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황폐한 해변 늦가을의 폭풍이 창문을 뒤흔들고 있을 때, 나는 베이커가의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지난 주에는 홈스가 사건을 핑계로 내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주 외출햇기 때문에 나는 심한 소외감 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서 아주 반가웠는데 실망스럽게도 전보 배달 소년이었다. 붉은 색의 속달 전보는 홈스에게 온 것이었지만 나는 이미 허락을 받은 대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전보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본머스 해변에서 시체 발견. 사고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고 파도 때문에 증거도 모두 없어져버 렸음. 가능하면 빨리 와주기 바람. 그레고리." 나는 망설였다. 지금 홈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싿. 더욱이 그레고리 수사관은 시골 경찰이기는 하지만 경력이 차면 런던 경찰대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홈스도 인정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홈스의 도움 없이 나 혼자 사건을 수사해서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었 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의사인 내가 법의학적 증거를 수집해서 그에게 성명해주면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기차 시간표를 살펴보고 그레고리 수사관에게 5시 15분 기차에 마중을 나와달라고 답장을 써서 전보 대달 소년에게 주었다. 그리고 홈스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뒤쫓아와달라고 메모를 남긴 다음에 추위를 대비해서 두껑누 옷을 입고 빅토리아 역으로 출발했다. 역에 도착했을 때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홈스가 출발 직전에 기차를 타게 될 경우 를 생각하게 역의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제일 뒤칸의 객실에 자리를 잡았다. 역무원이 기차 출발 을 알리는 두 번째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 누군가 급하게 뛰어와서 내 옆의 출입문을 벌컥 열었 다. 그런데 급히 뛰어오른 사람은 홈스가 아니라 놀랍게도 거구의 챌린저 교수였다. 나를 발견한 그도 매우 놀란 모양인지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면서 말했다. "좋은 오후로군요, 박사. 휴가 가는 중인가요?" "그런 셈인데 교수님도 그렇습니까?" 경철에서 의뢰받은 사건은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한다고 홈스가 언제나 말했기 때문에 나는 약간 방어적인 자세로 대답했고, 그도 장난스럽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대답햇다. "예,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얼마 전부터 북해에서 모험 같은 실험을 하고 있답니 다. 역설적인 거섳럼 보이는 운동이 사실은 숨겨진 파동 때문에 나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 고 있겠지요?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면에 있는 물체에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그런 파동 말입니다. 그 사건에서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지요. 아주 중요하나 결과를 알게 되었답니다. 빛은 물론이고 고체라고 여겨지는 물체까지 포함해서 우주의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는 모두 파동 이라는 놀라운 발견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최근에 보았던 당구대를 이용한 시험을 기억하면서 대답 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결국 교수님께서 서멀리 교수님의 주장을 이긴것처럼 보였습니다." 챌린저 교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서멀리 교수가 그렇게 쉽게 승복하지는 않았지요. 원자가 입자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말이오. 그가 주장하는 광자의 경우와 달리 원자의 경우에는 주어 진 순간에 잘 정의된 장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주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나는 전자가 두 틈새를 지나가도록 하는 실험으로 전자가 파동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그런 파동의 파장도 알아낼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파장은 일정한 것이 아니라 전자의 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자가 느리게 움직일수록 파장이 길어지는데 다른 입자의 마찬가지였죠. 그렇지만 서멀리 교수는 전자의 크기는 내가 측정한 파장 보다도 훨씬 작아서 측정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사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밝혀냈습니다. 우리 실험을 개량할수록 내가 주장하는 전자의 파장은 점점 더 길어지고, 서멀리 교수가 주장하는 전 자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더군요. 그러니까 두 사람의 주장은 더 이상 희망이 없을 정도로 상 반된 것이지요. 결국 두 사람이 함께 결정적인 실험을 하기로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멀리 교수는 한 개의 전자가 지나가는 것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전자 검출 장치를 고안했고, 그 장치를 두 개의 틈새에 모두 장치했지요. 그런 실험을 통해서 과연 전자가 하나의 틈새를 지나가는 것인지 아니면 두 틈새를 동시에 지나가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 실험 결과는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놀라운 것이었답니다. 먼저 서멀리 교수 의 검출 장치를 꺼놓고 실험을 했지요. 그랬더니 보통 얻어지는 것과 같은 띠 모양의 간섭 패턴 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검출 장치를 켜고 실험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서멀리 교수가 항상 중장하던 것 처럼 전자는 두 개 중의 하나의 틈새만을 지나갔고, 그때마다 전자가 지나가는 쪽에 불이 들어왔 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서멀리 교수의 검출 장치를 사용하면 사진에서 띠 모양의 간섭 패턴 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떤 실험을 하는가에 따라서 자연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음모를 꾸미고 있 는 것같이 보였답니다. 전자를 입자라고 생각해서 직접 그 존재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으면 전자 는 파동과 같이 행동합니다. 그런데 전자를 입자라고 생각하고 검출하려고 하면 파동의 특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겁니다! 그런 딜레마 때문에 서멀리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나는 이렇게 엉터릴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놀라고 있는가가 내 얼굴 에 그대로 드러났다. 챌린저 교수가 설명을 계속했다. "이제 나는 전자를 파동이라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확률의 파동이라는 뜻이지요. 원자나 전자 를 비롯해서 어떤 거이라도 측정하기 전까지의 상태는 확률의 분포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측정이라는 행동이 그런 확률의 분포에서 입자가 어떤 확실한 위치에 존재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챌린저 교수의 그런 주장은 편견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내가 물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처럼 거대한 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는 상상히 추상적인 존재가 아닙 니까? 그래서 전자가 확률이 모인 집합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요." 내 말에 챌린저 교수는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런 효과는 원자나 분자처럼 작은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큰 경우에도 나타 납니다. 서멀리 교수의 주장에 따라서 고양이나 코끼리 심지어 서멀리 교수 자신을 생각해볼 수 도 있다는 말이지요. 서커스 단원이 대포 속에서 퉁겨져 나와서 무대를 가로지른 다음에 맞은편에 있는 그물에 떨어 지는 광경을 본 적이 있겠지요? 물론 그 대포는 일조으이 투석기에 지나지 않지요. 극적인 효과 를 높이기 위해서 약간의 섬광 가루를 사용할 뿐입니다. 이제 서멀리 교수가 그런 대포 속에 들 어갔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서멀리 교수를 두 개의 틈이 있 칸막이를 지나 맞은편의 벽을 향해 날아가도록 발사하는 실험을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서멀리 교수는 둘 중의 하나의 틈을 통해 서 맞은편 벽에 도달하겠지요. 이제 실험을 조금 바꾸어봅시다. 이번에는 캄캄한 방에서 똑같은 실험을 반복합니다. 서멀리 교 수가 날아가는 궤적을 볼 수가 없게 되면 파동과 같은 거동이 나타나게 되겠지요. 그래서 서멀리 교수가 도달하는 위치를 계속해서 벽에 표시하면 간섭 패턴이 나타나게 될 겁니다. 멀리뛰기 경 기장에서처럼 서멀리 교수가 떨어지는 위치에 모래판을 만들어놓아도 규칙적으로 움푹 파인 간섭 패턴이 만들어질 것이고요. 물론 서멀리 교수의 확률 파동 이론을도 이런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실험 대상이 될 서멀리 교수께서 동의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실제로 아주 어려운 실험이겠군요." 챌린저 교수는 나의 그런 지적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실험입니다. 이제 모래판에 떨어진 서멀리 교수에게 어 떤 일을 겪었는가 물어본다고 합시다. 박사는 실용적인 사람이지요? 서멀리 교수가 어떤 말을 할 것 같습니까?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요? '내가 투석기를 떠날 때는 내 자신이 유령처럼 확률의 구름같이 퍼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 몸의 일부는 판에 충돌하고, 일부는 두 틈의 하나를 지나 갔습니다. 그 후에 불이 켜지고 내가 어느 곳에 떨어졌는가를 살펴보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자신이 바로 그 지점에 다시 뭉쳐져서 나타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괴상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그런 식으로 표현된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챌린저 교수는 코웃음을 치며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박사, 그것은 모두 엉터리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눈속임이고 철학적인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죠. 굉장한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그럴듯하게 보였던 별볼일 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지요." 나는 그의 거만함을 따끔하게 지적해주고 싶어서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그런 황당한 결과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겠군요." 챌린저 교수는 나의 비아냥거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듯이 나는 북해의 모험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 . 이론가인 서멀리 교수와 는 달리 나는 실험가입니다. 파동의 성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본머스 변두리에 파동 연구소 를 세워서 몇 명의 연구원을 상주시켰답니다. 바다에 생기는 파도는 추상적인 수학적 파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면도 있지요. 서멀리 교수는 회의적인 의견 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주 유용한 결과를 얻기 시작했답니다. 내 생각으로는 정말 중요한 결과를 곧 발펴하게 될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여러 번 노력했지만 결 국은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챌린저 교수가 내 어깨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기차가 서 있었기 때 문에 잠에서 깬 나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기차는 황량한 바닷가에 멈 추어 있었다. 늘어선 바위 사이로 엄청난 파도가 덮쳐와서 거친 자갈이 깔린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바닷가의 스산한 풍경이 몹시 낯설었던 나는 휴일마다 사람들이 쥐떼처럼 바닷가로 몰려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다. 영국의 섬이 수 천 마일 남쪽의 따뜻한 곳에 있다 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로 저곳이라오! 박사! 물에서 나타나는 파동이 자연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을 직접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저 바위들은 대략 일정한 간격만큼씩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폭 이 30미터도 넘느느 파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저 바위들을 넘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글쎄요. 확실히 그렇군요, 교수님. 파도가 바위 사이의 틈에서는 압축되었다가 바위를 지나면 다시 제 모습을 찾는군요." "만약 파동이 단단한 물체였다면 저런 광경은 절대 볼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저런 현상이 아주 훌륭한 과학자들까지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두 가지 비밀을 밝혀주고 있지요." 기차가 덜컹하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몸을 아픙로 기울이면서 챌린저 교수가 말했다. 곧 이어서 본머서 역의 승강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속과 같은 물질이 어떻게 전기를 통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 았습니다. 만약 전자가 뉴턴의 법칙에 따라서 다른 전자나 원자들과 충돌할 때마다 당구공처럼 퉁겨나간다면 전자들은 아주 짧은 거리만 움직여도 수없이 많은 충돌 때문에 에너지를 모두 잃어 버리게 될 겁니다. 정말 그렇다면 모든 물질은 전기를 통하지 않는 부도체가 되어야겠지요. 또다른 문제는 최근에 발견된 헬륨이라는 기체를 담아두기 위해서 필요한 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밝혀진 겁니다. 이 기체를 아주 낮은 온도로 냉각시켜서 벽이 얇은 통 속에 넣어두면 벽에 아무 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죄수들은 감옥 바닥에 터널을 뚫고 도망치는 것처럼 단단한 벽을 통확해서 빠져나가버린답니다. 그런데 전자와 원자를 파동이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 현상을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파 동은 비교적 방해물이나 다른 파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쉽게 빠져나갈 수있기 때문이지요." 마침 그때 기차가 쉭쉭 소리를 내면서 멈추어 섰다. 챌린저 교수는 객실의 문을 열고 내릴 준비 를 했다. "그렇지만 그런 현상은 서멀리 교수의 확률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지않습니까? 어디에서난 확률 만이 중요하다면 장벽의 한쪽에 가까이 위치한 입자는 장벽의 다른쪽에서 입자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죄수가 감옥의 창살문에 자신을 충분히 강하게 밀어붙이면 죄수가 저절로 창살의 반대편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얼마나 세게 밀이붙어야 하는가를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고, 확률도 엄청나게 작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챌린저 교수는 농담 같은 내 이야기가 경멸스럽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 나서 냉정하게 손을 흔 들어 보이고는 황급하게 사라져버렸다. 여름철이 지난 휴가지의 기차역은 황량했다. 내가 출구로 다가가자 그레로리 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혼자 온 것을 알아채고 나자 그의 얼굴은 우스울 정도로 일그러져버렸다. "홈스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낼 수가 없었답니다. 어쩌면 홈스가 다음 기차로 도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레고리 형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어쨌든 조류에 맞추어 도착하기는 틀렸군요. 사실은 지금이 가장 적당한 때랍니다, 박사님. 이 곳의 지방 검시의사도 유능하기는 하지만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어두는 것도 좋겠지요. 더욱이 홈스 씨는 다른 의사보다 당신의 보고에 더 익숙할 테니까 말입니다. 함께 해변으로 가봅시다." 우리는 경찰 마차를 타고 해변의 산책길을 따라서 1마일 정도 떨어진 해변으로 간 후, 진흙이 덮인 계단을 따라서 바닷간의 절벽을 내려간 다음에 자갈 위를 걸어서 밀려오는 파도에 젖은 거 대한 백사장에 도착했다. 그레고리 형사는 바다 쪽으로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놓여 있는 시체 를 가리켰다.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그곳까지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주변에 는 특별한 흔적이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시체를 살펴보았다. 죽은 사람은 키는 크지만 조금 약해 보이는 젊은 남자였고, 사망요인은 확실 해 보였다. 핏덩이가 뭉쳐져 있는 머리 부위를 끝이 뾰족한 흉기로 강하게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레고리 형사가 왜 이 사건의 의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아스러웠다. "살인사건이 확실한 것 같군요. 끝이 날카로운 흉기에 강하게 얻어맞은 모양입니다. 곤봉이나 칼 은 아닌 것 같고, 상처의 위치를 보면 보트를 젓는 노에 맞은 것 같은데요. 멍이 든 곳이 없는 것 을 보면 충격이 아주 강해서 즉사한 모양입니다." 그레고리 형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박사님,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제외하면 박사님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시체는 네 시 간 전에 이 산책로를 순찰 중이던 두 명의 경찰관이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다가갔을 때 시신은 물에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주변의 젖은 모래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 았답니다. 살인범이 있었다면 분명히 무슨 흕거이 남아 있었을 테데 말입니다. 그런 흔적이 없었 던 점으로 보아서 이 부근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범인이 피해자의 발자국을 거꾸로 밟아서 조심스럽게 걸어나갈 수는 없었을까요?" "박사님,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다니까요. 피해자의 발자국마저도 없었습니다. 마치 피해자가 하 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시신이 조류에 밀려왔다면 시신의 주변의 움푹 파인 흔적이 있 어야만 합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조류에 밀려오는 경우를 자 주 보게 됩니다. 더욱이 익사한 시신의 경우에는 폐에 물이 들어 있고, 핏덩어리도 바닷물에 녹아 없어져버린답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조류에 밀려왔을 가능성도 없 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보트에서 떨어진 다음 헤엄쳐서 해변으로 올라온 후에 보트의 모서리나 노에 모리를 부 딪쳤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마약 그렇게 되었다면 몇 초 이내에 의식불명에 빠지게 되지요. 그리고 파도가 밀려올 때 보트 가 해변에 그렇게 가까이 있었다면 좌초되어버렸어야 할 겁니다." 바람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파도가 더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서멀리 교수의 확률 파 동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 곳에 있는 사람이 아무런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순식간에 옮겨질 수 있을까? 그러나 상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서멀리 교수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미시 세계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가능성은 무시할 정도로 적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 면 우리도 그런 일을 흔히 경험할 수 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 어 보기로 했다. "이 남자의 신원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 것이 없습니까?" "있지요. 우연히도 이 사람은 우리 대원이었답니다. 앤드루 밀러나는 아주 좋은 사람이지요. 이 사람은 최근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모양이더군요. 돌아온 후에는 족므 독특한 일을 했습니다. 런던의 교수 두 사람 이 설립한 파동 연구소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지요. 그 두 교수는 아주 유명하기는 하지만 좀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서멀리 교수와 챌린저 교수라고 알고 있습니 다." 나는 그런 우연의 일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엄청난 과학 이야기와 관련이 있 을지도 모르겠지만 오스트레일라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들렸다. 얼마 전에 나는 오스트레일 리아에서 돌아온 먼 친척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돌이켜보다 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형사님, 오스트레일리아의 부메랑이란 것애 대해서 들어보셨지요? 그런 기구로 살인을 할 수도 있겠지요. 던진 사람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을 사용했다면 지금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 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레고리 형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런데 던지 사람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은 아주 가벼운 것 으로 운동용으로나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짐승을 잡기 위한 사냥용 부메랑은 단단한 나무로 만드 는데 충돌 순간에 땅으로 떨어져버린답니다. 그래서 나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반박하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여러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챌린저 교수와 깡마른 체구의 서멀리 교수는 너무 희극적으로 비교되어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었다. 챌린저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풀이 완전히 죽은 표저정이었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확신에 차서 거들먹거리던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였 다. 그레고리 형사가 조용하게 말했다. "교수님, 시신을 확인해주실 것을 공식적으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맞군요, 이 사람은 내 연구소의 직원인 앤드루 밀러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내 책임입다.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게 있습니다." 잠시 동안 나는 살인범의 고백을 듣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챌린저 교수는 말을 계속했다. "젊은 사람은 위험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주변 의 친구나 선배를 감동시키기 위해서 실제로 아주 위험한 일도 가볍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요. 이 사람은 내 성명을 듣고 나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았던 일을 생각했덩 모양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내가 갑자기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부메랑과 관련된 일이겠군요." 채린저 교수는 나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부메랑이라니요? 부메랑이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죠? 저 사람을 죽인 것은 파동입니다. 물론 내 자존심과 오만도 그 원이니었겠지요. 나는 옆에 계신 서멀리 교수를 놀라게 해줄 실험을 해보 려고 했지요. 그래서 밀러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중요한 실험의 주역이 될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 었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 사람은 그 일을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해보려고 했던 겁니다! 그럴 것이라고 누가 짐작이라도 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더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굵은 빗방울과 함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 에, 그레고리 형사는 경찰관에게 방수 외투를 가져와서 시신을 덮어주라고 지시했고, 나는 두 교 수와 함께 언더긍로 뛰어갔다. 바닷가의 절벽 밑에는 '스머글러 식당'이라는 작은 술집이 있었다. 우리는 거친 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술집에 들어가서 창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챌린저 교수는 성난 바다를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기분을 돌려보려고 말을 걸었다.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사고는 소견이 짧고 충동적인 젊은 사람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그러니까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교수님이 계획 했던 실험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챌린저 교수는 맥없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먼저 서멀리 교수에게 그의 확률-파동 이론의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지요." 종업원이 마실 것을 가져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서멀리 교수에게로 눈을 돌렸다. "수학적인 내용은 아주 복잡하지만 기초적인 개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원자나 광자 와 같은 미시 세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미시 세계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아주 무질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로 합쳐져서 살인적인 폭발을 해버린 조각상을 구성하고 있던 불안정한 원자들은 어느 순간에 저절로 쪼개져버립니다. 바로 핵분열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지요. 그런 핵분열이 언제, 왜 일어나게 되는가에 대한 명백한 이유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핵분열이 일어나는 평균 속도가 아주 일정하게 보이지만 어느 한 원자가 어떤 특정한 순간에 왜 쪼개져야 하는가에 대한 명백한 이유는 없다는 말입니다. 마치 원자 속에 있는 작은 도깨비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는 것과 같지요. 주사위의 6이라는 숫자가 계속해서 여섯 번 나오게 되면 펑하고 신호를 보내 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신호에 따라서 원자가 분열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지요. 더욱 이상한 사실은 이런 작은 입자들의 행동을 확실하게 알아내려고 하는 노력은 모두 실패해 버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원자의 위를 정확하게 알내려면 그 원자를 다른 어떤 것과 상호 작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원자의 운동방향과 속도를 나타내는 모멘텀이 불확실하게 됩니다. 위치 측정에서의 확실성을 향상시키면 모멘텀은 더욱 불확실하게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 집니다. 초점이 잘 안 맞아서 흐릿하게 찍힌 슬라이드를 환등기에 넣고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 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지요. 그러니까 시력이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 자연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면 자연의 실체 자체가 초점이 약간 틀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가장 정교한 수준에서는 확실성을 보인 존재가 현미경으로 미시 세계를 들여다볼 때는 아주 재빨 리 해야만 확률이 실존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챌린저 교수가 조롱하는 듯이 코웃음을 쳤지만 그는 설명을 계속했다. "확률 파동의 개념은 광자는 물론 원자를 이용한 두 틈새 실험에도 적용됩니다. 입자는 마지막 측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이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곳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최근에 내가 보았던 무용 공연과 비슷하군요. 회전하는 셔터를 이용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조명 을 비추는 특별한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조명 등이 번쩍일 때마다 무용수들이 계속해서 다른 곳 으로 옮겨가서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용수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어떻게 이동했 고 어떻게 포즈를 취하게 되었는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너무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는 모르겠지만 역시 완만한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고전 무용이 훨씬 나은 것 같더군요." 서멀리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자연은 자연이지요. 자연이 능력이 부족한 우리가 이해할 수 있 도록 고안되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입자가 확실하게 구별되는 두 길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 야 할 겨우에만 나타나는 것이로군요." 서멀리 교수가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에 챌린저 교수가 말을 막았다. "박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놓쳐버렸습니다. 정말 그렇게 완벽하게 잘못 이해할 수 있 다니 놀랍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있는 당구대를 가리켰다. "서멀리 교수가 설명하는 법칙은 크기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나 적용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 저 사람처럼 완전히 술에 취해서 아무렇게나 공을 친다고 생각해봐요. 결국 공들은 당구대 위 의 여러 곳에 모여 있게 될 것이고, 어떤 공은 그 사이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서 반대쪽 벽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당구대가 아주 어두운 곳에 있어서, 빛의 광자는 물론 다른 어떤 입 자도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생각해봅시다. 다시 말해서 당구공을 두 겹으로 된 커다란 플라스크 속에 넣어버리면, 당구공이 반대쪽 벽의 어느 곳에 충돌하게 될 확률은 파동과 같은 특징을 보일 겁니다. 즉 서로 다른 궤적을 따라갈 확률의 함수로 주어지는 간섭 패턴이 얻어지게 된다는 말이 지요. 그런 패턴은 두 틈새 실험에서 얻어지는 간섭 패턴보다도 훨씬 더 복잡할 겁니다. 만약 큐의 충격이 충분히 세기만 하다면 공을 친 다음에 일어나는 모든 역사가 테이블 위에 나 타날 수도 있지요. 큐로 친 공이 오른쪽으로 가거나 왼쪽으로 갈 수도 있고, 어떤 공은 구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겠지요. 한참이 지나서 모든 공이 멈춘 다음에 공들의 위치르 보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파동의 패턴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바로 그 순간에 술집 안에 있던 낡은 피아노 위에서 몸을 핥고 있던 고양이가 당구대 위로 훌쩍 뛰어내렸다. 한 사람이 공을 친 직후였다. 공이 공양이의 꼬리에 맞자 고양이는 큰 소리로 야옹 소리를 내고는 다시 퉁겨나올 공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한껏 움츠렸지만 헛수고였다. 술에 취한 사람들의 큰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모습을 본 챌린저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이야기에 고양이와 고양이의 익살을 포함시켜도 되겠군요. 저 고양이의 머리뼈가 너무 약 해서 이리저리 퉁기는 공에 맞아서 죽을 수도 있겠지요. 서멀리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모든 역사가 서로 합쳐져 있다가 마지막 결과가 만들어지고, 그런 결과는 테이블 플라스크에서 꺼내는 순간에 관찰이 됩니다. 두 틈새 실험에서 광자나 원자가 두 틈새를 모두 지나간 다음에 스스로 파동과 같이 행동하면서 마지막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서멀리 교수의 주 장은 우리가 테이블을 보고 있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는 셈이고, 우리가 관 찰할 때에만 비로소 통계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동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불쌍한 우리 교수님, 확률이 실존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관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까? 만약 고양이 대신 서멀리 교수가 플라스크 속에 있는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 게 될까요? 유능한 관찰자인 그의 존재가 실험이 계속되는 동안에 파동과 같은 거동이 실존으로 붕괴되도록 해서 통계적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얻어질까요? 그렇다면 고양이보다 우월한 교수님 의 존재가 당구공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바꾸어 놓은 셈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고양이 대신에 인간의 지능이 개발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원시인으로 바꾸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유능한 관찰자로서의 능력에 관한 한 서멀리 교수가 원시인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 입니다." 두 교수는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술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다른 사람들도 두 교수들 사이의 논쟁이 결투에 가까운 주먹싸움으로 변해버릴 것 같은 분위기를 알아챘기 때문어 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서멀리 교수가 먼저 양보하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교수님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합시다." 챌린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행하는 운동이 있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자주 밀려오는 해안 지방에서 유행하는 운동이지요. 파도가 너무 심해서 보통 생각하는 수영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젊은이들 은 서프 보드라고 부르는 널빤지를 가지고 바다로 갑니다. 서프 보드는 발사 같은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서 어깨에 메고 옮길 수 있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올라 탈 수 있을 정도의 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도타기 선수는 멀리까지 나가서 적당한 크기의 파도가 몰려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적당한 파도가 몰려오면 서프 보드 위로 올라가서 파도가 덮쳐올 때를 맞추어 체중을 앞쪽으로 집중시킵니다." 그는 맥주잔의 받침을 들고 테이블 위에 맥주가 고여 있는 곳에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추고 손가 락으로 파도타기 선수의 자세를 흉내내었다. 술집의 위생 상태는 정말 엉망이었다! "균형을 잘 잡으면 파도의 앞쪽 끝에 올라타서 엄청난 속도로 휩쓸려 가게 됩니다. 선수는 몸을 이리저리 기울여서 진행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파도에 의해 서 결정됩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보기에는 정말 인상적인 운동이지요. 그러나 파도타기 선수는 결국 서프 보드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서프 보드를 잘 잃어버리겠군요." "그렇지요. 밀려나가는 파도에 휩쓸려서 바다로 나가버리기도 하지요. 물론 다음에 밀려오는 큰 파도에 다시 휩쓸려와서 찾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렇재만 항상 그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지요. 파도타기 선수가 두 발로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동안에 다른 파도가 서프 보 드를 휩쓸어가버리기도 합니다. 만약 그 순간에 서프 보드가 머리를 쳐버리게 되면...."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니까 밀러에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로군요!" 챌린저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겨우 해변가로 올라와서 넘어져버린 겁니다. 조류가 밀려가면서 발자국은 모두 지워졌고, 서프 보드는 파도에 휩쓸려가버린 거지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그는 내게 파도타기 실력을 자랑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체구가 작은 그 사람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했던 모양입이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그런 사고를 당할 수가 없지요." "그렇지만 파토타기 실험이 파동과 입자의 물리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나는 사고에 대한 의문이 해결된 것이 기쁘기는 했지만 처음 논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 기가 흘러가버린 것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관계가 있지요, 박사. 파도타기 실험이 바로 입자와 파동은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입자가 파동 에 의해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서멀리 교수의 얼굴에도 이해하겠다는 표정이 나타났고, 챌린저 교수는 자신에 차서 설명을 계 속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파도타기 선수가 파도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자나 전자 또는 다른 입자들이 그런 파동에 의해서 끌려다닌다고 하고 두 틈새 실험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전자가 방출되는 순간에 글너 파동이 함께 출발 한다고 합시다. 어떤 순간에나 전자는 한 곳에만 있게 될 것이고, 두 틈새 중의 하나만을 통과하 게 됩니다. 그러나 파동은 투 틈새를 모두 지나가게 되지요. 결국 전자는 어느 한 쪽의 틈새만을 지나가만 전자를 이끌어가는 파동은 투 틈새를 모두 지나가기 때문에 전자도 어쩔 수없이 다른쪽 틈새의 존재에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챌린저 교수의 지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서멀리 교수가 물었다. "그렇지만 전자가 어느 쪽 틈새로 지나갔는가를 측정하면 간섭 패턴이 사라져버리를 현상은 어 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측정을 하게 되면 전자가 파동에서 미끄러져서 떨어져버린다고 생각합니다. 파도타기 선수를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균형을 잃고 쓰러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서멀리 교수의 표정은 식초를 마시는 듯했다. "그렇다면 원자 세계에 고유하게 나타나는 무질서함은 어떻습니까? 정확한 측정과 예측을 불가 능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챌린저 교수는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처럼 자신있게 웃으면서 물었다. "여러분은 브라운 운동에 대해서 들어보았겠지요?"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주 작은 공기 분자들이 먼지에 아무렇게나 충돌해서 먼지 입자가 무질서하게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현상을 이용해서 원자의 존재를 증명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구했던 일을 생각했다. "먼지 입자는 공기 속에서 흔들리면서 돌아디닙니다. 그 패턴은 무질서한 걸음걸이와 같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통계적으로 서로 상쇄되어버리지요. 먼지 입자의 위치는 어느 순간에나 명백하게 저의됩니다. 그러나 지구 중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를 측정하려면 충분한시가 간격을 두 고 두 번의 측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질서한 요동 때문에 측저으이 결과는 부정확하 게 됩니다. 반면에 오랜 시간 동안 입자를 살펴보고 있으면 그 위치는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게 됩니다. 먼지 입자들이 요동칙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같은 곳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없기 때 문이지요. 이런 이야기가 원자의 위치와 모멘텀 측정 문제와 아주 비슷하지 않습니까?" 챌린저 교수의 음성이 갑자기 간절하게 바뀌었다. "서멀리 교수님, 이제 교수님의 몫입니다. 원자 수준에서 나타나는 무질서함은 단순히 현재의 장 치로는 알아낼 수 없는 더 작은 미시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의 결과일 뿐이빈다. 내가 설명한 것 처럼 입자를 태우고 다닌 역을 하는 파동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거의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변하 고 있는 넓은 바다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챌린저 교수는 승리감에 젖어 있었고, 서멀리 교수는 아무 표정도 없이 앉아 있었다. 이제 어떤 말이 나오는가에 따라서 챌린저 교수가 서멀리 교수를 누르고 승리함으로써 서로 영원한 적이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위대한 발견을 함께 이룩한 동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나는 최근 몇 달 동안 아주 이상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멀리 교수가 말씀하신 것처럼 우주가 입자로 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챌린저 교수의 주장처럼 파동 과 같은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지요. 이제 나는 두 분이 모두 옳다는 사실을 이해하세 되었습니다. 빛과 물질의 기본적인 요소는 입 자입니다. 광자나 전자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입자들은 모두 어떤 파동에 올라타 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 파동이 입자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지요. 두 교수님 사이에 치열한 경쟁 이 없었더라면 이런 미묘한 진실은 절대 밝혀내지 못했을 겁니다. 두 분은 경쟁심 때문에 각자의 주장을 증명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존경받아야 할 과학적 경 쟁으로 진실이 밝혀진 겁니다. 두 교수님께서는 서로 악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내 말에 망설이고 있던 두 사람이 서로 악수를 했다. 술집의 다른 손님들도 자세한 내용은 말랐 지만 기분 나쁘게 시작되었던 논쟁이 유쾌하게 해결된 것을 보고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그날 저녁에 우리 세 사람은 런던으로 돌아오는 막차에서 같은 객실에 앉아 있었다. 내가 중재 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즐거워하고 있을 때 서멀리 교수가 갑자기 말했다. "아하! 챌린저 교수님, 교수님의 주장에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신음을 토했지만, 챌린저 교수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니 축하합니다. 어서 말씀해보시지요." "파도타기 선수가 파토를 타는 모습을 내가 직접 보았다면 벌써 알아챘을 겁니다.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광자의 경우에는 당신이 주장하는 파동이 빛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그렇잖습니까? 그 런데 예를 들어서 빛의 속도에 아주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전자를 태우고 다니는 파동도 같은 속도로 움직일까요?" 챌린저 교수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광자와 전자가 모두 광속보다 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광자와 전자는 모두 그들을 태우고 다니는 파동 위에서 이리저리 파동을 가로질러 움직일 테니까 말입니다. 파도타기 선수가 파도의 끝에 올라타서 파도의 속도보다 훨씬 발리 움 직일 수 있다면 광자나 전자도 광속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윗날이 만나는 점이 가윗날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군요?" 나는 정보를 더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사업가의 사건을 생각하면서 감탄해서 말 했고,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상대성 이론에 따라서 어떤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입자가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움 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분명한 모순이지요?" 챌린저 교수는 이런 서멀리 교수의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습니다. 물론 나도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한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서멀리 교수님, 우리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입자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왓슨 박사가 보았던 춤처럼 조명등이 꺼져 있는 동안에는 불가 능할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서멀리 교수가 경멸하듯이 말했다. "마치 타조가 자신의 머리를 모래 속에 숨기기만 하면 쫓아오던 맹수가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 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하군요." 챌린저 교수가 머리를 저었다. "교수님,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파동에 올라타고 있는 입자들이 실제로는 빛보다 빨리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입자들이 파동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파 동이 입자들을 이끌어가기 때문이지요. 파동을 타고 있는 입자를 살펴보려는 단순한 행동이 있으 면 입자는 미끄러운 파동에서 떨어져버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면 입자들이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그런 입자를 통해서 실적인 영향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 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모순도 없는 셈이지요." 그의 설명이 약간 의심스럽게 들렸지만 서멀리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평화스러운 분위기에서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11. 허드슨 부인의 고양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소 리가 조금 더 크게 들려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허드슨 부인의 딸인 안젤라가 무척 놀란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박사님, 어머니가 기분이 몹시 안 좋으신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마도 홈스는 런던에서 가장 어려운 세입자일 것이다. 마음씨 좋은 허드 슨 부인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내가 중재라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오늘 저녁에도 무 슨 일인지는 몰라도 홈스가 외출 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해결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면 해야겠지요. 무슨 일입니까?" "고약한 도둑고양이들 때문이예요. 헨리에타가 발정을 해서 런던의 수고양이들이 모두 우리 집 지붕에 모여든 모양인데... 그놈들이 창문을 긁어댈 때마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셨어요." 나는 우선 홈스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서 마음이 놓였다. "어머님께 신경안정제를 처방해드릴까요?" "아녜요, 박사님. 어머니는 그런 약을 좋아하지 않으세요. 보다시피 고양이들이 저 창문밖에 있 는 부엌 지붕에 올라오는 것이 문제랍니다. " 그녀는 내 뒤쪽에 있는 창문을 가리켰다. 나는 그녀와 함께 창문으로 가서 며칠 동안 런던을 온 통 뒤덮고 있는 짙은 안개 속을 태다보았다. 두 말의 수고양이가 허드슨 부인의 거실에 있는 불 켜진 창문 앞 지붕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안젤라가 손뼉을 치면서 고함을 치 가 고양이들은 마술처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박사님, 어렵지 않으시면 지금처럼 고양이를 쫓아주셨으면 해서요." 나는 신사처럼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요. 어서 가서 어머님께 걱정 마시라고 전해주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작은 성을 지켜드리지요." 고양이를 완전히 쫓아버리려면 고양이가 목표로 하는 불켜진 창문 바로 앞까지 오도록 기다렸다 가 갑자가 깜짝 놀라게 만들어서 다시는 되돌올 엄두도 못 내게 해야 될 것 같았다. 나는 서럽에 서 권총을 찾아서 공포탄을 장전했다. 그리고 마치 나쁜 질을 하려는 어린아이 가은 기분으로 창 문을 조금 열고 그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지루해진 나는 권총을 창틀 위 에 올려놓고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바깥을 내다볼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고양이를 쫓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처음에는 수고양이들이 지붕 아래쪽 까지 물러났다가 잔뜩 웅크린 자세로 지붕 꼭대기를 향해서 살금살금 기어올라오는 모습이 보였 다. 그러나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고양이들이 조금씩 움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새로운 읽을 거리를 찾기 위해서 잠깐 방안으로 돌아선 사이에 소란이 일어났다.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목표 지점을 점령해버렸던 것이다. 나는 권총을 집어들고 창쪽으로 다가갔다. "맙소사. 왓슨.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마침 외출에서 돌아온 홈스가 내 모습을 복 놀라서 물었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홈스. 도둑고양이를 쫓아버리려고 공포탄을 쏘려던 참이었습니다. 고양이 들 때문에 부인이 흠들어하신다는군요." "그런가! 그런데 도둑고양이 때문에 놀란 사람이 공포탄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되겠나?" 나는 창가에서 돌아서버렸다. "어쨌거나 내 계획은 실패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홈스, 고양이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모양입니다. 내가 창밖을 내다볼때는 고양이들이 천연스럽게 앉아 있습니다. 그러다 가 내가 잠시라도 창밖을 보지 않으면.... 맙소사! 바로 목적을 달성하고 말아요! 확률 법칙이라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홈스는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있나, 왓슨. 고양이는 감각이 매우 발달해서 어둠 속에 감추어진 관찰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일 걸세. 창문에 자네 모습이 비칠 텐데 정말 자네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고양이는 사냥꾼에게 자신이 사냥꾼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 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직잠을 가지고 있을 뿐이겠지. 그런 고양이들이 아무렇게나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네가 돌아설 때마다 조심스럽게 전진했을 걸세." 그는 몹시 피곤한 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이크로프트 형이 고민하던 문제가 생각나는군. 왓슨, 술 한 잔 가져다주겠나? 갑 운 술 한 잔이 생각나는군. 지금까지 신경질 난 여자처럼 수다떠는 형의 말을 듣고 있었더니 몹 시 피곤하다네." 내가 술을 따르면서 물었다. "무슨 국제 문제가 생겼습니까?" "아니네, 왓슨.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형에게 좀더 동정적이었겟 지. 마이크로프트 형처럼 긴 안목을 가진 사람들은 자네나 내게는 아주 먼 훗날의 일도 아주 생 생한 걱정거리가 되는 모야이더군.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의 상상력이 너무 심한 것 같았어. 형은 다음 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더군. 형의 말에 따르면 역사의 냉혹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네, 왓슨. 그것도 슈퍼 파워들 사이에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날 거라더군."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비극이겠군요. 그렇지만 전쟁이라면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지 않습 니까? 앞으로 50년 동안 온 세상이 지금처럼 평화로울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 다." 홈스는 머리를 저었다. "형이 걱정하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니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 과학이 발전하면서 가공할 위력 을 가진 무기가 개발될 거라더군. 자네가 즐겨 읽는 공상 소설의 작가인 웰스 쓰기 걱정하는 것 보다도 훨씬 무서운 무기가 출현할 것이라고 했네. 형은 특히 우리가 함께 보았더너 새로운 물리 가 그런 무기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어. 바로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라는 새로운 물리 분야에 대한 이야기였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상대적 운동과 빛의 속도에 대한 역설의 결과로 놀랑누 폭탄이 만들어졌 지요. 그런데 양자론이라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나는 런던 전체를 폭파시킬 수 있다는 축구공 정도 크기만한 장치에 대한 기억에 몸을 떨면서 물었다. "양자론은 챌린저 교수와 서멀리 교수가 함께 밝혀낸 빛과 물질의 파동성과 입자성에 대한 새로 운 물리에 붙여진 이름이라네. 양자론에 따르며너 파동과 같이 연속적인 존재나 확률은 관찰하는 순간에 전자나 광자와 같이 불연속적인 특별한 존재로 변해버린다네. 그리고 전자나 광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엄격하게 정의된다고 하는군." "미시 세계에만 적용된다는 그 이론이 그렇게 위협적이라고 생각되진 않는군요." "상대성 이론의 바탕이 되었던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보다 더 어렵고 추상적인 것도 없을 걸세. 마이크로프트 형이 특히 걱정하고 있는 것은 양자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형편없이 부족 하기 때문에 양자론아 가져올 새로운 결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라네." 나는 그의 말에 놀라서 말했다. "그렇지만 파동 이론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주 정밀하게 확인되지 ㅇ낳았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도있지. 그렇지만 상대성 이론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뉴턴 역학이 완벽하다고 생 각했었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 없이 적용된다고 생각되었어. 마이크로프트 형은 지금 우리가 양자론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말하자면 어떤 것이 입자이기도 하면서 파동이기도 하다는 해석이나, 측정하는 순간에 가시화된다는 것의 정확한 의미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네." "그 문제는 챌린저 교수가 파도타기 모형을 이용해서 깨끗하게 해결했지 않습니까?" "왓슨, 마이크로프트 형은 두 가지 이유에서 챌리저 교수의 설명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 고 있네. 첫째는 파동을 타고 있는 입자가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데 대한 의문이 네. 그것이 모순이 아니라는 주장이 분명하지 않다는 거야. 둘째로는 단순히 관찰한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커지고 있는 확률의 바다를 축소시키는, 다시 말 해서 단 하나의 실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네. 그가 예로 들었던 실험이 자네가 고양이게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문제와 아주 비슷하더군. 기술 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설명하면 이런 실험이었네. 전자를 자기장으로 만들 울타리 속에 가두어놓았다고 생각해보세. 처음에는 전자가 울타리 안에 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부분에 위치하게 될 걸세. 마치 지붕의 끝 부분에 있던 고양이 처럼 말이 네. 그런데 전자를 관찰하지 않고 놓아두면 서멀리 교수의 확률 이론에 따라서 전자의 위치가 점 점 더 불확시랗게 되네. 그러니까 전자를 충분히 오랫동안 관찰하지 않고 놓아두면 창문가지 접 근하는 고양이처럼 울타리를 완전히 벗어나버리는 전자도 생길 수 있다는 거야. 그렇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상한 문제가 생기게 되네. 만약 일정한 간격으로 전자를 관찰하 면, 다시 말해서 어떤 방법으롣 전자를 방해하지는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전자는 에저니가 가장 낮아서 존재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걸세. 그렇게 되면 전 자가 울타리를 벗어날 정도까지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는 거지."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의식을 가진 관찰자의 존재말으로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는 말 입니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네. 전자와 같은 미시 입자들은 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없지. 전자의 에 너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빛을 짦은 펄스로 만들어서 보내야 하네. 그러니까 실제 관찰자가 있 고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펄스가 존재하는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가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셈이지." 나는 콧웃음을 쳤다. "홈스, 그런 실험이 고양이 문제와 정확하게 같다니요? 빛의 펄스가 전자에게 어떤 물리적인 영 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니까 관찰자의 존재에 의한 심령적인 효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습 니까?" 홈스도 미소를 지었다. "왓슨, 자네 상식이 옳네. 나도 바로 그점을 마이크로프트 형에게 말해주었다네. 그런데 형은 그 런 '관찰자 효과'는 구체적인 측정방법과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나타난다고 주장하더 군. 원칙적으로는 양자계의 상태 변화를 증폭시켜서 나중에라도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주 변의 환경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그 계의 거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네. 단순히 이용 가능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알려진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거야." 바로 그 순간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복도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날카로운 목소리도 들렸다. 문을 열어보았더니 안젤라가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허드슨 부인을 막고 서 있었다. "어머니, 이렇게 어둠고 안개가 짙은 밤에 어디를 가시려고 하세요? 이런 시간에 외출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심한 감기에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그녀는 애원하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헨리에타가 나가버렸어요, 박사님. 홈스 씨가 들어오시면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던 모양이예 요. 그 틈으로 헨리에타가 쏜살같이 달려나가 버렸답니다. 어머니는 지금 나가서 고양이를 찾아와 야 한다고 이렇게 야단이시랍니다." 분명히 홈스와 내 잘못이었다. 홈스는 문단혹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나는 경비원의 역할을 소홀 이 했다. 내가 아래층을 향해서 말했다. "허드슨 부인, 염려 마세요. 마침 저와 홈스는 산책 나갈 핑계를 찾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찾 으러 나가면 되겠군요." 홈스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런던의 누런 안개는 언제나 음산안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안개가 짙은 밤에는 잘 보이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소리조차 물에 젖 은 것처럼 잘전해지지 않아서 마치 작은 공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씩 도둑고양 이들의 야옹 소리가 들리기도 해서 헨리 제임스의 귀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헨리에타는 관찰자가 보고 있지 않는 동안에는 여러 존재로 있게 되어서 어떤 특정한 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 다가 사람의 눈에 뜨이게 되면 다시 실존하는 고양이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환상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정말 환상일 뿐일까? 그것이 바로 양자론이 뜻하는 것이라는 괴팍한 교수들의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저기 있군, 왓슨." 홈스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순간에 나도 헨리에타를 보았다. "아닙니다. 여기 있어요. 확실히 헨리에타입니다." 내가 몸을 굽혀서 고양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나를 향해서 야옹거리더니 재빠르게 도망 가버렸다. 그 때 옆에서 홈스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에게 다가갔을 때 홈스는 상처 난 손가락을 살펴보고 있었다. "누구 말이 맞았던 건가요?" 홈스가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아마 둘 다 틀렸겠지.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 짙은 안개에 덮인 런던의 밤거리에서 숨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서다니! 스스로 탐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적당한 일인 것 같군, 왓슨.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이 소문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렇지 않으면.... 오! 좋은 저녁이군 요, 레스트레이드 형사님! 이렇게 고약한 밤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습니까?" 짙은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와 부딪칠 뻔했던 우비를 입은 사나이가 바로 경찰국의 레스트레이드였다. "바로 홈스 씨를 만나러 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바깥에 나와 계십니까?" 설명을 해주려던 나를 홈스가 손을 저어 말리면서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안개가 시각과 청각에 어떤 영항을 미차는가를 알고 싶어서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실험이 거의 다 끝났으니 따뜻한 난로 옆으로 돌아갑시다. 그나저나, 레스트레이드 형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돌아오는 길에 보니 헨리에타는 베이커가의 계단 위에 앉아 있었다. 홈스가 고양이를 번쩍 안아 서 허드슨 부인이게 전해주었다. 허드슨 부인이 호들갑스럽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의아해했지만 홈스는 아무 말 없이 이층으로 급히 올라갔다. 잠시 후에 우 리 세 사람은 위스키 잔을 들고 따뜻한 난로 옆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홈스 씨, 대단한 사건 때문에 온 것은 아닙니다. 살인이나 유괴 같은 사건은 더욱 아니지요. 그 렇지만 경철청에서 유능하다고 알려진 사기 당담 형사마더조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건입니다. 범죄 수사로 단련된 경찰청의 과학 자문관마저도 이런 사건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홈 스 씨의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주머니에서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꺼냈다. "최근 런던 전역의 신문 가판대에서 이런 카드가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카드는 한 장에 1실 링에 판매되고 있는 일종의 즉석 복권입니다. 복권의 규칙은 뒷면에 인쇄되어 있지요." 그는 홈스와 내가 읽을 수 있도록 복권의 뒷면을 보여주었다. 나는 무늬의 수를 손가락으로 세어보고 나서, 내 분석 능력도 홈스만큼은 될 것임을 자랑하듯이 말했다. "이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겠군요. 두 눈에는 각각 검은 점과 흰 점이 붙어 있을 수 있는 곳 이 네 곳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인접한 점은 모두 16쌍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승률은 16분의 4, 즉 4분의 1입니다. 평균적으로 보아서 4실링을 쓰면 5실링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복권을 파는 회사는 돈을 나누어주고 있는 셈이로군요!" 내 말을 들은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지요, 박사님. 런던에 박사님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 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답 니다. 그렇지만 홈스 씨, 이 복권의 실제 승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살은 놀라운 일은 아니겠 지요? 경찰청에서 복권을 많이 구입해서 실험을 해보았더니 실제 승률은 7분의 1에 지나지 않았 답니다. 그러니까 복권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보장되는 셈이지요." 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실험을 한 후에 복권에 남아 있는 점들을 모두 벗겨서 뒷면의 규칙이 사실인가를 확신해보았겠 지요?"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못했답니다. 이 복권은 아주 영리한 화학자가 만든 모양입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직접 살펴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홈스는 봉투 개봉기로 왼쪽 눈에 있는 두 개의 점을 벗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불꽃이 일면서 복 권이 모두 타버렸다! 한 순간에 복권은 회색재로 변해버렸고, 복권의 그림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되는지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복권이 이렇게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어 떤 방법으로도 한쪽 눈에서 한 점이 검거나 희다는 한 비트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가 없더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실제로 복권에 어떤 무늬가 인쇄되어 있는가를 알 수 가 없고, 그러니까 이 복 권이 교묘한 사기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도대체 어떤 무늬를 인쇄하면 실제 승률이 나오게 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훌륭하군요, 레스트레이드 형사님. 무엇이 그렇게 이상합니까? 눈에 인쇄된 무늬는 경찰청에서 얻은 승률이 나오도록 단순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졌겠지요! 그런 규칙이라면 나도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일곱 장의 복권 중에서 여섯 장은 두 눈을 전부 까맣게 칠하거나 아니면 전부 하얗게 칠하고, 나머지 한 장에서는 한쪽은 검은 색, 다른 쪽은 흰색으로 칠합니다. 그러면 어떤 위치를 선택하거나에 상관없이 경찰청에서 알아낸 것처럼 일곱 장 중에서 한 장은 당첨이 되겠지 요."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박사님,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런데 복권의 자동 파괴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 면서 몇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두 눈에서 같은 위치에 있는 점을 벗겨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요. 수 백 장의 복권으로 실험을 해보았더니 모든 복권에서 언제나 같은 색깍이 나 타나더군요. 그러니까 복권의 두 눈이 똑같은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까 한쪽은 전부 까맣고 다른쪽은 모두 하얀 복권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홈스가 한참을 생각한 후에 말했다. "양쪽이 같기는 하지만, 눈의 4분의 1씩이 번갈아 가면서 다른 색이 아닌 복권이 있겠지요. 어쩌 면 비치볼과 같은 무늬일 수도 있겠구요. 예를 들어서 평면이 아니라 삼차원 공간의 임의의 방향 에서 비치볼을 쳐다본다고 생각해보세요. 보는 방향에 따라서 공의 무늬가 다르게 보이지 않겠어 요?" 그는 그림을 그렸다. "예를 들어서 이 경우에 검은 점과 흰 점이 인접한 곳은 두 곳뿐이지요. 그러니까 이 복권의 경 우에는 여덟 장 중에서 한 장이 당첨되겠군요. 이런 식으로 복권을 만들면 실제로 관찰한 당첨률 이 얻어질 수 있지 않겠어요? 문제를 뒷면의 규칙이 정확하게 사실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형사 처벌을 하기는 어렵겠군요. 복권을 제작한 사람이 교활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사기꾼이라고 하 기는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무슨 말이십니까? 홈스 씨는 이런 신사 같은 범죄에 익숙하신 모양이지만 제 경험으로는 이런 장난을 생각해내는 사람을 솔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어쨌든 우리는 벌써 그런 가능성도 배제 했답니다. 우리는 두 눈에서 서로 90도 떨어진 점들을 벗겨보았지요. 예를 들어서 왼쪽 눈의 가장 왼쪽 점과 오른쪽 눈의 가장 오른쪽 점을 벗겨보았습니다. 만약 홈스 씨가 추측한 무늬가 인쇄되 어 있다면 모든 카드에서 그런 색깔이 보였겠지요. 그렇지 않은 복권이 한 장이라도 있으면 그런 무늬는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실험에 따르면 모두 다른 색이었습니다." 내가 외쳤다. "그렇다면 무늬가 정말 4분의 1씩 번갈아 칠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셈이로군요." 홈스가 조급하게 머리를 저었다. 그런 것은 아니지, 와슨. 그런 결과는 단순히 무늬가 일종의 4 중 대칭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지. 그런 경우라면 원의 4분의 1을 임의로 선택해서 90도 회전시킨 다음에 색을 바꾸어서 무늬를 만들 수 있지 흰색은 검은색으로 그리고 검은색은 흰색으로. 다시 90도를 돌려서 세 번째 부분을 만들고, 다시 돌려서 마지막 조각을 만들 수가 있 지. 그러면 이런 종류의 무늬가 만들어질 걸세." 그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어쩌면... 그것도 좋은 추측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흰 점 바로 옆에 검은 점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적어도 여덟 곳이나 되기 때문에 당첨률은 7분의 1이 아니라 2분의 1이 됩 니다! 홈스 씨, 이제 홈스 씨께서 정답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우리가 직접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새 복권 한 뭉치를 주고 돌아가버렸다. 놀랍게도 홈스는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표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 다. "홈스! 실제로 역설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정확한 무늬를 찾는 것이 문제일 뿐 이겠지요" "왓슨, 역설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역설을 알아채지 못하 는 것은 정말 큰 실수지. 한 번에 만나서 하나씩 해결 해보도록 하세. 90도 회전시키면 검은 점은 흰 점이 되고, 흰 점은 검은 점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아냈네. 그리고 흰 점과 검은 점이 인 접해 있는 위치에서 네 번째 떨어진 점도 역시 흰 점과 검은 점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 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분원으로 옮겨가면 색깔도 바뀐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분원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원을 한 바퀴 돌게 되면 색깔이 서로 다른 점이 인접한 곳을 네 번 지나가게 되네. 그러니까 90도 회전할 때마다 레스트레이드 형사의 시험 규칙이 성립한다면 당첨률은 7분의 1이 아니라 4분의 1이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지. 정말 이상한 일이군!"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떳을 때 홈스는 전날 저녁에 입고 있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눈이 벌겋게 충혈된 상태로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홈스 앞에는 복권 더미와 함께 무엇인가를 잔뜩 적어놓은 종이가 있었다. "잘 됐군, 왓슨. 이제 일어났나? 마침내 해답을 찾은 것 같네. 내가 찾은 해답이 맞는 지 함께 확인해보세. 설명이 불가능할 때는 언제나 그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던 내 말을 기억하겠지? 왓슨. 지금까 지 관찰한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흰 점과 검은 점의 무늬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거네. 다시 말해서 누군가가 어느 한 곳을 벗겨내고 그 밑에 숨겨 져 있는 점의 색깔을 관찰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아무 무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네. 자네가 두 눈 중에서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한 점을 선택해서 벗겨내는 행위 자체가 다른 쪽의 무늬를 결 정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눈 밑의 숨겨진 무늬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처음부터 아무런 의 미가 없게 되지. 실제 관찰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결정적인 정답이 없기 때문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왼쪽과 오른쪽 눈 사이에 어떤 식으로인가 서로 교신이 이루어져야 하네. 나는 소위 '원격 행위'라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두 눈을 멀리 뜰어뜨려놓으면 그런 교신이 불가능하 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나는 여러 장의 복권을 반으로 잘라보았지. 자네가 이쪽에 있는 오른쪽 반쪽을 자네 바으로 가지고 가서 아무 점이 나 골라서 벗겨 보게. 복권의 순서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네. 그러면 나는 이 쪽에 있는 왼쪽 반을 가지고 같은 작업을 하겠네. 그 런 다음에 두 세트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얻어질 것인가를 알 수 있겠지. 이번 실험의 결과 가 레스트레이드 형사의 관찰 결과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확실하네. 내기를 해도 좋아." 그러나 우리의 실험 결과는 레스트레이드 형사의 결과와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홈스와 내기를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내가 말했다. "아마도 어떤 무작위적인 요소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교신할 필요도 없는 모양이지요. 어쩌면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점을 벗겨내는 순간에 그 색갈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홈스는 머리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네. 만약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관찰 자체를 무시하는 셈 이 될 테니까 말이야. 어느 점을 선택하거나 그 점에 대응하는 점은 언제나 같은 색깔이었지 않 나? 복권의 반쪽들 사이에 교신이 없다면 어떤 무작위적이거나 불가피하게 그렇지 않은 예가 있 어야만 할 텐데 말이야. 왓슨, 나는 문제가 복잡해서 고생을 한 경우는 많이 경험했지만 이번 처럼 간단하기 때문에 고 생한 적은 없었네. 이 결과를 우리의 기본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군." 아침 식사를 하면서 나는 그의 수척한 모습에 동정을 표했다. "홈스, 이런 과학문제를 전문 분야에서 조금 벗어난 것이 아닌가요? 내 경우에는 잘 모르는 증 상을 가진 환자가 찾아오면 전문가를 초청하는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 홈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자네 말이 맞군, 왓슨. 바로 내 자존심이 문제로군. 내가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은 단순한 논 리 문제의 해답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것이 무척 싫었던 모양이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에 우리의 과학자 친구중의 한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하세." 우리가 공원을 가로질러 일피리얼 대학으로 갔을 때 챌린저 교수는 지하의 실험실에 가고 없었 다. 홈스는 그의 방에서 기달려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지하의 실험실로 그를 찾아갔다. 우리가 실험실의 큰 문을 열었을 때 실험실 안은 온통 깜깜하고, 큰 장비에서 소름끼치는 푸른 색 빛이 희미하게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깝자기 화가 잔뜩 난 고함이 들려왔다. "그 문을 닫지 못해! 망할 놈들!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두었는데도 말이야." 그러면서도 방 안에 전깃불이 켜졌다. 챌린저 교수와 서멀리 교수는 비교적 단순하게 보이는 장 치가 놓여 있는 실험대에 앉아 있었다. 실험 장치의 뚜껑이 열려 있어서 그 가운데서 푸른빛을 내고 있는 전 등을 볼 수 있었다. 양쪽 끝에는 쉽게 회전시킬 수 있도록 된 똑같은 모양의 필터 가 붙어 있었고, 그 바깥 쪽에는 렌즈가 놓여 있었다. "실험을 방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교수님. 왓슨과 내가 도저히 풀지 못할 문제가 있어서 교수 님들의 훌륭한 지혜를 빌리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홈스가 사과를 하자 챌린저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홈스와 마찬가지로 두 교수도 역시 어 려운 문제 때문에 고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밤을 세워 고생을 한 모양으 로 이발소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것처럼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었다. "정말 죄송하군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도 곤궁에 처해 있습니다. 서멀리 교수와 나는 얼마 전에 유럽에서 성공한 실험을 반복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그 실험 결과를 믿 지 않고 있지요. 그렇지만 정말 황당한 결과 가 너무나도 쉽게 나타나고 있답니다. 어쩌면 좀 쉬 운 문제를 풀어보면 머리가 맑아질 수도 있겠군요." 서멀리 교수는 그래도 기분이 좀 나은 편인 모양이었다. "챌린저 교수의 실례를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챌린저 교수는 지금 신경이 매우 날카로운 상태 랍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보이지 않는 파도가 부분적으로 양자 흔들림을 일으킬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방금 확인했답니다. 챌린저 교수는 우리에거 의자를 권한 수에 복권의 역설에 대한 홈스의 간결한 설명을 관심있게 들었다. 홈스의 설명이 계속되는 동안 두 교수는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챌린저 교수 가 옆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홈스 씨, 우리를 놀리고 있습니까?" 그는 한참 동안 홈스와 내 표정을 살펴보더니 머리를 저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그런데 지금 설명하는 내용이 우리가 밤을 세우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한 실험과 너무나도 똑같은 것이어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를 실험 장치를 가리키면서 말을 계속했다. "내가 주장하고있는 양자론의 파도타기 해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사실 은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해석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우선 입자나 파도타 기 선수가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계에 대해서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는 관찰이 가능한 상태들의 겹침 상태를 단하나의 실제 상태로 붕괴시켜버 린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우리도 기억하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유럽의 과학자가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했다는 군요. 어쩌 면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시험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실험인 것도 같은데 그 결과는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가 푸른 전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 희미한 빛을 내는 전구는 좀 특별한 것으로 서로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광자를 쌍으로 방 출합니다. 광자 쌍은 편광 상태가지를 포함해서 모든 성질이 완전히 동일한 상태로 방출됩니다." 나는 헛기침을 해서 그의 말을 막고 물어보았다. "제가 무식하다는 저을 양해해주십시오. 지금 하신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챌린저 교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설명을 계속했다. "스핀과 유사한 광자의 성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자가 편편하게 돌면서 날아가는 작은 원판이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그 원판은 어느 각도로도 기울어질 수 있지 요. 이제 그런 원판이 회적격자에 도달했다고 합시다." 나는 이해하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원판이 회절격자의 줄과 평행이 되면 격자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겠지요. 반대로 원판이 회절격자의 줄과 수직이 되면 뒤로 퉁겨나갈 겁니다. 작은 유리판에 적당한 방법으로 코팅을 하 게 되면 광자에 대해서 그런 성질을 갖도록 만들 수가 있답니다. 그것을 바로 편광 필터라고 부 르지요. 선글라스로 사용하면 햇빛이 강할 때에도 눈이 부시지 않게 된답니다. 여기 실험 장치의 양쪽 끝에 있는 이 유리판이 바로 그런 필터입니다. 이 필터는 마음대로 돌릴 수가 있어서서로 같은 방향으로 맞추거나 임의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도록 할 수가 있지요. 이제 쌍을 이루고 있는 광자는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원판이 언제나 서로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쌍을 이루고 있는 광자의 각 운동량을 합하면 언제나 0이 됩니다. 즉 하나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으면, 다른 하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두 개의 광자는 언제나 같은 평면에서 회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각각의 광자가 편고아 유리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갈르 짐작해보세요?" 내가 용감하게 나섰다. "어디 볼까요? 광자가 회절격자와 평행이면 빠져나갈 것이고, 수직이면 퉁겨나가겠지요. 그런데 그 중간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으면 어떻게 되지요?" 챌린저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우에는 확률의 문제가 되겠지요. 광자가 회절격자를 통과하게 될 확률은 회절격자와 편 광면 사이의 각도의 코사인 제곱으로 주어집니다. " 그는 손을 들어서 내가 끼어들려는 것을 막고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서 삼각함수 이야기를 전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두 광자 사이에는 아무런 교 신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하겠지요. 각각의 광자가 퉁겨나갈 것인가 아닌가는 각각의 광자 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말했다. "그래요. 그것은 저도 확실하게 알겠군요. 어떤 신호도 빛의 속도보다 빨리 전달될 수는 없지요. 그런데 두 광자는 정확하게 같은 시각에 필터에 도착할 테니까 한족 필터에 도달한 광자가 다른 쪽의 광자에게 순간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하겠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두 광자 중의 하낭에 대해서 측정을 하기 전까지는 두 광자 모두 그 상태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양자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멀리 교수의 통계이론 에 의하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수학적으로 복잡한 문제는 그만두고 서멀리 교수의 이론이 예측하는 결과를 알아보기로 합시다. 만약 두 필터를 같은 각도로 고정히켜두면 두 광자는 언제나 똑같이 움직일 겁닏. 두 개 모두 통 과하거나, 아니면 두 개 모두 퉁겨나가겠지요. 그러니까 첫 번째 광자가 격자를 통과할 수 있도록 뒤틀어져 있거나 아니면 반대로 회전해서 격자에 수직이 되면, 두 번째 광자도 어떤 이상한 힘에 의해서 첫 번째 광자와 마찬가지로 회전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두 광자는 언제나 똑같은 행 동을 보이게 되는 겁니다." 내가 항의하듯이 그의 말을 막았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내 생각에는 훨씬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복잡한 삼각 함수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지요. 광자와 회절 격자 사이의 각도가 45도 이하가 되면 빠져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퉁겨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두 광자가 서로 이상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 하지 않더라도 두 광자가 똑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 챌린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런 설명으로 두 번째 실험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회절격자를 서로 수직이 되도록 돌려놓으면 광자는 언제나 서로 반대로 행동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가 통과하고 다른 하나는 퉁겨진다는 말이지요."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 만약 두 필터를 90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2.5도 정도로 돌려놓으면 어떻게 될까 요?" 나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같은 결과가 얻어지겠지마나 가끔씩 그렇지 않은 경우도 나타나겠 군요. 내 생각에는 네 번 주에 한 번은 서로 다르게 행동할 것 같습니다." "아주 비슷하군요.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일곱 번 중에서 한 번만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나는 그가 갑지기 큰 소리로 외쳐서 깜짝 놀랐다. 더욱이 일곱 번 중의 한 번이라는 수가 어제 밤의 골치 아픈 기억을 되설려주어서 내가 농담처럼 말했다. "결국 식이 훨씬 더 복잡한 모양이로군요." 챌린저 교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지는 않아요. 광자들이 서로 교신을 하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복잡한 식으로도 이런 결과 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복권과 똑같은 역설이 아닙니까? 두 개의 광자는 고양이의 왼쪽과 오른쪽에 해당하고, 두 필터 사이의 각도를 조정시키는 것이 두 눈에서 어떤 점을 벗겨낼 것인가에 해당힙니다. 즉 필터를 같은 각도로 고정시키면 같은 위치에 있는 점 을 벗겨내는 것에 해당되고, 수직으로 고정시키면 서러 직각인 위치에 있는 점을 벗겨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큰 신음 소리를 내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아무리 기막힌 가정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결과입니다. 이렇게 절망 적일 때는 절망적인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멀리 교수와 나는 결국 두 광자 사 이에 벷의 속도보다 빨리 신호가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 나릴까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 의하고 있었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둘 중의 어떤 광자가 먼저 영향을 주게 된느가는 문제로 남게 됩니다. 상대 성 이론에 따르면 사건이 알어나는 순서는 기준틀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먼저라는 말 자 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서 실험실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관찰자에게는 왼쪽으 로 가고 있는 광자가 목표물에 먼저 도착하게 되지만,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가는 광자가 먼저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어떤 관찰자에게는 왼쪽 광자가 필터에 먼저 도착해서 오른쪽 광자에게 신호를 보내게 되지만, 다른 관찰자가 보면 반대로 오른 쪽 광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난 다음에 왼쪽 광자가 그 결정을 따르게 되지요. 만약 그것이 사실 이라면 논리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현상은 광자뿐만 아니라 모든 입자가 어떤 종류의 상호 작용을 하거나에 상관없이 타나난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주 먼 곳에 있는 별에서 방출되는 전하를 가 진 입자인 우수선을 검출햇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우주선이 생성된 이후에 그 입자와 상호 작용 한 것이 있었던 모든 입자들이 지금 어디에 있거나에 상관없이 모두 그 상태가 바뀌어 있을까요? 정말 믿기 어려운 결론이지요!" 나는 그의 이야기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나는 보다 실용적인 우리 문제로 다시 돌아가 고 싶었다. "그렇다면 복권 문제는 어떻게 된 겁니까?" 서멀리 교수가 급하게 손을 저었다. "그 복권은 아주 교묘사게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단순히 이런 양자 효과를 이용한 겁니다. 복권 의 양쪽에는 서로 상관 관계가 있는 스핀을 가진 전자가 숨겨져 있겠지요. 사진 필름을 이용했거 나 아니면 어떤 화학적인 묘수를 사용했겠지만, 벗겨진 점의 색깔이 숨겨진 전자의 스핀에 따라 서 결정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챌린저 교수가 큰 손을 들면서 소리쳤다. "무슨 말입니까? 교수님이 알아낸 것은 원리일 뿐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화학자도 그런 원리를 실제로 적용하지는 못할 겁니다. 누군가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가는 사람이 이 새로운 물 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모양이로군요.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범죄작이거나 반체제주의자에 가까운 사 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는 홈스를 바라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홈스 씨는 세계에세 가장 훌륭한 탐정입니다. 홈스 씨께서는 분명히 런던 전체에 퍼 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복권을 발해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홈스는 미소를 지었고, 챌린저 교수는 다시 테이블을 내리쳤다. "이런 이상한 현상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꼭 만나보아야만 합니다. 그 사람 은 마음이 비뚤어졌는지는 몰라도 존경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이런 수수께끼의 해답을 알아내기 전에는 편하게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다시 공원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동안에 나는 정말 굉장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롤먼 씨가 우리 곁에 없는 것이 정말 아쉽군요. 상대성 이론을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이울 방에 잔뜩 흩어져 있는 복권을 이용해서 런던에서 뉴욕은 물론 세계 어느 곳을로도 메시지를 빛의 속 도보다 더 빨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말입니다. 복권을 반으로 자르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홈스가 복권의 반족을 들고 뉴욕으로 가고, 나는 나머지 반쪽을 가지고 런던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홈스가 조용하게 물었다. 나는 홈스가 아직도 내 생각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놀라면서 대답했다. "미리 정해진 시간에 복권을 벗겨보지요. 홈스는 언제나 가장 위쪽의 점을 벗겨냅지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살 것을 바라면 위쪽의 벗겨내고, 팔아버릴 것을 바라면 왼쪽 점을 벗겨냅니다. 당신 의 복권에 타나나는 점이 나와 같은 색깔이면 내가 주식을 매입하기 바란다는 신호가 되겠지요." "그런데 3,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내가 자네와 색깔은 같은지 같지 않은지를 어떻게 알 수 있 나?" 나는 멈칫했다. "아마도...그렇다면... 이렇게 할 수도 ... 아니로군요. 그렇게 될 수가 없군요. 나를 좀 도와주세요. 분명히 어떤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홈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안 될 거네. 자네가 복권에서 임의의 점이 검은색이나 흰색이 되도록 만들 수 가 없다는 사실이 문제지. 무슨 색깔의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의 상관 관계를 두 조각을 함께 비 교해볼 때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네. 복권을 고안해낸 사람은 누구도 그 복권이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의 교신장치에 대해서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든 모양이야." 그는 익살처럼 말을 계속했다. "시간을 가로질러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절대 허용이 안 되네, 왓슨. 우주가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거든.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주가 괴상한 것도 사실이네. 서멀리 교수가 알아낸 것은 큰 희생이 필요한 승리일 뿐이네. 그의 수학이 성공하기는 했지만, 다른 어떤 것에도 안 맞는 결 과가 얻어졌잖나?" 12. 잃어버린 세계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홈스의 흔적도 볼 수가 없었다. 즉석 복권을 발행한 회사를 찾아내려는 그의 노력이 생각보다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언제나 내가 일어나기도 전 에 나갔다가 내가 잠들고 나서야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목요일에 회진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그 는 난로 옆에 기운 없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되었냐는 내 물음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실패한 것 같네, 왓슨. 그 사람들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악마처럼 교활한 사람들인 것 같네. 그 사람들은 내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잇는 듯해. 드디어 오늘 그 회사의 사물실은 찾아 냈는데 이미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문은 잠겨 있더군. 내가 빈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에 사무실을 소개해준 중개인이 우연히 찾아왔네. 키가 큰 아시아계 여성으로 아주 미인이었지. 내가 그 여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혼났다네. 그녀는 말솜씨가 아주 좋은 사람들에게 속았다고 하더군. 그 사람들이 임대료도 다 내지 않고 도망간 모양이야. 그래서 그 여자도 나만큼이나 열심히 그 사람들을 찾고 있다네." 나는 홈스에게 보여주려고 남겨두었던 어제 신문을 집어들었다. "안됐습니다, 홈스. 복권에서 잘 이용한 양자 측정의 역설을 해결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니 말 입니다. 그런데 왕립학회에서 개최했던 그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에 대한 기사가 이 신문에 났습 니다. 우리 친구인 일링워스 박사께서 그 토론회를 주재했던 모양인데 상당히 시끄러웠던 것 같 아요. 챌린저 교수와 서멀리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한 다음에 일리워스 박사가 청중들에게 의견을 물었 답니다. 청중들인 대부분이 과학자가 아니라 이상야릇한 철학자와 논리학자들이었던 모양입니다. 한 사람은 그런 실험이 사실은 자유 의지와 우연이 모두 실제로는 존재하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는군요. 복권에서 어느 쪽을 먼저 벗겨내거나 어느 쪽의 편광판을 돌릴 것인가는 언제나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결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우주 전체가 아주 미묘하게 서로 연결되 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답니다. 우주라는 것이 의식을 가진 관찰자의 마음에만 존 재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고, 의식 있는 관찰자의 존재가 신비로운 방법으로 사건을 맞들어내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관찰의 메커니즘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관찰이 어 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의문 자체도 의미가 없을것이라는 사람도 있었다는 군요. 그리고 그런 효과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미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답니다. 홈스, 제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의 주장은 모두 패배 주의자들의 어리석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어쩌면 제가 그들의 토론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제 자신을 철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 까 말예요." 홈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왓슨, 자네가 철학자가 아니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철학자들의 그럴듯한 궤변보다는 퉁명 스러운 자네의 상식을 더 믿는다네." "그런데 미술관에 근무한다는 한 여자의 말이 정막 기막힌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여러 개의 가능성 중에서 하나가 현실로 나타나는 양자 붕괴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한 다음에 참석자들에 게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답니다. 그 여자의 주장에 의하면 우주라 는 것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 가능성이 모두 출현할 수 있도록 많이 존재한다는 군요. 관찰자가 그중의 하나의 우주를 인식하게 된느 것은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일종의 일관성 있는 환상일 뿐이랍 니다. 참석자들 중에서는 그 여자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예요. 사람들은 그 여자에게 그런 우주가 과연 몇 개나 존자하는지, 그 수는 무한한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지, 사람들이 왜 우주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는군 요. 그런데 그 여자가 제대로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일링워스 박사가 그녀의 자격을 따지면서, 그곳 에 모인 저명한 토론자들은 알 수 없는 비전문가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모인 것이 아니 라고 말해버렸고, 그 여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가버렸답니다. 그 여자의 말이 너무 엉뚱 한 것이어서 나도 처음에는 일링워스 박사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챌진저 교수는 일링워스 박사에게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그 여자의 주장이 가 장 그럴듯하고, 만약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상의 이상한 가정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 후에도 열띤 토론이 계속된 모야인데, 결국 챌린저 교수가 벽에 걸려 있던 장식용 칼을 집어들고 일링워스 박사에게 그 칼이 바로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외치고 나서야 토론이 겨우 끝났답니다. 그곳에 있던 기자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토론이었다는군요." 홈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바로 오컴의 윌리엄이 주장했던 논리 절약 또는 경제성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로군. 어떤 사실 을 설명할 때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 말고는 가정으로 도입하지 말라는 것이지. 그 중세의 영국 논리학자는 훌륭한 탐정이 될 수 있었을 거야." 나는 신문 기사 내용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 외모가 빼어났다는 부동산 중개인 말입니다. 혹시 그 여자, 게 모양의 금빛 장식물이 달린 외투를 입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들은 홈스는 벌떡 일어나서 내 손에서 신물을 빼앗아서 열심 살펴보더니 욕을 하면서 신문을 던져버렸다. "왓슨, 바로 그 여자였네. 내 꾀에 내가 넘어가버렸군. 그 여자에게 묘한 느낌과 총명함이 풍겨 나왔는데 말이야.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서도 나는 단순히 그 여자의 미모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 해버렸거든. 결국은 그 여자를 놓쳐버리고 말았군! 정말 딱한 일이네. 나는 교묘한 과학적인 방법 으로 테러 위협을 하는 반체제주의자의 배후에는 반드시 그런 지식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 데도 말이네." 나는 홈스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홈스가 여자의 미모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흐트러 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내가 더 물어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문 앞에는 큰 체구의 당당한 신사가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사람 은 비싼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방금 마라톤을 마친 사럼처럼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 고 있었따. 홈스는 그에게 의자를 권하면서 내게 부탁했다. "왓슨, 손님께 브랜디 한 잔 가져다주겠나?" 방문객은 아직도 숨을 거칠게 쉬면서 말을 못했지만 명함을 꺼내서 홈스에게 주었다. 홈스가 그 명함을 보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교육응용연구소의 그레이너 박사님. 죄송합니다만 박사님, 당신의 유명한 연구소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레이너 박사는 홈스의 말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앟았다. 어쩌면 너무 지쳐버린 것도 같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음하듯이 말했다. "제 연구소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젊은 사람이 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 두 시간 도 안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몸에 전깃줄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전기 충격으로 살해된 모양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나는 이 사건 때문에 완저히 망하게 될 겁니다." 홈스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흥미로운 사건이군요. 공명심에 불타는 경찰이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 저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왓슨, 어서 택시를 불러주게. 사건 내용은 택시를타고 가면서 들어도 되 니까요." 그레이너 박사의 연구소는 펜랜즈에 있었고, 우리는 30분도 안 되어서 펜처치 역을 출발하는 기 차에 오를 수었었다. 우리가 객실에 자리를 잡고 나자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레이너 박사가 사건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젊고 경솔한 학생이었던 20년 전에 두 가지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역청이라는 염료를 합성하는 방법과 그 염료에서 값비싼 화합물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지요. 나는 새로운 반응에 대한 귀중한 아이디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지도교수의 친구중에서 파크스 씨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좀 의심스러운 명성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내 일에 학술 적인 관심 이상의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 사람은 정해진 기간 안에 내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돈의 일부를 미리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큰 도시의 살고 있던 젊은이에게는 유혹이 많이 않았겠습니까? 내 의욕은 왕성했지만 주 어지니 시간이 훨씬 지날 때까지도 나는 그 연구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에 체격이 건장한 남자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아침에 체격이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내 하숫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파크스 씨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면 서 그의 요구를 거부하면 안 된다고 강압적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들이 타고 왔던 마차에 올랐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파크스 씨의 궁 궐 같은 시골집 대신이 바깥에서 보면 사람이 살수도 없을 것 같은 아주 작은 돌집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그곳에는 내 연구에 필요한 참고 서적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내 학위 논문의 사본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 주에서 체격이 더 건장한 남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나를 협박했 습니다 논문을 완성하기 전에는 그곳을 떠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앟고 빈둥거리기만 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그들을 비웃었습니다. 나는 협박을 받는 위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창조적인 연구가 불가 능하다고 말해주었지요. 휴식을 해야할 필요도 있고, 영감을 얻기 위해서 아침 내내 커피를 마시 면서 친구들과 잡담을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준비가 있어야만 30분 정도에 걸쳐 서 정말 훌륭한 수준의 일일 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무례한 친구들이 내 목덜미를 잡아서 번쩍 들더니 이빨이 덜렁거릴 때까지 흔들어 버리던군요. 그런데 나는 그 순간에 정말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시실을 깨닫게 되었던 거지 요." 홈스가 별로 흥미없다는 듯이 딱딱한 투로 말했다. "그런 소문이 나면 전 세계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놀라겠군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논문을 완성하고 받은 돈으로 머리는 좋지만 의욕이 부족한 수 천 명 의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요양소를 설립하기도 했지요. 우리 시설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하루 종 일 방에 갇혀서 아무런 유혹도 없는 환경에서 연필과 종이만 가지고 지내게 됩니다. 음식물과 같 은 사치품은 스스로 생산적인 일 한 대가로 벌어야만 합니다. 논물을 한 페이지 쓰면 빵을 한 조 각 얻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교환 원칙입니다. 곧 우리 시설은 유명해졌지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서 어쩔 수 없이 입소 비용을 높게 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를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어왔습니 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홈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위로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ㅈ구은 젊은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죠." "펨버턴 말입니까? 우리 연구소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은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똑똑한 학생이었지요.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등생이었던 그는 수리철학 분야의 어려운 논문을 쓰고 있었 는에, 3년이 지나도 마무리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가족들도 학비를 대는 일에 지쳐 있었지 요. 잡안 형편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부자는 아니었으니까요. 그 젊은이 자신은 가진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이 그 학생을 우리 시설에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잘 적응하 는 것 같았는데, 최근에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을 계속했다. "내가 바라던 만큼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더군요. 사실 지금 생각난 건데, 지난 몇 주 동안은 대 부분의 학생들이 일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더군요. 요즘 젊은이들은..." 그는 요즘의 젊은이들에 대해서 통렬한 비판을 시작했지만 기차가 멈추는 바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긴 여행에 지친 우리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큰 건물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립되어 있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유혹을 차단하기에 좋지요." 그레이너 박사는 계단 으로 마중을 나오고 있는 인상이 좋고 건강하게 생긴 여자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좋은 저녁이예요, 케이트. 우리를 도와주실 탐정님을 모시고 왔어요." 그렇지만 그 여자는 기분이 상한 듯이 콧웃음을 치면서 말햇다. "전보를 치면 될 일을 런던가지 가서 하루를 낭비했단 말예요? 이제 그럴 필요도 없게 됐어요. 그분들에게 이곳을 소개해드릴 필요도 없다는 말이어요. 모든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어요. 당 신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어요. 이상한 일이 생겨서 당신이 만들어둔 몇 달 치의 회계장부로도 부족하게 됐어요." 그 여자는 냉정한 말투와는 다르게 그레이너 박사에게 다정하게 키스르 했다. 그리고는 홈스와 나를 복도로 안내해서 책상과 딱딱한 의자, 좁은 야전 침대뿐이고, 창문이 높이 달린 감옥 같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잘 생긴 젊은이가 책상 위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의 이마에 커다란 화상이 있는 것을 보아서 어느 부위가 감전되었는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머리 양쪽에는 봉랍이 발라 져 있었고, 두 줄의 전깃줄이 창틀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서 밖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전깃줄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았습니까?" 홈스의 물음에 그레이너 부인이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경찰이 케임브리지에서 수사관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요." "옳은 말이군요, 부인. 기다리는 동안에 바깥을 잠간 둘러보겠습니다. 모든 방에 비슷하게 생긴 창문이 있겠지요?"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창분을 따라 걸으면서 창틀을 유심히 사펴보았다. 창문마다 잘 절연된 전 깃줄 두 줄식이 연결되어 있었다. 가느다란 전깃줄이 두 창문 사이에 담쟁이 넝쿨처럼 연결되어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도록 벽에 감추어벼 있었고, 전깃물은 건전저기 잔뜩 쌓여 있는 작은 집까 지 연결되어 있었다. 건전지들은 상당한 전압이 나오도록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떻게 감전 사고가 일어났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지만, 무엇 때문에 이런 이상한 장치를 만들었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홈스가 무엇인가를 깨달은 읏이 탄성을 질렀다. 우리 가 집 뒤로 돌아갔을 때, 그레이너 부인이 우리를 찾으러 왔다. 아마도 그녀의 남편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홈스가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학생들 중의 한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려울까요?" 그레이너 부인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말했다. "학생들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불 끌 시간이 되기 전에 잠깐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우리를 어느 방 아픙로 데리고 갔다. 문을 열고 우리를 내다보고 있더 볼이 홀쭉한 젊은 이에게 그녀가 냉정하게 말했다. "딕스비 씨, 이 분들이 불쌍한 펨버턴에게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보고 싶답니다." 홈스는 그녀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안해하는 딕스비에게 돌아서서 조용하게 말했다. "장난은 이제 끝났습니다. 라디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냈습니다. 오늘밤에 어떤 일을 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까?" "그것은 펨버턴의 아이디어였지만 단순한 장난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가 흐느끼면서 말하기 시작했고, 홈스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한 참을 울먹이던 딕스비가 마 침내 한숨을 쉬면서 말햇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지요. 그렇지만 가끔씩은 혼자 있는 것이 견디기 어려 울 정도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 일요일에만 인근 마을까지 산책을 할 수 있답니다. 그 마을에 작 은 라디오 가게가 있지요. 펨버턴의 제안으로 우리는 모두 이어폰과 건전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라디오 수신기를 한 대 샀지요. 그렇지만 너무 유혹이 크지 않도로고 장치했습니다. 건전지를 한 개씩만 장치하고, 하녀를 매수 해서 건전지가 다 되면 새 것으로 바꾸어달라고 했지요. 그리고 이어폰을 수신기에 직렬로 연결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이어폰을 동시에 연결해야먄 라디오가 작동이 됩니다. 우리는 매일 오후 1시 부터 30분 동안만 라디오 뉴스롤 듣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도 혼자서는 이 규칙을 어길 수가 없지요. 정확하게 지켜질 수밖에 없는 규칙이었습니다. " "오늘가지는 분명히 그랬겠지요." 홈스의 말에 딕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펨버턴이 새로운 꾀를 생각해냈다고 하면서 우리들한테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펨버턴이 일찍 방을 몰래 빠져나와서 우리 방마다 창문으로 지시시항을 넣어주었습니다. 내게는 뉴스 직후에 방송되는 뉴마킷의 경마 결과를 잘 들어두라는 지시가 왔습니다. 만약 피들 러의 리치라는 말이 10시 30분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전깃줄을 합선시키라고 하더군요. 그리 고 전깃줄에는 높은 전앞이 걸려 있을지도 모르니까 맨손으로는 만지지 말라는 말도 했습니다. 옆방의 윌로비도 비슷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는 11시 경기에서 롱보이라는 말을 주의해서 보 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 지시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데 펨버튼이 무엇을 원했었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는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고, 약간 흥분 해 있는 것 같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그가 자살을 계획하고 있을 것 이라는 흔적은 전혀 없었습 니다. " 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요. 감사합니다. 다시는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 우리는 그레이너 부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남편에게 투정하고 있는 안채 대신에 펨버턴의 시신 이 놓여 있는 방으로 되돌아갔다. 홈스가 갑자기 시신의 주머니를 몰래 뒤지기 시작했다. "뭘 찾으세요?" "왓슨, 지금 두 가지를 찾고 있네. 경마권과 편지를 찾고 있는 중이지. 깊이 숨겨놓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하! 여기 있군." 그는 웃옷의 주머니에서 분홍색 종이를 꺼내어 내게 주었다. 봉투에는 '수신인 귀하'라고만 적혀 있었다. 내게는 아주 이상하게 보이는 종이였다. 나는 도박을 해본 적은 없디만 그 종이가 평범한 경마권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누적 경마권이라는 거네." 궁금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홈스가 설명해주었다. "이 경마권은 한 번의 경기가 아니라 연속 경기에 사용하는 경마권이지. 하루에 열리는 경기 전 부를 대상으로 하는 누적 경마권도 있다네. 이 경마권은 다섯 경기를 위한 것이로군. 첫 번째 경기에서 지명된 말이 이기게 되면 규정에 따라 상금이 올라가게 되고, 두 번째 경기에 지명한 말로 옮겨가게 되지. 지명한 다섯 마리의 말 중에서 한 마리라도 경기에서 탈락하면 경마 권 전체가 무효가 되버리네. 그대신 다섯 마리라도 경기에서 탈락하면 경마권 전체가 무효가 되 벌리네. 그 대신 다섯 마리의 말이 모두 승리하게 도면 보통 보더 훨신 더 많은 상금을 받게 되 지. 이런 경마권은 승률이 낮기는 하지만 상금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전문 도박꾼들은 이런 누 적 경마권을 좋아한다네. 누적 경마권 한 정이 적중하게 되면 경마 회사가 파산해버릴 수도 있다 고 하더군. 왓슨. 이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겠나? 펨버턴은 오늘 엄청난 거부가 되거나 고통 없이 죽어 버리고 싶었던 거네. 그는 친구들을 동원해서 자신이 도박에서 졌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죽어 버리고 싶었던 거지."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그렇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뭡니까? 홈스. 전혀 절망적인 상황에 있었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렇게 승률이 낮은 상금을 노렸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네. 그런데 이것은 그레이너 부부에게 보내는 편지 일 거네. 그 사람들 앞에서 열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잠시 후에 홈스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거실에 앉아서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내서 큰 소리 로 읽었다. 보십시오. 어제 나는 아주 특별한 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수없이 많 은 유사한 우주에 살고 있고, 그런 우주에서는 무한히 많은 모든 가능한 양지 결과가 동시에 일 어나고 있답니다. 나는 그 이론에 완전히 매혹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에 의하면 무한의 두 배도 무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한 곱하기 무한도 무한보다는 크지 않다고 알고 있습 니다. 그래서 만약 그 이론이 사실이라면 이길 확률이 수만 분의 일에 지나지 않더라도 내 생명 을 걸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무한히 많은 내 자신의 유사한 복제 중에서 만 분의 일만이 살아남게 되겠지만, 그 수 역시 무 한히 큰 수일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내 자신의 복제들은 지금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 청난 부가 되어 있을 테니 말입니다. 나는 단순한 허구의 존재, 즉 내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우주로 보낼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질를 일게 될 사람은 내 부모님께 사과의 말슴을 전해주시고, 내가 절망에 빠져서 이런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논리적인 이유로 이렇게 한 것임을 설명해주시 기 바랍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보려고 했던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서 펨버턴 씀 나는 밤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홈스에게 물었다.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데요?" "그레이너 씨는 똑똑하기는 하지만 좀 게으론 것 같더군요. 그런 사람이 사업에 성공한 것이 조 금 놀랍습니다. 그를 감독하기 위해서 공요했던 사람들은 그가 논물을 완성한 후에는 모두 떠나 버렸지요. 그 후에는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까요?" 홈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레이너 박사의 가족을 잘 생각해보면 그 답을 확실히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더니 그는 읽고 있던 신물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왓슨, 이 사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몇 가지 경고를 해야 할 것 같네. 첫째,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그 여러 개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는 거네." 둘째, 만약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우주의 수가 정말 무한히 많은지 아니면 단 순히 상당히 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걸세. 진정한 의미에서 무한대의 만 분의 일은 역시 무한대겠지. 그렇지만 유한한 수의 만 분의 일은 처음 수보다 그만큼 작은 수네. 셋째, 자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부상만 입힐 확률이 만 분의 일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 도 알려주어야 하네. 그것도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 치명적인 부상일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까 부 자가 되는 사람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살아라게 되는 사람이 더 많게 되는 거네. 마지막으로 부자가 되는 복제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가족과 친구들이 슬픔에 빠지게 될 테니까 그런 생각 자체가 아주 이기적이라는 거네. 실제로 접촉할 수 없는 우주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철학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생각은 단순히 자기 중심적인 이기 심에 지니지 않지." 나는 손을 들어서 그의 말을 막았다. "홈스, 독자들에게 정당한 일은 아닐 것 같군요. 평소에 당신은 어린이에게 아주 위험한 모험을 다루는 책에 '어린아이는 집에서 흉내내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넣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 니까? 그렇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상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경고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렇지만 당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겁니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홈스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서두르세, 왓슨! 게임이 벌서 시작됐어. 빈체제주의자들이 쳐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의 동움이 필 요하게 되었네." 나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겨우 옷을 입었다. 바깥은 아직도 칠흑같이 어두웠고, 경찰 마차가 우 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굉장한 소동이 일어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차가 출발할 때 그에게 불평을 했다. 홈스는 잠에서 완전히 깬 모습이었다. "아니네, 왓슨. 아주 미묘한 협박이 있었다네. 경찰이 우리 도움을 필요로하니까 우리는 그 요청 에 응해주는 것이 의무지." 켄싱턴가의 중간에는 경찰 저지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200야드 정도 떨어진 곳에는 또다른 저지 선이 있는 모양이었다. 주민들이 잠옷 바람으로 대피하고있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레스트레이드 형사의 못습이 보였다. 그가 우리를 보고 기분 좋게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홈스 씨께서 왜 이곳엘 오셨는제 모르겠군요. 폭탄을 제거하는 동안 정신을 바짝 차리기만 하면 될 텐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몇 파운드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폭 탄입니다. 다만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보낸 쪽지 한 장과 이번 사건의 해결을 방해하 기로 결심한 듯한 정신나간 교수 한 사람이 문제일 뿐이요. 그 교수가 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몇 시간 동아닝라도 유치장에 가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황소같이 생긴 모습을 한 그 정신자간 교수가 누군이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홈스가 말했다. "내가 챌린저 교수를 잘 압니다." "그렇다면 잘됐군요. 제발 그를 안심시켜서 여기서 먼 곳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레스트레이드가 우리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사물실 건물 안에서는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 다. 현관 맞은편에는 여러 가지 기ㅖ가 있었고, 그 옆에는 사각형의 판이 붙어 있는 파이프가 연 결된 유리 탱크가 놓여있었다. 챌린저 교수가 그 옆에 서서 두 사람의 경찰관과 심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그는 우리에게 다가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외쳤다. "맙소사. 어서 오세요, 홈스 씨. 당신은 이 사람들과 말이 통하겠지요? 그렇지요? 내가 이 사람 들에게 이것이 보통의 폭탄이 아니라 일종의 지능시험용 특수 폭탄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주려고 애를 쓰고 있답니다. 여기 매달린 설명서에 따르면 이 폭탄에 시한 장치는 없습니다. 대신에 이 폭탄에는 아주 민감한 기폭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 폭탄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전 혀 없습니다. 한 개의 광자만 충돌하더라도 이 폭탄이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행스럽게 도 그 기폭 장치는 밀폐된 통 속에 들어 있는데, 저 파이프의 끝을 잘라야만 닿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서에 의하면 그 기폭 장치는 지금은 잠겨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만약 그것이 사 실이라면 이 폭판은 안저한 상태인 셈이지요 그렇지만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주 조심 스럽게 취급해야만 합니다."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우리 뒤에 와서 말했다. "교수님의 단순한 논리에 의하면 이 폭탄이 작동해서 결국은 터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 사람들을 한없이 대피시켜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충분히 먼 곳까지 대피 시켜두고 폭탄을 분해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분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폭탄을 폭발시 킨 다음에 그 뒷처럼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만약 폭탄이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까? 이 부근에는 아주 중요한 소장픔이 있는 박물관도 여러 곳 있습니다." 챌린저 교수가 흥분해서 말했지만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어깨으쓱하면서 대답했다. "만약 폭탄이 작동 중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모래주머니를 쌓거나 하는 사전 조처를 취해야 지요. 만약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그렇게 복잡한 준비를 할 필욯가 없습니다. 더구나 기폭 장치가 그렇게 예민한 것이라면 폭탄을 실제로 폭발시켜보기 전에는 그 폭탄이 작동 중인가를 확 인할 길이 없군요." 챌린저 교수가 콧웃음을 쳤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이 멍청이들에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겁니다. 충분한 시간을 주면 내가 완벽하게 안전한 시험 장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폭탄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매 우 낮으면서도 폭탄이 작동 중인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버을 간단하게 고안해낼 수가 있다는 말 입니다."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폭탄에 광자를 쏘아보내면 됩니다." "맙소사. 교수님께서 만약 기폭 장치가 작동 중이라면 광자에 의해서 폭탄이 터져버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챌린저 교수는 한심하다는 듯이 긴 한숨을 쉬었다. "홈스 씨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홈스 씨는 현대 과학의 기본 적인 상식을 많이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저도 홈스 씨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만약 5분 내에 홈스 씨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이곳을 떠나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교수님이 아무리 유명하신 분이라고 하더라도 체포해서 경 찰서로 이송하겠습니다. " 그렇게 말한 레스트레이드 형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챌린저 교수는 주머니에서 연필과 종이를 꺼냈다. "무대 위에 귀신의 환상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지요? 무대와 관중석 사이의 중간에 유리판을 적당한 각도로 설치해서 유리판에 비춰지는 빛의 절반은 투과되고, 나머지 절반은 반사되도록 할 수가 있지요. 그렇게 하면 유리에 반사된 모습이 유리판의 반대쪽에 보이는 모습만큼이나 사실적 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런 홀로그래피 장치를 사용하면 무대 옆에 있는 배우가 무대를 가로 질러 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무대 장치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가 있지 요.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장치도 비슷한 겁니다." 그는 설명을 계속했다. "광자를 비슷듬히 세워진 유리로 보냅니다. 광자가 오른쪽으로 반사될 확률이 절반이고, 기울어 진 거울을 그대로 통과해서 폭탄의 기폭 장치로 가게 될 확률이 절반입니다. 이 장치의 오른족에 애덤스 박사가 만든 미감한 사진 필름을 놓아두면 되지요." 내가 알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렇군요. 이것은 두 틈새 실험을 옆으로 기울인 것이로군요." "맞습니다, 박사. 만약 기폭 장치가 잠겨 있다면 이 장치에 충분히 많은 광자를 보낼 수 있을 것 이고 사진 필름에는 잘 알고 있는 띠 모양의 간섭 무늬가 생각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 개의 광 자만 쏘아보내면 가운데의 어두운 띠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곳에 점이 나타나게되겠지 만, 그 경우에도 희마하긴 하겠지만 간섭 무늬가 나타날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기폭 장치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한 개의 광자를 쏘아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자신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그 놀라운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절반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광자가 우연히도 기울어 진 거울에서 반사된다면 필름에 한 개의 점이 나타나겠지요." "그 점이 나타나는 위치는 필름에서 어느 곳일까요?" 나는 더 자신있게 말했다. "아무 곳에나 나타나겠지요. 중앙의 검은 띠를 제외한 어느 곳이나 말입니다." 내 말을 들은 챌린저 교수는 머리를 저으면서 경멸하듯이 말했다. "당신의 생각하는 방법이 정말 흥미롭군요. 광자가 어떤 틈새를 지나가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특 정을 하기만 하면 띠 모양의 간섭 무늬가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겠지요? 그런데 폭탄을 터지도록 만드는 기폭 장치도 광자의 존재를 기록하는 측정 장치가 아닐까요? 폭탄이 폭발한다면 광자가 거울을 지나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사된 것이 되지 않습니까?" 나는 내 잘못을 깨닫고 실수를 만회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기폭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면 간섭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가운데 부분 에도 광자가 도달할 수 있겠군요. 다른 곳은 물론이고 가운데도 닿을 수 있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었다면 광자를 보내봅시다. 폭판이 터져 버릴 수도 있고, 첫 번째 거울에 반사되어서 필름에 닿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운이 좋아서, 광자가 첫 번째 거울에 반사되어서 간섭 현상으로 어두운 띠가 생길 가운데 부분에 닿게 되면 폭탄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포탄이 터지지도 않 을 것이고, 기폭 장치를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말도 안 된다도 생까했다. 실제로 광자게 기폭 장치에 닿지도 않았는데 기폭 장치가 켜져 있는가 꺼져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주장처럼 생각되었다. 이런 논리에는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임피리얼 대학의 챌린저 교수 실험실이 바로 근처에0 있었기 때문에 그가 생까했 던 장치를 설치하는 데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긴 주의 끝에 광자를 한 개씩 방출할 수 있 는 전기 램프의 스위치가 연결되었다. 우리 모두는 안전한 거리까지 물러나서 챌린저 교수가 스 위치를 누를 때를 기다렸다. 그가 스위치를 눌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관 한 사람 이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챌린저 교수는 개의치 않고 필름을 꺼내서 현상하러 실험 실로 돌아갔다. 잠시 후에 그는 얼굴이 하얗게 되어서 돌아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사! 이 폭탄은 작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창피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스위치를 누르자 굉장한 폭발이 일어났다. 기폭 장치는 정말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래 주머 니 덕분에 피해가 최소한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한 후에 챌린저 교수는 우리 어깨를 두드려주고 사라져버렸다. 새벽 무렵에 집으로 걸어오면서 내가 말했다. "챌린저 교수의 실험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다시 말해서 두 개의 평행한 세 상이 있고, 실험의 특성 때문에 그 두 세상이 잠시 서로 교순이르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겁니 다. 그중의 한 세상은 재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한 번의 실험으로 기폭 장치가 폭발하게 되었습니 다. 그렇지만 그런 정보가 이쪽의 실제 세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사실은 기폭 장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겁니다." 내 섬령에 대해서 홈스는 아무런 댇답도 없었다. 그의 몸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눌렀다. "왓슨, 저쪽을 보게!" 나는 어둠 속에서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좀 떨어진 곳에 키가 크고 아름다운 아시아계 여 성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겉옷 앞쪽에 금빛 장식물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홈스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그가 다가가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주변의 사람들 속으로 사 라져버렸다. 그 여자를 찾으러 뛰어가는 홈스의 모습이 우습게 보였지만 그에게는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마침내 그 여자는 어떤 클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전하게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홈스는 전 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가 따라 들어간 방에는 아편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방 안쪽으로 깊이 들어간 후에야 우리는 사람들이 가윽한 강당과 같은 곳에 들어온 것을 알게 되 었다. 나는 방 안에 가득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에게 자리에 앉도록 손짓을 했다. 마침 요란한 색깔의 옷을 입은 마술사가 무대에 올라갔다. 바로 우리가 쫓아왔던 그 여자였다. "여러분, 지금까지는 별 것 아닌 마술을 몇 가지 보셨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놀라운 마술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이제 제가 여러 개의 현실 사이의 장막을 걷어 보여드리겠습니다. 몇 초 동안에 불과하기는 하겠지만 우리 곁을 스쳐 지나서 멀어져 가는 세게와 잠시라도 접촉할 수 있 을 겁니다. " 그러면서 그 여자는 무대의 중앙에 놓여 있는 큰 장치를 가리켰다. 그 장치는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고, 두 개의 스위치와 전구가 위로 튀어나와 잇었다. 그녀가 스위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이 스위치를 누르면 한 개의 광자가 방출되어서 유리판에 닿게 되는데, 그 광자가 유리판 을 통과할 확률은 절반입니다. 만약 광자가 유리판을 통과하게 되면 이속에 있는 원자를 들뜨게 만들어서 이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되고, 여기 있는 작은 스위치를 누르면 원자가 다시 에너지를 잃으면서 전구가 꺼지게 됩니다. 몰론 광자가 유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두 가지 가능 한 세계에세의 원자 상태는 서로 연결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한 세계가 다른 세계의 영햐을 미친다는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광자가 지나간 세계의 원자가 방전되도록 하면, 광자가 지나가 지 않은 세계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서 그 세게에 있는 전구에서도 역시 불이 켜지게 됩니다! 여러분에게 이런 사실을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원자가 한 사람 필요합니다." 놀랍게도 그 여자가 나를 선택했다. "박사님, 무대로 올라오십시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를 따라 하십시오. 우선 알파벳 중에서 아 무것이나 생각해보십시오. 물론 어떤 글자를 골랐는가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이 단추 를 누르겠습니다. 그리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그 글자가 무엇인가를 말씁해주십시오." 나는 북쪽을 나타내는 N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여자는 기계에 붙 어 있는 큰 스위치를 눌렀다. 그 여자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자 목에 걸고 잇던 초시계의 단추를 눌렀다. "이제 무슨 글자였는가를 말해주세요." 내가 N이라고 대답하자 그 여자는 초시계를 열심히 보고있다가 정확하게 선택한 순간에 작은 단추를 눌러서 전구에 불이 꺼지도록 했다. 그리고는 기계와 초시계를 모두 다시 준비 상태로 둘 려놓고 나서 다시 명령했다. "두 번째 글자를 생각하세요." 나는 O를 선택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가 큰 단추를 눌렀지만 이번에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다시 초시계를 열실히 들여다보았ㄷ. 몇 초 후에 전구의 불이 깜박이 자 그 여자는 승리감이 도취된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의 글자는 O였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알아냈을까?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다시 R을 선택했고, 이번에도 불이 켜지지 않아서 나는 조용히 있었다. "R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하지 우리는 'norbury'라는 단어를 완성하게 되었다. 정확한 시간 간격에 따라서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전해지는 신호가 나만이 알고 있던 단어를 온전하게 전해준 모양이었다. 마지막 그라자를 맞히고 나자 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부인, 당신이 사용하고있는 기계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 여자가 고개를 저었지만 홈스는 개의치 않고 무디로 뛰어올라갔다. 그러나 건장한 체격의 극 장 경비원 두 사람이 그를 가로막았고. 그를 도와주려던 나도 역시 잡혀버렸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신음 소리가 들려서 옆을 쳐다보았더니 홈스가 비틀거리면서 깨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의 지하면서 겨우 이러설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홈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스턴가인 것 같네, 베이커가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곳이군. 오늘밤의 모험이 훨씬 더 위 험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다행이네." 우리는 서쪽을 향해서 말없이 걸었다. 잠시 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홈스, 우리가 며칠 동안 겪었던 일들이 정마라 사실이었습니까?" 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왓슨. 적어도 오늘밤까지의 사건들은 말이지. 불가능할 것 같던 챌린저 교수의 폭탄 실험도 사실은 여러 번 성공했던 실험이라더군. " "그렇지만 오늘 밤의 일은 우리를 위해서 아주 신중하게 꾸며진 것 같아요. 그 여자가 의도적으 로 우리를 아편 소굴로 유인했고, 그곳에서 아편 냄새에 취한 우리를 상대로 내가 알기로는 역사 상 처음으로 고안된 실험을 해보였던 것 같아요. 단순한 속임수었다면 정말 그럴 수가 있었을까 요?" 홈스가 내 말에 큰 소리로 웃었다. "심령사와 무당들이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을 속이는 묘한 방법이었지. 자네는 'norbury'라는 단어를 자네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생각했겠지.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해결했던 가자 유명한 사 건이 일어났던 지방의 이름이라네! 자네가 자신에 넘쳐 흥분할 때 내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 같 나?"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니까 평행으로 존재한다는 세계라는 것은 모두 엉터리로군요!" 홈스는 머리를 저었다. "왓슨, 그런 주장이 아직은 확실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네. 불가능한 것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아무리 어려울 것 같은 가능성이라도 진실이 될 수 있다는 내 말을 기억하겠지" 다중세계의 존재 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괴상한 양자 역설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 중에서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이라고만 말해두고 싶군." 유니버시티 대학교가 멀리 보였고, "수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옆문이 보였다. "홈스, 이번 모험이 잘 끝나주었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이제는 나 뿐만 아니라 당신가지도 이 문 제를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철학이나 수학과 같이 난해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 두어야 할 것 같아요." 홈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는 않네. 언제나 느슨한 부분이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답이 더 심오한 문제를 제기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네. 지금부터 몇 년 동안은 챌린저 교 수와 서멀리 교수가 밝혀내려고 하는 그런 종류의 발견이 계속될 걸세. 그렇다고 모든 일을 완벽하지도 않은 과학자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지. 과학자들은 스스로 의 꾀에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자네도 내게 훨씬 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괴상한 방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잖나? 이론가들은 언제나 정직해야만 하네. 똑똑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스스로가 그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 왓슨, 절대 겁낼 필요가 없네. 그런 희귀한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거나에 상관없이 상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로 실제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유횩적인 궤변을 막아야 하네. 그래서 이런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언제나 자네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한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