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처스 2 차 례 .................................... 제 1장 제 2장 제 3장 제 4장 제 5장 1장 1 6월이 다 지나갈 때까지 노라는 몇 점의 그림들을 그렸다. 그리고 트라비스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또 아인스타인에게는 글 읽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다. 그녀나 트라비스 모두 그 개가 아주 영리하지만 글까지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그가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면 글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들은 아인스타인이 그들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절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비록 그 개가 그들의 말에 아주 적절하고 명확한 행동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개가 단어들 그 자체의 정확한 의미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텔레파시를 통해서 사람들이 말할 때 그들의 마음 속에 생기는 단어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 그렇다고는 믿지 않아요." 어느 날 오후 트라비스가 노라와 함께 자기집 들에 앉아서 청량 음료수를 마시며 말했다. 그들 앞에 있는 잔디에서 아인스타인이 휴대용 스프링쿨러에서 나오는 물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것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일 거요. 그가 나만큼 영리할 뿐만 아니라 텔레파시까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너무 지나쳐요. 만일 그렇다면 내가 목걸이를 하고 저놈이 가죽끈을 쥐고 있어야 할지 모르거든요." 그 사냥개가 사실 텔레파시라고는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스페인어로 해본 테스트에서였다. 대학에서 트라비스는 3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 후에 군에 입대해 테러 진압 부대인 델타 정예 부대에 자원하자마자 다시 그 언어를 계속 익혀야만 했다. 중남미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되어 감에 따라 델타 부대가 스페인어권 나라들에서 테러 진압 작전을 계속 더 빈번하게 실시해야할 필요성이 있게 됨에 따라 그의 상관들이 그에게 부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델타에서 나온지가 벌써 수년이 넘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많은 히스페닉계 사람들과 접촉해오다보니 그는 상대적으로 꽤 유창한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아인스타인에게 스페인어로 명령도 해보고 질문도 해보았으나 그 개는 꼬리를 흔든 채 멍청하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트라비스가 계속 스페인어로 말을 해보았으나 그 사냥개는 머리를 곧추세우고 마치 그 말이 우스갯소리인지 물어보려는 양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개가 말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정신적인 이미지들을 잃고 있다면 그 이미지들을 전하는 언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분명히 그것들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독심술가는 아니에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의 천재성에도 한계는 있어요. 정말 하나님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날마다 노라는 트라비스의 거실 마루 바닥에 앉아 있거나 들에 앉아서 아인스타인에게 알파벱을 설명하며 이 철자들이 어떻게 모여 단어들을 만드는지 또 이 문자 단어가 그 개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음성 단어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따금 노라에게 휴식 시간을 주기 위해 트라비스가 그 수업을 떠맡을 때가 있었으나 그때는 대부분 그냥 책을 읽으며 곁에 있기만 했다. 그는 자신이 선생님이 될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용수철로 제본된 노트를 이용해서 그 개를 위한 초급 독본을 가신이 직접 면집했다. 모든 왼쪽 페이지에는 잡지에서 오린 그림을 붙이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똑바른 글씨체로 왼쪽 페이지에 붙인 그림의 이름을 썼다. 나무, 자동차, 집, 남자, 여자, 의자 등 모두가 아주 단순한 단어들이었다. 아인스타인은 그녀 곁에 앉아 열심히 그 독본서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녀는 먼저 그림을 짚고 나중에 단어를 짚으며 반복해서 발음했다. 6월 말일 노라는 마루 바닥에 아무 표시가 돼있지 않은 그림들 이십여 장을 펼쳐 놓았다. "자, 다시 시험 시간이다." 그녀가 아인스타인에게 말했다. "자, 네가 지난 월요일에 했던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아인스타인은 똑바로 앉아 마치 가신의 능력을 확신하는 듯 가슴을 부풀리고는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트라비스는 안락 의자에 앉아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털보야, 네가 만일 그 시험에 실패하면 우린 시장에 가서 마루 바닥을 뒹굴고 죽은 척하고 밥 달라고 재롱 피우는 푸들하고 너를 바꾸어 버릴 거야." 노라는 아인스타인이 트라비스의 말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 "지금은 그런 농담할 때가 아니에요." 그녀가 주의를 주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교수님." 트라비스가 말했다. 노라가 '나무'라고 적힌 카드를 들었다. 그 사냥개는 정확하게 소나무 사진 앞으로 가서 그것에 코를 대고 가리켰다. 그녀가 '자동차'라고 적힌 카드를 들자 그는 앞발을 자동차 사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집'이라고 적힌 것을 들자 식민지 시대풍 맨션의 그림에 코를 박고 씩씩거렸다. 그들은 50개의 단어들을 검토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개가 단어들과 그림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모두 맞추어 냈다. 노라는 그의 발전에 흥분했고 아인스타인은 꼬리 흔드는 것을 멈추질 못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글쎄, 아인스타인, 하지만 프루스트를 읽으려면 넌 아직도 한참 멀었어." 자신의 중요한 학생을 트라비스가 괴롭히는 것에 마음이 상해 노라가 말했다. "그는 잘하고 있어요. 너무 잘해요. 그가 하룻밤 사이에 대학 수준의 글을 읽길 기대할 수는 없어요. 그는 사실 어린 아이보다 더 빨리 배우고 있어요." "그래요?" "예, 그래요. 어린 아이보다 훨씬 빨라요." "글쎄요, 그렇다면 그는 두 봉지 정도의 밀크 본을 먹을 자격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아인스타인은 즉시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개먹이용 비스켓을 물고왔다. 2 여름이 지나감에 따라 노라에게 배우는 아인스타인의 읽기 학습 능력의 빠른 발전에 트라비스는 놀랐다. 7월 중순에 그들은 그녀가 집에서 만든 독본서를 다 끝내고 여러 교육 기관에서 만든 어린이 그림책들까지도 다 마쳤다. 아인스타인은 그것들 모두 아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필 박스의 그림책들을 좋아했고 또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으나 특별히 아놀드 로벧의 아름다운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 책들을 좋아했다. 그들은 시립 도서관에서 어린이 책들을 한 아름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고 또 서점에서 책을 한 보따리씩 구입해 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노라는 그것들을 큰 소리로 읽으며 한 손가락으로 자신이 읽고 있는 단어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여 갔다. 그러면 아인스타인도 관심을 집중하고 몸을 책 쪽으로 기울이고 눈을 그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나중에는 그녀는 그 책을 큰 소리로 읽지 않고 그냥 그 개 앞에 펼쳐주기만 했고 그 개가 킁킁대거나 기타 다른 신호로 자신이 그 부분을 다 읽고 다음 페이지를 읽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면 페이지를 넘겨주기만 했다. 아인스타인이 몇 시간씩 책에 정신을 집중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단지 귀여운 그림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실제로 책들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는 이야기 줄거리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져봄으로써 그 책들의 내용에 대해 그를 테스트하기로 마음먹었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한 해란 책을 아인스타인에게 읽게 한 후 노라는 그 책을 덮고 말했다. "좋아, 이젠 내 질문에 예스 노 답을 해봐." 그들은 부엌에 있었고 트라비스는 거기서 저녁거리로 치즈와 감자 카세롤을 만들고 었었다. 노라와 아인스타인은 부엌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트라비스는 요리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아인스타인이 퀴즈에 답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노라가 말했다. "우선, 자, 개구리가 어느 겨울날 두꺼비를 보러 찾아왔을 때 두꺼비는 침대 속에 누워있으면서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맞니?" 아인스타인은 옆걸음질을 해 꼬리를 자유롭게 하고는 흔들었다. 예스다. 노라가 말했다. "그러나 마침내 개구리가 두꺼비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그래서 그들은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한번 짖었다. 노다. "그들은 썰매를 타러 갔다." 그녀가 말했다. 예스. "아주 좋아, 그 해 크리스마스 때 개구리가 두꺼비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것이 스웨터니?" 노. "새로운 썰매니?" 노. "벽걸이 시계니?" 예스, 예스, 예스. "아주 아주 좋아!" 노라가 말했다. "이제 다음으로 우리 무엇을 읽을까? 이것이 어때? 별난 안개씨 말이야." 아인스타인이 활발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트라비스도 그 개의 교육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아인스타인을 지도하는 일이 노라에게도 크게 익한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때때로 심술궂은 사람 역할을 하며 그 똥개에게 글 읽기를 가르치는 것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또 그 개의 글 배우는 속도와 취향에 대해 비꼬는 듯한 재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작은 부정적인 말로도 노라의 결심을 더욱 더 굳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노라는 더 그 수업을 고수했고 또 그 개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트라비스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했다. 아인스타인은 전혀 그런 부정적인 말들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트라비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이런 역 심리 게임을 아인스타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자제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그 힘들고 번거로운 가르치는 일이 왜 노라를 쾌활하게 만드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가 전에는 누군가와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행동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트라비스와도 이 개하고처럼 이렇게 열심히 뭔가에 함께 골똘해본 적이 없었고 물론 바이오렛 이모와는 더욱 그랬다. 그리고 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통해서 그녀는 용기를 얻고 자신의 껍질로부터 더욱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개에게 글을 읽을 수 있는 재능을 키워주는 일이 그녀에게 아주 큰 만족감읕 주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 기쁨을 느끼는 '주는 형'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전에는 자기 인성의 이런 측면을 표현할 단 한 번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은둔자로 지금까지의 자기 삶을 다 보냈던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아낌없이 남을 도울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녀에겐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했다. 그러한 풍족함 속에서 그녀는 기쁨을 발견했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또한 그녀가 그 사냥개와의 관계를 통해서 엄마 같이 돌보는 천성적인 재능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그 큰 인내심은 좋은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종종 아인스타인에게 너무나 부드럽고 애정 어리게 말하곤 해서 꼭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말하고 있는 것같이 들리곤 했다. 그 이유야 어떻든 노라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지내는 동안에 더욱 편안해져갔고 또 외향적이 되어갔다. 그녀는 점차 그 모양 없는 어두운 옷들을 버리고 하얀 슬랙스 면 바지, 색깔이 있는 브라우스, 진바지와 티셔츠 등으로 입기 시작하면서 한 십년은 젊어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또 그 우아한 검은 머리도 미용실에서 다시 만졌고 이번에는 그 멋낸 모양을 다 빗겨내리지도 않았다. 웃음도 더 많아졌고 또 더 애교스러워졌다. 대화할 때도 이제는 트라비스의 눈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또 전처럼 그렇게 부끄러워 눈길을 피하는 일도 뜸해졌다. 또 이제는 스스럼없이 그의 몸을 만질 수도 있게 되었고 그의 허리도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안기는 것을 좋아했고 그리고 이제 그들은 쉽게 키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키스는 대개는 아직도 망설이는 십대 소년 소녀가 구애의 초기 단계에서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7월 14일 노라는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지는 소식을 접했다. 산타 바바라 지방 검찰청에서 전화를 걸어와 그녀가 아서 스트랙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출두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 주었던 것이다. 스트랙은 자신의 전과 기록을 생각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강간 미수, 폭행, 가택 칩입 등의 죄에 대해 변호할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서 지방 검사에게 유죄 답변 흥정(피고가 유죄를 시인하는 대가로 검찰측이 가볍게 구형하는 등의 흥정)을 청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폭행죄만을 남겨놓고 다른 모든 죄는 떨구어 버렸고 스트랙은 3년의 감옥형을 받았다. 그리고 적어도 2년 형을 살지않고는 집행 유예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단서 조항까지 붙었다. 노라는 재판이 두려웠었다. 갑자기 그녀는 자유로와졌다. 그래서 그걸 축하하느라고 그녀는 처음으로 좀 약간 취해 비틀거렸다. 바로 그날 트라비스가 새로운 읽을 거리들을 한 보따리 사 가지고 집으로 왔을 때 아인스타인은 그 책들 중 어린이를 위한 미키 마우스 그림책들과 만화책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아주 기뻐했다. 그가 미키나 도널드 덕 그리고 나머지 디즈니 동물들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테리였으나 하여튼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했다. 아인스타인은 꼬리를 멈추질 못했다. 그리고는 감사의 뜻으로 트라비스의 온 몸를 혀로 핥았다. 한밤중에 아인스타인이 눈에 띄게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어두운 밖을 내다보는 일만 없다면 모든 것들이 아주 낙관적이었다. 3 보르디옥스 리지에서의 살인 사건 이후로는 거의 6주가 지났고 그 개와 아웃사이더가 바노디네를 탈주한 때부터는 두 달째가 되던 7월 15일 목요일 아침, 레무엘 존슨은 오렌지 카운티[郡] 군청 소재지인 산타안나에 있는 연방 빌딩의 2층 자기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 온통 공해로 뿌옇게 된 창 밖의 대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가 그의 음산한 기분과 똑같았다. 그 연구소를 탈주한 것들에 대한 수색이 그의 임무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다른 일을 할라치면 이 사건이 계속 그를 괴롭히며 그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는 심지어 잠 잘 때까지도 바노디네 일을 마음 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밤에 평균 네다섯 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실패를 참지 못했다. 안된다. 사실 그의 태도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것이었다. 그는 실패를 피하는 일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몹시 빈곤하게 자라서 아주 성공적인 사업을 일으켜 세운 그의 아버지는 렘에게 거의 종교적인 신념과도 같이 성취와 성공 그리고 목표 실천에 대한 필요성을 주입시켜왔었다. '네가 지금까지 아무리 큰 성공을 해왔어도 만일 부지런하지 못하면 인생은 너에 대한 원조를 중지할 것이다'라며 그의 아버지는 시간 있을 때마다 이야기했다. "흑인에게는 그건 훨씬 더 심해. 렘! 흑인에게는 성공은 그랜드 캐년 위에 걸쳐있는 팽팽한 줄과 같다. 정말 그 높은 곳에 있을 때는 기분 좋지. 하지만 실수를 하면, 실패를 하게 된다면 말이야, 그것은 수천 길 아래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지옥 말이다. 실패는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심지어 문명화된 이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 눈에는 실패를 해 가난하고 비참하게 된 흑인은 사람도 아니고 단지 깜둥이일 뿐이야." 오직 그 때만이 그의 아버지가 '깜둥이'라는 그 증오스러운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렘은 자라면서 그가 이룬 그 어떤 성공도 단지 인생의 벼랑 끝에 있는 위험스러운 발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또 항상 어떤 역경의 바람으로 자신이 그 벼랑에서 날려갈 위험 속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바위를 꼭 붙들고 보다 넓고 안전한 암반으로 올라가려는 결의를 감히 풀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식욕도 좋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심한 소화 불량으로 고생을 하곤 했다. 그의 브리지 게임도 엉망이었다. 카드에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왈트 가이네스 부부와외 주말 모임에서 브리지 게임을 하면 주로 존슨 부부가 졌다. 그는 자신이 왜 모든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안다고 자신의 그 사로잡힘이 바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우리다. 그는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때는 인생이 우리에게 어떤 놀라운 일을 던져주어 마치 야구 방망이로 유리창을 쳐부수듯 과거의 속박을 깨뜨려 버릴 때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작열하고 있는 7월의 바깥을 내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5월 달을 돌이켜보며 그는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누군가가 그 사냥개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개는 멋있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개가 자신의 지능을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만이라도 드러낸다면 그 개에 대한 매력은 뿌리치기 힘든 것일 게다. 그놈은 피난처를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렘은 그 개를 찾는 일이 아웃사이더를 추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웃사이더를 찾는 데 일 주일이 걸린다면 그 사냥개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 데는 아마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네바다, 아리조나 등의 모든 동물 보호소와 동물 병원에 공문을 보내 그 누런 사냥걔를 찾는 일에 긴급한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그 공문에는 그 동물이 중요한 암 실험을 하고 있는 의학 연구소에서 탈주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 공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개을 잃게 되면 백만 달러의 연구 투자비와 수많은 과학자들이 투자한 그 시간들을 잃게 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어떤 악성 질병에 대한 치료책의 개발이 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그 공문에는 그 개의 사진과 함께 그 개의 왼쪽 귀 안쪽에 연구소에서 새긴 "번호 33-9"라는 문신이 있다는 정보도 실려 있었다. 또 그 공문은 단지 협조만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기밀 유지까지도 부탁하고 있었다. 바노디네 탈주 사건 이후 일주일마다 계속 반복해서 그 공문을 우송했고 20여 명의 국가 안보국 수사관들은 다른 일은 하지 않요 오로지 3개 주(州)에 있는 동물 보호소와 동물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그 공문을 기억하고 있고 또 계속 문신이 있는 사냥개가 들어오나 경계하고 있는가를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아웃사이더에 대한 긴급 수색은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미개발 지역으로 한정시킬 수 있었다. 그놈이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놈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갈 정도로 귀엽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없었다. 게다가 그 아웃사이더는 죽음의 흔적들을 남겨 놓아서 추적을 해갈 수 있었다. 요르바 린다의 동쪽 보르디옥스 리지에서의 살해 사건 이후로 그 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노 힐스로 도망쳤다. 거기서 그놈은 다시 북쪽 로스앤젤레스 가운티[郡] 동쪽 끝으로 가로질러 갔고 6월 9일에는 다이아몬드바읍(邑)의 교외에서 확실한 흔적을 남겨 놓았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동물 관리소가 다이아몬드바 주민들로부터 어떤 야생 동물이 자신들의 애완 동물들을 습격했다는 신경질적인 신고들을 수없이 많이 받았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살육이 미친 사람의 짓이라고 믿고 경찰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틀 밤만에 다이아몬드바의 가축들이 20여 마리 이상 갈기 갈기 찢겨졌다. 그리고 그 시체들의 상태들로 보아 그 짓을 한 것이 아웃사이더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는 그 흔적이 일 주일 이상 전혀 발견되지 않다가 6월 18일 아침 앤젤레스 국립 공원 남쪽에 위치한 존스톤봉(峰) 기슭에서 캠핑을 하던 두 젊은이가 괴상한 것을 보았다고 신고를 해왔다. 그들은 그것이 "외계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밴 안에 들어가 문을 장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물은 반복해서 그 차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서 돌 덩어리로 옆 유리창을 부수려고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밴 안에 32구경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한 명이 그놈에게 그 총을 발사해 내쫓았다. 언론은 그 젊은이들을 두 괴짜로 취급했고 저녁 뉴스 시간에 가벼운 화젯거리를 다루는 앵커맨들은 그 이야기를 아주 많이 이용해 먹었다. 렘은 그 두 젊은이들의 말을 믿었다. 그는 지도상에서 그 아웃사이더가 다이아몬드바에서 존스톤봉(峰) 아래 지역까지 가는 데 이용한 인구 밀도 낮은 지대를 표시해 보았다. 산조세 힐즈를 넘어 보넬리 지역 공원을 통과한 다음 산 디마스와 그렌도라 사이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놈은 그 지역을 관통하는 3개의 고속 도로를 가로질러 갔거나 아니면 그 밑으로 가야만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놈이 교통량이 적거나 거의 없는 깊은 밤중에 이동을 했다면 눈에 띄지 않고도 그곳을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해병 정보대 소속 군인들 100여 명을 그 쪽 부근의 숲으로 이동시키고는 그곳에서 세네 명씩 짝을 짓고 민간인 복장으로 수색을 계속하도록 했다. 그는 캠핑하던 그 젊은이들이 적어도 총알 한 발은 그 아웃사이더를 명중시켰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그들의 캠프장에서는 피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는 그 아웃사이더가 아주 오랫동안 잡히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낙담스러운 일이지만 로스앤젤레스시 북쪽에 위치한 엔젤레스 국립 공원은 광대했다. "거의 델라위어주(州) 전체 만할 거예요." 크리프 소아메스가 렘의 사무실 벽보판에 고정되어 있는 지도에서 그 지역을 재보고 그 넓이를 계산해본 후에 말했다. 크리프는 델라위어 출신이었다. 그는 서부에는 비교적 낯설었고 그래서 아직도 대륙의 이쪽 부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거대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는 또한 젊어서 젊음의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위험할 정도로 낙관적이었다. 크리프의 성장 과정은 렘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팽팽한 줄 위를 걷고 있다고 느끼지도 않았고 또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로 자기 인생이 파괴될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 렘은 그가 부러웠다. 렘은 크리프가 갈겨쓰면서 계산한 수치를 바라보았다. "만약 그놈이 산가브리엘 산 속에 피신해 있으면서 야생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고독한 생활에 자족하고 살다가 아주 드물게 밖으로 나와 그 보호 구역 외곽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분노를 발산한다면......그놈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생각해봐요." 크리프가 말했다. "그놈은 사람들보다 그 개를 더 싫어해요. 그놈은 그 개를 원하고 또 그 개를 찾을 능력도 가지고 있어요."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놈이 정말 그 야생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요? 제 말은, 그러니까 그놈은 부분적으론 야생적이지만 또한 영리하다는 거죠. 아마 그 험한 산 속에서의 척박한 생활에 만족하고 있기에는 너무 영리할지 모르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렘이 말했다. "사람들이 곧 그놈을 발견할 거예요. 아니면 그놈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낼 어떤 짓을 하겠지요." 크리프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 때가 6월 18일이었다. 그 후로 10일간 아웃사이더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고 백여 명의 인원들을 계속 수색하게 하는데 드는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갔다. 6월 29일 렘은 마침내 자기 명령권 아래 두었던 해병대들을 포기하고 그들을 소속 부대로 복귀시켜야만 했다. 매일매일 크리프는 진전이 없는 것에 오히려 기운을 얻었고 그 아웃사이더가 불상사를 당했거나 아니면 죽었거나 그래서 앞으로 그놈 얘기를 듣지 않게 될 것으로 믿으려고 했다. 그러나 렘은 매일매일 더욱 깊이 침을한 속에 빠져들어가며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능력를 잃었고 그 아웃사이더는 가장 극적인 형태로 다시 나타나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것임을 확신했다. 실패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 생물이 이제는 왈트 가이네스 관할권 밖인 로스엔젤레스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혹 또 다른 희생자들이 있다할지라도 왈트는 그것을 알지도 못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이 사건에서 빠지도록 그를 다시 처음부터 설득하지 않아도 되었다. 바노디네 탈주 사건 이후 정확하게 두 달째, 그리고 캠핑을 하던 그 젊은이들이 어떤 외계 생물에게 습격을 당했다던 날로부터는 거의 한 달이 지난 7월 15일 목요일, 렘은 자신이 곧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지금까지 일들이 진행되어온 것에 대해 비난하진 않았다. 압력은 있었다. 그러나 다른 큰 사건 수사에서 느꼈던 압력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상관들 중에는 이렇게 진척이 없는 것을 크리프 소아메스와 똑같이 낙관적인 시각에서 보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렘은 한참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는 자신이 싸구려 배지를 가슴에 단 방범대원으로 강등돼 어느 창고에서 제복을 입고 야간 보초를 서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리고 엄한 표정으로 작열하는 여름날의 그 뿌연 대기를 응시하며 말했다. "제기랄, 난 인간의 범죄를 다루도록 훈련받아 왔어. 도대체 내가 어떻게 악몽의 세계에서 도망쳐 온 놈의 생각을 앞지를 수 있겠어?" 사무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그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돌렸을 때 문이 열렸다. 크리프 소아메스가 흥분되고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급히 들어왔다. "아웃사이더," 그가 말했다. "그놈의 새로운 위치를 알았어요. 하지만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렘의 국가 안보국 헬기 조종사는 20년 전 베트남 참전 덕분에 험악한 지대에서의 이착륙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郡] 경찰관들과 계속 무전 교신을 하면서 자연 지형 지물을 이용해 육안 항법으로 살해 현장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1시가 조금 지났을 때 앤젤레스 국립 공원의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넓고 황량한 산마루에 헬기가 착륙했고 그곳은 시체들이 발견된 장소에서 약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렘과 크리프가 헬기에서 내려 급히 능선을 따라 경찰관들과 산림 경비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갈 때 뜨거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 바람 속에는 마른 덤불과 소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이높은 땅 위에는 오로지 야생 잔디 덤불만이 가까스로 뿌리를 내렸고 지금은 7월의 뜨거운 태양으로 바싹 말라 있었다. 머스키트 같은 사막 지대 식물들을 비롯해서 키 작은 관목들이 협곡의 절벽 윗 부분에서 자라고 있었고 비탈 아래 쪽과 협곡 아래 평지에는 나무들과 짙푸른 풀 숲이 있었다. 그곳은 헐리우드 북쪽 25킬로 정도에 위치한 선랜드읍에서 북쪽으로 7킬로도 안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또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도 37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꼭 수천 킬로나 떨어져 있어 정말 문명하고는 아주 먼 황량한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경찰관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4륜 구동 웨곤을 1킬로쯤 떨어진 거친 흙길에 주차해놓고 산림 경비대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체들이 발견된 곳까지 걸어갔던 것이다. 이제 시체들 주위에는 4명의 경찰관들과 군립 범죄 연구소에서 온 두 사람, 그리고 3명의 산림 경비대원이 있었고 그들 역시 원시적인 장소에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렘과 크리프가 도착했를 때는 군(郡) 경찰서 사람들이 백에 시체를 막 다 집어넣었다. 지퍼는 아직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렘은 한 희생자는 남자고 다른 희생자는 여자이며 둘 다 젊고 등산 복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처참하게 찢겨 있었고 역시 그들의 눈들도 없어졌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 수는 5명이다. 그 정도 숫자라면 렘을 괴롭힐 수 있는 죄의식의 망령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 같은 때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책임감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키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키가 크고 갈색 피부에 의외로 새된 목소리의 보크너 경사가 희생자들의 신원과 상태를 알려 주었다. "이 사람이 가지고 다니던 신분증에 의하면 이 남자 이름은 시드니 트란켄이고 스물여덟 살에 그렌달에 살고 있습니다. 시체에는 스무 번도 넘게 지독하게 물린 자국이 있고 할퀴고 벤 자국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목은 찢겨 열려 있고 눈은......." "예, 압니다." 렘은 그 무시무시한 상황을 자세하게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범죄 연구소 사람들이 시체 백의 지퍼를 올려 닫았다. 그 차가운 소리가 뜨거운 7월의 대기를 싸늘하게 갈라 놓았다. 보크너 경사가 말했다. "처음에 우린 이 사람이 어떤 미친 자의 칼에 찔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요. 그 왜 이따금씩 등산객들을 먹이감으로 노리고 거리 대신 숲 속을 어슬렁거리는 살인 미치광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도 처음엔 이 사람이 칼에 찔려 죽은 후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들에 의해 이렇게 된 줄로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이젠...... 확실히 모르겠어요." "이 주위에는 피가 보이지 않군요." 크리프 소아메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히 피를 굉장히 많이 흘렸을 텐데요." "이 사람들은 여기서 죽지 않았어요." 보크너 경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스물일곱 살의 여자 루스 카사바리스 역시 주거지가 그렌달입니다. 역시 심하게 물리고 벤 자국이 있었죠. 그리고 그녀의 목이......" 그의 말을 다시 막으며 렘이 말했다. "이 사람들은 언제 살해되었지요?" "물론 연구소에서 테스트를 해보아야 정확히 알겠지만 지금 우리 추측으로는 어재 밤 늦게 죽은 것 같아요. 우리 생각인데 산 능선에서는 빨리 발견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체들을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 코스가 여기를 따라 나 있거든요. 하지만 그들을 발견한 것은 다른 등산객들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화재 예방 비행기였죠. 비행사가 아래를 내려다 보다 발가벗은 산 능선에 이들이 나자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이 고지대는 28일 전에 두 젊은 캠핑족이 아웃사이더를 피해 자신들의 밴으로 도망쳐 들어가 그 생물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던 곳인 존스톤봉에서는 북북서쭉으로 55킬로가 넘게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 아웃사이더는 순전히 본능적으로 북북서쪽을 분간하고 있었고 그래서 양쪽이 절벽으로 막혀 있는 그 협곡에 서는 가던 길을 자주 되돌아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산악 지대에서 그놈이 60킬로를 가기 위해서는 100킬로 내지 150킬로를 헤맸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전히 그놈은 하루에 기껏해야 5킬로 정도의 속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렘은 그놈이 이동하거나 잠자거나 먹이를 쫓거나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이 두 사람이 어디서 살해되었는지 알고 싶으시겠지요." 보크너가 말했다. "우린 그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도 역시 그 굴을 보고 싶으시겠죠." "굴이라고요?" "소굴이요." 한 산림 경비원이 말했다. "그 망할 놈의 소굴 말입니다." 경찰들, 산림 경비원들, 그리고 범죄 연구소 사람들은 렘과 크리프가 도착한 이후로 내내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렘은 그런 것에 놀라지 않았다. 지방 당국들은 항상 그를 의심과 호기심을 품고 보았다. 그들은 국가 안보국과 같은 권력 기관인 연방 기구에서 나타나 관할권을 요구하는 경우에 익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호기심은 그가 평소에 접하는 것과는 상이한 종류였고 그 질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그들이 어떤 공포감에 질려 있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발견했고 그것으로 인해 이 사건이 단순한 국가 안보국의 출현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이상한 사건임을 감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렘과 크리프는 둘 다 양복에 넥타이, 그리고 빛나는 구두를 신고 있어서 협곡으로 걸어내려갈 옷차림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산림 경비원들이 길을 인도할 때 그들은 둘 다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경찰 둘과 연구소 사람들, 그리고 한 명의 산림 경비원이 뒤에 남아서 그 시체를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여섯 명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은 폭풍우 때 물이 흘러 패인 좁은 골을 따라 내려가다 오솔길 같이 보이는 길로 들어섰다. 그 협곡의 맨 아래까지 내려간 후 그들은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800미터 정도 더 갔다. 곧 렘은 땀을 흘렸고 또 먼지를 뒤집어 썼다. 그리고 그의 양말과 바짓가랑이에는 가시 같은 덤불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여기가 그들이 살해된 곳입니다." 보크너 경사가 그들을 키 작은 소나무들과 미루나무, 덤불 등으로 둘러싸인 공터로 안내하고는 말했다. 엷은 색깔의 모래 땅과 햇빛에 마른 풀들이 수많은 검은 얼룩으로 얼룩져 있었다. 피였다. "그리고 바로 여기 뒤가 우리가 발견한 그 소굴입니다." 한 산림 경비원이 말했다. 소굴은 그 등산객들이 살해된 그 조그마한 공터에서 열두 걸음도 못 가서 있는 깊이 3미터에 넓이 6미터 정도의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동굴 입구 넓이는 약 2.5미터 정도 되었으나 높이는 낮아서 렘은 그 안으로 들어갈 때 약간 몸을 구부려야 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일어설 수 있었다. 천장이 높았기 때문이다. 좀 불쾌하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빛이 입구와 천장의 틈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공간 대부분은 어두컴컴했고 그 안 온도는 바깥보다 6,7도 정도 낮았다. 단지 보크너 경사만이 렘과 크리프를 따라왔다. 다른 이들은 그냥 뒤에 남아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 다 들어오기가 복잡할 것 같아서라기보다는 그 장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았다. 보트너는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스위치를 켜고는 주위를 비추자 동굴 속에 있는 박쥐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녔다. 한쪽 구석에 마른 풀이 사암으로 된 바닥 위에 15센티에서 20센티 정도로 깔려 있었다. 잠자리인 모양이었다. 그 곁에는 가까운 시내에서 떠온 듯 비교적 깨끗한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그놈이 여기서 잠자다가 한잠중에 깨어났을 때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가져다 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놈이 여기에 있었어요." 크리프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 렘이 수긍했다. 본능적으로 그는 아웃사이더가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다. 웬지 그놈의 그 이질적인 체취가 여전히 그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렘은 그놈이 양동이를 도대체 어디서 구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그것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놈은 바노디네로부터 이리로 오면서 들판에서의 생활을 좀 편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마굿간이나 헛간 또는 빈 집에 침입해 들어가 양동이와 또 지금 보크너가 손전등을 비추어 보여 주고 있는 기타 물건들을 훔쳤을 것이다. 날씨가 싸늘해질 때를 대비한 체크 무늬의 면 이불, 말을 덮어주는 담요 등이었다. 렘의 관심을 끈 것은 그 이불과 담요들이 제대로 접혀서 입구 옆 좁은 암반에 잘 놓여 있는 그 깔끔함이었다. 손전등도 있었다. 그것도 이불을 올려 놓은 암반에 놓여 있었다. 아웃사이더는 특이할 정도의 야간 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야르벡 박사가 의도한 필수 요건의 하나였다. 어둠 속에서도 유전 공학으로 만들어진 전사는 고양이처럼 볼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놈은 왜 전등을 원했을까? 어쩌면...... 야행성 동물들도 가끔 어둠을 무서워하는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렘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그놈에 대한 동정심이 일었다. 마치 그놈이 야르벡과 미숙한 신호 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던 날, 그놈이 다시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의 눈을 뽑아 버리고 싶다고 말했을 때 느꼈던 바로 그런 동정심이 일기 시작했다. 보크너는 손전등 빛을 움직여 이십여 개의 캔디 포장지가 있는 곳을 비추었다. 분명히 아웃사이더가 어디에선가 캔디 두 봉지를 훔쳤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포장지들이 구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잘 펴져서 뒷편 벽을 따라 바닥에 똑바로 놓여 있었다. 아마 아웃사이더는 그 포장지들의 밝은 색깔들을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그 포장지들을 보면서 계속 캔디를 먹었을 때의 기쁨을 다시 느껴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일단 캔디를 다 먹어 버리고나면 그 삭막한 생활에서 별달리 큰 즐거움을 느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아주 어두운 곳에는 뼈들이 쌓여 있었다. 작은 동물들의 뼈들이었다. 일단 캔디를 다 먹자 아웃사이더는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냥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불을 피울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날고기로 야만스럽게 먹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놈은 그 뼈들을 밖에다 내다 놓으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것들을 동굴 안에 쌓아두었을 것이다. 자신의 은신처에서 가장 구석지고 가장 어두운 곳에 그것들을 쌓아둔 것으로 보아 그놈은 깔끔함과 질서에 대한 문명화된 감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렘에게는 그놈이 자신의 그 야만스러움을 부끄러워해서 그 뼈들을 그 음지에 숨겨놓은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애처로운 것은 몇 가지 특별한 물건들을 그 마른 풀 잠자리 위에 있는 벽의 움푹 들어간 곳에 쌓아 놓은 것이었다. 아니다. 렘은 생각했다. 그냥 쌓아둔 것이 아니다. 그 물건들은 조심스럽게 정렬되어 있었다. 마치 전시를 하거라도 하듯이. 마치 유리 공예나 도자기나 마야의 도기 등의 애호가들이 귀중한 수집품들을 전시해 놓는 방법으로 진열해 놓았던 것이다. 그 중엔 태양 빛을 받아 번쩍거리도록 뜰 차양에 걸어 놓곤 하는 싸구려 착색 유리 제품도 있었다. 그것은 지름이 10센티 정도 되는 둥근 모양이었다. 거기에는 엷은 노란색 바탕에 파란 꽃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그 유리 제품 옆에는 전엔 화분이었을 밝은 적갈색 단지가 놓여 있었다. 단지 옆에는 두 가지 물건이 있었다. 아마도 아웃사이더가 캔디를 훔쳤던 바로 그 집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첫 번째 것은 붉은 깃털의 홍관조 한 쌍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형의 정교한 자기(瓷器)로 구석구석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이었다. 둘째 것은 수정 문진이었다. 야르벡이 만든 괴물의 그 이질적인 가슴 속에도 미(美)에 대한 의식이 있었고 또 약간은 문명이 손댄 환경 속에서 생각하는 존재로서 살고 싶은 욕망도 있었던 것이다. 렘은 야르벡이 세상에 만들어낸 그 생물이 잔인하긴 하지만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니 비애감이 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5센티 정도 되는 미키 마우스 형상의 저금통이 놓여 있었다. 왜 아웃사이더에게 그 저금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렘은 더욱 동정심이 커졌다. 그 개와 아웃사이더 지능의 정도와 성질을 알아보기 위한 일련의 실험이 바노디네에서 있었다. 그들의 인지력이 인간의 것과 얼마나 가까운가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 중 한 실험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개와 아웃사이더에게 갖가지 종류의 영화 필름에서 잘라 모아 만든 비디오 테입을 몇 차례 보여주었다. 옛날 존 웨인의 영화들과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 필름, 뉴스 필름, 갖가지 다큐멘타리에서 나온 장면들, 옛날 미키 마우스 만화 영화 등이 편집된 것이었다. 그 개와 아웃사이더의 반응은 촬영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이 그 비디오 테입의 어느 부분이 실제 사건들이고 어느 것이 상상의 비약들인지를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두 짐승은 점차 어느 것이 상상의 산물인지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들이 실제라고 믿고 싶어하며 가장 오랫동안 매달렸던 것은 미키 마우스였다. 그들은 미키 마우스가 친구들과 모험을 벌이는 것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바노디네를 탈주한 후에 아웃사이더는 이 저금통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러자 자신이 연구소에 있을 때 가졌던 그 유일한 즐거움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몹시 갖고 싶었을 것이다. 보크너 경사가 비추는 손전등의 불빛을 받아 그 암반 위에서 무엇이 반짝였다. 그것은 그 저금통 바로 옆에 아주 납작하게 뉘여 있어서 보지 못하고 넘어갈 뻔했다. 크리프는 마른 풀의 잠자리로 걸어 올라가 희미하게 빛나는 그 물건을 그 암반에서 끌어내렸다. 길이 7,8센티에 넓이 10센티 정도 되는 거울 조각이었다.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그 빈약한 보물들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하면서, 또 가능한 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면서 여기서 엎치락거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렘은 생각했다. 이따금 그놈은 이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집어들고는 그 자신을 비추어 보았던 모양이다. 아마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얼굴에서 추하지 않은 부분을 찾았을지 모른다. 아마 자신의 모습을 빨아들여보려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했다. 명백한 실패였다. "세상에!" 크리프 소아메스가 조용히 말했다. 렘과 똑같은 생각이 그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인 게 분명했다. "가엾고 불쌍한 악당 녀석!" 아웃사이더는 또 다른 물건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피플誌였다. 표지에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아웃사이더는 발톱과 날카로운 돌 같은 도구들을 가지고 레드포드의 눈을 도려내 놓았다. 그 잡지는 구겨지고 해어져 있었다. 백 번도 넘게 넘겨본 것처럼. 보크너 경사가 그것을 그들에게 건네주고는 그것을 한 번 더 넘겨보라고 했다. 렘은 시키는 대로 넘겨보고는 그 안에 실린 사진 속의 모든 인물들의 눈들이 할퀴어져 있거나 잘려 나갔거나 심하게 찢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잡지 속에 있는 인물은 하나도 바짐없이 모두 이처럼 긁어 놓은 그 철저함에 능골이 오싹해졌다. 아웃사이더가 애처로왔다. 그렇다. 그놈은 동정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그놈은 또한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다섯 명의 희생자들 모두 어떤 것은 내장이 다 나왔고 어떤 것은 목이 잘렸다. 무고한 죽음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잠시도 안 되었다. 미키 마우스에 대한 애정이나 미에 대한 사랑으로도 그러한 살육은 용서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젠장. 그 생물은 문명의 중요성과 혜택을 파악했고 또 인간에게 인정받는 의미 있는 삶을 열망할 만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폭력에 대한 맹렬한 욕구와 살해 본능이 그놈의 유전자 속에 심겨져 있었다. 그놈은 보이지 않는 긴 사술에 얽매인 영리한 살인마이자 살아 있는 전쟁 무기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놈이 이 협곡의 소굴에서 평화스러운 고독함을 맛보며 아무리 오랫동안 지낸다 할지라도, 또 그놈이 자신의 난폭한 욕구를 아무리 오랫동안 거부한다고 해도 어차피 그놈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놈은 본능적인 폭력 욕구가 몸 안에서 커져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그마한 동물들을 살육했을 것이고 그것으로도 직성이 풀리지 않자 좀더 크고 좀더 재미있는 먹이를 구했을 것이다. 그놈은 자신의 야만성에 대해 스스로를 저주했을 것이다. 세상의 다른 것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짐승으로 사신을 다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놈은 자신을 바꿀 능력이 없었다. 단지 몇 시간 전만 해도 렘은 자기 아버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신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했었다.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심과 의지력과 시간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에게는 변화는 불가능했다. 살인 욕구가 그 짐승의 유전자 안에 들어 있어서 철회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놈은 재창조나 구원의 희망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게 다 뭣니까?" 보크너 경사가 마침내 자신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렘이 맡했다. "도대체 이 굴에 무엇이 있었어요." 보크너가 물었다. 렘은 단지 머리만을 흔들었다. 두 사람이 더 죽어야 했다면 그들이 국립 공원에서 살해된 것은 뜻밖에도 아주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곳은 연방 정부 관할의 땅이고 그래서 국가 안보국이 수사권을 인수하는 절차가 훨씬 더 간소했다. 크리프 소아메스는 여전히 그 거울 조각을 자기 손 안에서 계속 뒤집어보며 생각에 잡겨 그것을 응시했다. 렘은 마지막으로 한 번 주위를 돌아보며 자기 자신과 그놈에게 속으로 이렇게 약속했다. '내가 너를 발견하면 너를 생포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과학자들이나 군(軍)에 있는 사람들은 그물이나 마취 총을 선호하지만 그것을 쓰지 않겠어. 대신 난 재빠르고 깨끗하게 너를 쏘아 죽이겠다.' 그것은 단지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이 애정과 자비의 행동이다. 4 8월 첫째 날까지 노라는 바이오렛 이모의 가구들과 다른 소지품들을 모두 다 팔아버렸다. 그녀는 골동품과 중고 가구를 취급하는 가게에 전화를 했다. 그러차 그 주인은 그 모든 것들에 대해 한꺼번에 가격을 말했고 그녀는 쾌히 수락했다. 접시들과 은 그릇, 그리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은 침실 가구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방마다 모두 텅텅 비었다. 그 집은 이제 깨끗이 청소되고 정화되고 또 귀신들도 다 내쫓긴 것 같았다. 이제 모든 사악한 령들은 내쫓겼다. 그러자 그 집을 완전히 다시 장식할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부동산 중개소에 전화를 해서 그 집을 내놓았다. 그녀의 옛날 옷들도 모두 없애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여느 여자들이 잘 입는 슬랙스 바지와 스커트, 블라우스와 진, 드레스 등 완전히 새로운 의상들을 갖추었다. 이따금 그녀는 밝은 색깔들을 입으면 너무 눈에 뜨인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항상 어둡고 우중충한 것으로 바꾸어 입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예술적인 재능을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트라비스는 이따금 작품을 한번 화랑에 보내보라는 얘기를 했다. 그의 생각으론 아주 조심스런 방법으로 얘기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허약한 자아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그냥 아무에게든 그 위에 해머를 내리칠 기회를 줄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가끔 그녀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또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았을 때 정말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영화 배우들과 같이 아주 화려하게 예쁘지는 않지만 적당하게 예뻤다. 8월 15일 오후 늦게 그녀와 트라비스는 트라비스의 부엌 테이블에 앉아서 단어 만들기 놀이를 했고 그녀는 자신이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분 전 욕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도 그렇게 느꼈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는 그 전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의 외모를 좋아했다. 이제 단어 만들기 판 앞에서 들뜬 기분을 느꼈고 또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장난기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조각들을 이용해서 의미 없는 단어의 철자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트라비스가 따지자 그녀는 큰 소리로 그 정당성을 주장했다. "Dofnup요?" 그는 찡그린 얼굴로 그 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dofnup'같은 단어는 없어요." "그것은 벌목꾼들이 쓰는 삼각형 모자예요." 그녀가 말했다. "벌목꾼들이요?" "폴 부얀 같은 사람들 말예요." "벌목꾼들은 털 모자를 써요. 빵떡 모자나 아니면 귀마개가 있는 둥근 가죽 모자들을 쓰지요." "난 그 사람들이 숲 속에서 일할 때 쓰는 모자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dofnup은요, 그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쓰는 모자의 이름이에요." 그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당신, 날 놀리는 거요?" 그녀는 계속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아니요. 그건 사실이에요." "벌목꾼들이 잠자리에서 특별한 모자를 쓴단 말이요?" "그래요. Dofnup을 쓰지요." 그는 노라가 그에게 농담을 할 거라는 사실에 익숙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것에 속았다. "Dofnuf? 왜 그 사람들은 그것을 그렇게 부를까?" "저도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소설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놀라운 속도로 그리 책들에서부터 어린이 명작들을 끝내고 난 후부터는 매일 하루에 여덟 시간 내지 열 시간씩 책을 읽었다. 책을 아무리 많이 가져다 주어도 항상 부족했다. 그는 독서광이 되었던 것이다. 책을 붙잡고 한장한장 넘겨 주던 노라의 인내심도 결국 그 개의 독서 삼매경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열흘 전에 그들은 아인스타인이 혼자서도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병원용 기구 공급업체에서 그들은 두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고안된 한 기구를 발견했다. 그것은 책이 펼쳐진 채 꽉 물릴 수 있는 금속제 스탠드였다. 거기에는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 팔이 있고 그것은 3개의 단추로 조종되 페이지를 넘기고는 다시 책을 꽉 물도록 되어 있었다. 전신 불구자는 이빨로 철필을 물고 그것을 작동할 수 있다. 아인스타인은 코를 이용했다. 개는 그 장치에 한없이 기뻐하는 것 같았다. 지금 그는 자신이 막 읽은 내용 때문에 가볍게 낑낑거리며 단추를 눌러 페이지를 넘겼다. 트라비스가 "Wicked"라는 단어를 만들면서 2점을 얻었다. 그래서 노라도 훨씬 더 많은 점수가 걸린 "hurkey"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Hurkey요?" 트라비스가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유고슬라비아 음식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예, 그 요리에 햄(ham)과 칠면조(turkey)가 들어가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불러요." 그녀는 끝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 나를 속이는군요. 나를 속였어요. 노라 데본, 당신 어떻게 된 거요?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는 난 혼자 생각했죠. '정말 내가 본 중에 가장 엄격하고 가장 진지한 아가씨로구나!'라고 말이죠." "그리고 괴팍스럽기도 했죠?" "글쎄, 괴팍하지는 않았소." "아니예요. 괴팍했어요." 그녀는 고집을 부렸다. "당신은 내가 괴팍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아요. 그래요. 난 당신이 너무 괴팍해서 포크너 작품 속의 인물같이 느꼈어요." 그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만일 바이오렛과 내가 남부에 살았었다면 우린 정말 포크너 작품 속에서 나온 인물과 똑같았읕 거예요. 그렇죠?" "하지만 지금 당신을 봐요! 엉터리 단어와 웃음거리를 지어내 나를 속이다니 말이요. 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노라만큼은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그러니 속을 수밖에. 당신은 이 몇 달 만에 정말 변했어요." "당신 덕분예요."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나보다 아인스타인 덕택일지 모르오." "아니에요. 누구보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는 별안간 그 해묵은 수줍음에 휩싸였다. 그녀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단어 만들기 판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구보다도 당신이에요.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인스타인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날 생각해주고......걱정해주었어요. 그리고...... 나에게서 나도 볼 수 없는 것을 찾아 주었어요. 당신이 날 다시 만들어 주었어요." "아니오." 그가 말했다. "너무 날 추켜세우지 말아요. 당신은 다시 만들어질 필요가 없었소. 지금의 노라는 그 옛날의 노라 속에 항상 있었어요. 칙칙한 작은 씨앗 안에 완전히 싸여 숨어 있는 꽃과 같이 말이오. 당신은 단지 성장하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조금 격려를 받을 필요가 있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그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마치 커다란 바위가 그녀의 목 뒤를 누르고 있어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꽃을 피운다는 것...... 변화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비록 변하고 싶어도 그 마음만으론 어림없어요.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만으론 충분치 않아요. 필사적으로 갈구한다 해도 마찬가지죠. 사...... 사랑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더니 거의 속삭임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랑은 씨앗을 자라게 하는 태양이나 물과 같아요." 그가 말했다. "노라, 나를 봐요." 그녀의 목덜미 위에 1톤 정도의 바위가 짓누르는 것 같았다. "노라?" 여전히 1톤 정도의 무게가 누르고 있다. "노라,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해요." 간신히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를 쳐다보았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그의 갈색 눈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왔다. 그녀는 그 눈을 사랑했다. 그녀는 그 높은 콧대와 좁은 콧날을 사랑했다. 그녀는 그의 야위고 금욕적인 듯한 얼굴을 사랑했다. "내가 먼저 당신에게 말했어야 했소." 그가 말했다. "내가 말하는 것이 당신이 하는 것보다 더 쉬울 테니까 말이오. 난 그 말을 며칠 전 아니 몇 주 전에 벌써 했어야 했소. 노라, 진정으로 난 당신을 사랑하오. 하지만 난 두려워서 말하지 못했소. 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마다 그들을 잃어버렸소. 하지만 이번은 어쩌면 다를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내가 당신의 운명을 바꾸어 주었듯이 당신이 내 운명을 바꾸어 줄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번은 나에게 행운이 함께 할 것 같아요." 그녀의 가슴이 줄달음질치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말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 나와 결혼해 주겠소?"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녀는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확실히 이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또 자기도 그에게 똑같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행복이 몇 주간 아니 몇 달간 지속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녀는 시간을 갖고 자신들의 사랑을 겉부터 천천히 만끽하고 싶었다. 마치 피라미드와 같은 위대하고 신비스러운 대건축물을 새로 발견하고서 과감하게 그 내부의 탐험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각도에서 연구하고 숙고해보아야 하는 것처럼, "당신 나와 결혼해 주겠소?" 그가 다시 말했다. 이것은 너무 빨랐다. 무모하리만큼 빨랐다. 그래서 그냥 부엌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마치 유원지의 놀이 기구를 타고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좀 늦추어 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에게 그러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자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신의 입에서 "예, 그래요."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가 손을 뻗어서 그녀의 두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 때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자신의 책에 빠져 있던 아인스타인도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테이블로 와서는 그들에게 코를 들이밀기도 하고 몸으로 그들의 다리를 문지르기도 하면서 행복한 듯 끙끙거렸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다음 주에 어때요?" "결혼요? 하지만 허가를 받고 또 모든 것을 다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릴 텐테요." "라스 베가스에서는 안 그래요. 내가 미리 전화를 해서 베가스에 있는 한 예배당에 예약을 해놓지요. 그럼 우린 다음 주에 그리로 가서 결혼할 수 있어요." 그녀는 울기도 하고 동시에 웃기도 하며 말했다. "좋아요." "멋져요." 트라비스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인스타인도 열심히 꼬리를 흔들어댔다. 예스, 예스, 예스, 예스, 예스. 5 8월 4일 수요일, 샌프란시스코의 테트라그나家와의 계약을 이행하면서 빈스는 루 판탄그라라는 이름의 한 작은 바퀴벌레를 없앴다. 그 바퀴벌레는 주 검찰청의 증인으로 변절해서 9월에 테트라그나 소속 사람들을 고발하는 증언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폭력배들을 위한 컴퓨터광 철사줄 조니 산티티는 자신의 하이테크 전문 지식을 활용해서 연방 정부 컴퓨터 화일에 침입해 들어가 판탄그라의 거처를 찾아냈다. 그 바퀴벌레는 로스앤젤레스 남쪽에 있는 레돈도 해변의 한 안가(安家)에서 두 명의 연방 경찰의 보호아래 살고 있었다. 그는 올 가을 증언을 마치고 새로운 신분증을 얻어 커넥티컷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물론 그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다. 빈스가 어쩌면 판탄그라를 공격하면서 그 경관들을 하나나 둘 다같이 없애야만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살인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테트라그나家는 6만 달러라는 거액을 그에게 제공했다. 한 사람 이상 죽일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빈스에게는 보너스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것은 그 일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덜하게 만들진 않았다. 그는 그 바퀴벌레의 경호 경찰들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매일 다른 차를 이용하면서 거의 일 주일간 판타그라를 엿보았다. 그들은 판타그라를 자주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일 주일에 세네 번씩 그와 함께 그 안가(安家)에서 네 블럭 떨어져 있는 한 작은 음식점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을 보면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은신처에 대해 정도 이상으로 과신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들은 판탄그라의 외모를 가능한 한 많이 변장시켰다. 그는 한 번은 자신의 옷깃을 덮을 정도로 길고 숱 많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짧게 깍여 있고 밝은 밤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그는 전에는 콧수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그에게 그것을 밀어버리도록 했다. 그는 몸이 상당히 비대했었다. 그러나 2개월 동안 경관들의 보호 아래 있은 후에는 약 15킬로 정도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스는 그를 알아보았다. 8월 4일 수요일, 그들은 보통 때처럼 판탄그라를 데리고 1시에 그 식당으로 갔다. 1시 10분에 빈스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그곳에 들어갔다. 그 레스토랑은 중앙에 단치 8개의 테이블만 있고 양 벽을 따라 여섯 칸의 좌석칸이 있었다. 그 식당은 깨끗해보였으나 빈스의 취향에는 너무 저속한 이탈리아풍이었다. 빨갛고 하얀 체크 무늬의 테이블 보들, 야한 색깔의 로마 시대 유물들, 촛대로 사용한 빈 와인 병들, 아마도 정자 분위기를 내려는 듯 천장에 고정된 격자에 걸린 수천 송이의 프라스틱 포도 송이들 등이 그랬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저녁을 일찍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점심도 일찍 먹는다. 적어도 동부 사람들 기준엔 그렇다. 그래서 1시 10분이면 손님 수가 절정을 이룰 때는 지나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간이었다. 2시면 남아 있는 손님은 판탄그라와 두 명의 경관, 그리고 빈스뿐일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되면 이곳은 습격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가 된다. 그 식당은 너무 좁아서 여 종업원 한 명밖에 없었고 그나마 안내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벽에 붙은 안내문에는 손님들이 직접 자기 자리를 잡아 앉으라고 적혀 있었다. 빈스는 그 식당을 가로질러 끝까지 갔다가 다시 걸어 나오며 판탄그라 일행을 지나쳐 그들 뒤에 있는 한 빈 좌석칸으로 갔다. 빈스는 자신의 의상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샌들을 신고 빨간 반바지에 파란 파도와 노란 태양, 그리고 ANOTHER CALIFORNIA BODY라는 글자 등이 새겨져 있는 하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가 쓴 조종사용 선그라스가 빛에 반사되었다. 그는 삼베로 된 비치 백을 위 뚜껑이 열린 채 들고 있었고 거기에는 MY STUFF라는 글자가 대문자로 새겨져 있었다. 그가 걸어 갈 때 누가 그 백 안을 들여다 본다고 해도 둘둘 말린 타월과 선텐 로션, 자그마한 라디오, 머리빗 등은 볼지 모르나 맨 밑바닥에 40발의 탄창과 함께 소음기가 달린 반자동 권총이 있는 것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의상에 어울리게 자신의 피부를 진하게 태웠다. 아주 건강한 서퍼(surfer)의 모습이었다. 마치 나이가 꽤 들었는데도 여전히 젊은 척하며 자아 도취에 빠져 매일매일 해변에 나와 파도타기를 하는 너무나 한가하고 게으른 사람 같은 차림이었다. 그는 흥미 없는 것처럼 그냥 힐끔 판단그라와 그 경관들을 보았다. 그들은 그를 대강 훑어보고는 눈길을 돌렸다.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이젠 완벽했다. 칸막이는 꽤 높아서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는 판탄그라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바퀴벌레와 경관들이 간간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은 대개 야구와 여자 얘기였다. 일 주일 동안 정탐을 하면서 빈스는 판탄그라가 결코 2시 30분 전에는 그 식당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개 3시에 떠났다. 분명히 그가 애피타이져, 샐러드, 주 메뉴, 그리고 디저트순의 완전 코스를 고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에 빈스는 셀러드와 대합 조개 소스가 곁들어진 파스타 요리 한 접시를 먹을 시간이 있었다. 그의 시중을 드는 웨이트리스는 한 스므 살 정도의 금발 미인으로 예쁘장했고 빈스만큼 친하게 그을러 있었다. 그녀는 해변 아가씨들과 갈은 엉덩이에 그런 분위기를 풍겠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의 주문을 받으면서 곧바로 그에게 요염하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몸뿐만이 아니라 뇌까지도 태양새 볶아진 모래 요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마도 이 여름에 매일 저녁 해변에 나가 갖가지 종류의 마약에 취하고는 그녀의 관심을 끄는 어떤 색마를 위해 다리를 뻗고서 막연하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녀가 겉으론 아무리 건강하게 보일지라도 실은 병에 찌들어 있을 게다. 그녀와 성교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선택한 역할을 완전히 다해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 시시덕거리며 마치 그의 몸 밑에 깔려 헐떡이며 몸부림치는 알몸의 그녀 모습을 상상하면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2시 5분에 빈스는 점심읕 마쳤고 그 때 그 곳에 있는 손님들은 오직 판탄그라와 두 명의 경관뿐이었다. 웨이트리스들 중 하나는 그날 쉬었고 다른 두 명은 주방에 있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 비치 백은 그의 옆 자리에 있었다. 그는 그 안에 손을 집어 넣고 반자동 권총을 꺼냈다. 판탄그라와 경관들은 다즈 팀이 월드 시리즈에 들어갈 수 있는 가망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빈스는 일어나서 그들의 좌석칸으로 몸을 돌리며 그들에게 반자동 총으로 20발에서 30방의 총알을 날려보냈다. 그 뭉툭한 하이 테크 소음기가 훌륭하게 작동했다. 그래서 그 총성은 말을 더듬는 사람이 시옷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발음할 때 내는 소리보다 더 적게 났다. 그것은 너무 빨리 발사돼서 경관들이 미처 자신들의 무기를 손대볼 기회마저 없었다. 그들은 심지어 놀랄 시간마저 없었다.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판탄그라와 두 명의 경호 경관은 3초만에 죽어 버렸다. 빈스는 진한 쾌감으로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막 흡수한 생명 에너지의 풍요로움에 잠깐 젖어 있었다. 그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떨리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가 그 칸에서 몸을 돌렸을 때 자신을 접대했던 웨이트리스가 식당 중앙에 서서 놀란 채 얼어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커진 파란 눈이 죽은 사람들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지금은 그 시선이 천천히 빈스에게로 옮겨졌다. 그녀가 소리치기 전에 그는 그녀에게 나머지 탄환을 날려보냈다. 아마 열 발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으으으윽 "고맙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는 그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녀는 젊고 생기 넘치고 그래서 그에게는 더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주방에서 나오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그 식당을 지나가다가 안을 들여다 보고 그 웨이트리스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 걱정돼 빈스는 재빨리 자신의 좌석칸으로 가 비치 백을 낚아채고는 타월 밑에 반자동 권총을 쑤셔 잡어넣었다. 그리고 거울식 선그라스를 끼고는 그곳을 나왔다. 그는 지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고무풀로 손가락 바닥을 한 꺼풀 코팅을 했었다. 그것은 거의 투명한 상태로 말랐고 그가 손바닥을 위로 펴서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로 돌리지 않는 한 누구도 눈치챌 수 없었다. 풀의 두께가 피부의 섬세한 선을 메우기에 충분해서 손가락 끝을 밋밋하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와 그는 그 블럭의 끝까지 가서는 모퉁이를 돌아 길 가에 주차돼 있는 그의 밴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차에까지 오는 동안 그를 확인하기 위해 되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한참 동안 일광욕을 한 뒤 생기나게 수영을 할 생각으로 바다로 갔다. 두 블럭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레돈도 해변으로 가는 것은 너무 용기가 지나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해안 고속 도로를 따라 남쪽에 있는 볼사 치카로 갔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그 개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는 동물 보호소, 경찰 기관들, 그리고 또 그 사냥개에 대한 수색과 연관 있을지 모를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얻기 위해 아직도 철사줄 조니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는 국가 안보국이 3개 주에 있는 모든 수의사들과 동물 관리 당국들에 고지한 사항에 대해서 알아냈다. 그리고 국가 안보국이 지금까지 일말의 단서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어쩌면 그 개는 자동차에 치어 죽었거나 아니면 허드스톤이 말하는 그 "아웃사이더"라는 것에 의해 죽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빈스는 그 개가 죽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그 개를 가지고 경제적인 대성공을 해보겠다는 자신의 꿈이 무산되기 때문이었다. 그 개의 몸값을 받고 당국에 되돌려주든 아니면 그것으로 어떤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부유한 흥행업자에게 팔든 그도저도 아니면 그 짐승의 지능을 이용해서 생각지도 않은 곳들에서 안전하고 수익 많은 사기 행각을 벌일 어떤 수단을 강구하든 돈벌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는 누군가가 그 개를 발견해서 그것을 애완동물로 키우기 위해 집으로 데려갔다고 믿고 싶었다. 만일 그가 그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을 찾기만 하면 그는 그것을 그들에게서 살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을 없애 버리고 그냥 그 똥개를 데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도대체 그놈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떻게 그 사람들을 찾아야 할까? 그들이 찾아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국가 안보국이 먼저 그 사람들에게 갈 것이다. 그 개가 벌써 죽지 않았다면 그 개를 찾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선 아웃사이더를 찾아서 그 짐승으로 하여금 개에게로 인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허드스톤의 말에 따르면 그놈은 그 개를 쫓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철사줄 조니는 여전히 그에게 남부 캘리또니아 전역에서 특이하게 일어나고 있는 잔인한 살해 사건들의 정보를 그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빈스는 아르빈 공원 동물원에서의 살육과 웨스 달베르그의 살해, 그리고 보르디옥스 리지에서의 사건 등을 알고 있었다. 조니는 다이아몬드 바 지역에서 애완 동물들이 사지가 찢겨 죽는다는 신고가 빈번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빈스는 실제로 존스톤봉 아래 숲 속에서 외계인 같은 것을 만났다는 두 젊은이예 관한 TV 뉴스를 보았었다. 삼 주 전에는 두 명의 등산객이 앤젤레스 공립 공원에서 심하게 찢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 조니는 국가 안보국 컴퓨터로 침입해 들어가 그들이 그 사건에 대한 관할권 역시 인계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그 사건이 아웃사이더의 짓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 때 이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 빈스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전혀 없었다. 그는 끈기 있는 사람이었다. 끈기는 그의 일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기다리고 지켜보고 또 철사줄 조니에게는 계속 활동하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 조만간에 자신이 추적하고 있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는 그것을 확신했다. 그는 다른 이들의 생명을 마셔 영원히 죽지 않게 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그 개도 자신의 위대한 운명의 일부라고 마음 먹었다. 볼사 치카 해변에서 그는 파도가 그의 허벅지를 강타하는 곳까지 들어가 거대한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내다보며 한동안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바다처럼 힘찬 기운을 느꼈다. 그는 수십 명의 생명들을 흡입했다. 그논 신화 속의 신들의 손에서 천둥 번개가 번쩍이는 것과 같이 전기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그는 몸을 앞으로 던져서 물 속으로 들어가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헤엄쳐 나갔다. 그는 한참을 바다 밖으로 나가다 옆으로 돌아 해변과 평행하게 헤엄쳤다. 처음에는 남쪽으로 가다가 이번에는 북쪽으로 가면서 마침내 지쳐서 조류를 따라 다시 해변으로 밀려올 때까지 수영을 계속했다. 그는 뜨거운 오후의 태양 아래에서 잠깐 졸았다. 그는 배가 크고 둥근 한 일신한 여인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그 꿈 속에서 그녀를 목졸라 죽였다. 그는 종종 어린 아이들을 죽이는 꿈을 꾸거나 아니면 임신한 여자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죽이는 꿈을 꾼다. 그것이 그가 실제 삶에서 열망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린이 살해는 너무나 위험스러웠다. 어린이의 생명이 가장 풍요롭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섭취할 가치가 많은 것이지만 그는 그런 기쁨을 맛보는 것을 자제해왔다. 지금까지는 너무 위험했다. 그는 자신이 不死性을 획득해서 더 이상 경찰이나 다른 어느 누구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될 때까지는 어린이 살해에 탐닉할 수 없었다. 그는 가끔 그런 꿈들을 꾸었지만 그가 볼사 치카 해변에서 꾼 이번 꿈은 다른 꿈들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다...... 다른 기분이었다. 예언적이었다. 그는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 빛을 받으며 하품을 했다. 그리고 눈을 깜박이며 앉아서 그에게 눈을 주고 있는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을 못본 척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꿈은 앞으로 있을 짜릿한 체험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언젠가 그는 실제로 자신의 손 안에 그 꿈 속에 나온 여인과 같은 임신한 여인의 목이 들어와 있는 그 감촉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극도의 쾌감을 알게 될 것이고 그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녀의 생명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에너지까지도 받게 될 것이다. 웬지 백만 달러를 번 것 같은 느낌을 가자고 그는 자신의 밴으로 돌아와 그것을 몰고 집으로 와서는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는 스튜아르트 앤더슨 스테이크 집으로 가 소의 허리 고기를 먹었다. 6 아인스타인이 트라비스 곁을 지나 부엌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방을 가로질러 거실로 사라졌다. 트라비스는 가죽 끈을 들고 그를 쫓아 갔다. 아인스타인은 소파 뒤에 숨어 있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들어봐, 그것은 아프지 않을 거야." 개가 그를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우리가 베가스로 떠나기 전에 이것은 해야돼. 수의사가 너에게 두어 대의 주사만 놓으면 돼. 그것으로 디스템퍼와 광견병은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어. 이것은 너를 위한 거야. 그리고 정말 아프지도 않아. 정말이야. 그리고 우린 너에게 자격증도 내줄 거야. 몇 주 전에 벌써 했어야 했는데." 한번 짖었다. 노다. "아니야. 우린 해야 돼." 노. 트라비스는 몸을 웅크리고 가죽 끈 끝에 붙은 고리를 쥐고 아인스타인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사냥개는 기어서 도망쳤다. 개는 안락 의자로 도망치더니 그것을 뛰어 넘어 탁자 위로 올라가서는 트라비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트라비스는 소파 뒤에서 천천히 나와 말했다. "자, 내 말 들어봐, 털보야, 난 네 주인이야." 한번 짖었다. 트라비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네 주인이야. 네가 정말 아주 영리한 개인지는 몰라. 하지만 넌 개일 뿐이야. 그리고 난 사람이지. 그래서 난 너에게 수의사에게 가자고 말하는 거야. 한번 짖었다. 노라는 식당 아치 입구에 몸을 기대고는 팔짱을 끼고 서서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 생각엔 그가 당신에게 어린 아이 짓을 하려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아이를 갖기로 마음 먹을 경우를 생각해서요." 트라비스가 그 개를 향해 돌진했다. 아인스타인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벌써 방 밖으로 나갔고 트라비스는 멈추지 못하고 안락 의자에 쓰러졌다. 노라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재미있군요." "이놈 어디로 갔소?" 트라비스가 물었다. 그녀가 침실과 욕실로 가는 복도를 가리켰다. 개는 안방 침대 위에 서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피할 수 없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것은 널 위한 거야. 정말이야. 그리고 네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 주사는 맞아야 돼." 아인스타인이 뒷다리 한쪽을 들고 침대 위에 오줌을 쌌다. 트라비스는 놀라서 말했다. "도대체 너 뭐하고 있니?" 아인스타인은 오줌을 멈추고는 누벼진 침대 덮개 안으로 스며들고 있는 오줌 범벅에서 비켜 서더니 도전적으로 트라비스를 응시했다. 트라비스는 개들이나 고양이들이 이와 같은 행동들로 극도의 불쾌감을 표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 부동산 중개업소를 경영하고 있을 때 자기 밑에 있던 여사원 하나가 휴가차 집을 비우게 돼 자신이 키우던 자그마한 콜리견을 2주간 개 사육장에 맡겼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돌아와 그 개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그놈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의자와 침대에 오줌을 싸서 그녀에게 복수를 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보통 개가 아니다. 그의 뛰어난 지능을 고려한다면 그 침대를 더럽힌 것은 보통의 분노가 아니었다. 트라비스는 이제 화가 나서 개를 향해 가며 말했다. "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아인스타인은 기어서 침대 매트에서 내려했다. 트라비스는 그 개가 그를 피해 방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뒷걸음쳐 문을 꽝 닫았다. 아인스타인은 출구가 단절되자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침대 맨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장식장 앞에 섰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아." 트라비스는 가죽 끈을 휘두르며 완고하게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모통이로 물러섰다. 트라비스는 몸을 웅크리고서 그 개가 양 옆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팔을 벌리고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그 개를 잡고 목걸이에 고리를 채웠다. "하!" 아인스타인은 구석에 힘없이 처박혀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트라비스의 승리감은 금방 사라졌다. 그는 당황해서 고개를 수그렸다. 개의 머리와 옆구리에서 전율이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인스타인은 거의 돌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두려움에 떠는 애처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트라비스는 개를 쓰다듬어주며 그를 안정시키려고 하면서 말했다. "이것은 정말 너를 위한 일이야. 너도 알잖니. 디스템퍼나 광견병 등에 걸리고 싶진 않잖아. 그리고 주사는 아프지도 않을 거야. 친구, 내 맹세하지." 개는 그를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그가 안심시키려는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개가 심하게 떨고 있는 것이 개 등에 올려 놓은 트라비스의 손을 통해 느껴졌다. 트라비스는 곰곰이 생각하며 그 사냥개를 열심히 응시하다가 말했다. "그 연구소에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주사를 맞았니? 그들이 주사 바늘로 너를 못살게 굴었니? 그래서 네가 예방 주사 맞기를 두려워하는 거니?" 아인스타인은 단지 낑낑거리기만 했다. 트라비스는 마지못해, 하는 개를 모퉁이에서 끌어내 질의 문답 시간을 갖기 위헤 꼬리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죽 끈을 놓고는 아인스타인의 머리를 양 손으로 쥐고 그의 얼굴을 똑바로 올렸다. 그리고는 서로의 눈을 똑바로 마주 했다. "그들이 연구소에서 주사 바늘들로 너를 못살게 굴었니?" 예스. "그래서 네가 수의사를 두려워하는 거니?" 개는 한번 짖었다. 노. "너는 바늘로 괴롭힘을 당했어. 하지만 너는 그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예스. "그러면 지금 왜 이러니?" 아인스타인은 그냥 그를 쳐다보면서 애처로운 고통의 소리를 냈다. 노라가 침실 문을 약간 열고는 빠꼼히 들여다보았다. "아인스타인, 벌써 그에게 진 거니?" 그러다가 그녀가 말했다. "아니, 이게 다 뭐야?" 트라비스는 여전히 그 개의 머리를 쥐고 눈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이놈이 좀 대담하게 불쾌감을 표시했소." "대담하군요." 그녀는 수긍하먼서 침대로 가 더럽혀진 침대 보와 담요와 시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트라비스는 그 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내려고 하면서 말했다. "아인스타인,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 바늘이 아니라면 수의사인가?" 한번 짖었다. 노. 트라비스가 낙담한 채 다음 질문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노라는 침대에서 매트리스 카바를 끌어당겼다. 아인스타인은 떨고 있었다. 갑자기 그 개의 옹고집과 두려움의 이유를 밝혀주는 번개 같은 깨달음이 왔다. 그는 자신의 우둔함을 자책했다. "젠장, 그래, 맞아. 너는 수의사를 두려워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 수의사가 너를 신고하는 것은 두렵겠지." 아인스타인의 떨림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그리고는 잠깐 자신의 꼬리를 흔들었다. 예스다. "만약 연구소 사람들이 너를 추적하고 있다면, 아니 우리가 알기론 네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실험 동물이기 때문에 그들이 틀림없이 맹렬하게 추적하고 있겠지. 하여튼 그들은 이 주(州)에 있는 모든 수의사들과 연락을 취하려고 하겠자. 그렇지 않겠어? 모든 수의사들과 모든 동물 보호소...... 그리고 개를 허가 내주는 모든 기관들과 말이야." 다시 한번 더 열심히 꼬리를 흔들어대더니 이제 몸을 덜 떨었다. 노라는 침대를 돌아서 트라비스 곁으로 와 몸을 구부렸다. "하지만 누런 사냥개가 어디 한두 마리인가요. 수의사들이나 동물 허가 당국이 늘상 다루는 게 이런 종류의 개인데요. 우리의 천재 개가 겸손하게 자기 재능을 숨기고 멍청한 똥개 노릇만 한다면......" "그것은 그가 아주 잘 할 수 있지." "그러면 그가 도망친 개라는 것을 알 방법이 없잖아요." 노. 아인스타인이 주장했다. 트라비스가 그 개에게 말했다. "무슨 뜻이지. 그들이 너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니?" 예스. "어떻게?" 노라가 의아해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어떤 종류의 표시가 있니?" 예스. "그 털 아래 어디에?" 노라가 물었다. 한번 짖었다. 노다. "그러면 어딜까?" 트라비스가 궁금해했다. 아인스타인은 트라비스의 손에서 빠져나와 머리를 하도 열심히 흔들어대서 그 얇은 귀가 펄럭이며 소리가 났다. "어쩌면 발바닥에 있을지 모르지요." 노라가 말했다. "아니요." 트라비스가 말할 때 아인스타인도 한번 짖었다. "내가 그를 발견했을 때 너무 험한 여행을 한 탓인지 그의 발에서 피가 났었소. 그래서 붕산으로 그 상처들을 깨끗하게 씻겨주어야 했지요. 그런데 그런 표시를 발견하지 못했소." 다시 아인스타인은 심하게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귀를 나풀거렸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어쩌면 안쪽 입솔에 있을지 모르지. 경주용 말들은 입술 안쪽에 문신을 해서 확인하고 또 부정 참가 말이 뛰는 것을 막지. 자, 네 입술을 한번 까보자. 얘야!" 아인스타인은 한 번 짖었다. 노다. 그리고는 또 그의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마침내 트라비스는 이해를 했다. 그는 오른쪽 귀를 들여다 보았다.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왼쪽 귀에서 무엇인가를 보았다. 그는 개를 빛이 더 잘 드는 창가로 가도록 했다. 그리고는 그 표시가 두 개의 숫자와 대시, 그리고 또 하나의 숫자로서 핑크빛이 감도는 갈색 피부에 자줏빛 잉크로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33-9"라고 되어 있었다. 트라비스의 어깨 너머로 보던 노라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실험용 강아지들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죠. 배가 다르게 말예요. 그래서 그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젠장, 만일 내가 그를 수의사에게 데려갔다면, 그리고 그 수의사가 문신이 있는 사냥개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러나 그는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해요." "어쩌면 그는 이미 주사를 맞았는지 몰라." 트라비스는 희망적으로 말해보았다. "우린 막연하게 그것에 의존할 수는 없어요. 그는 예방 접종이 필요 없는 어떤 통제된 환경 속의 실험실 동물이었어요. 그리고 일반적인 예방 접종이 그들의 실험을 방해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의사에게 데려가지는 못해요." "그 사람들이 그를 찾아낸다고 해도 우린 간단히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그들은 우리에게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어요." 트라비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들이 그럴 수가 있나요?" "그들이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소. 가만히 안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정부가 그 연구의 재원을 댔소.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꺾어버릴 수 있어요. 우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아인스타인은 그 연구소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요. 예스, 예스, 예스. "하지만 그가 디스템퍼나 광견병에 걸리게 되면......" "우리가 후에 주사를 놓아주면 돼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후에 상황이 좀 진정되어서 그에게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때 말이오." 그 사냥개는 기쁜 듯 낑낑대며 감사의 질퍽한 표현으로 트라비스의 목과 얼굴에 코를 들이밀며 문댔다. 노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아마 20세기 제일의 기적일 거예요. 당신은 정말로 그에 대한 일이 진정되고 그를 쫓던 사람들도 수색을 그만둘 거라고 생각해요?" "몇 년 동안은 손떼지 않을지 모르지." 트라비스는 그 개를 어루만지며 노라의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점차 그들은 그 수색에 대한 열의가 식고 희망도 없어지기 시작할 거요. 그러면 수의사들도 자기에게 온 사냥개마다 모두 다 귀를 살펴보지는 않게 될 거요. 그 때까지 이놈은 예방 접종 없이 지내야할 것 같소.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오." 한 손으로 아인스타인의 털을 헝클어뜨리며 노라가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았으면 좋겠네요." "그럴 거요." "저도 그러길 바래요." "그럴 거요." 트라비스는 하마터면 자신이 아인스타인의 자유를 위태롭게 할 뻔했다는 생각에 심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후 며칠간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그 운명의 저주들을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것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노라와 이 불가사의한 개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의 삶은 선회해서 이제 살 만한 것이 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그 적대적인 운명이 그에게서 노라와 그 개를 빼앗아갈지 모른다. 그는 운명이란 단지 신화적인 개념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실제로 악의적인 신들이 수없이 많이 있어서 하늘의 열쇠 구멍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그가 감수해야할 비극을 만들어낸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따금 조심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미래에 관해 조금이라도 낙관적인 말을 할 때마다 신이 질투하여 악의적인 운명이 일어날까봐 그것을 막기 위한 미신적인 행위로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나무에 손을 대곤 했다. (나무 제품에 손을 대는 행위는 서양인들이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하는 일종의 미신적인 행위임) 저녁 식사 때 소금통을 넘어뜨렸을 때도 그는 즉시 소금을 약간 집어 어깨 너머로 던졌다. 그리고는 좀 어리석은 기분을 느끼며 손가락에서 소금을 털어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고 그는 우스꽝스러운 미신적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불안해하며 더 많은 소금을 집어 뒤로 뿌렸다. 노라는 트라비스의 별난 행동을 다 보고 있었지만 그의 초조한 기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배려를 했다. 대신 그 날 온 종일 포근한 사랑으로 그를 대함으로써 그의 기분을 바꾸어 주었다. 라스베가스로 갈 그들의 여행에 관해 신이 나게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그냥 명랑한 기분으로 그를 대해 주었다. 그녀는 그가 꾼 악몽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가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실 이를 연속해서 똑같이 꾼 악몽이었다. 꿈 속에서 그는 산타안나의 나무가 많은 협곡 산기슭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 곳은 그가 아인스타인을 처음 만난 바로 그 숲이었다. 그는 다시 아인스타인과 그 곳에 갔다. 노라도 함께였다. 거기서 그들을 잃어버렸다. 그는 놀라서 그들을 찾으려고 가파른 비탈로 몸을 던져 내려가기도 하고 언덕을 기어오르고 엉겨붙어 있는 덤불을 죽을 힘을 다해 헤치고 나가기도 하면서 노라와 개를 미친 듯 부르고 다녔다. 이따금 그는 노라가 대답하는 소리와 아인스타인이 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의 소리는 마치 곤궁에 처해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의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 소리는 더 멀리 들렸고 또 장소도 달랐다. 그래서 그가 아무리 열심히 들으려고 해도 그가 아무리 빨리 그 숲 속을 헤치고 가려 해도 여전히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가슴은 줄달음질치고 또 고함을 질러도 목에 걸려 소리가 나지 않아 몸부림치며 깨어날 때까지 그들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8월 6일 금요일은 행복한 일로 너무나 바쁜 날이어서 트라비스는 적대적인 운명에 관해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아침에 우선 그는 라스베가스에 있는 한 결혼식 전용 예배당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그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이용해서 8월 11일 수요일 11시로 예식을 예약했다. 로맨틱한 흥분에 휩싸여 그는 예배당 관리인에게 말했다. 자신은 240송이의 장미와 또 240송이의 카네이션과 그리고 그 빌어먹을 테이프 음악이 아니라 전통적인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훌륭한 오르간 연주자와 삭막한 전기 등을 켜지 않아도 제단이 환할 정도로 아주 많은 촛불과 또 그 날의 행사를 마무리할 최고급 샴페인 돈페리그논 한 병, 그리고 그 결혼식을 촬영할 일급 사진사를 원한다고 했다. 그 자세한 사항까지 모두 다 다짐을 받고는 이번에는 라스베가스에 있는 서커스서커스 호텔에 전화를 했다. 그곳은 바로 그 호텔 뒤에 레크리에이션용 차량들의 야영장이 있음을 자랑하는 가족 휴양 중심의 호텔이었다. 그는 8월 8일 일요일 밤부터 시작하는 캠프 공간을 예약해 두었다. 그들은 또 베가스로 가는 도중에 필요할지 몰라 바르스토우에 있는 한 이동식 주택 차량 야영장에 또 한 통의 전화를 해서 토요일 밤을 예약해 두었다. 그 다음으로 그는 보석점에 가서 진열칸에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살펴보고는 마침내 크고 흠 없는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약혼 반지와 4분의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12개가 박혀 있는 결혼 반지를 샀다. 트라비스는 그 반지들을 트럭 좌석 아래 숨기고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노라의 집으로 가서 그녀를 태우고 그 날 찾아가기로 한 그녀의 변호사 가리슨 딜워스에게로 갔다. "결혼하는 겁니까? 그것 아주 좋군요." 가리슨은 트라비스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노라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는 정말 기쁜 것 같아 보였다. "난 당신에 관해서 주위에 알아보았소, 트라비스." 트라비스는 놀라서 말했다. "그래요?" "노라를 위해서죠." 그 변호사의 말에 노라는 얼굴이 붉어져서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가리슨이 그녀의 안녕을 걱정해 왔다는 것에 기뻤다. 그 은발 머리의 변호사는 트라비스를 신중한 눈초라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부동산 중개업을 아주 잘 운영하다가 팔았다는 것으로 난 알고 있소." "괜찮게 했었지요." 트라비스는 마치 노라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겸손하게 말했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았더군요." 가리슨이 말했다. "그리고 난 또 당신이 그 이익금을 훨씬 더 잘 투자했다는 것도 들었소." "전 무일푼은 아닙니다." 트라비스가 인정했다. 가리슨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또 당신은 아주 친절할 뿐만 아니라 훌륭하고 믿을 만한 남자라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트라비스가 얼굴을 붉혔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리슨은 노라에게 말했다. "난 당신이 이렇게 된 것이 아주 기쁘기도 하고 또 말할 수 었이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노라는 트라비스를 다정하고 상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래서 트라비스는 문득 운명의 여신이 또 자신을 질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들은 결혼식이 끝난 후 곧바로 일 주일 내지 열흘 정도의 신혼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기 때문에 노라는 신혼 여행 중에 바이오렛 데본의 집을 살 사람이 생겼다는 부동산 중개소 연락을 받고 자신이 급하게 산타 바바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녀는 가리슨 딜워스에게 자신이 부재 중에 그런 일이 있으면 그 거래에 대한 모든 문제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모든 권한을 그에게 양도해 주었다. 그것은 30분도 안돼서 서류 작성에서부터 증인 서명까지 모두 끝났다. 다시 한번 더 축하와 기원의 말을 주고받고는 그들은 이풍 주택용 트레일러를 사러 갔다. 그들은 베가스의 결혼식장까지뿐만 아니라 신혼 여행까지 아인스타인을 데리고 갈 작정이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항상 아주 깨끗하고 훌륭하면서도 개를 받아 주는 호텔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바퀴 달린 모텔 - 트레일러 - 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 사냥개가 같은 방 안에 있는데 그들이 사랑을 나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꼭 다른 사람이 방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을 거예요." 노라가 아주 잘 닦은 사과처럼 밝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모텔에서 머물게 될 경우는 두 개의 방을 빌려야만 할 것이다. 좀 어색한 것 같지만 하나는 그들을 위해서고 또 하나는 아인스타인을 위한 것으로 말이다. 오후 4시에 그들은 자신들의 맘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부엌, 식사대, 거실, 침실 하나, 욕실 하나 등이 갖추어진 중간 크기의 은백색 퀀셋(벽과 지붕이 반원형으로 연이어진 숙사)모양의 Airsteam사 것이었다. 트라비스의 픽업에는 아주 훌륭한 트레일러 걸림쇠가 벌써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래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그 트레일러를 뒤 범퍼에 걸고 바로 끌고 갈 수 있었다. 픽업에 탄 아인스타인은 트라비스와 노라의 중간에 앉아서 연신 목을 길게 쑥 내밀고는 뒷 유리창을 통해 그 번쩍거리는 반원형 트레일러를 보며 마치 인간들의 재주에 감탄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트레일러 커튼과 프라스틱 접시들과 그라스들, 부엌 찬장에 채워 넣을 음식 그리고 그들이 도로로 나서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서 쇼핑을 했다. 그들이 노라의 집으로 돌아와서 때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오믈렛을 요리할 때는 그들의 몸은 질질 끌릴 정도였다. 이번만은 아인스타인의 하품에 재치스러움이 전혀 없었다. 그도 정말 지쳐 있었다. 그날 밤 트라비스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침대에서 마치 고대의 석화된 나무처럼, 공룡의 화석처럼 아주 깊고 깊은 잠에 빠졌다. 이틀 밤 동안 반복되었던 그 꿈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그들은 베가스로 결혼 여행을 떠났다. 트레일러를 몰고도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넓은 차선의 고속도로로 여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먼저 101번 도로로 남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134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210번 주간(州間) 고속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로스앤젤레스시와 대(大) 앤젤레스 국립 공원을 북쪽으로 하고 그들은 달렸다. 한참 후에 모자브 사막에 이르자 노라는 모래, 돌, 회전초, 머스키트(콩과식물), 유카, 선인장 등 메말랐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전경에 감동했다. 세상이 갑자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그녀가 감격해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캘리포니아의 바르스토우는 그 거대한 사막 가운데 아무렇게나 번창한 간이 휴게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 오후 3시에 그 큰 이동식 주택 캠프 야영장에 도착했다. 바로 옆 캠프 공간에 자리를 잡은 중년 커플인 프랭크와 요르단씨는 살트 레이크市에서 왔고 잭이라는 이름의 검은 래보라드산 사냥개와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잭과 놀면서 하도 재미있게 지내서 트라비스와 노라는 놀랐다. 그들은 트레일러 주위를 돌며 서로 쫓고 쫓기며 물기도 하고 서로 엉켜 뒹굴기도 하면서 놀고 있었다. 프랭크 요르단씨가 그들에게 빨간 고무 공을 던져 주자 그들은 서로 먼저 잡으려고 경쟁하며 그 공을 쫓아 달렸다. 개들은 그 공읕 상대에게서 빼앗아 되도록 오랫동안 물고 있으려고 다투었다. 트라비스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아인스타인은 의심할 것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개다. 아니 모든 시대 중에서 가장 영리한 걔다. 진기한 동물이며 기적의 산물이며 여느 인간만큼 인식력이 있는 개다. 그러나 역시 개는 개다. 이따금 트라비스는 그 사실을 잊는다. 그러다 아인스타인이 그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행동을 할 때면 흐믓한 마음이 생겼다. 나중에 그들은 요르단 부부와 숯불에 구운 햄버거와 옥수수를 나누어 먹고 또 그 깨끗한 사막의 밤을 음미하며 두어 개의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그들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요르단 부부와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인스타인도 잭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트레일러로 들어와서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말했다. "너, 아까는 아주 친절하더구나." 개는 고개를 치겨 들고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트라비스를 쳐다보았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야, 이 털보야." "나도 알아요." 노라가 말했다. 그녀는 그 개를 끌어안았다. "네가 잭과 함께 놀 때 네가 원하기만 하면 그를 놀릴 수도 있었어. 하지만 넌 일부러 져주기도 하면서 그를 존중해 주었어, 안 그래?" 아인스타인은 헐떡이며 기쁜 듯 히죽 웃었다. 수면용 술을 끝으로 한 잔 하고 노라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거실에 있는 접었다 펴는 소파 침대에서 잤다. 트라비스는 그녀와 함께 잘 생각도 해보았었다. 그리고 아마 그녀도 그를 자신의 침대로 들어오게 할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어쨌든 결혼식은 4일도 채 안 남았다. 속으론 트라비스는 노라를 원했다. 그리고 그녀도 처녀가 가지는 두려움을 약간 가지고는 있겠지만 역시 그를 원할 것이다. 그는 그것을 의심치 않았다. 매일 그들은 서로를 만지고 또 내밀한 키스를 더 깊고 빈번하게 했다. 그래서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에로틱한 기운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식 날이 이렇게 가까운데 일을 바르고 순서있게 안 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깨끗한 몸으로 신혼의 밤을 맞이하지 않을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날 밤 트라비스는 노라와 아인스타인이 모자브 사막의 황량한 지역에서 길을 잃은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는 그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다리가 없어서 괴롭도록 느릿느릿 기며 그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무엇인가에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그들은 라스 베가스에서 결혼식을 준비했다. 또 아인스타인이 다른 야영자들의 개들과 열심히 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쉬기도 했고 아니면 차레스톤峯이나 매드湖를 잠깐 동안 다녀오기도 했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에게 책들을 주고 읽으라고 해놓고는 무대 쇼들을 구경하러 가기도 했다. 트라비스는 그 사냥개를 홀로 남겨놓은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아인스타인은 그들이 자기 때문에 그냥 따분하게 트레일러 안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려주었다. 그는 대도시 호텔들이 너무 편견이 심하고 또 단견이어서 행실이 좋은 천재 개들을 카지노나 쇼 룸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수요일 아침 트라비스는 턱시도를 입었고 노라는 소매와 목선에 레이스가 달린 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그들은 트레일러를 캠프장에 풀어놓고 픽업만을 끌어 냈다. 그리고 아인스타인을 그들 사이에 앉히고 자신들의 결혼식장으로 갔다. 종파가 없는 그 상업적인 예배당은 그가 본 중에 가장 재미있는 곳이었다. 그 실내 디자인이 정맡 로맨틱하면서도 동시에 근엄했고 그런가 하면 야한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노라도 역시 그곳이 유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을 들어가자마자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애썼다. 그 예배당은 라스베가스 남부로에 있는 네온이 넘치는 화려한 고층 호텔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은 일층 집 크기로 엷은 핑크빛 벽토로 치장돼 있고 문들은 희었다. 또 문들마다 그 위에는 '너희들은 둘씩 둘씩 갈지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청동판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착색 유리창에는 종교적인 그림들은 그려져 있지 않고 대신 로미오와 쥴리엣, 아브라드와 헤로이세, 아우카신과 니콜렛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브란카.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아이 러브 루시와 오즈와 헤리엇 등을 비롯한 유명한 사랑 이야기에서 따온 화려한 장면들이 빛나고 있었다. 이상스럽게도 그런 야함이 그들의 들뜬 기분을 해치지 않았다. 이 날은 어떠한 것도 관매하게 봐줄 수 있다. 아니 괘씸한 예배당일지라도 소중히 여겨질 것이고 몇 년이 지나도 이 모든 야한 장식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가운데 항상 달콤하게 기억될 것이다. 그곳은 그들의 결혼식 날에 자신들만의 예배당이었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특별했다. 보통 개들은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환대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리 후하게 모든 직원들에게 팁을 주어 놓았다. 그곳 주인인 단 두프리 목사님 -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 - 은 불그스레한 얼굴에 배가 볼록 나와 마치 전형적인 중고차 판매원 같은 사람으로 끈질기게 미소를 지으며 호들갑스러웠다. 그의 옆에는 유급 증인이 서 있었고 그들은 실은 그의 부인과 여동생으로 이 행사를 위해서 밝은 하절기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그 예배당 앞으로 가 제자리에 섰다. 여자 오르간 연주자가 "웨딩 마치"를 연주했다. 노라는 곧바로 재단 앞에 서서 결혼식을 시작하기보다는 정식으로 식장 입구에서부터 중앙 통로를 따라 음악에 맞추어 트라비스에게 가는 것도 하고 싶어했다. 더 나가 그녀는 다른 신부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인도를 받아 신랑에게 가고 싶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그녀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또한 그 일을 해줄 만한 그럴 듯한 사람도 달리 없었다. 그래서 당장 생각에 그녀 혼자 걸어들어 가거나 아니면 낯선 사람의 팔을 붙잡고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픽업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오는 동안 그녀는 아인스타인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입구에서부터 트라비스에게 인도해 가는 일에 그 개가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적합하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이제 오르간 연주자가 연주를 시작했고 노라는 자기 옆에 개를 앞세워 본당으로 들어갔다. 아인스타인은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그 훌륭한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부심과 위엄을 드러내며 머리를 높이 쳐들고 그녀의 걸음걸이와 맞추어서 천천히 걸어들어 갔다. 개가 그녀를 인도해 들어온다는 것에 누구도 당황하는 것 같지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 아무튼 이곳은 라스베가스였던 것이다. "제가 본 중에 가장 아리따운 신부예요." 단 목사님의 부인이 트라비스에게 속삭였다. 그는 그녀의 말이 의례적으로 던진 칭찬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온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사의 프레시가 반복해서 번쩍거렸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노라의 모습에 너무 빠져서 그 섬광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장미와 카네이션으로 가득한 화분들이 얻고 향기와 더불어 그 작은 본당을 가득 채웠고 수백 개의 촛불들이 어떤 것들은 깨끗한 유리 봉헌 잔에서 또 어떤 것들은 촛대들 위에서 조용히 나부끼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노라가 자기 곁으로 왔을 때는 야한 듯한 장식들은 다 잊었다. 그의 사랑이 그 예배당의 모습을 완전히 다시 만들어서 그곳을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더 웅장한 성당으로 변형시켜 버렸던 것이다. 결혼식은 짧았지만 처음 생각과는 달리 위엄 있었다. 트라비스와 노라는 맹세를 교환하고는 반지를 주고 받았다. 그녀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촛불에 비쳐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데 왜 자신이 앞이 안 보일까 궁금해하다가 자신도 역시 눈물이 맺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남편과 아내로서 첫 키스를 하자 드라마틱한 오르간 음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그가 경험한 중에 최고로 달콤한 키스였다. 단 목사님은 최고급 샴페인인 돔페리그논의 마개를 펑하고 터트렸다. 그리고는 트라비스 쪽의 방향으로 돌라며 오르간 연주자를 비롯해 모든 이들에게 한 잔씩 부어주었다. 아인스타인을 위해서는 접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사냥개도 요란스런 소리로 마시며 영원한 삶과 행복과 사랑에 대한 축하의 대열에 참여했다. 아인스타인은 트레일러 앞 쪽 끝 거실에서 책을 읽으며 오후를 보냈다. 트라비스와 노라는 트레일러의 뒤 쪽 끝 침대에서 그 오후를 보냈다. 침실 문을 닫은 후 트라비스는 돔 페리그논 한 병을 아이스 통에 넣고는 조지 워싱턴의 곡 중 가장 감미로운 피아노 음악이 담긴 네 장의 디스크를 컴펙 디스크 프레이어에 집어 넣었다. 노라는 하나밖에 없는 유리창의 브라인드를 내리고는 황금색 천갓이 씌워진 작은 램프의 스위치를 올렸다. 부드러운 호박색 빛이 차라리 꿈 속처럼 그 방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잠시 그들은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키스를 하기도 하다가 말은 점점 줄어들고 키스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천천히 트라비스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는 전에 그녀의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그녀의 몸매가 훨씬 더 예쁘고 훨씬 더 절묘하게 균형 잡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목, 섬세한 어깨, 풍만한 가슴, 오목한 배, 감미로운 히프, 둥글면서 날씬한 엉덩이, 길고 날씬하게 티 없이 매끄러운 다리 등 모든 선과 각, 그리고 곡선들이 그를 흥분시켰고 또한 그의 마음을 한없는 애정으로 채워 주었다. 그 자신도 옷을 벗고 난 후 그는 인내심 있고 부드럽게 그녀를 사랑의 세계로 이끌었다. 진한 패락의 욕망과 또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는 노라에게 자신의 혀와 손가락과 남성으로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그 모든 감각들을 보여주었다. 이따금씩 상큼하게 곯리면서. 그는 그녀가 주저하고 당황하고 심지어는 두려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가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 정도의 내밀함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불감증의 흔적은 하나도 품고 있지 않았고 서로를 즐겁게 하는 그 모든 행위에 열심히 참여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신음 소리와 흥분돼 나오는 숨 가쁜 소리가 그를 즐겁게 했다. 그녀가 절정에 이르러 신음할 때마다, 환희의 전율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마다 그는 더욱 더 자극을 받아 전에는 결코 본 적이 없을 정도의 크기와 단단함을 가지고 되었고 그의 욕구는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마침내 그의 따뜻한 씨가 그녀 안에서 꽃을 피우게 됐을 때 그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이름을 부로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거듭거듭 말했다. 그리고 방출의 순간이 너무 길어서 그는 시간이 멈추었거나 아니면 사신이 절대 마르지 않는 불가사의한 우물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욕망이 채워지자 그들은 서로 말할 생각도 없이 오랫동안 껴안고 있었다. 그들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한참만에 그들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자신들이 느꼈던 것을 말했다. 그들은 샴페인을 조금 마셨고 또 한참 후에 다시 사랑을 했고 또 다시 사랑했다. 끊임없는 어떤 죽음의 그림자가 매일 매일 흐릿하게 나타나고 있었지만 삶의 기쁨과 즐거움들이 너무나 좋고 또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그 행복감으로 심장이 거의 멎은 것 같았다. 베가스로부터 그들은 트레일러를 끌고 95번 도로를 택해 북쪽으로 가서는 끝없는 네바다 사막을 횡단했다. 이틀 후 금요일 8월 13일 그들은 태호 호수에 도착해서는 캘리포니아 쪽으로 있는 이동식 주택 캠프장에서 트레일러에 전기와 수도관을 연결했다. 노라는 그 전처럼 그 모든 새로운 경치와 진기한 경험들에 쉽게 압도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호 호수는 아연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녀는 다시 한번 더 어린 아이 같은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길이 35킬로, 넓이 20킬로에 서쪽 끝에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있고 동쪽으로는 카슨 방목지가 있는 태호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호반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수백 가지의 파랗고 푸른 음영이 무지개처럼 빛나는 보석이라고들 한다. 6일 동안 노라와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엘도라도, 태호, 토이 야베 국립 공원, 소나무 전나무 등이 방대하게 펼쳐진 원시림 지대 등을 산책했다. 그들은 보트를 한 척 빌려 호수로 나가 도원경 같은 후미와 우아한 만(灣)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일광욕과 수영을 하러 나갔고 아인스타인은 개다운 열성을 가지고 물 속에 뛰어들었다. 때론 아침에 때론 늦은 오후에 때론 가끔 밤에 노라와 트라비스는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자신의 육적인 욕구에 놀랐다. 그녀는 그를 아무리 가져도 충분하지 않았다. "난 당신의 마음과 가슴을 사랑해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몸도 그만큼 사랑해요. 제가 타락했나요?" "절대로 아니오. 당신은 그냥 젊고 건강한 여인일 뿐이오. 사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당신은 실제보다 훨씬 더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요. 정말이오, 노라, 당신에게 난 놀랬소." 8월 20일 금요일 화창하게 맑은 파란 하늘의 이른 아침, 그들은 태호 호수를 떠나 그 주(州)를 가로질러 몬테레이 반도로 갔다. 대륙의 암붕이 바다와 만나는 그곳의 자연 경관은 태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그들은 그곳에서 4일간 머물고는 8월 25일 수요일 오후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신혼 여행 동안에는 결혼의 즐거움에 너무나 푹 빠져서 기적과도 같은 아인스타인의 지능이 전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날 오후 늦게 산타 바바라에 가까이 다다르게 되었을 때 아인스타인이 그들에게 그의 특이한 재능을 되새기게 했다. 집에서 70 내지 80킬로 정도 되는 곳에 이르자 그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반복해서 노라와 트라비스 사이의 좌석에서 몸을 뒤척이며 잠시도 가만 앉아 있지 못하고 머리를 노라의 무릎에 놓았다가 다시 일어서곤 했다. 그는 이상하게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집에서 15킬로 정도 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개가 몸을 떨고 있었다. "뭐가 잘못되었니? 털보야." 그녀가 물었다. 그 표정 많은 갈색 눈으로 아인스타인은 어떤 복잡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열심히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 어둠이 내리기 적전 고속 도로를 빠져나와 그 도시의 일반 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아인스타인은 낑낑거리다가 낮게 으르렁거리기를 자꾸 반복했다. "아인스타인이 왜 이러지요?" 노라가 물었다. 트라비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맡했다. "나도 모르겠소." 그들이 트라비스의 집 진입로로 들어가서 야자수 그늘 밑에 차를 주차했을 때 사냥개는 짖기 시작했다. 전엔 트럭 안에서 짖은 적이 없었다. 그 긴 여행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짖지 않았었다. 사방이 막힌 그 좁은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가 귀가 찢어질 것 같았으나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트럭에서 나오자 아인스타인이 그들 앞으로 튀어나가 집 앞에 서서 계속 짖어댔다. 노라는 보도를 따라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아인스타인이 그녀를 쳐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한쪽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서 그녀는 몸의 균형을 잃었다. 그녀가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서는 수반(水盤)있는 곳으로 물러나자 그녀를 놓아주었다. "무슨 생각에서 이러지요?" 그녀가 트라비스에게 물었다. 생각에 잠겨 집을 쳐다보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와 만났던 첫날 그가 숲 속에서 이랬었소. 내가 그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지 않기를 바랐을 때 말이오." 노라는 아인스타인을 토닥거려 주기 위헤 그 개에게 좀더 가까이가 구슬려 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진정하질 않았다. 트라비스가 시험삼아 그 집에 접근해보자 아인스타인은 으르렁거리며 그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여기서 기다려요." 트라비스가 노라에게 말했다. 그는 진입로에 있는 트레일러로 돌아가서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인스타인은 으르렁거리고 낑낑거리기를 반복하면서 문과 창문들을 쳐다보며 집 앞에서 앞뒤로 왔다갔다 했다. 태양은 서쪽 하늘 아래로 가라앉아 바다와 맞닿았고 주택가 거리는 조용하고 한적해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노라는 그 분위기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으로 야자수와 유칼리 나무에서는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느 날 같으면 아주 유쾌한 소리련만 지금은 웬지 불길하게 들렸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 속에서, 오렌지색이 감도는 새빨간 석양 속에서 그녀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어떤 위협을 느꼈다. 그 개의 행동을 제외하고는 위험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그녀의 불안은 이성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트라비스가 커다란 연발 권총을 가지고 트레일러에서 돌아왔다. 그것은 그들이 신혼 여행을 하는 동안 트레일러 침실에 내내 있었던 것이다. 이게 트라비스는 약실에 실탄을 다 집어넣고는 탄창을 찰칵하고 닫았다. "그것까지 필요해요?" 그녀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그날 그 숲 속에 무엇인가가 있었소."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뭐랄까, 그 때 난 공포를 느꼈소. 그래요. 총이 필요할 것 같소." 살랑거리는 나무들과 석양의 그림자들을 통해서 그녀는 트라비스가 그 숲 속에서 경험했을 느낌에 대해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인스타인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보도에서 감시 자세를 취하며 그들이 그 집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사냥개에게 트라비스가 말했다. "안에 누가 있니?" 재빨리 꼬리를 흔들었다. 예스다. "실험실 사람들?" 한번 짖었다. 노다. "네가 우리에게 말했던 그 다른 실험용 동물?" 예스. "숲 속에 있던 그것?" 예스. "좋아. 내가 들어가보지." 노. "아니야." 트라비스가 고집을 부렸다. "이것은 내 집이야,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우린 여기서 도망가지 않을 거야." 노라는 아인스타인이 그토록 강한 반응을 보였던 잡지 영화 광고 속의 괴물이 생각났다. 이 세상에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할까? 그녀는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는 아인스타인이 과장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가 그 사진에 관해서 말하려고 했던 것을 자신들이 잘못 이해했다고 믿었다. "이것은 357구경 특제 권총이야." 트라비스가 그 개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 발이면 그러니까 이것이 팔이나 다리에 한 발이라도 맞으면 아무리 크고 사나운 사람일지라도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 마치 대포 알에 맞은 기분을 느끼게 될 거야. 난 가장 훌륭한 훈련소에서 사격 훈련을 받았어. 그리고난 후에도 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년 동안 정기적으로 표적 사격 연습을 해왔어. 난 정말 빈틈 없다구. 그리고 난 내 한 몸은 다룰 수 있어. 게다가 우린 경찰을 부를 수도 없잖아, 안그래? 일단 경찰이 이리로 오게 되면 여기서 뭘 보게 되든 우리에게 아주 많은 질문 공세를 던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은 너는 그 벌어먹을 연구소로 다시 끌려가게 될 거야." 아인스타인은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트라비스의 결심이 못마땅한 게 분명했다. 그러나 개는 현판 앞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가더니 몸을 웅크리고는 뒤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좋아요. 그래요, 하지만 저기에 당신 혼자 들어가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노라도 그들과 함께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극구 만류하며 그녀에게 그냥 앞 뜰에 남아 있도록 했다. 그녀도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무기도 없었고 또 있다 한들 그것을 사용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트라비스는 권총을 앞으로 내밀고 아인스타인과 함께 문 앞으로 가 몸을 웅크리고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집어넣었다. 트라비스는 자물쇠를 풀고는 열쇠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문을 안쪽으로 밀어 열고 357구경 권총으로 앞 쪽의 거실을 훑었다. 그는 긴장한 채 앞으로 걸어갔고 아인스타인도 그의 곁에 바싹 붙어 따라갔다. 당연한 일이지만 집 안은 조용했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날 수 없는 이상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낮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빠르게 저물어가는 희미한 태양빛마저도 창문을 통해 거의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상당 수의 창문들이 커튼들로 거의 완전히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파 커버에 뭔가가 묻어 있는 것을 볼 수는 있었다. 소파 안을 채웠던 스티로플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나무로 된 잡지 꽂이는 조각조각 부서져 벽에 팽개쳐져 있었고 벽에는 둥근 구멍이 나 있었다. TV 모니터에는 마루 램프가 푹 찔러져 있는 채 그대로 있었다. 책들은 서가에서 다 나와 뒤죽박죽이 돼 온통 거실에 널려 있었다. 문을 통해 산들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악취는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트라비스는 벽에 불은 스위치를 켰다. 구석 램프 불이 들어왔다. 바닥에 어질러진 것들을 좀 자세하게 드러낼 정도일 뿐 그렇게 아주 밝지는 못했다. 마치 누군가가 전기 톱을 가지고 온통 헤집고 다닌 것처럼 보였다. 집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현관 문은 열어 놓은 채 그는 거실 안으로 두어 걸음 걸어들어갔다. 흐트러진 책들의 구겨진 책장들이 발 아래에서 바삭거렸다. 그는 종이들과 하얀 스티로폴 속감에 빛 바랜 검은 얼룩들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얼룩들이 피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는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후 그는 시체를 발견했다. 덩치가 큰 사람의 시체로 소파와 반쯤 덮인 피 묻은 책장들, 책 표지, 책 커버들이 깔려 있는 바닥에 옆으로 뉘여 있었다. 아인스타인의 으르렁 소리가 더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트라비스는 그 시체에 좀더 가까이 가 보았다. 그리고는 그 시체가 그의 집 주인인 테드 호크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곁에는 연장통이 놓여 있었다. 테드는 그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트라비스는 그가 보수를 하기 위해 어느 때든 들어오는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수도 꼭지가 새고 개수대가 망가진 것을 비롯해 보수를 해야할 곳이 많았다. 테드는 자기 집에서 한 블럭 떨어진 이곳으로 내려와서는 무엇인가를 고칠 생각으로 들어왔던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는 테드 역시 망가졌고 그것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약한 악취 때문에 트라비스는 처음엔 그 사람이 적어도 일 주일 전에 살해되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 시체는 부패 가스로 부풀어 있지도 않았고 또 부식된 어떤 흔적도 없었다. 그런 것으로 보아 죽은지가 오래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마 하루 전이나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일지 모른다. 끔찍한 악취가 나는 곳이 두 군데가 더 있었다. 하나는 밖으로 나와 있는 그 사람의 내장이었다. 더군다나 그 살인마는 그 시체 위와 주위에 배변을 하고는 또 오줌까지 싸놓은 것이 분명했다. 테드 호크니의 눈은 없었다. 트라비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건 단지 그가 테드를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누구건 상관 없이 그는 그같은 정신 나간 폭력에 역겨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죽음은 희생자에게 아무런 존엄성도 남겨놓지 않은 것이며 웬지 전 인류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인스타인의 낮았던 으르렁 소리가 점차 사납게 변했다. 그리고 날카롭게 열심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트라비스도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온 몸이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냥개가 가까이에 있는 식당 안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안은 아주 깜깜했다. 양쪽 창문에 다 커튼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너머 부엌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는 희미한 빛이 전부였다. 가, 밖으로 나가, 여길 떠나! 그의 내부의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서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건 아주 딱 맞는 말은 아니다. 그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지난 몇 년 동안 실제로 삶 그 자체로부터 도망쳐왔었다. 고독함 속으로 도망친 것은 극도의 비겁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갔다. 그는 새로운 사람이다. 이제 아인스타인과 노라에 의해서 변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인스타인의 몸이 굳어져갔다. 그의 등이 굽어졌고 머리는 낮게 앞으로 내밀어졌다. 그리고는 입에서 타액이 흐를 정도로 아주 사납게 짖어댔다. 트라비스는 식당 아치를 향해 한 걸음 걸어 갔다. 사냥개는 트라비스 곁에 서서는 더 사납게 짖어댔다. 권총을 앞으로 내밀고 그 강력한 화기의 성능에 의지하면서 트라비스는 조심스럽게 어지러운 바닥에 발을 내려 놓으며 천천히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이제 식당 입구는 단지 두세 걸음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는 어두컴컴한 식당을 훑어보았다. 아인스타인이 짖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마치 여러 마리의 개들이 다 풀려 있는 것 같았다. 트라비스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어스름한 식당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어붙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면 마음 속의 환영이었을까? 아치 너머로는 겹겹이 층진 어둠이 검은 회색 비단 천처럼 걸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상상이었는지 확실하게 분간이 되질 않았다. 뒤로 물러서서 밖으로 나가, 지금 당장! 내부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그것을 무시하고 트라비스는 한 발을 들어 식당 입구 쪽으로 내딛을 생각을 했다. 식당에서 뭔가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그 움직임에 의심이 생기지 않았다. 식당 깊숙히 가장 어두운 곳에서 그를 향해 똑바로 달려드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은 피를 말리는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며 식당 테이블 위로 뛰어 오르고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보았다. 그리고 조명이 나쁜 가운데서도 거의 성인 남자만 한 크기에 기형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은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그에게로 곧바로 오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이 그것과 대적하기 위해 앞으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방아쇠를 당길 시간을 벌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서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바닥에 쌓여 있는 구겨진 책 더미 위에서 미끄러져서 뒤로 넘어졌다. 권총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총알은 빗나가 천장에 박혔다. 일순간 아인스타인이 그 적을 향해 돌진했고 트라비스는 그 빛나는 눈의 생물을 좀더 분명하게 보았다. 그것은 악어와 같은 턱을 움직였고 육중한 얼굴에선 불가사의할 정도로 큰 입이 쩍 벌어져 열리며 불길한 모습의 갈고리 같은 이빨들을 드러냈던 것이다. "아인스타인, 안돼!" 그가 고함쳤다. 그 개가 이런 지옥의 동물과 대적하게 되면 갈갈이 찢길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그 자세에서 무턱대고 다시 두 발을 발사했다. 그의 고함 소리와 총성은 아인스타인을 멈추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적도 주춤하게 만들었다. 무장한 남자에게 덤벼드는 것을 다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놈은 돌아서서 빛이 없는 식당을 가로질러 부엌 문 입구로 빠져나갔다. 그놈은 빨랐다. 고양이보다 훨씬 빨랐다. 부엌에서 나온 희미한 빛에 잠깐동안 그놈의 윤곽이 보였다. 그놈은 엉거주춤한 모숩윱 한 놈으로 몸집에 비해 두 배나 되는 기형적인 머리얘 둥글게 구부러진 등, 긴 팔에 그 끝에는 갈퀴 살들과 같은 갈고리 발톱들이 있었다. 그는 다시 총을 쏘았다. 그리고 이번엔 목표에 좀더 가까왔다. 총알이 문짝 한 부분을 날려 버렸다.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그 짐승은 부엌으로 사라졌다.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저것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저것이 정말 아인스타인을 만들어낸 바로 그 연구소에서 도망친 것일까? 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저런 괴물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왜? 왜인가? 그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었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는 데 바쳤다. 그래서 발전 가망성들이 있는 분야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 중에서도 DNA 재합성 연구가 가장 최첨단 분야였다. 아인스타인은 식당 중간에서 그놈이 사라진 문 쪽을 향해 계속 짖고 서 있었다. 트라비스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는 그 개를 불러 그의 곁으로 오게 하자 아인스타인은 반가워하며 재빨리 돌아왔다. 그는 개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고는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었다. 노라가 뜰 밖에서 그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부엌에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는 노라에게 소리쳤다. "난 괜찮소. 난 아무렇지 않아요. 거기 밖에 그대로 있어요." 아인스타인이 몸을 떨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자신의 심장이 2박자로 크게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땀이 얼굴과 등 허리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있을 것만 갈았다. 그러나 악몽 속에서 온 그 짐승의 위치클 알 만한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이 뒷문을 통해 뒷뜰로 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그놈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밤에만 밖으로 나가 오로지 어둠 속에서만 여행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놈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도 산타 바바라와 같은 꽤 큰 도시로도 잠입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릴 만큼은 바깥이 밝았다. 또 트라비스는 지금 그놈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등 뒤의 누군가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찌푸린 하늘의 습한 날 천둥 번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지금 그는 그놈을 느낌 수 있었다. 그놈은 거기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부엌에서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트라비스는 아치 입구까지 돌아와 어슴푸레한 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인스타인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의 곁에 바싹 붙어 있었다. 개는 그 짐승이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트라비스에게 절대적인 침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싶었다. 트라비스는 두 걸음을 더 옮겼다. 앞에 있는 부엌 문을 통해 테이블의 한 귀퉁이와 싱크대, 주방 다이의 일부, 개수대의 반쪽 등이 보였다. 기울고 있는 태양은 그집 반대 쪽에 있었고 그래서 부엌의 조명은 희미하고 어스레했다. 그래서 그놈은 뚜렷한 그림자를 던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놈은 문의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가 그 부엌으로 들어올 때 위에서 덮칠 수 있도록 주방 다이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짐승을 속이기도 하고 또 문 입구에서 먼저 어떤 움직임이 있으면 그놈이 주저하지 않고 반응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는 권총을 그의 벧트 아래에 쑤셔 넣고는 조용히 식당 의자 하나를 집어들고 부엌에서 2미터 반경 내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그 열려진 문안으로 그 의자를 던져 넣었다. 그는 허리띠에서 권총을 급히 뽑아들고는 그 의자가 부엌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의자가 호마이카 테이블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내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개수대에 꽝하고 부딪쳤다. 전등 같은 눈의 그 적은 그것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의자가 구르기를 멈추자 부엌은 다시 잠잠해졌다. 아인스타인은 헐떡거림 소리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잠시 후에서야 그 소리가 그 개가 주체 못하고 떨고 있는 대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바로 그놈이다. 부엌 안에 있는 침입자는 한 석 달 전에 숲 속에서 그들을 추적해 왔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 사이에 그놈은 북쭉을 향해 왔던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주(州) 개발지역의 동쪽으로 있는 황무지들을 통해서 오면서 불가사의한 몇 가지 방법들로 그 개를 추적해 왔을 것이다. 그는 추측조차 못할 이유들로 말이다. 그가 던진 의자에 대한 대답으로 하얀 에나멜 칠이 되어 있는 커다란 단지가 바로 부엌 입구 앞 바닥에 떨어졌다. 트라비스는 놀라 뒤로 껑충 물러서며 자신이 단지 조롱당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아무렇게나 방아쇠를 당겼다. 단지가 바닥에 부딪혀 뚜껑이 나가 뒹굴면서 밀가루가 온통 타일 위에 쏟아졌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트라비스의 조롱에 대해 똑같이 조롱으로 대꾸함으로써 그 침입자는 정말 섬뜩할 만한 지능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놈이 바로 그 연구소에서 진행되었던 실험을 통해서 생긴 것이라면 아인스타인만큼 영리할지도 모른다. 아인스타인이 그놈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일 트라비스가 아인스타인의 지능 상태를 미리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이 짐승도 좀 영리한 동물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동안의 사건들을 겪는 동안에 그는 거의 무슨 일이든 다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주 빨라 적응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정적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권총에는 한 발의 총알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너무 놀라서 그 밀가루 단지가 문 입구의 어느 쪽에서 날라온 건지 알이이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떨어진 모양을 보고서도 그것을 던진 그놈의 위치를 추측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그 침입자가 그 문 입구의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그놈이 어느 쪽에 있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 비록 357구경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지만 그가 부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그 망할 것이 사람만큼 영리하다면 저곳에 들어가면 안된다. 그건 마치 지능이 있는 둥근 전기 톱과 싸움을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동향인 그 부엌의 빛이 이젠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이 서 있는 식당에도 어둠이 짙어가고 있었다. 현관문과 창문이 열려져 있고 구석 램프가 켜져 있는데도 그들 뒤에 있는 거실도 어둠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부엌에서 그 침입자는 마치 가스가 새는 것 갈은 소리로 크게 쉬쉬 소리를 냈다. 그러다 그 날카로운 손과 발로 어떤 딱딱한 표면을 두드리는 듯 딸깍 딸깍 딸깍 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아인스타인이 공포로 전율하는 것이 트라비스의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자신이 거미줄 가장자리에서 막 함정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파리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테드 호크니의 얼굴이 험하게 물리고 찢겨져 있고 또 눈이없는 것이 생각났다. 딸깍 딸깍. 테러 타격 훈련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몰래 접근하는 법을 배웠고 그는 그것에 능했다. 그러나 여기서의 문제는 그 노란 눈의 침입자가 어쩌면 사람만큼 영리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또 그것이 사람과 같이 생각힌다고 믿어버릴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라비스는 그놈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또 그의 행동에 대해서 그놈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놈의 생각을 앞지를 수가 없었다. 그 짐승은 바로 그런 모호한 성질을 이용해 언제든 기습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잇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딸깍. 트라비스는 그 열려진 부엌 문에서 조용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뒤로 놓으며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그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그놈이 알기를 원치 않아서다. 그놈이 그가 자신의 공격 범위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인스타인도 조용히 거실로 물러나면서 이제는 그 침입자와 거리를 두고 싶어했다. 트라비스가 테드 호크니의 시체까지 왔을 때 그는 식당에서 눈을 떼고 현관문 쪽을 돌아보며 가장 덜 어지러운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그는 안락 의자 옆에 노라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총소리에 놀라 트레일러의 간이 부엌에서 부엌칼을 들고 나와서는 뭔가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의 용기에 감동되었으나 그녀가 모퉁이 램프의 불빛 가운데 서 있는 것을 보자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어 몸이 떨려 왔다. 갑자기 아인스타인과 노라 둘 다 잃어버렸던 그 전 날의 악통이 막 현실로 드러나려는 것 같았다. 지금 그들 둘 다 집 안에 있고 둘 다 무방비 상태고 둘 다 부엌에 있는 그것이 공격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막 말을 하려고 했다. 트라비스는 고개를 흔들고는 한 손을 그의 입으로 올렸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그에게서 눈을 떼고 바닥에 있는 죽은 사람을 보았다. 트라비스는 조용히 바닥에 깔린 물건들 사이로 뒷걸음질쳐 갔다. 그 침입자가 동네 사람들이 보든 말든 뒷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 집을 한 바퀴 돌아 현관으로 와서는 그들 뒤를 급습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다. 노라는 트라비스와 현관 문 사이에 서 있었다. 그래서 만일 그놈이 그런 식으로 온다면 그놈에게 마음 놓고 총을 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젠장, 만일 그렇다면 그놈은 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노라에게 덤벼들 것이다. 두려움을 누르고 또 호크니의 눈 없는 얼굴을 머리 속에서 떨쳐 버리려고 애쓰면서 그는 좀더 빨리 거실을 가로질러 뒷걸음쳐 나갔다. 그러면서도 만일 그 침입자가 아직도 저기 부엌에 있다면 발자국 소리가 거기까지 들리지 않기를 바랬다. 그는 노라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함께 서둘러 현관문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현관 밖으로 나가 층계를 내려가면서 좌우를 살피며 그 지옥의 괴물이 그들에게 달려드는지 살폈다. 그러나 그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총 소리와 노라의 고함 소리 때문에 이웃집 사람들이 자신들의 현관 앞에 나와 있었다. 심지어 대문과 잔디 밭까지 나와 있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누군가가 틀림없이 경찰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지명 수배된 아인스타인의 신분 때문에 그들에겐 경찰 역시 그 집 안에 있는 그 노란 눈의 괴물만큼이나 아주 위험스러웠다. 그들 셋은 픽업으로 달려 들어갔다. 노라는 오른쪽으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았다. 트라비스도 운전석으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았다. 그는 시동을 걸고는 트럭을 뒤로 후진해 진입로를 빠져나와 도로로 들어섰다. 물론 트레일러도 트럭 뒤에 달린 채 따라왔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이 보였다. 바다 근처에서는 항상 그렇듯이 황혼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 벌써 태양이 없는 동쪽 하늘은 거무스름했고 바로 머리 위 하늘은 자줏빛, 그리고 점차 서쪽으로 갈수록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트라비스는 어둠이 내리고 있는 것을 고맙게 여겼다. 그 노란 눈의 괴물도 어둠을 반길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는 일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는 이웃 사람들을 지나치며 차를 몰았다. 그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고독 속에 묻혀 산 지난 몇 년 동안 이웃은 아무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첫 번째 모퉁이에서 회전했다. 노라는 아인스타인을 꼭 붙들고 있었고 트라비스는 무모할 정도로 빨리 차를 몰았다. 그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다시 모퉁이를 돌 때 뒤에 붙어 있는 트레일러가 요동치며 흔들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그녀가 물었다. "그것이 어제 아니면 오늘 아침 일찍 호크니를 살해했소." "그것이라니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집으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요." "그것이라니요?" 그녀가 되풀이해 물었다. 아인스트인이 힘 없이 울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나중에 설명해야할 것 같소." 그는 자신이 설명이나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가 그 침입자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더라도 실제 그대로 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이상스럽게 생긴 것을 표현할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들이 여덟 블럭도 채 못 가서 방금 전에 막 떠나온 그 동네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트라비스는 네 블럭을 더 가서 텅 빈 한 고등학교에 차를 주차했다. "지금 뭐하시려구요?" 노라가 물었다. "트레일러와 트럭을 버리는 거요." 그가 말했다. "이걸 끌고 다니면 금방 경찰에게 잡히게 돼요." 그는 권총을 그녀의 핸드 백에. 넣었다. 그리고 그녀도 부엌칼을 핸드 백에 넣어 가지고 가겠다고 고집했다. 그들은 픽업에서 나와 어둠이 내린 학교 옆을 지났다. 그리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빠져나와 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주택가 거리로 걸어나왔다. 어둠이 내리자 산들바람이 세찬 바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바람은 따뜻하고 건조했다. 그 바람을 타고 나뭇잎들이 보도를 굴러다녔고 그 중 몇 개는 그들에게로 날아들었다. 트라비스는 트레일러와 트럭을 버렸더라도 자신들이 너무나 잘 눈에 띈다는 것을 알았다. 동네 사람들이 경찰에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그리고 누런 사냥개를 찾으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흔한 모습이 아니다. 그들은 테드 호크니의 죽음에 대한 심문을 위해 지명 수배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수색이 피상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재빨리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에게는 도피처를 구할 만한 친구들이 없었다. 파우라가 죽은 후에는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그의 친구들과의 교제도 끊어 버렸었다. 그리고 한때 자기 밑에서 일했던 부동산 중개인들과도 아무하고도 계속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지 않았다. 노라 역시 바이오렛 데본 덕분에 친구들이 없었다. 7 가리슨 딜워스는 산타 바바라와 몬테시토 경계 부근에 있는, 온통 나무들로 둘러싸인 아주 장대한 튜더 양식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풍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저택은 그 변호사의 취향을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현관 초인종이 울렸을 때 그는 검은 슬러퍼에 회색 슬랙스 바지, 짙은 남색 스포츠용 자켓, 하향 털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놀라서 반원형 돋보기 안경 너머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불쾌해 하는 빛은 없었다. "그래, 안녕들 하시오. 신혼 부부 양반들!" "혼자 계십니까?" 트라비스는 노라와 아인스타인과 함께 대리석이 깔린 커다란 로비로 들어서면서 물었다. "혼자라고? 그래요." 그곳으로 오는 동안 트라비스는 노라에게서 그 변호사의 부인은 3년 전에 세상을 떠나서 지금 현재 그라디스 머피라는 이름의 가정부가 그를 보살피고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머피 부인은요?" 트라비스가 물었다. "그녀는 오늘은 집으로 돌아갔소." 변혹사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당신들, 정신들이 없어 보이는군요. 뭐가 잘못 되었소?" "저흰 도움이 필요합니다."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저희를 도와주는 사람은 누구든 법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몰라요." 트라비스가 끼어들어 말했다. 가리슨이 눈썹을 치켜떴다. "당신들, 무슨 일을 저질렀소? 당신들의 그 굳은 표정들을 보니 당신들이 대통령을 납치하기라도 한 모양이군요." "저희들은 잘못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노라가 그를 안심시켰다. "아니에요.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트라비스가 노라의 말을 부인했다. "그리고 우린 지금도 여전히 잘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 개를 숨겨 주고 있으니까요." 가리슨은 당황해서 얼굴을 찡그리며 그 사냥개를 내려다 보았다. 아인스타인은 적당히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고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하면서 끙끙거렸다. "그리고 제 집에는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가리슨의 시선이 게에게서 트라비스에게로 옮겨졌다. "죽은 사람이라고?" "트라비스가 죽이지 않았어요." 노라가 말했다. 가리슨이 다시 아인스타인을 보았다. "이 개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전 주요 증인이나 뭐 그런 것으로 지명 수배될 겁니다. 그건 분명해요." "으음......" 가리슨이 말했다. "자, 내 서재로 가서 무슨 일인지 분명히 들어봅시다." 그는 조명이 반만 켜진 커다란 거실을 통과해 짧은 복도를 따라가다 두꺼운 티크 원목 벽에 천장이 동판으로 되어 있는 서재로 그들을 인도했다. 밤색 가죽 팔걸이 의자와 긴 소파가 비싸고 편해보였다. 윤이 나는 티크 책상은 크고 육중했고 구석에는 5개의 돛대가 있는 정교한 범선 모형이 모두 돛이 달린 채 놓여 있었다. 배의 조타기, 청동 육분의(六分儀), 돛 만드는 바늘 같은 것들이 담겨있는 유지가 채워진 황소 뿔, 여섯 가지 배 등(燈), 조타수의 벧, 해도 등 선원 물품들이 장식품으로 사용되어졌다. 또 여러 종류의 배 위에서 찍은 한 쌍의 남녀 사진들이 보였고 트라비스는 금방 그 사진 속의 남자가 가리슨이라는 것을 알았다. 팔걸이 의자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는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그 곁엔 반쯤 마신 스카치가 놓여 있었다. 그들이 초인종을 눌렀을 때 그 변호사는 이곳에서 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이제 그가 그들에게 한 잔 할 것을 권했고 그들 둘 다 그가 마시고 있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트라비스와 노라가 앉도록 긴 소파를 양보하고는 다른 팔걸이 의자로 가 앉았다. 그는 거기서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앞으로 벌어질 토론에 참여할 준비를 하듯 똑바로 앉아 있었다. 구석에 있는 바(bar)에서 가리슨은 그라스에 얼음을 넣고 시바스 리갈을 따랐다. 노라는 위스키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두 번만에 자신의 잔을 다 비우고 다시 한 잔을 더 부탁함으로써 트라비스를 놀라게 했다. 그녀가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도 따라서 자신의 잔을 다 비웠다. 그리고는 가리슨이 노라의 잔을 다시 채우고 있을 때 자신의 빈 잔을 바에 올려 놓았다. "전 당신에게 모든 것을 다 말씀 드리고 도움을 얻고 싶습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법을 어기게 될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가리슨은 시바스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평범한 보통 사람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거요. 법률가 입장에선 법이 대리석에 새겨져서 수 세기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 문구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소. 오히려...... 법이란 양쪽 끝이 충분히 느슨하게 매어져 그것으로 얼마든지 연주를 할 수 있는 줄과 같소. 그래서 그 법률의 줄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잡아당길 수 있고 또 조종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당신이 떠들썩한 도둑이나 냉혈적인 살인자가 아니라면 거의 언제든 법으로부터 안전할 수가 있어요. 생각하면 기가 죽는 일이지만 사실이오. 당신이 내게 무슨 말을 하든 그것 때문에 내가 감옥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트라비스." 반 시간 동안에 트라비스와 노라는 아인스타인에 관해서 모든 것을 다 말했다. 일흔한 번째 생일을 두어 달 정도밖에 남겨놓고 있지 않은 남자치고는 이 은발의 변호사는 정말 빨리 이해했고 또 마음이 열려 있었다. 그는 질문도 진지하게 했고 결코 비웃지 않았다. 아인스타인의 신비한 능력들을 한 10분 정도 보았을 때도 그것들을 그저 속임수거나 실없는 짓들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는 삼십 대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더 기민하고 융통성 있는 사고력을 보여 주었다. 커다란 가죽 의자에서 아인스타인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개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주며 가리슨이 말했다. "당신이 언론사에 찾아가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 모든 일들을 다 공개해버리면 그땐 당신이 이 개를 데리고 있을 수 있도록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있을 텐데요." "그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노라가 물었다. "잘 하면 그것은 50 대 50의 확률이 있어요." 트라비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요. 우린 그런 모험을 하지 않겠어요."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오?" 가리슨이 물었다. "도망가는 거죠." 트라비스가 말했다. "계속 이사를 다니면서 살아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거요?" "아인스타인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지요." 개가 끙끙거리며 같은 생각임을 말했다. "자유라......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소?" 가리슨이 물었다. 트라비스는 흥분이 돼서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서서 걸었다. "그 사람들은 찾기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는 말했다. "몇 년 동안은 계속 찾겠지요." "아마 끝까지 찾을 거요." 변호사가 말했다. "그래요. 힘들 거예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우린 그를 그들에게 빼앗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그 연구소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는 저에게 새 생명을 주었어요." "그리고 그는 저도 스트랙으로부터 구해주었어요." 노라가 말했다. "그가 우릴 함께 하도록 맺어 주었지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리의 삶을 바꾸어 주었어요." "근본적으로 우릴 바꾸어 주었지요. 이제 그는 우리에게는 자식이나 다름없이 아주 중요한 우리의 일부입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는 감사해하는 개의 눈빛을 보자 자신의 목이 메여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린 그를 위해서 싸울 겁니다. 그가 우릴 위해서 싸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린 한 가족이에요. 우린 함께 살 거예요. 아니면 함께 죽는 거지요." 사냥개를 어루만지며 가리슨이 말했다. "당신들을 찾고 있는 게 연구소 사람들만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경찰들만은 아니지요." "예, 그 괴물도 있지요." 트라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몸을 떨었다. "그래, 그래, 이젠 마음 놓아." 가리슨이 안심시키듯 그 개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그 짐승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당신이 설명하는 말을 듣긴 했어도 도통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요."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물은 아니에요. 인간이 만들었어요. 그 말은 그것이 일종의 DNA 재합성 연구의 산물이라는 거지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들이 무엇을 할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왜 그런 것을 만들었는지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들이 만든 것은 확실해요." "그리고 그놈은 당신들을 추적할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아인스타인을 추적하는 능력이지요." 노라가 말했다. "그래서 우린 계속 옮겨다닐 거예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우린 아주 멀리 갈 것입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요. 하지만 은행은 앞으로 열두 시간 정도 있어야 열리지요." 가리슨이 말했다. "만일 당신들이 도주할거라면 오늘 밤 출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바로 그 점이 저희가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트라비스가 그에게 말했다. 노라가 자신의 지갑을 열고 두 권의 수표장(手票帳)을 꺼냈다. 트라비스 것과 그녀의 것이었다. "가리슨씨,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트라비스 구좌와 제 구좌에서 당신 앞으로 각각 한 장씩 수표를 발행하려는 거예요. 저이의 당좌 구좌에는 3천 달라밖에 없지요. 하지만 바로 그 은행에 상당 금액의 저축성 예금 구좌를 또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들은 초과 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금액을 전이시킬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해요. 제 구좌도 마찬가지죠. 만일 당신에게 트라비스의 수표로 2만 달러짜리 한 장과 또 제 수표로 2만 달러짜리로 한 장을 드리면 당신은 그것들을 당신 구좌에 입금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른 수표 발행 날짜는 이 모든 문제들이 일어나기 이 전에 발행되었던 것처럼 날짜를 앞당겨 놓아야겠지요. 그리고는 그것들의 추심이 끝나면 당신이 그것을 5천 달러짜리 자기앞 수표 여덟 장으로 찾아서 저희들에게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경찰은 심문을 위헤서 저를 지명 수배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테드 호크니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알 겁니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그를 찢어놓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들은 내 구좌를 동결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아인스타인과 그 괴물을 만들어낸 그 연구 뒤에 연방 기구가 있다면 그맨 그들이 당신을 붙잡으려고 열을 낼 거요. 그러면 그들이 당신 구좌를 동결할지도 모르오." "모르지요. 하지만 아마 곧바로는 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나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으니 당신의 거래 은행이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제 수표를 추심해줄 겁니다." "그 동안에 당신은 어떻게 해서 돈을 마련할 거요? 내가 당신들에게 4만 달러를 보내길 기다리는 동안에 말이오." "우린 현금과 여행자 수표로 신혼 여행에서 남은 것이 좀 있어요." 노라가 말했다. "그리고 제 신용 카드도 있습니다." 트라비스가 덧붙였다. "그 사람들은 당신의 신용 카드와 여행자 수표로 당신들을 추적할 수 있어요." "압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래서 전 그것들을 우리가 머물 생각이 없는 도시에서 사용할 겁니다. 그리고는 최대한 빠르게 그 곳을 달아나는 거지요." "내가 4만 달러의 자기앞 수표를 찾아서 그것을 어디로 보내야 하지요?" "저희가 전화를 드리지요." 트라비스가 긴 소파를 돌아 노라 곁에 앉으면서 말했다. "뭔가 계획을 잘 세워야겠지요." "그리고 나머지 당신 재산들과 그리고 노라의 재산은요?" "그것들은 나중에 신경을 쓰겠습니다." 노라가 말했다. 가리슨이 얼굴을 찡그렸다. "트라비스, 당신이 여기를 떠나기 전에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모든 법적인 문재둘에 있어서 내가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권리를 내게 준다는 편지를 써서 서명을 해둬요. 누군가가 당신의 재산이나 노라의 재산을 동결하려고 하면 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그들을 저지해보겠소. 하지만 당분간 그들이 내가 당신들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채기 전에는 저(低)자세를 지키겠소." "노라의 예금은 아마 당분간 안전할 거예요. 지금까지 당신 외엔 어느 누구에게도 우리 결혼에 대해 말하지 않았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내가 어떤 여자와 함께 떠났다고 경찰에게 말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 여자가 누군진 모르지요. 당신이 우리에 관해 누구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까?" "내 비서인 애쉬크로프트 부인에게만요. 하지만 그녀는 수다쟁이가 아니오." "다행이군요. 그러면," 트라비스가 말했다. "난 경찰이 우리의 결혼 사실을 알아낼 거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그러니 그들이 노라의 이름을 알아내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노라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면 당신이 노라의 변호사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만약 그들이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이미 만기가 돼 돌아온 수표들을 확인해보면 내가 당신에게 지불한 2만 달러에 관해 알게될 겁니다.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찾아 올 거예요." "그런 것으로 난 주저하지 않아요." 가리슨이 말했다. "그러시겠지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가 노라와 관련이 있고 또 우리 들이 당신과 연관돼 있다는 걸 알자마자 당신을 유심히 지켜볼 겁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땐 저희가 전화를 했을 때 즉시 저희에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저흰 전화를 끊고 당신과의 모든 접촉을 단절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변호사가 말했다. "가리슨씨." 노라가 말했다. "당신은 이 일에 휘말려들 필요가 없으신데요. 저희가 정말 당신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들어봐요. 난 이제 일흔한 살이 다 되었소. 그래도 난 여전히 법률을 다루는 내 직업을 즐기고 있소. 또한 여전히 항해를 즐기지요. 하지만 사실 난 요즘 삶이 좀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요. 이 일이야말로 내 피를 좀더 빠르게 흐르도톡 하기 위해서 내게 꼭 필요한 것이오. 게다가 난 당신네들이 아인스타인을 자유롭게 만들어 줄 어떤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었소. 단지 당신네들이 말한 이유만이 아니라 뭐랄까...... 인류는 자신들의 천재성을 동원해서 또 다른 지능을 가진 종족들을 만들어내 그것을 소유물처럼 취급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오. 우리가 신처럼 이렇게 창조할 정도까지 왔다면 그땐 우린 신의 자비와 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할 거요. 이 경우는 아인스타인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의(義)이고 자비지요." 아인스타인이 변호사의 무릎에서 고개를 들고는 감동한 듯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차가운 코를 가리슨의 턱 아래에 대고 문질렀다. 가리슨의 차고에는 검은 색 메르세데스 560 SEL과 실내가 엷은 청색인 하얀색 메르세데스 500 SEL, 그리고 초록색 지프차, 이렇게 3대의 자동차가 보관되어 있었다. "저 하얀색 차는 내 아내 프란신 것이었소." 변호사가 그들을 그 차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요즘은 이 차를 그렇게 많이 타지 않아요. 하지만 녹슬진 않게 가끔 몰고 다녔지요. 프란신이 죽었을 때 없애야 했던 건데...... 아무튿 이것은 그녀의 차였으니 말이오. 하지만 ......그녀는 이 차를 너무 사랑했어요. 이 화려한 하얀 메르세데스를 말이오. 그녀가 운전대 앞에 앉았을 때 모습이 눈에 선해요. 당신네들이 이 차를 가져가시오." "6만 달러짜리 차로 도주를 하다니......" 트라비스가 한 손으로 빛나는 후드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건 너무 호사스럽게 도주하는 거네요." "이 차를 타고 가면 안심해도 좋을 거요." 가리슨이 말했다. "그 사람들이 내가 당신들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해도 내가 차까지 주었다는 건 모를 거요." "저흰 이렇게 비싼 것은 받을 수 없어요." 노라가 말했다. "잠시 빌려주는 거라고 해둡시다." 변호사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 차가 쓸모없게 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차를 구했다면 이 차는 그냥 아무 데나 주차해 놓아요. 버스 터미널이나 아니면 공항에다 말이오. 그리고는 그 위치에 대해서 전화 한 통만 주시오. 난 사람을 보내 가져오게 할 테니까요." 아인스타인이 그 메르세데스의 운전석 문에 앞 발을 올려놓고는 유리창을 통해 차 안을 빠끔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트라비스와 노라를 올려다보며 마치 그런 제의를 왜 거절하느냐는 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8 트라비스가 운전을 하고 그들은 수요일 밤 10시 15분에 가리슨 딜워스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는 101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갔다. 12시 30분에 산루이스 오비스포를 지나 새벽 1시에는 파소 로브레스를 통과했다. 새벽 2시엔 살리나스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셀프 서비스 주유소에 멈추어 차에 기름을 넣었다. 노라는 자신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트라비스를 대신해서 운전을 해줄 수조차 없었다. 운전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노라 자신의 탓이라기보다는 바이오렛 데본의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평생의 은둔 생활과 억압에 따른 또 다른 결과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웬지 그녀는 자신이 쓸모없다는 기분에 심하게 휩싸였고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불쾌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부턴 남은 인생을 그렇게 무력한 사람으로 지내진 않을 것이다. 젠장, 정말 아니다. 이제부터 운전하는 법을 배울 것이고 총을 쏘는 법도 배울 것이다. 트라비스에게 그 두 기술을 다 배울 수 있다. 그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는 또한 유도나 가라데 같은 무술도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선생이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하는 기술을 아주 멋지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러자 한참 자기를 학대하던 기분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노라는 이따금씩 졸았다. 졸지 않을 때면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달려온 그 먼 거리를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속 도로 양평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농토가 차가운 달빛을 받으며 무한하게 뻗어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들은 단조로운 어둠 속으로 끝없이 필쳐진 길을 따라 달리다 이따금 외딴 농가의 불빛이나 또는 길가의 상점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불빛들을 만나곤 했다. 그 노란 눈의 괴물은 3개월 만에 오렌지 카운티[郡]의 산타 안나산 기슭에서부터 산타바바라까지 아인스타인을 추적해왔었다. 230킬로가 넘는 거리라고 트라비스가 말했었다. 아마 산길을 걸어 온 것으로 친다면 600킬로에 가까운 거리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렇게 빨리 온 걸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산타바바라에서 북쪽으로 600킬로 정도 가서 샌프란시스코만(灣) 지역에 정착하면 그 괴물이 7,8 개월 안으로는 그들에게 오지 못할 것이다. 그놈은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까지 아인스타인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걸까? 분명히 그 개를 추적할 수 있는 그 신비스러운 능력에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9 목요일 아침 11시에 레무엘 존슨은 트라비스 코넬의 그 작은 집 안방 침실에 서 있었다. 경대 거울이 깨져 있었다. 그 방의 다른 곳도 역시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아웃사이더가 분노에 휩싸여 저지른 짓이다. 험한 산악 지대를 배회하며 비교적 원시적으로 살아온 그놈은 그 개가 이렇게 안락한 가정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자 질투심이 불같이 일었을 것이다. 마루 바닥에 깔린 파편들 속에서 렘은 은테 틀의 사진 액자 네 개를 발견했다. 아마도 경대나 침대 탁자에 놓여 있던 것인 모양이었다. 첫 번째 것은 코넬과 매력적인 금발 미인의 사진이었다. 그 금발 미인은 죽은 전처인 파울라가 틀림없었다. 이제 렘은 코넬에 대해서 그 정도는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사진은 한 남자와 여자가 웃고 있는 흑백 사진으로 그 사람들이 코넬의 부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다. 세 번째 것은 열한 살이나 열두 살 정도 돼보이는 남자 아이의 흑백 사진으로 역시 오래된 것이다. 트라비스 코넬 자신의 사진일지도 모르나 어려서 죽은 그의 형사진일 가능성이 더 많았다. 마지막 네 번째 사진은 군(軍) 막사 앞에 있는 나무 계단에 열 명의 군인들이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단체로 찍은 사진이었다. 열 명 중의 하나가 트라비스 코넬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군복들 중 두어 군데서 테러 타격 정예 부대인 델타 포스의 특이한 견장이 눈에 띄었다. 렘은 마지막 사진에 불안을 느끼면서 그것을 경대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크리프가 피 묻은 파편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거실로 향했다. 그들은 일반 경찰관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자신들에게는 극히 중요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국가 안보국은 산타 바바라의 살해 사건을 좀 늦게 알았다. 그래서 렘은 거의 오늘 아침 6시까지 방심한 채로 었었다. 그 결과 언론이 이미 데드 호크니의 살해 건에 대해서 소름 끼칠 정도로 자세하게 보도해 버렸다. 그들은 호크니의 살해에 대혜서 엉뚱한 추측 보도를 열광적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주로 집중되고 있는 이론은 코넬이 치타나 표범과 같은 괴이하고 위험스러운 애완 동물을 기르고 있는데 그 테드 호크니가 그 집으로 들어오자 그 동물이 무방비 상태의 그를 공격했을 것이라는 거였다. TV 카메라들은 찢겨지고 피묻은 책들 위를 끈질기게 맴돌고 있었다. 그것은 National Enquirer誌 기사감 정도였고 그런 것으론 렘은 놀라지 않았다. Enquirer誌와 같은 감각적인 타브로이드판 잡지와 소위 '합법적인' 언론이라는 것들은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전파 뉴스 매체는 더욱 그렇다. 그는 정글의 고양이과 동물이 방임되었다는 언론의 오도된 흥분을 더 부추기기 위한 가짜 정보 유출 작전을 이미 다 계획해 놓았고 또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국가 안보국의 정보원들이 코넬을 안다고 주장하면서 나타나서는 코넬이 실제로 개 한 마리와 더불어 표범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코넬을 전혀 만난 적이 없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코넬의 친구라고 밝히면서 자신들이 그 표범이 다 컸을 때 그놈의 어금니와 발톱을 빼버리라고 그에게 종용했었다고 슬픈 표정으로 말할 것이다. 경찰은 코넬과 또 그 신원 미상의 여자에게 그 표범과 그것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 심문하고 싶어한다고 말할 것이다. 렘은 언론이 진실에 좀더 접근하려고 던지는 모든 질문들을 근사하게 빗겨나가는 일엔 자신했다. 물론 오렌지 카운티에서 왈트 가이네스도 이 살해 사건에 대해 들을 것이다. 그리곤 이곳 지방 당국에 문의를 해보고는 금방 아웃사이더가 이렇게 먼 북쪽까지 그 개를 쫓아왔다고 결론 내릴 것이다. 렘은 자신이 왈트의 협조를 얻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크리프 소아메스가 있는 거실로 들어가 렘이 물었다. "뭘 발견했어?" 그 젊은 수사관은 파편들 위에서 일어나며 두 손을 털고는 말했다. "예, 식당 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렘은 그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고 그 곳 테이블에는 두툼한 용수철 노트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펼쳐 그 내용을 쭉 훑어보았다. 왼쪽 페이지에는 잡지에서 오려내 테이프로 붙여 놓은 사진들이 나왔다. 그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 사진에 나온 대상들의 이름이 커다란 대문자체로 적혀 있었다. 나무, 집, 자동차. "이건 뭐지요?" 크리프가 물었다. 찡그린 얼굴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렘은 계속 그 책을 훑어 보았다. 그것이 중요한 단서임은 확실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왜 중요한 건지 추측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초급용 독본책이야. 읽기를 가르치는 것 말이야." "그렇군요." 크리프가 말했다. 렘은 자신의 보좌관이 미소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그 개의 지능을 알았고 또 그 개도 그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래서 그들이 그놈에게 읽는 것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거지?" "그렇게 보이는데요." 여전히 미소 지으며 크리프가 말했다. "그나저나 세상에, 이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그 개가 글을 배울 수가 있을까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렘이 말했다. "사실 그놈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은 위더비 박사가 올 가을에 실시할 실험 스케줄이었네."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크리프가 말했다. "설마요." "자네 말이야, 너무 큰 충격 받기 전에 그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게 좋네." 렘이 말했다. "이 사람은 그 개가 놀랍도록 영리하다는 것을 알았네. 그는 아마 그놈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에 성공했을지 몰라. 그러니 그가 그놈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만들어냈을 게 분명해. 그는 그놈이 실험용 동물이라는 것을 알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놈을 찾고 있다는 것도 아는 게 틀림없어." 크리프가 말했다. "그가 아웃사이더에 관해서도 틀림없이 알 거예요. 그 개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말했을 테니까요."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고도 그는 이것을 공개할 생각을 하지 않았어. 이런 정보를 팔아서 큰 돈을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 또 그가 반골형이라면 언론을 소집해서 펜타곤이 이런 종류의 연구에 돈을 지원하고 있다고 폭로할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하지 않았지요." 크리프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건 말이야 무엇보다도 우선 그가 그 개를 아주 사랑한다는 거지. 그러니 그놈이 다시 잡히지 않도록 헌신적으로 노력할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프가 말했다. "그에 대한 얘기들이 사실이라면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젊었을 때 자신의 가족을 전부 다 잃었어요. 일 년도 안 돼서 자신의 부인마저도 잃었구요. 델타 포스에서는 자기 동료들을 모두 다 잃었어요. 그래서 그는 다른 모든 친구들과 관계를 끊고 은둔자가 되어 버렸어요. 극도로 외로웠을 것이 틀림없었겠지요. 그 때 그 개가 따라온 거지요." "바로 맞았어." 렘이 말했다. "그리고 델타 포스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를 찾게 된다고 해도 그는 결코 쉽게 개를 내놓지 않을 거야. 그는 그 개를 위해 싸우는 방법을 알아. 젠장, 그는 싸우는 법을 안다구." "그가 델타 포스 출신이라는 소문은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크리프가 희망적으로 말했다. "내가 확인했어." 렘이 말했다. 그리고는 결딴난 침실에서 본 사진들을 설명했다. 크리프가 한숨을 쉬었다. "우린 지금 깊은 똥 구덩이에 빠졌군요." "그래, 우리 목까지 차는 곳에 말이야." 렘이 말했다. 10 그들은 목요일 아침 6시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6시 30분에 한 적당한 모텔을 발견했다. 현대적이고 깨끗해보이는 번화한 시설의 모텔이었다. 그곳은 애완 동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을 몰래 방으로 들어오게 하기는 쉬웠다. 트라비스는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급돼 전국에 지명 수배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자기 신용카드를 이용해 모텔 카운터에 입실 등록을 했다. 노라가 신용 카드도 운전 면허증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요즘은 데스크 직원들이 기꺼이 현금도 받으려 한다. 하지만 신분증이 없으면 안된다. 모텔 체인망 컴퓨터는 손님들에 대한 데이타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차 모양이나 번호는 숨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직원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는 차를 그 사무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주차해 놓았다. 그들은 방 하나만을 얻어 아인스타인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사랑을 하기 위한 프라이버시가 필요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트라비스는 지쳐서 노라에게 가까스로 겨우 키스를 하고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그는 노란 눈에 기형적인 머리, 상어 이빨들이 가득한 악어 주둥이를 한 괴물들이 설치는 꿈을 꾸었다. 그는 평소보다 5시간이나 늦게 목요일 오후 12시 10분에 일어났다. 노라는 그보다 앞서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처음에 입고 온 단 한 벌의 옷을 다시 입었다. 그녀의 머리는 젖어서 축축했지만 매력적으로 목덜미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물이 뜨겁고 세차게 나와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지금 내 상태도 그렇소." 그가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좀 식히는 것이 좋겠네요." 그녀가 그에게서 몸을 빼며 말했다. "작은 귀들이 듣고 있어요." "아인스타인? 그놈은 큰 귀를 가지고 있소." 욕실에서 아인스타인이 세면대에 올라 서서 노라가 받아 준 차거운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봐, 털보야, 대부분의 개들에게는 변기가 물 마시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야." 아인스타인은 그에게 대고 재채기를 하고는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욕실을 걸어 나왔다. 트라비스는 면도를 할 도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 동안 기른 이 수염이 오늘 밤 텐더로인 구역에 들어가 해야할 일을 위해선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모텔을 나왔다. 그리고는 첫 번째로 발견한 맥도날드 가게에서 식사를 했다. 점심 식사 후 그들은 트라비스가 당좌 구좌를 가지고 있는 산타 바바라 은행의 한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들은 그의 현금 카드와 마스터 카드, 그리고 두 개의 비자 카드를 이용해서 전부 1천4백 달러의 현금을 인출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는 트라비스의 수표 한 장과 그의 골드 카드를 이용해서 현금으론 최대 금액인 5백 달러를 인출했고 또 여행자 수표로 4천 5백 달러를 뺐다. 신혼 여행에서 남긴 현금과 여행자 수표의 2천 1백 달러를 합하여 그들은 유동 자산으로 모두 8천 5백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날 오후 늦게 그들은 쇼핑을 나갔다. 그들은 크레딧 카드로 커다란 가방과 또 그 가방을 다 채울 정도의 옷을 샀다. 또 그들 둘이 쓸 화장품류와 전기 면도기를 구입했다. 트라비스는 또한 스크래블 (비슷한 단어 만들기 게임) 게임기를 샀다. 그러자 노라가 말했다. "당신, 그런 게임 할 기분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렇소." 그는 그녀가 어리둥절해 하는 것에 재미있어 하며 은밀하게 말했다. "나중에 설명해 주겠소." 해가 진 뒤 30분 후 그들이 산 물건들을 메르세데스의 널찍한 트렁크에 꽉 채워 넣고는 트라비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텐더로인 중심지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오팔렐 거리 아래 있는 도심 지역으로 마켓街와 반네스路 사이에 있는 곳이다. 이곳은 주로 젖가슴을 드러내고 춤을 추는 댄서들이 나오는 너저분한 바(bar)들과 여자들이 아무 것도 입지 않고 나오는 고고장, 남자들이 전라의 여자들과 앉아서 섹스에 관해 이야기한 시간에 따라 돈을 지불하고 또 종종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일도 일어나곤 하는 잡담 클럽 등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었다. 이와 같은 타락의 현장은 자신이 경험이 많아지고 또 세련되어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노라에게는 정말 놀라운 뜻밖의 현실이었다. 그녀는 텐더로인의 음란한 소굴에 대해선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스트립 쇼, 진흙 속의 여자 레슬링, 여장한 남자들, 게이들의 목욕탕, 맛사지실 등을 광고하고 있는 야한 네온 사인들을 입을 벌리고 보고 있었다. 아주 심하게 야한 바(bar)들 앞에 있는 광고 게시판의 문구들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가 말했다. "저 간판에 써 있는 'Get a Wink at the Pink'라는 말이 무슨 뜻이죠?" 주차 공간을 찾으면서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건 저기 나온 여자들이 완전히 벗고 나와 춤추면서 자신들을 좀더 완전하게 보이기 위해 자신들의 음순(陰脣)을 벌린다는 뜻이오." "설마요!" "맞아요." "세상에, 믿을 수 없어요. 정말 믿어지지 않네요. 그러면 저기 저 'Extreme Close-Up'이란 말은 무슨 뜻이죠?" "아가씨들이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서 추는 거지요. 법으론 만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가씨들이 자신들의 맨 젖가슴을 손님들 얼굴 바로 앞에서 흔들어 대며 춤을 추지요. 그들의 젖꼭지와 남자들의 입술 사이는 종이 한두 장 정도의 틈밖에 안 돼죠." 뒷좌석에서 아인스타인이 경멸한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나도 동감이야, 이 친구야." 트라비스가 그에게 말했다. 그들은 빨갛고 노란 전구들이 번쩍거리고 또 파랗고 자줏빛 나는 네온 띠들이 넘실대는 가운데 라이브 섹스 쇼를 약속하는 문구가 있는 극히 음란해 보이는 한 곳을 지나갔다. 겁에 질려서 노라가 말했다. "세상에, 그러면 죽은 사람과 섹스를 하는 쇼도 있단 말인가요? 트라비스는 너무 심하게 웃다가 하마터면 대학생들로 보이는 몇 명을 칠 뻔했다. "노, 노, 노. 아무리 텐더로인이라도 한계는 있어요. 그 사람들은 '라이브'를 '영화'의 반대 뜻으로 쓴 거요. 포르노 영화관에서는 영화로 섹스 장면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저곳은 무대에서 실제의 섹스 장면을 보여준다고 약속하고 있는거요. 그 사람들이 정말 그 약속대로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소." "저도 알고 싶지 않아요." 노라가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캔사스의 도로시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 새로운 오즈(OZ)의 동네에 들어와서 헤매는 것같이 보였다.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요?" "이곳은 정상적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구하려고 할 때 오는 곳이오. 예쁘장한 남자 아이들이나 대량의 마약 같은 것 말이오, 또 가짜 운전 면허증이나 위조 신분증 같은 것들도 구할 수 있소."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 지역은 지하 세계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군요. 대부에 나오는 콜레온스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말예요." "확실한 것은 폭력배들이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는 거요." 그는 메르세데스를 길가의 주차 지역으로 대면서 말했다. "하지만 진짜 폭력배들이 콜레온스와 같이 훌륭한 신사일 거라고 생각하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요." 아인스타인은 메르세데스 안에 남아 있는 것에 동의했다. "저, 털보야, 우리가 정말 운이 좋다면 너에게도 새로운 신분증을 얻어 주게 될 거야. 우린 너를 푸들로 만들어 버리겠어." 이 도시에 황혼이 깔리자 만(灣)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이 꽤 차가워서 그들은 그날 산 나일론 누비 자켓을 입어야 될 정도였다. "여름인데도 여긴 밤에는 추울 수 있소." 그가 말했다. "곧 안개가 몰려들 거요. 낮 동안 물 위에 쌓였던 열기가 풀려 나오는 거요." 저녁 공기가 온화했지만 그는 자켓을 입었다. 허리춤에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꽂고 들어가면서 자켓으로 그것을 가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당신이 총을 쓸 경우가 생길까요?" 차에서 내려 걸어나오면서 그녀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요. 난 신분증 대신 이것을 가지고 가는 거요." "예?" "곧 알게 될 거요." 그녀는 자동차를 돌아보았다. 아인스타인이 처량한 모습으로 뒷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었다. 그를 거기에 남겨놓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런 곳들이 개들을 허용한다 할지라도 이런 장소들은 분명히 아인스타인의 도덕적인 건강에 이롭지 못할 것이다. 트라비스는 간판이 영어와 스페인로 쓰여 있거나 아니면 스페인어로만 쓰여 있는 바(bar)들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어떤 곳들은 칠이 벗겨지는 벽이나 곰팡이 핀 카펫을 그대로 방치해두어 아주 초라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곳은 거울들과 야한 조명을 이용해서 바퀴벌레 소굴 같은 그들의 진짜 모습을 숨기려고 했다. 실제로 아주 깨끗하고 비싼 실내 장식이 된 곳들도 몇 군데 있었다. 트라비스는 바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스페인어로 바텐더와 이야기했고 가끔 연주자들이 있을 때는 그들이 잠깐 쉴 때 그들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번은 20달러짜리 지폐를 접어서 나누어 주기도 했다. 노라는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부탁하고 왜 이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지 알지 못했다. 거리에서 또 다른 초라한 술집을 찾으면서 그는 가장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인, 살바도르인, 니카라과인들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들 모두 경제적인 혼란과 정치적인 억압을 피해서 온 절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베트남인들이나 중국인들 또는 기타 다른 언어권 사람들을 다 모은 수보다 더 많이 위조 문서 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위조 문서 공급자에게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지하 세계에 있는 라틴계 사람들을 통해서요." "알아냈어요?" "아직은 아니요. 단지 잡동사니 정보들뿐이오. 그리고 아마 내가 돈 주고 산 정보들의 99퍼센트가 다 엉터리없는 것이거나 거짓말들일 게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게 될 테니까. 그게 텐더로인이 망하지 않는 이유요. 여기 오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게 되어 있어요." 노라는 여기에 온 사람들의 다양함에 눌랐다. 거리와 나체 바들에서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다 볼 수 있었다. 아시아인들, 라틴인들, 백인들, 흑인들, 심지어 인디언들까자도 몽롱한 술판에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죄악의 추구에서도 이로운 흑면이 있다면 인종의 조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괴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마치 폭력배들처럼 가죽 바지와 자켓을 입고 거들먹거리며 걸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또한 정장 차림의 남자들과 깔끔하게 생긴 대학생들, 카우보이같이 옷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또 부랑자들이 보도에 앉아 있거나 아니면 모퉁이에 서서는 냄새 나는 옷을 입은 늙은 알콜 중독자들을 지분거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정장 차림의 옷을 입었지만 눈에선 무서우리 만큼 기괴한 섬광이 빛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잖은 동네에서 온 정직하고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노라는 정말 놀랐다. 거리에서나 아니면 바에서 남자들과 함께 있는 여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에 띄는 여자들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드 덴서들보다 더 음탕해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 돈주고 살 수 없는 여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간판이 스페인어와 영어로 적혀있는 Hot Tips라는 한 반나체 댄스 바에 들어섰을 때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록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 노라는 머리가 아팠다. 절묘한 몸매를 가진 여섯 명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높은 굽의 하이 힐에 번쩍거리는 비키니 팬티만을 입고 테이블 위에서 몸을 꿈틀거리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넋이 빠져 있거나 아니면 야유하며 손뼉을 치고 있는 남자들의 땀 투성이 얼굴 앞에서 자신들의 젖가슴을 흔들어 대면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역시 그만큼 예쁜 다른 아가씨들이 젖가슴을 드러낸 채 손님들 시중을 들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바텐더와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노라는 몇몇 손님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듯 위 아래로 뚫어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섬뜩해졌다. 그래서 한 손으로 트라비스의 팔을 붙잡았다. 아마 쇠지레로 끌어당겨도 그녀를 그에게서 떼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맥주와 위스키의 퀴퀴한 냄새, 사람 몸 냄새, 갖가지 싸구려 향수 냄새 그리고 담배 연기 등이 그 안의 공기를 한증탕만큼이나 답답하게 만들었다. 노라는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난 바보처럼 메스꺼워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트라비스는 급하게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그 바텐더에게 20달러짜리 지폐를 두 장 건네주자 홀 뒤로 인도되었다. 그곳에는 아놀드 쉬바르쯔네거 같은 거한이 촘촘한 주렴으로 가려진 문 입구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가죽 바지와 하얀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의 팔은 나무 몸통처럼 두꺼워보였다. 그의 얼굴은 마치 시멘트 바닥에 던져졌던 얼굴같이 보였고 눈은 거의 유리와 같이 투명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그에게 스페인어로 이야기하고는 20달러를 주었다. 음악은 천둥 소리 같은 소음에서 단순한 왁자함으로 줄어들었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여인이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계신 것이 맘에 드시면, 그러시다면 그것을 보여봐요. 그리고 저 조개 구멍들을 채워들 봐요." 노라는 화들짝 놀라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음악이 다시 커지면서 그녀는 그 노골적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손님들이 그 댄서들의 팬티 속에 5달러나 10달러짜리 지폐를 접어서 집어넣어주길 바라는 말이었다. 그 검은 가죽 바지를 입은 덩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발을 걷고 그들을 4평 정도 되는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는 높은 굽의 하이힐에 비키니 팬티를 입은 또 다른 여섯 명의 여자들이 지금 무대에 있는 댄서들을 교대해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거울을 보고 서로의 화장을 점검해주고 있는가 하면 립스틱을 칠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엔 그들도 다 밖에 있는 아가씨들만큼 예뻤다. 그들 중에는 얼굴이 굳은 이들도 있었다. 예쁘긴 했지만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학교 선생님들과 같이 참신한 얼굴이었다. 모두가 남자들이 말하는 소위 '육감적'인 여자돌이라고 할 수 있었 다. 그 덩치가 트라비스를 그 분장실을 지나 다른 쪽 끝에 있는 문으로 인도했고 노라는 트라비스의 손을 잡고 그를 따라갔다. 그들이 걸어갈 때 젖가슴을 내보인 댄서 하나가 노라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그녀 곁을 걸으며 말했다. 눈에 띄는 금발이었다. "당신 새로 온 거요? 하니!" "저요? 아...... 아니요. 난 여기서 일하지 않아요." 그 금발은 너무 몸이 좋아서 남자같이 느껴졌다. 그 금발이 말했다. "당신 장비를 갖고 있지, 하니." "아...... 아니." 그게 노라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당신 내 장비를 좋아해?" 그 금발이 물었다. "아...... 글쎄요. 당신은 아주 예뻐요." 노라가 말했다. 그 금발에게 트라비스가 말했다. "포기해요, 아가씨. 이 숙녀는 그렇게 놀지 않아요." 그 금발이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이걸 해보면 아마 좋아할 걸요." 그들은 어느 문을 통해 분장실을 빠져나와 조명이 흐린 초라한 복도로 들어섰고 그제서야 노라는 자신이 수작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에게서 말이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메스꺼워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그 거한은 그들을 그 건물 안쪽에 있는 한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는 거기서 기다리라며 말했다. "반 디네씨가 곧 이리로 올 겁니다." 그 사무실은 빛 바랜 벽에 우중충한 금속제 의자들과 서류 캐비닛이 놓여 있었고 또 하나 있는 금속제 책상은 그나마 낡고 상처가 나 있었다. 텅빈 벽에는 그림이나 달력 등 아무 것도 없었다. 책상에는 펜들이나 메모지 또는 서류 등은 전혀 없었다. 이곳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곳 같아 보였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책상 앞에 있는 2개의 금속제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바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으나 이젠 더 이상 귀가 멍하진 않았다. 노라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저 사람들이 다 어디에서 왔지요?" "누구?" "완벽한 유방에 작고 탄탄한 엉덩이, 그리고 긴 다리를 가지고는 기꺼이 저렇게들 하려는 저 예쁜 여자들 모두 다 말예요. 저렇게 많은 이들이 다 어디에서 왔을까요?" "모데스토 외곽 지역에 사육 농장이 있어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녀가 입을 딱 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난 당신이 얼마나 순진한지를 종종 잊는단 말이오, 코넬 부인." 그는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의 짧은 수염이 좀 껄끄러웠다. 그러나 기분이 좋았다. 어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수염을 깍지도 않았는데도 그들이 이 사무실에 오기까지 겪은 고초와 시련을 감안하면 그는 아주 잘 씻겨 놓은 아기같이 깨끗한 편이었다. 그가 말했다. "내가 농담할 때를 당신이 잘 분간 못하니까 똑바로 대답해야겠소."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그러면 모데스토 외곽에 사육 농장이 없어요?" "없소. 이런 일을 하는 여자들은 갖가지 종류가 있소. 쇼 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거나 L. A.로 가려거나 아니면 영화 배우가 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여자들이오. 그래서 그들은 L. A.에서 이와 같은 곳들로 흘러들어 오거나 아니면 북쪽 샌프란시스코로 가거나 베가스로 가는 거요. 대부분 꽤 착한 아이들이오. 그들은 이것을 일시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큰 돈벌이도 쉽게 할 수 있거든. 헐리우드로 가는 정거장인 셈이지요. 그리고 자기를 미워하는 형도 있소. 그들은 자신들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것을 하지요. 자기 부모나 자신의 첫 남편이나 이 온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리고 매춘부들도 있고." "매춘부들이 이런 바에서 나...... 남자들을 만나나요?" 그녀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어쩌면 세무서에서 조사하러 나왔을 때 근거가 될 만한 수입 근원지를 만들기 위해 여기서 춤을 추는 매춘부도 있을 거요. 그들은 덴서로서 자신들의 수입을 보고 하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이 매춘 행위를 해서 번 것들을 좀더 잘 숨길 수 있게 되겠지." "슬픈 일이군요." 그녀가 말했다. "어떤 경우엔 그렇소. 아니 상당히 많은 경우 아주 슬프지." 그녀는 넋을 잃고 말했다. "이 반 디네라는 사람으로부터 가짜 신분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난 그렇게 믿고 있소." 그녀가 그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당신은 정말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군요?" "그게 신졍쓰이오? 내가 이런 곳을 안다는 게 말이오." 그녀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니요. 사실......한 여자가 한 남편을 맞으려고 한다면 내 생각엔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일을 잘 처리할 줄 아는 남자여야 할 것 갈아요. 그런 사람이라야 아주 큰 신뢰감을 느낄 수 있지요." "나에게서 그런 걸 느끼오?" "그래요. 지금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감이죠. 아인스타인과 우리 자신을 구할 것이라는 신뢰감 말예요." "신뢰감은 좋은 거지요. 하지만 델타 포스에서는 첫 번째 배우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거요."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거한이 회색 양복에 청색 셔츠, 그리고 검은 타이를 맨 둥근 얼굴의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반 디네요." 바로 그 사람이 말했다. 그러나 악수를 청하진 않았다. 그는 데스크를 돌아 스프링 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그는 숱이 적은 금발 머리에 뺨이 어린 아이같이 부드러워 보였다. 꼭 테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주식 브로커와 같이 실력있고 영리해 보였고 또 옷을 잘 차려 입고 있었다. 거기다 마음씨까지도 좋아 보였다. "난 누가 나에 관해서 거짓말을 퍼트리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서 이렇게 왔소."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린 새로운 신분증이 필요해요. 운전 면허증, 사회 보장증 등 전부 말입니다. 시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무결한 일 등급으로 말입니다." "바로 그게 내가 말하는 겁니다." 반 디네가 말했다. 그는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떴다. "도대체 어디서 내가 그런 업종에 종사한다는 말을 들었소? 당신이 잘못 알고 온 것 같소." "우린 완전 무결한 일 등급 서류가 필요해요." 트라비스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반 디네는 그와 노라를 쳐다보았다. "당신 지갑을 좀 봅시다. 그리고 당신 핸드백도 좀 부탁합니다. 아가씨." 트라비스는 자신의 지갑을 책상 위에 놓고는 노라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마지못해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을 그 지갑 옆에 놓았다. "좀 서계시오. 케사르보고 당신을 좀 수색해보라고 해도 되겠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트라비스가 일어났다. 그리고는 노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자리를 좀 비켜 주었다. 시멘트에 찌그러진 얼굴의 거한, 케사르가 놀랍도록 철저하게 트라비스의 몸을 수색하고는 357구경 권총을 찾아내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노라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는 소형 마이크나 배터리, 녹음기 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과감하게 브라자를 만져보는 등 노라에게는 훨씬 더 철저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만일 트라비스가 이 일을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런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케사르는 전혀 에로틱한 감정이 일어날 수 없는 기계같이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 케사르가 그 일을 다 마치고 그들이 자리에 앉았을 때 반 디네는 트라비스의 지갑을 다 조사하고는 노라의 핸드백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아무 것도 주지 않고 돈만 빼앗아갈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단지 그들의 신분증과 또 노라가 지금도 가지고 다니는 부엌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반 디네가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좋아요. 만일 당신이 경찰이라면 이런 종류의 권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어 허락되지 않았을 거요." 그는 탄창을 흔들어 빼고는 약실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노라를 보고 미소 지었다. "여자 경찰이라면 부엌칼을 가지고 다니진 않겠지." 그제서야 그녀는 트라비스가 그 권총을 호신용으로가 아니라 신분증 대신으로 가지고 간다는 말을 이해했다. 반 디네는 살짝 트라비스를 껴안고는 마침내 완전무결한 신분증 2장을 만들어 주는데 6천5백 달러로 결정을 보았다. 부엌칼과 권총을 비롯해서 그들의 소지품들은 모두 돌려받았다. 그들은 모두 함께 그 우중충한 사무실을 나와 좁은 홀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반 디네는 케사르를 뚫려보냈다. 그리고는 희미한 조명의 콘크리트 계단을 내려가 Hot Tips용의 지하로 들어갔다. 이제 콘크리트 벽 때문에 바에서 들려오는 록 음악 소리는 훨씬 더 약해졌다. 노라는 지하에서 자신이 무엇을 보게 될지 약간 두려워졌다. 어쩌면 안경 낀 사람들이 오래된 인쇄기 앞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위조 서류들뿐만 아니라 위조 지폐 더미들까지도 만들어낼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 눈 앞에 보인 것은 아주 엉뚱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26평 정도 되는 창고가 나타났다. 바에 공급할 물품들이 어깨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그들은 위스키 박스와 맥주 박스, 칵테일 냅킨 통들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따라 걸어서 뒷 벽에 있는 금속제 방화문까지 갔다. 반 디네는 문 틀에 있는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폐쇄 회로 보안 카메라가 그들을 향해 그르릉 소리를 내며 돌았다. 안으로부터 문이 열렸다. 그 문을 통해 그들은 조명이 약한 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 벽으로 붙은 작업대 위에 일곱 대의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중 2대 앞에 턱수염 난 두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사파리 바지에 면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리복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진 바지와 어릿 광대가 그려져 있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쌍둥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 둘 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젊은 시절 모습과 닮았다. 그들은 너무나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노라와 트라비스, 반 디네 등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들끼리 노라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 하이 테크 언어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고 또 그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대 초반의 한 여인도 그 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짧은 금발 머리에 아름다운 은빛 눈을 가지고 있었다. 반 디네가 컴퓨터 앞에 있는 그 두 젊은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그 여인이 트라비스와 노라를 그 방의 한쪽 끝으로 데리고 가서는 그들을 하얀 스크린 앞에 세웠다. 그리고는 가짜 운전 면허증에 붙일 사진을 찍었다. 그 금발 미인이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암실로 사라졌을 때 트라비스와 노라는 두 젊은이들이 신이 나서 일하고 있는 컴퓨터 앞으로 갔다. 그 젊은이들이 캘리포니아 교통부와 사회 보장청, 그리고 기타 연방 및 주립 정부 기관과 지방 행정 기관들의 컴퓨터로 침입해 들어가는 일을 하는 게 보였다. "반 디네씨에게 내가 완전 무결한 신분증을 원한다고 말했을 때는 고속 도로 순찰 경관이 우리를 세워 그 신분증을 검사해도 전혀 이상을 발견할 수 없게 하라는 거였죠." 트라비스가 노라에게 설명했다. "우리가 얻게 될 면허증은 진짜와 구별할 수가 없어요. 이 사람들이 우리의 새로운 이름을 교통부에 삽입시키고는 실제로 주(州) 데이타 뱅크들에 이 면허증의 컴퓨터 기록들을 입력시켜 놓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주소는 물론 가짜요. 하지만 당신들이 어느 곳에서 정착하게 되면 법이 요구하는 대로 교통부에 주소 변경 신고만 하면 돼요. 그러면 당신들은 완벽하게 합법적이 돼지요. 우리는 또 이것들이 약 1년 안에 기간 만료가 되도록 만들고 있어요. 그 때가 되면 당신들은 교통부에 가서 일상적인 테스트를 받고는 진짜 면허증을 받게 될 거요. 당신들의 새로운 이름이 그들의 화일 안에 있기 때문이오." "우리의 새로운 이름이 뭐예요?" 노라가 궁금해했다. "아시겠지만," 반 디네가 마치 새로운 투자자에게 차분하고 인내심 있게 시장을 설명해주고 있는 주식 브로커처럼 조용히 이야기하며 말했다. "우린 출생 증명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우린 적어도 50년 전으로 거슬러 가서 미국 서부 전 지역의 유아 사망에 대한 컴퓨터 화일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우린 당신들과 같은 머리카락과 눈 색깔로 죽었던 어린애들을 찾기 위해 당신들이 태어난 해의 목록을 이미 찾아보았소. 그리고 성까지 같은 것이 있는지도 확인했지요. 같은 성이 있으면 당신들 성을 갈지 않아도 돼 일이 쉬워지니까 말이오. 우린 노라 진 에이미스라는 갓난 여자 이이를 발견했소. 그 애는 당신이 태어난 해 10월 12일에 태어나서 한 달 뒤에 바로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망했지요. 우리에게는 양식이나 크기를 얼마든지 선택해서 인쇄해낼 수 있는 레이저 프린트기가 있어요. 그것으로 이미 그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용되었던 종류의 출생 증명서의 복제품을 만들어 놓았소. 그리고 거기에는 노라 진의 이름과 가계의 족보가 나와 있어요. 우리는 그것을 두 장 복사를 떠서 당신에게 줄 겁니다. 다음으로 우린 사회 보장청 컴퓨터 화일로 침입해 들어가 노라 진 에이미스에게 적당한 사회 보장 번호를 부여했지요. 그리고 또한 사회 보장세 납세 기록도 만들어 놓았어요." 그는 미소 지었다. "당신은 이제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정도로 이미 사회 보장세를 납세한 거요. 마찬가지로 국세청 컴퓨터에도 당신이 대여섯 군데 도시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해왔고 또 매년 충실하게 납세를 해왔다는 기록이 들어가 있어요." 이번엔 트라비스가 노라에게 말했다. "출생 증명서와 합법적인 사회 보장 번호를 가지고 있으면 운전 면허증도 딸 수 있고 그 뒤에 진짜 신분증도 가지게 돼요." "그러면 제가 노라 진 에이미스인가요? 하지만 그녀의 출생 증명서가 기록에 있다면 사망 증명서도 있을 거 아녜요? 누군가가 검사를 한다면......" 반 디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당시에는 출생 증명서나 사망 증명서가 모두 컴퓨터 화일이 아니라 순전히 종이로 된 서류들이었지요. 그리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는 그 전산화 이전 시대의 기록들을 전자 테이타 뱅크에 다 입력시킬 수 없었지요. 예산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누군가가 당신에 관해 의심을 품을지라도 컴퓨터로 사망 기록을 찾아내 단 2분만에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정말 그 사실을 밝히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법원으로 가서 그 해의 검시관 서류 화일을 찾아 노라 진의 사망 증명서를 찻아내야만 할 거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이 노라 진의 신분을 샀으니까 그녀의 사망 증명서를 공적인 기록에서 제거하고 파괴해 버리는 것도 우리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우린 지금 신용 조회 기관인 TRW 컴퓨터로 들어가 있습니다." 턱수염의 하나가 기쁨이 영력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라는 데이타가 초록색 스크린에서 깜박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도대체 무슨 뜻언지 알 수가 없었다. "저 사람들은 우리의 새로운 신분에 대한 건실한 신용도(信用度) 이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오." 트라비스가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어딘가에 정착하고서 DMZ나 TRW에 변경된 주소를 신고해 놓게 되면 우리 집 우편함에는 비자, 마스터 카드, 심지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카르테 브란취 같은 크레딧 카드들의 홍보 우편물로 홍수를 이룰 거요." "노라 진 에이미스......라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인생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철저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들이 트라비스와 같은 출생 년에 같은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죽은 아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결국 오레곤주의 포트랜드에서 그 해 1월에 태어나서 그 해 3월에 죽은 사무엘 스펜서 하야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사망 기록은 공공 기록에서 삭제될 것이다. 그리고 트라비스의 새로운 신분도 이제 누가 아무리 철저히 조사한다 할지라도 이상을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 말로는 순전히 재미로 그들이 트라비스에 대한 군대 기록을 만들면서 그를 해병대에서 6년간 복무했고 그 동안에 은성 무공 훈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또 중동에서의 평화 유지군 활동 당시 용맹한 행동으로 두어 개의 표창도 받은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트라비스는 그들에게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부동산 중개인 면허증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고 그들은 그 말에 재미있어 하며 25분만에 해당 데이타 뱅크로 파고 들어가 그 일을 해냈다. "케이크와 파이죠." 한 젊은이가 말했다. "케이크와 파이지." 또 한 젊은이가 말했다. 노라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쉬운 일이란 말이죠." 한 젊은이가 설명했다. "파이처럼 쉬운 일이란 말이죠." 또 한 젊은이가 말했다. "케이크와 파이......" 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빛 눈동자의 금발 미인이 트라비스와 노라의 사진이 부착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돌아왔다. "당신들 둘 다 사진이 잘 받는군요." 그녀가 말했다. 반 디네를 만나고부터 2시간 20분 뒤에서야 일을 모두 다 마쳤다. 그들은 새로운 신분증에 관련된 갖가지 서류들이 담긴 큰 대봉투 2개를 들고 Hot Tips를 나왔다. 거리로 나왔을 때 노라는 약간 현기증이 나 자동차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트라비스의 팔에 매달렸다. 그들이 Hot Tip에 있는 동안 안개가 그 도시에 몰려들어와 있었다. 텐더로인의 깜박이는 불빛과 번쩍이며 잔물결을 일으키기도 하는 네온이 좀 흐려졌지만 이상하게도 안개로 더 확대되어 보였다. 그래서 마치 아한대의 오로라가 땅까지 깔려 이 지역 전부가 이상한 불빛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어두워지고 안개가 깔리자 그 너저분한 거리가 웬지 신비스럽고 값싼 매력을 풍겼다. 그러나 이것들을 대낮에 처음 보고 그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는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인스타인은 메르세데스 안에서 끈기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튼 널 푸들로 바꾸게 할 수는 없었어." 노라가 안전 벧트를 매면서 아인스타인에게 말했다. "하지만 트라비스와 난 제대로 다듬은 것 같아. 아인스타인, 사뮤엘 하야트와 노라 에이미스에게 인사해보지." 사냥개가 머리를 앞 좌석으로 내밀고는 노라를 보다가 트라비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는 듯, 또 자신은 그들이 누군지 안다는 듯 한 번 콧김을 내뿜었다. 노라가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그 테러 타격 훈련에선가요? 그러니까 당신이 Hot Tops 같은 곳들이나 반 디네 같은 사람들에 관해 알게 된 곳이 그 훈련에선가요? 테러리스트들이 일단 이 나라에 들어오면 새로운 신분증을 얻는 곳이 그곳이에요?" "그렇소.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반 디네 같은 사람에게 가는 사람들이 있소. 대부분의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소련에서 서류들을 공급해. 주지요. 반 디네는 대개 돈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나 체포 영장을 피하기 위한 범죄인들을 상대하고 있소." 그가 시동을 걸 때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반 디네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를 찾는 사람들도 그를 찾을 수 있을 거 아녜요?" "어쩌면 그렇겠지. 그들에겐 시간이 좀 걸럴 거요. 하지만 찾아올 수는 있소." "그렇게 되면 그들이 우리의 새로운 신분에 대해 모조리 알게 되잖아요?" "아니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는 이슬 제거 장치를 켜고는 와이퍼를 작동시켜 유리창 밖에 맺혀 있는 이슬을 제거했다. "반 디네는 기록을 보관하지 않을 거요. 그는 그런 증거물을 가지고 있다가 잡히고 싶어하진 않을 거요. 어떻게 해서 관계 당국이 그를 찾아내 수색 영장을 들고 거기로 쳐들어간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반 디네의 컴퓨터 안에서 Hot Tips바의 경리나 구매 기록들 말고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거요." 금문교를 향해 그 도시를 가로질러 나갈 때 노라는 홀린 듯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텐더로인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지금 지나치는 모든 동네들의 사람들까지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저 중에서 도대체 몇 명이나 자신이 태어날 때 주어진 이름과 신분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 시간도 안 되어서 우리는 완전히 다시 만들어졌네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걸 가능하게 했소. 무엇보다도 그건 하이 테크 시대의 의미라고 할 수 있지. 최대한의 융통성 말이오. 전세계가 점점 더 유동적이고 유연해지고 있소. 대부분의 금전 거래는 뉴욕에시 L. A.까지, 아니 지구 끝에서 끝까지 단 몇 초 만에 번쩍하고 보내지는 전자식 금전으로 다루어지고 있소. 돈은 한 번 깜박하면서 국경을 넘나들어요. 이제 더 이상 감시를 당하며 몰래 들여오거나 내보낼 필요가 없어요. 대부분의 기록들은 단지 컴퓨터만이 읽을 수 있는 전기 전하(電荷)로 보관되오. 그러니 모든 것들이 유동적이지. 신분도 유동적이고 과거도 유동적이오." 노라가 말했다. "오늘날은 종족의 유전자 구조마저도 유동적이죠." 아인스타인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동감을 표했다. 노라가 말했다. "두려워요, 안 그래요?" "약간." 안개에 싸인 금문교의 남쪽 입구에 다가갈 때 트라비스가 말했다. 다리 입구는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다리는 안개로 거의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대한의 유동성은 근본적으로는 좋은 거지요. 사회적, 재정적인 유동성은 자유를 보장해주지요. 난 우리가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줄어들고 또 과거처럼 가능한 한 철저하게 사람들을 규제하고 관리할 방법이 없어지게 될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고 또 그러길 바래요. 전체주의 정부들은 이제 더 이상 권력을 쥘 수 없게될 거요." "어떻게 그렇게 돼요?" "그러니까, 어떻게 독재 정권이 고도로 유동적인 하이 테크 사회에 사는 자기 시민들을 관리할 수 있겠소? 유일한 방법은 하이 테크가 침범하는 것을 거부하며 국경을 봉쇄하고 완전히 원시 시대에 사는 거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든 그건 국가적인 자살 행위지. 그래서는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몇 십 년도 안 되어 그들은 현대의 원주민들이자 원시인들이 될 거요. 문명화된 하이 테크 세계의 기준들에 의하면 말이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소련인들은 컴퓨터를 자신들의 방위 산업에만 제한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건 지속될 수 없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경제계를 전부 컴퓨터화하고 국민들에게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가르치지 않을 수 없을 거요.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그 시스템을 조종할 수 있게 되고 또 자신들을 감시하는 관리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게 될 때 정부가 어떻게 그들에게 나사를 죌 수 있겠소?" 다리 입구에서 북쪽으로 가는 데는 요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리 위로 달렸고 날씨 때문에 최고 속도를 다 내지 못했다. 안개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이슬로 번쩍거리는 유령 같은 다리 골조를 올려다 보며 노라가 말했다. "당신은 앞으로 십 년이나 이십 년 안에 세상이 파라다이스가 될 걸로 생각하는 것 같네요." "파라다이스는 아니오." 그가 말했다. "좀더 편하고, 좀더 풍부하고, 좀더 행복해지는 거지 파라다이스는 아니오. 아무리 해도 인간 마음의 모든 문제들이나 인간 정신의 잠재적인 모든 질병들은 여전히 남게 되겠지요. 또 새로을 세계는 우리에게 영광과 더불어 어떤 새로운 위험 요소들도 가져다 줄 수 있을 거요." "당신 집 주인을 죽인 그 괴물같이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소." 뒷좌석에서 아인스타인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11 8월 26일 목요일 오후 빈스 나스코는 지난 주의 기사를 알아보기 위해 철사관 조니 산티니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아침에 전날 저녁에 일어났던 산타 바바라의 테드 호크니 살해 사건을 알았던 것이다. 그 시체의 상태를 보면 아웃사이더와 연관이 있었다. 특히 없어진 눈이 더욱 그랬다. 조니는 또한 국가 안보국이 조용히 그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넘겨받아 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으로 빈스는 그것이 바노디네에서 탈주한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신문 하나를 사 들고 한 멕시코 식당으로 들어가 멕시코식 해물 파이로 저녁을 먹으면서 살인 사전이 일어난 그 집을 세내 사는 트라비스 코넬이라는 사람에 관해 읽었다. 언론은 한때 델타 포스의 일원이기도 했던 은퇴한 부동산 중개 브로커라고 코넬을 소개하면서 집안에 표범을 기르고 있는데 그놈이 호크니를 살해했다고들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번스는 그 표범은 엉터리로 단지 위장용 기사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찰들은 코넬과 또 그와 함께 있었던 신원 미상의 여인과 이야기하고 싶을 따름이지 그들에게 어떤 죄도 적용하지 않논다고 말했다. 그 기사에는 또 코넬의 개에 관해 한 줄 덧붙여 있었다. "코넬과 그 여인은 아마도 누런 사냥개와 여행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라고....... '내가 만일 코넬을 찾는다면 그 개도 찾을 것이다.' 빈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갖는 기회였다. 그리고 이것으로 그 사냥개를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위대한 운명의 일부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는 이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더 많은 멕시코식 해물 파이와 맥주를 주문했다. 12 트라비스와 노라, 아인스타인은 목요일 밤 샌프란시스코의 북쪽에 있는 한 모텔에서 묵었다. 그들은 편의점에서 6개들이 맥주 한 상자와 패스트 푸드 식당에서 포장 키친, 비스켓, 그리고 샐러드 등을 사 가지고와 모텔 방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아인스타인은 치킨을 맛있게 먹었고 또 맥주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트라비스는 그날 낮에 쇼핑하면서 그 사냥개를 위해 산 노란 새 프라스틱 접시에 맥주 반 병을 따라 주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맥주를 좋아해도 반 병 이상은 안돼. 몇 가지 질문을 할 게 있으니까 네가 술 취하면 안돼." 저녁 식사 후 그들 셋은 킹 사이즈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는 트라비스가 단어 맞추기 게임기의 포장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침대 매트 위에 거꾸로 뒤집어 글자 조각들을 쏟아놓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알파벱대로 26더미로 나누어 모아 놓았다. 아인스타인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고 맥주 반 병으로 조금도 정신이 흐트러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케이," 트라비스가 말했다. "예 아니오보다는 더 자세한 답을 들을 필요가 있겠어. 그래서 이것이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던 거야." "기발하네요." 노라가 인정해 주었다. 개에게 트라비스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질문을 할게. 그러면 넌 그 대답을 하는 데 필요한 철자를 가리키는 거야. 한 번에 하나 씩, 한 단어 한 단어 말이야. 알아 들었지?" 아인스타인이 눈을 깜박이며 트라비스를 쳐다보다가 철자 조각 더미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트라비스를 올려다 보고 씩 웃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좋아, 네가 도망친 그 연구소 이름을 아니?" 아인스타인이 B자들이 쌓여 있는 더미에 코를 댔다. 노라가 그 더미에서 한 조각을 끌어내 트라비스가 깨끗하게 비워 놓은 대지(臺紙)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1분도 채 안되어서 그 개는 BANODYNE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바노디네?" 트라비스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런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완전한 이름인가?" 아인스타인이 머뭇거리다가 철자들을 몇 개 더 고르기 시작하더니 BANODYNE LABORATORIES INC라고 만들어 놓았다. 모텔에서 나온 한 권의 메모지에 트라비스는 그 대답들을 적어놓았다. 그리고는 그 글자들을 다시 흐트려서 각각 제더미로 돌려 보냈다. "바노디네가 어디에 있니?" 아르비네. "이해가 되는군." 트라비스가 말했다. "내가 널 발견한 그 숲이 아르비네 북쪽에 있으니까 말이야. 좋아. 난 널 5월 18일 화요일에 만났어. 넌 언제 바노디네에서 도망쳤었니?" 아인스타인이 조각들을 쳐다보고 끙끙거리며 선택을 못했다. "넌 그 많은 책을 읽으면서 월, 주, 날짜, 시간 등에 관해서 배웠잖아. 넌 이제 시간 개념이 생겼어." 노라를 바라보며 다시 끙끙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얘는 이제 시간 관념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탈주한 날짜를 모르는 거지요. 그러니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망다녔는지 기억해내기가 어렵지요." 아인스타인이 문자들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THATS RIGHT "바노디네에 있는 과학자의 이름을 아니?" DAVIS WEATHERBY 트라비스가 그 이름을 받아 적었다. "다른 사람은 없니?" 가능한 철자를 생각하면서 자주 머뭇거리며 아인스타인이 마침내 LAWTON HANES, AL HUDSTUN, 그리고 몇 명 더 열거했다. 모텔 메모지에 그것들을 모두 적은 후에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 사람들이 너를 찾는 사람들이겠군." 예스. 그리고 존슨 "존슨?" 노라가 말했다. "그 사람도 과학자니?" 노. 더 높은 사람. "그러면 아마 일종의 연방 기관원일 거요." 노라가 그 문자들을 다시 제더미들에 가져다 놓을 때 트라비스가 말했다. 노라가 아인스타인에게 말했다. "이 존슨씨의 세례명이 무엇인지 아니?" 아인스타인이 문자들읕 쳐다보더니 힘 없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트라비스가 그에게 존슨씨의 세례명을 몰라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때 개가 그 이름의 철자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LEMOOOL "그런 이름은 없어." 노라가 그 문자들을 치우며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다시 시도했다. LAMYOULL 그리고는 또 다시 만들었다. LIMUUL "그것도 이름이 아니야." 트라비스가 말했다. 세 번째로 또 만들었다. LEMB YOU WILL 개가 그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철자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라비스가 직접 문자 조각들을 맞추었다. LEMUEL "레무엘 존슨이구나." 노라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코를 노라의 목에 대고 비볐다. 그는 그 이름을 그들에게 알렸다는 기쁨에 몸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자 모텔 침대의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또 철자를 맞추었다. DARK LEMUEL "Dark?" 트라비스가 말했다. "'어둡다'란 말은 존슨이...... 사악하다는 말인가?" NO. Dark. 노라가 그 철자들을 도로 치우고는 말했다. "위험스럽다는 Dangerous를 말하는 거니?" 아인스타인이 그녀에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리고 트라비스에게도 그랬다. 마치 그들에게 가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NO. DARK. 잠시동안 그들은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트라비스가 말했다. "검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레무엘 존슨이 흑인이라는 말이군." 아인스타인이 조용히 칙칙 소리를 내며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들면서 침대 덮개 위에서 꼬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그는 19개의 문자를 택해 아주 긴 답을 했다. THERES HOPE FOR Y0U YET(아직 당신들에게 희망이 있음.) 노라가 웃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건방진 놈." 그러나 그는 기분이 좋았고 정말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 그들은 지난 수주 동안 그 사냥개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그러나 이 단어 만들기 조각들로 인해 그들이 지금까지 즐겨오던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 아인스타인이 한층 더 자신들의 자식이 된 것 같았다. 정상적인 인간 경험의 장벽을 깨고 넘어섰다는 도취감과 뭔가를 초월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아인스타인은 평범한 잡견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높은 지능은 개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한 마리 개다. 그는 다른 어느 것도 아닌 개다. 그리고 그의 지능도 여전히 질적으로 인간의 지능과는 달랐다. 그래서 이와 같은 동물과의 대화에서는 필연적으로 강한 신비감과 큰 경이로움이 있었다. '당신들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음'이라는 말에 놀라서 트라비스는 생각해보았다. 그 메시지의 의미를 좀더 확대해서 그 말을 전 인류에게 줄 수 있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후 30분 동안 그들은 계속 아인스타인에게 질문을 했고 트라비스는 그 개의 대답을 기록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만큼 지나서 그들은 테드 호크니를 죽인 노란 눈의 그 짐승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대체 그 괴물은 뭐야?" 노라가 물었다. 아웃사이더.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웃사이더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그들이 그것을 그렇게 불렀음. "연구소 사람들이?" 트라비스가 물었다. "왜 그놈을 아웃사이더라고 불렀을까?" 그것의 소속이 없으니까. 노라가 말했다. "난 이해가 안 되는데......" 두개의 성공. 나와 그것. 나는 개. 그것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님. 아웃사이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놈도 지능이 높은가?" 예스. "너만큼 지능이 높은가?" 아마도. "젠장." 트라비스는 몸을 떨며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울적한 듯한 소리를 내며 머리를 노라의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토닥거려 위로해주길 원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왜 그들이 그런 것을 만들었을까?" 아인스타인이 그 문자 더미들로 돌아갔다. 그들을 대신해 죽이기 위해서. 냉기가 트라비스의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다 몸 안 깊숙히 스며들었다. "그들은 그놈을 통해 누구를 죽이길 원했는데?" 적 "무슨 적?" 노라가 물었다. 전쟁에서. 깨달음과 함께 메스꺼움에 가까운 혐오감이 일었다. 트라비스는 침대 머리말 판자에 등을 대고 축 늘어졌다. 부족한 것이 없고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세계에서조차 파라다이스는 없을 것이며 그건 인간 마음 속의 모든 문제들과 또 인간 정신의 모든 잠재적인 질병들 때문이라고 자신이 노라에게 말한 게 생각났다. 아인스타인에게 그가 말했다. "그러면 그 아웃사이더가 유전 공학으로 만든 전사(戰士)의 시작품(試作品)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일종의...... 에...... 전쟁터에 맞게 만들어진 아주 지능적이고 치명적인 일종의...... 경찰견과 같은 거군." 그것은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졌음. 그는 죽이기를 원함. 노라는 자신이 맞춘 단어 조각을 읽고는 질겁을 했다. "하지만 이건 미친 짓이야. 그런 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어? 그놈이 그 주인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 트라비스가 몸을 앞으로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인스타인에게 말했다. "왜 아웃사이더가 너를 찾지?" 나를 미워함. "그놈이 왜 너를 미워하니?" 모르겠음. 노라가 문자들을 교체할 때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놈이 계속 너를 찾을까?" 예스. 영원히. "하지만 그렇게 생긴 놈이 어떻게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지?" 밤에. "그런다 해도......" 쥐들이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는 것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놈이 어떻게 너를 추적하니?" 나를 느낌. "너를 느껴? 무슨 말이야?" 그녀가 물었다. 사냥개가 오랫동안 그 답을 하려고 부심하며 몇 번 시도해보다가는 마침내 말했다. 설명할 수 없음. "너도 그놈을 느낄 수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가끔. "지금 그놈이 느껴지니?" 예스. 아주 멀리서. "아주 멀지." 트라비스가 수긍했다. "수백 킬로는 떨어졌지. 그 놈이 정말 그렇게 멀리서 너를 느끼고 추적할 수 있어?" 훨씬 더 먼데서도. "그놈이 지금 너를 추적하고 있니?" 오고 있음. 트라비스 몸 안의 냉기가 더 차가워졌다. "그놈이 언제 너를 찾겠니?" 모르겠음. 그 개는 풀이 죽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곧일까? 그놈이 곧 너를 찾아올까?" 아마도 곧은 아닐 것임. 트라비스는 노라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한 손을 그녀의 무릎에 올려 놓고 말했다. "우린 살아 있는 동안은 그놈에게서 도망치지 않을 거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요. 우린 정착할 곳을 찾아서 그놈을 기다리는 거요. 그 곳에서 우린 그놈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놈이 도착하면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은밀한 장치를 할 거요." 아인스타인은 몸을 떨면서 코로 더 많은 철자들을 가리켰다. 트라비스가 그 조각들을 맞추어보았다. 난 떠나야 됨. "무슨 말 하는 거니?" 조각들을 대체하며 트라비스가 물었다. 내가 당신들을 위험스럽게 함. 노라가 두 팔을 벌려 그 사냥개를 끌어 안았다.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말아. 넌 우리의 일부야. 넌 우리 가족이야. 젠장...... 우린 모두 가족이란 말이야. 우린 모두 함께 있어야 돼. 그리고 우린 끝까지 함께 참는 거야. 가족이라면 그렇게 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녀는 두 손으로 개의 머리를 잡고는 개의 코에 자기 코를 댔다. 그리고는 개의 눈을 깊숙히 들여다 보았다. "만일 내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네가 가버린 것을 알게 되면 내 가슴은 찢어질 거야." 그 목소리는 떨렸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반짝였다. "나를 이해 못하겠니? 털보야. 네가 네 마음대로 가버리면 난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할 거란 말이야." 개가 그녀에게서 떨어져서 다시 문자 조각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되면 난 죽게 될 것임. "네가 우릴 떠나면 죽을 거라고?" 트라비스가 물었다. 개가 더 많은 문자들을 선택하고나서 그 단어를 살펴보는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자신이 만든 말을 그들이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외로워서 죽게 될 것임. 2장 1 목요일 노라는 웨인골드 박사 사무실로 갔고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집 뒤에 있는 풀이 무성한 언덕으로 산보를 나갔다. 그들은 빅서라는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에 있는 이 집에 정착했던 것이다. 나무들이 없는 그 언덕 위에는 가을 태양이 내리쬐어 바위들은 따뜻했고 군데 군데 구름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태평양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에 누렇게 마른 풀들은 잔잔한 속삭임 소리를 내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데도 공기는 뜨겁지도 않고 온화했다. 트라비스는 편안한 진 바지와 긴 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권총 모양의 손잡이에 총신이 짧은 모스베르그제(製) 펌프식 12구경 엽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산보 시에 항상 그것을 가지고 다녔다. 만일 누군가가 그 총에 관해 묻는다면 방울뱀을 사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나무들이 아주 무성하게 자란 곳에서는 그 화창한 아침도 늦은 오후 같았고 공기도 차가워서 트라비스가 면 셔츠를 입고 온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정도였다. 육중한 소나무들과 거대한 삼나무 숲들, 그리고 산기슭의 다양한 활엽수들로 태양이 가려 숲 속은 언제나 어슴프레한 채로 있었다. 덤불들은 여기저기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키 작은 떡갈나무 덤불들에다 잦은 안개와 항상 습한 해안 공기로 인해 양치류 식물들도 번성해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계속해서 트라비스에게 커다란 표범 발자국들을 찾아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개는 그런 맹수들을 몰래 추적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찾아 헤매고 싶은 자연적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개는 단지 이 숲 속에 사는 여러 동물들을 관찰하는 데 자족했다. 겁 많은 사슴들이 오솔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가끔 보였다. 너구리들은 아주 많아 보기에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아주 우호적이지만 자칫 잘못해 그들을 놀라게 하면 험악하게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인스타인은 알고 있었다. 개는 그들과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에 산보할 때 보면 다람쥐들은 접근하면 겁을 먹었다. 아인스타인은 그걸 보고 처음엔 당황했었다. 그놈들은 겁에 질려 얼어붙어서 험악한 눈으로 쳐다보았고 그 조그만 가슴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뛰었다. 왜 다람쥐들이 놀라는가? 그가 어느 날 저녁에 트라비스에게 물었다. "본능이야." 트라비스가 설명했다. "너는 개고 그들은 본능적으로 개들은 자신들을 공격해 죽인다는 것을 알아." 나는 아님. "그래, 너는 아니야." 트라비스가 그 개의 털을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너는 그들을 해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람쥐들은 네가 색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그렇지 않겠어? 그들에게는 넌 보통 개처럼 보이고 또 그런 냄새를 풍긴다구. 그래서 너도 다른 개들처럼 그들을 놀래키게 되지." 나는 다람쥐를 좋아함. "알아. 불행하게도 그들이 그것을 깨달을 정도로 영리하질 못하지." 아인스타인은 다람쥐들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겁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종종 그들을 보고도 못 본 체했고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며 빈둥거리고 지나가기도 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은 다람쥐나 사슴, 새들, 너구리 그리고 특이한 숲 속 식물들에 대한 흥미는 별로 없었다. 심지어 앞으로 내다보이는 태평양의 경관도 그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다른 날들과는 달리 오늘은 단지 시간을 보내며 노라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산책에 나섰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반복해서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는 대충 한 시간만에 집에까지 돌아올 수 있는 짧은 산책 코스를 택했다. 그 때쯤이면 노라가 집에 돌아올 것이다. 오늘은 10월 21일로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신분증을 얻고난 뒤 8주가 지났다. 그들은 상당히 고심한 끝에 더 멀리 가지 않고 이곳 남쪽에서 정착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아웃사이더와의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들은 그놈과의 대결을 미루기보다는 차라리 앞당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산타바바라를 향해 아주 남쪽으로 돌아갈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웃사이더가 이번 여름 오렌지 카운티에서 산타바바라까지 왔던 속도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놈이 하루에 56킬로씩만 움직일지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만일 이번에는 더 빨리 움직인다면 그들이 그놈에 대한 대비책도 다 마치기 전에 그들을 덮칠지 모른다. 빅서 지역은 사람들도 별로 살지 않고 또 산타바바라에서 350킬로 정도 되기 때문에 적당한 것 같았다. 만약 그 아웃사이더가 전처럼 그렇게 천천히 추적해 내려온다면 여기까지 오는 데 5개월은 넘게 걸릴 것이다. 그놈이 확트인 농장을 가로지르거나 여기저기 있는 황량한 언덕들을 재빠르게 가로지르고 인구가 않은 지역은 빨리 우회하며 그 속도를 두 배로 높인다고 해도 11월 둘째 주까지는 그들에게 오지 못할 것이다. 이제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만족스럽게 가능한 모든 준비를 다 해 놓았다. 그래서 그는 그 아웃사이더의 도착을 환영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의 말에 의하면 아직 자신의 적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직도 그놈과의 대결의 날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있었다. 12시 50분에 그들은 언덕들과 협곡들을 지나 그 짧은 코스를 다 돌고는 그들의 새 집 뒷뜰로 돌아왔다. 그 집은 표백된 나무 벽에 히말리야 삼목으로 지붕을 이은 2층 집으로 남쪽과 북쪽에는 육중한 돌 굴뚝이 있었다. 그리고 동쪽과 서쪽으로는 정말 자랑할 만한 현관 베란다가 있었고 어느 베란다에서 경관을 내다보든 앞에는 숲이 우거진 비탈이었다. 여기는 눈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지붕은 완만하게 이어져서 그 위를 걸어다닐 수도 있었다. 그래서 트라비스가 그 집을 처음으로 방어용으로 고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는 위를 올려다 보며 자신이 지붕에다 온통 빗살 모양으로 고정해 놓은 각목들을 보았다. 저것들 때문에 더 안전하고 더 쉽게 그 비탈진 지붕 표면 위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아웃사이더가 밤에 그 집으로 몰래 온다면 아래층 창문으로는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창문마다 트라비스가 직접 만들어 설치한 안쪽 덧문들로 완전히 봉쇄돼 아마 마음 먹고 도끼를 가지고 광적으로 쳐부수기 전에는 그 어떤 침입자도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아웃사이더는 현관 베란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 2층 창문을 들여다 보기 위해 앞이나 뒤 베란다 지붕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가장 많다. 그러나 그 2층 창문도 또한 안쪽 덧문으로 완전히 막힌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트라비스는 3주 전에 집 주위에 설치해 놓은 적외선 경보 시스템으로 그 적의 접근에 대한 경보음을 듣고 다락방의 뚜껑 문을 통해서 지붕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위에서 그는 그 각목 손잡이를 이용해서 지붕 끄트머리까지 기어올라가 베란다 지붕 위나 주위의 뜰 어디나 내려다 보며 그 아웃사이더에게 총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붕 위로 올라올 수 없는 그놈은 꼼짝 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그 집 뒤인 동쪽으로 20 미터쯤 되는 곳에 빨간 녹이 슨 지붕의 자그마한 헛간이 있었다. 그 집 주위에는 경작지가 없었다. 그런 것으로 보아 원 주인이 말이나 닭들을 키우기 위해서 그 헛간을 세운 것이 분명했다. 트라비스와 노라는 그것을 차고로 이용했다. 고속 도로에서 그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비포장 길로 한 20미터 정도 되었고 그 길이 바로 그 헛간의 두 짝 문으로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웃사이더가 여기에 도착하게 되면 숲이 아니면 그 헛간 지붕 위에서 그 집을 살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놈은 그들이 픽업이나 도요타를 타러 올 때 급습할 생각으로 그 안에서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먼저 이 편에서 그 헛간 안에 급습할 장치들을 몇 가지 해 놓았다. 가장 가까운 이웃들도 북쪽으로 4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그나마 나무들과 떡갈나무 덤불들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 한번 만난 적밖에 없었다. 좀더 가까이에 있는 고속 도로는 그 아웃사이더가 습격할 가능성이 많은 밤에는 통행량이 많지 않을 것이다. 혹 그놈과 싸울 때 총을 많이 쏘게 될지라도 총성이 숲과 텅 빈 언덕들을 거치면서 메아리치고 또 치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웃이나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 등 어느 누가 그 소리를 듣는다 할지라도 그게 어디에서 났는지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는 누군가가 그 소리를 듣고 찾아 오기 전에 그 짐승을 죽여서 묻어 버려야만 했다. 지금은 아웃사이더보다 노라가 더 걱정이 되었다. 트라비스는 뒷편 현관 계단을 올라와 뒷문에 걸린 두 개의 빗장을 풀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인스타인은 그의 뒤를 바싹 붙어다녔다. 부엌은 식당으로도 쓸 만큼 넓었지만 또한 아늑했다. 참나무 벽, 멕시코식 타일 바닥, 베이지색 타일의 싱크 다이, 참나무 캐비닛, 수직물 느낌을 주는 천장, 최고급 부엌 기구들 등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고 육중한 테이블과 안락한 네 개의 의자 그리고 돌 벽난로 등이 있어서 부엌을 그 집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다섯 개의 다른 룸이 있었다. 일층 앞 쪽에 아주 커다란 거실과 서재, 그리고 이층에 3개의 침실, 거기에다 아래층과 위층에 각각 욕실 하나씩이 있었다. 그 침실 중에 하나는 안방으로 그들 둘이 썼고 또 하나는 노라의 스튜디오로 사용했다. 노라는 이 곳으로 이사온 이후로 조금씩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부엌 불을 켰다. 이 집이 외지긴 했지만 사실 고속도로에서 20미터밖에 안 떨어져 었었고 고속 도로에서 들어오는 진입로인 흙길 양편으론 전봇대가 나란히 쭉 세워져 있었다. "난 맥주를 마실 거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넌 뭘 원하니?" 아인스타인이 물 접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더니 그것을 물고 마루를 가로질러 싱크대로 달음질쳤다. 그들은 산타 바바라에서 도주한 후로 이렇게 빨리 이런 집을 구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특히 그들이 가리슨 딜워스에게 전화하고나서 트라비스의 은행 구좌가 동결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욱 그랬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수표로 2만 달러를 받았다. 가리슨은 계획대로 트라비스와 노라의 은행 잔고를 8장의 자기앞 수표로 바꾸어 그것을 마린 카운티 모텔의 사무엘 스펜서 하야트씨 앞으로 주소를 적어 트라비스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 모텔은 트라비스가 하야트라는 이름으로 근 일 주일간 묵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또 노라의 집을 십만 단위의 근사한 가격으로 팔았다고 말하면서 다시 이틀 후에 바로 그 모텔로 또 다른 수표 뭉치를 보내왔었다. 노라는 공중 전화로 그와 통화를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집을 팔았다 해도 매수인이 그렇게 빨리 돈을 지불하고 거래를 완결지을 수는 없었을 텐데요." "물론이요." 가리슨이 인정했다. "거래가 끝나려면 한 달은 걸려요. 하지만 지금 당신들은 현금이 필요할 것 아니오? 그래서 내가 우선 내 돈으로 그것을 보낸 거요." 그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북쪽으로 약 50킬로 정도 떨어진 카르멜市의 한 은행에 두 개의 통장으로 구좌를 개설했다. 그들은 새로 픽업을 샀고 가리슨의 메르세데스는 북쪽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가지고 가 거기다 놔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남쪽으로 향해 카르멜市를 지나 그 해안선을 따라 오다가 빅서 지역에서 집을 구해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집을 발견했을 때 집 값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었다. 빌리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은행융자로 사기보다는 일시불 현금으로 사는 것이 또 좋았다. 대답해야 할 질문들이 되도록 적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라비스는 자신들의 신분증에 하자가 없다는 것은 확신했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하기 전에 반 디네가 만들어 준 서류의 질을 테스트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집을 하나 사고나면 그들은 더욱 존경받을 수 있게 된다. 집을 샀다는 것은 그들의 신분에 상당한 의미를 더해 주었던 것이다. 트라비스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천천히 오래도륵 마시고는 아인스타인의 접시에 물을 채워주었다. 그 사이에 개는 식료품 저장실로 걸어들어갔다. 언제나처럼 그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그래서 그 개는 언제라도 그것을 열 수 있었다. 개는 트라비스가 저장실 문 바로 안쪽에 장치해 준 페달에 한 발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안의 전등이 켜졌다. 통조림과과 병류의 물건들이 올려져 있는 선반과 더불어 그 커다란 식품 저장실에는 트라비스와 노라가 그 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만든 복잡한 장치가 있었다. 그것은 뒷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장치는 28개의 투명 합성 수지로 된 사방 25센티 짜리 네모 난 관들이 나무 틀에 나란히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 관들의 길이는 45센티 높이로 위는 열려 있고 아래는 페달을 밟으면 열리는 벧브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는 처음 26개의 관에는 여러 개의 단어 맞추기 게임기에서 모은 철자 조각들을 같은 것끼리 모아서 쌓아놓았다. 그래서 아인스타인은 긴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철자들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각 관 앞에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철자들의 이름이 A,B,C,D...... 라고 손으로 적혀 있었다. 나머지 두 개의 관에는 콤마나 따옴표, 물음표 등을 새겨 놓은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마침표는 문맥으로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생략하기로 했다.) 아인스타인은 페달을 밟음으로써 관에서 철자들을 나오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코를 이용해서 저장실 바닥에다 그 철자 조각들을 맞추어 단어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 장치를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그 안에 두기로 했다. 그러면 불시에 방문할지도 모를 이웃들에게 그것을 설명해야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인스타인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철자 조각을 꺼내 서로 연결해 단어를 만드는 동안 트라비스는 자신의 맥주와 그 개의 물 접시를 앞 현관 베란다로 가지고 나갔다. 그들은 거기에 앉아서 노라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가 식품 저장실로 갔을 때는 아인스타인이 메시지를 다 만들었다. 내가 햄버거를 좀 먹을 수 있나요? 아니면 소시지 3개는 어떤가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난 노라가 집에 오면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해. 너도 기다렸다가 우리와 함께 먹지 않겠니?" 세궁개가 자신의 입을 핥으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사용했던 철자들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그들 중 몇 개를 치우고 그 나머지 철자와 그리고 관에서 몇 개 더 꺼내 단어를 만들었다. 오케이. 하지만 난 배가 고파요. "죽지는 않을 거야." 트라비스가 그에게 말했다. 그는 철자 조각들을 모아서 철자대로 분류해 제 관에 집어넣었다. 그는 뒷문에 세워져 있는 권총 모양의 손잡이가 있는 엽총을 앞 현관 베란다로 가지고 나와 그것을 흔들 의자 옆에 두었다. 아인스타인이 저장실 불을 끄고 따라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의자에 아인스타인은 나무로 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새들이 온화한 10월의 하늘 아래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맥주를 조금씩 마셨고 아인스타인은 이따금씩 물을 핥아먹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진입로인 흙길을 내려다 보기도 하다가 나무들을 보기도 하고 또 보이지도 않는 고속 도로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노라가 몰고 간 도요다 그로브 박스에는 38구경 권총이 들어 있다. 그들이 마린 가운티 모텔을 떠나고 난 뒤 수주 동안에 그녀는 트라비스의 도움으로 운전을 배웠고 또 38구경 권총에도 능숙해졌고 또한 완전 자동 권총과 엽총에도 익숙해졌다. 오늘 그녀는 단지 38구경 권총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카르멜에 다녀오는 데는 안전할 것이다. 게다가 그 아웃사이더가 아인스타인이 알아채지 못한 가운데 이 지역에 잠입해 들어왔다고 해도 그놈은 노라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놈은 그 개를 원했다. 그러니 그녀는 절대 안전했다. 그러나 그녀가 어디 있을까? 트라비스는 그녀와 함께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의존과 두려움으로 30년을 보내온 그녀에겐 카르멜로 혼자 여행하는 것은 그녀의 새로운 힘과, 독립성, 그리고 자신감 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녀는 그가 함께 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 노라가 올 시간에서 30분이 지난 1시 30분, 트라비스는 속이 메스껍고 뒤틀리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인스타인은 제자리를 걷기 시작했다. 5분 뒤 사냥개가 먼저 간선 도로에서 자동차가 진입로 입구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개는 옆에 있는 현관 계단으로 뛰어내려가 흙길 가장자리에 섰다. 트라비스는 자신이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것을 노라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 대한 자신의 신뢰 부족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그는 한 손에 맥주 한 병을 들고 그대로 흔들 의자에 앉아 있었다. 파란색 도요다가 나타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집을 지나치면서 경적을 울렸다. 트라비스는 마치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그 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아인스타인이 그녀를 맞으러 차고로 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그들 둘이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청바지에 노랗고 하얀 체크무늬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트라비스에게는 그녀가 가운과 보석으로 장식한 공주를 틈에 섞여 왈츠를 추어도 될 정도로 근사해 보였다. 그녀가 그에게로 와서 몸을 구부려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이 따뜻했다. 그녀가 말했다. "나 많이 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가고 나니 태양도 없고 새들의 지저귐도 없고 즐거움도 없었소." 그는 그것을 장난기 있게 말하려고 했으나 실제론 진지한 음성으로 나왔다. 아인스타인이 그녀에게 몸을 비비며 그녀의 관심을 얻기 위해 끙끙거렸다. 그리고는 그녀를 올려다 보며 조용히 으르렁거렸다. 마치 '괜찮아요?'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가 옳아."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릴 계속 긴장하게 만들지 말아요." "전......"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 당신이......" 트라비스가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씩 웃었다. "......지쳤다구요." "아이구......" 트라비스가 말했다. "임신이에요. 아이를 가졌어요. 엄마가 되는 거지요." 그는 일어나서 팔을 벌리고 그녀를 꼭 껴안고는 키스를 하며 말했다. "웨인골드 박사는 실수가 없는 분이야."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그분은 훌륭한 의사예요." 그러자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분이 출산이 언제인지 말했겠지."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6월 말경엔 아이를 볼 수 있어요." 그러자 트라비스가 멍청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는 6월달에?"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난 1년 더 아이를 배고 있을 생각이 없어요." 그러자 마침내 아인스타인이 마구 그녀에게 코를 문지르며 자신의 기쁨을 표현했다. "내가 축하하기 위해서 차가운 샴페인 한 병을 사왔어요." 그녀가 종이 봉지를 그의 손에 건네 주며 말했다. 부엌에 가서 그가 그 봉지에서 병을 꺼내고서야 그것이 알콜이 없는 사과 향기 나는 거품 사이다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말했다. "이런 일은 최고급 샴페인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 아니오?" 찬장에서 그라스를 꺼내며 그녀가 말했다. "난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겁쟁이일지 몰라요. 하지만 난 위험은 무릅쓰고 싶지 않아요, 트라비스. 난 내가 아이를 가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것을 감히 꿈도 꾼 적이 없어요. 그리고 지금도 난 내가 아이를 가질 운명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또 내가 조심하지 않거나 정말 모든 것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빼앗길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마저 들어요. 그래서 난 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술은 마시지 않을래요. 난 빨간 고기도 너무 많이 먹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채소를 많이 먹을 거구요. 난 담배는 피운 적이 없어요. 그러니 그것은 걱정거리가 아셰요. 그리고 난 웨인골드 박사가 말한 대로 정확하게 그 몸무게를 유지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운동도 할래요. 그러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이를 가질 거예요." "물론 그럴 거요." 사과향 거품 사이다를 그들의 와인 그라스에 채우고 아인스타인을 위해 접시에도 약간 따르고는 말했다. "아무 것도 잘못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물론이오." 그가 말했다. 그들은 아기를 위해 건배했다. 그리고 훌륭한 대부요, 아저씨요, 할아버지요, 털 많은 보호 천사가 될 아인스타인도 건배했다. 아무도 아웃사이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날 밤 늦게 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난 후 서로 그냥 껴안고 있으면서 서로의 가슴이 함께 고동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두운 침대 위에 있다가 그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어쩌면 앞으로 닥칠지 모를 일을 생각하면 우린 지금 아이를 가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쉬!"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린 이 아이를 계획하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 우린 가지지 않으려고 조심했죠. 하지만 아무튼 생겼어요. 우리가 아주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겼다는 것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지 않으세요? 내가 전에는 아이를 가질 운명이 아니었다고 말했는지 몰라도 그것은 옛날의 노라가 한 말일뿐이에요. 우린 아이를 가질 운명이고 또 그건 우리에게 위대한 선물이라는 것이 새로운 노라의 생각이에요. 마치 아인스타인처럼 말예요." "하지만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하면......" "그건 문제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우린 그놈을 처리할 거예요. 우린 아무 일 없이 그 일을 해낼 거예요. 우린 준비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그 땐 우린 아기를 가질 것이고 정말 함께 우리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예요. 사랑해요, 트라비스." "사랑해." 그가 말했다. "정말이오. 사랑하오." 그는 지금 그녀의 모습이 봄에 산타 바바라에서 만났던 그 겁 많던 여인에서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실감했다. 바로 지금 그녀는 강하고 의지가 굳은 여인이었다. 그래서 이젠 오히려 그의 두려움을 진정시켜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또한 그를 진정시키는 일을 아주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그는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그는 아기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는 어둠 속에서 얼굴을 그녀의 목에 파묻고 미소 지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셋을 운명에 맡기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좋은 기분이었다. 노라가 그의 두려움을 진정시켜 주었던 것이다. 2 빈스 나스코는 한 백 년은 규칙적으로 윤을 낸 후에야 생길 수 있는 광택으로 번쩍거리는 정교한 무늬의 이탈리아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소파 하나와 또 똑같이 우아한 의자가 두 개 더 있었으며 낮은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가죽 제본의 전집들로 가득 찬 책장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책들이 한 번도 읽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서재의 주인인 마리오 타트라그나가 한때 자부심을 가지고 그 책들을 가리키며 한 말이 있어서다.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비싼 책들이야. 그리고 저것들은 한 번도 읽힌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책이 만들어진 때와 똑같이 훌륭한 상태야. 한번도 안 읽었어. 한번도 말이야." 그의 앞에는 마리오 타트라그나의 거대한 책상이 놓여 있었고 마리오는 거기에 앉아서 자신의 지부장들로부터 받은 수입 보고서들을 검토하며 새로운 사업들에 관해 메모들을 적어 주었고 또 죽일사람들을 명령했던 것이다. 그 대부가 지금 자신의 가죽 의자에 넘쳐날 듯 앉아서 그 책상 앞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마치 동맥경색과 심장 마비로 죽은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빈스의 요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크루 드라이버"라는 별명의 마리오 테트라그나는 그의 직계 혈족에게는 훌륭한 가장이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약 거래, 도박, 매춘, 고리 대금업, 포르노, 기타 다른 조직 범죄 행위들을 통제하는 보다 큰 테트라그나家에선 가장 두려운 대부였다. 그는 168센티의 키에 130키로의 덩치로 마치 꽉찬 소시지 같은 모습이었으며 얼굴은 부드럽고 번질거렸다. 이렇게 똥똥한 기인이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사실 테트라그나는 한때 젊었었다. 그러나 그때도 그는 땅달막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평생 비대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의 땅달막하고 뭉뚝한 손가락들은 빈스에게는 어린 아이 손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손은 그 집안의 제국을 지배하는 손이었다. 하지만 마리오 테트라그나의 눈을 들여다 보고는 빈스는 금방 그 대부의 키와 또 겉으로 드러난 그 모든 약점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눈은 광택이 없고 차갑고 냉혹하고 또 경계심 많은 파충류의 눈이었다. 만일 조심하지 않는다면, 만일 그를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는 그 눈으로 최면을 걸어 마치 뱀이 최면 걸린 생쥐를 잡듯 잡아챈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눌러 질식시킨 후 삼켜 소화시켜 버릴 것이다. 빈스는 테트라그나를 존경했다. 그는 이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그 대부도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운명을 지배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불사성(不死性)을 말하지 않는 자제력을 키웠던 것이다. 과거에 그런 말을 해서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테트라그나 대부가 그 파충류 눈을 열고는 말했다. "자네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구. 자네는 한 남자를 찾고 있다. 이것은 집안 일이 아니다. 그건 개인적인 원한 관계다. 이런 거지?" "그렇습니다." 빈스가 말했다. "자네는 이 사람이 돈을 주고 위조 서류를 만들어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고 믿는구만. 그가 어느 집안의 일원이 아닌데도 그런 서류들을 입수하는 법을 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의 배경으로는...... 그는 알 겁니다." "그리고 자네는 그가 로스앤젤레스나 이곳에서 이 서류들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군." 대부 테트라그나가 그 부드러운 손으로 창문을 향해 샌프란시스코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빈스가 말했다. "8월 25일 그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해서 어느 곳으로 가든 비행기는 탈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로 산타 바바라로부터 도주했습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신분증을 구하려고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엔 전 그가 남쪽으로 가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위조 신분증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그곳이 가장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L. A., 오렌지 카운티, 심지어 샌디에고 등에 있는 모든 전문가들을 다 만나 얘기해보는 데 족히 두 달도 넘게 허비했지요. 이 사람이 질 높은 위조 신분증을 구하러 갈 만한 전문가들에겐 다 가보았지요. 하지만 그들에게 찾아오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가 산타 바바라에서 남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북쪽으로 갔을 거예요. 그리고 북쪽에서 그가 원하는 높은 질의 서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우리 도시라 이 말이지." 대부 테트라그나가 다시 창문을 향해 인구가 많은 아래 지역을 가리키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빈스는 그 대부가 자신의 사랑하는 샌프란시스코를 보고 정감 있게 미소 짓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정감 있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탐욕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대부 테트라그나가 말했다. "자네는 위조 서류들을 취급하기 위해 내 허가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군." "이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들은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을 걸세." "예,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몇 가지는 기억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기억하지 않아야 할 직업에 종사하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잊지 못합니다. 테트라그나님, 아무리 열심히 잊으려고 해도 정말 잊혀지지 않지요." "하긴 그렇소. 그러면 자네가 찾고 있는 사람이 다른 어느 집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맹세하겠나?" "맹세합니다." "이 집행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집안까지 추적되어서는 안 돼네." "맹세합니다." 대부 테트라그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유머가 없는 미소였다. 그는 빈스가 본 살찐 사람들 중에 제일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자네 아버지가 자기쪽 사람이 아닌 스웨덴의 한 아가씨와 결혼했을 때는 자네 아버지 집안이 절망했지. 그래서 최악의 경우도 생각했었지. 하지만 자네 어머니는 훌륭한 아내였어. 묻지도 않았고 순종적이었지. 그리고는 자네를 낳았네. 가장 잘 생긴 아들을 말일세. 하지만 자네는 잘 생긴 것 이상이야. 자넨 훌륭한 투사야, 빈센트. 자넨 뉴욕, 뉴저지, 그리고 시카코 집안들의 일들을 아주 깨끗하고 시원하게 처리했지. 그리고 이쪽 해안에서도 우릴 위해 아주 잘 해주었지. 얼마 전만 해도 자네는 나를 위해 판탄그라라는 바퀴벌레를 없애 버리는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주었지." "당신께서 그것에 대해 저에게 아주 후하게 지불해 주셨지요, 테트라그나님." 그 스크루 드라이버는 사양하면서 한 손을 흔들었다. "우린 다 우리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았네. 하지만 우린 여기서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닐세. 자네의 충성과 훌륭한 일 솜씨들을 발휘한 그 세월들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네. 그래서 난 자네에게 적어도 이 한 번의 부탁을 들어줄 빚은 지고 있는 셈이지." "고맙습니다. 테트라그나님." "자넨 이 도시에서 그런 서류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받게 될 걸세. 그리고 내가 미리 그들에게 자네가 찾아갈 것이라고 얘기해 놓겠네. 그들은 아주 협조적일 걸세." "당신께서 그렇다고 말씀이면 그런 것으로 알겠습니다." 빈스는 일어서서 머리와 어깨만으로 몸을 숙이고는 말했다. 그 대부가 그에게 앉으라고 몸짓을 했다. "하지만 자네가 이 개인적인 일에 착수하기 전에 자네가 나와 또 다른 계약을 했으면 하네. 나에게 큰 슬픔을 주고 있는 오크랜드의 한 사람이 있네. 그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아주 끈이 좋고 또 아주 경호를 잘 받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를 손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네. 그의 이름은 라몬 벧라즈퀴즈이네. 이건 어려운 일일 걸세, 빈스. 빈스는 자신의 불만과 불쾌감을 조심스럽게 감추었다. 그는 지금은 성가신 암살 건을 맡고 싶지 않았다. 그는 트라비스 코넬과 개를 추적해가는 대만 정신을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테트라그나의 계약이 제의라기보다는 요구라는 것을 알았다. 위조 서류들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그는 벧라즈퀴즈를 없애야만 했다. 그는 말했다. "당신을 괴롭히는 곤충은 어느 것이든 짓밟아 버리는 것은 제 영광입니다. 이번에는 돈을 받지 않고 하겠습니다." "오, 아니네. 난 기어이 자네에게 돈을 지불하겠네, 빈센트." 그는 가능한 한 애교있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발, 테트라그나님, 제 호의를 받아 주십시오. 그러시면 저에게는 큰 기쁨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테트라그나가 기대했던 것이지만 겉으론 그 제안을 심사숙고하는 척했다. 빈스를 도와 주는 대신 공짜 암살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 엄청난 배에 양손을 올려 놓고 토닥거렸다. "난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군.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고 싶어 한단 말이야." "운이 좋으신 게 아닙니다. 테트라그나님." 자신들의 타성적인 대화에 염증을 느끼며 빈스는 말했다. "당신께선 뿌린 것을 거두시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어떤 친절을 거두신다면 그것은 당신이 아주 널리 뿌리신 보다 큰 친절의 씨앗들 덕분입니다." 테트라그나는 밝게 미소 지으며 공짜로 벧라즈퀴즈를 없애 주겠다는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의 돼지코 콧구멍이 마치 먹기 좋은 음식의 냄새를 맡듯이 벌렁거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내게 말해 주게. 내 호기심을 채워 주기 위해서 말이네. 자네가 그를 잡으면, 그러니까 자네가 개인적인 복수심을 품은 이 사람을 붙잡으면 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머리를 날려 버리고 그의 개를 붙잡을 것이다. 빈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스크루 드라이버가 듣고 싶어하는 종류의 허튼 소리를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단골 청부 살인업자인 그에게서 제일 듣고 싶어하는 그런 말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테트라그나님, 전 그놈의 불알을 잘라버리고, 귀를 잘라 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놈의 혀도 뽑아 버릴 겁니다. 그리고나서야 아이스 곡괭이로 그놈의 가슴을 찍어 그놈 시계를 멈추게 할 겁니다." 그 뚱뚱한 사람의 눈이 인정한다는 듯 번쩍거렸다. 그의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3 추수 감사절까지 그 괴물 아웃사이더는 빅서의 그 이층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매일 밤, 트라비스와 노라는 유리창 안쪽으로 덧문들을 잡궜다. 그들은 문들도 완전히 빗장으로 채웠다. 그리고는 2층으로 돌아와서 침대 밑에는 엽총을, 옆 탁자에는 권총을 놓고 잤다. 이따금 자정 이후 깊은 밤 시간 그들은 뜰에서나 베란다 지붕 위에서의 이상한 소리에 깨곤 했다. 아인스타인은 이 창문 저 창문을 왔다갔다하며 다급하게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항상 그는 두려워할 게 없다고 신호했었다. 트라비스가 나서서 좀더 조사해보면 대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너구리나 기타 다른 숲 짐승이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트라비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잘 추수 감사절을 즐겼던 것이다. 그와 노라는 단지 그들 셋만을 위해 정성스럽게 전통적인 요리를 준비했다. 밤으로 드레싱하는 구운 칠면조, 대합 조개 카세롤, 윤낸 당근, 삶은 콩, 후추 뿌린 양배추 샐러드, 롤빵, 그리고 호박 파이 등이었다. 아인스타인은 보통 개보다 훨씬 더 정교한 미각을 키워 왔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다 시식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개였다. 그리고 단 한 가지 그가 아주 싫어했던 것은 데운 후추 뿌린 양배추 셀러드였지만 칠면조는 아주 좋아했다. 그날 오후 그는 많은 시간 칠면조 다리를 물어뜯으며 보냈다. 몇 주 동안 아인스타인이 대부분의 개들처럼 종종 뒷뜰로 나가 잔디를 조금씩 뜯어 먹곤 했다. 그러다 가끔 목에 걸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추수 감사절에도 또 그렇게 했다. 그레서 트라비스가 그에게 잔디 맛이 좋느냐고 묻자 아인스타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 왜 가끔 그것을 먹으려 하지?" 그것이 필요해. "왜?" 나도 몰라. "네가 그걸 모르면 네 자신이 그걸 필요로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아? 본능인가?" 예스. "그냥 본능이야?" 캐묻지 말아요. 그날 저녁 그들 셋은 커다란 벽난로 앞 거실 바닥에서 베개들 더미 속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아인스타인의 누런 털이 벽난로 불빛에 윤기 있고 진하게 보였다. 트라비스는 한쪽 팔로 노라를 껴안고 나머지 한 손으론 그 개를 토닥거려 주며 아인스타인이 잔디를 먹는 일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자위했다. 아인스타인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인스타인이 몇 번 재채기를 했고 이따금 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추수 감사절이라고 너무 많이 놀다가 벽난로 앞의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 속에 있게 된 것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 같았다. 4 추수 감사절 후 11월 26일 금요일 화창하고 상쾌한 오후 가리슨 딜워스는 산타 바바라 항구에 정박돼 있는 그의 보트 어메이징 그레이스호에 타고 있었다. 그는 자기 일에 빠져서 부지런히 배의 물건들을 광내고 있어서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선창을 따라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이 막 자신들을 소개하려고 할 때 그가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그들이 신분증을 보여 주기도 전에 그들이 누군지 알았다. 그들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들인지를...... 하나는 줏슨이란 사람이었다. 다른 하나는 소아메스였다.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또 흥미롭기도 한 척하면서 그는 그들을 배로 올라오도록 했다. 선창에서 발을 들어 갑판으로 올라오면서 존슨이란 사람이 말했다. "당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딜워스씨." "무엇에 관해서요?" 가리슨이 하얀 천에 손을 닦으며 물었다. 존슨은 보통 덩치의 흑인으로 좀 약간 수척하고 여윈 모습이지만 당당했다. 가리슨이 말했다. "국가 안보국이라고 했던가요? 당신들 내가 KGB에 고용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요?" 존슨이 엷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 노라 데본을 위해 일해왔지요?" 그가 눈썹을 올렸다. "노라요? 정말입니까? 글쎄, 난 당신들에게 노라는 그런 일에 연루될 사람이 아님을 장담할 수 있소." "당신이 그녀의 변호사지요?" 존슨이 물었다. 가리슨이 보다 젊은 주근깨 얼굴의 사나이, 소아메스 수사관을 쳐다보며 다시 눈썹을 올리고 마치 존슨이 항상 이렇게 으스스하느냐고 물어보는 표정을 지었다. 소아메스는 자기 상사를 따라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아이구, 이 둘과 말썽이 좀 있겠구만.' 가리슨은 생각했다. 딜워스에 대한 심문에 성공하지 못하고 화가 난 렘은 크리프 소아메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 전화에 도청 장치를 할 수 있도륵 법원 명령을 받을 절차를 시작하라, 그의 사무실과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중 전화를 각각 3대씩 찾아서 역시 거기에도 도청 장치를 해놓아라, 딜 워스의 집과 사무실 전화로 하는 모든 장거리 전화들에 대해선 전화국에서 그 기록들을 구하라, 로스앤젤례스 사무국에서 추가 인원을 불러들여 앞으로 3시간 안에 딜워스를 24시간 감시하라 등등이었다. 크리프가 이 일들을 하러 떠난 동안 렘은 그 항구의 선창을 거닐었다. 그는 파도 소리와 굽이치는 바닷물의 잔잔한 전경이 정신을 깨끗하게 하고 생각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랬다. 그는 지금 아주 절실하게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개와 아웃사이더가 바노디네를 탈주하고 난 뒤로 6개월 이상이 지났다. 그리고 렘은 그들을 추적하면서 몸무게가 거의 7킬로나 줄었다. 그는 수개월 동안 잠을 제대로 자보지 못했고 음식에 별 식욕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그의 성 생활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너무 열심히 애쓰고 있으니 조심하라.' 그가 혼잣말읕 했다. '그것은 우울증을 만든다.' 하지만 그와 같은 훈계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의 심적 상태는 여전히 콘크리트가 가득 찬 파이프처럼 꽉 막혀 있었다. 호크니가 살해된 날 학교 공원 부지에서 코넬의 트레일러를 발견하고난 후로 3개월만에 렘은 코넬과 그 여인이 그날 밤 베가스, 태호 호수, 그리고 몬테리 등을 거쳐 돌아오던 길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트레일러와 픽업 트럭에서 베가스의 나이트 클럽 테이블 카드들과 호텔 메모지, 종이 성냥들, 그리고 주유소 신용 카드 영수증 등이 발견되었고 그것들은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머문 곳들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다. 그 여인의 신원은 알아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렘은 그녀가 걸 프랜드일 뿐 그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물론 그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했었을 것이다. 그러다 며칠 전에 그의 수사관 중 하나가 결혼하기 위해서 베가스로 갔을 때서야 마침내 코넬이 바로 결혼 목적으로 베가스로 갔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들의 여행도 신혼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몇 시간만에 그는 코넬이 실제로 11월 11일 네바다의 크락 가운티에서 산타 바바라의 노라 데본과 결혼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여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그녀의 집이 6주 전 그녀가 코넬과 사라지고 난 후 팔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거래 내역을 살피는 과정에서 그는 그녀의 변호사 가리슨 딜워스가 그녀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코넬의 자산을 동결함으로써 렘은 그 남자가 도주 생활을 계속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딜워스가 코넬의 은행 구좌에서 2만 달러를 빼돌리도록 도와 준 사실을 알아 냈다. 그리고 어떻게인지 모르지만 그 여자 집을 판 돈도 전부 그녀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더군다나 그녀는 딜워스를 통해서 4주 전에 자신의 지방 은행 구좌를 폐쇄해버렸다. 그리고 그 구좌 돈 또한 그녀의 손에 다 들어갔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그 개는 이제 수년 동안은 몰래 숨어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을 게다. 선창에 서서 렘은 태양이 번쩍이는 바다를 응시했다. 바닷물이 철썩철썩 리듬 있게 방파제를 치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그에게 혐오감을 일게 했다. 그는 하늘 높이 날며 끼악거리는 바다 갈매기들을 올려다 보았다. 그 우아한 비행에 마음이 가라앉기는 커녕 더욱 초조해져 갔다. 가리슨 딜워스는 지성적이고 영리하고 또 타고난 투사였다. 그 변호사는 자기와 코넬 부부가 서로 연관된 마당에 트라비스 코넬의 자산 동결을 풀기 위해 국가 안보국을 법정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당신들은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떤 죄명으로도 기소하지 않았소." 딜워스가 말했었다. "도대체 어떤 판사가 코넬씨의 자산을 동결할 권한을 부여했소? 한 무고한 시민을 족쇄 채우기 위해 마음대로 당신네들이 법률을 조작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오." 렘은 트라비스와 노라 코넬에 대해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법률을 어긴 것으로 기소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딜워스가 게속 그 도망자들에게 지원해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소를 하면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면 코넬의 애완용 표범에 대한 엉뚱한 이야기는 천둥 번개 앞의 종이 집과 같이 무너져 버릴지 모른다. 그리고 국가 안보국의 총체적인 은폐 작업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딜워스가 그 도망자들에게 그들의 관계가 이제 마침내 드러났으니 앞으로는 서로의 교신에 훨씬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기 위해 트라비스에게 전화 걸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렘은 그들의 전화 번호를 통해서 코넬 부부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다. 그는 모든 일들이 그렇게 쉽게 해결되리라는 희망은 크게 가지지 않았다. 딜워스는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산타 바바라의 요트 항구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렘은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이 그 늙은 변호사의 생각을 앞서기 위해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맑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돛이 접혀 있거나 아예 걷어진 채 선창에 정박돼 있는 수백 척의 유람 보트들이 굽이치는 조류에 조용히 까닥까닥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돛이 내려진 다른 보트들은 앞이 확 트인 바다를 향해 고요히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갑판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마치 이불을 누비는 바늘같이 파랗고 하얀 하늘을 질주하며 날아다녔다. 그리고 방파제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 장면은 아프도록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여유의 이미지였다. 렘 존슨은 동화될 수 없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여유였다. 렘에겐 너무 많은 여유는 이 차갑고 험한 삶의 현실로부터, 이 치열한 경쟁의 세계로부터 이탈되는 위험스러운 외도였다. 그래서 어느 여가 활동이든 몇 시간 이상 지속되면 그는 곧 초조해지고 조바심이 나서 바로 다시 일터로 복귀해 버린다. 그런데 여기엔 며칠씩, 아니 몇 주일씩 즐기는 여가가 있었다. 여기에 이 비싸고 또 근사하게 만들어진 보트를 타고 한 달씩 해안선을 따라 항해를 즐기는 여가가 있었다. 갑자기 렘이 땀이 나고 소리 치고 싶어질 정도로 너무나 많은 여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한 아웃사이더라는 걱정거리도 가지고 있었다. 8월 말 트라비스 코넬이 자신의 전셋집에서 그놈에게 총을 쏜 날 이후로 그 놈의 흔적이 없었다. 벌써 3개월 전 일이다. 그 3개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여전히 그 개를 쫓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어쩌면 저 들판 밖에서 방울뱀에게 물렸을지 모른다. 아니면 낭떠러지에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제발, 좀 죽어라. 제발, 내게 휴가를 좀 주라. 렘은 생각했다. 좀 죽어라. 그러나 그는 그 아웃사이더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어떠한 것도 그렇게 쉽지 않다. 그 망할 것이 지금 그 개를 추적하며 저기 밖에 있을 것이다. 그놈은 마주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그놈이 사람을 죽일 때마다 렘과 그 부하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것을 깨달았거나 아니면 그 개를 죽이기 전에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싶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그 짐승이 그 개와 코넬 부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면 그놈은 또 한번 더 마구 잡이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을 터뜨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렘 존슨의 양심은 무겁게 짓눌릴 것이 틀림없다. 한편 바노디네 과학자들의 살해 사건 수사도 오리무중이었다. 그 제2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소련인들이 그 암살 건에 외부 사람들을 고용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소련인들이 누구를 불러들였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하얀 반바지에 캐주얼한 셔츠 차림으로 얼굴이 아주 진하게 탄 사나이가 렘 곁을 지나며 말했다. "날씨가 좋지요?" "너무 좋군요." 렘이 말했다. 5 추수 감사절 다음 날 트라비스는 우유 한 잔을 마시러 부엌에 들어갔다가 아인스타인이 한바탕 재채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냥개의 건강에 관해선 트라비스보다 훨씬 더 민감한 노라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꽃가루가 봄과 가을에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온화한 날씨로 인해 1년 내내 꽃들이 피고 지기 때문에 어느 계절이든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때가 없었다. 숲 속에 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더욱 심했다. 그날 밤 트라비스는 확인할 수 없는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즉시 경게심이 생겨서 잠이 싹 달아나 버렸고 그는 어둠 속에서 앉아 침대 옆 마루 바닥에 있는 엽총으로 손을 내밀었다. 엽총을 쥐면서도 그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다시 그 소리가 났다. 2층 복도에서였다. 그는 노라를 깨우지 않고 침대에서 살그머니 빠져 나와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갔다. 그 집의 다른 모든 곳들과 마찬가지로 그 복도도 낮은 촉수의 야간 등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희미한 빛 가운데 트라비스는 그 소리가 그 개에게서 나는 것을 알았다. 아인스타인이 계단 머리 가까이에 서서 기침을 하며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그에게로 가자 그 사냥개가 올려다 보았다. "괜찮니?" 재빠르게 꼬리를 흔들었다. 예스. 그는 몸을 구부리고 개의 털을 헝클어뜨렸다. "정말이야?" 예스. 잠시 동안 개는 그에게 몸을 기대고 누르며 토닥거려 주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는 트라비스에게서 빠져 나와 두어 번 다시 기침을 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트라비스가 따라갔다. 부엌에서 아인스타인이 접시에 있는 물을 소리내 먹는 것을 보았다. 접시의 물을 다 먹고는 그 사냥개는 저장실로 들어가 전등을 켜고는 투명 수지 관에서 철자 조각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갈증. "너 정말 괜찮은 거니?" 좋아요. 그냥 갈증이 나요. 악몽 때문에 깨었어요. 놀라서 트라비스가 말했다. "네가 꿈을 꾸어?" 그럼 당신은 안 꾸나요? "아니, 너무나 많이 꾸어." 그는 그 사냥개의 물 접시에 다시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러자 아인스타인이 그것을 다시 다 마셨다. 그래서 트라비스는 또 다시 물을 채워 주었다. 그제서야 그 개가 만족해했다. 트라비스는 그 개가 밖으로 나가 오줌을 싸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개는 대신 2층으로 올라가더니 아직도 노라가 자고 있는 침실 문 옆 복도에 앉았다. 트라비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봐, 네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 곁에서 자고 싶다면 들어와, 괜찮아." 그것이 아인스타인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는 트라비스가 있는 쪽의 침대 곁 바닥에 웅크렸다. 어둠 속에서 트라비스는 손을 뻗어 쉽게 엽총과 아인스타인을 만질 수 있었다. 그는 총보다도 아인스타인이 있다는 것이 더 크게 안심이 되었다. 6 추수 감사절이 지난 뒤 이틀 후 토요일 오후 가리슨 딜워스는 자신의 메르세데스를 몰고 천천히 그의 집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두 블럭쯤 갔을 때 그는 국가 안보국이 여전히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초록색 포드였다. 아마도 어제 저녁에 자신을 쫓아다녔던 바로 그 자들일 것이다. 그들은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중했다. 그러나 그는 장님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노라와 트라비스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미행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전화도 역시 도청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공중 전화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 안보국측이 지향성 마이크나 기타 어떤 하이 테크 장치로 전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또 트라비스 코넬의 전화 번호 버튼을 눌러 입력할 때 그 음색들을 어떻게 녹음할 수 있다면 그들은 그 음색들을 숫자로 전환시켜 빅서까지 그 번호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트라비스나 노라와 안전하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속임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트라비스나 노라가 그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지금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트라비스가 전화를 걸어오게 되면 오늘날의 기술로는 가리슨이 미처 이 전화가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해 주기도 전에 국가 안보국은 그 전화가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해낼 수 있다. 그래서 그 초록색 포드를 뒤에 달고 토요일 오후 2시에 그는 델라 콜비와 함께 태양이 내리쬐는 나른한 오후 동안 자신의 보트인 어메이징 그레이스호를 타러 가기 위해 몬태시토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적어도 그것이 그가 전화로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델라는 잭 콜비 판사의 미망인이었다. 그녀 부부는 20년 동안 가리슨과 프란신 부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다. 둘의 죽음으로 그 4인조가 깨지기 전에는 말이다. 잭은 프란신이 죽은 뒤 1년 후에 죽었다. 델라와 가리슨은 여전히 아주 가깝게 지냈다. 그들은 자주 밖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고 또 함께 춤을 추고 산보를 하고 항해를 하러 나갔다. 처음에 그들의 관계는 아주 엄격하게 플라토닉 했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가장 사랑했던 그 모든 이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행운을 함께 가진 오랜 친구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왔고 또 함께 추억에 잠길 사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되면 잊혀지게 될 추억들을 너무나 많이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했다. 1년 전 그들이 갑자기 함께 침대에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은 놀라기도 했고 또 죄의식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잭과 프란신이 수년 전에 죽었지만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배우자들을 배신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제 그 죄의식은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교제와 또 늦은 만추의 세월을 예기치 않게 밝게 해주었던 그 조용히 타오르는 열정에 감사했다. 그가 델라의 집 진입로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집 밖으로 나와서 현관문을 잠그고는 급하게 그의 차로 왔다. 그녀는 보트용 신발에 하얀 슬랙스 바지, 검고 하얀 줄이 있는 스웨터, 그리고 청색 재킷 차림이었다. 그녀는 69세의 나이에 짧은 머리가 눈처럼 하자햐지만 한 15년은 젊어보였다. 그는 메르세데스에서 내려서 그녀를 껴안고는 키스를 하며 말했다. "우리 당신 차로 갈 수 있겠지?"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당신 차에 문제가 생겼어요?" "아니오." 그가 말했다. "그냥 당신 차를 타고 싶어서요." "좋아요." 그녀는 차고에서 자신의 캐딜락을 몰고 나왔다. 그리고 그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거리로 차를 몰고 나올 때 그가 말했다. "내 차가 도청될 거란 생각이 들었소. 난 그 사람들이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을 엿듣는 걸 원치 않아요." 그녀는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오. 난 하룻밤 사이에 노망이 든 게 아니오. 운전하면서 계속 백 미러를 보면 우리가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요. 그들은 아주 능숙하고 아주 섬세해요. 하지만 우리 눈에 안뛸 수는 없지." 그는 그녀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몇 블럭 더 가서는 델라가 말했다. "초록색 포드군요, 그렇지요?" "바로 그들이요." "무슨 일에 말려들었어요?" "곧바로 항구로 가지 말아요. 청과물 시장으로 가요. 거기서 신선한 과일을 좀 삽시다. 그리고는 술 가게로 가서는 와인을 사야겠소. 그리고나서 당신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해주리다." "당신에게 내가 생각 못했던 비밀스러운 삶이 있었나요?" 그녀가 그를 보고 씩 웃으며 물었다."당신이 늙은 제임스 본드예요?" 어제 렘 존슨은 산타 바바라 법정의 한 밀실에 임시 본부를 다시 개설했다. 그 방은 아주 좁은 창문 하나만이 나 있었다. 벽들은 어두웠고 머리 위에 있는 조명 설비는 너무 희미해서 모퉁이마다 마치 잘못 놓아둔 허수아비들 같은 그림자들이 남아 있었다. 빌려다 놓은 가구들은 다른 사무실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는 호크니 살해 사건 이후로 며칠 동안 여기에서 일했었다. 그러나 1주일 뒤 그 지역에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폐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딜워스가 그들을 트라비스에게로 인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렘은 그 갑갑한 야전 본부를 재개하고 전화 프러그도 다시 꽂고는 사태의 진전을 기다렸다. 그는 그 사무실을 아주 충실하고 또 너무나 헌신적인 25세의 부 수사관 짐 반과 함께 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크리프 소아메스는 항구에서 6명의 한 팀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그 전 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국가 안보국 요원들을 감독할 뿐만 아니라 또한 가리슨 딜워스의 움직임에 대해 항구 순찰대나 해안 경비대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감시했다. 그 기민한 늙은이는 분명히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그 노인은 휴식을 취하면서 몰래 코넬에게 전화를 할 기회를 엿보며 오랫동안 그 감시망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가리슨이 그의 꼬리를 잘라 버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다로 나가 해안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아무 해안에나 배를 대고 미행자들이 그를 다시 찾기 전에 코넬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항구를 나갈 땐 지역 순찰대가 따라온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바다 밖에서도 똑같은 목적으로 대기 중인 해안 경비대 소형 범선이 그를 따라 다닐 것이다. 3시 49분에 크리프는 렘에게 전화를 해서 딜워스가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어메이징 그레이스호 갑판에 앉아서 과일을 먹고 와인을 훌쩍거리며 끝없이 많은 추억에 대해 얘기하며 웃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가 지향성 마이크로 모을 수 있는 이야기들과 또 그 모습들로 보아서 그들은 아무 데도 갈 의향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쩌면 자러 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은 분명히 야한 노인네들인 것 같아요." "그들과 함께 있게." 렘이 말했다. "난 그를 믿지 않아." 딜워스가 떠나고 난 후 그의 집에 비밀리애 들어갔던 수색 팀으로부터 또 다른 전화가 왔다. 그들은 코넬과 그 개와 관련된 것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딜워스의 사무실은 지난 밤에 조심스럽게 수색해보았으나 거기서도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또 그의 전화 번호 기록부도 살펴보았으나 코넬의 전화 번호는 나오지 않았다. 만약 그가 전에 그들에게 전화를 했었다면 항상 공중 전화로 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의 AT&T사 전화 신용 카드 기록을 조사해보았지만 그런 전화 통화 기록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공중 전화를 사용했다면 그 비용도 자기 앞으로 계산서를 보내라고 하지 않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 코넬에게로 그 요금을 돌렸을 것이다. 그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분명히 딜워스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부터도 극히 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요일 트라비스는 그 개가 감기에 걸릴 것이 두려워서 잠시도 아인스타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냥개는 단지 한 번 재채기를 했을 뿐 전혀 기침을 하지 않았다. 그는 건강한 것 같았다. 한 화물 수송 회사가 산타 바바라에 그대로 놓고 왔던 노라의 완성된 그림들을 10개의 커다란 박스에 모두 담아 배달해주었다. 2주 전에 가리슨 딜워스가 그 수송 회사에 부탁해 발신인 주소를 한 친구의 주소로 해서 그 그림들을 그들의 새 집으로 보냈던 것이다. 노라는 그 박스를 뜯고 그림들의 포장를 벗겨 거실 한쪽에 쌓아놓으면서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트라비스는 이 작품들이 수년 동안 그녀가 마음을 의지하며 살아왔던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단순히 그녀를 아주 기쁘게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림에 대한 그녀의 열정에 불을 붙여 그 빈 방의 새 캔버스로 돌아가도록 박차를 가할 것임을 알았다. "당신, 가리슨씨에게 전화를 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소?" 그가 물었다. "그래요. 정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선 이것들을 다 풀어놓고 뭐 하나라도 손상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지요." 항구 주위에 배치되어서 요트 주인들처럼 또는 어부처럼 행세하면서 크리프 소아메스와 다른 국가 안보국 수사관들이 딜워스와 델라 콜비를 지켜보며 전자 장치로 그들의 말을 엿듣고 있는 가운데 날은 저물어갔다. 딜워스가 바다로 나가려는 아무 기미도 없는 가운데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곧바로 밤이 되었다. 그러나 그 변호사와 여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워진 뒤 30분 후 크리프 소아메스는 딜워스의 보트에서 얼마 안 떨어져 정박 중인 Gheoy Lee호 선미 부근에서 낚시를 하는 척하고 있는 것에 지루해졌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 파이롯실로 들어가 지향성 마이크로 그 노인네들의 대화를 모니터하고 있는 수사관 한크 고너에게서 헤드폰을 뺏어 자신의 귀에 대보았다. "......잭이 그 어선을 빌려던 그 아카풀코에서의 시절에 말이오." "......그래요. 모든 승무원들이 해적들같이 보였지요." "......우린 우리 목이 잘려 바다에 버려지는 줄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 때 그들이 모두 신학생들이었지요." "......선교사들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지. 그리고 잭의 말은......" 헤드폰을 돌려주며 크리프가 말했다. "여전히 옛날 이야기군." 한크 고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파이롯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그래서 한크의 모습이 해도(海圖) 위 붙박이 램프 빛만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서 그의 모습이 길고 이상해보였다. "하루 종일 저랬어요. 저 사람들은 이야기 거리가 끝이 없어요." "존에게 가보겠네." 크리프가 지쳐서 말했다. "곧 돌아오지." "원하시면 10시간 후에 와도 돼요. 저 사람들은 아무 데도 안 가요." 몇분 후 크리프가 돌아왔을 때 한크 고너가 헤드폰을 벗으며 말했다. "저들이 갑판에서 내려갔어요." "별일은 없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없어요. 저 사람들 서로 뼈들을 부딪치려는 가봐요." "오!" "아이고, 크리프, 난 이런 건 듣고 싶지 않아요." "듣고 있게." 크리프가 말했다. 한크가 이어폰 하나를 자신의 머리에 대고는 말했다. "아이고, 저 사람들 서로 옷을 벗기고 있어요. 저 사람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뻘인데요. 이것 참 곤혹스럽군." 크리프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들이 조용해요." 한크가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조금 후엔 그들이 신음하기 시작할 거예요." "계속 들어봐." 크리프가 말했다. 그는 테이블에서 얇은 저고리를 낚아채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는 선미 갑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번 더 낚싯대를 올렸다. 그 밤은 저고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했다. 하지만 더 이상 쾌적할 수가 없었다. 공기는 깨끗했고 신선했으며 또 약간 쏘는 듯한 바다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달이 없는 하늘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바닷물이 아기 얼래듯 방파제와 정박된 보트 선체들을 철썩철썩 치고 있었다. 항구에 정박된 어떤 보트에서 누군가가 40년대 러브 송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떤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부룽 부룽...... 그리고 그 소리엔 웬지 낭만적인 데가 있었다. 크리프는 보트를 한 척 갖고 남 태평양을 향해 야자수 그늘로 덮인 섬으로 긴 여행을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저속으로 돌던 그 엔진이 큰 소리를 냈다. 크리프는 그것이 어메이징 그레이스호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낚싯대를 떨어뜨리며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딜워스의 보트가 선착장에서 무모할 정도로 빠르게 후진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레저용 범선이었다. 그래서 크리프는 무의식적으로 그 보트가 돛이 접힌 채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배는 보조 엔진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에 대비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것에 놀랐다. 그는 급하게 파이롯실로 돌아갔다. "한크, 항구 순찰대를 불러. 딜워스가 움직이고 있어." "하지만 그들은 지금 침대 속에 있잖아요." "지독한 사람들이야!" 크리프는 선두 갑판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딜워스가 벌써 어메이징 그레이스호의 방향을 돌리고 항구 입구를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미에 있는 등도 켜지 않았고 조타기 부근도 불이 켜 있지 않았다. 다만 작은 전조등만이 켜져 있었다. 젠장, 그는 정말 탈출을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이 백여 개의 캔버스들 포장을 다 벗기고 몇 개는 벽에 걸고 나머지를 아직 사용하지 않는 침실로 옮겨놓자 배가 고파졌다. "가리슨씨도 지금 아마 저녁을 먹고 있을 거예요." 노라가 말했다. "난 그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 식사를 다 마친 후에 그분에게 전화하지요." 저장실에서 아인스타인이 투명 수지관들에서 철자 조각들을 꺼내 철자를 맞추며 메시지를 만들었다. 어두워요. 우선 덧문부터 닫아요. 보안에 대한 그답지 않은 부주의에 놀라 당황해서 트라비스는 황급히 방마다 다니며 안쪽 덧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노라의 그림들에 매료돼, 또 그림이 도착하자 그녀가 즐거워하는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는 밤이 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었다. 항구 입구를 향해 가는 도중에 가리슨은 그 정도 거리와 엔진의 소음이라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지향성 마이크로 엿들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는 말했다. "수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나를 북쪽 방파제 끝까지 데려다 주시오." "당신, 정말 그렇게 하려구요?" 델라가 걱정스레 말했다. "당신은 십대가 아니예요."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난 괜찮아요." "꿈꾸는 사람!" 그는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그 보트 우현 난간을 따라 천천히 나가다가 바다로 뛰어들 자리를 잡았다. 그는 검푸른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바닷물이 차가울 것이기 때문에 잠수용 고무옷을 입었어야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방파제까지 헤엄쳐 가서 그 끝 주위를 돌아 항구가 보이지 않는 북쪽까지 가야 한다. 그것도 수온 때문에 체온이 너무 많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단 몇 분만에 해내야 한다. "뒤따라 오고 있어요!" 델라가 조타기 앞에서 경고해 주었다. 그는 뒤돌아보았다. 항구 순찰 보트가 선창을 떠나서 좌현 쪽에서 그들을 향해 남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들이 우리를 멈추게 하진 못하지.' 그는 생각했다. '저들은 법적인 권리가 없어.' 그러나 그는 순찰대가 방향을 바꾸어 후미 위치로 오기 전에 난간을 넘어야 했다. 그들이 뒷 쪽 정면에 있게 되면 그가 난간을 뛰어 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좌현 쪽에 있는 한 어메이징 그레이스호 몸체가 그가 물 속에 뛰어드는 것을 가려줄 것이다. 또 그 보트 뒤에 생기는 푸른 인광을 띤 물결 때문에 그가 헤엄쳐 그 방파제 끝을 돌아가는 몇 초 동안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순찰대의 관심은 델라가 가는 쪽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델라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 속도로 배를 몰았다. 서풍으로 말미암아 물결이 불규칙하게 일고 있어서 가리슨은 난간을 꼭 붙잡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배 속도는 곤혹스러울 정도로 늦은 것 같았고 항구 순찰대는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리슨은 기다리고 기다렸다. 만약 그가 너무 일찍 뛰어든다면 그가 방파제 끝까지 가 그곳을 돌기 전에 힘이 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방파제로 헤엄쳐가 그 제방으로 올라가게 돼 뒤쫓아오는 자들이 다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순찰대가 백 미터 안으로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방향을 바꾸어 그들의 뒤 쪽 정면으로 선미를 돌리기 시작했다. 가리슨은 더 이상 오래 기다릴 수가 없었다. "뒷 쪽 정면이에요." 델라가 조타기 앞에서 소리쳤다. 그는 난간을 넘어 검은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바다는 차거웠다. 그 때문에 그는 놀라 헉 소리를 냈다. 그는 가라앉으며 물 표면을 찾지 못해 돌연 공포에 휩싸여 격렬하게 사지를 움직였다. 그러다가 물을 박차고 나와 공기를 내뱉고는 숨을 헐떡였다. 어메이징 그레이스호가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물 표면 밑에서 1분 이상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보트가 아직 그리 멀지 않은 것을 보면 단지 12초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항구 순찰대 역시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어메이징 그레이스호가 일으키는 물결로는 자신의 모습이 충분히 가려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숨을 깊게 쉬고는 물 밑으로 들어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속 헤엄으로 가기로 했다. 그가 물 위로 올라왔을 때는 델라와 미행자들은 항구 입구를 아주 지나쳐서 남쪽으로 돌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이제 안전했다. 밖으로 나가는 조류에 의해서 그는 재빠르게 북쪽 방파제 끝을 지나갔다. 그 방파제는 수면으로부터 근 6미터 높이까지 쌓인 느슨한 둥근 돌과 바위들로 된 제방으로 밤에는 회색과 검은색으로 얼룩진 성벽처럼 보였다. 그는 역류를 받으며 그 제방 끝을 헤엄쳐 돌아 육지로 나가야 했다.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자신이 왜 이것을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해했다. '자네는 71살이 다 되었어.' 그는 항해 경보등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 많은 지점을 지나 헤엄치며 자신에게 말했다. '도대체 무엇에 사로잡혀서 자네가 영웅 짓을 하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에 사로잡혔는지 알았다. 그 개는 자유로운 채 있어야 하고 그놈은 정부 재산으로 취급되면 안된다는 마음 속 깊게 자리한 신념이다. '만일 우리가 신처럼 창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면 그땐 우린 신의 정의와 자비로써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테드 호크네이가 살해되었던 날 밤 그가 노라와 트라비스에게 말했던 것이었고 그것은 한 마디 한 마디 다 진심이었다. 짠 바닷물에 눈이 쓰렸고 시야가 흐렸다. 또 입 안에는 무엇인가가 들어가 있었다. 그는 조류와 싸우며 방파제 끝을 돌았다. 이제 항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위들을 향해 헤엄쳐갔다. 마침내 제방에 이르러서 첫번째 둥근 돌을 붙잡고 숨을 헐떡이며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노라와 트라비스가 도피한 이후로 그동안 가리슨은 아인스타인에 관해서 아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지능이 있는 짐승을 아무 죄도 없이 가두는 것은 아주 불공평한 행위라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해졌다. 그것이 개든 뭐든 말이다. 가리슨은 민주주의 법으로 가능했던 정의를 추구하고 또 그 정의로부터 생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쳐왔다. 진정한 이상주의자라면 자신이 너무 늙었다고 자기가 믿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땐 더 이상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아니 더 이상 남자도 아닐지 모른다. 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냉엄한 진실이 그를 이 밤에 헤엄치도록 다그쳤던 것이다. 우스운 일이다. 그토록 긴 이상주의의 삶이 70년이 지난 뒤에야 한 마리 개의 운명을 놓고 최후의 테스트를 받아야만 하다니. 그러나 그 개가 어떤 개인가? 그리고 우린 얼마나 경이로운 새 세계에 살고 있는가? 그는 생각했다. 유전학적 기술은 "유전학적 예술"이라고 다시 명명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모든 예술 작품들이 창조 행위이고 또 어떠한 창조 행위도 지능이 있는 정신을 창조하는 것만큼 더 세련되고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한번 더 숨을 돌리고는 물에서 완전히 나와서 경사진 북쪽 방파제 측면을 기어올라왔다. 그 제방은 항구를 가리고 서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방파제를 따라 바위 틈 사이로 내륙을 향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좌쪽에선 자신이 방금 나온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펜 모양의 방수용 손전등을 수영복에 끼워 고정해 가져왔었다. 이제 그는 그것을 이용해 맨발로 굉장히 조심해가며 앞으로 나갔다. 젖은 돌에 미끄러져 다리나 발목이 깨질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수백 미터 앞에 도시 불빛들과 희미한 은빛 해안선이 보였다. 그는 추웠다. 그러나 물 속에 있을 때만큼 춥지는 않았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러나 전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성공이 눈 앞에 보였다. 렘 존슨은 법원에 있는 임서 본부에서 차를 몰고 나왔다. 크리프가 어메이징 그레이스호가 묶여 있었던 빈 보트 선착장에서 그를 맞이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선창을 따라 수백 척의 배들이 조금씩 흔들거렸다. 삐걱거러기도 했고 또 느슨한 닻 줄이 돛대에 부딪쳐 딸깍딸깍 소리를 내기도 했다. 선창의 가로등들과 부근에 있는 보트들의 랜턴들이 딜워스의 보트가 정박해 있던 검은 오일 같은 바닷물에 흔들리는 듯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항구 순찰대?" 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들이 그를 쫓아 나갔어요. 그가 북쪽으로 가려는 듯 방파제 끝 가까이 가다가 갑자기 남쪽으로 갔어요." "딜 워스가 그들을 보았나?" "그렇겠지요. 아시다시피 안개도 없고 별도 많은 아주 맑은 날인데요." "좋아. 난 그가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길 바라는 거네. 해안 경비대는?" "제가 그 소형 범선에다 얘기해놓았어요." 크리프가 그를 안심시켰다. "그들은 다 현장에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남쪽을 향하며 수백 미터 거리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호를 측면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급속히 차가워진 공기에 떨며 렘이 많했다. "그들은 그가 고무 보트나 뭐 그런 것을 이용해 해안으로 나오려고 시도할 것임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어요." 크리프가 말했다. "그들의 코 앞에서 그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경비대는 그가 자신들을 보았다는 것을 확신하나?" "그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을 켜놓고 있습니다." "좋아. 난 그가 그런 시도가 가망 없다는 것을 알길 바라고 있네. 그냥 그가 코넬 부부에게 경고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만 할 수 있다면 그땐 코넬 부부측에서 조만간에 그에게 전화를 할 거야. 그들이 그에게 공중 전화로 전화를 한다고 해도 우린 최소한 그들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는 알게 되지." 딜워스의 집과 사무실 전화들에 도청 장치를 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국측은 무슨 전화든 일단 그 전화와 통화가 되기만 하면 그 두 당사자가 전화를 끊더라도 전화를 건 자의 전화 번호와 주소가 확인될 때까지 그 전화선이 끊기지 않게 계속 그 라인을 묶어둘 수 있는 추적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비록 딜워스가 코넬 부부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순간 경고의 소리를 외치고는 전화를 끊는다 할지라도 그건 너무 늦은 일이다. 그가 국가 안보국을 따돌리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에게 오는 전화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 오는 모든 전화는 일단 여섯 번이 울리면 국가 안보국의 장치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응답되며 그 때부터 그 전화는 끊기지 않고 추적 절차를 밟게 되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를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지." 렘이 말했다. "그건 말이야, 딜워스가 우리가 감시할 수 없는 전화기로 가서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말라고 코넬 부부에게 경고하는 거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크리프가 말했다. "우리가 그를 단단히 지키고 있어요." "난 자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렘이 걱정했다. 바람이 불어와 느슨한 돛줄이 돛대를 치며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렘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지. 전혀 생각지도 않을 때 취악의 사태는 일어난다고 말이야." 크리프가 고개를 저었다.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국장님, 국장님이 아버님 얘기를 하는 걸 들으면 들을 수록 전 그분이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했던 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흔들리는 보트들과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를 돌아보면서 렘은 자신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세상 위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서 약깐 메스꺼움을 느끼면서 말했다. "음...... 내 아버진 자기 식으론 위대한 분이셨지. 하지만 그분은 또...... 못말리는 분이었어." 한크 고너가 고함쳤다. "여기요......" 그는 크리프와 함께 하루 종일 배치돼 머물러 있었던 Cheoy Lee호에서 내려 선창을 따라 달렸다. "난 경비대 범선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호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약간 겁을 주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들 말이 딜워스를 볼 수가 없대요. 단지 여자뿐이랍니다." 렘이 말했다. "하지만, 젠장, 그가 보트를 풀고 있잖아." "아닙니다." 고너가 말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호에는 등이 없지만 경비대 서치라이트가 모든 것을 다 밝혀주고 있지요. 그들 말은 그 여자가 조타기 앞에 있답니다." "괜찮아. 그는 아마 갑판 아래 있을 거야." 크리프가 말했다. "아니야." 렘이 말했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같은 때에는 갑판 아래 있지 않을 거야. 그는 계속 앞으로 갈지 아니면 돌아갈지 생각하기 위해 범선을 살피고 있어야 돼. 그는 지금 어메이징 그레이스호에 없어." "하지만 거기에 없으면 어디에 있어요? 배가 선창을 떠날 때 그는 배에서 내리지 않았어요." 렘이 수정같이 맑은 항구를 죽 내다 보며 북쪽 방파제 끝 가까이에 있는 등을 응시했다. "자네 말이 그 망할 보트가 저 북쪽 끝으로 가까이 가면서 마치 계속 북쪽으로 가는 듯 하다가 갑자기 남쪽으로 선회했다고 했지." "제기랄," 크리프가 말했다. "그곳이 그가 뛰어내린 곳이야." 렘이 말했다. "북쪽 방파제 끝 부근에서 내린 거야. 고무 보트 없이 그냥 헤엄쳐서 말이야, 젠장." "그런 일을 하기엔 너무 늙었어요." 크리프가 이견을 보였다. "절대 안 그래. 그는 분명히 북쪽 해수욕장에 있는 한 공중 전화를 찾아 갔을 거야. 우리가 그를 중단시켜야 돼. 그것도 빨리." 크리프가 양손을 모아 입에 대고 고함치며 선창을 따라 다른 보트들에 배치되어 있던 4명의 요원들을 불렀다.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가 바다 위에서 사정 없이 메아리치며 크게 울려퍼졌다. 요원들이 달려왔고 크리프의 고함 소리가 항구를 따라 사그러들 때 벌써 렘은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자동차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장 예기치 못할 때 최악의 사태는 발생한다. 트라비스가 저녁 먹은 접시들을 헹굴 때 노라가 말했다. "이것 좀 봐요." 그는 돌아서서 아인스타인의 음식과 물 접시 옆에 서 있는 그녀를 쳐다 보았다. 물은 다 없어졌다. 그러나 그의 저녁 식사는 반이나 남았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 그가 음식을 조금이라도 남기는 것을 언제 본 적이 있어요?" "한번도 없소." 얼굴을 찡그리며 트라비스는 부엌 타월로 손을 닦았다. "지난 며칠간...... 난 그가 어쩌면 감기나 뭐 그런 것에 걸린 줄로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가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더군. 그리고 오늘은 전날처럼 재채기나 기침도 하지 않았지." 그들은 거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사냥개는 그 책 넘기는 기구의 도움을 받으며 Black Beauty誌를 읽고 있었다. 그들은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그가 올려다 보았다. 노라가 말했다. "너 어디 아프니? 아인스타인." 그 사냥개가 한 번 짖었다. 아니. "정말이니?" 빠르게 한 번 꼬리를 흔들었다. 예스. "너 저녁을 다 먹지 않았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 개가 애써서 하품을 했다. 노라가 말했다. "네가 좀 피곤하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거니?" 예스. "네가 아픈 것같이 느껴지면 바로 우리에게 알려줘. 그렇게 하겠지? 이 털보야." 예스. 노라는 기어코 아인스타인의 눈과 입과 귀를 살펴보며 병에 감염된 무슨 표식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아무 것도 없네요. 그는 괜찮은 것 같아요. 내 추측인데 수퍼 개라도 어쩌다 한 번씩은 피곤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나봐요." 바람이 빠르게 불어왔다. 싸늘했다. 그렇듯 몰아치는 바람에 파도가 그날 하루 중 가장 높게 일고 있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은 채 가리슨은 그 항구의 북쪽 방파제 가장자리 육지에 도착했다. 험하고 때른 들쭉날쭉한 그 제방의 돌 밭을 벗어나 모래 사장으로 나오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신의 발이 긁히고 또 베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발에서 통증을 느꼈고 왼쪽 발은 걸을 때마다 쑤셔서 절룩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선 가까이에 머물면서 해변 뒤 나무가 늘어진 공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곳은 공원 가로등들이 보도를 비추고 있고 또 스포트 라이트가 밑으로부터 드라마틱하게 야자수들을 환히 비추고 있어서 그가 아주 쉽게 눈에 띌 것이다.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는 자신의 속임수가 주효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세찬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에서 포말이 날려 가리슨의 얼굴을 스쳤다. 그래서 마치 계속 거미망을 뚫고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작은 물방울이 눈에 들어가 눈이 시렸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파도가 머무는 그 선에서 멀리 떨어져 좀더 그 해변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위는 좀더 부드러운 모래가 잔디와 만나는 곳이지만 불빛이 미치지는 않는 곳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그 밤의 냉기에 대비한 복장으로 어두운 해변에 나와 있었다. 담요를 덮고 꼭 껴안고 있는 커플들도 있었고 또 몇몇 소그룹들은 음악을 들으며 대마초를 피우고 있기도 했다. 8명이나 10명 정도의 십대 소년들이 2대의 폭넓은 저압 타이어의 전천후 자동차 주위에 모여 있었다. 그 자동차는 낮 동안에 그 해변에서는 운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밤이라고 해서 허용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모래에다 파놓은 웅덩이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만약 경찰이 오는 것을 보게 되면 그들은 맥주 병들을 그 웅덩이에 파묻을 것이다. 그들은 큰 소리로 여자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하며 야단 법석을 떨고 있었다. 그가 급하게 그곳을 지나갈 때 아무도 가리슨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건강-음식 -운동 열성파들이 뉴욕에서의 거리 폭력배들만큼이나 흔했다. 그래서 한 늙은이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고는 어두운 해변에서 달리기를 한다고 해도 전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북쪽을 향하면서 공중 전화를 찾아 오른쪽에 있는 공원을 살펴보았다. 그것들은 한 쌍으로 있을 것이다. 보도 옆 콘크리트 안전 지대 위나 공원 공중 변소 가까이에 유난히 밝은 불이 켜져 있는 채 서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눈이 어두워서 적어도 한 번은 공중 전화를 못 보고 지나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절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그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날개 모양의 방음 막이 있는 두 대의 공중 전화였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곳은 해변에서 약 300미터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곳으로 백사장과 그 공원 가장자리에 있는 도로와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는 바다를 등 뒤로 하고는 그는 천천히 숨을 가다듬으며 세 그루의 위풍 당당한 대왕 야자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아래로 잔디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는 아직도 공중 전화에서 100여 미터 떨어져 있었다. 바로 그 때 자동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더니 타이어 밀리는 끽 소리와 함께 공중 전화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 변에 서는 것이 보였다. 가리슨은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옆걸음질치며 거대한 두 줄기의 야자수 고목 뒤로 숨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야자수에는 스포트 라이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 야자수 줄기 틈으로 그는 전화 박스와 그 자동차, 도로 등을 볼 수 있었다. 그 세단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한 사람은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서 안쪽을 살피며 무엇인가를 찾았다. 다른 한 사람은 보도를 따라 곧바로 공원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사람이 전화 박스 부근의 밝은 곳에 도착했을 때 가리슨은 그의 신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충격적인 일이다. 레무엘 존슨이다. 야자수 줄기 뒤에서 가리슨은 팔과 다리를 좀더 움츠렸다. 물론 그 나무의 밑동이면 자신을 충분히 가릴 수 있다는 것을 믿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몸을 좀더 작게 만들려고 애쓴다. 존슨은 첫 번째 전화통으로 가서는 수화기를 들고는 그것을 전화기 몸통에서 떼어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유연한 금속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을 반복해서 열심히 힘껏 당겼으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너무 튼튼하게 되어 있다고 투덜거렸다. 마침내 수화기가 떨어지자 그것을 공원 안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두 번째 전화통도 마저 부수어 버렸다. 존슨이 전화통에서 몸을 돌리고 가리슨을 향해 똑바로 걸어올 때 잠시 동안 그 변호사는 자신이 들켰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존슨은 단지 몇 걸음 걸어 오다가 멈추고 서서 그 공원의 바다 쪽 부근과 그 너머 해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잠시도 가리슨이 숨어있는 야자수에 머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젠장, 그 망할 놈의 늙은 악당 같으니." 존슨은 이렇게 말하고는 급하게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야자수 뒤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으면서 가리슨은 씩 웃었다. 그 국가 안보국 사람이 누구를 얘기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어느 새 가리슨은 등뒤 밤 바다에서 불어오는 그 차가운 바람도 다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망할 놈의 늙은 악당이든 아니면 늙은 제임스 본드든 자네 편한 대로 부르게. 어느 쪽이든 그는 여전히 그들에겐 신경 쓰이는 사람이었다. 전화국 지하 교환실에 릭 올비에르 요원과 데니 존스 요원이 국가 안보국의 전자 도청 및 추적 장치를 살피며 가리슨 딜워스의 사무실과 집 전화선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따분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카드 놀이를 했다. 둘이 하는 피노클과 500점 나기 러미 등을 했지만 어느 것도 썩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둘이서 포커를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었다. 8시 14분에 딜워스 집 전화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을 때 올비에르와 존스는 그 상황에 맞지 않을 정도로 아주 지나치게 흥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무슨 행동이든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올비에르는 자신의 카드를 마루 바닥에 놓았고 존스는 테이블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는 마치 2차 세계 대전 중 히틀러와 고링간의 극비 대화를 엿듣기나 하는 양 황급히 두 개의 수화기에 손을 뻗었다. 딜 워스가 여섯 번 울릴 때까지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장치를 통해서 자신들이 그 전화를 받게 되고 그러는 동안에 추적 장치가 송신자의 주소를 알아내는 것이다. 올비에르는 그 변호사가 지금 집에 없고 그래서 그 전화를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무시하고 전화 벧이 두 번 울리자 바로 전화선을 연결시켰다. 컴퓨터 화면에 초록색 글자가 나타났다. 지금 추적중. 그리고 저쪽 수화기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존이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송신자의 전화 번호와 주소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 시스템은 송신자의 신원을 즉시 제공하면서 꼭 마치 911 경찰 긴급 컴퓨터와 같이 작동이 아주 잘 되었다. 그러나 지금 스크린의 주소 위에는 개인 이름이라기보다는 어느 회사 명이 나타났다. 데니 존스의 응답에 그 송신자가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무료로 25*20짜리 사진과 보통 사이즈 사진 열 장을 무료로 인화하실 수 있도록 당첨되셨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존스가 말했다. "당신 누구요?" 컴퓨터가 송신자의 신원을 다른 각도에서 검증하기 위해 산타 바바라街의 데이타 뱅크를 조사 중에 있었다. 전화 목소리가 말했다. "음, 그러니까, 전 가장 질 좋은 사진관인 올린 밀社 대신해서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존스가 말했다. 컴퓨터가 지금 전화를 한 전화 가입자의 신원을 검증했다. 단순한 전화 판촉 전화였다. "필요없소!" 존스가 날카롭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젠장," 올비에르가 말했다. "피노클 다시 하겠나?" 존스가 말했다. 항구에 있던 6명 외에 렘은 또 법원에 있는 임시 본부에서 4명을 더 불러냈다. 그는 약 1백 미터 간격으로 해변 공원의 가장차리를 따라 5명을 배치했다. 그들의 일은 공원과 상가 지역 사이에 있는 넓은 도로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 상가 지역에는 많은 모텔들과 레스토랑, 횟집, 선물 가게, 기타 다른 소매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곳들에는 전화들이 있다. 모텔의 경우는 프론트에 공중 전화가 있는 곳들도 있다. 그 변호사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트라비스와 노라 코넬에게 경고해줄 수 있읕 것이다. 토요일 저녁 이 시간이라선지 몇 군데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그러나 몇 군데는 열려 있었고 그건 모두 다 레스토랑들이었다. 딜워스가 그 길을 건너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바다 바람이 거세지고 점점 차가워졌다. 요원들은 손을 저고리 안에 집어넣고 머리를 푹 숙이고들 떨며 서 있었다. 야자수 잎들이 갑작스러운 돌풍에 쏴아아 소리를 냈다. 나무에서 잠자던 새들이 놀라 날카로운 소리를 내다가 다시 안정되었다. 렘은 또 한 사람을 그 공원의 남서쪽 모퉁이로 보내 해수욕장과 방파제의 시작 부근을 지키도록 했다. 그의 일은 딜워스가 방파제를 돌아 항구 쪽으로 숨어들어가 그 쪽 지역에 있는 전화기에 이르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일곱 번째 요원은 북서쪽 모퉁이를 지나 해안선 쪽으로 급파되었다. 딜워스가 개인용 해수욕장들을 지나 주택지로 들어가 누군가를 설득해 감시받지 않는 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렘과 크리프, 그리고 한크만이 남아서 공원과 그 옆의 해수욕장을 샅샅이 뒤지며 그 변호사를 찾았다. 렘은 이 일에 인원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전화국에 있는 올비에르와 존스를 포함해서 이 10명이 그가 이 도시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부의 인원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더 많은 요원들을 불러들여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딜워스는 그들에게 발견되거나 아니면 코넬 부부에게 전화 거는 일에 성공했을 것이다. 전천후 자동차는 지붕이 없는 대신 롤바(전복시 승객 보호를 위해 장치한 자동차의 천장 보강용 철봉)가 설치돼 있었다. 차 앞좌석 뒤는 접을 수 있는 두 개의 좌석이 있었고 그 뒤에는 1.2미터 길이의 짐칸이 있어서 다른 승객들을 더 태우거나 아니면 상당량의 물품을 실을 수 있었다. 가리슨은 짐칸 바닥에 배를 깔고 똑바로 누웠고 그 위를 담요로 덮었다. 두 명의 십대 소년들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또 다른 두 명이 짐칸에서 가리슨 위에 앉아서 마치 그냥 담요 더미를 깔고 앉은 것처럼 사지를 쭉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되도록 자신들의 몸무게가 가리슨에게 실리지 않도록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깔려 뭉개지는 기분이 들었다. 엔진이 마치 성난 말벌같은 소리를 냈다. 높고 맹렬한 윙윙 소리였다. 그 소리에 가리슨의 귀가 멍해졌다. 오른쪽 귀가 짐칸 바닥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엔진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더 확대되어 들렸다. 다행스럽게도 매끄러운 해변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운행을 하는 편이었다. 자동차가 가속을 멈추고 속도를 늦추자 엔진 소리가 급격히 떨어졌다. "젠장," 한 소년이 가리슨에게 속삭였다. "저기에 손전등을 흔들면서 우리에게 정지하라고 하는 사람이 앞에 있어요." 그들은 멈추었고 엔진이 공회전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어디로 가니?" "해변 위쪽으로요." "저쪽 위는 개인 땅이야. 너희들 저쪽 위로 올라갈 권리가 있니?" "그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에요." 운전을 하는 토미가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제멋대로 사는 부잣집 아이들같이 안 보이나요?" 다른 한 소년이 건방진 체하며 물었다. "너희들 무슨 짓들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 사나이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해변을 돌아다니기도하고 서성거리기도 하고...... 하지만 너무 추워져서요......" "너희 애들이 술을 마셨니?" 이 멍청아, 가리슨은 그 질문자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네가 이야기하고 있는 애들은 십대란 말이야. 호로몬의 불균형으로 모든 것들에 저항할 줄밖에 모르는 불쌍한 애들이란 말이야. 나 또한 경찰에게 쫓기고 있으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그래서 이 애들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조차 못하면서 내 편이 된 거란 말이야. 네가 그들의 협조를 얻고 싶다면 그들에게 겁을 주어서는 안되지. "술 마셨다고요? 전혀요." 다른 소년이 말했다. "원하시면 뒤에 있는 아이스 박스를 살펴봐요. 사이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요." 아이스 박스 옆예 짓눌려 있는 가리슨은 제발 그 사람이 자동차 뒤로 와 보지 않기를 바랐다. 만일 그자가 그렇게 가까이 온다면 틀림없이 이 아이들이 앉아 있는 담요 밑에 사람 비슷한 형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이다라고...... 그래? 너희들, 저기서는 무슨 맥주를 먹었어?" "이봐요, 선생." 토미가 말했다. "당신, 왜 우릴 괴롭히죠? 당신 경찰이요, 아니면 뭐요?" "그래, 맞아, 실은 난 경찰이야." "그럼, 경찰복은 어디 있죠?" 한 소년이 물었다. "사복 경찰이야. 이봐, 난 너희들을 보내고 싶은 것이지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 조사하려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알아볼 게 하나 있다. 너희들 혹시 해변에서 백발의 한 노인을 보지 못했니?" "누가 늙은 노인에게 신경 써요?" 한 소년이 말했다. "우린 여자들을 찾고 있어요." "너희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금방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수영복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많아." "오늘 밤에요?" 토미가 말했다. "지금은 거의 12월이 다 되었어요. 선생, 당신은 12월의 이 바람을 느끼지 못하세요?" "어쩌면 다른 옷을 입었는지도 모르지." "그런 사람 본 적 없어요." 토미가 말했다. "백발 노인은 본 적이 없어요. 야, 너희들 누구 그런 사람 본 적 있냐?" 다른 세 명도 그런 인상 착의의 늙은이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그 곳을 지나 해변의 집들과 개인용 해수욕장들이 있는 주거 지역으로 그 차를 몰고 갈 수 있었다. 그들이 낮은 언덕을 돌아 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자 가리슨에게서 담요를 치웠다. 그는 크게 안도의 숨을 쉬며 일어나 앉았다. 토미가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을 각자의 집 앞에 내려주고는 가리슨과 함께 자기 집으로 갔다. 그의 부모가 마침 외식을 하기 위해 밖에 나갔기 때문이었다. 토미는 갑판이 여러 개인 배가 절벽 위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온통 유리로 되어 있었고 곳곳이 각이 져 있었다. 토미를 따라 로비로 들어가다 가리슨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얼핏 보게 되었다. 그 도시 법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기품 있는 은발의 변호사 모습은 흔적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젖었고 또한 더럽고 헝클어져 있었다. 그의 얼굴도 얼룩이 묻어 있었다. 모래와 풀잎, 해초 줄기들 등이 그의 맨살과 회색빛 가슴 털에 엉켜 있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기분 좋은 듯 씩 웃었다. "여기 이 안에 전화가 있습니다." 토미가 서재에서 말했다. 저녁을 준비해 먹고 치우고선 아인스타인의 식욕 감퇴에 대해 걱정하는 바람에 노라와 트라비스는 가리슨 딜워스에게 전화를 해서 그림들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보내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들이 벽난로 앞에 앉았을 때서야 노라가 그 생각을 해냈다. 전에는 그들이 가리슨에게 전화를 할 때에는 카르멜市로 나가 공중 전화를 이용했다. 그것은 불필요한 조심성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은 그들 둘 다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갈 기분이 아니었다. "우리 내일 카르멜에서 그분에게 전화를 합시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여기서 전화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녀가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와의 관계가 탄로 났다면 그분이 전화를 해서 우리에게 경고를 해주었겠지요." "그들이 알아챘다는 것을 그분이 알지 못할지 몰라."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들이 그분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지 모르지." "가리슨은 알 거예요." 그녀가 확고하게 말했다. 트라비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그럴 거라고 믿어." "그러니 그분에게 전화해도 별 탈이 없을 거예요." 그녀가 막 전화기에 다 갔을 때 전화 벧이 울렸다. 교환원이 말했다. "산타 바바라에 사는 가리슨 딜워스씨가 수신자 지불로 전화를 신청했습니다. 받으시겠습니까?" 공원과 해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가리슨 딜워스를 찾지 못한 렘은 10시가 좀 못돼 딜워스가 결국 자신을 따돌렸다는 것을 끝내 인정했다. 그는 자기 부하들을 법읜과 항구로 다시 돌려 보냈다. 그와 크리프도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딜워스를 감시했던 그 요트로 돌아갔다. 그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호를 쫓고 있는 해안 경비대 소형 범선과 전화 통화를 하고서 그 변호사의 여자가 선수를 돌려 해안선을 따라 북쪽을 향해 산타 바바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10시 36분에 항구로 들어왔다. 가리슨의 비어 있는 선착장에서 렘과 크리프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그녀가 보트를 부드럽게 몰면서 조용히 정박시키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름다운 보트였고 또 아름답게 다루어졌다. 그녀는 뻔뻔스럽게도 그들에게 소리쳤다. "거기 그렇게 그냥 서 있지만 말아요! 줄 좀 잡고 이 배 묶는 걸 좀 도와줘요!" 그들은 우선은 호의를 보였다. 그녀와 이야기해보고 싶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메이징 그레이스호가 확실하게 정박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단 도움을 주고난 후 바로 난간 문을 통해서 보트로 걸어 들어갔다. 크리프는 보트 타는 사람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렘은 정장 구두를 신고 있어서 젖은 갑판에서는 전혀 안전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보트가 약간씩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 여인에게 말을 걸기도 전에 그들 뒤에서 어떤 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신사분들." 렘은 돌아보았고 선창의 가로등 불빛으로 가리슨 딜워스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막 그들을 뒤따라 그 보트에 오른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가 입은 바지는 허리가 너무나 커서 허리띠로 꽉 조이고 있었다. 다리 기장은 너무 짧아서 복숭아 빼가 맨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셔츠도 아주 헐렁했다. "실례하겠소. 하지만 우선 먼저 따듯한 옷부터 입어야겠소. 그리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말이오." "빌어먹을 것!" 렘이 말했다. "이 늙은 뼉다귀 같으니." 크리프 소아메스는 놀라 입을 벌렸다가 아주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렘을 보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렘은 위가 뒤틀렸고 초기 궤양으로 속이 쓰려왔다. 그는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움쩍하지 않았다. 또 몸을 구부리며 웅크리지도 않았고 손을 배에 대지도 않았고 불쾌감을 드러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면 딜워스의 만족감만 키워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렘은 그냥 그 변호사와 여인을 쳐다만 보다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놈의 망할 개가 사람들로 하여금 엄청난 충성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요." 크리프가 선창에서 렘과 발 맞추어 걸으면서 말했다. 조금 후 램 존슨은 너무 피곤해 임시 본부 사무실을 일찍 닫았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갈 힘이 없어 어느 모텔로 들어가 숙박하면서 크리프가 말한 것을 생각해보았다. '충성심......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렘은 코넬 부부나 가리슨 딜워스가 지금 그 사냥개에 대해 아주 강한 충성심을 품고 있듯이 자신도 어느 누군가에게 그런 충성심을 품어왔던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는 몸을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코넬 부부나 그 변호사에게서 본 만큼의 충성심과 헌신의 역량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잠을 이를 수가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쪽 판자에 몸을 기댔다. 글쎄, 그래, 너는 네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국에 정말 충성했다. 그리고 너는 국가 안보국에 충성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충성했나? 맞아, 카렌이 있다. 그의 부인이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그의 부인에게 충성했다. 그의 마음과 정신과 또 성적으로도 말이다. 그는 카렌을 사랑했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 그녀를 깊이 사랑했다. "그래." 그는 새벽 2시에 그 모텔 방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카렌에게 충실했다면 넌 왜 지금 그녀와 함께 있지 않니?"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에게는 공평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에겐 해야할 일이 있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 "그것이 문제야." 그는 중얼거렸다. '너에겐 항상...... 항상 할 일이 있어." 그는 3일에 한 번씩, 그러니까 일 년에 100여 밤 이상을 집에서 나와서 잤다. 그리고 그가 집에 있을 때도 그의 마음은 항상 최근의 사건에 가 있어서 대부분 정신이 산란한 상태였다. 카렌은 한때 아이들을 가지고 싶어했다. 그러나 렘은 자신의 경력이 확고해졌다고 확신하게 될 때까지 아이들 키우는 의무까지 질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아이 갖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확고해져?" 그는 말했다. "이봐, 너는 네 아버지의 돈을 물려 받았어. 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좀더 안정된 바탕에서 출발했단 말이야." 지금 이 사람들이 그 똥개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카렌에게 충실했다면 그땐 그녀에 대한 그의 헌신이란 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소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렌이 아이들을 갖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를 원했다면 자신의 경력보다 그것을 더 우선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적어도 그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고서 그들이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 아이들을 가졌어야 했다. 그의 20대는 경력에 바치고 30대는 아이 기르는 데 바칠 수도 있었다. 이제 그는 46세에 가까운 45세였다. 그리고 카렌은 45세다. 아이를 가질 나이가 지나버린 것이다. 너무나 큰 외로움이 밀려 왔다. 그는 침대에서 나와 반바지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가 전등을 켜고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은 충혈되었고 눈 주위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너무 체중이 내려가 얼굴이 진짜 해골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 경련으로 온 몸이 뒤틀려 왔다. 그는 몸을 구부리고 세면대 양쪽을 붙잡고 얼굴을 세면기에 처박았다. 지난 달부터 위가 아파왔었다. 그 상태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악화돼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통증이 한참만에야 가셨다. 그가 다시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넌 너 자신에게조차도 충실하지 못했어, 이 멍청아. 넌 너 자신을 혹사시키며 자신을 죽이고 있어. 그래도 넌 중단하지 못할 거야. 카렌에게도 충실하지 못했고 너 자신에게도 충실하지 못했어. 그리고 사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너의 조국에게나 너의 국가 안보국에도 충실하지 못했지. 제기랄, 너는 인생을 밧줄 타기로 본 네 노친네의 이상한 시각에다만 변함 없이 전적으로 헌신했던 거야." 이상한 시각. 그 단어를 말하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그 말이 욕실에서 올리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했고 존경했다. 그래서 그에게 거슬리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는 크리프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못 말리는'분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상한 시각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했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아버지의 가르침을 완전히 거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년 전, 한달 전, 아니 며칠 전만 같으면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런 사랑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론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그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아니 아주 중요하게 여겨졌다. 내가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의아해졌다. 자유? 마침내 45세에 자유를 얻은 걸까? 거울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는 말했다. "거의 46세가 다 되었지." 3장 1 일요일, 아인스타인은 여전히 보통 때처럼 식욕이 없어했다. 그러나 11월 29일 월요일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월요일과 화요일, 아인스타인은 자신의 식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리고 새로운 책들을 읽었다. 그는 딱 한 번 재채기를 했지만 기침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나친 량은 아니지만 전보다 더 많은 물을 먹었다. 그가 난로 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또 전보다 더 힘 없게 걸어다니고 있었지만...... 글쎄, 겨울이 그들에게 좀 빨리 왔고 그리고 그 동물의 행동도 계절과 함께 변했던 것일 게다. 카르멜에 있는 한 서점에서 노라는 개를 가진 사람을 위한 가정 수의학 핸드 북 한 권을 구입해 왔다. 그녀는 부엌 테이블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그 책을 읽으며 아인스타인의 증세와 같은 질병이 있나를 찾아보았다. 그녀는 나른함, 일시적인 식욕 부진, 재채기, 기침, 그리고 유별난 갈증 등은 수백 가지의 질병에서 나타나거나 아니면 전혀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한 것은요, 그건 감기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개들은 우리들처럼 감기에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 책을 다 읽고 나자 아인스타인은 아주 건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 옆 저장실에서 아인스타인이 단어 맞추기 조각들을 이용해서 말을 했다. "바이올린처럼 건강해요. 곁에서 몸을 구부리고 그 개를 어루만지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나도 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왜 바이올린처럼 건강하다고들 말하죠? 합성 수지관에 문자 조각들을 집어넣으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왜 바이올린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트라비스는 그 비유를 생각해보았다. '바이올린처럼 건강하다.' 그리고는 그것이 왜 그런 의미를 가지는지 자신도 확실히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노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저장실 문으로 왔다. 그러나 그녀도 그 구문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발로 더 많은 문자 조각을 꺼내 코로 밀어 글자를 만들며 그 사냥개가 또 물었다. 왜 달러처럼 건강하다고들 말하죠? "달러처럼 건강하다...... 그야 달러가 건강하고 믿을 만하니까지." 트라비스가 말했다. 노라가 그들 곁에서 몸을 굽히고는 그 개에게 말했다. "그것은 좀 쉬워. 미국 달러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안정된 통화였었지. 내 생각엔 지금도 그렇지.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 통화들처럼 그렇게 큰 인플레이션도 없었고 해서 그것을 신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지. 그래서 사람들이 "난 달러처럼 건강해." 라고 말하는 거야. 물론 지금 달러는 그 전만은 못해. 그래서 그 구문은 옛날처럼 그렇게 적당한 것은 못돼. 하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그 말을 사용하고 있지." 왜 여전히 그것을 사용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항상 그것을 사용해왔으니까." 노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왜 말처럼 건강하다고들 말하죠? 말들은 병든 적이 없나요? 트라비스는 그 조각들을 모아서 철자대로 분류해 각각의 관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아니, 사실 말들은 그 몸집에 비해서 아주 민감한 동물이야. 그놈들은 아주 쉽게 병에 걸리지." 아인스타인은 뭔가 기대하는 눈초리로 트라비스에게서 노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노라가 말했다. "우리들은 아마도 말이 강해 보이고 그래서 그놈들은 병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여서 말처럼 건강하다고 말한 걸거야. 그놈들이 항상 병에 걸리는데도 말이야." "똑바로 봐." 트라비스가 그 개에게 말했다. "우리 인간들은 항상 터무니없는 말들을 해." 사냥개는 앞발로 철자 조각이 나오는 페달을 밟아 글자를 만들며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이상한 사람들이야. 트라비스는 노라를 쳐다보고는 함께 웃었다. '당신들은 이상한 사람들이야'라는 문장 아래에다 사냥개가 또 다른 문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난 당신들을 좋아해. 무엇보다도 아인스타인의 호기심과 유머 감각으로 볼 때 그가 비록 좀 병에 걸렸다손 치더라도 그는 지금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12월 1일인 수요일, 노라가 자신의 2층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트라비스는 그의 보안 장치를 점검하고 또 집 안에 있는 무기들을 관리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모든 방에는 총기들이 가구 밑에나 커튼 뒤나, 옷장 속 등에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었으나 항상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곳에 두었다. 그들은 모스베르그製 권총형 손잡이가 달린 엽총 2정과 스미스 & 웨슨 전투용 장총 4정, 픽업과 도요다에 가지고 다니는 38구경 권총 2정, 그리고 자동 카빈 1정과 자동 권총 2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 카운티[郡]에 집을 구입해 주거 등록을 하고나서 지방 총포사에서 그 병기들을 모두 다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는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싶지 않았었다. 그는 새집에 정착하자마자 그 첫날 밤부터 바로 무기들을 가지고 있고 싶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의 반 디네를 통해서 그는 필요한 무기들을 구입할 수 있는 한 불법 무기 판매업자를 찾았다. 물론 허가 받은 총포상에게서는 자동 변환 장치들을 구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런 장치를 3개나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젠 카빈과 권총들이 모두 다 자동이었다. 트라비스는 방마다 돌아다니며 그 무기들이 다 잘 놓여 있는지 또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 기름을 칠할 필요가 없는지, 또 탄창에 총알이 다 채워졌는지를 점검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다 제대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일 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점검을 실시하면 마음이 좀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그가 군복을 벗은지 벌써 수년이 되었지만 그 옛날 군 시절의 훈련과 기술들은 아직도 그의 몸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그래서 급할 때는 그런 것들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몸 밖으로 드러났다. 모스베르그 엽총을 들고 그와 아인스타인은 집 주위를 걸으며 자그마한 적외선 센서들이 있는 곳마다 멈추고 살펴보았다. 그는 이 센서들을 눈에 띄지 않도록 바위 틈바귀나 식물들 틈, 또는 몇 그루 나무 줄기에 숨겨 놓았다. 또 그 집 모퉁이들과 진입로 가장자리에 있는 썩은 소나무 고목 그루터기 등 되도륵 여러 곳에 많이 설치해 놓았었다. 그는 이 부속품들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전자 상가에서 구입했다. 이것은 구식 재료로 최신식 보안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델타 포스 시절 익숙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가 의도한 목적을 위해서는 이런 것이 좋았다. 센서들에서 나온 줄들은 땅 밑으로 해서 부엌 찬장에 있는 경보 박스로 연결되었다. 일단 밤에 이 시스템을 켜놓으면 너구리보다 큰 것들은 어느 것도 이 경보 장치를 울리지 않고는 그 집 주위의 100미터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저택 뒤에 있는 헛간에도 들어갈 수 없다. 벧은 울리지 않는다. 사이렌도 울리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울리게 되면 아웃사이더를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놈을 추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놈을 죽이고 싶었다. 그래서 센서에 물체가 걸려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면 그 집의 모든 방에 있는 시계 라디오가 켜지게 된다. 그 라디오 볼륨은 침입자가 듣고 놀라 도망치지 않을 정도로 낮지만 그래도 트라비스와 노라에게 경고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높이로 맞추어 놓았다. 지금 모든 센서들이 보통 때처럼 다 제 자리에 잘 있었다. 그가 해야 할 것은 렌즈들 위에 입혀진 엷은 먼지 막을 닦아내는 일이 전부였다. "왕궁의 외호(外濠)는 아주 잘 보수가 되었습니다. 전하."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인정해 준다는 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빨갛게 녹슨 헛간 안으로 들어가서 아웃사이더를 좀 거칠게 놀래킬 수 있도록 그 안에 설치해 놓은 장비들을 점검해 보았다. 어두운 내부 북서쪽 모퉁이에서 앞문 왼쪽까지 설치돼 있는 벽 선반에 압축된 기체가 들어 있는 금속 통이 볼트로 조여 있었다. 픽업과 승용차 너머 남서쪽 모퉁이에도 그와 동일한 용기가 동일한 모양의 선반에 볼트로 조어져 있다. 그것들은 사람들이 여름에 별장 오두막에서 가스로 요리를 할 때 쓰는 종류의 커다란 프로판 가스 통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프로판 가스가 아니었다. 그 안엔 때론 "웃음 가스"로 잘못 불리워지기도 하는 일산화질소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유출되면 사람의 기분을 명랑하게 한다. 그러나 계속 유출될 땐 그 웃음이 멎기도 전에 사람을 마취시켜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치과 의사와 외과 의사들이 종종 일산화질소를 마취제로 사용하곤 한다. 트라비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의료 물품점에서 그것을 구입했었다. 트라비스는 헛간 전등들을 켜고는 양쪽 탱크의 계량기를 점검했다. 꽉차 있었다. 헛간 앞에 있는 커다란 셔터 문과 더불어 뒷쪽에도 좀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입구는 이렇게 2개 뿐이었다. 트라비스는 헛간 다락 위에 나 있는 두 짝의 유리창은 판자를 대고 막아 버렸다. 그리고 그 조그만 뒷쪽 문은 잠그지 않은 채 놔둔다. 그것은 밤에 아웃사이더가 그 집으로 들어와 집 안을 한눈에 살필 생각으로 그 헛간 지붕으로 올라가기 위해 헛간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놈이 문을 열고 헛간으로 기어들어 가게 되면 어느 장치를 건드리게 돼 문이 저절로 쾅 하고 닫혀지면서 잠기게 되어 있다. 앞쪽 문도 이미 밖에서 잠겨 있기 때문에 그 쪽 방향으로 탈출할 수도 없다. 함정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그 커다란 통들에 들어 있는 일산화질소가 일 분도 안돼 전부 다 방출될 것이다. 트라비스가 이미 자동 방출 밸브 장치를 경보 시스템과 연결해 놓았던 것이다. 그는 헛간 안에 틈새기 바람이 통할 만한 곳은 모두 다 메워 놓았다. 밖으로부터 자물쇠를 풀어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 일산화질소가 헛간 안에 그대로 담겨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장소를 가능한 한 철저하게 밀폐시켜 놓았다. 아웃사이더는 픽업이나 도요다 안으로도 도피할 수 없다. 그것들은 잠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헛간의 어느 구석도 가스가 샐 곳은 없을 것이다. 일 분도 안 돼 그 괴물은 쓰러질 것이다. 트라비스는 독성이 있는 가스 종류를 사용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런 것도 아마 암시장에선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혹시 무엇이 잘못 돼 실수를 하게 되면 그와 노라와 아인스타인에게 미칠 위험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일단 가스가 방출되고 아웃사이더가 쓰러지게 되면 트라비스는 간단하게 문 하나를 열어 그 헛간 공기를 환기시키고는 자동 카빈 소총을 들고 들어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그 짐승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 건물을 환기시키는 동안에 아웃사이더가 다시 의식을 되찻는다 해도 그놈은 여전히 그로기 상태에서 갈피를 못 잡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해치워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헛간 안의 모든 것들이 다 제대로 되어있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그 집 뒷뜰로 돌아왔다. 12월의 날씨는 차가웠지만 바람은 없었다. 그 저택을 둘러싼 숲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나무들은 회색빛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에서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웃사이더가 아직도 오고 있니?" 짧게 꼬리를 한 번 흔듦으로써 아인스타인은 말했다. 예스. "그놈이 가까이에 왔니?" 아인스타인이 킁킁거리며 초겨울의 그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었다. 그는 뜰을 가로질러 북쪽 숲 가장자리까지 걸어가더니 다시 냄새를 맡으며 머리를 곧추세우고는 나무 사이를 열심히 응시했다. 그는 그 저택의 남쪽 끝에서도 이런 의식(儀式)을 반복했다.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이 그 아웃사이더를 찾는 데 실제로 눈과 귀와 코를 동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것인진 모르지만 그는 아웃사이더를 느끼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그가 쿠거나 다람쥐를 추적할 때 이용하는 방법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트라비스는 그 개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육감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영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는 준(準)영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스타인이 그 아웃사이더를 느끼기 위해 눈, 코, 귀 등을 이용하는 건 단지 특이한 그의 육감을 발동시키기 위한 일종의 준비 동작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습관일 것이다. 마침내 아인스타인이 그에게 돌아와서 이상하게 낑낑댔다. "그놈이 가까이에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아인스타인은 공기를 들이쉬면서 아무 대답도 없이 어두컴컴한 주위의 숲 속들을 살펴보았다. "아인스타인, 뭐가 잘못 됐니?" 마침내 사냥개가 한번 짖었다. 아니요. "아웃사이더가 가까이 오고 있니? 머뭇거렸다. 아니요. "확실하니?" 예스. "정말 확실해?" 예스. 집 앞으로 와 트라비스가 문을 열자 아인스타인은 뒤돌아 현관을 가로질러 나가 나무 계단 꼭대기에 서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평화롭고 어둡고 고요한 뜰과 숲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한 번 몸을 떨고는 트라비스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오후 한 나절 방어 장치를 다 점검하고나자 아인스타인은 트라비스의 다리를 몸으로 비비기도 하고 코로 미는 등 이런저런 방법으로 자신을 애무하고 토닥거려주고 긁어주길 바라면서 평소보다 더 애교가 많아졌다. 그날 저녁 그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또 거실 바닥에서 셋이 하는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할 때도 아인스타인은 계속 자신에게 관심 써주길 바랐다. 그는 계속 자신의 머리를 노라의 무릎에 올려놓았다가 또 트라비스의 무릎에 올려놓곤 했다. 그는 언제까지나 한없이 어루만져주고 또 귀를 긁어주어야 만족할 것 같아 보였다. 산타 바바라 산기슭에서 처음 대면한 날부터 아인스타인은 순전히 보통 개 같은 행동을 자주 되풀이했었고 그럴 땐 그가 인간처럼 지능이 높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오늘 밤 그가 다시 그런 상태였다. 단어 맞추기에서 보인 그의 총명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은 좀더 여느 개에 가까웠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추리 소설 같은 좀 가벼운 독서를 하면서 그 저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책 읽기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노라의 안락 의자 앞에 있는 바닥에 눕더니 곧바로 잠들어 버렸다. "얘가 아직도 좀 활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녀가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저녁은 다 먹었는데...... 그리고 우리에겐 오늘이 아주 긴 날이었어." 그 개가 잠이 들었고 그 숨소리는 정상이었다. 그래서 트라비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미래에 대해 더 희망적인 기분을 가지게 되었다. 방어 장치들을 점검해봄으로써 그는 자신들의 대비책에 새로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아웃사이더가 도착하게 되면 그것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가리슨 딜워스의 용기와 헌신 덕택에 그들을 추적하려던 정부의 노력도 좌절되었다. 아마도 영원히 그들을 못 찾을 것이다. 노라는 다시 굉장한 열의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일단 아웃사이더를 제거하고 나면 사무엘 하야트라는 이름의 부동산 중개 면허증을 이용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아인스타인이 아직도 좀 활기가 없다면...... 하지만 그는 확실히 며칠 전보다는 더 활력 있었다. 그러니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면 다시 제 모습을 되찾을 것이 확실하다. 그날 밤 트라비스는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잤다. 아침에 그는 노라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가 샤워를 하고난 후 방으로 돌아와 옷을 입는 동안 그녀 역시 일어났다. 그녀는 샤워를 하러 가는 중에 그에게 키스를 하며 그의 입술을 빨고는 졸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부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으며 또 입에서는 쉰내가 났다. 그러나 그녀가 '오늘 오후에 해요. 지금 당장은 내 마음이 갈망하는 것은 달걀들과 베이컨, 토스트, 그리고 커피예요.'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곧바로 그녀를 도로 침대로 밀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거실부터 시작해서 안쪽 덧문을 열어 아침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하늘은 어제처럼 낮고 회색빛이었다. 부엌에서 그는 저장실 문이 열려 있고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인스타인이 그 안에 있는지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개는 보이지 않고 개가 밤 사이에 철자를 맞추어 놓은 메시지뿐이었다. 바이올린 고장, 의사는 안돼. 정말, 연구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두려워. 두려워. 오, 젠장, 오, 맙소사. 트라비스는 저장실에서 걸어나와 소리쳤다. "아인스타인!" 짖는 소리가 없었다.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도 없다. 부엌 창문들에는 여전히 덧문들이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 부엌의 대부분은 저장실의 불빛으로도 밝지 못했다. 트라비스는 등을 딸깍하고 켰다. 아인스타인은 거기 없었다. 그는 서재로 달려갔다. 개는 거기에도 없었다. 심장이 거의 통증을 느낄 정도로 크게 뛰는 가운데 트라비스는 한 번에 두 계단씩 올라가 언젠간 육아실이 될 세 번째 침실을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노라가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그 두 곳에도 없었다. 그리고 안방 침실에도 없었고 또 트라비스가 필사적으로 찾아본 침대 밑에도 없었다. 그 개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노라가 샤워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멍청히 듣고 서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고, 아주 잘못 되었다고 말해주기 위해 욕실로 가려다가 아래층 욕실이 생각났다. 그는 침실을 뛰어나와 홀을 따라 달렸다. 그리곤 너무 급하게 계단을 내려가다 균형을 잃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마침내 부엌과 서재 사이에 있는 일층 욕실로 들어갔을 때 자신이 가장 보기 두려워했던 것을 보았다. 욕실은 고약한 냄새가 났다. 언제나 생각이 깊었던 그 개가 변기에 토해 놓고는 물을 내릴 힘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아마도 그럴 만큼 명료한 정신을 가지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인스타인은 욕실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트라비스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인스타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아직 살아 있다. 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숨을 쉬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그에게 말하자 그는 머리를 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움직일 힘을 내지 못했다. 그의 눈이, 젠장, 그의 눈이...... 아주 부드럽게 트라비스는 사냥개의 머리를 들었다. 예전엔 놀랍도록 표정이 풍부했던 그 갈색 눈동자가 흐려져 있었다. 엷은 노란색 눈곱이 눈에서 분비돼 나와 있었다. 그것이 누런 털에 묻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비슷한 분비물이 또 아인스타인의 콧구멍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사냥개의 목에 손을 대어보고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아주 힘겹게 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안돼," 트라비스가 말했다. "오, 아니야, 안돼. 이렇게 될 것이 아니야. 얘야, 난 이렇게 되게 하진 않을 거야." 그는 사냥개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일어나서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아인스타인이 마치 혼자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양 들릴 듯 말 듯 낑낑거렸다. "바로 돌아올게. 곧바로 말이야." 트라비스가 안심시켜 주었다. "그냥 기다려, 얘야. 곧 돌아올게." 그는 계단으로 달려가 내려올 때보다 더 빨리 올라갔다. 이제 그의 심장이 너무 엄청난 힘으로 두근거려서 곧 터져버릴 것같이 느껴졌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아주 짧고 빠르게 호흡을 했다. 2층 욕실에서 노라가 막 샤워를 마치고 벌거벗은 채 물을 흘리며 걸어나왔다. 트라비스의 말에 공포가 섞여 있었다. "빨리 옷 입어. 지금 우린 가능한 한 빨리 수의사에게 가야만 해." 그녀가 놀라서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아인스타인이야, 서둘러. 내 생각에 그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애." 그는 침대에서 담요를 움켜쥐고 나오면서 노라에게는 옷을 입도록 하고 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와 욕실로 갔다. 그 사냥개의 고르지 못한 숨이 트라비스가 잠깐 비운 바로 그 순간에도 더 악화된 것 같았다. 그는 담요를 두 번 접어 4분의 1 크기로 만들고는 그 위에 개를 잘 뉘였다. 아인스타인이 그 움직임 때문에 아픈 듯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자, 자, 넌 괜찮아질 거야." 문에서 여전히 브라우스 단추를 잠그며 노라가 나타났다. 그녀는 옷을 입기 전에 몸을 닦을 시간이 없어서 그 브라우스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가 똑바로 흘러내려 있었다. 감정에 복받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오, 털보야, 안돼, 안돼." 그녀는 몸을 구부려 그 사냥개를 만지고 싶었다. 그러나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픽업을 집 옆에다 대 놓아요." 노라가 헛간으로 뛰는 동안에 트라비스는 아주 조심스럽게 아인스타인을 감싸서 단지 사냥개의 머리와 꼬리, 그리고 뒷다리만이 삐져 나오도록 만들었다. 다시 통증으로 낑낑 소리를 내지 않게 하려고 애쓰면서 트라비스는 그 개를 팔로 안아 욕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부엌을 가로질러 집 밖으로 나와서는 문을 밀어 닫았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보안에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놔두었다. 공기는 차가웠다. 어제의 고요함은 사라졌다. 상록수들은 흔들거리며 떨고 있었고 뾰족뾰족하게 바늘 같은 잎들이 삐져나온 가지들이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웬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나목들이 검은 모습으로 우뚝우뚝 솟아 있고 앙상한 팔이 흐린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헛간에서 노라가 픽업의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요란했다. 트라비스는 마치 깨지기 쉬운 고대 도자기를 한 아름 안고 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현관 계단을 내려가 진입로로 나갔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으로 트라비스의 머리카락이 똑바로 섰고 담요 한쪽 끝이 펄럭였다. 또 밖으로 나와 있는 아인스타인의 머리 부근 털이 주름졌다. 마치 바람이 악의적인 생각을 가지고서 그 개를 그에게서 날려 보내려는 것만 같았다. 노라가 픽업을 밖으로 끌고 나와 옆으로 회전시켜 트라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세웠다. 그녀가 운전을 할 것이다. 사람들 말이 맞았다. 가끔 어떤 특별한 위기의 순간엔, 굉장한 감정적 기복이 있을 땐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잘 상황을 대처하고 또 더 침착하게 일을 처리한다. 트라비스는 픽업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서 담요에 싸여 있는 개를 팔에 안고 흔들며 어르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인스타인을 욕실 바닥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울고 있었다. 그는 그 어려웠던 군 복무도 해보았고 또 그 위험스러운 텔타 포스 작전들에서도 두려움으로 얼어 불거나 공포에 질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이것은 아인스타인이다. 이것은 그의 자식이다. 만약 그가 운전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곧바로 나무를 들이받았거나 길을 벗어나 도랑에 처박혔을 것이다. 노라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에 굴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앙당 물고 마치 영화에서의 스턴트 작업을 위해 훈련을 받는 사람처럼 운전을 했다. 흙길인 진입로를 벗어나 그들은 우회전해서 꾸불꾸불한 태평양 해안 고속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카르멜을 향해 달렸다. 그곳에는 적어도 수의사 한 명은 있을 것이다. 노라가 운전을 하는 동안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을 위로하려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거야. 다 좋아질 거야. 생각보단 나쁘지 않아. 넌 다시 회복될 거야." 아인스타인이 끙끙거리며 트라비스의 팔 안에서 잠깐 동안 힘 없이 몸을 움직였다. 트라비스는 그 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는 수의사가 자신의 귀에 있는 문신을 보고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되면 곧 그를 바노디네로 보낼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아, 털보야. 아무도 널 우리에게서 빼앗아가지 못할 거야. 정말 그래. 그들은 우선 먼저 나를 거쳐야만 할 거야. 그러니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어." "절대로 안 되지요." 노라도 엄하게 말하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담요에 싸여 트라비스의 가슴에 안겨 있는 아인스타인은 아주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저장실 바닥에 있는 철자 조각들이 생각났다. "바이올린 고장, 두려워. 두려워. "두려워하지 마." 그가 개를 달랬다.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트라비스가 열심히 안심을 시키고 있었지만 아인스타인은 여전히 떨며 두려워했다. 그리고 실은 트라비스도 두려웠다. 2 카르멜 교외에 있는 한 간이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는 노라는 전화 번호부에서 한 수의사의 주소를 찾아 냈다. 그리곤 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닥터 제임스 키네의 사무실은 그 市의 남쪽 끝에 있는 도로레스街에 있었다. 그들은 9시가 못 돼 그 장소 앞에 차를 댔다. 노라는 대체로 삭막해 보이는 전형적인 수의사의 임상실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닥터 키네의 사무실이 그의 집 안에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그의 집은 처마들이 위로 꺾여 올려진 지붕에 돌과 벽토와 목재로 만들어진 2층 집으로 좀 기묘한 영국의 시골풍 집이었다. 그들이 아인스타인을 안고 자갈 길로 올라가자 닥터 키네가 벌써부터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그들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안내판에는 임상실 입구가 그 집 측면을 돌아서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수의사는 그들을 현관문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는 키가 컸고 혈색이 안 좋은 피부에 슬픈 듯한 눈, 수심에 찬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미소는 따듯했고 매너도 우아했다. 문을 닫으며 닥터 키네는 말했다. "그를 이쪽으로 데려와요." 그는 길고 폭 좁은 동양 가펫이 깔린 참나무 바닥의 복도를 따라 그들을 재빠르게 인도했다. 왼쪽에 있는 아치를 지나자 가구들이 아주 유쾌하게 배치돼 정말 생기가 있어 뵈는 거실이 나타났다. 의자들 앞에는 발걸이 판들이 있었고 독서용 램프들, 책이 가득한 책장들, 그리고 추운 저녁 때를 대비해서 의자 뒤에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접어 걸쳐 놓은 모포 등이 집 안에 온기를 돌게 했다. 바로 아치 안쪽으로 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검은색 래브라도산 사냥개였다. 그놈은 마치 아인스타인의 상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 양 심각하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들을 뒤쫓아 오지는 않았다. 그 커다란 집 안쪽 홀 왼 편에서 그 수의사가 문을 열고 그들을 깨끗한 임상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리 문이 달린 하얀 캐비닛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약과 혈청, 알약, 캡슐 그리고 좀더 색다른 약을 조제하는 데 필요한 분말 성분 등이 가득한 병들로 꽉차 있었다. 트라비스는 부드럽게 아인스타인을 시술대에 내려놓고는 그에게서 담요를 걷어 접었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어느 모로나 꼭 죽어가는 자식을 의사에게 데려온 것처럼 아주 정신 없어 보였다. 트라비스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울고 있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 코를 풀고 있었다. 노라도 그 집 앞에 픽업 트럭을 주차하는 순간 더 이상 눈물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제 그녀는 시술대를 중간에 두고 닥터 키네의 맞은 편에 서서 한 팔로 트라비스의 허리를 안고 서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수의사는 애완 동물 주인들의 강한 감정적 반응에 익숙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한 번도 노라나 트라비스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고 또 그들의 걱정과 슬픔이 지나치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닥터 키네는 청진기로 그 사냥개의 심장과 폐의 소리를 들어보았고 또 배를 만져보았다. 그리고는 검안경으로 눈꼽 낀 눈을 검사했다. 그런저런 검사를 받는 동안 사냥개는 마치 마취된 것처럼 맥빠진 채로 있었다. 개가 아직도 생명이 붙어 있다는 유일한 표식은 희미한 낑낑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뿐이었다. '보기보다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노라는 크리넥스로 자신의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며 혼자 말했다. 그 개에게서 눈을 떼고 올려다 보며 닥터 키네가 말했다. "이놈 이름이 뭐죠?" "아인스타인입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당신이 얼마 동안이나 이놈을 소유하고 있었습니까?" "몇 달 안됩니다." "예방 주사를 맞혔나요?" "아니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젠장, 그걸 못했어요." "왜 안 했죠?" "그...... 그건 좀 복잡해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예방 주사를 맞히지 못할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예방 주사를 맞히지 않을 만한 이유는 없습니다." 키네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 "이놈은 허가증도 없고 예방 주사도 맞지 않았어요. 당신 개가 적절하게 허가도 받지 않고 또 예방 주사도 맞지 않게 한 것은 아주 무책임한 일입니다." "압니다." 트라비스가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압니다." "아인스타인에게 뭐가 잘못된 거죠?" 노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니 기원했다. 아니 기도했다. 보기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키네는 그 사냥개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놈은 디스템퍼(개 특히 강아지의 급성 전염병)에 걸렸어요." 아인스타인은 임상실 구석으로 옮겨져 커버가 씌워진 두꺼운 스티로폴 매트리스 위에 뉘워졌다. 그가 어디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죽끈으로 그를 벽에 있는 고리에 묶어 놓았다. 언제라도 그가 움직일 힘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다. 닥터 키네는 사냥개에게 주사를 맞혔다. "항생제요." 그가 설명했다." 항생제는 디스템퍼에는 아무 효과도 없어요. 하지만 제2차 세균 감염을 피하는 데 쓰이지요." 또 바늘을 그 개의 다리 혈관에 꽂았다. 그리고는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정맥 주사를 놓아 주었다. 수의사가 아인스타인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했을 때 노라와 트라비스는 한사코 말렸다. "이건 얘가 사람을 물 것이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닥티 키네가 설명했다. "이건 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얘가 바늘을 씹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다시 힘이 생기게 되면 이 놈도 보통 개들이 자기 상처에다 하는 것처럼 하게 될 거예요. 아픈 곳을 핥고 깨물게 되는 겁니다. "이 개는 안 그래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 개는 다릅니다." 그가 키네를 밀치고 아인스타인의 턱을 묶어 놓은 장치를 제거해 버렸다. 수의사 그것을 막으려다가는 다시 생각해보더니 그만두었다. "좋습니다. 아무튼 지금 그는 너무 힘이 없어요." 노라는 이 끔직한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려고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토록 심각한 병일 수 있지요? 그에겐 단지 아주 희미한 증상만 보였어요. 그리고 그것들도 며칠 전부터는 싹 가셨지요." "디스템퍼에 걸린 개들의 반이 전혀 증상을 보이지 않아요." 수의사는 항생제 병을 유리 캐비닛 안에 넣어놓고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말했다. "단지 미약한 병세를 보이는 것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증세가 어느 날 왔다가 다음 날 사라지기도 해요. 아인스타인과 같은 경우는 아주 삼하게 병이 든 겁니다. 이것은 점차 악화되는 질병일 수 있어요. 아니면 미약한 증상에서 갑자기 이렇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밝은 측면도 있어요." 트라비스가 아인스타인 곁에 웅크렸다. 개는 머리를 들거나 눈을 돌리지 않고도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보살핌을 받고 있고 또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키네가 밝은 측면이란 말을 하자 트라비스는 솔깃해져 그를 올려다 보았다. "무슨 밝은 측면이죠? 무슨 뜻입니까?" "디스템퍼에 걸리기 전 그 개의 상태가 그 질병의 진전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 질병은 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은 동물들에게 가장 심해요. 내가 보기엔 아인스타인은 보살핌을 아주 잘 받은 것이 분명하군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린 그에게 많은 량의 운동을 시키면서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려고 애썼죠." "너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자주 그를 목욕도 시켰고 빗겨주기도 했죠." 노라가 덧붙여 말했다. 닥터 키네가 미소 지으며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해낼 수 있어요. 정말 희망이 있습니다." 노라가 트라비스를 보았다. 그리고 트라비스도 잠깐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눈길을 돌려 아인스타인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 결정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건 그녀 몫으로 남았다. "선생님, 그가 괜찮아지겠죠. 그렇죠? 그...... 그는 죽지 않겠지요, 그렇지요?" 제임스 키네는 천성적으로 음울한 자신의 얼굴과 맥없는 눈 때문에 그냥 온화한 표정만으로는 전혀 확실을 심어줄 표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드럽고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할아버지 같은 태도였다. 물론 그런 태도는 아마 계산된 것이긴 하겠지만 진짜 같았고 또 언제나 그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 침울함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었던 것이다. 그는 노라에게로 와서는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부인, 부인께서는 이 개를 아기처럼 사랑하시는군요, 그렇지요?"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믿음을 가져요. 참새들까지도 지켜봐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져요. 그리고 나에게도 약간 믿음을 가져 봐요.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전 내가 하는 일에 아주 능숙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한번 믿어볼 만한 사람입니다." "전 선생님이 훌륭하다는 것을 믿어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아인스타인 옆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가 트라비스는 불명료한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위험성이 있지 많습니까? 그 위험성이 얼마나 되죠? 정확히 말씀해 주실 수 있지요?" 트라비스애게로 몸을 돌려 키네가 맡했다. "글쎄요. 이 놈 눈이나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아주 그렇게 진하진 않아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군요. 배에 종기도 없고...... 얘가 토했다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설사하는 것은 보지 못했죠?" "예, 단지 토하기만 했어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열이 높아요. 하지만 위험스러울 정도는 아녜요. 얘가 지나치게 침을 흘린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노라가 말했다. "발작하듯 머리를 흔들거나 마치 입 안에 불쾌한 것이 있는 것처럼 괜히 씹거나 했습니까?" "아니요." 트라비스와 노라가 동시에 말했다. "이유 없이 원을 그리며 달리거나 쓰러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또는 옆으로 누워 마치 달릴 때와 똑같이 격렬하게 발을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무작정 방을 돌아다니고 벽에 부딪치고 몸을 갑자기 움직이고 경련을 일으킨 적은 있나요? 그런 비슷한 증세라도 있었나요?" "아니, 아니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노라가 말했다. "세상에...... 그가 그런 것에도 걸릴 수 있나요?" "그가 2단계 디스템퍼에 걸리게 되면 그렇습니다." 키네가 말했다. "그리고는 뇌 장애가 있게 됩니다. 간질병과 같은 발작이 있게 되죠. 뇌염이 되는 거죠." 트라비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키네를 향해 오다가 멈추더니 다시 비틀거렸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뇌 장애요? 그가 회복되더라도 뇌...... 뇌 손상이 있을 수 있나요?" 노라는 메스꺼움으로 속이 느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뇌손상을 입은 아인스타인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처럼 지능은 높고 또 자신이 한때 특별했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도 있는데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고 지금 자신이 흐리멍텅하고 침울하게 살고 있으며 웬지 자기 삶이 그 전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 정도의 지능이 남아 있게 된 그를 생각해 보았다. 두려움과 더불어 메스꺼움과 현기증이 느껴져 그녀는 시술대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다. 키네가 말했다. "2단계 디스템퍼에서는 대부분의 개들은 살아남지 못해요. 살아난다고 해도 물론 어느 정도의 뇌 손상은 있을 거예요. 안락사시킬 정도까지 될 것은 없을 겁니다. 예를 들면 무도병이라고 해서 마치 중풍처럼 평생 몸이 저절로 떨리고 경련이 일어나는 병에 걸릴지 모르지요. 그것은 머리 부분에만 한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볼 땐 그것이 더 낫습니다. 살아가는 데 고통도 없고 그래서 여전히 애완 동물 구실을 할 수 있으니까요." 트라비스는 그 수의사에게 거의 고함치듯 크게 말했다. "얘가 애완 동물 구실을 하느냐 마느냐는 상관 없어요. 난 뇌 손상의 신체적 효과에 관해 걱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얘의 정신은 어떻게 됩니까?" "글쎄요, 주인은 알아볼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이 놈은 당신을 알아보고 당신에게 여전히 애교를 부릴 겁니다. 거기에는 문제가 없어요. 잠을 아주 많이 자게 될 겁니다. 때때로 무기력 증세에 빠지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계속 온순하게 길들여진 채로 있을 것은 거의 확실해요. 그런 훈련은 잊지 않을 겁니다." 트라비스는 몸을 떨며 말했다. "전 얘가 계속 생각할 수만 있다면 온 집 안에 오줌을 싸고 다녀도 상관 없어요." "생각이요?" 닥터 키네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글쎄요, 당신 말씀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어쨌건 이 놈은 개입니다." 그 수의사는 이와 같은 경우에 정상적인 애완 동물 주인들이 보이는 반응의 범위 내에서 그들의 걱정과 슬픔에 찬 행동을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이제 마침내 그는 그들을 이상스럽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노라는 한편으론 화제를 바꾸어 그 수의사의 의심을 누그러뜨리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그 대답을 듣고 싶어서 말했다. "좋아요, 그런데 아인스타인이 제2단계 디스템퍼에 들어갔나요?" 키네가 말했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그는 아직도 1단계에 있어요. 그리고 이재 치료가 시작되었으니까 앞으로 24시간 안에 더 심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를 제1단계에 묶어놓고 회복시킬 가망성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1단계에서는 뇌 손상이 없습니까?" 트라비스가 조급하게 물었고 그 때문예 키네는 다시 이마를 찡그렸다. "네, 1단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가 1단계에 있다면 죽진 않겠네요?" 노라가 말했다. 제임스 키네는 아주 부드럽고 또 가장 안정되게 말했다. "글쎄, 지금으로서는 그가 1단계 디스템퍼를 이겨낼 가망성이 아주 높아요. 아무 후유증도 없이 말입니다. 난 당신들이 그의 회복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깨닫길 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들에게 잘못 된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소. 이 병은 치명적인 거요. 이 병이 1단계 이상 진전되지 않더라도 아인스타인은 죽을 수 있어요. 퍼센트로는 사는 쪽이 더 높아요. 하지만 죽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노라는 다시 울었다. 그녀는 자신을 억제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강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아인스타인 곁으로 가서는 바닥에 앉아 한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려 놓고 자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다. 키네는 그들이 보이는 떠들썩한 감정적 반응에 약간 좀 짜증이 났다. 그리고 아주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는 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가장 잘 보살펴주고 최선의 결과를 기원하는 것이 전부요. 그는 물론 여기 머물러 있을 겁니다. 디스템퍼 치료는 복잡하고 수의사의 감독 아래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이오. 그에게 계속 링게르를 꽂아주고 항생제를 투약해야만 해요. 그리고 그가 발작을 시작한다면 진경제(鎭痙劑)와 진정제를 규칙적으로 놔줘야 하지요." 아인스타인이 마치 그 말들을 다 듣고 이해한 것처럼 몸을 떨고 있는 것이 노라의 손 밑으로 느껴졌다. "괜찮아요, 좋아요, 그래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얘는 이곳 당신 사무실에 머물러야겠지요. 우리도 얘와 함께 머물겠습니다."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키네가 말을 했다. "맞습니다. 그래요, 그럴 필요가 없지요." 트라비스가 재빨리 말했다. "하지만 우린 함께 있고 싶어요. 우린 괜찮아요. 우린 오늘밤 이 바닥에서 잘 수 있습니다." "오, 그건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키네가 말했다. "아니에요. 가능합니다. 그럼요, 절대로 가능하지요." 트라비스가 그 수의사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열심히 재잘거리며 말했다. "우리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우리는 괜찮습니다. 아인스타인은 이곳에서 우릴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있으려는 거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 있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물론 우린 선생님께 불편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선 지불하겠습니다." "하지만 전 호텔을 운영하고 있진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 함께 있어야 해요." 노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키네가 말했다. "보세요, 전 정말 이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트라비스가 두 손으로 그 수의사의 오른 손을 잡으며 꼭 쥐었고 그러자 그 수의사는 놀랐다. "들어보세요. 키네 선생님, 제 말을 좀 들어 주세요. 이것이 평범하지 않은 요구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우리가 당신에게는 정신병자 부부처럼 보인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이유 말예요. 이 개는 보통 개가 아닙니다. 선생님, 이 놈은 내 목숨을 구해 주었어요." "그리고 내 목숨도 구해 주었지요." 노라가 말했다. "따로 따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놈이 우릴 함께 살도록 만들었어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없었다면 우린 만나지도 못했고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고 우린 둘 다 죽었을 겁니다." 키네는 놀라서 두 사람을 번갈이마며 보았다. "당신들 말은 그가 당신들 생명을 정말로 구해주었다는 거요? 그것도 각각 다른 사건에서 말이요?" "정말이에요." 노라가 말했다. "그리고나서 당신들 둘을 함께 살게 만들었단 말이오?" "그래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리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면에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지요." 트라비스의 손에 꼭 잡힌 그 수의사는 노라를 쳐다보다가 씨근거리고 있는 사냥개에게로 그 친절한 눈을 내리며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 저는 영웅적인 개 이야기에는 약한 사람입니다. 정말 그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당신에게 그것에 대해 다 말씀드리지요." 노라가 약속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재편집해서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살 때 내가 물에 빠진 걸 검은색 래브라도 사냥개가 구해주었지요." 제임스 키네가 말했다. 노라는 그 거실에 있는 그 아름다운 검은 사냥개가 생각났고 그래서 그놈이 실제로 키네를 구해준 그 개의 자손일까 아니면 단지 그가 개에게서 입은 그 큰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아무 데서나 사온 단순한 개일까가 궁금해졌다. "좋아요." 키네가 말했다. "여기서 머무세요." "고맙습니다." 트라비스의 목소리가 변성되어 나왔다. "고맙습니다." 트라비스에게서 손을 빼며 키네가 말했다. "하지만 아인스타인이 살아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려면 적어도 48시간은 걸릴 겁니다. 그건 긴 시간이지요." "48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마루 바닥에서 이틀간 자는 거지요. 우린 해낼 수 있어요." 키네가 말했다. "이런 환경에선 당신들 둘에겐 48시간이 영원의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그는 자신의 손목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제, 내 조수가 10분 정도 있으면 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우린 사무실을 열 겁니다. 제가 다른 환자들을 보는 동안 당신들이 여기 있으면 걸리적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들도 초조해하는 다른 손님들이나 병든 동물들과 함께 이 환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런 걸 보게 되면 오히려 의기소침해지기만 할 테니까요. 그러니 저희 집 거실에 계시다가 오후 늦게 사무실 문을 닫았을 때 돌아오셔서 아인스타인과 함께 계시지요." "낮 동안 가끔 그를 살짝 들여다 볼 수는 있숩니까?" 트라비스가 물었다. 키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하지만 살짝 보기만 하는 겁니다." 마침내 아인스타인이 더 이상 떨지 않는 것이 노라의 손으로 느껴졌다. 어떤 긴장감이 그에게서 빠져나갔다. 마치 그들이 자신과 함께 가까이에 머무는 것이 허락된 것을 듣고 긴장이 풀린 듯 한없이 편안해져 있었다. 아침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게 지나갔다. 닥터 키네의 거실은 텔레비전과 책, 그리고 잡지들이 있었다. 그러나 노라나 트라비스는 TV나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반 시간마다 홀을 빠져나가 한 번에 한 번씩 아인스타인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그는 더 악화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또한 더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키네가 한 번 들어와서 말했다. "편하게 생각하시고 욕실을 이용하세요. 그리고 냉장고에는 차가운 음료수가 있습니다. 원하시면 커피도 타 드시고요." 그는 자기 옆에 있는 검은 사냥개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 녀석 이름은 푸카입니다. 이 놈은 당신들이 기회만 주면 당신들을 죽도록 사랑할 겁니다." 푸카는 정말 노라가 본 중에 가장 우호적인 개들 중 하나였다. 부추기지도 않았는데 그는 몸을 구르며 죽는 시늉도 하고 엉덩이로 앉아 있기도 하다가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며 꼬리를 흔들기도 하면서 그들이 귀여워해주고 긁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침 내내 트라비스는 그 개가 애정을 구걸하는 걸 무시했다. 마치 푸카를 귀여워해 주는 것이 어느 면에서 아인스타인에 대한 배신인 양, 또 디스템퍼로 인한 아인스타인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인양 그렇게 피했다. 그러나 노라는 그 개에게서 위로를 얻으며 그놈에게 관심을 쏟아 주었다. 그녀는 푸카를 잘 대해주는 것이 신(神)들을 즐겁게 하고 그러면 그 신들이 아인스타인을 잘 봐 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녀의 남편을 사로잡고 있는 미신과는 좀 다르지만 그녀도 절망감때문에 역시 그만큼 강한 미신이 자기 안에서 자라났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제자리를 맴돌며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머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의자 끝에 앉았다. 오랫동안 그는 유리창 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그 밖의 거리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어두운 운명의 환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자신의 운평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노라가 일깨워 준 실제 현실이 어떻든 그의 비이성적인 죄의식은 줄어들지 않았다. 유리창을 바라보며 감기에 든 것처럼 양팔로 자신을 껴안으며 트라비스가 조용히 말했다. "키네가 그 문신을 보았다고 생각하오?" "모르겠어요. 못 봤겠지요." "당신은 정말 아인스타인에 대한 수배 광고지가 수의사들에게 배포되었다고 생각하오? 키네가 그 문신이 무슨 뜻인지 알까?" "아니겠지요."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이것에 대해 너무 편집적으로 민감한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가리슨의 전화를 통해 정부가 가리슨이 그들에게 경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일까지 했는지를 알고 난 후부터 그들은 그 개에 대한 대대적이고도 긴급한 수색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너무 편집적' 이라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니었다. 12시에서 2시까지 닥터 키네는 점심 식사를 위해서 사무실을 닫았다. 그는 노라와 트라비스를 커다란 부엌으로 안내하면서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는 혼자 사는 법을 아는 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냉장고에는 자신이 직접 준비해서 포쟝해 놓은 냉동 앙트레(생선과 고기 사이에 나오는 요리)로 가득했다. 그는 집에서 만든 라자냐(이탈리아의 면 요리의 일종)봉지에서 서리를 제거하고 나서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샐러드를 3개 만들었다. 식사는 휼륭했다. 그러나 노라나 트라비스는 그것을 많이 먹을 수 없었다. 노라는 제임스 키네를 더 알게 될수록 그가 더욱 좋아졌다. 그는 그 침울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유머 감각은 거의 자기 경시에 가까웠다. 동물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에게 특별현 빛을 던져주고 있는 내부의 등(燈)인 듯 그를 웬지 달리 보이게 만들었다. 개들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그가 개들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 열정 때문에 그의 소박한 외모가 변하여 보다 잘 생기고 또 아주 매력적인 남자처럼 보였다. 그 수의사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진 자기를 구해준 킹이라는 검은 사냥개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그들을 부추기며 아인스타인이 그들을 어떻게 구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트라비스는 하이킹을 하다가 하마터면 상처 입고 화가 잔뜩 난 곰과 마주쳐 아주 큰 화를 당할 뻔했다는 식으로 근사하게 이야기를 꾸며 말했다. 그리고는 아인스타인이 그에게 도망가라고 경고를 해주었고 반쯤 미친 그 곰이 추격해오자 아인스타인이 대들며 반복해서 그 짐승을 저지시켰다고 설명했다. 노라는 사실에 좀더 가까운 이야기를 지어 말할 수 있었다. 한 성도착증 환자가 그녀를 공격하는 것을 아인스타인이 막아 주고는 경찰이 올 때까지 그를 잡아두었다는 줄거리로 말해주었다. 키네는 감동했다. "그는 정말 영웅이네요!" 아인스타인에 대한 이야기에 그가 너무 완벽하게 끌려들어가는 것을 보자 노라는 혹 그가 그 문신을 발견하고 그 의미까지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무시해 버리고 아인스타인이 낫게 되면 그들을 평화롭게 놔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인스타인이 낫게 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접시들을 모을 때 키네가 말했다. "샘, 당신 부인이 왜 당신을 '트라비스'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네요." 그들은 이런 일에 대비를 해두었었다. 새로운 신분증을 얻고 난 후에도 노라가 그를 부를 때는 계속 트라비스라고 부르는 것이 더 쉽고 더 안전할 것으로 결정을 봤다. 항상 샘이라고 부르려고 애쓰다가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헛나오는 것보다는 덜 위험했던 것이다. 트라비스라는 이름은 그녀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고 그건 사적인 농담을 하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보며 윙크를 하고는 바보스럽게 씩 웃으면 그 이름에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넌즈시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너무 쑥스러워서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키네의 질문을 처리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보며 윙크를 하고 바보스럽게 씩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노라는 그것을 의젓하게 해낼지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샤실 그녀는 자신들이 초조하고 서투르게 그런 쇼를 하면 공연히 키네의 의심만 크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업무 시간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키네는 그의 조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 두통에다 위경련까지 겹쳐졌다고 말했다. 그 수의사 혼자 환자들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트라비스가 즉시 자신과 노라가 그를 거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우린 물론 자원 봉사 훈련을 받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일은 처리할 수 있어요." "그럼요." 노라가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들 머리도 괜찮아요. 선생님이 우리에게 하는 법을 보여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들은 제임스 키네가 치료하는 동안 고집 센 고양이들과 개들, 앵무새, 그리고 기타 갖가지 종류의 동물들을 붙잡고 있는 일을 하면서 그 오후를 보냈다. 붕대를 잘라 놓아야 했고 캐비닛에서 약을 꺼내고 의료 기구들을 씻고 소독하고 또 동물들의 오줌을 받아내고 영수증을 쓰는 등 할 일이 많았다. 구토와 설사에 시달리는 어떤 동물들은 바닥에다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았고 그것 역시 치워야 했다. 그러나 트라비스와 노라는 다른 일들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불평하거나 주저하지 않으면서 그 불쾌한 일들을 꿋꿋이 해냈다. 그들은 두 가지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하나는 키네를 도와주면서 오후 내내 아인스타인과 함께 진료실에 있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궂은 일을 하면서 그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 아인스타인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그에게 몇 마디 격려의 말을 해주는가 하면 또 그가 더 악화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들의 마음도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가 더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고 그걸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그들은 고통스러웠다. 그들의 또 다른 목적은 그 수의사에게 호의를 베풀어줌으로써 그 수의사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그날 밤 그곳에 머물도록 했던 그 자신의 결정을 재검토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환자 수가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많다고 키네가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6시가 넘어서까지 사무실을 닫을 수가 없었다. 피로감과 또 그들이 함께 한 그 노동으로 인해 따뜻한 동료 의식이 생겼다. 그들이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면서도 짐 키네는 자기 경험에서 뽑아낸 보석같이 즐거운 동물 이야기들로 그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수의사를 안 지가 몇 달은 된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고 우호적이 되었다. 키네는 그들을 위해 손님 방을 마련해 주었고 또 몇 장의 담요도 꺼내와 진료실 바닥에도 대충 잠자리를 하나 만들어 놓았다. 트라비스와 노라는 밤 시간을 둘로 나누어 교대로 한 사람은 침실에서 자고 한 사람은 아인스타인과 함께 대충 만든 진료실 바닥 잠자리에서 밤을 함께 보냈다. 트라비스가 먼저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진료실에 있기로 했다. 오직 등 하나만 진료실 한쪽 구석에 켜져 있었다. 그래서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이 누워 있는 어두운 곳 옆에 깔린 담요 위에 앉아 있기도 하다가 몸을 쭉 펴고 눕기도 했다. 이따금 아인스타인이 잠들었다. 그리고 그의 숨소리가 좀더 정상적으로 되어갔고 그래서 덜 불안스러웠다. 그러다 가끔 깨었다. 그리고는 무척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통과 두려움에 끙끙 앓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이 깨어났을 때 트라비스는 그에게 지난 6개월 동안 자신들이 함께 했던 경험들과 그 많던 좋은 순간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 사냥개는 적어도 약간은 트라비스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그 개는 어쩔 수 없이 요실금 상태에 있었다. 두어 번 그는 프라스틱 커버가 씌어 있는 매트리스애 오줌을 쌌다. 전혀 불쾌감 없이, 아버지가 심하게 병든 아이를 간호할 때 보이는 바로 그런 애정과 따뜻함으로 트라비스는 그것들을 깨끗이 치웠다. 이상하게도 트라비스는 그 오물이 기쁘기마저 했다. 아인스타인이 오줌을 쌀 때마다 그가 여전히 살아 있고 어떤 의미에선 여전히 보통 때처럼 기능이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밤 동안에 비를 동반한 돌풍이 왔다가 갔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장례식의 드럼 소리처럼 구슬펐다. 트라비스가 지키는 동안에 제임스 키네가 두 번씩이나 파자마와 가운 차림으로 나왔었다. 첫 번째에는 아인스타인을 조심스럽게 조사해보고 링게르 병을 바꾸어 주었다. 두 번째에는 점검 후 주사를 놓아 주었다. 두 경우 다 그는 지금은 호전의 기미들이 꼭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트라비스를 안심시켰다. 지금 당장은 그 개의 상태가 악화되는 징후가 없다는 것이 아주 좋은 것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이다. 밤 동안에 자주 트라비스는 일어나서 그 진료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세면기 위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꼴 액자를 발견하고는 그 안의 글을 읽었다. 개에게 바치는 글 이 이기적인 세상에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전혀 이기적이 아닌 한 친구, 은혜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 것, 결코 배은 망덕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 것, 그것은 자신의 개다. 개는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주인 곁에 서 있다. 그는 자기 주인 곁에 있기만 하면 거센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심하게 불어오는 차가운 땅에서도 잠을 잔다. 그는 건네 줄 음식이 없는 손에도 키스를 한다. 그는 거친 세상을 대하다 생긴 주인의 상처들이나 종기들을 핥아준다. 그는 거지 주인도 마치 왕자인 양 주인의 잠자리를 지켜준다. 다른 모든 친구들이 버려도 그는 남는다. 부가 날라가고 명성이 무너져도 그는 항상 천국 가는 길의 태양처럼 주인에게 사랑을 쏟는다. 상원의원 조지 베스트, 1870 그가 그 글을 읽고 또 읽을 때마다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새롭게 가슴이 벅찼다. 어린이들이 가지는 환상 중 자신들의 개가 어른들처럼 현명하고 영리하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만큼 더 보면적인 것이 있을까? 자기 집 개가 인간 수준에서 대화를 하고 또 승리와 비극을 함께 나누는 것만큼 어린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신의 선물이 또 있을까? 어떤 기적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며 자연의 신비에 대한 존경심을 더 불러 일으키겠는가? 또 어느 것이 이보다 더 예기치 않은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줄 것인가? 인간의 지능을 가진 개가 출현한다는 건 바로 인간처럼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언제나 충실한 고귀한 정신까지도 가진 종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종족들이 출현해 이 방대하고 차가운 우주를 우리들과 공유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마침내 우리 인류의 말할 수 없는 고독감과 절망감을 덜어줄 것이라는 공상보다도 더 우리 어른들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있을까?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신적인 면까지 보인 그 희망의 첫 결과인 이 아인스타인을 잃는 것보다 더 슬픈 손실이 어디 있겠는가? 트라비스는 이런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는 몸을 흔들며 슬픔에 잠긴 채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 감정이 복받치자 그는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아인스타인이 그가 우는 것을 보고 놀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노라가 새벽 3시에 그와 교대해 주었다. 그가 키네의 진료실을 떠나길 꺼려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이층으로 올라가라고 계속 종용해야만 했다. 지쳤지만 잠들지 않으려고 애쓰던 트라비스는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고꾸라져 잠둘었다. 그는 사악한 발톱과 단축된 악어 턱을 가진 노란 눈의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그는 노라와 아인스타인을 보호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들을 자신의 앞으로 밀면서 그들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 괴물은 트라비스를 놔두고 우회해 아인스타인을 잡아 갈기갈기 찢어놓더니 노라를 물어뜯었다. 이건 이름만을 사무엘 하야트로 바꾼다고 간단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코넬에게 내린 저주였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달아나는 것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노라와 그 개를 잃은 마당에 자신도 차라라 죽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괴물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처벅 처벅 처벅. 그는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그놈이 약속해 주는 그 죽음을 환영했다. 노라가 새벽 5시가 조금 못 돼 그를 깨웠다. "아인스타인이......" 그녀가 급하게 말했다. "......경련을 일으키고 있어요." 노라가 하얀색 벽의 진료실로 트라비스를 인도해왔을 때 벌써 짐 키네가 와서 아인스타인 위로 몸을 웅크라고 그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수의사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비켜 서서 그의 일을 편하게 해주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 트라비스는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몇분 후에 그 수의사가 일어났다. 그는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애써 미소 짓거나 하면서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추가로 진경제를 놓아주었어요. 내 생각엔...... 곧 괜찮아질 거요." "2단계로 발전했습니까?" 트라비스가 물었다. "아닌 것 같습니다." 키네가 말했다. "그가 경련을 일으키는데도 아직 1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가능합니다." 키네가 말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적지요?" "가능성이 적지요." 키네가 말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2단계 디스템퍼라...... 노라는 참담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더욱 더 트라비스를 꼭 껴안았다. 2단계...... 뇌 장애, 뇌염, 무도병, 뇌 손상, 뇌 손상...... 트라비스는 침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아침이 될 때까지 그 진료실에서 노라와 아인스타인과 함께 었었다. 그들은 전등을 몇 개 더 켜서 그 방을 좀더 밝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그를 면밀히 살피며 디스템퍼가 2단계로 진전되었는 지 그 기미를 살펴보았다. 짐 키네가 말했던 대로 경련을 일으키거나 잡자기 몸을 움직이거나 공연히 턱을 움직여 씹는다거나 하는 지를 살폈다. 그러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론 트라비스의 마음에 희망이 생기질 않았다. 아인스타인이 그 질병의 1단계에 있다는데도 꼭 죽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다음 날인 12월 3일 금요일, 짐 키네의 조수는 여전히 병이 들어 사무실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노라와 트라비스가 다시 밖으로 나가 도와주었다. 점심 시간까지도 아인스타인의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눈과 코에서는 계속해서 맑지만 노란 색깔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의 호흡이 좀 덜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노라에겐 그 개가 숨쉬기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라는 점심을 조금도 먹을 수 없었다. 그녀는 트라비스의 옷과 자신의 옷들을 빨아 다렸다. 그 동안에는 여분으로 있는 짐 키네의 욕실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그들에게 너무나 컸다. 그날 오후 사무실은 다시 바빴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노라에겐 과로해지는 것이 오히려 기뻤다. 4시 40분, 그들이 짐 키네가 까다로운 아일랜드 사냥개를 다루는 것을 다 도와주고난 직후였다. 아인스타인이 구석에 있는 침대에서 깽깽 짖었다. 노라에게는 자신이 살아 있는 한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노라와 트라비스는 숨을 멈추고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며 돌아섰다. 끙끙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인스타인이 이 진료실에 오고 난 후로 처음 내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냥개는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는 그들을 보며 눈을 껌벅였다. 그는 마치 도대체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짐은 아인스타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철저하게 검사했다. 그 사이에 노라와 트라비스는 짐 키네의 뒤에 웅크리고는 열심히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눈을 보아요. 약간 흐리긴 하지만 전혀 전과 같지는 않지요. 그리고 분비물이 나오던 것도 멈추었어요." 그는 젖은 수건으로 아인스타인의 눈 밑에 있는 굳어진 털을 깨끗이 닦고는 그의 코도 닦아주었다. 콧구멍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분비물로 거품이 일지 않았다. 그가 직장 체온계로 아인스타인의 온도를 쟀다. 그리고는 그것을 읽고 말했다. "떨어졌어요. 2도가 완전히 떨어졌어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노라는 자신의 눈에 다시 눈물이 가득 고이는 것을 느꼈다. 짐이 말했다. "아직 늪을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않았어요. 그의 호흡이 보다 규칙적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좋지는 않아요. 노라, 저기 있는 접시 하나를 가져다 물 좀 담아주시지요." 노라가 잠시 후에 싱크대에서 돌아와 수의사 곁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짐이 그것을 아인스타인에게 좀 가까이 밀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놈아!" 아인스타인이 다시 매트리스에서 머리를 들고는 접시를 쳐다보았다. 그의 축 늘어진 혀가 말라 보였고 고무질 물질로 덮여 있었다. 그는 낑낑대며 자기 입을 핥았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우리가 좀 거들면......" "아니요." 짐 키네가 말했다. "그에게 생각해보도록 놔두죠. 그가 자신이 그것을 해낼 수 있을 지 알 겁니다. 물을 억지로 먹여 다시 또 토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는 본능적으로 적당한 시기를 알 겁니다." 아인스타인은 좀 신음하기도 하고 씨근거리기도 하면서 스티로폴 매트리스에서 몸을 옆으로 돌려 반쯤 배를 바닥에 깔고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코를 접시에 박고 물 냄새를 맡고는 시험 삼아 혀를 댔다. 첫 번째 맛이 좋은지 다시 또 혀를 내밀었고 그러길 또 한번 더 하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도로 누워 버렸다. 그 사냥개를 어루만지며 짐 키네는 말했다. "때가 돼서도 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게 이상할 것 같습니다." 때가 돼서도 그 구절이 트라비스의 맘을 괴롭혔다. 아인스타인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마침내 아웃사이더가 도착했을 때 아인스타인이 건강해서 그의 모든 감각이 민감하게 작동된다면 그들의 형편이 한결 더 나아질 것이다. 그 적외선 경보 장치에도 불구하고 아인스타인이 그들의 제1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었다. 마지막 환자가 5시 30분에 떠나고 난 후 짐 키네는 비밀스러운 일로 밖으로 삐져나가 30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그는 샴페인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난 술읕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한두 모금이 필요하지요." 노라는 임신 기간에는 어떤 술이든 마시지 않기로 맹세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엄한 맹세라도 유보될 수 있었다. 그들은 그라스를 들고는 진료실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아인스타인을 축하해 주었다. 그는 몇 분 동안 그들을 지켜보다가 지쳐서 곧바로 잠에 떨어졌다. "하지만 저건 자연적인 수면이에요." 짐이 설명했다. "진정제 효과가 아니죠."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가 회복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디스템퍼를 떨쳐 없애버리기 위해서는 한 며칠 아니 한 일 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아무튼 전 그를 여기에 한 이틀 더 두고 싶군요. 이제 당신들은 원하시면 집에 돌아가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 계셔도 환영합니다. 당신들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여기에 머물겠습니다." 바로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한번 디스템퍼에 걸리고나면 몸이 약해지겠지요, 그렇지요?" "처음에는 아주 약하지요." 짐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과거 힘이 다 돌아오진 않겠지만 점차 회복될 겁니다. 이젠 그가 경련을 일으킨다손 치더라도 2단계 디스템퍼에는 돌입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새해 때까진 지금 이대로겠지요. 그리고나서는 지속적인 질병도 없고 또 중풍에서 오는 떨림이나 그 비슷한 것도 없을 겁니다. 새해라. 트라비스는 그것이 아주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다시 노라와 트라비스가 밤을 2교대로 나누었다. 트라비스가 첫번째 파수를 서기로 했고 그녀가 새벽 3시에 진료실로 와 그를 교대해 주기로 했다. 안개가 카르멜市로 소용돌이쳐 들어왔다. 그것이 유리창 밖에서 굽이치며 끈덕지게 머물러 있었다. 노라가 왔을 때 아인스타인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말했다. "얘가 오랫동안 깨어 있었어요?" "응,"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따금씩." "당신, 얘와 얘기해보았어요?" "응." "그래요?" 트라비스의 얼굴이 주름졌고 수척해보였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내가 그에게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보았소." "그래서요?" "그가 대답을 안 했소. 그냥 눈만 껌벅이며 나를 쳐다보았고 아니면 하품만 했소. 그렇지 않으면 도로 잠들어 버리든가 말이오." "그는 아직 아주 피곤한 상태예요." 그녀는 그 사냥개와 대화가 안 되는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기를 절실히 바라면서 말했다. "그는 질문이나 답을 할 만큼 힘이 없어요." 트라비스는 파리하고 침울해져서 말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생각엔 그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 "그는 아직 그 질병을 다 떨쳐버리지 못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그 병에 사로잡혀 있어요. 이제 그것을 조금씩 떨쳐버리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낫지 못했어요. 그는 당분간 약간 멍청한 상태로 있게 되어 있어요." "혼란스러워 해." 트라비스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괜찮아질 거예요." "응, 그래," 그가 말했다. "괜찮아질 거야." 그러나 그 목소리가 마치 아인스타인이 다시는 똑같아질 것 같지 않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노라는 트라비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를 알았다. 운명의 저주다. 그가 믿지 않기로 고백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바로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젊었을 때 고통당하고 죽어 갔었다. 그가 염려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갔었다. 물론 그것은 모두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리고 노라는 한 순간도 그런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과거를 떨쳐버리고 오로지 미래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자신의 경우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당장 낙관적이 되지 못하는 그를 이해했다. 그녀는 또한 그 개인적인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그를 끌어내기 위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그에게 키스하고 잠시 그를 껴안고나서 눈 좀 붙이라고 침대로 돌려 보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트라비스가 가고 났을 때 노라는 아인스타인 곁의 마루 바닥에 앉아서 말했다. "내가 너에게 말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어, 털보야. 내 생각엔 넌 잠들어 있어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야. 혹 네가 깨어 있다 할지라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어쩌면 넌 다시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서 적어도 너의 정신이 온전하다는 희망이 아직도 있는 지금 이것들을 얘기하고 싶은 거야." 그녀는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고요한 진료실을 둘러 보았다. 희미한 전등들이 스테인레스 제품들과 캐비닛의 유리창에 어슴푸레 비쳤다. 새벽 3시 30분의 외로운 장소였다. 아인스타인의 숨소리가 조용하게 쉬익쉬익 들려왔고 가끔 들릴락 말락 가르릉거리는 소리가 섞여나왔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꼬리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난 너를 내 보호자로 생각했었어, 아인스타인. 그것이 네가 나를 아트 스트랙에게서 구해냈을 때 너에게 붙여본 말이었어. 나의 보호자. 넌 날 그 위험스러운 사람에게 다치지 않게 구해냈을 뿐만아니라 또한 나를 외로움과 그 끔찍한 절망감에서 구해냈어. 그리고 넌 트라비스도 그 사람 안에 있는 어둠 속에서 구해내고는 우리를 함께 살게 만들었지. 그리고 다른 수백 가지 면에서도 넌 마치 수호 천사처럼 완벽하게 우리를 지켜 주었어. 너는 결코 네가 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원한 적이 없었지. 어쩌다 한번 밀크 본 비스켓이나 가끔 초콜릿 정도였지. 하지만 넌 개밥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일을 다 했을 거야. 사랑하고 또 도로 사랑맏는 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기 때문에 넌 그런 일들을 했어. 그리고 털보야, 넌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정말 나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고 있어.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교훈 말이야." 한동안 그녀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침묵을 지키며 어둠 속에서 그녀의 친구이자, 자식이자, 선생이자, 보호자인 그 개 곁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적당한 말을 찾아서 그것을 너에게 말해주어야 돼. 어쩌면 지금이 네가 내 말을 이해한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것은 이런 거야. 난 너의 보호자이자 트라비스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또 그는 나의 보호자이자 너의 보호자라는 것을 네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지. 우린 서로서로를 돌보며 파수를 서줄 의무가 있어. 우린 모두가 서로를 보살펴주며 지켜주는 파수꾼들[와처스]이야. 어둠에 대항해 지키는 파수꾼들[와처스]이지. 넌 나에게 우린 모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어. 가끔 가신을 가치 없고 평범하고 우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말이야. 우리가 사랑하고 또 우리 자신이 사랑받도록 허락한다면...... 글쎄,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거야. 그것이 네가 나에게 가르쳐준 거야, 털보야. 그리고 너 때문에 난 완전히 변했어." 그 긴 밤 동안에 아인스타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짐은 잠 속에 빠져 있었다. 토요일, 짐 키네는 오전에만 사무실을 열었다. 정오에 그는 자신의 집 옆에 있는 사무실 입구를 잠궜다. 오전 동안에 아인스타인은 고무적인 회복 기미를 보였다. 그는 더 많은 물을 마셨고 힘 없이 옆으로 누워 있는 대신 배를 깔고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머리를 돌고 그 진료실에서의 움직임에 흥미를 갖고 둘러보았다. 그는 심지어 자기 앞에 놓여진 날 계란과 육즙을 섞은 수프를 소리내어 마시며 반 접시를 다 먹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먹은 것을 토해내지 않았다. 이젠 그에게서 링게르도 아주 뽑아버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주 많이 졸았다. 그리고 트라비스와 노라에 대한 그의 반응은 단지 평범한 개의 반응에 지나지 않았다. 점심 후 그들이 부엌 테이블에 짐과 함께 앉아서 커피를 마실 때 그 수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음...... 더 이상 이것을 어떻게 미룰 방법을 모르겠군요." 그는 저고리 안 주머니에서 오래돼 낡은 접혀진 종이 한 장을 꺼내 트라비스 앞에 있는 테이블에 놓았다. 잠깐 동안 노라는 그것이 그의 진료비에 대한 청구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라비스가 그 접어진 종이를 폈을 때 그녀는 그것이 아인스타인을 찾는 사람들이 배포한 전단이라는 걸 알았다. 트라비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노라는 마치 심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느낌을 가지면서 트라비스에게 좀더 가까이 가 함께 그 공보지를 읽었다. 그것은 지난 주 날짜로 되어 있었다. 귀에 있는 3개의 숫자로 된 문신을 비롯해 아인스타인에 대한 설명을 했고 이에 덧붙여 아마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을 트라비스 코넬과 그의 부인인 노라가 그 개를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 밑에는 노라와 트라비스의 인상 설명과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선생님이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노라가 물었다. 짐 키네가 말했다. "목요일 아침 내가 아인스타인을 처음 보고는 한 시간도 안 되어서죠. 난 지난 6개월 동안 일 주일에 한 번씩 이 공문서를 받아왔어요. 그리고 연방 암 센타에서 3통이나 전화가 와서 누런 사냥개는 모두 귀에 문신이 있는 지 점검하고 있으면 즉시 신고해주길 당부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신고하셨나요?" 노라가 물었다. "아직 아니오. 그가 이 병을 이겨낼 것인지 알기 전에는 그것에 관해 얘기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소."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이제 신고하실 건가요?" 사냥개 같은 얼굴을 평소보다 훨씬 더 침울하게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짐 키네가 맡했다. "암 센터에 의하면 이 개는 암 치료책을 개발하는 데 극히 중요한 실험의 핵심이라더군요. 만일 이 개를 찾지 못하면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건 모두 거짓말입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한 가지는 당신들에게 분명히 해두겠숩니다." 짐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 큰 손으로는 커피 잔을 감싸며 말했다. "나는 철저하게 동물 애호가입니다. 난 내 삶을 동물들에게 바쳤습니다. 그리고 난 다른 무엇보다도 개들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모든 동물 실험들을 중단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나 인간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학 발전을 위해서라고 해도 한 마리의 모르모트나 고양이, 개 등을 해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동조하지 않습니다. 연구소를 급습해서 동물들을 훔치고 수년 간의 중요한 연구를 망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침을 뱉어 주고 싶어요. 생명을 사랑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고 옳은 일이에요. 정말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그래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생명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들은 그것을 숭배하지요. 그것은 이교도적이고 무지하고 어쩌면 심지어 야만적인 태도일지도 몰라요." "이 경우는 그련 것이 아니에요." 노라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암 센타에서 사용된 적이 없어요. 그것은 단지 위장용 이야기일 뿐예요. 암 센타가 아인스타인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를 원하는 것은 국가 안보국이지요." 그녀가 트라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요?" 트라비스가 험악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글쎄, 짐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죽일 수도 없고......" 수의사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엔 우리가 그를 설득시켜야 할 것 같소." 트라비스가 말을 마쳤다. "진실을 밝힌단 말예요?" 노라가 물었다. 트라비스가 오랫동안 짐 키네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말했다. "응, 진실을 말이요. 그것이 그로 하여금 그 망할 수배 포스터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도록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오." 노라가 깊게 숨을 쉬며 말했다. "짐, 아인스타인은 당신이나 나나 트라비스만큼 영리해요." "난 가끔 오히려 더 영리하다고 생각해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수의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커피를 또 타 올 게요." 노라가 말했다. "이건 아주 긴 얘기예요. 오후 내내 걸릴 거예요." 몇 시간 후 토요일 오후 5시 10분, 노라와 트라비스와 짐 키네는 아인스타인이 누워 있는 매트리스 앞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그 개는 물을 단 몇 모금 더 마셨을 뿐이다. 그도 역시 흥미를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트라비스는 그 개의 커다란 갈색 눈에 그 이상스런 깊이와 신비한 총명함 등이 여전히 있는지 알아보려고 애쓴다. 젠장, 그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의심이 생기는 자신의 마음이 두려웠다. 짐은 아인스타인을 검토하고는 그의 눈이 좀더 깨끗해졌고 거의 정상에 가까우며 그의 체온도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심장 소리도 약간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10분 정도의 검사에 아인스타인은 지쳐서 옆으로 픽 드러누우며 길고 지친 한숨을 토해냈다. 잠시 후에 그는 다시 졸았다. 그 수의사가 말했다. "그가 그렇게 천재 개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는 아직도 아파요." 노라가 말했다. "그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해요. 그러면 그는 우리가 말씀 드린 그 모든 것이 사실임을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언제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보세요?" 트라비스가 물었다. 짐은 좀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아마 내일쯤일 거요. 처음엔 아주 많이 떨 거요. 하지만 내일은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우린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요." "그가 일어섰을 때,"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에게 균형 감각이 돌아왔을 때, 그레서 돌아다니고 싶어질 때면 그게 그의 머리도 역시 좀더 명료해졌다는 표시겠지요. 그러니 그가 일어나서 돌아다닐 그 때에 그가 얼마나 영리한 지 당신에게 증명해줄 테스트를 실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짐이 말했다. "그리고 그가 그것을 증명하면," 노라가 말했다. "당신은 그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을 겁니까?" "당신들이 나에게 말한 그 아웃사이더를 만든 사람들에게 고발한다구요? 이 터무니없는 수배 공문서를 날조한 거짓말쟁이들에게 고발한다구요? 노라, 당신은 나를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생각합니까?" 노라가 말했다. "좋은 사람이요." 24시간 후인 일요일 저녁, 짐 키네의 진료실에서 아인스타인은 마치 네 다리로 기는 늙은 노인처럼 비틀거리며 걸어다녔다. 노라가 그의 곁에서 무릎을 꿇고 따라가면서 계속 가라고 조용히 격려하며 그가 얼마나 용감하고 좋은 녀석인지를 말해 주었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자신의 아기를 보는 것처럼 노라는 흥분했다. 그러나 그녀를 더욱 흥분시킨 것은 그가 그녀에게 준 몇 번의 시선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질병에 대해 화를 내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한 어떤 유머 감각도 들어 있었다. 그는 마치 '헤이, 노라, 내가 구경거리요, 아니면 뭐요? 이것은 좀 우스꽝스럽지 않아요?' 토요일 밤에 그는 약간 된 음식을 먹었었다. 그리고 일요일 내내 그는 그 수의사가 제공하는 소화가 쉽게 잘 되는 음식물을 조금씩 먹었었다. 그는 물도 잘 마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고무적인 호전 기미는 화장실을 가려고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서서 버티질 못했다. 그래서 이따금 비틀거리다 뒤로 털썩 엉덩이로 주저앉곤 했다. 그러나 벽을 들이받거나 원을 그리며 걷진 않았다. 어제, 노라는 쇼핑을 갔다가 단어 맞추기 게임기 3개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이제 트라비스는 철자 조각들을 철자대로 분류해 진료실 한쪽 끝에 26더미로 모아 두었다. 그 더미 앞에는 빈 마루 공간이 있었다. "우린 준비됐어요." 짐 키네가 말했다. 그는 인디언 식으로 다리를 꼬고 트라비스와 함께 바닥에 앉아 있었다. 푸카가 그의 주인 옆에 누워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노라가 아인스타인을 이끌고 방을 가로질러 철자 조각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는 손으로 아인스타인의 머리를 잡고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오케이, 털보야, 닥터 짐에게 네가 단지 암테스트에 관련된 형편없는 실험용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이자꾸나. 그에게 네가 정말 누구인지 보이고 또 그에게 그 성가신 사람들이 정말 무엇 때문에 너를 원하는지 증명해 보이자꾸나." 그녀는 그 사냥개의 어두운 시선에서 그 옛날의 총명함을 보았다고 믿으려고 애썼다. 초조하고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채 트라비스가 말했다. "누가 첫번째 질문을 하겠소?" "제가 하지요." 노라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아인스타인에게 말했다. "바이올린은 어떻게 됐어?" 아인스타인이 병들어 아주 쓰러진 채로 발견되던 그날 아침 트라비스가 발견한 '바이올린 고장'이라는 메시지에 관해서 그들은 짐 키네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그 수의사는 노라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이해했다. 아인스타인은 눈을 껌벅이며 그녀를 보고는 철자 조각들을 보다가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는 철자들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가 철자 조각들을 선택하고는 그것들을 코로 밀어 놓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배 속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바이올린 단지 조율 안 되었음. 트라비스는 그 동안 품고 있던 공포감이 마치 강한 고압 전류같이 일순간 그에게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떨었다. 그는 말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갑사합니다. 하나님." 그리고는 기뻐서 웃었다. "세상에, 맙소사!" 짐 키네가 말했다. 푸카가 머리를 높이 쳐들고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노라는 안도감과 흥분감과 사랑으로 가슴이 부풀어서 그 철자들을 다시 각 더미들로 가겨다 놓고는 말했다. "아인스타인, 네 주인이 누구니? 우리에게 그의 이름을 말해봐." 사냥개는 그녀를 보다가 트라비스를 보고는 신중하게 답변을 했다. 주인은 없음. 친구들임. 트라비스가 웃었다. "꼭 그것을 받아들이겠어. 누구도 얘의 주인일 수 없어. 하지만 누구나 얘의 친구가 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해." 아인스타인의 지능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이 증거 때문에 트라비스는 기뻐 웃었다. 실로 며칠 만에 웃어 보는 첫 번째 웃음이었다. 그러나 노라는 안도감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짐 키네는 커진 눈으로 멍청히 씩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난 꼭 크리스마스 날 몰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실제로 산타 크로스가 트리 밑에 선물을 놔두는 걸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내 차례야." 트라비스가 앞으로 나가서 한 손을 아인스타인의 머리에 올리고 다독거려주며 말했다. "짐이 방금 크리스마스를 말했어.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부터 20일밖에 안 남았지. 그러니 내게 말해봐. 아인스타인, 넌 산타 크로스가 너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면 가장 좋겠니?" 아인스타인은 두 번씩이나 철자 조각들을 맞추었다가 두 번 다 다시 생각해보고는 그것들을 흐트러뜨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엉덩이로 풀썩 주저 앉아서 멋쩍게 주위를 돌아보더니 모두가 그를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이번에는 산타에게 요청할 3개의 단어를 만들었다. 미키 마우스 비디오들. 그들은 새벽 2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짐 키네가 취했기 때문이었다. 맥주에 취한 것도, 와인에 취한 것도, 위스키에 취한 것도 아니다. 아인스타인의 지능에 대한 순수한 기쁨에 취했던 것이다. "꼭 사람 같군요. 그래요, 하지만 여전히 개잖아요. 여전히 개예요. 너무나 똑 같아요. 하지만 또 너무나 달라요." 하지만 짐은 그 개의 재치를 십여 가지 이상큰 보여주길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먼저 자신의 환자를 피곤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는 전율했고 또 너무 흥분해서 거의 자제하질 못했다. 그 수의사가 갑자기 폭발해 버린다고 해도 트라비스는 그렇게 크게 놀랄 것 같지 않았다. 부엌에서 집이 아인스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들려달라고 간청했다. 솔방에서의 Modern Bride誌 건, 트라비스가 받아 놓은 뜨거운 목욕물에 차가운 물을 스스로 섞은 일 등등 여러 가지가 많았다. 짐은 또 그 똑같은 이야기들을 몇 가지 자신이 다시 이야기 하기도 했다. 마치 노라와 트라비스가 전혀 그것을 들어보지 못한 것처럼 그렇게 또 얘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기뻐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는 화려한 동작으로 테이블에서 그 수배 전단지를 낚아채고는 부엌용 성냥을 켜 싱크대에서 그것을 태워 버렸다. 그리고는 물을 틀어 그 재를 하수구로 흘려보냈다. "이런 동물을 가두어 놓고 찌르고 괴롭히며 연구하려는 인색한 사람들은 타도합시다! 그들은 천재들로 하여금 아인스타인을 만들도록 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자신들이 한 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은 이것의 위대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이해했다면 그를 울에 가두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거니까요." 마침내 짐 키네가 그들 모두 잠을 잘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트라비스는 이미 잠자고 있는 아인스타인을 들어서 손님 방에다 옮겨 놓았다. 그들 침대 옆에다 그를 위해서 담요로 푹신푹신하게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아인스타인이 조용히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 밑에서 트라비스와 노라는 서로 껴안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모든 것어 좋아지고 있어요." "여전히 몇 가지 문제 거리들이 다가오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는 아인스타인의 회복으로 평생 자신을 쫓아다니던 궁극적인 죽음의 저주를 상당히 약화시켰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저주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희망을 가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사이더가 여전히 저 밖의 어딘가에서 오고 있었던 것이다. 4장 1 12월 7일 화요일 오후, 그들이 아인스타인과 함께 퇴원하게 되자 짐 키네는 그들을 보내는 것에 몹시 서운해했다. 그는 픽업 트럭에 까지 배웅나와 운전석 쪽에 서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해야 할 치료책을 다시 설명하고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일 주일에 한 번씩 자신에게 아인스타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는 그 개의 치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술과 저녁과 대화를 위해서도 자신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수의사가 자신도 아인스타인의 친구가 되고 싶으며 그 신비한 삶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려 한다는 것을 트라비스는 알았다. "짐, 날 믿어요. 우린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에 당신도 우리 집으로 와서 우리와 함께 하루를 보내야지요." "그러고 싶어요." "우리도 그래요." 트라비스가 진심으로 말했다. 노라는 자기 무릎 안으로 아인스타인을 감싸고는 담요로 한번 더 감았다. 그는 아직 예전의 식욕을 되찾진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몸이 약했다. 그의 면역 체계는 심한 혹사를 당했다. 그래서 그는 당분간 보통 때보다 질병에 더 민감할 것이다. 그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때까지는 가능한 한 집 안에 더 오래 머물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어야 할 것이다. 멍들고 부은 듯한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온통 꽉찼다. 태평양은 너무 거칠고 회색빛이어서 바닷물이라기보다는 수십억 개의 파편들과 석판들이 땅 밑의 어떤 지각 변동으로 끊임없이 동요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 황량한 날씨도 날 듯한 트라비스의 기분을 풀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노라도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자기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거의 색깔 없는 이 겨울 날의 우울한 美마저 소중하다는 듯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풍경들을 살피고 있었다. 아마 그는 짐 키네 사무실 밖의 세상을 다시 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경우라면 어지럽게 돌이 널려 있는 것 같은 바다와 멍들어 부르튼 것 같은 하늘마저도 귀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노라를 픽업에 남겨두고 차에 놔두었던 38구경 권총을 들고 뒷문을 통해 혼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주 그들이 급히 떠난 후 전등들이 계속 켜 있는 부엌으로 들어가 즉시 캐비닛의 은밀한 곳에서 Uzi 자동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차에서 가져온 것은 한쪽으로 치워 놓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가면서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좀 큰 가구들 뒤나 벽장 안 등을 살펴보았다. 도둑이 침입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시골 지역은 상대적으로 범죄가 없다. 그래서 며칠씩 문을 잠그지 않고 집을 비운다 해도 집 안 물건들을 모두 가져갈 도둑이 들 위험성이 없었다. 그의 걱정거리는 도둑이 아니라 아웃사이더였다. 집 안은 한적했다. 트라비스는 픽업을 헛간으로 몰고 가기 전에 그곳도 점검해보았다. 그러나 그곳 또한 안전했다. 집 안에서 노라는 아인스타인을 내려놓고는 그에게서 담요를 걷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부엌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의 냄새를 맡았다. 거실에서 그는 차가운 벽난로 옆에 있는 자신의 책장 넘기는 기구를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그는 부엌 식품 저장실로 들어가서는 발 페달로 전등을 켰다. 그리고는 합성 수지관에서 철자 조각들을 꺼냈다. 집. 개 옆에서 몸을 구부리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여기 있는 게 확실히 좋지, 그렇지?" 아인스타인이 코로 트라비스의 목을 비비며 그의 목덜미를 핥았다. 그 누런 털이 보풀보풀했고 깨끗한 냄새가 났다. 짐 키네가 그의 진료실에서 목욕을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풀보풀하고 깨끗하긴 했지만 아인스타인 자신의 본래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지쳐보였고 또 일 주일도 안 되어서 체중이 몇 킬로 줄어서인지 여위어 보였다. 아인스타인은 더 많은 철자들을 발로 꺼내서 마치 자신의 기쁨을 강조하듯 똑같은 단어를 만들었다. 집. 노라가 식품 저장실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집은 마음이 있는 곳이야. 그리고 이 집에는 많은 마음들이 있지. 자, 저녁을 좀 빨리 먹자. 미키 마우스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는 비디오를 틀어 놓고 거실에서 저녁을 먹자꾸나. 넌 그거 좋아하니?" 아인스타인이 자신의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었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너,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석을 차렸는데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니? 저녁으로 비엔나 소시지를 만들었는데 말이야." 아인스타인이 자신의 주둥이를 핥았다. 그는 더 많은 철자 조각들을 꺼내 그것으로 트라비스의 제안에 열렬히 찬성한다는 자신의 뜻을 보였다. 집은 비엔나 소시지가 있는 곳. 트라비스가 한밤중에 깨었을 때 아인스타인은 침실 창가에서 앞 발을 창틀에 올려놓고 뒷발로 서 있었다. 옆 침실 야간 등의 간접적인 불빛으로 그의 모습이 겨우 보였다. 창문 위에 닫힌 안쪽 덧문에 빗장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그 개는 앞 뜰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그가 동원하는 감각 중 가장 덜 의지하는 것이 시각일 것이다. "저 밖에 뭐가 있니? 얘야." 트라비스가 노라를 불필요하게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하게 물었다. 아인스타인이 창문에서 앞발을 내리고는 트라비스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 놓았다. 개를 어루만져 주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놈이 오고 있니?" 단지 가냘픈 이상한 울음소리로만 대꾸하고 아인스타인은 침대 옆 바닥에 엎드려 다시 잠들었다. 몇 분 후에 트라비스도 잠들었다. 그는 새벽 가까이 되어서 다시 깨었고 이번엔 노라가 침대 가에 앉아서 아인스타인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도로 주무세요." 그녀가 트라비스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있소?" "아무 일도요." 그녀가 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깨어보니 얘가 창가에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 것도 아녜요. 주무세요." 그는 다시 가까스로 잠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아웃사이더가 6개월 동안 아인스타인을 추적해오는 동안 도구 사용하는 법을 배울 정도로 영리해져서 이제 그 노란 눈을 번뜩이며 도끼로 침실 덧문을 쳐부수고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2 그들은 아인스타인에게 정한 시간에 맞추어 약을 먹였다. 그리고 그는 알약들을 순순히 잘 삼켰다. 그들은 그가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잘 먹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식욕은 아주 천천히 돌아올 뿐이었다. 그가 줄었던 체중을 되찾고 예전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는 몇 주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날로 날로 그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12월 10일 금요일, 아인스타인은 밖으로 짧은 산책을 나갈 정도로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가끔 약간씩 동요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걸을 때마다 비틀거리진 않았다. 그는 그 동물 병원에서 모든 예방 주사를 다 맞았다. 그가 막 이겨낸 디스템퍼에 더하여 광견병까지 걸릴 가능성은 이제 없다. 날씨는 지난 몇 주 동안 가장 온화했고 최저 온도라봐야 17도에 바람이 없었다. 하늘에 흩어져 있는 구름은 하얗고,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 않았을 때는 살결로 생기를 느낄 정도의 따뜻함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집 주위의 적외선 센서들과 헛간에 있는 일산화질소를 점검하러 가는 데 트라비스를 따라갔다. 그들은 지난번 이 코스를 따라 함께 걷던 것보다는 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자신의 일로 복귀한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노라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의 초상화였다. 아인스타인은 자신이 그녀가 그리는 최근 작품의 대상이 된 줄 알지 못했다. 이 그림은 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의 하나였고 일단 크리스마스 날 개봉되고 난 후에는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을 것이다.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이 헛간을 나와 뜰로 들어섰을 때 말했다. "그놈이 좀더 가까이 왔니?" 그 질문을 받자마자 아인스타인은 항상 하던 그 일상적인 절차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덜 노력했고 또 공기 냄새도 덜 맡았으며 그들 주위의 어두운 숲도 덜 관찰했다. 그리고 트라비스에게 돌아와서 걱정스러운 듯 낑낑댔다. "그놈이 저기 어디에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아인스타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숲을 살펴보기만 했다. 당황한 채. "그놈이 아직도 오고 있니?" 트라비스가 물었다. 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놈이 저번보다 더 가까이에 있니?" 아인스타인은 원을 그리고 걸으며 땅 냄새와 공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곧추세우고 이리 저리 돌아 보았다. 한참만에 그는 집으로 돌아가 문 앞에 서서 트라비스를 바라보며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인스타인은 곧바로 식품 저장실로 갔다. 몽롱함. 트라비스는 바닥에 있는 그 단어를 응시했다. "몽롱해?" 아인스타인은 더 많은 철자 조각들을 꺼내 코로 밀어 단어들을 만들었다. 신호가 흐림. "아웃사이더를 감지하는 네 능력에 관해 말하는 거니?" 짧게 꼬리를 한번 흔들었다. 예스. "그놈을 더 이상 감지할 수 없니?" 한번 꼬리를 흔들었다. 예소. "그놈이 주...... 죽었다고 생각하니?" 모르겠음. "아니면 네가 아플 때는 너의 그 육감도 작동이 되지 않는 모양이지. 그도 아니면 지금 네 몸처럼 그것도 허약해졌거나......" 그럴지도. 트라비스는 철자조각들을 모아 분류해 수지관에 다시 넣고는 잠시 생각했다. 불길한 생각이었다. 초조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저택 주위에 경보 시스템을 설치해 놓았다. 그렇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조기 경보로서 아인스타인의 그 육감에 의지했었다. 이제 트라비스는 자신이 해오던 경계 태세와 또 예전 델타 포스 맨으로서의 능력에만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방어 체계에 그들도 모르는 어떤 헛점이 있다면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건 아인스타인의 그 능력뿐이었다. "넌 가능한 한 아주 빨리 회복돼야만 해." 그가 사냥개에게 말했다. "넌 정말 식욕이 없을 때라도 먹으려고 애써야만 될 거야. 넌 될 수 있는 한 많이 자서 네 몸이 회복되도록 해야 하지 지금처럼 창가에서 걱정하며 하루 밤의 반을 다 보내서는 안돼." 닭고기 수프도. 트라비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 역시 먹는 게 좋을 거야." 폭탄주는 병균들을 죽여요. "그런 지식을 어디서 얻었니?" 책. 폭탄주가 뭐예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맥주 한 컵 속에 부은 위스키 한 잔." 아인스타인이 그것을 잠시 생각했다. 균을 죽이지만 알콜 중독자가 된다. 트라비스는 웃으며 아인스타인의 털을 헝클어트렸다. "넌 진짜 코메디언이야, 털보야." 내가 베가스에서 공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넌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거야." 주역 배우로도? "그럼, 분명히 할 수 있을 걸." 나와 피아 자도라와 함께라. 그는 개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웃으며 식품 저장실에 앉아 있었다. 그런 농담에도 불구하고 트라비스는 아인스타인이 아웃사이더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로 인해 심하게 괴로워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 농담은 일종의 방어 장치였다.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집 주위를 도는 정도의 짧은 산책에도 피곤해져서 아인스타인은 잠을 잤고 그 동안에 노라는 사신의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창가에 앉에서 숲 속을 내다보며 마음 속으로 반복해서 자신들의 방어 장치를 생각해보며 헛점을 찾아보았다. 12월 12일 일요일, 짐 키네가 오후에 그들의 집에 와서는 저녁때까지 머물렀다. 그는 아인스타인을 점검하고는 그 개의 회복을 확인하고 기뻐했다. "우리에겐 너무 늦는 것 같아요." 노라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죠, 시간이 걸릴 거라구요." 짐이 말했다. 그는 아인스타인의 처방 약을 좀 바꾸어 주고는 새로운 알약 병들을 건네 주었다. 아인스타인은 책장 넘기는 기구와 식품 저장실에 있는 문자 나열기구를 다루는 걸 보여주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는 또 애써 노라나 트라비스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도 연필을 입에 물고 그것으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테이프 리코더 등을 작동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고 그것에 대한 칭찬을 아주 상냥하게 받아들였다. 노라는 그 수의사가 전에 보았던 것보다 눈이 덜 슬퍼뵈고 또 얼굴도 덜 수심에 차 보이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똑같았다. 단지 변한 것은 그에 대한 그녀의 인식일 뿐이었다. 그를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또 그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천성적으로 보이는 그 시무룩한 모습만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그의 그 침울한 표정 밑에 있는 친절함과 유머까지도 보았던 것이다. 저녁을 먹는 동안 짐이 말했다. "난 문신에 대해서 좀 연구를 해 보았어요. 혹시 그의 귀에 있는 숫자를 없앨 수 있을까 해서 말예요." 아인스타인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가까운 마루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잠시 비틀거리다 부엌 식탁까지 급히 와서는 빈 의자 위로 깡충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똑바로 앉아서 뭔가 기대하는 듯 짐을 쳐다보았다. "글쎄요," 그 수의사는 자신의 입으로 반쯤 가져갔던 카레 묻힌 닭고기 한 덩어리를 다시 내려놓고는 말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신들은 없앨 수 있어요. 어떤 종류의 잉크가 사용되었고 또 어떤 방법으로 그것이 피부 속에 새겨졌는가를 알게 되면 아마 그것을 제거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거 멋지겠는데요." 노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를 발견해서 아인스타인을 데려가려고 해도 자신들이 잃어버린 그 개인지를 증명할 수 없겠네요." "그래도 여전히 문신 흔적은 남아서 돋보기로 면밀히 검토하게 되면 드러날 걸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은 마치 '응, 정말 그럴까요?'라고 묻는 양 트라비스에게서 눈을 떼고 짐을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연구소에서는 그냥 실험용 동물에게 꼬리표를 달지요." 집이 말했다. "이런 문신들 중에는 두어 가지 다른 종류의 잉크가 사용돼요. 어쩌면 본래 피부에 생긴 반점 정도로 보이는 것말고는 아무 흔적도 없이 그것을 없앨 수 있을 지 몰라요. 현미경에 의한 검사로도 잉크의 흔적이나 숫자가 있었다는 기미도 드러나 지 않을 거요. 아무튼 이건 아주 작은 문신이고 그 때문에 일이 더 쉽지요. 나는 아직도 그 기법들을 연구 중에 있어요. 하지만 몇 주 안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인스타인이 좀 불편한 것을 꺼리지 않는다면 말이오." 사냥개는 식탁을 떠나서 식품 저장실로 걸어들어 갔다. 철자 조각들을 꺼내는 페달 밟는 소리가 들렸다. 노라가 아인스타인이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 놓았는지 보기 위해 들어갔다. 낙인이 찍힌 채로 있고 설지 않음. 난 황소가 아님. 그 문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었다. 그는 연구소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그 문신 자체를 싶어했다. 그건 자신을 단순한 자산으로 표시하는 것이요, 그래서 그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며 지능을 갖춘 동물로서의 그의 권리에 대한 침해였기 때문이었다. 자유. "그래." 노라가 한 손을 그의 머리에 올려놓고 정중하게 말했다. "난 이해해. 너...... 넌 한 인격체야. 그러니까 영혼을 가진 인격체지." 그녀가 이런 쪽으로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인스타인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성 모독일까?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 그 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분은 틀림없이 아인스타인을 인정해 주셨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절대 반대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의 용기, 그리고 그의 이타심(利他心) 등으로 아인스타인은 땅에 걸어다니는 많은 사람들보다도 더 신의 형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유," 그녀가 말했다. "네가 어떤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난 그럴 것으로 믿고 있지만, 그렇다면 넌 자유 의지와 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타고 났어 너의 귀에 있는 숫자는 모욕이야. 그래서 우린 그것을 없앨 거야." 저녁 식사 후에도 아인스타인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또 참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는 기진맥진해져서 벽난로 옆에서 곧 잠에 떨어졌다. 독한 브랜디와 커피를 마시며 짐 키네는 트라비스가 아웃사이더에 대비한 자신들의 방어 전략을 설명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대비책에서 어떤 헛점이 없는가 생각해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그는 그 집의 전력 공급의 취약점 말고는 별달리 헛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놈이 저기 간선 고속 도로에서부터 들어오는 전선을 잘라 버릴 정도로 영리하다면 그놈은 한밤중에 당신들을 어둠 속에 몰아넣게 되고 또 당신의 그 경보 시스템도 쓸모없게 만들 수 있겠죠. 그리고 전력이 없으면 헛간의 그 덧 장치도 작동되지 않아 그놈이 들어가도 뒤로 문이 닫히지 않을 것이고 또 일산화질소도 방충되지 않겠지요." 노라와 트라비스는 그를 아래층으로 데려가 그 집 뒤쪽의 반 지하 안으로 인도해 그에게 비상 발전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뜰에 묻혀 저장되어 있는 40갤런의 가솔린으로 작동되었다. 그래서 그것은 주 전력이 끊긴 후 단 10또만에 집과 헛간, 그리고 경보 시스템에 전력을 다시 전달할 수 있다. "내가 보기론," 짐이 말했다. "당신들은 만반의 대비를 다 해놓았군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트라비스는 얼굴을 짜푸렸다. "하지만 난 좀 걱정이......" 12월 22일 수요일, 그들은 카르멜로 차를 몰고 나갔다. 그리고는 아인스타인을 짐 키네에게 맡겨놓고 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들과 집 장식물들과 트리, 그리고 트리 장신구 등을 사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웃사이더가 엄연히 그들에게 가까이 오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주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나 트라비스가 말했다. "인생은 짧아. 우린 자기 앞에 얼마 만큼의 시간을 남겨놓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든 크리스마스를 아무 축하도 없이 그냥 지나가게 놔둘 순 없어.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씩 멋진 적이 없었어. 난 그것을 보상하고 싶어." "바이오렛 이모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걸 좋게 여기지 않았어요. 이모는 선물을 주고받거나 트리를 세우는 것도 좋게 여기지 않았지요." "그녀는 삶 자체를 좋게 여기지 않았던 거요."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지. 이번이 당신의 첫 번째 훌륭한 크리스마스가 될거요. 그리고 아인스타인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가 되기도 하고 말이오." 노라는 생각했다. 내년부터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낼 아기가 이 집안에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건 정말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약간 미약한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과 또 1킬로 정도 살이 찐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에게서 아직 임신했다는 어떤 표시도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배는 여전히 평평했다. 그리고 닥터 웨인골드가 그녀의 체형을 살피더니 배가 단지 약간만 팽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녀는 그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출산 후에 제 몸매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기 출산까진 아직 6개월이 남았고 그 정도 기간이면 앞으로 해마같이 커지기에도 충분했다. 픽업으로 카르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인스타인은 노라의 무릎에서 반쯤 잠들어 있었고 픽업의 뒤에는 여러 선물 꾸러미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로 꽉차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짐과 푸카와 바쁜 하루를 보내고는 지쳐 있었다. 그들은 어두워지기 한 시간 전쯤에 집에 도착했다. 아인스타인이 집을 향해 앞서갔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고는 이상하다는 듯 둘러보았다. 그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다가 뜰을 가로질러 가서는 마치 어떤 냄새를 추적하는 듯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노라는 선물 꾸러미들을 한 아름 안고 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개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그녀는 트라비스가 발걸음을 멈추고 아인스타인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말했다. "뭐예요?" "잠깐만 기다려봐." 아인스타인이 뜰을 가로질러 남쪽 숲 가장자리로 갔다. 그는 몸이 굳어진 채 서서 머리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러다가 몸을 떨고는 숲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였다. 그는 반복해서 멈추고는 미동도 없이 서 있곤 했다. 그리고는 몇 분이 지나자 북쪽으로 쭉 돌아갔다. 아인스타인은 꼬리를 간단히 흔들고는 한 번 짖었다. 예스 그리고 노다. 집 안으로 들어가 식품 저장실에서 아인스타인이 메시지를 만들어 놓았다. 뭔가 느껴짐. "뭐야?" 트라비스가 물었다. 모름. "아웃사이더?" 아마도. "가깝니?" 모름. "너의 육감이 돌아왔니?" 노라가 물었다. 모름. 그냥 느껴짐. "뭐가 느껴져?" 트라비스가 물었다. 개는 한참 생각한 끝에서야 말을 만들었다. 큰 어둠. "네가 큰 어둠을 느낀단 말이지?" 예스. "그게 무슨 뜻이지?" 노라가 불안스럽게 물었다. 더 잘 설명할 수 없음. 그냥 그것이 느껴짐. 트라비스의 얼굴을 쳐다본 노라는 그의 눈에 어떤 걱정이 서려 있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의 걱정이 그에게 투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큰 어둠이 저기 어느 곳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오고 있는 것이다. 3 크리스마스는 유쾌하고 훌륭했다. 아침에 꼬마 전구들로 장식된 트리 주위에 둘러 앉아 우유을 마시고 집에서 만든 쿠키들을 먹으면서 그들은 선물들을 열었다. 조크로 노라가 트라비스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은 속옷 박스였다. 트라비스는 노라에게 100킬로가 넘는 여자에게나 맞을 밝은 오렌지색 바탕에 노란색이 있는 무무(헐겁고 화려한 하와이 여자들의 드레스)를 주었다. "당신에게 아무 옷도 맞지 않게 될 3월달을 위해서. 물론 5월엔 이 옷도 맞지 않겠지." 그리고는 그들은 또한 진지한 선물을 서로 교환했다. 보석과 스웨터와 책이었다. 그러나 트라비스나 노라는 그 날은 누구보다도 아인스타인의 날이라고 느꼈다. 노라는 그에게 자신이 한 달 내내 그려온 그의 초상화를 주었다. 그러자 사냥개는 그녀가 그림으로 자신을 불멸화시켜놓은 것에 놀라면서도 또한 아주 우쭐해하며 기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미키 마우스 비디오 테이프 3개를 받았고 또 그의 이름이 새겨진 금속제 음식 접시와 물 접시 세트를 받았다. 거기다 집 안 어느 방이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소형 배터리 동력 시계(그는 시간에 대해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와 기타 다른 몇 가지 선물들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그 초상하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노라는 그것을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벽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것을 거실 벽난로 위에 걸어놓자 아인스타인은 그 앞에 서서 흐뭇해하며 그 그림을 올려다 보았다. 어린애들같이 아인스타인은 선물 그 자체만큼이나 빈 박스, 구겨진 포장지, 리본 등을 가지고 노는 것에 별나게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조크용 선물인, 끝에 하얀 방울 술이 달린 빨간 산타 모자였다. 그 모자가 아인스타인의 머리에 씌워져 고무줄 끈으로 고정돼 있었다. 노라가 그냥 재미로 그에게 씌워 주었던 것이다. 그가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 외모에 반했던지 몇 분 후에 노라가 그 모자를 벗기려고 했을 때 그가 거부했었다. 그는 그것을 거의 하루 종일 쓰고 있었다. 짐 키네와 푸카가 오후 일찍이 도착했다. 그러자 아인스타인은 그들을 곧바로 거실로 이끌고 가 벽난로 위에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도록 했다. 그리고는 짐과 트라비스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시간 동안 그 두 마리 개들은 뒷뜰에서 함께 놀았다. 그 날 아침 선물 주고받기의 흥분에다 또 그렇게 열심히 놀아서인지 아인스타인은 낮잠을 자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개들은 짐과 트라비스가 노라를 도와 크리스마스 디너를 준비하고 있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낮잠을 자고난 후 아인스타인은 미키 마우스 만화 영화를 보며 푸카의 흥미도 유발시키려고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푸카의 관심은 도널드와 구피와 프루토가 미키를 난처하게 만드는 장면 정도까지도 지속되지 못했다. 그의 동료의 낮은 IQ를 존중하고 또 그런 교제에도 따분해하지 않으면서 아인스타인은 텔레비전을 끄고는 완전히 개다운 행동들에 빠졌다. 서재에서 약간 좀 씨름을 하다가 아주 열심히 뒹굴고 코에 코를 대기도 하고 그러다 소리 없이 개의 관심사에 대해 서로 교감을 나누었다. 이른 저녁 그 집은 칠면조, 구운 옥수수, 고구마, 그리고 기타 다른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 찼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렸다. 그래서 이른 겨울 밤이 찾아와 안쪽 덧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손 가까이에 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뒷편에 항상 숨어 있는 그 악마적인 아웃사이더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노라는 이번처럼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그들은 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집은 그들이 아기 이름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푸카와 구석에서 식사를 하먼 아인스타인이 아기 이름 짓는 일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즉각적인 흥미를 보였다. 그는 곧바로 식품 저장실로 뛰어들어가 자신의 제안을 문자로 만들어냈다. 노라는 그 개가 어떤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냈는지 보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섰다. 미키. "절대 안돼!" 그녀가 말했다. "우린 만화 속의 쥐 이름을 따라 아기 이름을 지을 순 없어." 도널드. "오리도 안돼." 프루토. "프루토? 농담하지마, 털보야." 구피. 노라는 그로 하여금 더 이상 페달을 밟지 못하도록 막고는 이미 나와 있는 철자 조각들을 모아서 한쪽으로 치우고 식품 저장실 전등을 껐다. 그리고는 식탁으로 돌아왔다. "당신들은 그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녀는 트라비스와 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이에요." 저녁 후 그들은 거실의 트리 주위에 둘러 앉아 다른 개 한 마리를 더 구할 짐의 생각을 비롯해서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푸카는 같은 종으로 다른 놈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수의사가 말했다. "그는 이제 일년 반이 다 되었거든요. 그리고 난 그들이 강아지 단계를 아주 넘어서면 인간과의 교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걸로 믿고 있어요. 그들도 우리들처럼 외로워져요. 그리고 난 그에게 짝을 구해 줄 생각이기 때문에 순종의 암놈 사냥개를 구하는 편이 좋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근사한 강아지들을 몇 마리 낳아 팔 수도 있을 거고 말예요. 그래서 그는 친구일 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가지게 되는 거죠." 노라는 아인스타인이 그 부분의 대화에 유달리 더 흥미를 보이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짐과 푸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트라비스는 저장실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 노라를 불러 그것을 보게 했다. 배우자, 동반자, 파트너, 한 쌍의 한쪽. "하지만, 들어봐, 털보야." 트라비스가 말했다, "넌 너 같은 종족으론 너 하나야. 너 같은 다른 개는 없어. 너의 IQ를 가진 개는 없어." 사냥개는 그 점을 생각하는 듯 보였으나 꺾이지 않았다. 삶은 지성보다 더 큼. "확실히 맞아."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난 이건 많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삶은 느낌들임. "맞아." 노라가 말했다. "우리가 그것을 생각해 보겠어." 삶은 배우자임. 함께 나누는 것임. "우리가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너와도 좀더 의논해보기로 하겠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제 밤이 늦었다." 아인스타인이 재빨리 메시지를 하나 더 만들었다. 아기는 미키? "절대 안돼!" 노라가 말했다. 그날 밤 노라는 트라비스와 사랑을 나눈 뒤 침대에서 말했다. "그가 외로운 게 분명해요." "짐 키네가?" "글쎄요, 네, 그도 분명히 외릅겠지요. 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죠. 누군가의 휼륭한 남편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외모를 가린단 말예요, 안 그래요? 그들은 사냥개 얼굴을 한 남편을 얻으려고 하지 않아요. 여자들은 대개 자신들을 쓰레기 취급을 하더라도 근사한 모습의 남자들과 곁혼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난 짐 얘기를 한 게 아니에요. 아인스타인 얘기예요. 그는 가끔 외로운 게 틀림없어요." "우리가 항상 그와 함께 있잖아." "아니에요. 우린 그렇지 못해요. 난 그림을 그리죠. 그리고 당신은 그 가엾은 아인스타인이 끼어들 수 없는 일들을 하지요. 그리고 당신이 결국 부동산 업계로 돌아간다면 아인스타인이 아무도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거예요." "그에게 자기 책이 있잖아. 그는 책들을 사랑해." "아마 책들로도 충분치 못할 걸요." 그녀가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침묵이 흘러서 노라는 트라비스가 잠든 것으로 생각했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짝을 짓고 강아지들을 낳는다면 그놈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당신 말은...... 그놈들이 그와 같이 영리할 거냐는 말인가요?" "그게 궁금헤. 내 생각엔 세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첫째는 그의 지성이 유전될 수 없어서 새끼들은 그냥 평범한 강아지들이 된다는 것이지. 둘째는 그게 유전될 수 있는 경우야. 하지만 그의 배우자 유전자가 그 지성을 희석시켜서 그 강아지들은 영리하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만큼은 못되는 거지. 그리고 세대를 되풀이해갈수록 점차 그것이 희미해지고 엷어져서 마침내는 그의 증증 손자 대 강아지들은 결국 보통 강아지들과 같아질 거야." "세 번째 가능성은 뭐예요?" "지성은 결코 었어지지 않는 인자로서 유전적으로 우성일지 모르지. 그것도 아주 강한 우성 말이야." "그런 경우엔 그의 강아지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영리할 거야." "그러면 그들을 닮은 강아지들이 계속 계속되고 마침내는 지능을 가진 누런 사냥개들이 온 지구 상에 수천 마리들이 되겠네요." 그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마침내 그녀가 소리냈다. "와우!"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가 옳아." "뭐가요?" "그건 생각해볼 가치가 있어." 4 11월 달 그 일을 맡을 땐 빈스 나스코는 돈 마리오 테트라그나家의 가시인 오크랜드 놈 라몬 베라즈퀴즈를 없애는 데 한 달이 다 걸릴 것이라곤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빈스는 자신이 베라즈퀴즈를 없애 버리기 전에는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파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트라비스 코넬과 그 여자, 그리고 그 자를 추적해 쫓아가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그는 베라즈퀴즈를 빨리 썩은 고기 덩어리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는 다급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베라즈퀴즈는 젠장 정말 그림자였다. 그 자는 자기 양 옆에 두 명의 보디 가드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눈을 피하기보다는 더 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하워드 휴즈와 같은 은밀함을 가지고 도박과 마약 사업을 행하면서 테트라그나家의 오크랜드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그는 미끄러지듯 왔다갔다하면서 자기 일을 처리하며 여러 대의 다른 차량들을 이용했고 이틀 연속해서 같은 루트로 다니질 않았다. 또 절대 같은 장소에서 사반을 만나지 않았고 길거리를 사무실로 이용했으며 어느 곳에서든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준비하고 조준하고 쏴서 없애 버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치기 위해 나와 있다고 믿는 대책 없는 편집증 환자였다. 빈스는 그 사람을 테트라그나家가 제공한 사진과 대조해볼 정도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 라몬 베라즈퀴즈는 연기(煙氣)였다. 빈스는 크리스마스 날까지 그를 치지 못했다. 그래서 마침내 그 일을 벌였을 때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버렸었다. 라몬은 많은 친척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빈스는 그 뒷집으로 해서 높은 벽돌 담을 넘어 베라즈퀴즈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쪽 담을 내려오면서 풀장 옆 뜰에서 벧라즈퀴즈와 몇몇 사람들이 야외 파티를 하는 걸 보았다. 그들은 거기서 엄청나게 큰 철면조를 굽고 있었다. 그러다가 꽤 먼 거리였지만 그들 모두가 그를 즉시 발견했다. 보디가드들의 손이 어깨 쪽에 있는 무기를 잡으려고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총을 마구잡이로 난사해 그 뜰 전체에 총알을 퍼부어 벧라즈퀴즈와 두 보디 가드, 누군가의 부인일 법한 중년의 한 여인, 그리고 늙은 노파 한 명 등 몽땅 다 죽일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으으으윽 그 집의 안팎에서 다른 사람들이 고함치며 엄폐물을 찾아 뛰어들었다. 빈스는 다시 뒷집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도로 그 벽을 올라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뒷집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막 담을 넘으려고 할 때 베라즈퀴즈 집에서 한 떼의 라틴계 사람들이 그에게 총을 발사했다. 그는 몸을 다치지 않고 간신히 빠져 나왔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그가 프랭크 디센지아노를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돈 테트라그나 소유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프랭크는 그 대부와 바로 동일시되는 신뢰받는 그 집안 지부장이었다. 이 패들은 암살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젠장, 그들은 모든 것들에 대해 다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똥 싸는 것까지도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규정을 엄하게 여기고 있었다. 암살애 대한 규정은 아마 다른 것들에 대한 것보다 약간 더 엄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그 규정의 첫 번째 규율은 암살 대상자가 숨어 버리거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접할 수 없는 상항이 아니라면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죽이지 않는 것이다. 빈스는 그 점에서는 괜찮다고 느꼈다. 그러나 또 다른 규율은 그 대상자를 없애기 위해서 그 사람의 부인이나 아이들이나 할머니를 결코 쏘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짓을 한 암살자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죽은 목숨일지 모른다. 그를 고용한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서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빈스는 베라즈퀴즈는 특별한 경우라고 프랭크 디센지아노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다른 어떤 대상자도 한 달씩이나 자신을 피해다닌 자가 없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오크랜드에서 일어난 일은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만일 디센지아노, 아니 그 위의 대부가 너무 격분해서 변명을 듣지도 않을 경우를 생각해서 빈스는 총보다 더한 것으로 대비했다. 그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면 그가 레스토랑으로 걸어들어 가는 순간 사태의 진상을 알기도 전에 그들이 달려들어 그에게서 총을 빼앗아 버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몸에 플라스틱 폭탄을 묶어놓고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 그것을 터뜨려 그 레스토랑 전체를 날려 버릴 준비를 했다. 빈스는 그 폭발에서도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했기 때문에 자신이 염원하던 불사성에 점점 더 가까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거기에 도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직접 시험을 해보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다. 만일 폭발 현장의 중심부에 서 있는 것과 뻐기는 몇 놈들을 시켜서 자신에게 수백 발의 탄환을 퍼붓도록하는 것, 또 자신에게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후 바다에 던져 버리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면 첫번째 것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가능성도 더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디센지아노는 벧라즈퀴즈 계약 건이 완결된 것에 기뻐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는 대부가 빈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빈스가 레스토랑을 들어올 때 누구도 그를 수색하지 않았다. 구석 칸막이 자리에서 그 식당의 일급 손님으로 대접받으며 그와 디센지아노는 메뉴에도 없는 특별 요리로 점심을 접대받았다. 그들은 또 마리오 테트라그나의 선물인 3백 달러짜리 와인을 마셨다. 빈스가 조심스럽게 죽은 부인과 할머니 문제를 꺼내자 디센지아노가 말했다. "들어봐요, 친구, 우린 이것이 어려운 건이고 힘든 일이라서 규율이 어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니오. 그들은 단지 스페인계 밀입국자들일 뿐이오. 그들은 이 업계 사람들이 아니오. 그들이 이쪽으로의 길을 강행하려고 했다면 그들은 벌써 우리가 원칙대로 나올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을 거요." 안도감을 느끼고는 빈스는 점심을 먹던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폭발 장치의 선을 끊어 놓았다. 위기가 지나간 이 마당에 실수로 그 폭탄이 터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점심을 끝마쳤을 때 디센지아노가 명단을 빈스에게 주었다. 9명의 이름이 있었다. "다 집안 사람들은 아니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얘서 신분증 사업을 하기 위한 권리금으로 대부에게 돈을 바치고 있소. 앞서 11월에 당신이 베라즈퀴즈 건을 성공할 것을 예상해서 내가 이 아홉 명에게 말해 두었소. 그러니 이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에게 협조하길 바란다는 대부의 뜻을 기억하고 있을 거요." 빈스는 바로 그날 오후 일을 착수했다. 명단에 있는 첫 번째 4명 중 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들은 가게 문을 닫고 연휴 휴가를 떠났다. 빈스에게는 지하 범죄 세계가 마치 학교 선생님들마냥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찾아가며 일읕 쉬는 것은 잘못인 것 같았다. 그러나 다섯 번째 사람인 안손 반 디네는 그의 반나체 클럽인 Hot Tips바 아래 지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월 26일 5시 30분에 빈스는 자신이 찾던 것을 찾았다. 반 디네는 트라비스 코넬의 사진을 보았다. 그것은 빈스가 산타 바바라의 묵은 신문에서 오려온 것이었다. "아, 이 사람 기억나요. 그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지요. 보통 내게 오는 고객들과는 달리 급작스럽게 미국인이 되려는 것처림 보이는 외국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이름을 바꾸고 얼굴을 숨길 필요가 있는 딱한 전과자도 아니었지요. 덩치가 큰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거칠거나 그렇게 나오지도 않았죠. 하지만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든 마추 바닥에 쭉 퍼지게 만들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지요. 아주 자제력이 강했고 또 경계심이 많았지요. 아무튼 잊혀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그와 함께 온 그 근사한 가시내지요." 턱수염이 있는 그 2명의 컴퓨터 귀재 중 하나가 말했다. "그 여자를 보면 죽은 사람도 그게 일어설 걸요." 다른 친구가 말했다. 첫 번째 친구가 말했다. "그래요, 죽은 사란도 간단하게 그렇게 될 걸요." 빈스는 그들이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불쾌하기도 했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무시했다. 반 디네에게 그가 말했다. "당신이 그들에게 준 새 이름들을 기억해낼 수가 있겠소?" "물론이요. 우린 그것을 화일에 담아놓았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빈스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당신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록들을 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당신들에게 안전하고 또 당신들의 고객들에겐 절대적이고 말이오." 반 디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고객은 무슨 망할 고객! 언젠간 연방 경찰이나 지방 경찰들이 덮쳐서 우리들을 끌고 갈 겁니다. 아마 그땐 난 변호사 비용을 위해서 어디선가 꾸준히 돈을 받을 필요가 생길 겁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가짜 이름으로 살고 있는 수천 명의 이 촌놈들 명단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소? 이 촌놈들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또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약간 시달림을 받으며 사는 것을 기꺼이 택할 거요." "갈취로군요." 빈스가 말했다. "추한 단어지요." 반 디네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적당한 것 같군요. 아무튼, 우리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안전하고 또 우리를 입건할 만한 기록들을 여기에 없게 하는 것이 다죠. 우린 데이타를 이 지저분한 곳에 보관하지 않아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어 주면 바로 그 기록을 안전한 전화선을 통해 여기 있는 컴퓨터에서 다른 곳에 보관해둔 우리의 또 다른 컴퓨터로 전송하지요. 바로 그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서 그 데이타는 여기 있는 컴퓨터로는 뽑아낼 수 없어요. 그건 일방 통행로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체포당하게 된다 할지라도 경찰의 컴퓨터 요원들이 이 컴퓨터로는 우리 기록들을 접할 수가 없어요. 아마 그들은 그 기록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걸요." 이 새로운 하이 테크 범죄 세계에 빈스는 머리가 멍해졌다. 범죄로는 무한하게 영리한 사람인 대부마저도 이 사람들이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컴퓨터들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법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빈스는 반 디네가 그에게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마음 속으로 그것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러면 나를 그 다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코넬의 새로운 신분을 알아내줄 수 있소?" "돈 테트라그나의 친구를 위해 내 목을 자르는 일이 아니라면 기꺼이 무슨 일어든 하겠소. 나를 따라와요." 반 디네는 빈스를 태우고 차이나 타운에 있는 분주한 한 중국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150석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이 다 차 있었다. 손님들은 동양계라기보다는 대부분이 백인들이었다. 그 집은 컸으며 종이 등들과 용 벽화들, 이미테이션 자단(紫檀) 병풍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또 한자 모양의 금관 악기 관들이 놓여 있었지만 빈스에게는 자신이 지난 8월에 바퀴벌레 판탄글라와 두 명의 연방 경찰을 살해했던 그 천박한 이탈리아 음식점과 다를 바 없었다. 증국식에서 이탈리아식으로, 또 폴란드 식으로, 또 아일랜드식 등등으로 바뀐다 해도 모든 민속 예술이나 장식들은 그 속 알멩이까지 까고 보면 한결같이 다 똑같은 것들이었다. 주인은 30대의 중국인으로 빈스에게는 단지 안으로만 소개되었다. 얀이 주는 칭타오 몇 병을 들고 반 디네와 빈스는 그 주인의 지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책상에 두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그 하나는 사무실 중간에 다른 하나는 한쪽 구석에 밀쳐져 있었다. 그 구석에 있는 것은 스위치가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그 앞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내 컴퓨터요." 반 디네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은 아무도 이것으로 일하지 않아요. 이것에 손도 대지 않지요. 매일 아침 모뎀을 가동시키기 위해 전화선을 연결하고 또 밤에 전화선을 끊어 놓는 일만 하지요. Hot Tips바에 있는 내 컴퓨터들이 이것과 연결되어 있어요." "당신은 얀을 믿소?" "내가 그에게 이 사업을 시작하는 자금을 빌려 주었어요. 그는 내 덕에 이렇게 잘된 거죠. 그리고 그 융자는 아주 깨끗하고 정상적인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나나 돈 테트라그나와 연결지을 수 없어요. 그래서 안은 경찰들에겐 별 흥미거리가 되지 못하는 아주 선량한 시민으로 남아 있는 거지요. 그 보답으로 그가 내게 해주는 것은 이 컴퓨터를 여기에 보관해 주는 게 전부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반 디네는 키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분 만에 그는 트라비스 코넬의 새로운 이름인 사무엘 스펜서 하야트를 띄워올렸다. "오케이," 빈스가 말했다. "이제 그것들을 당신의 기록들에서 없애 버려요." "무슨 말이오?" "그것들을 지워 버려요. 그 컴퓨터에서 없애 버리란 말이오.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당신 것이 아니오. 그건 내 것이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오. 바로 내 것이란 말이오." 잠시 후 빈스는 반 디네와 함께 비위 상하는 그 퇴폐적인 장소인 Hot Tips으로 돌아왔다. 지하실에서 반 디네는 마치 두 마리 도깨비처럼 24시간 그곳에 내리눌러 사는 것 같은 그 턱수염의 귀제들에게 하야트와 에이미스란 이름을 건네주었다. 그 도깨비들은 우선 교통부 컴퓨터들을 침입해 들어갔다. 그들은 하야트와 에이미스가 새로운 신분증을 얻은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어딘가에 정착해서 주 정부에 주소 변경 신청을 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야호!" 도깨비 중 하나가 외쳤다. 주소 하나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러자 그 턱수염의 오퍼레이터가 인쇄 출력 명령을 입력했다. 안손 반 디네가 프린터에서 인쇄된 종이를 찢어 그것을 빈스에게 넘겨주었다. 이젠 하야트와 에이미스가 된 트라비스 코넬과 노라 데본은 카르멜시 남쪽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 변의 한 시골에 살고 있었다. 5 12월 29일 수요일, 노라는 닥터 웨인골드와의 예약 시간에 맞추기 위해 혼자 카르멜로 차를 몰고 나갔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너무 어두웠고 구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하얀 갈매기들이 대조적으로 거의 백열등과 같이 밝게 빛났다. 이런 날씨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계속 똑같았었다. 그러나 곧 쏟아질 것만 같은 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닥터 웨인골드의 사무실 뒷편 주차장에 픽업 트럭을 막 세우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녀는 바로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모자 달린 나일론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자를 머리에 올려 쓰고는 트럭에서 나와 일층 벽돌 건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닥터 웨인골드는 그녀를 철저하게 검사하더니 그녀에게 바이올린처럼 건강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말을 아인스타인이 들었으면 아주 재미있어 했을 것이다. "3개월째인 산모가 이렇게 근사한 몸매를 한 것은 본 적이 없소." 의사가 말했다. "전 이놈이 아주 건강한 아기로 나왔으면 해요. 아주 완벽한 아기 말예요." "그렇게 될 거요." 그 의사는 그녀의 성이 에이미스고 남편 성은 하야트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혼한 사이라면 왜 성이 똑같지 않느냐고 묻지도 않았고 또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다. 그런 것이 오히려 노라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데본의 집에서 그 껍질을 깨고 벗어나 들어온 이 현대 세계가 이런 일들에 관해서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닥터 웨인골드는 전처럼 그녀에게 아기의 성별을 확인해볼 테스트를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처럼 거절했다. 그녀는 그냥 묻어두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그 짜릿한 맛을 만끽하고 싶었다. 게다가 만일 여자 아이라고 판명나게 되면 아인스타인이 그 애 이름을 "민니"로 부르라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예약 스케줄을 잡기 위해 접수 간호원과 상담을 하고난 후 노라는 다시 모자를 머리에 올려 쓰고는 휘몰아치는 비 속으로 나갔다. 비는 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빗물이 인도로 넘쳐 흘렀고 자갈로 된 주차장에는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 그녀는 작은 냇가가 된 주차장을 철벅철벅 결어 픽업 트럭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운동화가 젖었다. 그녀가 트럭에 막 이르렀을 때 그 차 옆에 주차되어 있는 빨간색 혼다에서 한 남자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그 작은 차에 비해 아주 덩치가 큰 남자였고 또 이런 비에 대비한 복장이 아니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는 진 바지에 청색 폴라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노라는 생각했다. '저 가엾은 사람은 속살까지 젖겠네.' 그녀가 운전석 문을 열고 트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 청색 스웨터 차림의 남자가 그녀를 좌석 너머로 밀어부치며 따라 들어와서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가 말했다. "만약 고함치거나 투덜거리거나 하면 너의 창자를 날려 버릴 거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옆구리에 권총이 들이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저절로 고함 소리가 나올 뻔했다. 옆으로 가서 조수석 문으로 나가려고 할 뻔했다. 그러나 잔인하고 어두운 그 목소리의 그 무엇인가가 그녀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 목소리는 그녀를 도망가게 놔두기보다는 등 뒤에서 쏠 것같이 들렸다. 그는 운전석 문을 닫았다. 그러자 이제 그 트럭 안은 그들 둘만이었고 또 실제로 빗물이 유리창으로 흘러내려 유리를 뿌옇게 만들어 놓고 있어서 그 안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병원의 주차장은 사람이 없었고 또 거리에서 먼 곳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트럭 바깥으로 나온다 해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척 큰 사람이었고 근육질의 남자였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덩치가 아니었다. 그 넙적한 얼굴이 자분했고 또 전혀 표정이 없었다. 그 평온함, 이런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표정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눈은 더 심했다. 초록색 눈, 그리고 차가운 눈. "누구세요?" 그녀는 두려움을 드러내면 그를 흥분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려고 하면서 물었다. 그에게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내게서 무엇을 원하세요?" "개를 원한다." 강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강간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면 병적인 살인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순간도 그가 정부 요원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부 요원이 아니곤 다른 누가 아인스타인을 찾겠는가? 다른 누구도 그 개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권총 주둥이를 그녀의 옆구리에 더욱 깊게 쑤셨다. 옆구리가 아파왔다. 그녀는 자기 몸 안에서 아기가 자라고 있는 것을 생각했다. "좋아요. 그래요. 당신이 그 개에 관해서 아는 것이 분명하군요. 그러니 실랑이를 해보았자 소용 없겠군요." "소용 없어." 그가 너무 조용히 말을 해서 요란한 빗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가 않았다. 세찬 빗줄기가 트럭 지붕을 강타하며 앞 유리창을 착착 내리치고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에서 모자를 벗겼다. 그리고는 지퍼를 열고 손을 젖가슴 아래로 쑥 집어넣어 그녀의 배를 쓸었다. 잠깐 동안 그녀는 그가 결국 강간을 하려는 줄 알고 겁을 먹었다. 그러나 대신 그가 말했다. "이 웨인골드 병원은 산부인과야. 그러니 너의 문제가 뭐야? 성병에 걸린 거야, 아니면 임신을 한 거야?" 그는 마치 그 성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혐오스러운 듯 그 단어를 거의 내뱉다시피했다. "당신은 정부 요원이 아니군요." 그녀는 순전히 본능에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물었어, 쌍년아." 그가 속삭임 소리보다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총을 다시 그녀의 옆구리에 밀어넣었다. 트럭 안 공기가 후덥지근했다. 사방에서 들이치는 빗소리와 통풍이 안 되는 답답한 공기가 합해져 거의 참을 수 없는 밀실 공포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가 말했다. "어느 거야? 헤르페스야, 매독이야, 임질이야, 아니면 임신했나?" 임신이라고 말하면 그가 저지를지도 모를 그 폭력에서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녀가 말했다. "아기를 낳을 거예요. 전 지금 임신 3개월째예요." 그의 눈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났다. 어떤 움직임이었다. 전부 초록색으로 된 유리 가루들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만화경 속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즉시 노라는 자신이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숨겼어야 했던 것이 임신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로브 박스에 있는 38구경 권총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로브 박스를 열어 그 총을 꺼내기도 전에 이자의 총에 먼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며 그가 느슨해 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그 총을 쥐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가 그녀 몸 위로 덮쳐 왔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그가 이 대낮에, 빗물이 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강간하려는 줄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그가 단지 자신과 자리를 바꾸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시종 권총 주둥이를 그녀에게 대고 그녀를 운전석으로 밀어붙이며 그 자신은 조수석으로 갔다. "운전해." 그가 말했다. "어디로요?" "네 집으로 돌아가." "하지만......" "입 다물고 운전이나 해." 이제 그녀는 그로브 박스 반대 쪽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로브 박스를 열려면 그의 앞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까지 방심하고 있을 리 없을 것이다. 빠르게 커져가는 공포심을 제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절망감도 역시 억제해야 한다. 그녀는 시동을 켜고 주차장을 벗어나서 도로로 나와 오른쪽으로 커브를 틀었다. 앞 유리창 와이퍼가 거의 그녀의 심장 소리만큼이나 크게 쿵쿵거렸다. 그녀는 그 답답한 소리가 빗소리인지 자신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노라는 경찰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설혹 경찰을 발견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해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카르멜을 빠져나와 태평양 해안 고속 도로로 들어섰다. 그때까진 앞 유리창에 비만 휘몰아쳤던 것이 아니라 읍내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 잎들까지 함께 내동댕이쳐졌었다. 이제 그들이 해안을 따라 남쪽을 향해 계속 사람들이 덜 사는 지역으로 내려감에 따라 도로 주위에는 나무들이 없었다. 그래서 태평양을 떠난 바람이 전속력으로 그 트럭을 강타했다. 노라는 운전대로 그것을 자주 느꼈다. 그리고 비가 바다에서부터 곧바로 돌진해 와 그 트럭을 연달아 들이쳐 마치 트럭의 얇은 금속판을 찌그러뜨려 놓을 것만 같았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5분 동안이 마치 한 시간도 넘은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그의 명령을 지킬 수가 없었다. "어떻게 우리를 찾았어요?" "하루도 넘게 너희 집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가 그 차분한 얼굴에 걸맞는 차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오늘 아침 집을 떠날 때 나에게 어떤 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를 따라 나섰지." "아니, 내 말은 당신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곳을 알았느냐 말예요?" 그가 미소 지었다. "반 디네 덕이지." "그 배신자." "특별한 상황 때문이지." 그가 그녀에게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물이 나에게 은혜를 입었지. 그래서 그가 반 디네에게 압력을 넣은 거야." "거물?" "테트라그나지." "그가 누구예요?" "넌 아무 것도 몰라, 그렇지?" 그가 말했다. "애 만드는 법 말고는 말이야, 안 그래? 넌 그것에 대해선 잘 알지, 그렇지?" 조롱하는 그 매정한 음색은 단지 성적으로 외설스러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어둡고 이상했고 더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섹스에 대한 화제에 접근할 때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 매서운 긴장감에 놀라서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엷은 안개 속으로 접어들자 그녀는 헤프라이트를 켰다. 그녀는 실눈으로 얼룩진 앞 유리창을 내다보며 비에 젖은 고속 도로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말했다. "넌 아주 예쁘군. 내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쑤셔넣는다면 바로 너에게 집어넣겠어." 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그가 말했다. "너도 다른 년들과 마찬가지일 게 틀림없어. 내가 그것을 너에게 꽂아 넣는다면 그것이 썩어문드러질 거야. 너도 다른 년들과 마친가지로 성병에 걸렸을 테니까 말이야, 안 그래? 그래, 넌 그래, 섹스는 죽음이야. 그 증거가 도처에 있지만 그것을 아는 놈들은 몇 안 되지. 난 그 몇 안 되는 중에 하나야. 섹스는 죽음이야. 하지만 넌 아주 예뻐." 그녀는 그의 말을 듣자 목이 굳어졌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그의 과묵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빨리 말을 했다.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에 흔들임 없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신이 말하고 있는 그 광적인 것들을 음미하면서 아주 빠르게 말을 해나갔다. "난 테트라그나보다 더 커지고 더 중요하게 될 거다. 난 내 안에 수십 명의 생명을 담고 있어. 난 네가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들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흡수했고 또 그놈들이 죽는 순간을 만끽했지. 그것이 나의 재능이야. 테트라그나가 죽어 없어질 때도 나는 여기 남을 거다.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다 죽을 때도 난 여기 있을 거다. 난 불멸하기 때문이야."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인진 모르지만 이자가 아인스타인에 관해서 알아 가지고는 난데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정신병자였고 그래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렵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운명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화도 났다. 그들은 아웃사이더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대비를 해왔다. 그리고 정부 기관을 피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에 대해서까지 대비해야 했단 말인가? 이것은 공평하지 않았다. 다시 침묵하며 그는 그녀를 2, 3분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순간이 영원의 시간 같았다. 그녀는 마치 차갑고 징그러운 손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같이 아주 확실하게 그녀에게 머무는 그 차가운 초록색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그렇지?" 그가 말했다. "그래요." 아마도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전에 딱 한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었지. 그러자 그가 나를 놀렸어. 그의 이름은 대니 스로위즈였지. 우린 둘 다 5대 마피아 집안 중 가장 큰 뉴욕의 카라마자家에서 일하고 있었지. 육체 노동은 적었고 이따금 죽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 노라는 그가 단지 미쳤을 뿐만 아니라, 광적인 직업 살인마임을 알고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녀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는 비에 젖은 도로에서 눈을 떼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 우린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지. 대합 수프를 꿀꺽꿀꺽 삼키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나는 내가 없애 버린 사람들에게서 생명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아주 오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운명이라는 것을 그에게 설명했지. 내가 그에게. 말했어. '이봐, 대니, 사람들은 배터리 같은 거야. 우리는 생명이라고 불리는 어떤 신비한 에너지를 가득 담고 걸어 다니는 배터리야. 내가 누군가를 없애면 그의 에너지는 내 에너지가 되지. 그러면 난 더 강해지는 거야, 대니.' 그렇게 내가 말했어. '날 보아. 난 다른 놈들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구.' 그랬더니 대니가 뭐라고 했는지 아나?" "뭐라고 했어요?" 노라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대니는 진지하게 먹는 놈이지. 그래서 그놈은 얼굴을 접시에 파묻고 자기 음식에만 관심을 집중하면서 대합을 몇 개 더 게걸스럽게 먹었어. 그리고는 입술과 턱에 대합 국물을 질질 흘리며 날 올려다 보았지. 그리고 말을 했어. '그래, 빈스, 그런데 넌 그 기술을 어디서 배웠니? 응? 어디서 그 생명 에너지들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어?' 내가 말했지. '글쎄, 그것은 내 재능이야.' 그러자 그가 말했어. '그러니까 하늘에서 온 것 같은 것 말이야?' 그래서 난 그것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했지. 그리고 말을 했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뭐야. 그것은 권투 선수의 주먹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재능인 것처럼 내 재능이야.' 그러자 대니가 말했어. '말해봐. 네가 전기공을 없애 버렸다고 치자. 그러면 넌 그의 에너지를 흡수하고난 후 갑자기 어떤 집의 전기 배선을 바꿀 수도 있겠구만?' 난 그가 날 놀리는 줄 몰랐어. 난 그게 진지한 질문인 줄로 생각했었지. 그래서 난 내가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인성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어. 그냥 에너지만을 흡수한다고 말이야. 그러자 대니가 말했어. '그러니까 네가 어떤 변태 성욕자를 죽여도 갑작스럽게 계집애들을 잡아 먹고 싶은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지.' 바로 그때 난 대니가 나를 술에 취했거나 미치광이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난 대꾸를 하지 않고 대합을 먹었고 더 이상 나의 재능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것에 관해 말한 것이 그게 마지막이야. 그리고 지금 너에게 말하고 있는 중이지." 그는 자신을 빈스라고 했었다. 그래서 이제 그의 이름을 알았다. 그녀는 그것을 아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 안에 광적인 블랙 유머가 섞여 있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아무 표정도 없이 말해 나갔다. 그는 끔찍하리만큼 진지한 사람이었다. 트라비스가 이자를 처리하지 않는 한 이 자는 그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빈스가 말했다. "난 대니가 돌아다니면서 내가 한 말을 아무에게나 말하게 놔둘 수가 없었지. 그놈이 그것에 살을 붙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서 전할 것이고 사람들은 내가 미치광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지. 대부들은 미친 암살자들을 고용하지 않아. 그들은 일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갑고 논리적이고 균형잡힌 놈들을 원하지. 그게 바로 나야. 차갑고 균형잡힌 것 말이야. 그러나 대니 때문에 그들이 달리 생각하게 될지도 몰랐지. 그래서 그날 밤 난 그놈의 목을 째고는 폐허가 된 어느 버려진 공장으로 끌고 가서 그를 갈기갈기 잘라서 큰 통에 집어넣어 버렸지. 그리고는 그 위에 황산을 몽땅 부어 버렸어. 그는 대부가 가장 사랑하는 조카였거든. 난 누군가가 시체를 발견해서 나에게까지 추적해오도록 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지. 지금도 내 안에는 대니의 에너지까지 있지. 다른 놈들 것과 함께 말이야." 총은 그로브 박스 안에 있다. 총이 그로브 박스 안에 있다는 그 생각에서 어떤 작은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었다. 노라가 닥터 웨인골드를 방문하러 간 동안에 트라비스는 재빠르게 땅콩 버터 조각이 뿌려진 초콜릿 쿠키 2인분을 만들어서 구웠다. 그는 혼자 살아오면서 요리하는 법을 배웠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그것에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노라 때문에 그는 특히 굽는 것을 비롯해 요리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정도로 요리 솜씨가 늘었다. 보통 쿠키를 굽는 동안 한 조각이라도 줄까 해서 공손하게 주위를 어술렁거리곤 하던 아인스타인이 그가 반죽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에게서 떠났다. 개는 안절부절못하며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비 오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잠시 후 트라비스가 그 개의 행동을 보고 초조해져서 뭐가 잘못되었느냐고 물었다. 식품 저장실에다 아인스타인이 자기 대답을 만들어 놓았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듬. "아프니?" 트라비스가 재발을 걱정하며 물었다. 사냥개는 아주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회복되는 중일 뿐이었다. 그의 면역 체계는 어떤 큰 새로운 도전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아프지 않음. "그럼 뭐야? 그럼...... 아웃사이더가 느...... 느껴지니?" 아님, 전과 같지 않음. "하지만 뭔가 느껴져?" 불길한 날. "아마 비가 오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안심하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트라비스는 다시 쿠키 굽는 데로 돌아갔다. 고속 도로는 비 때문에 은백색이었다. 그들이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차를 몰고 갈 때 낮 안개가 약간 더 진해져서 노라는 시속 60킬로까지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시속 50킬로까지도 낮추었다. 안개를 핑계 삼아 문을 열고 뛰어내릴 만큼 트럭을 더 천천히 몰 수 있을까? 안된다. 아마도 안될 것이다. 그녀 자신과 자기 배 안에 있는 아기를 다치지 않게 하고 뛰어내리려면 시속 8킬로 정도로 속도를 떨어뜨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속도를 줄여도 될 정도로 안개가 정말 진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빈스는 말을 하는 중에도 권총을 그녀를 향해 쥐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뛰어내릴려고 돌아서게 되면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총을 쏠 것이다. 그 픽업의 헤드라이트와 맞은 편에서 오는 몇몇 자동차들의 불빛들이 안개 속에서 굴절되어 비쳤다. 라이트의 후광과 번쩍이는 무지개가 변화 무쌍한 안개 장막에서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경사가 완만하고 굴러도 견딜 만한 둑이 있는 몇몇 장소에서 트럭을 길 바깥으로 몰아 비탈로 구르게 만들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위치를 잘못 판단해서 실수로 60미터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바위 밭인 해안에 처박히게 될 것이 두려웠다. 그녀가 제대로 바른 지점에서 길 밖으로 차를 몰아 계산대로 살아남을 수 있게 구른다해도 그녀는 무의식 상태가 돼 유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녀는 자신의 생명과 자기 안에 있는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존한 채 이것을 모면하고 싶었다. 빈스는 일단 그녀에게 말을 시작하자 멈추질 못했다. 수년 동안 그는 자신의 그 위대한 비밀들을 잘 보존해 왔고 또 그의 힘과 불멸성에 대한 꿈들을 세상으로부터 숨겨왔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해 온 그 위대함을 말하고 싶은 욕망은 그 대니 스로위즈와의 사건 이후로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었다. 그는 마치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축적해 그 말들을 릴 테이프에 담아놓았던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이제 그는 빠른 속도로 그것을 틀어 놓고 그 광적인 것들을 전부 다 내뿜으면서 노라로 하여금 공포로 진저리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아인스타인에 관해 알게 되었는지 말해 주었다. 바노디네에서 프랑시스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었던 각종 프로그램들을 책임졌던 과학자들을 죽인 이야기까지 했다. 그는 아웃사이더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말하길 자신은 불멸 상태에 가까웠으며 또 그 개를 소유하는 것이 그런 그의 운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과업의 하나라고 했다. 그와 그 개는 함께 있어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 그들 둘 다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고 또 같은 종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일단 자신의 운명을 성취하게 되면 어떠한 것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일지라도 안 된다. 시종 노라는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자신도 그와 같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일단 그 사냥개를 가지게 되면 그녀와 트라비스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는 알았다. 처음엔 그녀는 그런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웬지 그것을 말로 뱉어 놓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집 진입로로 들어서기 8킬로 정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그 개를 얻게 되면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겠지요, 그렇죠?" 그는 시선으로 노라를 애무하듯 그녀를 응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라." "당신이 우릴 죽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이야." 그녀가 두려워하던 것을 그가 확인시켜 주었는데도 공포감이 더 커지지 않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그의 건방진 대꾸가 단지 그녀를 분노케 했고 그래서 그런 그의 계획을 꺾어 버려야겠다는 결심만 더욱 크게 했을 뿐이며 오히려 두려움은 줄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난 5월달의 노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같으면 그녀는 이 남자의 당당한 자신감에 눌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었을 것이다. "난 이 차를 곧바로 길 밖으로 몰아서 사고를 내고 기회를 엿볼 수도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네가 핸들을 돌리는 순간 난 너를 쏘고는 다시 균형을 잡아야 하겠지." 그가 말했다. "아마 그렇게 못할 걸요. 그렇게 하면 당신도 죽을 테니까요." "내가 죽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교통 사고 정도로는 안 죽어. 안 죽지, 안 죽어. 난 내 안에 너무 많은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가지는 않아. 그리고 어쨌든 네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난 믿고 있어. 네 마음 속으로는 너의 그 남자가 기량을 발휘해서 너와 그 개와 그 자신을 구할 거라고 믿고 있지. 물론 네가 틀렸어. 하지만 넌 그에 대한 믿음을 중단하지 못할 거야. 그는 네가 다치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 짓도 못할 걸. 난 너의 배에 총을 대고 그리로 들어가겠어. 그러면 그는 몸이 얼어붙을 테고 그러는 동안에 난 그의 머리를 날려 버리겠어. 그게 내가 연발 권총을 가지고 있는 이유야. 내겐 그것만 있으면 되지. 네가 다칠 것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 때문에 그는 죽게 될 거야." 노라는 자신의 분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놀라서 완전히 자신감이 없어진 연약한 여자처럼 보이려고 애써야만 했다. 그가 그녀를 과소 평가한다면 그는 실수할지도 모르고 그 때 그녀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그녀는 잠시 비 내리는 고속 도로에서 눈을 떼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어떤 재미나 병적인 분노심을 가지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애정, 아니 어쩌면 감사하는 듯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난 임신한 여자를 죽이는 걸 오랫동안 꿈꾸어 왔어." 마치 어떤 사업을 일으키거나 배고픈 자들을 먹이거나 병든 자들을 간호하고 싶어 하는 것에 못지 않게 가치 있고 훌륭한 목표나 되는 양 그가 말했다. "위험 부담 없이 임산부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지금까지 내게 온 적이 없어. 하지만 그 외따로 떨어진 너희 집에서 일단 트라비스를 처리하고 나면 그 때 조건들이 이상적이 될 거야." "제발, 안 돼요." 그녀는 연약한 체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초조하게 떠는 목소리는 굳이 꾸밀 필요도 없이 나왔다. 여전히 침착하게, 하지만 전보다 약간 더 감정을 가지고 그가 말했다. "아직도 젊고 풍요로운 너의 생명 에너지를 맛보게 되겠군. 그리고 네가 죽는 그 순간 난 또 네 아기의 에너지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이 병들고 타락한 세상의 많은 오염 인자들에 더럽혀지지 않은 아주 순수하고 손 타지 않은 생명일 거야. 넌 나의 첫 번째 임산부야, 노라. 그리고 난 항상 널 기억하겠어."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희미하게 비쳤다. 그것 또한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는 트라비스가 이 사람을 처리할 어떤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와중에서 그녀 자신과 아인스타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트라비스가 그들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그런 그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감당해나갈 것이겠는가? "절망하지 말아, 노라." 빈스가 말했다. "너와 너의 애기는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야. 너희들은 나의 일부가 되는 거야. 내 안에서 너희들은 영원히 살게 되는 거지." 트라비스는 오븐에서 첫 번째 쿠키 접시를 꺼내서 그것을 식히기 위해 선반에 올려 놓았다. 아인스타인이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것들은 아직 너무 뜨거워." 개는 거실로 돌아와 앞 유리창을 통해 비 오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해안 고속 도로에서 벗어나자 바로 빈스는 의자 밑으로 미끄러져 유리창 아래로 내려가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 몸을 숨겼다. 그는 그녀에게 총을 계속 겨누고 있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섣부른 행동을 하게 되면 바로 너의 배 속에 있는 그 아기를 날려 버릴 거야." 그녀는 그 말을 믿었다. 질고 미끄러운 진흙 길로 들어서서 노라는 언덕을 넘어 집을 향 해 차를 몰았다. 길 양편에 늘어선 울창한 나두들 때문에 아주 심 하게 비가 들이치지는 않았지만 나뭇가지에 모였던 빗물이 더 굵은 물방울이나 물줄기가 되어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현관 앞에 있는 아인스타인을 보았다. 그래서 그 개가 즉시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어떤 신호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빈스는 그녀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곧바로 헛간으로 가지 말아. 바로 집 옆에서 차를 세워." 그의 계획은 분명했다. 지하실 계단이 있는 쪽의 집 모퉁이에는 창문들이 없었다. 그래서 트라비스와 아인스타인은 이자가 그녀와 함께 트럭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빈스는 그녀를 밀어붙여 모퉁이를 돌아 뒷현관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트라비스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인스타인의 어떤 감각이 위험을 감지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인스타인은 아직 몸이 안 좋다. 아인스타인이 흥분해서 부엌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 왔다.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게 노라의 트럭이었니?" 예스. 사냥개가 뒷문으로 갔다. 그리고는 들떠서 참지 못하고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는 머리를 곧추세웠다. 뜻밖의 행운이 노라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때 왔다. 그녀가 그 집 옆에 주차를 하고는 헨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엔진를 껐다. 빈스는 그녀를 붙잡고 자기가 앉았던 좌석으로 끌어당기며 자기 쪽 트럭 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쪽이 그 집의 후미 쪽이고 그래서 그 건물의 앞 쪽 모퉁이에서 가장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손으론 그녀를 붙잡고 트럭에서 내리며 가까이에 트라비스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정신이 산만해져서 그는 이전처럼 그렇게 가까이 그 연발 권총을 노라에게 대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좌석 위로 미끄러지며 그로브 박스를 지나칠 때 그 박스 문 단추를 눌러 열리게 하고는 38구경 권총을 거머쥐었다. 그가 무언가를 들었거나 느낀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바로 그녀를 향해 돌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녀는 38구경을 그의 배에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그가 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날리기 전에 그녀는 방아쇠를 3번 당겼다. 놀란 표정으로 그는 1미터도 안 떨어진 집 벽에 꽝하고 부딪혔다. 그녀는 자신의 그 냉혈적인 태도에 놀랐다. 미친 듯이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 한 아이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또 다른 한 아이는 개일 뿐이지만 자기 자식을 보호하려는 어머니보다 더 위험스러운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정면으로 그의 가슴에 대고 한 발 더 발사했다. 빈스는 뻣뻣한 채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먼저 얼굴을 그 젖은 땅에 처박고 쓰러졌다. 그녀는 그에게서 몸을 돌려 달렸다. 집 모퉁이에서 그녀는 하마터면 트라비스와 충돌할 뻔했다. 그는 Uzi 카빈을 쥐고는 현관 난간을 뛰어 넘어 그녀 앞에 웅크린 자세로 착지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죽였어요."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에 광기가 섞인 것을 알고는 자체하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내가 그에게 네 발을 쏘았어요. 세상에 내가......" 트라비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웅크린 자세에서 일어섰다. 노라가 팔로 그를 감싸며 머리를 그의 가슴에 파묻었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들 위에 내리쏟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그의 따뜻한 체온에 빠져들어 갔다. "누구......" 트라비스가 말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 때 노라 뒤에서 빈스가 숨 가쁜 날카로운 고함 소리를 내고는 땅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려 그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트라비스의 어깨 위에 맞아 그가 뒤로 쓰러졌다. 만약 5센티만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면 노라의 머리를 명중시켰을 것이다. 그녀는 트라비스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넘어질 때 함께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빨리 그를 놓고는 왼쪽 트럭 앞으로 가 사격 선을 벗어났다. 그녀는 재빠르게 한 번 빈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한 손엔 연발 권총을 쥐고 또 한 손은 배를 움켜쥐고서 땅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가 픽업 트럭 앞에 응크리면서 잠깐 본 것으론 그는 피를 흘리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배에 3발, 가슴에 1발을 맞고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실제로 불멸의 존재가 되지 않았다면 그렇다. 노라가 트럭 앞으로 숨으려고 정신 없이 기어가던 바로 그 때 트라비스는 웃몸을 일으켜 진흙 바닥에 앉아 있었다. 피가 어깨로부터 가슴으로 퍼져 셔츠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오른 손에 카빈을 들고 있었고 그 손은 그 쪽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빈스가 아무렇게나 두 번째로 총알을 발사하자 트라비스가 카빈을 쏘았다. 그의 자세는 빈스의 자세보다 더 좋지 않았다. 총알이 집 벽에 타다닥거리며 부딪히고는 트럭 쪽으로 튀며 날아갔다. 마구잡이식 사격이었다. 트라비스는 사격을 멈추었다. "젠장," 그는 간신히 일어섰다. 노라가 말했다. "그를 맞혔어요?" "집 앞으로 달아났소." 트라비스가 이렇게 말하고는 그 쪽으로 향했다. 빈스는 자신이 불멸성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다. 이미 거기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거의 거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제 기껏해야 몇 명의 생명만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그의 유일한 걱정사는 자신이 그런 불멸의 운명에 그렇게 가까와졌을 때 자칫 잘못해 자신의 생명이 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심했다. 가장 비싼 최신의 모델인 케브라 방탄 조끼 등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그는 스웨타 아래에 그것을 입었었다. 바로 그것이 그년이 자신에게 처박아 넣으려고 했던 그 네 발의 총탄을 막아 주었던 것이다. 그 총알들은 그 방탄 조끼 앞에서 뭉개졌고 피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젠장, 아팠다. 그 충격에 그 집 벽에 부딪혔고 또 숨을 가쁘게 몰아 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은 거대한 모루 위에 누워 있고 다른 누군가가 대장간의 해머로 자신의 배를 반복해서 두들기는 것같이 느꼈었다. 그 아픔으로 몸을 구부리고서 그 망할 카빈의 사격 선을 피하려고 절름거리며 그 집 앞으로 향했다. 그는 꼭 등 뒤로 총을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간신히 모통이를 도는 데 성공했고 현관 계단을 올라가서는 코넬의 사격 선에서 벗어났다. 빈스는 코넬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약간의 만족감을 얻었다. 그것이 치명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는 습격할 요소를 잃었기 때문에 지연 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젠장, 그 여자는 코넬 바로 그자만큼이나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 여자에게선 겁먹은 생쥐 같은 점이 있고 또 순종하는 것이 그녀의 천성일 거라고 그는 확신했었다. 분명히 그녀를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망령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던 것이다. 빈스 나스코는 그런 실수들에 익숙하지 않았다. 실수들은 소인(小人)들의 것이지 운명의 아들 것이 아니었다. 앞 현관을 황급히 가로지르며 빈스는 숲 속으로 가는 대신 집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 코넬이 분명히 자신의 뒤를 빠르게 쫓아올 것이다. 이자들은 자신이 나무들 쪽으로 가 숨어서 전략을 다시 짤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신 곧바로 그 집으로 들어가서 현관문과 뒷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아직도 그들을 불시에 습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가 막 커다란 창문을 지나 현관문으로 향할 때 무엇인가가 유리창을 뚫고 튀어나왔다. 빈스는 놀라 고함을 지르며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그 총알은 현관 천장으로 갔고, 그는 개에게 강타당했다. 젠장, 바로 그 개다. 총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뒤로 넘어졌다. 개는 발톱을 그의 옷에 걸친 채 그의 어깨를 물고 그에게 매달렸다. 현관의 난간이 부서졌다. 그들은 비가 내리는 뜰로 굴러 떨어졌다. 빈스는 고함을 지르면서 개가 깽깽거리며 자신을 놓아줄 때까지 그 큰 주먹으로 개를 두들겼다. 그러자 개가 그의 목을 물려고 달려 들었다. 그는 다시 주먹을 날려 개를 때려 눕히고는 간신히 자신의 숨통을 찢어놓으려는 그 공격을 방어했다. 그의 배는 여전히 욱신욱신 쑤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발 권총을 찾으려고 절름거리고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총 대신 코넬을 발견했다. 어깨에서 피를 흘려며 코넬은 빈스를 내려다 보고 현판에 서 있었다. 빈스는 어떤 거창한 확신감이 용솟음 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무적이며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두려움 없이 카빈의 주둥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코넬을 보고 씩 웃었다. "날 보아, 보라구! 난 네가 제일 두려워하는 악몽 속의 존재야." 코넬은 말했다. "조금도 가깝지 않아." 그리고는 총을 발사했다. 부엌에서 트라비스는 자기 곁에 아인스타인을 둔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노라는 그의 상처를 싸매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트럭 속으로 침입해 들어온 남자로부터 들어 안 사실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젠장,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존재였어." 트라비스가 말했다. "그런 자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어." "예상치 않았던 존재는 그자 하나만으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노라가 총알 구멍에 알콜과 요오드를 쏟아부을 때와 붕대를 겨드랑이 아래로 해서 상처를 싸맬 때 그는 움찔움찔하면서 말했다. "잘 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피 흘리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오. 동맥은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소." 총알은 관통을 해서 총알 나간 곳에 흉측한 상처를 남겨 놓았다. 그 자리가 상당히 아파왔다. 그러나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는 나중에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마 다른 의사들은 끈질지게 질문을 하며 대답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에 짐 키네에게 부탁할 작정이었다. 지금 그는 그 죽은 자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만 상처가 꼭 묶여지기를 바랐다. 아인스타인 역시 난타를 당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유리창을 부수고 뛰쳐나올 때는 아무 곳도 베이지 않았다. 어느 뼈가 부러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몇 차례 심하게 맞았다. 처음부터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던 그는 이제 진흙이 묻고 비에 젖고 또 통증을 느끼면서 모습이 아주 안 좋아 보였다. 그 역시 짐 키네를 만나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바깥은 전보다 비가 더 심하게 내리면서 지붕을 마구 치고 있었고 빗물은 홈통과 낙수받이로 요란스럽게 콸콸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 물이 앞 현관을 가로질러 부서진 유리창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러나 그것까지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비 덕분에," 트라비스가 말했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총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야. 이런 장대비 속에선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지." 노라가 말했다. "시체를 어디에다 내버리지요?" "생각 중이오." 그의 어깨 통증이 욱신거리며 위로 올라와 머리까지 쑤셔대는 통에 명쾌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어디 숲 속에 묻을 수도 있어요."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우린 항상 그가 어디 있는지 기억할 거요. 우린 야생 동물에 의해 그 시체가 파헤쳐져 하이킹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될 것을 언제나 걱정하게 될 거요. 더 좋은 게...... 해안 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적당한 데서 차를 세우고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요. 그리고는 트럭 뒤에서 시체를 끌어내려 절벽으로 던져 버리는 거요. 그 절벽 바로 아래에 바다가 맞닿은 곳이라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기 전에 파도에 밀려 멀리 가버릴 거요." 노라가 붕대를 다 묶었을 때 아인스타인이 갑자기 일어서서 끙끙거렸다. 그는 공기 냄새를 맡았다. 그는 뒷문으로 가서는 잠시 바깥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는 거실로 사라졌다. "아인스타인이 보기보다 더 심하게 다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노라가 마지막으로 반창고를 붙이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트라비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하게 행동해왔소. 오늘 아침 당신이 떠나고 난 후로 말이오. 그가 오늘이 불길한 날 같은 냄새가 난다고 내게 말했소." "그가 옳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인스타인이 거실에서 급히 돌아와서는 곧장 저장실로 들어가 전등을 켜고는 페달을 밟아 철자 조각들을 꺼냈다. "어쩌면 그가 시체를 처리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요." 노라가 말했다. 노라가 나머지 요오드와 붕대, 태이프 등을 주섬주섬 모을 때 트라비스는 아프면서도 셔츠를 입고는 아인스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기 위해 저장실로 갔다. 아웃사이더가 여기 있음. 트라비스는 카빈 총에 새 탄창을 탁 밀어넣고는 또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노라에게는 식품 저장실에 보관해 두었던 권총을 하나 건네 주었다. 긴박함을 느끼는 아인스타인의 감각으로 판단컨대 방마다 돌아다니며 안쪽 덧문을 닫고 빗장을 걸 시간이 없었다. 헛간 안에서 가스로 아웃사이더를 질식시킨다는 그 꾀 많은 계획은 그놈이 밤에 접근해 와 정찰할 거라는 확신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이제 그놈이 대낮에 와서 그들이 빈스 때문에 정신이 없는 동안 정찰을 해왔기 때문에 그 계획은 쓸모없게 되었다. 그들은 귀를 기울이며 부엌에 서 있었다. 그러나 가차 없이 내리는 빗소리보다 더 크게 나는 소리가 없었다. 아인스타인은 그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했다. 그의 육감은 아직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 짐승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감지한 것이 그들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침 내내 그가 불안해하던 것이 노라와 함께 집에 왔던 그 남자와는 관계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비록 그가 알아채지 못했을지라도 그것은 아웃사이더의 접근으로 생긴 것이었다. "이층으로......" 트라비스가 말했다. "......올라갑시다." 여기 아래층은 그 짐승이 문이나 창문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층에서는 적어도 창문들만 걱정하면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창문들 중에 몇 군데는 덧문을 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라는 아인스타인과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트라비스는 맨 뒤에서 후위를 맡아 카빈을 아래층으로 계속 향한 채 뒷걸음질치며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는 일에도 그는 현기증을 느꼈다. 부상당한 어깨의 통증이 창호지에 잉크 퍼지듯 천천히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층 계단 꼭대기에서 그가 말했다. "그놈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뒤로 물러서는 거요. 그리고는 그놈이 우리를 향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오면서 습격을 해 그놈을 날려 버리는 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 그놈이 아래층으로 기어들어와서는 그들이 이층에 있다고 판단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안심하고 계단으로 접근해오게 해야 한다. 번개가 복도 끝에 있는 창문에서 번쩍했다. 그리고 천둥 소리가 콰르릉 소리를 냈다. 그 천둥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하늘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비가 한몫에 엄청난 힘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복도 끝 쪽에서 노라의 캔버스 하나가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날아나와 맞은 편 벽에 부딪혔다. 노라가 놀라 고함쳤다. 그리고 일순간 그들 셋은 멍청하게 복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림을 쳐다보았다. 그것이 엄청나게 들이치는 천둥과 번개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반신 반의하면서. 두 번째 그림이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또 날아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트라비스는 그 캔버스가 갈가려 찢겨 있는 것을 보았다. 아웃사이더는 이미 집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짧은 복도 입구에 서 있었다. 안방 침실과 미래의 유아방이 왼쪽에 있었고 욕실과 그리고 노라의 스튜디오가 오른쪽에 있었다. 그놈은 바로 문 두 개 너머 노라의 스튜디오에서 그녀의 그림들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캔버스가 복도로 날아왔다. 비에 젖고 진흙이 묻고 난타당하고 또 아직도 디스템퍼와의 싸움으로 약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스타인은 사납게 짖으며 아웃사이더를 쫓아내려고 얘썼다. 카빈을 쥐고 트라비스는 한 걸음 복도 안으로 움직여 나갔다. 노라가 그의 팔을 잡았다. "가지 말아요. 우리 밖으로 나가요." "안 돼. 우린 그놈과 맞서야만 해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것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오." 두 개의 그림이 스튜디오에서 더 날아나와 이미 결딴나 복도에 쌓여 있는 그림들 위에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인스타인이 더 이상 짖지 않고 그냥 깊은 목소리로 으르릉거리기만 했다. 그들은 다 함께 복도를 따라 스튜디오의 열려진 문을 향해 나갔다. 트라비스의 경험이나 그 동안 받은 훈련에 의하면 이럴 땐 서로 모여서 하나의 목표물이 되기보다는 서로 흩어져 퍼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델타 포스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적도 단순한 테러 분자가 아니다. 그들이 지금 흩어진다면 그들은 그놈과 맞서는 데 필요한 용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들은 함께 바싹 붙어 있음으로 해서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들이 스튜디오 쪽으로 반쯤 갔을 때 아웃사이더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트라비스의 온 몸을 그대로 찌르고는 그의 골수까지 급속하게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소리였다. 그와 노라는 멈추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두 걸음 더 가서 멈추었다. 개는 아주 심하게 떨고 있었다. 트라비스는 자신 역시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전율로 인해 어깨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는 망가진 캔버스들을 밟고 나가면서 스튜디오 안쪽에 대고 총알을 쏟아부으며 열려진 문으로 돌진해 갔다. 작은 움직임인데도 그 총의 반동때문에 마치 끌로 자신의 상처를 도려내는 듯했다. 그는 아무 것도 맞히지 못했으며 비명 소리도 듣지 못했고 적의 흔적도 보지 못했다. 그 안의 바닥은 여남은 개의 헝클어진 그림들과 또 그놈이 현관 베란다 지붕 위로 해서 뛰쳐들어올 때 부서진 창문의 유리들이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다. 트라비스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기다렸다. 눈으로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을 깜박이며 양손으로 총을 들고서 오른쪽 어깨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잊으려고 애쓰며 기다렸다. 아웃사이더는 문 왼쪽에 있을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오른쪽 문 뒤에 몸을 웅크리고 갑자기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놈은 기다리는 데 지쳐서 그에게 돌진해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는 문 입구에서 그것을 없애 버릴 수 있다. 아니다. 그놈도 아인스타인만큼 영리하다.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인스타인이라면 그 좁은 문 입구를 통해서 나에게 돌진해올 만큼 어리석을까? 아니, 아니다. 그놈은 좀더 지능적이고 예상치 못한 짓을 할 것이다. 하늘에서 천둥이 엄청난 힘으로 폭발하자 그 집이 흔들렸고 유리창들이 요란하게 떨었다. 연달은 번개가 하루 종일 지글거렸다. 이리 나와, 이 악당아. 네 모습을 드러내. 그는 몇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는 노라와 아인스타인을 쳐다보았다. 그들 왼쪽에는 안방 침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욕실이 있었다. 뒷쪽은 바로 계단이다. 그는 다시 문 입구를 통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창문 유리 조각들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아웃사이더가 더 이상 스튜디오 안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놈은 벌써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현관 베란다 지붕 위로 가서는 다른 창문을 통해 들어와 엉뚱한 방향에서 그들에게 덤벼들지도 모른다. 아니면 계단 쪽에서 괴성을 지르며 그들을 덮칠 수도 있다. 그는 노라에게 앞으로 나와 그의 옆에 있도록 했다. "나를 엄호해요." 말릴 틈도 없이 그는 몸을 웅크린 채로 문 입구를 통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하마터면 파편들에 걸려 넘어질 뻔했으나 얼른 몸을 바로하고 그놈이 덮치면 총을 쏠 준비를 했다. 그놈은 가고 없었다. 장농 문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부서진 창문으로 가 조심스럽게 비에 씻겨내리는 베란다 지붕을 내다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아직도 창틀에 곤두서 있는 채 위험스럽게 남아 있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 틈으로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들어 오고 있었다. 그는 이층 복도를 향해 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바깥에 노라가 놀란 얼굴로, 하지만 용감하게 Uzi 권총을 움켜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 뒤에는 장래의 유아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놈이 노란 눈을 불 태우며 거기에 있었다. 그 괴기스러운 턱이 쩍 벌어졌다. 부서진 창틀에 남아 있는 불길한 유리 조각들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이빨들로 가득 찬 입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알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총을 쏘기도 전에 그놈이 그녀를 강타했다. 그녀의 손에서 총이 떨어져 나갔다. 그놈은 15센티 길이의 면도날 같은 발톱으로 그녀를 베려고 했으나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 짐승이 그녀의 손에서 총을 떨쳐버린 바로 그 때 아인스타인이 으르렁거리며 그에게 돌진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같이 재빠르게 아웃사이더는 시선을 노라에게서 그 개에게로 돌렸다. 그놈은 휙 돌아서면서 마치 여러 개의 팔꿈치로 연결된 것 같은 긴 팔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그 끔찍스런 두 손으로 아인스타인을 낚아챘다.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복도 문으로 나가면서 트라비스는 아웃사이더에게 총을 쏠 수가 없었다. 노라가 그 중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트라비스가 문 입구로 다가가 자신이 총을 쏠 수 있게 그녀에게 엎드리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녀가 즉시 엎드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아웃사이더는 아인스타인을 번쩍 들어 올려 유아실로 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았다. 이 모든 것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아인스타인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노라가 유아실 문으로 달려갔다. "안 돼." 트라비스가 그녀를 옆으로 밀치며 고함쳤다. 그는 자동 카빈을 닫힌 문에 겨냥하고서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지르며 거기에다 나머지 총알을 다 쏟아부었다. 그 문에 30여 개의 구멍이 났다. 통증이 그의 어깨에서 화끈거렸다. 아인스타인을 맞힐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트라비스가 총을 쏘지 않으면 그 사냥개는 훨씬 더 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이다. 총에서 총알이 다 쏟아져 나갔을 때 그는 빈 탄창을 빼 버리고 주머니에서 총알이 가득한 새 탄창을 꺼내서 총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발로 그 망가진 문을 차고 유아실로 들어갔다. 창문은 열린 채였고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아웃사이더는 가고 없었다. 아인스타인은 벽에 부딪혀 피로 범벅이 된 채 움직임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노라는 그 사냥개를 보자 뒤틀리는 비탄의 소리를 질렀다. 트라비스는 창문에서 피 얼룩이 베란다 지붕으로 가로질러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금방 비 때문에 그 핏덩이가 씻겨져 버렸다. 어떤 움직임이 그의 눈에 잡혔다. 그래서 헛간 쪽을 바라보았다. 아웃사이더가 그 커다란 문을 통해서 그곳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노라는 개 위에 엎드려 말했다. "오, 세상에...... 트라비스, 세상에,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지금 이렇게 죽어야 하다니." "난 저 망할 자식을 쫓아갈게." 트라비스가 사납게 말했다. "그 놈은 헛간에 있어." 그녀도 문을 향해 따라 나섰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안 돼! 짐 키네에게 전화하고나서 아인스타인과 함께 있어. 아인스타인과 같이 있어."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 건 당신이에요. 당신 혼자서 그놈을 쫓아갈 수는 없어요." "아인스타인은 당신을 필요로 해." "아인스타인은 죽었어요." 그녀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그가 그녀에게 고함쳤다. 그는 자신이 이성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인스타인이 죽었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그 개가 결코 죽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 하는 자신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 그와 함께 있어, 젠장할! 악몽 속에서 뛰쳐나온 그 망할 자식은 이미 다쳤어. 내 생각엔 심하게 다친 것 같아. 그놈도 피를 흘리고 있어. 그러니 나 혼자 그놈을 끝내버릴 수 있어. 짐 키네에게 전화해요. 그리고 아인스타인과 함께 있어요." 그는 또한 이런 난장판 속에서 그녀가 유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아인스타인뿐만 아니라 아기까지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 방에서 뛰어 나갔다. 넌 그 헛간으로 들어갈 상황이 아니야,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선 냉정해져야 돼. 노라에게 죽은 개를 위해서 수의사를 부르라고 한 일이나 또 그녀가 네 곁에서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아인스타인과 함께 그냥 있으라고 한 일들은 실은 현명하지 못한 거였어. 분노와 복수에 대한 갈증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 것도 그래. 현명하지 못했어.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만 살아왔다. 그리고 델타 포스에서를 제외하고는 복수를 할 어떤 대상도 없었다. 운명에 대해 복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델타에서도 적(敵)은 국제 테러 분자들이라는 수많은 정체 불명의 미치광이들과 광신자들이어서 그런 복수는 별 만족감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 정말 미증유의 사악한 존재가 있다. 정말 적다운 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놈이 아인스타인에게 행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다. 그는 복도를 달려 계단에 이르러 한 번에 두세 개씩 뛰어내려가자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몰려와 쓰러질 것만 같았다. 몸을 가누기 위해 계단 난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아픈 팔로 기대자 통증이 부상당한 어깨 쪽에서 심하게 커졌다. 난간을 놓자 그는 균형을 잃고 마지막 층계에서 굴러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 그는 생각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카빈 소총을 움켜쥐고 그는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뒷문으로 갔다. 그리곤 현관 베란다로 나와 계단을 내려가 뜰로 갔다. 차가운 비가 그의 흐린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잔디 위에 서서 그 폭우를 맞으며 현기증을 쫓아내려고 했다. 부서지고 피 흘리는 아인스타인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스쳤다. 앞으른 식품 저장실에 결코 만들어지지 않을 그 즐거웠던 메시지들이 생각났다. 산타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아인스타인이 없는 앞으로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영원히 서로 주고받을 수 없을 그 사랑도 생각해보았다. 이제는 태어날 수 없는 그 천재 강아지들도 생각해보았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그는 땅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그 슬플들을 이용해서 분노심을 날카롭게 했고 격분한 마음을 면도날같이 갈았다. 그리고는 헛간으로 갔다. 그 곳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의 머리와 등에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열려진 문 앞에 서서 헛간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실눈으로 겹겹의 어둠 속을 보며 노란 눈을 찻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분노심으로 과감하게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북쪽 벽을 따라 옆걸음질치며 전등 스위치 쪽으로 갔다. 불을 켰을 때도 아웃사이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통증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고 현기증을 쫓아내면서 원래 트럭이 있던 빈 자리와 도요다 뒤를 지나 천천히 그 차 옆으로 움직였다. 다락이다. 그는 두어 걸음만 내디디면 다락 위에서 보이는 곳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만일 그놈이 그 위에 있다면 그에게 뛰어내리며 덮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추측은 거기서 끝났다. 아웃사이더가 그 헛간 뒤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다 앞 쪽 너머 콘크리트 바닥에 웅크리고서 그 길고 강인한 팔로 자신을 감싸안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 주위 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그는 거의 일 분여 동안 그 짐승에게서 약 5미터 정도 떨어진 그차 곁에 서서 협오감과 두려움과 공포심과 또 묘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놈을 관찰했다. 원숭이의 몸뚱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라는 개코 원숭이 형상이었다. 아무튼 원숭이과(科)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놈은 어느 한 종족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없었고 또 단순히 수많은 동물들에서 이것저것 취해 만든 혼합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것 자체였다. 지나치게 크고 육중한 얼굴, 거대한 노란 눈, 증기 삽 같은 턱, 길게 굽은 이빨들, 굽은 등과 헝클어진 털, 그리고 너무나 긴 팔, 그놈은 이런 것들로 그 자체의 무시무시한 특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놈은 그를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총을 쳐들고 두 걸음 더 앞으로 나갔다. 그놈은 머리를 쳐들고 턱을 움직이며 삐걱거리고 갈라지고 불분명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토해냈고 트라비스는 폭우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쳤어." 트라비스는 놀라기보다는 두려웠다. 그 짐승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놈은 언어를 배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지능을 가졌던 것이다. 그놈이 아인스타인을 추격해오는 그 몇 달 동안에 그 욕망이 커져서 자신의 신체적인 장애도 극복한 것이 분명했다. 그놈은 그 섬유질 같은 소리통과 기형적인 입으로 몇 개의 찌그러진 말들을 쥐어짜내는 방법을 찾아내 언어를 구사했던 것이다. 트라비스는 악마가 말을 한다는 것에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놈이 누군가와 얼마나 필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그놈을 동정하고 싶지 않았고 또 감히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놈을 이 지구 상에서 날려보내야 했고 또 그것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와! 이제 끝났어." 그놈은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목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소리 같이 엄청나게 힘을 들이며 말했다. 그놈의 눈은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그놈에 대한 동정심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사지가 모두 명백하게 살인 무기들이었다. 자신의 몸을 감쌌던 그 긴 팔 하나를 풀더니 그 옆 바닥에 놓여있는 무엇인가를 집어들었다. 트라비스는 그 때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었다. 아인스타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미키 마우스 테이프 중 하나였다. 그 유명한 생쥐가 항상 입는 그 옷 차림에 그 친숙한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 카세트 홀더에 붙어 있었다. "미키," 아웃사이더가 말했다. 그리고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난삽하고 이상해서 겨우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아웃사이더는 웬지 끔찍한 상실감과 외로움을 전달하고 있었다. "미키." 그리고는 그놈은 그 카세트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붙잡고 고통스럽게 앞뒤로 흔들었다. 트라비스는 또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갔다. 아웃사이더의 흉측한 얼굴이 너무나 협오스러워서 오히려 어떤 절묘한 구석마저 있었다. 그 독특한 추함 속에서 그놈은 이상하게도 매혹적이었다. 천둥이 콰르릉거리자 헛간 불들이 깜박거리며 하마터면 불이 나갈 뻔했다. 그놈은 다시 머리를 들고는 차갑고 광적인 웃음을 흘리며 쇳소리 나는 바로 그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그건 거의 웃음 소리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는 하마터면 산산조각이 나도록 총을 쏠 뻔했다. 그러나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아웃사이더의 웃음은 흐느낌으로 변해 버렸다. 트라비스는 그것을 지켜보며 최면이 걸리고 있었다. 트라비스가 그 전등 같은 그놈의 눈을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놈이 다시 말했다.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개를 죽여."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었던 그 많은 죄들을 깨달은 양 비애에 젖어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놈은 카세트 홀더에 붙어 있는 미키 마우스의 만화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애원하듯 말했다. "나를 죽여." 트라비스는 방아쇠를 당기며 탄창에 있는 총알을 아웃사이더에게 다 쏟아부으면서 자신의 그런 행동이 분노에서인지 동정심에서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다 끝냈을 때 그는 기진맥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카빈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집으로 돌아갈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잔디에 앉은 채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짐 키네가 해안 고속 도로에서 꺾어져 진흙 길로 차를 몰로 올때도 그는 여전히 거기에 앉아 울고 있었다. 5장 1 1월 13일, 목요일 오후 렘 존슨은 태평양 해안 고속 도로에서 막 들어서는 그 진흙 길 입구에 크리프 소아메스와 다른 세 명의 요원을 남겨두었다. 그들에게 내린 지시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며 렘이 그들을 부를 때까지 그 위치를 그대로 지키라는 것이었다. 크리프 소아메스는 이건 일을 이상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말하지 않았다. 렘은 트라비스 코넬이 상당한 전투 기술을 가진 전직 델타 요원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가 한꺼번에 그곳으로 쳐들어간다면 그는 우릴 보자마자 누군지 알 거야. 그러면 난폭하게 대응할지도 몰라. 내가 혼자 들어간다면 그에게 말을 시킬 수 있게 되고 어쩌면 그로 하여금 그냥 그 개를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도 있을 거야." 그것은 정도(正道)를 벗어난 이번 방법에 대한 빈약한 설명이었다. 그것으로는 크리프의 찡그린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렘은 크리프의 찡그린 얼굴은 상관하지도 않았다. 그는 세단 한 대를 몰고 혼자 들어가 그 집 앞에 차를 주차했다. 새들이 나무들 위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겨울 날씨가 북쪽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일시적으로 좀 풀렸다. 그래서 날이 따스했다. 렘은 계단을 올라가 현관 문을 두드렸다. 트라비스 코넬은 그 노크 소리에 대답하며 격자 망으로 된 문을 통해 그를 쳐다보고는 "존슨씨인가보군요." 라고 말했다. "아니, 어떻게...... 아, 그래요, 물론 가리슨 딜워스씨가 당신에게 전화를 하던 그날 밤에 나에 관해 말씀했겠지요." 렘에게는 놀랍게도 코넬은 망설이지 않고 격자 망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는 편이 낫겠군요." 코넬은 소매 없는 티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거의 다 싸맨 꽤 큰 붕대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그는 렘을 앞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선 그의 부인이 테이블에 앉아 파이를 만들기 위해 사과들을 깎고 있었다. "존슨씨군요." 그녀가 말했다. 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널리 알려졌다는 걸 알겠군요." 코넬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 잔을 들어올렸다. 그는 렘에게 커피를 권하지 않았다. 잠시 어설프게 서 있다가 마침내 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랄까, 아시겠지만 이건 불가피합니다. 다소 귀찮으시겠지만 우린 당신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녀는 사과를 깎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도 물끄러미 자신의 커피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뭐가 잘못됐나? 렘은 궁금해졌다. 이것은 그가 상상해왔던 시나리오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당황하거나 화내거나 낙담하거나 기타 그 비슷한 많은 반응들에 대비했었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냉담함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었다. 이 사람들은 그가 마침내 자신들을 찾아낸 것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당신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관심이 없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코넬이 말했다. "당신이 정말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다면 해봐요." 렘은 당황한 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음, 그것은 간단했어요. 우린 딜워스씨가 항구 북쪽에 위치한 공원에서 몇 블럭 떨어지지 않은 어느 집이나 가게에서 당신에게 전화를 했다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컴퓨터들을 전화 회사의 컴퓨터와 연결시켜 그 기록을 받았지요. 그리고는 사람들을 시켜 그날 밤 그 공원에서 3블럭 안에 위치한 모든 전화들에 청구된 모든 장거리 전화를 검토하는 작업을 하도록 했어요. 물론 전화 회사의 허락을 받아서지요. 하지만 당신네들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린 요금이 수신자 지불로 된다면 요금 청구서가 전화를 건 쪽으로 청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것은 수신자 지불을 수락한 쪽 사람의 기록에 나타나지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수신자 지불을 수락한 사람이 나중에 지불을 거절할 때를 대비해 그 전화에 대한 증거 서류를 만들어놓기 위해 전화 회사의 특별 화일에 담겨 있어요. 우린 그 특별 화일을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그건 아주 작은 화일이어서 우린 금방 바로 그 해변 공원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가다 어느 한 집에서 당신의 전화 번호로 건 전화 통화 기록을 발견했지요. 우리가 그 집에 방문해 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할 때 우린 그 집 아들인 토미라는 십대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린 그들의 전화를 사용한 사람이 딜워스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지요. 그것을 알아내기까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지요. 몇 주가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그 후로는 식은 죽 먹기였죠." "메달이나 뭐 그런 걸 원하십니까?" 코넬이 물었다. 여인은 사과를 또 하나 들어 사등분해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의 일을 편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그의 의도는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그가 친구로서 왔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에게 냉담하게 대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했다. "돌어봐요, 난 내 요원들을 저 길 끝에 두고 왔습니다. 난 그들에게 당신이 우리가 한꺼번에 오는 것을 보면 겁을 먹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말해두었지요. 하지만 내가 정말 혼자 온 이유는......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는 거요." 그러자 마침내 그들 들이 흥미를 가지고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가 말했다. "난 돌아오는 봄에는 이 망할 직업에서 떠날 작정입니다. 내가 나가는 이유는...... 당신들은 알거나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말입니다. 그 사이에 내가 아주 큰 변화를 받았다는 정도로만 말해두지요.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리고 이젠 그런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그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그 개는 울 안에 갇히면 안 돼요. 난 이제 그들이 뭐라고 하든 또 뭘 원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나도 무엇이 옳은지 알아요. 나도 울 속에 갇혀 있는 일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내가 최근까지 평생 동안 그 안에 갇혀왔으니까요. 그 개는 그리로 돌아가서는 안 돼요.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그 개를 여기서 내보내세요, 코넬씨, 그를 숲 속으로 데리고 가요. 그래서 어딘가에 그를 안전하게 놔두고는 돌아와서 당당하게 그 책임을 지는 거요. 그 개가 몇 달 전에 다른 어떤 장소에서 도망갔다고 말을 해요. 그리고는 그 개가 아마 지금은 죽었거나 아니면 어떤 사람 손에 들어가 아주 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을 해요. 그래도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문제가 남아 있지요. 당신도 그놈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과 내가 그놈이 왔을 때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낼 수가 있어요. 난 당신을 감시하도록 사람을 붙여놓을 겁니다. 하지만 몇 주 후엔 그들을 불러들이고는 이건 실패한 사건이라고 말할 겁니다." 코넬은 일어서서 렘의 의자로 걸어갔다. 그리고 왼 손으로 렘의 셔츠를 갑자기 움켜쥐고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당신들은 너무 늦게 왔어. 16일씩이나 말이야, 이 망할 자식들아." "무슨 말이요?" "그 개는 죽었어. 아웃사이더가 그를 죽였지. 그리고 내가 아웃사이더를 죽였어." 여인이 과도와 사과 조각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의자에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어깨를 둥글게 굽힌 채 가늘게 비통해하는 소리를 냈다. "오, 세상에," 렘이 말했다. 코넬은 그를 놓아주었다. 당황하고 의기소침해져서 렘은 넥타이를 똑바로 고치고는 자신의 셔츠 주름을 폈다. 또 자신의 바지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바지를 털었다. "오, 세상에," 그는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했다. 코넬은 아웃사이더를 묻은 숲 속의 장소로 그들을 기꺼이 안내했다. 렘의 요원들이 그것을 파보았다. 그 괴물은 비닐 부대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야르벡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것을 풀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놈이 살해되고 난 뒤로 날씨는 계속 추웠다. 그러나 그것은 부패되고 있었다. 코넬은 그 개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평화롭게 살 기회도 그렇게 많이 가지지 못했소." 코넬이 침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는 이제 평화롭게 쉬게 될 거요. 누구도 그를 부검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도질하지 못할 거요. 절대 안 돼지." "국가 안보가 위태롭게 될 경우에는 당신은 강제로......" "그렇게 하라고 해요." 코넬이 말했다. "그들이 나를 재판관 앞에서 문책하면서 어디에 아인스타인이 묻혀 있는지 말하라고 강요한다면 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언론에 폭로할 거요. 하지만 그냥 아인스타인을 내버려둔다면,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내버려둔다면 난 내 입을 다물고 있겠소. 난 산타 바바라로 돌아가서 다시 트라비스 코넬로 통하고 싶지 않소. 난 이제 하야트요. 그리고 난 그 이름으로 계속 머물 생각이오. 나의 옛날 삶은 영원히 가버렸소. 돌아갈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정부가 영리하다면 나를 하야트로 놔두고 그냥 내버려둘 거요." 렘이 그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요. 그들이 영리하다면 바로 그렇게 할 거요." 바로 그날 오후 늦게 짐 키네가 저녁 요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전화가 울렸다. 가리슨 딜워스였다. 그는 그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지난 주 동안 그 변호사와 트라비스 부부 사이의 연락병 노릇을 하면서 전화로만 알게 되었다. 가리슨은 산타 바바라에 있는 한 공중 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벌써 나타났어요?" 그 변호사가 물었다. "오늘 오후 일찍이요." 짐이 말했다. "그 토미 에센비라는 아이는 좋은 애였던가보군요." "사실,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한 뜻에서 내게 와 경고해준 게 아니었어요. 그 아인 모든 권위적인 것들에 대해 반항적이죠. 그들이 와서 그 아이에게 그날 밤 그의 집에서 전화를 한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강요했을 때 그는 그들에게 분노했던 거였지요. 숫염소들이 필연적으로 널빤지 울타리를 들이받듯이 토미는 반항하는 뜻에서 내게 곧바로 온 거죠." "그들이 아웃사이더를 가지고 갔어요." "개는 어떻게 되었소?" "트라비스가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계속 강요하면 모든 것을 다 폭로해 버리겠다고 했다죠." "노라는 어때요?" 딜워스가 물었다. "아이를 잃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구 하나님, 감사합니다. 굉장히 큰 안심이 되었겠군요." 2 8개월 후, 9월 첫째 주말에 존슨과 가이네스 가족들은 가이네스 집에 모여서 야외 파티를 열었다. 그들은 오후 내내 브리지 게임을 했다. 렘과 카렌은 지기보다는 이기는 횟수가 더 많았고 그것은 요즘 보통 있는 일이었다. 렘이 더 이상 예전처럼 이기겠다는 광적인 욕심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겼던 것 같았다. 그는 지난 6월달에 국가 안보국을 떠났다. 그때 이후로 그는 오래 전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유산으로 물려 받은 돈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는 내년 봄까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사장이 되어서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정해 일할 수 있는 자그마한 사업을 해볼 생각이었다. 오후 늦게 그들 부인들이 샐러드를 만드는 동안 렘과 왈트는 뜰로 나와 숯불에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그래서 자네는 아직도 국가 안보국에서는 바노디네 사태를 망쳐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겠군?" "그렇게 해서 내가 먼 훗날까지 알려질 게 아니겠어요." "그래도 여전히 연금은 받는군." 왈트가 말했다. "음, 난 23년 동안이나 일해왔잖아요." "그래도 20세기의 최대 사건을 망쳐놓고 46세에 연금을 제대로 다 받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옳은 일 같지 않아." "정상적인 연금의 4분의 3밖에 못 받아요." 왈트는 숯불에 구워지고 있는 스테이크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연기를 코로 깊게 들이쉬었다. "하지만 말이야, 우리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는 자네같이 일을 망쳐놓은 사람은 최소한 매질해서 창고에 처넣었다구." 그는 스테이크의 향긋한 냄새를 한 번 더 짖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 사람들의 부엌에 앉아 있었던 순간에 대해서 다시 말 좀 해줘봐." 렘은 그것을 한 백 번은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왈트는 그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을 지겨워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곳은 아주 깨끗했어요. 모든 것들이 번쩍이도록 빛이 났지요. 그리고 코넬과 그의 부인 모습도 아주 깔끔했어요. 그들은 옷도 아주 잘 차려 입었고 또 아주 깔끔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내게 그 개가 죽어서 묻은 지가 2주나 된다고 말하더군요. 코넬은 격분하며 내 셔츠를 잡고 의자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마치 내 머리통을 날릴 것처럼 쳐다보더군요. 그가 나를 놓아 주었을 때 난 넥타이를 바로 고치고 셔츠 주름을 폈지요. 그리고 습관이랄까, 난 내 바지 아래를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난 바로 그 누런 털들을 보았지요. 개 털 말예요. 그 사냥개의 털이 분명했어요. 그렇게 깔끔한 사람들이, 그것도 자신들의 공허한 나날들을 채우고 싶고 또 자신들의 비극을 떨쳐 버리려고 하는 마당에 2주가 넘도록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 털들이 바로 자네 바지에 온통 묻었겠군." 왈트가 말했다. "수백 개의 털들이 묻어 있었지요." "자네가 그곳에 들어가기 몇 분 전에 그 개가 거기에 앉아 있었던 것 같구만." "바로 그래요, 내가 들어가기 2분 전까지만 해도 그 개가 거기에 앉아 있었던 거지요." 왈트가 숯불 위의 스테이크를 뒤집었다. "자네는 참 관찰력이 예민한 사람이야, 렘.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자네가 일할 때 너무 과도하게 했었던 걸 거야. 그런데 난 말이야, 자네가 그런 재능을 가지고서 어떻게 바노디네 사건을 그렇게 철저하게 망쳐놓을 수가 있는지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그들은 항상 그렇듯이 함께 웃었다. "내 생각에 그냥 운 탓이죠." 렘이 말했고 그것도 그가 항상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웃었다. 3 제임스 가리슨 하야트가 6월 28일 세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의 엄마는 또 임신하고 있었다. 병원의 검사에 의하면 딸이라고 했다. 그들은 태평양 위 숲이 우거진 비탈에 세워진 그 옛집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하야트家가 곧 해안에서 약간 더 멀리에 있는 새롭고 좀더 큰 집으로 이사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한 생일 파티로서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족을 이루고 처음 자리 잡았던 첫 번째 집이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짐 키네는 자신의 두 마리 검은 사냥개인 푸카와 새디, 그리고 어린 누런 사냥개 새끼 레오나르도를 데리고 카르멜로부터 차를 몰고 왔다. 트라비스가 일하고 있는 카르멜 하이랜드의 부동산 회사에서 몇몇 가까운 친구들이 왔고 또 노라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팔리고 있는 카르멜의 화랑에서도 몇 명이 왔다. 이 친구들 역시 자신들의 사냥개들을 데리고 왔고 그 개들 모두 아인스타인과 그의 배우자 미니의 두 번째 자식들이었다. 오직 가리슨 딜워스만이 빠졌다. 그는 작년에 잠을 자다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기쁜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친구이고 또 서로에 대헤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을 하나의 거대한 대가족으로 묶어줄 어떤 경이롭고 즐거운 비밀을 함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트라비스와 노라가 입양을 보내지 못해 그냥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첫 번째 새끼들도 모두 다 있었다. 미키, 도널드, 다이시, 휴이, 디위, 루이 등이 그들이었다. 그 개들은 잔디에서 서로 장난치거나 숲 속에서 숨바꼭질을 했고 또 거실에서 TV로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사람들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개들의 가장(家長)은 몇 개의 놀이에 참여했으나 대부분은 트라비스와 노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통 때처럼 가까이에 미니를 두고 있었다. 그는 절뚝거렸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그의 오른쪽 뒷다리가 아웃사이더에 의해 처참하게 난도질당해서 만일 그 수의사가 헌신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면 전혀 쓰지 못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트라비스는 가끔 아웃사이더가 정말 있는 힘껏 아인스타인을 그 유아실 벽에 내던졌는지, 그리고 또 그가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는지가 궁금했었다. 어쩌면 그놈이 그 사냥개의 목숨을 자신의 손 안에 쥐고 있는 순간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또 어떤 자비심까지 느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것은 그놈을 만든 이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었으나 어떻게 그런 것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놈은 연구실에서 자신과 그 개가 함께 맛보았던 어떤 즐거운 일이 기억났는지도 모른다. 가령 만화 영화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했던 것들을 기억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도 다른 생물들과 똑같이 될 수 있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자신을 다른 생물들과 똑같이 보면서 그는 아인스타인을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죽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놈이 그 엄청난 발톱으로 가볍게 살짝 치기만 해도 아인스타인을 동강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인스타인은 다리를 절긴 하지만 짐 키네의 덕분에 귀에 있던 문신도 없앴다. 누구도 그가 바노디네에서 탈출한 개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멍청한 똥개' 역할을 아주 잘 해낼 수 있었다. 어린 제임스의 세 번째 생일 파틱가 열리고 있는 동안 가끔 미니는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들을 홀린 듯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태도들과 익살스러운 몸짓들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다른 어떤 개들의 어미보다도 자기 새끼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보호자였던 것이다. 그 좋은 날이 저물어 손님들이 가고 제임스도 그의 방에서 잠들고 또 미니와 그녀의 첫 번째 자식들이 다들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인스타인과 트라비스와 노라는 부엌에서 좀 떨어진 식품 저장실에 모였다. 그 단어 맞추기 조작기는 없어졌다. 그 대신 IBM 컴퓨터가 마루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아인스타인은 입에 철필을 물고 그것으로 키보드를 눌렀다.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저 애들은 빨리 자라요. "그래, 맞아." 노라가 말했다. "우리 애들보다 너희 애들이 더 빠르지." 언젠가는 저 애들이 세상 어느 곳에나 다 있게 될 거예요. "오랜 시간을 두고 열심히 낳는다면 언젠가는 그럴 거야." 트라비스가 말했다. "아마 저 애들이 온 세상에 퍼지게 될 거야." 내게서 너무나 멀어요. "그래, 맞아."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어린 새들도 조만간에 다들 보금자리를 떠나잖아." 그리고 난 언제 가지요? "무슨 말이야? 트라비스가 몸을 굽히고 그 개의 두꺼운 털을 헝클어뜨리며 물었다. 저 애들이 나를 기억할까요? "오, 물론이야. 털보야," 노라가 무릎을 꿇고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개들이 있고 또 그 개들과 함께 산보하기에 적당한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은 모두 다 너를 기억할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