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숀 머피-주인공 하버드 의과 대학원생. 보스턴 메모리얼 병원 실습의. 마이애미 포베스 암센터 연구원 자넷 리어든-간호사. 숀 머피의 애인 랜돌프 메이슨-마이애미 포베스 암센터 원장 데보라 레비-의사. 마이애미 포베스 암센터 수석 연구원 스털링 롬바우어-랜돌프 메이슨이 고용 한 청부업자 다나카 야마구치 -쓰시타 사의 청부업자 로버트 해리스-마이애미 포베스 암샌터 경 비 책임자 들 위디콤-마이애미 포베스 암센터 청소원 3월 5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 오후 휴식시간이 되자 자넷은 앉아 커피를 마시는 대신 엘리베 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가 중환자실을 찾아갔다. 그녀는 중환자 실 근무 간호사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들이 어 떻게 그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견뎌내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넷 자신도 졸업 후중환자실 근무를 시도해본 적이 있었 다. 그녀는 그 업무가 굉장한 지적 자극의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몇 주가 지나자 자신에게는 결코 어울 리지 가 않는 다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곳에는 너무도 스트레스가 많았던 반면, 환자와의 교 감은 너무도 적었다. 많은 의식 불명 환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어떠한 수준의 의사소 통도 할 만한 상 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글로리아의 병상으로 다가가 자넷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 는 아직도 혼수에 빠져 있었다. 물론 다른 특별한 호흡 보조장치의 도움 없이도 숨을 쉬고 있기는 했지만 전혀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병동을 떠날 때 그대로였다. 그녀의 커다랗게 산동된 동공은 수축 을 하지 않은 채 빛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 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그녀의 뇌파가 뇌의 활동을 거의 나타내지 않고 있 다는 사실이었다. 방문객 가운을 입은 사람 하나가 글로리아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녀는 글 로리아와 용모와 피부색이 비슷 한 30세 가량의 여인이었다 자넷이 고개를 들자 둘의 시선이 마 주쳤다. "글로리아를 담당하셨던 간호사이신 모양이지요?" 방문객이 물었다 자넷은 고개를 끄덕 였다. 그녀는 그 여인이 울고 있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저는 마리 예요." 그녀가 말했다 "글 로리아의 언니 예요." "이런 일이 생겨 정말유감스럽습니다. " 자넷이 말했다 "그래요." . 마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몰라요. 고통을 받지 않아 도 되니 까 말이에요." . 실제로는 동감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넷은 마리의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유난히도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던 글로리 아에게는 아직도 유방암과 싸워 승리할 만한 기회가 있었다. 자넷 은 글로리아보다 더 심한 사람들이 끝내 완치되는 것을 본 적이 있 었다. 솟아나오는 눈물을 애 써 억누르며 자넷은 4층으로 돌아왔다. 그 녀는 세상이 너무도 불공평하다고 운명을 한탄하게 만 드는 생각들 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기 위해 자신의 일에 몰두하려고 애썼다. 하 지만 불행히도 주 사를 놓아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던 글로리아의 얼굴 모습이 계속 자넷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새로운 비극이 터져나와 자넷의 마음을 압도해버렸다. 오후 두 시가 지난 직후, 자넷은 복도 끝쪽 병실에 입원한 환자 에게 근육주사를 해주었다. 간호사실로 돌아오는 길 에 그녀는 헬 렌 캐벗을 한번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 일찍, 자넷이 헬렌의 정맥주사에 리치몬드에게서 받아온 암호명의 약제들을 첨가해 투여 속도를 조절해준 지 30분 정도 지 나 헬 렌은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상태가 걱정이 된 자 넷은 닥터 메이슨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새로운 증상에 대해 통보했 다. 그는 두통에 대해 간단한 처방을 한 다음 혹시 더 악화가 되 거 든 통보를 해 달라고 말했다 처방 전 경구 진통제로 두통을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다행스 럽게도 통증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자넷은 처 음에는 수시로 헬렌의 상태를 점검 했고, 종일 한 시간 가량 간격으 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두통의 강도에 별 변화가 없 고, 바 이탈과 의식 수준이 정상에 머물자 자넷의 걱정은 점차 누그러지 기 시작했다. 거의 두 시 15분이 다 된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간 자넷은 헬렌의 머 리가 베개 옆으로 굴러 떨어져 있다 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아연실 색해버렸다. 서둘러 침대 옆으로 다가간 그녀는 더더욱 불길한 징 후 하나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 다. 헬렌의 호흡이 불규칙 적이었다. 그녀의 호흡은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의 양상으로 들쭉날쭉 하고 있 었다 자넷은 간호사실로 전화를 걸어 팀에게 빨리 마조리를 바꾸 라고 성화를 했다 "헬 렌 캐벗이 체인 스토크 (Cheyne-Stokes호흡 중추 장애로 코 를 고는 것 같은 호흡이 몇 번 계속 된 후 일시적인 무호흡이 교대로 일 어나는 호흡 상태) 호흡을 하고 있어요." 마조리가 전화를 받 자 자넷이 헬렌의 호흡에 대해 다급하게 통 보를 했다. "오, 맙소사!" 마조리가 소리를 질렀다. "닥터 메이슨이 랑 신경과를 부를게요." 자넷은 베개를 치운 뒤 헬렌의 고개를 바로잡았다. 이어 항상 휴 대하는 작은 플래시를 꺼내 헬렌의 양쪽 동공에 각각 불빛을 비추 어보았다. 동공은 양 쪽이 같지를 않았다. 한쪽이 산동되어 불빛에 반응이 없었다 자넷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는 이런 것에 대 해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헬렌의 두개내압이 상승해 대뇌의 일부가 상부에서 하부로 탈장(Hernia, 찢어진 틈을 통해 장기 또는 조직이 uul져나오는 상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절명 의 위기 상황이었다. 자넷은 손을 뻗어 헬렌의 정맥주사 속도를 KVO(Keep Vein Open. 정맥으로 약제를 투여하기 위해 정맥선을 확보해두는 수준 일 반 투약과 는 달리 들어가는 속도가 매우 낮음) 수준으로 낮추었다. 지 금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이 고작이었다 이내 사람들이 병실 안으로 몰려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 도착 한 사람들은 마조리와 병실의 다 른 간호사들이었다 이어 신경과 의 닥터 버트 아서튼과 마취과의 닥터 칼 세이버트가 뛰어 들어 왔 다 의사들은 헬렌의 두강내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이것저것을 마구 지시하며 명령해 대기 시작 했다. 그때 팍터 메이슨이 연구동 건물 에서부터 뛰어와 숨을 헐떡이며 병실고 들어찼다 자넷은 전화로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실물로 닥터 메이 슨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명목상 헬렌의 주치의』. 되어 있었지만 이 신경학적 위기에서 그는 닥터 아서튼에게 모든 것을 위 임 해버 렸다 불행하게도, 의료진이 취한 응급 조치들은 전혀 아무런 소용도 없이 헬렌의 상 태는 악화되기만 했다. 마침내 응급 개두술이 필요 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환자를 마이애미 종 합병원으로 응급 후 송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작되자 자넷은 걱정이 되어 애가 탔다 "왜 병원을 옮기는 거 예요?" 잠깐 틈이 난 사이 자넷이 마조리에 게 물었다. "여 긴 특수 병 원이에요." 마 조리가 설명을 했다. "우리 병원에는 신경외과가 없어요." ' 자넷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헬렌이 받아야 하는 종류의 응급수 술에는 신속'이라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것은 신경외과 전체가 필 요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수술장과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줄 아는 사 람만 하나 있으면 되는 것이었 다. 두개내 생검을 하는 포베스에 그 런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다. 미친 듯 서둘러 준비를 한 끝 에 헬렌의 이송 준비가 마무리되었 다 그녀는 누워 있던 침대에서 이농 칩대로 옮겨졌다 헬렌의 발 을 들어 이동을 거든 자넷은 정 맥주사병을 높이 쳐들고 이동 침대 옆에 붙어 엘리베이터로 달음질을 쳤다. 엘리베이터에 오르 자 헬렌의 상태는 최악으로 돌변했다. 자넷이 병실에 들어갔을 때 불규칙 적이던 호흡은 이제 완 전히 멎어버렸 다. 헬렌의 핏기 없는 얼팔은 이내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날 들어 두번째 로 자넷은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 했다 옆에서는 마취과 의사가 누군가에게 1층에 도착하는 대로 빨리 기관내 튜브와 앰뷰 백을 가져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 리자, 4층 간호사 하나가 황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또 한 명은 문이 닫히지 않도록 손으로 문짝 을 붙들었 다 자넷은 닥터 세이버트가 그녀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능숙한 솜 씨로 기관내 튜브를 밀어넣을 때까지 계속 인공호흡을 하고 있었 다. 앰뷰 백을 연결한 그는 힘껏 헬렌의 폐에 공기 를 불어넣기 시 작했다. 퍼렇던 혈색은 어느새 투명 한 석고색으로 변해 있었다 "됐어요. 빨리 갑 시다 " 닥터 세이버트가 소리를 질렀다. 똘똘 뭉친 그들은 달음질로 헬렌을 앰율런스 하역 장으 로 밀고 가 이동 침대를 접은 뒤 기다리고 있던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닥 터 세이버트는 계속 헬 렌에게 인공호흡을 시키며 그녀를 따라 뒤 칸으로 올라탔다. 재빨리 앰율런스의 문이 닫혔다. 귀 를 찢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앰율런스는 플래시를 번쩍이며 주차대를 떠나 빌딩 너머로 사라져버 렸다. 자넷은 닥터 메이슨 옆에 선 마조리를 쳐다보며 몸을 틀었다 그 녀는 그의 어깨를 어루만 지며 위로를 해 주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 닥터 메이슨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고 있었다. "진작부터 대 비를 해둘 걸 그랬어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 는데 하지만 수아세포종 치료가 다들 너무나 잘돼서‥‥‥‥ 매번 성 공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해 버렸 어 ." "이건 보스턴에 있는 사람들 잘못 탓이에요." 리치몬드가 말했다. 그녀는 앰율런스가 출발하 기 직전 그곳에 나타났다. "그 사람들은 우리 말을 들으려하질 않았어요. 그녀를 너무 오 래 붙 들고 있었던 거예요." "그녀를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둘 걸 그랬어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하 지만 워낙 상태가 안정 적 이어서‥‥‥‥ "어쩌면 마이 애미 병 원에서 그녀를 살려낼지도 몰라 요." 마조리가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그럴려면 기적이라도 일어나야 할 거예요." 닥터 아서튼이 말했다. "그녀의 상태로 보아 해마구(Uncus, 대뇌의 일부분)가 경막 악 (Dural Calyx, 경막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격벽으로 뇌를 지지하는 역 할을 함) 밑으로 탈출해 연수(Medulla Oblongata. 호흡 중추가 있 는 중뇌 부분)를 누르고 있었던 게 분명해요." 자넷은 그에게 좀 닥치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 히 억눌렀다. 그녀는 의사들이 툭 하면 난해한 의학 용어를 방패막 이로 남발하는 것을 너무도 싫어 했다. 한순간, 앰율런스 하역장에 서 있던 사람들 모두가 무슨 보이지 않는 신호라도 받은 틋 갑자기 몸을 돌려 문 안쪽으로사라져버렸 다. 자넷은 홀로 떨어져 밖에 남게 되었나. 그녀는 혼자가 되었 다 는 사실이 너무도 기뻤다 갑자기 정원이 그렇게도 평화스러워 보 일 수가 없었다. 벵갈보리수 뒤쪽에는 자넷이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꽃나무가 서 있었다. 따뜻하고 습기를 머금은 열 대의 산 들바람이 =)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그 상큼한 정경 위로 는 아직도 멀리 앰율 런스의 파동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 었다 자넷의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헬렌 캐벗의 죽 음을 알리는 종소리처 럼 들려 왔다. 톰 위디콤은 간절한 호소와 욕설을 중얼거리며 어머니가 살던 단층집의 방사이를 쉴새 없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너무도 불 안했기에 도저히 한군데 가만히 앉아 있을수가 없었다. 한순간은 더워 견딜 수가 없다가 다음 순간오한으로 온몸이 떨 려왔다. 온몸이 지근지근 쑤셔오고 있었다 사실, 그는 몸이 너무도 불편해 감독을 찾아가 조퇴를 시켜달라 고 부탁을 했었다. 감독은 그저 창백해 보인다고 말을 하며 집으로 보내주었다 "이제 주말이니 시간은 충분할 거야 " 톰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는 것을 보며 감독이 말했다. "가 서 잠이나 푹 자두라구. 어쩌면 감기가 시작되는 건지도 몰 라" 톰은 집으로 돌아왔지만도무지 쉴 수가 없었다 문제는자넷 리 어든이었다. 그가 글로리아를 잠재운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자넷이 병실 문을 두드리자 그는 그만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다. 독 안에 든 쥐 꼴이 되어버렸다 고 자포자기한 그는 엉겁결에 욕실 안 으로 몸을 숨겼다. 절망한 그는 감추고 있던 총까지 뽑아 들었었다. 하지만 이어 병실 안에서 벌어진 아수라장은 그가 도망칠 기회 를 제공해주었다. 그가 몰래 욕실을 나섰을 때, 신경을 쓰기는커녕 쳐다보는 사람조차 하나도 없었다. 그는 양동이를 들 고 사뿐히 복 도로 내뺄 수가 있었다. 문제는 글로리아가 아직도 숨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넷 리어든 때문에 그녀는 손도 뻗칠 수 없는 곳에서 아직도 고통을 겪 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소용되어 있는 중환자실은 톰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는 구역이었다 그 결과, 앨리스는 아직 도 그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었다. 톰은 계속해 애원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앨리스는 글로리아가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병실로 이송되기 전까지는 톰이 그녀에 게 접근을 할 수가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처 리할 수 있는 것은 자넷 리어든뿐이었 다. 톰 에게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여태까지 애써 구축한 삶을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악마처럼 보였다 그는 그녀를 없애버려야 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가 어디 살고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이름이 행정 부서의 사옥 배정 차트에서 사라져 버 렸기 때문이 었다. 그녀는 이사해 버린 것이 다. 톰은 시계를 내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근무 시 간이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나는 오후 세 시에 종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간호사들의 경우 업무 인계 보고 때문에 조금 더 늦게 까지 병원에 남아 있는 사실 역시 알고 있 었다. 그녀가 나을 때까 지는 주차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러면 그녀를 집까지 따라가 쏘 아버릴 수가 있었다 만일 그렇 게만 된다면 앨리스가 이 기분 나쁜 침묵을 깨고 다시금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렌 캐벗이 죽었어요!" 자넷이 갑자기 터져나온 눈물을 삼키며 되뇌었다 간호사인 그 녀가 환 자의 죽음에 감정적으로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평소의 그 녀답지가 않은 일이었지만, 자릿은 같 은 날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기막힌 참사에 전에 없이 과민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숀의 뜻 밖 의 무넘 덤 한 반응은 자넷을 더욱더 기가 막히 게 했다. 그는 헬렌 캐벗이라는 환자가 사망했다 는 사실보다도 그녀의 사체가 어디에 안치되어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도 그 녀가 사망했다는 건 알아." 숀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나 는 가급적이면 슬픔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는 편이야.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 . 게다가 그녀의 아 버지가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 중 하나를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 을 생각해봐 "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넷이 날카롭게 되 물었다 그녀는 집게손가락으로 눈 밑의 물 기를 닦아냈다 "별뜻 아니야 " 숀이 말했다 "그냥 죽 음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길래 한 말이야. 생전에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 "이젠 철학자가 다 되셨군요." 자넷이비꼬는말투로응수를했다. · ' "우리 아일랜드 사람들은 모두가 철학자야 " 숀이 말했다. "우린 인생 역행의 비극을 다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그들은 병원의 구내식당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자넷이 손에게 내려와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업무 인계를 마 치자, 집으로 떠나기 전 손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고 말 했던 것이 다. "당신을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니야." 숀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정말 헬렌의 사체가 있는 장소에 대해 관심이 있어. 여 기 있어?" 자넷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알을 굴렸다. "아뇨. 여기 엔 없어 요." 그녀가 말했다 "정말 어디 있는지 확실히는 몰라요 하지만 마이애미 종합병원 에 있을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어요 " "왜 그렇게 생각하지?" 숀이 물었다. 그는 식탁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 자 넷은 포베스 센터에서 응급처치조차 하지 못한다는 데에 격분 을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아주 절박한 상태에 있었어요." 자넷이 말했다. "절대 그렇게 병원을 옮겨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그녀는 수술 장에까지 들어 가보지도 못했어요 마이애미 병원 응급실에서 죽었 다고 하더군요." "날 좀 그리 로 데려다 주면 어 떻 겠어?" 숀이 부탁을 했다. "그녀를 찾아보고 싶어 " 잠시, 자넷은 숀이 농담을 하는 것으 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숀이 또 무슨 어처구니가 없는 농◎이나 하려는 것으로 넘 겨 짚고 다시금 눈알을 굴렸다 "심각하게 하는 얘기야." 숀이 말했다 "그쪽에서 아마 부검을 하게 될 거야 종양의 샘플을 좀 알았으 면 좋겠어. 만일 가능만 하다면, 혈액과 뇌 척수액까지 좀 얻을 수 가 있으면 좋겠는데." 자넷은 기가 막혀 몸서리를 쳤다. "자, 그러지 말고." 숀이 말했다. "우리 가 공동 운명 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39어 .3 녀가 죽었다는 건 나도 정말 유감스럽 게 생각해. 당신도 잘 알 거 야. 하지만 기왕지사 죽었으니 이제는 학문적인 일에 집중을 해야 돼. 당신이랑 내가 각각 간호사, 의사 복장을 하고 들어가면 마음 먹은 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거 야. 혹시 모르니 우리 주사기도 좀 가 지고 가야겠어 ," "혹시라뇨?" 자넷이 물었다. "혹시라도 필요할지 몰라서 ." 숀이 말했다. 그는 장난스럽 게 윙크를 해 보였나. "유비 무환이 잖아." 그가 덧붙였다 숀의 화술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그녀가 너무 스트레스로 기 운 이 빠져 있어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녀는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15분 뒤,그녀는 이제 막 사 망한 환자의 뇌 조직을 얻을 생각에 생 전 가본 적도 없는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숀의 지프 운전 석 옆자리 로 올라타고 있었다. "저 친구야 " 스털링이 웨인 에드워드를 위해 차의 앞 유리창을 통해 숀 머피 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웨인은 스털링이 남부 플로리다에서 사 업을 벌일 때면 언제나 자신의 오른팔로 고용을 하는 커다란 몸집 의 흑인이었다. 웨인은 전직 육군 하사관에 전 직 경찰관, 전직 중 소기업가로 지금은 보안 관계 일에 투신중이었다 그는 스털링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직종을 전전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스털링 처럼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이용,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 다 사립 탐정 일을 하고 있었는데 비록 웨인은 가정 불화 사건들 을 주 로 취급하고 있기는 했지만 다른 분야에도 상당한 재능과 효 율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털링은 수 년 전 강력한 마이애미 사업자 밑에서 일을 했을 때 그를 처음 만났었다. "왜 만만치 않아 보이 는 친군데." 웨인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관상을 잘본다는 것을 항상자랑으 로 삼고 있었다. "그럴 거야 " 드털링이 말했다 "마음만 먹었더라면 프로로 갈 수도 있었던 하버 드 올스타 하키 선수 출신이야." "저 귀여운 아가씨는 누구야?" 웨 인이 물었다 "간호사 중 하나 일 게 분명해." 스털링이 말했다. "하지만난 저 친구 여자 관계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네." "정말 삼삼하군 그래." 웨인이 말했다. "다나카 야마구치는 어때? 최근 그 친구 본 적 있나7" "아니 ." 스털링이 말했다. "하지만 곧 만나게 될.거야. FAA에 있는 친구 얘기에 의하면 그 쓰시타 제트 기가 방금 마이애미 항로를 뛰겠다고 다시금 신청서를 냈다더군." "재미 있어지 겠군." 웨인이 말 했다. "나도 어떤 면으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 스털링이 말했다 "그렇게 되 면 이 문제 를 해결할 기 회 가 생 기 게 될 거야." 웨인은 자신의 진초록색 메르세데스 420SEL에 시동을 걸었다. 차의 유리창들은 모두 짙은 색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차의 안쪽을 들여다본다는 것은,특히 밝은 햇빛 아래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 까운 일이었다. 그는 천천히 보 도 옆에서 차를 빼낸 다음 출구를 향해 차머리를 돌렸다. 병원 업무 교대 시간이 불과 30분 남짓 지 난 시간이었기에 아직도 주차장에는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상당수 밀려 있었다. 그는 숀과 자 신의 차 사이에 몇 대를 끼어주었다. 12번 도로에 들어서자 그들은 마이 애미 강을 건너 북쪽을 향했다. "뒷자리 냉장고 안에 샌드위치랑 음료들이 들어 있다네." 웨인이 어깨 너머로 손짓을 하 며 말했다. "정말 좋은 생각을 해두었군 그래." 스털링이 말했다. 그것은 그가 웨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였다. 그는 항상 몇 발 앞서 생각하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었 다. "좋아. 좋 아 " 웨 인이 말했다 "멀리 갈 생각이 아니다 이거지? 벌써 옆으로 빠지는데." "여기도 또 병원 아닌가?" 스털링이 물었다. 그는 숀이 다가가는 건물을 살펴보기 위해 앞 으로 몸을 기울였다. . "이쪽은 병원 동네라네, 이 친구야." 웨 인이 말했다. "두 집 건너 하나가 병원이야. 하지만 저 친구들이 가는 건 동네 터줏대감 마이 애미 종합병 원인데." "정 말 이상하군." 스털링 이 말했다 "어쩌면 저 간호사가 거기서 일을 하는지도 모르지." "어 -오 1 " 웨 인이 말했다. "우리 한테 친구가 생긴 것 같군." "무슨 소리지7" 스털링이 물었 다. "우리 뒤에 오는 저 라임그린 색 캐딜락 럴이지7" 웨 인이 물었다 "저 걸 못 보면 장님 이 게7" 스털 링이 말했다. "아까 마이애미 강을 건널 때부터 줄곧 지켜보고 있었는데 말이 야." 웨 인이 말을 이었다 "저 차 역시 우리 머피 씨를 쫓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 어 내가 어릴 때 저런 차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면 아마 눈치채질 못했을 거야. 내건 버건디였지 . 좋은 차였지 만 주차시키기가 영 골 치 였지 ." 스털링과 웨인은 숀과 그의 친구가 비상출입구를 통해 병원내 로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뒤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캐딜락 을 타고 온 사나이가 그들 을 쫓고 있었다. "내 첫인상이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웨인이 말했다. "저 녀석이 우리 보다 한 발 앞선 것 같은데 그래." "영 마음에 들질 않는군 " 스털렁이 말했다 그는조수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다시 한번 그 흥측하게 생긴 낡은 캐딜락을 쳐다보았다 이어 그는 웨인에게 말을 하기 위해 허 리를 굽혔다 "이건 다나카의 스타일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어 들어 가봐야겠어. 만일 머피가 나오면 뒤를 쫓아줘, 만일 저 캐딜락 타고 온 녀석이 먼저 나오면 그쪽을 따라가라구. 무선 전화기로 연락을 하라구 " 무선 전화기를 움켜쥔 스털링은 재빨리 마이애미 종합병원 응급 실 밖의 앰율란스 하역장 옆 계단을 오르는 톰 위디콤을 쫓아 발 길 을 옮기기 시 작했다 응급실을 지키던 기진맥진한 레지던트의 도움으로 방향을 알아 낸 숀과 자넷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리과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일단 병 리과에 도착을 하자 숀은 또 다른 레지던트 하나를 찾아 말 을 걸었다. 숀은 어떤 병원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 병 원 에 근무하는 레지던트나 간호사들에게 자문을 하는 것이 통상 가 장 정확하고 쉬운 방법이라 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 이번 달에는 부검을 맡고 있질 않습니다 " 그 레지던트는 서둘러 자 리를 피하려 들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단 숀은 과의 앞을 막아섰다. "환.라가 부검 대상인지 아 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지요?" 그가 물었다. "차트 번호를 아세요?" 레지던트가 물었다. "이름 밖에는 모릅니다. " 숀이 말했다.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랍니다 " "그럼 어쩌면 여기서 부검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레 지던트가 말했다 "응급실에서 숨을 거둔 사람은 대개의 경우 검시관이 담당을 하 거든요." "어떻 게 하면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손은 끈덕지게 질문을 던지며 레지던트를 물고 늘어졌다. "환 자 이름이 뭔데요?" "헬렌 캐벗입 니다. " 숀이 말했다. 레지던트는 근처의 벽에 걸린 전화기로 사뿐사뿐 우아한걸음을 옮겨 다가가더니 전화를 집어들었다. 그가 헬렌 캐벗이란 환자가 부검 예 정표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불과 2분 도 걸리지를 않았다 "사체들은 어디다 두시죠?" 숀이 물었다. "시 체안치실에 있어요 " 레지던트가 말했다 "지하1층이에요. 엘리베이터 를 타고 내려가서 커다란M자가쓰 인 빨간 표지판을 따라가시면 릅니다. " 레지던트가 허등지등 자리를 뜨자 숀은 물끄러미 자넷을 바라보 았다 "어때?" 그가 말했다. "그녀를 찾아내턴 그녀가 어떻게 처리될 건지 확실히 알수가 있 을 거야. 어쩌면 체액까지도 조금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 "여기까지 왔으니 이젠 다른 수가 없군요." 체념을 한 자넷은 마지못해 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촘 위디콤은 이제서야 마음이 가 라앉기 시작했다 처음, 자넷이 긴 흰 가운을 걸친 젊은 녀석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실 로 난감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두 사람이 곧장 마이애미 종 합병원을 향하자 사태는 급작 스레 반전, 희망의 서광이 비차기 시 작했다. 마이애미 종합병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던 톰 위 디콤은 그곳 을 꼭대기부터 맨 밑바닥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었 다. 그는 그 시간 이 공식적인 면회가 시작된 시간으로, 병원이 방 문객들로 몹시도 붐비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알고 있었 다. 인파란 혼란을 뜻했다. 어쩌면 자넷을 해치을 기회가 생겨 굳 이 그녀를 집 까지 따라갈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몰랐다. 만일 저 가 운 입은 친구까지 사살을 해야 한다면, 정말 미안하기는 하지만 할 수 없지 ! 하지만 병원내에서 앞서가는 한 쌍의 뒤를 쫓는다는 것은,특히 그들이 병리과로 간 다음부터는 처음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북적거리는 인파에 앞서가던 숀 일행의 모습을 놓친 톰이 완전히 추격에 실패한 것으로 자인을 하고 그들이 타고 온 지프를 감시하 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그들이 갑작스레 코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자넷이 어찌나 가까이까지 다가왔던 지 그는 그 녀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 싹해졌다 그는 몹시 당황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어색한 동작을 취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두려움을 억눌렀다. 혹시라도 그녀가 표베스 사 옥에서 그랬던 것처럼 귀가 찢 어지게 비명을 질러댈까 무서워 톰 은 호주머니 안의 권총을 움켜쥐었다. 만일 그녀가 입만 뻥긋 했었 더 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총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넷은 아무 반응 없이 먼 산만 바라 보았다. 그녀는 분명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약간 마음을 놓은 톰은 더 바짝 붙 어 그 한 쌍의 남녀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는 심지어 그들과 같 은 엘리베이터에 동승하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아까 그들이 병리과 로 올라갈 때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었다. 자넷의 친구 가 Bl이라고 쓴 버튼을 누르자 톰은 기쁜 나머지 정 길이 다 아득해졌다. 톰은 마이애미 종합병 원의 어느 곳보다도 지 긴층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그가 이 병원에서 근무 출 했을 때 시체안치실을 기웃거리거나 숨어 신문을 읽기 위해 자 큰 내려가 시간을 보내고는 하던 장소 였다. 그는 지하층의 복잡한 통로들을 자신의 손바닥만큼이나 훤히 알고 있었다 1층에서 의사 한 명과 유니폼을 입은 관리과 직원 하나를 제외 한 나머지 승객들이 모두 내려버리자 톰은 다시금 자넷이 혹시 자 신을 알아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섞여 몸 을 숨길 만한 사람들 무리가 사라졌음에도 자넷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층에 도착하자 그 의사와 관리 직원은 오른 쪽으로 몸을 돌려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넷과숀은 잠 깐 발 을 멈추며 양방향을 둘러보았다 이어 그들은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통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 히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안에 남아 자넷 일행이 멀리 나아가기를 기다렸다. 손을 뻗어 마악 닫히려는 문을 열어 젖힌 그는 밖으로 나와 약 15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 하며 그 한 쌍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손을 밀어넣 은 톰 은 총을 움켜쥐었다. 그는 심지어 손가락을 방아쇠와 안전장치 사 이에 끼우기까지 했다 자넷 일행이 엘리베이터에서 멀어질수록 톰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은 톰이 생각하고 있는 계획 을 실행하기에 둘도 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그는 자신의 행운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사 람 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구역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들리는 소 리라고는 그들의 발자국과 난방용 파이프가 이따금씩 토해내는 나 지막한 증기 소리뿐이었다. "으스스한 게 여긴 진짜 저 승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데 " 숀이 말했다.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닌지 모르겠어 ." "아까 마지 막으로 보았던 M자 표지판 이후로는 갈림길이나 방 향을 잃을 만한 데가 없었잖아요 " 자넷이 말했다. "제가 보기 엔 괜찮을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이 항상 시체실을 이런 후미진 감에다 마 련하는지 모 르겠어 " 숀이 말했다. "심지어는 조명마저도 엉망이야." "하역장 근처에 두려고 그 럴 거예요." 자넷이 말했다. 이어 그녀가 전방을 가리켰다. "저기 표지판이 또 있어요. 우린 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내가 보기엔 자신들의 실수를 가급 적이면 멀리 치워놓고 싶어 그러는 것 같은데." 숀이 빈정거렸다. "정문 근처에 시체실을 마련하 면 광고가 안 될 것 아니야?" "제가 얻어다 드린 약제들로 무슨 성과를 올렸는지 물어보는 걸 깜 박 잊었군요." "그리 큰 진전을 보진 못했어 " 숀이 털어놓았다. , "이제 겨우 교화체 전기 이동을 시작했을 뿐이거든." "정말 머 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잘하시는군요." 자넷이 렝소적으로숀 의 말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그건 아주 간단한 거야 " 숀이 말했다. "만일 그들이 하는 치료가 내 생각대로 모종의 면역요법이라면 그 약들은 틀림없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을 거야 그 런데,단백질 이란 것들은 성격상 모두가 전하를 띠고 있어 전기장에 들어가면 이동을 하게 되어 있단 말이야. 만일 이 단백질들을 특정한 교화체 안에 넣어 동일한 전하를 띠게 코팅(Coating. 물 질의 표면에 균일하 .게 피막을 씌우는 작업)을 시키면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크기, 즉 그 들이 가진 전하의 크기에 비례해서만 전기장내에서 이동을 하게 돼. 나는 그 약제들 안에 단백질이 몇 종류나 들어 있으며 그들의 대략적인 분자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전기 이동을 시작 한 거야. 그게 첫번째 단계거든." "저는 그저 당신이 제가그 약들을 얻어 오려고 했던 노력에 상 응하는 만큼 많은 것들을 알아내 주기를 바랄 뿐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이번에 한번 샘플을 얻어왔다고 이쩨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 " 숀이 말했다 "다음엔 루이스 마틴의 약제들을 좀 얻어다 줘 .-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요.- 자넷이 말했다. "약병들을 또 깰 수는 없잖아요. 만일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이 의심을 하지 않을 리가 없어요." "다른 방법을 써봐." 숀이 말했다. "사실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한 게 아니거든‥‥ "통째로 한 병을 파 가 려 다 주었는데도 충분하질 않아요?·, 자넷이 물었다 "그런게 아니라 각 환자의 치 료 약들을 비교해보려는 거야‥‥ 숀이 말했다 "어떻게 다른지 성분의 차이를 알아보고 싶어.- " 제가 보기엔 별로 다를 것 같지가 않아요.- 자넷이 말했다 "새 약병들을 얻으러 리치몬드의 사무 실로 올라갔더니 그녀가 잔뜩 쌓여 있던 재고 중ff서 두 개를 가져다 주더군요. 환자들 모 두가 똑같은 약 두 가지로만 치료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걸 _M. . "절대 그럴 수가 없어 ." 숀이 말했다. "심지어는 같은 종류의 종양일지라도 모든 종양은 면역학적으로 보면 완전 별개의 독특한 항원이야. 예를 들어 똑같은 종류의 폐암 세포라 해도 환자들마다 각기 다른 항원성을 가 지고 있어 . 실제로, 만일 같은 사람에 게서 똑같은 종류의 종양이 다발성으로 발생한다 고 해도 그 종양들은 각기 별개의 독특한 항원성을 가지게 되어 있 어. 종양들이 각기 상이한 항원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뒤집어 말하 면 치료에 사용되는 항체들 역시 상이하다는 뜻이야." "어쩌면 낑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같은 약제들을 사용하는 지도 몰라요." 자넷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숀 은 새삼스러운 존경의 눈초리로 자넷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가 말했다 마침내 한모퉁이를 돌자 커다란 문 하나가 그들의 앞을 막아 섰 다 문에는 가슴 높이에 ' 영안실 인가가 없는 자의 출입을 금함'이 라고 쓰인 철제 표지가 붙어 있었다. 문 옆에는 몇 개 의 전등 스위 치가 달려 있었다 "어 . 오." 숀이 말했다. '누가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나 보군. 이건 보통 빗장 자물쇠가 아닌데 그래 도구를 하나도 안가져 왔는데‥‥‥‥ 자넷은 손을 뻗어 문을 당겨보았다. 아무 저항 없이 스르르 문짝 이 벌어졌다. "f~LH7)89fE4"1" t 숀이 말했다. "우리를 예상하고 있던 건 아니었나 봐. 적어도 오늘은 말이야 " 빠꼼히 열린 문틈 으로 차가운 바람 한줄기가 새 나오며 으스스 하게 그들의 다리를 어루만졌다. 숀은 전등 스위치 들을 올렸다. 몇 초가.흘렀을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볼품없는 형광등에 깜 박깜박 불이 들 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가." 숀이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이건 당신 발상이 었잖아요." 자넷 이 말했다 "당신이 앞장을 서세요." 숀은 꽁무니에 자넷을 단 채 영안실 안으로 발을 내디◎다. 시야 를 가로막은 몇 개의 널따란 콘크리트 벽 때문에 방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 것은 상당히 커다란 방임이 분명했다 방 안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각 이동 침대 위에는 하얀 시트에 덮인 시체들이 실려 있었다 문에 달린 계기판에 의하면 시체실의 온도 는 화씨 48도였다. 자넷은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영 마음에 들지를 않는군요." "여 긴 정 말 엄 청나게 크군." 숀이 말했다 "여길 설계한 건축가 양반이 이 병원 의료진의 능력이 별로 신통 치 않다고 생각을 했던 게 아니라면 조만간 우리나라에 커다란 재 앙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았던 모양이야." "쓸데없는 소 릴랑 말고 빨리 일이나 마치고 여길 빠져나가요." 자넷이 자신의 몸을 동그랗게 감싸며 말한다. 차가운 습한 공기 는 벌써 옷 사이로 스며들어 온 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다. 방안에는 몇 년 동안이나 밀폐되어 있던 습한 곰팡이투성이의 지하실 에서나 날 듯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숀은 이동 침대를 덮고 있던 시트 한 장을 들쳐보았다. "오, 안녕하세요." 그가 입을 열었다. 그 시트 밑에는 심하게 짓뭉개진 건축 노동자 의 피투성이 얼굴이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작업복 차림이었다. 다시 얼굴 위로 시트를 덮은 숀은 다음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음에도 불구, 자넷은 숀과 반대 방 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같은 식으로 이동 침대들을 점검하기 시 작했다. "시체들이 알파벳 순으 로 배열되어 있질 않아 영 유감인데 " 숀이 말했다. "시체가 적어도 50구는 족히 되겠는데. 이건 아마 마이애미 통 산성이 북쪽사람들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을 광경 중 하 날 거야." "숀 !" 벌써 상달히 거리가 벌어져 있었기에 자넷은 하는 수 없이 소리 를 질러야 했다. "당신 농담 은 정말 하나도 웃기 질 않아요." 그들은 방안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벽 양쪽 끝을 돌며 각자 근 처의 침대들을 살펴보았다. "헬렌아, 이리 나와봐." 숀은 어린애들 동요 부르듯 흥얼거리며 헬 렌을 부르기 시작했 다. "이리 나와, 이리 나와, 어디 숨었니." "당신이 란 사람은 정 말 못 말리 겠군요." . 자넷이 기가 막힌 듯 혀를 차며 말했다 톰 위디콤은 흥분으로 어우러진 기대에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오랜 침묵으로 그를 안타깝게 했던 그의 어머니마저도 자넷과 그녀의 친구를 따라 여기 마이애미 종합병원엘 온 게 얼마 나 똑똑한 일이었는지 칭찬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톰은 시 체안 치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마음에 품고 있던 것을 실행 에 옮기기에 이처럼 안성 맞춤의 장소는 없었다 문 앞으로 발길을 옮기며 톰은 주머니의 권총을 꺼내들었다. 오 른손에 권 총을 거머쥔 그는 두툼한 문을 당긴 다음 벌어진 문틈으 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자넷이나 그녀 가 데려온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자 그는 시체실 안으로 들어 가 살포시 문을 닫았다. 모 습 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톰은 그 한 상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횐 가운차림의 남자 친구 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말하는 자 넷의 목소리가 귓전으로 선명히 흘러들었다 통은 문에 달린 커 다란 자물쇠의 놋쇠 고리를 잡아 천천히 회전 을 시켰다. 조용히 텟장이 벽에 달린 홀 안으로 미 끄러져 들어갔 다. 통은 마이애미 종합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이 자물쇠가 닫혀 있었던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이 문의 열쇠 같은 것은 애당초 있지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잠금으 로써 이제 그를 방해할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 "넌 정말 똑똑한 애 야1" 앨리스가 소곤거렸다 "고마워요, 엄마." 톰 역시 소곤거리며 대답을 했다 TV에서 보았던 것처럼 양손으로 권총을 움켜쥔 톰은 가장 가Pi 운 벽을 향해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넷 일 행의 목소리 로그는그들이 벽 바로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 사람들 중 몇몇은 왜 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숀이 말했다. "잊혀진 채로 그냥 방치된 것 같아,"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자넷이 말했다. "내 생각에 헬렌 캐벗은 이쪽에 있을 것 같지가 않 아요. 저 문 가 까이에 있을 거예요. 죽은 지가 몇 시간 되지를 않았잖아요." 숀이 마악 동의를 하려는 순간 값자기 방 안의 불빛이 모두 꺼져 버렸다 창문도 없는데다 문틈마저 두껍게 막혀 있 었기에 방 안은 그저 깜깜한 정도가 아니라 블랙홀의 소용돌이처럼 한치 앞도 분 간을 할 수 없 는 칠흑 같은 새까만 어둠에 쉽싸였다. 그 순간, 귀를 찢는 비명 소리와 함께 미친 듯 격렬한 울 음 소리 가 밀려와 방안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숀은 자넷이 그러는 줄 알았지만, 어둠에 쉽싸이기 전 그녀가 서 있던 장소를 똑똑히 보아두었던 그는 그 울음 소리가 벽 뒤편, 출입구 쪽 에서 들려오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럼 만일 자넷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7' 목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건, 그의 격렬한 고통은 강한 전염력을 지니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갑작스레 불이 꺼진다 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을 담대한 숀마저도끔찍한귀곡성까지 방안을 뒤흔드는 데야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그나마라 도 이성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넷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난 깜깜한 게 싫어 !" 울음 소리 사이로 갑자기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부르짖었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숀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울음이 들리던 방향 에서 광란의 소동이 벌어지는 소 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동 침 대들이 이리저리 충돌하며 실려 있던 시체들이 바닥에 떨어지 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을.려퍼졌다. "살려줘요1" 그 목소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숀은 소리를 질러 그 공포에 질린 사람을 진정시켜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과연 그게 좋은 방법일지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결정 을 내릴 수가 없자 숀은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이동 침대들끼리 충돌하는 철킹 소리가 몇 번 더 나더니 마치 누 가 문에 부닥치기라도 한 듯 둔탁한 쿵 소리가 들려왔다 그뒤로 활칵 뎃장을 푸는 금속음이 이어졌다 잠깐 소량의 빛이 콘크리트 벽 주위로 흘러 들어왔 다. 그 틈에 숀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자넷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 다. 그녀의 위치는 불과 60센티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이어 문 이 닫히자 방 안은 담요를 덮어씌운 것처럼 다시금 칠흑 같은 어둠 에 쉽싸였다 이번에는 쥐 죽은 듯한 정적이 동반되었다는 것이 다 를 뿐이었다 "자넷?" 숀은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네 " 그녀가 대답했다. " 그게 도대체 뭐 였어요?" "내 쪽으로 와." 숀이 말했다. "난 지금 당신 쪽으로 가고 있어 " "알았 어요 " 자넷이 말했다 "여긴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야." 숀은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가며 자넷이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말을 이었다. "난 포베스만 괴상한 덴 줄 알았더니 여기한텐 두 손 다 들었어 . 혹시라도 잊을지 모르니 인턴 신청할 때 여긴 가지 말라고 말을 해 줘 ." 마침내 더듬더 듬 앞으로 나아가던 두 사람의 손이 서로를 찾아 냈다. 서로서로 손을 맞잡은 그들은 문 쪽을 향 해 이동 침대들 틈 을 비집고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뭉클 바닥에 떨어진 시체를 밟은 숀은 자넷 에 게 조심해서 그 위를 건너야 한다고 말을 했다. "난 펼생 이 악몽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자 넷이 말했파. "이 건 스테놘 킹의 공포 소설보다 더 끔찍해 ." 숀이 말했다. 그때, 숀의 몸이 벽에 부닥쳤다. 벽을 따라 옆으로 걸음을 옮긴 숀은 더듬어 출입 구를 찾아냈다. 문을 밀고 비틀비틀 밖으로 나온 그들은 텅 빈 복도의 밝은 불빛에 미간을 찡그 렸다 숀은 양손으로 자넷의 얼굴을 감쌌다. "정 말 미 안해 ." 그가 말했다. "당신이 랑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군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 잘못은 없어요. 어쨌든, 무사히 빠져 나왔으 니 됐 어요. 자, 빨리 여길 벗어나요." 숀은 그녀의 코끝에 키스를 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 혹시 라도 엘리 베 이터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면 어쩌나 걱정 했지 만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숀의 지프에 올라타 주차장을 벗어 나고 있었다. "이제 좀 안심 이 되는군요." 자낏이 입 을 열었다. "아까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 졌던 거 예요?·. "나도 모르겠어 " 숀이 말 했다 "정말 피상한 일이었어. 마치 우리를 겁에 질려 죽게 만들려고 미리 음모를 꾸며놓은 것 같 았어. 어쩌면 지하실에 사는 어떤 괴물 이 사람들이 들어을 때마다 그런 짓을 해 놀래키는지도 모르지‥‥ 마악 주차장을 나서려던 순간 숀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자 왈 칵 앞으로 쏠린 자넷은 손을 뻗어 계기판을 짚었다. "또 뭐 예요?" 그녀가 물었다 숀은 손을 들 어 앞쪽을 가리켰파 "저기 좀 봐. 정말 안성맞춤이야." 그가 말했다. "저 벽돌 건물이 바로 검시 관 사무소야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이건 운명의 여신이 서기에 헬렌의 시체 가 있다고 가르쳐주는 거야. 당신 생각은 어때?" "사실 별로 내키지는 않아요." 자넷이 솔직 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 "바로 그거야 " 숀이 말했다 방 문객 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들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검시관 사무소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안내 창 구로 다가갔다 책상을 지키던 친절해 보이는 여직원이 도을 것이 있는지 상냥하게 물었다 숀은 그녀에게 자신이 의과 대학생이며, 동행한 자넷이 간호사 임을 밝 힌 뒤 검시관이 계시면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떤 분을 만나고 싶으세요?" 접수직원이 물었다 "소장님윽 뵐 수 있을까요7' 숀이 대당을 했다. "소장님께선 지금 출장중이세요 부소장님 은 어떠세요?" "좋습니다 " 숀이 말했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의 유리문이 열리고 그들은 복도 한모퉁이에 친는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검시관 사무소의 부소장은 닥터 존 스 태신이란 사람이었다 그는 키가 숀 정도였지만 체구는 훨씬 호리 호리했다. 그는 숀과 자넷이 찾아와준 것을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것처 럼 보였다. "교육은 우리에 게 부여된 주 임무 중의 하나랍니다. " 그가 자랑스럽 게 딸했 다. "우리는 의료계 사람들에게 우리 검시관 사무소 업무에 적극적 인 관심을 가지도록 늘 권장 하고 있지요." "사실 저희들은 어떤 환자 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 들렀습니 다" . 숀이 말했다 " 그녀의 이름은 헬렌 캐벗입니나. 오늘 오후 마이애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운명 했습니다. " "이 름만으론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닥터 스태신이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아래층에 전화 를 해볼게요." 전화를 집어든 그는 헬렌의 이름을 언급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몇 번 '그래, 그래' 를 연발한 다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행동 은 너무도 신속해 정말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 다. 닥터 스태신은 모든 일을 번개같이 처리하는 신속주의자인 모 양이었다. . " 그 여자가 몇 시 간 전에 도착했다는군요." 닥터 스태신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부검 대상은 아니랍니디 ‥ "왜죠?" 숀이 물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닥터 스태신이 말했다. "첫째 그녀는 담당 주치의가 결정 적인 사인으로 증언할 만한 입 증된 뇌종양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둘째로는, 그녀의 유가족 들이 우리가 그녀를 부 검하는 데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 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부검을 하지 않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에요. 대중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우리는,물론, 의심 의 여지나 부검으로 대중들에게 큰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시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지 만, 가족들의 의사 를 존중해준달니 L') " "그럼 , 조직 샘플들을 좀 얻을 수는 있을까요7" 숀이 물었다. "우리가 부검을 하지 않는 한 그건 아마 가능하지 않을 거 예요." 닥터 스태 신이 말했 다. "부검을 할나면야 적출된 장기가 우리 소관이 되니 마음대로 할 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부검을 하지 않는 한 유가족들이 물권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환자의 유체는 벌써 에머슨 장의 사가실어 가 버 렸답니다. 내일쯤 보스턴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더군요." 숀은 닥터 스태신에게 시 간을 내주어 고맙다고 사례를 했다 "천만에요." 그가 말했다. "우린 항상 여기 죽치고 있으니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 제든지 연락을 해구세요." 숀과 자넷은 왔던 길을 되밟아 차로 돌아왔다. 벌써 땅거미가지 기 시작해 시내는 바야흐로 끔찍한 러 시 아워에 접어들고 있었다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군요 " 자넷이 말했다. 숀은 그저 어깨만 으쓱 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운전대에 이 마를 고였다 "정 말 우울하군." 그가 말했다.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 "울적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예요." 그의 태도가 갑자기 음울 해 졌음을 감지한 자넷이 그를 상기시키 며 입을 열었다. "우울은 아일 랜드 사람들의 체 질이 야." 숀이 말했다. "그러니 너무 몰아세우지 마. 어쩌면 이 난관들은 나한테 무엇인 가를 알려주 려 하는 건지도 몰라. 예를 들어 진짜 쓸모있는 일을 하러 보스턴으로 돌 아가라든지 하는 것 말 이야, 애당초 이리로 오 는 게 아니었어 " "가서 뭘 좀 먹어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화제를 바 꾸고 싶었다. "해변가에 있는 그 쿠바 음식점엘 가면 어떻겠어요?" "난 생각이 없는데." 숀이 말 했다. "아로스 꼰 포요(Arroz con polls, 쿠바 음식의 일종) 좀 먹어:L떤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자 넷이 말했다. "날 믿어봐요." 밖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톰 위디콤은 집안 의 전 등불들을 모두 훤히 밝혀 두고 있었다. 이제 곧 어둠이 드리 울 것을 아는 그는 그 생각에 부 르르 몸서리를 쳤다. 그는 어둠이 싫었다. 마이애미 종합병원 영안실에서 끔찍한 일을 겪은 지 벌 써 여러 시간인 지난 지금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 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앨리 스는 그가 여섯 살 나던 해 그에게 비 슷한 일을 한번 겪도록 만든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 스크림을 그만 먹으라고 하자화가 난들이 당장아이스크림을 더 주지 않으 면 학교에 가서 선생에 게 그들 모자가 동침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 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녀는 어 린 톰을 밤새 깜깜한 벽장 안에 가두어 버림으로써 아들에게 매서운 벌을 가했 다. 그것은 톰이 겪어본 최악의 경험이었다 그 이후, 톰은 어둠과 벽 장에 대해 항상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톰 이 마침내 문을 찾아내 그것을 밀치고 밖으로 뛰어나왔을 때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남자 하나 와 .거의 정면으로 부닥칠 뻔하 기 전까지는 어떻게 영안실 안의 불들이 그렇게 갑작스레 꺼지게 되 었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손에 총을 들 고 있던 통은 놀란 그 사내 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는 틈을 타 쏜살같이 복도를 도망쳐 내려갔다. 그 사내는 곧바로 뒤를 쫓기 시 작했지만 톰은 자신의 손바닥만큼 훤히 알고 있던 복잡한 통로복 도와 접합된 방들의 미로 속에서 그를 어렵지 않게 따돌려버릴 수 있었다. 톰이 주차장으로 이어 지는 외부 계단이 달린 통로와는 동 떨어진 지하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을 때 뒤를 쫓던 사내 의 모습 은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때까지도 몹시 당황해 있던 통은 자신의 차로 달음질쳐 시동 을 건 다음 곧장 주차장 출구를 향해 액셀러 레이터를 밟았다. 지하 실에서 자기를 쫓던 사 람이 혹시 자신보다 먼저 외부로 나왔을지 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에 톰은 운전을 하며 주의 깊 게 주변을 살 폈다. 주차장이 붐비지 않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는 금방 녹색 메 르세데스를 볼 수가 있었다. 애당초 마음에 두고 있던 출구를 지나친 톰은 차들이 거의 이용 하지 않는 한적한 출구로차를 몰았다 그러나그 녹색 메턴세데스 가 계속 그의 뒤를 따라오자 통은 자신이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확 신했다. 그는 오후 러시 아워의 교통 체증 안에서 그 차를 따돌려 버리는 데 전력 질주했다: 신호등과 그들 사이로 끼어든 몇 대의 차들 덕분에 그는 재빨리 추적자를 떼어버 리고 달릴 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더이상 꼬리에 미행자를 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 인하기 위해 반 시간 동안을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았다. 추적자 가 사라졌음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집 으로 돌아왔다 "마이 애미 종합병 원 엔 가는 게 아니었어 ."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질책하며 톰이 입을 열었다. "밖에서 기다리다가 집으로 따라갔어야 했단 말이야.- 톰은 아직도 자넷의 거 처가 어딘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앨리스, 제발 말 좀 해봐요1" 그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앨 리스는 시종일관 한마디도 하지 를 않았다. 톰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자릿이 토요일 퇴근을 할 때까지 조 용히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퇴근길에 그녀를 따라갈 작정이었다. 한층 더 조심을 하면서 말이다 집에까지 따라간 다음에 그녀를 사 살할 생각이었다. "두고 보세요, 엄마." 그가 냉동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고 보란 말이에요." 겉으로는 인정하려 들지를 않았지만 숀은 내심 자넷의 말이 옳 았음을느끼고 있 었다 그를 다시 명랑하게 해준 데는 조그마한 잔 에 담긴 쿠바 커피가 특히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옆 테이블에 앉 은 손님들이 하는 것처럼 마치 작은 술잔이라도 비우듯 한입 가득 한 짙고 독한 단맛의 액체를 한꺼번에 꿀꺽 뱃속으로 삼켜버렸다. 즉시 강렬한 뒷맛과 가벼운 쾌감이 온 몸을 감쌌다 숀을 침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또 하나는 자넷의 긍정 적인 태도였다 하루 종일 고생을 하고 마이애미 종합병원에서 그 런 끔찍한 일까지 겪었음에도 그녀는 아직도 힘을 내 낙관적이고 괘활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게 자신들이 이제 겨 우 이틀밖에 일 을 하지 않았나는 사실에 비해서는 상당히 좋은 성 과를 올렸음을 상기시 켜주었다. 그들은 전에 치료를 받았던 수아 세포종 환자들 차트 서른세 개는 물론이요 비밀 약제 두 병까지를 벌써 수중 에 확보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제가 보기에 이건 정말 상당한 성과예요." 그녀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이 환자들 치료에 성공한 포베스의 비결 밑 바닥까지 파고드는 건 정말 시 간문제예요.자, 이제 기운 좀 차려 요! 우린 할 수 있어요 " 숀은 결국 자넷의 열정과 카페인의 힘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 에떠슨 장의사라는 데가 어디 있는지 한번 찾아보자구.- 그가 말 했다 "왜요?" 그런 제안이 라면 이 제 넌더 리가 난 자넷 이 조심스럽 게 물었다. "차를 몰고 그 냥 한번 지나쳐보는 거야." 숀이 말했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조직 샘플을 좀 얻 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장의사는 시립 묘지와 비스케인 공원 근처 노스 마이애미 대 로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은 지붕창이 달린 빅토리아 식 목조 구조물이었다. 회색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은 그 건물은 전관이 하 얀 페인트로 단장되어 있었고, 건물의 세 면은 널따란 현관으 로 둘 러싸여 있었다. 풍기는 인상으로 미루어 그 건물은 원래는 보통 주 택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동네는 장의사 건물만 좀 번듯했을 뿐 나머지는 별로 신통치 알았다. 장의사 바로 옆 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가시멘트 벽 돌로 지어진 무미 건조한 우중충한 것들뿐이었다. 장의사 한 쪽으로 는 주류점이, 또 다른 쪽에는 배관용 철물점이 자리를 잡고 있었 다. 숀은 장의사 바로 앞, 장의차 대는 곳에 차를 세웠다. "벌써 문을 닫은 것 같은데요." 자릿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 했다 "하지만 불이 많이 켜져 있잖아." 숀이 말했다. 건물의 아래층은 현관불만 uuf고는 모두가 훤히 켜 져 있었다. 반면 2층은 불빛 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한번 시도해볼 만한 것 같긴 해." 차에서 내린 숀은 계단을 올라가 초인종을 울렸다 아무런 응답 이 없자 숀은 창문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창문들 몇 개를 들여다본 다음에야 되돌아와 차에 올라탔다. 그는 시동을 걸 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 예요?" 그녀가 물었다. "홈 데포트로." 숀이 말했다 "장비들이 더 필요하겠어 ." "영 마음에 들질 않는군요 " 자넷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아파트에 내 려줄게 ." 숀 이 제안을 했다 자릿은 침묵을 지킨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숀은 먼저 마이애미 해변가 에 있는 자넷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그는 보도 쪽으로 차를 대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들은 오는 동안 내내 아무 런 이야기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도대체 또 무슨 짓을 하려 고 그래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헬렌 캐벗에 대한 나의 추적을 계속하려는 거야 " 숀이 말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 "그럼 그 장의사에 침입하려는 거예요?" 자넷이 말했다. "침입이라 기보다는 한번 휘 둘러보려는 거지 ." 숀이 말했다 "그 말이 훨씬 듣기가 좋잖아.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샘플 몇 가지 뿐이야. 최악의 사태가 생긴다 해도 얼마나 나쁘겠어? 그녀는 벌 써 죽은 사 람이 많아." 자넷은 어찌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 녀는 벌써 문을 열고 한쪽 발을 밖으로 내놓은 상태였다. 숀의 계 획은 정말 정신 나간 것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일말 의 책임감이 느 껴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숀이 벌써 몇 번이나 지적을 했 던 대로 이 모 험 자체가 그녀의 발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혼자 셀렁한 빈 집을 지키며 숀이 돌아오기만 을 기다리다가는 머 리가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다시 발을 끌어 차 안으로 집어넣은 자넷은 손에게 자신이 마음을 바꾸어 함 께 가기로 했노라고 말했다 "전 당신을 제어할 이성의 목소리로 따라가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하여튼 고마워 " 숀이 따뜻하게 대 답을 했다. 홈 데포트 철물점에서 숀은 유리 절단기와 커다란 유리 조각들 을 들어내는 데 쓰이 는 흡입기 , 재크 나이프 박스와 자그마한 크랭 크 톱, 아이스박스 하나를 장만했다 그리고는 편 의 점에 들러 아이 스박스를 채을 얼틈과 차가운 청량 음료 몇 병을 샀다. 이제 그는 다시 에머슨 장의사로 차를 몰아 운구장에 주차를 시켰다. "전 여 기서 기다리고 싶어요." 자넷 이 말했다 "기왕에 얘기를 시작했으니 말인데, 당신은 정말 황당한 사람이 에 요." "당신 마음대 로 생각해 ." 숀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나는 황당한 게 아니라 그저 심지가 굳은 것뿐 이라구." "아이스박스에 청량음료까지 ‥‥‥ 자넷이 덧붙였파. "무슨 소풍이라도 간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요." "그저 완벽하게 준비를 해두자는 것밸이야." 숀이 말했다 도구들이 든 배낭과 아이스박스를 집어든 숀은 장의사 현관으로 올라갔다. 자넷은 물끄러미 그가 창문들을 점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길 양방 향으로 몇 대의 차가 지나갔다 ◎녀는 그의 태연함에 놀라 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치 자기가 무슨 투명인간이라도 된다 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가 뒤쪽에 달린 곁창 앞으로 자리를 옮겨 배낭을 내려놓는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을 굽힌 그는 연장들 을 꺼내기 시작했다. "빌어 먹 을 " 자넷이 중얼거렸다 신경질적으로 차 문을 박차고 튀어나온 자 넷은 장의사 현관 계단을 뛰어올라숀이 분주히 작업하는 곳을 향 해 건물 모퉁이를 돌았다. 그는 벌써 창문에 흡입기를 부착시키고 있었다. "왜, 마음이 바뀐 모 양이지?" 숀이 자릿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빈정거리는 투로 질문을 던졌 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창틀을 따라유리 절단기를 그었다. "당신 광기 때문에 정 말 돌아버 리겠어요." 자넷이 말했다 " 당신이 이런 짓을 한다는 제 도무지 믿어지지를 않아요‥ "아련한 옛추억들이 되살아나는데 그 래." 숀이 말했다 단호한 손 동작으로 커다란 창문의 유리 한 조각을 떼어낸 그는 그것을 현관 판자 옆에 버터 세웠다. 이어 안쪽으로 몸을 밀어넣은 숀은 자넷에게 경럴 장치가 그가 생각했던 대로 창 틀에 부착된 단순하기 그지없는 새시 알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 다. 숀은 안쪽으로 몸을 기울여 도구들과 아이스박스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이어 창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간 그 는 밖으로 얼굴을 내 밀었다. "만일 들어오지 않을 작정이라면 차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을 거 야." 그가 말했다 "이 시간에 장의사 현관에 당신 같은 미인이 어정거리고 있으면 사람들 관심을 끌게 될지도 모르거든 헬렌의 시체만 찾으면 몇 분 걸리지 알을 거야 " "좀 도와줘요,r" 고양이처 럼 날렵하게 창문을 통과했던 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려던 자넷은 엉겹결에 소리를 질렀다. "모서리 조심해 1" 숀이 주의를 주었다 "면도칼만큼이나 날카롭다구 " 일단 자넷이 무사히 안으로 들어오자 연장 가방을 집어든 숀은 그녀에 게 아이스박 스를 건네주었다. "우리를 위해 불까지 켜두다니 참 친절한 사람들이야." 그가 말했다 앞쪽에 있 는 큰 방 두 개는 접견실이었다. 그들이 들어갔던 방은 관 진열실로 여덟 개의 관들이 뚜껑이 열 린 채로 전시되어 있었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진열실 바로 건너편은 사무실이었다 집 뒤에 는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창문에 두툼한 커튼을 한 커다 란 방부처 리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방안에 위치한 네 개의 커다란 스테인리스 강철 방부처리대 중 두 개 위에는 시트에 덮인 시체들 이 누워 있었다. 첫번째는 몸통 전면에 험악하게 봉합된 커다란 Y자형 절개선만 제외하고는 그저 잠이 든 것처럼 보이는 우람한 체구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부검을 받은 모양이었다. 두번째 시체 로 걸음을 옮긴 숀은 시트를 들쳐보았다. "드디어 1" 본이 말했다 '헬렌이 여기 있어." 자릿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다음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끔찍했다 아까의 여인처 럼 헬렌은 마치 잠깐 잠이 든 것 같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안색은 생전보다도 훨씬 나아보였다 죽기 전 며칠 동안 너무도 창백해져 있었던 까닭이었다 "정말 유감이로군." ' 숀이 중얼거렸다 "벌써 방닥 처리를 해버렸어. 혈액 샘플을 얻 는 건 포기해야 될 것 같아."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여요." 자넷 이 말했다 "방부처 리 하는 사람 들 기술이 대단한 모양이야 · 숀이 말했다. 이어 그는 유리문이 달린 커다란 철제 캐비닛을 가 리켰다. "혹시 메스랑 바늘이 있나좀 찾아봐 주겠어?- "어떤 크기로요?" "아무래도 상관은 없어 ." 숀이 말했다 "하지만 길수록 좋을 거야." 숀은 크랭크 톱의 플러그를 끼웠다 스위치를 올리자 무서우 전 음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 자넷은 캐비닛 안에서 주사기와 바늘 심지어는 봉합사와 라텍스 고무장갑 한 묶음까지 찾아냈다. 하지만 메스는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는 찾아낸 물건들을 들고 방부처리대로 걸음을 옮겼 다. "먼저 뇌척수액을 좀 채취하자구.- 숀이 말했다 그 는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었다 그는 자넷을 시켜 요추 사이에 바늘을 꽃을 수 있도록 헬렌의 몸 을 모로 돌리게 했다 "쪼금 따끔하기만 할 거예요." 숀이 돌아누운 헬렌의 엉덩이를 다독거리며 입을 열었다 "all 발." 자넷이 말했다 "장난 좀 치지 마세요. 당신이 그럴수록 난 자꾸 디 화가 치 민단 말이에요." 숀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는 첫번째 시도에 어렵지 않게 헬렌의 뇌척수액을 뽑 아냈다 살아 있는 환자에게도 불과 몇 번밖에는 이 시술을 해본 적이 없던 숀은 자신이 너무도 대견해졌다. 숀은 주사 기 가득 뇌척수액을 채워 마개를 한 다음 아이스박스 얼음 위에 주 사기 를 올려놓았다. 자넷은 헬렌을 다시 반듯이 눕혔다. "자, 이젠 좀 어려운 부분이야." 그가 다시 방부처리대로 돌아오며 말했다 "부검하는 걸 본 적은 있겠지?" 자넷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한번 부검 참관을 한 적이 '있었 지만 그것은 결포 유쾌한 기억이 아니었다 숀이 주섬주섬 준비 를 하는 동안 자넷은 자신을 다그치며 마음은 굳게 먹었다. "메스 없어7" 그가 물었나. 자넷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잭나이프를 준비해두었길래 망정이지‥‥‥‥ 숀이 중얼거렸 다. 그는 칼을 집어들어 칼날을 펼쳤다. 이어 그는 양쪽 귀 뒤 헬렌의 뒤통수에 뺑 돌아 칼을 그 었다. 절개선의 위쪽 을 움켜쥔 숀은 힘껏 두피를 잡아당겼다 뿌리가 뽑히는 우드득 소리와 함께 헬렌의 두피가 두개골에서 떨어져 나왔다. 슨은 두피가 헬렌 의 얼굴을 덜을 정도까지 두개골 에서 끌어당겼다 헬렌의 두개골 왼쪽, 보스턴 메모리얼 병원에 서의 생검으로 생 겨난 개두술 천공 자국을 더듬은 숀은 이틀 전 포베스 센터 생검으 로 생겨났 을 개두공을 찾아 두개골 오른쪽을 살폈다 "정 말 이상한데." 그가 말했다. "두번째 개두술 구멍 은 어디 있는 거야?"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자넷이 말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 터 그저 초조하기만 했던 그 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었다. 숀은 한참이나 두번째 개두공을 찾아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마침내 포기 를 해버 렸다. 크랭크 톱을 집어 튼 숀은 고개를 돌려 자넷을 쳐다보았다 "뒤로 물러서 있어 어쩌면 보지 않는 것이 나을 거야. 기분 좋 은 광경이 아닐 테니 말이야." "빨리 하기나 해요." 자넷이 말했다 자신이 찾아낸 개두공 안으로 톱날을 밀어넣은 숀은 전원 스위 치를 켰다. 뼛속으로 파고든 톱날은 진동으로 그의 손에 서 자꾸 빠 져나가려고만 했다. "머 릿 좀 붙들어 줘야겠는데." 숀이 자넷에게 말했다. 헬렌의 얼굴 양편을 붙든 자넷은 숀이 흔들리는 톱날과 씨름을 하는 동안 머리가 앞뒤로 요동치지 않도록 고정을 시키려 안간힘 을 썼지만 마음 먹은 대로 쉽사 리 되지를 않았다. 한참이나 죽을 고생을 한 끝에야 숀은 동그랗게 두개골 상단부를 절단해낼 수 가 있었다 그는 원래 톱날을 두개골 두께만큼만 넣어 뼈만 잘라낼 생 각이었지만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다. 톱날은 몇 차례나 뇌 안으 로 파고들어 대뇌의 표면을 갈가리 찢어놓고 말았다. " 정말 끔찍해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진저리를 치며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섰 다. "이건 뼈를 자르도록 고안된 톱이 아니야." 숀이 말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하는 것 아니 겠어7" 다음 단계 역시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잭나이프의 칼날은 메스보다 훨씬 컸기 때문 에 척수와 뇌신경들을 절단하기 위해 뇌 의 기저부로 칼을 밀어넣기는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하 지만 숀은 안간힘을쓰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어 두개골 안양쪽으로손 을 밀어넣은 그는 양 손으로 절단된 대뇌를 움켜쥐고 힘껏 위로 잡 아당겼다 아이스박스 안에 넣어두었던 청량 음료들 을 꺼낸 다음 숀은 헬 렌의 뇌를 얼음으로 채웠다. 이어 음료수를 딴 그는 하나를 자넷에 게 권 했다. 그의 앞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자넷은 고개를 저어 거절했다. 그녀는 놀란 듯 계속 설레설레 고 개를 저으며 은이 길게 몇 모금 음료를 들이키눈 모습을 쳐나 보았 다. "어떤 땐 당신이란 사람이 영 믿어지질 않아요 " 그녀가 말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터져나온 사이렌 소리가 두 사람의 귓전 에 메아리쳤다. 당황한 자릿이 허등지등 진열실을 항해 뒷걸음질 을 치기 시작하자 숀은 손을 뻗어 그녀를 움켜쥐었다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요." 그녀가 다급 한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아냐 " 숀이 말했다. "진짜 우리 때문에 오는 것이라면 이렇게 요란 하게 사이렌을 을 릴 리가 없어. 이건 필시 다른 일일 거야." 사이렌 소리는 점차 더 커졌다. 자 넷은 심장박동이 점점 더 빨라 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집안으로 달려 들어오듯 사이렌 소리가 최고조에 달하던 순간 갑자기 음도가 바뀌며 멀어져갔다.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 음원(촐i8)의 진동수가 일정하더라 도 음원 대 청취자의 상대 운동에 따라 청취되는 진동수가 변 하는 현 상)야 " 숀이 말했다. "정 말 완벽 한 실 례로군 그래 ." "711발 1" 자넷은 애원을 했다. "빨리 여길 나가요. 벌써 얻으려 했던 건 다손에 넣었잖아요." "먼저 여길 치워야 해." 숀이 들고 있던 음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건 정말초특급 비밀작전이란 말이야 혹시 비나 대걸래가 있 는지 찾아봐 줘 . 나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헬렌을 원상 복구시 켜 놓아야겠어 ." 불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자넷은 숀의 지시를 따랐다 그녀는 자신을 다그치며 미친 듯 청소 를 했다. 그녀가 일을 다 마칠 때까 지도 숀은 아직 피하 봉합술로 두피를 있던 자리에 꿰매고 있었다. 봉합을 마치자 숀은 절개선 위로 머 리카락을 덮어 칼 자국을 숨겼 다. 자넷은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헬렌 캐벗의 몸은 아무도 건 드리지 않은 것처 럼 정 말 감쪽같았다. 그들은 연장들과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시 관들이 진열되어 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먼저 나갈 테 니 물건들을 건네줘 ." 숀이 말했다 그는몸을구부려 창문을 통과했다 자넷은 물건들을 밖으로 건 네주었다. "도와줄까?" 숀이 물었다 그는 한아름 가득히 짐을 들고 있었다. "괜찮을 것 같아 _5.." 자넷이 말했다. 들어올때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은은 짐 보따리를 부등켜안고 차 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창문을 통해 발을 내딛던 자넷은 실수로 유리 모서리를 움켜 쥐 고 말았다. 서두르는 바람에 숀이 아까 해주었던 주의를 깜박 잊고 만 것이다. 면도날처럼 날 카로운 모서리가 네 손가락을 파고 드는 아픔에 그녀는 깜짝 놀라 손을 움츠렸다. 손을 내려다보 니 손가락 들에서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다친 손을 움켜쥔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퍼 부었다 자신이 안쪽에 들어와 있는 상태임을 깨달을 자넷은 창문을 열 고 나가는 편이 훨씬 쉽고 안전하 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구태여 다시 유리에 벨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 없이 자넷은 자물쇠를 풀고 새시를 밀어 냈다. 그 순간 경보기가 경적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깜짝놀라 순식간에 창문을 타 넘은 자넷은 숀의 뒤를 쫓아 달음 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숀이 마악 아 이스박스를 차 바닥에 내 려놓는 순간 차에 도착했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차에 뛰어오른 그 들은 즉시 시동을 걸었다 "무슨 일 이야?" 차를 거리로 내몰며 숀이 다그쳐 물었다 "경보기가 있 다는 사실을 깜빡했어요." 자넷이 솔직하게 고백을 했다. "그만 창문을 열어버렸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난 이런 일에 소 질이 없다고 누차 말했잖아요." "어쨌든, 상관없어 ." 첫번째 네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동쪽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 며 숀이 말했다. "누가오기 전에 우린 벌써 멀리 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숀은 그 순간 주류점에서 튀어나온 사내의 모습을 미쳐 보지 못했다 경보 기 소리에 즉시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지플에 을 라타는 자넷과 숀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게 다가 그는 번호판까 지도 자세히 보아두었던 것이다 가게 안으로 온 그는 재빨리 종이 에 번호를 적어 내려갔다 이어 그는 마이애미 경찰에 전화를 걸었 다 숀은 자넷이 자신의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파시 포베스 센터 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들이 주차장에 차를 댈 때쯤 해서는 자넷 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숀은 그녀치 렌 트카 옆에 차를 세웠나. 문을 연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아파트로 곧장 돌아오실 거를?" 그녀가 물었다. "실험실로 올라가 볼 생각이야 " 숀이 말했다 "함께 가겠어?" "저는 내일 일을 해야 돼요." 자넷은 솔에게 자신이 일을 하는 직장 여성임을 상기시켜주었 다 "게다가 오늘 하루 는 정말 힘이 들었어요 지금 전 완진히 기진 맥진이에요. 하지만 당신 없이 혼자 가야 한다니 좀 두려워피는군 요."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숀이 말했다. "자, 같이 가1 할 일은 겨운 한두 가 지밖에 없어 게다가, 내일이 토요일이니 당신이랑 약속했던 짧은 휴가도 갈 수 있어 . 당신 일이 끝나는 대로 떠나버리는 거야." "벌써 어딜 갈지 정해놓은 것같이 들리는군요 " 자넷이 말했다. "물론 생각해둔 데가 있지 ." 숀이 말했다. "소택지를 가로질러 네이플스로 드라이브를 하는 거 야. 왜 멋진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구 " "좋아요. 그럼 약속하는 거 예요." 자넷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하 지만 오늘은 적어도 자정까지는 집으로 데려가 줘야 해요.- "물론이야." 숀이 주차장의 연구동 건 물 쪽으로 차를 돌리며 말했다. "적어도 그 쓰시타 제트기만은 아직 워싱턴을 떠나지 않았습니 다. " 스털링이 말했다 그는 닥터 메이슨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사 무실에는 닥터 메이슨과 리 치몬드는 물론 웨인 에드워드까지 자 리 한 상태였다. "제가 보기에 다나카는 그 제트기가 이 리로 와 사용 가능한 상태 가되 기 전까지는 결코 행동을 취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 그가 덧붙 였다. "하지만 이제 금방 숀이 미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하셨지 않 소."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그럼 도대체 누가 그 친구를 따라다닌 거지요?- "저는 익장닐이 우리한테 가르쳐주시기를 바랐 는데요.- 스털링 이 말했파 "혹시 왜 누군가가 머피 씨를 미행할 이유가 있는지 집히는 데가 없 으신가요? 마이애미 강을 건널 때부터 웨 인은 그자가 꼬리를 밟 고 있다는 걸 눈치 챘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리치몬드를 쳐다보자 그녀는 알 수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닥터 메이슨은 다시 스털링에제로 시선을 옮겼다. "이 미지의 사나이가 다나카의 하수인일 가능성은 없나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스털링 이 말했다. "이건 다 나카의 스타일이 아니에요. 만일 다나카가 손을 썼다면 숀은 단번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을 겁니 다 이렇게 눈에 띌 만한 경고 같은 건 없을 거예요. 진짜 프로답게 매』1럽게 처리를 하거든 요. 숀을 미행했던 친구는 옷차림마저도 프로답지 않게 껄렁하더 군요 넥타이도 없이 목을 풀어헤친 지저분한 갈색 셔츠에 헐렁한 바지 차림이었어요 게다가 다나카가 고용할 만한 프로들과는 천 양 지차로 행동거 지가 서툴기 짝이 없더군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세히 얘기해주세요." 닥터 메이슨이 재촉을 했다 "저희는 네 시쯤 숀과 젊은 간호사 하나를 따라 포베스 센터 구 차장을 나 섰습니다 " 스털 링이 말했다. '그 간호사는 자넷 리어든일 거 예요." 기 치몬드가 끼어들어 입 을 열었다 "보스턴에 있을 때부터 알던 친구 사이거든요." 스털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웨인 에게 이 점을 적어누라고 손짓했다. "그럼 그녀까지도 조사를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한팀 으로 일을 꾸미고 있을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좨 중요한 단서 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 이어 스털링은 마이애미 종합병원으로 숀 일행을 따라갔던 일과 혹시라도 그 갈색 옷의 사내가 먼저 병원 밖으로 나오면 그 뒤를 밟으라고 웨인아게 지시했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숀과 그의 간호사 친구가 영안실로 들어갔었다는 말을 들은 닥 터 메이슨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 체 그 사람들이 거진 왜 간 거죠「)" "그것 역시 제가 원장방게 한번 여 쑤어보고 꼬덖:1 것입니 다 - 스털링 이 말했다. "도무지 상상이 가지를 않는군요." 닥터 메이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 다. 그는 다시금 리치몬드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젓기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미지의 사 내가숀 머피차 리어든 양의 뒤를 따라 시체안치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말입 니나." 스털링은 말 을 이었다. "잠깐 그 친구를 살필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그 친구가 총을 들고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이 풍기더군요. 나중에 보니 제가 받았던 인상이 틀리지를 않았더 군요. 어쨌든, 머 피 씨의 안전이 걱정되어 시체실 문으로 달려가 보니, 문은 벌써 안쪽에서 단단 히 걸어 잠근 상태였습니다 "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로군요." 리치몬드가 말했다. "그 상황에 서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단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 스털링 이 말했다 "저는 시체실의 불을 꺼버렸습니다. " "정말 기발한 생각이에요."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저는 제가 문을 열어낼 방도를 생각해내기 전까지는 안에 들어 간 사람들 이 서로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 스털링이 말했다 "하지만 구태여 머리 아프게 계책을 꾸밀 필요까지도 없었습니 다 그 갈색 옷의 친구는 어둠에 대해 심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 는 것 같더군요.그 친구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몹시 당황한모습으 로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습 니다 제가 총을 똑똑히 보게 된 건 바 로 그때였습니다. 저는 이내 뒤를 쫓았지만 그 친구가 운 동화 차림 이었던 것에 반해 저는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그 동네를 아주 훤히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 친구를 놓쳤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저 는 시체안치실 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숀과 리어든 양도 벌써 자리 를 피한 다음 이었습니다. " "그럼 웨인 씨가 그 갈색 옷의 사내를 따라가셨었겠네요?" 닥터 메이슨이 물었다. "시도를 하긴 했지요." 스털링 이 말했다. "하지만 결축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 웨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솔직히 고백을 했다. "러시 아워였던 데다가 운이 따르지를 않더군요." "그럼 머피 씨 가 어디 있는지는 결국 모르고 있다는 얘기군요." 닥터 메이슨이 신음을 했다. "게다가 그 미지 의 습격자라는 새로운 골칫거리만 하나 더 생기 고 말았군요." "저희는 에드워드 씨의 동료를 시켜 숀이 돌아오는지 포베스 사 옥을 감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 스털링이 말했다 "우선은 그 친구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 그때, 닥터 메이슨의 책상에 놓 여 있던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닥터 메이슨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닥터 메이슨? 전 경비실 의 후안 수아레즈입니다. " 전화선을 타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숀 머피 씨가 나타나면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을 하셔서요. 머피 씨와 간호사 한 명이 방금 들어와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 " 수고했소, 후안 " 닥터 메이슨은 마음을 놓으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숀 머피는 안전해요." 그가 말했다. "방금 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고 하는군요. 쥐들한테 주사를 더 놓으려는 모양이에요. 정말 성실한 친구예요. 내 장담컨대 이 친구 는 이 모든 수고 값 이상으로 훌릉하게 성공을 거두 어 낼 거 예요." 로버트 해리스가 랠프 시버의 아파트로 나선 것은 밤 열 시가 넘 은 늦은 시각 이었다. 그 친구가 유난히도 비 협조적으로 굴어 한참 이나 실랑이를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시버 는 해리스가 인디애나 에서의 강간 피소 경력을 거론하고 나오는 것에 대해 몹시도 기분 나빠하 며 '그저 옛날 일'이었을 뿐이라는 말만 퉁명스럽게 되풀이 할 뿐 도무지 입을 열지를 않았다. 해 리스는 시버의 설명은 귀담아 듣지를 않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속 명단에서 그를 지 워버리고 있었다. 간호사들을 습격한 괴한은 중키에 중간 정도 체 격이라고 진술되어 있던 반면 시버는 적어도 2미터 정도 되는 키 에 110킬로그램은 족히 나가 보였다. 자신의 짙은 감색 포쯔 세단에 올라탄 해킬스는 그의 우선 점검 대상으로 분류된 사람들 중 마지막 남은 파일 한 개를 집어들었다. 토 위디옴은 지금 해리스파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이얼리 에 살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그리로 가보기 로 마음을 먹었다. 만일 불이 켜져 있지 않다면 아침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해리스는 벌써 여러 군데 전화를 걸어 톰 위디콤의 됫조사를 해 두고 있었다. 그는 톰이 응급 구조요원 과정을 밟은 다음 시험에 합격해 면허 중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톰이 일하던 앰 율런스 회사에서는 별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 회사의 사장 은 지난 버 어떤 고용인에 대해 언급을 했다는 이유로 앰율런스 두 대의 타 이어에 칼질을 당했 다고 말하면서 어떠한 이야기도 해주지를 않았 다. 마이애미 종합병원에 연락을 했을 때는 조금 도움이 되기는 했 지만 그것 역시 별초 신통한 정보는 아니었다. 전화를 받았던 인사 과 직원은 위디콤 씨가 상호 합의에 의해 사직했다는 말을 했을 뿐 이다. 그 직원은 자신이 위디콤 씨를 직 접 대면한 적이 없으며 그 저 그의 인사 기록 파일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 해 리스는 포배스 센터의 관리과 감독인 글렌에게도 문의를 해 보았다. 글렌은 자기 관점에서 보면 톰이 왜 믿을 만하기는 하지만 직장 동료들과 충돌이 잦은 편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는 톰이 오 히려 혼자 있을 때 일을 잘 꾸려 나간다고 덧붙였다. 해리스가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해보았던 사람은 모리스 스프링 본이라는 이름의 수의사였다. 하 지만 그의 번호는 더이상 사용되 고 있지를 않았고 교환조차도 그의 전화번호가 어떻게 바뀌었는 지 알고 있지 못했나. 그리하여 장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는 톨 위디콤에게 혐의를 둘 만한 정보는 하나도 알아내 지를 못한 것이다. 하이얼리로 차를 몰아 팔메토 레인 18번지를 찾아 가면서 도 그는 전혀 기대조차 하지를 않고 있었다. "좋아, 적어도 불은 켜 있군 " 해리스가 허 름한 목장 스타일 집 앞 도로 옆으로 차를 대며 중얼 거렸다 동네의 다른 집들과는 너무도 대조 적으로 톰 위디콤의 집 은 신년 이브의 타임즈 광장처럼 훤히 밝혀져 있었다. 집 안팎의 모든 전 등들이 이글이글 불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해리스는톰의 집을 쳐다보았다. 그 작은 집에서 쏟 아져나오는 빛의 강도는 정말 경이로을 정도였다. 세 집이나 건너 있는 관목들마저도 그 강렬한 불빛에 뚜렷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 었다. 진입로를 걸어 올라가자니 우편함에 써 있는 앨리스 위다콤 이란 이름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리스는 그녀가 톰과 무슨 관계일까 궁금 증이 일었다. 현관 계단을 오른 해리스는 초인종을 울렸다 기다리는 동안 그 는 천천히 집의 겉 모습을살폈다 그것은 연한 파스텔 색조로 수수 하게 단장된 평범하게 생긴 건물이었다. 보수를 한 지가 좨 오래됐 는지 창틀이나 문설주는 페인트 칠이 거의 벗겨져 있었다. 아무도 초인종에 응답을 않자 해리스는 초인종이 작동하는지 확 인하기 위해 귀를 바짝문에 댄 채 다시금 벨을 울 렸다. 초인종 을 리는 소리가 명확히 들려왔다. 이렇게 불을 다 밝힌 집에 아무도 없으리 라곤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 번씩이나 초인종을 울려보았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 자포기 한 해리스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하지만 곧장 시동을 걸고 떠나는 대신 그는 톰의 집을 쳐다보며 자리에 앉아 도대체 저렇게 불을 켜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가 마 악 엔진을 켜려 손을 뻗는 순간 거실 창가에 언뜻 무엇인가가 어른거리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집안의 누군가가 커튼을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누구 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은 해리스를 엿보려 하고 있었다 해리스는 즉시 차를 내려 다시 현관 입구로 다가갔다. 그는초인 종에 기대 길게 벨을 울렸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넌더리를 내며 해리스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카 폰을 집어든 그 . 는 글렌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톰이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할 예정인 지를 물어 보았다 "아닙니다. " 글렌이 투박한 남부 억양으로 대합을 했다. "월요일이나 돼야 출근을 할 겁 니다 잘된 일이지요. 오늘 보니 감기에 걸렸더군요. 정말 몹시 아파 보였습니다. 집에 가서 좀 쉬 라고 제가 일찍 조퇴 를 시켰답니다. " 해리스는 괄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다음 전화기를 내 려놓았 다 만일 위디콤이 병이 나 집에 드러누워 있나띤 저 불들은 다 뭐 지? 문간까지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픈 건가? 그럼, 그 앨리스란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 차를 몰아 하이얼리를 나서며 해리스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위디곰의 집에서는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 다. 지급 당장이라도 차를 돌려 그 집안을 수색해볼 수도 있었지만 성도 체격, 게다가 갈색 머리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톰 위디콤◎ 집 앞에 쭈그리고 oL아 신도 이미 통감하고 있었다. 나지막하게 휘파람을 불며 일하는 숀◎ 모습은 사랑스러우 하 자것이 손에게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느끼t Kㅁ 는 이처럼 조용 한 시간이었다 그의 숙인 얼굴 주위로 흐러내컨 ㅂ 7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좁아져 짙은 눈썹으 로 이어지L 미가Df 닿아 있었다. 그것은 입술의 곡선으로 이언지는 인중 끝부부까지 논게 뻗은 아일랜드 계 특유의 용모였다. 그와 짙은 푸르 누으 ㄱ 의 강하면서도 민첩한 손가락에 쥐어진 투명한 플라스El 접시11 고정되 어 있었다. 그는 자넷을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반 짝반짝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몹시도 흥분되어 있음 을 알 수가 있었다. 그 순간 복받쳐 오르는 사랑에 정신이 아 득해 진 자넷은 바로 좀전에 있었던 장의사에서의 끔찍한 일까지도 까 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오직 그가 그녀를 품안에 껴안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머지 인생의 반려가 되어 달라고 부 탁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었파 "이 초기 은(련) 염색 전기 이동 교화체는 정말 환상적이야." 숀의 말에 자넷의 환상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리 와서 좀 봐1" 자넷은 의 자를 밀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전기 이동 교화체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지만, 다른 방도 가 없었다 그녀는 감히 그의 열정을 감소시킬 만한 행동을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해도 자넷은 그가 자신의 복받치는 애정을 느끼지 못 했다는 것에는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건 큰 약병에서 나온 샘플이야!" 숀이 설명 했다 "이건 비환원성 교화체라 대조 시약과 비교를 해 보면 단지 한 가지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파는 걸 알 수 있어. 분자량이 15만 달 톤쯤 되는 물 질이야." 자넷은 고개를 끄덕였다. 숀은 이어 다른 교화체를 집어들어 자넷에게 보여주었다 "자, 여기 있는 작은 약병에서 나온 약제는 좀 달라. 여기는 띠 가 세 개 나타나 있는데 이건 그 안에 세 종류의 다른 성분이 들어 있다는 뜻이야. 이 세 개 모두가 아까 것보다는 훨씬 분자량이 작 아. 내가 추측컨대 큰 약병에는 임뮤노글로불린(면역 글로불린) 항 체가 들어 있고, 작은 약병에 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 들어 있 는 것 같아." "사이토카인이 뭐예요?" 자넷이 물었다. "그건 일반적인 명칭이야." 숀이 말했다 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를 따라와." 그가 말했다. " 가서 시 약들을 좀 가져 와야겠어 ." 그들은 층계를 이용했다. 걸음을 옮기며 숀은 설명을 계속했 다. "사이토카인은 면역계의 세포들이 생산해내는 단백질 분자들이 야. 그것들은 언제 중식을 할 것인지, 또 언제 기능을 할 것인지 언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심지어는 종양 세포들의 침입에 대 비 할 것인지 따위의 세포 간의 정보 연락에 일익을 담당하는 물질이 야 NIH는 인터루킨◎라고 불리는 사이토카인으로 체외에서 알 환자들의 임파구를 배양해 그 세포들을 다시 환자에게 주입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어 . 어떤 증례에서는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 지 ' "하지만 포베 스 센터가 수아세포종 치료에서 올린 성과만큼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 물론 이 정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지 " 숀이 말했다. 숀은자신과 자넷의 품에 창고에 있던 시약 들을 가득 채운 뒤 다 시 실험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요새는 생물학 분야가 각광을 받는 시대야 " 숀이 말했 다. ·19세기는 화학의 시대였고 20세기는 물리학의 시대였지 하지 만 21세기는 분자생물학의 시대가 될 거야. 이 분야는 화학, 물리 학, 생물학 세 분야가 통합되는 곤이야 그 결과는 공상과 학 소설 이 실현되듯 정말 놀랍기만 할 거야. 실제로, 우리는 벌써 그런 일 이 벌어지는 걸 목격 하고 있는 거야." 그들이 실험실에 도착할 때가 되자 자넷은 자신이 그날의 정신 적인 상처와 심 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있 음을 깨닫게 되었다. 숀의 열정이 전염된 것 같았다. "다음엔 그 약제들고 무엇을 해볼 생각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나도 아직은 확실치가 않아." 숀이 고백을 했다. "어쩌면 그 큰 약병에 든 미지의 항체가 헬렌 캐벗의 종양 세포 를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은 01," 슨은 자넷에제 그녀가 서 있던 곳 근처의 서랍 하나에서 가위와 메스를 꺼내 달라고 부탁을 챘다. 개수대로 아이스박스를 운반한 손은 고무장갑을 낀 다음 헬렌의 뇌를 꺼내 물로 세척했다. 개수대 일에서 그는 도마 한 개를 끄 집어냈다. 그는 뇌를 도마 위에 올려 놓았다 "종양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가 말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보스턴에서 했던 MRI로 판단컨대 그녀의 종 양 중 제일 큰 것은 왼쪽 측두엽 에 있었어. 그들이 생검을 한 것도 바로 그 부위였어. 내가 보기 엔 나도 그쪽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숀은 위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뇌의 방향을 잡았다 이어 그는 좁은 간격으로 측두엽의 돌출부를 썰어내기 시 작했나 .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농담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ㅂ1 ." 그가 말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도마 위에 없어진 뇌가 자신이 최근에 대 화를 나누었던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을 몹시도 힘겨워하고 있었 다 "이제 좀 뭐가 나타나는 것 같은데." 숀이 말했다. 그는 마지막 절단 부위 언 저리를 펼쳐 보였다. 그 조각의 밑부분에는 자그마한 구멍들이 나 있는 상대적으로 조밀하 고 주 변보다 더 황색의 색채를 띤 조직이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 엔 이 점들이 과잉 성장에 의한 혈행 부족으로 무혈성 괴사에 빠진 부분들을 나타내는 것 같아." 숀이 자넷에게 손을 좀 빌려 달 라고 부탁을 하자 자넷은 고무장 갑을 끼고 숀이 가위로 종양의 샘플을 채취하는 동안 뇌의 절단 면 을 벌려주었다. "자, 이제는 세포들을 분리해야 돼 ." 그가 종양의 샘플을 조직 배양액에 넣고 효소들을 첨가하며 말 했다. 그는 효소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플라스크를 배양기 안 으로 집어넣었다 "다음은 이 임뮤노극로불린의 성질을 규정해야 돼 " 그가 미지의 약제 중 팔 약 병을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시판되는 항체들을 이용해서, 임뮤노글로불린 의 특 정 종류를 판단하는 엘리자(ELISA, Enzyme-Linked- Immuno-Serum-Assay 효소 이용 면역 혈 청 분석법)라 불리는 검 사를 해야 돼 ." 은은 큰 약병을 실험대 위에 내려놓은 다음 아흔여섯 개 의 자그 마한 등근 홈이 파진 플라스틱 판을 집어들었다 그는 각 홈에 각 기 다른 항체를 넣은 뒤 결합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이어 그는 소속 혈장 알부민을 넣어 각 홈 안의 남은 결합 부위 를 차단해버 렸 다 그런 후그는 각 홈 안으로 소량의 약제들을 첨가했다 "이제 그 미지의 약제랑 반응을 일으킨 것이 어떤 항체인지를 참 아내야 돼 ." 그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미지의 임뮤노 글로불린들을 제거하 기 위해 각 홈을 씻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이번에는 효소의 작용으로 색채 반응을 일으키 도록 화합물들이 묻어 있는 원래의 홈 안에 있던 것과똑같은종류 의 항체를 각 홈 안으로 넣으면 되는 거야." 이 화합물은 반응시 연보라색으로 바뀌는 특성을 가 지고 있었 다. 검사를 하는 동안 숀은 계속해 자넷에게 매 단계마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이 검사법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것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 다. "만세 1" 여러 홈 중의 하나가 대조로 만들어둔 열여섯 개의 또들이 홈에 나타난 색으로 변하자 숀이 탄성을 질렀다. "이건 이제 더이상 미지의 약이 아니야. 이것 IgGl이라고 불리 는 사람의 면역 글로불린이야1" "포베스 센터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요?" 자텟이 물었다. "그거 아주 콜은 질문이야." 숀이 말했다. "내가 보기 엔 단종항체 기 법을 쓴 것 같아. DNA 합성 기법으로 만들어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큰 분자를 만들어내기는 쉽지가 않거든." 숀의 자상한 설 명 덕에 어렴풋이나마 그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있었던 자넷은 그 미지의 약제들이 무엇인지 규명해내는 과 정에 진짜 흥미를 느꼈던 것만은 분명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피 로에 더이상 버 틸 수가 없었다. 시계를 내려다본 그녀는 어느새 자 정이 다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숀의 열 정을 가로막아야 한다는 데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자넷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는 파스퇴르 피펫을 들 고 있었다. 두번째 미지의 약제에 대해 다른 ELISA검사를 시작 한 것 이다 "지금이 몇 시나 된 것 같으세요?" 그녀가 말했다. 숀은 자신의 시 계를 내려다보았다. " 어 럽쇼, 즐기는 사이에 시간 가는 걸 몰랐군 그래." "저는 내◎ 출근해야 돼요." 그녀가 말했다. "잠을 자둬야 한다구요. 혼자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 늦은 시각에?" 숀이 말했다. "그러지 마. 지팜 하고 있는 일만 끝내게 해줘 이게 끝나면 잽 싸게 그 IgGl이랑 헬렌의 종양 세포들이 보이는 반응 수준을 면역 형광 검 사로 측정해볼게. 자동 희석기를 쓸 거니까 몇 분 걸리지 않을 거야." 자넷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 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의자 위에 버티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대신 유리로 만 든 사 무실에서 팔걸이 의자 하나를 끌어내 몸을 기댔다 반 시간도 되기 전에 숀의 열정은 또 한 계를 뛰어넘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두번 째 미지의 약제에 대해 시행했던 ELISA검사가 세 개의 사이토카 인을 밝혀낸 것이다 그들은 T-임파구의 성장 요소인 인터루킨- 2와 특정 세포들에게 종양 세포와 같은 이질적인 세포들을 파괴해 버 리도록 자극하는 조직 괴사 요소 알파, 그리고 면역계 전체를 활 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페론 감마라는 물질이었다. "T-임파구라면 AIDS 때 없어지는 그 세포 아닌가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이제 점점 깨어 있기가 힘들어졌 다. "바로 맞추었어 ." 숀이 말했다. 그는 이제 그 미지의 임뮤노글로불린을 다양한 농 도로 희석 해 시행한 형광 항체 검사 슬라이드 몇 장을 들고 있었 다. 고배율 희석 슬라이드 중 하나를 형 광 현미경 대물 렌즈 밑으 로 밀어넣은 숀은 접안 렌즈로 눈을 옮겼다. "와 !" 그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 반응의 강도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야. 십만 대 일 의 농도에서도 이 IgGl항체는 종양 세포들과 ++++의 반응을 일으켜 1 자넷, 이리 와 여기 좀 들여다봐." 자넷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숀은 현미 경에서 눈을 떼고 그녀 쪽을 쳐다보았다. 자넷은 축 늘어져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그녀는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자넷의 잠든 모습을 본 숀은 이내 죄 책감을 느꼈다 그녀가 얼마 나 지쳐 있 을지 미처 고려를 하지 못한 것이다. 몸을 일으켜 지친 팔로 기지개를 켠 그는 자넷에게로 다가 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은 유난히도 아곤나워 마치 천사 같 아 보였다. 그녀의 온화한 얼굴에는 가느다란 금발이 흘러 내려와 있었다 숀은 입을 맞추고 싶은 충 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는 대신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자, 자." 그가 속삭였다 "가서 자야지 " 그녀의 잠에 취한 머리가 아침에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왔다는 사 실을 기억해낸 것은 그녀가 이미 숀의 차에 올라타 안전 벨트를 채 운 다음이었다 "정말 운전을 할 수 있겠어7" 숀이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 였다. "내 차를 가지고 가겠어요 " 그녀는 논쟁의 여지를 없애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숀은 병원 건물 을 돌아 그녀를 차 앞에 내려주었다. 일단 그녀가 차에 시동을 걸자, 은은 그녀에게 앞장을 서도 록 했다. 두 대의 차 가 거리로 나서자 손은 자넷에게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짙은 녹색 의 레천 세테스 한 대가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을 711치 눈치채지 못했다 8 3월 6일 토요일, 오전 4시 45분 눈을 뜨는 순간 숀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수아세포종에 대한그 신비의 치료법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밝혀내고 싶은 마음에 빨리 실험실로 가고 싶어 안달 이 났다. 어젯밤 했던 일들은 그의 욕심을 더욱더 부채질했을 뿐이었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그는 침 대를 뛰쳐나와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실험실로 떠날 채비를 갖추자 숀은 살금살금 어 두운 침실 안으 로 되돌아가 자넷을 흔들었다. 그는 그녀가 가능한 한 마지막 1초 까지도 자두고 싶으리 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꼭 해주어야 할 말 이 있었다. 자넷은 몸을 뒤 척 이며 신음 소리를 냈다 "벌써 일어 날 시간이에요?" "아냐." 숀이 소곤거렸다 "나는 지금 실험실로 가, 당신은 몇 분 더 잘 수 있을 거야. 하자 만 네이플스로 여행을 가게 짐 을 좀 챙겨 달란 말을 하고 싶어서. 당신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떠날 수 있게 말이야." "당신이 이 여행에 또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 는군요 " 자넷이 눈을 비비며 물었다. " 네이플스엔 왜 가는 거죠7" "가는 길에 자세히 얘기해줄게 ." 슨이 말했다 "만일 포베스에서 바로 출발을 하면 마이애미에서 나가는 교통 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뵉 거야. 잔뜩 짐을 꾸릴 필요는 없어. 필 요한 건 오늘 저녁식사 때 입을 옷하고 수영복, 청바지 정도일 거 야 그리고 또 하나." 숀이 그녀 위로 몸을 구부리며 덧붙였다. 자넷은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오늘 아침에 루이스 마틴의 치료제를 좀 얻어다 주었으면 좋겠 어" 그파 랄했나 자넸은 벅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 대단하군요!" 그녀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대체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 헬 렌의 약들을 얻어오 는데도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는지 말해주었잖아요." "진정해 ." 숀이 말했다. "그저 한번 시도만 해보란 말이야. 이건 왜 중요한 일이야. 당신 이 당신 입으로 이 약들이 모두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잖 아.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중해보려고 하는 거야 그 렇게 많은 양이 필요한 게 아니거든. 큰 약병에서 그저 조금만 털어오면 돼 . 단지 몇 co만 있어 도 충분해 ." "그 사람들은 그 약제들을 마약류보다도 더 엄격하게 통제를 하 고 있단 말이에요." 자넷은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럼 식 염수로 희석을 시키 면 어때?" 숀이 제안을 했다. "환자들 의 술병에 물을 타는 정도는 당신도 잘 알잖아. 그 사람 들은 약의 농도가 변했다는 걸 결코 알 아내지 못할 거야." 자넷은그의 제안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하면 혹시 환자들 에게 해가 가지는 않을까요?" 자넷이 물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 숀이 말했다. "아마도 한 두 배의 희석 정도로는 약효에 크게 파이 가 없도록 되 어 있을 거 야." "알았어요. 그럼 한번 해 볼게요." 자넷은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그녀가 그 착한 마조리에게 또다 시 거짓말을 해야 한다 는 사실이 영 마음에 걸렸다 "부탁하는 건 그것뿐이 야 " 숀이 말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 를 해주었다. "이제 잠이 다 깨버렸잖아요." 문간을 향하는 숀의 등 뒤로 자넷이 툴툴거렸다 "주말에는 질리도록 푹 잘 수 있게 해줄게." 그가 약속을 했다 숀이 자신의 지프로 걸음을 옮길 때, 동쪽 하늘에는 이제 마악 엷은 새벽 빛이 비치 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은 아직도 한밤중인 양 별들이 반짝반짝 어두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길가에서 차를 뺀 그는 실험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작업 들 생각에 너무도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는 것 따위 에는 전혀 신경이 미치지를 않았다. 다시 한번 숀은 한적한 거 리에 서 차 몇 대 간격을 두고 자신의 뒤를 발는 짙은 녹색 메르세데스 가 있다는 사실을 놓쳐버 리고 말았다 그 메르세데스 안에서 웨인 에드워드가 카폰의 다이얼을 돌려 코코넛 그로브의 그랜 드 베이 호텔에 묵고 있던 스털링 롬바우어 에 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잠에 취한 스털링이 세번째 벨소리에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는 등지를 떠나 서쪽으로 가고 있네 ." 웨 인이 말했 다. "포베스고 가는 것 같아." "좋아." 스털링 이 말했다. "놓치지 말고 계속 따라다녀. 내가 자 네 쪽으로 가겠네 반 시간 전쯤에 지금 쓰시타 제트기가 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연락을 접수 했다 네 ." "이제 진짜 일이 벌어 질 모양이군." 웨 인이 말했다 "내가 보기 에도 그렇다네 " 스털링이 말했나 앤 머피는 다시금 우울해져 있었다. 찰스가 집으로 왔던 것은 사 실이지만 그는 겨우 하룻밤을 묵었을 뿐 이내 수도원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 찰 스마저 떠난 집은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그는 매 우 침착하고 늘 하나님과 가까이하는 터라 함 께 있으면 그렇게 즐 거을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던 차에 현관 의 초인 종이 울려왔다 손을 뻗어 격자 무의 가운을 걸친 그녀는 부엌을 향해 걸음을 옮 겼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지만,숀에 대해 탐문을 하러 왔던 두 사람 역시 난데없이 들이닥쳤다는 사실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 녀는 낯선 사람들에게 손이나 옹코진에 대해 함구하겠다고 약속했 던 것을 기 억해 냈다 "누구세요?" 인터컴의 버튼을 누르며 앤이 물었다. "보스턴 경 찰입니다. " 버튼을 눌 러 현관문을 열어주던 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 는 이 경관의 방문이 은이 옛날의 그사악한 길로 되돌아갔다는뜻 이 분명하다고 단정을 지었다. 재빨리 머리를 빗어내린 그녀는 문 간으로 달려나갔다 문앞에는 보스턴 경찰 제복 차림의 남자와 여 자가 서 있었다. 앤은 두 사람 모두가 초면이었다 "아침부터 성가시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부인 " 여자 경찰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증을 펼쳐 보였다. "저는 핼리 헌 순경 이고 이쪽 제 동료는 머서 순경 입니다. " 앤은 가운의 깃을 움켜쥐어 설을 여몄다. 숀이 십대였을 때 이 문간에는 경찰들이 심심찮게 찾아 오고는 했었다 이들의 방문은 잊어버리고 싶은 악몽 같은 기억들을 되살아나게 했다 "무슨 문제 라도 생겼습니까?" 앤이 물었다. "부인께서 숀 머피 씨의 모친되시는 앤 머피 여 사신가요?" 핼 리 헌 순경 이 물었다. 앤은 고개를 끄덕 였다. "저희는 마이애미 경찰국의 요청으로 이렇게 찾 아뵙게 줬습니 다. " 머서 순경 이 말했다 "지금 아드님 숀 머피 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7" "그애는 마이애미에 있는 포베스 암센터에 있어요." 앤이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7" "저희도 그건 잘 모릅니다 " 핼리 헌 순경 이 말했다. "그애가 무슨 말썽 이라도 일으켰나요?" 어떤 대답 이 나올까 두려워하면서도 앤은 질문을 던졌나 "저희는 정 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 핼리헌이 말 했다. "혹시 그쪽 주소를 가지고 계세요7" %』 f·EB E9ff)34ㄴ171aㅂItA)fE ftfaf f J B~f-f31111T:ㄴll~%fl 1 ';l~I~l~T)~~ 5 핼리 헌이 말했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문을 닫은 앤은 문짝에 몸을 기댔다. 그녀 는 자신이 두려워하더 일이 벌어 졌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그녀가 걱정했던 대로 마이 애미가 악의 손을 뻗쳐 숀을 다시금 곤경에 빠뜨리려 하는 것이다 잠깐을 기다려 마음이 충분히 가라앉 았다는 생각이 들자 _2녀~ 즉시 브라이언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숀이 또 무슨 사고를 친 모양 이야.- 브라이언이 전화를 받아드는 순간 그녀가 불쑥 말을 내뱉았다. 그 말과 동시에 눈물이 쏟 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좀 진정하고 자세히 얘길 좀 해보세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네가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런라이언은 어머니를 달래 무슨 일이 있쪄는지와 경찰이 무슨 말을 했 는지를 소상히 이야기하게 했다 "무슨 교통 법규 위반 정도일 거예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남 의 마당을 밟고 지 나갔다던지 그런 걸 겁니다 ·, "난 더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앤이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틀림없어. 느낌이 온다니까. 그녀석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 살 아1 "제가 그리로 건너갈게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동안 몇 군데 전화를 걸어 도대체 무슨 일인지 확인을 해볼게 요. 제 생각엔 별거 아닐 것 같아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 앤이 코를 팽 풀며 맞장구를 쳤 다. 브라이언이 말보로 가에서부터 건너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앤은 옷을 갖추어 입고 머리를 올 리기 시작했다 찰스 강 바로 건너 땍 베이에 사는 브라이언은 교통이 적은 토요일 아침이었던 까 닭에 불과 30분 만에 도착을 했다 그가 자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초인종을 눌렀 을 때 그녀는 마지막 머리핀을 끼워 마 무리 짓고 있었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케빈 포터라고 마이애미에서 변호사 일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브라이 언이 어 머니에 게 말했다 " 그 친구는 마이애미에 있는 우리 거래처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내가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더니 경찰에 아는 사람이 있어 무슨 일 인지 알아봐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난 벌써 좋지 않은 일이 라는 걸 알고 있어 " 앤이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안 좋을지는 아직 모르시잖아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혼자 그렇게 상상만으로 흥분하지 마세요 기 억나세요? 지난번 엔 병원 신세까지 지셔 야 했잖아요." 브라이언이 도착한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포터의 전화가 걸 려왔다. "좋은 소 식 이 아니라 유감일세 ." 케빈이 말했다 "어떤 주류점 주인이 자네 동생의 차가 절도 현장을 떠나는 걸 목격 했대." 브라이언은 한숨을 내 쉬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양손을 품에 꼭모아잡은 채 등받이 의자모서리에 간당간당 걸 터앉아 있 었다 브라이언은 은에게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어떻게 된 자식이 불쌍한 어머니한테 어떤 영향이 올지는 생각지도 않고 사고만 치 고 다니는 거야? "정말 괴상한 사건이야.' 케빈이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시체 하나가 난도질을 당했다고 하더군. 에‥‥ 이야기 계속 할까?" "처 음부터 소상하게 얘기를 해줘 " 브라이 언이 말했다 "누군가가 시 체에서 뇌를 빼 훔쳐 갔대 ." 케 빈이 말했다 "그런데 그 시체가 행려병자도 아니고 온가족이 뻔히 있는 사람 이었던 게 문제 야.사망한 사람은 젊은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부친 은 빈타운에 사는 사업계의 거물이 래." "여기 보스턴에서 말인가7" "그래. 그리고 그 사람 영향력 때문에 여긴 아주 큰 난리가 벌어 졌다구 " 케빈이 말했다. "경찰에 무슨 조치를 취하라고 엄청난 압력이 들어오는 모양이 야. 주 검사가 1 킬로미터나 되는 죄목으로 기소장을 만들었어 . 그 녀의 사체를 검안한 검시관은 크랭크 톱으로 두개골을 절제한 것 으로 추측했어 ." "그런데 숀의 지프가 현장을 떠나는 게 목격되었다는 말이지?" 브라이언이 물었 다 그는 벌써 어떻게 변호를 할까 머리를 짜내 고 있었다 "유감스럽 지만 그렇다네." 케빈이 말했 다. "게다가 검시관 중의 하나가 자네 동생과 간호사 하나가 검시과 사무소에 들러 그 사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갔다는 증언 을 했어.조직 샘플을 얻고 싶다는 말을 했대, 결과적으로 보아 그 들은 목적을 이루어낸 것 같더군. 경찰들이 심문하고, 어쩌면 구속 을 하기 위해 자네 동 생과 그 간호사를 찾고 있어 " "고맙네 , 케 빈." 브라이언이 말했다 "오늘 어디 있을지 좀 가르 쳐주게 혹시라도 숀이 구금된다면 -:)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 ." "주말 언제라도 연락을 해주 게나." 케빈이 말했다 "혹시라도 자네 동생이 체포되어 들어오면 연락을 해 달라고 경 찰서 에 일 러두겠네 ." 브라이언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이런 이 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숀이 홀로 소등과 고모라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이 마당에 말이다. "혹시 숀 전화번호를 가지고 계세요?" 그가 물었다. 그는 목소리에 걱정스러운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나 앤은 아무 말도 없이 그에게 숀의 전화번호를 가져다 주었다. 브라이언은 먼 쩌 포베스 사옥의 거처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벨이 울린 다음에야 그는 포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 음 그는 포베스 암센터 연구동 건물로 연락을 시도해보았다. 유감 스럽게도 그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연구동 교환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여덟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가 동을 한다는 녹 음된 자동응답뿐이 었다 단호하게 다시 전화기를 집어든 브라이언은 델타 항공사 로 전화 를 걸어 마이애미 행 정오 항공편에 예약을 했다. 무엇인가 수상쩍 은 일이 벌어지고 있 음을 직감한 그는 직접 가서 부닥쳐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옳았지』 그렇지 않니?" 앤이 말했다. "나쁜 일이로구나 " "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거 예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래 서 그리로 가서 해결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내가 도대체 윌 잘못했는지 모르겠구나." 앤이 말했다 "엄 마." 브라이언이 말했다.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히로시 규하마는 속이 쓰렸다. 그의 신경은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었다. 숀이 계단에서 간이 떨어지게 놀래뤄 준 이후로 그는 숀을 선뜻 염탐해볼 자신이 서지를 않았다. 한지만 오늘 아침 그에게는 달리 무슨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이른 새벽 주차장에서 숀의 지프를 본 즉시로 숀을 살펴보았다. 숀이 자신의 실험실 안에서 열 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 습을 확인한 다음 히로시는 자신의 사무실 로 돌아갔다 히로시는 이제 다나카 아마구치까지 시내 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로 전보다 두 배나 더 불안해 하고 있었다 히로시는 이틀 전 공항 에서 다나카를 만나 그가 쓰시타에서 최종적인 명령이 내려올 때 까지 유숙하며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도릴 컨트리 클럽으로 태워다 주었다. 최종 명령은 금요일 밤 늦게 전달되었다. 다나카의 메모를 검토 한 쓰시타의 이사진은 숀 머피가 포베스 투자 계획에 중대한 걸림 돌이 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쓰시타측은 숀과 '대화'할 수 있 도록 즉시 그를 도쿄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히 로시는 다나카 옆에서 내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가 야 쿠자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히로 시를 극도로 조심스럽 게 만들었 다. 게다가 다나카는 자신이 히로시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음 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었다 둘이 만났을 때 그 역시 답례로 절을 하 71는 했지만 그의 절은 깊지 도, 그리 오래 끌지도 않았다. 뿐만 아 니라 호텔까지 가는 동안의 대화도 그저 하찮은 잡담에 불 과했다 다나카는 숀 머피의 이름조차도 거론하지 않았다. 게다가,일단호 텔에 도착하자 다나카는 히로시가 안중에도 없는 듯 일체 무시를 해버렸다. 더더욱 끔찍하게도 그는 히로시에게 골프를 함께 하자 는 초대조차도 하지를 않았다. · 히로시는 도럴 컨트리 클럽으로 전화를 걸어 야마구치 씨와 통 화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 탁했다. 다나카가 전화를 받아들었다. 히로시의 목소리에 그는 유난히도 퉁명스럽게 응대를 했다 빠른 일본말로 히로시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숀 머피 씨가 여기 연구 센터에 있습니다. " 히로시가 말했다. "고맙소 " 다나카가 말했다 "지금 비행기가 오고 있소. 모두가 계획대로 진행 되고 있소. 우 리는 오후쯤 포베스로 가겠소." 숀은 들뜬 마음으로 아침 일을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임뮤노글 로불린과 세 종류의 사이토카인을 판별해냄으로써 순조로운 첫발 을 내디◎던 터 라, 숀은 그 임뮤노글로불린이 정확히 어떤 종류의 항원과 반응을 하는지 밝혀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 으리라 생각했다. 임뮤노글로불린이 종양세포 현탁액에 강한 반응 을 보였던 것으로 미루어 그는 그 항원이 얇은 막으로 돼 있을 것 으로 추측했다. 즉, 그 항원은 종양세포의 표면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 파. 이 가설을 확증하고,동시에 그 항원이 적어도 한부분은 단백질 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숀은 헬렌의 종양에서 나온 온 전한 세포들에 트립신(단백질 분 해 효소)을 첨가했다. 이 효소 작용 으로 소화된 세포들이 예의 임뮤노글로불린과 반응을 하는지 살펴 본 그는 이내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 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수많은 항원들을 이용해 그중 어떤 것이 반 응하는지 알아보려고 했었 다. 하지만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는 도저히 이 막성 항체의 성질을 규명해낼 수가 없었다. 조직 배 양에서 얻어진 세포주 수백종을 이용해 몇 시간씩이나 조그마한 홈들을 채워 보았지만 도무지 반응은 일어나 주지를 않았다. 그는 특히 신경 조직에서 기원한 세포주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정상세 포는 물론, 변이세포나 종양세포들까지 시험을 해보았다. 그는 순 차적으로 세정제의 농도를 올리며 세포들을 소화시키는 방법의 첫 단계로 세포막을 개방시켜 세로질내의 항원을 노 출시킨 다음, 핵 막을 열어 핵내 항원들을 노출시켰다. 하지만 그래도 반응을 보이 는 것은 하나 도 없었다 수백 개의 작은 홈에는 단 한 개도 면역 형 광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은은 이 미궁 의 임뮤노글로불린과 반응하는 항원을 찾아내는 것 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생 각지 못했다. 필사의 노력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부분적인 반응조차 찾아내지 못한 것이 다 마악 숀의 인내심이 증발하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응답을 하기 위해 벽에 장착된 전화기로 걸음을 옮겼다 자넷이었 다. "어떻게 돼가요, 아인슈타인 선생?" 그녀가 명 랑하게 물었다. "끔 찍해 ." 숀이 말했다 "전혀 아무런 성과가 없어 " "그런 말을 듣게 되어 정말 유감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만 전 당신 하루를 명랑하게 해줄 만한 걸 하나 가지고 있 어요" "뭔데?" 숀이 물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애타게 찾고 있는 항원 이외 에는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루이스 마틴의 약제 샘플을 손에 넣었어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이 생각해낸 방법으 로 말이에요." "홀릉해." 숀이 열정 없는 풀죽은 목소리고 말했다. "어 떻 게 된 거죠?" 자넷이 물었다 "좋아서 펄펄 뛸 줄만 알았는데." "좋기는 해."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가지 고 있는 것들 때문에 좌절 상태야 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 "주사기를 건네줄 테 니 어디서 만나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도 좀 쉬면 나아질 거예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 은 식당에서 만났다. 숀은 그 틈을 이 용해 식사를 했다. 전에 했던 것처럼 자넷은 식탁 밑으로 손에게 주사기를 건네주었다. 그는 주사기를 주머니 안으로 슬쩍 집어넣 었다. "아침에 일러준 대로 짐을 꾸려왔어요 " 자넷이 숀의 기분을 풀어주려 화제를 돌렸다. 숀은 샌드 위치를 먹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아침보다는 여행에 대해 관심이 식은 것 같아 보 여요." 자넷이 말했다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러는 것뿐이야." 숀이 말했다. "그 미지의 임뮤 노글로불린과 반응할 항원을 찾아내는 게 이렇 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어 ." "저한테도 오늘 하루 는 영 신통치가 않았어요." 자넷이 말했다. "글로리아는 전혀 차도가 없어요. 솔직히 말해 상태가 더 나빠졌 어요. 그녀만 보면 우울해져 견딜 수가 없어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전 정말 여길 좀 벗 어나 쉬고 싶어요. 그러는 것이 아마 우리 둘 다 한테 도움이 될 거예요. 어쩌면 실험실을 좀 떠 나 있는 것이 당신 한테도 새로운 생각을 할 전기가 될지도 몰라요." "정말 그렇게 라도 됐으면 좋겠어 ." 숀이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 일은 세 시 반 가량이면 끝날 거 예요." 자넷이 말했다. "어디서 만날까요?" "연 구동으로 건너와." 숀이 말했다 "아래층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그쪽에서 출발하면 병원 근 무 교대 인파를 피 할 수 있을 거야." "정시에 그리로 갈게요." 자넷이 명랑하게 말했다 스털링은 의자 너머로 손을 뻗어 웨인을 흔들었 다 뒷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던 웨인은 재빨리 일어나 앉았다. "가능성 이 있어 보이는데 ." 스털 링이 말했다. 그는 앞창을 통해 병원 건물과 연구등 건물 사 이 한가운데, 보도 옆에 주차중인 늘 씬한 검은 링컨 타운 카를 가 리켰다. 차가 정지하자 됫좌석에서 한 일본인 남자가 내리며 두 건 물을 올려다보았다 "저 친구가 다니카 야마구치야." 스털 링이 말했다. "망원경으로 저 리무진 안에 몇 명이나 타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까?" 스털링이 물었다. "코팅한 창문은 들여다보기가 쉽 지 않아." 웨인이 자그마한 쌍안경을 들어 눈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뒷자리에 한 명이 더 있군. 잠깐, 앞문이 열리는데. 두 명이 더 보여.그럼 전부 해서 네 명이야."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야." 스털 링이 말했다. "모두가 일본 사람들일 거야." "정 말 자네 말대로군 그래." 웨 인이 말했 다 "저 친구들이 여기 포베스까지 찾아왔다는 게 놀랍기만 하군.- 스털링이 말했다. "다나카는 증인이 없도록 사람들을 후미진 장소로 유괴하는 걸 좋아하거든 아 마 그 친구를 미행하려 들 거야." 웨인이 말했다 "그 다음엔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겠 지 ," "자네 말이 맞을 거야." 스털링이 말했다 그때 두번째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그는다나카에 비해 훨씬 키가큰 편이었다. "그 망원경 좀 보게 해줘 ." 스털링이 말했 다. 웨인은 망원경을 의자 너머로 건네주었다 스 털링은 초점을 맞추며 두 명의 동양인들을 세심 히 살펴보았다. 두 번째 인물은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저리로 건너가 인사를 해두는 게 어 떨까?" 웨 인이 제의 를 했다. "이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자구. 그러면 저 친 구들이 계칙 자체를 포기해버릴지도 몰라." "그건 저 친구들이 더 조심을 하도록 만들어줄 뿐이 야." 스털링 이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좋겠어 만일 우리가 너무 일찍 우리 자신을 알리면 저 친구들이 더더욱 은밀히 일을 추진하게 될 뿐이야. 저 친구들과 흥정할 건더기를 잡으려면 저 들이 일을 벌이는 현장을 덮쳐 야 해 ." "꼭 고양이와 쥐 놀이 같군 그래." 웨 인이 말했다. "자 네 말이 꼭 맞아 " 스털링이 말했다. 로버트 해리스는 그날 이른 아침부터 톰 위디콤의 집에서 몇 집 떨어진 곳에 세워둔 차 안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네 시간이 넘도 록 앉아 있었지만 불들이 모두 꺼졌다는 것 웠에 해리스는 별다른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언뜻 어젯밤처럼 커튼이 살짝 흔들리 는 듯이 보였지만 그것마저도 확실치는 않았다. 그는 어쩌면 지루 한 나머지 착시가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해리스는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단지 직업을 바됐다 는 이유와 집안 불을 모 두 켜 두었다는 사실, 그리고 초인종에 응답 을 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한사람에게 너무도 많 은 귀중한 시간 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간호사들에 대 한 습격이 유방암 환자들의 연쇄 사망 사건과 관련 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해리스의 마음 을 사로잡았다. 뽀족 한 대안도, 마땅히 갈 곳도 없던 해리스는 무료함을 달래며 그저 자리를 지 켰다. 그가 학수고대 기다리던 톰 위디콤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두 시 가 마악 지나 배고픔과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러 떠나려던 순간이 었다. 차고문이 스르르 올라가더니 밝은 햇빛에 눈살을 찌푸린 톰 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나. 신체 조건상 통은 범인과 꼭 들어맞았다 그는 중키에 중 간 체 격, 그리고 갈색 머리칼이었다. 그의 옷차림은 그리 단정치가 않았 다. 그의 셔츠와 바지는 다림질을 하지 않은 것 같았고 셔츠의 한 쪽 소매는 팔 중간 정도까지 걷어올려져 있었지만 한쪽 은 채우지 않은 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의 신발은 낡은 운동화였다 차고 안에는 차가 두 대 들어 있었다. 한 대는 커다란 라임 그린 의 골동 캐딜락 컨버터블이었고 또 한 대는포드 에스코트였다 톰 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어렵게 포드에 시동을 걸었다. 일단 시 동이 걸리자 마치 오랫동안사용하지 않은 듯 차 꽁무니에서 시커먼 연 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왔 다. 톰은 후진으로 차고를 나온 뒤 차에서 내려 손으로 차고문을 내리고 다시 포드에 올랐다. 그 가 진입로를 나서자 해리스는 그가 상당히 앞서간 뒤에 천천히 뒤를 따라 차를 몰기 시작했다. 해린스는특별한사전 계획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차 고문이 열려 톰의 모습을 처음 보 았을 때만 해도 그는 차에서 내려 그 사람과 이야기를 좀 해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즉시 마음 을 고 쳐 먹고 지금 그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톰을 미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 아 톰의 행선지가 분명해지자 해리스는 점 차 묘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톰은 포베스 암센터 를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톰이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해리스는 뒤따라 진입을 했지만 톰이 눈치 를 채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재 빨리 차를 세운 해리스는 차문을 열 고 발판에 올라서 톰이 주차장 을 돌아 마침내 병원 입구 근처에 주차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다 시 차에 올라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던 해리스는 마침 톰의 포드에서 불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빈 자리를 발견하고 그곳에 차를 세웠다 놈 위디콤이 두번째로 습격을 받았던 간호사, 자넷 리어든을 감시하러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해리스의 머 리를 스쳤다. 만일 그게 사실 이라면 아마도 그가 그녀를 습격한 장 본인일 것이고, 만일 그가 진짜 그렇게 했다면 어쩌면 그 가 유방암 환자들 살해 사건의 범 인일지도 몰랐다. 해리스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은 너무 도 많은 '만일'이 붙은 가상적인 설정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고 방식과 는 너무도 정반대였. 파 그는 확고한 사실들을 좋아했으며 모호한 가정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이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고, 톰 위디콤의 행동은 수상해 보이기만 했 다. 집 건체에 불 을 훤히 밝히고 있던 것이며 하구 종일 집안에 틀 어박혀 있던 것, 특히 병이 나 집에 누워 있어 야 하는데도 병원 주 차장을 어슬렁거리고 있다늑 점이 너무도 이상해 보였다. 다른 관 점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별게 아니었겠지만 이 일은 해리스에게는 중요한 일이었파 그는 샌 드위치와 음료수를 가져올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하며 차 안에 눌러앉아 톰의 다읍 행통을 기다 렸 다. 자넷을 만나고 돌아온 다음, 숀은 연구의 방향을 바꾸었다. 헬렌 캐벗의 치료 약제가 가진 항원 특성을 규명하려는 시도 대신 그는 그것과 루이스 마틴의 약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를 밝혀보 기로 마음을 먹었다. 급속 전기 이동을 해본 결과,숀은 그 둘이 예 상했던 대로 비슷한 분자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속도로 항인체 임뮤노글로불린 IgGl 항체를 이용 해 시행한 ELISA검사는 그것이 헬렌 캐벗의 경우와 같은 종류의 면역 글로 불린임을 입증했다. 숀은 그것까지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하나를 발 견하게 되었다 헬렌 캐벗의 종양 세포와 루이스 마틴의 치료제를 이용해 시행했던 형광 항체 검 사가 헬렌의 약제를 사용했을 때와 똑같은 정도의 양성 반응을 나타냈던 것이다 자넷이 그두 약제가똑같을 지 모른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숀은 그들이 동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믿기는커녕 전혀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었다. 그가 아는 암 의 항원 및 항체의 특성상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는 루이스의 치료제 가 헬렌의 종양과 반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는 루이스의 생검 검체를 얻어 와 헬렌 의 치료제와 반응시켜 이 기상천외의 발견을 확인해보고 싶어 견 딜 수가 없었다. 실험 실 의자에 걸터앉은 숀은 다음으로 무엇을 해볼까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헬렌 캐벗의 치 료제로 실험 해보았던 그 항 원들로 검사를 시행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거의 성공 가능성 이 없었다. 대신 그는 그 두 면역 글로불린의 항원 결합부위를 규 명해보기로 했다. 그 다음 그들의 아미노산 배열을 직접 비교해보 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의 첫번째 단계는 파파인이라는 효소로 항원과 결합하는 기능을 가진 조각이 떨어펴 나오도록 두 면역 글로불린을 소화, 분 해시키는 일 이었다. 분해가 되자 숀은 이 조각들을 분리해 분자들 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화합물들을 아미노산 배열을 검증하는 복잡한 작업을 대신해줄 자들 분석기 안에 집어 넣었다. 그 기 계는 6층에 있었다 숀은 6층으로 올라가 자동 기기를 가동 준비시켰다. 그 토요일 아침 , 그곳에는 몇 명의 다른 연구원들도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다 들 자신의 일에 너무도 몰두하고 있 어서 말을 걸어볼 생각조차 하 지 않았다 분석기가 준비되어 가동 태세를 갖추자 숀은 자신의 실 험실로 돌아왔다. 루이스 마틴의 것보다는 헬렌의 약제를 더 많이 확보하 고 있었던 까낡에 숀은 ◎녀의 약제를 이용해 계속 그 항원 결합부 와 반응할 물질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녀의 종양세포에 있 는 표 면 항원이 어떤 종류의 것일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숀은 그것이 세 포간의 결합부를 형성 하는 당단백질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을 추롤해냈다 그가 결정 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던 포 베스 당단씩 질 생각이 불현 듯 머리를 스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수많은 다른 항원 후보 물질 들에 시행해보았던 것처럼 숀은 면 역 형광 검사법으로 포베스 당단백질과 헬렌의 치료제 사이의 반 응성을 시험해보았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검사판을 살피기 시작한 순간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허스키 한 여자 목소리에 놀라 펄쩍 뛰어올랐다.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 예요7" 몸을 틀자 바로 등 뒤에 서 있는 닥터 데보라 레비의 모습이 눈 에 들어왔 다 그녀의 눈은 이글이글 번쩍이기 시작했나. 숀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자신 이 하고 있는 면역학적 검사를 얼버무릴 만한 그럴듯한 변명조차 하나 마련해두지를 않았다. 그는 누가 토요일 아침에 찾아와 방해 를 하리라는 것은 전혀 예측하지를 못했고, 하물며 닥터 레비가 이 렇게 불쑥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한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는 그녀가 출 장에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를 못했 던 것이다 "내가 뭐 어려운 걸 물었나요?" 닥터 레비가 말했다. "대답을 해봐요." 숀은 닥터 레비를 외면하며 실험대 의자 위에 늘어놓은 시약병 들과 수많은 세 포 배양 시험관들도 어수선한 실험실을 훌어보았 다. 그는 그럴 듯fl: 해명을 생각해내려고 안간 힘을 쓰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부여된 단백질 결정화 작업 말고는 아무 것 도 머리에 떠오르지를 않았다. 하지란 불행히도 그 작업은 면역학 조작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결정들 을 양생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 숀이 말했다. "그럼 결정들은 어디 있죠?" 닥터 레비가 차분하 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로 미루어 그녀는 그의 설명을 일부라도 믿어 주려는 것 같았다. 숀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닥터 레비가 말했다. "잘 모르겠어 요." 숀이 말했다 숀은 바보가된 기분이었다. "내가 여기를 아주 빡빡하게 운영한단 말을 하지 않았던가요?" 닥터 레비가 말했다. "당신이 내 말을 명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 게 했었습니다 " 대답을 한 숀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지금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 "로저 칼벳 말로는 쥐들을 접종하러 내려오질 않는다는군요 " 닥터 레비가 말했다 "네 , 그런데‥‥‥‥ 숀이 대꾸를 시작했다. "그리고 해리스 씨 말로는 당신이 우리 초밀폐 실 험실에 무단으 로 들어왔다가 발각되었다고 하더군요." 닥터 레비가숀의 말을 막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클레어 베링턴은 자신이 분명 그곳이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말 해주었다는데 " "저는 그 저‥‥‥ 슨은 말끝을 흐렸다. "나는 처음부터 당신이 여 기 오는 데 내가 찬성하지 않았다는 사 실을 당신에 게 말해주었지요7" 닥터 레 비 가 말했다 "여태까지 당신이 보인 행동은 내 우려 를 확인시켜주었을 뿐이 에요. 나는 당신이 이 모든 기구들과 값비싼 시 약들로 무엇을 하고 있 었는지 알고 싶어요. 기껏 단백질 결정이나 양성하는 데 이런 면 역학 실험 자재들을 쓰지 않는 다는 건 바보라도 아는 사실이에 요" "장난을 좀 하고 있었어요." 숀은 고개를 떨구며 계면쩍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특히 이미 명 백히 금지를 받았던 터라 그는 자신이 수아세포종에 대해 연구 하 고 있었다고 털어놓을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장난이 라추요 !" 닥터 레비가 경멸의 목소리 로 되뇌었다 "여기가 당신 놀이터 인 줄 알아요7" 화가 난그녀의 빰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여기선 나한테 서면으로 정식 요청을 하지 않고는 아무도 자기 마음대로 일을 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어요. 모든 연구업무는 내 소관이에요. 당신은 그 대장 당단백질 연구, 그것만 하도록 되 어 있어요. 알아듣겠어요? 다음주까지는 X레이 분석을 할 결정을 만 들어 놓으세요." "알았습니 다. " 숀이 말했다. 그는 닥터 레비를 보지 않으려 시선을 내리깔았다 닥터 레비는 자신의 말을 못박으려 는 듯 잠시 더 버티고 서 있었 다 숀은 나쁜 짓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붙들린 어 린애가 된 기분이 었다. 어떤 변명도 나오지를 않았다 평소의 그 재치는 다 어디를 갔는지 그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머리를 숙이고만 있었다. 지루한 1분이 지나자 마침내 단터 레비는 성큼성큼 실 험실을 나 섰다 실험실은 다시괌 적막에 쉽싸였다 한참이나 숀은 미동도 않고 엉망으로 어질러진 실험대 위를 노 려보았다. 그는 아직도 그 결정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 딘가는 있을 것이 분명 했지만 그는 그것을 찾아보려 고조차 하지 를 않았다 그는 그저 설레설레 고개만 저었 다. 정말 황당한 상황 이었다 또다시 좌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 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애당초 이리로 온 것이 잘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가 미리 포베스 센터의 조건을 알았더라면 그는 결 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상을 안 다음 바로 항의를 하고 떠나버 릴 걸‥‥‥ 그는 그런 생각들로 실험대 위에 놓인 유리 도구며 피 펫 면역학 실험 시약들을 쓸어 바닥에 박살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숀은 시 계를 내려 나좌았파.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제기 콸, 전부 지옥에 나 떨어져 버려라." 그가 중얼거렸다 미지의 면역 글로불린들을 챙긴 그는 그것들 을 헬렌 캐벗의 뇌 및 그녀의 뇌척수액 샘플과 함께 다시 냉장고에 처 박아버렸다 숀은 실험실을 엉망으로 어질러둔 채로 청 재킷을 짇어들고 엘 리 베이터를 향했다 밝고 따뜻한 마이 애미의 땟살 아래로 나오자 숀을 일말의 안도 감을 느꼈다. 자신의 지프 뒷자리에 재킷을 던져넣 은 그는 운전대 뒤로 해서 풀썩 뛰어올라 앉았다 엔진이 부르릉거리며 잠에서 깨 어났다. 요란한 타이어 소리와 함께 주차장을 벗어난 숀은 포베스 사옥을 향해 남쪽으로 속력을 냈다.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정 신이 없던 그는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 움푹 파진 길 때문에 차 밑 바닥을 긁 으며 허겁지겁 따라오는 늘씬한 리무진이나 그 리무진 뒤를 쫓는 짙은 녹색 메르세데스는 보지도 못했다.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온 숀은 세차게 차문을 닫은 뒤 발길질로 사옥 현관문을 닫아버렸 다. 그는 지금 최악의 기분이었다 마악 아파트 안으로 들어 가려는데 복도 건너편 문이 열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청바지 차림에 웃통을 벗은 게리 엥겔스 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하슈." 게리가문설주의 몸을 기대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 누가 찾아왔던 데요." "누가 요?" 숀이 물었다. "마이 애미 경 찰이오." 게리가 말했다. "덩치 큰 경관들이 찾아와 당신이랑 당신 자동차에 대해 온갖 것 들을 다 물어 보며 돌아다녔어요." "언제요?" 숀이 물었다 "불과 몇 된 전에요." 게 리 가 말했다 "어찌 면 주차 장에서 지나쳤을지도 몰라요." "고마워요." 숀이 말했다. 그는 이 새로운 문제에 다시금 짜증을 느 끼며 안으 로 들어가문을 닫아버렸다 경찰이 찾아왔다는 것은 단 한 가지로 밖에 설명을 할수가 없었나 장의사의 경보기가 울린 직후누군가 가 그의 번호판을 본 것이 분명 했파 이 시점, 경찰 과의 실랑이는 은이 정말 바라지 않던 일이었다 자그마한 트렁크를 끌어낸 숀은 세면도구, 내의, 수영복 한 벌과 신발을 쑤셔 넣었다. 그는 양복 케이스 안에 셔츠 한 장과 타이 , 바 지와 재킷 한 벌을 꾸렸다.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계단 을 내려오고 있었다. 건물을 나서기 전 그는 혹시라도 순찰차나 경찰이 타고 왔음직 한 자동차가 있는지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사 옥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는 길쭉하게 생긴 리무진 한 대뿐이었다. 경찰이 리 무진까지 동원 해 자신을 추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숀은 지프를 몰고 다시 포베스 암 센터를 향했다. 가는 도중 그는 공중 전화를 걸기 위해 차를 세웠다 겅 찰이 자신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숀을 몹시도 부담스럽 게 만들었다. 예전에 방탕하고 사소한 범죄들을 일삼던 그 잠간 동 안은 몹시도 유쾌했었지만 그 로 인해 자초했던 경찰이나 법조계와 의 만남은 정말 짜증나고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또다 시 그 관료적인 진흙탕 안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혀 있고 싶은 생각은 추 호도 없었다. 경찰 얘 기를 들었을 때 머리를 스친 첫번째 인물은 형 브라이언 이었다. 경찰들과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는 그가 아는 최상의 변호 사와 미리 의논을 해두고 싶었다. 그는 형이 집에 있기를 바랐다. 브라이언은 평소 토요일 오후면 대개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브라이언 대신 엘리베이터에나 나오는 음악들을 배경으로 정신 나 간 소리만 반복하는 브라이언의 자동응답기가 작동할 뿐이었 다 어떤 때 숀은 그들이 같은 집에서 함께 자라났다는 게 영 믿어지지 않았다. 숀은 몹시 중요 한 일로 의논을 해야겠지만 전화번호는 남길 수 가 없다는 전갈을 남겨두었다. 그는 자신이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말을 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네이플스에 가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이었다. 차로 되돌아온 숀은 다시 포베스 센터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숀 은 자넷이 퇴근 할 때까지는 어김없이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고 싶 었다 9 3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 20분 마지막 세부 사항들로 인계 보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세 시 20분, 자넷은 그만 스그르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숀이 깨웠을 때는 파김치가 되어 있었지만 샤워와 커피 덕에 그녀는 어 느 정도 기력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그녀는 오전과 오후 내내 커피를 입에 담고 있어야 했다. 인계 보고를 위해 자리 에 앉을 패까지도 그녀는 잘 버터내고 있었 다. 부동 자세로 앉아 있자 피로는 더더욱 기승을 부 려 그녀는 창 피하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마조리는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댔다 "밤새 무슨 일을 그리 열심히 했어요?" 마조리가 물었다 자넷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령 그녀가 마조리에게 전날 저녁부터 밤 시간에 걸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해도 마조 리는 믿지를 못할 것이다. 사실, 자넷 자신도 믿기가 어려운 일이 었으니 말이다. 보고가 끝나자 즉시 자릿은 자신의 소지품들을 챙겨 포베스 연 구동 건물로 건너갔다. 숀은 잡지를 읽으며 현관 에서 기다리고 있 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나왔다. 그녀는 그의 기분 이 식당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좋아져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가벼워 졌다 "떠날 준비 다 됐 어?" 숀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럼요." 자넷이 말했다 "이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샤워를 했 으면 좋긴 하겠지만 말이에 요" "유니폼은 어떻게-할 수 있을 거야." 숀이 말했다 "여기 현관에 여자 화장실이 있으니 들어가 갈아입으면 돼.샤워 는 좀 미루어두는 수밖에 . 교통 체증을 피하려 면 어쩔 수 없어 우 리가 가는 길이 공항 옆을 지나기 때문에 늑장을 부리다가는 끔찍 한 꼴을 당하게 될 거야." "샤워 얘기는 농담이었어요 " 자넷이 말했다. , "하지만 옷은 갈아입는 게 낫겠 어요." "기꺼이 초대하겠습니다. " 숀이 말하며 여자 화장실 입구를 가리켰다 톰 위디콤은 바지 주머니에 숀을 넣어 자개 손잡이가 달린 자그 마한 여성용 호신 권총을 움켜쥐 고 있었다 그는 자넷 리어든이 모 습을 나타내 기를 기다리며 병원 입구 한쪽에 도사리고있는 중 이 었다 그는 그녀가 차에 올라타는 순간 저격을 할 수 있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운전대 뒤에 앉는 순간 옆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는 그녀의 뒤통 수에 한 발 쏜 뒤 유유히 걸음을 옮길 생각이었나 차량들과 사람 이 범벅이 된 소란함과 차 에 시동을 거는 소음에 총소리는 묻혀버 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계획에는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아무리 기다려 도 자넷이 도무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다. 4층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을 포함해 낯익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 것으로 미루어 인계 보고 때문에 늦어지는 것 같지는 않 았다. 톰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세 시 37분, 병원을 나서는 낮 근무자 들의 물결은 눈에 띄게 줄 어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 을 나선 지팜 홈은 당황해 반미치광이 상태가 되어버렸 다. 그는 그녀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는 수고스럽게 그녀가 근무하고 있다 는 사실까지 확인해둔 터였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기대 있던 곳을 밀치고 몸을 곧추세운 톰은 병원 모퉁이를 돌아 연 구동 건둘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건물 사이 를 잇는 구름다리가 눈에 들어 왔다. 혹시 그녀가 저 구름다리를 건 너 연구동 쪽 출구로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 리를 스 쳤다 긴 검은 리무진의 모습에 잠깐 발을 멈추었을 때 그는 두 건물의 중간쯤에 있었다 통은 어떤 유명인사가 외부에서 들른 모양이라 고 생각했다. 전에 그런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리까지 주차장 주변을 살피며 톰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초 조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자넷이 어떤 차를 몰고 다니는지 미리 알 아둘걸 그랬다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랬더라면 그녀가 빠져나갔는지 여부를 쉽사리 알아낼 수 가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 녀가 진짜 빠져 나갔다면 이건 이만 저만 큰 낭패가 아니었다 톰은 그녀가 내일은 비번으로 근무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그녀의 거처가 어디인지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주말 내내 그녀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결정 적인 정 보를 입수하지 않는 한 집에 돌아가 보아야 무거운 침묵만 있을 뿐 이라는 사실은 톰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토라진 앨리스는 밤 새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통은 전날 미행을 했던 검은 지프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날 때까 지도 계속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마음을 정하지 못하 고 갈팡질 팡하고 있었다. 그가 더 자세히 그 차를 살펴보려고 다가가던 순간 갑자기 학수고대하 고 기다리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기 있구나! 그녀는 마악 연구동 건물을 나서고 있 었다 통은 마침내 그녀를 찾아냈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원망스럽게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 옆에는 전날 오후에 보았던 그 사내 녀석이 나란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통은 그들이 지프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재빨리 자기 차로 달음질을 쳐 돌아 가려던 순간 톰은 그들이 그 지프에 탈 것이 아님을 알아챌 수가 있었다. 차에 타는 대신 그들은 그저 트렁크 하나와 양복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톰은 낮 근무 교대 인파가 사라진 지금 주차장 에서 자넷을 저격 하려는 계획이 여지 없이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 었다. 게다가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그가 증인을.남기고 싶지 않다면 두 명을 다 사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통은 계속 그 한 쌍에 게 감시 의 눈길을 보내며 자신의 차를 향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가 포드로 도착 할 때쯤 되자 자넷과 숀은 .빨간 폰티악 렌트카 앞에 발길을 댐추었나 통은 자넷 일행이 그 폰티 악의 트겅크에 가방들을 싣는 모습을 바라보며 차 안으로 들 어가 시동을 걸었다. 로버트 해리 스는 톰 위디콤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그는 통보다 먼저 자넷과 숀의 모습을 발견했었 는데 톰이 처음에 별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자신의 가설이 몽땅 허물어져 내리고 말았다는 생각에 깊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의 모습 을 발견한 톰이 허겁지겁 포 드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톰이 자넷을 미행하려 한다는 생각을 한 해리스는 제발 그가 자신의 가설을 사실로 입증시켜주기를 바라며 시동을 걸어 주차장을 빠져나 왔다. 12번가 모퉁이에 도달한 그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만일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내 톰이 나을 것이요, 그렇다면 그의 가설은 상당히 신빙성을 더하게 되는 셈이 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숀 과 자넷이 그의 앞을 지나며 마이애미 강을 건너기 위해 북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어 , 해리스 가 예상했던 그 대로 톰이 나타나 같은 방향으로 회전을 했다. 그의 사냥감인 톰과 의 사이에는 검은 리무진 한 대가 끼어 있을 뿐이었다. "점 점 더 재미가 있어지는군 그래 ." 해리스는 혼잣말을 하며 차를 빼기 시작했다. 그때 갑작스레 울 려온 요란한 경적 소리에 해리스 는 놀라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커 다란 녹색 메르세데스 한 대가 불과 몇 센티ㅁ1터 사이로 바짝 그의 차를 스치며 지나쳤다 "제기 랄1" 해리스가 으르렁거렸다. 톰 위디콤을 놓쳐버리면 안 된다 는 생 각에 그는 따라잡기 위해 액셀을 마구 밟아댔다 해리스는 혹시라 도 그가 자넷에게 노골적 으로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나 확인을 해보기 위해 끝까지 따라가 볼 작정이었다. 만일 그가 그런 비슷한 기미를 보인다면 해리스는 그 즉시 체포할 생각이었다. 톰이 836번 고속도로에서 서쪽 대신 동쪽으로 방향을 틀 때까지 도 해리스는 적 많이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차가 마이 애 미 국제 공 항을 지나 남쪽을 향하는 플로리다 주립 유료 고속도로로 접어들 자 해리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여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대체가 마음에 들질 않는군." 41번 도로에서 플로리다 유료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며 스털링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 친구들 이 어디로 가는 거야? 집으로 가거나 사람들 많은 데 있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만일 여기 다음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린다면 소택지 로 가게 되는 거야." 운전대를 잡은 웨 인이 말했 다 "그게 아니면 플로리다를 횡단하려는 걸 거야. 41번은 소택지를 통과해 마이애미에서 걸프 코스트(플로리다 서쪽 해안)까지 이어지 거든." "걸프 코스트엔 뭐가 있지7" 스털링이 물었다. "내가 알기론 별게 없는데 ·.. " 웨 인이 말했다. "멋진 해안도 몇 군 레 있긴 하지만 별건 아니야 진짜 사람사는 동네 같은 데는 네이플스뿐이지. 마르코니 사니 벨이 니 하는 섬이 두어 군데 있기는 해 . 대개가 정년퇴직한 연금 생활자들이 모여 사 는 아파트식 별장들이지. 별볼일은 없지만 아무튼 엄청나다구 네 이플스에 집 한 채 마련하려면 백만달러 정 도는 우습게 들걸 " "서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스털링이 계속해 앞서가는 리무진에 시선을 던지 며 말했다. 그 는 다나카 일행이 숀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숀이 아닌 다 나카의 차를 쫓고 있었다. "여기랑 네이플스 사이 엔 뭐가 있지?" 스털링 이 물었다. '정 말 별게 없어 ." 웨 인이 말했다. "악어나 톱 잔디 그리고 삼나무가 자라는 수렁플뿐이 야." "좀 불안해지는데 그래." 스털링이 말했다. "저 친구들은 다나카가 바라는 대로 손아귀 안으로 들어와 버렸 어 이제 저 친구들이 한적한 곳에다 차를 세우지 않기만 바라는 수밖에 ." 무심코 오른쪽을 쳐다본 스털링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 옆을 달리는 푸른 세단 안 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기 때 문이었다. 그사람은 포베스의 경비 책임자로버트 해리스다. 스털 링은 바로 그 전날 그와 인사를 나는 적 이 있었다. 스털링은 해리스를 가리키며 웨인에게 그가 누구인가를 설명해 주었다. "of건 좀 심기 불편한 상황인 데 " 그가 말했다. "왜 저 해리스란 친 구가 숀 머리 뒤를 쫓고 있는 거지? 저 친구 가 따라오면 일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질 뿐인데 말이야 " "저 친구가다나카에 대해 알고 있을까?" 웨인이 물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거야." 스털 링이 말했다. "닥터 메이슨이 그런 바보는 아니거든." "어쩌면 저 아가씨한테 눈이 멀어 버렸나 보지." 웨 인이 말했다. "어쩌면 저 친구는 머피가 아니라 리어든을 쫓아가는 건지도 몰 라." 스 털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이렇게 한순간에 틀어져버릴 수 있다는 게 그저 황당할 따 름일 세. 1분 전만해도 난우리가정보상으로유리해 일의 진행 방 향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자신하고 있었거든. 유 감스럽지만 더이상 그럴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너무 많은 변수들이 생겨버 렸거든." 브라이언은 특별히 짐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서류가방 하 나와 손에 들고 있는 간단한 수 하물만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었다 비 행기를 내리자 그는 곧장 허츠 렌트카 카운터를 향했다. 허 츠 사 가 제공하는 셔틀 버스에 잠깐 몸을 실은 그는 주차장에서 자신이 빌린 크림색 링컨 타운 카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정교한 마이애미 시내 교통 지도로 무장을 한 브라이언은 먼저 포베 스 사옥을 향해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는 보스턴 공항에서 부터 몇 번이나 전화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걱정이 된 그는 비행기에서 케빈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하지만 케빈은 아 직 경찰이 숀을 체크하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말했다 포베스 사옥에 도착한 브라이언 은 숀의 집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숀이 이내 돌아오기를 바라 며 브라이언은 자신이 마이애미까지 왔으며 롤론네이드 호텔에 투 숙하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다 그는 아울러 호텔의 전화번호까지 적어두었다. 그가 문 밑으로 메모지를 밀어넣는 순간 복도 건 너편 의 문이 열렸다. "숀 머피를 찻으세요?" 청바지를 걸친 반나의 청년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 브라이언이 말했다. 이어 그는 숀의 형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 혔다. 게리 엥 겔스는 답례로 자신을 소개했다. "숀이 오후 두 시 반쯤에 돌아왔었어 요." 그가 말했다. "경찰이 찾고 있다고 얘기해주었더니 금방 다시 돌아나가더군 요." "혹시 어디로 간다는 얘기는 없었나요?" 브라이언이 물었다. "아뇨 . " 게리가 대답했다. " 하지만 나갈 때 트렁크랑 양복 케이스를 하나 들고 가더군요." 브라이언은 게리에게 고맙다고 인 사를 한 다음 자신의 렌트카로 돌아왔다. 숀이 가방까지 싸들고 나갔다는 것은 영 석연치 않은 일 이었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동생이 그냥 그렇게 도망길에 오를 만 큼 멍청하지 않기만을 빌었 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숀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는 아이였다. 브라이언은 곧바로 포베스 암 센터로 차를 몰았다. 교환대는 작 동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건물 자체를 폐쇄하지는 않았을 것이 라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현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 다 "숀 머피를 찾고 있습니다 " 그가 경비원에게 말했다. "저는 보스턴에서 온 숀의 형 , 브라이 언 머피라고 합니다 " "머피 씨는 여기 안 계십니다. " 경비원이 심한 스페인어 억양으로 대답을 했다. "두 시 반경에 나갔어요. 세 시 5분에 되돌아오긴 했지만 세 시 50분에 또 나갔답니다. " " 숀과 연락할 방도가 없을까요?" 브라이언이 물었다. 경비원은 다른 장부 하나를 펼쳐보았다. "포베스 사옥에 거주하고 있는 걸로 되어 있군요. 주소를 가르쳐 드릴까요?" 브라이언은 그것은 벌써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한 뒤 경비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밖으로 나와 다시 차에 올랐다 그는 손에게 먼저 얘기해보지도 않 고 마이애미까지 달려온 자신의 우매함에 머리를 치며 동생이 도 대체 어디로 갔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우 선 호텔에라도 체크 인을 해두자는 생각에 브라이언은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오기 위해 U턴을 했다. 그 과정에서 숀의 것과 너무도 흡사한 검은 지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차 를 몰고 다가가자 브라이언은 그 차에 매사추세츠 주 번호판이 달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주차를 시킨 그는 밖으로 뛰어나와 지 프의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틀림없는숀의 차였다. 차 안은 그의 햄버거 포장지와 스티로폴 컵으로 그득했다 숀이 자기 차를 주차장에 세워둔 채로 그 냥 떠나버렸다는 게 정 말 이상하기만 했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 브라이언은 경비원 에 게 동생의 차가 있음을 설명 한 다음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아 는가 물었다. 경비원은 그저 어깨 만 한번 으쓱해 보였다. "월요일 전에는 센터의 원장넘과 연락을 취해볼 방도는 없습니 까?" 브 라이언이 물었다 경 비 원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 었다 "혹시 제가 제 이름과 호텔 전화를 남기고 가면 말이죠." 브라이언이 말했다. "상관께 연락해 원장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을 좀 해주실 수 있겠 습니까?" 경비원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지어는 브라이언이 메모를 남길 수 있도록 펜과 종 이까지 꺼내주었다 브라이언은 재빨리 메 모한 뒤 5달러짜리 지폐와 함께 종이를 경비원에게 건 네주었다. 경비원의 얼굴은 커다란 미소와 함께 훤히 밝아졌다. 차로 돌아온 브라이언은 호텔로 차를 몰아 체크 인을 했다. 일단 방으로 올라오자 그는 먼저 케빈에게 연락을 해 자신의 연락처 를 가르쳐주었다. 케빈은 숀이 체포된 적이 없다고 다시금 브라이언 을 안심시켜 주었다 이어 브 라이언은 보스턴의 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무사히 마이애미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그는 자신 이 아직 숀을 만나지는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지만 조만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어머니 를 안 심시켰다. 그는 호텔 연락처를 가르쳐준 다음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어머니와 전화를 마친 브라 이언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져온 서 류가방을 열었다. 만일 기약도 없이 호텔방에 틀어박혀 있 어야 할 신세라면 적어도 일이나 좀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바로 이런 게 내가 남 플로리다 에서 보고 싶었던 광경 이야." 숀이 말했다. 마침내 그들은 복잡한 문명 세계를 뒤로 하고 미개 의 풍경 속으로 들어선 것이다. 스트립 쇼 주점들과 아파트 단지들 옆을 달리던 널찍한 4차선 고 속도로는 어느새 소택지를 가로지르 는 좁다란 2차선 길로 좁아져 있었다. "정말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군요." 자넷이 말했다. "마치 원시시대로 되돌아온 것 같아요. 저 연못들 중 하나에서 금세라도 공룡이 불쑥 일어날 것 만 같은데요."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들은 군데군데 소나무, 야자수와 삼나무 무리가 펼쳐져 있는 광대한 톱 잔디의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도처에 이름 모를 새들의 모습이 눈에 띄 었다 어떤 놈들은 유령처럼 하얗고, 또 어떤 놈들 은 무지개 빛 감도는 푸른색 이었다 멀리 지평 선 위에 피어오른 뭉 게구름은 새파란 하늘 빛에 평소보다 훨씬 더 하얗게 보였다 그 드라이브는 자넷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실로 지대한 공헌 을 했다. 그녀는 마이애미와 자신의 환자들을 뒤 로 하고 아무런 속 박이 없는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손 에게 운전대를 맡긴 그녀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을 계기판 위로 올려놓았다. 그녀는 제일 편 한 청바지와 수수한 면 셔 츠 차림이었다. 자넷이 포베스 주차장을 나선 즉시 근무를 위해 틀 어 올렸던 머리를 풀어 내렸던 까닭에 그녀의 금발은 쏟아져 들어 오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제 문제가 될 것은 태양뿐이었다 서쪽을 향하고 있었던 탓에 따가운 햇빛이 맹렬히 앞 유리창 을 통해 내리쬐고 있었다. 선글라 스를 낀 숀과 자넷은 이글거리는 햇살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 해 천장에 붙은 차양을 내렸다. "이제야 플로리다의 매력을 이해할 것 같아요." 따가운 햇살 속 에서 자넷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보스턴의 겨울이 유난히 잔인하게 느껴지지 ." 숀이 말했다 " 왜 당신 차를 가져오지 않았죠? 이런 여행에는 그게 훨씬 나았 을 텐데 말이 에요." 자넷이 물었다. "차에 문제가 좀 생겼어 ." 숀이 말했다 "무슨 문젠데요?" 자넷이 물었다. "경찰이 차 주인이랑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 한다더군 " 자넷은 허겁지겁 계기판 에 올렸던 발을 내려놓았다 "그 얘기가 영 마음에 들질 않는군요." 그녀가 말했다 "겯 찰이 왜 요?" "경 찰이 포베스 사옥으로 찾아왔더군 " 숀이 말했다 "게리 엥겔스가 얘기를 해봤대. 내 생 각엔 누군가가 장의사 경보 기가 울린 직후 내 차의 번호를 적어놓은 것 같아." "오! 맙소사." 자 넷이 탄성을 내질렀다. "경찰이 우릴 찾아다니고 있군요1" "정 정 할게 ." 은이 말했다 "그 사람 들은 나를 찾아다니고 있는 거야." "오, 하나님 1" 자넷이 말했다. "누가 번호판을 보았다면 우리 둘의 모습도 보았을 거 예요 "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것은 그녀가 꿈에도 두려워하던 악몽이었다. "그들이 가진 건 차 번호뿐이야." 숀이 말했다 "그건 충분한 증거가 되지를 못해 ." "하지만 우리 지문도 찾아냈을 수가 있잖아요 " 자넷이 말했다. 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힐끔 자넷에게 눈길을 던졌다. "차분히 생각 좀 해보라구 " 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 하 나와 최근 ufn간 살아 있지도 않은 죽은 시체 하나 때문에 현장 감식반을 보내 수고스럽게 소동 을 벌 일 리가 없어 " "그걸 어떻게 알아요7" 자넷이 쏘아붙였다. '당신은 경찰 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내가 보기엔 순순히 자수를 해서 자초지종을 털어놓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숀은 비웃듯 코방귀를 뀌었다 "자넷1 우리는 절대 자수 같은 건 안 할 거야. 제발 그렇게 어처 구니 없는 소리 좀 그만해. 그 친구들은 나랑 얘기를 좀 하고 싶어 할 뿐이라구 만일 사태가 최 악이라면 내가 다 뒤집어 써줄게. 하 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브라이언에게 연락해두었거 든 마 이애미에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잘 해결해줄 거야." "브라이언과 의논을 해봤어요'1" 자넷 이 물었다. "아니 , 아직은 못했어 ." 숀이 고백을 했다 "하지만 자동응답기에 전갈을 남겨두었어. 호텔에 투숙하면 다 시 전화를 걸어 그때까지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호텔 전화번호를 남겨둘 작정 이야. 참 크레디트 카드 가져왔어7" "물론이죠. 항상 들고 다니니까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한테 신탁 자금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 행스러운 일인지 몰 라." 숀이 말했다. 그는 손을 뻗어 장난스럽게 자넷의 무릎을 다독거 렸다. " 리츠 칼튼에 예약을 했거든. 좀 싼 데는 다 만원이라 말이야." 자넷은 자기 인생이 어떻게 돼가는 것인지 걱정하며 차창 밖을 '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것은 크레디트 카드 일과는 아무런 상관 이 없었다. 그녀는 이따금씩 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숀도 돈이 있을 때면 쩨쩨하게 구는 적이 없었고, 그녀 역 시 금전적으로 충분히 풍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불편 하게 만드는 것은 경찰이 자신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 다. 숀이 혼자서 책임을 다 떠맡겠다고 나선 것은 용기 있는 행위 임 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실제 그렇게까지 될 가능성이 적 다고는 해 도, 만일 일이 터지떤 자넷은 자신이 그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뒤로 쏙 빠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번호판을 본 사람은 그녀도 보았을 것이다. 이 숀이 란 사람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저 고생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마음 고생만 시키던 것이 이제는 자신 의 직업까지도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녀는 포베스 센터가 장의사 침입 사건과 관련해 어 떤 기소를 받을지 모 르는 간호사를 과연 계속 고용해 줄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괴상한 딱지를 달고 다니는 간호사를 채용해줄 관대한 고용주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머 리를 스쳤다. 자넷은 걱정으로 실성하기 직전이었지만 숀은 아무런 일도 없었 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고 의 기양양하기만 했다 그는 정말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이애미 경찰이 자신 을 수 배하고 있음을 아는 마당에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고 유유자 적할 수 있는지 자넷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동안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 가는 네이플스 얘기는 뭐 예요?" 화제를 바꾸기로 마음 먹은 자넷이 입을 열었다. "아까 가는 길 에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잖아요." "아주 간단한 거야." 숀이 말했다. "그 서른세 명 환자 중 하나 가 네이플스에 살아. 맬컴 베텐코트 라는 사람이야 " "완치 전 수아세포종 환자 중 한 사람이에요 7" 자넷이 물었다. "그래 " 숀이 말했다. "처음 치료를 받았던 사람 중의 하나야 거의 2년 동안 이나 완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 "무엇을 할 계 획 이 에요7" "연락을 해보는 거야." "그래서 뭐라고 할 건데요7" "아직은 잘 모르겠어 ." 숀이 말했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 환자의 관점에 서 포베스 센터의 치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좨 재 미있을 거야. 나는 특 히 병원측이 그 사람에게 뭐라고 했었는지가 궁금해. 수술이나 치료 승락서에 서명을 받으려면 분명 무슨 이야 기를 해주었을 거야." "도대체 왜 그사람이 순순히 당신한테 그런 이야기들을 해 줄 거 라고 생각하는 거죠?" 자넷이 물었다 "그사람이 내 아일랜드 풍의 매력에 저항할수 있을 것 같아?" 숀이 말했다. "농담 말구요." 자넷이 말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해 요." "질병 이 라· . 그럴 수도 있겠지 " 숀이 수긍을 했다 "하지만 불치병 에서의 재기는 좀 다를 수도 있어. 당신은 놀랄 거야.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나 그런 기적 같은 일 을 가능케 한 유 명한 의사 선생들에 대해 떠벌이는 걸 좋아해 말덴이나 레비어 같 은 큰 동네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자신들을 치료해주는 주치의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람이고 생각하는 걸 얼마 나 좋아하는지 알 아?" "당신은 정 말 뻔뻔스러을 정도로 자신만만하군요." 자뎃이 말했다. 그녀는 과연 맬컴 베텐코트가 숀의 전화에 순순 히 바라는 대로 답변을 해줄지 확신이 서지를 않았지만,동시에 무 슨 짓을 해도 숀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 다. 뿐만 아니라, 마이애미 경찰 때문에 생긴 새로운 걱정거리만 제외하고는 숀이 다른 저의 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도 주말 을 교외로 벗어나 지낸다는 생각은 달콤하기만 했다. 그녀 는 심지 어 마침내 숀과 진지하게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의논을 해볼 수 있 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까지 했다 어쨌든, 맬컴 베텐코트라는 사람 일을 uㅂW면, 그녀는 주말 내내 숀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루이스 마틴의 약제 샘플로는 무슨 성과가 있었어요7" 자넷이 물었다. 그녀는 이따 저녁을 먹으러 나갈 때까지는 가벼 운 주제들로 대화를 할 작정이었다. 그녀는 바다를 바라 보는 테라 스에f·1의 촛불을 켠 근사한 저녁식사를 그려보았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사랑과 결혼 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숀은 자넷에 게 힐끗 불만과 좌절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 " 매력적인 연구실장이 훼방을 하는 바람에 중간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어 ." 그가 말했다. " 온갖 협박으로 일을 그만두게 하더니 그 멍 험한 포베스 당단백 질 작업을 계속하라고 악을쓰더 군 정말 당황했었어 잠간동안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를 않더군 그래. 똘똘하게 변명 한마디 못했 지 뭐 야." "유감이 군요." 자넷이 말했파 "제길. 하지만 어차피 조만간 한번 생길 일이었어 " 숀이 말했파 "사실 그 하피 (Harpy, 얼굴은 여자고 몸은 새인, 죽은 사람의 영혼 을 빼앗는 잔인 하고 탐욕스러운 괴물)가 나타나기 전에도 별 성과를 올리진 못했어 세포성 , 바이러스성 , 박테 리아성 온갖 항원들을 다 동원해보았지만 헬렌의 약이랑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거든. 하지만 그 약들이 모두 한군데서 나왔다는 당신 얘기는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루이스의 약이랑 헬렌의 종 양세포들을 반응시켜 보았더니 헬렌의 약을 사용했을 때와 같은 농도에서 똑같은 정도로 강렬한 반응이 나타났어 ." "그럼 같은 약을 쓰고 있다는 말이로군요." 자넷이 말했다 "그게 무슨 큰일이 에요? 항생체 치료를 할 때 보면 수 많은 사람 들이 동일한 약제를 사용하잖아요. 각 환자에 대 해 특별하게 레벨 을 붙이는 건 다른 이유보다는 환자들 약을 섞이지 않게 통제하려 는 이유에서 인지 몰라요." "면역요법은 항생제와 비교할 수가 없어 ." 숀이 말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암은 심지어 같은 종류의 암들 사이에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독특한 항원성을 띠고 있어 " "혹시 과학적 추론법 중 '예외'라는 것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지 설명하는 게 있지 않아요?" 자넷이 말했다. "만일 어떤 가설에 예외라는 것이 발견되면 원래의 가설을 재고 해야만 하는 거 예요 " "그건 그래 , 하지만‥‥‥‥ 숀은 입을 열었지만 선뜻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넷의 말에 정 말 일리가 있기는 했다. 포베스 센터가 특별히 개별화된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약제로 백 퍼센트의 완치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숀은 이미 서른세 명의 환자에서 성공적 인 치료가 완료되었다는 것 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암세포 의 항원 특이성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운 주장에는 분명 오 류가 있 었다 "내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세요." 자넷이 우겨 댔다. "좋아 " 숀 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좀 이상한 데가 있는 것 같아. 하여튼 뭔가가 빠 져 있어 ." "물론 그 렇겠죠." 자넷이 말했다 "아직도 그 면역 글로불린이 어떤 항원과 반응을 하는지 박혀내 지 못했 잖아요. 빠진 건 바로 그거예요 일단 그것만 알아내면 모 든 게 착착 들어맞을 거예요. 주말에 푹 쉬는 게 당신의 창의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한번 두고 보세요. 어쩌면 월요일이 되면 이 꽉 막힌 장애물을 통과할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게 ·될지도 몰라 요." 소택지의 중심부를 통과해 나 아가자 슬슬 문명의 증거가 숀과 자넷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두 군데 외딴 별장들이 눈에 띄 더니 길이 4차선으로 넓어졌다 이내 톱 잔디의 정원은 스트립 주 점과 같이 주유소, 음식점들 과 마이애미 쪽에 있는 것만큼이나 흥 측한 몰골의 미니 골프장으로 이어 졌다. "네이플스가 왜 고상한 곳이란 얘길 들었는데 별로 그 래 보이?1 않는군요 " 자넷이 말했파 "멕시코 만에 도착하기 전까진 섣부른 판단은 맙시다. " 숀 이 말했다 길은 급작스레 북쪽으로 휘어졌고 아무렇게나 세워진 매력없는 간판들과 가게들은 계 속해 연도를 메우고 있었다. "어저면 이렇게 많은 스트립 주점들이 망하질 않고 장사를 하고 있 을까요?" 자넷이 물었다 "그건 우리 미국 문화의 신비스러운 한 단면이야 " 숀이 말했다. 손에 지도를 펼쳐든 자넷은 수없이 참견을 한 끝에야 물가를 향 해 왼쪽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가 있었다 "점점 더 기대해볼 만해 지는데 그래." 숀이 말했다. 멋8: 가로수 길을 1킬로미터 남짓 달 려 내려가니 길 왼쪽 숲속 에서 지중해식 건축 양식의 리츠 칼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창한 열 대 수목과 이국적인 화훼들이 어우러진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 다 "아, 드디어 도착했군." 숀이 현 관 밑으로 차를 대며 말했다 푸른 모닝코트에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다가와 차문을 열어주 었 다. "리츠 칼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그 제복의 신사가 말했다. 그들은 커다란 유리문을 지나 반 짝거 리는 분홍 대리석과 값비싼 동양 융단 그리고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기를 죽이는 안쪽으로 들 어섰다. 아치 형의 커다란 창문 밑에 놓인 단 위에는 가벼운 뷔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나. 홀 한쪽에는 턱시도를 차려입은 피아니 스트까지 갖추어진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어늘렁어 늘렁 등촉 데스크로 다가가며 숀은 자넷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난 여기가 좋아질 것만 같아." 그 가 그녀에게 말했다 두 시간 가량 자렛 일행을 추격하며 톰 위디꼼은 온갖 감정을 다 느껴보았 다. 처음 자넷촤 숀이 소택지를 향해 시가를 벗어나자그 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것이 잘된 일이라 고 생각했다 만일 그들이 짤막한 휴가 여 행을 떠난 것이라면 그들 은 긴장을 풀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방심할 것이 분명 했다. 시내에 있을 때 사람들은 아무래도 훨 씬 더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아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 두 시간째로 접어들자 연 표계 를 바라보던 톰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여자 때문에 괜히 갖은 고생을 다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그들이 길 옆 어디엔가 차를 세워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 해준다면 그는 간단히 둘을 쏘아버림으로써 이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어버 릴 수가 있는 것이 었다. 리츠 칼튼으로 들어선 그는 과연 기름이 남아 있을까 눈살을 찌 푸리며 다시 한번 계기판을 내려다보았다 계기판의 연료계가 비 어 있음을 나타낸 지도 벌써 왜 되었나 앞문을 피해 톰은 건물 주위를 돌아 테니스 코트 옆에 있는 널찍 한주차장에 차를 세웠 다. 차를 내려 진입로를 뛰어 올라가던 통은 입구 바로 앞에 세워진 빨간 렌트카의 모습에 걸음 을 늦추었다 주 머니에 든 권총의 손잡이를 움켜쥔 톰은 그 차 주위를 돌아 한 떼 의 손님들 사 이에 섞여 호텔 안으로 들어 갔다. 그는 혹시라도 누가 자신을 제지할까 걱정을 했지만 그렇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조하게 그는 호화찬란한 현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등록 데스 크 앞에 서 있는 자넷과 숀의 다정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븐노 덕에 용기를 얻은 톰은 대담하게 등록 데스크로 걸어가 숀 옆에 걸음을 멈추었다. 자넷은 숀을 사이에 두고 톰의 반대편에 서 있 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목표물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촐의 등 골이 오싹해졌다 "바다가 보이는 쪽의 금연실은 다 나갔는데요." 데스크 직원이 손에게 말했다. 그녀는 커다란 눈과 금발 그리고 피부과 의사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멋지게 그을은 피부를 가진 자 그마한 귀여운 여인이었다. 숀 은 자넷을 쳐다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때?" "흡연실이 얼마나 누추한지 알아볼 수 있는 기 회가 되겠군요." 그녀가 말했다. 숀은 다시 데스크 직원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 바다가 보인다 는 방은 몇 층이죠?" 그가 물었다. "5층이에요." 그녀가 말했나. "501호실이에요. 아주 아론다운 방이랍니다. " "좋아요." 숀이 말했다 "한번 들어가 보기나 합시다. " 톰은 조용히 '501호실'을 되뇌며 등록 데스크를 떠나 엘리베이터 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귀에 조그마한 이어폰을 낀 정장 차림의 우람한 사내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톰은 의식 적으로 그를 피 했다. 그는 내내 주머니 속에 손을 쑤셔넣고 권총을 움켜쥐고만 있었다 호버트 해리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피아노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톰과 마찬 가지로 그 역시 처음에는 몹시도 기분이 ' 좋아 들떠 있었다 톰이 자넷을 추격하고 있다는 명백 한사실은그 의 불완전한 가설을 입증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행렬이 마이 애미를 벗어나자 그 역시도 특히 연료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 각 때문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 로 그는 몹시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그가 한 식사라야 이른 아침 잠복을 나가기 전에 조금 먼어 둔 것이 전부였나 그들 모두가 소택지를 지나 네이플스의 리츠 칼튼 호텔에 도착 한 지금, 해리 스는 이 여행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이플스까 지 차를 몰고 오는 것 은 범죄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톰이 자기가 누구를 따라온 것 이 아니 라고 오리발을 내민다 해도 어떻게 반박을 할 수가 없는 것 이었다. 유감스럽게도 해리스는 아직 까지도 자신이 아무런 결정적 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톰과 자 넷의 습격이나 유방암 환자들 의 사망 사건들 사이의 연관성은 아 직도 가설과 추측만으로 구성된 미흡하기 짝이 없는 내용일 뿐이 었다. 해리스는 자신이 톰이 자넷에 대해 노골적으로 위협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한시 바ㅂㅂ1 그런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었 다. 하지만, 어쩌면 톰이 그 간호사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어떤 정신나간 망상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쓸 만하기는 했다. 사실 솔 직히 말하면 그녀는 왜나 매력적이고 섹 시했다 그것은 해리스 자 신도 인정하는 바였다.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을 한 자신의 복장이 너 무도 장소에 걸맞 지 않는다고 생각한 해리스는 톰 위디콤이 접수대 옆을 지나 복토 로 사라지자 피아노 옆을 스치며 앞으로 나섰다. 재빨리 걸음을 옮 긴 해리스는 아직도 바ㅂㅂ1 투숙 수속을 하고 있는 숀과 자넷을 지나 폈다 한참 앞에 톰이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속력을 내 걸음을 옮기려던 해리스는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움켜 쥐는 것을 느꼈다. 몸을 돌리자 오른쪽 귀에 이어 폰읖 꽃은 커다란 사내의 얼굴이 눈앞에 비쳤다 그는 손님들 사이에 섞이기 위 해서 인지 짙은 색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손님이 아니었다 그는 호텔의 경비요원이었다. " 죄 송합니 다. " 경 비요원이 말했다 "제가 도을 일이 있을까요?" 톰이 사라진 방향으로 힐끗 시선을 던진 해리스는 아직도 그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경비원에 게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는 빨리 변 명거리를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젠 어 떻 게 하지?" 운전대 앞에 웅크린 웨인이 물었다. 그들의 녹색 메르세데스는 리츠 칼튼의 정문 근처 보도 옆에 세워져 있었다 그들 바로 앞 한 쪽에는 다나카 일행의 리무진이 서 있었다. 제복의 수 위가 리무진 의 운전사에 게 말을 건네기는 했지만 ◎루진에서는'아무도 하차하 는 사람이 없이 상당액의 지폐로 생각되는 것이 운전'사로부터 수 위 에 게 건네졌을 뿐이 었다. "나도 정말 어 틀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스털 링이 말했다 "내 직감은 다나카 일행과 보조를 맞추라고 하는 데 해리스가 호 텔 안으로 들어갔다는 게 걱정이 되는데. 그 사람이 무슨 짓을 저 지를지 알 수 가 없단 말이야." "어 - 오." 웨 인이 중얼거렸다. "일이 더 틀어 지는군." 앞쪽에 세운 리무진의 쪼수석 쪽 문이 열리는 모습이 눈에 비쳤 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일본인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 는 휴대용 전화기를 차 지붕 위에 내려놓은 다음 넥타이를 바로잡 고 재킷의 단추를 채웠다. 이어 전화기를 집어든 그는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저 녀석들이 숀 머피를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는 것 같은가7" 웨 인이 물었다. "방금 그 녀석은 프로 같아 보이던데 "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 스털링이 말 했다. "일본 녀석들은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거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다나카란 친구는 전형적인 일본인이라고는 할 수가 없을 지도 몰라. 야쿠자들과 관계를 하고 있으니 말이야 게다 가 생댕공 학이란 게 근간 아주 큰 건더기가 되어버렸거든. 저 친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 지 과연 예측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기 시 작하는데. 어찌 면 자네가 저 일본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게 좋겠어. 무슨 수를 써서든 저 친구가 머피 씨를 해치지 못하게 해줘 " 답 답한 차 속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에 신이 난 웨인은 재빨리 호텔 안으로 튀어 들어갔다. 웨인 이 호텔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스털링은 다시 리무진으 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다나카가 무 슨 생각을 하며 다음으로 무엇 을 계획하고 있는지 상상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참이나 이 생 각에 몰두해 있던 그는 갑자기 쓰시타사의 제트기를 기억해냈다. 카폰을 집어 든 스털링은 FAA 의 정보원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정보원은 자신이 컴퓨터에 질문을 입력하는 동안 잠간 기다려 달 라고 부탁을 했다. 잠깐이 지난 뒤 그가 다시 전화를 집어들었다. "당신이 말하던 새는 벌써 등지를 떴어요." 그가 말했다. "언제?" 스털링이 물었다. 이것은 그가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였다. 만 일 비행기가사라져버렸다면 웨인의 추측이 맞을 수도 있었다. 쓰 시타 전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 다면 다나카가 숀을 일본으로 끌고 갈 생각이 없음이 분명한 것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이륙을 했군요." 정보원이 말했다 "다시 퐁부로 돌아갔나?" 스털링이 물었다 "아뇨 ." 정보원이 말했다. "지금 플로리나 주 네이플스로 가고 있어요." "정말 그렇겠군 " 스털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거 기서 멕시코로 갈 거 예요." 정 보원이 말했다. "그럼 우리 관제구역 밖으로 벗어나 게 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어 고맙네." 스털링 이 말했나. 스털링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연락을 해본 게 다행이라 고 생각했다 이세 그는 숀 머피가 생명의 위험에까지는 직면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대신 그는 공짜로 태평양 횡단 여행 을 가자는 제의를 받게 될 것 이다. "여긴 담배 냄새는 나지도 않아요." 자넷이 널찍한 방 주위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이어 그 녀는 프랑 스 창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숀 이리 좀 나와보세요." 그녀가 외쳤다 "정 말 너무너무 멋져요 " 숀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장거리 전화를 어떻게 쓸 수 있는 지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 테라스에 있는 자넷에 게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 장관이었다 반달칼처럼 생긴 해변이 북쪽으로 멀리 사니 벨 섬 근처까 지 길게 뻗어 있었다 테라스 바로 아래는 울창한 수 목들이 들어선 습지였다. 남쪽으로는 직선으 로 달려 내려간 해변 이 높다란 아파트의 숲 속으로 아련히 사라지고 있었다. 서쪽에는 붉게 물 든 구름층 사이로 석양의 장관이 한창이었다. 조용한 바다 는 짙은 푸른색이었다. 바다의 표면은 형형 색색의 돛으로 단장한 윈드 서퍼들이 점 점 이 수를 놓고 있었다. "우리 수영하러 해변에 가요." 자넷이 제안을 했다 그녀의 두눈은 흥분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 하고 있었다. "좋아 " 숀 이 말했다. "하지만 먼저 브라이언하고 베텐코트 씨한테 전화를 해보고 싶 은데 ." "행운을 빌어 요." 자넷이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녀는 벌써 옷을 갈아입으려 안쪽 을 향하고 있었다. 자넷이 수영복을 갈아입으러 욕실로 들어가자 숀은 브라이언의 번호를 돌렸다. 여섯 시가 넘은 시각이었 기에 숀은 그의 형이 집에 돌아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망할놈의 자동응답기 가 찰칵거 리는 소리와 브라이 언의 전갈까지도 다시금 들어야 한다 는 사실은 이만저 만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ㅂㅂ1 소리 가 난 다음 숀은 리츠 칼튼 호텔의 전화번호와 자신의 방 번호를 남긴 다음 제발 연 락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잠깐 생각을 한 그는 이것이 몹시 중 요한 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음 숀은 맬 컴 베텐코트에게로 다이얼을 돌렸다. 두번째 신호 에 베텐코트 씨가 직접 전화를 받아들었다. 숀 은 재빨리 자신이 포베스 암센터에서 선택 과목 실습을 하는 하버드 의과 대학생이라고 설명을 한 다음 이어 자신이 수아세포 종 치료를 받았던 환자와 현재 완쾌 상태에 있는 환자들 차트를 검 토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은은 베텐코트 씨의 차트를 살펴볼 기회 가 있어 혹시라도 가능하다 면 직접 만나 뵙고 치료 경험을 들어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는 말을 전했다 '제발 날 맬컴 이 라고 불러주시오." 베텐로트가 말했다. "지금 어디서 전화를 거시는 거죠? 마이 애민 가요?" "전 지금 네이 플스에 있습니 다. " 숀이 말했다. "여자 친구랑 방금 차로 도착했습니다. " "잘됐군요. 벌써 근처에 왔단 말이죠 게다가 하버드 출신이라 고 했지요? 의과 대학원만 하버드 요 아니면 학부부터 다녔소?" 숀은 자신이 의과 대학원 박사 과정에 적을 둔 상태에서 잠시 파 견을 나온 것이며 학부 역시 하버드에서 마쳤다고 설명을 했다 "나도 하버드를 나왔지요." 맬컴 이 말했다 "50년도 졸업생이에요. 한 세기나 지난 케케묵은 것처럼 들리지 요? 학교 다닐 때 무슨 운동 같은 건 한 적 없소?" 숀은 대화가 흘러가는 방향에 약간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흐 름 에 순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맬컴에게 자신이 아이스하 키 팀에 있었다고 말해주었 다. "난 조정부 출신이에요." 맬컴 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내 창창하던 젊은 날이 아니라 포 베스에 입원해 있을 때에 관끔이 있다니 좀 섭섭하긴 하군요. 네이플스엔 얼마나 있을 예정 이 오?" "주말만 있을 거 예요." "잠깐만 기 다려보시오, 젊은 친구 " 맬컴이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 아 그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저녁 먹으러 건너을 생각 없소7" 그가 물었다. "정말 친절하시 군요." 숀이 말했다.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7" . "걱정마시오. 벌써 상관한테 얘기를 다 해두었으니 말이오 " 맬컴 이 명 랑하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오면 해리 엇도 신바람이 날거 요. 여덟 시 반이면 어떻겠소? 그냥 평상복 차림으로 오면 돼요." "좋습니다. " 숀이 말했다 "길 좀 가르쳐 주세요." 맬컴은 손에게 자신이 네이플스 구시가 남쪽에 있는 포트 로열 의 캘리언 드라이브가에 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어 그가길을 가르쳐주자 숀은 종이에 그가 부르는 대로 받아적었다 숀이 전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숀 은 맬컴이 불러준 것 을 훌어보며 문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심코, 그는 누구인가를 물어보는 것도, 문에 뚫린 구멍으 로 밖을 내다보 는 것도 잊고 문을 열어 젖혔다. 그는 자넷이 방문 체인을 걸어두 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문을 잡아당기자 문은 5센티미터 틈만을 남긴 채 갑자기 탁 걸 려 정지해버렸다 그 문틈 새로 숀은 문간에 서 있는 사람의 손에서 번쩍이는금속 의 광채를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광채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문 하나 바로 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창피한 나머지 미처 거기에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제대로 열 자마자 숀 은 앞에 서 있는 사람에 게 사과를 했다 호텔 유니폼 차림의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사과할 필요 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뜻하지 않게 방해를 한 데 대해 사과할 사람은 자 신이지만 바다 쪽으로 난 금연실을 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 하는 뜻으로 호텔측이 과실과 샴페인 한 병을 서비스 로 올려보냈 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노라고 말했다. 숀은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돌려 보내기 전 두둑한 팁을 쥐어주었다. 샴페인 두 잔을 따른 숀은 소리쳐 자넷을 불렀다. 자넷은 등 이 깊이 파인 검은 원피스 수영복차림으로 욕실 문간 에 모습을 드러냈다 숀은 꿀꺽 마른침을 삼 켰다 "정말 정신이 다 아른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그가 말했다 "마음에 드세요?" 자넷이 발끝으로 빙빙 돌아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보스턴을 떠나기 직전에 새로 장만한 거예요." "정말 마음에 들어 " 숀이 말했다 숀은 처음 그녀에게 매료 되었던 것도 그녀의 유려 한 몸매 때문이었음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자넷의 늘씬한 몸매에 찬탄 의 눈길을 보냈다. 숀은 호텔측의 선물에 대해 설명을 하며 그녀에게 샴페인 한잔 을 건네주었 다 "우리의 주말 탈출을 위해 1" 자릿이 손에게 잔을 내뻗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숀이 그녀의 잔에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주말 우리의 의논을 위해 1" 자릿이 다시 한번 잔을 내 밀며 덧붙였다 숀은 다시금 잔을부딪 ' 혔지만 갑자기 그의 얼굴은 어 리등절한 묘한 표정으로 바뀌어버 렸 다. "무슨 의논?" 그가 물었다. "앞으로 스물네 시간 안에 당신이랑 우리 관계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 자넷이 말했다. "그래?" 숀은 몸을 움찔했다 "그렇게 서글픈 표정 짓지 말아요." 자넷이 말했다. "빨리 잔이나 비우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세 요. 이러다간 우리 가 나가기도 전에 해가 다 져버 리 겠어요." 숀의 나일론 운동용 반바지는 수 영복 역할까지 2역을 해야 했 다 보스턴에서 짐을 쌀 때 진짜 수영복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 다. 애당초 해변에 자주 나갈 계 획도 없었을 뿐더러 만일 나간다 해도 그저 산책이나 하며 여자들 눈요기나 할 생각이었다. 물에 들 어간다는 것은 전혀 계획에도 없었다 각자 잔에 든 샴페인을 비운 그들은 호텔에 비치되어 있 던 테리 천 가운을 걸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숀은 자넷에게 맬 컴 베텐코트의 초대에 대해 말해주었다. 자넷은 빠른 상황의 진전 에 놀람을 금치 못했지만, 실상 마음속 한구석 엔 섭 섭한 마음이 들 었다. 그녀는 단둘만의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 ' 었다 해변으 로 나가는 도중 그들은 클로버 잎사귀를 변형한 모양의 호텔 수영장을 지나쳤다. 수영장 안에는 대여섯 명이 물놀이를 하 고 있었는데 대개가 어린아이들이었다. 좁다랗게 돌출해 들어온 습지를 관통해 만들어진 산책로를 건너자 그들은 멕시코 만에 도 달했다. 그 시간에도 해변은 눈이 부 셨다. 모래 사장의 눈부신 흰 모래는 잘게 부스러진 햇빛에 바랜 수없는조개 껍질과 뒤섞여 있었 다 호 텔 바로 앞 해변에는 삼나무로 만든 해변 가구들과 캔버스 파라솔 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 다. 북쪽으로는 태평스러운 일광욕객들이 한가히 햇볕을 받으며 누워 있었지만 남쪽의 모래 사장은 턴 비어 있었다 남쪽으로 방향을 튼 그 들은 모래 사장을 건너 해변에 부서지는 흰 파도를 향했다. 바닷물은 아직도 서늘했지만 결코 차 갑지는 않 았다. 서로 손을 맞잡은 그들은 물가의 젖은 단단한 모래 위를 거닐었 다. 마악 수평 선 위로 내려앉은 태양이 물 표면 위로 번쩍이는 금 빛 광휘를 던지고 있었다. 한무리의 펠리칸 들이 머리 위 하늘을 조 용히 활강했다. 멀리 광활한 습지 어디에선가 열대조의 구성진 울 음소 리가 들려왔다. 리츠 칼튼 바로 남쪽에 있는 해변가 아파트들 앞을 지나치자 새 로 개발된 단지 가 끝나며 바다 포도넝쿨들과 몇 그루의 야자수가 섞인 호주산 소나무들로 길게 늘어선 방풍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자 바다의 색깔은 초록에서 은빛으로 바뀌었다. "정 말 저 한테 관심 이 있으세요?" 자넷이 ◎닷없이 불쑥 물었다. 저녁식사 때는 숀과 진지하게 이 야기를 해될 기회가 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자넷은 의논을 시작 하기에 지금보다 나은 때가 없 을 것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게 다가 해지는 해변가에서의 산책 이상으로 로맨틱한 것이 무 엇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야 물론이지 ." 숀이 말했나 "그럼 왜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으 세요??" "내가 안 한파구?" 숀이 놀라 물었다 "그래요. 당신은 말을 하지를 않아요." "그래?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 ." 숀이 말했다. "그럼 나한테 관심이 아주 많다고 말해주실 거예요7" "그럼 . 두말하면 잔소리지 ." 숀이 말했다. "저를 사랑하세요, 숀?" 자넷이 물었다. 그들은 모래에 발자 국을 남기는 자신들의 발을 바라보며 얼마를 걸었다. "응, 그래 " 숀이 말했다. "뭐가 그래요?" 자넷이 물었다. "당신이 물은 거 ." 은이 말했다. 숀은 눈을 돌려 멀리 수평선 태양이 사라진 지 점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붉은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절 좀 보세요, 숀." 자넷이 말했 다 마지못해 숀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왜 사랑한다고 똑똑히 쏜기를 못하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말하고 있잖아." 숀이 말했다 "하지만 직 접 말을 하질 못하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도대체 이유가 뭐죠?" "난 아일랜드 사람 이야." 숀이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 애를 쓰며 입을 열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리 뛰어나 지가 않아 " "좋아요, 당신도 적어도 그점만은 인정을 하는군요." 자넷 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진짜로 나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에요. 만일 기본적인 감정이 없다면 내가 원하는 종류의 이야기를 해보아야 모두 헛일이에 요." "감정이 왜 없어?' 숀이 우겨 댔다. "좋아요,그첨 당분간은 더이상 이 일로 괴롭히진 않겠어 요." 자넷이 숀을 끌어 세우며 말했다. "하지만 세상 빠른 모든 것에 대해서는 다 그렇게 이야기 를 잘 하는 당신이 어째 우리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지 정 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나 중에 이야기하도록 해요. 수영하지 않으실 래요?" "정 말 물에 들어가고 싶어?" 그가우물쭈물 물었다 물은 이제 컴컴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수영하러 간다고 한 게 무슨 다른 뜻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자넷이 물었다. "나도 무슨 말인진 알아." 숀이 말했다 "하지만 이건 진짜 수영복이 아니 란 말이야." 그는 반바지가 젖어버리면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버 릴까 망설이고 있었다. 자넷은 이 멀리까지 나와 단지 그가 반바지 때문에 물에 들어 가 길 꺼려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터무니없이 들렸다. "만일 그게 문 제라면 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벗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ffl상111" 숀이 조롱조로 말했다 " 요조숙녀께서 나한테 누드로 수영을 하라 한다 이거지? 좋아, 당신도 그렇게 한다면 기꺼이 당신 말대로 하지 ." 숀은 어스름 여명 빛에 선 자넷을 쳐다보았다. 그의 마음 한구석 은 그녀에게 일 격을 가해 난처하게 한 것을 고소하게 여기고 있었 다. 어차피 그녀 역시도 감정 표현이니 뭐니 해서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도전을 받아들이리 라고는 생 각하지 않았지만, 자넷은 그를 따라 플로리다로 오는 것 을 시작으로 최근 그를 몹시도 놀라게 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벗을까요?" 그녀가 물었나 "동시에 벗도록 하자구." 그가 말했다. 잠깐 머뭇거린 그들은 함께 가운을 던지고 수영복을 벗은 다음 알몸으로 파도를 향해 달려 들어갔다. 저녁이 깊어지자, 그들은 알 몸에 작은 파도들을 맞으며 해변가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쳤다. 보 스턴의 매서운 동장군을 겪으 며 빡빡한 일정에 쳇바퀴 돌듯 해야 했던 자넷에게 이것은 거의 방종에 가까운 자유스러움의 표 상 같 아 보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엄청난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15분 뒤, 그들은 들뜬 사춘기 아 이들처럼 낄낄거리며 물을 나와 옷을 주워입기 위해 해변으로 달음질을 쳤다. 자넷은 곧바로 수 영 복을 걸치기 시작했지만 숀은 엉뚱하게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 다. 그녀의 손을 움켜쥔 숀 은 그녀를 소나무 그림자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래 사장 언저리 솔잎 위에 가운을 펼쳐 깐 그 들은 누 워 달콤한 포옹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를 못했다. 처음 이상 한 낌새를 느낀 사람은 자넷이었다. 고개를 쳐든 그녀 는 하얗게 드러난 백사장을 따라 시선을 던졌다 "방금 그 소리 들었어요?" 그녀가 물었다. "무슨 소리?" 숀은 귀담아듣지도 않고 건성으 로 대답을 했다. "좀 진지해져 봐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 "무슨 소리를 들었어요." 그들이 마악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소나무 숲을 덮은 그림자 안 에서 사람 하나가 불 쑥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불청객의 얼굴 은 그림자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똑똑히 보이는 것이라고 는 자넷을 겨눈 자개 손잡이의 권총뿐이었다. "당신 땅이라면, 자리를 비켜 드 리 겠습니다. " 숀이 일어나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닥EB 1" 톰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자넷의 나신에서 도저히 눈을 떼낼 수가 없었다 그는 원래 어둠 속에서 뛰쳐나오는 즉시 두 사람을 쏘아버릴 계획이었지 만, 지금 그는 자신이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 을 절감했다. 어스름 빛에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눈 에 보이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다 아득해졌다. 그는 도저히 정 신을 차릴 수가 없 었다. 톰의 게 슴츠레한 눈빛을 의식한 자넷은 수영복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톰은 용납하지 않았다 손으 로 수영복을 잡아챈 그 는 그것을 모래 위로 던져버 렸다. "넌 방해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 톰 이 싸늘하게 랄했다 "도대체 무슨 맡을 하시는 거 예요7" 자넷이 총구를 쳐다보며 더듬더듬 질문 을 던졌다 "앨리스가 너 같은 계 집 애들이 날 유혹할 거라고 했어 ." 톰이 말했다. "앨리스가 누구예요?" 숀이 물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계속 톰이 지껄여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잠 자코 있지 못해 1" 톰이 숀 방향으로 획 총구를 돌리며 악을 썼다 이 녀석을 먼저 처치해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서서히 팔을 뻗은 그 는 총성이 울릴 때까지 방아쇠를 쥔 손가락 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총알은 목표를 크게 뎃나가 어둠 속으로 낙아갔다. 톰이 방아쇠를 당긴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시커먼 물체 하나가 튀 어나와 그에게 달려들며 그를 옆으로 밀쳐버린 것이었다 불청객과의 충돌로 총이 톰의 손에서 튀어나갔다 그것은 숀의 발 앞 땅바닥에 떨어 졌나. 아직도 총소리에 귀가 먹먹하던 숀은 놀 라 그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누가 자기 를 향해 총을 쏜 것이었다1 "총을 집어 1" 톰과 몸싸움을 벌이며 해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한덩어 리가 되어 소나무 등치 앞에 ◎굴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빼낸 톰 은 해변을 향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지만 1백미터도 못 가 그는 다시 해리스에게 잡히 고 말았다. 숀과 자릿은 최초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넷은 수영복과 가운을 주 워들었다. 숀은 총을 집어들었다. 그들은 해리 스와 톰이 한데 얽혀 물가 모래 위를 ◎구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빨리 튀 어 1" 숀이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릴 구해준 사람은요?" 자넷이 물었다 "우리가 좀 거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냐 ." 숀이 말했다. "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아봤어. 우리 도움은 필요없을 거야. 빨리 빠져나가기나 해 " 숀은 망설이는 자넷의 손을 움켜쥐 고 소나무 그늘 밑을 빠져나 온 다음 호텔을 향해 북쪽으로 달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자넷은 몇 번이나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다보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숀은 그 녀를 재촉해 계속 달리게만 했 다. 호텔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잠간 걸음을 멈춰 가운을 걸쳐 입었다. "우리를 구해준 사람이 누 구예요?" 자넷이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며 다그쳐 물었다. "포베스의 경비 책임자야." 숀이 마찬 가지로 가쁘게 숨을 쉬며 대답을 했다 "로버트 해리스란 친구야. 그 사람은 괜찮을 거야. 걱정을 해야 할 쪽은 오히려 그 처음에 튀어나온 미친놈일 거야." "도대체 누구예요7" 자넷이 물었다. "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숀이 말했다 "경찰한테는 뭐라고 하지요7" 자넷이 물었다. "아무 것도." 숀 이 말했다 "경찰한테 갈 게 아니니까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그 사람들 이 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어? 브라이언이랑 의논을 해보기 전에는 경찰한테 갈 수가 없어 ." 그들은 수영 장을 지나 호텔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총을 든 사람도 분명 포베스랑 관련이 있을 거 예요." 자넷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경비 책임자란 사람이 여기까지 따라왔을 리가 없어요 " "아마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 " 숀이 말했다. "로버트 해리스가 경찰과 마찬가지로 내 뒤를 쫓 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어쩌면 현상금을 노리고 그러는지도 모르지 그 친구는 아 마 나를 쫓아 낼 수만 있다면 만사를 다 팽개치고 달려들 거야." "정말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군요." 엘리베 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자넷이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 숀이 말했다. "무엇인가 괴상한 일 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 는 하나도 없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되 지요 7" 자넷이 물었다 "전 아직도 경찰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호텔을 바꾸는 거야.' 숀이 말했다. "난 해리스가 우리가 어디 묵고 있는지 안다는 게 영 마음에 들 지를 않아. 우리가 네이플스에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곤혹스러워 ." 일단 방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재빨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자 넷은 다시금 손에게 경찰한테 가자고 설득해보았지만 그는 요지부 동이었다 "자, 들어봐. 계획은 이 래." 숀이말했다. '. "나는 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내려갔다가 테니스 코트 쪽으로 슬쩍 빠져나갈게. 당신은 정문으로 나가 차를 타고 나를 데리러 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 예요?" 자넷이 다그쳐 물었다. "왜 그렇게 떳떳치 못하게 숨어다니려는 거예요?" "우리는 최 소한 해리스 한 사람에게 여기까지 미행을 당했어." 숀이 말했다 "난 모두에게 우리가 아직 여기 묵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 어 ." . 자넷은그냥 숀의 말을 듣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숀이 왈가 왈부 의논을 할 기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피해망상 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숀은 가방과 함께 먼저 방을 나섰다 잰 걸음으로 날쌔게 메 르세데스로 돌아온 웨인 에드워드는 조수 석으로 기어올랐다. 스털링은 어느새 운전석으로 자리 를 바꿔밝아 있었다. 전방에 스털링은 그 젊은 일본인 사내가 리무진으로 되돌아 들 어가는 모 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 야7" 스털링이 물었다.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어 ." 웨 인이 말했다 "저 쪽발이 녀석은 그저 현관에 앉아 잡지만 뒤적이고 있었어. 그러던 차에 여자가 혼자 내려오더군. 그 여자는 지금 현관 밑에서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 숀 미피 란 친구는 도통 보이지를 않 아. 내 장담컨대 저 리무진 탄 녀석들도 우리만큼이나 헷갈리고 있 을 거야." 그때, 주차 보조원 하나가 빨간 폰티악을 몰고 나타났다. 그는 현관 밑에 차를 세웠다. 배기구에서 한줄기 검은 연기를 뿜으며 리무진이 시동을 걸었 다. 스털링은 메르세데스에 발동을 걸었다. 그는 웨인에게 쓰시타 제트기가 지금 네이플스 로 날아오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의심할 나위가 없군 그래." 웨 인이 말했다. "내가 보기Bl:틀림없이 오늘밥이 될 거야." 스털링 이 말했다. "그러니 우리 도 준비를 해두어 야 해 ." 얼마 지나지 않아 자넷 리어든이 운전대를 잡은 빨간 폰티악이 앞을 지나갔다. 그 뒤로 예의 리무진이 바짝 뒤를 쫓고 있었다. 스 털링은 U턴을 했다. 진입로가 끝나는 곳에서 폰티악은 우회전을 했다 리무진은 그 대로 뒤를 따랐다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웨 인 이 말했 다. "여긴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있어. 길로 나가려면 좌회전을 해 야 하거든 오른쪽은 막다른 길이야 " 스털링은 다른 차들을 따라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차를 돌렸다. 웨인의 말대로 그곤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하지만 막다른 끝에 도 착하기 직전 부분적으로 무성한 수목들에 가려진 커다란 주차장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털링 은 안쪽으로 차를 진입시켰다. "저기 리무진이 있어." 웨인이 멀리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폰티 악은 저 기 있어 ." 스털링이 테니스코트쪽으로손짓을 하며 말했다 "숀 머피가 트렁크에 짐 을 싣고 있는데 체크 아웃 하는 것치곤 좀 비 전형 적 이군 그래 ." "자기들이 왜 똑똑하다고 생 각을 하는 모양이야." 웨인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쩌 떤 이 이사는 로버트 해리 스랑 관계가 있는 건지도 몰라." 스털링 의 의 견이었다 그들은 빨간 폰티악이 앞을 지나 주차장 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무진이 그 뒤를 쫓았다. 잠시 똔옳 들인 스털링은 똑같이 뒤 를 쫓기 시작했다 "해리스의 파란 세단이 있나 잘 살펴봐" 스털링이 말했다 웨 인은 고개를 끄덕 였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 ." 그들은 남쪽을 향해 4,5마일을 내려간 뒤에 멕시코 만을 향해 ' 서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마침내 그들이 들어선 곳은 해변을 따라 펼쳐진 대로였다. "여긴 훨씬 번화하군." 웨인이 말했파. 길 양편으로는 알록달록한 화단과 잘 다듬어진 마당을 갖춘 콘도가 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잠깐 길을 따라 차를 몰던 그들은 빨간 폰티악이 에지워터 비치 호텔의 2층 출입구를 향해 경사 로를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 다 리무진 역시 대로를 벗어났지만 그것은 폰티악을 따라 올라 가 는 대신 지면 높이에서 건물 아래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스털링은 대로에서 차를 uuf 경사로를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오른쪽의 한 지 점에 주차를 시켰다 그는 시동을 껐다 경사로 위에서 수위 들에게 폰티악의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라고 지시하는 숀의 모습이 눈에 비 쳤다 "작지만 괜찮은 호텔이군." 웨 인이 말했다. "훨씬 수수한데 " "하지만 겉보기와는 영 다를걸." 스털링 이 말했다. "거 래하는 은행을 통해 난 이 장소를 어떤 멋 쟁이 스위스 친구가 매입해 유럽풍의 고 상함으로 내부를 치장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111 ." "다나카가 여기서 행동을 하려고 할 것 같은가?" 웨 인 이 물었다. "어떤 한적한 곳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 수-있도록 숀이 친구랑 어딜 나갔으며 하고 바라고 있겠지 ." "만일 내가 저런 여자랑 함께라면 난 문을 걸어 잠그고 식사 같 은 건 모두 룸 서비스로 주문해 먹을 거야." 스털렁은 카폰을 집어들었다 "머피 씨 친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 데, 보스턴에 있는 정보원 친구들이 그녀에 대해 어떤 걸 알아냈는지 확인 해보아야겠어 ." 10 3월 6일 토요일, 오후 7시 50분 "정 말 멋진 방이 에요." 자넷이 커다란 나무 차양 덧문을 열 며 말했다. 숀은 그녀에 게로 다가갔다 "마치 해변 위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기분이야." 그가 말 했다. 그들의 방은 3층이었다. 해변은 물가까지 훤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들 바로 아래는 호 비 캣츠가 한 줄로 늘어 서 있었다. 그들은 둘 다 아까 해변에서 있었던 불편한 사건을 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처음 자넷은 마이애미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숀은 그녀를 설득해 계속 머무르 도록 했다. 그는 그사건의 경위야어쨌 든, 이미 파 끝난 일이라고 그녀를 달래며 기왕 이 띤 네이 플스까 지 왔으니 적어도좀 즐기다가는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다. "자, 이렇게 있지 만 말고 좀 서두르자구." 숀이 말했다 "맬컴 베텐코트랑 약속이 40분밖에 남지 않았어 ." 자넷이 샤워를 하는 동안 숀은 앉 아 다시 한번 브라이언에게 전 화를 걸어보았다. 또 다시 자동응팝기가 작동하자 그는 울화가 치 밀어올랐다 그는 전번에 남긴 전화번호들은 개의치 말라고 세번 째 메세지를 남겼다. 그는 에지 워터 비치의 전화번호와 객실 번호 를 불러준 다음 잠깐 저녁 식사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만 시간 에 괘 념치 말고 나중에 꼭 전화를 걸어 날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그는 몹시 중요한 일이니 반드 시 의논을 해야 한나고 재삼 강조를 했다. 숀은 자신들이 약속에 몇 분 늦게 길지 모른다고 양 해를 구하기 위해 베텐코트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베텐코트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숀을 안심시키며 전화를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 했다 자넷은 아직도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 다. 침대 모서리에 걸 터앉은 숀은 해 변에서 주운 권총을 꺼내들었다 약실을 연 그는 흔 들어 모래를 털어냈다. 그것은 케케묵은 구식 38추경 스미스 앤 웨슨 형사용 권총이었다. 그 안에는 총 알이 네 발 남아 있었다. 얼 마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는가를 생각한 숀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또 처음 본 순간부터 싫어했던 사람에 의해 목숨이 구해진 아이 러니에 대해서도 생 각을 해보았다. 권총의 약실 실린더를 닫은 숀은 총을 셔츠 밑으로 밀어넣었다. 지난 스물네 시 간 동안 너무도 끔찍한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기에 그는 이렇게 무장할 기회를 그냥 놓쳐버릴 수 가 없었다. 숀은 무엇 인가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는 여느 명의처럼 모 든 증상 들을 한 가지 질병과 연관시켜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직 관적으로 혹시라도 모르니 이 총을 간직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마음속 깊숙이 그는 총성이 터져나오기 전 절감해야 했 던 무력감에 아직도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자넷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자 이어 숀이 안으로 들어갔 다. 자넷은 아직도 경찰에 그 총을 든 사내를 고 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고, 화장을 하는 동안에는 내내 그 타령 을 계속했 다 하지만 숀은 로버트 해리스가 그 상황을 극복할 능력 이 충분히 있다고 부언을 거듭하며 요지 부동 말을 들어 주지를 않 았다. "왜 우리가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설 명 을 해야 한다면 더더욱 의심을 받게 되잖아요." 자넷은 계속 고집을 부렸다. "그럴지도 모르 지 ." 숀이 동의를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브라이언이 해결온 해야 한 문제아. 잘간 그 얘기는 접어두고 좀 즐기기나 하자구 "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자넷이 말했다 "그 사람이 내가 방해를 했다느니 어쩌느니 했잖아요. 도대체 무 슨 뜻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걸까요?" 숀은 분통을 터뜨리 며 양손을 번쩍 들어올렸파 "그자식은 분명 정신나간놈이었다구.아마도 무슨급성 망상성 정신분 열증 발작 같은 걸 거야. 그러니 내가 도대체 그 자식이 무 슨 말을 지껄이고 있었는지 어떻게 알 수 일겠어?" "알았어요." 자넷이 말했다. "제발 진정 좀 해요. 참, 브라이언에 게 다시 전화해보셨어요7" 숀은 고개를 끄덕 였다. "그 건달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질 않았어 ."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전화번호는 남겨두었어 . 아마 우리가 저녁 먹으러 간 사 이 에는 연락이 올 거 야." 외출 준비를 마치자 숀은 주차 보조 원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입 구로 가져다 낱라고 부탁했다. 방을 나서며, 숀은 자넷 몰래 슬쩍 그 스미스 앤 웨슨 권총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해안의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려나가자 자넷은 마침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심지어 다시 주변의 경치와 연도의 꽃나 무들에게까지 신경을 쓸 수가 있었다. 그녀는 길가에 쓰레기나 요 잔한 낙서, 또는 집 없는 부랑자들의 모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도시들을 괴롭히는 제반 문제들이 이 플로리다의 네이플스에 서는 머나먼 곳의 이 야기 처 럼 만 여겨 졌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꽃나무 하나로 숀의 시선을 돌 리게 하려던 자넷은 그가 백미러를 살피느라 평소 이상의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 다. "뭘 찾고 있는 거 예요7"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로버트 해리스." 숀이 말했다. 자넷은 뒤 를 돌아다본 다음 다시 숀에 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사람을 봤어요?" 그녀가 두려운 픗 그에 게 물었다 "아니 ." 그가 말했다. "해리스는 못 봤지만 차 한 대가 우리 를 따라오는 것 같아 " "참 대단하군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 이 주말 여행은 그녀가 마음속으로 그려보 던 것과는 영 딴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숀이 길 한가운데 서 Y턴을 해 차 머리를 돌렸다. 자넷은 놀라 계기판을 움켜쥐어 균형을 유지 했파. 눈 깜박할 사이 에 그들은 북 쪽을 향해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저기 두번째로 오는 차야." 숀이 말했다 "무슨 종류의 차인지 운전수 모습은 보이는지 한번 살펴봐 줘 ." 반대 방향에서는 환히 켠 헤드라이트로 어둠 을 가르며 두 대의 자동차가 바짝 달려오고 있었나. 첫번째 차가지나갔파 숀이 약간 속도를 늦추 자 이어 두번째 차가 옆을 스쳐갔다 "리무진이에요 " 자넷이 놀라며 입을 열었다. "글쎄, 내 피 해망상이 정말 심각해지기 시작한 모양인데." 숀이 떨떠름하게 말을 이었다 "로버트 해리스가 저 런 차를 몰고 다닐 리가 없지." 숀은 다시 한번 갑작스런 U턴으로 차를 남쪽으로 돌렸다. "그렇 게 차를 돌리기 전에 경고라도 한마디 해주면 큰일이라도 나나요?" 자넷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주춤주춤 자리를 고쳐앉았 숀이 말했다. 구시가를 지나 남쪽으로 나아가자 그들은 연도의 주택들이 점점 더 커지고 멋있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트 로열의 집들은 이제까지 보아왔던 것들보다도 훨씬 호사스러웠 는데 불이 훤히 켜 진 맬컴 베텐코트네 진입로로 들어서자 그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 었다. 그들 은 문에서 적어도 3킬로끼터는 떨어진 '방문객용 주차 장' 표지가 붙은 곳에 차를 세웠다. "집이 라기보다는 중세 프랑스의 성을 옮겨 세워놓은 것 같군 요." 자넷이 말했다. "정말 엄 청나게 크 군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에요?" "거대한 영리 병원 재단을 운영하는 사람이야 " 숀이 말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자넷을 위해 문을 열어주려 반대 편으로 돌아갔다. "난 아무리 영리 의료 사 업이라 해도 돈이 이렇게 벌릴 줄은 꿈 에도 몰랐어요 " 자넷이 말했다 베텐코트 부부는 아주 정 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숀과 자넷 이 마치 오랜 친구라도 되듯 환영을 해주었다. 그들은 심지 어 숀 일행이 '잡상인'들에게 할당된 구역에 차를 세웠다고 놀려대기까지 했다 숀과 자넷에게 캐 시스 한 방울로 맛을 낸 최고급 샴페인 한잔씩 을 집어준 그들은 일행에게 저택 구경을 시켜주었 다 그들은 한쪽 에J,1 다른 쪽으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도록 설.계된 두 개의 수영장과 티크 돛배가 체류하 고 있는 커다란 부두가 포함된 마당 도 돌아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집이 너무 크다고 말을 할지도 몰라요." 연회실에 자리를 잡자 맬컴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와 해리엇은 넓은 것에 익 숙해져 있답니다. 실제로 코 네티컷에 있던 집은 이것보다 조팜 더 컸어요." ")il다가 우리는 정기 적으로 이런 파티를 연답니다 " 해리엇이 말했다. 그녀가 자그마한 종을 울리자 하인이 첫번째 요리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또 한 명의 하인이 나타나 상큼한 백포도주로 손님들의 잔을 채우 기 시작했다. "그래, 포베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거죠?" 맬컴 이 숀에 게 말했다 "당신은 정 말 운이 좋은 사람이오, 숀. 거긴 정말 대단한 곳이라 오. 팍터 메이슨은 만나봤겠죠7" "닥터 메이 슨과 닥터 레비를 만났었습니다. " "그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요." 맬컴 이 말했다. "물론 내가 말을 안 해도 잘 알겠죠. 당신도 아시다시피 내가 산 증거 랍니 다. " "정말 대단히 고맙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 모양이로군요 " 숀이 말했다. "하지 만‥‥‥‥ "그 말로는 좀 부족 한 것 같군요." 맬컴이 숀의 말을 막았다 "그 사람들은 나한테 누번째 인생을 준거나 마찬가지예요. 겨우 고맙다는 말 하나로는 충분치가 않답니다. " "우리는 재단의 이름으로 5백만 달러를 기증했어요." 해리 엇이 말했다. "우리 미국 사람들은 의회의 그 당리당략적인 정책들을 따르는 대신에 성공적인 연구 기관들에 과감히 투자 를 해야만 해요." "해리엇은 연구 분야의 문제들에 왜 민감하답니다. " 맬컴 이 설명을 했다. "충 분히 일리 가 있는 말씀입니다. " 숀이 인정을 했다. "하지만 베텐코트 씨 , 의과 대학생의 입장 으로 저는 환자로서 선 생님이 겪은 경험에 대해 흥미가 끌린답니다 직접 선생님의 입으 로 그것 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선생께선 병원측이 하 는 치료를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특 히 현재 몸담고 계신 사업 분야를 고려해볼 때 분명 관심이 있으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진료의 질 말씀이요, 아니면 치료 그 자체를 뜻하는 거요?" "치료 그 자체에 대해 여쭙는 겁니다 " 숀이 말했다 "난 사업가지 의사는 아니에요." 맬컴 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비 전문가이 면서도 왜 아는 것이 많은 축 에 든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포베스에 입원을 하자 그 사람들은 즉 시 어떤 항체를 가지고 면역요법을 시작했어요. 입원 첫날 종양 을 생검하고는 이어 내 몸에서 백혈구를 채취했어요. 내 백혈구를 종양세포와 함께 배양해 살상세포가 되도록 감작시켰죠 마지 막 단계로 그들은 내 감작된 백혈구를 다시 내 현류계로 주입 시켰죠.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처음 들어간 항체가 종양세포들을 뒤덮은 다음 살상세포가 들어가 그것들뜰 잡아먹어 버린 거지요." 맬컴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혹시 더 부언할 것이 있을까 해리엇 을 바라보았다 "바고 그렇게 되 었팝니다 " =1녀 가 동의를 했다. "그 작은 세포들이 들어가 암세포들한텍 따끔한 맛을 보여준 거 fl .5_ ." "처음엔 증상들이 더 나빠졌었어요." 맬컴 이 말했다. '하기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점 차 나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우리는 MRI를 찍어 경과를 확인했지요. 종양들이 그냥 흐물흐물 녹아 사 라져 버 리 더 춘요. 덕분에 지금 난 건강하기만 할 뿐이에요." 그는 자신의 말을 강조라도 하 듯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겨 또였 다 "그래서 , 요즈음은 외 래에서 진료를 받으시나요?" 숀이 물 었다. "그래요." 맬컴 이 말했다 "요새는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하러 다녀요. 하지만 닥터 메이 슨이 완치된 것으로 확신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1년에 한 번씩으 로 스케줄이 바필 거예요. 요새 도 매번 갈 때마다 재삼 확인을 받 는 뜻으로 항체 주사를 한대씩 맞는답니다. " "이젠 아무런 증 상도 없단 말씀이시군요?" 숄이 물었다. "전혀 없어요." 맬컴 이 말했다. "난 황소처 럼 튼튼해요." 하인들이 들어와 첫번 째 요리가 팜겨 나왔던 접시들을 치웠다 이어 달콤한 적 포도주와 함께 주식이 나왔다. 본은 해 변에서의 사 건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느긋하게 풀어졌다. 그는 해리엇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자넷을 바라보았다 우연히도 그들은 서로 집안끼리 아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다. 숀 과 눈길이 마주치 자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 역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맬컴은 신중하게 잔에 담긴 포도주의 맛을 음미해보았다 "86년산 나파치고는 괜찮군." . 그가 말 했다. 그는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숀을 바라보았다. "뇌종양의 증상만 없어진 게 아니라 정말 몸이 가뿐한 게 기분이 최고예요. 최근 몇 년 간 이렇게 좋아보긴 처음이죠. 물론, 나는 아 마도 정말 끔찍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던 면역요법을 받기 전이랑 자꾸 비교를 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그 해는 정말이지 최악이었어요. 처음에는 번거롭기만 하던 무릎 수술에, 그 다음엔 뇌 염 또 그 다음엔 뇌종양. 하지 만 올해는 정말 최상의 컨디션이죠. 아직 감기 한번 걸 린 적이 없소" "뇌 염까지 걸리셨었나요?" 숀이 포크를 입가로 가져가다 말고 질문을 던졌다. " 그래요." 맬컴이 말했다 "난 정말 의학적으로 기이한 증례였다더군요. 나에 대해서 공부 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과 대학생 을 몇 명 졸업시킬 수 있을 정도였 으니까. 한 차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이어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픈 데다가‥‥‥‥ 룰컴은 앞으로 몸을 숙여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을 이었다. " 소변을 볼 때면 물건이 불에 덴 듯 뜨끔거 리 기까지 하더군요." 그는 여자들이 듣지나 않았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 보았파. "뇌 염이 란 사실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숀이 물었다. 그 는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두통이 제일 심한 증상이었거든요." 맬컴 이 말했다. '동네 내 과 의사한테 갔더니 콜럼비아 장로교 병원으로 의뢰를 했어요. 그 병 원 사람들은 온갖 희귀 한 열대 풍토병 등등 오만가지 괴상한 질병들을 많이 다룬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전염병의 권위 자라 는 사람들에게 진찰을 받게 해주었어요. 처음 뇌염을 의심해 중합효소 뭐라나 하는 새로운 방법 으로 검짙을 한 것은 바로 그 사 함들이 었어 요." '그건 중합효소 연쇄반응법이에요 " 숀이 홀린 틋 말했다. "무슨 종류의 뇌 염 이었습니까?" "SLE라고 하더군요." 맬컴 이 말했다. "세인트 루 이스 뇌염 이라는 뜻이에요. 그들은 계 절이 좀 맞지 않 는다고 모두들 놀라더군요. 하지만 전 그 전에 몇 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어쨌든 뇌염은 가벼운 편이어서 며칠 누워 쉬었더 니 괜찮아지더군요. 물론 그때 야 그랬지만, 두 달 뒤엔, ㅂ9! 뇌종 양이 터져나온 거지요. 난 정말끝장이 난줄로만 알았어요 저 북 쪽에 있는 주치의 선생들조차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요. 처음에 그들은 그 종양이 대장이나 전립선에서 건너온 전이안으로 생각했 었답니다. 하지만 그 장기들에 이상이 발견되지를 않자 조 직 생검 을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지요. 그 나머지 이야기는, 물론 차트에서 읽으신 대로입니다 " 음식을 한입 넣은 맬컴은 그것을 씹기 시작했다. 포도주 한입과 함께 음식을 넘긴 그는 다시 숀 을 쳐다보았다 숀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는 몹시 놀란 모양이었다. 맬컴은 숀의 눈을 들여다보 기 위해 식탁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괜찮소? 젊은이7" 숀은 마치 최면에서라도 깨어나듯 눈을 깜박였다. "물론입니다 " 그가 더듬거리며 대답을 했다. 그는 자신이 맬컴의 이야기에 몹 시 놀 라서 그런 것뿐이었다고 마치 한눈을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인 데 대해 사과를 했다. 그는 맬컴에 게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 맙다고 거듭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천만의 말씀 " 맬컴 이 말했다. "만일 내가 당신네 의과 대학생들의 수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내가 진 빛에 대해 이자를 조금 갚은 것 같은 기분 이 들 거예요. 당신의 은사 닥터 메이슨과 그의 동료 닥터 레비가 아니었더라면 난 오늘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 이어 맬컴은 여자들에게로 주의를 돌렸고. 숀을 제외 한 다른 모 든 이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는 동안, 화제는 네이플스와 왜 베텐코 트 부처가 거기에 집을 짓기로 했는지로 옮아갔다 "디 저트 는 나가 수영장의 테라스에서 드시면 어떨까요7" 접시들이 치워지자 해리엇이 제안을 했다 "죄송 하지만 저희는 디저트는 건너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랜 침묵 끝에 숀이 입을 열어 말했다. "자넷이랑 저는 그동안 너무 격무에 시달렸었거든요. 유감스럽 지만 선 채로 잠이 들기 전에 빨 리 호텔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7자넷?" 자넷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섭섭함을 숨 기기 위한 시도였을 뿐이었다. 5분 뒤, 그들은 베텐코트네 웅장한 현관에서 혹시 물어볼 말이 있 으면 곧바로 직접 전화를 하라고 한사코 강조를 하는 맬컴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는 숀에 게 혼자만 쓰는 직통 전화의 번호 를 가르쳐 주었다. 문이 닫히고 그들이 널찔한 진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 하자 자넷은 참아왔던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게 무례하게 작별을 하는 법 이 어디 있어요?" 자넷이 말했다. "우리한테 그렇게 친절히 대 해주었는데, 당신은 식사 도중에 불 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거나 마찬가지예요." ' "식사는 다 끝났다구 " 은이 그녀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해리엇이 디저트 얘기를 하고 있었잖아. 게다가 난 1분도 거기 더 그렇게 앉아 있을 수가 없었 어. 맬컴이 내게 정말 이상한 점 몇 가지를 깨닫게 해주었거든 그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이야기 를 할 때 귀담아들었었는지 모르겠군 " "난 해리 엇이 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자넷이 신경 질을 내며 대답을 했다. "그는 내게 자신of 수술 한 번과 뇌염, 그리고 그에 이어 뇌종양 까지 불과 몇 달 사이에 모든 질병을 앓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 어 ." "그게 어쨌단 말이에요?" 자넷이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헬렌 캐벗과 루이스 마틴 두사람 역시 똑 같은 병 쳔을 가지고 있 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어 ." 숀이 말했다. "내가 직접 그 사람플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진을 담당했었기 때 문에 잘 알아." "그럼 그 질병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 녀가 물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일부 가셔 있 었다 "내가 기억컨대 우리가 복사 했던 차트 중 상당수에서 비슷한 순 서와 타이밍을 보았던 것 같아 ' 숀이 말했다. "그때는 그 사실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지만, 비슷한 증례가 세 건에 불과하다 해도 그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가 능성은 너무 적어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 예요?" 자넷이 말했다.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어 ." 숀이 말했다. · 하지만 그것은 내가 키 웨스트에 한번 가보아야 한다는 것을 확 신시켜주었어. 거기다 포베스가 생검을 의뢰하는 별도의 진단 검 사실을 차려놓고 있거든 진단적 정말검사로 얻을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장 독립 검사실을 차려놓는 건 병원들이 자주 쓰는 술책이야. 망할 놈의 그 자체 의뢰 제한법 같으니라구" "저는 다음 주말도 비번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토요일이랑 일 요일이오 키 웨스트로 간다 해도 괜찮아요." '난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 ." 숀이 말했다. -지 금 당장 그리로 떠나고 싶어 거기 가면 무엇인가 알아낼 수 가 있을 거야." 그는 아울러 경찰들 이 자신을 찾아다니고 브라이언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사 치를 누릴 수 없을런지포 또근파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넷은 문특 걸음을 멈추고 시계를 내 려다보았다 벌써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오늘밤 당장 그리로 가자는 거 예요?" 그녀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거 리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알아보자구 " 숀이 말했다. "결정은 그 다음에 내기 먼 돼 ." 자넷은 숀 앞을 스쳐 발길을 옮기 기 시작했파. "숀, 당신은 시 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이 괴상해지는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막판에 전화를 걸 어 친절하게 저녁식사 초대를 하게끔 만들어 놓고는 갑자기 키 웨스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떠오 른다고 중간에 불쑥 일어나 나오지를 않나‥‥‥ 난 완전히 두손 들었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이 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이 여자는 오늘밤 키 웨스트로 가지 않을 거 예요. 이 여자는‥‥‥‥ 자 넷은 미처 분노에 찬독백을 맺을 수가 없었다 커다란 벵갈보 리수에 반쯤 가리워진 폰티악을 돌 던 순간 검은 양복. 흰 셔츠에 검은 타이를 맨 사람과 거,의 충돌할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 과 머리칼은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를 않았다 자넷은 숨이 탁 막혔다. 아까 해변에서 있었던 일 로 아직도 신경 이 곤두서 있던 그녀는 다시금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낯선 사 람과 맞닥뜨 리자 겁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숀은 그녀를 향해 걸 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차 옆에 버티고 있던 비슷한 시커 먼 사람 하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어두웠음에도 불구 숀은 앞에 선 사람이 동양계라는 사실을 알 아차릴 수가 있었다. 숀이 눈치도 채기 전에 세번째 사나이가 숀의 뒤클 막아섰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숀은 뒤를 돌아 힐끗 베텐코트의 집을 쳐다보며 앞문 까지 달려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어림짐작해보았다 그는 또 거기 도착하면 어떤 행동을 취 할까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맬 컴 베텐코트가 얼마나 빨리 반응을 보이는지에 일러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실진 또르겠지만," 숀 앞에 버티고 선 사나이가 흠잡을 데 없는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 씨께서는 당신과 당신 친구분제서 오셔서 잠깐 이야 기를 좀 하셨으면 매우 감사하겠파고 하십니다 " 숀은 차례로 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불안하기 그지 없게도 그 들 모두는 완전한 자신감과 핌 착함의 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숀은 주머니에 톰의 권총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지만 감히 총을 꺼낼 엄 두가 나질 않았다. 총을 다루어본 경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총을 뺀다 해도 이 사람들을 진짜 쏠 자신 이 서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을 할까 생각해보니 도저히 망설이지 않을 수 가 없었다. "혹시라포 문제가 생기면 정말 유감일 겁니다. " 예의 그 사내가 말을 이었다. "자 어서요. 야마구치 씨는 지금 길가에 세워놓은 차 안에서 당 신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슬 ." 차 지붕 너머 자넷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이 사람들이 누구예요?" "나도 모르겠어 ." 숀이 대답을 했다 이어 앞에 선 사내에게 숀이 물었다. "야마구치 씨가 누구신지 , 그리고 왜 우 리 랑 특별히 이야기를 하 시고 싶어하는지 좀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 어서 ." 그가 되뇌었다 "야마구치 씨께서 직접 말씀을 해주실 겁니다. 어서 가보시죠, 차는 불과 몇 발짝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 "좋아요, 그렇게 정중히 부탁을 하신다면 거절할 도리가 없군 요." 숀이 말했다. "자, 가서 야마구치 씨한테 인사나 드립시다 " 몸을 돌린 숀은 차 반대편으로 발길 을 옮기기 시작했다 숀 뒤를 가로막고 있던 사내는 한옆으로 물러서 길을 비켜주었다. 팔을 뻗 어 자넷의 어깨를 감은 숀은 함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숀 앞에 서 있던 키가큰 일본인이 앞장서 그들을 인도해 나아 갔다. 나머지 둘은 묵묵히 뒤를 따라왔다 한 줄로 늘어선 나무 밑에 세워져 있던 리무진은 어찌나 어두웠 던지 몇 발짝 앞까지 다가가서야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큰 사내가 뒷문을 열어주며 숀과 자넷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야마구치 씨 가 나오시면 안 될까요?" 숀이 물었다. 그는 혹시 이 리무진이 자신들이 베텐코트네 집으 로 올 때 미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바로 그 리무진이 아닐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Iff ." 키가 큰 일본인이 재촉을 했다. "안쪽이 훤씬 편안하실 겁니다 " 자넷 에게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손은 그녀 뒤를 따라 차에 올랐 다 거의 동시에 반대쪽 뒷문이 열리며 침묵을 지키던 일본인 하나 가 자넷 옆자리를 밀고 들어왔다. 동시에 사내 하나가 숀을 따라 뒷자리로 올라탔다. 키가 큰 사내는 운전석으로 올라 시동을 곁었 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 예요? 숀!" 자넷이 물었다 그녀가 처음에 느꼈던 놀라움은 어느덧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다 "야마 구치 씨7" 은이 물었다. 은은 간신히 앞쪽, 자◎마한 차량용 TY가 부착된 계 기판 한편에 앉아 있는 남자 한 명의 모습을 어 련풋이나마 볼 수 가 있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어떻게 감사 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 다 . " 나나카가 살짝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가벼운 일 본식 억양이 섞여 있었다. ·자리가 불편한 데 대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잠깐이면 되니 양해를 해주십시오." 출발과 함께 차가 앞으로 쏠리자 자렛은 숀의 손을 움켜잡았다. "당신 들은 정말 정중하시군요." 숀이 말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영 문인지, 또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솜 가르쳐주시면 더더욱 감사 하겠습니다. " ·여 러 분께서는 휴가를 즐기시도록 초대를 받으신 겁니다 " 다나카가 말했다. 어둠 속에서 그의 흰 이 들이 번쩍 빛을 발했 다. 차가 가로들 옆을 스치는 순간 숀은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힐 끗 볼 수 가 있었다. 침착한 얼굴이었지만 몹시도 단호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전혀 감정이 드러나 있지를 않았다 "이 여행은 쓰시타산업이 제공해 드리는 겁니 다. " 다나카가 말을 이었다 "장담컨대 당신들은 최상의 예우를 받게 될 겁니다 여러분들에 게 대 단한 경의를 느끼지 않았더라면 쓰시다가 이런 수고를 자청 할 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은밀히, 야 만스러운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다는 데 대해서는 저 역시 몹시 유감입니다만 저도 명령을 받는 하지 않게 연루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만 1 초대하신 분들께서는 그녀 역시도 당신만큼이나 예의 바르게 대접 더 도움이 될 것 같군요.그러니 제발, 머피 씨 괜한 영웅 심을 보일 1 생각은 마십시오. 제 동료들은 모두 프로랍니다. " : 자넷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 기 시작했지만숀은그녀의 손을 : 꽉 쥐어 입을 막았다. l "그럼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겁니 까?" 1 그들은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침묵 속에서 동북 쪽을 향해 달리 1 기가 꺾였고 주머니에 든 권총도 영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채 지나기도 전에 그들이 탄 차는 네이플스 공항 일반 항공 구역으 로 들어갔다. 토요일 밤늦은 시각이었던 까닭에 본관 건물에 불이 몇 개 들어와 있을 뿐 공항에는 거의 인적이 끊겨 있었다 숀은 누 구에게든 이 위험을 알릴 방도를 생각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자 넷이 위험하게 된다는 두려운 마음에 선뜻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 다. 강제로 일본까지 끌려가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 었지만 그는 이 사태를 막을 만한 그럴 듯한 방도를 도저히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리무진은 철조 망 담에 뚫린 출입구를 통과해 아스팔트 활주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일반 항공 관제 건물 뒤편 을 스친 그들은 떠날 준비를 마친 듯이 보이는 커다란 자가용 제트기를 향해 달려 갔다. 비행기 는 엔진에 시동을 걸어둔 상태이고 추돌 방지등과 운 행등을 번쩍이며 문을 열어놓고 탑승용 계 단까지 내려두고 있었 다. 리무진은 비행기에서 150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에 정지했다 숀 과 자 넷은 차에서 내려 탄승 계단까지 조금만 걸어가 달라는 정중 한 부탁을 받았다 제트 엔진의 굉음 에 동그랗게 손을 오무려 양귀 를 가린 숀과 자넷은 마지못해 명령대로 비행기를 향해 걸음을 옮 기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숀은 대안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별 밴족한 수가 없었다. 그때,숀과 자넷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몹시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계단 아래에서 머뭇 머 뭇 뜸을 들였다 "어서요!" 다나카가 숀과 자넷에게 계단을 오르라는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 다. 숀과 자넷은 다시 한번 시선을 교환했파. 숀은 그녀에게 탑승하 라고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 뒤를 따라 트랩을 올랐다. 문을 통과 할 때는 몸을 구부려야 했지만 일단 안에 들어가자 편안히 서 있을 수가 있었다. 그들 왼쪽으로는 문을 닫아 건 조종석이 보였 다. 기내는 수수하면서도 우아하게 검은 빛의 마호가니와 갈색 가죽 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바닥 은 짙은 녹색의 카핏이었다 좌석은 한 개의 장의자와 어느 쪽으로도 회전을 시킬 수 있는 몇 개 의 안락의 자로 되어 있었다. 비행기의 뒤 편으로는 자그마한 주방과 화장실 의 입구가 보였다. 주방 카운터 위에는 뚜껑을 딴 보드카 한 병과 잘게 썬 레몬이 놓여 있었다. 자넷과 숀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고 문간에서 머뭇거 렸다. 가까운 데 위치한 안락의자 하나에는 정장 차 림의 서양 남자 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일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 시 침착한 자 신감의 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각이 진 핸섬한 얼 팔로 가벼운 곱슬머 리 였다. 그는 오른손에 술잔을 하나 들고 있었 다. 그가 잔을 입으로 가지고 가자 얼음이 잔에 부딪히고 가벼운 딸그랑 소리 가 숀과 자넷의 귓전을 울렸다. 숀과 자넷의 뒤를 바로 이어 탑승한 다나카는 숀과자넷보다 한 순간 늦게 서양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대단히 놀란 것 같 았다. 다나카가 너무도 갑작 스레 발을 멈추었던 까닭에 뒤따라 올 라오던 키 큰 일본인은 그만 나나카와 ◎단치고 말았다. 다나카는 화난 듯한 빠른 일본어를 내뱉았나. 키가 큰 일력 사람은 무어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서 양 사람이 입 을 여는 바람에 미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당신네들한테 경고를 좀 해주고 싶 군요." 그가 영어로 말을 시 작했다 "나는 일본말을 아주 유창하게 할 줄 압니다. 내 이름은 스털링 롬바우어 입니다. " 그는 잔을 놓 도록 고안된 자신의 의자 팔걸이의 홈에 술잔을 내 려놓은 뒤 몸을 일으켜 명함을 한 장 꺼내들 고는 정중히 머리를 조 아리며 다나카에 게 건네주었다 다나카는 스털링과 함께 맞절을 하며 명 함을 건네받은 뒤 스털 링의 출현에 대해 몹시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겁게 명함을 살피며 다시괌 머리를 숙였파. 이어 그는 빠른 일본말로 뒤에 서 있는 동료에 게 말을 건넸다. "그 질문 에는 내가 직접 대답을 해 드리는 편이 제일 좋을 것 같 군요." 다시 의자에 앉아 잔을 들며 스 털링이 태연스럽게 말했다. "조종사, 부조종사랑 승무원들은 조종석에 있질 않아요. 그들은 화장 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에요 " 스털링은 어깨 너머로 손짓을 해 보였다. 다나카는 동료 에게 다시금 성난 일본말을 퍼부었다. "또 다시 끼어들어 미안합니다. " 스털 링이 말했다. '하 지만 지츰 당신이 농료에게 명령하는 것은 전혀 이성적인 행 동이 아니랍니다. 만일 당신이 이 상황을 주의깊게 다시 한번 생각 끙 본다면 분명 내가 이런 일에 혼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는 사실에 농의를 하게 될 겁니다 실제로, 당신이 오른쪽을 내다본다 면 경찰에 긴급 통화가 되 도록 프로그램 된 무선 전화를 든 내 동 료가 탄 자동차를 한 대 볼수 있을 겁니다. 이 나라에서 는 납치가 범죄 , 청 확히 말하면 중범죄 랍니다 " 타나카는 처음 살펴보았을 비 무엇을 빠뜨렸을지 모른다는 생각 에 다시금 스털링의 명함을 내려 다보았다. "도대체 원하시는 게 뭡 니까7" 그가 영어로 물었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좀 의논을 해보아야 할 것 같군요 다나카 야마구치 씨 ." 스털링이 말했다. 잔에 든 얼음을 흔든 그는 마지 막으로 한 모금 을 죽 들이켰다. "나는 현재 포베스 암센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 그가 말을 이었다. "센터의 원장님께서는 가급적 쓰시타 산업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싶어하지 는 않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는 머피 씨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일본으로 증발 해버리기를 결코 원 하지 않습니다. " 다나카는 북묵히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 "머피 씨 " 스 털링이 잠깐 다나카를 제쳐두고 숀을 불렀다 "다나카 씨와 단둘이만 있도록 몇 분 여유를 주시지 않으시겠 소? 당신과 당신 친구분은 비행기에서 내려 차에 있는 제 동료와 함께 계시는 편이 좋 을 것 같군요. 거기서 저를 기다려주시면 어떻 겠습니까.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다나카는 스털링의 제안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를 않았다. 숀은 자넷의 손을 움켜쥐고 다나카와 그의 동료 를 밀치며 트랩의 짧은 계단을 내려가 비행기에 직각으로 세워진 불을 끈 자동차를 향해 달음질 을 쳤다. 메르세데스에 도착하자 숀은 조수석 쪽으로 가 뒷문을 열었디 .)는 자넷을 먼저 차 안에 태웠다 이어 그는자넷을 따라 차로 기 어들었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웨 인 에드워드가 "안녕 친구들" 하 며 그들을 반겼다. 숀 일행이 들어을 때 잠시 고개를 돌려 쳐 다보았던 그는 다시금 창문을 통해 똑똑히 내다보이는 비행기로 주의를 돌렸다. "불친절하게 굴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에요." 그가 말을 이었다 "어쩌면 당신네들은 저기 터미널 건물 안에서 기다리는 편이 훨 씬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 "롬바우어 씨는 당신이랑 같이 있으라고 하던데요." 숀이 말했다. "이봐요, 나도 그 건 알아요." 웨 인이 말했다. "원래 계획이 그랬거든요. 하지만 다른 변수도 생각을 해둬야 죠. 만일 무엇인가 일이 틀어져 비 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곧 장 저 앞바퀴를 들이받아 버릴 작정이거든요. 뒷자리에는 보호용 에어 백이 설치되어 있질 않아요." "뚜슨 소린지 알겠습니다. " 숀이 말했나.밖으로 나온 그는손을 뻗어 자넷을 부축해주었다. 그들은 함께 일반 항공 건물을 향 해 달음질을 시 작했다. "갈수록 헛갈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자넷이 불평을 털어놓았다. "당신이랑 같이 있는다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군요, 숀 머 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나도 알았으면 좋겠어 ." 숀이 말했다. "어쩌면 저 사람들은 내가 실제 이상으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 "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숀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분명히 아는 건 우리가 일하지도 않던 일본 여 행은 면하게 되었다는 거야." 숀이 말했다. "왜 하필 일본이었죠?" 자넷이 물었다. "나도 확 실히는 몰라." 숀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포베스에 있는 히로시란 사 람 이 줄곧 나를 감시했고 우리 어머니한테 어떤 일본 사람 하나가 나에 대해 질문을 하러 찾아왔었 다고 하더군. 내가 생각해낼 수 있 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들이 나를 자기네 들의 포베스 투자 계획에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는 거야." "이 건 모두 정 말 터무니 없 는 일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우리를 비 행기에서 도망치게 해준 그 사람은 누구죠?" "생전 본 적 이 없는 사람이야." 숀이 말했다 "그것 역시 궁금한 점 중의 하나야.하지만그 사람은 자기 입 으 로 자신이 포베스를 위해 일하고 있단 말을 했잖아." 그들은 마침내 일반 항공 건물에 도착했지 만 문은 모두 굳게 닫 혀 있었다 "이젠 어쩌죠7" 자넷이 물었다. "이 리 와!" 숀이 말했다. "여 기 있으면 안 돼 " 그는 자넷의 손을 잡아끌며 2퐁짜리 시멘트 건물 주위를 돌아 아까 리무진으 로 통과했던 문을 지나 비행장을 빠져나갔다 건물 앞에는 좨 른 주차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숀은 차들마다 옮겨다니 며 문을 당겨보기 시작했다 "말하지 마세요. 내가 맞추어볼게요." 자넷이 말했 다. "지금 오늘 저녁 일에 구색을 맞추려 차를 한 대 훔치려는 거예 요!" "'빌린다'는 말이 훨씬 적합할 거야." 은이 말했다 이차 저차를 건드려본 끝에 숀은 문이 잠기지 않은 세덟홀렛 셀레넌 리티 한 대를 찾아냈다. 계기판 밑을 너듬어보기 위해 안쪽으로 믐을 기울여본 숀은 운전대 뒤로 올라났나. "들어와." 그가 말했다. "이 건 별로 어 련지 않을 거 야." 자넷은 점점 더 자신이 깊 은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생 각에 주춤거렸다. 특히 벌써 빠져들어 버린 난처한 형국을 생각할 때 훌친 차를 탄다는 것은 영 마음에 내키지를 않았다. "빨리 타!" 숀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자넷은 문을 열고 숀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숀은 그 즉시 시동을 걸어 자넷을 몹시도 근 심스럽 게 만늘었다. "아직도 솜씨가 대단하시군요." 그녀가 비꼬며 쏘아붙였다 "연습을 하면 솜 씨는 좋아지게 마런이야." 숀이 말했다 공항 입구에서 지방 도로가 나오자 숀은 우회전을 했다. 그들은 묵묵히 침묵 속에서 차를 달렸다 "어디로 가는 건지 물어 봐도 되 겠어요?" 자넷이 물었 다 "나도 잘 또르겠어 ." 숀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키 웨스트로 갈 수 있을지 물어볼 만한 곳을 한 군 데 찾아냈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이 동네가 토요일 밤 열한 시밖에 안 됐는데도 쥐죽은 듯 포유하다는 거야 " "날 베텐코트 씨 댁으로 다시 데려다주지 않겠어요7" 자넷이 말했다. "내 렌 트카를 찾아 다시 호텔로 돌아갈게요. 그 다음엔 그렇게 바라던 키 웨스트로 당신 혼자 가면 되 잖아요." "내가 보기에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숀이 말했다 "저 일본 녀석들은 우 연히 베텐코트네 집에 나타난 게 아니란 말 이야. 저 녀석들은 아마 내가 우리를 미 행하고 있다고 생각한 리무 진 안에 있었어. 그들이 우리 를 에지워터 비치 호텔서부터 따라온 게 분명한데, 그건 그들이 필시 리츠 칼튼에서부터 우리 뒤 를 밟았 다는 뜻이야. 어쩌면 더 확실하게는, 저 치들이 우리를 포베스에서 부터 줄곧 따라왔던 거야." "하지 만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뒤를 따라 왔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우리가 대상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택지를 횡난했넌 모 양이야." 숀이 동의를 했다. "하지만 요점은 우리가 차나 호텔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는 거야. 또 다시 추적을 받는 위험을 감내할 생각이 없다면 말 이야." "우리가 경찰한테 갈 수는 없겠죠?" 자넷이 말했다. "물론이지 .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숀 이 흥분해서 소리 쳤다. "우리 소지품들은 어쩌구요?" 자넷이 물었다. "마이애미에서 전화를 해 보내 달라고 하면 돼." 숀이 말했다. "차에 대해서는 베텐코트 부부한테 전화를 하면 될 거야. 허 츠 사람들이 와서 가져갈 거야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미 행을 당하지 않는 거야." 자넷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를 않았 다 그녀는 어 디 가 잠을 자고 싶었지만 숀은 도무지 이치가 닫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가지고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들리게 하고 있 었다. 일본인들과의 조우는 어 떤 면에 있어서는 아까의 해변 사건 만큼이를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저기 사람들이 몇 명 있 어 " 숀이 말했다.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되 겠군." 앞쪽에 오아시스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은 무슨 디스코 나이트 클 럽 앞에 차들이 길게 한줄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숀은 그쪽을 향해 길가로 차를 댔다. 종업원에게 주차를 받기 위한 차량 행렬은 배와 함께 구불구불 길게 이 어지고 있었다. 오아시스 클럽 은 육지에 둘러싸인 보트장과 주차장을 함께 쓰는 모양이었다. 숀 은 셀레브리티에서 내려 차들 사이를 누비며 디스코 클럽의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활짝 열 어 젖힌 입구에서는 뼛속까지 울리는 음악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주차 보조원이 쓰는 자 그마한 연단 앞에서 잠시 뜸을 들인 숀은 한구석으로 보조원 하나 를 불러 세워 부두가 어디냐고 물었다. 지쳐 보이는 그 사내는 약 간 허풍스러운 몸짓을 하며 재빨리 손에게 가는 길을 일러주 었다 몇 분 뒤 숀은 다시 차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자넷이 협조할 수 있 도록 들었던 대로 반똑 해구었다. "왜 우리가 부두로 가야 해요7" 자넷이 물었다. "왜,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인가요?" " 이봐 나한테 그렇게 화를 내지마." 숀이 불평을 했다. "그럼 도대체 누구한테 화를 내란 말이에 요." 자넷이 쏘아붙였다. "이번 주말은 기대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 되어버렸어요." "분노는 참았다가 해변의 그 미 친 놈이나 편집증에 걸린 그 쪽발 이 녀석들한테 터뜨리 란 말이야." 숀이 말했다. "부두에는 도대체 왜 가는 거 예요?" 자넷이 다시 한번 물었다. "키 웨스트는 네이플스 정 남향 에 있어 ." 숀이 말했다 "지도를 본 적이 있어 그 정도는 기억이 나. 키 웨스트는 서쪽으 로 구부 러져 있어. 배편으로 가는 게 훨씬 편하고 시간도 훨씬 덜 걸릴 거야. 서두르기만 하면 잠을 잘 시간이 생길지도 몰라. 게다 가 그렇게만 되면 이 '빌린'차를 더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된단 말이 야." 자넷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나. 밤새 야간 배편에 몸을 싣는다는 것은 이 미친 하루를 마무리 짓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막다른 골목 끝에 위치한, 입구에 커다 란 깃 대를 세운 시립 공용 부두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손에게 그 부두는 그저 실방스러 을 뿐이었다 폰로리다 서쪽 해안에서는 낚시질이 아주 인기 있파는 얘기를 들어왔던 숀은 훨씬 더 번잡한 모습을 기대했었던 것이다 단 한 군데밖에 없는 보트 대여점은 굳 게 문을 닫고 있었 다 게시판에는 낚시 보트를 빌려준다는 광고가 몇 장 붙어 있었지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 다 주차를 시킨 그들은 부두 위로 걸음을 옮겼다. 몸체가 큰 상업 용 보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불을 꺼져 있었다. 차로 돌아온 자넷은 차 지붕에 몸을 기 댔다. "똘똘한 생각 더 없어요? 아인슈타인?" 숀은 묘안 을 짜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는 아직까지도 배편으로 키 8:스트에 간다는 생각에 연연해 하고 있 었다. 지금은 다른 차를 또 빌리기에는 분명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차를 몰 고 가면 도착할 때쯤 되어서는 둘 다 완전 파김치가 되어 있을 것 이 분명했다. 부두 옆에는 '부두'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숀은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 안으로 들어가 보자구." 그가 말했 다. "맥주도 한잔 마실 겸 바텐더가 혹시 보트 빌려주는 사람들을 아는지 한번 보자구 " 음식점 부두는 압력 처리된 널빤지로 지어진 소박한 가건물로 에폭시 수지로 채워진 평행선 무의의 테이 블로 꾸며져 있었다. 그 곳에는 창문이 없이 셔터로 닫을 수 있는 차양 친 출입구가 양쪽에 나 있었을 뿐이었다 보통의 음식점들에서 볼 수 있는 커튼 대신에 벽에는 고기잡이 그물, 부표와 잡 다한 다른 항해 기구들이 잔뜩 걸 려 있었다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들이 천천히 맴돌았다. 한쪽 벽 을 따라서는 짙은 색으로 마무리가 된 』자 모양의 커다란 나무 바 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바 주위에는 몇 사람이 둘러앉아 입구 쪽 귀퉁이 벽면 높이에 설 치된 TV로 농구 중계를 보고 있었 다 그곳은 고향 찰스타운의 을 드 스컬리스 같지는 않았지만 숀은 이 장소가 마음을 왜 푸근하게 해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곳은 그에게 약간의 향수를 느끼게까지 했다. 숀과 자넷은 TV를 등진 쪽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바텐더 는 두 명 이었는데 한 명 이 키 가 크고 콧수염을 기른 무뚝뚝한 사람 이었던 반면 한 명은 땅땅하고 항상 싱글싱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날염된 반팔 셔츠와 검은 반바지의 평상복 차림이 었다. 그들의 허리에 는 짤막한 앞치마가 묶여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키가큰 바텐더가다가오며 익숙한손놀림으로 숀과 자넷 앞에 동그란 마분지 잔받침을 던져올렸다 "무엇을 드릴까요?" 그가 물었다 "소라 튀김 을 하시는군요." 숀이 벽에 걸린 커다란 메뉴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물론이 지 요." 바텐더가 말 했다. "그거 하나 주세요." 숀이 말했다 "그리고 저는 라이트 생맥주 한잔 주세요." 숀은 자릿을 쳐다보았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 그녀가 말했다. 곧 뿌옇게 김이 서린 맥주 잔들이 앞에 놓 이고 숀과 자넷이 이 곳의 편안한 분위기에 대해 몇 마디 나누는 사이 어느새 소라 튀김 이 도착 했다. "와1" 속이 탄성을 질렀다. "정말 번개 같군요." "좋은 음식은 시간이 좀 걸리죠." 바텐더 가 말했다. 그날 저녁 일어났던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숀과 자넷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바텐더는 여느 훌릉한 코미디언처 럼 미소조 차 짓지를 않았다. 숀은 이 기회를 이용해 배에 대해 질문을 했다. "어떤 종류의 때에 대해 알 고 및은 겁니까?" 바텐더가 물었다. 숀은 어깨를 으쓱핸나.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배 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질 않 답니다. " 그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오늘밤 키 웨스트로 가고 싶거 든요. 시간이 얼마 걸릴까요?" "그야 하기 나름이죠." 바텐더가 말했다 "까마귀 나는 걸로 보면 한 90킬로미터 정도거든요, 제대로 된 배만 잡으면 서너 시간이면 될 거예요." "우리를 데려다 줄 만한 사람을 찾아낼 방도가 없을까요?" 숀이 물었다 "돈이 좨 들 텐데요." 바텐더가 말했다. "얼 마나요?" "5, 6백 달러는 들걸요." 바텐더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크레디트 카드도 받 나요?" 숀이 물었다. 자넷은 불평을 했지만 숀은 바의 턱 밑으로 그녀의 다리를 움켜 쥐었다. "내가 갚 아줄게 ." 그가 말했다 바텐더는 모퉁이를 돌더니 전화기 를 집어들었다 스털링은 심술궂은 쾌감 으로 랜돌프 메이슨의 집 전화번호를 돌 렸다. 좋은 보수를 받고 있기는 했지만 스털링은 새벽 두 시까지 일을 해야 했던 것은 영 달갑지를 않았다 그는 닥터 메이슨 역시 똑같이 한번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닥터 메이슨의 목소리는 몹시 지치고 졸음에 가득 차 있었기만 스털링 의 연락을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전, 마침내 피 다나카와 쓰시타 난제를 해결해넸습니다. " 스 털링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심지어 동경으로부터 직접 팩스로 서약을 받아내기까지 했습 니다. 그들은 머피 씨를 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장넘께서 그가 상업 성 이 있는 기밀에 노출 되지 않으리라는 것만 개인 적으로 보장해주신다면 그는 그대로 포배스 암센터에 머무를 수 있습 니 다" "난 그것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나. "벌써 너무 늦었어요." 스털링 은 너무 놀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간 새로운 진전이 없었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설명을 했다 "숀 머피의 형 브라리인 머피가 숀 때문에 걱정이 되어 여기 마 이애 미에 나타났습니다. 동생을 찾을 수가 없자 그는 제게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그는 내게 마이애미 경찰 당국이 장의실 침입 및 불 법으로 시체의 뇌를 훔쳐간 절도 사건과 관련해 숀을 수배중이라 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 "그 시체의 뇌가 포베스 암센터랑 관계가 있단 말씀이시죠?" 스털링 이 물었다 "그렇다마다요. 두말하면 잔소리 입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고인은 우리 포베스 병 원의 입원 환자였습니다. 우리 수아세포 종 환자 중의 하나로, 덧붙인다면 단지 몇 년내에 사망한 첫번째 증례랍니다. 문제는 우리 치료법이 아직 특허권의 보호를 받지 못 하고 있다는 거 예요." "그럼 숀 머피가 이 뇌를 수중에 넣음으로써 특허를 딸 만한 상 업성 있는 기밀을 입수했었을 수 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그 말입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평소처럼 정확히 요점 을 집어내시는 군요. 저는 벌써 포베스의 경비요원들에게 숀 머피가.우리 실험실에 접관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라고 지시를 내려두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원하는 바는 숀 머피를 잡아 경찰에 넘기는 것입니다. " "그건 쉽지가 않겠는데요." 스털링 이 말했다. "머피 씨랑 리어든 양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답니다 저는 지금 그들이 투숙해 있던 호텔에서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소지품 들은 다 그냥 남겨놓고 갔지만 돌아올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벌써 새 벽 두 시가 넘었거든요. 제가 그 친구들 의지를 과 소평가했 던 것 같습니다. 납치당하기 직전에 구사일생으로 구조를 당하면 그나마 운이 따라주었 던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 좀 소극적이 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정반대예요. 제가 보기에 그들은 차를 한 대 슬쩍 집어타고 도망을 쳐버린 것 같습니다. " "난 당신이 그들을 찾아내 주기를 바래 요."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제 능력을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 스털링 이 말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일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원장님께서는 저보 다 좀 싼 값에 일을 맡을 정규 사립탐정 을 한 명 고용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 "당신이 계속 일을 맡아푸시오."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의 필사적인, 지푸라 기라도 잡으려는 기 색이 살짝 엿보였다. "나는 숀 머피가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에 경찰에게 인도되기 를 바랍니다. 사실, 이제 내탁을 알호 나니 당신이 그냥 그 일본사람 들이 그를 끌어 가도록 내버 려두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수당의 한 배 반을 드리겠소. 일이나 맡아주 세요." "아주 고마우신 말씀이에요." 스털링 이 말했다. "하지만 랜돌프 ‥‥‥ "두 배로 드리겠 소." 닥터 메이는이 말했다. "이 시 섬에서 다른 사람을 쓰려고 하면 중간에 지체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버린단 말입니다. 난 지금 당장 숀 머피가 경찰 철창 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어요1" "알았 습니다. " 스털링이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그럼 계속 일을 맡겠습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을 드 리지만, 리 어든 양이 자신의 비자 카드를 쓰지 않는 한 그가 다시 마이애미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까지는 그를 찾아낼 방도가 없습니다. " "왜 하필이면 그녀의 카드지요?" 닥터 메 이슨이 물었 다 "그 방법으로 호텔 숙박료를 지불했더군요." 스털링이 말했다. "당신은 여태까지 날 실망시킨 적이 한번도 없으니 이번 일도 분 명 훌릉히 해결을 해주실 겁니다" "하여튼 최선을 다해보겠습 니다 " 스털링 이 약속을 했다. 전화를 끊은 스털링은 웨인에게 전화를 한 통 더 해야 한다고 손 짓을 해 보였다. 그들은 에지워터 비치 호텔의 로비에 있었다. 웨 인은 편하게 소파에 앉아 무 론 위에 잡지를 펴 읽고 있었나 스털칭은 보스턴에 있는 여러 은행의 정보원 중 하나에게 다이 얼을 돌렸다 그가 충분히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잠이 했음을 확인한 스털링은 그에게 자신이 자넷 리어든에 대해 알아 낸 세부 사항들과 그녀가 그날 저녁 호텔 두 군데서 비자 카드 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스털꼴은 혹시 그 카드가 다시 사 용되는 경우 자신의 휴대 전화기로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시 웨인과 합류 한 스털링 은 자신들이 계속 일을 맡게 되었지 만 이제 목적이 바뀌었음을 이야기해주었다 닥터 메이슨의 말을 전한 그는 그들의 임무가 머피가 경찰에 구속되도록 하는 것이라 고 말하며 아울러 웨인에 게 혹시 무슨 뽀족한 생각이 있는지를 물 었다. "한 가지 있기는 해 ." 웨 인이 말했다. "방을 두 개 빌려 눈이나 잠깐 붙이자구." 자넷은 속이 거북스러웠다 베텐코트의 집에서 저녁으로 먹었 던 녹색 후추 소스의 스테이크가 거꾸로 위장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들을 키 웨스트로 데리고 가는 배 의 선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좁다란 전실 건너 반대편 침 대에근 숀이 마악 잠이 들어 있었다. 어스름 불빛을 받은 그의 모습은 너 무도 태평스러워 보였 다 이런 상황 하에서 그렇게 태연히 잠을 질 수가 있다는 사실은 자넷을 화나게 했고 그 분노로 불쾌함은 한퐁 더 강해 졌다. 석양을 밭으며 산책을 했을 때에는 그저 평온해 보이기만 하던 바 다는 이제 거친 대양만큼이나 격렬하게만 느껴졌다. 남쪽으로 항해하는 그들은 밀려오는 커파란 물살들을 45도 각도로 헤쳐나 가고 있었다. 배는 현기증이 나도록 오른쪽으로 높이 솟구친 다음 심한 요폴과 함께 왼쪽으로 왈칵 떨어졌다. 요동에 덧붙여 무거운 디젤 엔진의 굉음이 지속적으 로 귓전을 울렸다 그들이 부두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새벽 두 시 45분이 넘어서였 다. 처음 그들은 달빛 아래 수백 개의 숲으로 덮인 섬플 옆으로 잔 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져 나 왔다. 녹초가 되어 있던 자넷은 선실로 내려가 잠을 청했지만 겨우 잠이 든 순간 뱃전을 때리는 파도와 갑 자기 광폭해진 강풍에 깨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숀이 내려오는 소 리를 듣지도 못했는 데, 눈을 떠보니 그는 태평스레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침대 옆으로 발을 내린 자넷은 배가 또 한 개의 파도 골로 떨어 져 내리며 요동을 치자 균형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양손으로 난간 을 붙들고 고물 쪽으로 건너간 그녀는 계단을 올라 주선실로 들어 갔다. 값판 아래쪽에서 풍겨나오 는 희미한 디젤 엔진의 냄새는 그 녀의 속을 메슥메슥 휘젓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난간에 매달 린 자넷은 간신히 요동치는 갑판을 지나 두 개의 쇠고리 사슬로 연결된 바다 낚시용 의자가 장착 된 선미 쪽 에 도착했다 이 의자들이 바람에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 있지 않나 걱정을 한 자넷은 좌현 쪽 좌석에 놓인 방석들 위로 몸을 던졌다. 우현 쪽은 벌써 흩날리는 물보라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바람과 신선한 공기 덕에 자넷의 속은 놀랍게도 말끔히 가라앉 았지만 그렇다 해도 도 저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대 로 매달려 있어야만 했파. 우레와 같은 엔진 소리와 선미에 앉아 있었던 탓으로 더 심하게 느껴지는 요동에 자넷은 사람들이 도대 체 무슨 재미로 보 트를 타고 유람을 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앞쪽 조타실의 지붕 밑에는 기꺼이 하룻밤의 단잠을 반 납하고-물론 돈 때문이었지만-그들을 키 웨스트까지 실 어다 주겠다고 나선 더그 가드너라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이얼 과 계량기에서 나오는 불빛에 그의 윤곽이 희미하 게 눈에 들어왔 다. 그는 자동 조타 장치에 항해를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분 주해 보이지는 않았다. 자넷은 밤하늘을 총총히 뒤덮은 별들을 바라보며 어렸을 때 여 름 밤이면 지금처럼 별을 헤던 일을 회상 해보았다. 그녀는 누워 별 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어 보고는 했었다. 이제 꿈을 꾸던 미래는 현 실이 되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 그녀가 상상 속에 그 리던 것과는 영 딴판이 라는 사 실이 었다. 어쩌면 어머니 말씀이 맞았었는지도 몰라, 어쩌면 엄마 말대로 숀과 대화를 해보겠다 고 이 먼 플로리다까지 따라온 게 어리석었 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여태까지 그들이 나눈 대화라고는 아까 저 녁 때 해변에서 했 던 것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숀은 그녀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인 것에 불과했다 자넷이 플로리 다까지 온 것은 자신의 인생에 주도권을 쥐고 싶 다는 희땅에서였지만 숀의 옆에 있으면 있을수 록 그녀는 점점 더 주도권을 잃어간다는 느낌만을 받고 있었다. 새벽 네 시 반·, 닥터 메이슨에 게 전화를 건 스털링은 아까 두 시 에 전화를 할 때보다 훨씬 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닥터 메 이슨 은 벨이 네 번이나 울리고 나서야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스털링 자 신도 방금 보스턴 은행 계에 심어둔 정보원의 전화로 잠을 깬 참이 었다 "방금 그 악명 높은 한 쌍이 어디를 향했는지 목적지를 알아냈습 니 다. " 스털링이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숙녀분이 다시 왜 큰 금액으로 카드를 사용하 셨더군요. 그녀는 네이플스에서 키 웨스트까지 선편을 이용하는 데 550달러를 지불했습니다 " "그건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 로군 요."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저는 선생께서 우리가 그들의 목적지를 밝혀냈다는 데 반가워 하실 줄 알았는데요." 스털링이 말했다. "실제로 전 그게 천우신조라고까지 생각했거든요." "우리 포베 스 센터는 키 웨스트에 시설을 하나 운영하고 있답니 다"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 "베이직 다이 어그노스틱스라는 검사실이에요 내가 보기에 머 피 씨는 거기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 가 그 베이직 다이어그노스틱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 니까7" 스털링이 물었다. "우리는 많은 검사들을 그리로 의뢰한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제3자가 진료비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는 현 제도 하에서는 그 게 훨씬 이 익 이 크거든요." "그렇다고는 해도 머피 씨가 거길 찾아간다고 걱정하실 이유는 없질 않습니까7" "수아세포종 생검 표본들이 그리로 의뢰가 되거든요." 닥터 메 이슨이 말했다. "나는 머피 씨가 우리 T임파구들을 감작시키는 기술을 엿보는 걸 원치 않는답니다. " "머피 씨가 단 한번 들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기술을 알아낼 수가 있다고 생각하신 단 말입니까?" 스털링이 물었다. "그 친구는 생명공학에 관한 한 거의'천재에 가까워요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난 도저 히 그 위험성을 감수할 수가 없어요. 당장 그리로 달려 가서 그 친구가 검사실에 접근하지 못하 도록 차단을 해주세요.아 울러 그 친구가 경찰에 구속되도록 확실히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좋겠어 요." "팍터 메이슨. 지금은 새벽 세 시 반입니다. " 스털렁 이 말했다. "비 행기를 한 대 빌려요."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돈은 우리가 낼게요 회사의 담당자 이름은 커트 워너메이커예 요. 전화를 끊은 다음 바로 연락을 해 당신네들을 기다리라고 전해 주겠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불러준 워 너메이커의 전화번호를 받아적은 스털 링 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자신에 게 지급되 는 거 액의 사례금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밤중에 키 웨스트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를 않았 다. 닥터 메이슨이 괜스레 쓸데없는 과잉 반응 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일요일이라 검 사실은 열려 있 지도 않을 것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스털링은 욕실로 발을 옮겼다 11 3월 7일 일요일 오전 5시 30분 동이 트기 전 어스름 새벽 빛에 숀의 눈에 비친 키 웨스트의 첫 모습은 울창한 열대 수풀 속에 자리잡은 나지막한 목조 건물들의 길게 늘어선 행렬이었다. 여 기저기 높은 블록 건물들이 지평선 위 로 솟아올라 있었지만 그것들조차도 모두 5층 이상은 되어 보이지 를 않았다 북서쪽에서 시작해 해변은 다닥다닥 붙은 호텔과 산책 길로 수놓아져 있었다. "어디서 내리는 게 제일 좋을까요?" 숀이 더그에게 물었다. "아마 피어 하우스가 제일 나을 겁니 다. " 더그가 엔진의 속력을 낮추며 말했다. "그건 키 웨스트에서 제일 번화한 듀발 가 끄트머리 에 있답니 다. " "이 동네 지리를 잘 아세요7" 숀이 물었다 "여긴 열댓 번 가량 와본 적이 있지요." 더그가 말했다 ‥베이직 다이어그노스틱스란 데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7" '글쎄요 " 더그가 말했다 "병원들은 어때요?" 숀이 물었다. "두 개가 있어요." 더그가 대답을 했나. "바로 여기 키 웨스터에도 하나가 있지만 그건 좀 작아요. 스 토 크 섬이라고 불리는 섬 부근에 더 큰 게 하나 있지요. 그게 주 시설 이에요." 숀은 아래로 내 려가 자넷을 깨웠다. 그녀는 벌써 일어나야 한다 는 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손에게 자신이 불괴 15분이나 20분 전에야 밑으로 내려 왔다고 툴툴거렸다 "몇 시간 전 내려와 보니 애기처럼 잘만 자고 있던데 " 숄이 말했나. "그랬죠. 하지만 대해로 들어서자마자 다시 갑판 위로 올라가야 했다구요. 난 당신처럼 내내 잠을 잔 게 아니에요. 절말 주말 여행 한 번 근 사하군요." 일요일 아침 그 이른 시각에 다른 배들이 움직일 리 없었기에 배 를 대기는 매우 쉬웠다 자넷과 숀이 부 두에 발을 디디자마자 더그 는 잘가라고 손을 흔들며 엔진을 부추겨 다시 떠나버렸다. 숀과 자 넷은 선창을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마치 자 신들이 이 섬에 유일한 생명체인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 다. 빈 맥주병들이며 수로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잡동사니 등 전날 밤 흥청거림의 증거는 도처에 산재해 있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 도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았다. 심지어는 짐승들조 차도 눈에 띄지를 않았 다 그것은 마치 태풍이 쉽쓸고 간 뒤의 무 거운 정 적 같았다 그들은 수많은 티셔츠 상점에 보석 점, 그리고 기념품점들이 무 슨 폭동이 일어날 것에 대비라도 하듯 하나 같이 셔터를 내려 닫은 듀발 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유명한 콘치 투어 열차조차도 문을 닫아 건 밝은 노란색의 매 표소는 너무도 쓸쓸하게만 보였다 그곳은 숀이 예상했던 대로 그저 싸구려 유원지에 불과했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들이 슬로피 조스 바라는 술집 앞을 지나자 대서양의 물결 위 로 태양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며 뿌연 김이 어린 새벽 햇살로 인 적 이 끊어진 휑한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반 블럭을 더 걸어 올 라가자 군침이 도는 맛있는 냄새 가 그들을 감쌌다. "이 냄새는 무슨‥‥‥‥ 숀이 입을 열었다. "크로와상(프랑스식 빵의 일종) 같군요." 자넷이 말했다. 냄새를 따라 그들은 프랑스식 빵집 겸 카페를 향해 발길을 옮겼 다 그 기분 좋은 냄새는 테이블과 파라솔들이 늘어선 테라스 저편 의 열린 창으로부E·1 흘러나오고 있었다. 앞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 에 숀은 창문을 통해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러자 곱슬곱슬한 붉은 머 리칼의 여자 하나가 앞치마로 손을 훔치며 밖으로 나왔다 "아직 문 안 열었어요." 그녀가 가벼운 프랑스 억양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저 크로와상 좀 몇 개 주실 수 없을까요?" 숀이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렇게 해 드 릴게요." 그녀가 말했다 "원하신다면 내가 먹으려고 만든 카페오레를 좀 나눠 드릴 수가 있어요, 에스프레소 기 계는 아직 켜지를 않았거든요." 텅 빈 테라스 파라솔 밑에 자리를 잡은 숀과 자넷 은 갓 구워 나 온 빵에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커피는 그들에게 다시 기운을 차리 게 해주었다. " 이젠 여기 까지 왔어요." 자넷이 말했다. "어쩌실 작정 이에요?" 숀은 밤새 무성히 수염이 돋아난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전화번호부가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어 " 그가 말했다 "거 기서 검사실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러는 동안 난 화장실이나 다녀올게요 " 자넷이 말했다 "꼭 고양이가 맛을 보겠다고 달려들 것만 같아요." "고양이도 감히 가까이 오질 못하겠는 데 ." 숀이 말했다. 발끈한 자넷이 냅킨을 집어던지자 무서운 척 숀은 몸을 숙였다 자넷이 휜씬 산뜻한 모습으로 테이블로 돌아오자 숀은 주소뿐 아니라 ◎ 빨간 머리 여인에게 물 어 가는 길까지 파악해놓고 있었 다. "꽤 먼데." 그가 말했다 "뭘 좀 타고 가야겠어 ." "물론 그 거야 떡 먹듯 쉬운 일이겠네요 " 자넷이 말했다. "히치하이크를 하거나 저 많은 택시들 중 하나 를 잡아타면 되지 않겠어요7" 하지만 그들은 도착한 이래로 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다. "난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숀이 주인에 게 넉넉한 힙을 남기며 말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잠깐 어리등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자넷은 이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 오,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또 차를 훔칠 순 없어요." "빌리는 거 야." 숀이 그녀의 말을 정정 했다 "그게 얼마나 손쉬운 일인지 깜박 잊고 있었다니까." 자넷은 차를 '빌리는' 데 동참하기를 한사코 거부했지만 숀은 아 랑곳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에 착수했다 "난 아무 것도 파손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어 ." 그가 골목길에 세워둔 차들을 차례로 점검해보며 말했다. 하지 만 차 문들은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의심이 많은 모양이야 " 다음 순간, 그는 길 건너편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방금 생각을 바겠어 . 차는 필요가 없겠어 ." 버팀 대로 갸우뚱 버터놓은'커다란 모터사이클로 다가간 숀은 시 동 키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신속 하게 발동을 걸었다 모터사이 클에 올라타 발길질로 버팀대를 차 올린 숀은 자넷에게 타라고 손 짓을 했다 자넷은 부르릉부르릉 모터사이클의 엔진을 조율하는 텁수룩한 얼굴에 구겨진 옷차림의 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사랑에 빠지게 되 었지? 그녀는 자신에 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마지 못해 다리를 들어 딘터사이클에 오른 그녀는 팔을 벌려 숀의 허리 를 감싸 안았다 숀이 액셀러레이터를 돌림과 동시에 그들은 새벽 의 적막을 산산조각 내떠 총알같이 앞으로튀어 나갔다 왔던 길을 되돌아 듀발 가를 내려간 그들은 콘치 열차 매교소에 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 어 해안선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나. 그 들이 마침내 도착한 곳은 낡은 부두였다. 베이직 다이어 그◎스턱 스는 깨끗히 재단장을 한 2층짜리 벽돌 창고 건불을 차지하고 있 었다. 숀은 건물 뒤편 으로 돌아가 헛간 뒤에 모터사이클을 세웠다. 모터사이클의 엔진이 꺼지자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멀리 갈매기들 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를 않 았다. "이젠 우 리도 운이 다한 것 같군요." 자넷이 말했다. "열려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한번 확인이나 해보자구." 숀이 말했다 그들은 비상 계단을 몇 발짝 올라 뒷문을 들여다보았다. 건물 안 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를 않았다. 건물 북쪽 벽을 따라서는 긴 플 랫폼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머리 위쪽에 달린 커다란 문 하나를 포함해 플랫폼을 따라 난 문들을 점검 해보 았지만 모두가 굳게 잠겨 꼼짝도 하지를 않았다 건물 앞쪽 입구의 문에는 검사실 이 일요일이나 휴일은 정오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업무를 본다는 내용이 적힌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문 옆에는 근무 시간 외에라도 검 체들을 넣고 갈 수 있도록 자그마한 금속 투입구가 보였다. "다시 와봐 야 할 것 같은데요." 자넷이 말했다. 숀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동그랗게 손을 오무려 앞쪽 창문 을 통 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모퉁이를 돈 그는 똑같은 방법으로 창문 하나를 더 들여다보았다 자넷은 그가 창문에서 창문으로 왔던 길 을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뒤를 쫓았다. "엉뚱한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자넷이 말했다 "어디 7'1서 몇 시간만이라도 눈을 좀 붙여요. 이따 정오가 지나 서 오면 되잖아요." 숀은 아무 대꾸도 없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들여다보던 창 문에서 한 걸음을 튀로 물러섰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그는 갑작스래 가라 데의 일격처럼 손날로 유리를 후려쳤다 창문이 안쪽으로 무너져 내리며 바닥에 유리 조각들을 흩뿌렸다. 펄적 뛰어 뒤 로 물러선 자 넷은 혹시 누가 보는 사람이 없는지 어깨 너머로 재빨리 주위를 살 폈다 이어 다시 손에게로 시선을 돌린 그녀가 말했다. "제발 이러지 말아요.마이애미 건 때문에 벌써 경찰들이 우리를 찾아다니고 있단 말Jl에요 " 숀은 분주히 몇몇 큰 유리 조각들을 치우고 있었다. "창문엔 경보 장치가 없더라구." 그가 말했다 그는 재빨리 창문 안으로 기어 들어간 다 음 다시 세밀히 살펴보 기 위해 몸을 돌렸다. "전혀 경보 장치가 돼 있질 않군 그래 ." 그가 말 했다 창틀 자물쇠를 푼 그는 창문을 들어올렸나. 이어 그는 자넷에 게로 손을 뻗었다 자넷은 손 을 움츠려 몸 뒤로 감추었다. "난 동참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지 마." 그가 고집 스럽 게 우겨 댔다 "만일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유리 창까지 깨며 침입을 할 리가 있겠어? 지금 무엇인가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그 해답이 있을지 모른단 말이야. 날 믿 어 ." "혹시 누가 오면 어떡해요?" 자넷이 질문을 던지며 불안한 듯 다시 어깨 너머를 살폈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어 " 숀이 말했다 "지금은 일요일 아침 일곱 시 반이 야. 게다가. 난 그냥 안쪽만 한번 휘둘러볼 작정이야. 15분이면 파시 나을 수 있어. 약속할게. 그리고 만일 마음이 푄해지 겠 다면 창문값 10달러를 남겨놓을게." 저녁 내내 겪어야 했던 일들을 회상한 자넷은 이제와 저항을 해 보아야 별 득이 없겠다는 판단하에 숀의 손을 붙들고 창문을 통과 했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남자 화장실 안쪽이었다 소변기 바닥에 놓인 타원형의 분흥 약 덩어리에서 풍겨나오는 소독약 냄 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럼 15분이에_◎" 조심스럽 게 문을 열며 자넷이 말했다. 남자 화장 실 바깥쪽은 건물 전체에 이어진 긴 복도였다 방들의 배치를 힐끗 살펴보니 화장실 건너편은 복 도와 마찬가지로 건물 전체에 걸친 커다란 실험실이었다 남자 화장실 쪽으로는 여자 화 장실 하 나와 창고, 그리고 사무실 하나와 계단이 붙어 있었다. 숀은 각 문을 열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자넷은 뒤에 서 어깨 너머로 조심스레 시선을 던졌다. 본 실험실 안으로 들어 간 숀은 이 쪽 저 쪽을 살피며 중앙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바닥은 회색 비닐로 덮여 있었고, 캐비닛은 약간더 밝은 회색의 플라스틱 제품 이었으며 실험대 위는 눈이 부시도록 횐색이었다 "보통의 잡동사니 병원 검사실 같아보이는군그래 " 그가 말했다. "평범한 기구들뿐이야." 그는 미생물 취급 부서 쪽에서 잠시 뜸을 들이며 배양 접시들로 가득 채워진 배양기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놀라셨어 요?" 자넷이 물었다. "아니 , 하지만 난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어 ." 숀이 말했다. "그런데 생검 조직들을 처리하는 병리부가 보이지를 않는군. 생 검 조직들을 이리로 보낸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말이야." 다시 중앙 복도로 나온 숀은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그는 계단 을 올라갔다. 계단 위에는 육중한 문이 하나 달려 있 었다. 그것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허 ." 숀이 말했다. "15분보다 더 걸리겠는데." "약속했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난 거 짓말쟁 이 야. 숀 이 자물쇠를 살피며 말했다. "만일 적당한 기구만 찾아낼 수 있으면 16분이 걸릴 거야. "벌써 14 분 지났어요 " 자넷이 말했다. "따라와봐." 숀이 말했다. "혹시 열쇠로 쓸만한 물건이나 꼬챙이 를 대신할 두꺼운 철사가 있는지 좀 찾아보자 구. 그는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자넷은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스털링이 세를 낸 시킹 기는 아침 일곱 시 45분 요란한 타이어 소리와 함께 키 웨스트 공항에 착륙해 일반 항공 터미널 건물을 향 해 천천히 활주를 시작했다. 바로 옆 상업 항공편 터미널에서는 아 메리칸 이글 통근기가 최종 개찰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 털링이 전세기 회사에서 다시 연락을 받았을 때 벌써 시가는 새 벽 다섯 시가 다 되어 있었다. 스털링은 웃돈을 주겠다고 한참이 나 달랜 끝에 비행기를 여섯 시까지는 출항을 시키겠다는 허락 을 받아냈지만 재급유 문제 때문에 여섯 시 45분이 되어서야 출항 준 비 가 마무리 되 었던 것이 다 스털링과 웨인은 그 짬을 이용, 처음에는 에지워터 비치 호텔에 서 , 그 다음에는 공항 대합실 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 후 그들은 비 행기 안에서 내내 잠을 자두었다 키 웨스트 일반 항공 터미널 건물에 도착한 스털링은 꽃무의 반 팔 셔츠 차림의 작달막한 대머리 사내가 앞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 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종이컵을 들고 있었다. 스 털링과 웨인이 비행기를 내리자 그 대머리 사내가 밖으로 나 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커트 워 너메이커 였다. 그는 땅딸막한 체 구에 햇빛에 검게 그을린 넓적한 얼굴이었다 그의 머리에 돋아 있 는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칼은 강렬한 햇빛에 색이 바래 있었다 "일곱 시 15분경에 검사실 옆 을 지나왔어요." 커트가 자신의 크라이슬러 체로키로 가면서 말을 했다. "모든 게 다 조용하기만 했어요. 당신이 그들보다 한발 앞서 도 착하신 것 같습니다. " "곧장 그 검사실로 가봅시다. " 스 털링이 말했다. "만일 머피 씨가 침입을 한다면 그때 안에 있고 싶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을 경찰에게 넘기는 것 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겁 니 다. " "분명히 될 텐데 숀이 말했다 그는 두눈을 질끈 감은 채 두 개의 볼펜심을 들고 자물쇠를 쑤시고 있었다. 두 개 중 하나는 열쇠의 역할을 하기 위 해 직각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당신 그 안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자넷이 물었다 "전에 포베스에서 말해주었잖아 " 숀이 말했다 "지 난번 차트 금고에 들어가려 했을 때 말이야. 이건 '핀을 긁는 다'고 하는 거야. 안쪽에 실린더가 돌아가지 않도록 조그마한 것 다섯 개가 들어 있거든. 아, 이 제 됐군 " 찰칵 소리와 함께 자물쇠 가 열리며 문이 활짝 안으로 열렸다. 숀은 앞장서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이 없는 까닭에 내부는 계단 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 말고는 그믐밤처럼 깜깜했다. 문의 왼쪽 옆을 더듬자 스위치 판하나가 손끝에 만져졌다 한꺼번 에 스위치들을 모두 올리자 순식간에 천장 전체가 훤히 밝아졌다 "세상에 , 이것 좀 보라구." 숀이 흥분에 복받쳐 탄성을 내질렀다. 그가 포베스 암센터 연구동 건물에서 기대했던 그런 실험실이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그 실험실은 한 층 전체 를 점유한 거대한 규모로 흰 바닥 타일, 흰 캐비닛과 흰 벽면까지 212 모든 것이 눈이 부시도록 흰색이었다 숀은 실험기구들을 찬탄의 눈으로 감상하며 천천히 중앙 통 로를 걸어 내려갔다. "모든 게 다 새거야." 그가 황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탁상용 기구 하나 에 숀을 을 려놓았다. "게다가 모두가 최상급 물건들뿐이야. 이건 자동 오염물 제거 장 치야. 적 어도 1만2천 달러는 나갈걸 여기 이건 최신 화학 형광 분 광 광도계야. 2만3천 달러 짜리 . 또 저 쪽에 있는 고위상 액체 크로 마토그래피 기계는 2만 달러 정도 가지.그리고 이건 자동 세포 분 리 분석기야. 이건 적어도 15만 달러는 해 그리고 하나님 맙소 사!" 숀은 경외 에 차 계단 모양의 이상한 기구 앞에 발을 멈추었다. "이 친구 옆으로 당긴 크레디트 카느를 가까이 가져오지 마." 그가 말했다 "이건 핵 자기공명 장치야. 당신 이게 얼마나 하는지 알아7" 자넷은 고개를 저었다. "50만 달러는 족히 갈 거야." 숀이 말했다. "그리고 이 기구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X레이 굴절 분석기도 가 지고 있다는 뜻이야 " 계속 걸음을 옮기자 유리로 사방을 막은 구역이 나타났다. 숀 은 그 안쪽에서 제3형 초밀폐 배기 후드와 끝없이 이어지는 조직 배 양기들을 볼 수가 있었다 숀 은 슬며시 문을 움직여 보았다 문은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되어 있었기에 그는 힘을 주어 문을 폐 쇄 상 태로 유지시키는 공기압을 극복해내야 했다. 미생물들의 외부 유 출을 막기위해 바이러스 실험실 의 내부는 검사실의 나머지 부분보 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초밀폐 구역 안 쪽으로 발을 들여놓은 숀은 자넷에게 따라 들어 오지 말고 그냥 있으라고 손짓을 했다. 먼저 그 는 바낙에 놓인 냉 동고로 걸음을 옮겨 뚜껑을 열었다 안쪽의 온도계는 다시 영하 70도를 가리키 고 있었다. 냉동고 안은 자그마한 바이얼들이 담긴 여러 개의 선반으로 가득했다. 각 바이얼에는 꽁꽁 얼어 붙은 바이 러스 배양액이 담겨 있었다 냉동고를 닫은 숀은 조직 배양기 몇 개의 안쪽 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인체의 정상 중심 체온과 비슷 한 화씨 98.6도로 맞추어져 있었다. 책 상 앞으로 걸음을 옮긴 숀은 어떤 등방체 바이러스의 전자 현 미경 사진과 옆에 놓인 무슨 설계 도처럼 생긴 바이러스 캡시드 (Capsid. 외 벽 (차sf) )의 그림을 집어들었다. 그 그림들은 바이 러 스 캡시드의 정20떤체 대칭성을 연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바이 러스 캡슬 구성 성분들의 실 측치가 기재되어 있었다. 숀은 그 바이 러스 전체의 직경이 43나노미터(10-9미터)라는 것을 알 수 가 있었 다 초밀폐 실험 구역을 나온 숀이 이어 발길을 옮긴 구역은 자신에 게 몹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실험실의 한 구역 전체가 자신이 보스턴에서 매달려 있던 발암유전자 연구 전용으로 할당되 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의 기재들은 모두 갓 딱지를 뗀 새 것이라는 점 이 달랐다. 숀은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발암유전자 그들의 생성물 발암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쓰이는 특별한 시약들 이 가득 담긴 선반들을 쳐다보았다. 214 "이곳은 모든 게 다 예술의 경지로군." 그가 말했다. 발암유전자 연구 구역에는 천여 병의 포도주 를 동 시에 넣을 수 있는 초대형 냉장고 크기의 조직 배양용 배양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는 그 중 하나의 문을 열어 안쪽의 세포 수들을 쳐다보았다 "이런 곳이라면 정 말 일을 할 마 음이 날 것 같아." 그가 배양기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게 당신이 기대했던 거예요?" 자넷이 물었다 그녀는 아까 숀이 초밀폐 실험 구역내로 들어갔 을 때를 제외하고는 강아지처럼 내내 숀 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기대했던 것 훨씬 이상이야. 여기가 분명 닥터 레비가 일하는 곳일 거야. 하지만, 추측컨대 이 실험실 기재들의 대부분은 포베스 연구동 건물 6층 출입금지 구 역에서 반출되어 온 것 같아." '이 모든 걸 보니 무슨 생각이 드세요?" 자넷이 물었다. 다시 포 베스 실험실을 몇 시간 둘러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생각엔‥‥‥‥ 하지만 숀은 말을 맺 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겁을 집어먹은 자 넷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숀은 필사적으로 숨을 곳을 찾아 실험실 안쪽을 훌으며 그 녀를 움켜쥐었다. 그들은 완전히 독안에 든 쥐였 다. 12 3월 7일 일요일, 오전 8시 5분 "여 기들 있다=직" 웨인 에드워드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방금 유리로 둘러싸인 초 밀폐 실험 구 역 근처의 조그마한 창고로 통하는 육중한 철문을 잡 아 안 참이었다. 숀과 자넷은 갑작스레 쏟 아져 들어온 빛살에 눈을 깜박였다 소털링은 웨인이 발견한 것을 보기 위해 그쪽을 향해 다가섰 다 커트는 그의 옆을 따랐다 ··물론 우리가 사실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영 처 럼 보이지는 않는군 그래." 스털링이 말했다. "창고에서 나와!" 웨인이 명 령 했다. 기가 꺾인 자넷과 도전적인 태도의 숀 이 도망자나 좀도둑들 밝은 등불 아래로 걸어 나왔다 " "당신네들은 어젯밤 공항을 떠나는 게 아니었어 ." 스털링이 그들을 야단치며 말했다. "당신네들이 납치되는 걸 막기 위해 우리가 해준 수고를 한번 생 각해보시오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당신들이 과연 자신들이 얼 마나 많은 말썽을 일으켰는지 알고나 있는지가 궁금하군요. "우 리가 아니고 '내'가 얼마나 많은 말썽을 일으켰는지 겠지요." 숀이 그의 말을 정정 했다. "아 닥 터 메이슨이 당신이 왜 경솔하다는 말씀을하시더군요 스털링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당신한 테 키 웨스트 경찰들에게 당신의 불만을 토로할 기회를 드릴 생각이오. 당신이 여기에 와서도 중 죄를 저질 렀으니 마이애미 경찰과 관할권 다들을 하건 말건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스털링은 다이 얼을 돌리려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숀은 재킷 주머니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권총을 꺼내 스털 링을 겨누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으시지 그가 명 령을 했다 자넷은 숀이 꺼내 든 권총의 모습에 놀라 침을 꿀꺽 삼켰다 "숀 !"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안 돼요." "조용히 해 ." 숀이 쏘아붙였다. 그는 커다란 마크를 만들며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세 명의 사내들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결코 자넷이 그들에게 자신을 덮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스털링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숀은 그들에게 한곳으로 모여 서 라 고 손짓을 했다 "이 건 몹시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 스털 링이 말했다. "위협적인 무기를 소 지하고 무단 침입을 하는 것은 단순한 무단 침 입보다 훨씬 더 무거운 죄목이 됩 니 다. " "창고 안으로 들어가!" 숀은 자신과 자넷이 방금 전 비운 곳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숀, 이 건 너무 지나친 행동이에요 "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숀을 향해 앞으로 다가섰다 "비켜 !" 숀이 으르렁거리 며 거칠게 그녀를 한옆으로 떠밀어 냈다. 총의 출현에 벌써부터 상심해 있던 자넷은 갑작스레 돌변해버린 숀의 태도에 또다시 심한 충격을 받지 알을 수가 없었다 그의 잔 인하고 표독스러운 목소리와 험상궂은 표정에 자넷은 그만 겁에 질려버 렸다 숀은 조그마한 창고 안으로 세 명을 몰 아넣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재빨리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가버렸다. 주머니에 총을 쑤셔넣은 숀은 다섯 개의 서랍이 달린 묵직한 파일 캐비닛을 비롯 몇 개의 커다란 가구들을 움직여 문을 버렸 다. 자신의 조치에 만족한 숀은 자넷의 숀을 움켜쥐고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넷은 붙들린 손을 auf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계단까지 한 반쯤 갔을까 그녀는 마침내 손을 uㅂ』 내는 데 성 218 공했다. "난 당신이랑 같이 가지 않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숀 이 거칠게 속삭였다 "아까 날 떠민 걸 생각해봐요." 그녀가 말했다. "난 당신 같은 사랄 몰라요." "fill발 1" 숀은 악문 이빨 사이로 애걸을 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 보라고 연기를 했던 것뿐이야. 그래야 만일 일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당신이 나한테 강제적 으로 끌려들어 이 일에 손을 대게 되었다고 변명을 할 수가 있어. 내가 다시 마이애미의 실험실로 돌아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일이 호전되기도 전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버릴 가능 성이 더 크단 말이야 " "솔직히 말해주세요." 자릿이 말했다. "그렇게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지 마세요 .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 거 예요7" ")1금 당장 설명을 하기 엔 좀 긴 이야기야 " 숀이 말했다. "지금은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야. 그 창고가 저 세 사람 을 언제까지 붙들어 줄 수가 있을지 알수가 없어. 일단 그들이 빠 져나오면, 우린 또 독안에 든 쥐 꼴이 되는 거야 - 한층 더 복잡해진 자넷은 숀을 따라 계단을 내려와 1퐁 실험실 을 통과, 건물 전면의 출입구를 빠져나왔다. 커트 워너메이커의 체 로키 지프가 건물 앞에 ㅂㅂ1딱하게 세워져 있었다 숀은 자넷 에게 차 에 타라고 손짓을 했다 "친절하게도 열쇠를 꽃아놓았다니 정말 배려가 대단한데 " 숀이 말했다. "꼭 당신한테 그게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군 요 자넷이 말했다 숀 은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곧 다시 엔진을 꺼버렸다. "이젠 또 뭐 예요?" 자릿이 물었다. "놀라 흥분하는 바람에 2층에 있는 시약 몇 개가 필요하다는사 실을 깜박 잊어 먹었어 ." 숀이 말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안쪽으로 머리를 들이 밀었다 "일 분밖에 안 걸릴 거야. 금방 돌아올게 ." 자넷 은 항의를 해보려 했지만 벌써 숀은 사라져버린 뒤였다. 그 는 이 난장판을 일으키면서도 단 한 번도 그녀의 마음에 신경을 써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불안하게 차 주위를 왔 다 갔다 맴돌았다 고맙게도 숀은 이내 돌아와 들고 온 커다란 마분지 상자를 됫좌 석에 던져넣었 다. 그는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자넷은 그의 옆좌석으로 기어올랐다. 그들은 길로 나서 북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 작했다 "장갑함에 지도가 있나 한번 찾아봐 주겠어7" 220 그가 말했다. 자넷은 안쪽을 뒤져 지도책을 한 권 끄집어냈다 그녀는 플로리 다 주 키의 지도가 수록된 페이지를 펼쳤다. 책을 넘겨 받은 숀은 운전을 하며 지도를 훌어보았다 "이 차로 마이 애 미까지 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 '- 그가 말했다 "그 세 사람이 창고에서 나오면 금방 이 차가 없 어졌다는 걸 알 게 될 거야 경찰이 차를 수배하기 시작하면 북쪽으로는 길이 한 개밖에 없어 어 렵지 않게 발견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도망자라니?" 자넷이 경탄을 하며 말했다 '아까 우리를 창고에서 찾아냈을 때 그 사람이 말한 그대로가 되 어버렸군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마라톤에 공항이 하나 있어 " 숀이 자넷의 넋두리를 무시하며 말했다. "거기다 차를 놔두고 비 행 스케줄을 봐서 비 행기를 타거나 다른 차를 빌리 거나 하자구 " "분명 다시 마이 애미로 돌아가는 저겠죠?" 자넷이 물었다. "물론이지 ." 숀이 말 했다 "곧장 포베스 센터로 갈 거야 " "저 상자 안에는 뭐가 들었어요?" 자넷이 물었다. "마이애미엔 없는 시약들이 잔뜩 들어 있어 " 숀이 말했다. "어떤 건데요7" 자넷이 물었다. "주 로 발암유전자 연구에 쓰이는 DNA프라이머 쌍들과 DNA 소식자들이야." 숀이 말했다 "난 거기 서 바이러스 핵산, 그중에서도 특히 세인트 루이스 뇌염 바이 러스에 사용되는 프라이머와 소식 자들 몇 개를 아울러 찾아냈 어 ." 그건 그렇고 당신은 모든 게 다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나한테 이야기해주지 않을 작정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너무 끔찍한 얘기가 될 것 같아서 숀이 고백을 했다 "먼저 확실한 증거들을 잡고 싶어 . 당신이나 누구에 게 발설을 하 기 전에 내 자신에게 먼 저 확신을 시키고 싶어." "그럼 적어도 이 프라이머니 소식자니 하는 것들을 어디다 쓸 건 지만이 라도 대충 이야기를 해주세요." 자넷이 말했다. "DNA 프라이 머는 특정 DNA 가닥을 찾아내는 데 이용되는 거 야." 은이 말했다. "이들은 수백만 개의 DNA가닥 중에서 한 가닥을 찾아내 반 응 을 해 그러면, 중합효소 연쇄 반응이라고 불리는 과정으로 원래의 222 DNA가닥을 수십억 배나 증폭시킬 수가 있어. 일단 그렇게만 되 면 꼬리표가 붙은 먹 기 야." BNA 소식자로 그 가닥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이를테면 이 프라이머들과 소식 자들을 이용하는 게 강력한 자 석으로 짚단 속의 바늘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 이거죠?- 자릿이 말했다. "바로 그거야." 숀이 그녀의 빠른 이해 속도에 감탄을 하며 말했다 "아주아주 강력한자석이시. 내 말은, o7 방법이 수백만 다른 것 들이 뒤섞인 용액 속 에서도 어떤 특정 DNA 가닥 하나를 찾아 낼 수가 있다는 뜻이야. 어떻게 보면 거의 마법에 가까 운 신기한 자석 이지. 난 이 방법을 개발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 3H . " "분자생 물학은 정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는군요.- 자릿이 졸린 듯 말했다. "거의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 야. 숀이 동의를 했다 "심지어는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 조차도 따라가기가 어렵다 니까." 자릿은 나지막한 엔진 소리와 부드러운 차의 흔들림으로 점점 더 견디기 어렵게 묵직해지 는 눈꺼풀과 안간힘을 쓰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은에게 머릿속에 가진 생각들을 털 어놓도 록 쥐어짜보고 싶었는데, 그 최선의 방법은 그에게 분자생물학과 그가 포베스에 있는 실 험실로 돌아가 무엇을 할 계획인지 계속해 말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지쳐 계속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넷은 언제나 차를 타면 마음이 가라 앉고는 했다. 배에서 잠도 제대로 자두질 못했고 또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며 고생 을 하느라 몹시 지쳐 있었던 자넷은 이내 꼬 박꼬박 졸기 시작했나. 그녀는 몹시도 필요했던 깊은 잠에 빠져 숀이 1번 도로로 빠져 마 라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한번도 깨지를 않았다. "아직까진 괜찮은 편이야." 자릿의 뒤척이는 모습 을 본 숀이 입을 열었다. "검문도, 경 활도 없어 ." 자넷은 자세를 고쳐 일어나 앉았다 잠시 동안 그녀는 자신이 어 디 있는지 어리벙벙해 감을 잡을 수가 없었지만 이내 섬광처럼 현 실이 머리를 스쳤다. 이제 그녀는 아까 잠에 빠질 때보다 더 비참 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머리 를 쓸어 넘기자니 까치 집 생각이 들었다. 자넷은 자신이 어떤 몰골이 되어 있을까 감히 상상을 하기가 두려웠다. 그녀는 생각을 말자고 자신을 달랬다. 숀은 주차장 가장 번잡한 곳에 차를 세 웠다. 그렇게 하면 그 차 가 훨씬 남의 눈에 띌 확율이 줄어 자신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제 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됫좌석에서 마분지 상자를 집어든 숀은 터미널 건물 안으 로 걸어 들어갔다. 마이애미 행 통근용 항공편을 알아보라고 자넷을 보낸 숀은 렌트카를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렌트카 직원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자넷이 20분 뒤 에 마이애미 행 비행기가 있다는 소식과 함께 돌아왔다 친절하게 숀이 테이프로 상자를 봉하는 것을 도와준 비행사 직 원은 끝에 '파손주의' 스티커까지 곁들여 붙여주었다. 그 직원은 소 224 ◎15,. , 포를 아주 조심스레 다뤄 주겠노라고 약속을 거듭했다 하지만 나 중에 자그마한 터보 프로펠러 통근기를 타던 숀은 인부 하나가 아 무렇게나 그의 상자를 가방수레에 던져 올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 다. 하지만숀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베이직 다이어그노스틱스에 서 시약들을 쌀 때 마침 파 손 방지용 공기 방을 비닐 포장지를 찾 아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프라이머들과 소식 자 들이 무사 히 여 행을 견며 낼 수 있을 것 이라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질 수 가 있었다 마이 애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숀과 자넷은 차를 한 대 빌렸다. 그들은 혹시라도 허츠사의 컴퓨터가 자넷 리어든이 이미 빨간 폰 티 악 한 대를 소지한 상태라는 사실을 지적할까 몰라 허츠 대신 에 이비스사를 이용했다 뒷자리에 프라이머와 소식 자들을 실은 그들은 곧장 포베스로 차 를 몰았 다. 숀은 연구동 건물 입구 근처 자신의 지프 옆에 차를 세 웠다. 그는 자신의 포베스 출입 신분 증을 꺼내 들었다. "들어갈 거야, 어떻게 할 거야?" 숀이 물었다. 이제, 그 역시도 밀려오는 피로 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키지 않으면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죽을 고생을 하며 여기 까지 따라왔어요." 자넷이 말했다 "일을 하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 주세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기는 해 ." 숀이 말했다. 그들은 차를 내려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숀은 경비원 하나 가몸을 일으키자 적잖이 당황을 했다 여태까지는 아무도 그런 사 람이 없었다. 경비원의 이름은 알바레스였다 숀은 전에도 몇 번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머 피 씨?" 알바레스가 뚜렷한 스페인어 억 양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 소." 앞으로 발을 내딛던 숀은 굳게 걸린 회전문의 가로대에 부닥쳐 버렸다. 알바레스가 걸쇠를 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숀은 한 쪽 겨드랑이에 마분지 상자를 끼워 들고 반대쪽 손을 쳐 들어 알바 레스에게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자넷은 숀 바로 뒤에 붙어 서 있었 다. "당신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 알바레스가 말했다. 숀은 들고 온 상자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저는 여 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숀이 말했다. 그는 혹시라도 경비원이 보지를 못했는가 싶어 알 바레스의 코 앞에 자신의 신분증을 들이댔다. "닥터 메이슨의 명령입니다. " 알바레스가 말했 다. 그는 마치 무슨 역겨운 것이라도 되듯 숀의 신분증을 외면하며 뒤로 쑥 물러 앉았다 그는 한 손으로 수화기 하나를 집어 들고 다른 손으로 재빨리 전화번호부를 뒤지기 시작 했다 "전화를 내 려놓으세요." 숀은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쓰며 부드럽게 명령을 했 다. 하지만 그간 겪었던 온갖 고생과 전반적인 피로 때문에 이제 그의 인내심은 바닥이 다 드러 나 있었다 경비원은 숀의 말에는 신경조차 쓰지를 않았다 닥터 메이슨와 전화번호를 찾아낸 그는 버튼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점잖게 부탁을 했지 않소." 숀이 말했다 " 전화를 내려놓으란 말이오!" 그의 목소리는 이제 한층 험악해져 있었다 번호를 누른 경비원은 전 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리며 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침착하게 숀 순간,숀이 번개처럼 책상 너머로 손을 뻗어 널빤지 속으로 들어 가 있는 전화선을 움켜쥐었다. 한 번 날카롭게 잡아채자 전화선이 떨어져 나왔다. 숀은 놀란 경비원의 눈 앞으로 끊어진 전화선 끄 트 머리를 들이밀었다 실타래처럼 엉킨 가느다란 빨강, 녹색과 노란 전선들이 대롱거 렸다. "당 신 전화는 고장이 났군요." 알바레스의 얼굴은 순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수화기를 집어 던진 그 는 곤봉을 집어들고 책상을 돌아 튀어나왔다. 경비원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숀은 뒷걸음 쳐 물러 나는 대신 하 키에서 보디 체크를 하듯 알바레스를 향해 앞으로 몸을 던졌다. 숀 은 아래쪽으로 달려들어 팔뚝으로 경비원의 턱을 한 대 올려붙였 다. 알바레스는 곤봉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번쩍 치솟아 뒤쪽으 로 날아가 버렸다 가격을 한 순간 숀은 마른 불쏘시개 나무가 부 러지는 것 같은 분명한 '뚝'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가 벽에 세 차게 충돌을 하는'순간 폐가 남아 있던 공기를 뽑아내는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숀이 손을 때자 알바레스는 축 늘어져 힘없 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오, 하나님 맙소사." 자넷이 소리를 질렀다. "크게 다치게 했단 말이에요. "후, 턱 한번 되 게 딱딱하 군 " 숀이 팔뚝을 문지르며 말했다. 자넷은 숀을 제치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알바레스에게로 재 빨리 걸음을 옮겼다. 자넷은 그가 죽었으면 어쩌나 가슴이 울렁거렸지 만 이내 그가 단지 의식을 잃었을 뿐임을 깨닫자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언제 가야 이 게 끝 이 나는 거죠?" 그녀는 볼멘소리로 불평을 했다 "숀, 내가 보기에 당신은 이 사람 턱을 부러뜨린 것 같아요. 이 사람은 혀를 깨물었어요. 완전히 정신을 잃었어요." "그럼 저쪽 병원 쪽에다 데려다 주자구.' 숀이 제안을 했다 "거긴 이런 외상을 치조할 만한 시설이 없어요." 자넷이 말했다. "이 사람은 마이애미 종합병원으로 데려다 줘야 해요 숀은 눈알을 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프 라이머와 DNA 소식자들이 담긴 상자를 쳐다보았다 실험실에서는 적어도 몇 시 간 어쩌면 네 시 간 이상 시간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는 시계를 내 려다보았다. 오후 한 시가 갓 지난 시간이었다. 자넷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당장1 거긴 불과 3분밖에 안 걸려요 이 사람을 내려놓고 곧바로 돌아오면 돼요. 이 사람을 이렇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어 _5.. " 마지못해 숀은 마분지 상자를 경비원 책상 뒤로 밀어넣은 다음 자넷을 거들어 알바레스를 밖으로 옮겨냈다 양쪽에서 부축을 한 그들은 알바레스를 렌트카로 끌고 가 뒷자리에 밀어넣었다 숀은 알바레스를 마이애미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기는 것이 얼마 나 현명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출혈을 하는 의식 없는 사람 을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분명 똑똑한 행동이 아니었다. 만일 알바 레스의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한 다면 숀은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형 브라이언이라도 쉽게 손을 써주지 못할 심각한 곤란에 처하 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숀은 단지 자신이 이 자비로운 행동에 보조를 같이 하기로 했다는 이유 하 나만으로 붙들려 있고 싶은 생각은 결 코 없었다 일요일 정오지만 숀은응급실의 특성인 '혼잡'을 마음든든히 믿 고 있었다 그곳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이건 그냥 빨리 놓고 나와버리는 거 야." 그가 자넷에게 주의를 주었다. "잽싸게 들어가 잽싸게 철수 응급실에 데려다놓는 순간뒤돌 아 나와버려야 해 거기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줄 거야," 자넷은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 만 그렇다고 그의 의견을 무시할 정도로 어 리석지는 않았다 숀은 기어를 '주차'에다 놓고 시동 을 켜둔 채로 자넷과 함께 알바 레스의 아직도 축 늘어진 몸에 달려들었다 "적어도 숨을 쉬니 다행이야." 숀이 말했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바로 문간에 세워둔 이동 침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여 기다 올려놔." 그가 자넷에 게 말했다. 알바레스를 안전하게 올려놓 은 숀은 침대를 부드럽게 떠밀었다 "위급!" , 침대가 복도를 따라 굴러 내려가자 숀이 목청을 돋 구어 소리를 질렀다. 이어 그는 자넷의 팔을 움켜쥐고 방향을 틀었다 "자, 빨리 나가자구." 그가 말했다. 차를 향해 달음질을 치며 자넷이 말했다. "그 사람은 위급까지는 아니었어요." "나도 알 아." 숀이 수긍을 했다 "하지만 누가 와서 보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 당신도 응 급실이 어 떤지 잘 알잖아. 그냥 놔두었으면 알바레스는 아무도 봐 주는 사람 없이 몇 시간이나 누워 있었 을걸." 자넷은 그저 어깨만 한번 으쓱해 보였다. 숀의 말에는 분명 일리 가 있었다. 떠나기 전 뒤 를 돌아본 자넷은 숀 말대로 벌써 어떤 남 자 간호사 하나가 알바레스가 실린 침대 곁에 달라붙 어 있는 모습 에 안도감을 느꼈다. 포베스로 돌아오는 길에 숀과 자넷은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 켰다. 둘 다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자넷은숀의 폭 발적인 폭력에 마음이 뒤숭숭해져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그의 또 다른 면이었다. 한편, 숀은 어떻게 하면 네 시간 동안 방해를 받지 않고 실험실 을 쓸 수 있을까 궁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바레스와의 불행 한 사건과 마이애미 경찰이 벌써부터 그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 실에서 숀은 훼방을 하려고 달려들 사람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기발한 방도를 생각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갑 자기 생각 하나가 그의 머리를 스쳤다. 숀의 얼굴에는 잔잔 한 미소 가 떠올랐다. 그 계획에는 마음을 사로잡는 모종의 정의감이 것들 어 있었다 숀은 이 시 점, 극단적인 조치를 사용하는 것까지도 정당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포베스 암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자신의 가 설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 만 그는 증거가 필요했고, 그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실험실을 사용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과 감한 행동이 필요했다. 실제로 그 행동은 과감할 수록 훨씬 효과 가 좋을 것이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회전을 해 포베스 센터의 주차장으로 들어서 자 슨이 침묵을 깼다. "당신이 플로리다에 도착하던 날 밤 난 닥터 메이슨네 집에서 열 린 행사에 초대되어 참 석을 했었어." 그가 말했다 "어떤 수아세포종 환자 하나가 거액, 정말 엄청난 액수의 돈을 포베스 에 기부했지. 그는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어떤 항공기 제조 회사의 대표였어 ." 자넷은 아무 말이 었었다 "루이스 마틴은 보스턴 북쪽에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 생산 회사 의 최 고 경영자야." 푠이 말했다. 숀은 차를 세우며 자넷을 쳐다보았다 자넷은 영문 을 몰라 어리등절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맬컴 베텐코트는 커다란 영리 병원 체인을 운영하고 있어." 숀이 말했 다. "하지만 헬렌 캐벗은 그냥 대학생에 불과했잖아요." 자넷이 마침내 입을 열어 대꾸를 했다 숀은 문을 열었지만 바로 내리지를 않았다. '그래. 사실이야. 헬렌은 대학생이었지. 하지만 그녀 의 부친은 세계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자인 동시에 최고 경영자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 예요?" 자넷이 물었다. "난 당신이 이 모든 걸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봐 주었으면 해 " 숀이 마침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위에 올라가면 당신은 우리가 복사한 서른세 개의 차트를 점검 해 환자들의 경제 수준을 가늠해주었으면 좋겠어 거기 어떻게 적 혀 있는지만 가르쳐줘 ." 근무 교대 시간이 지나지를 않았는지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경비 원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를 않 았다 숀은 경비원의 책상 뒤로 밀 어두었던 마분지 상자를 집어들었다. 숀과 자넷은 몸을 구부려 회 전문 밑을 통과한 뒤 엘리 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숀은 헬렌의 뇌와 뇌척수액 샘 플이 온전히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먼저 냉장고를 점검해보았다. 다음 그는 숨겨둔 곳에서 차트 232 들을 꺼내 자넷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실험대 위의 난장판을 쳐다 보았지만 건드리지는 않았다 " 당신이 차트를 살펴보는 동안 말이야." 숀이 문득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난 좀 나갔다 올 게. 하지만 얼마 걸리지는 않을 거야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어딜 가는 거 예요?" 자넷이 물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숀의 행동은 도저히 예측을 할 수가 없을 만큼 돌발적이었다 "당신은 실험 시 간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요. 그것 때문에 여기 까지 달려온 거잖아요." "물론 그래 " 숀이 자릿을 달래듯 말했다. "하지만 혹시 알바레스와 키 웨스트에서 벽장 안에 가두어 두었 던 사람들 때문 에 방해를 받을까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그들은 지 금쯤이면 빠져나와 이빨을 갈고 있을 거야. 그 야만인들이 접근하 지 못하게 하려면 무슨 조치를 취해둬야 해 " "조치라니 , 도대체 무슨 뜻 이죠?" 자넷이 경계의 눈초리를 번득이며 물었다. "당신은 모르는 편이 나을 거 야." 숀이 말했 다. "완벽한 묘안을 하나 생각해내 기는 했는데, 그게 좀 상식을 넘는 과감한 것이거든 당신은 끼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무슨 말인지는 확실히 몰라도 영 마음에 들지를 않는군요." 자넷 이 말했다. "내가 나간 사이에 혹시 누가 올라와 내가 어디 있는지를 물으면 말이야." 숀이 자넷의 우려는 아 랑곳도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을 3f 줘 ." "누 가 올지 모른다는 거죠?" 자넷이 말했다 "사실 난 아무도 오지 않기만을 간펄히 바라고 있어 " 숀이 말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누가 나타나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해변에서 우리 목숨을 구해준 로버트 해리스이기가 십상이야. 만일 알바레 스가 깨어나 연락을 취 한다면 그 친구가 달려올 거 야." "만일 나한테 여기서 뭘 하는 거냐고 물으면 어쩌죠? "사실대로 이 야기를 해질 ." 숀이 말 했다. "내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차트들을 점검하고 있노라고 말을 해 주면 될 거야." "오, 제발 1" 자넷이 애원하며 말했다. "이 차트로 당신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어요.도무지 말이 안 되 는 일이 에요 " "잠자코 차트들이나 읽으며 내가 한 말이나 기억해두라구." "그 경제 수준인가 뭔가 하는 것 말인가요?" 자넷이 물었다. "바로 그거야 " 234 숀이 말했다. "자, 그럼 난 가봐야겠어. 하지만 그 전에 물건을 하나 빌리고 싶은데. 당신이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는 육두구(육두구의 씨 껍데 기로 만든 최고급 향신료) 좀 빌려줄 수 있겠어?" "난 이 일이 온통 다 맘에 들질 않아요." 자넷은 다시금 불만을 터뜨리며 육두구 케이스를 꺼내 손에게 건네주었다 "불안해 죽겠단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 숀이 말했다 "혹시 중간에 배트맨을 만날지 몰라 이 육두구가 필요한 거야." "제발 농담 좀 그만해요." 자넷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 다 숀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알바 레스는 이미 깨어나 있거나 그 렇지 않다 하더라도 지금쯤은 의식 을 회복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숀은 그 경비원이 조만간 누구 에겐 가자신이 더이상포베스 연구동 건물을 지키고 있지 않으며 숀 머 피가 다시금 시내에 나타 났다는 전갈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렌트카에 올라탄 숀은 시립 공회 당 근처의 시영 요트 정박소로 차를 몰았다 그는 차를 세우고 선박 대여소 하나로 들어가 16피 트짜리 보스턴 웨일러 한 대를 빌렸다. 요트 정박소를 떠난 그는 비스케인 만 건너 도지 아일랜 드 부두로 배를 몰았다. 일요일 오후 였던 까닭에 선창에는 몇 대의 유람선들이 늘어서 카리브해 의 모 험을 즐겨 보려고 행락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그곳에는 제트 스키 에서 커다란 해항 요트들까지, 온갖 종류의 오락용 선박과 기구들 로 부두가 가득했다 바람과 다른 수상 교통 수단들이 만들어 내는 파도 때문에 항로 를 가로지르는 것은 왜나 위험한 일이었지만 숀은 무사히 맥아더 대로와 마이애미 해변을 잇는 다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리 밑을 통과하니 멀리 왼쪽에 그의 목표물, 스타 아일랜드의 모습이 보였 다. 집 앞 선창에 계류된 커다란 흰 요트 레이디 덕분에 숀은 어 렵지 않게 닥터 메이슨의 집을 찾아낼 수 있었다 숀은 배 사다리 하나 로 선창과 연결된 부두가 있는 요트 뒤쪽으로 배를 붙였다 예상했 던 대로 숀이 배를 붙들어 매자 메이슨의 애견 배트맨이 사다리 위 쪽에서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모습을 나타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숀은 '착 한 강아지야'를 거듭거듭 되뇌며 사다리를 기어 올라갔 다. 배트맨은 부두에서 몸을 내밀어 사다 리를 내려다보며 윗입술 을 말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냄으로써 웅대를 했다. 그 녀석이 점 차 더 이빨을 크게 드러낼수록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더 커져 갔다. 배트맨의 이빨이 불과 30센티미 터 앞까지 다가왔을 때 숀은 자 넷에게 빌린 육두구 케이스를 열어 그 개의 얼굴에 가루를 한 줌 끼얹었다. 개는 이 봉변에 꼬리를 감추고 깽깽 비명을 지르며 차고 옆 개집을 향해 뼁소니를 쳤 다. 개가 한 마리뿐이었다는 확신에 숀은 선창 위로 기어올라 주위 를 살폈다. 그가 하려고 작정 을 한 일은 전화나 다른 허튼 짓을 할 말미를 주지 않고 번개같이 처리를 해버려야 하는 것이었 다. 거실 23A 에서 둑 쪽으로 바깥으로 열리게 되어 있는 미닫이가 활짝 열려 있 었다 안에서 오페라의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 있던 자리에 서 , 숀은 누구의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날씨가 좋았기에 숀 은 사 라 메이슨이 수영장 가 의자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 각을 했다 예상대로 수 건 한 장과 선탠 로션 몇 병 그리고 일요신 문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 도 보이지를 않았다. 재빨리 발을 옮긴 숀은 수영장을 돌아 열어젖힌 미닫이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햇빛을 가리기 위해 내린 차양문 때문에 안쪽은 들여다보이지를 않았다. 그가 집에 가까 이 가면 갈수록 음악 소리 는 한층 더 커져만 갔다 문에 도착한 숀은 차양문을 슬쩍 밀어보았다. 그것은 잠겨 있지 않았다. 살그머니 차양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그는 클라이막 스로 접어든 오페라 위로 인기척을 들으려 안간힘을 쓰며 귀를 기 울였다. 스테레오 앞으로 다가선 숀은 눈 이 어지러을 정도로 복잡하게 배열된 다이얼과 계량기들 사이를 훌어 내려갔다. 전원 동력 스위 치를 찾아낸 숀이 전축을 끄자 방 안은 상대적인 적막에 빠져버렸 다. 아이다 아리아를 중간에 꺼버리는 것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 했다 거의 동시에 닥터 메이슨이 어 리등절한 표정으로 스테레오 쪽을 바라보며 서재 입구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방 안으로 몇 발짝 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버티고 선 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대경 실색을 한 모습으로 발 을 멈추어 섰다. "안녕하셨습니까, 닥터 메이슨." 숀이 상상 이상의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부인도 댁에 계십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오, 이‥‥‥ 이‥‥‥?" 닥터 메이슨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적당한 단어가 금 방 머 릿속에 떠오르지를 않는 모양이었다. "무단 침 입이 란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거죠?" 숀이 이죽 이며 말을 받았다. 곧이어, 역시 갑작스런 정적에 어리등절해진 사라 메이슨이 모 습을 나타냈 다. 그녀는 입었다는 단어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생 길 정도인 반짝이는 검은 비키니 차림이었 다. 그 수영복은 풍만하 기 그지없는 그녀의 몸 부끄러운 곳만을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그 녀는 비키니 위로 라인스촌 단추가 달린 반투명의 명주 재킷을 걸 치고 있었지만 그 재킷이 얼마나 횐 히 비치는지 한 곁을 더 걸쳤다 고는 해도 걸쳤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녀는 의상에 걸맞게 안쪽이 깃털로 장식된 요란한 검은 하이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두 분을 실험실로 초대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 은은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간자 읽을 거리들을 좀 가지고 가시도록 하십시오. 왜 오래 걸 릴지도 모르니까요." 닥터 메이슨부처는서로를 멍하니 쳐다보며 시선을교환했나 "문제는, 제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겁니다. " 숀이 덧붙였다. "빨리 동작을 좀 취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배를 몰고 왔으 니 갈 때는 원장님 차를 좀 쓰게 해주십시오." "경찰 을 부르겠소1" 2B8 닥터 메이슨이 악을 썼다. 그는 서재를 향해 몸을 돌리기 시작했 다. "그런 건 제 계획에 포함이 되어 있지를 않아 유감입니다. - 숀이 말했다. 그는 톰의 권총을 끄집어내 메이슨 부부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메이슨 부인은 놀라 숨을 헐떡였다 닥터 메이슨은 선 자리 에서 뻣 면하게 굳어 있었다. "전 말로만 초대를 드려도 충분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숀이 말 했다 "하지만 혹시 필요할지도 몰라 총을 가)1고 온 것입니다. - "내가 보기에 자네는 지금 엄청 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걸세 젊 은01."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숀이 말했다. "하지만 만일 나의 의심이 맞는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은 선생 쪽입니다. "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말게." 닥터 메이슨이 으르렁거리며 경고를 했다. "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숀이 말했다. "무슨 조치를 좀 취해요!" 메이슨 부인이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벌서 그녀의 눈가에 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들 진정하고 침착하게 내 말을 따르세요." 숀이 말했다. "누구를 해치려는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에요. 자, 이제 함께 차 로 나갑시다. " 숀이 총을 들어 손짓을 했다 "우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군요."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당산 ‥‥‥ "그건 우리 가 더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뜻 이외에는 아 무것도 아닙니다. " 숀은 닥터 메이슨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어 그가 고함을 질렀다. "빨리 움직 이 란 말이오!" 그는 총을 든 손으로 복 도 쪽을 가리켰다. 마지못해, 닥터 메이슨은 부인을 감싸 안아 부축하고 현관을 향 해 걸음을 옮 기기 시작했다. 숀은 앞장서 문을 열어주었다. 메이슨 부인은 이런 옷 차림을 하고는 죽어도 밖으 로 나갈 수가 없다고 하 소연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나가!" 숀이 인내심이 다한 듯 성마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들 일행이 닥터 메이슨의 차에 반쯤이나 갔을까 타이어 소리 와 함께 차 한 대가 보도 앞에 멈추어 섰다 이 뜻하지 않은 훼방에 난감해진 숀은 총을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 었다. 그는 이 불시의 방문객도 잡아 인질을 삼는 수밖에는 없다 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숀이 그 방문객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눈을 몇 번6l나 깜박여 거듭거듭 확인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 다 240 ·t 그 손님은 자신의 형 브라이언이었다. "숀 !" 동생의 모습을 알아보자마자 브라이언은 그에게 소 리를 질렀다 그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하는 얼굴로 마당을 뛰어 올라왔다 "하루 종일 널 찾아 헤 매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를 갔었어?" "형한테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지 ." 숀이 말했다. "도대체 마이 애미 엔 웬일 이야?" "당신이 와주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브라이언." 닥터 메이슨이 말 허리 를 끊으며 끼어들었다. "당신 동생은 마악 우리를 납치하는 중이었소." "총까지 들이 댔어요!" 메 이슨 부인이 훌쩍거 리며 고자질을 했다. 브라이언은 어안이 벙벙해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 동 생을 쳐다 보았다. "총이 라구요?" 그가 귀를 의심하듯 되뇌었다. "무슨 총 말씀이시죠?" "주머 니 안에 들어 있어요" 메이슨 부인이 쏘아붙였다. 브라이 언은 숀을 노려보았다. "정 말이 야?" 숀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말이었거든." "총 이 리 내 ." 브라이 언이 손을 땐으며 말했다 "안 돼." 숀이 말했다. "총 이 리 내 란 말이 야." 브라이언은 한층 더 단호한 목소리로 다그치며 거듭 말을 했다. "브라이언, 이 일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어 " 숀이 말했다 "지금 당장은 끼어들지 말아 줘. 하지만 형의 법적인 재능이 필 요할 게 분명하니 아주 가지는 말아. 그냥 몇 시간만 잠자코 기다 려줘 ." 브라이언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 서 숀의 한 괄 거리 안으로 들 어왔다. "나한테 그 총을 넘겨줘." 그가 반복해 말했다. "너 한테 이런 죄를 짓도록 그냥 파들 수가 없어. 흥기로 협박. 납치를 하는 건 아주 무거운 죄야. 보 석도 없이 반드시 교도소에서 형을 살아야 하는 중죄 란 말이야." "형 이 좋은 뜻으로 이러는 건 알아." 숀이 말했다. "형은 나이도 많고 변호사라 아는 것도 많아 하지만 지금 당장 은 설명을 할 여유가 없어. 날 믿어줘 !" 브라이언은 팔을 뻗어 불룩 튀어나온 곳을 더듬으며 숀의 재킷 주 머니 안쪽으로 손을 쑤셔 넣었다. 그의 손가락이 주머니 안의 권 총을 붙들었다 그때 숀의 억센 손이 브라이언의 팔목을 움켜잡았 다. "형이 나이는 더 많아." 숀이 말했다. "하지만 힘은 내가 더 세. 예전에도 실험을 해본 적이 있잖 아‥‥ "너한테 이런 짓을 저 지르도록 방관할 수가 없어‥‥ 브라이 언 이 말했다. "총을 놔 " 숀이 명 령 을 했다 "난 네게 네 인생을 망치도록 할 생각이 없어‥‥ 브라이 언 이 말했다. "나 한테 이런 짓을 하게 하지 마.- 숀이 경고를 했다. 브라이언은 총을 부여잡고 손을 숀의 손아귀 에서 빼내려고 아가 힘을 썼다 숀은 브라이언의 명치에 왼손 어퍼커트 한 대를 날려 손을 풀어 낸 다음 번개같이 코에 또 한 방을 먹였다. 브라이언은 썩으 rt자 자루처 럼 땅바닥에 나자빠지며 몸을 동그랗게 말아 숨을 허 덕거렸 다 한 줄기 코피가 흘러 내렸다 "미안해 " 숀이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닥터 메이슨과 메이슨 부인은 차고.B 향해 쏜살같이 뺑소니를 치기 시작했 다. 그들을 쫓아 몸을 날린 숀 은 메이슨 부인을 먼저 따라잡아 붙들었다. 그 바람에 부인의 612 팔을 붙들고 있던 닥터 메이슨 역시 발을 멈추었다. 형까지 때려눕혀야 했던 숀은 더 이상 왈가 왈부 긴 이야기를 늘 어놓을 기분이 아니었다. "차에 타시오." 그가 으르렁거렸다. "닥터 메이슨, 운전대를 잡아요." 메이슨 부부는 겁에 질려 순순히 명령을 따랐다 숀은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실험 실로 갑시다. " 그가 말했다. 차를 타 고 진입로를 내려가던 숀은 그제서야 간신히 일어나 앉 은 브라이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브라이언의 얼굴에는 흔든 과 상심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역 력했다. "정말 죽을 뻔했군." 스털링, 웨인과 함께 비틀비틀 창고문을 나서며 커트 워너메이 커가 쏘아붙 였다 피들은 온 몸에서 비오듯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 다. 주 실험실의 냉방 장치에도 불구, 환기 구 하나 없는 창고 안의 온도가 천정 부지로 치솟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야 당신들 소리를 들었어요." 실험실 기사가 설명을 했다. "우리는 아까 정오부터 내내 소리를 질러대고 있 었단 말입니 다 커트가 누덜거 리며 말했다. "아래층에서는 잘 들리지를 않아요." 기사가 말했파 "특히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을 때는 말입니다. 게다가 여기는 거 의 올라오지도 않거든요." 244 스털링은 곧장 전화기로 걸어가 닥터 메이슨의 직통 전화번호로 다이얼을 돌렸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자 스털링은 닥터 메이슨 이 컨트리 클럽에 나가 여유롭게 골프나 치며 일요일 오후를 즐 기 는 모습을 그려보고는 욕설을 내뱉았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스털링은 다음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까 곰 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재빨리 마음을 정한 그는 커트와 웨인에게 로 돌아와 다시 공항 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계단을 내려오며 웨인이 팽팽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난 숀 머피가 그런 무기를 들고 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어 ." "정말 뜻밖의 일이었어," 스털링이 동의 했다. "내 생각에 그건이 숀 머피라는 친구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람이라 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인 것 같 아." 일행이 건물 앞에 도착하자 커트 워너메이커는 아연 실색해버렸 다. "내 차가 없어졌어 1" "의심 할 나위 없는 머피 씨 의 소행 이야." 스털 링 이 말했다. "우릴 아주 가지고 노는군 그래." "머피랑 그 친구라는 여자가 어떻게 시내에서 여기 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군 " 웨 인 이 말했다. "저기 건물 뒤쪽에 주인 없는모터사이클이 한 대 있더라구요." 기사가 말했다 "그게 해답이 되겠군 그래." 스털링이 말했다. "경찰한테 전화를 해서 없어진 자네 차에 대해 상 세히 이야기를 해주게. 차를 가지고 갔으니 우선은 그가 이 섬을 빠져나갔다고 생 각해야겠군. 어 쩌면 경찰이 그 친구를 붙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몰 라." "그건 거의 딱지도 떼지 않은 새차란 말이 에요." 커트가 징 징 우는 소리를 냈파. "겨우 3주밖에 안 됐는데. 정말 이가 갈려요." 스털링은 간신히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 는 함께 다섯 시간 동안이나 짐짝처럼 꼭꼭 창고에 갇혀 있었던 이 소심하고 지겨운 대머 리 사내에 게 단지 혐오감만 느낄 뿐이었다 "어쩌 면 기사 양반 한 분에게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 탁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소." 그 는 더이상 이 지긋지긋한 불평꾼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가 않았다. 246 ? 13 3월 7일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닥터 메이슨이 포베스 센터의 주차장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자 숀은 혹시 아까 떠날 때와 무 엇이 바뀐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등 건물의 현관 쪽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창문에 반사 되 는 햇빛 때문에 안쪽은 도무지 보이지를 않았다. 숀은 혹시 다른 경비원이 근무 교대를 하러 나왔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주차를 시키고, 메이슨 부부를 앞장 세워 건물 안으로 들 어간 다 음에야 숀은 다른 경비원 하나가 근무를 서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 다. 그 경비원의 신 분증에는 '산체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신 신분을 밝히고 마스터 키를 달라고 명령을 하 시오." 일행이 회전문에 가까워지자 숀이 닥터 메이슨의 귀에 대고 소 곤거렸다. "저 사람은 내 가 누군지 알아요." 닥터 메이슨이 쏘아붙였다 "우리가 다시 내려을 때까지 아무도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 게 하라고 명 령을 해요." 숀이 말했다 그는 그러한 명령이 시간이 지나면 무시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별로 손해되지 않으리라고 생각 했다 닥터 메이슨은 숀이 시킨 대로 경비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산체스에게서 건네받은 즉시 커다란 고리에 달린 열쇠 뭉치를 손 에게로 넘겨주었다 경비원은 어 리등절한 눈초리로 일행이 회전문 을 통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까만 비키니와 깃털 달 린 하이힐 차림의 가슴 큰 금발 미인의 모습은 포베스 연구동 건물 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 상적인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당신 형 얘기가 맞소." 숀이 회전문 너머의 출입구를 닫아 자물쇠 를 채우자 닥터 메이 슨이 입을 열었다. "이건 이만저만 심각한 죄가 아니오 당신은 교도소에 가게 될 거요.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을 거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빠져나갈 생각이 없어요." 숀 이 말했다 숀은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잠가버렸다. 인질들을 몰아 2층으로 올라간 숀은 병원으로 이어진 구름 다리의 출입구 역시 굳게 닫아 걸었다 일단 5층에 도착하자 그는 엘리베이터를 끄고 문을 채운 뒤 이어 또 한 대의 엘리베이터를 불러 올렸다. 엘리베이터가도착 하자 그는 그것 역 시 잠가 작동을 정지시켜버렸다 메이슨 부부를 몰아 자신의 실험실로 들어선 숀은 자넷에게 손 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는 유리로 박은 사무실 안에서 차트들을 읽 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리등절한 눈빛으로 메이슨 부부를 바 라보았다. 숀은 재빨리 그들과 자릿을 인사시킨 뒤 허튼 수작으 ㅂ 릴 생각은 아예 단념하라는 험악한 경고와 함께 메이슨 부부 I o 리 사무실 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사무실 문을 닫아 걸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온 거예요?- 자넷이 걱 정스러운 듯 물었다 "메이슨 부인은 수영복 차림으로 뭘 하고 있는 거죠? 31 울고 ol 는 것처 럼 보이는군요 " "메이슨 부인은 좀 히스테리컬 해.- 숀이 설명을 했다. "사실, 옷을 갈아입을 만큼 시간이 없었거든. 다른 사킨늑이 옥 라와 방해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내가 이리로 데려왔어. 게다가 내가 계획중인 일을 하게 되면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Al으 첫번 째 사람이 바로 저 닥터 떼이슨이거든.- "당신이 억지로 끌고 왔단 말이에요?- 자넷이 물었다 숀 이 여태까지 수없는 짓들을 저질렀지만 이)1 은 정말 이성의 한계를 넘은 극단적인 행동인 것 같 았다. "저 사람들은 아마 아이다를 끝까지 드는 편을 더 좋아했을 거 Of. 숀이 솔직히 고백을 했 다. 그는 작업을 하기 위해 실험대 위 그 중에서도 특히 한 배기구 아래 위치한 곳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들고 다니던 그 권총을 휘둘렀어요7" 자넷이 물었다. 그녀는 사실 대답을 듣기가 두려 웠다. "그걸 보여주지 알을 수가 없었어 .- 숀이 대답을 했다. "맙소사!"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지른 자넷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숀은 실험대 밑에서 커다란 엘렌마이어 플라스크와 유리 실험 도구 몇 개를 끄집어냈다 그는 기구들을 올려놓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수대 옆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한쪽으로 밀어 치웠다. 자넷은 손 을 뻗어 숀의 팔을 움켜잡았다. "이 건 너무 심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메이슨 부부를 납 치한 거 예요. 알기나 하세요? "물론이지 " 숀이 말했다 "내가 나 하는 일이 질지도 모르는 미 친 놈인 줄 알아7' "꼭 =1 질문에 대답을 하도록 만들지 마세요." 자넷이 말했다 "내가 간 사이에 혹 시 누가 올라오지는 않았어?" 숀이 물었다. "왔었어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이 생각했던 대로 로버트 해리스란 사람이 올라왔었어요." "그래서?" 숀이 물었다 숀이 실험대에서 눈을 들어 자넷 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시 킨 대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자넷이 대납했나 250 "혹시 당신이 사옥으로 돌아갔는지 를 묻더군요. 나는 모른다고 대답을 했어요. 내 생각엔 그 사 람이 당신을 찾으러 그리로 간 것 같아요." "잘했어 ." 숀이 말했다 "그 친구가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사람이야 정말 만만치가 않거 든. 그 친구가 돌아오기 전에 모든 걸 다 제대로 끝내 놓아야 해 " 숀은 다시 분주히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자넷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숀이 커다란 엘렌마이어 플라스크에 시약들을 섞어 무색의 기름처럼 끈 적끈적한 액체를 만드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지금 정확히 뭘 하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니트로글리세 린(다이너마이트의 원료가 되는 폭발성 액체)을 한 그릇 만드는 거야.' 그가 말했다. "또 이걸 식 힐 얼음 중탕하고 말이야." "농담하시는 거죠7" 자넷이 다시금 솟아오르는 걱정에 초조하게 물었 다 숀의 머릿 속을 헤아리기는 정말 갈수록 더 불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당신 말이 맞아." 숀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건 순전히 쇼야. 사실 이건 닥터 메이슨과 그의 아름다운 신 부한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 의사가 이게 정말이라고 믿을 정 도의 화학 지 식을 가지고 있을 테니 까 " "숀, 당신 정말 괴상하게 구는군요 " 자넷이 말했다. "사실 난 조금 제정신이 아니기는 해 ." 숀 이 인정을 했다. "그건 그렇고, 당신이 차트를 훌어보니. 어때? "당신 말이 맞았던 것 같아요 자 넷이 말했다 "모든 차트에 다 경제 수준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록되어 있는 것들 은 모두 환자가 사장 아니면 회장 또는 그런 사 람들의 가족인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모두 500 대 재벌이 랑 관계가 있단 말이지7" 숀이 말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생각해7" "난 너무 지 쳐서 무슨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 만 우연의 일치치고는 좀 이상해 보여요." 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게 순전한 우연으로 일어날 통계적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난그 질문에 대답할 만큼 통계학에 밝지를 않아요." 자넷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플라스크를 집어 든 숀은 휘휘 용액을 흔들어 저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할 만해 보이는군." 숀이 말했다 "자, 우리 함께 닥터 메이슨이 겁을 집어먹을 정도로 옛날 배운 252 무기화학을 기 억하고 있기나 빌자구 " 자넷은 숀이 그 플라스크를 유리 사무실 안쪽으로 들고 들어가 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혹시 숀이 정말 현실감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곰곰이 생각 을 해보았다. 그렇게 되어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총을 들이대고 닥터 메이슨 부부 를 납치한 것은 정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급진전이었다. 이런 행동에 따르는 법 적 책임은 상당히 무거을 것이 분명했다. 자넷은 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녀 자신 역시 어 느 정도의 책임을 부 담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 을지 갈 피를 잡지 못하고 그냥 애간장만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자넷은 숀이 메이슨 부부에게 그 가짜 니트로글리세린을 진짜인 양 내보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닥터 메이슨의 당황한 표정으로 미루 어 그는 숀의 말이 진짜라고 믿는 것 같았다 닥터 메이슨은 놀라 눈이 휘등그래져 있었다. 메이 슨 부인은 비명이 터져나오려 는 입을 손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숀이 거칠게 플라스크를 휘젓자 메이슨 부부는 무서워 뒷걸음질을 쳤다 이어 숀은 책상 위에 설치 해놓은 얼음 중탕에 플라스크 를 담그고 자넷이 벌려놓은 차트들을 모아 실험실로 나왔다. 그는 차트 더미를 근처의 실험대 위 로 던졌 다. "메이슨 부부가 뭐 래요?" 자넷이 물었다. "적당히 겁 을 먹었어 ." 숀이 말했다. " 특히 그 액체의 빙점이 불과 화씨 55도에 고체 형태가 되면 유 난히도 불안정해진다는 얘기를 해 주니까 완전히 새파랗게 질려버 리더군. 테이블을 잘못 건드리면 폭발을 할지 모르니 조심을 하라 고 말했지 ." "내 생각엔 이제 우리가 모든 걸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5.." 자넷이 말했다 "이건 너무 지나쳐요." "나는 그 렇게 생각하지 않아. 숀이 말했다. "게다가, 이건 순전히 내가 저지른 일이니 당신이랑은 상관이 없 어 ." "왜 상관이 없어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 공범이 된 거예 요." "모든 게 끝나면 브라이언이 다 알아서 잘 처리해줄 거야." 숀이 말했다 "날 믿어 ." 그때 문 득 자넷의 주의가 유리 사무실 안에 갇힌 부부에게로 쏠 렸다. "저렇게 메이슨 부부만 달랑 홀 로 방치하는 게 아니었어요 자넷이 말했다 "닥터 메이슨이 전화를 걸고 있잖아요 "천만에 ." 숀이 말했다 "난 닥터 메이슨이 어디론가 전화를 할 걸 미리 예상하고 있었 어.사실, 난 그가 경찰에게 연락을 취해주었으면 좋겠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을수록 좋아." 자넷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멍하니 숀을 바라보았다. 처음으 로 그가 충격에 되는 대로 마구 행동을 하는 정신분열증적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우려가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숀 . "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좀 힘에 겨워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너무 스 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지도 몰라요." "이건 농담이 아니야." 숀이 말했다. "난 사람들이 잔뜩 모여 북적거리기를 바래. 난 로버트 해리스 같 이 분노에 찬 특공대 원이 영웅인 체 칼을 입에 물고 배기구를 통 해 기어 들어오는 따위의 상황 은 결코 원하지를 않아. 그러면 사람 들이 다치는 일이 벌어진다구 난 저 아래 경찰이 랑 소방수 들이 머 리를 긁적이며 진을 쳐 영웅인 체하려는 얼간이들을 차단시켜주기 를 바라고 있어. 난 그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내가 미친 것으로 생각하고 멀찌감치서 구경만 해주기를 원하 는 거라구."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자넷이 말했다. "차차 알게 될 거야." 은은 다시금 그녀 에게 다짐을 해주었다 "그동안 내 일을 하나 도와줘 컴퓨터에 대해 좀 안다고 했었지? 7층에 있 는 행정부서로 올라가 " 그는 자넷에게 마스터 키 뭉치를 건네주었다 "전에 차트를 복사할 때 컴 퓨터가 아홉 자리 숫자를 번쩍 이며 작 동이 되던 그 유리 방으로 들어가 내가 보기에 그 숫자들은 사회 보장번호들이었던 것 같아. 그 리고 그 전화번호를! 그 전화번호들 은 분명 건강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 회사들 번호일 거야 혹 시 내 가 생각한 게 맞는지 알아봐 줘. 그리고 혹시 포베스 센터의 중앙 컴퓨터로 들어갈 수 있 으면 특히 데보라 레비와 마가린 리치몬드 fl게 중점을 두어 병원 관계자들의 출장 기록을 찾아봐 줘 "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지 먼저 설명을 해줄 순 없나요?" 자넷이 물었다 "지금은 안 돼 ." 숀이 말했다 "이 건 이 중 맹검 법 (검사자나 피검사자 양 쪽 모두가 검사 사실을 모 르는 채로 시 행 되는 검사법 )이나 마찬가지 야. 난 당신이 되도록이면 객관적 이 되 기를 원해 ." 숀의 이 러한 광적인 행동은 이상하게도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넷은 흘 린 듯 열쇠를 받아 들고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숀은 잠깐 동안의 작별에 인사를 하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도대체 이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광란의 소동이 어떤 결과를 내릴지 그녀는 이제 너덧 시간 후면 확 연히 알게 될 것 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 숀은 전화를 집 어들고 보스턴에 있는 브 라이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긴 전갈을 남겼다 먼저 그는 불가피 하게 손찌검을 하게 되었던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이어 그는 만 일 일이 엄청나게 나쁜 방향으로 풀 어져 버릴 것에 대비해 자기가 포베스 암센터에서 벌일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고 말했 다. 그 이야기를 하는 데는 5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25a 마이애미 경찰국의 헥터 살라자르 경위는 평소 일요일 오후를 마이애미의 토요일 밤이 만들어낸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는 기회로 사용하고는 했다. 일요일은 대개 별일 없이 조용했다. 일요일에 생 기는 일 대부분은 정복 순찰조나 부하 경사들이 해결을 할 수 있는 자동차 사고들이었다. 오 후 늦게, ㅁ1식 축구 시합이 끝나면 때때로 가정 폭력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는 했는데 그런 일은 가끔씩 당직 사령까지 나서야 했기 때문에 헥터근 전화들이 울리기 전에 가능 한 한 많은 일을 해두고 싶었다. 마이애미 돌핀스의 경기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 기에, 세 시 15 분, 헥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울려대는 전화를 집어 ◎었다. 그 전화는 민원실을 통해 외부에서 걸 려온 것이었다. "앤더슨 경사입니다. " 전화를 건 목소리 가 말했다. "지금 포베스 암센터 건물 에 와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 "뭔데요?" 헥터가 물었다. 그가 뒤로 기대앉자 의자가 ㅂㅂ 1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어떤 녀석 하나가 옆에 있는 연구소 건물에 인질 둘, 또는 셋을 붙들고 틀어 박혀 인질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 앤더슨이 말했다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모종의 폭 탄인지도 있다고 하던데 요." "맙소사1" 헥터는 소리를 내질렀다. 젖혀졌던 의자가 앞으로 기울며 쿵 소 리와 함께 바닥을 쳤다. 경험상, 그는 이런 사건이 파생시킬 서류 작업의 양을 잘 알고 있었다. "건물 안에 다른 사람들도 있나?"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앤 더슨이 말했다. "적어도 경비원의 말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인질들이 VIP들입 니다. 센터의 원장인 닥터 랜돌프 메이슨과 부 인 사라 메이슨 여사가 붙들려 있습니다 " "일대를 차단했나?" 헥터가 물었다 그의 마음은 벌써부터 조급하게 앞서 나가고 있 었다. 이 일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닥터 랜돌프 메이 슨은 마이 애미에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유명인이 었다 "지금 작업중입니다. 앤더슨이 말했다. "건물 전체를 빙 둘러 노란 '범죄 현장' 테이프를 붙이고 있습니 다. "보도 기관은?" 헥터가 물었다 가끔 보도 기관들은 지원을 나가는 경찰 병력 보 다도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경찰 무선 주파수에 수신기를 고정 시켜놓고 도청을 하고는 했기 때문인었다. "아직은요 " 앤더슨이 말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유선으로 보고를 드리고 있는 겁니다. 하지 만 언제라도 북새통을 떨며 들 이닥칠 걸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질 을 잡은 사람의 이름은숀 머피라고 합니다. 그는 병원에서 일 하는 258 의과 대학생입니다 자넷 리어든이란 간호사랑 같이 있는데 그녀 가 공범인지 인질인지는 아직 확 인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 "아까 '모종의 폭탄'이라고 한 게 무슨 말이지?" 헥터가 물었다. "그 친구가 커다란 플라스크 하나 가득 니트로글리세린을 만들 어 놓았다고 하더군요." 앤더슨이 말 했다 "그 플라스크가 인질들이 갇혀 있는 방 책상 위에 놓여 있답니 다. 일단 결빙이 되면 그 물 질은 문을 쾅 닫는 정도의 충격으로도 폭발을 할수가 있습니다 적어도 닥터 메이슨은그렇게 말을 하고 있더군요." "인질들이 랑 대화를 해보았단 말인가?" 헥터가 물었다 "그럼요." 앤더슨이 말했 다. "닥터 메이슨이 자신과 부인이 니트로글리세린이랑 같이 유리로 된 사무실 안에 갇혀 있다 고 하더군요. 무서워 죽겠긴 해도 아직까 지는 특별히 해를 입은 데도 없고 전화기도 하나 있다 고 했어요. 갇혀 있는 데서 그 미친 놈의 모습이 보인대요 하지만 같이 있던 간호사 아가씨는 어 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답니다. " "머피라는 작자는 도대체 뭘 하고 있대7" 헥터가 말했다 "무 슨 요구 같은 건 없었나?" "아직까진 없습니다. " 앤더슨이 말했다 "하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지금 바쁘게 무슨 실험인가를 하고 있답니 다. " "실험 이 라니 대체 무슨 뜻이지7" 헥터가 물었다. "그건 도두지 알 길이 없습니다. " 앤더슨이 말했다 "저는 그저 닥 터 메이슨한테 들은 대로만 전하고 있는 겁니파. 듣자하니 이 머피라는 친구는 어떤 연구 계획에 참여를 하고 싶어 했는데 병원측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자 앙심을 품었던 것 같습니 다. 어쩌면 지금 그걸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쨌든 그 친구는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닥터 메이슨 은그 친구가 자기 집으 로 쳐들어와 권총을 들이 댔다고 하더군요." "무슨 총이야?" "38구경 군사 용 권총인 것 같습니다 닥터 메이슨의 말에 의하 면 말입 니다. " 앤더슨이 말했다. "건물을 확 실히 차단해주게 " 헥터가 말했다. '누구도 출입을 시키면 안 돼 알겠지?" "알았습니다. " 앤더슨 이 말했다. 앤더슨에 게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말을 전한 헥터는 세 군데 전화를 걸었 다. 먼저 그는 인질극 협상반에 전화를 걸어 반장 인 로널드 헌트와 이야기를 했다. 이어 그는 SWAT(무장 특수대) 지휘관 조지 로링에게 연락을 취했다. 마지막으로 헥터는 폭발물 260 반의 필 다렐에게 연락을 했다. 헥터는 그 셋 모두에게 각자의 부 하들을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 에 포베스 암센터로 집결시켜 달라 고 부탁을 했다 헥퍼는 육중한 체구를 의자에서 일으켰다. 솥 뚜껑같이 두툼한 손으로 의자에 앉기 위해 풀어 내려놓았던 경찰 장비들을 다시 허 리띠에 붙였 다 마악 그가 방탄 조끼를 걸치는 데 다시 책상 위의 전화벨이 울렸다. 서장인 마크 위트면의 전 화였다 "방금 인질극이 벌어 졌다는 얘기를 들었소." 위트먼 서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서장님 ." 헥터가 더듬더듬 대답을 했다. "저도 방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금 필요한 인력을 동원하도록 조치를 해놓았습니다. " "잘 해낼 자신이 있소?" 위트먼 서장이 물었다. "예 , 서장님 ." 헥터가 말했다. "정 말 내가 안 나가 보아도 되 겠소?" 위트먼이 물었나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습 니다. 서장널." 헥터가 말했나 "좋아요." 위트먼 서장이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 벌써 시장님의 전화까지 왔었소. 이건 정치적으 로 왜 민감한 상황이오," "명심하겠습니다 서장닝 . 헥터가 말했다. "확실히 처리를 해주기 바라오." 위트면 서장이 말했 다. "알겠습니다 서장님 . 헥터가 말했다 숀은 굳은 결심으로 일에 달려들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는 매단계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가능한 한 효율 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가 첫번째로 착수했던 일 은 자신이 토요일, 아미노산 염기 배열을 알아보기 위해 가동시켰 던 자동 단백질 분석기를 점검해보기 위해 슬쩍 6층으로 올라가 본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계를 가동시킨 직후 닥터 데보 라 레비 가 나타나 법석을 떨었던 까닭에 기계가 작업을 끝내 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 지만 다행히 기계는 아무도 건드린 사람이 없이 그가 넣어 두었던 샘플을 담고 있었다. 그는 프 린터에서 결과 지를 뜯어 냈다. 다음숀은 두 개의 가온 회전기 6층에서 5층으로 가지고 내려왔 다. 그들은 오늘 작업의 주역이 될 물건들이었다. 바로 이 가온 회 전기 안에서 중합효소 연쇄 반 응 실험이 수행될 것이다. 갇혀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인질로 잡히게 된 게 누구 잘못 때문이 었 는지 서로 탓을 하며 말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메이슨 부 부를 한번 재빨리 둘러본 숀은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그는 단백질 분석 기에서 나온 결과를 훌어보았다 결과는 정말 극적 이었 다 헬렌 캐벗과 루이스 마틴의 치료 약제가 가진 항 원 결합부 단백질 배열은 한 개의 차이도 없이 판에 박은 듯 똑같 았다.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면 역 글로불린이 똑같다는 것은 그들 이 적어도 초기에는 동일한 항체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 었다 자신의 가설에 합치되는 사실을 발견해내자 숀의 흥분은 한층 더 고조되었다. 다음, 숀은 냉장고에서 헬렌의 뇌라 그녀의 뇌척수액을 담은 주 사기를 』냈다. 뇌에서 또 한 조각의 종양 샘플을 떼어낸 그는 뇌 를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고 종양을 잘게 셀어 적절한 효소를 첨가 한 뒤 플라스크에 종양세포로 부유액을 만들었다. 그는 그 플라스 크를 조직 배양기 안으로 집어넣었다. 효소들이 종양세포 샘플에 작용을 하는 동안 숀은 첫번째 가온 회전기의 아흔여섯 구멍 중 몇 개 에 헬렌의 뇌척수액을 담았다. 각 구멍에 그는 바이러스 RNA를 DNA로 변환시키는 작용의 역전 사 효소인 리버스 트랜스크립테이즈를 첨가했다 다음 그는 그 구멍 들에 세인트 루이스 뇌염 바 이러스를 검색할 때 쓰는 프라이머클 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합효소 연쇄 반응을 유지시키 는 시 약들을 첨가했다. 이 시약 중에는 타크(Taq)라고 불리는 열 안정 성 (열을 가해도 성질이 변하지 않음) 효소도 들어 있었다 다시 헬렌의 종양세포 부유 액으로 주의를 돌린 숀은 NP-40이 라는 세정제를 써서 세포막과 핵막을 파괴 했다. 다음 그는 고난도 의 분리 기술을 이용,파괴된 세포들의 잔해에서 세포들의 핵을 구 성하던 핵단백질 성분을 추출해냈다. 마지막 단계로 그는 RNA와 DNA로 분리시켰다 그는 그렇게 얻어진 DNA의 샘플로 첫번째 가온 회전기의 나머 지 구멍들을 채웠다 그 구멍들 각각에 숀은 각 한 쌍씩의 프라이 머들을 조심스럽게 첨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각 구멍에 중합효 소 연쇄 반응용 시 약을 집어넣 었다 첫번째 가온 회전기가 다 차자 숀은 기 계를 작동시켰다. 두번째 가온 회전기로 몸을 돌린 숀은 각 구멍에 헬렌의 암세포 RNA샘플을 담았다. 이 두번째 실험은 발암유전자에서 만들어지 는 전달 RNA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파 그러기 위해서 그는 아 까 헬렌의 뇌척수액 샘플에 넣 었던 것과 같은 역 전사효소를 첨가 해야 했다. 그가 각 구멍에 한 쌍씩 발암유전자 프라이머 쌍 을 첨 가하는 일로 고투를 벌이고 있을 때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처음에 숀은 닥터 메이슨이 전화를 받겠거니 생각을 하며 벨소 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닥터 메이슨이 수수방관,꼼 짝을 않자 계속되는 벡 소리는 숀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쓰고 있 던 피 펫을 내려놓은 숀 은 유리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메이슨 부 인은 방 한추석에 의자를 기대놓고 침울한 표정으로 퉁퉁 부어 앉 아 있었나. 언뜻 보니 너무 울어 눈물이 나오지 않는지 지금은 화 장지 한 장을 대 고 훌쩍이고 있는 중이었나. 닥터 메이슨은 전화벨 소리에 니트로글리세린이 터져버리면 어쩌나 걱정 가득한 표정으 로 얼음 중항 안의 플라스크를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숀은 문을 활짝 열어 및했다 "전화 좀 밭아주시지 그래요 " 숀이 신경 질적으로 입을 열었다. "누구건 간에 니트 로글리세린이 마악 결빙점에 도달했다고 확실 히 말을 해주세요 " 숀은 거칠게 문을 닫아버렸다. 문이 철컥 닫힐 때 닥터 메이슨은 눈을 질끈 감고 온몸을 움츠렸지만숀이 시킨 대로 순순히 수화 기 264 를 집어들었다 숀은 다시 실험 대로 돌아와 피 펫질을 시작했다. 구 멍을 겨우 하나 채웠을까 다 시 정신 집중이 깨졌다 "마이애미 경찰의 헥터 살라자르 경위요." 닥터 메이슨이 소리를 질렀다 " 당신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 숀은 고개를 들어 사무실 쪽을 쳐다보았다 닥터 메이슨은 한쪽 발을 버터 빠를 문을 열고 있었다. 그는 한손에 전화통을, 한손에 수화기를 들고 수화기를 든 손을 문 밖으로 내밀었다 "몇 시간만 조용히 기다려주면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전해주시 오." 숀이 말했다. 닥터 메이슨은 수화기에 대고 잠깐 이야기를 한 나음 다시 소리 쳐 숀을 불렀다. "한사코 당신이 랑 이야기를 해야겠답니다. " 숀은 신경질적으로 눈알을 굴렸다. 다시 실험대 위 에 피켓을 내 려놓은 그는 벽에 걸린 전화기로 건너가 반짝이는 버튼을 눌렀다 "전 지금 몹시 바 쁩니다 " 그가 다짜고짜로 쏘아붙였다 "좀 진정하세요." 헥터가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좀 화 가 났다는 건 알지만 모든 게 잘 풀려나가게 될 겁 니다. 여기 당신과 꼭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헌트 경사라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이 일을 이성적으로 잘 해결하 고 싶 습니다. 당신도 물론 그렇게 되기를 바라실 겁니다 " 한가하게 이야기나 주고 받을 시간이 없다 고 항변을 하려는 찰 나 헌트 경사의 퉁명스로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제 좀 고정하시고 가만히 앉 아 계셨으면 합니다. " 헌트 경사가 말했다 "그건 좀 어 렵 겠는데요." 숀이 말했다 "짧은 시간내 에 할 일이 태산이거든요. 아무도 다치지는 않을 겁 니다" 헌트가 말했다 "대화를 좀 해보고 싶으 니 아래쪽으로 내려와 주십시오." "미 안합니다. " 숀이 말했다 "저는 당신이 어떤 연구계 획에 동참할 수가 없어 화가 나시 게 되 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헌트가 말했다. "우리 그 이야기를 한번 해봅시다 저는 그런 게 얼마나 분통 터 지는 일인지 잘 압니다 물론 그 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 람들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 하시는 것처럼 사람들을 강제로 붙들어 두고 있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가 된다는 사실도 아울러 말쏟을 드리고 싶습니다 " 숀은 경찰이 자신이 그 수아세포종 연구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된 것에 앙심을 품어 메이슨 부부를 인질로 잡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 음을 깨닫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실.그 추측도 아주 틀린 것 만은 아니었다 "신경을 써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숀이 말했다 266 "하지만 전 이야기를 나눌 만큼 시간이 많지를 않습니다. 빨리 저 작업을 계속해야 하거든요." " 바라는 게 뭔지 말씀만 해주세요." 헌트 경사가 말했다. "시간이오." 숀이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잠깐의 시간입니다. 두세 시간, 길어야 고작 네 시 간입 니 다. " 숀은 전화를 끊어버렸파 실 험대로 돌아온 숀은 다시 피펫을 집 어들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로널드 헌트는 키가 183센티미터가 넘는 빨간 머리칼의 사내였 다. 올해 서른일곱인 그는 시 립 대학을 졸업한 다음 지금까지 줄곧 15년 간을 경찰에 몸담고 있었다. 전공은 경찰학과였지 만 부 전공 으로 심리학을 이수한 그는 경찰 업무와 심리학을 접목시켜보려고 애를 쓰던 차에 인질 협 상반에 마침 자리가 나자 뛸 듯 기뻐하며 그 직책을 맡았다 비록 흡족하게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매번 일이 터질 때마 다 그 기회를 즐겼 다. 그는 맡은 일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낀 나머 지 마이애미 대학 야간부에서 심리학 수업을 추 가로 받기까지 했 다. 헌트 경사는 자신이 여태까지 맡았던 인질극들을 모두 훌릉하게 해결해냈 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지난번 로널드는 불만에 찬 청 량음료 가공 공장 종업 원이 여자 동료 세 명을 인질로 붙들었던 사건을 훌릉하게 해결해 낸 공으로 경찰 본부에서 수여하는 표창장까지 받았었다. 그래서 숀 머피가 그렇fl 전화를 끊어버 리자 그는 몹시 자존심이 상해버 렸다. -그 미친 놈이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로널드가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를 쳤다 "원하는 게 뭐라던가?" 헥터가 물었다. "시간이 래요." 로널드가 말했다. "시간이라니 , 도대체 무슨 말이지?" 헥터가 물었다. -잡지 말이야? 타임 (시간)지에 나고 싶다 는 거야?" "아뇨 " 로널드가 말했다. ·.한 시간 두 시간 하는 시간 말이에요 일을 해야 돼서 시 간이 없 다고 하더군요 지금 자기가 할 수 없었던 그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B "무슨 연 군데7" 헥터가 물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로널드가 말했다. 이어 그는 들고 있던 무선 전화의 재다이얼 버 튼을 눌렀다. ·얘기를 하지 않으면 협상을 할 수가 없어요." 헥터 살리자르 경위와 로널드 헌트 경사는 포베스 연구소 건물 입구 바로 맞은편에 있는 포베스 주차장에 세워진 흰색 과 푸른색 이 섞인 마이애미 경찰 순찰차들 뒤에 서 있었다. 순찰차들은 건물 반대쪽으로 U자로 포진을 했 고, 그 한가운데 는 접는 야외용 테이 블 위에 전화 몇 대와 무선기들을 올려놓은 자그마한 간이 지휘소 가 차려졌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장의 경찰 병력은 상당한 수로 불어났다. 처음 그곳 에는 닥터 메이슨의 신고를 받았던 두 명의 정복 순경들 과 그들을 지휘하는 경사, 그리고 그 파 트너로 구성된 형사조 하나 해서 불과 네 명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헥터를 포함한 열두어 명 의 정복 경관을 비롯, 두 명의 인질 협상반, 다섯 명의 폭발물 처리 반, 그리고 검은 전투복 차림 의 SWAT 대원 열 명으로 불어나 있 었다. SWAT 대원들은 한옆으로 자리를 옮겨 제자리 뛰기 운동으 로 몸을 푸는 중이었다. 경찰과 함께 현장에는 포베스 센터를 대변하는 닥터 데보라 레 비와 마가린 리치몬드, 그리고 로버트 해리스가 도착해 있었다. 그 들은 지휘소 근처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지만 방해가 되지 않게 한옆에 물러서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범죄 현장 으로의 접근을 막는 노란 테이프 밖에는 마이애미 방송국의 보도진들을 포함한 한 떼의 사랑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TV중계차 몇 대가 길 게 안테나를 빼놓고 테이프에 바짝 붙어 조밀하게 주차 를 한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마이크를 든 기자들과 발돋움을 한 카메라 맨들이 안쪽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것 같은 사 람을 붙들어 취재를 하기 위해 군중 속을 헤매 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계속 불어나는 동안 경찰은 사건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행동에 돌입할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나가고 있었다 "닥터 메이슨 말로는 머피라는 친구가 일언지하에 전화 받 기를 거 절 했다는군요." 로널드가 말했다. 그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래도 계속해봐 " 헥터가 그 를 달래며 말했다 앤더슨 경사 쪽으로 몸을 돌린 헥터 가 입을 열었다 "모든 출입구와 비상구들 을 엄호해주었으리라 믿어요." "물론입 니 다. " 앤더슨이 다짐을 했다. "쥐새끼 한 마리도 우리 눈에 띄지 않고는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할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병원 옥상에 저격수들을 배치 해두었습 니 다. " "저 두 건물 사이에 있는 구름다리는 어떻게 했습니까?" 헥터가 물었다 "구름 다리 위 병원 쪽으로 한 명을 배치 해두었습니다. " 앤더슨이 말했다 "아마 이번 작전에는 우리가 당황하거나 할 일은 없을 겁니다. " 헥터는 손짓을 해 필 다렐을 불렀다. "그 폭탄이니 뭐니 하 는 얘기는 뭐야?" 헥터가 말했다. "좀 흔치 않은 얘기입니다. " 필이 솔직히 의견을 털어놓았다. "닥터 메이슨이랑 통화를 했는데 니트로글리세린이 한 플라스크 있답니다. 원장은 한 2, 300cc 정 도 돼 보인다고 하더군요. 책상 위 얼음 중탕에 들어 있대요. 숀 머피라는 자가 가끔씩 들어와 중 탕에 얼음을 계속 채우는 모양입니다. 얼음을 쏟아 부을 때마다 오 금이 저려 죽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게 큰 문제가 되나?" ' 헥터가 물었다 "그럼요, 문제가 되 고 말고요." 필이 말했다. "특히 고체가 되어 버 리 면 말입 니다‥ "문짝을 세게 닫는 정도로도 폭발을 할 수 있나?- 헥터가 물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겁니다. " 필이 말했다 "하지만 흔들리 면 터질 수가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지면 확실히 폭발을 해버릴 겁니다. " "하지만 자네가 다를 수 는 있단 말이지?- "물론입 니 다. " 필이 말했다. 다음 헥터는 손을 저어 닥터 데보라 레비를 불 렀다. "여기 연구소의 연구 업무를 총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 닥터 레비는 고개를 끄덕 였다 "저 친구가 도대체 뭘 하고 있다고 껑각하십니까7- 헥터가 물었다. "우리 협상 담당관한테 는 작업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던데요‥‥ "작업이라구요7" 닥터 레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깔 보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마우리 연구를 망쳐 놓으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겠죠.그사킨 . I우리 가자신을 우리 연구 계획에 동참하지 못하게 했다고 앙심 을 품고 있어요. 그 사람은 누구도, 어떤 것도 존중하는 법이 없어 요. 솔직히 말해 전 처음 보았 을 때부터 그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 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럼 그가 지금 그 연구 공정 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있을 수 있을 까요?" 헥터가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닥터 레 비가 말했다. "그 공정은 벌써 임상 실험 쪽으로 옮겨 갔어요." "그럼 그 친구가 저 위에서 말썽 만 일으키고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하신다 이거죠?" 헥터가 말했다. "보진 못해도 저는 그 녀석이 난장판을 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닥터 레비가 말했다 "당신네들은 빨리 올라가 그 녀 석을 끌어내 와야 해요." "하지만 저희들은 인질들의 안전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헥터가 말했다 SWAT 팀과 의논을 해보기 위해 조지 로링을 부르려던 순간 정 복 경관 하나가 다가왔다. "이 사람이 경위님과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 경관이 말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저 안쪽 인질극 을 벌이고 있는 사람의 형이라 1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브라이언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자 신이 보스턴에서 일하는 111 변호사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헥터 가 물었다. "아뇨, 유감스럽지만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 브라이 언이 말했다. "하지만 전 제 동생을 잘 압니다. 개는 항상 고집불통이기는 했 지만 아주 명확한 이유가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애는 아닙니다. 저 는 당신들에게서 너무 무모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 고 싶습니다. " "총을 들이대 인질을 잡고 폭탄을 가지고 위협하는 것을 단순히 고집불통이라고 보아 넘길 수 만은 없습니다 " 헥터가 말했다. "그런 행동은 그를 불안정 한 예측 불가능한 위험 인물로 분류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판단하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저 역 시 그애가 여기서 벌인 일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무모한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 합니다 브라이 언이 말했다. "하지만 숀은 궁극적으로 보면 아주 이성적인 애입니다. 어쩌면 제게 그 녀석과 이 야기를 해볼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게 콩을지도 모 르겠습니다. " "당신 말은 귀담아 들을 것 같으 시오?" 헥터가 물었다 "그럴 것 같습니다. " 브라이언은 메이슨네 집 사건으로 입었던 마음의 상 처에도 불구 하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헥터는 로널드 헌트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아 브라이언이 전화를 걸어보 게 해주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무도 전화를 받지를 않았 다. 닥터 메이슨마저도. "몇 분 전까지 만 해도 닥터 메이슨이 전화를 받았는데, 이상하군 .5.. " 로널드가 말했다 "제가 들어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브라이 언이 말했다. 헥터는 절레 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안에 잡힌 인질만 해도 충분해요. 그가 말했다. "살라자르 경 위 님 ." 누군가가그의 이름을 불렀다 헥 터가몸을 돌리자 키가큰늘씬 한 백인 한 명과 수염을 기른 우람한 체구의 흑인 한사람이 다가 오 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털링은 자신과 웨인 에드워드를 소 개했다. "저는 당신의 마크 위트 먼 서장과 왜 친한 사이랍니다. " 인사에 이어 스털링이 말했다 "슨 머피가 소동을 벌이고 있단 말을 듣고 도움을 좀 드리려고 달려 왔습니다. " 그가 덧붙였다. "이건 경찰 소관입니다. " 헥터 가 신참자들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훌어보며 말했다 그는 상관들과 죽마고우라는 헛소리로 자신 에게 은근히 압력을 가하려 274 는 사람들은 딱 질색이었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통제용 금줄을 넘 어왔는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저와 제 동료는 지난 며칠 간 계속 저 숀 머피 씨를 추격하고 있 었습니다 " 스털링 이 설명을 했다. "저희들은 임시로 포베스 센터 측에 고용이 되어 있습니다. " "그럼 저 안에서 도대체 무 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보시오 " 헥터가 말했다. "우리는 저 얼간이 녀석이 갈수 록 점점 더 미쳐간다는사실을 알 고 있습니다. " 웨 인이 말했다. "그애는 미치질 않았습니다. " 브라이언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숀은 건방지고 좀 신중치가 않을진 몰라도 절대 미치진 않았 습 니다 " "만일 어떤 사람이 일련의 미친 행동을 하면 미쳤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 웨 인이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운집해 있던 사람들 모두가 빌딩을 스쳐 주차장 위로 날아온 헬리콥 터의 굉음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헬기 의 커다란 날개가 도는 귀를 찢는 굉음에 사람들은 온몸이 흔들렸 다. 먼지와 잡동사니들이 떠올라 허공을 맴돌았다 지휘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종이들도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빨려 올라갔다. SWAT 팀의 지휘관 조지 로링이 앞으로 다가왔 다. "저 건 우리 헬리콥터 입니다 " 그가 헥터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헬기의 폭음에 헥터는 귀 가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명령을 내리는 즉시 덮칠 수 있도록 제가 연락을 해 불리찼습니 f) " 헥터는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조지. 다시 연락을 할 때 까지 저 멀리 꺼져 있으라고 3ㅁ !" "네 , 경위 님 " 고함을 질러 대답한 조지는 옷깃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이크를 손으로 가린 후 짤막하게 조종사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렸다. 다 행스럽게도 헬리콥터는 즉시 기수를 돌려 멀리 병원 건물 옆에 있 는 헬기 장에 착륙을 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소음이 사라지자 헥터가 조지에 게 물었다 "저기 협조적인 경비 책임자 덕에 인질이 있는 층의 내부 구조를 파악해둘 수가 있었습니다. " 조지가 사람들 틈에 섞인 로버 트 해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옥상에 여섯 명짜리 한 조만 올려 보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한 쪽 계단으로 세 명씩 내려 보내면 됩니다. 범인은 5층 실험실에 있습니다 하나 정도면 되겠지만 어쩌면 두 개까지 충격 수류탄을 쓰게 될 지도 모츠겠습니 다. 이런 건 누워 떡 먹 깁니나." 조지가 말했다. "그건 유리 사무실 안에 들어 있어.- 헥터가 말했다 "상당한 위 헙 부담이 있습 니다. - 그들의 대화를 넘겨 들은 필이 중간에 끼어들며 말했다. '만일 고체가 되어 있다면 충격 파에 의해 니트로극리세린이 8 발하게 됩니다 " "제길, 그렇단 말이지7" 조지가 말했다. "그럼 수류탄을 사용하지 맙시다. 이 경우 그저 양쪽 계단에서 동시에 튀어나가면 충분할 겁니다. 저 테 러범은 자신이 무엇에 맞 았는지도 모르게 될 겁니다. " "숀은 절대 테러범이 아니에요!- 오가는 대화에 충격을 받은 브라이언이 소리를 질렀다 "저는 습격조와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자원하고 싶습니다·, 해리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며 말했다. "저는 건물 내부 지리를 잘 압니다‥ "지금은 아마추어가 나설 때가 아닙니다. - 헥터가 말했다. "저는 아마추어가 아닙니다. " 해리스가 격앙 된 목소리로 반박을 했다. "저는 군 시절 특공대 원으로 훈련을 받았고 지난번 사막의 a풍 작전 에서 몇 차례의 특공 임무를 수행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조치를 취하실 생각이면 우물거리시 는 것보다는 빨리 결 단을 내리시는 편이 나을 거예요." 닥터 레비가 말했다. "그 미친 녀석이 저 위에 오래 방치될수록 진행중인 우리 실험들 에 더 심 한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단 말이에요." 그 순간 또 한 대의 헬리콥터가 주차장을 스치며 저공 비 행을 하 자 모든 사람들은 다시금 몸을 움츠려 숙였다. 이 헬기의 동체 옆 에는 '채널 4T~라는 커다란 글씨가 칠해져 있었다 헥터는 앤더슨에게 소리를 질러 민원실에 연락해 만일 저 망할 놈 의 헬기를 당장 현장에서 철수시키지 않으면 SWAT팀을 시켜 자동 병 기로 작살을 내버 리 겠 다는 말을 채널 4TV 방송국에 당장 전하라고 말했다. 귀를 찢는 소음과 정신이 쏙 빠지는 북새 통에도 브라이언은 전 화기 하나를1집어들고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그는 제발 누가 전 화를 받아 듣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아든사람은 숀이 아니라 닥터 메이슨이었다. 숀은 도대체 몇 번이나 가온 회전기를 돌려야 할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준비를 했던 백 오십여 개의 홈 중 어떤 것에서라도 양성 반응이 나타나 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 고 있었다. 조급해진 그는 스물다섯 번 회전시 킨 뒤에 기 계를 세운 다 음 홈들이 담긴 트레이 를 꺼냈다 먼저 비오틴(Biotin, 비타민 B 복합체 중 동식물계에 분포하는 생 물증식 요소)기가 붙 은 소식자를 첨가한 숀은 소식자가 헬렌 캐벗 의 수액이 든 홈 속에서 반응을 일으켰는지 확인을 해보기 위해 검 정 시 약을 넣었다. 다음 그는 이 샘플들을 화학형광 분석기에 넣고 혹시 형광 반응이 나타나는지 분석 결과가나오기를 기다렸다. 11% 놀랍게도 첫번째 샘플부터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그는 진작부 터 언젠가는 그런 결과가 나을 것 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 리 반응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이 결과가 입증 한 것은 헬렌 캐벗이-맬컴 베텐코트의 경우와 똑같이-한 겨울에 세인트 루이스 뇌염에 걸렸었다 는 사실이었는데, 이것은 이 질환 의 매개물이 모기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실로 이상하기 짝이 없 는 것 이었다. 이어 숀은 발암유전자를 검 색하기 위해 준비 했던 홈들로 주의를 돌렸다. 하 지만 그가 적당한 소식 자들을 첨가하려던 순간 닥터 메 이슨이 불쑥 끼어들었다 헌트 경사의 전 화를 끊어버린 다음에도 전화가 이따금씩 울려대 기는 했지만숀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가끔씩 한참동안이 나 벨이 울어댔던 것으로 미루어 닥터 11이슨 역시 전화 받기를 포 기해버린 것 같았다 숀은 신경질이 나 자기 앞에 있던 전화기의 벨을 꺼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닥터 메 이슨이 조심스레 문을 열 고 손에게 그의 형이 전화를 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닥터 메이 슨 이 다시금 전화를 받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숀은 중간에서 일손을 멈추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형에 대한 죄책감에 브라이언의 전화를 받아들었다 전화를 받자 형을 때린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는 먼저 "기꺼 이 다 잊고 용서를 해줄게." 브라이언이 말했다 "하지만 넌 지금 당장 그 정신 나간 일을 집어치우고 내려와 자 수를 해야 해." "난 그럴 수가 없어 ." 숀이 말했다. "이제 한 시간, 아니면 길어야 두 시간만 있으면 돼.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브라이언이 물었다. "설명 하자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 숀이 말했다. "하지만 정말 보통 일 이 아니야 " "난 네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엄청난 대소동을 초래했는 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브라이언이 말했다. "여긴 곽토 방위군 빼고는 다 몰려와 법석을 떨고 있 어 . 넌 이번 엔 정말 너무 했어. 만일 당장 나와 이 소들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 면 난 다시는 너 와 상종을 안 하겠다 "난 단지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는 것뿐이야. 숀이 말했다. "그게 뭐 그리 무리한 요구 조건도 아니잖아 ·지금 여기 바깥에는 순 깡패 같은 녀석들이 우글거리고 있어." 브라이언이 말했다. "지금 그 녀석들은 건물을 덮치는 것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는 중이야." "그럼 그 친구들에게 니트로글리세 린에 대해 확실히 알려줘 숀이 말했다. -그러면 섣부르게 영웅인 척 굴려는 마음이 좀 사그라들 거야." "도대체 무슨 뜻이야. 니트로괄리세린이라니?" 브라이언이 물었다 28(1 "그건 아세톤이 약간 첨가된 에탄올(알코올의 일종)이야." 숀이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니트로글 리세린 비슷한 거지. 적어도 닥터 메이 슨을 감쪽같이 속여 넘길 만큼은 말이야. 내가 진짜 니트 로글리세 린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겠지? 어때?" "이 시 점 에선 말이 야." 브라이언이 말했다. "정말 널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 "형은 그 사람들이 특공 작전을 하지 않도록만 설득을 해줘 ." 숀이 말했다 "제발 한두 시간만 더 쓸 수 있도록 해줘 ." 브라이언이 계속해 항변을 하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나왔 지만 숀은 귀담아듣지를 않았다. 살그머니 수화기를 내려놓은 숀 은 다시 첫번째 가온 회전기 트레이로 주의를 돌렸다 발암유전자 소식자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자 넷이 긴 컴퓨터 출력 용지를 질질 끌며 비상 계단 쪽 문을 통해 실 험실로 들어왔다 "포베스의 출장 기록을 찾는 건 식은 죽 먹 기 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팔을 뻗어 컴퓨터 용지를 숀 앞으로 내밀 었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닥터 레비는 엄청나게 출장을 다니더군요 하지만 그녀의 출장은 키 웨스트랑 이곳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 에요." 숀은 출력 용지를 훌어 내려갔다 "정말 시 계추처 럼 계속 췄다갔다 했군 그래." 그가 동의를 했다. -하지만 여기 다른 도시들의 이름을 좀 보라구. 이게 내가 기대 하고 있었던 거야. 마가렛 리치몬드는 어때?" "키 웨스트에 간 적은 없어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만 국내 방 방곡곡 왜 많이 돌아다녔더군요. 한 달에 한 번 lg도는 타 도시로 출장을 간 것으로 되어 있었어 요." ·.우리가 보았던 그 자동화 프로그램에 대해선 뭘 좀 알아냈어?" 숀이 물었다. "당신 말이 맞더군요." 자넷이 말했다. -올라갔을 때 마침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길래 우리가 전화번 호일 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번호 두 개를 적어두었어요. 직접 전화 를 걸어볼까 했는데 문득 컴퓨터에 연계된 번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모뎀을 연결시 켜 보았어요.둘 모두가 보험 회사였어요.하나 는 메디 퍼스트였고, 또 하나는 헬스네트라는 회사더군요." "바로 그거 야1" 숀이 말했다. "착착 맞아 떨어지는군." ·그게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좀 가르쳐나 주세요." 자넷이 말린다. ·내 장 담컨대 그 컴퓨터는 특정 사회보장번호에 대한 수술 사전 인가 파일을 탐색하고 있었던 거야. 주 중에는 밤마다 일.5_일은 오 후에 작성하도록 되어 있을 거라구." "수술 사전인가가 말이에요?" 자넷이 물었다. "그렇지 ." 숀이 말했다. "불필요한 수술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거의 모든 보 험 약관이 담당 의사가사전에 계획된 수술에 대해 보험 회사에 통 보를 해주도록 되어 있어 대개의 경우 이것은 그저 명목상의 절차 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크게 신경을 살지 않 아.아마 기밀로 취급되지도 않을 거야. 위층에 있는 그 컴퓨터는 특정 사회 보장 번호 명단 중에 일렉티브 수술이 있는지를 찾아내고 있었던 거라 구." "스크린에 번쩍이고 있던 것들이 그 번호들 이었군요." 자넷이 말했다. "분명 그랬을 거야." 숀이 말했다. "그런데 왜죠?" 자넷이 물었다 "당 신한테 혼자서 추리를 해낼 수 있도록 해줄게 " 숀이 말했다 "내가 이 가온 회전기 샘플들을 처 리하는 동안 우리가 복사했던 서른세 개의 차트에 붙은 의뢰 병력을 한번 죽 훌어봐 대부분의 경 우 환자들이 수아세포종 진단을 받기 얼마 전에 일렉티브 수술 을 받았다는 것이 적혀 있을 거 야. 그 수술 날짜들을 닥터 레비의 출장 스케줄과 비교해봐." 자넷은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뚫 어지게 숀을 쳐다보았다. 심 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숀의 관점을 헤아린 그녀는 이제 서서히 그 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한마디 군 소리도 없이 그녀는 차트와 자 신이 7층에서 가지고 내려왔던 프린 트 용지를 놓고 책상에 앉았다. 다시 자신의 일로 주의를 돌린 숀은 몇 개의 흠에 적절한 발암유 전자 소식자를 첨가해 넣었다 몇 개나 했을까. 다시 닥터 메이슨 이 방해를 하며 끼어들었다. "집사람이 배가 고파 죽겠대요." 닥터 메이슨이 소리를 질렀 다. 극도의 정신적인 피로로 숀은 신경이 있는 대로 날카롭게 곤두 서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을 알고 난 숀은 닥터 메이슨 부부, 특히 메이슨 부인을 도저히 곰게 보아 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감히 시 장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방해한다는 사실에 그는 순 간적으로 분노가 폭발 해버렸다 거칠게 피펫을 내려놓은 그는 씨 근덕거 리며 유리 사무실을 향해 달려갔다. 달려오는 숀의 모습에 닥터 메이슨은 재빨리 그의 기분을 감지, 문을 놓고 뒷걸음질 쳐 사무실 안으로 들 어갔다. 숀은 벌컥 문짝을 밀어붙였다. 이어 사무실로 뛰어든 그는 얼음 중탕에서 엘렌마이어 플 라스크를 들어 거칠게 한번 흔들었다. 이 미 일부가 고화되어 있던 까닭에 얼음 조각이 딸그랑 유리 플라스 크의 벽을 울렸다. 닥터 메이슨은 허옇게 핏기를 잃으며 몸을 웅크렸다. "만일 다시 한번 입을 뺑긋하면 들어와 이 플라스크를 살내버 릴 거야." 바닥에 박 숀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 폭발이 일어나지 않자 닥터 메이슨은 조심스레 꽉 감았던 눈을 284 떴다 메이슨 분인도 손가락 사이로 주춤주춤 주위를 살폈다. "당신들 내 말 알아듣겠소?" 숀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꿀꺽꿀꺽 마른 침을 넘긴 닥터 메이슨은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슨 부 부와 자신의 발작에 혐오감을 느끼며 숀은 다시 실험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죄책감에 힐끗 자넷을 쳐다보았지만 그 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차트에 너무도 몰 두해 다른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피펫을 집어든 숀은 다시 일을 시 작했나. 지금 하는 것은 고도의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맞는 홈에 맞는 소식자를 넣어 야 했는데, 그는 지금 마흔 개가 넘는 발암유전자에 대한 프라이머 쌍과 소식 자들을 제대로 첨가해야만 하는 것 이었다. 첫번째 샘플 중 상당수는 음성이었다. 숀은 그것이 회전기에서 충분한 회전을 시키지 않 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음성이 71 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다섯번째 샘플까지도 기대 했던 반응 이 나타나 주지를 않자 숀은 서서히 용기를 잃기 시작했다. 이 극 적인 행동을 무존에 올린 이후 처음으로 그는 그때까지 반석처럼 확고히 믿어왔던 자신의 결론에 대해 신중히 재고해 보았다 하지 만 그때, 여것번째 샘플이 학수고대하던 양성 반응을 나라냈다. 그 는 닭을 정상 숙 주로 하는 조류 적혈구 바이러스, ERB-2라는 ㅂL 암유전자를 찾아냈다 자릿이 차트 검토를 마칠 때쯤 되자 숀은 또 하나의 발암유전자 역시 닭을 숙주로 힐는 골수구종 바이러스 v-myc를 찾아 냈다. "수술 날짜가 기록돼 있는 건 차트의 사분의 삼 정도예요‥‥ 자릿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닥터 레비의 출장 목적지나 시기에 합 치가 돼요." "할렐루야!" 숀이 탄 성을 내질렀다 "모든 게 그림 맞추기 놀이처럼 딱딱 자리에 들어맞는군."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말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가 그곳들에 가서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는 거 예요." "수술 환자들은 수술 직후 거의가 다 정맥주사를 맞아." 숀이 말했다. "탈수가 되는 걸 막으려는 목적 도 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 하면 투약할 경로를 확보해주기 위해서야. 추측컨대 데보라 레 비 가 환자의 정맥주사를 놓았을 거야.' "무엇을요?" 자넷이 물었다. "세인트 루이스 뇌 염 바이 러스를 푸입 했어 . 숀이 말했다. 그는 자넷에게 헬렌 캐벗의 뇌척수액이 세인트 루 이스 뇌염 바 이러스에 대해 양성 반응을 나타낸 검사 결과를 말해 주었다. 그는 루이스 마틴 역시 일렉티브 수술 며칠 후 헬렌 캐벗 과 비슷한 일시적인 신경 증상을 겪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이야기 해주었 다. "만일 당신이 다시 저 차트들을 훌어보면 말이야." 숀이 말을 이었다. "환자들 대부분이 비 슷한 일련의 증상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286 "그런데, 환자들이 왜 심 한 뇌 염 증세를 나타내지 않았을까요?- 자넷이 물었다 "특히 정맥주사 를 통해 바이러스가 주입 됐는데도 말이에요.- "그게 이 일 전체에서 제일 교묘한 부분이야." 숀 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 뇌염 바이러스들은 바이러스 발암유전자의 첨 가로 변형되어 감염력 이 떨어지도록 조작이 된 것 같아 난 헬렌의 종양에서 그런 발암 유전자들을 벌써 두 종류나 찾 아냈어. 아마 다 른 것이 또 하나 나을 거야 요사이 나온 암에 대한 학설 중 하나에 어떤 세포가 암성이 되려면 적어도 세 번 이상 별개의 사건을 겪어 야 한다는 것이 있거든." "이런 걸 다 어떻 게 알아낸 거 예요?" 자넷이 물었다. 그것은 사실이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모호하고 난해하고 끔찍한 것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된 거야." 숀이 말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 아마 내가 처음 에 가졌던 의심 수준이 너무 낮아 이렇게 된 것 같아 사실 상상도 못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환자들이 첫날부터 어떤 특정한 약제로 치료를 받는다는 당신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생 각이 머리를 스쳤어 그건 내가 알고 있던 면역 요법 의 특정성에 들어맞는 사항이었어. 모든 종양들은 항원성이 각기 독특해 항체 를 만드는 데는 어 느 정도 시간이 걸려야 하거든 " "하지만 당신은 베텐코트 씨 댁에 들렀을 때서야 괴상하게 행동 을 하기 시작했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맬컴 베텐코트가 이 순차적인 진행을 깨닫게 해주었거든." 숀이 말했다 "일렉티 브 수술,신경학적 증상,그리고 그 다음엔 뇌종양. 헬렌 캐벗과 루이스 마틴도 똑같은 순서를 밟았 어 . 난 맬콤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우리 내과 교수 님 중 어떤 분 말씀대로 병력 청취를 꼼꼼하게 열심히 해두면 모든 걸 다 진판해낼 수 있다구 " "그래 이 포베스 암센터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암을 전파해 왔다고 생각을 한다 이 거죠?" 자 넷이 용기를 내 이 무서운 말을 입에 담으며 말했다 "아주 독특한 종류의 암이었어 ." 숀이 말했 다. "내가 찾아낸 바이러스성 발암유전자 중 하나는 세포막 밖으로 비쭉이 튀어나오는 단백질을 하나 생산해 냈어. 이 물질은 인체의 정상적인 성장 호르몬의 섭수체(떨갗얇)를 형성하는 단백질 과 동 일하기 때문에 마치 '온'(On)상태로 켜진 스위치처럼 세포의 성장 과 분열을 촉T:시키게 돼. 하지만 그 외에도, 세포막 외측으로 돌 출되어 나온 부분은 펩티느포. 항원성을 가지고 있어 내가 추측하 기로는 이 환자들이 맞는 면역 글로불린이 이 ERB-2암단백질의 세포 부분에 대한 항체인 것 같아." "미안하지만 전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자넷이 솔직히 고백을 했다. "그럼 다시 한번 펀펀히 해보자구" 288 숀이 말했다. "어쩌 떤 당신한테 실제로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 키 웨스 트 실험실에서 ERB-2 단백질을 좀 챙겨왔으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헬렌 캐떳의 약이 그것과 반응을 하는지 한번 보자구. 내가 그 약을 어떠한 종류의 자연 세포 항원과도 반응시킬 수가 없 었다는 사실을 명심해두길 바래. 그것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녀의 종양뿐이었어 " 숀 이 재빨리 면역 형광 검사를 준비하는 동안 자넷은 숀이 그때 까지 설명한 것을 이해해보려고 안 간힘을 썼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말이에요." 잠간 뜸을 들인 자넷이 입을 열었다 "이 수아세포종 이라는 암을 그렇게 독특하게 만든 것이 단지 이 것이 인위적인 질병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완치 가 가능하다는 것이 로군요." 숀은 완전히 존경의 눈초리로 고개를 들어 자넷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거 o◎" 그가 말했다. "당신이 바로 맞혔어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단종항체를 확보해 둔 종양 특정 항원을 가진 암을 만들어낸 거야. 이 항체는 항원과 반응을 일으켜 모든 암세포들을 뒤덮게 돼. 그 다을 _)들이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많은 살상세포를 얻어내기 위해 생체내와 생체 외에 서 면역 체계를 자극하는 것뿐이었어. 치료를 시작하면 그로 인해 유발되는 염증 반응 때문에 최 초에는 증상이 악화가 된다는 것 이 유일한 문제점 이 었지 ." "그게 헬렌 캐벗이 죽은 이유로군 요." 자넷이 말했다. "적어도 내 추측으로는 그래." 숀이 말했다 "보스턴측이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너무 오랫동안 붙들 어두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곧바로 마이애미로 이송이 됐어야 했 어. 문제는 보스턴측이 다른 데서 자신들 이상으로 훌릉한 치료를 할 수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는 거지 ."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이런 사실을 그렇게 확실히 알 수 있었 죠?" 자넷이 물었다. "이리로 돌아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증거가 없었잖아요. 그런 데도 당신은 메이슨 부 부에 게 총을 들이대고 이리로 끌고 올 만큼 확신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보기엔 당신은 굉장한 위험 부담을 안 고 모험을 벌였던 것 같아요." "결정적인 단서는 내가 키 웨스트 실험실 안에서 발견했던 설계 도처럼 생긴 바이러스 캡시드의 그림이었어. 숀이 설명을 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이 모두가 사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 리를 스치더군. 당신도 아다시피 닥터 레비의 전공 분야는 바이러 스학이야. 그 그림은 정 20면체 대칭성의 원형 바이러스였어. 그 건 SLE 바 이러스가 가진 캡슬의 모양이었어. 음모 자체는 사악하 기 짝이 없었지만 SLE 바이러스 캡슬 안 으로 바이러스성 발암유 전자를 집어넣은 데보라 레비의 실력은 과학적인 면으로 보아서는 찬사 를 받을 만해. 전염력을 상실시키지 않으려면 SLE 바이러스 의 유전자 거의 대부분을 온전하게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에 한 바 29(1 fi, 이러스에 한 개밖에는 발암유전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게 다가 감염 전 세포의 유전자 안으로 해당 발암유전자를 삽입 시키 려면 발암유전자는 물론 반드시 어떤 레트로바이러스의 유전자까 지 포함을 시켰을 것이거 든. 내 추측으로는 그녀가 여러 종류의 발 암유전자를 이용해 바이러스들을 변형시 켰는데, 재수 없이 그 모든 발암유전자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된 뇌세포들이 암세포로 변해 버 리 게 된 거 야." "왜 하필이면 뇌염 바이러스를 썼을까요?" 자넷이 물었다. "그것들은 특성상 신경세포에 대 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거든." 숀이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치료해낼 수 있는 암을 유발시키려 했기 때문 에 병의 초기, 일찍부터 확실히 증상을 나타내줄 그런 암이 필요했 어. 뇌종양은 그런 것들 중의 하나야 과학적인 면으로만 보면 모 두가 매우 논리 정연한 이성적인 이야기야." "악마 적이 란 말이 더 어울릴 거예요." 자넷이 말했다. 자넷은 유리 사무실 쪽을 바라보았다 닥터 메 이슨은 책상과 그 위 얼음 중탕 속의 플라스크에 몹시 조심을 하면서 시계추처럼 불 안하게 방안 을 왔다갔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사람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녀가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 숀이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 추측을 해보라면 나는 그렇다고 말을 할 거야. 원장도 모르게 이렇게 정교한 작 업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한 일이 야. 게다가 끝까지 분석을 해보면 이것은 모두 연구 기금을 타내 기 위한 조작이었다구." ·,그래서 최고경영자나 그 가족들을 목표.물로 삼았던 것이로군 요." 자 넷이 말했다. "그게 내 추측이야." 숀이 말했다. ·,어떤 대기업이 어떤 의료 보험 회사를 이용 하는지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게다가 어떤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들에게 잘 알려=1: 운명인사들의 사회보장번호를 알아내는 것 of시 전혀 힘들 것이 없는 일이야. 일단 보 험 가입자의 사회보장번 호만 알아대면 부양 가족들 번호를 알아내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 였겠 지 " ·,그ㄹ1 그날 저녁 우리가 차트들을 복사하러 올라왔을 때 둘은 ·제공자·라는 말은 장기 가 아닌 '돈'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로군요 숀은 고개를 끄덕 였다. -그땐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비약했었지." 그가 말했나. ·.우리는 특수 병원들이나 그 부설 연구소들이 NIH의 연구 기금 으 회콕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가면서 도탄지경에 빠져 허우적거리 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버 렸던 거야. 일군의 부유한, 감사하는 마 음을 가진 환자들을 만들어 놓는 것은 21세기까지 병원을 지탱 해 나가는 좋은 방법이기는 했을 거야."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ERB-2와 필인 캐벗의 약으로 시행 했던 면역 형광 검사가 종양세포 들을 이용했을 때보다도 훨씬 강 하게 양성 반응을 기록했다 "바로 이 거 야!" 숀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이게 바로 내가 학수고대 기다리던 항원-항체 반응이야." 다음 숀은 두 개의 가온 회전기에 담긴 수백의 검 체들로 다시 몸 을 돌렸다. "저도 거들 수 있을까요?" 자넷이 물었다 " 물론이지 ." 숀이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열두 채널 피켓 다루는 법을 시범으 로 보여준 다음가온 회전기 홈에 첨가할 몇 종류의 발암유전자소 식자들을 건네주었다. 그들은 온 정신을 집중 45분 동안이나 함께 이 꼼꼼한 작업에 매달려 일을 했다 그들은 모두 신체적으로 탈진 상태에 빠졌고 자 신출이 밝혀낸 음모의 거대함에 정신적으로까지 몹시 지쳐 있었 다 마지막 홈까지 소식자를 첨가 형광 여부를 검 색해본 결과 그들 은 발암유전자 두 가지를 더 찾아낼 수가 있었다. 그것들 은 집쥐들 을 정상 숙주로 삼는 하비 육종 바이러스(Harvey Sarcoma Virus)의 이름을 딴 Ha-ras와 원숭이의 신장에서 발견되는 것으 로 알려진 SV4O 거대 T형 바이러스였다 숀이 정량 중합효소 연 쇄 반응을 시행했던 두번째 가온 회전기의 RNA검사에서 그들은 모든 발암유전자들 이 메가(Mega) 단위로 대량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쏭 말 대단한 발암유전자 칵테일이야!"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지친 근육들을 펴던 숀이 경외의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저 네 개가 들어간 신경세포는 암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겠어. 닥터 레 비는 정말 끔찍하게도 완벽하게 일을 해낸 거야." 자넷은 들고 있던 피펫을 내려놓고 양손에 턱 을 고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피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젠 어 떻 게 하죠7" " 이 정도면 자수를 하는 게 좋겠어 ." 숀이 말했다. 다음 방법을 생각해내려 애를 쓰던 그는 또다 시 티 격태격 말싸움을 시작한 유리 사무실 안의 메이슨 부부에게로 힐 끗 시선을 던졌다 다행스 럽게도 사무실의 유리 칸막이는 그들의 목소리를 상당히 줄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자수를 할 계획 이에요?" 자넷이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손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도 알겠지만,사실 난그 것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해둔 게 없 어 어쩌면 생각처럼 쉽지가 않을지도 몰라." 자넷은 고개를 쳐들었다. "이런 짓을 저지를 계획을 세웠을 땐 분댕 무슨 생각이 있었을 텐데요." "아냐 ," 숀이 솔직하게 고백을 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해두지 못했어." 자넷은 의자를 밀쳐 몸을 일으 킨 다음 창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가에 서자 주차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소원대로 서커스 인파를 동원했군요.- 그녀가 말했 다. "까만 전투복 차림의 사람들 한 떼를 포함해서 수백 떵 이 몰려와 있어요." "그 사람들이 날 불안하게 하는 장본인들이야.- 숀이 말했다. "아마 SWAT 팀 일 거야 " "어쩌면 먼저 메이슨 부 부를 내려 보내 우리가 자수를 할 의향이 라는 걸 밝히도록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것도 한 방편이지 " 숀이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도 그들과 함께 내려 보낼 생각이야.- "하지만 당신 혼자 안에 남게 되잖아요.- 자넷이 말했다. 그녀는 돌아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전 그건 싫어요 더군다나 저 까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이 안으 로 돌진해 들어오고 싶어 안달을 하는 판 에 말이에요.- "제일 큰 문제는 헬렌 캐벗의 뇌야." 숀이 말했다. "왜요?" 자넷이 신경질적 인 한 숨과 함께 물었다. "그건 우리가 확의하고 있는 유일한 물증이야.- 숀이 말했다 "호시 탐탐 기회 만 노리고 있을 포베스 측 사람들에게 뇌를 없애 버리도폭 해줄 수는 없어. 이 상황이 끝날 때 내 말을 귀담아들어 주려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거야 요란 법석 소동이 벌어 지는 사이에 저 뇌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 버릴 확률이 상당 히 있어.누가 잠자코 앉아 내 말을 끝까지 경청해줄 리가 없어." "싫지만 저도 그 말에는 동 의를 해요 자넷이 말했다. "잠깐만!" 숀이 갑작스런 열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좋은 생각이 떠올 랐어 ." 296 14 3월 7일 일요일, 오후 4시 38분 숀이 자넷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가 메이슨 부부와 함께 사무실 안에 들어가 있는 것임을 설득하는 데는 거의 20분이 나 걸렸다 그것은 그녀가 메이슨 부부와 마찬가지로 인질로 취급 될 경우 그녀가 강요에 의해 숀과 동행을 했다는 주장을 펼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자넷 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그의 말을 받 아들였다 그 문제가 해결이 되자 숀은 헬렌 캐벗의 뇌를 얼음에 채워 그것 을 실험실로 가지고 왔을 때 사용했던 아이스박스에 집어넣었다 다음 그는 물 품 창고에서 찾아낸 노끈으로 서른세 부의 차트 사본 과 포베스 암센터의 출장기록이 담긴 컴퓨 터 출력 용지를 묶어 커 다란 꾸러미를 만들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스터 키를 챙긴 숀 은 한손에 아이스박스를, 또 한손에는 차트 꾸러미를 집어들고 계 단을 통해 행정 부서 층으로 올라 갔다. 마스터 키를 사용해 숀은 경리부로 들어갔다 화물용 엘리베이 터의 선반을 ㅂuW낸 숀은 두 개의 꾸러미와 함께 몸을 쑤셔 넣었다. 그는 승강기에 몸을 싣고 벽에 끌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팔꿈 치를 안으로 붙이고 일곱 층 아래 지하실로 내려갔다. 차트 보관실은 상당히 어두웠다. 전 등 스위치가 입구 쪽에 달려 있었던 까닭에 숀은 칠흑 같은 암흑 속을 더듬어 나가야 했다 하 지 만 선반들의 전체적인 배열 윤곽을 대충이나마 기억하고 있었기 에 몇 번이나 길을 잃고 우왕좌 왕하기는 했지만 그는 꽤 자신있게 이동할 수가 있었다 결국 그는 바라던 대로 화물용 승강기를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병원 건물 2층에 있 는 의무 기록실로 올라가 고 있었다 화물용 승강기의 문을 연 그는 불이 켜져 있다는 사실을 고맙게 여겼지만 들릴락말락 나지막한 목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비좁은 승강기 안11서 귀를 기울인 숀은 그 목소리가시야 밖 의 조그마한 방에서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가능한 한 소리 를 죽이며 조심스 레 승강기를 내려 양쪽 겨드랑이 밑에 각각짐 보 퉁이 한 개씩을 끼워 움켜쥐고는 바닥을 기어 복도로 이동했다. 복도로 나오자 숀은 건물 안에 충만한 흥분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임상 화학 검사실과 방사선과까지 옆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가 전파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 다. 그 흥분은 얼마되지 않는 주말당직 인원들에게 무슨축제와도 같은 분위 기를 느끼게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연 구소 건물 쪽을 바라보는 엘리베이터 반 대편 커다란 창문 앞에 옹 기 종기 모여 서 있었다. 손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단 한사람 도 없었다. 재빨리 엘리베이터 앞을지난숀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 다. 중앙 로비로 들어서자 이내 숀 은 마음이 편해졌다. 마11 Rl회 볼품없이 구겨진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숀은 어렵지 않게 sf회7rE 사이로 녹아들 수가 있었다. 숀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병원 건물을 나섰다. 주차장을 가 로 질러 연구소 건물 쪽으로 건너가자 숀은 자신이 벌인 인rl∼으 로 정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 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I 숀의 지프를 포함 그 곳에 세워진 몇 대 안 되는 차 주위에 구 르 처 럼 우글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지프 근처를 지나며 숀은 뇌와 차트들을 차 안에 ㅂ어 둘 까도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니 물건들을 브라 이일에게 전달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숀은 연을 끊어버리 겠다는 협박에도 형이 아직도 군중 속에 섞여 애타게 그를 기다리 고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경 활은 연구소 건물 전면 주위를 길게 붙인 노란 범죄 현장 통제 룡 테이프로 차단하고 있었다 건물 뒤쪽은 나무 바리케oT드로 와 전히 봉쇄가 된 상 태였다. 테이프 바깥쪽으로는 일정한 가겄으로 정복을 입은 경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메 의 순찰차들 뒤에 간이 테이블로 지휘소를 차려 논으 모스 이 숀의 눈에 들어왔다. 그 지휘소의 중앙부 근처에는 몇 Al ㅁ』이 넘는 경찰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지휘소의 왼쪽으로는 2._8_ o 기 위해 체조를 하며,올갖 종류의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검하느 라 여념이 없는 SWAT 팀의 모습이 보였다. 숀은 테이프 앞에서 발을 멈추고 운집한 군중을 훌어보았다. 그 는 이내 사람들 틈에 낀 브라이 언을 찾아낼 수 있었다 흰 드레스 셔츠에 페이즐리 멜빵 차림을 한 사람은 브라이언밖에 없었기 때 문이었다. 브라이언은 한옆으로 물러서 양쪽 눈 아래쪽에 검은 위 장 페인트 칠을 한 검은 전 투복 차림의 SWAT 대원과 열띤 논쟁 을 벌이는 중이었다 현장 통제 테이프 앞을 지키던 정복 경관 한 명 앞으로 걸음을 옮긴 숀은 그의 주의를 끌기 위해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경관 은 손톱을 깎으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 숀이 말했다. "저는 저 인질 극을 벌이고 있는 사람의 친척으로 저기 SWAT 대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제 형님이십 니다. " 숀은 손가락을 들어 브라이언을 가리켰다. "저는 제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 합니다 " 경관은 한마디 대꾸도 없이 테이프를 들어주며 손에게 안쪽으로 들 어서라고 손짓을 했다 이어 그는 다시 손톱 깎는 일로 주의를 돌렸다. 숀은 순찰차 옆을 어른거 리던 데보라 레비와 로버트 해리스를 피해 멀찌감치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한번 도 숀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아울러 자신이 키 웨스 트에서 창고 안에 가두어 버렸던 사람들 중의 하나인, 테이블 근처 에 버티고 있는 네이플스의 쓰시타 제트기 엔서 기다리 던,그 인물 로부터로 멀리 방향을 틀었다. 3(10 숀은 뒤쪽으로부터 곧장 형에게로 다가갔다. 덕분에 그는 건물 을 습격하는 것에 대해 벌어지던 열떤 논쟁의 토막들을 엿들을 수 가 있었다. 그들이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음은 들리는 목소 리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숀은 브라이언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브라이언은 귀찮다는 듯 어 깨 를 으쓱했을 뿐이었다 그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한창 열변 을 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속해 감정에 복받쳐 장광설을 쏟아붓 던 그는 곁눈에 비친 숀의 모습에 말을 맺지 못하고 입을 딱 벌 렸 다. 브라이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던 조지 로링은 숀을 걸인쯤 이나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다시 브라이언에게로 시선을 돌렸 다 "당신 아는 사람이시오?" 그가 물었다. "저희는 형 제 간입니 다 " 숀이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브라이언을 한옆으로 밀어내며 대 답을 했다 "도대체 · .?" 브라이언이 탄성을 내질렀다 "제발 법석 좀 떨지마." 숀이 형을 한옆으로 끌어내며 날카롭 게 쏘아붙였다. "만일 아직도 내가 때린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다면 다시 사과를 할게, 정말 때리 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어 형 이 마침 그때 나타난 게 재수가 없는 거였어." 브라이언은 지척에 위치한 지휘소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았다. 다시 손에게로 주의를 돌린 그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이 아이스박스를 맡아줘 ." 숀이 보퉁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 차트 사본들도. 하지만 아이스박 스가 훨씬 중요한 거야." 브라이언은 차트 무게를 지 탱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도대체 어 떻게 여기까지 나온 거야? 저 사람들 말로는 쥐새끼 한 마리 들락거리지 못하게 완전히 봉쇄를 해버 렸다던데 ." "조금 뒤에 자세히 말을 해줄게 . 숀이 말했다. "하지만 먼저 이 아이스박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어. 이 안에 는 뇌가 하나 들어 있어 별로 예쁘지는 않겠지만 엄청나게 중 요한 거야. "이 게 네가 훔쳤던 그 뇌야? 브라이 언이 물었다. "만일 그렇다면 이건 장물이야." " 제발 그 법률 헛소리는 좀 집어치워," 숀이 말했다. "누구 뇌지?" "어떤 환자 거야. 숀이 말했다 "여기 포베스 암센터 사람들 몇 명을 기소하려면 이게 꼭 필요할 거 야." "그럼 이게 증거물이란 말이야?" 브라이언이 물었다. 302 "덕분에 여러 명이 정말혼구멍이 나게 될 거야." 숀이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구인속을 할 만한 적절한 이유가 없잖아." 브라이언이 투덜거렸다. "그 문제는 DNA가 다 알아서 해결을 해줄 거야." 숀이 말했다. "그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만 해줘. 그리고 그 차트 사본들 도 굉 장히 중요한 거야." "하지만 이것들은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어 ." 브라이언이 말했다. "확 실하게 공증을 받은 사본들이 아니잖아 " "제발, 브라이언 !" 숀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차트 를 복사할 때 공증인을 세을 생각을 못했던 건 내 불찰이 분명하지만 이것들을 대 배심에서 쓸 수는 있잖아. 게나가 이 차트 들은 우리가 소환장을 작성할 때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할지 알려줄 수도 있고, 그들이 차트 원본에 손을 대지 않았는지 확인을 해볼 수 있는 한 방편이 되어줄 거 야." 숀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 이제 생명, 특히 내 목숨의 희생 없이 이 소동을 끝내려면 어떻게 하면1되지? 이 게을러 빠진 SWAT대원 골이 다 오싹해져 ." 브라이언은 다시 한번 주위 를 둘러보았다. "나도 모르겠어 ." 나도 말했다. 녀석들만 보면 등 "한번 생각을 해보라구. 넌 항상 날 이 지경으로 몰아넣는구나. 네 녀석의 형이 된다는 건 변호사 몇 명이 종일 따라붙어야 할 만 큼 바쁜 일이야. 난 할 수만 있다면 네 녀석을 얌전한 여동생이 랑 맞바꿔 버리고 싶다. " "하지만 우리가 임뮤노테라피 주식을 매각했을 땐 그런 생각이 아니었 잖아 " 숀이 브라이언을 상기시주었다. "여기서 그냥 몰래 슬쩍 빠져나가 버 리 면 어떨까? 브라 이 언이 말했다. "그게 최선이라면 " 숀이 기꺼이 찬성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사실로 나까지 공범으로 몰아 기소를 할 수가 있어 ." 브라이언이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으며 말 했다 "난 형이 하자는 대로 할게." 숀이 말했다. "하지만 자넷이 아직도 위층에 남아 있거든 "그 여자가 네가 보스턴에서 만나던 그 부자집 딸이야?" 브라이언이 물었다. "바로 그 아가씨야." 숀 이 말했다. "내가 여 기 도착한 날 나타나 날 깜짝 놀라게 했어 . "어쩌면 지금 당장 여기서 자 수를 하는 편이 최선일지도 몰라." 브라이 언이 말했다. "어쩌면 그 편이 재판관한테 좀 낫게 보 일지도 모르겠어. 생각해 3(14 볼수록 괜찮은 방법인 것 같은데. 자, 이리와 내가 헥터 살라자르 경위에게 인사를 시켜줄게.지금 이 현장을 총지휘하는 친군데, 괜 찮은 사람 같아 보이더라구 " "난 아무래도 좋아." 숀이 말했다. "하지만 하려면 빨리 하자구 미용체조를 하는 저 검은 전투복 SWAT 하나가 다리 근육이라도 uHl어 날 과실 치사로 고소하기 전 에 말이야 " "넌 이 엄청난 소동에 대해 그럴 듯한 해명을 해 내야 할 거야 " 브라이언이 경고를 했다. "형도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거야." 숀이 말했다 "장 담할 수 있어 ." "얘기는 나한테 맡겨둬 ."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들은 함께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난 절대 방해할 생각이 없어 ." 숀이 말했다. "형은 말 하나는 정 말 기가 차 게 잘하잖아." 테이블로 다가가며 숀은 한옆으로 물러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스털링 롬바우어와 로버트 해리스를 쳐다보았다. 숀은 혹시라도 그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소동을 벌일까 두려워 몸을 돌려 옆으로 조심스레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대화에 몰두해 있어 그에 게 신경을 쓸 겨 를이 없었다. 헥터 살라자르의 커다란 몸통 뒤로 다가선 브라이언은 그 경관 의 주의를 끌기 위해 헛기침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헥터는 브라이언이 물러난 뒤 그 자리를 대신해 조지 로링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조지는 작전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헥터는 제발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그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경위 님 !" 브라이언이 소리를 질렀다. "제기랄!" 헥터가 고함을 내질렀다 "앤더슨. 민원실에 저 TV 헬리콥 터 얘.기를 했어? 또 다시 오고 있잖아!" 채널 4TV 헬기가 저공 비행으로 머리 위를 스쳐 주차장 상공을 맴돌자 사람들은 모두 대화를 멈추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손을 쳐 든 헥터는 카메라맨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뻗어 욕을 해 보였는데, 이것은 나중 그가 TV에서 거듭거듭 상영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후회를 해야만 했던 행동이었다. 헬리콥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브라이언은 마침내 헥 터의 주목 을 받아낼 수가 있었다. "경 위 님 !" 브라이언이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파 "제 동생 숀 머피를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 "또 무슨 동생이라구요!"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헥터가 탄성을 내질렀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거요? 무슨 가족 파티라도 벌이러 오셨소?" 이어 그는 은에 게 말을 건넸다. "저기 위 실험실에 있는 당신의 약간 돈 동생에게 영향을 좀 발 휘할 수 있을 것 같으시오? 우리 협상팀하고 대화를 시작하도1 해야 하거든요." "얘가 바로 손입니다 " 브라이언이 말했다. "얘가 저 위에 있던 녀석이에요. 방금 밖으로 내려온 거죠. 이 모든 소동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답니 다 " 헥터는 앞에 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 갑작스런 사태의 반전에 대해 이해를 해보려 고 안간힘을 썼다. 숀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헥터는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붙들 었지만 아직 도 얼이 빠져 모두지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치 무슨 칵테일 파티에서 인사를 나누 듯 부드럽게 악수를 나누 었다 "안녕하십니까!" 숀이 자신의 장기인 천진한 미소를 함빡 머금으 며 말했다. "이렇게 수고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 에 정말 큰일을 모면 했습니다. " 15 3월 8일 월요일, 오전 11시 15분 숀은 브라이언보다 먼저 데이드 카운티 재판소의 문을 나서 햇 빛과 신선한 공기를 받으며 브라이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숀은 전날 저녁 체포되어 조서를 쓴 뒤 유치장에서 밤을 보냈다. "의과 대학보다 더 끔찍하더군." 브라이언과 함께 햇살이 내리쬐 는 널찍한 fl단을 내려오며 숀이 감옥에서 지냈던 전날 밤을 빗대어 말했다. "만일 이번 일이 정 말 제대로 풀려나가지 않으면 넌 꼼짝없이 장 기 복역을 살아야 해 " 브라이언이 말했다. 숀은 걸음을 멈췄다.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그렇지?" 그가 실색을 하며.물었다. "이 포베스 센 터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는지 다 듣고서 도 그래?" "이제 이건 재판부에 달린 일이야.- 브라이언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일단 배심원들한테로 넘어가면 도무지 어떻게 될지 종잡을 수 가 없어. 아까 저 안에서 너한테 기소사 실 인정 여부를 묻는 s)사 말 들었잖아. 네가 자수를 했고 그 니트로글리세린이 진짜가 아니 었는 데도 전혀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어 . 네 인질들이 그게 니트 로글리세린으로 생각을 했다면 실제로 그 물질이 무엇이었던지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넌 내가 그렇게 수고를 해 네 소년범 기록을 말소해버렸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돼 만일 그ff 게,하지 않았더라면 넌 보석 으로 이렇게 풀려날 수가 없었을 거 이. "형은 케빈 포터를 시켜 판사에게 정상 참작을 해야 할 A)화이 있었다는 말을 하도록 했어야 했어." 숀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인정 심문은 재판이 아니 야." 브라이언이 설명을 했다 "내가 벌써 얘기를 해주었잖아. 이건 피고에게 기소권 죄목들을 들 려주고 탄원을 접수토록 하는 시간일 뿐이야. 게다가 케빈은 보 "그건 또 별개의 문제야 " 숀이 말했다. "50만 달러짜리 호석금이라니! 맙소사! 그사람이 그보다 더 잘 할 수가 없었단 말이야? 덕분에 이제 우리는 옹코진 창업 자금 일 부를 잡혀버 렸다구 " "어쨌든 보석으로 풀려난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 이 이야긴 이제 그만 하자 " 브라이언이 말했다 "자, 그럼 네가 기소된 죄목들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음모죄, 중절도, 강도. 무기 소지 가택 침입, 폭행, 무기 소지 폭행, 공갈 감금, 유괴 , 신체 상해, 그리고 시체 유린. 맙 소사, 숀 도대체 강간 이랑 살인은 왜 uㅂ』놓은 거지 ." "데이드 카운터 지방 검사는 어때?" 숀 이 물었나. "여기선 사람들이 그 친구를 주 검사라고 불러 ." 브라이언이 말했다 "어젯밤 그 친구 와 함께 지방 검사를 만나보았어 . 네가 감방에서 태평스럽게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난 엉덩이가 닳도록 일을 하고 있 었다구." "그 사람들은 뭐래?" "물론 둘 다 흥미를 보이기는 했어 ." 브라이 언이 말했다. "하지만 정황적인 출장 기록과 병원 차트들의 복사본 이외에는 이렇다 하게 제시 할 증거가 없어 언급을 회피하더군" "헬렌 캐벗의 뇌는?" 숀이 물었다. "그게 바로 증거라구." " 그건 아직 증거가 되지를 않아." 브라이언이 말했다. "네가 시 행을 해보았다는 실험들이 아직 재연되 지를 않았거든‥‥ 그럼 그 뇌는 어디 있지f" 은이 물었다 "경찰이 압수해 갔어 ." 브라이언이 말했나 "하지만 그건 지금 데이트 카운터 검시관 이 보관을 하고 011 기 억 해둬 , 그건 장물이야. 그래서 지금 그것을 증거로 채07하~ 데 주가적 인 곤란이 있어." "난 정말 법률가들이 지긋지긋해.∼ 숀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넌 이 일이 끝날 때쯤 해서는 더욱더 법조f7에 있 근 사람늘뜰 미워하게 될 것 같아 " 브라이언이 말했다. "아침 에 들은 바에 의하면 포베스 센터가 너의 그 무책of하고 - 상 모략적인 발언에 대해 고소를 하기 위해 미국에서 제일 Afa적 이고 유능한 변호사 한 명을 고용한 것에 덧붙여 마이애미 최대의 법 률 사무소를 원군으로 동원시 켰어. 게다가 전국 도처에서 ~lal 자들이 네 주장에 분노를 한 나머 지 포베스 센터가 법적인 대-B__B_ 하도록 돈을 보내주고 있어. 형사 고발에 덧붙여 넌 엄청나 수의 민사 소송에까지 휘말리게 될 거야." "재계의 실력자들이 포베스를 지원하고 나서는 건 이미 예AL.a. 하고 있었던 일이니 전혀 놀랄 게 없어.- 숀이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사람들은 포베스 가 자신들에게 해푸었더 그 화 성적인 치료가 포베스 센터 자신이 고의로 그들에게 유발시켰던 뇌종양 치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을 바꿔 먹게 될 거야. -그 말이 맞아야지 안 그러면 분명 큰코 다치게 될 거야 브라이언이 말했다. "내 말은 사실이야." 숀이 말했다. ·내가 조사해 본 그 종양세포는 네 종류의 바이러스성 발암유전 자를 가지고 있었어 자연 발생적인 종양에서는 한 가지만 찾아낸 다 해도 놀랄 만한 일일 거야." -하지만 그건 서른 여덟 증례 중에 오직 한 환 자의 종양에서였잖 브라이언이 말했다 "걱 정 마. 숀이 말했다. "내 생각은 틀림이 없어 ." -하지만 벌써 다른 증거 들에는 반발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 어 ."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쪽 변호사들을 통해서 포베 스측은, 후에 포베스에 입원하게 된 환자들이 일렉티브 수술을 받은 그 날짜에 닥터 테보라 레비 가 해당 도시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순전히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 ." "오, 물 론 그렇겠지 ." 숀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해 브라이 언이 말했다. 312 "우선 그녀의 출장 기록이 환자 모두와 맞아 떨어지지는 않아." "그건 다른 사람이 갔기 때문이 야." 숀이 말했다. "마가렛 리치몬드 같은 사람이 말이야. 형은 고 사람들 모두의 출장 기록을 요 구해야 돼 ." "그것뿐이 아니야." 브라이언이 말했다. "포베스측은 닥터 데보라 레비가 미국 병리 학회의 현장 검열관 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 . 나도 벌써 확인을 해보았지만 그건 사실 이야. 그 녀는 병원들이 인가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임상 검사실에 대한 검열을 하기 위해 왕왕 전국 도처를 돌아 다녀 나는 벌써 병원들 몇 군데를 확인해 보았어.지금까지의 결과 로 보아서는 닥터 레비가실제로 그 특정 날짜에 검 사실들을 점검 한 것으로 되어 있어 " "그럼 사회보장번호들을 색출하며 밤바다 운용되던 그 프로그램 은?" 숀이 말했다. "그것 역시 왜나 심 각한 범죄행위야." "포베스측은 벌써 딱 잘라 그것을 부인하고 나섰어 .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 들은 자신들이 보험 회사들과 정기적으로 교통을 하기는 하 지만 그것은 순전히 진료비 청구 때 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들 은 자신들이 절대 일렉티브 수술의 사전 인가 파일 따위에는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설상가상으로 모든 보험 회사들이 자신들의 파일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오리 발을 내밀고 있다는 거야. "물론 보험 회사측에서는 그렇게 말을 하겠지 ." 숀이 말했다 "자기들 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잔뜩 겁을 집어먹고 덜덜 떨고 있을 테니 말이야. 하지만 포베스 센터 의 그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건 나와 자넷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그건 증명하기가 정말 어 려운 사항이야. 브라이 언이 말했다 "그럴려면 그 프로그램 자체가 필요한데 그 사람들이 우리한 테 순순히 넘겨줄 리가 없잖아.' "어쨌든, 제기랄! 숀이 중얼거렸다 "이제 이건 모두 이 과학적인 지식을 우리가 배심원들에게 어떻 게 이해를 시켜 믿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어 " 브라이 인이 말 했다. "하지만 나 자신도 이걸 확실히 알고 있는지 장담을」할 수가 없 어 . 워낙 심오한 이야기 가 돼 놔서 . "자넷은 어디 있어7" 숀이 물었다 그들은 다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차 안에 있어 "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녀의 인정 심문은 훨씬 더 일찍 간단하게 끝이 났지만 빨리 재판 소를 벗어나고 싶어하더군. 그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녀는 이 일로 몹시 불안해 하고 있어. 너처럼 이런 곤경에 처하는 데 익숙 해져 있지를 않을 테니까 말이야 ' 314 "정말 대단한 농담이야. 아주 웃겨 ." 숀이 말했다. "자넷도 기소를 당했단 말이야?" "물론 기소 를 당했지 ." 브라이언이 말했다 "이쪽 사람들이 모두 멍청이인 것 같아? 그녀는 흥기 소지 폭행 과 납치 이외의 모든 죄목에 공범이었어. 다행스럽게도 재판관은 그녀의 가장 큰 과오가 너를 사 귄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 그는 그녀를 보석금도 부과시키지 않고 서약서 한 장만으로 방면을 시 켰어 ." 브라이언이 빌린 차에 가까워 지자 숀은 앞자리에 앉은 자넷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 다. 그녀는 머리 받침대에 머리를 기댄 채 잠 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숀이 차 옆으로 다 가가자 그녀가 번쩍 눈을 떴다. 숀의 모습에 그녀는 허등지등 차를 뛰쳐나와 그의 품으로 뛰어들 었다 숀은 옆에 서 있는 형 때문에 조금 수줍어하면서도 그녀를 힘껏 껴안아 주었다. "괜찮아요 7" 자넷이 팔로 숀의 목을 두른 채 머리를 뒤로 제치며 물었다 "난 괜찮아, 당신은?" "감옥에 들 어가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녀가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처음엔 좀 히스 테리컬해졌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 님이 잘 아는 변호사를 데리고 오셔서 쉽게 인정 심문을 마칠 수가 있었어요 " "부모님은 지금 어디 계셔?" 숀이 물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셨어요." 자넷이 말했다.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화가 잔뜩 나셔서 말이에요." "상상이 가는군 그래." 숀이 말했다 브라이언 은 시계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거기 두 사람, 내 말 좀 들어봐." 그가 말했다. "닥터 메이슨이 정오에 포베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 야. 내 생각엔 우리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 는 그때까지도 계 속 이 재판소에 붙들려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시간을 맞출 수 있겠 어 . 그쪽 의견들은 어때?" "우리가 가볼 이유가 뭐가 있어?" 숀이 물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이 일이 몹 시 걱정이 돼." 브라이언이 말했다. "이 마이애미에서 과연 공평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가 걱 정이 야. 난 이 기자회견이 포베스측이 바라는 대로 대중 홍보면에서 대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 을 바라지 않아. 난 네가 거기에 모습을 비 추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기교적인 웅변을 한풀 꺾을 수 있을 것으 로 생각해. 게다가 거기 가면 네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정말 진지 한 태도를 보이 는 책임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도 도 움이 될 거야." 315 숀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 그가 말했다. "사실은 나도 닥터 메이슨 이 무슨 말을 지껄일지 궁금하기도 5ㅁ ." "저도 괜찮아요." 자넷이 말했다. 교통 체증 때문에 데 이드 카운티 재판소에서 포베스 센터까지 가는 데는 브라이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 이 걸렸지 만 그들은 기자회견 시간에 맞추어 마침내 포베스 센터의 주차장 에 도착할 수가 있었 다 기자회견장이 병원 강당으로 잡혀 있었기 에 병원 건물 근처의 주차장은 완전 만원이었다. TV중계차들 몇 대는 병원 현관 근처의 소방 도로까지 점거를 하고 서 있었다 브 라이언은 빙빙 돌아 연구소 건물 옆까지 가서야 간신히 차를 세을 빈 공간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건물을 돌아 병원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브라이언은 이 사건이 얼마만큼 언론 매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경고를 해두겠지만, 이건 보통 '뜨거운' 사건이 아니야. 이건 정 말 법 정 안에서는 물론이고 밖에서 언론 매체들도 안에서만큼이나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그런 종류의 사건이야. 더군다나 여기는 포 베스측의 홈 그 라운드야. 네가 냉대 이하의 대접을 받게 된다 해 도 놀라지 않기를 바래 " 병원 앞에는 한 테의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상 당수는 기자들이었는데 불행히도 몇몇이 숀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숀의 면전에 마이크를 들이대려고 서로 몸싸움을 벌이며 그를 둘러 에워싸고는 제각기 동 시에 날카로운 질문들을 퍼부어댔 다. 카메라의 플래시들이 어지럽게 터지기 시작하며 일대가 TV 카메라의 강력한 조명으로 환히 밝아졌다. 숀, 브라이언과 자넷 일 행이 어렵게 1층에 도착할 때쯤 되자 숀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 어 있었다 브라이언은 그가사진 기자들 몇 명에게 주먹을 휘두르 려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고생 끝에 안으로 들어갔지만 안쪽도 바깥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숀이 모습을 나타냈다는 소식은 물결처럼 신속하게 많은 청중들 사이로 번져나갔다 일행이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배석을 한 포베 스 의료진들의 야유가 합창이 되어 울 려 퍼졌다. "형이 아까 냉대라고 한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아." 숀이 자리를 찾아 착석하며 말했 다. "정 말 적지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주는데." "이런 게 린치를 가하는 군중들의 심 리야." 브라이언이 말했다. "하지만 이건 네가 어떤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지 깨닫게 해줄 거야. 그때, 닥터 랜돌프 메이슨이 자그마한 무대 옆에서 모습을 나타 내자 손에게로 쏟아지던 야 유와 조롱이 갑작스레 뚝 그치며 경의 에 가득한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는 결연한 걸음걸이 로 연단 으로 걸어가 들고 있던 큼지막한 마닐라 봉투를 연단 위에 내려놓 았다. 연단의 양모서 리를 붙든 그는 머리를 약간뒤로 제치며 운집 한 청중들을 죽 둘러보았다. 고전적인 은발을 말쑥 하게 빗어넘긴 그의 모습과 점잖은 태도는 흠잡을 데 하나 없이 전문가다워 보였 318 다 그는 짙은 색 정장에 횐 셔츠와 차분한 색의 넥타이를 하고 있 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옷 차림에 화려한 색깔을 띤 것이라고 는 윗주머니에 꽃은 연한 자주빛 실크 폴라드 손수건뿐이었 다. "꼭 모든사람들이 상상 속에 그리는 낭만적인 의사처럼 생겼군 자넷이 속삭였다. "TV에 나오는 그런 사람처 럼 말이에요." 브라이 언은 고개를 끄덕 였다 "저 런 부류의 사람들은 배심원들에게 신뢰감을 느끼게 하지. 이 건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 아." 닥터 메이슨은 헛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은 뒤 말을 하기 시작 했다. 그의 낭랑한 목소리는 자그마한 강당 뒷부분까지 또렷이 을 려퍼졌다. 그는 청중들 모두에게 이렇게 와 준 것과 최근의 고소 사건에 직면한 포베스 센터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명 예 훼손으로 숀 머피 씨를 제소하실 생각이십니까7" 두번째 줄에서 기자 한사람이 소리쳐 물었 다. 하지만 낙터 메이 슨은 대답할 필요조차 없었다 강당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그 기자 의 무례 함에 대해 야유를 보내며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의 뜻을 알아차린 기자는 쑥스러운 표정으 로 사과를 했다 닥터 메이슨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연단 위에 놓인 마닐라 봉투 의 위치를 조정 했나 "지금은 병원들이나 연구기관, 그리고 특히 환자 진료와 연구의 양대 과제를 짊어진 저희 같은 특수 병원들에게는 유달리도 어려 운 시기입니다. 질병의 진단과 표준적인 치료에 의거해서 의료 수 가를 산정하는 현 수가 체제는 우리 포베스처럼 치료가 종종 실헐 적인 제안을 따라 시행되는 곳 에서는 거의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 지 못합니다 이런 종류의 치료는 집중적이기 때문에 훨씬 비 용이 많이 듭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치료에 대해 어디서 그 진료비 가 들어와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혹자들은 이 치료가 연구 과정 의 한 부분인 관계로 연구 기금에서 재정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 장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연구에 대한 공공 기금 은 나날이 줄어들어 우리들에게 산업체들이나, 심지어 외국 기업 들에게까지 다른 자금원을 모색해 손을 벌리도록 만 들어버렸습니 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원들도, 특히 지구촌 경제가 침체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 는 지금에 와서는 상당한 제한을 받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개인의 자선 헌 금이라는 방법으 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 "정 말 기 가 막히는군." 숀이 자 그마한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무슨 자선 모금 연설회에나 나온 것처 럼 이야기를 하잖아?" 그 말에 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불쾌한 표정으로 숀을 노려보았 다. "저는 제 일생을 고통받는 사 람을 돕는 것에 헌신해왔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을 이었다. "인술과 암에 대한 투쟁은 제가 처음 의과 대학에 발을 들여놓았 을 때부터 거의 인생 전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인류의 복 지를 제 인생의 동기요, 목표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 "이젠 꼭 무슨 정치가처 럼 이야기를 하는군." 숀이 중얼거렸다 320 1 .◎◎틴. "도대체 언제나 가야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거야7" "조용히 콤 해주시오!" 숀 뒤쪽에 있던 사람 하 나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제가 처음 이 포베스 센터의 원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 닥터 메 이슨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이 시설이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 니다. 이 시설을 다시금 탄탄한 재정 기반 위에 올려놓는 것은 인 류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려던 제 열망과도 합치하는 목표였습니 다. 저는 이 과업에 제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일했습니다. 만일 제가 그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것은 이타적인 동기가 부 족해서가 아닙니다. " 잠 시 말을 멈춘 닥터 메이슨이 어색한 손놀림으로 마닐라 봉투 를 봉했던 끈을 돌려 풀기 시작하자 군데군데에서 산발적인 박수 갈채가 터 져나왔다. "이 건 정 말 시 간 낭비 야." 숀이 속삭였다 "이제 막 말을 시작한 것에 불과해 브라이언이 나지막한 소리로 숀을 타일첬다 "목소리를 좀 낮 춰. 이제 곧 기자회견이 본론으로 들어가게 될 거 야." "이 시점에서 저는 여러분들께 작별을 고 하고 싶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이 어려운 시점에서 끝까지 제게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 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사표나 내겠다고 이 따위 시시한 장광설을 늘 어놓은 거야7" 숀이 큰소리로 물었다. 그는 혐오감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숀의 질문에 응대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닥 터 메이슨이 봉투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니켈 도금이 된 357매그 넘 리볼버를 끄집어내자 공포에 질린 숨 넘어가는 소리가 물결처 럼 청중들 사이로 번져나갔다. 연단 제일 가까운 곳에 앉았던 사람들이 도망을 쳐야 할지 아니 면 닥터 메이슨에게로 팔려들어 말려야 할지 갈팡질팡 좌석에서 몸을 일으키자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고조되며 강당을 뒤은 들었다. ·.여러분들을 놀라게 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 닥터 메이슨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 o터 메이슨이 무엇인가 말을 더 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자명했 지만 앞줄에 앉았던 기자 두 명은 벌써 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 고 of었다. 닥터 메이슨은 그들에 게 가까이 오지 말라 고 손짓을 했 지만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이 걸음을 옮겨댔다. 닥터 메이슨은 여다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막다른 구석으로 몰린 사슴 처럼 몹시 당황해 보였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 나 없이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다음 순간. 단터 메이슨은 총구를 입에 넣어 방아쇠를 당겼다 입 천장을 꿰뚫은 총알은 그의 소뇌와 뇌간의 일부를 곤죽으로 만 I_고 후두부 두개골에 직경 5센티 의 커다란 구멍을 뚫은 다음 나 무로 된 커튼 박스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총격의 반동으로 닥터 메 이슨은 뒤로 넘어졌고 권총은 관중석을 향해 앞으로 튀어나갔다. 바닥을 때린 권총은 그때까 지도 좌석을 지키던 한때의 사람들= 화들짝 놀라게 하며 첫번째 줄 의자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몇몇은 비명을 질렀고. 몇몇은 울 음을 터뜨렸지만 대다수는 순 간적으로 울컥 토할 듯한 메스꺼움에 몸을 떨었다 숀과 자넷, 브 라이언은 총성이 울리는 순간 끔찍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시 눈을 들자 강당 안은 아수 라장이 되어 있었다.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는 의사나 간호 사들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만 하고 있었다. 구두 끝이 ㅂㅂ1죽이 천정 을 가리키는 닥터 메이슨의 길게 누운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연단 뒤의 벽은 누가 잘 익은 레 드 베리를 집 어던진 듯 붉은 얼굴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었다 숀은 입이 바짝 말라왔다. 어찌나 심히 말라붙었는지 침도 제대 ' 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자넷의 눈에는 몇 방을 눈물이 솟아나왔 다. 브라이언이 중얼거렸다 "마리아님 , 천상의 어 머 니 시 여 1" 청중들은 모두가 심한 충격을 입어 힘이 다 빠진 모양이었다. 강 당에는 말소리조차 거의 들리지를 않았다. 스털링 롬바우어를 포 함 몇몇 담대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 닥터 메이슨의 시신을 살피러 올라갔을 뿐, 잠시 동안 모 든 사람들은 앉아 있던 좌석에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를 못했다 허겁지겁 자리에서 몸을 일으 켜 출구 쪽 으로 달려나가는 여자 하나가 단 한 명의 예외였다. 그녀가 다급하 게 어안이벙벙한 사람들을 밀치며 달려나가는 모습이 숀의 눈을 스쳤다. 그는 즉시 그녀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 닥터 레비 야." 숀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누군가가 저 여자를 붙들어야 해. 아마 외국으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브라이언은 숀 의 팔을 움켜쥐며 그를 제지했다. "지금은 네가 용사인 척 나설 때가 아니야. 그녀를 보내줘." 숀 은 분을 억누르며 그녀가 출구에 도착해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브라이언을 내려다보았다 "이 제 슬슬 사건이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글쎄 ." 브라이언이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을 했다. 변호사로서 그의 심 정은 이 충격적인 사건이 대중들에게 불러일으킬 동정 심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강당을 메우던 청중들이 샐물처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 자 ." 브라이언이 말했다 "우리도 가자 " 브라이언과 자넷, 그리고 숀은 침묵 속에서 발을 끌며 강당을 나 서 병원 입구에 모여 있던 풀 죽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브라 이언의 차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방금 목격했던 끔찍한 비극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썼나.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손이었다 "정말 째나 극적인 작별 인사였어 ." 그가 말했다. "그 양반, 적어도 명사수라는 칭찬은 받을 수가 있을 거야." "숀, 제발 그렇게 경망 스럽 게 굴지 마." 브라이언이 말했다. "난 그런 끔찍한 농담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아." "제가 할 말을 대신해주셔서 정 말 고마워요." 자넷이 브라이 언에 게 말했다 이어 그녀는 숀에 게 말했다. "사람이 죽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 에까지 농지거리를 할 수가 있 " 어요?" "헬렌 캐 벗도 쿡었어 ." 숀이 말했다. "그녀의 죽음이 난 훨씬 더 가슴이 아파." "넌 두 사람의 죽음 모두에 가슴 아파해야 해." 브라이언이 말했다. " 어찌되었건, 닥터 메이슨의 자살은 네가 야기한 포베스 센터에 대한 오만가지 악령이 원인이 되 었어 . 그 사람이 우울해 했을 만도 해. 그의 자살은 반드시 죄를 시인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가 없는 거 야." "잠간만 기다려봐." 숀이 일행의 발길을 멈춰 세우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방금 목 격했던 사건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수아세 포종 건에 대해 말했던 것에 대해 아직도 의심을 하고 있다는 거 야7" "난 변호사야 " 브라이언이 말했다. ' "나는 이렇게 특정한 방법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어 . 지 금 피고측에서 어떻게 나올까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잠간만 그 변호사 라는 사실을 잊어똬 " 숀이 말했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어7" "좋아." 브라이언이 말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 면 그건 정말 끔찍한 범죄 행위였어 .' 326 에필로그 5월 21일 금요일, 오후 1시 50분 델타 항공사의 커다란 제트기는 동체를 기울여 회전을 한 다음 로건 공항을 향해 항도의 마지막 부분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 했다. 서북쪽을 향해 착륙을 하고 있었기에 창가에 앉은숀은 비 행 기 왼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보스턴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가 있었 다. 브라이언은 바로 옆자 리에 앉아 있었지만 창밖의 광경에는 관 심 이 없는 듯 계속 법률 저 널에 만 코를 박고 있었다. 그들은 콜럼 버스 포인트에 있는 케네디 도서관과 이어 해변에 3층짜리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늘 어서 있는 보스턴 남단 상공을 스쳐 지나갔다. 이어 보스턴 내항과 함께 보스턴 중심가 스카이 라인의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착륙하기 직전 숀은 벙커 힐 첨탑이 오후 하늘 높 이 치솟은 찰스 타운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볼 수가 있었다. 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것 이다. 둘 모두 여행 가방 같은 것은 가지고 오지도 않았기에 비행기를 내리자 그들은 곧장 택시 정류장 으로 가서 택시를 잡아탔다. 그들 은 브라이언의 사무실로 향했다. 숀은 택시 운전사에게 잠깐 기 다 려 날라고 부탁을 한 뒤 브라이언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그날 아침 마이애미를 떠난 이후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었는데 그 것은 그들이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었고, 또 지난 사흘 동안 너무 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들은 숀이 플 로리다 주 대 배심 에서 플로리다 주 정부 대 포베스 암센터의 소송 사건에 대해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마이애미까지 동행을 했던 것이 었다. 숀은 형을 쳐다보았다 자신들 간의 엄청난 차이와 갖은 말다툼 에도 불 구, 그는 브라이언에 대해 노도처럼 밀어닥치는 애정을 느 꼈다 그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브라 이언은 숀의 손을 굳게 움 켜쥐고 악수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흡족하지가 않았다. 숀 운 브라이언의 손을 놓고 달려들어 오랫동안 한참 포옹을 했다. 포 옹이 끝나자 둘은 잠시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은 거의 이런 식의 몸을 이용한 애정 표현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어깨 를 툭 치거나 퐁을 두드리는 것 이상은 서로를 만지는 일이 거의 없었 다. "정말 형이 수고해준 것에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 르겠어 " 숀이 말했다 "그건 네가 미래 포베스의 환 자가 되어버릴 뻔했던 수많은 사람 들을 위해 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아니야." 브라이언이 말했 다. "하지만 형의 법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오늘 이 시간까지도 포 베스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을 거 야." "아직 성급하게 생각하기는 일러 ." 브라이언이 주의를 주며 말했다. "이건 단지 첫 걸음에 불과해 ." "좋아, 어쨌든." 숀이 말했다 "이젠 다시 옹코진에 우리 전력을 경주하자구 포베스문제 는 플 로리다 주 검찰과 연방 지방 검찰 손으로 넘어간 거야 형애 보기 엔 어느 쪽이 기소를 맡 을 것 같아?" "아마 합동으로 하게 필 거야 " 브라이언이 말했다. "저렇게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으니 둘 파 이 사건이 상당한 정치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거든.- 숀은 고 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 계속 연락을 할게." 그가 다시 택시 안으로 기어들며 말했다 숀이 마악 문을 닫으려는 순간 브라이언은 손을 뻗어 문짝을 왔 들었다. "나도 이렇게 잔소리나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 브라이 언이 말했다. "하지만 네 형으로서 충고를 좀 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 이 들 어. 네가 만일 레 성격의 뻔뻔스럽고 몰염치한 부분만좀 고친다면 넌 만사를 훨씬 더 쉽고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거야. 난 큰 변화 를 바라는 게 아니야. 네 그 거친 뒷골목 때만 좀 벗 으라는 말이야 넌 너무 과거의 방식에만 집착을 하고 있어." "오. 또 무슨 소리야." 본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투덜 거렸다. "제발 기분 좀 풀라구, 브라이언. "이 건 농담이 아니 야. 브라이 인이 말했다 "넌 너보 다 똘똘하지 못한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잖아 거 긴 불행 하게도 우리 거의 대부분도 포함이 되지 만." "그건 듣던 중 제일 애매하기 그지 없는 칭찬인데. 숀이 말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그 건 칭찬의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브라이언이 말했다 "넌 정말 우둔한 천재 같아 어떤 면에선 총기가 넘치지만 사교 술 같은 다른 면에선 정말 지진아에 가까워 .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 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도무지 관심이 없 는 건지 ‥‥‥‥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똑같아." "형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잘 생각을 해봐, 동생 ."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는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숀의 어깨를 한 번 쿡 찔렀다. 숀은 택시 운전사에게 보스턴 메모리얼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의 세 시가 다 되었기 에 숀은 근무 시간이 끝나기 전 자넷에게 도착할 수 있기를 가슴 졸여 바라고 있었다 의자에 편 안히 기대앉은 숀은 브라이언이 한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았 330 다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형 브라이언은 정말 좋아할 만한 사람이기는 했지만 가끔씩은 끔 찍할 정도로 성가시게 굴기도 했 다 병원에 도착하자 숀은 곧장 자넷of 근무하는 병동으로 올라 갔 다. 간호사실에서 일정표를 본 숀은 그녀가 503호실에서 머빈 부 인에게 투약을 하고 있는 중 임을 알 수 있었다. 숀은 병실을 향해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그는 자넷에게 이 좋은 소식을 전해 주고 싶 어 좀이 쑤셔왔다 그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마침 머빈 부인의 정 맥주사에 항생제를 주 입하고 있었다. "어 , 안녕하세요, 나그네 양반." 숀의 모습에 자넷이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몹시 바빴지만그의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그가 하버드 의과 대학생이 라고 말하며 머 빈 부인에 게 숀을 소개시켰다 "난 댁 같은 젊은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머빈 부인이 말했다 그녀는 백발에 분홍빛이 감도는 볼과 반짝 이는 눈을 가진 나이가 지긋한 여 인이었다 "언제든 놀러와도 돼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자넷은 숀에 게 윙크를 해보였다. "머빈 부인이 벌써 병 세가 좋아지시는 모양이에요." "정 말 그런 것 같아 보이는데." 숀이 동의를 했다. 자넷은 카드에 투약 사실을 기록한 다음 주머니 안으로 밀어넣 었다. 투약 쟁반을 집어든 자넷은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종을 울리라고 말하며 머빈 부인에 게 상냥하게 작별을 고했다. 복도로 나선 숀은 자넷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거의 달음질을 쳐 야 했다 "난 당신과 이야기를 하 고 싶어 미치 겠어 ." 숀이 옆에 바짝 붙어 따라가며 입을 열었다 "혹시 , 당신이 모를까봐 하는 말이야." "저도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만 전 지금 정말 너무너무 바빠요 이제 곧 인계 시간인데 그 전에 이 투약을 마쳐야 하거든요." "대배 심에서 포베스에 대한 기 소가 선 고됐어 ." 숀이 말했다 자넷은 걸음을 멈추고 숀에 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잘됐군 요." 그녀가 말했다.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예요 전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당신 은 뿌듯하시 죠?" "브라이언 말대로, 중대한 첫걸음을 뗀 거야 숀이 말했다 "기소된 사람 중에는 닥터 레비도 포함되어 있어 메이슨의 고별 기자회견 이후로 아무도 그녀를 보거나 소식을 들은 사람이 없기 는 하지만 말이야. 그녀가 도대체 어디로 종적을 감추었는지 는 깜 깜 오리무중이야. 간호부장 마 가린 기치몬드와 두 명의 잉상 의사 들도 기소에 포함되었지 " "하지만 전 아직도 실감이 나지를 않아요." 자넷이 말했다 332 "포베스 센터에서 치료를 맡았던 수아세포종 환자들이 얼마나 고마워 했었는지를 알면 좀 달라질 걸." 숀이 말했다.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끝장내기 전까지 환자들은 상한선이 없는 자선 헌금의 형태로 포베스 센터에 총 6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희 사했었다구." "병원은 어 떻 게 되 었어요? 자넷이 힐끗 시 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병원은 법정 관리로 넘어갔어 " 숀이 말했다. "연구 소는 완전히 문을 닫았구. 혹시 흥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 로 그들의 잔죄에 놀아난 것 같더군. 그들 역시 그것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 . 일이 커 지 자 그 사람들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 투자한 돈이고 뭐고 몽땅 포 기를 하고 줄행랑을 쳐버렸어 ." "병원 일이 유감이 에요." 자넷이 말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훌릉한 병원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일이 잘 풀려 주었으면 좋겠어요 "소식이 또 하나 있어 ." 숀이 말했다 "해변에서 우 리를 덮쳐 놀래켜 반은 죽도록 만들었던 그 미친 놈 알지? 톰 위디콤이라는 녀석인데, 정말 완전 히 돈 놈이었어. 집 냉 동고 안에 죽은 어머니를 넣어두고 있었다고 하더군. 죽은 어머니 가 진전 된 유방암 환자 모두를 안락사시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 어머니가 같은 병을 앓고 있었거 "맙소사!" 자넷이 말했다. "그럼 그게 글로리아 다마타글리오에게 일어났던 일이로군요." "지금 보아서는 그랬던 것 같아." 숀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겠지 " "그 톰 위디콤이란 사람이 기억이 나요." 자넷이 말했다 '그 사람은 마조리를 몹시도 성가시게 했던 청소원이었어 요." "글쎄, 내가 보기엔 당신이 그 친구를 성가시게 했던 것 같은 숀이 말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 친구늘 당신이 그 일을 방해하기 위해 파견되어 나온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야 경찰측은 그 녀석이 포베스 사옥 욕실에서 당신을 덮쳤던 범인으 로 추정하고 있어. 그 녀석이 우리 뒤를 따라 마이애미 종합병원 시체실에 들어왔 던 사람임은 의심할 나위도 없고 말이야 " "하나님 맙소사1" 자넷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정신병자 가 자신을 노리고 따라다녔 다는사실은 생각만해도 정말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플로 리다까 지 따라갔던 일이 처음 그녀가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기대했었던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 었는지를 다시 한번 극명히 상기시켜주었다 334 "톰 위 디콤은 재판정에 서 게 될 거 야." 숀이 말을 이 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정신 이상이라 는 걸로 탄원을 하고 있지. 냉 동고 안에 들어 앉아 있던 그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모시면 승소에 는 아마 문제가 없을 거야 " 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병원이 법정 관리로 넘어간 건 순전 히 그 친구 때문이었어. 좀 의심스러운 상황하에서 사망한 유방암 환자들의 가족 모두가 병원 측 을 제소하고 있어 " "그럼 수아세포종 환자들은 아무도 고소를 안 했단 말이에요7" 자넷이 물었 다 "병 원에 대해서는 아냐." 숀이 말했다. "병원이랑 연구소는 각각 별개의 문제거든 수아세포 종 환자들 은 연구소측을 제소해야 돼. 어쨌든, 병원 쪽에서는 병을 고쳐주었 으니 해를 끼친 것 은 없거든 " "헬렌 캐벗만 wHf고 말이에요." 자넷이 말했다. "그건 그래." 숀이 동의를 표했다 다시 시계를 내려다본 자넷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이젠 정말 더이상 짬을 낼 수가 없어요." 자넷이 말했다. "숀, 전 가봐야 해요. 저녁이나 먹으며 이따 밤에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요7" "오늘 밤엔 안 돼 ." 숀이 말했나 "금요일 이 잘아 " "오, 물론 그렇겠j◎" 자넷이 쌀란맞게 쏘아 붙였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걸 깜빡하다니 나도 참 바보야. 그럼 좋아요. 시간이 나면 전 화해주세요." 말을 마친 자넷은 재빨리 걸음을 옮겨 복도를 내려가 기 시작했 다 그녀 뒤를 따라 몇 발짝옮긴 숀은그녀의 팔을 붙들어 멈춰 세 웠다. "기다려 1" 갑 작스레 말을 끊고 돌아서 버리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숀이 소리를 질렀다 "당신과 내가 기소되 었던 죄목들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을 팍 정 이 야?" "제가 흥미가 없다는 게 아니에요." 자넷이 말했다 "하지 만 당신은 정 말 시간을 잘 못 맞추었어요. 게다가 물론, 오 늘 저녁은 시 간이 없 다고 했잖아요." "그 얘기 는 잠깐이 면 돼 " 그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브라이언과 나는 어 제 저녁 내내 주 검찰이랑 타협을 하느라 진 땀을 흘렸어 . 결국 당신에 대한 기소는 모두 취하 를 하겠다는 약속 을 받아냈지.그리고,나에 대한 것들로 말하자면, 법정 증언을 하 336 는 대가를 소요와 고의적인 위해 두 가지 죄톡에 태해서만 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어 어떻게 생각해?" "아주 잘됐군요 " 자넷이 말했파. "이제 좀 보내주세요." 그녀는 팔을 빼내려 했 지만 숀은 영 놓아주려 들지를 않았다. "할 말이 더 있어 ." 숀이 말했다. "포베스 일이 끝난 뒤 로 쭉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말이지· 숀은 시선을 돌리며 불안한 듯 이쪽저쪽으로 발을 바꾸었 다 "글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플로리다로 날 따라왔을 때 우리들 관계에 대해 의논을 해보고 싶단 말을 했던 걸 기억해? 에‥‥‥‥ 글쎄 그 이야기를 좀 해보았으면 좋 겠어. 아직도 당신이 그때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말이야." 깜짝 놀란 자넷은 숀의 짙은 푸 른색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손을 뻗어 그의 턱을 움켜쥔 자 넷은 그의 머리를 다시 자신 쪽으로 돌려 얼굴을 마주보도록 만들었다. "이 횡설수설이 전부 우 리 결혼 얘기를 꺼내기 위해 뜸을 들인 거 예요?" "글쎄 , 뭐 그런 거지 ." 숀은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넷의 손을 빠져 나온 다음 쑥스러운 듯 복도를 위아래로 훌어보았다 그는 감히 눈 을 들어 그녀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는 말을 더 하려는 듯 손으 로 몇 번 시능 을 해 보였지만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전 당신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자넷이 양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말했다 "제가 그렇게 의논을 해보자고 졸라댈 땐 한사코 딴청만 피우더 니 이제 와선 이런 때 이런 장소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군_인 어쨌 든, 이 말만은 해드리 고 싶군요.숀 머피. 저는 당신이 당신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한 당신과의 관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영 자 신이 서지를 않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전 당신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 아요 플로리다에서 겪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당신 이 제가 원하는 그런 사람인지도 확실치가 않 구요. 이건 제가 당신 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저는 아직도 당신을사랑하 거든요. 이건 단지 제가 당신의 능력으로 가능한 관계만 가지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이에요." 숀은 몹시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잠시 동안 말도 한마디 나오지를 않았다 자넷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완전 뜻밖의 일침 이었다. "변화라니 , 무슨 말이지?" 그가 마침내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바꾸라는 거야?" "만일 당신이 정 말 몰라 굳이 내가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면 아마 소용이 없을 것 같군요. 물론 오늘 저녁엔 이야기를 해줄 수가 있 겠지만 당신이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면서 요?" "자꾸 그 일로 날 괴롭히지 마." 숀이 말했다 "이번 법정 일이니 뭐니 해서 친구들을 못 본 지가 벌써 몇 주나 됐단 말이야." "그건 정말 사실이 겠군요." 자넷 이 말했파 "그럼 가서 재미 있게 노세요." .1녀는 다시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몇 발짝을 떼 었을까, 그녀가 몸을 돌려 숀을 바라보았다. "플로리다 여 행으로 뜻밖의 일이 하 나 생겼어요." 그녀가 말했다 "전 진지하게 의과 대학에 진학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건 내 가 간호학에 흥ㅁ1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에요. 간호학이 얼마나 매력 있는 분야인지는 하나님만 이 아실 거에요. 하지만 당신이 제 게 가르쳐준 분자생물학에 관한 지식들과 그 학문에 의해 태 동하 는 의학 혁명에 대한 것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학문 적인 매력으로 절 사로잡 아 버렸어요. 저도 그 혁명의 일원으로 참 가하고 싶어요. 자주자주 연락을 취 하며 살아요, 숀 " 자넷이 계속 걸음을 옮기떠 덧붇있다 "그리고, 입 좀 다무세요." 숀은 너무 놀라 한마디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숀이 올드 스컬리스 주점의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간 것은 저 녁 여덟 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여러 주 동안이나 들를 수가 없었던 까닭에 그는 즐거운 기대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주 점은 친구들과 얼굴을 아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왁자지껄 즐겁 게 소 란스러웠다 손님들의 상당수는 문을 여는 다섯시 부터 들어 와 있었는지 인사 불성이 되어 있었 다. 마침 TV에서는 레드 삭스 팀의 경기가 방영중이었는데 숀이 화면을 쳐다보자 포수로부터의 사인을 기다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는 로저 클레멘 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TY아래 모여 앉은 한떼의 열성 팬들 의 입에서 몇 마디 격한 응원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만루였나. 문 바로 안쪽에 발을 멈춘 숀은 잠시 뜸을 들이며 주점 안을 죽 둘러보았다. 다트 판 앞에서 지미 오코너와 브래디 플래너간이 배 꼽이 빠져라 웃어대는 모습 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군가가 던진 화살 이 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화살은 벽 도 맞추 지를 못하고 멀리 창문 틀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들은 몹시 취 해 있음이 분명 했다 바에서는 가끔씩 술이 찰찰 넘치는 잔 너댓 개씩을 한손으로 옮 기며 끊임없치 맥주와 흑맥주로 잔을 채워대는 몰리와 피트의 모 습이 보였다. 카운터 위에는 점점이 아일랜드 위스키가 담긴 자 그 마한 술잔들이 놓여 있었다. 생맥주 사이사이에 마시는 이 한모금 씩으로 낮 동안의 문제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망각에 뚠히게 되는 것이었다. 숀은 카운터에 줄지어 앉은 사람들을 쳐다보 았다. 주로 핏지라 늪 애칭으로 불리는 패트릭 핏제랄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는 고등학교 시 절 제일 인기가 좋은 녀석 이었다. 숀은 9학년 때 핏 지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훔쳐갔던 일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 억할 수가 있었다. 숀이 애걸복걸한 끝에 간신히 파티에 파트너로 데려 갔던 메리 오히긴스가 중간에 사라져 프랭크 킬데어의 트럭 뒤칸에서 핏 지와 붙어 버린 것 이 었다 하지만 고교시절의 그 승리 이후로 핏지는 몸통과 얼굴에 상당 한 양의 군살이 붙어 이제는 얼갈이 찐빵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는 지금은 구 해군 기지의 관리 식원 중의 하나가 되어 쌍등 이를 낳은 뒤 1백 킬로그램이 넘는 뚱보가 되어버린 낸 쇼네시와 살고 있었 340 다 숀은 바를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그는 자신의 옛 세상으로 돌아 가고 싶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등을 두드리며 동생이 신부가 된 것을 놀려 대 주기를 바랬다 그는 자신의 미 래를 친구 들과 함께 동행하며 헤쳐나갈 끝없는 역 정으로 생각했던 그 시 절을 기 억해내 고 싶었다. 그 당시 모든 쾌락과 의미들은 나중까지도 끝없이 반복 해 회상할 수 있도록 친구들과 함께 공유를 하는 것들이었다 실제 로 겪었던 일들은 매번 되풀이 이야기가 될 때마다 필수적으로 동 반되는 미화 덕에 점점 더 재미 있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숀의 뒷덜미를 붙들었다 숀은 자 신이 국외 자라는 거의 비극적이기까지 한 불편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 었다 자신의 인생이 옛 친구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길을 가고 있 다는 생각이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다시금 폐부를 찔렀다. 그는 자 신의 옛 생활방식의 방관자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 었다. 그는 더 이상 이곳의 일원이 아니었다. 포베스에서의 일은 그 에게 찰스타운의 옛 친구들 이상의 더 광범 위한 사안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자꾸 등을 밀어 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모든 것들을 순 박함 이라는 허물로 받안들일 수가 없었다 모두 반쯤 혹은 그 이 상으로 취해버린 친구들의 모습은 손 으로 하여금 그들의 막다른 골목 같은 미래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회 적 , 또는 경 제적 인 것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유로 그들은 반 복적인 과거의 수렁에서 헤어나 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의 그늘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무에게도,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숀은 돌연히 몸을 돌 려 비틀비틀 올드 스컬리스 주점을 빠져나왔 다. 강력한 유혹의 목 소리가 다시 젊은날의 정다운 보금자리로 돌 아가자고 귓전을 울리 며 건드렸지만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숀은 결 심했다. 그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가 않았나. 그는 이제 과거가 아닌 미 래를 바라보며 살고 싶었나 현관을 울리는 노크 소리에 자릿은 발밭침에윽 발을 내리며 깊 숙한 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켰 다. 그녀는 의과 데학 구내 서점에 서 구입했던 '세포 분자 생물학'이라는 묵직한 책을 흘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문에 다다른 그녀는 감시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놀 랍게도 숀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 다 허등지등 헛손질을 한 끝에 자넷이 마침내 활짝 문 을 열었다. "방해가 되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 숀이 말했다 "어찌 된 일이에요7" 자넷이 물었다. "단골 술집에 불이라도 났어요7"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 숀이 말했다. "친구들이 하나도 얀 나왔나 보죠?" 자넷이 물었다 "그렇짙·.많아. 모두들 나와 있었어 ." 숀이 말했다. "들어가도 되 겠어?" "어머 . ㅁ1안해요." 342 ◎◎ ~◎ 닌 1. ◎) 1 자넷이 말했다 "어서 들어와요." 그녀는 한옆으로 길을 비켜주며 숀을 들여 보내고 문을 닫았다 " 깜박 정신을 파느라 예의를 잊었나 봐요. 당신 모습에 너무나 놀라서 말이에요. 무엇 좀 드릴까 요? 맥주? 포도주 한잔 하실래 _a.? " 숀은 고맙~7만 그만두겠노라고 사양을 했다. 그는 어색하게 소 파 한끝에 엉 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평소처럼 올드 스컬리스에 갔었는데‥‥‥‥ 그가 말 문을 열기 시 작했다. "오, 이제야 알겠군요." 자넷이 불쑥 적어들며 말했다 "맥주가 다 떨어졌군 요." "난 지광 진지하게 말하는 궁이야 " 숀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 자 릿이 말했다. "그냥 한번 비꼬아본 거 예요. 진짜는 어떻게 된 거죠7" "모두들 거기 있었어 ." 숀 이 말했다. "지미 오코너, 브래디 플래너간, 패트릭 핏제랄드까지 말이야 하지만 난 아무랑도 이 야기를 하지 않았어 그냥문간에만서 있다 왔어 ." "왜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내 자신을 과 거의 망령 속으로 밀어넣는 것임을 깨달았어 " 숀이 말했다 "갑자기 당신과 브라이언이 이야기하던 변화란 것이 머리를 스 치더군.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나도 변하고 싶어. 물론 가끔씩은 빗날 버릇이 나 타나는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난 평생 '뒷골목' 사람으로 있고 싶진 않아. 지금 내가 알고 싶은 건 당 신이 나를 조금이라도 도와줄 용의가 있는지 하는 것이야 " 자넷은 갑자기 솟아오르근 눈 물에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숀의 파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기꺼 이 도와드리고 말고요." 344 디 옮기고 나서 내가 처음 의학 미스테리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이후 우리 독 서계에는 몇 가지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책의 해를 맞아 대 중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것지 그 하나요, 언론 매체 들이 범사회적인 독서 분위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전에 없는 출판 물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생소한 장르로만 비쳐지던 의학 미스테 리물도 몇 번의 집중적인 언론 홍보와 함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 고, 다행히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책 』암센터3(원제, Terminal)은 로빈 쿡의 최신간으로 현 재 미국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장71간 머물러 있는 작품으 로, 미국의 대학 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스 탠포드 대학의 매점에는 아에 로빈 쿡 한사람 의 책만을 진열,판 매하는 창구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암센터B에서 로빈 쿡은 예의 그 풍 부한 전문지식을 활용, 암과 분자생물학의 최첨단 정보들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아울러, 현 재 미국과 국내 상황을 고려해볼 때, 상당한 반일 감정까지 가미해 우리를 더욱 흥미 있게 해주고 있음도 주목할 만한다 어떠한 출판물. 심지어는 번역소설일지 라 도 사상과 국적을 가지 게 마련이다. 나는 이 의학 소설들이 단순한 흥미나 의학 지식의 전파에 만 그치지 않고, 그러한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미국이나 일 본의 의학계, 산업계, 학계가 매진하 는 상황을 인식, 다시 한번 자 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계속 좋은 작품들을 맡겨주신 (열림원) 정중모 사장님과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편집부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옮긴이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