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깊은 사랑 하 지은이: Sandra Brown 33 ..도대체 무슨 일이야?.. 반 러브조이가 체념한 듯 말했다. 긴장된 손가락에 쥐고 있던 담배의 마지막 한모금을 빨았다. ..내가 공연히 공갈을 친 거였나?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만 같아...... ..자네, 애한테 공갈협박을 했어?.. 아리리쉬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반을 쳐다보았다. ..자네가 애버리인 것 같다는 말을 할 때부터 실수는 시작돤거였어, 이 사람아!.. ..맞아, 그런 것 같아, 아이리쉬... 애버리는 늙은 남자의 팔위에 달래듯이 손을 올렸다. 빙긋이 웃으며 그 여자가 덧붙였다. ..반은 우리의 비밀 속에 자기를 끼워주지 않았다고 화가 나서 그런 거였어요... ..그애긴 집어치워라. 그 비밀 나부랭이 때문에, 덕분에 난 만성 소화불량에 걸려버렸다... 아이리쉬는 부엌 탁자에 놓인 병에서 또 한잔의 위스키를 따라 마시려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도 한잔주게, 아이리쉬... 반이 그에게 청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애버리에게 말했다. ..아이리쉬가 옳아. 넌 아예 옴짝달싹 못하고 있고, 또 그걸 알지도 못하고 있어... ..난 알아요... ..뭐 좀 붙들고 늘어질만한 거라도 잡아냈니?.. 아이리쉬의 질문에 애버리는 머리를 저었다. ..아뇨...... ..세상에, 애버리,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니냐? 왜 그 따위 빌어먹을 바보짓을 시작했냐구?.. ..아저씨가 말하겠어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 애버리 옆에 다시 와 않는 아이리쉬에게 그 여자가 물었다. ..이건 네가 만든 자리 아니니?.. 아이리쉬와 반이 위스키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애버리는 다시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여자가 말하는 모든 것을, 우울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확인시켜주는 아이리쉬를 자주 쳐다보며, 반은 집중해서, 그러나 연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 주었다. ..러트리지는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그 여자가 시간을 거슬러 내려와 그에게까지 이르자 반이 물었다. ..아무것도... ..살인음모자에 대한 단서는 잡았니?.. ..아직은 몰라요... ..그 후로 뭐 다른 소식이 없었니?.. ..예, 어제 다른 형식의 통지를 받았어요... ..뭐라고 써 있던?.. ..뭐, 내용으로 보면 이전하고 같아요... 그 여자는 을러대는듯한 아이리쉬의 푸른 눈을 피하면서 분명 치 않게 대답했다. 애버리의 솟옷 서랍에서 찾은 간결한 내용의 쪽지에는 '넌 그와 잤어, 잘한 일이다. 이제 그는 서서히 기운이 빠지기 시작할 게야...... 라고 적혀 있었다. 애버리는 이 알 수 없는 암살자가 여행 동안 호텔 방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까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못할 역겨움을 느꼈다. 데어트가 부부생활에 관해서까지도 누군가에게 의논했단 말인가? 아니면 암살자는 데이트의 성생활이후 분위기를 느길 수 있을 정도로 데이트와 가까이 있단 말인가, 그의 태도에서 그것까지 알아낼 정도로 똑똑한가?.. ..그가 누구이건 간에, 그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이리쉬의 양 팔에 근육이 일어셨다. ..그렇지만 난 그가 직접 죽이려고 달려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을, 애버리는 나즈막하게 말했다. ..내 생각엔 누군가를 고용한 것 같아요. 내가 달라고 했던 테이프를 가져왔어요?.. 반은 애버리보다 몇 분 전에 와서 비디오 테이프 몇 개 를 놓아 두었던 탁자를 고개짓으로 가리켰다. ..아이리쉬가 알려주더구나. 네가 우편한에 만나자는 메시지와 함께 테이프도 함꼐 가져오라고 했다고 말이야... ..고마워요, 반... 애버리는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프를 집어들고 아이리쉬의 텔레비전 수상기와 VTR로 가서 켰다. 그 여자는 비디오 테이프 한개를 넣고 리모콘을 가지고 소파로 돌아왔다. ..우리가 여행할 동안 찍은 게 이게 다란 말이죠?.. ..그래, 편집되지도 않은 네가필름이다. 난 술이나 더 마셔야 겠어... ..다음번엔, 자네가 마실 건 가져와서 마시도록 해, 이 친구야... 어슬렁거리며 부엌으로 가는 반의 뒤꼭지에다 대고 아이리쉬가 투덜댔다. ..전신차리고 같이 봐줘요, 아이리쉬... 아이리쉬는 몸을 앞으로 굽히고 팔을 무릎에 댔다. 텔레비젼에서는 테이트가 활주로에 내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에버리와 맨디가 그 옆에 있었다. ..아이는 함께 데리고 있었군. 테이트의 부모는 어디 있지?.. 시원한 음료수를 가지고 돌아오면서 반이 물엇다. ..그들은 차편으로 왔어요. 지아 비행기는 타기 싫다고 했거든요... ..대단한 공군의 아내로군. 그렇지?.. ..그렇지도 않아요. 그녀가 어린 책을 데리고 집을 떠나 있을때, 넬슨은 한국에서 폭격작전 중이었대요. 그리고 나서 그는 몇몇 신개발전투기 비행조종 시험을 했대요. 그리고 지이는 자기가 과부가 될까봐서 항상 지핵기 사고로 바다에서 실종됐대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냈지?.. ..숨겨진 모든 사진들을 보려고, 그가 자리를 비울 ㄸ 테이트의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난 사진 속의 사람들에 대해 그의 비서를 잘 속여서... 기다려요! 멈춰요!.. 그 여자는 자신이 리모콘을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테이프를 멈추고 거꾸로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돌렸다. 아주 조용히, 두려워하면서, 그 여자가 말했다. ..그는 우리가 휴스턴에 도착할 때도 공항에 있었어요... ..누가?.. 아이리쉬와 반이 함꼐 물었다. 다시 에버리는 테이프를 되돌렸다. ..여긴 아직 하비공항이죠? 맞아요, 반?.. ..그래, 맞아... ..저기요! 저 키큰 회색머리 남자 보여요?.. ..노란 폴로 셔츠를 입은 사람?.. ..예... ..어디? 난 못 봤어... 아이리쉬가 불평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데?.. 반이 물었다. 애버리가 테이프를 다시 꺼구로 돌렸다. ..이거 정지 기능 있어요?.. ..그럼. 있다마다... 아이리쉬가 그 여자의 손에서 리모콘을 채갔다. ..언제인지 말해. 난 그 빌어먹을 걸 보지 못했어...... ..지금이요!.. 아이리쉬가 버튼을 눌러 화면을 멈추었다. 에버리는 TV수상기 앞으로 무릎으로 가서 아이리쉬에게 그 남자를 가리켰다. 그는 군중 주면의 뒷쪽으로 서 있었다. ..그는 우리가 묵고 있던 호텔에까지 들어왔어요... ..우리는 모여있는 사람들을 빠져 나왔고 그가 우리에게 엘리베이터를 불러 주었어요... 그건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미드랜드에서 그를 보았는지 말 하는 것이었다. 비록 연습장에서 연습할 때 봤던 땀투성이의 남자가 그 서부식 양복을 입은 남자와 같은 사람이란 근거는 없었지만, 그 여자는 휴스턴에서 그를 봤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미드랜드에도 있었어요. 그는 우리가 착륙할 때 공항에 있었어요. 그리고 달라스에서도 그를 봤고, 사우스포크에서의 자금모금파티석상에서도 그를 봤어요... 반과 아이리쉬가 서로 의혹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 ..우연의 일치 아닐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에버리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알았어, 알았다구... ..분명해요. 헛짚고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 여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상해요. 이곳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거의 매일 선거 운동하는 앞자리에 않자 있었는데도 그를 볼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우리가 떨어져 있을 때도 그는 결코 우리에게 접근해오지 않았어요. 그는 항상 군중의 가장자리에만 있어요... ..속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 애버리?.. ..아니예요... 지금의 이 태도와 목소리는 애버리가 아이리쉬에게 가장 거친 소리였을 것이다. 그런 애버리에게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애버리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곧 말을 덧붙이면서 그걸 무마시키려 들었다.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몰르는 건 아니예요. 그런데, 잘못 보셨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가 모든 실마리들을 머리 속에서 정리해보기도 전에 아저씨는 생각대로 결론지으려 하고 있잖아요. 실제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려고 하고 있다고요... ..맞아... 반이 그의 휘어진 등뼈를 기대않아 위스키 잔을 그의 오목한배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요... 애버리가 꼿꼿이 일어셨다. ..우리, 일단은 저 테이프들을 다 보고나서, 제가 얼마나 틀렷는지 보자구요... 마지막 테이프가 끝나 스크린이 허옇게 되엇다. 정적이 흘렸다. 테이프를 되감는 비디오 레코더가 내는 휘익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엇다. 애버리는 몇걸은 나아가서 바라봤다. 그 여자는 자신이 얼마나 옳았는지를 그들에게 되풀이 말하느라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테이프가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남자는 거의 모든 테이프에서 나타났다. ..저사람, 낯익은 사람이란 생각 안들어?.. 반이 물엇다. ..아니요, 그는 우리가 갔던 모든 곳을 뒤따라다녔어요... ..그리고, 항상 뒤쪽에 숨어 있었어요... ..숨어있지 않았어. 서 있었지... 아이리쉬가 고쳐주었다. ..서서 테이트를 집중해서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반이 비꼬는 투로 그 여자의 말을 받았다. 애버리가 원망스러위 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한탄스럽게 쳐다 보았다. ..만일, 실제로 선거위원회 사람이 아닌데도, 상원의원 후보가 각 주를 다니는 걸 계속 따라 다니는 남자가 있다면, 이상한 일로 생각지 않는단 말예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고, 조심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건 좀 이상하긴 하구나... 아이리쉬가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가 방아쇠를 손가락에 걸고 있는 건 아니지 않니?.. ..재너럴 모터스 공장지대에서도 그를 봤니?.. 반이 물었다. ..아니요. 그들은 테이트가 연설했던 청중들 중에 가장 거칠고 드센 사람들이었어요... 아이리쉬가 되물었다. ..그곳이 놈에겐 활동을 할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였을까?.. ..어쩌면 병을 던진 그 사람 ㄸ문에 놀라서 그만 뒀을지도 모르죠... ..좀 전엔 거기서 그 회색머리를 보디 못했다고 말했잖아... 반이 지적했다. 당황한 애버리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씹었다. 그 사건이 있던 날은은, 테이트가 응급실 안에 않아 있던 일, 그의 셔츠에 피가 흥건히 젖어 있던 것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잇는 얼룩진 날이었다. 상처는 며칠 후에 치료가 되었지만, 작은 흉터는 희미사게 그의 머리카락 사이에 남아있다. 그 여자는 만일 그런 일을 '회색머리'가 했다면 얼마나 더 끔찍했을까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잠깜만요! 지금 막 기억했어요... 그 여자가 소리쳤다. ..난 우리가 호텔을 떠나 오기 전에 그 날의 수첩메모를 읽었어요... 그 여자느 흥분하면서 생각해냈다. ..재너럴 모터스 공장지대로 가기로 한 건 나중에 일정에 잡힌 일이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처음 일정엔 없었던 일이엇죠 에디, 잭 그리고 공장지대의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도 우리가 거기에 가리라는 것을 몰랐아요. 그러니까 그가 일정표를 훔쳐서 가지고 있었더라도 그는 테이트가 알링턴에 가리라고는 알지 못했을 거예요... ..네 말을 듣고 있자니, 꼭 그 빌어먹을 인디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구나... 아이리쉬가 말했다. ..이것봐, 애버리. 이거 너무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 러트리지에게 네가 누구인지, 또 네가 마음으로 의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그 지옥같은 곳에서 빠져나오는 게 낫지 않아?.. ..이제와서 그럴 수는 없어요... 에버리가 불규칙한 숨을 쉬고는 강조하듯, 부드럽게 되풀이 해서 말했다. ..난 못해요... 그러고도 반시간 가량이나 언쟁을 꼐속했지만, 결국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서로긔 의견만 내세우다가 끝낫다. 애버리는 왜 지금은 자신이 그만둘 수 없는지 이유를 일일이 들었고, 다 끝나게 되면 그 여자에겐 오명만이 남게 된다는 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해 못하겠어요? 테이트는 내가 필요해요. 맨디도 그래요. 난 그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에는 그들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가야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애버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날 채비를 하면서, 애버리는 아이리쉬와 반을 한 사람씩 꼭 껴안았다. ..두 분이 내곁에서 지켜주고 있으니 이젠 안심이 돼요... 애버리가 아이리쉬와 반에게 말했다. 아이리쉬는 그가 반에게 선거이후까지 계속에서 러트리지 선거운동을 따라 다니게 하겠다고 약속해주었다. ..제 눈이 되어주세요, 반. 청중들을 하나하나 세밀히 살펴봐주세요. 희색머리를 발견하거든 즉시 내게 알려 주시고요... ..인디안 이름은 다시 쓰지 마라, 애버리... 아이리쉬가 으르렁대듯이 말했다. 그는 그 여자를 끌어당겨 꼬옥 껴안아주었다. ..내 생애에 이런 소화불량은 정말 처음이다, 애버리...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또다시 아저씨를 읽고 싶지는 않아요... 그 여자는 그를 다시 껴안고 그의 빰에 키스했다. ..그렇지는 않을거야...... 반이 말했다. ..조심해라, 애버리... ..그럴께요. 약속해요... 그 여자는 재빨리 속도를 내서 집을 향해 떠났다. 34 ..내, 이럴 줄 알았지!...... 애버리가 맨디의 방문에 막 다가갓을 ㄸ, 테이트가 신경질적으로 마주 대했다. ..난 당신이 어디 갔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온 집안을 다 뒤지며 찻았잖아!.. 애버리가 숨을 헐떡이며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맨디의 침대 바싹 몸을 엎드려 붙였다. 맨디는 잠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의 양 빰엔 눈물자국이 선연했다. ..미안해요. 어머님 말씀이, 애가 또 악몽을 꿨다던데... 그 여자가 들어왓을때 테이트의 어머니가 거실에서 그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트는 지이가 그랬던 것보다 한층 한층 더 흥분했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머리 역시도, 빗질도 않은, 푸석한 채였다. ..이번엔 잠들자마자 그랬어... ..뭐라고 잠꼬대를 하던가요?.. 일말의 희망을 가지며 애버리가 테이트를 올려보았다. ..아니... 그가 짧게 끊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 비명소리에 놀라 잠이 깼나 봐... 애버리가 맨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였는데...... ..젠장, 그걸 아는 사람이 집을 비우고 거러나? 맨디가 얼마나 울면서 엄마를 찻았는데! 어딜 갔던거갸, 대체?!.. ..난 심부름을 다녀왔어요... 그 여자는 호통치는 그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테이트와 말다툼을 하는 설 포기하고 이내 아이에게 신경을 더 썼다. ..지금부턴 내가 맨디 옆에 지키고 있을태니까 걱정말고 내려가세요... ..그럴 시간 없어. 웨이클리와 포스터에서 사람들이 와있어... ..그게 누군데요?.. ..선거운동에 자문을 받으려고 우리가 고용한 정치고문들이야. 이게 뭐야? 맨디 때문에 회의가 엉망이 되어버렸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 보수가 얼만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거야? 시간 당 얼마인 줄이나 알아?.. 테이트가 그 여자를 맨디의 방엣 몰아 가운데 홀쪽으로 열려있는 문으로 향했다. 애버리는 발뒤꿈치로 걸었다. ..당신, 뭣 때문에 그렇게 짜중내는 거예요? 말해봐요, 맨디가 나쁜 꿈을 꿨다는 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아니면, 그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다는 것 때문에 거러는 거예요?.. ..지금 화가 나 있으니까, 공연히 건드리지 말아, 캐를... 악문 이 사이로 단어들이 뒤틀리면서 그가 말했다. ..난 맨디를 보러 올라온 거지, 당신과 이러려고 온 건 아니예요... 그 말에, 태이트가 획 돌아서며 눈쌀을 찌푸렸다. 실수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애버리는 말을 달리했다. ..난 당신이 정치고문들을 고용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요... ..마음을 바꿨어... ..에디와 잭이 그러라고 다그치던가요? 그래서 마음을 바꾼거 예요?.. ..그들은 정보를 알ㄹ줬을 뿐이고, 결국 결정은 내가 하는 거야. 어쨌든, 우린 그들의 도움의 필요해, 앞으로의 작전을 위해서 말야... ..테이트, 잠깐만 기다려요... 그가 그 여자를 지나쳐 가라고 하자, 그 여자는 그의 가슴에 손을 짚어막으려 말했다. ..내키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그 들을 돌려보내세요. 지금까지, 당신의 선거운동은 당신. 즉 당신 자신과 우리 가족들이 다 해왔잖아요?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그들이 단산의도와는 전혀 딴판으로 일을 몰아가면 어떻게 하겠어요? 또 그렇게 따라준다 손 쳐도, 결국 그게 뭐냔 말예요. 다른 후보들처럼 속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아무리 당신을 아낀다는 에디나 잭도 실수를 할 수는 있는 거예요. 제발, 당신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어거지로 해내느라 압박받지는 말라구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테이트가 애버리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만일 무슨 일 때문에 압박받는다면, 캐를. 그건 바로 단신과의 결혼생활이야. 압박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면, 난 한참전에 당신과 이혼했을꺼야. 그게 바로 내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이었어... 다음날이 되었다, 목욕을 마침 애버리는 욕조에서 나와 큰 타올을 느슨하게 몸에 감았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리던 애버리는 욕실 문이 조금 열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그게 팬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여자는 문을 밀어서 열었다. 그러나 곧 뒤로 물러섰다. ..아주버님!...... ..미안해요, 캐롤, 밖에서 노크를 했는데...노코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잭은 그 여자의 방문을 귀로하고 서 있었다. 그가 정말로 노크를 했고, 잭이 밖에 와 있는 걸 알았다면, 애버리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당황해서, 그 여자는 타월을 더 바싹 몸에 감았다. ..무슨 일이신데요?.. ..아, 그 사람들이 이걸 전해주라고 해서요...... 애버리에게서 눈을 떼지도 않고, 그는 그 여자의 침대에 플라스틱 서류철을 던졌다. 그의 강한 눈빛이 애버리를 무척 불편하게 했다. 그 시선은 음란한, 그리고 날카로운 것이었다. 머리에 ㅆ던 타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어깨가 휜히 들러났다. 과연 잭은 애버리의 몸에서, 캐롤의 몸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을까? 그는 캐롤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을까? ..누구 말씀이죠?.. 자신의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 여자가 물었다. ..그, 정치고문들 말입ㄴ디ㅏ. 제수씨가 갑자기 뛰어나가는 바람에 미처 이걸 전해주지 못했다면서요... ..전 회의에서 뛰어나간 게 아니었어요. 맨디를 보려고 올라갔던 것 뿐이었죠... ..결국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다시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애버리는 사과나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제수씨는 그 사람들이 영 마땅치가 않은가 보죠?.. ..왜죠?.. ..그들은 아주버님의 자리를 빼앗게 될걸요. 그러니 당연히 반갑지 않았을텐데 말예요... ..그들은 우릴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예요. 그러니 다른 방법은 없는 것 아닌가요?.. ..나한테는 별로 좋게 들리지는 않는군요... 애버리가 말했다. ..그들은 독단적이고 명령적이었어요. 난 그런 류의 고압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아요. 그리고 난 테이트가 어느 정도 시간이라도 참아낸다면 놀랄거예요... 잭이 빙긋이 웃었다. ..그들과 그들의 고압적인 조언에 대해 제수씨가 그렇게 느낀다면, 이걸 보면 더더욱 오랫동안 배가 아프겠내요... 잭이 침대 위에 그 파일을 집어 들었다. 그건 펴든 애버리는 쳐음 몇장을 주욱 읽어내려갔다. ..후보자의 아내가 취해야할 행동과 말아야 할 행동을 적어놓은 거군요... ..그래요... 그 여자는 파일 덮개를 착 소리가 나도록 세게 덮었다. 그리고 는 다시 침대에 던졌다, 잭이 또 그렇게 비꼬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제수씨가 흥분하는 걸 보니, 그저 심부름만 하러온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걸 일고, 안에 있는 요구대로 소화해내지 않으면 에디가 잔소리를 꽤나 해댈겁니다, 아마... ..에디더러 지옥에나 가라고 하세요. 아주버님도 생각이 없긴 마찬가지예요. 하나 같이 테이트를 바보로 만들 셈이예요, 뮈예요? 어린아이에게 키스하게 만들거나, 악수하거나, 공신력 하나 없는 말만 쓸데없이 떠들어 대는 로봇을 만들 셈이냐구요?.. ..그러고보니 제수씨에게 그런 개혁운동정신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운동가로 나설 마음을 먹기라도 한겁니까? 그래요? 어찌면 그렇게도 한순간에 테이트를 제일 걱정해주는 사람이 될 수가 있는 겁니까?.. ..바로 보신 거예요... ..도대체 날 누구라고 생각하길래 이런 농담을 할 생각을 하는 거요, 캐롤?.. ..전 테이트의 아내예요. 그리고 좀 있으면 당신은 내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그것도 제게 직접 찾아와서 말예요, 앞으론 노크를 크게 해주세요, 똑똑히 들르게 말예요... 얼굴에 노기가 가득차서 그는 싸울 듯이 그 여자에게 걸어왔다. ..필요에 따라 얼굴색을 바꾸며 모든 사람에게 속임수를 쓰고 있지만, 우리 둘만 따로 있게 되면...... 바로 그때, 종이 한 장을 흔들며 맨디가 뛰어 들어왔다. 잭은 애버리에게 얼굴을 불끈거리고 획 돌아서 큰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애버리는 멋지게 한방 먹여주었다고 통쾌해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맨디를 안아들고 무릎에 않혀놓고서도, 두 무릎이 덜덜 떨리는 걸 어쩔수 없었다. 애버리는 아이를 안은 채로 침대에 눕고 말았다. 그 여자는 아이의 머리 위에 뽀뽀를 해주었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누가 누구 에게 위안을 받는 건지 말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엄마?.. ..그래, 뮐 그렸니? 어디 보자꾸나...... 에버리는 맨드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도화지 한 장 전체에 휘갈겨 그려온 색색의 그림들을 보았다. ..대단하구나!.. 크게 놀았다는 듯이 웃으며 그 여자가 소리쳤다. 웹스터 박사를 만난 후 몇 주 동안, 맨디의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 그 아이는 날이 갈수록 자신을 가두었던 껍질로부터 스스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맨디의 마음은 나날이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 아이의 건강한 몸은 힘이 넘쳐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집은 여전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아주 깨지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건 아빠예요. 그리고 이건 양... ..그렇구나... ..츄잉껌을 씹어도 돼요? 모나가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했어요... ..한개만. 하지만 삼키면 안돼. 그만 씹고 싶어지면 아무데나 뱉지 말고 엄마한테 가져와야 하고, 알았지?...... ..사랑해요 엄마... ..나도 널 사랑한단다... 애버리는 아이를 다시 한 번 꼬옥 껴안아 주었고, 맨디가 꿈틀거려 움직여서 츄잉껌을 먹으려소 갈 때까지 꼐속 안고 있었다. 애버리는 맨디를 따라 문까지 가서 문을 닫았다. 그 여자는 문을 잡그려고 생각했다. 집안에는 보기 싫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몇 사람들 때문에 그 여자는 방문은 늘 열어 두어야 했다. 첫 번때로 맨디, 그리고 테이트였다. *** 반은 참치 캔의 뚜껑을 열고 비디오 레코더가 있는 곳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그의 위장이 뇌게게, 사람은 살아남으려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안 그랫으면, 그는 아예 일에너무 몰두해 버려서, 먹는 일 자체를 아예 잊어버렸을 것 이었다. 그는 깨끗한 스푼으로 기름이 흥건한 고기 덩어리를 떠서 입에 넣었다. 입속에 스푼을 물고, 그는 두 손으로 한쪽 기계에선 테이프을 꺼내고, 다른쪽 기계에는 새 테이프을 넣었다. 그는 잘조화된 문어처럼 움직였다. 그는 먼저번의 테이프을 번호를 맞추어 케이스에 넣고 새로 시작하는 화면에 주의를 집중했다. 색깔 막대기가 스크린에 나타나고 나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반은 입속에 물고있던 음식을 삼키고,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위스키를 한 잔 마신 후, 의자에 가대어 참치 한조각을 스푼으로 폈다. 그는 몇 년 전에 테스 모니에스 역에서 직접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다. 주제는 청소년들의 포르노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이것을 방송하려고 편집하느라 싱거워진 것이 아니었다.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개인용으로 복사한 것이었다. 그가 무려 열두 주 동안아니 영화프로듀서, 기자, 무대장치조수, 음향담당기사 꽁무니를 졸졸 쫓아 다니며 사정사정해서 마침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그이 넓은 자료실에 딱 한 개 밖에 없는 테이프었다. 아직까지 그가 본 바로는 이전에 러트러지의 수행원들을 봐서는 자질구레한 생각을 판단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엔 애버리가 그렇게 관심을 갖던 그 회색머리 남자도 없었다. 반은 심지어 그가 무엇을 찾는지도 모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디서부터든 시작해야 했다. '그것이' 무엇이 됐건 간에, 그가 그것을 찾기 전엔 그는 멈추지 않으려 했다. 그가 러트리지의 선거운동 행적을 직접 찍으려 다니던 장면이 나오기까지, 그가 얻은 건 고작 몸가누기 어여울 정도의 피로감 뿐이었다. 요즘들어 그는, 늘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했다. *** ..에디는 어디 있지?.. 넬슨이 식탁머리의 자기자리에 않아서 물었다. ..좀 늦을 거라고 하던데요... 테이트가 대답했다. ..저녁식사 때까지 안와도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요... ..이젠 함께 저녁을 먹는 것까지 힘들어지겠구만...... 넬슨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도로시 레이, 팬시는?.. ..개는요...... 도로시 레이는 자기 딸이 어디에 있느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제가 들어왔을 때까지도 집에 있었는데요... 테이트가 어쩔 쭐 모르는 형수를 도와 그렇게 말했다. 잭도 당황한 빛을 감추며 넬슨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옷 챙겨입느라고 시간이 좀 걸러나 봐요, 어머니...... 잭의 변변치 못한 변면에, 지이가 시들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때가 됐으면 식탁에는 나타나야지... ..일이 고되서 그런가 보죠, 뭐......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고단하다 소리를 해, 하기는...... 넬슨이 불평스럽게 말했다. 잭 건너편에 않은 사무실에 나가면 과연 일이나 제대로 할 지, 그냥 자리만 지키고 앉아 시간만 보내다 오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애버리는 팬시와 에디가 밤이 늦어서야, 그것도 심심찮게 자주 그러고 다니는 것에만 온 신경이 가 있었다. 맨디가 롤빵에 버터 바르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애버리가 다하고 나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여자는 잭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마치 음탕한 연인들만이 주고박울 수 있는 그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민망해진 애버리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위에서 오고가는 대화엔 아랑곳 하지 않고, 저녁먹는 일에만 신경을 두었다. 펜시가 몇 분 늦게 도착해서 자기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 여자의 표현만큼이나 그 여자의 성질은 심술궂은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정중한 사과의 말을 하지 않는구나, 팬시?.. 넬슨이 꾸짖듯, 엄하게 말했다. ..젠장, 꽃양배추잖아?!...... 할아버지으 말엔 대꾸도 않고, 팬시는 제 접시를 테이블 저쪽으로 밀어버리면서 중얼거렸다. ..난 그런 말은 용납하지 않겠다, 팬시... 넬슨이 소지질렀다. ..잊어버렸어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그제서야 팬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넬슨의 얼굴은 노기로 붉어졌다. ..또 그런 소리!... 정말 못쓰겠구나, 너?.. 넬슨이 머리를 숙이고 있던 잭과 포도주 잔을 들고있던 도로시 레이에게 의미있는 눈짓을 던졌다. ..예의범절 좀 가르쳐라. 아범, 어멈아. 애 말버릇이 저래서야 되겠니, 어디... ..오늘 저녁메뉴엔 먹시 싫은 것 투성이예요... 팬시가 불평했다.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 팬시... ..알아요. 알아요. 할아버지. 아프리카에 있는 모든 어린이들은 굶구 있어요. 알고 있으니까, 설교는 안하셔도 된다구요. 아시겠어요? 제 방으로 가겟어요!.. ..거기 앉아있지 못해?!.. 그가 소리쳤다. ..넌 가족의 한사람이야. 우리가족에겐 따로 저녁을 먹는 법도는 없다. 그러니 같이 와서 먹어!.. ..소리치지 마세요. 넬슨... 그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지이가 말했다. 팬시의 얼굴이 잔뜩 부어올랐다. 그 여자는 할아버지를 반항적으로, 부모를 경멸하듯이 노려 보았다. 그리고는 자리에 조로 털썩 앉았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넬슨은 팬시가 들어오기 전의 화제를 다시 꺼냈다. 끊어졌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정치고문 팀이 태이트의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구나... 넬슨이 직접 그 애기를 하는 걸 봐서, 그는 아마도 여지껏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여자들에게 들으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애버리는 테이트를 쳐다보았다. ..나도 오늘 오후에여 안 일이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테이트를 볼 건 없다... 넬슨이 변명하듯 말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전에 말할 시간이 있었어야지? 곧 일정표가 나올 게다... ..어디로 가게 되나요?.. ..각 주의 구석구석... 지이가 입을 작에 하며 물었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한 주가 조금 넘게 될거요... ..맨디는 걱정 말아라, 캐롤... 넬슨이 말했다. ..할아버리가 돌봐줄 게다. 그렇지 맨디야?.. 맨디가 할아버지를 보고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그 자그마한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이는 외로움을 이결낼 수 있을 만큼 호전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애버리는 여느때와는 달리, 이번에 맨디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맨디는 전날 밤에 악몽을 꾸었다. 만약 맨디가 다시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생기게 되면, 애버리를 애타게 찾을 게 분명했다. 그런 점을 생각하니, 맨디를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종 일정이 잡히는 날, 데이트와 진지하게 의논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며, 오늘은 일단 그렇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에디가 불쑥, 부엌의 아치형 형 문 앞에 나타났다. 식사를 다들 끈낸 때였으므로 사람들 앞에 놓인 접시는 이미 다 치훈 후였다. 그가 들어오는 것 본 모나는 에디가 저녁을 가시 데워오겠다고 했다. ..곧 가져올께요... ..괜찮아, 난 신경쓰지 말아요... 그의 시선이 식탁 주위를 돌며 않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ㅈ게 나누어졌다. ..난 나중에 먹겠어... 에디가 돌아오바, 팬시의 우울한 기분이 많이 밝아졌다. 그여자의 어두운 두 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 여자의 샐쭉한 입이 미소로 벌어졌다. 그 여자는 의자에 똑바로 앉았고 존경과 관능적 욕구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때문에 잘 끝난 저녁식사 분위기를 망쳐서야 되나요?.. 그가 말을 시작했다. 넬슨이 괜찮단느 듯 손을 흔들었다. ..기분이 울적해 보이는구나, 에디?..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뭘?... 표정이 그래 보이는 걸.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겐가?.. ..글세, 아무것도 아닙니다... 넬슨이 마음도 모르고 계속 꼬치꼬치 캐묻자, 에디가 발끈하고 성을 냈다. 그것고 감히 넬슨에게. ..뭐가 잘못됐? 우리 쪽에 불리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겐가?.. 잭과 지이가 번갈아 물었다. 지이의 질문에 답하며 에디가 사뭇 조심을 떨었다. ..정치고문 말입니다. 랠프와 딕이 같이 왔습니다. 급하고 중요한 애기가 있어서요. 가족 중에 비밀로 하고 있는 일이 곧 폭로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랠프와 딕은 테이트의 선거운동을 위해 고문으로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그 여자는 항상, 나중에 말해지는 무엇에든 부정적 반응을 했긴 때문이었다. ..그래?.. 넬슨이 참을성 없이 참견하고 나섰다. ..나쁜 소식이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잘 처리를 하게... ..캐롤에 관한 애기였습니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의 한순간에 태이트와 맨디 사이에 앉은 그 여자에게로 쏠렸다. ..캐롤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해줬던 의사가 그 사실을 밖으로 알리겠다고 하고 있답니다...... 35 폭격기 조종사가 무엇보다도 갖추고 있어야 할 자질은 어떤 상황이던 닥치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건, 전투기를 타고 대기권을 벗어났을 때, 그 기압차로 오는 몸의 충격을 견디어내는 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넬슨 러트리지는 유능한 전투기 조종사를 지낸 사람이어서, 그 누구보다도 더 그러한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지만, 조금 전에디의 말을 들은 넬슨은 그렇지 못했다. 애버리는 에디의 섬뜩한 발언을 듣고, 몇 분 동안을 진정하지 못하고 그 말을 되새기면서 넬슨의 기색을 사폈다. 에디의 그 한마디로, 저녁 식탁은 산산히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넬슨의 무반응은 오히려 살얼음판처럼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애버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두뇌는 할동을 멈쳤다. 공기가 없어진 무중력 속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넬슨이 입을 열었다. 식탁의자르 뒤로 왈칵 제치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거실로 다들 나가자.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동정과 분노의 눈빛으로 테이트를 쳐다본 에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낯빛은 창백해져 있었지만, 남편만큼이나 침착한 지이 또한 일어났다. ..모나, 오늘 잠 디저트는 그만둬요. 맨디나 좀 돌봐주고. 우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으니까... 도로시 레이가 포도주 잔을 잡았다. 잭이 그 여자에게 잔을 빼앗아 식탁에 도로 올려놓았다. 도로시 레이의 가슴 애를 안 듯이 잡아일으킨 잭은 그 여자를 통로 쪽으로 밀었다. 팬시가 그들을 따라갔다. 뽀로통해있던 팬시는 이제 완전히 제 기분을 찾고 있었다. 그들이 입구에 다다랐을 때 잭이 딸에게 말했다. ..넌 밖에 있거라... ..싫어요. 왜 저만 나가있으란 거예요? 여지껏 이렇게 흥미진진 한 일은 처음인데... 팬시가 킬킬 웃우면서 대꾸를 했다. ..너하곤 상관없는 일이다, 팬시... ..저도 분명히 이 가족의 한 사람이예요. 좀 전에 할아버지도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저도 선거사무실의 어엿한 일원이예요. 저도 운동원이라구요. 그러니 모든 토론에 참석할 권리는 있는 것 아녜요? 아니라도 그보다 더한..... 팬시가 도로시 쪽을 돌아다보며 다음 말을 이르러 할 때, 잭이 바지 호주머니에서 50달러 지폐를 꺼내어 팬시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 갖고,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렴... ..젠장!...... ..팬시가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한마디 내뱉었다. 테이트의 얼굴은 노여움으로 하ㅇ게 되어 있었다. 냅킨을 집어 그의 집시 위에 놓으면서도 그의 행동은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고 잇엇다. ..캐롤?.. 애버리가 고개를 쳐들었다. 거절할 말들을 떠올리고 말할 준비를 했지만, 화가 있는 대로 뻗쳐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 듯한, 두 눈에 기가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그의 손에 이끌려 애버리는 식당을 떠나 큰 거실로 향하는 복도로 걸음을 ㅇ겼다. 아직 저녁무렵이었다. 큼지막한 거실 창에는 저녘노을이 몸부림치듯 마지막 빛을 태우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매일매일을 그 장관에 이끌려 말없이 앉아 바라보며 음미하던 애버리였다. 그러나 오늘 저녁은 달랐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 보며 오로지 자신만 옷을 다 벗기운, 숨을 곳 하나 없이 발가벗겨진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거실 안으로 들어온 애버리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듯, 공적인 일로 가족회의를 가질 때면, 그들이 이렇게 사무적이고 딱딱한 밀랍인형처럼 바뀌는 것이다. 딕이란 사라음 키가 크고, 깡마른 몸에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언제나, 오후 다섯시에 내리는 어둑어둑한 햇빛에 드리운 사물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진 암청색 그림자를 연상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갱 영화의 청부살인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라고는 찾아볼수가 없었다. 마치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웃어본 경험이 없는 사라처럼, 만일 웃으려한기만 해도 그의 얼굴은 단박에 깨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냉혈인간처럼 보였다. 랠프라는 사람은 딕과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그는 살찌고, 튼튼하고, 명랑했다. 그는 항상 모두를 기쁘게 하기 보다는 화나게 하는 농담을 지껄였다. 화가 나면, 기분에 거슬리는 소리를 거침없이 내볕는 사람이었다. 그런 랠프가 지금, 주머니에 있는 동전들을 짤랑거리며 서 있었다. 그 소리가 썰매에 달린 종들만큼이나 시끄럽게 들렸다. 그래도 그 여자에 게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이의 표정을 암나 살펴봐도 그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족들이 모두 들어오바, 넬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에디, 자네가 좀 전에 식당에서 애기했던 그 말, 다시 한 번 해줄수 있겠나?.. 에디는 넬슨의 요구에는 대답하지 않고, 되려 애버리 쪽으로 돌아보며 그 여자에게 불쑥 물었다. ..캐롤, 정말로 유산을 한 적이 있는 겁니까?.. 애버리는 아무 소리도 낼수가 없었다. 그저 입술만 조금 움직였을 뿐, 차마 무슨 애기도 할 수가 없었던 때문이었다. 애버리를 대신해서 테이트가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그 말을 들은 지이의 가느다란 몸이 화살을 맞은 것처럼 펄쩍뛰었다. 넬슨의 눈썹이 한데 모아져 잔뜩 찌푸러졌다. 잭과 도로시 레이의 시선만이 놀람과 어이없음으로 애버리에게 모아졌다. ..그럼, 자네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에디가 테이트에게 물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두 사람만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건 누구의 문제도 아닌 우리 두 사람의 사적인 문제야. 내말이 틀렸나?.. 테이트가 성이 나서 잘라 말했다. ..언제였니, 그런 일이 있은 게. 최근에 일이었니?.. 넬슨이 물었다. ..아뇨, 비행기 사고가 나기 전 입니다. 바로 전이요... ..좋아. 아주 잘한 일이군. 더럽게 잘 한 일이라구... 에디가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넬슨에게 사과를 한 에디가 분에 못이기는지, 또 큰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선거운동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를 모르고 지금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말하고 있는 건가, 자넨? 이걸로 끝장이 날 수도 있는 거라구!.. ..물론 알지. 그러나, 사회적인 통념에 휘말리도 있을 때가 아니잖은가. 우리가 허둥댄다고 좋을 게 뭐가 있겠나... 한동안 긴장괸 침묵이 오고갔다. 조금 자나자 넬슨이 깔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랠프와 딕을 보며. ..이 일은 어떻게 알게 된 게요. 고문양반?.. ..오후에, 한 간호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테이트와 통화 할 수가 없겠느냐는 거였습니다. 테이트가 외출 중이었던 때라 제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임신 6주의 몸으로 자기들에게 찾아와 인공유산에 대해 상의를 해왔다고 말입니다. 딕의 말에 애버리가 다리에 힘을 잃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 사람들이 있는 데서 꼭 이런 애기를 해야만 하는 건가요?.. 고개를 돌린 애버리가 랠프와 딕을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잠깜 나가 주시오... 테이트가 문 쪽으로 고개짓을 하며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잠깐... 에디가 반대하고 나섰다. ..저들도 일이 이렇게 되어가는지 모든 걸 알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개인적인 생활까지는 아닐세, 에디... ..그렇지 않습니다, 테이트 씨... 딕이 말했다. ..우린, 당신이 쓰는 방취제까지도 알아야 합니다. 기분나쁘게 생각지는 말아주십시오. 이런 게 바로 우리 직업상 세부적인 자료가 되는 거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될까봐, 처음부터 양해를 얻었던 게 아닙니까. 특히 좋지않은 과거나 현재의 사건에 까지도 관여를 하겠다고 말입니다. 기억나실텐데요?.. 테이트의 가슴이 터질 슷 끓어올랐다. ..그래서요, 간호사가 뭐라고 협박을 합디까?.. ..방송에 불어버리겠답니다... ..또요?.. ..그걸 막으려면, 돈을 내놓으라는 애기 같았습니다... ..공갈이군. 뭐 그래? 구닥다리 방법을 가지고... 주머니 속의 잔돈을 짤랑거리며 랠프가 말했다. ..그렇지만 효과적이죠... 에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여자, 신경거슬리게 하는군. 좋아, 이젠 어떡할텐가, 테이트? 이 일로 자넨 모든 걸 다 잃을 수도 있어. 알고 있나?.. 그가 애버리를 힐끔힐끔 보며 테이트에게 쏘아부쳤다. 드디어 자기가 한 거짓말에 걸려든 것이다. 애버리는 그들의 경멸스러워 하는 눈길을 참아낼 밖에 지금은 아무것도 선택할수 없었다. 그 여자는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테이트를 생각한다면 죽고 싶은 감정이었다. 에디가 술장으로 큰 걸음으로 걸어가서 스카치위스키 한잔을 따랐다. ..어쩔수 없지. 그 여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테이트가 벌레씹은 표정이 되어 그렇게 대답했다. ..의사는 어떻게 할까요? 간호사 말을 빌리자면 이번일과는 전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그 여자, 더 이상 그 의사의 병원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군요... ..오?..... 랠프가 동전을 짤랑거리를 멈췄다. ..어떻게 된거죠?.. ..몰라요... ..알아봐요... 격한 충격을 받았던 애버리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어떻게든 테이트의 시선을 붙잡아 보려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그를 이 궁지에서 건져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애버리는 무슨 방법이든 생각을 해내야 했다. ..왜 그 여자가 의사와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는지를 알겠군, 에디. 그 여자가 무능하다고, 그가 간호사를 내쫓은 게 분명할거야...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의사는 여자일세. 남자가 아니였다구.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역성들기는... ..당신은 날 도우려고 하는 거예요, 아니예요?.. 자기가 저지른 크나큰 실수에서 빠져나오려고 일부러 큰소리로 거짓말을 하면서 애버리가 소리쳤다. ..만일 그 간호사가 해고 당했다면, 그 여자는 믿을 만한 협박꾼은 아닐 거예요... ..오, 부인이 뭔가 짐작가는 데라도 있으신가 보구만?.. 랠프가 비꼬는 듯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요?! 우릴 긍지에 몰아넣은 장본인이 누군데... 애버리에게 다가오며 에디가 말했다. ..애버리, 대체 무슨 대책이 있어서 이렇게 당당한 겁니까? 지금의 이 상황을 극복해낼 좋은 생각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네, 있어요!.. 애버리가 대담하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무신하듯이. 지이가 침묵을 깼다. ..그 간호사가 네 진찰기록을 가지고 있ㅇ까?.. ..그 기록이란 얼마든지 위조 될 수 있어요. 그게 복사된 기록이라면 특히 더 그렇구요. 제 생각엔 아직 그 여자가 거기까지는 일을 만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낙태를 했다는 사실 자체까지 거짓말을 어떻게 해?.. 테이트가 말했다. ..왜 안된다는 겁니까?.. 딕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랠프가 무신경하게 웃었다. ..특정 부분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테이트. 당신이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로리 데커보다 더 확실하게, 우리쪽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용케 상원의원이 된다해도, 난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내 자신, 스스로에게 위선자라는 말을 하게 될거요... 테이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테이트, 당신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예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아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예요... 애버리는 테이트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양 팔을 자기의 손을 올려 놓았다. ..우리가 정면으로 그 여자를 상대한다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포기하고야 말거예요. 그리고 이 지역을 맡고 있는 지방방송사에도 그 여자의말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 수 있어요. 그 부분 만큼은 나한테 맡기세요. 거기다가, 그 여잔 지금 원래 있던 병원에서조차 쫓겨난 신세라면서요? 그걸 이용하면 가능성이 있어요... 간단히 생각을 해보아도, 간호사가 방송국을 찾아간다면, 틀림없이 KTEX를 첫 번째로 찾을 것이다. 애버리가 아이리쉬를 만나 그애기를 한다면 문제는 간단해지는 것이었다. 아이리쉬는 그 지역 방송계에서 최고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이리쉬의 지위만으로도, 이 일은 충분히 미연에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간호사가 만일 KTEX가 아닌 다른 곳을 선택한다면?..... 애버리가 에디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 여자, 언론 쪽에 줄 닿는 사람이라도 있어 하는 눈치던가요?.. ..아뇨... ..그럼 됐어요. 아마도 그걸 보도하지는 않으려들거예요... ..도대체 당신이 그걸 뭘로 장담한다는 겁니까, 캐롤?.. 방 한구석에 있던 잭이 물었다. ..하여튼 장담할수 있어요... ..천만에, 지방신문에선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알아보지도 않고 기사로 내보낼 게 뻔해요... ..그 사람들이야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신용면에서 떨어지는 신문사들밖에 더 있어요? 기사로 나오거나 해도, 우리쪽에서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이라고 하면, 독자들도 괜한 악성루머라고 믿어줄 거예요... ..만약, 그 사실이 대커쪽 사람들 귀에 들어가게 되면, 그땐 어떡하죠? 분명 가는 곳마다 그 애기를 늘어놓고 다닐텐데... ..그가 어떻게 대응할 것 같아요?... 아녜요, 잘못 짚었어요. 그건 추하기 짝이 없는 애기예요. 내가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 누가 믿겠어요?.. ..그나저나, 너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게냐?.. 애버리는 간단한 질문을 한 지이에게 돌아섰다. 그 여자는 아들의 일에 대해 꼼짝 못하고 괴로워 하는 듯이 보였다. 애버리는 그 여자의 질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으로 떨어지지 않는 진실이 있었기 때문에 구차한 변명 한마디 할수 없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그렇지만 그 일은 테이트와의 일이예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요..... 애버리가 끝에 토를 달았다. 지이가 질색을 하며 몸을 떨었다. 에디는 그들에게 닥친 일을 감정적으로 처신하지는 않았다. 그는 양탄자 위를 걸었다. ..세상에, 데커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좋아 할까. 뛸뜻이 좋아하며 캐롤 당신을 살인자로 소문을 내고 싶어 안달을 할겁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 되겠군요. 잘 하면 되려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을 반전시킬 수도 있겠군요. 사람들이 보기에 데커가 사실무근한 애기를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일을 꾸밀 수 있다는 말예요. 유권자들의 동정표가 우리 쪽으로 기울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애버리의 말을 들은 딕과 랠프가 서로를 빤히 쳐다보기만 함께 어깨를 으쓱했다. 딕이 말했다. ..그 여자는 확실히 근거자료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에디. 그 여자가 또 그런 말을 하거든, 우리도 과감하게 대응합시다. 우리가 세게 나가면 그 여자는 숨도 못쉬고 쉽게 겁을 집어먹을 거예요... 에디는 이를 악물었다. 난처해 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모르겠어요. 난. 가능성 없는 일로만 생각되는 게 어쩐지영..... ..그렇지만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넬슨이 자기자리에서 일어나 지이에게 손을 뻗쳤다. ..다들 실수하지 말고 이 일에 대한 정리를 하루속히 하도록 난 더 이상 이번 일에 대해 다시 거론되는 걸 원치 않아... 그가 자기 앞으로 지나가는 걸 애버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로시 레이가 술장으로 갔다. 테이트는 도리시를 너무도 경멸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경고를 하거나 막지는 않았다. 적어도 오늘 저녁만큼은, 캐롤의 낙태 건에 대한 논의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족 모두에게 그 일은 너무도 충격적인 일이 되었다. 그건 자기자신이라고 하는 여자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지 못하고, 또 여지껏 사람이 바뀌었다는 비밀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오던 애버리에게까지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머잖아 네 방 벽장 속에거 작은 해골바가지더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테이트... ..닥치지 못하겠어, 형?!.. 테이트가 고개를 돌려 잭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건 애버리가 여기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지금까지 그가 가족들 중에 누구에게 내보였던 감정보다 더 노한 듯한-표정이었다. ..잭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캐비넷 안에 있는 보드카 병을 꽝 내리치며 도로시 레이가 소리쳤다.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요. 뭘. 잭이 그렇게 말하는 건, 단지 서방님의 여편네가 더러운 여자라 그런 거예요... ..형수!.. ..사실 그렇잖아요, 안그래요 잭? 캐롤은 일부러 아이를 죽였어요. 응애 응애하는 동안..... 애버리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 여자는 방쪽으로 등을 돌렸다. 잭이 길게 한숨을 쉬고, 머리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테이트..... 테이트는 울고 있는 애버리에게 다가갔다. 애버리의 허리를 감싸안고, 방을 나가게 했다. 잭에게 그런 모욕을 받고도, 적어도 가족들 앞에서느 애버리를 감싸주는 테이트에게 애버리는 감사했다. 잔뜩 취해있던 도로시 레이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 이 가족드라마에 무감각한 딕과 랠프는 그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 부인은 빠지는 게 나을 성 싶습니다... 딕이 애버리에게 명령하득 말했다. ..나도 찬성해요... 에디가 말했다. ..그건 테이트가 결정해요... 울면서, 애버리가 말했다. 딕의 표정의 차갑고 냉정했다. ..남아 있어요 캐롤... 눈에는 눈물이 그득하고, 딕과 랠프, 에디가 표정은 얼음장 같이 차갑기만 하고, 애버리는 정말 어째애 할지를 몰랐다. 당장 그 자리에서, 억울함을 다 털어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는 수 업이 그 여자는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난하는 눈초리에 등을 보였다. 애버리는 방을 빠져나왔다. 테이트가 그 여자 뒤를 따라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돌만 있게 되자, 드디어 안에 꾹꾹 눌러놓았던 울화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테이트는 애버리를 붙잡고 마주 세웠다. ..당신은 속임수엔 정말 끝이 업군!.. ..나쁘다는 건 알아요, 테이ㅌ, 그렇지만...... ..나쁜 건 안다고?!.. 모질게, 그리고 속지 않는다는 듯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들통이 날 일을, 왜 그땐 거짓말을 했던 거야! 왜 깨끗이 털어 놓지 않았느냐고?! 왜 아이를 가진 적이 없었다구 내게 말을 했냐고?!.. ..당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잘 아는데, 어떻게 그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거짓말 하지 마! 가증스러운 인간 같으니!... 내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알았다구?.. ..아니예요... 애버리는 테이트에게 매달렸다. ..그 여자에게 대응을 해요. 증거는 없어요, 잘못된 기록들이에요...... 애버리가 거실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그가 빈정거렸다. ..그래봐야 당신 빠져나올 구멍은 만들어놓고 그러는 줄 내 모를 줄알아? 또 얼마나 많은 계략들을 세워놓고 있는 거지?.. ..물론, 당신 말대로 자심감있게 말했겠지... 그의 입술은 냉소하듯 되틀렸다... ..당신이 정말 날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아예 아이를 지울 생각도 안했어야 옳은 거였어. 그래도 임심하지 않았다고 내게 딱 잡아 거짓말을 하길 잘했지, 안그랬으면 그 당장 이혼장이 날아들었을테니까 말야... 테이트가 더 이상 그 여자의 손이 닿는 게 싫었던지, 애버리을 홱 뿌리쳤다. ..당신, 더 이상 내 일엔 관여할 생각 말아. 당신 얼굴도 보기싫으니까!.. 테이트는 정치고문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실로 돌아가버렸다. 애버리는 벽에 기대어 푹 쓰러졌다. 흐느껴 우는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캐롤의 잘못 때문에, 두고두고 곤욕을 치룬다ㅡ 게 못내 서럽고 원통했다. 다음날 아침, 애버리는 몽롱한 기분을 느껴 잠을 갰다. 머리는 멍했고, 밤새 자면서 울었기 때문에, 눈이 퉁퉁 부어 따끔따끔하게 아파왔다. 잠옷자락이 땅에 끌려 손으로 움켜들며 비틀비틀 욕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그 여자는 공포감으로 가가 빠져서 벽에 기대어 서서, 그 여자의 립스틱으로 거울위에 쓰여진 전언을 읽었다. 멍청한 창녀, 너는 이제 모든 걸 파멸당했다. 몇 분 동안 그여자는 공포감으로 곰짝도 못했다. 한참만에 정신을 되찾은 애버리는 벽장으로 뛰어가 다급하게 옷가지를 챙겨입었다. 거울에 쓰인 그 전살을 지우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다. 거울에 있는 그 끔직한 낙서를 다 지운 애버리는 폭도들로부터 쫓기듯이 방을 도망쳐 나왔다. 마굿간에 다다른 에버리는 몇 분 걸리지 않아 말에 안장을 씌웠다. 오른 그 여자는 박차를 가해 최고로 빠른 속도로 내며 넓게 열린 목초지로 질주해 나갔다. 애버리는 말에게 최대한 몸을 붙이며 앞으로만 달려나갔다. 아침의 첫햇살이 그 여자의 피부로 따뜻한 빛줄기를 내려주고 있었음에도, 자는 동안 침실에 누군가가 숨어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니, 오금이 다 저리도록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리쉬나 반이 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 여자의 뇌리를 스쳤다. 여지껏 애버리는 정신적으로 이 엄청난 시간에 주역노릇을 해왔다. 그 여자는 전혀 다른, 타락하고 부정한 한 여자의 역할을 의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었다. 천만다행으로 이 일을 끝까지 수행해 낸다. 친들,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차라리 진작에 모든 걸 밝히고 떠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이런 모멸감을 느끼지 않고도 이 사람들 앞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다른 어느 장소에 가서 새로운 신분으로 가장한 채로 평생을 아무 탈 없이 살 수도 있었다. 애버리는 똑똑한 여자였다. 재치있는 여자였다. 그 여자는 많은 일들을 사랑했다. 유독 언론만이 그 여자 인생의 전부는 아닐 수도 있는 여자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애버리가 그런 앞으로의 삶을 선택하기까지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사고와 공포가 있었다. 어떻게 말을 하면,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기보다는, 어쩔수 없이 더맡게 된 역할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직업적인 패괘감 역시 참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일을 두고 순순히 물러선다는 것도 그 여자로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테이트의 존재였다. 사고 이후, 병원에서부터 지금껏 정성스런 간호롤 해주고, 그 여자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었던 테이트가 이 일로 생명을 잃게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애버리는 그 어떤 보상보다도 더 중요하고 값진 것이 바로 테이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여자는 머룰러야했다. 선거가 겨우 몇주 앞에 있고, 결과가 눈앞에 있다. 거울에 써있던 메모가 증명해 주듯이, 애버리의 앞 뒤 안맞는 행동 때문에, 테이트는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신경이 곤두선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선거경쟁에서 실수란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애버리는 어떻해서든 캐롤의 유산 문제 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동시에, 앞으로 그 여자가 가야 할 길을 생각했다. 애버리가 마굿간으로 돌아와 말을 축사에 넣을 때 까지도 그곳엔 사람이 없었다. 말에서 안장을 벗기고 먹이를 한 양동이 먹이면서 부드럽게 털을 빗겨 주었다. ..당신을 찾고 있었더. 캐롤... 깜짝놀라 뒤를 돌아다 보니, 거기엔 테이트가 서 있었다. ..여보!.... 그 여자는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자기 가슴을 한 손으로 옴켜주었다. ..전 당신이 들어오는 줄도 몰랐어요...놀랐어요...... 그는 마굿간 입구에 서 있었다. 개가 혀를 늘어뜨리고 그의 말밑에 앉아 있었다. ..맨디가 아침밥을 달래, 당신이 만들어주는 후렌치 토스드가 먹고 싶다더군, 그래서 내가 찾아오마고 했지... ..말을 탔어요... ..장식있는 부츠는 어디다 두고?.. ..뮈라고요?.. ..당신이 좋아하는 승마장구는 왜 안입고 있느냐고... 테이트가 자기 허벅지의 바깥부위를 따라 몸짓을 했다. ..승마용 바지요?.. 그 여자의 바지와 부츠에는 전혀 장식이 없었다. 평상복 차림에 단추도 안잠근 면난방에 자락이 엉덩이 있는 데서 흐느러지고 있었다. ..그냥 혼자 타는 건데, 멋부리고 싶지가 않았어요... ..참 별일이군, 당신답지 않게...... 테이트가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테이트?.. 그가 몸을 되돌렸다. 애버리는 자신만만하게 그를 불잡아세웠다. 입술을 침을 바르고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나에게 화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당신 생각만큼은 제대로 알아야겠어요. 당신, 내가 그렇게도 미운 건가요?.. 개 셰프가 마굿간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머리를 그 위 앞발에 기대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 여자를 울려다 보았다. ..맨디에게 돌아가봐야 해... 테이트가 말했다. ..날 데리고 갈거죠?.. ..가서 맨디에게 엄마가 여기 있다는 말을 하고 곧 오지... 그러나 그들 둘 다 마굿간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거기에 서서 서로를 쳐자 보고 있었다. 가끔씩 들리는 편자로 된 말발굽이 바닥에 찍히는 소리와 말의 코 메는 소리 이외에는 마굿간은 조용했다. 햇살 속에서 춤 추는 입자들이 창을 통해 보였다. 따듯한 햇살에, 조용한 마굿간, 건초와 말냄새와 말가죽의 좋은 냄새가 푸근하게 한 데 어울러지고 있었다. 그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애버리는 갑자기 옷이 몸에 꽉 죄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은 머리에 비해 너무 무겁고, 피부도 젊은 애버리의 몸에 비해서는 너무 부족한 것 같았다. 환상이었다. 젊은 애버리의 거짓없는 사랑이었다. 그가 그 여자 안으로 들어왔을 때의 그 고동소리와 맥박을 느끼고 싶었다. 비록 그것이 테이트의 곳깊은 사랑의 표현은 아니라 하더라도, 애버리는 정말 그가 다시 소유욕과 정열로 다가와주기를 원했다. 그 여자 안에서 소용돌이 치던 욕망은 절망과 합해졌다. 그 두 감정이 조화를 이룬다는 건, 물과 기름이 한 데 섞이는 걸 기대 하는 것과 같았다. 테이트는 애버리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아도 무시하고 드는 듯 그의 큰 부츠 끝으로 개를 쿡쿡 찔렸다. ..이리와 셰프, 가자... 집 쪽으로 돌아가며 테이트가 어ㄲ너머로 불쑥 한마디 내볕었다. ..맨디가 기다리가 지치겠어...... 36 ..착한 우리 공주님, 아빠가 없더라도 잘 지내야 한다?.../.. 테이트가 맨디 앞에 무릎을 끊고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따. ..깜짝 놀랄 선물을 사다줄깨, 맨디... 맨디의 생긋 웃는 표정은 정말 천진난만해 보였다. 예쁜 맨디를 보면서도 애버리는 오늘만은 테이트처럼 밝은 웃음을 웃어줄수가 없었다. 그가 일어났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를 줘... ..물론이죠... ..꼭 무슨 큰 일이 아니더라도, 애한테 약간의 변화가 생겨도 말이야... ..네... ..맨디에 관한 전화라면, 직원들이 날 찾아서 바뀌줄꺼야... ..무슨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할꼐요. 약속해요... 잭이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운전대를 잡고 참을성없이 테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팬시는 얼마 전에 차 안에 설치한 카스테레오에 헤드폰으로 꽂고 자이레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일은...... 작은 목소리로 테이트가 다음 말을 이었다. ..간호사 일은 당신 말대로 에디가 다 손을 써놓았다는군, 증거를 보여달라고 막 따지고 들었더니 쑥 들어갔다러군. 어쨌든 데커나 방송에 떠들지 않도록 에디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니까 너무 걱정은 말아. 조사를 해봤더니 당신 추측대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해 우리 쪽보다는 그 의사를 더 곤경에 빠뜨리고 싶어하고 있었어. 에디는 그걸 수단으로 삼아 모든 종류의 소송으로 그 여자를 협박한 모양이야. 당분간, 별일 없을 것 같아... ..다행이군요. 난 그게 선거운동에 나쁜 영향을 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는 짧게 웃었다. ..이미 벌어진 것보다 더 나쁜 건 없어... ..용기를 잃지 말아요... 애버리는 그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선거는 북음이 아니예요. 게다가, 언제든지 뒤집에 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럼 그건 빨리 끝장이 나는 게 차라리 낫지... 그가 굳데 말했다. ..우리가 알기도 전에 11월은 다가오고 있어요... 그의 생명은 날이 갈수록 더 위태로와지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그것에 대해 그에게 한마디도 경고해줄 수가 없었다. 이번여행에서 는 그 여자는 키 큰 회색머리 남자를 찾지 못할 것이다. 함께 가지 않으니까. ..테이트...... 애버리가 안타깝게 그를 불렀다. 잭이 차 경적을 다시 울렸다. ..나가야 해... 그는 허리를 굽히고 맨디의 빰에 다시 키스했다. ..안녕, 캐롤... 애버리는 작별키스도, 포옹도 받지 못했다. 그는 차를 탈때도 차가 떠날 때도 뒤돌아보고 눈빛조차 한 번 주지 않았다. ..엄마? 엄마?.. 맨디가 엄마를 몇번은 불렸을 것이다. 차의 모습이 사라진 커브길에까지 애버리의 시선이 따라가다가 놓쳤다. 그 여자는 그제서야 아이를 내려다 봤다. 아이의 작은 얼굴은 당황하고 있었다. ..미안해, 맨디. 무슨 일이니... ..엄마 왜 울어요?.. 애버리는 자신의 빰에서 눈물을 닦고 억지로 크게 웃음지었다. ..엄마는 아빠가 떠나서 슬프단다. 그렇지만 난 너를 친구로 얻었어. 아빠가 없는 동안 그래주겠니?.. 맨디는 활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들어왔다. 테이트가 잠깐동안이라도 그 여자의 도움 밖으로 사라져 있으면, 그 만큼을 그이 딸에게 최선을 다했다. 날짜가 느리게 지나갔다. 애버리는 맨디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일을 하든 그 어느 것도 열줄할 수 없었다. 이 집에서 처음 몇주를 지내고 나서 그 여자가 테이트에게 창조적인 무슨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결코 과장해서 표현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한가함에 익숙하지 못했다. 반면 허공을 쳐다보며 그를 걱정하는것 보다 무슨일이든 하도록 하게 하는 자극의 힘이 부족한 것 같았다. 애버리는 매일 밤마다 저녁뉴스를 보면, 화면 속에서 군중의 가장자리에 있을 회색머리남자를 걱정스럽게 찾았다. 아이리쉬가 여행에 왜 그 여자가 테이트와 동행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케르빌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에서 그에게 전화해서 낙태 사건에 관해 설명했다. ..에디부터 시작해서 그의 고문들이 질더러 집에 남아 있으라고 했어요. 난 지금 추방당한 사람이예요... ..러트리지에게서조차도?.. ..똑같아요. 네. 그는 예전처럼 비행사 같아요. 그렇지만 한없이 무서워요... ..버클리와 포스터라는 정치전문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만...그들이 명령을 하면 러트리지는 짖고 그러냐?.. ..그들이 명령하면 테이튼느 처음에는 그들에게 으르렁 대다가 결국은 시키는 대로 해요... ..흠. 음. 난 반에게 연락해서 네가 걱정하는 그 회색머리를 잘 경계하라고 해야겠구냐... ..어쨋든 그가 뭔가 관련된 인물이라는 걸 알아요. 반에게 그 사람을 카메라에 담으면 즉시 내게 알려달라고 말해주세요... ..전화를 해오면 그렇게 말해주마... 아이리쉬가 말을 전해쥐봤자 반은 알려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실제로 반은 아이리쉬에게도 전화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KTEX에서 방송하는 뉴스에서도 꼭 한 번정도는 군중의 모습이 들어가 있었다. 반은 텔리비젼 뉴스를 통해서 그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회색머리'는 테이트의 주위에 몰려든 군중들 속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애버리는 걱정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자신의 테이트의 바로 옆에 있으면서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 여자는 밤마다 테이트가 피흘리면서 죽는 모습의 생생한 환상을 경험했다. 맨디와 함께 있지 않은 날은, 그 여자는 하루종일 쉴새 없이 집안의 방을 헤메고 다녔다. ..아직도 침울해 있니? 애버리는 고개를 돌렸다. 소리도 없이 넬슨이 거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렇게 보이세요?.. 희미하게 웃으며 그 여자가 물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그렇구냐... 그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정말로. 전 요즈음 별로 기분이 줄겁지가 않은 게 사실이예요... ..테이트가 곁에 없어서 그러니?.. 가족들의 미묘한 냉대가 그녀를 더욱더 지루하게 만들었다. 테이트가 떠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그 여자에게는 무한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가봐요, 아버님. 전 그를 몹시 기르리워 있어요. 아버님은 믿으려고 하지 않으시겠지만요. 어버님도 마찬가지구요. 어머님은 날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으세요... 그는 애버리가 머뭇거릴 정도로 강한 눈빛을 그 여자에게 보냈다. 그가 말했다. ..그 낙태 사건은 끔찍한 것이었다... ..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테이트를 제외하고 말이냐?.. ..네, 그는 알아야죠. 애였니?.. 그 여자는 몇초 동안 망설였다. ..네... ..넌 우리가 왜 너를 냉대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니?.. 그가 물었다. ..넌 우리 손주를 죽인 거다. 캐롤. 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넌 지이가 테이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다. 넌 지이가 네가 한 그 일을 그냥 넘어가줄거라고 생각했니?.. ..아뇨... ..지이는 네가 한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거다. 솔직히 나도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애버리는 무릎 위에 펼쳐져 있는 사진 앨범으로 눈을 내리 깔았다. 그가 들어올 때 그 여자가 보고 있던 사진들은 오래전에 찍은 것들이었다. 지이는 매우 ㅈ고 아름다웠다. 넬슨은 공군제복을 입은 씩씩하고 잘 생긴 모습이었다. 잭과 테이트는 여러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 속에서 믿음직스럽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미국인 가족의 전형적인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버님이 한국에 가 있을 동안, 아버님은 견디기가 쉽지 않았겠군요... ..아니, 그렇진 않았다... 의자에 더 편하게 앉으며 그가 말했다. ..그때 난 아직 아기였던 잭과 함께 지이를 혼자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지... ..테이트는 전쟁 후에 태어났죠. 맞아요?.. ..바로 직후에... ..뉴 멕시코로 이사했을때도 테이트는 아직 아기였지요... 앨범을 참고하며, 그 여자가 애써 조사해서 알아낸 사실들에 까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주길 기대하며서 물었다. ..그리로 발령이 났지. 그래서 그리로 간 거였다... 넬슨이 말했다. ..거긴 견디기 힘들 만큼 쓸쓸한 곳이었다. 지이는 사막과 먼지를 몹시 싫어했다. 또 그것만큼이나 내가 하는 일을 싫어했지. 그때의 시험조종사들은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이었다... ..브라이언 테이트와 같은 분들 말이예요?.. 정신적으로 안정된 좋은 시간들은 보내는듯 부드러워졌던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내 식구중의 하나를 잃은것 같았지. 그 이후로 난 시험조종사 일을 그만뒤버렸다. 난 마음을 잃도 말았지. 사람은 몸에서 마음이 떠나면, 곧 죽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일에든 마찬가인 게다. 한번 마음이 떠나면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지. 그건 브리이언에게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어쨌든, 난 죽고 싶지 않았어. 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공군에선 날 랙랜드로 보냈지 어쨌든 이곳이 우리 집이 됐다. 아이들을 키우기엔 좋은 곳이지. 내 아버지는 그때 늙어 가고 있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난 공군에서 제대했고 목장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아버님은 비행하는 것을 언제나 그리워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랬지, 하 그랬지... 그는 허탈하게 웃어며 말했다. ..지금은 늙었지만, 난 아직도 하늘 높이 올라갔을 때를 기억하고 있지. 거기에 비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엔 아무 것도 없어. 또, 맥주를 나뉘마시며 다른 비행사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도 없었지. 여자들은 아마 그런 동료애를 잘 이해하지 못할 거다... ..브라이언처럼요?..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훌룡한 조종사였어, 최고였지... 그의 미소가 희미해졌다. ..그러나 그는 조심성 없이 인생에 너무 비싼 값을 치뤘어... 애버리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면서 그는 추억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누구든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다, 캐롤. 그와 잠시동안 떨어져 있는 거라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니? 그것도 영원히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깜인데... 애버리는 괴로운 듯 보였다. ..제 낙태에 대해서도 아버님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몰라서 묻는 게냐?..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그의 허벅지 위에 양팔을 뻗쳤다. 대가를 얼마간은 치뤘다고는 할 수 있지. 난 다만 네 실수로 인해서 테이트가 선거에서 실패하는 대가를 치루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저도 그래요... 그는 몇분 동안 말없이 그 여자를 관찰하는 듯한 눈으로 봤다. ..너도 알다시피, 캐롤. 네가 우리 가족이 된 이후로 난 벌써 여러번 네 방어를 뛰어 넘어왔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여러번 네게 의심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무슨 말씀이죠?.. ..네가 사고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변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애버리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들끼리 캐롤의 변화에 대해 의논을 했던 것일까?.. ..그래요, 전 변했지요. 그것도 내가 생각하기론 좋게 변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그건 나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지이는 그 변화가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맨디에게 대하는 것도 그렇고 테이트에 대한 갑작스런 태도로 전부 가짜라고 보는 거지. 선거가 끈나고 좋은 결과를 얻으며 그땐 테이트를 따라서 위성턴에 가기위한 철처한 연극이라고 보는 거다... ..좋은 칭찬은 아니군요... 애버리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 ..아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생각엔 너는 아름답고, 똑똑한 아이야. 너무 똑똑해서 나와 충돌하지 않을 정도지... 그는 솔직하게 손가락으로 그 여자를 가리켰다. ..너는 네가 가장하려 했던 모근 걸 훨씬 더 잘해내고 있다... 몇 분 동안, 그의 표정이 불길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갑자기 활짝 웃음지었다. ..그렇지만, 만일 네가 과거에 저질렸던 잘못들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이라면, 난 그것에 대해서도 너를 칭찬한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테이트는 네가 필요해. 특별히 그를 100% 뒷받침해줄 아내가... ..난 테이트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고 싶어요... ..그 이상 바랄 게 없지... 그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앞에서 뒤돌아 서서 말했다. ..상원의원의 아내처럼 행동해라. 그러면 적어도 나느 너한테서 아무 것도 문제삼지 않을 거다... 넬슨은 캐롤과 했던 애기를 지이에게 전한 게 틀림없다. 그날 저녁식탁에서 애버리는 지이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지이는 정말 오랜만에 캐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오후에 말을 타더구나. 즐거웠니, 캐롤?.. ..네, 아주 즐거웠어요. 이젠 날씨가 좀 시원해져서 오래 나가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고스트리를 타더구나. 이상한 일이구나, 캐롤. 넌 그놈을 아주 싫어했었잖아?.. ..전에는 그놈을 무서워한 거였다고 생각해요. 서로 믿는 것을 배웠어요... 그때 모나가 넬슨에게 전화가 와 있다고 알리러 들어왔다. ..누구예요?.. ..테이트예요. 러트리지 대령님... 애버리는 테이트가 자기를 바뀌달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에 섭섭하게 입을 꼭 다물었다. 넬슨이 바로 옆방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동안 그 여자는 가슴을 두근거렸다. 넬슨은 몇 분 동안 계속 통화했다. 통화를 끝내고 돌아온 그는 아주 즐거운 듯이 보였다. ..다들... 그의 아내와 애버리 뿐만이 아니라 팬시와 모나에게까지도 말했다. ..오늘밤 여행가방을 챙겨야겠다. 다같이 포트워스로 내일 떠나야하니까...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지아가 말했다. ..우리 모두요?.. 도로시 레이도 말했다. ..난 아니겠죠, 나도 같이 가나요?.. 팬시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억누를 수 없는 기쁨에 거칠게 소리질렀다. ..세상에,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겠군요... 맨디는 왜 모두가 갑자기 흥분해 하는지를 설명해달라는 듯 애버리를 쳐다봤다. 애버리가 물었다. ..내일요, 왜요?.. 넬슨이 대답했다. ..선거를 도우러. 테이트는 매일 상황이 안좋아지고 있는 모양이야... ..그건 축하할 만한 이유가 아닌데요... 지이가 말했다. ..테이트의 고문들이 그랬다는군. 가족들이 좀 나타나주는 게 좋겠다고 말이야... 넬슨이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테이트 주면에서 좀 북적거려쥐야만, 무소속 후보는 유권자한테 좋은 인싱을 준다는 거야. 본인이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보기에 말이야. 어쨌든 우리 가족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함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그 사람들은 절더러 나타나지 말라고 했는데 생각이 바뀐건가요?.. 애버리가 물었다. ..그렇다... ..맨다와 제 짐을 다 꾸리려면 시간이 걸리겠어요...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은 곧 테이트와 함꼐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몇시에 떠나죠?.. ..준비되는 대로 바로... 넬슨이 완전히 당황한 도로시 레이를 내려다 보았다. 그 여자는 얼굴 빛이 차가운 오트밀 색깔이 되엇다. 손은 연신 마주 비벼대고 있었다. ..모나, 도리시 레이가 물건 싸는 걸 좀 도와줘요... ..나도 가야 하나요?.. 그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이미 말했다... 넬슨은 못마땅하게 자기 엄마를 노려보는 팬시의 시선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난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들 최선의 행동들을 해야한다는 걸 굳이 다시 다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할동하게 될거다. 가족 모두가 끝날까지 선거운동에 참여해서 같이 공동 생활을 해야 할거다. 다들 자시애 따라서 어울리게 행동해야 해... 37 그들이 도착했을때 포트워스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넬슨은 도심지의 호텔로 곧장 차를 몰았지만 궂은 날씨와 또 오다가 자주 멈춰서는 바람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된 것보다 많이 늦었다. 테이트 일행은 기다리다가 저녁에 있는 정치집회를 위해서 벌써 떠나고 없었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와서 다들 몹시 지쳐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수속을 마치고 방에 들었지만, 너무나 지쳐서 룸 서비스로 배달된 저녁식사를 다들 제대로 먹지 못했다. ..맨디, 저녁을 먹어야지... 지이가 맨디에게 말했다. ..싫어요... 맨디는 토라졌다. 아랫 입술이 쑥 나와 있었다. ..아빠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아빠가 없잖아요. 난 아빠가 보고 싶어요... ..아빠는 조금 있으면 오실거야... 애버리가 몇번이나 설명해 주었다. ..빨리 이리 와보렴. 이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그렇지?.. 지이가 부추기듯 말했다. ..피자... ..안 좋아해요... 넬슨은 참을성 없이 그의 군용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일곱시가 거의 돼가는 군. 지금 떠나지 않으면 집회에 늦을거야... ..전 맨디를 데리고 남아있겠어요... 도로시 레이는 희망에 찬 표정으로 자원했다. ..아주 잘 생각했어요... 팬시가 딱딱하게 말했다. ..저 꼬마놈을 굶겨 버려요... ..팬시, 제발... 지이가 나무라는 눈으로 팬시를 쏘아봤다. ..애가 심술부리는 건 잠깐이다. 금방 괜찮아질거야... 지이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회에 함꼐 가지 않고 남아서 맨디를 데리고 남아있겠다고 말했다. ..고마워요, 어머니... 애버리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오늘밤 맨디가 그런 집회에 가는 건 무리 일 것 같아요. 아버님. 형님과 팬시와 함꼐 지금 출발하세요. 전 맨디를 달래고 나서 조금 후에 따라 가겠어요... 넬슨이 이의를 제기했다. ..딕과 랠프가 말하기를...... ..그들이 뮈라고 하든 전 신경쓰지 않아요... 애버리가 넬슨이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테이트를 위해 여기 왔지. 그 사람들이 시켜서 온 건 아니예요. 테이트는 이렇게 골질하는 맨디를 그냥 어머니에게 맡겨두고 왔다는 걸 알면 마음이 불편해서 아무 것도 못할 거예요. 맨디를 잘 달래서 재우고 나서 택시를 타고 금방 뒤따라 가겠어요. 가능한 한 빨리 가겠다고 그들에게 전해주세요... ..자, 맨디... 애버리가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네가 얼마나 착한 행동을 했는지 엄마가 가서 자랑 할 수 있으려면 얼른 저녁을 먹어야지... ..내 선물은?.. ..저녁부터 먹자, 아가야... 지이가 간청하듯 아이를 달랬다. ..싫어요!.. ..그러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할까?.. ..싫다니깐! 선물을 달란 말예요. 아빠가 네게 줄 감짝 놀랄만한 선물이 있다고 했잖아요... ..맨디야, 그만해... 애버리가 엄하게 말했다. ..얼른 저녁을 먹어... 맨디는 룸 서비스 음식 접시를 엎어버렸다. 그릇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애버리는 화가 났다. ..이젠 엄마가 참는 것도 끝났어... 그 여자는 맨디를 의자에서 홱 잡아당겨, 뒤로 돌려 세워놓고 엉덩이를 몇번 세게 찰싹찰싹 때렸다. ..네가 계속해서 이런 짓을 하는 걸, 엄마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맨디... 처음에 맨디는 너무 놀라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애버리를 크고 둥그런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아랫입술을 떨면서 올려다 보았다. 조그만 볼이 눈물 범벅이 돼서 크고 서러운 소리로 엉엉 울었다. 지이가 아이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애버리가 먼저 아이를 가로채서 자기 무릎에 앉혔다. 아이는 여전히 큰 소리로 울면서 작은 두 팔로 애버리의 목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애버리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젖은 볼을 부볐다. 애버리는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엄마한테 엉덩이를 맞을 정도로 못되게 굴었다는 게 부그럽지 않니? 아빠가 아시면 뭐라고 하실까? 아빠는 네가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난 착한 아이예요... ..오늘 밤엔 그렇지 않던데? 넌 아주 버릇 없게 행동했어. 너도 그걸 알고 있어. 그렇지?.. 아이는 다시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몇분 동안 머리를 둘썩거리면서 우는 걸 그대로 내버려두자. 아이는 저절로 누그러지서 울음을 그치고 얼굴을 들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아니, 안돼... 애버리는 눈물로 범벅이 된 빰에 달라붙은 맨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뒤로 넘겼다. ..엄만 네가 상 받을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맨디는 또 울음을 떠뜨릴 것처럼 아랫입술을 비죽비죽했지만, 애버리는 엄하게 머리를 저었다. ..지금부터 착한 아이가 돼서 착하게 굴면, 오늘 밤 아빠가 오셨을 때, 네게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널 깨워줄게. 좋지?.. ..난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을래요... ..안됐구나, 맨디... 애버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쁜 행동을 상을 받을수 없어. 엄마 말을 이해하겠니?.. 맨디는 불만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버리는 무릎에서 아이를 내려놓았다. ..자. 깨끗하게 목욕하고, 예쁜 잠옷으로 갈아입자. 맨디가 빨리 잠이 들면 그만큼 아빠가 빨리 오실 수 있을 거야... 12분 안에 모든 것이 끝났다. 맨디는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다. 애버리가 잠옷을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자 예쁘게 굿나잇 뽀뽀까지 했다. 아이는 몹시 고단했는지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애버리 역시도 지쳐 있었다. 아이와의 싸움은 그 여자에게 남아 있는 기운을 다 써버리게 했다. 그 여자는 아까부터 줄곧 불만스럽게 작은 몸을 떨고 서 있는 자이와 상대해서 싸울만한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이를 때린 걸 테이트에세 말해주었다. 지이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먼저 말할태니까요... 그 여자는 전화벨이 울리고 있는 옆방으로 뛰어갔다. 테이트였다. ..당신 올거야 말거야? 아직도 안나오고 있으면 어떡해? 그가 앞뒤도 없이 다그쳤다. ..네, 지금 나가려고 해요. 맨디가 좀 속을 썩여서요. 조금 전에 씻고...잠들었어요. 난...금방 나갈...수 있어요.... 택시를 불러서..... ..나 지금 아래층 로비에 있어요. 서둘러서 나와요... 애버리는 테이트에게 5분만 기다리고 해놓고 그 안에 나갈 수 있도록 미친 듯이 서둘렸다. 그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올 때, 로비에 멍하니 있던 테이트는 갑자기 그 여자를 알아 보고 깜작 놀랐다. 애버리가 입은 투피스는 발랄하고 맵시있어 보였다. 사파이어의 푸른 빛은 원래의 생기있고 흰 얼굴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있어서 피곤한 얼굴을 싱싱하게 보이게 해주었고, 커다란 금 귀걸이가 효과를 더해주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를 회전문 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테이트가 물었다. ..아버지 말씀하시기로 맨디가 컨디션이 나쁘다던데... ..컨디션이 나쁜 정도가 아니였어요. 맙소사. 오늘 맨디는 완전히 날 KO시겼어요... ..대체 뭣 때문에?.. ..갠 이제 세 살이예요. 그게 이유예요. 그 어린애가 하루종일 차안에 갇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애를 이해못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지쳐있어서 더 애를 다루기가 힘이 들었어요. 난 어머니를 기분나쁘게 해드리고 싶진 않았지만, 맨디를 ㄸ려졌어요... 그들은 자동차 현관 아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에 다다랐다. 그가 차문 옆에 서서 물었다. ..어머니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 ..맨디를 때려준 게 어머니 신경을 건드린 거예요. 그거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는 잠시 동안 그대로 서서, 그 여자의 단호한 표정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타... 그는 차바퀴 옆에 서 있던 도어맨에게 재빨리 팁을 지불하고는, 조심스럽게 호텔을 빠져나와 거리로 나갔다. 앞유리의 와이퍼가 힘차게 움직였지만 쏟아붓는 듯한 폭우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테이트는 테런트 지방 법원 앞을 돌아서 메인 스티리드로 나갔다. 그 유명한 방목장에서 카우보이들와 살인자들이 역사를 이루어낸 포트어스 북부를 향해서 트리니티 강을 건넜다. ..왜 날 데리러 왔죠?.. 폭풍치는 밤을 질주하는 차속에서 그 여자가 물었다. ..난 택시로 갈수도 있었는데... ..난 여태 무대 뒤에서 멍청히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어. 난 그렇게 있느니 택시값이라도 아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지... ..딕과 랠프가 아무 말도 한하던가요?.. ..그들은 아무것도 몰라... ..뭐라구요!.. ..내가 거기 없다는 걸 알게 될때 쯤엔, 무슨 일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 있을 거야. 난 그들이 내 연설문을 교정하는데 지겹도록 지쳐 있어... 그는 위험할 만큼 속력을 내고 있었지만, 그 여자는 그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 그는 잔소리를 들을 기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화가 몹시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이 전부 따라다녀야 하는 이유는 뭐래요?.. 그가 화난 이유가 뭘까하고 그 여자가 물었다. ..당신, 지난번 유세여행에 따라다녔지?.. ..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잖아? 그 고문인지 뭔지 하는 자들 애기로는. 지금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거야. 온 가족이 벅적벅적하게 몰려다니면서 복돋고, 분위기를 뛰우는 거지. 대신에, 난 시작할때보다 3포인트나 잃었어... ..아버님이 당신의 무소속 후보로서의 인상에 대해서 뭔가 말씀하셨어요... 그는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건 그들 생각이지... ..그들이라니요?.. ..누근지 몰라서 물어? 딕과 랠프말이지. 그들은 내 뒤에 가족을 방파제로 세워두면. 유권자들에게 내가 과격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한 가정의 평범한 남자의 모습은 안전된 인상을 준다는 거야. 젠장, 난 모르겠어. 그들은 내가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하고 또 해. 난 아주 미칠 지경이야... 그는 '빌리 밥스 텍사스'의 주차장 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실내 로데오 경기장을 완비한 세계에서 가장 큰 싸구려 술집이라고 떠벌이고 있는 그것이 바로 오늘밤 테이트의 집회장소엿다. 오늘의 자금조달 집회를 위해 몇몇의 지방 연애인들이 무료로 출연해 주었다. 테이트는 자동차를 앞문 가까이 댔다. 노란색 비옷을 입고, 흠뻑젖은 타우보이 모자를 쓴 한 남자가 안에서 걸어나와 차로 다가왔다. 테이느는 뿌옇게 된 창문을 열었다. ..여기 주차 할수 없습니다, 손님... ..난...... ..차를 빼세요. 손님이 차를 대고 있는 곳은 소방도로예요... ..그렇지만, 난..... ..길 양옆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여기 오신 많은 손님들 때문에, 거의 다 차있을 거예요. 차를 대시려면 도로를 타고 한참 가셔야 할겁니다... 그는 이쪽 턱에서 저쪽 턱으로 담배를 굴렸다. ..어쨋든 여기다 차를 둘수는 없어요... ..난 테이트 러트리지예요... ..난 머크 버드린이예요. 만나게 돼서 기뻐요. 차를 빨릴 ㅃ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버크라는 사람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테이트는 고개를 돌려 애버리를 쳐다 봤다. 그 여자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웃음을 참느라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테이트가 다시 한번 말했다. ..난 상원의원에 출마한..... ..이것봐요, 아저씨. 아저씨가 차를 뺄거요, 아니면 내가 발로 걷어차야 되겠소?.. ..내가 차를 빼는 편이 낫겠군요... 몇 분 후에, 그는 몇블록이나 더 가서, 구두수선집과 옥수수빵집 사이의 셋길에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그가 시동을 끄고 ㄱ의 애버리를 보았다. 그 여자는 아직도 입술을 물고 그를 비스듬리 보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을 웃음을 떠뜨렸다. 몇 분 동안 이나 그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아, 세상에... 자기 코를 쥐면서 그가 말했다. ..신경이 곧두서 있었는데, 웃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그버크 버드린이라는 친구한테 감사해야 할 것 같군... 비가 억사같이 내렸고, 세찬 빗줄기에 차가 찌그러들 것만 같았다. 쏟아붓는 것 같은 그 빗속에 거리에는 지나 다니는 사람이 라곤 아무고 없었다. 그들이 들어가야 하는 집회장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집회장이 현란한 분홍과 파랑의 네온사인 불빛이 빗속에 어른거려 보였다. ..그동안 힘들었죠, 테이트?.. ..음. 힘들었지... 무심하게, 그는 가죽으로 씌운 핸들을 따라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난 매일 지지자들을 잃고 있어. 더 얻지는 못할망정, 시간이 다르게 여세를 높여야 할 이 중요한 마지막 몇주 동안 이 중요한 마지막 몇주 동안 난 갑자기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 같아. 데커가 다시 유리해지고 있어... 그는 주먹으로 핸들을 쿵하고 쳤다. 애버리는 테이트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뒤에서 찌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이 입과 눈에서 그가 몹시 힘이 빠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난 내 운명이 미국 상원의원에 바쳐지리란 걸 의심 한적이 없었어... 그는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진부한 상투적인 위로의 말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였다. ..난 결국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고, 내가 원했던 일을 쫓아가고 있어. 그렇지만 지금, 난 내게 듣기 좋은 말만 해준 사람들의 애기만듣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해. 내가 스스로 위해하다고 생각하려는 유혹에 빠진건가?.. ..그래요. 의심할 여지없이... 그 여자의 솔직함에 그가 놀라고 있을 때 그 여자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정치가란 사람들 대부분은 다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추켜주니까, 진정한 자신감이나 소신없이 껍데기 뿐인 자기자신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예요. 하지만, 그 중에는 수천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짊어질 대단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테이트... ..우린 둘다 병적일 만큼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군. 그래서?.. ..당신이 갖고 있는 것 건전한 자신감이예요. 그건 병적인 것도 아니고, 부끄러워 하거나 용서를 빌 일이 아니예요. 남을 이끌고갈 능력은, 음악적 재는이나 수개념에서의 천재성처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하나의 선물이예요... ..그렇지만 수학적 천재성을 이용해서 뭘 얻으려고 하는 건, 아무도 비난하거나 추궁하지 않지... ..당신은 남들이 갖지 못한 성실도 갖고 있어요. 당신은 그 성실성 때문에 당신의 재능을 이용해서 옳지 않은 걸 얻으려고 하지도 못해요. 테이트, 당신이 신봉하는 그 이상들은 그저 선거운동의 표어가 아니예요. 당신은 그것들을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당신은 또다른 로리 데커가 아니에요. 그는 온통 허풍뿐이예요. 그는 실질적인 내용이 없어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유권자들이 그걸 알아내게 될거예요... ..당신은 내가 이기리라고 생각하나?.. ..전적으로 그렇게 믿어요... ..전적으로?.. ..네... 비가 차 지붕위를 때리고 창문으로 들이치고 있었지만, 차 안은 감동과 열기로 따뜻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친밀하고 평한했다. 그는 말없이 그 여자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 여자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는 엄지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으로 그 여자의 드러난 쇄골을 조심스럽게 쓰다 듬었다. 애버리의 눈을 감았다. 그 여자는 보이지 않는 줄로 당겨진 듯이 그를 향해 작은 동요의 움직임을 보였다. 그 여자가 다시 눈을 떳을 때, 그는 휠씬 가까이 와있었다. 그는 좌석 사이를 넘어 와서 그 여자의 바로 얼굴 앞에 와있었다. 그의 손이 그 여자의 목을 미끄러지듯이 돌아 목뒤로 갔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을때, 두사람은 동시에 감춰두었던 감정이 폭발하듯 몸을 움찔했다. 그는 애버리의 자켓위로 그 여자의 가슴을 쓰다듬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옷속으로 손을 넣었다. 에버리는 그의 머리, 빰, 목뒤, 어깨를 애무하면서, 좌석 깊숙이 몸을 기대며 그를 껴안았다. 그는 그 여자의 왼쪽 어깨에 있는 두개의 단추를 풀고, 옆 쪽에 있는 후크를 풀려고 애썼다. 그가 애버리의 자켓을 완전히 제쳐냈을 때, 그는 그 여자의 가슴에서 자신과 맨디의 사진이 끼워져 있는 금합 목걸이를 보았다. 네온 조명이 그 여자의 휜 살결 위에 밤무지개를 그렸다. 빗물의 흐름이 흐르는 그림자가 되어 그 여자의 브라 밖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 위로 쉴 새 없어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여인의 드러난 목과 가슴에 키스했다. 레이스를 젖히고, 그의 혀는 거칠게, 허기지게, 욕망에 차서 재빨리 움직였다. ..테이트... 감각이 그 여자의 가슴으로부터 나머지 온몸으로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끼며 그 여자가 그를 불렸다. ..테이트, 사랑해요... 서투르게, 허겁지게, 그는 자기 바지를 벗었다. 그 여자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에게 닿을 때마다, 그는 그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레로틱한 말과 약속들을 숨차게 했다. 그의 손이 그 여자의 좁은 치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속옷을 벗겨내렸다. 차안의 한정된 공간에서 그들은 미친듯이, 열정적으로 키스했다. ..젠장!..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켜 그 여자를 그의 무릅위로 끌어당겼다. 그가 이성을 잃은 듯이 그 여자의 스커트를 걷어올리고 두 손으로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그들은 괘감으로 소리를 쳤고 그 소리는 금새 낮은 신음소리로 줄어 들었다. 이를 악물면서, 그는 그 여자의 가슴에 세게 머리를 부볐다. 에버리의 호흡은 고르지 못하고 소리가 커졌다. 그 여자는 그의 어깨위에 머리릴 대고 구부렸다. 그의 움직임에 참지 못하고 허리를 끔틀대면서, 그 여자는 테이트와 함께 긴 클라이막스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의 5분동안 손끝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둘다 기진맥진 해져 버렸다. 마침내 애버리가 그의 무릎에서 쓰러지듯이 내려와 바작에서 팬티를 주었다. 말없이, 테이트가 그 여자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 여자는 고개를 못들고 수줍어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괜찮아?.. 애버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들어, 뭔가를 말하는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애버리는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옷의 구김을 제대로 펴고나서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당황했다. 그 여자의 머리는 엉망이었다. 무스를 발라서 차분하게 했던 머리카락이 전부 제멋대로 일어나서, 머리 둘레에 마치 성자의 후광처럼 덤불이 일어나 있었다. 귀걸이도 떨어져 달아나고, 입술에 바른 립스틱이 입술주변에 온통 문질러져 있었다. ..큰일났어요... 테이트는 운전석의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몸을 길게 늘여서 셔츠를 제대로 해 바지 속에 넣었다. 그도 모든 게 엉망이었다. 넥타이는 비뚤어지고 셔츠도 바지도 다 구겨져 버렸다. 그는 바지지퍼를 더듬어 찾아서 잘 잠글때까지 두번이나 욕지거리를 했다. ..가능한 한 잘 해봐... 그가 바닥에 떨어진 귀걸이 한짝을 주어서 건네주며 웃었다. ..애쓰고 있어요... 애버리는 백 속에서 화장품들을 꺼내 화장이 망가진 곳을 고치고 머리를 만졌다. ..머리가 이 모양이 된 걸 사람들이 날씨 탓이겠거니 생각해주지 않을까?.. ..당신 수염난 턱 주위가 붉은 건 뮈라고 생각할까요?.. 그는 다시금 손을 뻗어 그 여자의 입가를 만졌다. ..그들이 이런 걸 가지고 또 우릴 괴롭히겠지?.. 애버리는 그의 손을 살짝 피하면서 익살맞게 웃었다. 그도 따라 웃으면서 차에서 내려 그 여자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들이 바람에 날리고 비에 훔뻑 젖은 꼴로 그러나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얼굴로 나타났을 때, 에디는 정신없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있었고, 랠프는 연신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짤랑거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가 온거야?.. 에디는 너무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테이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캐롤을 데리러 갔었어... ..그 말은 우리가 호텔에 전화했을 때 지이한테서 몇번이나 들었어요... 랠프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는 더이상 동전을 짤랑대지 않았다. ..그런 빌어먹을 짓을 한 이유가 뭐지? 지이는 자네가 벌써 30분전에 출발했다고 했어. 이렇게 오래 어디서 뭘한거야?.. ..주차할 곳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어... 이런 심문에는 진저리가 났는지 테이트가 마지못해 간단히 대답했다. ..잭과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있나?.. ..저 열광하는 사람들 앞에서 궁지에 몰려있지. 들려?.. 에디는 합창과 구호가 들려오는 청중석 쪽을 가리켰다. 군중들은 테이트가 빨리 연단으로 나오기를 요구하며 '테. 이. 트! 테. 이. 트!'를 외치고 있었다. ..저 사람들, 나를 보면 더 할텐데... 테이트는 조용히 말했다. ..여기 연설문이 있어... 에디는 몇장의 종이를 그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그것을 받디 않았다. 대신에 그는 그의 머리를 두들리며 말했다. ..내 연설물은 이 안에 들어있어... ..경고하겠는데,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오... 랠프가 두목처럼 경고조로 말했다. ..당신은 어딜 가면 어디에 얼마동안 있겠다고 시간과 장소를 적어도 우리 가운데 누구 한 사람한테는 알려줬어야 하는 거요... 딕은 테이트에게는 아무 말고 하지 않았다. 그의 어두운 얼굴은 화가 나서 더욱 검게 되었다. 이건 테이트를 겨냥한 게 아니라 애버리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테이트와 애버리가 도착한 그때로부터 그런 무서운 시선을 그 여자에게 떼지 않았다. 그 여자는 그의 악의서린 시선을 침착하게 견디내고 있었다. 딕이 드디어 격분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러트리지 부인. 이제부턴, 몸이 근질근질하더라도 꼭 이런 시간에는 하지 마시오. 우린 그런 걸로 방해받아서는 안되니까. 알겠소?.. 테이트는 야만적으로 으르렁거리며 딕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거칠게 딕을 밀쳐서 벽에다가 납작하게 눌러 붙였다. 그는 팔뚝으로 딕의 목덜미를, 그리고 무릎으로는 딕의 다리를 완강하게 밀어 붙였다. 딕인 놀라서 새파랗게 질렸다. ..테이트, 자네 돌았나?.. 에디가 소리질렀다. 에디는 힘껏 테이트의 팔을 딕의 목덜미에서 떼어 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테이트의 코는 딕이 코에서 일인치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살기등등해져서 잔인하게 변했다. 반대로 딕의 얼굴은 점점 더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제발, 테이트... 에버리는 호소하듯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 녀셕에겐 신경쓰지마, 캐롤. 이 개자식이 뭐라고 지껄이든 아무 상관말라구... ..제발, 테이트... 에디가 두 사람 사이를 떼어 놓으려 기를 썼다. ..놔줘, 테이트.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정신 좀 차리게... ..또 한번 주둥이를 그따워로 놀렸다간... 테이트가 천천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 아내에 대해서 한번만 더 그따워 소릴 지껄이면, 그땐 가만두지 않겠어. 알았어? 이 개자식아... 그는 딕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걷어찼다. 공포에 떨던 딕은 테이트의 팔에 눌려 있던 머리를 테이트의 턱 밑으로 간신히 빼냈다. 이윽고 테이트가 팔을 풀어주었다. 딕은 허리를 구부리고 사타구니를 쥐고 컥컥 거리며 깡충깡충 뛰었다. 랠프도 제 동료를 붙잡고 야단이었다. 테이트는 머리카락을 뒤로 쓰다듬으며 에디에게로 몸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 ..가세... 그는 애저리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그 여자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를 따라 스테이지로 나갔다. 38 한밤도 한참지나 이제 거의 날이 밝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맨디는 잠옷을 벗어서는 안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티셔츠를 한 번 입어보기만 해달라고 테이트가 부탁하자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너는 자랑스러운 달라스 카우보이 침의 응원단장이야... 맨디의 머리위로 티셔츠를 씌워 입히면서 테이트가 말했다. 맨디는 자기의 새 셔츠 위에 반짝이는 은빛 글씨들을 보며 감탄했고, 아빠를 보고는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고마워요, 아빠... 맨디는 크게 하품하면서 푸우 곰인형을 찾아들고는 베개를 베고 누웠다. ..맨디도 벌써부터 여자가 되는 걸 배워가고 있어, 그렇지... ..그게 무슨 뜻이예요?.. 거실 맞은 편에 있는 그들의 침실로 가면서 애버리가 남편에게 물었다.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기도 하지, 껴안거나 뽀뽀 같은 걸로 답해줄 생각은 안하잖아?.. 애버리가 자기 엉덩이에 두손을 대면서 말했다. ..공적인 데서 당신이 내보이는 여권주의자적인 모습 뒤에는 썽거빠진 남성우월주위만 가득차 있을 뿐이라고 내가 여자 유권자들에게 경고해야겠군요... ..제발 그러지마, 캐롤. 난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표를 다 긁어 모아야 해... ..오늘밤은 표 긁어모으기에 성공한 것 같은데요... ..오늘밤만 그랬다는 애기야?.. ..아뇨. 그 전부터도 당신은 언제나 성공적이예요... 그 여자의 자신있는 말투가 그의 사기를 높였다. ..내 체면을 지켜줘서 고마워 할 것까지는 없소... 애버리가 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할 ㄸ까지 그들은 한참동안 마주 보았다. 그 여자는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빨리 한 후, 잠옷을 다시 입고 나와, 욕식을 테이트에게 넘겼다. 침대에 누어서 애버리는 그가 칫솔질을 하면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다른 호텔방들을 함께 그것을 세면대 옆의 축축한 더미에 뭉쳐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욕실에서 나왔을때, 그 여자는 그의 그 나쁜 버릇을 지걱해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벌거벗은 몸이었다. 그는 손을 전등 스위치에 얹어 놓은 채로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의아스러운 눈빛을 띠고 일어나 앉았다. ..전에는... 그가 목쉰 듯 속삭여 말했다. ..난 당신을 내 마음 속에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난 최근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왜인지 나도 모르겠어 난 당신이 전에는 하지 않다가 지금은 하는 일들, 또는 예전엔 하다가 에는 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어. 내 머리는 온통 뒤죽박죽이 돼 버렸지. 난 당신이 그런 변화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진 못하지만, 난 이제는 당신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됐고, 더 이상 당신을 부정할 수도 없어. 난 당신의 낙태에 대해서나, 나한테 그걸 거짓말 한 것이나, 결코 용서할 수 업어. 하지만 그런데도 오늘 밤 차에서 같은 일들이 나로 하여금 일관성을 잃게 하곤해. 난 당신이 날 끊임없이 속이고 실망시키고 혼란스럽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번번이 당신에게 걸려들고 말지. 이런 나를 나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어. 달라스에서의 그밤 이루로, 난 새로 발견된 마약에 중독된 사람 같았어. 난 당신을 몹시 원했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원해왔어. 그런 생각과 싸우는 것은 날미치게 만들어. 아마도 그 때문에 내 다른 일들까지 뒤범벅이 돼 버린 것 같아. 이번 여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거의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난 결심을 했소. 난 이 무의미하고 힘겨운 싸움에서 벗어나야만 하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이 내 아내인 한, 난 내 부부로서의 권리를 망설이지 않고 행사하겠다는 거요... 그는 잠시 쉬었다가 말했다. ..내 말에 대해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네... ..어떤?.. ..불을 꺼요... 그는 불을 끄고 침대에 미끄러져 들어와서 그 여자를 그의 품속으로 당겼다. 그리고, 그가 오랜 자신과의 싸움 끝에 결심했던, 그래서 요구했던 그의 아내의 몸을 오래도록 만지고 입맞추었다. 테이트는 어깨위에 맨디를 목마태우고 떨어질 것처럼 비틀비틀거리고 몸을 숙였다 젖혔다 했다. 아아는 아빠 목에 올라타고 앉아서 깔깔거리며 꽥꽥 소리를 질렸다. 아이가 아빠의 머리를 두 손 가득히 움켜쥐는 바람에 그가 소리쳤다. ..그만해요!.. 애버리가 야단쳤다. ..호텔 밖으로 몽땅 쫓겨나고 싶어요?.. 그들은 아래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엘리베이터에서 긴 복도를 지나 자기들의 방으로 오는 중이었다. 넬슨과 지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식당에 남아 있었지만, 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겐 사람들이 많은 식당은 답답하기만 했다. 테이트는 애버리에게 객실의 열쇠를 넘겨주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은 바쁜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여기서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맨디를 들어내리며 테이트가 물었다. 에디는 아침신문을 읽던 시선을 들어 그들을 보고 입에 물고 있던 데니쉬 빵을 치웠다. ..우리는 여기서 할일이 있으니 자네는 저쪽 작은 방 하나만 쓰게... ..좋을 대로 하게... 테이트가 빈정되는 투로 말했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쥬스, 커피, 그리고 데니쉬빵 쟁반이 어질려저 있었다. 팬시는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아 패션 잡지를 가볍게 넘기면서 입으로는 딱딱한 바겟트 빵을 물어뜯고 있었다. 도로시 레이는 블러디 메리 처럼 보이는 걸 홀짝홀짝 마시면서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잭은 한손가락으로 귀를틀어마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딕은 마치 재고 세일에서 경험있는 구매자가 물건을 요조조모 뜯어내는 것과 같은 눈빛으로 테이트의 서류들을 하나하나 뒤적이고 있었다. ..어젯밤엔 반응이 무척 좋았어... 달콤한 롤케익을 먹으며 에디가 말했다. ..난 맨디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겠어요... 애버리가 아이를 데리고 옆방으로 가면서 말했다. ..아니, 캐롤은 여기 있어야 해요... 서류함에서 돌아서면서 딕이 말했다. ..어잿밤 일로 기분 언짢아 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너무 당황하고 기가 막혀 있었어요. 이제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애버리는, 비위를 맞추려고 억지로 웃어보이는 그 얼굴을 찰싹 ㄸ려주고 싶었다. 그 여자는 테이트를 건너다 보았다. 그 선거운동 전문가를 무시한 채 그는 그 여자에게 말했다. ..내 생각엔 당신이 이 방에 있었으면 좋겠어... 잭이 전화를 끊었다. ..다 끝났어. 테이트는 5시 정각 채널 5의 생방송 인터뷰를 할수 있게 됐어. 늦지 않도록 4시 30분까지는 가도록 해야 돼... ..대단하군요... 두 손을 부비며 랠프가 말했다. ..달라스 정거장들에선 무슨 소식이라도?.. ..몇번 전화 했었어요...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넬슨과 지이였다. 애버리에게는 낯이 선 한 남자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 팬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차례로 포옹했다. 포트워스에 온 이후부터 그 애의 기분은 활기를 띠었다. ..굿모닝, 팬시... 지이는 팬시의 대님 미니스커트와 붉은 카우보이 장화를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보았지만, 아무말고 하지 않았다. ..저 사람은 누구요?.. 문턱에 서 있는 사람을 턱으로 가리키며 테이트가 물었다. ..우리가 부른 이발사예요... 딕이 앞으로 나서서 멍하니 있는 그 남자를 방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앉아요, 테이트. 이발사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에도 일을 할수는 있어요... 테이트가 작은 의자에 앉자, 이발사는 그의 목둘레에 푸른 색 흰색 줄이 쳐 있는 가운을 걸쳐 놓고 머리에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이발사에게 머리르 내주고 있는 테이트의 코 앞으로 서류뭉치를 들이대며 랠프가 말했다. ..이걸 읽어봐요... ..이게 뭐요?.. ..오늘 당신이 할 연설이 초안이예요... ..난 벌써 써놨는데?.. 아마도 그의 말을 듣거나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잭이 받았다. ..채널 4번이예요... 그는 흥분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는 수화기에 입을 가까이 댔다. ..지이, 넬슨, 앉으세요, 제발. 그리고 일 애기를 좀 해야겠어요. 벌써 한낮이 다 돼가고 있어요... 득이에 차서 딕이 마루 위에 섰다. ..에디가 말한 바에 의하면, 우린 어젯밤, 빌리 밥스에서 대단한 인파를 끌어냈고, 선거운동 자금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는군요. 우린 지금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예요. 여기서 우리가 잠시라도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면, 후원은 순식간에 멈취버리고 말아요. 비록 우리쪽에 후원금을 내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이윤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런걸 인정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면 지지자들은 근방 실망하게 돼요... 랠프가 호주머니 속의 동전을 튕기며 말했다. ..채널 4에서 제너럴 다이나믹스 프로그램에서 테이트의 연설을 비중있게 다루려고 한다고 하는군. 그게 다야. 그 이상 별말도 없었어... 잭이 전화를 끊으면서 여러사람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군요... ..이것봐요, 테이트... 자기 말이 끊긴 걸 상기시키려는 듯, 랠프가 테이트에게 말했다. ..만약에 진다 하더라도, 진작부터 포기한 것처럼 보이고 싶진않겠죠?.. ..난 지지 않아요... 그는 애버리를 쳐다보고 윙크했다. ..음, 물론 그런 일은 없겠죠... 불편하게 웃이며 랠프는 말을 더듭었다. ..난 그저..... ..좀 더 짧게 깍을 수 없어요?.. 딕이 이발사에게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조금만 다듬어달라고 했소... 테이트는 이발사의 허둥지둥하는 손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이게 뭐죠?.. 테이트가 손에 들고 있던 연설문 안의 도표를 지적하며 물었다. 그는 이번에도 무시당했다. ..거기, 이것 좀 들어봐요... 에디가 신문기사를 읽어주었다. ..데커가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군. 자네를 만중선동가라고 부를고 있어, 테이트... ..내 생각엔 그는 달리는 겁장이일 뿐이야. 넬슨이 그렇게 말하자, 잡자기 딕이 그에게로 주의를 돌렸다. ..넬슨 씨, 오늘 오후에 테이크가 제너럴 다이나믹스에서 연설 할 때, 당신이 당산 위에서 그야말로 큰 역할을 할 수있으면 좋겠어요. 군대 계약이 사업에도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에서도 그럴 거예요. 당신이 예비역 공군대령이라는 게, 분명 보너스로 작용할 거예요... ..나도 가나요? 맨디는?.. 지이가 물었다. ..난 맨디하고 여기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도로시 레이가 말했다. ..다들 가요... 딕은 도로시 레이의 손에 쥐어진 빈 잔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들 최대한 멋지게 보여야 해. 아가씨도 마찬가지예요... 그가 팬시에게 말했다. ..미니스커트는 안돼요... ..너나 꺼져버려라!.. ..프랜사인 러트리지!.. 넬슨이 소리쳤다. ..두번 다시 그런 말을 입에 담았가나 당장 집으로 돌려 보낼테다... ..죄송해요... 팬시가 입속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지만 나한테 이걸 입어라, 저건 안된다 하고 누가 잔소리를 해주죠?.. 딕은 아예 상대를 안하려는 듯, 애버리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당신은 의상실에 갈때마다 언제나 멋진 걸 고르는군요. 오늘은 번쩍이는 건 아무것도 걸치지 마세요. 그들이 노동자들이라는 걸 생각해야 해요. 몸으로 일하고 대가를 받는 임금노동자들이예요. 태이트가 입을 옷으로른 회색 양복을 골라 놓았어요... ..받쳐 입을 셔츠도 골라쥐야지... 랠프가 말했다. ..오, 그렇지. 푸른 셔츠를 입는 게 좋겠군요. 흰색은 안돼요. 흰생은 텔레비젼 화면에는 별로니깐... ..네 푸른 색 계통의 셔츠들은 전부 ㄸ가 탔는데...... ..오, 태이트. 매일매일 세탁물을 잊지 말고 보내라고 몇번씩이나 말을 했는데...... ..잊어버렸소. 다 됐어요?.. 테이트는 갑자기 머리를 획 돌라더니 이발사의 손에서 가위를 나꿔챘다. ..더이상 짧아지는 건 싫어요. 난 이대로가 좋아... 딕이 말했다. ..너무 길어요, 테이트... 그는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누가 그래요? 유권자들이? 제너럴 다이나믹스 노동자들이 그럽디까? 채널 5번을 보던 시청자들이 그래요? 아니ㅁ 당신 혼자 그러는 거요?.. 애버리는 박수를 치고 싶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달리 그 여자는 이 정신없는 아수라장에 빠져들지 않았다. 그 여자는 테이트라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랠프가 그에게 읽어보라고 준 서류들을 읽어내리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애버리가 보기에, 그는 곧 폭발할 것 같았다. 그 여자의 예감은 적중했다. 그는 목에서 가운을 벗어던지고 머리에 꽂힌 클립들을 뽑아 내던졌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5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이발사에게 지불하고 방 밖으로 내보냈다. ..수고했소... 테이트가 문들 닫고 방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의 얼굴은 하늘을 뒤덮은 무거은 그름처럼 어두웠다. ..딕, 다음부터는 내가 언제 이발해야 할지, 내가 당신한테 먼저 알려주겠소. 그리고 난 당신이 내 서류함에서 좀 떨어져졌으면 좋겠고, 내 가족들의 사적인 공간에 들이탁치기 전에 내 의견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소... ..다른 마땅한 장소가 없지 않나?.. 에디가 말했다. ..없다구? 에디!.. 그는 에디에게로 돌아서서 소리쳤다. ..이 호텔엔 여기 말고도 방이 몇백 개나 돼. 그런데도 자네들은 왜 여기 들어와 있느냐 말이야!.. 그는 화장대 위에 던져두었던 서류들을 집어들며 말했다. ..난 이란 것들이 다 뭘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랠프가 허리를 굽히고 당신의 입장이예요... ..제기랄, 이런 거짓말이 어디있어!.. 그는 손등으로 그 종이뭉치를 탁 쳤다. ..희어멀겋게 물빠진, 멀건 거짓말이야!.. 지이가 맨디 손을 붙잡고 다른 방에 가서 텔레비젼이나 봐야 겠다. 팬시, 너도 같이 나가자... ..싫어요. 천만 달러를 준대도 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팬시는 침대 가운데 앉은 채로 말했다. 지이와 맨디가 나가고 방문이 닫히자, 랠프는 테이트를 달래듯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이번 선거의 쟁점이 되는 몇가지에 있어서 당신의 입방이 어느 정도는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예요, 테이트... ..정작 나하고는 상의해보지고 않고 말이요?.. 화를 간신히 누르며 테이트가 말했다. ..그건 다름아닌 내 입이오! 부드러워지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문제지,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있고. 내가 내세워야 할 내 입장이 있는 거요!.. 그는 자기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내 입장!.. ..당신은 여론조사에서부터 벌써 뒤에 처지고 있어요... 랠프가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당신들이 나를 위해서 나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그 훨씬 전부터 확고하게 가여온 내 생각들이 있소. 난 이미 오래전부터 심사숙고 해 것들이오... ..당신이 우리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아... 완강하게 고래를 저으며 테이트가 말했다. ..내 생각엔, 내가 당신들의 충고를 너무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에디가 일어섰다. ..말하고 싶은 게 뭐지, 테이트?.. ..별 것도 아니야. 난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어. 난 내 셔츠나 양복을 골라주거나 이발사를 고용해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냐. 내 말은, 내 입속에다 내가 해야 할 말까지 집어넣어줄 사람은 어느 구구가 됐든 필요없다는 거야. 내가 생각을 말하는 데 있어서,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를 만큼 내 주장을 부드럽게 고쳐줄 사람은 필요없다니까. 정말로 내 생각과 의지에 동의해서 내게 표를 던지려 했던 사람들은 아마 내가 돌아버린 걸로 알걸? 아니면 내가 그들의 믿음을 배반했다고 생각하겠지... ..넌 지금 균형을 잃고 있어... 잭이 끼어들자 테이트는 형에게 맞서서 말했다. ..이 사람들이 형에게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라 말아라 한 건 아냐, 잭... 잭도 열을 냈다. ..나도 너나 마찬가지로 이 일에 관련이 있는 사람이야... ..그렇다면 내가 다름아닌 바로 나여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형도 알아야 해... ..자네는 자네야... 에디가 말했다. ..내가 나라고? 천만에. 내가 입은 옷이 어디가 잘못됐다는 거야?.. 그는 단지 아침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대충 입은 자기 옷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재너럴 다이나믹스 노동자들에게 내가 어떤 색 옷을 입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나? 천만에! 아무 상관도 없다구. 그들은 내 분면한 입장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고 싶어할 뿐이야. 왜냐하면 내게 표를 던져서 나를 상원의원으로 당선시키느냐 마느냐가 바로 그들 자신이 앞으로 몇해 동안 일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게 되기 때문이지... 그는 숨을 쉬려고 잠시 말을 멈추고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애버리는 그때야 비로소 테이트의 헤어스타일이 보기 좋다고 느꼈다. 이발사가 빗어 놓았을 때고 그렇게 보기 좋진 않았었다. ..보라구, 이게 나란 말야... 그는 양팔을 들어 옆으로 뻗어 보였다. ..이게 바로 표라구. 내가 텍사스 유권자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거야. 내가 조금이라도 나답지 않게 굴면 그들은 날 알아보지 못할 거야... ..우린 당신더러 당신답지 않게 굴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테이트... 딕이 포용력 있게 말했다. ..다만 당신을 좀 더 낮게 만들려는 것 뿐이예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테이트는 그이 손을 떨어내버렸다. ..난 내 가족들과 할 애기가 있는데...... ..의논해야 할 일이 있으면..... 테이트는 손을 휘저어 그들이 뭐라고 반대의견을 말하려는 걸 막았다. ..제발...... 딕과 랠프는 무척 내키지 않는듯이 방을 나갔다. 딕은 나가기 전에 에디에게 뭔가를 말하는 것같은 눈빛을 보냈다. ..캐롤, 커피 한잔 주겠소?.. ..물론이죠... 애버리가 커피를 따르려고 일어서자, 테이트는 안락의자에 몸을 던졌다. 애버리는 커피를 가지고 와서 그가 앉아있는 의자의 팔걸이에 걸터 앉았다. 테이트가 한 손으로 커피 잔을 받아들면서 한 손으로는 무사히 그 여자의 무릎을 감쌌다. 에디가 말했다. ..음, 그게 바로 자네가 준비한 연설이군... ..난 자네의 방식을 따르려고 했어, 에디. 내 판단이 더 나았는데도 난 그 반대로 자네가 저 사람들을 고용하는 걸 내버려뒀지... 그의 눈은 똑바로 에디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한 눈빛으로 그의 무언의 말과도 같았다. ..난 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좀 물러서라고 내가 말해주지... ..잠깜... 에디가 문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테이크가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겠군. 그들이 말을 듣지 않을거야... ..좋아, 그럼 이렇게 말하지. 이번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는 놀라운 만큼의 성과를 보게 될 거라거... ..그것도 별론데... ..그럼 머라고 하면 좋을지 자네가 한 번 말해봐... 테이트는 말하기 전에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둘러보았다. ..해고했으면 좋겠어... ..해고하자구?.. 잭이 소리쳤다. ..그럴 순 없어... ..왜 안되죠? 그 사람들은 우리가 고용한 사람들이예요. 안 그래요?.. ..딕과 랠프 같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은 유능한 사람들이야. 무시하지 말아... ..난 그게 그리 큰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그건 안돼... 잭이 엄하게 말했다. 에디는 간청하듯 말했다. ..테이트, 난 자네가 이 문제를 좀 더 신중히 생각해주길 바라네... ..신중히 생각했네, 난 그 사람들이 좋게 여기지질 않아. 그 사람들이 하려고 애쓰는 일들마나 마땅치가 않아... ..뭐가 마땅찮다는 거지?.. 잭이 목소리는 마치 약을 올리는 것 같았다. 싸우자고 덤벼들기세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아닌, 그들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으로 멋대로 만들어가려 하고 있어요. 다 좋아요. 물론 나한테는 어느 정도는 그런 게 필요하기도 할 거예요. 그렇지만 명령을 받기는 싫어요. 그들이 시킨다고 해서 내가 진정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은 말까지 내 입에 담을 수는 없어요... ..넌 정말 어쩔 수 없는 고집장이구나... 잭이 말했다. ..어렸을 때와 똑같아. 넌 내가 널보고 어떤 일을 못한다고 말하면, 나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그 일을 정말 지겨울 정도로 계속 해댔어... 테이트는 긴 숨을 내쉬었다. ..형, 그 애기야 말로 지겨울 정도로 들었어요. 난 이 결정에 있어서 형이 미리 짐작해서 넘겨짚지 말았으면 해요... ..내가 넘겨짚는 게 아니라, 네가 하고 있는 짓이란 게 모두 다 그렇잖아. 안그래?.. ..이것 역시 내가 충분히 생각해서 내린 나의 결정이예요... 테이트가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자네가 내린 결정이란 이런 건가?.. 에디가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선거를 겨우 몇 주 앞둔 지금 강 한가운데서 말을 바꿔타자는 애긴가?.. ..이런 제기랄! 그 사람들이 내게 요구햇던 게 바로 그런 거야... 그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문제가 된 문밖의 두 사람에 대해 말했다. ..그들이 네게 원하는 게 뭔가? 처음에 내 애기를 들었던 유권자들이 이제 다시는 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 다듬고 구부리고 깎는 거야. 그렇게 되면 난 유권자들을 저버리는 거야. 테커보다 나을 게 뭐가 있겠냐? 부엉이 오줌보다 더 좀도둑같이, 두 얼굴을 가지고 여기 가서는 이 얼굴, 적기 가서는 저 얼굴, 이쪽에도 웃으면서 적당히 타협, 저쪽에도 타협... 그는 이번에는 에디와 형 잭으로부터의 침묵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는 시종 말이 없던 넬슨에게로 돌아셨다. ..아버지, 절 좀 도와주세요... ..왜 나한테 도움을 구하는 거냐? 이비 꼭대기까지 다 가놓구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어떻게요?.. ..이기면 되지... ..입을 다물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받아들여서 말인가요?.. ..네 생각에. 타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바로 그거예요.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나 자신을 방치하다 보면 드는 느낌이 바로 그거예요. 그렇게 해서 선거에서 이기는니, 차라리 지는 게 낫겠어요. 아무도 내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으니 섭섭하군요... ..난 에디 편이예요... 팬시가 날름 끼어들며 말했다. ..누가 내 의견을 묻는다면 말이예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잭이 딸에게 똑똑하게 말했다. ..캐롤?.. 애버리는 정신없이 치고 받는 난장판 속에 여전히 빠져들지 않고 있었다. 테이트가 그 여자의 의견을 물어보기 전까지는 그 여자는 끝까지 그 속에 쓸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의 질문에 대해 그 여자는 고개를 들고, 최근들어 생긴 친밀감와 연인 사이에 통하는 무언이 말이 담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그렇게 결정을 내린 거라면 나도 그 결정에 동의해요. 테이트... ..아니, 언제부터?.. 잭이 테이트를 돌아다보았다. ..말해 봐, 테이트. 타협이 어떻다고? 네가 네 마누라와 다시 같이 자기 시작한 건 타협이 아니고 뭐냐? 아마도 이제까지 네가 한 것 중에서 가장 큰 타협일 거다... ..그만해라, 잭!.. 넬슨이 호통쳤다. ..아버지, 아버지도 내가 알고 있는 만큼은 알고 계시면서...... ..그만하라니까! 네 아내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그때가서 테이트의 잘못을 애기해라... 잭은 아버지와 테이트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어깨를 구부리고 뛰쳐나갔다. ..다음엔 자네가 뛰어나갈 차례로군... 테이트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에디에게 말했다. 에디는 어색하게 웃었다. ..자네가 더 잘 알걸. 난 잭과는 달라. 난 적어도 이 심각한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끌어들이진 않아. 내 솔직한 생각으로는 자네 결정은 옳지 않아. 그렇지만... 그는 웅변하듯 두 손을 내보였다. ..선거 당일에 가봐야 알게 되겠지... 그는 테이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들에게 이 날 벼락 같은 소식을 어떻게 전하지?.. 에디가 문 밖으로 나갔다. 팬시가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지이가 맨디를 데리고 들어 왔다. 분위기는 아직도 딱딱하기만 했다. 불편한 듯 지이가 말했다. ..큰 소리가 많이 들리던데...... ..언짢은 일이 있었소... 넬슨이 대답했다. ..제가 내린 결정을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 ..네가 말한 대로, 그건 네가 내린 결정이다. 그 결정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을 잘 준비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마음 편하게도. 그게 바로 앞으로 할 일들이예요... ..그렇다면 이미 지난 일에 대한 사과일랑 그만두거라... ..맨디에게 잠깜 산책을 하자고 말했어요... 지이가 불편한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비가 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같이 가겠소... 넬슨이 아이를 품에 안으며 금방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았다. ..비가 와도 상관없지, 그렇지 맨디?.. ..도와줘서 고맙소... 방안에 둘만이 남게 되었을 때 테이트가 애버리에게 말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언성을 높이게 되긴 했지만... ..잭이 나에 대해 무례하게 말했기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었어요... ..형은 흥분하고 있었소... ..그것보다도, 테이트. 잭은 나를 경멸해요... 그는 거기에 대해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도 역시 애버리가 느끼는 것처럼 잭이 그 여자를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그 여자를 원했고. 어쩌면 테이트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전의 그 여자에 대한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싶은 강한 열망 때문에 일부러 모른 척해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왜 그랬소?.. 그가 물었다. ..왜 내 편을 들었지? 단지 그렇게 하는 게 내 아내로서 당신의 의무라고 생각해서였소?.. ..아뇨... 언짢은 듯 그 여자가 대답했다. ..난 당신이 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거예요... 난 그 사람들이 자기를 멋대로 당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당신만큼이나 참기 어려웠어요... 좀전의 흥븐 끝이라 방안은 갑자기 너무 조용하게 느겨졌다. 두사람 외에는 방안에 아무도 없었는데도 방안은 오히려 더 자게 보였다. 침묵이 외로움을 더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맨디를 데리고 산책하고 계시지?.. ..그럴 거예요... ..그 애는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해... ..그리고 지금은 당신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연설을 연습할 좋은 기외구요... ..흠...... ..물론 당신이 굳이 거기에 골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예요... ..아니, 난 오늘 일은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잘됐군요... 그는 잠시 그의 낡은 구두코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비가 올 것 같애?.. ..아...... 그 여자는 어설픈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는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끌어당겨 그 여자의 흰 목에 키스했다. ..테이트?.. ..음?.. 그느 그 여자의 뒤쪽에 있는 소파 쪽으로 가면서 대꾸했다. ..어잿밤 이후로 난 당신이 다시는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잘못 생각했지... 39 ..우왁!.. 에디가 그의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팬시가 문 뒤에더 뛰어 나왔다.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어떻게 여기 들어왔지?.. ..일하는 여자를 매수했죠... ..뭘로?.. ..테이트 삼촌을 열렬히 지지하는 여자였어요... ..정신 나갔군... ..아저씨가 좋아흔 일이잖아요?.. ..저게 뭐지?.. 그는 창문 앞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흰 테이블로가 씌여진 탁자 위에는 두 사람용의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점심식사예요. 애보카도 나무 열매 샐러드도 있어요...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팬시... ..배고프지 않아요?.. ..그렇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난 벌써 점심을 먹었거든... 그는 침대가에 앉아 전화기를 들었다. 셔츠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들고 그는 번호를 눌렀다. ..죠지 마론 씨를 부탁합니다... 팬시는 그의 뒤를 무릎으로 서서 그의 등에 자신이 골반뼈를 대고 있었다. ..마른 씨? 난 에디 파스칼입니다. 러트리지 선거운동본부에 있는 사람입니다. 전화하셨다구요?.. 팬시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귓불을 깨물자 움찔하며 피했다. ..러트리지 씨의 일정이 꽉 짜여 있는대요. 미안합니다. 어떤 용건이 있으신지요?...얼마나 많이요?...우와...... 팬시가 그의 목을 살짝 깨물면서 키스했다. 에디가 손으로 수화기를 막고 낮게 소리쳤다. ..저리 가지 못하겠니, 팬시!.. 팬시가 토라져서 툴툴거리며 침대에서 ㄸ어내렸다. 그리고는 거울 앞으로 가서 머리를 빗었다. 팬시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숱 많은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겨 내렸다. 머리카락을 빗어내리면서 그 여자는 에디가 자신의 엉덩이를 보고 있다는 알아차리고는 용기를 얻었다. 사이에 넓은 공간을 두고 그를 향해 마주서서 그 여자는 아슬아슬하게 짧은 치마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한번에 1인치씩 아주 천천히. ..언제까지 회신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에디가 전화에 대고 부드럽게 말하는 동안 그 여자는 치마를 완전히 들추었다. 그리고는 팬티를 벗어서 에디의 코앞에 흔들었다. ..러트리지 씨와 애기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연락을 디리지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씬 뭐가 잘못되고 아주 잘못된 모양이군요...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어. 난 바빠. 그게 전부야... ..테이트 삼촌이 선거운동하는 사람들을 해고하라고 해서 지금 신경질이 나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래요?.. ..난 신경질같은 건 나지 않았어. 난 다만 반대했을 뿐이지... ..좋아요, 그런데 그 기분을 나한테까지 옮기지는 말아주세요... ..그런 적 없어... 그는 넥타이를 바로 잡고 소맷부리를 맵시있게 매만졌다. ..오늘 아침나 해도 그래요. 난 테이트 삼촌이 그렇게 흥분한 건 처음 봤어요. 삼촘은 그런 기분에서는 더욱 빈틈없는 사람처럼 보여요. 난 삼촌이 흥분할 때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팬시는 에디의 겨드랑이 밑으로 두 팔을 넣어 그를 안았다. 그리고는 그이 어깨죽지를 손가락으로 눌렸다. ..그런 잠재적인 격렬하은 아주 섹시하거든요... ..난 지금 너하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팬시... 그는 그 여자의 손을 치우고 침실로 걸어갔다. 팬시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묵묵히 우편물을 분류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일에 집중하느라고 눈썹을 진뜩 찌푸리고 있는 그는 매우 잘 생겨 보였다. 에디 몸을 쭉 뻗고 누워있던 팬시는 영감이라고 받은 듯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 여자는 입고 있던 하얀 스웨터를 머리 위로 벗어서 조금 전에 벗어던져놓은 팬티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나서 미니스커트와 빨간 카우보이 부츠만 걸치고 그 여자는 부드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돌아다 보았다. 천천히 그 여자가 속삭였다. ..목장 여자를 가져본 적 있어요?.. ..사실은, 그래본 적이 있지...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어젯밤. 생각안나?.. 팬시의 넓게 벌렸던 무릎이 마치 큰 덫처럼 재빨리 다물어졌다. 그 여자는 침대에서 굴러내려와 바닥에서 스웨터를 들어올리고 신경질적으로 다시 입었다. 에디를 노려보는 그 여자의 눈은 눈물로 가물거렸다. ..아주 좋지 않았던 기억 밖에는요... ..어젯밤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런 뜻이 아니예요... 그 여자가 소리쳤다. 에디는 조용히 우편물을 놓고 양복 웃저고리를 집어들었다. ..너 한테서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그는 문을 향했다. 그가 그 여자를 지나칠 때 그 여자는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아저씨는 왜 그렇게 날 싫어하죠?.. ..난 바빠, 팬시... ..정신이상이 아니구요?.. ..난 제 정신이야...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오늘 오후 집회에서... 그는 자기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주머니를 두드려보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 여자가 문을 막아서며 말했다. ..아저씬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어요. 언제 아저씨를 만나러 오면 되요?.. 팬시는 매력적으로 웃으면서 그의 다리를 안았다. ..무슨 뜻인지 알지... 그는 그 여자의 애무하는 손을 옆으로 치우고 문을 열었다. ..그 사이에, 말성이나 피우지 말아...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팬시는 마구 욕을 퍼부어댔다. 그 여자는 그와 함께 점심직사를 하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랬었다. 물론 식사가 끝난 뒤의 계획도 있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좋았고, 운이 따르면 오후내내 그의 침대 위에서 뒹굴고 싶었다. 그것은 상상만 해도 떨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 여자는 화가 났다. 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들 했다. 그 여잔는 공연히 선거에 짜증이 났다. 선거에 대한 말이라면 듣기도 싫었다. 그 여자는 어서 빨리 선거가 끝나고 에디가 오로지 자기에게만 집중해주기만을 바랬다. 팬시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 속의 한쌍이 반짝이는 이불을 덮고 마리화라를 피우고 있었다. 그 여자는 화가 나서 리모콘의 다른 채널 단추를 짓이기듯 눌러댔다. 팬시는 에디를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거리감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여자는 자신이 정말로 매력을 느끼는 사내들을 알고 있었다. 그 사내들은 바로 옆건물이 무너져내린다 해도 사랑이 절정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정열적인 사내들이었다. 에디는 달랐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그들과 다름없이 정열에 넘쳤지만, 그의 정신은 언제나 초연했다. 그의 정열은 그 동기는 없고 단지 성행위 그 자체에 불과했다. 그의 타이트한 조절은 그 여자를 흥분시켰다. 그것은 그 여자가 경험했던 그이전의 어느 것과도 다른 것이었다. 에디 파스칼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방안에서 이리저리 다니는 그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가 더 이상 참기어려울 정도까지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여자는 속으로 뛸 듯이 기뻤다. 그 여자는 에디가 그여자에게 푹 빠지게 하고 싶었다. 테이트 삼촌이 캐롤 숙모에게 빠져있는 것같이 에디를 자신에게 빠져 있는 것같이 에디를 자신에게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 도로시 레이는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리무진 안에 있을 ㄸ 애버리를 공겨했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차창 밖으로 프랭카드가 바람에 날리는 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암고양이처럼 애버이에게 덤버들었다. ..재미있어?.. 애버리는 무릎 위에 맨디를 재우고 있었다. 하루종일 밖으로만 돌아다녀서 아이는 지치고 피곤해서 투정을 부렸다. 그래서 애버리는 프로그램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이를 데리고 차로 돌아왔다. 애버리가 나올 때 따라나왔던 도로시 레이는 여태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던 것이다. ..미안해요. 뭐라구요?.. ..재미있냐고 물었어... 애버리는 도로시가 묻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당황에서 머리를 흔들었다. ..뭐가 재미있냐고 물으시는 건지...... ..오늘 아침처럼 잭을 바보로 만드는 게 재밌냐구... 취했나? 애버리는 도로시의 얼굴을 살짝 살폈다. 그 여자는 취한 게 아니라 반대로 지금 몹시 술이 필요한 것 같았다. 도로시의 눈이 미칠듯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손으로는 연신 휴지를 북북 찢고 있었다. ..내가 아주머님을 어떻게 바보로 만들었다는 거죠?' 애버리가 물었다. ..테이트 편을 들었잖아!.. ..테이트는 내 남편이예요... ..그리고는 잭은 내 남편이야... 맨디가 놀랐는지 몸을 뒤척이며 눈을 한번 떴다가 곧 다시 잠이 들었다. 도로시 레이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건 자네가 아직도 내 남편을 뺏으려고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난 그런 적 없어요... ..최근에야 아닐지도 모로지, 아마... 도로시 레이는 크리넥스 휴지로 눈가를 닦아내며 말했다. ..사고가 나지 전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는 못하겠지?.. 애버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야비해... 도로시 레이가 계속 말했다. ..처음부터 잭을 갖고 놀기로 작정하고 한 짓이었어? 그렇게 잭을 귀찮게 굴더니 잭이 자네를 좋아하게 되자마자 싹 무시하는 건 무슨 이유지? 그렇게 조롱하는 게 얼마나 잭을 망가뜨리고 있지지 자네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 자넨 사람들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잭을 놀리려고 테이트 편을 들었던 것 뿐이야... 어디까지나 사살인지 알수 없었기 때문에 애버리는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할 수 없었다. 만약 도로시 레이가 말한 게 전부 사실이었다면, 그리고 만약 캐롤이었다면 아마도 그 여자는 굳이 변명하려들지 않고 다 드러내놓구 덤볐을 게 분명했다. 캐롤은 가족 간에 부조화와 황폐를 불러일으키는 걸 낙으로 삼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다 테이트를 파멸시키려는 그 여자의 음모에서부터 비롯되었던 것 같다. ..난 잭을 놀리려고 그런 게 아니예요, 형님... ..이젠 주목할 상대가 아닌가 보지?.. 도로시 레이는 애버리의 팔을 꽉 쥐었다. ..그래, 잭은 자네가 눈길을 줄 상대가 절대로 아니야. 처음부터도 그랬었어. 그걸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처음부터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지? 어떻게 감히 사람을 가지고 장난을 할 수가 있어?.. 애버리는 도로시의 손아귀에서 자기 팔을 비틀어 빼냈다. ..지금, 아주머님 때문에 나한테 싸움을 거는 건가요?.. 도로시 레이는 애버리의 역습에 흠칫 놀라서 쳐다봤다. ..아주머님이 형님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나한테 싸움을 거는 건가요? 형님이 날마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가지고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죠?.. 도로시 레이의 얼굴에 경련이 일기 시각했다. 그 여자의 충혈된 눈은 더 붉고 축축하게 젖었다. ..아주 건방지게 말하는군... ..아무도 형님에게 바른 말 해주는 사람이 없었죠. 다들 형님병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해왔으니까요... ..난 병에 걸리지 않았어... ..형님은 중병에 걸려 있어요. 알콜 중독은 심각한 병이예요... ..난 알콜 중독자가 아니야... 그 여자의 어머니가 끝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여자는 아니라고 우겨대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난 그저 몇잔 마신 것 뿐이야... ..아니예요. 형님은 언제나 취해있기 위해서 계속해서 술을 마시죠. 형님 자신이 불쌍해서 미칠 지경이고, 아주버님이 자꾸만 다른 여자들한테 눈길을 주는 것도 참을 수가 없죠. 그래서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형님 자신을 한 번들여다 보세요. 아주 추해요. 아주버님이 형님을 피하고 싶어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도로시 레이는 문 손잡이를 더듬어 찾았다. ..난 여기 앉아서 자네 애길 들을 필요가 없어... ..앉아요... 단호하게 말하면서 애버리는 도로시 레이ㄹ 팔을 움켜잡아 앉혔다. ..이젠 누군가가 형님에게 심하게 대해야 할 때예요. 형님은 자신에 대해서 눈을 떠야 해요. 다른 여자들이 아주버님을 형님에 게세 뺏어가는 게 켤코 아니예요. 형님 스스로가 아주버님을 내몰고 있어요... ..틀렸어! 그게 아니야! 잭은 자기가 나를 떠나는 게 나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어... ..떠나다니요?.. 도로시 레이는 애버리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기억이 안난다고? 바로 자네가 테이트와 결혼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았을 ㄸ였어... ..난...물론 기억해요... 애버리는 어물거렸다. ..여섯달 동안이나 나가 있었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떤 여섯달이야. 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느라고 나가 있는 건지, 하다못해 그가 다시 돌아올 건지 아닌지조차도 모르고 기다리기만 했지... ..결국은 돌아왔죠... ..그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는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게 사실이야... ..어떤 고통 말이죠?.. ..아버님의 법률사무소에 대한 기대 때문에도 그랬고, 테이트의 선거운동도 그랬고, 팬시도 마찬가지야... ..팬시는 엄마를 필요로 해요... 도로시 레이는 서글프게 웃었다. ..아니, 절대로. 그애는 날 미워해. 죽도록 증오하고 있어...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알죠? 그애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그애와 직접 애기해 본적이라고 있나요?.. ..난 애썼어. 할 만큼은 한 셈이야... 그 여자느 우는 소리를 했다. ..그앤 가망이 없는 애야... ..그앤 아무도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요... 애버리는 빠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난 그애가 주려워하고 있는게 사실일까봐 드려워요... ..난 그앨 사랑해... 도로시 레이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난 그애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줬어... ..형님은 단지 그애가 정신없이 노느라고 형님에게 신경쓰지 않도록 했죠. 형님이 술 마시고 있는 걸 알아차칠 새 없게 만드느라고 쉬지 않고 장난감이며 장신구같은 걸 던져주기만 했죠. 형님은 유산한 두 아이 때문에 형님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 몹시 상심했죠... 도로시 레이는 케롤의 유산이 드러났던 그날 밤에 자신이 유산했던 두 아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애버리는 팬시에게서 그 자세한 애기를 들었던 것이다. 애기를 들어 보면 사실 도로시 레니느 불쌍한 여자였다. 지금은 도로시를 이해할 만도 했다. 애버리는 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팬시는 화를 부르고 있어요. 그 애는 엄마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물론 아버지도 필요하죠. 그 애는 자시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원하고 있어요. 만약 아부버님이 형님의 알콜 중독에 신경 쓸 일이 없다면, 그걸 다 팬시에게 아버지 노릇하는데 투자 할수 있을 거예요. 모르겠군요....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형님이 팬시를 위해서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애는 점점 저 터무니없는 짓들을 하고 돌아닐 거예요. 더 이상 내버려둔다면 드 애는 점점 더 멀어져서 언젠가는 손을 쓸 수고 없을 지경이 될 거예요... 도로시 레이는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방어적인 태토를 취했다. ..팬시는 언제나 그랬어. 잭과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일을 저지르고 다녔지. 갠 다루기가 힘들어. 원래 제멋대로인 애니까. 그 앤 십대일 뿐이야. 그래서 그런 거야.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나아질 걸....그 뿐이야... ..오, 정말 그래요? 십대 청소년일 뿐이라구요? 그 애가 얼마전 밤에 술집에서 골라잡은 남자에게 얻어맞고 들어온 걸 아세요? 애버리는 도로시 레이가 챙백해지는 걸 보고 더 힘주어 말했다. ..내가 가만히 앉아서 내 생각만으로 이러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난 팬시가 벌써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앤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그 애가 생각하는 모든 방법으로 노력했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 애 스스로 사랑받으려고 애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버린 거예요... ..그렇지 않아... 도로시 레이는 완강히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나도 그게 사실이라는 게 슬퍼요. 게다가 또 있어요... 애버리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확실히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애는 요즘 에디 파스칼과 자고 있어요... ..믿을 수 없어... 도로시 레이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에디는 그 애의 아빠뻘이 되는 사람이야... ..바로 몇주 전에 휴스턴에서 그 애가 에디의 호텔 방에서 나오는 걸 내가 분명히 봤어요... ..그땐 새벽녘이었어요. 그애가 그 방애서 뭘하고 나왔는지 그애 차림새나 얼굴으 보면 누구라고 알 수 있었을 거예요... ..에디가 그랬을 리가 없어... 도로시 레이는 단지 시동생의 친구에 불과한 에디의 윤리의식에 대해서만 의문스러워할 뿐이었다. 자기 딸이 그럴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실이예요... 도로시 레이는 잠시 생가을 하는 것 같더니, 곧 애버리를 무섭게 쏘아봤다. ..자네는 내 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인간이로군 그래... ..형님은 내가 말하는 걸 잘못 알아듣고 있군요... 애버리가 말했다. ..난 팬시의 몸가짐을 비난하는 게 아니예요. 난 그 애를 적정하고 있어요. 형님은 에디가 정말로 팬시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라 테이트와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팬시와의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 같아요? 그리고 그가 지금의 그런 관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천만예요. 내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바로 팬시가 입을 상처예요. 팬시는 지금 착각하고 있어요. 자기가 에디와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구요. 얼마 있다가 그가 팬시ㅣ글 내버리면, 그 애는 말고 못하게 상처받을 거예요. 자기 비하에 빠질지도 모른다구요... 도로시 레이는 경멸하듯 웃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애는 자기비하같은 것하곤 상관이 없지. 개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데... ..그 높은 자존심이란 게 바로 팬시가 아무나 낯선 사람을 골라 잡기만 하면 한눈에 흘려서 당장 같이 잘 수 있도록 하는 거란 말인가요? 이 남자 저 남자 아무나 그 애를 만대로 가지고 놀게 만드는게 바로 그 자존심이란 거예요? 그런 자존심이 팬시가 남자를 교제하는 방법이란 말예요?.. 애버리느 머리를 세차게 저으면서 말했다. ..팬시는 자기 자신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애는 자기를 혐오한 나머지 그런 짓을 하는 거예요. 자기자신에게 채찍을 가하는 거라구요... 도로시 레이는 또다시 휴지를 꺼내서 찢기 시작했다. 한풀 꺾인 소리로 그 여자가 말했다. ..난 팬시더라 이래라 저래라 해본 적이 없어... ..형님은 형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콘트롤을 못하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단연한지도 모르죠... ..자넨 너무 잔인해... 애버리는 그 여자를 품에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잔인하니요. 아녜요. 형님을 위해서 하는 말이예요. 그러나 애버리는 그렇게 말한느 대신 마치 캐롤이 했던 것 같은 말을 했다. ..형님의 엉망진창인 결혼생활을 생각하면 이렇게 말할 수 없이 피곤해져서 그래요. 아주머님은 가지려거든 먼저 좋은 아내가 되려고 해보세요. 코흘리게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뭣땜에 그래야 하지?.. 도로시 레이는 풀이 죽어 한숨을 쉬었다. ..잭은 나를 경멸하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자네도 알면서 그래? 내가 결혼하기 위해서 자기를 속였다고 미도 있거든. 난 그때 정말 내가 임신한 줄 알았어.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어쩔 도리가 없는 줄 알았어... ..아주버님이 형님을 정말 싫어한다면... 애버리가 말했다. ..지금까지 형님과 결혼생화를 계속해왔을 리가 있겠어요? 6개월 동안이나 떠나있다가 어떻게 다시 형님에게로 돌아올 수 있겠냐구요... ..아버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으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지... 도로시는 슬픈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 잭은 자기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아내와도 사랑이 아닌 의무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재기이 잡종 말이라면 테이트는 순종 말이었다. 이런 불균형은 자연히 잭으로 하여금 모멸감을 가지게 했고, 부모나 형제와의 관계를 가장 우선적으로 그려하게끔 했다. 애버리는 다른 관점에서 도로시 레이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엇다. 잭으로서야 가부장적 제도에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무의미하게 끌고 가는지는 몰르지만, 잭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는 도로시 레이로서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가 마지못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도로시 레이의 입장에서는 전혀 엉뚱한 상황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이었다. 애버리는 자기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 도로시 레이게게 주면서 말했다. ..자, 이제 사람들이 나올 시간이 다 됐어요. 눈물을 지우고, 립스틱을 다시 발라야지요... 집회가 거의 끝났는지 팬시가 나오더니 자동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서 말했다. ..빌어먹을. 유세 덕분에 이게 뭐람. 무슨 거이같은 바람이 이렇게 불어? 머리가 다 망가졌네... 도로시 레이는 미심쩍은 얼굴로 애버리를 쳐다봤다. 애버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도로시 레이는 용기를 내어 자기 딸에게 말했다. ..팬시, 그런 상스럼 말을 쓰는 게 아니다... ..뭘 말이예요... ..숙녀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투야... ..숙녀? 좋지요... 팬시는 버릇없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엄마도 그런 말 할 줄 알아요? 엄마는 엄마 할 일이나 하세요. 술이 있으면 술이나 꼐속 마시든가... 팬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껌을 업에다 구겨 넣었다.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 거야? 이 라디오는 어떻게 켜는 건가?.. ..팬시, 라디오를 켜면 안된다. 맨디가 자고 있거든... 애버리가 말했다. 팬시는 웅얼거리는 소리롤 뭐라고 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츠 앞코를 톡톡 두드리며 소리를 냈다. 도리시 레이가 자기 딸의 허옇게 들너나 넓적다리를 눈여겨 보면서 말했다. ..오늘밤 대중집회에 갈대는 뭔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텐데... ..그런데 난 갈아입을 적당한 옷이 없거든. 참 잘됐지 뭐야... 팬시가 자기 앉은 자리에서 팔를 뻗어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호텔로 돌아가면 내가 찾아봐 주지... ..아이구, 지겨워... 팬시가 꽥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슨 넝마조각을 걸치든 제발 좀 내버려둬요. 적당한 옷이 없다구 금방 애기했잖아? 엄머가 찾는다고 없는 옷이 나와요?.. ..오후에 어디 가서 옷을 하나 사입는 게 어때?.. 두 사람 모두 애버리를 쳐다봤다. 그 느닷없는 제의에 놀랐기 때문이다. ..옷이야 찾아보면 있겠지. 그렇지만 다 어울리지 않는 것뿐일거야. 물론 난 같이 갈 수고 없겠지만...테이트가 텔리비변 인터뷰를 하는 ㄴ동안 두 사람이 같이 상가를 한바퀴 돌아보고 오세요. 사실은...... 애버리는 당황하고 있는 두 사람에에 말했다. ..쇼핑을 하는 깁에 내 것도 좀 부탁할 겸...사야 될 것들을 적어드릴께요... ..누가 간다고 그랬어요? 부탁을 하게?.. 애버리의 말 끝나기도 전에 팬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 가겠니, 팬시?.. 팬시는 부끄럼을 타면서 수줍게 말하고 있는 자기 어머니를 흘끔 쳐다봤다. 팬시는 마음 속으로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눈빛에는 말할 수 없는 의혹과 이상스러워하는 감정이 엇갈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완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 이면에는 반대로 상처받기 쉽고 감동하기 쉬운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애버리는 간파할 수 있었다. ..같이 가지 않을래?.. 도로시 레이는 이번에는 좀 우물쭈물하며 중얼거렸다. ..너랑 같이 쇼핑 가본 적이 정마 까맣게 옛날 일처럼 기억되는 구나. 새 옷도 하나 살겸해서 같이 나가보면 좋겠는데...... 팬시는 마치 금방 거절의 말을 하려근 것처럼 얄밉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조금 주저하는 것 같더니 마지못해 해준다는 식으로 능글거리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소원이라면 따라가 줄께요. 같이 가요... 팬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창문 쪽으로 얼른 얼굴을 돌렸다. 마침 에디가 사람들을 이끌고 기다리고 있던 리무진쪽으로 오고 있었다. 팬시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마 지옥이라도 지금보다는 나을거야... 40 ..안녕하세요. 러브조이 씨... 반은 허리를 구부리고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오, 애버...아닌,러트리지 부인...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반갑군요... 그는 공테이프를 카메라에 넣고 어깨에 들러멨다. ..여행을 다녀오신 일주일 동안 뵙고 싶었어요. 이젠 가족들이 모두 모이셨군요... ..그래요. 러트리지 씨가 만나보고 싶어하는데요... ..네?.. 그는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눈치였다. ..괜찮으세요?.. 그 여자는 기분이 언짢은 듯 반을 쳐다보았다. 물론 하루종일 여러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가벼운 목례나 나눌 정도였지 이야기를 주고 받을 기회가 없었다. 오후는 도로시 레이와 대화를 나누고 났더니 눈깜작 할 사이에 자니가 버렸다. ..좀 어떤가요?.. 반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선거 운동 말씀인가요? 무척 힘들어요. 악수만 해도 벌써 몇천번은 했을 거예요. 남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지난 밤 그 여자가 포트워스에 도착 했을 때, 테이트는 몹시 피곤에 치쳐보였지만, 그 여자는 그닥 놀라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군중 앞에서는 언제나 활기차고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다.. 오늘 잡힌 출연 일정은 이게 끝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집회가 끝났는데도, 연간 위는 테이트 러트리지의 연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를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여자는 피곤에 지친 남편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지만, 그 와중에서 살짝 빠져나와 반을 만날 기회를 만들었던 갓이다. ..버클리와 포스터를 해고했다는 애기 들었어요... ..소식 한번 빠르군요... ..파스칼이 벌써 그 사실을 발표했거던요. 당신이 나한테 부탁만 해다면 러트리지 씨가 그렇게 빨리 내쫓아버리는 게 아닌데. 네가 가서 그놈들을 혼을 내줘서 쫓았을 거요. 하여튼 그놈들은 아ㅇ 러트리지 씨 근처에도 다가갈 수 없게 했으니까. 꼭 거기다가 콘돔 대신에 쇠를 둘러감고 다니는 놈들 같으니라구... 애버리는 얼른 주위를 살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반이 내뱉은 속된 말을 듣지 못했기를 바랬다. 그런 말은 그가 동료들 사이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지, 결코 우원후보 부인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 ..목장에서 찍은 선전광고가 요즘 텔레비전에 방영되고 있던데요... ..보셨어요?.. ..내, 굉장하던데요... ..고맙소, 부인... 반이 기분 좋은 듯 웃어보였다. 그의 뻐드렁니가 삐죽 드러나 보였다. ..아는 분들도 많이 오셨나요?..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들어보면서 애버리가 물었다. ..글세, 오늘밤은 어째 한사람도 보지 못했어요... '오늘밤은'이라는 말에 그 여자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오후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그래도 좀 있었는데... ..그래요... 그 여자는 주변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다행이도 그 여자는 반백의 머리카락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디서요? 이 호텔에서요?.. ..제너럴 다이나믹스, 그리고 또 카스웰 공군기지에서요... ..그랬군요. 그에 이번 여행중 처음이었나요?.. ..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해야겠군요. 러트리지 부인. 일이 있어서요. 리포터들이 찾고 있어요... ..죄송해요. 너무 오래 시간을 뺏었군요... ..괜찮아요... 그는 몇발자국 물러서더니 돌아서면서 말했다. ..러트리지 부인. 혹시 여기 당신 남편이 아니라 당신을 보려고온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저를요?.. ..그냥 해본 소리요. 하지만 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이죠... 반은 뭔가 조심하라는 눈치인 것 갔았다. 잠시 후 그는 인파 소으로 사라졌다. 애버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반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 소름끼치는 말에 몰두하느라고, 그 여자는 주위에서 북적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시끄러운 소리들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건너편에서, 그 덥수룩한 텔레비젼 카레라맨과 그렇게 오랫동안 나눈 애기가 무엇이었을까 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잭?.. ..응?.. ..내 새 헤어스타일 좀 보세요... 도로시 레이는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 여자가 람파사 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몸치장하는 것이 그 여자의 커다란 소일거리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그 여자는 거울을 보면서 만족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잭은 침대에 기대앉아 신문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괜찮군... ..오늘 팬시라고 쇼핑하러 나갔다가 이런 스타일이 미용실을 찾았어요. 당신은 알잖아요. 요즘 멋쟁이들은 검은 옷에다가 귀에는 귀걸이를 몇개씩 단다군요. 충동적이긴 했지만, 팬시하고 가타이 들어가서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화장도 새로 하고 손톱손질도 했어요... 그 여자는 여전히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비취보았다. ..팬시가 머리를 조금만 고치면 좋겠다고 해서요. 바로 요기 얼굴부분을 말예요. 이렇게 하면 몇년은 젊어보일 거라고 하더군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 ..난 팬시의 충고라면 늘 탐탁치 않은 생각이 들어... 도로시의 훙분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니, 굴 끊었어요. 아주... 갑자기 그 여자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처음로 그 여자를 주위깊게 바라보았다. 그 여자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은 좀 짧고 북실북실하고 괜찮아 보이는 것이었다. 새로 한 화장도 술에 찌들어 일그러진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돌아보이게 했다. ..그래. 언제부터?.. 그 여자의 확신에 찬 태도는 그의 회의적인 대꾸에 약간은 수그러들었지만 다시금 머리를 똑바로 들고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요... 잭은 신문을 접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서 머리맡에 있는 정동을 끄고 말했다. ..잘자... 도로시 레이가 침대로 와서 다시 불을 켰다. 그는 놀란 듯이 그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이번엔는 정말이예요... ..당신은 언제나 술을 끊는다고 할 때마다 그렇게 말했었지... ..이번엔 정말 달라요. 당신이 말했던 그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도 받을 거예요. 물론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이겠지요. 지금은 테이트의 가족이 술 때문에 병원에 들락거리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당신은 환자가 아냐... 그 여자는 씁쓸히 웃었다. ..아뇨. 난 알콜 중독자예요.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내사 이 사실을 인정하도록 해야 했었어요... 그 여자는 팔을 들어 그의 어깨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당신은 탓라려는 게 아니예요.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었어요... 지금까지 늘 술에 취해 있었고, 천덕꾸러기처럼 불행하게 살아왔지만 그 여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여자의 얼굴에는 그가 예전에 사랑에 빠졌을 때의 발랄한 여학생의 아름다운 자취가 남아있었다. ..이제 더이상 술에 취해있지 않을께요... ..글쎄 두고 보자구... 그는 그 여자의 결심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으로 기대한 것은 아니엇다. 그러나 적어도 그 여자의 태도가 달라진 데 대해서는 주의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의 관심을 끌만한 어느 구석도 그 여자에겐 없었다. 그여 자는 남편을 조금 움직이게 하고 그 옆에 앉아서 손을 자기의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우리가 팬시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예요?.. ..맘대로 해... 그는 콧방귀를 뀌면서 대꾸했다. ..그 애를 묶어 놓을 수는 없죠.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죠... ..너무 늦었지...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기를 바래요. 내가 염려하고 있다는 걸개가 좀 알주었으면 좋으련만... 그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웃었다. ..오늘 오후에는 아주 즐거웠어요. 내가 걔 옷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고 나서더군요. 오늘밤 그 애가 입은 옷을 봤어요? 좀 요란하긴 하지만 개가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에 비하면 아주 얌전한 축에 속하는 거예요. 팬시는 도움이 필요해요. 그애가 필요로 할때 그 앨 도와주는 게 바로 우리가 그 앨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법이죠... 그 여자는 잠깜 말하기를 쉬더니 드 다음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당신을 돕고 싶어요... ..당신이 나를 돕는다고?.. ..당신이 무엇엔가 실망하고 상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실망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내가 무엇에 실망했다고?.. ..캐롤에 관한 애기예요. 그렇다거나 아니라고 대답할 필요 없어요. 나 지금 제정신이예요. 캐롤에 대한 당신이 욕망이, 내가 술취했 울 때 가진 망상같은 정도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 욕망이 상취됐건 안됐건 그런건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난 당신을 탓할 수만은 없어요. 난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술을 사랑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당신이 캐롤에게 완전히 빠져있다는 것, 난 알고 있어요. 그 여자는 당신을 이용하기만 했지요. 난 당신이 그 여자에게서 헤어나오기를 바래요. 계속 실망 속에 빠져있지 말아요, 잭. 그이고 난 당신이 또 다른 실망들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오늘 아침에 버클리와 포소터를 해고해서는 안된다고 당신이 말했는데도 테이트는 당신 말을 듣지 않았죠?.. 용기를 얻은 듯 그 여자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른 어떤 사람이 당신더러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더락도 나만큼은 못할 거예요. 당신은 네게는 영웅이예요... 그가 비웃었다. ..영웅?.. ..내게는 당싱은 영웅이예요... ..그게 무슨소리야, 도로시 레이?..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이예요... 그는 잠시동안 그 여자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게 생각대로 잘 될 것 같아?.. 그의 조롱하는 듯한 말투에 그 여자는 약간 실망했다. 그 여자는 그에게 창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 함께 노력하면 돼요. 잘자요, 잭... 도로시는 불을 끄고 그의 옆으로 조용히 누웠다. 그 여자가 가만히 그의 팔을 껴안았을 때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홱 뿌리치고 돌아눕지는 않았다. 캐롤이 병원에서 돌아 온 후로 불면증은 아주 상습적이 되었다. 밤새도록 깨어있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혼자 조용히 생각 할수 있는 시간이 맣기도 했다. 아무도 주의에 없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침묵은 통찰력을 키워주었다. 그러나 놀리적인 사고에는 번번히 실패하곤 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 동안 생각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놀리적으로는 아무리 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캐롤은 캐롤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가 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지금의 캐롤이 진짜 캐롤 나바로우 러크리지가 아니라는 것도 확실한 사실은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기억상실증? 그것만이 그 여자의 변화를 설명해줄 수 있었다. 만약 기억상실증이라면 테이트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변화는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여자의 타고난 원래 성격까지 완전히 변한 것은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캐롤의 성격은 그렇지가 않았었다. 분명히. 캐롤은 캐롤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질문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 질문에는 아주 심각한 위험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된 계획은 누군가 일부러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것이다. 모든 게 다 잘 돼 가고 있었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원상태대로 돌려놓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달콤한 복수는 종종 쓰라린 희생을 요구한다. 복수는 쉽게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복수가 실현될 때까지 캐롤로 행동하고 있는 이 여자를 조심해야만 했다. 그 여자는 마치 자기가 진짜 캐롤인 것처럼 떳떳하게 행동하지만, 될 수 있는 한 항상 조김해야 한다. 그렇지만 만약 이 가정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 여자는 도대테 누구이며, 어째서 캐롤의 행서를 자처해서 하고 있는 것일까....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이 의혹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야 한다. 그 여자가 진짜로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또다른 계락이 필요했다. 캐롤의 일거수일투족은 낱낱이 추적되었다. 그들은 캐롤이 진짜로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문제를 푸는 시작은 일이 시작된 시점, 즉 308호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실제로 죽은 사람이 누구이고 살아남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조사하는데서부터가 될 것이었다. ..굿모닝... ..어서 오슈, 형. 이리 앉아요... 테이트는 잭을 식탁 맞은 편에 앉도록 권하고 웨이터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누굴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캐롤과 맨디가 늦잠을 자서...먼저 일어나서 조깅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났더니 그제서야 일어나잖아. 태롤이 먼저 아침을 먹으라고 해서 이렇게 혼자 내려와서 먹고 있는 중이었어. 그렇잖아도 혼자 먹는 게 영 잘 안넘어가던 참이었는데 마침 형이 잘 와졌어... 테이트는 커피를 가지고온 웨이커에게 말했다. ..세 사람 분의 식사를 갖다줘요. 베이컨은 좀 바삭바삭하게 하고 오트밀 대신에 해쉬브라운를 주면 좋겠군요... ..역시 테이트 러트리지는 다르군. 유명한 동생을 두는 것도 좋군그래. 서비스가 대번 달라지는군?.. 잭은 웨이터가 주준을 받아적고 뒤로 물러날 때 중얼거렸다. 테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가볍게 주먹 쥔 접시 양옆으로 올려놓았다.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요. 형?.. ..무슨 일?.. 잭은 커피에 설탕을 넣으면서 대꾸했다. ..형하고 같이 아침을 먹게 돼서 내가 정말로 반가운지 어떤지 묻고 있는 거예요... ..난 단지 어제 일을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어젠 정말 굉장했었지... ..난 딕과 랠프 얘길 하고 있는 거야... ..형은 내가 그들을 해고했다고 해서 아직도 화를 내고 있는 거예요?.. ..이건 너의 선거운동이야... 잭은 맘대로 하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우리의 선거운동이지... ..웃기는 소리 좀 그만 하시지... 테이트가 막 반박하려는 순간에 웨이커가 식사를 가지고 왔다. 그는 웨이커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의 의견을 무시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형... ..나한테는 그렇게 보이는데, 아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테이트는 접시에서 식어가는 있는 와풀과 소시지를 말없이 내려다 보았다. 다시 포크를 들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형이 마음 상했다면 내가 미안해요. 하지만 그때도 말했듯이 그들이 요구하는 건 하나도 내게 맞지 않는 것들뿐이었어요. 난 형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지. 에디나 아버지의 의견에도, 하지만..... ..넌 캐롤의 의견대로만 따랐지... 테이트는 잭의 말 속에 뼈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 일이 캐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너야말로 말해봐. 내가 듣고 싶은 게 바로 그거니까... ..그 여잔 내 아내야... ..바로 그게 문제다... 테이트는 더이상 그의 결혼에 관해 형과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더 급하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쌓여 있었다. ..형, 내겐 지금 선거가 가장 중요한 문제야. 난 선거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해요. 그리고 내가 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국회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대답해줘야 해요... ..그건 나도 알아... ..그렇다면 나를 도와줘요... 테이트는 식탁 위에 있는 접시를 한쪽 옆으로 치워놓고 팔꿈치를 식탁위에 괴었다. ..나 혼자서는 모근 일들을 다 잘 해낼 수는 없어요, 젠장. 난 형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만큼 헌신적으로 날 도와주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형은 내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해요?.. ..난 무엇보다도 네가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랄 뿐이다... ..나도 알고 있어요. 다름아닌 내 친형이잖아. 난 형을 사랑해요. 난 형의 인내심과 희생, 그리고 나를 위해서 해주는 형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내가 정상을 향해서 뛸 때, 형은 내뒤에서 나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무슨 일이든지 다 도맡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어요... ..난 너처럼 장상을 향해 뛰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난 단지 네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고 인정받고 싶을 뿐이야... ..형은 지금까지 잘해 왔어요. 어제 일에 대해선 미안해요. 그러나 난 때때로 형이나 그 외 다른 사람의 좋은 충고를 무시하면서까지 내 직감적인 것에 의종하려고 할 때가 있어. 만약 내가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보다 더 인기가 있고, 행동하기 수월하다는 이유만으로 타협하고 집착하려 한다면, 내가 정말로 의원이 되기에 합당한 후보라고 생각해요? 형은 정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 테이트는 쓴 웃음을 지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세상에 웃음거리 밖에는 되지 않을거야... ..내 생각에 만일 네가 잘못돼가고 있을 때는, 내가 거기에 굽신거리며 협조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말아... 형제는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나서 잭이 먼저 다시금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웨이커를 불러 먹지도 않은 식탁을 치우게 하고 빈 커피잔을 다시 채우게 했다. ..테이트, 분위기를 좀 바꿔보자... ..흠?.. ..난 요즘 들어서 너라고 캐롤 사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테이트는 잭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글쎄, 그건...그건 좋은 이이야. 그게 너를 행족하게 만든다면..... 그는 빈 설탕봉지를 만지작거렸다. ..젠장, 내가 왜 이런 말까지 해야 하지?.. 잭은 헛기침을 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잘은 모르지만...캐롤이 좀 이상한 것 같아... 그는 자기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네가 듣기에는 오히려 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는 몰르지만...... ..계속 말해봐요... ..캐롤이 좀 이상해... ..무슨 뜻이지?.. ..잘 모르겠지만, 젠장. 넌 잠자리도 같이 하면서 전혀 는치채지 못했니? 그렇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데...... 그는 테이트에게서 긍정이던 부정이든 어떤 반응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어젯 저녁에 캐롤이 텔레비전 방송국 녀석과 이야기하고 있는 걸 못ㅂ어?.. ..텔레비전 방송국 녀석이라니?.. ..우리 목장에서 찍은 선정광고 있지? 그때 그 카레라맨 말야... ..그 사람, 이름은 반 러브조이고, KTEX직원이지, 지금은 선거운동 취재하고 있을걸... ..맞아, 바로 맞았어... 잭은 웃었다. ..그런데 캐롤이 어제 그 소란스러운 틈바구니 속에서 그와 마주서서 아주 오래도록 애길 나누는 게 어쩐지 이상하게 보였어. 캐롤이 연단을 내려가자마자 곧장 그 작자한테로 가서 먼저 아는 체를 하더라니까. 캐롤이 흥미를 가질만한 스타일도 아닌데, 참 이상하지 않아?.. 잭은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캐롤은 그런 스타일의 남자라면 곁에 가는 것도 꺼릴텐데...내 말 알아듣겠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어요... 테이트는 낮게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올라가서 도로시 레이와 팬시를 깨워야겠다. 열시 반까지는 다들 준비가 돼 있어야 해. 에디가 다들 로비에 모여 있으라고 했거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테이트의 어깨를 다정하게 쳤다. ..덕분에 아침 식사가 즐거웠다... ..나도 즐거웠어요... 테이트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캐롤리 어젯밤에 반 러브조이와 애길 나눴다고? 왜 그랬을까? 그는 잭에게는 지난번에도 캐롤이 그 카메라맨과 은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그 여자가 그럴듯하게 들러대긴 했지만, 길에서 그들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어 보였었다. 그때 그 여자는 적당히 거짓말을 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그는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재차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그는 그 일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둘 사이에 모든 것이 다 잘 돼가고 있는데 또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것은 왜일까! 성생활은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뜨겁긴 했지만 예전과 달리 왠지 켕기는 것이 있었다. 지금의 성생활은 몰래 외도를 한ㄴ 것처럼 왠지 낯설고 마음이 편치가 못했다. 미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범하는 것처럼 왠지 찜찜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좋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 여자는 그전처럼 짐승같은 소리를 지껄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해졌을 때, 그전처럼 소리를 지르는 대신 입울 꼭 다물고 거친 숨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것이 그가 느끼기에는 휠씬 색시한 것이었다. 그들의 성생활에는 이제 불륜에서와 같은 새로운 흥분이 생기게 되었다. 그는 그전처럼 또다시 그 여자로부터 낡은 수법이라고 핀잔을 듣게 될까봐 긴장했지만, 오히려 그 여자는 날마다 새롭게 그를 받아들이곤 해서 항상 새로운 점을 발견하곤 했다. 그 여자는 알몸으로 그의 앞에서 도라다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여자는 새로운 버릇이 들었다. 란제리를 걸치지 않으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드는 것이었다. 그는 아마도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화상 흉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어쨌건간에 그 여자의 그런 숙녀적인 부끄러움은 그를 자극했고, 그로서는 그런 종류의 자극은 처음 받아 보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 계속해서 그 여자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 여자와의 섹스에 대한 음란한 생각이 끊이지 않고 중요한 공식석상에서 불쑥 들곤 해서 자꾸만 말문이 막히곤 했던 것이다. 캐롤과 눈이 마주칠 ㄸ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거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고,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자릴를 피하고 잠자리에 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는 어제든지 그 여자가 있는 곳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가까운 데 있을 때는 무슨 핑계라고 만들어서 그 여자 곁으로 가서 슬쩍 건들려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 여자는 그와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요조숙녀인 척 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 여자는 그 괴상하게 생기 카메라맨에게 이해할 수 없는 관심을 가지고 자꾸만 접근하는 것일까? 한편으로 테이트는 즉각적인 해답이 내려지지를 원했다. 그러나 그 해답이 만에 하날도,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와 조화, 섹스를 포기해야만 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는 그 의문을 아예 덮어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41 지리 러트리지는 책장 뒤 벽에 걸려 있는 사진 액자를 쳐다보면서 서 있었다. 그 여자는 그 사진 때문에 이 사무실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비록 실제로 그런 적은 없었지만, 그 여자는 그 사진을 몇시간 동안 계속해서 바라본다고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사진이 주는 기억은 고통을 수반하는 기쁨같은 것들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 여자는 문쪽을 돌아다 보았다. ..어머니, 놀라셨어요?.. 지이는 눈물을 갑짝거리면서 좀전의 감정을 지우려고 애썼다. ..케롤. 감짝 놀랐다. 난 테이트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들은 사무실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으로 가기로 했었더.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였다. ..그래서 테이트가 절 이리로 보냈군요. 제가 괜히 나쁜 소식을 전해드리러 온 게 됐네요... ..그럴 리가 없다.: ..어쩌죠?.. ..아무 일도 없지, 그렇지... 지이는 크게 실망한 듯 이렇게 말했다. ..아뇨, 휴스턴 경찰서에서 노동 분쟁이 일어났어요... ..나도 안다. 신문에서 봤어...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이 좀 심각해ㅈ어요. 한 시감쯤 전에, 에디가 테이트를 그리로 보냈어요. 가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보고 성면서를 발표하라고요. 최근의 여론조사는 테이느가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나왔어요. 이제 데터에게 단 5포인트 뒤져 있을 뿐이예요. 휴스턴에서 이런 막상박하의 상황은 노사문제 뿐 아니라 법률집행에 있어서까지도 테이트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구 있는 거지요. 테이트는 에디와 함께 비행기로 떠났어요. 몇시간 안으로 돌아올 거라고 했지만, 점심을 같이 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테이트는 아버지처럼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지. 여행도 좋아하고... 지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테이트 대신 다른 상대는 어떠세요?.. 테롤의 느닷없는 제안이 지이를 상념에서 확 깨어나게 했다. ..나하고 같이 점심을 먹자는 게냐?.. ..싫으세요?.. 지이는 며느리를 아래 위로 쭉 ㅎ어보았따. 흠잡을만한 데가 없었따. 캐롤은 사고 이후로 이미지가 맣이 달라졌다. 아직도 과감하게 입긴 했지만, 전과 같이 섹시해보이기보다는 스타일을 강조하는 편이었다. 캐롤의 오한한 차림새는 언제나 지리를 불쾌하게 했었다. 지이는 캐롤이 그래도 전보다 좀 나아졌다는 것에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겉차림새가 좀 나아졌다 하더라고 그 알맹이인 사람은 불쾌하게 여겨지긴 애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가겠다... ..왜요... ..왜라니? 넌 고집부릴 ㄸ와 그만 두어야 할 때를 언제나 모르는구나... ..저하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게 왜 싫으시죠?.. 캐롤운 문을 나서려는 지이를 막아서면서 물었다. ..난 테이트하고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온 거지 너하고 같이 먹으려고 온 게 아니야. 그리고 테이트가 왜 약속을 못지키게 됐는지도 알았으니 너하고 더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 않니? 테이트를 못보게 돼서 실망하기는 했다만 너한테 감출 필요도 없다. 그런데 넌 그것 때문에 날 붙들고 늘어지는 거냐? 왜 내가 테이트를 보고 싶어하는 게 잘못된 거냐?.. 지이의 작은 몸은 건강했다. 만약 캐롤이 계속해서 문 앞을 막고 버텼다면 아마도 그 여자는 캐롤의 따귀라도 때렸을 것 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넌 내가 테이트하고 같이 있는 꼴을 못보는 애잖니? 원, 질투 할데 가 없어서 에미가 아들 보고 싶어하는 걸 질투를 해? 네가 그런게 어디 하루이틀 일이더냐?.. 지이는 경멸하듯 웃었다. ..넌 원래부터 그런 애였으니까. 내가 너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유도 네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내가 너한테 질투를 느꺼서라고 생각했겠지. 다 안다... ..뭐라구요?.. ..아닌 척 하지 말아. 테이트도 알고 있다. 네가 테이트한데 그렇게 애기한 것까지 난 벌써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좋아요. 그게 사실이든 아닌든 어쨌든 난 적어도 어머니가 날 싫어하고 있다는 건 알아요. 어머니는 나에 대한 그런 감정을 아예 노골적으로 표현하시군요... 지이는 웃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슬픈 표정이 숨어 있었다. ..내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니? 너같은 애가 알 수도 없겠지만... 캐롤은 지이를 차갑게 응시했다. 지이는 정생을 하고 쏘아부쳤다. ..넌 요즘들어 테이트하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늬 아버지는 기뻐할지 모르지만, 난 결코 아니다... ..왜 그렇죠? 난 어머니가 누구보다도 테이트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물론이지. 바로 그렇기 때문이야. 네가 테이트 가까이에 있는 한 테이트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가 없어. 알겠지. 캐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노력들이 어떤 의도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엉터리, 가짜에 불과한 것이라는 게 금방 들어날거다. 원래 너라는 인간이 그러니까... 지이는 캐롤의 화사한 화장 밑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걸 보고 만족했다. 캐롤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졌다. ..엉터리라고요? 가짜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테이트가 너와 결혼하고 나서 얼마되지도 않아서 불화가 생긴걸 알고 나는 바로 염탐꾼을 고용했지. 하긴, 정말 참기 어려운 부끄러운 짓이긴 했지만, 난 내 아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 염탐꾼은 쌀쌀맞긴 해도 일을 아주 썩 잘해줬다. 지금 네 머리속에 드는 생각대로, 그는 너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내게 제공해 줬다. 네가 러트리지가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이력들을 가지고 있던 여자라는걸... 지이는 혈압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그 여자의 작은 몸은 떨렸다. KGB 스파이처럼 치밀한 계산 아래, 러트리지가의 남자들을 현혹시키고 테이트를 사랑에 빠지도록 유혹한 이 켈롤이라는 여자에 대한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 ..그런 구역질나는 이력들을 일일이 내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건, 네가 댄서였다는 사실이지. 네가 거쳤던 다른 많은 직업들 가운테서... 그 여자는 가볍게 떨면서 덧붙였다. ..여러개의 다양양한 이름들이 많았지만, 그건 그냥 흔해빠진 이름을 아무렇게나 갖다붙인 것일테고... 아깝게도 그 염탐꾼은 네 진짜 이름을 밝혀내기 전에 그 일을 그만두었다. 그 바람에 아직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애버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이 절망한 듯 보였다.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고요한 방안의 침묵 속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테이트의 비서는 점심 먹으러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 사실들을 또 누가 알고 있나요? 테이트도 알고 있어요?.. ..최근에 네가 다시 테이트를 유혹하기 시작했을 때 난 이사실을 테이트에게 말할까 여러번 생각해봤다... 애버리는 조심스럽게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앤 아마 몹시 당황하겠지. 어쨌거나 지금 그 앤 너한테 홀려 있으니까. 제대로 판단을 못할 정도로. 그 앤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 지금의 캐롤에게 푹 빠져있어... 네 다음 이름은 아마 불사조쯤으로 해야 되겠구나, 그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나왔으니까... 지이는 잠깐동안 가만히 그의 적을 노려보고서 말을 계속했다. ..넌 무서울만큼 머리가 좋은 여자야. 뒷골목 삼류 댄서에서 상 원의 후보의 아내가 되기까지 변신해온 네 기술도 참 대단한 것이지. 머리도 머리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갖은 정성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겠지. 넌 벌써 테사스의 정치가 아내로서는 가장 영광스러운 앨라모 성벽에 올릴 스페인 이름까지 골라놓았겠지. 그러나 최근 들어서의 변화는 여태까지 네가 해왔던 어떤 변신들보다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정도로구나. 하긴, 이젠 네가 꿈꾸어 왔던게 실제로 눈앞에 다가왔다고 확신이 드는 모양이지. 테이트와 맨디와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겠지... 그 여자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러나 네가 아무리 머리를 쓴다해도 그렇게 극적으로 변할수는 없어... ..테이트에 대한 살랑은 변한 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나요? 난 그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대로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이는 캐롤을 한번 흘끗 보더니 문으로 나서려고 했다. ..넌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대로 모든 사람들이 밑어주기를 바라겠지만, 내 눈은 못속인다. 난 알고 있어... ..언제 폭로할거죠?.. ..안해... 애버리는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테이트가 너한테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한, 나는 걔의 행복감을 일부러 깨뜨리진 않을 거다. 너하고 나만 알고 있게 되겠지. 하지만, 그 앨 또다시 상처입게 하면 난 그땐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맹세코... ..그게 언제가 됐건, 어머니가 나를 해치기위해서 입을 연다면 그건 동시에 테이트에게도 해를 입히게 된다는 걸 아세요?.. ..난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테이트한테만 조용히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테니까, 그앤 아마 다른 건 다 그만두고라도, 창녀보다 더한 여자가 맨디를 기르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게다. 난 지금도 그사실을 참을 수 없지만, 지금은 나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을 뿐이다. 지금은 간신히 참고 있지만, 모든 걸 무릅쓰고라도 폭로할 때가 되면 주저하지 않고 할 거다... 애버리는 다급해져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 지이의 팔을 잡았다.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테이트와 맨디 모두 심하게 상처입을 거예요 . 둘 다 다치게 하지 마세요, 제발... ..그게 바로 내가 여태 가만히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지이는 캐롤로부터 매몰차게 팔을 빼내며 말했다. ..이 점만은 확실히 해두자, 캐롤. 만약에 또다시 테이트가 너 때문에 고통받거나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나는 그 즉시 어떻게 해서든지 너를 테이트로부터 떼놓고야 말겠다... 지이는 문밖으로 나가며 한마디 덧붙였다. ..넌 너에 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찾으려고 하겠지? 그걸 찾아내려고 괜히 헛수고 하지 말아라. 네가 그걸 어떻게 찾아내서 없애버린다 해도 그 복사본이 내 개인 비밀 계좌에 맡겨져 있으니까. 그건 나만이 찾을 수 있고, 내가 만일 죽는다면 테이트만이 찾을 수 있게 되지... 애버리는 열쇠로 현관문을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나? 맨디?.. 그들은 부엌에 있었다. 맨디에게 키스하는 애버리의 볼은 차가웠다. 그 여자는 산 안토니오에서 오는 동안 계속 차창분을 열어놓고 있었따. 지이의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 여자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찬 공기는 그 여자가 캐롤 나바로우의 지난 과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느껴지는 메스꺼움을 날려보냈다. ..맛있니, 아가?.. ..응... 맨디는 닭고기가 든 국수를 숟가락으로 휘저으면서 대답했다. ..점심 때는 아무도 들어오시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러트리지 부인. 지금이라도 뭘 좀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애버리는 코트를 벗고 맨디 맞은 편에 앉았다. ..바쁘지 않으면 차 한잔만 주겠어요?.. 애버리는 모나가 뜨거운 차 한 잔을 가져다 줄 때까지 신경질적오로 손등을 쥐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핏기없는 손가락으로 찻잔을 받아들었다. ..어디 편찮으세요? 열이 좀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괜찮아요. 오는 동안 좀 추웠거든요... ..감기 조심하셔야 해요. 요즘 독감이 유행한다는데... ..고마워요.. 애버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르츠 칵테일을 얼른 마저 먹어야지. 낮잠 잘때까지 암마가 동화책 읽어줄계... 맨디는 맨디가 재잘대는 말들을 귀찮아하고 않고 계속 받아려고 애썼다. 그러나 머리속은 지이가 가지고 있다는 개롤의 정보에 관한 생각들로 터질것만 같았다. ..옳지, 다 먹었어?.. 그 여자는 맨디를 칭찬했다. 그리고는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서둘러서 맨디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신발을 벗기고 침대에 아이를 누이고 누비 이불을 덮어주고 하는 동안에도 애버리는 정신이 없었다. 맨디의 침대 주변에는 그림책들이 많이 어질러져 있었다. 애버리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어린 딸의 어리맡에서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그 책에는 잘 생기고 용감한 영웅에 의해서 구해지는 아름다운 공주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잇었다. 그 옛날의 그림책과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잠이 들었던 기억들은 아주 오래되고 소중한 그 여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머무는 아주 짧은 기간 안에만 가능했던 아쉬운 순간들이었다. 오랫만에 돌아온 아버지가 읽어준 동화속에서 주인공인 공주에게는 지나치게 사랑해주는 아버지가 있었고, 또 정의는 언제나 악을 물리치고야 말았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동화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것은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멀리 떠나 있었고, 악이 정의를 무너뜨릴 때도 많았다. 맨디가 잠들자, 애버리는 살짝 문을 닫고 방을 나왔다. 모나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전까지의 몇시간 동안 연속극을 보면서 쉬기 위해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애버리는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어서 지이와 넬슨의 방으로 갔다. 애버리는 자기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그것은 남의 사생활 침해였다. 다른 상황에서 였다면 그런 몰지각한 짓은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처해있는 상황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따가운 가을 햇볕이 적당히 차단된 방안은 쾌적했다. 지이의 체취와도 비슷한 꽃향기가 방안에 가득 차 있었다. 지이는 그 엄청난 비밀서류를 이 고상하고 아름다운 책상 안에 두었을까? 책상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누가 보아도 그런 엄청난 사실을 안고 있을 것같이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넬슨의 커다란 책상은 맞은편에 있었다. 그는 언제나 거기 앉아서 목장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을 것이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자기 아내의 책상을 살펴볼 생각은 안했을 것이다. 애버리는 화장대에서 손톱 다듬는 줄을 꺼내들고 책상 서랍의 작은 열쇠구멍에 끼웠다. 애버리는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지이도 어차피 애버리가 자기 방을 뒤지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었다. 지이의 말 속에는 충분히 그런 의미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서랍은 허술화게 잠겨 있었다. 애버리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지이의 이니셜이 새겨진 문구함, 우표책, 주소록 그리고 잭과 테이트의 이름이 금박으로 새겨진 얇은 성경책이 있었다. 마닐라지로 된 홀더가 서랍 뒤쪽에 있었다. 애버리는 그것을 꺼내 홀더에서 서류들을 몽땅 빼냈다. 5분 후에, 애버리는 창백해진 얼굴로 떨면서 방을 나왔다. 마치 중풍환자처럼 온몸이 벌벌 떨렸다. 속이 니글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차 한잔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그 여자는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문에 기대서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테이트, 오, 테이트. 그가 만일 이 서류의 구역질나는 내용들을 본다면...애버리는 몸을 씻고 싶었다. 그 여자는 이주 잠깐동안이라도 빨리 몸을 씻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신을 벗고 스웨터를 벗고 욕실 문을 열었다. 그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기괴한 광경으로부터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구역질을 하며 그 여자는 소리가 나가지 않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욕실 문을 열자마자 교수대에 사람이 매달린 것처럼 붉은 실끝에 선거포스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테이트의 이마 한가운데 시뻘겋게 총단구멍이 나 있었다. 붉은색 페인트가 피처럼 테이트의 미소짓는 얼굴 위로 흘렀다. '선거일!' 이란 붉은 글씨가 포스터 전체에 커다랗게 씌여져 있었다. 애버리는 욕실 안으로 몸을 굽히고 토해버렸다. 42 ..아주 끔찍했어요... 애버리는 아리리쉬가 권한 브랜디를 한보금 마시고 말했다. 속이 타는 듯했지만 그 여자는 좀 진정되기를 바라면서 연거푸 한모금을 더 삼켰다. ..모든 일이 점점 더럽게 돼 가는구만... 다혈질인 반이 말했다.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경고하지 않든?.. ..그래서, 자네가 언제 애버리에게 경고한 적 있어? 잔소리 좀 그만해... ..누가 자네한테 물었어?.. 아이리쉬는 신결질적으로 반을 쳐다보았다. 반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었다. ..애버리가 물었지. 얘가 나한테 전화해서 이리로 와 달라고 했어. 그래서 온거야... ..내 말은 누가 자네한테 의견을 물어봤느냐고?.. ..두 분다 그만 좀 하세요... 애버리가 지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반, 제발 그것 좀 꺼주세요. 냄새 때문에 죽겠어요... 애버리는 다시 말을 꺼내려다 말고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끔찍한 포스터 때문에 정말 놀랐어요. 정말로 일은 진행될게 틀림없어요. 막연히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애버리는 떨리는 손으로 브랜디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일어났다.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도 아직도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짓을 한 게 누구야, 애버리?.. ..나도 모르겠어요. 그 일을 꾸미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겠죠... 애버리는 고통스러워했다. ..누가 네 방에 들어간 적 있었어?.. ..오늘 아침 일찍, 그리고 점심 때 내가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집에 들어왔던 사람이 있어요. 모나한테 물어봤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회전문을 설치하려고 왔던 기술자들일 뿐이예요. 어쩌면 그 사람들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었을지도 모르죠. 선거가 닥쳐와서 워낙 집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다보니 모나도 누가 다녀갔는지 모를 거예요... ..혹시 여기까지 오는데 누가 미행하지 않았어?.. ..그렇잖아도 오면서 줄곧 백밀러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요. 그리고 내가 집에서 나올때는 집에 아무도 없엇거든요... ..그 늙은 할범의 방에서 찾은 서류에서 어떤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했어?.. 반의 물음에 애버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 할멈은 좀 이상한 데가 있어... ..뭐가?.. ..카메라에 잡힌 모습마다 어딘지 좀 어색한 데가 있어. 카메라를 향해서 또 군중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면서 항상 웃고 있긴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뭔가가 꼭 있는 것만 같거든... ..무슨 애긴지 알겠어요. 비밀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캐롤, 이게 그 여자의 원래 이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여자는 대단한 여자임에는 틀림없어요. 아주 작은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댄서였거든요... ..티티 클럽... 반이 대답했다. ..그래요. 그리고 경범죄와 매춘행위로 두번씩이나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어요... ..이게 다 사실인가?.. ..지이가 고용했다는 그 염탐꾼은 쓰레기같은 인간일테지만, 그래도 맏은 일은 철저하게 해준 것 같아요. 여기 오기 전에, 이 정보들을 가지고 캐롤이 전에 일했던 곳을 찾아가봤어요.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캐롤을 알던 몇몇 사람들을 만나서 얘길 해봤어요... ..아무 일 없었어?.. ..캐롤의 사촌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아주 오래전에 연락이 끊겨서 이렇게 수소문을 해서 찾아왔노라고 했어요 ... ..그 사람들이 캐롤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데?.. ..생각했던 대로예요. 어느 누구도 그 여자가 거길 떠난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여장을 한 게이를 한명 만났는데 20달러를 쥐어주니까 말을 해주더군요. 캐롤은 밤무대 생활을 그만 청산하고 직업훈련소로 가서 새생활을 시작하겠다고 하고 거길 떠났대요. 그 후에는 그 여자를 본 사람도 없구요. 그게 전부예요. 소설 같은 얘기죠. 캐롤 나바로우는 그후에 완전한 변신을 했고, 테이트 러트리지와 결혼을 함으로써 귀부인으로서의 새 인생을 살기 시작했던 거예요. 아이리쉬, 몇년 전에 내가 만들었던 매춘부에 관한 르뽀 생각나요?.. 애버리가 갑자기 아이리쉬에게 물었다. ..디트로이트 방송국에서 일할 때 말야? 음, 기억나. 그때 네가 나한테 테이프을 보내줬었지. 그런데 그게 지금의 이일과 무슨 상관이 있지?.. ..거기 나왔던 매춘부들과 개롤의 성격은 일치하는 점이 많아요. 남자를 중오하죠. 캐롤도 그래요... ..글쎄, 그걸 어떻게 알지?.. ..어떻게 알다뇨? 캐롤이 잭을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그 여자는 남편의 형인 잭을 유혹해서 결국은 그의 결혼생활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내가 생각하기로는 개롤은 잭에게 몸까지 내주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 여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잭을 우혹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그 여자는 누구든지 잘나고 앞길이 창창한 남자를 파멸시키는 거예요. 남자에 대해서 극단적인 증오를 가지고 있는 거죠... ..캐롤도 누군가가 그 여자의 과거를 밝혀내서 옛날 상태로 되돌아가게 될까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애버리는 잠시 지금의 자기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만약 모든 게 밝혀지게 된다면 테이트 역시도 파멸이예요... ..그런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결환까지 하다니 테이트라는 사람도 참 한심한 남자로구만... ..캐롤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교활한지 몰라서 그래요... 애버리가 테이트 편을 들면서 말했다. ..그 여자는 테이트 전부가 되었어요. 그 여자는 테이트를 걸려들게 하기 위해서 덫을 놓았어요. 그 여자는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고 섹시하거든요. 그런데 캐롤이 처음부터 그런 게 아니라, 누군가가 캐롤을 이용해서 테이트를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테이트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는 자들 말이지?.. ..맞아요... 애버리는 반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지이가 느꼈던 것처럼 캐롤이 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갑자기 믿을 수 없게 돼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구요... ..그는 언제 캐롤을 공모자로 삼았을까. 캐롤은 왜 그일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애버리가 말했다. ..아마도 살아있는 상원의원 부인보다는, 비명비명에 간 유명한 후보의 미망인으로 남아있는 것이 더 매럭있다고 생각했나보죠... ..같은 상류계층에 속해있을 수 있고, 걸리적거리는 남편이 없다 이거군... 아이리쉬가 애버리의 추측에 토를 달았다. ..그리고, 캐롤은 테이트가 정말로 상원의원에 당선될 수 잇을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테이느를 죽이려는 음모자는 캐롤의 바로 그런 심리적 불안감을 이용해서 캐롤을 공모에 쉽게 끌어들였는지도 모르죠. 캐롤로서는 사원의원 부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데 그걸 바라고 앉아 있느니, 보다 확실한 쪽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그래도 어쨌건 남편을 살해하는 일인데, 능동적으로 협조해왔다는 것은 캐롤에게도 큰 택임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알 수 없는 건 말야. 테이트를 죽이려는 그 자가 과연 어떤 이우에서 그런 음모를 꾸몄는지 그걸 모르겠단 말야... ..저도 그럴 모르겠어요. 그걸 꼭 알아내야만 해요... ..최근에 알아낸 시로운 건 없어?.. 아리쉬가 물었다. ..선거 당일날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것 밖에는요. 어쩌면 총 한방이 모든 걸 결정해버릴지도 몰라요... 애버리가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그 결정에 따를 수 밖엔 없겠군 그래.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반이 익살스럽게 말했다. 아이리쉬는 그를 한번 노려본 뒤 애버리에게 말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지금 상황에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슨 뜻이예요?..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게 사실이지만...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애버리의 술잔을 들어 남아있는 브랜디를 단숨에 들이켰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들 모르고 있잖아? 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왜 네 앞에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거냐구. 너를 의심해서 더 두고 보자는 건지, 아니면 아주 몹쓸 생각을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구... ..그는 아주 나쁜 개새끼가 틀림없어... 반이 아이리쉬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그 자식은 아무 문제없이 일을 진행시키고 있을거야. 모든 게 이미 다 준비완료된 상태인 게 분명해... ..회색 머리 말이예요?.. 애버리가 물었다. 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버리.. 아이리쉬가 그 여자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 ..내 말 들어. 지금 관계당국에 알리자... ..그렇지만... ..내 말대로 해라. 아무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이리쉬는 침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넌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어. 까딱 잘못하면 큰 일이 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보자. 물론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극적으로 운이 따르기만 한다면 네가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네 명성도 얻고, 또 많은 생명도 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일은 벌써 무척 어렵게 돼 있어. 이젠 명성이 문제가 아니라 네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와 있는 거야. 네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머뭇거리는 사이에 언제 어느때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거다. 너나, 테이트나, 맨디까지도 어는 순간에 공격을 받게 될지 모르는 거야... 애버리가 어는 정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자, 아아리쉬는 그 여자의 옆으로 찰싹 달라붙으며 간절하게 말했다. ..FBI를 부르자... ..FBI를?.. 반이 깜짝 놀란 듯 반문했다. ..내 친구 하나가 지방분소에서 일하고 있어. 멕시코로부터 들어오는 마약 밀수를 단속하고 있는 친구지. 지금 우리 일이 그 친구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어쨌든 가장 빠를 시간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우릴 도울 수 있을거야...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애버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리쉬, 그건 안돼요. 일단 FBI.가 뜨게 되면 온 세상이 다알게 돼 버린다는 걸 몰라요? 그리고 테이트 주위에 무장한 경찰들과 검은 선글라스를 쓴 비밀요원들이 따라붙는다면 선거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걸 이유라고 말하는 거냐?.. 아이리쉬는 화난 듯이 소리쳤다. ..넌 끝까지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고 있겠지. 테이트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다른 가족들도 다 모르는 채로 말야. 왜냐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면 넌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포기해야만 하니까!.. ..그게 아니예요!.. 애버리도 맞받아 소리쳤다. ..FBI는 그를 집밖의 위험으로부터는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집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내가 말햇잖아요. 글가 죽기를 바라는 무서운 음모는 바로 그 사람 가장 가까이에, 그를 가장 사랑하는 체 하는 사람들 중에 있다구요. 그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는 테이트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가 없어요... 애버리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정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죠? 아무리 설명해줘봤자 그 사람들은 우리를 정신이상자 취급할 거예요. 이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믿게 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잖아요? 또 만일 그들이 우리 얘기를 믿어준다고 해도 지금 상황으로선 그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누구에게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죠? 어떤 증거가 있길래, 가족을 상대로 살인음모혐의를 씌우죠?.. ..정말,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반도 끼어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경찰에서 수사한다면 테이트는 곤경에 처할 게 틀림없어요... ..그럼 넌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 애버리?.. 아이리쉬가 물었다. 애버리는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반이 일어서더니 다 낡은 가죽잠바를 걸쳤다. ..가봐야겠어. 할 일이 있어서... ..무슨 일?.. 반은 아이리쉬의 물음에 성의없이 대답했다. ..도서관에 가서 테이프 좀 찾아볼 게 있어... ..뭣에 쓰게?.. ..그냥, 지나치는 예감 같은 게 있어서...... ..애버리가 고개를 들고 반의 손을 잡았다. ..오늘 고마웠어요. 새로운 걸 알게 되면... ..그 즉시로 알려줄께... ..내가 준 내 사서함 열쇠 잘 가지고 있어?.. 아이리쉬가 물었다. ..응. 지금은 별 필요도 없잖아? 이렇게 매일 만나는데...... ..하지만 시내 밖으로 나가서 갑자기 편지로 부칠 수도 없는 걸 보낼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알았어. 잘들 있으라구.. 반이 나가자마자 아이리쉬가 말했다. ..저런 멍청한 친구 같으니라구. 똑똑하고 믿음직스런 친구가 옆에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반을 욕하지 말아요. 그러잖아도 내가 얼마나 반을 귀찮게 하고 있는데요. 내겐 얼마나 소중한 분인데요... 애버리는 아이리쉬에게 화를 냈다. 그러나 아이리쉬 역시도 애버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었고, 그 여자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었다. 그 여자는 테이트가 사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팬시에게도로 되찾은 후로 그 여자는 그 시계를 한번도 벗어놓은 적이없었다. ..저도 가봐야겠어요. 벌써 늦었어요. 테이트가 왜 늦었느냐고 물으면 늘 하는 식으로 쇼핑하다 늦었다고 하는 수밖엔 없지만요... 아이리쉬는 애버리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를 사랑하고 있니?.. 애버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자고 일이 이렇게 꼬여가는지 모르겠구나... 애버리는 눈을 꾹 감았다 눈물이 아이리쉬의 셔트 깃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를 정말로 사랑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마음 아파요... ..무슨 말인지 말 안해도 안다, 애버리... 애버리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어려운 상황에 스스로 놓인 것이었다. ..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되죠? 그에게 모든 걸 말할 수도 없고, 그냥 내버려두자니 그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없고, 정말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애버리는 아이리쉬에게 매달렸다. 그는 더욱더 세게 그 여자를 안았다. 그리고 그 여자의 이마에 입맞추었다.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너를 내보내주는 걸 알면 로즈마리는 지금 당장 98파운드나 되는 몸무게로 날아올까?.. 애버리는 웃으면서 아이리쉬의 목에 매달렷다. ..그럼요. 엄마는 날 잘 돌봐달라고 아저씨한테 다 맡길거예요... ..그럼 이번에는 그냥 보내버려야겠다... 그는 더욱 더 세게 애버리를 당겨안았다. ..정말 걱정이구나, 애버리.. ..앞으로 그보다 더 끔찍한 걸 보게 되더라도 무서워하지 않겠어요. 나는 아직까지는 테이트를 해치려는 공모자로 여겨지고 있어요. 테이트가 모든 걸 알게 되더라도 하느님이 날 버리지는 않으시겠죠... ..더이상 일에 깊숙이 말려들지 말아라. 내가 관계당국에 연락하마... ..아직은 안돼요. 내가 확실할 단서를 잡을때까지는요... 그는 그 여자를 밀어내면서 말햇다.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아이리쉬는 말하고 나서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처지에서 애버리가 사실은 캐롤이 아니라 방송기자 애버리 다니엘즈라고, 테이트의 진짜 아내는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고 밝히고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기에도 역시 너무 늦어 있었다. 그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이 일의 실마리를 하루빨리 풀어내는 일이었다. 애버리는 헤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아이리쉬를 껴안고 볼에 입맞추고는 어둠속으로 사하졌다. 43 갑작스럽게 준비된 휴스턴 유세는 성공적이었고, 여론조사에서 테이트 후보를 3포인트나 올려놓았다. 날이 갈수록 데커 상원의원과의 차이는 좁혀져갔다. 데커는 테이트에 대해서 위협을 트끼기 시작했고, 원색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테이트를, 전체 미국인과 텍사스인들이 소중히 간직해 온 전통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자유주의자라고 혹평하면서 테이트의 연설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나중엔 캐롤의 임시중절을 붙잡고 늘어질 기세였다. 그것은 테이트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작용을 하는 문제였고 반대로 데커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디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손을 썼고 그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데커가 그 문제를 붙들고 늘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가 러트리지가의 사람들은 안심했다. 현직 대통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데커의원은 재선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러트리지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나섬으로 해서 여태까지 이룩해온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실제로 대통령은 텍사스에서의 그의 정치적 생명에 대해 무척 신경을 썼고, 데커를 지지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정치집회는 많은 부동표를 이끌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이 이었다. 그러나 테이트 역시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 나섬으로 해서 이득을 본 셈이었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텍사스에 와서 현직 대통령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테이트를 도왔던 것이다. 결국 결과적으로는 테이트가 데커보다도 오히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고되긴 했지만 이틀 동안의 일곱개 도시 순회 유세 후에 러트리지 선거본부는 술렁거렸다. 데커가 비록 공식적인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도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적인 상황은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의견 즉 진정한 여론은 러트리지에게 유리하게 나타났다. 예비선거에서 테이트가 승리한 후부터는 이런 낙관론은 정점에 달했다. 모두들 들떠 있었다. 팬시만 거기서 제외돼 있었다. 팬시는 자리에 제멋대로 끼어들고 조롱하고 에디의 활동에 대해서 심술궂은 눈길을 보내면서 선거본부의 이방저방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일주일 동안 같이 있지 못했다. 그가 그 여자를 쳐다볼 때마다 그 여자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 여자가 자존심을 누르고 그에게 다가갈때마다 그는 그 여자에게 허드렛일이나 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전화를 받거나 유권자들에게 전화해서 선거날 꺽 투표를 하도록 권하는 일까지도 했다. 그 여자가 그런 허드렛 일을 불만없이 하는 단 한가지 이유는 에디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본부에 나가서 그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에디를 볼 방법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바쁘게 움직였다. 훈련소 교관처럼 이것저것 지시하고 일이 잘못됐을 때는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커피나 청량음료,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스낵 같은 것만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는 언제나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었다. 선거전 일요일에 러트리지 일가는 산 안토니오의 강변에 있는 22층 호텔인 팔라치오 델 리오로 거처를 옮겼다. 거기서 이틀 후에 있을 선거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테이트의 직계 가족은 21층에 있는 VIP실을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도 근처에 방을 잡았다. 텔레비전에 VCR 시스템을 연결해서 뉴스나 논평들을 녹화해서 계속적으로 어론 분석으로 할 수 있었다. 그것은 후보 자신의 신변을 정말로 염려해서라기보다는 후보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데 더욱 비중이 있는 것이었다. 아래층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갖가지 기재들로 무도회장을 꾸미고 있었다. 뒷벽은 실물크기보다 큰 데이트의 사진으로 덮였다. 연단은 붉고 푸른 종이로 싼 화분들로 장식되었다. 천장에는 풍선을 매단 그물이 불안하게 매달려 있었다. 말로만 과잉 친절을 베푸는 호텔 종업원들, 사소한 일로 신경을 쓰는 방송국 직원, 전화설치 기사들이 소란스럽게 왔다갔다하는 한가운데 앉아서 에디는 있는 목청껏 소리를 질러가며 테이트에게 일요일 오후의 일정을 설명했다. "롱뷰에서 비행기를 타고 텍사카나로 가서 길어야 1시간 반, 그리고 위치타 폴, 아비렌을 거텨서 돌아오게 되는 걸세. 그리고 도착해서는," ..아빠?.. ..테이트, 제발!.. 에디는 설명하던 일정표를 내려놓고 화를 냈다. ..쉿, 조용히 해야지, 맨디... 데이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맨디는 에디가 브리핑을 마칠때까지 조용히 아빠 무릎 위에 앉아있기로 했었다. ..듣고 있어, 자네?.. ..듣고 있지, 에디. 롱부에서 위치타 폴. 아빌렌. 그리고 집으로 온다는 거 아나?.. ..텍사카나는 빠뜨리고 집으로 와?.. ..미안해. 내가 빠뜨리더라도 자네나 조종사는 잊지 않고 날 거기다가 내려줄 것 아닌가?......과일바구니에 바나나가 좀 있소?.. ..맙소사! 에디가 소리질렀다. ..선거가 이틀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자네는 머리속에 바나나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아주 한가하군 그래... 테이트는 애버리에게서 바나나를 받아서 맨디에게 껍질을 벗겨주었다.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게. 좀 여유를 가지게, 에디. 다들 제정신들이 아니 것 같군... ..자네가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나도 얼마든지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에디는 다시 일정표를 들여다보았다. ..내일 저녁 7시 반쯤 산 안트니오에 도착하게 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에 미리 예약을 해놓지. 식사 후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잠자리에 들면 돼... ..이빨은 언제 닦으면 되지? 밥먹고 나서 자기 전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들 웃었다. 그러나 에디는 테이트의 농담이 재미있지 않았다. ..화요일 아침, 다같이 케르빌에 가서 투표를 하고 돌아와서 결과를 기다려야지... 데이트는 맨디에게서 바나나 껍질을 빼앗았다. ..기다릴 게 뭐있어. 난 꼭 이길거야... ..너무 자신만만해 하지 말게, 테이트. 여론조사에서는 아직도 자네가 데커에게 2포인트 뒤져 있어...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지. 우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해보게. 이길 수 있어... 자신만만한 데이트의 낙관론으로 얘기는 끝났다. 넬슨과 지이는 쉬려고 방으로 돌아갔다. 테이트는 조금 후 저녁에 스페인말을 쓰는 교회에서 할 연설을 준비해야 했다. 도로시 레이는 잭을 졸라서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팬시는 다른 사람들이 다 사라지기를 기다려서 에디의 방으로 갔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저예요.. 그는 문을 열었지만 들어오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옷장으로 가서 셔츠를 꺼냈다. 팬시는 문을 닫고 빗장으로 문을 잠궜다. ..셔츠는 뭐하러 입어요?.. 팬시는 에디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혀끝으로 그의 젖꼭지를 자극했다. ..선거본부에 셔츠도 입지 않고 나타난다면 보는 사람들이 유쾌하지 않을텐데?.. 그가 팬시의 머리를 밀어내며 단추를 채웠다. ..지금 거기 가려는 거예요?.. ..맞았어... ..일요일인데?.. 그는 눈썹을 치켜떴다. ..언제부터 그렇게 일요일을 거룩하게 지키게 됐지?.. ..나도 오늘 아침 교회에 갔었어요... ..그거야 내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교회에 가야한다고 못을 박아놨으니까 간거지. 그건 아주 잘한 일이야. 텔레비전 카메라가 테이트의 기도하는 모습을 담는 걸 보지 못했어?.. ..나도 기도하고 있었어요... ..오, 그래?.. ..당신 물건이 썩어서 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팬시는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에디는 웃으면서 셔츠를 바지 집어넣고 있었다. 팬시가 다시 붙잡고 애원하는 투로 말했다. ..이렇게 말다춤이나 하려고 온 게 아녜요. 그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그럼 나하고 같이 선거본부로 가면 되겠군. 거긴 할 일이 아주 많다구... ..그런 게 아니란 걸 알면서 그래요?.. ..미안해. 선거일까지는 아무 것도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을거야... ..벌써 몇주째 나를 멀리하고 있는 건지 알아요?.. ..난 네 삼촌을 국회로 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야... 그는 머리를 빗으면서 냉담하게 말했다. ..빌어먹을... ..그만 나가줘야겠군... 에디는 짜증이 난듯 먼저 문을 나서면서 말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하자 팬시가 앞을 막아서면 매달렸다. ..가지 말아요, 에디. 잠깐만이라도 좋아요. 아주 잠깐이라도 나하고 같이 있어줘요. 맥주도 마시고 그냥 얘기라도 나누고..... 그 여자는 엉덩이를 슬쩍 갖다대며 음탕한 목소리 말했다. 날 안아줘요, 에디. ..뭐라고?.. 에디가 냉소했다.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아서 자기의 다리 사이에 갖다댔다. ..저는 벌써 흥분했어요... 그는 그 여자의 손을 홱 잡아채 그 여자를 던지듯이 밀쳐내버렸다. ..너 언제나 흥분해있잖아. 다른 홍분한 녀석한테 가서 알아봐. 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니까... 팬시는 문을 밀어닫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유리재떨이였다. 그 여자는 있는 힘껏 던졌지만 재떨이는 문에 맞고 카페트 위로 나뒹그러졌다. 그 여자는 분을 풀 길이 없었다. 팬시는 그렇게 거절당한 것이 없었다. 아무리 잘난 남자라도 팬시가 흥분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 여자는 에디의 방을 뛰쳐나와서 자기 방으로 갔다. 한참을 그렇게 방에 쳐박혀 있던 팬시는 곧 꼭 달라붙는 스웨터와 진바지를 입고 무스탕을 타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하잘 것 없는 상원의원 선거때문에 그 여자의 삶이 방해받을 수는 없었다. ..나야. 무슨 일이 있나?.. ..잘 있었나, 아리리쉬... 반은 수화기를 귀에 대고 흔들면서 충혈된 누을 부볐다. ..조금전에 들어왔어. 러트리지가 조그만 교회에서 연설을 했어... ..나도 알아. 어땠어?.. ..상당히 좋았어... ..애버리도 나왔든가?.. ..가족들은 모두 나왔던데? 팬신가하는 애만 빼고서... ..애버리가 자네한테 무슨 얘기 안하더냐구?.. ..주위에 시끄러운 멕시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한마디도 나눌 수가 없엇어... ..그 회색머리는 나타났어?.. 반은 아이리쉬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을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어떤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응, 나타났지... 아이리쉬는 중얼중얼 욕을 했다. ..밖에 있었어. 우리들 틈에 끼어있으면서 마치 기자인 것처럼 행동하더군... ..누군가에게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군?.. ..바로 그거야... ..가까이 다가가서 봤어?.. ..키가 크고, 인색해 보이는 인상이야... ..인색해 보이다니?.. ..돌처럼 차가운 얼굴이라구... ..한방 먹여주지 그랬다?.. ..무슨 증거가 있다고? 그저 추측할 뿐이지... ..암만해도 FBI에 연락하는 게 좋겠어, 반. 애버리한테는 알리지 말고... ..그 애가 말면 가만히 안있을텐데... ..가만히 안 있는 게 낫지. 아주 위험해... 두 사람은 가자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모든 가능한 상황들을 생각하느라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이리쉬가 갑자기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내일은 여기 잇어야 해. 러트리지를 따라갈 필요 없어... ..알았네... ..좋아, 그리고 애버리한테 연락하자구. 호텔에서 전화하기가 힘든데... ..그러지... ..선거 당일날은 방송국으로 먼저 오게. 내가 자네를 팔라치오델 리오 호텔에 보낼테니. 그리고 애버리 곁에서 한발짝도 떨어져서는 안되네. 그 애의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그게 어떤 것이든지 좌우간 그 즉시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해... ..나도 머리가 있어, 아이리쉬... ..내일 쉰다고 어디가서 술이나 마시지 말고... 아이리쉬는 협박조로 말했다. ..나도 술 마실 시간 없네, 이 사람아. 할 일이 많아... ..무슨 일?.. ..테이프를 보고 있어... 그들은 전화를 끊었다. 반은 요 며칠 동안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오랫만에 목욕도 했다. 샅샅이 검색한 테이프가 늘어가고 있었지만, 너무 시간이 걸렸다. 봐야할 테이프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봐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가 쫓고 있는 그 자의 정체를 밝힐 길이 없었다. 어쩌면 시간낭비일 뿐인지도 몰랐다. 그는 이런 대책없는 일을 시작할 정도로 미련했다. 차라리 그만두는 게 현명한지도 몰랐다. 그는 마리화나를 하나 빼내서 입에 물고 새로운 테이프를 넣고 틀었다. 아이리쉬는 위장약을 입에 털어넣고 유리잔 밑바닥에 약이 약간 남아있는 걸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약의 뒷맛이 하도 고약해서 몸을 약간 떨었다. 그는 아마도 약에 중독된 것 같았다. 애버리는 모를 것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는 자신의 이 가슴앓이병을 어느 누구도 알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제대로 월급을 받으면서 제대로 정년퇴직하게 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젊은 녀석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경영진에 있는 놈들은 모두다 몹쓸놈이라는 걸 알 만큼 그 분야에서는 고참에 속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정머리가 없는 인간들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직업에서는 필수조건이었다. 그들은 비싼 구두를 신었고 비싼 양복을 입었지만 인간적이라는 것학소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경력있는 기자의 풍부한 경험이나 시청에서 접하는 중요한 뉴스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스폰서들에게 광고를 잘 팔 수 있는 6시에서 10시 대의 드라마 같은 것에만 신경을 썼다. 그들의 눈에는 불탄 집에서 울부짖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한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지를 수 있는 횡포같은 것도 전혀 목격되지 않았다. 그들은 쓸모없는 사업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아이리쉬가 몸담고 있는 주변은 타락하고 더러운 것들 뿐이었다. 그런 것은 그렇거나 말거나 상관 없었다. 그는 그의 길을 가면 그뿐이었다. 그는 단지 그가 한 일들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싶고 존경받고 싶었다. 뉴스 시청률에 있어서 텍사스 방송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 그는 무사할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내려가기라도 한다면, 그 몰인정한 녀석들은 탐탁치 못하다고 생각되는 요인들을 제거 해버릴 것이다. 쓰린 위장과 게다가 여겨질 것이고, 아마도 제일 먼저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쥐어짜는 듯한 위통을 참고, 약병을 마무도 몰래 숨기는 것이다. 그는 욕실의 불을 끄고 침실로 갔다. 그리고는 침대 머리에 앉아서 알람 시계를 맞춰놓았다. 그가 자기 전에 늘 하는 일이었다. 그는 침대 머리맡의 서랍에서 묵주를 꺼냈다. 그는 기독교 신자들이 일상적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것처럼 의례적인 기도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고해성사나 미사같은 걸 드리지 않았다. 그에게 교회는 장례식이나 결혼식, 세례 같은 의식만 엄숙히 거행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이리쉬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육체적인 고통이 그를 위협했지만, 그는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올렸다. 그의 달이나 다름없는 애버리를 위해, 테이트를 위해, 다른것도 아니고 그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신에게 애언했다. 마지막에는 늘 그렇듯 이 로즈마리 다니엘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아내를 사랑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44 테이트는 수행원들 너머로 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요?.. ..러트리지 씨.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정복을 한 경찰관중 한명이 말했다. ..이 여자를 아십니까?.. ..테이트, 무슨 일이예요?.. 애버리가 문께로 다가오며 물었다. ..팬시잖아?.. 애버리가 경찰관 두명에게 붙들려 있는 팬시를 알아보고 나직하게 소리쳤다. 팬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보아서는 경찰들이 그 여자를 부축하고 있는 것인지, 제지하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팬시는 몹시 취해서 경찰관들에게 함부로 기대어 있었다. ..무슨 일인데요?.. 에디도 다가왔다. ..세상에... 그는 팬시의 꼴을 보고는 불쾌한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누군지 말해 주세요. 그러면 이자식들이 날 이렇게 대접하지는 않을 거 아녜요?.. 팬시는 혀꼬부라진 소리로 그러나 당당하게 말했다. ..얘는 제 조카입니다만... 테이트가 경찰관에게 말했다. ..이름은 프랜사인 러트리지고요... ..그건 면허증에 나와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이렇게 데리고 온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리로 데려오지 않았으면 유치장으로 갔을 겁니다... ..팬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애버리가 침착하게 물었다. ..음주운전에다 과속, 시속 95마일로 달렸어요... ..98마일이었어요... 팬시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그랬군요. 이렇게 안전하게 여기까지 데려다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제가 이 애의 부모를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테이트가 경찰관들에게 정중히 사과하자, 팬시는 화가 난듯 경찰들의 팔을 뿌리쳤다. ..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데 얼마면 되겠소?.. 에디가 불쾌한 투로 경찰들에게 물었다. 경찰관 한명이 아주 경멸적으로 에디를 노려보고는 테이트한테 말했다. ..저희가 생각하기로는 선거를 바로 앞두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알려지는 게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저희 두 사람은 공직을 수행하는 경찰의 입장이긴 합니다만, 휴스턴에서의 러트리지 씨의 연설이나 법률집행기관의 실무자들로부터 러트리지 씨에 관해 들은 바 있습니다. 결국 저희 두 사람의 판단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곧바로 이리로 온 겁니다... ..그런 배려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두 경찰관은 모자를 벗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들이 나간 후에 애버리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다들 자러 들어간 후였기 때문에 방안에는 팬시를 포함한 네사람 뿐이었다. 맨디는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었다. 폭풍전야처럼 불길하고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팬시, 어디 갔다 오는 길이었어?.. 애버리가 부드럽게 물었다. 팬시는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한바퀴 원을 그렸다. ..춤추러 갔었어요. 정말 신났어요... 그리고는 갑자기 에디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기있는 사람들은 당신이 그런 인간이란 걸 상상도 못하겠지. 왜냐하면 당신은 나이도 먹었고, 그리고 정직해보이고, 그리고.... ..이런 정신나간 계집애!.. 에디가 달려들어 팬시의 따귀를 때렸다. 팬시는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팬시, 괜찮아?.. 애버리가 쓰러진 팬시를 황급히 끌어안아 일으키며 말했다. 입술이 텨져서 피가 아고 있었다. ..에디, 도태체 이게 무슨 짓이야?.. 테이트가 에디 앞으로 막아서며 소리쳤다. 에디는 테이트를 밀쳐내며 팬시를 노려보았다. ..모든 걸 망쳐놓려고 작정을 했군. 만약 경찰들이 널 이리로 데려오지 않고 경찰서로 끌고 갔으면 일이 어떻게 될 뻔 했는지 알기나 해? 끝까지 왜 이러는 거냐, 팬시!.. 테이트가 다시 에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자네야 말로 제정신으로 이러는 건가?.. ..저 애는 혼 좀 나야돼!.. ..닥쳐!.. 테이트가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에디를 치듯이 세게 밀었다. 에디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다시 중심을 찾은 에디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다시 중심으로 찾은 에디가 테이트를 칠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만 좀 해요! 호텔 안에서 무슨 짓들을 하려는 거예요? 정말 뉴스에 나고 싶어요!.. 애버리가 악을 썼다. 에디도 테이트도 멈칫했다. 더이상 고함치지 않았다.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애버리가 팬시를 일으켜 세웠다. 팬시는 아직도 정신이 없는지 애버리가 하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맞은 곳이 아픈지 그 여자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찡그렸다. 테이트가 안쓰럽게 팬시의 상처를 만졌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에디를 가리키며 경고했다. ..다시 이런 짓을 했다간 내가 가만있지 않겠어, 에디. 내 가족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이번 한번만 참겟어... ..미안해, 테이트... 에디의 목소리는 낮았고, 침착하고, 차가웠다. 그는 이제 완전히 냉정을 되찾았다. ..내 가족에 대해서까지 침해할 권리를 누가 자네한테 줬나?.. ..미안하다고 했지 않나, 테이트. 더이상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경고하는 데, 더이상 애하고 잠자리를 같이 하지마!..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이었다. 두 여자는 질린듯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에디가 몸을 돌려 문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한마디 했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다들 냉정을 찾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구... 애버리는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눈빛으로 그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팬시의 어깨를 부축했다. ..자, 가자. 내가 방까지 데려다줄께... 팬시의 방까지 데리고 가서 애버리는 팬시가 목욕할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젖은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나이트 가운 같은 긴 티셔츠를 입은 팬시는 젊고 천진난만해 보였다. ..여기 얼음주머니 있어... 애버리는 팬시를 침대 위에 눕게 하고 얼음주머니를 팬시의 입술에 대 주었다. 더이상 피는 나지 않았지만, 멍이 들고 부어 올라 있었다. ..고마워요... 팬시는 눈을 감았다. 감은 눈에서 눈물이 나와 뺨으로 흘러내렸다. 애버리는 침대에 걸터않장서 팬시의 손을 잡아주었다. ..나쁜 자식 같으니. 생각하기도 싫은 인간이예요... ..그게 아니지, 팬시... 애버리가 부드럽게 달래듯이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넌 아직도 네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구요?.. ..넌 단지 네가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 자체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에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그리고 그와의 관계에 더이상의 발전이 없으리란 걸 알기 때문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 아냐? 네가 바라는 만큼 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숙모가 무슨 정신과 의사라고 되나요?.. 팬시가 마치 애버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비틀린 태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버리는 거기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더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난 오로지 너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이번엔 에디예요?.. 팬시가 느글거리는 웃음을 담고 말을 던졌다. 애버리는 그 말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몰라 당황했다. ..숙모가 에디를 사랑하고 있느냐구요? 그래서 나더러 에디를 포기하게끔 하려는 거냐구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팬시는 잠시 말없이 애버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곧 눈에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나왔다.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아니예요. 숙모가 체이트 삼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걸 알아요. 그리고 삼촌도 숙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요... 펜시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만 사랑해주지 않는거지? 왜 다들 나를 싫어할까?.. 한번 말문이 열리자 팬시의 입에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쏟아져나왔다. ..에디는 정말 생리적 욕구만 충족하기 위해서 날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 정말 그럴까요? 나는 그가 나와 자는 것 말고 다른 더 큰 이유 때문에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랬었어요. 내가 멍청했던 거야... 팬시는 자책과 슬픔에 젖어서 어쩔줄을 몰랐다. 애버리는 팬시를 안아주었다. 팬시는 애버리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고 난 후에야 겨우 진정됐다. 그 여자가 울음을 그치자 애버리가 말했다. ..이럴때 누가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누가 널 위로해줬으면 좋겠냐구?.. 팬시는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을 문지르며 애버리를 쳐다봤다. ..엄마, 그렇지? 넌 엄마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지?.. ..농담마세요... ..아니. 넌 엄마를 원하고 있어. 그리고 엄마도 널 필요로 하고 있어. 엄마도 지난 일들을 보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단 말야.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니? 엄마한테 기회를 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 팬시는 잠깐 생각하더니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정말 엄마가 그걸 원한다며, 나도 그럴 수 있어요... 애버리는 잭과 도로시 레이의 방에 전화를 했다. 잭이 전화를 받았다. ..형님은 벌써 주무시나요? 지금 팬시 방으로 오셨으면 좋겠는데요... ..무슨 일이 있어요?.. 잭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애버리는 고개를 돌려 팬시의 부어오른 입술을 보고, 잭이 같이 와서 이런 꼴을 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아니예요. 그냥 여자들만의 일이거든요... 잠시 후에 도로시 레이가 팬시의 방 문을 두드렸다. 잠옷바람이었다. ..무슨 일인데, 개롤?.. ..들어요세요... 도로시 레이는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팬시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이렇게 됐어?.. 팬시의 아랬입술이 떨리기 시작햇다.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팬시는 엄마에게 두 팔을 벌리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아... ..두 모녀가 껴안고 우는 걸 보고 방을 나왓어요... 애버리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테이트에게 말했다. ..잘 된 일이군. 나는 에디가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소... 애버리가 팬시의 방에 가 있을 동안 테이트는 바지를 벗은 채로 방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애버리가 돌아오자마자 그 얘기부터 했다. ..에디는 오로지 선거에만 정신을 쏟고 있잖아요. 팬시가 한 짓이 선거 막바지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까봐 신경이 곤두서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왔던 걸거예요. 본래부터 그런 거친 사람은 아니었잖아요... ..그렇다고 여자애한테 주먹을 휘둘러? 천하에 개자식 같은니라구... 테이트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욕을 했다. ..그가 언제부터 팬시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지 알고 있어요?.. ..몇주 전부터인 것 같아... ..그가 당신한테 말을 해서 알게 된 거예요?.. ..아니. 그냥 눈치가 그렇길래 그런 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당신이 에디한테 뭐라고 말을 했나요?.. ..내가 무슨 말을 해? 그도 어른이고, 팬시도 이젠 어린애가 아닌데. 그가 강제로 그러지는 않았을거야. 팬시가 하도 추근덕거려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누가 누구한테 당한 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그렇게만 생가하면 안돼요, 테이트. 여태까지의 팬시의 행실로 봐서는 팬시가 다 뒤집어쓰기 쉽죠. 그러나 에디는 팬시를 상처받게 하고 있어요... ..오해하지마. 나 누굴 편들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쉿. 조용히 해봐요... 애버리가 조용히 하하고 손짓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맨디가 자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맨디는 몸부림치고 있었다. 조그만 얼굴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가위눌린 채로 계속 엄마를 찾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애버리는 맨디를 끌어안으려고 손을 뻗었다. 테이트가 애버리의 어깨를 강압적으로 눌렀다. ..그러면 안돼. 이대로 내버려 둬야 해... ..오, 안돼요. 테이트, 제발... 그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좌둬야만 해... 애버리와 테이트는 침대의 양쪽 끝에 걸터앉았다. 두 사람은, 아이가 잠재의식 속에서 스스로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안돼, 안돼!.. 맨디는 숨이 막히는 것처럼 가슴을 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려고 애를 썼다. ..엄마? 엄마가 어디 갔지? 난 나갈 수가 없어... 애버리는 테이트를 쳐다보았다. 그는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딸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맨디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작은 가슴이 눈에 보이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눈을 떴지만 깜빡거리지도 않았다. 뭔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엄마!.. 맨디가 소리쳤다. ..날 좀 풀어줘요. 나 무서워. 날 좀 꺼내주세요... 울면서 소리지르는 맨디의 눈까풀이 떨리고 있었다. 숨소리는 마치 몇마일을 뛰고 난 것처럼 불규칙하고 거칠었다. 갑자기 거친 숨이 멈췄다. ..엄마가 날 꺼냈다. 엄마가 날 구해줬어... 맨디가 한꺼번에 숨을 몰아쉬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 다시 털썩 쓰러졌다. 아까부터 눈을 뜨고는 있었지만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시선에 초점이 잡히자 맨디는 갑자기 당황했다. 어리둥절해서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애버리가 팔을 뻗어 맨드를 안았다. 테이트도 더이상 말리자 않았다. ..엄마가 나를 풀어주었어요. 그리고 연기 속에서 날 안고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엄마가 날 구해줬어요... 애버리는 아이를 더욱 세게 꺄안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무의식의 고통으로부터 치려해준 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 여자가 눈물로 흐려진 눈을 떴을 때는 애버리도 테이트에게 안겨있었다. 테이트는 맨디와 애버리를 한꺼번에 안고서 눈을 감고 딸의 볼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나 배고파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맨디가 말했다. 테이트는 딸을 두손으로 높이 안아올려 흔들었다. 아이가 막 웃었다. ..물론. 우리 공주님에게 아이스크림을 드려야지. 무슨 향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니?.. 그는 룸 서비스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서 땀으로 흠뻑 젖은 침대시트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주문한 것이 오기 전에, 애버리는 맨디의 잠옷을 갈아입히고, 땀으로 찰싹 달라붙은 머리를 말려서 빗겨주었다. 테이트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을 꿨어요. 아주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젠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엄마가 나를 구해줬으니까. 난 이제 밖으로 나왔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 맨디는 다시 졸립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테이트와 애버리는 맨디를 침대로 안고 가서 누이고, 아이가 다시 잠이 들때까지 침대맡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맨디의 방에서 나오면서 애버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젠 됐어... 테이트가 애버리의 이마에 키스했다. ..이제 괜찮아질거야...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 왜 우는 거지?..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어요... 애버리가 힘겹게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목욕을 좀 해야겠어요. 오늘 하루가 꼭 20년은 되는 것같아요... 테이트도 애버리와 똑같이 팬시로 인한 소동이나 맨디의 악몽을 같이 겪었지만, 스페인 교회에 갔었을때 본당 밖에서 기웃거리는 많은 군중들 속에서 그 자객을 발견한 순간 애버리를 업습했던 공포는 애버리 혼자 경험한 것이었다. 안전하게 리무진까지 왔을때, 애버리는 테이트에게 달라붙어서 그의 팔을 잡고 가슴으로 그의 딱딱한 근육들을 감싸안았다. 테이트는 애정의 표현이라고 오해했겠지만, 그 여자는 사실을 엄청난 공포감을 이길 수 없어서 반사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애버리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 여자의 피부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오일을 발라서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등뒤에서 불빛이 비추고 있어서 얇은 잠옷 밑으로 드러나는 벗은 몸의 실룻엣은 황홀하도록 아름다웠다. ..지금도 피곤해?.. 방안은 좀 어두었다. ..당신이 내가 피곤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피곤하지 않을 수도 있죠... 애버리는 좀 허스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렇게 아름다운 내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일 밖에는 없어... 그는 그 여자에게 다가가면서 말햇다. 그는 한 팔로 그 여자의 목을 감았다. 그 여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한손은 그 여자의 가슴에 대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결혼한 부부들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자는 그런 게 아니라, 당신과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에 빠지는 거요... 그는 그 여자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속삭였다. 그리고는 타는 듯한 눈으로 그 여자의 눈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그 여자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갖다댔다. 이번의 키스는 좀 달랐다. 더이상 그럴 수 없을만큼 섬세했다. 그의 혀가 부드럽게 그 여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침대 위에 누웠다. 테이트는 옷을 벗은 상태로 그 여자의 몸 위에서 그 여자의 나이트가운을 조금씩 위에서부터 아래로 벗겨내려가고 있었다. 옷이 벗겨지는 대로 그의 입술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옷을 완전히 벗겨내렸을 때 그는 그 여자의 배위에 머리르 베고 누웠다. ..나는 당신과 이렇게 사랑을 나누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 그런데 당신이 나와 맨디에게 달라지고 난 후부터, 난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됐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천천히 그 여자의 온몸에 입맞추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가만히 누워서 그의 애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나 테이트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그 여자의 몸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테이트가 완전히 그 여자의 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신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최고 절정에 올라갔을 때 시간은 잠시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갑자기 멎었고 그 여자도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잠시 후 테이트가 아직 잦아들지 않은 남은 열기로, 꼼짝않고 누워있는 애버리에게 입맞추었다. 길고 아련한 입맞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45 아침 일찍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애버리는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애버리는 서로 얽혀있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듯이 잡아당겨서 결국은 풀어머렸다. 그 여자는 침대에서 나오다 말고, 아직 자고 있는 테이트를 힐끗 다봤다. 그는 한쪽 다리를 이불 밖으로 내밀고, 베개 속에 수염난 턱을 묻고 있었다. 애버리는 테이트의 그런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잠든 그를 바라보는 기쁨의 숨을 내쉬면서, 그 여자는 지난밤 열정적인 정사의 기억에 몸을 떨었다. 애버리는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자 물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애버리는 그 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테이트는 조금 더 자야 했다. 오늘 해야할 일들은 고되고 신경이 쓰일 일들이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고, 연설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는 오늘은 그동안의 많은 날들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그동안 결정으로 못내리고 관망하던 유권자들의 대부분은 오늘 표를 결심할 것이었다. 애버리는 샤워기 및에 섰다. 머리를 감고, 온몸에 비누칠를 했다. 그 여자의 몸에는 아직도 뜨거웠던 애무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여자의 늘씬하고 부드러운 허벅지에 희미한 상처가 나있었다. 뜨거운 물이 그 여자의 가슴에 떨어졌다. 갑자기 욕실문이 열렸다. ..테이트... ..들어가도 되겠소?.. ..왜요?.. ..당신과 함께 샤워하고 싶었서... 그는 웃으면서 천천히 그 여자의 벗은 몸을 훑듯이 바라보았다. ..시간도 아끼고, 오텔의 몰도 아낄겸... 애버리는 마치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신에게 죄를 들켰을 때처럼, 무의무의의 죄의식에 떨면서 서 있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물줄기는 그 여자의 살갗을 싸늘한 바늘처럼 찔렀다. 그 여자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입술은 파하게 질렸다. 그 여자의 눈은 테이트의 이마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을 만들면서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여자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당황한 테이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넘기면서 말했다. ..꼭 유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군. 왜. 내가 놀라게 했소?.. 그 여자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여자는 입을 열었다 다물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캐롤, 왜 그래?.. 그는 의하해하면서 그 여자를 살폈다. 그의 눈은 창백하게 떨고 있는 그 여자의 몸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당황한 눈길이 그 여자의 가슴, 배, 골반뼈, 두 다리로 내려갔다. 그는 병원의 임상용 형광등이 아니면 쉽게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고 희미해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수술자국을 발견했다. 테이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렸다. 애버리는 의아해했으나 금방 그 이유를 알아냈다. 캐롤은 그런 오래된 수술자국이 없었던 것이다. ..캐롤... ?..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작에 메아리쳤다. 애버리는 황급히 한 손으로 하체을 가리고 한 손으로는 테이트에게 내뻗었다. ..테이트..." 칼같이 날카로운 그의 눈초리가 그 여자와 부딛쳤다. ..캐롤이 아니야...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혼란한 머리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너는 캐롤이 아니야!.. 그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속으로 뛰어들어 그 여자를 잡아욕조에서 끌어내었다. 그 여자의 젖은 다리가 욕조에서 미끄러졌다. 그 여자는 아파서 신음소리를 냈다. ..테이트, 이러지 말아요. 내가... 그는 그 여자의 젖은 나신을 욕실 벽에 밀어붙여 세웠다. 그리고 두 손으로 그 여자의 목을 조였다. ..도대체 넌 누구야? 캐롤은 어디있어? 넌 누구야!.. ..소리치지 말아요. 맨디가 들어요... 그 여자는 흐느꼈다. ..말해!..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살기가 넘쳤고, 손으로는 그 여자의 목을 더 강하게 조여들어갔다. ..넌 누구야!.. 그 여자는 목보다도 이가 맞부딜 정도로 떨리는 바람에 간신히 말했다. ..매버리 다니엘즈... ..애버리 다니엘즈라고? 그 텔레비젼.... 그 여자는 고통스러워하며 겨우 머리를 끄덕였다. ..캐롤은? 캐롤은 어디 있어?.. ..비행기 추락사고때 죽었어요. 나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이미 난 내가 아니였어요. 비행기에 탈 때부터 자리를 바꿔서 앉았기 때문에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바뀌어버린 거예요. 캐롤이 맨디의 안전벨트를 못풀어주는 걸 보고 난 급한 김에 내가 벨트를 풀고 아이를 안고 밖으로 겨우 빠져나왔던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캐롤로 잘못 알고... 그는 툭 떨어지는 그 여자의 머리를 받쳐들었다. ..캐롤이 죽었다고?.. ..그래요... 애버리는 울먹였다. ..추락하자마자? 추락했을 때 그때 죽었다고?.. 그 여자는 다시 한번 머리를 끄덕였다. 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걸 보고, 그 여자의 마음은 계란 껍질처럼 부서져내렸다. 그가 그 여자의 목에서 서서히 손을 떼면서 뒤돌아섰다. 애버리는 재빨리 고리에 걸려있던 가운을 입고 떨리는 손으로 서툴게 띠를 맸다. 그리고 욕조로 가서 순간적으로 후회를 하면서 샤워꼭지를 잠갔다. 계속되는 침묵 속에서도 불신과 의심이 찬 기운이 느껴졌다. 침묵을 깨면서 그가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왜?.. 그 여자가 그렇게 걱정하던 때가 오고야 말았다. 그 여자는 처음부터 이런 때가 오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오늘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여자는 이렇게 오래 걱정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설명하기가 아주 복잡해요... ..복잡한지 아닌지를 묻지 않았어... 그는 분노에 떨면서 말했다. ..경찰을 부르기 전에 말해... ..나는 언제 어떻게 뒤바뀌기 시작했는지 몰랐어요... 그 여자는 당황해 하며 말했다. ..나는 발끝에서 머리까지 붕대에 감겨있는 상태로 병원에 있었어요. 물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캐롤이라 부르더군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심했어요. 나는 두렵고 당활했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데도 며칠이 걸렸어요... ..그러면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왜 아무 말도 안했지?.. ..난 할수 없었어요. 난 말할 수 없었어요... 애버리는 그의 팔에 매달려 애원했다. 그는 그것을 뿌리쳤다. ..테이트, 나는 내 얼굴이 캐롤처럼 되기 전에 당신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었어요. 내가 울 때마다 당신은 그것이 다가오는 수술에 댜한 공포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래요. 그러나 그건 내가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난 메시지를 전해 주기엔 무력했어요... ..제기랄, 이건 공상과학 소설이군... 그는 손으로 머리를 빗어내렸다. 그는 아직도 그가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선반에서 타올을 꺼내 몸을 가렸다. ..그건 한달 전이었어... ..저는 당분간 캐롤로 남아있어야 했어요... ..왜?.. 애버리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다가올 것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상관 안해... 그는 협박하듯 말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네가 왜 내 아내로 가장해왔는가야...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하기 때문이예요... 그 여자의 급작스런 대답은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여전히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머리는 턱에 펀지를 한 방 맞은 듯 뒤로 젖혀졌다. ..뭐라고?!.. ..내가 병원에 있었을 때, 누군가 내 방에 왔어요... 애버리는 두 손을 허리에 놓으며 말했다. ..누군데?.. ..누군지는 몰라요. 내게 질문하기 전에 내 말 좀 들어봐요... 그 여자는 깊이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떨며 계속 말했다. ..나는 붕대에 감겨져 있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였어요. 누군가 나를 캐롤이라 부르면서 음침한 소리로 말했어요. 유언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그는 당신이 살아서는 취임할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일이 이렇게 되기는 했지만, 그 계획은 아지 유효하다고 말했어요... 그는 잠시 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그리곤 미소를 지었다. 마침 내 그는 분노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걸 믿을 것 같나?.. ..그건 사실이예요... ..유일한 사실은 네가 감옥에 간다는 거야, 지금!.. 그는 전화를 향해 등을 돌렸다. ..테이트, 안돼요!.. 애버리는 그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나는 당신이 내게 어떻게 대한다 해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할지, 네가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했던 것조차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독설이 그 여자를 아프게 했지만, 당분간 그것을 무시해야 했다. ..거짓말이 아니예요. 맹세하건대, 누군가 당신이 취임하기 전에 당신을 암살하려고 한단 말이예요... ..나는 당선도 되지 않았어... ..아직은 그렇죠. 그렇지만... ..너는 그 수상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면서?!.. ..아직까지는 모르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그 여자의 진지한 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곤 비웃었다. ..여기서 그따위 말같잖은 소리를 듣고 서있다니... 나 이제 네가 하는 말이라면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 너 몇 달 간 계속 거짓말을 해왔어. 허 참, 나중엔 아주 크게 치는군.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이 네 병실에 들어와 날 암살하겠다고 너한테 알렸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그는 그 여자의 뻔뻔스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낯선 사람이 아니예요, 테이트. 가까운 사람이예요. 가족 중에 한사람이예요... 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생각해봐요, 가족들만이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어요... ..내 가족이 날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거야?..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알아요. 그러나 그건 사실이예요. 내가 꾸며낸 얘기가 아니예요. 생각해봐요. 내 의지대로 이렇게 된 게 아닌데 내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꾸며낼 수 있었겠어요? 아, 그리고 증거도 있어요. 쪽지가 내게 왔었어요... ..쪽지라고?.. ..캐롤만이 말 수 있는 곳에 몇번 씩이나 난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 메세지들은 캐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게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지금도 그 계획이 진행중이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그 여자는 벽장 속에 있는 가방으로 달려가 지퍼로 닫혀있는 옷가방을 열었다. 그 여자는 흑색선전 포스터와 함께, 베갯잇 속에 들어있었던 쪽지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목장집에서 이걸 타이프쳤을 거예요... 그 여자가 말했다. 그는 잠시 동안 그것을 살펴보았다. ..넌, 네가 이렇게 들켰을 때를 대비하여 네 손으로 이걸 만들어뒀는지도 몰라... ..그렇지가 않아요. 이건 캐롤의 공범이... ..잠깐만, 잠깐만... 그는 메모를 던져두고 두 손을 들었다. ..계속해서 나아지는 것 같군. 캐롤의 공범자가 가족 중에 있다고?.. ..그래요. 그 여자가 처음 당신을 만날 때부터 캐롤은 그 공범자와 함께 음모를 꾸몄어요. 아마 그 전일지도 모르죠... ..캐롤은 왜 내가 죽기를 원했을까? 그 여자는 정치적 성향 같은 것도 없는테... ..정치적인 것이 아니예요, 테이트. 이건 개인적인 거예요. 캐롤은 당신의 아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그 여자는 당신이 그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원했던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였어요. 그 음모자는 그 여자에게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그 여자는 그대로 했어요. 결국 당신은 그 여자와 사랑에 빠졌구요. 처음에 누가 그 여자를 소개시켜 줬지요?.. ..잭... 그는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그 여자가 회사에 취직하려고 왔을 때였어... ..그 여자가 당신 법률사무소에 직장을 가지러 온 것은 우연이 아니예요... ..캐롤은 분명한 신원증명서를 갖고 왔어... ..물론 그랬겠지요. 그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었어요. 그걸 추적해서 확인해 본적 있어요?.. ..아니... 그는 익살스레 덧붙였다. ..당신의 이론은 정확히 맞는군...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그걸 확인해 봤나?.. 그는 어떤 대답이 나올까를 궁금해하며 팔짱을 끼고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해볼 필요가 없었어요. 지이가 먼저 다해봤거든요... 그는 충격을 받은 듯 팔짱을 풀었다. ..우리 어머니가?.. ..지이는 캐롤에 대한 비밀스런 정보를 갖고 있어요. 난 그걸 본 적이 있어요. 나를 캐롤로 알고, 지이는 내가 당신을 불행하게 하기만 하면 그걸 당신에게 폭로하겠다고 날 협박했어요... ..어머니는 왜 그랬을까?..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캐롤과 다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애버리는 그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어제밤 이후로는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난 밤은 잊어버려. 당신도 알다시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졌어... 화가 난 듯 그는 돌아섰다. 애버리는 자신의 마음에 구멍난 상처에 스스로 위로를 했다. 그러나 그 치유는 나중으로 미뤄야만했다. 지금은 그 여자의 가슴의 상처가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그 여자는 다급하고 위기에 놓인 일을 다루어야만 했다. ..당신으 캐롤이 원래 무엇을 하던 여자였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지이는 모든 걸 알고 있었어요. 지이는 당신의 결혼 직후에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 여자의 과거를 캐도록 했어요... ..그래서 알아낸 것은 무엇이지?.. ..말 안하는 것이.... ..뭐야? 말해!.. 그는 그 여자를 다시 벽에 붙여세우며 물었다. ..제발, 일을 이렇게 감정적으로만 처리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 여자는 밤무대의 댄서였어요. 매춘으로 두번이나 체포되기도 했구요...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 여자가 그의 손을 잡자, 그는 뿌리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 여자는 그의 어리석고 완고한 자존심에 화를 내며 말했다. ..못믿겠거든 굳이 믿을 필요 없어요. 당신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될테니까요. 지이는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무기로 쓸 수 있도록 그 정보들을 항상 준비해 놓고 있었어요. 그리고 테이트, 당신은 나를 캐롤로 알고, 다른 남자들과의 부정이나 낙태한 것에 대해서, 마리화나에 대해서 꾸짖어왔어요. 몇달 동안 나는 캐롤에 대한 당신의 반감에 정면으로 맞서왔어요...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 여자를 생각해보았다. ..그래, 이 얼토당토 않은 암살음모에 대해 당신이 옳다고 하자구. 당신이 캐롤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나쁘게 행동해왔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구? 왜 당신은 처음에 당신이 말할 수 있었을 때, 나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았지?.. ..지금 나를 맡는 것보다 그때 믿기가 더 쉬웠겠어요? 그때는 난 지금 이런 정도의 얘기도 못했을 거예요. 그저 누눈가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뭐 이 정도나 했을까요? 그럼 당신이 믿었겠냐구요?.. 그는 아무 말 안했다. 그 여자가 대신 말했다. ..당신은 믿지 않았을 거예요, 테이트. 그리고 상황이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그 당장에 내가 캐롤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밝히고 나면, 난 어떻게 됐을까요? 난 겁이 났어요. 난 아무런 도움을 받을수 없었어요. 당신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난 당신만큼 나 자신을 보호할 힘도 없었어요. 생각해봐요. 난 그렇게 무모하게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어요. 누군가, 그게 누구이건 간에, 텔레비전 뉴스기자인 애버리 다니엘즈에게 그의 암살음모를 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난 얼마나 더 살 수 있었을까요?.. 그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서야 텔레비전 뉴스기자인 애버리 다니엘즈가 왜 이런 짓을 해왔는지 알겠어. 당신은 기사를 위해서 그랬던거야, 그렀지?.. 그 여자는 입술을 한번 적시고 그의 말을 인정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는 않겠어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는 것 인정해요... 그 여자는 그의 팔에 다시 매달렸다. ..그러나 이젠, 테이트. 사랑하게 된 뒤로는... 맨디를 말예요. 난 한번 알게 된 이상,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 나는 사건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물러나올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당신은 대체 언제까지 내 아내인 척 하고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며 보내려고 했나? 언제까지? 영원히?.. ..아니예요... 그 여자는 그의 팔을 놓으며 절망감으로 쓰러졌다. ..잘 몰라요. 난 얘기하려고 했어요... ..언제?.. ..맨디와 당신이 안전해 졌을 때에요... ..그렇다면 우린 암살음모로 되돌아갔군... ..그렇게 웃으며 말하지 말아요... 그 여자는 주장했다. ..위험은 실제적이예요... 그 여자는 포스터를 보았다. ..그리고 피할수 없는 긴박한 것이구요... ..그렇다면 의심가는 사람이 누구란 말야? 당신이 병원에서 나오는 그 순간부터 당신은 당신을 여전히 캐롤로 여기는 사람들하고 계속 살아왔으니까 뭐 잡히는 게 있겠지... 그는 머리를 다시 저으며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제기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는 그 여자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캐롤이 아니라는 걸 왜 그렇게까지 몰랐을까?.. ..당신은 캐롤과 오랬동안 남남처럼 지내왔으니까요... 그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앞서 생각한 것을 꼬집어 내었다. ..당신은 누가 날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부모님 ? 내 형? 내 친구? 형수? 아니, 잠깐!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그는 손뼉을 쳤다. ..그 여자가 2년 전에 내게 차를 빌려달라고 했었을 때, 거절했다고 해서 그 여자는 그 후로 날 죽도록 미워했어... ..농담하지 말아요!.. 애버리는 좌절감에 머리를 저었다. ..이 모든 게 농담이야... 그는 얼굴을 그 여자에게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난 지금, 욕심에 눈이 먼 더러운 여자가 꾸며낸 농담에 놀아나고 있는 거야. 내가 아무리 멍청이라고 해도, 이제는 모든 것이 수정처럼 명확해. 당신은 사실을 확인해 보기도 전에 당신 마음대로 생방송 보도를 했었지. 그 사건으로 해서 당신의 기자 생명은 끝난 거나 다름없고 말야.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당신은 그걸 딛고 다시 일어서고 싶었겠지. 그럴려면 뭔가 굉장한 게 필요했을테고. 그래서 당신은 이런 계획을 짠 거지. 당신은 특종이 필요한 기자야. 당신은 우연히 일이 이렇게 되자, 이걸 기회로 삼은 거야. 그래서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암살음모를 꾸며되고 있는 거라구... 애버리는 고개를 저으며 슬프게 확신에 차지 못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예요... ..애버리 다니엘즈. 당신은 특종만 잡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여자야. 그렇지? 이번에는 당신은 기사 때문에 창녀짓까지 해왔어. 아마도 내가 처음은 아니겠지. 당신은 모든 인터뷰 대상자와 그런 식으로 하나? 기사꺼리를 캐내는 대신 그 대가로 당신은 몸을 지불하나?.. 그 여자는 허리띠를 좀 더 단단히 맺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차가운 비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 여자는 허리띠를 좀 더 단단히 맸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차가운 비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난 창녀짓을 하지 않았어요, 테이트. 우리 사이에 일어난 모든 것은 정직한 거였어요... ..지옥같지... ..그래요... ..난 멍청하게도 여태 사기꾼과 같이 살았어... ..당신은 그걸 좋아했어요... ..잠자리에서는 좋았지... 그 여자의 분노는 한마디로 사라졌다. 이제 간청하는 눈물이 고였다. ..당신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날 믿어요, 테이트. 조심해야 돼요... 그 여자는 포스터를 가리켰다. 그는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 ..당신은 내 가족 중 누군가가 내 머리 속에 탄알을 박아넣을 거라고? 무슨 말을 해도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 ..잠깐만요!.. 그 여자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 것처럼 소리쳤다. ..당신을 쫓아다니던 회색 머리의 키 큰 사내가 있어요... 그 여자는 군중 속에서 그 회색머리 사내를 본 때와 장소를 열거했다. ..반이 그것을 증명할 테이프를 갖고 있어요... ..KTEX의 카메라맨 말이지?..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그 게임에는 또 누가 관련돼 있지?.. ..아리리쉬 맥케이브요... ..그는 누구야?.. 그 여자는 그들과의 관계와 아이리쉬가 캐롤의 시체를 어떻게 잘못 알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그 여자의 보석을 갖고 있어요. 당신이 다시 받기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돌려줄 수도 있지요... ..그럼 이 로킷은 어떻게 된 거지?.. 그 여자의 가슴을 향해 끄덕이며 말했다. ..내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예요... ..똑똑하군... 그는 악의를 품은 듯 말했다. ..잘도 생각하고 잘도 숨쉬는군... ..내 말을 들어요, 테이트. 만약 내가 반으로부터 테이프를 얻는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알아볼수 있는지 그걸 보시겟어요?.. 그 여자는 고용된 청부살인장를 어떻게 추리해 낼 수 있을까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어. 러트리지 가문을 망치려고 말야... ..그런 게 아니예요... ..아니라고?.. ..아니예요... 그때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테이트가 소리쳤다. 에디였다. ..공항에 가기 전에 아침식사를 하면서 마지막 브리핑을 하기로 되어 있었잖아?.. 테이트는 애버리의 조심스러운 눈초리를 바라보았다. 애버리는 테이트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고 굳게 잡은 손을 턱 밑에 대고 애원했다. ..테이트 제발!.... 그 여자는 속삭였다. ..당신의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날 믿어야 만 해요... ..괜찮아... 그는 주저하면서 문쪽을 향해 말했다. ..식당에서 보도록 하지... 에디가 돌아갔다. 애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까운 소파에 쓰러졌다. ..아무것도 말해선 안돼요, 테이트. 누구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제게 맹세해 쥐요... ..내가 왜 내 가족과 측근보다 당신을 더 믿어야 돼지?.. 그 여자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암살자로부터 그해낼테니까요. 또 만약 이 계획이 사실무근 한 것이었다면 난 그렇기를 너무도 바래요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군중들의 놀림으로부터 구해낼테니까요. 어찌 됐든, 당신은 나를 사기꾼이라고 밝혀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애원하는 거예요... 그는 차가운 눈길로 오랫동안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캐롤만큼이나 잘 둘러대는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난 당신에게, 아니 캐롤에게 있던 변화를 알아채야 했어. 당신은 맨디에게 이상할 만큼 잘해주었거든... ..테이트.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해도 되지 않나요!.. ..당신은 떠날 때 그 애의 마음을 산산이 깨뜨릴 사람이야... ..내 마음도 깨지겠지요... 그는 그 여자를 무시했다. ..이제 왜 당신이 갑자기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알겠어. 왜 당신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는지도. 그리고 왜.... 그는 그 여자의 입을 쳐다보았다. ..왜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지도... 잠시 동안 그는 그를 그 여자에게로 이끄는 강력한 자석의 힘과 다투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는. 악마에 찬 욕설을 퍼붓고 돌아섰다. 애버리는 그가 그 여자를 욕실에 가두려 하자. 그를 잡았다. ..뭘 하려는 거예요?.. ..난 여지까지 왔어. 당신과 당신의 그 악한 계획도 건거에서 나의 승리를 막을 수는 없어.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믿는 내 가족들을 막을 수 없어... ..나는 어쩌구요?.. ..모르겠어... 그는 솔직히 말했다. ..만약 내가 당신을 폭료한다면, 난 나와 나의 가족이 바보라는 것을 폭로하는 게 되겠지... 그는 그 여자의 뒷머리를 낚아채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나를 폭로한다면 난 널 죽일거야... 애벌리는 그를 믿었다. ..거짓말이 아니예요, 테이트. 내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예요... 그는 갑자기 그 여자를 놓았다. ..선거가 끝나는 대로 당신과 이혼할거야. 캐롤과 이혼하려 했던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나머리 인생을 테이트 러트리지의 전부인으로 살아가면 돼... ..조심하세요,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 해요... ..애버리 다니엘즈는 죽었어. 그 여자는 죽어서 묻힌 채로 남아 있을 거야... ..키 큰 회색머리 사내를 조심하세요.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세요... ..당신은 센세이셔널한 특종을 만들 수 없을거야. 내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어... 그는 경멸하듯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한 짓은 전부 허사야. 다니엘즈 양...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그는 그 여자 앞에서 문을 닫아버렀다. 46 반의 추적은 선거일 전날에야 끈이 났다. 그는 칼라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여지껏 찾아왔던 것을 결국 찾게 되리라는 희망을 이젠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아파트 창문 새로 비쳐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그제서야 밤을 꼬박 새웠구나 하고 깨달았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들면서 잠깜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그는 커피를 한 잔 마신후 모니터로 되돌아왔다. 책상 주변은 음식껍데기와 빈 청량음료 컵, 빈 담배갑 그리고 넘쳐나는 재떨이로 어리럽혀져 있었다. 반은 이런 것에는 상관하지 않았다. 또 그가 48시간 동안 샤워를 하지 못했다든가,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못했다든가 하는 것 역시 문제 되지 않았다. 비디오 테이프를 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그에게는 집착으로 변했다. 그는 오후 아홉시 삼십분에 드디어 찾아냈다. 그것은 그가 위싱톤 주의 NBC방송국에서 일하기 3년 전에 찍었던 다큐멘터리였다. 그는 그 방송국의 호출부호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했던 일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편집되지 않은 20분짜리 비디오를 4개 사용했다. 기자들은 80분짜리 특별 화면을로 편집해 저녁뉴스에 내보냈다. 그것은 슬프고 공포에 떠는, 그리고 팝콘처럼 소비되는 사람들의 모습이엇다. 반은 혹시나 싶어서 그 80분짜리 테이프를 여러번 반복해서 보고 또 봤다. 그는 '이거다' 싶은 장면에서는 화면을 정지시키고 공테이트를 넣고 가장 중요하고 증거가 된만한 장면을 복사해 두었다. 실제로 복사가 시작될 때는 20분이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는 구겨진 담배갑에서 답배꽁초를 찾아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전화를 들고 팔라치오 델 리오 호텔로 전화를 했다. ..예, 러트리지 부인과 통화하고 싶은데요, 테이트 러트리지 씨의 부인 말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연결시켜드릴 수가 없군요. 성명과 전화번호를.... 교환수가 천절하게 말했다. ..아니요,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이건...아니, 러트리지 여사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이라구요... ..선거 참모에게 전해드리죠, 누구시라구요?.. ..이봐, 이 자식아! 이건 중요한 거라구, 알아?! 긴급한 일이란 말야!.. ..무엇에 관한 것이라구요, 선생님?.. ..러트리지 부인을 대란 말야. 개인적인 일이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고지식한 교환수가 되풀이 했다. ..연결시켜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그는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리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서른번이 넘게 울려도 아이리쉬는 반지 않았다. ..도대테 어디 가있는 거야?!.. 테이츠가 복사되는 동안 반은, 아이리쉬와 애버리에게 이 테이프를 전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려 했다. 이 테이프를 애버리에게 직접 건져주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호텔 교환원이 저런 식으로 전화를 바꿔주지 않는 한, 그는 오늘 밤안으로 이 테이프를 애버리의 손에 넘실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내일이 되기 전에 이걸 보아야만 하는데. 복사가 끝날 때까지 반은 그 숙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가능한 일이라고는 아이리쉬를 찾는 것이다. 그는 반에게 어떻개 해야 되는 지를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KTEX 뉴스룸과 아리리쉬 집으로 꼐속해서 전화를 해봤지만, 그와 통화 할수 없었다. 그는 그 테이프를 아이리쉬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거기서 그를 기다릴수 작정 이었다. 아이리쉬의 집으로 가려면 도시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제기랄, 이게 뭔가. 그러나 이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아이리쉬의 아파트 주차장에 왔을 때, 바은 아이리쉬의 밴 승용차가 정비소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어제 저녁 일찍 러트리지가 산 안토니오에서 출발하는 것을 취재하고 나서, 동료기자 한명이 아이리쉬를 그의 집까지 데려다 준 게 생각난 것이었다. ..제기랄! 이젠 어떻게 하지?.. 사서함! 접촉을 할 수 밖에 없을 경우에 사용하려고 아이리쉬는 말했다. 이젠 그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뭉치 중에서 한 장 골라서 사서함 번호를 갈겨 썼다. 주소를 적은 봉투에 그는 비디오 테이프를 넣고 봉했다. 그는 자켓을 입고 봉투를 갖고 걸어나왔다. 우체통이 있는 가까운 편의점은 두 블록 지나서 있었다. 반은 그걸 찾느라고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는 담배와 여섯 캔들이 맥주와 충분한 양의 우표를 샀다. 그렇지 않으며 아이리쉬는 다른 우편물과의 차이를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우체통에 붙어있는 계획표에는 이 우편물이 한밤중에 수거될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마도 이 테이프는 내일 아침까지는 아이리쉬의 손에 들어가기 까지 반은 5분마다 그에게 연락을 시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복사 테이프를 지금 우체통에 넣는 것은,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 보험과도 같은 것이다. 집에도 없고 방송국에도 없으면 이 멍청이는 이 시각에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와 빨리 연락이 닿아야 하는데, 그리고 둘이서 애버리에게 알릴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오는 길에 맥주 캔 하나를 훌쩍훌쩍 마시면서 산책하 듯이 그의 아파트로 돌아온 반은 자켓을 벗어던지도 비디오 모티터 앞에 다시 앉았다. 중간에 그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답고 아이리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수화기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가 전화기쪽을 바라보았을 때, 장갑을 낀 손이 전화기를 누르고 있었다. 반의 시선은 그 팔을 따라 놀라가 웃고 있는 얼굴을 향했다. ..재미 있군. 러브조이 씨... 방문객은 모니터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언제 만났는지 난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리곤 총을 들어 반의 이마를 겨누고 발사했다. 아이리쉬는 앞문으로 뛰어와 여섯 번째 벨소리에 전화시를 들었으나 전화는 끊겼다. ..제기랄!.. 그는 뉴스팀이 내일 치러야 할 지옥 같은 날을 준비하기 위해 늦게까지 뉴스룸에 남아있었다. 그는 스케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업무를 검토하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앵커들과 상의하고 있었다. 아이리쉬가 좋아하는 뉴스거리의 날이었다. 그러나 내장속에 유황이 불타오는 것처럼 그에게 가슴앓이를 주는 그런 날이기도 했다. 그는 오는 길에 엔칠라다를 먹기 위해 멈추지 말았어야 했었다. 그는 제산제를 한잔 마시고 전화기에 되돌아왔다. 그는 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벨이 몇 번 울린 후 끊어져버렸다. 그는 만약 반이 진탕 마시고 취해 있는 거라면 내일 반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반을 커빌에서 러트리지가 투표하는 것을 촬영하라고 배치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를 팔라치오 델 리오 호텔에 배치해서 그들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취재를 담당시키려 했다. 아리리쉬는 어떠한 멍청한 자식도 선거 당일날에 암살극을 벌이지는 않을 거라고 내심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버리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반이 군중 속에 있는 걸 보고 애버리가 조금이라도 겁을 덜 먹을 수 있다면, 아이리쉬는 반을 애버리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게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녀가 필요할 때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다 말이다. 애버리와 통화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그는 오늘 일찍부터 그 여자와 통하하려 했으나, 번번히 러트리지 여사가 편치 못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그것은 적어도 그 여자가 테이트를 따라 나서지 못할 사정이 생겼을 때 러트리지 진영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테이트는 북텍사스에서 마지막 선거운동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나중에 통화를 시도했을 때는, 가족들이 모두 저녁식사하러 나갔다고 들었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그는 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 그의 사서함을 확인했다. 관심을 끌만한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같은 날 애버리가 그를 필요로 한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애기와 같았다. 그는 준비를 잘 했다. 기도를 마친 후 반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받지 않았다. 애버리는 선거전야를 걱정스런 고통 속에서 보냈다. 테이트는 그 여자를 당분간 선거운동에 같이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 여자가 간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무사히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잭이 옆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아직도 안 좋아요?.. ..뭐 말씀이예요?.. ..테이트가 그러던데, 제수씨는 생리 중이라 같이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아, 그래요... 그녀는 그의 거짓말에 맞추어 말했다. ..이젠 괜찮아요. 고마워요... ..내일 아침에도 그러지 않도록 해요... 잭은 그녀의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부재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에 관심이 있었다. ..내일 아침엔 최고의 컨디션이어야 해요... ..노력하지요... 도로시 레이는 잭에게 술 한모금 입에 대지 말라고 잔소리했다. 그 여자의 변화는 확실했다. 그 여자는 더 이상 추하거나 약해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에 아직 고통이 남아있었다. 그 여자는 이제 자기를 주장할 줄 알았고, 그것은 잭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감시하는 방법으로 나타났다. 애버리가 나타났을 때는 더욱 그랬다. 아직도 그 여자는 캐롤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남편의 애정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언제라도 캐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테이트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같았다. 덕분에 애버리는 누구도 그들 사이의 분열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은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한꺼번에 들어갔다. 그들은 개인 전용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테이트는 애버리에게 정중히 대해주었다. 그 여자는 그럴수록 그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해서 그를 괴롭혔다. 오늘 돌아다닌 곳들에서는 어떻게 환영받았는지, 내일 선거에는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 계속 귀찮게 말을 걸었다. 그는 정중히 대답했지만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서 느껴지는 쇠같은 찬기가 그 여자의 마음을 차갑게 했다. 그는 맨디와 놀았다. 그는 여행에서 있었던 얘기를 묻지도 않는 부모에게는 잘도 해주었다. 팬시하고도 장난을 치고 잭과 에디하고도 다른 날보다 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여자를 제외한 모든 가족과 더불어 그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마치 그 여자에게 자기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는지를 확인시키려는 듯이. 아니 어쩌면 그는 그 여자의 애기를 의식하고서 자신의 미심쩍은 생각들을 없애버리려고 가족들의 사랑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가 에디와 선거날의 복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을 때 애버리가 끼어들었다. ..난 보통사람 이상으로 옷을 입고 투표하러 가진 않을 거야. 그리고 당선돼서 수락연설을 하게 되면 그땐 정장을 해야지... ..그럼 개표 결과를 봐 가면서 밤새 당신 옷을 다려야겠군요... ..이것봐요, 이것 봐... 넬슨이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말했다. 테이트는 그 여자의 이중성에 치가 떨린다는 듯한 눈으로 에버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가 이 친절한 가족 중에서 배반자를 의심한다면 바로 그 여자 밖에는 없었다. 만약 그가 가족들의 충성과 헌신에 대해서 의심을 품는다 해도 그는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다음날 인생이 급격히 바뀔지도 모르는 사람치고는, 그는 너무도 조용하고 침착했다. 그러나 애버리는 그의 침착함은 허울이라 생각했다. 그는 속으로 떨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가족 모두에게 걱정을 옮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더욱 자신감 넘쳐보이게 행동했다. 그것은 데이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와 잠깐이라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잭과 에디와의 회의는 일찍 끝났다. ..난 강변로를 따라 산책을 좀 하고 싶어... 잭이 자켓을 걸치며 말했다. ..도로시 레이와 팬시가 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 거기 같이 앉아 있다가는 나까지도 감상적인 쓰레기처럼 느껴질거야. 끝날 때까지 밖에 나가 있는 게 낫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내려가요, 잭... 에디가 말했다. ..혹시 빠뜨린 신문이 있는지 로비의 신문가판대를 다시 한 번 뒤져봐야겠어요... 모두들 떠났다. 맨디는 방에서 벌써 잠들어 있었다. 애버리는 지금이야말로 케이트에게 매달릴 때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번에는 그리 격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반대로 그는 방 열쇠를 갖고 문으로 갔다. ..어머니와 아버지 좀 잠깐 뵙고 와야겠어... ..테이트, 공항에서 반을 보지 못했나요? 그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하루종일 연락이 도지 않았어요. 그에게서 테이프를 전해받아야 해요... ..당신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자도록 해. 기다리지 말아요... 그는 그 여자를 객실에 남겨놓고 혼자 가버렸다. 그 여자는 하루종일 그 객실안에 갇혀 있다가 저녁식사를 겨우 하고 다시 그 안에 갇혀버렸다. 하루종일 호텔 객실 안에서 바깥 걱정으로 속을 태웠기 때문에 그 여자는 몹시 지쳐있었다. 그 여자는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테이트는 그녀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한밤중에 깨어났다. 그의 숨소리를 그리워하며 깨어난 그 여자는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자 당황해 했다. 그 여자는 재빨리 침실을 가로질러가서 문을 열었다. 그는 객실의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그것이 그 여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몇 달 동안 그를 캐롤에게서 등을 돌렸었다. 그러나 이젠 에버리 그 여자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47 아이리쉬의 복통은 선거날 아침까지 가지고 있던 분노에 비하면 상대돌 안될 만큼 하잘 것 없는 것이었다. 깨끗하고 차가운 새벽이었다. 이젠 완연히 가을이다. 전국에 걸쳐 쾌적한 기상상태가 유지되어 유권자의 예상투표율도 놀페 예상되었다. 그러나 KTEX의 보도국 분위기는 전연 그렇지 못했다. 뉴스룸의 팀장이 잔뜩 화가 나있었기 때문이었다. ..쓸모없는 개자식 같으니라구!... 아이리쉬가 중얼거리며 수화기를 던지듯, 거칠게 내려놓았다. 반이 오기로 한 여섯시 삼십분이 됐는데도 그가 나타나지 않자, 아이리쉬는 그의 아파트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억양없는 벨소리만 계속될 뿐, 아무리 기다려도 반은 받지 않았다. ..도대체 어딜 가 있는 걸까? 혹시?... 아이리쉬가 담배불을 붙이며 의아해 했다. 답답해진 그는 담배를 입술에서 이리저리 옮겨물며 다른 카메라맨을 불렀다. ..당분간 자네가 가야겠어. 서둘러 가면 러트리지 가족이 호텔을 떠날 때 쯤엔 도착할 수 있을거야. 만약 드들을 놓치면 커빌로 바로 가도록.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 잊지 말고. 알겠나?.. 지시를 내리고 있는 아이리쉬의 목소리가 이유없이 높아 있었다. '또 성질이 발동하셨군, 하여간 저 성질 때문에 될 것도 안될거야 ... 카레라맨이 속으로 한 생각이었다. 취재기자와 카메라맨은 그들이 아무 일없이 아이리쉬의 사무실에서 걸어나올 수 있는 게 기쁠 정도였다. 성질이 괴팍하기로 방속국 안에 소문이 파다한 아이리쉬였기에, 그가 열을 내고 있을 때는 아무 대꾸도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상책이란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아이리쉬가 수화기를 낚아채듯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팰라치오 델 리호 호텔입니다... 감칠맛 나는 목소리의 여자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러트리지 여사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지금은 연결을 해드릴 수가 없군요... ..네, 압니다, 알아요. 그렇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급한 일입니다... ..성함과 전화번호를 남기... 똑같은 말에 화가 치민 그는, 친절이 절절 베어나오는 교환수의 목소리를 전화통에 매다꽂았다. 다시 반에게 전화를 돌렸다.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리는 데도 반은 받을 생각도 않고 있었다.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작살내버릴거야!.. 벌떡 일어나 책상주위를 돌다가, 보도국에서 일을 돕고 있는 사환과 몸이 부딪쳤다. 아이리쉬는 그를 붙들었다. ..이봐, 여기 적힌 곳에 가서 그 자식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내게 끌고 와... ..누구 말씀이십니까, 선생님?.. ..반 러브조이지 누구긴 누구야?! 어서 찾아 와... 아이리쉬가 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조급하게 말했다. 왜 하나같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만 것일까. 일이 안될래니, 이렇게 꼬이는 수도 있구나, 하며 아이리쉬는 쪽지에 적은 반의 주소를 사환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받아든 그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이리쉬가 으름짱을 놓는 얼굴로 그의 뒷통수에다 대고 말했다. ..그를 잡아오지 못할거면, 아예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 애버리는 한 손으로 맨디와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케이트와 팔짱을 끼고 호텔에서 나왔다. 그 여자는 얼굴근육이 떨리고 있다고 혼자 느끼고는, 제발 카메라엔 그런 표정이 잡히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짐짓 우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눈 앞에 수많은 카메라들이 화살처럼 그들을 향해 앵들을 맞추고 있었다. 리무진을 제워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테이트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해보이는 승리의 몸짓과 함께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마이크가 그들에게 대어졌다. 애버리는 그게 꼭 총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테이트의 자신만만한 음성이 시끌벅적한 주위를 뚫고 하늘로 날았다. ..투표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군요, 러트리지 씨... ..투표자 뿐만이 아니라, 경쟁대열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날씨보다도 더 심각한 질문세례를 받았다.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뚫고, 에디가 그들을 리무진 뒷좌석으로 데리고 갔다. 리무진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애버리는 고개를 돌려 뒷창문으로 반의 모습을 찾았다. KTEX에서 나온 기자는 둘이었다. 그러나 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일까?... 어딜 갔길래 나타나지 않은 걸까... 으아스러웠다. 반은 그들이 투표하는 커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여자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애버리의 표정이 영 아니었는지 테이트가 귀 가까이 입을 대고 낮은 소리로 일침을 주었다. ..제발 웃어. 당신 표정을 보니 꼭 내가 패배할 사람만 같군. 아니, 벌써 패배했다는 표정이잖아 웃어 ... ..걱정이예요, 테이트... ..왜? 투표도 하기 전에 벌써 질 게 걱정스럽다는 거야.. ..아니예요. 하지만 아무래도 불길한 생각이.... 애버리는 잭이 끼어들어 테이트엑게 뭔가를 물어올 때까지 그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산 안토니오로 되돌아 오는 길은 마치 끝없는 미로를 찾아가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고속도로나 시내교통사정이나, 평소때보다 더 엉망이었다. 예의, 그 회색머리의 사내는 길 건너 회의장 앞에서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반은 에디에도 없었다. ..아이리쉬가 분명히 약속했었어. 이리로 보내주겠다고 말이야... 확실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거야.... 경호원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그렇게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과 같이 올라가다가 애버리는 엎으로 살짝 빠져나왔다. 전화를 걸어야 했다. 모두들 테이트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빠져나온 에버리는 침실로 들어와 수확기를 들었다. 아일리쉬의 방송국이었다. 열번이나 벨이 울린 다음에야 보도국 직통전화가 떨어졌다. ..아이리쉬 맥케이브 좀 부탁합니다... 그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이리쉬요? 잠깐만요, 찾아드리조.... ..제발, 제발 아이리쉬! 얼른 받아요.... 그가 받아들기를 기다미며 애버리는 다급하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눈 앞에 회색머리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팔짱을 끼고 무표정하게 서 있던 남자. 마치 죽음의 사자 같은 얼굴을 하고 서 있던 그의 환영을 지우려, 애버리니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여보세요?.. ..아이리쉬!.. 상대방의 목소리를 확인해 볼 생각도 않은 채, 반가운 마음에 애버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닌데요? 누굽니까? 통화하고 있나요?.. ..저는 애?!... 섬뜩한 느낌에 애벌리는 제정신을 차렸다. 잠시 후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아찔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여보세요. 거기 애디예요?.. ..예... ..전 애, 아니, 캐롤이예요... ..도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침실에요. 전화할 일이 좀 있어서.... 아뿔싸, 에디가 침실과 거실에 연결시켜 쓰는 그 전화기를 들었던 것이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어서 이리로 와요. 전화선을 다 연결해서 써야 하니까 바쁜 일이 아니면 쓰지 말고요 얼른 와요. 끊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아이리쉬와 통화하는 일도 수포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마음이 산만해진 애버리는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고는 가족들과 스탭진이 있는 다른 방으로 갔다. 거기서도 애버리는 표정으로는 사람들과 태연하게 애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머리 속으로는 반의 행방을 게속 생각했다. 그 여자는 저녁에 아래층에서 있을 테이트의 승리를 축하하는 만찬 자리에 반이 삼각대를 펼쳐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취재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당분간 그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계획이 바뀌었으면 진작에 연락을 해줬을 거야.... 애버리는 사전에 아이리쉬나 반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불길한 생각이며 말방정을 떠는 자신을 스스로 구짖으며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자기가 어디 있을지 일정을 환히 알고 있는 아이리쉬나 반이 연락을 줄 일이 생겼다면 벌써 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대문이엇다. 그 여자는 안절부절 못해 하며 소파에 앉아있는 테이트에게로 갔다. ..그의 생각 대로 하자면 그는 청바지에 가죽 스포츠자켓을 입은 캐쥬얼한 차림으로 투표소에 갔어야 돼... 사람들이라니!.... 애버리는 소파의 팔걸이 쪽에 앉았다. 테이트가 팔을 뻗쳐 애버리의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긴장이 되나 보다. 지이가 방을 나섰다. 테이트가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마음 편히 가지거라, 테이트. 너무 긴장하지 말고... 어머니가 방을 나가자 테이트가 팔을 들어올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하세요... ..피임하고 있었나?.. ..아니요, 전혀. 당신도 나도... ..그랬었군!.... 애버리는 그가 경멸스러운 눈빛을 던져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더이상은 그 가까이에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절망감이 애버리를 휘감고 있었다. 아이리쉬와도 연락이 안되고, 반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테이트는 지극히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던지고 있고 애버리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리쉬, 2번 선 전화입니다... ..나도 눈은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아이리쉬가 소란스러운 보도국에 앉아 소리쳤다. ..전화 받았어... ..... ..노크는 해 본거야?.. ..손마디에서 피가 날 정도로 두드려봤어요. 그는 집에 없습니다, 아이리쉬... 아이리쉬가 한 손을 붉그스레한 볼에 가져갔다. 사환녀석은 말이 안되는 애기를 계속 해댔다. ..창문으로 살펴봤어?.. ..해봤는데요. 커튼으로 닫혀져 있었어요. 문틈으로 무슨 소리가 날까해서 귀를 대봤지만 아무런 소리도 안들렸어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의 차도 여기 없어요. 주차장에도 가봤는데, 역시 없었어요... ..제기랄!.... 그가 중얼거렸다. 차라리 그는 반이 술에 취한 채 쳐박혀 있기를 바랬었다. 이제 그가 집에 없다는게 확실해졌다. 그의 차가 없는 거라면 분명 집에 있지 않다는 게 확실해진 것이다. 아이리쉬는 전화가 엇갈려서 반이 곧장 팰라치오 델 리로 호텔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나가있는 직원에게 확인해 본 그는 거기에도 반이 오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알았어. 다시 돌아와... 그는 전화판에 반짝이는 불빛을 눌렀다. ..네, 아이리쉬... 그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2번선으로 내게 전화온 거 없었나?.. ..왔었어요... ..언제였나?.. ..좀 전에요, 그런데 저쪽에서 그냥 끊더군요... ..남자였나?.. ..여자였어요... ..누구라고 말하든가?.. ..그 말은 없었어요. 그냥, 목소리를 들어보니 꽤나 급한 일 같던데... 아이리쉬는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 이런 젠장!....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생으로 화를 내고, 아이리쉬는 다시 제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쾅 닫고 들어왔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전화를 했던 사람, 그 사람이 애버리였는지 그건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느낌은 그랬다. 그의 썩어버린 본능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제산제 한병을 통째로 마시고 전화기를 다시 집어들었다.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전과 똑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럼, 러트리지의 스태프진이라도 대 달라고 하자 교환은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봐, 이자식아. 내가 뭐 네놈의 구질구질한 설명이나 듣자고 이러는 줄 알아? 스태프를 바꿔달란 말이야, 알아들었나? 이 자식아! 그래도 바꿔주지 않으면 당장 쫓아가서 네놈의 대가리를 박살내버릴테다!.. 기겁을 한 교환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증기기관차처럼 폭폭거리면서 담배연기를 뿜었다. 좁아터진 사무실 안을 걸어다녔다. ..애버리가 미쳐버린 게 틀림없어. 갠, 우리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할 거야. 반, 이 무책임한 자식은 가 있어야 할 호텔엔 나타나지도 않았어. 애버리가 반 그녀석 얼굴을 봐야 그나마 안심을 할텐데. 지금 이런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이런 젠장. 정말 미칠 노릇이군!.... 기다리다 못한 아이리쉬가 보도국으로 되돌아와 코트를 걸쳐입었다. ..외출이야... ..외출하신다구요?.. ..귀가 먹었나? 외출이란 말야! 누구 날 찾거나 전화를 하면 메모를 남기도록 해. 가능한 한 다시 들어올테니까... ..어디로 가시는데요?.. 묻는 말에 대꾸도 없어 그는 담배연기만 남긴 채 나가버렸다. ..확실히 없어요?.. 애버리는 의심쩍어 물어봤다. ..먼저도 전화했는데... ..제가 아는 건 그가 나갔다는 사실이예요. 찾을 수가 없다구요. 밖으로 나갔답니다... ..어디로 나갔는데요?.. ..아무도 몰라요... ..아이리쉬는 선거 날에 밖에 안나갈거예요!.. ..이보세요, 여긴 지금 난장판이라구요. 뭐 남기실 말씀은 없나요?.. ..없어요, 아무것도.... 맥빠진 애버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드디어 두사람 다 연락이 끊겨버렸다는 것을 느끼며 그 여자는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애버리는 메인룸으로 되돌아갔다. 그 여자의 시선이 테이트를 찾았다. 그는 넬슨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이는 건성으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애버리의 시선은 테이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잭과 에디는 아래층에서 보도되는 것을 주의 깊게 모니터하고 있었다. 투표가 끝난지 수시간이 흘렀지만, 초기 개표에서부터 테이트는 데커와 나란히 나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게 선두로 나서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잘난 체하는 전직의원을 겁주기엔 충분할 정도였다. 도로시 레이는 일찍부터 두통을 호소하더니 방으로 가 누웠다. 팬시는 맨디와 마루에 앉아있었다. 갑자기 묘안이 떠오른 애버리가 팬시의 이름을 불렀다. ..팬시, 이리 잠깐 와보겠니?.. ..왜 그러세요?.. ..심부름 좀 해주겠어?.. ..할머니가 맨디와 놀라고 하셨는데... ..그건 내가 할께. 어쨌든 갠 낮잠 잘 시간도 됐으니까. 제발,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 팬시가 투덜거리며 일어나 애버리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사고를 친 며칠 전에 비하면 팬시는 한결 좋아졌다. 가끔씩 고집을 부리기도 했지만, 어쨋든 기가 많이 꺽여있었다. 그 여자가 문을 닫자마자 애버리는 팬시의 손에 조그만한 열쇠를 하나 쥐어주었다. ..날 좀 도와줘... ..이 열쇠로요?.. ..이건 사서함 열쇠야. 거기 가서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 좀 해줘. 안에 물건이 있으면 그걸 내게 가지고 오렴. 다른 사람 주지말고, 반드시 숙모한테 가지고 와양 한다, 알겠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지금은 설명할 수 없어요... ..그런 건 할 수 없어요... ..제발 팬시, 이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야... ..그럼 왜 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거뇨? 난 언제나 허드렛일만 해왔잖아요... ..우린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아니니?.. 애버리는 히터를 켜면서 말했다. ..테이트 삼촌과 내가 지난 밤 곤란에서 빼내주었잖니? 그것으로도 넌 우리에게 빚진 게 있어... 팬시가 얼마간 생각해보더니 손바닥 안에 쥔 열쇠를 몇 번 쥐었다 폈다 했다. ..어디죠?.. 애버리는 팬시에게 우체국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젠장, 그렇게 먼 곳엘요?.. ..그리고, 나갈 때 경호원들에게 들키질 않도록 하거라. 잘 해낼 수 있겠지?.. 애버리의 말투만으로도 일이 중요하고 시급한 건지, 팬시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팬시는 그러마고 했다. ..알았어요... ..고맙구나, 팬시... 애버리는 그 여자를 꼭 껴안았다. 침실 문에서 잠시 멈춰선 후 그렇게 말했다. ..경솔해선 안된다, 팬시. 신중, 신중하게 빠져나가야 해. 널 찾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할께... ..대체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해야 하는 거죠? 왜 그러는 거예요?.. ..날 믿어. 이건 삼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야.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고. 제발 서둘러라, 팬시야... 팬시는 거실에 있는 진열장에서 가방을 꺼내 어깨에 맸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있는 이중문으로 걸어갔다. ..다녀올께요... 팬시가 애버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구도 그 여자를 바라보지 않았다. 48 팬시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사서함에서 꺼내온 직사각형의 물 건을 깨끗이 치워놓은 바아의 나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수염이 난 근육질의 젊은 바텐더가 팬시에게 다가왔다. 예사롭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바텐더에게, 팬시는 천사같은 예쁜 웃음 을 지어보였다. ..진토닉 주세요... 그의 다정스런 파란 눈이 액간 치켜올라갔다. ..니이가 얼마나 되죠?.. ..나이는 충분히 먹었어요... ..진토닉 두 잔 주세요... 웬 사내가 팬시 옆으로 앉으며 주문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팬시에 게 찡긋 웡크를 해왔다. ..아가씨 것까지 사고 싶은데?.. 바텐더는 어깨를 으쓱이며 술장으로 몸을 돌렸다. ..나와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사내가 말했다. 팬시는 구조당한 사람처럼 화들작 그에게 다가앉았 다. 그는 젊고 박력있어 보였다. 보험이나 컴퓨터가 주는 것 같은 날카로 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아마 20대 후반 쯤 됐을 거야. 결혼은 한 사람 같군...' 팬시가 그를 주욱 훑어보고 제멋대로 상상했다. 팬시가 그렇듯. 사 내 역시 그 여자를 요모조모 살피고 있는 듯했다. ..술, 고마워요... 팬시가 인사를 했다. ..천만에, 보아하니 술을 입에 대도 좋을 나이인 것 같은데... ..물론이죠. 술마실 나이는 되었는데. 아직 술을 살 정도의 나이는 안됐어요... 그들은 한바탕 웃은 후, 술을 나오자 축배를 들었다. ..난 존이라고 해... ..저는 팬시라고 해요... ..팬시? 괜찮다면 프렌사인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냥 팬시라고 불러줘요... 연애가 시작되었다. 팬시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는 앞으로 일이 어떻게 발전되어갈 지 잘 알았다. 이젠 그 다음 상황까지 눈으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만남에 익숙해져 있었다. 두 시간내에- 만약 그들이 빨리 뜨거워질 수 있다면, 더 빠른 시간내에 - 같이 침대에 있게 될지도 모른다. 에디에 대한 감정이 격하게 일 때면, 팬시는 모든 남자들을 다 쓸어없애고 싶었다. 남자들이란 모두 사생아 같은 못된 매춘행위를 하자고 달려드는 짐승인 것 같았다. 그 여자의 어머니 도로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자기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자기를 진정으로 친절과 존경으로 대해 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팬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냐. 그렇지 않아...... 팬시는 앞으로 사흘 정도는 즐겁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의 팬시로서는 어쨋든 즐거움이 필요했다. 짐,죠오 또는 존....재갈. 그의 이름이 누구든, 그 여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는 생각을 했다. 팬시는 변덕스런 걸 스카우트처럼 캐롤의 심부름을 했다. 적어도 팬시가 누릴 수 있는 , 그런 식의 줄거움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호텔가에 차를 대기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리쉬는 몇 블록 떨어진 곳에 가서야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시킬 수가 있었다. 호텔로비에 들어설 때, 그는 숨이 턱에까지 찰 정도로 헐떡였다. 애버리를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단숨에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애버리를 만나야 했다. 그래서 반이 어떻게 됐는지 함께 알아봐야 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반으 걱정하는 것조차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훅 그들이 지금 같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는 체크인 라인에 줄 서 있는 아시안 여행단을 ㄸ고 지나갔다. 그에게 인내란 안중에도 없었다. 여행자들 사이를 지나면서 그는 혈압이 쳐받쳐오르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알라모에 관한 팜플렛을 가지고 즐거운 듯 떠들고 있었다. 혼란스런 군중 속에서, 그의 팔목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여봐요... ..아, 예.......... ..그의 얼굴을 당신을 찾고 있어요. 날 따라와요... 그는 혼잡한 로비를 지나 아이리쉬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데리고 갔다. 안에 들어가자 문이 소리없이 닫혔다. ..고맙습니다... 아이리쉬가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애버리가........ 질문 도중 아이리쉬는 그가 애버리라고 말했전 걸 깨달았다. 어떻게 애버리를 알고 있단 말인가. ..당신 알고 있는 겁니까?.. 아이리쉬와 혼비백산한 질문에 그가 잠시 웃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누구보다도 잘......... 다음 순간 아이리쉬의 시야에 총이 보였다. 사내는 그에게 총을 겨눌 시간도 가질 수가 없었다. 심장이 고동치기도 전의 짧은 순간에, 아이리쉬는 자기 가슴을 거머쥔 채 고목처럼 바닥에 고꾸라져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트는 호텔의 가장 지하층에서 멈추었다. 문이 열리자. 사내는 총을 들어 문이 열리는 쪽을 겨누었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길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아이리쉬의 몸이 휑하게 비어있는 복도로 끌려나왔다. 네 개로 된 형광등 불빛만 그를 맞을 뿐, 주위는 죽어있는 공간처럼 고적했다. 사내가 아이리쉬의 몸뚱이를 질질 끌고 호텔 종업원 전용 자파기 옆의 조그마한 비밀공간으로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아이리쉬의 주검 같은 몸뚱이가 마루바닥에 버려졌다. 사람들이 그를 발견할 ㄸ 쯤이면, 그는 사인조차 규명하지 못할 정도로 부패되어 있을 것이라고 사내가 생각했다. 차가운 미소와 함께, 냉혈동물 같은 그의 시선이 아이리쉬의 몸뚱이 위에 부딪쳐 조각조각 부셔졌다. 환회의 시간은 최종집계와 함께 찾아왔다. 각 텔레비전마다 황금시간대에 개표실황방송을 하느라 야단들이었다. 거실에 갖다놓은 세 대의 텔레비젼은 각각 다른 방송을 맞쳐놓고 있었다. 테이트와 데커와의 경쟁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각 방송마다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으로 테이트와 데커 상원의원의 득펴상황을 앞다투어 보도해주었다. 러트리지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할 것이 유력해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호텔객실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버리는 갑작스런 환호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 여자는 자칫 신경이 마비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사람들의 흥분이 맨디의 정서를 불안하게 했다. 보자못한 애버리는 모나를 시켜 아이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 있으라고 말했다. 맨디에 대한 걱정의 짐을 덜어낸 애버리는, 다시 테이트와 아이리쉬와 반 걱정에 마음이 쓰였다. 그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왠지 불길하기만 했다. 애버리가 보도국에 세 번이나 문의 해 보았지만 , 두사람 다 그 곳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행방도 모르겠다는 보도국 사람들의 말뿐이었다. ..누가 경찰에 알리지 않았나요? 아무래도 그들에게 무슨 변이 생긴게 틀림 없어요... 애버리가 그렇게 안달을 내자, 듣다 못한 상대방이 짜증을 내며 경고를 했다. ..이봐요. 당신이 두 사람이 행방불명이 됐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면, 그래 좋아요. 맘대로 해요. 그리고, 이젠 계속 전화해서 우리들을 들들 볶지 말아요. 여기 있는 우리도 해야될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잇단 말이에요... 전화기를 꽝, 하고 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는 당장 경찰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테이트를 혼자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저녁 무렵이 되면서 확실해진 두가지 일이 잇었다. 하나는 테이트가 상원의원에 당성됐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아이리쉬와 반의 신변에 변이 생겨도 단단히 생겼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반이 말한 대로, 회색머리가 쫓고있는 것이 테이트가 아니고 자기라면 어떡하나, 애버리가 그를 수상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아채지는 않았는지, 또 그가 반을 납치했다면 어떻게 처신을 할지. 그가 아이리쉬를 보도국 밖으로 유인해낸 것은 아닌지. 뭐 그런 따위의 살인자가 바로 자기 곁에 와있을 것이란 공포감이 애버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도대체 팬시란 아이는 어디가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심부름을 보낸 게 언제적 얘긴도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란 말인가. 왜 전화 한 통조차 해주지 않을까. 선거일이라 길이 아무리 막힌다 해도. 우체국까지 돌아가는데도 한시간 이상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테이트 가자 하나가 인터뷰를 좀 하자는군... 에디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아냐, 내려갈 준비 다 됐네... 에디가 테이트에게 크게 웃어보였다. ..이런 친구 봤나. 아직 확실한 발표도 안 나왔는데, 상원의원나리께서 이렇게 체신없이 행동하면 ㄷ나? 좀 기다려. 아직 데커가 패배를 인정하는 전화도 걸어오지 않았는데. 아냐, 아냐. 그래도 옷은 갈아입어야지... ..이 옷이 어때서?.. ..나하고 또 싸우겠다는건 아니겠지? 그래, 좋아 자네가 정말 이긴다면. 나도 더 이상 옷이 어떻다느니 하는 잔소리는 하지 않겠네... 넬슨이 들어와서 테이트에게 악수를 청했다. ..해냈구나. 너는 내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어. 자랑스럽다. 내 아들아...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지이가 그를 껴안았다. ..대단하다. 테이트!...... 역시 내 아들이야... ..다음에는 대통령에 출마해야겠어... 잭이 말했다.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생각도 못했을 일이야. 고마워요. 형... 도로시가 테이트에게 키스를 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테이트... ..이 모든 영광을 모두에게 돌리고 싶군요... 그는 애버리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아무 말없이 그 여자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질책하는 것이었다. 테이트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둘려싸였다. 그 여자만이 배신자였다. 문이 다시 열렸다. 팬시가 아닐까 생각하며 애버리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자원 봉사자였다. ..연회장에 모든 준비가 다 됐습니다. 모두들 테이트를 위해 찬사를 부릅니다. 밴드는 연주를 하고. 지금 굉장해요... ..자, 지금이야 말로 샴페인을 터뜨릴 때야... 넬슨이 말했다. 첫 번째 샴페인이 터졌다. 그 소리에 가습졸이던 애버리는 깜짝 놀랐다. 존의 손이 팬시의 가슴을 잡았다. 그 여자는 몸을 뺐다. 그의 허벅지가 그 여자를 공략해 들어왔다. 그 여자는 밀쳐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사람 같았다. 그 여자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술 맛도 다 떨어졌고, 그전처럼 재미있지도 않았다. '우린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이지 않니?....' 캐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캐롤은 그 여자가 병원에서 나온 이후로 팬시에게 상당히 잘 대해 주었다. 숙모가 자존심에 대해서 말한, 그때는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말의 의미가, 이젠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팬시는 또 엉망이 될 게 뻔했다. 그렇다면, 어렵사리 찾으려 노력했던 자신의 자존심을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으리란 것인가. 남자들은 모두 자기네 식대로 그 여자에게 행동하고, 그리고 다 쓴 걸레처럼 차 버리는 그런 남자들에게 빠진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캐롤은 자기를 바보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자기를 믿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중요한 심부름을 보낸 것이 아니가. 그런데. 지금 팬시가 하고 있는 일이란 무었인가. 결국 이런 헤픈 행동마저도 믿음을 가지고 있는 캐롤숙모를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 가야돼요... 팬시가 말했다. 존은 그 여자의 귀를 빨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를 떼어놓고 자기 지갑과 짐을 챙겼다. ..술 고마웠어요... ..어디 가는거야. 괜찮잖아. 나?.. ..나도 알아요. 미안해요... 그는 화가 났다. ..지금 사람을 갖고 노는거야. 뭐야?!.. 그 여자는 경찰이 없나 살피면서 날 듯이 ㅃ르게 차를 몰았다. 취하지는 않았지만 알콜농도를 측정하면 충분히 적벌될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교통체증은 올 ㄸ보다 훨씬 더했다.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싶게. 간신히 호텔에 오기까지는 했다. 로비는 발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테이트의 선거포스터 사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텍사스에서 테이트를 위해 투표했전 사람들이 그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서 몰려든 것 같았다. ..실레합니다. 실려합니다....... 팬시는 무리를 조심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그건 내 발이에요.!.. 누군가가 그 여자의 발을 밟았다. ..거기 노랑머리 아가씨, 엘리베이터를 탈거면 다른 사람들처럼 줄 서서 기다려요!.. 테이트의 선거띠를 두른 한 여자가 투덜거렸다. ..웃기지 말아요!.. 팬시가 대답했다. 팬시가 벌써 한참 동안을 헤매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 이런 제기랄!... 그 여자는 근처에 남자 하나를 잡았다. ..아저씨, 절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 주면 나중에 크게 갚을 께요... 전화벨이 울리자 응접실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모두들 전화로 시선을 보냈다. 분위기가 가히 기대할만 했다. ..데커일거예요... 에디가 조용히 말했다. 테이트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 제가 테ㅇ트 러트리지 입니다만...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데커의원님... 에디는 게임에서 이긴 권투선수처럼 주먹을 쥐고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넬슨 역시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잭과 도로시도 싱글벙글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의원님. 전화 정말 감사합니다... 테이트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내가 새 텍사스 상원의원이라니... 사무실은 완전히 환희의 도가니가 되었다. 어떤 지지자들은 의자위에 올라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에디가 테이트는 잡아서 욕실로 데려갔다. ..이제 자네는 변하는 거야.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대기시켜 놓은 걸세. 밑에 전화해서 오분 후에 내려간다고 그러겠네... 애버리는 자기 손을 만지작거리고 서 있었다. 그 여자도 축하해 주고 싶었다. 그 여자의 그의 기쁜 순간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애버리가 욕실로 들어갔을 때 그는 속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테이트, 가지 마세요... ..왜?.. 그는 갸우뚱했다. ..밑에 내려가지 마세요... ..그럴 순 없어...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전에 이야기 했던 회색머리의 사내가 거기 있어요. 제발 가지 마세요... ..가야해... ..제발 제 말을 믿으세요... 눈물이 고였다. 갑자기 그가 단추끼는 것을 멈추었다. ..왜 그래야 되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내로서의 일이기도 하고. 병원에 있을때부터 전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제가 말한 모든 것은 사실이예요. 당신의 생명이 위험해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을 보호하고 싶어요... ..... ..테이트, 그들이... 에디가 들어왔다.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겐가? 옷을 다 입은 줄 알고 들어 왔는데, 사람들이 밑에서 자넬 기다리며 완전히 열광해 있다구. 자, 빨리 가세나... 테이트는 애버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내가 당신을 믿는다 해도 이젠 어쩔 수 없게 됐어... ..테이트, 제발!... ..선택할 여지가 없어... 그는 그 여자의 손을 뿌리치고 옷을 입었다. ..캐롤, 내려오기 전에 화장 좀 하고 와요. 얼굴이 형편 없어요... 테이트를 문 밖으로 밀어내면서 에디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애버리는 그들을 따라나갔다. 밖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선거 운동원들은 그들의 영웅을 보려고 고개 위에 고개를 얹고 열광하고 있었다. 팬시는 소란스럽고 혼잡한 곳을 간신히 빠져나와 애버리의 팔에 떠밀려 안겼다. ..팬시, 어디 갔었어?.. ..나중에 이야기 해요. 여기 오느라고 혼났어요. 밖에 남자 하나가 상당히 화를 내고 있을 꺼예요. 내가 그냥 약속을 어기고 도망쳐나왔거든요... ..상자에 있는 건 뭐지?.. ..여기 있어요. 이렇게 힘들게 가지고 올것만큼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캐롤! 갑시다. 팬시도 같이 가자... 에디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질렀다. 애버리는 봉투를 열고 그 안에 비디오 테이프가 있음을 발견했다. ..틀어봐요, 숙모... 애버리는 그것을 가지고 침실로 가서 문을 잠갔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미쳐있는 건지... 방안에서 애버리는 테이프를 틀었다. 그 여자는 침대에 앉아 숨을 죽이며 보았다. 리모콘으로 앞으로 빨리 돌렸다. 방송국의 송신부호가 보였다. 워싱턴 주다. 리포터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카메라맨은 반 러브조이였다. 그 여자는 흥분했다. 반은 그 테이프를 아이리쉬에게 보냈다. 그것은 분명히 중요한 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몇 분 동안 지켜보았지만, 그 여자는 그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정말 알수가 없었다. 반이 장난하고 있는 것인가. 배경설정은 숲속 깊이, 아주 은밀한 곳의 요새 같은 곳이었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준군사적 집단에 관한 것이었다. 주말에 그들은 그들의 뜻에 맞지않는 자들을 암살할 계획을 만들려고 만나곤 했다. 아메리카를 완전히 정복해서 미국을 완전한 백인국가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애버리가 알기로는 반은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집단이 꾸미고 있는 전쟁놀이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이유로 그 단체가 신봉하는 잔학성에 위헙을 받고 있었음에 틀림 없었다. 그는 그들이 무기를 모으고 있고, 게릴라 식으로 새로 조직에 들어온 사람을 훈련시키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자기네들이 이 세상의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교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그러한 모든 것에 기독교 신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매혹적인 비디오였다. 그 여자는 뻐른 속도로 돌리던 테이프를, 무언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부분마다 점검을 하며 과연 반이 이 테이프를 고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하게 생각하며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어째서 반이 그것을 소포로 보낼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 화면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애버리는 테이프를 느리게 돌리면서 각각의 얼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무어라고 떠들어댔다. 반이 누군가 하나를 크게 확대했다. 무엇인가를 잡은 것 같았다. 그 여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는 다르게 보였다. 그의 머리통은 곤충의 머리처럼 빛났다. 얼굴에는 위장크림을 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와 오랬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엇다.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관이 핸드폰으로 소리질렀다. ..어떤 멍청한 놈들이 이 따위로 믿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애버리가 아는 자는 박수를 치고 열광했다. 증오가 그의 눈 속에서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우리는 흑인과 유태인, 동성연애자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옳소!..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그들은 일체가 되었다. 반의 카메라는 증오에 차있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악당들을 죽이자!.. 그는 소리질렀다. ..악당들을 죽여버리자!.. 문이 벌컥 열렸다. 애버리는 테이프를 급히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잭!.. ..알고 싶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당신은 나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당신은 단지 나와 테이트사이를 갈라놓으려고 나를 유혹했던 것이예요. 당신 때문에 내 결혼 생활이 엉망이 되었어요... ..미안해요. 잭, 정말로. 그러나... ..당신은 나를 어릿광대로밖에 취급하지 않았어요. 그래, 도로시를 굴욕적으로 만들어서 당신의 위치가 올라갔습니까?.. ..잭,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아니야, 당신이 내 말 들어. 그 여자는 당신보다 나은 여자야. 그 여자가 스스로 술을 끊은 것 알아? 그건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인격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 그 여자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잭, 에디가 언제 테이트를 위해서 일하러 왔죠?.. 그는 참지못하겠다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나, 지금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심각하기로는 제가 더해요.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예요. 그가 어떻게 선거운동 참모장이 될 수 있었어요? 그가 언제 처음 나타났어요? 어느 누가 그의 자질을 인정하고 데려올 생각을 한 거죠?..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겁니까? 그는 단지 그 일에 추천되어서 뽑힌 것 뿐이라고요... ..누가 그를 뽑았냐고요.?! 그게 누구 생각이었어요? 누가 에디 파스칼을 뽑았냐구요?.. 잭은 가만히 있다가 짧게 쏘아부쳤다. 그 말에 애버리는 그만 기절을 할 뻔 했다. ..다른 사람 아닌, 아버지였어요?.. 49 연회장은 언뜻 보기엔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다. 그러나, 출구가 하나밖에 없어서 테이트의 승리를 축하하기에는 넉넉한 곳은 아니었다. 스페인 풍의 커다란 문을 사이로 연회장은 상당히 좁았다. 입구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새롭게 선출된 상원의원은 그의 승리에 열광하는 가족, 친구,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통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집중된 텔레비전 중계용 조명이 마치 왕관처럼 빛나고 있다. 그의 웃음은 자신감과 겸손함을 나타냈으며 상당히 고양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덤뿍 담고 있었다. 테이트를 지켜보고 있던 키 큰 회색머리의 사나이가 반대편 문쪽에서 연단 쪽으로 헤집고 다가갔다. 그는 팔꿈치로 테이트의 주위의 기자들과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교묘하게 밀어내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었다. 상당히 이 방면에는 기술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또 애버리가 종종 그를 군중들 속에서 목격했던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여자를 생각하면서 그는 문득, 테이트를 따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애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직감적으로 출구쪽으로 눈을 돌렸다. 가족들로부터 떨어져나간 애버리는 넋이 나간듯이 서 있었다. 그는 다시 군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카리스마적인 젊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 연단에 올라가려 하자, 많은 풍선이 위에서 떨어져내려왔다. 그것들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연단 가까이에 이른 테이트는 몇몇 영향력 있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들 중에는 유명한 운동선수, 텍사스 출신의 영화배우도 있었다. 그가 손을 흔들었고, 사람들은 그를 환호했다. 야단법석이 난 축하연 한중간에 선 그의 얼굴은 무엇인가 결심했다는 눈빛이었다. 의식적으로 그는 계속해서 연단쪽으로 다가갔다. 소란스로움이 극에 달했지만, 그는 그런 것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그로써는 그런 일련의 부산함이나 열광 같은 것이 성가신 방해물로만 여겨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접근은 용이하게 시도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가 테이트한테 다가가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애버리가 연회장의 문 앞에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 여자의 심장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여자의 다리근육은 풀려 있었다. 스무 층이나 되는 계단을 눈깜짝할 새에 뛰어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복잡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 잭도 동생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애버리의 말을 듣고 애버리와 함께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연회장에 다다른 그는 잠깐 숨을 돌린 다음, 연단 쪽으로 가기위해서 군중들 속을 파고들었다. 경호원들이 겹겹이 바리케이트를 쳤지만, 그는 그것을 뚫고나갔다. 그 여자는 테이트가 연단을 향해 오르려는 순간, 사람들 머리위로 보이는 그의 머리를 발견했다. ..테이트!.. 그는 그 여자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손을 잡고 흔드는 많은 열성적인 지지자들 때문에 그 여자의 모습을 놓쳤다. 애버리는 미친 듯이 에디를 찾았고, 그가 지이, 넬슨, 도로시, 팬시와 같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테이트에게 어서 연단으로 올라가라는 손짓을 했다. 연단에는 새롭게 선출된 상원의원의 첫번째 연설을 전해 줄 마이크가 여러개 준비되여 있었다. 테이트가 연단 쪽으로 움직였다. ..테이트!.. 힘껏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팡파레를 울리는 밴드소리에, 애버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웅을 보자, 군중들은 열광했다. 테이트는 우루루 떨어지는 고무풍선을 손으로 쳐내며 연단 중앙으로 걸어갔다. 잭이 결국 애버리를 찾아냈다. 그는 애버리에게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캐롤, 테이트가 위험하다는 게 무슨 말이예요?.. ..내가 테이트에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발!... 잭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애버리를 위해 길을 터주었다. 앞쪽에 공간이 생기자, 애버리는 공중으로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미친듯이 팔을 흔들었다. ..테이트, 테이트!.. 회색머리의 사내는 텍사스 주 깃발 뒤에 몸을 숨기고 연단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안돼요, 테이트!.. 애버리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 잭도 그 여자 뒤에서 도와주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애버리는 다른 사람들의 발에 걸려서 넘어질 뻔했다. 그 여자는 연단으로 달려갔다. 애버리는 자기의 원수를 노려보았다. 그 또한 그 여자를 노려보았다. 비록 느린동작이었지만, 애버리는 에디가 그의 윗옷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보았다. ..안돼!... 입 속에서는 그렇게 고함이 나왔지만, 소리가 되어나오지는 못했다. 너무나 긴장을 했던 탓이었다. 그의 권총을 꺼내서 테이트의 뒷통수를 겨냥했다. 애버리는 테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그 여자의 온몸으로 테이트를 막았다. 눈깜짝할 순간, 애버리는 에디의 총탄을 맞고 테이트에게 쓰러졌다. 그 여자는 테이트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잭과 도로시와 팬시의 공포에 떠는 표정을 보았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도, 애버리는 에디가 넬슨에게 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 총알은 그의 이마에 정통으로 들어맞았다. 관통이었다. 이마에 조그만 구멍 뿐이었지만, 총알이 뚫고 나온 뒷모습은 한마디로 처참한 것이었다. 지이는 넬슨의 피를 온통 뒤집어썼다. 넬슨의 얼굴이 놀람과 분노와 증오로 굳어졌다. 그게 그의 죽는 순간의 얼굴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죽었다. 즉사였다. 에디는 연단에서 뛰어내려서 이성을 잃은 군중들 사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깃발이 펄럭거렸다. 한 남자가 그 뒤에서 나와서 그가 가지고 온 총을 쏘아 에디의 머리를 박살냈다. ..브라이언!... 세상에, 브라이언!... 애버리는 지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50 ..나는 이렇게, 모두가 모여서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FBI특별 수사대의 브라이언 테이트가 애버리 다니엘즈의 병실에 침통한 얼굴로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여자의 침대는 앉아있을 수 있도록 반을 접은 상태였다. 애버리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밤새도록 울고 울어서 눈알도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왼쪽 어깨와 팔이 붕대로 감겨 있었다. 다른 사람들-잭과 그의 가족들, 지이와 테이트-은 될 수 있는 대로 의자에 앉거나 벽이나 창턱에 기대여 있었다. 모두들 애버리의 침대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테이트가 그 여자의 본 모습에 대해 가족들에게 말하고 난 뒤였기에, 그 여자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어젯밤 비극적인 일이 생겨난 후, 맨디는 목장으로 옮겨져 모나의 손에 맡겨졌다. ..여러분 모두, 비극적인 사건을 격었습니다.... 브라이언 테이트가 말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을 말한다는 것 또한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속시원히, 숨기지 말고 다 얘기하세요, 브라이언... 지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의심나는 것은 하나도 남겨두지 말아요. 날 이해하려면 아이들도 다 알아야 할 일이잖아요... 키 크고 똑똑해 뵈는 그가 지이의 의자 옆에 서서 그 여자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지이와 난 수십년 전부터 사랑해 온 사이입니다... 그가 표정없는 얼굴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어제의 일은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예측하거나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아, 그렇다고 어제밤과 같은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좀 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여러분도 자연, 그렇게 생각하게 될테지만, 어제의 일은 분명 죄악이었습니다. 가공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의 만행적 살인극에 말려든 것이었습니다... 그가 손을 지이의 어깨 위에 고정시켰다. ..그 결과는 먼 지난날부터 계획되어 온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어젯밤,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어떻게 해서 넬슨의 친구인 그가 몇 달 앞서 한국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는가를. ..그의 요청으로, 나는 지이를 정기적으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속이 답답해지는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넬슨이 돌아올 때까지, 지이와 나의 관계는 친구관계 그 이상인 것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린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넬슨을 다치게 하고야 말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제가 임신을 하고 있다는 겄도 알고 있었어요... 지이가 브라이언의 손을 자기 손으로 덮으며 말했다. ..테이트 널 임신하고 있었던 거야. 난 넬슨에게 이 분과의 사랑을 이야기했지. 넬슨은 침묵했지만, 결국 최후통첩을 내게 해오더구나. 만약 내가 뱃속의 아이와 그 아버지인 브라이언과 떠난다면, 다시는 잭을 볼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지이가 맏아들을 보며 선웃음을 지었다. 지이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잭, 그때 너는 막 걸음마를 시작할 때였어. 난 너를 사랑한단다. 넬슨은 그걸 알고 날 이용 했던 거야. 내가 브라이언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나자, 그는 날 용서한다면서 테이트를 자기 자식으로 기르겠다고 말했어... ..적어도 그는 그렇게 했지요... 테이트가 말했다. 테이트와 브라이언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비록 어제 저녁까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지만, 어쨌든 그는 그를 낳아준 아버지였다. 그리고 자기의 아버지인 줄 알고 사랑했던 사람은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난 넬슨의 최후통첩이 무엇인지도 몰랐어... 브라이언이 말했다. ..난 우리 사이의 일이 끝이 났고, 더이상 아무런 인연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쪽지를 지이로부터 받았을 뿐이야... 그는 절망감으로 위험한 해외작전에 자원했다. 비행기가 고장나 바다에 추락했을 때, 그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를 가만히 죽을 수 있게 놔두지 않았다. 그가 부상을 치료할 무렵, FBI가 그에게 손을 뻗쳐왔다. 이전에 정보대훈련을 받은 그였기에, 그들은 브라이언이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어 있는 채로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건 이 세상에는 없는 죽은 사람을 내세워 정보활동을 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출되지 않는 신분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그가 해온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널 먼발치에서만 보는 일이었다. 테이트... 그가 아들에게 말했다. ..넬슨이나 지이와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난 네가 축구를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러 왔었지. 난 남의 작전구역으로까지 널 따라다니기도 했단다. 난 네가 대학 졸업할 때도 있었다. 난 너와 네 어머니를 사랑해왔단다... ..그런데 넬슨은 잊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았어요... 지이가 훌쩍이며 말했다. 브라이언이 지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최근에 그가 부여받은 임무는 북서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백인우월주의자 집단에 대해 조사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테이트의 대학 동창인 에디로 알려진 월남전쟁의 베테랑에 대해 알게 된다. ..비록 증거가 없어서 고소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그들집단의 의식행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네오나찌즘과 몇몇 파괴적인 행동에 참가했기 때문에 그에 관한 많은 서류를 갖고 있었어... '어머나, 내가 그런 사람하고 같이 잠을 잤다니!...' 팬시가 몸을 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잘 모를거예요... 도로시 레이가 친절히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었어요... ..그를 살렸어야 했는데... 브라이언이 말했다. ..비록 거친 데가 있기는 했지만,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정보국에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었는데... 브라이언이 테이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넬슨이 그와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가 상상해 봐라. 그의 생각은 너와는 전혀 딴판이었거든. 넬슨은 그를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켰어. 그에게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한 다음, 이 곳 텍사스로 내려와 너의 선거매니저로 만들었던 거야... 테이트는 벽으로 가 파스텔 석고에 힘없이 몸을 기댔다. ..그래서 그가 날 죽이려고 했군요... 그건 커다란 음모의 시작이였어요. 나에게 의원직을 권유한 사람도 바로 아버지, 넬슨이였어요. 그것에 대한 야망을 심어 주고, 에디를 고용한 것까지 전부 다... ..그런 것 같구나... 브라이언이 대답했다. 지이가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트에게로 다가갔다. ..얘야, 날 용서해다오... ..용서라니요?.. ..그가 단죄하려고 했던 건 네가 아니라, 이 에미의 죄였지 않니... 넌 단지 희생양의 불과한 거였어. 그는 내가 고통 받기를 원했고, 아들이 성공하는 바로 그 순간에, 눈 앞에서 죽어넘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그 어미의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믿을 수가 없어요... 잭이 일어서며 말했다. ..생각에 따라선 믿을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한 거야. 형... 잭과는 달리, 테이트는 인정했다. ..모든 것을 생각해볼 때, 난 믿을 수 있어요. 그는 실수의 대가로 치루어지는, 또 치루어야만 하는 정의나 공평성에 대해 늘 제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당신은 그에 대한 죄의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을 한 거였어요. 물론, 지금 든 생각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 넬슨은 그런 사람이였어요... 테이트가 브라이언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를 배반한 대가를 치루지 않았던 거죠... ..넬슨은 매우 예민하고 똑똑했어... 지이가 말했다. ..어젯밤까지도 난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 또 얼마나 집념이 강한지 깨닫지 못했어, 테이트. 그는 너를 조종해서 캐롤과 결혼하게 했어. 그 여자의 방종함에, 난 눈을 감아야했어. 난 내가 저질렀던 똑같은 죄를 저지르는 그 여자를 비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똑같은 것이 아니야, 지이... ..모르지는 않아요, 브라이언.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지이의 목소리가 한옥타브 올라갔다. ..그러나 넬슨은 그렇지 않았어요. 적어도 그의 머리 속에 있는 간통은, 그게 어떻게 다르든, 간통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어요. 결국에 가서는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만큼 큰 죄였죠... 잭은 당황했다. 그의 얼굴은 지난 밤의 슬픔으로 인해 창백해졌다. ..아직도 이해가 않돼요. 만약 그가 테이트를 그렇게 미워했다면 왜 테이트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짖궂은 농담이구나... 지이가 말했다. ..그건 이 어미의 죄를 영원히 남기자는 생각에서였어... 잭은 잠시 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왜 저보다 테이트를 더 좋아했지요? 내가 그의 진짜 아들인데, 그는 내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했어요... ..그는 인간본성을 이용한 거야... 지이가 설명했다. ..그는 네가 테이트는 미워하도록 테이트를 아낀거야. 너희들 사이의 갈등은 나에겐 또다른 고통이 될테니까... ..그가 그토록 교활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가 아니예요!.. 도로시가 손을 뻗쳐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지이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애버리쪽으로 갔다. ..그는 나에 대한 원한을 계속해서 갖고 있었어. 그는 테이트로 하여금 캐롤 나바로와 결혼하게 했어. 내가 그 여자의 어두운 과거를 알았을 때도, 스트립댄서에서 테이트의 부인으로 둔갑을 한 것이 넬슨 때문이라는 건 몰랐어. 이제 그가 에디가 고용한 것처럼, 그것 역시 그의 농간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 점에서 그들은 동지였어... 지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캐롤은 테이트의 감정을 갉아먹도록 교육받았어. 넬슨은 테이트가 불행할수록 나도 불행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 여자는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했어. 캐롤 스스로 한 일은 단 한가지, 아이를 유산시킨 거였어. 넬슨이 그것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는 그것이 테이트의 선거에 악이용될까 화가 나 있었어... 지이의 침대 옆으로 바싹 다가가 애버리의 손을 잡았다. ..내가 네게 못되게 굴었던 것, 용서해줄 수 있겠니?.. ..아니예요. 생각해보니, 캐롤이 비난받아 마땅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의 친구인 러브조이의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다니엘즈 양... 브라이언의 말은 그가 에디에게 퍼부었던 것과는 달리, 따뜻한 인간의 정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에디를 미행하는 친구를 붙여놨었는데, 그날 밤 그를 놓쳤습니다... ..반이 진짜 테이트의 목숨을 구한 거예요... 그 여자는 감정에 벅차 말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꼬박 앉아 테이프를 보면서, 화면 속에 있는 에디와 실제의 그를 놓고 긴가민가하며 고민을 했을 것예요. 에디는 몇 번이나 꼬리를 밝혔어요, 테이트. 그가 나를 따라 아이리쉬의 집까지 쫓아왔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그들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건 캐롤이 진짜 누군가를 추적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어요... ..맥케이브 씨의 상황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브라이언이 물었다. 애버리가 눈물을 지으며 웃었다. ..제가 고집을 부렸더니, 오늘 아침 병원측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게 해주었어요. 아직 응급실에 있고, 상태가 중하긴 하지만, 회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주었어요. 일단은 안심해요. 참 기묘한 우연도 다 있죠? 아이리쉬의 급작스런 심장마비가 그의 목숨을 구했다니 말예요. 죽은 줄로만 알고 에디가 총을 쏘지 않았던 거예요... ..다니엘즈 양, 에디가 테이트의 목숨을 노린다는 첫 단서를 어디서 잡아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직접 들었답니다... 테이트가 말했다. 전기충격 같은 반응이 사람들 사이에 흘렀다. 잭이 먼저 질문했다. ..언제, 누가요?.. ..처음 병원에서 의식을 차렸을 때였어요... 온 몸이 붕대로 감겨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날 캐롤인 줄로만 알고 있더군요... 애버리는 처음부터 어제 저녁 연단에 뛰어들 때까지의 속얘기를 그들 앞에 다 털어놓았다. 설명이 끝났을 때, 애버리는 브라이언을 쳐다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 ..전 당신이 살인청부업자인줄 알았어요... ..날 알아보았단 말입니까?.. ..제겐 기자의 눈이 있어요... ..아닙니다. 어차피 나도 이 일 만큼은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관여했고, 그러니 평소 때처럼 주의를 신경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겠죠. 그리고, 테이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으니 다니엘즈 양이 날 의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아직도 목소리를 구별해 낼 수도 없어요. 그런데 이젠 그 날 병원에서 내게 얘기한 사람이 에디가 아니라 넬슨이었다는 걸 알겠어요. 지금이야 넬슨이었다는 게 확실해졌지만, 그땐 도대체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났어요... 애버리가 그렇게 말했다. 브라이언이 대꾸를 했다. ..어차피 지난 일, 여념하지 말아요. 그때 다니엘즈 양은 아무것도, 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니었습니까. 당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니까... ..테이트의 목숨도 마찬가지였지요... 테이트가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자, 애버리는 눈을 아래로 깔며 그렇게 말했다. 잭이 끼어들었다. ..당신은 내가 카인과 아벨처럼 내 동생을 죽이려는구나 생각했죠?..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잭. 미안해요... 그가 도로시 레이와 손을 잡고 있어서 그 여자는 그가 캐롤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전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엄청난 연극을, 그렇게 잘 해낼 수가 있었어요? 캐롤인 척 했던 것 말이예요... 팬시가 궁금해 했다. ..쉽지는 않았을 거야... 도로시 레이가 말했다. 남편의 팔을 붙잡은 체. ..이제 모든 게 공개되었으니, 당신의 그 무거운 짐도 다 벗은 셈이군요. 축하해요, 애버리... 도로시가 감사하다는 눈길을 애버리에게 보냈다. 도로시는 이제서야 그의 동서가 왜 그리 다정해지고 인간적인 도움을 주었는지 뼛속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이게 전부입니까, 브라이언 테이트 씨? 자, 우리 모두 나가야 할 시간입니다. 애버리를 쉬게 해야지요...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줘, 테이트... 예, 좋습니다. 이젠 다들 나가죠?.. 그들 모두 병실 밖으로 나갔다. 지이가 애버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해주다니,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까?.. ..저는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진심이예요... 두 여인은 의미있는 눈길을 교환했다. 지이가 애버리의 손을 토닥여주고는 브라이언의 팔짱을 끼고 나갔다. 병실엔 애버리와 테이트 두 사람만 남았다. 그들 사이의 남아있는 침묵은 참으로 무거운 것이었다. 테이트가 마침내 침대쪽으로 걸어왔다. ..결혼하겠지, 어머니와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하세요, 테이트?.. 애버리의 질문에, 그는 자기 발 밑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뭔가를 결심한 듯 힘있게 고개를 들었다.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은 우리가 살아온 것보다도 오랜동안 서로 사랑하고 있었어... ..어머니가 가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있었어요. 이제야 그 속이 이해가 되네요... ..아버지는 여지껏 어머니를 감정의 감옥에 가두어 왔었어... 그가 꺼칠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젠 내가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해 봐. 다른 건 몰라도, 나한테만은 정말... ..왜요, 넬슨은 당신에겐 아버지였어요. 그의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그는 좋은 아버지였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가 애버리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어제 당신이 내게 경고를 했을 때, 그 말을 믿었어야 했었는데... ..아니예요. 그때 당신 심정으로는 제 얘기가 제대로 들렸을 리가 없어요. 이해해요... ..그렇지만 당신이 옳았어... 그 여자는 머리를 저었다. ..난 에디나 잭은 의심했었지만, 넬슨은 결코 아니었어요...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싶지만, 그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해 왔는가를 듣고, 또 내 생애에 가장 친한 친구를 날 죽이기 위해 고용한 것을 들은 이상... 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손으로 머리를 빗어내리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자신을 학대하지 말아요. 테이트. 당신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애버리는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언제 기사를 만들거지?.. ..기사는 없어요... ..아냐, 만들어야 해... 그가 결연하게 말했다. 침대 주위를 맥없이 돌던 그가 침대 구석에 앉았다. ..당신은 벌써 영웅이 되었어... ..당신은 아침 기자회견 때 제 정체를 밝히지 않았잖아요... 그 여자는 팰라치오 델 리오 호텔에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병원에 누워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이 당초에 계획한 대로... ..애버리, 난 내 정치경력을 거짓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예요... 그의 입술에서 들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그 여자는 속삭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방에 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또 나와 몇 몇 FBI요원만이 넬슨 러트리지가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야. 사람들에겐 모든 음모가 에디의 머리에서 나온 거라고 믿게 해야 돼. 그래서 전후 미국사회에 퍼져오던 백인우월주의의 환상에 손가락질을 하는 걸로 끝나야 해. 제발. 가족을 위해 비밀을 지켜줘. 무엇보다도 우리 어머니를 위해... ..누군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하죠. 그리고 글로라도 그 사실은 밝히지 않겠어요... ..그래, 그래야지.... 그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애버리는 그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당신, 제가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땅에 떨어진 기자로서의 내 명예를 위해 이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당신이 어제 내게 매달릴 때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 그래, 알아. 당신은 날 사랑한거야... 애버리의 마음이 한순간에 촉촉히 젖어들었다. 그 여자는 성한 팔로 테이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래요, 테이트. 내 생명보다도 더... 그는 그 여자의 어깨에 감긴 붕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떨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다시 떴을 때, 그의 눈은 감사와 감격의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도 알아.... 에필로그 ..다시 보고 있소?.. 테이트 러트리지 상원의원은 그의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편안한 조오지 타운의 집에 들어갔다. 여느 때와 달리 애버리는 혼자 거실에 앉아서 비디오 테이프를 다시 보고 있었다. 그 여자가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는 테이트 상원의원의 재임기간동안 육개월에 걸쳐서 PBS방 송국을 통해 방송되었다. 그 사실은 그 여자가 직접 관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객관적이고 사실 그대로 전달되었다. 테이트는 398기 추락사고로 시작해서 선거 날 절정에 달한 그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고 애버리를 설득했다. 그는 또한 어느 누구도 애버리보다 그 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보도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상원의원으로서 첫번째 재임기간을 많은 소문과 억측 속에 빠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세하게 모든 일들을 알리는 것이 그런 억측들을 막을 수 있다는 거였어. 애버리는 그런 그의 설득을 받아들여 결국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일을 도왔다. 많은 비평가들과 동료들이 힘을 썼지만, 그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애버리에게 퓰리쳐 상을 주지는 못했다. 그 여자는 이제 그 다큐멘터리를 여러방면으로 다시 새롭게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도 유명세는 계속되고 있단 말이야... 테이트는 가방을 테이블 밑으로 내려놓고 웃옷을 벗었다. ..놀리지 말아요... 그 여자는 그의 팔을 잡고서 손등에 키스를 하고 그 여자 옆으로 끌어 같이 앉게 했다. ..아이리쉬가 전화했어요. 그의 전화를 받고 나니까 갑자기 그 일들이 생각나서요... 아이리쉬는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장마비로부터 살아남았다. 그 자신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리쉬는 그렇게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 다음, 에디가 맥박을 짚어보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가 자기 몸을 질질 끌어다가 어두운 구석에 쳐박아 놓고 유유히 사라지는 걸 볼 수가 있었다. 그를 잘 아는 동료들은 그가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주장하는 것이 켈트족 사람의 미신이라고 놀렸지만, 애버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리쉬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 뿐이었다. 아이리쉬를 잃지 않았다는 것에 애버리는 신에게 감사했다. 테이프 중간에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반 러브조이를 추모하며.' ..우리는 그의 무덤에 꽃조차 꽂지 못할 정도로 너무 무심했어요... 그 여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은 우리가 그의 작품을 감상해주는 걸 꽃을 바치는 것보다 더 기뻐할 거예요... 그 여자는 비디오를 껐다. 넬슨의 음모는 그들의 삶을 바꿔놓았고, 그들도 그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있는 없을 것이다. 잭 또한 그의 아버지의 환상으로부터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워싱톤에서 테이트의 스텝진으로 합류하기 보다 산 안토니오에서 머무르는 쪽을 선택했다. 지리적으로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두 형제의 우애는 더 이상 깊을 수 없을 만큼 속속들이 깊은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아픔도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바랬다. 테이트는 넬슨이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에 대해서 꾸며왔던 음모에 치를 떨었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 아버지로 알았던 사람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는 단호하게, 그동안 가장 소중했던 두사람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했다. 브라이언 테이트에 대한 그의 감정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고, 그가 어머니와 결혼한 후에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는 아직 그를 아버지로 부를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설령 그가 개인적으로 그런 혈육관계를 인정한다 해도, 대중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상의 혼란 속에서 그의 아내의 사랑과 도움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이런 모든 것을 생각해보면서 테이트는 애버리를 꼭 껴안았다. 오랫동안 얼굴을 그 여자의 목에 묻고 있었다. ..자기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서 훌륭히 일을 한 당신은 얼마나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자인지 내가 말한적이 있나? 그날 밤을 생각할 때마다, 당신의 뜨거운 피가 내 손에 묻어있던 게 생각나곤 해... 그는 그 여자의 목에 키스했다. ..나는 다시 내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 그땐 나자신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랐지. 당신을 진정으로 발견하기 전에, 난 하마트면 당신을 잃을 뻔 했다.... ..나는 정말 마음 졸였어요... 그가 고개를 들고 그 여자를 바라봤다. ..당신이 내가 누군지 정말로 안 후에는 다시는 나를 원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했어요... ..나는 정말로 당신을 원했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소... 그 여자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었다. ..이미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난 지금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진정한 당신을 찾고 있소... 그가 그녀의 입가에서 속삭였다. ..내가 알았던 어떤 여인들보다 더. 그것이 신의 진리이고. 나는 당신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당신을 알고 싶어... 그는 사랑과 강한 열정으로 다시한번 그 여자에게 키스했다. ..테이트.... 그녀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언제 내 진짜 얼굴을 볼 거죠? 지금 당신은 누구 얼굴을 보고 있어요?.. ..내 생명의 은인. 맨디를 구해 준 여인. 내 아기를 가진 여인... 그는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아니, 내 말은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는 그 여자를 부드럽게 소파에 앉히고 그 여자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알겠소, 내 사랑 애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