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18 부 머리속에는 두 개의 금속조각이 들어 있었다. (1) 비티 맥크라우드는 자신의 키만큼 커다란 분사라이플을 받쳐들고 조니를 따라서 브리칸트의 메인 캠프로 들어섰다. 매우 위험한 곳 이었다. 밀림 깊숙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천 오백 명, 혹 은 삼천 명은 될 것 같았다. 비티 일행은 공터에 착륙했다. 포로들 에게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들은 대형 해병대 전투기에 함께 실려 있었다. 그들을 무기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곳에 앉히고, 착륙 했을 때도 우선 그들부터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로버트 경은 주 위상황을 즉시 간파하여 퇴각할 경우 그들을 엄호할 수 있는 위치 에 병사들을 배치했다. 총사령관으로서 적절한 조치였다. 사람들로 가득찬 넓은 공터는 흘러든 물로 마치 늪처럼 질퍽거렸 다. 근처엔 불에 검게 그을린 그루터기가 도처에 있었다. 농작물들 이 절반쯤 자라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것을 짓밟으며 그 일대 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비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행동이 정 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독서를 좋아하는 비티는 지금까지 여 러 분야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런 내용은 읽은 적이 없었다. 노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도 몇 명 있었으나 모두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배는 큰북처럼 부풀어올라 있었고, 온 몸에 부스럼 딱지가 앉아 있어서 매우 불결해 모였다. 비티는 충격 을 받았다. 아이들을 들봐주는 사람도 없단 말인가. 그들이 만난 남자들은 손가락 하나를 쳐들어 기묘하게 인사했다. 추하고 남을 경멸하는 듯한 얼굴, 여러 가지 피부색깔.... 그리고 모두를 지저분했다. 의복은 군복 비슷한 것으로, 조장하고 변변치 못해 보였다. 그들은 입 안에 오트밀을 가득 물고 있는 듯한 기묘 한 발음의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비티 역시 표준영어로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말은 누구나 쉽게 이해했고 포준영어가 되도록 늘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에게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이반 대령 덕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곳 사람들은 발음이나 언어 자체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조니가 한 중년남자 앞에서 멈춰 섰을 때, 비티는 하마터면 그와 부딪칠 뻔했다. 조니는 사이클로어로 뭔가를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쪽을 가리키며 사이클로어로 대답했다. 과연 조니다 웠다. 뭔가 알고 싶어서 물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브리칸트가 사이클로어로 말하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내 커다란 판잣집 앞에 이르렀다. 집 앞 기둥엔 표범가죽으 로 만든 깃발이 걸려 있었다. 포로들은 총을 겨눈 러시아인의 감시 하에 있었다. 그들의 사령관에게 안내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쳐다보기가 역겨울 정도로 지저분했다. 누가 있든 없든 아 무 데서나 통일을 보는 것이었다. 정말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쪽 에선 젊은 남자가 여자를 밀어 쓰러뜨리고.... 그렇다. 틀림없다. 여러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는데도 음탕한 짓을 하고 있었다. 비티 는 기분이 나빠져서 앞서가는 조니와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짐승 만도 못한 한심스러운 족속들이었다. 비티는 조니를 따라서 판잣집으로 들어갔다. 이것은 무슨 냄새일 까. 한 사나이가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엄청나게 뚱둥한 몸 뚱이에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다. 닥터 맥켄드릭이 말하던 말라리 아성 황달이었다. 온몸에 잡힌 주름살마다 때가 찌들어 있어서 거 무죽죽했다. 그는 앞이 뾰족한 가죽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끝에 뭔가 붙어 있었다. 브로치일까. 보석 같기도 했다. 다이아몬드일 까. 포로인 아이프가 그 뚱뚱한 남자 앞에 서서 자기 가슴을 주먹 으로 치며 보고하고 있었다. 저 뚱뚱한 남자는 누구일까. 스니스 장군일까. 스니스라면 사이 클로인에게 흔한 이름이었다. 물론 영국인에게도 흔한 이름이었다. 아이프의 모트밀 악센트는 얼아듣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장군은 고 깃덩이만 씹을 뿐, 아이프의 보고에는 그다지 신경쓰고 있는 것 같 지도 않았다. 마침내 장군이 말했다. "그래, 너는 보급품은 가져왔느냐? 유황은 어떻게 됐지?" "저어....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아이프는 처음부터 얘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 시체는 가져왔겠지?" 장군의 말에 대위는 불안한 듯이 뒷걸음을 쳤다. 그러자 장군은 씹고 있던 고깃덩이를 던져 그의 얼굴 한가운데에 명중시켰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고 살 건가?" 장군이 대위를 향해 악을 썼다. "먹는다고, 시체를? 동료의 시체를 먹는단 말인가?" 비티는 장군이 내던진 고깃덩어리에 시선을 보냈다. 그것은 고기 가 아니었다. 인간의 팔이었다. 비티는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왔 다. 위장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조니가 곧 그를 찾아내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수건으로 입을 닦아주었다. 그는 러시아인에게 비티를 비행기까지 데려가게 했지만 비티는 가려고 하지 않았다. 조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일까. 사람들이 빗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분사라이플은 굉장히 무거웠다. 그 무게는 시 간이 흐를수록 가중되어갔다. 그렇다. 이곳에 파견되었다는 준비위 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판잣집에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의 젊은 스코틀랜드 인이었다.... 한 사람은 인버네스에서 온 맥켄드레스였다. 두 사람 은 처마 밑에 있는데도 흠뻑 젖어 있었고, 차양이 없는 모자는 걸 레조각이 되어 있었다. 얼굴빛이 매우 창백해 보였다. 조니가 이곳에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수북한 낙하 산 더미를 가리켰다. 그것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조니는 함께 이곳을 떠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준비위원들은 거절 했다. 그들은 이곳 사람들을 아메리카의 중앙 채굴장으로 데려오라 는 평의회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수송이 늦어지고 있으나 그것은 틀림없이 조종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은 평의회조차도 조종사를 손쉽게 구할 수 없었다. 준비위원들은 자신들의 의무에 대해서, 조니는 그들의 안전에 대 해서 주장하였는데,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팽팽한 설전이 계 속되었다. 마침내 준비위원들은 비상식량과 무기를 줄 테니 비행기 로 함께 가자는 조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 일행은 군중 속을 헤치며 러시아인이 방어선을 치고 있는 곳을 지나 기내로 들어갔 다. 일행을 맞이한 로버트 경이 준비위원들을 사이클로인의 거대한 휴대용 의자에 앉혔다. "당신들 외에 다른 사람 있는 것 아니오?" 로버트 경이 준비위원들에게 물었다. "네, 있었습니다." 맥컨드레스가 말했다. "애리슨입니다. 그러나 이틀 전에 강으로 떨어져 비늘이 있는 짐 승에게 잡아먹혔습니다." "자네가 직접 보았나?" "아닙니다.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 장군이 그렇게 말했고, 실제 로 이곳에는 강이 많아서 비늘이 있는 짐승도 엄청나게 많이 있습 니다." 이번에는 조니가 입을 열었다. "애리슨은 사이클로어를 할 줄 알았나?" "그는 조종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연합에도 조종사가 필요합니 다. 그러니까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스코틀랜드인이 말했다. "서툴지만 조금은 할 줄 압니다. 평의회로부터 브리칸트들을 공 수하라는 명령이 갑자기 내려왔기 때문에 훈련중에 조환되어 이곳 으로 파견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부서에도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 에...." 그러자 로버트 경이 한마디 했다. "그가 이곳의 불한당들에게 사이클로어로 얘기한 적이 있는가?" 그들은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해병대 전투 기를 큰북처럼 두들기고 있었고, 기내는 엄청나게 무더웠다. "네." 맥컨드레스가 말했다. "애리슨이 사관과 사이클로어로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 다. 사관들은 그가 사이클로어로 말하자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 다. 한참 동안 얘기했지만 내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사이클 로어를 잘 몰라서요...." "알고 싶었던 것은 그것뿐이다." 로버트 경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조니를 쳐다보았다. "심문이다! 놈들은 애리슨을 심문하려고 했던 거야." 조니는 로버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로버트 경이 뭔가를 끄집어냈다. 피 묻은 모자였다. 비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로버트 경은 그것을 준비윈원들에게 건네주었다. 그들은 모자에 씌어진 이니셜을 보았다. "네, 애리슨의 모자입니다. 이것을 어디서 찾아내셨습니까?" 로버트 경은 두 사람에게 그것이 발견된 경위를 얘기했다. 비티 는 브리간트들이 그를 사이클로인들에게 팔았다는 것을 알고 충격 을 받았다. 사이클로인들은 애리슨을 심문하려던 것이며, 그의 운 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애리슨을 팔았다고? 인간을 괴물에게 팔았다고? 비티도 준비위원 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로버트 경은 준비위원들에게 함 께 행동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준비위원들은 이곳 사람들을 옮기 는것은 평의회의 명령이며, 자신들의 의무라고 계속 우겨댔다. 마 침내 로버트 경이 벼락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최고 사령관이며, 너희들을 이곳에 남겨두고 갈 생각은 절대로 없다." 로버트 경과 조니는 비행기에서 내리려는 두 사람을 비티가 찾아 온 밧줄로 묶어버렸다. 두 사람을 기내 뒤쪽의 보급품 상자 위에 앉힌 조니 일행은 방비선을 철수하고 비행기를 이륙시켰다. "상공에서 저녀석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해도 되겠습니까?" 조종사가 로버트 경에게 물었다. 비티는 그 말을 듣고서는 놀라 지 않았다. "안돼." 로버트 경이 조종사를 만류했다. 그들을 공격해봤자 나무 뒤에 숨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그 들과의 싸움에 필요한 장비가 없을 뿐 아니라 중요한 임무가 있었 다. 정말로 그런 짓을 자행하고 있다면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애리슨의 일로 모두들 상당히 흥분하고 있었다. 비티는 조니 곁으로 다가갔다. "조니, 이처럼 비가 내리는데 저들은 왜 그렇게 저저분할까요?" (2) 거대한 해병대 전투기는 지부 채굴장에 착륙했다. 여전히 인기척 이 없었고,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브리간트와의 전투가 벌 어졌던 장소에서는 시체를 놓고 다투는 동료들의 아우성 소리가 울 려퍼지고 있었다. 박격포를 장치한 비행작업대를 실은 트럭은 여전 히 격납고 안에 있었다. 차량부대를 추적하러 갔던 선발 트럭이 퇴 각해 온 흔적은 없었다. 조니는 인기척이 없는 건물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환하게 켜 진 조명과 멀리서 몰려오는 광산램프 소리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기계들은 앞으로도 몇 십년 동안 계속 작동될 것이었다. 범 지구 통신 기록 프린터는 현재의 교신기록들을 토해 내고 있었다. 조니는 그것을 대충 훑어보았다. '맥키버, 모스크바까지 예비연료를 갖다주겠나?' "여기는 요하네스버그 교통 관리센터. 현재 이쪽으로 항행중인 비행기는 없나? 만일 없다면 밤이 되었으니까 폐쇄하겠다.' '아이작, 그로즈니 채굴장에 비어 있는 광석화물기는 없는가? 있 다면 그것을 여객기로 전용할 수 없는가? 아침까지 알려달라. 우리 들은 지금 항공기가 부족한 상태다.' '랜디, 자네의 티베트행 편은 취소다. 공수를 위해서 자네와 부 조종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안하지만 돌아와주게.' 대부분이 사이클로의 조종용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조니는 깜짝 놀랐다. 이 교신기록을 보면 인간들이 어떤 식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그 거점이 어딘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다. 마치 마크32의 표적리스트 같았다. 만일 차량부대가 봉쇄를 감행하 여 저 마크32가 전면 공격으로 전환한다면, 사이클로인이 지구를 재탈환 하는 것은 가능했다. 조니는 이 무선기로 긴급지령을 보내서 사흘 간의 무선사용 금지 명령할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다. 이미 틀렸다. 이같은 기록은 빅 토리아 호 채굴장이 프린터에서도 초해내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 다. 게다가 그가 이곳에서 발신하는 모든 무선은 무선모니터를 적 재하고 있을 차량부대에게 수신당할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차 량부대를 습격하는 일만 성공시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었다. 그 길밖에 없었다. 조니는 출구로 향했다. 발소리가 텅 빈 건물 속에 올려퍼졌다. 사이클로인은 이미 이 건물의 모든 무기를 철수시킨 상태였다. 분 사포도 휴대용 화기도, 브리칸드의 손에 넘어갈 만한 것은 무엇 하 나 남기기 않았다. 다만 서두르다가 박격포를 잊어버리고 간 것은 행운이었다. 트럭은 이미 격납고 밖으로 나가 어두운 뜰에서 대기 하고 있었다. 조니는 비행기로 돌아가 앞으로의 작전계획을 서둘러 설명했다. "동쪽에서 매북지점을 향하여 초저공으로 레이다 감시망을 피해 침입한다. 차량부대의 탱크 레이더 스크린에 잡혀서는 안된다. 작 전은 이 능선을 따라 전개한다. 다른 한쪽은 도로 옆에 매복하고 있다가 모든 차량부대가 협곡으로 완전히 들어오면 측면에서 포화 를 퍼붓는다. 만일 그들이 방향을 바꿔서 후퇴한다면 내가 후미에 서 대기하고 있다가 비행작업대에 실은 박격포로 놈들의 퇴각을 저 지하겠다." "뭐라고?" 로버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탱크를 박격포 하나로 맞서겠다고?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차량 부대는 밀림 속으로 도망쳐 들어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손을 쓸 수 없었다. 이 비행기로 그것을 저지해달라는 것은 괜찮다. 누 가 뭐래도 이것은 전투기니까. "탱크와 트럭을 폭파시키지 말고 그냥 뒤엎어만 주십시요." 조니는 자신의 계획을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방사능탄을 쏘지 말고 분사포만을 부탁합니다. 화기는 '광범위, 무화염, 기절'에 맞춰주십시요. 그들이 협곡에 들어가서 일렬로 늘 어서거든 매복지점에서 도로를 봉쇄해주십시요. 나는 후방에서 그 것을 봉쇄하겠습니다. 나머지 소대는 능선에서 측면 엄호합니다. 이 전투기는 만일 그들이 산개해서 밀림으로 후퇴할 경우,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시겠지요?" "알았네, 알았어." 로버트는 불만을 억누르며 조니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러시아어를 아는 준비위원이 이반 대령과 함게 부재중이었기 때 문에 다른 준비위원이 러시아인에게 통역하려고 했으나, 아무리 해 도 잘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합류했을 때 그 준비위원에게 꼭 설명하게 할 테 니.... 문제없습니다. 내가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에게 전할 수 있 습니다." "잊지 말아요, 불확실하긴 하지만 애리슨이 그 차량부대 속에 있 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니까 주의를 기울이고, 전투중에 애리슨 이 나오거든 그를 쏘지 않도록 해주십시요." 조니가 그에게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이반 대령과 동행할 수 있게 해주면 반드시 지금의 상황을 러시아인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겠습니다." 준비위원은 자신만만해 했다. "장말 대단하군." 로버트가 비꼬듯이 말했다. "정말 대단하다니까. 통역이 한 명밖에 없어서 작전설명도 할 수 없다니. 이런 멋진 계획은 처음 봤어. 오오, 신이여! 행운을 내려 주소서.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뿐인 것 같군." 조니는 트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스코틀랜드인 한 명과 운전사 를 포함한 네 명의 러시아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 비티 맥크라 우드가 비행기에서 달려나왔다. 조니를 수행할 생각으로 장비를 잔 뜩 안고 있었으나 조니에겐 난처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전투에 어 린애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비 티 맥크라우드는 다른 소년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전술을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비티는 조니의 침묵 속에서 그의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조니가 어떤 궁리를 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상처입은 자존심이 그의 표정 에 나타났다. 조니는 좌석에 놓인 광산무선기를 소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벨트에 찬 무선기를 툭툭 치면서 비티의 귓가에 속 삭였다. "나는 이 비행기에 신뢰할 수 있는 연락원이 필요하네. 전투가 시작된 뒤에 곤란한 일이 일어나면 알려줄 연락원 말이야. 발포가 시작되기 전에 이것을 사용해선 안된다. 그 이후에 긴박한 일이 일 어나거든 즉각 알려주기 바란다." 조니는 비티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러자 비티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조니 경." 비티는 비행기 안으로 사라졌다. 조니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질퍽질퍽한 길을 따라 트럭을 향해 걸어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의 장막을 꿰둟고 있었다. 조니는 승무원을 체크하고는 운전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박격포가 달 린 채굴용 비행작업대를 실은 트럭의 굉음이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삼켜버렸다. 그들은 트럭 한 대로 탱크부대와 싸우기 위해 출발했 다. (3) 브라운 린퍼 스태퍼는 휘황찬란한 새 집무실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고민거리를 내려다보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다른 모든 것들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 의 사당이었다는 둥근 지붕의 정부건물은 부분적으로 복구되었고, 지 붕도 하얗게 칠해졌다. 몇 개의 홀들도 정비되었다. 그 중 하나는 평의회의 회의실로 사용될 것이었다. 높은 단과 의석, 그 앞으로 많은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서 회의실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평 의원들의 직무실마다 사이클로인의 거대한 장식이 달린 중역용 책 상이 운반되어 왔는데, 평의원들이 그곳에 앉으면 난쟁이처럼 보였 다. 바닥에 상자를 놓고 그 위에 의자를 얹어놓아야만 했다. 고위 관리들과 귀빈들을 위한 호텔도 개설되었다. 그날 밤, 채굴장 본부의 기둥 뒤에 숨어서 받은 가르침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정부운영에 관한 매우 가치 있는 데이터였다. 그 우리에서의 생활조건은 아무리 봐도 지금의 타르에게는 너무 지독 했다. 그 사이클로인은 회개하고 있었으며, 최대한 협조하려고 했 다. 인간들은 왜 사이클로인을 오해하는지 브라운 린퍼로서는 도무 지 이해되지 않았다. 타르의 교육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간이 다소 걸렸으며, 상당히 정치적 기술을 필요로 했다. 타르는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의 가장 신뢰받는 중역으로서 전 우주를 여행했으며, 그가 정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들보 다 뛰어났다. 평의원의 인원수 문제에서도 그의 능력이 유감없이 나타났다. 세 계각지에서 온 부족장들은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논쟁의 일 상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뒷바라지를 해야 할 부 족들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서름 명이라는 총 인원수로는 결정 하고 실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들은 세계를 다섯 개의 대 륙으로 분할하여 각각 한 사람의 대표를 정하자는 제안에 기꺼이 찬성했다. 이것으로 평의회는 다루기 어려운 서른 명의 대식구로부 터 선출한 다섯 명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브라운 린퍼는 수장들에게 설명했다. "부족에 대한 업무는 평의회의 시시한 서류게임보다 훨씬 더 중 요합니다. 본국에서야말로 유능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은 수장들은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사 촌이나 친척을 평의회의 의석에 밀어넣었다. 실제로는 다섯 명의 평의회도 아직은 너무 번거로웠다. 결국 두 명의 실행위원을 임명 하기로 했다. 타르의 조언과 그 자신의 노력에 의해 브라운 린퍼는 평의회 대 표가 될 수 있었다. 대표한 서기의 이름으로 독단적으로 행동권한 을 지닌다는 의미였다. 물론 평의회 서기의 보좌를 받기는 하지만, 그 서기는 투표권이 없었고, 임명도 린퍼 자신이 직접 하게 될 것 이었다. 이 건에 관해서 스코틀랜드인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들은 스코틀랜드가 유럽에 포함되는 것에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옛날 부터 줄곧 그래 왔다는 것이 제시되었고, 구 평의회의 다수결 투표 에 의해 알프스에서 온 독일인이 그들의 대표가 되었다. 마침내 스 코틀랜드인이 브라운 린퍼가 제안한 조치들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 기하는 일이 없어졌고,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각 부족마다 자기 주위의 모든 토지를 마음대로 사용하게 되었 고, 고대부터 존재해온 것들에 대한 독점소유권이 주어졌다. 그 때 문에 대부분의 수장들 사이에서는 브라운 린퍼의 평판이 상당히 좋 았다. 몰론 스코틀랜드인들은 예외였다. 그들은 매사 불마투성이였 다. 그 법률이 제정되면, 아메리카 대륙과 모든 소유권을 브라운 린퍼가 차지하게 된다면서 반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의는, 두 개의 그룹이 발견된 브리티시컬럼비아 부족, 네 개의 그룹이 발견 된 시에라 네바다 부족, 남쪽의 작은 인디언 부족, 그리고 브라운 린퍼 자신의 부족이 아메리카에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기 각되었다. 현재 그 부족들이 브라운 린퍼의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 은, 그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수도를 정하는 문제에서도 린퍼는 또 한 번 승리했다. 거의 대부 분의 부족이 자신들의 영토에 갖고 싶어했고, 또 어떤 부족은 그것 을 여기저기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라운 린퍼가 수도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드는가를 설명하 고, 관대한 마음과 인류애를 가지고 자신의 부족이 그 비용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재의하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수도는 덴버로 정 해졌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스태퍼라고 개창될 거라고 브라운 린퍼는 믿고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다섯 명으로 축소 되기 전의 구 평의회에서 결정된 지구은행 설립문제가 그를 괴롭히 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인 맥애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은하 크레디트를 갖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아무런 의 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데, 나와 현재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 한 독일인에게 인가를 내려줄 수는 없는가. 그는 많은 젖소롸 치즈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들은 각 부족에 대해서 그 부족이 소유하는 토지, 그것도 실제로 생산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 의 액수와 같은 양의 통화를 발행하겠다. 수수료는 아주 조금만 요 구하겠다. 어느 부족이라도 통화를 많이 획득하려고 한다면 보다 많은 토지를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마침내 생산은 향상 되고, 통화는 지구의 한정된 토지를 뒷받침할 것이다." 은행창설이 결의되었고, 그 명칭은 '지구혹성 은행'이라고 정해 졌다. 이 은행에 부여된 인가는 상당히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지구혹성 은행은 즉각 지폐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독일인이 한몫 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동생이 목판인쇄술을 보존하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그들은 런던이라고 불리던 도시에서는 수동인쇄기도 찾 아냈다. 즉각 통화를 발행하여 유통시켰다. 그 지폐는 단지 하나의 액면가격밖에 없었다. 일 지구 크레디트였다. 시험삼아 우선 일차적으로 발행해보았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 다. 그동안 말이나 곡식 등으로 물물교환을 해왔기 때문에, 화폐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할수없이 두번째 것을 발행했다. 린퍼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그 두번째 화폐가 그를 무척 우울하게 했다. 목판으로 인쇄된 지폐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곳에는 지구혹성 은 행이라고 씌어 있었고, 네 뒤퉁이에 적혀 있는 1이라는 숫자 아래 엔, 생존해 있는 모든 종족의 언어와 문자로 일 크레디트라고 씌어 있었다. 또한 '공사를 불문하고 모든 부채의 지불에 법적으로 유 효'라고 모든 언어로 인쇄되어 있었다. '모든 고장의 모든 은행에서 일 크레디트와 교환가능함' '모든 부족에 의해서 보증됨' '지구평의회의 인가에 의함' 그리고 은행총재 두 사람의 서명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조금도 문제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폐 한가운데의 커다란 타원 속에 조니 굿보이 타일러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맨발에 사슴가죽 사냥셔츠을 입고, 미소를 띄고 있 었다. 사람들은 그의 표정이 고귀하다고 입을 모았으나 린퍼에겐 얼빠진 머저리로 보일 뿐이었다. 더구나 조니는 분사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것보다 더 화나게 하는 것은 그의 이름이 타원형으로 인 쇄된 것이었다. 조니 굿보이 타일러라고,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그 림 밑의 설명이었다. '사이클로인 정복의 어버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바로 십오 분 전에 무선으로 맥애덤과 얘기 를 끝냈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번째 지폐는 전혀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즉시 두번째 지폐를 발행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돈이 뭔지는 몰라도 조니 굿보이 타일 러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며, 그것을 통화가 아닌 장식품으로 벽에 걸어 놓고 있습니다. 액자에 넣어놓은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물론 입니다. 상당히 많은 지폐뭉치가 모든 부족에게 배포되어 있습니 다. 어림도 없습니다. 그것을 회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짓을 했 다가는 은행의 신용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브라운 린퍼는 은행설립을 허가한 평의회의 의도에 어긋나는 일 임을 설명하려고 했다. 평의회는 전쟁금지를 전원일치로 결의했고, 다음과 같은 조문을 공표하였다. '위 사항에 따라 부족간의 전쟁은 금지된다.' 브라운 린퍼는 그 조문이 모든 곳에서 적용되고, 특히 혹성간에 도 적용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였다. 그는 알고 있는 논리를 총동원해서 설명했다. "그것은 평화결의안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거은 그러니까.... 그.... 그렇습니다. 무기를 휘둘러대는 사나이가 그려져 있다는 것 은 사이클로인이라든가 그 밖의 무엇이든. 그러니까 그것은.... 결 국 전쟁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맥애덤과 취리히의 독일인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 다. 그러나 미안해 하는 구석이 조금도 없는 듯했다. "우리들에게는 승인서가 있습니다. 만일 평의회가 스스로 신용을 떨어뜨리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앞으로 아메리카에 대한 기금은 삭감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면 서로 불행한 일 아니겠습니 까. 이 승인은 지금대로 유효해야 하고, 은행은 그 업무를 수행하 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게다가 현재 준 비중인 세계법원의 업무가 시작되었을 때, 그 첫소송으로 은행간부 가 신탁의무 위반과 그 손해배상으로 평의회를 고소하게 되다면 유 감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브라운 린퍼는 생각했다. 그들은 조 금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일에 대해 평의원드로부터 조 언을 얻을 수는 없었다. 밑으로 내려가서 우리 옆의 기둥그늘에 가 보자. 그러나 그것에도 별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조니 굿보이 타일러, 사이클로인 정복의 아버지' 브라운 린퍼는 지폐에 침을 뱉았다. 미친 듯이 빡빡 찢어버리고, 그 쪼가리들을 마구 흩뿌렸다. 다시 긁어모아서 노골적으로 증오을 드러내며 불태워버렸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브라운 린퍼는 재를 마구 밟아댔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평정을 되찾은 브라운 린퍼는 굳게 결심했 다. 설사 모든 사람들이 나를 적대한다 하더라고 지구를 위해서 최 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 저 조니 녀석을 절대로 설려두지 않겠 다. (4) 트럭은 굉음을 내면서 질척질척한 밤길을 돌진해나갔다. 그 지상 구동장치는 차체를 지면에서 일 피트 내지 삼 피트 정도 부상시켜 놓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몇 피트씩 나갈 때마다 지면이 팔 피 트에서 십피트나 변화하는 것이었다. 그 효과는 붕 떠오르는 정도 가 아니라 타고 있는 사람의 뼈를 삐걱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그 텔레포테이션형의 구동장치는 지면으로부터의 거리를 자동으로 감 지해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수정과 재수정의 반복에 트럭은 비명을 울리며 튀어오르고, 급정거하고, 또다시 튀어나갔다. 그 요 란한 소음은 귀청을 찢어댔다. 어떤 차량으로도 이 길을 무리없이 전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곳을 지나가는 것은 네발짐승 들 정도로, 수백 년 동안 왕래해온 광석트럭이 지면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길이 비에 깎여나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부엽 토를 광석트럭이 휘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조니는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려고 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 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계속 지팡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왼쪽 팔이 쑤셔댔고, 손바닥은 물집이 터져서 벌겋게 짓물러 있었다. 나흘 동안이나 밀림을 전진 했었다. 무더위 때문에 쉴새없이 땀을 흘리며 낮에는 지팡이를 짚 고 걷고, 밤에는 무수한 벌레들에게 시달린 나흘 간의 여파가 한꺼 번에 몰려들고 있었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얼마간이라도 자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평지 같으면 팔십 마일은 낼 수 있는데 지금은 팔 마일의 속력도 낼 수가 없었다. 지부 채굴장까지 며칠씩이나 걸린 것도 무리가 아 니었다. 사이클로인도 이 이상의 속도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몇 마일마다 길가에 돔형의 오두막집이 있었다. 조니는 그 오두막 집이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트럭을 정지시켰다. 매복하기에 안성맞 춤인 장소였다. 사이클로인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일단 조사를 해보았다. 생각했던 대로 단순한 돔이었다. 너댓 명의 사이클로인이 휴식을 취하거나, 수리트럭을 기다리거나. 야생동물과 비를 피하는 대피처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선발트럭과 승무원의 기척도 없었다. 아직 도 전방의 차량부대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트럭은 멈춰 있었고, 밖애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전사가 조니의 어깨를 두드리고, 햇살이 내리비 추고 있는 앞쪽 길을 가리켰다. 덩굴풀을 잘라낸 화살표시를 남겨 놓고 있었다. 풀은 대검이나 총검을 이용하여 예리하게 잘라낸 듯 했다. 사이클로인이라면 총으로 절단했을 테니까. 이것은 인간이 남긴 표시임에 틀림없었다. 화살표시는 길가의 휴게오두막을 가리 키고 있었다. 병사들이 하차할 경우에 대비해서 무기들을 점검하는 철컥철컥 소리가 났다. 조니는 외투를 걸치고 권총을 점검한 후, 광산램프와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밖으로 나서자 비가 목덜이로 흘러들었다. 이 오두막이 별다는 것은 입구 앞에 나 있는 새로운 발자국과 반쯤 열린 문이었다. 조 니는 지팡이로 반쯤 열린 문을 열었다. 순간 인간의 피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스코틀랜드인이 공격형 라이플을 겨누고 그의 뒤로 바짝 다가왔다. 두 명의 러시아인도 즉시 따라왔다. 조니가 광산램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빛이 돔 안을 가득 비추었다. 한쪽 구석 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그쪽으로 다가가던 조니는 자기가 피바 다 속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광산램프를 그쪽으로 돌리고 천 천히 다가갔다. 그것은 갈기갈기 찢겨진 살덩이 뭉치였다. 그 이상 은 구별할 수조차 없었다. 흥건히 고인 핏속에 천조각이 떨어져 있 었다. 이것은.... 킬트다. 그것은 행방불명 된 준비위원, 애리슨이었 다. 등 뒤의 스코틀랜드인과 러시아인은 그 잔혹한 모습에 뻣뻣하 게 굳어져 장승처럼 서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모든 동맥과 중요 한 정맥은 멀쩡했다. 사이클로인의 날카로운 손톱이 살점을 한조각 한조각 벗겨나가 결국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이리라. 그가 죽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그들은 잔인한 쾌감을 지연 시키기 위해 목구멍과 턱에는 끝까지 손을 대지 않았던 모양으로, 그 부분만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냉혹한 사이클로식 고문이었다. 잘려져나간 손의 잔해 속에 쥐어 진 것이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붙은 도구로, 사이클로인들이 모 터포인트를 청소하기 위해 흔히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발의 대동맥이 크게 잘려 있었다. 애리슨은 사이클로인의 주머니에 서 이것을 뽑아내 스스로 동맥을 끊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그를 구해낼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 밀림. 그리고 이 런 길에서라면 아무리 서둘렀다 해도 그를 구해내진 못했을 것이 다. 조니는 서글픔과 분노로 가슴 깊은 곳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 낌을 받았다. 사이클로인들은 지부 채굴장에서부터 고문을 시작하 여, 그가 죽을 것 같아 이곳에서 마리리지은 것이었다. 사이클로인 들은 차량부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애리슨은 조니 일행이 이곳에 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애리슨은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기지의 수와 배치상황에 대한 기밀을 누설했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견뎌내지 못해 털어놓았을 것 이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아니다. 끝까지 비밀을 지켰을지 도 모른다. 그런 것은 지금 문제가 아니었다. 사이클로인 차량부대 의 운명은 그들이 저질러놓은 과오로 이미 결정되어버렸다. 러시아 인들의 증오에 찬 눈빛이, 대검을 움켜쥔 스코틀랜드인의 분노에 떠는 주먹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인이 밖으로 나가서 방수포를 가지고 왔다. 그것을 애 리슨의 피투성이 잔해 위해 살며시 덮어주며 말했다. "자네를 위해서 반드시 돌아오겠네. 피에 젖은 칼을 들고 말일 세. 편안히 잠들게." 조니는 빗속으로 걸어나갔다. 인간들을 사이클로인들에게 팔아넘 긴 브리칸트들과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엔 피의 원한이 맺어지고 말 았다. 사이클로인! 조니는 타오르는 분노로 눈앞에 사이클로인이 나타 난다면 생포하기까지 자신의 분노가 견뎌낼지 의심스러웠다. 지금 같아선 실험을 둘째치고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말 것만 같았다. 조니는 냉정해지려고 노력하며 추적을 계속했다. (5)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밀림의 어스름한 빛 속에서 조니 일행은 선발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날에 일어난 모든 재난의 시 작이었다. 어둠 속을 달려가던 선발트럭을 밀림을 꿰뚫고 서쪽으로 흐르는 강가에 이르렀다. 그들의 진로는 남동쪽이었다. 텔레포테이션 구동 은 차량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차체를 부양시키기 때문에 완만하면 물 위도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운전병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서 강의 제방에 충돌해버린 모양이었다. 평형을 잃은 차는 강물로 굴 러 떨어져 앞부분을 강물 속에 처박은 채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더이상 주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숲속까지 끌어낸 비 해작업대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조니 일행이 다가가자 무척 기 뻐했다. 강기슭의 도처에 악어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으며, 맹수들이 작업대를 빙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사이클로인 차량부대에 발각 될 것이 두려워서 감히 총을 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조니는 트럭 위에 제2작업대를 위한 장소를 재빨리 만들고, 그것 을 날라다 올려놓았다. 그 모터의 울림과 악어들의 처참한 포효소 리가 차량부대에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물에 잠겨버린 트럭을 버려두고, 두 대의 작업대를 박격포 두문을 실은 트럭으로 강을 건너 추적을 계속했다. 조금 지나자 토양이 변하며 길이 상당히 좋아졌다. 트럭의 속도 를 올렸다. 차량부대의 최후미에서 열두 시간 내지 열다섯 시간 늦 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부대에 점점 빠르게 접근해 가고 있 었다. 차량부대는 단일차량보다 늦어지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이런 울퉁불퉁한 길에서라면 한층 더 그랬다. 오후에는 상당한 속력을 내고 있었다. 전방이 밝아졌다고 생각했 을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밀림에서 빠져나와 광대한 초원으로 들어 가 있었다. 그들은 삼 마일 앞에 있는 차량부대의 최후미를 발견했 다. 사이클로인에게 발각되지 않았기를 빌면서 서둘러 트럭을 유턴 하여 나무숲 사이로 되돌아갔다. 조니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명령했다. 트럭은 밀림의 경계 와 바짝 붙은, 지독하게 울퉁불퉁한 길을 한동안 전진하여 그곳에 서 멈췄다. 전방에 펼져진 추원은 울창한 수풀과 관목으로 뒤덮여 있었고, 군데군데 선인장 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조니는 앞이 잘 보이도록 운전석 위에 올라섰다. 매복지점의 좁은 길이 차량부 대 바로 앞에 보였고, 선투탱트가 지금 그 길로 들어서려 하고 있 었다. 협곡은 산악지대의 남쪽 등성이를 잘라낸 것 같았다. 러시아 인들은 차량부대를 보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쉰 대 이상의 트럭 으로 구성된 차량부대는 탄약, 연료, 호흡가스를 만재하고, 거대한 뱀처럼 기어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탱트는 다섯 대, 선투탱크는 비샤형 '영광으로의 골격'으로, 그 것은 처치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장된 장갑차였다. 다 른 한대가 중앙을 호위하고 있었고, 나머지 세 대는 맨 끝에서 뒤 따르고 있었다. 조니 일행은 트럭의 모터를 끄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차량부대의 포효가 천둥소리처럼 울렸다. 매복대의 배치가 완료되었다면 전 차량부대가 좁은 길로 들어가 고, 전방의 박격포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을 때, 전투는 시작될 것이었다. 조니는 러시아인 사관을 바라보았다. 조니의 지시를 간 파하여 러시아인들에게 전했다. 좁은 길의 남쪽 끝에는 조그만 언덕이 있었다. 길의 오른쪽은 급경사면이라기보다 거의 절벽에 가까웠다. 만일 비행작업대가 언 덕 뒤쪽으로 돌아가서, 이들 차량이 모두 협곡에 들어가는 것을 기 다렸다가 저 절벽 끝에 박격포를 쏘아대면, 산사태를 일으켜서 차 량부대의 퇴로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러시아인은 즉시 조니의 의도를 간파했다. 그와 그의 승무원은 비행작업대에 타고 이륙하여 나무들의 경계를 따라 모습을 감췄다. 조니는 차량부대를 한참 동안 응시하고 있었다. 차량부대를 힘겹 게 협곡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치밀한 작전에 의한 전투'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전 차량부 대가 좁은 길로 들어가면 매복대는 전방의 도로를 산사태로 봉쇄한 다. 그리고 방금 파견된 박격포 부대가 후방의 퇴각로를 차단한다. 그들의 오른쪽은 깎아지른 경사면이고, 왼쪽은 절벽이다. 그들은 방향전환도 할 수 없다. 그때 상공을 날며 왕복을 권유한다. 그것 으로 모든 작전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치밀한 작전에 의한 전투'가 완벽하게 성공하는 일은 거 의 없었다. 조니는 이번 작전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조니 일행은 차량부대가 완전히 협곡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 었다. 그들이 파견한 작업대가 계획된 위치에 도달한 것이 힐끗 보 였다. 완벽했다. 이제 마지막 탱트만 들어오면 되었다. 차량부대의 선두는 조니 일행으로부터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쿵! 매복대의 박격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첫발을 기화로 두 발이 연이어 발사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세 대가 아직 완전히 들어 가지 않은 상태였다. 실수였다. 조니는 잽싸게 비행작업대의 조작 버턴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네 명의 승무원은 날려가지 않도록 힘 껏 매달렸다. 비행작업대는 공중으로 솟구쳐올랐고, 조니의 손가락 은 작업대의 키보드 위를 오르내렸다. 그는 고도 천 피트에서 도로 남쪽의 밀림 경계 근처까지 접근했다. 이윽고 차량부대의 선두가 보였다. 바샤형 탱크 앞의 벼랑이 굉음을 내면서 무너져 도로 위로 쏟아 져 내리고 있었다. 매복지점 뒤쪽의 러시아인 예비대 몇 명과, 차 량부대 오른쪽의 수백 피트 높이의 벼랑 꼭대기에 있는 러시아인 세 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샤형 탱크는 도로를 봉쇄하고 있는 낙석더미를 올라가려고 했다. 포격하기에는 포문이 너무 낮았 기 때문에 탱크는 후퇴하여 다시 먼지가 피어오르는 바위더미 위로 돌격했다. 탱크의 전면이 올라갔고, 그때부터 박격이 개시되어 차 례차례 포탄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폭발성 포탄임에 틀림없었다. 포탄은 번쩍번쩍 빛나는 원을 그리며 날아가서 매복대의 지휘부 가 있는 지역에 낙하했다. 위쪽의 박격포는 아직도 포화를 집중하 고 있었다. 차량부대의 최후미에 있던 세 대의 탱크는 후퇴하고 있었다. 그 것들을 놓친다면 퇴로를 막을 수가 없었다. 조니는 차량부대의 최 후와 밀림의 중간으로 비행작업대를 이동시켰다. 놓아두면 설사 비 행기라도 곤욕을 치루게 될 것이었다. 더구나 그 탱크들은 바샤형 이었다. 어떤 전투기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차량부대의 선두는 다시 바윗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포문을 더 욱 위쪽으로 올리려는 속셈이리라. 차량부대의 중안에 있는 탱크까 지 매복지점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으나 경사면의 정상에 포격 할 수는 없었다. 조니는 스코틀랜드인들을 향해서 외쳤다. "후퇴로를 차단하도록 나무들을 쓰러뜨려라." 스코틀랜드인들은 박격포를 회전시켰다. 러시아인은 흔들리는 얇 은 작업대에 매달려면서 박격포의 포탄을 짤막한 포신 속에 떨어뜨 렸다. 포탄이 밀림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에 명중되 었다. 뒤이어 차례차례로 숲 가장자리를 따라 섬광을 발하자. 탱크 는 퇴각로를 폐쇄당하여 숲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탱크는 초원으로 흩어졌다. 탱크의 포문이 열리고, 비행작업대가 목표물이 되었다. 조니는 작업대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것은 본래 채굴용이어서 방어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았고 붙잡을 것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필자 적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 때 더넬딘의 전투기가 화 살처럼 강하해 왔다. 그는 삼천 피트 상공의 시야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길과 먼지덩어리가 세 대의 바샤형 탱크의 주위 에서 연거푸 피어올랐다. 그때 협곡 속의 차량부대가 빠르게 한곳 으로 집합했다. 차량부대가 다시금 전진하리라고 예측하고, 그것을 호위하기 위해 세 대의 탱크가 선회하여 그것을 쫓아갔다. 탱크는 속도를 내어 협곡으로 들어서며 매복지점을 향해 포격을 시도했으 나 포신을 충분히 들 수 없어서 외쪽 경사면 정상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비행작업대에서 박격포가 불을 뿜었 다. 분사박격포의 포탄이 최후미에 있던 탱크 뒤쪽의 절벽에 작렬 하여 산을 무너뜨리자 퇴각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선두의 바샤형 탱크가 앞을 가로막고 있던 낙석더미에 다시 돌진 을 시도했다. 마침 그 포신이 위를 향했을 때 박격포탄이 쌓인 돌 더미에 명중되었다. 탱크는 무너져내리는 돌더미화 함께 굴러떨어 져 길 위에 벌렁 누워버렸다. 더이상 움직일 수도 포격할 수도 없 게 되었다. 조니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니는 벨트에 차 고 있던 광산무전기을 꺼냈다. 스피커로 항복을 권유하라고 더넬딘 에게 지시하기 위해서였다. 조니는 무선기의 작동스위치를 올린 후 송신기를 입 쪽으로 가져 갔다. 그 순간 송화기에서 비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니 는 온몸이 굳어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자리에 붙박힌 듯 서 있 었다. (6) 무선기를 켜자 차량부대에서 사이클로인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티의 날카로운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 높은 피치 때문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러시아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조니 경, 러 시아인에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조니가 고함쳤다. "조니 경. 탱크의 포격에 이곳 사령부가 파괴되었습니다. 로버트 경과 이반 대령. 준비위원들이 쓰러졌습니다. 좀더 일찍 알렸어야 했지만. 그러나...."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전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잡음이 들려왔고, 같은 주파수로 사이클로인들의 웅성거림이 전 해졌다. 조니의 비행작업대는 협곡의 뒤쪽을 돌아 북쪽으로 향했다. 협곡 의 차량부대는 너무 북적거려서 방향전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 대량의 탄약, 연료, 호흡가스 가운데로 포탄을 쏘아넣을 수는 없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모든 것이 일 마일 높이까지 날 아가버리고 말 것이었다. 러시아 병사들의 사격은 산발적이었고, 게다가 정상에 세 명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사이클로인들은 적이 정상을 고수할 수 없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었다. 광산무전기에서 사이클로인들의 다급한 교 신소리가 들려왔다. 그 교신과 함께 갑자기 분사라이플로 무장하고 호흡마스크를 쓴 사이클로인들이 트럭에서 속속 뛰어내려 골짜기에 정렬했다. 뒤이어 사이클로어 명령이 내려졌다. 일렬로 늘어선 거 대한 몸집의 사이클로인들이 경사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정 상까지는 매우 가파른 경사면으로, 사백 야드 내지 그 이상 되었으 나, 사이클로인들은 정상돌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더넬딘은 상공에 서 그러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임무를 명백히 알고 있었다. 사이클로인들은 경사면의 중간까지 올라가는 것을 기다렸 다가 '기절'로 세트한 기총으로 사격해서 모조리 기절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 다시 비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시아인들은 이해를 못합니다. 그들은 정상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습니다." 조니는 정상 쪽을 살펴보기 위해 작업대를 조금 더 상승시켰다. 비티가 혼란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러시아인들을 이 긴 계곡의 왼쪽에 배치한 것은 작전상 잘못된 것이 전혀 없었고, 실제로 그쪽 이 유리했다. 서른 명 가량의 러시아인 예비대가 정상 뒤쪽에서 공 격형 라이플을 들고 달려왔다. 사이클로군의 공격대열은 백 야드 근처까지 올라와 있었으나 정상까지는 삼백 야드의 매우 가파른 경 사면이 남아 있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더넬딘은 사이클로인들이 트럭에서 총분히 떨어진 위치까지 나아가면 기총소사로 그들을 쓰러뜨릴 만 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또다시 무전기에서 비티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러시아인들은 이반 대령의 일로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습니다. 대령이 죽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조니는 서둘러 비행작업대를 러시아인들의 뒤쪽에 착륙시키고는 절벽으로 달려갔다. 러시아인들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고, 사 이클로인들을 향해 발포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떨어져 있어라." 조니가 그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전투기가 놈들을 해치울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조니를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조니는 급박함에 허둥대며 사령관을 찾았다. 가까스로 한 사람 찾아냈으나 그는 경 사면 밑의 사이클로인을 향해 권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 사령관 이 부하들에게 소리치자 러시아인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몸을 일으 킨 러시아인들은 돌격자세를 취했다. 더넬딘이 기총소사를 하기도 전에 러시아인들은 각기 괴성을 질 러대며 경사면을 달려내려갔다. 기어오르는 사이클로인들을 항해 공격형 라이플을 난사했다. 사이클로인 역시 공격을 저지하려고 필 사적으로 맞섰다. 공격형 라이플과 분사총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길 과 총성이 협곡을 가득 메웠다. 더넬딘은 뜻밖의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며 상공에 머물러 있었 다.기총소사를 하면 러시아인들까지 죽이게 된다. 작전대로라면 사 이클로인들을 간단하게 기절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돌변해버렸고, 사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인들은 사이 클로인의 대열에 돌입하여 발악하듯 발포하고 있었다. 뒤에 처져 있던 사이클로인들은 차량으로 후퇴하려고 했으나 러 시아인들의 맹령한 추격을 받았다. 거대한 몸체가 차례차례로 경사 면을 굴러떨어졌다. 멈춰 서서 응전하려던 그룹은 공격형 라이플에 모조리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이클로인들이 허둥거리며 트 럭 있는 곳까지 도망쳤다. 운전석으로 기어가려고 했으나 러시아인 이 무릎을 꿇고 겨냥하여 두 조각을 내버렸다. 러시아인들은 환성 을 질러댔다. 결국 싸움터에는 백 구가 넘는 사이클로인의 시체가 굴러다녔고, 러시아인의 시체가 세 구가 쓰려져 있었다. 그들의 옷에서는 아직 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이클로인들을 잡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조니는 경사면을 내려가 러시아인 사령 관을 찾아냈다. 그는 권총을 단단히 움켜쥔 채 혹시라도 살아 있는 사이클로인이 있다면 즉각 발포할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를 찾아내라." 조니가 그를 제지하며 소리쳤다. "부상자를 죽여서는 안돼. 살아 있는 자를 찾아내야 해." 러시아인은 살기로 가득찬 핏살선 눈으로 조니를 바라보았다. 격 분한 표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는 안간힘을 써가면서 영어로 소리쳤다. "보았는가, 사이클로인이 어떤 놈들인지. 놈들이 우리의 대령을 죽였다." 조니는 온갖 표정과 몸짓을 이용하여 필요한 것을 살아 있는 사 이클로인이라는 것을 겨우 전달할 수 있었다. 사관들도, 러시아 병사들도 그 몸짓은 납득하지 못했지만 조니가 말하려는 것은 이해했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사이클로인들을 들 춰보며 아직 살아 있는 자를 찾아냈다. 호흡마스크 밸브의 움직임 여부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부상은 당했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 지 않은 자는 네 명이었다. 천 파운드나 되는 사이클로인을 움직이 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네 명을 한곳으로 옮겨 나란히 뉘었다. 닥 터 맥켄드릭이 미끄러지듯 경사면을 내려왔다. 그는 사이클로인들 을 차례차례 살펴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 어떨까.... 나는 사이클로인의 해부학은 잘 모르지만, 흘 러나오는 녹색 피는 멈출 수 있네." 네 명 가운데 하나는 색다른 웃옷을 입고 있었다. 기술자일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조니는 의사에게 당부한 뒤 다리를 끌면서 경사면을 올라가 매복 지점으로 향했다. 비티가 바위 위로 얼굴을 내밀고 그에게 신호를 보낸 뒤, 바위를 기어 내려가 뒤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조니는 정상까지 올라가 주 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구축한 사령부는 바위 속의 움푹 패인 곳 이었는데,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사령부 바로 위에는 바샤형 탱 크의 포탄에 맞은 장비들과 무전설비들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비 티는 로버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의 머리를 받쳐주고 있었 다. 충격으로 기절해 있던 노병의 눈이 깜빡거렸다. 그는 의식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귀와 코에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 고, 손가락 몇 개가 부러진 것 같았다. 다행히 중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조니는 수통의 물을 수건에 적셔서 의식을 찾아주려고 그들의 이 마에 갖다댔다. 로버트 경, 이반 대령, 준비위원들, 그리고 스코틀 랜드인 무선담당 등이 모두 부상당해 있었다. 밖으로 나온 조니는 바위위로 올라가 좁은 길을 내려다보았다. 차량들은 무사히 그곳에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방사성이 아닌 보통의 탄환을 사용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이클 로인이었다. 세 명의 러시아인과 앵거스가 차량부대를 지휘하던 바샤형 탱크 의 해치를 열려 하고 있었다. 탱크가 뒤집혀져 있었기 때문에 앵거 스는 옆쪽 창고 고리를 용접기로 녹여 갖다대고 그들을 향해 소리 쳤다. "살이 있는 자가 있나?" 앵거스가 탱크 속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깔려서 모두 질식사했습니다." 로버트 경이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조니에게 다가왔다. 조니는 잠자코 그를 보고 있다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말을 꺼 냈는데 우연히도 로버트의 생각과 일치되어 둘은 서로를 향해 동시 에 똑같은 말을 하였다. "대단하군. 역사상 가장 치밀하게 계획된 습격이었어." (7) 혼란을 수습하고 빅토리아 호 채굴장을 완전히 점거하는 데는 사 흘이나 걸렸다. 광석도로는 산악지대를 따라 남쪽으로 뻗어나가다가 북쪽으로 방 향을 바꾸어 채굴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날씨가 개어 구름이 걷히 자 채굴장 북동쪽으 산맥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긴 산악지대로, 일 곱 개가량의 봉우리로 되어 있었는데, 가장 높은 봉우리는 만 육천 피트나 되었다.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곳의 찌는 듯한 더위와 숨통을 조여대는 습기 속에서 눈이나 얼음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꼭대기에는 눈과 얼음, 그리고 빙하까 지 있어서 언제나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 산악지대는 고대 국가의 국경이었다. 그 때문에 사이클로인이 침략할 무렵, 혹은 그 이전에 이 지대의 험로에는 핵무기가 매설되 어 있었다. 산은 채굴장 가까이에 있었으나 사이클로인들은 절대로 가지 않았다. 산맥에는 몇개의 작은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저지대 의 초원이나 밀림에는 사냥감이 풍부했으나, 상황이 바뀌어 밑으로 내려올 수 있는데도 그들은 오랜 전통 때문에 채굴장 가까이엔 얼 씬도 하지 않았다. 고대인들이 지도에 '오웬스 폭포댐'이라고 표시 된 고대의 댐이 채굴장에 전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전력량은 매우 풍부했다. 채굴장은 지하 칠층의 거대한 규모였다. 텅스텐과 코발트를 채굴 하는 많은 광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계류나 설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맥커들이 맨 처음 공격 때 연료와 탄약의 제조공장 및 집적소를 모두 파괴해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 명의 부상당한 사이클로인들은 숫소의 밀폐 된 방에 감금되어졌고 호흡가스만이 펌프로 주입되었다. 이 적도 바로 아래의 무더위 속에서 시체를 부패하지 않도록 보 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채굴장에서 포크리프트와 광석화물기를 가져와, 엘곤 산의 얼음과 눈 속에 저 장하기로 했다. 그곳은 구름 위의 냉한지대였다. 아흔일곱 구의 시 체가 얼음 속에 정연히 놓여졌다. "우리들은 면허는 갖고 있지 않지만." 일을 끝냈을 때, 더넬딘이 시체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수한 사이클로인 장의사 같군요." 그리고는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영원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 붙였다. "아니면 상여꾼이라고나 할까요?" 스코틀랜드인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농담으로 돌리기에는 너 무 힘들고 불쾌했다. 그들은 날이 달린 차량으로 길를 뚫고, 바샤 형 탱크를 기중기로 일으켜 세운 후, 차량들을 운전해서 채굴장 한 쪽에 모아놓았다. 사이클로인들은 회사의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연료, 탄약, 호흡가스 등을 공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땅속에 저 장해놓고 있었다. 채굴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멎어 있었다. 오랫만에 햇살이 떠 올랐지만 갑자기 풀린 긴장과 겹친 피로에 모두들 레크레이션 홀의 거대한 의장에 몸을 깊숙히 파묻고 있었다. 조니는 프린트에서 토 해지는 조종사들의 대화를 읽고 있었다. 통상적인 것들뿐이었다. 조니는 벌떡 몸을 일으켜 모두에게 말했다. "자, 그럼, 모두 일을 시작하자구."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힘 겹게 일했는데, 또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조니를 바라보는 지친 표정들 속에 그렇게 씌어 있었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조니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들이 이곳에 온 것은 이런 일 때문은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왔단 말인가. "이곳에 온 것은 참코 형제가 왜 자살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였다." 참코 형제 따위는 집어치워라. 놈들은 단순한 사이클로인에 불과 하며 조니를 죽이려고 했잖은가. 사이클로인이라면 얘기만 나와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버리는 그들에게 조니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아직 사이클로별이 철저하게 파괴되었는지 어떤지 모 르고 있다." 조니는 설명에 덧붙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은하 크레디트 지폐와 그 위에 씌어진 무수한 종족의 이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일 사이클로별이 존재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무인 가스폭격기 로 반격해 올 것이다. 게다가 다른 외계인들도 지구를 침략하려 들 것이다. 이곳에 사이클로 방위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틀림 없이 지구침략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 법은 텔레포테이션 전송장치를 재건해서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 계획을 실행하도록 임명받은 참코 형제는 내가 이 문제 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 갑자기 공격을 가해왔다....." 모두들 조니의 얘기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앵거스, 자네는 내 몸에서 금속파편을 검출하는 데 사용했던 그 기계를 조립해주게. 그것을 사용해서 사이클로인의 머릿속을 조사 해 보는 걸세. 만일 그곳에 뭔가 있고, 그것을 아직 살아 있는 사 이클로인의 머릿속에서 꺼낼 수 있다면, 그놈에게 텔레포테이션 장 치를 재건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되면 대성공을 거 둘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를 전송해서 사이클로별의 동정을 살필 수도 있고, 다른 혹성의 상황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 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구름 속을 헤매는 것과 같아서 눈앞에 닥친 상황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 다. 그것을 알아내지 못하면 지구혹성은 끝장이다." "우리들에게는 그들의 수학과 텔레포테이션에 관한 자료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 손으로 만져본 적 도 있다구요." 앵거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겠지?" 조니가 그 책들에 대하여 설명했다. "수주일 간이나 그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들의 수학에는 풀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결국 그것을 물어도 자 살하지 않는 사이클로인이 필요한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 조니." 닥터 맥켄드릭이 말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틀별한 것이 들어 있다고는 생각지 않네. 뭐랄 까. 사고를 X선으로 찍을 수는 없는 것이니깐." "내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의 일인데요." 조니가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다시 설명했다. "나는 뇌에 관한 인간들의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서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아십니까?" 모두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주 먼 옛날, 병원이 있었고, 수많은 외과의사와 기술자가 있 었을 무렵, 그러니까 천이백 년 전쯤 될까요, 인간은 갓난애의 행 동을 통제하기 위해 머릿속에 캡슐을 심어넣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 니다. 단지 버튼 하나로 아이들을 웃게 하거나 울게 하거나 생리적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실험을요." "참으로 저주받을 실험이구먼." 로버트가 분개하며 말했다. "머릿속에 전자캡슐을 붙여 모든 사람들을 마음대로 통제하려 했 던 것이지요. 그것이 성공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참코의 일을 생각해봤을 때, 그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협력적이었던 전향자가.... 그렇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계약에 기꺼이 서명했던 자가 어째서 내가 어떤 말을 한 순간 공격 을 해 왔을까요? 그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나는 텔 레포테이션 전송장치를 재건하도록 독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만일 내가 설명해준다면.... 하고 말한 순간 두 명 모두 미친 듯이 공격을 해왔습니다." "다만 정보를 숨기려 있던 것뿐인지도 모르지." 로버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놈들은 이틀 후에 자살했습니다. 그 뒤 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사이클로인이 자살한 것을 본 일이 있느냐구요. 카는 있다고 대답 했습니다.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기술자로 근무지에서 자살을 했 답니다. 그곳에서는 다른 종족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다른 종족을 죽이고 나서 이틀 후에 자살했 답니다." 조니는 강조하듯이 덧붙였다. "게다가 사이클로인의 시체는 모두 본국으로 송환됩니다. 외부인 에게 발견되면 곤란한 것이 그들의 시체에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술렁거리며 쑤군댔다. "사이클로인은 갓난애 때 머릿속에 뭔가를 심어놓은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자신들의 기술을 지키기 위한 무엇인가를." 맥켄드릭과 앵거스는 매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우리들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구나." 로버트 경이 천천히 말했다. 조니의 얘기가 끝나자 앵거스는 X선 장치를 조립하기 위해 비행 기로 향했다. 맥켄드릭은 수술대를 준비하기 위해 숙소구역으로 갔 고, 딘은 자신과 토르를 '공포의 동반자'라고 불렀다. 조니가 옳은 지 잘 못되었는지는 곧 밝혀지게 될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구가 반격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로버트는 밖으로 나가 서 대공포대에 인원을 배치하고, 스물네 시간의 경계와 긴급 발진 태세를 갖추도록 명령했다. 쉰 명이 채 안되는 이 조그만 집단으로 혹성 전체를 방위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힘 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8) "당신은 누구요?" 타르 보안부장이 물었다. 그는 기둥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눈 으로 뒤덮인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이 달빛에 반사되어 주위를 밝히 고 있었다. 랄스 소렌슨은 상급 평의원 스태퍼의 요구에 따라 신참자를 우리 까지 데리고 왔다. 랄스는 스턴트 비행 테스트 이후, 조종훈련생 자격을 잃었다. 그의 스턴트 비행은 바보스러울 만큼 형편없었다. 그는 추락하여 전투기를 대파시켰고, 자신은 목뼈가 부러졌다. 그 런 그가 어떤 이유인지 평의회의 언어조수로 임명되어 이곳에 남아 있었다. 랄스는 신참자를 우리까지 데리고 가서 철책의 전류를 끊고, 타 르와 신참자에게 광산무전기를 전해준 뒤, 자신은 무전기를 갖지 않은 채 물러나 있도록 명령받고 있었다. 랄스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는 매우 충실했다. 파시즘을 전파해도 좋다는 조건으로 랄스 는 이 임명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그와 그의 아버지를 대단히 기쁘 게 했다. 이 신참자에게선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지상차는 완전히 악취로 배어버렸을 것이다. 랄스는 경비를 맡은 훈련생에게도 그자리를 떠 나있도록 지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것이 생각나서 보초에게로 달 려가 그 말을 전했다. 타르는 이 동물에 대한 경멸감을 페이스 마스크를 통해 나타내거 나 말투에서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신참자를 바라보 았다. 그는 이 혹성의 보안, 군사, 정치의 세 가지 부문에 걸친 간 부직원으로서 스니스 장군이나 그 집단에 대한 많은 정보를 손에 넣고 있었다. 전임 보안직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타르 역시 열대의 밀림 속에 소집단으로 산재되어 있는 인간들에 대해서는 존재를 허 용하고 있었다. 브리칸트들이 있는 곳은 침일할 수도 상공으로부터 정찰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사이클로인과 일종의 공생 콀 를 맺고 있었다. 브리칸트들은 수십만 명의 반투족과 피그미족을 사이클로인들에 게 팔아왔다. 그 고장이 지닌 유일한 매력은 때때로 인간을 사서 고문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타르가 그들으 이곳으로 수송해 오 도록 획책한 것이었다. 타르는 스태퍼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군대하고 믿게 만들었다. 스태퍼는 진심으로 동의 했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신용할 수가 없었다. 녀석들은 너무나 음 험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타일러에게 엉뚱한 숭배심을 가진 훈련 생도 쓸모없었다. 브리칸트들과의 교섭에도 스태퍼는 애를 먹고 있 었다. 그래서 타르는 그들의 수장을 이곳에 데려오면 알아서 해결 해주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타르가 광산무전기에 대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녀석은 보고받은 것처럼 사이클로어로 말할 수는 있었지만, 입에 먹을 것을 가득 집어넣고 말하는 것 같은 발음이었다. "질문이 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타르다. 이 혹성의 보안부장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을 밖에 내놓고 관찰하는 중이다." "과연." 스니스는 말했다. 농담은 작작 해라. 이놈은 도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들은 바에 의하면." 타르는 그의 의도를 캐내려고 슬쩍 미끼를 던져보았다. "교섭이 상당히 난항중이라고 하던데?" 이 머저리 같은 녀석아. 내가 너를 정글에서 끌어내줬으면 조금 은 고맙게 생각해야지. "급료를 받아야만 한다." 그는 사이클로인과 광산무전기를 통해 얘기하는 것이 극히 자연 스럽게 생각되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으므로 이 면담을 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히려 이 사이클 로인은 정당한 형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급료라고?" 급료에 관심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폭탄의 원료 와 인간을 교환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들은 국제은행에 고용되어 있다." 그는 자신들의 전설과 권리를 알고 있었고, 거래에도 상당히 익 숙했다. "하루에 한 사람당 백 달러다. 우리들의 급료는 지불되고 있지 않다." "몇 명이고 어는 정도의 기간인가?" "대략 천 명의 인원에 기간도 천 년이다." 타르는 재빨리 계산했다. 한 사람이 일 년에 삼박 육천오백, 전 체인원으로 계산하면 일 년에 삼천육백오십만 달러, 전부 합하면 삼백 육십 억이다. 타르는 그 사나이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저런저런!" 타르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말했다. "그러면 백만 달러 이상이 되지 않는가." 스니스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물론이다. 그들은 그것에 동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사이클로인은 이런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있다. 이녀석이라면 거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타르도 원하던 해답을 얻었다. 이 멍텅구리는 산수도 할 줄 모르는 놈이다. "당신은 국제은행에 고용되어 있다고 했지? 고지 자이르의 키샹 가니를 탈취하여 정부를 전복시키면 은행의 대표자가 찾아와서 적 절한 지불을 교섭하기로 되어 있었다. 안 그런가?" 스니스는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전설은 언제나 막연하기만 했다. 돌연 자기가 정보통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 달았다. 타르는 항상 정보통이었다. 타르는 그 얘기를 생각해내는 데 잠시의 시간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의 조상들은 키샹가니를 점령했을 뿐, 킨샤사를 탈 취하기 위해 진군하진 않았다. 타르는 기차없이 공격을 계속했다. 스니스는 그 얘기를 막연하게 알고 있었으며 들춰내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그의 선조들 은 사이클로인의 침략에 의해 작전을 중단해야만 했었다. 타르가 다음에 무슨 말을 꺼낼지 불안스러워졌다.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 국제은행은 이미 다른 은행에서 인수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이 머저리라면 속아넘어가리라고 예상했 다. "글레디데스 성계에 있는 은하은행이 그것을 인수했단 말이다." "글레디데스 성계라고?" 스니스가 입을 쩍 벌렸다. "알고 있다시피 제8우주에 있는 성계다." 이것은 사실이며 은하은행은 정말로 그곳에 있었다. 거짓말에는 언제나 약간의 진실을 섞어야 맛이 나는 법이었다. "정말 그랬구나." 스니스는 망연자실해서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겠다. 이 사이클로인은 나를 속이려는지도 모른 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스니스는 긴장했다. "따라서...." 타르는 거짓말을 계속했다. "당신이 들으면 기뻐하겠지만 은하은행은 국제은행의 모든 채무 를 인계받았고, 그 중에는 당신네들에 대한 몫도 포함되어 있다." 타르의 뜻밖의 말에 스니스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따라서 은하은행의 대리인으로서...." 만일 내가 실제로 그랬다면 좋았으련만. "나는 당신들에게 급료를 지불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신 들의 조상은 일을 절반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료도 절반밖에 줄수 없다. 그것은 오십만 달러의 금액이 된다." 타르는 달러란 어느 정도의 금액일까 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 다. "이 정도라면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때까지 멍청하게 서 있던 스니스는 갑자기 몸을 똑바로 세웠 다. 사실 그는 급료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좋아."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 "우리 부하들은 내가 설득할 수 있다." 신난다. 부하들에게는 십달러씩만 나누어주고, 그 나머지는 모두 내가 갖는다. 이건 엄청난 재산이다. "그 밖에 다른 문제는 없는가? 당신 일행의 숙소는 어딘가? 숙소 는 마련해주었는가?" 스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그 거리 전체를 할당받았다. 거리 주변의 일 평방마일 안의 낡은 집과 건물이다. 수리는 엉성했지만 실제로 궁전 같았 다." "당신들도 제복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겠군." 원숭이가죽을 걸치고 독화살을 꽂은 탄약대를 차고 별이 달린 원 추형 모자를 쓴 더러운 동물을 보고 타르가 말했다. "몸을 깨끗히 씻고, 모피에 빗질이라도 해야지. 좀더 군인답게 하라구." 그것은 최대의 모욕이었다. 스니스는 몹시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나는 번쩍번쩍 광을 냈고, 모든 대원들도 마찬가지다. 스무 개 나 되는 나의 코만도, 그 하나하나는 쉰 명씩인데 숙달된 장교가 배치되었고,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의 기세가 꺾이는 부분이 있었다. 요즘은 식량사정 때 문에 한 코만도도 서른다섯 명밖에 안된다는 것을 이놈이 눈치채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식량은?" 타르가 그의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정확하게 지적했다. 스니스는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이 사이클로인은 내 마음을 읽 을 수 있단 말인가. "먹을 것은 형편없다." 스니는는 쏘아붙였다. "그곳에는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오래되고 말라붙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앞으로 다시 계약을 맺을 때는 양질의 식 량제공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켜야겠다." 뒤늦게나마 타르는 그들이 악명높은 식인종이라는 것을 생각해냈 다. 덕택에 인간의 수가 줄었고, 그들과의 거래가 몇 세기에 걸쳐 서 축소되어온 것이었다. 타르는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조항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타르가 광맥계획을 세울 때, 칭코인의 서적에서 얻은 데이터에 의하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래 식인종을 지독하게 혐오한다고 적 혀 있었다. 만일 이 친구들이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내 계획 전체가 붕괴되어버린다. "이 계약이 계속되는 한 당신들의 식량은 쇠고기다. 당신들은 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 고기는 묘한 맛인 난다니까." 브리칸트 두목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양보할 생 각이었다. 어차피 물소와 원숭이, 코끼리를 잡아먹어야 할 형편이 었던 것이다. 그러나 계속 승낙만 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교섭을 할 때는 엄 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소라도 좋겠지. 보수만 괜찮다면." 타르가 달래듯이 말했다. "나는 사이클로별로 돌아갈 생각이며, 개인적으로 은하은행으로 부터 당신들의 급료를 받아서 이곳으로 가져올 것이다. 당분간은 본부구역과 평의회의 보초나 군사력으로 고용해줄 것이다." "당신의 급료를 갖다준단 말인가? 오십만 달러 전부를?" 스니스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 약속하겠다." 사이클로인의 약속 따위를 어떻게 신용한단 말인가. "나와 여섯 명의 대원이 당신과 동행해서 행동을 감시하겠다." 타르는 제국 정부가 그들을 심문하고 싶어할지 어떨지 알 수 없 었지만, 정부는 지식이 있는 주요인사를 원할 것이었다. 그는 기꺼 이 동의했다. 일단 타르의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누가 스니스 의 운명 따위에 신경을 쓰겠는가. "물론 상관없고 말고, 환영하겠다." 타르는 스니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들이 출발할 때까지 당신이 힘닿는 만큼 도와준다면 말이 다. 그 밖의 또 무엇이 필요한가?" 스니스는 뭔가를 끄집어내서 신중하게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 것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철새 사이에 놓고 뒤로 물러났다. 타르는 쇠사슬을 끌과 와서 그것을 집어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것으로 내게 지불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쪽 만 인쇄되어 있다. 나는 위조지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타르는 우리의 희미한 불빛으로 그것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았 다. 그로서는 그 위에 씌어진 문자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래서는 당신도 전혀 읽을 수 없겠군." "아니다. 읽을 수 있다." 사실을 스니스도 읽을 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읽어달라고 했던 것이다. "일 크레디트, 공사를 불문하고 모든 부채의 지불에 법적으로 유 효라고 씌어 있다. 그리고 그림 둘레에는 조니 굿보이 타일러, 사 이클로인 정복의 아버지라고 씌어 있다." 순간 타르는 매우 당황했다. 사이클로인이 정복되었다니.... 타르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아니, 이것은 정말 위조지폐다. 씌어 있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 이고," "그럴 줄 알았다." 놈들은 언제나 우리들을 속인다. 우리 선조들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므로, 모든 거래에 있어서 속아넘어가기 전에 속이라고 가르 쳐오고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할 것인가는 나중에 내가 얘기하겠다." 타르는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진실로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가를 알 게 될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은하은행에 가면 빳빳한 지폐로 보답하 겠다." 그것이라면 알 수 있었다. 이제 스니스는 누구를 위해서 일할 것 인가를 정하고 있었다. 이녀석은 충분히 자신의 의도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쪽 그룹에서 지불받고, 다른 그룹을 위해서 일한다. 결국 이 사이클로인은 정직한 녀석이다. "그 정도면 좋다. 그런데 나는 이 그림의 인간을 알고 있다." 스니스의 말에 타르는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빛이 충분치 않 아서.... 이건 놀라운 일이로군. 이 녀석은 그 동물을 닮았는데. 타르는 그곳에 적혀 있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지 골똘히 생각 해 보았다. 그렇다. 이녀석은 바로 그 저주받은 동물이다. "이녀석은 다짜고짜 우리들이 사는 고장으로 뛰어들어서 나의 코 만도 하나를 괴멸시켜버렸다. 예고도 없이 공격해 와서 몰살시켜버 렸다. 그리고는 시체를 훔쳐가고, 교환물자도 트럭으로 실어가버렸 다." "어디서 말인가?" "밀림에서다. 거기밖에 더 있겠는가?" 그것은 빅뉴스였다. 동물은 비행기로 날아다니면서 여러 부족들 을 방문하고 있다. 지금 이녀석의 말처럼 녀석의 부족을 방문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라도 여러 부족을 방문한 다면 그런 방식으로 할 것이다. 흠, 스태퍼가 이것을 알면 뛸 듯이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그 동물은 본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평화적인 부족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 스태퍼는 정치에 관해서는 대단히 우수한 학생이었다. 이번에는 녀석을 전술에 뛰어난 학생으로 만들어주겠다. 어차피 나의 꼭두각 시 인형에 불과하다. 녀석 혼자서는 제대로 일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우선 비즈니스다. 타르는 지폐를 철책 사이의 콘크리트 위에 놓고 뒤로 물러났다. 스니스는 그것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럼, 계약은 성립되었다. 당신은 평의회와의 교섭을 계속 진행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타르는 미리 세워두었던 계획들을 하나하나 지시했다. "교외에 만들어놓은 새로운 숙소로 빨리 옮겨라. 앞으로 이삼 주 일 후에 이곳으로 와서 당신의 임무를 수행하라. 알겠나?" "알겠다." "상급기관에 말해서 보너스로 당신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 그 동 물을 발견하는 대로 사살할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 그것은 대단히 기분좋은 일이었다. 스니스는 랄스의 운전으로 낡 은 도시로 돌아갔다. 랄스는 올바른 파시즘을 널리 전파한다는 대 의명분과 위대한 군사지도자 히틀러의 이름으로 그 고약한 냄새를 참고 견뎌냈다. (9) 빅토리아 호 채굴장의 지하실에 찬공기가 들어왔다. 앵거스가 튼튼한 모터코일을 벽을 따라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공 기 속의 습기가 코일의 표면에 응고되어 뚝뚝 떨어져서 바닥에 검 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금속과 광물분석기가 윙 소리를 내 고, 스크린이 을씨년스러운 녹색 빛으로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닥 터 맥켄드릭, 앵거스, 로버트, 더넬딘, 그리고 조니. 다섯 사람의 진지한 얼굴이 스키린을 향하고 있었다. 직경이 십팔 인치나 되는 거대한 사이클로인의 추한 머리가 기계 플레이트 위에 얹혀 있었다. 머리의 대부분은 뼈였으나 외관상으로 인간의 머리와 상당히 닮아 있었기 때문에 조명이 충분치 못했다면 인간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머리칼, 눈썹, 입술, 코, 그리고 귀가 있는 부분이 사이클로인은 뼈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개 인간의 것 과 같은 모양이었으며, 배치와 비율도 거의 유사했는데, 만져보니 까 딱딱하고 탄력이 없었다. 분석기는 머리의 내부까지는 투시하지 못했다. 눈과 귀, 콧등이 뼈일 뿐만 아니라, 두개골의 상반부가 모조리 뼈였고, 목사가 전의 첫번째 해부에서 발견했던 것처럼 뇌는 머리의 낮은 부분 뒤쪽에 있었다. 목사는 뇌 자체는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뼈다!" 앵거스가 소리쳤다. "이것은 거의 금속 같아서 침입하기가 곤란하겠는데요." 아마 그럴 것이다. 조니는 시체수용실에서 던졌던 돌망망이도 타 르의 머리에는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냈다. 앵 거스는 다이얼을 다시 조절하고 있었다. 사이클로 문자는 여러가지 금속과 광석을 나타내는 기호였다. 그는 강도의 다이얼을 다섯 눈 금 가량 위로 올렸다. "잠깐만." 맥켄드릭이 스크린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것을 1까지 내려주게. 뭔가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 앵거스는 침입강도 다이얼을 1까지 내렸고, 다시 2로 했다. 눈금 은 '심도' 손잡이를 조절하여 조절하게 그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 러자 두개골 내부의 뼈와 조직이 스크린에 명료하게 나타났다. 앵 거스의 손가락이 다른 손잡이를 잡았다. 피사체 곳곳이 제2빔을 주 사시키는 손잡이였다. "기다려주게." 맥켄드릭이 앵거스에게 말했다. "빔의 강도를 이 인치 가량 뒤로 물리게. 거기다. 자아, 다시 한 번 초점을 맞춰주게.... 됐어." 그곳에 무엇인가 있었다. 스크린 위에는 뚜렸한 그림자, 이만한 강도의 빔도 통과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비춰지고 있었다. 앵거스 가 분석기의 영상기록 장치를 작동시키자 기계는 날개소리 같은 잡 음을 내면서 사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뭔가가 있다." 로버트가 흥분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니까요." 맥켄드릭이 억제된 목소리로 모두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렇게 서둘러서 결론낼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옛날에 생긴 상 처의 흔적인지도 모르니까요. 광산 폭발 때 들어간 금속조각인지도 모르고." "아니, 절대로 아니야." 로버트가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전혀 다르다니까. 아주 선명한데." 조니는 그 사진을 잡아당겼다. 가장자리 쪽에는 금속분석 결과가 낙서 같은 파장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 파장을 조회하기 위한 사이 클로인의 분석 코드북은 이 방에 없었다. 코드북은 야외에서 광맥 을 탐사하는 무인정찰기의 정보를 분석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었다. 조니는 코드북을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코드북을 찾아내자 그 패턴을 찾아서 한 페이지씩 꼼꼼히 살펴나갔다. 이 분야에는 거의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는 문득 그것이 두 개의 패턴을 합성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냈다. 이런 작업에 익숙한 사이클로인 기술자가 있다면 코드북 없이도 간단히 가르쳐줄 것이었다. 조니는 전투에서 보였던 러시아 인들의 분노를 생각하지 화가 났다. 그들은 대령의 복수라고 믿으 면서 사이클로인들을 모두 살육해버렸던 것이다. 보호실에 있는 네 명의 사이클로인은 중태였다. 그들 가운데 두 명은 광부였고, 한 명은 의복과 서류로 보아서 관리직 같았고, 나 머지 한 명이 기술자였다. 맥켄드릭은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는 탄환을 빼내고 상처를 꿰맸으나, 모 두들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호흡가스를 집 어넣은 방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 조니는 사이클로인을 위한 응급치료 안내책자조차 본 적이 없었 다. 회사는 모든 시체를 반송하라고 했지만, 특별히 그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도 사이클로인의 시체를 방 치해두지 않는 이유가 다른 종족에 의한 해부를 막기 위한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감상적인 이유는 전혀 없었다. 광산사고는 매 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법인데, 이들 건물에는 병원조차 없지 않은 가.... 가만 있자. 이 부분의 패턴은 거의 일치한다. 구리다! 또 하나의 조그만 패턴을 찾을 수 있다면.... 있다. 아연이다. 조니는 두 개 의 패턴을 겹쳐보았다. 그러자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조그만 패턴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납이다. 주성분이 구리, 거기에 얼마간의 아연과 납, 그는 패턴을 하나하나 겹쳐나갔다. 됐 다. 이번에는 완전히 일치했다. 그 밖에도 코드북이 있었다. 그것 은 대단히 두꺼운 것으로, '무인정찰기 탐사분석을 위한 복합광물' 이라는 제목이었다. 대충 만 가지의 패턴이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 에 조니는 아예 차음부터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은 이것이 발견된 덕택에 일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조니는 '구리광상'이라는 표제를 열고, 그 작은 제목 '아연광상' 을, 그리고 '납광상'의 소표제를 조사하고, 마침내 찾고 있던 패턴 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그 변형과 비교해서 11단위의 구성비 분석이 구리 5, 아연 4, 납 2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조니는 이 것을 인간의 책에서도 조사했다. 이와 같은 합금은 청동이라고 불 리고 있었다. 내구성이 매우 강한 합금으로, 몇백 년이나 견뎌내는 모양이었다. 조니는 청동시대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 시대에는 대부분의 기구들이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지닌 종족이 두개골에 고대의 청동을 갖는다는 것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고,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조니가 이 발견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을 때, 맥 켄드릭은 망치와 끌 등을 사용해서 머리의 해부를 막 끝내고 있었 다. 조니는 해부의 순간에 그자리에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 다. "두개골의 나머지 부분을 기계로 조사해보았으나 이것 외에 이상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앵거스의 말에 로버트가 나섰다. "나는 이놈의 주머니를 뒤져보았네. 놈은 최하층 광부였어. 신분 증 명서에 의하면, 이름은 쿠라, 사십일 년이나 근무하고 있었고, 사이클로별에 세 명의 아내가 있다." "회사는 그녀들에게 수당 같은 것을 지불하고 있었습니까?" 더넬딘이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아닐세." 로버트가 그에게 꾸깃꾸깃해진 기록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에 의하면 회사는 회사의 하우스에서 벌어들인 여자들의 수 입도 이놈에게 지불했다고 되어 있다. 이 하우스가 무엇을 가리키 는지는 모르지만 음탕한 곳일 테지." "사이클로이의 가정경제인 모양이죠? 정말 본받을 만한 도덕인데 요" 더넬딘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청동이라는 합금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금속은 자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술로 끄 집어낼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자석으로 끌어낼 수 없으니까요." 닥터 맥켄드릭은 뇌를 끄집어내 코드 같은 것을 헤치고 있었다. 문제의 금속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등을 맞대고 접합된 두개의 반 원모양이었다. 그 두 개의 반원은 안쪽으로 약간 오므라져 있었고, 각기 다른 코드를 감싸고 있었다. "이쪽 코드는 신견이라고 생각되는데. 곧 정확하게 알게 되겠 지." 맥켄드릭은 신중하게 그 물체를 신경다발 속에서 끄집어내 초록 색 피를 닦아내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느 것도 만져서는 안되네. 사이클로인의 검시는 생명과 관계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조니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황색으로 가장 넓은 곳이 반 인치 정도 돼 보였다. 앵거스는 핀셋으로 그것을 집어올려 분석기의 판 위에 놓았다. "안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틈새는 전혀 없어요, 요컨데 단순한 금속덩어리입니다. 맥켄드릭은 소형 발전기에 전선과 클립이 달린 작은 상자를 들고 있얹ㅏ 39 H@어촼瓚 $?@ 到r 제 2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19 부 분명히 부딪쳤다. 그러나 사라져버렸다. (1) 브라운 린퍼 스태퍼는 울화통이 터지려는 것을 참아내며 평의회 의장석에 앉아 있었다. 평의원들은 회의실의 한 계단 높은 곳에 앉 아서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구평의회의 상급의원인 브라 운 린퍼에게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며, 그가 제출한 법안에 이의 를 제기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저 시커먼 녀석, 아시아에서 온 저 노란 녀석, 남아메리카에서 온 저 갈색 바보, 유럽에서 온 저 둔하고 완고한 야수. 녀석들은 내가 인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이 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브리칸트가 이곳에 온 지금 나, 브라운 린퍼 스태퍼는 다 섯 개나 되는 부족을 대표하고 있으며, 아메리카의 수장이 아닌가. 평의원들은 브리칸드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과 계약사항에 대해 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구는 방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가며 고생한 끝에 스니스 장군과 작성한 조항에는 불필요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주장 녀석이 급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브리칸트 한 명당 하루 백 크레디트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 많 다. 평의원도 하루에 오 크레디트밖에 못 받고 있다. 만일 크레디 트가 이런 식으로 낭비된다면 그 가치는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논쟁, 논쟁, 끈없는 논쟁이었다. 그것도 자질구레한 문제에 대한 논쟁이었다. 브라운 린퍼의 계획은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다. 그는 평의원을 다섯 명으로까지 감축했으나, 아직도 네 명의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의장석에 앉아 이들의 끝없는 논쟁과 이의를 들으면서 타르와 나눈 대화를 생각해냈다. 사교적인 단순한 대화였지만. 약점에 관한 대화였다. 만일 약점을 잡으면 모든 일을 자기 마음 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타르는 말했다. 확실히 옳은 철학이었다. 브라운 린퍼는 그것을 머릿속 깊이 새겨넣고 있었다. 현재 나는 아 무런 약점도 잡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하면 나와 나의 비서를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절대적 권위로 떠받들게 할 수 있을까. 브라운 린퍼는 궁리에 또 궁리를 거듭했다. 타르의 얘기가 또 하 나 생각났다. 그것 역시 훌륭한 조언이었다. 법률을 만들어 그 위반자를 체포하든가. 혹은 그 위반사항을 약 점으로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논리적인 발상이었다. 그때 갑자기 명안이 떠오른 브라운 린퍼는 책상을 두드리며 정숙 을 요구했다. "브리칸트와의 계약에 관한 승인결의는 일단 보류해둡시다." 브라운 린퍼는 엄숙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조용해 졌다. "나는 또 한 가지 법안을 제출하고 싶소, 그것은 도덕에 관한 것 이오." 그는 한바탕 연설을 했다. 도덕은 모든 사회의 기초다. 관료는 고결하고 정직해야 하며, 행동에 비난의 소지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만일 관료가 추문에 말려들거나 수치스러운 행위가 발각되 었을 경우에는, 신분의 고위여부를 떠나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 든 즉각 파면에 처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정직했기 때문에 그의 새로운 제안은 비 적 뱐활하 게 진행되었다. 도덕적인 문제는 부족에 따라서 각양각색이었지 만, 공직자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는 일치했다. 평의 회는 공직자가 수치스러운 행위를 범했을 경우에는 누구든 그 공직 에서 면직된다고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평의원들은 매 우 공정한 결정이라고 만족해 했다. 브라운 린퍼는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랄스와 함께 소형 무선 감 시 카메라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랄스는 그것에 관해서 약간의 지 식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타르라면 소형 카메라가 본부구역의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가르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관료들이 방을 비울 사이에 랄스는 몇 개의 소형 카메라를 방안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설치하고, 그것들을 자동 비디오 녹화기에 접속시켰다. 다음날 밤, 브라운 린퍼는 스니스 장군과 극비로 면담하였다. 열 명 가량의 브리칸트 미녀들을 호텔의 여러 부서에서 일하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선발된 여성들은 접객서비스 부서에 배치되었다. 그녀 들로 인하여 투숙객들이 훨씬 즐거워할 거라는 말에 호텔지배인은 흔쾌히 동의했던 것이다. 그 다음날 밤, 브라운 린퍼는 타르를 방문해서 자신이 휘한 조치 를 설명했다. 그러자 타르는 대단히 현명한 조치이며, 당신 스스로 그런 계획을 생각해낸 것은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브라운 린퍼는 신이 나서 계획의 구체적인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린퍼 자신이 권력을 장악했 을 때, 조니 굿보이 타일러를 꼼짝 못하게 할 고발장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죄목의 리스트는 상당히 길었고, 극형을 받아 마땅한 것 들뿐이었다. (2) 그날 밤은 달이 뜨지 않았고, 우리 주위의 조명도 꺼져 있었다. 보초는 다른 장소에 가 있으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다. 브라운 린퍼 는 땅바닥에 앉았고, 타르는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랄스 소렌슨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아서 이따금 전등빛으로 사전을 들여다보고 있었 다. 그들은 매우 작고 은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내용은 절대로 도청당하면 안되었다. 오늘밤이야말로 '위대한 하룻밤'이었다. 타르는 손톱이 떨리고 피가 끓어올랐다. 그날 밤의 밀담은 매우 중요했고, 그의 모든 계획은 밀담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었다. 타르 는 호흡조차 힘겨울 정도로 긴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 다는 듯이 협력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타르는 당장이 라도 쇠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서 그들을 손톱으로 짓찢어버리고 싶 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그것은 밀담의 중요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돌 밑에 숨겨놓은 리모컨으로 몰래 전기를 끊어두 었던 터였다. 타르는 지금 해야 할 일에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브라운 린 퍼는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평의회 안의 난잡한 스캔들을 적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네 명의 평의원을 각 기 따로 불러서 소형 카메라로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평의원 들은 최근에 브리칸트 여성에게서 배운 변태적인 섹스행위, 즉 한 번씩 네 명이나 상대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부끄러 워하면서 그 행위가 법률에 위반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공개된 다면 정부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렇게 해서 브라운 린퍼 스태퍼는 평의회 집행관이 되었고, 서 기의 보좌를 받게 되었다. 서기로는 자신의 이름만 겨우 서명할 수 있을 뿐, 읽지도 못하는 얼간이를 골랐다. 이제 평의회의 모든 권 력은 브라운 린퍼 한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는 전세계의 종신 수장이며, 그 지위에 가장 적합한 유능한 평의원이라고 평가 되었다. 스캔들을 적발당한 자들은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렸다. 이제 브라운 린퍼의 말은 곧 지구 전체의 법률이 되었다. 그러나 브라운 린퍼는 침울해 보였다. 좀더 의기양양해도 좋을 거라고 타르는 생각했다. 그는 브라운 린퍼의 조치를 칭찬하고, 정 치가의 귀감이라고까지 칭찬했는데도 여전히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밖에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말하게." 타르는 린퍼의 표정을 살피며 달래듯 말했다. 브라운 린퍼는 긴 한숨을 내쉬었는데 거의 절망적인 탄식이었다. 사실은 타일러에 대한 고발목록을 작성했다고 털어놓았다. "좋은 생각이다. 당신에게는 그를 마음먹은 대로 처벌할 권력이 있다. 그것은 어떤 내용들인가?" "그는 평의회의 명령에 따라 이동하려는 부족을 방해했고, 그 부 족원 몇 명을 유리했으며, 그들의 재산을 약탈함으로써 그들 부족 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 "과연, 중대한 약점이군 그래." "그것뿐만 아니다. 그는 사이클로인의 차량부대를 습격했고, 그 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한 뒤 차량을 훔쳐갔다." "당신은 그 증거를 가지고 있는가?" "그 부족들의 증인이 이곳에 와 있고, 매복했다가 공격하는 비디 오기록이 매일밤 저 건너편 언덕에 있는 사관학교에서 상영되고 있 다. 랄스가 카피를 떠다 주었다." "그 정도면 법의 정의를 집행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정의'라는 단어는 타르가 힘겹게 찾아낸 것이었다. "그 밖에도 또 있다." 브라운 린퍼는 타르의 부추김에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댔다. "그는 본부건물에서 발견한 이십억 은하 크레디트를 인도해주었 는데, 조사해보니까 삼백 크레디트 이상이나 부족했다. 이것은 절 도이며 중죄에 해당된다." 타르는 그 엄청난 금액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에 비한다면 지금 쯤 사이클로별의 묘지에 묻혀 있을 관 정도는 술값의 거스름돈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늙은 넘프의 돈일 것이다. 틀림없다. 이건 놀라는걸. 그 멍청이 관리가 그렇게 까지 더러운 놈이었을 줄이야. 그것 말고도 속임수를 쓰고 있었구 나. 삼십년 간이나. 타르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확실히 알 고 있었다. 그 이십억을 '방사능 제거 완료'라고 표시한 관에 넣는 다. 그러면 개방되지 않고 곧장 묘지로 운반될 것이다. 게다가 그 것은 사이클로별로 돌아갈 명분까지 제공해준다. 물론 사이클로별 로 돌아가기 위한 게획은 몇 가지 생각해두고 있었다. 타르는 상황 의 변화에 맞춰 계획안 중 적절한 것을 결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행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실패 할 우려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거액의 부를 가져다줄 계획이었 다. 타르는 순식간에 모든 계획을 수정하였다. 먼저 것보다 성공가 능성도 훨씬 높았고, 위험한 요소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 타르는 브라운 린퍼의 고민거리가 뭔지 잘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이 멍청이는 자신의 손으로 그 동물의 목을 조를 수가 없는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다시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고발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타일러를 체포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 의 문제니까." "그렇군." 자못 동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타르는 말을 계속했다. 이 '동정'이란 단어도 그가 조사해두었던 것들 중 하나였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녀석을 어떻게 이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냐는 것이다." 타르는 자신의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해나갔다. "녀것은 날쌔고, 경호는 삼엄하다. 이쪽에서 먼저 녀석을 잡으러 나갈 수는 없다. 결국 녀석을 이곳으로 유인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경호원을 떼어놓고 여기까지 유인해들인 다음 체포하면 되는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그 말에 힘을 얻어서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머리 가 저렇게 잘 돌아갈까. "내가 여기서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타르는 몹시 가늘게 떨리는 것을 억제하면서 속삭였다. "전송을 하려고 했을 때였다. 전송을 재개하고, 놈이 그 소식을 듣는다면 당장 이리로 달려올 것이다. 그때 녀석을 체포하면 된 다." 브라운 린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다. 그는 비행기나 차량 등 회사의 소유 물을 제멋대로 사용하고 있다. 당신이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면 놈을 절도죄로 체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랄스가 그 것을 반복해서 설명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타르는 표정을 바꿔 아주 냉정하게 속삭였다. "그는 혹성 자체를 이용하고 있다.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인터개랙틱 광산회사는 사이클로 제국 정부에 서 이 혹성의 대금으로 일조 크레디트를 지불했다. 이 혹성은 회사 의 소유물이다." 브라운 린퍼는 그것이 엄청난 거액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혹성은 지금 거의 바닥나 있다."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는데, 이 얼간이들이 그런 것을 알고 있는 턱이 없었다. 혹성이 바닥난다는 것은 지각을 뚫고 들어가서 질척질척한 핵에까지 도달하는 경우였다. "이제 이 지구혹성은 수십억 크레디트밖에 값어치가 없다." 사실은 아직 사십조 값어치는 있었다. 이런 제기랄! 피곤하군.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정말로 천재적이군 그래. "나는 회사의 현지대리인이고, 대표자며, 그 소유물을 처분할 법 적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물론 이것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타일러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살려 두는 것이다." "그렇군." 브라운 린퍼는 타르의 거짓말에 완전히 빠져들고 있었다. "참코 형제를 같은 날 죽였을 정도로 피에 굶주려 있었으면서도 왜 당신만은 살려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녀석의 비밀을 안 셈이다." 타르는 신이 나서 계속 말했다. "그는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의 지구지국과 혹성을 사려 하고 있 다. 그래서 회사의 기계를 제멋대로 이용하여 지구 전체를 돌아다 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가 하는 말 따위는 듣지 않지만 말 이다. 놈의 교활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순간 브라운 린퍼는 땅이 꺼져내린 것처럼 평형감각을 잃어버 렸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녀석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갈 뻔하지 않았 는가. "그는 이십억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알고 있겠지." 타르의 물음에 브라운 린퍼는 숨을 멈추면서 대답했다. 이런 일 이 벌어질 수 있다니. 나는 어쩌면 그렇듯 얼간이였을까. 타일러는 회사와 혹성을 통째로 사들일 속셈이었지 않은가. 그렇데 되면 나 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타르는 그가 사태를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절대로 타일러에게는 팔지 않겠다. 당신에게라면 또 모르 지만...." 브라운 린퍼는 안심한 듯이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좌우를 둘러 보고는 몸을 기울이며, 통역을 기다리는 것도 답답하다는 듯이 타 르에게 직접 물었다. "당신은 회사와 혹성을 나에게 팔겠다는 말인가? 아니, 그, 그러 니가 우리에게?" 타르는 한동안 적절한 답변을 궁리한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은 이십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 우선 그것을 현금으로 나에 게 지불하고 그 다음에 두세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팔아도 좋 지." "정식 매매계약서가 필요하겠지." "아아, 물론이다." 하지만 타르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매매계약서는 서명 즉시 법적으로 유효해지지만. 사이클로별에 정식으로 등록해야만 된다." 그가 매매서류를 등로하려고 한다면, 아니 등록은커녕 그런 소문 을 듣기만 해도 당국은 그를 기화형에 처할 것이다. 그는 마지막 카트리지를 모두 사용한 것처럼 꾸미고, 그것을 교환하는 동안 시 간을 끌었다. 채굴이 완료되어도 회사가 혹성을 매매하는 일 따위 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폭탄을 장치해서 그 혹성 전체를 파 괴해버렸었다. 타르는 이미 이 혹성을 파괴해버릴 작정이었다. 그 준비도 완료 되어 있었다. 이 혹성이 파괴되면 그가 서명한 매매계약서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회사가 반격해 올 때까지 이 년은 걸릴 것이었다.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하하하! 나 는 안심하고 그 엉터리 계약서에 서명할 수가 있다. 밀담은 다시 계속되었다. "우선 다음 조건을 들어주기 바란다. 첫째, 내가 근무하던 사무 실을 원래대로 복구해줄 것. 둘째, 그곳에서 새로운 전송장치의 제 어탁자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줄 것, 셋째, 모든 필요물자를 제공해줄 것, 넷째, 전송 때는 나에게 협력할 것." 브라운 린퍼가 의심하는 눈치였다. 타르는 덧붙여 말했다. "나는 이십억을 사이클로별레 있는 본사로 가지고 가야 한다. 내 가 공금을 횡령할 것처럼 보이는가?" 브라운 린퍼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타르는 안심하고 계 속해서 말햇다. "거래 자체를 법적으로 유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이클로별과 이곳 지부 양쪽에서 등록할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등록되지 않은 증서를 건네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공정한 거래를 원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쓰는 것이 맞던가.... "나도 그 점엔 동감이다." 브라운 린퍼가 말했다. "공정하고 합법적이기 위해서는 세부사항까지 정확하게 작성해놓 는 것이 좋다." 브라운 린퍼는 아직 완전히 납득한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매매계약서를 손에 넣는다면, 이 혹성과 회사가 소 유하는 모든 기계와 채굴장은 당신 것이 된다. 그땐 타일러라도 제 멋대로 지구를 돌아다닐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브라운 린퍼는 몸을 쑥 내밀었다. 타일러라는 이름만 들어도 온 신경이 곤두서며 긴장되었다. "사이클로별 전송이 있을 예정이라고 각 지역마다 수문을 퍼뜨리 는 것이다. 그 소문을 듣는 순간 녀석은 당장 달려올 것이다. 그때 체포하면 된다." 브라운 린퍼는 하마터면 철책 사이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 뻔 했다. 아차! 전류... 전류가 흐르고 있었지. 그는 벌떡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천천히 일어섰다. "계약서를...." 린퍼는 자신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입을 막았다.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이번에는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의 조건을 모두 수락하겠다. 모든 일을 당신이 요구하는 대 로 할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타르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다. 그의 분빛이 광폭하게 이글거렸다. "이제야 정의의 철퇴가 내려지는군." 브라운 린퍼는 덴버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중얼거리며 되뇌었다. 내가 하는 일은 언제나 운이 따른다. 그렇다. 나는 뛰어난 운명 을 타고난 것이다. 웃음이 멎지 않았다. 드디어 해낸 것이다. 마침 내 사이클로별에서 제일 가는 부자, 타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 다. 권력, 성공.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이 저주받은 혹성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 그 작전이나 짜볼 까. (3) 조니는 근심에 싸인 채 벼랑 아래의 호수에 돌맹이를 던져넣고 있었다. 그 커다란 호수는 사실은 내륙 깊숙히 있는 바닷물이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서 아득하게 보였 다. 며칠 전부터 폭풍이 몰아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조니가 지 금 앉아 있는 곳은 깎아지른 수직으로 높이가 이백 피트나 되는 벼 랑이었다. 그 벼랑은 지작변동이나 북동쪽에 위치한 화산의 폭발로 생긴 듯했다. 주변이 주먹만한 돌멩이들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었 다. 조니는 팔운동을 위해 이곳에서 돌 던지는 연습을 하곤 했다. 몇 마일이나 떨어진 채굴장에서 이곳까지 조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 작하고 있었다.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날씨는 언제나 무덥고 습했지만, 달리는 동안만은 상쾌했다. 온갖 동물들이 나타났으나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항상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고, 사나운 동 물이라도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좀처럼 습격하는 일이 없었다. 사이클로인은 왜 인간만을 사냥하는지 닥터 맥켄드릭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인간은 교감신경의 반응이 틀별하기 때문일 것 이라고 했다. 동물의 괴로워하는 모습은 인간만큼 심하지 않아서 쾌감의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든가, 혹은 신경, 생김새, 두 팔, 두 다리, 그리고 직립자세가 자기들하고 비슷한 때문일 거라고 했다. 그들의 호흡가스도 지적 생물에겐 예민하게 반응하고, 네발짐승이 나 파충류에게는 반응 정도가 약했다. 푹풍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지작하고 있었다. 조니는 멀리 보이는 채굴장에 시선을 보냈다. 채굴장을 나오는 삼륜지상차의 모 습이 조그맣게 보였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드라이브나 하려는 것일까. 조니는 다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현재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중상을 입은 사이클로인 한 명이 죽었다. 머리에 두개의 금속조각이 이식되어 있는 것은 시체의 약 3분의 2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닥터 맥켄드릭은 사이클로인을 죽이지 않고 뇌 속의 금속조각을 끄집어내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시체를 연구하 고 있었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살아남을 경우에 대비해서였 다. 병실의 세 사이클로인들 중 둘은 머리에 두 개의 금속을 지니고 있었다. 조니는 항상 낙관적이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다. 얼마 전의 전투에서, 조니는 하나의 놀라운 발견을 했다. 그는 비 행작업대를 정확하게 두 손가락으로 조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니 는 그 일을 일주일이 지니서야 겨우 알아차렸다. 맥켄드릭은 전투 의 긴장으로 마비된 기능과 신경이 회복된 것이라고 했지만 조니의 생각은 달랐다. 신경을 조절하는 것은 조니 자신이며, 그 일을 해 낸 것뿐이라고, 사실 조니의 의지대로 마비되었던 팔과 다리른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느리기는 했지만 뛸 수도 있었고, 물건을 던질 수도 있었 다. 단지 예전처럼 돌방망이를 능숙하게 던질 수 없다는 것에 무력 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돌 던지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었 다. 그는 가능한 한 멀리까지 돌을 던져보았다. 돌은 원을 그리며 날아가 호수의 수면에 거품을 일으키며 떨어졌다. "괘찮은데...." 조니는 중얼거렸다. 멀리 보이는 검은 구름이 서서히 하늘을 뒤 덮고 있었다. 다시 채굴장 쪽을 바라보았을 때 지상차는 상당히 가 까이 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윽고 지상차가 다가와서 멈췄다. 운전사가 누구인지 몰라서 탐색하는 시선을 보내며 차 쪽으로 다 가갔다. 운전사는 조니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 사람 중 스통아롱이 라는 사나이였다. 키와 체격, 눈빛은 조니와 비슷했으나 약간은 짙은 머리칼과 햇 빛에 그을린 피부빛이 조금 달랐다. 황금채굴이 끝난 후 턱수염을 기르는 바람에 지금은 별로 닮아 보이지 않았다. 숙련된 조종사인 그는 현재 신입 훈련생들에게 비행기 조종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어개를 두드리고, 얼굴을 마주보며 히죽이 웃었다. "채굴장 사람들에게 듣고 왔습니다. 여기에 오면 악어에게 돌멩 이를 던지는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스톰아롱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팔은 좀 어떻습니까?" "조금 전에 내가 돌 던지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네." "코끼리를 죽이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저 멀리까지 날아갔다 네." 조니는 스톰아롱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넓고 평평한 바위로 데 리고 가서 그곳에 앉았다. 폭풍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스톰아 롱은 말수가 적은 편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뉴스를 가지고 있었다. 조니의 거처를 찾아내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아메리카에는 아 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스코틀랜드로 건너갔던 것이다. 그곳에는 많 은 사람들을 만났다. 조니에 대해 크리시는 사랑을, 피어거스족의 수장은 마음속으로 부터의 경의를, 엘렌 큰어머리는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하고 있었 다. 엘렌 큰어머니는 목사와 결혼하여 스코틀랜드에서 행복하게 살 고 있었다. 결국 조니가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은 스코틀랜드로 돌아 간 두 사람의 준비위원이었다. 브리게드라던가 브리칸트라던가.... 어쨌든 그런 것을 데려오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갔던 것이다. 지금 그곳에서는 애리슨이 살해된 문제로 온통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일이 아닙니다. 비행 중에 발생한 기묘한 일입니다." 스톰아롱은 눈빛을 반짝이며 조니에게 바짝 다가왔다. "당신이 지구가 다시 침략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잖습니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나는 북극을 통과하 는 항로로 스코틀랜드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전투기였 지만 상당한 속력을 내고 있었습니다. 마침 스코틀랜드 북부에 다 다랐을 때였습니다. 전망스크린 한가운데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비행물체가 나타났습니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피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충돌하겠다고 느낀 순간 바로 충돌하고 말았습 니다. 그것은 똑똑히 스크린에 비쳤고, 창을 통해서도 보였습니다. 나의 전투기는 그것과 부딪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소리는 나지 않 았지만 분명히 충돌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요.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네, 그렇다니까요. 분명히 충돌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 다구요. 하늘 한가운데서 말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하늘만큼 컸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자, 이것이 스크린의 영상을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조니는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주위가 고리로 둘러싸인 원형 비행 선이었다. 이런 비행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엄청나게 거 대한 비행선이었다. 한구석에 오크니 섬이 보였다. 폭이 스코틀랜 드 중부에서 오크니 섬까지 될 정도로 엄청나게 커 보였다. 연속으 로 촬영된 두번째 사진에서는 그 비행선이 전투기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장째에서는 비행기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비행기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스톰아롱이 아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빛이다." 조니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이론을 생각하며 빠르게 설명했다. "그 물체는 빛보다 빨리 나는지도 모른다. 영상을 남기고 날아간 것이다. 물론 이 이론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책에서 읽은 적이 있 다. 빛보다도 빨리 것은 우주만큼 크게 보인다고 씌어 있었다. 핵 물리학 교과서였던가.... 하여간 어딘가에 씌어 있었다. 나는 거의 이해되지 않았지만." "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 할머니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할머니라니?" "네, 사실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공포감이 겨우 사라지자, 스크 린에 기록된 것을 다시 살펴보느라고 비행기가 스코틀랜드에 접근 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장시간 비행으로 너무 지쳐 서 주의가 산만히져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요즘은 잠을 못 자서 상 당히 피곤해 있었습니다. 과로에 시달리는 조종사들은 절망에 가까 울 정도로 새로운 조종사를 필요로 하지만 훈련생들은 쉽게 졸업할 수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스크린에 기록된 것들은 조사해보니 까 그 비행기는 킨로호버비에 있는 한 농가로부터 날아온 것이었습 니다. 스코틀랜드 북서부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속도 를 줄이고, 그곳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습격이나 포격을 받았을지 도 모르니까요. 그곳은 온통 바위투성이였는데, 바위 위에 불탄 자국이 있을 뿐, 그 밖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어요, 다시 농가가 있는 곳에 착륙을 했지요, 그러자 할머니가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있었어 요,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하늘에서 두번째 방문객이 찾아왔으니 까요. 할머니는 내게 야브차를 마시고 가지 않겠느냐고 했지요. 그 리고 번쩍번쩍 빛나는 주머니칼을 보여주었어요." "주머니칼이라구?" 조니가 놀란 목소리로 묻자 평소에는 과묵한 노르웨이계 스코틀 랜드인은 천천히 설명했다. "그렇습닏. 우리들도 전에 폐허가 된 건물에서 몇 개 본 적이 있 지 않습니까. 기억하고 있습니까? 접게 되어 있는 칼 말입니다. 단 지 그 칼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어요. 그 할머 니가 들려준 얘기로는, 개털을 빗기고 있는데 바로 뒤에 왜소한 회 색남자가 서 있더랍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란 나머지 기절했던 모 양입니다. 그 남자 뒤에는 커다란 터원형 물체가 있었다고만 기억 하더군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으니까요. 희미하게 바람소리가 났던 것 같다고만 말하더군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자 집에 들어 가서 야브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답니다. 내게 한 것과 똑같 이 말입니다. 그 회색인은 인상이 부드럽고 보통 남자들보다 키가 조금 작았으며, 피부도 회색, 머리칼도 회색, 옷도 회색이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회색인은 끈이 달린 상자를 목에 걸고 있었답니다. 그 상자에 대고 뭐라고 말하자. 곧바고 상자가 말을 하더랍니다. 회색인은 여러 억양으로 얘기했지만, 상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는 억양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보코더다. 휴대용 번역기다. 사이클로 교과서에 그것에 관한 내 용이 적혀 있었다. 사이클로인들은 사용하지 않지만." "그렇군요. 하여간 그 회색인은 할머니에게 신문이 있냐고 물었 답니다. 물론 없다고 했지요. 신문은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이번 에는 역사책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더랍니다. 책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 권도 없다고 대답해답니다. 회색은 은 그 노파가 자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다시 한번 자기가 원하는 것은 종이 위에 인쇄된 것이라고 몸짓으로 말했답니 다. 아아, 그거라면 있지요 하고 그녀는 양털과 바꾼 새로운 크레디 트 지폐 두세 장을 건제준 다음 돈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했답니다." "무슨 크레디트라고?" "허허, 아직도 본 적이 없습니까?" 스톰아롱은 주머니를 뒤져서 자폐 한 장을 꺼냈다. "이젠 우리들의 급료가 이것으로 지불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지구은행이 발행한 일 크레디트짜리 지폐였다. 조 니는 별 흥미 없이 바라보다가 한 순간 그림 위에 못박혀버렸다. 그의 모습이었다. 총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닯지 않은 초상이라서 얼마간 당혹스러워했다. "어쨌든 그 할머니는 당신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지폐를 받았고, 그 하나를 벽에 붙여놓고 있었어요, 회색인은 지폐를 그 주머니칼 과 교환하자고 제안했답니다." "주머니칼 대금치곤 너무 싸군 그래." "흠, 그런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어쨌든 회색 인은 야브차를 마시고 나자 그 지폐를 무척 조심스럽게 금속판 사 이에 끼워 안주머니에 넣더랍니다. 그리고는 작별인사를 하고 누군 가에게 무슨 말인지 하면서 비행기 안으로 돌아갔답니다. 그는 할 머니에게 가까이 와서는 안된다고 소리치더니 문을 닫더랍니다. 비 행기는 불꽃을 토해내며 이륙했답니다. 그리고 여기가 중요합니다. 갑자기 그것은 하늘만큼 커지더니 팍 하고 사라지더랍니다." "역시 그거야, 아마 빛의 현상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비행 기처럼 나는 것도 아니고, 텔레포트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사이클로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소한 회색 남자라 고 했으니까 말이다." 조니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다른 종족일까. 사이클로인이 없 어지자 다른 종족이 지구를 노리는 것일까. 조니는 이 궁리, 저 궁 리를 하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폭풍은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 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스톰아롱은 말을 계속했다.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는 납작한 휴대용 지도케이스를 끄집어냈다. "카의 편지입니다. 놈은 이것을 당신에게 직접 건네 줄 때까지 절대로 몸에서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 다. 놈의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라서.... 놈은 만일 이 편지가 당 신게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고 말했습니 다. 자아, 여기 있습니다." (4) 조니는 편지봉투를 보았다. 그 봉투는 내열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종이로 되어 있었다. 봉투에는 'OO씨에게'라고만 씌어 있었 다. 그는 그것을 밫에 비춰보았다. 폭풍우가 한층 다가들며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폭발물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조니는 봉투를 뜯었다. 확실히 카의 필적이었다. 철자법은 엉망 이었지만 카가 나름대로 구사한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조니는 그 것을 펼쳐들고 걸으면서 얽었다. OO씨에게 당신은 알고 있다시피 회사의 방침은 개인적인 편지를 금지시키 고 있다. 만일 내가 편지를 썼다는 사실이나 보내는 장명이 발각되 면, 석 달치 봉급이 날아가버린다. 하하하! 그러나 당신은 출발하 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편지로 OO씨와 닮은 조종사에게 건네주라고 부탁했었다.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당 신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필체도 바꿨다는 것을 주의해주기 바란 다. 어제 면직된 전 조종사, 게으름뱅이 랄스, 이녀석은 XX의 얘기 로는.... 이 XX의 이름은 보안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보안이라구, 알겠지?.... 자기를 세계 최초의 곡예전투기 조종사라고 믿고 날뛰 다가 목을 부러뜨리고, XX의 조수로 취임한, 그 랄스가 찾아와서 움직일 수 있는 사이클로인들에게 XX의 옛날 사무실에 호흡가스 펌 프와 환기장치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내 가 생각한 대로 그들은 전혀 협력할 생각이 없었다. 당신도 그들이 협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XX는 나이 먹은 DD를 살해했다.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다. 그 뒤에도 반년에 한 번씩 있는 모성전송 전에, 떠나기로 되어 있던 어떤 놈이 행발 불명 되었다. 그래서 모두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XX라든가 XX의 옛날 사무실 일에는 전혀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이클 로인들은 XX가 자신들을 날려버릴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 구역의 호흡가스 펌프와 순환기는 당신도 알고 있다시피, 모두 엉망으로 파괴되어 있다. 그곳에서 XX가 마스크 없이 일하려면 우 선 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전투에는 한 번도 첨가해보지 못하고 쓸데없이 목만 부러뜨려서, 아젠 두번 다시 훈련도 받을 수 없게 된 그 얼간이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말했다. 좋다. XX의 사무실을 수리해주겠다. 그러나 호흡가스 펌프가 너무 심하게 부러졌기 때문 에 부품이 필요하다. 다른 채굴장에서 가지고 와야 될지도 모른다. 그랬더니 놈은 평의회 명령이니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 조달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부품을 왕창 주문했다. 대규모의 수 리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시간을 끌고 있다. 평의회의 SS는 긴급한 극비사항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완성하면 보너스를 주겠다고 했다. 하하하! 그래서 나는 진퇴양난 의 곤경에 빠져 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빨리 여기로 오는 것이 좋겠다. 조수가 필요하다고 녀석들에게 말해두었다. 그러나 당신의 이름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라구. XX에게 발각되면 큰일이니까. XX는 공중에 떠다니는 독가스 같은 악종이니까 말이다. 하여간 이 런 실정이다. 상황을 알았겠지? 이것을 쓰다 보니까 팔이 아프다. 수리가 급하다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고 있지만, 될 수 있는 대 로 지연시키기 위해 필요없는 부품을 계속 찾게 만들겠다. 호흡가 스 순환기를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확실히 부서져 있었는데 지금 은 더 많이 부서져 있다. 하하하! 이 개인적인 편지가 발각되면 나 의 석 달치 봉급이 날아가버린다. 하하하! 내가 붙잡히면 모두 당 신탓이라구. 아하하하! 추신: 이 편지는 갈기갈기 찢어서 버려주게. 나의 석 달치 급료 가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아니 그보다 나의 털복숭이 목이 날아가 지 않도록 말일세. 부탁하네. 하하하! 조니는 다시 한 번 편지를 읽어보고 나서 그가 부탁한 대로 잘게 찢어버렸다. "이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언제인가?" "어제 아침입니다. 당신이 이곳에 외 있으리라고는 까맣게 몰랐 으니까요." 조니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폭풍은 벌써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조니는 지상차에 올라타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초원을 가로질러 채굴장으로 향했다. 하늘을 울려대는 천둥소리와 함께 쏟아붓는 듯 한 빗방울이 시야를 가렸다. 조니는 아메리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5) "이것은 함정이다." 폭스 로버트가 화를 벌컥 내며 소리쳤다. 조니는 채굴장에 들어서자마자 카의 편지내용부터 설명하였다. 이미 스톰아롱에게는 비행기를 서둘러 급유하고, 점검, 정비해서 한 시간 내에 발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다. 조니는 스톰아롱과 함께 온 부조종사와 앵거스를 앞에 세 워두고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는 카의 말을 맏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로버트 경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지만 조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일 앵거스가 수염을 갈색으로 염색하고 옷만 바꿔 입으면 부조종사와 똑같아질 것만 같 아서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안할 텐가? 자넨 지금 제정신이 아닌 모 양이군." 로버트는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방안을 초조하게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나는 돌아가야만 합니다. 지금 당장." "안됩니다." 더넬딘의 반대에 힘을 얻은 로버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가면 안되네." 이반 대령도 로버트와 더넬딘의 의견에 동의하는 몸짓을 하였다. 그러나 조니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앵거스와 부조종사의 옷을 바꿔 입게 했다. "가고 싶지 않다면 안 가도 좋네, 앵거스. 잘 생각해보게나." "나는 따라갈 겁니다. 유서라도 써두지죠 뭘." 조니는 스톰아롱을 사이클로인들이 사용하는 거대한 거울 앞으로 끌고 가서 거울 속에 비친 서로의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아프리카 의 작열하는 태양에 조니의 피부가 갈색으로 그을려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피부색은 그전보다 훨씬 비슷했다. 수염만 갈색으로 염 색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조니의 얼굴에 난 아물어가는 상처 자국이 문제였지만 그것은 도리가 없었다. 소톰아롱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이 상처 위에 반창고를 붙이면 되겠구나. 아아, 턱수염이 다르구 나. 조니는 앵거스가 항상 들고 다니는 도구상자에서 날카로운 와 이어 절단기를 꺼내 수염 끝을 사각으로 다듬었다. 그리고 그와 옷 을 바꿔입었다. 됐다. 이제 수염을 약간 갈색으로 물들이면 된 다.... 응, 잘 됐다. 조니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 았다. 이 정도면 스카프, 그리고 조종사용 가죽외투, 악센트 차이 는 거의 구별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조니의 행동 에 모두들 무척 흥분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거한은 투박한 손가락 의 관절을 딱딱 꺾고 있었다. 비티 맥크라우드가 방으로 들어서려 가 멈추어 서서 애원하는 눈빛으로 조니를 바라보았다. "안돼." 조니는 비티 맥크라우드를 달래듯이 말했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 었다. 목숨을 건 임무였다. "너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이반 대령의 시중을 잘 부탁한다." 조니의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에 비티는 금방이라도 눈물 이 쏟아질 것만 같은 표정으로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물러났다. 앵 거스는 변장을 끝내고 밖으로 달려가갔다. 잠시 후, 카트리지를 교 환하는 소리와 고속으로 회전하는 드릴소리가 격납고에서 들려왔 다. 출발을 위한 마지막 점검이었다. 조니가 이반 대령에게 손짓하지 그와 준비위원이 앞으로 걸어나 왔다. "대령, 아메리카에 있는 지하기지를 모두 폐쇄시켜주게. 모든 문 을 폐쇄하고,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통과하지 않도록 해주게, 그리 고 기지에서 북쪽 삼십 마일 지점에 있는 전략무기들과 핵무기 저 장고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게, 스코틀랜드인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제외한 모든 공격형 라이플은 안전한 곳에 보관해주게. 부 탁하네." 조니는 더넬딘과 로버트 경을 불러 채굴장 입구까지 데리고 갔 다. 조니는 자신이 이번 작전에서 죽게 될 경우, 취해야 할 일들을 간결하게 지시했다.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묵묵히 듣고 있었다. 분명히 이번 작전은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아주 조그만 실수에도 조니는 물론 앵거스의 목숨까지 날아가게 된다. 만약의 경우에 철 저히 대비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조니의 지시를 머릿속에 깊이 새 겨넣고, 혹시 당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반드시 의지를 이어 받아 임무를 완수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더넬딘, 자네는 스물네 시간 후에 아메리카의 사관학교로 와주 게. 스톰아롱의 훈련임무를 인계받기 위해서일세. 일이 잘되면 스 톰아롱은 그때까지 다른 임무를 맡고 있을 테니까." 조니가 마직막 지시를 내리자 더넬딘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과거 사이클로인의 사령실을 나왔다. 비행장에서는 아 직도 망치소리와 드릴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마지막 비행이 될지 도 모르는 이번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앵거스는 비행기의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히 점검하고 있었다. 조니는 다시 한 번 몇 야드나 되는 프린트 용지를 집어들고 조종사의 교신에 뭔가 달라진 것이 없는지 현재의 교신기록을 훑어보았다. 있었다. 하나, 둘.... 하늘만한 거대한 비행기에 대해서였다. 모두 왜소한 회색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인도와 남아메리카로부터였다. "왜소한 회색인은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군." 조니의 중얼거림에 더넬딘과 로버트 경이 궁금해 하며 목을 내밀 고 프린트 용지를 들여다보았다. "스톰아롱이 설명해줄 것입니다." 조니는 그것을 다시 설명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우주에 있는 다른 혹성들의 관심이 지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회색인은 적대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 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더넬딘, 이 기지, 그리고 자네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기지가 스물네 시간 방위태세에 돌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게." 망치와 드릴 소리가 멎었다. 그들은 격납고로 향했다. 마침 정비 병이 비행기를 격납고 입구까지 이동하는 중이었다. 스톰아롱이 부 조종사와 함께 그곳에 서 있었다. "자네들은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하네." 조니가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스톰아롱, 자네는 지금부터 나로 행세하게 된다. 매일 내 옷을 입고, 같은 루트를 달리고, 돌을 던져주게. 그리고 자네는...." 조니는 더프라는 스코틀랜드인 부조종사를 가리켰다. "자네는 앵거스가 되는 거야." "나는 앵거스처럼 뭐든지 잘할 줄 모르는데요." 부조종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보는 거야." 조니가 그의 등을 두드려부며 말했다. 그때 러시아인이 뛰어들어왔다. 그는 스크린으로도 육안으로도 적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조니와 앵거스는 비행기에 탑 승했다. 로버트와 더넬딘은 조니를 쳐다보며 할말을 찾았으나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조니는 모두의 얼굴을 둘러본 후 비행기의 문을 닫았다. 앵거스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비행기는 순 식간에 솟구쳐올랐고, 그의 손은 조작판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톰아롱은 문 뒤쪽에 서서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전투기가 그처럼 빨리 급속도로 상승하고, 그처럼 단시간에 초음속 을 돌파해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비행기의 모터소리가 아프리 카의 봉우리마다에 메아리쳐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천 둥소리가 울리고 번갯불이 번쩍였다. 격납고 입구에 서 있던 사람들은 전투기가 구름 속으로 사라져가 는 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니는 아메리카를 향해서 출발했다.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나는 조니의 장도는 불안하기만 했다. 알수 없는 불안감이 멀어져가는 조니를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6) 조니 일행은 옛날 사관학교에 도착했다. 아직 어두운 밤이었다. 그들은 북극 근처로 항로를 설정해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 다. 이곳은 훈련비행장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착륙유도등이 대부분 꺼져 있었다. 그들은 계기와 전망스크린을 이용하여 미끄러지듯 착 륙했다. 훈련생인 당직사관은 깊이 잠들어 있었으므로 조니와 앵거 스는 그를 깨워서 귀환신고를 해야 했다. "조종사 스톰아롱 스탐 스타벤저 및 부조종사 더프 맥널티. 유럽 으로부터 귀환. 연습용 전투기 86290567918. 이상없음. 보고사항 없음." 훈련생인 당직사관은 그것을 기입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서명조 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조니는 스톰아롱과 더프의 숙소가 어딘지 모르고 있었다. 서둘러 출발하느라고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스톰아롱은 교 수 숙소에서 머물 것이다. 그러나 더프.... 조니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옆에 서 있는 더프는 매점의 노부인이 마련해준 음식 자루와 도구상자를 들고 있었다. 조니는 자짜고짜 음식자루와 두구 상자를 빼앗아서 지나가는 훈련생의 손에 쥐어주었다. "미안하지만 이것을 내 방까지 들어다주겠나?" 훈련생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 보았다. 여기서는 스톰아롱조차도 자신의 짐은 스스로 나르는 모양 이었다. "미안하네, 우리들은 며칠 동안 한잠도 못 자고 비행해 왔네." 조니는 이렇게 말하며 일부러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켜 보였다. 훈련생은 할수없다는 듯이 짐을 받아들었다. 조니가 걸음을 멈추고 훈련생에게 먼저 가라는 시늉을 하자 그는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 다. 훈련생은 방으로 안내했다. 벽에는 갖가지 색실로 무늬를 짜넣 은 노르웨이제 벽걸이가 걸려 있었다. 이것은 스톰아롱의 방임에 틀림없었다. 훌륭한 방이었다. 훈련생은 음식자루와 도구상자를 내려놓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 러나 앵거스도 더프의 방이 어딘지 모를 거라고 생각한 조니는 서 둘러 음식의 절반과 도구상자를 훈련생의 손에 다시 들려주었다. "더프가 자신의 숙소에 이것을 거져갈 수 있도록 좀 도와주지 않 겠나?" 훈련생은 항의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더프는 훈련 도중에 팔을 다쳤다네." "당신도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 같군요." 화를 내려던 훈련생은 앵거스의 팔과 조니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수면시간을 방해받아서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자 루를 집어들고 앵거스와 함께 나갔다. 음, 시작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군. 로버트 경이 있었으면 틀 림없이 한마디 짚고 넘어갈 만한 장면이었다. 작전은 계획이 중요 하다는 것이 그의 입버릇이었다. 하물며 이처럼 위험한 작전을 실 행할 경우에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데 막대한 시간와 노력을 기 울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훈련생과 앵거스는 돌 아오지 않았다. 일이 잘된 모양이었다. 일단 안심한 조니는 스톰아 롱의 침대에 누웠다. 지금 상황에선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해 잠을 자두는 것이 최상의 작전이었다. 어깨를 흔드는 그낌에 퍼뜩 잠이 깼다. 잠든 지 몇 초 밖에 안된 것 같았는데 시간은 상당히 지나 있었다. 즉각 몸을 일으킨 조니는 재빨리 담요 밑에 숨겨놓은 권총을 잡았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 온 것은 페이스 마스크였다. 그리고 털복숭이 손.... "내 편지는 받아보았나?" 카였다. 날이 밝아 있었다. 이미 정오가 가까웠는지 햇살이 창문 을 통해 비쳐들고 있었다. 카는 놀란 모습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 다. 왜소한 사이클로인은 우선 발소리를 죽이며 문으로 가서 아무 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청마이크 등의 감시장치가 없는지 방 안을 둘러본 다음 조니가 앉아 있는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큰소리로 웃어대기 지작했다. "그렇게 간단히 알아볼 수 있던가?" 조니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다소 실망한 목소리로 물 었다. "얼간이 녀석들은 모를 거야. 그러나 나처럼 당신과 여러 차례 운전석에서 땀을 흘리고, 굴 속에서 함께 작업한 사이는 속일 수가 없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구. 조니." 그는 조니의 손바닥을 두드렸다. "이 깊은 굴 속에 잘 와주었네, 조니....스톰아롱으로 둔갑할 줄 은 몰랐네. 이건 정말 충격적이군." 카는 언제나 익살스러웠다. 조니는 웬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졌 다. 카는 아주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내 말 잘 들으라고. 지금은 자칫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살 해당하고 만다구. 이곳의 상층부 놈들은 뭔가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 녀석들이 우리 사이를 의심하게 되면 당신도 나도 끝장이야. 좌우간 몸조심하라구. 당신은 전과가 있나? 없다고? 흠, 만일 녀석들이 당신에 대해서 조사하면 전과가 나올 거야. 당신이 나 같은 진짜 악당과 손잡고 있는 것은 행운이야. 함께 온 것은 누 군가? 지금의 더프는 누구냔 날야?" "엥거스 맥다뮈슈다." "그건 잘됐군. 당신이 이곳에 온 것만큼 좋은 소식이군. 앵거스 는 볼트와 너트 다루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자아, 일을 착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자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뭔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조니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옷을 입고 아침식사를 한다. 식당을 출입하는 일은 삼가해 야겠다. 스톰아롱이 이곳의 조종사 훈련생들을 가르쳤다고 하니 까." "그 말이 맞아. 그동안 작업차량과 기계조작 훈련은 내가 맡고 있었다. 그 훈련에서 나는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네, 조니." 조니는 옷을 입고 있었다. 말이 많은 카는 여전히 떠들어대고 있 었다. "이 군사학교는 내 일생에 처음 겪는 가장 즐거운 경헝이었네. 훈련생들에게 당신을 가르쳤을 때의 일, 그리고 당신이 한 일들을 얘기해주었지. 물론 허풍이 좀 심했지만 그들을 좀더 분발시키려는 것이었는데, 굉장히 즐거워하더군, 허풍이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다네. 날이 달린 차량 한 대로 삼십구 톤의 철광석을 한 시간 만 에 긁어모은다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니 까.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 일이 즐겁 네. 내가 난쟁이여서 다행이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네. 나는 이곳 훈 련생들보다 그렇게 크지 않아. 그래서 그들에게 이렇게 믿게 했지 조니, 웃지 말라구. 다른 녀석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당신 은 틀림없이 놀라서 나자빠질 거야. 무슨 말이냐면 우리 아버지는 사이클로인 여자에게 강간당한 스웨덴인이었다는...." 조니는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임무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카는 웃음을 그치고, 그곳에 주저앉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보게, 조니." 그는 한숨을 지었다. 호흡마스크의 밸브가 팔락팔락 움직이며 소 리를 냈다. "난생 처음으로 내게 친구가 생겼다는 느낌이 드네." 아침식사를 물로 대신하면서 조니는 말했다. "그것은 당신이 좋은 친구기 때문이야. 우선 부탁하고 싶은 일 은, 사관학교의 사령관에게 당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돕도록 스통 아롱과 더프를 고용해달라고 하게. 당신에게 그만한 권한은 있겠 지?" "물론 나에게는 권한이 있다." 카는 가슴을 폈다. "게다가 상층부 녀석들을 호흡가스 순환기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나한테 무척 친절하게 굴고 있다. 나는 이미 조수가 필요하고, 콘 월채굴장에서 부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해두었다." "그것 참 잘햇다. 이삼 일 후에 스톰아롱의 훈련스케줄을 대행하 기 위해서 더넬딘이 이곳에 올 것이다. 수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당신이 개인적으로 부탁했다고 말하게, 그리고 이 건물 앞에 지상 차를 대기시켜놓게. 앵거스를 지상차레 태우고 와서 내 방을 노크 해주게. 그때 모두 함께 줄발하는 거야." "알았다." 카는 흔쾌히 대답하고 쿵쿵 소리를 내면서 멀어져갔다. 조니는 권총을 점검한 후 외투 안주머이에 집어넣었다. 두 시간 정도만 지나면 카가 정말로 한편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었다. 그 때까지는.... (7) 그들은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다. 지나가는 두세 명의 훈련생들 이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반창고를 보고 말했다. "추락했습니까. 스톰아롱?" "적과 한바탕 싸웠나요, 스톰아롱? 혹시 인버네스의 처녀한테 당 한 것 아닙니까? 아니면 그녀의 아버니한테....?" 자동차 안에는 커다란 보따리가 있어서, 사이클로 차의 넓은 좌 석조차 갑갑하게 느껴졌다. 카는 기복이 심한 지면을 부드럽게 달 려나갔다. 수년 동안 아니 수만 시간 정도 조작판을 다뤄온 기술자 마이 할 수 있는 능숙한 운전이었다. 카는 조니의 예상보다 훨씬 능숙한 자동차 운전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상차나 특수작업 용 차량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타르보다 훨씬 우수했다. "나는 녀석들에게 얘기해주었지. 당신들 두 사람이 콘월에서 필 요한 철제 우리를 운반해 왔다고 말이야. 내가 직접 그 짐을 비행 기에서 내리고 있는 장면까지 녀석들에게 보여주었지." 경력이 화려한 범죄자와 함께 일하니까 훨씬 편하군 하고 조니가 말하자. 카는 킬킬거리며 속도를 시속 백오십 마일로 올렸다. 이 울퉁불퉁한 땅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앵거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관목과 바위가 쏜살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공기마스크의 보틀을 두 개씩 가지고 왔네. 파이프에서 호흡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어서 마스크 없이는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고 말할 테니 그것을 쓰고 있게." 조니와 앵거스는 본부구역 가까이에 올 때까지 그것을 쓰지 않았 다. 그것은 칭코인의 공기마스크를 인간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쓰 기가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조니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느긋하게 아름다운 주위경관에 젖어들고 싶었다. 계절이 바뀌어가는 평원은 이미 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봉우 리들은 겨우내 쌓였던 눈모자를 벗어가고 있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어머리 품속 같은 따스함이 배어 있는 곳이었다. 이미 비와 무더위에는 넌더리가 나 있었다. 고향은 언제나 푸근함을 안겨주었 다. 우리가 있는 언덕에서 갑자기 속도를 떨어뜨린 차가 뭉개뭉개 먼 지를 뿜어올리며 급적거했다. 조니는 감상을 떨쳐내고 퍼뜩 현실로 되돌아왔다. 이 정도의 운전솜씨라면 어떤 곳이라도 능숙하게 달릴 수 있었다. 그는 창에 기대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철제 우리가 도착했다구. 꼭 들어맞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곧 알게 되겠지." 타르는 팔을 철책에 얹어놓고 서 있었다. 그렇다면 전긱가 끊어 져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가? 빨리 서둘러라!" 타르가 고함쳤다. "태양에 그을리는 것은 이제 탁 질색이다. 이 작업은 도대체 앞 으로 며칠이나 더 걸릴 건가?" "이삼 일이면 완성될 것이다." 카는 그렇게 소리치고 갑자기 차를 후진시키더니 칠 피트 가량 공중으로 숫구쳤다가 본부건물 반대쪽의 차고 앞에 착지했다. 차고 안으로 들어선 카는 비탈진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 인기척이 없는 곳에 차를 세웠다. "자아, 놈의 사무실로 간다." 카가 서두르며 말했다. "아직 안돼." 조니는 외투 안주머니의 권총을 잡으면서 말했다. "타르가 갇혀 있던 그 헛간을 기억하고 있는가?" "응, 기억하고 있지." 카가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곳에는 아직도 호흡가스 장치가 작동되고 있나?" "아마 그렇겠지." "그럼, 우선 전자장치를 보관하는 창고에 들러서 광물분석이를 가지고, 그 헛간으로 차를 몰고 와주게." "나는 틀림없이 놈의 사무실로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물론 간다. 그러나 그 전에 한 가지 처리할 일이 있다. 걱정하 지 말게. 당신을 궁지에 빠뜨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지금 은 잠자코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카는 엔진의 회전을 올리며 미로와 같은 비탈진 경사로를 빠져나 가 조니가 말한 방향으로 차를 몰아갔다. 그곳은 마지막 전투 이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수백 대의 비행기, 수천 대의 채굴기계, 여러 개의 작업장, 그리고 수백 개의 창고.... 이 회사가 조업을 시작한 이래 천 년 동안 사용되어온 것들이었다. 조니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저 모든 것들은 지구의 재 건에 유용하게 쓰여질 것이다. 채굴장마다 저장량이 비슷해서 지금 은 충분한 물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닥나고 말 것 이다. 이것들은 제조한 공장은 우주 저 너머에 있어서 현재상태로 는 대체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인류는 반드시 다른 우주의 별들과 관계를 맺고 교역해야 한 날이 올 것이다. 이것들은 사이클로별에 서 제조된 것이 아닐 것이다. 사이클로인은 다른 종족과 그들의 토 지를 착취해 왔으니까 기술까지도 훔쳤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막강한 힘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들이 만들어낸 텔레포테이션 기술 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텔 레포테이션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다. 반드시 해낼 것이다. 끝장 을 내주겠다. 그들은 낡은 헛간 앞에 차를 세웠다. 앵거스가 광물분석기를 가 지고 그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조니는 호흡가스 순환기를 조작했 다. 그는 자신의 공기마스크를 점검하고 문을 닫았다. 그들은 카에 게 호흡마스크를 벗으라고 말했다. 카는 한동안 내키지 않는 듯했으나 검은 걸레를 집어서 문의 감 시창을 막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보였다. 조니와 앵거스는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카에게 머리를 광물분석 플레이트 위에 올려놓으라고 말했다. 카는 그대로 했으 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고 투덜거렸다. 호박색 눈으로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는 그 기계가 조니에게 사용되었던 것을 기억해내고는 조니처럼 머리를 심하게 다친 적은 없다고 말했 다. 카를 조용히 시킨 다음 두 사람은 기계를 작동시켰다. 앵거스는 이미 이 기계를 조작하는 데 숙련되어 있어서 능숙하게 심도와 초 점을 맞추었다. 그들은 카의 머리를 플레이트의 모든 방향으로 돌 려가며 철저히 조사했다. 조사는 삼십오 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땀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은 카를 플레이트에서 해방시켜주었다. 조니는 일어나서 목을 주무르며 등줄기를 펴는 카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성장과장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겠나?" 카는 혹시 미친 것이 아니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질문에 대 답했다. 카는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문 쪽을 살펴보고, 주머니에서 장치 를 끄집어내 감시창 근처에 그것을 밀어붙였다. 그 장치에는 조그 만 전구가 달려 있어서 바깥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앵거스는 외부 와 연결된 통신장치를 찾아내 스위치를 끊었다. "나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잠깐, 카." 조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진지하게 말해달라구. 우리들은 옛날 이야기를 들으려는 게 아 니라 진실을 알고 싶다네." 카는 불쾌한 듯이 깊이 한숨을 쉬고는 작은 카방고 병을 꺼내서 한모금 마셨다. 벽에 기대고 앉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나는 유복한 가정에 태어났다. 어버지의 이름은 카였다. 우리 집안은 매우 자랑스러운 가문이었다. 아버지의 첫부인이 출산을 했 다. 보통 사이클로이은 네 쌍둥이인데 때로는 다섯 쌍둥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여섯 쌍둥이였다. 쌍둥이 수가 많을 때는 그 중 하나 는 난쟁이인 경우가 많다. 자궁에 충분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들 한다. 어쨌든 나는 여섯번째로 태어난 난쟁이였다. 난쟁이가 태 어나면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사이클로인들에겐 일반적인 관습이엇 다. 다행히 한 노예가 나를 데려가 길렀다. 그 노예는 지하 혁명조 직의 일원이었다. 제국 수도의 지하에는 수마일이나 이어지는 폐갱 이 미로처럼 뻗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자라났다. 광산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그러한 성장과정 때문일 것이다. 그 노예들 은 바르판 종족이엇다. 그들은 푸른빛을 띤 무척 기묘한 모습이었 으나 호흡가스를 마실 수 있었다. 사이클로별의 대기 말이다. 호흡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폭탄을 설치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나 같은 사이클로 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키워주고, 자신들을 위해서 도 둑질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나는 몸이 작아서 비좁은 장소도 날쌔 게 드나들 수 있었다." 카는 잠시 숨을 돌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사이클로인으로서는 아직 어린 여덟 살쯤 되었을 때, 이 그룹 속에 제국 수사요원 제이트가 잠입했다. 놈은 선동자였다. 커다란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겼다가 체포하려는 속셈이었다. 제국 수사 국은 그런 식으로 지하조직을 검거했다. 나는 몸이 작았기 때문에 낡은 환기 구멍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 후 굶주린 배를 움켜 쥐고 정처없이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식료품점 의 뒤창을 눈독 들이게 됐다. 그것은 아주 작아서 보통 사이클로인 같으면 빠져나갈 수 없으니까 철봉을 끼워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 곳으로 숨어들었다가 경보장치에 걸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훗 날 경보장치에 대해서 완전히 습득할 수 있었다." 카는 한숨 돌리고는 카방고를 조금씩 홀짝거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털어놓으면서 무거운 짐을 벗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쨌든," 카는 계속했다.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를 선고받았지, 그때 세 줄의 전과자 낙인 과 제국 광산에서의 백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불과 열덟 살밖에 안 된나는 그곳에서 중죄인들과 함께 중노동을 하게 되었다. 내게 맞 는 족쇄가 없었으므로 그들은 나를 그냥 뛰어다니게 내버려두었다. 그래서 나의 복사뼈에는 족쇄자국이 없었던 거야. 덕분에 장화를 벗을 때도 남의 시선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지. 하하하! 나는 마음 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지. 고참 죄수들은 나에게 비합법적인 메시 지를 은밀하게 전하도록 심부름을 시켰다. 나는 쇠사슬에 묶인 녀 석들과 독방의 죄수들 사이를 마음대로 왔다갔다할 수 있었어. 그 들에게서 온간 범죄수법을 알아낼 수 있었지. 내가 열다섯 살 때 광산에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많은 간수들이 죽어갔다. 그 틈에 족 쇄가 없었던 나는 간단히 도망칠 수 있었다. 이미 나는 범죄에 관 해서는 거의 프로급이 되어 있었다. 선배들 덕분이었다. 작은 창이 나 구멍으로 기어들어가고 나올 수가 있었다. 그때 돈을 왕창 벌었 다. 위조 신분증명서를 사들였고, 인터개랙틱 광산회사 인사과의 사무원을 매수해서 광산노동자로 고용되었다. 나는 비좁은 곳을 마 음대로 드나들 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후 여러 혹성을 떠돌면 서 지금까지 이십요 년 동안 이럭저럭 지내왔다. 나는 지금 마흔한 살이다. 사이클로인의 평균수명은 백아흔 살이니까. 앞으로 백사십 구 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까 현재의 문제는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그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하하하!" "수고했다." 조니가 말했다. "당신은 타르에게 무슨 약점을 잡혔나?" "그 원숭이에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전에는 있었지만 이젠 아무것도 없다. 꼴 좋다. 나쁜 놈 같으니라구." "당신은 수학교육을 받았는가?" "못 받았다. 수학은 전혀 모른다. 나는 단순한 현장기술자에 지 나지 않는다. 교육은 전혀 못 받았다. 경험뿐이다.... 범죄경험은 물론이고...." "당신도 잔혹한 행위를 좋아하는가?" 난쟁이 사이클로인은 갑자기 풀이 죽었다. 그는 부끄러운하는 것 처럼 보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말은 생전 처음 하는데. 나는 잔혹행 위를 좋아하고,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척할 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를 비정상적이라고 놀릴 테니까. 그러나....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기는 괴롭지만...." 카는 용기를 냈다. "말해주게, 조니, 나에게 이 기계를 사용한 까닭이 뭐지?" 앵거스와 조니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 사이클로인의 머리속에 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조니는 이 중요한 자료를 누설할 생각은 없었다. 카는 사이클로인의 머릿속에 장치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마 그런 사실을 아록 있는 사이클로인 도 극소소일 것이었다. "당신의 뇌구조는 다른 사이클로인과는 전혀 다르다. 당신은 완 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카는 깜짝 놀랐다. "그것이 정말인가? 그렇구나, 역시, 어딘가 다르다는 것은 전부 터 느끼고 있었다." 카는 생각에 잠겼다. "사이클로인들은 나를 싫어하고 있다. 나도 그들을 좋아하지 않 는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이제 알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조니와 앵거스는 테스트 겨로가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들이 탐색하고 있는 것이 텔레포테이션의 비밀이라는 것을 알았 을 때, 카가 조니 일행을 습격하거나 자살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들이 장비를 모두 긁어모았을 때, 경보램프가 번쩍였다. 문밖 에 누군가 있다는 신호였다. (8) 카는 호흡마스크를 쓰고 발소리를 죽여가며 경보장치 쪽으로 다 가가 한손으로 그것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문을 활짝 열었 다. 그러자 호흡가스의 물결이 방 밖으로 뿜어져나갔다. 밖에는 랄 스가 서 있었는데, 마침 문에 도청장치를 붙이려 하고 있었다. 그 는 공기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호흡가스의 분류가 랄스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렸다. 랄스는 가스를 들이마신 것이 틀림없었다. 목을 졸린 사람처럼 몸부림을 쳐댔다. 얼굴이 창 백해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면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다. 조니와 앵거스는 그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서둘러 공기가 있는 곳으로 데 리고 갔다. 앵거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금속판을 흔들어 그에게 바람을 일으켜주었다. 랄스의 얼굴에 서서히 생기가 되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그의 첫말은 이랬다. "당신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화가 잔뜩 난 듯한 말투였다. "이보게, 젊은이." 앵거스가 달래듯히 말했다. "자네의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그런 말투를 쓰면 되겠나?" 랄스는 양미간을 찌푸리면서 조니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 라보고 있었다. 카가 지상차 옆에서 철제 틀을 짤그락거리며 말했다. "자아, 모두 괜찮다. 틀은 완벽하게 짜여졌고, 금속엔 아무 결함 도 없다. 이제 들어맞는지 안 맞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가세." 그들은 서둘러 차에 올라타고는 사라져갔다. 랄스는 그곳에 우뚝 선 채 기묘한 표정으로 조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녀석은 나를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을까?" 조니가 카에게 물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저녀석은 정상이 아니니까. 이상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피터라던가 히틀러라던가 하는 인물이 자기네 역사상 최고의 군사지도자였다고 하더군. 당신이 십 초만 입다물고 있으면 저녀석은 당장 당신을 포섭하려 들 거야. 마치 기독교도들 같다니까. 종교라는 것이 특별히 나쁠 것은 없지만, 저 녀석이 말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야. 틀림없이 타르가 녀석의 머리 를 돌게 만들었을 거야." "하지만 어째서 내 얼굴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조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천적으로 의심이 많은 것이겠지." 카가 별것도 아닐 걸 가지고 고민할 게 무 있느냐는 투로 말했 다. "조니, 나는 당신들과 만나서 기분이 매우 좋다구. 내가 다른 놈 들과 다르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그들은 타르의 사무실이 있는 본부건물의 맨 꼭대기층 바로 밑에 서 차를 정지시켰다. 차에서 철제 틀을 꺼내들고 경사로를 지나 입 구를 향해 올라갔다. 안으로 들아가려고 하자 앵거스가 제지했다. "타르는 왜 이 방을 자기 손으로 수리하지 않는 거지?" 카가 소리내어 웃었다. "조니가 이곳을 떠날 때, 그는 여기에 폭탄장치가 되어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타르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가리켰다. "만일 사이클로인이 숙소구역을 나올 수만 있다면, 당장 이곳으 로 몰려와서 작업하는 그녀석을 죽이려 들 것이다. 타르는 그들이 자우로워지면 틀림없이 자기를 죽일 거라고 믿고 있다. 놈은 내내 미움을 받고 있으니까." 조니는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문의 열쇠에 손을 얹었다. "이 방의 도청마이크는 제거했나? 폭탄이 장치된 것은 아니겠 지?" "하하하!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이 방을 모조리 분해해 봤다구."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 철제 틀을 내려놓았다. 그 방은 엉망진창 으로 부서져 있었다. 와이어는 뿝혀져 있었고, 바닥에 나뒹구는 낡 은 호흡가스 순환기의 부품들, 뒤집혀진 책상과 의자, 사방으로 내 던져진 서류들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조니는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입구 왼쪽으로는 잠겨진 캐비닛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 다. "이 속을 조사해보았나?" "열쇠가 없다. 보안부장은 치밀하잖은가." 조니는 앵거스를 시켜 보초를 찾아오게 했다. 이 건물은 아직도 훈련생이 보초임무를 맡고 있었다. 앵거스가 보초를 데려오자 커다 란 권하능르 부여받은 카는 조니가 시키는 대로 보초에게 차크를 불러오라고 했다. 그 사이에 와이어, 서류, 쓰레기들을 분류하였 다. 얼마 뒤, 세 명의 보초가 차크를 데리고 왔다. 옛날의 스마트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목테에는 세 줄의 쇠사슬이 달려 있었고, 보초가 그 끝을 잡고 있었다. 털가죽은 꾸깃꾸깃 구 겨져 있었으며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었고, 손은 시커멓게 때가 끼 어 있었다. 천쪼가리를 어깨에 감고 있을 뿐, 아무것도 입지 않았 다. "열쇠는 어딨지?" 카는 조니가 속삭이는 대로 물었다. "열쇠, 열쇠, 열쇠! 모두들 열쇠를 갖고 싶어하는군요>" 차크의 말은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 혀를 치는 소리, 쉭쉭 숨쉬 는 소리 따위로 종종 중단되었다. "타르는 우리 모두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순종하지 않는다 고 내 인생을 파멸시켜버렸다구요. 그것도 부족해서 나를 쇠사슬에 묶어 끌고 돌아다니게 하는데, 그 이유가 오로지 열쇠가 어디 있는 지 알아내기 위새서라니까. 타르가 이 싸움을 시작한 이래 누구나 입만 벌리면 열쇠를 찾고 있어요. 열쇠, 열쇠 하고 말예요. 내가 회사에서 맡은 일은...." 조니는 카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카는 그 말을 받아 다 시 속삭였다. "당신은 폭동을 일으킬 생각인가?" 그러나 조니가 윽박지를 것을 재촉했으므로 카는 커다란 목소리 로 차크에게 말했다. "시끄러워! 타르가 너희 모두를 죽이려 했다고 해서 우리들을 이 난할 이유는 없단 말이다." 차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스크 속의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움직일 줄 몰랐다. 호흡밸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조니는 다시 카에게 속삭였고, 카는 차크에게 전했다.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놈이 이곳에 돌아와서 본부구역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열쇠가 없으면 너를 잡어먹 으려 들 것이다." 그녀의 심장근육이 실루거렸다. 호흡마스크의 밸브가 한참 동안 멎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르가 이곳으로 온다구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죽 작았으므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우리들이 이곳을 수리하겠는가. 캐비닛 열쇠는 어디에 있나?" 차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타르는 누구에게도 그 열쇠를 주지 않았다구요. 아마 잃어버렸 을 거예요." 그녀는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다. "좋다. 차크를 데려가라." 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훈련생들이 그녀를 끌고 나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랄스가 나타났다. 그는 문턱을 밟고 서섯 소리쳤다.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야?" "배선반을 찾고 있다." 카는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모든 것이 쇼트되어 있던 말이다." 주위에 호흡가스 보틀이 흩어져 있었다. 조니는 등 뒤로 손을 뻗 어서 그 중 하나의 마개를 열었다. 앵거스, 카, 그리고 조니는 마 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카는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한웅큼 끄집어내더니 랄스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떻게 된 건가, 이 작업은? 나는 좀더 많은 틀별보너스를 요구 하겠다. 이런 위헙한 일은 딱 질색이다. 보라구, 이것이 첫번째 배 선반 안에 있었단 말야." 랄스는 카가 쥐어준 것들을 라바보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 다. 세 개의 폭약이었다. 하나는 방사능탄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 렇지 않았다. 또 하나는 구부러진 시한되관으로 작은 발파구멍에 넣고 사용하는 것이었다. 가장 큰 것은 가단성 화합폭발물의 파편 이었다. "누군가 이곳에 침입해던 모양이다." 카가 랄스를 바로보며 말했다. "앞으로는 문에 자물쇠를 채워둘 것을 요구한다. 우리들 외에 누 구도 출입해서는 안된다. 특히 당신은 몇 마일쯤 떨어져 있었으면 앟다. 사고라고 당해서 죽으면 우리들 잘못이라고 누명을 쒸우려 들 테니까. 당신이 일하는 방법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록 있다." 랄스는 호흡가스통에서 새어나오는 가스 때문에 다시 기침을 하 기 지작했다. "알겠는가?" 카가 말했다. "이곳에 있는 파이프는 아직 호흡가스로 가득 차 있어서 그게 새 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랄스는 심하게 기침을 해대면서 복도 쪽으로 뒷걸음을 쳤다. "이것은 위험한 것들인가?" "가지고 가서 당신의 상관한테 물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알았 나? 두번 다시 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란 말이다. 다시 나타난 다면, 당신이 천천히 하라는 명령을 내려서 작업을 지연시키는 중 이라고 보고하겠다. 빨라 나가.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여기서 당 신의 얼굴을 또 보게 된다면 다른 기술자를 찾아내야 할 거야. 알 았어? 그땐 이 작업을 그만둘 테니까." 랄스는 아직도 조니를 이상한 눈치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삼 층 밑의 숙소에서 분노에 찬 아우성소리가 들려왔다. 랄스는 황급 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랄스에게 준 것을 정말 여기서 찾아냈는가?" 앵거스가 카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있나." 카는 웃으며 말했다. "문을 전부 닫고, 자물쇠를 채우고, 빗장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일에 착수하자. 타르는 당분간 이 건물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그놈이 폭탄 때문에 날아가는지 시험해볼 것이다. 폭 탄이 장치되었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을 테니까." 그는 멀리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확실하게 폭동을 일으킨 것 같은데, 조니. 우리 안의 타 르도 저 소리들을 똑똑히 듣고 있겠지. 타크가 동료들에게 당신이 했던 얘기를 전한 게 틀림없다." 조니는 다른 문제도 빗장을 지르고 자물쇠를 채운 다음, 앵거스 를 보며 몸짓으로 캐비닛을 가리켰다. 앵거스는 캐비닛을 열기 위 해 도구상자를 들고 가서 작업을 시작했다. 드를은 드디어 일을 시 작했다. 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20 부 비티, 너는 언제나 훌륭한 수행원이었어 (1) 그들은 미세한 부분도 감지해낼 수 있는 감시장치를 방안에 설치 하고 있었다. 그 작업은 비록 머리가 이상해졌다고는 하나 치밀한 보안부장 타르가 찾아내지 못하도록 신중을 기해야 했다. 잘만 되 면 텔레포테이션 기술을 손에 넣는 것도 물론, 비디오 레코더를 전 송하여 회수한다면 사이클로별의 동정까지도 모두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우주의 다른 종족이 어디에 있으며, 그들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별 들이나 우주 전체와 교섭하고, 지구를 방위할 수 있을 것이었다. 플랫폼 옆에 있는 제어탁자가 불에 타버렸기 때문에, 타르는 그 것을 사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만 했다. 조니 일행은 타르의 어깨 너머로 그가 읽는 서적, 그가 하는 계산을 똑똑히 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모든 부품, 그가 배선하는 모든 코드를 정확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무실 안에 있는 작업대를 고정시켜야 했 다. 타르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감시장치가 있는지 조사할 것이 틀 림없었다. 일을 끝낸 후에도 반드시 조사할 것이었다. 만일 감시당 한다고 느낀다면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텔레포테이션 기술을 다른 종족에게 도난당한다면 그는 자살할 것이 분명했다. 죽은 사 이클로인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두 개의 물체가 타르의 두뇌에도 설 치되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제야 엥거스도 왜 타르를 살려두었는지, 왜 전투기들을 동원해 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버리려 하지 않 았는지 알게 되었다. 상황은 매우 복잡했다.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만 했다. 앵거스는 조니가 이번 계획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 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고 성공했을 경우 그 성과는 엄청난 것 이었다. 베일에 싸인 텔레포테이션 기술을 빼내는 것이었다. 지구 의 운명이 이번 작전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었다. 이토록 엄청난 일 을 수행하면서도 냉정하고 치밀하게 일을 진행해나가는 조니의 태 도에 엥거스는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확고한 신념으로 끈질기게 진행시켜 나가는 추진력, 자신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앵거스는 캐비닛 자물쇠에서 눈을 떼었다. 만약 조니가 발견된다 면 이곳 사람들이나 타르는 즉각 그를 죽여버릴 것이었다. 로버트 경은 조니의 이번 계획을 무모하기 짝이 없는 난폭한 모험이라고 반대했지만, 앵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작전 중 가장 위대한 작전이었다. 조니는 캐비닛을 열었다. 그 안에는 보안부장에게 필요하다고 생 각되는 온갖 소도구, 서류, 기록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텔레포 테이션 기술에 관련된 자료들과 그 난해한 수학에 대한 극비자료를 찾았으나, 그 건에 관해서는 극히 일반적인 문헌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미있는 자료 를 찾아냈다. 그것은 지구에 남겨진 모든 광물자원 리스트였다. 회사는 수백 년 동안이나 광물자원을 조사하고 있지 않았다. 최초의 조사결과만 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타르는 개인적으로 조사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니 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띄었다. 지구에는 열여석 개의 금광맥이 있었다. 조니 일행이 채굴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금광맥이 안데스 산맥과 히말라야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들은 로키 산맥만 큼 기지엣 가깝지 않았고, 채굴작업을 하기엔 너무 방대한 규모라 서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그 광맥들 옆에는 우라늄이 매장 돼 있었다. 조니가 우리에 갇혀 있을 무렵, 보안에 이용되던 무인정찰기는 본래 광물탐사를 위한 것이었다. 회사는 세미코어 채굴법으로 거의 용해된 핵까지 파들어갈 수 있었으나, 현재의 광산으로 만족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둔 것이었다. 타르는 이러한 기록들을 개인적 인 목적을 위해서 작성했을 뿐, 회사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지구에 는 아직도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앵거스가 이번 작전에서 가장 필요한 타르의 비밀장치를 찾아냈 다. 감시장치 탐지기였다. 안테나가 달린 장방형 장자로, 안테나 끝에 접시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것에는 온갖 주파수를 위한 스위치, 그리고 램프와 부저가 달려 있었다. 조니는 전자공학 작업 장에서 습득한 지식으로 이 탐지기의 전파는 납이나 납합금은 통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감시장치도 납은 통 과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납으로 싸두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 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감시장치의 스위치를 손질하는 것이었 다. 조니는 전자공학 부품창고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져왔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카는 그 부근 일대를 수색하며 감시장치의 설치여부 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우선 작업장을 골랐다. 전에 차크가 사용하던 응접실이 적당했다. 작업공간도 충분했고, 커다란 문은 완성된 제어탁자를 반출하기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조니는 책상에 앉아서 감시장 치 탐지기를 손질하기 시작했고, 다른 두 명은 금속판으로 작업대 를 만들어, 그것을 바닥에 용접하고 장갑처리로 마무리했다. 바닥 에 부착된 책상은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떼어낼 수 없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걸상을 찾아서 그 앞에 놓았다. 사용의 편리성, 외견상의 느낌, 마무리 작업은 나무랄 데가 없었 다. 조니는 그 책상으로 가서 작업을 계속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보통 리모컨으로 사용되는 마이크 로 송신장치를 이용하여 탐지기의 모든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탐지 기 속의 원격조정 계전기에서 전파가 발신되도록 했다. 모든 계전기들은 조그만 분자 스프레이로 접착되어 있어서 현미 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그것을 제위치 에 정확하게 접착하는 일이었다. 너무나 미세해서 스프레이의 분사 력에 의해 날아가버릴 우려가 있었다. 조니는 심혈을 기울여 접착 작업을 끝냈다. 접착부분은 아무리 좋은 시력이라도 식별해내지 못 할 만큼 정교했다. 조니는 탐지기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전파검 출 장치를 놓아두고, 차례로 스위치를 넣어 시험해보았다. 검출기 의 파형이 정확하게 반응했다. 다음 부분도 까다로웠다. 그것은 비행기의 카메라 광도조절관에 서 따온 셔터를 조작하는 일이었다. 초소형 마이크로 장치가 되어 있어서 동심원 모양의 결합부분을 전개에서 폐쇄까지 바꾼 다음, 빛이 통과하는 통로의 크기를 자동조절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미묘한 장치를 분해하여, 그 결합부분마다 납을 분자 두께로 뿌리 고 다시 재조립했다. 조립이 끝나자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연 속사용에 견딜수 있는지 점검했다. 그런 일은 앵거스의 특기였다. 이번에는 열다섯 개의 수축링을 조리개 주위에 놓고, 그 안에 마 이크로 버튼을 설치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수축링들을 하나 하나 철저하게 테스트했다. 탐지기의 스위치를 넣자 조리개가 닫혔 다. 스위치를 끊자 조리개가 열렸다. 탐지기는 작동스위치를 넣는 것과 함께 납도금한 조리개가 닫히면서 감시장치를 납커버로 덮어 탐지를 불가능하게 했다. 물론 비밀 감시장치를 탐지하지 않을 때 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보거나 듣는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놓았 다. 작동은 하지만 탐지는 못하는 탐지기와 감시장치 앞에 설치할 열다섯 개의 조리개가 완성되었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비품창고를 철저 하게 탐색하여 본부구역의 모든 감시장치 탐지기와 탐지기를 제작 하는데 필요한 부품들을 찾아냈다. 그것들을 상자 속에 집어넣고 차에 실었다. 다른 지역으로 반출시킬 계획이었다. 작업이 일단락 되자 뒷정리를 하고, 제작한 물건을 챙겨넣었다.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직 할 일은 많았으나 지금 당장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작업을 중단했다. 조니와 앵거스는 사관학교에서 다른 훈련생들과 빈번하게 마추치 다간 자칫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아래층에 있 는 챠가 사용했던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카는 자상차를 타고 사관 학교로 돌아가 먹을 것과 작업복을 가져오기로 했다. 더넬딘은 이 미 사관학교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조니는 그에게 전하고 싶은 사 이클로인들에 대한 정보를 챠의 타자기로 다음과 같이 쳤다. 만사 순조롭게 끝남, 사흘 뒤에 현재 본부구역의 감옥에 수용되 어 있는 서른세 명에 대한 사이클로별로의 전송준비를 하기 바람. 행선지는 콘월이라고 신고할 것. 해상에서 추락했다고 보고하라. 의사에게 인계해줄 것. 반드시 사흘 뒤에 하라. 그들은 이곳을 떠 나고 싶어서 소동을 벌이고 있을 테니까 당신이 작전을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이 편지는 먹어치우기 바람. 이 편지는 꼭 전해주겠다며 카는 떠나갔다. 조니와 앵거스는 일 이 무사히 끝난 것에 안심하고, 피로를 풀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극복해내야 할 일들이 태산같 이 남아 있었다. (2) 조니는 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챠의 침대는 십이 피 트나 됐으므로 아무래도 편안하지 않았다. 휑뎅그랭하고 소리가 크 게 울리는 건물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늦어지는 카가 신경에 거슬린 조니는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이클로별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길 때, 챠는 가지고 갈 생각 이 없는 것들은 내팽개쳐두었었다. 그 중 하나가 사이클로 어린이 들이 읽는 '사이클로 역사'였다. 챠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일 것이 다. 그 곳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챠의 책. 누가 이 책을 훔쳐가거든 돌려다오. 아니면 할퀴어버 리겠다.' 이미 챠는 누구도 할퀼 수 없었다. 그는 타르의 칼에 찔려 죽어 버렸다. 그것도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다. 카는 전에 지하광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고, 조니는 사이클 로별의 수도와 그 주변 일대가 깊은 폐갱과 갱도의 미로로 되어 있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삼십만 년 전에 사이클로인은 지표의 광맥을 모조리 파냈기 때문 에 세미코어 기술을 개발했다. 팔십삼 마일 깊이의 수갱들이 있었 는데, 그 중에는 용해된 핵 속에 반마일이나 들어간 것도 있었다. 이들 채굴장은 얼마나 무더웠을까. 그곳에서는 도무지 작업할 수 없기 때문에 기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미로는 넓은 지역에 펼쳐 져 있어서 이따금 지표에 있는 건물의 지반이 내려앉곤 했다. 그가 마침 '광물기근을 종식시킨 제1차 혹성전쟁'에 대해서 읽고 있을 때, 카가 돌아왔다. 카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넬딘이 체포됐다." 카의 얘기에 의하면, 더넬딘은 마침 일몰시에 도착하여 숙소와 먹을 것을 찾으러 간 모양이었다. 그가 식당을 찾아내서 식사를 끝 내고 나오려는데, 원숭이가죽 옷을 입고 탄약대를 찬 두 명의 사나 이가 건물 뒤에서 뛰쳐나와 그를 체포했다고 했다. 그들은 더넬딘을 랄스가 운전하는 지상주행차에 태워 폐허에 있 는 커다란 의사당으로 연행했다. 현란하게 색칠된 커다란 둥근 지 붕이 있는 건물이었다. 더넬딘을 법정에 밀어넣은 다음, 상급 지구 시장 브라운 린퍼 스태퍼는 그를 수많은 범죄, 가령 평의회의 프로 젝트 방해와 전쟁음모죄 등의 범죄를 덮어씌워 고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니의 어릴 때 친구인 브라운 린퍼는 돌연 그를 가리키면 서 소리쳤다. "이녀석은 타일러가 아닌데!" 상급 지구시장은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이번 일로 스코틀 랜드가 아메리카에 대해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받 은 후, 그를 석방했다. "즉,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카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석들은 당신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 엄중히 감시하고 있 었다는 얘기야. 위험하니까 서둘러 일을 끝내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겠어." 조니와 앵거스는 얘기를 들으면서 카가 가져온 음식을 조금 먹 고, 방으로 돌아가 네 시간 가량 수면을 취했다. 그들은 새벽에 일어나 서둘러 작업을 재개하였다. 카메라 광도조 절기와 영상전송기를 탐지기에 발각되지 않도록 설치하는 일이었 다. 우선 그들은 납유리 돔에 탄환자국처럼 보이도록 구멍을 팠다. 블라인드가 닫혀도 카메라 광도조절기가 가려지지 않도록 위층 돔 의 천정부분이 선택되었다. 그곳은 측면보다 훨씬 짙은 색깔로 되 어 있어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해독기는 상당히 높은 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탄환자국 주위에는 가느다란 잔금을 내서, 마치 밖으로부터 날아온 탄환에 의해 생긴 자국처럼 보이게 했다. 만일을 위해서 다른 돔 전체에 흔히 보여지 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해독기와 전송기를 그 구멍 속에 묻었다. 그 탄환구멍을 한쪽에서만 보이도록 기포막으로 처리하여 수리해 두었다. 그 수리한 부분은 매우 서툴고 엉성하게 보였다. 각 해독 기의 광도조절기는 두 개의 작업실로 향해져 있었다. "놈은 이것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카가 히죽이 웃었다. "호흡가스가 새서 공기라도 들어오면 큰일이니까." 돔에 해독기를 전부 절치했을 때는 이미 오후가 되어 있었다. 그 것을 탐지기와 수신기로 일단 테스트해보았다. 탐지기의 스위치가 켜지자 납조리개가 닫혀 탐지가 불가능하게 됐고, 탐지가 끊어지자 다시 해독을 시작했다. 완벽했다. 모든 점검을 마친 후 점심식사를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 녀니까 밖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카가 문의 빗장을 열었다. 랄스 가 서 있었다. 랄스는 호흡가스 한 줄기를 쏘이자 뒷걸음을 치면 서, 할 얘기가 있으니 밖으로 나오라고 카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자꾸 일을 방해하는 거지?" 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당신 참 배짱 한번 좋구먼 그래." 랄스는 분노로 몸을 떨며 말했다. "당신이 준 그 잡동사니에는 방사능 먼지가 묻어 있었어. 덕택에 큰일날 뻔했다구. 오늘 아침에 그것을 타르에게 보였다. 그것을 그 의 호흡마스크 옆에 가져갔을 때, 하마터면 폭발을 일으킬 뻔했단 말이야. 당신도 알고 있었지. 타르는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화냈다 구." "알았다, 알았어. 이곳에 대량의 호흡가스를 넣을 때는 그런 것 들은 모두 제거하고 깨끗이 해놓겠네." "그것은 분명히 방사능 탄환이었어." "알았다니까." 랄스의 외침에 카도 소리를 높여 맞받았다. "그것은 돔을 관통하여 들어온 것들이라구. 우리들이 그것들을 전부 찾아낼 테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라구." "나를 벼랑에 몰아세우려고 계획한 짓이지." "이제 알았다고 말했잖아. 하여간 이곳에는 가까이 오지 말라구. 그것은 인간의 뼈도 썩게 만드는 거야. 당신도 알고 있잖아." 그것을 모그로 있던 랄스는 뒷걸음을 치면서 떠나갔다. 카가 방으로 돌아와 빗장을 질렀을 때, 앵거스가 말했다. "정말로 방사능 탄환이었나?" 카는 웃고 나서 마스크 속으로 점착성 음식을 집어넣었다. 조니 는 감탄하면서 보고 있었다. 카는 조니가 알고 있는 한 마스크를 쓴 채 카방고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사이클로인이었는데, 지금은 음식을 먹으면서 얘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것 프리터야. 햇빛을 쬐면 푸른 불꽃이 튀는 화합물이다. 탄 환에 약간 묻혀 두었지. 해롭진 않다. 아이들 장난감이니까." 카는 그렇게 말하고 크게 웃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들은 탄환자국을 설명해야 될 거야. 그래서 탄환을 몇 개 발견한 것처럼 한 거야. 그런데 그 타르는.... 놈은 너무 영리한 나머지 오히려 아주 바보가 되어버리거든." 그 말을 듣고 조니와 앵거스는 웃었다. 랄스가 그것을 내민 순 간, 불꽃을 보았을 때의 타르를 상상했던 것이다. 전세계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망상 때문에 우리 뒷벽을 절반쯤 부수고 도 망갔을 정도로 깜짝 놀랐을 것이다. 자신의 호흡마스크에서 새어나 온 숨결이 우라늄을 발화시켰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그들은 다시 배관공사에 착수했다. 망치와 드릴 소리가 작업장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납조리개를 붙인 해독기를 방을 둘러싼 송기관의 취입구와 배출구 속에 설치하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환기구 안쪽의 깊은 곳에서는 작업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였다. 송기관 수리만으로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었다. 카는 난쟁이였지만 강철판을 마치 떡 주무르듯이 다룰 수 있었 다. 그는 환기구와 벽의 접합부분을 강철판을 사용해서 장갑용접으 로 마무리했다. 그들은 조리개의 작동을 확인한 뒤 그 안에 해독기를 설치하고, 송기관을 제위치레 놓은 다음 순환펌프를 회전시켰다. 날이 어두워 졌으나 작업은 계속되었다. 새벽 한시경이 되어서야 연속사용이 가 능한 순환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즉시 나머지 작업에 들어갔다. 모든 해독기의 발신기를 집중시켜서 혼신이 없도 록 열 다섯 개 주파수를 전부 다르게 해놓았다. 그것을 위해서 전 력공급 시스템을 오랜 시간 작동시켜야만 했다. 조니는 탐지기를 좀더 가공했다. 그 안에 리모컨 스위치를 붙여 서, 다중채널 공급박스를 접속시켰다. 탐지기가 작동되는 동안 무 선전파가 공중을 마구 날아다녀서는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이 작업 은 간단했다. 발신을 사관학교까지 전하는 것이 까다로웠으나 지표 파를 사용하므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 지표파는 공중파와는 달리 지표를 통해서만 전달되었다. 그것을 송신하는 안테나는 지표에 꽂힌 쇠막대기였고, 수신하는 안테나도 그것과 같은 쇠막대기였다.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검출될 위험든 없었다. 지구의 사이클로인들은 보통 지표파는 쓰지 않기 때문이었 다. 그 대신 무전기를 지표반응으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부품을 제 작해야만 했다. 앵거스와 카가 사관학교에 수신기와 녹화기를 설치하기 위해 차 를 출발시켰을 때는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들은 화장실 과 이용하지 않는 전화박스 안에, 그리고 예배당 제단 앞의 느슨한 타일밑에 각각 설치했다. 그사이에 조니는 반년 이상 사용할 수 있 는 파워 카트리지를 공급기에 삽입하고 방수포로 싸서 돔 밖의 땅 속에 묻었다. 마지막으로 지표안테나를 땅속에 박아넣고, 발각되지 않도록 잔디를 손질했다. 아직 세계는 어둠 속에 잠들어 있었다. 모든 작업을 끝낸 조니는 방으로 돌아와서 총점검을 했다. 납으로 처리한 모든 조리개들은 완벽하게 작동했고, 해독기의 전원도 문제가 없었다. 그 전원은 공 급기의 스위치에 연결돼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조니는 해독기를 작동시켰다. 그것은 사관학교에 있는 앵거스와 카에게 레코더의 스위치를 올리라는 신호였다. 조니는 책상과 제도 판의 위치를 정하여 용접한 후, 어떤 분자절단기라도 떼아내지 못 하도록 장갑처리를 해놓았다. 여덟시에 앵거스와 카가 흐뭇한 표정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문에 빗장을 지른 그들은 조니를 향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벽해요." 앵거스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부지런히 작업하는 것을 스크린으로 지켜보고 있었어요. 용접토치의 제조번호까지 읽을 수 있었다구요. 열다섯 개의 해독기 로 모든 장면을 스크린에 포착했어요. 자, 이것이 그 디스크랍니 다." 그것을 재생시켜보았다. 숫자뿐 아니라 재료 속의 입자까지도 선 명히 보이자 안심할 수 있었다. 앵거스가 조니의 어깨를 잡고 문 쪽을 가리켰다. "지금까지는 당신의 솜씨와 아이디어가 필요했지만, 타르를 끌어 들이는 것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니까 우리 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한시라고 빨리 이곳을 떠나십시오." 카는 조작된 탐지기를 제자리레 돌려놓고, 캐비닛 안을 본래대로 정리하면서 말했다. "이 일을 맡았을 때 나는 당신이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 행기에 연료를 가득 채워 대기시켜놓았다. 비행기는 격납고 맞은편 에 있다. 제조번호의 끝숫자는 93이다.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 다. 우리들이 아니라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사십오 분, 아니 넉넉히 한 시간이면 모든 일은 완벽하 게 끈납니다." 앵거스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당신은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이것은 로버트 경의 명령입 니다. 당신을 한시라도 빨리 출발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카는 캐비닛에 다시 자물쇠를 채우고 나서, 지렛대로 가장자리 쪽을 비틀어 열려고 하는데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는 시늉을 하며 조니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몸조심하게.' 조니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자아, 가세요." 앵거스와 카가 동시에 말했다. 조니는 작별을 고하고 자신의 짐을 가져오기 위해 챠의 방으로 통하는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오전 여덟시 이십삼분. 이미 예정보다 두 시간 가량 늦어 있었 다. (3) 브라운 린퍼가 타일러를 발견해낸 것은 새벽 다섯시경이었다. 나 흘전부터 잠도 못 이루고 식음을 전폐하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정 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모든 업무도 잊은 채 광폭한 눈빛으로 함전을 마무리하는 일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범죄는 처벌되어야만 한다. 악인은 규탄받아야만 한다. 국가의 안전과 질서는 어느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에 관한 모든 서적과 충고는 그에게 단 하나의 생각만을 심어놓고 있었다. 타일 러를 체포하라. 그가 '이겼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새벽 세시에 무인정찰 기에서 전송돼 온 사진으 집어들었을 때였다. 브라운 린퍼는 그런 류의 기계는 딱 질색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 을 때는 그것을 주먹으로 치기까지 했다. 왜 이런 고통을 나 혼자서 감당해야만 하는가. 브라운 린퍼는 마 치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느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끊어오 르는 복수심은 스코틀랜드 상공의 무인정찰기로부터 전송되어 오는 사진들을 계속 주목하게 했다. 마침내 그는 전송사진에서 타일러를 발견했다. 조니는 모닥불 옆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이랜드에서나 추 는 그 바보스러운 춤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소리는 들리지 않았 지만 그 역겨운 백파이프 소리가 귓전을 울려대는 것 같아서 린퍼 는 진저리르 쳐댔다. 틀림없다. 사냥셔츠에 사슴가죽 바지, 저것은 타일러다! 그는 사 이클로 숫자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디스크를 리바인드해서 그 영상을 다시 녹화스크린에 나타나게 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소 비했다. 겨우 찾아낸 영상을 스크린에 확대했다. 아, 아니다. 저럴 수가. 저것은 타일러가 아니다. 확대된 영상을 본 순간 타일러라면 저런 식으로 춤을 추거나 손을 흔들어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타일러를 마지막 본 것은 본부구역이었는데.... 그때 그는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고, 오른팔은 전혀 못 쓰지 않았는가. 새벽 네시 사십분에 빅토리아 호수 근처의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다른 무인정찰기로부터 영상이 들어왔다. 호수에 돌을 던지고 있는 한 사나이가 보였다. 사냥셔츠, 황금빛 머리칼과 수명, 타일러다! 아니다, 저것도 타일러가 아니다. 스크린에 비친 사나이는 오른손 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고, 오른발을 절름거리지도 않았다. 화가 모리끝까지 솟구친 나머지 그 사진을 바닥에 내동댕이쳤을 때, 난데없이 랄스 소랜슨이 뛰어들어왔다. 브라운 린퍼는 좋은 소 식만 보고하도록 명령해놓았었다. 뛰어난 랄스가 얘기를 시작하기 도 전에 흥분한 린퍼는 짓밞고 있던 사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타일러가 둘이나 있으니. 어떻게 그 렇게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느냔 말야." "그것을 말씀드리려고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랄스는 숨을 헐떡거리며 외쳐댔다. "타일러와 비슷하게 생긴 스코틀랜드인이 셋이나 있습니다. 모두 가짜들입니다. 타르가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녀석은 오랫동안 목고리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목에 상처자국 이 남아 있답니다. 스톰아롱이 왜 목에 스카프를 감고 있었는지 이 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바 로 오분 전,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상처자국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어요. 타일러는 지금 스통아롱으로 변장하고 본부건물 안에 있습니다." 브라운 린퍼는 뛸 듯이 기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왔다. 타르가 그에게 선견지명이라는 것을 교육시켰기 때문 에 이 순간을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틀 전에 그는 스니 스 장군과 계약을 맺었다. 한 명당 하루에 백 크레디트는 비싼 급 여였지만, 스니스라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브라운 린퍼의 요청을 받은 두 명의 코만도가 트럭을 타고 고지 의 목초지 마을로 향했다. 마을사람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이동하라 는 명령을 받고 황급히 산 반대쪽에 있는 외딴 마을로 옮겨졌다. 타일러가 옛날에 그들을 위해 마련해준 장소였다. 브라운 린퍼는 낡은 지뢰를 처리하기 위해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까마득한 옛날에 묻어놓은 거라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고 하면 겁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브라운 린퍼가 짜낸 이번 작전의 핵심은 지뢰였다. 그 계획은 이미 점검까지 끝나 있었다. 타일러의 옛날 집에 수류탄과 뇌관을 장치해놓았다. 폭파전문 브리 칸트는 문을 열려고만 해도 산산조각이 날 거라고 보증했다. 작전 이 성공했을 경우, 타일러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을 찾아갔 다가 오래전에 묻혀 있던 지뢰의 폭발로 사망했다고 발표하기고 되 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브라운 린퍼는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이나 분노로부터 피하려 하고 있었다. 상급 지구시장은 이 작전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믿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타르에게서 유도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했 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해결법이다. 국가와 국민 모두를 재앙의 원흉, 범죄자의 두목, 타일러로부터 지켜야 한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 이번 작전으로 인한 정치적 영향력은 최소한 으로 줄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방침이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브라운 린퍼는 자신도 옛날의 빛나는 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치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확 신했다. 오전 여섯시에 그는 스니스 장군에게 경비병들을 교대시키도록 명령했다. 경비를 서는 일이 학업에 방해되고, 훈련생들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은 국가의 상비군이 있다는 이유로, 훈련생들을 경비임무에서 완전히 해제시켰다. 그대신 브리칸트가 경비를 맡게 되었다. 스톰아롱과 함께 있던 두 명이 조금 전에 사관학교를 떠난 것이 당직사관의 근무일지를 통해 확인되었다는 보고가 긴급전화로 브라 운 린퍼에게 전해졌다. 그는 브리칸트의 코만도들은 톰슨 경기관총 으로 무장하게 했다. 공격형 라이플은 입수할 수 없었지만, 이 임 무는 톰슨 경기관총으로도 충분했다. 브라운 린퍼는 랄스에게 행동계획을 지시했다. "경기관총으로 무장한 두 명을 붙여줄 테니까 본부건물로 가서 스톰아롱의 방에 잠복하고 있어라. 놈이 나타나거든 가능한 한 소 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체포하여 법정으로 영행하라. 타일러에게 발 각되어 전투가 벌어지는 일은 절대 피하도록 하라. 나는 절차에 따 라 타일러의 죄사을 낭독하고, 절대 피하도록 하라. 나는 절차에 따라 타일러의 죄상을 낭독하고, 녀석의 사건이 몇 주일 뒤에 열리 는 세계법정으로 옮겨진다고 발표하겠다. 나는 타일러에게, 너는 미결수로서 자택에 연금된다라고 말할 것이다. 녀석을 목장으로 끌 고 가는 것은 자네의 임무다. 거듭 말해두지만 훈련생이나 고대 묘 지 주변에 있는 러시아인들의 주의를 끌게 해서는 안된다. 골치아 픈 일이 일어날 테니까 말이다." "나는 녀석이 타르의 사무실에 있는 동안에 체포해야 된다고 생 각합니다만." 랄스의 말레 브라운 린퍼가 대답했다. "안된다. 녀석이 사무실에 아무리 악랄한 덫을 설치해놓았다 해 도 타르는 그것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타르가 나에게 보증했 다. 녀석은 다른 놈들이 일을 끝낸 다음에 뭔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려고 남아 있을 것이다. 녀석이 혼자 있을 때 체포하도록, 지금 쳐들어 가면 틀림없이 다른 두 명이 녀석을 도와주려고 할 것 이다.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은 범죄자인 타일러 한 사람이다. 그녀 석을 이곳으로 연행하여 고발하고, 목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 의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중하게 다루고, 웬만한 부탁은 들 어주어야 한다. 절대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사무실 을 손상시키지 마라. 타르의 부탁이니까." 랄스는 브라운 린퍼의 설명이 애매하고 혼란스러웠으나 요점만은 파악해냈다. 그는 두 명의 무장한 브리칸트를 데리고 중역용 지상 차로 출발했다. 브라운 린퍼는 스니스 장군에게 말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서 당신의 용병들을 본부구역에 은밀히 배치해주시오. 부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부탁하겠소. 공격을 받기 전에 먼저 발포하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해주시오." 스니스 장군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내게 맡겨두시오. 내 부하들은 급료만큼 일할 태니까요." 브라운 린퍼는 옛날에 재판관이 입었던 법관복 한 벌을 준비해놓 고 있었다. 그것을 입고 창문 쪽으로 달려가 밖의 동정을 살펴보았 다. 그리곤 다시 금이 간 낡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물끄러미 바 라보았다. 얼마나 이순간을 기다려왔던가. 태어나서부터 줄곧 참고 견뎌온 학대와 굴욕의 원한을 갚을 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었다. (4) 조니가 챠의 방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경기관총의 총구가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톰슨 기관총을 겨눈 브리칸트가 의자 뒤에서 몸 을 일으켰다. 그러자 랄스도 권총을 겨누며 침대 뒤에서 몸을 일으 켰다. "잘 들어라. 우리는 너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랄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주의해야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녀석은 전인류의 배신자, 위험한 범죄자여서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교묘하게 머리를 써야 한다. 히틀러처럼 교묘하게. "우리의 요구에 따른다면 너에게 일체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 우리른 너를 평의회의 명령에 따라 체포한다. 이것은 정당한 절차 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덧붙여두는 바이다." 조니는 방에 들어왔을 때 공기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탓으로, 더 러운 원숭이가죽과 브리칸트에 몸에서 풍겨나오는 악취를 깨닫지 못했다. 마스크가 없었더라면 즉시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때 가 늦었다. 한 시간, 앵거스가 카가 그 사무실에서 이번 작전에 가장 중요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데 앞으로 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놈들은 여기 서 나가는 즉시 그곳으로 갈지도 모르며, 그들을 체포하라는 명령 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앵거스와 카를 위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는 랄스와 두 명의 브리칸트들이 자신이 오기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는 조니의 작 업복을 부탁받고, 스톰아롱의 짐을 챙겨다 주었었다. 꼼꼼하게 정 리해서 침대 옆에 놓아두었던 그 짐은 바닥에 마구 흩어져 있었고, 샅샅이 수색되어져 있었다. 그때 등 뒤의 브리칸트가 동를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다가 오더니 조니의 권총을 압수했다. 조니는 어깨를 들어 보였다. 시간 을 벌어야 한다.... "나를 어디로 데려갈 작정이지?" "너는 오늘 아침, 평의회에 출두해서 고발당하도록 되어 있다." 랄스의 말을 들으면서 조니는 복도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 뒤의 문을 닫았다. 앵거스와 카가 격납고에 가기 위 해서 이곳을 지나는 일은 없겠지만 이자들이 무슨 소리라도 낸다면 두 사람이 그것을 듣고, 작업을 중단한 채 달려올지도 모르는 일이 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었다. 조니를 구하기 위해 녀석들과 싸울 테니까 말이다. "나는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조니는 배가 고프다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선 무얼 좀 먹고 싶은데...." 랄스가 벽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자 브리칸트들도 뒤로 물러났 다. 조니는 음식자루에서 먹을 것과 물통을 꺼낸 다음, 우선 물을 조금 마셨다. 그리고 바나나 두 개를 천천히 먹었다. 옥수수빵도 찾아내서 쇠고기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팔목에 찬 거대한 사이클로인용 손목시계가 붕 소리를 내면서 초와 분을 새기고 있었 다. "도대체 나를 고발한 죄목이 무엇인가?" 조니의 물음에 랄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었다. 그는 평의회의 극비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흐음,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조니는 샌드위치를 먹어치우자, 딸기를 찾아내어 그것도 먹어치 웠다. 시간은 좀처럼 가지 않았다. 앞으로 사십구 분. 조니는 음식자루를 뒤져서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사탕수수를 찾아 냈다. 껍질을 천천히 벗기고 씹어가면서 틈틈이 물을 마셨다. 너무 조용하게 있으면 앵거스나 카가 내가 출발했는지 확인하려 고 내려올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할일없이 무방비 상 태로 들어왔다가 체포당하든가, 총격을 당할지도 모른다. 방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직 사십이 분 이 남았다. "너희들은 내 옷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았구나. 덕택에 짐을 다시 싸야겠다." 그러나 랄스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진짜 타일러인 지 확인하기 위해 목을 조사해보고 싶었다.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 에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작업복의 옷깃이 그의 목을 가 리고 있었다. 랄스는 확인해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만일 브리칸트 를 시켜 확인하려다 자칫 잘못하면 타일러에게 잡혀 인질이 될지도 모른다. "그건 미안하게 되었는걸. 너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 데." 랄스는 일단 그렇게 말한 후 화제를 돌리는 척하며 말했다. "너는 지금 작업복을 입고 있는데, 평의회 같은 권위 있는 장소 에 갈 때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싶겠지. 원한다면 옷을 갈아입어 도 좋다. 나이프 같은 무기는 모두 압수해두었으니까 허가하겠다." 조니는 '평의회 같은 권위 있는 장소'라는 말을 듣고 조소하는 듯한 미소를 띄었다. 별난 것을 가지고 다 으스대려 드는군. 그러 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고맙군 그래. 옷을 갈아입는 게 좋겠군." 조니는 의도적으로 소리를 내가며 흩어진 옷들을 주워모았다. 랄 스가 얘기를 계속해준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앞으로 삼십 분이다. 카는 스톰아롱의 짐을 모조리 가져온 것 같았다. 조 니는 옷가지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는 옷을 하나하나 집어들고 무엇을 입을까 궁리하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 조니는 이따금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이것이 어울릴까?" "이건 어떤가?" "평의회에 출두할 때는 보통 어떤 옷들을 입지?" 조니는 랄스의 조언을 구하는 척하며 시간을 지연시켰다. 랄스는 우쭐하며 대답했다. "평의회는 격식을 무척 중시하며 권위를 존중하고 있다. 지구의 최고 기관으로, 그 권위는 절대적이다. 그 앞에 출두하는 자는 그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십팔 분 남았다. 조니는 스톰아롱의 짐에서 자신의 옷을 발견 했다. 평소 입는 것에 까다롭고 조금 우쭐거리는 면이 있는 스톰아 롱이, 채굴작업을 할 무렵 조니로 분장하기 위해 입었던 못을 남겨 둔 것이었다. 그 옷은 조니가 우리에 갇혀 있는 크리시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만들도록 하여, 더넬딘, 토르, 스톰아롱 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조니는 사슴가죽으로 만든 사냥셔츠, 바지, 벨트를 집어들었다. 모카신까지 있었다. 앞으로 이십삼 분이다. 조니는 옷을 입기 전에 몸을 조금 닦을 생각으로 웃옷을 벗었다. 랄스는 앞으로 몸을 쑥 내밀었다. 그의 목에는 희미한 상처자국이 있었다. 그렇다 바로 이놈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환성을 질렀다. "자아, 이젠 됐다. 타일러. 네가 틀림없다. 목의 상처자국이 그 증거다." 과연, 녀석이 찾고 있던 것은 이것이었구나 하고 조니는 생각했 다. "다른 놈들은 몇 시간 전에 나갔지?" "뭐라고? 응, 그렇다." 조니는 얼버무렸다. 앵거스와 카가 레코더를 설치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나올 때, 신 고만 하고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그들을 체포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이십 분이다. "너는 잔재주를 부리려고 뒤에 남아 있었다는 얘기냐? 어차피 너 의 꿍꿍이속이 뭔지 찾아내고 말 테니까. 너의 가장무도회는 이미 끝났다." 랄스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꽤나 멋진 대사라고 생각했다. "빨리 준비해라." 조니는 사슴가죽 조각을 집어서 목을 닦았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유감스럽지만," 조니의 물음에 랄스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국가의 비밀이다." "그렇군...." 앞으로 십칠 분이다. "네가 피터인지 히터인지 하는 인물에게서 배운 방법인가?" 그 순간 이녀석은 종교에 깊이 빠져 있다고 한 카의 말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그분의 이름은 히틀러야." 랄스가 화를 내면서 정정했다. "아아, 히틀러로군, 사이클로인의 이름 같지는 않군. 사이클로인 의 이름은 두 음절짜리는 없지. 보통은 말이야. 하긴 가끔은 있지 만." "히틀러는 사이클로인이 아니다." 랄스가 힘을 주어서 말했다. "그는 인간이다. 그는 인류역사상 최고의 군사지도자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인이다."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일이겠지." 조니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십오 분 십칠 초! 그들은 사십오 분이면 대강 일을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조니의 뜻 밖의 말에 놀란 랄스는 내심 무척 반가워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먼 옛날의 일이다. 어떻게 히틀러를 알았느냐고? 우리 집안은 스웨덴 출신으로 양친은 매우 교양 있는 분들이셨다. 실제 로 우리 아버지는 장관이었다. 집에 옛날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그것은 교회에 보존되어 있던 것으로 독일 홍보부에 의해서 스웨덴 어로 인쇄되었다. 그 책은 진실된 영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진실로 종교적인 인간은 순수한 아리아인밖에 없는데, 아리아인은 스웨덴 인을 말한다. 이곳의 부족들은 가소롭게도 그런 성스러운 신앙을 조소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스웨덴의 국교다." "그에 관해서 좀더 일찍 알고 싶었는데." 조니는 시간을 확인하며 계속 말을 시켰다. 앞으로 십이 분 칠 초다. "그는 정말로 위대한 지도자였는가?" "물론이고 말고. 히틀러는 전세계를 정복하고, 인종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너도 그것을 읽어야 한다. 참으로 훌륭한 책이다. 스웨 덴어를 읽을 줄 모른다고? 그렇다면 내가 읽어주겠다. 중요한 부분 만이라도 들려달라고? 흠, 그 전체를 가르치려면 수주일이 걸리겠 지만, 가령 '나의 투쟁'이라는 책에 인종의 운명을 개관한 부분이 있다. 인간에게는 두 종류가 있다. 초인과 범인이다. 범인이 초인 이 되기 위해서는 파시즘의 종교적 교의를 알아야만 한다." "그 종교에서는 어떤 신을 숭배했지?" 앞으로 칠 분 십이 초. 그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꼼꼼히 가죽끈을 묶었다. "가르쳐주겠다. 신의 이름은 '데어 푸에러'라고 하는데, 히틀러 는 평화로 가득찬 선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지상에서 신의 위치를 차지했던 것이다. 물론 나폴레옹, 그 이전의 시저, 알렉산더 대왕, 더 전의 훈족의 아틸라도 군사지도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성스럽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군사적으로는 위대한 지도자였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히틀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도 러시아를 정복했지만 히틀러의 러시아 정복 같은 절묘한 수완을 보이지는 못했다. 이것 은 모두 고대의 일이다. 인류는 히틀러를 잃은 이래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인류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파시즘의 교의를 토 대로 세계를 통일시켜야 한다. 히틀러가 했던 것처럼 새로운 히틀 러가 출현하여 인류에게 평화와 선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인데, 어머니가 자주 말하곤 했다. 너는 히틀러를 무척 많이 닮았다고...." 그때 멀리서 챠가 발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탈진 경사로를 급히 빠져나가는 엔지소리였다. 비탈진 경사로를 그처럼 빠르게 운 전할 수 있는 것은 카뿐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무사히 떠나갔다. 조니는 옷을 모두 입고 나서 짐을 챙겼다. 특별히 스톰아롱이 좋아하는 외투와 스카프, 그리고 낡은 안경을 함께 쌌다. "이것은 반드시 스톰아롱에게 전해주게." 조니의 말에 랄스가 아무 말도 안했으므로 결국 직접 들고 가기 로 했다. 어쨌든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에는 조니 차례였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이 곤경에서 탈출 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가 타고 가려던 전투기가 아직 그자리에 있는 것이 보였다. 카와 앵거스가 그것을 모르고 떠 났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어쨌든 두 사람이 임무를 마 치고 무사히 돌아간 것에 조니는 고마워했다. "자아, 가보실까?" 조니가 담담하게 말했다. (5) 그들은 평소에는 닫혀져 있는 지하출구로 나갔다. 조니는 스톰아 롱의 짐을 전해주려고 주위를 둘러보며 훈련생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내가 훈련생들을 사관학교로 돌아가도록 조치해놓았다." 랄스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랄스는 가능한 한 이 작전행동이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만전 의 조치를 취해놓았다. 훈련생이나 러시아인과 충돌을 일으켰다간 자칫 실패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인들은 산의 지하기지 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되어 상당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산 쪽에서 폭풍우가 몰아쳐오고 있었다.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가 는 산꼭대기 주변에서는 이따금 번갯불이 번쩍였다. 거센 바람에 부러진 나뭇가지들과 낙엽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미 가을로 접어들어 있었다. 더욱이 해발 수마일의 고지에 위 치해 있어 공기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주위의 을씨년스러운 풍 경들이 조니에게 어두운 예감을 안겨주었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출 발할 때 폭풍우가 벌써 이곳까지 당도한 것이었다. 조니는 뒷좌석 에 짐을 던져넣고 차에 올라탔다. 창에는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밖에선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브리칸트들의 경기관총은 한시도 떠나지 않고 조니의 모든 행동 을 감시하고 있었다. 랄스는 의사당 쪽을 향하여 지상차를 운전하 고 있었다. 랄스의 운전은 서툴기 짝이 없었다. 추락사고에 의한 기브스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조니는 만난지 얼마 안되는 랄스를 경멸하고 있었다. 랄스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조니를 경멸하고 있음을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랄스는 자신이 신봉하는 옛날의 군사지도자에 대 해 얘기를 계속하려고 했지만, 조니는 이미 넌더리가 나 있었다. "이제 됐다. 너는 단지 배신자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왜 자신을 저주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잠자코 운전이나 해라." 조니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헛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불쑥 그렇게 말해버렸다. 랄스는 눈을 가늘 게 뜨고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이 범죄자에 대한 증오심이 치밀 어올랐다. 그리고 이녀석이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기쁨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상차는 의사당의 후미진 곳에 정지했다. 지상차는 의사당의 후미진 곳에 정지했다. 거의 사 용하지 않는 곳이라.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모 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들은 조니를 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늘에 몸음 숨긴 브리칸트들이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법정에도 두 명의 톰슨을 겨누고 서 있었다. 단상에는 검은 법복을 입은 브라운 린퍼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번쩍이는 그의 눈은 악의로 가득차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보였다. 그 휑뎅그렁한 방엔 그와 브리칸트, 랄스, 타일러뿐이었다. 이녀석은 틀림없이 타일러다. 그가 돌아왔을 때 금세 알아보았 다. 타일러에게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린퍼는 그것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자신만만하고 유연한 걸음걸이, 균형 이 잡힌 몸매, 밝고 푸른 눈을 증오했다. 그는 타일러에게는 있고 자기에게는 없는 모든 것을 증오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이녀석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 은 나, 브라운 린퍼인 것이다. 아아, 이 순간을 얼마나 꿈꾸어왔던 가. "타일러구나! 판사석 앞에 서라. 너의 이름은 조니 굿보이 타일 러지?" 브라운 린퍼는 녹음기을 틀어놓고 있었다. 이러한 심리는 형식에 입각해서 합법적으로 행해지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니는 판사석 앞 의 증인대 앞으로 나아갔다. "이 터무니없는 짓거리는 도대체 뭔가, 브라운 핀퍼? 너는 나를 잘 알고 있을 텐데?" "정숙하라." 브라운 린퍼는 가능한 한 자신의 목소리가 위엄 있게 들리도록 나직히 말했다. "죄인은 정확하고 솔직하게 대답하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법 정모독죄에 처하겠다. "나에게는 이곳이 법정처럼 보이지 않는걸." 조니가 브라운 린퍼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네, 그 괴상망측한 옷을 입고 뭘 하는 거지?" "타일러, 나는 너의 죄목에 법정모독죄를 추가한다." "무엇이든 좋을 대로 추가해라." 조니는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고소장을 낭독하면 지금 네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볍게 생 각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사정청취뿐이다. 몇 주일 뒤에 세꼐재 판소가 설치되는데, 재판은 그때 행해진다. 너는 중죄인이지만 고 소장을 듣고 재판 때 변호를 의뢰할 권리는 있다. 자아, 잘 들어 라. 우선 너는 제1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있다. 피해자는 참코 형 제. 국가의 충실한 직원을 공격하여 그 부상의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한 간접살인죄에 의한다. 그리고 제1급 유괴조. 통칭 타일러는 평의회의 대리인으로서 합법적인 임무를 수행중이었던 두 명의 위원을 공격하여 그 신병을 구속한 것에 의한다. 그리고 살인을 목적으로 한 습격. 브리칸트라는 적의를 갖지 않 은 평화로운 부족에 대한 테러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코만도의 절 반을 살해한 행위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업무상 이동중이던 평화 적인 상업민족의 차량을 무차별 공격, 그들을 부당하고 잔혹하게 최후의 한 사람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죄. 이상이다." "그것은 사이클로인을 말하는 건가?" 조니가 소리쳤다. "그들은 이 수도를 공격하려고 했단 말이다." "지금 것은 의사록에서 삭제하라." 브라운 린퍼가 다급한 목소리로 랄스에게 말했다. 이것은 곤란했다. 녹음기록에서 삭제해야만 했다. "이것은 재판이 아니다. 이 혹성의 양식 있고 존경받는 시민들로 부터 제출된 고발에 지나지 않는다. 정숙하게 그 고발내용을 들어 라. 법정은 다음 사항을 강조한다." 브라운 린퍼는 계속했다. 브라운 린퍼는 이 법률용어를 고대의 서적에서 찾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아무튼 그는 정당한 형식에 따라서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그 밖에도 다수의 고발이 제출되어 있으나 이번에는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말해버리시지. 예를 들면?" "너는 타르라는 자에게서 원격조작판을 빼앗아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무인 가스폭격기를 발진시켰다. 그때 타르라는 자가 그 무인 기를 격추시키려고 했으나, 네가 그것을 못하게 하려고 그를 공격 했다는 진술이 있다. 그것과 다른 증언도 있으나, 의심할 바 없이 네가 허위증언을 하도록 강요한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이 것은 이 번의 고소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나중에 제출될 수도 있 다." "그것이 네가 긁어모은 전부인가? 어린애의 우유병을 훔쳤다는 것은 없는가? 놀랄 일이로군." "다음 사항을 들으면 네 녀석도 큰소리칠 수 없을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위협하듯이 말했다. "나는 공인받은 판사이며, 이곳은 공정하고 합법적인 법정이다. 너의 재판이 심리되는 동안은 너는 나의.... 아나, 그러니까 평의 회 소유물, 즉 비행기, 차, 집, 기구, 도구 등의 사용을 금지당한 다." 드디어 해냈다. 타일러에게 결정적인 일격을 가한 것이다. 신바람이 난 브라운 린퍼는 재빨리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의 지구 지국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꺼내 조니에게 내밀었다. 조니는 그것을 받아들고 읽어나갔다.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이하, 갑이라고 한다.)의 정식권한을 부여 받고 있는 타르는 이곳의 모든 토지, 광산, 채굴장, 건물, 비행기, 공구, 차량, 특수차량, 탱크 등을 당혹성의 유일하고 정식적인 정 부인 지구평의회에게, 이것을 관리하고 앞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 해서 이십억 크레디트에 양도함." 그것에는 '타르'라고 서명되어 있었으나, 타르의 서명을 알고 있 는 조니는 그것이 다른 자에 의해 위조되었음을 금세 알 수 있었 다. 그것을 가방에 넣으려고 했다. "이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건 안돼. 안된다구." 브라운 린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것은 원본이란 말이야." 그는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져서 사본을 찾아낸 다음, 그것을 원본 과 교환했다. 조니는 사본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혹성 전체가 인터개랙틱 회사의 소유물이 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서도 있다." 이번에도 브라운 린퍼는 원본을 건네주려고 했으나 생각을 바꿔, 사본을 찾아서 건네주었다. 조니는 그것을 대충 훑어보았다. 타르 가 이 얼간이들을 속여 지구혹성을 판 것으로 꾸며놓은 것이었다. "이 증서는 유효하다." 브라운 린퍼는 으스대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것이 완전히 등록되었을 때 말이다." "어디서 등록을 하는데?" "그야 뻔한 일이지. 사이클로별에서다." 브라운 린퍼가 말했다. "친절하게도 타르가 직접 이 증서를 그곳까지 가지고 가서 모든 수속을 해주기로 되어 있다." "언제?" "네가 파괴한 전송장치를 그가 수리했을 때다. 타일러." "이십억 크레디트도 함께 가지고 가겠다던가?" "그야 물론이지, 그것을 회사에 돌려주어야 하니까. 타르는 정직 한 인간이야." "인간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라구." "그래 맞다. 사이클로인이지." 브라운 린퍼는 정정했으나 위엄을 유지하려고 잔뜩 긴장하고 있 었음에도 불구하고 엉겁결에 조니의 페이스에 말려든 자신에게 화 를 냈다. "하, 하여간 그런 연유로...." 브라운 린퍼는 다시 위엄 있는 목소리를 흉내내어 말했다. "전기한 조니 굿보이 타일러는 목장의 자택에 연금되고, 전지구 의 대표기관인 평의회의 권한으로 구성되는 세계재판소로부터의 소 환이 있을 때까지 자택 주변을 떠나서는 안된다. 헤이 멘!" 그는 마지막 말을 종교적인 한마디로 마무리지움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더욱더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려 했다. 그의 기분은 최고조 에 달해 있었다. "따라서 죄수 쪽에서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이 없다면...." 조니는 지금까지 브라운 린퍼 따위에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적 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가 이 정도로 적의와 위선, 사악함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이건 농담으로 흘려버릴 문제가 아니었다. 조니는 이 엄청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 생각했다. 본부구역의 격납고에는 급유가 끝난 전투기가 대기하 고 있을 것이었다. "원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내가 목장에 가야 한다면 내 말을 가 져가고 싶다." "그러한 것들은 네 소유물이니까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전혀 없다. 죄수의 정당한 권리와 촌장으로서의 온정으로 여기서 곧장 목장에 있는 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조건하에 그것을 허가한다." 조니는 경멸하듯이 그를 쏘아보고 방을 나왔다. 브라운 린퍼는 눈을 번뜩이면서 그가 나가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 다. 이 순간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가. 이것으로 타일러도 끝 장이다. 브라운 린퍼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가. 이십 년이나 기다려왔다..... 앗, 안된다. 그렇지는 않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임무이며, 의무인 것이다. 지그의 모든 사람들은 이제야 정의의 손 에, 그렇지, 나 브라운 린퍼의 손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도 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험난한 고통의 길이라 할지라도. (6) 아프리카로부터 전해온 아메리카 기지를 폐쇄하라는 러시아 분견 대 대장의 명령을 받았을 때, 러시아인들은 더이상 아메리카에 살 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될 경우 말들을 처리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들은 아메리카에 온 이후 수규모로 말떼를 키우고 있었는데, 말들을 버리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티 맥크라우드는 조니의 말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 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니의 말을 데려오려면 자기도 동행해야 한다며┴ 반 대령을 따라나서려 했다. 이반 대령이 반대했지만 그는 끈덕지고 교묘하게 대령을 설득했 다. 러시아인들과 함께 가니까 위험하지는 않다. 말은 자기를 알고 있다. 윈드스프리터, 댄서, 올드보크, 그리고 프로지트는 옆에서 달래줄 필요가 있다. 그의 간청이 명 시간이나 계속되자 이반 대령 도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러시아인들은 그날 해뜨기 전에 아메리카의 지하기지와 핵무기 저장고를 완전히 폐쇄했다. 출입할 수 없는 자가 열쇠조차 없이 침 입하려다가는 산산조각 나도록 장치해놓았다. 그들은 해가 뜨기 전에 트럭과 차에 나눠타고 평원을 향해 기지 를 출발했다. 최후의 임무인 평원의 말들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기 지로 부터의 길은 덴버의 오랜 유적들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대부 분의 러시아인들은 그곳의 낯선 유적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 므로 모든 것을 신비스러워했다. 덴버에는 얼마전부터 조그만 가게 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부분 타지에서 온 사람들로, 세계 갖 지에서 모여드는 채굴장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진열된 상품들은 곳곳의 폐허가 된 도시에서 주워다가 수리하거 나 현지 부족이 만든 주상품이었다. 몇 개밖에 안되는 가게들은 광 대한 지역에 산재해 있었다. 출발시간인 저녁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풀 위 에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심심해진 러시아인들은 덴버에서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의사당의 둥근 지붕 근처에 차 를 세웠다. 주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었으므로 비상사태가 발 생할 경우, 신속하게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들은 각자 자 유행동을 취하기로 하고 해산했다. 어린 비티에게는 특별히 보호자가 붙여졌다. 강인하고 우람한 체 격의 러시아인으로, 비티와 가장 친한 디미트리 티미로프라는 사나 이였다. 디미트리는 비티 옆을 떠나서는 안되며, 어디를 가든 공격 형 라이플과 탄창을 휴대하라는 이반 대령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비티와 디미트리는 보석과 장신구를 취급하는 조그만 가게를 발 견했다. 그 가게는 스위스인 부부가 아들과 함께 경영하고 있었는 데, 그 늙은 스위스인은 조각기 같은 것을 찾아내 수리하고 있었 다. 또한 고대의 상점에서 나오는 물건, 즉 금속에 혈안이 되어 있 는 사이클로인의 눈에 띄지 않아 남아 있던 것들을 모아 수리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아들은 가게의 뒷방에 누워 있었다. 며칠 전에 가게를 약탈하려는 브리칸트로부터 가게를 지키려다가 부상을 당했 던 것이다. 브리칸트들은 최근 들어 경찰행세를 하며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그들은 곤봉을 들고 다니며, 가게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약탈해 갔다. 그들의 행패에 화가 난 덴버 사람들은 평의회에 항의했으나, 브리칸트는 실제로 경찰이며, 경찰에 거역하는 것은 중죄이다. 법 과 질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회답했다. 경찰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것은 매우 나쁜 것 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들의 행패을 견딜 수 없게 된 늙은 스위스인은 이사가기로 결 심하여 '폐점, 몽땅떨이 세일'을 실시하고 있었다. 주인의 아내는 디미트리와 흥정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고향에서 기다리는 많은 친척들이 있었는데, 그가 가장 먼저 산 물건은 비티 를 위한 은으로 된 작은 승마용 채찍이었다. 비티에게는 너무나 멋 지게 어울릴 것 같았다. 그것은 이 피트 정도의 길이로 브리칸트의 활 길이와 비슷했으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격은 어는 것이나 굉장히 싼 평이었지만 비티는 물건을 고르는 데 무척 애를 먹고 있었다. 그는 패티를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사 고 싶어했다. 그러나 사고 싶은 것과 가격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병사들은 일주일에 사 크레디트씩 받았지만 열 살밖에 안된 비티는 이 크레디트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비티는 한참을 고른 끝에 금도 금이 된 하트 모양의 악세사리 케이스를 집어들었다. 그것이라면 가격이 맞을 것 같았다. 겉에는 빨간 장미가 그려져 있었고, 뚜껑 을 열면 안에 사진을 넣을 수 있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낡 은 것이었지만 가장자리는 보기좋게 수리되었고, 목에 걸도록 가느 다란 쇠사슬이 달려 있었다. 뒤면에는 글을 새겨넣을 수 있는 작은 공백이 있었다. 스위스인이 그곳에 새길 글을 써달라고 종이 건네 주자 비티는 잠시 망설였다. 조니와 다른 사람들은 그가 파티를 벌 여가며 결혼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말했기 때문에 '미래의 나의 아내에게'라고 쓰면 모두 놀려댈 것만 같았다. 스위스인이 '나의 사랑하는 패티에게'라고 쓰면 어떻겠느냐고 권 했다. 그것은 웬지 흡족하지 않았다. 좀더 생각한 끝에 그는 이렇 게 써보았다. '나의 아름다운 귀부인 패티에게, 비티로부터.' 그러나 너무 길어서 새겨넣을 수가 없다고 하자 결국 '나의 미래 의 아내, 패티에게'로 결정했다. 갖고 싶었던 것을 모두 산 비티와 디미트리는 트럭을 향해서 달 려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낙엽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렸다. 폭풍우는 산 쪽에서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비티는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서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트럭으로 돌아왔을 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내밀 었다. 그 위치로 추측하건대 아직 정오도 안된 것 같았다. 러시아인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디미트리는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서 선물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비티는 거대한 사이 클로 승무원석에 거의 파묻히듯이 앉아서, 채찍을 만지작거리며 차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랑메 힙쓸려 들오오는 낙엽 때 문에 창문은 모두 닫아놓고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는 의사당의 측면 문이 보였다. 그곳에는 블라인드를 내린 커다란 중역용 지상차가 서 있었다. 차 주위를 살 펴보던 비트는 순간적으로 조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슴가죽 옷을 입은 스 사나이는 틀림없는 조니였다. 그의 모습을 잘못 봤을 리가 없었다. 조니는 입구에서 나와 지상차의 문이 열리자 그것에 올라 탔다. 비티는 창틀로 기어올라가 큰소리로 외쳤다. 창을 열려고 했 으나 무거워서 충분히 열 수가 없었다. 뒤이어 또 한 사람이 의사 당에서 나왔다. 훈련생 같은 복장에 목에는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그는 멈춰서서 의사당의 복도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우선 말들을 모으기 위해 본부구역으로 간다." 그도 지상차에 올라타고 출발했다. 뭔가 잘못돼가고 있었다. 말을 모으다니? 그 때문에 멀리 아메리 카까지 왔는데, 그는 디미트리에게 차로 뒤쫓아가게 하려고 했으 나, 비티의 러시아어로는 그것을 전달할 수가 없었다. 손짓몸짓을 다 동원해서 되풀이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 러시아인은 여기서 분 견대의 나머지 인원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뿐, 중역용 지상차를 추 적할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비티는 그를 운전석에서 끌 어내어, 그와 함게 나머지 러시아인들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폐허의 도시는 너무나도 넓었기 때문에 몇 분이 지났으나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한 명을 발견한 비티는 몸짓과 알고 있는 러시아어 '스카리에이에' 즉 '빨리'라는 의미의 말을 사 용해서 다른 러시아인을 찾아 즉시 모이도록 해달라는 뜻을 전했 다. 그때서야 디미트리는 왜 지상차를 추적해야 하는지 겨우 이해한 듯했다. 두 사람은 트럭으로 조니가 탄 차를 쫓아 죄고의 스피드로 거리를 빠져나갔다. (7) 랄스 소렌슨은 세심한 곳까지 심혈을 기울여 빠뜨린 점이 없는지 확인해가며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우선 감시원과 무기가 일반인 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할 것. 그러나 충분한 무기로 타일러를 감시 할 것. 그렇게 하면 이 중죄인의 동료들이 그를 구하러 달려와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랄스는 감시원에게 차 안에 있도록 명령하고, 다른 브리칸트들도 거리와 복도에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배치해두었다. 물론 본부구역 에 배치되어 있는 코만도에게도 몸을 은밀히 숨기고 항상 전투태세 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공격을 받을 때까지는 절대로 발포해서 는 안된다는 명령을 내려두었다. 그는 타일러를 위해서 본부구역에 간교한 계책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히틀러까지도 자신의 이 전술적 기량을 칭찬해줄 만큼 완벽한 작전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우선 말을 모으고, 차로 목장을 가로질러서 타일러에게 자기 집 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꽝. 이것으로 국가가 직면해 있 는 골치아픈 문제는 끝장날 것이다. 완전히, 그리고 어떠한 비난도 없이. 랄스의 서툰 운전솜씨 때문에 두서없이 흔들리는 지상차는 돌풍 에 휩쓸려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조니는 탈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지금까진 온건한 태 도를 보이고 있지만, 어느 순간 돌변하여 자신의 생명을 빼앗으려 들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이녀석의 기브스 어디에 일격을 가하면 목을 부러뜨릴 수 있을 까. 그리고 두명의 브리칸트는 톰슨 기관총을 어느 정도나 익숙하 게 다룰 수 있을까. 이 무기는 사이클로인들이 침략하기 백 년 전 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무기였다. 그것은 납탄환을 발사하는 것으로, 파괴력은 있지만 손에 드는 자동화기로서는 지나치게 무겁 고, 사격의 반동으로 맹렬히 튀어오르기 때문에 총구를 밑으로 힘 껏 내리눌러야만 했다. 게다가 예순 발짜리 탄창을 장전하는데, 화 기의 대부분은 발사되지 않았고, 총을 연발로 쏘려면 조정간을 조 작해야만 했다. 조니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앵거스가 그것들을 낡은 군용트럭에서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 충분히 시험을 했던 것 이다. 브리간트들도 알고 있을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내 지 못하면 생의 마지막 드라이브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은 랄스의 태도나 브리간트가 그를 노려보는 눈초리 속에 나타나 있었다. 본부구역이 아득히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가축들이 평원에 흩어 져 있었다. 차는 우리가 있는 고지의 기슭에 도달하여 정지했다. 그의 말들이 있었다. 세 마리 모두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방향으로 목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언덕 위에 댄서가 보였다. 그 너머는 본부 구역이었다. 그곳에는 저격수들을 위한 은밀한 매복처가 무수히 많 기 때문에 언제든지 조니를 저격할 수 있었다. 조니는 차창을 통해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훈련생이 보초를 서고 있을 텐데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랄스는 준비해둔 계책을 쓰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는 히틀러의 저서 속에 씌어 있던 문장을 생각해냈다. 누군가를 말살하고 싶으면 먼저 그놈의 희망을 깔아뭉개버려라. 그리고 거짓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희망을 철저 히 파괴시켜라. 그것은 대단히 날카로운 군사적 격언이었다. 랄스는 느긋하게 조 작판에 기대며 말했다. "그 전투기는 너도 알고 있겠지? 제조번호의 끝이 93이고, 급유 를 끝내고 격납고 바로 안쪽에 세워둔 것 말이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고 있겠지? 그곳에는 이미 없다구. 오늘 아침에 연료를 모두 뽑아버렸으니까." 그렇구나, 과연 그랬구나. 그래서 앵거스와 카가 그대로 떠나버 렸던 것이구나. 그들은 전투기가 없는 것을 보고 조니가 무사히 출 발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야 그들이 왜 자신을 찾으러 오 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좋다, 어차피 도움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만나러 왔다가 브리간트와 경기관총을 만나 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랄스는 조니가 자신의 말을 충분 히 이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계속했다. "지금부터 나는 아래쪽에 있는 차고로 가서 트럭을 가져오겠다. 그래야만 말들을 실을 수 있을 테니까. 산까지는 네가 운전해도 좋 다." 물론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녀석에게 부질없는 희망 을 안겨줄 차례였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걸작이다. 히틀러도 칭찬해줄 것이다. "너는 밖으로 나가서 말들을 모아도 좋다. 그러나 잊지 말아라. 여기 두 명의 브리간트가 너를 겨누고 있다는 것을." 랄스는 본부건물 건너편에 있는 차고 입구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조니는 총구에 밀려나와 차의 좌측에 섰다. 브리간트들 은 그의 양쪽에서 총을 겨누고,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있었다. 그는 인기척이 없는 건물을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여기가 나의 암 살장소란 말인가. (8) 조니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서 트럭이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빈 트럭이 상당한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운전석에 있는 승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트럭 뒤로 지평선까지 끝 없이 펼쳐진 평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방향에서 구원의 손길이 다가올 리가 없었다. 그는 완전한 외 톨이였다. 달려오고 있는 트럭도 틀림없이 브리간트의 동료들일 것 이었다. 조니는 고개를 돌려 본부구역 쪽을 바라보았다. 매복해 있 을 적들의 살기가 느껴졌다. 두 명의 브리간트 보초는 그에게서 양쪽으로 한걸음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그들도 다가오는 트럭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은 커다란 시상차에 가려져 트럭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달려오던 거대한 트럭은 굉음을 내면서 그 들 옆을 지나갔다. 그것은 댄서 쪽으로 경사면을 조금 올라간 곳에 서 급정거 했다. 누군가가 지상 팔 피트의 운전석에서 흙먼지 속으 로 뛰어내려, 댄서 쪽을 향해 경사면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조니 는 한순간 자기 눈을 의심해보았다. 그것은 분명 비티였다. 어떻게 비티 맥크라우드가 이곳에 있는가. "비티!" 조니의 외침에 대답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서 들려왔 다. "저는 말들을 모으겠어요, 조니 경. 이것이 저의 임무니까요." 비티는 언덕으로 달려갔다. "돌아와!" 그러나 때마침 통과하는 무인정찰기의 진동과 산으로부터의 천둥 소리가 조니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러시아인은 트럭을 수평으로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균형을 잡고 나자 문을 활짝 열고 비티를 향해 소리쳤다. "비츠슈카! 아스타노프카(멈춰라)." 돌풍과 무인정찰기가 그의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바즈브라트나이(돌아와라)." 들리지 않았는지 소년을 계속해서 달려갔다. 그는 조그만 더 가 면 댄서의 고삐를 풀 수 있었다. "무슨 짓이야, 비티. 돌아와!" 조니가 절망적인 소리로 외쳐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둥근 바 위 뒤쪽, 말 바로 너머에서 경기관총을 든 브리간트가 모습을 드러 내며 달려오는 소년의 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을 맞은 비 티의 몸은 하늘로 솟구쳐오르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 다. 러시아인은 어께에서 공격형 라이플을 벗겨들고 비티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그의 몸도 세 자루의 톰슨 기관총에 갈기갈기 찢 기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조니는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역류하는 듯 한 분노에 휩싸였다. 순간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자 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브리간트들의 목덜미를 잡아, 둘의 머 리를 힘껏 맞부딪쳤다. 브리간트들이 땅바닥에 쓰러지자 조니는 재 빨리 총을 낚아챘고, 관자놀이를 뒤꿈치로 짓이겨버렸다. 그리고는 총을 겨눠, 다른 브리간트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뒤이어 한쪽 무릎을 꿇고, 반동에 의해 총이 회전하도록 옆으로 겨냥하여 남은 두 명의 브리칸트를 벌집처럼 만들어버렸다. 조니는 몸을 돌려 비티를 죽인 브리간트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 다. 그때 다섯 명의 브리간트들이 본부구역에서 뛰쳐나왔다. 조니 는 쏘고 있던 톰슨이 탄환이 걸려서 움직이지 않자. 그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집어 돌진해 갔다. 귓전을 스쳐가는 탄환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낮추어 달려갔다. 그는 계속 쏘아대면서 쓰러져 있는 러 시아인 쪽으로 돌진했다. 시체가 있는 곳까지 달려간 조니는 시체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톰슨을 옆으로 향하게 하고 다섯 명에게 탄환을 퍼부었다. 총에 맞은 브리간트들이 흩부린 듯 공중으로 튕 겨져 올라갔다. 솟구친 그들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조니는 다시 탄환을 쏘아 넣었다. 조니는 러시아인에게서 공격형 라이플을 벗겨낸 뒤, 노리쇠를 힘 껏 잡아당겨 탄환을 장전했다. 그는 계속헤서 비티를 쏜 브리간트 를 찾았다. 그의 왼쪽과 등 뒤의 골짜기에 매복해 있던 여덟 명의 브리간트들이 경기관총을 쏘아대면서 돌진해 왔다. 조니는 공격형 라이플을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놈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아래쪽 차고에서 기관총 소리를 들은 랄스는 고지를 향해 달렸 다. 건물벽에 울려퍼지는 공격형 라이플의 날카로운 발사음이 들려 왔다. 앗, 조니 녀석, 아직도 살아 있구나. 브리간트는 공격형 라 이플을 갖고 있지 않았다. 권총과 라이플의 중간인 그 화기는 톰슨 보다 훨씬 정확했기 때문에 손에 넣으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 다. 랄스는 멈춰 섰다. 공격형 라이플의 발사음이 오랫동안 계속되 었고, 경기관총의 무거운 총성은 점점 작아져가고 있었다. 랄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빨리 생각해냈다. 물론 도망치는 일이었다. 어딘가에 숨어야만 했다. 그는 황급히 차고 안으로 달려 갔다. 부서진 차량더미를 발견하고 그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멀리 서 연발로 쏘아대는 공격형 라이플의 총성이 들려왔다. 그는 몸을 더욱 깊숙히 밀어넣고,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조니는 둥근 바위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 그 뒤를 들여다 보았다. 아직도 비티를 쏜 브리간트를 찾고 있었다. 그때 브리간트 부대 가 본부구역엣 나타나 경기관총을 쏘아대며 돌진해 왔다. 조니는 바위에 찰싹 몸을 붙이고, 공격형 라이플로 그들을 모두 쓰러뜨렸 다. 타르는 우리 안의 철책을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드 흉벽 밑으로 기어들어가 바닥에 엎드린 채 탄환을 피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 럽게 머리를 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석이다. 그 동물이다. 그 는 다시 몸을 웅크렸다. 녀석은 이제 곧 이곳으로 달려와 나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타르는 우리의 구멍에 숨겨놓았 던 폭약으로 수류탄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기도 함께 날아가버린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해버 렸다. 할수없이 공포로 숨을 헐떡거리면서 땅바닥에 달라붙어 있어 야 했다. 조니는 나무와 바위들을 이용하면서 주위를 뛰어다녔다. 목적은 단 하나, 비티를 쏜 브리간트를 죽이는 일이었다. 바람이 점점 거 세게 휘몰아쳤다. 천둥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러왔다. 그리고 저속 으로 비행하는 정찰기가 머리 위에 와 있었다. 그 브리간트는 도대 체 어디에 있을까. 두 명의 브리간트가 문에서 뛰어나와 톰슨으로 조니를 급습했다. 한 발의 탄환이 그의 목 옆을 스쳐갔다. 조니는 공격형 라이플로 연사하여, 두 놈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조니는 새로운 탄환을 장전했다. 그렇다. 그가 찾고 있는 브리간 트는 부서진 트랙터 안으로 도망쳐 들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조니 는 라이플을 쏘아대면서 돌진했다. 드디어 놈을 찾아냈다. 조니의 모습을 본 그 브리간트는 도망치고 있었다. 조니는 침착하게 그를 겨냥했다. 브리간트는 도망치는 것을 단념하고 뒤로 돌아서더니 기 관총을 겨누었다. 그 순간 조니는 놈의 몸에 탄환을 쏘아넣었다. 무인정찰기 소리도 작아졌고, 천둥소리도 이미 멎어 있었다. 바 람만이 정적 속을 스쳐가고 있었다. 조니는 사방에 흩어져 있는 시 체들을 경계하며 재빨리 새로운 탄환을 집어넣었다. 쓰러져 있던 브리간트가 기어가며 톰슨 쪽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그녀석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락 된 것 같았다.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댄서도 보이지 않았다. 조니는 공격형 라이플을 팔에 얹 고, 비티를 향해 경사면을 내려갔다. (9) 피로 얼룩진 소년은 머리를 경사면 아래쪽으로 향한 채 쓰러져 있었다. 조니는 그가 이미 죽었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몸 한가운 데에 그 정도의 탄환을 맞고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물며 어린 애였다. 격렬한 분노가 치밀었다. 조니는 무릎을 끊고 비티를 안아 올려 머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고 소년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 다. 비티의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살아 있었다. 아직 호흡이 멎지 않았다.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던 비티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눈동자는 많이 흐러져 있었지만 조니를 알아보자 입술을 움직이려 했다. 조니는 몸을 굽혀 그의 입에 귀를 바짝 들이댔다. "나는.... 훌륭한 수행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죠, 조니 경?" 소년의 눈가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럴 수가 있나! 소년은 자기가 실패했다고 믿고 있었다. 조니는 입을 열려고 했으 나 목이 매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비티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다, 그것 잘못된 생각이야, 비티. 너는 언제나 훌륭한 수행원 이었다. 너는 내 목숨을 구해주었어. 그러나 속으로만 잠겨들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고통을 억 제하고 있던 소년의 마지막 의지가 조금씩 풀어져갔다. 한순간 조 니의 손목을 잡은 비티의 손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마지막 힘을 가해왔다. 고통의 표정이 깊어지며 몸을 뒤틀던 비티의 머리가 옆 으로 툭 떨어졌다. 이미 심장의 고동도, 숨도, 맥박도 끊어져 있었다. 비티는 죽었 다. 조니는 한참 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 혼을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 싶었다. 너는 부족한 수행원이 아니야, 비티. 절대로 그렇지 않아. 조니는 소년을 안고 언덕을 내려와 조용히 지상차에 뉘었다. 러 시아인의 시체도 안아다가 차 안에 실었다. 조니는 소년을 무릎위 에 얹고 천천히 사관학교를 향해 운전해 갔다. 말들이 그를 따랐 다. 평원을 가로질러, 먼 옛날에 예순일곱 명의 후보생들이 마지막 전투를 벌였던 참호에 닿았다. 조니는 비티의 시체를 끌어안은 채 한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 보초가 그들을 발견하여 보고했는지, 훈련생들이 건물에서 나왔다. 그들 뒤로 앵거스, 더넬딘, 그리고 카도 조니 쪽으로 다가왔다. 조 니는 시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사람들을 향해 얘기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인들이 탄 몇 대의 트럭이 굉음을 내면서 다가왔다. 그들 은 트럭에서 내려 군중들 사이에 끼여들었다. 몇 명의 훈련생들이 무기 창고로 달려가서 공격형 라이플과 탄약통을 들고 나왔다. 그 것들을 본부구역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나이들에게 건네주었다. 이 따금 산속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평원의 대기를 뒤흔들었고, 차 가운 바람이 피부를 찔러왔다. 러시아인들을 태운 트럭은 본부구역 옆을 우회해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지했다. 러시아인들은 뭔가 소 리치면서 본부구역을 가리켰고, 그곳에서 본 것을 전하려고 했다. "저곳에 브리간트들이 죽어 있다. 한 코만도 전부다." "그 사이클로이은 아직 살아 있는가?" 누군가가 외쳤다. "놈은 아직 살아 있다." 트럭에서 정보를 얻고 있던 준비위원이 러시아어로 소리쳤다. 군 중들은 흥분해 있었다. 몇 사람은 트럭으로 뛰어올라갔다. 러시아 인들은 사관의 명령에 따라 정렬하여 라이플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반 대령은 죽은 소년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사이클로인을 죽여라!" 조니는 가까스로 자신을 되찾았다. 그는 소년을 안은 채 지상차 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는 군중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조니 의 예기를 들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었다. "안된다." 조니는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 지구를 둘러싼 우주의 많은 성 계에는 브리간트보다 훨씬 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들은 위험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훨씬 더 큰 싸움이다. 우리 들은 잘못을 저질렀고, 그 결과 이 죄없는 소년까지 죽이고 말았 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두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질 러서는 안된다. 천여 년 전, 사이클로인의 침략에 대항한 마지막 전투에서 예순 일곱 명의 사관후보생이 죽었다. 바로 저 참호 속에 서 말이다. 그것은 나에게 최초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패배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승산이 전혀 없는 싸움을 훌륭하게 취뤄냈 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헛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그들이 쓰 러져간 곳에서 다시 싸우고 있다. 지금 당신들과 당신들의 동료인 조종사는 지구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때가 되면, 다시 당신들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해 주기 바란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조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동의하는 함성소리가 일제히 울려퍼졌다. "나는 지금 당신들을 남겨두고 간다. 이 소년을 스코틀랜드로 옮 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년은 그의 가족들에 의해 매장되어야 한 다." 조니가 차에서 내렸다. 러시아인들을 위해 준비된 광석화물기 조종사가 준비위원에게 지 시를 내렸다. 러시아인들은 화물기에 조니의 말을 실었다. 지상차 안에 있던 스톰아롱의 짐도 실었다. 디미트리 티미로프의 시체는 고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인수되었다. 문을 닫기 전에 군중들을 향 하여 다시 한 번 다짐하듯 천천히 말했다. "제발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복수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는 괴롭고 엄숙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아직은." 군중들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비행기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잿빛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 다. 그리고 스코틀랜드를 향해 사라져갔다. (10) 스코틀랜드에서는 그의 계획을 완전히 뒤엎을 만큼 심각한 위기 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니는 로크 성 밑의 공원에 있는, 고대의 스코틀랜드 국립미술 관 앞에 착륙했다. 본부구역에서의 전투장면이 정찰기의 영상을 통해 콘월 채굴장의 레코더에 전송되고 있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조니를 기다리고 있 었다. 그 가운데는 비티의 가족도 있었다. 조니는 유해를 안고 내 려와서 비티의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가족에게 인도된 비티의 유 해는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옮겨졌다. 백파이프 연주자가 장송곡을 연주하며 뒤를 따랐다.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이랜드의 의장병이 조니에게 다가왔 다. 그는, 사관이 조니를 수장회의에 안내하기 위해 기다린다고 정 중하게 보고했다. 애절한 선율을 들으며 조니는 회의장소로 향했 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에 각 부족들이 모여 있었다. 이 집 회의 목적은 단 하나, 전쟁이었다. 조금 늦게 아프리카에서 막 도 착한 로버트와 합류한 조니는 피어거스의 안내를 받으며 강단으로 올라갔다. "설마 전쟁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로버트가 조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쟁이 일어나면 자네의 계획은 엉망진창이 될걸." "그런 비극적인 사태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쟁은 곤 란합니다. 극단적인 사태만 피한다면 우리들에게도 기회는 있습니 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집회에 참석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지 않았 나?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예상했어야지." 조니는 옷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살 펴보았다. 사슴가죽 옷의 어깨 근처는 목의 찰과상에서 흘러내린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웃옷과 바지도 비티의 피로 무릎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동안 캠벨족의 수장이 그 집회에 참석한 다른 수장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주장한다. 피는 피로써 씻어내야 한다." 곳곳에서 동의의 함성이 일어났다. "전쟁이다!" "전쟁이다!" 모두들 칼을 뽑아 높이 치켜들었다. 그것은 목숨을 건 전쟁선언 이었다. 그 순간 조니는 돌로 된 연단 위로 뛰어올라가 손을 들어 정숙을 요구했다. 회의장 안은 물을 뿌린 듯이 조용해졌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삼엄한 정적이 회의장 안을 가득 채웠다. 그 고요함 속에서 모닥불꽃 튀는 소리만이 이따금씩 들려왔다. "우리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조니의 말에 반대하는 외침이 폭발하듯 끊어올랐다. "그의 피를 걸고 맹세한다." 아자일족의 수장이 소리쳤다. "그 피는 전쟁을 요구하고 있다!" "소년의 살해자는 죽었습니다." 조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애리슨의 처참한 죽음을 벌써 잊었는가!" 카메론의 수장이 고함쳤다. "우리들은 잔혹하게 살해당한 그의 원수를 아직 갚지 못했다. 인 간을 팔아넘긴 더러운 배신자, 브리간트 수장을 죽일 때까지 우리 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의 피의 제물로 삼을 때까지는 말이다." 조니는 군중들의 분노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격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메리카의 본부가 침입당한다면 그의 계획은 끝장 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공공연하게 계획을 발설할 수도 없었다. 랄스 같은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 다. 조니는 자신의 의도를 전하기 위해, 이 혹성은 훨씬 커다란 위기 에 직면해 있다는 것과, 사이크로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으며, 우주에는 다른 종족도 존재한다는 것 등을 열심히 외 쳐댔으나 군중들의 흥분된 말소리 때문에 그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피어거스 족장이 단상으로 올라가 군중들을 향해 고함쳤다. "맥타일러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조니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탓으로 몹시 지쳐 있었으나 남은 힘을 총동원하여 자신에 찬 목소리로 힘있게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승리의 전쟁을 약속하겠습니다. 나를 믿고 전 쟁준비에 동참해준다면 우리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그렇습 니다. 우리들은 복수를 하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입니다. 그 러니 지금은 내 말을 믿고 무기를 거둬주기 바랍니다." 말을 끝까지 듣고서야 그의 의도를 이해한 군중들은 구호를 외치 며 목이 쉬도록 조니에게 환성을 보냈다. 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했 다. "맥타일러! 맥타일러! 맥타일러!" 그것은 곧 우렁찬 함성으로 바뀌었다. "부탁하네, 조니." 조니와 함께 임시숙소에 도착한 로버트가 다정하게 말했다. "나는 다만 우리들의 승리를 빌 뿐일세." 다음날 비티 맥크라우드는 옛 세인트 질스 예배당의 지하납골당 에 매장되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행렬은 끝이 안 보일 만 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장례식에서 피어거스 족장이 조니에게 말 했다. "그는 비록 수행원으로 숨졌지만 우리들은 그를 기사로 임명하여 매장해줘야 합니다." 피어거스 족장은 유해에 망토를 덮으면서 기사도를 치켜들었다. 비티는 기사로 임명되었다. 비티를 위한 특별한 석관이 준비되었 고, 백파이프의 장송곡 속에 매장되었다. 비티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졌다. '비티 경, 진정한 기사' 비티의 용감했던 짧은 생은 그 묘비명과 함께 모든 사람들의 가 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들은 순간부터 패티의 얼굴은 충격으로 얼어 붙어 있었다. 장례식이 끝났을 때, 그녀는 비티의 주머니에서 발견 된 작은 상자를 받았다. 작은 악세사리 케이스였다. 그녀는 굻어질 듯이 그것에 새겨진 문장을 되풀이해서 읽었다. 비티가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선택한 그의 마음이 새겨져 있었다. '나의 미래의 아내, 패티에게.' 패티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석관을 끌어 안고 애절하게 흐느껴 울었다. 비티는 아주 떠나가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를 기억하는 모 든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 영원이 살아 있을 것이었다. 조니의 목숨을 구해준 용감한 비티의 추억으로.  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21 부 이것이 문제의 그것이라면 두들겨 부숴야만 한다 (1) 우주선 애크너 II는 지구혹성의 상공 사백이십일 마일 궤도에 있 었다. 왜소한 회색인은 우주선의 작은 회색 사무실에 앉아서 계기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부분적으로 나타났을 뿐이지만 분석결 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소화제병이 놓여 있었다. 마치 실험용 동물 같 다고 그는 생각했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권해지는 온갖 종류의 음료수들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위장을 뒤집어놓은 그 야 브차도 그랬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직책상 언제난 복잡 하고 신중한 판단력을 요하는 업무들뿐이었다. 회색인은 긴 생애를 살아오면서 대단히 위험한 문제에 수없이 직 면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삼십일만 삼천여 년 동안 그나 그의 선 임자들이 그러나 지금까지 삼십일만 삼천여 년 동안 그나 그의 선 임자들이 이 정도로 위기를 내포한 문제에 직면한 적은 한 번도 없 었을 것이다. 그는 한숨을 지으며 소화제 한 알을 더 먹었다. 그의 연락원이 조금 전에 전해온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수학적 분석방법이나 귀납번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대참사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는 번개를 수반한 폭풍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 불 명확하게 되었다. 저주파 전송장치가 아무리 세밀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전자장치에 불과했다. 전자장치인 이상 외부로부터의 방해요인을 컨트롤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비행선 안 의 기술자도 그 문제만은 명확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그는 우울한 얼굴로 제1사항의 데이터를 디스플레이에 걸었다. 별써 일곱번째였다. 많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 혹성에 있는 사이클로인의 오래된 중앙 채굴장이었다. 몇 개의 바 위 뒤에 인간들이 무기를 겨누고 숨어 있었다. 지상차가 도착했다. 첫번째 사나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명의 사나이가 차에서 내렸다. 그 두 사람은 세번째 사나이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 다. 그는 계속해서 세번째 사나이의 영상을 얻으려고 했지만 번개 가 심해서 실패했다. 그는 입수한 몇 장의 크레디트 지폐 중 한 장 을 꺼내자, 그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같은 인간인지 아닌지는 도무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는 데이타를 다시 비춰보며, 앞부분이 녹화된 곳에서 영상스크 린을 작동시켰다. 두번째 차가 달려왔다. 트럭이었다. 한 소년이 무기로 보이는 것을 들고 뛰어내렸다. 그는 공격자세로 돌진했다. 아니,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바위 뒤의 사나이는 그것 이 공격이라고 생각했는지 그에게 발포했다.... 그는 전투장면을 다시 한번 자세히 훑어보았다. 역시 그렇다. 그것은 지폐 속의 사 나이임에 틀림없었다. 얼마 후 그 사나이가 작은 시체를 끌어안은 채, 차의 지붕 위로 올라가 군중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음성재생 장치는 천둥 때문에 단편으로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나이는 양손을 펼쳐들고 있었다. 무슨 행동 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 위의 사나이는 전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작은 시체는 누구일까. 이곳을 지배하는 군주의 왕자일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그 뒷장면의, 섬나라로부터의 저주파 전송장치는 양호했으며, 얘기소리도 명료해졌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전쟁을 약속하고 있었다. 누구에 대해서? 왜? 분명히 같은 인물이었다. 그 가 탄 비행기가 이 혹성의 북극 위를 통과하는 동안 주의깊게 추적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폐의 사나이와 같은 인물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왜소한 회색인은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분석할 만한 확실한 데이터가 없었다. 다시 소화제병에 손을 뻗었을 때, 비행갑판에 있던 승무원에게서 라이트가 반짝거렸다. 궤도상에 있을 때 경고신호가 들어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는 우선 스크린을 켜고, 영상을 전송받기 위한 버튼을 누른 다 음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아, 역시 그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 을 거의 예측하고 있었다. 전함이었다. 그것은 거의 동일 궤도상에 정지한 채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전함이라는 것은 언제나 쓸데없이 거창하기만 했다. 어디 볼까.... 플래시가 들어간 다이아몬드. 토르네프인의 문장이었다. 언젠가는 이 전함이 찾아 오리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책상 위의 동그란 표시판 속의 리스트를 보았다. 밝게 비춰 진 리스트는 표시판을 따라 회전하고 있었다. 토르네프.... 토르네 프의 순항전함은..... 그곳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브리지가 있었던 가. 응, 있구나. 발카급이다. 발카급의 설계설명서는.... 아, 이것 이다. 기체중량 이만 톤, 태양에너지 구동, 주포는 맥슨 분사포 64기. 아, 이 끝없는 도면설명의 따분함. 분사포의 숫자 따위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에에.... ....승무원 정원-토르네프 해병대 524명, 기관원 63명.... 컴퓨터 담당자는 인간이 정말로 알고 싶어하는 사항이 뭔지 알 고 있기나 한 것일까.... 지휘권은 대위에게 있다. 국지에서의 전술적 상황에 대해서는 지 휘권을 갖지만 전략적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다. 그것이 바로 회색인이 찾고 있던 것이다. 단거리 무선의 부저를 열고 비디오 스크린을 켰다. 작은 헬멧을 쓴 토르네프인의 험악한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헬멧에는 대위 의 기장이 새겨져 있었다. 회색인은 스위치를 켜서 토르네프인의 스크린에도 자기 얼굴이 비치도록 했다. 토르네프인이 말했다. "나는 로고데터 스놀입니다." 그는 사이클로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이 언어는 우주공통어 같은 것이었다. 그는 회색인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두꺼운 안경을 조 절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위." 회색인이 말했다. "뭔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각하. 이 혹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가르쳐주 실수 있겠습니까?" 회색인은 한숨을 쉬었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들은 아직 최종적 인 분석이 끝나지 않았소. 당신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항상 생각하 지만 그릇된 것을 가르쳐주는 결과가 될까봐 그게 걱정이오." "그렇습니까? 우리들이 한다면 결론을 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 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토르네프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긴 여행으로 우리 승무원들은 지금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만, 몇 시간 후에는 소대를 착륙시켜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회색인은 토르네프인이 그런 말을 꺼낼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대위, 당신의 의도를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은 대단히 잘 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하오." "그럴까요? 은밀하게 기습공격을 가하여 여러 군데서 인간들을 체포한 다음 엄중하게 심문하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 을 텐데요." "대위, 당신에게 충고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보았자 아무런 수 확도 얻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오. 나는 지금까지 정보를 수집해 왔고,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여기에 있소, 내가 입수한 것은 전부 당신에게 전송해주겠소."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그런데 어째서 기습공격은 안 된다는 것입니까?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음, 당신도 상당히 예리하군. 실제로는 단순히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잠시 방관하면서 기다려보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 오." "이곳 주민이 문제의 그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보시오, 대위. 분명히 의심스런 혹성수는 삼백 개에 이르지 않았던가요?" "삼백두 개입니다. 적어도 소문으로는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그 혹성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거요, 게다가 다른 혹성과의 비교도 당신에게 제시할 수 없소, 알다시피 나는 이 구역만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말이오.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방 금 말한 것처럼 별 근거는 없지만 이 혹성이 문제의 그것일지도 모 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흐음, 가능성이 있을 것 같군요." "현재로서는 결론을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오. 그것보다 저 아 래쪽의 매우 위기적인 정세가 당신의 습격으로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질 우려는 충분히 있소, 그 혼란은 우리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방 향으로 작용할지도 모르오." "그렇다면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 의견은 그렇소. 내가 지금까지 수집해온 파일 데이터를 전부 보내주겠소. 그러면 당신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거요." "그것은 어렵겠지요. 습격이 없으면 절리품도 없다는 것이 우리 들의 입장이니까요. 그러나 전술적인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렇소, 그러니까 이것을 혼란시킬 만한 전술적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거요." "과연." 토르네프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어느 정도나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며칠입니 까, 몇 달입니까, 아니면 몇 년입니까?" "몇 개월이라고 생각하오." 토르네프인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밝아지더니 미소 를 띄었다. 토르네프인의 이빨에는 맹독이 들어 있어서 그들의 미 소는 소름이 끼칠 만큼 무시무시했다. "좋습니다, 각하. 정보를 주시겠다는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기꺼 이 검토하겠습니다. 귀함대의 수행과 호의를 맡아드릴까요? 아무래 도 포크너의 선박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아시 다시피 그들은 질이 좋지 않으니까요." "호의는 고맙소, 대위." 왜소한 회색인은 우울한 듯이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포크너인과는 특별히 다툰 적이 없었소."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보급물자는 어떻습니까? 우리들이 제공 해 드릴 만한 것은 없습니까?" "고맙소, 현재로서는 별로 없소, 얼마간 지나면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소, 항상 배려해줘서 고맙소." "우리들은 이미 당신들에게 빚이 있으니까요." 토르네프인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가까운 시간에 저희 전함에 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요." 그는 스위치를 껐다. 차를 마신다는 생각만 해도 위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다시 소화제에 손을 뻗었다.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볼 때 이것은 그가 지금까지 직면했던 문제 중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소화제가 서서히 약효를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볼보드인, 하우빈인.... 그 밖의 종족들도 나타날지 모른다. 그들끼리 싸움을 시작한다면 정말 속수 무책이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본국으로 보내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릴 것이고, 본국으로부터 그것에 관한 지 령을 받기까지 또 몇 개월이 소요될 것이었다.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는 창 밖의 전함을 바라보았 다. 괴물처럼 분사포를 몸 한가운데에 세우고 있는 전함은 태양광 선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다. 토르네프인들은 억센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볼보드인이나 포크너인에 비하면 그렇게 악한 것도 아니었 다. 그는 아래쪽에 있는 혹성 지표를 바라보았다. 이 혹성이 문제의 그것이란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차라리 시원할 것이다. 앞으로 얼 마 만큼의 폭력이 이 혹성에 가해질 것인가. 그는 무거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2) 타르는 목구멍을 그르렁대고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사무실로 이 사가는 날이 되었다. 아침에 랄스를 보내서 폭탄이 장치되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자기가 날아가는 것은 싫었지만 랄스 라면 별로 상관없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랄스는 폭탄이 장치되어 있었다고 보고했다. 랄스에게 처리하게 하려고 했으나, 그는 폭탄 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브리간트는 틀 림없이 방에 악취가 나게 만들 것이고, 잘못하면 폭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할수없이 직접 폭탄을 처리하러 가야만 했다. 그것은 책상의 열 쇠구멍 바로 안쪽에 장치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폭탄 아래에 또 하나의 폭탄이 장치되어 있어서, 위의 것을 제거하면 아래쪽 것이 폭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거에 세밀한 신경을 써야 했다. 폭탄의 뇌관을 빼내서 내버리려던 타르는 그곳에 붙어 있는 몇 가닥의 털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이클로이의 회색 손목털이었 다. 카의 털은 오렌지색이었다. 플라스틱 폭탄을 책상에 밀어넣다 가 부러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손톱 끝도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카 의 것치고는 너무컸다. 폭탄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타르는 그 동물의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얘기 들은 바로는 다른 두명의 돌아간 뒤에도 그 동물 은 남아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틀림없이 그때 폭탄을 장치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동물이 코만도를 괴멸시켰을 때, 고지를 올라 와서 자기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타르를 불안과 두 통에 시달리게 했다. 동물은 자신을 죽이는 데 폭탄장치로 충분하 다고 생각햇을 거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몇 가닥의 털과 손톱조각으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전혀 알 수가 없다. 그 동물은 나를 죽이지 않았 고, 또 죽이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믿을 수가 없군. 한 참 동안 생각한 끝에 타르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구나. 그 동물은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 철저하게 당했기 때 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뿐이야. 이제야 앞뒤가 맞는군. 한 가지 고민을 해결하고 한동안 안심하고 있던 타르는 순간적으 로 이 방에 숨어들어와서 폭탄을 장치한 것은 아래층 숫고에 있는 사이클로인들일 거라는 생각을 해냈다. 타르는 즉시 전원 살해하라 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주위를 어정거리는 꼴을 더이상 보고 싶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명령을 받았던 랄스가 돌아와서 보고했다. "그들 서른세 명 전원은 오늘 아침 훈련생의 감시하에 연행되어 해외로 전송되었다고 합니다. 자아, 여기에 점착성 음식, 카방고, 호흡가스 등의 청구전표가 있습니다." 타르는 깜짝 놀랐으나, 위험한 녀석들이 없어졌다는 것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폭탄장치를 제거해낸 타르는 우리로 가서 사전과 예비 호흡가스 보틀, 그 밖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긁어모아 가지고 사무실로 옮겼다. 이 저주받은 혹성의 태양과 공기로부터 벗어난다 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안식인가. 타르는 문을 닥고 호흡가스 순환기를 작동시킨 다음, 일이 분 기 다렸다가 마스크를 벗었다. 이제야 살 것 같군. 주위를 살펴보니까 전에 있던 몇 가지 물건들이 치워져 있었다. 무인정찰기의 레코더 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선링크도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본부구역의 내선전화기는 전부 끊어져 있었다. 그것도 상관없었다. 작업준비는 완전히 갖춰져 있었다. 타르는 테이블의 위치가 전과 조금 달라져 있는 것을 보고, 움직 이려고 하다가 그 다리가 바닥에 용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갑용접이었다. 과연, 누군가 이 테이블을 바로 이 위치에 놓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렇구나. 그런 이유로 동물은 뒤에 남은 것이었 다. 이방에는 감시장치가 설치되어 있구나. 그의 옷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명인다운 옷차림은 시급한 문 제가 아니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녹색의 성장용 부츠였다. 어디 보자. 그것은 본래위치에 놓여 있었다. 타르는 오른쪽 장화를 거꾸 로 들고, 그 뒤축을 비틀어 캐비닛의 열쇠를 꺼내들고 사무실로 돌 아갔다. 흠, 녀석들은 캐비닛을 억지로 열려고 했었군, 지렛대 자국이 나 있었고, 문짝 하나가 약간 휘어져 있었다. 그러나 보안과의 캐비닛 이라는 것은 지렛대 따위로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타르는 그것을 열고 조사해보았으나, 모든 것이 제위치에 놓여져 있었다. 일이 순 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탐지기를 집어들고 스위치를 넣 어보았다. 즉시 부저가 울리며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어허, 이 방은 정말로 감시당하고 있구나. 그 뒤 꼬박 한 시간 동안 타르는 감시장치를 제거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초소형 마이 크, 버튼 카메라, 스캐너가 속속 검출되었다. 모든 것들은 눈에 띄 지 않는 곳에 은밀히 숨겨져 있었고, 중요한 작업장소에 초점이 맞 춰져 있었다. 전부 서른 한 개나 되었다. 타르는 그것들을 찾아낼 때마다 테이블 위에 집어던졌다. 그는 다시 한 번 세어 보았다. 서 른 한 개였다. 그 동물도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바보 같은 녀 석이다. 이 정도라면 본부구역 내의 탐지기란 탐지기는 모조리 갖 다가 달아놓은 것이었다. 감시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나자 타르는 튜닉으로 갈아입었다. 그 리곤 벽 쪽에 쌓여 있는 카방고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겨우 느긋한 기분이 되어 가볍게 한잔 해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탐지 기를 조작해보았다. 탐지기가 다시 부저를 울려댔다. 그 감시장치 를 찾아내기 위해 십오 분이나 조사한 끝에 마침내 발견했다. 그가 입고 있던 뉴닉의 맨 윗단추가 마이크로 감시장치로 세트되어 있었 다. 서른 두개라. 타르는 온가지들을 샅샅이 조사해보았으나 더이 상은 없었다. 탐지기의 반응은 더이상 없었지맘, 만약을 위해서 송풍관 속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자에 올라가서 송풍관 틀을 건드리자 그것이 흔들거렸다. 앗차, 이것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 겠다. 지구공기가 방으로 들어왔다가는 큰일이었다. 정말로 엉성한 작업이군. 그러나 이 정도가 고작이겠지. 타르는 사무실 전체를 다시 한 번 조사해보았다. 부품선반을 보 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곳에는 온갖 부품이 갖춰져 있었고, 하나하나마다 커다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조명 장치 안에서 발견 된 버튼카메라도 정확히 이 선반을 향해 설치되어 있었다. 얼빠진 동물녀석. 타르는 갑자기 이들 감시장치에 전력을 연결하는 공급유니트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랄스를 불러다가 철저히 수색하도 록 했다. 찾았다. 전력공급 유니트는 소화용 기계를 넣어두는 벽장 안에 와이어로 묶여 있었다. 타르는 그것을 꺼내고 스위치를 켰다. 이 정도면 반년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레코더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당연히 레코더에 중계되어 있을 테니까. 그것도 수 백 피트 이내에 있을 것이다. 타르는 돌아가서 광산무전기를 들고 와 공급 유니트의 스위치를 켜고, 레코더의 소재를 찾아냈다. 그것은 차고의 문 바로 안쪽에 있었다. 누구나 출입이 자유롭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디스크 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장소였다. 타르는 레코더를 끄고 그것 을 제거했다. 이제 더 이상 걱정거리는 없다. 완전히 해방된 기분에 젖어 사무실로 돌아온 타르는 문을 잠그고 탐지기로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기분좋은 침묵. 마침내 프라이버시 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제서야 바지와 장화를 신고 카방고를 마신 다음 의자에 몸을 기댔다. 호쾌한 느낌이었다. 본국으로, 권력과 부를 향해. 타르는 지금 그것을 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 로 그 동물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한 시간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나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해야 했 다. 그리고 특별한 무기를 제작해야 했다. 그것은 너무 엄청난 파 괴력을 가지고 있어 회사도 긴급한 혹성을 파괴시킬 때 외에는 사 용을 금지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내가 출발한 뒤, 이 혹 성은 우주의 쓰레기가 될 것이다. 캐비닛으로 다가가 이중바닥을 열었다. (3) 아프리카의 채굴장으로 돌아온 조니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 었다. 그는 지하실의 지나치게 큰 사이클로인용 침대 위에 누워 있 었다. 무더운 밤의 암흑 속에서 몇 차례나 몸을 뒤척이며 최근의 사태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과 행동에 대해서 몇 번이나 검토하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해야 할 일들을 헤아려보 았다. 비티의 죽음은 그들이 필요로 한 정보의 대가로서는 너무나 큰 손실이었다. 로버트 경은 함께 있지 않았다. 그는 스코틀랜드에 머물면서 에 딘버러 주변에 대공 방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맥켄드릭도 없었 다. 그는 안전한 장소로 지하병원을 이전하는 일을 감독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반 대령은 러시아에 있었다. 스톰아롱은 조니와 함께 있었다. 지난번 작전에서 자신의 옷과 '그자신'을 조니에게 빌려준 일로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 었다. 그는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비행철제품의 목록작성에 전념 하고 있었다. 이 노르웨이인은 비행기를 비행철제품이라고 표현하 곤 했다. 스톰아롱의 작업 덕분에 조니는 아프리카 기지가 존재한 목적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곳 채굴장에서는 텅스텐의 배소를 하고 있 었기 때문에 원광출하량은 극히 적었다. 따라서 이곳에는 광석화물 기가 없었으므로 이투리 숲의 지부 채굴장에서 연료와 호흡가스를 트럭으로 운반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 채굴장은 여러 기종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미뤄보아, 스톰아롱은 이 기지가 방위기능도 갖추고 있었 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찾아낸 낡은 사이클로어 자료로 판단 하건대, 이 기지의 임무는 덴버 부근의 채굴장이 공격당했을 경우, 적을 기습하여 반격을 가하는 것인 듯 했다. 이것이 바로 지난번 전투에서 전멸한 사이클로인이 획책하고 있던 일이었다. 스톰아롱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목록에도 게재되어 있지 않 은 비행철제품 몇 가지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그를 기쁘게 했다. 그것들은 전투기가 아닌,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입된 이 중기능기종이었다. 그래서 일의 완료와 함께 격납고 뒤쪽에 처박힌 채 그대로 잊혀진 것이었다. 그것을 다시 사이클로별로 가져가는 데는 너무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 기체 안에 남아 있던 일지에 따르면, 그 목적은 이 혹성의 궤 도상에 있던 막대한 양의 물자를 채굴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이 클로측에서 보면 예외적인 작업이었다. 이들 물체 중에는 매우 희 소한 고가의 물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회사는 특수작업용 기계를 파견한다고 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텔레포테이션 구 동은 상승을 위해서 공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밀폐 되어 있으면 보통 비행기라도 큰 어려움 없이 달까지 왕복할 수 있 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주공간에서의 채굴장비를 갖고 있지 못했 다. 따라서 진공 속을 비행하며 물체를 집어넣거나 방출할 수가 없 었다. 결국 사이클로별 혹은 사이클로인의 지배하에 있는 혹성의 공장 에서 아죽 튼튼한 장갑 해병대 공격기가 개조되었다. 그것은 에어 로크와 원격조작 포착기를 갖추고, 우주 공간에서 물체에 가까운 곳을 비행하며 그것들을 포착하여 수납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해 서 획득된 물체조각이 지금까지도 그 수납장치 안에 있었다. 예를 들면 칠이 벗겨진 식별표시판 등의 파편으로, 그 하나에는 'NASA' 라고 씌어 있었다. 스톰아롱은 그것을 혹성리스트에서 찾아보았으 나 해당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구에만 관계되는 것이리라고 결 론내렸다. 조니는 그 유물을 별 관심도 없이 바라보았다. 충전물을 담고 있 는 문의 패킹들은 흐슬부슬해져 있었다. 충전물들은 천백 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아직까지 밀폐성을 유지하고 있을 리 없다고 조니는 말했다. 크레인과 문에는 경첩이나 볼 조인트가 달려 있어서 제대 로 움직이지 않았다. 요컨대 이것들은 폐품이었다. 조니는 오히려 분사포를 탑재한 다른 비행기 쪽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스톰아 롱은 최근 훈련을 끝내고, 당장은 한가한 기계공 몇몇과 세 명의 예비조종사를 조수로 해서, 폐품들을 비행가능하도록 재정비하고 있었다. 조니가 자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호의를 보이지 않자 스톰 아롱은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사백 마일 상공의 궤도에 있는 문제의 그것을 방문하고 돌아올 만한 비행기가 이곳에 달리 또 있습니까?" 지난 며칠 동안 네 개의 빛나는 물체가 상공 사백 마일 지점의 궤도상에 머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개 뿐이었으나 하나둘씩 불 어나 지금은 네 개가 되어 있었다. "방문하다니!" 조니는 놀라서 소리쳤다. "여기에는 포도 안 달렸는데!" "우리들이 포를 다시 달았습니다. 스크린과 기기도 모두 작동됩 니다. 스페어가 있었어요." "시험비행을 해보는 게 좋을 거야. 긴급탈출용 제트를 착용하고 서 말일세." "벌써 했습니다. 어제요. 제어탁자는 약간 구형이지만 기분좋게 비행할 수 있더라구요." "하지만 그 물체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는 것은 그만두게." "그곳까지는 가지 않았어요. 다만 그 사진을 찍었을 뿐입니다." 스톰아롱은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다이아몬드 모 양의 브리지가 있고, 많은 분사포를 돌출시킨 커다란 전함이었다. 다른 하나는 원통형으로 컨트롤 갑판이 전면에 부착되어 있었다. 다음 것은 별 모양이었는데. 다섯 개의 돌출부분 끝에 각각 포가 장착돼 있었다. 나머지 한 개는 주위를 고리로 둘러싼 둥근 모양이 었다. "허허, 이 마지막 것은 자네가 말하던 것 아닌가? 자네가 충돌했 지만 충돌하지 않았다고 한 왜소한 남자의 비행선이로군." "맞습니다. 우리들은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조니는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인정찰기의 항로지정과 수신기지 를 콘월로 옮기고 있었으며, 이곳 아프리카에는 자동 중계장치가 되어 있었다. 열두 대의 무인정찰기가 저속으로 지구를 돌고, 몇 시간마다 아메리카 상공을 통과했는데, 그것들 역시 궤도상의 물체 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상방위군도 경계태세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 주 보잘것없는 방위군이었다. 그날 밤, 조니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타르의 첫 활동기록을 가져올 예정인 더넬딘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녹음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조니는 그것부터가 마음에 걸렸다. 무선으로 이 계획을 교신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니 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조니는 참다 못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불안감에 사로잡힌 채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럴수록 답답함 만이 더해갔다. 그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별을 보면서 마음을 진 정시키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무덥고 우중충했다. 하늘 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호수 옆에서 사자의 포효소리가 들려 왔다. 두 대의 전투기가 긴급출격에 대비해서 언제든지 이륙할 준 비를 갖춘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방위를 위한 것이었다. 스 톰아롱이 수리한 고대의 유물도 근처에 있었다. 그것은 채굴장의 조명을 받아 흐릿하게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조니는 풀리지 않는 고민을 되풀이하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뭐라 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당직사관에게 마스크와 비행복을 빌렷다. 조니는 스톰아롱이 수리한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가 말한대로 조종 장치들은 대부분 구식이었다. 상승균형 버튼은 약간 컸고, 위치도 다른 곳에 있었다. 기총발사 장치는 크레인의 조작판을 설치하기 위해 제거되어 있었다. 그러나 별 지장은 없었다. 조니는 긴급탈출 용 제트를 짊어지고, 안전벨트를 맸다. 모든 창을 꽉 닫은 후, 그 고물비행기를 상승시켰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조니에게 있어서 비행은 언제나 스릴이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올라갔던 그날부 터 한시도 그 스릴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검은 하늘과 밝게 빛나 는 별들, 반달, 구름 속으로부터 밤하늘에 솟아나와 있는 눈덮인 산봉우리들, 조니는 긴장이 얼마간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도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조니는 습관적으로 스크린 레이더를 켰다. 몇 척의 우주선이 스 크린에 나타났다. 조니는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스크린을 자 세히 들여다보았다. 궤도상에는 네 개의 물체가 있을 것이었다. 아 나, 다섯 개였다. 새로운 물체가 앞쪽에서 네 개의 물체를 향해 접 근하고 있었다.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나는 네 개의 물체는 고도 사백 마일 상공에 정지해 있었다. 조니는 계속 상승해서 그것들을 방문할 마음은 없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미지의 우주선이었고, 이 비행기의 조종에 익숙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설사 이 낡은 우주선이 손쉽게 달까지 왕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비행을 즐기는 것 이상의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사진 정도는 찍 어도 되지 않을까. 스톰아롱이 촬영한 사진들은 한낮의 자외선 때 문에 윤곽이 흐리게 나와 있었다. 조니는 비행기를 고도 이백 마일까지 상승시킨 다음 물체로 접근 하여 촬영장치를 준비했다. 그때였다. 앗, 저것은 무엇인가. 새로 운 비행물체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그렇다, 다시 섬광이다. 나를 포격하고 있는 것일까. 경계하면서 신속하게 대피준비를 취했다. 그 순간 한 비행선에서 강렬한 섬광이 뻗어나왔고, 다섯번째 전함 위에서 빛이 작렬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었다. 다섯번째 것이 네 대를 공 격했고, 그 한 대가 반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니는 구식 조작 버튼을 두들겨 거리를 백오십 마일로 좁혔다. 조니는 상황변화를 기록하는 데 몰두해 있어서, 자기가 초음속, 최고 속도로 이들 전 함을 향해 돌진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다섯번째 것과 네 대 가운데 한 대는 완전 히 전투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청색, 녹색, 적색의 분사포가 두 대 사이를 오가며 명중할 때마다 오렌지빛 섬광이 작렬했다. 퍼뜩 정 신을 차리고 보니까 전망스크린 속의 비행선이 아주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계기의 사이클로 숫자가 어지럽게 변하면서 거리의 접근을 나타내고 있었다. 칠십오 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조니가 제어탁자의 역진버튼을 누르기 한순간 우주선끼리의 포격 이 갑자기 멎었다. 조니는 고물비행기를 전력으로 역진시켜, 일단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나와는 관계없는 전투다. 게다가 시장 백마 일 되는 곳에서 속도를 떨어뜨린 조니는 고도 오십 마일 지점에서 수평비행으로 전환했다. 조니가 올려다보았을 때는 이미 포격이 멎 어 있었다. 다섯번째 우주선도 다른 우주선들과 함께 섞여 그것에 정지해 있었다. 조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무모한 모험을 할 때가 아니었 다. 까딱했으면 스톰아롱에게 경고했던 만용을 자신이 먼저 부릴 뻔했다.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조종석 안은 숨막힐 정도로 무더웠 다. 그는 다만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이것을 탔던 것이다. 그곳까지 갈 생각이었다면 보통 전투기를 타고 갔을 것이다. 이런 행동이 로버트경에게 알려진다면 귀가 따갑도록 잔소리를 들을 것 이었다. 전망스크린에 또 다른 비행체가 나타났다. 고도 만 피트 근처였 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아메리카로부터 북극을 돌 아서 온것일까. 조종석이 무더워지는 것을 각오하고 그것을 확인하 기 위해 급강하했다. 지령용 단거리 무선기의 스위치를 켠 순간, 그 비행기로 부터 교신이 들어왔다. "쏘지 말아줘요. 나는 당신의 딸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단 말입니 다." 더넬딘이었다. 조니는 웃었다. 아메리카에서 돌아온 이래 지금까지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목소리였다. 그는 비행기를 선회시켜 더넬딘 뒤에 붙었 다. 아래에서는 스코틀랜드인들이 환성을 울리면 채굴장 쪽으로 모 여들고 있었다. (4) 왜소한 회색인은 작은 방에서 한숨을 짓고 있었다. 계속되는 소 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한 골칫거리가 생겨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태가 심각한데 군인들끼리 싸움이 붙었던 것이다. 그것은 군인들간의 문제였지 정치나 경제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개입하지 못하고 방관할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앞에 있는 여러 개의 스크린에 네 개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창고의 모든 예비스크린을 가져다 선 반에 설치하도록 통신담당자에게 부탁해야 할 지경이었다. 덕택에 사무실은 기계로 가득차버릴 테고.... 한 스크린에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토르네프인 대위가 흥분한 듯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었다. "당신들이 여기서 나를 만나게 되어 놀라건 놀라지 않건 알 바 아니다. 우리들 양국이 전쟁중이라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 하우빈인의 얼굴은 엷은 자줏빛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격노했을 때의 얼굴빛이었다. 그의 타원형 머리에 얹혀진 사각 헬멧은 납작 하게 귀 촉각을 구부러뜨리고 있었다. 이빨은 없지만 잇몸이 칼날 처럼 생긴 입이 깨물려는 것처럼 벌려진 채 일그러졌다. "전쟁상태인지 아닌지 당신이 어떻게 안단 말이오? 당신은 최소 한 다섯 달 동안 어떤 기지에도 들르지 않았잖소?" 별 모양의 우주선을 지휘하고 있던 포크너인 상급 중위는 외눈 안경을 쓰고, 필요 이상으로 금실을 두르고 있어서 상당히 오만하 게 보였다. 코가 없는 기다란 얼굴은 경멸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 을 짓고 있었다. 볼보드인은 완전히 무뢰한이었다. 사이클로인보다 더 컸으나 일정한 형태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뭔가를 다룰 수 있다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들의 손은 언제나 꽉 쥐어져 있 었다. 스웨터의 커다란 깃이 그 거창한 모자의 차양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그들은 기장을 달고 있지 않았다. 기장을 다는 것은 위엄을 훼 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왜소한 회색인은 그가 갱 두목인 폰든이고, 원통형 우주선의 지휘관이라는 것을 알 고 있었다. 폰든은 노골적으로 다른 자들을 바보 취급하고, 모두들 쓸모없는 머저리라고 치부했다. "좋아." 토르네프인이 쏘아붙였다. "우리들은 현재 전쟁중인가, 아닌가. 어느 쪽인가?"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나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전쟁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평화적으로 정박하고 있던 하우빈인의 전함이 비열한 토르네프인에게 공격당한 것은 비단 오 늘만이 아니다." "각하." 하우빈인의 말에 토르네프인은 다짜고짜 회색인을 논쟁으로 끌어 들였다. "토르네프와 하우빈이 전쟁중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 까?" 이것은 군사적인 문제였지만 정치문제와도 조금은 얽혀 있었다. "어제 만난 우주연락원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소." 그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 복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승무원 중 누군가가 다른 종류의 소화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 다. 그들이 끝내주면 좋으련만. "그것 보라구!" 토르네프인 함장이 말했다. "전쟁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당신은 전쟁중도 아닌데 공격을 가하여 우리 전함에 손상을 입혔다...." "이봐, 잠깐만, 내가 정말로 당신네 전함에 손상을 입혔단 말이 오?" 하우빈인이 거짓말 말라는 투로 물었다. "여러분, 내 말이 안 들립니까, 여러분?" 포크너인 상급 중위가 끼여들었다. "여러분이 얘기는 그 공격기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당신들 이 다른 곳에 가서 싸운다면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 단지 나는 그 공격기가 어느 별의 어느 종족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볼보드인이 말했다. "사이클로인 외에 누가 또 있겠는가?" "그것은 알고 있다." 토르네프인은 안경을 고쳐썼다. "그러나 그것은 사이클로인의 군사용 항공기 리스트에는 기록되 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 리스트, '알려져 있는 사이클로인의 군사용 항공기 목 록'을 스크린에 비췄다. 그것은 공통어인 사이클로어로 씌어 있었 다. "어떤가. 아무런 기록도 없지 않은가?" 하우빈인은 토르네프선에 대한 공격에서 화제가 벗어났기 때문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기서 토르네프 우주선을 발견하여 당황하긴 했지만 역시 공격한 것은 잘못이었다. "나는 그런 종류의 공격기는 본적이 없다." "볼보드인은 좀더 실제적이었다." "당신이 포격을 그만둔 순간에 그것은 방향전환을 했다. 어째서 인가?"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한동안 골몰해 있었는데, 포크너인이 안 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마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으니 까. 어는 쪽이든 패배하고 나면, 전력이 약해진 쪽을 상대로 쉽게 처치해 버리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의견에 대해서 한동안 토론을 벌였다. 회색인은 할수 없이 그들의 군사이론에 귀를 기울였다.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포크너인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결 론에 도달했다. 그 공격기는 우리들의 전투에 의한 어부지리를 얻 을 셈으로 접근해 온 것이 틀림없다라고. "상당히 영리한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포크너인이 결론짓듯 자신있게 말했다. "공격기는 그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놈들은 전투태세를 갖추 고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놈은 한방이면 끝내줄 수 있었는데." 하우빈인이 포크너인의 말에 동의하였다. "나 같으면 펀치 한방에 KO를 시켰을 것이다." 볼보드인 역시 동의하였다. "만일 놈들이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면 벌써 여기까지 올라 와서 우리들을 부숴버렸을 것이다. 나는 놈들이 사이클로인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횃불 문장 같은 것은 들어본 일도 없다. 어디 에 사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놈들의 실력은 대단치 않 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우리들이 한꺼번에 착륙해서 놈들 을 처치해버리는 것이.... 연합군으로서 말이다." 연합군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였 다. 다른 세 명은 옛날부터 볼보드인은 힘은 세지만 지능은 조금 모자라는 종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들은 스크린에 비 친 볼보드인을 다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우리들 중 누구도 사이클로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 만, 놈들은 사이클로인은 아닌 것 같다. 낯선 비행기에 낯선 문장 을 본다면 따라서 놈들을 섬멸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연합군으로서 착륙하여...." "놈들을 처치하고 나서 전리품을 나눠갖자." 포크너인의 제안에 토르네프인이 즉각 찬성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정치영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 회색인이 말 했다. "만일 그들이 문제의 그것이라면?" 그들이 이곳에 온 궁극적인 목적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다시금 깊은 생각에 잠겼고,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 론을 내렸다. 우리는 연합군으로서 행동한다. 동참하고 싶어하는 자는 누구든 지 받아들인다. 회색인이 파견한 연락담당 전함이 돌아올 때까지 몇 개월이고 기다린다. 만일 연락원이 문제의 그것이 다른 장소에 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가지고 온다면, 연합군은 즉각 착륙하여 이 혹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이 원정의 시간과 비용을 메꾸기 위 해 전리품을 나눠갖는다. 분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문제의 그것이라고 판명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왜소한 회색인이 물었다. "이 문제는 약간 정치적인 성격을 갖겠지만 그때 가서 적당히 합 시다. 만일 이것이 문제의 그것이라면, 공격을 가해 없애버리지 않 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안으로 나가게 됩니다." 폭력, 폭력, 이들 군인들이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언제나 폭력과 죽음뿐이었다. 적대관계에 있는 별들의 우주선 지휘관들이 이처럼 쉽게 서로의 의견을 합치시켜 굳게 결속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 고 회색인은 생각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스크린을 껐을 때, 회색인은 점점 더 위장이 쑤시고 가슴 이 쓰라려왔다. 그는 다시 소화제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생각을 고 쳐 약을 다시 병에 담았다. 그 노부인을 다시 한 번 찾아가보자 그 녀라면 야브차의 해독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5) 스크린의 흐릿한 녹색빛을 얼굴에 받으면서 그들은 머리를 맞댄 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아프리카 채굴장 맨 아래층 에 있는, 납을 발라 개조한 작은 저장실이었다. 조니는 애타게 기 다려온, 심혈을 기울였던 작업의 성과를 확인해보려 하고 있었다. 디스크는 열흘분이나 되어서, 상당히 높게 쌓여 있었다. 더넬딘은 그것들을 가져오는 것이 늦어진 이유를, 좀더 일찍 오고 싶었으나 졸업하는 조종사가 많아서 그들의 최종 시험비행을 체크해야 했으 며, 한참 바쁠 때 자리를 비우면 의혹을 살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네 명의 조종사를 아프리카로 데리고 왔다. 조니 와 스톰아롱이라면 그들에게 좀더 고도의 전투비행술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카는 작업차량 조작훈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모든 부 족들이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과 트럭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브 라운 린퍼가 여러 부족에게, 심지어는 그 부족 부근의 채굴장에서 나온 것까지, 기계류를 팔고 있어서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졌다. 또한 광석화물기는 기계류의 작업차량을 전세계로 운반해야 했기 때문에 조종사가 좀더 필요했다. 앵거스는 더넬딘과 함께 아프리카로 돌아와 있었다. 랄스를 보면 쏴죽일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르의 비 밀을 보고하고 싶어했다. 조니는 다시 옛날 사무실로 돌아간 타르가 처음으로 취한 행동을 대충 살펴보았다. 조니가 그곳을 떠난 지 한 시간 동안 타르가 취 한 행동이 매우 중요했다. 디스크에 나타난 영상에 의하면 그 노력 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음이 분명했다. 놀랍게도 앵거스와 카는 타르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른두 개나 되는 가짜 감시장치, 그리고 전력공급기와 레코더까지도 설치해두었던 것이다. 그것들을 책상 위에 쌓아놓고 안도의 표정을 짓는 타르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 다. 타르가 레코더 공급채널을 탐지하기 위해 광산무전기를 꺼냈을 때, 조니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곧 메인 공급기는 지표파를 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조니가 놀란 것은 캐비닛이 이중바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단순히 금속판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지나쳤던 것이다. 그곳에서 타르는 거대하고 두꺼운 책을 꺼냈다. 가로 삼 피트, 세로 이 피트, 두께 는 칠 인치 정도 돼 보였다. 게다가 그가 처음 보는 얇은 종이로 되어 있어서 수천 페이지가 될 것 같았다. 각 페이지는 대개 마흔 개의 난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 끝의 난이 가장 컸는데 그곳에는 별세계의 이름, 바로 밑에 그 별세계 안의 혹성이름이 씌어 있었 다. 난의 죄측에서 우측으로 그 별세계의 모든 운동, 예를 들면 진 행속도와 방향, 세차운동, 회전각도, 태양의 중량과 데이터가 적혀 있었다. 태양의 경우, 3중인 것은 그 전부가 기록되었다. 각 별세 계의 각 혹성에 이어지는 난에는 혹성 자체의 중량, 회전주기, 대 기, 지표온도, 종족, 도시의 좌표, 광물자원의 예상 매장량이 은하 크레디트로 환산되어 기호로 표시되어 있었다. 채굴장이 있는 경우 에는 그 위치 등이 기입되어 있었다. 여행의 속도와 방향의 모든 것은 우주의 제로좌표와 3차원의 컴퍼스 좌표에 의거해서 산출되었 는데, 그 까다로운 사이클로 식 11진법, 11의 분수, 그리고 11의 자승으로 계산되어 있었다. 타르는 매일매일 그 책을 한 페이지씩 펼쳐놓고 특정한 난을 꼼 꼼히 검토했다. 그가 한 권을 전부 읽은 덕분에 조니 일행은 그 책 의 모든 페이지를 볼 수가 있었다. "첫페이지 외에는 여기에 있는 기호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거의 알 수 없었어요. 심하게 생략되어 있어요. 보세요. 굉장히 잛은 기 호지요. 기록을 다시 검토해본 후에야 첫페이지가 빠져 있다는 것 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아마 약호표일 것입니다. 타르는 모든 기호 를 아니까 참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들은 그렇게 추측 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마지막 디스크를 봐주세요." 조니는 더넬딘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 가 핑핑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세계 가 이처럼 많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혹성의 숫자는 더 엄 청났다. 수천, 수만 개나 되었다. 헤아리는 데만도 한 달이나 두 달은 걸릴 것이었다. 열여섯 개의 우주! 더구나 거기에 기록이 되 어 있는 것은 사이클로인들에게 필요한 것만을 발췌한 것뿐이었다. 이 정도의 지식을 축적하여 정리하는 데만도 수천 년이 걸렸을 것 이다. 그는 주의깊게 필적을 살펴보았다. 칭코이의 필체가 틀림없 었다. 조니는 생각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기호가 있군."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내가 늦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당 신이 이 기호들 때문에 계획에 차질을 일으키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기다렸어요. 자, 마지막 디스크를 잘 보라구요." 조니는 다시 스크린에 눈길을 모았다. 타르가 그 책을 내던졌을 때, 마침 송풍구에서 불어온 바람에 우연이 들쳐진 표지가 첫페이 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그곳에는 모든 기호와 그 의미가 적혀 있었 다. "굉장하지요. 우리들은 마침내 열여섯 개 우주의 모든 위치와 전 송좌표를 손에 넣었다구요." 더넬딘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놈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타르는 짜증이 나서 책을 내던진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했다. 조 니는 디스크를 조금 더 앞으로 돌렸다. 뭐라고 말했으나 그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이클로어로 욕설을 퍼부은 것에 지나지 않 았다. 그 이틀 동안 타르의 책상 위에는 백지 한 장이 놓여 있었는 데, 타르는 펜대가 꺾어질 듯한 기세로 숫자를 휘갈겨쓰고 있었다. 조니는 안쪽 디스크로 돌아가서, 타르의 손톱이 어떤 난을 더듬고 있었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맨 윗줄에 있는 기호를 보니까 그 난은 '사이클로별에의 사이클로별로부터 전송시각'이었다. 으음, 그렇구나, 타르는 자신의 출하물이 다른 혹성으로부터 전 송된 것과 뒤섞이지 않도록 빈 시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사이클로인은 이들 시각표를 몇십 년 동안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발송과 수령을 하고 있는 혹성의 숫자로 볼 때, 사이 클로별의 플랫폼은 주야겸용으로 조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조니의 추측으로는 한 혹성에서 두 개의 플랫폼이 활동할 수 없었다. 플랫폼은 아무리 가까워도 오만 마일은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사이클로별의 직경은 이만 사천 마일밖에 되지 않았 으므로 그곳에는 플랫폼이 하나뿐인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도착한 광석출하물이나 바이어에게 발송되는 제련금속, 혹은 군사물자나 무기 등과의 충돌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타르는 주의깊게 빈 시간 을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광석이나 기계류를 전송하는 데는 짧 은 시간이면 되지만, 직원전송에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타르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갈겨쓴 숫자는 구십이일이었다. 그러니가 선택할 수 있는 날은 앞으로 다섯 달이 나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타르가 그때 마신 카방고 분량으로 보 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 저주받은 혹성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강렬한 충격을 준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다음번 정기전송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튿날이 되자 체면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조니는 다음 스크린에서는 전송 제어탁자의 계산과 회로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그렇지 않았다. 타르는 다른 케비닛의 뒤쪽을 열고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꾸러미를 힘겹게 꺼냈 다. 그 포장지를 열고 커다란 부젓가락을 꺼내들었다. 바위라도 들 어올릴 만큼 큰 것이었다. 그는 볼트를 조절하여 4분의 1인치 정도 너비로 벌려 꾸러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타르가 들 어올리려고 하는 것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을 잘못 집어 올리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타르는 날카로운 저주 를 퍼부었다. 그는 몸을 구부리고 땅콩크기만한 회색 물체를 부젓 가락으로 집으려고 했다. 그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떨어졌던 바닥이 보였다. 조니가 영상을 정지시키고 자세히 보니까 금속바닥 이 깊이 패여 있었다. 상당히 무거운 것 같았다. 조니는 머릿속으 로 계산해보았다. 타르의 강한 힘을 감안한다면 그 무게는 칠십삼 파운드 정도였다. 이윽고 타르는 부젓가락으로 그 작은 물체를 집 어올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조니는 앵거스를 불러 금속분석기를 준비시켰다. 디스크에서 얻은 트레이스를 그곳에 옮겨서 확대하려 는 것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 트레이스 코드북을 가지고 와서 세 시간 동안이나 열심히 트레이스를 찾았다. 그러나 코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사이클로인은 그 물질이나 합금을 전혀 기록해놓지 않았다. 즉 이것은 사이클로인이 갖고 있긴 하지만 책에는 기록하 지 않는 물질이었다. 조니는 그 중량과 용적으로부터 주기율표에 의해 원자번호를 추정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지구의 주기율표는 아 무 도움이 안되었다. 사이클로인의 주기율표도 조사해보았지만 그 물질이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만일 사이클로인이 그 것을 분석표에 올리지 않았다면, 그 주기율표에도 나타나 있지 않 을 것이었다. "나에게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좀더 있었더라면...." 조니의 말에 더넬딘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나는 당신이 마법사처럼 보이는데요. 두 시간 전부터 수갱 속으로 떨어진 것처럼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 던걸." "여기에 있는 것은 원자번호라구. 원자는 몇 개의 에너지 입자를 지닌 원자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입자에는 정의 전하, 즉 전기 를 띠고 있는 것과 전하를 갖지 못한 것이 있다. 정의 전하를 갖는 입자수가 이른바 원자번호다. 그리고 이 입자와 전하를 갖지 못한 입자를 합치면 원자량이 된다. 또 원자핵 주위에는 부의 전하를 갖 는 입자가 있어서 핵둘레를 회전하고 있다. 이것은 보통 전자라고 불리는데 실제로는 쌓여 있다고 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어쨌든 원 자핵과 그 주위에 있는 부의 입자에 의해서 각각의 원소가 정해진 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주기율표란 이런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고대 인들은 이표를 산소와 탄소에 의거해서 작성했다. 아마 그 두 가지 원소가 인간에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란, 말하자 면 탄소와 산소의 내면기관인 것이다. 그러나 사이클로인의 대사기 관은 인간의 생체조직과 다르기 때문에 에저지원으로써 다른 원소 를 연소시킨다. 그래서 사이클로인의 주기율표도 다른 것이다. 또 그들은 우주 곳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고대의 과학자들이 들어본 적 도 없는 금속이나 기체를 알고 있었다. 고대인들과 핵과 전자, 전 자와 전자 사이의 공간적 거리를 변수로서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같은 핵과 같은 전자라도 공간배치에 의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알겠나?" "잠깐만요. 지금 쿵 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그것은 내가 수갱에 밑바닥에 추락한 소리라구요." 더넬딘은 도대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수갱 밑바닥에 있는 것은 자네뿐이 아닐세. 이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도 언제나 수갱 밑바닥에 떨어져내리는 느낌일세. 내 말 을 잘 듣게. 중요한 것은 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는 거야. 저 것은 전송장치의 부품이 아니라구. 그것만은 확실하네." 여기서 그들은 다른 디스크를 살펴보기로 했다. 타르는 오만한 태도로 랄스에게 베릴륨합금으로 된 얇은 판을 찾아오라고 명령했 다. 본부구역을 속속들이 뒤져봐도 찾을 수 없다고 랄스가 말하자 타르는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그것은 차량의 패널에 쓰이는 금속이니까. 차고로 내려가 즈즈토의 수리용 부품 속에서 찾아오라고 고함을 쳤다. 랄스는 당장 달려가 서 그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가져온 베릴륨합금 시트가 출렁 이면서 덜컹덜컹 소리를 냈다. 타르는 랄스를 방에서 몰아내고 문 에 자물쇠를 채웠다. 조니는 즉각 그 금속을 분석했다. 이번에는 더넬딘까지도 용이하게 트레이스할 수 있었다. 그것은 베릴륨, 동, 그리고 니켈이었는데,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어서 조금 지저분했 다. 화면의 타르는 가위를 꺼내 능숙한 솜씨로 합금을 자르고, 그 가장자리를 구부려 담금처리를 한 다음 분자접합으로 붙였다. 그것 에 꼭맞는 뚜껑을 만들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뚜껑에 손잡이를 달았다. 그리고 바닥에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는 식의 액세스판을 만들었다. 타르는 웃고 있었다. 따라서 그것은 위험한 작업임이 분 명했다. 이윽고 예쁜 상자가 완성되었다. 그것을 꼼꼼히 닦고, 가 죽으로 문지르자 보석 같은 광택을 내면서 황금색의 아름다운 상자 로 변했다. 직육면체로서 그 여섯개의 면과 각은 정확하게 마무리 되어 있었다. 뚜껑은 간단히 열 수 있었으나 밑바닥의 액세스판의 나사는 아직 부착되지 않았다. 상자의 크기는 지름 일 피트, 높이 오 인치 정도였다. 다음날, 타르는 상자의 내부제작에 착수했다. 그는 정교한 경첩 이 달린 막대기를 몇 개 만들었다. 그것은 매우 복잡했다. 그는 막 대기를 상자의 내부에 설치한 뒤 시험에 착수했다. 여섯 개의 모퉁 이마다 달린 경첩은 막대기가 있었고, 그것들은 뚜껑에 고정되어 있었다. 뚜껑을 들어올리면 이들 막대기가 축받이를 비어 있는 상 자의 중앙으로 밀도록 되어 있었다. 타르는 몇 번씩이나 시험을 반 복하고, 바닥의 액세스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고는 더욱 커다란 소리로 웃어댔다.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표시였다. 타르는 랄스를 시켜 주변에 있는 여러가지 물질들을 급히 긁어모으 게 했다. 마지막으로 세 종류의 금속과 세 종류의 비금속을 쌓아올 렸다. 분석기에 의하면 철, 실리콘, 나트륨, 마그네슘, 유황, 그리 고 인이었다. 뭐야,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조니는 몇 권의 책을 조사했다. 나트륨, 마그네슘, 유황, 그리고 인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다는 점이었 다. 타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조니는 우선 그것부터 조사해보았 으나 그 배합으로 폭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철과 실리콘? 그것들은 지구의 지작 및 지핵 속에 들어 있는 아주 흔해빠진 구성 물질이었다. 그는 그 뒤쪽의 영상을 살펴보았다. 타르가 하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이 악마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 까. 만약 타르가 뭔가를 만들어 바깥에 감추었는데, 찾아내지 못한 다면? 타르는 기 기묘한 금속덩어리를 집어들고, 중량을 달아본 다음, 다시 조심스럽게 싸서 이중바닥 캐비닛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 리고는 상자 중앙에 그것을 넣기 위한 물림쇠가 달린 칸막이를 만 들었다. 물론 그 금속은 캐비닛 안에 있으니까 그 속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칸막이를 모두 만든 그는 여석 가지의 물질을 막대기의 작은 구멍 속에 하나 씩 각각 따라넣었다. 따라서 뚜껑을 들어올리 면 막대기는 그 속의 물질을 중앙으로 밀어내고, 여석 가지의 물질 은 각기 문제의 그 금속에 접촉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전의 전투 때, 조니의 방사능과 원소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들 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단지 원자를 자 극하면 되지만, 타르가 다루고 있는 것은 우라늄 방사능이 아니었 다. 방사능은 호흡가스를 폭발시키기 때문에 그는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문제의 금속은 그것보다 강력한 폭발물임에 틀림없었다. 타르의 성격으로 본다면 그것은 가공할 만한 것이 분명했다. 그 무 거운 금속 덩어리가 중앙에 있고, 누군가 뚜껑을 들어올려서 그 물 질들이 전부 그곳에 모였을 땐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었다. 조니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타르는 그 예쁜 상자를 챙겨넣고, 자물쇠를 채운 다음 방을 치우 고 수학책을 펼쳤다. 그 표제는 '역등식', 이것도 텔레포테이션과 는 관계가 없다. 타르는 지금부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디스크는 그곳에서 끝났다. 조니의 시계는 정오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젯밤 처럼 그들은 한숨도 못 자고 식사도 안한 채, 꼬박 디스크를 들여 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누가 악마를 창조해냈는지 알 것 같군." 더넬딘이 말했다. "그놈의 이름은 타르다." (6) 조니의 목적은 텔레포테이션에 있었으나, 타르는 그 작업을 끝내 놓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당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 같 아서 조니도 다른 일에 신경쓰기로 했다. 남아 있는 사이클로인의 도움으로 그들의 기술을 밝혀내겠다는 기대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 니었다. 정규교육을 받은 사이클로인 기술자의 뇌에서 그 두 개의 금속조각을 꺼낼 수만 있다면 수수께끼도 얼마간 풀릴지도 모르고, 그것만 풀어낸다면 이 혹성의 장래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닥터 맥켄드릭은 아프리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맥켄드릭이 돌보고 있는 세 명의 사이클로인 환자는 간단하게 치료할 수가 없 었다. 그들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 중 두 명 은 우수한 기술자였다. 아메리카 채굴장에서 이동해 온 서른세 명 의 살아 있는 사이클로인들은 무사히 도착하여 준비된 숙소에 수용 되었다. 그들은 정식으로 '해상에서의 비행기 추락으로 전원 사망' 이라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의사는 그다지 희망을 갖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네." 그는 어느 날 밤, 지하에 있는 외과수술실에서 조니에게 말했다. "그래도 그 복잡한 두개골 속에서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지 않 고, 문제의 금속을 끄집어낼 수는 없었네. 지금까지의 검시결과에 의하면 적출수술을 할 경우, 중요한 접합부분의 뼈가 손상되어 가 장 중요한 뇌신경이 절단되어버릴 거라는 사실일세. 그 물체는 신 생아의 부드러운 뇌에 이식되는데, 단 몇 개월이면 두개골의 적출 이 불가능할 정도로 굳어져버린다네. 앞으로도 사이클로인의 시체 로 연구를 계속하겠지만 나로서는 이미 기대할 수가 없네." 조니는 그런 얘기를 나눈 다음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해결방법 을 찾고 있었다. 요즘은 계속해서 문제만 일어날 뿐 해결책은 하나 도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것을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인 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조니는 자꾸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갑자 기 조니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이클로인 숙소의 통로 를 걷고 있을 때였다. 그는 멈춰 서서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 다. 문에 난 작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차크였다. 조니는 그녀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차크는 보기에도 경박스럽고, 덜렁거리 는 여자였디만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조니." 차크가 말했다. "나는 다만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이 에요." 누군가 사이클로인들에게 얘기해주었군 하고 조니는 생각했다. 아마 더넬딘일 것이다. "저 배신자 타르가 우리들에게 하려던 짓을 생각하면 온몸에 소 름이 끼쳐요. 나는 전부터 당신에게 어딘가 사랑스러운 곳이 있다 고 느꼈어요,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들을 구해준 것이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구요." "천만에, 과찬의 말씀. 그런데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나요?" 조니는 그렇게 말하며 차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못 연약스럽게 보였다. 몸에는 천조각을 둘렀을 뿐, 옷 도 입지 않았고, 털가죽은 꾸깃구깃 구겨져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조니는 그곳을 떠나 통로를 중간쯤 갔을 때, 문득 그 기묘함을 깨달았다. 사이클로인이 인사를 하다니.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니.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는 여직원이 많지 않 았으므로 다른 사이클로인 여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감사하다는 말을 쓰는 사이클로인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십 분 후에 차크의 머리를 검사하기 위해 광물분 석기가 준비되었다. 이십 분 간 정밀검사를 끝낸 뒤에 결과가 나왔 다. 검사에 따르면 차크의 머리에는 청동물체가 없었다. 은으로 된 캡슐은 있었으나 크기와 모양이 달랐다. 차크 외에도 아메리카 캄 파운드에서 열두 명의 사이클로 여자들이 와 있었다. 그녀들을 검 사받기를 꺼렸지만 조니는 한 명도 빠짐없이 검사해보았다. 그 결 과 사이클로 여자의 머릿속에는 청동물체 대신 차크와 같은 타입의 음캡슐이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내부의 필라멘트는 남자들 것보다 단순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나 그 이상은 알 수 없 었다. "이것을 적출해낸다는 것 역시 불가능할 것 같네." 닥터 맥켄드릭은 말했다. "여자들의 뇌구조도 남자들 이상으로 복잡하다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활성화되면 다른 메시지를 보낼 거라는 것뿐일 세."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잔혹함을 일으키는 청동이 여 자들에게는 없었다. 조니는 다음날 아침 다시 한 번 차크와 얘기를 나눠보았다. "일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 조니가 말했다. "좋아요. 역시 당신은 귀여운 면이 있군요. 이제 사이클로별로 돌아갈 수는 없다구요. 타르 덕분에 나의 근무평정 기록은 엉망이 돼버렸어요. 신상기록에 불복종이라는 평가가 나와 있으면 회사에 서는 나를 더이상 고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이클로별에 돌려보내 지 않겠다고 약속해주고, 한 달에 이백 은하 크레디트의 정규급료 를 지급해준다면 기꺼이 일하겠어요. 할 일이 없으니까 미치겠다구 요. 게다가 화장품도 바닥났고...." 오래전부터 조니와 그의 동료들은 회사의 경리과나 죽은 사이클 로인의 지갑, 매점의 계산대 같은 곳에서 은하 크레디트을 모아왔 기 때문에, 백만 크레디트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적절한 조절 끝 에 차크와의 계약이 성립되었다. 자유의 몸이 된 차크는 호흡마스 크를 쓰고, 보초를 데리고 가서 재빨리 배급천을 몇 야드 얻어냈 다. 그리고는 보초에게 호수까지의 안내를 부탁했다. 차크는 악어 들이 우글거리는 것도 무시한 채 목욕을 했다. 다음에는 광석표본 실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표본실에 들어간 그녀는 소량의 석고를 절구에 넣고 갈아서 그 분말을 샘플자루에 집어넣었다. 또 한 소량의 구리와 산을 증류기에 넣고 끊여서 증발시킨 후, 그 찌 꺼기를 끍어내어 투명한 모터용 그리스와 섞은 다음 통에 담았다. 그녀는 트랙터용 도료를 꺼내 반짝이는 자줏빛이 될 때까지 끓여 서, 일반 염색제를 넣고 시너를 부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병에 넣었다. 이번에는 의복공장으로 가서 천을 재단하고 접착시켜 예복 을 만들었다. 지상차와 좌석용 커버를 잘라내어 장화도 만들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자기 방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드디어 사이 클로별의 번화가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멋진 여성이 출현했다. 호흡마스크가 화장을 가리고 있었으나 그것이 얼마나 멋진가는 상 상할 수 있었다. 아나, 주의깊게 관찰하면 납이 섞인 마스크를 통 해, 반짝이는 녹색 입술, 새하얗게 빛나는 코, 눈주위의 흰색과 녹 색의 원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손톱은 자줏빛으로 화려하 게 칠해졌다. 흰 예복에는 나팔꽃 모양으로 열린 금색 깃이 붙어 있었고, 정장을 끝내자 차크는 다른 여자들이 있는 방으로 가게 해 달라고 말했다. 얼마 후 이 기지의 사령관에게 월 이백 크레디트와 의상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했다. 조니는 이런 행운이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 하지 않게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이것 때문에 문제 도 생겼지만, 처음 얼마 동안은 여러 가지가 발견되었다. 어느 날 차크는 진흙을 찾으러 나갔다. 일반 진흙이 아니라 특별한 종류의 진흙이었다. 앵거스와 조니가 동행했다. 차크는 이백 파운드나 되 는 현미경을 핸드백 위에 가볍게 얹고 있었다. 그녀는 주걱으로 진 흙을 떠올린 다음 블레이트 위에 소량을 떨어뜨리고 현미경을 들여 다보았다.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찾고 있 는 것이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참 만에 차크는 그 진흙을 찾아냈고, 그것을 광석운반통에 담아서 이백 파운드의 현미경과 사 백 파운드의 진흙을 태연스럽게 들고 본부건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진흙을 몇 개의 유리병에 담았다. 녹색의 점착성 식물을 얼마간 집 어넣은 다음 병에 묻은 진흙을 씻어냈다. 그녀는 병들을 닥터 맥켄 드릭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여우에게 홀린 듯한 얼굴로 병들을 바 라보았다. 차크가 말했다. "이것을 상처부위에 발라주세요. 당신은 정말 둔하군요. 항바이 러스제를 쓰지 않고서 어떻게 사이클로인들을 치료하겠다는 거예 요? 어린애들도 알고 있는 일인데." 맥켄드릭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치료법은 모두 세균 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클로인은 기본적으로 바 이러스 구조의 생명체였기 때문에 세균억제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 했던 것이다. 차크가 조제한 약으로 처방한 지 사흘 만에 사이클로 인들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화상을 입었던 상처가 아 물었고, 얼마 뒤에는 완전히 치료될 것같이 보였다. 차크는 도서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사방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책들을 보고 분류하며 이틀 동안 사이클로서 서적을 모아서 쌓아올 리는 일에만 전념했다. 다른 여자들은 차크를 돕거나 사이클로인 숙소였던 광대한 구역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조니가 옛날 사이클로인의 사령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돌연 차크가 찾아왔다. "도서관은 엉망진창이예요. 회사의 규칙에 의하면 각 채굴장에는 일정한 서적목록이 있어야 된다구요. 이 서식을 보면 이곳의 관리 자가 완전히 엉터리였음을 알 수 있어요. 그의 근무평정 기록에 낙 제점을 적어넣어야 해요. 하지만 나는 당신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까 다르죠. 서식 2,345,980-A를 보아주세요. 당신이 이것을 사이클 로별에 주문하면 다음 출하 때 보내줄 거예요. 아주 심각한 문제라 구요. 완비되지 않은 도서관이라는 것은." 조니는 그러한 서식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건성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려니까 '분실'이라고 체크되어 있는 항목이 눈에 띄었다. '적대 종족의 전함인식표'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종족 군대의 전투능력 일람'도 있었다. 그것을 조니에게 건네준 차크는 서적을 분류해서 선반에 끼어놓은 작업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차 크가 돌아간지 몇 분 후, 조니는 서른 명을 그곳에 파견해서 샅샅 이 뒤지게 했다. 그 책들을 입수하면 머리 위에 있는 방문자들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며, 방위수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 었다. 책이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은 그날 아침에 스코틀랜드에서 돌 아온 로버트 경이었다. "조니, 이곳 사이클로인들은 누구에게 공격받았는지 모르고 있었 네. 지휘관이 그런 책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시체를 뒤져보 았나?" 그의 말이 옳았다. 그 책들은 눈덮인 산 위에 방치되었던 광산관 리자 시체의 배낭 속에 들어 있었다. 세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조 니는 자기와 스톰아롱이 찍은 사진과 책에 기록된 것을 비교하여, 상대가 토르네프인, 포크너인, 볼보드인, 하우빈인이라는 것을 알 아냈다. 그들의 생김새와 전투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모두 난 폭하고 혐오스러운 자들이었다. 그러나 주위가 고리로 둘러싸인 원 형물체와 왜소한 회색 종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도 없었다. 그 이튿날 차크에 대한 조니의 행운은 끝장나고 말았다. 그녀는 일을 잘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니가 실수를 저질러버렸던 것이다. 차크는 팔백 파운드나 되는 육중한 체중을 좌정시킨 채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조니는 열 개의 숫자가 씌어 있는 종이조각을 들여 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구로부터 적대기지들까지의 거리와, 각 종족이 보유하고 있는 우주선의 속도에 관한 숫자였다. 그들은 우 주선이 모성의 기지로부터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가를 산출해내려 하고 있었다. 지적 생물이 있는 혹성에 대해서는 타르에 의해 리스트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것은 사이클로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조니가 다른 책에서 알아 낸 바에 따르면 이 은하계에 만도 백조 정도의 태양이 있으며, 이 우주만도 백조 이상의 은하계를 포함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 이었다. 그는 열여섯 개나 되는 우주를 보아야만 했다. 잠재적 적대종족의 기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 은 이것보다 용이했다. 지구에서 이 우주의 중심까지는 대략 삼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일 광년은 약 육조 마일이었다. 저 적대 우주선은 광속을 능가하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따라서 광속을 어 느 정도 추월하느냐에 의해, 어느 기지가 어느 곳에 위치에 있는가 를 게산해낼 수 있었다. 그 계산을 위해서는 방대한 사이클로 산술을 필요로 했다. 조니 한테는 그것을 손으로 계산할 만큼의 끈기가 없었다. 그는 무심결 에 차크에게 말했다. "잠시 계산을 도와주지 않겠소? 이 숫자를 전부 더하는 거요." 그녀는 조니를 일 분 가량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하는 식을 몰라요." 조니는 미소를 띄었다. "단순한 산술이예요. 그럼 내가 가르쳐주지요." 그 순간 차크는 눈이 흐리멍텅해지는가 싶더니만 책상 위에 털썩 엎어져버렸다. 차크의 몸은 축 늘어졌고,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 다. 사흘 뒤 맥켄드릭이 조니에게 말했다. "차크는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것뿐일세. 곧 낮게 되겠지. 굉장한 충격을 받은 것 같더군." 조니는 그때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머릿속의 은캡슐이 어 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여성들이 사이클로 숫자를 다른 종족들에게 누설하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이클로 제국의 열쇠는 수학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조니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초등산수 정도였다. 그들의 방정식은 도저히 더이상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막다 른 골목처럼 느껴졌다. (7) 전령의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전파망원경을 막 완성하고 있었다. 호주의 수면에 반사된 태양광선, 엘곤 산의 정상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눈 때문에 얼굴은 새빨갛게 그을려 있었지만, 앵거스 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스웨덴인과 독일인 조종사들은 스톰아 롱의 엄격한 훈련을 받으면서 틈틈히 거대한 반사경을 찾아냈다. 그것을 산꼭대기에 설치하여, 채굴장까지 중계하는 것을 도와주었 다. 반사경의 주파수 범위는 대단히 넓기 때문에 곧 상공에서의 교 신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크린을 통해 놈들의 동태를 낱낱 이 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앵거스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잔뜩 흐린 하늘 저쪽에서 접근해 오는 비행기의 희미 한 폭음이 조니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앵거스와 조종사들에게 인 사했다. 여러분들은 참으로 잘해주었다. 음, 이제 곧 방문자들의 의도를 훨씬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문제의 디스크를 아메리카에서 운반해오는 임무는 그랜캐논에게 맡겨져 있었다. 오즘에는 우선 복사를 뜨고, 그것을 역사가인 맥더 모트 박사에게 보내면 그것을 지하금고 깊숙히 보관하였다. 원본은 아프리카에 있는 조니에게 보내졌다. 그랜캐논은 많은 소식을 가지고 왔다. 패티는 수주일 동안 중병 으로 앓아누웠으나 크리시의 간호로 얼마간 좋아졌다. 크리시는 당 신에게 안부를 전했다. 수장의 아내들이 유적에서 고가구들을 찾아 내 내부 장식을 도와주었다. 또한 당신이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었 다. 로크 성은 대공분사포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어서 우리들조차도 그 위를 날때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더넬딘 말인가? 그는 신입생들에게 비행훈련을 시키느라 애를 먹 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신입생들이 줄고 있다. 그래서 특수 작업 차량의 조작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카는 잘 있다. 그녀석이 만든 새로운 공기마스크를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다. 이것 은 먼저 것보다 얼굴에 꼭 맞도록 되어 있다. 회사의 자재를 홈친 것을 폭로하지 말라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로버트 경에게 온 몇통의 개인편지, 이것은 문제의 디스크로 가장 최근 세트다. 조니는 지하실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디스크를 걸었다. 요즘엔 이방의 설비들도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이클로 여자들을 고용한 뒤 나아진 것들이 많았다. 물론 그녀들에게 중요한 업무을 맡기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 방치해두었던 사무기기의 사용법을 배웠고, 디스크를 카피하거나, 그때까지는 전혀 예상도 못했던 정 밀한 부분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성과는 디스크에 서 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게 된 것이었다. 조니는 우선 전체를 대충 훑어보고는 후진시켰다. 영상은 타르가 캐비닛으로 다가가 또 하나의 이중바닥을 열고 있는 부분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엄청나게 큰 종이 한장을 꺼냈다. 너무나 컸기 때문에 세 개의 스캐너를 사용해야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종이는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당장이라도 흐늘흐늘 찢어질 것만 같았다. 갈색으로 변색되어서 그 위의 문자들이 희미해져 있었다. 타르는 그것을 펼쳐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흔들었 다. 그는 채굴장에서 훨씬 남서쪽에 떨어진 커다란 댐의 북쪽을 가 리키고 있던 손톱을 천천히 이동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는 그 종이를 문서절단기 속에 집어넣었다. 길이를 나타내는 숫자와 전압을 나타내는 숫자 몇 개를 메모하고, 다시 방정식으로 돌아갔 다. 이틀 동안은 오로지 방정식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것이 디스크에 기록되어 있는 전부였다. 세 개의 스케너를 이 어서 그 종이를 재구성하는 데는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종이를 완전히 복원한 조니는 여섯 장의 카피를 떴다. 그것은 '혹성번호 203,534에 있어서의 방위시설'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었다. 조니는 이미 그 번호가 지구의 사이클로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 에는 모든 채굴장, 댐, 포대 등의 소재지가 기입되어 있었다. 그리 고 에.... 이것이 무엇일까? 모든 댐 주위, 댐과 채굴장으로 출입 하는 모든 전력선 밑에 그려져 있는 이 작은 기호는. 조니는 그것 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하나의 전 송용 플랫폼이 똑똑히 기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사이클로 숫자의 위치좌표를 고대인들이 만든 지도와 비교했다. 제2의 플랫 폼은 옛날에 카리바라고 불리던 댐 옆이었고, 그 댐은 로디지아라 고 불리다가 그 후에 짐바브웨가 된 나라에 있었다. 이 플랫폼에는 '긴급병기 수령지점'이라고 씌어 있었다. 중앙 채굴장이 함락될 경 우라도 사이클로인은 군대를 파견할 수 있었고, 이 혹성의 사이클 로인 사령관이 지원군을 요청하거나 최소한 본국에 그런 사실을 통 보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이 용솟음쳤다. 그러나 그 지도가 낡았던 것과 타 르가 그것을 파기시켜버린 것이 웬지 마음에 걸렸다. 조니는 해병 대 전투기를 준비시켜, 로버트 경을 비롯한 스코틀랜드인들을 탑승 시켰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맥켄드릭이 의료가방을 들고 올라탔 다. 조니는 남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비행해 갔다. 그 지역은 엄중한 방위체계를 구축해놓고 있기 때문에 조니는 조 심스럽게 접근해 갔다. 그곳은 그들이 모르고 있던 또 하나의 광산 지소였다. 그들은 동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본부구역을 발견하여, 공격형 라이플과 방사능 탄약으로 무장한 소대를 조심스 럽게 접근하도록 명령한 후 착륙시켰다. 삼십 분 후 정찰소대로부 터 광산 무선기로 연락이 들어왔다. 본부구역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고, 내부구조는 북쪽 이투리 숲에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형태라 고 사관이 보고해왔다. 지도에 의하면 제2의 플랫폼은 채굴장이 아 니라 거대한 댐 바로 옆에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정찰소대를 철수 시켜 함께 탑승하고 그 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은 고원지대였지만 트여 있지는 않았다. 어디를 봐도 나무뿐 이었다. 작은 언덕이 수없이 많았는데 몇 개의 공터를 제외하면 모 두 풀로 덮여 있었다. 조니는 천천히 비행하면서 수색을 계속했다. 마지막으로 조니는 분할자를 꺼내 댐의 끝에서 플랫폼까지의 거리 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그 근처까지 다가가 말이 걷는 정도의 속도 로 예상되는 지점의 중심에 도달했다. 그곳은 지면이 사발처럼 움 푹 들어가 있고, 주변은 중앙보다도 이백 피트 가량 높은 곳에 있 었다. 마치 분화구 같았으며, 폭발물이 폭발하여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직경은 천 피트 가량 되었다. 넓게 패인 안쪽은 초목이 울 창하게 우거겨 있어서 안쪽에 있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을 때, 조니는 사태를 깨달 았다. 수세기 동안 이 혹성의 보안부 직원들은 옛날부터 존재해온 회사의 고도의 방위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타르도 지도를 쉽게 버렸던 것이다. 조니가 너무 실망스러워하자 로버트 경은 힘을 북돋워주려고 말했다. "좀더 가까이 가보기 전에는 아직 모른다구."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곳은 수세기나 방치되어온 황무지였 다. 조니는 분화구의 상단해 착륙했다. 맹수의 출현에 대비해서 라 이플을 든 몇 사람을 보초로 세우고, 다른 사람들은 도끼로 우거진 풀숲을 헤쳐나가며 길을 열기 시작했다. "조심들하게" 닥터 맥켄드릭이 말했다. "이 지역에는 체체파리라는 곤충이 있어서 잠자는 병을 전염시키 지. 물 속에도 해충이 있는데 그것들은 혈관 속으로 침입한다구. 약은 별로 많지 않지만 그물을 가지고 왔으니까 이것을 쓰고, 물에 는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하게." "잘됐습니다." 조니가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이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그들은 분화구 밑바닥에 도달했다. 한 개 의 전송용 기둥을 발견할 때까지 세 차례나 그 옆을 모르고 지나쳤 다. 여기저기 찾아다닌 끝에 겨우 다른 두 개를 발견했다. 네개째 를 찾는 것은 쉬웠다. 조니는 삽으로 부엽토를 파기 시작했다. 그 는 인터개랙틱 회사의 기본 방침 '쓰고 난 뒤에는 내버려두기'가 이곳에서도 적용되었기를 빌고 있었다. 낙엽과 부엽토를 이 피트 가량 파내려갔을 때 플랫폼이 나타났 다. 그들은 도끼를 휘둘러 방해가 되는 나무와 덤불을 제거했다. 이윽고 전송조작 돔의 콘트리트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침내 돔을 발견했다. 기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콘트리트 기지 안에서는 와이어도 나왔다. 흙을 털어내어 살펴보았다. 절연상태는 아직 양 호했다. 이 견고함은 사이클로인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 만 전력선이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댐과 연 결되어 있는 전력선이 반드시 있을 것이었다. 그 지도에는 전력회 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좀더 계속하고 싶었으나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맥켄드릭이 작업을 중단시켰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십자형 도랑에서 전력선을 찾아냈다. 절단되 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파내기 시작했다. 다른 십자도랑에서도 같은 선이 지하를 통해 멀리 떨어진 채굴장까지 연결돼 있는 것을 발견 해냈다. 전력선 옆에 다른 선 하나가 묻혀 있었으나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기어가듯이 덤불 속을 헤치며 전진하여 커다 란 댐까지 도달했다. 그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괴물처럼 주위를 위 압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부근엔 사이클로인의 비행기가 이착 륙했던 자국이 남아 있었고, 발전소로 이어지는 문에도 출입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흔적처럼 보였다. 조니가 댐의 내부로 들어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곳은 전 체가 거대한 모터로 진동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물의 굉음과 발전 기의 소음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것은 사 이클로인들이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그곳에 있던 설비를 전용한 것이라고 조니는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시설은 무척 오래된 것 같았다. 앵거스가 스위치 보드와 모선을 찾아냈다. 모선들과 스위치들은 어떠한 기능을 했을까? 궁금해진 그들은 쇼트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서 조작판의 먼지를 닦아냈다. 그곳에는 사이클로 문자로 씌인 기 능설명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첫째줄에는 '역장 제1단계, 역장 제1 진, 전송 제2진, 전송 제3진'이라고 씌어 있었고, 둘째줄에는 '전 송 제1진, 전송 제2진, 전송 제3진'이라고 씌어 있었다. 조니는 선 과 선을 접촉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좀더 깨끗이 닦아보았다. "코드가 색상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앵거스에게 소리쳤으나 도저히 얘기를 나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들은 밖으로 나왔다. "타르가 고심하고 있었던 것은 역장방정식였어요." 조니는 앵거스와 로버트 경에게 말했다. "아메리카에 있는 댐의 북쪽에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거라 고 생각합니다. 이 지도에 나타난 기호들은 역장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앵거스를 다시 발전소의 제어실로 보낸 후, 몇 명의 스코틀 랜드인을 기호로 나타나 있는 지하선을 따라 배치하며, 무선으로 연락하게 했다. "역장 제1단계를 넣어라." 조니가 무선으로 앵거스에게 지시하자, 그는 제1단계 스위치를 넣었다. 그 효과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해서 마 치 지옥의 모든 문이 한꺼번에 열린 것 같았다. 지도에 나타난 기 호선을 따라서 분화구 주위에 있던 모든 나무들이 심하게 뒤틀리며 솟구쳐 올랐다. 마치 폭탄이 작렬한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솟구쳐오른 나뭇가지와 잎들이 주위로 떨어져내렸다. 로 버트 경은 배치된 스코틀랜드인들이 걱정되어서 달려갔다. 모두 전 멸했는지 그들에게선 무선응답이 전혀 없었다. 스코틀랜드인들을 파내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부상당한 인원은 여섯 명이었다. 한 명은 충격 때문에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고, 나 머지는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고 있었다. 맥켄드릭은 부상자들을 한 곳으로 모은 후 부상의 정도에 따라 응급조치를 취하였다. 조니가 댐에서 돌아왔다. 그곳은 전투 뒤의 야전병원 같았다. 조니가 부상 자들에게 사과하자 기절해 있던 스코틀랜드인이 히죽이 웃었다. "우리들은 이 정도로는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건 무엇이었습니까?" "내가 뭘 잘못 건드린 것일까요?" 앵거스의 태평스러운 목소리가 무선기에서 들려왔다. 스코틀랜드 인들은 그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니는 일부러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는 아주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네." 그들이 위험지대 밖으로 나오자 조니는 말했다. 모두들 큰소리로 웃었다. "다시 한 번 그 스위치를 넣어주게." 나무들의 잔해가 조금 흔들렸을 뿐, 다시 조용해졌다. 조니는 조 심스럽게 분화구의 가장자리쪽으로 걸어갔으나 댐 주위에서 나올 수 없었다. 공기를 뚫고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니는 그것을 향해서 돌맹이를 던져보았다. 돌은 튕겨져 돌아왔다. 더욱 힘껏 던 져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할수없이 앵거스에게 바 스위치을 올리라고 말했다. 바 스위치를 올리면 장벽이 없어졌고, 내리면 장벽이 생겼다. 두 시간 동안 제 1, 제2의 바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돌을 던지는 실험을 계속한 끝에 보호스크린이 댐 전체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 다. 분화구 주변은 물론이고 상공까지 스크린으로 둘로싸여 있었 다. 라이플을 쏘아보았으나 탄환 역시 튕겨져버렸다. 앵거스가 발전소의 출력기가 내려갔다고 보고해왔다. 제2단계에 서는 주위에 고약한 전기 냄새가 떠돌며 댐 전체의 출력기가 밑바 닥까지 떨어졌다. 이 분화구 안에서 행해지는 전송은 외부로부터 공격에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 그 보호벽은 모든 측면과 상공까 지 커버하고 있었다. 댐도 마찬가지였다. 그 보호벽을 유지하기 위 해 소모되는 전력량은 이 거대한 댐의 전체 출력 중 상당부분을 차 지하고 있었다. 조니는 그 보호시스템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 하기 위해선 출력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고, 전송에 전력이 필요해 지면 제1단계까지 내리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모든 점검을 마친 조니는 상공의 방문자들이 이곳에 내려와서 수 색할 경우에 대비하여 발전소 입구에 폭탄을 설치하게 했다. 그들 은 어두워지기 전에 그곳을 출발하여 기지로 돌아왔다. "희망의 빛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주 미미한 빛이지만 요. 나는 지금부터 다른 곳에 가서 잠시 할 일이 있으니까 당분간 아프리카 지역을 맡아주십시요." 조니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백발의 군사령관에게 상황을 다 시 한 번 설명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잠재적인 위협은 사이클로인 의 반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상공의 방문자들은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 만 언젠가는 공격해 올 것이 틀림없었다. 한편, 아메리카의 정치정세는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 렇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조니는 당분간은 내버려둬도 상관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텔레포테이션 기술, 혹은 최소한 실제로 사용가능한 제어장치를 손에 넣는 것이 며, 그것만 있으면 행동범위를 훨씬 확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 지만 텔레포테이션에 관한 모든 것들은 비밀을 유지하도록 가장 철 저하게 장치해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내기란 매우 힘든 작업이 었다. 그러나 조니는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근본문제는 지 구상에 남아 있는 일류를 어떻게든 보호하는 일이었다. 이미 생존 자는 많지 않았다. 상공의 방문자들에 의한 대규모의 공격, 혹은 사이클로인의 역습. 그 어느 쪽이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일류는 영 원히 멸종되고 말 것이었다. 그 대책을 찾기 위해서 조니는 착륙하 는 즉시 러시아를 향해 떠나갈 계획이었다. "로버트 경, 두세 가지의 국지적이 방위조치를 취해주십시요." 조니의 부탁에 로버트는 반드시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방문자가 지구로 내려올 경우 그 대처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로버트의 질문에 조니는 아니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 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로버트 경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쓸쓸한 미 소를 지어 보였다.  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22 부 즐거운 화제를 가지고 매일같이 얘기를 나눌 날이.... (1) 볼보드인의 공격기가 스크린에 똑똑히 보였다. 모선인 볼보드 전 함을 그대로 축소시킨 듯한 원통형의 전투기로서 댐 옆에 착륙하려 하고 있었다. 왜소한 회색인은 작은 회색 사무실에 앉아서 냉담하 게, 그러나 무관심하지는 않은 듯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연 락장교에게 예비스크린을 설치하라고 지시해놓길 잘했다고 그는 생 각했다. 쟘비초 전함까지 끼여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금색 비늘이 덮여 있고 입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을 가진 쟘비총인 사관이 그것ㅇ 르 지휘하고 있었다. 상황설명을 들은 그는 연합군에 참가하는 것 에 동의했고, 다른 자들과 함께 궤도 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쟘비 초인 사관의 얼굴도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었다. 다른 자들과 함께 볼보드식으로 말하면 이 일격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스크린은 전부 여섯 개였는데, 다섯 개에는 긴장된 얼굴, 나머지 하나에는 침입지점의 장거리 영상이 비춰지고 있었다. 요사이 회색인은 기분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그 노부인을 다시 방문하길 잘한 것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야브차가 소화불량을 일으킬 리는 없습니다. 지저분한 고장에서 이상한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문제없어요. 버 터밀크를 마셔봐요." 그는 버터밀크를 마셨다. 차고 상쾌한 맛이었다. 한참 있으니까 위장의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노부인은 그것만으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조상이 친척에게서 '페퍼민트'라는 식물 을 얻었었는데, 그것은 지금도 언덕 위의 샘가에 자라고 있다면서 착륙해 있는 우주선을 크게 돌아서 상큼한 향내가 나는 초록색 잎 을 따왔다. 그것을 씹어보니까 놀랍게도 위장상태가 훨씬 더 좋아 졌다. 그녀는 그 풀을 주머니에 하나 가득 넣어주었다. 회색인은 그 대가를 지불하려고 했으나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정도의 친절 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답례를 해야겠다고 우 겨댔고, 마침내 노부인도 양보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가까운 해안에 스웨덴 사람 들의 마을이 있는데, 나는 그들과 말이 달라서 이야길 나눌 수 없 어요. 당신이 목에 걸고 있는 그 작은 상자, 당신이 얘기하면 영어 를 말하는 그 상자는 스웨덴어도 말할 수 있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것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소한 회색 남자는 말했다. "네, 물론입니다.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나는 몇 개 더 가지고 있으니까요...." 느긋하고 평화스러운 오후였다. 볼보드인의 공격기는 굉음을 내면서 댐으로 통하는 길에 착륙했 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무원은 폭발장치를 휴대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조사라고 생각했는데." 하우빈인이 말했다. "임무는 그자들이 댐에서 무엇을 했는지 조사하는 것뿐이라고 해 서 우리들이 동의한 것 아닌가?" 연합군은 어제, 지구인들이 댐 주위에서 취한 행동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위의 나무들을 모조리 날려보냈는데도 열반은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불에 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만일 우리가 폭파장치를 사용한다면 정치적인 문제로 비약될런 지도 모른다." "내 부하는 내가 지휘한다." 스크린 속의 볼보드인이 악을 썼다. 이것이 연합군의 난처한 문 제였다. 서로들 모든 배를 지휘하려고 했다. 그러나 연합군이라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그로서는 더이상 만류할 수가 없 었다. 공격기에는 세 명의 볼보드인이 타고 있었다. 앞장서고 있는 볼보드인은 폭파장치를 들었고, 두 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뒤따 라가고 있었다. 스크린상의 사령관들은 긴장된 얼굴로 작전의 진행 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상으로 보낸 최초의 탐사선이었다. 회색인은 그들을 제지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조사에 관계되는 문제 였다. 우선 적의 방위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군인들에 게는 상식이었다. 앞에 가던 볼보드인은 발전소 입구에서 약 오십 피트 되는 곳에 있었다. 방수구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의 굉음이 인 프라빔을 통해서 울려오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댐이었다. 그때 갑 자기 섬광이 번쩍이면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선두 의 볼보드인은 산산조각이 나서 날아갔다. 폭탄이 장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폭파장치도 함께 폭발했다. "역시." 포크너인 상급 중위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 다. 그러나 그가 말한 '역시'는 폭발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직전 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던 해병대 전투기가 폭발지역에 착륙하 는 것이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소대규모 정도의 인간들이 전 투기에서 뛰쳐나왔다. 회색인은 그들의 금빛 머리칼을 보고 스웨덴 인이라고 생각했다. 지휘관은 킬트 스커트를 입고, 큰 칼과 분사총 을 든 검은 수염의 젊은 사관이었다. 전투기의 측면에서 램프가 내 려지고, 포크리프트가 지면에 닿자, 몇 명이 내려와 쓰러져 있는 두 명의 볼보드인을 쇠사슬로 칭칭 감아서 묶어올렸다. 그 사관의 명령소리가 인프라빔에서 조그맣게 들려왔으나 방수구의 굉음에 휩 쓸려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의 사관은 폭발한 볼보드인의 파편을 모으려고, 피투성이 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뭔가를 찾아낸 듯 그것을 배낭에 집어넣고, 리프트를 향해 손을 흔 들었다. 그들은 거대한 볼보드인의 몸을 포크리프트를 이용하여 전 투기 안으로 옮겨넣고, 다시 돌아와서, 소대병력의 지구인들은 발 전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스크린에서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스크린상의 표정만으로 사령관들의 생각을 읽어낸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 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상황을 천천히 정리할 시간이 없었 다. 또 하나의 조사활동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인프라빔은 앨곤 산으로 이동했다. 눈으로 뒤덮인 그 꼭대기는 훨씬 아래쪽의 구름 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 섪치된 고대의 전파 망원경 같은 장치가 궤도선회중인 그들의 비행선을 추적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즉시 그곳에 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다섯 명 의 포크너인을 태운 포크너 탐사선이 그 장치를 파괴할 임무를 띠 고 있었다. 목표를 향해 접근중인, 썰매처럼 생긴 탐사선이 스크린 에 비춰지고 있었다. 그 탐사선에는 화기가 장착되어 있지 않았으 나 승무원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조종실의 투명한 돔 밑에 코가 없는 화려한 포크너인의 모습이 보였다. 강풍 때문에 탐사선은 산 꼭대기의 빙원에 착륙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 한쪽 끝이 절벽 이어서 아래쪽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들 바로 앞, 그러나 절벽으로부터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문제의 전파망원경이 보였다. 그 너머에는 빙하가 있었으나 탐사선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각각 다른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사령관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탐사선이 착륙지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을 끌 면서 빙원의 곳곳으 갔다왔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일들 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토르네프인 대위는 노예가격에 대해서 계산 하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어떤 혹성은 대기가 공기이며, 그곳 에 공기를 마시는 노예를 데려가면 한 명당 천 크레디트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대략 삼만 명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만오천 명은 출하할 수가 있다. 그러면 이익은 천오백만 은하 크레디트가 된다. 내 몫은 십구 퍼센트인 이백팔십오만 크레디트가 된다. 도박 장에서 오만 이천팔백육십 크레디트를 집졌는데, 그것을 빼도 이백 칠십구만 칠천 크레디트가 남는다. 이 장거리 항해를 기꺼이 받아 들인 것도 그 빚 때문이었다. 그 정도만 있으면 은퇴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우빈인은 옛날 은행의 금고 안에 남아 있을 은과 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클로인은 이들 금속의 가치를 전 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것을 팔 수 있는 시장을 알고 있었 다. 볼보드인은 자기네 공격기가 포획당할 때까지는 사이클로의 차 량과 기계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인을 전멸시키는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쟘비초인 사령관 은 노예, 금속, 기계 외에 지구인들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에 다섯 명의 포크너인이 탐사선에서 내렸다. 화사한 우주 복을 너무 두껍게 껴입었기 때문에 분사라이플의 멜빵을 어깨에서 벗겨내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돌연 궤도상의 포크너인 착륙관제 사관의 목소리가 착륙선의 무선기에서 울렸고, 그것이 인프라빔을 통해서 상공으로 되돌아왔다. "전투기를 조심하라." 분명히 상공 이백 피트 되는 곳에 전투기가 있었다. 그것은 한 시간 가량 전부터 꼼짝도 않고 있을 뿐,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 았다. 다섯 명의 포크너인은 전투기 쪽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까 마득한 상공에 있어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조그만 점으로 보 였다. "아니다, 그것이 아니야." 포크너인 관제사관이 고함쳤다. "너희들의 전방 모퉁이다. 빙하를 올라오는 녀석이다." 그제서야 포크너인들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는 기체의 상부가 조금 보일 뿐, 나머지는 망원경 위로 솟아오른 바위뒤에 숨어 있었다. 틀림없이 전투기는 빙하에 바짝 붙어서 상 승해 온 것이리라. 그것은 망원경 뒤쪽의 백 야드 가량 되는 곳에 정지해 있었다. 그러나 빙하는 가파른 급경사여서 거기서는 누가 내렸는지 볼수 없었다. 다섯 명의 포크너인은 주의해서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를 낮게 하고 총을 겨눈 채 전 방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망원경 바로 뒤에서 분사총의 연사음이 울려퍼졌다. 벼랑 근처에 있던 포크너인이 분사총에 맞아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져서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포트너인의 썰매 같은 탐사선 은 분사라이플의 충격으로 뒤쪽으로 질질 미끄러져 허공 속으로 튕 겨져 버렸다. 나머지 네 명의 포크너인은 눈과 바람 속을 뚫고 돌 격하며 총을 쏘아댔다. 다시 분사라이플의 연사음이 인프라임을 통 해서 울려펴졌다. 망원경 바로 아래 부근은 굉음과 함께 뿜어내는 녹색 에너지 때문에 부글부글 끊고 있는 것 같았다. 또 한 명의 포 크너인도 망원경이 있는 곳에 도달하기 직전, 눈 속에 털썩 쓰러졌 다. 그리고 고요해졌다. 들려오는 것은 깃발 근처를 맴도는 바람소 리뿐이었다. 지구인 몇 명이 전파망원경 뒤쪽에서 뛰어나왔다. 그 붉은색과 흰색 고지대용 복장이 눈을 배경으로 해서 마치 솟구쳐오르는 피처 럼 보였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포크너인들의 몸을 뒤져서 무기를 빼앗고, 그 몸을 들어올려 끌고 돌아갔다. 그리고 구명밧줄을 사용 해서 날렵한 동작으로 빙하를 내려가, 해병대 전투기에 포크너인을 실었다. 그 뒤 남은 한 명이 돌아와서 전파망원경을 점검한 다음 빙하를 내려가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즉시 이륙하여 구름 속으로 하강해 갔는데, 인프라임은 구름을 뚫고 그것을 추적하여 전투기가 채굴장에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내가 줄곧 생각해온 그대로다." 토르네프인 대위가 말했다. 당신도 탐사선을 보내는 것에 찬성하 지 않았느냐고 누군가가 말했으나, 대위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저것은 함정이었다. 어제 그들이 댐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서 나 무를 폭발시킨 것은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놈들은 매 복하고 있다가 두 명의 볼보드인 승무원을 포로로 잡는 데 성공했 다. 그리고 전파망원경 말인데 저것은 모조품일 것이다. 그렇잖은 가. 저것은 수세기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었고, 지금은 간단한 신호 나 무선을 송수신하는 데에도 인프라임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 니까 저것은 탐사선을 유인하기 위해서 교묘하게 설치한 가짜일 것 이다. 저것을 보면 누구나 이상스럽게 생각할 테니까. 벼랑에서 굴 러떨어진 멍청이를 빼놓고는 포크너인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총 은 모두 '기절'에 세트되어 있었다. 결국 놈들은 네 명의 포크너인 을 보기좋게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괜찮은 거요?" 쟘비초인 사령관이 잘 닦인 비늘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놈들은 우리들의 교신을 도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바보스럽기는." 토르네프인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다. "탐지기에서는 어떤 인프라임도 검출되지 않았고, 우리들은 단거 리 무선을 쓰고 있다. 내 말 들으라구. 전파망원경 같은 것은.... 그러니까.... 햄번 선 전쟁 이래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것이다. 잡음이 많고 쓸데없이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저기 있는 것은 완벽 한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들도 보았겠지 그 사관이 돌아와서 전파망원경을 조절한 교묘한 수법을 놈들은 우리들이 다 시 한 번 같은 짓을 되풀이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놈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더이상 욕심을 내리라고는 생각 되지 않는다." 하우빈인이 말했다. "이미 두 명의 볼보드인과 네 명의 포크너인을 손에 넣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심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사이클로인의 심문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들의 입장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놈들은 사이클로인이 아니다." 포크너인 중위가 외쳤다. 그는 부하의 운명을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나타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니다. 놈들은 사이클로인이다." 볼보드인이 말했다. "조금 전에 지구인과 함께 호수 옆을 걷고 있던 사이클로인을 보 았겠지. 사이클로인은 이 종족을 노예로 사용하고 있다. 전에도 그 런 일이 있었다. 우리들 전원이 연합군을 결성하여 놈들의 모든 시 설을 파괴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 당장. 그들이 더이상 준비를 갖 추기 전에 말이다." 그때 모든 스크린의 영상이 갑자기 바뀌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 다. 그것은 검은 수염을 기른 지구인의 얼굴이었다. 푸른 눈동자에 낡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당신들이 무선을 범 혹성대에 맞춰준다면 나는 포로반환에 대해 교섭하고 싶다." 침입자는 사이클로어로 말했다. "볼보드인은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 있지만 부상을 입지는 않았 다. 포크너인들은 기절해 있을 뿐이다. 단 한 명만 팔이 부러졌 다." 그들은 무선을 범 혹성대로 했으나 그 대답은 전원일치로 '싫다' 였다. 토르네프인 대위가 소란스러움 속에서 큰소리로 외쳐댔다. "그렇게 해서 구조대도 포로로 잡으려는 것이겠지. 절대로 싫 다." "우리들은 포로들을 저 분화구 뒤쪽에 있는 경사면에 세워두겠 다. 그곳은 트여 있는 장소이고, 우리 비행기는 그곳에 접근하지 않겠다." 지구인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휴전조약을 맺는 것이 어떤가. 당신들의 구출선을 공격하거나 간섭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 "이렇게 빨리 심문을 마쳤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모두들 죽었음 이 틀림없다." 쟘비초인이 말했다. "포로들은 모두 무사하다. 그래도 그들을 회수할 생각이 정말로 없다는 말이지?" 절대로 없다고 모두 한결같이 말했다. "좋다." 지구인은 어깨를 추스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는지만이라도 가르쳐달 라." 토르네프인은 스크린을 통하여 다른 지휘관들에게 자기가 얘기하 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이다." 그는 미소를 띄고 부드럽게 말했다. "음식물 샘플을 몇 가지 만들어 보내겠다." 그들은 범 혹성무선을 끊었다. 토르네프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한 대로 그것들은 모두 함정이었다. 당신들 두 명이 실 패 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하겠다." 얼마 후 로켓추진 전송장치가 토르네프선의 에어로크로부터 발사 되었다. 그 겨냥은 매우 정확했다. 패키지는 구름 바로 아래서 낙 하산이 펼쳐져 천천히 내려와 호수 기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착 륙했다. 차량 한 대가 채굴장 쪽에서 돌진해 왔다. 스크린의 사령 관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만일 아래 있는 것이 사이클로인이라면 크게 혼쭐이 나고 말것이었다. 그때 '인식도감'을 재빨리 펼쳐보고 있던 로크너인 상급 중위가 말했다. "저게 뭐야! 저것은 바샤형 '영광으로의 돌격' 탱크다. 완전장갑 이다." 탱크는 전송장자 가까이 다가오더니 포를 내려 가볍게 기절포격 을 가했다. 그 전송상자는 폭탄장치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길을 내뿜으며 폭발해버렸다. 탱크는 그 잔해에 두번째 포격을 가했다. 누군가 탱크에서 내려와 다시 뜨거운 파편을 살펴보았다. "우리들은 분석용 폭탄파편까지 제공해버렸지 않은가." 하우빈인이 말했다. 그들은 황급히 회의를 열었다. 왜소한 회색 인은 귀를 기울이면서 군인이란 정말 괴짜들이라고 생각했다. 군인 들은 제각기 이렇게 말했다. 지구인이 하는 짓은 모조리 함정이다. 지구인의 전략은 침략자에게 미끼만 잠깐 보여주고 유인해낸 다음 철저하게 분쇄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현재로서는 곧 돌아올 전령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는 문제의 그것을 찾아냈는지 어떤지 알려 줄 것이다. 그때까지는 명백한 무방비지역에 좀더 안전한 탐사선을 파견하기로 한다. 문제의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 판명되거든 그것이 어느 쪽이든 간에 전함에 의한 총공격을 가하고 지구를 파괴한다. 이 주장에는 토르네프인 외의 모든 지휘관이 찬성했는데, 그는 자 신의 폭탄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에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쳐들어갑시다. 그리고 놈들을 찢어죽이는 겁니다." 그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것 좋은 생각인 것 같군." 포크너인 왼쪽 안경의 위치를 고치면서 빈정대듯이 말했다. "그렇지, 꼭 그렇게 하시오." 그들은 모두 찬성했다. "당신은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토르네프인은 그들이 자기를 놀려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 문에 지금은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훗날을 기약하며 험악 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2) 조니는 기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는 매우 쾌적했다. 새로 온 조종사가 대신 조종하겠다고 나 섰다. 조니는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비행기를 조종하겠다고? 부러진 팔은 벌써 다 나았다 네." 조니의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세 대의 호위기가 날아올라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세 대 모두 사이클로인들의 해병대 분대나 노동 자들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마크32 장거리 전투기였다. 조니는 아프리카 상공을 똑바로 날아 북쪽에 있는 흉해를 거쳐 러시아의 북동쪽으로 향했다. 고도는 이만 피트를 유지하고 있었 다. 이반 대령이 모래 위에 그려준 지형도를 따라 호수와 강의 형 태를 찾으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늦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고 있는 눈 쌓인 산봉우리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목표지점을 발견한 조니는 예정된 착륙지점을 찾아냈다. 이반 대 령이 열 마리 가량의 말에 탄 기마병으로 운집한 사람들을 밀어내 고 이미 착륙지점을 확보해놓고 있었다. 오백 명이 넘는 군중들이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조니를 향하 여 일제히 환성을 외쳐댔다.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조니는 천천히 트랩으로 내려섰다. 조니가 지상에 내려서자 이반 대령이 말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다가왔다. 조니가 비티의 억울한 죽음을 문제삼아 자기를 책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령은 매우 어색한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러나 조니가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주자 대령의 긴장 은 금세 풀렸다. 조니가 이반 대령이 대기시켜놓은 말에 올라타자 군중들은 다시 우뢰와 같은 환성을 외쳐댔다. 조니는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러시 아어 '즈트라스트뷔체(안녕하십니까)'라고 군중들의 환성에 답례했 다. 조니는 대령이 그를 위해 설치해놓은 텐트로 안내되었다. 조니는 군중들을 향하여 다시 한 번 손을 흔들며 자기가 알고 있는 유일한 러시아어로 인사를 보낸 후 텐트를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로 들어선 조니는 무거운 비행복 대신 이반 대령이 준비해놓 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색 계통의 사슴가죽 옷이었다. 텐트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했다. 세수를 마친 조니가 그 옷을 매만 지고 있을 때, 대령이 안으로 들어서며 당신을 알고 있는 아메리카 인이 밖에 와 있다고 전해주었다. 그 아메리카인은 즉시 텐트로 안내되었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와 함께 들어서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니의 고향친구인 톰 스 마일일 타운젠이었다. 두 사람은 재회의 반가움에 서로를 끌어안았 다. 톰은 큰 키에 조니만큼이나 다부진 건장한 체격이었다. 나이는 조니보다 한 살 아래였다. 기계와 작업차량 조작 학교를 졸업한 그 는 이곳에 기계조작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이미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작업차량 조작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 르치며, 부서진 기계류들을 수리해주고 있었다. 톰이 자신의 애인 마르가리타에게 조니를 소개했다. "마르가리타, 소개하겠어, 이 사람이 그 위대한 세뇨르 조니야." 그 처녀는 무척 아름답고 수줍음이 많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조니 앞으로 다가섰다. 조니는 로버트 경이 그의 부족들에게 했던 것처럼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 했다. 조니와 톰은 고향얘기를 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조니는 톰과의 대화를 통하여 마을사람들이 다른 고장으로 이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차량조작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겨울에 눈사태가 난다 해 도 차량을 이용해 제설작업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을이 초원으 로부터 고립되어 기근에 허덕이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 금은 마을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그렇나 것들은 아무 쓸 모가 없어졌다. 마을사람들이 이주한 곳은 언젠가 자네가 옮겨가라 고 했던 그 도시였다. 브라운 린퍼가 군대를 파견해서 강제로 급박 하게 마을 사람들을 이주시켰기 때문에, 그들은 가재도구들도 챙기 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쯤은 다른 젊은이들이 짐을 모두 옮겨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두 명의 젊은이들은 차량조작 원이며 조종사다." 고향사람들이 역경에 처해 있다는 슬픈 소식에 그들은 더이상 말 을 잇지 못했다. 그들이 답답한 가슴을 안고 밖으로 나왔을 때, 군 중들은 그들을 위하여 성대한 댄스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뛰 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분주함 속에서도 조니와 마주칠 때마다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프리카 기지에서 출발할 때부터 호 위기를 담당했던 두 명의 독일인 조종사는 모닥불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즐거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명 의 조종사는 상공을 순회하며 순찰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 른 한 명의 조종사는 상공을 순회하며 순찰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 순찰기는 상당히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엔지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조니는 사이클로어로 그들에게 조금은 쉬면서 즐기라고 말했으나, 그들은 그것과 정반대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긴급발진에 대비하여 항상 무선기를 작동시켜놓은 상태 에서 철저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최소한의 수면도 비행기 안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조니는 이 유쾌한 축제분위기가 인류가 처한 긴박한 사태에 대한 자신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우리들은 강력한 적과 언제 돌입하게 될지 모 르는 전쟁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대령은 조니를 작은 언덕 위에 데리고 가서 광활하게 펼쳐진 대 평원을 가리키며 이 나라가 얼마나 방대한가를 설명해주었다. 몇천 명분의 의복을 만들 수 있는 야생의 면, 수십만 명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풍족한 밀과 보리, 양과 소떼들이 대평원을 가득 메 우고 있었다. 저 먼 곳에는 많은 공장을 지닌 도시가 있는데, 톰 스마일리 정도면 직기조작법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조니는 조금만 더 기계조작 훈련을 쌓게 하면 톰을 제2의 앵거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령은 계속했다. 여기서 훨씬 남동쪽으로 가면 세계를 재패했던 황제의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티무르라는 몽골인으로 이 천 년 가량 전에 그는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역사 적인 사실이다. 꼭 그곳까지 안내해서 무덤을 보여주고 싶다. 조니는 히틀러나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의 얘기는 벌써 숱하게 들 어왔었다. 만일 그러한 독재자들이 개인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세계 지배에 열중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사이클로인의 침략을 격퇴시 킬 수 있는 문화를 갖게 되었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조니는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불가결하다는 말들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이클로인들이 그들의 잔혹한 침략적 근성을 합 리화시키기 위하여 꾸며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령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조니는 정말로 아름다운 주위경관에 깊이 감 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니가 기지에 대해서 묻자,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으 니까 내일 구석구석까지 자세하게 안내하겠다고 대령은 대답했다. 언덕에서 내려올 때, 그들은 쾌활해 보이는 스코틀랜드인과 두 사 람의 조수를 만났다. 세계연합 총재이며 준비위원들의 대표인 앤드 류 맥널티 경이었다. 항상 부드러운 태도와 쾌활한 웃음으로 전세 계를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어서 모든 준비위원들로부터 매우 존경 받는 인물이었다. 조니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조니가 앤드류 경에게 준비위원들이 하고 있는 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하고 인사 했고, 앤드류 경 역시 아프리카에서 두 며의 준비위원을 구해준 것 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로 답례하였다. 조니는 그와 초면이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넉넉함애 앞으로 뜻을 같이해나갈 수 있을 것이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몰과 함께 파티가 시작되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댄스와 음악, 모닥불과 웃음, 맛있는 음식과 술, 모두 조니와 건배하고 싶어했 다. 그 다음날 아침, 대령이 깨웠을 때 심한 두통을 느꼈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친 조니 일행은 고대의 방위기지를 시찰하 기 위해 출발했다. 고대의 기지 입구는 무성하게 자라난 풀에 가려 진 터널을 통해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핵폭격에도 견뎌낼 만큼 방어능력을 갖춘 그 기지는 사령부로도 쓸 수 있도록 지하 깊 숙한 곳에 건조되어 있었다. 모든 구조물들은 이따금 그 지역을 엄 습하는 지진에 대비해서 매우 튼튼하게 세워져 있었지만, 아메리카 기지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규모는 훨씬 컸 다. 러시아인들은 엄청난 수의 시체들을 정돈하게 장사지내고, 그 로즈니로부터 광상용 청소기를 옮겨다가 내부를 깨끗이 정돈해놓고 있었다. 그곳의 저장물은 매우 방대했다. 제복은 아메리카 기지처럼 면밀 하게 포장, 붕인되어 있진 않았지만 저장되어진 것의 대부분은 사 용이 가능했고, 품질도 훨씬 좋은 것 같았다. 이들 휴대용 화염방 사기를 보십시요. 지금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하고 대령은 말했 다. 만 정이 넘는 AK47이라고 불리던 공격형 라이플이 완전히 보존 된 채 발견되었고, 방사능성 및 비방사능성 폭약이 이미 제조되어 있었다. 그들은 조니에게 그로조나에서 크롬으로 도금한 AK47 공격 형 라이플 한 정과 장탄자에 들어 있는 오천 발분의 폭약을 증정했 다. 그것은 불발의 우려가 절대로 없는 폭약이었다. 하나의 총에서 다른 총으로, 통로에서 통로로, 일행은 광대한 기 지안을 시찰하였다. 중요한 곳에서는 멈춰 서서 이반 대령의 설명 을 들으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기지에서 조니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지하격납고였다. 그곳에는 수천 대의 비행기를 보유할 수 있 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격납고에는 창문과 출입구가 달려 있 었다. 그것이야마롤 조니가 절실히 원하던 것이다. 뒤이어 그들은 조니에게 전술핵 병기 및 다른 핵병기의 사용설명서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모두 러시아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북방에는 핵병기 저장고가 많이 있었지만 핵병기에 대한 자료들 을 완전히 해독해내기 전에는 섣불리 그것들에 접근하지 않기로 하 였다. 또한 분말화약 로켓을 적재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대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것들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또 조니에게 근처의 석탄광산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불타는 검은 돌이었다. 그곳의 매장량은 난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풍족했다. "앞으로는 이 검은 돌을 최대한 많이 모으고, 동시에 밀의 수확 량도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계획들을 하나 하나 단계적으로 실행해나가겠습니다." 그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계획에 조니는 격려를 해주었다. "열심히들 해주십시오. 나는 여러분들의 희망찬 미래설계에 대단 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날 조니는 티베트를 향해서 출발했다. 두 시간으로 계획 했던 기지시찰 예정이 이틀이나 걸린 것이었다. 조니는 이틀 동안 의 시찰을 통하여 새롭게 깨달은 것이 많았다. 우선 강압적으로 규 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 고장마다 자유스럽게 맡겨두면 통제받을 때보다 훨씬 더 단합하여 잘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니가 그 고장을 시찰하고 느꼈던 가장 솔직한 감정이었다. (3) 토르네프선발 우주해군의 로고데터 스놀 대위는 매 순간수간 위 험을 무릅쓰고라도 모험을 즐기는 간교한 도박꾼이었다. 그는 항상 확실한 기회만 주어지면 모든 것을 걸고 한판승부를 벌여보려고 벼 르고 있었다. 일주일 전 그는 아래에 있는 혹성에서 발사된 전파주 파수대 중 하나를 포착해냈다. 연합군의 다른 자들은 그러한 사실 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스스로 모두에게 가르쳐준다 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연합채널'이라고 불리는 모양으로, '준비위원'이라는 동물의 명령과 보고, 그리고 새로운 소식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직업상 주로 노예를 취급하는 해군장교인 그는 아래쪽의 인간들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중 요한 사업으로, 그것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음은 물론 노예사냥 이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었다. 그는 이 혹성에 반대쪽에도 방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꾸며내어 다른 우주선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위치에 정박했다. 이틀 전, 그 는 지구의 노예예비군, 즉 인간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어냈다. 그들의 보안관념이 그렇게 허술한 줄은 예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위는 낡은 보코더의 회로를 찾아내어 통신내용을 해독해냈다. 그것에 따르면 준비윈원 들은 어떤 유명인사의 방문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 유명인사가 북 방 평원을 방문하는 것에 대처하기는 이미 때가 늦었지만 관찰할 수는 있었다. 놀랍게도 유명인사는 일 크레디트 지폐에 그려져 있 는 인간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연합채녈은 경솔하게도 그의 다음 방문지에 대해서까지 지껄여대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라 사'라고 부르는 고대의 도시로서, 준비위원들은 그를 맞이하기 위 하여 인근 부족들을 그곳에 모아놓고 갖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 다. 그래서 그 지역의 산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사람들이 한 도 시로 모여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 장소는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인, 상당히 높은 고원에 위치해 있었다. 스놀 대위는 신속하게 교묘한 계획을 세웠다. 다른 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그 유명인사를 포로로 잡는다. 토르네프인이나 사이클 로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고문하여 기밀사항을 알아낸 다음, 마 지막으로 그의 잔해를 보여주며 혹성인들에게 항복을 권한다. 다른 자들과 인간들을 나눠갖다니.... 어림도 없다. 인간들을 사로잡아 서 도박빛을 청산하고 은퇴하는 것이다. 이 아래쪽에는 시간도 장 소도 기회도 모두 갖춰져 있다. 이제는 행동만이 남아 있을 뿐이 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브리지에서 스놀은 발카전함의 당직사관 리스 트를 통하여 도박장에서 자기에게 이천이십일 크레디트를 따간 사 관을 찾아냈다. 그는 아직 그 돈을 갚지 않고 있었다. 그는 스리테 터 프리스 소위였다. 만일 이 계획이 실패한다면 대위는 도박빚을 한 구좌도 갚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실패 따위는 있을 수 없었 다. 흔해 빠진 작전이니까. 그는 소위를 브리지로 불러서 임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두 명의 해병대원을 두들겨깨워, 소형 공격석 에 탑승하게 했다. 그리고 요괴작전을 실행에 옮기도록 명령을 내 렸다. 맑게 개인 아름다운 날이었다. 조니는 독일인 부조종사에게 조종 을 부탁하고, 머리 아래쪽으로 펼쳐진 산맥의 경치에 넋을 잃고 있 었다. 히말라야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장엄한 풍경이 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높이가 오륙 마일이나 되었다. 만년설 위로 스쳐가는 바람과 신비를 간직한 듯한 깊은 골 짜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얼어붙은 강.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웅대 한 풍경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들은 자주 이용되는 남 동쪽으로부터의 진로를 높은 고도로 날고 있었다. 도착예정 시간보 다 빨랐기 때문에 속도는 음속을 조금 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 다. 부조종사는 목적지인 높은 봉우리를 우측으로 발견했다. 진로 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았다. 얼마 후 조니는 바닥에 놓아두었던, 대령으로부터 선물받은 공격형 라이플을 집어들었다. 크롬도금이 된 라이플이라니. 총신의 내부도 크롬도금을 한 것일까. 만일 그렇 다면 발포하기에 위험했기 때문에 조니는 총을 분해해서 총신을 들 여다보았다. 다행히 도금은 되어 있지 않았다. 총을 다시 조립하여 방아쇠의 움직임을 시험해보았다. 탄창을 끼우고 조종판을 움직여 발사장치 전체를 발포하지 않는 상태에서 작동시켜보았다. 모든 것 이 부드럽게 작동되었다. 다른 부분들도 살펴보았다. 모두 만족스 럽게 작동하고 있었다. 조니는 가늠쇠로 겨냥하고 밸런스를 테스트 해보았다. 조준을 맞추는 데는 얼마간 숙련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연습을 하고 있는데 부조종사가 이제 곧 착륙한다고 말했다. 라사는 옛날에 엄청나게 거대한 도시였음에 틀림없었다. 붉은 경 사면을 기어오르듯이 이어져 있는 거대한 궁전의 폐허가 남아 있었 다. 종전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오히려 주위의 산들이 적데 보일 정도였다. 궁전 바로 밑은 넓은 평지였고, 옛날 공원자리엔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었다. 도시 전체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공원 가장자리 쪽에 사람들이 모여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개는 모피를 입었는데, 황색 가운을 걸친 사람 들도 있었다. 착륙장소는 충분했다. 조니는 조종사에게 건물의 폐허에 비행기 를 착륙시키도록 했다. 거대한 고대의 궁전은 그들의 오른쪽에 우 뚝 솟아 있었고, 사람들은 비행기의 전방 백 야드 가량 되는 곳에 있었다. 고대의 폐허는 그 뒤쪽으로 이백 야드 되는 곳에 있었다. 조니는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조금 열었다. 그러나 군중들은 꼼짝 않고 서 있기만 했다. 대략 이백 명쯤 되어 보였는데 그들은 달려 오지도 않고, 환성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조 니는 생각했다. 모든 장소에서 똑같이 평가받을 수는 없을 테니까. AK47의 멜빵끈이 조작판에 걸렸다. 그것을 벗겨낸 다음 문을 활 짝 열고, 땅 위로 내려섰다. 여느때 같으면 부조종사가 조종석으로 옮겨왔을 텐데 독일인은 웬지 공허한 눈으로 전방만을 응시한 채 그냥 부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조니는 다시 한 번 그들을 쳐다보았 다.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꼼짝 않고 있었다. 아 무래도 이상했다. 군중들은 공원 건너편 백 야드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곳엔 세 명의 준비위원도 함께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총구에 위협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냥꾼의 본능으로 조니는 고 개를 돌려 비행기로부터 이백 야드 떨어진 뒤쪽의 폐허를 살펴보았 다. 그때 분사라이플을 낮게 겨누고, 이쪽을 향해 오는 세 명의 회 색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신장은 인간과 같은 정도였으며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토르네프인이었다. 토르네프인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벌써 칠십오 야드 지점 까지 다가와 있었다. 조니는 허리에 찬 권총을 뽑으려고 하다가 AK47을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진해 오는 토르네프인들에게 탄환을 퍼부었다. 그들은 잠시 깜짝 놀라서 멈춰 섰을 뿐, 다시 몸 을 낮춰 돌격자세로 돌진해 왔다. AK47의 탄환으로는 토르네프이들 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토르네프인, 놈들의 약점은 무엇이었던가. 조니는 며칠 전에 읽었던 사이클로인의 전술서를 생각해냈다. 그렇 다. 눈이다. 그들은 거의 장님이나 마찬가지로 마스크의 플레이트 가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조니는 단발레버를 잡아당겼다. 토르네프인들은 일렬로 늘어서는 공격형태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선두는 벌써 오십오 야드 지점까 지 다가와 있었다. 마지막 녀석과는 육십 야드 정도의 거리였다. 조니는 한쪽 무릎을 지면에 대고 신중하게 겨냥하며 방아쇠를 당겼 다. 맨 뒤의 토르네프인의 플레이트가 날라갔다. 다음은 두번째 녀 석이다. 조니는 플레이트를 겨냥해서 발포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선 두의 토르네프인이 조니에게 몸을 덮쳐왔다. 순간적으로 조니는 그 들의 송곳니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총을 쏠 시간이 없 었다. 조니는 벌떡 일어나서 AK47 개머리판을 토르네프인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그대로 총을 밑에서 긁어올리듯이 하여 총신으로 일 격을 가했다. 토르네프인은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시력을 읽고 엉뚱 한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의 송곳니에는 독이 있으니까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된다. 조니는 뒤로 물러나서 라이플을 왼손으 로 옮겨쥐고, 허리춤의 분사권총을 뽑아들어 연발로 쏘아댔다. 그 분사의 위력이 토르네프인을 연타하여 지면에 쓰러뜨렸다. 조니는 쓰러진 토르네프인은 땅속에 처박혀 있었다.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시야를 뿌옇게 흐리게 했다. 권총은 화염에 세트되어 있 지 않았지만 그 압력만으로 그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 플레이트는 산산조각이 났고, 흐리멍텅한 눈은 기묘하게 머리 안쪽으로 기어들 어가 있었다. 녀석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다. 다른 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 명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높은 궁전의 폐허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또 한 명은 건물의 잔해 쪽 으로 가고 있었다. 그 앞쪽에 폐허의 웅덩이를 통해서 번쪽번쩍 빛 나는 우주선의 머리 쪽이 보였다. 그녀석은 우주선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조니는 마크32기의 조종석으로 뛰어올라가 AK47를 내 던지고 분사라이플을 집어들었다. 다시 땅 위로 내려온 조니는 무 릎을 꿇고 비행기로 돌아가려는 토르네프인을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조니는 스위치를 '화염 및 최대'에 세트했다. 그때 토르네프인은 폐허된 곳으로 들어가서 막 우주선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조니는 신중하게 겨냥하여 방아쇠 를 당겼다. 섬광과 함께 그는 불기둥이 되어 솟구쳐올랐다. 조니는 다른 한 명의 토르네프인도 쏘았다. 번갯불 같은 섬광이 뻗어나가 자 토르네프인이 갖고 있던 라이플이 폭발하면서 불길을 내뿜기 시 작했다. 조니는 우주선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발밑에 쓰러져 있는 토르네프인을 내려다보았다. 기장으로 미 뤄보건대 사관인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안전로프를 가져와 그의 몸을 몇겹으로 묶고 단단히 매듭을 지어 안전로프의 끝을 그의 등 에 묶었다. 이 토르네프인은 라이플은 없고 권총만 가지고 있었는 데 그것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멀리 던져버 리고, 토르네프인을 비행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끌고 갔다. 엄 청나게 무거웠다. 조니는 토르네프인의 몸을 두들겨보았다. 마치 강철 같았다. 인간의 몸과 비슷했지만 엄청난 고밀도 구조로 되어 있었다. AK47 소총의 공격을 받고도 끄떡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 이었다 탄환 정도는 그냥 튕겨져나갔다. 그때까지도 군중들은 비행 기에서 백 야드 떨어진 곳에서 꼼짝도 않고 서 있을 뿐, 아무도 그 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조니는 자신이 타고 온 비행기를 올려다보 았다. 독일인 부조종사 역시 꼼짝도 하지 않고 채 앞만 노려보고 있었다. 조니는 단거리 무선기를 들어 밑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상 공을 선회중인 조종사들에게 명령했다. 토르네프인의 우주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들었다. 혹시 폭발하거나 독가스를 뿜어내지는 않을까. 조니는 분사라이플을 겨누고 크게 우회하면서 조심스럽게 우주선 쪽으로 다가갔다. 그 우주선은 폐허 속의 깊이 패인 웅덩이를 이용해서 교 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머리 쪽에는 분사포가 장착되어 있는, 밝은 은색의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비행기였다. 조종석의 돔은 열려 있었 는데, 닫으면 밀폐되도록 되어 있었다. 3인승으로 뒤쪽에는 짐칸이 마련되어 있었다. 조니는 거리를 충분히 두고 소총의 총신으로 그 것을 흔들어 보았다. 그처럼 무거운 승무원이 탑승하는 우주선이라 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게 흔들렸다. 그는 우주선에 올라타려 고 우주선 옆쪽으로 손을 갖다댔다. 우주선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 졌다. 우주선 안의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작판의 램프 들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모두 처음 보는 조종장치였다. 계기에는 설명서가 부착되어 있었지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우주선의 엔진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편이었다. 알고 있는 것은 사 이클로인의 전술서에서 읽은, 그들의 비행선은 일반적으로 태양에 너지 구동이라는 것 정도였다. 조작판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을 듯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갑자기 발진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 다. 조니는 삼백 야드 떨어진 곳에 있는 군중들을 다시 돌아보았 다. 그들은 여전히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조금 전부터 조니도 몸 이 지면에 달라붙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전투 뒤의 허 탈감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지만.... 조니는 손으로 진동하고 있 는 물체를 더듬었다. 이 포는 단순한 포가 아닌 것 같았다. 그곳에 는 두 개의 포신이 달려 있었다. 포신 위에 또 하나의 포신이 겹쳐 진 것이었다. 위쪽 포신의 총구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 고 있었다. 더욱 강렬한 허탈감이 조니를 휘감았다. 작동하는 것에 는 동력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동력선일까. 조니는 조작판 밑에서 굵은 케이블을 찾아냈다. 그것은 외부에 노출된 축열기에 이어져 있었다. 비행선 뒤쪽에 있던 고리 모양의 밧줄로 축열기의 연결부분 바로 위에 있는 케이블을 묶고 뒤로 물 러난 다음, 전신의 힘을 다해 힘껏 잡아당겼다. 탁 소리를 내며 축 열기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맹렬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때 세 가지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비행선의 진동이 멎었다. 조니가 느끼고 있던 허탈감도 사라졌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군 중들이 일제히 풀쑥 쓰러져 땅 위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니는 케이블이 합선되지 않도록 그것을 축열기에서 떨어진 곳에 묶어놓고, 군중들을 향해 달려갔다. 타고 온 비행기 옆을 지나갈 때, 독일인 부조종사가 비틀거리며 비행기에서 내려왔다. 군중들 속에서 준비위원이 무릎을 짚고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들도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피로한 모습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땅에는 써러진 깃발, 팽개쳐진 악기, 그리고 환영의식에 쓰일 예정 이었던 갖가지 물건들이 마구 흩어져 있었다. 조니가 뒤를 돌아보 니까 호위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와 있습니까?" "비행기를 타고 왔소." 조니가 날카로운 어조로 대답했다. "저건 또 뭡니까?" 준비위원은 묶여 있는 토르네프인을 가르키며 소리쳤다. "어떻게 저런 놈이 여기에 있습니까?" 조니는 화가 불끈 치밀어올랐다. 자신은 지금까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숨가쁘게 사격전과 백병전을 벌였는데.... 그러나 곧 누 구 한 사람 여기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하는 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 게 되었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당확해 하고 있었다. 준비위 원이 조니의 질문에 대답했다.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해가 뜨자 여기에 모여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에 당신 이 이곳에 도착해 있으니 예정이 완전히 뒤죽박죽 되어버렸습니다. 오전 아홉시 가량 되었겠지요.... 네? 오후 두시라구요? 설마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시계를 보십시요." 모두들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당장이라고 환영식을 시작하려고 했다. 조니는 환영담당 준비위원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무 전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조니는 단거리 무선으로 상공을 비행중 인 호위기 두 대에게 엄중한 경계태세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범 지 구무선으로 바꾼 다음 아프리카 로버트 경을 불러냈다. 우주의 방 문자에게 도청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여기서 작은 새가 노래하려고 했습니다." 그들 사이에 정해진 암호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암호를 준 비해둬야겠다고 조니는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대용품으로 만 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괜찮습니다. 우리들의 친구들의 친구 이반은 새로운 구 멍 속에 있습니다만 그에게는 천장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까?" 로버트 경은 조니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조 니는 러시아 기지에 대공 방어태세를 갖추라고 말하고 있었다. 즉 각 준비해야겠다. "악대에게 스완슨의 애가를 연주하게 해주십시요." 조니는 말했다. 그런 이름의 스코틀랜드 애가는 없었다. 가능하 다면 범 지구무선의 사용을 금지시키라는 말이었다. 조니가 이곳에 온다는 것이 머리 위의 방문자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 그동 안 무방비상태로 무선교신을 도청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한 개나 두 개의 음부를 연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스완슨의 애가입니다." 조니는 무선을 끊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저 비행선 앞부분에 장착된 나팔 모양의 포신은 인간을 완전히 마비상태로 만드는 강한 음파를 내보내고 있었다. 토르네프인들이 그러한 방법으로 노예사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니는 경악을 금 치 못했다. (4) 지금 막 착륙한 호위기의 조종사는 자신도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 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으면서, 독일어를 모르는 준비위원에게 자기가 본 일을 설명하려고 했다. 조니는 독일인에게 비디오 촬영 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독일인은 모든 상황을 촬영했 다고 대답했다. 조니는 준비위원에게는 영어로, 조종사에게는 사이 클로어로, 토르네프인인 숨겨둔 비행기의 머리 쪽에 장착된 장치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두 집합시켜 디스크를 보여주는 것이 급 선무였다. 그렇게 하면 그들도 이곳의 악마의 거주지라고는 생각하 지 않을 테니까. 우선 그들의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지금 상 황에선 환영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준비윈원을 따라서 가까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조니는 토르네프인 쪽으로 다가갔 다. 토르네프인은 벌써 의식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의 시력은 마스 크의 플레이트 없이는 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가시광선과 는 다른 파장을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언제나 수정필터를 끼워야만 볼 수 있었다. 조니는 주변을 살펴서 잘반쯤 깨진 필터를 찾아냈 다. 송곳니를 조심하면서 눈에 씌워주었다. 토르네프인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를 물려고 했다. 조니는 웅크리고 앉아서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의 신상에 대해 얘기를 시작해볼까. 당신의 길고도 슬픈 어린 시절, 어떠한 환경이 당신을 범죄세계로 몰아넣 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당신의 운명이 이 비참한 최후까지 오 게 되었는지 말이야." "나를 희롱하는 투의 말은 집어치워." 토르네프인이 으르렁거렸다. "흠, 당신도 사이클로어를 아는군. 그것 참 잘됐군. 당신 얘기를 들려주겠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조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거대한 궁전에서 아래쪽의 골짜기 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는 주의깊게 장소를 고른 다음 그 곳을 가리켰다. "당신을 저곳으로 끌고 가서 밑으로 떨어뜨리겠다. 저 깎아지른 절벽의 가장자리가 보이겠지?" 토르네프인은 웃었다. "그 정도로는 내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할걸." 조니는 한참 동안 생각했다. "우리들은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 당신의 우주선을 수리해서 작 은 리모트 컨트롤을 탑재하여 발카급 전함까지 돌아가게 해주겠다. 토르네프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리모트 컨트롤 설치작업에 착수하겠다." 조니는 그렇게 말하곤 곧장 일어나서 자기의 비행기 쪽으로 가는 시늉을 해보였다. "기다려라." 토르네프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나를 전함으로 돌려보내주 겠다고?" "물론, 진심이지. 그것이 문명인의 도리니까." 토르네프인은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 더럽고 복잡하고 썩어빠진 사이클로 녀석. 너희들은 무슨 짓 이든 하는 놈들이다. 어떤 악랄한 짓이라도 말이다. 너희들의 더러 운 새디즘에는 한계라는 것도 없구나." "사이클로인이라면 당신을 어떻게 한다는 거냐?" "나를 격추시킬 셈이지. 다 알면서 그래. 그리고 내가 대기와의 마찰열로 불타는 것을 보며 즐기려는 심산이지." "어째서 사이클로인이 당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나를 놀리는 말은 집어치워라." 토르네프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너는 아무 말도 안했지만 바이러스를 뿌리고, 전함의 승무원들에게 감염시키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나를 마찰열로 지글지글 불태워버릴 생각이지. 더러운 놈 들, 모두 지옥에나 떨어져라." 조니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것은 문명인의 도리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시 비행기 쪽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기다려, 기다려줘. 얘기하겠다. 무엇을 알고 싶은가?" 조니는 스리테터 프리스 소위와 그의 상관인 로고데터 스놀에 대 해서, 그리고 도박에서 상관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잡다한 정보들을 많이 얻어냈 다. 마지막으로 소위는 말했다. "소문으로는 문제의 그것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일억 크레디트 상 당의 금을 준다고 한다. 물론 스놀은 상금을 혼자서 독차지할 속셈 이기 때문에 승무원들에게는 아무런 얘기도 안했지만." "문제의 그것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러나 프리스 소위도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연합군들은 그것 이 확인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확인유무에 관계없이 총공격을 강행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주선의 지휘관들은 전 리품의 분배를 걸고 전망스크린을 통해 도박을 하고 있다. 분명히 스놀은 이미 이 혹성의 주민들을 손에 넣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스놀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상세한 것을 알 수가 없 다. 다만 수송수단이 필요할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 가게 될 것이다. 본국에 관해서 얘기하라구? 저 근처에 있는 밝은 별을 알지 못하는가? 사실은 2연성이지만, 여기서라면 굉장히 밝게 보일 것이다. 이 각도에서라면 그 별 위에 있는 별자리는 사각형 상자 모양으로 모인다. 그것이 고향별이다. 그 항성계의 제9번 혹 성이다. 토르네프인은 별을 하나밖에 안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혹성을 침략해서 노예를 손에 넣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것이 전부 인 것 같았기 때문에 조니는 그를 배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약속 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조니는 언젠가 토르네프인은 한번 송곳니의 독을 사용하면 다시 독이 찰 때까지는 엿새가 걸린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었다. 비행 기에서 광물표본용 병과 한자루를 가지고 와서 토르네프인에게 자 루를 몇 번 씹으라고 명령했다. 토르네프인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 로 시키는 대로 했다. 조니는 자루를 병에 넣고, 뚜껑을 밀폐시켜 놓았다. 맥켄드릭은 독사의 혈청제조법을 알고 있으니까 토르네프 인의 독을 혈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 뒤 또 한 대의 호 위기가 착륙했는데 부조종사가 있을지도 모르고, 여분의 연료도 있 을 것이기 때문에 조니는 채굴장으로 가서 수송기가 있으면 끌고 오라고 명령했다. 토르네프인과 그 탐사선을 끌고 돌아갈 생각이었 다. 조니는 그 채굴장에 인원수송기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오라고 말했다. 준비위원과 독일인 조종사는 비디오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우주 선을 보여주면서 그 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군중들은 그 장소 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행기 옆에 서 있던 조니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독일인 조종사도 함께 있었다. 그는 오늘은 당혹 스러운 일만 일어난다고 변명을 시작했다. 마크32기의 기총으로 지 원사격을 해주고 싶었지만 기총을 사용하면 궁전의 절반은 부서질 것 같았고, 그 바로 밑에는 군중들과 조니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이곳은 사방이 높은 산들로 막혀 있어 기총을 분사할 경우 반작용이.... 조니는 손을 흔들어 그를 물러가게 했 다. 준비위원들이 주상들ㅇ르 소개했다. 몽고풍의 얼굴에 미소를 띄 고 모피 모자를 쓴 왜소한 남자가 다가왔다. 조니는 그의 손을 잡 았다. "이분은 노르가이 수장, 셀파의 수장입니다." 준비위원이 그를 조니에게 소개했다. "셀파의 유명한 산악민족으로 인도 위에 있는 네팔에서 대상을 편성하여 히말라야를 넘어 소금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인 구가 많아 팔천 명을 상회했었는데, 현재는 이백 명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산 위에 숨어살고 있 는데 식량이 무척 부족합니다. 셀파는 우수한 사냥꾼이지만, 그곳 고지에는 사냥감글이 많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이쪽은 승려들과 수 장 아난다입니다." 준비위원이 또 한 명을 소개했다. 그는 엷은 자줏빛의 긴 옷을 걸치고 매우 온화한 얼굴을 한 거한이었다. "그는 티베트인으로 몇 개의 동굴에 승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 이클로인들이 침략하기 전에 중국인들이 티베트인을 추방했기 때문 에 그들은 다른 나라로 옮겨가서 살았답니다. 중국인은 불교를 탄 압했습니다. 사실 아난다는 불교도였습니다. 그러나 협곡 꼭대기에 있는 동굴로 이주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사이클로인들까 지도 그들을 전멸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평지로 나가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티베트인들은 몹시 굶주려 있습니다. 그리 고 이곳에 있는 분이 촌원 수장으로 남아 있는 중국인들의 수장입 니다. 알고 계십니까? 옛날 중국에는 칠팔조에 달하는 인구가 있었 다고 합니다. 그 밖에 북쪽 산의 방위기지로 피난한 다른 부족들도 있습니다. 방위기지 말입니까? 중국인의 그 기지는 그당시 건설중 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대단한 것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중국 북부 에 남아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이백 명 정도이고, 이곳에는 삼백오 십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옛날 광산이 있던 골짜기에 숨어살았 는데, 사이클로인들의 공격을 받은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 다. 그들 역시 식량부족으로 매우 고통받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추 위가 계속되는 그곳 고지에서는 농작물이 거의 자랄 수 없기 때문 입니다. 그들의 언어는 만다링어, 즉 오래된 궁정어입니다." 조니는 그들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그러나 수장들은 머리를 숙였 기 때문에 조니도 머리를 숙여 절을 하였다. 조니의 그러한 행동이 중국인들을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종사들이 광석수성기와 함께 채굴장에서 돌아 왔다. 조니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토르네프 탐사선과 로프 로 결박한 토르네프인을 거대한 비행기 속으로 집어넣었다. "아래쪽 채굴장에는 많은 비행기가 있습니다." 조니의 부조종사가 말했다. "스코틀랜드이들이 그곳을 공격했을 때, 본부구역을 폭격하여 호 흡가스를 폭발시켰던 모양입니다. 돔들은 오 에이커 정도의 지역에 걸쳐서 산산조각이 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탄약과 연료에는 손대 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격납고는 지하에 있는데, 팔구십 대 가량 의 전투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몇 대는 불에 그을려 있었지만 나머 지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탱크와 작업차량도 많이 남아 있 었습니다. 이것과 같은 모양의 광석수송기도 쉰 대 가량 있었습니 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작업장과 저장소의 기재들도 매우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살아 있는 사이클로인 은 없었습니다." 조니는 그 말을 듣고 비행기까지 달려가 범 지구무선을 켜고, 아 메리카 기지의 더넬딘을 불러냈다. 그는 더넬딘의 농담을 생각해내 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열다섯 명의 딸이 있다는 것을 자네는 몰랐을 테지. 시급히 이 아이들을 결혼시켜야겠네." "알았습니다." 더넬딘은 대답하고 무선을 끊었다. 이제 열 시간이나 늦어도 열 두시간 정도 기다리면 열다섯 명의 조종사가 이곳에 도착할 것이었 다. 환영회는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의식을 회복한 주민들은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들은 조니의 옆을 지나갈 때마다 그에게 미소를 지 어보였고, 조니는 그때마다 절을 해야 했다. 상공의 호위기들은 여 전히 정찰을 계속했고, 조니의 비행기와 또 한 대는 긴급 발전준비 를 갖추고 있었다. 해질 무렵이 되자 무닥불을 피울 장작이 모아졌으나 적들이 전망 스크린을 통해 이곳을 살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연회 도중 몇 차례의 환영연설이 있었다. 사람들은 조니에게 거 듭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니가 답 사할 차례가 되었다. 환영연설에 대한 약간의 인사를 한 다음 조니 는 본론으로 돌아갔다. "나는 여러분들을 이곳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는 하늘을 가리켰다. "여러분들도 집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을 모르는 체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모두들 조니의 말에 동의했다. 조니는 모닥불에 비춰진 얼굴들을 둘러보았다. "이 산은 인간이 거주하기엔 기온이 너무 낮습니다." 모두들, 특히 중국인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식량도 충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니의 말은 그들의 고충을 정확히 지적해내고 있었다. 조니는 세심하고 자상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졌다. 그들은 아이들이 무척 야 위어 있는 것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만일 사이클로 인들이 돌아온다면 이번에야말로 영구히 놈들을 타도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상공에 있는 외계인들을 타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조니 는 자기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 각하여 다시 한 번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 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군중들이 갑자기 술렁거리면서 흥분으로 들 끓었다. 열의에 찬 질문들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들의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때는 위대했던 부족이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짓이겨진 사람들 이었다. 이제 자신들이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 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 른다. 숨어살면서 굶주리는 것 외에는 뭔가 커다란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모른다.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그들의 억눌린 마음 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을 만큼 기쁨을 안겨주었다. 준비위원과 수 장들은 군중들을 진정시켜 모닥불 주위로 돌아가게 했으나 아무도 앉으려 하지 않았다. 모두들 너무나 흥분되어 있었다. 조니가 다시 얘기를 시작하자 흥분된 술렁거림은 물을 뿌린 듯이 일시에 조용해 졌다. 그러나 적들이 도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급 준 비위원과 서둘러 의논하여 궁정 밑의 커다란 강당으로 자리를 옮기 기로 했다. 불교도들은 흥분으로 눈을 번뜩이며 강당으로 몰려갔고, 조니는 비행기에서 광산램프를 가지고 왔다. 강당 안은 승려들이 좋아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조니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승려들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사이클로어를 압니다. 이젠 사용하지 않는 고대의 파리어는 물론 티베트까지도 할 줄 압니다. 나는 여러분의 장서를 안전한 장소까지 비행기로 수송해주겠습니다. 러시아 기지의 안전 한 곳에 여러분들의 장서와 사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겠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웃었다. "지구의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다른 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싫지는 않습니까?"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우리들이 절에서 살고 있는 것은 세상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고, 그곳으로 피난간 것뿐이 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동굴 안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조니는 통신원의 임무를 설명했다. "사이클로어로 통신문을 받으면 그것을 파리어로 무선연락ㅇ르 하는 것입니다. 다른 불교도가 그 통신문을 다시 사이클로어로 번 역합니다. 그러면 하늘의 적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 다. 전세계를 연결하는 파리어 통신망인 셈입니다." 그들은 멋진 생각이라고 믿었다. "네, 해내겠습니다. 꼭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그러나 혹시 누군가가 외계인에게 붙들려서 이용당할지도 모릅 니다. 그때는 파리어 대신 티베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일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 선 감수해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불교도들이 조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니는 그들의 급료가 하 루에 일 크레디트라는 것을 말하려고 했다. 그것은 부족들 사이에 서 공정한 급료였는데, 그들은 그것을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꼭 그 일을 하게 해달라, 보수 같은 것은 필요없다고 그들은 말했 다. 그것이 비밀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며,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불교도들은 강당을 나갈 때도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나갔다. 다음은 셀파들의 차례였다. 조니는 연설을 시작했다. "사냥거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산에 올라갈 필요도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광대한 평원이 있고, 그곳에는 양과 소가 매우 풍족합니다. 막대한 분량의 쇠고기를 만들어 저장해야 합니다. 러시아로 가서 그곳 기지의 식량비축을 도와주지 않겠습니 까?" "식량이라고요? 물론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냥을 하고 기 지의 양식을 비축하겠습니다." 촌원 수장이 부족을 강당으로 데리고 왔다. 조니는 우선 그다지 쾌적하다고 할 수 없는 곳이 있는데 하고 얘기를 시작했다. "병원균을 전염시키는 파리가 있지만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면 대처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야생동물들의 있지만 무장한 경비병이 있고, 여러분도 총기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파리라구요, 짐승이라구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곳 이 어디입니까? 그곳에서 무엇을 하면 됩니까? 당장 가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얘기할 것이 남았습니다. 그 장소는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데 기후가 더울지도 모릅니다." "더워요? 더운 곳. 그 얼마나 좋습니까. 그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도대체 누가 더위 따위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여러분은 건물을 지울 수 있습니까?" 그들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우리들은 계속 건축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기술자도 있습니다. 어떤 건축물도 자신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얘기를 지작하겠습니다. 이 말들은 모두 극비입 니다. 사실은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발전댐 근처입니다. 언 덕을 파서 지하엄폐호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기술적인 원조를 얻을 수도 있으며 작업차량이나 기계류, 그 조작원도 있습니다. 또 여러분이 그 조작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말했다. "현재 우리들은 여덟 명의 훈련생을 아메리카에 파견해서, 작업 차량의 조작을 배우게 하고 있습니다. 당장 가겠습니다." "급료는 하루에 일 크레디트이고, 작업완료시에는 보너스를 지금 하겠습니다. 나중에 토지도 분배하겠습니다." 촌원 수장은 찬서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물론 찬성하며 즉시 떠나겠다고 대답했다. 조니는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연회장이 아니 었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있는 각 부족들은 이마를 맞대고 앞으로 의 계획을 진지하게 의논하고 있었다. 모두들 속삭이는 목소리로,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말로 토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니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늘밤의 숙소인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조 니는 토르네프인이 감금되어 있는 광석수송기를 살펴보았다. 한순 간 하늘에 있는 로고데터 스놀을 놀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그만두었다. 대위는 실컷 고민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하자.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 스코틀랜드로 돌아온 조니는 수장들과의 회의를 될 수 있는 한 연기하고 있었다. 디스크가 도착하는 것과, 아메리카의 정치상황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캐논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 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로버트 경은 수장들 이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짜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조니는 로버트 경을 따라서 회의장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말 없이 걸으면서 답답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아따금씩 구름에 뒤덮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의장에 도착하자 로커버 도끼와 분사라이 플로 무장한 두 명의 경비병이 조니와 로버트 경을 자하통로 입구 로 안내했다. 고대의 전쟁 때 만들어진 탄약창고와 방공호가 발견 되었기 때문에 수장들을 의사당 재건을 잠시 연기하고, 지하의 이 깊은 동굴을 복구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광산램프 불빛에 벽면의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각 부족의 깃발들이 둥근 천정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수장들은 네 시간 전부터 그곳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조니가 들어서자 악수를 청하며 다정하게 들을 두드려주었 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피어거스 족장이 개회를 선언했다. 로버트 경이 수장들을 위해서 전파망원경으로 도청해낸 몇 개의 비디오 디 스크를 스크린의 영상에 재형시켰다. 수장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 데, 그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외계인 연합군들의 기괴한 용모들 이었다. 로버트 경이 인프라빔에 대해 설명하며, 노출된 곳에서 논 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로로 잡은 포크너인으 로부터 인프라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어냈던 것이다. 노출된 곳 에서 의논할 때는 방해파 발생기를 작동시켜야만 하는데, 우리들은 그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장들은 야외나 노출된 곳에 서 의논하는 것은 금지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를 구하려 하였다. 또 한 '적의 귀는 길다'라는 표어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때 아자일족의 수장이 일어나서 이견을 제시했다. "우리들은 전부족에 관계되는 법률을 제정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전부족의 의회는 아메리카의 지구평의회다. 설사 우리가 그 의회와 전투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여러분이 제안한 것은 국가권력의 침해가 아닌가." 그의 의견에 조니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일어서서 말했 다. "애당초 정부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입니 다. 조직은 이곳 하이랜드의 호수와 목장 옆에서 결성되었으며 우 리들 자신이 원래의 정부인 것입니다. 물론 아메리카에 있는 정부 도 존속하는 한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명령을 따 른다면 모든 계획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이곳 정 부는 인류통일을 세계연합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나는 연합이 아메 리카로부터의 명령을 무시하고, 이곳 정부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들의 명령을 연합명령이라고 한다면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연합총재인 앤드류 맥널티 경이 환성을 질렀다. 조니는 계속해서 말했다. "더넬딘 성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더넬딘은 스코틀랜드의 정통 왕자입니다. 조종사들은 그가 지휘하게 될 것입니다...." "더넬딘과 당신이 지휘하는 것이다." 캠벨족의 수장이 조니의 말을 정정했다. 조니는 이 정부만이 조종사를 지휘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정정 하고는 말을 계속했다. "스코틀랜드의 최고 사령관이 모든 실전부대를 지휘하게 됩니다. 단 브리칸트는 예외지만. 실제적으로 이곳 정부가 지구 전체를 통 치하는 것입니다. 나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여러분들은 앞서 거론 했던 비밀유지의 결의를 통과시키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랍 니다." 수장들은 잠시 동안 의논했고, 곧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앤드류 맥널티 경이 정부의 요구사항들을 여러 부족에게 전하 고, 로버트 경이 군사부문의 명령을 집행합니다. 상황의 특이성 때 문에 아메리카 정부로부터의 명령을 무시하지만 의혹을 사지 않도 록 배려해야 합니다. 스코틀랜드가 피의 복수를 맹세한 원수인 브 리칸트를 아메리카 정부는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비상시기이 며, 비상시의 행동을 필요로 합니다." 우선 시급한 사항들은 결정되었다. 그것이야말로 조니가 가장 바 라던 것들이었다. 그 뒤 로버트 경이 일어나서 지구상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방위력을 집 중시키기 위해 몇 개의 지역으로 집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미 구체적인 계획까지 작성해놓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수장들은 맥타일러에게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간결하게 설명해달라 고 요구하면서, 그는 모든 종족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그의 의견이 존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니 개인으로서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보다는 우선 아메리카로부 터의 정보를 손에 넣고 싶었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타르의 행동이었으며, 그것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오랫동안 끊겨져 있었 다. 비밀누설의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억제햐야 했기 때문에 조니는 자신에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는 이 의회에 알릴 생각이 없었 다. 그러나 이 의회는 지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므로 조 니는 일어나서 얘기했다. "첫째 사이클로별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판단하지 않은 상 태이므로 여전히 반격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둘째 우주로부터의 방문자들은 중대한 위협입니다. 왜 그들이 공격해 오지 않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점이 더욱 마음에 걸리지만, 덕택에 시간은 벌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방위태세를 갖추고, 신속하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든 지구상에 인류가 살 아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멸종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언제 어는 순간에 전멸당할지 모르는 위험요소들을 안고 있습니다." 모든 수장들은 조니에게 사의를 표하고, 로버트 경의 계획을 가 결시켰다. 모두 진지했다. 그 밖에도 의제가 있었다. 부족들의 이 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닥터 알렌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의 의견에 따르면 여러 부족들을 한곳에 모아넣고 공동생활을 강요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질병에 대한 면역이 현저하게 저 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부족은 오랫동안 따로따로 떨어져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각 고장들마다의 풍토병인 천역두, 장티푸스 등 이 집단적으로 발병할 위험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몇 명의 협력자 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비행기로 각 고장을 다니면서 가능한 범 위 내의 진료업무를 담당해왔었다. 그는 모든 인간의 의학서적을 읽었고, 예방접종, 공중위생, 해충구제 등에 대해 조사했고, 혈청 도 준비했다. 그는 각 부족이 집단생활을 하게 될 경우, 먼저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로 백신접종을 의무적으 로 실시한다. 지금까지도 준비위원과 주장들로부터 전면적인 원조 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것을 법제화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수장 들은 그의 제안을 승인했고, 그 안은 앤드류 맥널티 경을 통해 연 합명령으로서 공표되어졌다. 다음에 들어온 것은 혹성은행의 맥애덤이었다. 그는 세 가지 이 유로 수장들과의 회견을 요청했다. 머리칼이 희게 변하기 시작한 왜소한 체구의 보수적인 맥애덤은 수장들에게 매우 공손했다. 그는 안고온 서류가바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아메리카 정부는 지폐를 마구 뿌려서 국지적인 인플레인션을 일 으키고 있는데, 이것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파급될 우려가 있습니 다. 브리칸트 병사들은 일 인당 백 크레디트의 급료를 지불받고 있 습니다. 그들의 수는 약 칠백예순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게 되면 하루의 급료 총액은 칠만 육천 크레디트가 됩니다. 이것은 일반 부 족의 연간예산의 약 두 배에 해당됩니다. 브리칸트들은 지폐의 가 치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도로에 뿌리고 다니는 형편입니 다. 현재 아메리카에는 물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기금을 흡수할 수 있을 만한 생산물도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해결책 을 생각해두었습니다. 아메리카에서만 통용되는 특별지폐를 발생할 수 있는 권한을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지역에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지 폐에 타일러 대신 브라운 린퍼의 초상을 넣는다면 아메리카 정부는 반드시 그 제안을 승락할 것입니다. 초상의 설명문은 '브라운 린퍼 스태퍼 지구혹성 상급시장'이 될 것입니다. 나의 견해를 말하려면, 타일러의 초상을 없애면 통화가치의 하락에 더한층 박차를 가하겠 지만, 가치가 떨어진 지폐에 타일러의 초상이 붙어 있어서는 안된 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타일러는 미소를 지었다. 수장들은 소리내어 웃으면서 맥애덤을 칭찬했다. 그러나 맥애덤은 칭찬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인가증을 받고 싶었다. 물론 그것은 공표하지 않고, 금 고 안에 넣어두기로 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수장들은 그것을 읽 고 승인했다. 그리고 나서 맥애덤은 로버트 경과 구상하고 있던 개인적인 예비 절충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충돌 하고 말았다. 로버트 경은 은행을 취리히에서 룩셈부르크로 이전해 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매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어려 운 일이기도 했다. 인쇄기도 옮겨야 하고 룩셈브르크에서 지내려면 직원숙소도 마련해야만 했다. 수장들의 요청에 따라서 로버트 경이 발언했다. "일찍이 그곳은 지구 전역에 철을 공급하는 중심가였기 때문에 그 바로 옆에 고대의 요새가 있다. 실제로 룩셈부르크라는 지명은 '작은 요새'라는 의미다. 그곳에는 사이클로인의 채굴장도 있다. 룩셈부르크라면 방위가 가능하지만 취리히는 무리다. 이것은 잠정 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수장들과 조니가 이전하는 쪽이 좋다고 했기 때문에 맥애덤도 체 념한 듯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한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쟁준비에 필요한 경비 를 마련하는 문제였다. "전쟁비용을 부족의 예산이나 토지에 의해 보증할 수는 없다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다른 것을 담보로 공채를 발행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조니가 발언을 요구했다. "나는 상당한 양의 광석자원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일단 사태가 해결되면 그것들을 채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전에 광산관 계 일을 했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으니까 내 말을 신용할 것입니 다. 그것을 부족이 아니라 수장들의 재산이라고 간주한다면 공채와 담보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브라운 린퍼가 전지구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 이번에는 피어거스 족장이 대답했다. '그것이 효력이 있건 없건간에 그 일부는 우리들 것이니까. 그 광물 자원을 전쟁경비를 위한 담보로 내놓겠다." 맥애덤은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형세가 어는 쪽으로 기울 어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제안을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 였다. 지금 수장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수장 들은 그런 내용의 결과를 통과시키고, 로버트 경에게 재량껏 전쟁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모두들 대단히 진지했 다. 의회가 폐회한 것은 훨씬 뒤였고, 안내를 맡은 사람이 조니를 그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크리시가 뜨거운 홍차와 핫케이크를 내놓았다. 조니는 셔츠의 끈을 풀고, 부드러운 모카신으로 갈아신은 다음, 거실의 소파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아 메리카의 사태가 마음에 걸렸으나 애써 집안일에 마음을 돌리기로 했다. 크리시가 말했다. "목사님과 얼렌 큰어머니가 내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이 곳에 오시기로 했으니까 당신도 집에 있어주세요. 큰어머니는 스코 틀랜드에 와서 무척 건강해졌어요. 얼굴도 좋아졌고, 그전처럼 기 침도 하지 않아요. 정말 젊어졌어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야. 부드러운 긴 금발을 틀어올린 당신은 너무나 아름답고, 검고 빛나는 눈동자는 더욱 밝아졌어. 목고리의 흔적도 거의 없어졌고." 조니의 말을 듣고 기쁜 듯이 크리시가 말했다. "패티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은 침대에 누워 있지만 열 이 내려서 다행이예요. 그런데 기력이 없나봐요. 내일 오전에 병문 안을 가주세요. 가장 걱정인 것은 패티가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다 는 거예요. 당신이라면 흥미를 끌 만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거예 요." 조니가 이 집에 지하실이 있느냐고 묻자, 크리시는 튼튼하게 지 은 깊은 지하실이 있다고 대답했다. 당신이 마련한 가구들은 모두 훌륭하니까 이곳이 위험해지면 귀중한 것들은 지하실로 옮겨 잘 보호해야 한다고 조니는 말했다. 로크 성 지하방공호의 안전한 장 소를 잘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것은 벌써 생각해두었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나도 지금껏 많은 것들을 경험했잖아요. 풋내기는 아니라구요." 조니는 만족했다. 아름답고 쾌적한 집이었다. 저 옛날 도시의 폐 허와는 전혀 달랐다. 나의 행운이 계속되어서 어떻게든 승리를 거 둘 수 있다면, 언젠가는 이 거실에 크리시와 친구들과 앉아서 매일 같이 즐거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꿈 같은 일이지 만.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시가 나가서 문을 열 었다. 조니는 환성을 울리며 벌떡 일어나 그랜캐논을 맞으러 갔다. 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23 부 조니의 운명은 신의 손안에 있었다. (1) 빌어먹을 놈의 타르 녀석! 조니는 타르가 전송용 기둥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고만 생각했 었다. 스코틀랜드의 그의 집에는 비디오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스크를 대충 훑어보았을 뿐이었다. 그 뒤 조니는 기분이 좋아서 아프리카 채굴장으로 돌아가, 오늘 이야말로 디스크를 자세히 검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과는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랜캐논은 디스크의 공 수가 늦어진 것은 타르가 밖에서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데도 이 측 량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 그는 조니의 제안으로 사무실을 수리할 때, 호흡가스 보 틀에 매우 소량의 공기를 혼입시켜놓았었다. 그러면 타르가 실내에 서 작업에 몰두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예상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또 한 가지 계획에도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플랫폼 주 위에 감시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무 위에 급히 한 대를 설치하여 옥외에서의 감시를 무인정찰기의 공중사진에만 의존했던 결점을 보완하였다. 타르는 매일같이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를 엄밀하게 측정하고 있었다. 그는 마이크로 미터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전송용 기둥의 위치를 측정했던 것이 아니었다. 스크린에 타르의 책상 위 에 펼쳐져 있던 그 도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곳엔 전송용 플랫폼 과 제어탁자의 새로운 위치가 정확히 그려져 있었고, 크기도 모두 기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구 갈겨쓴 것 같은 기호가 플랫폼을 둘 러싸고 있었다. 며칠씩이나 그 복잡한 역장방정식에 매달려 있던 타르의 속셈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텔레포테이션을 방해하 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플랫폼과 최대한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방어 라인의 한계선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놈의 마지막 계 획이었다. 7과 11분의 8피트였다. 그 정도의 거리를 두고 최후의 방어선이 전송플랫폼과 새로운 제어탁자 주위 전체를 둘러싸고 있 었다. 한편 카가 보내온 상자에는 조그만 케이블조각과 종이쪽지가 붙 어 있었다. 쪽지에 씌어진 글들은 자신의 필체를 숨기기 위해 왼손 으로 쓴 듯했다. OO씨에게 함께 보내는 것은 우연히 절단된 조각이다. 하하하.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방치되었던 남서쪽의 댐 근처에서 내가 파낸 것이다.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좀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말해둔다면 그 것은 '대기장갑 이온화 케이블'이라는 것이다. 부품 주문번호는 생 략한다. 당신이 사이클로별에 이것을 주문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으 니까. 하하하. 게다가 회사의 소유물을 외부인에게 건네주는 것을 석 달치 급료를 삭감당하는 벌에 처해진다. 그러니까 내가 체포되 면 당신은 또 나에게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 면 당신은 파산해버릴 것이다. 하하하. 추신. 이것을 파내는 대가로 그들은 내게 막대한 돈을 주었다. 우리들이 교환한 도시락상자의 일부를 당신에게도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하하하. 조니는 그것을 조사해보았다. 단면은 분명히 카리바의 댐과 발전 소 주위에 있었던 것과 똑같았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성분과 구조 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 케이블 자체에 장갑처리가 되어 있었다.카 가 어떻게 그것을 절단했는지 조니로서도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는 명료했다. 절연된 가장 밑바닥 층은 반 사기였고, 그 바로 위에 있는 것이 주전력선이었다. 그 위에 또 하 나의 전선, 그 위에도 또 전선. 이런 식으로 모두 열다섯 개의 전 선이 포개져 있었다. 그 전선들은 각각 바로 밑의 부하를 증폭시키 는 것이었다. 그 케이블의 한쪽 끝은 증폭기에 접속하도록 되어 있 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증폭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몇 겹으로 증폭되어져서 엄청나게 부풀어오른 부하가 공기의 원자핵과 그 주 위의 전자에 동조되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에 의해서 공기의 분자가 재편성되고, 분자레벨에서 응축되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대기장갑 이온화 케이블'이라는 방어라인이 형성되었다. 그 견고 함은 이미 카리바에서 실험이 끝났다. 탄환조차도 그것을 관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역장스크린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역장스크린은 우주공간에서 사용되었고, 하우빈인도 주력전함에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케이블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 방어시스템은 대기 자체에 방어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타르가 이 제어탁자와 플랫폼으로부터 7과 11분의 8피트 거리에 둘러치려던 방어라인이 아닐까. 조니의 계획은 타르에게 제어탁자와 전송플랫 폼을 설치하게 한 다음, 그것을 탈취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르 가 작업하고 있는 것이 대기 방어라인이라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었다. 그처럼 견고한 방어라인을 어떻게 뚫고 들어간단 말인가. 빌어먹을 타르 녀석! 조니는 무거운 마음으로 전송플랫폼의 도면을 복사한 것과 방어 지도를 꺼내놓고, 카가 플랫폼에 설치하기 위해 케이블을 파내고 있는 장소에 표시했다. 그 지도는 굉장히 낡고 구김살이 많았기 때 문에 전에 보았을 때는 모든 채굴장의 댐과 전력선 주위에 그 기호 가 씌어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지도를 확인한 조니는 아프리카 채굴장이 제2의 지하전력선을 갖고 있으며, 옛날 인간시 대에 오웬스 폭포댐이라고 불리던 그 댐도 같은 방어라인으로 보호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앵거스에게 그곳으로 가서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케이블이 아직 있다면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으로 그 위쪽의 나 무들을 잘라내주게. 그리고 방어라인이 존재하고 있다면 보초를 데 리고 가서 댐과 채굴장으로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하 게." 조니는 본부구역을 초조하게 오가며 이 새로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로버트 경이 도착했다. 조니는 그에게 낡은 지도를 보여주며, 모든 채굴장 에는 이 케이블이 있으니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경도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조니 는 착잡한 심정으로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텔레포테이션! 사이클로인의 비밀. 이것만 넣을 수 있다면 우리 들은 전우주를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지구를 방위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처참 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조니는 닥터 맥켄드릭을 만났다. 그는 부상당한 사이클로인들의 진찰결과에 대하여 보고했다. "부상당한 사이클로인들은 모두 건강해졌다. 예외로 차크만은 혼 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 그 물체를 사이클로인의 머릿속에서 적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골격구조를 훼손시 킨다면 사이클로인은 죽어버릴 것이다. 여성인 경우에는 차크처럼 혼수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것보다 내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음식문제이다. 사이클로인의 편람서에는 그들의 음식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다. 물론 포로들은 자기가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지 만. 그러한 음식들이 지구에 있는지.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 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얼마 안 있어서 식량이 바닥나버릴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최근에 쟘비초인을 포로로 잡은 것을 알고 있 나? 카리바 지역에서의 새로운 활동을 조사하기 위해 정찰대를 파 견했던 것 같다. 그곳에 있던 스코틀랜드인 사관을 궤도상에 있는 잠비초 전함에서 작은 비행기가 발진했다는 통보를 받은 즉시 행동 을 개시했다. 중국인이 고안해낸 '호랑이 그물'이라는 함정을 마련 했다. 그들은 저수지 옆에 중국인 옷을 입힌 허수아비 인형을 세워 두었다. 캠프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쟘비초인들은 즉각 허 수아비 인형에게 덤벼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그물이 떨어져내리며 그들 전원을 포로로 잡았다고 한다. 흉폭한 얼굴의 괴물이었다. 자네는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혹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구? 역시 그렇군. 산맥에서 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라도 어떻게든 해보겠네." 맥켄드릭의 보고는 조니의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하였다. 빌어 먹을 타르 녀석! 계획은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다른 방 법을 통해서라도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을까. 그는 전에 텔레포테 이션 모터를 조사해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구조를 조금 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터와 전송장치는 전혀 다른 구조였다. 하지만 어느 쪽이나 공간 위치를 변환시킴으로써 작동한다고 하는 기본원리는 일치하고 있었 다. 그것을 위한 제어탁자와 모터는 차고의 수리공장에 놓여져 있 었다. 협곡에서의 전투 때 파괴된 탱크에서 입수한 것이었다. 그것 을 분해해보면 혹시.... 물론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과 유사한 장치의 내부를 많이 봤었지만 그 구조는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지하 수리 공장으로 내려갔다. 그는 바샤형 탱크를 찾아냈다. 표면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장갑처리된 강판도 군데군데 뜯겨져 있었다. 조 니는 탱크 안으로 들어가 연료가 적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현재위치'의 죄표에 세트하고, 모터에 시동을 걸었다. 모터는 정 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사이클로인들의 기계문명에 대하여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모든 기계제품들은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니는 모터를 끄고,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제어탁자 윗부분의 나사를 전부 풀어냈다. 그때 탱크 쪽에서 보초 가 다가와서 조니에게 귀가리개를 건네주며 그것을 착용해달라고 말했다. 조니는 몸을 일으켜 포탑의 창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 톰아롱과 스리테터 프리스가 탱크 곁에 서 있었다. 토르네프인은 경비병들의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가리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조니는 그들의 토르네프인의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 고서야 비로소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스톰아롱이 토르네프 인에게 그 우주선의 조종법을 배울 생각임에 틀림없었다. 앵거스도 이자리에 있었다면 인간을 마비시키는 파장의 주파수를 알아내고 싶어할 것이었다. 스리테터 프리스는 의외로 무척 상냥했다. 토르 네프인이기를 포기한 것 같았다. 조니를 보자 슉슉 하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하지만 토르네프인을 저 치명적인 음파발긴기에 접근시 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생각을 바꿔 음파 발신기의 스위치를 작동시켜 모두를 마비시키고 도망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조니의 기우였다. 이 토르네프인에게는 이미 갈 곳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귀가리개를 착 용했다. 토르네프인은 축열기의 단자가 구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약간 기 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는 손짓으로 공구를 달라고 했다. 경비병 이 공구를 건네주자, 그것을 똑바로 펴서 전력케이블에 연결했다. 우주선은 즉시 시동이 걸렸고, 프리스는 모터를 껐다. 손짓으로 스 톰아롱에게 모든 스위치의 위치를 가리키며, 그것들이 어느 곳과 접속되어 있는가를 알려주었다. 스톰아롱은 우주선 조종법을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토르네프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경비병에게 그를 데려가라고 신호했다. 프리스가 우주선에서 떠나자, 조니는 조심스럽게 귀가리개를 벗 고, 포탑 밑으로 기어들어가 작업을 재개했다. 토르네프인은 탱크 옆을 지나가다 갑자기 멈춰 서서 옆문을 열었다. 경비병들은 돌발 적인 사태에 어쩔 줄 몰라하며 발포하려 했다. 조니가 재빨리 나서 서 그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만약 프리스가 물려고 덤 벼든다면 드라이버를 입 속에 밀어넣어 방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당신들은 사이클로인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군, 그렇 지?" 토르네프인이 문에 몸을 기대며 말했지만 조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의 동정을 살폈다.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 박했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섣불리 정보를 누 설할 필요는 없었다. "그 탱크의 모터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조니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토르네프 인 사관이라면 이런 것에 대해서도 훈련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당신은 이 탱크의 구조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알 턱이 있겠는가! 우주를 샅샅이 뒤져봐도 그것을 아는 녀석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이 혹성을 습견한 적은 없었지만, 다른 사이클로인 기지를 침략한 일은 있었 다. 군인학교의 교과서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런 기계를 수천 대나 입수해서 전문가에게 조사시켰다고 한다." 그는 히죽이 웃었다. 송곳니가 드러나서 무시무시한 얼굴이 되었 다. "다음날 급료를 전부 걸고 내기해도 좋다. 당신들도 다른 놈들이 했던 짓을 하려는 것 같군." 조니는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듯한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음말을 재촉했다. "우리들은 사이클로인의 기술문헌은 물론 수학관계 서적들도 입 수했었다. 완벽한 전송 제어탁자를 빼앗은 적도 있었다. 교과서에 의하면 그것은 딱 한 번 작동했을 뿐, 내부구조를 조사하려는 순간 작동을 멈춰버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토르네프군의 가장 우수한 지 휘관이 사이클로인을 심문한 적도 있지만 헛수고였다. 놈들은 심문 자를 지칠대로 지치게 만든 후 끝내 자살해버린다. 아주 오랜 옛날 부터 계속 그래 왔다. 삼십만 이천 년 전부터 말이다." 프리스는 화재를 바꿨다. "당신들은 이 근처에 광물표본실을 가지고 있을 테지? 나는 배가 고프다. 그곳에서 먹을 만한 것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데." 토르네프인은 비꼬듯이 경비병들과 함께 걸어나갔다. 조니는 녀 석이 악의에서 그런 얘길 했을 거라고 자신에게 타일렀으나, 진심 으로 그렇게 믿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니는 중단했던 작업을 다시 사작하려 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 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제어탁자의 버튼을 '현재위치'로 조절하고, 시동을 걸기 위해 동력스위치를 넣었다. 아무런 움직임 이 없었다. 접속된 부분들을 조사해보았으나 모두 제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혹시 토르네프인이 잘못 건드린 것이 아닐까. 아니다, 녀 석은 아무 데도 손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시동을 걸기 위해 버튼 을 조작해보았다. 역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전에 카가 제어탁자의 버튼에 대해 뭔가 말한 것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들은 날이 달린 차량을 후진시키고 있었다. 운전석의 돔은 조니에게는 필요가 없어서 열려진 채로 있었다. 그러자 먼지 같은 토사가 제어탁자로 불어왔고, 차량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 다. 그때 카는 기술자를 불러올 테니까 차량 옆에서 떨어져 있으라 고 말했다. 정비공이 아니라 기술자라고 말했다. 기술자가 와서 제 어탁자를 벗겨내고, 작은 이동 크레인으로 지하 수리공장까지 싣고 갔다. 당시 조니의 관심은 제어탁자보다도 크레인 쪽에 있었다. 그 크레인에는 용수철 모양으로 연결된 자석판이 붙어 있었다. 크레인 음 모터 대신 자석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조니는 그때 제어탁자를 벗겨내는 모습을 잘 보아두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토르네프인이 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잘 생각해 보자. 그때 나는 플레이트의 나사를 풀고 있었다. 사이클로인은 나사를 분자용접으로 그냥 접착시켰었다. 그런데 이 기계는 뭔가 이상했 다. 조니는 나사를 전부 빼내고, 플레이트를 떼어냈다. 나사는 그 뒤쪽의 검은 물체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제어탁자의 복잡한 배선들 은 모두 그곳에 연결되어 있었다. 나사였다. 그것은 플레이트를 고 정시킬 뿐 아니라 접속으로 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자 그 곳에 스위치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나사로 보일 뿐이었 다. 그것을 돌리면 계기반들은 기능을 잃게 되는 것 같았다. 조니 는 나사를 제자리에 다시 집어넣었다. 다른 제어탁자와 비교하여 나사가 들어간 각도를 조절하며 바샤형 탱크의 계기반 나사들도 똑 같은 각도로 죄었다. 하지만 모터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여러 각도로 시도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사에 뭔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도 어 쩌면 불어닥친 흙덩어리가 나사를 움직였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 었다. 조니는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았다. 나사의 조임 순서와 각도를 달리해가며 가능한 모든 조작을 시도했지만, 바샤형 탱크의 모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니는 마침내 체념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호수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로버트 경이 보낸 삼륜 지상차가 다가와서 공중지 원도 없이 노출된 지역을 혼자 걷는 것은 매우 휘험한 일이라고 전 했다. 머리 위에 적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자네는 사이클로인을 쏘아죽이고 싶지 않은가?" 조니가 불쑥 내뱉은 말은 전령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빌어먹을 타 르 녀석! 사이클로인은 모두 지독한 놈들이다. 전우주의 수천 개가 넘는 종족들이 삼십만 년 동안 자신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을 거 라고 생각했지만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다른 수단, 다른 계 획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그것이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감수해야 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구는 끝장날 것이다. (2) 덴버에 겨울이 찾아왔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매섭게 밀려오는 눈 보라도 브라운 린퍼 스태퍼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새로운 은행권이 도착했던 것이다. 그 뭉치들은 책상 위에 놓여졌 고, 그 중 네장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지 폐인가. 밝은 황색으로 한쪽 면만 인쇄되어 있었다. 중앙의 타원 속에는 브라운 린퍼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이 그림을 완성시키는 데에 그는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브라운 린퍼는 방향을 바꿔가며 온갖 포즈를 취해보았다. 양미간을 찌푸리 고 성난 표정을 짓는 등, 헤아일 수 없을 정도로 표정을 바꾸어보 았으나 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랄스 소렌슨이 모든 것을 결정해주었다. 랄스는 수염이 좋지 않다고 했다. 브라운 린퍼 는 코밑과 턱에 검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콧수염은 괜찮은데 턱 수염은 가늘고 듬성듬성해서 보기 흉하다. 턱수염은 깍아버리고 코 밑 수염만 잘 손질하면 도니다. 저 위대한 군사지도자 히틀러도 콧 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니까, 브라운 린퍼에게도 걸맞을 것이다. 다음에는 의상문제가 제기되었다. 마침 한 건물의 지하실에서 비 교적 손상되지 않은 회색 옷감 한 통이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운 전수의 제복'이라고 씌인 재단모형지를 찾아냈고, 몇 명의 브리칸 트 여자들이 그 모형과 똑같은 옷을 만들었다. 검은 차양이 달린 모자도 찾아냈다. 스니스에게는 한 웅큼이나 되는 보석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웃옷 중앙에 훈장처럼 줄줄이 달아놓았다. 포즈는 랄스가 가지고 있던 나폴레옹의 초상화에서 빌려왔다. 그 인물도 고대의 위대한 군사영웅이었다고 하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포즈였다. 맥애덤은 정말로 버릇없는 녀석이었다. 그는 브라운 린퍼에게 그 초상 따위로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던 것이다. 브라운 린퍼 는 버럭 화를 냈다. 그처럼 고생해서 만든 초상이었는데,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던 것이었다. 즉시 새로운 지폐가 완성되었다. 그것은 백 크레디트 지폐였다. 액면은 한 종류밖에 할 수 없으므로 백 크레디트가 아니면 안된다 고 맥애덤은 말했다. 브라운 린퍼는 이제 자신의 지폐는 조니 굿보 이 타일러의 지폐보다 훨씬 가격이 바싸졌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지폐에는 은행이름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영어 외에 다른 부족의 언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른쪽에는 '100 아메리카 크레디트'라 고 씌어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카에 있어서의 공적 내지 사적 부 채의 지불에 유효'라고만 씌어 있었다. 맥애덤이 제출한 조건 중에 는 아메리카에서 통용되는 종래의 지폐는 모두 모아 새로운 지폐와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종래의 지폐는 일 크레디트, 새로운 지폐는 백 크레디트였기 때 문에, 이미 발행한 지폐를 회수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 다. 하지만 브라운 린퍼는 타일러의 지폐가 국내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기 때문에, 자신이 소요하고 있던 돈들을 모두 모아 교환차액을 지불하고 새로운 지폐로 교환해주었다. 우울해 있 던 브라운 린퍼의 기분은 새로운 지폐로 인하여 완전히 뒤바뀌었 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그의 기분은 침울하지만 했었다. 타일러가 폭탄이 장치되어 있는 목장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국외로 도망 쳤을 때,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차라리 타일러에 대한 계획을 모 두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랄스가 그를 설득했다. 그 역시 타일러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랄스는 차고의 고철 밑에서 부들부들 떨며 숨어 있던 것에 대한 굴욕감과, 타일러의 비 행기 조종기술에 대한 질투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린퍼로 서는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랄스의 심정을 매우 자 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타르의 얘기로는 우리들이 사이클로별에 전송할 때가 되면 타일 러는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며, 그는 타일러조차도 도망칠 수 없는 함정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랄스의 말에 브라운 린퍼는 다시 복수계획을 속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일들이 난처하게 되어갔다. 수장들로부터 연락이 끊기 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수장들은 당신을 신뢰하여 정부의 운영을 맡겨버린 것입니다. 채굴장 순례가 완전히 끊어진 것도 당연한 일 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니까 사람들은 모습을 감춰가고 있는 것입니 다." 하지만 랄스의 생각만큼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호 텔요리가, 다음에는 몇 명의 스위스인 상인이 사라졌다. 그 후 한 사람 한 사람씩 떠나갔고, 마침내는 호텔 자체가 영업을 그만두었 으며, 결국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아버렸다. 구두가게도 없어졌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수리하던 독일인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리야네 로들은 가축들을 몰고 남쪽으로 갔다. 겨울에는 가축들에게 먹일 풀일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그 후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 았다. 브라운 린퍼는 이러한 일들이 브리칸트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 까 하고 스니스 장군에게 물었다. 타르까지도 그렇게 질문했다. 그 러나 스니스는 자기 부하들은 규칙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단언했 다. 사관학교는 아직 활돌을 계속하고 있었다. 많은 조종사 훈련생들 과 수많은 작업차량 조작원들이 훈련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사관학교 밖으로 나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고, 이따금 훈련 중인 비행기만 보일 뿐이었다. 브라운 린퍼의 집무실에 있던 모든 무선기와 텔리프린터도 자취를 감췄다. 그것들은 고장이 나서 수리 를 위해 어디론가 옮겨진 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운 린퍼 는 그러한 것들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그것들은 사용할 줄도 몰랐고, 그것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 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지폐는 그의 사기를 복돋워 새로운 변화를 모 색하게 하였다. 조종사들에게는 이 지폐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논들에게는 본때를 보여주기 않으면 안된다. 사람들은 브라운 린퍼 의 초상을 액자에 넣어 사랑스럽게 걸어놓을 것이다. 자기 도취에 빠져든 그는 이번 기회에 정치적 기반을 다져두기로 했다. 물론 새 로운 지폐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랄스와 스니스 장군을 불러 랄스가 비행장에 대기시켜놓은 인원수송기를 타고, 자신의 부족들이 이주해 간 새로운 마을로 출 발했다. 브라운 린퍼는 아직도 손에 쥐고 있는 새로운 지폐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을 상상만 해 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랄스의 서투른 조종조차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눈덮인 산봉우리, 더구나 항로에는 있지도 않은 봉우리에 몇 번 씩이나 충돌할 뻔하면서도 랄스는 가까스로 옛날의 광산총 근처에 착륙했다. 그곳에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닥불 연기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스니스가 톰슨 기관총을 겨누고 샅샅이 정 찰했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가재도구들도 남아 있지 않았다. 브라운 린퍼는 안짱다리를 질질 끌면서 미끄러운 눈 속을 헤치고 단서를 찾기 위해 건물들을 하나하나 뒤지고 돌아다녔다. 마침내 회합이 열린 듯한 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에는 찢어진 종 이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테이블 아래에는 서류뭉치에서 빠져나 온 것으로 생각되는 몇 장의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톰 스 마일러 타운젠으로부터의 편지였다. 브라운 린퍼는 그것을 보고 분 노로 몸을 떨었다. 그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톰 스마일러가 글을 배웠다고 하는 그 뻔뻔스러움에 화가 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톰의 필적이 이니라 인쇄라는 것, 그것도 상당히 조잡한 인쇄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명까지도 인쇄로 되어 있었다. 브라운 린퍼는 분 노를 억누르며 편지를 읽었다. '타시켄트'라는 지역의 훌륭함이 장황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높 은 산들,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밀밭과 뛰노는 양떼들,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 그리고 그가 근간 결혼할 예정이라 는 것. 상대는.... 뭐, 라틴인! 이런 창피스러운 일이 있는가. 피 의 순수함은 어떻게 되는가. 브라운 린퍼는 편지를 내던졌다. 흠, 마을사람들은 전에 살던 마 을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곳으로 이주해 오는 것을 달 가워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인디언이나 시에라 네바다, 그리고 브 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온 사람들까지도 자취를 감춘 것은 뜻밖이었 다. 그들이 옛날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 다. 그곳은 추웠고, 식량을 확보할 전망도 거의 없었다. 브라운 린퍼 일행은 비행기로 옛날 고향마을까지 갔다. 조종이 미숙한 랄스는 하마터면 우라늄 지역 한 가운데에 비행기를 착륙시 킬뻔했다. 간신히 착륙한 브라운 린퍼는 좌석에서 몸을 일으켜 주 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서도 인기척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집들을 들여다보았다. 서둘러 퇴거시켰으니까 가재도구 등이 남아 있어야 할텐데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집이나 텅텅 비어 있었다. 전에 폭탄을 장치했었으므로 다소 두려움을 느끼면서 타일러의 옛 집으로 다가갔다. 집은 그대로였다. 폭탄은 폭발하지 않은 모양이 었다. 브라운 린퍼는 지붕의 일부가 망가져 있는 것을 보고, 집 주 위를 돌아서 입구쪽으로 가보았다. 문짝이 날아가버린 곳에 랄스와 스니스가 눈 속을 들여다보며 서 있었다. 그것은 두 구의 브리칸트 시체였다. 타다 남은 것은 늑대에게 뜯겨져 있었다. 그들은 상당히 오래전에 이곳에 장치되어 있던 폭탄에 걸려든 것이 분명했다. "늑대가 먼저 다녀갔군. 쳇, 고기를 먹을 수 있었는데 아까운 걸." 스니스 장군은 의복, 피부, 뼛조각들을 경기관총의 총구로 쑤셔 댔다. 브라운 린퍼는 혼자 있고 싶었다. 그는 다리를 끌면서 경사면을 올라가 마을의 무덤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서서 텅 빈 마을을 내 려다보았다. 마을은 황폐해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영원히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가슴을 쓸쓸하게 했다. 그 쓸 쓸함이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상황을 받아들 일 수 없었다. 부족이 없는 지도자. 그는 다섯 개의 부족을 거느리 고 있었으나 지금은 단 하나, 브리칸트만이 남아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본래 아메리카에 살던 부족도 아니었다. 브라운 린퍼는 넋 을 잃고 서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비밀로 해두어야 한 다고 생각했다. 만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자신의 지위가 현저하게 격하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덤들 주위의 기념비 같은 것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 에 다가갔다. 묘비였다. 비문이 씌어 있었다. 티모시 브레이브 타일러 그는 위대한 아버지였다. 존경을 담아서 아들 J.G.T.에 의해 건립되다. 브라운 린퍼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다. 그 묘비를 발로 차서 쓰러뜨리려고 했다. 그러나 튼튼하게 묻혀 있어서 그의 발만 아프게 했을 뿐이었다. 그는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악에 박 친 외침이 골짜기에 울려퍼졌다.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그의 비명 이 갑자기 멈추었다. 이 모든 것은 조니 굿보이 타일러 때문이다. 나의 생애에 일어난 모든 불행은 하나도 빠짐없이 타일러 탓이다. 그렇다. 타일러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미 타르가 계획을 세워놓 았다고 했다. 그가 확실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겠지만 나는 좀더 철 저하게 할 것이다. 타일러가 다시 한 번 그 전송플랫폼을 공격해온 다면 반드시 놈의 목숨을 끊어놓고야 말겠다. 브라운 린퍼는 자기 를 기다리는 비행기 쪽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은밀한 의도는 숨긴 채 랄스와 스니스에게 말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나에게 톰슨 경기관총의 사용법을 가르 쳐주지 않겠소." 두 사람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했다. 전송중에는 절대로 발 포하면 안된다고 강조하던 타르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지금 상 황에서 누가 그런 것에 신견쓴단 말인가. 두 자루의 총이다. 두 자 루의 총으로 결판을 내는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덴버로 돌아가 는 동안 줄곧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3) 왜소한 회색인은 우주선에 앉아서 그의 우주선 위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이상하게 생긴 비행기를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 다. 지구인이 쏘아올린 것으로 거의 골동품에 가까운 고철덩어리였 다. 하지만 연합군은 한 달 전부터 이 비행기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극비의 유괴작전이 실패하면서 대위 로고데터 스놀이 전함의 포 를 내세워 비행기를 공격했었다. 그런데 비행기는 기체를 슬쩍 틀 어 공격을 피했다. 보고된 바에 의하면 그때 전함의 선체에 일련의 금속음이 울렸다고 했다. 스놀이 이 금속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후퇴하여 승무원들을 밖으로 내보내 조사하게 했다. 밖으로 나온 승무원들은 그것을 본 순간 모두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선체에 스무 개 가량의 부차기뢰가 강력한 자석으로 달라 붙어 있었던 것이다. 지구인은 그들의 궤도에 기뢰를 부설해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기뢰가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조 사하게 했다. 그 기뢰에는 공기압식의 뇌관이 달려 있었다. 만일 발카급 전함이 지구의 표면으로부터 만 피트 이내에 들어오면 그 기압의 변화로 기뢰가 폭발하도록 되어 있었다. 다른 사령관들도 황급히 자기 우주선에 기뢰가 부착되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발카급 전함 외에는 모두 괜찮았다. 그것은 지구 인의 비행기를 추적할 경우, 똑같은 기뢰를 수십 개씩 발사할 거라 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비 행기에는 손대지 않고 있었다. 그 비행기 옆면에는 거대한 문과 많은 크레인이 부착되어 있었 다. 회색인은 광산기사도 군사전문가도 아니었지만, 그 비행기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파편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 다. 그 비행기는 크레인은 사용하지 않는 걸로 보아 내부에 강력한 자석이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다른 성계로부터 날아온 것 같은 이 상한 혜성들이 이 태양계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파 편이 떠다니고 있어서 가끔씩 그들 우주선의 운석방어벽에 부딪치 곤 했다. 그러면 초속 십구 마일 정도의 지구인 우주선이 그 파편 과 나란히 썼다가 갑자기 위치를 옆으로 옮기면서 운석을 빨아들였 다. 문 안쪽의 자석이 그것을 모으고 있었다. 회색 사나이는 그러 한 일들을 상당히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전에 본 허밍버드와 비슷 했다. 곤충을 향해 돌진하다가 꽃 주위에서 정지하고, 그리고는 갑 자기 휙 날아가며 곤충을 낚아채는 것이었다. 아직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고, 전령의 우주선은 한 척도 나 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두세 달은 걸릴 것 같았다. 이것은 문제의 그것이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때였다. 그의 소화불량은 다시 재발하고 말았었다. 페퍼민트잎을 모두 써 버리렸기 때문에 삼 주일 전, 그 노부인을 방문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갔었다. 노부인은 물론 그녀가 기르는 개까지 그를 기쁘게 맞 아주었다. 노부인은 그 보코더를 써서 스웨덴인들과 새로운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귀리와 버터를 팔고 있는데 덕분에 돈을 많이 모았습니다. 자 아, 보세요. 육 크레디트나 된답니다. 이것만 있으면 일 에이커의 땅을 살 수 있고 소도 한 마리 살 수 있습니다. 매일밤 바쁘답니 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찾아오니까요. 하늘 높은 곳에 있으면 더 욱 춥겠지요. 그래서 당신을 위해 회색 털실로 멋진 스웨터를 짜두 었어요." 지금 회색 남자는 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무척 부드럽고 따뜻 했다. 그는 그것을 만져볼 때마다 약간 울적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군인들에게 하이랜드에서의 군사행동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현명하지 않다고 충고했었다. 군인들도 그의 말에 동의하 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일 주일 전 다시 페퍼민트를 얻기 위해 지상 에 내렸을 때, 노부인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집은 모두 잠겨 있었 다. 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소도 사라지고 없었다. 슴격당한 흔적은 없었지만 그 군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은 밀히 접근해서 습격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는 눈 밑에서 페퍼민트의 작은 가지를 몇 개 파냈으나 마음은 흐트러져 있었다. 감상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그였지만 그의 마음은 평정 을 잃고 있었다. 저 군인 놈들! 그들은 이 혹성을 파괴해버리고 싶 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내가 전령의 비행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을 때도 무척 불안한 모습이었다. 군인들은 요즘 들어 묘한 생각 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래쪽에 있는 모든 비행기나 시설에 오 렌지빛의 긴 옷을 입은 왜소한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 다. 처음 보는 종족이었다. 게다가 이 혹성의 무선통신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언어기계을 여러 가지로 시험해보았으나 전혀 알 아들을 수 없었다. 남아프리카의 거대한 댐 근처에 있는, 지구인이 교묘한 수법으로 두 대의 정찰기를 유인해내서 함정에 빠뜨린 곳에 는 나무와 풀이 깨끗이 잘려졌고, 불탑 같은 건물들을 짓고 있었 다. 그것이 그들에게 첫번째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 그들은 옛날 문헌들을 조사하여 종교적인 건물임을 알아냈다. 그것은 곧 이 혹 성에는 현재 정치적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종교적 광신자들이 권력을 탈취한 것이다. 종교는 현실감각을 마비 시켜 사리판단을 흐리게 하므로 분별 있는 정부와 정치와 종교에는 당장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동안 동정을 살펴보 기로 했다. 왜소한 회색인은 지구인 비행기에서 열 세 대로 늘어난 연합군 함대로 시선을 돌렸다. 또 다른 종족이 새로 가담했다. 그들은 문 제의 그것을 발견한 함대에게는 일억 크레디트의 현상금이 주어진 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이 혹성의 약탈보다도 이곳 을 습격해서 그 증거를 수집하는 일에 열중했다. 대위 로고데터 스놀은 이 혹성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 었다. 그것은 거의 강박관념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는 군인 특유의 감각으로,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연합군 가운데서 자신의 세력이 점점 더 약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좀더 강력한 함대를 끌어오기 위해 몇 주일 전에 본국혹성으로 출발했다. 지금의 추세로 나간다 면 이 궤도는 발 들여놓을 틈도 없어질 것 같았다. 왜소한 회색인 이 탄 우주선의 함장이 연합군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기겠 다고 허가를 요청해왔다. "이 군인들이 문제의 그것을 발견해서 상금을 나눠갖고, 이 혹성 을 약탈하게 되면 대단한 소동이 벌어질 것입니다." 회색 사나이는 허락해주었다. 그는 지구인의 비행기에 시선을 되 돌려, 그것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비행기는 임무를 마친 듯했다. 수납고가 가득찬 것 같았다. 그것은 아프리카 채굴장을 향 해 서서히 대기권을 하강해갔다. (4) 조니는 스톰아롱의 궤도광석 수집기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비병이 잠깐 동안 대기망을 해체시켜 다시 스위치를 작 동시켰다. 대기방어망의 동력이 들어갈 때, 잠시 슉슉 하는 소리가 나다가 작동이 완료되자 조용해졌다. 이따금 근처를 날던 새나 곤 충이 대기방어망에 충돌하여 날개나 촉각을 부러뜨리는 일이 있었 다. 그만큼 대기방어막은 식별이 불가능했지만 강력한 차단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것에 충돌하지 않도록 조종사 전원에게 경고를 내렸다. 또 복잡한 보호신호를 개발해야만 했다. 스톰아롱은 고물비행기를 금속분쇄기 옆에 착륙시켰다. 사이클로 인은 우선 집어넣어 가루로 분쇄하고 있었다. 장갑롤러를 통과한 금속은 먼지처럼 공중을 떠돌 정도로 미세한 분말이 되어나왔다. 사이클로인은 탄약과 연료의 제조공정에서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 었던 것이다. 비행기의 크레인을 사용해서 부조종사가 습득물을 분 쇄기 안으로 내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십오 톤 모았습니다. 위에는 아직도 잔뜩 남아 있습 니다. 지구의 중력 때문에 모두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좀더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까?" 스톰아롱이 말했다. 조니로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 해 본부구역으로 갔다. 불교도인 통신원이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언제나 조니를 매 료시켰다.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집어넣고 종종걸음으로 차분히 걷 는 걸음이었다. 어깨가 오르내리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지면을 떠 돌며 활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제까지 그들은 모두 노란색 법의 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짧게 깎은 머리가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상공에서 보면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제복은 룩셈부르크 의 직물공장에서 이반 대령이 보내온 옷감으로 러시아인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녹색 제복으로, 장갑처리한 알루미늄 헬멧도 녹 색이었다. 조니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군인의 복장을 이 제복으 로 교체시킬 계획이었다. 불교도는 절을 하고 조니에게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그는 계속 사과를 하고 있었다. 화물이 너무 많아 배달이 늦어졌기 때문이었 다. 조니도 절을 했다. 조니와 스톰아롱은 앵거스를 찾아 본부건물로 들어갔다. 조니는 우선 보따리부터 풀었다. 이반 대령이 보낸 헬멧이었다. 다른 것과 똑같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녹색 헬멧이었다.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귀보호대가 부착되어 있었다. 헬멧엔 편지 한 통이 동봉되 어 있었다. 친애하는 조니 원수님 당신의 마을사람들이 이 고장에 왔습니다. 모두들 무척 기뻐하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무척 기쁩니다. 짐슨 노인은 알 수 없는 풀중 독에 걸려 있었지만 닥터 알렌이 치료해주었습니다. 그는 회복중에 있습니다. 당신의 마을사람들은 모두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습니 다. 톰 스마일러도 안부를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들은 공수되 어 이곳에서 모두들 잘 지냅니다. 나는 프로지트를 돌보고 있는데 이제 상당히 빨리 달립니다. 불교장서도 기지의 깊숙한 곳에 보관 해두었습니다. 이제 안전합니다. 문제의 헬멧 말입니다만 당신에게 그것을 쓰라고 우겨대기 전날 밤에 나에게 천사가 찾아왔었다고 말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신이 보낸 감사편지는 나를 당혹케 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목 숨을 구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언제든지 당신의 목숨 을 구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 경우는 다릅니다. 그래서 당신의 성의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천사는 아닙니다. 나는 다만 높은 산 속에서 당신의 부상당한 귀가 얼어붙을까봐 걱정하는 것뿐입니다. 보내드리는 헬멧은 아주 평범한 것입니다. 별 하나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만일 크리시에게 편지를 쓸 기회가 있으면 저 의 안부도 전해주십시오. 당신의 시중을 들어줄 사람이 있기를 바 랍니다. 당신의 동지 이반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올 때, 대령이 준 헬멧이 큰 도움이 되었 었다. 그래서 조니는 감사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대령은 또 헬멧을 보내왔다. 멋진 헬멧으로 조니의 머리에 꼭 맞았다. 조 그만 총탄자국이 몇 개나 있었다. 문질러서 지우려고 했지만 지울 수가 없었다. 이반 대령이 헬멧이 탄환을 견뎌낼 수 있는지 확인하 기 위해서 몇 발 쏘아본 모양이었다. AK47 소총의 탄약상자도 들어 있었다. 조니는 토르네프인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탄 환 끝에 구멍을 뚫고 폭발성 테르밋 화약을 집어넣도록 하였다. 러 시아인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탄환을 개조하였다. 스톰아롱과 조니는 운석분말 선정 작업장으로 갔다. 네 명의 사 이클로인 여자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거대한 수은통에 담긴 금속가루를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들은 수은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장갑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얼마 전 스톰아롱이 궤도에 올라가 광석수집을 시작한 것은 조종 훈련과 거친 비행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대기로 돌입하여 불타버리기 전에 궤도 내에서, 혹은 그 주변에서 수집된 운석에는, 종종 원석의 결정체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무척 아름다웠 다. 조니는 계획했던 훈련목적, 즉 부착기뢰로 방문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 슬슬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쉴새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던 앵거스가 수집된 운석 속에 서 특이한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우주 밖의 운석은 태양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우주공간을 여행 해온 것이었다. 그 속에는 타르가 스크린에서 작업한 장치의 중앙 에 놓아둔 문제의 물질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앵거스는 그 것을 분석기에 걸어보았다. 겨우 현미경으로 식별해낼 수 있을 만 큼 미세한 양이었지만 동일한 원소임에 틀림없었다. 일반적인 운석 이라면 대기권을 낙하하면서 공기와의 마찰열 때문에 원소 자체가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조니는 그것을 추출해내려고 온종일 매달려 있었다. 마침내 금으 로 물체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금은 바위나 흙보 다 무겁기 때문에 사이클로인들은 몇 톤이나 되는 수은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금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수은용해로를 만들어서 시험해보았다. 철, 동, 니켈 등 대개의 금속가루는 수은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뜨거나 수은과 결 합했으나 그 미지의 물질은 곧장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것은 강 한 응측력을 갖고 있어서 결코 분해되지 않았다. 아주 소량을 얻는 데도 기계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광석분말이 필요 했다. 사이클로 여자들은 거대한 수은용해로를 가볍게 휘저어 금속 을 걸러내고 있었다. 그녀들은 조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앵거 스는 곧 들어올거라고 그녀들이 말했기 때문에 조니와 스톰아롱을 기다렸다. 얼마 후에 앵거스가 나타나자 두 사람은 운석이 좀더 필요한가를 물었다. 앵거스는 고개를 흔들어 대답하면서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자신의 작업장에서 앵거스는 타르의 상자와 같은 것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달랐다. 그것은 뚜껑을 들어올림으로 써 물질을 혼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한장치가 붙은 피스톤이 달려 있어서, 시간을 맞춰두면 피스톤이 막대기를 밀어내도록 되어 있었 다. 앵거스는 그 장치를 벌써 여섯 개나 만들어놓고 있었다. 중앙 에 넣는 물질은 타르가 가지고 있는 것만큼 순수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물질은 칠십오 파운드 정도였다. 앵거스는 그것들을 상자의 중앙에 넣지 않고 장치로부터 떨어진 곳 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 물질을 놓아둔 장소는 벌써 움푹 패여 있 었다. "우주 전체를 날려보낼 계획이 아니라면 여덟 개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앵거스가 말했다. "오늘 가져온 것으로 두 대는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은 어떤 작용을 하는 겁니까?" 스톰아롱이 물었다. 조니는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들도 모른다. 그러나 타르가 이것을 만들면서 짓고 있던 표 정으로 미뤄볼 때, 사이클로인이 지닌 무기 가운데서도 가장 무시 무시한 것일 거다. 그러니까 앵거스, 이것만은 절대 잊지 말게. 중 심에 놓아둘 물질은 따로 싸서 절대로 다른 물질과 썩이지 않도록 해야하네. 전부 완성되거든 자네가 카리바의 지하무기로로 운반해 주게." 조니는 매우 유쾌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많은 일들이 진척 되고 있었다. 카리바의 중국인들 가운데는 그들이 말한 대로 기술 자가 많았다. 나무와 돌을 이용한 건축, 교량 등의 전문가들이었 다. 그 분지는 상당히 이색적인, 아니 예술적인 곳으로 변해 있었 다. 그 안의 엄폐호에는 그들이 만든 타일로 선이 그어져 모든 것 이 질서있게 정돈되었다. 게다가 중국인은 대기장갑 케이블과 댐호 수 사이에 자신들의 작은 마을까지 만들고 있었다. 대공포가 줄지 어 있는 진지에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탑을 세워 둥근 지붕을 씌 워놓고 있었다. 아메리카에서의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조니는 상당히 쾌활해져 있었다. 우리들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작지 만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수학적인 장애는 풀어내지 못한 상태였 다. 최근 타르는 불가해한 수학방정식 책을 들여다보는 일에만 몰두 하고 있을 뿐, 제어탁자 제작에는 착수하지도 않고 있었다. 타르는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모두 불에 타버렸는데도 타르는 그 케이스를 가져오도록 명령하여, 온갖 잡동사니들은 전부 그의 방으로 운반해놓도록 했으나 재생불가능한 것들뿐이었다. 당연했다. 불타버린 낡은 제어탁자는 조니가 이곳 차고에 숨겨놓고 있었으니까. 따라서 타르는 금속케이스부터 제작 해야만 했다. 두 명의 포크너인이 다른 방으로 옮겨질 때, 조니는 그들을 만나 게 되었다. 포로들은 서로 쉴새없이 다투고 있었다. 마치 살쾡이들 같았다. 키가 큰 포크너인은 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리 흉하지 않았고, 하급 사관이었지만 교육은 받은 것 같았다. 그는 주위에 주차해놓은 차량에 흥미가 있는 듯했다. 조니는 몇 가지 질문할 생 각으로 그들을 불러세웠다. 키가 큰 포크너인은 차량을 보고 거만 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보통 포크너인 전함 승무원은 사이클로어 를 모르는데 그 사관은 달랐다. "이곳에 있는 차량들의 구조 가운데 사이클로별에서 제조된 것은 한 대도 없다. 당신도 그것을 알고 있겠지." "아니, 전혀 몰랐다." 조니는 대답했다. 경비병이 제지하려 했지만 포크너인은 지상차 곁으로 다가가 법퍼 밑을 들여다보았다. "자아, 이거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니도 그것을 들여다 보았다. 은하은행권에 씌어 있던 문자와 똑같은 문자가 적혀 있었 다. "그것은 듀라레브이다." 포크너인이 말했다. "듀라레브라고 씌어 있었다. 사이클로인들은 비행기의 기체나 지 상장갑차 같은 차량의 차체는 모두 다른 성계로부터 수입하고 있 다. 사이클로인들은 다만 금속을 공급하고 차체를 제조하게 한 뒤, 그것에 제어탁자와 모터를 장착하는 일만 한다. 그러나 사이클로 제품들은 제어탁자가 없으면 금속덩어리에 불과하다. 제어탁자는 오로지 사이클로별에서만 제조된다." 조니가 포크너인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포크너인은 대답했다. "별로 고마워할 것도 없다. 만일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제어탁자 가 부족해지기 시작한다면 이미 끝장이다. 차체 따위는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지만 그것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이것이 저 저주 받을 사이클로인들의 방식이다. 놈들은 이렇게 해서 전우주의 목덜 미를 웅켜잡고,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놈들에게 대항해도 소용없다. 포크너인과 마찬가지로 당신들에게도 전혀 승산이 없 다." 이들 포로들은 대체적으로 협조적이었지만 가끔 심술이 사나워질 때가 있었다. 그러나 똑같은 말을 너무 자주 들어왔기 때문에, 조 니는 그것이 가볍게 흘려버릴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화제를 돌렸다. "포크너인들이 사이클로인의 수학서적을 빼앗은 적이 있는가?" 포크너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말이 히잉 하고 우는 소리 처럼 들렸다. "전우주의 천재적인 두뇌들이 모두 삼십만 이천 년 동안 사이클 로수학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헛일이 었다. 산술이 어렵다는 얘기는 아니다. 23을 기수로 하고 있는 종 족도 있으니까. 알 수 없는 것은 놈들의 바보스러운 공식이다. 무 엇하나 맞지 않는다. 수학서적 같은 것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 지만 그 의미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랙홀과 같은 것이다. 쓰레 기다. 골칫덩어리다. 그런데 내게도 식량을 공급해주도록 말해주지 않겠는가. 토르네프인에게 한 것처럼 말이다." 조니는 그들을 맥켄드릭에게 데려가도록 명령했다. 그는 비디오실로 가서 타르가 기입한 방대한 계산용지를 바라보 았다.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필요한 경우 사이클로별로 보낸 폭 탄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낼 방법을 알아낼 수가 없 었다. 머리 위에 와 있는 방문자들의 숫자는 순식간에 늘어나 있었 다. 타르녀석, 뭘 꾸물거리고 있는 것일까. 조니의 계획은 제어탁 자가 파괴되기 전에 그것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토르네프인 의 말이 옳다면 그 제어탁자는 단 한 번만 작동하고 다음에는 움직 이지 않을 것이었다. 조니는 타르가 쓴 방정식에 시선을 보냈다. 그것은 좌우가 같지 않았다. 공식들은 논리적으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 결국 지구의 운 명은 이 방정식을 푸느냐 못 푸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 문제 때문 에 수많은 종족들이 지금 같은 고역을 겪었을 것이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사이클로 수학 교과서와 계산용지를 들여다보며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절망감을 느낀면서도 사이클로인 과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혹성을 지키겠다는 강 철 같은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5) 타르는 갈수록 의심이 많아졌다. 자질구레한 것들이었지만 마음 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우선 금전문 제가 말썽을 일으켰다. 그런 종류의 문제들은 타르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타르는 브라운 님퍼와 계약을 맺고 있었 기 때문에 언젠가 그 돈을 자신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실 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이십억 은하 크레디트는 지 구은행 덴버 지점의 금고실에 보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더욱 곤란 한 것은 브라운 린퍼, 이 멍청이가 지구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차관 과 융자를 받을 모양이었다. 최근에 끌어온 차관은 언덕 위에 성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브라운 린퍼는 그것을 벅스호펜이라고 부르 고 싶어했다. 브라운 님퍼는 그 융자를 받기 위해서 담보로 타르와 의 계약서를 내놓았던 것이다. 지구은행의 총재들, 맥애덤이라는 사나이와 독일인이 타르의 사 무실로 찾아와서 새로운 서류에 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만약 서 명을 거절한다면 은하 크레디트 지폐를 인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르는 증거문서를 여기저기에 남겨놓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 었다. 맥애덤은 처음에 작성된 계약서는 정식으로 인증된 것이 아 닐 뿐 아니라 입회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타르는 그것에 왼손으로 서명했었다.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의 경우 그 계약서가 허위이고 그것에 대해서 문제가 생기면 전혀 몰랐다고 주 장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은행가들은 먼저 것보다 훨씬 격식을 갖춘 계약서를 새로 타이핑해서 들고 왔다. 그 새로운 계약서에는 타르가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의 정치부, 군사부, 보안부의 전 영역에 걸친 간부직원으 로서 실질적인 장관이라는 것이 명기되어 있었다. 사실 이곳 지구 에서의 현재 위치는 그랬다. 은행가들은 회사의 지구 지부라는 것 은 인정할 수 없고, 다만 인터개랙틱 광산회사가 계약 당사자이어 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타르는 인터개랙틱 광산회사의 이사 회 전체를 대표해서 서명해야만 했고, 이 계약서에 의해 회사가 매 각에 나서는 것이 되었다. 더구나 매각, 위양, 수송이 가능한 회사 의 모든 소유물이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는 이 계약서로 인터개랙틱 광산회사 자체가 매각되어진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 회사가 소유하는 모든 혹성까지도 포함해서,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곳 지구와 그 지부만을 대상으로 한다고도 해석될 수 있었다. 그들이 제시한 서식은 매우 애매했다. 은행가는 공증인 겸 입회인인 스위스인을 동행하고 있었으며, 계 약서는 영어, 독일어, 사이클로어로 씌어 있었다. 서명해야 할 원 본은 열다섯 통이나 되었다. 서명하지 않으면 돈을 차지할 수가 없 었다. 타르는 분노와 공포를 억누르고, 그 모든 것에 서명했다. 그 리고 브라운 린퍼는 지구의 모든 합법정부의 이익을 지키는 수호자 로서 '이 계약은 모든 승계자에게 유호한다'라는 조항에 서명하고, 지구은행이 이 계약을 '선불로 지급된 금액의 담보로서 소유하고, 보유하고, 집행하고, 양도할 권리를 소유한다'라는 추가조항데도 서명했다. 이 문서는 입회인에 의해 서명되고, 스탬프가 찍혀 붉은 봉인디 되었다. 다시 그 위에 금색 봉인을 하여 봉투에 넣고 봉랍 으로 밀봉하였다. 타르는 공포를 느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타르는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구은행의 덴버 지점이 폐쇄되기 때문에 돈 을 그곳에 보관할 수는 없었다. 은행가들은 지폐를 즉각 인수해줄 것을 요구했다. 타르에게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타르에게 계약서 한 통을 거네주었고, 그는 그것과 영수증에 서명했다. 모두 나가자 타르는 계약서를 즉시 빡빡 찢어서 불에 태우고 그 재를 발 로 비벼버렸다. 만일 이것이 사이클로별에 알려진다면.... 타르는 브리칸트들을 데리고 시체수용실로 가서 세 개의 관을 침 실로 가져왔다. 관의 숫자가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별로 신 경쓰지 않았다. 그는 일단 돈다발을 세면서 관 속에 집어넣는 작업 에 착수했다. 한밤중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관 위에 담요를 깔고 그곳에서 잤다. 다음날도 계속 그 작업에 몰두했 다. 이 십억 크레디트라는 것이 얼마만큼 거액의 돈인가를 처음으 로 실감했다. 아무래도 관이 하나 모자라는 것 같았다. 관이 하나 더 필요했다. 다시 브리칸트를 데리고 시체수용실로 갔다. 어제 왔 을 때 보았던 문 옆에 있던 관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관을 훔쳐 가고 있는 것이었다. 보안부장의 재능과 기술을 발휘한다면 진상을 밝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타르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경비병들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브리칸트의 아이프 모이 피 대위에게 물었다. 몇번의 질문만으로 타르는 고도의 훈련을 받 아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브리칸트들이 사관학교의 훈련생 들과 관을 암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직을 서고 있던 브리간트 병사가 관과 위스키를 교환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르는 날카롭게 그 전모를 파악해냈다. 이따금 관을 교환해 갔다. 당직병 은 다만 시체수용실을 열어 관을 건네주고, 위스키를 받았다. 모이 피 대위는 마지못해 타르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훈련생들은 우주선이나 병사의 모형을 만드는 데 관에 씌운 납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위까지 그 모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클레 프라는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이었다. 그 훈련생들은 납을 녹여 서 게임의 말과 판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르는 스니 스 장군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이것을 중지해 줄 것을 명령했다. 이삼 일 후에, 타르는 호위병을 데리고 필요한 금속판을 가져오 기위해 금속저장실로 갔다. 그는 격납고가 거의 텅 비어 있다는 것 을 깨달았다. 광대한 격납고에는 몇 대의 광석 수송기와 여섯 대의 전투기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차고에도 가보았으나 그곳도 마찬가 지로 열 대 가량의 트럭과 두 대의 바샤형 탱크밖에는 없었다. 누 군가가 그것들을 제멋대로 훔쳐내고 있었던 것이다. 타르는 랄스를 불러서 호통쳤다. 랄스는 요즘 들어 충돌사고가 자주 일어나, 훈련 생들이 격납고나 차고에서 제멋대로 장비들을 보충해 갔기 때문이 라고 말했다. 타르는 랄스를 찢어죽이려 했지만 이미 회사의 소유 물이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이번에는 카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얼마 전부터 낡은 전송기의 잔해를 정리하고 녹아버린 전선을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타르는 전송이 기둥 으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행해지는지 확인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카는 대기장갑 이온화 케이블용 도랑을 파은 일을 가장 성적이 나뿐 작업차량 조작훈련생들에게 시키고 있었다. 도랑은 절반 가량 패였으나 훈련생들은 사방을 온통 구멍투성이로 만들어놓고 있었 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굴착용 기계들이 나뒹굴고, 크레인,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 그 밖에 온갖 것들이 함부로 널려 있었다. 이 멍청한 동물의 훈련생들은 뭔가를 파고 나면 기계를 그 대로 내버려두고, 뭔가를 들어올리면 전자석 크레인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내팽개쳐두고 있었다. 이게 무슨 버릇없는 짓인가. 타르는 플랫폼에 서서, 밝은 겨울의 태양을 증오하였다. 절반은 썩은 호흡 가스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 있었다. 난쟁이 카를 손톱으로 갈기갈 기 찢어발기고 싶었다. "이 꼴이 도대체 뭐냐!" 타르가 고함쳤다. "동물들이 차량을 망가뜨리는 것이 어째서 내 책임이냐?" 카가 외쳤다. "너는 설계도대로 똑바로 파게 해야 될 거 아니냐?" 타르도 마주 소리쳤다. "이 동물들이 똑바로 파지 못하는 게 내 책임이냐?" 카가 소리쳤다. 타르는 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옳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서로 악을 써보았자 시간낭비일 뿐이었다. "이봐, 잘 생각해보라구, 내가 무사히 사이클로별로 돌아가는 것 이 네 신상에도 이로울 거야." "정말이냐?" 카가 물었다. 빌어먹을, 약점이다. 놈의 약점만 찾아낼 수 있다 면하고 타르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말 잘 들어. 내가 은하은행의 네 구좌에 만 크레디트를 입금 해주겠다. 최근에는 네 구좌에도 상당한 금액이 예금되어 있겠지. 그러나 나는 그것 외에 추가해서...." "브라운 님퍼 스태퍼는 너를 위해서 이 케이블을 파는 공사에만 도 십만 지구 크레디트를 지불해주었다구. 그러나 이것은 무척 힘 든 작업이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싼값에 일하고 있는 셈이다." 타르는 재빨리 술수를 꾸며댔다. "좋다. 전송장치 설치에 협조해준다면 네게 십만 크레디트를 주 겠다." "내가 만일 그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브라운 님퍼는 그 두 배를 준다고 할 것이다." "뭐라고?" 타르는 움찔 놀라며 물었다. 카의 말뜻을 알아내려고 최근에 일 어났던 일들을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브라운 린퍼 녀석은 요즘 뭔 가 비밀리에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석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을 붙잡는 일이었다. "네가 사이클로별에 가든지 말든지 그녀석한테는 상관이 없다." 카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사이클로별로 돌아가서 서류를 등록해야 된다는 것 을 그녀석도 알고 있을 텐데?" "녀석의 관심은 어떤 사나이를 붙잡는 것뿐이라구." "내 말 잘 들어. 만일 내가 사이클로별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면 네 구좌에 오십만 크레디트를 넣어주겠다." 카는 한참 동안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만일 나에게 새로운 신분증명서를 만들어주고 옛날 근무기록을 없애준다면.... 그리고 칠십오만 크레디트를 내 구좌에 입금시켜준 다면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타르가 좋다고 승낙하려 할 때, 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브라운 린퍼한테도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한다구. 어떻게 그 인간을 붙잡을 계획인지 가르쳐달라. 그러면 브라운 린퍼도 안 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석이 이곳의 노동자들을 감독하고 있으 니까 말이다. 그것을 말해준다면 거래는 성립된다." 타르는 카를 쳐다보았다. 카는 돈이라면 어떤 짓이라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을 타르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좋겠지. 나는 대기장갑 방어망 주변에 독화살로 무장한 오백 명의 브리칸트를 배치시킬 계획이다. 화살은 아무리 쏴도 전 송을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그 동물이 가까이 오면 독화살 세례를 받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설명해줘라. 그러면 녀석도 네게 협조할 것이다. 알겠지?" 카는 히죽이 웃었다. 타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호흡마스크 를 벗고,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카방고를 홀짝거렸다. 그는 카와 의 거래내용을 돌이켜보았다. 그렇다. 문제는 브라운 린퍼다. 그녀 석은 이계획을 망쳐놓을 염려가 있으니까 철저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타르는 스니스 장군과 그의 분대원들이 독화살로 무 장하여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브 라운 린퍼에게는 아름다운 베릴륨 상자를 건네줄 생각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 상자는 증거를 흔적도 없이 파괴해버릴 것이다. 계약서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그리고 카도. 문제는 그 동물을 유인해들이기 위한 인질이었다. 타르는 이삼 일이 지난 날 밤중에 경비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았다. 경비병들은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 해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스니스는 타르에게서 들은 정보를 위스키 와의 교환을 단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수료를 뜯어내기 위해서 이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타르는 묵인해두기로 했다. 그때 가 되면 스니스도 처치해버릴 테니까. 조심해야 될 것은 브라운 린퍼였다. 생각한 대로였다. 그녀석은 쉬지 않고 음모만 꾸며대고 있었다. 교활하기 짝이 없는 쥐새끼였 다. 그녀석은 내게 건네준 돈을 되찾으려는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낸 이상 녀석들을 모두 속여 보일 테 다. 나에게는 충분한 실력이 있다. 그는 침실로 가서 지폐를 넣어둔 관을 점검하고 봉인한 다음 '방 사능 제거 완료'라고 씌인 스티커를 붙였다. 이 스티커만 있으면 사이클로별에서는 아무도 관을 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관 밑바닥에 X표시를 했다. 그는 관 위에 침구를 펴고 잤다. 활홀한 꿈이었다. 왕족들까지도 위대한 타르 앞에 머리를 숙였다. 모든 증 거와 이 혹성은 산산조각으로 파괴되고 있었다. (6) 아프리카 채굴장 지하 깊숙한 곳의 어둠컴컴한 방에서 조니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스크린을 점검하기 위해 스크린 앞에 앉아 있었 다. 제구십이일은 숨통을 조이듯 다가오고 있었다. 조니가 처음에 계획했던 것은 타르의 설계도를 빼내 독자적으로 제어탁자를 제작 한다면, 그것을 카리바에 설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제어탁자를 손에 넣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 지 아메리카의 전송현장을 습격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제는 그 방법을 더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 타르가 괴상한 폭 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지시켜야만 했다. 지금 상황에선 제구십이일의 전송 직전까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플랫폼을 습격하여 제어탁자를 탈취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엄청나게 위험한 계획이었지만 지금 상황 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예기치 못한 나쁜 소식이 들어와 있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두 차례나 외계인들로부터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까지 발생한 것이었 다. 어떤 광석수송기는 수송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하우빈인의 포격을 받아 공중에서 폭발하여 조종사와 부조종사 두 명이 모두 사망했다. 도 러시아 기지에서 수렵하기 위해 온 일단의 무리가 상공에서 공격을 받아 지구의 대공포화가 침입자를 격추시 키기 전에 이미 시베리아인 세 명과 셀파 한 명이 사망했다.게다가 에딘버러의 방위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로버트 경은 이 마일 가량의 대기장갑 케이블을 실어다가 로고 성에 방위망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 있는 고대 의 발전댐은 붕괴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콘월 채굴장의 전력도 브리스톨 해협의 거대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활발히 작동되는 조력발전소로부터 공급되고 있었지 만, 그곳으로부터 전력선을 에딘버러까지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했 다. 또한 그렇게 한다 해도 전력선 자체가 당장 공격목표가 될 것 이었다. 또 그 작업에 필요한 전력선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에 몇 번에 나눠서 공수해야만 했다. 그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 었다. 에딘버러를 방위하는 데는 대공포열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에딘버러를 다시 차지한 스코틀랜드은 그곳을 포기하려 하 지 않았다. 이 도시는 태고적부터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의 거점이었 기 때문이다. 조니는 전주민이 콘월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으나 그 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딘버러는 심한 공격을 받을 것이 분명 했지만 조니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타르의 작업은 마치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기둥의 거리를 측정하고, 외부에 전선을 치고, 전송표지점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한편 카리바에서는 타르의 모든 행동을 정확하게 복제하고 있었 다. 기지에는 전선이 둘러쳐졌고, 표지점이 설정되고 있었다. 앵거 스는 새로운 부품을 알아내면 카리바로 달려가서, 그곳 플랫폼에도 동일한 것을 설치했다. 한동안은 희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타르 는 대량의 금속을 이용하여 제어탁자의 케이스를 제작했다. 일 평 방 야드나 되는 육중한 것이었다. 조니는 이곳에서 그와 똑같은 케 이스를 제작하여 비밀창고에 넣어두었다. 그러나 이처럼 맹렬하게 작업을 진행하던 타르는 지난 며칠 동안 퓨즈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제작을 진척시키려 하지 않았다. 타르는 이미 방대한 양의 숫 자계산을 끝내놓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퓨즈뿐이었다. 조니는 타르가 쓰 고 있는 모든 퓨즈와 똑같은 것을 이곳 창고로부터 모아다가 그가 사용하려는 것을 찾아내려고 했다. 여러 가지 실험 끝에 조니는 한 가지만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제어탁자에 있는 일 부 부품들은 위장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저항이나 콘덴서처럼 보 였지만 실제로는 퓨즈에 지나지 않았다. 타르는 조니가 처음 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미터등을 사 용해서 과소부하형 퓨즈를 다루고 있었다. 회로는 전류가 통하고 있는 동안만 결합되었다가 전류가 끊어지면 퓨즈가 타버리는 것이 었다. 기묘한 종류의 회로차단기였다. 그것은 매우 가늘고 작은 필 라멘트로 되어 있어서 타르는 확대경을 사용하며 작업해야만 했다. 조니는 문득 타르가 사용하고 있는 필라멘트가 사이클로인의 머 릿속에서 적출해낸 은캡슐의 필라멘트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 다. 그는 서둘러서 그 은캡슐을 가져다 조사했는데,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조니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곧장 맥켄드릭을 찾으러 갔다. 닥터는 깨끗이 손질되어 하얗게 빛나는 사이클로인의 두개골을 연구하고 있었다. 두개골 안으로 기구를 삽 입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그는 두개골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조니의 예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조금도 신비한 것이 아닙니다." 조니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손에 든 은캡슐을 가리켰다. "이것은 단순한 퓨즈입니다. 진동하거나 무선전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퓨즈란 말입니다." 조니는 사이클로인의 머리를 그린 도면을 몇 장 집어들었다. "잘 보세요. 이것이 결합해 있는 신경은 그들 사고의 제1차 신경 회로라고 선생은 말했었지요. 그렇습니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입 니다. 그것은 합리적이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이 클로인이라도 감정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들의 사고는 감정에서 행해집니다. 그들에게 감정 따위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정신활 동은 이 두개의 회로를 통해서 행해집니다. 사이클로인이 논리적으 로 사고하는 한 이 두 개의 신경 사이에는 끊임없이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잠자고 있을 때조차도 미약하지만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 다. 그런데 지금 타종족이 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이클로인은 자신 들의 종족과 제국의 흥망이 그들이 만들어낸 수학의 비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타종족이 사이클로 수학을 알려고 시도하면 그들은 즉각 그것에 대한 사고를 차단합니다. 아니면 에너지가 방 출되어 그것에서 차단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퓨즈가 튀어버리는 것 입니다." 맥켄드릭은 흥미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것은 자살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하네." "아닙니다.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도면을 봐주세요. 자 아, 여기에 퓨즈가 있습니다. 은캡슐은 쾌락과 고통과 행동을 쇼트 시키는 청동물체 바로 옆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퓨즈의 필라 멘트를 봐주십시오. 이것이 두 개로 끊어지면 그 양끝이 캡슐 안에 떨어져서 청동물체와의 사이가 쇼트됩니다. 사이클로인은 당장 살 인충동에 사로잡힙니다. 당장 뭔가를 죽일 수 없으면 청동물체와 은캡슐 사이에 작은 저한이 생겨서 살인충동의 강박관념이 생깁니 다. 죽이고 싶지만 죽일 상대가 없어서 결국 자신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맥켄드릭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여성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조니는 그 타입의 캡슐을 꺼내서 살펴보았다. "이것은 다른 타입의 퓨즈군요. 수학은 논리적 사고니까 그것은 전류의 집중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아마 여성에게는 수학을 가르 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것은 사이클로인의 도덕률에 속하겠지요. 여성이 수학적으로 생각하거나 그것을 시도하기만 해도 전류의 부 하가 너무 커져서 퓨즈가 튀어버릴 것입니다. 여성에게는 청동물체 가 없으니까 혼수상태에 빠질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신경의 연결 조직이 끊어져서 정신기능은 두번 다시 본래상태로 돌아가지 않습 니다." 조니는 잠시 숨을 돌렸다. "지금 내가 설명하는 것이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물체가 단순한 퓨즈이고, 그것이 회로를 쇼트시킨다는 것은 확 실합니다. 이것이 사이클로인이 그들의 제국을 보호하는 비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미쳐 있는 이유라는 말이군." 맥켄드릭이 말했다. "자네의 설명은 옳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이들 물체의 작용도 자 네가 말한 대로일 걸세." 멕켄드릭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사이클로인의 두개골을 바라 보았다. 그것은 복잡한 골겨과 관절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육중한 두개골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은 명확해졌네." 조니는 새롭게 알아낸 것들 때문에 무척 흥분해 있었다. 그는 맥 켄드릭이 얘기하기를 기다렸다. "당신 말이 모두 맞다면 저 물체를 살아 있는 사이클로인의 머리 에서 추출할 수는 없다는 얘기일세." 조니는 도면과 캡슐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사이클로인의 두개 골 옆에 놓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 어쩌면 이대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이미 멸망해간 다른 혹성들처럼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에 워싸고 있었다. (7) 조니는 마크32 전투기를 타고, 전속력으로 북서쪽을 향해 날아가 고 있었다. 경보가 울린 것은 삼십 분 전이었다. 그랜캐논이 곤경 에 처해 있었다. 제칠십팔일. 타르가 예정한 전송일까지는 앞으로 열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조니가 입수한 마지막 디스크에서 도 타르는 아직까지 제어탁자의 배선 설치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 다. 다음 디스크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예기치 못했던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그랜캐논이 이곳으로 비행해 오는 도중 외계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외계인 전함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현재 는 열여덟 척이나 되는 전함이 몰려와 있었다. 대위 로고데터 스놀 은 네척의 중전함을 이끌고 돌아와 있었다. 최소한 그 한 대는 전 투기 탑재 전함이었다. 그랜캐논을 공격한 전투기는 그 탑재함에서 출격했을 것이 분명했다. 경보가 울릴 때 조니는 밖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통신원을 데리 고 있지 않았다. 스톰아롱과 그 명의 조종사가 긴급발진했다. 조니 도 즉시 근처에 있는 공기마스크를 집어들고 전투기에 올라탔다. 현재 모든 교신은 파리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랜캐논과 스톰아롱 은 통신원을 동승하고 있었으므로 교신은 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조니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 다. 불교도들의 침착한 못소리는 전투가 한창일 때도 절대로 감정 에 동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목소리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었다. 조니는 고도를 올리며 전망스크린의 시야를 확대했다. 스톰아롱 과 다른 두 대의 위치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그랜캐논의 전투기는 아직 스크린에 포착되지 않았다. 조니는 좀더 위쪽을 향하여 전파 를 발사했다. 세 대의 외계인 우주선이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었 다. 태양과선 때문에 명료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낮에는 태양의 자 외선이 전파를 방해하기 때문에 밤처럼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저것은 발카급 전함일까. 그렇다. 발카급이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브리지가 있었다. 대위 로고데터 스놀의 우주선이었다. 그 세 대는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대량 의 태양에너지를 축적해야 했기 때문에 전함들은 꼼짝도 않고 있었 다. 다른 두 대는 전투기 탑재함이 틀림없었다. 생각했던 대로 그 한 척에서 새로운 편대가 출격해 왔다. 바늘 모양의 전투기 여섯 대가 화살처럼 일시에 튀어나왔다. 조니는 사이클로어로 똑똑히 말 했다. "위쪽에 벌 여섯 마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스톰아롱에 대한 경고였다. 그때 조니는 그랜캐논의 비행 기를 발견했다. 고도 십만 피트 가량 되는 위치에서 전속력으로 채 굴장을 향해 비행해 가고 있었다. 호위기는 어디에 있을까? 그랜캐 논은 호위기를 데리고 있었을 텐데. 호위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 이지 않았다. 네 대의 바늘 같은 전투기가 그랜캐논을 추적하고 있 었다. 이따금 장거리포의 섬광이 전투기에서 번떡였다. 스톰아롱이 반격을 개시했다. 세 대의 전투기가 편대를 짜고 토르네프 전투기를 공격했다. 토 르네프기는 섬광과 함께 폭발하면서 창백한 불꽃을 뿜어올렸다. 또 한대가 불타올랐다.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빠져나온 토 르네프기는 한 대 뿐이었다. 조니는 전함으로부터 출격한 여섯 대를 맞아 싸우기 위해 상승했 다.적기들은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니는 비행기를 크게 선회시키면서 분사포의 발사버튼을 눌러, 토르네프기의 견고한 편 대 속에 포화를 퍼부었다. 앞쪽에서 돌진해 오던 두 대의 전투기가 폭발했다. 전망스크린이 한순간 섬광을 발했고, 부서진 적기의 파 편들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화염과 파편조각들을 뚫고 나온 조니는 편대 옆을 빠져나가 기체를 역회전시켜 가장 뒤쪽에 있는 전투기에 조준을 맞췄다. 그는 분사포의 발사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급격한 역회전의 원심력 때문에 표적이 옆으로 미끄러져 놓쳐버렸다. 아직 네 대가 남아 있었다. 조니는 그들의 앞쪽으로 돌진하면서 급선회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여지없이 선두의 토르네프기와 충돌 할 뻔했다. 조니의 포격이 스쳐가는 토르네프기의 포구를 강타했 고, 그 적기는 폭발해버렸다. 그러자 남은 세 대가 선회하며 일제 히 포화를 퍼부었다. 전투기 주위의 대기온도가 급상승하며 마크32 기의 전면유리를 새카맣게 그을려놓았다. 하지만 조니는 공격을 늦 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사버튼을 두드려댔다. 마지막 한 대만이 급 상승하여 도망치고 있었다. 조니는 전투기를 정지시키고, 포를 화 염, 최대 거리에 세트했다. 바늘 같은 일직선의 분사가 토르네프기 를 포착했다. 적기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불덩어리가 되어 타올랐 다. 그랜캐논은 전속력으로 채굴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위 험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바로 뒤로 토르네프 전투기가 따라 가고 있었지만 스톰아롱과 다른 두 대가 급강하해서 그 전투기를 쫓아갔다. 채굴장의 경비병이 대기방어망을 열어, 그래캐논기가 안 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이제는 안전하다. 스톰아롱기와 다른 두 대가 토르네프기에게 최대 거리에서 포격을 가하자 불길이 적기를 감쌌다. 경비병이 재빨리 대기방어망을 닫았다. 적기는 방어망에 충돌했지만 뚫고 들어왔다. 대기가 충분히 재이온화되지 않았던 것 이다. 토르네프기는 긴급발진 구역 근처에서 불덩어리가 되어 폭발 했다. 하마터면 방금 착륙한 그랜캐논기에 충돌할 뻔했다. 조니와 스톰아롱은 적기를 찾기 위해 상공에 전파를 쏘아올렸다. 더이상의 적기는 없었다. 멀리서 연기기둥이 치솟아올랐다. 추락한 적기가 불타고 있었다. 경비병이 대기방어망을 열어 스톰아롱과 두 대의 전투기가 착륙하도록 하였다. 그는 불길을 뿜어올리는 토르네프기 에 소화액을 뿌리고 있었다. 그랜캐논은 아직도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불교도 통신원이 그를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그랜캐논은 흥분으로 전신을 떨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난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랜캐논은 몇 번씩이나 그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통신원은 손을 흔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오지 말라고 신호한 뒤,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아메리카의 사관학교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불교도 통신원은 조니와 스톰아롱에게 말했다. "그곳에서도 방공태세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호위기 조종사를 구할 수 없어서 우리들의 출발은 며칠씩이나 늦어졌습니다. 그랜캐 논은 더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친구인 스위 스인 조종사가 호위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비행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였습니다. 우리들이 북아프리카 해안에 도착했을 때, 토르네프 전투기가 공격해 왔습니다. 엄호를 요청하기엔 콘월이나 룩셈부르크는 너무 멀었습니다. 스위스인은 적기와 맞서 용감히 싸 웠습니다. 그는 세 대의 적기를 격추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혼자서 적을 모두 감당하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랜캐논은 어 떠한 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오로지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라는 명 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스위스인이 적기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것 을 알면서도 이곳으로 날아왔습니다. 만일 되돌아가서 스위스인을 도와주었다면 그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그랜캐논은 생각하고 있 습니다. 스위스인은 혼자였고 통신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스위스 인은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하라고 그랜캐논에게 말했습니다. 결국 스위스인의 전투기는 토르네프기에 의해 격추되고 말았습니 다. 화염에 휩싸인 그가 긴급 탈출장치를 이용하여 기체 밖으로 튀 어 나왔을 대, 그들은 스위스인을 공중에서 처참하게 살해했습니 다. 지금 그랜캐논은 궤도상에 우주선을 공격할 생각입니다. 그는 놈들에게 살해당하고 말 것입니다. 제발 좀 말려주십시요." 모두들 그랜캐논을 진정시켰다. 스톰아롱은 로버트 경을 불러 중 요한 통신라인을 좀더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경은 이삼 일 후에 사관학교를 아메리카에서 콘월로 옮기기 위해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그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만 했 다. 스톰아롱이 이 통신업무를 인계받겠다고 말했다. 그랜캐논은 디스크가 든 자루를 건네주었다. 조니는 그것을 보았다. 그것이 스 위스인의 희생을 값지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8) 스위스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자루를 열고 디스크를 비디오 스크린에 비추기 시작한 지 몇 분 후에, 조니는 지금 전송 제어탁 자의 제작현장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비 밀을 지키기 위한 오랜 잔혹의 역사 속에서 최초로 사이클로인이 아닌 다른 종족의 눈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견본은 물론 도면조차 갖고 있지 못한 타르는 처음부터 다시 제 작해야만 했다. 그는 미처 있는지는 몰라도 그 제작기술은 정확했 다. 이 작업에 그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타르는 이미 제어탁자의 케이스 제작을 끝내고 있었다. 부품창고에서 긁어온 버튼들은 각각 표시가 붙여져 상부패널에 늘어서 있었다. 그 패널을 케이스의 하 부에 부착시키기 위해 나사구멍을 뚫고 있는 중이었다. 조니는 스크린을 통하여 그의 동작을 하나하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타르는 전자기기의 뒤판으로 쓰여지는 평방 일 야드나 되 는 절연판을 집어들고, 그것을 상부패널과 케이스의 하부 사이에 집어넣었다. 이제부터 제작되는 회로의 부품이 이 판에 부착되어지 는 것이었다. 타르는 이 절연판에 주의깊게 구멍을 뚫고, 그것을 패널과 케이스에 부착시킨 것과 똑같은 나사로 고정시켰다. 절연판 을 케이스 속에 고정시킨 타르는 그 위에 가루를 뿌리고, 각 버튼 을 올려놓아 자리를 잡은 다음 눌러놓았다. 그러자 판 위에는 각 버튼이 닿은 장소마다 자국이 뚜렷하게 남았다. 다시 한 번 케이스 를 분해한 후, 판위에 남아 있는 가루가 패인 곳을 더욱 정확하게 그렸다. 그 표시에 각각 작은 구멍을 뚫고, 금속플러그를 집어넣어 상부패널의 버튼을 누르면 그것이 금속플러그에 접속되도록 했다. 다음에는 절연판을 뒤집었다. 작은 금속프러그 바닥이 구멍을 통 해 보이고 있었다. 그는 판의 상하를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한 다 음, 중심부 작업에 착수했다. 메모나 공식을 참조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전자부품, 저항, 콘덴서, 소형 증폭기, 릴레이, 스위치 등을 판의 뒤면에 부착시켜나갔다. 그것은 간단한 배선처럼 단순하게 보 였다. 그 배선은 버튼에 의해서 눌려지는 금속플러그에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과 직접 접속된 곳도 몇 군데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타르는 상당히 많은 퓨즈를 설치했는데, 그것들은 이 배선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모두 끊어져버릴 위치에 놓여 있었다. 모든 금속플러그에는 퓨즈가 접속 되었고, 그것은 제작중인 배선으로부터 플러그를 차단하도록 되어 있었다. 단지 상부패널에 부착된 버튼을 한 개만 눌러도 모든 퓨즈 가 한꺼번에 튀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퓨즈가 수십 개나 있었다. 그러나 타르가 제작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회로는 전혀 난해한 것이 아니었다. 단 퓨즈만은 제외였다. 어째서 회로가 있는 곳마다 퓨즈를 설치하는 것일까. 타르는 끔찍할 만큼 복잡했던 회로를 깨끗이 완성시켜놓고 색체 표시까지 해서 번쩍번쩍하게 닦아냈다. 마침내 완성되었다. 분명히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만도 아니었다. 제어탁자의 상부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전류가 지정된 방법으로 흐른다. 그리고 다른 것을 누르면 처음과 반대쪽으로 흘러간다. 타르는 완성된 배선반을 자랑스러운 듯이 바라보며 카방고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킨 타르는 조니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짓을 했다. 양손을 미친 듯이 흔들어대며 몇 개의 코드를 전원에 접속한 타르는 완성된 배선반 단자를 코드 끝의 클 립으로 찝어 그 안에 있는 모든 퓨즈를 터뜨려버렷다. 여기저기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며 퓨즈는 모두 끊겨버렸다. 그는 배 선 전체를 작동불가능으로 만들었다. 타르가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한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그는 방 대한 분량의 방정식과 수식을 기록해놓은 것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마이크로 미터 측정기구를 꺼내서, 책상 위에 남아 있던 삼각자와 직선자를 치우고, 하얀색 마크펜의 끝을 바늘철럼 날카롭게 만들었 다. 그리고는 절연판을 뒤집어 아무것도 없는 면이 위쪽을 향하게 했다. 그후 이틀 동안 줄곧 노트를 참조하면서 직접 판 위에 배선 을 그려넣어갔다. 금속플러그와의 대응을 제외하면 이번의 배선은 정교하게 그뒤쪽에 제작했던 것과는 전혀관계가 없었다. 그는 저 항, 증폭기, 콘덴서 등의 전자부품도 그려넣었다. 모든 것이 미세 한 선과 복잡한 무늬로 그려졌다. 타르는 방정식과 계산된 수식을 비교해가며 판 위에 희 펜으로 그것을 옮겨나갔다. 엄청나게 세밀 한 작업이었지만 그는 놀랄 정도의 정교한 솜씨로 작업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것은 장시간의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으로서 매우 복잡한 회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만일 그것이 코드에 연결되어 있다면 제어탁자의 버튼만 누르면 작동되었을 것이다. 타르는 그것 을 완성하자 회로도 전체에 붉으스레한 풀을 얇게 칠했다. 그것을 통해서 회로의 그림을 볼수는 있었으나 연필 같은 것으로 덧그리면 풀 위에 그 자국이 남도록 되어 있었다. 작업을 끝낸 타르는 칼날이 얇은 분자용접 나이프를 꺼냈다. 그 칼날의 한쪽은 분자의 응축력을 파괴하면서 금속을 절단했고, 다른 한쪽 칼날은 분자의 응축력을 파괴하여 금속을 봉합시키는 것이었 다. 타르는 나이프의 봉합칼날을 이용하여 회로도를 덧그리기 시작 했다. 선을 덧그린 곳에는 붉은 풀 위에 그 자국이 남았다. 그 때 문에 같은 곳에 선을 두 번씩 덧그리거나, 덧그릴 곳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조니는 작업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비디오실을 나와서 창고로 한걸음에 달려가 절연판과 분자용접 나이프를 끄집어냈다. 조니는 분자용접 나이프의 봉합면으로 절연판 위에 대각선을 그리 고, 그 양쪽을 코드의 클립으로 찝어 전류를 흘려보았다. 전기가 통했다. 절연분자을 일직선으로 배열하면 그곳에 전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사이클로인이 이 절연판을 회로차단기의 크 기에 맞출때, 언제나 그것을 톱으로 절단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는 지금까지 이 나이프로는 절연판을 절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분명히 이 나이프는 절연판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 나 분자를 정렬시킴으로써 절연판의 접속부분에는 전기가 통하게 되는 것이었다. 조니는 눈을 번쩍이면서 타르의 다음 작업을 보기 위해 비디오실로 돌아갔다. 그 회로를 덧그리는 작업에 타르는 꼬박 이틀을 보냈다. 마침내 완성되었다. 그리고 뭔가를 용해시키는 액체와 헝겊을 가져다가 판 전체를 깨끗이 닦아냈다. 그곳에는 아무런 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 지만, 이 절연판에는 분명히 복잡한 회로의 배선이 되어 있었다. 그 뒤쪽의 눈에 보이는 구성요소들은 모두 위장이었다. 처음부터 작동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 판을 조사했다고 하더 라도 조사원이 실수하여 퓨즈를 날려보냈다고 착각할 것이었다. 우 주의 많은 과학자들은 아마도 몇백 년 동안 이 가짜 회로를 해명하 여 사이클로 수학과 대응시켜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타르는 판의 위쪽 윗부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펼쳐놓은 책이 그가 작업하고 있는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은 상부패널의 스위치 부착작업이었다. 도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 스위치의 위치는 제어탁자를 사용할 때마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뿐 이었다. 처음 전송에서 위쪽에 있었으면 다음 전송에서는 아래쪽 에, 또 그 다음에는 위쪽으로 바꾸는 식이었다. 이 스위치에는 혼 란을 일으킬수 있도록 조광기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곳에 접 속되어 있는 구성요소들이 무엇인가는 명료했다. 만일 스위치가 잘 못된 위치에 있을 때 전원을 넣으면 거대한 전류가 흘러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배선을 모두 없애버리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맨 처음 전송 때 스위치를 어느 위치에 넣어야 되는지 확 인할 방법이 없었다. 스위치를 부착시킨 타르는 배선반을 케이스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조니는 그 전체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풀면 배선반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겨우 알게 되었다. 타르는 커 다란 전자석을 케이스 주위에 놓았다. 나사 한 개에 그것이 절연판 을 관통할 수 있는 위치에 한 개의 퓨즈를 삽입시켰다. 조니는 또다시 창고로 달려가서 타르가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부 품을 찾아냈다. 그것은 자석퓨즈였다. 자력선이 그곳을 흐르고 있 는 동안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자력이 멈추면 끊 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어탁자의 상부를 벗기려면 그 주위에 자력장을 만들어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나사가 제어탁자 의 상단과 붙어 있는 한, 자력을 띠고 있는 패널의 가장자리는 미 세한 전류를 영구히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사가 풀 어지면 전류가 흐르지 않음과 동시에 퓨즈는 끊어져버리는 것이었 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퓨즈가 끊어지면 바로 밑의 다른 구성요 소들이 연쇄적으로 작동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회로를 모두 없애버 리도록 되어 있었다. 상부패널을 벗기려면 자장발생기를 제어탁자 옆에 놓아두기만 하 면 된다. 그러면 퓨즈가 끊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눈에 보 이지 않는 진짜 회로, 두 개의 제거장치, 그리고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한 위장된 회로들. 이것이 사이클로인의 비밀이었다. 조 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타르가 제작한 회로도의 복사본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절연판 위에 얹어놓고 덧그리기만 해도 간단히 복사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회로를 작동시키는 금속플러 그를 복재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한 개의 스위치만은 알 수가 없었다. 조니가 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것을 어떻게 부착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전송시에 그것을 어 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조니는 디스크를 다시 한 번 검토했으나 역시 알 수가 없었다. 몇 개의 제어탁자를 실험 적으로 제작해서 연구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자칫 잘못 하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이 디스크에서 배운 것에 대해 대량의 파일과 메모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텔레포 테이션 모터를 제작할 수는 없겠지만 근처에 있는 모터를 분해해서 그 구조를 조사할 수는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 스위치가 없으 면.... 역시 아메리카까지 가서, 타르가 세트한 그자리에서 제어탁 자를 탈취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조 니는 결심을 굳혔다. (9) 조니는 차분하게 익숙한 솜씨로 주변을 정리했다. 아메리카 작전 은 지금까지의 작전 가운데 가장 위험한 작전이 될 것 같았다. 조 니는 자신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서 앵거스에게 제어탁자의 복잡한 구조와 주의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해두었다. 그 리고 직접 만든 노트를 복사해주었다. 이 정도라면 앵거스는 제어 탁자를 제작하고 조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그것을 응용할 수 있을 만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해두었다. 조니가 작전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앵거스는 맹렬히 반대했다. 조니는 말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건곤일척의 대도박이다. 다른 사람의 생 명을 위험에 내몰 수는 없다. 서른 명의 스코틀랜드인, 열 명의 차 량조작원, 열다섯 명의 조종사가 나를 도와주기로 되어 있다." 앵거스는 여전히 그를 단념시키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로버트 경이 있었다면 둘이 합세하여 조니를 승복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관학교 이전문제로 아메리카에 가 있었으므로 앵거스 혼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조니는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전투상황을 설명했다. "상공의 방문자들은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이 전송장치를 손에 넣느냐 마느냐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교신내용을 분석하여 추측하건대 그들은 주로 아메리 카의 본부구역을 관찰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기 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놈들은 그곳에서 사이클로인을 보고, 아 마 타르와 카일 것이다. 아메리카가 아직 사이클로인의 수중에 있 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이것이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하 는 것 같다. 전송장치가 작동된 직후에 그들은 공격을 개시할 것으 로 예상된다. 그때는 경계태세에 들어가야만 한다. 제구십이일이 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조니는 다른 스코틀랜드인 사관을 불러 가장 빠른 시일내에 싱가 포르에 가짜 플랫폼을 건설하도록 명령했다. "그곳에는 고대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사이클로인의 채굴장이 있 다. 그들이 주석, 티탄, 텅스텐을 채굴하던 곳이다. 그곳에는 완전 한 수력발전소, 대기방어망, 그리고 어느 정도의 물자와 비행기가 남아 있다. 중국인 몇 명과 조종사 세 명, 통신원 한 명, 준비위원 한 명을 데리고 즉시 현지로 가서, 그곳에 플랫폼과 기둥을 건설해 주기 바란다." 조니는 그에게 불에 탄 제어탁자를 건네주었다. 새로 도장한 것 이었다. 조니는 설명을 게속했다. "대기 방어망의 보호를 받으면서 전송작업 때문에 바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플랫폼 위에 출현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 아메리카 채굴장에서 진짜 제어탁자를 싣고 출발하면 대부분 의 호위기는 싱가포르 쪽으로 날아갈 것이다. 진짜 제어탁자의 추 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카리바에 있는 플랫폼은 처음부터 위장이었 고, 외계인들간에 교신하는 내용을 분석해보면, 그것을 종교사원이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싱가포르에 대한 공격은 치열하겠지만 끝 까지 잘 버텨주기 바란다." 그 사관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할당된 인원을 모은 후 즉각출발 했다. 조니는 서둘러 카리바를 불러보았다. 중국인들은 훌륭한 일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전송플랫폼 외에는 스크린 밑에 지붕이 있었고, 모두 나무못으로 조립되어 있었다. 급경사로 된 뾰족한 지붕의 끝 에서 뻗어내린 날렵한 선들은 건물들을 무척 예술적으로 보이게 했 다. 가는 곳마다 용이 새겨져 있었다. 목제와 점토로 만든 용들은 비늘과 꼬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들보 끝에서 입을 통하여 불을 내뿜는 모양이었다. 대기방어망으로 보호되어진 절구 모양의 분지 안에는 엄폐호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내부에는 모두 타일이 발라 져 있었고, 조그만 병원까지 마련돼 있었다. 중국인들의 마을은 대 기방어망 안쪽인 댐 옆에 있었는데, 색채가 화려하고 매력적이어서 전투지역이라기보다는 정원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닥터 알렌은 옛날의 나이로비 지역에서 어떤 식물의 즙을 모아왔 다. 그는 그것을 제충국이라고 불렀는데, 효과좋은 구충제였다. 덕 분에 파리를 끌어들이는 동물이 주위에 많았지만, 그들은 체체파리 에 의한 수면명을 예방할 수 있었다. 조니는 그날 밤 낯설은 현악 기와 관악기 반주로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조니는 그 음악을 녹음 하고 스피커를 설치해서 이곳이 임전태세에 들어가거든 그것을 방 송하라고 말했다. 그것은 외계인들로부터의 도청빔을 교란시켜줄 것이었다. 거기에 장갑케이블에 의한 방해파가 가해진다면 적들은 이곳 상황을 전혀 감지할 수 없을 것이었다. 조니가 아프리카의 본부구역으로 돌아온 것은 제팔십칠일이었다. 스톰아롱은 그 이후에도 몇 장의 디스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 것은 케이블과 기둥 와이어의 색체표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으 로 조니와 그의 동료들은 제어탁자의 케이블을 전단하였다. 절단된 부분만 카리바에서 다시 접속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조니는 앵거스 에게 그 색체표시를 설명해주었다. 스톰아롱은 이것이 마지막 디스 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니는 그에게 군사상황을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아메리카에서 전송이 실시되면 외계인들은 즉각 총공격을 개시할 거라고 조니는 확신했다. 조니는 스톰아롱이 상공을 방위하는 데 지휘를 준비하는 것이 좋 겠다고 말하고, 그가 아메리카 작전에 참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 았다. 아메리카 상공의 엄호는 더넬딘이 맡는다. 토르는 습격부대 와 함께 나와 동행한다.... 상황판다과 작전지시를 해주던 로버트 경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스톰아롱도 조니가 이번 작전에 직접 참가하는 것에 반대했다. 아메리카 기지는 무방비상태로 완전히 노출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사관학교는 텅 비어 있고 조니한테는 자신이 인솔하는 습격부대밖에는 없었다. 그 부대는 맹훈련을 받긴 했지만 저쪽에는 고도의 훈련과 실전체험이 풍부한 수많은 브리간 트가 있었다. 사관학교에 설치되었던 세 군데의 영상기록기를 철수 한 직후, 브리간트들은 그곳에서 철저한 역할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견을 지지해줄 로버트 경이 없었기 때문에 스톰아롱 도 조니를 붙잡지 못했다. 조니는 본부구역의 위층으로 가서 카를 만났다. 난쟁이 사이클로 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띄며 그를 반겼다. 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지폐를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찾아다녔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 했다. "이것은 현재 아메리카에서 인쇄되며, 우리들의 급료도 이것으로 지불되고 있다." 그것은 백 크레디트짜리 지폐로서 브라운 린퍼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조니는 카를 인기척이 없는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 "이 돈은 전혀 가치가 없다네. 브리간트들은 이 지폐를 도로에 마구 뿌리고 다닌다네." 그곳을 떠날 수 있어서 얼마나 속이 시원하지 모르겠다고 카는 말했다. 그는 조니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얘기해주었 다. "그녀석은 내게 칠십오만 오천 은하 크레디트를 제공하겠다고 약 속했는데, 그 돈이 내 손에 들어올 리는 없겠지. 놈은 완전히 미쳤 다구. 우리들 반인간처럼 온전치가 못하다고." 카는 자신의 농담에 스스로 웃었다. 그리고 전송플랫폼의 마지막 배치도를 건네주었다. 특별히 새로우 것은 없었다. 카는 도면대로 정확히 배치하고 있었다. 조니의 습격부대는 이 도면과 동일한 가 상지형지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훈련을 쌓아왔었다. 카는 실제도 이 것과 같다는 것을 보증했다. 카는 조니가 직접 갈 계획이라는 얘기 를 듣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타르라는 놈은 상종 못할 정도로 악질인 데다 간교한 술수가 뛰 어난 녀석이다.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알 수가 없다구. 당신이 직 접 참가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군." 조니는 이번 작전은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사이클로군이 플랫폼에 출현한다면 어쩔 생각인가?"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이클로별에는 얼마간 선물을 보낼 것도 있고." "당신 말대로 되길 빌겠네. 놈들이 이곳에 나타난다면 나도 마지 막이니까. 제국 수사국은 온갖 잔인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나를 서 서히 죽일 것이다." "당신이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구." 카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 "당신들이 로버트 경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돌아왔나?" "왜, 무슨 일로?" "사관학교를 영국으로 이전하는 도중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네. 그에게 몇 가지 문제를 의논하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네. 결국 더넬딘이 무선으로 조회해주었는데. 그는 에딘버러나 룩셈부르크에 도 러시아에도 없었네. 그래서 틀림없이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왜 이런 말을 묻느냐 하면 당신의 작전을 그는 모두 알고 있고, 습격계획도 얼마간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니는 로버트 경의 일이 무척 걱정되었다. 그는 카의 질문을 피 했다. "누구도 그의 입을 열게 할 수는 없을 걸." "제국 수사국은 누구라도 입을 열게 할 수 있다." "아직 그가 적의 손에 들어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후 조니는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았으나 로버트 경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최근 두 대의 수송기가 적 의 공격으로 추락되었다. 추락기는 아메리카에서 스코틀랜드로 비 행하던 중이었다. 로버트 경이 그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단 말인 가. 로버트 경은 이번 작전을 계획하는 데는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 다. 지금 작전계획을 변경할 이유는 없었다. 조니는 빅토리아 호 채굴장에서의 마지막 날을 사적인 들을을 정리하는 데 보냈으나 습 격에 관한 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조니는 크리시에게 편지를 썼다. 목사가 그녀에게 읽어줄 것이 다. 편지는 눈에 잘 띄도록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에는 '크리 시에게,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경우를 위해서'라고 씌어 있었 다. 인간은 유언을 남기고, 자신의 소유물을 나눠주는 거라는 얘기 를 들었었다. 그가 갖고 있는 것이라곤 말과 옷 몇 벌, 나머지는 모두 자질구레한 것들뿐이었다. 그 밖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크리시가 에딘버러에 있는 집을 그의 명의로 해놓 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집과 그 안에 있는 것을 크 리시에게 남긴다고 썼다. 책들도 생각이 나서 그것은 패티에게 물 려주기로 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크롬으로 도금한 AK47 소총 같은 것들도 그의 소유물이 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다지 많지는 않았으나 그것도 언급해두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구절을 추가했다. '그리 고 나의 소유라고 판명된 모든 물건은 이하의 사람들 사이에서 평 등하게 분배되기를 바란다.'라고. 조니는 가장 친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나갔다. 그는 잠깐 생 각하고 카의 이름도 추가했다. 유언에는 서명을 해야 하고 입회인 을 세우는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서류를 봉 투에 집어넣어 크리시에게 보내는 편지 옆에 놓았다. 그날 밤은 모 든 것을 말끔히 정리하고, 무기와 장비를 점검하는데 보냈다. 방사 능 보호복에 구멍은 나 있지 않은가, 공기마스크의 보틀은 괜찮은 가, 그리고 여섯 개의 돌방망이는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상태에 있는가.... 조니는 타르가 서명한 최신 매매계약서 한 통을 자루 속에 넣고, 베릴륨 폭탄케이스를 휴대금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어탁자의 케이블을 절단할 도끼를 시험해보았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이제 조니의 운명은 신의 손안에 있었 다. 아니, 어쩌면 타르 같은 악마의 손안에.  제 3 권 사이클로 경제학 제 24 부 그들은 방금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1) 제구십이일, 아메리카 채굴장의 새벽은 차가운 강풍과 함께 찾아 왔다. 전송 예정시간보다 네 시간 전부터 눈이 내리기 지작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간간이 눈이 흩날리곤 했지만 유독 커다란 눈송이 가 소용돌이치며 세차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타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오늘로 지구와는 영원히 이별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새벽녘부터 눈이 내리기 지작할 때까지 밖으로 나와서 케 이블을 점검하고,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기둥의 전송표시점에 마지 막 광택을 냈다. 이 표시점이야말로 좌표를 교환하고, 그를 고향별 까지 보내줄 것이었다. 타르는 이미 완벽한 변명거리를 구상해 놓 고 있었다. 그것은 폭동 및 타종족과의 내통이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용감 하게 싸워서 회사의 과학기술을 적으로부터 지켰다는 것, 그러나 회사가 더이상 배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종 폭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이 정도만 얘기해도 회사는 그를 믿어줄 것이 었다. 물론 그들은 지구로 카메라를 전송하겠지만 촬영할 수 있는 것은 검은 얼룩뿐일 것이다. 이곳의 일만 정리되면 은퇴한다. 이번 의 마음고생이 나무나 심했기 때문에 더이상 견딜 수 없다고 말하 는 것이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 밤, 묘지로 가서 열 개의 황금 관뚜껑과 이십억 크레디트를 파내면 된다. 조금씩 꺼내기로 하자. 우주간의 무역으로 벌어들였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완벽하다. 타르는 한참 동안 어슬렁거리며 산책하고 있었다. 그는 이 혹성 을 증오하고 있었으며, 특히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이 싫었는데 오늘 만은 호흡가스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오늘은 기념 할 만한 날이었다. 잠시 후 브리간트의 특수부대가 도착했다. 명령대로 문제의 자루 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가늘고 긴 자루로 개인 소지품처럼 보이도 록 만들어져 있었다. 전송 직전에 타르가 한쪽 끝을 열고, 한 명의 브리간트가 공기마스크를 그 인질에게 대고 있으면 모든 게 잘될 것이었다. 그것을 보면 인간들이 섣불리 플랫폼을 습격하지 못할 것이었다. 타르는 특수부대에게 그 자루를 플랫폼 중앙에 내려놓고 대기하도 록 명령했다. 자아, 드디어 다음 단계다. 타르는 본부구역으로 돌아가서 복도 에 대기시켜놓은 작은 포크리트에 올라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제 어탁자와 관 중 어느 것을 먼저 운반하느냐로 타르는 여러번 망설 였으나, 관이 눈보라에 잘 견디고 브리간트 부대가 있으니까 아무 도 관을 훔쳐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문지방의 먼지에 찍혀 있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타르는 잠 깐 걸음을 멈추었으나 자신의 발자국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 고 작업을 계속했다. 관에는 그가 해놓은 X표시가 제대로 붙어 있 었다. 그는 네 개의 관을 플랫폼으로 옮겨놓았다. 다음은 제어탁자 였다. 타르는 제어탁자를 옆으로 뉘어 밑바닥의 빈 부분에 시한폭 탄을 장치했다. 제어탁자의 작동과 동시에 전송시로부터 십 분 후 로 조절해놓을 생각이었다. 전송에 필요한 시간은 삼 분이며, 반동 은 사십초 후였다. 그는 몸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던 것 이다. 그가 전송되고 나서 육 분 이십 초 후면 꽝! 이미 제어탁자 는 사라질 것이다. 타르는 제어 탁자를 금속플랫폼에 올려놓았다. 이 플랫폼은 제어탁자을 위해 만들었는데, 세로 십 피트, 가로 칠 피트 크기로 대기 방어망지대의 안쪽에 정확히 들어가 앉았다. 대 기 방어막을 조작하는 조종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타르는 제어탁자의 위치를 조절하고 포크리트를 전송구역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기둥으로부터의 파워케이블을 제어탁자에 연결하 는 작업에 착수했다. 엄청나게 많은 케이블이 있었으나 제어탁자에 좌표를 입력한 후, 플랫폼으로 향할 때, 케이블에 발이 걸리지 않 도록 전부 하나로 묶었다. 그것은 직경이 육 인치나 되는 뱀 같은 케이블이 되어버렸다. 타르는 책채표시를 다시 체크했다. 모두 정 확하게 접속되어 있었다. 그는 대기방어망의 스위치를 넣어보았다. 몰아치던 폭설이 흩어져나갔다. 좋다, 작동된다. 그는 스위치를 끄 고 제어탁자의 입력전원을 점검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타르는 시계를 보았다. 전송시각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카 방고나 마시려고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과도 마지막이었다. 타르는 캐비닛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문서절단기용 바 구니 속에 쏟아넣기 시작했다. 그는 보안부장으로서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캐비닛의 이중바닥이나 비밀서랍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까지 없애려고 했다. 그때 절단기가 작동되지 앟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기방어방의 스위치를 켰을 때 본부건물 의 퓨즈가 끊어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혹 성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타르는 몇 가지 물건을 여행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앞으로 이십 분이 남아 있었다. 본부돔의 투명한 지붕을 통해서 바라보니 눈발 은 점점 더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타르는 호흡마스크를 쓰고, 깨 끗이 포장한 최종 폭탄과 여행가방을 들고, 두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는 사무실을 나왔다. 밖에서는 이미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행진해 온 오백 명의 브리간트는 이미 그가 상세히 지시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들은 들소가죽 외투를 입고 있었으나 추위 때문에 몸을 웅크린 채 눈을 맞지 않도록 외투 속에 활을 집어넣고 있었다. 대기방어망을 둘러싸고 배치된 그들은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어서 마치 브리간트 의 벽 같았다. 타르는 총지휘를 하고 있을 아이프 모이피 대위에게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자네와 자네 부하는 이미 명심하고 있으리라고 믿지만 활과 독 화살, 총검 외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화약이나 분사에 의 한 무기도 절대로 안된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다." 스니스 장군이 소리쳤다. 공기마스크와 화살로 무장한 스니스 장 군과 여섯 명의 브리간트 의장병들도 플랫폼 위에 늘어서 있었다. 그들도 활을 눈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타르는 주위를 둘러보았 다. 브라운 린퍼와 랄스 소렌슨이 서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타르가 만나보고 싶은 녀석들이었다. 타르는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잘 가시오'든지 '당신을 알게 되어서 기뻤다'라은 인사말 대신 브라운 린퍼는 이렇게 말했다. "타일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타르는 그들 앞에 멈춰 섰다. 호화스러운 모피로 몸을 감싼 브라 운 린퍼의 머리칼과 목덜미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뜨겁 게 달아올라 있었다. "놈은 온다. 두고봐라. 반드시 올 것이다." 타르가 자신있게 말했다. 타르는 브라운 린퍼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길이가 삼 피트 가량 되는 뭉특한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역시, 타르는 브라 운 린퍼와 랄스가 제지할 틈도 없이 재빨리 그 케이스를 집어들었 다. 톰슨 경기관총이었다. 생각했던 대로였다. 이녀석들을 신용하 지 않기를 잘했다. 전송 도중에 이런 것을 발사했다면 플랫폼은 폭 발해버릴 것이다. 타르는 양손으로 그 총신을 휙 하니 구부려서 땅 바닥에 내팽개치며 말했다. "이런 것은 안돼. 이 일대가 날아가버린다구." 하지만 브라운 린퍼는 별로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도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타르는 랄스의 권총을 빼 앗아서 탄창을 뽑고, 그것을 오십피트 가량 떨어진 곳으로 던져버 렸다. "절대로 발포해서는 안된다." 타르는 그렇게 말하고 위협하듯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혹시 브 라운 린퍼 이녀석이 뭔가 다른 것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녀 석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아무래도 빼앗긴 총 때문만은 아 닌 것 같았다. "선물이 있는데." 타르는 탈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에게 신세졌던 인사로." 타르는 브라운 린퍼에게 깨끗이 포장한 최종폭탄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무게가 팔십 파운드나 되었기 때문에 브라운 린퍼는 하마터 면 바작에 떨어뜨릴 뻔했다. 타르는 히죽이 웃으며, 그것이 떨어지 기전에 다시 받아서 브라운 린퍼에게 돌려주었다. "기뻐할 만한 물건일 거요. 내가 떠난 다음에 열어보시오. 황금 색 꿈이 그 안에 가득 들어 있으니까." 선물은 여는 데 최소한 한 시간은 걸릴테니까 지금 건네줘도 위 험은 없을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들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뚜껑을 들어올리면 꽝! 그 순간 이 혹성은 형체도 없이 날아가버릴 것이 다. 타르는 브라운 린퍼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는 손목시계 를 보았다.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그가 플랫폼 쪽으로 걸어가자 아이프 모이피 대위는 부하들에게 차렸자세를 취하게 했다. 타르는 그 가운데를 지나 제어탁자 쪽으 로 걸어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대기방어막의 스위치를 작동시켰 다. 그러자 눈발이 방어막의 가장자라에 부딪쳐 흩어졌다. 됐다. 이제 안전하다. 견고한 벽이 제어탁자와 플랫폼을 둘러싸고 있었으 며, 그 밖에는 무장한 병사의 벽이 막아주고 있었다. 또다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는 짐을 놓아 둔 곳으로 다가가 짐을 한줄로 가지런히 놓았다. 브리간트들이 가 지고 온 공기보틀 더미도 있었다. 스니스 장군이 가슴을 두드리며 타르에게 인사했다. 모자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이 달려 있었고, 탄 약대에는 독화살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틀림없이 금과 교환해주는 거지?" 그는 산더미 같은 브라운 린퍼의 지폐뭉치를 가리키며 물었다. "약속한다." 타르가 그를 안심시켰다. "크레디트는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그런데 내 인 질은 데리고 왔는가?" 인질은 그곳에 있다고 스니스가 대답했다. 타르는 기다란 꾸러미 위에 몸을 구부리고 그 위쪽 끝을 열었다. 검게 번뜩이는 눈이 그 를 노려보았다. 타르가 인질을 지키고 있던 브리간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아지 그는 공기마스크를 얼굴에 갖다대고, 보틀을 가슴 근처에 밀어넣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타르는 제어탁자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우선 윗줄 왼쪽 구석의 안전스위치를 올린 다음, 전원스위치를 넣었다. 제어탁자의 버튼들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타르는 의자에 앉아서 초읽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잊어버린 적이 없는 좌표번호 를 입력해 넣고 시계를 보았다. 전송버튼을 눌렀다. 타르는 시한폭 탄의 스위치을 십 분 뒤로 맞췄다. 와이어가 붕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때 브라운 린퍼의 자동차 너머에서 한 사나이가 불쑥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뛰쳐 나왔다.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있었다. 타르는 그곳에 시선을 집중 했다. 그 동물과 비슷하다. 틀림없다. 그놈이다. 흠, 브라운 린퍼 는 결국 염원하던 타일러를 손에 넣은 셈이군. 타르는 상관하지 않 고 플랫폼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붕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앞으로 삼분 후에 사이클로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 슴은 환희로 박차올랐다. (2) 타르에게 기관총을 발각당했을 때, 브라운 린퍼는 발광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 그러나 타르가 총신을 두 동강을 내는 것을 보고, 사태를 시끄럽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 거대한 괴물은 무 시무시하 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할수없이 아무 말도 목사고 그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굉장히 무거웠다. 황금이 가득 들어 있 음에 틀림없었다. 뇌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받아서 나쁠 것은 없었다. 친구에 대한 마음의 선물인 것이었다. 그는 타일러의 일로 초조해 하고 있었다. 아직도 열에 들뜬 린퍼 는 타일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는 아이프 모이피 대위가 타르 에게 경례하고, 브리간트들이 정렬하고, 독화살을 탄약대에서 꺼내 는 것을 보았다. 저 꾸러미 속에는 누군가가 있다. 타일러일까? 아 니, 타일러일 리가 없다. 만일 그렇다면 타르가 말해주었을 것이 다. 아니면 타르가 나를 배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구일 까? 음, 타일러라고 할 수도 있다. 아나, 그들은 그놈에게 공기마 스크를 씌우고 있었다. 인간을 사이클로별로 데려갈 생각인가. 그 렇다면 타일러일리가 없다. 하지만 어쩌면.... 갑자기 쌓여 있던 눈이 흩날렸다. 브라운 린퍼는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타르는 전혀 놀라지 않고 흡족해 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아, 드디어 타르가 제어탁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브라운 린퍼는 전송시에는 와이어아 붕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그러나 눈발 때문에 주위상황을 잘 알 수가 없었다. 반사된 눈빛과 소용돌이치는 바람으로 모든 것이 뿌 옇게 흐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희미 하게 붕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바람소리도 들렸다. 브리간트들이 스니스 장군에게 작별인 사를 외쳐대고 있었다. 타르가 플랫폼 중앙으로 가고 난 뒤에 계획 을 실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브라운 린퍼는 판단했다. 그는 자동차 뒷좌석에 또 한 자루의 경기관총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모든 가능 성을 생각해두었었다. 타르가 플랫폼의 중앙에 선 순간 차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경기관 총을 집어들고 플랫폼의 가장자리로 달려나가 그곳 전체를 소사한 다. 그 대기방어망 속의 인간은 타일러가 틀림없었다. 브라운 린퍼 는 선물을 손에 들고, 타르가 탁자를 떠나기를 기다렸다. 브리간트 들의 환성과 바람소리 때문에 전송의 굉음이 시작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자. 그러면 타르도 플랫폼에서 달려와 나를 제지할 수는 없 을 것이다. 브라운 린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디 못했 다. 갑자기 다가온 양손은 그가 움켜쥐고 있던 선물을 빼앗았다. 방사능 보호마스크를 쓴 얼굴, 금발의 턱수염, 타일러였다. "피하라!" 마스크 속의 사나이가 소리쳤다. 그는 선물을 끌어안고 방향을 바꿔 본부구역의 격납고를 향해 맹 렬한 기세로 달리기 지작했다. 그 모습은 순식간에 눈보라 속으로 멀어져갔다. "저 놈을 쏴라!" 브라운 린퍼는 랄스를 향해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의 모습은 벌써 백 피트 가량 떨어져 있었고, 눈보라 때문에 어슴푸레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는 덴버를 향하여 전력을 다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브라운 린퍼는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그 목소리, 그렇다. 그 목소리는 타일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스웨덴어 같은 울림이었 다. 어쨌든 타일러는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 브라운 린퍼는 또 한 자루의 경기관총을 가져오기 위해 차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이 잠 겨 있었다. 절망적으로 자동차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그 총을 가 져와야 했다. 그때 플랫폼에서 브리간트들의 환성에 섞여 타일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놈이다. 틀림없다. 어떻게든 놈을 죽여야 한다. (3) 골짜기 주변에 있던 드와이트는 신중하게 몸을 숨기며 일어섰다. 그는 방사능 보호야전복을 입었고, 그 납유리 플레이트 밑에는 공 기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타르가 플랫폼 지역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는 무선기에 대고 말했다. "제1경보" 드와이트가 외부습격대의 사관으로 선발된 이유는,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정확하게 실행한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게다 가 그는 과거 채굴장업반의 러더였으므로 지도력이 뛰어났다. 그들 은 플랫폼 주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파묻은 납으로 만든 관 속에 한 밤중부터 누워 있었다. 관은 이미 오래전에 카와 훈련생들에 의해 서 대기장갑케이블을 설치할때 파묻어둔 것이었다. 그 위는 흙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눈이 쌓여 있었다. 조니는 그 대기방어망 지역 안의 전송플랫폼 바로 옆에 있는 관 속에 들어가 있었다. 외부로부터 화염이 밀어닥친다 해도 아무 염 려가 없었다. 드와이트는 조니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했지만 조니는 다른 사람에게 그런 위험한 짓은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그곳에 있으면서 대기방어망을 끊고, 제어탁자를 보호하 기 위한 장갑돔을 내려야만 한다. 대기방어망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방어망을 통해서 크레인으로 돔에 내릴 수가 없다. 전송 때 스위치 의 위치도 확인해야만 한다. 소리가 멎으면 자동적으로 본위치로 돌아가는 스위치인 것 같다. 더군다나 제어탁자의 케이블도 절단해 야만 한다. 그것이 조니의 설명이었다. 드와이트는 세 사람 정도 동행시키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하면 제어탁자를 감싸고 있는 돔에 모두 들어갈 수 없다고 조니가 말했다. 타르가 제어탁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제2경보!" 드와이트는 무선기에 대고 말했다. 제3경보는 타르가 전송버튼을 눌렀을 때 내려질 것이었다. 행동개시는 타르가 플랫폼 중앙으로 걸어나가고 와이어가 붕 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하기도 되어 있 었다. 드와이트와 그의 팀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 은 일 분 삼십 초였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다. 눈보라 때문에 사야가 흐려졌지만 작전을 수행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 브리간트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 있 는 것일까. 대기이온화 방어망을 등에지고, 플랫폼을 마치 벽처러 빙 둘러싸고 있었다. 드와이트와 습격대원들은 닥터 알렌으로부터 사용하는 독화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효력이 다소 늦게 나타나긴해도 치 명적인 독이었다. 그것은 신경계통의 활동을 점점 빠르게 하여 끝 내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독을 중화시키는 혈청 을 개발했으며, 습격대원들은 혈청이 든 작은 응급처치약을 휴대하 고 있었다. 그 약들이 효력을 발휘해주었으면 하고 드와이트는 생 각했다. 그는 눈발이 휘몰아치는 플랫폼에 일곱 명의 브리간트들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니스 장군과 그 일행이었다. 조니는 이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었다. 사이클로별까지 같이 가려 고 하다니. 스니스 정말 구제불능의 얼간이다. 그렇다. 조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드와이트는 생각했으나 그가 받은 명령은 분명했다. 임무 외 의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플랫폼을 자세히 설펴보니 누군가가 묶여 있는 것 같았다. 누구 일까? 큰일났다. 이래 가지고는 조니의 계획이 엉망진창이 될 판국 이었다. 그는 지금 관 속에 누워 있다. 드와이트는 억장이 무너졌 다. 부과된 임무밖에 할 수 없다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니.... 조니가 놓여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다. 드와이트는 타르에게 주의를 돌렸다. 타르가 전송버튼을 눌렀다. "제3경보" 드와이트는 무선기에서 대고 짧게 말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는 전송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중에 사이클로인들이 플랫 폼에 출현할 경우에 대비해서 핵병기도 준비되어 있었다. 타르는 플랫폼의 중앙으로 걸어가서 멈춰 섰다. 바람소리와 환성에 섞여서 와이어 소리가 들려왔다. 드와이트는 방어망 속의 조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예정에 없는 일이었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한 다고 드와이트는 생각했다. "출격!" 드와이트는 소리쳤다. 서른 명의 젊은이들이 일시에 관뚜껑을 밀 어올렸다. 스물다섯 명의 점화기를 켰다. 그 중 한 사람은 크레인 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다. 나머지 다섯 명은 예비대였다. 섬광! 브 리간트의 집단 속으로 스물다섯 대의 러시아제 화염방사기가 오렌 지빛 죽음의 불꽃을 퍼부었다. 스물다섯 개의 호수를 통해서 굉음 을 발하는 지옥의 불길이 브리간트들을 덮쳤다. "애리슨을 위하여!" 한 젊은이가 외쳤다. "비티를 위하여!" 드와이트는 설치해두었던 스피커의 버튼을 눌렀다. 그것은 함성 을 지르며 돌격하는 코끼리떼의 성난 울부짓음을 녹음한 것이엇다. 브리간트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당황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효 과가 있었다. 용병들은 활을 높이 치켜들며 돌진해 왔다. 지옥의 불길이 활시위를 태웠다. 브리간트들은 공격을 위해서 총검을 꺼냈 다. 시체수용실 옆에 서 있던 군중들은 방향을 바꿔 평원을 향해서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한 젊은이의 불길이 꺼지자 총검을 든 브 리간트 무리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앤드류를 구해라!" 드와이트가 소리쳤다. 그 양쪽의 동료가 방사폭을 넓혔다. 앤드류는 브리간트를 찔렀으 나 곧 자신도 칼에 찔렸다. 예비대 두명이 로커버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어가 앤드류를 찌른 브리간트를 죽였다. 드와이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오십팔 초다. 화염방사기 는 브리간트에게 불꽃을 퍼부었고, 그들의 물소가죽 외투와 원숭이 가죽 옷은 불덩이리가 되었다. 그들은 재돌격을 지도했다. 드와이 트는 불꽃과 눈보라 속을 응시했다. 됐다. 조작원이 크레인까지 도 달했다. 예비대 한 명이 화염방사기로 그를 엄호하고 있었다. 그들 은 미리 제어탁자를 덮기 위한 케이블이 달린 돔을 땅속에 묻어놓 았었다. 아무래도 얼어붙은 것 같았다. 그것은 부서진 탱크의 장갑 으로 만들어졌고, 바닥에는 비행기의 접지각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제어탁자가 얹혀있는 금속판에 분자용접하여 밀폐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드와이트는 크레인의 선단이 강하하는 것을 보았다. 조작원은 돔 을 지면에서 떼어내기 위해 그것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돔이 시세 좋게 들어올려지며 흔드렸다. 그것을 보고 브리간트들은 크레인 쪽 으로 돌진했다. 그곳에 있던 드와이트의 부하들은 그들에게 화염을 퍼부었다. 조작원은 침착하게 돔을 이동시켜 어느 정도 끌고 갔으 나 대기방어망 때문에 그 이상은 갈 수 없었다. 드와이트는 조작원 이 크레인을 리모컨으로 바꾸는 것을 보았다. 그 스위치는 방어망 속의 조니가 가지고 있었고, 대기방어망의 전원을 끊은 다음부터 조니의 임무가 시작되었다. 드와이트는 플랫폼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했지만 눈보라와 연기, 오렌지빛 불꽃 때문에 보이지 않았 다. 조니는 틀림없이 돔을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드와이트는 조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우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야 했다. 대기방어망 밖에서는 화명방사기의 불길이 꺼져 있었다. 주위를 보니까 사정거리 안의 브리간트들은 까맣게 타죽어 있었다. 드와이트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시간은 있었다. 그는 조니가 케 이블을 자르고, 돔이 강화하기 지작했을 때 철수하기로 되어 있었 다. 그것을 신호로 즉시 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예비대 두명이 재빨리 앤드류를 그의 관에 넣었다. 그때 시체 사 이에서 한 명의 브리간트가 일어나서 총검을 들고 돌격해 왔다. 화 염방사기가 불을 뿜었고, 브리간트는 불덩어리가 되었다. 크레인 조작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자기가 들어가 있던 관이 있는 곳까지 뛰어갔다. "철수까지 앞으로 십 초!" 드와이트는 무선기를 향해 소리쳤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불이 탁탁 튀는 소리와 바람소리 외 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불에 탄 브리간트들이 여기저기 쓰 러져 있었고, 그 위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애리슨과 비티의 복수 전은 끝났다. 짙은 연기와 눈보라 때문에 플랫폼의 상황은 전혀 보 이지 않았다. 무전기에서 점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격대원이 지면에 붙인 관 속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뚜껑을 고정했다는 신호였다. 드와 이트는 인원수를 점검했다. 앤드류 외에는 전원의보고가 있었다. 앤드류가 관 속에 들어간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드와이트는 그것 이 진짜 그의 관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빌었다. 드와이트는 크레인 을 바라보았다. 와이어는 아직 소리를 내고 있다. 반동 이전에 모 두 관속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니는 말했었다. 드와이 트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도 대기방어망은 끊어지지 않았고, 크레 인의 선단은 멈춘채로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자 신의 입장이 억울했으나 대기방어망이 있는 이상 그 속으로 들어가 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기 방어망이 예정시간에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조니가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임 무에 그가 선발된 이유를 감안한다면 개별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붕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는 플랫폼에 다 시 한 번 시선을 보낸 뒤 엎드린 채로 후퇴하여 땅 속에 묻혀 있는 관으로 들어가 안쪽에서 뚜껑을 고정시켰다. (4) 밸트에 찬 광산무선기에서 '제3경보!'라고 들려왔을 때, 조니는 대기방어망 안쪽, 플랫폼 옆에 묻혀 있는 관에서 기어나와 있었다. 그는 위장무늬로 된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안면보호대 밑에는 공 기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돌방망이와 단검, 화염방사기로 무 장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우발적인 사태에 대비해서 두세 가지 오 신장비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 위에 브리간트가 있으리 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섯 명의 호위병과 스니스장군이었다. 아무리 브리간트라도 사이클로별에 갈 정도로 어리석을 줄은 예상 조차 못했다. 그들은 타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타르는 전송버튼을 누 르고 플랫폼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무도 후방 삼십 피트에 있 는 조니를 보지 못했다. 한꺼번에 해치워버리자. 조니는 화염방사 기에 점화하려고 했다. 그때 플랫폼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기 다란 자루였다. 한쪽 끝이 열려져 있었고, 누군가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 놈들은 사이클로별로 인질을 데려갈 생각이다. 회색 머리 칼과 외투의 일부가 보였다. 이럴 수가 있나. 저것은 로버트 경이 아닌가. 화염방사기를 쏠 수는 없었다. 자칫하면 로버트 경까지 불 타버릴 테니까. 타르는 자신만만하게 유유히 걸어서 플랫폼 중앙까지 걸어왔는 데, 갑자기 몸을 경직시키고 멈춰 섰다. 바로 조금전에 그 동물을 방어망 밖에서 보았다고 생각했다. 훨씬 저쪽의 자동차 옆에서 말 이다. 그런데 지금 대기방어망의 안쪽, 그것도 바로 평에 있었다. 방어망이 끊겨 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저 동물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을까. 타르가 덤벼들려고 했을 때, 동물의 손이 그의 허리춤에서 타르 가 서명한 계약서를 꺼내 플랫폼 중앙까지 날려보냈다. 빨간 봉인 이 눈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타르가 서명한 계약서였다. 조니는 마스크와 안면 플레이트 너머에서도 드릴도록 커다란 소리로 외쳤 다. "이것을 사이클로별에 가져가는 것을 잊지 말라구." 타르는 당황했다. 사이클로별의 플랫폼에 이 가짜 계약서가 나타 나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라 안 돌아가는 것이 나았다. 타르는 서류를 집으려고 덤벼들다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스 니스 장군과 부딪쳤다. 그 순간 조니는 베릴륨으로 된 최종 폭탄상자를 집어들었다. 그 것을 플랫폼 위에 내던질 생각이었다. 황금빛 광채, 크기, 그리고 육각형 모양으로 보아 그 금속이 무엇인지 타르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퓨즈는 내부에 있었고 상자 위쪽의 시한장치는 팔 분 후 로 조절해놓았었다. 바닥판은 무리하게 억지로 연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찌그러뜨려놓았었다. 조니는 손에 들고 있던 점화기로 폭탄을 묶은 끈의 한쪽 끝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하면 브리간트의 수류탄처럼 보일 것이었다. 휘익, 두 개의 독화살이 그 의 옆을 스쳐갔다. "자아, 보라. 수류탄이다." 조니는 소리쳤다. 그는 팔십 파운드나 되는 상자를 타르를 향해 똑바로 던졌다. 그 것은 타르의 옆구리를 스치고, 무엇인가에 부딪쳐서 튕겨나와 그의 발밑에 떨어졌다. 불이 붙은 수류탄이 날아오자 브리간트는 도망치 려고 달려갔으나 방어망에 부딪쳐 튕겨져 나왔다. 타르는 폭탄을 본 순간 계약서 문제는 잊어버렸다. 그는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그 폭탄이다. 그것에는 시한퓨즈가 붙어 있었 다. 저 동물은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것을 브라운 린퍼에게서 빼앗아 꾸러미를 풀고, 퓨즈를 교환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것 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빨리 이것을 처리해야지 타르가 그것을 플 랫폼밖으로 던져버리려고 했을 때, 마침 브리간트들이 대기방어망 에 튕겨져나와 땅바닥에 털썩 떨어져내렸다. 타르는 폭탄을 던져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와이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타르 는 바닥판을 벗겨내고, 서둘러 핵을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해야 한다. 아, 시한퓨즈가 닫혀 간다.... 타르는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판을 손톱으로 벗기려 하였다. 왜 이렇게 단단히 고정시켜놓았 을까. 그는 그것과 그야말로 격투를 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조니는 타르의 옆을 빠져나갔다. 로버트 경을 제어탁자 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 명의 브리간트가 무릎을 꿇고, 조니에게 겨냥했다. 독화살이 머리를 스쳐갔다. 앗, 위험하다. 조니는 로버트 경을 기다란 자루에서 끌어내기는 했지만 그의 양손발은 묶여 있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자네의 안전을 생각해라." 로버트 경은 서둘러 조니에게 말했다. 대기방어망의 건너쪽 역시 엉뚱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드와이트 의 부하들이 함성과 발을 구르는 코끼리떼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 었다. 불길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 그 열기로 내리던 눈이 비 로 변해 내리고 있었다. 플랫폼의 안쪽까지 젖어왔다. 아직도 타르는 바닥판을 손톱으로 긁어대고 있었다. 그것을 절단 하기 위한 분자용접 나이프가 없었으므로 바닥판을 둥글게 손톱으 로 잘라내고 있었다. 그는 다급할 대로 다급해졌다. 두 명의 브리간트가 조니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로버트 경을 놓 고, 돌방망이 두 개를 그들에게 던졌다. 두 명은 쓰러졌다. 조니가 로버트 경을 조금 더 끌고 왔을 때, 한 명의 브리간트가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돌방망이를 던지자 그대로 날아가서 놈을 명중시켰다. 뒤이어 스니스가 일어나 조니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방어망 밖의 소음은 굉장했다. 다른 브리간트가 조니의 다리를 공격하려 들자 돌방망이를 들어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고 로버트 경을 끌고 갔다. 늙은 스코틀랜드인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남은 두 명의 호위 병도 돌방망이로 손쉽게 쓰러뜨리고 나서 로버트 경을 제어탁자 옆 까지 끌고 갔다. 그를 떼메고 가려고 등을 돌린 순간, 스니스 장군 이 탁약대에서 독화살을 빼들고 덤벼들었다. 그 무거운 몸이 조니 의 자루에 부딪쳤다. 스니스는 독화살을 휘둘러 조니의 팔뚝을 푹 질렀다. 화살은 방사능 보호복을 꿰뚫고 몸 깊숙히 파고 들었다. 조니는 쓰러졌다. 그는 구르면서 재빨리 단검을 뽑아들고 일어나 스니스의 심장에 단검을 꽂았다. 상처의 고통이 심했다. 화살대를 움켜잡고 똑바로 빼내자 살을 애이는 듯한 아픔이 온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조니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이를 악물고 필사의 힘을 긁어모았다. 이것은 지효성 독이니까 로버트 경을 구출하고 제어탁자를 탈취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타르는 아직까지도 바닥판에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 손톱 끝이 갈라져버렸지만 단단한 금속에 조금씩 조금씩 원을 그리면서 잘라내려 하고 있었다. 핵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드와이트의 목소리가 벨트의 무선기 를 타고 들려왔다. "철수까지 앞으로 십 초!" 조니는 자신의 행동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이어는 아직도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독이 퍼지자 심장의 고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조니는 정신을 집중시켰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로버트 경을 끌어안았다. 진흙탕 속을 지나 제어탁자 까지 다가갔다. 제어탁자 속에 장착되어 있는 폭탄을 재빨리 처리 해야만 했다. 조니는 제어탁자를 살펴보았다. 스위치는 위쪽에 있 었다. 다음 전송시에는 아래쪽 위치로 하면 되었다. 이것을 누군가 에게 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조니는 자루 속에 손을 넣고 리모트 컨트롤을 찾았다. 깨진 유리가 손에 닿았다. 혈청앰풀 이었다. 빌어먹을, 형청도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리모트 컨트롤이 손에 닿았다. 그것도 진동하고 있었다. 아니다, 아무래도 내 손이 떨리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움켜쥐자 조니는 스위치를 켜고, 크레인을 내리려 했다. 허어, 벌써 스위치가 켜진 것일까. 아니다, 아니다. 우선 대기방어망을 없애야 한다. 눈 앞에 검은 것이 왔다갔다하고, 심장의 고동이 점점 더 빨라졌다. 대기방 어망. 조니는 안전스위치 쪽으로 기어가서 그것을 끊었다. 다시 제 어탁자로 돌아오자 돔을 올려다보면서 컨트롤을 조작했다. 우선 돔 이 정확히 내려오도록 그 위치를 정확히 조절하고, 돔을 내리는 스 위치를 켰다. 케이블이 원할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내려오는 것이 상당히 느렸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조니는 벨트에서 케이블을 절단하는 도끼를 빼들었다. 와이어 소 리가 멈췄을 때는 절단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이미 조니는 시간 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붕 소리는 아직도 들려오고 있었다. 타르쪽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바닥판을 기어이 뜯어낸 것 같았다. 신중하게 핵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때 조니는 타르의 속셈을 알 아차렸다. 핵을 그에게 던지려 하고 있었다. 타르의 힘으로 그것을 던진다면 틀림없이 그의 몸을 관통할 것이었다. 그때 조니의 눈에 또 다른 것이 보였다. 브라운 린퍼였다. 그는 톰슨 경기관총을 들고 조니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플랫폼 의 가장자리에서 정확히 쏘기 위해 가능한 조니에게 접근하려 하고 있었다. 돔은 아직 머리 위에 있었다. 타르는 핵을 들고, 조니에게 던지려 하고 있었다. 조니는 브라운 린퍼를 가리켰다. "타르, 저녀석은 총을 발포할 생각이라구." 조니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타르는 고개를 돌려서 브라운 린퍼 를 보았다. 그는 톰슨 기관총을 겨누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지 금 발포한다면 전송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타르는 핵을 브라운 린퍼를 향해 힘껏 던졌다. 핵은 그의 옆구리 에 명중하여 척추까지 파고 들었다. 브라운 린퍼의 손에서 톰슨총 이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손발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그는 단말마를 질렀다. "끝까지 나를 병신취급하다니. 타일러,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리고 의식을 잃어버렸다. 와이어는 아직도 붕 소리를 내고 있 었다. 타르는 조니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도 결국은 나의 승리다, 쥐대가리." 타르는 이제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 다. "너는 모르겠지만 저 관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전부 쓰레기들이 다. 오늘 아침 침실에서 몰래 바꿔놓았다구." 조니가 외쳤다. 타르는 고개를 돌려서 관 쪽을 바라보았다. "황금도 사이클로별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것도 바꿔놓았으니 까." 조니는 소리쳤다. 타르는 입을 벌리고 뭔가 말하려고 했다. 그 순간 플랫폼 위의 화물이 흔들렸다. 쓰레기가 담긴 관들과 브 리간트 시체들이 흔들렸다. 타르도 흔들렸다. 모든 것이 한 순간 사라졌다. 이미 플랫폼은 텅 비어 있었다. 이윽고 와이어 소리가 멎자, 조니는 도끼를 내리쳐서 케이블을 절단했다, 돔이 내려왔다. 바닥에 있는 개조된 비행기의 접지각이 금속에 부딪쳤다. 조니는 돔의 내벽에 손을 뻗어 고정레버를 잡아당겼다. 돔은 스위치의 작 동과 함께 제어탁자가 얹혀 있는 금속판에 분자용접되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조니는 한동안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 다. 조니는 소형 광산램프를 꺼내려고 했다. 이미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모든 신경들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것 같 았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로버트 경이었다. "서두르게. 내 손을 풀어주게." 조니는 손을 더듬어서 로버트 경의 손목을 묶은 로프를 도끼로 잘라내려고 했으나 워낙 튼튼한 로프여서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그때 조니는 제어탁자 밑에 시한 폭탄이 장치되어 있다는 것을 생 각해 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도끼를 내려놓고, 손을 제어탁자의 측면에 갖다댔다. 굉장히 무거웠다. 팔은 한쪽밖 에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아픈 어깨를 금속에 대고 사력을 다하여 제어탁자를 밀었다. 겨우 한쪽 부분을 바닥에서 떼어냈다. 조니는 치켜올린 부분의 가장자리로 손을 넣어 더듬어 올라갔다. 조금 위 쪽에 폭탄이 장치되어 있었다. 한손으로 그것을 떼어낸 후 제어탁 자를 제자리에 돌려 놓고, 어둠 속에서 폭탄의 퓨즈를 뽑아냈다. 조니는 자꾸만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또 한가지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스위치였다. 스위치의 위치가.... "로버트 경, 그들에게 말해주세요. 문제의 스위치는.... 아래쪽 으로 내려야 한다고.... 다음 전송 때는 아래쪽입니다...." 돔 밖에서 엄청난 충격이 일었고, 플랫폼 전체에 굉장한 진동이 일어났다. 마치 지구 전체가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조니 는 암흙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5) 전송이 시작되기 약 한 시간 전부터 궤도상에 있는 우주선들은 아메리카 채굴장이 지평선 끝으로 보이는 위치에 도착해 있었다. 궤도상을 앞질러 나가 있던 조그만 하우빈인 정찰선이 그날 일찍부 터 일어난 활동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한밤중에 본부구역에 침입하는 분대규모의 인간들이 인프라빔에 포착되었다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곤 그 주변에 흩어져서 평소처럼 잠들어 있는 경비병밖에 보이지 않았다. 궤도상의 연합군 전파탐지 기에서는 지금 접근해 가고 있는 지평선 근처에서 뭔가 심상치 않 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곳에는 평소에 볼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인간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는데, 아래쪽은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눈보라가 심해서 인프라빔을 몽롱하게 만들었 다. 조금만 더 지나면 연합군의 모든 관심은 본부구역에 고정되겠 지만, 그때까지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령관들의 전망스크린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온 인터뷰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위 로고데터 스놀이 전력증간을 위해 토르네프에 귀환했을 때, 큰아버지인 제독 스노레터에게 의논하자, 제독은 기꺼이 다섯 척의 소함대를 이끌고 동행했다. 그 최강의 전함은 텔리파이급 주력함대 캡춰 호였다. 자신의 행동을 보고하기 위해 그는 기자를 동반하고 있었다. 기자인 루프 알제보거는 자신을 '한반중의 송곳니'의 최고 기자 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송곳니'는 다른 성계에서조차 부정학, 부 패, 그리고 편견에 가득찬 통신사로 알려져 있었다. 이들은 언제나 정부가 원하는 대로 기사를 게재했다. 반정부적인 태도를 취할 때 조차 그러했다. 루프 알제보거는 그런 류의 기사를 전문적으로 쓰 는 이른바 어용기자였다. 알제보거는 캡춰 함대에서 로고데터 스놀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제독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없었는데, 스놀은 그 이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스놀은 높으니까 자신이야말로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령관들은 그것에 이의를 제기 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 사기성이 농후한 일 크레디트짜리 지폐에 새겨져 있 는 사나이에 대한 얘기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만." 알제보거가 말하고 있었다. "이 인물이 정직하지 않다고 보신다는 말씀이군요." "아니, 그보다도 훨씬 나쁩니다." 스놀이 대답했다. "그러면 '그는 모르는 이가 없는 도착자'라는 표현이 그에게 적 합하겠습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오로지 진실을 전할 목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요. 그렇다면 '그는 갓난애을 유괴해다가 그 피를 마시는 사나이' 라는 것은 어떨가요?" "그것이 딱 들어맞습니다. 정말 그 말대로입니다." 스놀이 말했다. "분명히 당신이 작성한 보고서 속에 당신은 이 사나이.... 뭐라 고 했지요? 이 정부의 모독자.... 그렇지, 타일러였지요. 그 타일 러와 실제로 전투했다고 기술되어 있었지요?" 다른 사령관들도 이 인터뷰를 듣고 있었다. 로고데터는 이 인터 뷰가 직접 보도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아버지의 일은 고 려에 넣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덧붙였다. "그렇게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언제나 도망쳐버렸습니다." 제독의 목소리가 알제보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석도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스놀 씨, 당신의 의견으로는 그가 정말로 문제의 그것이 라고 생각하십니까?" 왜소한 회색 남자는 자신의 전망스크린으로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 돌아온 그의 전령함은 자질구레한 많은 정 보를 가지고 왔으나, 문제의 그것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분 명히 보고했다. 그와 동시에 상금액도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처음 에 하우빈 상호 성계연방이 내놓은 일억 크레디트가 볼보드 평등제 국에 의해서 두배로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왜소한 회색인은 다른 부분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고 있었으며, 하물며 다른 우주 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굉장한 혼란이 일어났다 는 것은 상상할 수 있었다. 전령의 문서를 전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지금 우주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이 직 면하고 있는 문제는 역사가 시작한 이래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가 돌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었다. 12등급의 변경혹성의 주위를 단순히 맴돌고 있는 것보다는 지금 그를 필요로 하는 장소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간접적으로 은연중 에 암시하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그러나 본국에 돌아간다 해도 특 별한 일은 없을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일어날 혼란은 너무나 커서, 그 자신은 물론 다른 자 에게도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멍청한 기자가 멍청한 군인에게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브리지의 부저가 울리고, 당직사관 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각하, 지상의 수도구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 다. 인프라빔이 너무 흐려서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는 즉각 중단되었다. 다른 사령관들도 이변을 깨달은 것 같았다. 포크너인 사령관이 회색 남자의 스크린에 나타났다. "각하, 당신은 그곳이 중앙정부의 소재지라고 했습니다. 우리들 은 대규모 군대를 찍은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강렬한 열도 검출되었습니다. 각하는 이것을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왜소한 회색 남자는 그 지역의 스크린에 시선을 보냈다. 눈보라 때문에 흐려졌던 영상이 더욱 나빠져 있었다. 무엇 하나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 영상을 교란하는 간섭장치가 있는 것 같았다. 가만있 자, 스크린에 톱니 같은 전자파가 나타났다. 이것은 전송시에 나타 나는 텔레포테이션 트레이스다. 회색 사나이는 다급하게 포크너인에 대한 대답을 생각했다. "글쎄요."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 기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갑자기 모든 스크린이 눈부신 빛으로 작열하더니 캄캄해졌다. 그 와 동시에 함내 경보가 울려퍼졌다. "스크린 과부하! 스크린 과부하!" 대규모의 전투지역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왜소한 회색인은 선창으로 뛰어가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령관들도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아직 남아 있던 다른 우주선과 의 음성채널에서 일제히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덩어리가 하 늘을 향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연기와 불꽃의 거대한 덩어리가 퍼져나가면서 믿을 수 없는 높이까지 치솟아 올라갔다. 마치 세계가 갈갈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6) 로버트 경은 지면의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 는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것은 손의 결박을 풀고 조니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는 화살이 조니에게 꽂히는 것을 보았다. 그리 고 조니가 화살을 잡아뽑는 것도 보았다. 로버트 경은 그것이 독화 살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 독의 성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조니는 심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그만큼 독은 빠르 게 전신으로 퍼져가고 있을 것이었다. 서둘러야만 했다. 그러나 조 니의 도끼는 로프를 완전히 잘라내지 못했다. 로버트 경은 전신의 근육을 움직여서 나머지 로프를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돔의 내부는 캄캄했다. 로버트 경은 조니가 어디에 쓰러져 있는지 어느 방향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돔 자체는 좁기 때 문에 그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윽, 그는 힘을 주었다. 손목의 피부가 찢겨져나갈 것 같았다. 고통을 참아내며 몇 차례힘을 가하자 로프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끊어졌 다. 로버트 경은 재빨리 손을 내밀고, 주위를 더듬어나갔다. 마침내 조니의 팔이 손에 잡혔다. 상처입은 쪽 팔이었다. 로버트 경은 커 다란 손으로 조니의 겨드랑이 바로 밑을 힘껏 붙들어메고 지혈을 했다. 도끼도 근처에 떨어져 있을 것이다. 분명히 진동으로 미끄러 졌을 것이다. 초조하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로버트 경은 금속바닥을 더듬어나갔다. 순간 도끼자루가 손에 부딪쳤다. 그는 도끼날의 뒤쪽을 잡고, 조니의 옷소매를 잘라내려고 했다. 지혈을 하면서 한손만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 다. 자칫 도끼로 조니에게 새로운 상처를 입힐 것만 같아 조심스럽 게 옷자락을 붙잡고 톱질하듯이 잘라내려고 했지만, 납도금이 된 소매였으므로 무척 어려웠다. 로버트 경은 순간 조니는 언제나 자 루 속에 끈을 넣고 다닌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긴 끈을 찾아 내 팔 밑의 혈관을 꽉 묶어 고정시켰다. 겨우 두손이 자유로워졌다. 그는 지혈대 바로 밑의 소매를 잘라 냈다. 천은 핏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로버트 경은 상처를 찾아내 고, X모양으로 갈랐다. 공기마스크를 벗고, 입으로 상처부위의 피 를 빨아냈다. 몇 번씩이나 되풀이 했다. 피는 독 때문에 혓바닥을 찌르는 듯한 쓴맛이 났다. 겨우 피가 깨끗해진 것 같았다. 출혈은 서서히 멎고 있었다. 상 처는 혈관을 꿰뚫을 만큼 심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상처입 지 않은 손목의 맥박을 짚어보았다. 맥박이 엄청나게 빨랐다. 조니 의 몸은 경직되면서 사지에는 희미한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로버트는 어둠 속에서 자루에 손을 넣어 앰풀을 찾았다. '혈청휴 대'가 작전계획에서 의무화되어 있었다. 그는 깨진 앰풀을 찾아내 상처를 후벼낸 후, 앰풀바닥에 남아 있던 액체를 쏟아넣었다. 액체 가 가능한 빨리 피부밑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도록 맛사지를 했 다. 응급조치가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 지나자 팔 근처가 조금 부드 러워진 듯했다. 그러나 맥박은 전보다도 더욱 빨라지고 있었고, 사 지의 경련도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모두 한 것일까. 로버트 경은 더이상 아 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를 묶고 있던 로프를 풀고 조니의 몸을 똑바로 누인 다음,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 록 무릎 위에 얹었다. 아아! 조니의 몸은 경련이 멎지 않았다. 처 참해진 로버트 경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그는 늦은 밤, 곧 전투가 벌어질 장소를 정찰하고 싶었다. 그러 나 기회를 노리고 언제부턴가 로버트 경을 미행하고 있었던 브리간 트들이 갑자기 그를 덮쳐버렸다. 브리간트들은 그를 꽁꽁 묶어 동 굴 속에 감금했다. 하지만 그는 본부구역으로 끌려가서 그곳에 내 던져질 때까지 그들이 자기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공기마스크를 씌웠을 때에야 비로소 사이클로별로 끌려간다는 것을 알았다. 사이클로별에서 생길 일을 상상하자 소름이 끼쳤다. 사이 클로별의 심문이 얼마나 잔혹한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 었다. 처참하게 찢겨진 애리슨의 시체. 로버트 경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곳을 습격할 거라는 작전은 그도 알고 있었으나 구출을 바랄 수는 없었다. 화염방사기로 플랫 폼을 모두 쓸어버리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타일러는 화염방사기를 버리고 돌방망이로 타르와 브리간트들을 맞서 싸우려 고 했다. 적의 숫자로 봤을 때 도저히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를 위해서 타일러는 자신의 계획을 포기해버렸던 것이다. 그런 데 목숨까지 잃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 로버트 경은 다시 한 번 맥을 짚어보았다. 오오, 맥박은 심 장이 터질듯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미 인간의 몸으로 견뎌낼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 지 않았다. 그 고요함이 서서히 그를 불안하게 했다. 구조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작전으로는 본부구역 지하 깊숙하게 닥터 알렌과 탁터 맥켄드릭을 포함한 구조대가 전원 방사능 보호복 과 공기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그곳에는 트럭 이나 비행기도 있을 것이었다.... 그때 어디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조니는 광산무전기를 갖고 있었다. 로버트 경은 조니의 벨트를 더듬어본 후, 바닥의 여기저기를 더듬어 찾았다. 있 었다. 무선기는 스위치가 커져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 았다. 그는 송신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누가 밖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응답이 없었다. 더이상 말하 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여보세요." 그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 다. "여기는 제어탁자." 그제서야 아주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버트 경입니까?" 그것은 토르의 목소리였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로버트 경의 눈 시울이 뜨거워졌다. "토르인가?" "그렇습니다, 로버트 경." "토르, 조니가 이 안에 있다. 독화살을 맞았기 때문에 빨리 그를 여기서 구출해내야 한다. 서두르게." 닥터 알렌이 끼여들었다. "로버트 경, 당신은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있나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것은 입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조니를 꺼내주게." "그의 방사능 보호복은 상한 데가 없습니까?" "아니, 상했네." "유감스럽지만, 로버트 경." 닥터 알렌은 무선기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지금 돔을 열었다가는 두 사람의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잠시 만 더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한 빨리 일을 처리할 테니까요." "그럴 시간이 없다." 로버트 경이 소리쳤다. "조니를 빨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대답이 없었다. 로버트 경은 돔의 내부를 주먹으로 쾅쾅 치려고 했다. 밖에서는 조니가 이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 단 말인가. 피리소리 같은 조그만 속삭임이 들려왔다. "로버트 경?" 젊은 불교도 통신원이었다. 그는 통신원들 중 가장 어렸다. 모두들 나를 이 어린애에게 인계시켰다는 말인가. 군의 최고 사 령관이 밖에 있는 부하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려는 순간 통신원이 사 이클로어로 속삭였다. "로버트 경, 가능한 방법은 총동원하고 있지만 바깥 상황이 아주 나쁩니다." "자네는 어디에 있나?" 로버트 경도 사이클로어로 물었다. "돔의 바로 밖입니다. 저의 광산무선기는 방사능 방어망 아래, 공기마스크 안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하 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요. 머리 위에 와 있는 외계인들이 엿들을까 봐 그러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그들도 도청해낼 수 없을 것이고, 광산무선기는 그곳까지 전해지지 않습니다." "외계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지?" "저는 모릅니다. 눈구름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저곳에 조종사 통 신원이 있으니까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무선은 한참 동안이나 중단되었다. 그리고 다시 피리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듣고 계십니까? 조종사 통신원의 얘기로는 그들은 궤도를 옮겨 서 현재 우리들의 머리 위에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곳을 관 찰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우리 전투기는 발진준비가 완벽히 갖춰 져 있습니다. 더넬딘이 바로 옆에 와 있습니다. 조니의 용태를 알 고 싶어합니다. 어떻습니까?" 무릎 위의 조니는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만일 공중전이 벌어진다면 사기가 제일 중요했으므로 조니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 을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조니는 아직 살아 있었다. "당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게." 한참 있다가 다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종사 통신원에게 그렇게 전했습니다." "우리를 여기서 꺼내기 위해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 거 지?" 로버트 경이 물었다. 여기에 그냥 앉아 있기만 한다는 것은 참으 로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조니의 호흡은 점점 가늘어졌고, 맥박 은 빨라지고 있었다. "로버트 경, 바깥 상황은 무척 나쁩니다. 정말로 지독합니다. 치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까? 전력선이 모두 합선되었습니다. 땅에 떨어져서 불꽃을 튕기고 있습니다." "습격대에 사상자가 나왔는가?" "저는 모릅니다. 구조대가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을 사용해서 관 을 파내고 있습니다. 제 옆의 플랫폼이 있던 장소는 지면이 크게 패였고,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그 안은 뜨겁지는 않습니까?" 로버트 경은 모르고 있었지만 돔의 내벽에 손을 대자 매우 뜨거 웠다. "돔의 접지각의 분자용접 레버를 해제하지 않도록 전하라는 명령 을 받고 있습니다. 이 돔이 남아 있는 것은 기적입니다. 그러니까 레버를 해제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금속플랫폼 전체를 이동시 킨다고 합니다." 무선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와이트, 우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이봐 드와이트." 어린 통신원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지금 골짜기에 묻혀 있던 관이 발견되었습니다. 골짜기 경사면 이 완전히 무너져내렸습니다. 차고에서 쓸 수 있는 포크리프트를 꺼내 관을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뚜껑을 열었습니다. 드와이트는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만.... 아, 몸을 일으켰습니다." "이 돔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로버트 경이 소리쳤다. "다른 일개 분대가 이 돔에 매달려 있습니다. 본부구역의 지하에 서 작은 크레인이 옮겨져 왔습니다. 커다란 크레인에 바이스 장치 를 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커다란 크레인은 옆으로 넘어져 있습 니다. 우선 그것을 일으켜 세워야만 합니다." 로버트 경은 조금씩 바깥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우리들은 지하 십육층에 있었습니다." 어린 통신원이 말했다. "충격은 엄청나게 컸습니다. 그곳의 공기는 한꺼번에 사라져버렸 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뭐였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우리들도 모릅니다." "핵병기를 준비하고 있었지? 그것이 폭발한 건가?" "아닙니다. 핵병기들은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불행중 다 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핵병기는 폭발하지 않았습니 다." "그럼 뭐란 말인가?"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만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아아, 브레 이드가 달린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돔을 이동할 수 있도록 먼저 밑 의 플랫폼을 파내야만 합니다.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저희들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세 개의 관이 더 발견되었 습니다." 한참 동안의 침묵 뒤에 슬픈 소식이 전해져왔다. "앤드류가 죽었습니다" 플랫폼이 덜컹 흔들렸다.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으로 들어올리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터의 진동음이 들려왔다. 조심하라는 소리 와 함께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통신원이 말했다. "기둥이 구멍에 떨어졌습니다. 부상자는 없습니다. 지금 이것을 운반할 트럭이 왔습니다." "트럭이라고?" 로버트 경이 악을 썼다. "비행기가 와야지. 이것은 공수하기로 되어 있단 말이야." 한동안 통신이 중단되었다. 불교도 통신원이 어딘가로 간 것이었 다. 하지만 그는 곧 돌아왔다. "남쪽에서 강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푸가토르라는 강인데 그곳에 서 비행기를 닦는다고 합니다. 조종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경은 조니의 맥을 짚어보았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 게 뛰고 있었다. "난 이해를 못하겠군." 그는 소리쳤다. "지금은 시간이 가장 귀중하단 말이다. 혈청이 필요해. 이 돔을 조금 들어올리고 혈청을 넣어줄 수는 없는가?" "유감입니다만, 로버트 경, 강은 여기서 백이십 마일 남쪽에 있 습니다. 과거 인간들이 만든 고속도로를 지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로버트 경이 끼여들지 못하도록 얼른 덧붙였다. "광산펌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비도 비행기도 모두 오염되어 있습니다. 방사능을 물로 씻어야 됩니다. 그것이 끝나지 않고서는 돔을 열 수가 없습니다." 로버트 경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백이십 마일! 그곳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통신원은 그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 말했다. "초고속으로 운전한다고 합니다. 트럭을 운반하는 것은 토르입니 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조니 를 위한 트럭이 첫번째로 출발할 것입니다. 지금 커다란 크레인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브레이드가 달린 차량이 다시 한 번 플랫폼을 움직였다. 플랫폼 밑의 뭔가가 끊겨져 나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열다석 개의 관이 발견되었습니다." 통신원이 속삭였다. "한 사람만 빼놓고 모두 무사합니다. 관이 공중으로 날아 올라가 는 바람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모양입니다. 관 바깥쪽의 납은 모 두 녹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위뚜껑이 말입니다, 너무 뜨거워서 뚜 껑을 열기가 곤란합니다." 금속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레인의 갈쿠리가 돔을 끌 어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소리로 미뤄보건데 밑의 플랫폼에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분자용접의 접지각이 견디어냈다. 로버트 경은 공중으로 떠오르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짐칸에 내려 졌다. 짐칸의 중앙으로 옮기기 위해 한 번 돔이 들어올려졌다. 통신원은 플랫폼의 난간에 서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조용 히 말했다. "여기서는 훨씬 잘 보입니다. 눈보라는 멎었습니다. 저쪽 평원 쪽에 시체 몇 구가 보입니다. 브리간트족일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관이 보입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본부돔의 윗부분이 전부 날아가버렸습니다. 천장이 완전히 없어 졌습니다." 로버트 경은 조니의 맥을 짚어보았다.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었다. "토르가 지금 트럭 운전석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운전의 명수니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달리겠다 고 합니다. 로버트 경, 저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도 운전석에 들어가 안전벨트를 매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트럭은 굉음을 내면서 출발했다. 트럭은 울퉁불퉁한 지면을 달렸 다. 로버트 경은 자기 가슴에 조니의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는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트럭은 고대의 고속도로로 진 입한 것 같았다.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가고, 금속음을 내고 있었 다. 트럭은 맹렬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로버트 경은 돔 밖의 윙윙 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 오 십 분, 오십 이분, 오십구 분.... 트럭은 속도를 떨어뜨렸다. 지면 의 울퉁불퉁한 곳에서 튀어오르더니 기세좋게 착지했다. 통신원의 목소리가 다시 속삭였다. "강기슭에 도착했습니다. 물은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 광산펌프 를 설치하는 중입니다. 돔을 씻어내는 동안 저는 돔 옆을 떠나 있 어야 됩니다. 우리들은 모두 몸을 씻어야 된답니다. 그리고 호흡가 스로 테스트를 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돔에 물이 뿌려지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트럭 전체가 씻겨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조용했다. 다시 통신원의 목소 리. "로버트 경, 조그만 크레인을 실은 트럭이 도착해서 청소를 끝냈 습니다. 저도 씻었습니다. 내부의 해제레버가 어디 있는지 아시겠 습니까? 바깥쪽의 레버는 구부러져버렸습니다." 로버트 경은 그 위치를 이미 확인해놓고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그는 그것을 잡아당기고 싶어서 무척 애달파하고 있었다. 그는 레 버를 힘껏 잡아당겼다. 크레인이 굉음과 함게 다가와서 돔에 연결 고리를 부착시켰다. 돔이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햇빛이 그의 동공 을 찔러왔다. 옆에 누워 있는 조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어린 통신원이 서 있었다. 물에 흠뻑 젖은 채 헬맷과 마스크도 벗고 있었다. 나이는 열세 살 가량 되어 보였다. '저의 이름은 퀀입니다. 인내를 가지고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만큼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십시오." 닥터 알렌이 트럭의 짐칸으로 뛰어 올라왔다. 그는 주사기를 들 지 않은 쪽 손으로 조니의 팔을 잡았다. 그것을 보고 로버트 경은 일어섰다.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다. 땀에 흠뻑 젖은 탓인지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북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늘이 희게 달아올 라 있었다. "저것은 뭔가?" 옆에 있던 토르가 대답했다. "덴버입니다." 로버트 경은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은 방금 지옥으로부터 살아 돌 아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