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사신화 지은이 : J. F. 비엘리언 출판사 : 세종서적 봉사자 : 심영화, 어성미 1. 들어가기에 앞서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란 무엇인가? 한 가지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몇 세기 전 중국에서 어린 사내아이 하 나가 할아버지에게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그 자신이 오래 전 자 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대로 대답했다. 얘기인즉 이러했다. 옛날에 세상에는 혼돈 밖에 없었다. 혼돈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혼돈의 화신이었다. 그런 데 북해의 제왕 홀과 남해의 제왕 숙은 혼돈이 보고, 듣고, 말하고, 숨쉬고, 냄새맡고, 번식 하고, 배설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곱 가지 기관이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그리하여 홀과 숙은 번개를 내려 7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혼돈에게 일곱 가지 기관을 뚫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혼돈은 결국 죽고 말았으나 그 뒤를 이어 우주와 세계가 탄생했 다. 홀과 숙이라는 이름을 합치면 '번개'를 뜻하는 '숙홀'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창조는 번개가 혼돈을 뚫고 지나갈 때 시작되었다.(이 야기는 장자의 '응제왕편'에 나온다.) 이 이야기와 놀라우리만치 유사한 창조에 대한 견해가 20세기에 과학적 이론으로 출발한 바 있다. 1934년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S. 유리는 어쩌면 번개일지도 모르는 모종 의 에너지가 지상의 원시적 대기와 작용을 일으켜 생명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유리가 이 중국의 신화를 알고 있었는지 어땠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그 중국 할아버지의 얘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953년, 유리의 제자였던 대학원생 스탠리 L. 밀러는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을 검증하려고 했다. 밀러는 유리로 만든 공 모양의 용기를 두 개 준비했다. 하나에는 원시시대 때 지상의 대기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기체들이 들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실험 결과로 나 오는 기체를 담기 위한 것이었다. 밀러는 기체들에 전압 6만 볼트의 '번개'를 가했다. 놀랍 게도 두 번째 구체 안에 모인 일부 물질에는 핵산의 구성성분인 뉴클레오티드와 아미노산의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성분들이 결합하면 모든 생명체의 기본 구성 단위인 DNA 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뉴클레오티드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관계없이 생성되기는 이번이 처 음이었다. 앞서 소개한 중국 신화는 처음 보아서는 대단히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신화는 신 인 동형론에 의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등장 인물들이 인격화된 자연의 힘이다. 번개를 구 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제왕'으로 그려지고, 혼돈은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원시적 인' 신화는 그러나 생명의 기원에 관한 복잡하고도 차원 높은 이론들과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신화란 무엇인가를 밝히는데 첫 번째 단서가 된다. 과학의 최초의 형태가 신화인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나를 추론하는 것이 바로 신화라는 말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은 '신화'라고 하면 거짓말, 꾸며낸 이야기, 혹은 폭 넓게 신뢰를 얻고 있는 허위를 연상한다. 저녁 뉴스 시간에 건강 전문의가 나와서, '에이즈에 관 해 널리 퍼져 있는 신화를 일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치자, 이 문맥에서 '신화'라는 말은 '오해'를-더군다나 이 경우에는 위험한 오해를-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에서 사 용하고 있는 의미의 '신화'란 종종 진실을 뜻한다. 신화는 우리의 오감이 끝나는 지점에서부 터 작용하기 시작하는 그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화가 단지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거짓말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 에 그것이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시키겠는가? 몇 세기가 지나도록 신화가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신화'를 어떤 한 가지 의미로 정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신화는 다양한 단계, 다양한 수준에서 작용하는 여러 가지 견해이 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신화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려는 최초 의 서툰 시도이다. 다시 말해 과학의 선조인 것이다. 또한 신화는 일들이 '왜' 일어나는가 를 설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신화는 종교와 철학의 본체이다. 신화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 이전에 일어났음직한 일들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역사 이전 의 역사이다. 신화는 제일 초기 형태의 문학-대개 구전 문학-이다. 신화는 고대 사람들에게 그들이 누구이며 온당한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해 주었다. 신화는 도덕성과 통 치방식과 민족 정체성의 토대였으며, 이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신화가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 즉 원시시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 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는 신화와 신화의 상징, 신화의 언어, 신화의 내용이 흠뻑 배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우리가 인간으로서 물려받은 공통의 유산을 이루고 있다. 전설, 민담, 문학, 서사시, 화롯불 가에서 구전되어 온 이야기들, 그리고 위대한 종교들의 경전 등은 모 두가 시간과 공간, 문화를 초월하는 신화 꾸러미인 것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엄청난 거리를 두고 있는 문화권들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신화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통성은 우 리가 인간의 다양성 속에 내제하는 통일성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신화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를 풀어놓아도 될 것 같다. 신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들 사이에 늘 변함없이 존재해 왔다. 신화에 들어있는 일정한 양식이나 이야기들은 물 론 세부 사항들까지도 어느 지녁에서나, 어느 민족에게서나 발견된다. 왜냐하면 신화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의식적으로 대물림된 조상 전래의 공동 유산이기 때문이다. 신화는 어쩌면 우리의 유전 인자 속에 일종의 암호로 체계화되어, 인간 무의식의 일부를 이루고 있 는지도 모른다. 신화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앞으로 일어날 일 들의 의미를 예견해 보이는 이야기이다. 신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구슬을 한 데 꿰는 실과도 같다. 신화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오감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 을 묘사한다. 그리하여 신화는 무의식의 이미지와 의식적 논리의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틈 을 매꾼다. 신화는 각각의 집단을 결합시키는 '접착제'와 같다. 신화는 모든 공동체와 종족, 민족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토대인 것이다. 신화는 도덕적 행위의 체계를 이루는 핵심적 인 구성요소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생활방식을 지배하는 규칙들은 항상 그것의 뿌리인 신 화와 종교에서 합법성을 취해왔다. 신화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믿음의 원형이다. 신화는 개인이나 사회가 각기 주어진 환경에 긍정적인 태도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다. 언어와 신화 우리의 언어에는 신화, 특히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서 유래한 용어들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그런 말들을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사 용하고 있다. 차를 몰고 도심을 지나가다 교통혼잡 때문에 길이 막히면, 우리는 차 안에 서 '나는 당신의 비너스' 라는 인기가요를 듣는다든가, 나이키 운동화나 마르스 쵸코바를 사 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떼워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 바퀴 가 경화 처리된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차를 몰고 가다 우 리는 박물관 앞을 지나치게 될지도 모른다. 라디오에서는 다음과 같은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 유럽에서 올림픽을 위한 준비가 한 창 진행중인데, 이와 때를 같이 하여 런던에서는 외교관들이 토르 미사일, 타이탄 미 사일, 주피터 미사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서양에서는 흔히 사무실에서 성격이 변덕스러운 직장 동료를 수은 같다고 표현한다. 또 같이 일하는 어떤 동료에게 에로틱한 감정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직장 생활 에서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육체적 광계를 염두에 두고 직장동료에게 접근했다가는 아킬레 스의 발꿈치('아킬레스의 발꿈치'는 호메르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말이다. 신들은 아키레스의 어머니에게 아킬레우스의 몸을 성스러운 웅덩이에 담그면 어떠한 경우에도 상처를 입지 않 게 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창이나 화살도 아킬레우스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었다. 그러 나 발꿈치 만은 예외였다. 어머니가 그의 몸을 물에 담글 때 붙잡고 있던 부위가 바로 발꿈 치였던 것이다. 발꿈치에 상처를 입을 경우 아킬레우스도 죽을 수 있다는 건 두말 할 필요 도 없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아킬레우스의 발꿈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 되고 있다.)를 잡히기가 쉽상이다. 더구나 성병(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에서 파생된 말이다.)에 걸리지는 않 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노릇인가. 현대의 기술 문명은 팩시밀리, 전화, 모뎀 등을 통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리용에 살고 있건, 혹은 캐나다 마니토바주의 김리에 살고 있건, 우리는 신화에 의래 몇 세 기 거슬러 올라간 과거와도 연관되어 있다. 신화 자체가 독특한 언어 사용의 실례이다. 신화는 우리의 오감을 초월하는 개념들, 우리 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훨씬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을 묘사할 때도 구체적인 것들을 표현할 때 쓰는 객관적인 단어를 쓴다. 많은 문화권에는 우리 자신의 힘보다 훨씬 큰 힘이나 보이 지 않는 힘을 이루는 일반적인 명칭이 있다. 대개 그것은 우리의 이해 영역을 벗어나 존재 하는 영적인 힘인데, 수) 말의 '와킨다'. 이로쿼이족 말의 '오렌다',반투족 말의 '물룽구, 라 틴어의 '누멘' 같은 것들이 모두 그러한 힘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 힘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미지의 신성 즉, ' 누멘'을 상대할 때면, 이 힘을 '시 데우스 시 데아' 라는 말로 자칭했다. 인격체가 아닌 위대한 힘에 해당하는 일ㅇ반적인 명칭이 한 문화에서 다른로 건너 뒷면 서, 선교사들에 의해 신을 나타내는 말로 옮겨졌다니,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천신 이름인 유말라는 현대 핀란드어에서도 신에 해당하는 말이다. 반투어의 '물 룽구', 치페아어의 '마니토우'도 마찬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존재하는 힘'이 일신론적 신성을 자칭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신적인 존재에 인간의 형상이나 특성을 투사하는 것을 신인 동형법이라고 한다. '신을 인간의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게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스 신들의 왕인 제 우스는 엄처 시하의 남편으로 그려졌는데,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왜야하면 그가 끊임 없이 여신들이나 속세의 여성들과 사랑 놀음을 벌였기 때문이다. 또 태양은 천체로만 여 겨지지 않고, 인간과 꼭 같이 인생 내력을 가진 신으로 인격화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 은 처음에는 헬리오스 신이었지만 나중에는 아폴론 신이 모는 마차였다. 앞으로 알게 되 겠지만, 많은 신화에서 '아버지' 하늘과 '어머니' 땅의 결혼이 모든 생명을 낳는다. 이 책에 들어 있는 신화들 가운데에도 신인 동형법의 요소를 분명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 이 있다. 인간은 자신들과 생김새도 비슷하고 행동도 비슷하며, 자만심, 질투, 증오, 열정 등 인간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닌 신들에게 기도했다. 유대교에서는 우상 만드는 것을 금지했는 데, 그 이유는 한결같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셈족이나 이집트인의 신들과 자신들의 신 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황금 송아지 이야기는 신을 동물의 형상으로 묘사한 '신 수 동형법'의 예일 가능성이 크다. 추정적 개념을 신으로 인격화 하는 것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이름 니케는 그리스어로도 '승리'를 뜻 한다. 에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화의 여신인데, 에리스는 그리스어에서 '불화'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스의 무지개 여신 이름인 이리스는 그리스어로뿐 아니라 스페인 현대 어로도 '무지개'이다. 이 단어는 또 영어에서 '붓꽃'과 눈의 '홍체'를 일컫는 아이리스, 그 리고 '무지개색의'를 뜻하는 이리데슨트의 어원이기도 하다. 프랑스어에서는 이리지에르라 는 동사가 '무지개 빛으로 빛나게 하다'를 뜻한다. 그리스어의 우라노스는 '아머지' 하늘과 하늘을 동시에 뜻한다. 우라노스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는 바루나인데, 바루나 역시 우라 노스와 마찬가질 하늘신과 하늘이라는 두 가지의 뜻을 다 가지고 있다. 신들의 이름은 우리가 그 말의 유래를 알고 보면 뜻이 훨씬 잘 통한다. 노르웨이 신화에 서 오딘으로 알려져 있는 신의 이름이 독일어로는 보탄인데, 보탄이라는 이름은 '분노하다' 라는 뜻을 가진 독일 현대어 동사 뷔텐을 연상시킨다. 그리스신 아폴론을 지칭하는데 하나 인 포이보스는 '빛나는 자'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태양신이라는 그의 역할과 관련된 이름인 것이다. 이러한 신들은 의인화된 신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영적인 힘으로 여겨진다. 그 리하여 사람들이 이들 신에게 예배를 드리고 탄언을 한다. 신에게 의인법 사용하는 것을 보 면, 우리는 그러한 의인법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큐피드와 프시케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겉보기에는 교훈이 담겨져 있는 매력적인 사랑 이 야기 같다. 그러나 신화에 등장하는 주역들의 이름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면, 이 신 화에 내포된 의미를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큐피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 의 신 에로스에 해당하는 로마식 이름이다. 그런데 에로스는 그리스어로 '성애'를 뜻한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정신'과 '나비' 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신화는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에서 정신은 나비 처럼 변태의 과정을 겪는다. 이 책에 수록된 신화들 가운데서도 우리는 이와 같은 언어 사용의 예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 놓지 않은 신화들을 종종 보아 왔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그러한 신화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1차원적 견해밖에 주지 못한다. 신화에서 무 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이다,. 말은 엄청난 힘을 갖는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 한 것도 말을 통해서였다. 탈무드의 창조 이야기에서 헤브루어의 철자들은 저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제일 먼저 발생하는 철자가 되려고 서로 경쟁한다. 페르시아 신화에서는 아후라 마즈다가 단 한마디 말을 내뱉어 아흐리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 오늘날까지도 유대인들은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대단히 신성시하여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 그 이름을 속되게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신성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신성한 것을 속된 것과 구별하기 위한 수단이다. 오늘날 까지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틴어 미사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통일성을 나타낸 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모든 미사 때 똑같은 말, 즉 세속의 언어와는 구별되는 성스런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들만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많은 동유럽 국가들의 그리스 정 교회에서는 현재는 폐어가 된 소위 '고교회 슬러브어'라는 언어를 사용한다. 현대의 유대인 들은 러시아어나 영어, 프랑스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지만, 아직도 기도만은 '신성한 언어 '인 헤브루어로 한다.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도들은 아라비어로 된 코란을 암송한 다. 아라비어가 신이 무하마드에게 말할 때 사용한 언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국과 인도네 시아의 이슬람교도들 가운데 코란을 암송할 때 이외에 아라비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독일 학자 에른스트 카시러에서 언어가 종교의 발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 의 맨 첫 단계인 원시상태에는 '존재하는 힘'이라는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염두에 두거나 섬겨야 할 대상이었다. 그 후의 단계인 다신주의 상태에서는 신들이 역할에 따라 의인화 되 거나 태양과 같은 객체가 인격화된다. 이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풍작을 보장받기 위해 분명 히 곡물의 여신을 잘 섬겼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카시러는 종교상의 문제들에 관한 상찰과 철학적 사색의 초기 단계를 지적하고, 모든 현상 뒤에는 단 하나의 신성만이 존재한다고 보 는 일신주의의 의미를 제시한다. 이러한 신성도 처음에는 그 이전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섬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성마저도 신과의 관계라는 것으로 변하고, 신은 우주의 악과 선을 판단하는 외적이고 추 상적인 힘이라고 보기 보다는 주관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존재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 들이 신과의 '합일'이나 신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모색한다. 여러 신보다는 하나의 신과 좀더 수월하게 내적인 교류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힌두교도들은 최고의 존재 브라흐만을 '대아'라고 말한다. 또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상령이 깃들어 있는 곳을 '마음'이라고 말한 다. 이 단계에서는 신이 개개인 안에 깃들어 있는 실체이다. 시간과 신화 1년이 왜 365일인지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이 의문에는 명쾌한 답이 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태양년이 365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우리의 달력이 달도 그 무엇도 아닌 태양을 기초로 삼고 있는 이유가 무엇 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고대 로마인들로부터 거의 그대로 물려 받은 것이다. 그런데 고대 로마인들은 이집트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천문학자들이라고 믿었다. 신화를 분석한 선구적 자작으로 꼽히는 '황금가지'의 저자 제임스 G.프레이저 경의 설명에 따르면, 365일력은 이집트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나중에 죽은 자들 의 신이 된다-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신 누트의 아내였던 것이다. 라는 자기 아내가 다른 신의 아이를 잉태한 것을 알고 몹시 기분이 나빴다. 라는 자신의 불쾌감을 표현하기 위해 그 사생아가 '아무 달도 아무 해도 아닌' 때에 태 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행실이 단정치 못한 누트에게는 또 다른 애인이 있었다. 지혜 의 신 토트가 바로 누트의 또다른 애인이었다. 누트는 토트에게 자신이 얼마나 난처한 입 장에 처했는가를 설명했다. 토트는 무슨 일에 대해서건 언제건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토트는 달에게 주사위 놀이를 하자고 했다. 당시에는 달이 시간의 조절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집트의 1년은 360일이었다. 각각 30일로 이루어진 달 12달이 모여 1년이 되었던 것 이다. 토트는 주사위 놀이에서 달에게 360일 각 날의 72분의 1을 땄다. 이 것을 모두 합하 면 꽉찬 5일이 된다. 이 다섯 날이 태음년의 마지막 달 끝과 첫 번째 달의 시작 사이에 들 어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다섯 날은 '아무 달도 아무 해에도' 속하지 않았다. 오시리스 는 질투심에 사로잡힌 누트의 남편 라의 예언대로 이 다섯 날 중에 태어나, 360일의 태음 년을 365일의 태양년으로 조정했다. 독일어, 켈트어, 인도어, 로망스어에서 각 요일을 표시하는 말의 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어 Monday Tuesday Wen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Sunday 네델란드어 Maandag Dinsdag Woensdag donersdang Vrijidag Zaterdag Zondag 독일어 Montag Dienstag Mittwoch Donnerstag Freitag Samstg sonntag 노르웨이어 Mandag Tirsdag Onsdag Torsdag Fredag Lordag Sondag 게일어 De Luain De Mairt De Ceadoin Deardoin De hAoine De Sathaim De domhnaig 프랑스어 lundi mardi mercredi jeudi vendredi samedi dimanche 이틸리어 lunedi martedi mercoledi giovedi venerdi sabato domenica 스페인어 lunes martes miercoles jueves viemes sabado domingo 루마니아어 luni marti miercuri joi vineri simbata duminica 힌두어 Ravivvar Somvaar mangalvaar Budhvaar Brihispativaar Shukravaar Shanivar 산스크리트어 Bhanuvaasarah Induvaasarah Bhaumavaasarah Saumyavaasarah Guruvaasarah Shukravaasarah Shanivaasarah 유래 월요일-달의 날 화요일- 게르만의 전쟁신 티르 혹은 티브에게 바쳐진 날. 로마의 전 쟁신 마르스에게 바쳐진 날. 수요일-게르만의 최고신 보탄 혹은오딘에게 바쳐진 날. 루마니 아어의 miercuri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메르쿠리우스에게 바쳐진 날. 목요일-번개를 내리는 신, 즉 게르만의 토르와 로마의 주피터 혹은 조베에게 바쳐진 날. 금요일-미의 여신, 즉 게르만의 프리가 혹은 프라이야에게 바쳐진 날. 토요일-올림프스 신들의 조상인 사투르 누스에게서 유래함. Sabado등등은 '안식'을 뜻하는 헤브루어 Shabbat, 영어 Sabbath에서 유 래한 말이다. 일요일-태양에게 바쳐진 날. 로망스어와 게일어에서는 일요일이 '주님'을 뜻하 는 라틴어 도미니우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일요일은 '주님의 날'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일주일의 모든 날이 신과 동일시 되는 천체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계보를 캐다 보면 고대 바빌로니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될지도 모 른다. 천체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바빌로니아 Samas Sin Nergal Nabu Marduk Ishtar Ninib 라틴어 Sol Luna Mars Mercurinus Jupiter Venis Satumus 독일어 고어 Sonne Mond Zivis Wotan Ddnnner, Thor Freia Satum 영어 고어 Sun Moon Tiw Wotan Thor Frigga Satum 여기서 우리는 흥미롭게도 일관된 유사성을 보게 된다. 이시타르와 베누스, 프리가는 모두 해당 문화권에서 모두 미의 여신으로 통한다. 마르둑과 토르, 주피터는 모두 번개의 신인 것 은 물론, 젊은 세대 신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흥미롭게도 마르둑과 주피터는 이전 세대의 신을 타도하고 최고의 신이 되었다. 요일과 마찬가지로 달의 명칭도 신화에 어원을 두고 있 다. 물론 각각의 달(month)은 달(moon)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서부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많은 달'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여러 개월'과 같은 말이다. month라는 영어 단어 가 moon에서 파생되었듯이. 유래 JANUARY(1월)-앞과 뒤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문을 지키는 로마의 신 야누스에 서 유래. FEBRUARY(2월)-'정화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페브루아레에서 유래. MARCH(3월)-로마의 전쟁신 마르스에서 유래. APRIL(4월)-'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프 리레에서 유래. 4월은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는 달이다. MAY(5월)-노인들에게 바쳐진 라틴의 달 마이오레스에서 유래. 이 달은 또 로마의 여신 플로라에게 바쳐진 달이기도 한 데, 플로라는 꽃을 뜻한다. 메이폴의 관습은 남근 상징까지 갖추고 있는 걸로 미루어볼 때, 풍요신 숭배의식의 연장인 게 분명하다. JUNE(6월)-출산의 여신이자 주피터의 아내인 주노에서 유래했거나 젊은 남자에게 바쳐진 달 주니오레스에서 유래. JULY(7월)-신격화된 로마의 장군 리우스 카이사르에서 유래. AUGUST(8월)-신격화된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 투스에서 유래. SEPTEMBER(9월)-세프템, 즉 '7'에서 유래. OCTOBER(10월)-옥토, 즉 '8'에서 유래. NOVEMSER(11월)-노벰, 즉 '9'에서 유래. DECEMBER(데셈), 즉 '10'에서 유래. 우리가 역사의 진로를 쫓으며 해를 계산하는 방식부터가 신화와 종교에 근거를 두고 있 다. 임의로 1993년이라는 해를 예로 들어보자. 이 해는 '우리주님이 오신지 1993년 되는 해 '로 읽힐 수도 있다. 서기라는 용어는 기독교의 날짜 계산 체계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비기 독교인들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날짜를 계산하는 데 이렇게 신화적인 근거가 작용하는 경 우는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전통력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의 후예이 자 최초의 통치자인 짐무의 신화적인 통치 개시로 시작된다. 로마인들은 쌍동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기원전 754년에 로마를 창건했다는 신화 를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황제들의 통치기관에 따라 날짜들을 세분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무하마드와 그의 제자들이 서기 622년에 메카에서 메디아로 이동했다는 헤지라를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한다. 이렇듯 신화는 우리가 시간을 계산하는 데 기준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성스러운 시간 영겁 회귀론의 실제 내용은 이렇다. 즉 현재가 영원이라는 것이다. 현재라는 순간은 그저 한번 지나가면 끝나버리는 허망한 지금이 아니라-방관자에게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만나는 시점이다.-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 시간의 이질성, 즉 시간이 '성스러운 시간'과 '속된'시간으로 나뉜다는 것은 단순히 세속 의 시간에 주기적인 '균열'이 생겨서 그 틈 사이로 설스러운 시간이 삽입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속의 시간 사이사이에 삽입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속의 시간 사이사이에 삽입된 성스러운 시 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성스러운 시간이 그 나 름대로의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제의는 그 전에 행해진 제의를 단순히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의 제의와 연결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 시기에 상관없이 그것을 지속시킨다.-마르케아 엘이아데(1907-1986) 성스러운 시간은 시계나 달력을 초월하는 별개의 현실을 위한 별개의 시간이다. 우리가 영원과 맺은 약속으로 인해, 시계나 현실을 초월하는 현실이 가능해진다. 신화를 읽거나 종 교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겨의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성스러운'시간과 '속된'시간으로 구별하게 된다. '속된'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의 시간이다. 한편, 성별된 포도주와 빵을 먹는 기독교 성찬식은 성스러운 시간의 좋은 예이다. 기독교인들이 성찬식을 거행하는 것은 예수 와 그의 제자들이 유대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축하하며 들었던 바로 그 성찬과 직접관계를 맺는 행위이다. 카톨릭과 루터교, 성공회 및 그리스 정교의 신자들은 어떤 성찬식에든 늘 예 구가 임재해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들의 개신교들은 성찬식을 예수의 성찬이라는 기념행사 의 연장으로 여긴다. 기독교계에서 매주 일요일에 행하는 성찬식은 항상 그 이전의 성찬 식과 연결되어 있다. 계속해서 예전의 성찬식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2천년 전 팔레스테 인에서 있었던 유월절 성찬식에 가 닿게 된다. 이러한 연관, 즉 시간 속에서 있으면서 시간 을 초월하는 듯한 느낌, 이것이 바로 성스러운 시간의 실례이다. 안식일을 뜻하는유대어 사바트는 성스러운 시간을 나타내는말들 가운데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예일 것이다. 사바트는 '시간 이전의 시간'을 연상시킨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 조 하는 일에서 손을 떼고 휴식을 취했던 때부터 제정된 것이 바로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인간들은 낙원 살았으며, 거기에는 죄도, 고된 노동도, 두려움도 없었다. 독실한 유대 교도들은 내세는 당연히 에덴 동산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단히 유명한 유대인인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옆의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에게 말했다. '오늘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남게 될 것이다.' 유대 민족이 메시아의 왕림을 보게 된다는 메시아 시대는 역사의 말미에 에덴 동산이 재창조 되는 때라고 한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 람들은 낙원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낙원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대해 왓 다. 지금 여기에서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 낙원이 바로 사바트이다. 사바트라는 성스러운 시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바트가 반드시 빈틈없는 의식을 통해 속된 시간과 철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근심과 걱정, 노동으로 얼룩진 속된 세상은 저만큼 뒤에 떼어 놓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사바트를 위한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두었 다. 안식일에 먹을 것을 장만하기 위해 일할 경우, 그 노동으로 인해 안식일이 '더렵혀질 것 '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은 또 사바트를 위해 특별한 옷을 입었다. 사바트는 '사 바트 여왕'으로 인격화되었고, '레카도니' 찬가에서는 아름다운 신부로 영접받았다. 사랑 하는 친구여, 신부를 맞으러 가세 사바트가 오는 것을 환영하세. 사람들은 신부를 맞이항 때 와 같이, 간절한 기다림 끝에 기쁨으로 사바트를 맞이한다. 안식일이라는 자체가 유대인들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안식일을 기념하는 행위가 유대인들을 유대인이 아닌 이웃 들과 구별해 준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이라는 성스러운 시간을 세속의 시간과 뚜렷하게 구분 한다. 그리하여 안식일이 시작될 때, 전통 양초를 켜두고, 안식일이 끝날 때까지 그 불을 끄 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 불빛이 지속되는 시간이 안식일인 것이다. 안식일이 끝날 때는 '합 달라'라는 의식이 행해진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이별'의식이다. 기도문이 암송되는 가운 데 향신료가 담긴 상자를 열어, 사람들에게 안식일의 마지막 달콤한 순간을 음미하게 하는 것이 합달라 의식이다. 합달라 상자를 담음과 동시에 세속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역사와 신화 역사는 객관적인, 경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는 신화이다. 신화는 허구가 아니 라, 하나의 실재이다. 하지만 신화는 경험적 사실이라고 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실재와는 다 른 질서를 갖는 실재이다. 신화는 과거의 사건에 대한 민족의 기억 속에 보존되어 있는 이 야기로, 외적이고 객관적인 세계의 한계를 초월하여 이상적인 세계를, 주관적이면서 동시에 객관적이기도 한 세계를 보여준다. 역사적인 신화들은 기억이라는 활동에 대단히 중요한 의 미를 갖는다. 신화에는 민족의 기억에 보존되어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인간의 정신 깊숙이에 뭍혀 있는 심층을 상기시키도록 돕는다. 계몽적 비판으로 인해 주체가 객체로부터 분리되는 결과가 생긴다. 이러한 주체와 객체의 분리는 역사적 인식에 많은 재료를 공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신화를 죽이고 시대의 심층 을 인간의 심층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한, 주체와 객체의 분리란 인간을 역사로부터 분리시키 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역사 비판주의에 의해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되어 왔던 역사적 전통이 상 기라는 위대하고 오묘한 행위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사적 전통이란 외부로 부터 인간에게 주어지는 낯선 현실이 아니라, 신비로 가득 찬 내적 삶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 안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이 그 전 통에 당당하게 참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니콜라이 베르자예프, 라시아 기독교 실존주 의 철학자, '역사의 의미' 나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가 신화를 대신해 왔으며 신화와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문자나 문서가 없는 사회에서 가능한 한 미래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단도리하는 것이 신화의 목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문자나 문서 가 없는 사회에서 가능한 한 미래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단도리 하는 것이 신화 의 목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에게 미래란 늘 현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서 신화와 역사를 갈라 놓고 있는 장벽은 아마도 우리가 역사를 신화 와 별개의 것이 아닌, 신화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연구한다면 허물어질 것이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프랑스 인류학자, '신화와 의미' 간단히 말해, 의식적의고 자발적으로 역사를 창조하는 '역사적'인간과...역사에 대해 소극 적인 태도를 취하는 전통 문명 안의 인간을 부득이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역사 를 주기적으로 폐지하든, 역사를 초월하는 모델과 원형들을 끊임없이 찾아냄으로써 역사의 가치를 악화시키든... 전통 문명 속의 인간은 역사적 사건 자체에 가치를 두지는 않는다. 바 꿔 말하자면, 전통 문명 속의 인간은 역사적 사건을 자기 존재 양식의 특수한 범주로 여 기지 않았던 것이다.-미르케아 엘리아데 원시시대 사람들에게는 신화가 곧 역사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신화와 역사를 서로 전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여긴다. 세속의 역사가 신화와 종교에서 직접 유래한 말들로 표현되는 데, 우리는 원시시대 사람들의 경우와 달리 대개 역사를 종교 생활까지 포괄하는 완전한 것 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의 날짜 계산법이 신화를 토대로 두고 있는 까닭은 서양 문화에서 역사와 신화가 구별되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 속에서 살고 있응 사람에게는 신화와 역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가 현 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유일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생동안 행하는 모든 일들은 전 통 문화에 비추어 보면, 신화속에서 이미 일어났던 일들을 단순히 재연하는 것에 지나지 않 는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을 개인들의 특이하고 독특한 활동이라고 사용하는데, 이런 의미의 역사는 얼마든지 폐지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시작의 시간이 다시 설정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모든 경험이 신화에서 가치를 얻었다. 신화가 개인 생활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졌 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전통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기가 어떤 시대에 속 해 있는지 모르는 수가 심심치 않게 있다. 전통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개인에게는 자신이 연대기상 어떤 시대에 속해 있나, 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전통문화가 요구하는 의식이나 제의들은 확실하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옛날', 인간으로 서 할 수 있는 온갖 형태의 경험과 행동에 청사진을 제공하는 신화의 시대, 바로 '그 시 간 속으로' 돌아가는 행위이다. 신화를 읽을 때 신화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두가지 다른 견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직선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 그것이다. 우리는 대개 역사를 직선적으로 파악한다. 역사가 어떤 일정한 시점에서 시작해서 현재 를 향해 직선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독교와 유대교,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시간이 역사의 종말을 향해 나아간다고 본다. 역사의 종말이 파멸을 뜻하든 낙원의 확립을 뜻하든지 간에 말이다. 이러한 역사관에서는 과거의 출발점이 있고 미래의 종착점이 있다. 그렇지만 순환적으로 역사를 보면, 역사는 똑같은 시대들을 줄지어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 다. 무한히 되풀이 되는 무한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힌두 신화들에서는 '칼리 시대'라 는 표현이 쓰이지 않고 '각각의 칼리 시대'라는 표현이 쓰인다. 세상이 여러 차례에 걸쳐 창조되고, 파괴되고 재창조 되어 욌다는 게 힌두식 세계관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서구의 ' 역사' 개념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오직 브라흐만 만이 영원한데, 브라흐만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면서 순환의 단계를 정한다. 말하자면 브라흐만은 순환의 각 단계 에 따라 브라흐마라는 창조주의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비누스라는 보호자의 형태나 시바라 는 파괴자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직선적인 역사나 연대기라는 것 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것들은 순환에서 분명하게 들어나는 영원의 원리 들 때문에 그 의미가 축소된다. 멕시코의 아즈텍 사람들 역시 순환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구원의 원리와 현재 의 세상에 필요한 적절한 행위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이전 세상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 들로서는 이전 시대에 대해 시시콜콜 알 필요가 없었다. 영원한 요소는 오로지 최고의 존재 인 온테오틀뿐, 아무리 신이라 해도 온테오틀 외에는 모두 죽고 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 던 것이다. 공민신화 국가의 운명은 그 나라 사람들이 숭배하는 신들의 운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한 나라가 좌절을 겪으면 그 나라 신들의 위신도 똑같은 정도로 실추되었고, 나라가 흥하면 신 들의 위신도 높아졌다. 국가의 종교와 도덕은 혼연 일체가 되었다. 종교와 도덕은 겉으로 들 어난 양상만 다룰 뿐 실체는 같았다. 도시를 명예롭게 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신들을 명예 롭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한 도시와 그 도시의 신들은 운명을 같이 했다. -에 밀 뒤르켐, 프랑스 사회학자, 철학자, 그리스 도시 국가의 공공 종교에 관하여 각각의 민족에게 응집력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공통의 민족성이나 공통 의 언어일 것이다. 그러나 민족이 분열된 나라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밖의 모든 나 라에서 신화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공통의 사회와 공통의 상징 위에서 민족 정체 성은 확립된다. 국가 건설과 국민의 정통성 확립에 토대가 되는 각 나라는 공민 신화는 국 민들로 하여금 공통의 상징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국민들을 결합시킨다. 미국 공민 신화는 국기, 자유의 여신상 같은 여러 가지 상징들로 이루어진다. 미국 공민 신화의 가장 훌룡한 상징들은 화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국민들은 화폐를 통해 워싱 턴과 제퍼슨, 링컨의 역사를 공유하는 것이다. 영국의 화폐와 우표에는 민족 화합의 상징인 여왕의 초상이 새겨져있다. 캐나다의 한 지폐에는 여왕의 초상이 들어 있고, 캐나다를 이루 는 두 민족의 언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로 '캐나다의 여왕'이라는 글이 인쇄되어 있다. 캐 나다의 문장에는 영국의 국기와 프랑스의 힌붓꼿이 모두 들어 있다. 구소련에서는 국민을 결집시켰던 건국 신화가 허물어졌다. 소비에트 극가의 상징인 레닌과 망치와 낫은 소비에 트 정부가 몰락하자 제일 먼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 대다수는 소비에트의 공민 신 화를 거부하고 그것을 대신할 다른 신화를 모색했다. 유대인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은 고대 로마에서 '무신론자' 로 학대당했다. 그러나 무신론자 라는 말이 갖는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할 때 그들은 무신론자가 아니다. 그들이 거부한 것은 신이 아니라 황제를 신으로 섬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황제를 신으로 섬기는 것은 로마 공 민 신화의 필요 조건이었으며 로마 시민임을 확인시켜 주는 요소이다. 로마에서는 종교와 국가가 전적으로 혼연일체였다. 성서는 산화가 붕괴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를 적나라 하게 보여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공민 신화의 결속력을 훌룡하게 영시하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왕과 토라를 도덕과 국가의 종교의 권위 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대인이라면 유대민족의 성스러운 역사와 한 몸이 되어 야 했고, 하나님과의 약속에 의해 그들이 한 민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구 약성서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킬 때는 번성을 누렸으나, 국민들이 하나 님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이웃 민족들의 신을 섬길 때는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유대인들이 유랑민 신세가 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살아 움직이는 신화의 힘이다. 도덕과 신화 여러 세기 동안 도덕과 종교는 밀접하게 연관을 맺어 왔고 완벽하게 혼연일체를 이루어 왔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마음속으로는 도덕과 종교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도리 없이 인정한다. 도덕이 종교와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특성들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릴 수 있 었던 적은 아직 없었고, 그 점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덕과 종교라는 두 현실 체 계가 그다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면, 도덕과 종교 사이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긴밀 한 관계가 있어 왔다면, 이 두 체제가 분리되고 구별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교와 도덕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지 않는 한 이 두 체계가 별개의 것으로 구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종교안에는 도덕이, 도덕 안에는 종교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에밀 뒤르켐 오랜 금기가 풀리면 그들은 즉각 분열되고 붕괴되며, 타락과 질병의 온상이 된다... 오늘날 (1961년)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화에 의해 확립된 오랜 금기들이 현대 과학으로 인해 흔들리게 되자, 문명화된 세계 모든 곳에서 타락과 범죄, 정신적 혼란, 자살, 약물 중독, 가정 파탄, 청소년 문제, 폭력, 살인, 절망 따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 은 내가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탓에 전도자들이 회개를 부르 짖고, 옛날종교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이다. -조셉 캠벨, '신화, 삶의 지침' 신화는 예로부터 시회의 도덕성에 기본적인 원칙을 제공해 왔다. 종교로 체계화된 신화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여러 윤리 체계가 신화에 근거를 두고 잇을 경우 사람들은 윤리 체계 의 합법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한 도덕의 타당성에 의문 을 품는다는 것은 곧 신화의 타당성과 사회 자체의 합법성에 의문을 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예로 돌아가 보자. 이스라엘은 토라에 의해 확립된 나라인데, 토라가 십계명으로 도덕의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어 놓았다. 이 경우, 공민 사회와 도덕의 절 대적인 기준은 분리될 수 없다. 전근대적 문화에서 어떤 금기를 위반하는 데 따르는 대가는 죽음이 아니었다. 그 대가는 전통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죽음보다 훨씬 극단적인 것으로 할 수 있는 집단으로부터의 추방이었다. 공중 도덕이나 개인 윤리를 거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폭력이나 범죄, 약물 중독 따 위를 통해 우리 문화 속에서 삶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신화에 대한 우리의 존중심이 현 격히 줄어들었음을 나타낸다. 사회 전반에 걸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덕 체계를 확립하 고 유지하는 것이 신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여러 문화권의 신화를 읽다 보면 우리는 그 신하들 속에 도덕적 교훈이 많아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페르시아 창조 신화나 치페 와 창조신롸 같은 '이원론적 신화'들은 특히 흥미롭다. 이러한 신화들에는 두 개의 신성, 즉 선과 악이 등장하는데, 늘 선이 승리를 거둔다. 이런 이야기들이 그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교훈이자 개인의 행위를 집단의 행위와 일치시키는 수단이었다. 성스러움의 의미 다음은 빅터 골랜츠가 '어둠에서 빛으로'에서 인용한, 루돌프 오토의 저서 '성스러움의 개념'에 나오는 구절이다. 막스 아이트는 자신의 소설 '소명의 비극'에서 엔노브흐트 포구 위의 거대한 교량 건축 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데는 지극히 철저하고 심오한 정신 노동과 빈틈없고 헌신적인 노고가 들어갔다. 실로 그것은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인간이 성취한 기적이었다. 끊없는 난관과 엄청난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마침내 완성되어, 물과 파도 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다. 그러다가 거센 회오리 바람이 밀어닥치고, 건물들과 건축자는 바다 속 깊숙이 휩쓰려 들어간다. 철저한 무의성이 가장 의미있는 것을 누르고 승리하는 듯 이 봉인다. 맹목적인 '운명 앞에서 덕행이나 공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 속 화자는 자신이 그 참사의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 기 한다. '우리가 교량의 끝에 이르렀을 때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하늘은 저 높이에서 청 록색으로빛났다. 소름끼치도록 맑은 하늘이었다. 우리 뒤에는 엔노부흐트가 거대한 무덤과도 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삶과 죽음을 지배하는 신이 물 위를 묵묵히, 그러나 위엄 있게 배회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제 손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분명하게 그의 존재를 느꼈다. 노인과 나는 입을 벌리고 있는 무덤 앞에,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째서 그들 은 무릎을 꿇었는가? 왜 그들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거센 회호리 바람이나 맹목적인 자연의 힘 앞에 무릎을 꿇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혀 이해되지 않는 신비, 드러난 듯하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신비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우리의 영혼은 신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을 느낌으로써 위안을 받는다. 바로 여기에 신비의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2. 인물조명 그리스와 로마의 판테온 그리스 신화에는 수많은 남신과 여신들이 등장하지만, 주연급에 해당하는 신은 그리스의 올림포스산 꼭대기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신은 올림포스의 열두 신과 속세의 두 신이다. 이 신들의 라틴어 이름(로마식 이름)은 괄호 속에 넣었다. 올림포스의 열두 신 제우스(주피터, 조베) 제우스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밝은 하늘'을 뜻한다. 제우스는 번개를 내리는 신들 의 왕으로, 고대의 거인족 티탄들을 제압하여 만천하에 자신의 권위를 확립했다. 그의 이름 은 '신'을 뜻하는 라틴어의 데우스, 고대 인도의 천신 이름인 산스크리트어(인도어)의 디야 수와 유사하다. 제우스는 두 형과 함께 각자가 지배할 영역을 놓고 제비뽑기를 한다. 그의 형 포세이돈은 바다의 주인이 되고 또 다른 형 하이데스는 지하 세계의 통치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하늘과 땅의 지배자이다. 헤라(주노) 제우스의 아내이자 쌍둥이 남매지간인 헤라는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자주 분노에 휩싸이 지만 절대로 남편 곁을 떠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헤라는 남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때 로는 남편을 꾸짖기까지 한다. 헤라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보호자'를 뜻하는데, 그래서인 지 헤라는 혼례날의 신부들과 아기를 분만하는 어머니들, 그리고 유모들의 보호자로 숭배 된다. 헤라는 성스러운 샘물에 목욕을 함으로써 주기적으로 처녀성을 되찾을 수 있다. 유부 녀들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를 경우, 남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헤라에게 호소 한다. 아프디테(베누스) 이 이름은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프로디테가 바다의 물거품 속에서 알몸으로, 그것도 완전히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조가비를 타고 떠올랐다고 전해지기 때문 이다. 아프로디테는 미와 성욕의 여신이다 .아프로디테는 생식을 주관하는 여신 이시타르, 아시타토르, 아스타르테와 비슷하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큐피트)는 사랑의 신인데, 그 가 쏘는 화살을 맞는 인간들은 어쩔 도리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제우스는 아프로디테를 대장간의 절름발의 신 헤파이토스와 결혼시켰으나,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 와 불륜의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는다. 아프로디테의 라틴어 이름인 베누스는 성병이라는 말의 어원이다. 헤르메스(메르크리우스) 이 이름은 '기둥' 또는 '남근'을 뜻한다. 마이아라는 요정이 낳은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 스는 상업과 교역의 신이자 나그네, 도둑들의 수호신이며 신들의 사자이다. 그는 또 능수능 란한 협잡꾼이기도 한데, 날개 달린 발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폴론(아폴로) 이 이름은 '미남 청년' 혹은 '파괴자'를 뜻한다. 레토가 낳은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은 태 양 마차를 몰고 하늘을 날아 다니는 태양의 신이다. 아폴론은 운동경기와 예술의 수호신 이다. 그는 델포이의 신탁을 통해 예언을 한다. 아르테미스는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아폴론은 그 이전의 그리스 태양신이었던 헬리오스(솔)의 자리를 빼앗았다. 포이보스는 아 폴론의 이름 가운데 하나인데, '빛나는 자'라는 뜻을 지고 있다. 아르테미스(디아나)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달의 여신이자 어린아이와 사냥꾼들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 는 영원한 처녀이다. 아르테미스를 일컫는 이름 가운데 포이에는 포이보스의 여성형이다. 에 페소스 사람들은 아르테미스를 신성시하는데, 성 바울이 에페소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 러 갔던 일을 기록한 성서의 사도행전을 보면 아르테미스가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아레스(마르스) 이 이름은 '잔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레스는 항상 술에 절어 있고 부정직하며 성미 가 사납고 피에 목말라 하는 전쟁의 신으로, 올림포스의 다른 신들에게 전혀 인기를 얻지 못한다. '불화'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에리스가 그의 누나이다.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헤스티아(베스타) 헤스티아라는 이름은 '가정'을 뜻한다. 헤스티아는 가정의 수호신이다. 아레스가 포악하 다면 헤스티아는 관대하고 친절하다. 헤스티아는 결코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며, 단란한 가정 을 이루는 기술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포세이돈(넵투누스) 로버트 그레이버스는 포세이돈의 이름이 '마실 것을 주는 사람' 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포티탄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한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 하이데스, 제우스와 형제 사 이이다. 하이데스(플루톤) 하이데스는 '눈이 멀다' 라는 뜻이다. 하이데스는 제우스의 형으로, 죽은 자들의 안식처 인 지하 세계의 주인이다. 그의 라틴어 이름인 플루톤은 그리스어로 '부유하다'는 뜻이다. 지하에 묻혀 있는 풍부한 광물이 모두 그의 것임을 반영한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재물의 신이기도 하다. 페르세포네(프로세르피나)가 그의 아내이다. 아테나(미네르바) 그레이브스의 주장에 따르면, 아테나라는 이름은 '하늘의 여왕'을 뜻하는 수메르어 아나타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아테나의 다른 이름인 팔라스는 그리스어로 '미혼 여성' 이라는 뜻이다. 아테나는 좀 이상하게 태어났다고 한다. 제우스가 심한 두통을 앓던 중 그의 머리에 서 아테나가 완전히 성장한 모습으로,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테네시의 수호신인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며 플롯, 트럼펫, 쟁기, 고무래, 소멍에, 말굴레, 마차, 배를 발명한 장본인이다. 아테나는 요리와 뜨개질, 물레질은 물론 숫자와 수학도 만들어냈다. 아테나는 또한 정의의 신이기도 하다. 올림포스의 신들 중에서 아레스와 싸워 이긴 신은 아테나뿐이 라고 한다. 아테나는 영원한 처녀인데, 오늘날까지도 '지혜로운 동물' 로 여겨지고 있는 올 빼미가 그녀의 상징이다.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 이 이름은 아마 '낮을 밝히는 사람'을 뜻하는 헤메로 파이스토스라는 말의 축약형일 것 이다. 헤파이토스는 대장간의 신으로 제우스의 아들이자 아프로디테의 남편이다. 흉한 모습 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헤파이토스는 대장간의 신으로 대장일을 창안해 냈으며 대장장이 들의 수호신이다. 화산이라는 그리스어는 헤이스토스의 로마식 이름 불카누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늘날에는 고무를 열처리하여 내구력 있고 견고하며 강하게 만드는 공정을 '벌키 니제이션'이라고 한다. 속세의 두신 데메테르(케레스) 이 이름은 '보리 어머니' 라는 뜻이다. 데메테르는 농업의 여신이다. 곡물이라는 말은 그 녀의 라틴이름인 케레스에서 유래한다. 현대 스페인에서 '맥주'를 뜻하는 세르베자도 마찬가 지이다. 씨앗을 자라게 하는 신도 바로 데메테르이다. 디오니소스(바쿠스) 그의 이름은 '불완전한 신'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 포도열매, 포도주의 신이자 연극의 신이다. 엘레우시스에 있는 그의 사원은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였다. 오늘날에도 왁자지껄한 술잔치를 '바카날리아' 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 대 로마 사람들이 디오니시스를 기리기 위해 열었던 축제(바쿠스제)를 상기시킨다. 남자 이 름으로 흔히 쓰이는 데니스의 어원도 디오니소스이다. 주요 신들의 명단에 데메테르와 디오 니시스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그리스인들의 생활방식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다. 신화에 보면 어떤 사람이 '희석되지 않은' 포도주를 마셔 취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 스인이나 로마인들은 가정에서 포도주를 마실 때 알콜 함량을 낮추기 위해 흔히 포도주를 물로 희석시켰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오늘날에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현대의 판테온? '...서양이 명목상으로는 기독교권이지만, 실제로 우리를 지배해 온 것은 부의 신 플루 톤, 과학의 신 아폴론, 도적들의 신 메르쿠리우스로 구성된 전혀 신성하지 않은 삼인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 세 신이 공공연하게 불화와 반목을 일삼는다는 점이다. 메르쿠리우 스와 플루톤이 서로를 헐뜯는가 하면, 아폴론은 원자폭탄이 무슨 벼락이라도 되는 양 원자 폭탄을 가지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폴론은 자신의 18세기 철학자들이 이성의 시대를 예고 한 이후 줄곧 삼인방의 대표자로 제우스의 빈 권좌(제우스가 잠시 몸이 불편해 비웠을 뿐인 권자를)를 차지하고 있다.'-로버트 그레이브스, '하얀 여신' 노르웨이의 판테온 오딘 오딘은 신의 통치자로 외눈박이이다. 지혜를 얻기 위해 한쪽 눈을 주고 미미르의 샘물을 마신 뒤로 외눈박이가 되었다. 갈가마귀 두 마리가 세상을 두루 날아다니며 오딘에게 갖가 지 정보를 모아다 준다. 오딘은 현명하고 대개는 공정한 신으로 그려진다. 프라이 농업, 교역, 평화를 주관하는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의 신. 현대 독일어에서 '자유로운' 이라 는 뜻을 가진 프라이와 '자유'를 뜻하는 프라이하이트-그리고 이 말에 해당하는 영어의 프 리와 프리덤-는 이 신의 이름과 연관되어 있다. 프라이아, 프레야 프라이의 누이로 미와 사랑의 여신. 프리가 프라이야 혹은 프레야의 독일형 및 영어 고어형. 노르웨이의 프리가는 오딘의 아내로, 프 라이와는 별개의 신이다. 티르, 티브 전쟁의 신. 게르만족과 앵글로색슨족 사이에서 더 인기가 있다. 이 신이 스칸디나비아 신 화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키 협잡꾼이며 기만의 원천. 신들에게 해를 끼친다. 헬 오딘의 누이로 죽은 자들이 거주하는 지하세계를 감독한다. 지옥을 뜻하는 독일어의 횔레 와 영어의 헬은 이 신의 이름을 어원으로 산고 있다. 인도의 신들을 가장 절대적이고 영원한 신은 신성한 자아라고 일컬어지는 브라흐만이다. 하지만 힌두교 는 유일신 종교의 형태를 취하며, 대부분의 힌두교도들이 궁극적으로 브라흐만을 신으로 여 기거나 신과 신들 뒤에서 작용하는 '위대한 힘'으로 여긴다. 그런데 브라흐만이 여러 개의 화신을 통해 나타나고, 대중들이 이런 화신들을 섬긴다는 점에서 보면 힌두교는 다신 종교 이다. 힌두의 삼신일체상은 창조의 신 바라흐마와 보호의 신 비누스, 파괴의 신 시바로 이루 어져 있다. 그러나 이 세신은 모두 영원하고 절대적인 신 브라흐만의 화신일 뿐이다. 또 이 세신은 모두 각기 여성 배우자, 즉 삭티를 가지고 있는 남성신이다. 시바의 아내는 마하데비인데, 마하데비는 자간-마타로 불리기도 한다. 인도의 어떤 종파는 이 위대한 여 신을 최고의 존재로 숭배한다. 한편, 브라흐마의 아내는 사라스바티이고, 비누스의 아내는 락쉬미이다. 이 아내들은 모두 이들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소규모 종파를 가지고 있다. '라마야나' 와 '마하바라타'는 인도의 2대 서사시로 꼽히는데, '마하바라타'는 피터 브룩 이 현대극으로 만들어 유명해졌다. 이 두 서사시에서 비스누는 '라마야나'의 라마와 '마하 바라타'의 크리스나처럼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 외에도 힌 두교에는 다음과 같은 신들이 있다. 브리하스타피 : 목성, 신들의 승려. 인드라 : 천신. 바루나 : 이 산스크리트어 이름은 그리 스어의 우라노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바루나느 초기 힌두 판테온의 우두머리인데, '아버지 의 하늘' 이라고도 불리운다. 쿠베라 : 재물의 신. 루드라 : 폭풍의신. 세상을 파괴하는 시 바의 화신이기도 하다. 푸산 : 양떼들의 인도자. 시바와 파르바티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들. 가네샤 : 코끼리 머리룰 가진 지혜의 신으로 인기가 높음. 스칸다 : 전쟁의 신. 카마데바 : 사랑의 신. 라티가 그의 아내. 카마데바라는 말 자체가 '사랑 신'이라는 뜻이며, 고대 인도 의 성 지침서인 '카마수트라'는 '사랑의 구절' 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신들의 수는 얼마나 되나? F. 막스 밀러가 영어로 옮긴 '브리하다라냐카 우파니샤드'에 보면 다음과 대목이 나온다. 그때 비다그드하 사클라야가 그에게 물었다. '오 야이나발크야여, 신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 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비스베데바스에게 바쳐진 찬가에 언급되어 있는 수만큼이 지... 그러니까 300의 세곱, 3,000의 세곱이다.' '예, 그런데 오 야이나발트야여, 정말로 신들 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사클라야가 또 물었다. '여섯이다.' 그가 말했다. '예, 그런데 오 야이나발크야여, 정말로 신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사클라야가 또 물었다. '들이다.' 그 가 말했다.'예, 그런데 오 야이나발크나여, 정말로 신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사클라야가 또 물어다. '하나다.' 그가 말했다. 이집트의 판테온 이집트의 아홉 신 이집트의 주요 신은 아홉 명이다. 라는 신들의 지배자이자 태양신으로, 물의 심연에서 나 와 세상을 창조했다. 공기의 신 슈와 습기의 여신 테프누트가 라의 자녀이다. 슈와 테프느트 는 대지의 신 게브와 그의 아내인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고, 게브와 누트는 오시리스와 이 시스를 낳았다. 오시리스와 이시스도 부부이다. 역시 게브와 누트의 자녀인 세트와 네프티스 도 부부이다. 오시리스 이야기는 나중에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오시리시는 죽은 자들의 신이다. 이시스는 지혜와 미의 여신이다. 세트는 사막의 사악한 신이고 네프티스는 황혼의 여신이다.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호루스의 부모이자 파라오들의 수호신이다. 이집트에는 이 아홉의 신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신들이 있다. 바스트 : 고양이 여신으로, 사랑과 '여성적인' 것들의 수호신. 하토르 : 복수의 여신. '라'의 눈. 마트 : 정의의 여신. 에 르누테느 : 아기를 출산하는 여자들의 수호신. 하와이의 판테온 하와이족, 타히티족, 마오리족을 바롯한 폴리네시아인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아 오' 와 '포'로 나눈다. 아오 신은 쿠인데, 쿠는 '곧추선다'는 뜻으로 태양과 남근을 의미한 다. 포 여신은 히나이다. 이 이름은 '아래로 기운다' 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지는 해를 암 시한다. 따라서 쿠에게 기도 하는 사람들은 서쪽을 바라본다고 한다. 쿠는 농업의 신인데, 풍어를 가원하는 어부들도 쿠에게 복을 빈다. 히나는 지하 세계의 여왕이자 여성들의 수호 신이다. 쿠와 히나는 다른 신들을 낳은 최초의 부모이다. 펠레는 화산의 여신이다. 카날로 아는 오징어 형상을 한 바다의 신이다. 나그네들이나 병자들은 카날로아에게 축복을 빈다. 마우이는 카날로아의 아들로, 협잡꾼이다. 로노는 농업을 주관하는 신이다. 아즈텍의 판테온 온테오틀 ; 모든 신들 위레 군림하는 최고의 신. 틀락록 : 비의 신. 산꼭대기에 사는 비의 정령들 틀랄로크들의 지도자. 에카틀 : 바람의 신. 지페 토텍 : 샘물의 신. 조치필리 : 꽃의 신. 틀라츠오테오틀 : 성욕의 여신. 묘하게도 사람들은 이 여신에게 죄를 고백한다. 후이치포 크틀리 : 태양신. 전쟁중인 아즈텍 사람들의 수호신 역할도 한다. 아즈텍의 하위 신들 신들의 어머니인 테테오이난, '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 코아틀리큐, '뱀여자' 시후아코 아틀, '혹요석 나비' 이츠파팔로틀 등은 모두 생식과 출산의 여신이다. 후에후에테오틀 : 불의 신. 센테오틀 : 옥수수의 신. 오메토치틀리 : 취기의 신. '비취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 '찰치우틸리큐는 신선한 물의 여신이고, 이 여신의 동생인 후이스톡치후아틀은 소금물과 바 다의 여신이다. 3. 태초-창조 신화 인도의 창조 신화 무유 찬가 NOTE 이것은 고대 힌두교의 경전 「리그베다」에 수록되어 있는 고전적인 나사디야, 즉 '무유 찬가'이다. 「힌두교 연구를 위한 원전 자료」에서 옮겨 싣는다. 그때까지는 무도 없고 유도 없었으며, 공계도 없고 그 위의 천계도 없었도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디에서? 누구의 비호 아래? 물은 있었던가? 믿을 모르게 깊은 물이? 그때까 지는 죽음도 없고 영원한 생명도 없었으며, 밤의 표정도 낮의 표정도 없었도다. 유일자만이 완전한 정적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숨쉬었을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도다. 태초에는 어둠이 어둠을 감추었으니. 이 모든 것이 아무런 표정도 없는 물이었도다. 공허로 싸여 있던 생명체, 그 유일자가 열의 힘을 통해 태어났도다. 태초에 유일자에게 욕구가 일어났으니, 그 것이 최초로 생긴 사색의 씨였도다. 지혜로 마음을 탐구하는 현인들은 유의 인연이 무 속에 있음을 깨달았도다. 그들의 줄은 어둠을 가로질러 빛으로 펼쳐졌으니 밑에 있는 것은 무엇 인가? 또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씨앗을 뿌리는 자가 있었도다. 풍요의 힘이 있었도다. 밑에는 잠재력이, 위에는 충동이. 실로 누가 아는가? 여기서 누가 그것을 선언하겠는가? 이 창조의 연유를, 창조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우주가 창조되고 나서 신들이 태어났으니 세상이 어디로부터 생겼는지 그 누가 알 것인가? 어디로부터 창조가 일어났는지, 세상이 저절로 생 겨났는지 그렇지 않은지, 최고의 천상에서 굽어보는 그이, 그이만이 아노라, 어쩌면 모를지 도…… 브라흐마의 생각 NOTE 이 이야기의 출전은 힌두교의 초기 경전 가운데 하나인 브라하만다 푸라나이다. 이 신화에서 창조주인 브라하마는 어둠(타마스), 기(라자스), 선(사트바)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몸으로 추정된다. 브라흐마는 세상을 창조하고 아주 여러 차 례에 걸쳐 세상을 재창조했다. 현재의 세상 이전에 얼마나 많은 세상이 있었는지, 또 이후로 얼마나 많은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 시대(유가)가 모여 하나의 겁(칼파) 을 이룬다. 각 칼파가 끝날 때는 창조물이 파괴되어, 과도 상태인 물의 심연으로 돌아간다. 브라흐마가 명상에 잠겨 있는 동안 그의 생각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났다. 브라흐마는 어둠 으로 이루어진 몸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직장에서 바람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악령 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브라흐마는 이 어둠의 몸을 버렸고, 이 버림받은 몸은 밤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브라흐마는 새로운 몸을 취했다. 이 새로운 몸은 거의가 선과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입에서 빛을 발하는 신들(데바)이 나왔다. 그가 이 몸을 벗어 버리자 이 몸은 낮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낮시간에 사원을 찾아가 신들에게 예배드린다. 브라흐마는 온통 사트바로만 이루어진 세번째 몸을 취했다. 브라흐마는 우연히 제멋대로 아 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선조 영령들'이 태어났다. 이 영k령들은 낮과 밤이 만나는 동틀녘과 해질녘에 나타난다. 그 다음 브라흐마는 세번째 몸을 벗어 던지고 네번째 몸을 취했다. 네번째 몸은 그의 마 음에서 발산되는 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마음에서 발산되는 생각들과 함께 사유하는 피조물, 인간이 창조되었다. 그때 브라흐마는 이 몸을 버렸고, 이 몸은 달이 되었다. 오늘날 에도 사람들은 달빛 아래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 나누기를 좋아한다. 브라흐마는 기와 어 둠으로 이루어진 다섯번째 몸을 취하고는 몹시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상한 생각 이 그로 하여금 혼돈의 바다를 꿀꺽 삼키고 싶어하는 끔찍한 피조물들을 토해내게 했다. 끔 찍한 피조물이란 다름아닌 귀신들이었다. 브라흐마는 이 마지막 피조물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 나 있는 머리칼 이 모두 빠져 버렸다. 그의 머리칼들은 모두 뱀이나 다른 파충류들처럼 배로 기어다니는 생 물이 되었다. 이 파충류들은 늪이나 덤불 더미 속, 바위 밑 등 어두침침한 곳에 몸을 숨김으 로써 자신들의 유래를 떠올린다. 브라흐마는 귀신들을 만들어 낸 것 때문에 여전히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음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무서운 간다르바, 즉 시체를 먹는 악귀들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브라흐마가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유쾌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이렇게 행복한 상태에서 새들이 창조되었다. 이번 에는 새들뿐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이 브라흐마의 몸에서 튀어나왔다. 포유 동물, 식물, 그리 고 또다른 형태의 생명체들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오늘날 가지고 있는 성질은 그것들이 태어날때 브라흐마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은 현재의 세상이 지속되는 동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브라흐마는 외로워 NOTE 아주 오래된 이 신화는 「브리하다라냐카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브 리하다라냐카 우파니샤드」는 기원전 1500년 경부터 전래되어 왔다고 한다. 여기에 옮긴 이 야기는 F. 막스 뮐러의 영역본을 토대로 한 것이다. 태초에 세상에는 대아인 브라흐만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브라흐만 외에는 존재하는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이 신 저 신 을 섬긴다고 해도 실제로 그들이 섬기는 신은 브라흐만뿐이다. 모든 것 뒤에 브라흐만이 있 는 까닭이다. 브라흐만이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브라흐만은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직 세상에는 브라흐만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 지 않았다. 오로지 브라흐만 혼자뿐이었다. 그런데 두려움을 느끼려면 두려워할 무엇인가가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브라흐만이 두려워한 것은 그 어떤 대상이 아니라 바로 외로움이었다. 오늘날에도 외로운 사람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있든 없든, 두려움을 유일한 동반자로 사믄 경우가 종종 있다. 브라흐만은 창조주인 브라흐마의 형태를 취했다. 브라흐마에게는 아무런 낙도 없었다. 외 로운 사람들이란 즐거움을 모르는 법이다. 브라흐마는 누가 됐든 함께 있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그가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몸을 두 쪽으로 갈라 놓았다. 조개 껍질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과 흡사하게. 이 두 부분 중 하나는 남성이고 하 나는 여성이었다. 이 둘은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여겼다. 요즘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는 부부는 하나의 존재를 이루는 두 부분으로 여겨진다. 브라흐마는 이 최초의 인간들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 었다. 그래서 브라흐마는 자기 입으로부터 불을 만들어 냈다. 그는 불을 만들 때 자기 입 안에서 털을 뽑아 냈다. 오늘날에도 수염은 뺨에 자라지, 입 안에서 자라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바라보고 자기네가 같은 것의 반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결합하여 사랑을 나누었다. 이렇게 해서 인류가 잉태되었다. 그러나 여성은 생각했다. '우리가 같은 것의 반쪽이라면 그가 어떻게 나한테 사랑을 줄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여성은 암소로 변해 남성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남성도 숫소로 변 했고, 이들은 소를 잉태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성이 암말이 되어 남성을 피하려 했다. 그 러자 남성도 숫말이 되었고, 이들은 말을 잉태했다. 아주 작은 생물에 이르기까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왜 여성은 남성을 피하려고 했을까? 여자들이 남자를 피하려고 하는 건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여자들은 종종 수줍어하며 일부러 남성의 접근에 관심이 없는 척 한다. 남자 가 여자를 얻기 위해 변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요즘도 더러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상의 생 물들은 브라흐마가 일일이 그것들의 암컷인 동시에 수컷으로 행동함으로써 생겨나 번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무든 살아 있는 것들 속에는 브라흐마가 있다. 그것들이 브라흐마에게서 나 왔기 때문이다. 이란의 창조 신화 NOTE 이슬람교가 생기기 전에 이란의 종교는 예언자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신앙, 조로아스터교였다. 세계에는 10만 명 가량의 조로아스터교도가 있는데, 주로 이란과 인도, 그리고 영국의 파시 공동체에 분포해 있다. 이란에서는 조로아스터 교도들이 무참하게 박해를 당해 왔다. 조로아스터교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원성이다. 선한 신 오르마 즈드와 악한 신 아흐리만은 늘 대결 상태에 있다. 결국은 선이 승리를 거두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창조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치열한 싸움을 거쳐야 한다. 오르마즈드는 지혜의 신으로, 모든 선한 것의 근원이다. 아흐리만은 오르마즈드의 반대 세 력이자 모든 피조물의 적이며, 온갖 질병과 죄와 죽음의 근원이다. 오르즈마드는 전지전능하 기 때문에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이미 아흐리만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흐리 만은 지혜의 신을 알지 못했다. 사악한 존재들은 기본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이다. 오르마즈드 는 아흐리만과 자기를 갈라 놓고 있는 우주의 광대한 심연에 자신의 순수한 빛을 던짐으로 써 창조를 시작했다. 아흐리만은 얼마나 놀랐는지, 이 빛이 눈에 띄기가 무섭게 창조에 대해 전쟁을 선포할 정도였다. 오르마즈드는 아흐리만에게 충돌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흐리만이 창조를 축복해 주고 내버려 두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대개의 사악한 신들이 그렇듯, 아흐리만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아흐리만은 지 혜의 신이 힘이 약하기 때문에 협상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흐리만 은 창조를 상대로 한 전쟁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르마즈드가 성스러운 시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 시가 낭송되는 것을 듣고 아흐리만은 너무 놀라 그만 지옥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아흐리만은 지옥에서 3,000년을 머물렀고, 이로 인해 오르마즈드는 한동안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창조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오르마즈드는 먼저 자신의 영원한 부하들인 불사신 아메샤 스펜타들을 창조했다. 이들 불사신들은 세상에서 작용하는 선의 원리들이 인격화된 존재이다. 보후 마나(선한 마 음), 이샤(진실), 스라오샤(순종), 아르마이티(헌신), 그리고 쌍동이인 하우르베타트(청렴)와 아메리타트(불멸)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통틀어 '신의 자녀'라고 부른다. 그 다음으로 지혜의 신은 아름다운 숭배자들인 천사 야자타들을 창조했다. 이들은 사자로, 또 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사로 오르마즈드에게 봉사한다. 인류가 위기와 난관에 처할 때 야자타들을 부르면, 그들은 기꺼이 달려와 인류를 돕는다. (아흐리만은 지옥에서 풀려 난 뒤 야자타들에게 대항할 사악한 천사들을 창조했으나, 그들은 야자타들에 비해 열등한 존재 이다. 이 악령들은 오로지 인간을 처참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오르마즈드는 몸이 없는 영이다. 하지만 오르마즈드는 남성적 측면과 여성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육신을 창 조한 것은 아버지로서의 오르마즈드이며, 우리의 영혼을 창조한 것은 어머니로서의 오르마 즈드인 것이다. 오르마즈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는 빛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들이 살아 가는 데는 빛이 필요하다. 오르마즈드는 제일 마지막으로 가요마츠트라는 최초의 남자 와 그의 소를 창조했다. 가요마르트와 그의 소가 지혜의 신 손에서 막 나왔을 때 가요마르 트는 해처럼, 소는 달처럼 빛났다. 가요마르트와 그의 소는 30년 동안 평화롭게 살았다. 그 런데 30년이 끝나 갈 무렵 아흐리만이 지옥에서 풀려 났다. 아흐리만은 지옥에서 나오자 곧 바로 악령과 파리, 병균, 질병, 해충 등 불결하고 해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아흐 리만은 때로는 '파리들의 왕'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그 까닭은 파리들이 오물이나 거름, 부패한 것들 주위에서 윙윙거리기 때문이다. 아흐리만의 사악한 부하들 가운데 조히라는 여성 악령이 있었다. 조히는 자기가 가요마르 트와 그의 소를 병들어 죽게 만들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조히는 여성과 관련된 모든 악의 화신이다. 조히는 매춘과 허영, 험담, 잔소리 등 여성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악 의 근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 자체가 악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자들도 오르마즈드의 창조물이며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히는 일단 가요마르트의 소를 병들게 하는 데 성공하자, 가요마르트에게 접근했다. 가요 마르트는 조히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히를 무시했다. 이것이 조히를 훨씬 더 악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조히는 소에게 무서운 질병들을 풀어 놓았다. 소 는 이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혜의 신이 소에게 마리화느를 씹으라고 주었다. 소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결국 소는 죽고 말았다. 가요마르트도 치명적인 병 에 걸렸다. 가요마르트가 죽을 때, 그의 빛나는 몸이 분해되면서 땅에 금과 은이 퇴적되었 다. 그의 정액에서 암술과 수술이 붙어 있는 작은 식물이 싹트더니 아주 큰 나무로 자랐다. 이 나무에 10개의 인종이 열매로 맺혔다. 이 나무가 분리되어 남성 부분은 마시야라는 남자 가 되고 여성 부분은 그의 아내 마시야네가 되었다. 지혜의 신은 마시야와 마시야네를 사랑하여, 이들이 땀 흘려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들 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었다. 오르마즈드는 이들과 직접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 고 이들에게 아버지인 가요마르트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마시야와 마시야네는 가요마르트 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얼마나 지혜의 신에게 충실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 흐리만은 이 두 인간을 증오하여, 이들을 현혹시킬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때까지 악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내던 마시야와 마시야네는 어느날부터인가 자기네를 창 조한 게 지혜의 신이 아니라 아흐리만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짓을 말한 것이 최초의 죄였다. 거짓말은 더 많은 거짓말을 낳기 마련이다. 이 최초의 거짓말이 인류의 많 은 죄 가운데 최초의 죄였다.오르마즈드는 그 즉시 땅으로 내려와 마샤와 마이와에게 앞으 로는 그들이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이 지혜의 신을 찬미하고 지혜의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아흐리만에게 파멸당할 것이라고 일렀다. 오르마즈드는 또 이들이 대를 이어 나가도록 성교하는 법을 가 르쳐 주었다. 그러나 아흐리만과 조히는 창조를 교란시키기로 결정하여, 마시야와 마시야네에게서 50년 동안 성욕을 빼앗았다. 마시야와 마시야네가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되자. 이들의 자녀를 악령 들이 먹어 버렸다. 결국 지혜의 신은 인류를 지키려고 아이들의 모습을 약간 밉게 만들었다.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들의 모습이 오늘날의 형태가 되었다. 오르마즈드는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가 살아 남기를 원한다. 그가 아흐리만을 물리치는 데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찬 가지로, 이 지혜의 신이 우리를 도와 주지 않는다면 아흐리만이 우리를 파괴할 것이다. 그러 나 반드시 선이 승리한다. 오늘날에는 어디에서나 우리가 빛의 편이라는 게 자명하다. 그들은 어둠의 편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둠의 편이기에 벌을 받아야 마땅하며, 우리는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그들을 숙청해야 한다(우리의 성스러움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니까). 우리 자신을 오르마즈드로 우상화하고 다른 사람들을 악의 본원인 아흐리만으로 여김으로써, 20세기의 우리는 우리 시대에 악이 확실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 「루덩의 악마들」 노르웨이의 창조 신화 NOTE 게르만 신화들은 현대의 독일인과 스칸디나비아인, 네덜란드인, 영국인의 조상들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 민족들 중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인들이 제일 나중에 기독교로 개종한 탓에 노르웨이 신화가 가장 오래 살아 남았다. 노르웨이 신화들이 가장 최근까지 명 맥을 유지한 곳은 아이슬랜드이다. 이 신화가 아이슬랜드의 서사시인 「고에다(옛 아이슬랜 드어로 씌어진 북유럽의 신화시, 고전시, 영웅시를 모아 놓은것을 고에다라 하고, 북유럽의 신화, 전설, 작시법 등 산문을 모아 놓은 것을 신에다라 한다)」에 들어 있는 것도 바로 그 런 이유 때문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하늘도 땅도 없고, 밑 모를 광활한 심연이 뿌연 대기 속에 감추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 심연 한가운데 어딘가에 샘이 있었는데, 이 샘에서 열두 개의 강이 바퀴 의 살처럼 흘러 나갔다. 강들은 수원지에서 아주 멀리 흘러 내려가면 꽁꽁 얼어 붙었다. 안개로 뒤덮인 세상의 남쪽에는 빛의 세계가 있었다. 한번은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 어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따스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자 구름이 만들어졌다. 이 구름들은 얼어서 이미르라는 서리 거인과 젖소 아우드훔블라가 되었다. 이미르는 아우드훔 블라의 젖을 먹고 살았다. 얼음이 녹아 소금이 약간 드러났다. 아우드훔블라는 그 소금을 핥았다. 아우드훔블라가 핥고 또 핥자 얼음 속에 뭍혀 있던 한 남자가 드러났다. 첫날에는 그 남자의 머리카락이 드러났고, 다음날에는 머리와 어깨가 보였다. 이 남자가 오딘과 빌 리, 베의 아버지인 최초의 신이었다. 오딘가 빌리, 베가 이미르를 죽였고, 이미르의 소금기 있는 피가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 었다(이미르가 얼음에서 소금을 핥아 먹었던 젖소의 젖을 먹고 살았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 란다). 이미르의 뼈는 산을 이루고, 살은 땅을 이루었다.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온갖 식물들 이 돋아났다. 그 중에는 물푸레나무와 느릎나무도 있었다. 오딘은 물푸레나무로 아스크라는 남자를 만들고 느릎나무로는 엠블라라는 여자를 만들었다. 오딘은 자기가 만든 인간들에게 생명과 영혼을 주었다. 빌리는 인간에게 이성을 주고, 베는 언어를 주었다. 오딘은 세상의 체계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빛과 어둠을 분리하여 밤과 낮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 가 거주할 수 있도록 미드가르드(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 세상이라는 뜻)라고 하는 이승을 만들었다. 오딘은 또 신들의 거처인 아스가르드도 만들었다.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그드라실 이라는 거대한 물푸레나무이다. 이 물푸레나무의 뿌리 가운데 하나는 아스가르드에, 다른 하 나는 미드가르드에 닿아 있고, 또 하나는 죽은 자들의 이 혼이 거주하는 지하 세계로 뻗어 있다. 지하 세계는 오딘의 누이인 헬이 감독한다. 거인 이미르는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었 다. 그의 몸 일부는 아직도 살아서 거대한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의 발치에서 잠자고 있다. 그 몸이 뒤척이면 땅이 흔들린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노르웨이 창조 신화, 그리고 이와 유사한 아메리카 인 디언의 창조 신화 물푸레나무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노르웨이의 창조 이야기는 북아메리카의 유사한 이야기 들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작가들이 알공킨 인디언들의 신화에서 바이킹의 영향을 찾으려고 했다. 루이스 스펜서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에서 노르웨이 신화에 나오 는 것과 유사한 초자연적 존재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말숨(알공킨 신화에 나오는)은 살해당하지만 그 후 알공킨 신화에 늑대들의 우두머리인 록스 또는 로키로 등장한다. 록스 혹은 로키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협잡꾼이다. 찰스 고드프리 리런드가 알공킨 신화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 그는[북아메리카의] 전반적 인 신화 체계가 에스키모들에게 스며든 노르웨이 신화에 의해 정교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 다.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북 아메리카 신화 체계와 노르웨이 신화 체계 사이에 공통 점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공통점들 중에서도 특히 놀라운 것은 스칸디나비아의 악령과 알공킨의 악령이 똑같은 이름[로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루 스캅은 세상을 완성하고 나서 인간을 만들었고, 요정이나 난장이 같은 작은 인간들을 만들 었다. 글루스캅은 물푸레나무 줄기로 인간을 만들고, 껍질로는 난장이들을 만들었다. 오딘과 마찬가지로 글루스캅도 새 두 마리를 길들여, 세상 소식을 알아 오게 했다…… 그리스의 창조 신화 모계 창조 신화 에우리노메와 오피온 태초에 혼돈과 어둠이 있었다. 혼돈은 모든 요소들이 형체 없이 뒤섞여 있는 광활한 바다 였다. 이 바다에서 위대한 만물의 여신 에우리노메('좋은 이름을 가진 자'라는 뜻)가 떠올랐 다. 파도 사이에서 알몸으로 나타난 이 여신은 바다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을 지탱 하는 데 사용할 만한 단단한 것이 이 여신에게는 없기 때문이었다. 별안간 남풍이 불어 여 신을 빙그르르 돌렸다. 북풍은 신비한 생식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북풍이 회오리 칠 때 에우리노메가 북풍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물뱀 오피온은 에우리노메가 춤추는 것을 보고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는 즉시 에우리노메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고 나자 에우리노메 가 아름다운 새의 형태를 취해 거대한 알을 낳았다. 오피온은 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꼬리로 알을 칭칭 감고 있었다. 그 알에서 온갖 생물들 이 흘러 나와 새로 형성된 대지를 뒤덮었다. 에우리노메는 한동안 오피온을 사랑했다. 둘은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산에 가서 살았다. 하지만 오피온은 추악하고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걸핏하면 자기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양육했다고 큰소리를 쳤던 것이다. 에우리노메는 오피온이 지겨워져, '자기 발꿈치로 오피온의 머리를 짓찧었다'(이 대목을 창세기의 창조 이 야기에 나오는 같은 구절과 비교해 보라). 그런 다음 오피온은 땅의 어두운 곳으로 던져졌 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어머니의 대지인 가이아는 혼돈 속에서 나타났는데, 잠을 자던 중 아들 우라노스('천국' 또는 '하늘'이라는 뜻)를 낳았다. 하늘 나라의 자기 자리로 올라간 우라노스는 어머니에 대 한 감사의 마음을 비로 만들어 내려보냈다. 이 비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땅 속에서 잠자고 있던 모든 씨앗들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부계 창조 신화 신들의 탄생 태초에는 가이아(땅)와 광대한 혼돈의 바다(카오스)밖에 없었다. 카오스에서 밤과 에레보 스(어둠)가 나왔고, 다시 밤에서 창공과 낮이 나왔다. 땅은 바다를 만든 다음 대양을 만들고, 히페리온(태양, '높이 나는 자')과 레아, 므네스모시네('기억'), 포이베(달, '빛을 내는 자'), 크로노스 같은 거인족들을 자식으로 낳았다. 대지 가이아의 자녀들에게 하늘인 우라노스가 아버지 노릇을 했다.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자식들에게 애착을 갖자 질투를 느껴, 가이아의 자식들을 모두 없애 려 했다. 우선 우라노스는 땅굴 깊숙이에 아이들을 숨겼다. 가이아는 우라노스의 질투에 진 력이 났다. 게다가 자식들은 성장할수록 어머니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었다. 막내인 크 로노스는 난폭한 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땅은 손에 낫을 들고 있는 크로노스를 자기 침대로 데리고 갔다. 우라노스가 가이아와 자러 오자 크로노스는 자기 아버지를 거세 하여, 자른 부위를 바다로 내던졌다. 우라노스의 남근이 바다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만들었고, 아프로디테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났다. 피가 땅으로 넘쳐 흘러, 정의를 분배하는 복수의 3여신에게 생명을 주었다. 이제 신들의 지배자가 된 크로노스는 레아와 결혼했다. 이들은 헤스티아(가정의 여신), 데 메테르(농업의 여신), 헤라(출산의 여신), 아레스(전쟁의 여신)를 낳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낳은 자식이 제우스였다. 크로노스는 레아가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는데 질투를 느껴, 자식들 을 모두 삼켜 버렸다. 그러나 제우스만은 예외였다. 레아가 제우스를 보호하려고 제우스를 미리 크레타섬으로 보내 놓았던 것이다. 레아는 크로노스를 속여 그에게 돌멩이 하나를 삼 키게 했는데, 크로노스는 자기가 삼킨 것이 제우스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가이아와 마찬가지 로 레아도 아들과 공모하여 잔인한 남편에게 복수하기로 했다. 레아는 자기 아들이 아버지 를 제압하고 신들의 왕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우스는 동굴 속에 숨어 아말테아라는 염소의 젖과 야생 꿀벌들의 꿀을 먹고 지냈다. 그 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성인이 되었는데, 크로노스가 자기가 삼켰던 자식들을 모두 게워 냈 다. 물론 그 중에는 돌멩이도 하나 있었다. 제우스는 그 돌을 아폴론 신전이 자리잡고 있는 델포이로 옮겨 놓았다. 크로노스는 살해당했다. 10년 동안 제우스와 그의 형들은 삼촌인 티 탄들과 우주의 지배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마침내 티탄들이 패배하자 제우스는 신들의 천하 무적 지배자로서 올림포스산에 자신의 법정을 설치했다. 아프리카의 창조 신화 요루바(서아프리카) 태초에 세상은 일정한 형태가 없는 카오스였다. 물기는 많았지만 바다도 육지도 아닌 습 지였을 뿐이다. 그 위의 하늘에는 최고의 존재인 올로룬이 신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고 있었 다. 올로룬을 받드는 신들 중에는 위대한 신이라고 불리우는 오리샤 늘라도 있었다. 올로룬 은 오리샤 늘라를 자신의 처소로 불러 세상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굳은 땅을 만들 때가 된 것이었다.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에게 임무를 수행하라고, 마법의 흙이 가득 담긴 달팽이 껍 질과 비둘기 한 마리, 그리고 발가락이 다섯 개 달린 닭 한 마리를 주었다. 오리샤 늘라는 카오스로 내려와 카오스를 재편성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마법의 흙을 한켠으로 던졌다. 그러자 비둘기와 닭이 마법의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비둘기와 닭이 계속 흙을 파헤치자 마침내 바다와 육지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오리샤 늘라가 최고의 존재에게로 돌아와 그 일에 대해 보고했다. 최고의 존재는 카멜레 온에게 오리샤 늘라를 따라가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했다. 카멜레온은 일 이 잘 되었노라고 전했다. 올로룬은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흡족하여, 오리샤 늘라에게 남은 일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지상 위에 형성된 최초의 땅, 즉 마법의 흙이 뿌려진 자리를 일페라고 하는데, 일페는 요루바어로 '넓다'는 뜻이다. 훗날 여기에 '집'을 뜻하는 일레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오늘날 요루바 사람들은 일페일레시를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 땅을 만드는 데 나흘이 걸렸다. 다섯째날 오리샤 늘라는 일에서 손을 떼고 휴식을 취했다. 요루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나흘간 일을 하고 닷새째는 창조를 기념하여 쉰다.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를 다시 땅으로 보내 나무를 심게 했다. 기름야자나무도 이때 심어 진 것이다. 올로룬은 씨앗들에 수분을 주기 위해 하늘에서 비를 내렸다. 씨앗들은 자라서 거 대한 숲을 이루었다. 하늘에서는 올로룬이 최초의 사람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으로 사람을 빚은 것은 오리샤 늘라였지만 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자는 최조의 존재인 올로룬 뿐이었다. 오리샤 늘라는 올로룬의 작업장에 숨었다. 어떻게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지 엿보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가 거기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리샤 늘라 를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올로룬 외에는 인간의 몸에 생명을 주는 비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까지도 오리샤 늘라는 부모라는 대리자를 통해 몸을 만 들지만, 오직 최고의 존재만이 그 몸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 세 사람과 조각상 창조주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저마다 자기 외에 다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홀로 대지를 헤매고 있었다. 첫번째 남자는 외로움을 느낀 나머지 나무로 아름다운 여자를 조각했다. 그런데 두번째 남자가 우연히 그 곁을 지나가다가 그 조각상을 보고 나무로 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번째 남자 는 그 조각상이 알몸인 것을 보고 놀라 조각상에 옷을 입혔다. 아름다운 꽃들로 조각상을 덮은 것이다. 나중에 여자도 우연히 그곁을 지나가게 되었다. 여자 역시 외로웠다. 여자는 그 조각상을 집으로 가지고 가, 창조주에게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달라고 청했다. 여자는 그 조각상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잠에서 깨어 보니 조각상이 살 아 있는 처녀로 변해 있었다. 두 남자는 조각상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 세 사람은 입씨름을 벌 였다. 여자는 진짜 사람으로 변한 나무 처녀를 두 남자에게 넘겨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창조주가 끼어들었다. 창조주는 조각상을 만든 첫번째 남자를 처녀의 아버지로, 그 조각상을 집으로 가져간 여자를 어머니로 정해 주었다. 조각상에 옷을 입히고 사랑하게 된 남자는 처 녀의 남편이 되게 했다. 모든 인간들은 이 두 부부의 후예이다. 마다가스카르 어머니 땅과 창조주 창조주는 자기 딸인 어머니 땅이 흙으로 작은 인형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일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창조주는 딸에게 자기가 흙으로 만든 인형들을 보았다고 말하 고는,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살아 있는 인간을 창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 간들은 점점 번성하여 수가 많아졌다. 그들은 어머니 땅에게는 감사의 제물을 드렸지만 창 조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창조주는 딸에게 말했다. 인간들이 바치는 제물을 자기와 나누지 않고 딸 혼자 차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따라서 절반의 인간들에게서는 영혼을 공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살려 두겠다는 것이었다. 창조주가 받은 영혼들이 대부분 늙은 사람들의 영혼인 까닭은 창 조주가 인내심이 많기 때문이다. 창조주는 인간들에게 영혼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인간들에 게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영혼뿐이다. 어머니 땅은 인간들에게 몸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이 죽을 때 땅으로 가는 부분도 몸인 것이다. 이집트의 창조 신화 물의 심연 위대한 태양신 라가 존재하기 전에 그의 아버지인 물의 심연이 있었다. 라는 물의 심연에 서 태어났고,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통해 존재하게 되었다. 처음 에 라는 최초의 공기(슈)를 내뿜은 다음 최초의 습기(테프누트)를 내뱉었다. 이것들이 공기 의 신 슈와 그의 아내 테프누트가 되었는데, 슈는 생명력이고 테프누트는 세상을 편성하는 이치이다. 라는 또 자기가 만드는 게 무엇인지 보기 위해 공기와 습기로 자신의 눈인 하토 르 여신을 만들어 냈다. 라는 눈을 갖게 되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바로 그의 눈물로 창조되었다. 라의 눈인 하토르는 자기가 라의 몸에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불만스 럽게 여겼다. 그래서 라는 자기 이마에 하토르가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 다음 라는 뱀을 창조했는데, 다른 생물들은 모두 뱀에게서 나왔다. 멤피스 사람들의 창조론 이집트의 아홉 신 NOTE 멤피스는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와 신학이 번성했던 곳이다. 다음 신화는 멤피스에 서 행해졌던 설교의 산물이다. 이 텍스트는 기원전 2700년 경으로 추정되는데, 제임스 B. 프 리처드가 엮은 「고대의 근동」에서 존 A. 윌슨이 이 신화를 번역, 소개했다. 아툼(창조 이전에 온갖 실재를 내포하고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령)의 외형으로서 심 장이 있었고, 혀가 있었다. 프타는 전능한 존재이다. 프타는 그 심장과 혀를 통해 모든 신들 의 몸과 영혼에 생명을 주었다. 호루스는 이 심장에 의해 프타가 되고, 토트[지혜의 신]는 혀에 의해 프타가 되었다. 그리하여 심장과 혀가 신체의 다른 기관들을 지배하게 되었다. 심 장과 혀는 모든 신들과 모든 인간, 가축 등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몸과 입안에 프타가 존 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프타가 바라는 모든 것을 생각하고 명령했다. 프타의 아홉 신들 은 이와 입술의 형태를 띠고 프타 앞에 있다. 이 아홉 신들은 아툼의 정액이자 소니다. 그렇 지만 프타의 아홉 신이 이 입에있는 이와 입술 속에 들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들 이 모든 것의 이름을 발설한 듯하다. 그리하여 슈와 테프누트가 생겨났는데, 이들이 아홉 신의 창조자였다. 눈은 자기가 본 것 을, 귀는 들은 것을, 코는 냄새맡은 것을 심장에게 보고한다. 온전한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 은 심장이고, 심장이 생각하는 바를 발표하는 것은 혀이다. 그리하여 모든 신들이 만들어지 고 프타의 아홉 신이 완성되었다. 과연 심장이 생각하고 혀가 지시한 것을 통해 모든 신들 의 질서가 실제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카 영혼(몸이 죽고난 뒤에도 살아남는 영혼)이 만들어지고 헴수트 영혼이 지정 되었다. 헴수트 영혼들은 말로써 모든 양식과 자양분을 만든다. 남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상이 주어지고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벌이 내려졌다. 즉 평화 롭게 사는 사람에게는 삶이 주어지고 죄를 짓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주어졌다. 심장이 생각 하고 혀가 말로 표현한 명령에 따라 모든 활동과 기능이 생겨났다. 팔의 동작과 다리의 움 직임을 비롯해 모든 신체 기관의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심장의 생각은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하여 프타는 "모든 것을 만들고 신들을 존재하게 만든 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프 타는 정말로 모든 신들을 만든 프타테넨이다(프타는 대지의 신 테넨과 동일시되어 프타테넨 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자양분과 양식, 신들의 제물을 비롯해 모든 좋은 것이 그에게서 나 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힘이 다른 신들의 힘보다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알려졌다. 그리 하여 프타는 모든 것을 만들고 신들의 질서 잡고 난 뒤 아주 만족하였다. 프타는 신들을 만 들고, 도시를 만들고……신들은 각자의 성소에 집어넣고, 그들의 제물을 마련하고……그들의 심장이 만족할만하게 그들의 몸을 만들었다. 그래서 신들은 모든 종류의 나무와 돌, 흙, 혹 은 그들을 자라나게 할 만할 것들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신들은 만족하여 두 나라[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지배자와 제휴했다. 핀란드의 창조 신화 NOTE 이 이야기는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나온다. 일마는 공기의 여신이었다. 그런데 일마에게는 별에서 사는 처녀 딸이 하나 있었다. 딸의 이름은 루오나타르였다. 루오 나타르는 외로움을 느껴, 거대한 우너시의 바다로 내려왔다. 그러나 루오나타르는 쉴 곳을 찾지 못해 700년 동안 바다에 떠 있었다. 그러던 중 루오나타르는 둥지를 틀 곳을 찾아 날 아다니는 수오리 한 마리를 만났다(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창조 신화에서 오리와 원시 바다라 는 모티브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수오리는 거대한 바다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루오나타르의 무릎 위에 내려 않아 둥지를 틀었다. 수오리는 그 둥지에다 알을 낳고 사흘 동안 알을 품고 있었다. 루오나타르는 몹시 고통스러웠다. 오리의 둥지 때문에 그녀의 무릎 살갗이 타는 듯이 쑤셨다. 그래서 루오 나타르는 몸을 돌려 알들을 모두 바다에 빠뜨렸다. 그러자 알들은 바다에서 모습을 바꾸었 다. 알의 노른자위는 해가 되고, 흰자위는 달이 된 것이다. 알 껍데기에 돋아 있던 오톨도톨 한 돌기들은 별이 되었고, 검은 반점은 구름이 되었다. 중국의 창조 신화 혼돈은 달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알의 부위들이 음과 양으로 나뉘었다. 음은 모든 생명체 의 여성적 본질이고, 양은 남성적 본질이다. 가벼운 부위들은 위로 떠올라 하늘과 창공이 되 었고, 무거운 부위들은 밑으로 가라앉아 땅과 바다가 되었다. 거인 반고 역시 이 알에서 나 왔다. 반고는 하늘과 땅이 붙을까봐 머리로는 하늘을 받치고 다리로는 땅을 눌렀다. 그런데 반고의 키가 하루에 한 길씩 18,000년 동안 자라, 마침내 땅과 하늘 사이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졌다. 그 상태가 되자 반고는 죽었다. 반고가 죽고 난 뒤 그의 몸이 분해되어 배는 산을 이루고, 두 눈은 각기 해와 달이 되었 으며, 눈물은 강이, 숨결은 바람이, 뼈는 쇠붙이와 돌이 되었다. 그의 정액은 진주가 되고, 그의 골수는 옥이 되었다.(이 이야기는 삼국시대에 서정이 지은 삼오역기에 수록되어 있다) 일본의 창조 신화 NOTE 이 이야기는 일본의 신화적 역사서이자 초기 천황들의 계보인 「고사기」에 나온 다. 태초에는 광활하고 기름기 많은 혼돈의 바다밖에 없었다. 이 혼돈의 바다에 온갖 요소들 이 뒤섞여 있었다. 하늘에서 이 바다를 내다보던 세 신령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신 령들은 이자나기('불러내는 남자')와 이자나미('불러내는 여자')를 비롯해 많은 남신과 여신 들을 만들어 냈다. 신령들은 이자나기에게 세상을 창조하라며 보석으로 장식된 마법의 창 을 주었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아자나기가 창을 바다 속에 넣고 휘휘 돌렸다. 이자나기가 혼돈의 바다에서 창을 꺼내 보니, 창 끝에 바닷물 몇 방울이 응결되어 있었다. 그 방울들은 도로 바다 속으로 떨어져 섬을 이루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이자나기는 이 자나미에게 그녀의 몸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이자나마는 자기 몸이 몹시 아름답지만 다리 사예 피부가 아물어 붙지 않은 이상한 부위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 얘기를 듣고 이자 나기는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다리 사이에는 살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 었기 때문이었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그 부위들을 합쳐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 고 나자 이자나미가 멋진 것들을 잉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일 처음 잉태한 것은 실망스럽게도 거머리였다. 그들은 거머리를 갈대 바구니에 담아 물에 떠내려 보냈다. 오늘날에도 거머리는 갈대가 있는 곳에 사는 걸 좋아한다. 그 다 음 이자나미는 섬을, 거품섬을 낳았다. 그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약간 연 습을 하고 난 뒤로 그들은 일본의 섬들과 폭포, 산 등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자연을 낳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이자나미늘 불의 정령을 낳았다. 그런데 불의 정령이 이자나미의 몸을 심하게 태워 버려, 이자나미는 중병을 앓게 되었다. 이자나미가 병석에 있는 동안, 그녀의 구토물은 모든 광산의 근원인 금산 왕자와 공주가 되었다. 또한 그녀의 대변은 흙이 되고, 소변은 민물 정령이 되었다. 그러나 이자나미 자신은 죽어 가고 있었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가 밤의 나라로 내려가는 거을 보고 고통의 눈물을 흘렸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에게 밤의 나라에 가지 말라고 애원 했으나, 이자나미는 이미 자기가 그곳의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그 곳을 떠날 수 없다고 대 꾸했다. 그래서 이자나기는 아내를 데려오려고 밤의 나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밤의 나라에 도착한 이자나기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기 아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자나기는 아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너무 겁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자나미는 추악한 밤의 정령에게 남편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이자나기는 끔찍한 밤의 나라를 뒤로 한 채, 겁에 질린 상태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달리면서 그는 오른쪽 머리털에서 빗을 뽑아 던졌다. 그러 자 놀랍게도 빗이 포도나무로 변하는 것 아닌가. 이자나기는 다시 왼쪽 머리털에서 빗을 뽑 아 던졌다. 이번에는 빗이 대나무 줄기로 변했다. 추악한 밤의 정령이 포도나무와 대나무 줄 기를 먹으려고 걸음을 멈춘 사이에, 이자나기는 밤의 나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자나미는 남편을 반드시 돌아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전보다 더 굳게 결심했다. 그리하여 이제 이자나미는 천둥 정령 여덟 명과 밤의 나라 전사들 전원을 보내 이자나기를 뒤쫓게 했 다. 그러나 이자나기는 그들을 모두 따돌렸다. 이자나기는 너무 숨이 차 잠시 쉬려고, 밤의 나라와 지상 세계 경계 부분에 있는 복숭아나무 아래서 걸음을 멈췄다. 이자나미가 보낸 무 리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이자나기는 그들에게 복숭아를 던졌다. 뜻밖에도 그들은 겁을 먹고 달아났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복숭아가 악귀를 쫓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자나미는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이자나미가 남편에게 소리쳤다. " 계속 그렇게 도망친다면 내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하루에 천 명씩 목졸라 죽이고야 말겠 소." 이자나기는 만일 이지나미가 그런 짓을 한다면 자기는 하루에 천 명씩 새로 사람이 태 어나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상에 죽음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고, 그럼에도 인류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자나기는 커다란 바위로 밤의 나 라 입구를 막아 버렸다. 이자나미의 영혼은 아직도 거기에 남아 죽은 자들을 다스린다고 한 다. 이자나기는 그 끔찍한 나라에서 빠져 나오고 나자 몹시 피곤했다. 그래서 기력을 회복하 려고 시냇물에 몸을 담갔다.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뭍혀 온 오물들을 씻어내야 했던 것이 다. 그런데 그가 몸을 씻을 때 남신과 여신들이 태어났다. 그가 왼쪽 눈을 씻자 태양의 여 신이자 황제의 여자 조상인 아마테라수 오미카미가 태어났다. 또 그가 오른쪽 눈을 씻자 추키요미노미코도, 즉 달이 태어났고, 코를 씻을 때 폭풍의 신 수사노오가 태어났다. 폴리네시아의 창조 신화 NOTE 리네시아 문화권은 칠레 해안의 이스터섬에서부터 뉴질랜드, 타히티, 하와이에 걸 쳐 뻗어 있다. 아오와 포 우주 전체는 두 가지 본성을 띠고 있다. 아오와 포가 그것인데, 아오는 밝음, 낮, 하늘, 그 리고 남성적 원리이고 포는 어둠, 밤, 땅, 그리고 여성적 원리이다. 포의 어둠을 '악'을 뜻 하는 말로 사용되는 어둠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포의 어둠은 땅이나 자궁과 같이 안온한 생 명의 온상을 일컫는다. 화와이의 창조 신화인 쿠물리포('만물의 계보')에 따르면, 창조주 인 쿠가 노래를 불러 아오와 포를 구별하기 전까지는 세상에 거대한 물의 혼돈밖에 없었다 고 한다. 포에서 태어닌 것들은 포이고, 아오에서 태어난 것들은 아오라네... 물론 이 귀절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둠에서 나온 것들은 어둠'이요, '밝음에서 나온 것 들은 밝음'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창조라는 위대한 행위는 다름아닌 아오와 포를 구별하는 작업이었다. 즉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일이었으며, 밤과 낮을 구분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쿠는 카날로아라는 오징어를 만들어 냈는데, 카날로아는 나중에 바다의 신이 되었다. 다음 으로 쿠는 카네(뉴질랜드에서는 타네라고 함)를 만들어 냈다. 아마도 카네는 아버지 하늘인 쿠와 어머니 땅인 히나와의 결합으로 태어난 듯하다. 카네는 '남자'라는 뜻을 가진 말이 다. 카네는 여러 가지 것들과 교접하여 풀, 시냇물, 파충류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 모습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폴리네시아인들이 신비의 땅으로 여기는 하 와이키에서 붉은 빛이 도는 부드러운 흙을 갖다가 히네하우오나('흙으로 빚어진 여자')를 만들었다. 카네가 히네하우오나와 결합하여 낳은 최초의 자식이 히네티타마('새벽 여자')였 다. 밤과 낮이 만나는 시점이 새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네는 사악해져, 자기 딸인 히네 티타마에게 자기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긴 채 히네티타마를 아내로 삼았다. 이것은 근친 상간을 금하는 자연의 법칙 위대한 카푸(금기)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행위 였다. 히나는 카네의 욕망이 옳지 못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히네티타마는 카네가 자기 아 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의 영역인 죽은 자들의 포 세계로 뛰 어들어갔다. 히네티타마는 소리쳤다. "당신들은 이 세상의 생명줄을 끊어 버렸어요!" 그리하 여 카네는 자기 딸을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히네티타마와 그녀의 어머니는 지하의 포 세 계에서 죽은 자들을 함께 다스리게 되었고, 그 후로 카네는 땅 위의 아오 세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카네의 죄 때문에 그의 자녀들은 평생을 땅 위에서만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죽으 면 어머니와 함께 살러 간다. 이들의 어머니는 어머니 땅으로, 사악한 카네와 지하의 포 세 계에 있는 그의 자녀들 사이에서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포가 밤이라는 창조의 세 계로, 또 꿈과 사랑의 장소로 살아 있음을 안다. 뉴질랜드 어머니 땅과 압머지 하늘 신들은 랑기(아버지 하늘)와 어머니 땅인 파파투아누쿠의 결합으로 태어났다. 랑기는 아오 이고, 파파는 포이다. 땅과 하늘은 사랑을 나누어 열일곱 명의 자식(신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땅과 하늘이 맞닿아 있던 때라, 자식들이 성장할 공간이 없었다. 이 신들 가운데 불화와 전쟁의 아버지인 투마타우엥가가 있었는데, 투마타우엥가는 신들에게 아버지 를 살해하자고 제안하여 형제들에게 반감을 샀다. 그러나 투마타우엥가는 아버지를 살해하 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믿는 광포한 존재였다. 온화한 숲의 신 타네마후타는 작은 씨앗들이 하늘에 닿을 만큼 거대한 나무로 자라는 모 습을 끈기 있게 지켜보는 존재답게 좀 더 분별 있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동생 신들에 게 아버지 랑기를 어머니 파파로부터 밀어 올려 자신들이 살아 갈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 다. 다른 신들도 이 제안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람의 신인 타휘리마테아만 은 예외였다. 타휘리마테아는 이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고 으르렁거렸다. 농업의 신인 롱고 마타네(하와이의 신 로노)가 땅과 하늘을 떨어뜨려 놓으려고 애썼으나 타로토란이 자랄 수 있는 높이 이상으로는 공간을 만들 수 없었다.이번에는 야생 식용 식물들의 신 후미아티키 티키가 나섰으나 그 역시 바나나나무가 자랄 수 있을 만한 공간밖에는 만들지 못했다. 인내심 많은 타네마후타가 형제들의 헛된 노력을 지켜보다가, 자기가 물구나무를 서서 땅 과 하늘을 떨어뜨려 놓기로 했다. 그의 어깨가 파파에 닿고, 발은 랑기에 닿았다. 그 상태에 서 그는 천천히 파파와 랑기를 머리와 발로 밀어 떨어뜨렸다. 오늘날에는 나무들이 똑같은 식으로 땅과 하늘을 분리시키고 있다. 신들의 부모는 아들에게 밀려 점점 멀리 떨어지게 되자 비명을 지르고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에 빛과 어둠이 분리되었다. 이제는 신들이 살 공 간은 물론 키 큰 나무들이며 인간과 짐승들이 얼마든지 번성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랑 기는 파파와 떨어지게 된 것을 아직도 슬퍼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그의 눈물로 이슬 이 만들어지며, 때로는 비가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