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피에르 부울 장편소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존재하는 듯이 보이는,동양과 서양 사이에 가로놓인 어쩔 수 없는 차이는 아마도 눈의 착각 이상의 것이 아니리라. 어쩌면 그것은 불충분한 근거위에 세워진 속된 견해를 나타내며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태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태도에 진실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변명은 커녕 어떠한 정당화를 내세울 여지도 전혀 없는 것이다. 지난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체면을 세운다'는 것은 아마 일본인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영국인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일본인의 행동을 그것을 의식하는 일없이 영국인의 행동을 좌우한 것이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온 세계의 딴 모든 민족의 행동까지도 지배한 것이다. 아마도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상반되는 적국(敵國)끼리의 저마다의 행동은 실제로는 오직 마찬가지로 무의미하지만 같은 정신적 현실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일본인 사이또(霽*) 대좌(大左)의 정신상태는 어쩌면 그의 포로였던 니콜슨 대령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일이 클립튼 소령의 가슴에 도사리고 있는 의문점 이었다. 그도 어가시 벵골 만(*)과 방콕,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동원된 포로였다. 지구 위에서 가장 미개한 변경지의 하나인 버어마와 태국의 밀림 속에 몇개의 그룹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미국의 군대와 마찬가지로 일본군에 의해 콰이강 수용소에 수용된 5백 명의 불쌍한 포로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클립튼은 이런 견해를 모순된 성격의 탓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따금 이런 의문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긍정적인 회답을 끌어내고 있었다. 즉 그 회답에 응답하기 이해서는 모든 표면적인 현상을 ?굅? 보아넘겨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인의 정신상태가 느껴지는 까귀를 갈긴다든지, 총의 개머리판으로 때린다든지, 더욱 흉악한 형태를 취한 야만스런 행동에 조차도 니콜슨 대령이 영국인의 탁월한 것을 나타내는 표시로 곧잘 사용한, 답답하고 무거운 위엄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러나 클립튼의 오직 하나의 위로는 근원적인 원인은 오로지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일 밖에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대령의 행동이 그를 화나게 할 때마다 스스로 이 가설(假說)에 따르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니콜슨 대령의 인품을 형성하고 있는 낱낱의 성격(의무감, 예절의 순봉, 집요한 규율 엄수, 일을 깔끔히 하는 것이 등이 이 존경할만한 인간 속에 뒤섞여 있었다)을 짜서 맞추면 '속물'이라는 한 마디 이상으로 더 잘 말할 수 없나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이렇듯이 열심히 관찰을 계속하는 동안에 니콜슨을 속물, 더구나 속물적 군인- 이 타입은 석기(石器)시대 이래 서서히 정교하게 이룩되었으며, 그 전통으로 이 있었다. 그러나 클립튼은 태어날 적부터 객관적이어서 문제를 모든 각도로 검토할 수 있다는, 좀체로 없는 천부의 재능을 지지고 있었다. 그가 끌어낸 결론은 내콜슨의 행동의 어떤면이 그로 하여금 일으켰던 정신착람을 약간 가라앉게 했기때문에 갑자기 그는 마음이 ??痴냅만? 거의 애정에 가까운 심정으로 대령의 훌륭한 성격을 인정할 마음이 되었다. 만약에 이런점이 전형적인 속물근성이라고 한다면 논리를 더 한층 전전시켜 가장 고귀한 감정도 마찬가지로 속물 근성으로서 분류할 필요가 있으며,모성애도 결국은 속물 근성의 가장 비근하고 속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그는 논리를 자기나름의로 니콜슨 대령의 엄격한 규율 존중은 지난 날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여러 곳에서 웃음거리였다. 그것은 1942년 일본군의 말레이지아 침략에 뒤따라 일어난 재난때 싱가포르에서 또 다시 밝혀졌다. 본1부에서 정전(停戰)의 명령이 내리자 그의 연대 젊은 사관 그룹은 해안선으로 도망쳐 보트를 붙잡아 네덜란드 령 동인도로 건너가려고 계획했다. 니콜슨 대령은 그들의 열의와 용기를 칭찬했지만, 니콜슨 대령은 그들의 열의와 용기를 칭찬했지만, 그에게 맡겨진 모든 수단을 다 써서 이 계획을 방해했다. 그는 우선 이 모험이 자신이 받은 지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들을 말레이지아 반도 지역의 항복에 서명한 것이니까, 국왕폐하의 시민(영국군)의 한사람일지라도 위반 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판단하는 바,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즉 일본군의 고급장교가 나타나 대령과 대령의 연대의 항복 및 마지막의 2,3주일 동안에 가까스로 학살을 벗어난 수백 명의 전투원의 항복을 받을 때까지 대기한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상관이 그 의무를 다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하고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건 부하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의 논리는 결심했을 때의 준엄한 표정에 부닥치면 언제든지 이 준엄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다. 그의 눈은 날씨 좋은 날의 인도양처럼 푸르고, 늘 조용한 그 얼굴은 죄없는 양심을 뚜렷이 반영하고 있었다. 밝고 붉으레한 콧수염은 냉정한 용사의 그것으로, 혈색 좋은 얼굴빛은 완벽한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건강한 심장이 고동치고 있는 증거였다. 전쟁중 줄곧 그를 모신 클립튼은 이 '인도군 장교'(註:인도에 주둔한 영국군)의 살아 있는 표본에 대해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클립튼은 그때까지 그런 타입의 인간을 전설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재 이 사나이는 자기야말로 그런 타입의 인간이라고 날마다 큰소리로 주장했기 때문에 클립튼으로 하여금 으례 것이다. 클립튼은 젊은 장교들의 변호를 맡았다. 그는 그 탈출행위를 인정하고, 그것을 당당히 말로도 주장했다. 니콜슨 대령은 그를 비난했다. 지극히 책임있는 지위의 중년 남자가 혈기 왕성한 많은 젊은이들과 무모한 희망을 서로 나누고 다만 위험할 뿐인 무분별한 탈주행위를 격려하다니, 어안이 ?′?일이라고 못마땅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런 태도를 취했는가를 설명하고, 엄격하고 명확한 명령을 내렸다. 모든 장교, 하사관, 사병은 일본군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할 것. 항복은 스스로 비란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주구도 어떤 굴욕도 느끼면 안된다. 그리고 연대장민이 전 태반의 장교는 그이 말을 따랐다. 그 이유는 그의 설측력이 대단한 것이었으며 그의 권력도 컸기 때문이지만, 한편 의심할 여지가 없는 그 개인의 용기가 어째서 그와 같은 행동을 취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의무감 이외에는 어떤 동기하고도 연결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몇 명의 부하는 명령에 따르지 않고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니콜슨 대령은 그들의 행동을 마음속으로부터 슬퍼했다. 대령은 그들을 도망병으로 이름을 발표하고, 일본군이 나타나는 것을 차츰 초조로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는 일본군의 도착에 대비해 조용한 위엄을 갖춘 예식을 거행하려고 골똘히 생각했다. 꽤 생각한 끝에 그는 항복의 상징적 행위로서 허리에 찬 권총을 항복을 결심했다. 그는 몇 번인가 이 동작을 미리 연습해서 단숨에 권총용 케이스를 끌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최상급의 군복을 입고, 부하가 깔금하게 몸단장하는 것도 직접 검사했다. 뒤이어 그는 부하를 정력하도록 명령해 걸어종을 시키고 스스로 그들을 사열했다. 그런데 맨 처음에 접촉한 것은 예절을 갖춘 말을 도무지 지껄일 수 없는 2등병들이었다. 니콜슨 대령은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일본군 하사관들이 트럭을 운전해 달려와 영국병에게 무기를 차에 싣도록 신호했다. 대령은 부하에게 그 자리를 떠자지 말라고 명했다. 그는 고급장교를 만나고 싶다고 요구했다. 장교는 고급, 하급을 불문하고 이해 하지 못했다. 그들은 험악한 태도로 변했다. 일본군의 하사관들이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총을 들이대자 영국군들은 그것을 위협으로 여겼다. 대령은 부하에게 대기하고 움직이지 말라고 명했다. 경기관총이 그들을 겨누어 설치되고, 대령을 무례하게 쿡쿡찌르고 떠다밀며 들볶았다. 그는 치미는 울화를 꾹 누르고 그 요구를 되풀이했다. 영국군들은 불안한 표정을 띠기 시작했으며, 클립튼은 대령이 주의와 형식에 충실한 나머지 부하 전원을 죽게할 셈인가 하고 의아스러워 했다. 그때 겨우 일본군 장교를 가득 실을 차가 나타났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소좌의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니콜슨 대령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항복할 결심을 했다. 그는 모범적인 자세를 취하고 경건하게 경례한 다음 벨트에서 권총 케이스를 끌러 깨끗이 바쳤다. 이 선물에 마주쳐 어리둥절한 소좌는 처음엔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이윽고 그는 못시 난처한 듯이 보였다. 가까스로 그는 길고 야만스런 웃음을 몸을 흔들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동료 장교들도 그를 따라 웃어댔다. 니콜슨 대령은 약간 어깨를 움추리고 나서 불손한 표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하에게 명해 총을 트력에 싣도록 했다. 싱가포르 근교의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니콜슨 대령은 적군의 무질서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앵글로색슨 식의 함께 있었던 클립튼은 그런 초기의 단계에서도 과연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저주해야할 것인가 분간할 수 없었다. 그가 내린 명령 덕택으로 일본군의 통달은 확인되어 구석구석에까지 철저하고, 그의 부대 병사들은 질서있는 행동을 취하며 고통스런 생활을 참고 견디었다. 딴 부대의 포로들은 때때로 감시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한 때로는 그들의 묵인을 받아 싱가포르의 교외에서 소고기 통조림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식료품을 '획득'했지만, 그런 식료품은 가난한 배급식에 환영받을 만한 보충이 되었다. 그러나 니콜슨은 이런 종루의 약탈을 완강하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장교들에게 비난하는 강의를 맡게 해서, 영국군이 일시적인 지배자의 존경을 획득하는 오직 하나의 방법은 그들에게 비난할 여지가 없는 행동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하도록 했다. 그는 이 명령이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가 어떤가를 규칙적인 검사를 함으로써 확인했다. 이 검사는 일본군의 감시병보다도 더 철저한 것이다! 병사 한사람 한사람이 해외금무하게 되었을때에 명심할 행동 기준의 연속강의가 반드시 대령이 자신의 연대에 부과시킨 오직 하나의 피로는 아니었다. 그 기간 부대는 노동으로 피로해 있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일본군은 싱가포르 교외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노동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만은 연대의 정신에 해를 끼친다 확신하고 자유시간 때마다 듬뿍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는 장교에게 영국법전의 전 조항을 읽게 한 다음 부하에게 설명해 주고 그 후에 시험을 치러 자신의 서명이 적힌 면허장 형식의 상장을 주었다. 물론 규율은 이 교과 과정에서 결코 ?굅?여겨진 과목은 아니다. 올바른 경례는 비록 포로수용소 구내에서도 의무적이란 것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모든 계급의 군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결과 2등병은 또 계급의 여하를 불문하고 일본군의 한사람 한사람에게 경례하지 않으면 한 되었으며, 명아령을 태만히 할때마다 이중의 위험을 무릅쓰는 결과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위병(衛兵)의 구타나 발길질을 받을 위험성이 있으면 또 한편으로는 대령의 매나 벌-가령 오락시간 있어야 하는- 을 받아야만 했다. 이러한 스프르타식 훈련이 부하들에게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졌다는 사실, 더구나 부하들이 이젠 이미 관헌의 뒷받침도 없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혹사당하고 학대당하고 있는 한 사나이에 불과한 대령의 권위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사실은 클립튼이 때때로 놀라움을 새로이 하는 연유였다. 그는 이런 복종을 니콜슨 대령이 부하들로부터 획득한 개인적인 존경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그의 실력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던 특권 탓인가 하고 때때로 불?瑛피構?생각했다. 왜야하면 누구든 간에 그의 비타협적인 태도, 특히 일본군에 대한 태도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기 사용한 무기는 그가 적절한 행동규범을 주장띵해 끈질겼다는 것, 만족이 갈 때까지 어느 한 점을 되풀이 해서 말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국제법 위반이 일어날 때마다 일본인의 코앞에 조용히 흔들어 보인 헤이그 협정이 실려 있는 군법수첩을 갖고 있는 것 등일 것이다. 그 스스로 용기가 있었던 일과 얻어맞아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 일도 또한 의심할 여지 없이 그가 지지고 있는 높은 자존심 탓에 의한 점이 크다. 볕번인가 일본군은 승리 했다는 사실에서 궤도를 벗어나 제멋대로 구는 일이 있었지만, 글럴 때 그는 단순한 항의를 넘은 태도로 나왔다. 그 스스로 떠맞고 나서 방해한 것이다. 한번은 국제법에 위반된 명령을 내린, 특히 있었다. 니콜슨은 마지막 승리를 차지해 때린자는 벌맏았다. 그러자 그는 일본군이 생각하는 것보다 춰씬 엄격한 자아류(自我流)의 자기 방식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중요한건.....' 클립튼이 이런 처지에 놓여있는 만큼 약간 적당히 조절하면 어떠냐고 넌지시 충고를 하자 그는 설명했다. '중요한 건 젊은 군인들에게 지휘하고 있는 건 아직 우리들이며, 일본인이 아니란 걸 알려주는 일인 것이다. 젊은 군인들이 이 사실을 마음에 간직하는 노예가 아니고, 병사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의 양면을 볼 수 있는 클립튼은 이 점에 대해 뭣인가 말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대령이 취한 행동은 으례 그렇듯이 순은(純銀)처럼 순수한 그의 셩격에서 나온 것을 깨달았다. 포로들은 지금에 이르러 싱가포르에서 보낸 날들을 회상하며, 이 태국 변경에서 보내고 있는 현재의 고생과 비교하면 훨씬 견딜만 했닥 한숨 섞어 원통해 앴다. 그들은 말레이지아 반도를 세로로 지르기 위해 끝없는 기차 여갸을 계속하고, 뒤이어 깡그리 체력을 소모시키는 행군을 계속한 끝에 가까스로 목적지에 이르렀다. 그 이동 중 비바람에 시달리고 영양실조가 되어 못비 쇠약한 그들은 초라한 장비 가운데에서도 제일 귀중하고 무거운 것을 회수할 희망도 없이 하나하나 내던져 몸을 ?굅?했다. 철도를 부설한다는 소문은 그들에게 윈기를 회복시킬 수 없었다. 늦게 이동했지만, 그 공사는 그들이 태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착공하고 있었다. 반도를 세로로 질러 행군한다는 고통을 치른뒤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신규의 일본군 당국은 도저히 그들을 히밍 되살아나게 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싱가코르에서 비로소 승리의 단술에 취한 일본군인들을 대햐야 했지만, 몇몇 지극히 거칠고 야만스런 행위가 발생한 것을 별도로 한다면 유럽의 점령군에 비해 유달리 고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도부설에 종사하는 연합군 포로를 담당한 일본 장교들은 분명히 지금까징듸 패거리들과 딴판이었다. 그들은 애초부터 죄수 상대의 간수처럼 행동하고, 얼마 안되는 시간을 주어 경고(警告)할 뿐, 경향이 있었다. 니콜슨 대령과 그가 아지곧 지휘한다는 것을 자랑했던 연대의 생존자들은 맨처음 이 연선상(沿膳上)의 전 호송자를 위해 임시 수용소롤 운영되고 있는 커다란 수용 센터- 그러나 그 일부는 이미 영구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에 옮겨졌다. 그들은 그곳에서 짧은 동안 머물렀지만 자신들이 왜 그곳에 보내져, 일이 끝날 때가지 어떤 생활을 하게 되나 알아차릴 정도로는 오래 있었다. 딱한 포로들은 허드레 막일을 하는 말처럼 혹사당하게끔 되어 있었다. 로포들은 저마다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식사가 주어지고 있는 인간의 능력조차 초월한 노동을 완수해야만 했다. 몸이 되어버린 드들에게 그 노동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때로는 밤중까지 하는 일로 둔갑했다. 그들은 조금 비틀거리기만 해도 감시병의 욕지거리를 듣거나 뺨을 얻어터지기가 일쑤며, 더 지독한 벌을 받을 듯한 공포에 지레 겁을 먹고 몹시 피곤해 기력을 송두리째 잃고 있었다. 클립튼은 그들의 건강상태가 지독히 나쁜 것에 놀랐다. 말라리아, 이질, 설사, 밀림종양 등에 걸린 자가 몹시 많았으며, 수용소의 군의관은 그에게 전연 예방을 강구할 수 없는 훨씬 위험한 전염병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귀뜸해 주었다. 딴 기본적인 의약품의 저장조차 없었다. 니콜슨 대령은 다만 얼굴을 찡그릴뿐이었다. 그는 이 초대손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단 한번 일본군의 지휘하에서 부하를 통솔한 적이 있는 영국군 중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소령 이하 계급의 전 사관이 병사들과 전연 똑같은 조건으로 노동하고 있는-바꾸어 말하면 인도병과 마찬가지로 흙을 파고 나르고 하는-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중령은 머리를 숙인채였다. 그는 이 모욕을 피하기 휘하지 않는 한 모든 포로가 보복을 받기 때문에 그것은 피하기 위해 야만적인 강제에 따라야만 했던 사정을 시시콜콜 하게 설명했다. 니콜슨은 도저히 승복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이윽고 오만 불손한 얼굴빛을 띠고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2일간은 일본군이 포로들에게 초라한 양식과 그들이 소위 '작업복'이라고 일컫는, 허리 둘레를 끈으로 묶은 세모꼴의 푸대조각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는 충분한 날짜였다. 또한 야마시도 도모유끼(山下*文)장군이 칼을 허리에 차고, 하얀 장갑을 낀 모습으로 갑자기 만들고 연단에 서는 것을 보았으며, 그가 천황의 분부로 포로들의 통솔 임무를 맏게 되었다고 비로소 불완전한 영어로 설명하고,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지루하게 뇌까리는 것을 듣기에는 충분한 날짜였다. 두 시간 동안 계속되는 장광설을 드든 것은 고통이었으며, 욕지거리와 매질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국민적 자랑을 손상시켰다. 그는 포로들에게 일본군은 영국 사람들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다. 그러니까 신사답게 행동하는 한, 즉 전심전력 대동아 공영권(共榮圈)에 공헌한다면 보기 흉하지 않는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공통의 목적을 매진해 철도건설에 힘을 내는 것에 의해 잘못을 바로잡는 기회를 내려준 천황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야마시다 장군은 뒤이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매우 엄격한 규율을 과해야만하는 일, 명령에 반항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나태와 태만은 범죄로 간주된다. 도망을 꾀하는 자는 사형된다. 영국 장교는 부하의 행동과 능률에 관해 일본군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병은 구실로 삼을 수 없다.' '적당한 노동은 인간을 육체적으로 건전하게 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다. 대원수 폐하(천황)에 대해 충성을 다하려고 매일 노력하는 자에겐 이질의 병균이라 할지라도 공격을 망설일 것이다.' 그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격하게 한 낙천적인 말로 일장연설을 끝맺었다. '기꺼이 일하라' 하고 그는 말했다. '이게 내 모토이다. 이제부턴 이걸 제군의 모토로 삼아라. 이 모토에 따라 행동하는 자는 본관이나 지금 제군의 보호를 맞고 있는 일본군 장교를 두려워할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뒤 부대는 해산되고, 각대는 저마다 할당된 지구로 옮겨갔다. 니콜슨 대령과 그의 연대는 버어마의 국경에서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극히 변경인 콰이강 가의 수용소로 향했다. 그 수용소의 사령관은 사이또 대좌였다. 뭣인가 안절부절 못하는 긴박한 공기가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을 곧 느끼게 하는 콰이강 수용소에서는 맨처음의 2,3일 동안에 불쾌한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다. 동요를 낳게 한 원래의 원인은 사이또 대좌가 장교도 전원 병졸과 마찬가지로 노동에 종사하라는 포고를 내린 데있었다. 이 포고는 니콜슨 대령의 정중하지만 깍듯한 항의를 받았다. 대령은 이 거네에 관한 그 스스로의 생각을 솔직하고도 이론정연하게 말하고, 영국 장교의 임무는 부하를 지휘하는 일이지 결코 곡괭이나 삽을 드는 일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사이또는 니콜슨의 말을 마지막까지 호의적으로 여겼다- 그러다가 잘 생각해 보겠다고 하며 그를 내보냈다. 니콜슨 대령은 자신만만해 클립튼과 딴 2명의 장교와 같이 기거하는 너저분한 대나무 움막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그는 자신이 만족하도록 일본인을 설득하는데 썼던 논법의 몇가지를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에게는 이런 논법은 정말 논쟁할 여지도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 제일 이치에 맞은 것은 다음과 같은 해석이었다. 즉 노동에 중사하지 않았던 부하까지 전부 동원시켜 보았자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유능한 장교들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는 여분의 작업량은 훨씬 많은 것이다. 따라서 일본군이 받는 이익에 있어서, 그 결과 영국군 장교들로부터 그권한이 있는 지위를 빼앗지 않는 편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장교가 졸병과 마찬가지로 노동에 종사하도록 결정되면 위신을 잃는 결과가 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부하 장교들에게 대략 설명하며 토론에 열중했다. '자, 난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그는 휴즈 소령 쪽을 향해 물었다. '자네는 공장 경영자야. 자네는 책임있는 간부 직원의 서열없이 이런 일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날줄 생각하나?' 비극적인 전투중에 전사자가 나온 결과 대령의 간부직원(고급장교)은 이제 클립튼 군의관을 빼면 겨우 2명의 장교를 집합하도록 노력해왔지만, 그 이유는 그가 결단을 내리는 경우 늘 사전에 자신의 견해를 공동토론의 과제로써 그들에게 제시하는 것을 상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어느 한사람이라 할지라도 흔히 있는 장교가 이니었다. 후즈 소령은 전쟁 전에는 말레이지아 광산회사의 사장이었다. 그는 니콜슨 연대 소속이 되었지만, 대령은 곧 그의 관리능력을 인정했다. 리브스 대위는 전쟁 전에는 인도에서 공공 토목사업의 기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는 공병대로서 소집 되었지만, 첫 전투에서 원대와 헤어져 대령의 연대에 편입 되었다. 대령은 그를 참모로 임명했다. 그는 자신의 둘레에 전문가를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결코 우직한 직업군인이 아니라, 민간회사 가운데에는 때때로 군대가 재빠르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그 지식을 자기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기회를 한번도 잃지 않았다. 그는 기술자나 회사간부에 대해서도 다같이 존경심을 발휘했다.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장.' 휴즈는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브스가 말했다. '대장이 철도와 다리를 만들려 생각한다면(강에 다리를 놓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습니다만) 허술한 날림일로는 만족하지 않겠지요. '자네가 이 업종의 전문가란 걸 깜박 잊고 있었군' 대령은 감개무량한 듯이 소리를 높여 '그럼 자네는 알겠군 그래' 하고 그는 계속해 말했다. '왜 내가 일본인 녀석의 돌대가리에 약간이나마 도리를 깨치도록 하려 하는가를 말일세' '게다가...' 하고 클립튼이 대장의 얼굴을 빤히 처다보며 말참견을 했다. '만약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군법협약과 헤이그 국제협정이 있습니다.' '그래, 언제든지 헤이그 국제협정이 있지.' 하고 니콜슨 대령은 찬동앴다. '만약에 필요하다면 난 다음 면회 때 그걸 포켓에 넣고 가겠어' 클립튼은 대장에 대해 아이러너컬하고도 말했다. 그것은 그가 상식에 호소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밀림을 뚫고 행군하는 동안 머물은 도중의 수용소에서 사이또 대좌의 성격에 대한 갖가지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것에 의하면 이 일본인 장교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이따금 이성(理性)에 귀를 기울이지만, 술을 마시자마자 지독하게 잔인한 야수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니콜슨 대령은 이튿날 아침 제일 먼저 항의를 시작했지만 그 항의는 포로들을 거의 버려진 형편없는 구역으로 옮기기 위해 두로 미루어졌다. 사이또는 약속대로 일단 고려했다. 그의 이 항의에는 전체적으로 뭇인가 꺼림칙한 것이 있다고 행각하고 시작했다. 차츰 그는 대령이 자신의 명령을 문제삼는데에 매우 경의가 결여 되었다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그리하여 의아하는 마음은 싸늘한 분노롤 변해 태도를 바꾸었다. 행가 저물 때까지 발작적인 격심한 분노로 내달은 그는 권위에 호소해 집밖의 포로 전원에게 정렬하도록 명령했다. 그는 다시 한차례 연설을 늘어놓을 결심을 했다. 그가 처음 입에 올린 말로서 누구나가 콰이강 위에는 검은 먹구름이 떠돌고 있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영국인 녀석...' 그는 이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그 뒤에도 이 말을 한 구절마다 마치 구도점을 찍듯이 끼워넣어 지껄였다. 옛날에 영연방의 영어는 꽤 유창했다. 그러나 승진은 상습적인 고주망태 때문에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으로서의 그의 경력은 끝장이었다. 기껏해야 지금 그가 맡고 있는 것과 같은, 출세의 앞길이 캄캄한 쇠사슬에 매인 죄수들의 간수역 격인 불명예스런 지위로 떨어진 것이다. 포로들에게 품고 있는 증오심은 한 번도 싸움터에 나간 일이 없기 때문에 받은 굴욕에 의해 더욱 응어리져 있었다. '영국인 녀석' 하고 사이또 대좌는 말했다. '너희들은 일본군의 승리에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내 지휘하에 이곳으로 모였다. 난 한 번만 말해 두고 싶다. 내 명령엔 어떤 일이 있다할지라도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처한다.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에 너희들 가운데 누군가가 저항하려 생각하고 있다면 너희들의 생사는 내가 취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황공하옵게도 천황폐하께서 훌륭히 성공을 거둘수 있도록 내려주신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 권한을 휘두르는 일에 대해 난 두번 다시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영국인 녀서, 포로 몇 명이 죽는다 할지라도 난 눈하나 깜짝 안한다. 너희들 전원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일본군의 고급장교에겐 자질구레한 일에 지나지 않느다.' 그는 야마시다 장군이 한 것처럼 책상으로 만든 연단 위에 올라 서 있었다. 낮에 신고 있던 주크 신 대신에 야마시다 장군처럼 잘 닦은 승마장화를 신고, 흰 장갑을 끼자 허리에는 긴 칼을 차고 있었는데, 자신의 말에 한층 무게를 더하게 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이 장소의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성난 태도에 걸맞게 하려고 생각했는지, 칼자루가 절그럭거리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는 이상야릇한 풍채를 하고 있었다. 머리가 마치 꼭두각시처럼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그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폭주가로 게다고 싱가포르에서 랭구운까지의 사이에 버려져 있었던 위스키나 블랜디 등 유럽의 알코올 류에 온통 취해 있었다. 클립튼은 이와 같은 무신경한 말을 들으며 일본인과 함께 산 적이 있는 어떤 벗으로 부터 들은 충고를 생각해 냈다. 신(神)을 절대적인 신조로 믿고 있다는 걸 꿈에도 있지 말게.' 하고 그 벗은 은근히 얘기했던 것이다. 어느 쪽이든 어슷비슷한 것이다. 비슷한 종교적 신념을 갖지 않은 민족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클립튼은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 자기만족의 표현에 뭣인가 딴 이유가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정말로 정직한 얘기지만, 그는 사이또의 연설에 온 세계가 찬동하는 어느 종류의 기본적인 원리, 즉 동양은 서양과 같다는 원리가 있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 일본인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의 배후에 갖가지 영향이 나타나 있는 것을 분간할 수 있었다. 민족적인 자랑, 권위에 대한 신비한 신앙, 마치 비웃음을 받지 않고 있나 해서 늘 두려워한 나머지 그를 비뚤어지게 하고 인생을 의혹의 눈으로 보게 한 기묘한 영등감 등등. 사이또는 해외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영국인이 아따금 어떻게 일본인의 성격의 어느 면을 웃음거리로 삼았는가, 그리고 유우머가 제 2의 천성인 영국인의 눈에 유우머가 부족한 국민의 어설픈 흉내가 얼마나 희극적으로 바치는가를 직접 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왁살스런 연설 태도나 자신을 억누를 수 없는 그 몸짓은 다만 야만스런 폭을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탓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클립튼은 그가 기율을 말하는 것을 틀었을 때 막연한 화내는 것을 보고는 서반구에 사는 사람들이 더 낫다는 마음 편안한 결론에 도달했다. 적어도 서양인들은 신사답게 술을 즐기기 때문이다. 영국군 장교들은 부하들이 지켜보는 데서 간수병들에게, 사령관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듯한 위협적 태도로 둘레를 삔 둘러싸여 온순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니콜슨 대령을 본받아 짐밑짓 무감각에 빠져 있는 듯한 냉정한 표정을 띠우고 있었다. 대령은 어떠한 저의에 가득찬 행동에 접해도 온건하 위엄으로 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사이또는 영국군들의 갖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킬만한 허두를 뗀 다음 드디어 핵심을 말했다. 그가 거의 마음을 가라앉힌 듯이 조금은 도리에 맞는 말을 들을 수 있는?릿?생각했다. '너희들 모두 잘 들어라. 황공하옵게도 천황폐하께서 너희들 영국 포로에게 할당시킨 작업이 어던 종류의 것인가 너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국과 버어마의 수도를 연결해 일본군 보급수송대에게 4백 마일이나 되는 밀림을 통과시켜, 이 두 나라를 구미(歐美)의 질곡에서 해방시킨 군대를 위해 벵골에의 길을 개척해 줘야 한다. 일본군은 승리의 전진을 계속해 인도를 석권하고, 이 전쟁을 빨리 끝나게 하기 위해 이 철도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공사는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야 한다. 6개월 이내에 말이다. 황공하옵게도 천황폐하의 명령이다. 이건 끝나면 너희들은 아마도 윌 군대의 보호 아래 귀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또는 마치 몸속의 알코올이 증발한 것처럼 더욱 온건한 말투로 계속했다. '그런데 내 지휘하에 있는 너희들은 너희들의 특수한 임무에 대해 알고 싶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걸 말하겠다. 여기에 정렬하게 한 것도 그걸 말하기 위해서다. 너희들은 다만 두 줄로 짧은 선로를 깔고 딴 부분과 직결할 뿐이다. 하지만 너희들의 특수한 책무는 저기 부이는 콰이강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그게 너희들의 주요 임무이며, 너희들은 그걸 자랑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건 전섣3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한 철도공이 아닌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지극히 즐거운 공영권의 개척자와 한패가 될 수 있는 명예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클립튼이 이 말에 의해 냉큼 생각해낸 것은 '구미인도 생각 할법한 격려 연설일 따름이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일은 자격있는 기사, 일본인 기사의 기술적 지도아래 시행한다. 규율엄수의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너희들은 내 감독아래 놓여지며,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 따라서 감독관에 부족할 것은없다. 이런 이유에서 내가 충분히 설명한대로 영국군 장교도 병사도 나란히 추업하도록 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태는 보다시피이며, 많은 태만자를 기를 여유가 없다. 난 이 명령을 되풀이할 속셈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광폭으로 되3돌아가 미치광이처럼 허튼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난 무력에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역아국인 녀석. 필요하다면 태만자에게 음식을 주기 보다는 차라리 너희들 전원이 죽어주길 바란다. 병은 노동면제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환자는 언제든지 뭔가 노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난 포로의 희생에 의해 다리를 놓는 일도 사양하지 않겠다. 영국인 녀석. 작업은 내일 꼭두새벽부터 시작한다. 너희들은 나팔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여기 정렬하라. 장교도 마찬가지다. 장교패거리는 자기네끼리 별도로 반을 편성하지만, 딴 사람돠 같은 양의 노동을 완료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 도구는 지급되며, 일본인 저녁 내가 전하는 건 그것 뿐이다.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야마시다 장군의 모토를 전해두겠다. "기꺼이 일하라"이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아 두라.' 사이또는 연단에서 내려와 성난것 처럼 큼직한 4걸음걸이로 사령부로 돌아갔다. 포로들은 해산해 자신들의 반에 돌아갔지만, 지리멸렬한 사이또의 연설은 아직도 그들의 귀속에서 불쾌하게 쟁쟁 울리고 있었다. '놈은 온통 깜깜 속이군요, 대장. 결국 우리는 헤이그 국제협정을 의지하잖으면 안 되겠어요.' 클립튼은 잠자코 생각에 잠긴 니콜슨 대령에게 말했다. '자네 말이 와은 것 같아.' 하고 대령은 천천히 대답했다. 같아서 앞날이 몹시 걱정되는군 그래.' 어느 시점에서 클립튼은 니콜슨 대령이 예언한 폭풍은 오래 계속되지 않은 채, 시작 되자마자 곧장 무서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군의관으로서 논쟁에서 직접 휘말려 들어가지 않은 한 명의 장교였다. 그는 밀림에서 비바람에 시달려 발생하는 수없이 많은 병상자를 간호하는 일에 벅찼기 때문에 노동반에는 편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은 도리어 그의 무서움증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꼭두새벽 허울좋게'병원'이라고 일컫는 허름한 건물에 당번의 보고를 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최초의 충돌을 목격했다. 어둠침침한데도 불구하고 잠을 깨자, 병사들은 잠이 덜 깬데다 모기의 습격과 지독한 움막에서 불편하게 잠잔 영향으로부터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음울한 기분으로 정렬하고 있었다. 장교들도 지시된 곳에 집합하고 있었다. 니콜슨 대령은 그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주었다. '협력해야만 한다. 그러기에 나도 또한 정력한다.' 사이또의 명령에 따르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참동안 그곳에서 춥고 습기찾나 외기 속에 직립부돋의 자세인 채로 세워져 있었다. 그러자 해가 떠오른 다음에야 그들은 사이또 대좌가 하급장교를 동반하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었지만, 영국장교가 그들의 사령관 등뒤에 1열로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얼굴을 빛냈다. 작업도구를 가득 실은 트럭이 등뒤에 나타났다. 기술장교가 인원수를 점검하고 있는 동안에 니콜슨 대령은 한발짝 앞으로 나가 사이또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사이또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니콜슨은 이 침묵을 찬동한 것으로 여기는 척하며, 그와 면담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클립튼은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가 없었다. 그가 등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열을 향한 그의 모습이 눈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군의관은 틀림없이 군법소전(小典)이다- 을 흔들며 어느 일절에 대해 주의를 촉진시키고있는 것을 보았다. 사이또는 뜻하지 않은 습격을 당한 것이다. 순간 클립튼은 사이또가 푹신하게 잘 잠잔 덕택으로 기분을 되찾은 게 아니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윽고 그는 그것이 저혀 허망한 희망이었을 뿐이란 것을 그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제 저녁 연설 뒤로 설사 그가 이젠 화를 내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체면을 세우는'것의 중대성이 이제 그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노여움으로 창백해졌다. 그는 그 문제는 어제 연설로 끝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니콜슨은 또 슬슬 그 문제를 끌어낸 것이다. 발작상태로 내몰았다. 니콜슨 대령은 일어난 사태의 급격한 변동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한줄 한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조용히 읽고 있었다. 일본인 얼굴빛이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던 클립튼은 대령에게 경고하기 위해 거의 큰소리로 외치려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사이또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책을 쳐서 날려버리고, 니콜슨의 따귀를 갈겼다. 그는 니콜슨 앞에 곧바로 서 있었으나, 앞으로는 기우뚱한 채 눈을 뒤집어까고, 두 팔을 내밀어 영어와 일본어가 기묘하게 뒤섞인 말로 욕지거리를 퍼부어댔다. 노라운 일은- 그 이유는 클립튼이 그의 이런 태도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니콜슨 대령은 깍듯이 서 주워들고 자신의 어깨에도 못미치는 일본인 앞에 다시 서서 조용히 선언했다. '그렇다면 사이또 대좌,일본국 당국이 딴 여러 문명국에서 지켜지고 있는 법에 따르는 것을 거부하는 이상, 우리도 귀하에 따르는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오. 오직 하나 내가 내린 명령을 알려줄 뿐이오. 우리 군 장교는 노동을 하지 않소.'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는 두번째의 더욱 야만스런 한방을 맞았지만,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미쳐날뛰는 듯한 사이또는 그에게 덤벼들어 발뒤꿈치를 세우고 니콜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사태는 수습할 수 없는 것으로 되기 시작했다. 영국장교의 몇 명인가는 위협하는 듯한 자시가를 취하고 앞으로 나왔다. 성난 일본군 하사관이 제지의 외침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은 총의 방아쇠에 손을 대었다. 니콜슨 대령은 부하장교들에게 다시 정렬하도록 부탁하고, 병사들에게 현당다을 이탈하지 않도록 명했다.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사이또는 격심하게 한숨을 헐떡거리며 뒷걸음질쳐 마치 권총에 손을 대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결국은 생각을 고쳐먹으려는 듯이 보였다. 그는 더욱 후퇴해서 섬쩍지근하게 억누른 말투로 명령했다. 일본군 간수병은 포로들을 둘러싸고 몸짓으로 천진하라고 신호했다. 그들은 강의 방향, 공사 현장을 향해 포로들을 걷게했다. 자세가 엿보였다. 다그쳐 물어보고 싶은 듯한 불안스런 눈이 볕몇 니콜슨을 향해 쏠렸지만, 그는 그들에게 명령을 따르기 바란다고 뚜렷이 말했다. 병사들은 드디어 사라지고, 영국 장교만이 사이또 대좌와 대치하면서 의연히 남았다. 사이또는 신중한 말투로 다시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말투가 클립튼은 걱정이 되었다. 그의 걱정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 명의 일본병은 나가더니 수용소의 주요문에 설치하고 있는 기관총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은 사이또의 양쪽 곁에 한 개씩 설치되었다. 클립튼의 걱정은 피가 얼어붙을 듯한 공포로 바뀌었다. 그의 자신의 '병원'의 대나무 칸막이 마른 풀 위에 누워 있는 병사들은 상철고 신음하는 40명 쯤의 딱한 패거리들이었다. 그 가운데의 한 명이 목쉰 소리로 말했다. '쏘지는 못하겠죠, 군의관님. 못하겠죠? 저 노란 원숭이가 감히 그럴 수 있을라구! 허지만 저 노인장은 음짝달싹을 안할 모양인데!' 클립튼은 그 노란 원숭이가 아무래도 일을 저질를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대령의 뒤에서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던 장교들의 태반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량 학살은 싱가포르 함락 때도 일어났다. 사이또는 성가신 문제를 일으킬 목격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 분명히 포로 병사들을 집합장소로부터 퇴거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는 이젠 영어를 사용해 임무를 복명시키고 있었다. 니콜슨 대령의 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그는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장교는 한 명도 없었다. 사이또는 다시 한 번 명령했다. 탄약대는 삽입되고 기관총은 영국 장교들을 겨누었다. '군위관님' 하고 클립튼 곁에 서있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군의관님, 노인장은 굴복하려 들지 않고 있어요. 듣고 있습니까, 노인장은 사태를 모르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잖겠어요.' 다급한 이 말에 클립튼은 행동으로 옮겼다. 그때까지 그는 절반이 마비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노인장'이 현상태를 클립튼은 사이또가 도중에서 그만두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병사가 말했듯이 어떻게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노인장'에게 자신의 주의주장을 관철하려는 철저한 완고 때문에 딴 20명을 희생해서는 안된다든가, 딴 수용소의 누구나가 그랬듯이 폭력에 굴복했다고 해서 그의 명예나 개인적인 위엄이 손상되지는 않는다든가, 여러 가지 말로 타일러야겠다. 그런 말들이 당장이라도 입에서 취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는 뛰쳐 나가 사이또를 향해 외쳤다. '기다려 주십시오, 대좌. 기다려료. 내가 얘기할 테니까!' 니콜슨 대령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꾸짖었다. 건 없어. 난 자신이 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어.' 클립튼의 장교들의 대열 앞까지 갈 수가 없었다. 두 간수병이 그를 붙잡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그러나 그가 워낙 격렬하게 뛰쳐나갔기 때문에 사이또는 행동으로 옮기기전에 생각을 고쳐먹은 것 같았다. 클립튼은 딴 일본인에겐 알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그를 향해 퍼부어댔다. '대좌, 경고하지만 난 자초지종을 목격했소.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40명의 입원환자도 모두 보고 있소. 우리는 전원에게 폭동을 일으키게 한다든지 입단탈주를 기도하게끔 선동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거요.' 이 말은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마지막 당국의 눈에서 보아도 이런 부당한 처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영국인 증인을 한명이라도 살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논법을 밀고 나가 논리적 귀결을 생각한다면 그는 군의관을 포함한 환자 피스트에 실려 있는 전원을 학살하든가, 아니면 보복 하려는 생각을 말끔히 포기해버리든가, 어느 독을 선책해야 할 것이다. 클립튼은 자신이 일시적으로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사이또는 사건에 마구 휘둘린 것 같았다. 그는 분노와 패배의 굴욕으로 입도 열 수 없을 정도였지만, 부하에게 쏘라고는 명령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전혀 아무 것도 명령하지 않았다. 일본군 병사들은 기관총을 대열에 오랫동안, 실로 오랫 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것은 사이또가 병사를 해산시키지 않음으로써 '체면을 잃지 않으려'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꼼짝달싹도 않은 채 집합장이 모조리 텅 빌 때까지 오전중의 거반을 그린 채로 버티고 있었다. 이래서 도저히 결정적인 승리라고 하기에는 얘기가 달랐다. 게다가 클립튼은 반항자란 죄명으로 어떤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나 그들이 당장 처형되는 것을 구했다고 생각하자 약간 마음이 안정되었다. 장교들은 호위병이 딸려 수용소를 향해 출발했다. 니콜슨 대령은 사이또의 개임적인 보디가이드까지도 맡고 있는 2명의 몸집이 큼직한 대만 출신의 병사에게 끌려 갔다. 끌려 간 곳은 사이또 대좌의 집무실이었는데, 그 작은 방은 그의 침실에 이웃하고 있어, 그가 저장해 놓은 술에 몇 번이고 접근하기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이또는 천천히 니콜슨을 따라 안에 들어가 조심성 있게 손을 뒤로 돌려 도어를 닫았다. 그 바로 뒤 감수성이 강한 클립튼은 두드려맞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떨고 있었다. 30분 쯤 얻어맞은 뒤 니콜슨은 침대도 의자도 없는 나무 움막에 내팽개쳐졌다. 몹시 피로를 느꼈기 대문에 서 있을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습기찬 흙바닥 위에 누웠다. 음식이라면 소금으로 짜게 한 쌀밥 한 공기 뿐. 더구나 사이또는 명령에 복종할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그곳에 가두어 놓겠다고 그에게 경고했다. 1주일 동안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고릴라같은 낯짝의 대만인 감시병 뿐이었다. 이 대만인은 자진해서 매일 그 밥에 더욱 소금기를 짙게 했다. 그래도 니콜슨은 그 밥을 몇술로 나누어 억지로 삼키고는 지급된 부족한 물을 아껴 마신 다음, 흙바닥에 누워 독방에서 떠나는 것을 금지당했는데, 그 때문에 독방은 결국 똥구덩이처럼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었다. 1주일 후 클립튼은 가까스로 그와의 면회를 허락받았다. 그 조금 전 군의관은 사이또에게 호출되었다. 사이또는 발작적인 병을 않는 폭군과도 같이 불안하고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클립튼은 사이또가 냉정한 말투로 지껄이며 본마음을 꿰뚫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상은 분노와 공포로 사뭇 뒤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은 내 책임이 아니오.' 하고 그는 말했다. '다리는 놓아야 하지만, 일본군인에게 없소. 내겐 꺾일 마음이 없다는 걸 그에게 납득시켜 주기 바라오. 이렇게 말해주오. 그 사람 때문에 부하 장교들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게 되리라고 말이오. 그래도 안 된다면 영국군들은 그과 마찬가지로 그돌대가리로서의 당연한 보답을 받게 될 거요. 지금까지 난 당신과 환자에게 손을 댄 적은 없소. 난 그들에게 당번을 시키지 않도록 충분한 친절을 베풀었소. 니콜슨 대령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난 이 친절을 내 마음 약한 점을 노출시킨 것으로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거요.' 그는 클립튼에게 이런 협박을 한 후 영창 안의 니콜슨에게 데리고 가게 했다. 클립튼은 맨 처음엔 사령관의 쇠약상태, 이렇게 짧은 동안에 그의 육체가 드러낸 쇠약 상태에 그 목소리는 군의관이 기억하고 있는 그 위엄에 찬 말씨하고는 꽤 차이가 있었으며, 마치 소리를 짓눌러 숨을 죽인 듯한 가냘픈 먼 메아리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변신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니콜6슨의 성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말한말도 어조만 다를 뿐 여전했다. 니콜슨에게 꺾이도록 설득하려고 진지하게 마음을 다져 먹었던 클립튼은 이제 그런 챤스가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지도 시시콜콜히 준비했던 설득에 얼마 안가 고달파진 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니콜슨 대령은 그가 말하는 데 대한 대꾸는 하지 않은 채 다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단 것을 있어도 우리 부대에서 한 명의 사관이라 할지라도 졸병처럼 일을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네.' 클립튼은 또 다시 칭찬과 분노의 두 가지 마음, 어정쩡한 감정에 사로잡혀 영창을 떠났다. 사령관을 영웅으로 존경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터무니 없는 바보로 취급해야 할 것인가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콰이강 수용소를 수라장으로 만들게 하지 않기 위해 그 위험천만의 미치광이를 순고자의 빛에 휩싸이게 해도 되도록이면 빨리 천국에 데려가도록 하느님께 애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고 그는 곰곰히 생각했다. 사이또가 한 말도 물론 표적을 명중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딴 장교들에 대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다소는 조절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 병사들은 늘 간수병들의 만행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클립튼은 그곳을 떠나면서 환자들 몸에 닥쳐올 위험을 생각했다. 사이또잎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음이 분명하다. 서둘러 대답을 요구했다. 대답을 듣는 동안 그의 눈은 마음속의 불안을 억누르는 듯 온화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원얼굴로 돌아가 몹시 침울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클립튼은 니콜슨의 태도가 얼마나 일본인의 '체면을 잃게' 하는가를 생각한 끝에 마음을 고쳐먹고 강경노선을 취하기로 작정했다. '즉 이런 얘기요. 니콜슨 대령은 힘에는 굴복하지 않소. 부하의 자교들도 마찬가지요. 나로서는 꺾여달라고 충고할 순 없소.' 그는 니콜슨 대령이 한 것처럼 헤이그 협정을 들먹거리기도 하고, 의사로서의 직업적인 견지에서 논하기도 하고, 드디어는 단지 인도적 견지에서 이런 지독한 취급은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도 같다고까지 극단적으로 말해서 영창안의 포로가 놓여진 상태에 대해 정면으로 항의했다. 클립튼은 그야말로 맹렬한 반발이 있으리라고 각오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이또는 다만 이번 사건에서 책임이 있는 것은 니콜슨 대령이라고 충얼거렸을 뿐, 느닷없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밖으로 그냥 나가버렸다. 그 순간 클립튼은 그의 본심은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니고, 그의 행동도 모두 것으로 그를 재촉하고 있는 상관에 대한 두려움 이라든지, 분명히 복종을 강요할 수가 없어 '체면을 잃었다'고 여기는 부하에 대해 염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모든 것을 귀납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에서 클립튼은 이 두가지 공포, 즉 상관에 대한 두려움과 부하에 대한 염려의 복합성을 모든 재난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그가 이 생각을 뚜렷한 말로 고쳐 파악했을 때, 언제인가 어디에서 이 심리학적 공리(公理)에 부딪친 일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그는 자신의 불안이 ??痴? 듯한 어떤 종류의 만족감을 맛보았다. 그는 더욱 이런 일련의 사고(思考)를 밀고 나가 저마다 재난은 최악의 것조차 상층부의 인간도 아니며, 최하층의 인간도 아닌 어뜻 멈추었다. 그 때 그의 발은 병원 입구에 이르고 있었다. 사이또는 이 건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 다음 주 동안 포로에 대한 그의 취급은 훨씬 관대해졌다. 주말에 사이또는 니콜슨을 찾아가 결국 신사적으로 행등하기로 결심했냐고 물었다. 그는 니콜슨의 상식에 호소하려 생각하고 제정신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결정한 일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은 질색이라는 니콜슨의 거절에 마주치자 그는 또 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문명인답지 않은 히스테릭한 광관상대에 빠졌다. 니콜슨은 또 따귀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고릴라같은 대만인에겐 수용소에 가혹한 감시를 부활하라는 엄명을 내겼다. 사이또는 또 간수병을 곧잘 때렸다. 이런 발작이 엄습하면 그는 이미 자신으로서도 자신의 행동을 억제할 수가 없어, 상대를 너무 관대하다고 나무랐다. 그리고 더 엄히 다스리기 위해 권총을 휘둘러대며- 포로만이 아니라 간수병도 쏘겠다고 협박하며 날뛰는 미치광이처럼- 영창 앞에서 우악살스럽게 굴었다. 다시 한 번 중재하려고 했던 클립튼도 주먹을 몇 대 맞고, 겨우 설 수 있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쫑겨났다. 환자들은 작업장까지 끌려가 무거운 짐을 졌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족음의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4,5일 동안 공포의 폭풍은 콰이강 수용소 일대를 휘몰아쳤다. 대한 대답은 여전히 완고하고 불손한 침묵이었다. 사이또의 성격은 모든 종류의 잔학행위를 태연히 저직를 수 있는 하이드시에서 비교적 인정많은 지킬박사로 전환하는 이중인격인 듯했다. 일단 폭력의 시기가 지나버리면 대단히 관대한 관리가 그 뒤를 이었다. 니콜슨 대령에겐 식사에 배급량의 전부를 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보통 환자용으로 주어지는 여분의 식품까지 추가 된 것이다. 클립튼은 그를 만나 간호할 허가를 받았으며,니콜슨의건강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지라고까지 사이또에게 주의당했다. 어느 날 밤 사이또는 니콜슨을 자기 방으로 데려오게 한 다음 호위병을 물러나게 했다. 둘 만이 남자 사이또는 그에게 의자에 앉도록 콘비이프와 담배, 위스키 등을 가져왔다. 사이또는 그에게 군인으로서의 그의 태도에는 깊은 경의를 느끼지만, 설사 두 사람의 어느 쪽 탓이 아닐지라도 전쟁은 전쟁이니까 라고 얘기를 꺼냈다. 나, 즉 사이또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사실을 정말로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그 명령이란 콰이강의 다리를 되도록 빨리 완성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은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은 모두 투입해 일을 해낼 수 밖에 없다-. 니콜슨은 콘 비이프와 담배와 위스키를 모조리 사퇴했다. 그러나 사이또가 말하고자 하는 점에 대해서는 흥미깊게 귀를 기울였다. 니콜슨은 사이또에게 당신은 이렇듯 중대한 임무를 온건하게 대답했다. 그는 당초의 토론으로 되돌아갔다. 논쟁은 한없이 계속 될 것 같았다. 사이또가 예(例)의 건을 이성적으로 논할 수 있는가, 아니면 또 히스테릭한 분통을 터뜨리는가, 정말로 누구 한 사람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가 분명히 인간들에게는 알 수 없는 어떤 초자연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을 동안, 사이또는 잠시 입을 다문 채 있었다. 니콜슨은 그 상태를 이용해서 말했다. '사이또 대좌, 실례지만 당신은 작업의 현 상태에 만족 하고 있오?' 이 틈바구니를 찌른 질문은 사이또의 히스테릭한 면에 ???자극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야하면 작업은 제대로 대좌의 경력이나 평판에도 상처를 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커다란 고민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하이드씨로 변하는 계기는 되지 않았다. 그는 바보처럼 머리를 떨어뜨리고, 뭣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니콜슨의 손에 철철 넘게 위스키를 따를 글라스를 들게 하고, 자신의 큰 클라스에도 위스키를 따르고 나서 말했다. '알겠소, 니콜슨 대령. 당신은 내 입장을 모르는 거요. 우리 둘이서 아무리 다투어도 일은 해결 안 되오. 내가 장교 전부를 일시킨다고 한 건 지휘관인 당신을 포함시킨 건 아니오. 내 명령은 딴 장교들을 일시킨다는 뜻이오....' 니콜슨은 글래스를 탁자에 도로 놓고 말했다. 사이또는 난처한 표정을 숨기고 냉정해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난 이 며칠 동안 이 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왔소.' 하고 그는 계속해 말했다. '영급관 이상은 감독으로서, 위관급 만이 작업을 거들게 하려는 거요....' '장교는 어떤 노동도 하지 않소.' 하고 니콜슨 대령은 다부지게 말했다. '장교는 부하의 지휘를 맡아야 하지요.' 여기에 이르러 이제 사이또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니콜슨 대령은 뇌물이나 협박이나 폭력에도 꿈쩍않고, 더우기 애원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의주장을 굳게 지켰을 때, 둘레의 상황이 자신의 예상대로 진척되면 적은 머지 않아 동곳을 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작업은 느릿느릿하니 시원한 진전이 없었다. 대령이 사이또에게 공사의 진척상태를 물었을 때 그는 사이또의 급소를 찌른 셈이다. 그리고 그가 일본군이 순전히 필요성에서 드디어는 굴복한다고 예언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단 사실이 증명되었다. 3주일이 지났지만 공사는 첫 단계도 착수 못했을 뿐만이 아니라, 기초작업도 포로들의 교묘한 수단에 의해 흐리멍텅하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받은 손상을 전부 수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상태였다. 영국군들은 그 용기와 인내력을 칭찬하는 사령관에 내려진 학대에 분개하기도 하고, 간수병들이 함부로 내뱉는 욕지거리나 되는 공사에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것에 화를 내기도 하고, 장교들로부터 떨어져 이젠 귀익은 지시의 말도 들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 누가 제일 게으름을 떨 수 있는가, 그렇게 까진 안한다 할지라도 겉보기만은 자진해서 하는 듯 하고 가장 기본적인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가하고 경쟁했다. 그들의 교활한 사보타지(* 業)를 억누르는데 효과있는 형벌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작은 키의 일본인 기사는 때때로 절망의 눈물을 흘렸다. 간수병들은 순찰하는 범위가 하느님께 버림받은 이 구석진 변경의 골짜기에서 그들 자신이 하루하루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날 리 만무했던 것이다! '놈들은 실제 눈으로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점검하고 있는 거야.' 시어즈는 그들의 행진을 지켜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일본병이 내디디는 한걸음은 마치 메아리처럼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그는 일본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 거동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하느님이든 악마이든 간에 거기에 있는 신비한 것의 힘에 매달려 보려고 애매모호한 기도문을 살며시 외웠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다리를 행진하는 일순간마다 그 속도와 거리를 기계적으로 눈어림해서 재 보았다. 이젠 그들은 다리를 절반 이상 지나고 앞의 병사에게 말을 건넸다. 시어즈는 손으로 입을 막고, 자칫 큰소리로 외칠 뻔한 자신을 억제했다. 중사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아마 수면이 낮아진 것에 대해 무슨 소리를 했을 것이다. 일본병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시어즈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그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점검한 것이다. 시어즈는 이런 식으로 그들의 동작을 눈으로 쫓는 것에 의해 그들의 지각력에 영향을 주는-텔레파식(精神感應術的)한 암시를 준다-것이 되지 않나 생각했다. 마지막 한 명도 다리를 다 건넜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그들은 이번에는 지금 건너온 다리를 되돌아갔다. 반대방향에서 마찬가지로 천천히 걸어 명은 위험한 곳으로 바로 위 쯤에서 윗몸을 내밀고 보다가 대열로 돌아갔다. 그들은 또 다리를 다 건너갔다. 시어즈는 이마에 솟은땀을 닦았다. 일본병들은 멀리 사라져갔다. '놈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했어.' 그는 새삼 기적이 일어난 사실을 자기 스스로에게 들려주는듯이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불안스럽게 그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부대에 들어갈 지켜보며, 그들이 부대에 들어갈 때까지 줄곧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는 마냥 기뻐하기보다도 기묘한 자존심의 포로가 되었다. '만약 내가 놈들의 한 명이었다면...'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허술히 하진 않을 걸. 찾아 낼 거야. 휘이, 열차도 이젠 슬슬 나타날 무렵이군.' 그런데 그가 마침 그렇게 생각했을 때 마치 그것에 호응하는 것처럼 적 진영에서 호령하는 거칠은 소리가 들려 왔다. 병사들 사이에 떠들썩한 소리가 일어났다. 시어즈는 멀리로 눈길을 돌렸다. 지평선 위에 오른 작은검은 연기는 타일랜드를 가로지르는 일본 호송병단의 제 1진이었다. 병사와 무기탄약과 일본군 고급장교를 가득 실은 열차 제 1호가 잠시후 도착해서, 콰이강에 놓인 다리를 통과한 다는 것을 알렸다. 시어즈의 가슴은 ??痴낫? 하느님의 가호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그의 볼로 조용히 흘려내렸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운명의 신(神)도 이젠 장난칠 수 없을 거야. 열차는 20분 뒤에 도착하겠지.' 그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려쉬고, 원호 그룹의 지휘를 하기 위해 산기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급히 달려 내려간 것과 앞으로 구부리고 몸을 숨기려 했기 때문에, 대령의 군복을 입고 목에 힘을 준 훤칠한 영국장교가 반대쪽에서 다리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시어즈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 안고 배치 장소로 돌아가, 점화에 뒤이어 일어날 눈부실 대폭발과 임무의 성공을 말하는 파괴자국을 목격하려고, 일행이 침을 꿀컥 삼키며 지켜보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건너기 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우주나 신(神)과 온화하게 지내고 싶다는 명확한 의식을 갖고, 태풍이 지난 뒤의 열대지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눈으로 둘레를 휘둘러보며 니콜슨 대령이 나타난 것이다. 그 혈색 좋은 살갗의 털수멍 전부에서, 곤란한 작업을 끝낸 기술자라면 누구나 맛볼 수 있는 그 만족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기 혼자의 용기와 인내에 의해 모든 장해를 물리쳤다는 자랑, 이젠 거의 자기 땅이라 여기로 있는 이 변경에서 부하와 더불어 작업을 완성했다는 명예, 조상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자신의 힘을 보이고 아시아 왕국을 이룩한 사람의 전통에 비해 생각에서 그의 기분은 개운하고 홀?槿杉? 그는 아무도 이 이상 훌륭히 해낼 사람은 없다고 굳게 믿고,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을 딴 사람보다 확실히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과거 6개월 동안 그것을 마음껏 입증해 보인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빛나는 공적이 있을 때, 지휘관으로서의 노력이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인데, 그는 그 기쁨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이윽고 니콜슨 대령은 곤란한 노동과 현명한 지성이 완전히 결홧되어 이룩된 총결산을 혼자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또한 마지막 점검을 몸소 하기 위해서도 그는 콰이강에 놓인 다리를 위풍당당히 건너기 시작했다. 말레이지아 부근의 섬들이나 혹은 일본으로 보내어져 딴 노동에 종사시키기 위해, 2일전 어느 집합지점으로 걸어서 출발했다. 철도는 완성됐다. 천황폐해는 토오쿄오에서 축전의식을 재가하고 버어마와 타일랜드 전 장병에게 완성축하의 행사를 거행하도록 했다. 콰이강 수용소에서는 특별히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니콜슨은 자초지종을 목격했다. 축하행사는 노선 전역에 걸쳐 검은 장화에 흰 장갑을 낀 장군이나 사관들이 연단에 올라가 손과 머리를 흔들며 많은 백인병 앞에서, 서구 세계를 극단적으로 비꼬는 판에 박힌 연설로 시작되었다. 백인병들은 절룩거리는 사람, 병에 걸린 사람, 온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몇 개월 아직도 현기증이 나는 상태였다. 물론 사이또 대좌도 연설에서 대동아 공영권을 찬양하고, 특히 포로들이 보인 충성에 대해 감사했다. 다 죽어가는 포로들이 다리의 완성을 위해, 몸을 질질 끌듯이 하며 일 하는 것을 목격한 클립튼 군의관은 몇 주일 동안 몹시 성급해 있었다. 그런데 이젠 노여움으로 바뀌어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니콜슨이 부하들의 자기희생과 불굴의 정신을 찬양하고, 그들에게 축하의 말을 하는 짧막한 연설을 하는 동안 그것을 기를 쓰고 참아야만 했다. 니콜슨은 그들의 고생이 결코 헛되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다음, 이런 훌륭한 부하들의 지휘를 맡은 것을 자랑으로 한복판에 놓여있으면서도 그들이 이런 태도와 행동으로 시종일관한 것은 영국군 전체의 귀감이 될 것이다. 그 뒤 축하회가 열렸다. 대령은 부하들에게 권하며, 자신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는 병사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수록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갖가지 행사를 하도록 병사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 행사의 준비로 4,5일 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행사는 몇 가지 연주회와 우스꽝스런 옷을 입은 병사들의 희극과 그들이 발레리너로 분장한 발레도 있었는데, 특히 이 발레는 요절복통할 정도로 우스웠다. 하고 대령은 그에게 말했다. '자네는 전에 나에 대해 비판했었지. 하지만 난 자기 주장을 지키고 양보하질 않았어. 난 부하들의 사기를 높여왔단 말야. 그게 중요한 일일세. 병사들은 마지막까지 버틴것이지.' 그것은 그가 말한대로였다. 콰이강 수용소에서는 높은 사기가 유지되었다. 클립튼은 둘레의 병사들을 보았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사들이 이런 축하 행사에 천진난만하게 어린 아이와 같은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순수하게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높은 사기에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중한자와 손발이 부자유스런 포로만이 뒤에 남았다. 그들은 버어마 출발의 다음 열차로 방콕을 향애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장교들은 부하들과 함께 이미 떠났다. 리브스와 휴즈는 서운했지만 그 대열에 끼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피땀으로 이룩한 다리 위를 열차 제 1호가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니콜슨은 부상환자와 동행 허가를 얻었다. 사이또는 니콜슨의 노력에 대해 보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니콜슨은 예의 위엄있는 태도로 이 요구를 사이또로 하여금 꼼짝없이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이제야 그는 성큼성큼 위세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리 바닥을 울리게 하며 그는 드디어 승리를 획득한 것이다. 다리는 이룩되었다. 그것은 추호도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만큼 이 다리를 이룩하게 한 가장 공로자인 그러서는 이 다리야말로 서볼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였다. 그가 딴 장소에서 이걸 본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가 튼튼히 만들어진 것은 그가 익히 알고 있었다. 허술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다리는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임자에 의해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이 제일 타당한 일이며, 또한 그것에 대해서는 그도 자신이 있었다. 아무도 어떤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그는 마지막 순간에 늘 무엇인가 일어나기 마리의 파리가 끓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날 아침 사이또가 파견한 일본군 보초의 보고를 조금도 신용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자신이 직접 점검해 보기 전에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걸으면서 그는 자기 눈으로 각각 지주(支柱)가 튼튼한가, 저마다의 접합부분이 잘 맞았는가를 확인했다. 다리를 절반 이상 통과했을 때, 그는 지금까지 5,6야드 마다 그랬듯이 난간에 기대어 윗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 말뚝을 보고 놀란듯이 그곳에 못박혀버렸다. 경험을 쌓은 그의 눈은 폭약을 장치한 것으로 말미암아 생긴 수면의 많은 잔물결을 곧 발견한 것이다. 니콜슨은 더욱 뚫어지게 본 결과, 나무에 갈색 헝겊조각같은 것이 망설였으나, 계속 걸음을 옮겨 몇 야드 떨어진 딴 말뚝 위에서 멈추었다. 그는 또 난간에 기대어 윗몸을 내밀었다. '이상한데.' 그는 중얼거렸다. 또 그는 말설였다. 그리고 철도를 건너 반대쪽에서 보았다. 딴 갈색 헝겊조각이 수면 밑인치 쯤에서 보일락말락하게 보였다. 그것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을 망치는 오점을 본 듯한, 어쩐지 난처한 느낌을 품게 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 걸어보기로 작정했다. 그는 다리 끝까지 걸어가, 그에 앞서 일본병 보초가 그랬듯이 꺾여 되돌아가다가 다시 한 번 멈추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머리를 갸우뚱 했다. 그리고 어깨를 그 동안 그는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2일 전엔 그게 없었는데...'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수위는 더 높았지. 그건 확실해. 아마 무슨 표류물이 교각으로 떠내려와 그냥 거기에 늘어붙은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의혹의 그림자가 그의 가슴에 확 퍼졌다. 그러나 진상을 파악하기에는 그것은 너무나 엉뚱하기 때문에, 그는 바로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제 그는 홀?槿?기분일 수 없었다. 오전 중의 개운한 시간을 망치고 말았다. 그는 수상한 점을 다시 한번 살피려고 돌아보았지만, 해명할 수 있는 아무 것도 내려왔지만, 그때까지도 아직 반신반의 였다. '그럴 리가 없어.' 하고 그는 자신의 머릿 속을 스쳐가는 흐리멍텅한 의문에 자꾸만 초점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저것이 중국 공산당 일파의 것이라면 모르지만..' 그의 생각에 의하면 파괴공작은 중국 공산당의 활동과 강하게 연결되는 것이 있었다. '그럴 리 없어.' 아직도 홀?槿?기분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그는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중얼거렸다. 열차는 조금전에 꽤 떨어져 있었지만, 이젠 눈에 보이는 곳에 다가들고 있었다. 니콜슨은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10분은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사이또는 그가 걸어오는 것을 보자, 영국인이 앞에 있을 때 으례 그렇듯이 거북살스러움을 느꼈다. 니콜슨은 그 일본군 장교와 정면으로 대하게 되자 갑자기 결심했다. '사이또 대좌!' 하고 그는 당당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뭣인가 이상한 일이 진행 중인 것 같소. 기차가 통과하기 전에 덜 잘 조사하는 게 좋겠군요.' 대답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그는 급히 비탈을 내려갔다. 그가 생각한 것은 다리 밑에 매어 놓은 원주민의 작은 배를 타고, 교각의 둘레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그는 물가에 다가가자, 본능적으로 강의 가장자리에 경험 많은 눈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니콜슨 대령은 낯을 찌푸리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개의 선로부설은 적어도 20회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기사의 손으로 정확히 계산되어 고정된 직선과 곡선의 부분도 그가 등을 돌리기가 무섭게 급각도로 분리되는 두개의 접속하지 않는 미로로 되돌려 진다. 이것에 대해서는 기사가 나중에 절망의 비명을 질렀다. 다리가 마지막으로 연결되는 강의 양쪽 분은 높이가 다른 것은 눈으로 보기에도 뚜렷했으며, 절대로 저마다 반대 부분과 연결될 리가 없었다. 그러자 어떤 작업반은 미친듯이 파들어가 필요한 높이보다 훨씬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간수병들은 이런 열띤 작업광경에 만족해 기뻐하며 바라보는 바보짓도 드물지 않았다. 기사는 나타나자 분통을 터뜨리고 간수병이나 포로를 상관할 것 없이 두드려 팬다. 간수병은 또 우롱당한 것을 깨닫고 이번에는 보복한다. 그러나 한 번 낸 실수의 구멍은 그것을 메꾸려면 여러 시간 또는 여러 날이 걸리는 것이었다. 어떤 작업반은 교량용으로 쓰는 목재로써 나무를 자르도록 명령받고 있었다. 그들은 주의깊게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장 구부러진 것이나 약한 노무를 골라 운반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나게 큰 나무를 자르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강에 굴러떨어지게 해서 흘러가버리게 했다. 또는 무게로도 짜부러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매일 시찰을 한 사이또는 더욱더 쌓여지는 폭풍같은 분통의 폭발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는 욕지거리날 협박이나 주먹세례를 중지하고 느닷없이 기사에게 덤벼들었지만, 기사는 피로한 녀석들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즉각적으로 반격했다. 그래서 사이또는 고함을 지르며 이런 음험한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새로운 형벌을 생각해 내려 했다. 그는 마치 자기자신의 생각대로 하게끔 된 지독한 옥졸에 못지 않은 비참한 방법으로 포로를 괴롭히고, 능률이 떨어지면 사살한다고 으름장을 놓아 소름이 오싹 끼치게 했다. 일부러 손해가 될만한 행동이나 파괴공작을 가시가 돋힌 가지로 두드려 맞은 다음 벌거숭이로 피투성이의 몸을 개미나 열대의 태양에 노출시킨 채 몇 시간이고 야외에 내팽개쳐졌다. 클립튼은 그런 희생자를 밤에 돌아왔을 때 목격했다. 동료에게 운반되어 왔는데, 몸은 열로 덜덜 떨고 등은 찢겨져 생살이 드러나 있었다. 그들을 환자 취급하는 것은 오랫동안 허락되지도 않았다. 사이또는 그들이 누구누구란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간신히 일어나기가 무섭게 사이또는 그들은 노동을 하게 하고, 한편 특별히 감시하도록 간수병에게 단단히 명령하는 것이었다. 이런 '무뢰한'이 보여준 끈질긴 근성에는 몹시 감동시킨 것이 있기 때문에, 클립튼은 때때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받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언제든지 적어도 한 사람 쯤은 클립튼하고만 대했을 때 밝게 씽긋 웃고 일어날만한 기력을 가졌으며, 버어마나 타일랜드의 포로들 사이에 차츰 통용되게 된 유행의 말로 두 세 마디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제길할"다리는 아직 멀었네. "제길할"천황의"제기할" 철도는 아직 "제기할" 나라의 "제길할" 강을 건너지 못하네. 우리 대령님은 옳아요. 자신의 주장을 알고 있으니까. 만나거든 우리 모두가 대령님편이라고 전해 주세요. "제길할" 더러운 원숭이 녀석은 영국군의 전력을 알 리 없지요.' 이 가장 야만스런 형벌은 아무런 효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병사들은 그것에 본보기는 그들이 이미 입에 댈 수 없게 된 맥주나 위스키보다도 훨씬 강렬한 자극제가 되었다. 그들 가운데의 한사람이라도 만약 인간이 견딜 수 없을만한 벌을 받아 죽을 각오로 일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든지 반드시 그를 대신해서 하려는 자가 나타났다. 클립튼의 생각으로는 사이또가 의기소침했을 때 약속하는 입술에 붙은 감언이서을 그들이 당연한 일로써 받아들이지 않는 점은 칭찬만으로는 아쉬운 것이 있었다. 사이또는 그때 모든 제재의 수단이 다 쓰여진데다 새로운 다른 방법도 생각해 낼 수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느 날 사이또는 사무실 밖에 그들을 정렬시키고 보통 때보다 빨리 작업을 끝내도록 - 그의 설명에 의한면 포로를 명령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태국 마을의 농민으로부터 사들인 떡이나 과자, 과일을 전부 나누어 주었다. 그들에게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려는 일본군의 결려선물인 셈이다. 사이또는 수치도 체면도 처버리고 분명히 포로 앞에 엎드린 것이다. '난 되도록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것을 바라는,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병졸들의 한 사람인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하고 그는 포로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 장교는 노동을 거부함으로써 너희들 노동을 두갑절로 불려서 부과시키게 했다.' 하고 그는 짐짓 지적하기도 했다. 울가망스러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국장교들에 대한 노여움을 억누르지 않는다.' 그뿐만이랴. 포로들에 대한 동정을 나타내기 위해 그는 자신의 권한으로 둑을 쌓는 공사에 있어서의 일인당 작업 할당량을 줄였다. 기사는 일인당 1.5입방 야드의 흙을 노동량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사이또는 그것을 1입방 야드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니콜슨의 책임일 뿐, 그 자신의 책임이 아닌 포로들의 현황을 딱하게 여겼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포로들이 이렇듯 인정어린 태도를 침작, 내게 협력해 이가증스런 전쟁을 끝내는데 역할을 하는 수월한 일을 빨리 끝장 내주었으면 싶다고 했다. 거의 애원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나 그의 기도나 애원은 욕지거리나 주먹세례와 마찬가지로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 이튿날 작업 할당량은 달성되었다. 누구나가 진지하게 흙을 파고 할당된 자신의 몫의 흙을 운반했다. 할당량 이상의 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흙을 운반한 거리는 가장 머리가 무딘 사람을 비웃는 듯한 짧은 것이었다. 처음에 패배한 것은 사이또였다. 그는 모든 방책이 거덜나버린 것이다. 포로들의 끊임없는 저항은 그를 딱한 상태로 몰아넣었다. 몰락을 맞이하기 전의 며칠 동안 그는 마치 눈초리로 수용소 언저리를 해매 다니며 보냈다. 그리고 제일 나이가 젊고 경험이 적은 중위 패들에게 특권과 특별 양식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선택하도록 부탁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하나 조금도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일본군 최고장교가 사열하는 날이 닥쳐와 있기 때무에 그는 불명예스럽지만,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체면을 잃지 않고' 자신의 패배를 엄벙뗑 속여넘기기 위해 그는 마지막의 도박을 하려하고 있었지만, 이 애틋한 시도는 그의 부하조차도 속여넘길 수가 없었다. 1942년 12월 8일은 일본이 전쟁을 시작해서 2주년 째가 되기 때문에 그는 이 날을 기념해 만나 최대의 자비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영국군 장교는 전원 노동에 종사하지 않아도 괜찮게 된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장교들이 오로지 부하의 감독에 종사해서 최대의 효과를 올리도록 기대했다. 니콜슨 대령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어쨌든 해보자고 대답했다. 상황이 올바른 법적 기반 위에 세워진 이상, 이젠 적의 계획에 반대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느 문명국의 군대도 그렇지만 장교는 말할 것도 없이 부하 병사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일본군 측의 환전한 패배를 의미했다. 그날 밤 영국군 수용소는 노래와 환성과 쌀의 특별 양식으로 승리를 서로 축하했다. 특별 양식은 더욱 호의를 보이자는 사이또의 명령으로 하는 수 없이 배급된 것이었다. 같은 밤 일본군 대좌는 여느 때보다 일찍 방에 틀어박혀 체면을 잃은 것을 후회하고 울었다. 그리고 밤새껏 혼자서 술을 마시며 슬픔과 한탄을 달래고 있었는데, 결국 흠뻑 취해버려 죽은 듯이 침대에 쓰러졌다. 이런 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던 일로, 그는 놀라우리만큼 강인한 두뇌를 가졌으며, 보통 때라면 어떠한 야만스런 경우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니콜슨 대령은 평상시의 고문인 휴즈 소령과 리브스 대위를 데리고 포로들이 일하고 있는 노선의 노반을 따라 강을 내려갔다. 천천히 걸었다. 서두를 것은 없었다. 그는 석방되자 곧 이 부당한 벌을 보상하게끔 부하 장교와 자신을 위해 4일간의 휴가를 얻어, 결국 두 번째의 승리를 차지했다. 사이또는 작업이 또 늦는다 생학하고 울화가 치밀어 불끈 주먹을 쥐었지만, 하는 수 없이 그의 마에 따랐다. 그는 포로를 더욱 너그러이 취급하라는 명령까지 내려, 부하 중 한 병사가 빈정대는 듯이 웃는 것를 발견하자, 그 병사를 니콜슨 대령이 4일간의 휴가를 이용했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원기를 회복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사고를 이리저리 한다든지, 상황을 파악한다든지, 부하 참모와 상의 한다든지, 행동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즉 가장 수월한 개결방법을 향해 무턱대고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적인 지휘관이라면 누구나 취할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저돌적인 돌진은 그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것이었다. 그늬 부하들이 일부러 저지른 심한 잘못을 발견하는데 그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사열에서 굉장한 결과를 보았을 때 휴즈와 리브스는 칭찬의 말을 누를 길이 없었다. '선로용 노반으러써는 대단히 굉장한 하고 휴즈는 말했다. '범인들에게 훈장을 주면 어떻습니까, 대장님? 그 근처를 군용열차가 지나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니콜슨은 잠자코 있었다. '기똥찬 작업솜씨요, 대장님' 하고 원래 공공사업의 기사였던 리브스 대위가 동조해서 말했다. '누구든지 아마 이 선로 위에 기차를 달리게 하려 했다고는 상상조차 못할 겁니다. 이 철도로 여행할 정도라면 차라리 일본병으로 꽉 찬 기차를 구경하고 싶군요.' 대령은 평상시처럼 엄격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브스, 자네 생각으로는 기술자로서의 자격말인데, 이건 도대체 쓸모가 있겠나?' 하고 리브스는 잠깐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이 엉터리 공사현장은 깨끗이 폐기하고 상류 쪽에 새로운 선로를 까는 게 좋겠군요.' 니콜슨 대령은 차츰 마음을 빼앗기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쓱쓱 앞서 걸어갔다. 무엇인가 의견을 말하기 전에 공사장에 전경을 보고 싶어 했다. 강가에 이르렀다. 50명쯤의 한 반이, 일본군이 소위 '작업복'이라고 일컫는 세모꼴 포대조각을 걸친 외에는 알몸뚱이에 가까운 모양으로 공사현장 일대를 고르게 다지고 있었다. 간수병은 총을 들고 그 앞을 오가고 있었다. 어떤 포로는 더 흙을 파고, 나머지 포로들은 대나무 들것에 흙을 나르기도 하고, 흰 말뚝으로 표한 선의 어느 쪽에서든지 흙을 이 노선은 원래 둑의 오른쪽을 달리고 있었으나, 포로들의 음험한 계략에서 지금은 강과 평행해서 이동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일본군 기사는 현장에 없었다. 기사가 마주보이는 강건너 둑에 있는 딴 반의 포로들에 둘러싸여 몸짓 손짓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반은 매일 아침 뗏목으로 강을 건넜다. 기사의 소리도 들려왔다. '누가 이 말뚝을 박았는가?' 대령은 멈추고 물었다. '저 사람입니다, 대장님' 하고 영국군 하사가 힘찬 차렷자세를 취하고 기사를 가리켰다. '저 자가 그걸 박았습니다만, 내가 거들어 약간 고쳤습니다. 녀석이 사라지자 곧 약간 않거든요, 대장님' 더구나 보초가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하사는 공모를 알리는 윙크를 보냈다. 니콜슨 대령은 이 비밀을 은근히 얘기하는 메시지를 인정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군.' 그는 어름처럼 차디찬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가 또 한면의 하사 앞에 멈추었다. 이 하사는 4,5명의 병사들로 하여금 거들게 해 많은 큰 나무 뿌리를 땅에서 뽑는데 꽤 노력하고 있었다. 뚝 곁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비탈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동안 딴 일본군 간수병은 멍청히 곁에서 보고만 있었다. '오늘 이 반은 몇 명 일하고 있는 건가?' 물었다. 간수병은 대령이 몸의 건강상태가 좋으면 이런 식으로 포로에게 말을 거는가 의아스러워하며, 입을 헤벌리고 대령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소리는 어였하고 권위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간수병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하사는 곧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더듬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20명인가 25명입니다, 대장님. 잘은 알 수 없습니다. 1명은 일을 시작한 후 곧 쓰러졌습니다.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켰지요. 왠지는 모릅니다, 대장님.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사람은 기상 때는 전연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걸을 수 없기에 병원까지 떠메고 가는데 당연히 3,4명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반에서 제일 몸집이 크고 튼실한 녀석입니다, 대장님. 그런 까닭에 오늘 우리는 할당량을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 철도는 늘 저주당한 것만 같군요.' '하사는.' 하고 대령은 말했다. '자기 지휘하에 몇명의 병사가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아뭏든 할당량은 어느 정도인가?' '하구 1병당 1입방 야드의 흙입니다, 대장님. 파서 반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약한 나무뿌리가 군데군데 있어서 도저히 우리 손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대장님.' '그렇군.' 으례 이를 악물고 숨을 쉬며 무엇인가 뒤를 따랐다. 일행은 약간 높다란 언덕 위에 올라갔다. 거기에서는 강둘레의 언저리 전경이 바라보였다. 콰이강은 그 지점에서는 해발 이상의 양쪽 강가로 호위도어, 100야드 이상의 강폭을 갖고 있다. 대령은 모든 각도에서 지절을 조하고 두 부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말했다. 그 소리는 전의 위엄을 띤 어조를 그대로 되찾고 있었다. '이들 일본인은 야만 상태에서 겨우 빠져나왓을 따름인 아주 미숙한 그대로이다. 그들은 우리 방법을 모방하려 애썼지만 전혀 방법을 모른다. 규범을 잃으면 어쩔 줄을 착수한 일조차 제대로 이룩하지 못한다. 덕나 이 일은 별로 머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저돌적으로 돌진할 게 아니라, 앞서 계획을 잘 짜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나, 리브스? 철도와 교량은 자네 전문이 아니었던가.'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대장님.' 하고 대위는 엉겁결에 자신의 전문 과제에 흥미가 솟아 흔쾌하게 말했다. '난 인도에서 이런 일은 적어도 10여 개 넘게 해치웠습니다. 밀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여기 있는 인원을 쓴다면야 능력 있는 기사는 6개월 이내에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의 무능력한 꼬락서니는 울분스럽게도 괜히 화가 치미는 일뿐이지요.'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거죠. 하지만 난 때때로 이런 무능력한 꼴을 보고 있노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집니다. 대장님은 하는 건 간단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내가 어떻다고?' 하고 대령은 이들의 말에 끼어들며 말했다. '자네는 내가 이 괘씸한 사태를 기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오늘 아침에 본 이 사태에 정말로 어처구니 없어 하고 있는 걸세.' '그러시겠지만, 어쨌든 대장님.' 하고 립브스 대위가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 철도가 그들의 말하는대로 쓰여진다면 인도 침공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콰이강에 놓이는 다리는 놈들의 열차 무게를 지탱할 것 니콜슨은 생각에 잠겼지만, 이윽고 그 푸른 눈동자로 두 부하를 진득이 쳐다보았다. '여보게들' 하고 그는 말했다. '만약 우리가 또 다시 부하를 장악하고 싶다고 생각하거든 대단히 튼튼한 선로를 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네. 이런 야만인들로 말미암아 우리 병사들은 국왕폐하의 군대답지 않게 게으르고 모든 일을 마구잡이로 아무렇게나 해치우는 버릇이 몸에 배였어. 우리는 참을성 있고 신중하게 그들을 다루지 않으면 안돼. 왜냐 하면 그들은 현재의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니까. 그들에게 필요한 건 기울이지만, 현재의 그들에겐 그게 없어. 그렇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건 좋지 못해. 이젠 다만 결과를 볼 일들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도 보탬이 되는 공헌을 하지 않고 있네. 인사관리 면에서 동양인은 얼마나 무능한가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지 뭔가.' 두 장교는 그가 이런 말로 실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의아스러워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그 말들은 정말로 분명했다. 딴 뜻을 알아 내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대령은 으례 그렇듯이 솔직한 태도로 지껄인 것이다. 그는 말소리를 낮추어 말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난 자네들에게 부탁해야만 하겠네... 그리고 딴 장교들에게도 전원 부탁할 작정이야. 최초에 되도록이면 심사숙고하도록 말일세.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의 참을성을 마음약한 탓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이들 야수와 똑같은 수준으로까지 타락해버릴 걸세. 난 또 내가 직접 병사들에게 얘기해 보겠네. 이 면목없는 무능력은 오늘로 끝장을 내지 않으면 안 되네.' 하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잠깐 뜸을 들였다가 다시 시작했다. '물론 사병들은 어떤 구실로도 작업장을 빠져 멍청히 시간을 보내게 할 수는 없어. 하사관은 질문당한 어떠한 사항에도 신속 명쾌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네. 사보타지나 꾀병의 징후가 나타나면 곧 결연한 행동이 필요한 것은 새삼 되생각하게 할 필요 없을 것이야. 선로는 수평으로 깔아야 하는 것인만큼 리브스, 자네가 똑바로 관찰한 것처럼 비뚤어지나 구부러진 건 안되네. 알겠나?' 캘커타에서는 316부대의 지휘관 그린 대령이 평상시처럼 여러 수속절차를 거치느라 늑장부리다가 이제 막 도착한 보고를 조사하고 있었다. 보고에는 관밖에다 군(軍) 또는 군 유사(類似)의 비밀기관이 쓴 6개항의 주석이 달려 있었다. 316부대('플라스틱 폭탄 파괴 공작반'이란 통칭이 더 유명하다)는 후에 극동방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당시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말레이, 버어마, 타일랜드, 중국 등의 점령지구에서의 일본군 편성에 대해서는 이미 적극적이고도 독점적인 관심을 품고 있었다. 물질적인 뒷바침이 없는 경우, 부딪치는 방법으로 보충하려 했다. '그런데 모두가 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로군.' 하고 그린 대령은 중얼거렸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돼.' 그가 중얼거린 말의 첫 부분은 316부대의 갖가지 비밀공작에 관해 말한 것으로, 각 공작반은 저마다 물샐틈 없는 긴밀한 협동 아래 독자적인 방침을 관철했기 때문에, 때때로 큰 차이가 나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정보에 의한 작전 입안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그린 대령은 그 일로 곧잘 화를 냈던 것이다. '작전행동'은 316부대 전담의 영토였다. 그린 대령은 그 독자적인 활동체계에 영향을 주는 것 이외에는 어떤 토론에도 흥미를 갖지 견해를 말했기 때문에, 부하들은 그 사고방식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고서 속에서 정보 뿐만이 아니라, 갖가지 정보원의 심리적 성향(낙관적인 것, 비관적인 견해, 사실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경향, 또는 한편 아무래도 해석할 수 없는 것도 있다)도 고려에 넣어 진실한 것만을 끌어내려 노력하며 지냈다. 그린 대령은 자기들만을 유일한 정보기관으로 생각하고 작전부원에 협력하는 일을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순수하고도 위대한 것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일한 정보조직에 대해 특수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정보부라면 그린 대령이 의도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신들의 상아탑에 틀어박혀 귀중한 문서를 극비에 속하며, 신중히 정리해 그것을 이용해야 할 사람에게 조차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을 때까지- 더 정확히 말하면 전쟁이 끝나고도 꽤 시일이 지날 때까지 - 오래도록 그대로 그냥 두었던 것이다. 어느 날 높은 분 한 사람이 자손에게 무엇인가 남기기 위해 죽기 전에 회상록에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정보부가 적(敵)이 언제 어떤 경우에 어떤 작전 계획이었던가를 얼마나 상세히 추궁하고 있는가- 적의 절박한 공격 장소나 시간은 미리 정확하게 단정되고 있었으며, 적은 실제 예상하고 있던 대로 공격해왔기 때문에 예상은 100% 정확해, 그 성공률도 마찬가지로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현명하게 행동했는가를 공표해서 국민을 놀라게 할 때까지 손대지 그런데 '예술을 위한 예술'의 이론을 정보활동에 해당시키는 것에 반대였던 그린 대령에겐 사태는 과장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런 식으로 보인 것이다. 그는 저에 몸소 겪은 모험을 몇 가지 생각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번 계획은 기적적으로 모두 일치해서 찬성한 것으로 말미암아 정보부가 무엇인가 쓸모 있는 일을 오직 한번만 한 사실을 거의 씁쓸한 심정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보고서에 쓰여 있는 정보는 인도에 있는 자라면 누구나 훨씬 전부터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 그것은 꼭 맞지는 않지만- 자기 스스로를 위로 했다. 이윽고 그는 이 계획을 다시 한번 모조리 검토한 결과 행동할 떠올려 보았다. '현재 버어마와 타일랜드를 연결하는 공사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노무에 종사하고 있는 6만 명의 연합군 포로는 그 공사의 지독한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매우 많은 사상자를 낸데도 불구하고 적에게 꽤 중요성을 갖는 이 공사는 수개월 후에는 완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간단한 지도가 있는데, 그것에 의하면 나무 다리를 놓은 몇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린 대령은 다시 판에 박은 듯 훤하다고 생각하고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엉겁결에 싱긋 웃었다. 그는 계속 생각했다. '태국인은 쌀을 깡그리 증발하고, 마치 점령지구에 있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지역의 농민들은 특히 불온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4,5명의 태국군 고급장교, 특히 태국 왕실의 일족 가운데에도 최근 연합군과 접촉하며 반일(反日) 지하 운동을 일으키려 준비하고 있는 자가 있고, 무수한 농민이 그들을 지원했을 정도이다. 그들은 무기와 지휘자를 요청하고 있다.' '이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고 그린 대령은 판단했다. '철도공사 지역에 한 팀을 들여보내자.' 결단을 내리자 그는 이런 원정의 지휘자에게 필요한 성격으로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몇 명인가 생각할 수 있는 후보자를 들추다가 그는 시어즈 소령을 불러냈다. 시어즈 소령은 특수부대가 편성되었을 때 316부대에 편입된 한 사람이었다. 이 비밀부대는 몇 명의 개인주의자와 소수의 군사점문가가 겨우 찬성해 준 덕택으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시어즈 소령은 유럽 전선에서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것에서 복잡다단한 일명을 훌륭히 해낸 바 있다. 그린 대령과 오랫동안 의논했다. 대령은 그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하고 이번 임무의 총괄적인 목적에 대해 개요를 말했다. '자네는 적은 식량 만을 휴대하네.' 하고 그는 말했다. '나중에 필요할 때 투하할 테니까. 실제 작전행동에 대해선 현지에서 자네가 판단해서 하게나. 하지만 일을 너무 서두르지마. 난 생각하네만, 일련의 작은 공격을 가해서 계획 전부를 파탄시키는 위험을 저지르기 보다는 방을 안겨주는 편이 좋아.' 어떤 형태의(작적)을 취한다든가 어떤 종류의 군수품을 사용한다든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었다. '플라스틱 폭탄 파괴 공작반'의 존재 이유가 여분의 설명을 생략시킨 것이다. 그 동안 시어즈는 태국인드로가 접촉해서 그들의 호의와 충직한 성격을 확인하고, 유격대원 훈련을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자네에게 삼인조의 팀이 필요해.' 하고 그린 대령은 말했다. '아무튼 지금의 경우는 말일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치에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령님.' '우리는 적어도 중심이 되는 백인 3면이 필요하지요. 그 이상의 인원이라면 사람 눈에 유달리 띠게 될 것입니다.' '그럼 결정됐네. 누굴 데리고 갈 셈인가?' '워든으로 할까 생각합니다, 대령님.' '월든 대위라고? 워든 교수란 말안가? 자네가 들뜬 평가를 믿지 않고 실속을 차린다는 건 확실하군그래 시어즈. 자네와 워든이 같이 가게 되면 우리 공작원의 베스트 2명을 빼앗기는 셈이 되지.' '중요한 사명인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시어즈는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그래. 작전상으로나 정?瓚막琯?매우 중요한 임무야.' '워든이야말로 그것에 알맞는 인물입니다, 대령님. 원래 동양 언어학 교수니까요. 그는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냉정한 녀석으로 적어도 우리들 모두와 마찬가지로 놀라는 일은 없습니다.' '워든을 데리고 가게나. 그런 또 한명은 어떡하겠나?'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마 훈련과정을 끝낸 젊은 패거리에서 한 명 선발하게 될 겁니다. 꽤 싹수가 있을 듯한 자를 4,5명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까요. 내일 알리겠습니다.' 316부대는 캘커타에 학교를 설치하고 젊은 지원병들을 훈련하고 있었다. '좋아. 여기 지도가 있네. 난 내릴 수 있는 지점의, 숨을 집에 표식을 해놨어. 태국인 말에 의하면 그곳에선 발각될 염려없이 숨어 있을 수 있대. 이미 공중정찰를 했네.' 시어즈는 지도와 공중사진을 몸을 구부리고 보통이 아닌 활동을 해야하는 무대로써 선택한 지역을 주의깊게 연구했다. 그는 미지의 영역에 새로운 탐험을 위해 출발할 때마다 그를 엄습한 드릴을 느꼈다. 316부대의 임무는 어떤 한가지를 들추어보더라도 무엇인가 흥분시키는 것이 있지만, 이번에는 무법의 수렵 부족이 사는 밀림이 빽빽한 산악지대란 거치른 자연환경에 의해 더욱 그 매력이 강렬해졌다. '몇몇 알맞은 지점이 있는 것 같애.' 하고 그린 대령은 계속했다. '가령 버어마 국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이 고립된 작은 마을인데, 분명히 철도에서 러어 2,3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 이 지도로 보면 철도는 거기서 강을 가로지른다네 - 지도가 틀리지 않는다면 거야.' 시어즈는 사령관이 미소지었듯이 강에 놓여있을 많은 다리를 생각하고 싱긋 웃었다. '물론 이 문제는 더 자세히 연구해 봐야겠습니다만, 현재는 그곳에 사령부로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옳아.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낙하산으로 강하할 준비야. 만약 태국인이 찬동한다면 3,4주일 걸릴 것으로 생각하네. 낙하산 강하 경험은?' '한 번도 없습니다, 대령님. 낙하산 강하는 내가 유럽을 출발할 때까지 코오스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워든도 경험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자네들이 몇 차례의 강하훈련을 쌓을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그린 대령은 수화기를 들고 어느 공군사관을 불러내어 자신의 희망을 말했다. 잠시 상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는데, 대답은 조금도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이 못 되었던 모양이다. 대화가 교관되는 동안 시어즈는 계속 대령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었는데, 대령의 기분이 언짢아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그게 실제 자네가 생학한 의견인 셈인가?' 그린 대령은 질문했다. 대답을 듣는 동안 그는 얼굴를 찌푸리고 있었으며, 수화기를 놓고 잠시 망설인 다음 그는 드디어 결심한 둣이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알고 싶은가? 그건 이렇다네. 이렇게 말했어. "만약 어떻게 주장한다면 필요한 주비는 하겠소. 하지만 본훈련에 6개월을 예산하지 않는 한, 솔직히 말해서 권할 수 없소. 이런 나라에 강하하는 임무에 관해 경험을 말하면 다음과 같소. 즉 첫번째 강하에서 사상률 50%, 두번째에서 80%, 세번째에서 무사하지 않는 건 우선 확실하오. 그러니까 가장 현명한 건 첫번째 단 한번으로 강하해서 최선을 기대하는 거요...." 이렇게 그는 말앴네. 이건 이제 자네 재량에 달렸어.' '근대군(近代軍) 최대 이점의 하나는 말입니다, 대령님.' 하고 시어즈는 온화하게 대답했다. '모든 문제를 처리해 주는 전문가가 있다는 겁니다. 그들보다 더 정통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헛일입니다. 그들이 말한 건 확실히 상식이기도 하겠지요. 그건 틀림없이 워든의 논리적 머리에도 맞을 겁니다. 그는 꼭 그것에 찬동할 겁니다. 우리는 그 충고를 딸라 단 한번으로 강하해서-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네는 정말로 기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군, 니브스.' 하고 니콜슨 대령은 지그시 억누른 분노의 표시를 온통 얼굴에 띠운 철도기사의 대위를 향해 말했다. '왜 그러나?' '왜 그러냐고 말하는 겁니까! 우리는 이런 식으로 해나갈 순 없습니다, 대령님. 정말로 말하면 절망적 입니다. 난 오늘 이 문제를 대령님에게 말하려고 이미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휴즈 소령님도 있지만 소령님도 나를 지지해 주고 있지요.' '왜 그러는 거야?' 대령은 얼굴을 찌푸리고 되풀이해서 '난 리브스 대위와 동감입니다, 대령님.' 하고 공사현장을 떠나 사령관 일행에 낀 휴즈가 말했다. '나도 이게 단순히 진척되지 않을 거라고 대령님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뭣이 말인가?' '전혀 뒤죽박죽입니다. 내 온갖 경험에서 보아 이처럼 부주의하고 순서가 엉망인 걸 대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시간을 버는 것뿐이지 아무 것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제멋대로 상반되는 명령을 내리고 있거든요. 이 일본군 놈들은 인간관리란 점에 대해 쥐꼬리만한 지식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들이 계속 일에 끼어들어 괜한 고집만 부리려 든다면 완성할 싹수는 전혀 없어요.' 이후로 사정은 확실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작업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두드러지게 진척된 징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도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자네 스스로 설명하게나, 리브스. 우선 자네부터야.' '대령님.' 하고 대위는 포켓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고 말했다. '난 다만 크게 눈에 띠는 실패만을 적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리스트 같은 건 언제까지라도 완성할 수 없을 테니까요.' '계속하게나. 난 이치에 맞는 불만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듣고 어떤 제안이라도 고려해볼 셈으로 있네. 어딘가 이상한 건 책임일세.' '우선 다리를 이 흙위에 놓으려는 게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왜 그런가?' '옴낫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령님. 철교를 유토(流土)위에 세운다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이런 일을 생각하는 건 야만인들 뿐입니다. 내가를 해도 좋지만, 기차가 달리면 우선 짜부러지는 게 다리지요.' '그건 중대한 일이야, 리브스.' 푸르스름한 눈동자를 부하 장교에게 돌린 채 대령은 말했다. '매우 중대합니다, 대령님. 더구나 난 그점을 일본군 기사에게 지적했습니다. 기사라곤 하지만 실제 얼마나 쓸모없는 없다는 놈한테 무슨 그럴듯한 의견을 꺼낼 수 있습니까. 압력면을 얘기해도 하품만 할 따름이지요. 게다가 영어조차 제대로 지껄일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난 꽤 참을성있게 참았승니다. 터득하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썼지요. 더구나 난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실지 설명까지 해봤습니다. 하지만 시간 낭비였습니다. 그는 지금도 이, 이수령에 다리를 놓겠다고 버티고 있거든요.' '실지 설명이라니 리브스?' 니콜슨은 물었다. 이 말을 들으면 언제나 그의 관심은 깊어지는 것이다. '지극히 간단한 겁니다만, 대령님. 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요. 강가에 가까운 물속에서 말뚝을 보실 수 있잖습니까? 난 그걸 큰 망치를 써서 내 자신이 박은 겁니다. 흙바닥에는 못 미치고 있지요. 아직도 잠겨들어갈 겁니다. 마치 딴 말뚝이 전부 기차 무게로 틀림없이 잠기는 것처럼 말이지요. 해야할 일은 콘크리트 기반을 까는 일이지만, 우리에겐 그 재료가 없습니다.' 대령은 흥미깊게 말뚝을 쳐다보고 있다가, 이윽고 자신을 위해 실지설명을 되풀이할 수 없느냐고 리브스에게 물었다. 리브스는 필요한 명령을 내렸다. 몇 명의 포로가 둘레에 모여들어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발판에 설치된 큰 망치가 한 번인가 두 번 말뚝 꼭대기를 내리치자 말뚝은 순식간에 깊이 내려 앉았다. '보시는 대롭니다, 대령님.' 하고 리브스는 자랑스럽게 외쳤다. '우린 지구 최후의 날까지 망치를 계속 그리고 얼마 안가 물속에 아주 잠겨버리는 겁니다.' '그렇군.' 하고 대령은 말했다. '지금 어느 정도의 깊이가 되었을까?' 리브스는 자신이 기록한 숫자를 말하며, 밀림에서 가장 큰 나무를 갖다 쓴다 해도 단단한 바닥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牟눼? '알겠네.' 하고 대령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지극히 간단명료해. 자네 말처럼 아이라도 알 수 있어. 이런 실지 설명이 난 좋다네. 일본 기사는 감명을 받지 않았었나? 아니 난 감명을 받았어-그리고 그게 중요한 일이라네, 정말이야. 그래 자네는 어떤 해결방법을 '다리를 송두리째 옮겨버리는 겁니다, 대령님. 1마일 쯤 떨어진 곳에 적당한 땅이 있습니다. 물론 조사해봐야 합니다만...' '그럼 자네는 그렇게 하게나.' 하고 대령은 온화하게 말했다. '그리고 사전에 사실과 숫자를 보고 해주게.' 그는 이 최초의 문제점을 메모하고 또 물었다. '그밖에는, 리브스?' '그들이 다리에 쓰고 있는 재료 말입니다, 대령님. 그런 나무를 자르다니! 병사들을 일하게 하는 첫 작업으로선 제격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다만 오래된 나무를 자를 뿐이지 나무가 단단한가 연한가, 튼튼한가 구부러지기 쉬운가 또는 거기에 덮치는 중력을 견뎌낼까 어떨까 등은 생각하려 들지도 않아요. 정말 우리 낯에 먹칠하기 마침입니다.' 니콜슨 대령은 수첩으로 쓰고 있는 종이에 제 2의 문제점을 써 넣었다. '그 밖에, 리브스?' '이건 마지막으로 말하려고 지금까지 보류했습니다만... 그 이유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이 강은 넉근히 100야드 이상이 됩니다. 양쪽 강가는 높지요. 따라서 다리의 바닥은 수면에서 100피트 이상인 곳에 있어야 하거든요-이건 매우 중대한 제안이 되지만, 아이들 놀이가 아니니까요. 그래 난 기사에게 부탁했습니다. 놈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을 때 놈들이 으례 그러듯이 고개를 흔들 따름이었지요.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믿든지 안 믿딘지 간에 시행계획은 없었던 겁니다. 그는 그런 걸 작성하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놈은 작성할 생각조차도 없었던 겁니다! 그게 어떤 중대한 일인지 깨달은 태도도 없었지요. 즉 이런 얘기가 됩니다. 놈은 다리를 놓는 건 도랑에 판자쪽을 걸치는 것 만큼이나 수월하다-나무를 여기저기 깔고 그 밑에 말뚝을 몇개 박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 식으론 절대로 놓지 못합니다, 대령님. 난 이런 사보타지에 참가한 걸 정말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리브스의 분개는 분명히 참다운 것이었기 하겠다고 생각했다. '걱정마, 리브스. 생각하고 있던 일을 토로하는 건 좋은 일이라네. 자네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잘 알았어. 누구든 모두 자랑을 갖고 있는 거야.' '옳습니다, 대령님. 솔직히 말해서 이런 날도깨비 공사에 협력하는 것보다 다시 한 번 벌을 받는 게 훨씬 낫겠어요.' '정말로 동감이야.' 하고 마지막 문제점을 노트하면서 대령은 말했다. '분명히 중대해, 이건. 게다가 우리는 사태를 그냥 팽개쳐 둘 수는 없어. 난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자네에게 약속하겠네. 이번엔 자네 차례야, 휴즈.' 휴즈 소령은 대위와 마찬가지로 차츰 상태였다. 왜야 하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대령님, 우린 공사현장에서 조금도 사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도 일본 간수병이 우리 질서를 흐트러 놓는 한, 병사들을 성실하게 일시킬 수 없지요. 좀 보십시요, 대령님-대단한 얼간망둥이들 입니다. 조금 전의 아침 일이지만, 난 둑에서 일하는 작업반을 셋으로 나누었지요. 흙을 파는 사람과 흙을 나르는 사람, 그리고 그것 고르게 펼쳐 둑을 펀펀하게 다지는 사람하고 말입니다. 난 스스로 각 그룹의 인원수를 비교해서 배정하고, 여러 가지 노동을 적절히 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어요.' '그럴듯 해.' '소위 전문화 방식이군.' '그렇습니다, 대령님. 요컨대 난 토목공사에 대해 약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역이 되기 전에는 현장감독을 했습니다. 300피드 이상의 깊은 우물도 판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튼 우리 팀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만사는 잘 되어갔지요. 그들은 일본군이 세운 스케줄보다는 더 진척이 발랐습니다. 훌륭했지요! 그러자 그 원숭이 중 한 놈이 다가와서 으시대며 외치고 고함지르며, 세 그룹을 하나로 재편성하도록 요구했습니다-놈은 얼간망둥이예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정말 뒤죽박죽 혼란의 소용돌이였지요. 각자가 모두 겹쳐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이 언짢아질 것 '자네 말대로야. 잘 알겠네.' 하고 니콜슨은 노무 중의 병사들을 주의깊게 지켜본 다음 찬동해서 말했다. '조직회가 결여된 건 벌써부터 깨닫고 있었어.'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대령님. 이 얼간망둥이들은 우리를 적절히 관리하면 훨씬 일을 더 잘하는 걸 모르고 1인당 1입방 야드의 할당량을 결정한 겁니다. 대령님과 내가 한다면 손쉬운 일이지요. 그런데 놈들은 각자가 저마다 자신의 1입방 야드의 흙을 파서 운반해 고르게 펴쳐 다지면 하루 일은 끝났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난 놈들을 얼간망둥이라고 하는 거지요. 두 개의 고립된 작업을 연결할 수 있는데 필요한 약간의 흙이 운반되지 않은채 남아있다고 하면, 조금만 더 천만의 말씀! 그건 일은 결코 없습니다. 놈들은 다만 도구를 놓으라고 명령할 따름이지요. 그런 경우 난 어떻게 병사한테 일을 조금난 더 계속하도록 명령하겠습니까. 만약 그런다면 병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래 자네는 정말로 이 작업량이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하고 리브스가 말했다. '인도에선 기후는 이곳과 같은 정도로 나쁘고 흙도 훨씬 굳지만, 인부들은 1입방 야드 반쯤 거뜬히 해치웁니다.' '그건 나도 생각한 일이지.' 하고 대령은 중얼거렸다. '나 자신 옛날에 이런 일을 청부맡은 적이 있어. 아프리카에서 도로를 만든 거야. 하나만은 지극히 명료해.' 그리고 그는 야무지게 결론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순 없어. 내게 그걸 알려준 자네는 정말로 옳은 거야.' 그는 또 노트에 그것을 기록하고 잠시 곰곰히 생각하고 나서 다시 두 장교쪽으로 준길을 돌렸다. '그럼 둘 다 잘 들어주게. 내가 이런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나? 실제로 이런 문제는 모두 하나의 단순한 원인에 기인한 걸 알 수 있네. 조직화가 전혀 결여되어 있기 대문이지. 최초로 문책받아야 할 사람은 나야. 먼저 첫째로 내가 그걸 조사했어야만 했던 거야. 일을 서두를 때 가장 나쁜 건 그것이지. 결룩 언제나 시간의 낭비로 끝나버리거든. 평이하고 단순한 조직-우리가 무엇보다도 필요로 하는 건 그거야.' '잘 말하셨습니다, 대령님.' 하고 휴즈는 찬성하며 말했다. '이런 노무는 처음에 확실히 계획을 세워 놓지 않으면 실패하는 건 뻔한 일이지요.' '회의를 여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 하고 니콜슨 대령은 말했다. '그 전에 고려해야 할 일이있어. 일본군과 우리들 사이에서 말일세. 둘 사이의 토론은 우리들 한사람의 의무와 책임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일이거든. 그래, 회의야. 난 지금 곧 사이또를 만나러 가서 상의하겠네.' 회의는 며칠 후에 열렸다. 사이또는 그 회의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문명국의 습관을 모르는 것처럼 여겨져 체면을 잃기 싫었기 때문에, 구태여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 채 출석하기로 했다. 그는 문명을 싫어했지만, 그것은 뜻밖에도 도리어 그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이다. 니콜슨 대령은 의제를 입안하고, 식당으로 쓰고 있는 길다란 움막에서 부하 장교들과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또는 기사와 2,3명의 호위병과 3명의 대위를 거느리고 왔다. 대위들은 한 마디의 영어도 지껄일 줄 몰랐으나, 동반자의 인원수를 불릴 필요가 있었다.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했다. 니콜슨 대령은 거수 경례를 했다. 사이또는 매우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주장할 속셈으로 왔지만, 이 전통적인 위엄있는 예의에 접했을 때 이미 열등감에 사로잡힌 것이 분명했다. 몹시 긴 침묵이 계속되었다. 그 사이에 니콜슨 대령은 당연히 의장석에 않을 것으로 기대한 일본군 사령관에게 의아스런 눈길을 보냈다. 그의 뜻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 회의는 의장 없이 열 수는 없다. 니콜슨 대령은 단순한 예의심에서 사이또가 개회를 선언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이또는 더욱 굳어져, 자신이 이 집회의 초점이 되어 있다는 생각에 거의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어깨를 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에 캄캄하다는 사실을 부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의장석에 않혀져 무식한 실수를 저지를까 두려워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빳빳해졌다. 짝달막한 일본인 기사는 더우기나 자신이 없어 보였다. 사이또는 대단한 노력으로 자신을 되찾았다. 바땅찮은 목소리로 니콜슨에게 어떻게 말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그가 어뜻 생각해 낸 가장 상처입지 않는 행동이었다. 니콜슨은 이 이상 사이또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행도으로 옮길 것을 결심하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신사 여러분'이란 말로 시작해서 개회를 선언하고, 간단하게 그의 콰이강 가교를 위한 적절한 조직을 만들고, 저마다 책임분담을 세밀히 결정한 작업계획을 일반적 용어로 쓴다는 것이다. 출석한 클립튼-군의관은 당연히 총무적인 어느 문제점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니콜슨은 그에게 출석하도록 부탁한 것이다-은 사령관(니콜슨)이 말끔히 자신을 되찾았으며, 그 자신은 사이또가 더욱 더 난처해지는데 반비례해서 막강해지는 등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형식적인 서론을 간단히 말한 다음 니콜슨은 본론으로 들어가 최초의 중요점을 말했다. '그 밖의 문제를 거론하기 앞서 우리는 다리 위치에 관해 검토해야만 합니다, 사이또 대좌. 난 이 위치가 약간 성급하게 정해지지 위치를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하오. 우리가 생각하고는 있는 건 1마일 쯤 하류 쪽이요. 이건 물론 선로를 더 연장해야만 하며, 수용소의 이전과 현장 부근에 새 숙사를 지어야 하는 일도 의미하오. 하지만 난 이런 일로 말미암아 이 계획을 중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오.' 사이또는 마땅찮은 신음소리를 냈다. 클립튼은 그가 당장이라도 분통을 터뜨리지 않나 싶었다. 그가 어떤 기분으로 있는가를 상상하는 것은 수월했다. 시간이 없었다. 1개월 이상이나 실질적인 성과를 못 올린 채 헛되이 보내졌으며, 이제 와서 애초에 직면한 것과 마찬가지인 꽤 노동력이 필요한 제안이 제출되다니! 그는 느닷없이 긴 칼자루을 움켜쥐며 그러나 니콜슨은 이 협박을 계속할 수 있는 틈을 그에게 주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시오, 사이또 대좌.' 하고 그는 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 건을 가교 전문가의 한사람인 기술장교 리브스 대위에게 조사시켰오. 그가 얻은 결론을 말하면...' 2일 전 니콜슨은 작업중의 일본인 기사를 주의깊게 관찰한 다음 드디어 그의 무능함을 완전 파악했다. 그는 곧 결심했다. 기술고문의 팔을 잡자 부르짖듯이 말했던 것이다. '날 듣게, 리브스. 이런 서투른 녀석으론 완성을 바랄 수 없겠어. 녀석은 나보다도 다리에 관해 더 모르는 거야. 자넨 기사지? 그럼 녀석이 뭐라 말하든 상관할 것 없이 하는 거야. 맨 먼저 가교에 적합한 곳을 발견해야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사태를 보세.' 또 다시 전쟁 전의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을 기뻐한 리브스는 정성껏 땅을 연구하고, 여러 지점에서 강의 물 깊이를 재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다리의 무개를 충분히 지탱할 만한 거의 이상적인 굳은 바위바닥을 발견했다. 니콜슨은 사이또가 자신의 울분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 앞서 리브스를 지명한 것이다. 리브스는 곧 뒤를 이어 기술적인 원리를 몇 마디 말하고 1평방 인치에 해당하는 흙의 압력과 저항률을 숫자를 들어 설명했다. 그 숫자는 만약 그들이 진흙에 다리를 다리가 짜부라질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리브스가 설명을 끝내자 니콜슨은 출석자 전원을 대표해 그에게 사례하고 결론을 말했다. '만약 재난을 피하고 싶으면 다리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건 지극히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바이오, 사이또 대좌. 본건에 관해 리브스의 충고를 따르도록 기사에게 부탁해도 좋을까요?' 사이또는 울분을 꾹 누르며 다시 자리에 앉아 부하 기사와 격렬한 토론을 시작했다. 일본군은 전력 증강을 위해 수도에서 기술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국에 최고 기술진을 파견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 이 사나이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분명히 경험 부족인데다 자신도 니콜슨이 리브스가 계산한 숫자에 주의를 하게 하자, 기사는 얼굴을 붉히고 주의깊게 얘기를 듣는 척 했지만, 결국은 침착성을 잃고 그 숫자를 점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리브스의 말은 옳으며, 자기도 며칠 전 똑 같은 결론에 도달했노라고 신세가련한 태도로 인정했다. 일본군 쪽이 체면을 크게 잃었기 때문에, 사이또는 창백해진 채 눈썹을 찌푸린 이마에선 온통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찬성의 뜻을 겨우 몸짓으로 나타냈다. 니콜슨은 계속했다. '그럼 우리는 이 점에 관해 전원 의견의 일치를 본 셈이오. 좋지요? 사이또 대좌. 이건 즉 지금까지의 공사가 헛수고였다는 것이오. 하지만 중대한 결점이 있는 이상, 않으면 안 될 거요.' '고약한 노무자들이야.' 하고 사이또는 보복할 속셈으로 따갑게 말했다. '일본병이라면 2주일도 걸리지 않아 2보선구쯤 공사를 해냈을 텐데.' '일본군이라면 확실히 더 능률이 좋았을 거요. 왜냐 하면 그들은 지휘하는 상관 명령대로 일하면 쫘았으니까요. 하지만 난 머잖아 영국병의 참다운 값어치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오, 사이또 대좌. 그런데 난 부하의 노동량을 변경한 사실을 귀하에게 보고해야 만 하겠소.' '노동량을 변경했다고!' 사이또는 외쳤다. '더 불렸소.' '1입방 야드에서 1.5입방 야드로 말이오. 모두를 위한 일이며, 이 조치에 이의가 없을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오.' 일본군 장교는 어안이 ?′漫?입도 열지 못할 형편이 었다. 니콜슨은 그 틈을 타서 또 한 문제로 밀고 나갔다. '사이또 대좌, 우리가 독특한 방법을 짜낸 걸 알아줘야 할 거요. 만약 그걸 내 맘대로 적용해도 괜찮다면 난 그게 큰 역할을 하는 걸 입증해 보여드리겠소. 이 종류의 사업 성공은 기본이 되는 조직에 의한 것이 크다는 사실을 우린 충분히 알고 있소. 그리고 본건에 대해서 난 여기에 승인 받고 싶은 제안을 준비하고 있소.' 니콜슨은 거기서 이틀 동안 간부장교의 도움을 받아 만든 관리 계획의 대충을 특수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저마다 독립된 부가 고유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니콜슨의 전책임을 지고, 일본군에 대해 영국병 하나하나 대신으로 혼자서 책임지기로 되었다. 리브스 대위에게는 모든 예비적, 이론적 업무에 관한 계획이 맏겨지고 동시에 또 실행면에서의 기술고문을 맡기로 되었다. 인사관리가 능숙한 휴즈 소령은 말하자면 인부 두목 격으로 노무 감독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소령의 바로 믿에는 각각 작업반을 감독하는 소대장이 배치되었다. 관리부도 생겨, 그 부장으로는 사무에 제일 밝은 하사를 니콜슨이 임명했다. 관리부장의 주요 임무는 연락사무로 명령을 전달한다든지 배치.보관하든지 하는 것이었다. '관리부는 절대로 필요하오.' 하고 니콜슨은 설명했다. '사이또 대좌, 귀하는 1개월 전에 지급한 도구의 점검을 부류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 도구들은 지금 엉망진창 상태요...' '난 이 안을 승인해 줄 것을 권하는 바이오.' 하고 니콜슨은 새로운 조직의 기구를 세밀히 말하고, 그것을 만든 이유를 설명한 다음 다시 얼굴을 들며 말했다. '물론 난 언제든지 귀관의 맘대로 희망할 때 더 자세히 설명하러 가겠오. 이런 제안에 원칙적으로 찬동하겠소?' 사이또는 물론 더 자세한 설명을 실로 당당했기 때문에, 찬성의 의사표시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떡하는 것으로써 일본군으로부터 이니셔?湲?빼앗아버려, 그 자신의 지위를 다소 무의미하게 한 이 계획 전부를 찬성했다. 그는 거의 어떠한 굴욕에도 견뎌낼 각오였다. 자신의 생명이 걸려있는 이 다리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교각을 보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서슴치 않을 작정이었다. 공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그는 본바음과는 달리 이 기묘한 서구식의 준비태세에 매달리고 있었다. 첫 성공에 용기를 얻은 니콜슨은 말을 계속했다. '또 하나 중교한 점이 있소, 사이또 대좌. 연장하는데 얼마나 여분의 노동이 필요한가 아시겠지요. 그런하면 새로운 수용소를 지어야 할 거요-' '왜 새로운 수용소가 필요한 거요?' 하고 사이또는 이의를 했다. '포로들이 노동으로 2마일 쯤 걸을 수 있는 건 의심의 여지도 없을텐데.' '부하들이 이 문제를 두 각도에서 연구했소.' 하고 니콜슨은 참을성있개 대답했다. '그 결과 이런 결론이 나왔소.' 리브스와 휴즈가 산출한 계산은 하루의 행진에 소요되는 시간의 총 합계는, 새로운 수용소를 짓는데 걸리는 시간 보다도 훨씬 많이 걸린다는 것을 매우 명료하게 말하고 있었다. 심사숙고에 의한 합리적인 이치에 마주쳐 꺾이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니콜슨은 계속해 말했다. '더구나 우리 탓이 아닌 불행한 의견 차이의 결과, 이미 1개월 이상이나 헛되이 보냈소. 다리를 이미 정한 날짜까지 완성시키기 위해선-귀관이 내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완성시켜 보겠다고 난 약속하겠소만-우린 곧 나무를 잘라 기둥의 준비를 해야만 하오. 동시에 딴 팀을 철도부설에 동원하고 또 그밖의 팀을 새로 세우는 수용소에 머물러 있게 해야 하오. 휴즈 소령의 계산에 의하면-그는 노무 경험이 풍부하오-이런 작업을 전부 기한까지 완성시키려면 인원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거요.' 듯이 긴장해서 잠자코 있었지만, 다음에는 결연한 말투로 계속했다. '내 제안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오, 사이또 대좌. 당장 영국병을 전부 다리 놓는데 착수시키는 거요. 그러면 적은 숫자의 영국병만 철도공사에 배치하게 되는데, 난 귀관에게 부탁해서 맨 첫일을 되도록 빨리 해치우기 위해, 이 그룹의 증강에 일본병을 빌리고 싶소. 난 또한 새로운 수용소의 건축도 귀관의 부하에게 맡기고 싶소. 일본병이 영국병보다는 훨씬 대나무 취급에 익숙할 테니까요.' 클립튼이 예의 쿡 치밀어오르는 감정의 물결에 휩쓸려버릴 뻔한 것은 바로 이순간이었다. 그때까지 그는 몇번 대령을 목졸라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않을 수 없었다. 근 일본군 대좌에게 한 번 눈길을 보낸 다음 마치 자신의 마지막 요구가 공평한 것이라는 보증을 요구하는 것처럼, 다구쳐 묻는듯한 눈길을 회의 출석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차례로 무례하게 보내고 있었다. 클립튼은 일순간 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꾸밈이 없는 그 배후에, 무엇인가 교활한 권모술수가 작용하고 있지 않나 의심했다. 혹시 위험한 음모의 징조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희망을 품으며 클립튼은 열심히, 게다가 뒤숭숭한 심정으로 낱낱이 그의 온화한 얼굴빛을 엿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동곳을 빼고 눈길을 돌렸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클립튼은 결론을 내렸다. 대령이 말한 것은 진지한 것이었다. 실제로 작업을 빨리하는 최선의 클립튼은 사이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안도의 숨을 크게 내려쉬었다. 사이또의 얼굴에는 인간이 참을 수 있는 한도의 고통스런 표정을 띠고 있었다. 치욕과 분노로 일그러지며 또한 이 냉혹하리만큼 논리적인 토론의 덫에 진 얼굴이었다. 그가 이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 였다. 반대하는가 따르는가를 골똘히 생각한 끝에 또다시 그는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지금 그의 유일한 희망는 작업이 실제로 진척한 후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위를 되찾는 일이었다. 그는 아직 서구의 학문에 의해 내리막길을 굴러 떨어지게 될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지금 이곳에서 포기한 지위를 두 번 다시 되 찾을 수 없음을 알았다. 사이또는 언제나처럼 그런 태도로 항복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을 둘러싼 부하들에게 일본어로 부르짖는 듯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몇 가지 명령을 내렸다. 니콜슨의 영어는 매우 빨랐기 때문에 사이또는 기껏해야 그것을 이해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사이또는 그 제안을 명령용어로 바꿀 때, 자신의 의견을 ?牟?전달할 수는 있었다. 사이또의 명령이 끝나자 니콜슨은 마지막의 세밀하지만 교묵한 안을 꺼냈다. 이 것에는 그로서도 가장 큰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우리에겐 아직 철도 건설에 종사하는 귀관 있소, 사이또 대좌. 애초에 난 병사들을 과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 1입방 야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이 점은 영국병과 똑같이 하는게 가장 좋다곤 생각않나요? 그럼 또 건전한 경쟁심을 부채질하는 결과도 되고...' '일본병의 노동량은 2입방 야드로 하오.' 하고 사이또는 고함치듯이 말했다. '난 이미 그 명령을 내리고 있소!' 니콜슨은 머리를 숙이고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작업은 대단히 잘 진척될 거요. 이 이상 말할건 없다고 생각하오, 사이또 대좌. 오직 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 준 걸 감사할 따름이오. 무슨 딴 질문이 없다면 이것으로 폐회하고 싶소. 우리는 내일부터 거요.' 그는 자신이 바란 선으로 회의를 이끌어간 자신감, 상식이 승리했다는 만족감, 그리고 다리를 완성하기 위한 결정적인 첫걸음이 내디뎌졌다는 확신감을 가지고 자리를 일어나 ?굅?경례를 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그는 교묘한 전술가인 것을 입증해 보인 것이지만, 자기 스스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을 알고 있었다. 클립튼은 그의 뒤를 따라 회의장을 나와 함께 숙사로 돌아왔다. '놈들은 왜 그리 바보들 일까요? 대령님.' 하고 군의관은 대령의 얼굴을 이윽히 보며 말했다. 수렁에 다리를 놓아, 열차 무게로 군대나 군수품을 한꺼번에 뒤엎어버렸을 텐데요!' 이렇게 말하는 클립튼의 눈에는 기묘한 빛이 깃들고 있었지만, 니콜슨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는 그 얼굴빛에선 여전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 스핑크스와도 같은 수수께끼의 인물은 원래 숨길만한 비밀이 없었기 때문에 비밀을 누설할 일도 없었던 것이다. '글쎄, 그럴까?' 하고 그는 엄숙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늘 말한대로 였더. 즉 아이와 마찬가지로 미개의 민족으로 문명의 표현만을 너무나 빨리 몸에 지닌데에 지니지 않거든. 한 가죽만 벗기면 아무 것도 모르는 거야. 자기 혼자로선 아무 일도 못하지. 서구의 도움이 없으면 아직도 그들은 나무배를 띠워 고기잡이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일 뿐, 비행기 한 대 만족하게 가질 수 없었을 걸. 아이에 지나지 않아... 게다가 아이처럼 겉만 꾸미고 있는 거야. 생각해 보게나, 이 중대한 일을 해낸 꼬락서니를! 매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그들이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란 밀림의 넝쿨로 만든 겨우 사람이 건너갈 만한 다리일 거야.' 서구의 문명사회가 생각하는 다리와 일본군이 아시아 대륙에서 놓았던 실리본위의 발판같은 다리와의 사이에는 공통점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둘의 가교방법에도 비슷한 점은 전혀 없었다. 대일본 제국에도 뛰어난 기사가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수도권 안에 유보되어 있었다. 점령지구에서의 토목공사는 군의 책임 아래 놓여 있었다. 태국에 판견된 헤아린 수 있을 정도의 기사들은 기량면에서 떨어지고, 게다가 더욱 권위가 없었으며, 작업의 태반은 군대에 의해 움켜쥐어져 있었다. 일본군의 가교 방법-그것은 신속하고 어느 필요성에 의해 생긴 것이었다. 침략한 여러 나라를 진격중인 일본군은 모든 시설이, 후퇴 중 적에 의해 파괴된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일본군의 가교는 우선 강밑바닥에 말뚝을 두 줄로 박고, 다음에 설계나 구조 등을 생각할 틈도 없이 정압의 원리도 전혀 무시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긁어모은 잡다한 목재를 지주(支柱)위에 덮고, 마지막으로 겉보기에도 허약한 듯한 부분을 남은 판자쪽으로 보강하는 식의 것이었다. 이 조잡한 골조는 때로는 대단한 높이까지 이른 것이었는데, 게다가 또 커다란 들보 두 개가 평행으로 놓였다. 그리고 그 제일 위쪽에 다소 형태를 이룬 재목이 오직 한 개의 가로대로써 가로로 질러 놓여 있었다.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다리는 급할 때의 필요에 응했다. 난간도 없으며, 걷는 길도 없는 것이었다. 다리를 걸어 건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은 들보에서 들보로 빈틈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는-일본인은 그것이 익숙했다-것이었다. 맨 첫 호위열차는 느린 속도로 덜컥덜컥 흔들리며 통과한 것이다. 때때로 기관차는 다리가 강가에 닿은 데서 탈선할 뻔했다. 그러나 지렛대를 가진 한 떼의 병사가 늘 어떻게 간신히 들어올려 선로로 되돌려 가까스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만약 다리가 부서지든지 하면 거기에다 약간의 나무쪽을 보태어 보강했다. 통과했다. 발판은 며칠, 몇 주일, 때로는 몇 개월 견디는 수가 있었다. 그러나 홍수에 의해 순식간에 흘러 떠내려가든가 보통 이상의 결력한 흔들림이 계속되면 부서졌다. 그것에 쓰이는 재료는 밀림에서 무진장으로 얻을 수 있었다. 서구 문명의 수법은 물론 그 정도로 초보적은 아니다. 리브스 대위는 서구문명의 기본적인 요소-기계적인 것- 대표해 보여준 것으로써, 이런 원시적인 경험론자들로부터 지시를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리를 놓는다는 사태가 되고 보니, 서구의 기술적 순서에는 갖가지 엄격한 준비단계가 필요했으며, 실제 공사에 착수할 때까지의 작업을 두갑절로 늘렸다. 했는데 그 플랜을 작성하려면 미리 저마다 들보의 부분과 형태, 박는 말뚝의 깊이, 그 밖의 딴 세부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절대 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저마다의 부분, 저마다의 형태, 저마다의 깊이, 쓰이는 각종 재료의 저항도나 강 밑바닥의 단단함을 나타내는 수량에 의거해서 또 갖가지 계산을 해야만 된다. 그 수량들은 이어 문명사회에서는 수표(數表)란 형식으로 주어지는 '표준형'에 의거해서 산출된 계수(係數)에 의존한다. 역학(力學)은 사실 완벽한 선험적(先驗的)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물질적 창조에 앞서가는 정신적 창조력은 서구의 천재들이 아룩한 갖가지 발명 가운데 적지 않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위는 전문기사였으며, 그의 이론적 지식으로 보면 수표가 없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다만 계산으로 가져가기 전에 예비적인 작업의 숫자를 늘려 갖가지 것의 무게나 단순한 형태로 실험을 거듭하면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 목적을 위해 갑작스레 만들어진 기구를 써서 수월한 방법으로 계수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니콜슨 대령의 승인을 얻은 그는 사이또의 열띤 눈길과 클립튼의 아이러니칼한 응시를 받으며 이 실험들을 착수했다. 동시에 그는 철도를 시설할 가장 알맞은 코오스를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휴즈 소령에게 전달해서 조치를 취하게 했다. 이런 걱정거리를 떨구고 계산을 위해 가운데 가장 흥미있는 부분, 즉 다리의 디자인과 설계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지난날 인도 정부를 위해 같은 작업을 했을 때 보인 것과 마찬가지의, 직업의식과 지금까지 적당한 책(가령 '다리를 놓는 사람들'과 같은)을 읽음으로써 몸에 지니려고 노력했지만 부질없이 끝난, 그런 불타는 듯한 열의를 갖고 이 임무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 격렬한 열의는 대령이 무심코 한 말에서 별안간 촉발된 것이었다. '그런데 리브스, 난 자네에게 몽땅 맡기겠네. 자네는 우리들 가운데 오직 하나 자격이 있는 인물이니까. 난 모두 자네 손에 맡길 셈이야. 우리가 야만인 녀석들보다 뛰어난 걸 보여줘야 하네. 필요한 것조차 없는, 하나님께 버림받은 이 곳에서 그게 그러기에 더욱 애쓴 보람이 있는 값있는 작업일세.' '너무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대령님.' 하고 리브스는 갑자기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감동해서 말했다. '결코 대령님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놈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보여주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일생 동안 걸려 기다렸던 기회였다. 그는 늘 꿈꾸고 있었다. 관리부문 때문에 1부 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쓰잘 데 없는 질문을 해서 '절약'이란 구실 아래 작업에 제약을 주려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창조적 노력을 겪는 관리들의 간섭에 화를 내는 일도 없이 크나큰 일과 대결해 보겠다고-. 뿐그 밖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대령에게는 좋은 인상을 가졌다. 물론 그는 일상 업무에 까다로운 사람이며 '적당한 중개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딴 사람의 견해를 이해할 수 있으며 다리에 관한 한 입습이나 교조(敎條) 따위에 속아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토목공사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하급장교의 자유재량에 맡길 의사를 지극히 뚜렷하게 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 작업은 어려운 것으로 적절한 재료도 결핍이었다. 그러나 리브스는 온 힘을 기울임으로써 모든 모자라는 점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이미 앞길을 가로막고 버티고 있는 모든 장해를 뚫고 나갈 결심이 되어 있었다. 높이 치솟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일각(一刻)의 여유도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곧 다리의 스켓치를 착수하는가 하면, 강을 볼 때마다 마음에 떠오른 그대로를 그려보았다. 그 다리는 나란히 줄지은 말뚝의 에 개 줄이 깍듯이 일직선으로 달리고, 대담하면서도 우미한 상부구조는 수면으로부터 100피트 높이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 들보는 몇 년전 그가 보수적인 인도 정청(政廳)에 채용원을 냈다가 실패로 끝난 것으로, 그 자신이 발명한 공사 과정에 의해 조립한 것이었다. 단단한 난간으로 수호된 그 넓은 교대(橋臺)는 선로 뿐만이 아니라 수레나 사람이 왕래하는 여유를 제법 지니고 있었다. 다음 실제 설계로 들어갔다. 도면용의 종이는 꽤 질이 좋은 것을 일본군 기사로부터 손에 넣었다. 그 일본인은 등뒤로 살그머니 다가와서는 짖궂은 악의를 감춘 난처한 감탄의 마음으로 진행 중인 작업 상황을 지켜보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런 식으로 일각도 쉬지 않은 채 일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낮시간은 너무 곧 끝난다고 여겨지게 되어, 그 매일도 너무나 짧아 주어진 기일까지 도저히 작업을 완성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조바시미에 스스로 놀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니콜슨에게 부탁해, 불을 끈 후도 램프를 계속 켜도 괜찮다는 허가를 사이또한테 얻어냈다. 그 이후 그는 밤마다 골몰했다. 흔들흔들하는 허름한 걸상에 앉아 초라한 침대를 책상대신으로 쓰고 움막 안에 온통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석유램프 아래 제도용지를 펴고, 전문가의 편안한 마음으로 T형 자를 제법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었다. 화판(畵板)은 그가 손수 애정을 기울여 부드럽게 만든 것이며, T형 자도 대단한 노고 끝에 손수 만든 것이었다. 이런 기재들이 그의 손에 쥐어지지 않은 시간이라면 자신의 기량이 걸작으로 구체화 되는 것을 보기 위해, 그가 피로한 날마다의 일끝에 잠자는 시간조차 빼앗아 열심히 새로운 종이쪽을 온갖 계산으로 메꾸고 있을 때 뿐이어싼. 그런데 서구의 우월한 점을 입증할 이 승리로 도취된 군대를 진격시키기 위한 기차가 지나기로 되어 있었다. 클립튼은 애초에는 서구식의 '방법'(세밀한 경영적 여러 계획-그리고 그것에 이어지는 힘든 조사나 기술적인 여러 실험)은 일본군의 그때 그때 형편에 따른 경험주의보다도 훨씬 실제의 가교공사를 늑장부리게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윽고 그는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리브스가 켜 놓은 램프불 탓으로 잠을 설치는 밤을 오래도록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에, 착착 진행되고 있는 준비작업을 비웃은 자신이 얼마나 잘못인가도 알았다. 리브스가 완성한 그 플랜을 휴즈에게 낙천적인 예상조차 앞지를 듯한 솟도로 착공되던 날, 휴즈는 자신이 서구식 방법에 대해 비판한 것은 약간 성급한 처사였다고 알아차리게 끔 되었다. 리브스는 숫자상의 준비행동만으로 열중한다든지, 지적활동에 온 정력을 기울여 실제면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지껄이지 않고 잠자코 있는 그런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다. 반드시 한쪽 발을 틀림없이 땅에 딱 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너무나 엄밀히 이론적인 완벽성을 추구한 나머지, 다리를 추상적인 숫자인 채로 비밀로 하는 듯한 징조가 보였을 때는, 언제든지 니콜슨이 끼어들어 그의 잘못을 바로잡도록 하고 있었다. 대령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지휘자로서의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항상 잃지 않고, 부하들에게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 말할 나위 없는 균형을 잡도록 하고 있었다. 그는 조급히 끝낸다는 조건으로 예비실험에 찬성하고 있었다. 그는 리브스가 작성한 설계도를 주의 깊게 승인했으며, 또 리브스가 발명한 신고안(新考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늘 대령이 염려한 것이라면 다만 리브스가 과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우린 이제부터는 잘 해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여기에 이르러 자네가 갑자기 병이 나보게, 리브스. 만사는 자네의 두 어깨에 걸려 있어. 부디 잊지 말게나.' 이런 이유로 그는 리브스를 주의깊게 지켜보게 되었다. 어느날 리브스가 눈에 의논하려 오자, 상식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하나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대령님. 너무 중대하게 생각할 일이라고는 생각 안되지만, 그래도 대령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고 싶어서요.' '도대체 뭔가, 리브스?' 대령은 물었다. '나무가 아직 습기차 있는 겁니다. 이런 작업에는 막 잘라낸 목재를 써선 안 되지요. 처음에 밖에다 두어 마르게 해야 하는 겁니다.' '나무가 마르려먼 얼마나 걸리나, 리브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나무에 따라서는 1년 반에서 2,3년 기다리는 편이 좋지요.' '그런 정말로 문제밖이야, 리브스.' '우리에겐 5개월 밖엔 허락되지 않았어.' 대위는 사과하듯이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대령님. 그러니까 걱정하고 있는 거지요.' '그럼 막 잘라낸 나무를 쓰는 데는 어떤 결점이 있나?' '어떤 종류의 나무믄 수축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틈바구니가 나거나, 비출어지거나 구부러지거나 하지요. 물론 어떤 나무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가령 느릅나무는 거의 그런 일이 없거든요. 그러기에 될 수 있는 대로 느릅나무와 같은 나무를 골랐습니다. 런던다리의 느릅나무 들보는 600년이나 유지된 것이지요, 대령님.' 하고 대령이 감탄해서 말하며, 무심코 강쪽을 향안 그 눈에 일순간 반짝 빛나는 것이 있었다. '600년이나 유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로군, 리브스.' '네,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겁니다, 대령님. 여기에선 50년, 60년 이상 유지할 걸 기대하는 건 무리지요. 만약 나무가 잘 마르지 않는 경우 아마 더 짧은 세월 밖에 유지 하지 못할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좋아, 리브스.' 하고 대령은 단호히 말했다. '막 잘라낸 나무를 쓰는 거야. 불가능한 일은 달성할 수 없으니까. 녀석들이 공사건으로 어떤 결함을 들추어내서 우릴 책망한다면 적어도 우린 그게 불가피한 '그렇습니다, 대령님. 그것과 또 하나 딴 문제가 있어요. 벌레가 들지 않도록 들보에 방충제를 발라야 합니다만.... 우린 그것 없이 해야 한다고 난 생각해요. 일본군은 방충제가 없습니다. 물론 우린 대용품을 만들 수 있긴 하지요.... 난 나무에서 알코올을 증류하는 걱 고안했습니다.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이걸 만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다니 그 후 다시 생각했더든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고...' '왜 그런가, 리브스?' 이런 기술면에 부쩍 흥미를 느낀 대령은 물었다. '저, 이 점에 대해선 여러가지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최고 권위의 자문에 의하면 나무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을 땐 방충제를 쓰면 수액과 습기가 사라지지 않으며, 계다가 자칫 잘못하면 나무가 썩는 위험이 생긴답니다.' '그렇다면 방충제 없이 할 수 밖에 없군그래, 리브스. 우리에겐 손이 닿는 범위 이상의 계획에 착수할 여유가 없다는 걸 자네는 명심해 주기 바라네. 그리고 다리는 시급히 완성해야만 하는 임무라는 걸 잊어선 안돼.' '이 두 가지 점을 별도로 한다면 기술적인 견지에선 완벽하며, 꽤 튼튼한 다리를 꼭 여기에 놓을 수 있습니다, 대령님.' '그래, 리브스. 자네 올바른 길을 찾았네. 기술적 견지에서 확고하고 꽤 튼튼한 다리.... 이게 진짜 다리지. 히스로빈슨의 얼치기 가짜 다리가 아냐. 그거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걸세. 전에도 말한 것처럼 난 자네에게 모든 걸 몽땅 맡기고 있다네.' 니콜슨 대령은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말표현에 흐뭇해서 이 기술고문의 곁을 떠나다. 시어즈-또는 '넘버 원'. 그는 316부대의 특별반이 몸을 숨기고 있는 호젓하고 작은 마을에서 태국인의 유격대원들에게 이렇게 부리었다-는 대령과 마찬가지로 조직적인 준비를 위해 자신의 정신적인 활동의 태반을 기울이는 그런 타입의 인간이었다. 사실 본부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가진 존경심은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왔을 때 그가 보여주는 쾌활함과 결단력 덕택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어떤 행도에 옮기는 경우에도 신중하고 매우 참을성 있었기 때문이다. 시어즈의 부관인 워든 교수는 또한 정세가 허락하는 한 결코 우연에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평판이었다. 팀에서 가장 젊은 양성소를 수료한 지 얼마 안되는 조이스로 말하면 젊은이 치고는 판단력이 빨라 시어즈도 그의 의견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자유롭게 쓴 원주민집의 두 방에서 줄곧 열린 회의 중 쓸모가 있을 듯한 아이디어라면 어떤 것이라도 신중히 로려되었으며, 어떤 제안이라도 모든 작도에서 검토되었다. 어느 날 밤, 세 사람은 조이스와 대나무 벽에 붙인 지도를 연구하고 있었다. '여기 철도의 대체적인 코오스가 적혀 있습니다, 대장님.' 하고 그는 말했다. '들어온 여러 보고와 꽤 일치되고 있지요.' 전쟁 전에 공업 디자이너였던 조이스는 큰 지도에 타일랜드와 버어마 간의 철도에 관해 있었다. 정보량은 풍부하였다. 그들이 선택한 강하지대에 무사히 강하해서, 1개월 동안 3명은 넓은 영역에 걸친 현지인과 제법 친고를 맺고 있었다. 태국인 첩보원은 세 사람을 맞이해 밀림의 한구석에 자리한 으슥한 마음에 주거까지 주선해 주었다. 통신연락이 되는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부터 꽤 떨어진 곳으로, 사냥꾼과 밀수업자가 살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일본군을 싫어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라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수련을 쌓은 시어즈도 차츰 이 태국인들이 충실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들 임무의 제1 목표는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몇몇 촌장(村長)과도 은밀히 접촉할 있었다. 세 사관들은 그들을 교육시키기 시작해서 316부대가 쓰고 있는 무기 사용법 등을 그들에게 훈련하게 되었다. 그 무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폭탄'이라고 불리우는 보드라운 밤색의 떡같은 것으로, 찰흙처럼 늘일 수도 있고 둥굴게 뭉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서구의 화학자들이 몇 10년이나 걸려 참을성있게 개발한 것으로써 이미 알려진 폭약이나, 그 밖의 것의 가장 좋은 점을 모은 것이었다. '다리가 많이 있습니다, 대장님.' 하고 조이스는 계속 말했다. '그러나 구태여 질문하신다면 그 태반이 대단치 않다고 대답할 수 있지요. 이게 리스트지만, 정보에 관한 한 완전합니다.' 이 '대장님'은 '넘버 우너' 즉 시어즈 소령을 위한 경칭이 었다. 316부대에서의 훈련이나 군기는 엄격했지만, 시어즈도 조이스에게 몇번이나 자신을 '대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시어즈는 그가 자기 스스로도 이 습관-청년에게 이런 호칭을 쓰게 한 전쟁 전의 습관-을 깨뜨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시어즈는 지금까지 조이스를 칭찬하는 이외에 아무런 결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어즈는 교관의 보고 이외에 후보자의 육체적 외관(外觀)에 의거애 조이스를 캘커카의 특수학교에서 선발한 것이지만, 선발의 기준은 무엇보다도 그 조이스에 관한 교관들의 보고는 모두 좋았으며 유망시하는 의견이 많았다. 조이스 청년은 316부대의 딴 대원 모두와 마찬가지로 늘 만족한 성적을 올리고, 코오스의 각 분야에서 특히 열심인 것을 보인 것 같았다. 시어즈의 생각으로 '열심'이란 말은 특히 그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신상 카드에 의하면 그는 커다란 생산.상사 관계의 회사 디자이너-아마 말단사원이었겠지만-였다. 그러나 시어즈는 그 이상 아무 것도 조사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어떤 직업이라도 플라스틱 폭탄 파괴공작반에게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전쟁 정의 경력같은 것은 본인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에 띠는 조이스의 모든 소질은 훈련 중에 뛰어난 성적이었던 지원자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신경은 316부대가 요구하는 어떤 종류의 임무를 실행해야만 할 때에 부닥쳐, 그 임무에 견뎌낼 수 없음을 드러냈다. 시어즈는 이 사실을 그들에게 숨기려 하지 않고 솔직히 밝혔다. 이 일에 대해서 그는 그 나름의 독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조이스가 어떤 인간인가를 가름하고 시험해 보기 위해, 이 장래의 동반자를 불러보기로 했다. 그는 벗 워든에게 면접에 입회해 주기를 부탁했다. 이런 종류의 선발에는 교수의 조언이 생각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어즈는 조이스의 용모에는 호감을 갖고 못 됐을 것이다. 그러나 튼튼하고 균형이 잘 잡힌 타입느로 보였다. 질문에 대한 조이스의 명쾌하고 솔직한 대답은 그가 실용적인 정신의 소유자며, 결코 목표를 잃지 않고 자신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잘 터득하고 있는 듯 싶었다. 이것과는 별도로 그가 열심이란 것은 숨김없이 그 눈에 나타나 있었다. 위험한 임무가 계획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이후 죽 그가 두 선배에 동반하고 싶다고 절실히 바랬던 것은 분명했다. 시어즈는 그래서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사실 그 것은 중요했지만-을 꺼냈다. '자네는 이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것은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단도였다. 이 단도는 316부대 대원이 모든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 휴대하는 일곱 가지 도구 가운데의 하나였다. 조이스는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다. 그는 단도 사용법을 배웠다고 말했으며, 훈련 코오스에는 짚허수아비를 사람대신으로 사용한 연습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시어즈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잖아. 내가 알고 싶은 건 자네가 냉혹무참하게 정말로 이 단도를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하는 것이지. 숱한 사람들이 사용법은 알고 있지만 그때가 되면 못쓰가든.' 조이스는 시어즈의 말뜻을 알아 차렸다. 그는 잠자코 생각하고 나서 거드름을 피우며 '그 문제는 나 자신도 자주 생각해 봤습니다, 대령님.' '자신도 생각한 문제라고?' 시어즈는 그의 얼굴을 이윽히 보며 되물었다. '네. 정말입니다, 대장님. 그리고 고백하지만, 몹시 고뇌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된 경우를 상상해 봤습니다.' '그래 어떤 해답을 얻었나?' 조이스는 말설였으나 그것도 일순간이었다. '매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만약 그런 경우가 온다면 대장님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약속할 순 없습니다. 다만 온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대장님.' '자네는 화난다고 해서 이런 걸 쓴 적이 '그렇습니다. 내 직업에는 그런 게 필요없었습니다.' 조이스는 마치 사죄하는 것처럼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가 그것을 정말로 분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 시어즈는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워든이 뒤이어 끼어들었다. '시어즈, 이 사람은 가령 내 옛 직업이 이 종류의 임무에 알맞은 특수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동양언어학 교수가 말이지! 그럼 시어즈, 자네는 어떤가- 기병 장교가 말일세!'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장님.' 그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우리 부대만이 유일한 예외지.' 하고 시어즈는 깊이있게 말을 맺었다. 기병대 장교가 이런 특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선 말일세- 그렇다면 공업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이상할 게 없어.' '데려가지.' 면접이 끝나고 곧 워든의 의견을 요구한데 대해 그가 말한 것은 이 말 뿐이었다. 시어즈는 그러기로 했다. 면접의 모양을 되새기면서 그는 조이스의 대답에 꽤 흐뭇해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인간과 똑같이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타입은 앞서 특수임무의 까다로운 부분을 식별하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예상을 하며 자신의 마음의 눈에 그것이 뚜렷이 비칠 수 있도록 상상력을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알고 있었으며, 얼마나 그가 '유능'한가도 알고 있었다. 조이스가 몇몇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마다의 특징을 말하고 있는 동안 그는 잠시 지도에 주의를 쏟고 있었다. 시어즈와 워든은 물론 이미 이 유망한 젊은 사관이 보고 내용을 외고 있는 것을 아고 있었지만, 불?瑛피玖?매?긴장한 표정으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리에 관한 일이라면 플라스틱 폭탄 파괴공작반의 반원은 모두 항상 이상한 흥미를 쏟았지만, 그 흥미는 거의 신비적인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자네가 말하고 있는 건 단지 보행자용의 다리에 지나지 않아, 조이스.' '잊어선 안 돼. 우리가 구하고 있는 건 정말로 놀랄만한 가치가 있는 것 뿐이야.' '난 다만 기억을 새로이 하기 위해 말한 것 뿐입니다, 대장님. 내가 아는 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리는 겨우 세 개 있을 따름입니다.' 어떤 다리나 똑같이 316부대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었다. 시어즈는 철도가 완성될 때까지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목표를 공격함으로써, 일본군으로 하여금 경계 태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린 대령과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팀이 지금 할 일은 잠복장소에 숨어 원주민 공작원의 정보를 수 집하고 종합하는 것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건 어리석은 행위야.' 하고 일행의 초조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어즈는 때때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린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시작하고 싶어. 그래야만 본국에서의 우리 평판을 높이고, 태국인에게 존경받게 되지. 열차가 통과하게 될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시어즈의 궂은 결의가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인 이상,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다리는 제외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맨 첫 폭파가 올리는 성과는 오랜동안 아무런 활동다운 활동도 하지 않고 준비를 위해 보낸 숱한 나날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가령 그 밖엔 거기에서 아무 것도 기대할 자신의 눈으로 봐서 그 임무는 성공이었다고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어야 했다. 시어즈는 아무도 제 1차에 뒤이어 제 2차 공격이 가능할까 전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일을 자신의 가스마에만 숨겨 두었으나, 두 동반자는 그가 왜 이런 계획을 세웠나 하는 것은 깨닫고 있었다. 더구나 이 숨은 동기를 알아도 원래 대학 교수였던 워든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워든의 합리적 정신은 현재 상황과 장래를 꿰뚫어보는 이런 방법을 시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조이스를 괴롭힌다든지, 할만한 가치가 있는 공격을 앞에 놓고 그가 몸속에 느낀 열의를 꺾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그를 분연히 일어나게 한층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주었다. 그리하여 아마 극히 판이한 이 기회에 별안간 눈 앞에 등대처럼 번쩍인 이 뜻밖의 목표에 젊음이 갖는 모든 힘을 기울이게 한 것이다. 그에겐 이 등대가 과거에서 미래의 영겁에 걸쳐 빛나는 성공의 빛을 던져주며, 이제까지 그가 걸어온 어두운 회색의 길에 마법의 불꽃으로 비쳐주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조이스 말에 잘못은 없어.' 하고 워든은 이례적으로 짧막하게 말했다. '폭파할만한 갑어치가 있는 다리는 셋이지. 그 하나는 제 3 캠프야.' '그건 포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하고 시어즈가 말했다. '야외 기지는 공격에 부적당한 거야. 손쉽지.' '또 하나는 제 10캠프지.' '고려해봐도 돼. 하지만 그건 현지 유격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버어마 령에 있어. 게다가...' '세 번째 목표가 있습니다.' 하고 조이스가 갑자기 시어즈의 말을 방해해는 줄도 모르고 끼어 들었다. '세 번째 목표는 콰이강에 놓이는 다리입니다. 그것엔 그런 장애가 하나도 없습니다. 강은 400피트의 폭이 있고 양쪽 강가는 높고 험준합니다. 여기서라면 겨우 2,3일이면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 지역엔 사실상 사람이 살고 있지 않으며 밀림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우린 사람에게 들키지 안혹 그곳에 접근할 수 있으며, 전 계곡을 수도 있습니다. 근처 큰 도시에선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군은 이 다리를 만드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딴 다리의 어느 것보다도 크고, 교각이 네개 있습니다. 전선을 통해 가장 중요한 공사이며, 가장 적당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자네는 첩보원의 보고를 꽤 잘 조사한 것 같군.' 시어즈가 의견을 말했다. '보고는 지극히 뚜렷합니다, 대장님. 내겐 이 다리가...' '콰이강의 다리가 고려 할만한 가치가 있는 건 알아.' 하고 시어즈는 지도 위에 몸을 눕히고 말했다. '자네 판단은 초보자로선 대단한 거야. 그린 대령과 난 이미 그 가교가 특별한 것이라고 깨닫고 있었지. 하지만 우리 정보는 아직 충분하다고 할 수 없어. 혹시 더 수월하게 공격할 수 있는 다리가 또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또 이 훌륭한 다리가 아느 정도 되었는가 하는 점이 남아있거든. 조이스, 자넨 마치 실제로 다리를 본 것처럼 말하지만 그 점은 어떤가?'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병은 원래 근면했다. 만약 그들이 상관을 신뢰할 수만 있다면, 잔소리 없이 엄격한 군기에 복종하고, 끝도 없는 육체 노동을 해야할 예상뿐이라 할지라도 정신상의 긴장을 풀기 위해 그날의 노동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콰이강 수용소의 병사들은 니콜슨 대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영웅적인 저항운동을 본 후라면 도대체 그 누가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게다가 그들이 하던 작업의 내용은 별로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 까닭에 잠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 사이에 니콜슨의 참뜻을 알아차린 골탕먹여 본때를 보여주었듯이 건설광사에도 숙련된 솜씨를 보여주려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열심히 일을 시작했다. 어쨌든 간에 니콜슨은 오해를 가져오는 어떤 기회도 주지 않으려 힘썼다. 먼저 연설로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뚜렷이 설명하고, 다음에는 그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몇 명의 반항병을 엄중히 처벌하고 해서, 마땅한 단계를 밟는 것이다. 이 행위는 뚜렷한 선의로서 이루어진 것을 납득했는지 처벌된 자도 그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다. '정말이야. 난 이 패거리들이 자네보다도 더 잘하는 걸 알고 있네.' 대령은 작업을 시키는 거셍 감히 항의한 클립튼 군의관에 대해 즉각적으로 이렇게 건강상태가 좋지않은 병사들에게 그 작업은 과중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아는 데 난 30년이나 걸렸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사기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없다네. 알겠나, 클립튼. 싫증난 부대란 싸우지 않고도 질 운명에 있는 거야. 그들을 게을러터지게 해보렴. 그렇게 되는 날엔 자네는 불건전한 정신이 온 부대에 퍼지는 걸 틀림없이 볼 수 있을 걸세. 하지만 그들이 하루의 1분 1초를 격심한 노동에 쏟는다면 원기를 회복하고 건강해지는 건 보증해도 좋겠네.' '기꺼이 일하라, 이겁니까?' 하고 클립튼은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그건 야마시다 장군의 모토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나쁜 건 아니지, 적의 주의주장이라 할지라도 채택하는데 인색해선 안 되네. 만약 병사들에게 시킬만한 일이 없다면 난 그걸 만들어서라도 시킬 것일세. 하지만 보시다시피 우리에겐 다리가 있네.' 클립튼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대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겐 확실히 다리가 있지요.' 아무튼 이미 영국병은 임무를 깍듯이 수행하려는 본능적인 충동에 상반되는 태도나 행동원리에 대해 자기자신들도 싫증이 났던 것이다. 대령이 개입하기 이전부터 파괴활동은 그들 태반에게 볼 유쾌한 의무가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몇명은 대령의 명령을 기다리다 근육을 움직이며 기구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들이 일용의 양식을 얻는 댓가로 충실하고도 꽤 노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서구인으로서 자연히 몸에 밴 행동이었다. 더구나 앵글로색슨의 피는 그들을 결려해서 무엇인가 묵직한 건설적인 것에 힘을 기울이도록 작용한 것이다. 대령은 병사들을 잘못보지 않았다. 대령의 새로운 체제는 사기를 높이는 힘이 되었다. 일본병 역시 마찬가지로 규율을 잘 지켜 몸을 아끼지 않고 잘 일한 것과 사이또가 부하에게 영국병보다도 더 일발하는 것을 못보이면 교수형에 처한다고 협박한 것 때문에, 두 노선은 급속히 완성했다. 그리고 그 동안 새수용소의 움막도 서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마지막 수정을 하고 휴즈 소령에게 돌렸다. 소령은 이렇게 해서 이 입안에 끌려들어가 그의 뛰어난 능력을 보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소령의 인간을 조직하는 능력, 부대에 대한 지식, 또한 어떻게 하면 인적자원을 가장 효과있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터득한 경험 덕택으로, 그의 지휘 하에 놓인 병사들은 일을 시작한 그날부터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성과를 올렸다. 휴즈가 처음에 한 것은 인원수를 몇개의 그룹으로 따로따로 나누어 저마다 특수한 작업을 할당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한 그룹이 나무를 자르는데 전념하고 있을 때, 딴 그룹은 줄기나 가지를 쳐내는 일을 하고, 제 3 그룹은 들보를 만들고, 가장 인원수가 많은 그룹은 말뚝 박는 일을 하고, 그리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몇 팀은- 휴즈 의견에 의하면 딴 팀에 비교해 중요한 점으로는 조금도 뒤지지 않지만- 발판의 구축, 자재의 운반, 도구의 보관 등의 갖가지 용무 전문가들로 성립되어 있었다. 이들 용무는 실제의 건설공사에서 말하면 2차적인 중요성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해서도 서구식의 신중성은 -그것도 결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제작에 관계하는 작업에 쏟는 것과 똑 같은 큰 배려를 기울였던 것이다. 노동력의 분할 배치는 현명한 조치로 극단적으로 내닫지만 않으면 언제나 효과가 있으며, 지극히 합리적이란 것을 입증해 보였다. 발판이 위치를 결정하고자 곧, 휴즈는 말뚝박는 팀을 작업에 착수시켰다. 그들의 작업은 힘든 것으로, 모든 일 가운데 가장 괴롭고 생색이 안 나는 일이었다. 모든 기계력이 결여된 가운데 이런 새로운 다리를 구축하는 영국병들은 일본병들이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써야만 했다- 즉 그들은 저마다 말뚝 꼭대기을 무거운 망치로 내리쳐서 말뚝이 강 밑 바닥에 튼튼하게 박힐 때까지 이 작업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 8피드에서 10피트 높이에서 내리칠 때마다 1인치의 몇분의 1밖에는 박혀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강 밑바닥이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이 작업은 보답이 없으며 정신기능을 파멸시키는 듯한 노동이었다. 1분마다 눈에 병사들이 밧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불쾌하게도 노예의 무리를 연상케 하는 것이 있었다. 휴즈는 이 팀의 지휘에 가장 유능한 중위를 배치했다. 하퍼라고 하는 정기가 넘치는 듯한 사나이인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쳐 시간을 알리며, 어느 누구보다도 포로들을 격려하는 것이 능숙했다. 이 사나이의 격려 덕택으로, 그들을 응징하는 듯한 이 지독한 작업도 열의와 원기로서 가까스로 완료할 수 있었다. 일본군이 감탄하며 지켜조는 가운데 사각교의 교각 줄은 차츰 왼쪽 강가를 향해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클립튼은 맨 첫 말뚝을 다 박았을 때 어떤 엄숙한 의식으로 축하하고 하는가 하고 기대했었다. 따름이었다. 니콜슨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무거운 망치를 끌어올리는 밧줄을 씩씩하게 끌어올렸으나, 12회쯤오로 끝냈다. 일단 말뚝 박는 작업이 제대로 틀을 잡자 휴느는 상부구조의 작업반을 출동시켰다. 그들의 차례가 끝나자 이번에는 다리 바닥에 판자를 까는 딴 팀이 뒤이었다. 거기에는 넓은 통로와 난간이 설치 되었다. 온갖 작업은 매우 잘 조정되었기 때문에 그 뒤 공사는 수학적으로 규칙바르게 진행되었다. 초보적인 세밀한 것은 모르더라도 전반적인 원칙은 민감하게 깨닫는 방곤자라면 다리의 공사과정을, 방해없이 자연히 이룩되는 것으로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확실히 인상이었다. 그는 흐뭇한 눈으로 다기가 차츰 형태를 이루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디에도 이 다리를 얌전한 인간의 노동과 연결시키려는 태도가 엿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그 공사를 단지 추상적인, 그 자체가 완성되어 있는 것으로서- 하나의 국가를 몇세기 동안에 차츰 문명국으로 발전시킨 거치른 투쟁과 헤아린 수 없는 실험의 상징으로서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리브스의 눈에 비친 다리도 가끔 거의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 다리가 수면에 홀연히 모습을 나타내어 강을 가로질러 뻗었다. 동시에 다리는 거의 순식간에 최대의 확대를 보여, 쭈뼛솟은 타일랜드 산맥의 기슭에 커다랗게 입체적으로 뚜렷한 창조물의 성과를 기적적으로 유형(有形)의 것으로써 나타나게 한 것이다. 사이또도 또한 날마다 보는 어마어마한 다리의 마력에 압도되었다. 그는 모든 수단을 써서 자신의 마음 속을 꿰뚫지 못하게 했지만, 그의 놀람과 찬탄은 완전히 감출 수 없었다. 하기야 그가 경탄하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일 뿐이었다. 원래 그는 서구 문명의 복잡한 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한번이라도 그것을 분석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니까- 니콜슨 대령이 올바르게 관찰한 것처럼-방법, 조직, 계산, 이론적 계획, 인적 작업의 전문적 조정 같은 것이 어느 정도까지 실용적인 사업을 추진시키며, 드디어는 그것을 얼마나 순조롭게 잘 진행시키게 클립튼은 어떤가 하면, 애당초 자신의 어리석음을 뚜렷이 깨달았다. 그리고 콰이강 다리의 구축에 현대공업 방식을 쓴다는 데 대해, 그가 보인 비웃었던 태도의 어리석음을 겸허하게 반성했다. 그는 공평한 마음과 근시안적이었음을 후회하는 마음이 뒤섞인, 독특한 감정을 보이면서 가슴 속으로 이 일을 사과하고 있었다. 이번의 경우 서구방식이 확실히 효과를 올렸다는 사실을 그는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전체에서 출발해 그는 더욱 이론을 전개시켜, 이런 '방법'은 늘 효과가 있으며, 반드시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방법에 대해서 평론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공평한 판정을 내리지 않는 법이다. 그 자신은 매우 많은 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비웃어버리고 싶은 유혹에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 크고 아름답게 구축되어가는 다리는 얼마 안가 강의 중간쯤에 이르고, 다음에는 거기서 더욱 뻗어 갔다. 이제 이렇게 되자 누구의 눈에도 다리가 일본군 최고 사령관이 예정했던 완성 기일보다도 빨리 이룩될 것은 분명했으며, 승리한 군대의 자랑스런 진군을 늦추게 할 수는 없을 듯 싶었다. 조이스는 건네준 음료수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의 얼굴에는 멀리 정찰나갔던 고난의 자취가 조금도 없었다. 그는 지금도 원기 발랄하며. 그 눈은 빚나고 있었다. 시어즈와 워든조차도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이상야릇한 태국인의 분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분장을 벗기에 앞서. 먼저 정찰 중에 파악한 주요사건을 보고하겠노라고 주장했다. '확실히 가 본만큼의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대장님. 생각한 정도로 손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 그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 하지만 해서 안 될 일은 아니며. 절대로 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습니다. 밀림이 빽빽하고 놓였으며, 양쪽 강가는 험준하게 쭈뻣 솟아 있습니다. 기차는 장비를 갖추기 전에는 통과 할 수 없을 겁니다.' '순서대로 처음부터 얘기해보게.' 하고 시어즈가 말했다. '아니면 먼저 샤워라도 할텐가?' '난 조금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말할 기회를 주게나.' 하고 워든이 얼러대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은 쉬는 것보다도 말하고 싶어하는 걸 모르나?' 시워즈는 웃었다. 그가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조이스가 보고를 끝내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했다. 워든은 타고는 통찰력으로 조이스가 아직 두 잔째의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이웃 방에서는 조이스의 길안내를 한 두 태국인 유격대원이 그곳 말을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글들은 아까부터 정찰에 대한 얘기를 하며, 안내한 백인의 태도가 훌륭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었다. '정말로 숨막힐 듯한 행군이었습니다.' 하고 조이스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3일간이나 밀림 속만을 계속 강행군했습니다. 그래도 유격대원은 우수했습니다. 약속을 꼭 지켜, 나를 계속의 전경이나 수용소와 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왼쪽 강가의 언덕위까지 데려가 주었습니다. 이상적인 관찰지점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겠지?' 밤에만 움직였습니다먈. 너무나 어두워 한손을 뻗쳐 앞에 있는 한패의 어께를 의지하고 걷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낮엔 풀숲 속에서 쉬었습니다. 그 풀숲도 빽빽히 풀이 우거져 안을 엿볼 맛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개의 땅이니까 그런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사람이라곤 아이 하나도 볼 수없었습니다.' '좋아, 계속하게나.' 시어즈는 말했다. 넘버원인 그는 조이스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기 스스로의 의견을 듣기 시작한 그의 말이 이치에 맞나 어떤가를 속으로 조사하고 있었다. 이 경찰은 조이스에겐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자신만의 판단에 주어진 것이다. 돌아왔을 때 그가 준 인상은 좋았다. 두 현지인의 원기넘친 태도도 좋은 징조였다. 시어즈는 이러한 별로 평가할 수 없는 하찮은 사항도 무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이스는 확실히 약간 흥분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온 것 뿐만 아니라, 분의기가 바뀐 것에 의해, 또한 정찰 나간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위험한 꼴을 당한 끝에 가까스로 비교적 평화로운 이곳에 돌아온 것에 의해 흥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국인이 말한 건 그다지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장님. 정말 대단한 공사였습니다.' 철도가 버어마나 타일랜드에 수용된 연합군 포로들의 무수한 고난에 의해 둑을 따라 다가왔다. 시어즈와 두 부하는 날마다 철도의 진척 상태를 쫓고 있었다. 조이스는 지도를 수정하면서, 손에 들어온 최신의 정보에 따라 그것을 가장 새로운 것으로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주 그는 새로 완성된 부분을 선로를 붉은 연필로 그려서 보냈다. 그 철도는 이제 방콕에서 랭구운까지 거의 끊기는 일 없이 연속되었는데, 더욱 중요한 도하점(渡河點)은 X자로 표시했다. 저마다의 공사현장 특징은 워든에 의해 꼼꼼하게 종이쪽에 쓰여져 ?牟㈐낫? 그는 모든 것을 깔끔히 해놓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성미였다. 철도에 관한 정보가 점점 완벽해지며 콰이강 다리에만 쏠렸다. 이 다리는 많은 이득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에 의해 그들이 본능적으로 시작한 계획이 플라스틱폭탄 파괴공작이었다. 그런데 이 다리는 , 그 공작반의 전형인 실제적 센스와 상상력을 결부시킨 계획에, 예외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꼭 들어맞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그들도 놀랐다. 이론상으로나 본능적인 충동으로나 그들은 차츰 자신들이 품고 있던모든 신념과 희망을 콰이강 다리 하나에 쏠리게 했으며, 딴 다리는 일체 염두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몇몇 딴 다리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하고, 저마다의 이득점을 검토하기는 이 다리야말로 그들의 작전목표로서 당연한 안성마춤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막연해서 단지 공상을 벗어나지 못한 추상적인 계획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이젠 시간과 공간을 갖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 정신의 타락, 뜻하지 않았던 하나의 실수, 특히 허무적인 심정에 의해 상처입는 허약한 표적으로서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건 영국 공군이 할 일이 아냐.'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공중에서 나무다리를 부수는 건 수월하지 않아. 만약 폭탄이 목표를 맞혔다고 해도 2, 3개의 아취나 다칠 따름이지. 나머지 부분은 겨우 약간의 타격을 입게 돼. 일본군은 곧 보수해버릴 거야 - 놈들은 그런 일엔 하늘 높이 치솟도록 폭파해서, 교각을 수면까지 송두리째 없애버리란 말야. 그것도 기차가 실제로 다리를 통과할 때를 노렸다가 폭파할 수 있지. 그렇게 되면 수송부대도 몽땅 강물에 처넣을 수 있고, 더욱 피해를 극심하게 해서 모든 다리는 쓸모없게 할 수 있거든. 난 전에도 그런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어. 교통은 몇 주일 동안 두손 번쩍 들었지. 적이 거중기를 가져올 수 있는 건 문명세게에서의얘기야. 하지만 여기서야 놈들은 선로를 우회(迂廻시켜 다리는 처음부터 깡그리 새로 놓지 않으면 안 되거든 - 기차나 거기 실은 군수물자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지. 얼마나 기차고 멋진 구경이겠자! 난 그게 선하게 눈에 보이는 것 같으이......' 광경인가를 머리에 떠올릴 수 있었다. 기습(奇襲)은 상상력이 제멋대로 생각하고 그려온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했다. 머리로 그리는 스넵 쇼트의 연속. 그 장명의 몇몇은 노출부족이며, 또 그 몇몇은 밝은 총천연색이 되어 다가온다. 그 바람에 조이스는 좀체로 잠들수가 없었다. 노출부족의 장면은 그들이 살그머니 준비를 진해시키고 있는 동안에는 잘 나타났다. 총천연색 장면은 지극히 세밀한 디테일이 놀라우리만큼 뚜렷이 골자리로 들이닥친다. 그러자 그 바로 아래의 두 밀림 사이에 콰이강이 반짝여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자신의 손은 방아쇠로 가고, 눈은 다리 한가운데에 있는 한 점에 못박힌다. 그 점과 기차의 거리는 급속히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두 거리는 이제야 겨우 몇 피드, 드디어 단지 1피드 남겼을 뿐. 그 순간 그는 불안스러운 목소리를 크게 질러 말했다. '이제 이렇게 되면 우리보다 공군들이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바랄 따름입니다, 대장님.' '이미 난 그들이 거기에 들어서지 않도록 통신해 놨지.'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그들이 골탕먹을 걱정은 없다고 생각해.' 그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 기간 동안에, 이 다리에 관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보고가 들어왔다. 그 보고는 유격대원들이 그 근처 산꼭대기에서 끊임없이 관찰애 전해오는 것이었다. 유격대원조차 그 그러나 그런 때 그곳 사람들은 그 지역에 백인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세 사람은 유격대원에게 몇 백번이고 그 모양을 설명하도록 했는데, 유격대원이 불어나는데 따라, 그것을 더 자세히 모래 위에 그리도록 했다. 그들은 숨은집에서 다리의 건조(建造)상황을 일일이 살피고 있었는데, 그 건조방법이 보통이 아닌 것에 놀랐다. 그 방법이 특수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모이는 어떤 보고로 부터도 확인되었다. 그들은 여러 소문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일에 이골이 나있기 때문에, 유격대원들이 그 다리의 모양을 말할 때 보이는 칭찬에 가까운 기분을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태국인들은 리브스 대위의 기술적인 재능을 있는 조직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그러나 그 다리는 일본군이 늘 흔히 만드는 볼품 없는 발판이 아니란 사실은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원시적인 인간은 과학이나 기술의 응용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왠일로 그렇게 훌륭한 다리가!' 하고 시어즈는 이따금 절망한 나머지 감탄해 말했다. '만약 유격대 패거리 말이 정말이라면 일본놈들이 놓고 있는 건 제 2의<죠지 워싱턴 다리>야. 놈들은 양키하고 겨루어 볼 속셈인?릴?' 이 엄청난 규모의 호화판 작업 - 그것은 태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선로에 따라 트럭이 달려 있다고 하니까 - 은 무엇인가 거기에 숨겨진 꿍꿍이속의 음모가 있으며, 불온한 것이있는 것만 같았다. 이만한 크기를 갖는 시설이라면 전례 없이 엄중히 수비되고 있음은 뻔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전략적 중용성을 갖고 있는 것이 되며, 더우기나 그것을 공격할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원주민들은 포로에 대해서도 매우 수다스럽게 얘기하고 있어싸. 포로들이 햇빛이 쨍쨍한 속에서 거의 알몸에 가까운 몸차림으로 휴식시간도 없으며, 엄중한 감시 아래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이 얘기를 듣다, 자신들의 사명도 잊은 채 잠시 가엾은 동포의 신세를 일본군의 지금까지의 행위를 알고 있는 만큼, 이런 공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일본군이 얼마만큼 야만스럽게 굴었는지 훤히 상상할 수 있었다. '대장님, 만약 포로들이 우리가 가까이 있는 걸 알게 된다면 말입니다.' 하고 어느 날 조이스가 문득 말했다. '만약 그들이 그 다리를 영구적으로 쓸 수 없다는 걸 알기만 한다면 포로들도 조금은 힘이 솟겠지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하지만 포로들과 접촉할 여유가 없어. 문제 밖이야, 조이스. 우리 임무에서는 설사 친구들 사이라 할지라도 비밀이 제일이거든. 만약 그들이 우리 계획을 안다면 터무니없는 도움을 주려고 다리 공사를 내동대이쳐, 도리어 우리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지도 모르지. 일본군은 소문을 냄새맡고 결국은 무서운 보복을 하게 돌 거야. 그러니 그들은 권외(圈外)에 둬야만 해. 우린 일본군으로 하여금 포로들이 우리에게 협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케 해서도 안 돼.' 어느 날 시어즈는 매일처럼 콰이강에서 보내지는엄청난 보고가 믿을만한 것이가 실험해 보기로 했다. '우리들 가운데 누가 한 사람 정찰하러 야곗어. 공사는 오늘이라도 완성될지 모르지만, 그들의 보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거든.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얘기니까 말야. 조이스, 자네가 가면 좋겠군. 난 그 다리가 실제 어떤 상황인가를 알고 싶네, 알겠지? 어떤 크기인가, 교각이 몇 개 있는가, 정확한 걸 알고 싶어.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나, 수비 상황은 어떤가, 공격할 기회가 있는지 어떤지 하는 것도 알고 싶네. 할 수 있는 한까지 해보는 거야. 하지만 머리를 낮추어 해야 돼. 어떤 일이 있어도 적에게 발견되면 안되거든. 이 일은 명심해 두게. 하지만 제발 내게 그 다리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가져다 주기 바라네.' '난 망원경으로 지금 대장님을 보듯이 그걸 뚜렷이 봤습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말해.' 하고 시어즈는 자신도 안타까웠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말했다. '어디까지 완성돼 있었나?' 조이스는 어느 날 밤 두현지인을 데리고 출발했다. 현지인들은 아편이나 담배를 태국과 버어마 국격 너머로 밀수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밤의 비밀원정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들 말에 의하면 그들이 숱하게 오고 간 오솔길로 가면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때문에, 조이스는 태국인 농부로 변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캘커타에서 만든 갈색의 색소를 살갗을 물들였다. 이윽고 조이스는 안내자들이 진실을 얘기한 것을 깨달았다. 이 밀림 속에서의 정말로 큰 적은 모기나 거머리였다. 특히 거머리는 다리에 딱 달라 붙으면 몰으로 슬슬 올라왔다. 조이스는 살갖을 두드릴 때마다 거머리가 살갗에 늘어붙어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고 그런 것을 무시 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성공했다. 아뭏든 밤에는 그것들을 제거할 수가 없었다. 담배불로 지지면 떨어뜨릴 수도 태국인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려 안간힘을 썼다. '큰 고역이었겠군?' '네, 꽤 큰 고역이었습니다, 대장님. 이미 말씀드린대로 한손을 앞에 있는 사나이 어께에 놔야 했끼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말하는 오솔길이란 게 실제 눈으로 보지 않으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것이었습니다.' 조이스는 그들에게 안내되어 3일 밤이나 계속 산을오르고, 골짜기를 내려가야만 했다. 안내자들은 고약한 냄개사 뿜어나오며 바위가 많은 강바닥을 건너갔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들은 피를 빨아 동글해진 거머리를 쳐서 떨어뜨렸다. 그들에겐 이런 길 쪽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새벽까지 계속 걸었다. 아침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자 그들은 풀숲 속으로 달려 들어가, 이 여행을 위해 가지고 온 밥이나 구운고기를 서둘러 먹었다. 엄중한 밤을 보낸 뒤 그들은 그렇게 해서 기분을 풀었다. 이따금 그들은 담배를 한 대, 두 대 피우는 동안에 자세도 바꾸지 않은 채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그러나 조이스는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잠을 푹 자라고 주장했다. 그것도 그는 자신의 임무의 승패가 걸려 있는 상황을 될 수 있는대로 이용하려고 부등부등 애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온몸에 달라붙어 있는 거머리를 쳐서 떨어뜨렸다. 실켯 피를 빨아 동글해진 밤 사이에 저절로 이미 떨어져 있었다. 아직 충분히 피를 빨아 먹지 못한 딴 거머리는 전쟁 덕택으로 탈일랜드의 밀림에까지 스스로 오게 된 먹이에 딱 달라붙어 있는채 였다. 담배불을 갖다 대자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거머리는 오그라든 몸을 비틀다 결국 땅에 톡 떨어진다. 그것을 그는 돌 사이에 끼워 눌러 터뜨려버린다. 그런 다음 그는 땅에 몸을 눕히고 곧 잠들어 버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개미가 나타나 한사코 그를 편히 쉬도록 해주지 않았다. 살갗에 엉겨붙은 핏자국에 익끌려온 검은 개미와 붉은 개미가 이 기회를 잡아 긴 줄을 지어 습격하는 것이다. 조이스는 개미가 습격해 오자마자, 눈도 있었다. 붉은 개미에 대해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붉은 개미의 바늘은 상처에다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를 대는것과 같았다. 그 한방울 맞은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놈들은 대분대로 습격한는 것이었다. 그는 그곳을 깨끗이 내주고 드러누울 수 있는 딴 곳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곳에 있을 수 있는 것도 개미가 그 거처를 알아내어 새로운 공격을 해오기 전에 한했다. 검은 개미 특히 큰 검은 개미는 그다지 지독하진 않았다. 검은 개미는 찌르지 않으며, 서물거리며 움직이는그 자극은 상처가 아파오르기 전까지는 그를 깨우는 일이 없었다.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밤이 되면 태국 산의 10배도 더 높고 100배도 더 험악한 산맥을 오를 수 있을만큼 말끔히 원기를 회복했다. 그는 이 정찰 동안 자기 혼자란 사실에 도취한 듯한 벅찬 기쁨을 맛보앗다. 이 정찰이야말로 큰 공격을 하는 제 1단계인 것이다. 그런데 이 원정 동안 작전의 숭패를 결정하는 열쇠는 그 자신의 힘, 그 자신의 판단력, 그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것에 관해선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자신 덕택으로 그는 다할 줄 모르는 에너지의 저장을 손하나 대지않은 채로 이룩할 수 있었다. 세게 일부로 둔갑한 그 흐릿한 형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는 찬란한 성고의 기호를 줄, 무한한 마법의 힘을 온 몸에 넘치게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콰이강에 놓인 실젱의 다리는 그들이 넘어 온 산 가운데 가장 험준한 마지막 산에 올라,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산꼬대기에 이르렀을 때, 별안간 눈길에 뛰어들어 왔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밤에 비교하면 훨씬 오래 걸었는데, 태국인들이 보고에서 말한 관점에 이를 무렵에는 해는이미 떠올라 있었다. 그는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듯이 다리를 눈아래로 바라보았다. 200피트 바로 밀림의 얼룩무늬 사이의 강을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오른쪽의 작은 틈바구니에서도 교각과 교대의 기하학적인 구조가 엿보였다. 잠시동안 그는 발아래 전개도는 파노라마 모양의 경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까마득하게 멀리 그와 마주 바라보이는 수용소에도, 동사중의 포로들의 무리에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곳은 어디보다도 이상적인 정찰지점으로, 그는 안심하고 있을 수 있었다. 일본군 경비병들이 그와 강 사이에 있는 풀숲을 탐색해, 결국 붙잡혀 목을 뎅강 잘리우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 우려는 더욱 더 없었다. '난 지금 대장님을 보듯이 모든 걸 건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대공사였습니다. 제대로 만드는 다립니다. 딴 일본군이 놓은 다리와는 아주 딴판입니다. 여기 스케치한 게 몇 장 있습니다만, 스케치 할만한 값어치는 있었습니다.' 조이스는 언뜻 보아 첫눈으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던 환영(幻影)을 구체화할 이 실제다리를 보고 받은 충격은 놀라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그것은 너무나 낯익은 모습이기 때분이었다. 그 다리는 그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그는 맨 처음 열심히 그것을 조사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듯한 구원을 느끼며 조사했다. 그 전체적인 배경도 또한 그가 상상하고 형태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세부가 약간 다를 따름이었다. 강물은 그가 머리에 그렸듯이 맑고 반짝거리지는 않았다. 흙탕물이었던 것이다. 일순간 그는 자신이 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결점(흙탕물)은 그들의 목적에 더욱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痴낫? 그는 2일간 풀숲 속에 숨어 망원경으로 열심히 다리를 정찰하기도 하고, 기습할 지점을 조사하기도 하며 지냈다. 노트하기도 하고 오솔길이나 수 용소나 일본군의 병사(兵舍)나, 강의 구부러진 모양이나 그리고 여기저기 수면에 드러난 큰 바위까지도 간단히 스케치하기도 ?,珂쳿젵 6z 특징을 낱낱이 머리에 새겨 넣었던 것이다. '물살의 흐름은 그다지 격렬하지 않습니다, 대장님. 소형의 배나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건널 수 있는 강입니다. 무른 흙탕물입니다. 다리엔 길이 달려 있고, 교각은 네 개입니다. 난 포로들이 - 영국병 포로들이 말뚝을 박는 걸 이 눈으로 봤습니다. 이젠 거의 왼쪽 강가, 즉 고나찰지점이 있는 쪽으로 도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딴 작어반은 그들 을 따라 공사를 진척시키고 있습니다. 다리는 한달 쯤이면 완성될 겁니다. 난 그렇게 짐작합니다. 상부구조는 ......' 그는 엄청나게 많이 보고해야 할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순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참견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가 말한 뒤라도 특수한 점에 대해 그에게 질문할 만한 여유는 충분했다. '상부구조는 정성들여 설계한 모양으로, 교차된 들보를 기하학적으로 조립하고 있었습니다. 기둥은 모두 규격의 크기가 같았습니다. 접착부분은 망원경으로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훌륭했으며, 게다가 튼튼히 만들어졌습니다, 대장님.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몇 개의 나무쪽을 그냥 두드려 박은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란 뜻니다. 현장에서 다리를 처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속에서보다도 수면 아래서 교각을 파괴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은 장치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방법이라면 다리 전체를 뒤엎을 수 있을 겁니다.' '교각이 네 개라......' 하고 시어즈는 중얼거렸다. '그거 참 무지막지한 일이군. 웬일로 놈들은 그 다리를 놈들의 딴 다리처럼 허술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는?' 정확한 숫자를 좋아하는 워든이 물었다. '10피트 입니다.' 시어즈와 워든은 잠자코 각자 속으로 계산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해치우려면 60피트의 길이가 필요하겠군.' 하고 워든이 겨우 말했다. '한 교각마다 말뚝이 여섯 개, 즉 장치하기 시간이 걸리게 돼.' '밤 사이에 할 수 있습니다, 대장님. 꼭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번 다리 밑으로 갔습니다만, 아무 것도 걱정할 건 없었습니다. 감쪽같이 몸을 숨길 만한 폭이 있습니다. 게다가 말뚝을 스치는 냇물 소리가 그밖의 소리를 안 들리게 해준니까요. 난......' '다리 밑이 어떻게 돼 있는지 어떻게 아는 거야?' 시어즈는 새로인 흥미를 느끼고 빤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요, 대장님. 난 아직 모조리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난 직접 거기를 ?첵윱求?' '자네가 그 아래에 ?척袂?' 대장님은 너무 접근하지 말라고 말씀했습니다만 ?망?않으면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으니까요. 난 관찰점을 떠나 강의 사각(四角)에 해당하는 언덕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로서는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태국인들은 멧돼지가 다니는 길에 나를 데려갔습니다......넷다 함께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가?' '세 시간 정도입니다, 대장님. 우린 저녁에 출발했습니다. 나로서는 밤이 되기까지 위치를 잡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주어진 명령을 멋대로 해석하는 하고 시어즈는 워든을 흘끔 보며 말했다. '아뭏든 자네는 거기에 갔다 - 그게 중요한 점이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습니다, 대장님. 우린 다리에서 4분 1마일 쯤 상류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난처하게도 거기에서 좀 떨어져 현지인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만, 모두 잠들었었습니다. 난 아내자들을 돌려보냈습니다. 혼자서 정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속에 들어가 물살의 흐름을 몸에 맡기고 떠돌았습니다.' '밝은 밤이었나?' 워든이 물었다. '네, 꽤. 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구름도 없었습니다. 다리는 매우 높기 때문에 놈들한테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순서대로 듣기로 하지.' 하고 시어즈가 말했다. '어떻게 다리에 접근했나?' '드러누워 떠돌았습니다, 대장님. 단지 입만 내놓고 딴데는 모조리 물에 잠긴 채 였습니다. 위 쪽에......' '이게 무슨 짝인가, 시어즈.' 하고 워든이 투덜댔다. '이런 임무가 다시 한 번 나왔을 때는 내게 맡겨 주었으면 하네.' '만약 또 그 필요가 있게 되면 아마 우선 내 자신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될 걸.' 시어즈는 말했다. 조이스는 그 정경을 매우 생생하게 말했기 때문에, 딴 두사람은 감탄하고 가장 들릴에 찬 임무를 해보지 못한 것을 정말로 분하게 조이스가 정찰나가려고 돌연 결심한 것은 3일 밤을 계속 고생스런 행군을 해서 가까스로 관찰지점에 도달한 그날일이었다. 그는 일각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손에 거의 닿을 듯한 곳에 다리가 있는 것을 본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부쩍 치솟았다. 드러누워 물에서 떠돌았기 때문에 양쪽 강가 지반의 굳은 것 하나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며, 하류로 흘러가는 것이나 물살의 흐름이 빠른 것도 그는 거의 알아차릴 수없었다. 그가 오직 하나의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은 옆으로 길게 놓여 있는 다리의 윤곽 뿐이었다. 그 다리는 하늘을 배경으로 검게 솟아 있었다. 그것은 그가 접근하는데 따라 차츰 위의 별들은 그것을 맞이하는 듯 반짝반짝 물에 비쳤다. 다리 아래는 어둠에 가까왔다. 그는 진득이 꼼짝 않고 말뚝에 매달려 잠시 그곳에서 때를 보냈다. 찬 물이 목까지 찼지만, 그래도 그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짐에 따라 어둠을 통해 차츰 사물의 판별이되었으며, 둘레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솟은 부드러운 밑둥을 가진 이상한 나무 형태도 분별할 수 있었다. 소스라칠 것은 없다. 그는 또 그 면으로부터의 다리를 바라보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걸 노릴 값어치는 충분합니다, 대장님. 가장 좋은 건 폭탄을 뗏목으로 띠우는 겁니다. 그럼 발견되지 않습니다. 우린 물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물살의 흐름은 말뚝과 말뚝사이를 헤엄치기에 지장을 줄만큼 거세지는 않으며, 필요하다면 흘러 가는 걸 막기 위해 몸을 연결하면 좋을 겁니다. 난 강을 가로질러 들보의 굵기를 재봤습니다, 대장님. 그다지 굵진 않습니다 - 단(但) 물속에서 장치하는 것이지만, 강물은 흐리터분합니다, 대장님.' '폭탄은 꽤 깊게 장치해야 할 걸.' 하고 워든이 말했다. '기습하는 그날은 물이 맑아질지도 모르지.' 조이스는 필요한 모든 기초공작을 했다. 그는 끝으로 말뚝 굵기를 재기도 하고, 말뚝과 말뚝 사이의 거리를 조사해보기도 하고, 폭파하면 가장 큰 피해를 줄말한 쓸모가 있을 만한 모든 세밀한 점을 꼭 기억에 새기기도 하며, 두시간 이상이나 말뚝 하나하나에 대해 조사했다. 두 번쯤 머리 위를 지나는 큰 발소리를 들었다. 일본군 보초가 교대를 순찰하고 있는 것이다. 조이스는 말뚝에 몸을 딱 붙이고 기다렸다. 일본병은 회중전등으로 수면을 막여히 비출 뿐이었다. '우리가 목표에 다가갈 때까지의 사이에 오직 한가지 한 번 다리 밑에 도달하면 놈들이 멀리서 오는 발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그래도 중심부의 말뚝을 습껴하기에는 충분한 사이를 벌 수 있습니다.' '물 깊이는?' 시어즈가 물었다. 밑바닥까지 잠겨 봤습니다.' '어떤 식으로 시작할 셈인가?'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장님. 자동기폭장치에만 의존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폭탄은 교모하게 위장할 수가 없습니다. 작업은 모조리 물속에서 해야 할 겁니다. 긴 도화선을 강바닥에 죽 깔고 강가 - 오른쪽 강가까지 가는 겁니다, 대장님. 그리고 강가 풀숲에 숨겨둡니다. 난 그러기 우해 가장 알맞는 장소를 찾아놨습니다 - 거기엔 남자 한면이 편히 엎드려 기다릴 만한, 아무도 아직 들어가지 않은 밀림이 있습니다. 더구나 나무 사이로 교대가 잘 보입니다.' '왜 오른쪽 강가를 택하는 건가?' 하고 시어즈는 눈썹을 찌푸리고 급히 '내가 착오를 일르키지 않는 한, 그건 수용소가 있는 쪽일 걸. 왜 반대쪽 산기슭으로 하지 않나? 자네보고에 의하면산기슭 쪽은 우거진 숲으로 덮여 있어, 분명히 우리가 후최할 때의 방향이 아닌가.' '맞습니다, 대장님. 하지만 다시 한 번 지도를 봐주십시요. 여기 있는 폭넓은 일대를 넘으면 선로는 다리를 건넌뒤, 산기슭의 오른쪽을 돌아 강을 따라 내립니다. 선로와 강가 사이의 밀림은 몽땅 타개되어 땅의 겉바닥이 온통 드러나 보입니다. 낮엔 가리는 게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산기슭 쪽의 둑에선 꽤 들어온 곳이 아니면 몸을 술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많은 도화선이 필요하며 도화선이 강을 가로지르는 곳에선 애쓰지 않으면 위장이 곤란합니다.' 것.'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다리에서 윗편의 왼쪽 강가에서 안되겠나?' '둑이 너무 높습니다, 대장님. 험한 벼랑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앞쪽엔 예의 현지인의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난 이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난 다시 한 번 강을 건너 선로에 이르렀습니다. 은밀히 행동하기 위해 좀 크게 돌아 다리에서 위쪽으로 ?첵윱求? 하지만 이곳은 잘 동지 않습니다. 가장 알맞는 곳은 오른쪽 강가입니다!' '저런 저런.' 하고 워든이 탄성을 질렀다. '자네는 다리 둘레를 오가며 하룻밤을 꼬박 '글쎄, 그렇습니다. 하지만 난 날이 새기 전에 밀림으로 돌아와 아침 일찍 관찰지점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왼쪽 강가에서 대기하는 사람에 대해 자네가 생각하는 계획은?' 하고 시어즈는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탈출하는가?' '헤엄이 능숙하면 강을 건너는데 3분 이상은 안 걸릴 겁니다. 난 그만큼 걸렸습니다만. 더구나 폭파가 일어나면 일본병의 주의는 그곳에만 쏠립니다. 산기슭에 대기하는 후미(後尾)가 그 사람의 탈출을 원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평지를 지나 이쪽으로 들어서면 이미 그 사람은 안전합니다. 추적대는 밀림속에선 결코 뒤쫓을 수 없습니다. 그게 최선의 플랜이라고 확고하게 믿습니다.' 시어즈는 조이스의 지도를 음미하며 오랫 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한번 생각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계획이야.' 하고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자네는 물론 자네의 눈으로 현장을 본 거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던 셈이야. 더구나 그 결과는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군 그래. 그 높이에선 그 밖에 무엇이 보였나?' 그가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해는 꽤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밤 사이에 돌아온 두 안내자는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이스는 피로가 극도에 달하고 있었다. 안 시간 쯤 드러누워 있었는데, 그대로 밤까지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 뜨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나를 물었을때, 그는 비로서 너무 잠에 취했던 것을 깨닫고 사과했다. '그래, 난 자네가 밤이 되어 다시 한 번 잠들었나 생각했네. 그게 제일 좋지만. 그리고 이튿날 아침, 또 자네가 선택한 지점에 돌아간 셈이군?' '그렇습니다, 대장님. 난 하루를 더 거기에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게 아직 많아서요.' 한정해 조사했기 때문에, 그 뒤 그는 맹령하게 살아 있는 인간이 보고 싶어 졌다. 그때까지 그는 이제부터의 활동에 밀접하게 연결된 다리와 그 둘레의 사물에 미친듯이 골몰허다. 그러나 갑자기 불쌍한 동포들을 보고 싶은 바램에 사로잡힌 것이다. 망원경의 렌즈를 통해 본 그들은 비참한 노예 상태로 떨어져 있었다. 조이스는 포로수용소에서의 일본군의 행동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익히 알고 있었다. 승리에 도취된 적이 평상시 어떠한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가를 말한 비밀 보고는 산떠미처럼 있었다. '뭔가 불유쾌한 광경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아닙니다, 대장님. 그날에 한해서는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이 풍토 속에서 식량도 모자라고 더러운 움막에 살고, 오락시설도 없고, 더구나 끊임없이 위협당하며 몇 개월이나 잘도 일했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 어떤 괴로운 꼴을 다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까?' 그는 작업반을 저마다 하나하나 관찰허다. 망원경으로 한사람 한살마을 잘 조사해 보고 그들이 놓여 있는 상태에 몸서리쳤다. 시어즈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허다. '우린 일엔 인정을 가질 여우가 없는 거야. 알겠나? 조이스.' '알고 있습니다, 대장님. 하지만 정말로 그들은 뼈와 가죽 뿐입니다. 그들은 거의 있었습니다. 문명국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이런 지독한 상태에서 사람을 일시키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대장님에게 꼭 보이고 싶습니다. 정말 울고 싶어질 정돕니다. 마지막의 말뚝을 박기 위해 밧줄을 잡아당기는 작업반은 정말 해골과도 같았습니다, 대장님. 지금까지 이렇게 몸서리쳐지는 광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틀림없는 범죄입니다.' '너무 신경쓸 것 없네.'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우리에겐 머지 않아 구원이 와' '하지만 난 그들을 율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장님. 분명히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사람도 지친듯한 태도는 없었습니다. 난 같은 건 거기에 없는 듯이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행동하는 걸 자랑으로 하고 있다 -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일본병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몇개월이고 그런 식으로, 아마 하루도 쉬는 날 없이일해왔을 겁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이상 야릇한 옷차림엔데도, 지독한 육채적 조건인데도 그들은 자신들을 노예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장님. 난 그들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조차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저마다의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영국병은 정말로 곤란에 직면하면 용기를 내는 거야.' '그밖에 뭘 봤나?' 시어즈가 물었다. '장교들입니다, 대장님. 영국 장교들입니다. 그들은 노동에 종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부하들의 감독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군 간수병보다 훨씬 병삳르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교들은 모두 정장인 체입니다.' '정장인 체라고!' '흉장이라든가 계급장을 단 체입니다, 대장님. 난 견장의 별까지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허어, 그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군.' 하고 시어즈는 외쳤다. '태국인들이 이 점에 대해 보고해 왔지만, 난 믿고 싶지 않았어. 딴 어떤 수용소에서도 종사시키고 있거든. 거급장교는 있었나?' '대령이 있었습니다, 대장님. 그는 도착한 당초에 고문을 받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니콜슨 대령이 분명합니다. 대령은 온종일 현장에 있었습니다. 내 생각엔 대령은 부하 변사와 일본병과의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 대비해서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왜냐하면 확실히 지금까지 분쟁이 있었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대장님에게 일본병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원숭이가 인간의 옷 차림을 하고 있는 꼬락서닙니다. 발을 끌며 빈둥빈둥 걸어 다니는 꼴은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타고난 지도자 타입이라고 난 여겨졌습니다, 대장님.' '그는 확실히 놀라운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병들의 높은 사기를 유지할 수 있다니, 예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겠지.' 하고 시어즈는 말했다. '그를 향해 모자를 벗고 싶을 지경이군' 그날은 하루 종일 차례차례로 놀라운 일을 줄곧 얘기했다. 조이스는 분명히 자신의 경탄과 찬탄의 심정을 두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어 열심히 얘기를 계속했다. '가장 떨어진 그룹에 있던 포로 한 사람이 대령에게 뭔가 보고를 하려고 다리를 건어왔을 때 얘깁니다. 6피트 앞에 이르자, 그는 차례자세를 취했습니다 - 이상야릇한옷차림인 채입니다. 하지만 조금도 우습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한 일본병이 뭔가 고함치고 총을 허공에다 휘드르며 달려왔습니다. 생각컨대 그 포로는 허가를 그러자 대령은 일본병에게 엄격한 눈길을 돌렸습니다, 대장님. 난 자초지종을 지켜봤습니다. 일본병은 생각을 고쳐먹었는지 멈춘 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하니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해지기 직전에 일본군 대좌가 다리 곁으로 걸어왔습니다 - 아마 잔인한 놈이란 소문의 사이또일 겁니다. 그런데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는 니콜슨 대령 앞에오자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낮게 숙여졌지 뭡니까 - 더구나 한 마디 말도 없이 말입니다. 여기에는 무슨 까닭이 있는지 모릅니다만 ..... 니콜슨대령은 물론 먼저 경례했지만, 사이또도 깍듯이 - 거의 겁먹은 것처럼 조심스럽게 답례했습니다. 난 봤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이리저리 받고 있는 하급장교와 같았습니다. 난 그걸 보고 있자니 몹시 유쾌해졌습니다, 대장님.' '나 자신도 그걸 듣고 언짢은 생각은 안 드는군.' 시어즈가 중얼거렸다. '니콜슨 대령을 위해 건배.' 갑자기 워든이 글라스를 들고 제안했다. '그래, 워든. 대령과 그리고 그 쾌씸한 다리 때문에 지옥의 처지를 견뎌나가야 하는 5, 6백명의 불쌍한 패거리를 위해 건배야.'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우해도움이 될 수 없다는 건 분하군' '분할지 몰라. 하지만 워든, 자네는 우리가 무엇하고 대결하고 있는지 알겠지.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그걸 해내야 한단 말일세. 그건 그렇고, 얘길 다리로 되돌리지.' 문제를 토론하기도 하고, 조이스가 스케치해 본 지도를 조사하기도 하고 이따금 특수하며 세밀한 점에 대해 그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조이스는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다리의모든 자세한 점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할 수 있으리만큼 머리에 새기고 있었다. 그래서 강의 소용돌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기억하는 한까지 자세히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필요한 공작을 모두 리스크로 만들기도 하고, 그것 하나하나에 대해 세밀히 검토하기도 하고, 마지막 순간에 돌발적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예상할 수 없는 장애에 대해 미리 경계하기도 하고 하며, 조이스가 제안한 플랜을 채택하기로 했다. 들어오는 암호전보를 받기 위해 그 방을 떠났다. 조이스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대장님 실은 ......' 하고 가까스로 입을 열자, 그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소리로 우물쭈물 말허다. '난 세 사람 가운데 가장 헤엄을 잘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난 저쪽 강가까지 으니까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 시어즈가 대답했다. 시어즈는 조이스가 비틀거리며 침대로 향하는 것을 보고 체력의 한계에 이른 것을 언뜻 깨달은 것이다. 지형을 조사하며 3일간에 걸쳐 풀숲에서 지냈고, 밤 사이에 돌아오느라 길을 서둘렀으며, 식사를 위해 짤막한 시간만 멈추고 쉴 사이 없이 계속 태국인조차도 그의 걸음엔 거의 뒤쫓을 수 없을 정도였다. 태국인들은 이 젊은 백인이 자신들의 발을 질질 끌듯이 하고 돌아오게 한 것을 가꾸만 칭찬하는 것이었다. '좀 쉬는 게 좋아.' 하고 시어즈가 말했다. '일에 착수하기 전에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지쳐 죽는다면 아무 것도 안 되니까 말야. 그 때가 오면 자네에게 꼭 해달라고 할 생각이거든. 그런데 왜 또 그렇게 서둘러 돌아왔나?' '다리가 이제부터 아마 1개월 이내에 완성될 것 같아섭니다.' 조이스는 들키지 않도록 위장한 화장을 씻어내지도 않은채, 갑작스레 죽은 듯이 곯아떨어졌다. 시어즈는 어깨를 움칫 혼자 앉아 머지않아 콰이 골짜기에서 벌어질 작전에서 저마다 담당할 역할에 대해 세밀히 계획을 세웠다. 그는 워든이 보통글로 고쳐 쓴 암호 전문을 한아름 안고 돌아와도 아직 결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착수할 날이 가까와진 것 같네, 시어즈. 본부로부터의 정보에 의하면 철도는 전역의 노선에 걸쳐 대략 완성했대. 개통식은 아마 5주일이나 6주일 중에 거행되는 모양이야 - <1번>열차엔 높은 분들과 병사들이 잔뜩 탈모양 같애. 약간 고마운 의식이렷다. 게다가 꽤 많은 양의 군수물자도 싣는대. 사태는 호전되고 있어. 본부에선 자네 계획을 모두 승락하고 몽땅 자네 자유에 맡긴다네. 공군은 방해하지 않는다는군. 정보는 빠짐없이 매일 보내준대. 젊은이는 '음, 깨우지 말게. 그 사람은 좀 쉬어야 해. 그는 꽤 잘한 셈이지. 안 그런가, 여보게? 그런데 워든, 우리가 긴급할 경우, 그를 의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워든은 그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고 대답했다. '내겐 그는 걱정없다고 생각돼. 물론 누구든 간에 해보기 전엔 확실한 걸 말할 수 없지. 자네도 그건 나와 마친가지일 정도로 알고 있을 걸. 하지만 난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아네. 자내는 그가 순식간에 중대한 결심을 하고 행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어떨까를 알고 싶은 거지. 하지만 왜 그런 걸 생각하는가?' '그건 그가<세 사람 가운데 가장 헤엄을 잘 친다>고 말했기 때문이야. 그는 허풍을 떨고 '내가 316부대에 들어갔을 때' 하고 워든은 신음하듯이 말했다. '작전을 위해 수영선수가 돼야 한다곤 꿈에도 생각치 않았네. 이번 휴가를 받을 때 꼭 연습하겠어.' '게다가 심리적 이유도 있어. 만약 내가 그의 생각대로 시키지 않으면 그는 자신(自信)을 잃어버려 아주 쓸모없게 될 걸세. 자네 말처럼 해보기 전엔 모르지 - 설사 그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야. 더구나 그 동안에 그는 안간힘을 쓰며 알고싶어 하겠지. 물론 중요한 건 우리가 틀림없이 해냈듯이, 그가 할만한 기회의 허택을 받을 수 있느냐 어떠냐 하는점이거든. 내 생각에는 그에겐 기회가 있고.....게다가 탈출할 기회도 있을 거야. 확실한 건 2,3일 모양인지 보고 싶으이. 잠시 그에게 다리 얘긴 안하기로 하세. 난 아무래도 그가 불쌍한 포로들을 생각하자, 몹시 흥분하는게 마음에 안들어. 아, 자네가 말하고 싶은 건 알고 있네 - 감정과 행동은 관게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그래도 그는 어느편 인가 하면 상상력에 휩쓸린 채로 질질 끌려가는경향이 있거든. 내 말을 알겠나? 그는 혈기가 많아. 그게 문제란 말일세.' '우리가 하는 일에 일반론은 적용 안 되네.' 하고 워든은 빈틈없이 말했다. '때로는 약간 상상력을 작용시켜이리저리 생각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는 수도 있어. 늘 그렇다곤 할 수야 없지만, 물론.' 니콜슨 대령 역시 포로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 건으로 군의관과 상의하기 위해 어느날 병원에 보습을 나타냈다.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 게속할 순 없어, 클립튼.' 하고 그는 엄숙한, 거의 위협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몹시 나쁜 사람은 일할 수 없다, 그건 뻔히 아는 일이지. 하지만 그것도 한도가 있어. 자네는 지금까지 병사의 절반을 환자 리스트에 넣고 있지! 자내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1개월 안에 다릴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순조롭게 가고 있는 건 확실헤. 그런데도 팀의 힘은 절반으로 깎여 지금한풀 꺾인 셈이야. 일을 하고 있는 병사들조차도 목표를 달성할 것 같지 않아.' '그들을 보십시요, 대령님.' 부상병이나 환자를 묻지 않고 부하 전원을 일 시키려 했던 니콜슨의 말에 몹시 화를 낸 클립틔은, 평상시의 냉정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의를 나타내기 위해 지그시 자신을 억눌러야만 허다. '만약 내가 자신의 직업적인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아니 단지 인간다운 것을 생각했다면 절반은 커녕 전원이 일할 수 없다고 보증할 겁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노동이라면!' 처음 2, 3개월 동안 가교공사는 이따금 사이또의 공연하 트집에 의해 일시적으로 진척되었다. 가끔 이 일본인은 자신의 권위있는 지위를 되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잔인한 태도로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술을 마시고, 용기와 원기의 왕성을 일시적으로 의도했다. 그러나 이런 폭발은 차츰 적어졌다. 그 까닭은 폭력에 호소하는 행위야말로 가교공사를 방해하는 것이란 사실이 지극히 명료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공사는 마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효과 있는 합동작업 덕택으로 휴즈 소령이나 리브스 대위가 짠 스케줄보다도 꽤 빠르게 진척되었다. 그러나 날씨, 공사의 성격, 식량사정, 생활상태 등 모든 것이 병사들의 건강을 빼앗아버렸다. 것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가까운 마을의 주민들이 더러 팔아주는 말라빠진 소를 빼고는, 고기라곤 약으로 쓸래도 없었다. 고기뿐만이 아니라 버터도 빵도 없었으며, 때로는 쌀 밖에 아무 것도 없는 양식으로 이럭저럭 끼니를 이어온 포로들은 차츰 야위어, 조이스가 몹시 가엾게 여긴 것과 같이 뼈와 가죽만의 몸이 되고 말았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충격음을 내며 몇 번이고 내리치는 무거운 망치의 밧줄을 잡고, 하루 종일 끌어당기는 중노동은, 특히 그 작업반의 포로들에겐 이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딴 작업반 사람들도 이전에 비교해서 조금도 편해진 것은 아니다. 특히 무거운 망치가 탕 탕 내리쳐 말뚝을 박는 동안 귀를 틀어막고, 허리까지 물에 지탱해야 하는 포로들은 전보다도 훨씬 고통스러웠다. 허퍼 중위와 같은 장교들이 솔선해 본보기를 보인 덕택으로 영국병들의 사기는 꽤 높았다. 이 중위는 하루 종일 병사들의 힘을 북돋우기 위해 우렁찬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장교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병사들 일을 돕는가 하면, 몸이 허약한 병사들의 부담을 ?굅?하기 위해 힘껏 밧줄을 잡아당기긱도 하며, 맹렬한 의기와 정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들의 해학정신은 때에 따라 눈에 띄었다. 가령 리부스대위가 모습을 나타낼 때는 항상 청사진, 자, 알코올 수평기, 그밖에 손수 만든 도구를 갖고 와 칫수를 재기 위해 흔들거리는 발판을 수면에 닿을락말락하게 그 뒤를 키가 작달막한 일본군 공병이 그의 손짓 몸짓을 모조리 흉내내고 아장아장 붙댕기며, 엄숙한 얼굴로 노트에 뭣인가 숫자를 적는 것이었다. 그러면 영국변들은 미소를 띠우고 그 일본군을 바라보며, 유우머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장교들이 모두 직접 니콜슨 대령의 태도를 거울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의 운명은 이제는 몽땅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물론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책임을 도맡은 책임자의 당연한 자랑을 잔신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 그 명예 있는 지위가 필요로 하는 온갖 걱정거리의 부담을 자신의 두 어깨에 질머지고 있었던 것이다. 환자 명부가 두꺼워진 것은 그의 마음을 부하 병사들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하루마다 한 시간마다 포로 한사람 한사람의 살아 있는 실체가 저마다의 유기체로부터 떨어져 나가, 이름도 없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버린다. 커다란 식물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며, 모기가 떼지어 살고 있는 이 커다란 땅은 인간이 아무리 힘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단지 분자(分子)가 깡그리 옮겨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한사람 한사람에게는 매우 크나큰 손실이라고 생각될지언정 1인당 1파운드로 쳐서 500갑절로 계산한다 해도 총합계 하면 별로 대단스런 양은 아니었다. 클립튼은 콜레라같은 살아남기 힘든 오싹 소름이 끼쳤다. 사실 딴 수용소에서는 콜레라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엄격한 군의 규율 덕택으로 이 질병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아직 헤아일 수 없을 정도으 말라리아, 이질, 각기 등의 환자가 있었다. 날마다 그는 노동에 맞지 않는 숱한 병사들을 신고해 그들을 환자 명부에 써넣어야만 했다. 병원에서도 그는 환자들을 위해 남겨놓은 적십자의 구호물자를 써서, 어떻게 해서든지 환자들에게 규정의 칼로리를 섭취시키려고 고심참담했다. 그 물자야말로 기를 쓰고 탐색하려 드는 일본군의 눈을 피해 겨우 남아난 것이었다. 어쨋든 간에 며칠 동안의 휴일은, 말뚝박는 작업으로 기진맥진하고, 게다가 끊임없이 몇명의 포로에겐 큰 위로였다. 니콜슨 대령은 부하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클립튼이 일본군 앞에서 환자명부가 두꺼워진 까닭을 설명할때, 그는 온힘을다해 측면에서 지원해 주었다. 그는 사이또가 아직 더 일할 수 있는 병사들에게 더 한층의 노력을 요구하고 항의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도 클립튼이 약간 지나치지 않나 생각했다. 그는 클립튼이 의사라는 특권을 함부로 휘둘러 노동에는 맞지 않다 하더라도 아직 무엇인가 쓸모가 있는 병사에 대해서조차 너무나 너그러운 묵인을 하고 있지 않나 하고 공공연히 의심했다. 공사는 1개월 안에 완성해야만 했다. 그냥 그날 아침 니콜슨은 그 건으로 클립튼을 문책하고, 물론 그를 정상적으로 되돌아가게 하려 마음을 다지며 스스로 시찰하러 왔다. 그렇다곤 하나 이런 델리킷한 문제로 간부장교를 꾸짖는 것인만큼 그 나름대로의 예의를 갖춘 태도이긴 했다. '가령 이 사람에 대해선 어떤가?' 하고 한 환자 앞에 멈추어 서서 그는 말했다. '이봐, 넌 어디가 나쁘지?' 니콜슨은 열에 신음하든가,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이 누워 있는 두 줄의 대나무 침대 사이를 걸었다. 환자들은 다 닳고 해진 담요 끝에서 창백한 얼굴을 엿보이고 있었다. '어젯밤은 체온이 104도(화씨)였습니다, 대장님. 말라리아지요.' '음, 그래.' 하고 대령은 다음으로 옮겨가며 말했다. '이 사람은?' '밀림종양입니다. 난 어제 보통 칼로 그의 다리를 절개해 줘야 했지요. 딴 수술도구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의다리는 골프공만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것이었군.' 하고 니콜슨은 중얼거렸다. '밤에 누군가가 비명 지르는 걸 들은 것 같애.' '그렇습니다. 4명의 동료가 그를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다리를 자르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합니다면, 어떻게 겨우 여기까지 극복한 겁니다. 하고 말한 다음 그는 소리를 낮추어 였다. 종하하도록 시킬 작정입니까?'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게, 클립튼. 물론 그런 일은 안한다네. 자네 말대로야. 똑똑히 말해 두지만, 난 환자나 부상병에게 노동을 강요할 속셈은 아닐세. 하지만 우리는 다음 사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건 알아. 하지만 난 그걸 어쩔 수가 없어. 따라서 자네가 노동에서 한 명을 뺄 때마다 딴 사람의 노고를 그만치 무겁게 하고 있는 셈이 되네. 자네는 늘 그걸 명심해야 해. 알겠나? 누구든 설사 몸이 아무리 나빠도 뭣인가 쓸모는 있는 법일세. ???노동 - 가령 손질 같은 건 할 수 있잖겠나. 휴즈가 머지않아 마지막 손질을 시작하는 건 자네도 알고 있을 걸.' 작정인가요?' '그렇게까진 생각 안 해도 되네, 클립튼.' 하고 대령은 클립튼이 그렇게 질문한 의도를 살며시 살피며 말했다. '기껏 우리가 영구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리가 남의 눈에 띄게 칠을 하는 것 - 그리고 비행기가 훙륭한 목표가 되도록 하는 일 아니겠나? 자네는 전쟁하고 있는 걸 잊어버린 것 같군!' '그렇습니다, 대령님. 전쟁 중이지요.' '아니 그렇다고 해서 특히 변한 건 없어. 난 그런 사고방식엔 정말로 반대지. 우리가 바라는 건 깔끔히 훌륭하게 일을 끝마치는 걸세. 난 그걸 말하기 위해 여기 온 거야, 클립튼. 자네는 병사들에게 훌륭히 저마다 자기 역할을 하도록 이해시켜야 하네. 이 '팔을 몹시 다쳤습니다, 대령님. 대령님의 다리를 위해 들보나무를 꺼내올리려다가 다쳤지요.'하고 클립튼은 변죽을 울려 뱉아내듯 말했다. '내겐 이 사람처럼 다친 병사가 20명이나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의 지금 상태론 상처는 낫지 않고 그름만 잡히겠지요. 난 치료할 수 없습니다......' '어떨까.' 하고 니콜슨은 일련의 계속된 사고(思考)를 뒤쫓으며, 클립튼이 말한 온당치 못한 말을 못들은 척 흘려버리고 주장했다. '신선한 공기와 ???노동으로 원기가 회복된다면, 자네의 이움막에 틀어박혀 자고있느니 보다는 환자에게 훨씬 좋지 않겠나. 어떤가? 클립튼. 팔과 찰과상을 아루래도 보통 일이 아냐. 클립튼, 자네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머릴 써 생각해 본다면 반드시 나와 같이 생각하겠지.' '보통 아닙니다, 대령님. 아니 정말 정상이 아니지요.' 그는 두 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절망의 종작을 해 보였다. 대령은 그를 환자들로부터 떨어지게 떠밀어, 수술실로 쓰고 있는 다음 방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으로서보다도 설득하려 드는 지휘관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논리를 다해 클립튼의 설득에 착수했다. 그런데도 클립튼이 도저히 납득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대령은 마침내 가장 그럴싸하게 생각되는 이유를 꺼냈다. 즉 만약 글립튼이 끝까지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포로들에게 어떠한 차별도 인정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사이또는 단호한 수단을 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네.' 그는 그럴싸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폭력이 아무런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겨우 깨친 사이또는 이젠 폭력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그의 지휘 아래, 전역의 노선 가운데 훌륭한 설비가 된 것을 보며 은근히 기뻐하고 있는 것이었다. 니콜슨은 약간 께름칙함을 느끼며, 짐짓 진실을 왜곡시켜 전했다. 일각이라도 빨리 다리를 완성시킬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는 어떤 하찮은 일에라도 달라붙을 정도였다. 어떤 종류의 정신적인 근거지를 갖춘 불굴의 정신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것이 끊긴 데 없는 한줄기 선이 되어 콰이강에 놓여지려면, 앞으로 겨우 몇 야드를 남겼을 뿐이었던 것이다. 클립튼은 이런 현실을 무서워했으므로 대령에게 반항해본 것이지만, 결국은 복종해야만 했다. 그는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양심의 가책으로 몹시 고뇌했는 데도 불구하고 수용된 환자의 4분의 1을 퇴원시켜야만 했다. 이리하여 그는 절룸거리는 많은 부상병과 열에 신음하긴 해도 가까스로 걸을 수 있는 많은 환자를 다시 노동에 종사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대령은 산을 움직이게 하고, 피리밋과 병사들로 하여금 미소짓고 일하게 할 만큼의크나큰 신념을 갖고 있었다. 변사들은 말뚝 박는 밧줄을 잡아당겨 달라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한 마디 군소리도 없이 강으로 내려갔다. 딱한 병사들 가운데는 거지발싸개와 같이 더러운 붕대를 감은 탓으로 한 손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머지 한 손으로 밧줄을 움켜잡고 말라빠진 몸에 무게를 의탁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전원이 총동원된 노동력에 약간이라도 이바지하려고 괴로운 노력을 다해 용을 부쩍 쓰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콰이강 다리는 서서히 완성에 다가가고 있었다. 다리는 이 새로운 활기로 얼마 안가 완성했다. 나머지 일은 단지 대령이<마지막 손질>이라고 일컬은 작업 뿐이었다. 즉 경험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것이 세계의 어느 곳에 있든 간에, 서구의 기술과 앵글로색슨 식의 완전주의를 곧 인정하게 될 그<완성된>외관을 다리에게 부여하는 작업만이 남아있을 따름이었다. 조이스의 정찰로부터 및 주일 후 워든은 조이스 중위가 지나간 똑같은 경로를 지나, 그와 똑같은 고된 등반 끝에 관찰지점에 도달했다. 이번에는 그가 고사리 종류의 풀숲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멀리 아래에 있는 콰이강 다리를 관찰할 차례였다. 워든에겐 로맨틱한 점이라곤 털끝만치도 없었다. 먼저 그는 조이스가 말한 다리의 구조를 만족스레 바라보고, 이제 그 다리가 완성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냥 후딱 한 번 훑어보았을 뿐이다. 워든에겐 4명의 유격대원이 따르고 있었는데, 그는 그들에게 잠깐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격대원들은 저마다 피우며, 워든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우선 수신기의 안테나를 치고 몇 개의 발신음에 파장을 맞추어 보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하나는 점령지구에 있어 천만다행의 혜택을 입게 되었다. 즉 버어마, 타일랜드 철도의 개통을 경축해 가까운 날에 대부대가 출동하는 것을 당번 연락보고 속에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살짝 몰래 받은 통신은 용기를 북돋아주는 내용을 갖고 있었다. 수행해야 할 임무는 여전히 실행 가능한 것이다. 그 뒤 그는 슬리퍼 백과 모기장을 되도록이면 편하게 마련하고,주의깊게 세면도구를 갖추었다. 나중에 이 꼭대기에서 합류하기로 되어 있는 시어즈를 위해서도 조이스보다 나이도 많고 분별도 있는 워든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나이였다. 그는 또 경험도 풍부했다. 전쟁 전에 여러 직업에 종사했던 때에 경험한 갖가지 모험여행에서 그는 밀림이 어떤 것인가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공격을 감행하고 나서 엄격한 긴장을 계속해야만 하게 되면 그들은 쉽사리 문명 사회의 일상도구를 내던져 버린다. 그런 것이 이젠 쓸테 없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도구는 그들이 싸우기 수월하게 그들이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까지 계속 쓸모가 있는 것이다. 워든은 이런 도구류의 정돈에 만족하게 되자, 주린 배를 채우고 3시간쯤 잠을 잤다. 그리고 잠을 깨자 다시 관찰지점에 가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조이스가 갖가지 수정을 한 후 세 사람이 채용되었으며 시어즈도 지금은 그것에 의거해서 행동할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계획에 따라 분담을 정했다. 시어즈와 조이스, 그리고 2명의 태국인 지원자는 4,5명의 짐꾼을 데리고 수용소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리에서 상류에 있는 지점을 향해 1열 종대로 출발했다. 그들은 원주민으 부락을 우회하기 위해 크게 돌아서 약간 먼 곳까지 갔다. 이 네 사람은 폭탄을 장치하기 위해 밤의 어둠을 타서 다리 곁에까지 옮겨가기로 되어 있었다.(교량폭파를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리고 조이스는 적군 쪽의 강가에 멈추어 그곳에서 기자가 오는 것을 기다린다. 시어즈는 다시 워든과 합류해 그가 합류해 그와 둘이서 후퇴를 위한 원호사격을 담당한다는 작전이다. 워든은 관찰지점에 남아 통신연락을 유지하고, 다리 둘레에 이변이 없는가를 감시하며, 조이스의 원호사격을 할 수 있는 위치를 탐색한다. 그가 분담하는 범위는 뚜렷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시어즈는 그에게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하도록 했다. 워든은 상황에 따라 최선의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2차 공격의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면 자네 마음대로 하게.' 하고 시어즈는 그에게 말했다. '물론 그건 자네가 발견될 우려가 없을 경우 뿐이지만. 316부대의 근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 없네.하지만 다리는 우리들의 제 1 목표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의 성공할 점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며 동시에 맹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네' 그는 워든이 분별이 있는 것과 더불어 용맹과감한 것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워든은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일거일동이 주는 결과를 면밀하게 고찰하고 있었다. 워든은 맨 처음의 스카이라인 정찰이 끝나자, 기차의 잔해나 폭발 후 도망치려는 부대나 구원하기 위해 달려오는 적군들을 쉴 새 없이 포화로 마구 갈기기 위해, 기습 공격중은 소형 화기 --- 박격포 2개 --- 를 산꼭대기에 설치하고, 태국인 유격대원 2명을 그곳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완전히 시어즈가 말한 316부대의 근본 원칙에 포함되는 가르침에 들어맞는 같이 될 것이다. '작전은 그것만으로 완료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적군을 더욱 놀라게 하고 의기소침시킬 기회가 있는 동안에는 비록 그 기회가 미미할지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 전형적인 앵글로색슨 식으 <마지막 손질을 위한 작업>은 딴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활동의 영역에서도 매우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더구나 이 경우 포탄이 청천벽력처럼 살아 남은 적군의 머리 위에 떨어지게 하는 것은 적군의 사기를 완전히 잃게 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골짜기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관찰지점은 이 견지에서 본다면 거의 기적에 가까우리만큼 이상적인 장소였다. 워든은 동시에 기습공격을 오래 끄는 것에 즉 그렇게 함으로써 적군의 주위를 끌어 조이스가 그 장소를 떠나는 것을 간접적으로 원호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워든은 고사리와 야생의 만병초 풀숲 사이를 기어다니며 오래 생각한 끝에 포를 완전히 자신이 흐뭇하게금 설치했다. 그리고 태국인들을 불러 2명을 골라, 그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뚜렷이 가르쳤다. 그들은 이해력이 빨라 워든의 방식이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워든이 준비를 끝낸 것은 오후 네시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것에 따라 해 놓아야 하는 준비를 생각하려 하고 있노라니까, 골짜기 쪽에서 음악이 들려왔다. 그는 관찰지점으로 돌아와 적군과 아군의 구별없이 망원경으로 바라보았다. 다리는 그러나 강 저쪽의 수용소에서는 뭣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워든은 즉각적으로 포로들이 노동의 좋은 성과를 경축해 축하파티를 허락받았든가, 아니면 파티를 강요당했든가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며칠 전 그가 살짝 몰래 받은 암호는 자비심 많은 천하의 명령에 의해 이런 축하파티가 있을 것을 전하고 있었으니까. 그 음악은 현지의 공예가가 만든 것이 분명한 어느 종류의 악기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었지만,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은 유럽인이었다. 워든은 일본 음악의 거칠은 멜로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이 틀릴 리가 없었다. 더구나 노래 소리까지 곧 들려왔다. 가냘프게 덜리는 듯이 들려오지만, 틀림없이 스코틀랜드의 민요였다. 노래 소리는 골짜기에 메아리 치고, 합장으로 뒤이어졌다. 홀로 관찰지점에서 이 애틋한 합창을 듣고 있던 워든은 가슴이 벅차 눈물까지 글성글성 했다. 그는 이런 슬픈 기분을 뿌리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그 대신 임무의 필요사항에 생각을 집중시킴으로써 겨우 마음속으로부터 슬픈 기분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수용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가운데, 닥쳐온 기습에 영향을 끼치는 일 이외는 전혀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파티는 해지기 직전에 준비된 모양이었다. 포로들은 옥외 취사장 둘레에 떼지어 모이기 시작했다. 일본병의 병사(兵舍) 언저리에도 외치는가 하면, 웃기도 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일본군도 노동의 성과를 축하하는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워든의 머리 속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냉정하고 빈틈없는 그의 성격은 이 첫 방문한 기회를 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관찰지점에 이르기 훨씬 전붜 생각하고 있던 계획을 갑자기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밤중에 행동을 일으키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인간 심리에 깊이 통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판단했다.이다지 황량한 밀림의 한 구석에 놓여져, 사이또처럼 만성 알코올 중독자의 지휘를 받아 포로와 거의 다름없는 모진 기율에 한 명 남기지 않고 곤드레만드레가 될 것이라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만으로 개인적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더구나 316부대의 각자가 분담하는 본공격에 흥취를 곁들이고 보충적인 덫을 설치하기에 특히 안성마춤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리저리 심사숙고한 워든은 이 기적적인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죄를 짓는 것과 같다는 결론을 도달했다. 그래서 강으로 내려가 작은 폭탄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는 양식(良識)에 약간 상반도는 일이긴 하지만 오직 한 번만 다리를 가까이서 보소 싶다는 유혹에 휩싸였다. 산기슭에는 한밤붕 바로 전에 이르렀다. 파티는 그가 추측한 대로 끝나 있었다. 영어로 노래하는 패러디같은 야만스런 부르짖음은 조금 전에 끝나고, 지금은 정적이 어둠을 그는 선로에서 별로 멀지 않으며 가장 깊숙이 안쪽에 있는 나무뒤에서 같이 간 두 유격대원과 웅크리고 앉아 주의깊게 귀를 기울렸다. 철도는 조이스가 말한대로 다리를 건넌 다음 이 지점에서 강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워든은 태국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세 사나이는 파괴공작의 재료를 운반하며 조심성 있게 선로쪽으로 발을 내디덩다. 워든은 이 공각을 절대로 안전하게 해낼 자신이 있었다. 이쪽 강가에는 적군의 흔적조차 없었다. 일본군은 이 구석지고 버려진 땅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감각을 깡그리 잃어버린 것이다. 이미 병사들은 전원, 게다가 장교들도 모두 고주망태가 되어 녹아떨어져 그러나 워든은 확인하기 위해 태국인 한 명을 보초로 세우고, 딴 한 명의 도움을 받아 단체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교과서에 쓰여 있는 그대로를 실시하는 공작이었다. 그것은 켈키다에 있는 플라스탁폭탄 파괴공작반의 특수학교에서 배운 제일 먼저의 과제였다. 철로 안쪽에 플라스틱폭탄을 설치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기 위해, 철로 양쪽과 그 밑의 자갈 층을 해집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이 화학적 혼합물의 특징은 만약 잘 배치하면 2파운드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점에 있다. 이 얼마 안 되는 양의 폭약속에 저장된 에너지는 뇌관의 작용에 의해 초속 몇 마일이란 맹렬한 스피트로 깨스가 되어 방출된다. 이 급격히 팽창하는 폭파력에는 다음은 플라스틱폭탄에 도화선을 단다.(이 작업은 버터덩어리에 칼을 꼿는 것처럼 간단하다) 긴 <순간> 퓨즈는 이 도화선에 연결되어 철로 밑에 설치된 구멍에 같이 숨긴,굉장히 단순하고 작은 장치에 이어진다. 이 장치는 뇌관을 끼고 두 개의 칼날로 이루어졌으며, 강한 스프링으로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나누어져 잇다. 한 쪽 칼날은 금속에 접촉하도록 놓여 있으며, 또 한 쪽 칼날은 돌로 누르고 있다. 도화선 자체는 땅에 묻는다. 두 전문가로 이루어진 설치 팀은 이 폭파장치를 30분 안으로 설치할 수가 있다. 조심해서 작업하면 이 설치는 아무도 모른다. 기관차의 차바퀴 하나가 이 장치를 누르면 <순간>퓨우즈의 작용으로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그래서 플라스틱폭탄이 폭파한다. 꽤 두꺼운 강철판도 산산조각이 나 열차는 탈선한다. 만약 운이 좋고, 게다가 폭탄이 가소 크면 기관차는 뒤엎어진다. 이 폭파 설치이 잇점은 하나는 기차 자체의 움직임으로 폭탄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치한 공작원은 폭파 순간 1마일 이상이나 현장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잇다. 또 하나의 잇점은 설사 동물이 그것을 밟는다 해도 폭발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기관차나 기동차처럼 꽤 중량이 있는 것만이 유효한 것이다. 워든은 논리적,계통적으로 이렇게 사색(思索)의 줄기를 더듬었다. 달려오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따지면 다리와 동시에 강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목표 넘버 원으로는 큰 수확이다. 그 결과 철도는 분단되고, 교통은 두절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군은 파손을 복구하려고 미치광이처럼 일할 것이다. 철도를 다시 열어 이 포학에 보답하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빨리 복구하려고 필사적이 될 것이다. 그것은 또 그들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일본군은 어떤 노동력이라도 내몰아 쉬는 일 없이 일을 시킬 것이다. 며칠이고, 몇 주일이고, 또는 몇달 동안 그들은 난행고행을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철도가 가까스로 개통하고 다리가 재건되자 다른 부대가 보내져 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러나 얼마 뒤에 -- 다음 열차가 폭파되었다고 하면 어떤가. 그렇게 되면 물적피해는 별도로 한다고 해도 사시를 잃게 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 워든은 필요로 하는 양보다도 약간 많이 폭약을 장치하고, 열차가 강가 가까이까지 탈선하도록 궁리하기로 했다.모든 일이 잘 되면 기관차와 객차 몇 개가 강속에 굴러 떨어질 것이다. 워든은 이런 공직의 제 1 단계를 재빨리 해치웠다. 그는 이 종류의 작업에는 능숙해 플라스틱폭탄을 시설하고 폭파장치를 설치하기에 앞서 소리를 내지 않고 자갈을 움직이는 일에 이골이 나 있었다. 그는 거의 기계적으로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런데 폭파장치 설치 작업에는 전혀 경험이 것을 알게 되자, 그는 기뻐했다. 그것은 워든 교수에겐 큰 기쁨이었지만 --- 그의 가르치는 방식도 좋았던 것이다. 해뜨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는 같은 형태로 약간 장치가 다른 폭탄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다리와는 정반대 방향의 몇 백 야드 앞의 선로에 시설했다. 그날 밤처럼 혜택받은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다면가,야말로 죄를 짓는일이라고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원든은언제나처럼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충분히 발히했다. 같은 분야에서두 번이나공격을받으면적은 대개의심이 많아져노선 전역에 걸쳐 계통적으로 조사하게되는 것이다. 그러나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모른다. 가능성을 생각조차 안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두 번이나 폭탄이 장치되었다는 그 이유때문이다. 어쨌든 만약 장치가 잘 위장되어 있으면폭탄 탐지반이 철로 밑에 깔린 자갈을 하나하나 조사하지않는 한 어떤꼼꼼한 탐색의 눈도 피할수 있을 것이다. 원든은 두 번째의 (장남감)을 설치했다. 이것은처음것과는달리 폭발효과를 바꾸는 궁리에 알맞아, 또딴 놀라움을 불러 일으킬 종류의 것이었다. 이 장치는 늦게 폭발하는 지발성(遲發性)의 원리에 의거해서 작용한다. 열차 제1호는 그것을 폭발시키기까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다만 폭파장치의 안전장치를 자체는 다음 열차 무게만으로 작용한다. 316부대의 기사들이 합리적인 성격의 워든을 몹시 기쁘게 한 이 독창적인장치를 완성했을 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 일련의 사고 뒤에 선로?묽링퓔湧兮봉? 쓸모없는기관차로 끌게 해 돌을 실은 2,3대의 객차를 방패삼아 달리게 한다. 그 열차에는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자 적은 안심하고 안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정말로 중요한 열차를 발차시킨다. 그러면 정말로 중요한 열차가 돌연 폭파당하는 것이다. '적에게 되도록이면 공포를 일으키게 하고, 의기소침하게 하지 않는 한, 작전이 끝났다고 이것이 플라스틱폭탄 파괴공작반의 중심주제였다. '적이 겨우 평화를 되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불쾌한 놀라움을 수없이 주게끔 노력하고, 놀라움을 수없이 주게끔 노력하고, 그들 속에 혼란이 뿌려질 새로운 덫을 만들도록 항상 신경을 써라.' 이것이 그들이 끊임없이 되풀이 한 훈계였다. 워든은 이런 훈계를 명심했다. 두 번째의 폭탄을 장치하고 그 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한 그는 다시 지혜를 짜내 또 다른 기발한 계략을 생각해 내려고 노력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다른 (장난감)을 갖고 있었다. 캘커타의 특수학교 교관들은 철도 교통 예정지에 이 (장난감)을 대량으로 뿌리도록 천거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워든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현명하게도 이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하고 관찰지점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주요공격에 흥취를 곁들일 속셈에서 폭약으로 짭짤한 맛을 낸, 잘 준비된 전투지역을 등 뒤에 남기고 온 사실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었다. 유격대원 한 명이 느닷없이 몸을 움찔하고 긴장했다. 그는 산꼭대기를 뒤덮고 있는 커다란 고사리 풀숲 속에서 버스럭버스럭 하는 기묘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일순간 네 명의 태국인이 동작을 뚝 멈추었다. 워든은 기관단총을 손에 들고 예측할수 없는 사태에 대비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약간 아래 쪽에서 낮은 휘파람 소리가 세 번 울렸다. 태국인 한 명이 신호의 휘파람으로 응답하고 손을 흔들며 워든을 보았다. '넘버 원이야.' 워든은 말했다. 관찰지점에서 일등과 합류했다. '뭔가 변동된 일은?' 그는 워든을 보자마자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김없이 하고 있네. 새로운 발견은 아무것도 없어. 내가 여기 온지 3일째지만, 모든 건 내일을 위해 대비하고 있지. 열차는 오늘 밤 몇 시엔가 방콕을 떠나 내일 10시 무렵 여기에 올걸세. 시어즈, 자넨 어떤가?' '준비완료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땅에 앉으며 시어즈는 말했다. 그는 일본군이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지 않았나 하고 몹시 두려워 했다. 워든 역시 어제 밤부터 죽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그는 그날 밤 다리에 폭약을 장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몇 시간 소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바로 눈 아래의 물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두 동료를 생각하기도 하고, 작전의 단계 하나하나를 마음에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작전을 실패하게 할지도 모르는 장애가 무엇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리저리 생각했다. 의심쩍은 소리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예정대로 된다면 시어즈는 새벽 무렵 올 것이다. 그런데 시간은 10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자네가 나타나 겨우 안심했네. 난 약간 걱정했거든.' '우리는 밤 내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워든은 더욱 차분히 시어즈를 바라보았다. 않은 그 옷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고 있었다. 움폭 패인 볼, 눈 아래의 검은 빛, 턱을 온통 뒤덮은 수염등이 그를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했다. 워든은 시어즈에게 블랜디 병을 건네주었을 때, 그의 손이 떨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두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이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워든은 그를 위해 챙겨둔 마른 셔츠와 구두를 주고,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오늘은 아무것도 계획이 없다는 게 확실하겠지?' 시어즈는 되풀이해서 물었다. '걱정 없어. 오늘 아침 무전을 또 하나 살짝 받았다네' 천천히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꽤 지독한 꼴을 당했어.' 하고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일생 동안 그 찬물을 잊지 못할 거야. 하지만 딴 건 만사가 잘 된 셈이지.' '그 젊은이는 어땠나?' '녀석은 대단했어.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늦추는 일이 없었네. 녀석은 나보다도 고됫지만, 조금도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거든. 지금은 오른쪽 강가의 그 지점에 있을 거야. 곧 태세를 취하고 열차가 올 때까지 대기한다고 주장하더군.' '만약 적이 낌새를 알아차리면?' '녀석은 잘 숨을 거야. 그야 위험하지만 해봄직한 일이긴 해. 이젠 다리 둘레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는 건 극력 피해야만 해. 더구나 오늘 현재로는 적군이 녀석을 습격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네. 녀석은 나이도 젊지만 씩식해. 강 가장자리에서 손이 닿을만한 가파른 비탈의 풀숲 속에 몸을 엎드리고 있어. 아마 여기서 그 지점이 보일 걸. 풀잎 틈으로 그가 볼 수 있는 건 다리 뿐이거든. 하지만 열차가 다가오는 소리 쯤은 들을 수 있을 걸세.' '자네도 몸소 거기 ?처?' '가까스로 함께 갔어. 녀석이 말하던대로야. 말할 나위없이 좋은 지점이야.' 시어즈는 망원경을 꺼내 눈 아래 바라보이는 광경 속에서 그 지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 광경은 그에겐 이상하게 보였다. '그 장소를 정확히 저기라고 지적하는 건 하고 그는 말했다. '여기서 보니까 전연 달리 보이는군. 하지만 저 언저리라고 생각해. 강에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크고 붉은 나무가 있잖나. 거기서 10야드 쯤 뒷쪽이야.' '그렇다면 모든 건 그가 하기 나름이군' '그렇지. 모든 건 그가 하기 나름이지. 난 그를 믿고 있어.' '그는 단도를 갖고 있던가?' '자기 걸 갖고 있더군. 틀림없이 쓸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해.' '그 때가 될 때까지 아무도 확실한 말은 할 수 없어.' '나도 그건 잘 알아. 하지만 난 꼭 쓸 수 있을 걸로 믿고 있네.' '그럼 그 다음은 ?' 나보다 두 갑절이나 빨리 헤엄쳤다네. 우린 그가 후퇴하는 걸 잘 원호 할 수 있을 거야.' 워든은 시어즈에게 자신이 갖춘 준비에 대해 대충 얘기했다. 어젯밤 그는 관찰지점에서 산을 내려갔다. 이번에는 그도 어두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산을 내려갔지만, 평지에 이르는 지점까지는 가지 않았다. 도중에그는 팀이 운반해 오는 경기관총을 설치하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기도 하고, 반격해올 적을 경기관총으로 일제 사격할 유격대원을 위해알맞을 지점을 정찰하기도 하곤 했다. 저마다의 배치 장소는 꼼꼼히 노트에 기록되었다. 이 경기관총의 일제사격에 의한 탄막은 수류태과 더불어 사용한 다면 꽤 시어즈는 이 전반적인 계획을 승인했다. 그리고 그는 너무 피고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어젯밤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워든에게 얘기했다. 워든은 주의깊에 그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그 준비작업에 가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심한 듯한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튿날까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둘이서 말했듯이 이젠 모든 것이 조이스가 하기 나름이며, 조이스와 무운(武運)의 여하에 달려 있었다. 두 사람은 신경이 돋구어지는 것을 꾹 누르며, 지금 저쪽 강가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 주역(主役)의 신상에 대해서도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 허다. 시어즈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결심하자 곧 상세한 행도표를 만들었다. 그는 팀의 각자에게 미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해야 할 행동의 하나하나에 대해 훈련을 쌓게 하기 위해 갖가지 역할을 할당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일단 전투가 벌어졌을 때에어떤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누구나 모두 임기응변의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갖가지 준비나 대책을 세우지 않고 간단히 다리가 폭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허술하고 엉성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워든도 리브스 대위와 마찬가지로 조이스의 약도와 메모에서 하나의 계획 - 파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그린 큰 스체치를 준비하고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이고, 폭약장치를 할 곳에는 저마다 정확한 표시를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폭파시키는 도화선과 복잡한 전선의 회로망은 붉은 연필로 적었다. 워든은 얼마 안가 그런 폭파장치의 모든 것을 모조리 머리에 새겼다. 그러나 시어즈는 이런 책상에서의 계획만으로는 아쉬웠다. 그는 캠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강의 허무러진 다리를 목표로 선책해서 몇 번이고 야간훈련을 쌓게 했다. 피땀어린 훈련을 쌓은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 안내자는 그들만이 아는 오솔길을 지나 목표의 다리로부터 꽤 상류의, 안전하게 공격개시를 진행시킬 수 있는 강가까지 나르는 짐꾼으로 일했다. 플라스틱폭탄은 한 개가 12파운드 씩아로 나누어져 교각말뚝 하나하나에 장치되었다. 폭파계획에 의하면 교각은 각각 여섯 개의 말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부 34개의 폭약을 장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폭약을 장치하면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들보는 약 30야드에 걸쳐 흩날려, 다리 그 자체는 기차의 무게로 충분히 부셔져 떨어지는 것이다. 시어즈는 현명하게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열두 개 정도 여분으로 폭약을 운반해다 놓았다. 그것들은 더욱 적을 놀라게 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에 설치될 것이다. 그는 316부대의 격언을 잊어버릴 그런 사나이는 다리 폭파에 쓰이는 이런 폭탄의 종류나 숫자는 마구잡이 눈짐작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몇 차례에 걸친 계산과 오랜 토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것으로서, 조이스가 정찰 중에 잰 다리의 치수에 의거해서 세워진 것이다. 이치로 따지면 갖고 있는 폭파자재를 운반한다는 것은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 플라스틱폭탄이 갖고 있는 장점의 하나는 물과 비중이 같은 것이었다. 헤엄치는 사람은 등뒤에 매우 많은 양의 프파스틱폭탄 봇짐을 끌고 헤엄칠 수 있었다. 일행은 동틀 무렵 콰이강에 도착했다. 시어즈는 짐꾼들을 돌려보냈다. 4명은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발까지 기다렸다. 하잖나.' 하고 워든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한숨 잘 수 없었을까?'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네. 한숨 자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일을 결행하려 하는 직전을 어떤 것인가 자네도 알잖나. 조이스와 난 낮동안 계속 지껄였지. 난 조이스의 기분을 돌려 다리 일을 잊게 하려 생각했건 거야. 우린 밤새도록 그 일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무러 얘기했나?' 무엇이든 시시콜콜히 알고싶어 하는 워든이 물었다. '그는 나한테 군대에 들어오기 전의 자기 경력을 얘기해주더군. 어느 쪽이냐 하면 마음이 온순한 사나이야, 그 청년은. 대충 얘기하면 평범한 -- 기술관계의 대회사에서 없지. 더구나 그는 그런 일이 있었던 척도 않거든. 건축관계의 사무실에 근무한다면 소위 쨍한 햇빛이 닿는 직업이지. 난 늘 그렇게 상상했어. 같은 또래의 20명쯤 되는 젊은이가 공동작업장에서 하루종일 제도판을 향해 일하는 게 어떤 건가 생각이 떠오르나? 제도를 안 할 때는 방정식과 계산자(尺)로 계산하고 있는 거야.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지. 난 그가 그 일에 유달리 열심이었다곤 생각하지 않아. 그보다도 전쟁이 시작되자 그걸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환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이거든. 책상에 묶여 잇던 녀석이 316부대에 참가하다니,우스운 얘기지.' '그야, 그 가운데에는 대학교수도 있었단 얘기와 비슷하지' '그 사람 같은 경력의 사내를 많이 알고 있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어쩔 수 없는 패거리라곤 할 수 없는 걸세.' '그렇다고 가장 뛰어난다고도 할 수 없지. 그것에 대해선 일반적을 해당시킬 수도 없어.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과거를 얘기했을 때 조금도 거북스러워 하지 않았다네. 다만 약간 쓸쓸해 했지. 그것 뿐이야' '분명 그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어떤 제도를 그렸다든가?' '이상한 우연이지만, 그 회사란 게 다리와 관계가 있었다네. 물론 나무다리가 아니지. 게다가 또 건조공사를 취급했던 것도 아니거든. 금속제의 -- 표준형의 조립 교량이야 몇 가지 부분품을 만들어 그걸 모두 건축회사에 인계하는 거지 -- 메카노 그는 한번도 회사를 그만둔 일이 없대. 전쟁이 시작되기까지의 2년간 그는 몇번이고 같은 부분품의 제도를 그리고 있었다는군. 그걸 전문으로 하고 있었던 거야. 그게 어떤건가 상상할 수 있겠나. 그는 그 일을 별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더구나 그 부분품은 큰 거라고 할 수 있는게 못되는 시시껄렁한 거였대... 그의 임무는 가장 중량이 ???금속에 가장 큰 저항을 낳게 하는 형태를 생각해내는 거래.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는 그런 거지. 그것에 대해 난 아무 것도 몰라. 문제는 결제적 효과거든 --- 회사는 자재의 낭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야. 그는 2년간 그걸 하며 보냈대. 그 젊음으로 말야! 자네에게 그가 그 얘길 하는 걸 들려주고 싶었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네. 그 제도 그리는 일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생각해.' '다리 폭파에 그만치 열심인 사람도 보기 드문 일이지.' 하고 워든은 말했다. '그건 인정해. 시어즈, 316부대는 그런 패거리에게 절호의 기회를 준 셈이라고 난 생각하기 시작했다네. 316부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걸 만들었어야 했겠지. 그럼 자네의 경우는 어떤가? 만약 자네가 연대 근무에 신물이 나지 않았더라면...' '게다가 가령 자네가 대학에서 강의하는 걸 애초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다면.... 아니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전쟁이 터졌을 때 그는 아직 그 제도 그리는 일에 꼭 틀어박혀 있었다네. 그의 얘기에 의하면 그 2년동안에 절약하는데 성공했다는 거야. 과히 나쁘지 않은 일이지. 회사는 그가 더욱 교묘하게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는 전쟁이 시작된 맨 처음 2,3일 안에 병역을 지원했지. 316부대 얘기를 듣자, 그는 좀이 쑤셔 더 기다릴 수 없게 됐다네. 사람에겐 결정된 숙명이 있다곤 아무도 아직 믿지 않겠지만 불?瑛피?거야. 만약 그 제도 그리는 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는 아직 이 순간 적으로부터 100야드의 거리에 있는 풀숲 속에서 단도를 벨트에 꽂고, 곁에 폭파용의 도구를 놓은 채 엎드려 있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 시어즈와 조이스는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서로 얘기했다. 그 동안에 두 태국인들은 이번의 폭파행에 대해 소리를 낮추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시어즈는 3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고, 가장 성공할 기회가 많은 인간으로서 정말로 가장 적절한 인물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열심히 부탁하는 조이스의 진지함에 넘어간 것이 아닐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며 때때로 양심의 가책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자네는 상황이 어떻든 간에 워든이나 나처럼 결단을 갖고 행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절대로 확실하겠지?' 그는 다시 물었다. 이 기회를 주십시오.' 시어즈는 더 파고들어 다그쳐 묻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결정을 고치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일행은 해지기 전에 행동으로 옮겼다. 강가는 황량했다. 대나무 뗏목 --- 뗏목 만드는 것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손수 만들었다--은 밀림 속으로 운반하기에 수월하도록 두 개의 같은 형태가 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강에 띠우고 두 개의 장대를 걸쳐 두 부분을 꼭꼭 묶어 하나로 했다. 형태가 정해지자 뗏목은 튼실한 대(臺)가 되었다. 다음에 그들은 폭약을 되독록이면 단단히 뗏목에 묶엇다. 그밖에 코오드,배터리, 있었다. 부서지기 쉬운 것은 물론 방수포로 싸놓았다. 뇌관은 시어즈가 여분으로 한 조(組) 준비해 놓았다. 그는 그 하나를 조이스에게 건네주고, 또 하나를 자신이 가졌다. 두 사람은 그것을 벨트에 달고 있었다. 뇌관이야말로 실제 미묘하고도 취급하기 까다로운 물건이엇지만, 플라스틱폭탄은 원래 난폭하게 취급해도 괜찮았다. '그렇다곤 하지만, 허리 둘레에 그런 걸 매달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건 아닐 걸.' 워든은 말했다. '아무도 그런 걸 생각해보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아뭏든 그 점은 폭파행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이 적은 일이었지. 하지만 지금이니까 말하지만 아찔아찔했었네. 그 장담했으니까!' 그들 일행은 현지인들의 정보에 의해 목적지에는 30분도 안 걸려 도착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기에 그들은 아주 캄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실제는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렸으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콰이강은 다리 언저리의 온화한 흐름을 빼고는 분류(奔流) 바로 그것이었다. 강으로 들어가자마자 급류는 그들을 어둠 속으로 떠밀고, 피할 수도 없는 바위가 이리저리 솟아 있는 곳으로 휘몰았다. 그동안 그들은 필사적으로 귀중하고 위험한 짐에 달라붙어 간이 콩알만해졌다. '만약 내가 강의 물살의 흐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딴 방식에 의해 차라리 다리 잘못의 근본은 그게 현지인에게서 나왔든 유럽인에게서 나왔든 간에 항상 이런 식의 단순한 정보에 있는 거야. 그렇지, 워든. 난 자주 그걸 깨달았는데도 또 실패했단 말일세. 그 분류에서 <잠수함>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잠수함>이란 그들이 그 뗏목에 붙인 별명으로 양쪽 끝에 쇠조각을 달아 대개 수면 아래 절반을 잠기게 하고 뗏목을 몽땅 수면으로 부터 보이지 않게 하려면 손가락으로 누루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굉장한 물소리를 내는 처음 급류에서 우리는 용솟음치는 물살에 마냥 뒤흔들려 좌우 강가에 부딪치는가 하면, 뗏목 밑에 가라앉기도 하고, 때로는 강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도 하고, 게다가 강가의 이럭저럭 자유로와지자 --- 그렇게 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 난 반쯤 물에 빠졌을 정도니까 --- 난 일행에게 잠수함에 딱 달라붙어 어떤 일이 있어도 떠내려가지 않도록 그 일만 염두에 두라고 명령했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 뿐이었거든. 하지만 머리를 부딪친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건 기적이었어. 중대한 임무를 앞에 둔 우리에겐 그건 안성마춤의 각성제 약이었으며, 우리를 마침 그 때 그 상황에 알맞는 기분을 갖게 해 주었다고도 할 수 있었어. 물살은 마치 큰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폭풍을 만난 듯이 격렬했다네. 난 마치 배멀미가 난 듯 했거든. 더구나 어차피 앞에 닥쳐오는 걸 피할 순 없었어. 워든, 자네에겐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지, 뒤로 얘기라고 생각하나? 강 폭이 좁아져 밀림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자네도 전혀 모를 걸세. 자넨 강물에 휩쓸려 흘러갔다고 하겠지. 그대로야. 하지만 물살은 별도로 하고 강 그 자체는 우리에 비교해서 호수처럼 변함없는 거야.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물상의 흐름의 속도를 일러주는 건 다만 장애물 뿐이거든. 그것도 부딪쳐 보고야 비로소 알게 되지. 상대성의 문제야! 도대체 자네에게 상상이 가능하겠나?' 그것은 이상한 감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시어즈는 되도록이면 정확하게 그 상태를 말하려고 부둥부둥 애썼다. 워든도 귀를 기울이면서 흥미를 돋우었다. '상상이 가능하네, 시어즈.그래 뗏목은 '그게 또 기적이었다네! 머리가 수면에 나올 때마다 뗏목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짤막한 일순간을 빼고는 걱정 없었어. 위태로운 걸 구한 건 조이스 청년이었다네. 그는 일급이야, 워든. 이런 식으로 말일세. 맨 첫 급류가 끝날 무렵이 돼서 우린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때 강 속의 큰 바위에 부딪쳤지. 워든 우리는 허공에 팽개쳐져 물에 뜬 채로 다시 물살에 뜰려 한쪽 강가에 떠밀렸다네.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꿈에도 생각 안했지. 난 장애물을 어리?″?본 듯이 생각했지만, 그게 코 앞에 다칠 때까진 깨닫지 못했어. 언뜻 생각난 건 다리를 내밀고 뗏목을 억누르는 일이야. 두 태국인은 말끔히 단념하고 있었지. 천만다행한 일은 우리가 거야. 전혀 우연이지! 그런데 조이스는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나? 그에겐 일순간밖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거야. 하지만 그는 재빨리 뗏목으로 몸을 던져 그 위에 엎어졌다네. 웬지 알겠지, 워든? 두 쪽 난 뗏목을 붙잡기 위해서였다네, 그래, 밧줄이 헐렁해진 게 분명했지. 재난이야! 하고 일순간에 알아차린 것이거든. 재빨리 머릴 작동시킨 거야. 그에겐 민첩한 행동력과 단연코 놓치지 않겠다는 용기가 있었어. 그는 내 앞을 헤엄치고 있었다네. 난 잠수함이 물 속에서 솟아나 마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걸 봤어. 더구나 그는 물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 장대를 꼭 누르고 있었지.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우리가 뗏목 양쪽을 되도록이면 굳게 묶은 건 뒤의 일이었어. 그 플라스틱폭탄에 딱 들어붙는 거야. 알겠나? 게다가 그는 몹시 흔들렸다네. 어쨋든 내 머리 바로 위까지 온 거야. 그 순간 난 몸에 지니고 있는 폭약을 문득 생각했지. 번개처럼 말일세! 물론 아무것도 아니었어. 위험이 없었던 건 확실해. 하지만 그는 일순간에 그걸 깨달은 거야. 그는 예외적인 사내지. 워든, 성공하는건 그야말로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인간이야.' '정확한 판단력에 민첩한 행동력이 따른 바로 전형적인 예로군.' 워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어즈는 소리를 낮추어 얘기를 계속했다. '이 임무야말로 그에게 안성마춤이야. 누구 하나 그가 완수하는 걸 방해할 순 없어. 그의 독무대라네. 그는 그걸 알고 있는 거야. 우리 시대는 사라졌어.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이란 되도록이면 그가 일을 하기 수월하게 해 주는 일 뿐이야. 다리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걸세.' 맨 처음 급류의 끝에 이르자, 흐름은 약간 온화해졌다.거기서 그들은 다시 뗏목을 단단히 고쳐 묶었다. 그러자 또 강폭은 좁아지고, 그들은 또 괴로운 물살의 흐름과 마주쳤다. 중첩한 바위는 앞에 다가서고, 물은 자연의 흐름이 막혀 천천히 커다랗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나아갈 수가 없어 헛되이 시간만 보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그들은 이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갑자기 강폭이 넓어지고 물이 멈추는 일 없이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마치 크고 조용한 호수로 향하고 있는 듯이 그들은 시어즈는 얘기를 중단하고 진득이 골짜기를 쳐다보았다. '이런 식으로 뒤에서 골짜기의 전경을 내려다보니 묘한 기분이군. 밤에 아래서 보는 것과는 몹시 달라. 강을 내려가며 보이는 건 어지럽게 지나치는 그 언저리의 경치였어. 지금 문제인 건 --- 그리고 앞으로도 문제가 되는 건 이렇게 단편적으로 우리가 본 강의 경치란 말야. 그런데 거기까지 ?맛? 다리는 놀라우리만큼 뚜렷이 밤하늘에 실루엣을 보이고 있었어. 난 누군가가 우릴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무서웠다네. 마치 대낮에 사람 눈에 몸뚱이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 물론 단순한 환각이었지. 우린 목까지 물에 잠겨있었거든. 잠수함은 수면 아래 모습을 감춘 채, 당장이라도 깡그리 대나무가 몇 개 떨어져 달아났지. 하지만 만사는 잘된 셈이야. 한 줄기 불도 없었다네. 우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 미끄러지듯 교각에 도착했거든. 누구 하나 머릴 부딪치는 일도 없었지. 한 가운데 말뚝에 뗏목을 매달고 곧 일에 착수했어. 우린 벌써 찬물 때문에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되어 있었지.' '뭔가 특히 곤란한 일이라도?' 워든이 물었다. '특멸히 없었다고 생각해, 워든...자네가 이런 작업은 모두 낮에 해야 한다고 생각 안 하는 한에서 말야.' 그는 마치 다리가 지닌 마력이 씌운 것처럼 다시 침묵에 잠겼다. 다리는 햇빛을 받아 밝은 나무결 빛으로 빛나고, 흙색 강물 위에 뚜렷이 모습을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군. 워든, 이런 느낌은 전에도 있었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자, 불?瑛피?생각이 들지. 이게 정말인가 아닌가, 폭약은 실제거기 있는가 없는가, 점화상자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정말로 좋은가 어떤가 하고 말일세. 그런 건 전연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는 거야. 적진에서 100야드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이스가 있어. 저기 저 풀숲 뒤에서 다리를 지켜보고 있겠지. 그는 틀림없이 나와 헤어진 뒤로 1인치도 꼼짝 안했을 거야. 내일까지 무엇이 일어날지 생각해보게나, 워든. 만약 일본병의 한놈이라도 뱀을 쫑는 게 재미나서 밀림 속꺄지 발을 디뎌놓는다면... 난 그를 그곳에 남겨 놓은 게 아니었어. 밤이 될 때까지 그를 그곳에 배치해선 안돼.' 하고 워든이 말했다. '그에게 맡기지. 그 보다도 어젯밤 얘기나 계속하게.'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살갗은 퍽이나 연약해져 조금이라도 단단한 것에 부딪치면 상처가 났다. 손은 특히 상처 입기 쉬웠다. 손가락은 조금 비비기만 해도 가죽이 벗겨졌다. 제일 처음 부다친 고약한 일은 뗏목에 장구류를 단단히 묶은 밧줄을 끄르는 일이었다. 밧줄은 가시투성이의 거친 야생 넝쿨이었다. '이러면 마치 아이의 속임수 같이 들리겠지, 워든. 우리가 놓인 상태란... 게다가 물속에 잠겨 소리도 내지 않고 작업해야 하니까 말일세. 내 이 손을 보게. 다시 한번 그는 골짜기를 내려다 보았다. 한 부하가 적군쪽의 강가에 대기하고 있는 것을 그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피가 엉긴 상처를 햇빛에 드러내어 살펴보고, 어깨를 한번 으쓱 추켜올렸다가 얘기를 계속했다. 그들은 둘 다 날카로운 단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얼어붙은 듯한 손가락으로는 여간해서 단도를 잘 다룰 수 없엇다. 게다가 설사 플라스틱폭탄이 비록 <길들여진> 폭약이라 할지라도 금속제의 도구로 두드리는 일은 엄중히 경계해야 할 일이었다. 시어즈는 이윽고 두 태국인이 이 이상 쓸모 없을 것을 때달았다. 때문에, 출발 전 조이스에게 말해 뒀다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우리 두 사람 뿐이며, 이 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우리 둘밖엔 아무도 없다고 말일세. 택구인들은 겁먹고 떨며 말뚝에 달라붙는 꼬락서니였다네. 난 그들을 돌려보내기로 했지. 산기슭으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거든. 그래 우린 두 사람뿐인 거야. 이런 일은 말일세, 워든. 단지 육체적 스태미 너만으론 불충분하네. 조이스는 훌륭히 해냈어. 난 가까스로 해낸 것에 지나지 않아. 난 아무래도 한계에 도달한 것만 같거든. 나이를 먹은 거야.' 두 사람은 폭약 봇짐을 하나씩 풀어 파괴계획에 따라 저마다의 위치에 설치했다. 일각 일각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싸움이었다. 두사람은 발가락으로 플라스틱폭탄을 갖고 내려가 폭약이 최대의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나무에 딱 붙였다. 물속에서 손으로 더듬으며 손을 마비시키는 그 처절한 가시투성이의 밧줄로 묶었는데, 밧줄은 손바닥을 온통 상처나게 하고 피가 스며나게 했다. 넝쿨을 잡아당겨 묶는 것만도 굉장한 고통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밧줄을 입으로 물고 물속에 잠겨 이빨로 그것을 묶어야만 했다. 이 작업만으로도 그날 밤을 거의 소비했다. 다음에 하는 일은 그다지 고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욱 복잡한 작업이었다. 뇌관은 폭약을 장치하는 동시에 설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폭발이 동시에 일어나게 하기 위해 뇌관을 <순간>퓨우즈의 희망로에 접속해야만 했다. 있었다. 왜냐하면 조금의 차질이라도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약을 장치한 <점화회로>는 전기회로와 비슷한 것으로 하나하나의 구성요소는 저마다 자기 위치에 놓여 있어야만 된다. 이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시어즈는 퓨우즈의 길이와 뇌관의 수효를 두 갑절로 늘였다. 코오드는 꽤 길게 해서 잘 잠기도록 뗏목에 달았던 쇠조각을 그것에 달았다. '준비가 겨우 갖춰졌다네. 그다지 서툴게 했다고 생각치 않아. 난 말뚝 전부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어. 조이스가 있는 한 난 걱정안 해도 좋았던 거야. 틀림없이 무엇 하나라도 풀어진다든지, 빠진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두 사람은 기진맥진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추위에 떨면서 부둥부둥 용을 쓰고 버티었다. 그러나 작업이 눈에 띄게 끝나가는 것이 보이자, 그들은 더욱 자랑스런 기분이 되었다. 두 사람은 잠수함을 해체해서 대나무를 하나하나 흘려보냈다. 마지막에 한 일이라면 그들 자신이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한 사람이 방수케이스 속에 잇는 배터리를 나르자, 딴 한 사람은 말뚝과 말뚝 사이에 도화선을 감추면서 오른쪽 강가를 향해 헤엄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전에 정찰해 둔 마른 언덕에 이르렀다. 그 둑은 가파른 비탈로 솟아오르고 풀과 나무는 물가까지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화선을 우거진 풀로 덮어 감춘 뒤, 12야드쯤의 밀림을 타개하고 나아갔다. 조이스는 배터리와 점화장치를 했다. 나무가 있잖나. 그 뒤쪽이야. 틀림없어' 시어즈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만사가 잘 되어가는 것 같군.' 하고 워든이 말했다. '오늘은 이제 대충 끝났지만, 그는 들키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었으면 여기서 그게 보였을 거야. 그 근처엔 아무도 없네. 수용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포로들은 어제나갔으니까.' '포로들이 어제 나갔다니?' '대부대가 수용소를 나가는 걸 봤네. 그 부대는 작업완료를 축하하기 위한 것인 게 분명해. 게다가 일본군은 많은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네.' '그렇다면 덩구 좋지.' 못하는 부상병이라고 난 생각해.' '그래서 자네는 그를 그곳에 남기고 왔군 그래, 시어즈?' '난 그를 그곳에 놓고 왔어. 나로선 그 이상 어쩔 수 없었고, 이미 새벽이 가까왔거든. 아무도 그의 존재를 냄새맡지 못하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뿐일세.' '그에겐 단도가 있어' 하고 워든이 말했다. '만사가 완벽하게 되어가고 있네. 슬슬 어두워졌군. 콰이 골짜기는 이미 그늘에 싸여 있어. 이젠 무엇이 일어날만한 기회는 남아있지 않아.' '가장 예상하지 않을 때도 뭣인가 일어날 기화는 항상 남아있는 거야, 워든. 자넨 나와 같은 정도로 그럴 알고 잇을 걸. 왜 그런지는 잘 몰라도 전엔 한번도 내 계획대로 일이 돼간 예를 만난 적이 없다네.' '옳은 말이야. 나 자신 그걸 깨닫고 있어.' '이번엔 어딪너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좋을까... 그와 헤어질 때 난 쌀이 들어 있는 작은 봉지주머니와 위스키병 --- 마지막 양식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네. 난 그걸 뇌관을 다루듯 조심해서 지녔지. 둘이서 쌀과 위스키를 입안에 가득히 털어넣고 난 나머지를 그에게 건네누었어. 그는 마지막 헤어질 때 걱정없다고 내게 장담했다네. 난 그를 거기에 외톨이로 남긴 채 헤어졌거든.' 시어즈는 태국의 밀림 속에 메아리치는 콰이강의 끊임없는 물살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불?瑛?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것을 느겼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든지, 몸을 움직이든지 할 때 마다 끊임없이 귀를 엄습하는 물살소리의 반주에 이젠 아주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웬일인지 그 리듬이나 소리의 크기를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진득이 서 있었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느겼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 전체를 잡을 수 없긴 하지만, 차츰 그는 실제로 자신을 둘러싼 둘레 것을 깨달았다. 그가 물에 잠기기도 하고 산꼭대기에 서기도 한 하루 낮,밤 사이에 그 자신의 존재가 그 일부를 이루고 잇는 삼라만상 가운데 무서이 일어난 것이다. 새벽 가까이 그가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함을 느꼈을 대부터 그 징조는 나타났다. 뒤이어 그것은 뒤숭숭하고 불안스런 감각이 되어 차츰 그의 잠재의식을 적시고 ---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마침내 실감으로 느껴졌다. 더 뚜렷한 말로 표현하려고 몹시 애썼다. 그래서 해가 떠올랐을 때 그는 그 기분을 다음과 같이 말해 보았지만, 그래도 아직 아쉬운 느낌이었다. '다리 둘레나 수면 언저리가 아무래도 그는 몇번이고 이 말을 중얼거렸다. 언저리의 <상태>에 관해 그가 갖고 있는 특수한 제 6감은 지금까지 한번도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이윽고 그의 이 뒤숭숭한 감각은 불안으로 높아졌다. 그는 그 불안을 논리적으로 따져 쫓아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무엇인가 변했지. 그게 당연해. 귀를 기울이는 곳에 따라 소리는 변하는 거야. 난 산기슭의 숲속에 있거든. 물살소리의 반향은 산꼭대기나 강과 똑같을 리가 없어. 만약 이 임무가 더 오래 끌면 난 소리만 듣고 지낼 지도 몰라...' 그는 나뭇가지 너머로 둘레를 보았는데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꼭두새벽녘의 강이라 거의 분간할 수 둘러싸여 있는 채였다. 그는 애써 공격 계획과 행동에 옮기려 대기하고 있는 각 그룹의 배치와 분담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하였다. 공격개시 시간은 다가와 있었다. 그와 4명의 유격대원은 밤 사이에 관찰지점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5명은 워든이 결정해 놓은, 철도에 가깝고 약간 높은 산 아래 지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워든과 두 태국인은 박격포를 지키고 포진했다. 그곳에 있으면 그는 작전의 무대 전부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또한 공격한 뒤 아군을 원호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결정한 것은 시어즈였다. 시어즈는 워든에게 저마다 필요에 따라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중요지점은 백인이 지휘하게씀 명령해 놓았다. 태국인은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모든 것을 없기 때문이었다. 워든은 양해했다. 그런데 작전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폭파반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 번째의 조이스가 맡고 있었다. 조이스는 마침 시어즈와 서로 마주보는 지점에 24시간이상이나 계속 버티고 있었다. 그는 열차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송부대는 밤사이에 방콕을 출발했다. 암호 전신은 이미 그 부대가 확실히 출발한 것을 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합니다요...' 이번엔 경기관총을 겨누고 있던 택구인이 놀란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그 사나이는 강을 보며 웅크리고 앉았다. 현상을 풀어보려고 기를 썼다. 물살소리가 이젠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맹세해도 좋을만큼 확실한 일이었다. 시어즈에게 훈련을 받은 이 사나이는 자연계가 연주하는 소리에 곧 신경을 돋우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수첩에 적었다. 그는 이 소리의 차이를 식별하고 기록해 두는 능력 덕택으로 지금까지 두 번이나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흐르는 소용돌이가 내는 자잘한 소곤거림, 모래를 씻는 흐름의 서걱서걱 울리는 소리, 수면에 드리운 나뭇가지의 삐걱거리는 소리... 그런 것들이 모두 오늘 아침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소리내지 않고 --- 엊저녁보다도 분명히 소리를 낮추어 --- 협호음을 연주하고 있는 시어즈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는가 하고 의심했다. 아니면 신경이 정상적이 아닌 것인가? 그러나 시어즈와 동시에 태국인이 귀먹을 리가 없다. 그 밖에 무슨 원인이 있는 것이다. 별안간 그의 감각의 또 하나의 반응면이 휘번득임처럼 그 차이를 잡았다. 냄새도 다른 것이다. 오늘 아침의 콰이강 냄새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축축히 습기찬 늪의 냄새가 마치 질퍽한 흙탕 속에서 풍겨나듯이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것이다. '콰이강의 물이 빠졌습니다!' 태국인은 느닷없이 외쳤다. 그리고 햇빛이 저쪽 강가의 정경을 자세히 떠오르게 하는데 따라, 시어즈도 갑자기 어떤 사태가 되었는지 이젠 가지를 수며에 드리우고 있지 않았다. 콰이강은 물이 빠진 것이다. 밤 사이에 수면이 내려간 것이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아마 1피트 쯤일까? 나무 앞에 보이는 강가는 이젠 이미 자갈 섞인 흰 배때기를 엿보이며, 떠오르는 햇빛을 수면에 반사시키고 있었다. 시어즈는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왜 자신이 불안했는지 그 원인을 알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리쉬었다. 동시에 또한 자신의 신경이 날카로운 것에 대해 새삼스레 자신을 가졌다. 그가 본능적으로 느낀 것에 의하면 아직 도저히 희망을 버리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광기(狂氣)에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언저리에 떠도는 것도 벌써 전과 같지 않았다. 그의 감각에 작용한 것은 사실 그곳에 피어오른 대기였던 것이다. 새로이 배때기를 드러낸 흙탕은 아직 젖어있으며 그 습기찬 냄새가 어디에서 피어오른지를 말하고 있었다. 재난이란 곧 알아차릴 수 있게 나타나는 일이라곤 한 번도 없었다. 인간의 타성은 보통 사태가 지연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시어즈는 곧잘 일어나는 이 현상이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나, 차례를 따라 느지막이 깨달은 것이다. 콰이강의 수면이 낮아졌다. 어제까지 수면 밑이었던 붉은 나무의 앞 부분이 펑퍼짐한 땅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도화선까지! 시어즈는 '빌어먹을!'하고 내뱉듯이 외쳤다. 그는 망원경을 꺼내 밤 사이에 땅바닥을 보인 도화선이 보인다! 긴 도화선이 이젠 말라 높이 걸려 있다. 시어즈는 물가에서 둑까지의 사이를 샅샅이 훑어보앗다. 도화선의 검은줄이 여기저기 물살이 날라온 풀을 얽히게 하고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시어즈가 그것을 발견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그가 그 줄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일본병이 어쩌다가 그쪽 방향으로 걸어오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둑은 어떤가. 지금까지는 다가가기도 어려웠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산기슭 일대의 물가는 길게 않지만) 아마 다리 언저리까지 뻗치고 있기 때문에, 시어즈가 언뜻 보고 놀라 숨을 삼켰듯이 곁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주의를 기울이게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병은 열차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각자의 임무로 바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강가를 어슬렁 거릴 우려는 없을 것 같다. 시어즈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마의 땀을 딱았다. 작전이란 보통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은 우선 거의 없다. 마지막 순간에 반드시 무엇인가 자자분하고 하찮은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때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상야릇한 사태가 일어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꼼꼼히 쌓아올린 실행계획도 하루 아침에 물거풀이 시어즈는 물이 빠지는 것을 미리 내다보지 못한 것이 마치 자기 책임인 것처럼 생각했다. 하루 뒤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이틀 앞서 일어난 것도 아닌, 하필이면 그것이 지금 일어난 일이라니! 그의 신경은 송두리째 그대로 물가에 쏠렸다. 마치 진실 그 자체를 드러낸듯이 흰 배때기를 보이고 가로놓인, 풀한포기 볼 수 없는 그 물가에... 1피트, 2피트? 아니면 더 낮게? 아, 웬 엉뚱한 일이람! 시어즈는 갑자기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발이 떨리는 것을 태국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짐짓 나무에 의지했다. 이만치 정신이 아찔한 것은 지금까지 겨우 한 번빡에 없었다. 그때 그는 처음으로 적을 단도로 찌르고 그 손을 피로 물들인 것이다. 지금 그는 심장이 고동을 그치고, 식은땀이 온몸에 확뿜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물은 2피트나 빠졌을까? 아니면 다? 오, 하느님이시여! 장치한 폭약은! 교각 말뚝에 설치한 플라스틱폭탄은 어떻게 된담! 조이스는 시어즈가 악수를 하고 잠복장소에 그를 남기고 사라지자, 잠시 동안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었다. 자신밖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마치 술 향기를 맏은 것처럼 머리를 멍하게 만든 것이다. 온몸이 마비되어 어제의 피로를 느끼지 않았으며, 젖은 옷이 찰싹 달라붙은 불쾌감도 느끼지 않았다. 산꼭대기에 서 있든지, 구덩이에 몸을 숨기고 있든지 간에 혼자 있는 것에 의해, 그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지배력과 정복감을 맛보았다. 머리가 말끔해지자, 태만한 기분으로 끌려들어가기 전에 뭣인가 필요한 일을 해 두어야 한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로선 당연한 그는 다만 단도를 움켜쥐고 나무에 기대어 옴짝달싼도 하지 안흥나 채로 교량만 뚫어지게 쳐다볼 따름이었을 것이다. 툐량은 거무티티한 그 모습을 별이 반짝이는 하늘의 한 구석, 우거진 풀숲 저쪽에 뚜렷이 떠오르게 하고, 큰 나무들의 잎사귀 너머로 엿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는 시어즈가 사라지자, 곧 본능적으로 이곳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일어서서 옷을 손으로 짜 얼어붙은 듯한 자신의 다리를 마구 문질렀다. 그리고 속옷과 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아직 젖어 있었지만, 이른 아침의 차디찬 외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었다. 태국인들이 남겨준 쌀을 되도록이면 배에 가득 채우고, 위스키를 쭉 들이켰다. 물을 늦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술로 두다리의 여기저기에 나있는 상처를 닦았다. 그리고 그는 나무 밑둥에 다시 앉아 기다렸다.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곤 생각하지 않앗다. 열차는 이튿날 아침까지 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 있는 것으로 해서 사태의 성과를 더욱 강력히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몇 번인가 그는 다리 위에 일본병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분명히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누구 하나 그가 있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자신과 마른 나무가지를 연결하는 선상(線上)에 위치한 다리 난간의 횡목(橫木) 발견했다. 그것은 교각의 <폭약을 장치한> 부분의 한쪽 끝에서 다리를 꼭 절반 건넌 곳에 있었다. 기관차가 그 지점을 이르렀을 순간이라기 보다도 그보다 몇 피드 앞에 이르렀을 때, 그는 온몸의 힘을 모아 방아쇠역할을 하는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그는 기관차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면서 도화선을 배어 놓고, 이 단순한 동작을 마치 자동적인 반사운동이 되게 하기 위해 20번 이상이나 연습했다. 파괴장치는 말할 나위 없는 상태였다. 그는 먼지 하나 앉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면서 주의깊게 그것을 말려 깔끔히 닦았다. 그 자신의 반사신경도 잘 활동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는 비탈을 기어 내려가 흙탕물을 몇 모금 마시고, 물통에 가특 채워 잠복장소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꼼짝않은 채 나무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만약 특별한 이유로 열차의 예정이 바뀌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멀리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어, 알아차릴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밀림 속에서 잠시동안이라도 생활한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은 돋 야수와 같은 본능적 경계심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자꾸만 계속된 불면증에 방해당하면서 그래도 때때로 생각난 듯이 눈을 붙였다. 깨다가 자다가 하는 그 틈에 콰이강 원정에 앞서 그가 시어즈에게 얘기한, 추억에 남는 과거 생활의 광경이 현재의 폭파행위의 갖가지 어른거렸다. -- 그는 지금 또 먼지가 자욱한 작업장에 있었다. 날마다 투광기 아래의 제도용지를 대한 채 깊고 음울한 시간을 보내며, 그는 생애의 가장 좋은 세월을 지내온 것이다. 그가 청년시절의 모든 것을 소비해가며 도면 가운데의 수학적 심볼과 대결해야만 했던 것은, 그는 생애의 가장 좋은 세월을 지내온 것이다. 그가 청년시절의 모든 것을 소비해가며 도면 가운데의 수학적 심볼과 대결해야만 했던 것은, 그가 설계했으면서도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쇠조각 탓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평면도에서 본 형태, 외형(外形), 높이, 게다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단면도는 그 구조가 미세한테도 불구하고 눈 앞에 그것을 숙련된 솜씨로 배열 정리하고, 실험과 경험을 쌓은 결과, 그는 2나녀 뒤에 1파운드반의 강철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벽녘이 되어 시어즈도 같은 느낌을 가질 무렵, 강에서 피어오르는 대기 가운데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그도 또 불안스러워졌다. 그가 몸을 숨기고 있는 지점에서는 다만 다리의 들보밖엔 보이지 않았다. 강 그 자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느낌엔 반드시 무엇인가 까닭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 확신은 이윽고 매우 강해졌기 때문에, 이젠 그도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그는 강을 향해 우거진 풀숲을 헤치며 나아가, 자신을 가려주는 마지막 가지와 잎사귀 앞까지 가서 앞을 엿보았다. 그는 동시에 자갈밭 물가에 도화선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뻗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시어즈가 더듬어간 것과 마찬가지의 사고과정을 더듬으먀, 그의 머리는 천천히 이 어뚱한 재난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했다. 그는 시어즈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폭탄 일을 생각하고 온몸을 떨었다. 그가 서 있는 새로운 위치에서는 교각이 보일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만 눈길을 치켜올리면 그만이었다. 그는 가까스로 눈길을 치켜올렸다. 그가 콰이강을 변덕스러움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큰 위험이 다가왔는가를 이해하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상세히 관찰한 다음에조차 그는 정확히 그 위험의 정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물결은 그가 당초에 느낀 공포로 팽팽해진 신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이 있었다. 강물은 그다지 많이 빠지진 않았다. 폭약은 지금도 수면 아래 있엇다. 훨씬 하류인 이 위치에선 폭약은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상류에서 보면 어떨 것인가? 다리 위에선 어떨까? 혹은 또 이곳에선 어떨지? 그가 더욱 뚫어지게 보았을 때, 좌초한 배 둘레에 생기는 것과 같은 큰 흐름이 다리의 말뚝을 씻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흐름은 그가 구석구석가지 빤히 알고, 게다가 그 자신의 벗겨진 손발 살점을 남긴 다리의 말둑을 흐르고 있었다. 이 말뜩 둘레에 흐르는 물결은 딴 물결보다도 컸다. 그리고 그 말둑 위에 밝은 나무결을 배경으로 갈색의 헝겊 조각같은 것이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처럼 이따금 언뜻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도 짧은 사이로, 일순가 나뒤에는 소용돌이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폭약은 아마도 수면 아래 아슬아슬한 곳에 장치되어 있을 것이다. 눈?桓?보초라면 난간에 기대는 것만으로 틀림없이 바깥쪽 말뚝에 있는 이 네모난 폭약덩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수면이 더욱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폭약은 곧 많은 사람의 눈길을 모으게 되고, 태국의 찬란한 햐빛을 쪼여 반짝반짝 물기를 흐리고 있는 모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것만으로도 몸이 움추려졌다. 그런데 도대체 지금 몇 시일까? 그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헷빛은 마침 골짜기를 비추기 시작했다. 기차는 10시 전에 도착할 리 없다. 드들 공작반이 받은 인내,고역,불띵안,수난은 살그머니 물을 빼는 자연의 박정한 변덕에 의해 갑작스레 온통 무참하고, 거의 우스꽝스런 것이 되고 말았다. 그가 이제까지의 세월 동안 되도록이면 아껴오던 체력이나 스테미너를 이것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몽땅 써버린 이번의 대폭파행이 성공할 기회는 다시 위태로와졌다. 자연이 지향하는 마지막 목표는 열차가 도착하기 이전의 몇 분 동안에 이룩될 것이었으며, 그의 존재와는 관계없이 더 높은 그것은 아마도 의지, 외적(外的) 의지의 충족이었다. 그를 여기까지 열중시킨 충동을 비웃는 냉혹한 의지, 어떠한 인간의 의지도 바램도 절망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높은 차원에서 인간 세계마저도 지배하는 의지의 실현이었다. 폭약이 발견될까 하는 이 느낌은 이젠 그를 떠나 독립된 것이 되어, 대단히 모순되면서도 그의 마음을 약간 가라앉여 주었다. 그는 이젠 무엇을 바라는 마음은 없어졌다. 그에겐 초자연의 차원에서 생기는 현상에 얼마 안되는 에너지를 헛되이 할 여유도 없엇다. 드로서는 그런 일을 깨끗이 잊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힘이 발휘할 수 있는 범위안의 일에 온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는 자신의 온 정신을 밖에는 없었다. 작전 그 자체는 아직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는 오로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는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좋았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그 때 자신이 어떨게 대처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폭약이 발견되면 열차는 다리에 이르기 전에 멈출것이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발견되기 전에 스위치를 누르게 될 것이다. 파손은 손쉽게 복구될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성공이지만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도화선은 사정이 달랐다. 도화선은 드로부터 4,5피트 떨어진 물가를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보였다. 기 경우는 아직 딴 것과 관계없이 독립된 행동을 일으킬 기회가 있다. 것이다. 게다가 저쪽 강가에도 그를 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비탈은 수용소에 있는 일본군의 눈으로부터 자갈밭 물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화선을 발견하는 적병도 아마 경고를 할 때 까지는 망설이게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조이스는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는 다리와 물각가 둘 다 잘 보이는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한 다음 먼저의 잠복지점으로 돌아와, 엉성한 잔풀 뒤의 새로운 진지로 점화장치를옮겨 설치했다. 거리에서는 다리와 도화선의 둘로 나누어진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셔츠와 속옷을 벗었다. 바지는 그대로이다. 이렇게 해서 포로들이 작업할 때 모양과 다소 비슷해졌다. 멀리서 보면 포로의 한 명으로 잘못볼지도 모른다. 그는 신중히 점화장치를 설치하고 그 곁에 앉았다. 그리고 단도를 뽑아 들었다. 이 뒤중한 무기는 플라스틱폭탄 파괴반이 원정하는 경우, 늘 장비도구 가운데 넣어진 것이엇는데, 그는 그것을 자기 곁의 풀 위에 놓았다.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 시간은 지극히 느리게, 마치 달팽이 걸음처럼, 콰이강의 물이 바지는 것처럼 느릿느릿 지나갔다. 열대 특유의 찬란한 햇빛은 물이 뚝뚝 차고, 드러난 지 얼마 안 되는 강바닥은 반짝반짝 빛났다. 해는 다리 상부의 횡목을 뚜렷이 떠오르게 하고, 이 전형적인 인공 작품의 커다란 그림자를 앞으로 떨어드리게 하며, 다리 바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자갈밭 물가의 도화선과 평행해서 달리는 직선으로 바로 옆에서 비치자, 무수한 커브를 그리며 물속에서 구브러져 꺾이고, 맞은 편 산자락에 사라졌다. 온도가 오름에 따라 엉망으로 째진 손의 상처자국은 굳어졌지만, 몸뚱이의 상처는 여러 개미 떼가 습격하기에 안성마춤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육체의 고통은 생각에 골몰하는 그의 기분을 빼앗지는 못했다. 그것은 다만 이 몇 우려가 곁들여져 그를 괴롭혔을 뿐이었다. 만약 이제부터 한, 두시간 동안에 자신의 운명이 어느 특별한 사건에 부딪치는 --- 일본병이 강 가장자리를 슬슬걷다가 자갈밭 물가를 수상쩍어 하며 조사하려고 멈추는 ---- 경우, 어떤 형태의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가. 그는 가것을 상상하려고 할 때마다 새로운 무서움증에 엄습되었다. 일본병은 도화선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는 멈추어 잘 살펴보랴고 허리를 구부리고 일순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 때이다! 조이스가 뛰쳐나가 방해하는 것은. 자신이 취할 행위를 미리 눈 앞에 선하게 상상하는 것은 그로서는 아무래도 필요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이런 행동을 취할 것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곧 자기당착에 괴뢰와지며, 손발이 풀기를 잃고 시들해졌다. 그러나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며, 그것도 훠씬 전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동안 갖가지 일이 있었던 것도 결국은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그로서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험은 천칭저울 양쪽접시의 어느 쪽이든 간에 무게를 의탁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두렵고 꺼림칙한 일이었다. 그를 운명의 탐욕스런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천칭저울의 밸런스를 허물어, 희생이 따르는 것이었다. 그는 이 목표를 눈 앞에 두고, 머리를 써서 열심히 교과서가 가르치는 것을 되풀이해서 생각하며, 폭파작업의 가장 결정적인 열쇠를 파악하려고 심신을 기울여 대결했다. 그러나 아직 이제부터라도 일어나려는 사건의 결과를 생각하자, 현기증이 일어나 눈 앞이 캄캄했다. 그는 시어즈가 불안스럽게<위급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자네는 냉혹히 이 단도를 쓸 수 있겠나?>하고 그에게 물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의 직관적인 감득력과 정신감응력이 섬쩍지근했다. 강에 들어갔을대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지만, 이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신을 가질 수 없엇다. 그것은 꼭 쥘 수 있을 만큼의 길이의 금속제 자루가 달리고, 칼날 부분과 자루가 똑같이 날카로운 칼이었다. 칼날부분은 316부대의 정비병들이 보강해준 것으로, 몇번 손질했다. 그 칼을 쓰는 경우는 특별지시에 따라야만 했다. 다만 자루를 잡고 마구 휘두르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너무나 간단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어떤 상처를 주는가에 의해 저마다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교관은 그에게 두 가지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자기한테 돌진해 오는 상대로부터 몸을 지키는 경우, 칼끝이 정점이 되도록 약간 위로 향하게 하고 앞으로 겨누어, 마치 동물의 배 창자를 가르듯이 위를 향해 찌르면 된다. 손발을 움직이는 범위도 체력의 한계를 넘을 필요는 없다. 그는 이것을 그러나 그가 지금부터 착수하려는 행동에 관해서 말한다면 제2의 방법에 의해야만 된다. 이것은 힘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꽤 숙련된 솜씨와 지극히 무자비한 각오가 필요했다. 실습생들은 이것은 어둠에서 경고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보초를 감쪽같이 없애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등뒤에서 습격하지만 등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이것 딪한 너무 손쉽다) 목을 찌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오직 홀로 알몸인 채로 낯선 땅에 놓여, 온갖 외적에게 둘러싸여 야수처럼 풀숲에 숨어 있었다. 오직 하나의 무기라면 손에 익지 않은 이 무서운 단도가 있을 뿐이다. 사물 속에서, 무엇인가 마음의 의지가 될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둘레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이젠 콰이 골짜기의 모든 것이 적의를 품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다리의 모습도 단지 생명력없는 무익한 건조물일 뿐이었다. 마음의 의지가 될만한 것은 아무데도 없었다. 그에겐 이젠 마실 것이나 먹을 것도 없었다. 어떤 것이 라도 좋다. 뭣인가 먹을 것이라도 있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었는 지도 모른다. 그는 외부에 구원의 손길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전혀 자기 스스로의 궁리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야 말로 그가 전에 바라고 갈국했던 상태였다. 전에 그는 거기에서 자랑을 느끼고 마음이 사람이 없을 것 같았었다. 물론 그런 힘은 엔진이 거덜난 기계처럼 그를 쩔쩔매게 한 채로 갑자기 소진된 것은 아니다. 그는 외부 세계에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속을 보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구원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 속에 있을 뿐, 이 하늘 아래 땅에는 없었다. 현재 놓여진 고통속에서 그가 찾아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희망의 빛은 환각에서 생긴 황홀한 심리적인 영상이었다. 상상력만이 오직하나 그에게 남겨진 은신처였다. 시어즈는 그 일에 불안을 품고 있었다. 워든은 현명하게도 그것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강박관념의 나쁜 영향에서 벗어나기 스스로 만들어야만 했다. 일본병에 대한 증오,의무감 ---- 이런 것은 충분히 뚜렷한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턱없는 자극제였다. 그는 또 상관들이나 그에게 의지하고 있는 저쪽 강가에 대기중인 동료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이젠 현실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미 임무의 성공에 도취할 기분은 나지 않았다. 별안간 어떤 광경이 그의 머릿 속에 휘번득였다. 그것은 일순간 놀라우리맡큼 생생한 빛깔로 휘번득였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해주기를 염원했다. 그러자 그 광역이 떠올랐다. 그것은 어젯밤 본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갖가지 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 네모의 갈색 헝겊 조각이 겹쳐 비쳐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번쩍 빛나는 큰 글자로 쓰여진 무수한 제목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 제목은 <파괴>였다. 그 광경은 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이 둘연 나타나서 승리자처럼 자랑스럽게 그의 머릿 속을 차지한 순간부터 그는 그것만이 시종일관 완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추마한 시체를 무서워하며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하고, 그을 일어서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고 생각케 한 것이다. 그것은 알코올처럼 기분을 돋우었으며, 아편처럼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그는 그 생각에 흠뻑 빠져, 그것이 다시 그에게서 사라지지 않도록 신경을 썹다. 그는 스스로 불러 일으킨 이 최면상태 덕택으로 콰이강 다리 위를 일본병이 몇 명 걷고 있는 것을 보고도 이젠 놀라지 않았다. 시어즈는 또 일본병을 보았다. 그리고 또 이 악몽처럼 불길한 생각을 뿌리쳐버렸다. 그에게도 또 시간 지나가는 것이 무정하리만큼 느렸다. 그는 폭약 생각을 하자 몹시 소스라쳤지만, 이젠 가까스로 충격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는 유격대원을 그곳에 멈추게 하고, 좀 더 비탈을 올라갔다. 다리와 강이 잘 보이는 지점까지 오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교각을 씻는 잔잔한 물결을 발견한 그는 망원경으로 그 모양을 조사했다. 그는 소용돌이의 움직임에 따라 갈색의 네모진 것이 아래 위로 오르내리는 것을 본 것처럼 생각되었다. 의무감에서 그는 이불운한 사건을 변경하기 위해, 개인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골똘히 생각했다. '언제든지 필요 이상으로 할 것, 지나칠 정도로 해야 좋은 일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316부대의 상관들은 단언하고 있었다. 시어즈는 이 종류의 임무에 착수한 이후, 이번에야 비로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냉큼 생각이 안 났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무능함에 화가 치밀었다. 그로 말하면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다. 산꼭대기에서 콰이강의 변덕스런 배신을 발견했을 워든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젠 그것을 보복할 기회가 없었다. 어쩌면 조이스에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그 누가 자진해서 필요한 준비를 알뜰히 하는 재능과 이런 파국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겸해서 갖추고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극복해야 할 장행의 크기를 판정하는 일에 이골이 나 있는 시어즈는, 조이스를 대신해서 자기 스스로가 그 일을 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 두 시간이 턱없이 오래 계속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가 발을 옮긴 곳에서는 포로수용소의 임시 움막이 보였다. 그는 몇 명의 일본병이 군복을 깔끔히 차려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가에서 100야드 앞쪽에는 열차의 도착을 기다리는 일본병의 일대가 철도 개통식을 거행하는 고급장교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정렬하고 있었다. 기울어지는 것이 아닐까. 시어즈는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병 보초 한 명은 위병소에서 모습을 나타내자 다리 쪽을 향해 걸어왔다. 뒤이어 중사에게 인솔된 한 때의 병사가 두줄로, 다리 위 통로를 양쪽으로 나누어져 행진하기 시작했다. 일본병들은 총을 아무렇게나 어깨에 메고, 제멋대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들의 임무는 열차가 도착하기에 앞어 다리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일이었다. 이따금 한 병사가 멈추어서서 난간에 기애어 보았다. 그들이 그런 것을 하는 것도 분명히 다만 자신들의 의무감에 사로잡혀 하는 것 뿐이며, 명령을 실행하는 것 뿐이었다. 시어즈는 그들이 다만 막연히 건성으로 그러고 있을 뿐이라고 믿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는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을 알과로 삼은 것과 날마다 온화한 마음으로 진실을 추구한 덕택으로, 가볍게 비탈을 달려 내려갈 수 있었다. 그때 그의 모습이 시어즈의 눈길로 뛰어들어 왔다. 일본군 대좌가 그의 바로 뒤를 따랐다. 적에게는 아직 무기가 있다고 깨달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조이즈는 벌써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가 조금도 경계심을 품지 않은 채 다리 위의 니콜슨의 거동을 본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마음을 집중 시켜 보려고 방심 상태로 있을 때였다. 그러나 물가에서 니콜슨의 뒤를 따르는 움켜쥐었다. 시어즈는 니콜슨이 이쪽을 향해 왔을때, 자기를 따라오라고 일본 장교를 안내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순 된 상태에 정면으로 부닥쳐, 그는 어떤 종류의 히스테리에 휘몰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인지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일본 장교를 안내하고 있어! 놈을 안내하는 게 아군 대령이라니! 내가 설명해 주기만 하다면, 단 한 마디라도 그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야 ---' 기관차의 폭폭거리는 소리마저 들려올 거리였다. 이제 일본병은 아마 한 명 남기지 않고 열병식에 참가했으며, 언제든지 무기를 겨눌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 시어즈는 곧 사태를 뚜렷이 파악하자, 어떤 행동 -----이런 상황에 놓였을 경우, 플라스틱폭탄 파괴공작반에 속하는 요원은 모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결정되어 있었다-----으로 옮겨가야 하는가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도 또 단도를 움켜쥐었다. 잡아체듯이 단도를 벨트에서 뽑아들자 양성소의 가르침대로, 쥔 손가락의 손톱이 자루 밑이 되게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엄지 손가락을 칼날에 곁들여 팔을 앞으로 내밀고 겨누었다. ----그것은 실제로 단도를 쓴다기보다도 텔레파시의 암시에 의해 조이스를 움직여 보려는 시어즈의 격렬한 바램에서였다. 그리고 그는 한발짝 내디뎠다. 뭉툭한 다리로 뒤뚱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날 아침 시어즈가 품었던 갖가지 생각은 그때 그가 느낀 것에 비하면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머리 위로 단도를 치켜올리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녀석은 해낼 수 없을 거야! 평범하게 자라 그 동안 회사 근무만 한 그런 풋내기에게 기대하는게 도대체 틀려 먹었어. 일은 내 생각대로 되어버린 거야. 내가 녀석 대신 했어야 하는 건데. 녀석은 해낼 수 없어!' 사이또는 니콜슨 곁으로 다가갔다. 니콜슨은 도화선을 집어 들었다.시어즈는 심장이 크게 고동하는 것을 깨달았다. '녀석은 할 수 없어! 앞으로 3분, 겨우 3분인데, 3분이면 열차가 도착하는 거야. 역시 녀석은 할 수 없다!' 공포의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밀림 속에서 사라졌다. 시어즈는 앞으로 내민 주먹으로 단도를 숨켜쥐며 등을 둥글게 구부렸다. '녀석에겐 할 수 없어! 오, 하느님, 부디 그를 화끈 달라오르게 해서 마구 싸우게 해주십시오 -----겨우 10초라도 좋으니까.' 이 난폭한 기도띵를 외워댔을 때, 그는 풀숲에서 확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풀숲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시어즈는 소스라쳐 숨을 삼켰다. 조이스가 단도를 손에 들고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 채 살그머니 비탈을 기어 내려 오고 있었다. 시어즈는 그 모습에 눈길을 돌리고 지그시 지켜보았다. 돌리고 물가에서 엉거주춤 웅크리고, 동양인이 좋아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들은 어떤 뜻하지 않은 사태가 벌어진 때도 몸을 보호하는 것을 잊은 채 본능적으로 그런 자세를 취하기 일쑤인 것이다. 사이또는 도화선을 집어들었다. 시어즈는 그들이 두 세마디 영어로 말을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 '이건 참 놀라운 일이군요, 사이또 대좌' 그 뒤 잠시 침묵이 계속되었다. 일본군 장교는 도화선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조이스는 들키지 않은 채 두사람의 등 뒤로 다가갔다. '이거 야단났군.' 하고 니콜슨은 느닷없이 외쳤다. 내가 교각에서 발견한 묘한건 폭약장치였어! 그리고 이 도화선....' 그는 밀림쪽을 휙 돌아다보았다. 사이또는 이 충격적인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그냥 그대로 있었다. 시어즈는 더욱 열심히 지켜보았다. 그가 회중전등을 좌우로 흔들자, 저쪽 강가에서도 그것에 응답하는듯 번쩍 빛이 번득였다. 시어즈는 곧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나이가 되찾은, 그 평상시의 날렵한 변신(變身)을 발견했다. 이리하여 그는 해낼 수 있었다! 그는 한 것이다. 날카로운 칼날을 거의 저항도 없이 큭 찔렀을 때, 긴장된 그의 몸 근육은 하나도 쩔쩔매지 떠는 일 없이 완벽하게 해냈다. 더구나 그 찌른 순간, 하나는 주어진 지시대로 하기 위해, 또 하나는 뭣인가 인간다운 것에 매달리고 싶은 저항 할 수 없는 마음에서 그는 지금 막 목을 짼 적의 머리에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사이또는 헐떡거리면서 다리를 쭉 뻗고, 절반쯤 드러누운 자세가 되었다. 조이스는 사이또를 지탱하기 위한 것과 떨리기 시작한 자신의 다리를 억누르기 위해 힘껏 그 몸 뚱이를 끌어안았다. 일본군 장교는 숨이 넘어갔다. 죽을 때 그륵 그륵 하며 헐떡거리는 숨을 토해낸 것을 제외하면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숨소리는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시어즈만이 들은 듯 싶었다. 몇초 동안 것처럼 깔려 흠뻑 피에 젖었다. 제1라운드에서 상대를 쓰러뜨릴 만큼 힘에 넘쳐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의지의 힘이 있는지 어떤지 자신이 없었다. 가까스로 시체를 들어올렸다. 그는 단번에 시체를 내던지고 둘레를 둘러보았다. 시체는 굴러 절반쯤이 강물에 잠겼다. 양쪽 강가에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그는 이겨서 남았지만, 그의 자존심은 공포를 뿌리칠 수도 언짢은 생각을 씻을 수도 없었다. 가까스로 네 발로 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에겐 아직도 해야 할 간단한 일이 몇 가지 남아 있었다. 뭣보다도 먼저 그는 자기자신이 누군가를 족할 것이다. 니콜슨은 목격한 일이 너무나 엄청나고 갑작스런 일이라서 멍청히 서있을 뿐이었다. '장교입니다! 영국 장교입니다, 대령님.' 하고 조이스는 더듬으며 말했다. '다릴 폭파합니다. 떨어져 주십시요!' 그렇게 말하는 그는 그것이 자신의 소리 같지가 않았다. 입술을 움직이는 것이 안타까우리만큼 힘에 겨웠다. 그러나 거기 서있는 사나이는 그가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영국 장교입니다, 대령님!' 하고 그는 실망하며 되풀이해서 말했다. '캔커타에서 파견된 316부댑니다. 특수부댑니다. 교량폭파의 명령을 받고 니콜슨은 겨우 살아 있는 듯한 낯빛을 되찾았다. 눈동자에 일순간 기묘한 빛을 띠우고 공허한 소리로 대답했다. '교량 폭파라고?' '떨어지십시오. 기차가 왔습니다. 놈들은 대령님도 기차를 타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대령은 여전히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이젠 토론할 여유가 없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기차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조이스는 자신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몸을 옮길 수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네발로 기어 비탈을 올라 풀숲속의 원래 위치로 되돌아갔다. '교량 파괴라고!' 1인치도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마치 조이스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듯이 조이스가 안간힘을 써서 기어가는 것을 어리벙벙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조이스를 쫓아갔다. 조이스는 점화장치가 놓인 잠복지점에서 넘어져 별안간 점화장치를 잡았다. '교량 폭파라고!' 뒤좇아온 대령은 다시 한번 외쳤다. '영국 장교입니다, 대령님.' 하고 조이스는 거의 호소하듯이 더듬으며 말했다. '켈커타에서 파견된 영국장교입니다. 명령으로....' 그가 말도 끝내기 전에 니콜슨 대령은 그에게 몸을 내밀고 덤벼들며 고함쳤다. <전사 2명, 꽤 손해를 주었지만, 영국 대령의 영웅주의 탓으로 다리에는 실질적 손상을 주지 못했음.> 이것이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 살아남아, 기지(基地)에 돌아오는 도중 캘커타로 파견된 워든이 간결하게 적은 보고였다. 그린 대령은 보고를 알고 이 기묘한 폭파작전엔 분명히 해두어야 할 점이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설명을 요구했다, 워든은 그 이상 보고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현지 사령관은 그가 태국의 밀림 속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했으며, 일본군이 아마도 이 지역을 수색하려고 하는 판국이라 그를 홀로 이 위험한 지점에 남겨둘 것이 아니라고 316부대는 이 시점에서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제2반은 태국인과의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꽤 후방에 낙하산으로 강하했다. 워든은 2주일에 걸친 갖가지 고난에 가득찬 길을 걸어 가까스로 벵골만의 바닷가에 도착, 그곳에서 잠수함으로 구출되어 본부에 보내어졌다. 그리고 3일 후 그는 켈커타에 나타나 그린 대령에게 보고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린에게 폭파과정에 필요했던 준비에 대해 간단히 개요를 말하고, 뒤이어 작전에 대해 말했다. 산꼭대기에서 그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어떤 자질구레한 것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평상시처럼 계산된 어조로 냉정히 얘기하기 시작했지만, 얘기를 계속하는 동안에 태국인 유격대원에게 둘러싸여 보낸 마지막 1개월 동안, 그는 말할 수 없는 감각의 거센 물결에 볏골까지 계속 휩쓸렸다. 폭파작전이라는 드라마 가운데의 하나하나의 에피소우드는 늘 그의 머리 속에서 거품을 내며 몇번이고 나타났다가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항상 논리성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으로 말미암아 어느덧 합리적 설명을 하려고 노력해, 그런 것을 모두 한줌의 보편적 원리로 압축해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모순된 머리의 활동은 어느날 그가 316부대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무미건조한 군용보고로 끝낼 수가 없었다. 그는 한시라도 빠리 자신이 괴로와하고 있는 공포, 불안, 의혹, 분노 등의 감정의 폭풍에서 있는 일련의 괴이한 정신상태에 빠진 이유를 지극히 솔직하게 밝히고 싶었다. 그는 의무감에서 더욱 실제로 일어난 일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는 그 선에 따라 말하려 했지만, 몇번인가 자신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의 물결에 삼켜져, 제대로 말했던 일은 헤아릴 정도 밖엔 안 되었다. 결국 그가 얘기한 내용은 여기저기 터무니 없는 모순을 포함하고 있어 헤아릴 정도로 밖에 <사실>을 말하지 못했으며, 열띤 연설투의 내용과 거의 지리멸렬한 욕지거리를 연결시켜 놓은 듯한 이상 야릇한 것이었다. 그린 대령은 참을성 있게 이 걷잡을 수 없는 말의 나열에 귀를 기울였지만, 거기에는 워든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특징적인 이론의 진행방식을 말하는 것이 어느 곳에도 없었다. 것이다. 그러나 그린은 되도록이면 이 하급장교 얘기에 참견을 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심신을 기울여 임무를 완수하려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없는 원인으로 무참하게 사명을 달성할 수 없었던 부하들을 몇 명 다룬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경우 그는 부하들의 궤도를 벗어난 언동에도 눈을 감고, 가끔 그 말투에 존경심이 빠진 점을 못들은 척하고, 이 <인간적 약점>을 꽤 너그럽게 보아 넘긴 것이다. '대령님, 잠복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냈을 때의 조이스의 형상이란 굉장했습니다! 그는 규칙대로 급소를 찔렀지요. 그 점은 내가 보증합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 판단력을 조금 활용하는 일이었지요. 상대는 처절한 ?ㅏ앙챛d/s.눹?:컪? 굴러 거의 물가까지 굴러떨어져 갔습니다. 육안으로 보자, 둘 다 마치 정지해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난 망원경으로 자초지종을 봤거든요. 한쪽이 사대 위에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쪽이 피투성이 알몸의 사내 위에 올라타고 두손으로 격심하게 상대의 목을 조르고 있었지요. 그는 두 손을 크게 벌린 채 쭉 뻗었습니다. 그 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겠지요. 그는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니콜슨 대령을 찌른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난 그를 봤어요. 그 손은 칼자루 근처에 놓여 있었지요. 그는 그걸 잡았습니다. 몸이 긴장했지요. 그의 근육이 휘어지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난 그가 결심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늦었지요. 힘이 없었던 떨어뜨리고 굴복했어요. 전면 항복입니다, 대령님. 그는 입술을 움직여 단지 한 마디 중얼거렸습니다. 그레 맹세의 멀인지, 기도인지 아니면 흔해빠진 절망의 말인지 아무도 모르지요. 그는 냉혹한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대령님, 설사 냉혹한 성격이었다해도 그가 그걸 보인 건 한번도 없었지요. 그는 항상 존경심으로 상관을 대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숨넘어 갈 때 <대장님>이라고 했을 게 분명해요. 대령님, 모든게 그에게 걸려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만사가 끝장난 셈입니다. 그러자 열차가 들어왔어요. 1초마다 기관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호령조의 높은 소리로 구원을 청하는 니콜슨 노인의 부르짓음을 지울정도로 크진 않았지요! 대령님. 내가 그보다도 잘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정말입니다. 아마 시어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보다 잘하지 못했을 거예요. 참, 시어즈였어요! 그때 누군가가 외치는 소릴 들었습니다. 시어즈였어요. 그렇습니다, 그 소린 골짜기에 울렸거든요, 미쳐 날뛰는 미치광이 소리였습니다, 대령닌! 난 다만 한 마디<해치워야지!>하는 말밖엔 못들었어요. 그도 또 더구나 나보다도 빠리 사태를 파악한 겁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요. 이윽고 강에 한 사나이가 있는게 보였습니다. 그는 저쪽 강가를 향해 헤엄쳐 가고 있었어요. 시어즈였지요. 그도 행동파라 뭣보다고 먼저 행동에 옮긴 겁니다. 미친짓이지요. 하기야 나도 그와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해 달려갈 뻔 했습니다. 하지만 관찰지점에서 산을 그에겐 전연 기회가 없었습니다. 미치광이처럼 헤엄쳤지만, 저쪽 강가에 이르는덴 몇 분간 걸렸어요. 그리고 그때 이미 열차는 다리에, 전우들이 피땀으로 만든 그 굉장한 콰이강 다리에 들이닥치고 있었거든요! 마침 그 땝니다. --마침 그 때, 한떼의 일본병이 나타났어요. 그들은 부르짓는 소릴 듣고 우르르 비탈을 달려 내려 온 겁니다. 놈들이야말로 강에서 기어오른 시어즈와 대결한 패거리들이지요. 시어즈는 그 가운데 두 놈을 해치웠습니다. 단도로 두 번 찌른 것지요, 대령님. 난 뭣 하나 빠친 것 없이 똑똑히 봤습니다. 그는 산채로 잡힐 인간이 아니지요. 일본병의 총 개머리판이 그의 뒤통수에 내려쳐졌던 겁니다. 그는 쓰러졌어요. 조이스도 정지된 채 땅 위에 누워 일본병들은 도화선을 끊었어요. 우리에겐 이제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령님.' '항상 아직 뭇인가 할 방법은 있어.' 그린 대령은 말했다. '뭣인가 할 방법은 있습니다, 대령님.....그뒤 폭발이 일어났어요. 아무도 정지시키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열차는 관찰지점의 바로 아래, 다리 이쪽에서 폭발했습니다. 행운이었지요! 내가 장치해 놓은 폭약이 폭발한 갑니다. 난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뭡니까. 기관차는 탈선해 강물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객차 2,3대가 그것에 끌려가 역시 굴러 떨어졌지요. 몇 명의 병사가 물에 빠지고, 꽤 많은 양의 무기 탄약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파손은 며칠 있으면 복구되겠지요--이게 에누리 없는 전과랍니다. '그거 굉장한 구경거리였겠군 그래.' 그린 대령이 그를 위로했다. '그런 구경을 좋아하는 패거리에겐 그야 굉장한 구경거리였겠지요, 대령님. 그래 난 더 괸장한 구경거리를 만들려면 어떡해야 할까 기쓰고 머릴 짰습니다, 난 파괴중 각한의 원칙을 잊진 않았거든요, 대령님. 그 순간 난 영우이란 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정말 머릴 짰습니다.' '행동이란 점에선 항상 뭣인가 아직 할 일이 있는 법이네.' 그린 대령은 꿈꾸듯이 말했다. '항상 뭣인가 아직 할 일이 있다.... 모두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이겠지요. 그건 시어즈의 모토였습니다. 난 그걸 회상해요.' 워든은 지금 말한 그 회상에 휘말려 일순간 '난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대령님. 한 떼의 일본병이 조이스와 시어즈의 둘레에 모여 있는 동안 되도록 머릴 짜서 생각했지요. 시어즈는 확실히 아직 살아있으며, 조이스도 아마 그 더러운 노인에게 목을 지독하게 졸렸는데도 숨이 붙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난 기어코 한 가지 행동을 일으킬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태국인 두 명은 여전히 박격포를 겨누고 배진해 있었습니다. 두 명은 다릴 포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사리 일본병 한 떼에게 포격할 수 있으며, 게다가 그 한떼는 퍽 간단히 노릴 수가 있었거든요. 난 그놈들을 목표로 하라고 명령했지 뭡니까. 잠시 대기했습니다. 일본병들이 사로잡은 둘을 안아 이동하는게 보였어요. 둘 다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최악의 사태였지요. 니콜슨 두에 따르고 있었습니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내겐 불?瑛피上楮? 대령님. 아직 시간이 있는 사이에 난 갑자기 결단을 내렸습니다. 난 쏴라! 고 명령했어요. 태국인들은 곧 알아차렸습니다. 그들을 충분히 8훈련시켰거든요, 대령님. 굉장한 일제 포격의 세례를 퍼부어댔지요. 관찰지점에서는 두번째의 굉장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십자포화에 필적 할만한 거였지요. 나도 스스로 박격포를 쏘았고, 솜씨도 그다지 서툴지 않았습니다.' '잘 됐나?' 그린 대령이 그의 말허리??자르며 불쑥 물었다. '잘 됐습니다, 대령님. 8제1탄은 그 떼의 한가운데에서 터졌지요. 행운의 나서 흩날렸습니다. 난 망원경으로 그걸 확인했거든요. 정말입니다, 대령님. 제발 믿어 주셔야겠지만, 난 그들을8 사로잡힌 체로 그냥 버려두고 싶진 않았어요. 세 사람 모두라고 해야겠군요. 니콜슨 대령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는 형태도 그림자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일석삼조(一石三鳥), 과히 나쁘지 않은 성적이군요. 그리고 말입니다. 그 뒤 난 있는 포탄은 모조리 쏘아댔습니다. 꽤 있었거든요. 수류탄도 마찬가집니다. 진지를 잘 선택한 혜택을 톡톡히 본 거지요. 적진에다 빠진 데 없이 두루 쏴 줬답니다. 약간 지나친 건 인정해요. 포탄을 약간 무차별하게 사용했거든요. 수용소에서 뛰쳐나오는 나머지 부대 위에도, 생지옥 꼴이 되서 모두가 마구 쏘아댔지 뭡니까, 두 태국인도 나처럼 화끈 달라올라 이만저만한 활약이 아니었습니다. 일본군이 반격해 왔어요. 이윽고 포의 연기가 그 언저리 일대에 처져 골자기와 코이강을 거무스레하게 물들이며 우리 쪽에까지 기어올라 왔습니다. 우린 매캐한 냄새가 나는 고약한 연기에 휩싸였기 때문에 포격을 중지했어요. 이젠 벌써 포탄도 바닥나고, 별로 쏘아댈 데도 없었기 때문에 철퇴한 겁니다. 난 그 뒤로 그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자주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난 오직 하나의 가능한 행동을 취했지요.그건 실제 내가 선택한 오직 하나의 적절한 행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