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창조 신화 수 NOTE 다음은 탐험가이자 화가이며 자가이기도 한 조지 캐틀린의 저서 「북아메리카 인 디언들의 풍속, 관습 및 현황에 관한 편지와 해설」에서 뽑은 글이다. 인간이 창조되기 전, 대정령(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주신. 대정령의 자취가 아직도 커다란 새의 모양으로 레드파이 프라는 바위에 남아 있다고 한다)은 들소들을 죽여 붉은 바위 위에서 먹곤 했다. 이 붉은 바위는 코토 데 프레리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들소들의 피가 바위로 흘러 바위들 을 붉게 물들였다. 어느날, 큰 뱀 한 마리가 새알을 먹으려고 새 둥지로 기어 들어갔다. 그런데 새알 하나가 우르릉 꽝, 하는 천둥 소리에 부화되고 말았다. 그래서 대정령은 뱀한테 던지려고 들고 있던 파이프스톤(점토질의 돌) 한 조각으로 사람을 만들었다. 이 사람의 발이 땅 속에 단단히 박 혀, 그 사람은 나무와도 같이 그 자리에 오랜 세월 동안 서 있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노 인네가 되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백 살 먹은 노인보다 훨씬 더 늙은 상노인네였다. 마침내 그 노인 곁에서 다른 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데 커다란 뱀이 새로 자란 나무 의 뿌리를 다 먹어 치우는 바람에 둘은 함께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현재 지상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들의 후손이다. 포니 티라와 아티우스(아티우스는 '지배자', '주인'이라는 뜻이다)는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모 든 생물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는 위대하고 영원한 신이다. 티라와 아티우스는 백인 들이 은하수로 알고 있는 '터나가는 정령들의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의 동쪽에는 남성적 원리-새벽별-가 있고, 서쪽에는 여성적 우너리-저녁별-이 있다. 이미 일어난 일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정해 놓은 이는 티라와이며, 새벽별과 저녁별은 티라와의 부하이다. 새벽별이 저녁별에게 구애하려고 동쪽으로부터 저녁별을 쫓아가기 시작했지만, 저녁별은 계 속해서 새벽별을 피했다. 저녁별은 새벽별이 오는 길목에 장애물을 설치해 놓고도 줄곧 새벽별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아직은 지상에다 살아 있는 것들을 만들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녁별처럼 여성들은 늘 남자의 마음을 떠보려 하는 것은 물론, 남 자들을 애먹인다. 인간들은 10이라는 숫자에 중요한 의미를 두어 왔다. 저녁별이 새벽별의 길에 설치한 장 애물이 열 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장애물들 가운데 하나는 그들 밑에 있는 혼돈의 바다 속 에 들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다스리는 거대한 뱀이 바로 그것이었다. 새벽별은 그 뱀에게 불덩이를 던졌다. 그러자 뱀은 물 속 깊이 도망쳤다. 불이 물에 닿았을 때 상당량의 물이 말라붙어, 땅과 바위들이 드러났다. 새벽별은 거기에서 조약돌 하나를 집어 혼돈의 바 다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그 돌도 땅이 되었다. 땅이 제대로 자리잡은 것을 보고, 티라와는 네 명의 하급 신하들에게 땅을 다스리게 했다. 동, 서, 남, 북이 바로 그들이었다. 결국 새벽별은 저녁별을 따라잡아,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 다. 저녁별은 이내 딸을 잉태했다. 저녁별은 딸을 낳자, 딸을 구름에 태워 땅으로 내려보냈 다. 그리고 새벽별에게 자신의 하늘 정원에 물을 좀 뿌려 달라고 부탁했다. 새벽별은 사랑의 선물로 첫비를 내려 주었다. 저녁별의 하늘 정원에서는 훌륭한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 다. 그중에는 식용으로 안성 맞춤인 옥수수도 있었다. 저녁별은 새로 생긴 땅에 심으라며 딸 에게 옥수수를 선물로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와 달도 아들을 낳았는데, 해와 달의 아 들은 새벽별과 저녁별의 딸과 결혼했다. 이 부부가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한 최초의 존재 이자 모든 인간의 부모이다. 아리카라 때에 따라 위대한 신비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위대한 하늘의 신 네사루는 천지 만물의 주 인이었다. 하늘 아래는 끝없이 수역이 펼쳐져 있었고, 그 물에서 오리 두 마리가 헤엄을 쳤 다. 네사루는 늑대 인간과 행운아라는 두 형제를 만들었다. 이들은 오리들에게 거대한 물 밑 으로 헤엄쳐 들어가 땅을 조금 가지고 올라오라고 명령했다. 이 땅으로 늑대 인간은 대평원 을 만들고, 행운아는 언덕과 산을 만들었다. 두 형제는 땅 밑으로 내려갔다가 거미 두 마리를 발견했다. 이드은 거미에게 번식하는 방 법을 알려 주었다. 이 거미들이 온갖 종류의 동물과 식물들을 낳았다. 인간도 이 거미들에게 서 태어났다. 하지만 거미들은 사악한 거인족도 낳았다. 이 거인들이 어찌나 사악하던지, 네 사루는 결국 대홍수를 일으켜 거인족들을 없애 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네사루는 인간들을 사랑하여 인간들이 홍수 때 파멸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 주었다. 치페와/알공킨 NOTE 이 신화는 약간씩 내용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알공킨어를 사용하는 지역 어디 에서나 발견된다. 대서양 연안에서 미시시피강,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북극 근처에 이르는 지역이 알공킨어 사용권이다. 글루스캅과 말숨 위대한 대지 어머니에게는 글루스캅과 말숨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글루스캅은 선하고 지혜로우며 창조력을 지니고 있으나, 말숨은 악하고 이기적이며 파괴를 일삼았다. 어머니가 죽자 글루스캅은 어머니의 몸으로 동물과 식물들, 인간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형과 달 리, 말숨은 독이 든 식물과 독뱀들을 만들었다. 글루스캅이 계속해서 훌륭하고 멋있는 것들 을 만들었기 때문에, 말숨은 착한 형한테 점점 짜증이 났다. 그래서 형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다. 말숨은 농담으로 그 무엇도 자기를 해치지 못한다고 허풍을 떨었다. 하지만 말숨을 죽일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양치식물의 뿌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말숨은 착한 형의 약점 을 찾아 내려고 날이면 날마다 형을 괴롭혔다. 마침내 글루스캅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탓에, 자기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올빼미 깃털 뿐이라고 털어놓고 말았다. 이 얘기를 듣고서 말숨은 올빼미 깃털로 표창을 만들어 글루스캅을 죽였다. 그러나 선의 힘이 어찌나 강하던 지, 글루스캅은 다시 살아나 복수를 준비했다. 글루스캅은 말숨이 이번에도 자기를 없애려고 하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글루스캅은 선이 살아 남고 자신의 피조물들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말숨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냇가로 갔다. 그리고는 갈대꽃도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쳐 악한 동생을 유인했다. 그런 다음 글루스캅은 양치 식물의 뿌리를 뽑아 말숨에 게 던졌다. 그 뿌리에 맞은 말숨은 땅으로 쓰러져 죽었다. 말숨의 영혼은 지하로 내려가 악 령이 되었다. 이 악령은 요즘도 가끔씩 인간과 짐승들을 괴롭히지만 밝은 낮을 두려워한다. 아로쿼이 최초의 인간들은 하늘 위에서 살았다. 아직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추장의 딸이 병에 걸렸으나 어디에서도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지혜로운 노인이 말하기를, 추장의 딸이 낫게 하려면 어떤 나무의 뿌리를 파 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힘을 모아 그 나무 밑둥이 둘레에 커다란 구멍을 팠다. 하지만 결국은 추장의 딸과 나무가 그 구멍을 통해 아 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래 세상에는 광활한 바다밖에 없었다. 그 바다에서 백조 두 마리가 끊임없이 헤엄을 치 고 있었다. 나무와 추장의 딸이 물 속으로 떨어질 때 요란하게 천둥이 쳤다. 백조들이 그 소 리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러 왔다. 백조들은 왠 처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처녀를 구하러 갔다. 백조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 다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모든 생물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는 거대한 거북에게 조언을 구하러 갔다. 거대한 거북은 나무 와 처녀가 좋은 징조라고 백조들에게 말했다. 그러더니 모든 생물들에게 그 나무를 찾아 내, 나무 뿌리에 붙어 있는 마법의 흙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백조들에게는 그 마법의 흙으로 처녀가 살아 갈 섬을 짓는 일이 배당되었다. 짐승들 모두가 그 나무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마법의 흙을 조금이나마 가져오는데 성공한 짐승은 늙은 두꺼비뿐이었다. 바다 밑바닥까지 헤엄쳐 들어갔다가 나온 늙은 두꺼비는 진흙을 한 입 뱉어 내고 난 뒤 죽었다. 이 한 줌의 흙이 넓은 땅덩어리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 지상은 약간 어두웠다. 처녀는 위대한 거북에게 자기가 살던 저 위쪽 나라에 는 빛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위대한 거북은 굴 파는 동물들을 시켜, 하늘에 구멍 을 뚫게 했다. 그 구멍을 통해 하늘의 빛이 땅을 비췄다. 그 처녀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어머니이다. 그 처녀가 지상에서 어떻게 최초의 인간을 잉태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처녀가 바다 속으로 떨어졌을 때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마법 의 흙이 바닷물과 모종의 작용을 일으켜 처녀를 임신시켰다는 얘기도 있다. 경우야 어떻든, 인류는 바다와 육지의 결합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물론 인류의 원래 조상은 하늘 저 높이에 있지만. 유마 태초에 세상에는 물과 어둠밖에 없었다. 물이 주변으로 튀겨 거품과 작은 물방울들이 생 겼다. 그 물방울들이 얼어 하늘을 이루었다. 창조주인 코코마흐트는 물 밑에 살고 있었다. 코코마흐트는 한 몸 안에 두 개의 존재를 담고 있었다. 그가 물 밖으로 몸을 내밀더니, 나 는 만물의 아버지이자 창조주인 코코마흐트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바코달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나왔다. 바코탈은 코코마흐트에게 물에서 나가라고 한 다음 이렇게 물었다. "너 물에서 나갈 때 눈을 뜨고 있었냐, 아니면 감고 있었 냐?" 코코마흐트는 바코탈이 악마라는 것을 알고 그를 속이기로 했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있 었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바코탈은 눈을 뜬 채 물에서 나오다가 장님이 되었다. 그리 하여 오늘날까지도 악한 것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코탈이란 '눈먼 자'라는 뜻이 다. 코코마흐트가 만든 것들은 모두 선하지만 바코탈이 만든 것들은 모두 악했다. 아직 굳은 땅이 창조되지 않았던 때라, 코코하흐트와 바코탈은 물 위에 서 있었다. 코코마 흐트가 눈먼 동생에게 물었아. "어디가 북쪽이지?" 그러자 바코탈은 눈이 먼 탓에 남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코코마흐트는 "거긴 북쪽이 아니다"고 대꾸한 다음 네 방위를 만들었다. 코코마흐트는 서쪽을 바라보고서 말했다. "여기가 서쪽이 될 거다." 그 다음에는 동쪽을 바 라보고 말했다. "여기가 동쪽이 될 거다." 계속해서 코코마흐트는 남쪽으로 네 걸음을 옮겨 남쪽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코코마흐트는 눈먼 동생에게 말했다. "물을 쫓고 땅을 만들어야 겠다." 코코마흐트는 북쪽을 향해 돌아서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회오리바람이 물을 몰고 가, 마른 땅이 생겼다. 그러자 코코마흐트는 마른 땅 위에 앉았다. 바코탈도 코코마흐트 곁 에 갓 앉았다. 바코탈은 착한 형을 이기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인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코탈은 주위에서 축축한 진흙과 물을 가져다 인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만 든 인간들에게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없었다. 피조물들이 완성되자 바코탈은 그것을 코코마 흐트에게 보여 주었다. 코코마흐트는 그것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 고 있었다. 그래서 코코마흐트는 자기가 직접 인간을 만들기로 했다. 코코마흐트는 진흙을 가져다 손과 발이 온전한 남자를 빚었다. 코코마흐트는 그 남자를 들고 북쪽으로 네 번, 남 쪽으로 네 번 흔들었다. 그러자 진흙으로 만든 남자가 살아서 움직였다. 코코마흐트는 다시 진흙으로 여자를 만들어, 이번에도 북쪽으로 네 번, 남쪽으로 네 번 흔들었다. 코코마흐트가 분주하게 인간을 만들고 있는 동안 바코탈이 일곱 가지 생물을 창조했다. 코코마흐트는 동생에게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바코탈은 자기도 인간을 만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코코마흐트는 동생에게 인간들이 온전하게 만들어졌는지 검사해 보라고 말했다. 바코탈이 만든 피조물들과 달리 코코마흐트가 만든 인간들은 손가락이 있어, 물건을 만들고 예술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다. 바코탈은 코코마흐트를 시샘하여, 이 온전한 인간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코코마흐트가 발을 쾅쾅 구르자 바코탈이 만든 인간들은 모두 물에 빠져 오리나 거위로 변했다. 이 일 때문에 화가 난 바코탈이 회오리바라믈 일으켰다. 그러자 그 회오리바람에 질병, 악 한 마음, 병균 등 인류의 온갖 적들이 나왔다. 이제 땅에는 코코마흐트와 남자 하나, 여자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코코마흐트는 인간들-각 종족의 남녀 한 쌍씩-을 더 만들기 시 작했다. 이렇게 해서 코코파족, 모자베족을 비롯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의 선조가 만 들어졌다. 코코마흐트가 제일 나중으로 만든 남녀가 바로 백인종이었다. 코코마흐트는 자기 가 만든 부부들에게 성교하는 법과 종족 번식시키는 방법을 가르쳤다. 사람들이 각자 살 곳으로 흩어지자 코코마흐트는 자신의 창조 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 가운데 하니('개구리'라는 뜻)라는 자가 코코마흐트에게 반란을 일으켰 다. 하니는 자신의 강력한 마법으로 코코마흐트를 없애려 했다. 하니는 코코마흐트 발 밑의 땅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 코코마흐트의 숨을 끌어당겼다. 코코마흐트는 숨이 차 죽을 지 경에 이르렀다. 결국 목숨을 잃은 코코마흐트는 사람들에게 죽음의 길을 가르쳐 주었다. 코 코마흐트가 미리 만들어 두었던 아들 코마쉬탐호가 창조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코마쉬탐 호는 해를 만들었다. 그가 자기 손에 침을 뱉어 둥글게 만든 다음 하늘로 던지자, 껏이 해 가 되어 낮 동안 세상을 비추었다. 그가 해를 던진 쪽이 동쪽이어서 아직까지도 해는 동쪽 에서 뜬다. 그가 다시 손에 침을 뱉어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별들이 생겼다. 코코마흐트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절망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코마쉬탐호는 창조주인 아버지의 시신을 태우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사람들에게 장례 의식을 가 르쳤다. 그러나 불쏘시개로 쓸 나무가 없었다. 그래서 코마쉬탐호는 북쪽에서 나무들을 불러 들여 화장용 장작을 쌓았다. 코코마흐트는 죽기 전에 코요테에게 말했다. "내 심장을 가져 라. 그리하여 내 피조물들을 선하게 굴도록 하라." 그러나 코요테는 코코마흐트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 코코마흐트가 '나처럼 되라'는 뜻으로 한 말을 코요테는 코코마흐트의 심장을 훔쳐다 먹으라는 말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서 코요테는 화장용 장작더미 주변을 어슬렁거 리며, 장작더미 위로 올라가 창조주의 심장을 훔쳐 먹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코마쉬탐호는 코요테의 속셈을 알고 코요테를 동쪽으로 보냈다. 동쪽으로 가서 해가 떠오 를 때 불을 가져오라고 시킨 것이다. 코마쉬탐호는 인간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 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불을 가지고 돌아온 코요테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코코 마흐트의 심장을 훔칠 수 있을지 머리를 쌌다. 하지만 오소리가 한 발 앞서 장작더미 위로 올라갔고, 오소리는 코코마흐트의 심장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짐승들이 모두 오소리를 잡으 려고 애를 썼으나 아무도 오소리를 잡지 못했다. 코마쉬탐호가 코요테에게 말했다. "너는 영 원히 도둑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훔친 것으로 연명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인간들이 너를 혐오할 것이며, 자기네 가축을 지키기 위해 너를 죽일 것이다." 이 말을 모든 사람들이 들었 다. 불길이 코코마흐트의 시신을 태울 때 코마쉬탐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코코마흐 트의 육신을 다시는 못 볼 것이다. 코코마흐트는 죽었다. 너희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코코마흐트가 살아있었더라면 너희도 영원한 생명을 얻고 자자 손손 번영을 누렸을 테지만, 이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코코마흐트의 영혼은 계속 살아 있다. 너희 영혼도 그러할 것이다." 장작불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땅이 완전히 말라 사막으로 변 했다. 오늘날 요마족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그 사막이다. 바로 그때 코코마흐트의 시신이 타고 남은 잿더미 둘레에 둘레에 회오리바람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 다. 코마쉬탐호는 그 바람이 바로 코코마흐트의 존귀한 영혼이라고 대답했다. 몸은 죽지만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의 영혼은 몸을 떠나, 자 기가 생전해 사랑했던 사람들의 영혼과 함께 살러 간다. 코코마흐트의 영혼은 선한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살아 있다. 바코탈은 땅 밑에 살며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 지진을 일으 킨다. 바코탈은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질병과 악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코코마흐트의 선 한 영혼은 그 어떤 악도 이길 수 있다. 피마 추후트 : 사랑의 노래 태초에 세상에는 어둠과 물뿐이었다. 어떤 곳에서 어둠이 뭉치더니, 그 어둠 덩어리에서 창조주가 만들어졌다. 창조주는 하릴없이 물 위를 떠돌아다니며[이 대목을 창세기의 이야기 와 비교해 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 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심장 속으로 손을 넣어 마법의 창조 지팡이를 꺼냈다. 그는 이 마법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걸어다녔다. 지팡이 끝에 나뭇진이 맺히자[이 부분 을 일본의 창조 신화와 비교해 보라] 창조주는 그것으로 개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뭇진을 조금 더 떼어 내 발로 굴려, 완벽한 공모양으로 만들었다. 창조주는 나뭇진을 굴리면서 노래 를 불렀다. Chuhwuht tuh maka-i, Chuhwuht tuh nato, Chuhwuht tuh maka-i, Chuhwuht tuh nato, Himalo, Himalo, Himalo, Himalo! 나는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본다, 세상이 완성되 는구나. 나는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본다, 세상이 완성되는구나. 구르거라, 굴러. 구르거라, 앞으로! 그가 노래를 부르자 공은 점점 커지고 커져, 마침내 현재의 지구 크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다음 창조주는 커다란 바위를 깨뜨려 하늘로 던졌다. 바 위 조각들은 하늘에서 별이 되었다. 비슷한 방법으로 창조주는 달도 만들었다. 그러나 달이 나 별들은 그다지 밝은 빛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창조주는 자기 살에서 물 두 그릇을 받아 놓고 빛에 대해 생각했다. 창조주가 두 물그릇을 따로 떼어 놓자, 하늘에 해가 나타났다. 그 러나 아직 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창조주는 공을 튕기듯이 해를 동쪽으로 튕겼다. 그 러자 해가 도로 서쪽으로 튕겨 돌아왔다. 오늘날에도 해는 이렇게 동에서 서로 움직인다. 주니 NOTE 이 신화에 나오는 녹색 바닷말의 번식을 과학의 진화론과 비교해 보라. 태초에는 습기밖에 없었다. 습기는 구름이 되었다. 위대한 아버지 태양이자 창조주인 아워 나윌로나가 구름을 두껍게 하여 물로 만들었고, 이 물이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다.아워나윌로 나는 자신의 살로 바다에 양분을 공급했다. 그러자 바다 위에서 초록빛 해조가 자라났다. 이 녹색 바닷말이 땅과 하늘을 낳았다. 땅과 하늘이 결혼하고 태양이 녹색 바닷말과 작용을 일 으켜, 온갖 생명체가 태어나게 되었다. 땅에 있는 네 개의 동굴 가운데 제일 밑에 있는 동굴 속에서 인간과 짐승들의 종자가 알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그 알들이 부화할 수 있도록 창조 주가 온기를 공급해 주어, 모든 생물들이 생명을 얻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폴라야노스('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의 스페인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한 존재 노쿠마가 세상을 만들었다. 노쿠마는 두 손으로 세상을 굴 려 공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지정된 곳에 자리잡지 못했다. 그래서 노쿠마는 토 사우트라는 커다란 검은 바위를 세상 속에 끼워 넣어, 세상이 중심을 잡도록 만들었다. 태초 에 바다는 물고기들로 가득 찬 작은 시내였다. 물 속이 너무 비좁았기 때문에, 어떤 물고기 들은 육지를 서식처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물고기들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뜨거운 햇볕 속에서 죽어 갔다. 그러자 덩치 큰 물고기들이 토사우트를 공격해, 물과 소금을 더 풀 어 놓으라고 했다. 그 결과 큰 바다가 생기게 되었다. 바다와 육지가 완성된 위 노쿠마는 흙 과 바닷물로 남자를 만들고, 그 남자를 에조니라 불렀다. 그 다음 여자도 만들었다. 여자의 이름은 아에였다. 에조니와 아에는 모든 인간의 부모가 되었다. 마야 NOTE 마야족은 현재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벨리즈, 멕시코의 유카탄주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로,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지니고 있었다. 이 지역들에는 지금도 마야족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마야의 서사시 포폴 부에 들어 있다. 이 이야기는 창조 신화인 동시 에 아름다운 도덕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늘에는 네 신이 있었다. 이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 던 중 황색 신이 인간을 만들어 땅의 혜택을 누리고 신들을 찬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나 머지 세 신도 황색 신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래서 황색 신은 누런 진흙덩어리를 가져다가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피조물은 몹시 약했다. 물에 닿으면 녹고, 똑바로 서지도 못 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적색 신이 나무로 인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세 신이 그 의견에 찬성했다. 그래서 적색 신은 나뭇가지를 꺽어 인간의 형상을 조각했다. 신들은 시험 삼아 나무로 만든 인간을 물 속에 넣어 보았다. 나무 인간은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아무 문제 없이 똑바로 설 줄도 알았다. 하지만 신들이 불을 갖다 대니 타 버리고 말았다. 네 신은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흑색 신이 황금으로 인간을 만들자고 했다. 황금 인간은 아름다울 뿐더러 태양처럼 빛났다. 황금 인간은 물 시험, 불 시험을 모두 통과 했다. 시험을 거치고 나니 오히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황금 인간은 감촉이 몹시 싸늘했다. 또 말도 할 줄 모르고, 느끼거나 움직이거나 신들을 숭배하지도 못했다. 그 러나 어쨌든 신들은 황금 인간을 지상에 남겨 두었다. 아무 색깔도 없는 네번째 신은 자신 의 살로 인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기 왼손의 손가락들을 잘라 냈다. 그러자 손가 락들이 껑충껑충 뛰어 땅으로 떨어졌다. 네 신은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너무 멀리 사라져 버린 탓에,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미처 보지 못했다. 신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들의 모습 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그만 개미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은 신들을 숭배하고 제물도 바쳤다. 그들은 네 신의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해 주었다. 어느 날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황금 인간을 발견했다. 그들이 황금 인간을 만져 보니, 황금 인간은 돌처럼 차가왔다. 또 황금 인간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 만 황금 인간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친절한 행동이 황금 인간의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황금 인간은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신들에게 살로 만들어 진 인간들의 친절을 칭찬했다. 예전에는 한 마디 말도 없던 피조물의 입에서 칭찬의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네 신은 잠에서 깨어 흐뭇한 마음으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신들은 황금 인간을 '부자'라 부르고 살 로 만들어진 인간들을 '가난뱅이'라 불렀다. 그리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도록 운명 을 정해 놓았다. 신들은 부자들이 죽으면 그들이 생전에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보살펴 주 었는가를 기준으로 심판하기로 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의 동의를 얻 지 못하는 한 천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잉카 NOTE 잉카 제국은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를 비롯해 안데스 산맥 지역 전체를 포괄하 고 있었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는 아직도 잉카 제국의 언어인 케추아어가 광범위하게 사용 되고 있다. 이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 콘 티키 비라코차라는 점에 특별히 유의하기 바 란다. 토르 하이어달이 발사 재목으로 만든 뗏목 콘 티키를 타고 페루에서 폴리네시아까지 항해한 것은 두 문화 사이에 교역이 행해졌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나 페루 사람들이나 티키라는 말을 똑같이 '신'을 이르는 말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주 아주 먼 옛날 세상은 어둠에 뭍혀 있었다. 그 때 콜라수유라는 호수에서 콘 티키 비 라코차 신이 세 명의 인간을 데리고 나타났다. 콘 티키는 세상을 밝게 비추기 위해 해(인티) 와 달과 별들을 창조했다. 타완티수요(잉카 제국을 이르는 말로, '세상의 네 구석'이라는 뜻이다)의 황제인 잉카는 바로 콘 티키가 만든 해의 자손이다. 콘 티키는 커다란 바위들을 가지고 인간을 더 만들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여자들도 있었다. 콘 티키는 이 사람들을 세상 곳곳으로 떠나 보냈다. '세상의 중심'인 쿠즈코에는 남자와 여자 한 쌍만 남겨 두었다. 다른 이야기에 보면, 창조주인 콘이 뼈 없는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그가 최초의 인 간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기 위해 지상을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고 한다. 그 렇지만 사람들은 콘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를 잊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래서 콘은 그들에 게 벌을 내렸다. 더 이상 비를 내려 주지 않은 것이다. 가련한 인간들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말라빠진 강바닥에서 한 방울의 물이라도 끌어올리려고 고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 때 새로운 신 파차차마크가 나타나서 콘을 몰아내고 콘이 만든 인간들을 모두 원숭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다음 파차차마크는 흙을 가져다 새로 인간들의 조상을 만들 었다. 바빌로니아의 창조 신화 NOTE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 이야기에서 하나님은 인류를 위해 세상을 만든다. 그러나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신들이 인간을 만든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들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 기 위해서이다. 태초에 하늘의 신 아푸수와 혼돈의 여신 티아마트가 있었다. 이들의 결합으로 모든 신들 이 태어났다. 젊  세대 신들은 장성하여 마르둑을 우두머리로 뽑았다. 어머니인 티아마트와 그녀의 애인 킹구를 죽임으로써 창조 작업을 마무리한 신이 바로 마르둑이다. 티아마트와 신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마르둑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자 전쟁이 진행되 는 가운데 일대 일로 결투를 벌였다. 마르둑은 티아마트를 잡으로고 그물을 펼쳐 놓고, 뒤 따라오던 사악한 바람을 티아마트의 얼굴에 풀어 놓았다. 티아마트가 마르둑을 먹어 치우 려고 입을 열었을 때, 마르둑이 티아마트이 입으로 악풍을 몰아 넣어, 티아마트는 입을 다물 지 못했다. 무서운 바람이 티아마트의 배를 가득 채우자, 그녀의 몸은 부풀고, 입은 쫙 벌 어졌다. 마르둑이 화살을 쏘아고, 화살은 그녀의 배를 뚫었다. 화살이 그녀의 내장을 관통 해 심장을 갈라 놓았다. 이렇게 해서 그녀를 완전히 제압하자, 마르둑은 그녀의 목숨을 끊어 버렸다. 마르둑은 그녀의 시체를 쓰러뜨리고, 그 시체위에 올라섰다. 마르둑이 지도자 티아 마트를 살해함에 따라 티아마트의 군대는 기가 꺽여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티아마트 편에서 행진하던 신들은 공포에 떨며, 목숨을 건지기 위해 막 발길을 돌리려 했 다. 그러나 그들은 빈틈 없이 포위된 상태라 도망칠 수 없었다. 마르둑은 그들을 포로로 붙 잡고, 그들의 무기를 격파했다. 신들은 덫에 걸린 신세가 되었다. 그물 속으로 내던져진 것 이다. 신들이 갇혀 있는 작은 방들은 비탄의 소리로 가득 찼다. 신들은 마르둑의 분노를 견 디며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두 다리를 밟고 선 채, 무지막지한 철퇴로 티아마트의 두개골을 박 살냈다. 마르둑이 티아마트의 동맥을 자르자, 북풍이 그녀의 피를 비밀의 장소로 실어 날랐 다. 그녀의 피를 받은 장소들은 마르둑에게 경의의 표시로 선물을 가져왔다. 마르둑은 잠시 숨을 돌리고 티아마트의 시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 괴물을 쪼개 예술품을 만들 수 있겠 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마르둑은 티아마트의 시신을 조개 가르듯 두 쪽으로 갈랐다. 그 리고 반쪽을 들어 하늘의 궁륭을 만들고, 나머지 반쪽으로는 대지의 지주를 만든 다음 그 자리에 보초를 세워 두었다. 마르둑은 보초병들에게 그녀의 분비액이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마르둑은 위대한 신들을 위해 기지를 건설했다. 하늘에다 그들의 생김새를 닮은 별자리 를 만들어 넣은 것이다. 마르둑은 그 별자리들의 이름을 따서 일 년 열두 달의 이름을 정하 고 각각의 달을 위해 세 개씩의 별자리를 지정해 두었다....마르둑이 신들의 말을 들을 때, 그의 심장이 그로 하여금 기발한 일을 하도록 부추겼다. 그는 입을 열어 물의 신 에아에게 말한다. "피를 모아 뼈를 만들겠습니다. 미개인을 만들어, 그를 '인간'이라 부를 것입니다. 나는 실로 미개한 사람을 창조하렵니다. 인간들은 신들에게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 신들이 편안해지도록!'...반란을 꾸미고 티아마트를 부추겨 전투에 가담하도록 한 것은 킹구였다. 그 들은 킹구를 묶어 에아 앞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킹구에게 유죄를 선언하고 그의 혈관 을 잘랐다. 킹구의 피로 그들은 인간을 만들었다. 에아는 신들을 위한 봉사가 인간의 의무임 을 선언하고 신들을 풀어주었다. 에아의 말에 따라 지헤로운 신 마르둑은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신들을 위해 봉사할 의무를 지웠다. 성서의 창조 이야기 첫 번째 창조 이야기는 하나님이 헤브루 원어의 엘로힘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창조의 '엘 로히스트판'으로 불리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하나님이 야훼라는 성스런 이름으로 언급되어 창조의 '야훼스트판'으로 불리운다. 어떤 성서 학자들은 두 판본이 보완될 때 모세 5경으로 통합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창세기를 비롯한 모세 5경은 전통적으로 모세가 집필 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창조에 관한 첫 번째 이야기 (창세기1:1 - 2:4)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나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바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첫날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시 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창공을 만들어 창공 아래 있는 물과 창공 위에 있 는 물을 갈라 놓으셨다. 하나님께서 그 창공을 하늘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이튿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하늘 아래 있는 물이 한곳으로 모여, 마른 땅이 드러나거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마른 땅을 뭍이라, 물이 고인 곳을 바다라 부르셨다. 하나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나님께서 '땅에서 푸는 움이 돋아나거라! 땅 위에 낟알 을 내는 풀과 씨 있는 온갖 과일나무가 돋아나거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리하여 땅 에는 푸른 움이 돋아났다. 하나님게서 보시니 참 좋았다. 이렇게 사흘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하늘 창공에 빛나는 것들이 생겨 밤과 낮을 갈라 놓고 철기와 나날과 해를 나타내는 표가 되어라! 또 하늘 창공에서 땅을 환히 비추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만드신 두 큰 빛 가운데서 더 큰 빛은 낮을 다스리게 하시고 작은 빛 은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 또 별들도 만드셨다. 하나님께서는 이 빛나는 것들을 하늘 창공에 걸어 놓고 땅을 비추게 하셨다. 이리하여 밝음과 어둠을 갈라 놓으시고 낮과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 하나님이 보시니 참 좋았다. 이렇게 나흘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바다에는 고기가 생겨 우글거리고 땅 위 하늘 창공 아래에는 새들이 생겨 날 아 다녀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서는 큰 물고기와 물 속에 우글거리는 온갖 고기와 날아 다니는 온갖 새들을 지어 내셨다. 하나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나님께 서 이것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새끼를 많이 낳아 바닷물 속에 가득히 번성 하여라. 새도 땅 위에 번성하여라!" 이렇게 닷샛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나님께서 "땅 은 온갖 동물을 내어라! 온갖 집짐승과 길짐승과 들짐승을 내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온갖 들짐승과 집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길짐승을 만드셨다. 하 나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 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셨다. 하나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 어 내시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 을 부려라!' 하나님께서 다시, '이제 내가 너희에게 온 땅 위에서 낟알을 내는 풀과 씨가 든 과일나무 를 준다. 너희는 이것을 양식으로 삼아라. 모든 들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땅 위를 기어 다 니는 모든 생물에게도 온갖 푸른 풀을 먹이로 준다.'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엿샛날도 밤, 낮 하루가 지났다. 이리하여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 하나님께서는 엿샛날가지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로 지으시고 이렛날에는 쉬시고 이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시어 복을 주셨다. 하늘과 땅을 지어 내신 순서는 위와 같았다. 창조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창세기 2:5-25) 야훼 하나님께서 땅과 하늘을 마드시던 때였다. 땅에는 아직 아무 나무도 없었고, 풀도 돋 아나지 않았다. 야훼 하나님께서 아직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땅을 갈 사람도 아직 없 었던 것이다. 마침 땅에서 물이 솟아 온 땅을 적시자 야훼 하나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집 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야훼 하나님께서는 동 쪽에 있는 에덴이라는 곳에 동산을 마련하시고 당신께서 빚어 만드신 사람을 그리고 데려다 가 살게 하셨다. 야훼 하나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 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 첫째 강줄기의 이름은 비손이라 하는데, 은과 금이 나는 하윌라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그 땅은 좋은 금 뿐 아니라 브돌라라는 향료와 혹옥수 같은 보석이 나는 곳이었다. 둘째 강줄기의 이름은 기혼이라 하는데, 구스 온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셋째 강줄기의 이름은 티그리스라 하는 데, 아시라아 께쪽으로 흐르고 있었고, 넷째 강줄기의 이름은 유프라테스라고 하였다. 야훼 하느님게서 아담을 데려다가 에덴에 있는 동산을 돌보게 하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이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먹는 날 , 너는 반드시 죽는다.' 야훼 하나님께 서는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리라.'하시고, 들짐승과 공중의 새를 하나하나 진흙으로 빚어 만드시고, 아담에게 데려다 주시고는 그가 무슨 이름을 붙이는가 보고 계셨다. 아담이 동물 하나하나에게 붙여 준 것이 그대로 그 동 물의 이름이 되었다. 이렇게 아담은 집짐승과 공중의 새와 들짐승의 이름을 붙여 주었지만 그 가운데는 그의 일을 거들 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야훼 하나님께서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다음,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는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 다음, 아담에게 데려 오시자 아담은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지 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고 부르리라!' 이리하여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 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 탈무드의 창조 이야기 성서 이후의 시대에 유대교 랍비들은 성서의 내용과 관련된 이론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구약 성서의 세부 사항들을 분석해 가며 토론을 벌였다. 이러한 토론과 분석의 결과물이 바 로 탈무드인데, 탈무드는 성서에 대한 주석, 지혜, 신학 이론을 비롯해 유대교의 귀중한 유 산으로 남아 있는 민간 전승까지 망라하고 있는 광대한 보고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스물 두개의 헤브루 알파벳 철자들이 하나 님을 뵈러 갔다. 스물 두개의 철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하나님의 세상을 창조할대 발설하는 첫 번째 말이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결국 선택받은 철자는 베이스(헤브루 알파벳의 두 번째 철자:역주)였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축복'을 뜻하는 바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은 창조 작업을 축복으로 시작하셨다. 첫날 하나님은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낮과 밤을 만드셨다. 하나님은 돌을 들어 막막한 허공에 던지셨다. 그러자 그 돌이 허공에서 땅의 중심부가 되었다. 둘째날 하나님은 천사들 을 창조하시고, 셋째날 하나님은 삼나무들이 너무 크게 자란 교만해질 것을 염려하시여, 삼 나무를 벨 수 있는 도끼를 만들라고 땅 속에다 쇠도 창조해 놓으셨다. 하나님은 아담과 이 브가 살게 될 낙원, 즉 에덴 동산을 창조하셨다. 에덴 동산은 정으로운 사람들이 죽은 뒤 복 락을 누리는 곳이기도 하다. 넷째날에는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을 창조하셨다. 다섯째 날에는 레비아단(성서에 등장하는 물 속의 거대한 짐승:역주)을 비롯한 바다 생물들이 창조되고, 전 설적인 진을 비롯한 새들이 창조되었다. 하나님이 베헤못(성서의 욥기에 나오는 거대한 짐승)을 비롯한 짐승들을 창조하신 것은 여섯째날의 일이었다. 인간들이 창조된 것 역시 여섯째날의 일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 는 문제를 놓고 천사들과 의견을 나누셨는데, 천사들은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 좋은 생각이 라고 자신하지 못했다. 어떤 천사는 하나님이 자기들 외에 지각 있는 존재를 또 만드시려고 한다는 데 분개하여 불평을 늘어놓았다. 천사들의 뻔뻔스러움에 짜증이 나신 하나님이 손가 락으로 무례한 천사들을 가리키자, 그들이 불에 타 버렸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은 천사 가브 리엘에게 사람을 만들 것이니 세상의 네 구석에서 흙을 가져오라고 명령하셨다.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흙을 모으로 다니던 중, 땅이 사람 만드는 데 슬 흙을 내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은 인류가 언젠가는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땅의 아름다움을 훼손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소식을 듣 자, 몸소 땅에서 흙을 퍼 최초의 인간 아담을 빚으셨다. 하나님은 인간의 몸을 만들고 나서 그 몸을 이미 첫날에 창조된 영혼과 결합시킬 참이셨다. 천사들은 영혼을 가진 또 다른 피 조물이 존재하게 된다는 점에 대해 다시금 우려를 표명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강력하게 이 의를 제기한 천사가 사마엘('하나님의 독'이라는 뜻)이었다. 사마엘은 사탄이라는 이름으 로 불리우기도 했다. 사마엘이 하나님께 말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셰키나('성스런 자리')로 우리 천사들을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를 진흙으로 만들어진 미천한 것 위에 두시겠다는 겁 니까? 진흙덩이에다 영혼을 허비하시겠냐고여?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존재를 만드시겠다는겁니까?' 하나님은 사마엘의 끊임없는 불평과 감히 하나님께 항변하 는 교만이 마땅치 않으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마엘과 사마엘의 추종자들을 천국에서 지 옥으로 던지셨다. 하나님은 세상의 네 구석에서 모은 땅의 먼지로 아담(헤브루어로는 아다마)을 빚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셨다. 어떤 랍비들은 이 아담이 스무 살짜리 청년의 모습 이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랍비들은 아담이 땅 위에 많은 집승들을 보고, 짐승들은 모두 수 컷이거나 암컷인데 자기에게만 여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먼지로 릴리트라는 최초의 여자를 만드셨다. 그러나 릴리트는 아담 위로 올라갔다. 아담이 자기가 위에 있는 상태에서 사랑하기를 바 라자, 릴리트는 벌컥 화를 냈다. '왜 그러는 거예여? 당신이 대체 뭐라고 나한테 거만하게 굴려는 거예여? 우리는 둘 다 먼지로 만들어졌다구요!' 릴리트는 교만하게도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신성한 하나님의 이름을 발설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가련한 피조물이 악마 들과 함께 살러 더나고 나자, 하나님은 아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착한 여자, 이브를 만 들어 주기로 결정하셨다. 아담은 에덴 동산의 모든 식물들과 동쪽과 북쪽에 있는 동물 수컷 들을 지배하고, 이브는 남쪽과 서쪽에 있는 동물 암컷을 지배했다. 아담과 이브는 어깨에 하 나님의 성스런 이름이 새겨진 띠를 둘렀을 뿐 알몸인 상태였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당시 에는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순결하게 살았다. 그러나 사마엘과 릴리트는 이 선량한 사람들 을 어떻게 하면 저주 할 수 있을지 계략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조 하나님 허공에 발 내딛으시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씀하셨네. 외롭구나- 세상을 만드어야겠 다. 하나님의 눈길 미치는 곳 어디나 보이는 것은 어둠뿐, 한밤중보다 더 짙은 어두이 죽음 의 늪 속에 휘돌고 있었네. 그때 하나님 미소를 지으시자, 빛이 깨어나고, 어둠이 한켠으로 물러나고, 다른 한켠에 빛이 환하게 서 있었네. 그리고 하나님 말씀하셨네, 참 좋구나! 하나님이 아래로 걸음을 옮기셨네 - 그분의 오른편에 해가, 왼편에는 달이 있었네. 별들이 그분의 머리 주위에서 무리를 짓고, 땅은 그분의 발 아래 있었네. 하나님이 발길을 옮기시 자, 그 분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골짜기가 패이고 산이 솟아올랐네. 걸음을 멈추신 하느님, 땅이 뜨겁고 메마른 것을 아셨네, 하여 하나님 세상의 모퉁이로 건너가 일곱 개의 바다를 뱉어 내셨네 - 하나님이 눈을 깜박이시자, 번개가 번쩍이고, 손 뼉을 치시자, 천둥이 울렸네 - 그리고 나자 물이 쏟아졌네, 시원한 물이 쏟아졌네. 이제 푸 른 풀이 싹트고, 빨간 꽃들이 만발하고, 소나무 이파리가 하늘을 찔렀네, 참나무가 가지를 펼쳤다네. 오목하게 패인 땅의 품속으로 호수가 들어가 안기고, 강들은 바다로 흘러 내겼네. 하나님이 다시 미호를 지으시자 무지개가 피어 올라, 그분의 어깨를 둥글게 감쌌다네. 하나님 팔을 높이 들고, 바다와 땅 위로 손을 흔드셨네. 그리고 말씀하셨다네, 이리 나오 너라! 이리 나오너라! 하나님이 손을 미처 내리시기도 전에 물고기와 닭 짐승과 새들이 강 에서 바다에서 헤엄쳐 다니고, 풀밭에서 숲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날개로 힘차게 허공을 갈 랐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네, 참 좋구나! 이제 하나님, 이리 저리 거닐며 당신이 만든 모든 것을 둘러보셨네, 해를 보고, 달을 보고, 작은 별들을 보셨다네, 살아 있는 것들로 가득찬 당 신의 세상을 보셨다네. 그리고 말씀하셨다네, 그래도 외롭구나. 동산 기슭, 깊고 넓은 강가에 앉으신 하나님,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셨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마침내 결정하셨다네, 사람을 만들어야겠구나! 하나님, 강 바닥에서 진흙 을 퍼 올리셨네, 그리고 강 둑에 무릎을 꿇고 앉으셨네. 전지 전증하신 하나님, 해를 만들어 하늘에 올려 놓으신 분, 밤의 저 먼 구석까지 별들을 던지신 분, 손으로 땅을 둥글게 만 드신 분, 그 위대하신 하나님, 아기를 굽어보는 어머니와 같이 흙먼지 속에 무릎을 꿇고 진흙덩이 매만지셨네, 당신의 형상대로 빚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 형상에 생명의 숨결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을 얻었다네. 아멘, 아멘. -제임스 웰든 존슨, 아프리가계 미국 시인. 창조 신화에 관한 몇 가지 주석 뱀 뱀은 많은 창조 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며 여러 가지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석되어왔다. 뱀을 남근의 상징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경우지만, 이것은 뱀의 복합적인 이미 지 가운데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조셉 캠벨은 신화에 나오는 뱀 주제에 대해 그의 저서 "신의 가면-서양 신화"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뱀은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는 놀라운 능력 탓에 세계 어디에서나 부활의 명수라는 평 판을 얻고 있다. 한편, 차고 기울었다가 다시 옛 모습을 벗고 차오르는 달은 천계에서 부활 의 징표 노릇을 한다. 달은 자궁의 생명 창조 주기를 지배한다. 생명 창조 주기를 지배한다 는 것은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지배한다는 얘기가 된다. 말하자면, 탄생과 죽음은 도전의 양 면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달은 조수를 지배하며, 소들이 뜯어먹는 초목을 신선하게 해 주기 위해 밤에 내리는 이슬을 지배한다. 그러나 이렇게 물을 지배하는 것은 달만이 아니다. 뱀 역시 물을 지배한다. 땅속이나 나무 뿌리 사이에 서식하며 샘물이나 늪지, 개울을 뻔 질나게 드나드는 뱀은 물결 같은 동작으로 미끄러져 다니다. 혹은 넝쿨 식물처럼 나뭇가지 사이로 기어 올라가, 무슨 죽음의 열매라도 되는 양 가지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먹이를 꿀 꺽 집어 삼킨다는 점에서, 뱀은 여성의 성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이중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번개처럼 재빠른 뱀의 먹이 습격은 불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즉 먹이 를 향해 민첩하게 혀를 쏘는 행위는 물을, 단번에 먹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격렬함은 불 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은 태고의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 는 공모양의 섬,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물을 암시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의 저서 '태초에...'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뱀과 바빌로니아 창조 신화 에 나오는 용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해석한다. 뱀은 하나님의 말을 반박한다. 왜 그러는 것일까? 동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뱀 이 하나님의 말을 반박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그것이 아마 혼돈의 원리인 모양이 라고 짐작하게 된다. 바닐로니아 창조 신화에서 혼돈의 화신의 티아마트는 용으로 묘사되 지만, 용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뱀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날개를 달고 불꽃을 내뿜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하지만 말이다. 이사야는 하나님이 파괴적인 세력을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혼돈을 상징하는 온갖 것 들을 다 들먹인다. '그 날, 야훼께서는 날서고 모진 큰 칼을 빼어 들은 지독한 뱀 레비아 단, 구불구불한 뱀 레비아단을 벌하실 것이다. 바다에 있는 그 용을 찔러 죽이실 것이다.' (이사야 27:1) 훗날 유대가 페르시아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유대인들은 선과 악의 영원한 충돌이라는 개념을 취하고, 애초에 가졌던 선의 궁극적인 승리라는 개념을 버렸다. 사탄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창조물을 파괴하고 혼돈을 되돌려 놓으려 애쓰는, 하나님의 영 원한 적대자로 유대인들의 생각 속에 자리잡았다. 사탄의 책동을 막으려면 잠시도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밀터의 '실낙원'에 더할 나위없이 훌룡하게 묘사되 어 있듯이, 뱀이 정말로 사탄의 화신이라는 생각이 싹트게 되었다. 하지만 성서의 에덴 동 산 이야기에 뱀이 사탄의 화신임을 나타내는 대목은 없다. 뱀을 사탄으로 인식하는 것은 전적으로 결과론인 듯하다. M.L.폰 프란츠 박사는 뱀 모티브의 의미뿐 아니라 핀란드 신화와 북아메리카 인디언 신 화에 나오는 오리와 백조의 의미까지도 융식의 심리학적 시각으로 고찰한다. 폰 프란츠 박 사는 융이 직접엮은 '인간과 상징'에서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 심층의 또 다른 초월적 상징으로 설차류, 도마뱀, 뱀을 들 수 있다. 때로는 물고기도 이 부류에 포함된다. 이들은 수중활동 및 새의 비행을 지상 생활과 연결시켜 주는 중간 동 물이다. 야생오리나 백조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뱀이 로마의 의술인 아이스쿨라피우스의 의술을 상징했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마도 가장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초월의 상징은 뱀일 것이다. 아이스쿨라피우스의 뱀은 원래 나무 밑에 사는 무독성 뱀으로, 이 치료신의 지 팡이를 둘둘 감고 있었다. 뱀은 마치 땅과 하늘 사이에서 일종의 중개자 노릇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하 세계의 초월성을 싱징하는 것으로, 더욱 중요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서로 엉켜 있는 두 마리의 뱀이다. 고대 인도의 그 유명한 나가 뱀이 바로 그것인데, 우리는 그리스도 에서도 이들을 볼 수 있다. 헤르메스 신의 지팡이 끝에 뱀 두 마리가 뒤엉켜 있지 않은가. 초기 그리스의 헤르메스 제단은 윗부분이 이 신의 흉상으로 되어 있는 돌기둥이다. 돌기둥 한쪽에는 서로 뒤엉킨 두 마리의 뱀이 있고, 다른 쪽엔 발기된 남근이 있다. 뱀들이 교미 중 인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다 발기된 남근이 생식을 의미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헤르메스의 제단이 풍요의 상징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풍요를 생물학적인 풍요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헤르 메스는 신들의 사자이자 나그네들의 신으로서, 또 지하 세계를 오가며 죽은 이들의 영혼을 안내하는 자로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협잡꾼인 것이다. 뱀이라는 보편적 상징은 수많은 양상을 띠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은 그 중 일부에 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뱀이 '지혜롭다'언급되어 있는 성경 구절에 늘 흥 미를 보인다. 사람들이 뱀을 지혜롭다고 여기는 것은 분명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뱀 의 신비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종상 전래의 기억도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학적 진화론에 따르면 뱀의 출현이 인간의 출현보다 시기상으로 앞 선다. 뿐만 아니라 창세기에도 인간보다 뱀이 먼저 창조된 것으로 되어 있다. 어쩌면 인간 아닌 파충류가 지상의 지배적 종이었던 시절에 대한 조상 전래의 기억이 있는지도 모른다. 에우리노메와 오피온에 관한 그리스 신화와 창세기의 타락 이야기에 똑같이 등장하는 신 화적 주체가 또 하나있다. 여자의 머리로 뱀의 머리를 찧는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이것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모권 사회에서 부권사회로 넘어갈 때 여자 들과 남자들 사이에 투쟁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뱀을 남근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경우, 여자 가 뱀의 머리를 짓이긴다는 것은 모권이 남성들을 제압했던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 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구세주 예수에 관한 최초의 예언이다. 여자의 아 들(그리스도)이 결국은 뱀(사탄)을 물리치게 된다는 얘기인 것이다. 물 오늘날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대 사람들도 물이 생명의 필수적 전제 조건임을 알고 있었 다. 우주선 매리너호가 1970년 대에 화성을 탐사하면서 생명체를 찾아 다닌 것은 조금 과장 해서 말하자면 화성에 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확실히 물은 우 리 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몸은 전체 무게의 2/3가 물이다. 혈장은 90페 센트가 물이며, '단단한' 근육 조직도 최소한 80퍼센트가 물이다. 1파운드의 채소를 키우는 데는 1,000파운드의 물이 든다. 따라서 어떠한 창조 이야기든 물을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 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융의 심리학에서는 물이 신화와 무의식에 나타나는 꿈의 상징으로, 지혜를 담고 있다. 따 라서 목욕하는 꿈이나 물을 마시는 꿈은 지혜에 대한 욕구나 의식과 무의식의 의사소통에 대한 갈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융의 심리학에서는 창조신화에 나오는 물 모티브를 인간의식의 발단으로 보기도 한다.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물을 상징하는 비유들 이 매우 흔하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 듣는 것을 '생수를 마신다'고 표현한다. 세례는 물 로 죄를 씻어 내고 '새사람'을 창조하는 의식이다. 신약성서에서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 임이 밝혀진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였다.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들은 세례를 받는다. 그리고 미크바에 몸을 담그는 의식은 월경 후의 여성들에게 요구 되는 의식이다. 현대적 과학 이론들의 출발점이 되는 것 역시 물이다. 물의 심연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 명체들의 맨 처음 거처로 여겨진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한때 지구상 물의 약 10퍼센트를 차 지하고 있던 원시의 혼합액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액체에는 생명창 조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탄소 화합물과 수소인데, 이것들은 결합에 결합을 거듭해 생명체의 기본 '구성단위'인 DNA를 형 성한다. 창세기를 비롯한 신화들과 과학 이론 사이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유사성이 발견된 다. 선캄브리아기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대략 47억 년 정도인데, 최초의 생명체가 야트막한 웅덩 이 속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27억 전이다. 광합성 작용을 하는 식물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25억 년 것으로 추정된다. 캄브리아기 루이 파스테르는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혐기성이었다는 가설을 세웠다. 또 파스퇴르 의 가설에 의하면, 생명체의 발전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변화가 생긴 것은 지구상의 산소량 이 현재 산소량의 1/100에 달했을 때였다고 한다. 이 정도의 산소량이 생명체가 살아 나가 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양이라고 한다. 원초적인 형태의 생명체들이 혐기성에서 유기성으 로 생태가 변한 것도 이 시점이다. 이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전이었던 것으로 추 정되며, 바다 속에 사는 생명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이 시대의 특징으로 꼽힌 다. 오르도비스기 약 5억 년 전, 척추동물이 나타났고. 바다에서 서서히 육지가 나타나고 있었다. 실류리아기 약 4억 2천 5백만 년 전. 광합성 식물들이 산소를 만들어 낸 탓에 대기 중의 산소량이 두 번째로 중요한 수준인 현재 산소량의 1/10에 이르렀다. 대륙들이 점점 건조해지고 -육지가 '물과 분리'되었다.- 최초의 육상 식물과 동물들이 나타났다. 데본기 약 4억 5백만 년 전. 종자 식물과 경골어, 양서류가 나타났다. 육지는 좀 더 건조해졌고 지상에는 빙하가 있었다. 미시시피기 약 3억 5천 5백만 년 전. 상어와 양소류가 크게 발달했고, 거대한 나무들과 종자 양치식물 도 크게 발달했다. 기후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았다. 펜실베이니아기 약 3억 1천만 년 전. 파충류가 나타났으나 주류를 이루는 동물의 형태는 양서류였다. 겉씨 식물들과 광대한 숲, 늪의 출현이 이 시기의 특징이었다. 석탄층과 석유층이 대량으로 형성 된 것도 이 시기이다. 페름기 지금으로부터 약 2억 8천만 년 전의 시기로, 이 때 지구가 서늘해지고 육지는 훨씬 더 건 조해졌다. 이러한 기후상의 변화 때문에 많은 종이 사멸했다. 트라이아이스기 약 2억 2천만 년 전. 공룡과 겉씨 식물들이 지상 생명체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 시기에도 목생 양치 식물들이 대거 멸종했다. 쥐라기 약 1억 3천 5백만 년 전. 외떡잎 식물들이 나타났고, 현대적인 의미의 표유류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가 끝날 무렵 공룡들이 대거 멸종했다. 팔레오세 약 6천 5백만 년 전. 처음으로 태반이 있는 출현했다. 에오세 약 3천 6백만 년 전. 기후가 더 따뜻해졌고, 현대적인 동물 종들이 많이 나타났다. 마이오세 약 2천 5백만 년 전. 꼬리 없는 원숭이가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오늘날과 유 사한 형태를 취했다. 플라이오세 약 천백만 년 전. 인간은 진화하고, 숲은 평평한 초원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플라이스토세 약 백만 년 전. 빙하 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눈에 띄게 사멸해 가는 가 운데 처음으로 인간 특유의 사회 생활이 시작되었다. 홀로세 약 만천 년 전, 지구에는 그야말로 '문명화된' 인간 사회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11,000 이라는 숫자가 흥미롭다. 힌두와 페르시아 신화에서는 현재의 세상이 바로 이 시기에 시작 되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냐 창조냐, 하는 논쟁에 끼어들기 위해서 이러한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 것이 아니다. 과학과 신화가 놀랄 만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리자는 것 이 나의 목적이다. 과학의 '어떻게' 와 신화의 '왜'가 이 대목에서 하나로 녹아들고 있다. 나무 나무는 신화에 풍부한 상징을 제공하고 있다. 나무의 뿌리는 많은 신화에서 '어머니' 노릇 을 하는 땅 속 깊이까지 파고 든다. 또 가지는 '아버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뻗어 나간 다. 다른 어떤 생물과도 다르게 나무는 평생에 걸쳐 성장을 거듭하며, 수백 년, 수천 년씩 장수를 누린다. 이런 점이 나무를 불멸의 효과적인 상징으로 만든다. 따라서 많은 신화에 나 무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노르웨이 신화나 페르시아 신화, 수족, 알콩킨족의 신화를 보면 인간이 나무에서 창조된다. 그런데 이렇게 나무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타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이 되기 전에는 나무들이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하늘에 닿을 수 있엇다. 그러나 인간이 됨으로써 나무들은 뿌리를 잃고 하늘에 닿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나무는 물론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대의 현인들은 거목을 보며. 나무의 수명에 비해 인간의 생명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생각했을 것이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도 보리 나무 아래서였다고 한다. 기독교의 경우를 보면, 나무는 세상에 죄를 싹트게 한 매개물이다. 그러나 한편 나무는 구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수가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에 못박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 바울은 십자가를 나무라는 말로 표현했다. 칼 새건은 나무가 인간의 지 능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서 나무가 차 지했던 위상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삶에까지 영햐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추론한다. 곤충들은 표면적에 비해 몸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딱정벌레를 예로 들어보자. 딱정벌레는 떨어지면서 재빨리 종 속도를 갖게 된다. 공기의 저항으로 가속 도를 받지 않아 느리게 떨어지며, 땅에 내려 앉은 다음에는 겉보기에 별일 없었다는 듯이 어정어정 서라져 버린다. 작은 젖먹이 동물-예를 들어 다람쥐라고 하자- 도 마찬가지이다. 생쥐는 1,000피트 높이의 광산 환기갱에서 떨어져도 땅이 부드러우면, 좀 멍해지기야 하겠 지만 다친 데가 거의 없이 멀쩡하게 떨어진다. 반면, 유난스럽게도 사람은 몇십 피트 높이에 서만 떨어져도 불구가 되거나 죽는다. 우리 몸의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면적에 비해 무게 가 너무 많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조심성이 많아야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건너갈 때 팔을 헛짚으면 떨어져 죽기 십상이니까. 한번씩 건너 뛸 때마 다가 그야말로 진화의 기회였다. 인간이 세련미와 민첩성, 정확한 시력, 무슨 일이든 써 먹을 수 있는 손재주, 탁월한 눈 과 손의 조화등을 갖추고 뉴튼의 중력을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유기체의 진화하기까지는 강 력한 도태의 힘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재주들은 그 하나 하나가 두뇌의 진화, 특히 우리 조상들의 신피질 발달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요구했다. 인간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능 을 갖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나무 위에서 보낸 수백만 년의 세월 덕분인 것 이다. 그러다가 나무를 버리고 대초원으로 돌아오고 나서, 우리는 수풀 지붕 사이로 비치는 햇 살 속에서 우아하게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때를, 전혀 무게를 의식하지 않았던 그 황홀한 순간을 그리워하게 됐던 것일까? 오늘날 갓난 아기들의 경기는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심리학의 융 학파는 꿈이나 신화에서 나무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를 나무의 지속성 성 장 때문이라고 본다. 나무의 지속성 성장이 경험을 통한 인간의 정신적 성장 과정에 표본으 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더 자유롭고 좀더 성숙한 인격이 서서히 나타나고, 이 인 격이 조금씩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뛸 정도까지 된다. 우 리는 더러 '발육 정지'라는 말을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바로 우리가 모든 개인에게서 이와 같은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세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정신적 성장 은 의지력에 의해, 즉 의식적 노력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고,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생 기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꿈에서 나무로 상징된다. 느리지만 힘차게 뻗어 가는 나무늬자연 적 성장이 명확한 하나의 양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셉 캠벨은 나무를 불멸성의 상징들 가운데 하나로 인식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화적인 생명의 뜰에서 익히 알고 있는 상징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곳에는 뱀과 나무, 세계의 축인 영원한 태양과 사방으로 은총을 실아 나르는 영원한 생수가 있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 런 것들에서 들어나는 신성을 통해 자신의 불멸성을 이해하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름다운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옛날 튜튼족 이교도들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한 겨울에도 살아 있는 이 상록수는 여전히 불멸성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나무가 하늘과 땅을 잇고 있듯이 그리스도 의 탄생을 통해 영생의 인간에게 찾아왔다는 것,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담겨 있는 의미이다. 4. 초기시대 성서의 타락 야훼 하나님계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나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 먹지 말라고 하셨다는 데 그것이 정말이냐?'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되, 죽지 안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 은 따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그러자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 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 을 하나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 먹고 같이 사는 남 편에게도 따 주었다. 남편도 받아 먹었다.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 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웠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 야훼 하나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 의 아내는 야훼 하나님 눈에 뜨이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야훼 하나님께서 아담 을 부르셨다. '너 어디 있느냐?' 아담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 고 알몸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숨었습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따 먹 지 말라고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구나'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담은 핑 계를 대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 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 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 아훼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물으셨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여자도 핑 계를 대었다. '뱀에게 속아서 따 먹었습니다.' 야훼 하나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 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그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그리고 여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 에 들리라.' 그리고 아담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 먹지 말 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들에서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아담은 아내를 인류의 어머니라 해서 하와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야훼 하나님께서는 가 죽옷을 만들어 아담과 그의 아내에게 입혀 주셨다. 야훼 하나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 리 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끝없이 살게 되 어서는 안 되겠다' 고 생각하시고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시었다. 그리고 땅에서 나왔으므로 땅을 갈아 농사를 짓게 하셨다. 이렇게 아담을 쫓아내신 다음 하나님은 동쪽에 거룹들을 세우시고 돌아가는 불 칼을 장치하여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목을 지키게 하셨다. 타락에 대한 현대 신학자의 해석 창세기 1장에서 3장까지의 이야기를 신화로 받아들일 경우, 이 이야기는 인간의 본 질적인(essential)존재에서 실존적인(existential) 존재로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지침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실존적 존재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을 인간이 의식하고 있음을 이 이야기 는 의미심장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이행을 논할 수 있 는 틀을 제공한다. 이 이야기는 첫째 타락의 가능성을, 둘째 타락의 동기르, 셋째 타락이라 는 사건 자체를, 넷째로는 타락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이행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시제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지 만, 그것이 신화적으로 표현될 경우에는-종교의 언어로 표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과거 의 사건으로 그려진다. 전통 신학에서 말하는 과거의 사건이란 창세기에 기술되어 있는 타락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 문학 작품중에서도 창세기 3장만큼 자주 해석의 대 상이 되었던 작품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 3장 해석에 앞다투어 손 을 대는 까닭은 성서 문학 내에서도 창세기 3장이 유달리 독특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심 리학적으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창세기 3장이 지니고 있는 종교적 힘 때문이기도 하다. 창세기 3장은 본질에서 실존으로의 이행을 오래 전에 특별한 장소에서 개개인에게-처음 에는 이브, 다음에는 아담-일어났던 독특한 사건으로 그리고 있다. 물론 신화의 언어를 사 용해서, 하나님이 자신도 전형적인 '아버지 형상'을 띠고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개체로 등 장한다. 모든 묘사가 심리.윤리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특별한 사회. 문화적 여건속에서 인간들이 겪게 되는 일상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보편 적 타당성을 주장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심리적, 윤리적 측면들이 우세하다고 해서 성 서 이야기에 흔히 등장하는 다른 요소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에서 뱀은 자 연의 역동적인 흐름을 나타낸다. 또 이 이야기에는 나무 두 그루의 신비성이라든가 성 의 식의 개안, 그리고 아담의 자손과 여자의 몸, 짐승들과 땅에 대한 저주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특질들은 이 이야기의 심리적, 윤리적 외형 뒤에 우주 신화가 감추어져 있음을 보여주며, 이 신화의 예언적 '비신화화'가 신화적 요소들을 벗어 버린게 아니라 신화적 요 소들을 윤리적 관점에 종속시킨 것뿐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우주 신화는 악의 세력 및 혼돈과 어둠의 세력을 상대로 한 신의 투쟁이라는 형태로 성서에 다시 등장한다. 또한 천 사들의 타락에 관한 신화와 뱀을 타락한 천사의 화신으로 해석하는 대목에서도 우주 신화 는 다시 나타난다. 이러한 예들은 모두 아담의 타락을 전제로 삼고 있으며 은연중에 아담 의 타락을 상기시킨다...-폴 틸리히, '조직 신학' 출산의 고통 내가 알기로, 지구상에 사는 수백만의 종 가운데 오로지 한 종, 즉 인간만이 출산할 때 고통을 겪는다. 이것은 두 개골의 부피가 최근 들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임이 분명하다. 현대 남성과 여성의 두 개골 크기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에 비하면 두 배나 된다. 사람의 두 개롤이 근래에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출산 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미국의 해부학자인 저드슨 헤릭은 대뇌 신피질의 발달을 다음과 같 은 말로 묘사했다. "계통 발생학에서 뒤늦게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비교 해부학 에 알려진 진화적 변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경우에 속한다." 사람이 두 개골이 털 아문 상 태로 태어나는것-숨구멍-은 이러한 최근의 두뇌 진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 이다.-칼 새던, '에덴의 용' 죽음이 세상에 나타나다 대뇌 전두엽의 진화와 함께 생겨 난 예상 기능의 결과로서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틀림없 이 죽음을 의식하게 되었다는 것일 게다. 인간은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서 그 자신의 죽음 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비교적 확실하게 예측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인 듯하다. 죽은 사람 과 함께 음식과 기물을 같이 매장하는 장례 관습은 짧게 보아도 네아데르탈인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관례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할 뿐 아니라 죽은 이가 내세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의식이 이미 발달해 있엇 음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신피질이 놀랄 만큼 성장하기 전, 그러니까 인간이 에덴에서 축출되기 전에는 죽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까지는 죽음이 자신의 운명임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탈무드의 타락 사탄, 그러니까 사마엘이 뱀의 등을 타고 에덴 동산에 들어갔다. 짐승들은 뱀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재앙의 냄새를 맡고 무서워 도망쳤다. 사탄은 천국에서 지내던 시절에 배운 천사들의 노래를 떠올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브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발길을 멈추고 그 아름다운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이브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미하는 그 노래에 취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뱀은 한 나무 위로 올라가 열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사악한 생각을 일으키는 독을 퍼뜨렸다. 이브가 최면상태에 빠져 있는 틈을 타 사탄은 이브에게 그 열매를 먹으라고 권했고, 이브는 사탄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 다음 이브는 아담을 불러 자기가 먹은 열매를 먹어 보라고 했다. 아담은 이브의 말에 따랐다. 그 열매를 먹음과 동시에 사악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독이 그들의 혈관을 통해 퍼져 나가, 살과 본성의 일부가 되었다. 아담과 이브가 열매를 따먹기가 무섭게 그들의 눈이 어두워져 셰키나. 즉 하나님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그들은 하나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하나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사악한 생각과 함께 욕망이 찾아들었고, 알몸 상태인 것이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들 어깨에 둘려 있던 띠, 하나님의 이름이 새겨진 띠가 그들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완전히 알몸이었다. 처음으로 부끄러움이라는 것 을 느낀 아담과 이브는 풀 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 동산에서 내쫓고, 에덴 동산 입구에 불칼로 무장한 게루빔을 세워 두었다. 태초에 땅은 자신의 흙을 사람 만드는 데 내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언제가 아담이 땅을 저주받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이 예측했던 대로, 독이 든 온갖 수목과 몸에 해로운 잡초들이 땅의 몸에서 싹텄다. 이제 땅의 아름다운 과실들은 벌레와 곤충들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땅의 아름다운 과실들은 벌레와 곤충들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땅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천국에 있는 정의로운 천사들은 인류의 타락을 슬퍼했다. 그러나 이브를 유난히 싫어했던 매정한 릴리트만은, 인류가 어리석게도 스스로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통 쾌하게 웃었다. 하나님은 그벌로 달의 빛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달빛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이 약해진 것이다. 아담, 이브. 그리고 릴리트 탈무드 해석가들은 아담이라는 이름이 연상시키는 흥미 잇는 말들에 특별히 주석을 달아 놓았 다. 아담은 히브리어로 '남자'를 뜻하고 아다마는 '흙'을 뜻한다. 아담은'붉다'는 뜻을 가진 에돔이나 아돔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데, 이 색은 자궁에서 갓 나온 아기의 색이다. 알레프, 달레스, 멤, 이 세 개의 헤브루어 철자로 이루어진 아담이라는 이름은 헤브루의 전 통 의학에서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ㅅ 가지 요소, 즉 아페르, 담, 마라를 연상시 킨다. 성서 이후 시대의 유대인들은 이세 가지 요소가 알 맞는 비율을 이루고 있지 않으면 인간의 몸이 병들거나 죽게 된다고 믿었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와 라파엘 파타이는 또한 릴리트의 기원을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바 람 악령으로 보고 있다. 릴리트를 페르시아 창조 이야기에 나오는 조히와 비교해 보라. 포이아 이야기 초기 시대의 어느 여름이었다. 날씨가 노무 더워 집안에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서 '깃털 여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리따운 처녀는 풀밭에 나와 잠을 자고 있었다. 처녀가 막 눈을 떳을 때 새벽별이 시야에 들어오자, 처녀는 신기한 듯 그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처녀는 별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급기야 그 별과 사랑에 빠졌다. 처녀의 언니들이 잠에서 깨자 처녀는 자기가 새벽별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언니들은 처녀가 제정신 이 아니라고 말했다. 깃털 여인은 마을 살마들 모두에게 새벽별에 대해 얘기했고, 곧 처녀 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다. 어느 날 처녀는 샛강에서 물을 길어 오려고 마을을 떠났다. 거기에서 처녀는 너무나 잘생 긴 청년을 보았다. 처음에 처녀는 그 청년이 사냥을 나온 자기 부족 사람일 거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처녀는 부끄러운 듯 청년을 피했다. 그러자 청년은 자기가 새벽별이라고 밝혔 다. 청년은 말했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사랑하게 외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 신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나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풀밭에 있던 당신을 본 뒤로 내가 아내로 삼고 싶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나와 함께 하 늘에 있는 배 집으로 갑시다.' 깃털 여인은 외경심에 사로잡혔으며 두려움으로 몸이 굳었다. 깃털 여인은 지금 자기 앞 에 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모님과 언니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 이 필요하다고 새벽별에게 말했다. 하지만 새벽별은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대꾸했다. 새 벽별은 처녀의 한 손에는 노란 마술 깃털을, 다른 한손에는 향나무 가지를 쥐어 주었다. 그 런 다음 처녀에게 눈을 감으라고 말했다. 처녀가 도로 눈을 떴을 때 처녀는 이미 하늘 나 라에 있는 새벽별의 집 앞에 서 있었다. 해와 달이 새벽별의 부모였다. 그곳에서 새벽별과 깃털 여인은 결혼했다. 낮시간에는 해가 일을 하러 나가고 어머니인 달은 가사를 돌보느라 집에 있었다. 달은 곧 깃털 여인을 좋아하게 되어 그녀에게 좋은 옷을 선물했다. 깃털 여인은 남편과 시부모를 사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사내아이를 낳아, 그아이에게 별 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깃털 여인은 새로운 집에서 할 일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달은 며느리에게 뿌리 파는 막대기를 주며, 그걸 가지고 일하라고 했다. 하지만 거미 인간의 집 근처에 자라고 있는 거대한 순무를 파내면 무서운 병이 돌게 되니, 절대로 거대한 순 무를 건드리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몇 번이고 일렀다. 깃털 여인은 거대한 순무에 매혹당해, 왜 그것이 두려움의 대상인지 의아해했다. 거대한 순무는 크기만 아주 클 뿐 다른 순무들과 생김새는 같았던 것이다. 깃털 여인은 거대한 순 무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순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등에서 별 소년을 내려 놓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깃털 여인이 땅을 파고 있는데 커다란 두루미 두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왔다 깃털여인이 두루미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자 두루미들이 그녀에게 은 혜를 베풀었다. 비밀스런 마법의 노래를 불러, 깃털 여인이 거대한 순무를 힘들이지 않고 파 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러나 달이 깃털 여인에게 거대한 순무 주변은 파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아주 현명한 처 사였다. 왜냐하면 새벽별이 깃털 여인을 하늘 나라로 데려올 때 지나 온 구명을 그 거대한 순무가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깃털 여인은 끙,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대한 순무를 뽑아냈다. 그 구멍을 통해 내려다보니, 블랙푸트 인디언들의 마을이 보였다. 깃털 여인은 저 아래 있는 마을이 아마도 자기네 마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저 멀리 밑에서 집안 일이며 밭일 따위를 하는 모습을 보자, 깃털 여인은 고향집이 그리워져 울기 시작했다. 깃털 여인은 자기가 한 일을 숨기려고 순무를 원래 있던 자리에 슬쩍 끼워 놓고 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새벽별은 무척 우울했다. 새벽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명령을 거역하고 거대한 순무를 파낼 수 있단 말이요?' 달과 해도 역 시 슬픔에 잠겨 있었으며 깃털 여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 깃털 여인은 아무 대답 도 하지 않았으나 결국 자기가 명령을 어긴 것을 시인했다. 그녀의 시부모는 자신들의 경고 에도 불구하고 며느리가 거대한 순무를 파 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슬퍼 하는 까닭은 며느리가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면 하늘 나라에서 영원히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별은 아내를 거미 인간에게 데리고 갔다. 거미 인간은 거대한 순무의 구멍을 통해 땅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거미줄을 짜 주었다. 깃털 여인이 거미줄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밑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깃털 여인이 아들 과 함께 땅에 도착하자, 그녀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 다. 그러나 깃털 여인은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면 깃털 여인은 새벽별과 얘기 를 나누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새벽별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뒤 마침내 새벽별이 깃털 여인에게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절대로 하늘 나라에 돌아올 수 없다오.' 새벽별이 경고했다. '당신은 큰 죄를 범해, 세상을 불행과 죽음 으로 몰아 넣고 있소.' 깃털 여인은 도저히 이런 얘기를 견뎌 낼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 지 않아 그녀는 자신의 불행으로 인해 죽고 말았다. 고아가 된 별 소년은 인가니와 외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들과 함께 살았다. 별 소년은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 려도 부리나케 도망치는 숫기 없는 아이였다. 별 소년에게 가장 눈에띄는 것은 얼굴에 난 흉터였다. 이 흉터로 인해 별 소년은 포이아(Poia)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포이아란 '흉 터 있는 얼굴'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별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자 사람들은 그가 얼굴에 흉터가 있고, 새벽별의 아들 행세를 한다고 해서 그를 심하게 조롱했다. 이렇게 놀림을 당하던 터에, 포이아는 추장 딸에게 청 혼했다가 거절을 당하기까지 해 더더욱 비탄에 잠겼다. 포이아는 자신의 삶이 갈수록 버 거워져, 주술로 병 고치는 노파를 찾아갔다. 노파는 포이아에게 얼굴의 흉터를 없앨 수 있 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하늘 나라로 돌아가서 할아버지인 해에게 흉터 를 없애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포이아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 는 처방이었다. 자기 어머니가 하늘 나라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 슨 수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노파는 하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 길은 포이아가 직접 찾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파는 포이아가 가여워, 그에게 여행길에 먹을 음식을 주었다. 포이아는 몇 날 며칠을 걷 고 또 걸었다. 산을 넘고 숲을 지나고, 눈길을 지나고 사막을 건넜다. 그러다가 마침내 백성 들이 태평양이라고 부르는 큰 물에 이르렀다. 그곳이 밤이면 해가 들어가는 서쪽 끝이기 때문이었다. 포이아는 사흘 동안 단식을 하며 기도했다. 사흘째 되는날 포이아는 햇살이 큰 물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았다. 햇살은 해로 이르는 길을 이루었다. 포이아는 그 길을 따라 가 해와 달의 집에 이르렀다. 해는 처음 포이아가 자기집 문간에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땅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하늘 나라에 들어올 수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달이 포이아의 흉터를 알아 보고는 해를 설득했다. 달은 그가 자기네 손자라고 해에게 말했다. 달과 해와 새벽별은 포이아를 반갑게 맞이했고, 해는 손자의 부탁으로 흉터를 없애 주었다. 해는 또 포이아에게 훌륭한 마법과 세상의 진리를 가르쳤다. 포이아의 조부모는 깃털 여인의 불복종 때문에 땅 위의 사람들이 병을 앓고있다고 설명했다. 해는 블랙푸트 종족 이 만약 1년에 한 번씩 태양 춤을 추어 자기를 경배한다면 모든 병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 다. 포이아가 먼저 태양 춤을 배웠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은 갈수록 깊어졌다. 포이아의 조부모는 그에게 마술 피리를 주었다. 그 피리 소리가 여자들을 매혹시켜, 그를 사랑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포이아는 어머니의 죄 때문에 땅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포이아는 은 하수를 따라 걸어서 땅으로 내려갔다. 포이아가 블랙푸트 마을로 돌아오자, 이제 마을 사람들이 그를 존경했다. 포이아는 해에게 서 배워 온 지혜를 마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가 가르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은 태양 춤이었는데, 태양 춤이 정말로 마을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 주었다. 해와 달은 포 이아의 공적의 높이 사서 그가 새로 맞은 아내-전에 그를 거부한 적 있는 추장의 딸-를 하늘 나라로 데리고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포이아와 그의 아내는 영원히 하늘 나라에서 살 았다. 이제는 포이아도 새벽별과 함께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인간의 네 시대(인도)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세상은 아주 아주 여러 차례에 걸쳐 창조되고 파괴되어 왔다. 창조주 인 브라흐마만이 몇 차례나 이런 일이 반복되었는지 알고 있다. 각각의 창조 주기는 네 시대로 이루어지는데, 각 시대는 저마다 그 시대의 특징을 나타내는 기본 요소를 가지고 있 다. 처음은 황금 시대, 즉 사트바의 시대이다. 다음에는 라자스의 시대가온다. 세 번째 시대 는 사트바와 라자스가 혼합된 시대이다. 끝으로 타마스(어둠)의 시대가 옴으로써 한 주기가 마무리된다. 황금 시대는 4,000년간 지속되며 황금 시대 뒤에는 '종말기', 혹은 과도기가 찾아와 400 년 동안 지속된다. 황금 시대에는 사람들이 쌍을 이루어 태어난다. 사람들은 근심 걱정 없 이 인생을 한껏 즐긴다. 주변에 있는 음식은 무엇이든 먹어도 되므로 일할 필요가 없다. 사 람들은 서로 미워할 줄 모르고 피로를 느끼지도 않는다. 또 기후가 살아가는데 딱 알맞기 때문에 피난처로서의 집도 필요 없다. 슬픔 따위도 없다. 두 번째 시대는 충족감이 사라지면 다른 형태의 충족감을 찾게 된다는 원리에 따라 움직 인다. 물은 증기나 김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면 구름을 이룬다. 두 번째 시대에는 이 구름이 비로 내리고, 그로 인해 땅에서 나무들이 싹튼다. 이 나무가 사람들의 살림 밑천이 다. 나무들이 인간에게 풍성한 열매와 야생 꿀 등 먹을 것을 제공하고 사람들의 거처노 릇도 하는 까닭이다. 고요한 명상이 황금 시대의 특징이라면 두 번째 시대의 특징은 신들 에게 제물을 바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대는 3,000년 동안 지속되며, 그 뒤에는 300년간의 종말기가 이어진다. 두 번째 시대에도 생활은 전원적인 것 같지만, 사람들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정욕과 탐욕, 증오, 분노 같은 감정들이 사람들에게 생겨나, 평화로운 환경을 망가뜨린다. 사람들은 남보 다 더 많은 나무를 소유하는 데서 충족감을 찾기 시작한다. 나무라는 최초의 고정된 주 거지에 살게 되면서 사람들은 갈수록 소유욕이 강해진다. 무엇이든 더 많이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탐욕이 도를 넘어, 급기야 사람들은 도둑질과 살인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다가 끝 내 나무들의 세상을 갈아엎는다. 사람들이 땅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 땅이 더 이 상 그들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충족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한다. 그 리하여 땅에서 다시 나무들이 자라나게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이전의 처참한 경 험을 교훈으로 삼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서 브라흐마는 두 번째 시대에는 언제나 크 샤트리야라는 무사 계급을 창조한다. 사람들이 서로 살육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결국 두 번째 시대는 참혹하고 혼란스런 상태로 끝난다. 그 다음에 세 번째 시대가 시작되어 2,000년 동안 지속되고, 그 뒤에는 200년 간의 종말기 가 이어진다. 사람들에게 도덕이라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생긴 탓에, 세 번째 시대에는 언 제나 브야시라는 현자가 나타나 경전(베다)을 집필한다. 그리고 브야사는 경전을 네 부분 으로 나눈다. 이 시대에는 말과 마음과 행동에서 각기 죽음과 가뭄, 질병이라는 고통이 싹튼 다. 이런 고통을 겪은 결과 사람들은 완전히 무감각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기 시 작한다.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멀찌감치 물러서서 사고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 고, 자신의 결함도 깨닫게 된다. 황금 시대의 특징이 명상이고 두 번째 시대의 특징이 제물 이라면, 세 번째 시대의 특징은 지혜이다. 이제 영원한 진리의 원리 다르마(Dharma)는 다리 넷 달린 걸상과 같은 모습이 된다. 그 리고 그 위에서 우주가 안식을 취한다. 황금 시대 이후 다르마라는 걸상에서 다리 하나가 없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시대가 끝나면서 다리가 또 하나 없어졌고, 세 번째 시대가 지나 면서 또 하나가 없어졌다. 그리하여 네 번째 시대에는 다르마가 몹시 약한 상태이다. 어둠 의 시대인 네 번째 시대에 이르면 인류에게 진실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따라서 우주가 딛 고 설 게 없다. 네 번째 시대에는 사람들이 어둠 속을 헤맨다. 사람들은 진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의 분별력은 어둠과 미망(마야, maya)에 가리워 흐려진다.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무 엇이 그른지 구별하지 못하는데, 실제로 이들은 옳고 그름의 차이에 개의치 않는다. 사람 들은 질투와 증오로 가득 차, 그들에게 진리를 보여 주고 그들을 어둠에서 끌어내고자 하 는 성자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나라들은 별 것 아닌 일 가지고도 전쟁을 일삼는다. 전쟁의 원인이 어찌나 사소한지, 막상 전쟁을 시작하고 나면 당사자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상태에서는 경전도 사람들에게 권위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어둠의 시대에는 모든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될 뿐이다. 이 시대가 끝날 무렵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져, 나무 뿌리든, 고기든 열매든 가리지 않고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하찮은 것이나마 조금이라도 모아 두면, 다 른 사람들이 그것을 훔쳐 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들은 설사 가진 게 조금 있다 하더라도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둠의 시대에 살아 남는 소주의 지헤로운 사람들은 미망을 꿰뚫은 헤안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이들은 일종의 정신적 평화를 얻게 되는 것이다. 어둠의 시대와 100년 간의 종말기에 살아 남는 소수의 사람들은 황금 시대가 다시 시작되고 다르마가 다 리 넷달린 걸상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살아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은 우주 가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자신들이 세상의 한 주기가 끝나는 시점에 있음을 깨닫게 될 른지도 모른다. 인간의 다섯 시대 인류의 첫 번째 시대는 황금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인간이 신들과 직접 의사를 소통하고 신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으며, 인간의 딸이 신의 자식을 낳았다. 인간들은 일할 필 요가 없었다. 주변 어디에나 널려 있는 젖과 꿀을 먹고 살면 되었던 것이다. 이 시대에는 슬픔도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신들과 지나치게 가까워지자 교만해져 신들을 경멸했 기 때문에 황금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인간들 중에는 자기도 신들처럼 강하고 지혜롭 닥 우쭐대는 사람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은의 시대가 왔다. 이 시대에 처음으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땅을 갈았고, 처음으로 빵을 먹었다. 남자들은 수명이 백 년 정도 되었지만 몹시 나약하여 어머니에게 지 나치게 의존했다(그렇다면 혹 모권 사회였던 것은 아닐까? : 편집자 주). 인간들은 사사건 건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 놓았고 싸우기를 좋아했다. 최고신 제우스는 인간들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지겨워, 그들을 모두 없애 버렸다. 그 다음에는 제1의 청동 시대가 왔다. 이 시대에 최초의 인간들은 무슨 씨앗처럼 물푸레 나무에서 떨어졌다. 사람들은 빵과 고기를 먹었으며, 은 시대인들보다 훨씬 수완이 뛰어났 다. 그러나 이들은 전쟁을 즐겨,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모두 죽이고 말았다. 제2의 청동 시대는 빛나는 영웅들의 시대였다. 이 시대 사람들은 인간 여자의 몸을 빌어 태어난 신의 자식들이었다. 헤라클레스와트로이전쟁 영웅들의 시대가 바로 제2의 청동 시대 였다. 이런 영웅들은 장열하게 싸웠으며, 정직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았다. 그리고 죽어서 는 영광스런 엘리시온(축복받은 사람들이 죽은 후에 사는 낙원 : 역주)에 들어갔다. 우리는 지금 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금 속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 다. 금에서 은으로, 또 청동으로, 그리고 철로, 인류의 품성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철의 시 대에는 이전 어느 시대 때보다도 인간들의 품성이 나쁘다. 사람들은 이제 신들과 교류하지 못한다. 실제로 인간들은 신을 숭배하는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신들이 인 간에게 무관심하다고 해서 누가 신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철의 시대 사람들은 물질만을 중시한다. 또 교만하고 믿을 수가 없으며 폭력적인데다 성생활도 문란하다. 신들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극소수이나마 아직 정의로운 사람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태양(아즈텍) 지금 우리는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전의 시대들은 어떠했 을까? 다섯 개의 태양 중 첫 번째 것은 오셀롯(스라소니과의 동물로 몸에 반점 무늬가 있다 : 역주)의 태양이었다. 당시에는 세상이 어둠 속에 묻혀 있었고, 사람들은 이성이라는 것을 모른 채 동물적 본능만으로 살았다. 그들은 생각이 모자라 결국 오셀롯에게 모두 잡아 먹히 고 말았다. 두 번째 태양은 공기의 태양이었다. 두 번째 태양의 시대는 언젠가 다시 돌아 오게 될지도 모르는 유령들과 투명한 존재들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인간들은 죄에서 구원을 받는 데 필요한 원칙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들을 모두 원숭 이로 만들어 버렸다. 세 번째 태양은 불의 태양이었다. 이 시대에 사람들은 또 다시 신들을 소홀히 했다. 그리 하여 모든 강이 말라 붙고 생물들은 모두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타 죽었다. 그러나 새들 만은 예외였다. 새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날아갔던 것이다. 네 번째 태양은 물의 태양이었 다. 이 시대에는 비의 신 틀랄록이 홍수를 일으켜 사람들을 모두 없애 버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이다. 이 시대는 동물적 힘과 공 기, 불, 물, 이 네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결합된 태양의 시대이다. 이 태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계속 이 땅에 존재하느내에 달려 있다. 신들이 또 다시 무시당한다면 다섯 번째 태양 역시 죽을 것이고, 다섯 번째 태양과 함께 우리도 모 두 죽을 것이다. 다섯 개의 세상(나바호) 현재의 세상은 다섯 번째 세상이다. 첫번째 세상 때는 세 가지 존재가 어둠 속에서 살고 있었다. 최소의 남자, 최초의 여자, 그리고 코요테가 그들이다. 첫번째 세상은 너무나 좁고 어두워,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번째 세상으로 올라왔다. 두번째 세상에는 해와 달이 있었다. 동쪽에는 흑이, 서쪽에는 황이, 남쪽에는 청이, 북쪽에는 백이 있었다. 때로는 동쪽에서 흑이 밀려와 온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최초의 여자와 남자, 그리고 코요테가 두번째 세상에 도착했을 때 해가 최조의 여자와 사랑을 맺으려고 애썼다. 여자가 거절하여 불화가 생겼다. 그런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코요테가 사방에서 다른 사 람들을 불러 모앗다. 코요테는 그들에게 세번째 세상으로, 넓고 평화로운 땅으로 올라가자고 권했다. 세번째 세상으로 올라간 그들은 코요테의 말이 옳았음을 알게 되었다. 새 땅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산에 사는 사람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산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물뱀 티에홀트소디만 귀 찮게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코요테에게 무슨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그에게 그 일을 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고난 호기심이 발동하여 코요테는 바다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바다에서 코요테는 물뱀 티에 홀트 소디의 새끼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코요테는 물뱀의 새끼들이 너무 귀여워, 새끼 들을 찾으려고 세상을 뒤졌으나 허사였다. 결국 티에홀트소디는 세상을 물로 뒤덮어 도둑 놈을 몰아내기로 했다. 물이 점점 차오르자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홍수를 피할 수 잇겠는지 의논했다. 그들은 마법을 써서 사방에 있는 네 개의 산을 차곡차곡 쌓앗다. 그런데도 물은 계속 높아져, 제일 밑에 있는 산과 두번째 산을 뒤업더니 세번째 산마저 집어삼켰다. 물이 막 그들 주위로 밀 려오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네번째 세상으로 기어 올라갔다. 네번째 세상으로 제일 나중에 출발한 것이 칠면조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칠면조의 꽁지 깃털은 휜색이다. 홍수 물에 꽁지가 닿아 색이 바랬기 때문이다. 네번째 세상은 세번째 세상보다 휠씬 넓었다. 그렇지만 네번째 세상은 어두침침햇다. 네번 째 세상을 가로질러 흐르는 큰 강이 잇엇다. 인간들은 강 북쪽에서 살앗고, 영혼은 인간이되 몸은 짐승의 형태를 취하고 잇는 것들은 강 남쪽에서 살았다. 그 무렵 인간들은 갈수록 불 화가 심해졌다. 남자들과 여자들은 별 것도 아닌 일은 놓고 끊임없이 말다툼을 벌였다. 남 자, 여자 모두 자기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자들은 자기네가 없다면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농작물을 심고 거두는 일이며, 옷을 만들고 아이를 낳는 일 모두 여자 가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풍작을 보장받기 위한 의식을 거행하고, 받을 갈며 사냥을 하고 집을 짓고 자녀를 기를 뿐 아니라 마을을 지키는 일도 남자가 하니 남자가 터 중효하다고 우겼다. 여자들은 자기네는 바구니 를 만들고 요리를 하며 불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반박했다. 언쟁은 좀처럼 끝날 성싶 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들은 4년간 마을을 떠나 있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네 해 동안 남자도 여자 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점이 있더라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별거를 통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 여자들은 풍작을 기원하는 의식을 어떻게 치르는지 몰랐으며 밭 가는 법도 몰랐기 때문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먹을 것이 부족했다. 수확물이 적었지만 여자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잇는 일이란 별로 없엇다. 사냥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이라고 해서 여자들보다 나을 것은 없었다. 남자들은 4년간을 자기네끼리만 생활하 다 보니 초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면화 가공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남자들은 옷이 누더기가 될 때까지 그대로 걸치고 다녔다. 그러자 뜨거운 볕을 쬐면 살갗이 탔고 날 씨가 추울 때는 몸이 꽁꽁 얼었다. 남자들은 의식을 치르는 법도, 밭 가는 법도 알았지만 곡 물이 없었다. 씨를 뿌리고 거두어 들이는 절차를 몰랐던 것이다. 또 남자들은 사냥은 할 줄 알았지만 몸에 병이 들었고, 요리를 할 줄 몰라 날고기를 씹어 먹으니 이가 빠졌다. 더욱 이 남자들은 어린 자녀들이 그리워졋다. 그라하여 남자들과 여자들은 서로가 없으며 각자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남자와 여자 중 어느 한 편이 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여자들은 자기네가 남 자들의 '결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눈감아 주기로 했고, 남자들은 여자들의 잘못을 '용서' 해 주었다. 마침내 남자들이 마을로 돌아와 평화롭고 행복한 시절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해에는 아주 아주 많은 자녀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코요테가 여전히 티에홀트소디의 새끼들을 데리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티에홀트소디가 일으킨 홍수로 세 번째 세상이 완전히 물에 잠기자, 물이 네 번째 세상으로 차올라 땅을 물렁물렁하게 만들었다. 또 다시 홍수가 사람들을 위협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네 개의 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다음 거대한 갈대를 심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세상으로 도망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섯 번째 세 상이다. 다섯 번째 세상에 처음으로 발을 드려놓은 것은 비버였다. 비버는 대단히 절망스런 소식 을 가지고 돌아왔다. 다섯 번째 세상에서 자기가 본 것은 광대한 호수의 밑바닥뿐이라는 것 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메뚜기를 다섯 번째 세상으로 올려 보냈다. 메뚜기는 호수의 표면까지 올라갔다. 호수 표면에는 다섯 번째 세상의 관리자인 백조 두 마리가 있었다. 백조들은 시험에 통과 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섯 번째 세상에 들어올 수 없다고 메뚜기에게 말했다. 새로 다섯 번 째 세상에 들어오는 사람은 화살을 받아서 삼킨 다음 그것을 항문으로 내놓고, 다시 그 화 살을 항문에 넣어 입으로 뱉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메뚜기는 대부분의 짐승들이 그런 시험을 치르면 절대로 살아 남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메뚜기는 자신 의 흉부로 화살을 지나가게 해도 자기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백조들은 메뚜기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기 때문에 속임수가 먹 혀들 것 같았다. 그래서 메뚜기는 화살을 자기 흉부 사이로 지나가세 하여 백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 다음 메뚜기는 백조들에게도 똑같이 해 보라고 했다. 물론 백조들이 그런 짓을 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게 뻔했다. 백조들도 화살이 자기네 가슴을 통과하면 자기네가 죽게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백조들은 메뚜기의 용기와 '마술'에 감동했다. 그래서 백조들은 네 번째 세상의 사람들이 다섯 번째 세상으로 올라오는 것을 허락했다. 코요테가 티에홀트소디의 새끼들을 훔친 것 때문에 두 번이나 홍수를 겪고 난 터라, 사람 들은 다섯 번째 세상에서만은 홍수를 피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어둠의 정령에게 기도를 드 렸고, 어둠의 정령은 도랑을 파서 많은 양의 물이 빠져 나가게 해 주었다, 이 도랑이 오늘날 의 콜로라도강이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은 동풍,서풍,남풍,북풍,네 바람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밤낮으로 바람이 불어 그들의 섬에 있는 흙이 바짝 말랐다. 그리고 점점 물이 줄 어 더 많은 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와 달은 하늘로 던져 올려졌는데, 사람들은 나흘 동안 해가 하늘의 적당한 위치로 올라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해는 그 위치에 이르자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멈췄다. 모든 것이 말라 붙을 위 기에 처했다, 그러자 추장의 아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사람들에게 자기가 최근에 꾼 꿈 얘기 를 했다. 사람 하나가 죽기 전에는 해가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얘기였다. 추장의 아내는 자 기 자신을 제물로 바쳤다, 사람들은 그녀의 영혼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땅에 난 구멍 안을 들여다보다가 추장의 아내가 그 구명 안에서 만족스러운 듯이 머리를 빗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후로는 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하루에 한 사람씩 죽 여야 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출현 신화 NOTE 나바호족의 다섯 세계에 관한 신화의 경우처럼,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신화에는 지하 세계로부터의 출현이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는 나바호에서 그리 멀 지 않은 남서부 사막에 살았던 모하베 아파치의 신화와 만단 수족의 신화를 소개한다., 만단 수족은 모하베족의 본거지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다코타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신화들이 갖은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신화들이 문화나 의식의 발전 단계들을 상징 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일까? 이런 신화들이 진화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일까? 만단 초기 시대의 가람들은 아름다운 호수 부근의 땅 밑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들의 집 위에는 거대한 포도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포도나무의 뿌리 한 가닥이 땅 밑 사람들의 마을로 파 고 들었다. 그래서 대담한 사람들 몇 명이 그 뿌리를 타고 세상 위로 올라왔다. 이 탐험가 들은 자기네 마을로 돌아가서, 땅 위의 세상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전했다. 땅 위의 세상에 물고기와 사냥감이 우글거리면 밝은 빛과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하다고, 본 대로 얘기한 것이다. 곧 수많은 사람들이 포도나무 뿌리를 타고 새 세상으로 올라오기 시 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뚱뚱한 여자 하나가 포도나무 뿌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그람 뿌리가 부러 지는 바람에, 마을 사람의 반수 정도가 땅밑 세상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이들은 오늘날까지 도 땅 밑에 남아 있다. 우리가 죽으면 땅 밑에서 그들과 만나게 된다. 아바나키 NOTE 클로스쿠르베라는 인물은 알공킨 신화에 나오는 글루스캅과 동일하드 아바나키족 (와바나키라고도 함)은 메인주와 뷰브런즈윅주에 거주하는 알공킨 사람들이다 자연을 지배 하는 신인 대정령 마니토우는 맨 먼저 클로스쿠르베라는 대스승을 만들었다. 어느 날 중천 에 떴을 때 젊은 청년 하나가 크로스쿠르베 앞에 나타났다. 청년은 바다가 거대한 거품을 일으킬 때 자기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그 거품이 햇볕에 달구어져 딱딱하게 굳더니 사내 아이로 살아났다는 것이었다. 다시 다음 날 정오가 되었을 때 스승과 청년은 여자 하나를 만났다. 여자는 자기가 땅에 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땅이 푸른 나무를 만들어 냈는데, 자기는 그 나무의 열매로 태어났다 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혜로운 스승 크로스쿠르베는 인간이 바다와 땅의 결합으로 세 상에 나오게 되었음을 알았다. 스승은 마니토우에게 감사드리고, 그 청년과 여자에게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르쳐 주었다. 그런 다음 크로스쿠르베는 명상을 하기 위해 북쪽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와 여자는 아주 많은 자식을 두게 외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자식이 너무 많아, 사냥과 채집만으로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 고 비탄에 잠겼고, 아버지는 절망했다. 어느 날 어머니는 개울로 내려가 슬픈 마음으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녀가 개울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이상하게도 기분이 완전히 바뀌어, 마음속에 기쁨이 넘치게 되었다. 길다란 초록색 어린 나뭇가지가 그녀의 다리 사이 에서 나왔다. 어머니가 개울에서 나오자 기분이 도로 침울해졌다. 나중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자기가 먹을 것을 구하러 밖에 나갔던 낮 시간에 무 슨 일이 있었느냐고. 어머니는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아버지 에게 자기를 죽이고 자기 뼈를 두 무더기로 나누어 땅에 뭍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얘기를 듣고 아버지는 당연히 당황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왜 그런 부탁을 하느냐고 묻 고 또 물었다.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아내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아버지는 곧장 클로스쿠르베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크로스쿠르는 자초지종을 듣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마니토우에게 그 뜻을 묻기 위해 기도들 드렸다. 기도를 마친 클로스 쿠르베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생각이 옳다고 말했다. 그것이 마니토우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내의 지시대로 아내를 죽이고, 아내의 뼈를 두 무더기로 나누어 뭍었다. 아버지는 일곱 달 동안 뼈 묻힌 곳 위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버 지는 아내 뼈가 묻힌 한 곳에서 담배 싹이, 다른 한 곳에서는 옥수수 싹이 돋았음을 알게 되었다. 클로스쿠르베는 아버지에게 설명하기를, 그의 아내가 정말로 죽은 게 아니라 그 두 가지 작물로 영원히 살게 될 거라고 했다. 오늘날에도 자식을 둔 어머니들은 자식이 굶어 죽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죽기를 원한다. 그리고 모든 자식들은 그 최초의 어머니로 인해 생계를 잇고 있다. 남자들은 그들이 잡은 물고기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옥수수밭에다 묻곤 하는데, 그것은 최초의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우리 모두가 땅의 결합으로 생겨난 자식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기 위해서 이다. 협잡꾼 마우이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폴리네시아) NOTE 마우이는 폴리네시아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협잡꾼으로, 하와이에서 뉴질랜드에 이르는 폴리네시아 전지역의 신화에 등장한다. 하와이라는 섬 이름도 그를 기념하는 뜻으 로 지어진 것이다. 마우이가 하늘을 밀어 올리다 마우이는 협잡꾼으로, 신인 탕가로아[하와이 말로는 카날로아]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 난 아들이다. 신들의 한계와 인내심을 시험해 보는 게 마우이의 특기였다. 그렇다고 마우이 자신이 흠잡을 데 없이 정직한 존재였냐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마우이는 아주 잘생기 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게다가 힘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당시는 아직 하늘이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낮은 때였다. 어느 날 마우이는 우연히 길을 걸어가다가 한 처녀가 하늘을 밀어 올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전 지금 할 일이 많아요. 그런데 하늘이 자꾸만 내려와서 제가 길을 가는 걸 방해하지 뭐예요." 처녀가 말했다. 그 처 녀가 몹시 아름다웠기 때문에 마우이는 자기는 탕가로아의 아들이다, 자기라면 분명히 그 문제를 해결하 수 있을 거다, 하며 자기 힘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녀 는 킥킥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이든 간에 허풍장이인 것만은 분명하군요!' 그러 자 마우이는 커다란 바위들을 들어 올려 보이기 시작했고, 처녀는 그 모습에 감동하여 웃음 을 거두었다. 마우이는 처녀에게 처녀가 자기와 동침하겠다면 [원문에는 '자기가 그녀의 호리병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실 수 있다면'으로 되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늘을 밀어 올리겠다고 말 했다. 마우이가 워낙 힘이 세고 미남인대다 매력이 넘쳤기 때문에 처녀는 그의 유혹을 거부 할 수가 없었더. 마우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을 꼭 감고 하늘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하 늘을 밀 어 올리는 데 성광하자 마우이는 자만심에 빠져, 그때부터 악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마우이가 불을 훔치다 마우이는 어머니에게서 그의 고조 할머니인 마후이이케를 화나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 았다. 마후이이케는 지하 세계에서 불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마우니는 불만 있으면 자기가 대단히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지하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찾 아 내 마후이이케를 만나러 갔다. 할머니는 잘생긴 손자에게 완전히 반해, 자기가 뭘 해 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마우이는 불을 집으로 가져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마후이 이케는 자기 손톱하나를 뽑았다. 손톱이 바로 활활 타오르는 불이었던 것이다. 마우이는 그 것을 가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마우이는 무사히 할머니의 눈을 피해, 그 불을 개울에다 넣어 꺼 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마후이이케를 찾아가 집으로 가는 도중 불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노파는 그런 일이 더러 일어나기도 한다고 대꾸하고는 다른 손톱 하나를 뽑아 마우이에게 주었다. 이번에도 마우이 는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불을 꺼 버렸다. 마우이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했고, 마침내 발톱 하나만이 남을 때까지 마후이이케는 인 내심을 가지고 마우이의 요구를 들어 주었지만, 마침내 마후이이케도 자기의 고손자가 사기 꾼이며 자기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후이이케 는 마지막남은 발톱을 뽑은 다음, 그 거대한 불꽃을 들고 마우이를 쫓아 지상으로 올라갔다. 마후이이케는 그 불꽃을 땅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건가 본데, 옛다!" 그러자 온 세상에 불이 붙었다. 마우이는 불을 피하려고 독수리로 변신했다. 그런 다음 아버 지 탕가로아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다. 탕가로아는 비를 내려 한 곳만 빼고 모두 불을 껐다. 그 남은 한 곳의 불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불의 출처가 되었다. 마우이는 나무가 물에 가장 잘 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나무를 연료로 사용한다. 마우이가 죽음을 피하려고 애쓰다 최초의 여자인 히나는 죽은 자들이 거주하는 지하 세계를 지키는 사람이다. 누가 죽고 누 가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도 히나이다. 아무도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마우이만은 예외였다. 마우이는 자기 처남이 귀찮아지자 그를 개로 만들어 버렸다. 이 일로 몹시 기분이 상한 그의 누이는 물에 빠져 죽으려고 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구제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마우이 가 처남에게 한 짓이 너무 지독한 일이라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사람들은 그가 그 죄에 대 한 대가로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우이는 아버지 탕가로아를 찾아가 어떻게 해야 목숨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탕가로아는 아들에게 말하기를, 히나를 찾아가 그 가 신의 아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했다면 마우이는 목숨을 건지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교만하여 술 수를 쓰면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우이가 지하 세계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체구의 히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마우이는 짐 승들 모두에게 히나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다음 히나의 다리 사이로 기어 올라갔다가 그녀의 입을 통해 나왔다. 여태껏 감히 그런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우이는 같은 행동을 한 번만 더 하면 자기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들의 세계에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도의가 있는 법이다. 마우리는 아무리 능력이 뛰 어나다고 해도 이 점을 깨달을 만큼 지혜롭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히나의 넓적다리 사이로 기어 올라갔다. 짐승들은 그의 대담함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작은 새 한 마리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커다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그 바람에 히나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하여 마우이는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그 후로 어떤 인간도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했으며 히나는 절대로 잠을 자기 않는다. 옛 날에는 사람들이 히나가 깨어 있는 밤에만 죽고, 히나가 잠을 자는 낮시간에는 죽는 일이 없었다. 마우이가 사고를 일으킨 탓에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죽을 수 있 게 된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그리스) 옛날에 엄청난 힘을 지닌 거인족 티탄들이 땅 위를 활보하던 때가 있었다. 티탄들이 제우 스가 이끄는 올림포스의 신들과 전쟁을 벌일 때 제우스 편에서 싸운 티탄 형제가 있었다. 흙으로 사람을 빚은 인류의 창조주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가 바로 그 형제였다. 두 형제는 제우스와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티탄이었다. 그래서 올림포스의 신 들은 두 형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한 번은 제물이 된 소의 어떤 부위를 신들이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몰론 신들은 가장 좋은 부위, 그러니까 비계와 사 코기를 원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속였다. 그는 소를 자루 두 개에 나누어 담 았다. 한 자루에는 살코기를 넣고 윗부분을 내장으로 덮었다. 제우스가 그 자루를 보면 쓸모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기에게 돌려주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른 자루에는 뼈를 넣 고 윗부분을 비계로 덮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자루 두 개를 제우스에게 내놓자, 제우스는 당 연히 위가 비계로 덮인 자루를 골랐다. 하지만 제우스는 자기가 속은 것을 알고 이렇게 말 했다. '프로메테우스와 인간들은 고기를 날 것으로 먹어야 하리라. 그들에게 절대로 불을 주 지 않겠다!' 인간들이 문명을 발전시키려면 불이 필요하다는 점을 프로메테우스는 알고 있었다. 음식 을 만들거나 그릇을 굽거나 쇠로 연장을 만들거나, 불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 는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찾아갔다. 그러나 프로 메테우스는 끝내 아테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뒷문을 통해 신들의 궁전으로 몰 래 잠입했다. 그리고 태양의 마차가 있는 데로 가서 불을 훔쳤다. 프로메테우스는 속이 빈 회향나무 줄기 속에 불을 숨겨 가지고 돌아와, 제우스의 명령을 거역하고 인류에게 불을 주 었다. 제우스는 불을 도둑맞은 것을 알고 몹시 화가 났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세상에 인간 이라고는 남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신들의 대장장이로 무엇이든 잘 만드는 헤파이 스토스에게 흙으로 여자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헤파이스토스가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자, 아 프로디테는 그 여자에게 더 많은 아름다움과 매력을 선사했다. 아테나는 또 그 여자에게 음 식 만드는 기술과 실 잣는 기술, 천 짜는 기술을 주었고, 다른 남신과 여신들도 그 여자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 여자는 판도라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판도라는 오 갖 재주를 다 갖추었다는 뜻이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신들은 판도라 외에도 한 가 지 선물을 더 준비했다. 그 선물은 봉인된 진흙 항아리 속에 들어 있었다. 신들은 그 항아리 를 판도라에게 들려 보냈다. 프로메테우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신들의 선물을 받지 말 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충고를 무시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동 생에게 선물을 받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이유로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내렸다. 프로메테우 스를 카우카소스 산상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은 것이다. 그러자 독수리가 날아와 끊임 없이 그의 간을 파 먹었다. 에피테메우스는 제우스의 지독한 복수에 겁을 먹어, 판도라를 아내로 삼았다. 판도라는 프 로메테우스로부터 진흙 항아리를 열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상태였다. 그러나 판도라는 호기 심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판도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항아리를 열었다. 그러자 항 아리에서 온갖 재앙-식용, 성욕, 질병, 늙음, 굶주림 등등-이 빠져 나와 인류를 괴롭히게 되 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항아리 속에 남아 있었다.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희망이 남아 있 는 한 우리는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다른 모든 재난을 이길 수 있다. 약의 유래(체로키) 옛날에, 그러니까 세상이 창조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인간과 짐승들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시절이 오래 지속되었던 것은 아 니다. 인간들은 가죽과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짐승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짐승들을 잡기가 아주 수월했다 짐승들은 자기네가 사냥감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뿐더 러 인간들을 신뢰했기 때문에, 제 발로 인간들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짐승들도 화가 났다. 곰 족속이 늙은 흰곰의 주재 아래 회의를 열었다. 몇 몇 곰이 인간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고 나자, 여기 저기서 인간들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자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흰곰은 일 단 흥분한 무리들이 침착을 되찾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인간들은 창과 활, 화살 등 전쟁에 유리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곰들은 자기네도 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곰들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곰의 발로는 창을 던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 곰들은 화 살을 쏠 수도 없었다. 곰의 발톱으로는 활을 필요한 만큼 적당히 뒤로 당길 수가 없기 때문 이었다. 젊은 곰들은 발톱을 자라 내자고 했다. 그러나 흰곰은 나무를 오르고 먹이감을 제압 하려면 곰들에게는 발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슴들도 분개하여 회의를 열었다. 꼬마 사슴이 회의 진행을 맡았다. 물론 사슴들은 곰보다 덜 난폭했다. 따라서 사슴들은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슴들은 마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사냥꾼이 사슴을 죽이고 싶으면 반드시 미리 꼬마 사슴의 영혼에게 허락을 구하든가 아니면 나중에 용서를 빌도록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냥꾼은 누구나 류머티즘에 걸리도록 한 것이다. 물고기와 파충류 들도 장차 인간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끔 찍한 뱀 꿈으로 인류를 괴롭히기로 결정했다. 오직 체로키족만이 의술가의 도움을 받아 그 끔찍한 꿈을 쫓아낼 수 있었다. 새들과 곤충들도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각기 인간들에게 퍼 뜨릴 수 있는 질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식물들은 그게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식물들은 많은 짐승들이 그들 나 름대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짐승을 죽이는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건 잘못된 일 이라고 지적했다. 식물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곰과 사슴, 물고기와 파충류, 새와 곤충들 이 회의하는 소리를 들어서, 인간들이 어떤 질병에 걸리게 될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식물 들은 저마다 질병을 한 가지씩 맡아 치료하기로 결정했고, 이렇게 해서 약이라는 게 생기게 되었다. 뮈릴레와 달 추장(케냐) 옛날에 뮈릴레라는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의 어머니는 사사건건 아들의 흠을 잡아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뮈릴레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 리 뮈릴레가 노력을 해도 어머니는 그를 깍아내리려고만 했다. 뮈릴레는 갈수록 어머니의 잔소리에 신물이 나, 아버지한테 걸상을 빌렸다. 이 걸상은 뮈릴레의 집안에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물건이었다. 뮈릴레는 그 걸상에 앉아서 자기가 알고 있는 주문이란 주문은 다 외웠다. 그러자 별안간 걸상이 땅에서 떠올라 달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뮈릴레는 달에 도착하자 어떤 마을로 가서, 달 추장의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마을 사람들 은 추장의 집을 알려 주는 대가로 뮈릴레에게 자기네를 위해 일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마 을 사람들은 뮈릴레를 좋아하게 되어 그에게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고 뮈릴레는 길 을 떠났다. 뮈릴레는 달 추장이 사는 마을에 이르렀을 때, 너무나 낙후한 그 곳 사람들의 생 활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불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고 기를 날 것으로 먹고 흙으로 구운 그릇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밤이면 추위에 떨었다. 그래서 뮈릴레는 막대기들을 가져다 불을 피웠다. 이 일로 뮈릴레는 달 사람들에게 위대한 영웅이 되고, 달 추장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 그곳 사람들은 뮈릴레를 최고의 마술사로 추앙했다. 뮈릴레는 그들에게 봉사한 대가로 명예를 얻은 것은 물론 별의별 선물을 다 받았다. 달 추장과 그의 신하들은 뮈릴레에게 많은 가축과 여자들을 선물했다. 그런데도 딸을 가진 아 버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딸을 뮈릴레에게 시집 보내고 싶어했다. 금세 많은 가 축과 아내를 거느린 거부가 된 뮈릴레는 의기 양양하게 땅으로 돌라갈 준비를 했다. 이제 어머니도 자기 아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뮈릴레는 친구인 흉내지빠귀 새를 미리 땅으로 보내, 자기가 곧 돌아갈 것이라고 알 리게 했다. 그러나 미릴레의 가족은 자기네 아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았다. 그의 가족은 아들이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던 것이다. 흉내지빠귀가 달 로 돌아와 뮈릴레에게 그 소식을 전했지만, 뮈릴레는 흉내지빠귀가 자기 가족에게 갔다 왔 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흉내지빠귀는 다시 지상에 있는 뮈릴레의 집으로 날아 갔다. 그리고 자기가 거기까지 갔다 왔다는 증거로 뮈릴레 아버지의 지팡이를 가져왔다. 마침내 흉내지빠귀의 말을 믿게 된 뮈릴레는 지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뮈릴레는 아내들과 자식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보석으로 그들을 치장했다. 뮈일레는 자랑할 만한 재산이 무척 많았기 때문에 어머니도 분명히 감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많 은 가축과 가족을 데리고서는 마술 걸상을 타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행 모두가 걸어 서 길을 떠났다. 뮈릴레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말았다. 그때 제일 훌륭한 황소 한 마리가 뮈릴레에게 말했다. 자기 주인님을 지상의 집으로 데려다 줄 테니, 그 대신 절대로 자기를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것이었다. 뮈릴레는 기쁜 마음으로 약속에 응했다. 지상에 있던 뮈릴레의 가족은 그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며 그의 재산과 멋지게 치장한 새 가족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어머니조차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이제 어머니는 온 마을 사람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다녔다. 뮈릴레는 부모님에게서 자기 를 집으로 데려다 준 소를 절대로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부모님은 그 약속을 잊고 말았다. 게다가 뮈릴레에게 가축이 너무 많아, 부모님은 어떤 게 그 소인지도 잊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의 부모님은 그 소를 잡았고 어머니는 소의 비계와 고기즙으로 음식을 마련했다. 뮈릴레가 식사를 하러 자리에 앉았을 때 그 고기가 뮈릴레에 게 말을 걸어, 약속을 상시켰다. 뮈릴레가 그 소의 고기 한 점을 막자, 땅이 뮈릴레를 삼켜 버렸다. 인류가 구제되다(이로쿼이) 옛날에 네쿠몬타라는 훌륭한 전사가 있었다. 네쿠몬타는 아름다운 샤네위스와 결혼했다. 눈이 잔뜩 쌓이고 억을 것이 귀한 겨울철에 끔찍한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네 쿠몬타는 자기 형제 자매와 부모님이 한 사람씩 차례로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역병 이 계속되어 네쿠몬타와 샤네위스, 그리고 마을 사람 몇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인류는 씨가 마르기라도 할 것 같았다. 샤네위스마저 병이 들어,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자리 에 누워 있었고, 그때까지 남아 있던 마을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했던 것이다. 네쿠몬 타는 아내를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내를 구하가만 한다면 인류가 보 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네쿠몬타는 아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초를 찾게 인도해 달라고 대정령에게 기도했다. 네쿠몬타는 아내를 모피로 덮어 따뜻하게 해 주고서 약초를 찾으러 나갔다. 깊은 눈 속을 헤치고 다니며 약초를 찾고 또 찾았지만 아무 것도 구하지 못했다. 네쿠몬타는 지 칠 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뒤로도 그는 사흘 동안 계속 꽁꽁 얼어붙은 호수며 숲이며 산등성이를 헤매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때 작은 멧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네구 콘타가 토끼에게 물었다. '어디에 가야 대 정령이 심어 놓은 약초를 찾을 수 있겠니? 내 아 내와 마을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약초 말이야.' 그러나 작은 토끼는 그저 코만 실룩거리고 는 깡충깡충 달아나 버렸다. 네쿠몬타는 겨울잠을 자는 흑곰의 굴로 가서 곰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잠든 곰은 쿨 쿨 코를 골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일 뿐이었다. 삼일째 밤에는 네쿠몬타마저 몸이 아프기 시 작했다. 네쿠몬타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온갖 새들과 짐승들이 네쿠몬타 가 베푼 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네쿠몬타는 정말로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이 절실하게 필요 하지 않는 한 짐승을 죽이는 법이 없었다. 짐승들은 그가 나무와 꽃들을 엄마나 사랑해 주 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네쿠몬타를 바라보며 측은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네쿠몬타를 돕기로 결정했다. 짐승과 나무, 새와 풀들이 모두 입을 모아, 그 를 대신해 대정령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했다. 네쿠몬타가 자고 있을 때 대정령이 그에게 계시를 내렸다. 네쿠몬타는 꿈 속에서 아름다 운 샤네위스를 보았다. 샤네위스는 여전히 병든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폭포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폭포가 똑같은 노 래를 불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리가 더 분명했다. '우리를 찾아요. 네쿠몬타, 그러면 당신 의 샤네위스가 살아날 거예요!' 이 노래 소리를 듣고 젊은 전사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아직도 노랫말이 그의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폭포 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물의 노래는 계속되었다. 네쿠몬타는 물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눈을 파헤쳤다. 그리고 나무 가지와 돌멩이들을 치 우고 꽁꽁 언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계속 땅을 파다보니 꽤 큰 구덩이가 생겼다. 그런데 갑자 기 작은 물줄기가 구덩이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내 물은 구덩이를 가득 채웠다. 건강과 행 복의 물결이 네쿠몬타에게 밀려왔다. 네쿠몬타가 그 물에 목욕을 하고 나자 어느때보다도 그의 몸에 힘이 넘치고 생기가 돌았다. 네쿠몬타는 두 손을 높이 들어 대정령에게 감사를 드리고 다시 구덩이로 돌아가 진흙으로 항아리를 빚었다. 그 물을 마을로 가져가기 위해서 였다. 마을로 돌아온 네쿠몬타는 자기가 제떼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은 심하게 알고 있었으며, 사네위스는 막 저승의 문턱을 넘으려는 찰라였던 것 이다. 샤네위스는 물 마실 힘조차 없었다. 그래서 네쿠몬타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비의 물을 넣어 주었다. 그러자 샤네위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네위스는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아 름다운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물을 마시고 그 자리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마침내 역병 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네쿠몬타를 인류를 구한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