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홍수 신화 노아 이야기 야휘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기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야휘께서는 '내가 지어낸 사림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 버리리라.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두 없애 보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 하고  식하셨다. 그러나 노아만 은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다. 노아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당시에 노아먼큼 올바르고 흠 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 이렇 게 세 아들을 두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세상은 너무 썩어 있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 어 있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 위에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땅 위 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저것들을 땅에서 쓸어 버리기로 하였다. 너는 전나무로 배 한척을 만들어라. 배 안에 방을 여러 칸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그 배는 이렇게 만들도록 하여라. 길이는 삼백 자, 나비는 오십 자, 높이는 삼십 자로 하고, 또 배에 지붕을 만들어 한 자 치켜 올려 덮고 옆에는 출입문을 내고, 상 중 하 삼층으로 만 들어라. 내가 이제 땅 위에 폭우를 쏟으리라. 홍수를 내어 하늘 아래 숨 쉬는 동물은 다 쓸 어 버리리라. 땅 위에 사는 것은 하나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와 계약을 세운다. 너는 네 아들들과 네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 들어 가거라. 그리고 목숨이 있는 온갖 동물도 암컷과 수컷으로 한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 가 너와 함께 살아남도록 하여라. 온갖 새와 온갖 짐승들과 땅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길 짐승들이 두 마리씩 너한테로 올 터이니 그것들을 살려 주어라. 그리고 너는 먹을 ,수 있는 온갖 양식을 가져다가 너와 함께 있는 사람과 동물들이 먹도록 저장해 두어라.' 노아는 모든 일들을 하느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하였다. 야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식구들을 다 버리고 배에 들어가거라. 내가 보기에 지금이 세상에서 올바른 사람 은 너밖에 없다. 깨끗한 짐승은 종류를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일곱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 가 온 땅 위에서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여라. 이제 이레가 지나면, 사십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쏟아, 내가 만든 모든 생물들을 땅 위에서 다 없애 버리리라.' 노아는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다 하였다. 땅 위에 홍수가 난 것은 노아가 육백세 되던 해였다. 노아는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홍수를 피하여 배로 들어 갔다. 또 깨끗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그리고 새와 땅위를 기어 다니는 길 짐승도 암컷과 수컷 두 쌍씩 노아에게로 와서 배에 들어갔다. 노아는 모든 일을 야훼께 분부받은 대로 하였다. 이레가 지나자 폭우가 땅에 쏟아져 홍수가 났다. 노아가 육백세 되던 해 이월 십칠일, 바로 그 날 땅 밑에 있는 큰 물줄기가 모두 터지고 하늘은 구 멍이 뚫렸다. 그래서 사십일 동안 밤낮으로 땅위에 폭우가 쏟아졌다. 바로 그 날 노아는 자기 아내와 세 아들 셈, 함, 야벳과 세 며느리를 배에 들여 보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각종 들짐승과 집짐승, 땅 위를 기는 각종 파충류와 날개를 가지고 있 는 나는 각종 새들을 들여 보냈다. 몸을 가지고 호흡하는 모든 것이 한 쌍씩 노아와 함께 배에 올랐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분부하신 대로 모든 짐승의 암컷과 수컷이 짝 을 지어 들어 갔다. 그리고 노아가 들어가자 야훼께서 문을 닫으셨다. 땅위에 사십일 동안이나 폭우가 쏟아져 배를 띄울 만큼 물이 불어났다. 그리하여 배는 땅 에서 높이 떠올랐다. 물이 불어나 땅은 온통 물에 잠기고 배는 온통 물 위를 떠다녔다. 물 은 점점 불어나 하늘 높이 치솟는 산이 다 잠겼다. 물은 산들을 잠그고도 열 다섯 자나 더 불어났다. 새나 집 짐승이나 들짐승이나 땅 위를 기던 벌레나 사람 등 땅 위에서 움직이던 모든 생물이 죽고 말았다. 이렇게 야휘께서는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짐승들, 길짐승과 새에 이르기까지 땅 위에서 살던 모든 생물을 쓸어 버리셨다. 이렇게 땅에 있던 것이 다 쓸려 갔지만, 노아와 함께 배에 있던 사람과 짐승만은 살아남았다. 물은 백 오십일 동안이나 땅위 에 괴어 있었다. 하나님께서 노아와, 배에 있던 모든 들짐승과 집짐승들의 생각이 나셔서 바람을 일으키시 니, 물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땅 밑에 큰 물줄기와 하늘 구멍이 막혀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멎었다. 그리하여 땅에서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지 백 오십 일이 되던 날인 칠월 십칠일에 배는 마침내 아라랏산 등마루에 머물렀다. 물은 시월이 오기까지 계속 줄어서 마침내 시월 초하루에 산 봉우리가 들어났다. 사십일 뒤에 노아는 자기가 만든 배의 창을 열고 까마귀 한 마리를 내보내었다. 그 까 마귀는 땅에서 물이 마를 때까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노아가 다시 지면에서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아보려고 비둘기 한 마리를 내보내었다. 그 비둘기는 발을 붙이고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물이 아직 온 땅에 뒤덮혀 있었던 것이다. 노아는 손을 내밀 어 비둘기를 배 안으로 받아 들였다. 노아는 이레를 더 기다리다가 그 비둘기를 다시 배에 서 내보내었다. 비둘기는 저녁 때가 되어 되돌아 왔는데 부리에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있었다. 그제야 노아는 물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노아는 다시 이레를 더 기다려 비둘기를 내보냈다. 비둘기가 이번에는 끝내 돌아 오지 않았다. 노아가 육백 한 살이 되던 해 정월 초하루, 물이 다 빠져 땅은 말라 있었다. 노아가 배뚜 껑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지면은 말라 있었다. 이월 이십칠일, 땅이 다 마르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배에서 나오너라. 새나 집 짐승이나 기어다니는 길짐승까지, 너와 함께 있던 모든 동물을 데리고 나와 땅 위에서 떼 지어 살며 새끼를 많이 낳아 땅 위에 번성케 하여라.' 노아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 을 데리고 배에서 나왔다. 노아는 야훼 앞에 제단을 쌓고 모든 정한 짐승들과 정한 새 가운데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 바쳤다. 야훼께서 그 향긋한 냄새를 맡으시고 속으로 다짐하셨다. '다시는 전처럼 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심판하지 않으리라,'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 와 더위, 여름과 겨울, 밤과 낮이 쉬지 않고 오리라. 마누와 물고기(인도) 아주 먼 옛날에 마누라는 남자가 몸을 씻고 있었다. 마누는 손을 씻으려고 물항아리 속으 로 손을 넣었다가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그 물고기가 마누에게 말했다. '내가 완전히 클 때까지 나를 보살펴 주고 보호해 주면 당신한테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 신을 지켜 드릴께요.' 그러자 마누가 물고기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끔찍한 일이 라니?' 물고기는 머지 않아 심한 홍수가 나, 땅 위에 사는 모든 인간을 파멸시킬 것이라 고 말했다. 그런 다음 물고기는 마누에게 자기르 흙 항아리 속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마누스는 물고기가 시키는 대로 했다. 물고기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마누는 물고기 를 더 큰 항아리로 옮겨 주었다. 마침내 물고기는 다 자라 무사히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 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물고기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 축에 드는 가샤가 되었다. 물고는 이제 몇 달만 잇으면 홍수가 날 거라며 마누에게 커다란 배를 더 지으라고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마누는 밧줄로 자기 배를 가샤에게 묶었다. 물이 불어나자 가샤는 마 누를 안전하게 인도했다. 물은 땅을 온통 뒤덮을 만큼 불어났다. 물이 빠질 때 가샤는 마누 가 물에 쓸러 나가지 ,않도록 마누를 산꼭대기로 인도했다. 우트나파시팀(바빌로니아) 위대한 서사시의 영웅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시팀이라는 노인을 만났다. 우스나피시팀은 신 들의 말에 순종하여 대홍수로부터 온 인류와 짐승들을 구한 공로로 신이 된 사람이었다. 우 트나피시팀이 길가메시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신들이 우트나피시팀에게로 와서 무서운 홍수가 닥칠거라고 경고했다. 신들은 우트나피시팀에게 하던 일을 멈추고 그의집을 산산이 부순 다음 곧바로 커다란 배를 지으라고 일렀다. 배의 크기는 길이가 100큐빗, 폭이 100큐빗 되게 하라고 했다. 또 배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모든 틈을 단단히 막고 배를 역 청으로 칠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가족과 식량, 금과 은을 비롯한 장신구들은 물론, 온갖 종류의 짐스들을 수컷, 암컷 짝지어 모두 배에 태우라고 했다. 우트나피시팀이 배를 완성하고 나자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홍수가 어찌나 지독 했던지 신들마저 겁을 먹을 정도였다. 홍수를 일으킨 물의 신 에아는 애초에 작가 계획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들의 회의에서 악담을 하여 홍수를 야 기 한 미의 여신 이시타르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자기 자식들이 '진흙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슬퍼했다. 여섯 날 낮과 밤 동안 바람이 홍수를 달랬고, 마침내 날이 갰다. 물이 빠지고 나서 보니 땅은 평평해져 있었으며,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우트나피시팀은 머리를 깊이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배는 마침내 북쪽에 있는 니시르산 꼭 대기에 멈췄다. 배가 산 꼭대기에 닿은 지 7일이 지나자 우트나피시팀은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보냈다, 비둘기는 내려 앉을 만한 땅이 없었기 때문에 배로 돌아왔다. 그래서 우트나피 시팀은 이번에는 제비를 내보냈으나 제비도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그는 까마귀를 내보냈다. 까마귀는 내려앉아도 될 많한 땅을 발견했기 때문에 배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 트나피시팀은 이제 배에서 나가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와이의 홍수 신화 선교사들이 하와이에 발을 들여 놓기 훨씬 전부터 하와이에는 토속 홍수 신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홍수 신화의 판본이 두 개인데, 하나는 성서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 이 역력하고 하나는 그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이야기는 마르탸 베크워드의 ' 하와이 신화'에 나오는 것이다. 쿠무호느와의 계보에서 1대부터 12대까지-이 시기를 소위 전복기라 한다.-를 보면 누우, 또는 나나 누우라는 이름이 나온다...그는 위대한 '카우나' 라고 불리웠다.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에 카이 아 카 히나 - 리이라고 알려진 홍수가 찾아 왔다. 카이 카 하이 리이란 '하히날리이가 일으킨 바다', 또는 '추장들이 쓰러지게 만든 바다'라는 말로 풀이 할 수 있다. 이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 카이날리아가 바로 누우이다, 이 홍수 후에는 누우가 쿠사푸나로, 그의 아내는 쿠 케코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세 아들은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선교사들이 들은 누우 이야기에는 성서의 홍수 이야기를 본뜨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포낸더 판본에서는 누우가 '커다란 배'를 건조하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이 집으로 들어감으로써 누우는 홍수에서 살아 남는다. 홍수물이 다 빠지고 난 다읆에는 카네와 구, 그 리고 로노가 그 집으로 들어가서 누우를 밖으로 내보낸다. 밖으로 나온 누우는 자기가 하와 이의 케이산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는 그의 아내 릴리노에의 이름을 딴 동굴이 있는 곳이다. 누우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신이 달이라고 생각하여, 아와(나뭇잎) 와 돼지, 그리고 코코넛을 달에게 제물로 바치고 달에게 감사 기도를 올린다. 카네가 내려와 누우의 잘못을 깨우쳐 주고 제물을 받는다. 이 판본에는 하와이 사람들 얘기대로 누우에게 세 아들과 릴리노에라는 아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와이에서 카히날리아 홍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하지만, 그리고 '추장의 집을 닮 은 배'라는 뜻의 와아 할라우 알리이 오 카 모쿠라는 말이 구세대 하와이인들에게 친 근한 단어였다고는 하지만, 이 전설에 묘사되어 있는 것과 같은 집 딸린 배의 개념은 하와 이 고유의 것이 아니다. 하와이의 노인들은 '바닷물이 넘쳐 케이산의 작은 봉우리 하나만 빼고 모든 땅이 물에 잠겼는데, 모든 사람들이 홍수로 목숨을 잃었으나 단 두 사람만은 그 봉우리에서 홍수를 피했다는 얘기를 그들 아버지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노아의 배에 대해 서는 아무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그 배를 옛날부터 카이 아키날리이라고 불러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타타와 네나(아즈텍) NOTE 하와이 사람들과 달리 아즈텍 사람들은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지극히 순 수한 토속 홍수 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뒤에 나오는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들과의 유사성에 유의하기 바란다. 네 번째 태양인 물의 태양시대에 사람들은 몹시 사악해져 신 섬기기를 소 홀히 했다. 신들은 진노했다. 그리하여 비의 신 틀락록은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했다. 그렇지만 틀락록은 타타와 네나라는 착실한 부부를 어여삐 여겨, 그들에게 홍수가 날 것이 라고 미리 알려 주었다. 틀락록은 타타와 네나에게 커다란 통나무의 속을 파낸 다음 옥수수 열매 두 개 -한 사람이 하나씩 먹도록-를 가지고 그 안으로 들어가되, 그 옥수수 외에는 아 무것도 먹지 말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타타와 네나는 옥수수 열매 두 개를 가지고 통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빠지고 타타와 네나의 통나무가 땅에 닿자, 두 사람은 너무 기쁜 나머지 틀락록의 지시를 어기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말았다. 두 사람은 포식을 하고 난 뒤에야 틀락록의 명령이 생각났다. 그때 틀락록이 나타나서 말했다. '너희 목숨을 구해 준 데 대한 보답이 이것이란 말이 냐?' 이 말과 함께 두 사람은 개로 변했다. 신들의 세상을 파괴한 것은 지극히 선량한 사 람까지도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인 현재가 도래하게 되었다. 데우칼리온(그리스) 역사의 아주 초기 단계였다. 아마 황금시대가 끝나기도 전이었을 것이다. 인류는 몹시 사 악하고 교만해졌다. 사람들이 갈수록 성가신 존재가 되어 버리자, 마침내 제우스는 그들을 모두 파멸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인류의 창조주인 거인 포로메테우스는 홍수가 일어날 것 이라는 사실을 통고 받고, 그 사실을 자신의 인간 아들인 데우칼리온과 며느리 피라에게 알 려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들과 며느리를 커다란 나무 상자에 넣었다. 9일 낮 9일 밤 동 안 비가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겼다. 그러나 그리스의 파르나소스산과 신들의 보금자리인 올림프스산 꼭대기만은 예외였다. 마침내 나무 상자가 파르나소스산에 닿았다. 데우칼리온과 피라가 상자에서 나와 보니 주의의 온 세상이 파괴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물이 빠질 때까지 연명할 수 있도록 나무 상 자에서 식량을 충분히 가지고 나왔다. 물이 빠진 다음 산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공포에 휩 싸였다. 주위 어디를 보나 사람과 짐승들의 시체가 널려 있고, 모든 것이 물에 쓸려 내려온 모래와 진흙과 풀더미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목숨을 건지게 된 것을 기뻐하며 신들에게 감사드렸다. 제우스가 하늘에서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 머리를 베일로 가리고 너 희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져라.' 그러자 피라가 대꾸했다. '여기에는 어머니가 없습니다. 상 자에는 남편과 저뿐입니다.' 그러나 데우칼리온은 제우스의 말 뜻을 알아 듣고 돌멩이들 을 자기 뒤로 던졌다. 이 돌멩이들이 모두의 어머니인 어머니 대지의 뼈인 것이다. 이 돌멩 이들이 사람으로 변해 땅에 다시 거주하게 되었다. 북아메리카의 홍수 신화 만단 NOTE 이 이야기는 조지 캐롤린의 19세기 저서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풍속, 관습 및 현황에 관한 편지와 해설'에서 뽑은 것이다. 포장 도로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땅 한 복판에 8.9피트 높이의 두꺼운 판자들로 만들어진 틀이 있다. 만단 사람들은 이 틀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틀을 조심스럽게 보관하고 지켜 나간다. 그리고 그들은 이 틀을 '큰 카누'라고 부른 다. 틀림 없이 이 틀은 그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홍수의 역사를 상징하는 물건일 것이다. 크니스테뇌 NOTE 이 이야기 역시 캐틀린에 의해 알려졌다. 여러 세기 전에 대홍수가 땅을 뒤덮어 모든 민족들을 파멸시켰다. 당시 코토 데 프레리의 부족들은 모두 물을 피하기 위해 코토로 올라갔다. 코토는 평원 지대에 불쑥 솟아 있는 산등성이였다. 부족들이 모두 산등성이에 모 이고 난 뒤, 물이 점점 차 올라 그들을 모두 휩쓸어 버렸다. 그러자 그들의 몸은 파이프스톤 이라는 붉은 점토질의 돌덩이로 변했다. 그날부터 모든 부족들은 코토를 중립 지대로 여기 게 되었다. 그리하여 평화의 담배를 피울 때면 안전하게 거기에서 만나곤 했다. 사람들이 모 두 물에 빠져 죽어 가고 있을 때, 크왑타으라는 젊은 처녀가 코토 위를 날고 있던 아주 커 다란 새의 발을 움켜 잡았다. 그 새는 처녀를 물이 닿지 않는 높은 절벽 위로 데리고 올라 갔다. 거기에서 처녀는 그 새와 결혼하여 쌍둥이를 낳았고, 그 쌍둥이가 다시 세상에 씨룰 뿌리게 되었다. 촉토 NOTE 우리 민족에게는 대홍수의 전통이 있다. 대홍수는 이렇게 일어났다. 아주 오랜 세 월 동안 대지에는 칠흙 같은 어두움뿐이었다. 그래서 촉토의 의술인이나 역술가들은 오랜 시간 낮의 빛을 찾다가 결국은 빛 보기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래서 온 민족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마침내 북쪽에서 빛이 발견되어 사람들은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알고 보니 높은 산 들에서 물이 밀려 내려오는 모습이 빛으로 보인 거였다. 물은 모든 사람들을 쓸어 가 버렸 다. 몇 가족만이 살아 남았는데, 그들은 홍수가 날 것을 미리 알고 거대한 뗏목을 만들어 목 숨을 건질 수 있었다. 크리크 나체스 개가 자기 주인에게 홍수로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니 뗏목을 만들라고 경고했다. 물이 점 점 높아지더니 개와 주인을 구름 위에 있는 신기한 나무들의 땅으로 들어 올렸다. 개는 주 인에게 말했다. 그가 원래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를, 즉 개를 물 속에 던지는 것이라고. 그러나 주인은 개를 좋은 친구로 생각했기 때문에, 차마 친구를 물 속으로 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개는 또 주인에게 물이 빠지고 난 뒤에도 7일 동안을 뗏목에서 나가 지 말라고 말했다. 결국 주인은 괴로운 심정으로 개를 뗏목 밖으로 던졌다. 개가 예원한 대 로 물은 빠졌고, 주인은 개가 일러준대로 7일 동안 기다렸다. 일곱 번째 날이 저물 무렵 수 많은 사람들이 뗏목으로 다가왔다. 어떤 사람들은 너덜너덜하고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이 뗏목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들이 사람이 아닌 홍수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라는게 밝혀졌다. 모하베 아파치 NOTE 4장에 나왔던 출현 신화들을 기엇하는가? 이 신화는 출연 신화인 동시에 홍수 신 화이다. 아주아주 오래 전, 사람들은 땅속에 살았다. 그런데 땅 속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게 되자, 사람들은 먹을 것이 있는지 찾아 보라며 벌새를 땅위로 올려 보냈다. 벌새는 포도나무 의 깊은 뿌리를 보고 그것을 따라 땅 표면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포도나무 뿌리 때문에 생긴 구멍으로 올라와 땅 위에서 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그 구멍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그 구멍을 통해 물이 올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현명한 사람들은 곧 대홍수 가 닥칠 것이며, 따라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들은 거대한 나무를 베어 속을 파내고 카누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젊은 여자 한 명을 카누 에 태웠다. 나무 기둥으로 만든 카누는 사방 어디를 보아도 물밖에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물위에 높이 떠 있었다. 현명한 사람들은 그 처녀에게 카누가 땅에 닿기 전에는 물이 빠지 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카누를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침내 카누가 땅에 닿았다. 처녀가 카누에서 나왔을 때 세상은 전부 물에 잠겨 있었다. 처녀는 자기가 앞으로도 계속 혼자 있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처녀는 쉬기 위해 산으로 올 라갔다. 처녀가 아래를 쳐다보자 태양이 처녀를 비춰, 바위에서 처녀의 몸으로 뚝뚝 떨어지 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이 마법의 물이 처녀를 수태시켰고, 처녀는 나중에 딸을 낳 았다. 그 딸은 어머니와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뱄다. 우리는 모두 그 처녀의 후손이다. 크리 장난꾸러기 요정 위사가트칵은 거대한 비버를 잡으려고 비버가 굴을 떠난 틈을 타 개울에 땜을 쌓았다. 위사가트칵은 하루 종일 기다렸다. 땅거미가 질 무렵 마침내 그 거대한 짐승이 위사가트칵이 있는 쪽으로 헤엄쳐 왔다. 그런데 거대한 비버는 놀라운 마법을 지니고 있었 다. 그래서 위사가트칵이 자기에게 창을 던지려고 할 때, 비버는 사향 쥐에게 마법을 걸어 위사가트칵을 뒤에서 물게 했다. 위사가트칵은 결국 목표물을 놓치고 말았다. 거대한 비버는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몹시 화가 나 복수를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위사가트칵은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사향쥐에게 물리고 나서 댐을 허 물었는데도 수위가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개울은 이제 댐이 있던 자리를 지나 제멋대로 넘쳐 흐를 것 같았다. 더욱 이상한 일은 수위가 계속해서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개다가 비버가 정말로 마술을 부렸는지, 온 세상이 물 속에 가라앉았다. 거대한 비버와 작은 비버 들이 두 주일 동안 계속해서 땅을 모두 침수시켜, 마침내 마른 땅이 한 조각도 남지 않게 되었다. 위사가트칵은 황급히 뗏목을 만들어 여러 동물들을 태우고 자기도 탔다. 물은 그 후로도 두 주일 동안 계속해서 높아졌다. 두 주가 지나자 사향 쥐가 땅을 찾으러 뗏목을 떠났다. 그러나 땅과 물을 오가며 사는 데 익숙해 있는 사향 쥐조차도 익사하고 말 았다. 다음으로 까마귀가 뗏목을 떠났다. 까마귀는 온 세상을 두루 날아 다녔으나 땅을 찾지 못했다. 어디를 가나 온통 물뿐이었다. 그러자 위사가트칵이 뗏목에서 늑대 한 마리의 도움 을 받아 마술을 부렸다. 뗏목에서 두 주를 더 보내는 동안 뗏목 표면에 이끼가 돋기 시작했 다. 늑대가 뗏목 위를 뛰어다녔다. 그러자 신기 하게도 이끼가 점점 넓게 퍼져 나가면서 땅 으로 변해, 마침내 뗏목은 광활한 땅덩어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날까지도 땅에 난 구멍 들을 통해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위사가트칵의 뗏목에 틈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콩킨 NOTE 노아와 우트나피스팀, 위사카트칵의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에서도 땅 을 찾는데 까마귀가 사용된다. 신 미처보는 어느 날 길들인 늑대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늑대들이 어떤 호수로 들어가더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미차보는 늑 대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늑대들을 따라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미차보가 늑대들을 데 리고 나왔을 때 세상은 온통 물에 잠겨 있었다. 미차보는 까마귀를 보내 새로운 세상을 만 들만한 땅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땅을 찾지 못한 채 돌아왔다. 그라자 미차보는 다시 수달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미차보는 사향쥐를 보냈다. 사향쥐는 미차보에게 세상을 다시 건설할 수 있는 땅을 찾아 주었다. 나뭇 가지들은 모두 홍수에 쓸려 내려 가고 없었다. 그래서 미차보가 나무들에게 마술 화살을 쏘 았다. 그러자 곧 나뭇잎으로 뒤덮인 새 가지들이 생겨났다. 그 후 미차보는 사향쥐와 결혼을 했고, 이들은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 잉카의 홍수 신화 옛날에 파차차마라고 일컬어지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인류는 잔인하고 야만스러워 살인 을 일삼았다. 인간들은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자기네가 하고 싶은 짓은 무엇이든 했다. 그들 은 전쟁과 약탈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 신들에게는 전혀 신ㄴ경을 쓰지 않았다. 세상에서 부패에 물들지 않은 곳이라고는 안데스 산맥밖에 없었다. 페루의 산악 지방에는 나무랄 데 없는 심성을 지닌 목동 형제가 살고 있었다. 목동 형제들은 자기네 라마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여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라마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에는 슬픈 표정으로 별만 바라 보고 있었다. 형제가 라마떼에 왜 그러냐고 묻자, 라마들은 곧 대홍수가 일어나 땅 위의 모 든 생명을 없애게 될 것이라고 별이 말해 주었다고 대답했다. 형제와 그들의 가족은 가장 높은 산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 홍수를 피하기로 했다. 그들은 라마떼를 몰고 동굴로 들어갔다. 그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내렸다. 그들은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라마들의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온 세상이 파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산 아래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는 인간들의 울부 짖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이 점점 차오를수록 이상하게도 산은 점점 높아졌다. 그런데 도 물이 동글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산은 훨씬 더 높아졌다. 어느 날 그들은 비가 멈추고 물이 빠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태양신 인티가 다시 나 타나 미소를 지으니 물이 사라져 버렸다. 때마침 식량이 다 떨어져 가던 터라 형제가 아 래를 내려다보니 땅이 말라 있었다. 그때 신이 원래의 높이로 되돌아갔고, 목동 형제와 그 들의 가족은 다시 땅에 살게 되었다. 인간들은 어디에서나 산다. 하지만 라마들은 그때의 홍수를 잊지 못해 지금도 산악 지대에서만 산다. 이집트의 홍수 신화 태양신 라는 아버지인 물의 심연에게서 경고를 받았다. 인류가 너무 사악해진 나머지, 신 들에게 맞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라는 자신의 눈인 여신 하토르를 세상으로 보내, 상황을 알아보고 악인들을 벌하라고 하였다. 하토르는 땅으로 내려가 인간들 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하토르가 너무나 지독했기 때문에 체테누텐 마을의 거리에는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너무 많은 피가 나일강으로 흘러 들어가, 강물이 둑을 타고 흘러 넘쳤다. 피와 물이 뒤섞여 땅을 덮고,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집아 삼켰다. 핏물이 바다와 만나자 이번에는 바닷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하토르는 말 그대로 피에 목이 말라 그 피비린내 나는 물을 끝없이 마셨다. 라의 원래 의도는 인류를 벌하는 것이었지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라는 지 혜의 신 토트를 불러 조언을 구했다. 그런 다음 라는 여신 세크테트를 불러, 대추야자 열매 를 갈아 보리와 섞어서 독한 맥주를 만들라고 했다. 그 맥주는 죽은 사람의 피와 섞여 하 토르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 라는 시종들에게 맥주 항아리를 가지고 가, 하토르 근처에 마른 땅이 남아있으 면 어디에든 쏟아부으라고 시켰다. 맥주는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다. 하토르는 피 냄새에 끌 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결국 하토르는 너무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하토르는 완전히 취한 상태라 인간들을 알아 보지도 못한 채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 때문에 인류는 다시 땅에서 살 수 있게 되 었다. 라는 인간들과 하토르를 상대하고 땅 위의 다른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실증이 났다. 그래서 그는 토트를 땅의 통치자로 임명하고, 자기는 천상의 거대한 소 등으로 쉬러 갔다. 토트를 따의 통치자로 임명한 것은 아주 훌룡한 선택이었다. 토트가 사람들에게 글 쓰는 법 과 시 짓는 법은 물론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까지 가르쳤기 때문이다. 6.사랑이야기 사랑에 얽힌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NOTE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는 명쾌한 교훈을 담고 있는 연애담들이 얼마든지 있다.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드는 특별히 사랑과 관련된 신화들을 다시 끄집어 냈다. 여기에 실 린 이야기들은 대부분 오비드의 신화집에서 뽑은 것이다. 그런 탓에 신들의 이름이 로마어 로 되어있다. 큐피드와 프시케 옛날에 아름다운 세 딸을 가진 왕이 있었다. 세 딸 가운데 막내인 프시케가 제일 아름다 웠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영혼', '나비'를 뜻하는 말이다. 프시케의 미모가 얼마나 출중 했던지 세상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남자들은 프쉬케라는 이름만 들어도 정신을 잃 을 지경이었다. 프시케는 외모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마음씨도 곱고 순진했다. 프시케가 나 서서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프시케를 미의 여신 베누스[그리스:아프로디테]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베누스의 신전들은 홀대당하기에 이르러, 사람들은 더 이상 베 누스의 신전에 제물을 바치거나 베누스에게 도움을 빌지 않게 됐다. 다들 알다시피 베누스 는 저 멀리 올림포스산에 사는 쌀쌀맞은 여신이지만, 미의 화신인 프시케는 그들 속에서 함께 살기 때문이었다. 베누스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처녀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데 격분하여, 아들 큐피드[그리스:에로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누구도 큐피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그가 쏜 화살을 맞는 사람은 어쩔 도리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베누스는 큐피드에게 세상에서 가장 미천하고 볼품없는 남자가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큐피드는 상황을 살피러 갔다가, 어머니의 부탁은 까맣게 잊은 채 그만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었다. 베누스는 아들의 침묵을 지시에 따르겠다는 뜻으 로 해석하곤,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추악한 남자는커녕 그 어떤 남자도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는 일 따 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남자들은 프시케에게 눈길을 보내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미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프시케의 두 언니는 좋은 혼처를 만나 결혼한 반면,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프시케만은 고독한 처녀 신세를 못 면할 듯이 보였다. 낙심한 프시케의 부모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찾아가 신탁을 받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폴론은 아름다운 인간 여자를 좋아하기로 유명했지만, 자신의 동생인 베누스의 분노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폴론은 신탁을 통해 말할 때 교묘한 수를 썼다. 프시케가 날 개 달린 무서운 뱀을 애인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프시케의 부모는 프시케를 산꼭대기의 바위 위로 데리고 가 애인을 만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애인은 신들처럼 강해서 아무도 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했다. 프시케의 아버지는 비통한 심정으로 신탁에 따라 아름다운 프시케를 산꼭대기에 남겨두고 가버렸다. 프시케는 슬픔과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울고 또 울다가 잠이 들었다. 부드러운 남풍 제피로스가 산들바람으로 프시케를 달래 주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프시케는 자기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대단히 웅장한 궁전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 명이 넘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정성껏 시중을 들었다. 시 녀들은 프시케를 편안한 침대에 눕혔다. 밤이 되자 여태껏 들어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목소 리가 그녀를 깨웠다. 그 목소리의 임자가 바로 프시케의 애인이었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피부와 몸은 아름다운 청년의 것이었다. 도저히 그가 날개 달린 괴물이라고는 생각되 지 않았다. 프시케는 그가 대단히 아름다운 청년일 것이라고, 어쩌면 신일지도 모른다고 생 각했다. 그와 함께 첫날 밤을 보내고 난 뒤 프시케는 그의 얼굴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 지만 그는 프시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자기 얼굴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완강하게 버 텼다. 일단 그녀가 자기 얼굴을 보게 되면, 자기는 그녀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시케는 한동안 그의 말에 따르는 한편, 계속해서 얼굴을 보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이 프시케의 청을 거절했고, 프시케의 호기심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만 갔다. 어느 날 프시케는 언니들이 궁전을 방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를 구슬렸다. 그는 처형 들의 방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으나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아내의 청을 차마 거 절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낮시간에 부드러운 바람 제피로스가 언니들을 궁저으로 실어다 주었다. 언니들은 부유한 남자들과 결혼한 상태였으면서도, 피시케가 기대 이상으로 호화롭 게 사는 것을 보자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언니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프시케에게 남편 에 대해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다. 프시케는 남편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탓에 앞 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들은 프시케의 얘기에 헛점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프시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정말 호화찬란한 궁전이로구나. 괴물과 동침해 주 고 받는 대가니, 당연히 이 정도는 되어야겠지." 언니들이 떠나고 난 뒤 프시케의 마음 속에 갖가지 의혹이 일었다. 남편이 잘생긴 남자라 고 확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니들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얼굴 을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그가 정말로 괴물인지도 몰랐다. 프시케는 남편의 얼굴을 몰래 훔쳐 보기로 마음먹었다. 프시케는 자지 않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어 두운 침실로 들어와 깊이 골아 떨어지자, 프시케는 살며시 밖으로 나가 등잔불을 가지고 들 어왔다. 처음으로 밝은 빛 아래서 남편의 얼굴을 본 프시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남편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신인것 같았다. 프시케는 남편에게 입을 맞추려고 몸을 숙였다. 그때 뜨거운 기름 몇 방울이 등잔에서 남편의 어깨로 떨어졌고, 남편 은 깜짝 놀라 깨어 났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절대로 내 얼굴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더니 그는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신의 옷을 걸치고 방에서 빠 져 나갔다. 프시케는 남편을 쫓아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프시케는 남편이 뛰어 가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은 다름아닌 사랑의 신 큐 피드였다. 신뢰가 없는 곳에는 사랑이 머물 수 없다는 게 그날 밤 그가 프시케에게 남긴 마 지막 말이었다. 큐피드는 어머니 베누스의 거처로 갔다. 뜨거운 기름이 떨어진 자리가 타는 듯이 아파, 어 머니에게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어머니에게 프시케 이야기를 털 어 놓자, 어머니는 노발대발했다. 이제 베누스는 아름다운 프시케를 전보다 훨씬 더 미워했 다. 아름다움이란 맞수에세 위협을 당할 때 가장 덜 아름답기 마련이다. 아들의 연애가 못마 땅할 때 어머니가 아들의 연인에게 품는 앙심 이상으로 여자에게 잘 어울리는 앙심은 없다. 베누스는 프시케를 파멸시키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 계집은 베누스 숭배를 위협하는 존 재일 뿐 아리라 베누스의 아들과도 정을 통하지 않았던가! 프시케도 자기의 운이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큐피드와의 관계가 끝난 것은 물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롭다는 것을 프시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제 프시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베누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매달리고, 남은 여생 동안 베누스를 위해 일하겠다 고 서약하는 것뿐이었다. 프시케는 베누스에게 일말의 동정심이나마 남아 있기를 기대했다. 제피로스가 프시케를 베누스의 거처로 데려다 주었다. 베누스는 자신의 경쟁자에게 복수 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프시케가 베누스의 발치에 엎드려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했 다. 베누스는 프시케에게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일을 맡김으로써 프시케를 파멸시킬 생각이 었다. 그래서 베누스는 프시케에게 아주 작은 씨앗들-양귀비씨, 겨자씨, 귀리씨-을 한무더기 주고서, 그것들을 해가 지기 전까지 종류별로 가려 놓으라고 명령했다. 그건 도저히 불가능 한 일이었다. 프시케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프시케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자, 개미들이 프시 케를 측은히 여겼다. 여왕 개미는 부하들에게 프시케의 일을 도와 주라고 지시했다. 수천 마 리나 되는 부지런한 개미들이 달려들어 일을 거드니, 금세 일이 끝났다. 해질녘에 돌아온 베누스는 프시케가 말끔히 일을 끝내 놓은 것을 알고 더욱더 화가 치밀 었다. 개미들이 아직도 땅 속에서 사는 것은 베누스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밤이 되자 프시케는 몹시 배가 고팠다. 그러나 베누스는 프시케에게 말라 비틀어진 빵 한 조각밖 에 주지 않고 잠도 차가운 돌 바닥에서 자라고 했다. 베누스는 그 무엇으로도 아름다움을 파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베누스는 프시케에게 또다시 황금빛 양털을 모아 오라는 불가능한 일을 맡겼다. 베누스는 강 기슭에다 황금빛 털을 가진 신성한 양들을 놓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양 들은 머리가 사자와 같아, 수많은 인간들을 갈갈이 찢어 놓곤 했었다. 프시케는 강 기슭으로 내려가, 운명에 몸을 맡긴 채 울고 있었다. 프시케는 너무도 낙담한 나머지 강에 몸을 던져 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어린 아이 소리 같이 부드럽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프시케 의 발가락 사이에 작은 갈대가 하나 있었는데, 그 갈대가 프시케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었다. 갈대는 양들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가시나무에서 황금빛 털을 주으면 안전하게 황금 빛 양털을 모을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프시케는 금세 황금빛 양털을 한아름 모았다. 베 누스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맡긴 과제를 이번에도 완벽하게 해 낸 것이다. 그래도 프시케를 없애 버리겠다는 베누스의 결슴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베누스는 프 시케에게 주전자를 주고는 스틱스강에 있는 폭포에서 물을 길어 오라고 명령했다. 스틱스강 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이었다. 강가에 이른 프시케는 이제야말로 죽을 때가 되 었나보다고 생각했다. 폭포까지 가려면 사나운 급류 쪽에 있는 미끄러운 바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바위에 닿기도 전에 급류에 휩쓸려 저승으로 떨어질지도 몰랐다. 혼자 힘으로였다면 프시케는 벌써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아마도 독수리로 변장한 주피터[그리스:제우스]였을 것이다. 그는 구제불능의 낭만주의자니까-가 프시케를 나 꿔채, 안전하게 폭포로 데리고 올라갔다. 프시케는 주전자 가득 물을 담아 가지고 베누스에 게 돌아갔다. 어떻게 여신이 그렇게 매몰차고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할 지도 모르겠지만, 베누스가 미의 여신이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아름다움에는 허영심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경쟁자가 있을 경우 아름다움은 그 허영심으로 인해 참으로 추한 몰골이 되고 만다. 이번에 베누스는 프시케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보내, 지하 세계의 여왕인 프로세르피나[그 리스:페르세포네]에게서 아름다움을 조금 얻어 오라고 시켰다. 복수에 너무 신경을 쓴 탓에 베누스의 외모가 약간 손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 중에서 저승에 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곳은 죽은 자들 의 거주지였다. 따라서 산 사람은 신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돌아올 수 없었다. 프시케는 마법의 탑을 지나갔다. 그런데 프시케를 불쌍히 여긴 탑지기가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 기 위해 스틱스강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뱃사공인 카론에게 배삯을 지불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프시케가 돈이 없다고 하자, 탑지기는 카론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꿀빵을 한 조각 건 네주며 그것을 대신 카론에게 주라고 일러 주었다. 이 '탑지기'는 메르쿠리우스[그리스:헤 르메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메르쿠리우스는 죽은 자들을 지하 세계로 안내하는 신이자 나 그네들을 보호하고 소송에 진 사람들을 도와 주는 신이니 말이다. 프시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저승으로 들어갔다. 카론은 평소에는 대단히 성미가 고약했 으나 프시케의 미모에-그리고 꿀빵에 -반해, 배삯은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프시케를 건네 주었다. 프시케가 프로세르피나의 옥좌 앞에 이르자, 그 여신은 기꺼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상자에 담아 프시케에게 가지고 가라고 내주었다. 그런데 프시케는 그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여자란 아무리 지혜롭고 선하다 해도 영원한 아름다움의 비결을 위해서라 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듯한데, 바로 그 영원한 아름다움의 비결이 프시케의 손 안에 있었다. 문제는 호기심이었다. 온 길을 되돌아가면서 프시케는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 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프시케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이 보였 지만, 그 순간 프시케는 깊은 잠에 빠졌다. 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베누스가 알아차리기 전에, 큐피드가 그 인간 여자를 구하려고 끼어들었다. 큐피드는 상처 가 다 낫자 베누스의 궁전에서 도망친 상태였다. 신들마저도 사랑을 가둘 수는 없었던 것이 다. 큐피드는 곧 프시케를 찾아 내, 약간의 아름다움을 도로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프시케 에게 입을 맞추었다. 아름다움이 상자 안으로 돌어가자 프시케는 잠에서 깨어났다. 큐피드는 프시케에게 걱정하지 말고 어서 상자를 가지고 베누스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 프시케가 길 을 떠나자 큐피드는 신들의 왕인 주피터를 찾아가 자기가 프시케를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고 는, 프시케와 영원히 결합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주피터는 낭만주의자이다. 주피터는 큐피드의 이야기를 듣고 측은히 여겨 이렇게 말했다. '일단 육체적 사랑[그리스어로는 에로스]과 영혼[그리스어로 프시케]이 결합되면 신들도 그것을 떼어 놓지 못한다. 따라서 너와 프시케는 남편과 아내가 될 것이 다.'주피터는 프시케를 데려 도게 했고, 프시케는 인간을 불사의 신으로 변화시키는 천상의 음식 암브로시아를 마셨다.그리하여 프시케와 큐피드는 신들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인간들에게 숭배받기를 갈망했던 베누스는 자신의 경쟁자가 지상을 떠나 인간들의 눈에 보 이지 않게 된 것이 너무 기뻐, 아주 좋은 시어머니가 되었다. 이렇듯 육체적 사랑과 영혼은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결합될 수 있다. 피라무스와 티스베 피라무스라는 잘생긴 청년과 티스베라는 참 아름다운 처녀가 바빌론시에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웃집에서 자랐다.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은 얇은 벽뿐이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되 었고,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갈망했다. 그들은 벽에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그 리고 그 구멍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입맞춤을 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작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연인들이란 떨어져 있을수록 간절히 함께 있기를 바라는 법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도망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몰래 도시를 빠져나가 니누스의 무덤 곁에 있는 뽕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서운 암사자가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 으나, 젊은 연인들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티스베가 도시를 빠져나와 조심스럽게 무덤 근 처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피라무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티스베는 피라무슬 찾던 중 문제의 암사자를 보았는데, 끔찍하게도 사자의 턱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티스베는 그 사 장게 피라무스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티스베는 겁에 질려 도망치다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망토를 떨어뜨렸다. 한편, 생생하게 살어 약속 장소에 도착한 피라무스는 무서운 암사자가 여자용 망토를 밟 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 역시 자기 애인이 사자의 제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피라무 스는 슬픔에 쌓에 사자가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피에 물든 망토를 집 어 들고 울부짖었다. "당신을 죽인건 버로 나요! 나를 만나러 왔다가 이 꼴이 되었으니 말이 요, 내사랑, 나도 당신 뒤를 따르겠소." 이렇게 말하며 피라무스는 비수를 뽑아 자기 심장에 꽂았다. 그의 심장에서 피가 솟구쳐 뽕나무 열매들을 붉게 물들였다. 티스베는 다시 무덤가 로 왔다가 죽어 가는 피라무스를 보았다. 티스베는 피라무스를 품에 안고 말했다. "당신을 죽인 건 바로 나로군요, 내 사랑. 나도 당신 곁으로 가겠어요!" 피라무스가 마지막으로 눈을 떴으나, 그가 본 것은 티스베가 그의 비수로 심장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신들은 자초지종을 모두 알고 있었다.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신들은 대개 젊은 연인들의 편에 서기 마련이다. 신들은 피라무스와 티스베를 기리기 위해 뽕나무 열매가 영 원히 붉은 색으로 남아 있도록 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자의 땅 한 구석에서 자살로 생을 마친 이 젊은 연인들이 가련한 유령이 되어 100년 동안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았다고 말한 다. 그러나 신들이 피라무스와 티스베를 영원히 함께 있도록 해주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 이다. 바우키스와 필레몬 옛날에는 신들이 사람으로 변장하여 사람들 사는 곳으로 나오는 일이 흔히 있었다. 신들 에게는 이것이 아래 세상의 동향을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주피터[제우스]와 메르쿠 리우스[헤르메스]는 프리기아 주민들이 인정이 많은지 어떤지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프리기 아 사람들이 몰인정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피터는 나그네들의 수호신 이고, 헤르메스는 교역의 신인 동시에 역시 나그네들의 수호신이다. 두 신은 초라하고 지친 떠돌이로 변장하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가난한 집, 부유한 집 가릴 것 없이 프리기아의 모든 집들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두 신은 바우키스와 필레몬이라는 노부부가 사는 작고 초라한 오두막집에 이르렀 다. 노부부는 손바닥만한 단칸방에 살고 있었는데, 정말 가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부부는 프리기아에서 제일 친절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집에 남아 있던 얼마 안되는 채소와 고기를 모두 꺼내 낯선 사람들을 대접했다. 필레몬은 "저에게 술 이 조금 있는데, 그걸 드시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실 거예요." 라고 말하더니, 귀퉁이가 깨진 볼품 없는 흙항아리에서 술을 따라 손님들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가난하면서도 바우키스나 필레몬이나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바우키스가 "손님들에게 내놓을 만한 것이 별로 없 습니다만, 보잘것 없는 것이나마 저희 것은 모두 손님들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라고 말하 는 것을 듣고, 두 신은 정말로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았다. 두 신은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레몬의 항아리에 술이 여전히 가득 차 있는 게 아닌가.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술항아리에 계속 술이 가득차 있을 뿐 아니라, 원래 항아리에 들 어 있던 싸구려술이 최고급 포도주로 변한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식탁에 있던 음식 이 다 떨어지면서 어디선가 모르게 계속 음식이 나타났다.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어리둥절했 다. 마침내 두 나그네는 자신들이 신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노부부는 몸둘 바를 몰라 신들 앞에 엎드렸다. 두 신은 노부부에게 프리기아 사람들이 얼마나 불친절한지, 또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친절에 자기가 얼마나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주피터는 바 우키스와 필레몬의 착한 마음씨에도 불구하고 이웃 사람들이 노부부에게 무례하고 야박하게 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피터는 얘기를 끝내고 나서 그 오두막집 근방에 있는 들판을 모두 물에 잠기게 하여 이 웃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프리기아 사람들이 사악하기 그지없었는데도 바우키스와 필레몬 은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물이 점점 차올랐으나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오 두막집은 높이 치솟아 물에 젖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그 오두막집이 번쩍번쩍 빛나는 대리 석 사원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주피터와 메르쿠리우스는 바우키스와 필레몬을 그 사원의 사제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100살이 넘을 때까지 건강해게 살면서 성실하게 사원을 관리했 다. 노부부가 너무 허약해져 사원을 돌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주피터는 필레몬이 사랑하는 남편 바우키스와 영원히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 다. 감상적인 낭만주의자인 주피터는 두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참나무가 자라나, 두 나무의 줄기가 서로 엉키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주피터는 바우키스와 필레몬을 영원히 함께 있게 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나무의 요정들은 대개 숲을 사랑하고 탁 트인 들판을 싫어하는 아름다운 피조물이다. 하 지만 포모나라는 나무의 요정만은 숲보다 과수원을 좋아했다. 포도나무나 사과나무 사이에 서 노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었다. 포모나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많은 남자들이 그녀 를 찾아와 청혼했다. 왕들까지도 포모나와 결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포모나는 연애보다는 포도나무 가꾸기에 더 재미를 느꼈다. 그녀에게 열성적으로 구혼을 한 사람들 중에 베르툼 누스라는 반신이 있었다. 그의 부모 중 한쪽이 신이라고 했다. 배르툼누스는 대단히 집요했 지만, 포모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베르툼니스가 포모나에게 꽃이며 과일 등을 선물 하면 포모나는 그것들을 받으면서도 고마워할 줄 몰랐다. 베르툼니스는 건장한 양치기로 변장하여 포모나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포모나는 전보다 더 냉랭했다. 포모나는 그 촌뜨기를 아주 쌀쌀맞게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르툼니스는 과 일을 따러 나온 노파로 변장하고서 포모나에게 나타났다. 포모나는 이 '노파'에게만큼은 친 절하다 못해 공손하기까지 했다. '노파'는 포모나에게 포모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 일이며, 들판의 그 어느 꽃보다도 사랑스런 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포모나는 우쭐해 졌다. 그 순간 '노파'가 포모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건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젊 은 처녀에게 하는 식의 입맞춤이 아니었기 때문에, 포모나는 깜짝 놀라 진저리를 쳤다. 베르툼누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시렁에 기대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를 가리키며 그것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렁이 없으면 포도넝쿨이 땅에서 사람들 발에 짓밟히게 될 테고 포도나무가 없다면 시렁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릴 테니, 이 둘은 서 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이었다. 포모나는 베르툼누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망칠 태세를 취했다. 바로 그때 사랑의 여신 베누스가 나타나 서 포모나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진짜 너의 남편이다. 너는 이 남자와 결혼하도록 정해져 있느니라.'이 말을 들은 포모나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결 혼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포모나는 베르툼누스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함께 과수원을 가꾸었다. 그렇다. 연인 사이란 시렁과 포도나무의 관계와 같다. 서로가 없이는 그 어느 쪽 도 완전해질 수 없는 것이다. 아폴론과 다프네 다프네[그리스어로 '월계수'라는 뜻]는 강의 신 페네우스의 딸이자 나무의 요정이었다. 다프네는 남자보다는 사냥과 낚시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다프네의 아버지는 딸이 시집을 못 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딸이 사냥과 낚시로 먹을 것을 장만해 오기 보다는 손자를 낳아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느날 다프네를 본 아폴론은 한 눈에 사랑에 빠졌다. 아폴론은 다프네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프네에게 구혼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프네는 아폴론의 구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프네는 그가 신이든 인간이든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다프네 는 신들과 관계를 맺으면 번거롭고 더러는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 거나 다프네는 반은 신이지만 반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아폴론은 숲을 헤치며 끝까지 다프네를 뒤쫓아 갔다. 막다른 곳에 이르러 더이상 아폴론에게서 도망칠 길이 없자, 다프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리하여 아버지에게 기적을 일으켜 자기를 구해달라고 소 리쳤다. 별안간 다프네는 자기 발이 땅에 뿌리박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 의 팔에서 나뭇잎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다프네는 살아 있는 월계수가 되었다. 신들은 지극히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빠져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신들은 월 계수를 아폴론의 신성한 나무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시 경연 대회나 운동 경기에서 우승 하는 사람들은 월계관을 쓴다. 시와 체육이 아폴론의 담당 분야이기 때문이다. NOTE 이 신화를 다룬 어떤 판본에서는 다프네가 어머니 대지의 딸로 나오며, 어머니 대 지가 다프네를 구해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음은 에른스트 카시러의 「언어와 신화」에 서 발췌한 내용이다. 혹은 다프네의 신화를 보자. 아폴론이 다프네를 끌어안으려 할 때 다프네의 어머니인 대 지가 다프네를 월계수로 변신시켜 아폴론으로부터 딸을 구한다. 이 경우에도 역시 다름아닌 언어의 역사를 통해 이 신화는 '이해될 수 있는' 것이 되고, 어떤 종류의 의미이든 의미를 갖게 된다. 다프네는 누구였던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원학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다프네라는 말의 역사를 캐 보아야 한다. '다프네'의 어원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아하나'라는 산크스리드어[고대 인도의 언어]에 가 닿게 된다. 그런데 아하나는 산스크리 트어로 '새벽의 붉은 기운'을 뜻하는 말이다. 이 점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포이보스[아폴론의 또다른 이름으로 '빛나는 존재'를 뜻한다]와 다프네의 이야기는 사람들 이 매일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묘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처음에는 동쪽 하늘에 새벽 여명이 나타나고, 이윽고 그 처녀의 뒤를 쫓아 태양의 신이 솟아오르고, 그 다음에는 강렬한 햇빛에 부딪쳐 새벽의 붉은 기운이 차츰 희미해지다가 결국은 어머니인 대지의 품속에서 죽 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신화의 전개를 위한 결정적인 조 건은 자연 현상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월계수를 뜻하는 그리스어(다프네)와 새벽 여명을 뜻 하는 산스크리트어가 연관되어 있다는 정황이 이 신화 전개에 결정적인 조건으로 작용한 다... 페루의 두 가지 사랑 이야기 코니라야와 카빌라카 아주 먼 옛날 코니라야라는 와카(특정한 장소와 연관된 성스런 영혼을 나타내는 말로, 곧 바로 신이라고 옮겨서는 안된다)가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코니라야 비라코차라고 부르 기도 한다. 그가 태양신 비라코차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비라코차의 화신인지도 모르기 때문 이다. 어쨋거나 그는 라마 털로 만든 조잡한 옷을 걸치고 가난한 양치기로 변장한 채 지상 으로 왔다. 누구든 그를 보면 산악 지방에서 온 가난한 농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변장했다는 사실을 꿰뚫어보는 사람들은 코니라야 비라코차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유익한 기술-논에 물 대는 법, 계단식 영농법, 키푸(잉카 사람들에게는 문자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기 다른 색으로 염색한 끈으로 매듭을 지어 기록을 남겼다. 이 매 듭끈을 잉카 사람들은 키푸라 불렀다)로 기록을 남기는 법 등등-을 가르치는 훌륭하고 지 혜로운 스승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카빌라카라는 거만한 여자 와카를 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카빌라카는 서열이 아주 높았기 때문에 코니라야를 무시했다. 코니라야를 하찮은 농 사꾼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코니라야는 새로 변장하여 카빌라카의 집 근처에 있는 루크마 과일 나무에 앉았다. 코니라야는 카빌라카가 과일 중에서 루크마를 제 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서 코니라야는 자기 정액을 루크마 열매 모양으로 만 들었는데, 카빌라카가 그것을 먹고 아기를 갖게 되었다. 카빌라카가 아들을 낳고도 자기는 처녀라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카빌라카는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게 된 것이 수치스러워서 치를 떨었다. 와 카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카빌라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빌라카는 아이의 아 버지가 누구인지 알아 내려고 모든 와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와카들은 저마다 카빌 라카가 자기를 남편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한결같이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타 났다. 그렇지만 자기가 아기의 아버지라고 나서는 와카는 아무도 없었다. 코니라야는 여전히 몹시 초라한 양치기 옷차림을 한 채 와카들이 모인 곳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침내 카빌 라카가 어린 아기를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기는 곧장 진짜 아버지인 코니라야에게로 기 어 갔다. 카빌라카는 코니라야의 옹색한 차림새를 보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집회장에서 뛰 쳐나가 바다 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코니라야는 여전히 카빌라카를 마음 깊이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를 뒤쫓아 갔다. 그는 짐승들에게 카빌라카 찾는 걸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 그는 거대한 콘도르에게 카빌라카의 행방을 물었다. 콘도르는 자기가알고 있는 대로 얘기해 주었다. 코니라야는 고마 워하며 콘도르를 축복해 주었다. 콘도르를 날 수 있게 해 주고, 그 어떤 새보다도 높은 곳에 둥지를 틀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떤 생물도 콘도르를 잡아 먹거나 콘도르 알을 해칠 수 없게 되었다. 한참을 더 가다가 코니라야는 여우를 만났다. 그런데 여우는 코니라야에게 거짓말을 했다. 여우는 카빌라야가 여러 날 전에 그곳을 지나갔기 때문에 그녀를 따라잡을 가망은 거의 없 다고 말했다.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코니라야는 여우와 여우의 후손들모두 를 저주했다. 오늘날까지도 인간들은 여우를 사냥하며, 안데스 산악 지방 사람들은 여우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싫어한다. 다음으로 코니라야는 푸마에게 카빌라카의 행방을 물었다. 푸 마는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푸마는 코니라야더러 카빌라카가 방금 지나갔으니 어서 서둘 라고 했다. 그래서 코니라야는 그 커다란 고양이를 축복해 주었다. 푸마는 악인들을 혼내 주 고, 마음대로 라마를  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사냥꾼들은 푸마에 대한 존중 의 표시로, 푸마의 몸에서 머리를 떼 내지는 않는다. 그 다음에 코니라야는 기분 나쁜 앵무새떼를 만났다. 앵무새들은 대답 대신 코니라야의 질문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코니라야는 앵무새들을 저주했다. 앵무새들에게 큰 목소리를 주 어, 사냥꾼들이 쉽게 앵무새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앵무새들은 진실과 거짓의 차이 를 모르기 때문에, 영원히 자기네가 들은 말만 되풀이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코니라야 는 바닷가에 도착했으나 그가 발견한 것은 이미 돌로 변해버린 자기 연인과 아들뿐이었다. 슬픔에 잠긴 코니라야는 파차차마크 신의 딸들을 만났다. 이들은 바다의 수호자였다. 이들의 어머니인 우르피와차크는 카빌라카가 해변에 이르렀을 때 멀리 떠나고 없었다. 코니라야는 우르피와차크가 카빌라카와 그의 아들을 바위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코니라야는 두 딸 가운데 언니에게 마법을 걸어 그녀와 정을 통했다. 우르피와차크를 모 욕하기 위해서였다. 동생은 코니라야의 구애를 거절하고 비둘기가 되어 멀리 날아갔다. 코니 라야는 그녀를 저주했다. 그래서 오날날까지도 비둘기들은 다른 새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만 먹고 사는 신세가 되었다. 코니라야는 우르피와차크가 돌보는 신성한 양어지를 보았다. 당시 에는 그 연못에 세상의 온갖 물고기들이 다 살고 있었다. 분노에 휩싸인 코니라야가 그 연 못 옆에 구멍을 뚫어 물고기들을 모두 바다로 내보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도 물고기들은 바다에 산다. 올란타이와 쿠시콜루르 NOTE 16세기에 페루에서 이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명한 연극이 만들어졌는데, 이 연극은 오늘날까지도 상연되고 있다. 올란타이는 정직하고 올곧으며 용맹스런 전사로, 황제 잉카에게 충성을 다했다. 하지만 올 란타이는 잉카의 딸인 아름다운 쿠시콜루르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타완티수요(잉카 제국)의 가장 중요한 법을 어기고 말았다. 쿠시콜루르도 올란타이를 사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 혼을 하려고 친절한 노인 사제를 몰래 찾아갔다. 노인 사제는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측은 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평민은 태양신 인티, 혹은 비라코차의 후예인 잉카의 딸과 결혼할 수 없다고 대꾸했다. 실제로 사제가 두 사람을 결혼시킨다면 사제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되는 것 이다. 쿠시콜루르는 자기가 올란타이와 결혼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와 올란타이 를 떼어 놓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사제에게 말했다. 얼마 후 쿠시콜루르는 자기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쿠시콜루르는 아버지에 게 그 사실을 알렸고, 잉카는 딸을 태양의 여사제에게로 가서 살라며 멀리 떠나 보냈다. 그 곳은 남자라면 잉카라 해도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거기서 쿠시콜루르는 으마 수마크 라는 예쁜 딸을 낳았다. 으마 수마크는 '매우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아기는 어머니 와 떨어져 그 사원의 벼래에서 자랐다. 그 사이에 잉카는 올란타이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잉 카의 군대가 올란타이와 그의 부하들을 쫓아 계곡으로 들어갔으나, 올란타이의 부하들이 추 격자들을 완전히 격퇴했다. 그렇지만 잉카의 장군 루마나위는 올란타이의 전사들이 잠들기 를 기다렸다가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루마나위의 부하들은 올란타이와 그의 전사들 전 원을 포로로 붙잡았다. 올란타이는 밧줄로 묶인 채 처형지인 제국의 수도 쿠즈코로 압송되 었다. 쿠즈코로 가던 중 전령이 루마나위에게 달려와, 연로한 잉카가 죽고 그의 아들이자 쿠시 콜루르의 오빠인 투파크가 유팡키(스페인 정복자들이 들어오기 3,4세기 전인 서기 12세기 내지는 13세기쯤에 실제로 살았던 역사상의 인물)가 타완티수요의 새 통치자가 되었다는 소 식을 전했다. 올란타이와 새 황제는 죽마고우였다. 어쩌면 아직 희망이 있는지도 몰랐다. 쿠 즈코에서는 투파크 유팡키가 올란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파크 유팡키는 몹시 슬픈 표정 을 짓고 있었다. "이보게 친구, 내 아버지이신 위대한 잉카 파차쿠테크께서는 자네를 처형하 라고 명령하셨다네. 나로서는 명령을 따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네. 하지만 자네는 내 친 구이니,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얘기할 기회를 주겠네." 올란타이는 황제에게 말했다. 자기도 법을 알고 있으며 법대로 형을 집행하는 것이 자기 친구인 황제의 임무라고. 하지만 자기가 황제의 반역자가 아니라 법이 사랑의 반역자라고, 그 법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그것도 아이까지 낳은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자 기는 쿠시콜루르 말고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그런 다음 올란타이는 황제에게 말했 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게 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신들입니다.' 따라서 자 기와 쿠시콜루르가 결혼하는 것도 신들의 뜻이었다는 얘기였다. 새 잉카는 자기가 신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다. 투파크 유팡키는 올란타이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늘날까지도 그는 잉카들 가운데 서 가장 현명하고 인정 많은 잉카로 기억되고 있다. 투파크 유팡키는 쿠시콜루르와 으마 수 마크를 궁전으로 데려 오라고 명령했다. 올란타이와 쿠시콜루르는 결혼했고, 올란타이는 잉 카의 수석 장군겸 조언자가 되었다. 앙구스 오그(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앙구스 오그[청년 앙구스]는 게일족의 사랑의 신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항상 젊 게 만든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앙구스 오그'는 사랑의 신에게 걸맞는 이름이라 생각된다. 명 랑한 새 네 마리가 그의 머리 위에서 맴도는데, 이 새들은 바로 키스의 화신이다. 누구든 이 새들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앙구스는 최고의 존재인 다 그다('선한 신')의 아들이다. 앙구스 본인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 한번은 앙구스 가 어떤 젊은 여자를 보고 지독한 '상사병'에 걸렸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 보안나가 그 여 자를 찾아 내려고 아일랜드 전체를 뒤졌지만 찾아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위대한 다그다가 나섰다. 그러나 최고의 존재인 다그다조차도 그 여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그다는 보브에게 도움을 청했다. 보브는 무슨 비밀이든 모르는 게 없었던 것이다. 보브 도 그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으나, 결국은 보브가 '용의 입'이라는 호숫가에서 여자 를 찾아 냈다. 그래서 앙구스가 보브를 만나러 갔다. 앙구스는 보브는 사흘 동안 같이 진수 성찬을 앞에 놓고 즐겼다. 앙구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보브에게 그 여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간청했다. 앙구스와 보브가 용의 입 호수에 이르렀을 때, 150명의 아름다운 처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씩 짝을 지어 걷고 있었다. 각각의 쌍들은 모두 순금 사슬로 묶여 있 었다. 그 중 유난히 키 큰 처녀가 눈에 띄었다. 그 여자가 바로 앙구스가 사랑하는 여자였 다. 앙구스는 욕정에 사로잡혀, 여자를 납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브는 그 여자를 일행과 떼어 놓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라고 경고했다. 여자는 카노트의 한 자치구를 맡고 있는 반신 군주의 딸로, 이름은 캐어였다. 앙구스는 카노트의 왕과 왕비를 찾아가 캐어와 결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러나 왕과 왕비도 앙구스를 도울 힘은 없었다. 얼마나 묘한 일인가!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앙구스가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결혼을 할 수 없다니. 그렇지만 왕과 왕비는 캐어의 아버지에게 캐어와 앙구스의 결혼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 주기로 했다. 앙구스는 캐어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캐어의 아버지에게 접근했으나, 캐어의 아버지 는 이 젊은 구혼자를 만나 주지 않았다. 결국은 다그다의 군대와 카노트 왕의 군대가 캐어 아버지의 집을 포위하여 그를 포로로 붙잡았다. 마침내 캐어 아버지가 자기에게는 딸을 결 혼시킬 힘이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딸의 마법이 자기의 마법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캐어는 1년 중 반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살지만 나머지 반 년 동안은 백조 의 모습으로 산다고 했다. 소우언(핼러윈 축제, 그러니까 만성절 전야제를 말한다. 게일족은 유령들이 살아 있는 사 람들을 찾아 오는 날이 바로 이 날이라고 믿어, 유령들에게 선물과 음식을 베푼다.) 축제 때 그 호수로 가면 다른 처녀들과 함께 있는 캐어를 볼 수 있을 텐데, 캐어뿐 아니라 다른 처녀들도 모두 백조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캐어의 아버지는 설명했다(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백조도 뱀처럼 흔히 물과 땅이라는 두 세계에 사는 존재로 해석된다. 앙구스는 오그 이야기에 나오는 백조를 핀란드 신화나 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에 등장하는 백조와 비교해 보라. 또한 피할 수 없는 화살을 가진 큐피드[그리스의 경우는 에로스]와 앙구스의 새들을 비교해 보라. 큐피드는 대개 날개 달린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앙구스는 백조가되어 이리저리 날아 다닌다.). 앙구스는 소우언 축제 때 그 호수로 가서, 이제는 백조로 변해 있는 캐어에게 자기 신부 가 되어 달라고 애원했다. 캐어가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자기가 사랑의 신 앙구스 오 그라고 대답했다. 그가 자기 이름을 입에 올리기가 무섭게 그도 백조로 변했다. 그래서 앙구 스와 캐어는 그 후로 영원히 함께 살았다. 요즘은 흔히 앙구스가 백조의 모습을 하고 연인 들에게 나타나는데, 연인들이 호수 근처에서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알곤과 하늘처녀(알콩킨 인디언) 알곤은 뛰어난 사냥꾼인데, 어느날 평원의 풀밭에 이상한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 다. 알곤은 그 원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알아보려고 근처의 덤불 숲에 숨어서 바깥 동 정을 살폈다. 한참을 기다리던 끝에 알곤은 하늘에서 커다란 버드나무 바구니가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바구니에는 아름다운 처녀 열두 명이 타고 있었다. 처녀들은 바구니에서 내리 더니 천상의 노래를 부르며 윤무를 추기 시작했다. 처녀들 모두가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 도 막내뻘로 보이는 처녀가 제일 아름다웠다. 알곤은 첫눈에 그 처녀에게 반했다. 알곤은 그 처녀를 빼돌리려는 속셈으로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알곤이 무리가 있는 곳에 닿자 마자 처녀들은 깜짝 돌라 바구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세 차례나 같은 일이 반복 되었지만 알곤의 결심은 날이 갈수록 확고해졌다. 마침내 알곤은 한 가지 꾀를 냈다. 알곤은 속이 빈 나무 줄기 하나를 원 근처에 갖다 놓았다. 그 나무줄기 안에는 쥐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알곤은 약 주머니에서 마법의 약을 꺼내 주로 변신했다. 처녀들이 바구니를 타 고 내려오자 알곤과 다른 쥐들은 처녀들 사이로 뛰어 들었다. 처녀들은 춤을 추다가 그만 쥐들을 밟아 알곤만 빼고 다른 쥐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때를 놓치지 않고 알곤은 재빨 리 인간으로 변해 사랑하는 처녀를 납치했다. 알곤은 그 처녀를 자기 마을로 데리고 갔다. 마침내 처녀도 알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아들 하나가 태어났고, 한동안은 세식구가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해가 갈 수록 하늘처녀의 향수병이 심해졌다. 하늘처녀는 하루 종일 언니들과 부모님 생각에 잠겨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처녀의 향수병은 급기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하늘처녀는 마법의 버드나무 바구니를 만든 다음 가족들에게 줄 선 물을 챙겨 가지고 아들고 함께 바구니를 타고 하늘로 돌아갔다. 하늘처녀는 그 후 여러해를 하늘나라에서 보냈다. 알곤은 아내와 아들이 애타게 그리웠다. 알곤은 아내와 아들이 돌아오 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예의 원이 있는 곳에 가서 앉아 있다 오곤 했다. 이제 알곤도 점점 늙어갔다. 한편, 저 먼 하늘나라에서는 그의 아들이 어엿한 청녀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아들은 어 버지에 대해 이것저것 묻곤 했다. 아들 입에서 아버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늘처녀는 알곤 이 그리웠다. 하늘처녀와 아들은 하늘족의 지배자인 하늘처녀의 아버지에게 그러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하늘처녀의 아버지는 두 사람을 땅으로 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단, 알곤 과 함께 하늘로 돌아오되, 땅에 사는 모든 짐승들에게서 각 짐승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 는 부위를 모아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하늘처녀와 아들은 땅으로 돌아왔다. 알곤은 아내와 아들을 만나자 뛸 듯이 기 뻐했다. 그리고 하늘추장이 원한 선물들을 열심히 모았다. 곰의 것으로는 발톱을, 독수리와 매, 새매의 것으로는 깃털을 고르고, 너구리의것으로는 이빨, 그리고 사슴의 것으로는 뿔과 가죽을 골랐다. 알곤은 이 선물을 특별한 약 주머니에 담아, 아내, 아들과 함께 버드나무 바 구니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갈 때 가지고 갔다. 알곤의 장인은 그 기념품들을 하늘나라 사 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알곤과 하늘처녀에게도 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 다. 알콘과 하늘처녀는 새매의 깃털을 골랐다. 그러자 추장은 알곤과 하늘처녀가 언제나 자 유롭게 하늘나라와 땅을 왕래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알곤과 그의 아내 는 새매가 되었다. 알곤과 하늘처녀는 아직도 숲과 평원 위를 높이 날아 올랐다가, 급강하하 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