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 우주 파일럿 ======= 밀턴 레저 작. 제 1 장 사라진 꿈 - 로켓 연습생. - '쾅'하는 요란스러운 폭음과 함께 새하얀 연기가 로켓 발사대 주위에 피어 올랐습니다. 다음 순간 은빛의 큰 로켓이 그 연기를 뚫고 세찬 불길을 뿜어 내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엘리베이터처럼 조용히 올라갔지만 차츰차츰 속력을 내기 시작했 습니다. 그리하여 로켓은 '붕'하는 소리를 남기면서 어느 틈에 낮게 깔린 비구름 속으로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멋있는데!" 피터가 얼굴을 유리창에 바싹 붙이고 로켓이 사라진 하늘을 쳐다보면서 외 쳤습니다.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의 출발 광경은 언제 보아도 굉장해!" 빌리도 유리창에 얼굴을 댄 채 감탄에 찬 소리를 질렀습니다. 두소년은 모두 우주 항공학교 로켓 연습생의 제복인 산뜻한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빌리, 다음달이면 드디어 졸업이구나!" "응, 이제 우린 모두가 부러워하는 로켓 파일럿이 되어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겠지?" 피터와 빌리는 어께동무를 하며 서로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로켓 파일럿이란 로켓을 조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온 세계 수많은 소년들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로켓 파일럿.....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멋진 직업입니다. 로켓은 진보에 진보를 거듭하여 20세기 후반쯤부터는 달세계는 물론이고 화 성과 금성,목성에까지도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켓 파일럿은 잇따라 지구의 바깥 세계인 별나라로 가서 인류가 살기에 적 당한 보금자리를 넓혀 갔습니다. 그리하여 별세계와 지구 사이에는 끊임없 이 로켓이 왔다갔다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우주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21세기초에는 세계 여러나라들이 힘을 모아 로켓 파일럿을 육성하는 우주 항공 학교를 두 곳에 세웠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유럽에 있고, 나 머지 하나는 미국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에 있는 모하비 사막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우주 항공 학교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우주 항공 학교는 세계 제일의 공항인 화이트샌드 비행장에 부속되어 있었 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학교뿐만이 아니고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무전탑과 수십층 규모의 호텔, 공항 사령부 등의 건물들이 마치 밀림의 나무들처럼 솟아 있었습니다. 피터는 우주 항공 학교에서 계속 수석의 자리를 지켜온 머리 좋은 소년입니 다. 피터와 가장 친한 빌리 역시 성적이 우수했습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가장 머리가 우수한 소년들만 모이는 이 학교에서 피터 와 빌리는 계속 선두를 달려 온 것입니다. 두 소년은 3년동안 피나게 노력한 보람이 있어 다음달에 있을 경사스러운 졸업과 동시에 로켓 파일럿의 면허를 받게 되었습니다. "자, 피터! 이제 돌아가자. 너무 오랫동안 한눈을 팔고 있다가 로우저 녀 석에게 들키면, 또 선생님께 꾸중듣게 될 테니까." 두 소년은 학교 용무로 함께 이곳 공항 사령부까지 왔던 것입니다. "로우저 녀석은 고자질밖에 모른단 말야." 피터가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 거렸습니다. 잠시 후, 피터와 빌리는 사령부를 나와 문 밖에 세워둔 소형 제트 자동차에 올랐탔습니다. 지금 두 소년이 말한 로우저도 역시 로켓 연습생이었는데, 피터가 가장 싫 어하는 소년입니다. 로우저는 늘 정부의 높은 관리인 아버지를 내세워 뽐냈습니다. 뿐만 아니 라,언제나 남의 나쁜 점만을 꼬집어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는 비겁한 짓을 했 습니다. 피터는 비겁한 것이 제일 질색이었습니다. "어이, 피터!" 제트 자동차가 마악 학교 정문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려는 순간, 누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방금 이야기했던 로우저 였습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어이,피터! 교장 선생님께서 아까부터 널 찾고 계셔."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 무슨 일일까?" "그야 뻔하지. 꾸중을 하시려는 거야. 너는 아까 항공 사령부에 가서 로켓 을 보며 놀고 있었지? 그러니까 용무가 끝나면 빨리빨리 돌아와야 해." 피터는 빌리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자동차를 교장실이 있는 건물 쪽으로 몰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피터는 빌리와 헤어져 혼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책상 앞에서 무엇을 쓰고 있었습니다. "로켓 연습생 피터입니다." 피터는 부동자세를 취하고 분명한 어조롤 말했습니다. "오, 피터! 기다리고 있었다. 자, 어서 이 의자에 앉아라." 교장 선생님은 평소의 엄격함과는 달리 상냥스러운 어조로 말했습니다. 피 터에게는 그것이 도리어 두려웠습니다. 피터가 의자에 앉자 교장 선생님은 책상 서랍에서 무슨 종이 쪽지를 꺼내들 고 피터에게로 몸을 돌렸습니다. "피터, 내가 오늘 너에게 와달라고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 때 문이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하게 내 말을 들어." 피터의 가슴은 갑자기 두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 어깨의 뼈.- "너는 1개월 전에 실시한 마지막 신체 검사를 기억하고 있겠지?" 교장 선생님은 피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이렇게 물엇습니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졸업을 앞두고 학생의 몸이 정말로 튼튼한가를 조사하는 정밀 신체 검사였습니다. 우주선을 조종하는 로켓 파일럿에게는 어떠한 무리에도 견딜 만한 튼튼한 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피터는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뇌에 있어서나 신체에 있어서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검사 결과가 어제 밝혀 졌는데 말이야..." 교장 선생님은 약간 굳어진 표정으로 피터를 응시했습니다. "너는 초등 학교 시절에 상처를 입어 쇄골이 부러진 일이 있더군." "예, 하지만 곧 나았습니다. 지금은 럭비나 레슬링을 해도 아무렇지 않습 니다." "입학 당시의 검사 때에는 학교의 의사도 아무 일이 없다고 했지. 그러나 이번의 엑스레이 검사 결과에 의하면, 그런 몸으로 로켓을 조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명되었어." 피터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선생님, 글럴 리가 없습니다. 제 몸은 이제 완전히 나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타이르듯이 말했습니다. "피터, 침착해라. 분명히 네 몸은 완전히 나았지. 지구위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아. 하지만 로켓을 조종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피터는 골치가 지끈거리고 목이 바싹바싹 탔습니다. 이제 와서 로켓을 조종 할 수 없다니, 그런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피터는 절망에 찬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로켓이 발사될때의 속도가 1초에 12킬로미터나 된다는 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쇄골의 상처 흔적은 그 정도로 세찬 압력을 받으면 또 다시 부러질 지도 몰라." 교장 선생님의 표정은 엄격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 시험해 주십시오. 저를 로켓에 태워서 시험해 주십시오. 제 소원 입니다." 피터는 울먹이며 애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었 습니다. "그건 안돼. 피터, 이것은 의사 선생님들이 상의 해서 결정하신 거니까, 의사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안 돼. 안됐지만 너는 로켓 파일럿이 되는 것 을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피터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마침내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뜻밖의 놀라움과 슬픔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교장 선생님은 이번에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습니다. "피터, 너의 심정은 이해하겠다. 너의 집안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로켓 파 일럿이었으니까 말이야. 아버님인 호체스씨는 가정 먼저 화성에 갔다온 분이시고, 또 세상을 떠난 너의 형도 이 학교의 졸업생으로 뛰어난 로켓 파일럿이었지." 교장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피터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네가 아버님과 형의 뜻을 이어받아 로켓 파일럿이 되겠다는 심정 은 충분히 이해하겠어. 나도 될 수 있는 대로 네 희망을 이루어 주고 싶 다.하지만, 규칙은 어길 수 없는 게 아닌가? 가령 로켓을 조종하는 도중 에 쇄골이 다시 부러진다면 어떻게 되겠나? 너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만 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야. 로켓 조종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소중한 물품과 많은 돈이 든 로켓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야. 로켓 조종사는 두 어깨에 무거운 책임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피터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참으로고 애를 써도 눈 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피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피터, 용기를 잃어선 안 돼. 우주 항공의 일은 조종사가 되는 것만은 아 냐. 지상에서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어. 로켓의 궤도... 요컨대 나아가는 길을 계산해서 조종사에게 알려준다든지 그밖에 우주 항공에 관해 전반적 인 지휘를 하는 등 많은 일이 있다. 너는 내일부터 그런 일에 대한 공부 를 해라. 졸업과 동시에 나는 너에게 공항 사령부의 중대한 임무를 맡기 도록 하겠다." 교장 선생님은 피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피터는 잠자코 경례를 하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웠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 니다. 피터는 이제 울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은 비가 내리고 있 는 밤하는처럼 어둡고 쓸쓸했습니다. "아. 나는 이제 로켓을 타고 우주를 나는 일은 영원히 할 수 없게 되어버 렸다." 피터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빗속을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 혼자만의 슬픔. - "피터, 네가 로켓 파일럿이 될 수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빌리가 피터를 끌어안으며 물었습니다. "응, 나는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교장 선생님의 명령이야." 피터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나는 너와 함께 로켓을 타고 우주를 날아다닐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젠 다 틀렸어. 빌리, 나는 영원히 지상 근무를 해야 해. 아,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신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피터, 단념하는건 아직 빨라. 다시 한번 자세하게 검사를 받도록 해보자. 내가 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해 보겠어." 친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빌리는 이렇게 피터를 격려하며 의사에게로 끄로 갔습니다. 그러나 재검사 결과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엑스레이 필림에는 쇄골의 옛 상처 자국이 뚜렷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의사는 그 엑스레이의 필림을 피터와 빌리에게 보이면서, "이 상처 자국이 문제야." 하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피터의 상처는 완전히 낫지 않앗습니까?" 빌리가 조급하게 물었습니다. "응. 그야 완전히 나았지." "그렇다면 로켓의 조종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피터같이 뛰어난 파일럿을 쓰지 않는다면 이건 말이 안 됩니다,선생님!" 의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로켓 조종 도중에 피터의 쇄골이 다시 부러지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가 없어. 그야 어쩌면 부러지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부러질지도 모 른다는 말이야. 안전을 위해서는 피터군에게 로켓 파일럿을 그만두게 하 는 수 밖에 도리가 없지. 이게 내 입장이야." "애석한 일이로군요." 빌리는 낙담한 얼굴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잠자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피터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피터의 희망은 마침내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피터는 다음날부터 지상 조정 특별 공부에 열을 올렷습니다. 지상 조정이라는 것은 로켓의 궤도와 속력, 별과의 거리 관계, 그리고 별에 닿는 시간 등을 엄밀하게 계산하여 로켓이 안전하게 날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이 계산에 조그마한 착오라도 생기면.로켓은 궤도를 벗어나서 목적하 는 별에 닿지 못하고 끝없는 우주 공간을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 일 은 로켓 파일럿의 임무 못지 않게 중대한 것입니다.. (황당@_@ 컴퓨터가 간단히 계산해 줄 텐데... 아님 자동 항법 장치가.. 하긴 1950년대 소설임을 상기하시길...) 그러나 로켓을 조종하여 우주를 돌아다니는 화려한 일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피터와 같이 모험을 좋아하는 용감한 소년에게 있어서 는 너무나도 재미없는 일이었습니다. 피터는 지상 조정 특별 공부에 열중하여 얼마 후에는 지상 조정의 훈련에서 도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 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책만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도 다정한 친구 빌리 와도 여간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터는 혼자 책을 읽다가 때때로 형의 일을 생각 했습니다. 피터를 유난히 귀여워해 주었던 형, 훌륭한 로켓 파일럿이었던 형은, 3년전 위험한 소유성군을 조사하러 갔다가 운석과 충돌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형을 생각할 때마다 피터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뒤를 이어 늙은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피터의 아버지 호체스는 훌륭한 우주 파일럿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 는 지구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화성에 착륙하여 세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열 렬한 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피터를 훌륭한 로켓 파일럿으로 만드는 일을 낙으로 삼고 살아가는 아버지 의 기대도 형의 뜻도 이룰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피터는 보던 책을 탁 덮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자기 전에 차가운 밤공기 를 들이마시며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던 것입니다. 피터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오락실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탁구를 치는 소리와 함께 로우저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로우저 는 거리낌없는 큰 목소리로 무엇이라고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 속에 '피터네 아버지가..."하는 소리가 들려서 피터는 깜짝 놀라 귀를 귀울였습니다. - 큰 싸움 - 동급생들은 모두 피터가 로켓 파일럿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 습니다. 그러나 로우저만은 꼴좋다는 듯이 웃으며 놀려 댔습니다. 피터는 못 들은 척하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참았습니다. 만일 그런 일로 로우저와 다투기라도 한다면 친구들로부터. '저것 좀 보라구. 파일럿이 되지 못하니까 괜히 화풀이를 하고 있어.' 하고 손가락질받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밤 오락실 안에서 들려오는 로우저의 이야기는 도저히 참고 넘 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모욕이었기 때문입니다. 피터가 문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로우저는 계속해서 떠들 어 댔습니다. "피터의 아버지쯤은 이제 문제가 안 돼. 옛날에 맨 먼저 화성에 간 걸 지 금도 자랑하고 있지만 그건 늙은이의 잠꼬대에 지나지 않아." 그때 빌리의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로우저, 말이 지나쳐! 아무리 나이가 들었더라도 피터의 아버지가 제일 먼저 화성에 간 명예만은 사라지지 않는 거야!" 그러자 로우저는 어림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흥,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피터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화성에 닿은 것은,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격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야." 이말에 피터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 었습니다. 피터는 문을 홱 열어젖히고 오락실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곧장 로우저 앞으로 달려가서 소리쳤습니다. "로우저, 지금 네가 한 말을 취소해라!" 로우저는 피터의 기세에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입가에 엷은 비웃음을 띤 채 말대꾸를 했습니다. "헛소리라니, 뭘 말이야?" "우리 아버지 욕을 말이다. 아버지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놈은 그냥 두지 않는다. 자,어서 취소해라!" "흥, 난 생각한 대로 말했을 뿐이야." 로우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피터은 서 슬퍼런 얼굴을 보니, 한편 두렵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거기 서 있어! 이 비겁한 놈!" 하고 소리치며 피터는 로우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피터, 그만 둬라!" 빌리가 말렸지만 피터는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빌리를 떠밀어버리고,밖으 로 나가려는 로우저를 안으로 끌어당겨 그 얼굴을 세게 갈겼습니다. 로우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락장 안에서는 격렬한 싸 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로우저는 도저히 피터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 로우저는 피터밑에 깔렸습니다. 그는 피터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계속 비 명을 질렀습니다. "아이구, 아이구, 살려다오!" "그럼 아까 그 말을 취소해라!" "그래, 취소한다. 내가 잘못했다!" 피터는 그제서야 비로소 로우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습니다. 로우저는 재빨리 일어나 복도로 나가면서 분한 듯이 말했습니다. "잊지 말아라. 피터! 넌 비겁한 수를 써서 이긴거야. 넌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틈을 타서 등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었어!" "거짓말 말아라, 로우저!" 빌리를 비롯하여 방안에 있던 소년들이 소리쳤습니다. 그들은 모두 거만하 고 비겁한 로우저의 태도가 미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우저는 맞아서 눈이 퉁퉁 붓고 일그러진 얼구로, "두고 봐.. 그냥 있지는 않을 테니까. 우리 아버지가 이 학교 최고 감독관 이라는 사실을 잊진 않았겠지? 난 어떻게 해서든지 널 이 학교에서 쫓아내 고 말 테다. 피터. 각오해라." 하며 달아나버렸습니다. 빌리도 걱정스럽다는 듯이, "로우저는 비겁한 놈이니까, 반드시 저희 아버지에게 고해 바칠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소년들은,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넌 뒤에서 달려들어 때리지 않았어. 정정 당당히 싸워서 이긴거야." 하고 피터를 위로 했습니다. 그러나 피터의 마음은 아까보다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무엇인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난 그만 돌아가겠어." 피터는 빌리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 퇴학 처분 - 피터가 예상했던 대로 로우저와의 싸움은 아주 나쁜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 다. 싸움이 일어난 지 4일 후, 피터는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호출을 당했습 니다. "피터, 너는 내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교장 선생님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엄해 보였습니다. "너는 순지한 로우저에게 싸움을 걸었지?" "선생님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피터는 초조한 심정이 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대밥을 하고 말았습니 다. "로우저가 저의 아버지를 모욕했기 때문입니다. 로우저는 비겁합니다.!" "시끄럽다!" 교장 선생님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비겁한 사람은 로우저가 아니라 바로 너야. 넌 싸움을 피해서 방을 나서 는 로우저를 뒤에서 달려들어 때렸다면서?" "아닙니다. 저는 정면에서 당당히 싸웠습니다.빌리도 다른 친구들도 다 보 았습니다. 목격한 친구들에게 물어봐 주십시오." "곁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너와 친한데, 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리가 있 느냐?" "그렇지만...." "말대꾸는 용서하지 않겠다. 피터, 나는 너를 화이트샌드 공항 사령부의 중요한 자리에 앉히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 학교의 감독관인 고우 펌 장관에게 말씀드려서 허락을 받아두었다. 그런데 너는 고우펌 장관의 아들인 로우저에게 비겁한 싸움을 걸어서 일을 망쳐버렸어!" (서양이나 우리나 선생들은 똑 같군요.... -_-) 교장 선생님은 정말 피터가 먼저 싸움을 건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습니 다. 교장 선생님의 말은 서리발처럼 차가웠습니다. "나는 너를 잘못 보았다. 피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너를 공항 사령 부에 추천할 수 없게 되었다. 분별없이 마구 흥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중 대한 일을 맡길 수 있겠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러나 잠시 후, 교장 선생님은 갑자기 어조를 부드럽게 하여 말했습니다. "네가 사내답게 로우저에게 사과한다면 이번만은 용서해 주겠다. 어때, 사 과하지?" "로우저에게 사과하라는 말씀입니까?" 피터는 굳어진 얼굴을 쳐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할 수 없었습니다. '로우저가 우리 아버지를 모욕했기 때문에 일어난 싸움이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로우저 쪽이다. 그런데도 교장 선생님은 한쪽 말만 듣고 나 에게 사과하라고 하신다. 그건 불공평한 처사다." "어때, 사과하겠나?" 피터가 잠자코 있자, 교장 선생님은 다시 대답을 재촉했습니다. 피터는 교장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싫습니다. 저는 사과할 수 없습니다." "끝내 고집을 부릴 텐가?" "로우저가 먼저 사과하지 않는 한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음, 그래?" 교장 선생님의 얼굴에는 다념의 빛이 떠올랐습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우리 우주 항공 학교는 너와 같은 학생 을 졸업시킬수 없다. 피터, 너처럼 머리 좋은 학생을 퇴학시킨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학교 전체의 규율을 위해서는 하는 수 없다. 오늘 날 짜로 퇴학을 명령한다!" (혹시 교장 선생님은 뇌물을 받은게....@-@) 교장 선생님의 냉엄한 태도에 피터는 대꾸할 말을 잊었습니다. 교장실을 나선 피터는 비틀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졌 습니다. 졸업을 눈 앞에 두고 퇴학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습 니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피터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다시 한번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 볼까? 그리고 로우저에게 사과해 버릴까 ?' 그러나 그 생각은 잠깐 이었습니다. '싫다. 비겁한 로우저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다. 내가 잘못한 게 아냐. 절대로 사과하지 않겠어.' 피터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좁은 방안을 빙빙 돌았습니다. 그때 빌리가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한 장의 쪽지를 피터 앞에 내밀 었습니다. "어이, 피터. 굉장한 소식이다!" 그것은 전보였습니다. 전보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침 8시 도착. 아버지. "아니 아버지가 ?" 피터는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 놀란 얼굴로 빌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 자 빌리는, "사실은 네가 너무 우울해 하는 것 같아서 아버님에게 졸업식에는 좀 일찍 와 주십사 하고 내가 편지를 냈지. 그랬더니 이렇게 전보를 치신 거야. 기 쁘지, 피터." 하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착잡한 얼굴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빌리는 피터가 퇴학 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터를 기쁘게 하려고 일부러 아버지를 불러준 것입니다. '아, 아버지는 경사스러운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오시는 거다. 그런데 나는 학교를 쫓겨나야 된다. 내일이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일이 알려질 것이다. 아, 어떻게 할까? 나는 도저히 아버지를 만날 수가 없다. 그렇다. 어디로 가버리자." 이렇게 마음속으로 결심한 피터는 빌리가 잠깐 자기 방으로 간 사이에 일용 품을 꾸린 조그만한 가방을 들고 기숙사를 빠져나왔습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밖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비마저 부 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피터는 레인코트의 깃을 세우고는 바삐 시내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디로든 멀리 가버리자. 이제 아버지도 빌리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다. 로켓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생활은 모두 잊어버리고 혼자 살아가야 한 다.' 피터의 뺨은 눈물과 비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얼마만에 화이트샌드 공항으로부터 서해안으로 가는 제트 트럭이 달려왔습 니다. 손을 들자 트럭이 섰습니다. "어디까지 가는 거지?" 글쎄,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걸까? 정말 목표가 없었습니다. "종점까지 태워주세요." 피터는 운전사 옆자리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 았습니다. 제트 트럭은 속력을 내며 모하비 사막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빌리. 그리고 우주 항공 학교, 아니 모 두모두 잘 있어.' ===== 소년 우주 파일럿 ===== 밀턴 레저 작. 제 2 장 다시 공항으로.. - 그리운 공항 - 그럭저럭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피터와 가장 친했던 빌리도, 그리고 가장 싫어했던 로우저도 지금은 모두 로켓 파일럿이 되어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모두 우주 경찰이 되어 우주 퍼트롤 로켓을 타고 있습니다. 한편 피터는 일정한 거처도 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제트 자동차운전도 하고 호텔의 보이 노릇도 했습니다. 피터는 그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집에 한번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어 머니 아버지가 몹시 걱정할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피터는 마침내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까지 왔습니다. 그곳은 화이트샌드 고항에서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피터는 로스앤젤레스 거리 입구에서 우연히 한 장의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임시 지상 조종원 구함. 시험 후 합격자는 즉시 고용함. - 화이트샌드 공항 사령부 - 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이 시험을 한번 쳐보자.' 어차피 무엇인가 일자리를 구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게다가 로켓과 관계있는 일이라서 더욱 관심이 쏠렸습니다. 1년전, 화이트샌드를 떠날 때는 두번 다시 로켓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겠다 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항의 보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피터는 곧 화이트샌드 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리운 화이트샌드 공항은 1년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늘에는 제 트 헬리콥터가 잠자리떼처럼 날아다니고, 달의 낙원으로 갈 로켓버스는 불 꽃의 꼬리를 끌며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변한 것이라고는 피터 자신의 처 지 뿐이엇습니다. 피터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공항사무소로 갔습니 다. "저, 시험을 치기 위해서 왔습니다만...." 피터는 머뭇거리면서 말했습니다. "보이의 일이라면 지금 없어." "아닙니다. 지상 조종원 시험을 치러 왔습니다." "그래? 어디서 공부를 했지?" "잘 아는 로켓 파일럿으로 부터 배웠습니다." "흠, 이름은?" "피터 윌슨입니다." 피터는 아무렇게나 이름을 댔습니다. 피터 호체스라는 진짜 이름을 말했다가는 1년전에 우주 항공 학교를 쫓겨났 다는 사실이 탄로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서 고용할 지상 조종원은 단 3명이지만, 시험을 치는 사람은 4,50명 이나 되엇습니다. 시험은 매우 까다로왔습니다. 우주 로켓의 엔진 문제, 부서진 로켓을 고치 는 실기 시험, 그리고 전자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는 어려운 천문 수학 문제 등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주 항공 학교에서도 가장 성적이 우수했던 피터에게는 그다지 어 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새로운 임무 - 필기 시험을 마치고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항공소 사무원이 점 잖은 신사와 함께 바쁜 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스터 윌슨! 미스터 윌슨!" 피터는 처음에 그것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피터 윌슨 없나?" "예, 접니다!" 사무원이 몇번이나 부른 후에야 겨우 깨달은 피터는 얼굴을 붉히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아, 여기 있었군!" 하며 사무원은 뒤에선 점잖은 신사에게 피터를 소개했습니다. "선더스 소장님, 이 소년이 피터 윌슨입니다." 그리고는 피터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이분은 공항 사령부의 지상 조종소 소장님이시다. 자네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모시고 왔지. 인사드리게." 피터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누르면서 인사를 하자 선더스 소장은 두툼한 손으로 피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습니다. "오, 자네가 바로 피터 윌슨인가? 자네의 시험성적을 보고 놀랐네. 아주 우수했어. 우주 항공 학교의 로켓 연습생일지라도 자네만큼 우수한 학생은 없을거야. 오늘부터 나의 조수가 되어 주게." "예." "그러나 좀 이상하군. 자네만큼 머리가 좋다면 충분히 로켓 연습생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왜 학교 시험을 치르지 않았지?" 피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 저는 몸이 건강하지 못해서 로켓 파일럿이 될수 없습니다." "그래? 그건 정말 안됐군." 선더스 소장은 피터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1년전의 피터의 퇴학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피터는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피터는 선더스 소장의 조수로서 항공사령부의 지상 조종소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 거어드란 사나이 -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습니다. 피터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이름을 속이고 있는 것이 탄로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피터가 윌슨으로 이름을 바꾼지 거의 1개월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마침 저녁때였으므로 일을 마친 피터는 자기 하숙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 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구에겐가 뒤를 밟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 니다. 얼른 뒤를 돌아보았더니 한 사내가 재빨리 옆골목으로 몸을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한데? 아니, 착각인지도 몰라.' 피터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지런히 걷다가 다시 뒤 를 홱 돌아 보았습니다. 그러자 바로 뒤에서 키가 큰, 시커먼 모자를 깊숙히 눌러 쓴 사나이가 당 황한 듯 옆골목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피터는 역시 미행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상한 사람인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내 뒤를 밟고 있을까?' 피터는 불끈 모험심이 일었습니다. '좋아 반대로 이쪽에서 미행해 봐야지.' 피터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사나이가 달아난 옆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 순간 피터는 사나이와 부딪칠 뻔했습니다. 사나이는 피터가 다시 걷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서로를 노려 보았습니다. 55,6세 되어보이는 그 사나이는 날카로운 얼굴에 기분 나쁜 웃음을 띈 채, 담배를 옆으로 물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 뒤를 밟고 있죠?" 피터가 물었습니다. 사나이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네가 피터 호체스지?" 하고 물었습니다. "아니, 나는 윌슨입니다. 피터 윌슨이어요." 피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으나, 급히 그의 말을 부정했습니다. 사나이는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의미있게 웃었습니다. "피터 호체스군!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당황한 그 얼굴이 그 사실을 증명하지." "제가 호체스라면 대체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죠?" 피터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경계하는 태도로 물었습니다. "중요한 용무가 있으니까 일년전부터 널 찾고 있겠지." "뭐라고요? 1년 전부터....?"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로우저와 싸우고 학교를 쫓겨난 뒤부터지." "어떻게 그런 것 까지 알고 있죠? 게다가 네가 호체스라는 걸 어떻게 알았 냈죠?" 그러자 사나이는 빈정대듯 말했습니다. "1년전 신문에 너에 대한 기사가 자세히 나와 있더군. 너의 아버지 호체스 씨는 네가 자취를 감춘 뒤부터 계속 너의 행방을 찾았지. 신문에도 몇번이 나 너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더군. 나는 그것을 오려서 지금까지 가지고 다 니고 있지. 그래서 네 얼굴을 얼른 알아봤던 거야." 피터의 눈에 눈물이 어렸습니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피터가 고개를 떨구는 것을 본 사나이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피터, 너는 불명예스러운 퇴학을 당했으므 로 부모님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던거야. 네게 대한 학교측의 처사는 불공 평했어. 비겁한 건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서 너를 추방한 로우저였어." 피터는 입숩을 꼭 깨물었습니다. 1년전의 일이 새삼 되살아났기 때문입니 다. "도대체 나를 찾아다닌 이유가 뭐지요?" 피터는 굳어진 얼굴로 물었습니다. 사나이는 다시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는 네게 명예를 되찾아주려고 하는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명예를 되찾아 준다고요?" "그렇지. 나는 네게 우리들의 로켓을 조종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뭐, 뭐라고요? 로켓 조종을?" 피터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나는 에스 에스(S. S)우주 무역 회사의 부사장 거어드라는 사람이야." 피터는 에스 에스 무역 회사에 대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달, 금성,화성 등에 지점을 갖고 있는 큰 회사로서 그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구의 물품을 팔고, 그 대신 금이나 우라늄등을 사오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에 지구에서 나라와 나라 사이에 거래되었던 무역이 지금은 우주간에 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피터, 너는 로켓을 조종하며 우주를 날아다니고 싶지 않니?" 거어드가 다시 물었습니다. "물론 로켓을 타고 싶어요. 로켓 파일럿이 된다는 것은 내 일생의 꿈이었 으니까요." "그럼 우리 회사에 들어와. 너를 우리 회사의 로켓 파일럿으로 채용하겠 다." "우주 항공 학교의 졸업장이 없으면 로켓 파일럿이 될 수 없지 않아요?" 그러자 거어드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돈벌이만 된다면 면허 같은 것은 필요없어." "그건 바른 일이 아니잖아요?" "피터 ! 너는 바른 일을 하고 바른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너는 조금 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학교를 쫓겨났어. 그래서 부모님이 기다리 는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 않니? 그게 네가 바른 길을 한데 대한 정 당한 보수냐?" 이 말에 피터는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피터, 너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버림을 받았어. 심지어는 친구들에게도 배반을 당했지. 너와 가장 친했던 빌리는 지금 로우저와 짝이 되어 우주 경찰의 퍼트롤 로켓을 타고 있어. 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니?" "빌리가 로우저 같은 놈과...." "그래, 분하지? 피터,져서는 안돼. 그러기 위해서는 너도 우주를 날아야 지. 우리들의 동지가 되어서 일을 한다면 우주 로켓을 타게 해주겠다." "어떤 일을 해야 하죠?" 피터의 물음에 거어드는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말했습니다. "너는 지금 지상 조종소 선더스 소장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 따라서 너는 이번에 출발하는 로켓이 저쪽별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고 있을거야. 그럴 나에게 알려주면 돼." 피터는 깜짝 놀라, "뭐라고요? 그건 안 됩니다. 일에 대한 비밀을 입밖에 내면 안 된다는 것 쯤 알고 계실 텐데요?" "흥, 또 그말이냐? 그래서 너는 지금까지 이 모양 이 꼴인거야." 거어드는 피터를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나는 말할 수 없어요." "그래? 글렇다면 나는 네 비밀을 폭로해 버리고 말겠다." 거어드의 표정은 험상뒜게 변햇습니다. "피터, 잘 들어라. 나는 네가 우주 항공 학교에서 퇴학당한 피터 호체스라 는 것을 세상에 알리겠다. 선더스 소장과 교장, 그리고 네 아버지에게까지 말이다. 그래도 괜찮겠니?" "잠깐! 그, 그것만은 안 돼요!" 피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1주일간 여유를 주지. 잘 생각해서 대답해. 그럼 1주일 후에 이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말을 마친 거어드는 뚜벅뚜벅 골목 밖으로 사라져갔습니다. - 피터의 고민 - 그로부터 1 주일 동안 피터는 혼자 고민했습니다. 피터의 희망은 로켓을 조 종하여 우주를 날아다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면허가 없는 피터로서 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나타난 거어드라는 사나이가 그 꿈을 실현시켜주겠다고 유혹의 손길을 뻗어왓습니다. 그렇지만 그 대신 화이트샌드 공항을 출발하는 로켓 우주선의 비밀을 거어드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올바른 일이 아닙니다. '나는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주를 날고 싶다. 게 다가 거어드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이 거리에도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아, 이곳 저곳을 방황하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 하다.' 피터는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엎치락 뒤치락했습니다. 빌리와 로우저의 얼굴이 환상처럼 나타나서 피터를 비웃을 때도 있었습니 다. 그때마다 피터는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빌리, 너까지 날 배반하고 로우저와 함께 로켓을 타고 있단 말이냐? 그리 고 로우저! 로켓 파일럿이 될 꿈에 부풀어 있던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 든 것은 바로 네 놈이야!" 이렇게 며칠 밤을 고민으로 지세운 피터는 마침내 마음을 결정햇습니다. '그렇다. 거어드의 패거리가 되자. 비밀을 알려준다고 해서 거어드가 반드 시 그것을 나쁜 짓에 이용한다고 할 수 없지. 돈을 조금 더 벌겠다는 욕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오늘은 거어드와 약속한 1주일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밤 화이트샌드 공항에 서는 보름달이 떠오름과 때를 같이하여 화성행 정기 로켓 우주선 킹호가 출 발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피터는 그 킹호의 궤도와 속력, 저쪽에 닿는 시간등을 상세히 계산한 서류 를 주머니에 넣고 살그머니 사령부를 빠져나왓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어드는 피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히죽이 웃었습니다. 거어드의 웃는 얼굴과 마주치자 피터는 왠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지금까지 어려풋하게 느껴왔던 의심이 불쑥 머리를 스쳤 습니다. '어쩌면 거어드는 우주 갱단 패거리 일지도 몰라.' 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우주 갱이라는 것은 무장한 로켓으로 우주선을 덮쳐 물건을 빼앗는 하늘의 강도 입니다. 말하자면, 옛날 지구의 바다에서 날뛰던 해적과 같은 것입니 다. 그러나, 우주 갱단이 날뛰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쯤 전의 일 입니다. 그때 지구의 여러 나라들은 서로 힘을 합해 우주 경찰을 만들고, 달의 뒷면에 있던 갱단의 근거지를 총공격하여 전멸시켰습니다. '그렇다. 우주 갱단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되었어. 나는 너무 지나친 걱정 을 하고 있는 거야.' 피터는 고개를 흔들어 의심을 털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서류를 건네 기 전에 다시 한번 거어드에게 다짐을 두었습니다. "거어드씨, 당신은 정말 에스 에스 무역 회사의 돈벌이를 위해서만 이 비 밀을 사용하는 거죠? 이 비밀을 다른 곳에다 사용한 생각은 아니겠죠?" 거어드는 서류를 받으면서 씩 웃었습니다. "저런! 아직도 그 일을 걱정하고 있군. 에스 에스 무역회사는 돈을 좀 많 이 벌자는 것뿐이야. 어쨋든 너는 로켓 파일럿이 되면 그만 아니냐? 모든 건 나한테 맡겨." "물론 그건 그렇지만......" "너는 이제 이것으로 우리들의 동지가 된 거야. 며칠 있다가 사장과 만나 서 너를 로켓 파일럿으로 고용해 달라고 부탁하지." 하고 거어드는 서둘러서 돌아 갔습니다. 피터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안고 사령부로 돌아왔습니다. 달이 뜨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로켓 받침대 위에는, 세모꼴의 날개를 단 크고 높은 은빛의 로켓이 준비를 마치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킹호에는 화성의 원자력 공업에 사용할 우라늄과 환자용 라듐 등 값비싸고 소중한 물건들이 많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피터는 자꾸만 불안해졌습니다. 웬일인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피터는 로켓의 궤도를 바꾸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거어드 에게 누설한 비밀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윌슨군!" 그때 누군가가 피터를 불렀습니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선더스 소장 이었습니다. 소장은 피터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킹호의 출발 준비는 끝났겠지?" 피터는 선더스 소장이 자기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당황했습니다. "완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다는 건가?" 피터는 머뭇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소장님, 사실은 지금 궤도 계산을 다시 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 다. 궤도를 조금만 옆으로 비키게 한다면 연료를 꽤 절약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건 안 돼. 화성에서는 킹호가 하루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어. 지금도 전보가 날아들었네. 틀림없이 킹호를 8일째의 오후에 화성의 마루스 공항에 도착시키도록 해달라고 말이야. 궤도를 수정하면 연료는 절 약되지만 화성에 닿는 시간은 늦어질 거야." "예, 꼭 이틀이 늦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저쪽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안 돼. 예정대로 출발시켜 주게!" "예." 소장이 자리를 뜨자 피터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드디어 보름달이 동녁 하늘에 떠올랐습니다. 피터와 선더스 소장은 지상 조종소의 복잡한 기계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커 다란 유리창 너머로 킹호를 응시하면서 시간을 재고 있는 것입니다. "7시 30분 0초, 사령부로부터 킹호에. 준비는 완료되었나?" "킹호로부터 사령부에. 완료되었다." 선더스 소장이 초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엑스 마이너스 10초." '징' 하는 소리를 내며 붉은 신호 램프가 1초에 하나씩 켜졌습니다. "엑스 마이너스 5초.....3초.....2초....1초.....0......발사!" 피터는 기계로 손을 뻗어 발사 단추를 눌렀습니다. "우르르 꽝!" 방음 장치가 되어 있는 사령부 안에까지 굉장한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거대한 로켓 킹호는 세찬 연기와 불길을 뿜어 내면서 붕 떠올랐습니다. 그대로 속력을 내며 위로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킹호는 무서운 속력을 내면서 쏜살같이 까마득한 하늘로 자취를 감쳐 버렸습니다. 피터는 킹호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사히, 무사히 화성까지 도 착할수 있기를.......' 제 3장 우주 갱단.. - 임시 뉴스 - 거어드에게 킹호의 비밀을 누설한 피터는 양심의 가책으로 마음이 몹시 괴 로왔습니다. 그러나 8일 뒤에 떠날 퀴인호의 출발 준비에 바빠 어느새 킹호의 일을 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목성행의 우주선 퀴인호는 이번에 목성의 위성으로 50 일 간의 장기 여행에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킹호가 출발한지 1주일째 되는 날 저녁의 일이었습니다. 피터와 산체스 소장은 사령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즐 거운 음악을 보내고 있던 텔레비젼 방송이 별안간 뚝 끊어지면서 화면이 어 두워졌습니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저런'하는 표정으로 어두운 텔레비젼 화면을 응시했습니다. 잠시 후, 화면이 밝아지면서 아나운서의 긴장된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임시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시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성의 마루스 항공 사령부의 발표에 의하면, 내일 오후 화성에 닿을 예정 이었던 로켓 우주선 킹호가 화성에서 3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의문의 무장 로켓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앗!" 피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뉴스는 계속 되었습니다. "킹호는 조종 설비와 라디오를 파손당했다는 무전을 보낸 뒤로는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소유성 셀레스에 있는 우주 경찰 본부에서는 즉각 퍼트롤 로켓을 10대나 출동시켰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무장 로켓의 행방도 킹호의 소재도 전혀 알 수 없다는 소식 입니다." "음, 우주 갱이다." 선더스 소장이 신음하듯 중얼거렸습니다. "한참동안 잠잠하던 놈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건가? 새로운 대규모의 우 주 갱단을 만든 모양이군." 피터에게는 그 말이 마치 '네가 갱단의 앞잡이로구나!'하는 것처럼 들려서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피터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눈치챈 선더스 소장은, "윌슨군! 자네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러나 침착해야 하네!" 하고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문득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 뚱했습니다. "응, 그렇지만 좀 이상한데? 우주갱단이 어떻게 킹호의 궤도를 알았을까? 마치 잠복하고 있었던 것 같아. 궤도의 비밀이 밖으로 샐 리는 없는데... 그래, 우연히 부딪친 것이 틀림없어.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군." 피터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소장님, 저는 기분이 나빠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실례합니다." 피터는 '저는 갱단의 앞잡이입니다.' 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 을 억제하고 비틀거리며 식당을 나섰습니다. '아, 거어드에게 속았다. 갱단의 로켓이 킹호와 우연히 부딪친다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어. 거어드는 틀림없이 내가 알려준 궤도를 무전으로 알 려서 매복 시킨거야.' 피터는 자기가 저지른 일이 너무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가책을 느꼈습니다. - 납치된 피터 -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넓은 활주로를 걷고 있던 피터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 습니다. '큰일이다. 난 킹호뿐만 아니라 퀴인호의 궤도까지도 거어드에게 알렸다.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 그때였습니다. 1대의 제트 자동차가 피터의 곁으로 미끄러져오더니, 문이 열리면서 복면을 한 2명의 사나이가 뛰어내렸습니다. "피터, 우리와 함께 가자!" "뭐, 뭐라고..." 피터가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된 일인가를 판단하기도 전에 두 사나이의 권 총이 피터의 얼굴을 향해 뿌연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그것은 가스 권총이었 습니다. "음........" 피할 사이도 없이 가스를 들이마신 피터는 그 자리에 꼭 쓰러지고 말았습니 다. 그로부터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피터가 정신을 차린 곳은 넓 고 훌륭한 방이었습니다. 피터는 소파에 누워 있었습니다. 맨 먼저 피터의 눈에 띈 것은, 탁자에 다리를 얹은 채 거드름을 피우고 앉 아 있는 두 사나이였습니다. 한 사나이는 거어드였고, 또 한 사나이는 처음 보는 뚱뚱보 신사였습니다. 다음에는 소파 양옆에 서 있는 레슬링 선수같이 몸집이 큰 두 사나이가 눈 에 띄었습니다. "피터 호체스군, 이제 깼나? 이번에는 수고가 많았다. 덕분에 킹호의 습격 은 대성공이었다. 굉장한 돈벌이가 되었지." 거어드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희 놈들은 마침내 나를...." 피터는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양옆 에 서 있던 레슬링 선수같은 사나이들에게 턱과 배를 세게 얻어맞고 그대로 소파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피터, 그러지 말고 조용히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떠냐? 너는 이제 어차피 우리들의 패거리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자, 이분은 우주 에스에스단의 차알 즈 단장님이시다. 세상에서는 에스에스 우주 무역회사의 사장으로 통하고 있지. 어서 인사를 드리도록 해라." 하며 거어드가 뚱뚱보 신사를 소개했습니다. "난 싫다! 신사의 가면을 쓴 갱 단장 따위와는 인사하고 싶지 않아!" 피터는 차알즈 단장을 노려보면 외쳤습니다. 그 말에 차알즈 단장은 어깨를 흔들면서 웃었습니다. "으하하하... 그야말로 패기가 넘치는군. 이런 녀석을 부하로 삼게 되다 니, 정말 영광이야." "닥쳐! 나는 절대로 네놈의 부하가 되지 않아." "조그만 놈이 꽤 건방지구나. 야, 이녀석아!" 또 다시 양옆에 선 사나이가 눈에 불이 나도록 뺨을 올려붙였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들을 이길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터는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흠, 이제 얌전해 졌군, 피터!" 거어드가 예의 그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로켓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했지? 그렇다면 우리 우주 에스 에스단 의 로켓을 조종해 주지 않겠나? 그래도 좋겠죠, 단장님?" 차알즈 단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고말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을 세운다면 로켓을 조종하도록 해주지." "공이라고?" 피터가 반문했습니다. "그렇지. 내일 아침 목성을 향해 출발하는 대우주선 퀴인호도 우리의 무장 로켓이 잠복하고 있다가 덮치도록 되어 있지. 이제부터 화이트샌드 공항을 출발하는 우주선은 모두 너의 정보 제공에 따라 우리들의 먹이가 될 것이 다." 피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알아들었나, 피터? 너는 당분간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고 공항 사령부에 근무해라.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비밀을 알려주는 거야." 차알즈의 말에 이어 거어드도, "피터, 경고해 두지만, 우리들을 배반했을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만약에 배반한다면 너의 비밀을 모두 폭로해 버리고 말 테다. 그렇게 되면 너는 경 찰에 붙잡힐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얼굴에 다시 한번 먹칠을 하게 되는 셈 이지. 그 점을 명심해라." 하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피터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얼마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잘 알겠습니다. 당신들의 부하가 되어 공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 퀴인호를 구하라! - 피터가 사령부에 들어섰을 때, 마침 임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우주 갱의 습격을 받은 킹호의 행방이 밝혀졌습니다. 킹호는 짐을 모두 빼앗기고 엔진과 라디오 그리고 산소 장치까지 파괴당한 채 우주 공간을 흘 러다니다가 우주 경찰에 발견되었습니다. 발견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산소가 떨어져 승무원들은 모조리 희생당했을 것입니다. 이 킹호를 발견한 사람은 빌리 맥도날드와 로우저 고우펌입니다. 퍼트롤 로켓을 조종하는 두 사람은 킹호의 엔진과 산소 장치를 고친 후, 화성의 마루스 공항까지 무사히 끌어 왔습니다. 빌리 맥도날드와 로우저 고우펌 두 사람은 이 공에 의해 훈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뉴스를 듣고 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동안의 감 정이 깨끗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빌리, 로우저, 아주 잘했다! 멋있는 솜씨야! 정말 고맙다!" 다음 순간, 피터는 자기로서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 퀴인호를 갱의 손아귀에서 구해 내자!' 화이트샌드 공항으 넓디넓은 로켓 발착장에는 내일 아침 해뜨기 전 목성을 향하여 출발할 대우주선 퀴인호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받침대 위에 서 있었 습니다. 사방에서 비추고 있는 야간 조명등을 받은 로켓 퀴인호는 마치 거대한 상아 의 탑처럼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킹호가 우주 갱단에게 습격을 받은 후, 경계가 매우 엄중해져서 광선총을 어께에 멘 경비병들이 둘씩 짝이 되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거 안 되겠는걸.' 피터는 초조한 마음으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경비병은 여간 해서 퀴인호의 곁을 떠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드디어 경비병이 저쪽 건물 뒤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됐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피터는 얼른 로켓 받침대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퀴인호의 입구는 지상에서 15미터 지점에 있었습니다. 피터는 원숭이처럼 곧추 서 있는 사다리를 뛰어 올라 갔습니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치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사다리를 다 올라가기 전에 경 비병이 되돌아온다면 모든 것은 끝장이 나고 맙니다. 그러나 피터는 경비병 눈에 띄지 않고 무사히 퀴인호의 입구까지 뛰어올라 갈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사령부의 조수였으므로 로켓의 열쇠를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터가 재빨리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로켓 안으로 뛰어든 순간, 경비병이 막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고 있었습니다. '아, 하마터면...' 피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로켓의 안은 어두웠습니다. 붉은 안전등 한 개가 켜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피터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내디딘 순간, 로켓안의 전등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면서 강한 서치라이트가 피터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앗!" 피터는 눈이 부셔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다음 순간, 로켓 발착 장치의 사이렌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울렸습니다. 퀴인호 안엔 비상 벨 장치가 되어 잇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피터가 로켓 속 에 한 발자국 내디딘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의 경계 장치에 걸려든 것입니다. '야단났구나!' 피터는 창문으로 달려가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수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경비병들이 퀴인호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이거 안 되겠군.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피터는 재빨리 조종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잡히기 전에 퀴인호를 날지 못 하게 해두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피터는 쇠로 된 의자를 치켜들고 레이다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한 번, 두 번..... 레이다의 유리 부분이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의자로 거듭 내리치자, 이번에는 조종 장치가 엉망진창으로 부서졌습니다. 이제 어지간 한 수선으로는 예정 시간에 출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계단을 달려올라오는 경비병들의 군화소리가 거칠게 울렸습니다. 모두 제각 기 무엇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피터가 최후의 힘을 다하여 조종 장치를 다시 한번 내리쳤을때, 문이 활짝 열리면서 광선총을 든 경비병이 뛰어들어왔습니다. "손 들엇!" 피터는 들고 있던 의자를 내려 놓고 조용히 두손을 들었습니다. "앞장서서 걸어! 나쁜 자식!" 옆구리에 광선총의 싸늘한 감촉을 느낀면서 피터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 다. 그러나 피터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잘됐다. 이것으로 퀴인호는 우주 갱들의 습격으로부터 벗어났어. 이젠 아 무 미련도 없다.' - 수면 가스 - 피터는 곧 공항 사령부의 감방에 갇혔습니다. 취조는 내일 아침으로 미뤄졌 습니다. 잠시 후, 연락을 받은 선더스 소장이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경비대장, 갱을 어디다 가두었소?" 경비대장은 선더스 소장을 피터가 갇혀 있는 감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쇠창살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이 피터라는 것을 안 순간, 선더스 소장의 얼굴 은 하얗게 질렸습니다. "자네가, 설마 자네가..." 선더스 소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뵐 면목이 없습니다. 소장님. 모두 제가 저지른 일입니다." 피터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퀴인호의 출발을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소장님, 우주 갱단은 퀴인호의 궤 도와 속력을 알고 있습니다. 그대로 출발한다면, 킹호처럼 도중에서 습격을 당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나?" "그 이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퀴인호 의 궤도를 바꾸어주십시오." 그러자 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흠..... 자넨 킹호때도 궤도를 바꾸자고 말했었지. 그것도 갱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나?" "예, 그렇습니다. 저는 어떤 우연한 기회에 갱단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 다." 선더스소장은 무었인가 더 묻고 싶은 표정이었으나, 곁에 있는 경비대장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는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피터는 딱딱한 침대위에 누워 쇠창살을 통하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 다보았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순찰하는 경비병의 군화소리가 점점 멀어졌습니다. '나는 거어드에게 속아서 나쁜 짓을 하고 말았다. 그죄를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아마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거야. 하지만 그 후의 내 처사는 정당했 다. 나는 퀴인호를 갱들의 습격으로부터 구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해. 선더스 소장은 나의 이런 심정을 알아 줄거야. 나는 이제 갱단의 앞잡이가 아니다. 아마 갱단도 감방에 있는 나에게 손을 뻗칠 수가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피터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동안이나 잤을까? 문득 이상한 소리에 놀라 눈을 떴습니다. 그것은 마 치 주전자의 꼭지에서 김이 새어나오는 소리 같았습니다. 솨아, 쉬쉬쉬쉬.... '아니, 이게 무슨 소릴까?' 피터는 침대위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무엇에 취한 듯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머리를 흔들며 쇠창살 너머로 복도를 바라보았습니다. 복도 끝에서 감시하 던 두 경비병이 벽에 기대어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순간 피터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갱단이 침입한 것입니다. "갱이다! 수면 가스다!" 그러나 입술만 달싹달싹 움직였을 뿐 그것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습니 다. 피터는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났을때, 화이트샌드 공항 북쪽에 있는 사막에서 대형 의 제트 비행기 한대가 떠올랐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제트 비행기는 화이트샌드 공항 상공을 한 바퀴 빙 돌더니, 속력을 내어 남쪽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제트 비행기가 남쪽 하늘로 까마득하게 멀리 사라졌을 무렵, 화이트샌드 공 항의 비상 벨이 요란스럽게 울려댔습니다. 그것은 피터가 감방에서 달아난 것을 알리는 벨소리였습니다. - 남극 대륙으로 -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본 피터는, 선실 같은 곳에 눕혀져 있는 자 기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머리위에 작고 둥근 창문이 있었으며, 모터의 웅웅대는 소리가 낮게 들렸습 니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아니, 여기는 하늘이 아닌가?" 피터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곳에 초록빛 밀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대체 여기가 어디쯤일까?" 피터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을 때, "하하하, 지금 우리들은 아메리카의 아마존 상공, 고도 1만미터를 날고 있 지!"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습니다. "뭐라고요?" 피터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느 틈에 왔는지 체구가 건장한 2명의 부하를 거느린 에스에스단 단장 차알즈가 큰 배를 쑥 내밀고 서 있었습니 다. "놀랄 것 없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들의 동지야." "동지?" "그렇지. 이 사람들은 모두 우주 에스에스단의 단원들이니까. 특히 이 두 사람은 너를 감방에서 구출해 주었지. 고맙다고 인사해." "난 구출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깨끗이 벌을 받을 각오였어요." "너는 퀴인호의 출발을 늦추고 우리를 배반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놓아줄 수는 없지." 차알즈의 말에 피터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습니다.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거예요?" "네가 에스에스단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이지. 너의 로켓 조종 솜 씨가 훌륭하다는걸 안 나는 거어드를 시켜 1년전부터 너를 찾고 있었다. 달아나려고 해도 소용없어. 잠자코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피터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지금 이들 을 거슬러보앗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분간 말을 듣는 척하 다가, 기회를 보아 달아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때 조종석의 창문이 열리며 거어드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단장님, 이제 다섯 시간만 있으면 남극에 도착합니다." 피터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뭐요, 남극이라고요? 그럼 이 비행기가 지금 남극으로 간다는 건가요?" "그렇지. 피터, 너는 그 이유를 알겠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허허, 너처럼 머리 좋은 소년이 나의 계획을 모른단 말이냐?" 차알즈 단장은 커다란 배를 흔들며 웃었습니다. "우리 우주 에스에스단의 무장 로켓 세대가 지금 우주 경찰의 눈을 피하여 소유성 지대에 숨어 있다." "소유성 지대라고요?" "그래, 그 근방은 지구의 바다로 말한다면 위험한 암초 지대지. 작은 유성 이 수없이 날아 다니고 있으니까 어설피 들어갈 수가 없거든. 그 대신 절 대로 발견될 염려는 없지. 하지만 오래 있을 곳은 못 돼. 따라서 안전한 새로운 근거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지." 차알즈 단장은 벽에 걸린 우주 지도를 가리키면서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안전한 근거지가 달리 없어. 우리들의 로켓이 갈 수 있 는 곳은 모조리 우주 경찰의 눈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우린 지 구의 남극에 근거지를 만들려고 하는 거야.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무리 우리의 계획을 깨닫지 못할 거야. 이제부터 우리들은 무장 로켓을 남극으 로 불러들이기 위해 그 준비를 하러 가는 거란다." 피터는 차알즈의 엄청난 계획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극은 지금 겨울이기 때문에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어요. 무슨 수로 로켓을 착륙시킨다는 거죠? 착륙하기 전에 모두 추락하고 말 겁니다." 그러자 차알즈 단장은 의미있게 빙긋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너를 데리고 온 게 아니냐? 피터, 우리들은 여름동안에 남 극에 기지를 만들어 두었단다. 그곳에는 라디오 장치는 물론, 레이다 장치 도 갖추어져 있다. 너는 그 장치를 사용해서 우리들의 로켓을 무사히 착륙 시켜 다오." 피터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로켓의 지상 조종은 피터에게는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제트 비행기는 남쪽을 향해 계속 날아갔습니다. 그로부터 4시간후, 그들은 연료와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끝 푸에고섬에 있는 작은 비행장 에 착륙했습니다. 비행장 건물에서 푸에고섬의 원주민들이 뛰어나왓습니다. 거어드가 문을 열면서 소리쳤습니다. "누구 영어를 아는 사람이 없나?" 그러자 피터 또래의 한 토인 소년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뭐 시킬 일이라도 있나?" "우리들은 연료와 식량이 필요하다. 이곳에 있는 대로 갖다다오." "그렇게 많은 연료와 식량을 뭘하지?" "우리들은 지금 남극으로 간다." "남극? 이런 겨울에 남극엘 가다니 미쳤나?"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빨리 가져와. 돈은 갑절로 준다." 토인들에 의해 연료가 든 드럼통과 식량이 비행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습 니다. 잠시 후, 그것들은 모조리 제트기에 실렸습니다. "됐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자, 돈을 받아라!" "나에게는 돈이 필요없어. 내 몫은 받지 않겠다. 나 어머니 아버지 없어. 데려가줘!" "남극에 가서 뭘할 텐가?" "나 일하겠다. 모험 좋아해." 거어드는 차알즈 단장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죠, 단장?" 하고 물었습니다. "음, 남극에 가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보기에 영리한 것 같으니까, 데 리고 가면 무엇엔가 소용이 될거야. 태워주어라." 토인소년은 기뻐서 깡총깡총 뛰었습니다. 그러다가 피터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보였습니다. "난 조안, 잘 부탁해!"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난 피터야." 피터는 첫눈에 조안이라는 토인 소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안 역시 피터 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습니다. 둘은 악수를 나누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 위 기 일 발 - 그로부터 약 1시간후, 제트 비행기는 남극 상공을 날고 있었습니다. 피터와 조안은 극지방 특유의 오로라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러 나 비행기가 떠 있는 상공 아래쪽에는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 치고 있었으므 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어드가 조종석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단장님 이제 남극에 도착했습니다! 고도를 낮춰야 하니까, 비행기가 조 금 흔들릴 겁니다." 제트기는 기수를 숙이고 세찬 눈보라 속으로 돌입했습니다. 거어드는 조금 흔들린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대단한 요동이었습니다. "고도 7천미터!" "고도 5천미터!" 거어드는 핸들을 꽉 쥔채 미터기를 보면서 긴장된 목소리로 계속 소리쳤습 니다. "고도 3천미터! 아직 아무것도 안 보인다. 눈보라의 속력은 시속 700킬로 미터, 이젠 도저히 제트기를 조종할 수가 없다." 제트기는 무서운 속도로 기체를 떨면서 급강하했습니다. "거어드, 속력을 늦춰라! 이대로 가다간 빙원과 충돌하겠다." 차알즈 단장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눈보라의 속력이 너무 빨라서 이 이상은 늦출 수가 없습니다. 고도 1천 5 00미터!" 거어드의 목소리는 당황으로 떨렸습니다. 다음 순간 '앗!'하고 일제히 비명을 질렀습니다. 기체가 크게 흔들렸기 때 문입니다. "추락이다! 충돌할것 같다!" 차알즈 단장은 신경질적으로 외쳤습니다. "거어드! 어떻게 좀 해봐라! 우리들을 모두 죽일 셈이냐?" "안 되겠소. 나로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거어드는 겁에 질린 얼굴로 핸들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습니다. 순간 피터는 벌떡 일어서서 정신없이 외쳤습니다. "엔진을 꺼요! 그리고 당분간 바람에 날리는 대로 둬요!" 거어드가 놀란 얼굴로 피터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곧 피터가 말한대로 엔진을 껐습니다. 제트기는 속력이 줄어듬과 동시에 요동도 덜 했습니다. 이윽고 제트기는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떠돌았습니다. 차알즈 단장은 조종석을 들여다보는 듯한 자세로 외쳤습니다. "좋았어! 거어드, 이제 레이다로 착륙할 곳을 찾아라!" 레이다의 스크린을 들여다보던 거어드는 '앗!'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이 밑의 산은 온통 얼음 덩어리라서 도저히 착륙할 수 없 습니다." "그럼 조금 더 떠돌도록 버려 두어라!" "그건 안 됩니다. 속도가 떨어져서 지금은 시속 80킬로미터입니다. 고도는 800미터, 이대로 가다가는 곧 땅으로 추락할 것 같습니다." "이 바보야! 다시 엔진을 걸어!" 차알즈 단장의 호통에 거어드는 다시 엔진을 걸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엔진 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거어드는 당황해서 소리쳤습니다. "이거 야단났군! 엔진이 안 걸립니다! 추위로 얼어붙은 모양이에요." 그 말에 차알즈 단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피터, 네 솜씨라면 어떻게 될 거야. 제발 우리들을 살려다오." 피터는 순간 어떻게 할까 망설였습니다. 이대로 추락한다면 자기는 물론 갱 단도 모두 죽어버릴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소유성 지대에서 안전 지대로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갱단의 로켓도 우주 경찰에 의해 전멸 당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겁에 질린 얼굴로 떨고 있는 차알즈 단장과 거어드, 그리고 부하들 의 얼굴을 보니, 한편으로는 불쌍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토 인소년 조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야 했습니다. 피터는 안전 밸트를 벗어던지고 재빨리 조종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거어드를 밀어젖히고 날쌔게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피터는 제트엔진의 폐달을 힘껏 찼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만에 '윙윙' 하는 세찬 소리가 났습니다. "걸렸다!" 순간 피터는 휙 핸들을 꺽었습니다. 제트기는 '덜커덕'하며 기수를 치켜들 고 하늘로 치달아 올라갔습니다. 조종석 앞의 창 너머로 들쑥날쑥한 날카로 운 빙산의 꼭대기가 보였습니다. 제트기는 그것을 스칠 듯 말 듯 아슬아슬 하게 넘었습니다. '아아, 정말 위험했어!' 피터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다음의 일은 피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레이더에 의해 평평한 돌을 발견한 피터는 살짝 착륙했습니다. "만세! 이제 살았다!" 모두가 목숨을 되찾은 기쁨에 환성을 올리면서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피터, 고맙다!" 차알즈 단장과 거어드가 양쪽에서 피터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특히 거 어드는 눈물까지 글썽거렸습니다. 잠시 후,차알즈 단장은 피터의 곁을 떠나 눈보라치는 벌판을 바라보며 말했 습니다. "아무래도 이 부근이 우리들이 생각한 기지 근방 같은데, 목표로 세워둔 쇠기둥이 보이지 않는군. 쇠기둥에 발광 도료를 발랏으니까, 어두워도 보 일텐데..." 그러자 피터가, "아, 쇠기둥이라면 레이다에 비쳤습니다. 오른쪽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일동은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고 피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습니 다. 대낮인데도 눈보라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태양은 지평선 저쪽에서 아 련한 빛을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두에서 나아가고 있던 토인 소년 조안이 외쳤습니다. "저기 빛이 보인다!" - 우주의 공중전 - 그것은 우주 에스에스단이 여름에 만들어놓은 발광 도료를 칠해 놓은 쇠기 둥이었습니다. 일동은 삽과 곡갱이로 근방의 얼음을 깨뜨렸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건물이 나타나고 문이 열렸습니다. 그 건물 안으로 들어선 피터는 깜 짝 놀랐습니다. 스위치를 누르자, 훌륭한 발전 시설이 되어 있어서 넓은 방안은 밝은 빛으 로 가득 찼습니다. 방 한구석에는 레이다장치와 라디오 통신기계, 그리고 텔레비젼까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한쪽으로 문이 있고, 그 건너편으로는 10명 정도가 생활할 수 있는 침심과 부엌, 목욕탕까지 곁들여 있었습니다. 난방장치가 되어 있어서 방안은 따뜻했습니다. '음, 과연 우주 에스에스단이구나. 이만큼 멋있는 근거지를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인데...' 피터는 마음속으로 크게 감탄했습니다. 그러자 피터의 표정을 눈치챈 차알 즈 단장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피터,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그렇게 놀라나? 나중에 보여주겠지만, 저쪽 으로는 훨씬 더 큰 연료 창고가 있지. 그리고 그 끝에는 수폭 로켓탄과 광 선 대포의 탄환을 보관하고 있는 원자 병기 창고도 있지. 하하하하..." 그 말을 듣는 순간, 피터는 등골에 소름이 오싹 끼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갱은 어디까지나 갱이었습니다. 아까 피터에게 조종을 부탁했을때의 그 인 간미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도망갈 생각을 해서는 안 돼, 피터!" 이렇게 엄포를 놓은 차알즈는, 부하 한 사람을 옆으로 부르더니, "너는 광선총을 가지고 피터를 잘 감시해라!" 하고 명령했습니다. 얼마 후, 단장은 라디오 통신 기계에 스위치를 넣고 소유성 지대에 숨어 있 는 무장 로켓을 불렀습니다. "이쪽은 에스에스단 차알즈, 이쪽은 에스에스 단 차알즈, 무장 로켓 1호기 대답하라! 대답하라!" 그는 한참동안 그렇게 되풀이 하더니, 스위치를 수신기와 교체하고 기다렸 습니다. 30분쯤 기다리자, 수신기가 '뚜뚜뚜' 하고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차알즈 단장은 다이얼을 조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그쪽 소리가 똑똑하게 들 려왔습니다. "무장 로켓1호기에서 에스에스단 차알즈 단장에게. 방송 틀림없이 받았다. 우리들은 서로 흩어져서 소유성의 여기저기에 숨은 채 움직일 수 없다. 우 주 경찰의 펴트롤 로켓은 소유성 지대 근처까지 와서 우리들을 찾고 있다. 언제 발견될는지 모르겠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명령을 기다린다. 명령을 기다린다....." 차알즈 단장은 그 소리를 듣고 싱긋 웃더니, 송신기로 스위치를 바꾸었습니 다. "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내린다. 우리들은 남극에다 새로운 근거지를 만들 었다. 즉시 다른 로켓에도 연락하여 지구로 돌아오라. 연료와 속력을 계산 하여 남극까지의 시간을 보고하라." 그로부터 또 30분쯤 지나자, 로켓 1호기에서 회답이 왔습니다. "에스에스단 차알즈 단장, 명령 확실히 받앗다. 다른 로켓에도 연락을 했 다. 우리들은 곧 출발한다. 연료가 얼마 없으므로 지구의 궤도로 들어가선 인력의 도움을 받아 남극에 도착할 예정이다. 20일후에 남극에 닿을 것 같 다. 이상." 차알즈 단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피터를 돌아보았습니 다. "이제 20일이 지나면 우리의 무장 로켓이 돌아온다. 피터, 드디어 너의 솜 씨를 발휘할 때다. 무장 로켓을 무사히 착륙시키면 내년 여름 다시 출발할 때에는 약속대로 너를 로켓의 조종사로 쓰겠다." 이윽고 그들은 차알즈 단장을 중심으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술에 취한 단장은 몹시 기분이 좋은 듯 부하들에게 자기의 계획을 이야기 했습니다. "무장 로켓이 착륙하면 얼음과 눈이 감쪽같이 숨겨 줄 것이다. 우주 경찰 의 퍼트롤 로켓이 상공을 날아다니며 조사를 한다고 해도 얼음으로 뒤덮인 산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은 내년 여름 눈이 녹을 때까지 완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이던 화성을 점령한다. 그 렇게 되면 지구를 상대로 전쟁을 하더라도 우리들은 절대로 지지 않을 것 이다." 바로 그때 였습니다. 스위치를 넣은 채로 두었던 라디오 통신 장치의 수신 기에서 갑자기 '뚜뚜'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장 로켓이 다시 방송을 시작한 것입니다. 거어드가 수신기에 달라붙어 다 이얼을 조절했습니다. 라디오 통신기에서는 몹시 당황한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에스에스단 차알즈 단장, 차알즈 단장. 들리나? 우리들은 우주 경찰에게 발견되었다. 퍼트롤 로켓이 우리들을 뒤쫓아오고 있다. 아까 우리들의 라 디오 통신을 엿들은 모양이다. 조그만한 퍼트롤 로켓이지만 굉장한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얼마 후에는 잡힐 것 같다. 어떻게 할까? 싸 울까? 아니면 달아날까? 명령을 기다린다. 명령을 기다린다." 차알즈 단장은 즉시 스위치를 송신기로 바꾸고 소리쳤습니다. "무장 로켓에게 명령한다. 무장 로켓에게 명령한다. 싸워라! 격추하라! 조그마한 퍼트롤 로켓이라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격추하라. 추적당하면 이쪽 근거지가 발견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격추하라! 격추하라!" 에스에스단의 무장 로켓을 뒤쫓고 있는 것은 빌리와 로우저가 타고 있는 퍼 트롤 로켓이었습니다. 그들은 킹호를 습격한 갱단의 무장 로켓이 반드시 소유성지대에 숨어 있다 고 확신하고 매일 소유성 지대를 찾아 헤매었습니다. 소유성 지대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수많은 소유성의 무리가 띠처럼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그 작은 별의 무리는 모두 1초간에 2만7천미터의 속도로 태양의 둘레를 날 아다니고 있습니다. 대포 포탄의 속도가 2,3천 미터밖에 되지 않는 것에 비 해 보면, 소유성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것인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소유성과 부딪치면 어떤 로켓이라도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따라 서 소유성 지대를 찾아헤매는 일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어이, 빌리! 이제 그만 돌아가자." 로우저가 빌리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소유성 지대에 깊이 들어간다는건 위험한 일이야. 빌리, 난 죽는 건 싫단 말야." "시시한 소리 그만해,로우저!" 빌리는 조정간을 꽉 쥐고 앞을 노려보면서 말했습니다. "괴상한 로켓의 그림자가 레이다에 비쳤어. 그리고 라디오 통신도 들렸다. 그건 틀림없이 갱의 로켓일거야." "아냐, 보통 로켓일거야. 이쯤에서 돌아가자." "소유성 지대를 날아다니는 로켓은 사전에 반드시 셀레스의 우주 경찰 본 부에 연락해야 한다. 그런데도 저 로켓은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어. 로우 저, 신호를 보내봐라!" 로우저는 라디오 통신기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쪽은 어디 소속의 로켓인가? 행선지는 어딘가? 회신하라! 회신하라!"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회신이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빌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로켓의 뒤를 따르기로 했 습니다. 퍼트롤 로켓은 기체를 번쩍번쩍 빛내면서 소유성의 무리를 휙휙 앞질러 날 아갔습니다. 두 사람이 탄 퍼트롤 로켓은 잠깐 사이에 무장 로켓의 뒤를 따라 붙었습니 다. 그때 로우저가 무엇을 보았는지 표정이 홱 달라지면서 외쳤습니다. "빌리, 저것 좀 봐! 저 로켓은 굉장히 큰 광선 대포를 가지고 있다. 다가 가면 위험해. 달아나자!" "닥쳐라, 로우저! 우주 경찰대가 갱을 겁내서 달아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렇게 되면 킹호를 구출한 공이고 뭐고 한꺼번에 사라지는 거야." "난 그까짓 공보다 목숨이 더 소중해." "비겁한 소리 하지 말아라!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은 녀석과 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 이럴때 피터가 있다면....." "쳇, 또 피턴가? 무슨 일만 있으면 피터니, 정말 울화가 치밀어 못 견디 겠네." "당연하지. 피터는 너 같은 겁장이는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빌리는 입씨름을 하면서도 계속 무장 로켓의 뒤를 따랐습니다. "로우저, 조종을 해 줘! 나는 저 로켓을 포격할 테니까." 빌리는 손가락을 광선포의 스위치에 댄 다음 라디오 통신기에 대고 소리쳤 습니다. "정지하라! 정지하라! 만일 정지하지 않으면 포격한다!" 그때 로우저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앗, 저쪽이 방향을 바꾸었다!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어떻게 하지?" 그 순간 윗부분에서 튀어나온 포신이 '번쩍'하고 시뻘건 불을 뿜었습니다. 퍼트롤 로켓의 주위가 눈부시게 밝아졌습니다. 적의 광선 탄환이 퍼트롤 로 켓을 스치고 지나간 것입니다. "앗, 위태롭다!" 로우저가 겁에 질려 핸들을 꽉 잡았습니다. 마침 그때 빌리가 적을 향해 겨 누고 있던 광선포의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이런, 빚나갔구나! 로우저, 똑똑히 조종해라!" "난 무섭다. 달아나자,빌리!" "이 쓸개 빠진 놈아, 똑바로 돌진해라! 또 한번 포격한다!" 로우저는 벌벌 떨면서 다시 조정간을 잡았습니다. 퍼트롤 로켓은 기체가 가벼우므로 큰 로켓보다 날쌔게 움직입니다. 빌리는 로우저에게 명령하여 다시 한번 무장 로켓을 덮쳤습니다. "번쩍! 번쩍!" 양쪽의 광선포가 한꺼번에 불을 뿜었습니다. 저쪽에서 쏜 광선포의 겨냥은 빚나갔습니다. "만세! 적의 뒤쪽에 명중했다! 이번에는 항복시켜 셀레스 본부로 연행해 가야지." "빌리, 이제 그만 돌아가자. 앗! 큰일났다. 왼쪽에서 새로운 무장 로켓이 한 대 쳐들어온다. 아이쿠! 오른쪽에서도 또 한 대 돌진해 오는구나!" "정신차려, 로우저! 나는 본부에 연락하겠다." 빌리는 광선포를 떠나서 라디오 통신기의 다이얼을 맞추고 우주 경찰 본부 를 호출했습니다. "셀레스 본부에. 셀레스 본부에. 이쪽은 퍼트롤 로켓 Z10호. 방금 의문의 무장 로켓 세대와 교전중...." "번쩍! 번쩍!" 갑자기 눈 앞이 아찔하면서 주위가 환해졌습니다. 다음 순간 빌리와 로우저는 로켓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습니다. 적의 광선이 퍼트롤 로켓에 명중했던 것입니다. 빌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벌떡 일어나 라디오 통신기에 달라붙었습니다. 그 러나 라디오 통신기는 광선포에 맞아 이미 녹아버렸습니다. "로우저! 정신차려라!" 하고 외치면서 빌리는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엔지도 녹았는지 조종간이 제멋대로 움직였습니다. "음, 분하다!" 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3대의 무장 로켓은 완전히 이쪽을 해치웠 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어, 어떻게 하지. 빌리?"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던 모양으로, 로우저도 허둥거리며 일어나 앉았습 니다. "빌리,나는 죽기 싫다. 로켓의 뒤에 구명 로켓 보트가 있다. 그걸 타고 달 아나자!" "그렇지만 로켓 보트에는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 "날, 날 태워다오! 내가 그걸 타고 셀레스 기지로 가서 곧 널 구하러 올 께. 빌리. 제발 날 태워다오!" 로우저는 울면서 계속 애원했습니다. 빌리는 그런 로우저를 뚫어지게 바라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게 생사를 같이하는 퍼트롤 로켓의 동료애란 말인가? 피터라면 절대로 이러진 않을 거야.' 빌리는 한숨을 쉬고 나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로켓 보트로 돌아가라, 로우저!" 제 4 장 피터의 활약 - 거어드의 최후 - 여기는 남극 대륙에 있는 우주 에스에스단의 근거지입니다. 차알즈 단장을 비롯하여 갱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소유성 지대의 무장 로켓으로부터 퍼트롤 로켓을 격추시켰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매일 저녁 주연이 베풀어졌습니다. 피터의 감시자인 샘까지도 취해서 감시 를 소홀히 했습니다. 피터가 노리던 기회가 온 것입니다. 피터는 창고에 제트 썰매가 1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좋아. 이틈을 타서 저 제트 썰매로 달아나자.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800킬 로미터 지점에는 리틀 아메리카기지가 있고 마을도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 를 달리는 제트 썰매니까, 여덟 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거야.' 술좌석이 벌어지자, 피터는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와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전부터 계획하여 온 것이기 때문에 제트 썰매에는 연 료와 식량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피터가 막 썰매를 끌어내려고 했을 때, 뒤에서 발자국소리가 났습니다. 재 빨리 뒤를 돌아본 피터는 깜짝 놀랐습니다. 토인 소년 조안이 역시 방한복 을 입고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안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조안, 무엇하러 왔지?" 피터가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안은 유창한 영어로, "너의 힘을 덜어주고자 온거야. 제트 썰매는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너무 벅 차거든." 하고 말했습니다. 피터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어떻게 내 계획을 알고 있었지?" 조안은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피터, 사실 나는 유엔의 남극 경찰에 근무하는 감시원이야/" "뭐, 그렇다면 너는 토인이 아니란 말이냐?" "내가 토인 소년인 것은 트림없어.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남극 감시원이 된 거야. 일부러 영어가 서툰 것처럼 하고 남극에 숨으려는 악당들을 감시하고 있었지." "그랬었구나!" "난 갱들의 제트기가 연료와 식량을 많이 사들여 남극에 간다고 했을때, 의심스럽다고 느꼈어. 그래서 떼를 쓰다시피 해서 따라온 거야.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여기는 갱의 근거지야. 그리고 네가 이들과 한패가 아 니고 잡혀 있다는 것도 알았지." 조안은 이야기를 하다말고 피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곧 덧붙여서, "나는 놈들의 심부름으로 이 창고에 식량을 가지러 왔을 때, 제트 썰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후 우연한 기회에 네가 썰매에 연료와 식량 을 쌓아두는 것을 보았지. 그래서 네가 달아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것을 알 았던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모조리 알고 있었구나." 피터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조안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입구 쪽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자, 피터! 기회는 지금 뿐이다. 둘이서 리틀 아메리카 기지까지 달아나 자." "응, 좋아. 너와 함께라면 호랑이에 날개가 붙은 격이지." 두 소년은 힘을 모아 제트 썰매를 창고에서 꺼냈습니다. 그때 갑자기 뒤쪽이 환해지면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것들이 뭘하고 있는 거야?" 샘과 다른 한 녀석이 회중 전등과 광선총을 든 채 입구에 버티고 서 있었습 니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은 피터와 조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샘을 노려 보았습니다. "뭐야, 그 얼굴은? 건방진 녀석들 같으니라고. 손들엇! 안 들면 이 광선 총 한 발로 새까맣게 태워 버릴테니까!" 샘은 두 손을 든 피터와 조안을 총 끝으로 쿡쿡 찌르면서 방 쪽으로 몰았습 니다. "단장, 이 녀석들이 제트 썰매로 달아나려고 했어요. 내가 술을 가지러 그 곳에 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놓치고 말았을 겁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단장?" 샘의 말에 차알즈 단장의 눈이 번쩍 빛났습니다. 술에 취한 차알즈의 얼굴 은 평소의 신사다운 얼굴 생김새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무서운 갱의 성질 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습니다. "어이, 토인 꼬마! 너는 평범한 꼬마가 아닌 모양이구나, 그렇지?" 차알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안의 정강이를 냅다 찼습니다. 조안은 이젠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폈습니다. 그리고 큰 소 리로 말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느냐? 네 말대로 나는 남극 경찰의 감시원이다." 순간 차알즈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이 녀석, 경찰의 스파이였구나! 스파이는 발견되는 대로 죽이도록 되어 있다." 차알즈는 날쌔게 허리에 찬 광선 권총을 빼들었습니다. 그때 피터가 두 손 을 벌리면서 그 앞을 막아섰습니다. " 살인은 그만둬! 조안을 죽여서는 안 돼!" " 비켜, 피터! 스파이는 살려둘 수 없다!" " 못 비킨다. 만약 당신이 조안을 죽인다면 난 레이다로 로켓을 착륙시키 는 일을 하지 않겠다." 차알즈 단장은 그 말에 약간 주춤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샘이 어림없 다는 듯이 입술을 실룩거리면서 외쳤습니다. "단장! 당신이 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죽이겠소!" 그는 재빨리 광선총을 들어 조안의 가슴을 겨누었습니다. '번쩍!' 하고 눈부신 빛이 지나간 순간. " 윽! "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쓰러진 것은 조안이 아니고 샘이었습니다. 아까부터 뒤에서 보고 있던 거어드가 광선 권총으로 샘을 쏘았던 것입니다. 샘은 쌔까맣게 그을린 채 바닥에 딩굴었습니다. 모두들 놀라서 입을 딱 벌린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차알즈, 권총을 버려라! 그리고 모두 손 들엇!" 거어드는 총구를 빙 돌리면서 외쳤습니다. 차알즈는 이를 갈았습니다. "거어드, 네놈이 우리를 배반할 작정이냐?" "배반하겠다. 나도 꽤 나쁜 짓을 많이 해왔지만, 아직까지 소년을 죽인 일 은 없다. 소년을 죽이겠다는 짐승들을 한 패로 생각할 수 없다." "입 닥쳐! 배신자!" 차알즈는 버리는 척 하던 총을 들어 거어드르르 쏘았습니다. 거어드는 불길 에 휩싸인 채 쓰러졌습니다. "에잇!" 그 순간 피터가 단장의 권총을 탁 쳤습니다. 그리고는 재빨리 그것을 주워 들었습니다. 그러자 조안도 거어드가 떨어뜨린 권총을 들었습니다. 두 소년은 총구를 갱들에게 들이대어 그들을 목욕탕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 버렸습니다. 피터와 조안은 쓰러져 있는 거어드를 안아서 일으켰습니다. "아저씨, 거어드 아저씨, 정신차리세요! 정신차려요!" 광선총에 맞아 크게 화상을 입은 거어드는 힘없이 눈을 뜨고 피터와 조안을 바라보았습니다. "어, 너희들 살았구나. 다른 녀석들은...." "예, 모두 가두었어요.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어서 정신차리세요." "아니, 나는 틀렸어..... 피터, 지금까지 너를 구박해 온 것을 용서해 다 오." "용서하고말고가 어디있어요? 아저씨, 어서 정신이나 차리세요." 거어드는 몹시 괴로운지 얼굴을 찡그리면서 띄어띄엄 이야기를 했습니다. "피터, 나도 원래는 로켓 파일럿이었단다. 그래서 너의 아버지와 함께 화 성에 제 1착으로 착륙하기도 했지... 그러나 그후 로켓 파일럿은 모두 우 주 항공 학교 졸업생이 아니면 안 된다는 법이 생겼단다. 나는 직장을 잃 고 말았지.... 여러가지 일을 해 보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 어. 나는 세상을 원망했지..... 그러다가.... 그러다가.... 결국은 갱단 의 패거리가 되고 만 거야....." "그랬군요, 아저씨." 거어드의 목에서 가래 끊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마침내 바른 일을 한 번 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피터, 잘있어라. 행복을 빈다......" 말을 마치자마자, 거어드는 고개를 털썩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피터와 조안은 힘을 모아 거어드의 시체를 눈 밑에 묻어주엇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광선총으로 라디오 통신기를 모두 불태워버렸습니다. 만약에 갱 들이 목욕탕에서 나오더라도 무장 로켓과 연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자, 출발하자!" 조안이 말했습니다. 피터는 제트 썰매에 엔진을 걸었습니다. 제트 썰매는 눈보라를 일으키면서 리틀 아메리카 기지를 목표로 달리기 시 작했습니다. - 빌리의 운명은? - 한편 소유성 지대의 끝에 있는 셀레스 우주 경찰 본부에서는, 사령관인 톰 슨 대령을 비롯하여 모든 대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주 앉아 있었습니 다. 빌리와 로우저가 타고 있는 퍼트로 로켓 Z10호로 부터 무장 로켓과 싸우고 있다는 통신을 보내온 후 연락이 뚝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벌써 여러 시간 이 지났으나 아무 소식도 없었습니다. "무장 로켓에게 격추된 것이 아닐까?" "아니, 그럴리는 없어. 빌리는 조종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당 하지는 않았을거야." "아무래도 라디오의 고장일꺼야. 이제 곧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거야." 대원들이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을때, 감시탑 레이다계의 라디오가 울렸습 니다. "사령관님. 우주 북동 방면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물체가 다가오고 있습니 다!" "음, 관측 텔레비젼을 틀어라!" 톰슨 사령관이 마이크로 명령했습니다. 이윽고 천연색 화면이 밝아졌습니다. 화면속에서 아주 작은 빨간 점이 움직이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붉은 점은 잠깐 사이에 차츰차츰 커지면 서 가까이 다가왓습니다. "엇, 저건 구명 로켓 보트다!" 톰슨 사령관이 소리쳤습니다. "그렇다. Z 10호의 구명 보트다!" 다른 대원들도 소리를 질렀습니다. "역시 Z10호는 조난당했구나. 그렇지만 저 로켓 보트에는 한 사람밖에 타 지 못하는데, 누가 타고 있을까?" 대원들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로켓 보트는 경찰본부의 둥근 지붕 주위를 돌기 시작했습니 다. 둥근 지붕의 일부분이 '룭' 하는 소리를 내면서 빠끔히 열렸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정비원이 특수 철사로 된 고리를 공중으로 던졌습니다. 그 고리에 걸린 로켓 보트는 둥근 지붕속으로 끌어당겨졌습니다. 이윽고 지하실 본부에 모습을 들어낸 것은 로우저였습니다. "로우저였구나! 그렇다면 빌리는?" 대원들의 얼굴이 걱정으로 흐려졌습니다. 그들은 모두 겁장이이고 비겁한 로우저보다 용감하고 사내다운 빌리를 따랐습니다. 정말 빌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 로우저는 톰슨 사령관앞에 나아가 거수 경례를 하며 보고했습니다. "로우저 고우펌, 지금 돌아왓습니다." 톰슨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고했다. 빌리는 어떻게 되었나?" 하고 물었습니다. "빌리는 전사했습니다." "뭐, 뭐라고?" "우리들은 소유성 지대에서 갱단의 무장 로켓을 발견하고 공중전을 전개했 습니다. 그런데 적의 광선포가 우리 로켓에 명중하여 엔진과 라디오의 부 속이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그때 빌리도 쓰러졌습니다. 그대로 있다가는 로켓이 소유성 무리 속으로 날아들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구명 보트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로우저는 마치 저 혼자서 공중전을 치르고 온 개선 장군처럼 말했습니다.그 러나 대원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모두 로우저가 겁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톰슨 사령관을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그래,저 용감한 빌리가 정말 전사했단 말인가?" 그때 한 대원이 로우저 앞으로 불쑥 나서서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외쳤 습니다. "로우저! 네가 한 말에 거짓은 없겠지?" 순간 로우저의 얼굴빛이 변했습니다. "그럼, 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냐?" "그렇다. 네 그 얼굴에 거짓말이라고 쓰여 있다. 정말이라면 아마 좀 더 당당햇을것이다. 로우저! 너는 거짓말장이다. 구명 보트는 한 사람밖에 탈 수 없으니까, 빌리를 죽게 내버려두고 너 혼자만 도망 온거다." "아니, 그건 아니다! 빌리는 죽었다. 그래서 나느 하는 수 없이..." "닥쳐라! 너는 지금 떨고 있어. 그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니라니까, 빌리는 나에게..." "그만둬라! 싸움은 그만 둬!" 톰슨 사령관은 로우저에게 덤벼들려는 대원을 만류하고 로우저와 마주섰습 니다. 대령의 눈은 날카롭게 로우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로우저 는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로우저, 똑똑히 대답해야 해! 빌리가 죽었다는 건 정말이냐? 거짓말을 한 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만약 빌리가 살아 있다면 곧 구출하러 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정직하게 대답해라!" 순간 로우저는 울상을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빌리는 살아있습니다. 그렇지만 구명 보트에는 한 사람밖에 타지 못합니다. 저는 죽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빌리에게....." "빌리에게 어쨌다는 거냐?" "빌리에게 나를 태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빌리는 내게 구명 보트 를 양보해 주엇습니다." 톰슨 사령관은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왜 빌리가 전사했다고 거짓말을 했지?" 로우저의 얼굴은 자신에 대한 비굴감으로 흉하게 일그러졌습니다. "만약 빌리가 구출되어 돌아온다면,내가 울면서 애원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모든 사람에게 비겁한 자라고 손가락질 받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싫었습니다." 이말은 듣고 대원들은 발을 구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비겁한 놈 같으니라고, 이 쓸개 빠진 녀석아! 이런 녀석이 어떻게..." 톰슨 사령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그러다가 잠시 후, "알았다. 로우저. 너에 대한 처벌은 나중에 결정하겠다. 그것보다도 곧 빌리를 구출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빌리가 탄 로켓은 어느 방면으로 흘러갔나?" 하고 물었습니다. 로우저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소유성 지대의 제 17지구를 향해 흘러갔습니다." "뭐, 제 17지구라고??" 톰슨 사령관의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곁에 있던 대원들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서 눈을 커다랗게 떴습니다. 소유성 지대에서도 가장 위험한 제 17지구에 들어간 로켓은 지금까지 한번 도 구조된 적이 없엇습니다. "이게 웬 변인가...." "빌리가 탄 로켓은 아마 지금쯤은 소유성과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 을 거야." 하고 톰슨 사령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한 대원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사령관님!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가서 빌리를 구조하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 보내주십시오." 전대원이 너도나도 나섰습니다. 그러나 톰슨 사령관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 돼! 제 17지구에 간 사람은 살아서 돌아온 일이 없어. 죽으러 가는 것 과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빌리를 죽게 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빌리에게 안 됐지만, 한 사람때문에 여러명의 파일럿을 죽게 할 수는 없 다. 우선 얼마 동안 기다려보도록 하자." 톰슨 사령관은 전대원을 둘러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습니다. "지금부터 6주일 후면 소유성지대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데, 그때가 되 면 비로서 안전하다. 소유성 속으 조그마한 별은 궤도가 짧아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소유성 지대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해지지. 그때 빌리를 구 조하러 가자." "그렇지만 6주일을 버려둔다면, 그 동안에 빌리는 죽어버릴 겁니다." "음, 그러나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라디오 부원은 이제부 터 하루 종일 통신기에다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라. 만약 빌리의 라디오가 고쳐 지면 무슨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6주일 후에 구하러 간다고 힘을 북돋아줘라!" 그리고 나서 톰슨 사령관은 일동을 둘러보며 엄하게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에게 아무 말 없이 빌리를 구조하러 가는 자에게 는 엄한 벌을 내릴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톰슨 사령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대원들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고였습니다. 아, 용감한 빌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 돌아온 피터 - 한편 피터와 조안이 탄 제트 썰매는 역경을 극복하고 10시간만에 리틀아메 리카 기지에 닿았습니다. 피터와 조안의 이야기를 들은 리틀 아메리카의 남극 경찰에서는 곧 유엔에 보고하고, 에스에스단의 체포를 위해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그리하여 목욕탕에 갇혔던 갱들은 전부 체포되고, 남극에 도착할 무장 로켓 도 수배해 놓앗습니다. 미국에서 날아온 공항 사령부의 형사부장을 만난 피터는 당당하게 말했습니 다. "제가 갱의 협박을 받고 킹호의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저를 체포해 주십 시오." 그러자 형사부장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건 자네 책임이 아냐, 피터군. 킹호의 승무원속에 에스에스단의 스파이 가 있었어. 그가 이미 그전에 비밀을 알려주었던 거야. 그 사내가 나중에 체포되어 고백했네." "그게 정말입니까, 부장님?" "응. 갱단은 자네를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도 없는 킹호의 궤도를 누설한 것처럼 꾸며서 그것을 미끼 삼아 협박하고 있었던 거야." "예에, 그랬었군요....."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자부장은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습니다. "자네에겐 아무런 죄도 없네. 아니, 오히려 자네는 에스에스단을 일망타진 한 공을 세웠지 않은가. 자, 어서 부모님이 기다리시는 집으로 돌아가게." "예, 고맙습니다." 피터는 밝은 얼굴로 인사했습니다. 다음날, 피터는 제트기를 타고 조안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푸에고섬에 내려서 헤어질때, 두 소년은 서로 굳게 껴안았습니다. "조안, 가까운 시일내에 우리 집에 놀러와, 응?" "응, 꼭 갈께, 잘가, 피터!"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서 피터의 공로를 알게 된 시민들은 비행장으로 몰려 나와 피터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환영 인파 맨 앞에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피터, 잘 돌아와 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피터도 눈물을 흘리며 그 품 에 안겼습니다.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소리 높여, "피터 만세!" 하고 외쳤습니다. 그날 저녁, 오래간만에 하는 집에서의 저녁 식사는 피터에게 있어서는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었습니다. "이럴 때 빌리가 있었다면, 얼마나 반가와했겠니? 정말 안됐다!" 아버지가 불쑥 하는 말에 피터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빌리가 어떻게 되었나요?" "아,너는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아버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빌리는 갱단의 무장 로켓과 싸우다가 소유성 지대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단다." 하고 그 동안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피터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렇다. 내가 빌리를 구조하러 가야지' 피터의 눈은 친구를 위해서 생명을 걸겠다는 결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 탈 출 - 피터는 다음 날 아침 일찍, 화이트샌드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선더스소장은 몹시 반가운 얼굴로 피터를 맞이했습니다. "여어, 윌슨, 아니, 피터 호체스군! 잘 와주었네. 사령부로부터 자세한 이 야기를 들었네. 자넨 아주 훌륭한 일을 했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지상 조종소에서 일해주게." 선더스 소장은 피터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님. 오늘부터 당장 일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하며 피터는 로켓 발착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로켓 발착장에는 수많은 로켓 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소장님, 작은 로켓이 많이 서 있군요." "응, 오늘밤은 로켓 연습생 40명이 달의 수도까지 연습 비행을 할 예정이 라네.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야." 그 말에 피터의 눈이 번쩍 빛났습니다. 피터는 빌리를 구조하기 위해 어떻게든지 로켓을 빌리려고 이 공항으로 달 려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켓 파일럿의 면허를 갖지 못한 피터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로켓을 손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터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살짝 로켓 발착장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었 습니다. 그는 1번 로켓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 앞에는 2명의 연습생들이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피터는 싱긋 웃으며 그들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너희들이 1번기에 탈 연습생들이로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럼 곧 공항 사무소 응접실로 가봐. 교장 선생님께서 무슨 중대한 이야 기가 있다고 하며 기다리고 계시니까." 두 연습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이상한데? 출발 시간이 다 됐는데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는 무슨 소리야? 빨리 가라면 가!" 피터가 꾸짖듯이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출발은 맨 뒤로 늦추어졌어.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야. 어서 가봐!" 두 연습생은 고개를 꺄웃거리면서 멀여져갔습니다. 이윽고 1번기의 출발입니다. "1번기, 1번기, 준비는 다 되었는가?" 라디오로 출발 초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번기 준비 완료!" "출발까지 30초..... 20초..... 10초....." 피터는 조종간을 꽉 잡았습니다. "5초... 3초.... 0..... 발사!" '꽝'하는 세찬 진동소리와 함께 피터의 몸은 뒤로 젖혀지면서 스폰지와 고 무로 만든 의자에 파묻혔습니다. '음......!' 피터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온 몸의 뼈가 사정없이 삐걱거렸습니다. 특히 어깨뼈 부분은 바늘에 찔린 듯한 진통이 느껴졌습니다. 피터는 빌리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괴로움을 참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괴로움이 싸악 가셨습니다. 그와 함께 의자에 젖혀졌던 몸이 붕 떠올랐습니다. '됐다! 무사히 지구의 인력 밖으로 나왔다.' 피터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로켓은 몹시 빠르게 날아갔으나 피터에게는 조금도 그 속도가 느껴지지 않 았습니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지구는 캄캄한 우주 속에 우뚝 떠올라,초록빛 공 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쪽에는 보름달이 파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로켓은 1초에 4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을 향해 날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약 2시간40분후면 달에 도착할것입니다. '만세! 드디어 나는 우주를 날고 있다. 빌리, 기다려라! 반드시 구조하러 가겠다.' 달의 모습이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창문 가득히 다가왔습니다. 큰 분화구 가 있는 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착륙할까?' 피터는 날아오는 동안 내내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달의 수도인 루나 공항에 내리면 연료나 식량은 많이 있지만, 지금쯤은 지구로부터 연락이 닿 아서 피터가 멋대로 로켓을 몰고 갔다는 것이 알려져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내리자마자 잡히고 말것입니다. 피터는 치코 분화구 위에 있 는 치코 천문대곁에 착륙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치코 천문대는 루나 공항에서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우주 제일의 천문대로, 은하계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우주를 관측하는 일을 하고 있습 니다. 피터는 로켓을 거꾸로 세워 로켓 가스를 뿜어내며 능숙한 솜씨로 착 륙했습니다. 치코 천문대는 셀레스별에 있는 우주 경찰 본부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사발 모양의 둥근 천장으로 덮어씌워져 있었습니다. 천장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므로, 멀리서 보면 반으로 잘 라진 비누 방울 속에 동화의 나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피터는 천문대 속으로 들어가서 우주복을 벗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아주 상 냥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 지구로부터의 손님이시군요!" 돌아다보니, 피터와 같은 나이 또래의 어여쁜 소녀가 아버지인 듯한 훌륭한 신사와 같이 서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저는 피터 호체스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엠마라고 불러요. 이분은 우리 아빠인 치코 천문대장 허들러 박사예요." 허들러 박사는 웃으며 피터의 손을 잡았습니다. "잘왔네, 피터군. 천문대엔 무슨 용무가 있어서 왔는가?" "실은 로켓의 연료를 얻으려고 왔습니다만...." "저런! 그런 일이라면 루나 공항에 가는 편이 좋았을 텐데...." "예, 그렇지만 공항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잡히고 말테니까요." 이 말에 허들러 박사는 깜짝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잡히다니,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나?" "아니, 전 결코 나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피터는 사실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떠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친구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피터의 뜨거운 우정 은 허들러 박사와 엠마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훌륭하군요. 아빠. 도와드리고 싶어요. 연료와 식량을 나눠주겠어요." 엠마가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음, 좋아." 허들러 박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습니다. "피터군, 친구를 생각하는 자네의 아름다운 마음과 용기에 감탄했네. 연룡 도, 식량도, 물도 필요한만큼 가져가게." "고맙습니다. 박사님! 엠마, 고마와." 피터는 두 사람의 손을 번갈아가며 잡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엿습니다. 이렇게 하여 1시간 뒤에는 로켓에 충분한 연료와 식료품이 실렸습니다. 허들러 박사와 엠마, 그리고 천문대의 사람들까지 거들어주었으므로 일이 훨씬 더 빨랐습니다. "자, 그럼 성공을 비네!" "피터, 또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꼭 빌리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 오." - 소유성 지대 - 피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우주 공간을 날아갔습니다. 피터가 타고 있는 로켓은 1초에 160킬로미터, 1시간에 57만6천 킬로미터라 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고 있었습니다. 5일.... 10일..... 이렇게 계속 날고 있는 동안 달과 지구가 점점 멀어지더 니, 이윽고 다른 별과 구별을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대신 붉고 작게 빛나던 화성이 점점 커지면서 18일째는 보름달의 크기만 하게 되엇습니다. 19일째에는 드디어 오렌지빛으로 빛나고 있는 화서의 곁 을 지나갔습니다. 21일째 되는 날 밤, 로켓 전면 유리를 통해 마치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을 박은 띠 같은 작은 별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소유성 지대에 왔구나.' 피터는 긴장했습니다. 조난당한지 벌써 4주일이 지났습니다. 빌리는 과연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요 ? 피터는 소유성지대의 입구쯤에서 로켓의 방향을 바꿔 소유성을 따라 날면 서 라디오 통신기에다 대고 소리쳤습니다. "빌리, 빌리, 대답하라! 이쪽은 피터, 이쪽은 피터!" 그러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1시간쯤 계속해서 외쳤을 때였습니다. 라디오 통신기에서 빌리의 목 소리가 들렸습니다. "피터, 피터라니, 정말이냐?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피터는 얼른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빌리, 나다! 틀림없는 피터다! 너를 구조하러 왔다!" "오, 피터! 너는 로켓을 탈 수 없을 텐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나는 지금 소유성 지대의 바깥쪽을 따라 날고 있 다. 여기서 네가 있는 제 17지구까지는 2만 킬로미터다. 이제부터 바로 구 조하러 가겠다." "피터, 그건 안돼! 위태로우니까 그만둬라! 지금 제17지구에 날아들면 반 드시 소유성의 무리와 충돌하게 된다. 되돌아가라! 셀레스 본부의 라디오 방송을 들었는데 앞으로 2주일간은 위험하다고 했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너는 앞으로 2주일동안 살 수 없어. 어떻게든 구출 하고 말겠다. 자. 이제부터 제 17지구로 돌진한다!" 이번에는 빌리가 악을 썼습니다. "돌아가라, 피터! 만일 돌아가지 않으면 이젠 내 친구가 아냐. 절교다!" "절교는 너를 구하고 난 다음에 하자. 지금 돌진하고 있다!" 피터는 라디오의 스위치를 끄고 로켓의 방향을 휙돌려 소유성이 덩어리져 있는 가장 위험한 지대, 제 17지구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로켓은 세찬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연이어 또 다른 소유성의 무리가 휙휙 다가왔습니다. 레이다의 스크린에 붉은 선이 번쩍거리며 달렸습니다. 위험을 알리는 벨이 계속 울렸습니다. 소유성이 로켓의 궤도에 들어와서 곧장 돌진해온다는 예 고였습니다. 피터는 조종간을 잡아 힘껏 회전을 했습니다. 그 순간 소유성이 로켓을 스 치며 날아갔습니다. 만일 그것과 정면으로 충돌했다면, 로켓은 산산조각 나 고 말았을 것입니다. 징징징징징...... 지지지지지.... '앗! 이번에는 정면에서 커다란 운석이 세 개나 날아오는 구나.' 피터는 눈과 귀를 긴장시키며 레이다와 벨의 위험신호에 의지하여 이리저리 운석을 피하면서 날았습니다. 얼마동안 피터는 소유성과 운석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로켓은 몇 십번, 아니 몇 백번을 눈이 팽팽 돌 지경으로 구부러지며 바쁘게 돌아갔습 니다, 피터는 몹시 피곤했습니다. 차츰 손의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눈에는 새빨갛게 핏발이 섰습니다. 몸 전체의 뼈가 바스러진 것처럼 쑤시기 시작琴습니다. "아, 형님! 형님!" 피터는 바로 이 소유성 지대에서 소유성과 부딪쳐 세상을 떠난 형을 정신없 이 불렀습니다. 그때 피터는 꿈결에서처럼 그리운 형의 목소리를 들은 듯했습니다. '피터, 피터! 힘을 내도록 해라! 빌리를 구조 하겠다는 생각은 어디로 갔 니? 이를 악물어라! 머리를 흔들어라!" '앗, 그렇다! 빌리를 살려내야지.' 피터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흐려졌던 눈 앞이 갑자기 선명해지며 머리속이 맑아졌습니다. 그 순간 벨이 다시 세차게 울렸습니다. 징징.... 지지지.... 정면 유리를 통해 매우 큰 소유성이 번쩍번쩍 빛을 발하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앗! 큰일이다!" 큰 소유성은 강한 인력이 있어 다가오는 로켓을 빨아당기고 맙니다. 너무 거리가 가까웠으므로 이젠 스치고 지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순간 피터는 로켓을 빙글 돌려 로켓 가스를 뿜어내게 했습니다. 너무 급히 돌았기 때문에 잠시 동안 머리가 어쩔어찔했습니다. 피터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소유성의 인력과 다투며 조용히 그 위에 착륙했습 니다. 그곳은 들쑥날쑥한 큰 바위 사이에 있는 좁은 평지였습니다. 조금만 옆으 로 벗어났다면 로켓은 바위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피터는 '휴우~'하고 한숨을 내쉰 다음, 떨리는 손으로 라디오의 스위치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빌리의 목소리가 먼저보다도 더욱 똑똑하게 들려왔습니다. "피터! 아무 일 없냐? 피터!" "아무 일 없다. 빌리! 가까이까지 왔다. 이제 곧 간다. 기다려라!" 피터가 탄 로켓은 다시 공중으로 날았습니다. - 감격의 악수 - 그로부터 20분후, 피터는 마침내 빌리가 있는 소유성을 발견햇습니다. 지름이 1백미터 남짓한 아주 작은 소유성이었습니다. 빌리의 로켓은 커다란 바위와 바위사이에 가느다란 막대기가 휘어져 있었으 며, 운석이 뚫은 구멍이 20여 군데나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피터는 로켓을 소유성과 나란히 세웠습니다. "빌리! 빌리! 마침내 여기까지 찾아왔다!" 피터가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기쁨으로 떨리는 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피터! 피터! 너는 기어코 와주었구나. 고맙다. 피터...." 빌리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말끝을 채 맺지 못하였습니다. "바보같이 울기는....." 그렇게 말하는 피터도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잊지 못했습니다. "로켓에서 나올 수 있겠니, 빌리?" "응, 운석이 뚫어놓은 큰 구멍으로 나갈 수는 있어. 그러나 여긴 너무 좁 아서 네 로켓이 착륙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하지?" "모험을 해야지. 빌리. 지금 자석을 단 밧줄을 네 로켓을 향해 던지겠다. 자석은 아마 로켓에 들어 붙을 거야. 그러면 네가 그 줄을 타고 내 로켓까 지 건너오면 돼. 빌리,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우주 타잔이 되란 말이지? 좋아, 해보자." 빌리의 대답은 힘찼습니다. 피터는 가스를 조금씩 옆으로 뿜으면서 로켓을 조심스럽게 소유성 가까이로 몰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소유성은 인력이 약하기 때문에 로켓이 빨려들어 가 부서질 걱정은 없었습니다. 피터는 로켓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겨냥한 후 '휙'하고 밧줄을 던졌습니 다. 밧줄은 천천히 빌리의 로켓에 다가가더니, 이윽고 딱 들러붙었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빌리가 운석이 뚫어놓은 큰 구멍에서 기어나왔습니다. 그는 곧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피터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때샔로 날카롭게 빛을 발하며 운석이 날아갔습니다. 돌멩 이만한 것에라도 맞는 날에는 큰일입니다. 아주 작은것이라도 탄환보다 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잡아라. 손을 놓으면 안 돼. 빌리!" 피터는 밧줄의 끝을 잡고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았습니다. 빌리는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우주복의 헬멧 속의 얼굴이 이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10미터...... 8미터.... 2미터...1미터.... 드디어 빌리의 발이 피터의 로 켓을 밟았습니다. 두 소년은 딩굴듯이 로켓속에 뛰어들어, 문을 닫고 헬멧을 벗었습니다. "피터!" "빌리!" 두 소년은 서로 얼싸안고 감격에 넘쳐서 엉엉 울었습니다. "피터, 너는 목숨도 돌보지 않는 무법자 같은 놈이다!" "너 역시 무법자 같은 놈이야, 빌리!" "아, 이젠 죽어도 헤어지지 말자." "그래, 죽을 때까지 말이야." 피터와 빌리가 탄 로켓은 또다시 소유성과 운석의 무리를 뚫고 나와 이윽고 소유성 셀레스에 있는 우주 경찰 본부에 도착했습니다. 사령관이 톰슨 대령을 비롯한 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사람을 맞았습 니다. 그 동안 로우저도 벌로서 로켓 파일럿에서 제외되어 정비권으로 돌려 졌습 니다. 로우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그 편이 더 적합한 것 같았습니다. 로우저는 자기의 비겁한 행동이 수치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피터와 빌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 빌리, 그리고 피터. 나는 정말 철부지였어. 내 멋대로고 겁장이였다. 너희들은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피터와 빌리는 풀이 죽어있는 로우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걱정 말아라. 로우저!" "지난 일은 벌써 잊어 버렸다!" 맑게 갠 하늘엔 흰 구름이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화이트샌드 공항의 넓디넓은 로켓 발착장에는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 다. 높은 기둥위에 꽃혀 있는 우주 항공 학교의 깃발이 잔잔한 바람을 받아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우주 항공 학교의 졸업식이었습니다. 광장에 서 있는 1백여명의 로 켓 연습생들은 오늘 면허장을 받고 영광스러운 로켓 파일럿이 되는 것입니 다. 단상에선 아까부터 교장선생님의 연설이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특히 여러분에게 말씀들릴 것은 피터 호체스군의 일입니 다." 그와 동시에 광장을 메우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왓습니다. "피터군은 순간적인 오해로 학교를 퇴학당했던 것입니다. 나는 잘못되었던 그 당시의 처사를 지금 이 자리에서 피터군을 비롯한 여러분에게 사과드립 니다. 그리고 피터군에게는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우등 졸업생의 영광과 로켓 파일럿의 면허를 함께 드립니다. 피터군은 우리 우 주 항공 학교의 보배 입니다. 자, 피터 호체스군! 어서 앞으로!" 졸업생의 맨 앞에 서 있던 피터 호체스는 긴장된 얼굴로 단상으로 나갔습니 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과 우주 파일럿 면허증을 받앗습니 다. 이 순간을 잡기 위하여 많은 신문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고, 뉴스 영화의 카메라와 텔레비젼 카메라가 피터의 모습을 쫓았습니 다. 다음 순간 광장을 뒤흔드는 요란스러운 함성이 일어났습니다. "피터 호체스군, 만세!" 사람들은 모두 손바닥이 아픈 것도 잊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 중에는 빌리도 있었습니다. 토인 소년 조안도, 달의 수도에서 온 엠마도 있었습니다. 엠마는 지구에 놀러 왔다가 졸업식에 참석했고, 조안은 이 졸업식에 참석하 기 위하여 일부러 달려왔던 것입니다. 선더스 소장의 얼굴도 보이고, 피터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흐뭇한 얼굴도 보 였습니다. 피터는 곧 여러 사람이 둘러서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피터, 축하한다!" 피터는 사람들과 번갈아가며 악수를 하고 축하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누 군가 피터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우주 경찰 본부 사령관 톰슨 대령이었습 니다. 대령은 유엔 본부와 타협할 일이 있어서 지구에 왔던 길입니다. "피터군, 자넨 이번에 유엔 본부의 명령으로 우주 경찰의 퍼트롤 로켓의 승무원으로 임명되었네! 이제 빌리와 짝이 되어 대우주를 마음껏 날아다 니도록 하게." 하며 톰슨 대령은 피터의 손을 잡았습니다. "같이 해보자, 빌리!" "그래, 피터!" 두 소년은 맑게 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약속이나 한 듯 경쾌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휘파람소리는 두 소년의 꿈을 싣고 맑고 푸른 하늘로 올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