 뜻이야.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어떻게 한번에 세 과목을 들을 수 있니?" "바보 같은 소리 마."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난 물론 한번에 세 과목을 듣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마멀레이드 잼이나 줘." 해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오, 론, 내 시간표가 조금 빡빡한들 네가 무슨 상관이니?"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말했잖아, 맥고나걸 교수와 다 처리해 두었다구." 바로 그때, 연회장으로 해그리드가 들어왔다. 긴 두더지가죽 코트를 입은 그의 커다 란 손에서는 죽은 긴털족제비가 맥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안녕?" 그가 선생님들이 앉는 상석으로 가다가 멈춰 서서 반갑게 말했다. "내 첫 수업에 꼭 들어와! 점심 시간 직후야!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수업 준비를 다 해두었 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내가 선생이라니... 솔직히..." 그는 그들에게 환하게 씩 웃어 보이고는 여적히 긴털족제비를 흔들며 상석으로 향했 다. "해그리드가 어떤 준비를 해두었을지 궁금한데?" 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이 1교시 수업을 받으러 나가자 연회장이 점점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론은 자 신의 시간표를 살폈다. "이제 가는게 좋겠어. 점술 수업은 북쪽 탑 꼭대기에서 있잖아. 거기까지 가려면 10 분은 걸릴거야...." 그들은 허겁지겁 아침식사를 마치고 프레드와 조지에게 인사한 뒤 걸어나왔다. 그들 이 슬리데린 테이블을 지나갈 때, 말포이가 또 한번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 해리가 연 회장 밖으로 나올 때까지 옷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성을 지나 북쪽 탑으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호그와트에서 2년을 보냈어도 그들은 성에 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했고, 더욱이 북쪽 탑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틀림없이 - 지름길이- 있을 텐데." 길게 나 있는 일곱번째 계단을 겨우 올라가 생 소한 층계참으로 나왔을 때 론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곳에는 돌 벽에 걸린 꾸밈 없이 그린 커다란 초원 그림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쪽인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오른쪽으로 난 텅 빈 복도를 주의해서 보며 말했 다. "그럴 리가 없어." 론이 말했다. "거긴 남쪽이야. 저것 봐, 창밖에 호수가 조금 보 이잖아...." 해리는 그림을 살펴보고 있었다. 살이 통통하게 찐 얼룩덜룩한 회색빛 조랑말 한 마 리가 막 초원 위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와서는 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해리는 호그와트 벽에 걸린 그림 속에 있는 피사체들이 그림틀에서 빠져 나가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는 했지만, 늘 그것을 지켜보는 걸 즐겼다. 잠시 후, 갑옷 을 입은 땅딸막한 기사 하나가 절거덕거리며 그의 조랑말을 따라 그림 속으로 들어왔 다. 갑옷 무릎에 풀물이 든 걸로 보아 말에서 금방 떨어진 게 분명했다. "아니!" 그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고 소리쳤다. "이녀석들은 뭐야. 내 땅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혹시 내가 넘어진걸 비웃으러 온 거 아냐? 칼을 뽑아, 이 녀석들 아!" 그 자그마한 기사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고는, 화가 나서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난폭 하게 휘둘러댔다. 그러나 칼이 너무 길었던지 거칠게 한번 휘두르자마자 그가 중심을 잃고 잔디위로 엎어졌다. "괜찮으세요?" 해리가 그림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물러서. 이 야비한 허풍선이야! 물러서란 말야. 이 악당 같으니라구!" 기사가 칼을 다시 잡더니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칼날 이 잔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는지 아무리 뽑아내려고 해도 칼은 쉽사리 나오지가 않 았다. 결국 잔디밭 위로 벌렁 나가떨어진 기사는 투구를 밀어올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훔쳤다. "저기요." 해리는 기사가 기진맥진한 틈을 타서 얼른 말했다. "저희들은 북쪽 탑을 찾고 있는데, 혹시 길 아세요?" "오, 탐험가들이로군!" 기사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가 절거덕 거리며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나를 따르시오, 친구들이여. 목적지에 도달하든 지 아니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다가 용감하게 죽어갈 것이오." 기사는 또 한번 칼을 힘껏 당겼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이번엔 살찐 조랑말 위에 올 라타려고 하다가 그것마저 실패하자 기사가 이렇게 외쳤다. "그럼 걸어서 갑시다. 모두 앞으로! 앞으로! 그리고 그는 요란하게 절거덕거리며 그림틀 왼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그의 갑옷 소리를 쫒아 급히 복도로 따라갔다. 그들은 가끔씩 그가 앞에 있 는 사진 속으로 달려 들어오는 걸 볼수 있었다. "용기를 내시오. 최악의 상태는 아직 오지 않았소!" 기사가 소리치며, 좁다란 나선 형 계단의 벽에 걸린 그림 속의 겁먹은 여자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 여자들은 크리 놀린(옛날에 스커트를 부풀게 하기 위해 쓰던 말총 등으로 짠 딱딱한 천:옮긴이)스커 트를 입고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헉헉대며 꼬불꼬불하게 감겨 올라가는 계단 위로 올라갔 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하게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쯤 위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들 이 들렸다.마침내 그 교실에 도착한 것이었다. "잘 가게!" 기사가 이렇게 외치고는, 사악하게 생긴 수도사들의 그림 속으로 머리를 홱 디밀었다. "잘 가게,친구들! 언제든 뛰어난 용사와 강철 같은 체력이 필요하면, 이 캐도간 경에게 찾아오게!" "네,꼭 연락할게요." 기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론이 중얼거렸다. "머리가 돈 사람이 필요하면요." 그들이 마지막으로 몇 계단 더 올라가자 아주 작은 층계참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벌 써 학급 아이들이 대부분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이곳은 빠져 나갈 수 있는 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론이 팔꿈치로 해리를 슬쩍 찔러 천 장을 가리켰다. 그곳엔 놋쇠 명판이 붙은 동그란 문이 하나 있었다. "사이빌 트릴로니, 점술 교사." 해리가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읽었다. "저기로 어떻 게 올라 다니지?" 그때 그의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천장문이 덜컥 열리더니 해리의 발 바로 앞으로 은빛 사다리가 내려왔다. 모두 조용해 졌다. "너 먼저 가."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제일 먼저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 다. 그가 나온 곳은 지금까지 본 교실 중에서 가장 이상한 곳이었다. 사실 교실이라기보 다는 다락방과 구식 찻집을 섞어놓는것 같은 모양이었다. 안에는 스무 개 정도의 작은 원형 탁자들이 있었고, 주위엔 무명 천을 씌운 안락의자와 불룩한 작은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또 각 테이블마다 희미한 진홍색 등불로 밝혀져 있었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 이 쳐져 있었고, 전등마다 짙은 빨간색 덮개가 덮여 있었다. 공기는 숨막힐 듯이 후덥 지근했으며, 뭔가가 잔뜩 올려진 선반 밑의 벽난로 불은 구리 주전자에 담긴 메스꺼운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데우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원형 벽을 따라 죽 늘어서 있는 선반에는 먼지투성이의 깃털과 쓰다 남은 동강 초들과 너덜너덜한 여러벌의 카드와 수 없이 많은 수정 구슬과 많은 찻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론이 해리 뒤로 따라 올라왔을 때 학급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모여들었다. "선생님은 어디에 있지?" 론이 말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부드럽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들 왔어요." 그 목소리가 말했다. "마침내 현세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로 기쁘 군요." 언뜻 보기에 꼭 번득거리는 커다란 곤충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트릴로니 교 수였다. 트릴로니 교수가 난로 불빛쪽으로 움직이자, 그들은 그녀가 매우 말랐다는 걸 알았다. 커다란 안경 때문에 눈은 원래 크기보다 몇 배나 더 커 보였다. 그녀는 반짝 반짝 빛나는 금사 숄을 두르고 있었다. 또 가늘고 긴 목에는 수많은 목걸이와 구슬들 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팔과 손에는 팔찌와 반지들이 잔뜩 끼어져 있었다. 앉아요, 앉아." 그녀가 말했다. 그들 모두 어색하게 안락의자로 올라가거나 두꺼운 쿠션에 주저앉았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원형 탁자에 함께 둘러앉았다. "점술 수업 시간에 온 걸 환영해요." 트릴로니 교수가 벽난로 옆에 있는 안락의자 에 앉으며 말했다. "난 트릴로니 교수입니다. 여러분들은 날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 군요. 활기가 넘치는 저 혼잡한 학교로 너무 자주 내려가면 내 영적인 판단력이 흐려 지는 것 같아서 그곳엔 잘 가지 않죠." 이 이상한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숄을 우아하게 다시 휙 두른 뒤 계속 말했다. "여러분들이 선택한 점술은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 입니다.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분 스스로에게 통찰력이 없다면, 내가 가르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점을 미리 경고해두어야겠군요. 지금까지는 책만으로도 그럭저 럭 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 말을 듣자, 해리와 론 모두 씩 웃으며 헤르미온느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과목에서는 책만 읽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 말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많은 마녀와 마법사의 쿵 소리를 낸다거나 냄새를 맡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분야에서는 재능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치 않은 미래의 비밀을 꿰뚫어보는 건 잘하지 못합니다." 트릴로니 교수가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긴장하고 있는 얼굴을 죽 둘러보 며 계속했다.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부여된 재능입니다. 너,얘야." 그녀가 갑자기 네 빌에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쿠션에서 떨어질 뻔했다. "네 할머니는 안녕하시니?" "네. 그렇겠지요." 네빌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확신하지는 않을 게다, 얘야." 트릴로니교수가 말했다. 길게 늘어진 그녀의 에메랄드 귀걸이가 난로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네빌은 침을 꿀꺽 삼 켰다. 트릴로니교수가 차분하게 계속했다. "우린 금년엔 점술의 기본 방법들만 공부할 것입니다. 첫 학기는 찻잎을 보고 해독하는 법만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고, 다음 학기 엔 손금 보기까지 진도를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얘야," 그녀가 갑자기 패르바티 패틸 에게 소리쳤다. "넌 빨간 머리 남자를 조심해야겠구나." 페르바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로 뒤에 있는 론을 바라보더니, 의자를 당겨 그에 게서 좀 떨어져 앉았다. "두 번째 학기에는," 트릴로니 교수가 계속했다. "수정구슬로 들어갈 거예요 - 불을 보고 예언하는 걸 마친다면 말입니다. 불행히도, 2월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려 나도 목 이 잠길테고 수업에 지장이 좀 있을 것입니다. 부활절 즈음에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 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겠네요." 이 말에 모두들 긴장해서 조용해졌지만, 트릴로니 교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 았다. "얘야."그녀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있던 라벤더 브라운을 부르자, 그 애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기 큰 은 찻주전자 좀 건네줄 수 있겠니?" 라벤더는 안도한 듯 일어서서 선반에서 가장 큰 찻주전자를 꺼내 트릴로니 교수 앞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고맙다, 얘야.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네가 걱정하고 있는 그 일 말이다- 그건 10 월16일 금요일에 일어날 게다." 그 말을 듣자 라벤더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이제 두 명씩 짝을 지어보세요, 선반에서 찻잔을 하나씩 가져오면 그 잔을 채워 주겠어요, 그러면 자리에 앉아서 아주 조금만 남을 때까지 마시세요, 그리고 왼손으로 찻잔을 잡고 세 번 돌린 뒤, 받침 접시에 뒤집어엎고, 남아있는 차가 다 흘러나갈 때 까지 기다리세요. 그리고 짝에게 찻잔을 주어 해독하도록 하는 거예요. '미래 들여다 보기'의 5쪽과 6쪽을 이용해 찻잎의 모양을 해석해 보세요, 내가 돌아다니며 도와주겠 어요. 오. 얘야."- 그녀가 네빌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 "깰지도 모르니, 이왕 이면 파란색으로 골라오겠니? 난 핑크빛을 좋아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네빌이 찻잔 선반에 다가가자마자 땡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 가 났다. 트릴로니 교수가 쓰레받기와 빗자로를 들고 급히 그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웬만하면, 예야, 파란거로 하거라.... 고맙구나..." 해리와 론은 찻잔에 차를 담은 뒤, 탁자로 돌아가 뜨거운 차를 얼른 마셨다. 그리고 트릴로니 교수가 가르쳐준 대로 조금 남은 찻잔을 세 번 돌린 뒤, 차를 비워내고 서로 맞바꾸었다. "좋아." 책의 5쪽과 6쪽을 펼치면서 론이 말했다. "내 찻잔에서 뭐가 보이니?" "흠뻑 젖은 갈색 물질이 보여." 해리가 말했다. 교실에서 풍기는 짙은 향내 때문인 지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마음을 넓게 하고 통찰력을 가지려고 노력해 보세요!" 트릴로니 교수가 어둠 속에 서 외쳤다. 해리는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좋아, 네 것에는 십자가 같은 구부러진 게 있어...." 그는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찾아보았다. "그건 네가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될 거라는 뜻이야 - 미안해- 하지만 태 양이 있네- 잠깐만- 그건 '굉장한 행복'을 의미해... 그러니까 넌 고통은 겪기는 하겠 지만 곧 아주 행복해질 거야..." "너의 영적인 판단력이 의심스러위." 론이 말했다. 그들이 숨넘어갈 듯 킥킥대며 웃 자 트릴로니 교수가 빤히 바라보았다. "이번엔 내 차례야...." 론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해리의 찻잔을 뚫어지게 살폈다. "중산 모자 같은 둥그스름한 게 있어." 그가 말했다. "네가 마법부에서 일하게 되려나 봐..." 그가 반대쪽을 보기 위해 찻잔을 돌렸다. "그런데 이쪽에서 보니까 꼭 도토리처럼 보이네... 이건 뭐지?" 그가 자기의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살폈다. "뜻밖에 굴러들어온 황금이라.' 좋았어, 나한테 좀 꿔줘도 되겠군... 그리고 여기에 뭔가가 있어." 그가 찻잔을 다시 돌렸다. "동물처럼 보여... 그래, 그게 만약 머리라면... 꼭 하마처럼 생겼는데... 아니, 양인가....' 해리가 코웃음을 치자 트릴로니 교수가 홱 돌아섰다. "어디 좀 보자, 얘야." 그녀가 급히 다가와 론에게서 해리의 찻잔을 낚아채고는 꾸 짖듯이 말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고 지켜보았다. "매로구나.... 얘야, 네겐 철천지 원수가 있구나."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헤르미온느가 또박또박 말했다. "해리와 그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사 람은 없어요.' 해리와 론이 경탄과 경이에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헤르미온느가 선 생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대꾸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 다시 해리의 찻잔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돌렸다. "곤봉... 공격.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이건 유쾌한 찻잔은 아니군...." "전 중산 모자라고 생각했는데요." 론이 얼뜬 표정으로 말했다. "해골이야.... 네 인생에 위험이 있구나, 얘야..." 모두들 꼼짝않고 트릴로니 교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찻잔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리다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또 한번 쨍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네빌이 두 번째 찻잔을 깨뜨린 것 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번쩍거리는 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은채 옆에 있는 안락의 자에 털썩주저앉았다. "얘야... 가엾기도 하지... 아니... 말하지 않는게 낫겠구나... 아니, 묻지 마라." "뭔데요, 교수님?" 딘 토마스가 즉시 물었다. 해리의 찻잔을 좀더 자세히 보려고 모 두들 일어서서 천천히 트릴로니 교수가 앉아있는 해리와 론의 탁자주위로 몰려들었다.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네게 죽음의 개가 있구나." "뭐라구요?" 해리가 전혀 못 알아들은 듯 되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다. 딘 토마 스는 그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라벤더 브라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거의 모두 겁에 질려서 입에다 손을 갖다댔다. "죽음의 개 말이다. 얘야, 죽음의 개!" 트릴로니 교수가 외쳤다. 그녀는 해리가 전 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묘지에 나타나는 유령처럼 무시무 시한 커다란 개 말이야! 얘야. 그건 예시란다 - 최악의 예시 말이다 - 말하자면 죽음 을 뜻하는 것이지!"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서 본 '죽음의 징조들'이 라는 책 표지에 있던 개, 매그놀리아 광장의 어둠 속에 있었던 개... 라벤더 브라운도 손을 입에 갖다댔다. 트릴로니 교수의 의자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해리를 바 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렇지 않았다. "전 그게 개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혐오 에 찬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얘야, 네겐 이런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구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기는 상당히 힘들겠어." 시무스 피니간이 고개를 이쪽으로 기울였다 저쪽으로 기울였다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개처럼 보이지만," 그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 "여기에서는 꼭 당나귀 처럼 보여요." 그가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모두들 내가 곧 죽을지 안 죽을지 알고 싶어 안달이구나!" 해리는 이렇게 말해놓고 자기 자신도 놀랐다. 이제 아무도 그를 쳐다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이만 끝내야 할 것 같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분명치 않은 목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물건들을 챙기세요..." 학급 아이들은 조용히 찻잔을 다시 트릴로니 교수에게 가져다주고는, 책들을 챙기고 가방을 닫았다. 심지어 론까지도 해리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트릴로니 교수가 희미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에게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오, 얘야." - 그녀가 네빌을 가리켰다- "넌 다음 시간엔 지각할 테니, 진도 를 따라오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 두도록 해라."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사다리와 꼬불꼬불한 계단을 말없이 내려온 뒤, 맥고나걸 교수의 변신술 수업을 받으러 갔다. 그녀의 교실을 찾는데 어찌나 오래 걸렸던지 점술 수업을 일찍 마치고 나왔음에도 수업 시간에 간신히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해리는 교실 맨 뒤 오른쪽 구석을 선택했는데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급 아이들은 그가 언제 어느 때라도 픽 쓰러져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계속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맥고나걸 교수가 애니마구스(마음 대로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에 대해 말하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그녀가 그들 앞에서 눈 주위에 안경 얼룩무늬가 있는 얼룩 고양이로 변하는 겻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펑 하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변신을 하고도 학급에서 박수 갈채를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모든 아이들의 고개가 다시 해리에게로 돌려졌지만, 아무도 말하지는 않았다. 그 뒤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저흰 이 시간 전에 첫 점술 수업을 받았는데, 찻잎을 읽는걸 했어요. 그런 데-" "오, 물론."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요, 그레인저. 여러분들 중 누가 금년에 죽기라도 한답니까?" 모두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요." 마침내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알겠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똥말똥 빛나는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걸 알아야 한다, 포터.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는 이 학교에 부임해오던 해 에 어떤 학생의 죽음을 예언했던 적이 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단다. 그 교수는 새 학급을 맞을 때마다 늘 그런식으로 죽음을 예언한단다. 나는 웬만해서는 동료 교수를 흉을 보는 법이 없지만-"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그들은 그녀의 콧구멍이 새하얗게 변한 걸 보 았다. 그녀는 더 태연하게 계속했다. "점술은 마법 중에서 가장 부정확한 분야 가운데 하나란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 분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진정한 예언자는 드 물며,트릴로니 교수는-" 그녀가 다시 한번 말을 멈추었다가, 매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볼 때는 넌 아주 건강해 보인단다, 포터. 그러니까 숙제도 평상시대로 내주어야겠지? 물론 만 약 네가 죽는다면 숙제는 내지 않아도 좋다."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해리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에 배어있는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향내와 침침한 빨간등 아래에서 찻잎 몇 장을 보며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수긍한 건 아니 었다. 론은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이었으며, 라벤더는 "하지만 네빌의 찻잔은 어땠어?" 라고 속삭였다. 변실술 수업이 끝나자, 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면 연회장쪽으로 몰려가는 군중들 속에 끼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론, 기운 내." 헤르미온느가 스튜 그릇을 론 쪽으로 밀며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 가 하는 말 들었잖아." 론은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서 자기 접시에 덜고 포크를 집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해리." 그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불렀다. "너 어디에서도 커다란 까만 개 본 적 없지, 그렇지?" "아니,봤어." 해리가 말했다. "더즐리네 집에서 나온 날 밤에." 론이 포크를 떨어뜨리자 쨍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길 잃은 개였겠지." 헤르미온느가 태연하게 말했다. 론이 정신 나간 소리 하지말라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 해리가 정말 그 개를 보았다면, 그건 - 그건 불길한 징조야." 그가 더 듬거리며 말했다. "우리- 우리 삼촌 빌리우스도 한번 보았었는데- 그런데 스무 시간 뒤에 돌아가셨어!" "우연의 일치겠지." 헤르미온느가 호박 주스를 따르며 쾌활하게 말했다. "넌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구나!" 론이 점점 화가 나는 걸 느끼며 말했다. "죽음 의 개는 웬만한 마법사들에게조차 까무러칠 정도로 무서운 존재라는 걸 모르니?" "거봐 그렇다니까." 헤르미온느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그들은 그 개를 보고 깜 짝 놀라서 죽는거야. 그 까만 개는 죽음의 징조가 아냐, 죽음의 원인이지! 그리고 해 리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는 건 그가 죽음의 개를 보고, 뭐랄까, '난 죽을 거야' 라 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야!" 론은 입을 헤 벌리고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열고 새 산술점책을 꺼내서는 펼쳐서 주 스 단지에 기대어 놓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볼 때 점술은 아주 불분명한 것 같아." 그녀가 자기가 펼친 책장을 자세히 들 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볼 때, 완전히 어림잡기야." "하지만 그 찻잔에는 죽의의 개 모습이 정말 있었어!" 론이 성이 나서 말했다. "해리에게 그게 양이라고 말했던 것은 생각나니?"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되받아쳤 다. "트릴로니 교수는 네가 점술에 대한 능력이 없다고 했어! 네가 잘하지 못하는 수업 이라 그렇게 심술을 부리는 거지?" 이 말이 헤르미온느의 만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았다. 별안간 헤르미온느가 산술 점 책을 테이블 위에 쾅 내려놓았다. 고기와 당근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만약 점술을 잘한다는 게 고작 찻잎에서 죽음의 징조를 보는 척해야만 하는 거라면, 난 그걸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 산술점 수업에 비하면 완전히 쓰레기 같은 거였어!" 그녀는 가방을 집어들고 으스대며 걸어갔다. 론이 그녀의 뒤에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 "저 애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가 해리에게 물었다. "아직 산술점 수업은 들어가지도 않았잖아!" 점심을 먹고 성밖으로 나오자 해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온종일 내렸던 비는 이 제 다 그쳐 있었다. 하늘은 맑고 엷은 회색빛이 돌았으며 잔디는 축축했다. 그들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의 첫 수업을 들으러 출발했다. 그 일 이후로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그들 사이에서 말 없이 걸었다. 그들은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을 지나 금지된 숲 언저리에 있는 해그리드 의 오두막으로 갔다. 해리는 앞에서 너무나 친숙한 세 명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야 비 로소 이것이 슬리테린 아이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포이는 크 레이브와 고일에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녀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 깔대며 웃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것 같았다. 해그리드는 오두막 문 앞에서 학급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더지 가죽 코 트를 입고 수업 시작을 몹시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바로 뒤에는 멧돼지 사냥 용 개인 팽이 있었다. "어서,자, 서둘러라!" 학급 아이들이 도착하자 그가 외쳤다. "오늘 모두 깜짝 놀라 게 될거야. 굉장히 재미난 수업이 기다리고 있단다! 다 왔니? 좋아, 그럼 따라와라!" 잠시 동안이었지만, 해리는 해그리드가 그들을 숲속으로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은 해리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아주 불쾌한 경험을 한 곳이었다. 그러나 해그 리드는 숲 언저리로 걸어갔고, 5분쯤 뒤 그들은 작은 목장 같은 곳에 와 있었다. 그곳 엔 아무 것도 없었다. "모두들 여기 울타리 주위로 모여봐요!" 그가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 잘 보이니- 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을 펴는 거야-" "어떻게요?" 드레이코 말포이가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뜻밖의 질문에 잠시 해그리드가 당황한 듯했다. "저희 책을 어떻게 펴느냐구요?" 말포이가 다시 물었다. 그는 길다란 밧줄로 꽁꽁 묶어서 닫아놓은 괴물들에 대한 괴물책을 꺼냈다. 다른 아이들도 각자의 책을 꺼냈다. 어떤 아이들은 해리처럼 책을 가죽끈으로 붙들어 매서 닫아놓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꼭 끼는 가방 속에 쑤셔 넣거나 바인더 클립으로 죄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두었었다. "한 사람도 책을 펴보지 못했니?" 해그리드가 맥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학급 아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책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해." 해그리드는 마치 너무나 뻔한 일인 듯 말했다. "잘봐- " 그는 헤르미온느의 책을 가져가 친친 감겨있는 마법의 테이프를 잡아 찢었다. 책이 물어뜯으려고 하자 해그리드는 커다란 집게손가락을 급히 책의 등에 갖다댔다. 그러자 책이 벌벌 떨더니 펼쳐져서 그의 손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아, 이렇게 멍청할 데가!" 말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책을 어루만져 주었어야 하는 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난 - 난 이 책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해그리드가 확신이 없는 듯 헤르미온 느에게 말했다. "오,엄청나게 재미있어요!" 말포이가 빈정대듯 말했다. "정말로 웃겨요, 손가락을 물어뜯는 책들을 교과서로 하다뇨!"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얼른 말을 받아쳤다. 해리는 해그리드의 첫 수업이 성공 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랐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풀이 죽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해그리드가 하려던 말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 그러니까 책들 은 다 있죠 - 그러면- 그러면- 이제 신비한 동물이 필요하겠군요. 그래요. 그러면 내 가 가서 가져오죠. 잠깐만...." 그러더니 그는 그들을 놔두고 숲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맙소사,마법학교 교육이 완전히 엉망이 되고 있어." 말포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저 멍청이가 수업을 가르치다니, 아버지께서 아시면 기절하실 거야 - "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또 한번 주의를 주었다. "조심해, 포터. 네 뒤에 디멘터가 있어 -" "우으으!" 라벤더 브라운이 목장 맞은편을 가리키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때 해리가 지금까지 본 동물 중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동물 십여 마리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동물은 몸통과 뒷다리와 꼬리는 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 와 날개와 머리는 꼭 강철 빛깔의 날카로운 부리와 커다랗고 번들번들한 오렌지 빛깔 의 눈을 가진 커다란 독수리 같았다. 앞다리의 갈고리 발톱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나 되었으며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 짐승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길다란 쇠사슬에 연결된 두꺼운 가죽 목걸이가 매어져 있었는데, 그 사슬들의 끄트머리는 뒤에서 터벅터벅 걸 어오는 해그리드의 커다란 손에 붙들려 있었다. "이랴, 이랴!" 그가 쇠사슬을 흔들어 그 동물들을 학급 아이들이 서 있는 울타리 쪽 으로 몰며 고함쳤다. 해그리드가 다가와 그 동물들을 울타리에 매어두자 모두가 조금 씩 뒤로 물러섰다. "히포그리프야!" 해그리드가 그것들에게 손짓을 하며 큰소리로 유쾌히 말했다. "멋 지지 않니?" 해리는 해그리드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반은 말이고 반은 새인 그 짐승을 보면 처음에는 놀라겠지만, 짙은 회색과 청동빛과 연분홍빛과 회색과 밤색과 새까만 색이 깃털에서 머리털까지 매끄럽게 변하는, 각각이 다 다른 히포그리프의 멋진 털가 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해그리드가 양손을 비비면서 환히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오 고 싶다면 -"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조심 스럽게 울타리로 다가갔다. "자, 히포그리프에 대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그것들이 도도하다는 거야." 해 그리드가 말했다. '그래서 히포그리프들은 쉽게 화를 내지. 그러니까 무례한 짓은 절 대로 하지마, 그렇게 하면 절대 안돼."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대고 있었 는데 해리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그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까 궁리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히포그리프가 먼저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해그리드가 계속했다. "그 게 공손한 거야, 알았지? 히포그리프들 쪽으로 걸어가서 인사를 하고 기다려. 만일 히 포그리프도 인사를 하면, 만져도 된다는 뜻이야. 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빨리 달 아나야 해. 왜냐하면 그 갈고리 발톱에 다칠 위험이 있거든. 좋아 - 그럼 해보고 싶은 사람?" 그러나 학급 아이들 대부분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심지어 해리와 론과 헤르 미온느조차 불안해했다. 히포그리프들은 흉포한 머리를 쳐들고 날개를 세게 퍼덕거리 고 있었다. 그것들은 이렇게 매어져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나도 없니?" 해그리드가 간청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할게요." 해리가 말했다. 그의 뒤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나더니, 라벤더와 패르바티가 속삭였다. "안돼, 해리.너의 찻잎을 기억해!" 그러나 해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목장 울타리 쪽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좋았어, 해리!"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네가 벅빅과 얼마나 잘 지 내는지 보자." 그가 쇠사슬 중 하나를 풀어 회색빛 히포그리프를 끌어당기고는 가죽 목걸이를 벗겨 주었다. 목장 맞은편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말포이의 눈이 심술궂게 빛났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자, 해리."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눈을 맞추고 눈을 깜 짝이지 않도록 해봐.... 눈을 너무 많이 깜짝이면 히포그리프들은 널 신뢰하지 않아.. .." 눈에서 금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해리는 눈을 감지않았다. 벅빅이 커다란 뾰 족한 고개를 돌려 성난 오렌지빛 눈으로 해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바로 그거야, 해리... 자, 인사해..." 벅빅에게 뒤통수를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해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는 짧게 인사한 뒤 고개를 들었다. 히포그리프는 여전히 거만하게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 았다. "아," 해그리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좋아 - 물러서. 자, 해리, 부드럽게 -" 그러나 바로 그때 너무나 놀랍게도, 히포그리프가 갑자기 비늘이 있는 앞 무릎을 구 부리고 몸을 낮추었다. 그건 틀림없는 인사였다. "잘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 - 이제 만져도 돼! 부 리를 매만지고, 계속해!" 해리는 차라리 꽁무니 빼는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히포그리프 쪽으로 다 가가 손을 뻗었다. 그가 부리를 몇번 매만지자 히포그리프가 마치 그걸 즐기기라도 하 는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학급 아이들이 갑자기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만은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 해리." 해그리드가 말했다. "내가 볼 땐 올라타도 될 것 같아!" 해리는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빗자루를 타는 건 잘했지 만 히포그리프를 타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 위로 올라가. 날개 관절 바루 뒤로." 해그리드가 찬찬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 고 깃털을 뽑지 않도록 조심해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해리는 벅빅의 날개 위에 발을 놓고 몸을 히포그리프의 등위로 끌어올렸다. 벅빅이 일어섰다. 해리는 어디를 잡아야 할 지 알수 없었다. 앞에 보이는 건 모두 깃털로 뒤 덮여 있었다. "계속해. 그럼!"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의 뒷다리와 궁둥이를 찰싹 때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4미터나 되는 커다란 날개가 해리 양쪽으로 쫙 펼쳐졌다. 그리고 미처 히포그리프의 목을 잡기도 전에 그것이 위로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건 빗자루를 타 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히포그리프가 날개를 퍼덕거리자 해리는 중심을 잃고 내팽개 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번들번들한 깃털들이 손가락들 사이로 자꾸 미끄러 졌지만, 해리는 무서운 나머지 더 꽉 잡고 있지도 못했다. 님부스 2000의 유연한 움직 임과는 달리, 히포그리프들의 뒷다리와 궁둥이가 날갯짓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마다 그는 몸이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벅빅은 목장 주위를 한번 난 뒤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해리는 약간 무서웠다. 그가 몸을 뒤로 젖히자 히포그리프의 매끄러운 목이 낮춰졌다. 그는 꼭 부리 너머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히포그리프의 사지가 땅에 닿자 둔하게 쿵 하는 게 느껴졌다. 그는 간신히 매달려 몸을 다시 바로 세웠다. "잘했다,해리!"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말했다.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을 제외한 모두가 환호했다. "좋아. 또 하고 싶은 사람?" 해리의 성공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른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목장으로 올라갔다. 해 그리드가 히포그리프들을 하나씩 풀었고, 곧 아이들이 목장 여기저기에서 초조하게 인 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빌의 히포그리프는 무릎을 굽히고 싶어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여러 차례 달아나야 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밤색 히포그리프로 연습하고 있는 동안 해리는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벅빅을 인계받은 사람은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었다. 히포그리프가 인사를 하 자, 말포이가 거드름을 피우며 벅빅의 부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거 누워서 떡 먹기군." 말포이가 해리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점잔빼며 말했다 . "그럴 줄 알았어. 포터가 할 수 있다면... 넌 절대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가 히포그리프에게 말했다. "그렇지, 이 못생긴 짐승아?" 눈 깜짝할 사이에 강철 빛의 갈고리 발톱이 번쩍 하더니 말포이가 비명을 꽥 질렀다. 말포이는 잔디밭으로 나가떨어져 망토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해그리드는 그런 말포이에게 덤벼들려고 하는 벅빅의 목에 다시 목줄을 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난 죽을 거야!" 말포이가 끙끙대며 소리치자 학급 아이들이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난 죽을 거야, 날 봐! 이 놈이 날 죽였어!" "안 죽어!" 해그리드가 새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누구 나 좀 도와줘 - 저 애를 성 으로 데려가야겠어-" 헤르미온느가 달려가 문을 연 채로 잡고 있자 헤그리드가 말포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들이 지나갈 때, 해리는 말포이의 팔에 길다랗게 깊은 상처가 있는 걸 보았다. 피가 잔디 밭으로 뚝뚝 떨어졌다. 해그리드는 그를 안고 비탈길을 올라가 성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그를 뒤따라갔다. 슬리데린들은 하나같이 해그리드에게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는 즉각 해고돼야 해!" 팬시 파킨슨이 울면서 말했다. "그건 말포이의 잘못이야!" 딘 토마스가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크레이브와 고일이 근육을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모두 돌 계단을 올라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관의 커다란 홀로 들어갔다. '난 그 애가 괜찮은지 보러 가야겠어!" 팬시가 이렇게 말하고 대리석 계단 위로 뛰 어 올라갔다. 슬리데린 아이들은 여전히 해그리드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자신들의 지하 감옥 학생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리핀도르 탑으로 가기 위해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 애가 괜찮을까?"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말했다. "물론이야. 폼프리 부인은 베인 상처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고칠 수 있어." 해리가 장담하듯 말했다. 실제로 그 간호사는 훨씬 더 심한 그의 상처도 씻은 듯이 낫게 해주 었었다. "해그리드의 첫 수업 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안됐어, 안 그래?" 론이 걱 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말포이 자식 이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리라는 건 뻔 한 일이었잖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그들은 행여나 해그리드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일찍 연회 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설마 파면당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스테이크와 강낭콩 푸딩은 손도 대지 않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렇진 않을거야." 론이 말했다. 그 역시 전혀 먹지 않고 있었다. 해리는 슬리데린의 테이블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을 포함해서 아이들 이 모여 앉아, 뭔가 열심히 쑥덕대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이 말포이가 얼마나 많이 다 쳤는가에 대해 서로들 나름대로 추측하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정말 여러 가지로 일이 벌어진 하루였군." 론이 음울하게 말했다. 그들은 저녁을 먹은 뒤 맥고나걸 교수가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있는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 셋 다 숙제를 하다말고 창 밖만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해그리드의 창문에 불이 켜져 있어." 해리가 갑자기 말했다. 론은 얼른 손목 시계 를 들여다보았다. "서두르면, 가서 해그리드를 만날 수 있을거야. 아직 그렇게 늦지는 않았으니까..." "모르겠어."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하며 해리를 흘끗 쳐다 보았다. "정원에서 걸어다니는 건 괜찮겠지." 그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디멘터들이 지키고 있으니 시리우스 블랙이 들어오지는 못했을 거야, 안 그래?" 그들은 물건들을 치워놓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갔다. 다행히 정문까지 가는동안 아무 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나가도 되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잔디밭은 여전히 축축히 젖어있었지만 땅거미가 져서 캄캄할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해 노크를 하자 성난 목소리가 말했다. "들어와." 해그리드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무 탁자에 앉아있었다. 그가 기르는 멧돼지 사냥용 개 팽은 해그리드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들은 첫눈에 해그리드가 술을 많이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거의 양동이 만한 크기의 커다란 손잡이가 달 린 양은 잔이 놓여 있었고, 그는 그들이 누군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 기록일 거야." 마침내 그가 그들을 알아보고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도 못간 선생은 나밖에 없을 거야." "아저씬 파면되지 않았어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지." 해그리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은 잔에 담긴 걸 벌컥벌컥 들이켜며 비참하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야. 말포이가...." "그 녀석은 어때요?"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함께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심각 하진 않죠, 그렇죠?" "폼프리 부인이 최선을 다해서 고치셨어." 해그리드가 느릿느릿 말했다. "하지만 그 애는 여전히 아프다고 난리야.... 붕대를 감고 ...끙끙대고 있어...."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해리가 즉시 말했다. "폼프리 부인은 무엇이든 고 칠 수 있어요. 작년에 제 뼈들도 반쯤 다시 자라게 했잖아요. 말포이 자식이 자기가 원하는 걸 얻어내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학교 이사들도 물론 보고를 받았어." 해그리드가 초라하게 말했다. "그들은 내가 너무 큰일을 벌였다고 생각해. 첫 수업부터 히포그리프들을 데려오는 게 야니었어... 폴로버웜 같은 벌레나 뭐 그런 걸로 해야 했어... 난 그저 좋은 첫 수업이 될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모두 다 내탓이야...." "그건 모두 말포이의 잘못이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진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증인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아저씬 무례한 짓을 하면 히포그리프들이 공격할 거라고 미리 말했어요. 어디까지나 이 일은 말을 듣지 않은 말포이 자식의 잘 못이에요. 우리가 덤블도어 교수에게 사실대로 말하겠어요." "그래요, 걱정 마세요, 해그리드.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론이 해리의 말을 거들며 그를 위로했다. 딱정벌레처럼 까만 해그리드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스며나왔다. 그는 해리와 론을 잡고 힘껏 끌어당겨 뼈가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술은 이제 그만 하세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탁자에서 커다란 잔을 가져가 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아, 어쩌면 그 애 말이 옳을지도 몰라." 해그리드가 해리와 론을 놓으며 말했다. 그들은 둘 다 휘청거리며 갈비뼈를 문질렀다. 해그리드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헤르미온느를 따라 비틀비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철벅하고 시끄럽게 물튀기는 소 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헤르미온느가 빈 잔을 들고 돌아오자 해리가 초조하게 물었다. "물통에 머리를 넣었어." 헤르미온느가 잔을 치우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긴 머리와 수염이 푹 젖은 채로, 눈에서 물을 닦아내며 다시 들어왔다. "좀 낫군." 그가 꼭 개처럼 머리를 흔들어 그들 모두를 흠뻑적시며 말했다. " 얘들 아, 날 보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난 정말 - " 해그리드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마치 해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기라 도 한 듯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어?" 그가 느닷없이 고함을 쳤으므로 그들은 소스라 치게 놀랐다. "넌 해가 진 뒤엔 돌아다니면 안돼, 해리! 너희 둘도! 그 애가 이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다니!" 해그리드가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해리의 팔을 붙잡고 문 쪽으로 끌고 갔다. "빨리!" 해그리드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너희들 모두 학교로 다시 데려다 줘야겠다. 해가 진 뒤엔 두번 다시 날 보러 오는 일이 없도록 해. 난 그럴만한 가치가 없단 말이 야!" @ff 벽장 속의 보가트 말포이는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가 함께 듣는 마법의 약수업이 반쯤 지난 목요일 오 전 늦게서야 수업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마치 무시무시한 전 투에서 용감히 살아 돌아온 전사라도 되는 양, 걸어 매는 붕대를 매달고 거드럭거리며 지하 감옥으로 들어왔다. "어떠니, 드레이코?" 팬시 파킨슨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많이 아팠니?" "그래." 말포이가 일부러 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해리는 팬시가 얼굴을 돌리 자 그가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눈짓을 하는 걸 보았다. "자리에 앉거라, 자리에 앉아." 스네이프 교수가 빈둥거리며 말했다. 해리와 론은 못마땅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만약 수업에 늦게 들어왔다 면 스네이프 교수는 "자리에 앉거라" 라고 말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심한 벌을 주었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포이는 스네이프 교수의 수업 시간에는 어떤 짓을 해 도 늘 아예 벌을 받지 않거나 가벼운 벌만 받고 넘어가기가 일쑤였다. 스네이프 교수 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담당 교수였는데, 자기 기숙사의 학생들과 다른 아이들을 눈에 띄게 차별했다. 오늘 그들은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새로운 마법의 약을 만들고 있었다. 말포이가 해리와 론 바로 옆에 냄비를 놓았으므로, 그들은 같은 책상에서 재료 준비를 하고 있 었다. "선생님," 말포이가 외쳤다. "이 데이지 뿌리 자르는데 도움이 필요해요, 제 팔이-" "위즐리, 말포이의 뿌리 좀 잘라주거라." 스네이프 교수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네 팔이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야." 그가 말포이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말포이가 능글맞게 히죽히죽 웃었다. "위즐리, 넌 스네이프 교수가 하신 말씀도 못 들었니. 이 뿌리를 좀 잘라." 론이 칼을 잡고 말포이의 뿌리를 끌어당기더니, 아무렇게나 뭉턱뭉턱 자르기 시작했 다. "교수님." 말포이가 느릿느릿 말했다. "위즐리가 제 뿌리들을 못쓰게 만들고 있어요." 스네이프 교수가 그들의 책상으로 다가와 그 뿌리를 빤히 내려다보더니 론에게 심술 궂게 웃어 보였다. "말포이와 뿌리를 바꾸거라, 위즐리." "하지만 선생님-" 론은 남은 15분 동안 내내 자기 뿌리를 정확히 똑같은 크기로 조심스럽게 토막내면 서 보내야 했다. "자." 스네이프 교수가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아주 반듯하게 썰린 뿌리들을 말포이에게 밀어낸 뒤, 칼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선생님. 전 이 오그라든 무화과나무 껍질도 벗겨야해요." 말포이가 심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포터, 말포이의 무화과나무 껍질 좀 벗겨주거라." 스네이프 교수가 언제나처럼 해 리에게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해리가 말포이의 무화과나무를 마지못해 가져갔을 때 론은 자신이 사용해야만 하는, 엉망이 된 뿌리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무화과나무 껍 질을 벗긴뒤 아무 말 없이 다시 말포이게게 내던졌다. 말포이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히죽대고 있었다. "너희들 최근에 해그리드 봤니?" 그가 그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건 네가 알아서 뭐해." 론이 얼굴도 들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혹시 그가 더 이상 선생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해서 그러지." 말포이 가 짐짓 슬픈 듯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다친 걸 보시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셨거든-" "한마디만 더 해봐 말포이. 그랬다간 진짜 다치게 해줄 테니까." 론이 으르렁거렸다. "- 아버지는 학교 이사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으셨어. 그리고 마법부 장관에게도, 우 리 아버지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굉장한 영양력을 갖고 계시잖아. 그리고 이렇게 오래 가는 상처는," - 그가 가짜로 한숨을 쉬는 척했다 - "혹시 내 팔이 영원히 원래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게 바로 네 녀석이 붕대를 매고 있는 이유로군." 해리가 말했다. 그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손이 떨리고 있었으므로 실수로 그만 죽은 애벌레의 목을 베고 말았다. "해그리드를 파면시키려고." "글쎄." 말포이가 목소리를 낮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느정도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포터. 하지만 다른 이득들도 있어. 위즐리, 내 애벌레 좀 썰어 줘." 몇 자리 건너에서는 네빌이 꾸지람을 받고 있었다. 네빌은 마법의 약 수업시간마다 제대로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이것이 그가 가장 못하는 과목인 데다 스네이프 교수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상황을 열 배는 더 악화시켰다. 밝은 초록색이 되어야 할 그의 약이 - "오랜지빛이잖아, 롱바텀." 스네이프 교수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국자로 조금 퍼 올렸다가 다시 냄비 속으로 철퍼덕 쏟아 넣으면 말했다. "오렌지빛. 이 녀석아, 넌 말 귀도 못 알아듣니? 내가 쥐의 자리를 딱 한 개만 넣으라고 그렇게 여러번 말했는데 내 가 말할 땐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거머리 즙은 아주 조금만 넣어도 충분하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말귀를 알아듣겠니, 어.롱바텀?" 네빌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 다. "저-, 선생님." 헤르미논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네빌이 제대로 넣도록 도와 줄게요-" "넌 나서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하자 헤르 미온느도 네빌처럼 얼굴이 새빨개 졌다. "롱바텀, 수업이 끝날 즈음 이 마법의 약을 네 두꺼비에게 몇방울 먹여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보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네가 정 신을 차릴지도 모르니까." 스네이프 교수가 겁에 질려 숨도 쉬지 못하고 있는 네빌을 내버려두고 앞쪽으로 가 버렸다. "나 좀 도와줘!"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끙끙대며 말했다. "야, 해리." 시무스 피니간이 해리의 놋쇠 저울을 빌리려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너 들었니? 오늘 아침 '예언자 일보' 에 났는데 - 시리우스 블랙을 발견했다." "어디서?" 해리와 론이 얼른 물었다. 책상 맞은편에서는 말포이가 고개를 들고 열심 히 귀기울였다.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야." 시무스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떤 머글이 보았대나봐. 물론 그를 본 여자는 블랙이 얼마나 무서운 죄수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했 겠지. 머글들은 그가 그저 보통 죄수라고 생각하잖아, 안그래? 어쨌든 그녀가 긴급 직 통 전화로 전화를 걸었대. 하지만 마법부가 그곳에 도착했을 즈음에 그는 사라지고 없 었대나봐."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론이 의미 심장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 했다. 그가 돌아다보자 말포이가 뚫어지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말포이? 뭐 또 껍질 벗길 거라도 있니?" 하지만 말포이는 눈을 심술궂게 번득이며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해리 쪽으 로 상체를 구부렸다. "블랙을 한 손으로 잡기라도 할 생각이니, 포터?" "그래,맞아." 해리가 무심코 말했다. 말포이의 가느다란 입술이 비열한 미소로 비틀려졌다. "물론 나라면," 그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쯤은 벌써 뭔가를했을 거야. 난 모범생 처럼 학교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을 거야. 그를 찾아 나섰지." "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말포이?" 론이 거칠게 말했다. "모르니,포터?" 말포이가 흐리멍덩한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 "뭘?" 말포이가 낮게 코웃음을 쳤다. "어쩌면 목숨을 걸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가 말했다. "디멘터들에게 맡겨 두고 싶은 거지, 그렇지? 하지만 나라면, 복수를 하고 싶을 거야. 내가 직접 나서서 그를 잡을 거라구."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해리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는 순간에 스네이프 교수가 외쳤다. "지금쯤은 재료들을 넣는 건 다 끝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마법의 약은 마시기 전에 약한 불로 끓여야 하니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동 안 치워두었다가 롱바텀의...." 네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약물을 열심히 젖고 있는 걸 지켜보며 크레이브와 고일이 큰소리로 낄낄거렸다. 헤르미온느는 스네이프 교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살짝살짝 그 에게 작은 소리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사용하지 않은 재료들을 싸서 치워 놓고는 손과 국자를 씻으러 한쪽 구석에 있는 돌 싱크대로 갔다. "말포이가 한 말이 무슨 뜻일까?" 해리가 이무기 돌의 주둥이에서 흘러나오는 얼음 장처럼 차가운 물에 손을 내밀며 론에게 중얼거렸다. "내가 왜 블랙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해야 하는지?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아직." 그 녀석이 그냥 꾸며낸 말일 거야." 론이 여전히 화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어리석 은 일을 하게 하려고 말야...." 수업 끝날 시간이 가까이 되자, 스네이프 교수가 네빌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냄비 옆에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서있었다. "모두들 이리로 모이세요." 스네이프 교수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리고 롱바텀 의 두꺼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세요. 만일 그가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마법의 약을 그럭저럭 잘 만들었다면, 두꺼비는 올챙이로 오그라들거예요, 만일, 물론 보나마나 그렇겠지만, 잘못 만들었다면, 그의 두꺼비는 죽어버리게 될 겁니다." 그리핀도르의 아이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본 반면, 슬리데린 아이들은 흥분한 것 같았 다. 스네이프 교수가 왼손으로 두꺼비 트레버를 집어들고는 작은 숟가락을 이제 초록 색이 되어 있는 네빌의 약물 속으로 푹 담갔다. 그리고는 트레버의 목구멍 속으로 몇 방울을 똑똑 떨어뜨렸다. 트레버가 그 약을 꿀꺽 삼키는 순간, 모두가 쥐 죽은 듯 조용히 바라보았다. 작게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올챙이 트레버가 스네이프의 손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스네이프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망토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올챙이 위에 몇 방울 떨어뜨리자 트레버가 다시 원 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핀도르에서 5점 감점하겠어요." 스네이프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의 얼굴에 서 미소가 사라졌다. "네빌을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 그레인저. 수업은 이것으로 마치 겠어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현관 안의 홀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해리가 좀전에 말 포이가 한 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동안, 론은 스네이프 교수에 대해 불평 불 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마법의 약이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그리핀도르에서 5점 감점을 하다니! 넌 왜 거짓 말하지 않았니, 헤르미온느? 네빌이 혼자서 다 했다고 말했어야지!"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대답이 없었다. 론은 주위를 들러보았다. "그 애가 어디로 갔지?" 해리도 역시 돌아섰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연회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바로 뒤에 있었는데." 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때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의 호위를 받으며 그들 옆으로 지나쳤다. 그는 해리에 게 능글맞게 웃어 보이고는 저만치 가버렸다. "저기 있네."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약간 헐떡이며 허둥지둥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가방을 움켜잡고, 또 한 손으로는 망토 앞에 뭔가를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어떻게 된 거니?" 론이 물었다. "뭐가?" 헤르미온느가 되물었다. "금방 우리 뒤에 있더니, 다시 계단 밑에 가 있으니 말야." "뭐라구?" 헤르미온느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어- 뭘 두고 와서 다시 가야 했거 든. 이런-" 헤르미온느의 가방 솔기가 터진 것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가방 속에 커다란 무거운 책이 적어도 수십 권은 쑤셔 넣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 던 것이다. "이것들은 왜 다 들고 다니는 거니?" 론이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과목을 듣고 있는지는 너도 알잖아."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 다. "이것들 좀 들어줄래?" "하지만-" 론은 그녀가 건네주는 책들을 뒤집어 그 표지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이 수업들은 없잖아. 오늘 오후엔 어둠의 마법 방어법뿐이잖아." "그래." 헤르미온느가 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책을 모두 다시 터진 가방 속으로 밀어 넣었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거였으면 좋겠어. 배고파 죽겠어." 그녀는 이렇게 덧붙이고는 연회장 쪽으로 걸어갔다. "헤르미온느가 우리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니?"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 그들이 어둠의 마법 방어법 첫 수업을 받으러 갔을 때 루핀 교수는 아직 와 있지 않 았다. 그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책과 깃펜과 양피지를 꺼내며 수다 떨고 있는데 그가 마침내 교실로 들어왔다. 루핀 교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초라한 서류 가방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초라해 보이기는 여느 때나 매한가지였지만 영양 가 있는 식사를 해서인지, 기차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다. "책들은 다 가방속에 다시 넣으세요. 오늘은 실습을 할 겄입니다. 요술지팡이만 꺼내 놓으세요." 학급 아이들이 책을 치우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작년에 그들을 가 르쳤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우리에 갇힌 요정들을 가져와 풀어놓았던 그 잊지 못할 수업 말고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에서 실습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자 그럼." 모두들 준비가 되자 루핀 교수가 말했다. "날 따라오세요." 어리둥절했지만 잔뜩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재빨리 일어서 루핀 교수를 따라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자 소리의 요정 피브스가 공중에서 거꾸로 둥둥 떠서 열쇠 구멍에 껌을 쑤셔 넣고 있었다. 피브스는 루핀 교수가 아주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가 발가락을 꼬부린 발을 흔들며 느닺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간이, 미치광이 루핀." 피브스가 노래를 했다. "얼간이, 미치광이 루핀, 얼간이, 미치광이 루핀-" 퍼브스는 언제나 무례하고 다루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그나마 약간 의 경의를 표했었다. 모두가 루핀 교수의 반응을 보려고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런 데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너라면, 열쇠구멍에서 그 껌을 빼낼거야,피브스." 그가 쾌활하게 말했다. "필 치씨가 빗자루를 가지러 들어갈 수가 없을 테니까 말야." 필치는 호그와트의 관리인으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물론 피브스와도 끊임없는 전쟁 을 벌이고 있는 성미가 괴팍한,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마법사였다. 그러나 피브스는 루핀 교수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큰소리로 혀를 날름거리기만 했다. 루핀 교수가 한숨을 한번 짓더니 요술지팡이를 꺼냈다. "이건 이런 때 쓰기에 유용한 주문이에요." 그가 어깨 너머로 학급 아이들에게 말했 다. "잘 지켜보세요." 그가 요술지팡이를 어깨 높이로 올리고는 "와다와시!"라고 외치며 그것을 피브스에 게 갖다댔다. 그러자 열쇠구멍에 박혀 있던 껌 덩어리가 총알이 퉁겨나가는 것처럼 핑 하며 튀어 나가 곧장 피브스의 왼쪽 콧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핑핑 돌면서 욕설을 퍼부으며 사라졌다. "멋져요,선생님!" 딘 토마스가 놀라서 말했다. "고맙다,딘."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다시 치우며 말했다. "그럼 계속 갈까?"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학급 아이들은 이제 초라한 루핀 교수를 약간은 더 존경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다른 복도로 데려가더니 교무실 문 바로 밖에 서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거라." 루핀 교수가 문을 열고 물러서며 말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낡은 의자들로 가득 찬 길다란 교무실에는 선생님이 딱 한 명밖 에 없었다.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오자 낮은 안락의자에 앉아있던 스네이프 교수가 돌 아 보았다. 그의 눈은 반짝거렸고 입가엔 심술궂은 조소가 감돌았다. 루핀 교수가 안 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그냥 열어두게, 루핀. 난 여기에 없 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그가 일어서서 까만 망토를 휘저으며 아이들을 지나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문간에서 홱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아직 주의를 주지 않은 것 같은데, 루핀, 이 학급에는 네빌 롱바텀이라는 아이가 있네. 그 애에겐 어려운 걸 절대로 맡기 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군. 그레인저가 그 녀석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가르쳐주지 않는 다면 말일세." 네빌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노려보았다. 그가 자신의 수업시간에 네빌을 괴롭히는 것도 참을 수 없었지만,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그런 식으 로 모욕을 주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루핀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난 네빌이 실습의 첫 단계를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 앤 분명히 훌륭하게 잘해낼 거라고 믿네." 네빌의 얼굴이 훨씬 더 빨개졌다. 스네이프 교수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너니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자, 그럼." 루핀 교수가 학급 아이들에게 교무실 끝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 는 선생님들이 여분의 망토를 넣어두는 낡은 옷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루핀 교수 가 그 옆으로 가서 서자, 옷장이 갑자기 흔들흔들하더니 쾅 하며 벽에서 떨어졌다.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요." 몇몇 아이들이 놀라서 뒤로 펄쩍 뛰자 루핀 교수가 나 직이 진정시켰다. "저 안엔 보가트가 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것이 바로 걱정하던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네빌은 루핀 교수를 아주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시무스 피니간은 이제 덜컥거리고 있 는 문 손잡이를 아주 염려스럽게 보았다. "보가트들은 어둡고 닫힌 공간을 좋아해요." 루핀 교수가 말했다. "옷장이나 침대 밑의 틈새나 세면기 밑과 같은 곳들 말이에요 - 난 쾌종시계 속에서 살고 있던 것도 만난 적이 있어요, 이 보가트는 어제 오후에 옮겨왔는데, 교장선생님께 우리 3학년 학 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시라고 부탁했어요. 그건 그렇구, 보가트가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알아 보아야 하겠죠?" 헤르미온느가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건 어떤 모양으로도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괴물이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으로 변해서 겁을 주지요." "정말 잘 설명했어요." 루핀 교수가 흡족해하자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혔다. "따라 서 어둠 속에 앉아있는 보가트는 아직 어떤 형태도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무엇이 문 바깥에 있는 사람을 놀라게 할지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보가트가 혼자 있을 때 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그를 나오게 하면, 무엇이든 우리 들 각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 말은," 루핀 교수가 네빌이 겁에 질려 말을 더듬는 것도 본체 만체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 보가트보다 굉장한 이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해리?" 옆에 앉은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고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긴 했지만, 해리는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저- 저희들이 너무 많아서, 보가트가 어느 형체로 변해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로 그거예요." 루핀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약간 실망한 얼굴로 손 을 내렸다. "따라서 보가트를 대할 때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가장 좋아요. 그 가 어찌할 바를 모를 테니까 말이죠. 그는 목 없는 송장으로 변해야 할까 아니면 육식 하는 민달팽이로 변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니까요. 한번은 바로 그런 실수를 저지른 보 가트를 본 적이 있어요- 두사람을 동시에 놀라게 하려고 반쪽만 남은 민달팽이로 변한 거예요. 전혀 놀랍지 않았죠, 물론. 보가트를 쫓아버리는 마법은 간단해요. 하지만 정신력을 필요로 하죠. 보가트를 정 말로 해치우는 건 웃음소리예요. 그저 그것이 가장한 모습이 억지로라도 아주 우스운 척 하기만 하면돼요. 우선 요술지팡이 없이 그 마법을 연습해보죠. 날 따라해 봐요... 리디큘러스!" "리디큘러스!" "좋아요." 루핀 교수가 말했다. "아주 잘했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주 쉬 운 일부분에 불과해요.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네빌, 네가 들어와야 할 부분 이 바로 지금이란다." 옷장이 다시 한번 흔들렸지만 네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마치 교수대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걸어나갔다. "좋아, 네빌." 루핀 교수가 말했다. "우선 첫째로, 세상에서 널 가장 놀라게 하는게 뭔지 말해볼 수 있겠니?" 네빌의 입술이 움직거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네빌. 미안하다." 루핀 교수가 기분 좋게 말했다. 네빌은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부탁하기라도 하는 듯 무턱대고 주위를 둘러본 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웃었다. 심지어 네빌 조차 변명이라도 하듯 씩 웃었다. 그러나 루핀 교수는 생각에 잡겨있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 교수라... 흠... 네빌, 넌 할머니와 함께 살지 아마?" "어- 네." 네빌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 전 보가트가 할머니로 변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아니, 아니. 내 말을 오해했구나."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네 할머니께서 평소에 어떤 종류의 옷을 입으시는지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니?" 네빌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글쎄요... 항상 똑같은 모자를 쓰세요. 위에 박제된 대머리수리가 달린 길쭉한 모자예요. 그리고 긴 드레스를 입으세요. 보통 초록색이죠. 그리고 가끔은 여우털 목도리도 하세요." "그리고 핸드백도?" 루핀 교수가 한 마디 거들었다. "커다란 빨간색 가방이에요." 네빌이 말했다. "자 그럼."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 옷들을 아주 명확히 묘사할 수 있니, 네빌? 네 마음의 눈으로 그것들을 볼 수 있니?" "네." 네빌이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지, 다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 했다. "이 옷장에서 보가트가 불쑥 나와서 네빌 널 보면, 그건 스네이프 교수의 형체를 가 장할 거야." 루핀 교수가 찬찬히 설명했다. "그러면 넌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이 렇게 말야 - '리디큘러스' 라고 외치는 거야- 그리고 네 할머니의 옷에 온정신을 집중 해. 만일 모든 게 잘되면, 스네이프 교수로 변한 보가트는 네 할머니가 즐겨 입으시는 복장을 하고 나타날 거야. 꼭대기에 대머리수리가 달린 모자에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빨간색 핸드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말야." 아이들 쪽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옷장이 더 격렬하게 흔들거렸다. "네빌이 만약 성공하면, 그 보가트는 아마 우리들에게로 차례차례 주의를 돌리게 될 거예요." 루핀 교수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들 각자 잠깐동안 가장 두려운 것 을 생각하고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도록 해요...." 실내가 조용해졌다. 해리는 생각했다... 세상에서 그를 가장 두렵게 하는게 무엇일 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볼드모트였다- 힘을 완전히 되찾은 볼드모트, 그러나 볼드모 트로 가장한 보가트를 반격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생각하지도 전에, 마음속에 끔찍 한 영상이 떠올랐다.... 까만 망토 밑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던 썩은 내 나는 번쩍이는 손... 보이지 않는 입에서 터져 나오는 길고 귀에 거슬리는 숨소리... 그리고 익사하는 것 같은 기 분이 들 정도로 몸 속으로 무섭게 파고드는 냉기.... 해리는 몸을 부르르 떤 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길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이들 대부분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론은 혼자말로 "다리를 없애"라고 중얼거리고 있 었다. 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론이 가장 무서워하는건 거미였 다. "모두 준비됐나?" 루핀 교수가 물었다. 해리는 두려움으로 몸이 움찔하는 걸 느꼈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떻 게 해야 디멘터가 덜 겁나게 보일까? 그러나 그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 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었다. "네빌, 우린 뒤로 물러난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네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야. 알았지? 네빌이 끝난 뒤 다음 사람을 부르겠어요... 모두들 뒤로, 자, 네빌이 잘할 수 있도록-" 그들은 네빌을 옷장 옆에 혼자 남겨둔 채, 모두 뒤로 물러났다. 그는 창백하고 겁먹 은 얼굴로 망토 소매를 걷어올리고 요술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셋을 세자마자 해라, 네빌."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옷장 손잡이에 갖다대며 말했다. "하나- 둘 - 셋- 지금!" 루핀 교수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튀어나와 문손잡이를 쳤다. 옷장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더니 매부리코에 심술궂은 얼굴을 한 스네이프 교수가 걸어나와 네빌을 흘끗 바라보았다. 네빌은 지팡을 들어올린 채,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에게 달려들 었다. "리-리-리디큘러스!" 네빌이 끽끽거리며 외쳤다.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비틀거렸다. 그는 레이스가 달린 긴 드레스 에 맨 위에 대머리수리가 달린 좀먹은 커다란 모자를 쓰고 커다란 빨간색 핸드백을 흔 들고 있었다. 폭소가 터졌다. 보가크가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자,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패르 바티! 앞으로!" 패르바티가 굳어진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또한번 휙 하더니, 그가 서 있던 자리에 피로 얼룩진 붕대를 감고 있는 미라가 나타났 다. 미라가 얼굴을 패르바티에게로 돌리더니 뻣뻣한 양팔을 들어올리고 발을 질질 끌 며 아주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리디큘러스!" 패르바티가 외쳤다. 그러자 미라의 발에 감겨있던 붕대가 풀렸다. 그리고 붕대가 발에 뒤얽히면서 미라 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머리통이 떨어져 나와 데굴데굴 굴러갔다. "시무스!" 루핀 교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시무스가 패르바티를 지나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휙! 미라가 있던 자리에 바닥까지 늘어지는 까만 머리에 초록 빛깔의 해골 같은 얼 굴을 한 여자가 나타났다. 죽을 사람이 있음을 통곡으로 예고한다는 밴시 요정이었다.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울부짖는 듯한 소름끼치는 긴 비 명소리를 냈다- "리디큘러스!" 시무스가 외쳤다. 벤시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니 목을 움켜잡았다.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휙! 밴시가 다시 쥐로 변하더니 그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돌았다- 휙!- 이번엔 방울뱀이 되어 몸을 뒤틀었다- 휙! - 그리고 핏발이 선 눈알이 되었다. "보가트가 당황했다!"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이제 거의 다 되었어! 딘!" 딘이 허둥지둥 앞으로 걸어갔다. 휙! 눈알이 손이 되더니, 홱 뒤집혀서 마치 게처럼 마룻바닥을 옆으로 기어가기 시 작했다. "리디큘러스!" 딘이 외쳤다. 짤깍 하더니, 그 손이 쥐덪에 걸렸다. "훌륭해요! 론, 다음은 너다!" 론이 앞으로 껑충 뛰어나왔다. 휙! 갑자기 아이들이 비명을 지렀다. 2미터나 되는 털투성이의 거대한 거미가 집게발을 심술궂게 딸깍거리며 론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잠시, 해리는 론이 겁에 질려 꼼짝 않고 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뒤- "리디큘러스!" 론이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거미의 다리들이 없어졌다. 거미가 데 굴데굴 굴러가자 라벤더 브라운이 우는 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그런데 그게 해리의 발 치에서 멈췄다.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 "여기야."루핀 교수가 갑자기 급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소리쳤다. 휙! 다리가 없는 거미가 사라져버렸다. 잠시, 모두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보려고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그들은 루핀 교수의 앞 허공에 은빛나는 보름달이 동 동 떠 있는 걸 보았다. 그가 느리게 "리디큘러스!" 라고 외쳤다. 휙! "앞으로 나오거라, 네빌. 녀석을 끝장내버려라!" 보가트가 바퀴벌레가 되어 마룻바 닥에 내려앉자 루핀 교수가 말했다. 휙! 스네이프 교수가 다시 나타났다. 네빌은 이번 엔 단호한 표정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리디큘러스!" 그가 소리치자 스네이프 교수가 순식간에 레이스 달린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변했고 네빌이 "하하하!" 하고 커다랗게 소리내어 웃자, 보가트가 갑자기 연기를 쁨어내며 폭발을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훌륭해요!" 루핀 교수가 외치자 학급 아이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훌륭했다, 네 빌. 정말 잘했어요, 모두들... 어디 보자... 보가트를 해치웠으므로 그리핀도르 여러 분 모두에게 5점씩 주겠어요 - 네빌은 두 번 했으니 10점을 주겠고.. 헤르미온느와 해 리에게도 각각 5점씩을 주겠어요." "하지만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해리가 말했다. "너와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작할 때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잖니,해리' 루핀 교수 가 살짝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 훌륭한 수업이었어요. 숙제는, 보가트에 대한 꼭지 를 읽고 요약해오는 거예요.... 월요일에 제출하세요. 그게 다입니다." 학급 아이들은 저마다 흥분해서 떠들어대며 교무실을 나왔다. 해리는 그러나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루핀 교수는 그가 보가트를 잡으려는 순간 일부러 막았었다. 왜 그랬을까? 그가 기찻간에서 기절한 걸 봐서,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 었을까? 그가 또다시 기절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밴시 다루는 거 봤어?" 시무스가 큰소리로 으스대며 말했다. "손은 어떻구!" 딘이 자신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모자를 쓴 스네이프하며!" "내 미라도 있어!" "그런데 루핀 교수는 왜 보름달을 두려워하는 걸까?" 라벤더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건 지금까지 받아본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어, 안 그러 니?" 그들이 가방을 가지러 다시 교실로 향할 때 론이 흥분해서 말했다. "굉장히 좋은 선생님인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나 도 보가트를 다루어보았더라면 좋았을걸-" "네 차례가 되었다면 그게 뭐가 되었을까?" 론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10점 만점에 겨우 9점밖에 받지 못한 숙제?" @ff 달아난 뚱보 여인 어둠의 마법 방어법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다. 루 핀 교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아이는 슬리데린의 드레이코 말포이 패거리뿐이었다. "저 망토 꼴 좀 봐." 루핀 교수가 지나가면 말포이는 큰소리로 대놓고 이렇게 비웃 곤 했다. "옷 입은 꼴이 꼭 우리 집에 있는 늙은 하녀 요정 같단 말야."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여기저기 기우고 해진 루핀 교수의 망토에 대해 이러 쿵저러쿵하지 않았다. 그의 다음 수업들도 첫 수업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보가트에 이 어, 그들은 성의 지하 감옥이든 황량한 싸움터의 후미진 곳이든 어두운 곳에 숨어서 길 잃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레드 캡이라는 도깨비를 공부했다. 그리고 레드 캡 다음엔 카파였다. 그건 연못에서 살면서 물 속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목 졸라 죽이는, 바늘 과 물갈퀴가 있는 원숭이처럼 생긴 소름 끼치는 유령이었다. 그러나 다른 수업들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해리가 가장 싫어하는 건 마법의 약 수업이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요즘 들어서 특히 더 심술을 부렸지만, 그 이유는 아무 도 몰랐다. 보가트가 스네이프 교수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네빌이 그 보가트에게 할머 니의 옷을 입혔다는 우스쾅스런 이야기는 학교 안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스네이프 교수는 그것을 대단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루핀 교수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 다 눈을 무섭게 번득였으며, 네빌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괴롭혔다. 해리는 또 탑 꼭대기에 있는 숨막힐 듯한 방에서 이상하게 생긴 모양과 기호들을 해 독하며 보내야 하는 점술 수업 시간도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언제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므로, 그녀가 아무리 그 학급의 많은 학생들에게 존경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받고 있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결코 좋아할 수 가 없었다. 패르바티 패틸과 라벤더 브라운은 점심 시간에도 노상 트릴로니 교수의 탑 방으로 드나들며 마치 다른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기라도 한 듯 거만한 표정 을 지으며 돌아다니곤 했다. 그애들은 또 해리에게 말할 때마다 그가 죽기라도 한 듯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기까지 했다. 한편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건 히포그리프에게 인사만 해야 했던 첫 수업 이후 몹시 지루해졌기 때문이었다. 해그리 드는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들은 이제 수업 시간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동물일 것 같은 폴로버웜이라는 벌레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귀찮게 그런 동물들을 돌보려는 거지?" 론이 한 시간 내내 쪽쪽 찢은 양상추를 플로버웜의 끈적끈적한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하고 나서 이렇게 투 덜거렸다. 그러나 10월이 되자 해리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들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아 주 재미있는 일과가 생겼다. 퀴디치시즌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어느 목요일 저녁에 그리핀도르팀의 주장인 올리버 우드가 새 시즌의 전략들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소집 한 것이다. 퀴디치 팀에는 총 일곱 명의 선수가 있었다. 세 명의 추격꾼이 하는 일은 경기장 양 쪽에 있는 15미터 높이의 골대들 중 하나에 퀘이플(축구공 만한 빨간색 공)을 넣어 득 점을 하는 것이었고, 두 명의 몰이꾼은 무거운 배트를 들고 블러저(붕 소만색 공)들을 쳐내는 일을 했다. 그리고 파수꾼은 골대를 방어하는 선수이고, 수색꾼은 날개가 달린 호두만한 크기의 스니치라는 황금빛 공을 잡아야 하는 아주 힘든 임무를 맡은 선수였 다. 스니치를 잡은 수색꾼의 팀은 150점을 얻는 동시에 그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올리버 우드는 몸이 억센 7학년생으로, 이제 호그와트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 었다. 어두워지는 퀴디치 경기장 언저리에 있는 냉랭한 라커룸에서 여섯 명의 동료 선 수들에게 연설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왠지 절망 같은 게 느껴졌다. "이번이 퀴디치 우승컵을 탈 우리의 마지막 기회야. 아니 나의 마지막 기회지" 그가 그들 앞에서 큰 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며 말했다. "금년 말이면 난 졸업해. 난 다시는 기회가 없어, 그리핀도르는 지난 7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어. 그래,운이 지겹게도 따라 주지 않았어- 부상도 당했고 - 작년엔 경기가 연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지..." 그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목이 메는 듯 우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우린 분명 학교- 에서- 가장- 막강한- 팀이야." 그가 자기 손에다 주먹질을 하면서 눈을 번득였 다. "우리에겐 세 명의 최고 추격꾼이 있어." 우드는 앨리샤 스피넷과 안젤리나 존슨과 케이티 벨을 가리켰다. "몰이꾼 두 명도 실력이 아주 뛰어나." "그만 해, 올리버. 무안하게 하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부끄러워하는 척 하며 말했다. "그리고 단 한 시합도 내주지 않았던 수색꾼도 있어!" 우드가 득의 양양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그가 추가로 덧붙였다. "너도 아주 잘해,올리버." 조지가 얼른 끼어들었다. "기막히게 좋은 파수꾼이지." 프레드가 옆에서 거들었다. "요점은." 우드가 다시 왔다갔다 하기 시작하며 계속했다. "지난 2년 동안은 퀴디치 우승컵에 우리의 이름이 쓰일 수도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는 거야. 해리가 팀에 들어 온 이후, 난 우리 팀이 우승컵을 따낼 수 있다고 확신했었어. 하지만 우리는 해내지 못했어. 금년이 바로 그 우승컵에 새겨진 우리의 이름을 보게 될 마지막 기회야...." 우드가 어찌나 맥없이 말했던지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까지 동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올리버, 금년은 우리의 해야." 프레드가 격려해 주었다. "우린 해낼 거야,올리버!" 안젤리나가 말했다. "물론이야." 해리가 말했다. 팀원들은 모두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일주일에 사흘 저녁을 할애하는 맹훈련에 들 어갔다. 날씨는 점점더 춥고 축축해졌으며 해는 점점 더 짧아젔지만 땅이 아무리 질퍽 질퍽하고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고 비가 아무리 퍼부어대도 이번에야 말로 대형 은 빛 퀴디치 우승컵을 거머쥐고야 말겠다는 해리의 다부진 결심을 퇴색시키지는 못했다. 어느 날 저녁 해리는 훈련을 마치고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갔다. 으슬으슬 춥 고 온몸이 뻐근했지만 연습이 잘되어서인지 기분은 그만이었다. 그런데 학생 휴게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술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그가 난롯가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별자리표를 만드는 천문학 숙제를 하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호그스미드에 간데." 론이 낡은대로 낡은 게시판에 붙어있는 공고문을 가리키며 말 했다. "10월 말일, 할로윈데이에." "좋았어." 해리에 이어 초상화 구멍으로 들어온 프레드가 말했다. "난 종코의 장난 감 가게에 가야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총알이 거의 다 떨어졌거든." 해리는 한없이 좋았던 기분이 단번에 스러지는 걸 느끼며 옆에 있는 의자에 푹 주저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그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해리, 다음 번에는 틀림없이 갈 수 있을 거야." 그녀가 해리를 위로해 주었다. "블랙은 곧 잡힐 거야. 이미 한 차레 발견되었잖아." "블랙은 호그스미드에서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아냐." 론이 옆에서 충동질을 했 다. "이번에 갈 수 있는지 맥고나걸 교수에게 한번 여쭤봐, 해리. 다음 번이라는 게 언제일지도 모르잖아-" "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학교에 머물러 있어야 해-" "3학년 중에서 가지 않는 애는 아마 해리밖에 없을 거야." 론이 퉁명스럽게 내빝었 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부탁해봐. 어서 해리-" "그래, 그래야겠어." 해리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크룩생크가 그녀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 고양이의 입에는 커다란 죽은 거미 한 마리가 대롱대 롱 매달려 있었디. "이 녀석은 그걸 꼭 우리 앞에서 먹어야 하니?" 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크룩생크, 그걸 너 혼자 잡았니?" 헤르미온느가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크룩생크는 노란 눈으로 오만하게 론을 쳐다보며, 거미를 천천히 씹어먹었다. "그 녀석 좀 저쪽으로 치워." 론이 다시 천문학 숙제를 하면서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쥐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단 알야." 해리는 길게 하품을 했다. 그는 정말로 자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지만, 천문학 숙제 는 마저 해야 했다. 그는 가방을 끌어당기고 양피지와 잉크와 깃펜을 꺼내 숙제를 시 작했다. "원하면 내거 보고 해도돼." 론이 자신이 만든 화려한 별자리표에 마지막 별을 붙인 뒤 해리에게 밀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숙제 베끼는 건 질색했으므로, 입술을 오므리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 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룩생크는 숱많은 꼬리를 가볍게 휙휙 휘두르며 여전히 눈 하 나 깜짝이지 않고 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고양이가 와락 덤 벼들었다. "어!" 크룩생크가 가방 속 깊숙이 네 발을 집어넣고 사납게 북북 찢기 시작하자 론 이 가방을 움켜쥐며 고함을 질렀다. "저리가, 이 멍청한 고양이야!" 론이 크룩생크에게서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크룩생크는 착 달라붙어서 으르렁 거리며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론, 고양이를 다치게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우는 소르를 냈다. 학생 휴게실에 있 던 아이들은 일제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론이 크룩생크가 착 달라붙어 있는 가방을 핑핑 돌리자 스캐버스가 가방 밖으로 퉁겨져 나갔다. "저 고양이를 잡아!" 크룩생크가 가방에서 빠져나와 탁자위로 튀어 오르며 겁에 질 린 스캐버를 쫓아가자 론이 소리쳧다. 조지 위즐리가 재빨리 크룩생크를 잡으려고 달려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스캐버스가 사람들의 다라 사이로 쏜살같이 달아나 낡은 서랍장 밑으로 들어가 버리자 크룩생크가 그 앞에 안짱다리를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아 앞발로 사납게 치기 시작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크룩생크의 몸통을 잡아 번쩍 들어올린 뒤에야 겨우 바닥에 바짝 엎드려 스캐버스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 녀석 좀 봐!"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가죽하고 뼈뿐이야! 제 발 저 고양이가 이 녀석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해줘!" "크룩생크는 그게 나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 다. "고양이가 쥐를 쫓는 건 당연하잖아, 론!" "저 고양이는 좀 이상한 데가 있어!" 론이 미친 듯이 몸을 떨고 있는 스캐버스를 달 래어 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저녀석은 분명히 내가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 있다 고 한 말을 들은거야!" "허튼 소리 좀 작작해." 헤르미온느가 성급하게 말했다. "크룩생크는 스캐버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야,론. 넌 어떻게 된 애가-" "그 놈은 스캐버스를 잡아먹고야 말거야!" 론이 주위 사람들이 낄낄거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스캐버스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줄 알기나 하니? 더군다나 녀석은 지금 아프기까지 하단 말야!" 그러더니 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학생 휴게실에서 나가 남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론은 다음날에도 여전히 헤르미온느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해리와 헤르미온느 와 같은 조에서 강낭콩으로 실습하는 약초학 시간에도 내내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캐버스는 어떠니?" 헤르미온느가 콩나무에서 진이 많은 핑크빛 꼬투리를 까서 나 무 들통에 반짝이는 콩들을 털어 넣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녀석은 벌벌 떨면서 내 침대 밑에 숨어있어." 론이 홧김에 휙 던지자 콩들이 들통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온실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조심해라, 위즐리, 조심해!" 콩들이 그들 앞에 흩어져 있는 걸 보고 스프라우트 교 수가 소리쳤다. 이 시간이 끝나면 바로 변신술 수업이 있었다. 해리는 수업이 끝나면 맥고나걸 교수 에게 호그스미드 답사하는 데 함께 가도 되는지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있었으므로, 교 실 바깥에 늘어선 아이들 틈에 끼어 자기 주장을 어떻게 펼칠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 다. 그런데 앞줄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으므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라벤더 브라운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감싸안고 시무스 피니간 과 딘 토마스에게 뭐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애들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 었다. "무슨 일이니, 라벤더?"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과 함께 그쪽으로 걸어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 집에서 편지가 왔는데," 패르바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라벤더의 토끼 빙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었대나봐." "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 됐구나, 라벤더." "그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어야 했어!" 라벤더가 비참하게 말했다. "오늘이 며칠인 지 아니?" "저-" "10월16일이야!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일, 그것은 10월16일에 일어날 것이다!' 라 는 말 생각나니? 선생님 말이 맞았어, 선생님 말이 맞았다구!" 이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라벤더 주위에 모여 있었다. 시무스는 심각하게 고개를 절 레절레 흔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네가 -네 가 빙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단 말이니?" "글쎄, 꼭 여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라벤더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헤르미온 느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난 확실히 빙키가 죽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어." "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 그뒤- "빙키는 늙은 토끼니?" "아- 아니?" 라벤더가 훌쩍였다. "빙-빙키는 그저 아기 토끼일 뿐이야!" 패르바티가 라벤더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그러면,넌 왜 빙키가 죽는 걸 두려워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따지듯 물었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글쎄, 상황을 좀 논리적으로 봐." 헤르미온느가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내 말은 빙키가 심지어 오늘 죽은 것도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지? 오늘 그 소식을 들 은 것뿐이잖아-" 라벤더가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 그리고 라벤더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두려워하고 있었을 리가 없어. 전혀 예상 못했던 일 아냐- " "헤르미온느 말은 신경 쓰지 마,라벤더." 론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 앤 다른 사람 들의 애완 동물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바로 그 순간에 맥고나걸 교수가 교실로 들어온 건 천만 다행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이 서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그들은 해리를 가운 데 두고 양쪽에 앉았고 수업 시간 내내 서로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런데 해리가 아직 맥고나걸 교수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호그스미드 이 야기를 꺼냈다. "잠깐만요!" 학급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가려 하자 그녀가 외쳤다. "여러분들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에 있으니까, 호그스미드 허가서는 할로윈데이 전까지 내게 제출 하 도록 하세요. 허가서가 없으면 그 마을을 방문할 수 없으니 잊지 마세요!" 네빌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교수님, 전-전 잃어버린 것 같은데요-" "네 허가서는 할머니께서 직접 보내주셨단다, 롱바텀."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더구나. 자, 이게 다예요, 이제 가도 좋아요." "지금 물어봐."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어,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어서,해리." 론이 완강히 말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조하게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으 로 향했다. "왜 그러니,포터?" 해리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께서 - 저 - 제 허가서에 사인해 주는 걸 잊으셨어요."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맥고나걸 교수는 사각 안경 너머로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 았다. "그래서 그러는데 - 저 - 괜찮을까요 - 제 말은, 제가 - 제가 호그스미드에 가도 - 괜찮을까요?" 맥고나걸 교수가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에 있는 종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구나,포터." 그녀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 말 들었잖니. 허 가서가 없으면 그 마을을 방문할 수 없단다. 규칙이야." "하지만 -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는 - 아시겠지만, 그들은 머글이라, 전혀 이해 하지 못해요 - 호그와트의 서류나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예요." 해리가 말하는 동 안, 론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그를 격려해주었다. "교수님께서 제가 가도좋다고 말 씀하신다면 -"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일어서서 서류들을 깔끔하 게 모아서 서랍 속에 넣으며 말했다. "그 허가서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허락만이 유효 하다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단다." 그녀가 기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정이었 을까? "미안하구나, 포터. 하지만 그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단다. 서두르는게 좋겠다 . 다음 수업에 늦겠구나."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의 험담을 있는 대로 늘어놓아서 헤르미온느를 매우 약오르게 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모두가 다 하느님의 뜻이다' 라는 태평한 표정을 지어 론을 훨씬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해리는 학급 아이들이 호그 스미드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시끄럽고 유쾌하게 떠들어대고 있는 동안 멍 하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연회는 늘 있잖아." 론이 해리의 기분을 돋우어 주려고 애쓰며 말했다. "할로윈 연 회. 저녁에 말야." "그래."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맛있지." 할로윈 데이 음식은 항상 맛있었다. 하지만 그가 내일 다른 아이들과 호그스미드에 가게 된다면 훨씬 더 맛있을 것이었다. 그곳에 가지 못하는 해리에겐 누구의 어떤 말 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글씨 쓰는 재주가 있는 딘 토마스가 버논 이모부의 사인을 비슷하게 써주겠다고 했 지만, 해리가 이미 맥고나걸 교수에게 사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뒤였으므로 아무 소 용이 없었다. 론은 하다하다 못해 투명 망토를 쓰고 가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그 즉시 헤르미온느는 투명 망토를 입어도 디멘터들을 속일 수는 없다던 덤블도어 교수의 말을 상기시켜주었다. 더욱이 퍼시가 위로랍시고 한 말은 오히려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 었다. "모두들 호그스미드에 대해 야단스럽게들 떠들어대지만, 해리, 사실 소문처럼 대단 한 것은 아냐."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과자가게는 꽤 괜찮은 편이지. 하지만 종코의 장난감 가게는 솔직히 좀 위험해.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도 꽤 가볼 만한 곳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해리, 그곳들 말고는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 할로윈데이 아침이 되자, 해리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하지 만 평소대로 행동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음에도 기분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과자 많이 사다 줄게."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엄청 많이."론이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곤란에 처하게 되자 마침 내 크룩생크에 대해 승강이를 벌였던 일을 잊고 넘어가게 되었다. "내 걱정은 마." 해리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들리길 바라며 말했다. "연회에서 보자. 즐겁게 보내." 그가 그들과 함께 현관 안의 커다란 홀로 가자 필치가 정문안에 서서 수상쩍은 눈초 리로 긴 명단에 있는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혹시 나가서는 안될 사람이 몰래 빠져나가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넌 안가니, 포터?"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나란히 서서 큰소리로 외쳤 다. "디멘터들 지나가기가 겁나서?" 해리는 그를 무시하고 혼자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 나 다시 그리핀도르 탑으로 갔다. "암호?" 뚱뚱한 여인이 꾸벅꾸벅 졸다가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며 물었다. "포르투나." 해리가 맥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초상화가 홱 열리자 그는 그 구멍을 통해 학생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1,2학년생들과, 호그스미드를 몇 번 가봐서 별로 신기함을 느끼지 못하는 고학년생들만 몇몇 있을 뿐이었다. "해리! 해리! 안녕, 해리!" 그건 콜린 크리비였다. 그는 2학년생이었는데 해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구는 아이였다. "호그스미드에 안 가, 해리? 왜? - 콜린이 자신의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 "원한다면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아도 돼, 해리!" "저 - 괜찮아. 생각해줘서 고마워, 콜린." 해리는 자신의 이마에 난 흉터를 뚫어지 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지가 않았다. "난 - 난 도서관에 가야 해. 할 일이 좀 있거든." 그러고 나서 그는 곧바로 돌아서서 초상화 구멍으로 다시 나갔다. "무엇 때문에 날 자꾸 깨우는거야?" 그가 걸어나가자 뚱보여인이 심술이 나서 소리 쳤다. 맥없이 도서실로 향하던 해리는 반쯤 가다가 마음을 바꿨다.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홱 돌아서자 필치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호그스미드를 방문 할 학생들을 막보내고 온 게 틀림없었다. "뭐하고 있는 거니?" 필치가 수상쩍다는 듯 딱딱거렸다. "아무 것도요." 해리가 사실대로 말했다. "아무 것도라니!" 필치가 아래턱을 심술궂게 파르르 떨며 내뱉듯이 말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혼자서 살금살금 돌아다니고 있었잖아 - 호그스미드에 가서 성 가신 네 친구 녀석들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총알이나 불꽃을 내뿜는 폭약이나 윙 소 리나는 벌레들이나 사고 있지 않고 왜 이렇게 어슬렁대고 있는거야?"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 어서 너희 학생 휴게실로 돌아가!" 필치는 이렇게 윽박지르고는 해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노려보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학생휴게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막연히 헤드위그를 보러 부엉이 방에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가 또 다른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어떤 방 안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해리?" 누구인지 보려고 돌아서자 루핀 교수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뭐하고 있니?" 루핀 교수가 필치와는 전혀 다른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디에 있니?" "호그스미드에 갔어요." 해리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가 해리를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들어올래? 난 막 다음 수업 시간에 쓸 그라인딜로우를 배달 받았단다." "뭐라고 말씀하셨죠?" 해리가 물었다. 루핀 교수는 대답 대신 그를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다. 한쪽 구석에 아주 커다란 수 조가 놓여 있었는다. 작은 뿔들이 날카롭게 나 있는 창백한 동물 하나가 유리에 얼굴 을 대고 침울한얼굴로 가늘고 긴 손가락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귀신이란다." 루핀 교수가 그라인딜로우를 자상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것을 다루는 데는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을거야. 이미 카파를 다루어봤으니까 말야. 잡히지 않도록만 해라. 저 비정상적으로 긴 손가락들이 보이니?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부러지기가 아주 쉽단다." 그라인딜로우는 초록빛 이빨을 드러내고 한쪽 구석에 뒤엉켜있는 해초들 속으로 숨 었다. "차 한잔 할래?" 루핀 교수가 주전자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막 차를 끓 이려던 창이거든." "네." 해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루핀 교수가 요술지팡이로 주전자를 가볍게 두르리자 주둥이에서 갑자기 증기가 뿜 어져 나왔다. "앉거라." 루핀 교수가 쓰레기통에서 뚜껑을 꺼내며 말했다. "내겐 차 봉지밖에 없 는 것 같구나. 하지만 넌 찻잎이 충분하겠지?" 해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해리가 놀라 물었다. "맥고나걸교수가 말해주셨단다." 루핀 교수가 이 빠진 머그잔을 건네며 말했다." 설 마 기분 나쁜 건 아니겠지?" "네" 해리가 말했다. 그는 잠시 루핀 교수에게 매그놀리아 광장에서 보았던 개에 대해 말할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보가트를 감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루 핀 교수에게 그런 말까지 한다면 겁쟁이로 낙인 찍힐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해리의 생각이 얼굴에 나타났던지, 루핀 교수가 물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해리?" "아뇨."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그라인딜로우가 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걸 지켜보았다. "사실은요." 그가 루핀교수의 책상에 찻잔을 내려놓 으며 불쑥 말했다. "저희들이 보가크와 싸웠던 날 기억하세요?" "물론이지." 루핀 교수가 천천히 대꾸했다. "왜 제가 보가트에게 대항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셨어요?" 해리가 무뚝뚝하게 물었 다. 루핀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게다, 해리," 그가 오히려 그 질문에 놀란 것처럼 말 했다. 해리는 루핀 교수가 자기가 언제 그랬느냐며 펄쩍 뛸거라고 예상했으므로, 깜짝 놀 랐다. "왜죠?" 그가 다시 물었다. "글세." 루핀 교수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난 그 보가트가 너와 맞서면, 볼드모 트의 모습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해리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전혀 뜻밖의 대답이었을 뿐만아니라, 루핀 교수가 볼 드모트의 이름을 거침없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 이름을 큰소리로 말했던 사람은 (볼드모트 자신 말고는)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물론, 내 생각은 틀렸지." 루핀 교수가 해리에게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 다. "하지만 난 볼드모트를 교무실에 나타나게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겼단다. 아이들이 몹시 당황할 테니까 말야." "전 볼드모트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해리가 솔질히 말했다. "전 -전 디멘터들을 떠 올렸어요." "그랬구나." 루핀 교수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글세, 뭐랄까... 감동받았는걸." 그 가 해리의 놀란 표정을 보고 살짝 미소지었다. "그 말은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게 - 두 려움 그 자체라는 거니까 말야. 현명한 대답이구나, 해리.' 해리는 그 말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차만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니까 넌 여지껏 내가, 네가 보가트와 싸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여겼던 게로구나?" 루핀 교수가 정확하게 꼬집어 말했다. "말하자면... 그래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걸 느꼈 다. "루핀 교수님, 디멘터들은 - " 그의 말은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때문에 중단되었다. "들어오세요." 루핀 교수가 외쳤다. 문이 열리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들어왔다. 그는 신기하게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 을 들고 있었는데, 해리를 보자 멈춰 서서 까만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정말 고맙네. 그걸 여기 내 책상 위에 놔주겠나?" 스네이프 교수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을 내려놓으며 해리와 루핀 교수를 번갈아 쳐 다보았다. "해리에게 막 그라인딜로우를 보여주고 있던 참이었네." 루핀 교수가 수조를 가리키 며 쾌활하게 말했다. "멋지군." 스네이프 교수가 그것은 쳐다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건 곧바로 마셔야 하네,루핀." "암,암,그러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냄비 한가득 만들어 두었으니까," 스네이프 교수가 계속했다. "더 필요하면 말하게." "내일쯤 조금 더 가져가겠네. 정말 고맙네,세베루스." "고맙긴 뭘." 스네이프교수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눈빛은 해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 는 바로 그 눈빛이었다. 그는 미소도 짓지 않고 뒷걸음질 쳐서 방에서 나갔다. 해리가 그 잔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자 루핀 교수가 엉성한 미소를 지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친절하게도 날 위해 마법의 약을 만들어 주셨단다." 그가 말했다. "난 마법의 약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데다 이건 특히나 더 복잡해서 말야." 그가 잔을 들어올려 킁킁 냄새를 맡았다. "설탕을 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그가 한모금 마시 더니 진저리를 치며 덧붙였다. "왜 -?" 해리가 막 질문을 하려는 순간 루핀 교수가 그를 바라보며 미처 말을 맺지 도 못한 질문에 대답을 했다. "내가 요즘 몸이 좀 좋지 않아서 말야." 그가 말했다. "그런데 꼭 이 약을 먹어야만 듣거든. 스네이프 교수의 옆에서 일하고 있었던 게 천만 다행이지.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마법사들은 그리 많지가 않단다." 루핀 교수가 또 한 모금 마시자 해리는 그의 손에서 잔을 쳐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스네이프 교수는 어둠의 마법에 대단히 관심이 많아요." 그가 엉겁결에 말했다. "그러니?" 루핀 교수가 다소 흥미로운 표정으로 마법의 약을 한번 더 쭉 들이켜고 나서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앞 뒤 가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어 떤 사람들은 그가 어둠의 마법 방어법을 가르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생각해요." 루핀 교수가 마법의 약을 다 마시고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메스껍구나." 그가 말했다. "그런데, 해리, 난 이제 일을 좀 해야겠구나. 할 일이 많아서 말야. 나중에 연회에서 보자." "그렇게 하세요," 해리가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루핀 교수가 다 마신 빈 잔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것 봐," 론이 말했다.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다 가져왔어." 각종 빛깔의 과자들이 해리의 무릎으로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해질 무렵, 론과 헤 르미온느가 찬바람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느 때보다도 신나게 지낸 듯한 표정으 로 학생 휴게실에 나타난 것이었다. "고마워." 해리가 아주 작고 까만 고추 꼬마 도깨비 다발을 집어들며 말했다. "호그 스미드는 어땠니? 어디어디 갔었니?" 해리가 느끼기엔 그들은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닌 것 같았다. 마법사들의 장비 가게인 더비시와 밴지스와 종코의 장난감 가게와 거품이 이는 뜨거운 버터맥주를 파는 스리브 룸스틱스와 그 밖의 많은 곳들을 다 말이다. "우체국은 정말 멋진 곳이야, 해리! 2백 마리 정도의 부엉이들이 편지를 보통으로 보내는지 속달로 보내는지에 따라 각종 색깔로 표시된 선반에 조르르 앉아있었어!" "허니듀크에는 생전 처음 보는 케이크가 있더라구! 무료 시식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 었는데, 조금밖에 못 먹었어-" "우린 사람 잡아 먹는 도깨비를 본 것도 같아. 정말이지, 스리 브룸스틱스에는 온 갖게 다 있었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버터맥주를 사다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넌 뭐했니?"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공부했니?" "아니." 해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 사무실에서 차 한잔 마셨어.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들어와서는...." 그는 그들에게 스네이프 교수가 들고 온 이상한 약에 대해서 모두 말해주었다. 론의 입이 쩍 벌어졌다. "루핀 교수가 그걸 마셨단 말야?" 그는 놀란 것 같았다. "정신 나간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이제 그만 내려가는 게 좋겠어. 5시에 연회가 시작되잖아..." 그들은 계속해 서 스네이프 교수에 대해 말하며 서둘러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 연회장으로 밀려가는 사람들 속에 끼었다. "하지만 그가 만약 - 있잖아" -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주위를 흘금흘금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 "그가 만약 루핀교수를 - 독살하려고 했다면 - 해리 앞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도착해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해리 가 말햇다. 연회장은 촛불이 가득 들어있는 수천 수백개의 호박과, 구름 떼처럼 몰려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살아있는 박쥐와, 폭풍우가 올 듯한 천장에 매달려 화려한 물뱀 들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는 불타는 듯한 오렌지 빛깔의 장식 리본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온 헤르미온느와 론조 차도 차려진 음식들을 두 그릇씩 먹어치웠디. 해리는 계속해서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상석을 흘끗흘끗 쳐다보았다. 루핀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마법 선생님인 아주 작은 플리트윅 교수에게 활기 넘치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상석 테이블을 살피다가 스네이프 교수가 앉아있는 곳을 보았다. 그의 상상이었을까, 스네이프 교수가 평상시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루핀 교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회는 호그와트의 유령들이 준비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들은 벽과 테이블에서 튀어나와 활공 편대 비행 같은 걸 보여주었다. 그리핀도르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그 자신의 목이 서투르게 잘려지는 모습을 재연해 보여서 큰 박수를 받았다. 어찌나 유쾌했던지 해리는 연회장을 떠날 때 사람들 속에서 "디멘터들이 안부를 묻 더라,포터!" 라고 큰소리로 비아냥거리는 말포이의 심술궂은 행동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리핀도르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평상시의 길을 따라 그 리핀도르 탑으로 갔다. 그런데 뚱보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북도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잔뜩 몰려 웅성대고 있었다. "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거지?" 론이 의아한 듯 말했다. 해리는 앞에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를 살펴보았다. 초상화가 닫혀있는 것 같았다. "좀 지나갑시다." 퍼시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거드름을 부리며 사람들 사이 로 바쁘게 걸어 들어갔다. "왜 들어가지 않고 여기에 모여있는 거니? 설마 모두 암호 를 까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 - 미안하지만, 난 회장이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앞줄에서부터 조용해지더니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퍼시 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가서 덤블도더 교수님 좀 모셔와. 빨리." 아이들의 고개가 돌려졌다. 뒤에 있는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막 도착한 지니가 물었다. 잠시 후 덤블도어 교수가 도착해 초상화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리핀도르 아이들 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바짝 붙어섰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지 보 려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럴 수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았다. 뚱보 여인이 초상화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초상화가 마구 난도질되어 캔버스 조각들 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그림의 상당한 부분이 완전히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엉망이 되어 버린 그림을 한번 슬쩍 처다 보고는 침울한 얼굴로 돌 아섰을 때 맥고나걸 교수와 루핀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가 허둥지둥 다가갔다. "그녀를 찾아야 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 즉시 필치 씨에게 가서 성안에 있는 그림들을 샅샅이 뒤져 뚱보 여인을 찾으라고 일러주세 요." "쉽지 않을걸요!" 누군가가 빈정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소리의 요정 피브스였다. 그는 파괴 장면이나 걱정스런 광경을 보았을 때는 언 제나 그렇듯이, 사람들 위에서 까불거리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피브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묻자, 피브스의 미소가 조금 사라 졌다. 그는 감히 덤블도어 교수를 비아냥거리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목소리가 낄낄거 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유감스럽지만, 교장선생님, 그녀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요. 엉망진창이 되 어 버렸잖아요. 그녀가 4층에 있는 풍경화로 달려가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는 걸 보았 어요. 뭔가 무시무시한 말을 외쳐대면서 말예요." 그가 유쾌히 말했다. "가엾게도 말 이죠." 그가 진의가 의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녀가 그 짓을 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물었다. "그렇구말구요, 교장선생님." 피브스가 폭탄 선언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말했 다. "그녀가 안으로 들여보내려 하지 않자, 그가 굉장히 화를 냈어요." 피브스가 몸 을 홱 뒤집어 양다리 사이로 덤블도어를 보며 씩 웃었다. "그는 성격이 좀 거칠잖아요 . 시리우스 블랙 말이에요." @ff 냉혹한 패배 덤블도어 교수는 그리핀도르 아이들을 모두 다시 연회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10분 뒤엔 후플푸프, 래번클로, 슬리데린 아이들도 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난 성을 철저히 수색해야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 수가 연회장 출입문을 모두 닫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안전을 위해 오늘밤 모두 이곳에서 자야 할 것 같군요. 반장들은 연회장 입구에서 보초를 서주길 바랍니다. 모든 건 전교 회장에게 맡겨두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발견되면 내 게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그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으스대고 있는 퍼시에게 덧붙였 다. "아무 때라도 유령들에게 전해주면 내게 곧장 연락이 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마치고, 연회장을 떠나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다시 말했다. "아, 그렇지, 이게 필요하겠군요...." 그가 요술지팡이를 아무렇게나 한번 휘두르자 긴 테이블들이 연회장 가장자리로 날 아가 벽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 또 한번 휘두르자 마룻바닥에 수백 개의 푹신한 보랏 빛 침낭들이 가득 찼다. "잘들 자요."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닫고 나가며 말했다. 연회장이 금방 흥분으로 우성대기 시작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막 일어났던 일을 다른 기숙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모두들 침낭 속으로!" 퍼시가 소리쳤다. "자. 이제,더 이상 잡담 말고! 10분 뒤 불 을 끈다!" "어서."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들은 침낭 세 개를 한쪽 으로 끌고 갔다. "블랙이 아직도 성안에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론이 말했다. "그가 오늘 밤을 택한 게 천만 다행이었어." 그들이 옷을 입은 채로 침낭 속으로 기 어 들어가 턱을 괴고 눕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가 탑에 없었던 밤이었잖아..." "도망 다니느라 날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나봐." 론이 말했다. "오늘이 할로 윈 데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야. 만약 오늘이 할로윈이라는 걸 알았다면 여기 연회장 에 나타났을 거아냐."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들어왔을까?" "축지법을 쓸 줄 아는지도 모르지." 조금 떨어져 있는 래번클로 아이가 말했다. "그 냥 뿅하고 나타나는 거 말야." "변장했을지도 몰라." 후플푸프의 5학년생이 말했다. "날아 들어왔을 수도 있어." 딘 토마스가 넌지시 말했다. "아이 답답해. 정말이지 '호그와트의 역사' 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거 니?" 헤르미온느가 듣다 못해 뿌루퉁해서 해리와 론에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론이 말했다. "왜?" "이 성벽은 그저 단순한 벽이 아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성벽에는 사람들이 몰 래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온갖 종류의 마법을 걸어놨어. 이곳에서는 축지법을 쓸 수 없어.. 그리고 디멘터들을 속일 수 있는 변장술도 없구. 더욱이 그들은 정원으로 들어 오는 입구마다 보초를 서고 있으니까 행여 블랙이 날아 들어왔대도 볼 수 있었을 거야 . 또 필치는 모든 비밀 통로들을 다 알고 있어. 그곳에도 물론 디멘터들이 있구 말야 ...." "이제 불을 끈다!" 퍼시가 소리쳤다. "모두 침낭 속으로 들어가고 더 이상 말하지 마!" 촛불이 한번에 다 꺼졌다. 이제 불빛이라곤 반장들에게 심각하게 말하며 떠나니고 있는 은빛 유령들과 바깥의 하늘처럼 별들이 빛나고 있는 마법의 천장에서 나오는 불 빛이 전부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소곤대는 속삭임 소리가 들렸 다. 해리는 꼭 바람이 솔솔 부는 야외에서 잠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연회장을 살피고 돌아갔다. 많은 학생들이 마침내 곯 아떨어진 새벽 3시쯤에 덤블도어 교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해리는 그가 퍼시를 찾아 주위를 휘 둘러보는 걸 지켜보았다. 퍼시는 침낭들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며, 속닥대고 있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었다. 퍼시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덤블도어 교수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그들은 얼른 잠자는 척했다. "어떤 흔적이라도 있나요,교수님?" 퍼시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없단다. 여기는 모두 괜찮니?" "모든 게 잘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지금 애들을 굳이 옮길 필요는 없구, 그리핀도르 초상화 구멍을 지키 는 임시 경비원을 구해 두었으니 내일은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뚱보 여인은요?" "2층에 있는 지도에 숨어있단다. 암호를 말하지 않는 블랙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 자 그가 공격을 한 것 같더구나. 여전히 몹시 괴로워하고 있지만 좀 진정되면 필치 씨를 시켜 초상화를 원래대로 복구시킬 계획이란다." 그때 연회장 문이 삐걱 하고 다시 열리는 소리와 더 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그건 스네이프 교수의 목소리였다. 해리는 숨을 죽이고 열심히 귀기 울였다. "3층을 다 수색했는데 없었어요. 그리고 필치는 지하 감옥들을 살펴보았는데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답니다." "천문 탑은요? 트릴로니 교수의 방은요? 부엉이들 방은요?" "모두 다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수고했어요, 세베루스. 블랙이 아직까지 어정대고 있을 리가 없겠죠." "그런데 그가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가 물었다. 해리는 더 잘 들으려고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았지만 모두 다 가능성이 희박해요." 해리는 샛눈을 뜨고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에 게 등을 대고 서 있었지만 열심히 듣고 있는 퍼시의 얼굴과 화난 것처럼 보이는 스네 이프의 옆모습은 볼 수 있었다. "일전에 저와 나누셨던 말 기억하세요, 교장선생님? 학기 초에 말씀입니다." 스네이프 교수가 마치 퍼시 때문에 말하길 꺼리기라도 하는 듯 입술을 거의 떼지 않 고 말했다. "그렇고,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왠지 심상치 않게 들렸 다. "그러니까 -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 블랙이 내부의 도움 없이 학교로 들어왔다 는 게 말입니다. 제가 분명히 염려스럽다고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 "난 이 성안에 있는 어떤 사람도 블랙이 들어오는 걸 도왔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요." 덤블도어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 속에 '그 얘기는 이미 끝났다'는 뜻이 역력했기 때문인지 스네이프 교수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난 이만 디멘터들에게 내려가 봐야겠소."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수색이 끝나 면 알려주겠다고 해서 말이오." "디멘터들이 수색을 돕고 싶어하지 않았나요?" 퍼시가 물었다. "물론 그랬지." 덤블도어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은 이 성안에 디멘터들이 들어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단다." 퍼시는 다소 무안해한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빨리 그리고 조용히 연회장을 나갔다. 스네이프 교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잠시 서서 교장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리곤 그도 역시 나갔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슬쩍 바라보았다. 둘 다 눈을 뜨고 있었다. "저게 다 무슨 소리니?" 론이 입을 열었다. 그 다음 며칠 동안 아이들은 온통 시리우스 블랙에 대한 얘기만 했다. 그가 성에 어 떻게 돌어왔는가에 대한 추측들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후플푸프의 한나 아보트는 다음 약초학 수업 시간 내내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블랙이 꽃 피는 키 작은 나무로 변했을 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뚱보 여인의 찢겨진 캔버스는 벽에서 떼어지고 캐도간 경과 그의 살찐 회색 말 그림이 대신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 캐도간 경은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에게 결투 신청을 해 귀찮게 구는가 하면, 아주 이상하고 복잡한 암 호를 궁리해 내서 하루에도 두 번씩 바꾸어 아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가 일쑤였다. "그는 완전히 정신 이상자야." 시무스 피니간이 성내며 퍼시에게 말했다. "다른 사 람 사진 걸어두면 안될까?" "다른 그림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곳에 있고 싶어하지 않아." 퍼시가 말했다." 뚱보 여인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들 겁에 질렸거든. 그래도 캐도간 경이니까 용감 하게 그 일을 하겠다고 자원한 거야." 그러나 해리에게 생긴 다른 걱정거리들에 비하면 캐도간 경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 었다. 그의 행동은 이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 받고 있었다. 복도를 걸어갈 땐 선생 님들이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그와 동행했고, 퍼시 위즐리 (해리가 생각할 때는 그의 어머니의 명령에 따른 행동인 것 같았다)는 그가 어디를 가든 거드름을 피우며 꼭 경 호해주는 개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침내는 맥고나걸 교수까지 꼭 누군가가 죽은 것 같은 침울한 얼굴로 해리를 그녀의 사무실로 데려갔다. "너에게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겠구나,포터." 그녀가 아주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 놀라겠지만, 시리우스 블랙이 - " "그가 절 찾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해리가 지쳐서 말했다. "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위즐리 아저씨는 마법부에서 일하시잖아요." 맥고나걸 교수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해리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글쎄다. 그렇다면 포터, 저녁에 퀴디치 연습하는 게 왜 좋지 않은 지 이해하겠구나. 너의 팀 선수들하고만 경기장에 나가 있다는 건 너무 위험하잖니-" "저흰 토요일에 첫 시합이 있어요!" 해리가 흥분해서 말했다. "훈련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교수님!" 맥고나걸 교수가 그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녀가 그리핀도르 팀의 우승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애당초 그에게 수색꾼을 하도록 권유했던 사람도 결국 그녀였지 않은가. 그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흠...." 맥고나걸 교수가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가더니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퀴디 치 경기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맹세코, 나도 우리 팀이 우승컵을 타는 걸 보고 싶단다... 그렇지만 포더... 선생님이 곁에 계시다면 더 안심이 될 것 같구나. 내가 후치 부인에게 너희들이 훈련하는 동안 감독해달라고 부탁드려보마." 첫 퀴디치 시합날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러나 그리핀도르 팀은 후치 부인의 감독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그런데 토 요일 시합을 앞둔 마지막 훈련 때, 올리버 우드가 팀 선수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을 알려왔다. "내일 시합은 슬리데린과 하지 않아!" 그가 대단히 화난 얼굴로 말했다. "플린트가 막 날 찾아왔었어. 후플푸프와 하게 될 거야." "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플린트의 말에 따르면 그 팀의 수색꾼 팔이 아직 낫지 않았데." 우드가 이빨을 뿌 드득 갈며 말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그 속셈은 안 봐도 뻔해. 이 런 날씨 속에서 경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승산이 없다는 거겠지 뭐...." 온종일 강한 바람과 폭우가 쏟아졌고, 우드가 말할 때는 희미하게 우르르 쾅쾅 하며 천둥소리까지 들렸다. "말포이의 팔은 멀쩡해!"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그 자식은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 라구!" "나도 알아.하지만 그걸 입증할 수가 없잖아." 우드가 따끔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우린 슬리데린과의 경기를 대비해서 모든 전술을 연습해왔었는데, 상대 팀이 후플푸 프로 바뀌었으니 큰 문제야. 그 팀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니까 말야.그 팀엔 주장선수 이자 수색꾼으로 새로운 선수, 케드릭 디고리가 들어왔어-" 안젤리나의 앨리샤와 케이티가 갑자기 낄낄거리며 웃었다. "뭐야?" 우드가 이 태평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키 크고 잘생긴 애 말이지?" 안젤리나가 말했다. "건장하고 말이 없고." 케이티가 이렇게 덧붙였고, 그 애들은 다시 낄낄거리기 시작 했다. "그 애가 말이 없는 건 그저 앞뒤 단어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기 때 문일 뿐이야." 프레드가 성급하게 말했다. "난 네가 왜 걱정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올리버 후풀푸프는 손쉬운 팀이야. 지난번에 그 애들과 경기했을 때는, 해리가 5분도 되지 않아서 스니치를 잡았잖아.기억 안나?"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 우드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디고리가 나섰 다는 걸 생각해야지! 그 앤 훌륭한 수색꾼이야! 너희들이 그걸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 다는게 유감이야! 우린 마음을 놓아서는 안 돼! 절대 해이해지면 안 된다구! 슬리데린 은 일부러 우리가 잘못되게 하려고 이러는 거란말야! 우린 꼭 이겨야만 해!" "올리버,진정해!" 프레드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후플푸프 팀을 매우 진지하게 여기고 있어. 진지하게." 시합 전날이 되자 바람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거세게 몰아쳤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다. 복도와 교실이 어찌나 어두웠던지 횟불과 초롱들을 더 밝혀두어야 했다. 이 런 날씨를 보면서 슬리데린 팀은 노골적으로 기분이 좋은 내색을 보였다. 말포이는 특 히 더 했다. "아, 내 팔만 조금 더 나아졌더라면 좋았을걸!" 사나운 바람이 창문을 때리자 그가 한숨을 쉬는 척했다. 해리의 머릿속은 온통 내일 시합 걱정뿐이었다. 올리버 우드는 수업 시간 사이사이 허둥지둥 그를 찾아와 조언을 해주었는데, 세 번째 왔을 때는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만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에 10분이나 늦고 말았다.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가는 그 의 뒤에 대고 우드가 소리쳤다. "디고리는 몸을 아주 빨리 휙휙 돌릴 수 있대,해리. 그러니까 녀석을 정신없이 빙빙 돌게 해서 꽈배기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아마 괜찮은 방법일 거야-" 해리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실로 달려가 다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루핀 교수님. 전-" 하지만 교탁에서 그를 올려다본 사람은 루핀 교수가 아니었다. 그건 스네이프 교수 였다. "이 수업은 10분 전에 시작했다,포터. 그러니 그리핀도르에서 10점을 감점해야 할 것 같구나. 앉아라."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핀 교수님은 어디 계시죠?" 그가 물었다. "오늘 몸이 좀 좋지 않으셔서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스네이프 교수가 일 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앉으라고 말한 것 같은데?" 하지만 해리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떻게 안 좋으신대요?" 스네이프 교수의 까만 눈이 반짝거렸다.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그는 마치 그러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은 표정으 로 말했다. "그리핀도르에서 5점 더 감점하겠다. 그리고 앉으라는 말을 한 번만 더 하 게 했다간 50점감점될 줄 알아라." 해리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학급 아이들을 죽 둘 러보았다. "포터가 들어오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루핀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분이 다루었던 주 제들에 대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으셨어요-" "선생님,저희들은 보가트와 레드 캡과 카파와 그라인딜로우들을 배웠는데요," 헤르 미온느가 얼른 말했다. "그리고 저희들은 막 -" "조용히 해요."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난 그런 걸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 어요. 난 그저 루핀 교수의 수업 구성능력 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분은 지금까지 저희를 가르쳤던 선생님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어둠의 마법 방어 법 선생님이세요." 딘 토마스가 용감하게 말하자,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동의를 표시했 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들은 아주 만족하고 있군요. 하긴 루핀 교수는 여러분들을 결코 힘들게 하지 않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 - 내가 볼때 레드 캡이나 그라인딜로우는 1학년생들도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에요. 오늘 우리는 -" 그는 교과서를 손가락 끝으로 휙휙 넘기더니, 그들이 다루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알 텐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펼쳤다. "- 늑대인간." "하지만, 선생님." 헤르미온느가 참을수 없는 듯 그가 말하는 중에 끼어들었다. "저 희들은 늑대인간을 배우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오늘 저희들은 힝키펑크를 배우기로 되 어있어요 -"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말하는데 모두들 394쪽을 펴 요." 그가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당장!" 아이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슬쩍슬쩍 옆사람을 보는가 하면 뿌루퉁하게 투덜거리며 책을 펼쳤다. "늑대인간과 진짜 늑대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누가 말해볼수 있을까?" 스네이프 교수 가 물었다. 모두들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예외였다. 늘 그렇듯이 그 녀의 손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아무도 없나?" 스네이프 교수가 헤르미온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가 다 시 심술궂게 미소 지었다. "루핀교수가 그 기본적 차이도 아직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말씀드렸잖아요." 패르바치가 느닷없이 말했다. "저희들은 아직 늑대인간까지 진도 를 나가지 않았어요. 저희들은 그저 -" "조용히 해!" 스네이프 교수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난 늑대인간도 알아보지 못하 는 이런 멍청한 3학년 학급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덤블도어 교 수에게 너희들 의 진도가 얼마나 늦어 있는지 말씀드려야겠다..." "선생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손을 들어올린 채 말했다. "늑대인간은 몇가지 사소 한 면에서 진짜 늑대와 다릅니다. 늑대인간의 주둥이는 -" "그것으로 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한 게 두 번째다.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냉담하게 말했다. "비위에 거슬리게 아는 체한 벌로 그리핀도르에서 5점을 더 감점하겠다."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내리고 눈물이 가득고인 눈으로 마룻바닥만 내려다보았다. 학급 아이들은 모두 스네이프 교수를 노려보았다. 그건 그들이 그를 얼 마나 싫어하나를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적어도 한 번쯤은 헤르미온느를 잘난 체하는 아이라고 놀려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일주일에 도 몇 번씩 잘난 체한다고 헤르미온느를 놀려댔던 론까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소리 로 대들었다. "질문을 하셨으면 답변을 들으셔야죠!" 학급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그나 너무 지나쳤다는 걸 알았다. 스네이프 교수가 론에 게로 천천히 다가가자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징계다, 위즐리." 스네이프 교수가 얼굴을 론에게 바짝 갖다 대고 능글맞게 말했다 . " 그리고 다시 한번만 더 내 수업 방식을 비난했다간, 평생 후회하도록 만들어줄 테 다." 그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누구 하나 찍 소리도 못했다. 그들이 앉아서 교과서에 있 는 늑대인간에 대한 내용을 노트에 쓰는 동안, 스네이프 교수는 책상들 사이를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며 그들이 루핀 교수와 함께 공부했던 내용들을 들추어 보았다.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가 않군... 그건 옳지 않아, 카파는 몽골리아에서 더 흔히 발 견되지... 루핀 교수가 이걸 10점 만점에 8점을 주었단 말이니? 나라면 3점밖에 주지 않았을 게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스네이프 교수가 그들이 쓴 것을 거둬 들였다. "늑대인간을 구별해거나 죽이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써서 제출하도록 해요. 양피지마 리 두 개 분량으로 작성해서 월요일 아침까지 내세요. 이 학급은 기합이 빠져서 좀 단 련이 필요할 것 같군요. 위즐리, 넌 남아있거라. 언제 어떤 벌을 줄지 결정해야 하니 까."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나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스네이프 교수를 격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스네이프 교수는 다른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 었어. 그가 아무리 그 지위를 탐낸다 해도 말야."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 런데 루핀 교수에게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이게 다 그 보가트 때문 아닐까?" "몰라." 헤르미온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지만 루핀 교수가 정말로 빨리 회복 되셨으면 좋겠어...." 론이 5분쯤 뒤 골이 잔뜩 난 얼굴로 그들에게 왔다. "저게 글쎄 -" (그가 스네이프 교수를 그런 식으로 부르자 헤르미온느가 주의를 주 었다) -"내게 무얼 시켰는지 알아? 나더러 글쎄 병동에 있는 변기들을 닦으라지 뭐야. 마법도 쓰지 않구 말야!"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한숨을 푹 쉬었다. "블랙은 왜 스 네이프의 사무실에 숨어있지 않은 거지? 블랙이라면 우리를 위해 그를 끝장내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야!" 해리는 다음날 아침 아주 일찍 잠에서 깨었다. 바깥은 여전히 어두웠다. 잠시 그는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목덜미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걸 느끼고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 소리의 요정 퍼브스가 바 로 옆에서 둥둥 떠다니며 그의 귀에다 입김을 세게 불어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해리가 버럭 짜증을 냈다. 그러나 피브스는 양볼을 부플리더니 세게 훅 불고는 깔깔거리며 사라졌다. 해리는 더듬더듬 자명종 시계를 찾아 시간을 보았다. 새벽 네시 반이었다. 그는 피 브스에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며 잠을 다시 자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여 보았지만 일 단 잠이 깨고 나니, 머리 위에서 우르르거리는 천둥소리와 성벽을 세게 치는 바람 소 리와 금지된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면 그는 퀴디치 경기장에 나가 저 사나운 바람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경기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그는 더 자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님브스 2000을 집어들고 기숙사 방에서 조용히 걸어나갔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자마자 무언가가 그의 다리를 휙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크룩생 크의 숱 많은 꼬리를 간신히 잡고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녀석아, 론이 근처에 있단 말야." 해리가 크룩생크에게 수상쩍은 얼굴로 말했다. "하고 많은 쥐들 중에 왜 하필 그 쥐를 쫓아다니는 거야. 다른 쥐들이나 잡으러 가. 어서." 그가 크룩생크를 발로 조금씩 밀어 나선형 계단 밑으로 보내며 덧붙였다. "스 캐버스는 가만 내버려 둬." 학생 휴게실에 가자 바람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그러나 시합은 취소되지 않 을 것이다. 퀴디치 시합은 천둥이 친다는 것과 같은 하찮은 이유로 연기되지는 않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우드가 복도에서 그 에게 케드릭 디고리가 누구인지 손가락으로 가리켜준 적이 있었다. 디고리는 5학년생 으로 몸집이 해리보다 훨씬 더 컸다. 수색꾼들은 보통 가볍고 날쌨지만, 이런 날씨에 서는 바람에 잘 날리지 않는 디고리의 육중한 몸이 오히려 이로울 것이다. 해리는 크룩생크가 다시 남자 기숙사 계단으로 몰래 올라가지 않는지 가끔씩 일어서 서 살펴보며 동이 틀 때까지 몇 시간을 난로 앞에서 빈둥빈둥 보냈다. 한참 뒤 해리는 이제 아침먹을 시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혼자 초상화 구멍 쪽으로 향했다. "버티고 싸워, 이 바보 같은 겁쟁이야." 캐도간 경이 그에게 냅다 소리쳤다. "조용히 하세요." 해리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가 포리지를 한 그릇 먹고 조금 기운을 차린 뒤 다시 토스트를 먹으려고 할 때 그 의 팀 선수들이 나타났다. "힘든 경기가 되겠어." 우드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말했다. "걱정 좀 그만 해,올리버." 앨리샤가 위로하며 말했다. "약간의 비 정도에 힘들어 할 우리가 아냐." 하지만 약간의 비 정도가 아니었다. 평상시처럼 전교 학생이 시합을 보러 나올 정도 로 퀴디치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우산마저 날아가 버리 자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퀴디치 경기장을 향해 잔디밭을 달려가야 했다. 라카룸에 들어가기 직전 해리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커다란 우산을 쓰고 경기장으로 가 다가 그를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았다. 팀 선수들은 진홍색 망토로 갈아입고 우드가 시합 전에 늘 하던 격려사를 기다렸지 만 이번엔 그 순서가 생략되었다. 우드는 몇 번이고 말하려고 하다가 눈물을 삼키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만 내고는 가망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들에게 따 라오라고 손짓했다.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경기장으로 걸어나가는 그들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 한 천둥소리는 군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 빗물이 해리의 안 경에 튀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스니치를 볼 수 있을까? 후플푸프 선수들이 카나리아빛 노란색 망토를 입고, 경기장 맞은편에서 다가오고 있 었다. 각 팀의 주장 선수들이 앞으로 걸어나가 서로 악수를 했다. 디고리는 우드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우드는 이제 입이 잘 움직이지도 않는 듯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해 리는 입 모양으로 보아 후치 부인이 "빗자루에 올라타세요" 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았다. 그는 진창 속에서 철벅 하며 오른발을 끌어당겨 님부스2000 위로 휙 올렸다. 후 치 부인이 입술에 호각을 갖다대고 날카롭고 희미한 호각 소리를 내자 그들 모두 공중 으로 날아올랐다. 해리는 빨리 올라가긴 했지만 바람 때문에 빗자루가 자꾸만 흔들렸다. 그는 빗자루 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게 잡고 고개를 돌려 빗속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채 5분도 되지 않아 해리는 살 속까지 푹 젖고 온몸이 얼어붙었으며 작은 스 니치는 말할 것도 없고 팀 돌료들의 얼굴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 채 진홍색과 노란색의 흐릿한 형체들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바람 소리 때문에 경기 해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망토와 낡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해리는 블러저의 공격으로 빗자루에서 두 번이나 떨어질 뻔했었다. 안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그것들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수 없었다. 빗자루를 똑바로 잡고 있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었다. 하늘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리는 자기 팀인지 상대 팀인지도 모르는 어떤 선수와 거의 두 번이나 부딪힐 뻔했다. 이제는 모두가 흠뻑 젖어 있었고 빗줄기 는 굵어져서 누가 누군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번개가 처음으로 번쩍 했을 때 후치 부인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억수같이 쏱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자신에게 지상으로 내려가라고 신호하는 우드의 윤곽을 어렴 풋이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철벅거리며 질퍽질퍽한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내가 타임아웃을 요청했어!" 우드가 그의 팀에게 소리쳤다. "자,이 밑으로 와 -" 그들은 경기장 가장자리의 커다란 우산 밑으로 모여들었다. 해리는 안경을 벗고 망 토로 급히 닦았다. "점수는 어떻게 됐지?" "우리가 50점 많아."우드가 말했다. "하지만 스니치를 빨리 잡지 않는다면 밤새도록 경기해야 할 거야." "난 이것 때문에 도무지 스니치를 찾을 수가 없어." 해리가 안경을 흔들면서 투덜거 렸다. 바로 그 순간에 헤르미온느가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망토를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밝게 웃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 해리! 네 안경 좀 줘봐, 얼른!" 그가 그녀에게 안경을 건네주자, 팀 선수들이 모두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 가 요술지팡이로 그것을 가볍게 치며 이렇게 소리쳤다. "임페르비우스!" "자!" 그녀가 안경을 다시 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방수 안경이 됐어!" 우드는 꼭 그녀에게 입이라도 맞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똑똑해!" 헤르미온느가 군중 속으로 사라지자 그가 그녀의 뒤에 대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우리 잘해 보자!" 헤르미온느의 주문은 역시 효과가 있었다. 추위로 몸이 꽁꽁얼고 비에 푹 젖기는 매 한가지였지만 이제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새로운 각오로 가득 차서 빗자루를 몰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날아다니며 스니치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갈래진 번개가 번쩍하더니, 뒤이어 천둥이 또 한번 쳤다. 이제 경기하기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스니치를 빨리 잡아야 했다 - 해리는 경기장 한가운데로 다시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번개가 또 한번 번쩍하며 관중석을 비췄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중석 맨 위의 빈 좌석에 털이 많은 커다란 검정개의 윤곽이 하늘을 배경으로 꼼짝도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어서 굳어버린 해리의 손이 빗자루 손잡이에서 스르르 미끄러졌다. 그는 눈을 가 리고 있는 앞머리카락을 흔들며 관중석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 그리핀도르 골대에서 우드의 애타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해리, 뒤를 봐!" 래리는 홱 돌아보았다. 케드릭 디고리가 경기장 위로 돌진하고 있었다.비가 주룩주 룩 쏟아지는 허공에 작은 황금빛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리는 깜짝 놀라 몸을 빗자루에 바짝 붙이고 스니치를 향해 붕 날아갔다. "빨리!" 그는 빗방울들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걸 느끼며 빗자루를 재촉했다. "더 빨리!"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장에 등골이 오싹한 정적이 흐르 고 있었다. 바람은 어느 때보다도 세찼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소리 를 꺼버렸던지, 아니면 그가 갑자기 귀머거리가 된 것 같았다 - 무슨 일일까? 그 뒤 무언가 친숙한 무시무시한 냉기가 엄습해왔고, 그제야 그는 경기장 밑에서 무 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스니치에서 눈을 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백여 명이나 되는 디멘터들이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해리 쪽으로 올려다보고 있 었다. 마치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그의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와, 내장을 도려내고 있 는 것 같았다. 그 때 그는 그 소리를 다시 한번 들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 었다.... 어떤 여자가.... "해리는 안돼요. 해리는 안돼요. 제발 해리는 안돼요!" "비켜 서, 이 어리석은 여자야...비켜 서, 당장...." "해리는 안돼요. 제발 안돼. 날 데려가요. 대신 날 죽여요 -" 정신을 멍하게 하고 어찔어찔하게 하는 하얀 안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왜 가만히 있어? 그녀를 도와야 해... 안 그러면 그녀가 죽을 거야... 살해될 거라구... 그는 차가운 안개를 뚫고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해리는 안돼요! 제발... 제발... 제발...."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웃고 있었고, 그 여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해리가 알 고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땅이 부드러웠길 천만다행이야." "난 그 애가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안경도 깨지지 않았잖아."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해리는 그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있게 되었는지, 이곳 에 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되게 두들겨 맞기 라도 한 듯 온몸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난 그렇게 무서운 건 난생 처음 봤어." 무서운... 가장 무서운 것... 두건을 쓴 까만 형상... 차갑고... 비명을 지르는... 해리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병동에 누워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선수들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그의 침대 주위에 모여 있었다. 론 과 헤르미온느도 마치 수영장에서 막 기어 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해리!" 프레드가 진흙 투성이가 된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기분이 어떠니?" 기억이 빨리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번개 - 검은 개 - 스니치 - 그리고 디멘터 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가 일어나 앉으며 이렇게 묻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네가 기절했었어." 프레드가 말했다. "아마 - 한 - 15미터쯤은 떨어졌을걸?" "우린 네가 죽는 줄 알았어." 앨리샤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훌쩍거렸다. 그녀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합은." 해리가 다소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됐어?" 우리 다시 경기하는 거야?"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설마 - 졌어?" "디고리가 스니치를 잡았어." 조지가 말했다. "네가 떨어진 직후에. 그 애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어. 뒤돌아보니까 네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대. 그 앤 경기를 연기 하려고 했어. 재시합을 원했지. 하지만 그 애들은 공평하게 이긴거야... 심지어 우드 도 그걸 인정했어." "우드는 어디에 있어?" 해리가 문득 그가 그곳에 없다는 걸 깨달으며 물었다. "여전히 빗속에 있어." 프레드가 다소 풀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죽기라도 하려나 봐." 해리가 얼굴을 무릎에 갖다대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프레드가 그의 어깨를 부여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제발, 해리. 전에는 스니치를 놓친 적이 없었잖아. "딱 한번 놓친 건데 뭐." 조지가 말했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냐." 프레드가 말했다. "우린 100점 차이로 졌어, 그렇지? 그러 니까 만약 후플푸프가 레번클로에게 지고 우리가 래번클로와 슬리데린을 이긴다면..." "후플푸프가 적어도 200점 차이로 져야만 할걸." 조지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 애들이 래번클로를 이긴다면..." "그럴 리가 없어, 래번클로는 아주 잘하니까. 하지만 만약 슬리데린이 후플푸프와의 경기에서 진다면...." "모두 다 점수에 달려있어 - 어느 쪽이든 100점 정도의 점수 차이가 있어야해...." 해리는 한마디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들은 졌다... 처음으로 그가 퀴디치 시합을 진 것이다. 10분쯤 뒤 폼프리 부인이 와서 선수들에게 이제 그가 쉬어야 하니 나가달라고 말했 다. "다시 올게." 프레드가 그에게 말했다. "너무 마음 쓰지 마, 해리. 넌 여전히 우리 의 최고 수색꾼이니까." 팀 선수들이 진흙 발자국을 남기며 떼지어 나갔다. 폼프리부인이 못마땅한 듯 문을 쾅 닫았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침대로 가까이 다가왔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굉장히 화내셨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분이 그렇게 화내시는 건 처음 봤어. 네가 떨어질 때 그분이 경기장으로 달려와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자 네가 땅에 천천히 내려왔어. 그 뒤 그분이 요술지팡이를 디멘터들 에게 휘두르자 그들에게 은빛 물질이 튀어나갔고 그들은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어... 그분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온 걸 알고 펄펄 뛰셨어. 그분이 글쎄 -" "그 뒤 교장선생님이 마법으로 널 들것 위에 올려놓으셨어." 론이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그 위에 둥둥 떠 있는 널 데리고 학교로 걸어가셨어. 모두들 네가...." 그러나 해리는 더 이상 이뭇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디멘터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던 목소리에 대해서 도. 올려다보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내 빗자루는 누가 갖고 있니?" 론과 헤르미온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 " "뭐야?" 해리가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기절했을 때, 그게 바람에 날아가 버렸어." 헤르미온느가 잠시 해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 그것이 - 있잖아, 해리 - 그게 커다란 버드나무에 부딪혔어." 해리는 가슴이 철렁 했다. 커다란 버드나무는 정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매우 난 폭한 나무였다. "그래서?" 그는 그 대답을 듣는 개 두려웠다. "어, 너도 커다란 버드나무는 알잖아." 론이 말했다. "그건- 그건 맞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 "폴리트윅 교수가 네가 깨어나기 직전에 지팡이를 주워 갖고 돌아오셨어." 헤르미온 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천천히 발치에 있는 가방을 들더니 침대 위에 수십개의 부서진 나무 조각과 작은 가지들을 꺼내놓았다. 해리의 충실한 빗자루가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ff 호그와트의비밀지도 폼프리 부인은 계속해서 해리에게 주말 동안은 병동에서 쉬어야 한다고 우겼다. 그 는 그것에 대해서는 고집을 피우지도 불평을 하지도 않았지만,그녀가 산산조각이 난 님부스2000의 조각들을 내버리는 것만은 못하게 말렸다. 해리는 자신이 어리석게 굴고 있다는 것도, 님부스를 절대 고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단짝친구 하나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줄을 이었고, 모두들 그를 격려하려고 애썼다. 해그리드는 그에게 꼭 노란 배추처럼 생긴 꽃을 한 다발 보냈고, 지니 위즐리는 새빨개진 얼굴로 직접 만든 회복 카드를 들고 나타났는데, 카드는 열기만 하면 날카로운 소리로 끊임없 이 노래를 불러댔으므로 해리는 그걸 과일 그릇 밑에다 넣고 계속 닫혀있게해야 했다. 그리핀도르 팀 동료들은 일요일 이침에 다시 왔는데 이번엔 우드도 함께 왔다. 그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해리를 조금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해리는 그게 겉치 레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온종일 해리의 침대 옆에 붙어 있다 가 밤이 되어서야 기숙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누구의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해리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던 것은 정작 그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그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 기 때문이었다. 그는 관중석에 나타났던 검은 개 형상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론과 헤르미온느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으면 당황하고 헤르미온느 는 비웃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개가 벌써 두 번이나 나타났다는 건 분명 한 사실이었고, 두 번 다 그게 나타나자마자 치명적인 사고가 뒤따랐었다. 처음엔 거 의 구조 버스에 치일 뻔했었고, 두 번째엔 빗자루에서 15미터나 아래로 떨어졌었다. 그 개는 그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까? 그는 이제 평생을 그 짐승을 살피며 살아가야 하는걸까? 그 뒤 디멘터들이 나타났었다. 해리는 디멘터들을 생각할때마다 속이 느글거렸으며 굴욕감까지 느껴졌다. 모두들 디멘터가 끔찍하다고 말했지만, 디멘터가 가까이 있을 때마다 기절하는 사람은 그 자신밖에 없었다. 머릿속에서 죽어가는 부모님의 비명 소 리가 울리는 걸 듣는 사람은 그 자신밖에 없었다. 해리는 이제 비명을 질러대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캄캄한 밤 에 깨어있는 채로 병동 침상에 홀로 누워 천장에 비친 긴 달빛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해리는 절규하는 듯한 그녀의 외침들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 다. 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디멘터들이 다가올 때마다. 해리는 어머니가 자신을 볼드모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쓰다가 돌아가시던 순간의 비명 소리와, 어머 니를 살해하기 직전의 볼드모트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해리는 깜박깜박 졸 때마다 계속해서 차고 끈적끈적한 썩어 문드러진 손과 겁에 질려 저항하는 소리가 뒤 섞인 꿈속으로 빠져들었다가 어머니의 목소리에 놀라 깨어나곤 했다. 월요일이 되자 해리는 비록 드레이코 말포이의 조롱을 꾹꾹 참아내야 하긴 했지만, 억지로나마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시끌벅적하고 혼잡한 학교로 돌아오게 된 게 마음이 놓였다. 말포이는 그리핀도르의 패배에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는 마침내 붕대를 풀었고, 빗자루에서 떨어지는 해리의 흉내를 힘차게 내는 것으로 양 팔을 다시 쓰게 된 것을 축하했다. 그런데 말포이가 마법의 약 시간 내내 디멘터가 지 하 감옥을 지나가는 흉내를 내자, 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끈미끈한 커다란 악어 심장을 말포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힌 벌로 스네이프 교수로부터 50점 감점을 받고 말았다. "스네이프 교수로가 만약 어둠의 마법 방어법을 또다시 가르치면,난 뺑소니칠거야." 점심을 먹은 뒤 루핀 교수의 교실 쪽으로 향하며 론이 말했다. "안에 누가 있나 살펴 봐,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교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괜찮아!" 다행히도 루핀 교수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는 확실히 아픈 것처럼 보였다. 그의 낡은 망토는 더 헐렁해 보였고 눈 밑은 시커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급 아이 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은 즉시 루핀교수가 아파서 오지 못 하는 동안 스네이프 교수가 수업에 대신 들어와 보였던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들을 털 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온당치 않아요. 그저 잠깐 대리로 들어왔던 것뿐인데, 왜 저희에게 숙제를 내 는 거죠?" "저희들은 늑대인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요 - " "- 양피지 두루마리 두 개라뇨!" "스네이프 교수에게 아직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는 말을 했나요?" 루핀 교 수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러자 저마다 한마디씩 하느라 다시 한번 왁자지껄했다. "네, 하지만 스네이프 선생님은 저희들의 진도가 아주 늦었다고 했어요 -" "- 저희들 말을 도무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 양피지 두루마리 두 개라뇨!" 루핀 교수가 분개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들 말아요. 내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말할 테니까. 여러분들은 그 작문 숙제는 하지 않아도 돼요." "이럴 수가." 헤르미온느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이미 다 했는데!" 그들은 오랜만에 매우 재미있는 수업을 받았다. 루핀 교수는 힝키펑크라는 동물이 들어있는 유리 상자를 갖고 왔었는데, 그건 꼭 연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허약하고 순진 하게 생겼으며 다리가 하나 달린 작은 동물이었다. "여행자들을 늪으로 불러들여요." 그들이 필기를 할 때 루핀 교수가 설명했다. "저 동물의 손에 손전등이 매달려 있는거 보았나요? 그게 앞으로 깡충깡충 뛰면 - 사 람들이 그 불빛을 따라가죠 - 그러면-" 힝키펑크가 유리를 긁어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종이 울리자 모두들 책가방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해리가 나가려는 순간 - "잠깐만,해리." 루핀 교수가 불렀다. "할 말이 있단다." 해리는 홱 돌아섰다. 루핀 교수는 힝키펑크의 상자를 천으로 덮고 있었다. "시합에 대해 들었단다." 루핀 교수가 교탁으로 다시 돌아서서 서류 가방에 책들을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네 빗자루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으로 생각한다. 고칠 수는 있 니?" "아뇨." 해리가 말했다. "나무가 그걸 박살내 놓았어요." 루핀 교수가 한숨을 지었다. "그 커다란 버드나무는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던 해에 심어졌단다. 아이들은 가까 이 다가가서 나무 몸통을 만지는 게임을 하곤 했었지. 하지만 그 장난으로 데이비 거 전이라는 남자아이가 거의 한쪽 눈을 잃을 뻔하자, 그 이후로 학교측에서 그나무에 가 까이 가지 못하게 했단다. 아무리 고급 빗자루라도 당할 재간이 없지." "디멘터들에 대해서도 들으셨어요?" 해리가 간신히 물었다. 루핀 교수가 얼른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들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아마 아무도 본 적이 없었을 게다. 사실 덤블도어 교수가 디멘터들을 학교 안에 들여보내지 않아서 그들도 나름대 로 불만에 차있었단다... 그런데 네가 떨어진 것이 그들 때문이었니?" "네." 대답하고 나서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을 불쑥 내뱉었다. "왜죠? 왜 그것들이 제게 그런 영향을 미치는거죠? 제가 -?" "그건 허약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단다." 루핀 교수가 마치 해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또렷하게 말했다. "그리고 디멘터들이 네게 특별히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네 가 다른 사람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무서운 일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햇빛이 교실로 스며들어와 루핀 교수의 하얀 머리와 주름살들을 비추었다. "디멘터들은 이 지구상에서 걸어다니는 가장 불결한 동물들 가운데 하나란다. 그것 들은 가장 어둡고 가장 더러운 곳에 몰려들고, 부패와 절망을 자랑으로 여기며, 주위 에 있는 평화와 희망과 행복을 고갈시켜버리지. 머글들조차 그것들의 존재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들은 디멘터들을 보지도 못한단다. 디멘터에게 가까이 가면 좋은 기분과 행 복한 기억은 모두 네게서 빠져 나갈 게야. 그리고 디멘터들과 오랫동안 함께 있게 되 면 너도 바로 디멘터처럼... 영혼이 없는 무정한 악마가 되고 만단다. 네게는 인생의 가장 끔찍한 기억들만 남겨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너의 끔찍한 기억들은 정말 누구라도 빗자루에서 떨어지게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지 않니, 해리.그러니 부끄러워 할 게 전혀 없단다." "그것들이 제게 가까이 오면 -" 해리는 루핀 교수의 책상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슴 이 답답했다. "전 볼드모트가 제 어머니를 살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루핀 교수는 마치 해리의 어깨를 잡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약간 들어올리다가 마음 을 바꾸었는지 다시 가만히 내려놓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런데 그들이 경기장에는 왜 왔던 거죠?" 해리가 가차없이 물었다. "점점 배가 고파지고 있었던 게지." 루핀 교수가 딱 하고 서류 가방을 닫으며 침착 하게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들을 학교 안으로 들여놓지 않으려 했으니, 인간에 게서 섭취해야하는 감정 따위의 먹이 공급이 고갈되었던 게야... 그러니 퀴디치 경기 장 주위에 몰려있는 많은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겠지. 그 모든 흥분....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감정들... 그건 그들에겐 그야말로 연회를 생각나게 했겠지." "아즈카반은 틀림없이 무시무시하겠군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루핀 교수가 으스스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새는 바다 멀리 아주 작은 섬에 있지만, 죄수들을 가두어두기 위해 굳이 벽도 해자도 필요 없단다. 모두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으니까 말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주 안에 미쳐버리고 말지." "하지만 시리우스 블랙은 그것들로부터 탈출했잖아요."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는 도망쳤어요...." 루핀의 서류 가방이 탁자에서 스르르 미끄러지자 루핀 교수가 잡으려고 얼른 상체를 굽혔다. "그래." 그가 똑바로 일어서며 말했다. "블랙은 그들과 싸우는 방법을 찾아낸 게 틀 림없단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 만 말이다... 디멘터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 면 마법사들은 힘을 다 빼앗겨 버리거든...." "선생님은 기차에서 디멘터를 물러나게 하셨잖아요." 해리가 불쑥 말했다. "몇 가지 - 특정한 방어법들이 있긴 하지." 루핀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기차에서 는 디멘터가 단 한 명뿐이었잖니. 많으면 많을수록, 저항하기가 더 어려워진단다." "어떤 방어법들이죠?" 해리가 즉시 물었다. "가르쳐주실 수 있으세요?" "난 디멘터들과 싸우는 전문가가 아니란다, 해리...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지...." "하지만 디멘터들이 만약 또다시 퀴디치 경기장에 들어오면, 전 그들과 싸울 수 있 어야 하잖아요 -" 루핀 교수가 해리의 결연한 표정을 바라보고는, 잠시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좋아. 도와주도륵 하지. 하지만 다음 학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구나. 방학 전까지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거든. 내가 하필 형편이 아주 좋 지 못한 시기에 병이 나서 말야." 루핀 교수로부터 디멘터를 막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약속도 받았겠다. 다시는 어 머니의 비명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래번클로가 11월 말에 퀴 디치 시합에서 후플푸프를 이겼다는 사실 때문에, 해리의 기분은 확실히 좋아졌다. 다 음 시합들을 지지만 않는다면, 그리핀도르는 결국 승산이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드는 생기를 되찾았고, 12월 들어서까지 으스스하게 계속 내리는 빗속에서도 그 어 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을 시켰다. 더 이상 정원 안에서는 디멘터의 그림자도 보 이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의 강한 반대 때문에 그것들은 입구에 있는 주둔지에만 머 물러 있는 것 같았다. 학기가 끝나기 2주일 전, 온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며 눈부시게 하얗게 변했고 질퍽질 퍽한 정원은 어느 날 아침 반짝이는 서리로 뒤덮였다. 성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북 적댔다. 마법 선생님인 플리트윅 교수는 일찌감치 자신의 교실을 희미하게 반짝이는 등들로 꾸며두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은 날마다 나는 진짜 요정들이었다. 학생들 은 모두 방학동안 할 일들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호그 와트에 남아있기로 했다. 론은 퍼시와 함께 2주일을 보낸다는 게 참을 수 없기 때문이 라고 말했고, 헤르미온느는 도서실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우겼지만, 해리 는 그들이 자신과 함께 있어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학기 마지막 주말에 호그스미드 답사를 또 한번 하게 된다는 공고문이 붙자 모두들 기뻐했다. 하지만 해리는 그렇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쇼핑을 거기서 다 해도 되겠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허니듀크에서 이빨 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주는 실껌을 사다드리면 엄마와 아빠가 아주 좋아하실 거 야!" 해리는 이번에도 남아있게 될 3학년생은 자기밖에 없을 거라는 사실에 체념하고 그 날 읽기 위해 우드에게서 빗자루의 다양한 제작법에 대해 알 수 있는 '빗자루의 모든 것' 이라는 책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팀훈련 때에는 학교의 빗자루들 중 하나 인 낡은 슈팅 스타를 타고 했는데, 그건 아주 느린 데다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새로운 빗자루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호그스미드 답사를 떠나는 토요일 아침에 해리는 망토에 목도리까지 맨 론과 헤르미 온느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혼자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 다시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 했다. 창 밖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성은 아주 조용했다. "잠깐 - 해리!" 돌아보자 프레드와 조지가 3층 복도 중간쯤에 있는 외눈박이 꼽추 마녀의 조각상 뒤 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들 뭐하는 거야?" 해리가 호기심에서 물었다. "어째서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 은 거야?" "가기 전에 널 잠깐 즐겁게 해주려고 온 거야." 프레드가 비밀스럽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이리와...." 그가 고개로 외눈박이 마녀의 조각상 왼쪽에 있는 빈 교실을 가리켰다. 해리는 프레 드와 조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조지가 문을 조용히 닫은 뒤 돌아서서 해리를 보 고 밝게 미소 지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주려는 거야, 해리." 그가 말했다 프레드가 망토 속에서 뭔가를 휙 끄집어내 책상 위에 놓았다. 그것은 아무 것도 쓰 여있지 않은 커다란 정사각형 모양의, 매우 낡은 양피지조각이었다.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가 장난을 치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그걸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게 뭐야?" "이게,해리, 우리의 성공비결이야." 조지가 그 양피지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걸 네게 주는게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프레드가 말했다. "우린 어젯밤에 결정 했어. 네가 우리보다 더 필요할 것 같다구 말야." "어쨌든, 우린 그걸 다 외우고 있으니까," 조지가 말했다. "네게 물려주는 거야. 우 린 그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든." "그런데 이 낡은 양피지 조각을 뭐에다 쓰라는 거야?" 해리가 물었다. "낡은 양피지 조각이라니!" 프레드가 마치 해리가 그를 대단히 화나게 하기라도 한 듯 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명해,조지." "그러니까...우리가 1학년 때였을 때 말야, 해리- 어리고, 근심 걱정 없고,천진 난 만했을 때 -" 해리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프레드와 조지가 한번이라도 천진 난만했던 적이 있기 나 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보다 더 천진 난만했을 때 말야 - 우린 우연히 필치를 성가 시게 하는 장소에 들어갔었어." "복도에서 똥 폭탄을 터뜨렸는데 그게 글쎄 어떤 이유에선지 그를 몹시 화나게 한거 지 - " "그래서 우릴 그의 사무실로 끌고 가서는 위협하기 시작했지. 늘 하는 것처럼 그-' "- 징계 -" "- 할복 -" "- 그런데 우린 그가 서류들을 보관해두는 캐비닛에서 대단히 위험한 압수 물품들이 라는 표기가 붙은 서랍을 보게 되었어." "그 다음은 말 안해도 훤히 알겠네." 해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글쎄,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프레드가 말했다. "조지가 똥폭탄을 하나 더 떨어뜨 려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린 사이 난 그 서랍으로 급히 달려가 낚아채 왔지- 이걸말야." "그렇게 나쁜 짓 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조지가 말했다. "분명 필치는 그걸 어 떻게 사용하는건지 모르고 있었을 거야. 그게 무언지 수상쩍게 여기긴 했겠지만 말야. 그렇지 않았다면 그걸 압수해서 그냥 처박아두진 않을 테니까." "그러면 형들은 그 사용법을 알고 있다 이거지?" "물론이지." 프레드가 히죽히죽 웃었다. "이 작은 양피지 조각은 이 학교의 모든 선 생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어." "날 놀리는 거지." 해리가 초라한 양피지 조각을 바라보며 여전히 못미더운 듯 말했 다. "오, 우리가?" 조지가 말했다. 그가 요술지팡이를 꺼내 양피지를 살짝 건드리며 주문을 외웠다. "나는 천하의 멍텅 구리임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그러자 즉시 가느다란 잉크 줄들이 조지의 지팡이가 건드린 점에서부터 거미줄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연결되고 교차하며 양피지의 구석구석으로 부채꼴로 퍼 지면서 굉장히 꼬불꼬불한 초록색 단어들을 만들어냈다. 금지된 마법의 장난을 좋아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나무와 웡테일과 패드풋과 그리고 프롱스가 자부심을 갖고 제작한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그것은 호그와트 성과 정원을 상세히 그린 지도였다. 그러나 정말로 놀라운 것은 지 도에서 돌아다니는 아주 작은 잉크 점들이었다. 각 점마다 작은 글씨로 쓰인 이름이 붙어 있었다. 해리는 깜짝 놀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왼쪽 위에 있는 점은 덤블도어 교수가 서재로 걸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학교 관리인의 교양이 노리스 부인은 이층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소리의 요정 피브스는 지금 트로피 보관실 주위를 돌 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익은 복도들을 이쪽저쪽 보고 있을 때, 해리의 눈에 다 른 무언가가 들어왔다. 이 지도는 그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통로들도 상세히 보여 주었다. 그리고 통로들 가운데 대부분이- "호그스미드로 곧바로 통해 있어." 프레드가 손가락으로 그중 하나를 따라가며 말했 다. "모두 일곱 개야. 그런데, 필치는 이들 중 네 개를 알고 있어." - 그가 그것들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것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4층 거울 뒤에 있 는 통로는 신경쓰지 마. 우리가 작년 겨울에 가봤는데, 함몰되었더라구 - 완전히 막혀 버렸어. 그리고 아무도 이통로를 이용하지 않는 건, 그 입구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심 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 하지만 여기 이거 말야. 이건 허니듀크의 지하실로 곧장 통해 있어. 우린 그 통로를 엄청 많이 이용했었지. 그리고 알아챘을지도 모르지만, 그 입구 는 이 방 바로 바깥에 있어. 저 외눈박이 꼽추 할멈 조각상을 지나서 말야." "무니와 웜테일과 패드풋과 그리고 프롱스." 조지가 지도의 표제를 톡톡 치며 한숨 을 지었다. "우린 그들에게 굉장히 많은 신세를 지고 있어." "훌륭한 사람들이야. 신세대 범법자들을 도와 꾸준하게 일해 주었지." 프레드가 진 지하게 말했다. "맞아." 조지가 힘차게 말했다. "그걸 이용한 뒤엔 지워버리는 거 잊지 마-" "- 혹시라도 누가 그걸 읽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프레드가 주의를 주었다. "그저 다시 한번 톡 치고, '마법의 장난 끝!' 이라고 주문을 외워. 그러면 다시 모 두 지워져 버릴 거야." "그러니까,해리." 프레드가 퍼시의 거만한 말투를 흉내내어 말했다. "행동 조심해." "허니듀크에서 보자." 조지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그들은 만족스럽게 히죽거리며 그 방을 나갔다. 해리는 제자리에 서서, 그 놀라운 지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노리스 부인이라는 이 름이 붙은 작은 잉크 점이 왼쪽으로돈 뒤 멈춰 서서 마룻바닥에서 무언가의 냄새를 킁 킁 맡고 있었다. 만약 필치가 정말로 모른다면... 그는 디멘터들을 지나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는 해리의 머릿속에 문득 언젠가 위즐리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 것이나 덥석덥석 믿지 마라. 이 지도는 위즐리 씨가 주의를 주었던 위험한 마법의 물건들 가운데 하나였다... 금 지된 마법의 장난을 좋아하는... 그러나 그 때 해리는 생각했다. 그는 그걸 단지 호그 스미드로 들어가기 위해서 이용하고 싶은 것뿐이며, 무얼 훔치거나 누굴 공격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는 그걸 오랫동안 이용해왔는데도 어떤 끔찍 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않은가.... 해리는 손가락으로 허니듀크로 가는 비밀 통로를 따라갔다. 그리곤 갑자기 마치 누구의 명령을 따르기라도 하는 듯, 그지도를 돌돌 말아서 망토 속에다 쑤셔 넣고는 급히 교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문을 5센티 정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나가 외눈박이 마녀 조 각상 뒤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는 지도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위에 는 해리 포터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잉크 형상이 나타나 있었다. 이 형상은 진짜 해 리가 서 있는 곳과 정확히 일치하는, 3층 복도 중간쯤에 서 있었다. 해리는 조심스럽 게 지켜보았다. 자신의 모습인 작은 잉크 점이 작은 요술지팡이로 마녀를 톡톡 두드리 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얼른 진짜 요술지팡이를 꺼내 그 조각상을 톡톡 두드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지도를 다시 보았다. 그의 형상 옆에 '디센디움' 이 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아주 작은 기포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디센디움!" 해리가 돌 마녀를 다시 두드리며 속삭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마녀 석상의 곱사등이 웬만큼 마른 사람 하나가 들 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열렸다. 해리는 복도 이쪽저쪽을 흘끗 본 뒤, 지도를 다시 쑤셔 넣고 황급히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는 돌 미끄럼을 타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차갑고 축축한 땅에 내렸다. 그는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칠흑같이 새까맸다. 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고 "루모스!" 라고 중얼거리자, 지팡이 끝에서 불빛이 나왔다. 아주 좁다랗고 낮은 통로가 보였다. 그는 지도를 들어올리고 지팡이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마법의 장난 끝!"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도가 다시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보통의 양피지로 변했다. 그는 그걸 조심스럽게 접어 망토 속에다 쑤셔넣고 출발했다. 흥분과 걱정으로 가슴이 뛰었다. 그 통로는 거대한 토끼 굴처럼 꼬불꼬불하게 뒤틀려 있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가끔씩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해리는 지팡이를 내밀고 계속해서 그 통로 를 따라갔다. 발도 시리고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허니듀크만 생각하면 기운이 절로 났다. 한 시간쯤 걷자 서서히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헐떡 거리며 걸음을 빨리 했다. 10분쯤 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돌계단이 나타났다. 해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계단 수를 잊어 버리고 말았다... 그 뒤 갑자기 무언가에 머리 를 세게 부딪혔다. 문인 것 같았다. 해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귀를 기울였다. 위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 지 않았다. 그는 아주 천천히 그 문을 밀어올렸다. 그리고 살짝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은 나무 상자들로 가득 찬 지하실이었다. 해리는 지하실 문 밖으로 기어 나와 문을 닫았다 - 그 지하실 문은 먼지투성이의 바닥과 어찌나 흡사했던지 그게 그 자리 에 있다는 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해리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 단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이제 짤랑거리는 종소리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들까지 명확히 들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주 가까이에서 문이 열리는 소 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 민달팽이 젤리 한 박스 더 가져와요, 여보. 다 팔려서 하나도 없어요 - "어 떤 여자가 말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짝 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곧바로 상자들을 맞은편 벽 쪽으로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 해리는 재빨리 그리고 조용히 숨어있는 곳에서 빠져 나와 계단을 올라갔다. 뒤돌아 보자 거대한 엉덩이와 상자 안에 들이밀고 있는 빛나는 대머리가 보였다. 계단 맨 위 에 있는 문에 도달해 밖으로 살짝 빠져 나가자 허니듀크의 계산대가 나왔다- 그는 몸 을 홱 구부리고 옆으로 살금살금 기어 나간 뒤 똑바로 일어섰다. 허니듀크는 호그와트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지만 해리를 신경써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그들 사이로 서서히 나아갔다. 지금 해리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돼지 같은 두들리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 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반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흥미로운 모양의 과자들로 가득했다. 크림색의 누가 사탕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각형 모양의 핑크빛 코코넛 아 이스와, 통통하게 생긴 꿀 색깔의 태피(설탕,버터,땅콩을 섞어서 만든 캔디:옮긴이) 를 비롯해 죽 늘어서 있는 수백 가지 종류의 초콜릿과,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와, 언젠가 론이 말했던 먹으면 공중을 떠돌게 하는 피징 위즈비라는 샤베트도 있 었다. 한쪽 벽에는 또 '특별한 효과'를 내는 과자들만 따로 진열되어 있었다. 며칠 동 안 터지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히아신스 색깔의 거품들로 방을 가득 채우는 풍선껌도 있었고, 이빨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주는 쪽쪽 찟어지는 민트향이 나는 이상한 실껌과,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시큼한 산성 캔디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운 아주 작은 까 만색 고추 도깨비와, 씹으면 찍찍거리며 소름끼치는 소리가 나는 쥐 모양의 얼음과자 와, 먹으면 실제로 위장 속에서 팔딱팔딱 뛰는, 두꺼비처럼 생긴 페퍼민트 크림과, 부 러지기 쉬운 깃펜 사탕과, 폭발하는 봉봉 사탕도 있었다. 6학년생들 사이로 헤치고 나아가자 가게 저쪽 끝에 별난 맛이라는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 밑에 서서 피맛나는 사탕을 살펴보고 있었다. 해리는 살금살금 그들 뒤로 다가갔다. "욱, 이럴 수가. 흡혈귀들이라면 모를까, 해리는 이런건 좋아하지 않을 거야," 헤르 미온느가 말하고 있었다. "이건 어때?" 론이 헤르미온느 코밑으로 바퀴벌레 모양의 과자들이 들어있는 병을 들이대며 말했다. "절대로 안되지."해리가 말했다. 론은 하마터면 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숨이 멎을 듯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떻게- 네가 어떻게-" "와!" 론이 매우 감명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축지법 배웠구나!" "물론 아니지." 해리가 말했다. 그는 6학년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그들에게 '호그와트의 비밀지도' 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다. "프레드와 조지 형은 어떻게 그걸 너한테 줄 수 있을까!" 론이 격분해서 말했다. "동생이 여기 있는데 말야!" "하지만 해리가 그걸 계속 갖고 있지는 않을텐데, 뭐!" 헤르미온느가 마치 그런 생 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해리는 그걸 맥고나걸 교수에게 갖다드릴 거야. 안 그러 니?" "안, 안 그럴 건데!" 해리가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너 정신 나갔니?"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렇게 좋은 걸 왜 갖다 바치니?" "갖다드리면, 어디서 났는지 말해야 할거야! 필치는 당연히 프레드와 조지가 그걸 슬쩍 했다는 걸 알 거구 말야!" "하지만 시리우스 블랙은 어떻구?" 헤르미온느가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그 지도에 있는 비밀 통로들을 이용해서 성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어! 선생님들은 틀림없이 알 고 계실 거야!" "그는 비밀 통로로 들어왔을 리가 없어." 해리가 얼른 말했다. "지도에는 일곱 개의 터널이 있어, 그렇지? 프레도와 조지는 그중 네 개는 이미 필치가 알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나머지 세 개 중 하나는 함몰되어서 아무도 지나갈 수 없어. 또 한 통로 입구 에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나올 수가 없다구 말야. 그리고 내가 막 들어 온 통로는- 글쎄- 저 아래 지하실에서는 학교로 가는 입구를 보기가 아주 힘들어. 그 문이 그곳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 않다면 말야...." 해리는 머뭇거렸다. 블랙이 그 통로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 러나 론이 의미 심장하게 목을 가다듬더니 과자 가게의 문 안쪽에 붙여져 있는 공고문 을 가리켰다. 마법부의 명령에 의해 또 다른 공고가 있을 때까지, 일몰 후 매일 밤 디멘터들이 거리를 순찰하게 될 것이 라는 점을 고객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이러한 조치는 호그스미드 거주자들의 안전을 위 해 취해진 것이며 시리우스 블랙이 잡히자마자 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가 지 가 전에 쇼핑을 마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알겠어?" 론이 조용히 말했다. "저렇게 대멘터들이 떼지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 니고 있는데 어떻게 블랙이 감히 허니듀크를 침입하겠어? 어쨌든, 헤르미온느, 그가 침입했다면 허니듀크 주인들이 분명히 소리를 들었을 거야, 그렇지 않니? 그들은 주로 가게에서 지내니까 말야!" 6학년생들 사이로 헤치고 나아가자 가게 저쪽 끝에 별난 맛이라는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그래, 하지만 - 하지만 -" 헤르미온느는 또 다른 문제를 찾으려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해리는 호그스미드에 와서는 안돼. 허자서에 사인을 받지 못했잖 아! 만약 누구라도 알아낸다면, 해리는 큰 곤란에 빠지게 될거야! 그리고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 시리우스 블랙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떡해? 당장 말야?" "이곳에서 해리를 발견하기는 힘들 거야." 론이 창살이 쳐진 창문 사이로 굵게 흩날 리고 있는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헤르미온느, 크리스마스야. 해리 도 잠깐 머리를 식히는 게 당연하잖아." 헤르미온느가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오 - 물론 아니지 - 하지만 솔직히,해리 -" "피징 위즈비 봤니,해리?" 론이 그를 잡고 그 샤베트가 있는 쪽으로 데려가며 말했 다. "민달팽이 젤리는? 시큼한 산성캔디는? 일곱 살 때 프레드 형이 내게 하나를 주었 는데 혀가 타서 구멍이 났었어. 엄마가 빗자루로 형을 호되게 때렸던 기억이 나." 론 이 시큼한 산성 캔디를 생각에 잠겨 바라보았다. "내가 땅콩이라고 하면서 주면 프레 드 형이 바퀴벌레 과자를 먹을까?" 과자값을 치르고 나서, 그들 셋은 심한 눈보라가 치는 밖으로 나왔다. 호그스미드는 꼭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그림처럼 보였다. 이엉으로 이은 작은 집들과 가게들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문들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으며 나무에는 마법에 걸린 촛불들이 매달려 있었다. 해리는 추위로 몸을 떨었다.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그는 망토를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머리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을 때, 론과 헤르 미온느가 목도리 사이로 소리쳤다. "저게 우체국이야 -" "종코의 장난감 가게는 저 위에 있어 -" "우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에도 갈 수 있을 거야." "저," 론이 추워서 이빨을 딱딱 맞부딪치며 말했다. "우리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서 버터맥주 말실까?" 그 말에 해리는 귀가 번쩍 했다. 바람이 거세고 손은 꽁꽁 얼었으므로 그들은 걸음 을 재촉해 길을 건너 자그마한 주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몹시 붐볐으며 시끄러웠다. 또한 후텁지근하고 연기가 자욱했다. 바에서는 예쁘장한 얼굴의 한 여인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마법사들을 시중 들고 있었다. "저 여자는 로즈메르타 부인이야." 론이 말했다. "내가 가서 맥주 가져올까?" 그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덧붙였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주점 안쪽으로 향했다. 벽난로 옆에 서있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와 창문 사이에 작은 빈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론은 5분쯤 뒤, 거품이 이는 뜨거 운 버터맥주 잔을 들고 다시 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가 자신의 잔을 들어올리며 유쾌하게 외쳤다. 해리는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걸 마시자 온몸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바람이 한차례 훅 일더니 그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주점 문이 다시 열 렸던 것이다. 맥주잔 너머로 넘겨다 본 해리는 하마터면 숨이 멎을 뻔했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수가 그 술집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해 그리드가 들어왔는데, 그는 라임빛 초록색 중산 모자에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망토 를 입은 한 뚱뚱한 남자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였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순간적으로 동시에 해리의 머리를 테이블 밑으로 밀어 넣었다. 해리는 보이지 않게 웅크리고 앉아서 빈 맥주잔을 움켜잡고 선생님들과 퍼지 장관의 발이 바 쪽으로 움직이다가 멈춘 뒤, 돌아서서 곧바로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그의 위에서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모빌리아르부스!" 그러자 그들의 테이블 옆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땅에서 몇 센티 정도 떠서 둥둥 떠가더니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바로 앞에 살짝 내려서 그들을 가려주었다. 촘촘 한 아래쪽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해리는 네 세트의 의자 다리가 그들 바로 옆에 있는 테 이블에서 뒤로 물러나는 걸 보았고, 이어서 선생님들과 장관이 앉으면서 툴툴 대며 한 숨짓는 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반짝이는 하늘색 하이힐을 신은 한 쌍의 발이 보이더니, 곧바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질리워터-" "제거예요."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2000시시짜리 꿀술 -" "고맙소,로즈메르타." 해르리드가 말했다. "얼음이 들어있고 우산이 꽂힌 체리 시럽과 소다-" "음!" 플리트윅 교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러면 장관님께서는 빨간 건포도 럼 술이겠군요." "고마워요, 로즈메르타." 퍼지 장관이 말했다.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당신도 한잔 하지 그래요?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아요...." "대단히 고맙습니다,장관님." 해리는 그 반짝이는 힐이 저만치 걸어갔다가 다시 오는 걸 보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 그런데 그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있을까? 만약 오늘 밤 학교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허니듀크로 다시 몰래 들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헤르 미온느의 다리가 그의 옆에서 초조하게 씰룩거렸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런 누추한 곳을 찾아오셨나요, 장관님?" 로즈메르타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퍼지 장관이 마치 엿듣는 사람이 있나 살피고 있는 듯 뚱뚱한 몸 아랫부분을 비트는 걸 보았다. 그 뒤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 말고 무슨 문제겠소? 할로윈 데이에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마 들었겠죠?" "저도 소문을 들었어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시인했다. "술집마다 다니며 다 말했어요,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가 홧김에 쏘아붙였다. "블랙이 여전히 이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장관님?" 로즈메르타 부인이 작은 소 리로 물었다. "물론이오." 퍼지 장관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디멘터들이 마을 전체를 두 번이나 수색했었다는 건 아시죠?" 로즈베르타 부인이 목소리에 날을 세워 말했다. "전 그덕분에 고객들을 다 놓쳤어요... 그건 영업에는 아 주 좋지 않아요,장관님." "로즈메르타, 당신보다 그것들을 더 싫어하는 건 바로 나요." 퍼지 장관이 기분이 언짢은 듯 말했다. "부득이한 예방 조치예요...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나도 막 몇 명을 만났어요. 그들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어요." 그들 을 성의 정원 안에 들여놓지 않으려 했다고 말이오." "하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저 소름 끼칠 것 같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어요?" "맞아요! 동감이에요!" 아주 작은 플리트윅 교수가 끽끽거리며 말했다. 그의 발은 땅에서 30센티 정도 떨어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퍼지 장관이 이의를 내세웠다. "그들은 훨씬 더 나쁜 것으로부터 당신 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오... 우리 모두 블랙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지 잘 알고 있지않소...." "하지만, 전 아직도 그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생각에 잠겨 말했 다. "많은 사람들이 어둠의 세계로 건너갔지만, 전 시리우스 블랙이 그러리라고는 꿈 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제 말은, 호그와트 학생 시절의 그를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 예요. 만약 그 당시에 장관님께서 그가 이런 사람이 될 거라고 말했다면, 전 장관님께 서 과음한 탓에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했을 거예요." "당신은 잘 몰라요, 로즈메르타." 퍼지 장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가 저지른 정 말로 나쁜 짓은 세상에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아요." "정말로 나쁜 짓이라뇨?" 로즈메르타 부인의 목소리가 호기심으로 생기가 돌았다. "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뜻인가요?" "물론이오." 퍼지 장관이 말했다. "전 믿을 수 없어요. 그보다 더 나쁜 짓이란 게 도대체 어떤것이죠?" "호그와트 학생 시절의 그를 기억한다고 말했죠, 로즈메르타." 맥고나걸 교수가 낮 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단짝 친구가 누구였는지 기억해요?" "당연하죠." 로즈메르타 부인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둘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녔죠, 안그래요? 그들은 이곳에 올 때마다 - 오, 날 웃기곤 했어요. 쌍으로 말예요. 시리우 스 블랙과 제임스 포터!" 해리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맥주잔을 떨어뜨리자 론이 그를 발로 찼다. "맞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블랙과 포터. 그들은 일종의 골목 대장들이었 죠. 물론 둘 모두 굉장히 똑똑했어요 - 사실 비범했죠 - 하지만 그 애들 같은 악동들 도 없었던 것 같아요 - " "사실," 해그리드가 킬킬 웃었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는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 도 아닐 거예요." "블랙과 포터는 꼭 형제 같았어요!" 플리트윅 교수가 동의한다는 듯 끼어들었다. "한 시간도 떨어지고는 못 사는 친구였죠!" "물론 그랬죠." 퍼지 장관이 말했다. "포터는 다른 어떤 친구보다도 블랙을 믿었어 요. 학교 졸업 후에도 그 우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어요. 블랙은 제임스가 릴리와 결혼 할 때 들러리를 서 주었고, 그 뒤엔 해리의 대부가 되었죠. 해리는 전혀 모르지만 말 이요, 물론. 그걸 알면 그애가 얼마나 괴로워할지 눈에 선해요." "그건 블랙이 그 사람과 결탁한 것으로 드러나서 말인가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속 삭였다. "그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퍼지 장관이 목소리를 낮추고 나직이 울리는 소 리로 계속했다. "그 당시 포터 부부는 그 사람이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 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는 물론 끊임없 이 그 사람에 대항해서 싸웠고, 곳곳에 그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원을 심어 두 었었죠.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명이 귀뜸해 주자, 그는 제임스와 릴리에게 즉시 주의 를 주었어요. 그는 그들에게 급히 몸을 피하라고 충고했어요. 글쎄요, 물론,ㅡ 그 사 람에게서 숨는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말이오. 덤블도어 교수는 그들에게 '피델리우스 마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어떤 마법인데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굉장히 흥미로운 듯 물었다. 플리트윅 교수 가 목을 가다듬었다. "굉장히 복잡한 주문이죠." 그가 끽끽대며 말했다. "마법으로 단 한명의 살아있는 사람 속에 비밀을 숨기는 것이죠. 그 정보는 선택받은 사람 즉 비밀 파수꾼 속에 숨겨 져 있고 따라서 알아내는 게 불가능하죠 - 물론 그 비밀 파수꾼이 그걸 폭로하지 않는 다면 말이죠, 비밀 파수꾼이 말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은 릴리와 제임스가 머물고 있던 마을을 아무리 뒤져도 그들을 찾아낼 수 없어요. 심지어 그가 그들이 앉아있는 창문에 코를 대고 있다 해도 말이오!" "그러니까 블랙이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건가요?" 조르메르타 부인이 속 삭였다. "물론이죠."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제임스 포터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블랙이라 면 그들이 있는 곳을 말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이며, 블랙 자신도 행방을 감출 작정이라고 말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블도어 교수는 걱정스러워했어요. 전 덤블도어 교수께서 직접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 되겠느라고 나섰던 기억이 나요." "그가 블랙을 의심했나요?" 로즈메르타 부인은 놀라서 숨이 막혔다. "그는 포터 부부와 가까운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 사람에게 그들의 거동을 알려주고 있다고 확신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은밀히 말했다. "실은, 그는 꽤 오랫동안 우리 쪽의 누군가가 반역자가 되어 그 사람에게 많은 정보를 넘겨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 했어요." "하지만 제임스 포터는 블랙을 비밀 파수꾼으로 하길 고집했겠군요?" "그랬어요." 퍼지 장관이 무겁게 말했다. "그런데 '피델리우스 마법'을 건 뒤 채 일 주일도 못가서 -" "블랙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건가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그랬어요.블랙은 이중 첩자 노릇에 지쳐서, 언제든 자신이 그 사람을 지지한다는 걸 만방에 선언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그 나름대로는 포터 부부가 사망하는 순간에 그렇게 할 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우리 모두 알다시피, 어린 해리 포터와 부딪 히자마자 그 사람이 몰락하게 되었던 거예요. 그는 힘을 잃고 지독하게 허약해져서 달 아났죠. 일이 이렇게 되자 블랙은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어요. 자신이 반역 자라는 진정한 색깔을 보여준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우두머리가 몰락해버렸으니까 말이 오. 그는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죠 -" "더럽고 비열한 배반자 같으니라구!" 해그리드가 어찌나 큰소리로 말했던지 바가 조 용해졌다. "쉬!"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전 그 놈을 만났어요!" 해그리드가 투덜거렸다. "그가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전 에 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틀림없어 저였을 거예요! 릴리와 제임스가 살해된 뒤 그들의 집에서 해리를 구했던 게 바로 저니까요! 그 애를 폐허 속에서 구해냈죠. 가엾 은 녀석, 이마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어요. 그아이의 부모는 죽고... 그런데 뜻밖 에도 시리우스 블랙이 자신이 늘 타고 다니던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어요 . 전 그가 거기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전 그가 릴리와 제임 스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그저 그 사람이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 주려고 온 줄로만 알았죠. 그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 요. 그때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그 살인한 반역자를 위로했어요!"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제발!" 맥고나걸 교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요!" "그가 릴리와 제임스의 사망에 대해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있다는 걸 제가 알기나 했겠어요? 그가 관심 있는 건 그 사람밖에 없다는 걸 말예요! 그 뒤 그가 말했어요. ' 해리를 제게 주세요, 해그리드.전 그 애의 대부예요., 제가 그 애를 돌보겠어요 -' 하! 하지만 전 덤블도어 교수의 명령을 들어야 했으므로, 블랙에게 안 된다고 말했죠.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는 이모와 이모부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요. 블랙은 고집을 피웠지만, 결국 양보했어요. 그리고 제게 자신의 오토바이로 해리를 데려가라 고 했어요. '전 그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라면서 말예요. 전 그때 뭔가 좀 수상하다는 걸 아아챘어야 해요. 그는 저 오토바이를 굉장히 좋아 했거든요. 그런데 그가 그걸 무엇 때문에 제게 주겠냐 말예요? 그가 왜 그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진상은 뻔한 거죠, 뭐. 덤블도어 교수는 그가 포터의 비밀 파수 꾼이었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블랙은 자신이 그날 밤 달아나야만 한다는 걸 알았죠. 마법부가 잡으러 오는 건 시간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해리를 그에게 주었더라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그는 틀림없이 오토바이 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가 그 애를 내던져 버렸을 거예요. 단짝 친구의 아들을 말예요! 어둠의 세계로 넘어간 마법사들에겐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해그리드가 말을 마치자 긴 침묵이 흘렀다. 그 뒤 로즈메르타 부인이 만족한 듯 말 했다. "하지만 그는 사라지지 못했잖아요, 그렇죠? 마법부가 그 다음날 그를 잡았잖아 요!" "아아, 그랬기만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소." 퍼지 장관이 가차없이 말했다. "그를 찾 아낸 건 우리가 아니었어요, 그건 피터 페티그루였다오 - 포터부부의 또 다른 친구죠. 그는 물론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블랙이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 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블랙을 잡으러 갔었어요." "페티그루라... 호그와트에서 항상 그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뚱보 소년 말 인가?" 로즈메르타 부인이 물었다. "블랙과 포터를 영웅 숭배하다시피 했죠."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들처럼 똑똑 하지는 않았지만 재능있는 아이였어요. 전 종종 그 애에게 다소 거칠게 굴었어요. 지 금 생각하면 얼마나 -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그녀가 갑자기 코감기에 걸린 것 같 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미네르바," 퍼지 장관이 위로하듯 다정하게 말했다. "페티그루는 용감하게 죽었 어요. 목격자들은 - 물론 머글들이죠. 우린 나중에 그들의 기억을 다 없애야 했어요 - 우리에게 페티그루가 블랙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넣었는지 말해주었어요. 그가 흐느껴 울며 '릴리와 제임스를, 시리우스! 네가 어떻게?'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그가 요술지팡이를 집어들었대요. 하지만 물론, 블랙이 더 빨랐죠. 페티그루를 산산이 날려 버렸대요...." 맥고나걸 교수가 코를 횅 풀고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 바보 같 은 사람... 그는 늘 결투에서는 가망이 없었어요... 그 일은 마법부에게 맡겨두었어 야 했어요...." "정말로, 내가 만약 어린 페티그루보다 먼저 블랙에게 갔더라면 난 바보같이 요술지 팡이를 휘두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지를 갈기- 갈기 - 찢어놓았을 거예요." 해그리 드가 성내어 말했다. "그런 말 말게, 해그리드." 퍼지 장관이 날카롭게 말했다. "일단 궁지에 몰리면 특 별히 훈련닫은 마법부의 수사용원들 말고는 블랙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네. 마법부가 파국을 맞았던 그 당시는 내가 장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네. 난 블랙이 많 은 사람들을 살해한 뒤의 그 현장을 가장 먼저 본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네. 난 - 난 절대 잊지 못할 걸세. 난 아직도 가끔 그 꿈을 꾼다네. 거리 한가운데에 생긴 구멍이 어찌나 깊었던지 그 밑에 있는 하수 본관이 부서졌을 정도였네. 여기저기에 시체들이 널려있고. 머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그리고 블랙은 페티그루의 남겨진 잔해를 들 고 제자리에서 웃고 서 있었네... 피투성이의 망토 무더기와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을 들고 말이네-" 퍼지 장관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다섯 사람의 코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얘기가 그렇게 된 거요, 로즈메르타." 퍼지 장관이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 은 마법부의 수사요원들 스무 명에게 잡혀갔고 페티그루는 1급 멀린 훈장을 받게 되었 소. 그것이 그의 가엾은 어머님께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길 바랄 뿐이오. 블랙은 그 이후 죽 아즈카반에 있었어요." 로즈메르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가 미쳤다는 게 사실인가요,장관님?" "정말로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퍼지가 천천히 말했다. "그의 우두머리의 패배 가 그에게 한동안 정신적 혼란을 가져온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페티그루와 그 모든 머 글들을 살해한 건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절망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밖에 볼수 없으니 까 말이오- 잔인하고... 헛된 짓이었죠. 하지만 최근에 아즈카반을 시찰했을 때 난 블 랙을 만났어요. 알다시피, 그곳에 있는 죄수들 대부분은 어둠 속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앉아 있지 않소. 그들에게는 아무 감각이 없어요.... 하지만 블랙은 어찌나 정상적으 로 보였던지 난 깜짝 놀랐어요. 그는 내게 아주 이성적으로 말했어요. 기겁을 할 일이 었죠. 그저 지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는 내게 아주 침착하 게 신문을 다 읽었냐고 묻고는, 자기는 글자맞추기를 몹시 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말 이오. 그래요, 난 디멘터들이 어떻게 그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깜짝 놀 랐어요 - 그곳에는 디멘터들이 그의 감방 문 밖에서 밤낮으로 지키면서, 가장 엄하게 감시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오." "그렇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탈출했다고 생각하세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물었다." 어머나,장관님, 그가 설마 그 사람과 재결합하려는 건 아니겠죠, 그렇죠?" "경우에 따라서는, 에 - 그것이 최후의 계획일 수도 있겠죠." 퍼지 장관이 얼버무렸 다. "하지만 우린 그 전에 블랙을 잡기를 바랄 뿐이오. 사실, 그 사람이 혼자이고 친 구도 하나 없을 때와... 오른팔 격인 부하가 같이 있을 때는 사정이 다르지요. 그의 세력이 얼마나 빨리 재건될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오...." 유리잔이 나무에 부딪혀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잔을 내려놓은 것이었 다. "코넬리우스 장관님, 교장선생님과 저녁을 드시려면, 이제 그만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망토 자락들이 움직이고 로즈메르타 부인의 반짝이는 하이힐이 바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스리 브룸스틱스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눈보라가 또 한번 안으로 몰아치는 것으로 보아 선생님들이 가버 린 것 같았다. "해리?"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테이블 밑에 나타났다. 그들 모두 할말을 잃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ff 파이어볼트 해리는 자신이 어떻게 허니듀크 지하실로 들어가 터널을 지나 성으로 되돌아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순식간에 돌아온 것 같다는 것과,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지도 전혀 몰랐다는 것 외엔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그가 막 들은 대화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아무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덤블도어 교수도, 해그리드도, 위즐리 씨 도,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도... 왜 누구도 해리의 부모가 단짝 친구의 배신으로 돌아 가셨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론과 헤르미온느는 퍼지 장관이 가까이 앉아있었으므로 그들이 엿들은 것에 대해 감 히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저녁을 먹는 동안 내내 해리의 눈치를 사폈다. 그들이 이층 으로 올라가 사람들로 꽉 찬 학생 휴게실로 가자, 프레드와 조지가 학기 말 이라고 프 레드와 조지가 자신에게 호그스미드에 갔었는지 묻는 걸 바라지 않았으므로, 조용히 빈 기숙사 방으로 올라가 곧장 침대 옆 벽장으로 향했다. 그는 벽장에 쌓여있는 책들 을 옆으로 밀치고 금세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하나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2년 전 해그 리드가 그에게 주었던 표지가 가죽으로 된 사진 앨범이었다. 그 앨범은 그의 엄마와 아빠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침대 주위에 있는 커튼을 치고 앨 범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의 결혼일 사진에서 멈췄다. 해리의 아버지가 그와 똑같이 사방으로 뻗친 헝클어진 까만 머리를 하고 그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행복에 찬 얼굴로 그의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그들의 들러리... 해리는 그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동일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면, 해리는 이 낡은 사진속에 있는 사람이 그 무 시무시한 블랙이라는 건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신문 지면에 실린 것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홀쭉하지도 창백하지도 않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활짝 웃고 있기까지 했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 그는 이미 볼드모트를 위해 일하고 있었을까? 그는 이미 자신 옆 에 있는 두 사람의 죽음을 계획하고 있었을까? 그는 12년간을 자신을 전혀 몰라보게 만든 아즈카반에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하지만 디멘터들은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해. 그는 웃고 있는 그 잘생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것들이 바짝 다가와도 그는 우리 엄마가 비명을 지르 는 소리를 듣지못할 거야 - 해리는 앨범을 탁 덮고 다시 벽장 속에 밀어 넣고는 망토와 안경을 벗고 밖에서 보 이지 않도록 커튼을 확실하게 친 뒤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기숙사 방문이 열렸다. "해리!" 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해리는 잠들은 척하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는 론이 다시 나가는 소리를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반듯이 누웠다. 전에는 전혀 몰랐던 증오가 마치 독약처럼 해리의 몸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는 마치 누군가가 앨범에 있는 사진을 눈에 붙이기라도 한 듯, 어둠 속에서 그를 보고 웃 고 있는 블랙의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시 리우스 블랙이 피터 페티그루(네빌 롱바텀과 닮은)를 산산조각으로 폭파시켜버리는 녹 화 필름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블랙의 목소리가 어떤 건지 전혀 모르긴 했지만 흥분한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마침내 바라던 대로 되었습니다, 두목.... 포터 부부가 저를 그들의 비밀 파수꾼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날카롭게 높은 목소리로 웃어대는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디멘터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해리의 머릿속에 서 들렸던 것과 똑같은 웃음소리였다.... "해리,너 - 너 얼굴이 왜 그러니?" 해리는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었다. 깨어보니 기숙사 방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학생 휴게실로 갔다. 그런데 그곳엔 두꺼비 모양의 페퍼민 트 크림을 먹으며 배를 문지르고 있는 론과 책상 세 개에 걸쳐 숙제를 늘어놓고 있는 헤르미온느뿐이었다. "다들 어디 있니?" 해리가 물었다. "갔어! 오늘이 방학 첫날이잖아, 잊었니?" 론이 해리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거 의 점심 시간이라 조금 있다 가서 널 깨우려던 참이었어." 해리는 벽난로 옆에 있는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았다. 창 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흩날 리고 있었다. 크룩생크가 마치 커다란 황갈색 모피처럼 벽난로 앞에 사지를 쭉 뻗고 누워 있었다. "너 정말로 안색이 안 좋다."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 했다. "난 괜찮아." 해리가 말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론과 눈길을 교환하며 말했다. "어제 들은 말 때문에 정말로 당황했을 거야. 하지만 중요한 건 어리석은 짓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예를 들면?" "블랙을 찾아 나선다던지 하는 것 말야."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이 이 대화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할 거지, 그렇지,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블랙 때문에 죽는다는 건 말도 안돼." 론이 말했다. 해리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았다. "디멘터가 내게 가까이 올 때마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슨소리를 듣는지 너희들 알기 나 해?" 론과 헤르미온니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조 저었다. "난 우리 엄마 가 비명을 지르며 볼 드모트에게 간절히 비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마 너희들도 너 희 엄마가 그렇게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걸 쉽사리 잊지는 못할 거야. 너희 들이 만약 네 엄마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녀를 배신하고 볼드모트에게 잡히도 록 했다는 걸 알았다면 -" "하지만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잖아." 헤르미온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 로 말했다. "디멘터들이 블랙을 잡으면 그는 다시 아즈카반으로 돌아갈 거고 - 그리고 그는 마땅한 형벌을 받게 될 거야!" "너희들도 퍼지 장관이 하는 말 들었잖아. 블랙은 보통 사람들처럼 아즈카반의 영향 을 받지 않아. 따라서 다른 사람에넨 그게 형벌일지 몰라도, 그에겐 아냐." "그러니까 네가 말하려는 건 뭐야?" 론이 매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블랙을 죽이 거나 뭐 - 그런 걸 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바보 같은 소리 마."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아무도 죽 이고 싶어하지 않아, 그렇지,해리?" 이번에도, 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블랙이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니는데, 아무 것도 못하고 손놓고 있어야 한다 는 게 견딜 수 없을 뿐이었다. "말포이는 알고 있었어." 그가 불쑥 말했다. "그 애가 마법의 약 시간에 내게 했던 말 기억해? 나라면, 직접 그를 추적해서 잡을 거야... 난 복수를 하고 싶을 거야'라고 했던 말 말야." "그래서 우리의 충고 대신 말포이의 충고를 따르겠다는 거야?" 론이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잘 들어.... 블랙이 페티그루를 죽인 뒤 그의 어머니는 무얼 되찾았는 지 알아? 아빠가 말씀해 주셨어 - 1급 멀린 훈장, 그리고 상자에 든 페티그루의 손가 락이었어. 그게 그나마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조각이었대. 블랙은 미친 사 람이야, 해리. 그리고 그는 위험해 - " "말포이의 아버지는 그 애에게 틀림없이 말했을 거야," 해리가 론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말했다. "그가 볼드모트의 측근이었다고 말야 - " "너 그 사람이라고 했니?" "-말포이는 블랙이 볼드모트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던 게 분명해 -" "-그리고 말포이는 네가 산산조각 나는 것도 보고 싶었을 거야, 페티그루처럼 말야! 상황을 똑바로 봐. 말포이는 퀴디치에서 너와 맞붙기 전에 네가 죽어주길 바라고 있는 것뿐이야." "해리,제발."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블랙 은 끔찍한, 아주 끔찍한 짓을 했어. 하지만 위험에 스스로 뛰어들려고 하지 마. 그게 바로 블랙이 바라는 거야... 오, 해리, 그를 찾아 나선다면 넌 블랙의 술수에 넘어가 는 거야. 네 엄마와 아빠는 네가 다치길 바라지 않으실 거야. 그들은 절대로 네가 블 랙을 찾아나서는 걸 바라지 않으실거야!" "난 그분들이 뭘 원하는지 영영 알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블랙 덕분에, 그분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니까 말야." 해리가 쌀쌀하게 말했다.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 크룩생크가 발톱을 움직이며 아주 기분좋게 기지개를 켰다. 론의 주머니가 떨리듯 흔들렸다. "야." 론이 화제를 바꿀 궁리를 하며 말했다. "이제 방학이야! 며칠 있으면 크리스 마스야. 우리- 우리 해그리드 보러 가자. 한참 동안 찾아가지 못했잖아!" "안돼!" 헤르미온느가 얼른 말했다. "해리는 성을 떠나면 안되잖아, 론 - " "그래,가자." 해리가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 부모님에 대해 다 말하면 서도 블랙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않는지 물어봐야겠어!" 론이 그 말을 꺼냈던 건 명백히 시리우스 블랙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고 싶지 않아 서 였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아니면 체스게임 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니면 퍼시 형이 놔두 고 간 곱스톤 게임을 하던지 - " "싫어, 해그리드한테 가자."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망토를 입고 초상화 구멍을 지나("참고 싸워,이 겁쟁이야!"), 텅 빈 성을 내려가 현관의 오크 문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가루 같은 반짝이는 눈에 발자국을 남기며 천천히 잔디밭으로 향했다. 양말 과 망토 자락이 푹푹 빠져서 발이 시렸다. 금지된 숲은 꼭 마법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 나무마다 은빛으로 빛났고,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설탕을 입힌 케이크 같았다. 론이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밖에 나가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론이 문에다 귀를 갖다댔다. "이상한 소리가 나." 그가 말했다. "들어 봐 - 팽인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도 문에다 귀를 갖다댔다. 오두막 안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계 속해서 들렸다. "가서 누군가를 데려와야 할까봐." 론이 초조하게 말했다/ "해그리드!" 해리가 문을 쾅쾅 두드리며 불렀다. "해그리드, 안에 계세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삐걱거리며 문이 열렸다. 해그리드간 눈이 빨갛게 충 혈되고 퉁퉁 부은 채로 서 있었다. 그의 가죽 조끼 앞에는 눈물 자국이 군데군데 배어 있었다. "들었니?" 몸집이 보통 사람의 두배나 되는 그가 큰소리로 울며 해리에게 매달렸다. 해리가 해그리드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려고 하는 찰나,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그리 의 겨드랑이를 한쪽씩 잡고 다시 오두막 안으로 끌어당겼으므로 그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해그리드는 탁자 앞의 의자로 걸어가 무너지듯이 주져앉더니 걷잡 을 수 없이 흐느껴 울었다. 그의 얼굴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번들거렸다. "해그리드, 왜 그러세요?"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물었다. 해리는 탁자 위에 펼쳐진 채 놓여있는, 공문처럼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이게 뭐예요, 해그리드?" 해그리드가 더 큰소리로 엉엉 울며 그 편지를 해리 쪽으로 밀었다. 해리는 그것을 집어들고 소리내어 읽었다. 해그리드 씨에게, 히포그리프가 귀하의 학급 학생 하나를 공격한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 우린 귀하가 그 유감스러운 사건에 아무 책임도 없다는 덤블도어 교수의 보증을 받아들이기 로 했습니다. "그럼, 이제 괜찮은 거잖아요, 해그리드!" 론이 해그리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 며 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계속 흐느껴 울면서 거대한 손을 흔들며 해리에게 계속 읽으라고 했다. 그러나 우린 문제의 히포그리프에 대하여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루시우스 말포이 씨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들였으며, 이 문제는 위험한 동물 처 리 위원회로 넘어갈 것입니다. 청문회가 4월 20일에 열릴 예정이오니, 귀하는 귀하의 히포그리프를 데리고 런던의 위원회 사무실로 출두하시기 바랍니다. 그때까지 문제의 히포그리프는 반드시 잡아매어 격리시키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뒤이어 학교 이사들의 목록이 나왔다. "오," 론이 말했다. "하지만 벅빅은 나쁜 히포그리프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해그 리드. 분명히 큰 문제 없이 잘 해결될 거예요 - "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 놈들을 너희가 몰라서 그래!" 해그리드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목이 메어 말했다. "그 놈들은 온갖 흥미로운 동물들을 다 잡아 죽이려고 하고 있어!" 해그리드의 오두막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홱 돌아보았다. 히포그리프 벅빅이 구석에 누워, 마룻바닥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어 적어적 씹어 먹고 있었다. "난 녀석을 저 밖 눈 속에 매어둘 수 없었어!" 해그리드는 목이 메었다. "완전히 혼 자서 말야!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해그리드의 '흥미로운 동물'들 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시무시한 괴물'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해그리드에게 직접적 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특히 해그리드의 기준으로 본다면 확실히 귀여운축에 속했다. "그러려면 상당히 강력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할 거예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해그리드의 커다란 팔뚝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벅빅이 안전하다는 걸 분명히 입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봤자 아무 소용 없을 거야!" 해그리드가 흐느껴 울었다. "그 처리위원회의 극 악한 놈들은 모두 루시우스 말포이의 손아귀에 있단 말야! 그를 두려워한다구! 그리고 내가 만약그 소송에서 지면, 벅빅은 - " 해그리드는 한번 크게 통곡하는 소리를 내고는 몸을 앞으로 숙여 얼굴을 감싸 안았 다. "덤블도어 교수는 어때요, 해그리드?" 해리가 말했다. "그분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어." 해그리드가 괴로워하며 말했다. "디멘터 들을 성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문제며, 시리우스 블랙이 돌아다니고 있는 문제 며, 그분에겐 그것 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 같아 -" 론과 헤르미온느는 마치 해리가 해그리드에게 블랙에 대해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고 책망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듯, 그를 얼른 쳐다보았다. 그러나 해리 는 해그리드가 그렇게 가엾게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낼 수 가 없었 다. "해그리드." 그가 말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헤르미온느 말이 옳아요. 아저씬 그저 답변만 잘하면 돼요. 저희들을 증인으로 부르셔도 돼요 -" "전 어디선가 분명히 히포그리프를 곯려준 사례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요." 헤르미 온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 경우에는 히포그리프가 형벌을 모면했어요. 제가 찾 아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드릴게요, 해그리드." 해그리드의 울음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좀 거들라며 론을 쳐 다 보았다. "저 - 차 좀 끓여올까요?" 론이 물었다. 해리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는 누군가가 흥분할 때마다 그렇게 하셔." 론이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 렸다. 마침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머그 잔을 갖다 놓고 도와주겠는 무수한 확언들 을 한 뒤에야 해그리드는 식탁보 만 한 손수건으로 코를 휑 풀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말이 옳아. 이대로 굴복할 수는 없어. 냉정을 되찾아야 해...." 멧돼지 사냥용의 큰 개 팽이 탁자 밑에서 머뭇머뭇 나와 머리를 해그리드의 무릎위 에 놓았다. "요즘엔 통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어." 해그리드가 한 손으로 팽을 어루만지고 또 한손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 "벅빅도 걱정되구, 아무도 내 수업을 좋아하지 않 구-" "저희들은 정말 좋아해요!" 헤르미온느가 즉시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정말 재미있어요!" 론이 탁자 밑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집게손가락에 포개어 행운의 크로버를 만들며 말했다. "저 - 플러버윔들은 어때요?" "죽었어!" 해그리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양상추를 너무 많이 먹였어." "그럴 리가!" 론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디멘터들 때문에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 해그리드가 갑자기 진저리를 치 며 말했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술 한잔 하러 갈 때마다 그들을 지나쳐야만 하거든. 꼭 아즈카반에 다시 들어간 것 -" 그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차를 쭉 들이켰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숨을 죽이 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해그리드가 과거에 잠시나마 아즈카반에 있었던 것에 대 해 말하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조금 뒤,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 안은 끔찍해요. 해그리드?" "너희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거야."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 곳은 처음이 야. 난 미치는 줄 알았어. 머릿속에 계속해서 끔찍한 일들만 떠올라... 내가 호그와트 에서 쫓겨난 날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노버트를 보내던 날...."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노버트는 해그리드가 언젠가 카드 게임에서 이겨서 얻은 아기 용이었다. "조금만 있어도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할 수 없게 돼. 또 삶의 의미도 잃게 되지. 난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다시 나왔을 때 난 꼭 다시 태어난 것 같았어. 모든게 새로웠지. 가슴이 벅찼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물론 디멘터들은 날놓아주 고 싶어하지 않았어." "하지만 아저씬 죄가 없었잖아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그리드가 코방귀를 뀌었다. "그게 그들에게 중요할 것 같니? 그들은 상관하지 않아. 수백 명의 인간을 그곳에 같혀있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들의 모든 행복을 빨아먹을 수 있기만 한다면, 누 가 죄가 있는 없든 조금도 개의치 않아." 해그리드는 잠시 말없이 찻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벅빅 을 놔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날아가게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겠어? 그리고 - 그리고 난 법을 어기는 게 겁이 났어...." 그가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눈 물이 다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난 아즈카반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갔던 일은 전혀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과 헤르미온느가 바랐던 효과는 있었다. 해리는 물론 블랙에 대해 잊은 것은 결코 아니었 다. 하지만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와의 소송에서 해그리드가 이기도록 도우려면은, 계속 복수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다음날로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도서실로 갔다가 벅빅 변호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잔뜩 들고 텅 빈 학생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들 셋은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 앉아 습격하는 짐승들의 유명한 소송 들에 대한 먼지투성이의 책을 천천히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 좀 봐.... 1722년에 판레가 하나 있어.... 하지만 히포그리프가 유죄 선고를 받았어 - 으, 그들이 그것에 한 짓좀 봐.정말 구역질 나 - "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봐 - 1926년에 맨티코어가 누군가를 맹렬하게 공격했는데, 그들이 그 맨티코어를 놓아주었어 - 어 - 이럴 수가, 하지만 그건 그저 모두가 너무 겁을 먹어서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었어...." 한편 성의 다른 곳에서는 볼 학생들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크리스마 스 장식이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복도에는 서양호랑가시나무와 겨우살이의 두꺼운 장식 리본들이 늘어져 있었고, 갑옷마다 안에서 신비한 불빛이 비춰지고 있었으며, 연 회장은 황금빛 별들이 반짝이는 열 두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 다. 복도에는 온통 강렬하고 맛있는 요리 냄새가 배어들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 즈음 에는 그 냄새가 얼마나 진동을 했던지 스캐버스조차 피난처인 론의 주머니에서 코를 내밀고 킁킁거렸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해리는 론이 던진 베개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어! 선물들이네!" 해리는 안경을 쓰고, 아직 조금 어두운 침대 끝을 흘끗 바라보았다. 소포 꾸러미가 몇 개 쌓여 있었다. 론은 이미 자신의 선물 꾸러미들을 뜯고 있었다. "엄마가 또 스웨터를 보내주셨어.... 또 밤색이야.... 너도 있는지 봐." 해리도 진홍색 스웨터와 집에서 구운 수십 개의 고기 파이와 크리스마스 케이크 조 금과 땅콩 한 상자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다 옆으로 치우자 밑에 길 다랗고 가느다란 소포 하나가 놓여있었다. "저게 뭐지?" 론이 금방 뜯은 밤색 양말을 들고 넘겨다보며 물었다. "몰라...." 그런데 그 소포를 찢어 열었을 때 침대 위로 번쩍이는 멋진 빗자루가 굴러 나왔다. 해리는 깜짝 놀랐다. 론은 양말을 떨어뜨리고 더 자세히 보려고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 렸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해리가 다이애건 앨리에서 매일 보러 갔었던 그 꿈의 빗자루와 똑같은 파이어 볼트였다. 그가 집어들자 손잡이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빗자루가 흔들리는 걸 느끼 고 얼른 놓아 버렸다. 그런데 그건 들고 있지 않은데도, 그가 놓은 자리에 그대로 둥 둥 떠 있었다. 그의 눈이 손잡이 끝에 있는 황금빛 등록 번호에서 꼬리 부분이 매끄럽 고 날씬한 자작나무 가지들로 옮겨갔다. '누가 보냈을까?" 론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카드가 있나 봐." 해리가 말했다. 론이 파이어볼트를 싸고 있는 비닐 포장지를 북 뜯었다. "아무 것도 없어! 와, 네게 그렇게 비싼 걸 사준 사람이 누구지?" "글쎄," 해리가 어리벙벙한 기분으로 말했다. "더즐리 가족은 분명히 아닐 텐데." "틀림없이 덤블도어 교수가 보냈을 거야." 론이 이제 파이어볼트 주위를 걸어다니면 서, 요모조모 뜯어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네게 투명 망토를 보냈 었잖아...." "하지만, 그건 우리 아빠 거였어."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저 그걸 내 게 전해주었던 것 뿐이었어. 그분이 내게 이렇게 비싼 걸 주실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거지!" 론이 말했다. "말포이같은 멍텅구리가 편애 한다고 난리를 칠까봐 말이야, 해리" - 론이 큰소리로 와 하고 웃었다 - "말포이 녀석 이 네가 이걸 가진 걸 보면 어떻게 될까! 녀석의 기가 팍 죽을 거야! 이건 국제 표준 빗자루잖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해리가 파이어볼트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론은 해리의 침 대에 푹 주저앉아 말포이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 "알았다." 론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알겠어 - 루핀 교수야!" "뭐라구?" 해리는 론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 그냥 웃고 말았다. "루핀 교수? 야, 그분이 이걸 살 정도의 돈을 갖고 있다면, 망토를 벌써 몇 벌은 사 입었을 거야." "그래,하지만 그 선생님은 널 좋아하잖아." 론이 말했다. "그리고 네 님부스가 산산 조각이 났을 때 그분이 없어졌잖아. 그는 그것에 대해 듣고 다이애건 앨리로 가서 이 걸 샀을지도 몰라 -" "무슨 말이야, 그가 없어졌다니?" 해리가 물었다. "내가 그 시합을 하고 있을 때 그 분은 편찮으셨어." "하지만,그는 병동에 있지는 않았어." 론이 말했다. "내가 거기에 갔었잖아. 스네이 프 교수에게서 받은 벌로 변기를 청소하려고 말야, 기억나?" 해리가 론에게 얼굴을 찡그렸다. "루핀 교수는 이런 걸 살 수 있는 돈이 없으셔." "너희 둘 왜 그렇게 웃고 있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어느새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잠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목에는 금실 을 두른 채로 크룩생크를 들고 있었는데 아주 심술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녀석 데리고 들어오지 마!" 론이 부리나케 침대 밑에서 스캐버를 잡아 잠옷 주 머니 속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크룩생크를 시무스의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파이어볼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 해리! 누가 그걸 보낸 거니?" "몰라." 해리가 말했다. "카드도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놀랍게도 헤르미온느는 그 말에 흥분하지도, 흥미를 갖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렇기는 커녕 어두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니?" 론이 물었다. "나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그지? 내 말은, 이 건 굉장히 좋은 빗자루잖아, 안그래?" 론이 홧김에 한숨을 지었다. "최고의 빗자루지 물론, 헤르미온느." 그가 말했다. "그러면 틀림없이 굉장히 비쌀 거 아냐...." "아마 슬리데린 팀의 빗자루를 다 합한 것보다도 더 비쌀거야." 론이 유쾌하게 말했 다. "그런데... 누가 해리에게 그렇게 비싼 걸 보냈을까, 심지어 이름도 밝히지 않고 말 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알게 뭐야?" 론이 성급하게 말했다. "야, 해리. 나 한번 타봐도 되니? 응?" "내가 볼 땐 아무도 저 빗자루를 타선 안 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 다. 해리와 론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걸로 뭘 하라는 거니 - 마룻바닥이나 쓸란 말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크룩생크가 시무스의 침대에 펄쩍뛰어 올라 론의 가슴팍으로 달려들었다. "그 녀석 - 좀 - 여기서 - 내보내!" 크룩생크의 발톱이 잠옷을 잡아 찢어 스캐버스 가 어깨 너머로 미친 듯이 달아나려고 하자 론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스캐버스의 꼬리를 잡고는 발로 크룩생크를 차버린다는 게 그만 잘못해서 해리의 침대 끝에 있는 가방을 쳐서 넘어뜨리고 말았다. 론은 아파서 깡충깡충 뛰며 악을 썼다. 크룩생크의 털이 갑자기 곤두섰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포 켓 스니코스코프가 버논 이모부의 낡은 양말 속에서 나와 마룻바닥에서 핑핑 돌며 번 쩍이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잊고 있었군!" 해리가 급히 스니코스코프를 집어들며 말했다. "웬만하 면 그 양말을 신지 않으니까말야...." 스니코스코프가 그의 손바닥에서 핑핑 돌고 또 돌았다. 크룩생크가 그것을 보고 쉿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저 고양이 여기서 갖고 나가는 게 좋을거야, 헤르미온느." 론이 해리의 침대에 앉 아서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화를 냈다. "넌 그것 좀 조용히 시킬 수 없니?" 헤르미온 느가 여전히 악의에 찬 노란 눈으로 론을 노려보고 있는 크룩생크를 안고 방에서 성큼 성큼 걸어나가자 그가 해리에게 덧붙였다. 해리는 스니코스코프를 다시 양말 속에 쑤셔 넣고 가방 속으로 던져버렸다. 이제 들 리는 거라곤 통증과 분노를 꾹 참고 있는 론의 신음 소리뿐이었다. 스캐버는 론의 손 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론의 주머니 바깥에 나와 있는 걸 보는 건 꽤 오랜만 이었다. 해리는 깜짝 놀랐다. 한때는 그렇게 통통하게 살이 쪘던 스캐버스가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털도 듬성듬서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 녀석 안색이 굉장히 좋지 않아 보인다, 그지?" 해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래!" 론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 커다란 멍청한 고양이가 가만 내버려두기만 하면 녀석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해리는 신비한 동물들을 파는 가게의 여주인이 쥐는 3년정도밖에 살지 못한 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스캐버스가 만약 아직 드러낸 적이 없는 어떤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쥐는 생명이 다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캐버스가 따분 하고 쓸모 없다며 자주 불평하기는 했지만, 만약 스캐버스가 죽는다면 론은 틀림없이 몹시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아침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는 확실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 로 냉기가 감돌았다. 헤르미온느는 크룩생크를 자신의 기숙사 방 속에 가두어 두었지 만 론이 그 고양이를 발로 차려고 했던 것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었고,론도 크룩생크 가 또다시 스캐버스를 공격하려고 했던 것 때문에 여전히 성이 나 있었다. 해리는 그 들을 화해시키는 걸 포기하고 학생 휴게실로 가져온 파이어볼트만 이리저리 살피고 있 었다. 어떤 이유인지 이것도 헤르미온느를 화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 빗자루가 자신의 고양이를 비난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계속 험 악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점심 시간에 연회장으로 내려가자 기숙사 테이블들은 다시 벽쪽으로 옮겨져 있었고, 연회장 한가운데에는 열 두 명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된 단 한 개의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그곳에는 덤블도어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와 스프라우트 교수 그리고 플리트윅 교수가 앉아 있었으며, 학교 관리인 필치도 평상시의 갈색 코트를 벗 고 매우 낡고 다소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연미복을 입고 함께 앉아 있었다. 또 굉장 히 긴장한 것 같은 1학년생 들과 부루퉁한 얼굴의 슬리데린의 5학년생 하나도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테이블로 다가가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기숙사 테이블들을 다 쓰는게 좀 미련해 보여서 말이 다.... 앉거라, 앉아!"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테이블 끝에 나란히 앉았다. "폭죽!" 덤블도어 교수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커다란 은빛 폭죽을 주며 열광적으로 말했다. 그는 그것을 마지못해 받아들고는 잡아당겼다. 총소리처럼 빵 하며 커다랗고 뾰족한 마녀 모자가 나타났다. 해리는 보가트를 떠올리며 론을 쳐다보았다. 눈길이 마주치자 그들은 둘 다 씩 웃었 다. 스네이프 교수가 입을 삐죽거리며 그 모자를 덤블도어 교수 쪽으로 밀자 그는 그 걸 즉시 자신의 마법사 모자와 바꾸었다. "듭시다!"그가 밝게 웃으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권했다. 해리가 구운 감자를 담고 있을 때 연회장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트릴로니 교수였 다. 그녀는 미끄러지듯 스르르 그들에게로 왔다. 그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 같 은 번쩍이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꼭 번쩍이는 특대 잠자리 같았다. "사이빌,오셨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일어서며 말했다. "제가 수정구슬을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교장선생님." 트릴로니 교수가 꿈꾸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랍게도 제가 혼자서 점심 먹는 걸 포기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 는 게 보이지 뭐겠어요. 그러니 운명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거부할 수 있나요? 그래서 즉시 서둘러 탑에서 내려왔어요. 늦은 걸 용서해 주세요...." "물론이죠, 물론이고 말고요." 덤블도어 교수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내가 저 위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 드리리다 -" 그리고 그는 정말로 요술지팡이로 허공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렸고, 그건 잠시 빙그 르르 돈 뒤 쿵 하며 스네이프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 사이로 떨어졌다. 트릴로니 교수 는 그러나 앉지 않았다. 그녀가 커다란 눈으로 테이블을 죽 둘러보더니 갑지가 약한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앉지 않은 게 좋겠어요, 교장선생님! 제가 합석하면, 열 세 사람이 돼요! 그것보다 더 불길한 일은 없을 거예요! 열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면, 가장 먼저 일어선 사람 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정말 그렇게 되나 안 되나 보도록 하죠,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조바심하며 말했 다. "앉으세요, 칠면조 고기 요리가 식고 있잖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망설이더니, 마치 테이블에 금방 벼락이 치기라도 할 듯 눈을 감고 입을 꼭 다문 채로 의자에 앉았다. 맥고나걸 교수가 커다란 숟가락을 가장 가까이 놓 인 움푹한 그릇에 푹 집어넣었다. "내장 드실래요,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다시 뜨고 주위 를 한번 더 돌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루핀 교수는 어디에 계시죠?" "다시 병이 나신 모양이에요." 덤블도어 교수가 몸짓으로 이제 모두들 먹어도 좋다 고 하며 말했다. "하필 크리스마스날에 아프다니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계셨겠죠,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맥고나걸 교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저는 물론 알고 있었죠, 미네르바.' 그녀가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전 자주 영적인 눈을 갖고 있 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죠. 다른 사람들이 겁내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러시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톡 쏘며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아주 또렸해졌다. "난 사실, 미네르바, 루핀 교수가 아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하실 거라는 걸 예견했어요. 그 자신도 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수 정 구슬을 한번 들여다보자고 제안하자 도망가다시피 했거든요 - " "눈에 선하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냉담하게 말했다. "제가 볼땐," 덤블도어 교수가 유쾌하지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자, 맥고나걸 교수와 트릴로니 교수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루핀 교수는 지금 전혀 위독하지 않으세 요. 세베루스, 그분을 위해 마법의 약을 또 만들어주셨죠?" "네, 교장선생님.'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잘하셨어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러면 그분은 곧 쾌차하실 겁니다... 데 릭, 이 작은 소시지 먹어본 적 있니? 정말 맛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직접 이름을 부르며 말하자, 그 1학년짜리 소년이 얼굴이 새빨개져 서 손으로 소시지 접시를 가져갔다. 트릴로니 교수는 두 시간에 걸친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날때까지 거의 정상적으로 행 동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음식을 잔뜩 먹은 해리와 론이 여전히 파티 모자를 쓴 채 로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일어서자 그녀가 큰소리로 비명을 꽥 질렀다. "애들아! 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니? 누가?" "모르겠는데요."론이 불안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별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커다란 홀로 나오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 말예요." 론조차 피식 웃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모욕을 당한 게 분한 것 같았다. "갈래?"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난 맥고날걸 교수님과 잠깐 나눌 말이 있어." "들을 만한 수업이 더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겠지,뭐." 론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현 관 안의 커다란 홀로 나갔지만 확실히 도끼를 든 미치광이는 없었다. 초상화 구멍에 도달하자, 캐도간 경이 수도사 두어 명과 호그와트의 과거 교장들 대 여섯 명과 그리고 그의 살찐 조랑말과 함께 트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가 투구의 면갑을 밀어올리고 꿀술을 들며 그들에게 축배를 외쳤다. "메리 - 긱 - 크리스마스! 암호?" "야비한 겁쟁이." 론이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메리크리스마스!" 그림이 홱 열리자 그들을 들여보내며 캐도간 경 이 외쳤다. 해리는 곧장 기숙사 방으로 올라가, 파이어볼트와 헤르미온느가 그의 생일때 사주었 던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를 들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파이어볼트에 어디 손 볼 데가 없어서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으니까 찾아보았다. 하지만 작은 가지 하나 구부러 져 있는 게 없어서 굳이 다듬을 필요가 없었고, 손잡이는 어찌나 반짝반짝 윤이 났던 지 광을 낸다는 게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가 그저 론과 함께 앉아서 감탄만 하고 있 을 때 초상화 구멍이 열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들어왔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였지만, 그녀가 학생 휴게실에 들어 온 건 과거에 딱 한번, 매우 중대한 발표를 하기 위해서뿐이었다. 해리와 론은 파이어 볼트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걸어가 앉더니, 가장 가까운 책을 집어들고 얼굴을 가렸다. "그러니까 바로 그거로구나,그렇지?" 맥고나걸 교수가 난롯가로 걸어가 파이어볼트 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그레인저가 네가 빗자루를 받았다고 말해주었단다, 포 터." 해리와 론이 헤르미온느를 홱 돌아보았다. 그들은 뒤집힌 책위로 올라온 그녀의 이 마가 새빨개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좀 봐도 되겠니?" 맥고나걸 교수는 이렇게 물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들 의 손에서 파이어볼트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그것을 손잡이에서부터 작은 가지들이 있 는 곳까지 조심스럽게 살폈다. "흠. 그런데 아무 편지도 없었단 말이지, 포너? 카드도 없고? 어떤 말도?" "네." 해리가 딱 잘라서 말했다. "알겠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럼, 이건 내가 가져가야 할 것 같구나,포 터.' "뭐 - 무러구요?" 해리가 허둥지둥 일어서며 말했다. "왜요?" "혹실 불운을 가져오는 마법이 걸려있는 건 아닌지 징크스테스트를 해 봐야 하기 때 문이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물론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후치 부인과 플리트윅 교수가 아마 분해해서 알아보실 게다 - " "분해한다구요?" 론이 마치 맥고나걸 교수가 정신이 나갔다는 듯 놀라서 말했다. "몇 주면 될 게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불운을 가져오는 마법이 걸려있지 않 다는 게 밝혀지면 되돌려주마." "그건 전혀 잘못된 게 없어요!" 해리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 "그건 모르는 거란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아주 상냥하게 말했다. "타고 날아보 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손 댄 흔적이 전혀 없다는 걸 확신할 때까지는 그걸 타고 나는건 절대 불가능할 것 같구나. 결과는 꼭 알려주도록 하마." 맥고나걸 교수가 홱 돌아서서 파이어볼트를 들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자 구멍이 닫 혔다. 해리는 광택 약 뚜껑을 움켜쥔채 그녀가 나가는 걸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었 다.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홱 돌아섰다. "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맥고나걸 교수에게 일러바친 거니?" 해리미온느가 책을 옆으로 팽개쳤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갰다. 하지만 그녀 는 일어서서 도전이라도 하듯 론과 마주섰다. "왜냐하면 난 그 빗자루를 보낸 사람이 시리우스 블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야!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도 내말에 동의하셨어." @ff 제3권하권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