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신화에 나오는 도덕 이야기 내 겨레여,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내가 역사에서 교훈을 뽑아 내어 그 숨은 뜻을 밝혀 주리라. 선조들이 입으로 전해 준 이야기, 우리 모두 들어서 익히 아는 이야기, 야훼의 영예와 그 크신 능력, 그리고 이루신 위대한 일들을 우리는 다음 세대에 숨김없이 전하리라. 야곱과 굳은 언약 맺으시면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법을 주실 때, 후손들에게 그 법을 가르치라고 우리의 선조에게 명령하셨다. 그들도 일어나서 자손에게 이야기하여 그들의 희망을 하나님께 두고, 하나님이 이루신 장한 일들을 아니 잊어 버리고, 분부하신 계명을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시편 78:1-7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도덕 이야기(인도) 측은지심의 미덕 옛날에 신성한 갠지스강가에 바라나시(베나레스)라는 성도에서 온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활과 독화살 이 가득 든 화살통을 가지고 영양을 잡으러 나갔다. 숲속 깊이 들어갔을 때 영양떼가 보이자 사냥꾼은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영양들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때 화살 하나가 오래된 나무에 가서 꽂혔는데, 그 나무에는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그 나무는 화살을 맞자마자 시들어 죽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 나무에서 태어나 평생을 거기서 살아온 앵무새는 나무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앵무새는 먹이를 찾아 나설 생각도 하지 않고 그 나무에 붙어 있었다. 나무가 시들자 앵무새도 시들시들해졌다. 앵무새는 자기가 태어난 바로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하늘신 인드라는 지조 있는 앵무새를 보고서 사람으로 변장하여 그 새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귀족 승려의 모습으로 변장한 인드라가 새에게 물었다. "나무가 완전히 죽은 것 같은데, 어째서 이 나 무를 떠나지 않느냐?" 앵무새가 대답했다. "저는 이 나무를 떠날 수 없어요. 전 이 나무에서 태어났고, 이 나무는 평생 저에게 집과 먹이를 주고, 제 적들을 피할 수 있도록 은신처를 주었거든요. 그러니 어떻 게 제가 이다지도 충실한 친구를 떠날 수가 있겠어요?" 그러자 인드라가 말했다. "앵무새 네가 바로 충 실한 친구로구나." 인드라는 앵무새의 곧은 마음에 깊이 감동하여 말라 죽은 나무에 손을 댔다. 그러자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 났다. 인드라는 앵무새에게 말했다. "내가 나무에게 다시 생명을 주기는 했다만, 정말로 나무를 살린 것은 신의를 지킨 앵무새 바로 너다." 우정과 신의, 측은지심의 미덕에 관한 이 이 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축복을 받게 되며,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두번 축복 을 받는다고 한다. 왕과 매와 비둘기 옛날에 아름다운 비둘기 한 마리가 무서운 매에게 쫓기고 있었다. 비둘기는 바라나시의 브리샤다르브 하 왕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자 친절한 왕이 물었다. '얘야, 무엇 때문에 그리 무서워하느냐?' 비둘 기는 매가 자기를 갈갈이 찢어 놓으려 한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비둘기에게 말했다. '내 힘 껏 너를 지키고 보호해 주마.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말이다. 분명히 신들이 나를 시험하려고 너를 내게 보내신 걸게다.' 그러고 나자 매가 왕에게 와서 말했다. '이봐요, 난 당신이 동정심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소. 그리고 당신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비둘기를 구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알아요. 하지만 나는 매요. 매들은 비둘기를 먹고 산다오. 잡아 먹을 비둘기가 없으면 난 굶어 죽게 될 거요. 자, 당신이 정말 로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내가 굶어 죽지 않도록 그 비둘기를 내게 넘겨 주시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설랑은 모두 잊으면 그만 아니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매야, 난 날아서 어디든 갈 수있지 않느냐. 왜 꼭 그 비둘기를 먹으려 하느냐? 개구리나 소나 다른 짐승들을 먹어도 되지 않느냐 말이다.' 그러자 매는, 자신들은 원래 소도 개구리도 그 어떤 동물도 아닌 비둘기만을 먹도록 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매는 그만 참을성을 잃고 말했다. '그다 지도 완강하게 비둘기를 보호하겠다면 비둘기 무게만큼 당신 살점을 나한테 떼어 주는 것이 어떻겠소?' 왕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해 궁정 안이 발칵 뒤집혔다. 그리하여 왕은 저울로 비둘기 무게를 잰 다음 비둘기 무게에 맞추려고 애를 쓰며 정말로 자기 살점을 도려냈다. 그러나 살점을 떼어보니 비둘기 무게보다 조금 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왕은 다시 살점을 떼 어 냈다. 그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던 끝에 왕은 뼈만 앙상하게 남는 지 경에 이르렀다. 그때 별안간 하늘이 열리더니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처음부터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신들은 하찮은 비둘기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왕의 훌륭한 충절에 깊이 감동했다. 하늘에서 신들이 마시는 과즙이 쏟아졌고, 왕은 전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인드라가 몸소 마차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왕을 산 채로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 인드라는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과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분명 다르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야말로 신들의 진정한 친구이 니라.'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축복을 받고, 이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두 번 축복 을 받는다고 한다. 가우타마와 코끼리 옛날에 가우타마라는 현자가 있었는데, 그는 어미 없는 아기 코끼리를 발견하고는 그 코끼리를 보살 펴 주었다. 가우타마는 갈수록 아기 코끼리를 사랑하게 되어, 아기 코끼리가 커다란 짐승으로 자랄 때까 지 코끼리를 지켜 주었다. 인드라는 하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드히타라시트라 왕의 모습을 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한 인드라가 그 코끼리를 가우타마에게서 빼앗으려고 했 으나, 가우타마는 코끼리가 자기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이니 자기와 코끼리를 떼어 놓지 말아 달 라고 간청했다. 코끼리가 먹을 것과 물을 운반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드히타라시트라'는 그렇게 훌륭한 짐승은 숲에 사는 노인네가 아니라 왕이 소유해야 마땅하다고 대꾸했다. 이에 가우타마는 자기는 그 코끼리를 재산이나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코끼리는 자 기가 가장 사랑하고 오래 사귀어 온 친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드히타라시트라가 이번에는 가우타마에 게 금과 은, 소, 아름다운 하녀는 물론 궁전까지 주겠다며 그 코끼리를 팔라고 했다. 가우타마는 말했다. '당신이 야마(죽음)의 나라로 갈 때 나를 데리고 간다해도 내 코끼리와 나를 떼어 놓지는 못할 것입니 다.' 드히타라시트라의 모습을 한 인드라가 대꾸했다. '야마가 다스리는 죽음의 나라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죄가 많고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다.' 그러자 가우타마가 대꾸했다. '죽은 자들의 나라에도 진실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그 곳에서는 약한 자나 강한 자나 모두 평등하지요. 오히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 길 수도 있습니다.' 왕의 모습을 한 인드라는 '나는 너무 강하고 너무 성스러워서 야마의 나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가우타마는 이렇게 응수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당신이 인드 라께서 다스리시는 최고천으로 올라간다 해도 내 코끼리를 손에 넣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실랑이 를 벌이던 끝에 마침내 왕이 물었다. '내가 창조주 브라흐마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 그래서 브라흐마가 그 코끼리가 내 것이라고 한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현자는 웃으며 말했다. '창조주 브라흐마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며 모든 것들을 사랑하십니다. 당신의 권세 같은 것을 브라흐마께 아무런 의미도 없지요. 그러나 내가 내 코끼리에게 느끼는 사랑의 힘은 재 물이나 무기나 이 우주의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답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당신은 인드라이 고, 지금 이 현자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인드라는 코끼리에 대한 가우타마의 깊은 애정을 알고 마음이 흐뭇하여, 그 현자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했다. 가우타마는 많은 재물을 요구할 수도 있었 으나 오로지 한 가지만을 청했다. 코끼리와 함께 있게 해 달라는 것. 인드라는 가우타마에게 말했다. '너 는 지혜를 얻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이미 그것을 얻었으니 말이다. 재물이야 어떻든 너는 세상에서 제 일가는 부자다. 좋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니라.' 몇 년 뒤 가우타마 가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인드라는 가우타마와 코끼리를 둘 다 산 채로 하늘로 데려갔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축복을 받고, 이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두 번 축복 을 받는다고 한다. 거미 아난시(서아프리카) NOTE 이 이야기들이 유달리 흥미로운 까닭은, 가나의 아샨티에서 생겨난 이 이야기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아메리카-미국 남부, 서인도 제도, 브라질-에서 아난시 이야기로 살아 남았기 때문이 다. 이 이야기들은 교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훌륭한 교훈을 담고 있다. 아난시와 옥수수 열매 아난시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거미가 되기 전까지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살았다. 어느 날 아난시는 옥수수 열매 하나만 주면 그 보답으로 하인 백 명을 바치겠노라며 신에게 옥수수 한 알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신은 허풍이 심하고 재치가 뛰어난 아난시 때문에 늘 웃고 지내던 터라 아난시에게 옥수수 한 알을 주었다. 아난시는 옥수수 알을 가지고 마을로 쉬러 갔다. 아난시는 마을 추장에게 신으로부터 신성한 옥수수 한 알을 받았다고 말하고, 자기가 밤을 지낼 곳과 그 보물을 간직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부탁했다. 추장은 아난시를 귀한 손님으로 여겨, 그에게 이엉으로 지붕을 얹은 집을 내주고 그 지붕에다 옥수수 알갱이를 감추면 된다고 말했다. 그날 밤 온 마을 사람들이 잠든 틈에 아난시는 지붕에서 옥수수를 꺼내 닭한테 먹였다. 다음 날 아침 아난시 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마을 사람들을 깨웠다. '내 신성한 옥수수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걸 훔쳐간 사람이 누구지요? 분명히 신이 이 마을에 큰 벌을 내리실 거요!' 아난시가 길길이 뛰며 소란을 피우자,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사과의 표시로 옥수수 한 자루를 받아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 아난시는 옥수수 자루를 들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갈수록 옥수수자루가 무거워져 들고 갈 수 가 없었다. 도중에 아난시는 닭을 안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그래서 옥수수를 닭과 바꿨다. 옆 마을에 도착한 아난시는 잠잘 곳과 '신성한' 닭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요구했다. 이 마을에서도 아난 시는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 추장은 아난시를 위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그에게 잠잘 집과 닭을 넣 어 둘 안전한 장소를 내주었다. 그날 밤 아난시는 닭을 잡은 다음 추장의 집 문에다 닭의 피와 털을 발 라 놓았다. 새벽이 되자 아난시는 고함을 질러 마을 사람들을 모두 깨웠다. '누군가가 신성한 닭을 죽였 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벌로 분명코 신이 이 마을을 파괴하실 것이요!' 겁을 먹은 마을 사람들은 진 심어린 사과의 표시로 아난시에게 마을에서 제일 좋은 양 열 마리를 주겠다고 했다. 아난시는 양떼를 몰고 길을 내려가다가 시체를 운반하고 있는 남자들을 만났다. 아난시는 그들에게 그게 누구의 시체냐 고 물었다. 그들은 한 나그네가 자기네 마을에서 죽어, 그 시신을 적당한 매장터로 운반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아난시는 양떼를 시체와 바꿔 가지고 발길을 옮겼다. 다음 마을에서 아난시는 사람들에게 그 시체를 놓고 신의 아들이 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시 는 그 중요한 손님이 깨지 않도록 다들 조용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사람들 역시 성대한 잔치 를 베풀고 아난시를 귀빈으로 대접했다. 아침이 되자 아난시는 '신의 아들'을 잠에서 깨우는 게 무척 힘 든 일이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을 사람들이 북을 치기 시작했으나 신의 아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남비며 항아리 따위를 세차게 두드렸다. 그러나 신의 아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 방문객의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별안간 아난시가 비명을 질렀다. '당신들이 그를 죽였소! 신의 아들을 죽였단 말이요! 아니 이럴 수가! 분명히 신이 이 마을을 멸망시키실 것이요!' 공포에 사로잡힌 마을 사람들은 아난시에게 자기네를 대신 해 신께 마을을 구해 달라고 호소해 준다면, 자기네 마을 사람 가운데서 제일 건장한 청년 백 명을 골 라 노예로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아난시는 옥수수 열매 하나를 백명의 노예로 바꿔 가지고 신에 게 돌아갔다. 아난시가 어떻게 신을 '속였나' 아난시는 옥수수 사건이 있은 뒤로 심한 자만에 빠졌다. 신은 아난시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 지만 갈수록 아난시의 허풍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신은 아난시에게 자루 하나를 주고 말했다. '내가 마 음 속으로 생각해 둔 게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 그 자루에 담아 가지고 오너라.' 아난시는 그게 무 어냐고 물었지만 신은 그 무엇이 무엇인지 짐작케 할 만한 암시는 전혀 흘리지 않았다. 신은 아난시를 떠나 보내며 말했다. 네가 매일 영리하다고 허풍을 떠는데, 실제로 그 반만큼만 영리하다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문제없이 알아 낼 수 있을 거라고. 아난시는 당황했다. 신이 자루에 담아 오라는 게 뭔지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아난시는 하늘나라에 서 나오는 길에 새들을 만나,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새들은 아난시를 돕고 싶었으나 새들로 서도 전혀 짚이는 게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새들은 저마다 깃털 하나씩을 뽑아 아난시에게 주었다. 아난 시를 날을 수라도 있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난시는 깃털을 모아 아름다운 날개옷을 만든 다음 그 옷을 걸치고 하늘나라로 날아 올라갔다. 신이 거처하는 집 옆에 나무 한 그루가 있어, 아난시는 그 나무 가지에 내려 앉았다. 하늘나라 사람들이 그 이상한 새를 보고 입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하늘나 라 사람들은 저게 무슨 새냐고 서로 물었다. 신도 그런 모양의 새를 창조한 기억은 없었다. 그때 한 사 람이 나서서 말했다. 아난시가 그렇게도 똑똑하다고 하니, 어쩌면 저게 무슨 샌지 아난시는 알지도 모른 다고. 아난시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다 들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신의 보좌 관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말했다. '아난시가 성공할지 모르겠군. 신이 아난시에게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일을 맡겨 보내쎴거든. 신이 자루에 담아 오라고 하신 것이 해와 달이라는 걸 아난시가 무 슨 수로 알겠어?' 아난시는 이 말을 듣기가 무섭게 해와 달을 따러 갔다. 아난시는 세상에서 제일 지혜 롭다는 비단뱀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해와 달을 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비단뱀은 해가 밤이면 서쪽 에서 쉬니, 서쪽으로 가라고 일러 주었다. 또 해가 휴식을 취할 무렵에 동쪽으로 가면 달을 찾을 수 있 다는 것도 일러 주었다. 그래서 아난시는 해와 달을 자주에 담아 가지고 신에게로 돌아갔다. 신은 아난 시의 재주를 기특하게 여겨, 아난시를 지상을 다스리는 참모로 삼았다. 아난시와 카멜레온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난시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갈수록 높아졌다. 아난시가 신에게 속임수 를 써서 해와 달을 따 왔다고 잘랑을 늘어 놓자, 신은 너무 불쾌한 나머지 아난시의 참모 자격을 박탈 하는 것이 어떨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난시는 카멜레온과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아난시는 인근에서 제일 비옥한 논과 밭을 소유한 부 자녔던 반면에, 카멜레온은 손바닥만한 논에서 고되게 일을 해야만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 만큼 가난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카멜레온의 논에는 비가 내려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지만 아난시의 땅에는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모두 말라 죽고, 사방에 먼지만 날리게 되었다. 그러자 아난시는 카멜레온의 논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우선 아난시는 카멜레온에게 논을 팔라고 했다. 그러나 카멜레온 은 땅을 팔 마음이 없었다. 아난시가 점점 높은 값을 불렀지만 카멜레온은 땅을 팔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날, 아난시는 새벽 무렵에 뻔뻔하게도 카멜레온의 논으로 내려가 농작물을 거두어 들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카멜레온은 몹시 화가 나 아난시를 쫒아 버렸다. 카멜레온은 걸어 다녀도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따라서 카멜레온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난시는 이 점에 착안하여 논의 소유권을 놓고 카멜레온을 상대로 재판을 신청했다. 마을 추장은 카멜레온에게 그 논이 카멜레온 것음을 증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카멜레온은 증거를 댈 수가 없 었다. 반면, 아난시는 추장을 카멜레온의 논으로 데리고 가, 논두렁에 나 있는 발자국을 보여 주었다. 그 것이 다름 아닌 아난시의 발자국이었기 때문에 추장은 당장 그 자리에서 그 논은 아난시의 것이라고 판 결을 내렸다. 재판 결과에 따라 그 논이 아난시의 손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법원의 결정보다는 신의 결 정이 더 큰 힘을 갖는다. 카멜레온은 땅에다 아주아주 깊은 구멍을 판 다음 구멍 위에다 지붕을 얹었다. 밖에서 보면 그 구멍 은 아주 작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카멜레온이 판 것은 무지하게 넓은 땅굴이었다. 이렇게 해 놓고서 카멜레온은 포도 넝쿨에 파리들을 엮어 넣어 외투를 만들었다. 햇빛이 파리들을 비추자 파리들이 갖가 지 색으로 빛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파리였다. 카멜레온은 이 옷을 걸치고 길을 걸어 가다가 우연히 아난시와 마주쳤다.'잘 있었나, 친구. 우리 사이에 나쁜 감정 따위는 없었으면 하네' 아난시가 카 멜레온을 보고 던진 첫마디였다. 아난시는 카멜레온의 아름다운 옷을 보더니 그 옷을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그러자 카멜레온은 관대한 척하며 자가가 파 놓은 작은 구멍에다 아난시가 음식을 가득 채워 놓 는다면 옷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난시는 두 말 않고 동의하면서 그 구멍에다라면 두 번이라도 음식을 가득 채워 놓겠다고 허풍까지 떨었다. 아난시는 그 옷을 추장에게 선물로 주었다. 재판을 이기게 해 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추장은 옷을 보 고 감탄하며 고마워 어쩔 줄을 몰랐다. 아난시는 카멜레온의 구멍에 음식을 채워 넣느라 밤낮으로 땀을 흘렸지만 구멍을 채울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지만 구멍은 여전히 차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난 시는 카멜레온한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 추장은 파리로 만든 옷을 걸친 채 거리를 돌 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포도나무 넝쿨이 부러져 파리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추장은 알 몸이 되고 말았다. 추장은 아난시에게 화가 나 견딜수가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추장의 노여움은 점점 더해갔다. 마침내 추장은 아난시를 보자 카멜레온의 재산을 도로 내놓되, 아난시가 가지 고 있는 땅 중 가장 좋은 부분을 카멜레온에게 주라고 명령했다. 카멜레온이 아난시에게서 가장 좋은 땅을 받기가 무섭게 그 땅에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그렇게 해서 카멜레온은 마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아난시는 어떻게 해서 거미가 되었나 옛날에 어떤 왕이 있었는데, 그 왕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숫양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이 숫양 이 자신의 곡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본 아난시는 양한테 돌멩이를 던졌는데, 양은 미간에 돌을 맞아 죽 고 말았다. 아난시는 자기가 저지른 일의 대가로 왕이 벌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어떻게 하면 곤경 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아난시는 속임수를 쓰기로 작정했다. 아난시가 나 무 밑에 앉아서 어떤 속임수를 쓸지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밤 한 톨이 아난시의 머리로 떨어졌다. 그 순간 아난시는 바로 이거로구나, 라고 생각했다. 우선 아난시는 죽은 양을 데려다 밤나무에다 묵었다. 그러고 나서 거미를 찾아가, 밤이 잔뜩 달린 좋 은 나무가 있다고 말했다. 거미는 기뻐하며 부리나케 그 나무로 달려갔다. 이제 아난시는 왕을 찾아가 거미가 그 귀한 양을 죽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양이 어떤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바로 그 나무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짜고 있더라는 거였다. 왕은 노발대발하여 거미를 사 형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난시에게 고맙다며 큰 상을 내렸다. 아난시는 거미게게 돌아가 왕이 진노했다고 알리고, 거미가 양을 죽였다고 세상 천지에 모두 들리도 록 고래고래 소리쳤다. 거미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자 아난시는 거미더러 왕을 찾아가 자비 를 호소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왕은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갔다가 아내 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아내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 '지금 제 정신이세요? 세상에 그 작은 거미가 무슨 수로 양을 묶을 만큼 튼튼한 밧줄을 만들 수 있겠어요? 게다가 제 몸집보다 몇만 배 나 큰 양을 들어 올린다는 게 말이나 되요? 아나시가 당신 양을 죽인 게 틀림 없어요!' 왕은 속은 것이 분하여 신하들에게 즉각 아난시를 잡아 들이라고 명령했다. 왕의 부하들이 아난시를 찾으러 다니자, 아난시는 거미를 신고한 대가로 상을 주기 위해 자기를 궁전 으로 데려 가려나 보다고 넘겨짚고는 자청해서 왕의 부하들을 따라 나섰다. 아난시는 마치 궁전이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하게 걸어 들어가 왕에게 말했다. '무슨 상을 주실겁니까?' 이 말은 듣고 왕 은 너무 화가 나 아난시를 발로 차 버렸다 그러자 아난시의 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 아닌가. 아 난시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길다란 다리가 달린 거미로 변한 것이다. 그리스의 도덕 이야기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 다이달로스(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장에도 나온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건축가였다. 미 노스 왕의 지시로 크레타에 거대한 미로를 지은 것도 바로 다이달로스였다.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 는 영웅 테세우스를 그 거대한 미로에서 탈출시키려 하니 도와 달라고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했다. 미노 스는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를 도망치도록 도와 준 벌로 다이달로스를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높은 탑에 가두었다. 다이달로스는 탑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다이달로스는 탑 난간으로 기어 올라가 새 깃털을 모았다. 그런 다음 벌들이 탑에다 지어 놓은 벌집엣 밀랍을 가져다가 깃털들을 붙였다. 감시인들은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해서 다이달로스는 몇 달만에 거대한 날개를 완성했다. 감시인들을 매수하여 얻은 나무 로 가벼운 뼈대를 만든 다음, 큰 깃털들은 그 뼈대에다 꿰매고, 작은 깃털들은 밀랍으로 붙였다.다이달 로스는 그 날개를 이용해 탑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보다는 아들 이카로스가 무게가 덜 나가 는지라, 탈출하기에 앞서 아들에게 날개를 시험해 보도록 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새들을 관찰 하여 어떻게 나는지 잘 알아 두라고 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만든 날개로 새의 동작을 완벽하게 재 현할 줄 알아야만 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제일로 명심해야 할 사항을 일러줬다. 너무 낮게 날면 바다에 빠져 죽을 테니 너무 낮게 날지 말 것, 그리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을 테니 너무 높이 날지도 말 것.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카로스는 탑에서 훌쩍 뛰어 올라 새처럼 날기 시작했다. 일단 날아보니, 놀랍게 도 그처럼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이카로스는 단숨에 바다를 향해 내려갔다가 다시 솟아오르곤 했다. 또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탑을 맴돌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카로스는 조금 더 높이 날아 보았다. 이카로스가 너무 높이 날았기 때문에,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이 보일락말락 했다. 이카로스는 탑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높이 날 수 있게 된 데 기분이 들떠 점점 더 높이 날았다. 그러다가 그만 아버지가 예견했던 대로 밀랍이 녹아, 소년은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렇게 된 까닭은 신들이 인간에게 나는 것을 허락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주어진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신으 로부터 이성과 기술을 받았지만, 그 기술을 서로를 죽이는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우리는 다이달로 스의 경고를 유념하여 너무 높게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라크네 신들을 노엽게 하는 인간의 죄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것이 교만, 혹은 자만이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인단은 신들에게 대항하고 신들을 무시하게 된다. 아라크네도 그렇게 어리석은 인간 축에 드는 사람이 었다. 아라크네는 그리스에서 물레질을 잘하기로 유명한 처녀 농사꾼이었다. 아라크네처럼 빠르고 정확 하게 물레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적어도 인간 중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아라크네가 만든 옷감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실 잣고 천 짜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것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였다. 아라크 네는 자기 수호신인 아테나도 자기만큼 좋은 천을 짜지는 못할 거라고 자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아테 나는 경솔한 처녀의 행동을 그저 웃어 넘겼다. 그러나 사람들은 갈수록 아라크네의 허풍을 진짜로 믿어, 아테나의 신정과 아테나 제전을 소흘히하기 시작했다. 아테나는 평소에는 온화하고 너그러운 여신이었 지만 이번 만큼은 몹시 화가 났다. 아테나는 지상으로 내려와 아라크네를 찾아 갔다. 그리고 아라크네에게 물레질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 다. 처녀와 여신은 각자 있는 힘을 다해 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물레질을 시작했다. 아라크네가 자아 낸 실은 참으로 훌륭했다. 아테나는 아라크네가 진정으로 뛰어난 적수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니 아라크네가 시합을 하는 동안 티를 내지 않고 묵묵하게 있기만 했어도 아무 탈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라크네는 아테나의 면전에서 자기 솜씨가 여신의 솜씨보다 훨씬 낫다고 큰 소리 로 떠들어댔다. 아테나는 아라크네(거미라는 뜻)를 보고 말했다. '네가 가장 잘하는 게 실 잣는 일이라면 영원히 그 짓이나 하거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었다. 그리고 아라크네의 자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실을 잣고 있다. 미다스 미다스 왕이 갓난 아기였을 때 이상한 예시가 있었다. 아기가 자고 있는데, 개미들이 밀알을 모아 가 지고 아기 입술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다스가 갑부가 되리라는 징조였다. 포도의 신 디오니소 스에게는 실레노스(실레노스는 경우에 따라 디오니소스-바쿠스-의 양부로 그려지기도 한다.)라는 방탕한 아들이 있었다. 실레노스는 맑은 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으며, 술에 취하기만 하면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잊곤 했다. 디오니소스는 아들의 이런 점 때문에 지독하게 속을 끓였다. 미다스의 왕국에 묵고 있 는 동안에도 실레노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돌아다녔다. 미다스의 왕국에는 무 서운 소용돌이가 있었다. 정신이 말짱한 사람들도 수없이 그 소용돌이에 빠져 죽었다. 실레노스는 비틀 거리며 걷다가 그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미다스가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실레노스는 목숨을 잃고 말았 을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너무 고마워서, 미다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마고 했다. 미다스는 자기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디오니소스가 '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느냐?' 고 물었다. 미다스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미다스가 만지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했다.처음에는 미다스도 신이 나서 어절 줄을 몰랐다. 미다스는 꽃이며 돌이며 나무며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황금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배가 고파 음식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자 음식이 황금으로 변해 버렸다. 딸이 와서 미다스를 포옹하자 딸도 황금으로 변해. 미다스는 슬프기도 하고굶어 죽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디오니소스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다 스가 탐욕으로부터 교훈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원을 들어 준 것이었다. 디오니소스는 미다 스 왕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황금의 손길을 거두어 들었다. 자만의 결과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이 이야기 못지 않게 유명한 이야기가 또 있다. 미다스는 부와 통치 자로서의 지혜 덕분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한 번은 이 왕이 아폴론과 마르시아스라는 인간의 음악 경연 대회에 참석했다. 심판은 트몰로스라는 강의 신이 맡았다. 트몰로스는 당연히 아폴론에게 상을 주 었다. 하지만 교만한 미다스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해, 강의 신과 미다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미다 스는 마르시아스의 실력이 아폴론에 못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듣고 아폴론은 미다스의 귀를 당나 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그 후로 오랫동안 미다스는 모자를 눌러 써서 당나귀 귀를 감췄다. 그리고 이발사에게 이 비밀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비밀을 발설할 경우 이발 사를 극형에 처하기로 하고서. 이발사가 미다스의 머리를 자를 때 웃음을 참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참 다 못한 이발사는 강둑에다 구덩이를 판 다음 그 안에다 대고 속삭였다. '미다스 왕 귀는 당나귀 귀야.' 하지만 얼마 후 바로 그 구덩이에서 작은 갈대 하나가 자라나, 그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밀을 속 삭였다. 그리하여 결국 미다스는 이발사를 죽였다. 그러나 당나귀 귀는 변함없이 미다스의 얼굴에 붙어 있었다.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는 어쩌면 정말로 동서 고금을 통틀어 가장 잘생긴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나르키소스가 태 어날 때 테이레시아스라는 눈먼 예언자가 예언하기를, 나르키소스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거나 제 모습을 보지 않아야만 장수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르키소스가 열여섯살이 되었을 무렵, 이 미 남녀를 막론하고 그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이 수두룩했다. 나르키소스가 아무도 자기에게 적합한 상대로 여기지 않은 탓이다.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을 얻으려고 애쓰던 사람들 가운데 에코라는 요정이 있었다. 에코는 제우스의 아 내 헤라에게 벌을 받아, 자기가 들은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말을 할 줄 몰랐다. 에코는 헤라에게 한도 끝도 없이 긴 얘기를 늘어 놓곤 했는데, 에코의 얘기를 듣느라 헤라가 정신을 파 는 사이에 제우스가 요정들과 밀회를 즐겼다고 해서 에코에게 이런 벌이 내려진 것이다. 나르키소스가 소리쳐 불렀다. '여기 누구 없어요?' '여기! 여기!' 에코도 소리쳤다. 그러자 나르키소스 가 말했다.' 이리로 오세요.' '이리로! 이리로!' 에코가 또 소리쳤다. 나르키소스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날 피하지 말아요!' 그러자 에코가 대꾸했다. '날 피하지 말아요!' 나르키소스는 에코 가 자기를 만나려고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막상 에코를 보자, 나르키소스는 그 녀가 별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르키소스는 다시 소리쳤다. '당신은 절대로 나랑 동침하지 못하오!' 이 말에 에코는 이렇게 응수했다. '나랑 동침해요! 나랑 동침해요!' 하지 만 소용 없었다. 나르키소스는 에코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에코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는 탓에 실연자 대열에 끼고 말았다. 나르키소스에게 구혼했던 남자 가운데 아메이니우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메이니우스는 연거 푸 구혼을 거절당했다. 나르키소스는 아메이니우스를 위로하려는 뜻으로 그에게 칼 한 자루를 선물했다. 그러나 아메이니우스는 구혼을 거절당하자, 신들에게 자기 대신 복수를 해 달라고 호소한 뒤 바로 그 선물을 이용해 자살했다. 신들은 아메이니우스의 청을 들어주게 된 것이 내심 기뻤다. 그렇지 않아도 구 혼자들을 매몰차게 대하는 나르키소스의 자아도취와 몰인정한 태도에 신물이 나던 참이었던 것이다. 결 국 아메이니우스의 죽음은 보상을 받고,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은 현실로 옮겨지게 된다. 어느 날 나르키 소스는 우연히 강둑에 앉아 있다가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에 입을 맞추려고 몸을 숙이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어떤 판본에서는 이 대목이 달리 그려지기도 한다. 나르키소스가 강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 그 그림 자에게 말을 걸어 보려고 몇 시간을 애썼으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강물 속의 남자가 자기 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나르키소스가 비수로 자기 심장을 찔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실연당한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았던 청년 나르키소스가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고 한다. 나르키소스의 피에서 수선화라고 하는 흰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르키소스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짐작 케 한다. 탄탈로스 탄탈로스 이야기는 대식가와 출세주의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탄탈로스 왕은 인간과 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어떤 판본에는 제우스가 인간 여자와 바람을 피워 탄탈로스를 낳았다고 되어 있다. 어쨌든, 탄탈로스는 한동안 신들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신들은 탄탈로스가 올림포스에서 열리는 신들의 연회에 참석하여 신들만 먹는다고 하는 천상의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탄탈로스는 신 들의 연회에 참석하는 날이면 배가 터지도록 포식을 하곤 했다. 탄탈로스는 코린트의 자기 집으로 신들 을 초대해 만찬을 베풀면 이웃들이 자기를 크게 존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기로 작정했다. 탄탈 로스는 식료품 창고를 조사해 보고 음식이 충분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신들을 초대한 상 태라 잔치를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탄탈로스는 끔찍한 죄를 범했다. 자기 아들을 죽여 그 고기로 음식을 만든 것이다. 그러고도 탄탈로스는 신들이 그 고기를 염소 고기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신들이 인 간의 얄팍한 꾀를 꿰뚫지 못하겠는가. 신들은 탄탈로스에게 죄에 합당한 벌을 내렸다. 탄탈로스는 왕국 을 잃고 제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저승으로 간 탄탈로스는 열매가 잔뜩 달린 나무에 매달려 영겁의 세월을 보내지만, 열매는 그의 손에 닿을 듯하다가도 어느 새 멀리 자리를 옮겨 버리고 만다. 그의 발치 에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물이 있다. 그 물은 탄탈로스의 턱까지 차오르다가 그가 물을 마시려고 몸 을 숙이면 어느새 저 아래로 가라앉고 만다. 이렇듯 탄탈로스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잔뜩 눈앞에 두고 서도 영원히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탄탈로스가 좋은 일을 한 게 있다면, 그건 우리에게 '감질 나게하다(tantalize)'라는 영어 단어를 준 것일 게다. 8. 네 개의 유사한 이야기 두 형제 이야기(블랙푸트 인디언) 옛날에 노파치스라는 형과 아카이얀이라는 아우가 있었다. 노파치스의 아내는 아주 못된 여자였다. 이 여자는 시동생인 아카이얀에게 욕정을 느꼈으며 시동생이 파멸하는 꼴을 보고 싶어 안달했다. 이 여자 는 동생을 멀리 떠나 보내라고 밤낮으로 바가지를 긁어 남편을 괴롭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카이얀 을 유혹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결국 그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사악하고 비열한 것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루는 노파치스가 돌아와 보니 아내가 입고 있는 옷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지고 머리는 수세미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아내는 아카이얀이 자기를 '어떻게 해 보려 했다'고 말했다. 노파 치스는 이 얘기를 듣자 몹시 화가 나고 치가 떨렸다. 그래서 노파치스는 동생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물새들이 털갈이를 하여, 호수 표면이 깃털로 뒤덮였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작은 깃털들을 모아 화살에다 붙였다. 호숫가에 살고 있던 노파치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두 형제가 나 란히 깃털을 주으러 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노파치스와 아카이얀은 들소 가죽으로 만 든 배를 타고 호수 한복판에 있는 섬으로 갔다. 그 섬은 호숫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깃털이 아주 많았다. 아카이얀이 깃털을 줍느라 정신을 팔고 있는 틈을 타, 노파치스는 동생을 섬에 남겨 둔 채 배를 타고 섬을 빠져 나왔다. 호수는 수심이 깊은데다 느닷없이 폭풍이 몰려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게다가 그 섬은 호숫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배가 없이는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아카이얀이 헤엄쳐 돌아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카이얀이 집 쪽을 바라보니, 노파치스가 자기에게 대고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노파치스는 아내한테서 들은 흉측한 거짓말을 호수 건너편에 대고 되풀이했다. 아카이얀 은 자기는 아무 죄도 없다고 소리쳤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마음 깊이 상처를 입은 아카이얀은 물 속을 들여다보며 울기 시작했다. 아카이얀은 자연의 정령들에 게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해와 달에게 누명을 겨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런 다음 나무가지들로 움막을 짓고, 깃털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아카이얀은 오리 가죽과 거위 가죽으로 옷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겨울에 먹을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오리와 거위를 길들여 기르기도 했다. 아카이얀은 이런 식으로 몇 달을 살았다. 어느 날 작은 비버 한 마리가 와서 아카이얀을 자기네 굴로 초대했다. 아카이얀은 몹시 외 로웠던 참이라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아카이얀이 비버 굴에 들어서자, 너무 늙어 털이 하얗게 센 우두 머리 비버는 아카이얀을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었다. 우두머리 비버는 아카이얀에게 무슨 연유로 이 섬 에 살게 되었냐고 물었다. 아카이얀은 사악한 형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두머리 비버는 그 여자의 못된 짓에 분개하며, 죄 없는 젊은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맹세했다. 친절한 비버들의 초 대로 아카이얀은 따뜻한 비버 굴에서 겨울을 났다. 그리고 비버들에게서 온갖 약초에 대한 지식과 마술 을 배웠다. 다시 여름이 돌아오자 우두머리 비버는 아카이얀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아 카이얀은 우두머리 비버의 막내 아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우두머리 비버는 막내 아들을 유달 리 예뻐했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우두머리 비버는 아카이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뿐 만 아니라 아카이얀이 고향 마을로 돌아가면 막내를 위해 굴을 지을 수 있도록 신성한 비버 굴 짓는 법 도 가르쳐 주었다. 우두머리 비버가 알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대단히 강력한 마법을 지고 있었다. 따 라서 아카이얀은 우두머리 비버에게 많은 것을 배운 탓에 초자연적 힘까지 덤으로 갖게 되었다. 섬에서 든 고향땅에서든 아카이얀은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노파치스가 몇 달만에 섬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생의 뼈나 찾 아 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노파치스가 열심히 사방을 살피고 있는 사이에, 아카이얀은 어린 비버와 함께 노파치스의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이제 노파치스가 물 건너편에 있는 동 생에게 살려 달라고 하소연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카이얀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그곳의 비버들이 나와 아카이얀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아카이얀은 우두머리 비버가 가르쳐 준 대로 신성한 비버 굴을 짓고 마을 사람들에게 비버들의 춤과 노래를 가르쳤다. 이 일이 끝나자 아카이얀은 섬으로 돌아갔다. 어린 비 버를 가족에게 돌려 주기 위해서였다. 우두머리 비버는 아카이얀이 아들을 돌려 주자 너무 기뻐, 아카이 얀에게 감사의 표시로 신성한 화친의 담배를 주었다. 두 형제 이야기(이집트) NOTE 이 이야기는 제임스 B. 프리처드가 엮은 [고대의 근동] 1권에 들어 있다. 아누비스라는 형과 바타라는 동생이 있었다. 아누비스에게는 몹시 사악한 아내가 있었다. 그 여자는 기회만 있으면 바타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타는 잘생기고 지혜로우며 아주 착하기까지 한, 보기 드문 청년이었다. 두 형제는 함께 농사도 짓고 좋은 가축도 길렀다. 어느 날 형제는 밭으로 일을 하러 나갔다. 그런데 아누비스는 밭에 뿌릴 씨앗을 집에 두고 왔다며 바타를 돌려 보냈다. 바타가 혼자 서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형수는 도련님은 참 체격도 좋고 미남이라고 칭찬하며 그의 팔을 잡아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자는 바타가 몇 분 늦게 밭으로 돌아가도 아누비스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바타에게 당장 정사를 갖자고 요구했다. 바타는 형수에게 그런 말을 듣고는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형수에게 말했다. '형수님은 제게 엄마 같 은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아누비스 형은 아버지나 다름없고요. 그런데 형수님이 어떻게 그런 부정한 생 각을 하신단 말입니까?' 바타는 집에서 씨앗을 가지고 뛰쳐나와 밭으로 달려갔다. 아누비스가 밭일을 마 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의 옷매무새가 어지러웠다. 그의 아내는 또 자기 머리를 헝클어뜨렸으며 일 부러 기름과 비계를 먹고 구역질을 했다. 여자는 침상에 누워 흐느꼈다. 아누비스가 왜 그러냐고 묻자 여자는 바타가 자기를 강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여자는 아누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동생을 살려 둔다면 난 자살하고 말 거예요.' 아누비스는 화가 치밀고 속이 뒤집혔다. 그는 창을 들고 마굿간 문뒤에 숨어 바타가 돌아오기만을 기 다렸다. 바타는 아직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형에게 한 마디도 하 지 않았다. 부도덕한 형수가 형에게 거짓말을 하리라는 것쯤은 바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타는 집으 로 돌아가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바타는 마굿간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마굿간 문 밑으로 아누비 스의 발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형이 숨어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바타는 도망쳤 다. 마굿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누비스가 창을 들고 동생을 뒤쫓았다. 바타는 달리면서 태양신 라에게 기도했다. 자기를 보호해 주고 또 사악한 형수를 벌해 자기 누명을 벗겨 달라고. 아누비스가 바타를 거의 따라잡으려는 순간, 태양신이 그들 사이에 강물을 흐르게 만들었 다. 아누비스가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라는 강에다 수많은 악어를 풀어 놓았다. 그래서 아누비스는 결국 강을 건너지 못했고, 바타는 강 건너편에서 안전하게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바타가 형에게 소리쳤다. '라 께서 나를 지켜 주시는 거예요. 라께서 모습을 드러내시는 동틀녘까지 기다리세요. 그때가 되면 신들께 서 누가 죄를 지었는지 밝혀 주실 거예요.' 해 뜰 시각이 되자, 바타는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아누비스는 그 얘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런 다음 바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또 라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 자신의 남근을 잘라 강물에 던졌다. 그러자 라를 모시는 신성한 물고기가 그것을 삼켰다. 바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고 말았다. 아누비스는 비탄에 잠긴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악한 아내를 죽여, 그 시체를 개들에게 먹이로 주었다. 벨레로폰(그리스) 벨레로폰은 자신의 악독한 친형 델리아데스를 죽인 것은 물론 사악한 벨레로스까지 죽인 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벨레로폰이라는 이름은 벨레로스를 죽인자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벨레로폰은 티린스의 왕이 왕궁으로 도망가, 프로에케우스 왕에게 숨겨 달라고 부탁했다. 벨레로폰이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프로에케우스 왕은 흔쾌히 은신처를 내 주었다. 프로에테우스의 아내 안테이아는 부 정한 여자였다. 안테이아는 이 젊은 방문객에게 반해 몇 번이고 그를 유혹하려 했다. 그러나 멜레로폰은 정숙하게 안테이아의 접근을 거부했다. 그런데도 안테이아는 남편에게 벨레로폰이 자기를 강간하려 했 다고 말했다. 프로에테우스는 이제 벨레로폰을 죽이고 싶어졌다. 그러나 왕이 왕가 태생의 손님을 죽인 다는 것은 외교 의례에 위반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프로에테우스는 벨레로폰을 밀봉한 편지와 함께 리 키아의 왕 이오바테스엑게 보냈다. 편지에는 벨레로폰이 이오바테스의 딸 안테이아를 범하려 했으니 벨 레로폰을 죽일 수 있도록 이오바테스가 도와 달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지만 이오바케스 역시 왕가의 손님을 죽이는 게 외교상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에게 위험한, 어쩌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맡기기로 했 다. 이오바케스는 벨레로폰에게 키메라라는 무서운 괴물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키메라는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벨레로폰은 이 일에 착수하기에 앞서 한 예언가를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 예언가는 나는 말 페가수스의 도움을 받으면 그런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그래서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찾아 내 길들인 다음, 페가수스를 타 고서 아무 어려움 없이 키메라를 죽일 수 있었다. 이오바테스는 그래도 벨레로폰이 죽기를 바랬기 때문 에 이 젊은 영웅에게 키메라를 물리친 공으로 상을 내리기는커녕, 그를 싸움터로 내보내 흉포한 두 군 대를 물리치게 했다. 여전사들인 아마존족과의 전투도 그 중 하나였다.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날 으며 두 군대를 간단하게 물리쳤다. 벨레로폰이 큰 공을 세웠음에도 이오바테스는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벨레로폰을 제거할 궁리 만 했다. 벨레로폰은 왕이 어떻게 그다지도 은혜를 모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몹시 기분이 상한 벨 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찾아갔다. 포세이돈은 이오바테스를 벌주기로 했다. 거 대한 파도를 일으켜 이오바테스의 왕국을 뒤덮어 버리려고 한 것이다. 리키아의 백성들은 거대한 파도 가 이는 것을 보고, 벨레로폰에게 파도를 진정시켜 달라고 애원했다. 행실이 단정치 못한 리키아 여자들 은 바닷가에 서서 치마를 들어올린 채, 벨레로폰이 파도를 진정치켜 준다면 그에게 몸을 바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벨레로폰은 순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여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벨 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리키아 상공으로 높이 날아 올라가 포세이돈에게 파도를 진정시켜 달라고 부 탁했다. 이렇게 파멸의 문턱까지 갔다 온 뒤로 이오바케스는 벨레로폰이 안테이아를 유혹하려 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벨레로폰이 정말 죄가 있는 사람이라면 신들이 그를 지켜 줄 리 없 지 않겠는가.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을 불러 놓고 그 편지를 보여주며, 자기 딸과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테이아가 거짓말을 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이오바테스는 벨레로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른 딸 필로노에와 결혼할 것을 권했다. 이렇게 해서 벨레로폰은 리키아의 왕위 후 계자가 되었다. 결국 벨레로폰을 파멸로 내몬 것은 성욕이 아니라 자만이었다.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산으로 가려 했다. 벨레로폰이 신들의 궁전에 접근하자 제우스는 화가 났다. 이 신들의 왕은 파리 한 마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물게 했다. 그러자 그 나는 말이 벨레로폰을 떨어뜨렸고, 벨레로 폰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제 제우스가 페가수스의 주인이 되었다. 벨레로폰은 자존심을 크게 다치기는 했지만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가시덤불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벨레로폰은 거지가 되어 두 발 로 땅을 밟고 돌아다니며 여생을 보냈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창세기 39장) 요셉은 이집트로 끌려 내려 갔다. 그를 끌어 내려 온 이스마엘 사람에게서 파라오의 한 신하인 경호 대장 이집트 사람 보디발이 그를 샀다. 그러나 요셉은 야훼께서 돌보아 주셨으므로 앞길이 열려 이집트 사람 주인집의 한 식구처럼 되었다. 주인은 야훼께서 그를 돌보아 주시는 것을 알았다. 그의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야훼께서 잘 되게 해 주셨던 것이다. 그는 요셉이 눈에 들어 심복으로 삼고 집안 일의 관리인으로 세워 그에게 모든 일을 맡겼다. 온갖 일고 모든 것 위에 내렸다. 이렇듯이 그는 자기에게 있 는 모든 것을 요셉의 손에 내맡겼다. 그리고 그가 있는 한 자신이 먹는 음식 외에는 아무 것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셉은 아주 깨끗하며 자기 침실로 가자고 꾀는 것이었다. 그는 주인의 아내에게 그럴 수 없다고 사정했다. '보시다시피 주인께서는 저를 믿고, 집안 일에 통 마음을 쓰시지 않습니다. 당 신께 있는 것을 모두 제 손에 맡겨 주셨습니다. 이 집안에선 제가 그분보다 실권이 더 있습니다. 마님만 은 주인님의 아내이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지만 그밖의 일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 난 짓을 제가 어떻게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하나님께 죄가 됩니다.' 그러나 그는 날이면 날마다 요셉에게 수작을 걸어 왔다. 요셉은 말을 듣지 않고 그와 함께 침실에 들지도 않았다. 하루는 그가 일을 보러 집 안으로 들어 갔는데 마침 집 안에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그는 요셉의 옷을 붙잡고 침실로 같이 가자고 꾀었다. 그러나 요셉은 옷을 버려 두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요셉이 옷 을 자기 손에 내버려 둔 채 밖으로 뛰쳐 나가는 것을 보고 그는 집안 사람들을 부르며 고함을 쳤다.'이 것 좀 봐라. 주인께서 우리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저 히브리 녀석을 데려 왔구나. 그 놈이 나에게 달려 들어 강간하려고 했어. 그래서 나는 고함을 질렀지! 그랬더니 그 놈은 내가 고함지르는 소리를 듣고 옷 을 버려 둔 채 뛰쳐 나갔다.' 그리고는 그 옷을 곁에 챙겨 놓고 주인을 기다리다가 그가 집에 돌아오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당신이 데려 온 그 히브리 종녀석 말이어요. 글세 그 놈이 내 방에 들어와 나를 농락하려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내가 고함을 질렀더니 이렇게 옷을 버려 둔 채 밖으로 뛰쳐 나갔 답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종녀석이 나에게 이 따위 짓을 했단 말이어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말을 듣고 주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요셉의 주인은 그를 잡아 감옥에 넣었다. 그곳은 왕의 죄수들 을 가두어 두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가 감옥에 있을 때에도 야훼께서는 요셉을 돌보시었다. 그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쏟으시고 은총을 베푸시어 간수장의 눈에 들게 해 주셨다. 그리하여 간수장은 감옥에 있는 모든 죄수들을 요셉의 손에 맡겨 무슨 일이고 마음대로 하게 하였다. 간수장은 요셉에게 모든 일을 맡 겨 놓고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았다. 야훼께서 그를 돌보시어 그가 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잘 되게 해 주셨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북아메리카 평원의 블랙푸트 인디언 신화와 이집트 신화, 그리스 신화, 그리고 성서 에 나오는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이야기 등 네 편의 유사한 신화를 살펴보았다. 이 네 이야기는 기본적 으로 구성이 같다. 이집트와 그리스, 헤브루의 이야기가 '상호 차용'의 본보기임을 해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 나라 모두 지중해 연안에 면해 있어, 교역을 통해 연관을 맺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 지만 이 세 신화와 블랙푸트 이야기 간의 유사성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9. 몇 가지 간략한 영웅 신화 지크프리트 이야기(노르웨이/독일) 지크프리트 이야기는 먼 예날의 이야기로, 그리스의 헤라클레스(헤르쿨레스) 신화, 페르세우스 신화, 테세우스 신화, 멕시코의 퀘찰코아틀 신화와 같은 다른 여러 문화권의 영웅 신화들과 일맥상통한다. 실 제로 어느 문화권에나 영웅 신화는 있다. 지크프리트는 신화상의 유명한 영웅들 가운데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인데, 특히나 리하프트 바그너의 [반지]연작 오페라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영웅과 관련 된 신화들이 다 그렇듯, 이 신화도 인간이면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갖가지 시련에 대한 우화를 제공한 다. 지크프리트의 이야기는 그가 신들을 무시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영웅답게 맞이한다는 점 때문에 그 어떤 영웅 신화보다도 비장한 느낌을 준다. 지크프리트 이야기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에 들어가기 마련인 핵심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영웅 신화의 좋은 표본으로 꼽힌다. 여기에 소개하는 지크프리트 신화는 독일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는 물론, 지크프리트가 '지구르드' 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노르웨이의 전설집'볼숭가 사가'를 비롯한 몇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 이다. 카를 괴데케(1814-1887), 아우구스트 테클렌부르크(1863-1930)같은 독일 작가들과 시인 요한 루드 비히 울란트(1787-1862)도 이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 소개되는 이야기는 세세한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바그너의 오페라(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썼다) 줄 거리와 비슷하다. 노르웨이의 오이틴이나 오딘은 독일의 보탄이며, 노르체이의 구나르는 독일의 군터이 다. 또 크림힐드나 그리엠힐드는 독일어로는 그림힐트가 된다(바그너의 오페라에도 그림힐트라는 이름으 로 나온다). 노르웨이의 구드룬은 독일어로는 구트루네이다. 지크프리트(Siegfried, 승리-평화라는 뜻)는 전쟁 영웅 지크문트(Siegmund, 승리-입)와 그의 아내 지 클린데(Sieglinde, 승리-보리수)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지크문트는 니벨룽겐족과 그들의 왕인 알베리 히를 보호하는 위대한 전사였다. 알베리히에게는 반지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반지는 보통 반지가 아니었다. 그 반지를 지니기만 하면 반지의 임자는 세상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알베리히는 신들의 왕인 보탄까지도 물리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알베리히는 니벨룽겐족(땅 밑에 살며 과부와 금속 세공인으로 일하던 난쟁이들) 의 왕으로, 땅 속에 뭍혀 있는 엄청난 보물의 주인이었 다. 무서운 용의 모습을 한 거인 파프너가 반지를 비롯한 니벨룽겐족의 보물을 지켰다. 보탄은 그 거인 의 손에 있는 반지를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차지하고 싶었다. 파프너나 보탄이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 았음을 알고 있었다. 어떤 영웅이 자신들을 몰락시킨다는 신성한 사명을 띠고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크문트가 전사하고 난 뒤 지클린데는 사경을 헤매며 아들 지크프리트를 낳아, 미메라는 난쟁이에게 맡겼다. 미메는 지크프리트가 천하의 영웅이 되어, 니멜룽겐족의 보물과 반지를 되찾아 올 것이라는 예 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내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웠다. 어린 지크프리트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면 서, 자신의 진짜 신분에 대해 미메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어릴 적부터 지크문트는 미메를 아버지라 고 불렀으나, 키 큰 젊은 영웅이 난쟁이 니벨룽겐족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미메는 지크프리트에게 절대 로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보탄도 알베리히도 아닌 미메 자신이 반지와 보물의 소유자가 되려는 속셈에 서였다. 결국 지크프리트는 앞뒤가 맞지 않는 미메의 이야기에 넌덜머리가 나,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 면 죽여 버리겠다고 그 난쟁이를 위협했다. 어느 날 신들의 왕인 외눈박이 보탄이 땅 위를 거닐다가 지크프리트와 미메가 사는 집에 이르게 되었 다. 보탄은 잃어 버린 한쪽 눈을 가려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고 망토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우주를 떠받 치고 있는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의 가지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 지팡이에는 신비한 문자 가 새겨져 있었다. 지팡이에 새겨진 신비한 문자들은 인간, 난쟁이, 거인, 신 할 것 없이 우주에 사는 모 든 존재들을 지배하는 계율이었다. 보탄은 미미르라는 지혜의 우물에서 신성한 물을 마시는 대가로 한 쪽 눈을 그 우물에 바쳐 외눈박이가 되었다. 엄청난 값을 치르고 산 지혜 덕분에 보탄은 신들의 황혼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자신의 우주 통치권이 아무 쓸모 없게 된다는 사실도. 또한 보탄은 청년 지크프리트의 사명이 신들의 황혼을 앞당기는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미메는 보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나그네가 지혜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땅위에는 누가 살고 있소?' 보탄은 '인간들'이라고 대답했다. '땅 밑에는 누가 살고 있소?' 보탄은 '니벨룽겐족'이라고 대꾸했다. '그럼 하늘에는 누가 살고 있소?' 보탄은 이렇게 답변했다. '보탄, 돈너(천둥신 토르), 프레야 (미의 여신 프라이야) 등 우주를 지배하는 신들이 살고 있지요. 발퀴레(노르웨이:발키리)들이 신들의 시 중을 드는데, 발퀴레들은 싸움터에서 죽은 영웅들을 발할라(전사자들의 방)이는 초혼당에 있는 신들의 연회장으로 데려갑니다.' 보탄은 진실밖에 얘기할 줄 몰랐다. 그래서 계속 질문을 퍼부어댔다. '인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사랑받는 사람은 누구요?' 보탄이 대답했다. '발숭가문 사람들이지요. 바로 지크문트와 지클린데, 그리 고 장차 천하의 영웅이 될 그들의 아들입니다. 발숭 가문 사람만이 용 파프너를 죽이고 반지를 얻을 수 있지요. 그 용을 벨 수 있는 유일한 칼이 노트흉이라는 칼인데, 보탄이 그 칼을 부러뜨렸다고 합니다. 따라서 노트홍검을 다시 만드는 사람이 천하의 영웅이 되는 겁니다.' 나그네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은 지크프리트는 자기가 누구이며, 자기가 이루도록 정해져 있는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 다. 나그네는 몰래 깊은 숲속으로 빠져 나갔다. 보탄이 사라지고 나자 지크프리트는 자기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노트홍검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미메에게 명령했다. 미메는 자기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마법의 칼을 만들 수는 없다고 미메에게 명령했다. 미메는 자기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마법의 칼을 만들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지크프리트는 미메를 제쳐 놓고, 제 손으로 부러진 칼 조각들을 갖다가 미메의 모루 위에 올려 놓고, 다 시 연마하기 시작했다. 지크프리트는 별 어려움 없이 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크프리트가 마지막으로 망치를 내리침과 동시에 모루가 땅의 여신 에르데 속으로 사라졌다. 에르데는 보타의 누이였다. 그리하 여 에르데는 재빨리 오빠에게 자기가 목격한 일을 얘기해 주었다. 다음 날 지크프리트는 최우선 과제- 파프너를 죽이고 알베리히의 보물과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반지를 되찾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그는 파프너가 해묵은 물푸레나무에 꼬리를 똘똘 감고 있는 공터에 이르렀다. 그 나무 주위에는 불이 활활 타올라,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파프너도 입에서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파프너의 이빨에 서는 가엾은 희생자들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길을 뚫고 들어 갔다. 파프너는 그제서야 그 용감한 인간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지크프리트는 단칼에 파프너를 벴다. 용은 쓰러져 죽어 가면서 그 마법의 칼을 다시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지크프리트에게 물었다. 지크프리 트가 대답했다. '바로 나, 발숭의 후손인 지크프리트다.' 지크프리트가 들고 있는 칼에서 파프너의 피가 뚝뚝 떨어졌다. 지프프리트는 그 피에 입술을 갖다 댔 다. 이 일로 인해 지크프리트는 새들이 하는 예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새들은 그 근방의 어떤 동굴 속에 알베리히의 보물이 있다고 지크프리트에게 알려 주었다. 지크프리트는 동굴 속으로 들 어갔다. 그러나 보물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용을 죽인 기념으로 반지만 가지고 나왔다. 지크프리트 는 그 반지의 주인이 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심장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반지는 지크프리트를 우주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반지에는 저주도 담겨 있었다. 알베리히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이 반지 를 소유할 경우, 반지의 임자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해 죽음에 이르도록 그 반지에 저주를 걸어 놓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크프리트는 작도 모르게 스스로 비극적 운명을 선택한 셈이 되고 말았다. 지크프리트가 막 그 곳을 떠나려던 찰나에 미메와 알베리히가 들이 닥쳤다. 지크프리트는 이제 미메 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터라, 자기 의붓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완전히 간파했다. 미메가 늘어 놓은 감언이설은 자시의 음모를 은폐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지크프리트는 미메가 자기를 죽이고 보물을 혼자 차지할 요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노트홍검으로 미메를 베었다. 알베리 히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지크프리트가 남겨 놓고 간 보물을 챙겼다. 자기가 그 반지의 소유자에게 걸어 놓은 저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알베리히는 지크프리트가 계속 반지를 끼고 다니도록 두었다. 그 젊은 영웅이 멀지 않은 장래에 파멸당하리라고 확신하며. 이 일이 있고 나서 새들이 지크프리트에게 또 다른 임무를 알려 주었다. 브륀힐데라는 아름다운 발퀴 레 처녀가 있는데, 처녀의 아버지 보탄이 처녀를 잠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유는 브륀힐데가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브륀힐데는 어떤 큰 바위 위에서 자고 있는데, 그 바위 둘레에 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새들의 말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발숭 가문의 영웅만이 브윈힐데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브윈힐데에게 입을 맞추면 브륀힐데가 잠에서 깨어 난다는 것이다. 지크프리트는 모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브륀힐데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지크프 리트가 태어나기 전, 그의 부모 지크문트와 지클린데는 니벨룽겐족의 전사로서 보탄에 맞서 장렬하게 싸웠다. 지크문트가 전사하고 나자, 임신중이던 지클린데는 브륀힐데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브륀힐데 는 보타을 위해 싸워야 하는 발퀴레임에도 불구하고 지클린데를 위험에서 건져 주었다. 브륀힐데는 동 정심에서 이 같은 일을 하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적에게 도움을 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부륀 힐데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 것이다. 보탄은 요술쟁이이자 불의 신인 로게에게 인간들이 브륀힐데를 구 하러 오지 못하도록 브륀힐데 주위를 불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젊은 영웅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반지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뿐더 러, 보탄의 명령을 어기고 브륀힐데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알지 못했다. 지크프리트가 바위로 다가가자, 보탄-여전히 나그네로 변장한 상태-은 지크프리트에게 브륀힐데를 구하지 말라고 말 렸다. 보탄은 입에는 지팡이 대신 창을 들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그 나그네가 다름아닌 보탄임을 알고 있었다. 그 창은 자기 아버지 지크문트가 들고 있던 노트훙검검을 산산조각 낸 바로 그 창이었던 것 이다. 하지만 보탄은 지크프리트가 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크프리트에게 싸움을 걸지 는 않았다. 그 상태에서 보탄이 써먹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말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크프리트는 계속 바위 쪽으로 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커다란 바위에 이르자, 불의 장벽을 통과했다. 갑옷 차림으로 자고 있는 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전사는 아름다운 브륀힐데였다.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에게 입 을 맞추었고, 브륀힐데는 깨어 났다. 하지만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의 투구를 벗기자 브륀힐데는 발퀴레 에서 보잘 것 없는 인간 여자로 변해 버렸다. 지크프리트는 사랑의 징표로 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끼 워 주고,그녀를 위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다음 지크프리트는 말을 타고 기우훙겐족(노르웨이:기우쿵구르)의 땅으로 갔다. 기우훙겐족은 비 열하고 변덕스러운 군터와 그의 사악한 어머니이자 마법사인 그림힐트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지크프 리트의 용맹스런 우업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알려져 있던 터라 그림힐트도 그 젊은 영웅이 누구인지 알 고 있었다. 마법사 그림힐트는 지프프리트를 자기 딸 구트루네의 남편으로 삼고 싶었다. 그림힐트는 그 러면 브륀힐데가 군터의 신부가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지크프리트가 도착하자 군터는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지크프리트와 피로써 영원한 충성을 서약했다. 그림힐트는 지크프리트의 술잔에 슬쩍 마법의 약을 넣어, 지크프리트로 하여금 브륀힐데에 관한 것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젊은 영웅은 그림힐트의 계획대로 구트루네와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음모 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그림힐트는 지크프리트에게 마법을 걸어, 그를 군터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 다음 그에게 브륀힐데를 데려 오게 했다.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 아닌 다른 영웅이 자기를 구하러 왔나 보다고 생각했다. 군터의 모습을 한 지크프리트는 그 발퀴레와 사흘 밤을 보냈다. 물론 그 의 칼이 두 사람을 엄숙하게 갈라 놓은 상태에서. 브륀힐데를 기우훙겐족의 궁전으로 데리고 온 지크프리트는 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브 륀힐데는 자기를 구한 사람은 용감한 지크프리트가 아니라 비열한 군터라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지크 프리트가 자기에게 한 약속을 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것을 비통히 여겼다. 하지만 브륀힐데는 구트루 네와 말다툼을 하다가 진실을 알게 되었다. 구트르네가 그만 부륀힐데를 구한 사람이 지크프리트라는 사실을 발설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지크프리트는 구트루네의 남편인지라 브륀힐데가 그를 제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브륀힐데는 불화를 일으키기로 마음 먹고, 군터에게 가서 지크프리트와 함께 보낸 사흘 동안 자기와 그가 정을 통했다고 말했다. 브륀힐데는 군터에게 지크프리트를 죽임으로써 명예를 지키라고 요구했다. 군터는 지크프리트와 피로써 영원한 충의를 맹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대꾸했다. 그럼에도 군터 는 동생 하겐에게 지크프리트를 죽이라고 시켰다. 그날 밤 지크프리트가 구트루네와 잠자리에 들자 하 겐은 그 영웅을 칼로 찔러 죽였다. 이제 브륀힐데는 자의 지크프리트가 다른 여자와 살지 못하게 되었 다고 안심했다. 알베리히의 저주를 브륀힐데가 현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와 영 원히 결합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화장하는 장작더미 속으로 몸을 던졌고, 불꽃은 발할라 전체를 삼켜 버렸다. 테세우스(그리스) 테세우스 신화는 신화가 인생의 비유로서 갖는 힘을 보여 주는 본보기이다. 테세우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엄청나게 복잡한 미로 라비린토스 한가운데에 있는 미노타우로스(머리는 소이고 몸은 사람인 굄 물)를 물리치는 것인데, 그는 수많은 시험을 거치고 갖가지 시련을 이겨내야만 이 과제에 도전할 수 있 다. 우리의 인생도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로 같아 보일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테세우스 는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 냄으로써 미로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현대를 살아 가는 우리에게 신 화는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 주는 일종의 나침반이며, 복잡다단한 실존이라고 미로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 신화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있다. 1890년대에 아서 존 에반스 경이 크레타섬의 크노소스에 서 왕궁을 발굴했다. 기원전 2000년,그리스 본토와 크레타섬의 발전 수준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놀랍게도, 에반스는 그 왕궁에서 수세식 화장실과 상당히 발달된 수도관시설을 발견했다. 이러한 시설들 은 서유럽에서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널리 보급된 문명의 이기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신화와 관련하 여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궁전의 미로식 복도며 투우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을 비롯해 크레타섬과 그리 스 본토 사이에 교역이 행해졌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모두 아테네의 초기 왕이었던 테세우스 이야기에 진실성을 더해 준다는 점이다. 청동기 시대에 그리스 본토에서 크레타를 방문한 사람의 눈에는 그 궁전 의 끝없는 복도들은 마치 미로처럼 보였을 것이며, 황소를 타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은 미노타우로스를 연상시켰을 것이다. 테세우스 이야기의 원전 자료로 가장 좋은 것은 고대 전기 작가인 플루타프크의 [영 웅전]이다. 그밖에도 현대 작가가 테세우스 이야기를 훌륭하게 다른 영우로는 앙드레 지드의 [테세우스] 를 들 수 있다. 테세우스의 청년 시절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에게는 멜리테와 칼키오페라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두 아내 다 그 에게 자식을 안겨 주지 못했다. 아이게우스는 코린트로 여자 마술사 메데이아를 찾아가 그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메데이아는 아들을 낳는 데 필요한 마법을 가르쳐 줄 테니 그 대가로 아테네에다 자기가 안 전하게 거처할 수 있는 은신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아이게우스는 기꺼이 그러마고 했다. 아이게우스는 아테네로 돌아오는 길에 트로에젠에서 아이트라라는 아테네 왕가 태생의 여자와 동침했 다.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에게 경고하기를, 만약 이번 일로 인해 아들이 태어나게 되면 그 아이를 트로 에젠에서 비밀리에 양육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아이게우스는 제우스를 기리는 신성한 바위 밑에다 지 기 신발과 칼을 숨겨 두었다. 장차 생기게 될지도 모르는 자기 아들이 이 매장물(그리스 말로는 thesaurus, 보물 창고를 뜻하는 영어 단어 thesaurus와 보물을 뜻하는 treasure의 어원이 된 말이다)을 찾아 냄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짜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면 그 바위 정 도는 너끈히 들어 올리고, 거기 묻힌 유물을 아테네로 가지고 와 자기와 왕위 계승자임을 입증할 수 있 을 것이었다. 아이트라는 사내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테세우스(묻혀 있는 보물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 다. 아이의 아버지가 신성한 바위 밑에 묻어 둔 왕위의 징표를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아이게우스 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늠름하고 지혜로운 청년으로 성장하여, 그가 신들의 은총을 입 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테세우스는 거뜬하게 바위를 들어 올리고 왕위의 징표를 꺼냈다. 그런 다음 왕 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아케네로 길을 떠났다. 그너나 트로에젠에서 아테네에 이르는 길목에 는 강도들이 들끓었다. 때문에 테세우스는 처음으로 영웅적 업적을 쌓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테세우스가 만난 첫 번째 강도는 절름발이 페리페테스였다. 페리페테스는 힘 없는 나그네들을 청동 곤봉으로 죽이고 돈을 빼앗는 걸로 유명했다. 페리페테스가 테세우스를 공격하려 했으나 테세우스는 만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테세우스는 청동 곤봉을 빼앗아 그것으로 페리페테스를 죽였다. 두 번째 만난 강 도는 비열한 시니스 피티오캄테스(소나무 구부리는 사람 시니스)였다. 이 정신병자는 엄청난 힘으로 소 나무 끝을 구부린 다음 나그네들에게 소나무 구부리는 일을 좀 도와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나그네들이 소나무의 끝을 꽉 붙잡으면 시니스 소나무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 결국 나그네들은 공중 높이 떠올랐다 가 떨어져 죽고 말았다. 테세우스는 시니스가 다른 사람들을 죽였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시니스를 죽 였다. 그 다음 만난 강도는 스키론(양산)이었다. 스키론은 행인들을 붙잡아 강제로 자기 발을 씻기라고 시킨 다음 그들이 몸을 구부리면 바로 걷어차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의 바다로 빠뜨렸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거북이에게 잡아 먹혔다. 테세우스는 스키론도 그의 희생자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도록 만들 었다. 아테네 사람들이 테세우스를 그리스 레슬링의 아버지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테세우스가 케르키돈이라 는 흉악한 강도를 물리친 후부터였다. 케르키돈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레슬링시합을 하자고 했는데, 시 합은 항상 케르키돈이 상대방의 머리를 바위에다 깨부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 케르키돈이 테세우스의 손에 의해 자기 희생자들과 똑같은 운명을 만난 것이다. 테세우스는 아테네 외곽에 이르러서 많은 인간 의 목숨을 빼앗은 사나운 멧돼지도 죽였다. 테세우스가 아테네에 도착하기도 전에 테세우스의 공적에 대한 소문이 아테네에 파다하게 퍼졌다. 아테네 사람들은 강도들과 멧돼지가 제거되었다는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아테네에서의 테세우스 아이게우스 왕이 트로에젠에서 아이트라를 만나 테세우스를 잉태한 후로 여러 해가 지났다. 왕은 자 기에게 대단한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사이 메데이아는 코린트를 떠나 아테네로 숨어 들었고,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에게 은신처를 마련해 주었다.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를 세 번째 아내로 삼았는데, 이들 사이에서 메두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게우스는 메두스를 메데이아가 약속했던 아 들로 잘못 알았다. 테세우스에 관한 소문은 궁전으로까지 퍼졌다. 아이게우스는 그 영웅이 자기 아들일 지도 모른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테세우스가 자신의 왕권에 도전할까봐 걱정하고 있 었다. 한편 테세우스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던 메데이아는 그 영웅이 자기 아들에게서 왕위를 빼 앗을 것을 염려했다. 아이게우스와 메데이아는 테세우스를 죽일 마음으로 그가 아테네에 온 것을 환영 하는 잔치를 열리로 했다. 그래서 메데이아는 독약을 준비해 술잔에 넣어 두었다. 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테세우스는 칼집에서 칼을 꺼내 그것으로 고기를 잘랐다. 그것은 여러 해 전 아이게우스가 바위 밑에 뭍어 두었던 바로 그 칼이었다. 아이게우스는 그 칼을 알아보고 테세우스가 진 짜 왕위를 물려받을 자기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게우스는 즉시 독이 든 술잔을 손으로 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기쁜 마음으로 테세우스가 자기 후계자임을 밝혔다. 게다가 테세우스의 어머니인 아이트라 도 아테네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테세우스가 왕위 계승자임을 반박할 여지란 없었 다. 메데이아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몹시 격분했으며, 테세우스를 죽이려고 했던 죄 때문에 추방당했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크레타는 그리스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으로, 미노스 왕이그 섬을 다슬리고 있어t다. 미노스는 외아들을 외교 업무상 아테네로 보냈다. 크레타 사람들은 소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 래서 아이게우스 왕이 크레타 왕자 안드로게우스에게 아테네 근교에서 날뛰는 아주 무서운 소를 죽여 달라고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게우스는 소를 죽이려다 오히려 자기가 죽음을 당하고 말 았다. 미노스는 보상을 요구했다. 그는 아테네를 침략하여 아테네 사람들이 공물을 바치지 않으면 아테 네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크레타의 왕위 계승자를 잃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미노스가 요구한 공물 은 바로 사람이었다. 9년에 한 번씩 아테네에서 가장 훌륭한 총각과 처녀 일곱명씩을 크레타로 보내라 는 것이었다. 크레타로 간 아테네 젊은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크레타에서 무서운 괴물 미노타 우로스에게 살해당했다.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는 신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예이 다. 미노스 왕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아름다운 흰 소 한 마리를 받았다. 포세이돈은 그 소가 자기에 게 제물로 바쳐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미노스는 그 소를 소중히 여겨 제물로 내놓기를 거부했다. 진 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이가 그 소와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파시파이는 훗날 반은 사람이고 반은 소인 무서운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지 않았다. 미노 타우로스를 죽이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 그 괴물을 안전하게 넣어 둘 수 있는 미로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인간들을 먹이로 주었다. 크레타 로 끌려 간 아테네 젊은이들은 도저히 헤어날 길 없는 미로에 갇혀, 결국은 그 무서운 괴물에게 잡아 먹히고 마는 것이다. 테세우스가 아테네에 도착한 해가 바로 인간 제물을 바치는 해였다. 테세우스는 자기도 크레타로 가 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그의 아버지는 왕위를 이을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테세우스는 자기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여 아테네 젊은이들의 살육을 끝장내겠다고 아이게우스를 안심시켰다. 그리하여 테세 우스는 배를 타고 크레타로 떠났다. 테세우스가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돛을 보면 알 것이었다. 만일 배가 검은 돛을 달고 돌아오면 아테네 젊은이들이 모두 죽었다는 뜻이고, 하얀 돛을 달고 돌아오면 아 테네 젊은이들이 살아서 고향 땅을 밟는다는 뜻이었다. 아테네 젊은이들은 크레타에 도착하자마자 거리 행진을 강요당했다.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는 첫눈에 테세우스에게 반해, 다이달로스에게 그 잘생긴 아테네 청년을 구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다음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을 한 타 래를 주고서 미로에서 그 실을 풀으며 가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 실을 따라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미로에 들어간 아테네 젊은이 일행중 미노타우로스와 제일 먼저 마주친 사람이 테 세우스였다. 테세우스는 그 괴물을 맨 손으로 간단하게 처치했다. 그리하여 열네 명의 아테네 젊은이들은 무사히 미로를 탈출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한테 그녀를 그리스로 데리고 가 그곳에서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리스로 돌아오던 중 아 리아드네가 중병을 앓는 바람에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떨어뜨려 놓고 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낙소스의 아리아드네]의 토대가 됨) 이 이야기의 다른 판본에는 아리아드네가 항해 중 따분하고 지겨워져 낙소스 섬에 남은 것으로 되어 있다. 여하튼 배는 열네 명의 아테네 젊은이를 모 두 싣고 아테네로 돌아왔다. 그런데 너무 급히 서둘러 돌아오는 바람에 출항할 때 배를 장식했던 검은 돛을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무사함을 나타내는 흰 돛으로 바꿔 달지 못했다. 아이게우스 왕은 배가 들어 오는지 확인하려고 몇 달 동안 바다를 지켜보았다. 아이게우스는 돌아오는 배가 검은 돛을 단 것을 보 고는 자기 아들이자 왕위 후계자인 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이게우스는 절망한 나 머지 바다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 바다가 오늘날 우리가 에게해라고 부르는 바다이다. 그리하여 배가 아테네로 돌아온 즉시 테세우스가 왕이 되었다. 이 영웅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창시자로 백성들에게 존경받았다. 그는 백성들을 직접 다스리는 대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다스리게 했다. 그는 현명하고 사랑받는 왕이자 문화의 후원자였다. 그가 왕위 에 있는 동안 그리스 전역에서 솜씨 좋은 장인들과 사상가들이 그의 후원 아래 활동하고자 아테네로 모 여 들었다. 아테네는 번영을 누렸고 백성들은 행복했다. 크레타 사람들이 더 이상 공물을 요구하지 않았 던 것이다. 테세우스는 자신의 왕국이 안정을 되찾자, 더 많은 모험을 찾아 나섰다. 테세우스는 아마존 (그리스 말로 아마존은 '젖가슴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아마존족이 전투할 때 활을 당기기 편하게 하려고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고 믿었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아마존강은 초기의 탐험가들이 그 강 기슭에서 여전사들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이라고 하는 무서운 여전사들을 제패하기 위 해 원정길에 올랐으며 황금 양털을 찾아 이아손과 함께 항해에 나서시도 했다. 테세우스는 친구들에게 신의를 잘 지키기로 유명했다. 헤라클레스가 미쳐 자기 아내와 자식들을 죽였을 때, 그를 지켜 준 사람 은 오로지 테세우스뿐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세계 최초의 정신 이상자 보호 제도였을 것이다. 테세우스 는 노령의 오이디푸스에게도 은신처를 주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오이디푸스를 도와 준 일은 테세우스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 볼 때, 인생은 참으로 얄궂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언니인 파이드라와 결혼했는데, 그때는 이 미 전처에게서 얻은 히폴리투스라는 잘생긴 아들이 있는 상태였다. 파이드라는 자기도 모르게 히포리투 스에게 반해 여러 차례 그를 유혹하려고 했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히폴리투스의 외모가 여신 아프로 디테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히폴리투스는 사냥의 여신이자 영원한 처녀인 아르테미스의 열렬한 추종자인 탓에 성애에는 관심이 없었다. 히폴리투스가 아르테미스를 따르자, 시샘 많은 아프로디 테는 화가 나 그를 파멸시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아프로디테가 파이드라로 하여금 히폴리투 스에게 반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이다. 파이드라가 히폴리투스에게 끈질기게 사랑을 요구했으나 히폴리투스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의 붓어머니와 동침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절망한 파이드라는 히폴리투스 자신의 죽 음을 초래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 자살했다. 테세우스는 그 유서를 발견하고는 몹시 슬퍼했다. 그는 아들을 추방하기로 결심했다. 히폴리투스는 의붓어머니에게 해가 될 짓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 장했지만 테세우스는 아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불같이 화가 난 테세우스는 곧장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게 달려가 히폴리투스를 없애 달라고 부탁했다. 히폴리투스가 추방 명령을 받고 길을 나섰을 때, 물에서 바다 괴물 한 마리가 나와 히폴리투스의 마차를 가로막았다. 말들이 겁을 먹어 날뛰는 바람에 히폴리투 스는 마차에서 떨어졌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히폴리투스는 아버지 앞으로 실려 갔다. 그때 여신 아르테미스가 테세우 스에게 나타나 히폴리투스의 결백을 밝혀 주었다. 아르테미스는 음모를 꾸민 것은 아프로디테이며 파이 드라도 마법에 걸렸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히폴리투스가 순결에 집착하여 다른 여자들은 물론 아프로 디테도 거들떠보지 않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 여신이 히폴리투스를 파멸시키려고 음모를 꾸민 것이었 다고. 테세우스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기없어 신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신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비를 베풀었다. 그러나 후일 테세우스는 응분의 대가로, 친구에게 배신당해 죽게 되었다. 그가 파이드라의 거짓말을 믿고 아무 죄도 없는 자기 아들을 저주한 죄 때문이었다. 히아와타 타렌야와곤(이로쿼이) 히아와타에 관한 이로쿼이의 실제 전설은 롱펠로우의 [히아와타의 노래]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롱펠 로우의 작품에서는 히아와타가 이로쿼이족의 영웅이 아닌 알공킨족의 영웅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 롱펠 로우의 작품은 수피리어 호수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반면 히아와타의 실제 본국은 현재 뉴욕주의 중부와 서부였다. 롱펠로우가 노래한 신화들은 사실상 알공킨의 신 미차보에 관한 이야기이다. 히아와타 신화는 공민 신화의 훌륭한 예이다. 이 신화가 국가 창건에 관하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 가란 이로쿼이의 5개 부족 연합체를 말하는데, 미국의 건국 시조들은 미국 의회를 조직할 때 이 연합체 의 통치 체제를 면밀히 연구한 바 있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자 타렌야와곤은 땅에서 들리는 처절한 고통의 외침 소리에 잠에서 깨어 났다. 인간들은 서로 죽이고, 무서운 거인들을 상대로 싸우고, 혼란과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타 렌야와곤은 인간 남자의 모습을 취하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서 가련한 피 난민들을 어떤 동굴로 이끌고 갔다. 동굴에서 타렌야와곤은 인류에게 희망이 다시 찾아왔으니 이제 잠 을 좀 자라고 피난민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고 나자, 타렌야와곤은 다시 어린 소녀의 소을 잡고 사람들을 해가 떠오르는 쪽으로 이끌고 갔다. 사람들은 그곳에다 커다란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았 다. 이전의 피난민들은 형편도 좋아지고 자녀도 많이 낳았다. 타렌야와곤은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한 다 음 그들에게 다섯 개의 부족을 구성하여 각 부족별로 흩어져 살라고 말했다. 타렌야와곤은 집단에서 몇 가족을 떼어, 이들을 테하우로가, 즉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타렌야와곤이 이들에게 테 하우로가라는 이름을 붙여 준 바로 그 순간부터 이들은 나머지 사람들과 다른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타렌야와곤은 이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 즉 모하우크 부족에에게 담배와 호박, 옥수수, 콩을 주고 또 그들을 도울 개들도 주었다. 타렌야와곤은 이들에게 훌륭한 농부도 되고 사냥꾼도 되라고 가르쳤다 그 러고 나서 어떤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이들과 헤어졌다. 타렌야와곤은 다시 몇 가족을 떼어, 그들을 아름다운 계곡으로 데리고 갔다. 카렌야와곤은 이들의 새 정착지에 있는 멋진 숲을 기념하여 이들을 레하우레테고라고 불렀다. 레하우레타고란 '키 큰 나무 사람 들'이란 뜻이다. 이들 역시 별개의 언어를 사용했고, 어네이다 부족이 되었다. 그런 다음 타렌야와곤은 다시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서 또 다른 몇 가족을 오논다가라고 하는 큰 산으로 데리고 갔다. 이 산의 이름이 이들 부족의 이름이 되었다. 이들 역시 그들 나름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타렌야와곤은 이번에는 다른 소녀의 손을 잡고서 또 몇 가족을 떼어 고요가라는 호수로 데리고 갔다. 이들은 카유가 족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제 남은 가족이 몇 되지 않았다. 그래서 타렌야와곤은 어떤 어린 소녀의 손 을 잡고 이들을 카난다이구아라는 산으로 데리고 갔다. 이 산이 이들의 새 정착지였다. 타렌야와곤은 이 들 세네카 부족에게 테호네노이엔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케호네노이엔트는 '문지기'라는 뜻인데, 이들이 다섯 부족의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타렌야와곤은 이 부족들을 창건할 때 어째서 어린 여자 아이의 손을 잡았던 것일까? 이 다섯 부족의 이로쿼이 사람들은 모계 사회를 이루고 있다. 모계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는 나이든 여 자이다. 타렌야와곤이 손을 잡았단 소녀들은 커서 각기 자기네 부족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 다섯 부족 안에서는 재산도 어머니를 통해 상속된다. 어떤 사람들은 다섯 부족의 땅을 떠나 멀리 미시시피(미시시 피는 '큰 물'이라는 뜻인데, 알공킨 말이거나 치페와 말인 듯하다.)라는 강이 있는 서쪽으로 갔다. 그리 고는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커다란 강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다섯 부족 사 람들은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고향땅에 남아 있던 다섯 부족은 모두 번성을 누렸다. 타렌야와곤은 다섯 부족에게 각기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오논다가족에게는 우주의 법칙에 대한 지식 과 위대한 창조주의 뜻을 풀이할 줄 아는 능력을, 오네이다스족에게는 바구니와 무기 만드는 기술을 주 었다. 또 모하우크족에게는 뛰어난 사냥 솜씨를 주었다. 그 뒤 타렌야와곤은 오논다가 부족과 함께 살았 다. 히아와타는 타렌야와곤이 오논다가 부족과 함께 살 때 썼던 이름이다. 우주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슬픔에는 기쁨이, 빛에는 어둠이, 삶에는 죽음이 반드시 따른다고 한다. 다섯 부족이 평화롭게 살아갈 때에도 야만인들(알공킨 부족들)이 대호수 지역인 북서부로부터 그들을 공격해 왔다. 이 침입자들은 다 섯 부족만큼 교화되지 못해, 다섯 부족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그래서 다섯 부족은 공동 대처를 위해 모두 모였다. 이들은 히아와타가 와서 진두 지휘해 주기를 기 다리며 사흘을 보냈다. 나흘째 되는 날 히아와타가 마법의 자작나무 배를 타고 나타났다. 그 배에는 히 아와타가 오논다가족 아내를 얻어서 낳은 딸 므니하하(롱펠로우의 시에 나오는'미니하하')도 타고 있었 다. 히아와타는 다섯 부족의 족장들을 만나, 그들과 의형제를 맺었다. 히아와타는 각 부족의 언어로 그 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칠 때처럼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구 름 사이로 천상의 신비한 새가 나타나 히아와타의 딸을 데리고 가버렸다. 히아와타는 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한 뒤에 딸을 거대한 시비의 새에게 넘겨 주었다. 히아와타는 딸이 떠나자 슬픔을 이기지 못 해, 흙표범 가죽을 둘러 쓴 채 사흘 동안 말없이 앉아 비탄과 명상에 잠겨 있었다. 히아와타는 이 수수 께끼 같은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들은 신이 평화를 주는 대가로 소녀를 데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애도의 기간이 끝나자 히아와타는 맑은 호숫물로 몸을 정결히 한 뒤 다섯 부족의 족장들을 불러 모았 다. 히아와타는 다섯 부족이 영원히 한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족장들에게 말했다. 다섯 부족이 다 시는 따로따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한 부족의 패배는 다섯 부족 모두의 패배가 되 고, 마찬가지로 한 부족의 승리는 다섯 부족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히아와타는 말했다. 그리고는 다섯 부족에게 여자들 가운데 가장 현명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으라고 지시했다. 오논다가 부족은 이로쿼이족 의 전사가 되기로 했고, 세네카 부족은 다섯 부족의 대변자가 되기로 했으며 머리가 좋은 카유가 부족 은 강들의 수호자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모하우크 부족은 다섯 부족 모두를 위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체제가 갖춰지자 히아와타는 남몰래 마법의 자작나무 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시시포스의 신화(그리스) 현대의 영웅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는 시시포스이 신화를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익한 노 략에 대한 표본으로 보았다. 무신론자인 카뮈는 고뇌에 가득 찬 상태로 인생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탐색 했다. 카뮈는 신과 ts화에 근거한 문화를 제쳐 놓은 탓에, 이 신화에서 인생에 의미를 주는 것을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죽음의 확실성과 노력 자체의 공허함마저 무시한 채, 무익한 노력 그 자체가 삶에 의미를 줄 수 있다고 깨닫기에 이른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무시하고 죽음마저도 무시한 코린트의 왕이었다. 한번은 제우스가 강물의 신 아소 포스의 딸인 아름다운 아이기나를 유괴해, 그녀를 끌고 코린트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소포스가 코린트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건에 대해 물었으나, 제우스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 았다. 하지만 영리한 시시포스는 그것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그 기회를 잡았다. 당시 코린트에는 심각 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물에 물을 댈 수원이 없었던 것이다. 코린트 사람들은 먼 곳에서 물을 끌어다 대는 데 진력이 났다. 시시포스는 강물의 신에게 접근해, 아이기나에 관한 정보를 줄 테니 그 대가로 물 을 달라고 했다. 싯포스는 아소포스가 코린트의 우물들에 샘물이 솟아나게 해 주면, 자기가 유괴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아소포스가 이 조건에 동의했고, 시시포스는 그에게 정보를 주었으며 땅에서는 달콤하고 시원한 샘물이 솟아 올랐다. 그리하여 아소포스는 제우스를 만나 딸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신들의 왕은 진노했다. 그는 정보를 준 코린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제우스는 자기 형 하이데스에게 그 일을 고했다. 죽은 자들의 왕인 하이데스는 죽음을 보내 시시포스를 데려오게 했다. 산 자들의 세상에 도착한 죽음은 땅위 의 세상에 있다보니 마음이 해이해졌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기만 하면 겁을 먹고 진저리를 치는 데 익 숙해 있던 그녀는 시시포스가 같아 앉아서 음식도 들고 술도 좀 마시자고 유쾌하게 권하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시포스와 죽음은 이야기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 받았다. 그렇게 얼마가 지난 뒤 시시포스 는 그녀에게 제 손으로 만든 수갑 한 벌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죽음은 한껏 유쾌한 기분에 젖어, 그 수 갑을 차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고 얘깃거리도 다 떨어지자, 그때야 죽음은 자기가 시시포스의 포로가 되 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와 함께 천지 만물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이데스는 새 백성을 하나도 맞아들이지 못했다. 식물, 동물, 인간을 막론하고 죽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죽음이 그렇게 포로 신세 가 되자 신들은 죽음이 없으면 세상이 너무 비좁아질 것이라고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죽음은 신들 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확실한 수단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분노를 느낀 신은 늘 인기가 없던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아레스는 죽음이 없으니 전쟁을 하나마나라고 지독하게 투덜거렸다. 전쟁터에서 쓰러진 병사들이 다시 일어나 싸움을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지상에서는 인간들이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이제 누구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모두가 영원히 살게 되리라는 생각에 그들은 신이 나 실컷 술을 퍼마셨다. 그렇지만 여기에 는 대단히 비참한 부작용이 따랐다.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죽음으로 위안 받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따 라서 지독한 병에 걸린 사람들은 언제까지고 그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보고 제우스는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아레스를 보내 죽음을 풀어 주고 시시포스를 잡아들이게 했다. 아레스는 제우스의 지시대로 했다. 그리고 시시포스의 영혼을 하이데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시시 포스의 꾀는 아직 동이 나지 않았다. 시시포스는 신들이 자기 영혼을 빼 가고 난 뒤에도 자기 시체를 매장하지 말라고 아내에게 일러 둔 상태였다. 시시포스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불평을 늘 어 놓았다. 자기 시체가 아직 매장되지 않았을 뿐더러 제대로 장례식도 치러지지 않았으니, 어쩌면 자기 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하이데스는 시시포스에게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오라며 사흘간의 여유를 주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난 뒤에도 시시포스는 죽은 자들의 세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 한번 신들이 속은 것이다. 이번에는 제우스도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 (평소에는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한다)를 보냈다. 헤르메스는 시시포스의 영혼을 붙잡고 그의 시체는 필요한 절차를 갖춰 매장했다. 그런 다음 시시포스의 영혼을 가지고 지하 세계로 내려갔다. 죽음을 결박하고 신들을 속인 죄로 시시포스는 가파늘 언덕 위로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리고, 그 바위 가 다시 굴러 떨어지면 또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리는 헛된 수고를 영원히 되풀이해야 하는 벌을 선고받 았다. 다음은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뽑은 대목이다. 이 작품은 1943년에 집필되었는데, 이때 는 카뮈의 고국 프랑스가 나치에게 점령당한 상태라 모든 것이 무익하고 암울하게 비치던 절망의 시기 였다. 신들은 시시포스에게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벌을 내렸다. 그러나 이 바위는 그 자의 무게로 말미암아 도로 산꼭대기에서 굴러 떨어지곤 했다. 무익하고도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무서 운 형벌은 없다고 신들이 생각한 것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일이었다......'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말에 의하면, 시시포스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빈틈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시시포스는 산적을 업으로 삼으면 딱 맞을 만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본다. 그가 지하 세계의 하찮은 노동자가 된 이유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로 그는 신들을 대 하는 태도가 너무 경솔했다고 비난받는다. 그가 신들의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아소포스의 딸 아이 기나는 주피터(제우스)에게 유괴당했다. 아이기나의 아버지는 딸이 없어진 것을 알고 심한 충격을 받아 시시포스에게 하소연했다. 이 납치 사건을 알고 있던 시시포스는 아소포스가 코린트성에 물을 대기로 약속한다면 그 사건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시시포스는 하늘의 번개(제우스가 번개를 던지는 신 이라는 점은 여러분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보다는 물의 축복을 더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는 지옥에서 형벌을 받게 되었다. 호메로스는 또한 시시포스가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속박한 일에 대해 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플루톤(하이데스)은 자신의 왕국이 황량하고 적막해진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전쟁의 신을 파견했고, 전쟁의 신은 죽음의 신을 그 정복자의 손에서 해방시켰 다. 또 시시포스는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무모하게도 아내의 사랑을 시험해 보려 했다고 한다. 시시포 스는 아내게게 자기 시체를 매장하지 말고 광장 한복판에 던져 놓으라고 지시했다. 시시포스는 지하 세 계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시포스는 인간적인 사랑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아내의 복종에 분 격하여, 아내를 혼내주어야겠으니 지상에 다녀올 수 있게 해 달라고 플루톤에게 허락을 구했다. 플루톤 은 시시포스의 청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시시포스는 다시금 세상의 모습을 보고, 물과 태양, 따스한 자 갈들과 바다를 맛보고 나자, 지옥의 어둠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소환도, 노여움의 징후도, 경고 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시포스는 그 후 여러 해 동안 해안선과 눈부신 바다, 그리고 대지의 미소르 마주 대하며 살았다. 그러나 신들이 내린 판결은 피할 수 없었다.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가 와서 이 뻔 뻔스러운 사내의 목덜미를 붙잡고 그에게서 기쁨을 빼앗은 다음, 그를 강제로 저승으로 끌고 갔다. 저승 에는 이미 그의 바위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부조리한 영웅이라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가 받는 형벌이 부조리한 것 만큼이나 그의 정열 또한 부조리하다. 그는 신들을 멸시하고 죽음을 중오하고, 삶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인 탓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온몸을 던져 노력해도 끝내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 하는 끔찍한 형벌을. 이것은 이승의 삶에 대한 열전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저승에서의 시시포스 에 관한 이야기는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상상력은 신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신화는 바로 그 상상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시시포스 신화의 경우에서 보게 되는 것은 몇백 번이고 반복하여 거대 한 돌을 끌어다 언덕 위로 굴려 올리려고 애쓰는 육체의 전적인 노력뿐이다. 일그러진 얼굴, 바위에 바 싹r 달라붙은 뺨, 진흙으로 뒤범벅된 돌덩어리를 떠받친 어깨, 돌덩어리가 굴러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밑을 받치고 있는 발, 돌을 감싸고 있는 쫙 벌린 두 팔, 인간의 가장 확실한 무기인 흙투성이의 두 손이 보인다. 한없는 공간과 깊이 없는 시간으로 측정되는 긴 노고 끝에 목표는 달성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시시포스는 돌이 순식간에 하계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본다. 따라서 그는 다시 돌을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만 한다. 그는 도로 평지로 내려간다. 바로 이 되돌아옴, 이 정지의 시간에 시시포스가 나의 관심을 끈다. 바위에 바싹 달라붙어 용을 쓰고 있는 얼굴 자체가 이미 바위 아니겠는가! 나는 그 사내가 무겁지만 일정한 걸음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 는 고통을 향해 내려가는 모습을 본다. 그의 불행이 되풀이되듯이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숨 돌리는 시간, 이 시간은 의식의 시간이다. 산꼭대기를 떠나 신들의 은신처로 서서히 내려가는 이 순간에 시시포 스는 자신의 운명에 굴하지 않는다. 그가 그의 바위보다 더 강한 것이다. 이 신화가 비극적이라면, 그것은 이 영웅이 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지지한다면 어찌 고통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노동자들은 날마다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운명 역시 시시포스의 운명 못지 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운명은 그것이 의식이 표면에 떠오르는 드문 순간에만 비극적이다. 신들의 프롤레타리아인 시시포스, 무력하고 반항적인 시시포스는 자신의 비참한 조건을 고스란히 알고 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비참한 조건에 대한 명료한 의식 때문에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그는 이러한 의 식을 통해 승리를 얻는다. 멸시로 극복되지 않는 운명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하산이 슬픔 속에서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면, 기쁨 속에서 이루어지는 때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시금 나는 시시포스가 자신의 바위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선 처음에는 슬픔이 느껴진다. 이승의 인상들이 기억에 너무 생생할 때, 행복의 유혹이 너무 강렬할 때,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슬픔이 고개를 내밀게 된다. 이것이 바위의 승리이자 바위 그 체 이다. 밑모를 슬픔은 견디기가 몹시 힘겹다. 이것은 우리의 겟세마네의 밤이다.(겟세마네Gethsemane: 예 수 그리스도가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 못박히기에 앞서 기도의 시련의 겪은 동산) 그러나 사람을 압도하 는 진리는 인식됨으로써 사라진다. 오이디푸스도 처음에는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운명에 복종한 다. 그러나 그의 비극은 그가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눈 이 멀고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그는 자기를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끈이 어떤 처녀(오이디푸스의 딸이자 누이인 안티고네)의 싸늘한 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참으로 기막힌 말이 들려 온다. '이 렇게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나의 고령과 고결한 영혼은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판단하게 한다.'......이렇듯 부조리한 승리를 위한 비결을 제시한다. 고대의 지혜가 현대의 영웅주의를 뒷받침해 주 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안내서를 써 보고자 하지 않고는 부조리를 발견하지 못한다. '세상에! 이렇게 좁은 길 로......'그러나 세계는 하나뿐이다.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땅에서 나온 두 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부조리를 발견하는 데서 반드시 행복이 싹튼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잘못일 것이다. 어떤 것 을 보고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이 행복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는 것도 물론 잘못이다. 오이디푸스는 '나 는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신성하다. 이 말은 미개하고 유한한 인간의 세 계에서 공명을 얻는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소모되지 않았고 소모된 일도 있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 말 은 불만과 무익한 고통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이 세계로 들어온 신을 이 세계로부터 추방한다. 이 말은 운명을 반드시 인간들 사이에서 해결되어야만 하는 인간의 문제로 만든다. 시시포스의 말없는 기쁨이 모두 그 말 속에 들어 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바위 역시 그의 것 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조리한 인간은 자기의 고통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 모든 우상을 침묵시킨다. 별안간 침묵을 회복한 우주에서 대지의 작은 경탄 소리가 무수히 솟아오른다. 무의식적이고도 비밀스러 운 부름, 사방으로부터의 초대는 승리의 필연적인 결과이자 대가이다. 그림자 없는 태양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밤을 겪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조리한 인간은 긍정적으로 대답하며, 그의 노력은 앞으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운명은 있지만,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숙명은 없다. 달 리 말하자면, 적어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운명이라는 것은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분에 관한 한, 인간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안다.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는 그 미 묘한 순간, 즉 시시포스가 자신의 바위로 돌아가는 그 짧은 방향 선회의 순간에, 시시포스는 자신의 운 명이 되어 버리는 일련의 관련 없는 행위들에 대해,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자기 기억의 눈길 아래 연결 되고, 곧 자신의 죽음에 의해 봉인될 행위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하여 밝은 세상을 간절히 보 고 싶지만 밤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장님은 인간적인 모든 것의 근원은 지극히 인간적일 것이라는 확신을 지닌 채 계속 움직이고 있다. 바위는 여전히 구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시포스를 산기슭에 내버려둔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짐을 발견한다. 그러나 시시포스는 신들 을 부인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는 뛰어난 성실성을 가르쳐 준다. 시시포스 역시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 고 판단한다. 그 후부터는 주인 없는 이 우주가 그의 눈에 불모의 것으로 비치지도 무익한 것으로 비치 지도 않는다. 그 바위의의 원소 하나하나, 밤으로 가득 찬 그 산의 광물 조각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서 하나ㅡ이 세계를 형성한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남는다. 우리는 행복한 시시포스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