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피어 ----- 차 례 ----- 1.케이프 피어 1 2.케이프 피어 2 3.케이프 피어 3 4.케이프 피어 4 5.케이프 피어 5 6.케이프 피어 6 7.케이프 피어 7 8.케이프 피어 8 9.케이프 피어 9 10.케이프 피어 10 11.케이프 피어 11 12.케이프 피어 12 13.케이프 피어 13 1 토요일 낮 높게 떠있는 태양아래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오른손은 반쯤 먹다 남은 맥주캔의 시들어가는 냉기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캐롤이 가까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모처럼 소풍와서 먹은 점심이 기분좋게 소화되고 있었다. 제이미와 버키는 해안 뒤의 작은 언덕의 덤불을 뒹굴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조금 뒤면 열한 살의 제이미가 여섯 살의 버 키를 시켜 물에 들어갈 시간이 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러 올 것도 샘은 알고 있었다. 전에는 낸시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소리지르며 달리기를 했었다. 하지만 낸시는 올해 열네 살이 되었고 친구를 한 명 데리고 왔다. 파이크 포스터라는 열 다섯 살 난 사내 아이였다. 낸시와 파이크는 '스위트 수 3호' 앞갑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들이 맞춰놓은 라디오에서는 한창 인기있 는 디스크 쟈키가 소개하는 난해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 스위트 수'호는 해안선으로부터 100피트 떨어져 정박해 있었 지만 뱃머리는 모래사장에서 10피트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음악은 샘 쪽에서도 생생하게 들렸다. 샘 보우든은 그의 눈꺼풀 위로 붉게 스며들어 오는 햇살을 느끼며 그 어떤 특별한 일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 다. 모든 것이 좋았다. 올 들어 이 섬에 온 것이 첫 여행이 었다. 보우든 부부는 1950년에 이 섬을 발견한 이후 일 년에 3-4회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고 올해도 그럴 예정이었다. 그들은 버키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섬을 찾았었다. 섬은 우스울 정도로 작았는데 뉴 에섹스 서북쪽 호수 안쪽으 로 12마일 쯤에 있었다. 섬엔 언덕과 해변이 있었고, 모두가 건강했다. 그는 1948년부터 법률사무소에 다니고 있었다. 뉴 에섹스에 서 13마일 떨어진 하퍼마을 바로 밖에 있는 그들의 집은 능 력에 조금 벅찬 집이었으나 10에이커의 땅값이 조금씩 올라 가는 것으로 충분히 위안이 되었다. 그들은 공개할만한 저축 은 없었으나 약간의 우량주 지분이 있었고, 괜찮은 보험 계 약은 그를 안심시켰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들고 남아 있는 맥주를 들이켰다. 그는 초조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에게 다짐했다. 안절부절 못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문제들과 꼭 같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철저하고, 조용히 처리하면 될 것이 다. "이봐요." 캐롤이 불렀다. "왜?" "일어나서 날 좀 봐요, 게으른 아저씨." 그는 잘 생긴 팔꿈치를 들고 그녀 쪽으로 곁눈질을 했다. "멋있군." 그가 말했다. 그녀는 정말 그랬다. 선명한 바다색 수영복은 까무잡잡한 그녀의 피부에 잘 어울 렸다. 그녀의 머리칼은 검고 반짝거렸다. 그것은 캐롤에게 인디언 혈통이 조금 섞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소유한 세 척의 보우트도 B인디언식으로 명명 되어졌다. 그녀의 눈은 짙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코는 그녀 자신은 경 멸했으나, 뾰죽하고 약간은 매부리코였다. 그는 캐롤의 코를 좋아했다. 37살이라는 그녀의 나이는 눈가의 주름과 손등의 정맥이 불거져 나온 정도로 알 수 있었을 뿐 그녀는 나긋나 긋하며 날씬했다. "낚시를 하고 있지 않았군요." 그녀가 말했다. "보통 문제는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래요? 아줌마!" "목요일 사무실에서 돌아온 이후 계속 그래요. 겉으로는 멀 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해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래요. 결혼한 지 15년이에요. 당신 과 살아온 15년의 경험이 그렇게 느끼게 해요!" "꽤 도전적으로 들리는군. 당신, 수영복이 잘 어울리는데." "농담하지 말아요. 샘, 숨기지 말고 얘기해 보세요. 당신은 지금 필요 이상으로 피부를 태웠어요. 당신, 걱정되는 게 있 죠?" "뉴 에섹스 전체에 나는 '난해한 샘'으로 알려져 있소. 내가 무얼 생각하는지 아무도 모르지. 그들은 나의 모나리자 같 은 미소를 알지 못해. 나는 아무 동요도 없는 듯한 얼굴을 금방 만들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은 그걸......" "제발."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고, 그도 이제는 털 어 놓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아이스 박스를 열고 맥주캔 하나를 더 꺼냈다. 그는 그것을 따서 그녀에게 내밀었으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맥주캔을 세통째 들이켰다. "좋아. 하지만 내가 선천적으로 근심 걱정이 많다는 걸 염두 에 두고 듣는 것이 좋소. 모든 것이 놀랄 정도로 좋아. 나는 우리들의 이 소중한 천국이 계속되길 원하니까......" "당신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웃어버리든지. 그러길 바래. 목요일 사무실에 서 나올 때 좀 이상한 일이났소. 하지만 그게 처음은 아니었 어. 그것은 지난 날의 어느 해외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까." 샘은 캐롤이 기억하리라 생각했다. 1943년에 미국 해군에 의해 실시되었던 순항여행이었다. 그 때 샘 보우든은 군 법무 사무국의 장교였다. 그는 펜타곤의 휘장이 있는 제복을 입고 승선했었다. 그리고 결국 뉴델리의 C.B.I 본부에서 임무를 마쳤다. "잊지 않고 있어요. 여보, 오랫동안 가 있었지요. 내 생애에 서 아주 긴 시간이었죠. 아주 안 좋은 시기였죠. 정말 그랬 어요." "당신은 포복절도할 전투이야기를 한번도 못 들었겠지만.... .. 멜버른에서 일어난 얘기를 기억하고 있소? 재미있는 이야 기는 아니지만......" "대강은...... 당신이 어느 곳에서 하선하여, 어떤 일에 휘 말려 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목격자로 법정에 서게 되고 당신을 빼놓고 배가 떠나버린 일 아니에요? 우리가 정성들여 싼 사물함까지 잃어버렸다는 그 일 말이죠?" "나는 군법재판의 목격자였소. 강간사건이었지." "그것까지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목격자가 되었는지는 몰라요." "그때 우리들 몇 명은 호텔에 들었고 호주산 술에 흠뻑 취했 었지. 정말 그 호주산 술은 독했어. 그래서 배 쪽으로 산책 을 했어. 새벽 두 시엔 6월이었지만 매우 춥더군. 내가 거의 정신을 잃고 헤매기 시작할 무렵, 좁은 통로에서 이상한 흐 느낌을 들었어. 처음엔 강아지나 고양인 줄 알았어. 하지만 그건 여자였고,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여자는 열네 살 이었어." 그는 그날 밤의 취한 냄새를 그의 기억에서 지울 수 없으리 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넓고 버려진 듯한 거리로 몇몇 불빛만이 빛나는 굉장한 돌의 도시였다. 그의 구둣발소리는 벽에 부딪쳐 메아리치듯 울리고 있었다. 그는 웅얼거리고 있었다. "술통을 굴리세......" 그의 목소리는 반대편 통로 끝에서 멋있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배 안으로 들어온 줄 알았다. 그래 서 그는 멈춰 서서 의아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주시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다리가 보였고 우악스럽고 도 맹수 같은 리듬과 짐승이 힝힝거리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이어 또한 우람한 주먹으로 쓰러져 있는 여자의 얼굴을 치는 것을 보았다. 상황을 대충 파악하자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 그는 그 병사를 여자에게서 떼어내고 그 병사가 비틀거리 며 일어날 때 온 힘을 다하여 그의 턱으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그 병사는 그에게 힘없이 기대더니 미끄러지듯 쓰러 지고는 곧 대자로 뻗어 버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달려가서 해양경찰대를 데리고 왔다. 그 병사는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그 여자는 열 네 살이었 고 나이에 비해 조숙해 보이는 몸에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 여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아파서 삼촌집에 도움을 청하러 가 는 도중, 술에 취한 병사-맥스 캐디-가 그녀를 붙잡고 통로 로 밀고 가 추행하려 했던 것이었다. "교수형에 처하지 않았나요?" "아니, 하지만 교수형과 비슷했지. 그 병사는 군대에 7년간 근무했고 섬에서 전투를 수없이 치른 25살의 하사관이었어. 그는 정글에 대한 공포심과 신경과민증으로 부대에서 축출되 어 멜버린 가까이에 있는 휴양캠프로 보내졌었는데 그날이 그가 그 도시에 처음 간 날이었어. 그날밤 그 병사는 취해 있었고, 마침 나이들어 보이는 여자가 새벽 두 시에 길거리 에 나와 있었던 거였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군법회의에서 종신 노역형의 판결이 나왔어." 그는 그 하사관이 법정에서 자기를 어떻게 쳐다보았는지 선 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짐승같이 음침하고 사악하고 위험한 얼굴, 그리고 강철 같은 체격. 샘은 그를 바라보면서 그날 밤 그가 날린 주먹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를 알았다. 캐디는 법정을 가로질러 맞은편에 있는 샘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그의 손으로 즐기면서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 다. 짙은 머리칼이 그의 이마에 내려와 있었다. 샘은 그가 무얼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멍청하게 옷이 깨끗한 비전 투요원 장교, 분노에 찬 총성을 들어본 적이 없는 깨끗한 옷 을 입은 훼방꾼, 깨끗한 장교는 통로에서 빨리 뒤로 돌아서 그의 길을 가고 진짜 군인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했다. "샘, 당신 그 사람이 혹시......" "제발 흥분하지 말아. 너무 신경쓰지 말라구, 여보." 그는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었다. "맞아. 그 자가 풀려났어." 샘은 옛날 얘기 중에 캐디가 불쑥 떠오르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는 완전히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몇 년간 바다에서 일어났던 다른 많은 사건들이 캐디를 망각 속으로 묻어버렸었다. 그는 1945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그는 빌 스테취라는 그의 연대장과 사이가 좋았고, 전쟁이 끝난 후 빌의 초청으로 뉴 에섹스에 와서 그의 법률사무소에 합류했었다. "좀더 얘기해 보세요. 어떻게 된 일이죠? 도대체 어떻게 당신을 찾아냈죠?" "큰 문제라곤 생각 안해. 잘 해결되겠지. 어쨌든, 목요일 주차장으로 가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앞 에 서 있었어. 그는 이상한 얼굴로 나를 보고는 히죽히죽 웃 고 있었어. 미쳤다고 생각했지." "지금 물에 들어가도 돼요? 네? 시간됐죠?" 버키가 그들에게 달려와 물었다. 샘은 그의 시계를 보았다. "계속 빈둥거렸구나. 이 귀여운 말썽꾸러기들아. 5분 전에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이봐, 제이미! 시간됐어." "버키, 잠깐만." 캐롤이 말했다. "저 바위 밖으로는 나가지 마라. 알겠니?" "낸시 누나는 넘어 갔잖아요." "낸시는 인명구조 테스트에 통과했잖니? 너도 그 시험에 합격하면 넘어가도 돼." 샘이 말했다. "불평하지마. 자, 그러면 너희들이 물속에 머리를 담글 수 있는지 볼까?" 그들은 아이들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낸시와 그 녀의 친구가 일어섰다. 낸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낸시는 짙은 머리칼을 모자 속에 밀어넣으면서 '스위트 수' 의 선미 쪽으로 걸어갔다. 샘은 낸시의 가냘픈 몸매가 빠르 게 성숙했다고 생각하며 근심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낸시가 캐롤을 닮고, 아들들이 자신 을 닮은 것에 대해서 신에게 감사했다. 꺼칠한 머릿결, 마디가 굵은 뼈대, 창백해 보이는 푸른 눈동 자, 주근깨와 큰 이빨 등, 이것들은 사내아이들이 나이가 들 면서 아버지를 닮아가는 증거였다. 만약 그의 외동딸이 그랬 더라면 비극적이었을 것이다. "그 하사관이 맞죠? 그렇죠?" 캐롤이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아, 맞아. 맥스 캐디야. 그의 선고가 재심사되었어. 작년 9월에 풀려났지. 13년의 노동형기를 마치고 말이야. 난 그를 못 알아봤어. 그 는 5피트 9인치 키에 어깨가 벌어지고 무척 단단해 보였어. 그리고 머리는 반쯤 벗겨졌고, 많이 그을렸더군. 아마 도끼 를 가지고도 그를 당하지 못할 것처럼 생겼어. 눈이나, 턱이 나 입이 모두 꼭 같아." "당신을 위협했어요?" "노골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어. 그는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계산하고 있었어. 그리고 스스로 즐기고 있었어. 그 자는 계 속 나에게 증언을 하지 않았어야 했고 참견하지 말았어야 했 다고 말하더군. 그는 계속 나를 향해 히죽히죽 거렸어. 난 지금까지 그렇게 기분나쁘고 소름끼치는 웃음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그 인공 이빨은 또...... 그 자식은 나를 귀찮 게 하려고 결심한 것처럼 보였어. 그 자는 주차장까지 따라 왔어. 난 상관않고 웨건을 타고 시동을 걸었지. 그때 그 자 는 고양이처럼 날쌔게 움직여 키를 나꿔채고는 차에 붙어서 서 나를 쳐다봤어. 차 속은 마치 오븐 속같이 느껴졌어. 나 는 땀에 젖어 앉아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 고 있었지, 열쇠를 찾으려 하지도 못했어. 바보같이......" "밖으로 나와서 경찰을 불렀나요?" "그럴려고 했어. 하지만 그건...... 졸렬한 행동같았어. 국민학생이 선생님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냥 있었어. 그는 자기가 나를 찾은 방법에 대해 떠벌리기 시작하더군. 그의 변호사가 나에게 질문할 때 내가 펜실베니아 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는 얘기 를 주워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곧장 필라델피아로 가서 졸업 생 명부를 열람하고는 집 주소와 직장 주소를 알아냈대. 그는 나에게 자기가 겪은 13년의 노역 생활에 대해서 얘기하 면서 말끝마다 나를 '대위'라고 불렀어. 그리곤 14년 동안 줄곧 나를 생각했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잘 사는 게 기쁘다고 했어. 내가 만약 잘 살지 못하고 있다면 나를 찾 지 않으려 했다더군."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그는 그저 내가 증언을 한 것이 괜한 참견이었다는 걸 확인 시켜주려는 것 F같았어. 나는 땀을 흘리며 앉아 있다가 열쇠 를 돌려달라고 했지. 그 자는 차 열쇠를 돌려주면서 시가를 피우겠느냐고 물었어. 그의 셔츠는 시가로 가득 차 있었고 그가 말하길 품질이 좋은 거라나? 하나에 25센트씩이래. 내가 후진하여 나올 때 그가 히죽거리 면서 말했어. '애들과 부인에게 안부 전해줘요. 대위'라고 말야." "오싹하군요." 샘은 나머지 얘기를 다할까 말까하고 망설이다가 해야되겠다 고 마음을 굳혔다. 그것을 얘기해서 그녀에게 방심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다독거렸다. "자. 기운 내, 캐롤. 나 혼자 괜히 신경쓰는 건지도 몰라. 그렇지만 계속 내 _머릿속을 맴돌고 있어. 내가 목요일 저녁 에 늦은 걸 기억하지? 그때 캐디는 거의 30분이나 날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어. 그후에도 캐디를 자주 목격했어.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경고 의 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우리는 한데 뭉쳐 있어야 해. 항상 그 사악한 짐승의 작은 위협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까. 캐디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오, 저런." "당신도 그가 제 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아. 내 가 틀릴지도 모르지...... 의학적으로 그런 걸 뭐라 부르는 지 모르겠어. 편집증이라고 하는 걸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죄를 몰라. 나는 그가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자는 그때 <그 상대 여자가 다 큰 어른이었다는 게야. 그리고 그 여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창녀라는 거야. 그 자는 무조건 장교들을 경멸하는 타입인 것 같아. 그리고 이젠 그때 그 통로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완전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믿는 것 같아. 내가 그의 생애에서 13 년을 빼앗았고 이제 그걸 보상해야 한다는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 자는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알고 있어. 왜 그래?" 갑자기 캐롤이 눈망울을 크게 뜨며 한 곳을 주시했다. "그 자가 뉴 에섹스에 얼마나 있었죠?" "잘 모르지만...... 아마 여러 주 된 것 같아." "차를 갖고 있나요?" "잘 모르겠는데......" "옷은 어떻게 입고 있었죠?" "카키색 바지와 반팔 운동셔츠를 입고 있었지. 옷은 약간 더 럽고 모자는 쓰지 않았더군." "일 주일 전쯤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닐지 모르지만...... 아마 지난 수요일이었을 거예요. 마릴린이 짖는 소리가 들렸 어요. 난 마릴린이 뭔가 아주 약삭빠른 사냥감을 보고 짖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람쥐 같은 것 말이에요. 그래서 난 개가 짖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 리 만큼 시끄러워서 밖으로 나가보았죠. 마릴린은 도로 쪽을 주시하면서 꼬리를 감춘 채 뜰을 돌며 계속 짖고 있었어요. 도로 옆길에 낡은 회색차가 보였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우리집을 바라보면서 우리 담 위에 앉아 있었어요. 100야드 이상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보았지만 그 사람은 몸집이 단단해보였고, 머리가 벗겨져 있었고, 시가를 피우고 있었어요. 내가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 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아마 마릴린은 그 사람을 보고 짖은 것 같았어요. 그 자가 돌 같은 것을 마 릴린에게 던졌는지는 모르겠어요. 만약 그 자가 돌을 던지는 척만 했었어도, 우리 용감한 마릴린은 그렇게 했겠죠. 난 담 위에 앉는 것이 가택 침입이 `되는지 어떤지 잘 몰랐 어요. 담은 우리의 집둘레를 표시하는 경계선이잖아요. 그래서, 마릴린과 나는 집안으로 들어왔고 마릴린은 자기 자 리로 되돌아 갔어요. 나는 그 사람이 약간 무서웠어요. 알죠 ? 혼자만 집에 있다는 생각요. 나는 그가 잡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경치가 좋아서 거기 앉아 구경하는 것이라고. 다시 내다보았을 때도 그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어요. 세 번째 내다보았을 때는 가고 없 었어요. 그때 그 사람이...... 설마 캐디는 아니겠죠?" "나도 아니길 바라지만 그 자가 캐디라고 가정해 볼 필요가 있어. 제길, 더 좋은 개를 찾아야겠어." "마릴린은 용감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귀여워요. 저길 보세요." 마릴린은 어린애들이 물을 튀기면서 소리를 지르자 물에 들어가 재롱을 피웠다. 마릴린은 빨간 빛깔이 섞인 세터종이었는데 멋진 털과 몸매 를 갖고 있었다. 마릴린은 어린이들 뒤를 쫓아 헤엄치면서 기쁨과 흥분에 들떠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괜히 당신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구료." 샘이 다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해. 도리티와 스테취 같은 좋은 친구들이 회사 일과 부동산 일을 같이 하고 세금 문제도 잘 처리하고 있지만 경찰에도 내 친 구가 많아. 인구 12만 5천의 조그만 이 도시에서 이 샘 보우 든은 어지간히 알려져 있고, 아마 어느 정도 존경도 받고 있 겠지. 훗날 아마 뭔가에 출마할 생각까지 갖고 있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나도 남자란 걸 말하려는 것 뿐이야. 남자들은 가족과 자신을 책임져야 하잖아. 어제 젊고 유능한 변호사인 차리 호퍼와 점심을 먹었소. 그 에게 얘기를 했어." "틀림없이 당신은 장난처럼 얘기했을 거예요." "내 손이 떨리지 않았고 내가 뭔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애 기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믿도록 했지. 찰리는 이 문제를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 어. 그는 그의 이름과 인상 착의를 받아 적었고...... 찰리가 사용한 말중 가장 우아했던 말은 그의 부하를 시켜서 '그 자를 구워 삶겠다'라는 말이었어. 그 말은 법률에 W종 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구역에 있는 요주의 인물을 다른 곳으 로 내쫓는 수많은 방법들을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 았어." "하지만 어떻게 그 자가 떠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죠? 다 시 몰래 숨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죠?" "그런 말은 하지 말아. 그건 나도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까...." "왜 감옥에 가두지 않죠?" "무슨 죄명으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 완전히 새로운 법률 체계로 말이야. 누군가를 뭔가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 옥에 처넣는다. 뉴 에섹스는 완전히 전체주의로 가겠군. 캐 롤, 잘 들어봐. 나는 법을 믿어 그것은 서로 대치되고 알력 이 있고 또 억울한 경우나 불공평한 면도 있지. 하지만 법 의 기초에는 윤리적인 구조가 있어. 그것은 모든 시민이 자 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권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 어. 분명히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는 그걸 바꾸려고 했었지. 하지만 콧대 높은 늙은 괴물은 바뀌지 않았어. 많은 세월과 심혈을 기울인 학자들과 수 많은 입법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공평이라는 견실한 뼈대를 가진 거야. 나는 그것을 좋아해. 법에는 허점도 많고 마찰도 있어서 열받게 할 때도 있지만 그 기초는 아주 정직하게 만들어진 것이야. 그래서 캐디 같 은 사람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고 법률적 사고의 핵심이야. 만약 법이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면 할 수 없이 다른 방법에 의존할 9수밖에 없겠지. 환상에서 깨어나서 말이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는 듯이 얘기하는군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우리 여자들은 더 실제적이지요. 우선 총을 쏘는 방법을 배울 거예요. 그리 고 그가 우리집에 다시 온다면 총을 쏘아 우리 담벼락 바로 아래로 쓰러뜨릴 거예요."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군. 여기 우리 두 늙은이들도 다 른 애들과 같이 물놀이를 해야 될 것 같지 않소?" "좋아요. 하지만 파이크를 더 골려주지는 말아요. 당신은 파 치크를 골탕먹이는 게 재미있나 봐요." "난 단지 낸시의 재미있는 아버지가 되려고 하는 것 뿐이야." 그들은 물 쪽으로 걸어갔다. 캐롤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아요. 샘, 어떻게 돌아가는지 꼭 알려줘요." "그렇게 하지. 걱정하지 마. 우리가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그냥 막연하게 두려운 것 뿐이야." 그들이 물로 들어가려 할 때 낸시는 '스위트 수'의 선미로 오르려 하고 있었다. 물방울들이 그녀의 어깨에서 빛났다. 낸시의 엉덩이는 요즘 들어서 부쩍 여자답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낸시는 균형을 잡고 나서 깨끗하게 다이빙해 들어 갔다. 캐롤이 샘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낸시가 지금 몇 살인지 아세요?" "14살." 그는 캐롤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캐롤의 허리를 두 손으 로 꽉 쥐었다. "자, 이제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은 그만 하라구." "하지만 당신도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결론적으로 우리 둘다 그 우울한 생각들은 당장 떨쳐버리자구." "그래요." 캐롤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색하게 얼굴의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들은 조금 더 서로 쳐다보다가 얕은 여울로 들어섰다. 하 지만 그의 가슴에 달라붙은 끈끈한 근심 덩어리는 헤쳐나갈 수 없는 듯이 느껴졌다. 2 샘 보우든은 다음주 화요일 아침에 조니 캐리과 함께 뉴 에 섹스 신탁은행의 이사회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사무실에 있었 다. 조니 캐릭은 도리티, 스테취, 보우든과 채 일 년도 함께 있 지 않았다. 그때 찰리 호퍼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옆건물 에 있으니 얘기를 좀 하러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 샘은 조니와 급하게 검토를 끝낸 후 조니를 자신의 사무실로 보내어 보고서를 요약하도록 당부했다. 그리고 샘은 교환대 와 대기실에 전화를 걸어 찰리 호퍼가 도착하자마자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했다. 찰리는 몇분 뒤에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유우머스럽 게 생긴 그는 30대 초반으로 상당히 정력적이고 야망에 찬 모습이었으나 약간은 게을러 보였다. 그는 앉아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짙은 판넬벽, 조용한 목소리, 함무라비 법전까지 거슬러 올 라가는 법전 서류철들, 풍부한 향기와 부드럽게 바스락 거리 는 지폐, 나 같은 얼뜨기 사업가는 발뒤꿈치를 들고 들어와 야겠는데. 이러저러하는 동안 이 사업을 아주 멋있게 보이도 록 만들었어. 자네 상당하군." "지루해서 좀이 쑤시는 모양이구먼, 찰리. 난 지금 일하는 시간의 반 이상을 연필심을 뾰족하게 하는 하찮은 일에 허비 하고 있네." 찰리가 한숨을 쉬었다. "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고 있네. 시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토지 관리실에도 가고, 기획실회의 에도 참석하면서 말야. 참, 자네 왜 길 브레디의 코트하우스 테이번(사무실 안에 있 는 선술집)에 더이상 들르지 않나?" "최근에는 법률 문제에 대한 일이 없었다네. 효율성의 증거 겠지." "알아. 알고 있어. 음, 이제 오래된 자네 친구에 대한 조사 를 시작했네. 마켓가 근처에 있는 재켈가 211번지에서 5월 1 5일부터 묵기 시작했는데 6월 말까지 방세를 선불했다네. 오 늘이 열 하루째니까 아마 꽤 오래 머무를 모양이야. 우리 사 람들이 자주 숙박 상황을 검사하고 있네. 한 80년쯤 된 회색 체비세단을 몰고 다니는데, 웨스트 버지 니아 번호판이야. 댚沮 오후 마켓가(街) 술집에서 끌어내었는데 마크 듀톤 반 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아무 소란도 피우지 않았대. 매우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것 같대나." "아마 그랬을 거야. 캔사스에 알아 본 결과 작년 9월에 풀려 났대. 어디서 많은 돈과 또 차를 갖게 되었는지 물어본 후에 다시 조회를 해보았는데 그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찰리스톤 근처의 조그마한 언덕 마을 출신이고, 출감하고 난 후 거기 로 돌아갔었대. 그의 형은 계속 고향에 눌러앉아서 찰리스톤 에서 쭉 일했다는군. 맥스가 돌아오자 집을 팔아서 나눠 가졌대. 그의 몫으로 한 삼천불쯤 받았는데 허리띠에 넣어 가지고 다 닌다는군. 찰리스톤에서도 사면되었고 워싱톤에서도 방면됐대. 차 등록 이나 면허증도 제대로 되어 있고, 차와 방을 수색했는데 총 이 나오지 않았어. 할 수 없이 놓아주었지."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하던가?" "우리가 결정한대로 듀톤이 처리했네. 자네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고 하네. 캐디는 이 고장의 경치 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또 냉정했는데 그럴 듯하게 보였다고 듀톤이 말하더군." "듀톤에서 지금 사오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있도록 잘 얘기 했나?" "그랬네. 자네 이상으로 듀톤도 그런 사람을 싫어하네. 아마 계속 그를 감시하고 있을 거야. 그 자가 도로에 침을 뱉으 면 50달러 벌금을 물게 될 것이고 제한 속도보다 1마일만 높 아도 벌금을 물게 될 거야. 그가 술집에서 나오면 그들은 처 음부터 끝까지 쫓아다닐 거야. 그도 아마 알게 되겠지. 그 자가 차를 끌고 여기저기 다녀도 그들은 항상 따라서 다닐 거야." "찰리, 자네의 수고에 감사하네. 정말이네. 하지만 난 그가 단순히 겁을 주려는 것같지 않네." "너무 신경 쓰는 게 아닐까?" 찰리 호퍼는 담배를 꺼내면서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가 금요일 날 식사를 같이 할 때까지 도 그렇지 않았네만. 혹시 그 자 정신병자 아닐까?" "듀톤은 그것을 모르네. 그가 무얼 하려는지 짐작이 가나?" "몰라. 하지만 그 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방법으로 나를 해칠 것 같아. 자네가 만일 아내와 세 자녀가 있고 시골에 살고 있다면 자 네도 나처럼 떨게 될 거야." 그는 찰리에게 캐롤이 목격한 돌담 위에 4있던 사람과 주차 된 차에 대해 말해주었다. 캐롤이 그 차가 회색이었다고 말한 것은 그 사람이 캐디였다 는 심증을 더욱 굳혀 주었다. "단순히 놀래주려고 그런 건 아닐까?" 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샘, 다른 방법을 써보지 않겠나? 아펙스 사람들을 알고 있 나?" "물론이지. 지금까지 그 사람들을 고용해 왔네." "취약한 지역도 있지만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고 있고, 특히 이곳에 훌륭한 사람이 있네. 시버스라는 특별난 사람이지. 잘 훈련되었고 아마 C.I.C출신일 거야. 물론 경찰일도 했었고. 곰처럼 사납고 뱀처럼 냉정하지. 비 용은 꽤 들겠지만 다른 곳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을 거야. 그곳 책임자를 아나?" "알지. 앤더슨이야." "전화를 걸어서 시버스를 고용할 수 있는지 알아봐." "그러는 게 좋겠군." "캐디의 주소는 적어놓았나?" "그래 써놓았어. 마켓가 가까이에 있는 재켈가(街) 211번지 라고 했잖아." 네시 반에 시버스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앉아서 조용히 샘의 설명을 들었다. 그의 머리는 네모지고 얼굴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배가 약간 나오고 손은 매우 크 고 흰편이었다. 불필요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덤처 럼 조용히 앉아서 샘의 말을 듣고 있어서 샘 자신이 괜히 소 란떠는 B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앤더슨 씨가 수수료에 대해 얘기하던가요?" 시버스가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당장 수수료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얼마 동안 캐디를 감시하길 원하십니가?" "글쎄요. 저는...... 그가 나나 우리 가족을 해치려고 하는 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마음까지 읽을 수는 없습니다." 샘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노처녀의 히스테리 같은 감정으 로 이러는 게 아닙니다. 단지 시버스 씨가 그를 지켜보가 그 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 본 겁니다. 또 그가 우리 집에 언제 나타나는지 알고 싶습니다." "만약, 그가 선생님 댁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요?" "안전한 한도 내에서 그를 자세히 지켜보십시오. 우리가 그 의 범죄의도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갖게 된다면 도움이 될테 니까요." "보고는 어떻게 합니까?" "구두 보고 정도면 됩니다.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까?" 시버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최초의 제스 처였다. "벌써 시작했습니다." 화요일 저녁 샘이 사무실로 나서기 바로 전에 비는 그쳤다. 그가 18번도로를 들어섰을 때 저녁 햇살은 스러지고 있었다. 18번도로를 지나면 호수를 따라 도로가 5마일 정도 펼쳐져 있는데 그곳은 여름 휴양지로 개발되어 해마다 건물들이 들 어서고 있었다. 그 다음 구불구불한 목장지를 지나고, 8마일 정도 떨어져 있 는 하퍼 마을을 향해 서남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큰 건물 이 들어서 있는 곳을 지났다. 마을로 진입한 후 시경계 바로 밖에 있는 집을 향해서 오른 쪽으로 돌아 밀턴 로드 언덕을 올라갔다. 그들은 오랫동안 집을 찾다가 1950년에 그 농가를 찾아내고는 가격 때문에 망 설였었다. 그 농가를 현대식으로 개조하는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게산해 보았다. 하지만 그 캐롤은 그 오래된 집이 마음에 들 었다. 그 집은 10에이커의 대지 위에 세워져 있었고 느릅나무와 참 나무가 있었고 ,포플러가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전면의 모 든 창은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의 풍경을 펴쳐보여 주었다. 건축기술자들을 훌륭하게 작업을 해놓았다. 원래부터 집은 하얗게 칠한 벽돌집이었고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집 을 마주 볼 때 오른 쪽으로 긴 진입로가 있는데 이 길은 전 에도 헛간이었고 지금도 헛간인 지점까지 이어져 있다. 헛간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포드 웨건과 캐롤의 단단해 보이 고 우아한 다용도 MG승용차를 주차하기 위하여 쓰여지고 있 다. 헛간 역시 하얗게 칠한 벽돌 건물이었다. 건초간이었던 2층은 아이들만의 장소였다. 마릴린은 낑낑거 리는 경계의 소리를 계속 내며 벽 사다리로 2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려오지는 못해서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말아 넣고 눈알을 굴리면 누군가 안고 내려왔다. 샘은 진입로로 들어가면서 가까이에 이웃이 있었으면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터너의 집 지붕과 멀리 언덕 경사면에 있는 농장을 볼 수 있 었으나 겨우 그것 뿐이었다. 도로변에 여러 가옥들이 있었으 나 드문 드문 떨어져 있었다. 그는 헛간 안으로 차를 몰았다. 마릴린이 관심을 끌기 위해 춤을 추듯 꼬리와 머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샘은 개를 쓰다 듬어 주면서 헛간 안의 자전거를 보았다. 세 대 중에 버키 것만 있었다. 낸시와 제이미가 밖에 있다는 것이 그를 불안 하게 했다. 교통사고의 위험은 항상 그의 걱정이었으나 F이번에는 더욱 가중되었다. 하지만 어린애들을 이곳에만 묶어둘 수는 없었 다. 캐롤은 뒤뜰을 통해 헛간으로 다가와 그에게 키스했다. "찰리에게 무슨 얘기 좀 들었어요?" "그래, 당신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소." "좋은 소식이에요?" "그래. 얘기가 길어. 옷을 왜 그렇게 입었어? 오늘은 파티도 없는 걸로 아는데." "아, 이 옷요? 기분 좀 바꿔볼려고 입은 거예요. 걱정이 되 어서 그래요. 항상 그러잖아요? 기억해요? 행복했던 결혼 당 신의 옷들은 저녁마다 당신을 신혼 때처럼 자상하게 해주잖 아요." "하지만 너무 한 것 같아." 그들은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 을 동안 마시려고 길쭉한 잔에 칵테일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 갔다. 샤워가 끝난 후 캐롤이 들어오자 침대 끝에 앉아 찰리 와의 얘기와 시버스의 고용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그가 무슨 일을 저질러 체포되면 차라리 좋겠어요. 어쨌든 시버스 얘기는 반갑네요. 그 사람 잘할 것 같아요?" "잘 모르겠소. 하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부 드러운 사람 같았어. 찰리는 시버스가 최고 적격이라고 생각 하던데." "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인가요?" "잘 알고 있지.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 그는 벌써 활동 을 시작했어." "상당히 비싸죠?" "그렇게 비싸지는 않아."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 푸른 색 셔츠를 언제 버릴 거예요?" 그는 단추를 잠그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이 없어질 때면 나도 없어질 걸." "너무 심해요." "알아, 헌데 애들은 어디 있지?" "버키는 자기 방에서 앤디하고 비행기를 설계 중이고 제이미 는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터너네 집에 있어요. 그리고 낸시는 금방 시내에서 돌아올 거예요." "낸시는 누구와 같이 있지?" "산드라와 같이 자전거 타고 나갔어요." 그는 책상으로 다가가 잔을 들고 칵테일을 한 잔 마신 후 잔 을 내려놓았다. 캐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할 수 없죠. 먼저 정착한 사람들도 항상 적이 있었을 거예 요. 인디언들이나 사나운 짐승 말이에요. 그것하고 다를 게 없어요. 숲속에 숨은 짐승과 같아요." 그는 캐롤의 이마에 키스했다. "걱정 말아. 곧 끝날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낮에는 굉장히 배가 고팠는데, 갑 자기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학교로 가서 애 들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하지 않았어요. 학교 버스가 아이들을 내려놓을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잡 초만 뽑았어요." 그는 침실 창문을 통해 낸시가 어깨 뒤로 보이지 않는 친구 에게 손을 흔들며 자전거를 타고 진입로를 통해 헛간으로 가 는 것을 보았다. 아마 친구는 산드라일 것이다. 낸시는 청바 지와 빨간 브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낸시가 오는군. 오른쪽에 말야." "낸시는, 파이크에 대해서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아 요. 학교에 예쁜 여학생이 새로 나타났다는데 머리칼이 백금 색깔이라나 봐요. 낸시는 파이크를 이제 쏘드(thod)래요." "'쏘드'라고?" "쏘드는 clod(바보)와 thud(털썩, 쿵 내팽기치는 소리)의 합 성어라고 하대요. 낸시가 짜증스럽게 설명을 해주더군요." "그게 맞겠지. 파이크 포스터는 쏘드야. 틀림없어. 난 사실 파이크가 마음에 썩 들지 않았어. 15살 나이에 비해 너무 몸 집도 크고 근육질이야. 그 애와 말을 하면 그 애는 얼굴이 붉어지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거든 . 내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웃음소리로 말이야." "아마 당신을 대하기 어려워서 그랬을 거예요." "그건 나도 알아. 그는 TV세대 어린 아이의 전형이야. 빌어 먹을 학교와 교육방법 때문이기도 하구. 내가 납득할 수 있 는 대답을 얻기 전에는 PTA(학부모 교사연합회)에 절대 가입 안할 거야. 다른 방법을 쓸 거야." 둘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낸시는 카운터에 앉아 전화에 대 고 뭔가 얘기하고 있었다. 낸시는 심드렁하게 얘기했다. "오늘밤은 공부해야 돼요." "그럼 전화를 끊어라." 샘이 말했다. 뒤쪽 계단 쪽에서 굶주린 말이 꿍꿍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 다. 버키와 단짝 앤디가 부엌을 가로질러 헛간으로 怜“ 있 었다. "안녕, 아빠." "안녕. 버키, 앤디."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디 가니?" "헛간에요." "알았다." 낸시는 전화를 걸면서 신경질적으로 오른발을 흔들어 샌들을 벗어 버렸다. 맨발로 서서 손은 무의식적으로 카운터 밑의 선반고리를 만 지작거리고 있었다. 캐롤은 벽난로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알지 못할 목소리 로 투정했다. 캐롤은 요리는 잘했으나 감정적인 요리사였다. 그녀는 조미료와 얘기하고 조리도구와도 얘기를 나누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면 그녀의 잘못은 결코 q아니었다. 단지 조 리도구나 재료들의 고의적인 반란이었다. 이 놈의 비트(근대, 사탕무우)는 바싹 마르게 끓여지기로 결정하였구먼. 이 멍 청한 통닭이 긴장을 풀지 않는구먼. 등등. 샘은 긴 칵테일잔에 얼음을 넣고 식탁으로 가져갔다. 석간 신문을 식탁에 펴놓고 먼저 식당을 둘러보았다. 캐롤은 디자 인에 뛰어났다.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은 식당과 식료품 저장실, 창고를 합쳐서 만든 것이다. 싱크대와 버너로 조리공간과 식사공간을 구분했다. 찬장과 캐비닛은 짙은 소나무로 만들었다. 큰 창문은 헛간 뒤편의 나무가 우거진 언덕을 마주 보고 있었다. 눈금이 새 겨진 청동주전자가 나무벽에 걸려 있고, 식탁 옆에는 건재용 의 성긴 돌을 만들어진 조그만 난로가 놓여 있었다. 샘은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너무 식량창고 같아 이상 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식당을 가장 좋아했고 그곳에 있는 것을 좋아 했다. 하얀 나무로 만든 탁자와 파란 윌리암즈버그 벽은 특 별한 때를 위하여 보존되어졌다. 식탁은 다섯 사람이 편안하 게 앉을 수 있었다. 낸시가 전화를 끊고 샌들을 찾아 신을 때 샘이 말문을 열었 다. "경쟁자가 나타났다면서?" "예? 아, 그거요. 엄마가 얘기했군요. 별볼일없이 기분나쁜 애예요. 너무 잘난 척하고 형편 없어요 . 우리 친구들은 모두 그 애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흉내 내고 있다고 그래요. 남자애들이 그 애에게 잘 보이려고 엉 겨붙고 있어요. 꼴보기 싫어 죽겠어요. 메스껍구요. 글쎄 불 쌍한 파이크는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단지 그 여자애 주 위에서 근육자랑하면서 어슬렁거릴 뿐이에요. 관심 없어요." "좀더 여자답게 말하는 게 어떠니?" "모두가 그렇게 얘기해요." 불쌍한 듯이 그녀가 말했다. "공부해야겠어요. 정말이에요." "내일 시험이 있니?" 캐롤이 물었다. "역사 시험이 있어요." "도와줄까?" 샘이 물었다. "나중에 연대에 대해서 도와주세요. 골치아픈 구시대 연대를 전부 외우지 못했거든요." 그는 낸시가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변덕스럽고도 중요한 고비의, 반은 어린애고 반은 여자인 나이. 그리고 그 애가 여성스러울 때는 너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여 성다운 것 자체가 또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포고(pogo)란을 제외하고 신문을 모두 훑어보았을 때 캐롤이 전화 거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리즈. 나 캐롤이야. 우리 아이가 예절에 벗어난 짓은 안 했겠지? 그래? 좋아, 네 아들 마이크가 우리 집에 있을 때는 정말 신사다워. 모두들 그런 식으로 대하는가 보지? 제 이미 좀 바꿔줄래? 고마워, 리즈...... 제이미니? 엄마는 너 와 마이크가 공부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 단다. 듣니?...... 그래, 책상에 턱을 고이지 말고, 짭짭거 리지 말고, 아홉시 반까지는 꼭 집에 돌아와야 해, 알겠니?" 전화를 끝내고 나서 샘이 있는 쪽을 보더니 죄지은 사람 표 정을 지었다. "바보같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걱정이 돼서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한 건 잘한 거야."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정말 우리 모두 정신병자가 되겠어 요." "아이들에게 연락해서 확인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야." "버키는 불러들이고, 앤디는 그 애집에 보내주실래요? 여보." 아홉 시에 버키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본 후, 샘은 딸의 방으로 내려왔다. 딸은 레코드판을 쌓아놓고 음악을 낮게 틀 어두고 있었다. 낸시는 책과 노트를 편 채 책상에 앉아 있었 다. 테리천의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 었다. 낸시는 아주 지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연대에 대해 공부할 준비는 됐니?" "예, 아빠. 반쯤은 빠져 있을 거예요. 여기 목록이 있어요." "숫자도 왼쪽으로 기울여 쓰니?" "특이하잖아요." "그렇구나, 선생님들은 필체를 가르쳐 주시지 않니?"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세요." 그는 침대로 가서 낸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캉가루 인형을 치운 뒤 그곳에 앉았다. 샐리라 불리우는 캉가루 인형은 X그 녀가 첫 번째 생일날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인 형은 계속 낸시와 침대를 같이 쓰고 있었다. 낸시는 캉가루 의 귀를 뜯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귀는 조 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 공부를 하는데 저 선상비대증에 걸린 듯한 신사의 음악 을 꼭 배경으로 깔아야만 하니?" 낸시는 앞으로 몸을 길게 굽혀서 스위치를 껐다. "준비됐어요. 시작하세요." 연대 목록을 검토하였는데 5개가 빠져 있었다. 20분 정도 공 부한 후에 샘이 아무리 뒤섞어서 연대를 물어도 낸시는 모두 알아맞췄다. 낸시는 매우 총명하면서 경쟁심이 강했다. 그 녀만의 예민한 감각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비 록 창의성은 적었지만, 버키 역시 그 점이 낸시와 유사했다. 제이미는 몽상가였다. 이해는 느렸으나 상상력은 뛰어났다. 그는 일어나 목록을 넘겨주면서 머뭇거리다가 다시 앉았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는 말을 시작했다. "저는 지금 정신이 맑아요. 이 순간에는 차라리......" "얘야, 이건 교육이란다." "아빠, 우리에게 수 천번 얘기를 했잖아요. 엄마도 했고요.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지 마라. 숲속에 혼자 들어가지 마라. 편승여행을 하지 마라. 만약 이상한 사람이 수상하게 행동 하면 바람처럼 달아나라 등등요." "이번은 좀 다르단다. 낸시, 이번은 `특별한 한 사람에 대한 얘기야. 얘기를 할까 말까 했는데, 얘기를 해주는 게 낫겠 구나. 그 사람은 나를 증오한단다." "아빠를 증오한다고요."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 "물론 어떤 사람은 너의 온화하고 사랑하는 그러나 잘난 것 없는 아빠를 미워할 수도 있단다." "그런 뜻으로 물은 게 아니에요. 왜 그가 아빠를 증오하는 지를 물은 거예요." "오래 전에 내가 그 사람의 범죄 사실을 증언했단다. 전쟁 중이었지. 나의 증언이 없었다면 그는 풀려났을 거야. 그 후 로 줄곧 군대 감옥에 있었는데 풀려나서 지금 이 마을 가까 이에 있단다. 엄마와 나는 그가 몇 주 전에 우리 집에 나타 났었다고 믿고 있다. 그때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 는 무척 걱정이 된단다." "왜 그 사람은 감옥에 갔죠?" "강간이야. 네 나이 또래의 어린애를 강간했어." "저런 나쁜!" "그 사람은 나만큼 키가 크지는 않고, 존 터너 씨 정도의 키 야. 몸집은 크지는 않지만 아주 단단하게 생겼단다. 머리가 벗겨졌고 피부가 조금 탔고, 아주 하얀 의치를 하고 있지. 옷은 수수하게 입었고 시가를 피운단다. 기억하겠니?" "물론요." "어떤 사람이든 지금 내 설명과 비슷한 사람 가까이는 절대 있지 말아라." "그럴게요. 매우 흥분되네요. 그렇죠?" "그런 게 아니란다." "친구들에게 얘기해도 돼요?" 그는 망설였다. "해도 상관없겠지. 그 사람의 이름은 캐디란다. 맥스 캐디." 그는 다시 일어났다. "얘야,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는 말아라. 잠을 충분히 자두 어야 시험을 더 잘 볼거야." "애들에게 얘기를 빨리해주고 싶어요. 와우!" 그는 낸시에게 웃음을 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살짝 흐트러뜨 렸다. "멋진 일이야. 낸시 앤 보우든의 생활에 멋진 드라마가 연출 되다. 위험이 이 야윈 소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도다. 이 미 국 소녀에게 내 일은 아주 새로운 삶의 장을 여는......" "그만 해라, 문 닫아 줄까?" "아, 잊어버릴 뻔 했는데요. 마을에서 제이크를 보았는데 보 트를 밖으로 꺼내서 손질할 장소를 드디어 찾아냈대요. 그 애가 어떤 애인줄 아시죠.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이 번 주말에 제이크와 같이 보트를 손질해도 돼죠?" "좋아."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제이미가 와 있었다. 캐롤이 제이미 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달래고 있었다. 샘은 잠시만 기다리라 고 말했다. "방금 낸시에게 캐디 얘기를 해주었어." 캐롤은 찌푸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애는...... 알았어요. 잘했어요, 샘." "무슨 일 있어요?" 제이미가 물었다. "잘 들어라, 얘야. 지금 너에게 하는 얘기는 잘 들어야 한다." 그는 제이미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제이미는 열심히 듣고 있었다. 샘은 말했다. "이 얘기를 버키에게도 할 거란다. 하지만 버키에게는 별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구나. 그 앤 늘 혼자만의 떨어진 화 성세계에서 살고 있으니까 네가 버키에게 좀더 붙어 있을 수 없겠니? 네 친구들에게는 재미있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건 사실이야. TV프로가 아니란 말이다. 해줄 수 있겠니?" "물론이에요. 하지만 왜 그를 체포하지 않죠?" "그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잖니?" "틀림없이 그를 체포할 수 있어요. 경찰들은 총을 많이 갖고 있잖아요. 음......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게서 빼앗은 총 말이예요. 그리고, 음...... 그 사람에게 쳐들어 가서 그 총 을 그의 호주머니에 살짝 숨기고 나서 그 사람을 체포하는 거예요. 그런 후 허가없이 총을 가진 죄로 감옥에 보내고요. 그러고 나서 총을 연구소에 갖고 가서 검사를 하면 살인자 의 총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 다음에 그를 전기의자에 앉 히면 되잖아요." "맙소사." 캐롤이 말했다. "제이미야,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인 이유는 절대 그런 일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는 죄없는 사람을 감옥에 가두지 는 않아.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를 감옥에 가두지는 않는단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제이미 보우든, 너도 누군가의 거짓말에 의해서 죄없이 감 옥에 갇히게 될지도 몰라." 제이미는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스쿠터 프레스콧이 나에게 각서를 쓰도록 했어요." "왜?" "왜냐면, 어...... 난 팔굽혀 펴기를 스물 여덟 번 할 수 있 거든요. 그리고, 내가 쉰 번 할 수 있을 때는 그에게 가서 그의 납작한 코를 더 눌러 버릴 거예요." "그 애도 그걸 알고 있니?" "그럼요, 내가 얘기해줬거든요." "이제 잠자리로 가거라." 캐롤이 말했다. 제이미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뒤돌아서며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스쿠터도 팔굽혀 펴기를 시 작했대요!" 제이미가 올라간 후 캐롤이 물었다. "낸시가 어떻게 받아 들이던가요?" "아주 현명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말한 건 잘한 것 같아요." "그럴거야. 나는 가장이야. 캐디에게 하느님의 무서움을 가 르쳐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소. 이런 탁상공론 가지고는 안되겠어. 아마 경찰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음모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마릴린이니?" 그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개를 들어오게 문을 열었다. 개는 꼬리를 흔들면서 그를 쳐다보고는 접시로 다가갔다. 마릴린 은 빈 그릇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쳐다보 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 앉아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더이상 없어. 너 다이어트 중이잖아. 기억하니? 마릴린?" 마릴린은 슬픈 듯이 물그릇을 쳐다보고 나서는 자신의 구석 자리로 가더니 세 번이나 돌다가 풀썩 무너지며 앉았다. 샘 은 개 옆으로 다가 앉아 손으로 배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소녀다운 아름다움을 되찾아야지, 마릴린. 이 살을 좀 빼야 되지 않겠니?" 개는 눈을 굴리면서 그를 쳐다보고 꼬리를 두 번 흔들었다. 그리고 길고 흰 어금니를 드러내며 길게 하품을 한 뒤에는 낑낑거렸다. 그는 일어섰다. "이 엄청난 짐승아. 고양이에게 놀림당하지, 날쌘 다람쥐에 혼을 빼앗기지, 네 살된 대식가 겁쟁이에겐 하루하루가 괴롭 겠구나. 그렇지, 마릴린?" 잠에 취한 듯 꼬리를 치더니 개는 눈을 감았다. 샘은 하품을 하면서 거실을 오락가락 했다. 캐롤이 그를 보더니 역시 하 품을 했다. "나는 강아지 하품에 전염되고, 당신은 나에게 전염됐구료." "자야겠어요." "낸시가 자는지 보고와." 그가 말했다. "금방 갈게요." 그는 불을 끄고 현관을 잠궜다가 다시 끏┙駭? 그리고 앞뜰 로 나가서 도로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비가 공기를 맑게 씻 어 내렸다. 6월의 향기가 다가왔고 곧 올 여름을 느끼게 했 다. 별들은 조그맣고 높이 떠 있는데 새로 광을 낸 것같이 빛났다. 18번 도로에서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계곡을 가로 질러 먼 곳에서 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모기가 귀에 앵앵 거리자 손을 흔들어 쫓아 버렸다. 밤은 어두웠고 하늘은 높 았다. 세상은 아주 넓은 곳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보잘 것 없이 작고, 하찮고, 변덕스러운 것이었다. 아내는 잠자리에 있을 것이다. 캐디는 어둠을 호흡하며 이 밤 어딘가에 있으리라. 손을 흔들어 모기를 쫓고 축축한 잔디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 다. 현관을 잠그고 잠자리로 올라갔다. 3 목요일 아침 열 시에 시버스는 샘의 사무실에서 그에게 지금 까지의 활동을 보고했다. 시버스는 여전히 정숙한 태도로 단 조롭고 지루한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했다. "숙소에서 6시에 나올 때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마켓가 에서 세 블럭 떨어진 니콜슨의 술집으로 들어갔고 7시 30분 에 술집에서 나와 다른 차옆에 주차시키고 클랙슨을 울렸습 니다. 그러자 어떤 여자가 나오더니 그의 차에 올라탔어요. 뚱뚱한 금발이었는데 큰 소리로 웃더군요. 다시 숙소로 차를 몰고 돌아와서 주차시키고 여자와 같이 방으로 ㅂ철 갔다 가 40분 후에 다시 나왔습니다. 그들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렸고 나도 계속 따라갔습니다. 그는 자주 방향을 바꿨어요. 그는 내가 따라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는지 아니면 빈틈없 는 것인지 혹은 식사할 곳을 찾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난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18번 도로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보조 도로로 차를 몰았습니다. 차량은 거의 없었고 그는 구부러진 곳을 돈 후 속도를 줄였 습니다. 나는 별 수 없이 그의 차를 지나쳤습니다. 그들의 시야에서 내가 벗어났을 무렵 시동을 끄고 라이트도 끄고 기 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따라오지 않았어요. 그는 빈틈이 없었어요. 빨리 되돌아 가 보았지만 갈래길이 많아 할 수 없 이 니콜슨 술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거기에 자주 들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서 다시 그를 찾을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를 맥스로만 알더군요. 여자는 마켓가에 있는 여 자였는데 이름은 베시 멕고완입니다. 창녀는 아니지만 창녀 와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그는 새벽 세 시에 술에 취한 그 여자를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 그는 멀쩡하더군요. 나는 녹초 가 되어서 아침 열시 반에 돌아왔습니다. 그는 열두 시 십오 분 경 나와서 식료품점에 들러 물건을 사갖고 집으로 돌아갔 습니다. 다섯 시에 그녀를 태우고 제퍼슨 애비뉴에 있는 낡 은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7시에 나왔는데 여자는 겉 옷을 갈아 입었더군요. 다시 니콜슨 술집으로 돌아왔어요. 아홉 시에 혼자 나와서 걷기 시작했지요.. 그는 호수의 나 루 쪽으로 내려가더군요. 즐거워 보였어요. 그는 항상 빈틈 이 없었고, 민첩했던 한번에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는 것 같 았습니다. 순식간에 그를 잃어버렸습니다. 아니 잃어버렸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오른쪽 바로 곁에서 시 가에 불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놀랐지만 그는 나에게 싱글거리면서 '좋은 밤이죠'라고 말하 더군요. 그리고 니콜슨 술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다시 그는 그 여자를 데리고 8마일 쯤 떨어진 호수 곁의 스네이크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고 그들은 3시 쯤 다 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거기에 지금도 있을 겁니다. 난 시간만 낭비했을 뿐이고 얻어낸 건 없습니다. 다음은 어 떻게 할까요?" "사무실에서 그 자에게 다른 사람을 붙여야 할까요?" "나도 최고랍니다. 보우든 씨. 당신을 놀리려는 게 아닙니다 . 앞으로 그 자는 더욱 민첩하게 행동할 겁니다."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그가 시버스 씨가 누군지 알아차렸 다고 하더라도 무슨 문제가 됩니까? 어쨌든 계속 그 자를 감 시할 수 없겠습니까?" "눈 떼지 않고 감시할 팀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 게 해도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인원 3명, 차량 3대, 2교대로 계속 주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우리를 떼어놓을 방법은 너무나 많습니다. 극장엘 들어가서 다른 출구로 나오거나, 백화점에 올라가서 또 다른 출구로 나가거나, 어느 호텔에 들어가서 주방으로 나오거나 등등 너무 많은 방법이 있습니 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만 두십시오. 그냥 돈만 낭비하게 될 겁니다. 그는 벌써 감시당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도 언제든지 벗어 날 수 있도록 대비하고 또 그럴 능력도 있을 겁니다. 그 자 는 냉정하고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버스 씨는 내게 별로 도움이 못 되는군요. 그 사람이 나 를 해치려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그 자가 여기에 온 이유입니다. 어쩌면 나의 가족 모두에게 나에 대한 복수를 할지도 모릅니다. 시버스 씨가 이런 경우 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의 암갈색 눈빛이 밝게 바뀌었다. "그의 마음을 바꾸어 보도록 하십시오." "어떻게요?"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나도 그를 만나봤어요. 그를 병원에 입원시키십시오. 아니면 자전거 체인으로 손을 좀 보아 주던지...... 그럼 아마 그도 알아들을 겁니다." "하지만...... 그 자가 전혀 음모를 꾸미지 않았을 수도 있 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할 겁니다." "유감이지만, 시버스 씨. 아마 그게 나의 약점일지도 모르지 만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법을 다루는 게 내 직업이기도 하지만 나는 올바른 방법이 좋습니다." 시버스는 일어섰다. "선생 일이니까 할 수 없지만...... 그런 자는 짐승입니다. 선생도 짐승처럼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나라면 그렇 게 "하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조용히 개인적으로 말해주십 시오. 우리 기관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의 꼬리를 쫓느라고 공연히 돈만 낭비하실 것 같습니다." 그는 문간에 멈춰서서 손잡이를 잡은 채 돌아보았다. "선생은 이 문제에 한 각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선생은 법대 로 해야 하다고 하였소. 만약 그가 무슨 짓을 한다면 분명히 그는 잡힐 것이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도 있겠 죠." "아까 말한 팀은 어느 정도 비용이 듭니까?" "일 주일에 2천달러 쯤 들 겁니다." 시버스가 돌아간 후 샘은 일에 몰두하려고 노력했으나 그의 주의는 금방 캐디로 쏠리고 있었다. 목요일 밤에 집에 돌아 올 때 샘은 시버스가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캐롤에게는 말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설명하기도 어렵 거니와 불필요하게 캐롤은 놀라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캐롤은 금요일 오후 세시 쯤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캐롤 의 전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전화기를 쥔 손에 점점 힘이 들 어가고 있었다. 캐롤은 거의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캐롤, 애들은 모두 괜찮아?" "예, 예, 괜찮아요. 그...... 그 놈의 멍청한 개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금 집에 올 수 있겠어요?" 밖으로 나오다가 빌 스테취의 사무실에 들러 집에 약간의 문 제가 생겼다고 얘기했다. 기가 차에 치인 것 같고, 오늘은 계속 집에 있어야만 할 것이라고. 그는 서둘러 집으로 왔다. 우중충한 날이었다. 캐롤은 재빨 리 헛간으로 걸어 갔고 애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캐롤은 수척하고 창백해 보였다. 낸시는 얼굴이 하얘졌고, 눈은 붓고 충혈되어 있었다. 제이미는 떨리는 입술을 꽉 물 고 있었다. 버키는 비틀거리며 두 손을 눈에 대고 쉰 목소리 로 우는 것이 오랜 시간을 울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캐롤은 뒤로 물러서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낸시야, 동생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렴." 하고 외쳤다. "하지만 나는......" "빨리!" 캐롤은 그들에게 좀처럼 심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집 쪽으로 돌아갔다. 버키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캐 롤은 다시 다시 남편에게로 몸을 돌렸다. 눈에는 눈물이 가 득했다. "하느님만이 오늘 내가 겪었던 40분간의 지옥에서 건져줄 수 있을 거예요." "무슨 일이오? 마릴린이 차에 치었어? 죽었소?" "죽었어요. 하지만 차에 치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개를 MG 차에 태울 수가 없었어요. 시간은 아주 좋은 때였어요. 학교 버스가 와서 애들을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낸시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어요. 난 총 맞은 것처럼 밖으로 튀어 나갔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버스가 멈춰섰을 때 제이미가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요. 마 릴린이 앞마당에서 뭔가를 뱉어내고 있는 것을 보았대요. 항 상 하던대로 애들을 맞으러 깡총깡총 뛰어가다가 갑자기 낑 낑 울면서 빙빙 맴을 돌더래요. 그러다가 스스로의 옆구리를 물어 뜯으며 발작을 시작했대요. 그래서 낸시가 울부짖기 시작한 거였어요." 눈물이 캐롤의 뺨에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내가 나왔을 때 개는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처 럼 불쌍하고 무서운 광경을 본 적이 없었어요. 세 아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어요. 가까이 가려 했지만 하도 사납게 물려 고 해서 건드리지도 못했어요. 곧장 안으로 들어와서 로우니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창밖을 @내다보니 애들은 멀찌 감치 떨어져 있었고 개는 계속 경련?일으키고 있어서 당신 에게로 전화했어요. 마릴린이 뒹굴고, 몸부림치고, 울부짖는 소리는 너무 처참했어요. 애들에게 못보게 하려 했지만 그 러진 못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그냥 끝나버렸어요. 로우니 박사는 죽기 바로 전에 도착했어요. 로우니 박사가 개를 차 에 싣고 갔어요. 바로 20분 전이에요." "독약을 먹었다고 하던가?" "그런 것 같다고 했어요." "제기랄!" 그의 눈이 뻣뻣해졌다. "내가 보기에도 지독한 광경이었는데 애들에게도 그걸 보게 놔두다니! 이번 주말은 지독할 거예요." "잠시 동안 애들하고 함께 있었소?" "어디 가시게요? 아, 수의사에게 가시려구요?" "그렇소." "빨리 오세요." 루우니 박사는 몸집이 크고 침착해 보였다. 하얀 머리칼에 맑은 눈과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샘이 대기실에 들어 가자 책상 뒤에서 루우니 박사의 부인이 머리를 끄덕여 인사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방 나와서 말했다. "루우니 박사님이 안으로 들어오시래요, 보우든 씨. 맨 안쪽 이에요." 검정 푸들 장난감을 무릎에 놓고 기다리던 여자가 그를 뚫어 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로우니는 작업대에 서 있었다. 마릴린은 -조그만 방의 더러 운 목재 탁자 위에 숨이 끊어진 채 뉘어져 있었다. 한쪽 눈 의 흰자위가 드러난 채 마치 흐릿한 붉은 천처럼 보였다. 루우니가 작업대에서 돌아섰다. 인사도 없었고 상냥한 기색 도 없었다. "난 세계 최초의 실험 재료들은 갖고 있지는 않네, 샘. 하지 만 스트리키니네(신경흥분제의 일종, 유기 염기)라는 걸 확 신하네. 그것도 굉장한 양이야. 날고기에 투입시켰어. 아마 살코기를 길게 잘라서 그 안에 집어 넣은 것 같아." 개는 한쪽 귀가 뒤로 젖혀 있었다. 샘은 그것을 펴주었다. '나를 정말 마음 아프게 하는군.' 루우니는 작업대 맞은편에 선 채 샘과 함께 죽은 개를 바라 보고 있었다. "죽은 개를 더 괴롭히지는 않았네. 다행스럽게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는 단지 순수하게 내가 기어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네. 난 동물을 독살하는 사람은 살인자보다도 더 사악하고 추악 하다고 믿고 있네. 이해 못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애 들이 보았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아니, 아미, 잘 모르겠습니다." "샘, 작년에 내가 자네에게 개를 개훈련소로 보내라고 했을 때 보냈으면 좋았을 걸 그랬네." "귀찮을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랬더라면 그런 고기는 건드리지도 않았을 거야." "우린 그 개에게 다이어트를 시켰습니다. 그 개는 항상 거지 처럼 잘 먹었고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는 개였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매력적인 성격을 가졌었으니까요. 제기랄." "자네도 알다시피 이제 자네가 더이상 할 일이 없네. 누가 했는지 알아내더라도 저 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야. 나한테 개를 해부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개를 싣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냥 돌아가서 어디에다 묻을지 결정하고 땅이나 충분히 파 두도록 하게나. 5시에 여기 문을 닫고 나서 내가 개를 싣고 가겠네. 개를 무엇으로 좀 싸야겠네. 어린애들에게 그걸 보여 줄 필요가 없잖은가. 모양도 좋지 않으니 말이야." "더 이상 신세지고 싶지 않습니다." "신세라고? 흠, 가서 무덤 만들 준비나 하게." 샘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캐롤은 버키를 조용히 진정시켜 놓 았다. 그는 나무처럼 거실에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볼은 부어 있었고 심한 딸꾹질처럼 억눌리는 흐느낌이 그를 흔들 었다. 캐롤은 부엌에 있었다. 마릴린의 먹이 접시와 모포가 치워진 것을 보고는 잘한 일이 라고 샘은 생각했었다. "낸시와 제이미는 어디 있지?" "자기 방에요. 루우니 박사가 뭐래요?" "스트리키니네라고 했어." 그는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그의 어깨로 다가왔고 그는 그녀를 껴안았다. 목구멍에 걸리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난 계속 그 개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알고 있어." 그녀는 다시 싱크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샘, 누가 그렇게 나쁜 짓을 했을까요?" "글쎄, 하지만 마음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임엔 틀림없어." "하지만 그 개는 병아리를 쫓아 죽이거나 꽃밭에 들어가서 화단을 망치거나 한 것은 아닐 거예요. 그 애는 어린애들과 같이 놀 때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가지도 않잖아요." "어떤 사람은 개 자체를 싫어하기도 해." 그녀는 돌아서면서 수건에 손을 닦으며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당신은 학교 버스가 올 때 집에 있어 본 적이 없죠, 샘. 마 릴린은 버스가 고개를 맾철璨윱 소리를 알아차려요. 그 개 가 어느 곳에 있었던간에 버스가 멈추는 곳으로 달려가서 버 스가 멈출 때까지 거기에서 기다려요. 누군가 차를 몰고 학 교 버스를 뒤따라와 봤다면 그런 걸 알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버스보다 약간 앞서서 차를 몰고 와서 항상 그 개 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장소에 그 독약을 넣은 고기를 개에게 던져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냥 우연의 일치일 거야." "그게 아니라는 걸 당신이 더 잘 알텐데요. 당신도 나와 꼭 같이 느낀다는 걸 알아요. 내가 신경과민인 건 아니잖아요. 밀톤 도로를 따라서 집집마다 개가 있어요. 난 누구네 집에 서 개를 기르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단 한 집, 윌 리시스 부부 집이에요. 그들 집은 여기서 1마일 이상 떨어 져 있고 고양이를 많이 길러요. 그들이 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우리는 이곳에 거의 7년 이상 살았는데 이런 일 이 생겼다는 얘기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어요. 하필이면 처음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우리 개냔 말이에요?" "자, 캐롤......" "자, 캐롤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벌써 같은 생각을 하고 있 어요. 당신도 알고 있어요. 그 굉장히 똑똑한 사설탐정은 어 디에 박혀 있었나요?" 샘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더이상 우리 일을 하지 않아." "언제 그만 뒀죠?" "수요일 밤에......" "왜 그만두었죠?" 그는 시버스가 그만 둔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수건에 손을 닦으면 서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당신이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건 언제죠?" "어제 아침이야." "그런데도 저한텐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군요. 나는 계속해서 모든 일이 잘 되어 가고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어요. 당신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해버렸군요. 나는 어린애고 바보예요? 난...... 지나치게 보호되는게 싫어요." "당신에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미안하오." "그래서 캐디가 마음대로 활보하고 우리 개에게 독약을 먹였 군요. 이젠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은 어느 쪽부터 시작할 것처럼 보여요? 큰 애요? 작은 애요?" "캐롤, 제발." "내가 신경과민이라고요?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죠. 난 신경 이 예민한 여자예요." "정말 캐디가 그랬는지 아직 모르잖아." 그녀는 수건을 싱크대로 집어던졌다. "내 말을 들어봐요. 난 캐디가 했다는 걸 알아요. 증거도 있 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물적 증거는 아니에요. 법적 증 거는 없어요. 하지만 나는 느낄 수가 있어요.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이건 우리 가족 일이에요. 마릴린은 우리 가족의 일원이었어요. 차례차례 어떻게 되어 나가는지 구경 하고 나서야 대책을 세울 건가요?" "어떻게 되어 나갈지 잘 모르잖소?"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이번 일은 당신이 오래 전에 했던 어떤 일 때문에 일어났잖아요." "내가 해야만 될 일이었소."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나에게 그 사람 이 당신을 증오한다고 말했었죠? 그가 제 정신이라고 생각하 면 안돼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에게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해요." 그녀는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 리곤 이번에는 몸을 덜덜 떨면서 울상으로 그의 팔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부축해서 식탁 옆의 소파로 데려가서 앉혔다. 그가 아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그녀는 웃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난 우는 여자를 경멸해왔어요." "여보, 당신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어떤 기분인 지 잘 알고 있소. 불평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오. 나는 아주 정당한 방법으로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을 얻고 있소. 아 마 이 시대가 원시적인 시대라면 아니 단지 원시적인 나라라 면 캐디를 처리하는데 분명 쉬웠을 것이요. 나는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이고 그 자는 사회의 아웃사이더 이니까 나는 갱단을 만들어서 그를 죽였을 거야. 아니면 혼 자서라도 능히 그를 죽였을 거야. 정말 죽이고 싶으니까. 당 신은 그 원시시대 방법을 원하는 거요? 당신의 본능이 그렇 게 해주길 바라는 거요? 하지만 당신의 논리는 얼마나 그게 불가능한지를 당신도 알고 있잖소. 그렇게 해봐야 나 역시 감옥으로 보내질 뿐이오." "아...... 알아요." "당신은 내가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처리하기를 바라고 그게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오. 그를 놀라게 해서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를 죽일 수도 없고. 내가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경찰은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아. 난 지금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 월요일에 듀톤 반장을 만나는데 그 가 찰리가 약속한 방법을 쓸 수 있는지를 우선 알아봐야겠소 .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여기를 떠나 그가 모르는 곳 으로 옮겨야겠소." "어떻게요." "학교 수업이 다음 주에 끝나잖소." "수요일이 마지막 날이에요." "당신이 애들을 데리고 있을 곳을 찾은 후, 사무실로 나에 게 전화를 해." "당신은 어떻게......" "우린 집 문을 모두 잠그고 난 후 호텔을 잡으면 돼. 나도 조심할 거야. 오래 가진 않을거요." "하지만 언젠가는 또......"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소. 하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가 지고 있는지 짐작은 돼. 우리에게 무턱대고 덤벼들지는 않을 거야. 우리에겐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줄 거요." "어쨌든 더 조심해야 되겠죠?" "다음 주부터 내가 MG를 쓸테니 당신이 웨건을 타고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와. 난 사람들을 다시 고용하고 당신 은 내일 우즈만과 함께 사격 연습을 받아." 그녀는 손가락을 그의 손가락에 끼었다. "미안해요, 화를 내서.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샘, 당신이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마릴린의 무덤을 파야 하오. 루오니 박사가 병원 일이 끝난 후 여기로 온다고 했소. 어디가 좋겠소?" "헛간 뒤 사시나무 옆의 언덕이 어떨까요? 그 전에 새들을 묻었던 곳 말에요." 그는 색이 바래고 페인트가 묻은 작업복과 오래된 푸른 색 셔츠를 입었다. 그는 캐롤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마 직감으로 캐디가 그랬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그는 증거도 하나 없이 그 자가 그랬다는 것을 쉽게 믿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 까지의 그가 받아왔던 훈련과 그의 모든 직감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는 제이미의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테이프로 수리된 빨간 케이스의 플라스틱 라디오가 켜져 있 었다. 제이미는 침대에 앉아서 책장이 접혀진 총기류 카다로 그를 대충대충 넘기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올려다 보면서 말했다. "독약이 확실히 맞죠?" "응, 맞아." "우리를 증오하는 그 사람이 그랬어요." "누가 했는지는 모른다. 제이미." 그의 눈은 창백하게 파래지며 커졌다. 그는 카다로그를 내밀면서 물었다. "이런 것 보셨어요. 나팔총이에요. 놋쇠 총신으로 되어 있어 요. 마이크와 난 f.f.g화약가루와 이 나팔총을 살 거예요. 화약을 두 배정도 넣고 녹이 벌겋게 쓴 못을 서른 개 정도 가득 넣을 거예요. 이 총으로 캐디의 배때기를 쏠 거예요. 땅!" 그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마이크도 알고 있니?" "아빠가 병원에 갔을 때 전화했어요. 울지 않는 것처럼 얘기 했지만 그 애도 울었어요. 여기로 오겠다고 했지만 오지 말 라고 했어요." "마릴린을 묻을 무덤 만드는 걸 도와주겠니?" "네." 샘은 헛간에서 삽을 갖고 나왔다. 죽은 잉꼬, 엘비스의 무덤 을 표시하는 조그만 십자가가 원형 돌무덤 위에 곧게 서 있 었다. 엘비스는 집안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녔는데 버키가 네 살 때 실수로 밟아 죽여버렸다. 그후 버키의 죄책감과 공포는 다른 식구들이 우려할 만큼 오 래 계속되었다. 샘은 무덤을 어느 정도 판 후 제이미에게 계속하도록 했다. 제이미는 침통한 얼굴로 거칠게 파냈다. 샘이 아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낸시가 천천히 걸어서 그에게 다가왔 다. "알맞은 장소예요. 마릴린은 실어 왔나요?" 낸시가 물었다. "로우니 박사님이 실어 올거야." "창밖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젠장." "진정해라. 얘야." "엄마는 그 자가 한 짓이래요." "엄마 생각은 알고 있지만 증거가 없단다." 제이미는 땅 파는 것을 멈췄다. "더 큰 무덤을 팔 거예요. 그 놈을 위한 무덤을 파고 밀어넣 고 나서 뱀을 집어넣을 거예요. 그리곤 돌멩이로 채우고 위 에서 꽉꽉 누를 거예요." 샘은 제이미가 헐떡이는 것을 보았다. "이제 내 차례다. 삽을 주렴." 그들은 서서 아버지가 마무리하는 것을 보았다. 로우니가 도 착했다. 그는 개를 너덜너덜한 카키색 담요에 싸가지고 왔다. 샘은 차에서 개를 내려 무덤으로 운반했다. 개는 무척 무거웠다. 그는 재빨리 두덤을 덮고 봉분을 만들 었다. 로우니 박사는 차를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을 뿌리치고 그냥 마을로 돌아갔다. 저녁식사는 별로 활기 없이 끝냈다. 저녁 동안 샘은 새로운 주의를 주었다. 반발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무 말없이 그의 '주의사항을 받아들였다.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뒤 샘과 캐롤은 거실에 앉아있었 다. "그 애들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을 거야." "버키가 가장 심했을 거예요. 개를 사왔을 때 버키는 두 살 이었고, 마릴린은 그 애를 가장 잘 따랐어요." "내일부터는 약간 엄격하게 할 생각이오, 모두 보트에 매달 려 일하게 해. 죽은 개에 대한 생각을 잊게 말이야." "사격 연습은요?" "하고 싶은 모양이구료. 전번에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것처 럼 보였는데......" 둘은 잠시동안 그대로 있었다. 샘이 불안스럽게 일어서서 창 밖의 어둠을 보았다. 멀리서 6월의 천둥소리가 으르릉거렸다 . 호수 북쪽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릴린도 천둥에 대해서 항상 꼭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머리 를 들고 옆으로 기울였었고 귀를 뒤로 당겼었다. 그리고 일 어서서는 옆쪽을 주시하면서 입을 다시고는 큰 소리로 부자 연스럽게 하품을 했었다. 그리곤 자기의 잠자리로 어슬렁어 슬렁 걸어갔었다. 약간 미안한 얼굴로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는 자신의 잠자리로 가서 웅크리고는 했었다. 한번은 갑자기 큰 소리로 천둥이 울리자 마릴린은 총알처럼 뛰어서 방을 가로지르다가 틈을 잘못 계산하여 문의 바닥 모서리에 강하 게 머리를 부딪힌 적도 있었다. 마릴린은 튕겨져서 얼얼해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잠자리로 기어들었었다. 모두를 웃었지만 버키만은 웃지 않았었다. "여기는 마법으로 지켜진 곳이었어요." 캐롤이 말했다. 샘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얼 말하는지 알겠소." "완전무결한 곳이었어요. 이젠 어둠 속에서 뭔가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우리들의 마법은 더이상 효력이 없게 됐어요." "삶이란 건 매우 변하기 쉬워." "나에게 철학적인 말은 하지 말아요. 나 혼자만의 우스꽝스 런 미신을 갖게 내버려두세요. 우린 아주 멋진 바보의 천국 을 가졌었어요." "또 갖게 될거야." "꼭 같지는 않아요." "당신에겐 힘든 하루였소." 그녀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했다. "지금부터는 그걸 잊어버리고 싶어요." 천둥이 더 가깝게 들렸다. "문을 잠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 당신은 먼저 올라가. 금방 갈테니까." 그녀가 올라간 뒤 그는 집 뒤에 서서 서북쪽 하늘을 바라보 았다. 지평선 바로 아래서 분홍색 섬광이 보였다. 마릴린이 용감하고 튼튼하고 당당했더라면 모두에게 훨씬 좋았으리라 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개는 항상 미안한 듯한 눈빛으로 단 지 으르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고 낑낑거렸으며, 예감과 경계 로 가득한 그런 불운한 피조물이었다.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특별한 고통을 항상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런 두려 움이 이제 현실로 마릴린을 덮친 것 같았다. 4 보우든의 다섯 식구는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여 아침식사 를 했다. 전날 밤에는 하늘이 찢어질 듯이 무서운 폭풍우가 몰아 닥쳤는데 제이미와 버키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낸시는 시끄러운 창가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캐롤이 번개와 천 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샘의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 꼭 껴안은 채 밤을 지새운 사실을 샘도 캐롤도 말하지 않았 다. 마릴린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버키는 두려 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오늘 할 일을 말하겠다." 샘이 말했다. "잘 들어라. 낸시는 엄마를 도와 부엌 청소를 하고 침대를 정리한다. 남자들은 나를 도와 보트 물건들을 정리해서 차에 싣는다. 그리고 제이미 너는 오후에 있을 연습용 사격목표 물로 사용할 깡통을 매달아 놓아라. 자, 시작." 사격장은 건물 뒤 경사가 완만한 언덕길에 있었는데 그 제방 은 진흙으로 되어 있었다. 제이미는 반 타스의 깡통을 쓰레 기더미에서 주워 끈으로 묶어서 진흙 제방 앞에 있는 단풍가 지에 매달았다. 그들은 22구경 탄알을 한 상자 반을 써버렸다. 샘과 낸시가 가장 성적이 좋았다. 제이미는 낸시가 자기보다 훨씬 성적이 뛰어나자 예전처럼 기분이 언짢았다. 캐롤은 지난 번보다 사격성적이 좋았다. 캐롤은 샘이 일러준대로 H사격기술을 발 휘했다. 캐롤은 당당했다. 샘은 한쪽에 떨어진 채 조준하기 위해 치켜올라간 그녀의 턱 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다른 때보다 훨씬 조용했다. 가끔씩 해왔던 게임이었지만 오늘은 모두가 어떤 새로운 각 오를 가진 듯 했다. 버키는 마지막 차례에 여덟 발 탄알로 60피트 떨어진 깡통 세 개를 벌집 투성이로 만들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의 감탄 에 얼굴이 상기되었다. "깡통을 버릴까요?" 제이미가 묻자 샘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내일 오후에 조금 더 연습을 하자. 우리가 보트 일을 마치고 말이다." "그러면 집안 일은 어떻게 하죠?" "오늘 내일 저녁에 하지 뭐." 샘이 말했다. "오늘 저녁에 드라이브인 영화관에 가려 했는데......" 낸시가 불평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새로운 규칙을 벌써 잊었니?" 샘이 물었다. "아니에요, 아빠." "너와 함께 드라이브인 영화관에 갈 차를 누가 운전하지?" "토마켄트예요. 18살인데 밤에도 운전을 잘해요. 그리고 산 드라와 보비도 같이 가니까 더 좋지요." "가구점집 아이들이니? 캐롤이 물었다. "예, 맞아요. 걱정할 거 없어요. 바로 이곳에서 나를 태워서 죤 웨인 영화를 보고 곧바로 돌아올 거예요. 이 일을 금요 일 쯤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마릴린 때문에 잊어버 리고 있었어요. 가게해 주세요. 한번만요, 네?" 샘은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캐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을 보았다. "그러나 이번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어서 가서 준비해 라. 우리는 선착장으로 바로 갈테니까." 아이들은 언덕을 달음질쳐 내려갔고, 샘과 캐롤은 뒤처져 따 라왔다. "나와의 약속과 틀리지 않소?" "알아요.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신은 내가 얼마나 토미켄트, 토미켄트, 토미켄트 하고 들었는지 알지 못할 거예요. 그 애는 학교에서 대단한 인물이고 게다가 이름난 운동선수래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그와 데이트하기를 바란대요. 그 인기가 대단하대요." "난 낸시가 근육질 체격에 싫증이 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토미켄트는 가엾은 파이크만큼 멍청하지 않아요. 그 애를 토요일에 상점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지난 8월에 늦게까 지 공부하기 위해 스탠드를 살 때 말예요. 그는 아주 멋진 젊은이였어요." "그 애가 멋지다고? 제기랄! 당신, 낸시에 대해 좀 생각해 봐. 그 애는 겨우 14살이야. 밤중에 드라이브인 영화관에 털 털거리는 고물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싫어. 그런 애들을 뭐 라고 부르지? 열정의 관객들? 영화는 쳐다보지 않고 장난만 치는 고객들?" "케케묵은 보호자 노릇은 그만 둬요, 여보. 우리가 낸시에게 도덕적으로 무엇인가를 주입시키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그 애는 이젠 어른이 다 되었어요. 산드라와 낸시가 같이 앉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난 미칠 지경이야." "여보, 그 애는 별 일 없을 거예요. 드라이브인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집에 있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파이크와 헤어지고 많이 위축되었지만 이번 데이트 로 다시 그 애는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빌어먹을...... 그 차는 아마 브레이크도 없고 불도 희미하 고 닳아빠진 타이어를 달고 있겠지." "혹시 투도어 세단의 프리머스 새 차일지도 모르죠." "당신 말을 한번 믿기로 하지. 제이미는 무얼 하지?" 제이미는 버키와 낸시더러 앞에 가라고 하고는 마릴린의 무 덤 옆에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오자 단 호하게 말했다. "여기에 마릴린의 이름과 날짜를 새긴 큰 대리석 기념비를 세워요." "그래, 얘야. 우리는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 샘이 말했다. "그러나 큰 대리석 기념비는 생각해 봐야겠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뜻이죠?" "기념비는 수수해야 한다. 강바닥 같은 곳에서 한쪽 면이 평 평한 좋은 돌을 찾아 보자. 그곳에 마릴린의 이름을 새겨 놓 는 거야." 제이미가 미심쩍은 듯이 쳐다보자 캐롤이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마릴린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떤 때에는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아 눈을 뜨기가 무서울 때도 있어요." 캐롤이 제이미를 끌어 안았다. "알아, 우린 모두 똑같이 느낀단다." 제이미는 엄마 품에 안겨 샘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날 마릴린이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부엌으로 숨어 들어와 음식을 먹는 것을 모두 보았잖니. 그러다 갑자기 땅 바닥에 구르고 괴로워하다가 죽어가는 것을 우리는 그저 지 켜볼 뿐이었어. 너무도 짧은 순간에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지금도 안 믿겨지는 것이 당연하다." 캐롤이 말했다. 캐롤은 제이미를 살짝 떠밀면서 말을 이었다. "이 바지는 뱃일 하기에는 너무 아깝구나. 어서 집으로 뛰어 가 옷장 안에서 제일 허름한 청바지를 찾아 입고 나오너라." 제이미가 뛰어가자 캐롤은 샘에게 말했다. "저 애의 상상이 너무 심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금 한 말들은 너무 충격적이에요." "11세 짜리 아이들의 생각이란 원래 미숙하고 약간 야성적인 성향을 띤다고 볼 수 있어." "여보, 나는 지금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 또래 애들은 흔히 한패가 되어서 약하고 자기들과 뜻 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 는 시기야. 그건 일종의 생존특성이기도 해. 전쟁 중에는 오히려 잔인하고 야만적인 생각이 살아남게 되 는 조건이 되지. 도덕적인 것에 마음을 쏟으면 죽게 마련이라구." "당신도 때론 어리숙해지는군요. 난 제이미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그 애는 그런 과격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구요." "모든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어떤 타성에 젖은 상태에서 자기 도 모르게 인간의 기본특성을 드러낸다고 생각지 않아?" "그렇게 생각해요. 못 말릴 박사님!" 뉴 에섹스 요트크럽은 시에서 동쪽으로 4마일 거리에 있었는 데, 넓은 요트장, s계선장, 방파제 그리고 테라스가 있는 메 인 빌딩을 갖고 있었다. 그 안에는 술집과 무도장도 잘 갖추 어져 있었다. 유람선 선주들은 '구린내나는 놈들'이라 불렀 다. 대형 요트들은 대부분 시설이 훌륭한 뉴 에섹스에서 장기간 정박했다. 여름에는 마이애미와 포트 라운더데일에서 관광객들이 오고 겨울에는 몇몇 대형요트의 현지 선주들이 배를 돌리는 곳이 기도 했다. 샘과 캐롤은 호수나룻배를 구명정으로 개조한 '스위트 수 2 호'를 마스터하고 최근 함정선교로 개조된 약 16년 된 흔들 흔들한 26피트 길이의 주가 유람선 '스위트 수 3호'까지를 마스터하고 나서야 뉴 에섹스요트크럽에 가입했다. 클럽의 회비는 비싸고 사교에 할당된 시간은 빡빡했다. ㄸ殮牟 페인트칠과 니스칠을 한 스위트 수 3호는 말할 수 없이 산뜻했다. 또한 티크와 청동, 크롬, 마호가니로 만들어 진 세부구조는 하나하나가 단단하게 보였다. 배는 오페라에 출연한 여주인공처럼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보 였다. 배는 최초의 새로운 단장으로 활발하게 보였고 출항할 때마 다 옆에 계류하고 있는 호화선에 좌우로 흔들리며 세차게 부 딪히곤 했다. 배는 스크류가 한 개인데다 그렇게 흔하지 않 은 65마력짜리의 선박용 엔진을 달고 있었다. 엔진은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고 무서운 힘이 있어 '스위트 수'는 10노트(註: 1시간에 1해리를 달리는 속도)는 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뉴 에섹스요트크럽에서는 이 엔진을 좋지 않게 여기고 있었 다. 그들이 요트장 한가운데로 진입할 때에 두 번씩이나 엔 진이 꺼졌고 그때마다 사람들이 동원되어 끌어야 하는 소동 을 빚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샘은 선수에다 방수포로 싼 5마력자리 선외기를 준비해 두었다. 크럽은 이용 회비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회원들로 숨막힐 정도로 붐볐다. 게다가 하퍼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샘과 캐롤은 2년째 회 비를 납부하고 나서 크럽가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 고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크럽을 탈퇴했다. 그후, 그들은 하퍼보트크럽에 가입했다. 그것은 뉴 에섹스와 하퍼 사이의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었는 데 18번가 길 끝에서 10마일 정도 가까웠다. 크럽건물은 오 두막집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했다. 조선장은 작고 혼잡했다. 제이크바데스의 조선소는 크럽의 이웃에 있었는데 조선소는 너저분한 무허가업체였다. 그곳에 서는 또 배뿐만 아니라 연료, 기름, 기어 등과 함께 낚시도 구와 캔맥주도 팔고 있었다. 제이크바데스는 아버지가 죽은 뒤 사업을 물려 받아 졸지에 사장이 되었는데 사람은 좋으나 게으르고, 잠만 자는 뚱보였 다. 그는 아무 배나 40피트 이상 끌어 당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선체수리도 할 수 있었다. 특히 선박용엔진 수리 솜씨가 그만이었다. 그의 조선소는 선체를 수리하기에는 크 럽에서 너무 떨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철물, 빈 기름통으로 너저분한 목조건물이었다. 대부분 하퍼보트크럽 회원들은 각자 알아서 일들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제이크는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듯이 보였다. 그는 배를 끌어내는데 아주 적은 보수를 받았으며 싸구려 티 셔츠와 질긴 돌베바지를 입고 맥주를 마시면서 단골 손님들 이 배에서 일하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곤 했다. 크럽회원들의 아이들은 제이크를 아주 좋아했다. 그는 아이 들에게 여러가지 괴기한 거짓 모험담을 들려주곤 했다. '스위트 수'는 쾌적하고 거의 최신식으로 보였다. 제이크는 배밑으로 다가가서 선가의 횡목에 떨어진 가느다란 나무 조각을 주워들고 말했다. "내가 이 조각을 어림잡아 깎았는데 잘 맞을 것 같군. 접착 력이 좋은 방수풀에 담갔다가 저기에 박을려고 말이야. 샘, 8자네가 잘 수리할 수 있겠지? 풀통이 있는 곳을 가르쳐줄게 . 얘들아, 오늘은 너희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싶구나. 버키, 지난 번처럼 달아나면 안돼. 너는 일도 잘 하니까 좀더 열 심히 일을 하면 근사한 근육을 가꿀 수 있겠다. 또 늙은 마 릴린이 도와 줄 수 있다고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니냐?...... 왜, 그러니? 내가 뭐 잘못 얘기했니?" 제이크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풀 가지러 가지." 샘이 말했다. 오두막으로 가는 도중 샘은 제이크에게 개에 대해 이야기했 다. 제이크가 빈 기름통 안으로 정확히 침을 뱉으며 말했다. "개를 독살시키는 놈들은 개 같은 새끼들 중에서도 개 같은 놈들일 거야." "맞아요." "오래 전에 내 아버지가 살았던 시절에 이 마을에 어떤 농부 가 있었어. 그 농부는 바로 여기서 물고기를 잘 키웠지. 어 느날 그가 살아있는 고기를 꺼내어 비늘을 긁고 포를 뜨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냉혈동물이라는 물고기란 놈이 죽어 가면서도 여전히 꼬리를 퍼덕이고 있었어. 결국 우리는 그 장소에서 그를 쫓아내었지만. 그 꼴을 본 사람들은 치를 떨 었고 더욱이 어린애들에게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어." "풀을 조금 더 주게, 흘렸어." 가족들이 깎아 다듬은 쐐기를 두들겨 박는 것을 보고 샘이 구체적인 작업을 분담했다. 먼저 샌딩 블럭을 이용해서 녹을 L제거하기 시작했다. 점점 햇빛이 뜨거워지면서 지치고 피 곤했다. 샘은 윗도리를 벗어 톱질 받침대 위에 걸쳐놓고 일 을 했다. 호수 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그의 구부린 어 깨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버키는 의외로 조용하고 부지런히 일을 했다. 길 버만이 다가왔을 때 샘은 휴식을 하기로 했다. 제이미와 버키는 1달러를 가지고 맥주와 콜라를 사기 위해 제이크에게 달려갔다. "일개 선원을 조직했군요." 길이 말했다. 길 버만은 40세였는데 뉴 에섹스 은행과 신탁 회사의 부사장으로 덩지가 크고 나이답지 않게 백발이었다. 그는 1년 전에 하퍼로 이사왔는데 성격이 쾌활한 붉은 머리 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샘과 캐롤은 길과 그의 아내 베티를 좋아했다. "샘은 이곳에서 잔소리꾼이에요." 캐롤이 말했다. "나는 오늘 오후의 거룻배 경주 때문에 내 조수들을 그쪽으 로 뺏겼어." "'정글 퀸'은 수리해야 할 것 같지 않아요?" "그 배는 여태까지 수리가 필요 없었지? 이번에는 계기판 속이 썩었어. 빌어먹을! 골동품 같으니라구. 왜 우리가 배를 관리해야 하는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캐롤, 베티와 다음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지요?" "아니에요,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황혼에 물든 대단한 파티라니, 뒤뜰의 p검게 탄 바베큐, 독 한 마티니에 젖어 술 주정과 가족 싸움을 벌이고, 이곳에서 는 너무 더러운 꼬라지들이 눈에 뜨이지. 무언가 개선되어야 할만한 곳이지요." 캐롤이 샘을 흘낏 보면서 길에게 말했다. "우리도 참석하고 싶지만, 외출할 일이 있어서요." 아이들이 콜라와 맥주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샘은 길과 사 업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쪽으로 갔다. 도리티, 스테취, 그리 고 보우든으로 대표되는 상당량의 재산으로 은행이 운영되었 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가족들을 쳐다보았다. 낸시는 낡고 바 랜 노란 색의 홀터에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 는 가늘고 길며 아름다운 갈색빛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유연 하게 움직이면서 두 손으로 샌딩 블럭을 들고 열심히 일하 고 있었는데 부드럽고도 탄탄해 보이는 그녀의 등이 붉은 햇 살 아래 눈부시게 빛났다. 길이 돌아간 후 샘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1시에 캐롤이 점 심시간이라고 재촉할 때까지 그는 열심히 일을 했다. 낸시는 토미켄트에게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과 도움이 필요 하다고 하자 그는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아 서 일을 계속 할테니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캐롤에게 부 탁했다. 샘은 캐롤과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이크 터너는 제이미를 기다리기 위해 현관 앞에 앉아 있었 다. 캐롤은 커다란 샌드위치를 만들고 큰 물주전자에 얼음을 가득 채웠다. 캐롤이 낸시에게 줄 3샌드위치를 싸면서 말했 다. "넌 일하러 가고 싶어 죽겠니?" "난 어둡기 전에 선체 페인트칠을 끝냈으면 해요." "난 버키를 낮잠자게 할 생각이야. 그 애는 아주 지쳤어. 칭 얼대며 울겠지만 곧 곯아 떨어질 거야. 넌 먼저 가고 나는 한 시간 이내에 애들을 데리고 갈게." 샘은 MG차를 몰고 조선소로 돌아갔다. 그는 얼음이 든 조그마한 보온병을 들고 오두막 근처로 걸어 갔다. 낸시는 배밑의 일하기 어려운 곳에 주저앉아 있었다. 낸시는 샘을 보고 미소지었다. "애인은, 아직 없니?" "아직 없어요. 아빠, 그 누구도 이제는 그런 말 하지 않아요." "그럴싸한 표현은 없니?" "글쎄요...... 그는 내게 괜찮았어요." "맙소사!" "아빠, 저 물건 내려놓아 주세요. 먼저 이것을 끝내야겠어요." 샘은 톱질 받침대 위에 샌드위치와 보온병을 놓았다. 그는 낸시 뒤에서 셔츠단추를 풀었다. 그때 그의 손가락은 셋째 단추를 만진 채 멈췄다. 맥스 캐디가 20피트 떨어진 낮게 쌓 아 놓은 목재 위에 앉아 있었다. 맥스 캐디는 노란 색 운동 셔츠와 산뜻하게 주름잡힌 감청색의 값싼 운동용 바지를 입 고는 맥주캔을 들고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는 샘을 바라보 며 웃고 있었다. 샘이 그에게 다가갔다. 20피트를 걸어가는데 꽤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캐디의 미 소는 여전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샘의 목소리는 나즈막했다. "글쎄,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있지요, 부관나리." "난 네가 이곳을 배회하고 있는 게 싫어." 캐디는 제법 명랑해 보였다. "글쎄, 어떤 사람이 내게 맥주를 팔고, 난 배를 빌렸으면 하 는 생각을 하고 있지. 난 어린시절 이후 고기를 잡아보지 못했거든. 호수에서 낚시 질은 잘 되는거요?" "원하는 것이 뭐지?" "저것이 부관님 배인가요?" 그는 의미심장하고 음란한 눈초리로 잎담배를 든 채 손짓을 했다. "잘 빠졌네요, 부관님." 샘이 뒤를 돌아보니 붉은 색의 짧은 바지를 입은 채 발뒤꿈 치를 들어 올리고 앉아 있는 낸시의 젊고 팽팽한 엉덩이가 바라보였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배가 있고 기분 내킬 때 직장을 떠날 수도 있고, 정말 좋겠수. 꿈 같은 얘기지." "그 다음엔 뭐지.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작고 깊게 패인 갈색의 눈빛이 변했지만 여전히 캐디는 흰 이빨을 드러내며 인색하게 웃고 있었다. "14년 전에는 우린 거의 사정이 비슷했지. 당신은 최고학부 출신의 장교에 돈푼 꽤나 있었고, 난 그런 것은 없었지만 당 신처럼 아내와 자식이 있었거든. 그걸 알겠지?" "나는 네가 결혼했는지 들어 본 적이 없어." "난 20살 때 결혼했지. 당신이 나를 교도소에 집어 넣었을 때에는 아들이 4살이었어. 아내는 내가 무기형을 받았을 때 나를 떠났고 면회 한번 오지 않았어. 내가 교도소에서 아내로부터 받은 것은 이혼서류에 서명해 달라는 거였지. 그리고는 다른 편지는 전혀 받아보지 못했지. 그러나 내 동 생이 그녀가 어떻게 재혼했는지 편지로 알려주더군. 내 새끼 를 데리고 웨스트 버지니아의 찰스톤에 사는 배관공에게 시 집갔다더군. 내 동생은 내 새끼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사를 복사해 보냈더군. 내가 51살 때였어. 그 애는 12살되던 해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트럭 밑에 깔려 뒈졌어." "저런 정말 안됐군." "그래, 정말 그렇구 말구. 난 찰스톤에 돌아왔을 때 메리를 보았지. 그녀는 나를 알아보고 기절했지.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없었고 배관공은 일하러 나갔고...... 그때가 9월 말이었지. 당신도 알다시피 그녀는 뚱뚱하지만 아직은 예쁘더군. 에스크데일 부근의 산중에 사는 푸렛트 여자들은 모두 기막 히지. 나는 메리와 이야기하려고 문을 두들겨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지. 그러자 그녀는 부지깽이를 갖고 나와서는 그걸로 내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지. 나는 그것을 빼앗아 두 개로 분질러 화로 속에 던져버렸어. 그러자 그녀는 재빨리 집을 빠져나가 차를 탔어. 그녀는 성질이 고약한 여자였지." "왜 그런 이야길 내게 하지?" "지난 주에 이야기했던 것을 마음에 새겨 둬. 내가 그녀를 차에 태우고 50마일 밖에 있는 헌팅톤으로 데리고 온 날 밤, 그녀가 배관공과 전화통화를 하는 시간동안 줄곧 움막에 함께 있었지. 그때까지 그녀는 내가 시킨대로 했어. 나는 그 녀에게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쉬고 싶다고 말하 라 했지. 그 말을 듣고 그가 고함을 지를 때 나는 전화를 끊 어버렸어. 나는 그녀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게 하고 날짜를 기입하게 했지. 조잡한 말로 가득찬 편지를 말이야. 난 그녀 와 약 3일동안 헌팅톤에 있는 호텔에 묵었지. 그때까지 내내 그녀는 눈물을 찔금거리며 아이들과 배관공을 생각하는 눈 치였어. 난 울화통이 치밀었지. 싸움은 끝난 것 같았지만 그녀는 도망을 치려고 애를 쓴 첫 날부터 내게 감시당하고 있었지. 상상할 수 있겠지. 부관나 리?" "그래." "메리와 며칠을 보낸 후 그녀가 경찰을 부를 생각을 한다면 편지를 복사해서 배관공에게 보내겠다고 윽박질렀어. 배관공 의 아이들을 트럭 밑으로 집어던져 버리면 속이 풀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술을 많이 먹었지. 그리 고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켄터키의 빅센디 너머로 가 그레이 슨 근처, 지저분하고 작은 주막을 발견하고 그녀를 늙은 녀 석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집어넣어 버렸지. 1마일쯤 길을 거 슬러 와서 그녀의 신발과 옷을 들판에 던져버렸어. 그녀가 집으로 가는 길에 좋은 일자리를 준 셈이지." "내게 겁주려는 건가?" "아니지, 부관나리. 이건 단지 상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알다시피 나는 오랜 시간을 생각했어. 우리가 결혼했을 때 p 어땠는지 알아? 2년 복무 후 휴가를 받아 찰스톤에 간 그때 가 1939년이었고 내 나이 20살이었지. 나는 그때 결혼할 생 각은 별로 없었어. 그런데 그녀가 가족들과 함께 토요일 밤 우리 마을로 들어왔지. 그녀는 17살이었는데 그녀 가족들은 구릉지방 사람이 아니란 걸 짐작할 수 있었지. 내 가족은 브 라운랜드 부근에서 그녀 가족들보다 먼저 찰스톤으로 이주한 후였어. 그 후, 난 메리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녀 곁 을 따라 다녔어. 토요일 밤이 어떠했는지, 결혼이 어떠했는 지, 그리고 내가 승선하기 전 우리가 기동훈련을 받고 있을 때 그녀가 어떻게 루이지아나까지 왔는지를 기억하고 있어. 그녀는 내 곁에 있기를 원했어. 그녀는 건초 속으로 기어올 라가 그 멋진 시간을 갖는 것을 잊어먹지 않았지." "듣기 싫어!" "하지만 들어야 해. 부관나리. 당신은 내 이야기가 궁금할 거고 난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으니까...... 그녀의 재혼을 내 동생에게 듣고 난 후 난 내가 할 일을 계속했어. 고작 3 일이었지만, 일 주일을 데리고 있으려 했으나 그녀가 너무 빨리 기운이 빠져버려 조금 계획을 수정했지." "그래서?" "당신은 잘난 법관임에는 틀림이 없군, 부관나리. 나는 그녀 에 대해, 또한 당신에 대해서도 생각했소." "그러면 나에 대한 계획도 준비되었겠군?" "난 지금 성질이 나려 하고 있어.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준 비하고 있는지를 몰라서, 계획을 못 세웠지. 나는 당신이 어 디 있는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었어. 나는 당신이 살해당하 거나 병으로 죽지 않기를 바랐지." "나를 협박하고 있나?" "협박하고 있지는 않아, 부관나리. 내가 말했다시피 우린 거 의 동등하게 출발했지만 당신은 지금 내 앞에 당신 아내와 세 아이들을 데리고 있거든." "그리고 너는 나에게 다시 동등, 공평해지자는 거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 그들은 서로 노려 보았고 캐디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는 매우 여유있게 행동했다. 샘 보우든은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네가 우리 개를 독살했지?" 샘은 캐디가 즉시 대답해 주기를 바랬다. "개?" 캐디의 눈이 놀란 것처럼 휘둥그래졌다. "당신 개를 독살했다고? 왜? 부관나리...... 당신은 나를 중 상모략하고 있어." "그만, 집어치워!" "뭘 집어치우라구? 아니야. 당신 개를 내가 왜 독살해. 사복 경찰을 시켜 다시는 내 뒤를 미행하게 하지 마. 그렇게 해서 는 안돼." "네가 그랬어. 더러운 개자식아!" "내가 참지. 난 너를 때릴 수 없어, 부관나리. 폭행은 끝났 어. 담배 피울텐가? 이거 좋은 거야." 샘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 돌아서고 말았다. 낸시는 작업을 멈추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랫입술을 깨물 면서 그를 노려 보고 있었다. "발끈 화를 낸 아이가 있군, 부관나리. 네 마누라처럼 윤기가 잘잘 흐르는군." 샘이 돌아서서 후려 치자 캐디는 쥐고 있던 맥주깡통을 바닥 에 떨어뜨리고는 솜씨좋게 오른손 바닥으로 샘의 주먹을 가 로 막았다. "당신은 당신 일생에 어리석은 주먹을 썼어, 부관나리. 차라 리 당신이 당신을 칠 일이지." "여기서 썩 꺼져!" 캐디는 일어섰다. "정말 얼마 후에 당신은 피치못할 일을 당할 거야, 부관나리." 그는 담배를 문 채 오두막 쪽으로 홀가분한 걸음걸이로 걸어 갔다. 그는 걸어가면서 한번 샘을 돌아본 후, 싱긋 웃으며 낸시에게 담배를 흔들면서 말했다. "예쁘군, 다시 보자." 낸시는 샘 곁으로 왔다. "그 사람이지요. 그렇죠? 아빠? 아빠는 지금 떨고 있어요!" 샘은 낸시를 무시하고 오두막 쪽으로 캐디를 쫓아갔다. 캐디 는 낡은 회색 시보레를 후진하면서 샘과 낸시에게 미소짓고 는 차를 몰고 떠났다. "그 사람이지요? 소름끼쳐요! 나를 보는 것이 벌레처럼 끈적 끈적하게 느껴졌어요." "저 놈이 캐디야." 샘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쉰 목소리였다. "왜 그 사람이 여기에 왔을까요?" "좀더 고통을 주기 위해서겠지.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어떻 게 알았는지 하나님은 알 거야. 네 엄마와 아이들이 여기 오 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들은 배로 되돌아갔다. 샘은 옆에서 걸어가는 낸시를 흘끔 내려다 보았다. 낸시의 얼굴은 굳어 있었으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일은 그와 캐롤에게만 미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낸시가 그를 쳐다 보았다. "어떡하실 생각이에요?" "나도 모르겠구나." "그가 우릴 어떻게 할까요?" "그것 역시 모르겠어." "아빠, 옛날 내가 어렸을 때 서커스를 보고 난 뒤의 악몽을 기억하세요?" "기억하고말고. 그 원숭이의 이름이 무엇이었지? 갈간타?" "맞았어요. 원숭이는 유리벽 속에 있었고 나는 아빠손을 잡 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돌아서서 나를 똑바로 쳐다봤어요. 다 른 사람들은 보지 않고 나만 똑바로 쳐다봤어요. 질려 버렸 죠. 같은 세계에 살고 있었지만 원숭이는 자기 자유가 없는 야만적인 모습이었어요. 아시겠어요?" "물론이야." "그 사람은 그 원숭이와 비슷해요.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거 죠. 보이스 양의 말처럼 난 비현실주의자였어요." "보이스 양이 누구니? 그 이름을 들은 것도 같은데......" "아, 우리 영어 선생이에요. 좋은 소설책은 완전한 선인과 악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격을 도야시키는데 m안성마 춤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어요. 나쁜 소설에서는 영웅은 100% 영웅적이고 악인은 100% 악인이 돼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요." 샘과 낸시는 전에 이처럼 서로의 입장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이해하려 했었다. 그는 더럽고 잔인한 일을 해왔고 전쟁 후유증에 걸렸으며 형무소에 수감되어 중 노동을 하며 복역했다. 잔인한 환경이 그를 둘러쌌지. 그것 을 그는 복역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를 미워해야 만 했지. 그 대상이 내가 되었어. 그는 나를 샘 보우든, 변 호사, 가장, 가정적인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나를 그 의 생애를 지배한 청교도적인 청렴강직한 젊은 군법무관 대 위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는 내가 너의 100% 영웅이 되고 싶구나. 나는 내가 내 자신을 합리화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 심리학과의 푸록터 씨는 모든 정신적 질환은 개개인이 현실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어요. 나는 그것을 암기해야 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이 사리를 분간 못한다면......" "그는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이 틀림없어." "그렇다면 그는 치료할 수 없을까요?" "이 주의 법률은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도록 입안되어 있다. 가까운 친척이 위임장을 제시하면, 통상 60일간의 관 찰기간 동안 그 사람을 격리시킬 수 있어. 아니면 누가 과격 한 행위를 하거나 공공연히 비합리적인 행위를 할때, 그 일 에 대한 법무관의 증언을 토대로 그가 수용될 수 있다. 그외 다른 방법은 없다." 낸시는 돌아서서 선체 측면의 반들거리는 자리를 손바닥으로 만지작거렸다. "이젠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오늘 밤 너의 데이트가 순조롭게 끝났으면 좋겠다. 그렇다 고 네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야. 네가 안전해야 되겠는데, 걱 정이 되는구나." 낸시는 찌푸린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집에 있겠어요. 그리고 일하는 것을 중단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꾸나. 그런데 너는 엄마한테 지금 c이 일을 말할 거 니?" "그래요. 지금 일어난 일들을 엄마도 알 권리가 있잖아요?" 토미켄트는 캐롤과 아이들이 돌아오기 몇 분 전에 나타났다. 그는 가늘고 긴 손발을 가진 잘 생긴 소년으로 세련되었으 며 유우머가 있고 겸손했다. 그는 페인트붓을 들고는 낸시와 함께 선체의 한 부분을 칠했다. 샘은 낸시가 그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 애모하는 눈 치는 보이지 않았다. 낸시는 은근히 애교스런 모습을 보이면서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버릇없이 대담하고 쌀쌀맞게 그를 대했다. 낸시는 무능 한 제 오빠를 다루듯 그를 대했다. 샘은 페인트칠 선수처럼 능숙하게 페인트를 칠하는 그들을 곁눈질로 보면서 하나의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낸시는 서두르거나 어색한 자세 나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무엇을 훔치고 있는 것처 럼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샘은 낸시은 토미에게 데이 트를 취소하는 말을 들었다. 낸시는 버릇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걱정하면서 변명하고 있 는 것이다. 샘은 낸시가 토미로부터 떨어졌을 때 토미의 찌푸린 얼굴을 보았고, 이제 낸시가 낚시질한 낚싯대의 끝에 토미는 정확히 걸려든 고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낸시 는 그물질의 명수가 되어, 눈을 굴리고 아가미를 벌리고 떨 고 있는 토미를 배 밑바닥에 후려칠 것이다. 파이크 포스터는 낸시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고, 이제와 서는 보다 더 큰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캐롤이 도착하여 낸시에게 샌드위치와 차를 마시도록 한 사 이, 젊은 청년 4명은 바쁘게 페인트칠을 했다. 샘이 캔 맥주 두 개를 들고는 캐롤을 제이크의 휘어진 선가대 쪽으로 데 리고 가서 그녀를 앉히고는 그 자신도 물 위에 발을 찰랑거 리며 그녀 옆에 앉았다. "여기." 캐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바로 여기요?" "바로 여기, 내가 돌아왔을 때 낸시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 리고 내가 낸시를 보자 그가 그 애를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 로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되었어. 그러자 그 애는 옷을 다 벗 은 듯한 느낌이었어. 아무도 없는 이 섬에 우리가 왔을 때 입었던 비키니 옷차림보다 더......" 캐롤은 흥분해서 그의 손목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지그시 감 고 말했다. "병이 날 것 같아요. 오, 하나님. 샘! 어쩌면 좋죠? 그에게 말했나요? 마릴린에 대해 물어 보았어요?" "난 그에게 말했지. 내 기분이 엉망이 된 후 그를 때려 주려 고 했어. 그가 앉자마자 말이야. 그러나 나는 겨우 테니스공 을 치는 정도의 힘밖에 못 냈어. 그런데 제기랄! 그의 팔뚝 은 내 허벅지만큼이나 굵었고 그는 족제비처럼 날랬어." "마릴린에 대해서는?" "그는 부인했어. 그러나 그가 한 짓거리를 내게 말할 때처럼 같은 식으로 부인했지." "무슨 말을 했어요? 협박하던가요?" 잠시 샘은 캐디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항만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면서 냉정하고 분명하게 사태를 파악하려 애썼다. 캐롤은 가로막지 않았다. 샘이 캐롤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갑자기 비참하게 늙은 여 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녀는 37살인데도 30살 정도로 보일 만큼 젊어보이는 것에 그는 커다란 자부심을 가졌었다 . 어떤 때는 신기하게도 25살 정도로 쾌활한 모습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구부정한 어깨에 여위고 뼈만 남은 얼 굴을 하고 있다. 샘은 캐롤을 보면서 그녀가 늙으면 어떤 모 습일까 하고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끔찍한 일이에요." 캐롤이 말했다. "알고 있어." "그 불쌍한 여자, 사기로 우리를 협박하기 위해 그렇게 비 굴한 방법을 쓰나요. 낸시는 그가 누군지 알았을까요?" "그 애는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짐작했겠지. 내가 어리석은 주먹을 날렸을 때 말이야. 그가 떠나고 난 뒤 이야기를 했지. 그애는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은 것 같았어. 난 그 애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 각해. 그 앤 스스로 오늘밤의 데이트를 취소했어." "기뻐요. 토미도 멋지지 않아요?" "그럴 듯해. 그러나 그 애가 마치 18살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지. 그는 파이크보다 괜찮은 애야. 낸시는 그를 잘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애가 어디서 그런 걸 배 웠는지 모르겠어." "당신한테서 배운 거겠죠?" "내 생각으로는 당신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 같아. 저 간이식 당에서 앉을 자리를 둘러봐야겠어. 그리고......" 그는 걱정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점점 답답함을 느꼈다. 캐 롤은 머리를 숙여 울고 있었다. 샘은 그의 손을 캐롤의 팔에 얹었다. "잘 될 거야." 그는 말했다. 그녀는 심하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맥주를 좀 마셔봐. 오늘은 토요일이고 햇빛은 반짝이고 있 어. 그리고 건강한 가족이 있소. 우리는 해낼 거야. 그는 보 우든 집안을 능가할 수 없어." 캐롤은 중얼거리듯 샘에게 말했다.. "당신은 돌아가서 도와주세요. 나는 여기 잠시 있겠어요." 샘은 페인트붓을 들고 돌아다 보았다. 선가대 위에 앉은 캐롤이 조그맣게 보였다. 그녀는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5 샘은 1942년 늦은 4월 금요일 낮에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머지않은 혼 앤드 하다트 카페테리아에서 처음 캐롤을 만났 다. 그는 법학부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었고 캐롤은 학 부 4학년 재학 중이었다. 1층에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샘은 식판을 들고 2층으로 올 라갔다. 2층도 마찬가지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샘은 구내를 둘러보고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벽쪽 테이블에 굉장히 예쁜 여자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여자는 교재를 읽 고 있었다. 일년 전만 하더라도 그의 식판을 거기에 내려놓 고 '실례하지만.....' 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특별히 수줍은 편은 아니었지만 알지 못하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말 건네는 것은 항상 거북스러웠다. 하지만 때는 1942년이었고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었다. 행동 기준이 빨 리 바뀌고 있었다. 그는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고 4월이었으며 봄의 향취가 가득했고 그 여자는 너무나 이뻤다. "실례하지만......" 그녀는 차갑게 힐끗 올려다보더니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 면서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그는 식판을 내려놓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식사를 거 의 끝냈었고, 마지막 치즈 조각을 입속으로 집어넣으려는 중 이었다. 그 여자가 얼굴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샘은 아주 편 안하게 그 여자를 맘대로 쳐다볼 수 있었다. 너무 예뻤다. 긴 속눈썹과 이쁜 뺨과 높은 광대뼈, 이상하게도 거친 듯이 검은 머리칼, 그 여자는 초록색 바지와 목에 주름이 별로 없 는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샘은 절망적으로 그의 쾌 활하고 외향적인 몇몇 친구들을 떠올렸고, 그들이 얼마나 대 담하고 자신감있게 모르는 여자와 대화를 시작하는지를 떠올 였다. 조금 있으면 그녀도 마지막 치즈조각을 먹고 커피를 먹은 후 떠날 것이리라. 아마 차가운 미소를 던지면서...... 그리곤 자신은 홀로 앉아서 왜 아무말도 건네지 못했던가, 하고 생각할 것이리라. 갑자기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샘도 전에 공부했었던 것이었다. 더피의 '비정상적 인 정신분석학'이었다. 마음 속으로 말할 것을 몇번이고 연습하고 나서 가장 평범하도록 목소리를 조절하면 말했다. "그 교과과정은 정말 지겨웠어요." 그녀는 슬쩍 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 같은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이 놀랍다는 듯이...... "그래요" 여자는 금방 책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모든 대화를 끝내는 말이었다. 그는 계속 더듬거렸다. "나...... 나는 그쪽 분야의 불분명성에 반대해요. 그들은 명칭을 사용하지만, 사물들을...... 평가하지는 못해요." 그녀는 자기가 읽던 곳에 손가락을 넣고는 책을 덮었다. 그 녀는 그의 얼굴과 식판을 바라보았다. 샘은 조금 더 비싸고 권위있는 걸 주문할 걸하고 후회했다. "규칙을 모르시나요?" "무슨 규칙 말인가요?" "불문율 말이에요. 이 대학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말을 걸지 말아야 해요. 우리 여학생들은 당신 같은 남학생 을 단조롭고 초라하고 근시안적인 존재라고 경멸하죠. 지금 당신은 실수를 하는 거예요. 자신의 일이나 계속하세요." 샘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다시 책을 폈다. 샘의 무안함 은 천천히 분노로 변했다. "좋아요.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고 칩시다. 하지만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예쁘다고 해서 건방질 권리 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또 내가 불문율을 만든 것도 아닙 니다. 나는 뉴욕에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에 이곳 여학생들과 는 데이트하지 않아요." 그 여자는 샘의 얘기에 대해 반응이 없었다. 그는 식판에 있 는 콩을 포오크로 찌르려다가 옷에 튀었다. 그가 옷에 튄 콩 을 치우려 할 때 그 여자가 말했다. "그럼 왜 나를 꼬시려 했죠?" "상당히 건방지군요. 아닌가요?"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입술을 오무렸다. 그녀의 눈은 아주 진한 갈색이어서 검은 색처럼 보였다. "그래요?" "건방지고도 자기 중심적이고요. 나는 당신을 꼬실 생각이 없었어요. 만약 내게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난 괴짜일 겁니 다." 그녀는 샘과 같은 부랑아의 웃음을 그에게 보였다. "봐요. 벌써 그럴 생각이었다는 걸 인정했잖아요?" "안 그랬어요." "대개의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부정직하거나 솔직하지 못하 기는 불가능해요. 아시겠어요?" "나는 내 자신에게 완전히 정직해요." "믿지 못하겠어요. 그럴 수 있는지 생각해 봐요. 만약 당신 이 처음 시작을 잘했더라면 우리는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이 교과과정에 대해서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었을 거구요. 당신은 내가 조그만 치즈케익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서는 조금 더 커피를 갖고 오고요. 그러면 나는 또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고 그리곤 같이 이 식당을 나가면서 "거짓말이라도 ' 정말 즐거웠어요.' 하면서 헤어진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자, 이제 정직해질 기회예요. 나를 지저분한 나의 기숙사로 데려다 주시겠어요?" "절대로 안해요." 그는 마음의 진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고, 그 여자는 화 난 듯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면이 있어요." 그 여자는 손을 내밀었다. "축하합니다. 당신도 조금 정직해졌군요. 나는 캐롤 휘토니예요." 그녀는 굳게 악수를 했고 재빠르게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알려줄 것이 있는데 나는 지금 펜사콜라에 서 비행술을 배우는 멋진 남자와 약혼했어요." "샘 보우든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과목 아주 어려웠어요." "회복이 아주 빠른데요. 샘 보우든. 하지만 난 이 과목을 아주 잘해나가고 있어요. 이 과목과 씨름하던 것이 몇년 전이었죠?" "몇년 전이었어요. 난 법학부에 있고 지금 마지막 학기예요." "그럼 졸업 후엔 무얼......" "전쟁과 관련된 것이지요. 클레어는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대 강 군복무 대신 때우고 학위를 받으라고 해요. 그녀의 아버 지가 저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군수품 도급계약을 맺고 있 대요. 클레어는 아버지와 일하기를 종용하고 있어요. 난 2아 직 결정을 하지 못했어요. 내가 학위를 받자마다 결혼할 계 획이구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이력을 얘기하나요?" "나는 동정심이 많은 편이에요. 빌과 나는 빌이 해군비행사 계급장을 달자마자 결혼할 예정이에요. 나는 저지에 있는 군 수공장의 상속녀는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상속녀라고 하더 라도 그를 비행기에서 끌어내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는 자기 일에 홀딱 빠져있거든요." 샘은 캐롤에게 정말로 커피를 더 가져다 주었고 같이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 "당신을 지저분한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겠어요." "번개같이 달리는 컨버터블 자동차는 없나요?" "없어요. 나는 노동자계급입니다." 샘은 캐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처음 2년간은 그럭저럭 해나갔고, 그리곤 아버지가 돌아가 셨어요. 여름방학 동안 노동과 시간제 고용으로 번 돈으로 겨우 계속하고 있어요. 지난 3개월 동안 일을 하지 않았지요 . 왜냐하면 조심해서 잘 꾸려나가면 그럭저럭 졸업까지는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애국심이 돈과 갈등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너무 우스워요." "무슨 얘기예요?" "내 형과 나는 어머니를 재정적으로 도와야 해요. 어머니의 수입은 시원치 않아요. 형은 결혼은 했지만 애들은 없어요. 어머니는 파사테나에게 서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형 은 곧 군대에 입대할 예정이죠. 그게 바로 내가 종종 %걸음 으로 달려가서 입대싸인을 못하는 이윱니다. 두 병사의 급료 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지에 있는 회사가 훌륭해 보이는 거군요." "적어도 거기서 일한다면 덤까지 얻을 수 있겠지요." "나도 한푼도 받지 못했어요. 나는 외동딸인데 어머니가 10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겨우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도와 주었어요. 아버지는 일생을 석유사업에 매달려 사셨어요. 돈을 조금 긁어 모았다 하면 석유 시추작 업에 뛰어 들지만 항상 석유는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포 기하지 않으세요." 그들이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샘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질문 을 했다. 캐롤은 주저하다가 말했다. "내일도 그 시간에 거기서 식사를 할게요." 주말 쯤이 되자 그들은 강의가 없는 시간 전부를 같이 보냈 다. 그들은 하늘 아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들 은 서로에게 그들의 관계는 완전히 순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빌과 클레어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음을 얘기했고, 틀림없이 빌과 클레어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순수한 우정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로 얘기했다. 샘은 공부 할 시간을 빼앗겼지만 전보다 더욱 그의 마음이 끌렸고, 나 머지 시간은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으므로 스스로가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돈이 없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봄이었고 그들은 끝없이 길을 걸었고, 또한 공원에 앉아서 얘기하고, 얘기하고, 또 얘기했다. 진실 로 순수한 우정이었다. 샘은 캐롤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그의 가슴이 뛰는 것은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다. 샘은 클레어에게 편지와 전화를 의무적으로 했다. 캐롤은 빌 에게 편지를 썼고 샘에게 빌의 편지를 읽어 주었고 편지 내 용 중 개인적인 부분은 뛰어넘었었다. 샘은 빌이 좋은 남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샘은 빌이 허풍선 이고 정신적으로 가벼우며 치유될 수 없는 어린애임을 확신 했다. 복수로 샘은 클레어의 향수 바른 편지를 잃어 주었다. 하지 만 샘은 클레어가 쓴 글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가를 깨닫고 놀랐다. 5월 말, 어느 따스하고 별빛이 빛나는 밤에 조그만 시립공원 에서 둘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쟁에 대해서, 어린 시절에 대해서, 음악과 소나무, 그리고 혈통이 좋은 개에 대해서 얘기했다. 캐롤이 여덟시 라고 말해고 그들은 마주보며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가 로등에 어슴프레 드러나 있었다. 그들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흘렀고 샘이 캐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생기있게 움직여 그의 팔에 안겼고 길고 열렬한 키스 가 이어졌다. 거의 균형을 잃을 만큼 열렬한 키스였다. 그들 은 벤취에 앉았고, 그는 그녀의 어깨 위에 처음으로 팔을 올 려놓았다.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혀서 바로 위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고 황홀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키스 를 하였고 그들의 욕구와 긴장이 그녀가 부드럽게 그를 밀어 낼 때까지 계속 커졌었다. "빌에게 이걸 어떻게 얘기할 수 있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클레어에게는......" "불쌍한 클레어!" "빌도 마찬가지야. 아주 쉬운 수학문제일 뿐이야. 우리는 네 사람의 불행한 사람 대신 두 사람의 행복을 만드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합리화예요, 달링." "다시 얘기해 봐요."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 말만 말이오." "달링이라고, 어머. 몇주간 계속 그렇게 불러왔어요. 하지만 세게 하지는 않았어요. 다른 말도 많았으니까...... 덮어버 리죠." 그들은 그날 밤을 같이 보냈다. 그들은 학위를 받았고 약혼 반지는 반송되어 왔다. 그들은 결혼했다. 그들 둘은 이 세상 전체에서 둘 만큼 서로 사랑하고 서로 잘 조화되는 부부는 없을 것이라고 완전하게 믿고 있었다. 조용하고 세련된 결혼식이었다. 그녀의 아버 지로부터 발송된 기대도 안 했던 수표가 샘이 워싱턴에 입대 원서를 낼 때까지 두 사람이 생활하도록 해주었다. 앨링톤에 있는 그들의 셋집은 완벽한 그들만의 천국이었다. 둘은 웨스트코스트로 가서 샘이 입대하기 전 앤저 캠프에서 대기하는 3주를 같이 지냈다. 샘의 형 조지는 그때 입대한 지 6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캐롤은 어머니와 죠의 아내의 마음을 끌었고, 그래서 캐롤이 아버지가 있는 텍사스로 가 있기보다는 그들과 같이 있는 게 좋겠다는데 의견이 일치했 다. 샘이 떠날 때 캐롤은 임신 7개월째였고 샘은 캐롤이 자 신의 어머니와 형수 베쓰와 같이 있게 되어서 기뻤다. 그는 1943년 5월 부임지로 이송되었고 1945년 9월 소령이 되 어 많이 변해 버린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죠지는 1944년 이탈리아에서 죽었고, 그의 어머니는 두 달 후에 죽었다. 캐 롤의 아버지는 택사스에서 유정(油井)사고로 죽었다. 장례비 용과 그의 재산을 정리한 후에는 1,500달러가 남았다. 샘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몫을 청구하여 받았다. 그는 파 사데나의 셋집으로 이사했고 아내와 보지 못했던 딸의 소식 을 들었다. 그가 도착한 2주일 후에 형수의 >재혼식에 참석 했다. 그녀는 미망인인 자신에게 잘 대해 주는 나이가 좀 든 홀아비와 결혼했다. 두 주일 후 빌 스테취와의 긴 전화통화를 끝내고 그들은 뉴 에섹스에 있는 셋집으로 이사했다. 샘은 변호사 시험에 전력 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캐롤은 임신했 다는 소식을 모두에게-특별히 보우든에게- 선포했다. 샘은 어린 아이들의 잡담을 들으면서 선체를 반쯤 길게 칠하 고 있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가장 좋은 시절. 사랑이 가득 했고, 찬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업도 성공적이었 다. 캐롤이 도크를 떠나서 일을 시작하자 샘은 기뻤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버키는 선체의 아래쪽을 칠하기로 마음먹 었다. 그는 큰 붓을 가지고 페인트를 듬뿍 묻히는 것을 좋아 했다. 그는 그의 머리 바로 위쪽 선체를 칠하고 있었다. 캐롤이 버키를 보고 놀라서 외쳤다. 버키는 완전하게 귀신처 럼 하얗게 변해 꼭 광대처럼 되었다. 모두 하던 일을 중지하 고 헝겊조각과 테레빈유를 가지고 버키를 닦았다. 버키는 화 난 목소리로 웅얼거렸고 계속 몸을 비틀었다. 그가 엔간히 닦아지자 아이들 모두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캐롤과 샘은 페 인트칠을 끝마쳤다. 월요일 아침, 샘은 우편물들을 훑어보고 난 후 몇몇 스케줄 을 뒤로 미루고 뉴 에섹스 경찰본부에 있는 마크 듀톤과 11 시에 약속을 했다. 경찰본부는 시청 옆에 있었고 듀톤의 사 무실은 새 청사에 있었다. 그는 평범하게 보이고, 평범한 회색옷을 걸친, 형사들의 책 임자였다. 샘은 전에 두세 번쯤 시의 행사장에서 그를 본 적 이 있었다. 듀톤은 회색 머리와 조용한 매너의 소유자였다. 그는 중개인이나 보험대리자, 또는 광고대행사 직원처럼 보 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을 때나 그렇다. 마주 대하면 경찰관의 눈과 경찰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직설적이고 의심이 많아 보이고 닳은 지혜와 조심성 같은 것 들이 엿보였다. 조그만 사무실은 아늑했다. 유리벽은 경찰사무실을 바라보게 되어 있었는데 반 이상의 책상이 비어 있었다. 주위의 벽에 는 회색 파일이 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눈 뒤 샘이 앉자 듀톤이 말했다. "찰리 호퍼가 나에게 얘기한 것과 같은 얘긴가요?" "네. 맥스 캐디에 관한 겁니다. 찰리는 반장님이...... 그를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던데. 난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니 위험합니다." "찰리는 정치인입니다. 첫 목표는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시민들이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 입니다." "반장님, 그에게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으셨겠지요?" "우리는 캐디를 임의 동행하여 우리가 조사를 끝낼 때까지 잡아두었습니다." "찰리가 그건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는 어디서도 수배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그는 사회에 빚진 것을 갚았어 요. 자신의 자동차나 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그의 신상기록카드에 있는 범죄의 성질 때문에 그를 따로 성도착 전과자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반장님, 그는 아마 어느 곳에선가 수배될 수도 있어요. 내 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금 더 깊게 조사해 보시라는 뜻입 니다." "무슨 뜻입니까?" 샘은 캐디가 자신의 전처를 유괴하여 강간한 것을 자랑스럽 게 얘기했던 사실을 말했다. 잘 훈련된 법조인의 머리로 사 실성과 타당성을 갖추어 간단명료하게 얘기했다. 듀톤은 메 모판을 당겨 샘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성을 아십니까?" "잘 모릅니다. 하지만 찾아 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듀톤은 메모한 것을 내려다보았다. "그 여자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가지 물어봅시 다. 캐디가 당신을 위협하고 놀라게 하기 위해서 얘기를 만 든 것 같지 않습니까?" "반장님, 나도 직업상 업무로 많은 거짓말을 들어왔지만, 캐 디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듀톤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그의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선생은 정말 영악한 짐승과 상대하고 있어요. 만약 그 얘기 가 사실이라면 그 자도 선생에게 그녀를 발견할 수 있는 단 서를 주고 있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그 자는 벌써 여자를 위협해서 아무 말도 못하도록 해 놓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위협받지 않으면 법에 호 소하려 하지 않습니다." "반장님, 하지만 시도도 안할 겁니까?" 샘이 물었다. "나는 찰리스톤의 사람들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그 여자가 집에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분명 돌 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별로, 기대는 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보우든 씨." "그게 잘 안된다면, 반장님. 요즘에는 사람을 강제로 내쫓을 수는 없습니까?" 듀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내쫓기도 합니다.마지막으로 했던 것이 3 년 전이었습니다. 여기는 꽤 깨끗한 도시지요. 주 내에서는 같은 크기의 도시 중에는 가장 깨끗합니다. 하지만 홈 하나없이 깨끗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우든 씨.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깡패들의 활동은 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하잘것 없는 불량배들은 그냥 생업에 종사하도 록 놔둬요. 왜냐하면 항상 어느 정도의 그에 대한 수요가 있 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규모가 커지거나 합법적인 사업으로 이전하려 하거나 세금납세자를 못살게 굴기 시작하면 우리는 신속하 고 완벽하게 없애 버립니다. 반대로 그들은 정치조직이나 경 찰복지기금에 기부를 하고, 우리들에게 도시에 들어온 떠돌 이나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 자에 대해서 얘기를 해줍니다. 난 솔직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비공식적이고 사적으로 말입니다. FBI 통계가 잘 증명해주고 있어요. 우리는 모든 종류의 범죄 율이 낮아요. 20년 전만 하더라도 주요도시 중 최고의 범죄 율을 기록하는 도시중 하나였어요. 크리스터 패거리들이 우 리가 불량배들과 비위 맞추고 있다고 계속 떠들면서 우리를 꼼짝못하게 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찮은 조직은 그냥 두고 큰 조직은 계속 못 들어오게 할 작정입니다. 그러니까 뉴 에섹스에서 밤거리를 걷는 것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우리는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3년 전에는 거대한 시카고-마이애미-라스베가스형의 조직 두 개 의 패거리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비서같아 보이지 않는 금발 비서들을 데리고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 일행은 뉴 에섹스 호텔에 묵으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우 리와 협력하고 있는 온순한 활동원들에게 범죄조직을 팔려고 했습니다. 터너 서장, 해스킬 시장, 골드만 국장과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훌륭한 경관 열 명을 그 구역에 배치시키고 우 리 식대로 법을 재해석했습니다. 그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 리에게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말입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얘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그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들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법규정으로 방향전환를 할 때마다 붙잡혔습니 다. 우리는 그들 두 일당을 계속 쫓아 다녔고 쫓아다닌 보람 을 얻었습니다. 금발미녀들이 호텔을 나서자마자 매춘죄로 잡아다가 무겁게 벌금령을 내렸고 혈액검사와 성병검사를 명 령했었고, 그 여자들은 어이가 없어서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 다. 그들이 포기하는데 4일이 걸렸고 5천 6백달러가 벌금으 로 물려졌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가는 길목마다 주경찰과 시 경찰을 배치했고 그들이 주 경계선을 넘기 전까지 계속 감시 하여 4번을 속도위반으로 검거했습니다. 속도위반과 음주운 전 등으로...... 그들 모두가 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한 여자 의 것만 제외하고 모두 빼앗아 버렸어요. 한 사람은 차를 몰 고 주 경계선 밖으로 운전해야 하니까요.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시도할지 모르지요. 이 도 시는 돈벌이가 되는 일이 많고 돈이 있는 곳에 서식하는 악 이 있으니까요." "캐디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까?" "할 수는 있지만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긴 시간이 필요합니 다. 그 자가 가게에 있을 때 그 자를 주시해 봤지만 그는 별 로 위협적이지도 않고 권위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 당신이 그 의 권위를 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해줄 수 있습니까?" 듀톤은 노란 연필을 집게손가락에 올려놓아 균형을 맞추고 샘을 날카롭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할 수가 없습니다." "반장님, 왜 할 수가 없습니까?"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이제 13만 명의 인구 를 담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구 8만 명일 때의 경 찰인원 그대로입니다. 물론 장비는 좋아졌습니만 우리는 인 원이 부족하고 급여도 적고 모두들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습 니다. 어떤 때는 경관이 시간외 근무를 했는데도 수당을 주 지 못해서 그들에게 사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경찰을 더 배치하지 않는다고 시청으로 시위행진 을 하기도 합니다. 둘째, 변호사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 경우 이상한 전례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도 시 전체에 위협이 되는 것에 대해서 초법률적인 방법을 쓰는 것인지 개인을 위해서 그러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것을 실 행한다면 많은 문제가 있을 겁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악덕 변호사를-용서하세요- 고용하여 문제삼는다면 시 전체가 시 끄러워질 겁니다. 한 경관에게 그 일을 맡긴다면 그 경관도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셋째, 당신은 우리 시에 거주하는 분이 아닙니다. 물론, 일을 여기서 하지만 집은 시내가 아 닙니다. 당신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 회사는 세 금을 내겠지만...... 이건 회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적 으로 당신은 우리 경관들의 봉급에 한 푼도 도움을 주지 않 았습니다." 샘이 얼굴을 붉어지며 말했다. "하지만 그럼 우리들은......" "끝냅시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주시했었는데 그 자는 아 주 똑똑해 보였습니다. 그 자는 살인을 할 정도로 분노에 싸 여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단지 당신을 못 살게 괴롭히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경찰서에 와서 전혀 협력을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만약, 내 관할구역 내에서 캐디가 조 금이라도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체포경관과 재판관에 게 모든 사실을 얘기해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가혹하게 처벌하도록 할테니까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반장님. 캐디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들을 시간이 있습니까?" "예, 관심이 많습니다." 샘은 시버스와 개에 대한 얘기를 했다. 듀톤은 의자 뒤로 기대고 노란 볼펜 끝의 지우개를 그의 코 에 문지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빠르고 잘 훈련된 시버스를 그렇게 쉽게 처리했다면 그는 게임에 어울리는 재능을 가졌군요. 당신은 개의 죽음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얘기를 나눈 다음에는 확신할 수 있 었습니다." "어쨌든 그건 우리 관할 밖의 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듀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안합니다, 보우든 씨,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것 이외에는 더이상 약속드릴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걱정된다면 가족들 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십시오." "그 생각도 했었습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자가 제 풀에 맥이 풀려 조금 있다가 이 도시를 떠날지도 모르니까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시각각 알려주십시오." 그는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샘은 감사하다고 말하고 사무 실을 떠났다. 오후 세시쯤 샘이 빌 스테취의 사무실에 갔을 때 빌은 혼자 있었다. 그는 충동적인 마음에 사로잡혀 얘기를 쏟아 놓았다 . 빌은 놀라며 동정을 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샘은 빌이 그런 복잡한 상황에 휘말려들지 않고 싶어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 사건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 가엾고 둔한 개...... 세상에는 참 사악한 놈들이 많아." "캐디가 그랬을 거야." 빌은 뒤로 기대서 생각하듯 눈을 껌뻑했다. 그는 몸집이 아 주 크고 붉은 얼굴에 흰 머리칼, 그리고 푸른 눈을 갖고 있 었다. 그는 약간 건방진 듯한 명랑함을 지녔으나 샘은 그것 이 자신의 복잡하고도 9영민한 생각을 감추는 빌의 고유한 태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곤란하겠구만." "내 꼴이 우습게 됐어. 내 발로 경찰서에 걸어들어가 불법적 인 조처를 해달라고 떼를 쓴 격이 되버렸으니 빌어먹을...." 스테취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름다운 부인은 시도때도 없이 밖을 엿봐야 하고 어린 아 이들에게도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고 어쨌든 그 자는 참으 로 드문 광인(狂人)일세." 샘은 빌의 선심쓰는 체 하는 듯한 말에 기분이 상했다. "무슨 말인가?" "화내지 말게, 샘. 회사 이름이 도리티 앤드 스테취였을 때 는 우리 사무실 안에 무언가 고상한 동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우리는 신성한 체하는 방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 자네와 내가 인디아에서 같이 일한 후 나는 자네 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하고 누구보다도 잘 해나가리란 걸 알았어. 마이크 도리티와 나는 면허증 받은 해적일 뿐이야. 우린 균형을 필요로 했어. 즉 눈이 반짝반짝하는 사람 말야." "오, 맙소사. 빌, 나는 그런 표현은 정말 싫어." "잠깐만, 자네는 나의 동업자야. 너무 훌륭하게 일을 잘 했 고 정말 상상 못할 정도야. 우린 자네를 회사에 동참시키고 는 미칠 듯이 기뻤네. 아주 훌륭한 착상이었어. 하지만 우리 의 사업 중에는 자네가 하지 못한 게 있네. 우리는 자네가 맡지 못하도록 그런 일은 주지 않았지. 마이크와 나의 더러운 손들이 다 처리했지. 바로 법망을 빠 지는 방법 쪽이야. 우리가 그를 도와주면 많은 돈을 받지." "모리스 옵션 같은 것 말야?" "맞아, 그런 거야."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렇게 됐어, 친구야. 우리는 고객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자네로부터 그 사건을 빼앗은 거야. 그리곤 나 혼자 처리했어." "자네는 날 멍청한 초보자로 만드는군." 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야, 샘 자네는 똑똑한 변호사야. 그리고 아주 드 물기도 하지. 자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 해 확신을 갖고 있네. 모든 법률사무소는 적어도 자네 같은 사람이 한 명 정도 있 어야 해. 하지만 거의 없어. 우리는 실제로 훔치지는 않지만 때때로 우리 고객들에게 훔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해.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자네는 확실한 법의 의미를 지켜왔 네. 하지만 자네가 경찰에 초법적인 혜택을 부탁했다 하더라 도 자신을 구박하지 말게. 삶은 계속저인 타협의 과정이야, 샘. 자신에 대한 존경과 연결된 다른 끝에서 좋은 생각이나올 수 도 있는 것이네. 오늘 강의는 끝. 자네가 그 괴로운 문제를 풀어던지길 바라겠네." 샘은 그의 사무실로 왔을 때 자신을 스스로 비하시키고 있었 다. 빛나는 눈을 가진 몽상가, 아마츄어, 아브라함 링컨, 형 사범의 변호사는 분명한 범죄자를 신들린 듯 변호하고 또 사 람들은 그것이 ;비윤리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 가 더 크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모자를 손에 들고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말한다. "어떻게 이 옵션을 깨뜨려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 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방법을 찾고 그 옵션을 깨버린다. 그는 돈으 로 보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선의의 계약이었다. 공평성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기술은 비합리적이었다. 그만 비통해 해라, 보우든. 당신은 어른이야. 조그만 공치사 로 자신을 추켜 세우려 하지 마라. 당신이 캐디의 손목을 합 법적으로 비틀 방법을 먼지 날리는 책에서 찾는 동안 캐디는 당신 아이들을 쏠 것이다. 그는 '아펙스'사에 전화하고는 시버스에게 자신의 전화번화 를 남겨두었다. 6시 15분 전, 그가 사무실을 나가려 할 때 시버스에게서 전 화가 와서 샘의 사무실에서 세 블럭 떨어진 술집에서 10분 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샘은 캐롤에게 전화해서 조금 늦겠 다고 했다. 캐롤은 아이들은 모두 괜찮다고 했고, 버키가 학 교에서 돌아온 후 마릴린 때문에 울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 다고 했다. 그들 모두 비석으로 쓸 돌을 찾으로 시냇가로 갔 다. 그들은 좋은 돌을 찾았고, 그것을 갖고 되돌아 오는데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샘이 술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시버스는 바에 서 있었다. 그 는 고개를 끄덕 숙여 인사하고 샘이 한 잔을 들이킬 때까지 기다렸다고 화장실을 지나 쥬크박스에서 멀리 떨어진 칸막이 좌석으로 갔다. "난 오늘 듀톤 반장과 얘기했습니다. 당신이 좀더 밀어붙였다면 어떻게 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그는 주저했을 겁니다. 어쨌든, 그는 정말 훌륭한 경찰입니다. 조용하고 민첩하고 돌처럼 단단하구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그럽시다." 시버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더이상 합법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시겠지요? 난 오늘 그 합법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를 했습니 다." "당신은 예민해지고 있군요." "우리에게 당면한 현실 때문이지요. 금요일에 그 놈이 또 우 리집에 차를 몰고 와서는 우리 개에서 독약을 먹였습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토요일에는 대담하게도 보우트 탈 준비를 하려고 장비를 늘어놓은 뒤뜰까지 찾아 왔습니다. 자, 당신 이 얘기했던 그 건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그건 3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보우든 씨,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내게는 그런 일을 하는 친구 가 있는데 바로 연락이 됩니다. 그는 그 자에게 3명을 붙여 줄 거고 장소도 알고 있었습니다. 재켈가 211번지 뒷골목이 지요. 그 자가 차를 주차시키는 가까이에 담장을 친 헛간이 있어요. 그들은 헛간과 담장에 숨어서 기다릴 겁니다." "그 사람들이 무얼 한다는 얘깁니까?" "뭘 하긴요. 그 자를 박살내버리는 겁니다. 쇠파이프 몇 개 와 자전거 체인을 가지고 행동을 개시할 겁니다. 곧바로 병 원으로 실려가도록 만들 겁니다." 그의 눈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 아스름했다. "나도 전문 폭력배에게 한번 폭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난 아주 단단한 체격이어서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난 마이크 해머처럼 곧바로 공격을 하려 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우든 씨, 전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저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반항을 해보았지만 허사였고 그건 정말 고통이었습니다.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 는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왕성했던 혈기와 자존심은 일시 에 날아가 버리고 난 그 폭행을 당한 뒤 2년 동안이나 G무용 지물이 되었습니다.정말 건강이라면 남부럽지 않았었는데 신 경성 경련증세에 시달렸습니다. 그 이후로 어느 누구도 날 그렇게 만들지 못하도록 훈련을 쌓았어요. 그런 후에야 원래 육체와 정신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18년 전의 일인데...... 지금까지도 옛날의 내 자신으로 확실하게 돌 아왔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거칩니다. 예외는 없어요. 확실히 전문가의 폭행은 당해본 사람은 이 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전문가란 사람들이 실수로 그를 죽이면 어떡합니까?" "그 사람들은 전문가들입니다, 보우든 씨." "알고 있지만 가능하지 않느냐 물어보는 것 뿐이오." "만 번에 한 번 일어날 정도입니다.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우리는 안전합니다. 명령이 너무 많은 통로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누가 실토를 했다 하다라도 추격해 올 수 없습니다." "수표도 됩니까?" "절대 안됩니다. 현금이라야 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내일 은행문이 열리자마자 지불하겠습니다." "이곳으로 같은 시간에 갖고 오도록 하십시오. 오늘밤부터 실행할 준비를 할 겁니다." "언제 쯤 착수합니까?" "내일 밤이나 수요일 밤에 할 겁니다. 더 늦지는 않습니다." 그는 잔을 비우고는 칸막이 밖으로 나왔다. 샘은 그를 보고 바보같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난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운 것 같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이 너무 영악해졌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방법이 자신의 의지를 알리는 최선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캐디가 좋아하는 표현이겠군요." "그는 아주 기뻐할겁니다." "무엇을 기뻐한다는 얘깁니까?" "다른 사람의 의지를 전달받게 되니까요." 샘은 두 아들이 잠자리에 들고 낸시가 기말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자기방에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캐롤에게 얘기했 다. 그녀는 긴장된 얼굴로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거실에 나 란히 앉아서 얘기했다. 캐롤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둥근 무 릎을 세우고 얘기했다. 그녀는 계속 팔찌를 손목에서 돌리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그들이 캐디를 겨우 목숨만 붙어 있도록 두 들겨 패는데 300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구요?" "그래. 하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인지......?" "오. 여보, 설명이나 사과는 필요없어요. 나는 그런 뜻이 아 니었어요. 난 만족해요. 아주 잘 했다는 뜻이에요. 300달러 가 만약 없다면 잔디를 깎거나 세탁을 해서라도 만들 거예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야만적인 것 같아." "여기 이 사람은 그래요. 나는 정말 그래요." 그는 불안한 듯이 일어섰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니야.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는 것 자체가 정말 잘못된 일이야." "뭐라구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만약 나에게 불만을 품은 고객이 나를 두고 비슷한 처리를 부탁했다고 생각해 봐? 그가 전문가와 연결이 잘되면 그들은 또 그 일을 할 거야. 그건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글처 럼 음침하게 만들어. 세상에는 법과 질서가 있는데 말이야." 캐롤은 그를 따라가서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는 그를 부추켜 보았다. "불쌍한 샘! 정글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정글 안에는 짐승이 있어요." "나는 내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t모르겠어. 그게 이 일을 처리하는 올바른 방법이라면 나의 신념은 완전하게 삐걱거리 고 마는 거야." 캐롤은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삐걱거리고 있나요?" "내 직업상의 신념에 대해서 말한 거야." "정말 알지 못하겠어요? 이번 문제는 논리적인 상황이 아니 에요. 논리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 거예요. 이번 문제 같은 것은 본능이 하자는대로 하는 게 옳아요. 그게 여성들의 최대 무기죠. 그리고 당신은 정말 올바른 방 법으로 처리하는 것이구요. 나는 확실히 그렇게 했을 거요. 당신 대신 내가 맡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당신은 아 주 좋은 사람이에요. 여보." "그 얘기를 너무 자주 듣는 것 같군." "나에게 으르렁거릴 필요는 없어요." "알았어. 나는 좋은 사람이야. 나는 어떤 사람을 병원에 보 내기 위해서 300달러나 지불하고 있으니 말야." 6 수요일 시버스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고 신문에서도 특별 한 기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목요일 아침 9시 30분에 샘은 듀톤의 전화를 받았다. "듀톤입니다. 보우든 씨, 그 자에 대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공안방해와 소란, 그리고 공무집행 방해죄로 체포되었습니 다. 어제 자정 무렵 재켈거리의 하숙집 뒷골목 공터에서 벌 어진 싸움에 연루되었습니다. 세 명의 펑크족들과 싸웠습니 다. 한 명은 도망쳐 버렸고 두 명은 병원에 있습니다. 한 놈 은 옆쪽으로 내동댕이쳐져 등뼈가 나갔고 여기저기 피멍 투성인데다가 또 다른 한 놈은 턱과 팔목이 부러지고 갈빗대 가 나갔어요. 캐디는 그들에게 자전거체인으로 맞아 뺨이 좀 찢어졌고 눈이 좀 부었어요." "감옥에 가게 됩니까?" "물론입니다. 그는 정신이 없는 데다 어두워서 거리를 무턱 대고 가로질러 뛰다가 순찰 중인 경관과 부딪쳐, 경관의 코 뼈를 종이장처럼 납작하게 부러뜨렸소. 다른 경관이 야경봉 으로 그를 때려 잡았어요. 그 놈 얼굴을 꿰매주고 감방에 처 넣었습니다. 제이슨 판사가 이번 주에 야간 재판을 하는데 오늘밤 형이 어떻게 떨어질지 알게 될 겁니다. 그는 변호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맡아 보시겠습니까?"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제이슨 판사는 다른 양반들처럼 협조적이진 않습니다만 내 생각으로 형이 좀 무겁게 판결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8 시 반경에 잠깐 들러 보시지요. 재판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런데 살레스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 왔습니까?" "내 짐작대로였습니다. 어떤 여자가 살레스톤 경찰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한때 캐디와 결혼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그가 형을 선고 받은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그 가 풀려난 것도 몰랐다고 했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이상 알려드릴 것이 없어서 미안하군요, 보우든 씨." 시버스는 4시에 전화를 걸어 먼저번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 샘이 먼저 도착했다. 그는 칸막이 테이블로 마실 것을 가 져와서 기다렸다. 시버스가 도착해서 샘 맞은편에 앉아 이야 기를 시작했다. "돈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들은 실수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말을 분명히 그들에게 전했지요. 그들이 그를 간단하게 몇 대 치자 그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좀 심하게 손을 봐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어요. 그는 진짜로 그들에게 살아있는 지옥의 맛을 보여준 겁니다. 한 명은 아 직도 호흡곤란을 겪고 있대요. 여기 저기서 떠들썩합니다. 그를 우습게 알았다가는 큰 코를 다치게 될 겁니다. 그 얼뜨 기 히피 하나가 차고에 나가 떨어질 때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답니다. 이렇게 되어 죄송합니다. 보우든 씨." "그러나 곧 감옥으로 들어가겠지요." "그렇지만 곧 풀려나올 겁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으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천 달러 정도는 준비를 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 캐디 라는 자도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을 겁니다." 샘이 집에 도착할 때쯤 캐롤은 석간신문에서 그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신문 뒷면에 병원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의 이름과 캐디의 체 포소식이 실려 있었다. "재판에 가실 건가요?" "모르겠어." "가서 보시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날 저녁에 있었던 그 재판은 사람들로 s매우 붐볐다. 샘은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계속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 리와 구둣발 끄는 소리, 왔다갔다 하는 소리로 어수선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한마디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 천장은 높았고 갓 없이 덩그마니 매달려 있는 등불은 삭막 한 그림자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이슨 판사는 샘이 만나 본 그 어떤 사람보자 권태롭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의자는 좁은 데다 매우 딱딱했고 실내는 먼지와 소독약 냄새 로 퀘퀘했다. 그는 재판 시작 전에 앞쪽의 난간에서 세 번째 줄로 옮겨 앉았다. 캐디의 재판은 9시 15분에 시작됐다. 판 사 앞에는 시 검사 한 명, 피고 캐디, 이름은 기억이 안났으 나 술집에서의 모임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한 잘난 변호사, 그리고 제복을 입은 순찰 경관 두 명이 서 있었다. 샘은 잔뜩 긴장을 하고 귀를 기울였지만 겨우 여기저기서 들 려오는 말 한마디씩만 귀에 들어왔다. 캐디의 변호사는 진지 하고 낮은 목소리로 그 펑크족들의 습격이 캐디의 거처지에 서 벌어졌음을 강조했다. 코에 반창고를 붙인 순찰경관은 뚜렷하지 않은 목소리로 증 언을 했다. 법정 안에서의 소음이 극에 달하자 판사는 어눌 하게 사회봉을 한번 내리쳤다. 검사와 피고측 변호사는 잠시 동안 판사를 무시한 채 서로의 주장을 내세웠다. 판사는 하 품을 했고 다시 한 번 사회봉을 내리쳤고 형을 선고했다. 그 러나 샘은 듣지 못했다. 캐디는 그의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걸어나가다 작은 책산 건 너편의 서기에게 ㄱ렝 지불했다. 한 집행리가 옆문 쪽으로 캐디를 인도했다. 그러나 캐디는 멈추어 서서 잠시 뒤돌아 보았다.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의 뺨에 대각선으로 그 어진 반창고가 유난히 흰 빛깔을 띠었다. 이마는 부어 올라 있는 데다가 멍들어 있었다. 샘은 순간적으로 의자에 몸을 숙여 그의 눈을 피하려 했으나 캐디는 그를 기어이 발견해내고는 손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슈, 대위. 어떻게 지내슈?" 그는 밖으로 인도되었다. 샘은 그곳에 동석한 세 명과 대화 를 나눈 다음에야 겨우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캐디는 경관을 때린 죄만은 인정했다. 나머지 두 죄목은 기각되었다. 그는 벌금 100달러와 시 감옥 에의 30일간 구금을 U선고받았다. 그는 캐롤에게 그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들은 다행이라고 여기려 노력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의 미소는 어색했고 이어 쉽게 사라졌다. 그러나 최소한 30일 동안의 자유가 있었다. 두려움없는 30일, 그리고 그 후의 공포에 대한 기다림의 30 일. 방학이 되었다. 아이들은 여러 규제사항들로부터 해방이 되 었다. 황금 같은 여름이 시작됐다. 캐디의 30일의 형(刑) 기 간은 공식적으로 6월 19일에 시작된다. 그는 7월 19일 금요 일날 풀려날 것이다. 그들은 낸시를 여름 캠프에 보내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올해는 예년과 달리 한 달보다 열흘이 많은 6주간 참 여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녀는 미나탈라에서 네 번째 맞는 해였고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 싶었다. 그 6주 간의 캠프는 7월 1일에 시작될 것이다. 제이미는 낸시의 캠프장에서 3마일 쯤 떨어진 같은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가나탈라의 소년캠프에 두 번째 여행을 가게 되어 있었다. 그곳은 하퍼로부터 140마일 떨어진 곳으로 주 의 남쪽에 있는 작은 저수지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캠프계획은 신청이 마감된 지난 4월에 가족위원회에서 결정 되었다. 모든 여건들을 종합해서 낸시는 6주 동안의 캠프생 활을 허락받았다. 제이미는 자기는 한 달로 기간 제한을 받 은 일에 상당히 강력하게 반발을 해서, 샘과 캐롤이 낸시도 제이미 마이에는 한 달밖에 가지 못했다고 설명을 해야 했다 . 그도 14살이 되면 6주 캠프에 등록할 {수 있다는 다짐을 받았다. 버키는 이 일에 매우 화가 나 있었다. 3년 후에야 캠핑을 간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3년이란 세월은 그의 나이의 반을 차지하는 기간이다. 그것 은 영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불필요한 차 별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를 남겨두고 떠날 사람 들은 떠날 것이다. 마침내 그는 여름 내내 집에 있어야 한다 는 어쩔 수 없는 결론 앞에서 불길한 의견들을 늘어놓기 시 작했다. 그곳은 지저분할 것이다. 비가 오는 데서 자야 할지 도 모른다. 말한테 채일지도 모르고 보트가 샐지도 모른다. 하루에 여섯 번씩 세수를 해야 하는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 고 또 맞을지도 모른다.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되어가고 여름이 본격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낸시의 마음속에 차차 캠프에 대한 의미가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녀에서 숙녀 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로 봐서 여름캠프 같은 것 은 한낱 아이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많은 불량배들이 하퍼주의를 어슬렁거릴 것이다. 그녀는 도로공사 일을 하게 될 소년들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그 공사는 하퍼에서 북쪽으로 3마일 떨어진 18번가를 가로지르는 거대 한 하이웨이로 지금 한창 건설 중인데 그녀가 아르바이트 일 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샘과 캐롤은 수영과 말타기, 수예와 야외 요리와 하 이킹 그리고 모닥불 주위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그런 일들을 함으로써 그녀의 소녀시절을 이번 여름까지 연장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낸시는 시무룩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투덜거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캠프에 가는 것이 확실히 결졍되자 샘이 장난삼아 부르는 공작부인과도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우아하고 고 상한 체하고 주위에 무관심하고 이유없이 한숨 짓고 코웃음 을 치는 따위 등. 그녀는 가족들보다 위에 있고 그들의 결정 에 따라서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캐디가 형을 선고받은 후 일 주일동안 그러한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 다. 낸시는 캠프계획에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흥분했으 며 설레이는 듯한 기쁜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그러한 변화로 샘과 캐롤은 당황했다. 어느날 저녁 캐롤이 샘에게 말했다. "낸시의 미스테리가 풀렸어요.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길래 들어가 봤더니 빨간 드레스를 짐 속에 싸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옷은 산에서 입고 뒹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차 람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애는 양쪽 캠프 사이에 사교적 모임이 있을 거라 잖아요? 단호하고 거만하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가나탈라에서 오는 젊은 신사들이 나이는 많아야 15살, 그러 므로 이 빨간 드레스는 귀뚜라미에게 사슴잡는 소총을 겨냥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죠. 그 애의 안목이 낮아졌다고 은근히 비난하는 대신에 말예요. 그랬더니 토미켄트가 올해 부터 가나탈라의 체육 보조 지도자로 있게 되었다고 실토를 하더군요." "그래?" "네. 그리고 토미는 아마 18살 이상의 선배 임원들과도 친해 서 같이 어울리게 될지도 모른다나 봐요. 바로 그 사실이 우 리 아가씨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 거죠." "그거 좀 위험한 일인데? 하지만 공작부인의 태도가 끝났다 니 하여튼 기쁘군. 낸시가 정확히 20일에 15살이 되는 거지? 그날이 무슨 요일이오?" "토요일이에요. 그 날 선물을 사들고 그 캠프장으로 찾아가 기로 해요."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여보 난 미처 생각 못했어요. 그 날은 그 다음날......" "알고 있소." "제이미와 낸시 둘 다 별일 없겠죠?" "내 생각으로는 애들이 어디 있건 아니 애들뿐만 아니라 우 리들이 어디 있는지 그는 곧 알아낼거요. 특히 캠프장은 모 르는 사람이 없지. 당신도 알잖아. 그들은 무리지어 몇일간 을 보내잖아. 큰 소리로 떠들고 온 몸에 열기가 넘쳐흐르지. 아이들을 데려다 줄때 다른 애들에게 주의를 주라고 캠프장 임원진들에게 얘기를 해야겠소. 토미가 마침 그곳에 있다니 얘기가 쉬워질지도 모르겠소. 나는 그 청년이 퍽 마음에 드 오. 그에겐 자신감이 넘쳐 흘러." "그렇다면 서두르셔야 해요. 그 애들은 오늘 데이트를 하고 내일 일찍 출발할 거예요. 캠프준비를 하려면 일찍부터 서둘 러야 한다나 봐요. 8시쯤 낸시를 데리러 올 거예요."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 인디언 혈통을 가진 여자들은 빨리 성숙하는 편이지요." 그날 저녁 낸시는 식사를 빨리 끝내고 7시 45분에 준비를 마 쳤다. 샘은 거실에 그녀를 불렀다. "발랄한 게 보기 좋구나." 그는 흐뭇하게 말했다. "저 보기 좋아요?" "그 옷차림을 뭐라 부르지?" "소녀들을 위한 농장 청바지. 남자들 것과 비슷해요." "정말 그렇구나. 한 가지 물어보자. 늙은 아빠의 쓸데없는 호기심에서 하는 말인데 어떻게 입니?" "쉬워요. 다리 쪽을 보세요. 무릎에서 발목까지 지퍼가 숨겨 져 있어요." "그 셔츠와 잘 어울리는구나. 꼭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보 았던 테이블보같이 생겼구나. 낸시, 우리 문제에 대해 토미 한테 말했니?" "예." "그가 오면 아직 네가 준비가 안 됐다고 해도 되겠니? 그 애 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구나." "그런데 아빠. 차에는 다른 애들도 있어요. 무슨 말을 하시 려는데요? 별 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낸시 난 그 애와 따로 얘기를 해야겠다. 약속하지만 너를 창피하게 하진 않겠다." 토미는 8시 쯤에 도착했는데 아직 하늘이 밝았다. 긴 여름의 황혼이 나무밑의 푸른 그늘에 찾아들기 시작했다. 샘은 현 관에 나와 토미를 맞이했다. "완전한 시골 농부차림이군." 샘이 말했다. 토미는 위아래가 붙은 작업복바지에 파란 작업 복셔츠와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촌스러워 보이죠, 아저씨." "지금 계절에 아주 적절한 차림이야. 낸시는 잠시 후 준비를 마치고 나올 걸세. 잠깐 얘기좀 할까?" 토미는 그의 표정을 보더니 순순히 응했다. 그가 무슨 생각 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뻔한 말들...... 내 딸은 어쩌구 저쩌구 늦게까지 있게 하지말고 등등 그런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말씀하세요." "우리를 괴롭히는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던데?" "예, 대강 들었습니다. 이름은 거의 기억이 안납니다만 브레 디였나요?" "아니 '캐디'라는 자야. 맥스 캐디. 지금은 감옥에 있지. 그 러나 다음달 19일이면 풀려나. 자네가 대충 얘기를 알고 있 다니 얘기 꺼내기가 쉽군. 그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야. 정말 흉악한 놈이기도 하구. 그 자는 우리 가족에게 해를 끼쳐서 나를 괴롭히려구 해. 그 자가 어쩌면 캠프로 갈지도 모르겠 어. 그래서 얘긴데 난 자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네. 제이 미를 보살펴 주게. 내 생각엔 자네가 이 일에 대해 모두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아내와 나는 벌써 얘기를 끝냈지. 여기보다는 그곳이 더 안전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네 . 자네 이 일을 맡아주겠지?" "예, 하지만 낸시는요?" "그 애는 제이미보다 나이도 많고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그러나 내 생각엔 그 애가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네. 캐디가 풀려나면 더 구체적으로 해결방법을 생각해서 대처해야 할 것같아. 연락은 자주 하겠네." "미나탈라에는 남자애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토미가 의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알고 있네. 자네가 틈틈이 낸시에게 신경 써주게. 애 들과 함께 행동하라고 항상 상기시켜 줘야 해. 그 애는 캐디 의 얼굴을 알아. 그러니까 그 애도 조심을 하겠지." 샘은 토미에게 캐디의 생김새와 옷차림에 대해 상세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만약 그 자가 눈앞에 나타나도 =충동적이거나 영웅 적인 행동은 삼가하도록 하게. 자네는 젊고 건장한 운동선수 지만 절대로 그 자의 상대가 되지 못하네. 그의 몸집은 단단 하고, 빠른 데다가 곰같이 무지막지하네. 나는 자네가 파이 프 렌치 같은 것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도 생각지 않네." "알겠습니다." "자네를 믿어보겠네. 저기 근사한 농부의 여자친구가 나오는 군." 그는 낸시와 토미가 주차된 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캐롤이 진과 코닉을 밖으로 갖고 나와 그의 옆에 앉 았다. "당신 무슨 생각해요?" "나는 우리 시대가 엄청난 청소년 범죄가 극에 이르는 시점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 다수의 평범한 애들은 잘 해나 가고 있어. 참 착하고 좋은 아이들이지. 그러나 그들은 기성 세대의 철학을 지겨워 하지. 그 애들은 매우 도덕적인 아이 들이야. 그들은 또 정확하고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번드르르한 철학도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선택에 있어선 중용을 선택하지. 그들은 또 도덕적이고 온당한 목표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해. 그게 옳다는 것은 하느님도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이 오싹하게 느껴지지? 그들 앞에서는 내가 늙어빠진 퇴물처럼 느껴져. 어쨌든 토미는 좋 은 아이 같아서 다행이야." 그녀는 난간에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 놓고 박수를 쳤다. "가만, 들어봐요." "그래. 이제 조용히 멋진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나 듣자구." 샘이 말했다. "좋아요, 무수히 많은 풀벌레소리......" "당신은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온도를 맞출 수 있지?" 샘이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백 번도 더 물었었지요." "그래, 늙어가는 가봐. 게다가 건망증까지. 도대체 당신이 귀뚜라미소리에 적용하는 공식을 외울 수 없으니까 말야." "그렇다면 밖에서 귀뚜라미가 울 때는 공기가 따뜻하다는 사 실만 기억하세요." 캐롤이 말했다. "알았어." 밤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고 그들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제 이미와 그의 친구들은 헛간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곤충들의 노래소리와 섞였다. 샘 은 여름밤의 미묘한 리듬에 완전히 몰입하려 했으나 그의 마 음속 깊이 들려오는 시계의 째깍거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매초마다 그들에게 위험이 가까이 오고 있는 듯 느껴졌다. 캐롤 또한 그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이것은 자 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것과 같은 것이었 다. 7월 1일 월요일. 그들은 캠프로 일찍 떠났다. 대부분의 부모 들은 일요일에 이미 아이들을 그곳에 데려다 주었다. 그것이 원래 일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일요일에 섬으로 피크닉가 기로 되어 있어 월요일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 피크닉은 재미있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도중 심한 바람이 불었다. 아침 일찍 제이미는 마음이 들떠서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 다. 웨건에 짐을 싣고 집을 잠근 후 그들은 떠났다. 버키는 다른 사람들의 흥분에 다소 덩달아 기분이 들떴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침울해하다가 뒷좌석에서 그만 잠들어 버렸다. 그들은 11시에 미나탈라에 먼저 도착했다. 제이미는 얼마나 극성스러웠던지 도중에 큰 소리로 주의를 들었다. 샘과 제이미가 낸시의 짐을 그녀의 캐빈에 내려놓고, 샘은 캠프 관리자를 만나러 그의 캐빈으로 차를 몰았다. 새 감독 관은 '텔러'라는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그 와의 대화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몇분간 대화를 하고 나자 샘은 곧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인간 자체 보다는 규칙과 형식을 더 중히 여기는, 그리고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사회단체의 일원이었다. 그는 꽤나 선심 쓰는 태도를 보였고 지금 아주 극성스런 부모를 상대하고 있 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는 듯했다. "낸시는 이곳 미나탈라에 매우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군요. 착실한 아이로 말입니다. 보우든 씨, 다시 이곳으로 따님을 보내주셔서 기쁩니다. 낸시는 이번 여름도 유익하고 만족스 럽게 보내게 될 겁니다." "텔러 씨,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일 이 있습니다." 그는 심각하게 말했다. "저는 낸시의 신변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F있습니다." "보우든 씨, 이곳의 모든 캠프 참가자들은 안전한 보호를 받 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하룻밤에 네 번씩 캠프 주위를 순찰 하는 믿음직한 경비원도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마다 새디 사 이드로 갈 수 있습니다. 임원 중의 한 사람이 하급반의 캠프 야영자들을 지도합니다. 그렇지만 상급반의 소녀들은...." 샘은 텔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생각하며 말을 가로막았다. "그 애는 여기 여러번 왔었습니다. 이번이 네번째입니다. 이 곳의 규칙과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당신만큼 훤하다고 생각합 니다. 낸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새디 사이드로 들어가서 는 안됩니다." 텔러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보우든 씨, 그것은 아이들에게 공평치 않은 조치 입니다. 낸시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차별한다고 느끼면...." "낸시는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그 애는 자기에게 위험이 나 피해가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 만큼 다 컸습니다." 텔러는 얼굴이 붉어졌다. "보우든 씨, 제 생각엔 그렇게 해서 아이를 놀라게 하는 것 이 현명한 일인지 모르겠군요." "나 자신도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 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새디 사이드로 가게 하면 안됩니 다." "알겠습니다. 만약 낸시가 그쪽에 볼 일이 생긴다면 그 애를 대신해서 기꺼이 호의를 베풀 누군가가 나타나겠죠." "그렇겠죠. 그런 사람은 많을 겁니다.인기가 없는 애가 아니 거든요. 그렇구말구요." 가나탈라에서의 상황은 더욱 마음 든든했다. 제이미가 짐을 푼 후 샘은 메날드를 잠깐 방문했다. 작년부터 두 사람은 잘 알고 지냈다. "안녕하세요, 보우든 씨. 제이미가 다시 참가해줘서 기쁘군 요."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있을지도 모를 유괴사건요? 토미켄트가 그러더군요. 저도 임원진 모두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야 할지 충분히 얘기가 됐습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다른 애 들과 다르게 제이미를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항상 제이미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이미 자신이 주의해 야 할 사항들을 잘 말해 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쪽 미나탈라의 텔러 씨는 마치 이 모든 일을 제가 날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버트는 아직 신참인데다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기장의 감독관이었어요. 그렇지만 생각보 다 애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 주일 내에 아이들에게 단 련이 되어버릴 겁니다. 저도 그를 설득시켜 주의를 주겠습니 다." "그렇게 해주신다니 정말 고맙군요. 이런 일은 소심한 사람 에게는 설득시키기가 어렵군요." "아이들에게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자주 꾸는 악몽은 아이들이 물에 빠지는 꿈 입니다. 그래서 항상 수영시간에는 자주 임원진들에게 아이 들 머릿수를 확인하라고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토미켄트는 참 좋은 아이 같더군요." "한 달 안에 판가름 나겠지요. 처음에는 아주 그럴듯하게 시 작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반복되는 일에 시들해 질 때는 그저 말처럼 일하다가 나중에 더 심각해집니다. 만 약 켄트가 그것을 견뎌낸다면 그야말로 보석이 되는 거죠." 이렇게 말하며 메날드는 샘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저도 보우든가의 소녀에게 신경을 써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점심식사나 같이 하시지요." "고맙습니다만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일과 30일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도중 버키가 잠든 후 캐롤이 말했다. "일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그 애들이 성장해 제각기 떠나 게 될 날을 생각하면 두려워요. 가끔 낮에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쓸쓸해져요." "우리 그날을 지연시켜 볼까?" "어떻게요?" "당신과 내가 협조해서 부지런을 떨면 그 문제가 간단히 해 결될 것 같은데...... 흠 당신 지금 37살이지. 애가 학교를 18살에 떠난다고 가정해봐. 19더하기 37. 그래 여보 집안이 텅비기 전에 당신은 56살이 되어 있을 거야. 지금부터 계획 대로 우리가 일에 착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야." "아이구, 음탕한 남자 같으니라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 뜻을 알아챘군." 그녀는 남편 가까이 다가 앉았다. 그렇게 몇 마일을 달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아이를 또 갖는다는 게 우스꽝스럽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캐디의 일이 없었다면 나는 애를 갖고 싶어했을 거예요." "진심이오?" "예, 그래요. 애들이란 모두 제각기 달라요. 다음에는 어떤 애가 나올까 생각하게 되죠. 우리 세 아이들, 글쎄 뭐라고 할지 그들은 아주 고유한 독자적인 인격체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건 특별한 일이죠." "당신은 버키가 마지막이라고 말했잖소?" "알아요. 삼 년동안 그렇게 말해왔죠. 그러나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에요." "여보, 당신은 새색시가 아니오. 가끔 새색시처럼 보이긴 하 지만 말이야." "그건 쉬운 일이에요." "그때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소." "푸! 우리 인디언들에겐 아이 낳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에요." "20분 뒤에 그 말을 취소할 걸." "우리에게 다시 애가 생긴다면, 낸시는 끔찍하게 생각할 거 예요. 그리고 내 친구들은 짖궂게 쳐다보며 부주의하게 실수 한 것에 대해 킥킥거리겠죠." "그런데 당신 자신있어?" "지금은 곤란하지만 생각을 더 해자보자구요. 우리에게 닥친 일을 먼저 해결해놓구요." "곧 해결될 거야." "그럼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알았어." 그들은 새벽 네 시에 집에 도착했다. 버키는 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깨어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갔 다. 하늘은 캄캄했고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바쁘게 지나가 는 구름은 느릅나무 바로 위에서 떠다니는 듯 보였다. 바람 이 세게 불고 습기가 돌았다. 그 바람 때문에 창문이 들썩였 다. 집안은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6시에 폭우가 쏟아지 기 시작하자 샘은 차고 바깥으로 웨건을 몰고가 여행에서 잔 뜩 묵은 먼지를 씻어냈다. 7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1 9일은 영원하게 지속될 수는 없었다. 7 7월 8일 월요일 아침, 시버스가 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10시 30분쯤 그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일이 생겼습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캘리포니아로 전출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 아펙스 지국의 책임자로 말입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예고도 없이... 승진이기는 하지만."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얘기했던 일은 결말을 지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계속 진행하려고 생각하면 모르겠 지만." "그럴 작정이네. 자네가 가기 전에 그 일을 끝낼 수는 없겠 나?"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을 위해 조사해 놓은 것이 조 금 있습니다. 이걸 적으시겠습니까. 죠 탄네티, 시장 1821번 지. 시가며 캔디를 파는 가게인데 뒷방에 건달 한 녀석이 묵 고 있을 겁니다. 17일 수요일에 찾아가면 됩니다. 제 이름을 말하세요. 그 녀석은 오백 달러쯤 요구할 겁니다. 그 돈을 주십시오. 나중에 그 녀석은 또 다른 다섯 개를 원할 겁니다 . 이번에 그 녀석은 지난 번보다 훨씬 더 자기 실력을 발휘 할 겁니다." 샘에게 지금 상황은 아주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이런 대화가 자기 사무실에서 오고 가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버스의 말투에 어떤 음모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단지 신 선한 계란을 파는 가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알려줘서 고맙소." 시버스는 문득 옛날 일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 전에는 다른 지방에서 편하게 지낸 적도 있었습니다. 서른 세 살인가 네 살에는 시카고, 아틀란타, 캔사스, 버밍 햄 등에 있었는데 물가도 쌌습니다. 절름발이에게 10달러 적 선한 적도 있었지요. 이백 명 중에서 내가 최고였는데 누군 가를 죽이기로 마음먹으면 그것은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이제는 전세계의 킬러들이 범죄 조직의 하수인으로 되어 버려서 몇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들과 연결이 된다 고 해도 가격이 엄청납니다. 보다 적은 돈으로 신출나기들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일이 서투릅니다. 일이야 전문가들이 깨끗하게 합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훌륭하게 짜여진 각본과 함께 비행기로 도착합니다. 합법적으로 차를 빌리고 좋은 호텔에서 묵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골라 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뜨는 겁니다. 그러나 아마츄어는 잡히거나 고용한 사람을 배반하기 일쑤 입니다." 샘의 세련된 웃음소리가 부자연스럽고 공허하게 울렸다. "나는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었네, 시버스." 시버스는 추억으로부터 돌아와 샘을 보았다. "나는 선생을 더 이상 신경질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호기심을 떠나서 아펙스에서 그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습니다. 특별한 의뢰자가 없을 때 지국들 사이에서 관심을 끊는 것은 예의 지만 캐디집안은 오래된 가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산처럼 계보를 이루고 있죠. 형제는 네 명인데 둘은 맥스웰보다 나이가 많고 한 명은 어립니다. 맥 스 캐디는 군사재판 이전의 기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천사처럼 살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캐디 형제 는 모두 그렇습니다. 맥스는 깨진 병으로 사람을 찌르고 입대했습니다. 여자 때문 에 말썽을 피웠는데 법정은 그에게 감옥과 군입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고 그래서 입대하게 된 겁니다. 그의 아버지 는 일생 동안 감옥을 들락거렸죠. 그는 난폭한 성격에다가 주정뱅이였는데 3년 전에 발작으로 죽었습니다. 그는 거의 서른 살이 다 되었을 때 열 다섯 살인 아이들의 어머니와 결 혼했습니다. 그녀는 막내 아들과 살고 있는데 그녀의 전 생 애는 정신적으로 불행했고 의지박약이었죠. 큰 형은 8년 전 에 연합군에 참전해 전투 중 총알을 맞고 사망했고 둘째는 조지아의 죄수 폭동 때 죽었습니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살 고 있던 중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매우 거친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놈들은 사람들이 어떻 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해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고서 잡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겁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그것 뿐입니다. 처벌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최상이라는 겁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말이 없나?" "정신병적 성격. 그 녀석들이 우리에게 그 말을 배우게 했습 니다. 그러나 그들의 증상을 무어라 부를지 모르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도 다룰 수 없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선생이 어떤 행동을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는 일어섰다. "떠나기 전에 정리해야 될 일들이 많습니다. 죠를 한번 만나 보도록 하십시오." 시버스가 자리를 뜬 후 샘이 일에 집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 이 걸렸다. 그는 시버스가 캐디에 대한 불쾌한 사실들을 이 야기해 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러나 그 사실들은 지금까 지 그가 캐디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들을 더욱 무섭게 만들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해 왔던 것들을 더욱 무 섭게 만들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망령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것이 점점 더 커지고 어두워지는 것 같아 두려움을 느끼 는 것과 비슷했다. 그는 캐디는 인간적이며 약점도 있을 거 라고도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그는 어떤 사람을 두려워한다 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시버스가 얘기해 준 것들을 캐롤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그녀에게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 주지 만 그녀가 캐디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었다. 7월 12일 금요일. 저녁 식사 후 샘은 캐롤의 기묘한 탄성에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긴 의자 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캐롤은 읽던 신문을 내려놓고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무슨 일이지?" "다음 수요일 저녁에 당신이 만나기로 한 남자의 이름이 뭐 였죠?" "탄네리. 죠 탄네리." "이리 와서 이것 좀 보세요." 그는 캐롤 옆에 앉아서 '조셉 탄네리, 56세, 주소 118로즈가 . 메모리얼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이라고 적힌 사망기사 를 읽었다. 탄네리는 지난 8년간 뉴 에섹스에서 소매상을 해 왔었다. 그의 유족자 명단이 매우 길게 실려 있었다. "아마도 동명이인이겠지." "만약 그 사람이라고 해도 시버스가 내게 준 주소지를 통해 서 누군가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자신있게 얘기했다. "확실해요?" "거의 확실해." "나는 당신이 수요일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 생 각해요, 내일 저녁에 가보는 것이 낫겠어요." "내일 킴벌의 파티에 가지 않아도 될까?" "나 혼자 가면 돼요. 거기서 만나기로 해요." "내일 낮에 찾아가 보도록 할게." "낮에요? 어쩐지 당신이 저녁 때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데......" "적어도 오후에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야. 동일인물인지 아 닌지." 그는 그렇게 자신있게 얘기했지만 이미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묘한 운명은 매번 캐디에게 트럼프의 조우 커를 나눠주고 있었다. 오후 네시의 시장 거리는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샘은 1800번 지 지역 가까이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차문을 잠갔다. 저쪽에 그곳 주민인 듯한 사람이 보였다. 1821이라고 쓰여진 곳에는 주인이나 상점의 이름을 나타내는 간판도 없었다. 문은 보도에서 두 계단 아래에 있었다. 먼 지가 쌓여 불투명해진 쇼 윈도우에는 철 지난 담배 광고물 과 음료수 포스터가 나붙어 있었다. 그 안에 금박이 군데군 데 벗겨진 곳에 '담배, 잡지. 캔디' 라는 페인트 글씨가 보 였다. 도로 쪽은 그늘이었다. 여섯 개의 돌계단이 옆건물의 입구까지 이어져 있었다.매우 뚱뚱한 붉은 머리의 여자가 맨 윗계단에 앉아 있었다. 그 여 자의 터질 듯한 살집은 입고 있는 붉은 색 옷의 재봉된 부분 들을 불룩하게 만들었다. 그 여자는 캔 맥주를 한 모금 마셨 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어 보았지만 잠겨 있었다. "죠는 죽었어요." 크고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그 여자가 말했다. 그는 그 뚱뚱한 여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가 처음에 힐끗 보 고 4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이가 적어 보였다. "죠는 죽어서 하늘로 올라갔지. 누군가 그에게서 동전 한 개 를 빼앗아 갔는데 그의 가슴은 충격을 견딜 수 없었어." 그 여자는 낄낄거렸다. 그는 보도 위로 다시 올라가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게 문을 언제 여는지 알고 있나?" "가게 문은 열려 있어요. 죠에 대한 예의같은 것 때문에 앞 문을 잠그어 놓았을 뿐이에요. 난 가게를 누가 경영하고 있 는지 새 주인은 누가 될지 모르지만 낮에는 확실하게 가게 문을 열어놓는다는 것을 알지요. 특히 토요일에는." 그는 그 여자가 기분좋게 취해 있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들어가지?" "저기 첫 번째 뒷골목으로 내려가서 그 골목을 쭉 따라가다 가 왼편으로 꺾어지면 문이 세 개 보이는데 세 번째 문이 그 가게지요. 그러나 그 곳에 있는 경마꾼들은 당신을 뜯어먹 으려 들 거예요. 그러지 말고 한 20달러 쯤 가지고 있어요? 바로 이 빌딩에 심심해서 미칠 지경인 작고 귀여운 금발 아 가씨가 있는데 어때요. 실은 그 여자는 밴드를 따라다니는 가수인데 밴드가 해체되자 돈이 필요하게 됐지요. 외국에 가 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거든요. 아, 그녀는 하느님 앞에 정 직한 여대생이지......" "아니,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는군." 그 여자는 그에게 얼굴을 찌푸렸다. "경마꾼들." 그 여자가 소리쳤다. "비열한 경마꾼들." 그는 여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 여자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갔다. 창문도 없이 육중하게 버티고 서 있는 문앞에 서서 그는 문 을 두드렸다. 조금 열리면서 밀가루 반죽처럼 둥글고 하얀 얼굴에 건포도 같은 눈을 한 사나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오?" "저는 시버스란 사람이 보내서 왔습니다." "기다려 보시오." 문이 닫혔다. 일 분쯤 지나자 문이 다시 열렸다. "아무도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죠 탄네리는 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지도 모르지." 건포도 같은 눈을 한 사나이는 그의 뒤에 누가 숨어 있기나 한 것처럼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도...... 경마에 돈을 벌고 싶습니다." "경마장에나 가 보시오." "잠깐만......" 그러나 문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그는 몇 분을 기다리다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봐, 친구." 흰 얼굴이 짜증스런 투로 말했다. "들어보십시오. 죠는 날 위해 무언가 해 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 일이 뭔데?" "여기에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봐, 친구. 내가 충고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사업을 안해. 죠가 개인적인 사업을 했다면 그건 죠의 방식이었고 나는 나 대로의 방식이 있지. 그러니까 시버스에게 돌아가서 이야기 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고......" "이 주위를 어슬렁거리지 말라구, 친구. 그리고 더 이상 이 문을 두드리지 말게.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내보내서 버릇을 고쳐 줄테니까." 쾅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샘은 밤 10시가 되도록 그 시장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항상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는 그가 알고 있는 조잡하고 거친 술집들이 생각났다. 그는 그러한 곳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 익숙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상대를 찾아 대화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 를 하듯이 그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까지 진전시켰 다. 그는 아내와 놀아난 친구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얘기 했다. "얼간이들은 부부를 친구로 사귀지. 그리고 그들을 먹여살리 거나 그 아내를 빼앗기도 하지. 그녀 없이 못산다고 매달리 면서 말야." 그 남자는 거칠고 약삭빠르게 보였다. "당신 친구에게 오른쪽 뺨마저 내놓고 그의 죄에 대한 용서 를 신에게 구하도록 하시오. 그가 무릎을 꿇고 그의 행동이 죄였음을 깨닫고 기도하도록 하시오. 음탕한 여자가 주 예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 도록." 그는 실망해서 다른 질문을 했다. "누가 도시를 움직이지? 뉴 에섹스의 지하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보스는 누구야?" 슬픈 표정의 바텐더가 그 질문에 대해 낮은 어조로 설교를 했다. "사장님, 사장님은 TV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이 마을에서 부정한 돈벌이라고 했자 점심값을 버는 정도죠. 어떤 조직이 없고 나는 신에게 결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빌죠. 이곳엔 도박장 몇 곳과 거리의 여자들, 때때로 차 행상인이 지나가 고 가끔 완력을 쓰는 패거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감방들까 지 손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보스도 없죠. 부정한 돈벌이 는 그 보상을 받는 거죠, 만약 사장님 선거에서 무더기표를 모을 수 있다면 사장님을 g위협하는 경찰을 매수하도록 정치 가들을 고용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사장님의 위치를 굳게 하는 거죠, 여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소한 것들 뿐 입니다." "그렇다면 얘기해 보게. 죠 탄네리의 경우는 어떤가." "나는 죽은 사람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죠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위험 이 없을 때 장물을 조금 매매했지요. 그리고 때때로 게임을 하기도 했지요. 그는 크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 만큼 영리 했고 누군가 그를 조종하고 있었겠죠. 이곳에는 똑똑하고 힘 센 경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장님." "그러면 누가 죠보다 더 세력이 크지." "아마도 죠 같은 치들은 서너 명쯤 될 겁니다. 소년들은 낚 시꾼들을 위해서 있는데 운이 좋으면 일 주일에 지폐 세 장 을 벌지요. 사장님이 이야기하는 일은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마을은 경찰의 단속이 심하죠. 오래 전에 나는 밀주를 판매하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불안함과 초조함 에 지쳐버렸습니다. 이곳으로 옮긴 것도 그 때문이죠." 샘은 그가 조금씩 취해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우선 이것부터 알아두게. 나는 그러한 말들을 듣고 싶지 않 네. 무엇을 팔고 무엇을 샀는지. 내가 아는 것은 밤에는 잠 을 자야 한다는 것뿐." "그러나......" "화내지 말게. 여기는 술집이네. 지금부터 자네가 얘기하고 싶다면 여자나 야구 얘길 하자구 알겠나?" 그는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하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킴 벌의 파티장소로 왔다. 그곳은 그들 집뒤의 야외정원이었다. 도리 킴벌은 그가 식어버린 스테이크조각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남아있던 숯불 위에 그것을 데워 주었다. 그것은 가죽 처럼 질겼다. 파티장에는 열두 쌍의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매우 추운 곳에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캐롤을 만났 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 그가 비참한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내 능력에 실망하고 말았어. 마치 주일학교의 비엔나 소시지 굽는 곳에서 더러운 엽서를 팔려고 했던 것 같아." "얼마나 술을 먹었죠." "많이. 작업상이라고나 할까, 나는 코트깃을 세우고 재크 나 이프의 단추에 엄지 손가락을 대고서는 낮게 잠수하듯 몰래 몰래 움직였지. 그런데 나는 선생님, 친구, 사장님이라고 불 리웠지. 빌어먹을......"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요." "시버스에게 월요일에 전화해야지. 제기랄. 굉장한 파티군." "조용해요. 여보,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마세요.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언제 이곳을 떠날 수 있지?" "떠날 수 있을 때 늘 하던 신호를 보낼게요. 재수없게 탄네 리가 죽어버리다니." 죠 킴벌이 갖다 준 술 한 잔이 여태껏 마셨던 많은 술보다 더 큰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는 흔들흔들 하다가 그 녀에게 어깨를 기댔다. "빌어먹을 죠 킴벌." "그렇게 무례하게 얘기하지 말아요." "나는 그 일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어. 그게 뭔지 알아. 연약 한 샘 보우든을 희롱하고 있는 운명의 손가락. 그 착하고 고 상하며 정직한 사람. 어떻게 그가 전락되어 버렸는지. 이제 그는 암살자를 고용하려고 하다니. 우리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왜냐하면 샘은 완벽하고 고상 하기 때문에 그의 전락을 알아차릴 수 없지. 우리는 그가 그 것 속에 묻혀 살도록 해야 돼. 그래서 그가 그것을 잊어버리 지 못하도록." "여보, 제발." "변호사와 목사인 보우든. 우리 모두는 그의 사무실 주위에 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 최고의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의 잔이 차있었으므로 그의 힘은 10명의 것과 맞먹었고 부러질 수는 있지만 굽히지는 않았다. 그는 결코 그의 명예를 더럽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그는 얼마나 비참해 보이던가. 동전을 구걸하고 깡통 속의 분노를 마시면서 주머니를 내놓고 빈민가를 어슬렁거리지 않았던가 . 사람들은 그가 언젠가는 꼴사납게 적발되어서 체포될 거라 고 말하지." 그녀의 가냘프고 단단한 손바닥이 그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픔이 그의 눈에서 흘러 내리게 했다. 그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상하거나 화난 것 같 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를 아주 냉정하게 응시했다. "이봐." 그가 말했다. "술을 마시건 마시지 않건 요즈음 우리들 사이에 거리가 생 겨서는 안될 것 같아요." "그러나 나는 단지." "당신 선 밖에서 무언가를 전적으로 할 수 없게 될 때 당신 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모순이 생길 때 당신 스스로에게 화 를 내게 되지요.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기분이 변해 버렸나요. 당신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안달하면서." "그렇게 비열하게 말하지 말아." "글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나는 요즈음에는 기댈 곳이 필요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기대는 것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봐." "내게 화났어요?" "아니 단지 목수를 꿈꾸는 비열한 놈에게 화가 났을 뿐이야." 그는 그녀의 코 끝에 키스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어떻게 해볼 도리없이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잠잠해지기 시작하자 그는 그녀가 왜 울었는가를 생 각해 보았다. 그를 때렸던 것에 그녀는 마음이 언짢았던 것 이다. 모든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것은 날카롭고 순간적인 것 이다. 긴장이 바닷물에 씻기는 모래처럼 무너져내렸다. 토요일 아침 샘은 아펙스지국으로부터 캘리포니아에 있는 시 버스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시버스는 사무실에 없었고 그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샘은 늘 약속이 되어 있던 11시 쯤에 첫 번째 전화를 했는데 시버스가 다시 전화를 한 것은 세시 쯤이었다. 전화 연결상태가 깨끗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버스 의 목소리는 거리가 멀고 무미건조하게 들렸다. "심장마비라고요. 그거 안됐습니다." "시버스, 그 일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네." "어떤지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 같은 종류의 일을 할만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글쎄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사람, 비용과 시간이 더 들긴 하겠지만......" "그 일을 하는데 나를 도와줄 수 있겠나?" "저는 이곳 지국에서 정말 많은 업무에 쫓기고 있습니다. 그 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에 다른 원칙이 있습니다, 보우든 씨. 선생 일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저는 공적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체계의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런 것 같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운이 별로 좋지 않군요." "나 스스로 누군가 찾아낼 수 있겠지." "불가능하진 않지만 모험일 겁니다. 오히려 선생의 가족들을 그 일과 연관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알겠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것은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이제 다른 방어 자세를 취하며 한걸음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그는 월요일 저녁 이 일을 캐롤에게 이야기했다. 캐롤은 그 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신 더 냉정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일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흩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낸시와 제이미 는 캠프에, 버키와 나는 신만이 아는 곳에. 그러나 당신은 남아 있게 되나요? 무슨 일이 당신에게 일어난다면 우리 중 에 어떤 사람도 행복해질 수 없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가장 열성적인 겁쟁 이가 되려고 해. 나는 유 에섹스에 방을 빌릴 거야. 그리고 어두워지면 나가지 않을 거야.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 대해서 당신만큼 확신이 없다면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거야." "그러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언제 돌 아가죠. 언제 그 일이 끝났는지 알죠?" "나는 그가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그다지 참을성이 있을 거 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는 즉시 행동해서 나를 암살하려 들 거야. 그리고 나는 그것이 실패할 거라는 어떤 확신을 갖고 있어. 만약에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 그를 감옥에 가둘 수 있 는 증거를 갖게 되겠지." "오, 그래요. 일 년, 아니면 삼 년, 그리고 나서 그가 출옥 할 때 우리가 보냈던 그 알량하고 훌륭한 시간들을 다시 가 질 수 있겠군요. 이번 달에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말이에요. 쓸모없는 농담들과 신경질적인 웃음이 가득찬 채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부디 그런 말은 그만 두라고 내가 부탁해도 될까요. 그 말 을 듣고 있으면 당신이 나를 타이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정말로 당신이 말한대로 되기를 바래요. 그러나 그렇게 된 다는 어떤 보장이 없잖아요, 여보." "그래 없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거야. 그리고 이 방법에 따라서 내일부터 나의 위험스럽지만 활 기찬 모습을 보면 당신도 기뻐할 거야. 듀톤 반장의 도움을 받게 되겠지." "무슨 얘기죠." "그는 나를 위해 일할 준비를 하고 있지, 그는 내가 기대했 던 것만큼 마음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점심 때 나는 스미스 앤 웨슨사에서 나온 매우 투박하지만 효과적으로 고안된 물 건을 가지러 갈 거야. 그리고 가죽끈들이 바로 갖추어지면 바로 여기에 차고 다닐 거야. 스프링클럽 권총지갑이라 불리는 이곳에 아늑하게 꽂 히게 되겠지. 내가 필요할 때 꺼내기 전에는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지. 듀톤은 내 손에 꼭 맞을 거라고 말하더군. 그다음 내게 필요한 것은 진 한 상자와 풍만하고 마음에 드는 금발 아가씨, 그리고 늙은 잡은 잡종 강아지 한 마리......" 그녀는 그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뻔뻔스럽고 쓸데없는 농담을 하려는 거죠. 흐릿하고 정신없이...... 자의식을 느끼면서." "당신은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 거지. 이를 악물고 냉정 한 눈으로 쳐다보라고? 물론 나는 자의식을 느끼고 있지. 당 신도 알다시피 그것은 정확하게 내 방식이 아니야. 나는 캐 디가 두려워. 나는 밤에 악몽을 자주 꾸는 어린 아이와 같이 두려워. 그를 생각하면 내 손이 땀에 젖고 속이 텅비어. 그 래서 나는 내일 저녁부터 산에 올라가서 사격연습을 할 거야. 탄약통을 많이 갖고 가서 내가 목표하는 것을 맞출 때까지 사격연습을 하는 거야, 나는 마치 경찰과 강도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 소년과도 같은 느낌이야. 나는 =자의식을 무시하 는 식으로 빈정거리는 거야. 그래서 이겨나가고 있지. 그러 나 등 뒤에서 쏘기보다는 스스로 타겟이 되는 일이 훨씬 편 할 것 같아." 그는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아래로 소리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옆에 앉아 두 팔로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소금기 젖은 두 눈에 키스를 했다.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는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어요. 들뜬 기분에 피 곤했었나 봐요. 신경질적이었고 그러나 덕분에 이렇게 되었 지요." 그녀는 힘없이 웃어 보였다. "난 유머감각이 없는 무뚝뚝한 남편은 싫어요. 당신이 총을 갖는 것이 정말 기뻐요. "나와 내 총, 그리고 내 유머감각 중 어떤 것이 제일 좋지?" "셋 다 갖고 싶어요. 기꺼이." "자, 그럼 다시 계획을 세워 볼까. 우리는 금요일 아침 일찍 떠나는 거야. 당신과 버키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고 저녁까 지 거기에서 묵도록 하자구. 토요일엔 조촐하게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그곳에서 저녁까 지 머무르는 거야. 그리고 나는 일요일에 시내로 차를 몰고 오면 돼. 그리고......" "차를 같이 타고 가면 안 될까요. 우리가 캠프로 갈 때 내가 머물 장소에 MC를 남겨 놓으면 돼요. 그다음 당신이 호텔로 갈 때 그것을 다시 몰고 나오면 돼죠." "훌륭한 생각이야." "나는 당신과 떨어지기 싫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그는 화요일 저녁. 총신이 짧은 리벌버 권총을 집에서 차 보 았다. 가죽끈이 그의 몸을 따끔거리게 했는데 그것에 익숙해 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는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그것을 차고 있었다. 길거리에 서 그와 마주친 모든 사람들이 그의 왼쪽 팔 아래가 불룩한 것을 눈치채지나 않는지 걱정하면서 스스로의 신경과민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캐롤이 한 바퀴 돌면서 그를 살펴보도록 서 있었다. 마 침내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알기 때문에 그것이 불룩한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요. 그러나 실제로는 여보, 당신은 적당한 체격인 것 같아요. 당신은 마른 편이기 때문에 양복 상의가 느슨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음걸이로 가는 여자들과는 결코 낮에는 이야 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지. 그녀는 멋진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대소동을 벌이지. 그리고 돈지갑에만 신경을 쓰는 거야. 하마 입에 물릴 만큼 의 지폐 뭉치를 모으지. 그리고 몸을 벽에 기대고 내 책상의 구석에서 백 달러짜리 지폐를 세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그녀와 돈을 세는 것에 너 무 바빠서 그녀의 드레스 앞을 쳐다볼 시간조차 없지." 캐롤은 조금 외설스러운 자태로 그를 가볍게 쳤다. 그리고 입을 조금만 벌린 채 ,말을 했다. "그 매춘부가 원하는 것이 뭐죠?" "아, 그 소동 뒤에 그녀는 내게 한 사람을 죽이라고 하더군." "당신은 그렇게 할 건가요?" "내일 점심 후에. 사나이는 살인해 보는 것도 필요해. 알아. 요 귀여운 여자야. 나는 임무를 부여받았어. 주위의 악당들 을 없애라는. 그 놈들은 법이 미치지 못하는 비밀 조직을 갖 고 있지. 나는 그 쓰레기들을 깨끗하게 쓸어버릴 거야. 주위에 불꽃을 뿜으며 악을 만들어 내던 용을 없앤 기사처럼. 나는 복수하고 말거야. 그리고 금발의 아가씨는 언제나 우 아하지. 정말로 우아해." "이봐요, 리어왕. 당신은 확신에 넘쳐 있군요." "잠시 후 언덕 위로 올라와서 사격연습을 하는 내 모습을 지 켜봐. 듀톤은 목표를 겨냥하지 말라고 했지. 손가락이 가리 키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총을 겨누라고만 했어. 버키는 어 디 있지. 사격하는 곳에 있으면 안되는데." "리즈 터너가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지역 박람회에 갔어요." "용감하고 고상한 부인이지." 그는 탄약 세 상자와 표적지 그리고 표적지를 묶은 끈들을 갖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는 사람 몸통과 크기가 비슷한 나무 위에 표적지를 묶었다. 그리고는 표적지 가슴의 왼쪽에 어설프게 하트 모양을 그렸다. 처음에 그는 어색하고 미숙 한 느낌에 의기소침했다. 그 총의 표면은 평평하고 물방울 무늬가 있었는데 젊은이의 완력보다 믿음직스러웠다. 그는 정확하게 겨냥하여 24발을 쏘았다. 그리고 탄창을 갈아 끼우 고 쏘고 하는 일을 꾸준하게 반복해 갔다. 캐롤이 언덕으로 올라갔다. "사격 연습하는 소리가 마치 남미혁명 같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다루기 어렵군." "그렇게 가까이서 쏘아도 돼요." "20피트를 계산해서 만들어 놓은 거리야. 이 총은 장거리 사 격용은 아니야. 당신에게 시범을 보일 준비가 돼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겠어." 그는 벌집처럼 총알 자국이 난 종이를 떼어내고 깨끗한 면이 앞으로 오게 해서 그것을 다시 붙였다. "그건 뭐지요?" "가슴." "너무 적어요. 중앙에 좀더 크게 그려야 해요."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어? 나는 목표물로부터 비스듬히 자 세를 잡겠어. 자. 보통 때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당신이 준비되면 '사격'이라고 소리쳐." "사격." 그는 가벽게 손잡이를 잡고서 조금 전에 겨냥했던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목표물에 다섯 개의 구멍이 뚫린 것이 보였다. 첫 번째 것은 복부에, 다른 것은 허리께에, 그리고 나머지 셋은 가슴중앙 에 정확하게 맞았다. "대단하네요." 그녀는 가볍게 떨면서 탄성을 질렀다. "빗나간 것은 없어?" "없어요. 오히려 당신의 첫 번째 총알은 두 명을 쏘아 잡았 을 거예요." 그녀는 조금 창백해 보였고 목소리는 무엇엔가 질린 것 같았 다. "지금 이 느낌은 너무 강렬해요. 그런데 이 총은 무서운 힘 을 가졌네요." "완벽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그것으 크기대로 평균속도와 평균파괴력이 있지. 이것만큼 낭만적이 고 훌륭한 것은 없어." 그는 탄창을 빼내고 재장전했다. "한번 해보지 않겠어." "싫어요. 하지 않는 것이 낫겠어요." "실제로 해보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샘. 그러나 당신이 사격했던 것을 생각해보는 것만 으로도 충분해요. 내 말은......" "무슨 뜻인지 알아. 듀톤 또한 그러한 일에 대해 알고 있지. 완곡한 방법으로 그것에 대해 표현했지만, 그의 말에 의하 면 2차 대전과 한국전 당시에 총을 쏠 줄 모르는 소년들 때 문에 군대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군. 그들은 어떠 한 기본 교육도 받은 적이 없지. 예를 들자면 문명과 관련한 것들, 기독교도로 키워지는 것. 개인의 품위라든가 삶에 대 한 경외심 따위. 그들은 스스로의 경험에 포박되어서 살아간 다고 하더군. 그들은 표적 사격을 훌륭하게 해냈던 그들의 기억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게 되지. 그 아이의 목표는 좀더 좁혀진채로 어떤 목표를 향해 있게 된다는 거야. 그리고는 그의 손가락을 방아쇠 위에 올려놓고 목표해 놓은 것을 q정 확하게 그가 배운대로 해채우는 거지. 그런데 그가 잘못된 상황 예컨대 경찰을 죽인다던가 하면 거기에서 멈춰서는 거 야. 내 경우는 잘 모르겠어. 입 가장자리에 킬러의 냉소를 띠면서 내가 정말 저 나무가 아닌 사람을 죽을 수 있을까, 그것은 두려울까, 아니면 신선한 경험일까.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만약 내가 전투 경험이 있었다면 나는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방아쇠 당기는 일을 마지 막 순간으로 분리시키는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전체행동의 한 부분이 되어 자동적으로 할 수 있어야 될텐데. 그래야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도중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치울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당신은 참 정직한 사람이에요. 샘 당신은 스스로를 오랫동 안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요." "당신은 내가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 은데 그것은 맞아. 나는 가족과 보험계획, 그리고 저당도 있는 비활동적인 40살 의 사무원에 불과해. 나는 죠지 고벨이 헤비급 챔피언전에서 챔피언이 되어야만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 과 협박이란 것에 적응을 했어. 인생에는 늘 기대하지 않는 요구와 기묘한 일들이 생긴다는 것은 평범한 얘기지만 나는 이 일들에 똑바로 부딪치려 해. 마치 내가 뱀구덩이 속에 갇힌 흰 생쥐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서서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당신은 흰 생쥐가 아니에요. 당신은 어떤 사람보다도 용감 해요. 당신은 힘과 따뜻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요. 사랑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요. 이러한 일은 정말 보기드문 굉장한 예술이에요. 나는 당신이 어떻게든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 요."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선 채로 그녀를 두 팔로 껴 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와 어깨 위에 올린 오른쪽 손 위를 적시는 황혼빛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권총이 그녀의 연청색 블라우스에 닿지 않도록 그의 허리를 조금 비스듬히 했다. 그는 저편에 하얀 표적지와 연필로 가슴모양과 다섯 개의 검 은 구멍을 볼 수 있었다. 8 금요일 그들은 아침 일찍 차에 올랐다. 남동쪽 호숫가 근처 휴양지로 가기 위해서였다. 집안일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자는 캐롤의 제안에 모두들 기꺼이 동 의했다. 캠프를 가는 것만큼 재미있을 거라는 말에 버키도 즐겁게 따라나섰다. 느긋하게 차를 몰아 하퍼에서 90마일 정도를 가다 서펀이라 는 마을에서 점심을 하게 되었다. 호숫가 부근에 '웨스트 윈 드'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호텔은 구식으로 설계되 었는데 빅토리아 시대의 웅장하고도 근엄한 품위를 풍기고 있었다. 조그맣고 쾌활해 보이는 남자가 3층에 목욕탕이 딸려있는 방 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방 두 개를 일 주일간 예약을 했다. 방값은 그런대로 저렴한 편이었다.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와 카페트가 깔린 방은 깨끗했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방값에 포함되어 있었고 넓지는 않았지만 호텔 전용 해변도 이용할 수 있었으며 크로켓 코트와 두 개 의 테니스 코트까지 있었다. 그곳엔 다른 애들도 많이 있었다. 애완동물들도 있었는데 버키는 마릴린 생각에 숙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샘은 다른 이름을 쓰기로 했다. 캐롤은 웨스트 윈드의 주소 가 적혀 있지 않은 편지봉투를 사용했다. 캐롤과 버키는 짐을 풀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마을 전체를 한 바퀴 산책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크로켓 코트가 비기를 기다렸다. 캐롤은 샘의 공이 그녀의 거리 안에 들어오기도 전에 달려 나가 무섭게 공을 쳐냈다. 샘은 버키와 한 조를 이루어 게임 은 했지만 캐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날밤 커다란 더블베드에 누웠을 때 캐롤이 말했다. "나는 엄청나게 과소비를 할 거예요. 테니스라켓 하나를 사야겠어요. 나는 무척 연약하니까 단련 할 필요가 있거든요." "뭐 연약하다구? 어디. 여기가 아니면 여기?" "그만둬요. 어리석은 사람." "여기서 행복해질 것 같소?" "아니, 여보. 하지만 당신이 없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즐겁게 지낼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낄낄거렸다. "내일은 우리딸 생일이군." "15세. 아이구, 끔찍한 나이예요." "이런, 왜 그렇게 외계인 같은 소릴해?" "아니에요, 난 열 다섯 살 때 지독하게 불행했어요. 모든 거 울은 내 마음을 찔렀어요. 나는 쓰레기였어요. 그래서 그와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가 누군데?" "킬킬거리지 말아요. 클락 케이블이지요. 나는 항상 준비하 고 있었어요. 그는 유전에 관한 영화 한 편을 찍으러 텍사스 에 오기로 되어 있었지요. 나는 촬영장소로 가는 거예요. 어 느날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게 되지요. 그리곤 한 쪽 눈썹 은 올리고 한 쪽 눈썹은 내리는 예의 장난스런 모습으로 미 소를 짓는 겁니다. 그는 카메라를 스톱시키고, 걸어와서 나 를 봅니다. 그때 그가 신호를 보내면 누가 달려오고 그는 나 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그녀는 이제 나의 최고의 여인이오, 계약을 하시오.' 물론 나는 아름다운 자태를 짓고 도도하게 서 있지요. 아, 그러나 나는 쓰레기 같았어요." "나는 실비아 시드니와 좀 더 진하고 불량한 일이 있었소. 그녀는 비단같이 보드라운 고양이새끼처럼 내 팔 안에 웅크 리고는 내가 20파운드나 더 무거운 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 는다고 말하는 거요. 그런데 누가 킬킬거리지?" "미안해요, 여보." "아, 졸리는구려." 그들은 점심식사 전에 캠프에서 제이미를 데려왔다. 그는 피 부를 갈색으로 태웠고, 깡마르고 건강했다. 그들은 3마일 정도 거리에 있는 미나탈라에 있는 낸시에게로 갔다. 낸시는 놀랄 만큼 건강했으며 기뻐했다. 30마일을 동쪽으로 차를 몰고 가 앨더몬트라는 조그만 마을 로 가 앨더몬드호텔의 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당 여주인이 다락방에 있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어 더욱 오붓 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낸시는 기운이 넘쳐 흐르는 듯 했으며 올해 캠프는 그런대로 근사했다. 텔러는 수다쟁이에다 허풍이 셌다. 낸시는 사교분과의 부의장이었고 토미켄트는 가나탈라 서교 분과의 의장이어서, 그들은 준비 때문에 자주 만났다. 토미 는 썩 훌륭했었다. 캠프는 수상스키를 할 수 있도록 f모터보트가 준비되어 있었 다. 토미는 쓸만한 운전기사 노릇을 했다. 낸시가 내려왔을 때 제이미는 자기가 겪은 모험담을 자랑스럽게 펼치고 있었 다. 제이미는 친구와 권투글러브를 끼고 재미있게 시합을 벌여 두 번이나 다운시키고 메날드 씨가 그만 하라고 말렸을 때에 야 중지되었는데, 그들은 그 일 이후 곧장 친구가 되었다. 그는 초급 인명구조 자격을 따냈다. 그는 막대기로 뱀도 한 마리 잡았고, 레몬 나무로 활도 스스로 만들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샘이 차 트렁크에서 선물꾸러미를 꺼내오자 낸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언제나와 같은 작은 축하선물들로 제이미와 버키, 낸시에게 각각 나누어졌다. 캐 롤이 버키를 데리고 떠나자 샘은 낸시와 제이미와 식탁에 앉아 준비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와 버키는 서펀에 있는 웨스트윈드로 갈 것이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 다고 했다. 낸시가 토미에게 얘기해도 되냐고 묻자 샘은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느정도 얘기를 마치고 서펀에 있는 캐롤에게 전화하 고 또 사무실과 뉴 에섹스에 있는 듀톤에게도 전화를 했다. 제이미는 우울하게 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도망다니고 있는 거죠, 그렇죠?" "제이미, 너 어떻게 그런 소릴......" "그래, 제이미. 어떻게 보면 그런지도 몰라. 그렇지만 절대 비굴하게 숨어다니는 것은 아니다. 조심을 하기 위해서지, 너도 알다시피 우리에겐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있잖아" "토미와 메날드 씨가 항상 다른 애들과 몰려 다니랬어요." 제이미가 말했다. "그 짐승 같은 놈이 다시 나타난다면 한 방에 날려버릴 거예 요. 커다란 돌맹이로 단 한 방에 그 놈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나서 부엌으로 끌고가 백이십달러짜리 슬라이스 살코기로 만들어 버리자고 메날드 씨가 말했어요." "제이미, 그런 끔찍한 말 하는 게 아니야." "이제 15살짜리 여자가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게 아니야." "제이미야, 누나의 식사시간을 망쳐 놓을 셈이냐? 이제 막 우리는 저녁식사를 시작했잖니?" "정말로 아주 가는 슬라이스 고기로 만들어 버릴 거야." 제이미는 음침하게 '아주 가는'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지껄였 다. "이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얘들아. 너희들도 대 충은 짐작했을 거다. 너희 둘 다 철저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자는 차를 가지고 있고 교도소에서 출감한 흉악범 이야. 우리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 너희들이 있는 곳으로 금세 추적해 올거다." "집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어요." 낸시가 샘의 팔을 잡고 서서 말했다. "제발, 몸조심하세요, 아빠." "그러마." 일요일 밤 샘은 뉴 에섹스 식당에서 혼자 저녁 식사를 하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술집에서 독한 술을 한 잔 마셨다. 이 세상에 혼자 뿐이라는 고독감이 밀려들었다. 웨스트 윈드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샘은 차를 세우고 뒤 를 돌아보았다. 캐롤과 버키가 차의 불빛을 받아 푸르디 푸 른 잔디밭 위에서 처량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도 손을 흔들고 뉴 에섹스를 향해 빠른 속력으로 달렸다. 귀옆에서 나는 벼락 같은 소리가 그를 놀라게 했다. "샘 아닌가?" 샘이 돌아보니 죠지 펠톤의 웃고 있는 넓은 얼굴이 무척 기 쁜 표정을 지으며 무례함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펠톤은 o부동산업자로 꽤 성공한 자였다. 그는 크고 뚱뚱했으며 서 툰 유우머와 두꺼운 낯가죽을 갖고 있었다. 그는 부인들에게 혼을 뺄 만큼 아첨하고는 두번째 만날 때는 더 조잡한 풍자 로 별나게 양념을 친다. 남자들에게 그는 언제자 유쾌한 친구였다. 그는 경이적으로 많은 시민모임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는 죽 을 때까지 죠지라 불릴 것이다. 캐롤은 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집을 찾고 있을 때 그는 캐롤을 하도 엉뚱한 집들로 데리고 가서 그가 애매한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매우 심각했었다. "무엇 때문에 오늘밤 이리로 왔나, 신비한 금발의 아가씨와 데이트라도 하는 건가?" "나는 여기 호텔에 머물고 있네." 죠지의 눈썹이 올라갔다. "오호! 옛 친구 샘, 우리의 가장 훌륭한 친구에게 그런 일이 생기다니." 샘은 몹시 초조해졌다. 그는 죠지에게 그의 고민을 털어놓을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그렇지 않네, 죠지. 애들 둘은 캠프로 가고, 캐롤은 잠시 어린애를 데리고 휴가를 떠나면서 집을 잠궜네." 죠지는 사려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만하군. 부부휴가 말이지, 서로 잠시 떨어져 있는 것." 그는 음탕한 윙크를 보내면서 샘의 늑골을 세게 팔꿈치로 밀 어서 비틀거리게 했다. "난 도무지 앤지에게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거든. 샘, 어떻 게 해서 그럴 수 있었는지 좀 가르쳐 줘." 그리고 그는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그는 샘을 다시 슬쩍 찔 렀다. "어이, 샘. 뭐 아쉬운 것은 없는가. 이 죠지가 살짝 도와줄 일 말이야." "됐네, 죠지." 샘은 두 번째 팔꿈치를 막았다. "자네는 뭘 몰라. 가르쳐 주지. 아주 어리고 예쁜 아가씨들 이 있는 새로운 집이라구, 자네도 깜짝 놀랄 거야." "맙소사, 죠지, 그 팔꿈치로 좀 밀지 말게." "뭐? 아, 손바닥으로 문지르는 게, 그저 습관이지. 우리 진 짜 생기 넘치는 곳으로 가자구, 여긴 너무 따분해." "미안하네, 죠지. 난 바로 가서 책 좀 읽고 자야겠네." "아, 뭘 그러나? 친구......" 죠지는 갑자기 멈칫했다. 샘은 그를 내려다 보았다. 죠지는 입술을 추기며 샘의 코트 앞자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샘 은 총의 손잡이 부분을 보았다. 샘은 급히 코트를 여미어 그 걸 감추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런 걸 갖고 다니고." "그건 말이야, 죠지, 날 쏘려고 총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있 어서...... 그는 언제 날 쏠지 몰라." "농담 말게." 죠지는 신경질적으로 두리번거렸다. 샘은 근엄하게 그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 변호사들은 적들을 만들고 있지, 죠지?" "그럼...... 그 자는 여기 있는가?" "그는 언제 저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몰라." 죠지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아이구, 맙소사." "죠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그럼, 그럼. 절대 말하지 않겠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난 빨리 가봐야겠어, 샘 만나서 반가웠어." 그는 말하면서 되돌아 갔다. 그러나 샘의 기쁨은 급속히 사 라졌다. 죠지는 말할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 얘기 할 것이다. 그는 내키지 않는 음주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도 화요일 또 수요일에도 아무 j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샘은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두 번 캐롤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긴장과 외로움을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쾌 활하게 얘기했다. 그러나 그것은 서툴렀다. 수요일 아침에는 그녀로부터 길고 수다스런 편지가 왔다. 다 른 투숙자들 얘기를 썼다. 그녀는 테니스 파트너를 만났고 남편이 해군대위로 해외근무 중인 부인도 만났다. 버키에게 도 조그만 라켓을 사주었는데 너무 빨리 익혀가고 있다는 것 이다. 버키는 라운지에 있는 고물 텔레비전을 경멸했다. 그 녀는 샘을 보고 싶어했다. 그들 모자는 모두 샘을 그리워하 고 집을 그리워하고 캠프생활을 하러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 했다. 목요일 오후에 그는 이제 충분히 기다려 조심했다고 생각 했다. 흰 쥐는 위험을 무릅쓰고 구멍밖으로 나가 고양이가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샘은 오후 6시쯤 마켓가에 있는 니콜슨 술집에 도착했다. 국 방색 줄무늬로 페인트 칠이 된 베니어 합판으로 만들어졌는 제 내부 전체가 싸구려 인조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바 의 안쪽에는 거울이 걸려 있었는데 긁힌 자국이 군데 군데 보였다. 또 간이테이블에는 램프가 초라하게 불을 겨우 밝히 고 있었다. 페인트 칠이 된 벽과 바닥은 보기싫게 심하게 벗 겨져 있었다. 또 그 안에는 TV가 켜져 있었고 자동전축에는 '고장'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손님이라고는 바의 구석 에 앉아있는 세 명 뿐이었는데 머리를 맞대고는 낮고 은밀한 모소리로 얘기에 f열중하고 있었다. 스텐드 바 옆쪽에는 조금 널다란 칵테일 라운지가 있었다. 조명이 그쪽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벽 위쪽 선반에 호박 색 국부 조명기구가 매달려 있었다. 그 선반에 소형 장난감 피아노 드럼 등이 놓여져 있었다. 종업원인 듯한 여자가 바와 라운지 사이의 통로 사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짙은 녹색 유니폼에 더러운 앞치 마를 두르고 있었으나 얼굴은 말쑥했고 단정한 금발머리를 하고 엄지 손가락을 물어 뜯고 있었다. 바텐더는 손으로는 연신 컵을 씻으면서도 눈은 TV화면을 떠 날 줄 몰랐다. 샘은 문을 지나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입구를 바라볼 수 있게 앉았다. 바텐더는 여전히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있다가 그 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샘의 탁자를 행주로 훔쳐냈다. "뭘 드실까요?" "밀러 한잔." "계산 먼저 해 주세요." 그는 샘이 주문한대로 맥주를 한 잔 따라 가지고 와 샘이 내 놓은 지폐를 가지고 가서 계산을 하고는 잔돈을 주었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나요." "항상 그렇죠. 우리는 밤이 되야 빛을 보니까요." "최근에 '맥스'라는 자가 이곳을 들른 적이 있습니까?" 샘은 이렇게 말을 던지고는 주의깊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어떤 맥스를 말합니까? 어디 맥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 두 명이라야지요." "대머리에 얼굴이 검은 자 말이오." 그러자 바텐더는 아랫입술을 뾰죽이 내밀며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오, 그 맥스요. 근간에 한 번 온 적이 있지요. 가만있자, 지난 토요일 밤이었던가? 아마 열시 쯤이었을 겁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경찰을 때려눕혀 30일간 감 옥살이를 했다던가?" "그럼 베시 멕고완이라는 여자도 이곳에 자주 오나요?" "물론이죠. 항상 와요. 은근히 다른 곳으로 갔으면 하는데도 말입니다." 바의 맨 끝쪽 손님들이 주문을 하자 바텐더는 그쪽으로 가버 렸다. 10분 가량 지난 뒤 샘이 맥주 한 잔을 더 주문하려고 바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음침한 분위기를 하고 어떤 여자 하나가 문을 열고 걸어왔다. 4인치 가량의 힐을 신고,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색 타이즈 바지를 입고 빨강과 흰색의 스트 라이프 무늬가 현란한 통이 큰 블라우스에 번쩍거리는 장식 이 박힌 넓은 흰색 가죽벨트를 허리를 졸라매고 있었다. 그 모습은 꼭 방금 무대 위에서 끌어 내려진 우스꽝스런 여배우 의 모습 같았다. 중간 정도 키에 제멋대로 뻗친 더벅머리는 염색을 해서 많이 상한 듯 한낮 햇빛을 쪼아 삼같이 푸석푸 석 해보였다. 얼굴은 얼룩다람쥐마냥 동그랗고 뺨의 살이 터 질 듯이 부풀어 있는 데다 정방형의 입술에는 음탕스럽게 보 이는 빨강색 립스틱을 처발랐다. 정신없이 흔들거리는 육중 한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에 비해 손목은 놀라운 정도로 가늘 었다. 바지와 블라우스 속에는 브래지어만 걸친 0티가 완연했는데 앞가슴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확연했다. 그 여자는 손가락 한 개에 흰 숄더백을 끼우고는 거의 바닥 에 닿을 정도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한 걸음 할 걸음 옮길 때마다 독하고 역겨운 향수 냄새가 풍 겨왔다. 그 모습은 천박했으며 한편 으시시해 보이기도 했다. 눈꼽 만큼도 동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개척자시대나 광 산시대의 창녀 같은 나름대로의 당당함과 전통미를 갖춘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의 흰 백을 마룻바닥에 '쿵'하고 떨어뜨렸다. 그 리곤 술과 담배에 절어진 듯한 목소리로 지껄였다. 그 목소 리는 바리톤 음색과 비슷했다. "한 잔 줘요." "계산부터 먼저 하시지." "그럼요, 해야지. 해야하구 말구. 여기 있어요. 의심많은 기 생충 같으니라구. 오늘은 할아버지한테 두둑히 뜯어냈다구." 그리고는 그 가방에서 5달러를 꺼내 바닥에 뿌렸다. 샘이 술을 따르려고 술을 뻗어 술병을 들자 바텐더가 샘을 눈짓하며 말했다. "베시 당신 친구에 대해 알고 싶으시대. 이 분이." 그러자 그녀가 몸을 틀어 샘 쪽을 노려보다가 감정을 넣은 폼을 잡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샘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 녀의 눈은 크고 회색빛에다 의외로 천진한 아름다움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당신 같은 신사분과 마주해본 게 몇년 만인지 모르겠군요. 기분 나쁘지 않은데요?" 그녀는 옆의 의자를 꺼내 바싹 붙어 앉았다. 그리곤 샘을 뚫 어져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약간 당황스러워졌다. "내게 무얼 알고 싶은 거죠? 내가 뭘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 각하신다면 그야말로 뭘 제대로 알고 있는 거겠지요. 난 이 래봬도 이용가치가 꽤 있는 여자니까, 여기 한 잔 더 줘요, 루이." 바텐더가 위스키 한 잔과 물 한 컵을 그녀 앞에 놓고는 말했 다. "베시, 한 달 전쯤 마을 동쪽 해변가에 갔다 왔다고 한 날 그때 동행했던 대머리 남자 이름이 맥스라고 했지? 여기 데 리고 와서는 네가 그 사람에게 제일 좋아하는 0술집이라고 했잖아." "우습군요. 그런 말을 다 기억하다니, 그래요. 맥스랑 왔었 죠.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저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의무가 있나요?" "무슨 말이오?" "이보세요. 신사양반 당신은 깨끗한 손을 하고는 고상하고 말쑥하게 차려입고 일만을 하는 귀한 몸이시겠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궁리를 하는 자상한 아버지일테구요. 박사님이나 의사일지도 모르죠. 맥스는 그런 종류의 인간과 는 다른 놈이에요. 당신들 같은 아니꼬운 신사란 놈들 때문에 그가 그렇게 된 거구요." 그녀는 강압적인 자세로 고쳐 앉으며 교태를 눈가에 흘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거대한 젖가슴에 손이 닿을까봐 슬며시 팔을 치 우면서 물어보았다. "최근에 그를 만난 적이 있나요?" "없어요. 그는 감옥에 있었어요. 지금은 나왔을지도 모르죠. 난 재미있게 인생을 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렇 다고 생각할 거예요. 난 몇푼 안되는 돈으로 하루하루 살아 가지만 만족한다구요. 그래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을 사귀 고 또 다정하게-짧은 순간일지라도 말이에요,- 대해주지요. 그래서 난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해 모든 걸 다 이해해 줄 수 있는 아량을 갖게 됐죠. 모든 걸 다 참아낼 수도 있구 말이 에요.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데 그 놈의 맥스 캐디는 아니에요. 나는 다른 사람들에 게 Y했던 것처럼 물론 그 놈에게 진실을 베풀었죠. 그 놈은 야비한 놈이에요. 뱀처럼 비열한 놈. 자기밖에 모르는 천하 의 개새끼. 그 놈이 내게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얼굴은 창백하게 굳은 표정이 었다. "그래요, 우린 내 방에서 같이 있었어요. 난 그사람에게 호 기심을 느꼈었거든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요. 그래도 같이 술만 마시다가 잔뜩 취하게 해놓고는 다시 물었죠. '이제 내게 대한 경계를 풀어요. 맥시, 내게 다 털 어놓으라구요. 무슨 걱정거리가 있나봐. 엄마에게 그러듯 나 에게 털어놔 봐.'라고 말이에요." 그녀는 자기앞에 놓여진 술잔을 쭉 들이키고는 다시 꽉 채워 달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놈이 내게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날 때렸어요, 마구. 이 베시 멕고완을 말이에요. 그것도 내 방에서, 내 술 을 마시고는 내 소파에 앉아 있다가 나를 때리고 사정없이 집어던지고 그러면서도 줄곧 징그런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난 죽는 줄만 알았어요. 그리곤 정신을 잃었는지 필름이 끊 겼었죠. 눈을 떠보니 새벽인 것 같았어요. 난 마룻바닥에 널 부러져 있었고 온 몸뚱아리가 엉망이었어. 그 놈은 가버렸는 지 보이지도 않았고 난 정신없이 침대로 기어 올라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나 봐요.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어. 다 시 깨어 거울을 보니 시퍼런 수박같이 말이 아니었어요. 몸 전체가 욱씬욱씬 거려 큰 소리로 막 울었어요. 그날 병원으 로 실려 가서는 의사한테 계단에서 떨어졌다고 했죠. 아직까 지 살아오면서 경찰에 고소 같은 짓은 해본 적이 없지만 이 번 경우는 그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어요. 갈비뼈가 세 대나 나갔고 이빨을 치료하는 데 45달러나 들었죠. 그날 이 후로 일주일 동안은 꼼짝않고 누워 있어야 했어요. 그리고 또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도 걸음걸이가 늙은 할망구마냥 볼 품없이 되어버렸어요. 지금 내가 이렇게 멀쩡하다는 것이 믿 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그래도 내가 건강한 편이었으니까 이 정도지 다른 여자였다면 아마 벌써 죽었을 거예요. 난 정말 잘못한 게 눈꼽만치도 없는데 난 그저 같은 불쌍한 처지끼리 마음이나 터놓자고 했을 뿐이었는데 그 놈은 사람이 아녜요 . 짐승만도 못한 새끼 내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 뿐이에요. 그 인간도 내가 입을 다물고 있길 바라겠지만요. " 그녀는 두 번째 잔을 비우고는 다시 '한잔'을 외쳤다. "나는 샘 보우든입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구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가 만 지금 보우든이라 그랬어요?" "그 자는 나를 '대위'라고 부르지." "맞아, 그래요." "베시 이건 매우 중대한 일이오.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소. 당신에게 구체적으로 뭘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는 나를 노리고 있소. 무슨 단서가 될만한 얘기를 들은 게 있나 생각해 봐요." 그녀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좀 이상했어요. 속마음을 내보이기 싫어서 그랬는 지 가급적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보우든 대위 어쩌 고 저쩌구' 하는 말을 두 번이나 한 것 같아요. 그때마다 소 름끼치는 살기가 눈에서 번쩍였어요. 그렇다고 어떤 구체적 인 말을 한 것은 없었어요. 그저 샘 보우든이라는 자는 자기 상관인 육군대위였다. 그를 자기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섯 번이나 죽여버려 가르쳐 주고 싶댔어요. 그래서 당신을 끝 장내버리겠다나요? 그래서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 냐구 물었죠."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아무 말도 안했어요. 그저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어요. 말도 안되잖아요. 어떻게 사람을 여섯 번이나 죽일 수 있죠?" 그는 맥주잔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당사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이들 세 명과 애완견까지 포 함을 시킨다면 그렇게도 말이 되겠지." 그녀는 웃음을 지으려 애쓰며 말했다. "설마 사람이 그럴 수가 있을라구......" "벌서 그 놈은 시작했어요. 우리 개가 제일 먼저 독살당했어 요." "세상에!" "그외에 다른 말은?" "그리고 뭐랬더라. 계속해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대위'를 목 조르겠다구 한 것 같아요." "경찰에 같이 가서 그에게 들은 얘기, 방금 한 얘기를 증언 해 줄 수 있나요?" 그녀는 몇초 가량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에게는 상당히 긴 시 간같이 느껴졌다. "날 답답하게 만드는군요. 정말 잘 들어봐요, 신사양반. 첫 째 난 경찰서 출입을 아주 싫어해요. 두 번째 내가 경찰서까 지 출두하더라도 도 이 베시 멕고완의 말을 믿어줄 리가 없 구. 그리구 세 번째 가장 중요한건데 이 세상은 잔인하고 끔 찍하고 또 냉혹하죠. 당신의 입장은 안됐지만 난 보복당하기 싫어요, 다시는요.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이봐요. 이건 정말 중요한......" 그녀가 말을 막았다. "이봐요, 닉. 이 분께서 아시고 싶어하는 것은 내가 알려드 릴 소리가 아닌 것 같아. 어째서 이 숙녀에게 이런 자리를 소개해줬지?"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소?" 샘이 말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동전만을 빼놓고 나머지 거스름 돈을 챙겼다. 그리곤 동전을 닉 쪽을 쓸어주며 말했 다. "가져요. 난 오늘밤 한 건 올려야겠어." 그 여자는 문을 홱잡아 열고는 쾅하고 큰 소리가 나게 닫았 다. 닉은 동전을 주워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저기 총이 있네요. 그녀를 데려다 주는 게 어때요?" "별로." 닉은 길게 한숨지었다. "그래도 왕년에는 한가닥 한 여자였는데 미스 인디애나였어 요. 그녀는 그걸 속이고 이런 곳을 출입했죠. 오래된 얘기지 만요. 한번은 레프트 훅을 날려 내 오른쪽 내 오른쪽 눈두덩 이를 박살을 내버린 적이 있었죠." 샘은 재켈가를 찾아갔다. 211번지는 정사각형의 네모난 3층 건물이었는데 밤색 바탕에 군데군데 노랑색 테를 둘렀다. 창문에는 '세놓음'이라고 써 붙였다. 늙은 노파가 좁아터진 현관 입구 흔들의자에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현관문에는 망이 쳐 있었는데 두 개의 구멍이 나있었고 그중 하나는 어 설프게 얽어져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집안 쪽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현관 입구에 깔려있는 매트는 상한 음식물에서 나듯 시큼한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꽤 지저분했다. 무섭게 고함을 지르며 다투는 소 리가 났는데 아마도 f위층에서 나는 것 같았다. 분을 참지 못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폭설을 한차례 퍼붓고 나자 이어 깨 지는 듯한 논쟁이 끊이지 않게 이어졌다. 하도 시끄러워 제 대로 알아 들을 수 없었으나 개중에는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도 있었다. 벨을 누른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기척이 없어 현관 안쪽을 들여다 보니 조그마한 진한 갈색 탁자 위에는 음험한 듯한 빛깔이 그 위의 램프에 의해서 드리워지고 있었고 그 탁자 위에는 몇 통의 편지가 흩어져 있었다. 그를 보고는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아까 보았던 그 노파였다. 눈이 유난히 퀭하게 들어간 그 노파의 발걸음은 굉장히 육 중해 보였다. 이어 망사문 앞에서 그를 내다보고는 말했다. "뉘슈?" "캐디라는 사람이 여기 살고 있나요?" "그런 사람 없어요." "맥스 케디 말입니다." "없대두." "그럼 여기 산 적이 있긴 하나요?" "지금은 없어요. 다시 온다구 해두 다시는 들여놓고 싶은 생 각도 없어요. 경찰들, 또 깡패들 발길이 끊이질 않으니 진절머리가 나요. 아니 이젠 올 수도 없을 거야. 감옥에 있을 테니까. 암, 감 옥에 있겠지. 댁이 아는 사람이라면 금요일 쯤 와서 그 놈의 잡동사니를 가져가시우. 창고에 처박아 뒀으니까. 며칠 전 방값을 줄 수 없다고 하기 에 법적으로 해결을 한다구 했더니 돈을 휙 던져주고 아주 가버렸어. 그게 마지막이야."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었나요?" "그런 놈이 어디 정해진 거처가 있기나 하겠어?" "최근 그를 찾는 사람들은 없었나요?" "당신이 첫 번째야. 그리구 마지막이 되길 바라우. 당신들 같은 족속들하고는 다시 얼굴도 맞대기 싫으니까." 다음날 아침 샘은 듀톤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캐디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만한 사람을 만났다라 고만 말했다. 금요일엔 아무 일도 없었다. 토요일엔 서펀에 잠시 들렀다가 오후에는 낸시와 제이미를 보러 갔다왔다. 월요일 오전엔 사무실에 죽 앉아 있었다. 캐롤에게는 베시 멕고완을 만났다는 얘기는 물론이고 그녀에 게서 들은 얘기도 하지 않았다. 캐디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자 기발로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려 쓸데없이 걱정을 끼치고 싶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월요일에도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화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수요일 아침 10시쯤 메날드 씨한테 서 전화가 걸려왔다. 7월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은 캠프의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에 캐롤이 오후에 제이미를 서펀에 데리고 가야 하는 날이었다. 샘은 전화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스쳐갔다. "보우든 씨, 제이미가 다쳤어요. 중상은 아니에요." "어디를 다쳤죠?" "진정하고 들으세요. 앨더몬트 병원으로 지금 가는 중일 거 예요. 그쪽으로 곧장 오시는 게 좋겠어요. 다시 한 번 말하 지만 그리 심한 상처는 아니에요. 위험하진 않아요. 그보다 도 칸츠 보안관이 얘기 좀 꼭 나누자는군요. 물어볼 게 많대 요. 물론 제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이미 다 말씀을 드렸 어요." "지금 곧 갈게요. 제 아내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예. 조금 전에 먼저 연락을 했어요. 지금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일 거예요. 우리와 함께 앨더몬트 병원엘 가게 될 겁니다." "저도 곧 도착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낸시는 어떤가요?" "물론 무사하구요. 제이미와 토미켄트와 함께 병원으로 떠났 어요." "무엇 때문에 다쳤는지 알 수 없을까요?" "총에 맞았어요." "총에!" "잘못했으면 크게 다칠 뻔했어요, 왼쪽 겨드랑이 아래쪽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베인 듯한 상처인데도 출혈이 심해요. 그보다도 제이미가 무척 겁을 먹었나 봐요." "그렇겠죠. 곧 달려갈게요." "병원에 도착하면 켄트가 자세한 상황을 알려줄 거예요. 제 발 운전 조심하세요. 보우든 씨." 9 1시 30분 경 샘이 도착할 때까지 캐롤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미가 누워있는 방은 개 인병실이었는데 샘이 들어서자 캐롤과 낸시는 안도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샘은 캐롤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녀가 완 전히 안정을 되찾은 듯 했지만 그는 키스할 때 입가에 떨리 는 움직임을 느꼈다. 낸시는 조용했으나 걱정스런 표정을 짓 고 있었다. 햇볕에 탄 제이미의 얼굴은 하얀 배개에 대조되어 그 창백함 이 오히려 푸르스름하게 보였다. 왼손에 붕대를 감은 채 들 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나 여섯 바늘을 꿰맸는데 울지 않았어요." "아프지 않았니?" "약간요. 참을만 했어요. 빨리 집에 가서 애들에게 얘기해주 고 싶어요. 진짜 총알이었어요.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가서 쓰 레기 하치장 옆 차고로 떨어졌어요. 하나는 그 안에, 하나는 차고 밖으로요. 보안관 아저씨가 조사해 보고 난 뒤 제게 주시겠다고 하셨어 요. 내 나무상자에 보관할 거예요." "누가 그랬을까?" "누구긴요. 캐디지요. 다른 애들은 총소리를 전혀 못 들었어 요. 난 그런데 들었어요. 보안관 아저씨 생각엔 그가 아마도 어두운 숲속으로 도망쳤을 거래요." 샘은 짐작이 가는 듯했다. "좀더 자세히 얘기해 보렴. 처음부터 말이다." 제이미는 들뜬 기분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 최근에 잘못한 게 있어요. 메날드 씨의 면도용 비누를 훔쳤어요. 분무기식으로 생긴 거 있잖아요. 그래서 데비존스톤 오른쪽 빰에 그걸 뿌리며 장난치다가 들켰어요. 그래서 열흘 동안 설겆이를 해야 했어요. 오늘이 마지막날이었는데...... 모두 다 설겆이를 싫어하잖아요. 강철 수세미를 사용해서 했어요 . 그런데 물통꼭지가 빠져나가서 그것을 주워 씻었죠. 아마 아홉 시 반경이었을 거예요. 아침 설겆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을 때였어요. 난 별생각없이 마지막 그릇을 닦고 있었어요 . 그리곤 핑! 하는 소리가 났어요. 난 누군가가 날 골려주 려고 무엇을 던진 줄 알았는데 팔이 갑자기 마구 뜨거워지고 기분이 이상했어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까 피가 막 솟 아나고 있었어요. 그래서 울면서 메달드 씨의 오두막으로 뛰 어갔어요. 다른 애들도 내 몸에서 나는 피를 보고는 같이 울 었죠. 메날드 씨가 지혈대를 팔에 매주니까 갑자기 더 아프 고 무서웠어요. 좀 있으니까 토미 형이 누나를 데리고 와서 보안관 아저씨랑 백 마일 정도를 한 시간쯤 싸이렌을 울리며 여기로 왔어요. 꿰맨 팔이 많이 아프지 않다면 다시 한번 겪어봤음 좋겠어요." 샘은 캐롤에게 몸을 돌려 물었다. "의사가 뭐량?" "오늘밤은 이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내일 떠나도 좋대요. 수 혈을 했다는군요." "흉터가 날 거야." 제이미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총탄 흉터. 비가 내리면 아플까?" "아직까지 총탄흉터를 가진 어린 아이는 못봤다." 미소를 띤 간호원이 들어오며 말했다. "이 수면제를 먹고 잘 시간입니다." "나 자고 싶지 않아요." "언제쯤 다시 면회가 될까요?" 캐롤이 물었다. "5시 경입니다." 그들은 병실을 나서서 아래층 로비로 내려갔다. 핼쓱해진 캐 롤이 낸시가 듣지 못하도록 그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제, 누가 당할 차례죠?" 핏기없는 입술로 가까스로 말하는 그녀는 완전히 지친 듯 보 였다. "진정해, 여보." "아빠, 칸츠 보안관과 토미가 와요." 낸시가 말했다. "엄마와 같이 저 소파에 앉아 쉬고 있어라." 보안관은 건강한 체격에 무릎까지 오는 부츠와 승마바지, 카 키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외형상으로 신분을 알아볼 수 있게 소총 벨트를 차고 챙이 넓은 모자를 손에 들고 있 었다. 그 목소리는 콧소리가 섞여 지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저쪽으로 가서 얘기좀 할까요, 보우든 씨. 자, 자네도 앉게, 토미." 의자 세 개를 끌어당겨 모여 앉은 후 그가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난 후 두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조 사해본 결과 7백야드 떨어진 곳에서 누가 총을 쏜 것 같아요. 그때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아마 댁의 아들은 커다란 치명상 을 입었을 겁니다. 바람은 남쪽에서 거세게 불고 있었고 제이 미는 동쪽을 향하고 있었죠. 불과 몇 인치 차이로 총탄이 비껴 가 팔을 스친것 같습니다." 샘은 거칠게 침을 삼키고 말했다. "그럴 리가......"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보우든 씨. 당신 부인께는 말씀 드리지 않았어요. 만일 그가 원한대로 댁의 아들이 쓰러졌더 라면 총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전혀 알 방도가 없었을 겁니 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고 오두막에 두 개의 구멍을 내어 우 리에게 단서를 잡힌 거죠. 아이들이 쉐디언덕이라 부르는 작 은 산쪽에서 그가 쏜 것입니다. 그곳엔 많은 샛길이 있는데 캠프장으로 이용되는 장소입니다. 제 부관 중에 로니지던이 라는 사람이 잇는데 숲을 잘 알고, 또 범인들의 흔적을 잘 파악할 겁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늦게까지 물적 증거를 찾느 라 애썼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누구 소행이라고 짐작 되는 것이 없느냐는 것입니다." "총을 쏜 사실도, 우리 개에게 독을 먹인 것도 다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두 번 다 캐디의 소행이라 확신합니다. 맥 스 캐디. 작년 9월 감옥에서 출소했습니다. 8년 정도 굴린 낡아빠진 회색 세단을 몰고 다니는데 뉴 에섹 스에 있는 마크 듀톤 반장에게 물어보면 그에 대한 여러가지 사항을 상세하게 알려줄 겁니다." "선생에게 무슨 원한이 있나요?" "그가 감옥생활을 하는데 관계가 있죠. 그런데 문제는 13년 이란 긴 세월에 있는 겁니다. 전시에 14살난 오스트레일리아 소녀를 강강한 혐의입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더러운 인간이 지요. 잔인하고 또 제정신이 아닙니다." "교활한가요?" "물론." "그를 붙잡는다 해도 그가 부인하면 별 수 없군요. 법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이건 철저히 계획된 사건입니다. 그는 아마도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혐의가 당연히 자신에게로 온다 는 사실을 알고도 철면피같이 이 일을 벌였을 겁니다. 아무 런 증거도 남기지 않으려고 작정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숨 어버릴 계획도 사전에 하구요. 어린아이를 죽인다는 것은 가 장 자극이 될만한 일 아닙니까? 그는 누구든지 숲속 뒷길에 서 자신을 목격하리라는 우려를 하고는 숨을 거처를 미리 마 련해 놓았을 겁니다. 지금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으려고 외 딴 은신처에 숨어 있겠지요." "꽤 낙관적인 시각이군요." "실제적이려고 노력합니다. 아마도 그는 지금쯤 자신의 계획 이 실패한데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재빨리 그 구역 을 벗어나려 할 겁니다. 조심하셔야 되겠습니다." 보안관은 일어나 다정한 웃음을 건넸다. "뉴 에섹스에 연락해서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강력한 체포명령을 내리겠습니다만 우선되어야 할 일은 선생 가족 들의 안전입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은......" 토미가 샘에게 물었다. "가능하다면...... 아니 내가 할 일은 버키를 이쪽으로 데려 오는 일입니다. 이곳에서 그들을 보호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보우든 씨." 10 캠프까지는 웨건으로 30분 가량이 걸렸다. 칸츠 보안관과 메 날드 씨가 사무실에 함께 있었다. 그들 옆에는 꽤 멍청해 보 이는 남자가 보안관 부관인 로니지던을 소개했다. 메날드는 걱정스레 말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군요. 치밀하게 계획된 사실이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칸츠 보안관이 무엇인가를 공중에 높이 던졌다가 받았다. "이게 그 총탄입니다. 30구경 소총이지요." "유탄이라지요." "총탄이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알아냈습니까?" 샘이 묻자 부관이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파른 바윗가 근처입니다. 길에서 30피트 정도 떨어진 곳 이지요. 바위 이끼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이끼에 눌린 자욱이 남아 있어요. 차바퀴 자욱은 눈에 띄지 않고 탄약통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피우다 버린 담배 꽁초가 발견되었을 뿐입니다. 바위에 문 질러 담배를 껐나 봅니다. 자, 이제 3어떻게 하시렵니까?" "어쨌든 오늘 제이미를 캠프에서 데려와야 겠어요. 그리고 여자 애들 캠프장으로 가 낸시의 소지품을 챙겨 데리고 나와 야겠어요." "그리고 집으로 가실 겁니까?" "아닙니다. 아내와 막내가 묵었던 곳에 아내와 애들을 데려 다 놓을 겁니다." "그곳이 캐디에게 발각되면?" "글쎄요." 보안관이 입을 다물고 생각한 후 말했다. "좋습니다. 그가 잡힐 때까지 모두 한곳에 같이 있는 것이 좋겠어요. 그가 잡히지 않는다면?...... 당신 가족들이 영원 히 도망만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당신 이라면 어떡하시겠어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가령, 그를 굶주린 호랑이 라고 가정해 봅시다. 숲속이나 은밀한 은신처에서 그를 유인 해야 한다고 볼 때 양 같은 것을 이용해서 경계를 푼 듯이 하고 숨어있는 편이......" 샘은 보안관을 뚫어져라 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아내와 아이들을 그를 잡는 미끼로 이용하자는 말 인가요?" "그렇습니다. 꼭 적절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제 정신이 아니 라고 했잖소. 다음 기회를 포착하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샘은 시계를 힐끔 보고 말했다. "자, 이제 제이미의 소지품을 챙기고 버키를 데리러 가야겠 습니다. 메날드 씨." "이미 짐은 다 챙겨 놓았어요. 버키는 제 아내와 같이 있구 요. 제이미에겐 정말 악몽 같은 달이군요." "앞으로는 별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샘은 보안관과 그 일행에게 몇 차례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작별을 고했다. 보안관은 이제 몇 가지 단서만 잡으면 그를 잡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그를 위로했으나 그의 말속엔 왠지 공허함이 가득 느껴졌다. 5시 15분 전에 샘은 병원으로 돌아왔다. 낸시는 그녀의 캠프 계획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 고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 매우 실망했지만 이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수긍하듯이 말했다. "그래요. 그곳은 음침한 산속이어서 낮에도 혼자서 다니기도 위험했어요." 그리고는 몸서리치듯이 몸을 떨었다. 샘은 병원 로비로 내려가 빌 스테취에게 전화를 걸어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금요일까지 사무실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 다. 그들은 제이미에게 다시 한 번 잘 자라고 안심시키고는 일더 몬트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샘은 캐롤에게 낸시와 버키를 데리고 서펀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다 음날 제이미를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곧 그녀가 자기와 떨어져 있는 사실을 꺼림칙해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방을 두 개 잡아 함께 묵기로 했다. 토미켄트는 버스로 혼 자 돌아가겠다고 했으나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있으라고 말 렸다. 샘은 캐롤이 걱정되었다. 그녀는 완전히 넋을 잃은 듯이 저녁식사 >때에도 묻는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했을 뿐이었다. 석양빛이 가득히 서쪽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아무 말도 없는 토미에게 물었다. "토미, 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가?" "예?" "내 입장이라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별도리가 없었겠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덤비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그저 말인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우리 사회는 도둑이나 방화범 같은 단순한 범죄자들로 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잘 조직되어 있지. 아무리 날뛰던 범 인들도 결국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지만 맹목적으로 누구 를 죽이려고 하는 범인의 경우는 좀 달라. 시시각각으로 조 여오는 불안감에서 우리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짐작도 할 수 없고 그 불한당 같은 놈은 우리가 불안해지는 만큼 쾌 감을 느낄 거야. 만약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떼더라도 보디가드를 고용해서 난 나름대로 강력한 대책을 세우겠어." "서편에 와 있는 걸 그가 알까요?" "우리가 앨더몬트를 떠날 때부터 우리를 따라왔다면 벌써 알 고 있겠지. 그런데 그가 지금 이 지역에 있다는 생각은 안들 어. 항상 우리보다 한 발 빨랐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의 모 든 계획과 심중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해. 캠프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그가 하퍼 근처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그곳은 꽤 험준한 지역인데." "낸시에게는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서펀은 예전처럼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내일 다시 떠날 생각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앨더몬트에서 북쪽으로 백 여 마일 떨어져 있는 서펀으로 가 기 위해 샘 일행은 웨건과 MG승용차를 몰고 가야 했는데 지 도를 열심히 봐가며 길을 찾아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이미 는 기운이 회복된 듯 보였으며 그 초록빛을 띠던 얼굴빛도 제 본래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제 자기에게 총을 겨눈 그 흉악범에 대한 것도 희미하게 잊은 듯 보였다. 캐롤 은 여전히 가라앉은 분위기로 반응이 없었다. 샘은 낸시와 같이 MG승용차를 타고 앞서 가고 있었다. 캐롤은 버키, 제이 미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뒤에서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땐 샘이 두 번이나 차에서 내려서 자신감을 보여 주며 보살 펴 주었다. 좋은 아침이었다. 공기는 매우 상쾌하고 깨끗해 서 숲속의 모든 것들이 뚜렷하고도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 냈다. 한참 가다 경치좋은 마을을 보았다. 침울했던 기분이 말끔히 가실 듯한 좋은 날씨였다. 그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 다. 캐디는 곧 잡힐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가 제 정신이 아 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또 그에 따른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 이다. 베시 멕고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캐롤이 잘 따라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주 백미러를 힐끗거리며 운전했다. 오전 11시 경, 서펀에서 40마일쯤 왔을 때 }그가 뒤차를 백 미러로 다시 한 번 보려고 힐끗거렸을 때였다. 캐롤과 남자 애들이 탄 차가 길을 급하게 벗어나더니 길옆 도랑으로 거꾸 로 처박히면서 뒤집혔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련의 사건은 슬로우 모 션같이 샘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낸시가 뒤를 돌아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차를 돌려 그 현장으로 질주해 나갔다. 그리곤 달려나 가 뒤집어진 차문을 열어젖혔다. 버키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버키를 먼저 꺼내놓고 제이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롤을 끄집어 냈다. 낸시는 그들에게 다치지 않았는지 살펴주었다. 샘은 도랑의 한켠 잔디가 우거진 곳에 그들을 앉혔다. 버키는 앞 이마에 밤톨만한 혹이 났고 댡낮記 입술이 부르 텄다. 다행히 제이미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캐롤이 문제였다. 그녀는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고 자체보 다도 그녀의 거칠고 신경질적인 언동이 아이들을 공포에 떨 게 했다. 아무리 해도 그녀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조그마 한 농장트럭이 털털거리며 저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샘이 달려나가 큰 소리로 도와달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그 차는 조그맣고 못생긴 농부로 보이는 남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는 데, 입을 쑥 내밀고 무엇인가를 먹는지 쉴새없이 입을 움직 이며 그냥 지나쳐 버렸다. 샘은 도로의 한가운데 서서 고함 을 지르며 지나가는 차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이윽고 차가 와서 멈췄다. 먼지에 덮인 세단이었는데 뒤에는 각종 쇠로 된 d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작 업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천천히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 가왔다. 캐롤은 어느정도 진정이 된 듯이 보였다. 샘의 손수 건으로 계속 입을 막고 있다가 그에게 말했다. "애들은 많이 다치지 않았지요." "괜찮아. 가벼운 찰과상 정도 뿐이야. 당신은 괜찮아?" 차에서 내려선 남자 한 명이 말했다. "우리는 마을로 가던 중이에요. 마을에 찰리 홀이라는 사람 이 구난 차량을 갖고 있는데 이쪽으로 오라고 해야겠군요. 에드, 자네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찰리와 함께 이 차를 끌고 오게. 난 여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에반스 선생님한테 모시고 갈테니까 말이야." "난 어제 총에 맞았어요." 제이미가 큰 소리로 다소 자랑스럽게 말했다. 두 남자가 서로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멀둥멀뚱 상대방만 쳐다 보았다. 두 차량을 남겨두고 그들의 세단에 올라타야만 했다. 샘은 도랑에서 그녀를 부축해서 차에 앉혔다. 자리가 좁아 버키는 뒤편의 장비들 사이에 껀어 앉아야 했다. 제이미는 앞좌석에 앉은 낸시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 옆에 앉아 운전을 하는 남자가 말했다. "마을 입구에 가면 바로 왼쪽으로 있는 하얀 잡이 에반스 박 사의 집입니다." 차가 떠나자 에드라고 하는 남자에게 샘이 말했다. "저 사람에게 뭐라고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괜찮을 겁니다. 솔직히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누가 운전하다 이런 사고가 생긴 겁니까?" "제 아내가 웨건을 운전하면서 제 뒤를 따랐습니다. 전 MG차 를 딸과 같이 타고 앞서서 가고 있었는데 제가 되돌아 보았 을 때 막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앞바퀴가 빠지면서 그런 사고가 생긴거군요." "앞바퀴가? 그런 줄은 미처 몰랐어요. 왼쪽 앞바퀴가 빠졌다구요?" "좀더 살펴봅시다. 다른 곳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 그들은 약 5분 정도를 열심히 차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길 에서 50피트 떨어진 곳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체가 눈에 띄었다. 에드가 그것을 주워 살펴보니 바퀴나사였다. 그중 하나를 두터운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이상하군요." "뭐가요?" "절단된 부분은 없는데 나삿니가 조금 상했군요. 아니 좀 많 이 삭았어요. 어디에서 오는 중이었죠." "앨더몬트에서요." "나사가 바퀴에 세 개밖에 없었고 그중 하나는 거의 빠져있 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장난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고약한 장난을 쳤 나봐요. 자, 이젠 바퀴를 찾아봅시다." 몇 분 뒤에 구조차가 도착하고 샘은 바퀴를 도랑 끝에서 찾 아냈다. 차는 바퀴 쪽을 로프로 감아 쉽게 도랑에서 건져냈 다. 차의 오른쪽 부분은 찌그러들어 보기 흉했고 유리창 두 장이 깨져 있었다. 샘은 ;자동차 정비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자세 히 듣고, 에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고 의사의 집으로 갔다. 엘렌던이라는 그 마을에서 꽤 명의라고 알려져 있는 그 의사는 비스코라고 했다. 그는 작달막한 키에 피부가 까 무잡잡했으며 시커먼 구렛나루에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 으로 다소 음침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빳빳한 의사용 가운을 걸친 모습이 더 그런 인상을 강조해 주었다. 그는 샘을 조그만 진찰실로 안내해 앉으라고 하고는 담배를 권했다. "보우든 씨 댁의 부인은 원래 신경질적인 여자입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최근 신경이 날카로워질만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 니까?" "예,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는 상당히 심각한 일을 겪고 있 습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 "심한 정신적인 쇼크 같은 것 말입니다. 우리애가 총탄에 맞아 몇 바늘 꿰맸을 때 아내는 꿰매지 못 한 만큼의 상처를 마음에 받게 되었고 또 연이어 당한 사고 는 그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비스코 박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부인은 잠시 이성을 잃었지만 원래 지적이고 감성적인 것 같군요. 약한 진정제를 투여했으니 깨어나면 훨씬 나아질 겁 니다. 그리고 내가 처방해준 대로 그녀를 돌봐주면 됩니다." "입이 찢어진 것 같던데 그 상처는 어떻습니까?" "꿰매기에는 적당치 않은 크기라서 그냥 3놔뒀어요. 몇일 동 안은 그대로 부어있을 겁니다. 출혈은 멈췄구요. 그리고 작 은 애, 아 버키라고 했던가요? 그 애는 자기 머리에 난 혹이 신기한지 자꾸 거울을 들여다보던데요. 그 외엔 아무런 상 처도 없습니다." "이제 차가 수리됐는지 보고 와야겠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을 여기 놔두고 가도 되겠지요?" "좋습니다. 워커 양이 계산서를 드릴 겁니다. 보우든 부인은 침대에서 쉬고 계시고 아이들은 뒤뜰에서 벨기에산 산토끼 와 놀고 있습니다." 웨건은 아직도 수리 중이었다. 수리공이 말했다. "그리 심하게 망가지진 않았어요. 바퀴를 점검하기 전에 심 하게 찌그러진 나사못을 먼저 봐야겠어요. 오른쪽 문이 열 리지 않아요. 기름도 다 떨어져 다시 채워야 되겠고 차 프레 임도 좀 기우뚱합니다. 망치작업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데요?" "좋소. 아내가 차를 당분간 운전하지 않을거니까 보관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언제쯤이면 차를 쓸 수 있을까요?" "40분 뒤면 가능할 겁니다." "좀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는 차를 점검하고 다시 비스코 박사 집으로 갔다. 약간 어 두컴컴한 방에서 캐롤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들어 있지는 않았다. 그가 침대 곁으로 다가오자 눈을 떴다. 그녀의 블라 우스에는 말라서 짙게 7보이는 핏자국이 배어 있었다. 그녀 는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 그 녀의 손을 쥐었다. "푹 잔 것 같아요." "기분은 괜찮아?" "예. 조금 부끄럽네요. 차가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난 제이미 사건 이후 계속되는 긴장에 견딜 수가 없었어요. 꿈속에서 제이미가 총을 들고 다니며 그를 죽이겠 다고 말했어요. 작은 불한당같이 말이에요." "그래? 굉장하군." "그러다 잠에서 깼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참, 내 입 술 흉하죠?" "끔찍해.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처난 후의 입술을 보니까 아랫입술이 河떡 베어져 있던 데 끼어나보니 많이 아물었어요. 의사선생님이 치료를 잘 해 준 것 같아요." "참 좋은 사람이더군."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조처해 주는 것 같았어요. 제 기분도 다시 회복시켜주시고 말이에요. 차는 못쓰게 되었나요?" "30분 후면 다 수리가 된다더군. 원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직은 쓸만하겠어." "잘 됐군요. 그렇지만 오늘은 운전하고 싶지 않아요." "MG를 이곳에 놔두고 우리 모두 웨건을 타고 가자구." "그래요, 여보." "그 차 성능이 어땠어?" "제대로 나아가지를 않았어요. 왼쪽이면 I왼쪽, 오른쪽이면 오른쪽 운전대를 돌리는대로 말을 들어먹지 않더라구요. 중심이 없이 비껴 나간다는 느낌 아시죠? 그래서 커브 도는 매순간마다 운전대를 꼭 잡고 있었는데 조 금씩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구요. 앞 기어 쪽에서요. 그리고 그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는 소리가 더 심하게 났어요. 그 리고 심한 진동도 있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바퀴가 제멋대로란 느낌이 들어 당신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클랙슨을 울렸는데 그 순간 어디론가 떨어지는 듯하면서 차 가 처박히고 무엇인가가 내 입에 와 부딪쳤어요. 왜 그런 사 고가 일어났는지 아세요?" "누군가가 바퀴나사를 느슨하게 해 놓았어."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그 의 손을 꽉 잡았다. "세상에 그럴 수가!" 그녀가 나지막하게 울부짖었다. "맞아요. 그는 우리 차를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는 앨더 몬트근처 가까운 병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가 또 저지른 일이에요. 앨더몬트 작은 마을이에요. 그는 또 우리를 찾아내고야 말거구요. 우리가 큰 길로 다 같은 차 를 타고 빠르게 달렸다면 지금쯤 우리는 여기 있지 않겠죠?" "언제까지 우리에게 이런 자질구레한 행운이 있을까요? 그가 바라는게 이뤄지도록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그는 곧 잡힐거야." "아니오. 그는 잡히지 않을 거예요. 설사 P잡힌다 하더라도 지난 번처럼 곧 풀려날거구, 그리구 또......" "전정해, 캐롤." 그녀는 고개를 외면한 채 얘기를 계속했다. 목소리가 다소 멀리 들리는 듯 싶었다. "일곱 살 때였을 거예요. 그땐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였어요. 우리는 동네 카니발에 갔었어요. 그곳엔 회전목마가 있었는 데 아빠가 날 들어 올려 커다란 흰 색 목마에 올라타게 했어 요. 처음엔 굉장히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몰랐어요. 목마의 손잡이를 잡고 있으려니까 아래 위로 움직이며 목마가 돌기 시작했어요. 아빠가 돈을 더 지불하고는 오랫동안 목마를 작동시켜 달라고 주인에게 부탁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 지요. 얼마간 그렇게 하고 있으려니까 사람들의 얼굴이 점 점 희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음악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어요. 모든 게 줄무늬로 보이는 번개 같은 회전이었어 요. 난 멈추고 싶었어요. 견딜 수 없어 하다가 난 그만 눈을 감고 말았는데 그때 까마득하게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느낌 을 태어나서 처음 느껴봤어요. 그때 아무도 내가 외치는 것 을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점점 내 몸은 무엇인가에 휩쓸려 주체할 수 없이 빨라지고 음악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그리 고 난 내동댕이쳐졌어요." "여보, 제발 그만해." "그래요. 그만하고 싶어요. 두려움에 떠는 건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그녀는 애원하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일생동안 이처럼 자 신이 무력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오후 늦게서야 그들은 웨스트 윈 드에 도착했다. 그곳의 몸집이 작고 쾌활한 남자가 고장난 차를 점검해주고 또 캐롤의 부은 입술과 버키의 앞이마에 난 혹을 치료해 주었다. 제이미는 자신의 드라마틱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에 다시 열을 올렸는데 가끔씩 오는 통증으로 간 간이 미간을 찌푸려 실감을 더해 주었다. 대충 정리가 되자 샘은 빌 스테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사 건의 경황을 알려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불쑥 말을 꺼냈다. "이런 빌어먹을 사고가 계속 일어나다니...... 이건 전적으 로 내 개인 사정이네, 빌. 다음주까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 네." 수화기에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먼저 빌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최근에는 자네 이곳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 클라라가 자네 업무일정에 대해 좀 아나?" "그녀가 모든 스케줄에 대해 체크를 했으니까 연기할 수 있 는 것과 차후에 계획을 세워야할 것, 먼저 처리되어야 할 것 들을 알 거야. 자네가 필요한 정보는 그녀가 도움을 줄 걸세." "알았네. 자네 일이나 잘 해결하고 오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 고맙네." 통화를 끝내고 캐롤이 있는 방으로 가 간이용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종이와 p연필을 꺼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서펀에 있는 그들의 은신처를 캐디가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 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간단히 만들었다. 그는 제이미와 낸시에게 절대로 그런 얘기를 지껄이지 말라 고 주의를 줬다. 아이들은 토미를 제외하고는 절대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 했다. 낸시는 토미 또한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 고 덧붙였다. 샘앞으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전갈을 받아도 그는 받지 않았 다. 모든 우편물은 사무실로 배달이 되도록 했다. 그는 캐롤 에게 보낼 편지를 직접 부쳤다. 캐디가 그들이 서펀에 있다 고 생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철저하게 크고 작은 모 든 일을 조심했다. 그래서 결국 서펀이 제일 안전할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 심만 한다면 문제없다.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싶었다. 다시 시작해보는 거다. 이 곳 서펀은 안전할 거다. 의식적으로 자꾸 그런 생각을 했다.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을 특별히 하는 일없이 보냈 다. 휴식과 안정된 생활이 어느 정도 캐롤의 정신을 회복시 켜 준 것 같았다. 낮에도 수영을 하고 비가 올 때도 수영을 하고 어떤 때는 달밤에도 수영을 했다. 실컷 먹고 도 실컷 잤다. 서서히 시간이 갈수록 샘의 마음엔 어떤 확신이 서 갔 다. 처음부터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점점 쉬워질거 다. 그런 생각은 그의 천성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그를 뤀シ 緞 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가 귀중히 여기는 가치, 그가 살 아온 어떤 의미 같은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의 이러 한 심리적 갈등 때문에 그의 행동과 표정이 눈에 띌 만큼 달 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캐롤이 언제부터인가 유심히 자기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그는 멍청하고 무감 각해져 있었다. 월요일은 오전부터 숨막힐 듯 무더웠다. 샘은 테니스 게임을 하고 있는 캐롤을 불러내어 노란 노젓는 배로 데리고 갔다. 동쪽 하늘은 짙은 구리빛깔로 왠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잔잔히 물결을 헤치고 나가 고요한 적막 속에 사라져갔다. 캐롤은 흰색 반바지에 빨강 색 홀터(어깨끈이 달리고 잔등과 팔이 노출된 여자옷)를 입 고는 뱃머리에 앉아 샘이 노를 저어 호숫가 중간 지점으로 미끄러져감에 따라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튕겼다. 그는 물기가 있는 노를 저어 천천히 노에 주는 힘을 다할 때 까지 배를 움직였다. 이어 담뱃불을 붙여 캐롤에게 건넸다. "당신 정신 나간 사람같아 보여요. 아세요?" "음. 알아." "제게 털어놓으시면 안돼요?"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기분이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당신이 이곳이 안전하다고 확신을 주고, 또 우리 모두 같이 있고, 즐겁지는 않지만 훨씬 좋아요. 우 리 아이들이 눈앞에 있고 위험이 닥치더라도 같이 있다는 사 실만으로도 9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당신에게 자세히 알려야 할 이유 가 없잖아. 당신의 지나친 과잉반응일 뿐인데......" "내가 바라는 건 다른 거예요. 나 혼자라는 느낌을 지우고 싶어 그래요."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겉으로는 내가 아무렇지 않아 보일테지만 속으로 미쳐 가고 있어요. 캐디를 죽이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털어놓고, 그대로 덫을 놓고 그리고 그를 죽여야 해요.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말을 엄추고 그녀는 잠시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약간 멋적은 듯이 다시 얘기를 이었다. "살인이 아니고 사형을 집행하는 거라구요."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구. 살인?...... 실패하면?.... .. 우리가 어떻게...... 당신이 정말 그런 용기가 있어?" "있구 말구요. 난 해낼 거예요. 무언가를 막연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우리의 애들을 바라보고 다음엔 누가 해를 입을 까 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백번 나아요. 샘, 내가 도와줄게 요. 나를 믿고 우리 계획대로 해요. 이대로 기다리다간 미쳐 버릴 것만 같아요." "나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당신이 나보다 더 결심이 굳은 것 같군." "당신 생각을 얘기해 보세요." 그녀는 곱게 그을린 팔을 끼고 진한 갈색 눈동자를 크게 뜨 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각선미는 언제 보아도 아름 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탄력있고 강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바람이 불어와 선수가 흔들리고 아득한 하늘이 더욱 드높아 보인 반면 그녀의 뒷배경으로 깔린 호숫가 가장자리의 물이 더욱 진하게 보였다. 파란 호수와 하늘은 호숫가에 있는 하 얀 집을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냈다. 순간, 드라마같이 현실적이고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부부 사이의 샘과 캐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여자와 남자 로서만 생각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과 흥분된 분 위기가 감돌았다. "어서 말해 보세요. 샘." "내 계획은 보안관이 한 말 가운데서 힌트를 얻었어. 아직 구체적인 상황까지는 생각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같이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이곳에 놔두고 가야 해. 낸시가 책임을 지고 잘 보살필 거라구." "애들에게는 자세한 얘기를 않는 것이 좋아. 대충 그럴듯하 게 얘기를 해놓자구. 그리고 일단 당신과 내가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우린 한 차례 도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거지. 당신 혼자만 집에 돌 아온 것처럼 보이는 게 효과적이겠지. 그가 제이미에게 벌어 진 상황 같은 기회를 주는 거야. 가령, 집 근처 떨어진 곳이 라든가. 뒤뜰 같은 곳에서 당신이 혼자라는 것을 보여 주는 거야." "좋아요. 그럼 당신은 어디 있을 거죠?" "집안 어딘가 숨을 만한 곳에서 기다리는 거지." "그가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않을까요? 그러면 어쩌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잖아. 자세한 세부상항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 그녀는 손톱 끝을 물어뜯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차고 위에 있으면 어떨까요?" "거기는 너무 멀어. 가능하다면 집안에서 당신과 함께 있어 야 해." "우리 둘이 알아볼 수 있는 신호장치 같은 것을 이용하면 어 떨까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옛날 언 젠가 낸시하고 산드라고 부저를 이용해 서로 몰래 연락하고 그랬잖아요." "그럼, 끈이나 줄 같은 것을 이용하기로 하지. 소리가 나면 곤란하니까." "난 낸시의 방에서 잘게요. 그곳에 장치를 하기로 해요." "차고에서 낸시의 방이라......" "당신은 MG를 이용하세요. 나는 물건을 사러갈 때 웨건을 타 고 갈 테니까요. 그래서 적당한 장소에서 당신을 태우면 당신은 몸을 깊숙이 의자에 파묻고 있어요. 그리고는 곧장 내가 차고로 차를 몰 고 갈게요. 그리고 구입한 물건을 갖고 유유히 집안으로 들 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그동안 식량을 차고 깊숙한 곳에 저장해 두는 거예요. 그것이 그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 게 올 수 있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그 자가 내가 떠났다는 사실을 Z눈치채지 못하면 어 쩌지?" "어쨌든 차 한 대는 없어져야 해요. 다른 방도가 없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돌아왔다고 십중팔구 생각할 거구 우 리가 의심받게 되잖아요." "밤이 되면 숨듯이 잠적해서 집안으로 들어올게." "내가 혼자 있다는 사실을 그 놈에게 주지시키려면 내가 집 안에 혼자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게 제일 좋아요. 내가 혼자라는 걸 확인하면 그 놈은 안심할거구. 그리고는 행동 을 개시하겠죠. 나를 쫓아들어올지도 모르구요." "그가 우리 손에서 놀아날까? 진짜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 떻게 그를 처치하지?" "제가 몽둥이를 사용할테니 당신은 새로 산 총을 가지고 계 세요. 그 놈을 저지할 수 있는 물건은 그래도 많이 있어요. 전기밭솥, 각종 프라이팬 등 요리기구. 좀 시끄럽긴 하겠지 만요." "정말 당신 해낼 수 있겠어?" "물론이에요." "그리고 다른 문젠데. 만약 우리가 이 일에서 성공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지?" "무슨 말을 하는 거죠? 그는 범죄자예요. 경찰들도 그를 알 아요. 그의 전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죠. 그런 일을 벌이고 난 다음에는 경찰에 신고하면 될 뿐이라구요." "그래 그러는 게 좋겠군. 쓸데없는 걱정이야." "그런 생각은 말고 우리에게 뒤따를 위험이나 걱정하세요. 당신은 저보다 더 초조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우리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잘 해내야 해요." "조금도 실수를 해서는 안돼. 절대로. 냉정하고 침착하게 알 겠지?" "만약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그럴 리가 없지. 그는 지금 다음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몸 이 달아 올라 있을테니까 끝장을 내버리고 싶을 거라구. 자, 내일 아침 떠날까?" "오늘 떠나요. 오늘 떠나서 우리 계획대로 일을 시작하기로 해요. 시간이 가고 있어요. 어서요. 배를 돌리세요." 그들은 점심식사를 한 후 곧장 떠났다. 엘런던으로 가서 MG를 찾고, 낸시가 그들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따라줄 것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무섭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시간은 더욱 지체되었다. 낸시는 동생 들을 잘 보살피라는 캐롤의 말에 매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는 이내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짓은 현명치 못 한 행동이며 경찰에게 캐디를 체포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좋 지 않겠냐고 캐롤과 샘을 설득시키려고 했다. 낸시는 집에 머물려고 하는 샘과 캐롤의 생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차라리 뉴 에섹스에 있는 호텔에 묵는 편이 나을 텐데.. .... 그러나 그들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확신을 주자, 마 침내 제이미와 버키를 잘 보살피겠으며 자기들 걱정은 하지 말고 두 분이나 조심하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격려했다. 그들은 오후 5시가 좀 넘어 집에 도착해서 차 두 대를 차고 에 주차시키고 그들의 짐을 들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비는 이제 그치고 집주변의 나무들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들이 잔디밭을 서둘러 걸어갈 때 왠지 불쑥 불길한 예감이 들어, 샘은 차고 뒤로 솟아있는 언덕과 캐롤의 사이를 걸었 다. 앞 현관에 이르러서야 조금 안도가 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캐디가 벌써부터 와 그들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는 느낌은 지나친 긴장 탓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샘은 집 뒤쪽에 아테네식으로 조각된 창문으로 가서 쌍안경으로 언덕을 살펴보았다. 숲이 너무도 푸른 언덕에는 거칠고 큰 자갈들이 많았다. 왠지 음침한 인 상을 주었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들은 가장 안전한 장소를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밤중에 부엌을 이용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캐롤은 처음 계획대로 낸시의 방을 이용하기로 했다. 깜깜해지자 샘 은 불을 켠 두 개의 방이 밖에서 잘 보이나를 확인하기 위해 나가보기까지 했다. 손에 권총을 쥐고는 조심스럽게 집 주 위를 몇번이고 돌았다. 그가 집안으로 돌아왔을 땐 그가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밖 에서 보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캐롤은 그가 들어오자마 자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는데 그녀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는 함께 침대 속으로 들어가 꼭 부둥켜 안고 잠이 들 었다. 그들이 베고 자는 베개밑에 총을 한 자루 깊숙이 숨겨놓은 채. 8월 6일 화요일. 아주 화창한 날씨였다. 아침식사를 한 뒤 그들은 부저장치를 확인해 보았다. 작동은 되었으나 만약을 위해 밧데리를 시내에서 사갖고 돌아왔다. 출발하기 전에는 다시 한번 차를 점검해 보았다. 조심. 조심 만이 최선책이었다. 매순간마다 그들은 집안과 차고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 했 다. 또한 매순간마다 샘은 언덕 숲속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캐디가 그곳에 있다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하게 들었다. 또한 캐디도 그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저장치가 완벽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의 신호로 그녀가 먼저 짧게 세 번 장난 감같이 생긴 단추를 눌러 신호를 보내면 그도 같은 신호를 응답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녀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가급적 낸시의 방에서 떠 나지 않았다. 불시에 캐디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은 없으리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길게 한 번 부저 를 울리자고 약속이 돼 있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된 듯 싶었다. 그렇게 몇일간 별 탈 없이 흘렀다. 흥분된 마음도 다소 가라앉았다. 아직 전반전도 치르지 않은 게임이었으나 그들은 꾸준히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농담도 없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긴장은 더욱 팽팽해져갈 뿐이었 다. 필요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그 저 알게 모르게 서로 피하게 되었다. 커다란 임무를 떠맡은 전시의 군인들처럼. 그가 말했다. "이제 모든 게 거의 완벽하게 준비된 것 같군." "그런 것 같군요. 당신 마을에 내려가 시장을 봐올 시간이에 요. 빨리 오실 거죠?" "그렇군. 이것저것 사려면 그리 빨리 올 수는 없겠는 걸. 하 지만 당신 혼자 여기 오래 두기가 겁이 나." "난 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우리가 노리는 게 바로 이거잖아 요? 지금 11시니까 12시까지는 정확하게 돌아오세요, 네?" "그러지." 그는 대답하면서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캐롤은 부드럽게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대낮인데 괜찮을 거예요. 정말, 그리구 조심하고 있을게요. 별일 없을 거라구요." 샘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서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은 차갑고도 건조하여 매우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가 현관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날 때까지 밖에서 기 다렸다. 그리고 MG를 차고에서 꺼내 한바퀴 부웅하고 돌더니 이내 마을 쪽으로 내려갔다. 마을에 도착한 샘은 배로우 주 차장에 차를 멈췄다. 엔진 정밀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을에서 좀 떨어진 새로 생긴 슈퍼 마켓까지 천천히 걸어가야만 했다. 성능이 좋은 최신형 손전 등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식품 몇가지를 샀다. 12시가 가까워지자 그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 걸린 커다란 종이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를 내자 식은 땀이 쫙쫙 흘렀다. 12시 5분이 지나자 그는 더욱 I초조해져 미칠 지경이었다. 그가 도착했을 땐 캐롤도 앞문 쪽으로 다가가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곧장 그에게 말했다. "필요한 건 다 사오셨나요? 어디 봐요." 그녀는 그가 사온 물건들을 풀어보며 말을 이었다. "뭐 좀 재미난 일 없던가요? 앞으로 우리 시간을 어떻게 보 내야 할지. 내가 쇼핑을 갔더라면 이렇게 빨리 돌아오진 않 았을 거예요. 가신 길에 책이나 몇권 좀 사오지 않구요." 그런데 그의 귀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떤 순간 부터 샘은 자기가 철저하게 꾸민 이 음모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되었다. 그는 물론 자신이 있었다. 캐디 쯤이야 이런 식으로라면 얼마든지 때려 잡아 눕힐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내 일생이 달려있는 일생 일대의 실 수가 될지도 모르고 또 뭔가 잘못되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만약 이 일을 성공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함정 속으로 빠 져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던 샘은 캐롤에게 따라오라고 말을 던지면서 차고 쪽으로 걸어갔다. "왜 그래요? 어딜 가려구요?" "시내로 다시 갈 생각이야. 같이 가지. 가서 듀톤 반장을 다 시 한번 만나볼 생각이야." 그녀는 의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무얼 어쩔 수 있다고 그러죠? 그 사람은 우리에게 아 무 것도 해줄 수 없어요. 소용없는 짓이라구요. 애초에 우리 가 계획했던대로 밀고 나가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의논해 보는 게 어때?" 그가 씁쓸해하는 투로 말했다. "우리의 상황과 우리의 열정을 법과 질서 앞에 한번만 더 맡 겨 보자구." "뻔한 일이에요. 우리를 이해하기는 커녕 말릴 게 뻔해요."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말아." "하지만 정말 소용없는 짓일 거예요." "여보, 진정하구 한번만 더 믿어보자구." 마크 듀톤 반장은 외출 중이었다. 그들은 40분이 넘게 그를 기다렸다. 대기실은 삭막하고 갑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둘을 힐끗거렸다. 캐롤은 힘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 의 얼굴은 지치고 고달퍼 보이는 듯 했다. 이윽고 서기가 와서 듀톤 반장 방으로 갔다. 11 듀톤은 싫증난 듯한 태도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들은 책상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샘이 말했다. "우리가 당했던...... 사건에 대해 들었습니까?" "칸츠 보안관에게서 보고서와 전보요청이 왔습니다. 캐디에 대한 수배 명령이 떨어졌어요. 그 자가 이 지역을 떠나지 않 는다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할 겁니다. 아이는 좀 어떻 습니까?" "괜찮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우리가 언제까지 행운만 바라보고 있어야 돼죠?" 캐롤이 무뚝둑하게 말했다. 듀톤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 있습니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하구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일에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제 정 신이 아니에요." 샘이 말했다. 듀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로 봐서 그 자가 숨어서 공격하는 자라 는 걸 알 수 있지요. 분명히 잘 판단하신 겁니다. 보우든 씨." 샘이 자동차 바퀴나사가 느슨하게 된 일을 이야기하는 동안 듀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조만간 잡을 수 있다는 겁니 다. 다른 어떤 확신은 줄게 없습니다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우리가 그 자를...." "숨어 있으라는 거예요?" 캐롤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죠. 보우든 부인." "우리는 계속 숨어 있고 그러다가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이 살 해되면 당신은 더욱 최선을 다하겠네요?" "침착하세요, 보우든 부인. 보우든 씨에게 설명을 했는데...." 캐롤이 일어섰다. "설명도 참 많군요. 나는 여기 오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에 온 게 유감이에요. 듀톤 반장님, 반장님이 이성적이고 친절 하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반장님이 우리를 다독거려 경찰에 서 그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을 갖도록 해서 우리를 돌려보낸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자, 이제......"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어요. 듀톤 반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는데 꼭 들어주셨으면 해요. 우리는 그...... 짐승을 덫을 놓아 잡으려 했어요. 나를 미끼로 쓰고요. 반장님이 그에게 소지하도록 한 총을 갖고요.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남편 이 여기에 와서 반장님을 보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난 여기에 와봐야 상황이 조금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 지요." "캐롤......" "가만 있어요, 샘. 세상에는 너무나 자기중심과 하찮은 권위 에 사로잡힌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 들은 조금의 상상력도 친절함도 없는 0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반장님은 그 보잘 것 없는 최선이라는 형식이나 채우고 계 세요. 우리는 집에 가서 우리들의 방식대로 처리할 테니까요 . 물론 법 조항으로 우리들의 시도를 막지만 않는다면요. 우 리 애들은 겁에 질려 떨고 있어요. 반장님, 내가 캐디를 죽 일 수 있다면 총이든 칼이든 골프채든 어떤 것이로든지 흔쾌 히 죽이겠어요. 가요, 샘." "앉으세요, 보우든 부인." "나는 절대......" "앉으십시오." 남자의 입에서 최초로 위엄있고 묵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캐롤이 앉았다. 듀톤은 샘 쪽으로 돌아섰다. "어떻게 캐디를 유인해서 덫에 걸리게 할 계획이었소?" "계획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몰래 웨건에 숨어 서 헛간으로 들어갈 수 있고, 만약 그 자가 우리 집을 지켜 보고 있다면, 만약 우리 신호기기가 잘 작동한다면, 만약 그 자가 캐롤 혼자만 집에 있다고 믿고 뒤를 밟아 들어가려 한 다면, 내가 총을 쏴 그를 맞춘다면...... 등등이지요." 듀톤은 캐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그 자가 당신 집을 살피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캐롤이 말했다. "신경과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집 이 외떨어져 있으니까." 듀톤은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는 재빨리 사무실을 떠났다. "미안해요, 여보." 캐롤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 아주 당당했어." "스스로 바보꼴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를 너무 화나게 만들 었어요. 암사자 같았어요." "아니야. 90퍼센트 토끼였어." 15분 후 듀톤은 20대의 젊은이를 데리고 돌아 왔다. 그는 작 고 단단해 보였으며 푸른 눈과 덧니를 가리기 위해 애쓰는 입술과 이발을 해야 할 갈색 머리칼을 가진 젊은이였다. 하 얀 셔츠와 짙푸른 색 바지를 입고 노란 연필을 귀끝에 꽂고 있었다. 듀톤이 책상을 돌아 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는 별 관심을 두 지 않고 서 있었다. "커섹 하삽니다. 그는 부지런하고 사격의 명수지요.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 하는 통신담당업무에 싫증이 나 있어요. 앤디, 이쪽은 보우든 부부야. 난 그의 지방과 주 경찰업무를 해제했습니다. 앤디는 한국에서 보병생활을 했어요. 3일 동안 그에게 선생 을 호위하도록 시켰어요. 보우든 씨, 대강 사태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이 당신 계획을 검토해 보십시오. 변동사 항에 대해서는 그의 권고를 받아 들이세요.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그리고 보우든 씨......" "예" 듀톤은 엷게 웃었다. "아주 용감하고 훌륭한 아내를 두셨어요. 그리고 매우 아름다우시고요." 캐롤은 얼굴을 붉히고 웃으면서 말했다. "고맙습니다, 듀톤 반장님." 그들은 의자 여섯 개와 탁자와 라디에이터를 겨우 수용하는 조그만 방에서 커섹과 얘기를 했다. 샘은 원래의 계획을 설 명했고, 노란 종이 위에 집과 헛간과 마당 등을 간단히 그려 주었다. 앤디 커섹은 처음에 수줍고 어색해 보였다. 그러나 조금씩 그의 태도가 분명해져 갔다. "보우든 씨 집에서 헛간까지 대략 어느 정도 됩니가?" "100피트 쯤 됩니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지하실에 있는 게 좋겠어요. 어두워진 뒤에 들어가세요. 보우든 부인. 지하실 문을 열어주실 수 있겠죠?" "습기가 많은 지하실인데요." "그런 건 괜찮아요." 커섹이 캐디가 일을 저지를지, 그러지 않을지에 대해서 전 혀 묻지 않는 것을 보고 샘은 흡족해졌다. 그렇게 하고 나자 모든 계획이 더욱 계획다워지고 잘 짜여진 것처럼 생각되었 다. 앤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꺼낸 후 모두 그의 숙소로 차를 몰고 갔다. 거기서 그는 짙고 헤어진 바지와 검은 셔츠로 갈아 입고 테 니스화를 갈아 신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샘과 커섹은 웨건 뒤쪽에 길게 누워서 낡은 담요를 뒤집어썼다. 샘은 낯익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언덕의 윗부분을 느꼈고 진입로 근처에서 캐롤 이 속도를 늦추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헛간 안으로 차를 몰 고 들어오자 담요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 고, 시동을 끄기 전에 모터 소리가 조금 더 커지는 것을 P알 았다. 그녀는 뒤쪽 왼편 차문을 열고 식료품 봉지를 들고 집 을 향해 떠났다. "조심해." 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입을 꼭 다문 채로 고개 를 흔들었다. 그와 커섹은 차에서 나와서 먼지낀 헛간 창에 서 어느 정도 떨어져서 그녀가 집을 향해 뜰을 가로질러 종 종걸음으로 가는 것을 주시했다. 늦은 오후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샘에게 너무나 우아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는 캐롤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것을 보았다. 샘이 뒤돌아 보았을 때 커섹은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 자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보우든 부인은 한 번 d소리칠 기회는 있을 겁니다." 샘은 그것을 염두에 두지 못한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책망했 다. 그들은 귀를 곤두세우고 헛간의 고요 속에 서 있었다. 웨건의 모터 꺼지는 소리가 털털거렸다. 갑자기 두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가 있었다. 2층에서 부저소리가 들렸다-짧고 빠르게 세 번 울렸다. "휴, 잘 됐어요." 샘은 안도하듯 말했다. 그는 사다리를 재빨리 올라가서 신호 에 응답했다. 정각 4시였다. 커섹은 샘의 장비를 위로 올리 고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커섹은 자기의 장비를 사다리 밑 부분에 놓아 두었다. 그들은 부서진 장난감들과 반쯤 완성된 애들 장난감에 둘러 싸여 있는 낡은 군용 간이침대에 앉았다. 침대는 헛간의 i울 퉁불퉁한 벽에 붙여져 있었다.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 다. 샘은 커섹에게 맥스 캐디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외짝 창문이 그가 앉은 쪽에서 집방향으로 나 있었다. 샘은 내렸다가 들려올라갔다 하는 얇은 줄이 헛간에서 낸시가 창 틀에 뚫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집 뒤로 언 덕의 일부분이 보였다. 더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창문 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기 위해서 그만 두었다. 캐롤은 한 시간마다 정각에 빠른 신호를 보냈다. 캐디에 대 한 얘기를 마치자, 커섹은 자신이 한국에 있을 당시를 얘기 했다. 한국은 어떠했으며, 어떻게 부상당했고, 그때 어떤 느 낌이었는지를 얘기했다. 잠시동안 책을 읽었다. 커섹은 %구 석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책 중에서 아무거나 꺼내어 읽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책을 읽기에도 너무 어두워졌고 담배를 태우기에도 너무 어두워졌다. 캐롤은 9시와 10시에 부저를 울렸고 커섹은 부저를 싸서 소 리를 줄였다. 소리는 조용한 밤에 더욱 크게 들렸기 때문이 었다. "움직일 시간이군요." 커섹이 말했다. 그는 약간 또 수줍은 듯 했다. 그는 손을 내 밀었고 샘은 그것을 잡았다. "캐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샘이 말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목소리는 확신과 자신에 차 있었다. 샘은 더듬대며 그를 따 라 사다리를 내려왔다. 꺞옘습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샘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커섹은 얼굴에 검정을 칠했고, 옷도 짙은 색이었으며 훈련을 받은 사람이 하듯이 어렵지 않게 사라져 갔다. 낸시의 방안에서 스며나오던 희미한 빛이 역시 반쯤 꺼졌다. 그는 잠을 청해 보았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긴 여름 밤의 여러 소리를 들었다. 벌레들의 합창, 먼 곳에서 들려오 는 개짖는 소리, 도로에서 들려오는 차소리, 계곡 저쪽 멀리 서 들려오는 트럭의 디젤엔진 소리 등. 새벽의 여명이 샘을 깨웠다. 그는 창가에서 간이침대를 뒤로 빼내었다. 6시에도 신호는 없었다.그는 신호를 보내고 싶은 욕망을 누 르고 있었다. 시간이 느릿 t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6시부터 7시까지의 한 시간은 영원보다도 더 길었다. 7시에도 신호가 오지 않았다. 집은 고요히 잠든 것처럼 보였 다. 7시 5분이 되자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신호 를 보내려 신호기에 손을 내밀 때 신호가 전해왔다. 그는 숨 을 크게 내뱉고 그녀를 깨웠다고 생각되어 미안하게 느꼈다. 그녀는 피곤해서 수면이 필요했으리라. 그는 뭔가를 좀 먹었다. 길고 긴 아침이 지났다. 세일즈맨 한 사람이 집앞에 차를 세우고 현관 앞에서 몇 분 정도 기다 리다가 포기하고 차를 몰고 갔다. 갈색과 하얀 색이 섞인 고 양이가 잔디 위에 앉아 있는 새에게로 살며시 다가갔다. 꼬 리를 세우고 귀를 앞으로 세우고 잔뜩 웅크렸다. 몸을 ^튀면 서 새를 덮쳤으나 놓쳤다. 새는 느릅나무 위로 날아올라갔고 고양이는 잠시 위를 올려다 보다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내려 갔다. 새들이 고양이를 꾸짖고 있었다. 낮이 되자 애들에 대한 걱정이 그를 안절부절 못하게 했다. 만약 캐디가 어린 아이들을 찾아 내었다면...... 하지만 캐롤은 하루에 두 번 아이들에게 전화하기로 약속했 고 뭔가 문제가 있으면 헛간으로 달려왔으리라. 샘은 오늘처럼 기나긴 하루를 보낸 적을 기억해낼 수 없었다. 그는 그림자가 변해 가면서 길어지는 것을 보았다. 여섯시 가 되자 집 뒤로 흘러가는 구름에 가려져서 밤이 보통 때보 다 빨리 찾아온 듯했다. 열시에 캐롤은 마지막 신호를 하고 나서 조금 뒤 그녀 방의 불을 껐다. ......깊은 잠 속에 안개낀 듯 흐릿한 꿈. 갑자기 아침에 맞 춰둔 시계가 울렸다. 그는 시계를 놓아둔 곳으로 손을 뻗어 더듬었다. 갑자기 깜 깜한 어둠 속에서 일어나 앉았다.그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허둥거렸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떠오르지 않 았고 왜 가슴이 쿵쾅 쿵쾅 뛰는지도 알지 못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간이침대를 밀어제 치고 총과 손전등을 찾으려 더듬거렸다. 그의 몸은 깊은 잠 에 흐느적거렸고 손전등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어둠속에서 찾 았다. 그는 몸을 낮춰 뚜껑문 쪽으로 가서 발가락으로 사다 리를 더듬었다. 사다리를 내려오는 것이 그렇게 l어려울 줄 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발이 미끄러져 내렸고 다시 중심을 잡으로 했으나 손마 저 미끄러졌다. 그는 고르지 못한 곳에 오른발을 헛디뎌 떨 어졌다. 아직 사다리는 여덟 계단이 남아 있었고, 그의 몸 전체의 무게가 발에 실린 채 떨어졌다. 그의 발목 안에서 섬 광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꿍 떨어져 고통에 정신이 희미해져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차 의 바퀴에 기대어 스러졌다. 손에 있던 것은 모두 놓쳐 버렸 고 방향감각마저 잃어버렸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면서 팔과 무릎을 간신히 꼬아앉았다. 느닷없이 부저의 긴 경고음이 그 쳐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을 바닥에 휘저으면서 총과 손전등을 찾아서 어둠속을 더듬거렸다. 그는 둥그런 손전등을 더듬어 찾고 스위치를 넣었으나 불이 켜지지 않았다. 그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 비명소리는 그의 가슴 한부분을 찢어버렸다. 그는 또 두 발을 총성을 들었는 데 그것은 신음에 싸여 있는 듯 했으나 깨지는 듯한 우즈만 총 소리가 들려온 것을 느꼈다. 그는 두려움과 좌절감을 고통으로 신음했다. 바닥을 더듬다 가 리벌버권총을 건드렸다. 그것을 나꿔채 쥐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가 발목에 힘을 주어 일어섰으나 다시 쓰러졌다. 벽 으로 기어가서 벽에 의지하고 몸을 바로 두 번째 비명이 밤 의 정적을 깨뜨리며 들려왔다. 그런 후, 비명보다도 더 끔찍 한 고요가 휩쌌다. 그는 있는 힘을 다내서 비틀비틀 걸음을 z옮겨놓기 시작했다 . 주위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축축한 안개비가 얼굴에 부딪 혀왔다. 그는 물이 가슴까지 차는 바다속을 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오른발이 털썩털썩 내던져졌다.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발목 깊이만큼 깊은 시뻘건 석탄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는 현관 계단 앞에 도착하고 계단을 올라서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바둥거렸다. 갑자기 현관이 잠겨져 있고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스러워졌다. 집 주위 를 돌아가면서 캐디가 침입한 곳을 찾으려면 영원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하나의 절망이 스쳐갔다. 하지만 커섹은 어디 있을까? 바로 그 순간 남자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소리를 들 었다.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소리였다 . 날카롭고 울부짖는 듯한 광란과 분노에 가득찬 짐승의 소 리였다. 바로 우즈만총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깊게 울리는 총성이 들렸다. 창문이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무언가가 집안 계단에서 떨어지는 듯한 쿵쾅거리는 소리와 부딪치는 소리가 뒤섞여 잡안을 흔들듯 들려왔다. 캐 롤이 경보기 대용으로 달아놓은 접시들과 팬들과 줄들이 내 는 소리와 어우러졌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소리였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현관 계단에 있을 때 잠긴 문이 활 짝 열리면서 단단해 보이고 믿을 수 없이 재빠르게 사람이 뛰쳐나와 그에게 강하게 부딪쳤다. 그는 뒤쪽으로 밀려 떨어 졌다. 계단 뒤로 밀려 떨어지는 순간 시체처럼 떠밀려나는 듯한 불쾌한 기분과 함께 축축한 잔디에 벌렁 뒤로 나가떨어 졌다. 그는 간신히 리벌버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숨을 헐 떡거리면서 무릎으로 굴러 일어섰다. 잔디를 세차게 밟으며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가 집 옆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샘은 달려가는 것을 향해 세 발을 쏘았다. 조준할 틈도 없이 속사를 했다. 그는 일어서서 집 옆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는 아직까지도 숨을 헐떡거리고 있 었다. 숨을 조절하며 겨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집 뒤쪽 숲속을 미친 듯이 헤쳐나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그 는 다시 소리나는 쪽으로 두 발을 쏘고 나서 다시 귀를 기울 였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희미해지면서 P사라져버렸다. 그가 현관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발목이 아파 다시 한켠으 로 쓰러졌다가 머리를 부딪쳤다. 그는 팔과 무릎으로 포복하 며 현관까지 와 현관계단을 기어올라갔다. 열린 문을 지나 아래층의 불을 켰다. 여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통과 공포에 가득차 있는 절망 적인 울음소리였다. 그는 갑자기 오래 전의 멜버른 계곡에서 의 잊을 수 없는 소리를 기억해냈다. 심장이 끊어질 듯한 소 리였었다. 그가 계단을 손과 무릎으로 기어올라 가는 동안에도 그 소리 는 계속되었다. 반쯤 올라가던 중에 그는 거추장스러운 총을 옆으로 내던졌다. 위층까지 기어올라간 후 불을 켰다. 커섹 이 낸시의 방 앞 복도에 슫㈎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다. 방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끝없이 애처롭게 훌쩍거리는 소리 가 방안에서 흘러나왔다. 커섹은 복도를 막고 있었다. 그의 총이 6피트 정도 떨어져 놓여 있었다. 샘은 커섹의 위로 건너가야만 했다. 가만히 건 너려고 애썼다. 샘이 건너갈 때 커섹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샘은 캐롤 방의 불을 켰다. 옆쪽 책상은 뒤집혀져 이었다. 램프는 부서져 있었다. 캐롤은 태아처럼 침대 아래에 웅크려 있었다. 아래는 잠옷을 입었으나 위쪽은 거의 벗겨져 나가 한쪽 소매만 덜렁거리며 붙어 있었다. 캐롤의 등에는 두 줄 의 깊게 긁힌 자국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샘이 그녀 가까 이 웅크렸을 때, 그녀에게서 숨을 쉴 때마다 끊어질 듯 말듯 한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샘이 낮記 침대 밑에서 잡아 당겨 올리려고 하자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손톱을 세우 고 덤벼 들었다. 샘은 그녀를 잡아 흔들었다. "캐롤!" 그는 날카롭게 말했다. "캐롤, 나야, 여보." 신음소리가 계속 나다가 그쳤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눈을 뜨 고 샘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샘은 그녀의 왼쪽 뺨 전체가 붉게 멍든 것을 보았다. "어디에 가 있었어요?" 캐롤이 속삭이듯 말했다. "샘, 도대체 어디에 가 있었어요?" "괜찮소?" 그는 침대 아래에서 그녀를 빼내었다. 그는 일어서서 두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도망갔나요?" "그래, 도망 가 버렸어." "오, 제기랄!" "괜찮소? 당신에게 덤벼 들었소?" "짐승처럼요." 캐롤은 찢어지듯이 말을 이었다. "짐승 같은 냄새를 풍겼어요. 단지 문을 긁는 듯한 소리 이 외에 아무 소리도 못들었어요. 그래도 부저를 찾아 아주 오 랫동안 길게 눌렀어요. 그리고 나는 총을 들었어요. 그때 종 이처럼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총을 쏘았고 비 명을 질렀고 그리고는 덤벼들었지요. 그가 나를 쳤어요." "당신에게 뭔 짓을 하려고 했구료?" 그녀는 집중하려는 듯 미간으 찌푸렸다. "당신 말 뜻을 알아요. 그건 아니에요. 그가 다음 동작을 취 하려 한 바로 그때 앤디가 왔어요." 캐롤은 샘의 뒤쪽을 보려고 하면서 물었다. "앤디는 어디 있죠?"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정신이 없었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어디 있었죠? 왜 빨리 오지 않았어요?" "떨어졌어." 그는 복도로 몸을 질질 끌며 나왔다. 커섹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 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겨드랑이 바로 밑에 사냥용 칼의 가죽 손잡이가 이상하게 빠져나와 있었다. 그의 코가 납작하게 몽뚱그려져 있었다. 샘은 침실이 있는 아래층으로 기어 내려와서 침대 위로 몸을 일으키고 전화기를 움켜잡았다. 그리곤 교환원에게 말했다. "밀턴 힐 도로의 샘 보우든입니다. 의사하고 경찰을 빨리 불 러 주시오. 긴급상황이에요. 서둘러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앰뷸런스도 불러 주시오." 그리고 5분이 지나자 안개낀 밤의 정적을 깨면서 언덕을 올 라오는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12 앨리슨 박사는 커섹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앰뷸런스로 보낸 뒤 캐롤의 등에 있는 깊게 패인 자국을 조치했다. 캐롤이 침 대에 눕자 박사는 데머럴 주사 한 대를 놓았다. 30분이 채 되기 전 캐롤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고 박사가 말 했다. 박사는 샘의 발목이 부러지지 않았으나 심하게 뒤틀렸다고 말했다. 국부 마취제를 주사했고 단단하게 묶었다. "일어서 보게나." "전혀 안 아픈데......" 샘은 이상한 듯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게. 발을 심하게 딛지 말고 조금씩 걷도록 하게, 여기서 아주 굉장한 밤을 보낸 것 같군." "경찰관은 어때? 커섹 말야." 샘이 묻자 앨리슨 박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짐작해보게. 그는 젊고 몸도 단단해. 쇼크를 먹었어. 상처 가 얼마나 깊은지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자, 가봐야겠네. 저 기 주 경찰관들이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군." 무감각한 발목을 조심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듀톤 반장이 벌서 도착해 있었다. 듀톤은 낮은 목소리로 몸집이 큰 사람과 얘기하고 있었다. 그는 불룩한 바지와 가죽 재킷 차림이었다. 자신에 차 있었으며 위엄도 있어 보였다. 듀톤 반장은 차갑게 샘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이 분은 E. 구역의 리카도 반장입니다, 보우든 씨." 그가 말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어요." "그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 인사는 했습니다." 샘이 말했다. "보우든 부인은 어떻습니까?" "기진맥진해 있습니다. 앨리슨 박사가 주사를 놓았는데 내일 까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거랍니다." 샘은 의자로 옮겨 앉았다. "될 수 있으면 발목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커섹과 선생이 잘 처리하지 못한 것 같군요, 보우든 씨?" 듀톤 반장이 말했다. 샘은 듀톤 반장을 쏘아보았다. "내 아내의 계획이 아니었으면 나 혼자 일을 처리했어야 했 을 겁니다. 그랬으면 지금보다 훨신 더 심각한 상태가 되었 겠지요, 듀톤 반장님." 듀톤 반장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떻게 감시했습니까?" "나는 헛간의 2층에서 아내가 연락할 수 있는 경보기를 썼고, 커섹은 지하실에 있었습니다. 앞쪽 현관과 뒤쪽 현관도 경 보가 울리도록 장치해 놓았습니다. 그 놈이 어디로 들어왔습 니까?" "찾아냈습니다." 몸집이 큰 주 경찰관이 말했다. "그 자는 부엌 포취 위로 올라가서 2층 복도 끝의 창문을 떼 내고 들어왔습니다." 샘은 피곤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커섹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고 또한 부저소리도 듣지 못 했을 겁니다. 커섹이 처음 들은 소리는 캐롤의 비명소리와 캐롤이 쏜 두 발의 총성이었을 겁니다." "두 발이라고요?" 리카도 반장이 물었다. "분명합니까?" 리카도 반장은 듀톤 반장을 챠다 보면서 말했다. "22구경 산탄 총알 자국 두 군데가 발견됐습니다. 하나는 가 슴높이로 문짝에 나 있었고, 다른 것은 6피트의 높이로 복도 벽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도 맞은편에 38구경 총알이 하 나 더 있었습니다." "커섹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듀톤 반장이 말했다. 리카도는 그의 귓볼을 만졌다. "거친 손님을 처리하는 것과 미치광이를 처리하는 것은 다릅 니다. 커섹은 이곳의 구조를 잘 몰랐습니다. 아마 불 켜는 스위치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민첩하게 움직이 려고 했을 것이고, 캐디는 저 방에서 틀림없이 폭탄처럼 뛰 쳐 나왔을 겁니다." "나도 그 놈에게 총을 쐈습니다." 샘이 얘기했다. "계단에서 우리가 발견할 리벌버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디서 몇번이나 쏘았습니까?" "앞뜰에서 세 번 쏘았습니다. 그는 현관에서 나를 밀치고 집 옆으로 뛰어 도망갔습니다. 그 놈은 뒤쪽 언덕을 기어올라 갔는데 먼 거리에서 두 발을 더 쏘았습니다. 그러나 그 놈은 계속 도망갔습니다. 그가 도망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요." 전화벨이 울리자 부관이 전화를 받아 듀톤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잠시 동안 듣더니 몇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은 더욱 늙어 보였고 눈을 가늘 게 떴다. "리카도 반장은 그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군요 . 독 안에 든 쥐를 잃어버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리카도 반장이 말했다.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이 지역은 봉쇄하기가 어려운 지역입니다. 너무나 샛길이 많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게 봉쇄했는지도 j모르겠군요. 잘 모 르겠습니다. 어쨌든 검문소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개를 사용 할 수도 없고...... 그 놈의 냄새가 없어요. 30분 이내에 출동하도록 주 경관을 소집해 놓았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흩어져 언덕을 올라가며 그 놈의 흔적을 찾아 내 겠습니다. 그런 일에 적격인 사람이 있는데, 보우든 씨는 그 자의 얼굴 을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지역을 제 시간에 봉쇄했기만을 바래야 됩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했을 경우를 생각해서 경보를 울리는 게 어떻겠소?" 리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6급으로 경보를 울리도록 하세. 그럼 언론은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는 우리 경관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는데 ......" 듀톤은 입술을 오무렸다. "경찰을 죽였어. 크게 얼굴까지 내도록 하자구." 그는 샘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샘 보우든 씨,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겁니다. 원하 신다면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리카도 반장님, 그게 좋겠군요." "그럼 지금 하도록 하겠습니다." 듀톤이 말했다. "우리가 빨리하면 할수록 우리들에게 우호적으로 될 걸세." 그는 현관문을 나가 헛간 쪽으로 다가갔다. 리카도는 그의 큰 몸집을 의자에 편히 앉혔다. 그는 신중하 게 말했다. "마음과 몸의 관계는 참 이상도 합니다. 제 정신을 가진 사 람의 마음에 있는 무언가가 신체에 있는 힘 전체는 쓰지 못 다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내 부하 두 명이 셔번 도 로에 있는 술집을 신나게 때려 부수고 있는 한 112파운드 정 도 되는 여자를 체포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다섯 명 이 합세해서야, 그것도 아주 건강한 남자들 다섯이 와서야 그 여자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관 2명 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구요." "듀톤 반장이 얘기한 걸로 봐서는 맥스 캐디는 분명히 제 정 신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그 놈은 빠르고 단단합니다." 샘이 말했다. 리카도 반장은 시가 끝의 위치를 조심스럽게 재보면서 불을 붙였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지요." "부인 곁에 누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터너 부인은 괜찮 겠습니까?" "예." 그는 일어섰다. "어느 집입니까?" "이쪽 위로 다음 집입니다. 고맙습니다." "한 사람을 시켜서 그 부인을 모셔오겠습니다." 그는 나갔다. 샘은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정신과 육체의 소모로 무감 각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떠올렸다. 바보 같은 행동들, 사 다리에서 떨어진 것,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 힘이 강했 던 그 자, 엉덩방아를 찧은 것, 그가 한 일이라고는 어둠속 에 허둥거린 것 뿐이었다. 커섹의 죽음은 믿을 수 없었다. 강하고 능력있어 보이고 결단력이 있어 보이던 사람이 죽다 니...... 하지만 그가 죽으면서 생각하기도 싫은 여러가지 일들을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 그런 게 분명했다. 리즈 터너가 서두르며 들어왔다. 터너는 키가 크고 금발이었 는데 빈혈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 뒤에 믿을 수 없을 만 큼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 "오, 셈. 우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여기는 정말 전 탱터 같군요. 우리가 옷을 입고 이쪽 가까이로 오자 경찰관이 막았어요. 그 경찰관은 여기에서 경찰관 한 명이 죽었다고 말 해주더군요. 당신네 부부는 괜찮나요? 캐롤은 어때요? 어디 있죠?" "앨리슨 박사가 데모럴을 주사했어요. 녹초가 되어 있어서 언제 깨어날지 모르겠어요. 괜찮으시다 면......" "물론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 곁에 있겠어요. 침실에 있나요? 빨리 올라가 보겠어요. 그 사람 혹시 제이미가 마 이크에게 말했던 그 사람, 마릴린에게 독을 먹여 죽인 사람 맞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터너는 잠시 샘을 보더니 위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한번에 두 계단씩 올라갔다. 더 많은 차들 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는 창 가까이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 았다. 제복을 입은 주 경찰이 차 불빛 앞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동쪽으로 옅은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개비는 벌써 그쳤고 나무는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리카도가 들어와서는 샘과 함께 나가서 샘이 어느 쪽으로 총 을 쏘았는지 실현해 보이도록 하고 또 언덕을 올라가는 소리 가 어느 쪽에서 들렸는지를 물어보았다. "이제 시작하도록 합시다. 보우든 씨. 우리가 흔적을 찾을 수 있을만큼 조금 더 밝아진 다음에요. 우리 인원 열 명이 흩어져 찾을 겁니다. 듀톤은 뉴 에섹스로 돌아갔습니다. 여 기 다시 오지는 못할 겁니다. 어쨌든 여기도 한 명을 두고 가겠어요. 여기 선생 총이 있습니다. 재장전시켜 놓았습니다." 샘이 총을 받는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했고 리카도 반장 은 화가 나서 돌아섰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소, 기자양반?" "잠깐만요, 경찰나리."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크고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야말로 우리 신문쟁이가 TV에 다가설 최고의 기회 입니다. 언제 수색을 시작하죠? 보우든 씨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나요? 전 제리잭이에요." "지금 못합니다." 샘이 말하고는 천천히 집 뒤편으로 걸어갔다. 샘 뒤로 리카 도가 잭을 헛간 쪽으로 보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부엌창으로 수색대가 출발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총 알을 장전하고 열을 지어서 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들이 사라질 때까지 보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떠올랐다. 그 는 침실로 올라갔다. 리즈는 그에게 웃음 짓고는 조용하라고 손을 입에 대었다. 캐롤은 천천히 그리고 깊게 숨쉬고 있었 다. 타박상을 입은 얼굴을 6누그러뜨리고 입술도 약간 벌어 져 있었다. 리즈는 잡지를 옆에 두고 샘과 같이 복도로 나왔다. "움직이지도 않아요." 그녀가 속삭였다. "무료하시겠군요." "괜찮아요. 그 불쌍한 얼굴!" 샘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앉아서 기다리려고 하니 마음이 점 점 조급해졌다. 그는 부엌문으로 나가서 뒷문 현관 계단에 앉았다. 해가 많 이 떠올라서 그의 얼굴과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아침의 적막속에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무슨 소리가 들렸 다. 그들은 쉬운 길을 찾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그쪽으 로 다가갔다. 네 명의 주 경찰이 대충 만든 들것을 들고 힘 들여 내려왔다. 두 개의 d나무를 자르고 쳐서 경찰복의 상의 에 넣어 만든 것이었다. 샘은 길이 시작하는 쪽에서 기다렸 다. 그들은 계단 가까이에 와서 쉬기 위해 멈추었다. 그들은 어색하게 들것을 내려놓았다. 캐디가 엎드린 자세로 있었다. 얼굴은 무뚝뚝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회반죽의 색깔이었다. 반쯤 열려진 눈은 푸른 유리조각이 깨어진 틈처럼 보였다. 샘은 여러번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시체들은 이처럼 죽은 것같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들이 임시 들것을 내려놓았을 때 캐디의 몸은 옆으로 거꾸 러져서 축축한 잔디로 얼굴을 무겁게 박았다. 또다시 카메라 플래시카 터졌다. "그 자는 차쪽으로 반쯤 갔었습니다." 리카도 반장이 말했다. "위로 올려 운반하는 것보다는 밑으로 내려오는 게 쉬웠어요. 차는 저쪽 위 도로에 나뭇가지로 숨겨져 있었습니다. 망원경총이 있었고 음식과 술도 있었습니다. 더 조사하고 있 습니다." "그 자를 쏘았습니까?" 샘이 물었다. 리카도 반장은 샘이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밑으로 운반한 것 뿐입니다. 우리는 언덕 위쪽으로 가는 핏자국을 발견했는데 선생이 쏜 총알 중 에 한 발이 맞은 것 같습니다. 아마 나중에 쏜 두 발 중에 하나일 겁니다. 오른쪽 팔겨드랑이 바로 아래를 맞아 동맥이 끊어졌습니다. 그가 삼백 피트쯤 더 언덕 위로 올라갔을 때 피가 바닥났을 겁니다." 샘은 그들이 들것에 실어 옮기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잔디 조각이 그 자의 입술에 붙어 있었다. 샘이 이 자를 죽였다. 샘이 바로 이 무자비하고 굉장한 놈을 흙으로 돌려 보냈다. 그는 자신에게서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찾은 것은 야만적인 성취감과 강하고 원초적인 만족감이었다. 세련된 본능과 행동의 껍질들은 벗겨져 버리고 적의 죽음 에 대한 강렬한 환희 뿐이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치우겠습니다." 리카도 반장이 말했다. "가능하다면 주 경찰서에 들러주십시오. 당신 서명이 필요한 서류가 있습니다." 샘은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향해 걸었다. 10피트 쯤 걷고 돌아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시체를 들어올리는 것 을 보변서 울림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그는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무력감이 몰려와서 의자에 몸 을 기대며 힘없이 앉았다. 그는 제리 잭이 전화에 대고 얘기 하는 걸 들었다. 잭이 집안까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기분 이 상했으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맞아요. 죽였어요. 보우든이 죽였다니까요." 보우든이 죽였다. 샘 보우든이. 머리를 뒤로 제치고 하늘을 향해 고함치길 원했던 그. 죽은 적의 시체를 빙빙 돌며 춤을 추고자 했던 그. 샘은 기력을 회복하자 캐롤이 깨어날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캐롤이 깨어나면 모든 것을 얘기해 주고 그리고는 아이들을 데려오리라. 13 노동절 날 보우든 가족은 특별 손님인 토미켄트와 함께 '스 위트수'를 타고 섬으로 그 해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따뜻한 날이었으며 호수 건너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2시에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샘은 수영복차 림으로 담요를 깔고 앉아 한 손에는 맥주깡통과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들고 무릎에 얹어놓고 있었다. 캐롤은 그의 옆에서 누워 있었다. 캐롤은 졸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손을 뒤로 뻗어 브래지어를 벗으면서 말했다. "여보, 올리브 오일 좀 발라주실래요?" 그는 맥주 깡통을 내려놓고 담배를 그 위 끝에 얹어 놓은 후 기름병을 열었다. 손바닥에 기름을 붓고 캐롤의 길고 깨끗한 갈색의 등에 발랐 다. 정말 흔치 않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미덕과 자존 심과 섬세함을 갖춘 여인, 그리고는 그녀에게 너무 가까이 일어났던 끔찍한 일을 생각했다. 그녀가 신경만 조금만 더 무디었더라면 이 정도의 감정적인 손상을 받지 않고 악몽에 서 벗어났으련만, 어쩌면 그것은 그녀를 끝끝내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는 구사일생의 사건을 떠올리자 눈이 긴장되어서 캐롤의 뒷모습이 흐려졌다. "음." 캐롤은 남편이 뚜껑닫는 것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읊조렸다. "캐롤, 당신 게을러서 물속에 들어갈 시간이 있을까?" "으흠...... 흠." "난, 속았어." 그는 음울하게 말했다. "내가 나이로비의 노예시장에서 당신을 살 때는 경매자가 말 하길 당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했 고, 육체가 단단하고 눈도 좋고 이빨도 튼튼하다고 말했었지." "가격은 꼭 맞았어요." 꿈꾸듯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나를 속였어." "당신 그 서명을 기억하죠. 상품은 반품이 안돼요." "당신을 또 팔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늦었어요. 당신의 노예 노릇을 置求 동안 할멈이 다 됐어요, 주인님!."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할 수 없이 당신을 더 써야 되겠구먼." "하!" "'하!' 라고 하지 말아. 그건 불경스러워!"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것은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나온 점잖은 게임 의 일종이었다.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단서를 찾아내고 창작 하여 사랑을 확인하는 놀이였다. 샘은 빈 깡통을 호수에 던져서 밀려가는 것을 구경했다. 그 는 낸시가 '스위트 수' 선미 쪽에서 미끄럽게 헤엄치다가 음악처럼 사랑스럽게 물속 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캐롤은 브래지어를 입고 일어섰다. "수영을 해야 할까봐요. 당신이 나에게 죄책감이 들도록 했 어요. 돼지 씨, 당신은 뭘 하죠? 맥주나 꿀꺽꿀꺽 삼키면서 모욕적인 언사나 창조해 내고 있겠지요." "헤엄쳐, 난 기다릴게." 그는 캐롤이 머리를 뒤로 묶으면서 물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얕은 여울로 들어가서 헤엄치기 시작했 다. 평화스런 광경이었다. 그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캔을 다 시 꺼내서 들었다. 그리곤 혼잣말을 했다. 중요한 순간이야. 나는 이제 완전하게 검은 구름이 뒤덮인 캐디로부터 벗어났 어. 나는 예상 외로 예전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 거야. 캐롤이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돌아와 맥주를 청했다. 샘 곁 에 앉았다. 그녀는 머리를 약간 기울여 샘을 쳐다보았다. "당신 또 그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에요?" "바보같이 멍해 있는 대신 말이지?" "왜, 그래요?" "캐디를 생각했어." 그녀의 얼굴이 바뀌었다. "당신 그 생각 그만 하세요. 나는 그걸 마음의 뒤편 조그만 상자 안에 잠궈놓고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그 사람을 잡아 끌어내어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죠?" "당신이 물었잖아요. 나는 변화를 찾고 있었어. 당신은 사람 을 죽였다. 당신은 변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변해야 할지 를 모르겠어. 더욱 조악하게 덜 감정적으로? 세상에 풀려진 온순한 당나귀와는 좀 :다르게?" "변화가 있어요." "그걸 볼 수가 있소?" "그건 나에게 변화가 있었다는 거예요. 나는 자신과 나의 조 그만 세계에 대해 바보가 아니에요, 샘. 그건 나의 확실한 권 리이고 변할 수 없는 유산이에요. 행복해지고 아이들을 키워서 둥지에서 떠나 보낸 후 당신과 같이 고귀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는 거예요. 나도 언젠가는 죽겠죠. 하지만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라벤다 향기를 맡으면서 손자 손녀가 둘러앉아 있는 데서 죽을 거예요. 그리곤 당신도 나 와 같이 있게 되겠죠.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거예요. 그 건 이 세상에서 틀림없이 행복하리란 굉장하고도 우아한 나 의 믿음이에요." "그래?" "그건 행운을 통해서지요. 여보, 큰 행운을 통해서요. 세상 에는 여러가지 나쁜 것들이 늘어져 있어요. 캐디도 그들 중 의 하나예요. 커브 길에 뿌려진 얼음조각도 그 중의 하나이 고 병원균도 그것들 중의 하나예요." "그렇군."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힘껏 죄면서 말했다. "이것들이 내가 알아낸 조그만 것이에요. 온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 이 시각에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들의 가 슴은 으깨어지고, 그들의 몸은 부서지고 있어요, 그것도 그 들이 의구심을 갖는 동안에 일어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나에게 일어날 수 없어요. 그렇게 되어 있어요. "알아." "아마 내가 더 강해지고 용감해진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 어요. 왜냐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사건과 사건의 절 묘한 얽힘 속에 균형이 맞추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 차례예요."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호수를 가로질러 바라보았다. "내 차례라. 좋았어. 당신이 얘기한 모든 것들과 또 한가지 더. 이것은 정말 심한 병에서 치유되는 것과 같아. 세상이 너무 신선하고 새롭게 보여. 모든 것이 특별해 보이고 말이 야. 나는 생의 기쁨에 충만해 있어. 나는 이런 기분이 사라 지지 않고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점점 더 보잘 6것 없 이 되어가고 있었어. 나는 나의 직업을 이상화시키고 너무 거기에다가 기대려 했었어. 이제 난 그것이 하나의 도구란 걸 깨달았어. 다른 도구들처럼 그것을 써라! 현명하게 쓰면 도움이 되리라. 그리고 그것이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필요에 알맞는 다른 조치를 취해라." "어머나, 저런 재미있는 세일즈맨이 나와 아버지를 보려고 여기 농장에 들렀네." 그는 둥그렇고 순진한 그녀의 눈을 보았다. "베티 루. 여기에 와서 당신 요리를 먹는 것은 큰 기쁨이야." "저런, 구닥다리같이.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나에게 아부하 려고 그러죠." "베티 루,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요?" 샘은 캐롤의 얼굴이 생각에 잠겼다가 금방 결정하는 것을 보 았다. "나도 갖고 싶어요. 그렇지만 아침마다 배추잎사귀 밑을 찾 아 보아도 한 명도 없었어요." "아이는 그렇게 얻는 것이 아니에요." "여기 시골에서는 최신정보가 없어서 잘 몰라요." 샘은 캐롤의 입술에 키스했다. "이렇게 시작해야 얻을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럼 아이를 갖는 게 좋겠군요." 샘은 웃었고 캐롤도 따라 웃었다. "수영하러 갑시다. 요염한 막돼먹은 아가씨?" "차가운 물세례를 받아 볼래요?" 그들은 손을 맞잡고 물가로 걸어갔다. 어김없이 교외에 살고있는 남편과 아내. 아름답고 온순하고 세련된 이 커플에게는 어느 한 점의 폭력 의 오점도 보이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공포의 흔적도 없었다. 샘은 그녀와 함께 헤엄치다가 멈춰서서 그녀에게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고 느닷없이 장난스레 그녀를 물 속으로 밀어넣 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하여 배의 꼬리를 향해 헤엄쳤다. 그 때 꼬마아이들은 엄마에게 쫓아가라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