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의 끝없는 이야기 지은이:니콜슨 베이커 옮긴이:정영문 펴낸곳:문학세계사 차례 노리가 좋아하는 것들 중요한 건물 딱정벌레 이야기 리틀가이는 올빼미가 무서워 점심식사 후에 일어난 일 플루어라이드를 조심할 것 자동차 속의 우화 가장 친한 친구 이상한 채소 백조들에게 먹이 주기 무당벌레, 나비, 그리고 다친 엄지손가락 하마터면 울 뻔한 일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굴러요 뜨거운 비에 관한 이야기 실패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 에라라는 여자아이와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 너구리에 관한 이야기 조금 중국의 수도승 이빨에 관한 보고서 따돌림 받는 파멜라 군만두는 만들기 어려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 토끼에게 있어서의 문제 왜 누비이불을 만들지 않지? 몹시 추운 차가운 가을날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 오트밀 연필통을 잊지 말 것 휴식 시간 새가 내 얼굴에 똥을 쌌어! 돼지 방광과 셰익스피어 왕따가 된 파멜라 리틀가이의 좋은 아침 썸 선생님과의 대화 여섯 개의 뇌 낱말 맞추기 어떤 샹들리에 나쁜 언니와 착한 동생 성적표 세 개의 금지된 단어들 파멜라에게 생긴 또 다른 나쁜 일 말싸움 우정의 핵심 노리는 외로워 공주를 만난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 좋은 결과 학기의 끝, 나는 너를 좋아해 역자 후기 노리가 좋아하는 것들 엘리너 윈즐로는 곧은 갈색머리에 갈색눈을 가진 아홉 살짜리 미국 소녀이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엘리너는 치과의사나 종이 재단사가 되고 싶어했다. 종이 재단사는 펼치는 순간 그림이 튀어나오는 입체 책과 입체 축하카드를 디자인하는 예술가이다. 그런 책과 카드들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기 때문에 상점에서 반드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리라고 불리는 그 소녀는 요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위로 틀어올린 머리 위에 작은 모자를 쓰거나 핀으로 머리카락을 옆으로 고정시키고 너덜너덜 옷을 입은 중국 소녀들 그림을 그린다. 가족과 함께 거대한 옛날 저택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노리는 차 안에서 항상 여러 가지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었다. 또한 노리는 욕조 안에서나 거울을 보면서도 자신에게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때때로 노리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는데, 물론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그가 어떤 친구냐에 달려 있었다. 노리가 좋아한 일들 중에 또 한가지는 인형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노리는 사람들이 그 인형을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없을 인형들이었다. 예를 들어 노리는 리에나라는 이름의 인형을 그렸다. 리에나는 곧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빗어넘겼고 옷은 소매가 불룩했다. 리에나는 십대 소녀처럼 얼굴이 넙적하지도 않고, 머리통이 둥글고 크거나 키가 땅딸막하지 않았다. 리에나는 마분지로 만든 손과 손목을 구부려 아주 작은 계란을 집을 수도 있었다. 만약 리에나가 정말 그렇게 했다며 계란들은 하나하나 진짜 부서지는 소리를 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리에나가 계란을 냄비에 넣는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계란은 저절로 깨지게 되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계란에 충격을 가하거나 부딪치게 되면 계란 속이 팽창하는 어떤 특별한 물질로 가득 차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전 계란이었던, 반으로 접힌 고무 같은 그 물질은 냄비 속에서 어쩌면 노른자가 위쪽으로 간 상태로 익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스크램블을 만들거나 오믈렛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리에나에게는 스푼과 포크 무늬가 들어 있는 앞치마가 있었다. 슬프게도 리에나는 그림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리는 나이에 비해 키가 컸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두 살짜리 남동생이 함께 이사온 영국의 스렐 시에서는 더더욱 큰 편이었다. 노리의 새로운 학교인 스렐 주니어 스쿨에는 여자아이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노리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 중요한 건물 스렐 성당은 어느 모로 보나 그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그것을 꼭대기에 탑이 있는, 비행기가 그렇듯 무척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멀리 있는 낡은 성당이었다. 성당 내부는, 누군가가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전선과 플러그, 무척 희미해 보이는 기둥들 위의 스피커와 같은 현대적인 물건들을 빼고는 그 겉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또한 너무도 어두운 검은색이기 때문에 정확히 두려움을 주지는 않지만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틀림없는 일종의 검고 붉은 색의 돌을 조각한 커다란 묘비들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별 속이나 바닥 속 여기저기에는 시체들이 묻혀 있었는데, 그것들 중 일부는 미라가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화려한 생활을 마다하고 수녀가 되어 가장 거친 옷들만 입고 지내다, 추운 겨울날 교회를 습격한 사나운 개들에게 물어 뜯겨 끔찍한 죽음을 당한, 길고 검은 머리칼의 무척 사랑스런 젊은 공주였던 유명한 성 루피나는 특별한 예배당에 안치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그녀의 한쪽 팔만 보관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개들로부터 그 팔을 구해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몸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진 그녀를 사랑했다. 공주의 예배당 근처에는 탱크와 전함과 폭격기들이 그려진 무척 길고 얇은 창문이 있었다. 전쟁 그림들은 유명한, 성스러운 성당내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장식한 그것들은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탱크와 전함들이었다. 캐터필러는 작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유리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창문은 전쟁에서 죽은 스렐 시의 몇몇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성당의 석재 바닥 위쪽의 탑 높은 곳에는 벽옥 장식이 있었다. 그것은 두 개의 십자가가 만나는 곳 바로 위에 있는 돔 형태로 된 일종의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었기 때문에 성당은 항상 십자가 형태의 배열을 보인다. 노리는 때로 궁금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예수님이 죽은 그 끔찍한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지? 예를 들어, 왜 하나님(God)을 의미하는 G자형의, 다시 말해, 소원을 비는 우물과, 아픈 사람을 위한 차를 만들 수 있는 약초들이 자라는 안쪽 뜰을 갖춘 정방형의 G자형 성당이 있어서는 안되는 거지?' 벽옥 장식에는 작은 원-실제로 그것은 무천 큰 원이었지만 멀리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에는 작았다.-으로 이루어진 수천 개의 초록색 빛을 성당 바닥에 부드러운 초록색 꽃무늬 형태로 비췄다. 성당 안에는 일련의 검정색 의자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당신이 의자에 앉아 그 초록색 빛이 몸 위로 떨어지는 순간 마치 하나님의 생각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만 같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당신은 정말로 하나님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당신을 생각하기를 바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해 하는 생각이나 그들이 하나님이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은 어떤 식으로든 그 성당의 생각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딱정벌레 이야기 스렐 성당의 주인인 성공회 주교와 수석 자제들은 벽옥 장식의 모든 유리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것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혹은 파운드를 쓴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그들은 임종을 알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딱정벌레들이 벽옥 장식을 석재 기둥의 윗부분에 고정시켜 주는 나무로 된 들보는 물론이고 끝쪽을 덮고 있는 납덩이까지 갉아먹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 일부를 교체하긴 했지만 전부를 바꾸지는 않았다.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무척 아플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그 벌레가 작은 머리를 집의 나무에 부딪치는 소족 중 누군가가 그 벌레가 작은 머리를 집의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쉭, 쉭, 쉭--를 듣게 되면 그 아픈 사람이 곧 죽게 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렇게('death watch' beetle) 불렀다. 치과의사가 되고자 했던 노리는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딱정벌레들의 이빨은 놀랍게도 납덩이를 갉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게 틀림없어. 그 이빨들은 보통 때는 숨겨져 있다가 딱정벌레들이 입을 벌리면 드러나는 게 틀림없어. 악어는 일생 동안 이빨이 스물네 번 자라고, 그 이빨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도 이년 동안 기능을 할 수 있다니까.' 하지만 노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가 한 벌 이상의 이빨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리는 생각했다. '몇 세대에 걸쳐 갉아먹어 온, 낡고 무시무시한 나무 속에서 충분한 먹을 것을 찾기란 무척 힘들었을 게 틀림없어. 그 이빨들은 완전히 물렁뼈처럼 되었을 거야.' 성당 근처에는 매우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파는 아주 훌륭한 찻집이 있었다. 그곳의 케이크는 거품을 낸 크림이 든 작은 컵과 함께 나왔다. 노리는 엄마, 아빠가 구입한, 스렐 성당에 관한 안내 책자 중 하나에 나오는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그림은 안쪽에 강력한 살충제를 뿌리기 위해 벽옥 장식 아래의 낡은 나무조각 속에다 금속 튜브를 밀어넣고 있는, 마스크를 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리는, 한 딱정벌레가 독성이 강한 살충제가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식구들을 데리고, 구충 작업을 하는 남자가 사다리 위에 버린 캔디 포장지로 작은 낙하산을 만들어, 두려움에 더듬이를 웅크린 채로 몸을 흔들며 성당 내부의 차갑고 텅 빈 공기 속에서 낙하를 해서 마침내 눈이 맑고 머리칼이 검은 마리아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서 있는 초록색 빛이 비치고 있는 차가운 바닥 위의 거대한 석판 위에 착륙하는 딱정벌레 가족에 대한 얘기를 지어내야만 했다. 마리아나는 하나님이 그녀가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눈을 감은 채로 앉아 있었다. 마리아나는 그 빛이 자신의 발에서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려고 눈을 떴는데, 그건 그 빛이 발에 닿는 순간 신성한 성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스러움이 좀더 빨리 그곳을 이르도록 자신의 발을 그 빛 가까이로 가져가는 순간 마리아나는 자신이 뭔가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뭔가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껌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고 있는 네 마리의 작은 벌레였다. "어머, 너희들은 누구니?" 마리아나는 몸을 굽혀 그것들이 그녀의 손바닥 위로 뛰어오를 수 있게 하며 물었다. "우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들이야." 하고 벌레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나쁜 사람이 우리 나라에 끔찍한 독을 뿌려대고 있어." "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냐, 정말이야. 그는 벽옥 장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뿐이야. 너희들이 그 나무를 먹어치우면 그것은 점점 더 약해져서 마침내는 모든 것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지게 되는 거야. 너희들 역시 성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지, 그렇지?" 하고 마리아나는 말했다. "글쎄, 만약 그들이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을 하고, 우리가 옮겨가 살 수 있는 다른 나무 조각을 줬다면, 우리는 그 나무에서 떠났을 거야. 이 어린 게리를 봐, 그는 납을 먹어서 병이 났어." 하고 딱정벌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마리아나는 어린 게리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리는 무척이나 창백했고, 거의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나는 딱정벌레 네 마리를 살며시 연필통에 넣은 후 숲으로 갔다. 그녀는 쓰러져 있는, 매우 특별한 나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 나무의 홈에는 빗물이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마리아나는 부드러운 노래를 부르며 가는 동안 꽃을 한 송이 따서 뭉갠 뒤 물에 뿌렸다. 그것은 모든 납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꽃으로 몬테주마꽃이라 불렸는데, 아주 덥거나 무척 추운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위대한 생존력을 가진 꽃이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연필통을 열었다. 건강한 세 마리 딱정벌레들은 병이 난 게리를 밖으로 옮겼다. "그를 물 속에서 씻겨. 약이 도움이 elf 거야." 하고 마리아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마리아나는 짙은 갈색 머리에 키가 큰 여자아이였다. 처음에 딱정벌레들은 망설이며 더듬이를 물에 대는 등 시험을 해보았다. 그런 다음 딱정벌레들은 점차 겁이 없어지며 게를 머리가 아닌 꼬리부터 살며시 넣었고, 결국에는 들 모두가 하나씩 들어가 만족스러운 듯 물을 튕겼다. 그들은 벽옥 장식의 낡은 노르만식 들보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그래서 빗물이 그토록 깨끗하고 순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딱정벌레들은 너무도 기뻤다. 게리는 물 속에 앉아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들 넷은 몸을 말릴 수 있는 햇볕이 비치는 곳을 찾아냈고, 몸이 말라 다시 따뜻해지자 손을 저어 작별인사를 한 후 커다란 나무 둥치 속에 미로를 파기 시작했다. "아주 멋진 켜를 가진 나무야!" 하고 그들은 말했다. "온통 고리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가 이 거대한 나라를 다 갉아먹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당신이 우리를 이곳에 데려왔다는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요." "그럴게." 하고 마리아나는 웃으며 말했다. "행운이 있기를!" "고마워요, 마리아나." 하고 말하며 딱정벌레들은 마지막으로 행복에 차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잘 가요! 잘 가요!" 이것이 노리가 딱정벌레들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이다. 실제로 노리는 딱정벌레라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렐에는 몇몇 이상한 존재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중 최악의 것은 노리와 리틀가이가 욕조에서 거품을 이용해 카푸치노를 만들어 파는 가게를 꾸미고 있을 때 어머니가 샤워 커튼 속에서 발견한 커다란 거미였다. 노리의 어머니는 갑자기 잡지를 쥐고 벌떡 얼어나 서둘러 아이들을 내보낸 후 노리의 아버지를 불렀다. "무슨 일이에요?" 너무 빨리 욕실에서 내몰리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한 노리가 물었다. "보지 마. 아주 역겨운 앵글로색슨 벌레야. 아주 커."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역겹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약속해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안쪽을 들여다보았고, 그 즉시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에 질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를 껴안았다. "엄마, 끔찍해요!" 그것은 노리가 본 것 중에서 가장 비열하게 보이는 털이 난 다리가 달린, 검정색 게처럼 커다란 거미였다. 그 다리는 털이 덮인 아빠의 무척이나 우아한 긴 다리와는 전혀 다른, 추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다리였다. 평소에 노리는 곤충이라면 뭐든지 심지어는 집게벌레까지 좋아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무당벌레를 좋아했다. 그리고 노리는 뭐든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이 박애주의의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커다란 화장지가 머리 위로 떨어져 당신의 생명을 앗아간다면 어떻게 그것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특별한 거미는 너무 끔찍한, 턱이 덮인 다리를 갖고 있었고, 그래서 노리에게서 어떤 연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리의 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 "죽었나요?" 하고 식구들 모두가 물었다. 아버지는, 그래, 죽었어, 하고 말했다. "잘 됐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약간 슬퍼졌고, 비명을 질렀던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노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떻게 한 거예요?" 하고 말했다. "변기 속으로 흘려보냈어. 더 나쁜 것은 앞으로 항상 거미가 있나 없나 화장지를 펼쳐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거야."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이 스렐에서 노리의 가족이 경험한 첫 번째 모험이었다. 노리는 이틀밤 동안 잠을 잘 못 잤지만 곧 극복할 수 있었다. 단 한가지 문제는 이제 한밤중에 욕실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때로 그 없애버린 커다란 검정색 거미의 사촌이 변기 아래 숨어 있지 않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걱정 또한 이겨낼 수 있었다. 변기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집주인여자 말로는 대저택의 경매에서 오 파운드를 주고 샀으며, 튜나파츠 공작인가 누군가가 평생을 매일 같이 그 위에 앉아 있었다는데, 그 이야기는 그것을 좋아하는 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리틀가이는 올빼미가 무서워 노리는 스렐 주니어 스쿨의 주간 반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중간 크기의 펜촉이 달린 만년필과, 잉크 지우개라고 부리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도구를 사용했다. 그리고 글씨를 완전히 지울 수도 있는 파란색 잉크를 썼다. 잉크가 마른 지 삼 주가 되었다 해도 잉크 지우개는 여전히 잉크를 지울 수 있었다. 스렐 스쿨은 친절해 보이는 어떤 사람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모피 칼라가 달린 옷을 입은 그의 초상화는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걸려 있었다. 노리의 반 여자아이인 파멜라 셰이버즈는 그가 헨리 8세 이전에 살았기 때문에 프라이어 로우런드(역주--로우런드 이전의, 라는 뜻)라고 불렸다고 말했다. 좀더 나이 많은 다른 아이는 그 식당이 수도사들의 소들을 위한 헛간으로 쓰였다고 말했지만, 노리는 수도사들이 왜 하루에 두 번씩 소들을 계단아래위로 끌고 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노리의 어머니가 사람들이 소들을 바다를 통해 옮길 때 배를 이층으로 지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도 때로 그 주변에서는 헛간 냄새가 약간 났다. 나무들 중에는 뗏목 같은 비비 꼬인 들보가 있었는데, 노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는 볼 수 없었다. 물론 점심 시간에 아이들이 매우 시끄럽게 떠들어 노리가 그것들이 머리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도 없었다. 프라이어 로우런드는 약 이천 년 저인, 혹은 노리의 남동생이 늘 말하는 것처럼 '오늘 아침 일찍' 성 루피나를 기념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 노리의 남동생의 이름은 실제로는 프랭크 우드 윈즐로였지만 가족들은 리틀가이라고 불렀다. 리틀가이에게 있어 '오래 전'과 '오늘 아침 일찍'은 거의 같은 것을 의미했다. 그의 머리 속이 아직 기본적으로 진창 주위를 왔다갔다하는 땅 파는 기계와 덤프 트럭들로 가득한 건축 현장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리틀가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의 진짜 줄거리를 말하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건축 현장'과 '견인차', '연결기', '평면 교차', '백 톤짜리 덤프트럭', '연결식 덤프 트럭', '굴착용 드릴러'를 말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리틀가이는 그런 종류의 것들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그는 포크와 양초 같은 아주 단순한 물건을 들고는 "이걸 어떻게 부르는지 잊어버렸어요.:하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리틀가이는 아직도 베개를 에게라고 불렀다. 하지만 노리는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어떻게 하나의 생각과 다른 한의 생각 사이의 차이를 이끌어내고, 그것들을 한데 뒤섞어버리는 대신 구분하는지에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보내야 하니까. 가령, 당신이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 이를테면 성 루피나를 기념하기 위해 뭔가를 한다고 말할 경우 당신은, 사람들이 반의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단숨에 얘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들이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멋진 기억을 기념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은 이미 죽어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어떤 기억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기념하는 소풍 치킨 샌드위치, 그리고 오리에게 먹이 주기와 같은 멋진 행복한 기억을 사람들이 작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그 일 대신 다른 것을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군가의 머리 속의 멋진 기억을 미라처럼 만들 수는 없다--어떤 마법의 약초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기념되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다른 특정한 사람의 기억을 기념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기념하는 사람이 그 누군가를 만나본 적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루피나의 경우처럼. 단지 당신은 그 사람이 한때 자신의 삶을 살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기념하는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잊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 역시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이 사람을 기억해요, 이 사람을 기억해요, 이 사람을 기억해요."라고. 그것은 쉽지는 않지만 만족스런 일일 수도 있다. 리틀가이는 노리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노리는 몇몇 책들에 대해서는 조심을 해야 했다. 리틀가이는 거미는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올빼미의 경우에는 전혀 달랐다! 리틀가이에게 있어 악몽은 부스럭거리며, 커다란 노려보는 듯한 눈을 깜빡이는 올빼미들로 가득찬 것이었다. 노리의 집에서는 아무도 '올빼미'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식구들은 그것을 한 자 한 자 말해야 했다. 리틀가이에게 '시골의 소란스런 책'과 같은 것을 읽어주다가 밤에 한 나무에 앉아 있는 올--빼--미가 나오는 페이지에 이르게 되면 노리는 서둘러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했다. 노리는 손으로 올빼미를 가리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리틀가이는 그 손바닥 아래 올빼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때로 리틀가이는 용감해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올빼미를 무척 좋아해." 그는 말하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올빼미는 싫어." 한번은 노리의 어머니가 리틀가이가 밤늦게 작업실에서 붉은색 매직펜으로 무섭게 보이는 올빼미의 노란눈을 칠하려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리틀가이는 잠이 들기 전 뒤적였던 '겁쟁이 위니'라는 잡지에서 올빼미를 보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노리에게 두 마리의 나쁜 올빼미들이 커튼 뒤에서 그의 창문 안을 들여다보려 한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었다. 리틀가이가 겁에 질린 심각한 표정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은 노리는 목덜미와 등골이 무서움으로 오싹하는 것을 느꼈다. 노리는 밤에 뭔가가 밖에서 기다리며 텅빈 검정색 유리창 사이로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노리가 자신의 삶에서 기억하는 최초의, 혹은 초기의 몇 가지 기억들 중 하나는 긴 복도를 달려가다가 창문에서 멈춰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꽝하는 소리가 났다. 노리는 창문 반대쪽에서 눈을 찌푸린 얼굴을 한 트위티 괴물의 추한 모습을 모았다고 생각했고, "어어, 엄마!"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 트위티 괴물은 단지 "실베스터와 트위티"라는 만화 영화 테이프 속에 나오는 트위티 새가 괴물로 분장한 것이었을 뿐이다. 트위티는 특별한 독을 마신 후 괴물로 변했다. 대수롭지 않은 만화를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서웠고, 노리가 창문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을 때 노리의 어머니는 다정하게 "그래, 그래, 하지만 그건 그림일 뿐이야. 밖에 트위티 괴물 같은 것은 없어, 다른 어떤 나쁜 것도 없어, 그냥 부드러운 밤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웅크린 다람쥐와 쓰레기 더미를 즐겁게 뒤지고 있는 너구리가 있을 뿐이야. 모든 게 괜찮아." 하고 말했다. 노리의 어머니의 눈은 무척이나 깊고 따스하고 멋지고 상냥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파란색이었다. 때로 리틀가이는 올빼미 두 마리 대신 쓰레기 하치장에서 온, 밝은 라이트를 켠 채로 거실을 이리저리 질주하는 커다란 타이어가 달린 아주 낡은 트럭 두 대가 등장하는 악몽을 꿨다. 그렇지만 실제로 리틀가이는 열차를 빼면 트럭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좋아했다. 리틀가이는 읽을 책이 한 권도 없이 변기 위에 앉아 있는 악몽을 꿨다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 노리가 악몽에 대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악몽은 트럭이나 거울이나 엄마, 혹은 욕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우리가 사랑하는 뭔가를 빼앗아가고 겁에 질리게 한다. 만약 도서관이 있다면, 노리는 아동 서적 코너에 '구스범프' 책 같은 것은 두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책들은 무시무시한 내용은 그만두고라도, 표지들만으로도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때로 그날 밤 늦게서야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깨닫게 되는 수도 있었다. 노리가 정말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귀 인형의 그림이 실린 책이 있었다. 왜 그것을 그토록 끔찍할 정도로 무섭게 만들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업게 함으로써 인형과 같은 뭔가 좋은 것에 대한 감정을 망치게 하는 걸까? 인형들은 우리에게 해가 도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인형들은 한밤중에도 우리의 방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구스범프 책들은 아이들을, 그들이 원하는 혹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무섭게 했다. 자신의 꿈만으로도 머리가 오싹해지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리의 사촌인 앤소니와 그녀의 친구인 데비는 구스범프 책을 좋아했고, 그 이상의 즐거운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노리는 이빨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을 특히 싫어했다. 강가의 갈대밭에서, 바람에 깃털이 날리며,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아름답고 우아한 보풀이 있는 목을 가진 오리를 예로 들어보자. 꿈속에서 노리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며 빵을 주기 위해 손을 내밀자, 오리는 갑자기 부리를 젖히며 커다란 송곳니가 있는 이빨을 드러냈다. 아니면 뾰족한 이빨과 하얀 테두리가 있는 휘둥그래진 눈을 가진 말 한 마리가 노리를 뒤쫓곤 했다. 아니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암소들이. 하지만 그러한 꿈들은 대체로 오래 전에 꾼 것들로 적응이 된 것들이었다. 노리가 꾼 또 다른 동화 같은 오래된 꿈은, 그녀의 팔을 자르려고 드는 어떤 여왕에게 쫓겨 여러 가지 색의 다양한 그늘 속으로 도망치는 내용이었다. 노리는 피해 다녔지만, 여왕은 남자들 몇 명과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노리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노리는 그들과 타협을 했다. 노리는 여왕에게 "좋아요, 좋아요, 내 팔을 자르는 대신 내 머리를 자르는 게 어때요."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런 식으로 고통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여왕은 "좋아!" 하고 말했다. 휙, 하고 도끼날이 원을 그렸다. 머리에 종이봉투를 뒤집어쓸 필요도 없었다. 그 꿈의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팔이 없는 채로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후 노리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교훈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훌륭한 교훈을 얻는 것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꿈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발가락으로 카드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팔이 없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배울 수도 잇다. 물론 당신은 치과의사가 그의 발가락 사이에 연장을 들고 당신의 이빨을 치료하려고 한다면 잠시 망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서 엄청나게 성공적인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점심식사 후에 일어난 일 최소한 노리는 악몽을 꾸었을 때, 부모님의 방으로가 살며시 부모님을 깨워 그녀를 달래 다시 방으로 데려다 주도록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해운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스렐 스쿨의 몇몇 아이들은 낮과 밤 내내, 일주일 내내 그곳에 있었다. 로저 샤프리스는 첫주에 있은 성당 미사 첫날 울음을 터트린, 형사처럼 지적인 얼굴을 한 키가 아주 작은 소년이었다. "왜 울어?" 하고 노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가끔 나는 잔에 울어." 하고 로저 샤프리스가 속삭이는 말로 대답했다. 성당 미사가 끝난 후 주니어 스쿨 건물로 걸어갈 때, 샤프리스는 부모님이 몹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방 침대 위의 작고 하얀 베개를 보면 옛날 방 생각이 나 울게 된다고 했다. 잘 알고 있던 모든 것, 가령 양탄자와 창문과 부모님과 집 앞의 진입로와 거리의 표정 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홉 살 난 아이에게 대단한 충격일 수도 있다. 또한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말하며 언젠가 시험에서 어떤 문장을 잘못 쓴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은, '그리스인들은 왁스 위에 마크를 함으로써 글을 썼다'라는 문장이었다. 노리는 그런 얘기를 해주는 그가 친절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노리 역시 그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노리는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노리는 식당에서 신선한 음식으로 가득한 접시를 떨어뜨렸다. 새로운 친구 중 하나인 키라가 "걱정하지 마, 다른 누군가가 치울 거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노리는 바닥에 음식물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은 옳지 못한 일로 느껴졌다. 껍질째 삶은 감자는 보기 흉한 모습으로 뭉개져 있었다. 좀더 나이든 어떤 여자아이가 몸을 숙여 노리를 도왔고, 마침내 한 아주머니가 걸레를 갖고 왔다. 하지만 이미 노리와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딴 데로 가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좀더 나이 든 소년들 한 무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줄이 무척 길어졌다. 노리는 끼여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끝으로 가 다시 기다렸다. 줄은 너무 길어 계단 아래로 몇 발자국 내려가야 했는데, 그로 인해 노리는 프라이어 로우런드의 모피 칼라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노리는 새로 음식을 담은 접시를 가지고, 모르는 아이들 틈에 앉았다. 같은 반 아이들은 벌써 하나둘씩 주니어 스쿨 건물로 돌아가고 있었다. 노리는 접시를 내려다볼 때를 빼고는 계속해서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노리는 '하지만 그 애는 아직 저기에 있어, 그러니 괜찮아'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나간 후면, '괜찮아, 아직 저기 한 명이 남아 있는걸. 아이들이 다 돌아갔어도 나는 저 아이와 함께 나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니어 스쿨이 식당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져 있고, 노리는 방향 감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족해, 혼자서는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래는 재빨리 식사를 끝낸 후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 같은 반 여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도레트였다. 도레트는 "미안해, 하는 다른 친구랑 함께 가기로 했거든." 하고 말했다. 노리는 "아니야, 괜찮아." 하고 말했다. 다른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개학 첫날 노리에게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듯한 발음을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아이였다. 노리는 조금 뒤에 서서 그들을 따라 그 건물을 돌아 낡은 대문이 있는 곳까지 왔다. 도레트는 고개를 돌리며 "저리 가.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지?" 하고 말했다. "집에 가는 길을 몰라서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집이라고? 집이라니?" 하고 여자아이들이 말했다. "내 말은, 우리 반으로 돌아가는 길 말이야." 하고 노리가 설명했다. "거짓말 하지 마, 너는 길을 알고 있어. 네가 앞장을 서, 그러면 우리가 따라갈게.' 하고 두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올바른 방향이 어딘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앞장을 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낯선 언덕 위로 길 하나가 있었다. 교차로는 보이지 않았다. 노리는 고개를 돌렸는데 그 여자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노리는 혼란스러웠고 두려웠다. 그런데 그때 여자아이 둘이 붉은 열매가 달린 덤불 뒤에서 불쑥 나오며 웃어댔다. 노리는 다시 그들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그들은 노리에게 꺼지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 선생님 한 분이 그들이 막 지나치던 건물에서 나왔다. 두 여자아이는 무척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하고 말했다. 그들은 선생님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노리는 선생님한테 자기가 길을 몰라 그 애들 뒤를 따라왔다는 얘를 해서 곤란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노리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덤불 사이를 지나 그들을 몰래 따라갈 수 있었다. 그 운동장에서 다른 한 여자아이가 "하하, 너는 꼴찌로 갔지, 너는 뒤에 처졌지."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 여자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물었다. "접시를 떨어뜨린 벌로 말야."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노리는 "그렇지 않아. 끼여드는 일은 잘못이기 때문에 맨 끝으로 간 거야. 그리고 나는 미국에서 왔어. 미국에서는 꼴찌로 간다는 말을 쓰지 않아. 미국에서는 쓰레기통이라고 하지 않고 휴지통이라고 해. 우리는 색연필을 크레용이라고 하지 않아, 알겠니?" 그 여자아이는 풀을 뜯어먹는 토끼같이 입을 씰룩거리더니 딴 데로 가버렸다. 그날 역사 시간에 선생님은 십자군에 대해 말씀하시던 중 갑자기 몹시 이상한, 카우보이 발음으로 "그리고 그들은 엄청나게 활을 쏘아대며, 소리를 악악 지르며, 약탈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지."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노리에게 "미안하다. 먼저 네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 건데. 미국인들이 말하는 방식을 놀려도 되겠니?" 하고 말했다. 노리는 "미국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하고 말했다. 선생님은 "고맙구나. 그리고 나는 네가 원한다면 우리를 라이미(역주--미국인들이 경멸하는 투로 영국인들을 일컫는 말)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겠다." 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고 노리는 말했다. "하지만 왜 제가 그렇게 부르길 원한다고 생각하시죠?" "미국에서는 다를 우리를 그렇게 부르니까, 그렇지 않니?"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라이미가 뭐죠?" "아, 그런 이빨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오랜 항해 중에 배 위에서 라임 열매를 먹던 옛날 선원들을 말하지." 하고 블리드레너 선생님은 말했다. 플루어라이드 조심할 것 역사 외에도 I. T. 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보 기술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로, 그 시간에는 아콘 컴퓨터의 키들 위에 적힌 중간 열의 문자들을 배웠다. 그리고 불어와 지리학, 음악, 네트볼(역주--한 팀 7명이 하는 농구 비슷한 경기)과 하키, 그 외에 다른 수업들도 있었다. 스렐 스쿨에는 선생님이 무척 많았다. 주니어 스쿨의 교장 선생님 역시 고전이라고 불리는 과목을 가르쳤다. 교장 선생님은 깊고 풍부한 목소리로 폐허가 된 도시의 별 아래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에 섞인 트로이인들의 선혈에 관한 내용을 읽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후에 그것은 헤라클레스에 관한 얘기라는 것이 밝혀졌다. 아니, 정확하게 헤라클레스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헥토르 또한 아니었지만, 헤라클레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그를 잡을 때 쥔 발목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마법의 물에 적셔졌던 것이다. 며칠 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가는 것 외에 모두가 한꺼번에 모이는 헨돌 홀에서 학생들에게 너무 배가 고파 유화 물감을 먹은 화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 화가는 자신을 믿지 않았으며, 물감 속에는 납이 들어 있었고, 그것은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곧 그는 끔찍하게도 자신의 가슴을 총으로 쏘았다. 지금 그의 그림들은 수백만 달러가 나가게 되었다. 노리는 아이들이, 납이 달콤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치약을 먹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칫솔에는 콩 크기의 치약만을 짜야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 이상을 짠다. 노리는 사람들이 알맞은 양을 짤 때는 초록색이지만 그 이상을 짜면 붉은색 치약이 나오는 튜브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초록색과 붉은색이 나는 치약. 만약 너무 많은 치약을 먹으면 그 안에 있는 플루어라이드가 이빨을 회색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주니어 스쿨에는 치아가 몹시 좋지 않거나, 혹은 어떤 의약품이 날카로운 송곳니 아니면 어금니에 잘못 사용되어 이빨이 완전히 회색으로 변한 아이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하하하, 하하하, 너한테 복수할 거야." 하고 말하며 짓궂은 웃음을 지을 때만 볼 수 있었다. 만약 정말 좋은 소년인 그 아이가 멋진 이빨을 가지고 있었지만 치약을 여러 개 먹어서 지금처럼 회색이 된 거라면 그는 구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나머지 이빨들이 색상에 있어 서로 일치해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리는 때로 자신의 이빨 또한 약간 누런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면 이빨 하나하나를 미친 듯이 닦아 새하얗게 보이게 했다 어쨌든 그 이빨들은 사진 속에서는 하얗게 보였고, 그것을 보면 행복했다. 마법의 물 속에 담겨진 아이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백 퍼센트 영원히 살 수는 없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화가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누가 유명해지고 재능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좌절해서는 안된다. 회색 이빨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좋은 일을 하려고 하다가 때로 나쁜 결과를 얻기도 한다. 자동차 속의 우화 이솝의 우화들에게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중 어떤 것들은 전혀 말이 안 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은 번갈아 가며 노리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밤 어머니가 뭔가를 읽어 주면 다음날 밤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 9월의 첫째주, 어머니는 노리에게 "백 한 마리 달마시안 개"를 읽어 주셨고, 아버지는 이솝 우화를 읽어 주셨다. 아버지는 종종 몇 분도 안 되어 잠에 곯아떨어지곤 했다. 단어들을 서둘러 중얼거리며 발음하기 시작하다가 멈추면 아버지가 선잠이 들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아버지는 중얼거리다가 멈추고, 중얼거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들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노리가 팔을 슬쩍 건드리면 아버지는 벌떡 잠에서 깨어 눈을 꽉 감았다가 휘둥그래 뜨고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러나 목소리는 조금씩 다시 떨구어져 중얼거림이 되었다. "시워드의 어리석음은 그를, 그르 그르 소용돌이 장식 그르 그르 바르셀로나 그르 그르 그르." 때로 그는 몇 페이지를 그런 식으로 읽었는데 그것은 정말이지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완전히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을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번은 까마귀와 돌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그리고 그 산탄통은 뇌관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라고 말했다. 노리는 그것을 적어 두었다가 아침식사 시간에 식구들에게 읽어 주었다. 이야기가 훌륭한 것이면 노리의 아버지는 지루한 경우만큼 빨리 잠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얘기가 지루하면 노리가 아무리 팔꿈치로 찔러도 소용이 없고, 그러면 마침내 "아빠, 피곤하죠, 그렇죠?" 하고 말해야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하고 노리의 아버지는 꾸벅꾸벅 졸며 물었다. "글쎄요, 한가지만 봐도 알 수 있죠, 책장이 펄럭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요, 그랬어요." 그러면 노리의 아버지는 "그래, 그러면 책을 덮어야 할 것 같구나." 하고 말하며 책을 덮고는 잘 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음번에 아버지가 읽어줄 차례가 되었을 때 이미 읽은 어떤 것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이걸 읽었니? 이걸 읽은 거야?" 하고 말하며 몇 페이지를 읽곤 했다. 노리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읽어준 것들에 대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기억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제대로 기억을 했다. 노리의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잠이 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노리는 자신의 인형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는 거의 항상 잠이 들었지만, 누군가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잠이 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밤 노리의 아버지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솝 우화 세 개를 한꺼번에 읽어주었다. 이솝으로서는 우화가 몹시 쓰여지지 않는 날이었다. 어쩌면 왁스가 부드럽지 않아 집중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노리의 아버지는 십분 정도 책을 읽어주더니 잠이 들었고, 결국 노리에게 K와 H, W의 G를 주기 위해 들어온 어머니가 아버지를 깨웠다. 그 철자들은 '키스(Kiss), 포옹(Hug), 그리고 물 한잔(Glass of Water)'을 의미했다. 다음날 식구들이 대저택인 페코버 하우스를 보기 위해 위스벡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노리는 가족들 모두가 우화 한 가지씩을 짓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머니의 우화는 담쟁이덩굴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담쟁이덩굴은 일년 내내, 심지어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초록색으로 살아 있기로 했다. 처음에 담쟁이덩굴은 초록색으로 남아 있는 일이 그저 순수하게 즐겁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다른 식물들의 그를 흉내내었으나 항상 초록색으로 남아 있는 일에 실패하여 모두 져 버렸다. 심지어는 담쟁이덩굴의 이상한 겨울철 습관에 대해 농담을 했기 때문에 불행해졌다. 마침내 담쟁이덩굴은 혼자서 외롭고 추운 몇 달간을 지내면서, 겨울 동안 잠자고 있는 정원의 나머지 식물들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 분노는 담쟁이덩굴 잎사귀의 모서리를 갈색으로 바꿔놓았고, 덩굴손은 펴지기를 멈췄다. 담쟁이덩굴은 일 년 내내 초록색이고 건강한 것에 익숙해 있던 정원사는 그것을 뿌리째 뽑아 퇴비 더미에 던져버렸다.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정치에 말려들지 말라. 노리는 아버지의 우화는 깡통 속에 든 고양이 먹이용 참치를 너무 좋아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깡통 속에 든 대구나 소고기 혹은 간을 먹기를 거부하는 고양이 이야기였다. 고양이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자신을 돌보는 여자아이가 자기에게 매일같이 참치를 주게 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가 다른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너무 걱정이 되어 고양이를 데리고 수의사에게 갔다. 수의사는 고양이가 건강하긴 하지만, 지금부터는 마른 고양이 밥맛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 참치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끝내는 마른 음식만 먹게 될 수도 있다. 노리의 우화는 두 명의 한국 여자아이에 관한 것이었다. 옛날에 두 명의 어린 한국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들의 부모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는데, 그건 앰뷸런스 안에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구명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명 턱은 금속을 잘라 자동차에게 부상당한 사람을 꺼낼 수 있는 커다란 가위를 말한다. 그래서 그 불쌍하고 지친 여자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그들은 심한 학대를 받았고, 그래서 "도와주세요!"라고 팻말을 만들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무척이나 원했던 한 친절한 여자가 그 팻말을 보고 그들을 입양했다. 아이들은 무척 고마워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이름이 네인란인, 아이들의 어머니는 여왕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들의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떠난 첫날 그들은 아이들의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물을 뿌려 아이들의 미끄러져 다쳐 병원에 가게 했다. 다음날 밤 그 부부는 사악한 기쁨에 춤을 추다가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그 이야기를 들은 보험 회사는 병원에 돈을 지불하기를 거부했고, 그 부부는 돈을 모두 잃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이기적으로 굴면 벌을 받는다. 식구들은 리틀가이에게도 우화를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를 지어냈다. 첫 번째 우화는 '불도저'라 불리는 것이었다. 옛날에 기관차 한 대가 선로 위를 달리던 도중 디젤 기관차 한 대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그것들은 서로 충돌했다. 그 둘은 서로 입맞춤을 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머리가 부서졌고, 바퀴가 부서졌으며, 선로가 부서졌다. 모든 것이 부서졌다. 하지만 그것들은 정비소에서 수리되었고, 새로 칠이 되었으며, 역으로 갔고, 사람들을 태웠고, 그것들은 출발했다. 이야기 끝. 리틀가이의 두 번째 우화는 '갈색'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옛날에 갖가지 기차와 굴착용 트럭과 드릴러, 덤프 트럭들로 가득한 트레일러를 끄는 불도저가 있었다. 그리고 둥근 모습을 한 레미콘들도 있었다. 불도저는 트레일러를 끄는 자동차 한 대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불도저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불도저의 이름은 갈색이었다. 이야기 끝. 리틀가이의 두 가지 이야기는 어떤 교훈도 없었다. 그래서 노리는 그것들에 교훈을 덧붙였다. 첫 번째 우화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때로 충돌이 있지만 괜찮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교훈을 다음과 같다.: 때로 어떤 것들은 절대 부딪치지 않는다. 페코버 하우스에서 노리는 식구들과 차를 마신 후 선물 가게에서 내셔널 트러스트 지우개를 샀다. 가장 친한 친구 노리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보스턴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보스턴의 많은 집들은 페코버 하우스와 비슷했다. 보스턴은 오래된 도시였지만 아름다웠고, 노리에게는 특별히 중요해사. 그곳은 세 살 때 삼 주 동안 머문, 커다란 추운 교회 안에서 양초를 들고서 많은 양의 물로 세례를 받은 베니스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산 적이 있는 유일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 양초는 그후 부러져, 비록 티슈에 싸여 있긴 했지만 버려야 했다. 베니스에서 노리는 시커먼 스파게티도 먹었다. 그 검정색은 오징어 먹물로 아주 맛있었다. 오래 전 사람들은 중간 크기의 펜촉이 달린 만년필에 사용하는 진짜 잉크를 만드는데 오징어 먹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잉크 지우개도 지울 수 없는 잉크였을 것이다. 잉크 지우개는, 자신의 언니가 지우개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스렐 주니어 스쿨의 한 여자아이의 말에 따르면, 돼지의 가죽과 내장으로 만든다고 했다. 스렐은 도시가 아닌 읍에 지나지 않았고, 캘니포니아의 팔로 알토 역시, 비로 진자 도시들이 그렇듯 초라한 주변 지역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읍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팔로 알토 근방에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은 "당신도 알게 되겠지만 초라한 지역들이 몇 군데 있죠." 하고 말할 것이다. 프랑스인은 무척 강한 프랑스식 엑센트로 "오, 이곳이 시 지역인가요?" 하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는 주니어 스쿨의 불어 교사가 발음하는 식으로 그것을 발음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인은 그것을 잘못 이해하고는(역주--비슷한 발음인 시 지역 city area과 지저분한 지역 seedy area이 혼동된 것이다) 슬프게도, "그래요, 지저분한 것 같아요. 그것에 가도 소용이 없어요." 하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도시는 지저분하다는 관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면 말이지만. 또한 사람들이 잔디를 깎지 않을 때면 잔디는 길게 자라 씨를 틔우게 되는데, 그것은 그 집안 사람들이 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시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집안에서 병자를 돌보느라 꼼짝도 못하고 있을 수도, 마약 주사를 하거나 술을 마셔 현관문을 나가 잔디를 깎을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도시는 지저분하다는 관념이 유래한 또 다른 근거일 수도 있을 것이다.(역주--지저분한 seedy는 종자, 씨앗을 의미하는 seed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팔로 알토에서 노리가 가장 좋아한 거리에는 장난감 가게를 비롯해 수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노리는 그 해 여름 어느 토요일에, 리틀가이가 토마스 탱크 엔진 테이블에서 구조 작업 열차를 갖고 노는 동안 장난감 가게 안에서 반 시간을 보냈다. 노리는, 가장 좋은 새 친구인 데비가 검은 머리칼에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바비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인형의 의상들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았다. 데비는 노리에게 그들이 새로 만난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 우정의 로킷(역주--사진, 머리털, 기념품 등을 넣어 목걸이 등에 다는 작은 철제함)을 주었다. 노리는 무척 기뻤고, 그래서 데비에게 자신이 부모님께 손으로 쓴 문자 표시판을 팔아 모은 돈으로 바비 인형을 사주고 싶었다. 노리는 이것저것 살펴본 후 마침내 여러 가지 의상을 입은 인형 중, 앞쪽에서 광택이 있는 짙은 푸른색 바비 드레스를 발견해 그것을 집어 고리의 제일 앞쪽에 걸어놓은 후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다른 여자아이가 그곳에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손에 그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들고 있었다. 노리는 거기 서서 자포자기 상태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팔을 흔들며, 여자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파란색 드레스를 쳐다보며 그것을 찾기 위해 반시간이나 허비했다는 암시를 주려 했다. 하지만 여자아이와 그녀의 어머니는 노리를 무시했다. 아니면 노리가 왜 팔을 흔드는지 알지 못했는지도 몰랐다. 노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물론 그 여자아이가 혼자서 그 인형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노리가 그것을 발견해, 제일 먼저 눈에 띄어 특별한 느낌이 들게 맨 위쪽에다 놓지 않았다면 여자아이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긴 하지만. 일주일 후 그들은 다른 장난감 가게에 갔지만 제대로 된 파란색 드레스는 없었다. 그 당시 파란색은 유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리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유리 팬더 곰을 데비에게 선물했다. 그것은 연한 파란색 유리로 만든 것이었다. 데비는 팬더를 무척 좋아해서 그녀의 방에는 팬더가 삼십 개쯤 있었다. 노리는 식구들이 영국으로 온 직후 데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데비, 어떻게 지내니? 학교는 어때? 나는 피츠 윌리햄 박물관에 갔었는데, 그곳에는 부채들을 진열한 방이 있었어. 그리고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에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게 하는 부채들의 언어라는 게 있었어. 만약 네가 부채를 네 머리 뒤쪽에 놓게 되면 그것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의미가 되는 거야!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채가 있었는데, 석탄과 진주로 만들어진 것이었어. 나는 페코버 하우스에 갔었는데 내 생각에 그곳은 집보다는 정원으로 더 유명한 것 같아. 그곳에는 돌로 만든 여자아이와 개의 멋진 동상과 손을 대면 무너질 것 같은 헛간이 딸린 온실이 있어. 너와 네 개 샤피가 보고 싶어. 신발을 먹어치우는 그 악마는 어떻게 지내?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 사랑하는 엘리너가. 추신, 답장 해줘. 노리는 편지 아래에 머리 뒤에 부채를 들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을 그렸다. 노리가 군 꿈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데비에 관한 것이었다. 꿈속에서 노리는 죽었는데, 물론 그 꿈의 다른 부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노리는 데비의 귀에다 대고 "데비, 베비, 나야." 하고 속삭였다. 데비는 노리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고개를 들었다. 데비는 눈이 휘둥그래졌고, 안절부절못했다. 데비의 입은 치열 교정기를 하고 있어 더 크게 보였다. 데비는 초조하게 노리를 바라보았다. 데비는 "노리! 노리! 네가 맞니?" 하고 말했다. 데비는 노리를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걱정 마, 무서워하지 마, 데비." 하고 노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편안하게 느끼면 나 또한 그렇게 될 거야." 데비는 좀더 진정이 된 것처럼 보였다. 노리는 데비에게 "엘리너, 화재로 죽다"라는 기사가 일면에 실린 신문을 보여주었다. 노리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은 죽지 않았다. 그 꿈속에서, 얼마 후 노리는 반 아이인 가릭에게 피, 하고 말했다: "가릭? 피이이!" 가릭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 걔가 유령이 될 수는 없어, 걔는 이미 죽었어." "오, 물론 나는 유령이 될 수 있어!" 하고 노리는 말하며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 가릭은 무서워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만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것은 우스꽝스런 일이었다. 가릭은 열 살이었고, 항상 자신에 차 있었고, 스스로에 대해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가릭은 노리의 철자법에 대해 놀리곤 했는데 그것은 좋지 않은 것이었다. 실제로 노리의 철자법은 리틀가이가 얘기하듯 '재앙' 이었다. 하지만 그 꿈에서 가장 멋졌던 것은, 목소리를 들은 데비가 고개를 저었을 때, 자신의 옆에 있는 아이가 노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채소 '한 도시에 벽돌이 몇 개나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은 때로 인상적인 일이야.'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벽돌의 색깔과 뒤틀려진 모양을 보면 그 도시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다. 보스턴에서 노리는 벽돌들이 항상 붉은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스렐에서는 그것들은 항상, 좋지 않게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지저분한 노란색 벽돌이 예쁘게 보이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도, 그것들은 예뻤다. 특히 낡은 건물의 다른 벽돌과 돌과 다른 조각들로 만들어진 날은 창문이나 현관이 있었던 벽들을 볼 때면 더 그랬다. 그것은 잊어버린 어떤 것을 추억할 때의 감정과도 같았다. 옛날에 어떤 창문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단지 오래된 벽돌로 된 벽만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때처럼. 스렐의 주교관 정원 주변에는 무척 높은 별돌 벽이 있었는데, 위쪽에는 날카로운 돌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밤에 몰래 안으로 들어가 꽃양배추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래 전 배가 고파 침을 흘리던 사람들에게 달빛 속의 꽃양배추는 무척 유혹적인 것으로 보였을 게 틀림없다. 웨이트로즈 슈퍼마켓에서는 '난쟁이 음식' 코너에서 난쟁이같이 귀엽고 작은 꽃양배추를 팔았다. 미국에서라면 그것은 난쟁이 음식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텐데, 그것은 진짜 난쟁이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쟁이는 자신이 야채에 비유되고 있다는 데 대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웨이트로즈에서는 로마네스코라고 불리는, 꽃양배추와 소나무의 중간쯤 되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끝이 뾰족한 초록색 식물도 팔았다. 노리의 어머니는 '고딕 코'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저녁식사에 주로 먹는 것이지만, 노리 어머니의 컴퓨터의 '퍼마프로스트 2'라고 불리는 스크린세이버(역주--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화면이 꺼지며 나타나는 무늬)처럼 보였다. 노리는 로마네스코를 성당에 기부했다. 추수감사절에 스렐 스쿨의 아이들이 성당의 남쪽 문을 장식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당근과, 스렐에서는 쿠르게트라고 불리는 서양호박과 브로콜리, 사과, 그리고 사탕무를 한아름씩 가지고 왔다. 하지만 다행히 학교의 다른 누구도 로마네스코를 가져오지 않은 덕분에 노리의 것은 쉽게 눈에 띄었다. 노리의 아버지는 펼쳐놓은 감자 부대 한쪽 옆에 교복을 입고 타이를 맨 채 서 있는 노리의 사진을 세 장 찍었다. 그 감자들은 케임브리지의 여러 오솔길 양쪽에 잔디밭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아놓은 돌멩이처럼 보였다. 케임브리지는 알다시피,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가는 곳이다. 케임브리지에서 식구들이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간 후, 노리는 인형 하나를 들고, 차 속에서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었다. 백조들에게 먹이 주기 성당의 길 건너편에 있는 주교관의 정원은 가톨릭의 주교 소유가 아니었다. 노리는 가톨릭이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가톨릭이었기 때문이며, 노리의 어머니가 가톨릭이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가톨릭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당에 가는 일이 드물었지만, 매일밤 감사 기도를 드렸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그 거대한 정원은 가톨릭--어쩌면 기독교가 좀더 인기 있는 종교 중 하나였다--의 주교관 소유가 아니었다. 가톨릭 주교는 자신들의 모든 돈을 성당에 헌납하고,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가난한 사람들의 상처를 뜨거운 수건으로 씻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가톨릭 주교에게는 거대하고 웅장한 저택도, 탐욕스런 높은 벽돌도 허용되지 않았다. 벽돌은 가마 속에서 초콜릿 케이크처럼 굽거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면, 혼합물을 수천 개의 거푸집에 넣어 햇빛에서 말려 형태를 만든다. 만약 비가 내려 벽돌을 말리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쌓은 벽은 허물어져 내리고 말 것이다. 벽돌 가마를 쌓는 데 쓰일 벽돌들은 완전하게 구워져야 한다. 벽돌을 구울 때마다 가마의 안쪽 면은 전자렌지 속의 검은 치즈 방울처럼 아주 뜨겁게 될 테니까. 벽돌은 벽돌을 표현하는데는 안성맞춤인 단어이다. 그것은 그 단어가 날카롭고, 아삭아삭한 듯한 음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역주--우리말의 벽돌에 해당되는 영어의 브릭 brick이라는 단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니어 스쿨에서 노리의 반 아이들은 과학 시간에 힘과 마찰에 대해 공부를 하며 벽돌 한 개가 일 톤의 마찰력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어린 소년을 구한 몽구스(역주--인도산의 족제비 비슷한 육식동물로 뱀의 천적)인 리키 티키 타비는 그가 내는 리키틱(역주--1920년대에 유행한, 빠르고 기계적이며 규칙적인 비트를 가진 재즈의 한 종류의 이름이기도 함) 소리에서 그의 이름을 따왔다. 끝부분에서, 리키 티키가 작고 하얀 이빨--종종 동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하얀 이빨을 갖고 있다--로 여왕 코브라 나가이나의 꼬리를 깨문 채로 뱀과 함께 구멍 속으로 사라질 때 사람들은 몽구스가 주게 되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그리고 그것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냄새를 잘 맡을 수 없게 된 늙은 개가 마차 바퀴에 치여 죽게 되리라는 이 들게 하려고 애를 쓰는 <숙녀와 방랑자>라는 영화의 끝부분에서처럼, 무척 화가 나 가슴이 옥죄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방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노리의 생각에 따르면 리키 티키가 죽었다고 걱정하는 시간은 충분하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좀더 길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구멍 속에서 끔찍한 싸움을 하리라는 추측을 하는 당신에게는 작고 희미한, 싸움 소리나 먼지가 계속해서 구멍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것과 같은, 그곳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이 필요하다. 그 이야기에 있어서는 다른 한 가지 작은 문제가 더 있다--그 이야기에 있어서는 진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프리카 출신의 미국인이 아닌, 아프리카 혹은 그와 비슷한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에 의해 씌어진 훌륭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렇게 호감이 가는 몽구스가 구멍 속의 아기 코브라는 어떤 것을 죽이지도, 누구를 놀라게 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것들이 부화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코브라뱀은 본래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노리의 생각에는, 갖고 몸을 웅크린, 겨우 살아 있는 동물을, 그것이 어떤 끔찍한 짓을 한 게 아니라면, 죽게 해서는 안되었다. 그것은 알에서 깨어나 아직 몸을 펼치지도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다른 어떤 것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든 그 이야기는 코브라가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코브라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브라들은 말을 하지 않으며, 최소한 영어로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코라도 자신을 '나그' 혹은 '나가이나'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것은 코브라의 혀가 너무도 얇아 'ㄴ' 발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코브라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을 그냥 '라'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강물 위에 떠 있던 백조들은, 노리가 먹이를 주었을 때, 사람을 무척 놀라게 하는 소리를 냈다. 백조들은 물에서 나와 날개를 으쓱이며, 노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노리가 그것들을 향해 아무리 많은 빵 조각을 던져주어도 계속해서 노리를 향해 다가왔다. 백조들은 노리의 손에 있는 좀더 큰 빵조각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노리가 "멈춰, 뒤로 물러나, 뒤로 물러나!" 하고 말하자, 백조들은 부리를 벌려, 고양이처럼 성마른 소리를 냈다. 그것들의 목은 어쩐지 코브라의 목처럼 보였다. 노리의 아버지는 놀라,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고 싶어졌고, 그래서 그이 서류가방으로 그것들을 쫓아버리려 했다.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 오리는 잡아먹는 반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커다란 새는 잡아먹지 않는 것이 노리에게는 이상하게 여겨졌다. 어미에게 딸린 새끼가 열다섯 마리 정도 되는 무척 귀여운 오리떼가 있었는데, 오리들의 머리에는 예쁜 갈색 솜털이 달여 있었다. 그것들은 노리가 처음으로 읽은 책인 '오리 사냥을 가다'라는 책에서처럼 길을 건넜다. 노리는 오리들에게 크래커를 조금 주었다. 주니어 스쿨에서 좋은 친구가 된, 키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는 그녀의 새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리는 키라에게 자신은 새들에게 최소한 가끔은 참깨 크래커를 주며, 그리고 참깨는 씨앗이고, 새들은 씨앗을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와 백조는 풀을 뜯어 먹었다. 그것들은 물을 많이 먹었는데, 그것 또한 무척 자연스런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오래 전에는 소들이 풀을 짧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물론 잔디 깎이 기계를 사용한다. 때로 사람들은 잔디를 십자형으로 아주 짧게 격자 무늬 천처럼 보이게 만든다. 노리의 학교 근처의 성당 아래에 있는 한 커다란 들판은 완전히 맨땅인데, 그 이유는 새로운 풀을 심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가던 중 그들은 다섯 명의 남자가 열을 지어 들판을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각각의 사라들은 퍼레이드에서 행진을 하는 밴드의 드럼처럼 크고 하얀 플라스틱 가방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들은 가방에서 잔디 씨앗 한움큼을 꺼내 갈색 들판에 뿌렸다. 노리의 어머니는 그것이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주니어 스쿨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운동장 중 하나에는 흥미로운 구멍 몇 개가 있었는데, 누구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안에 코브라나 몽구스가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결코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누구도 그 안에 손을 넣어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테니까. 만약 막대기를 그 안에 찔러 넣을 경우 날카로운 이빨이 그 막대기를 갑자기 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무척 놀라게 할 것이다. 어떤 들판에는 오래 전부터 사람이 묻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성당의 남쪽 문 근처는 지금은 온통 풀밭이지만, 성당 지도에서 보면 그곳은 프라이어 로우랜드가 살았을 당시에는 '수도사들의 무덤'이었다. 사람들은 그 수도사들을 이장했을까, 아니면 그냥 그들에 대해 잊어버렸을까? 무당벌레, 나비 그리고 다친 엄지손가락 노리는 사람을 땅에 묻는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이제 노리는 그것을 삶의 한 가지 사실로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네 살 때 노리는 아버지에게 어떤 편지를 타자로 쳐달라고 했다. 어쩌면 관심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 엘리너 윈즐로는 땅 속에 묻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엘리너 윈즐로. 당시 글을 쓰는 법을 몰랐던 노리는 그 위에 위조 서명을 휘갈긴 후 우표를 붙이고, 우표 위에 아무렇게나 끄적였는데, 그것은 공식적인 적처럼 보였다. 그후에 노리의 소라게가 애처롭게 발톱을 하나씩 모두 잃고, 부모님이 사준 지 불과 몇 주 후에 죽었을 때, 노리는 그것을 묻은 후 다음과 같은 비명을 만들었다. 너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린 헤르미온느에게 노리는 어쩌면 소를 제외한, 개나 토끼 혹은 새끼고양이와 같은 온혈 동물을 원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노리가 학교에서 하키를 하는 운동장에는 어떤 구멍도 없었는데, 그것은 아스트로터프(역주--인조 잔디의 상표명)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트로터프에는 많은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누구도 그 이유를 몰랐다. 만약 당신이 구멍을 파는 동물이고, 당신이 성당의 남쪽 문 근처를 당신의 구멍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땅을 파고 또 파 지표까지 파올라온다면, 그리고 아스트로터프 아래까지 이르게 된다면 당신은 아무런 소득 없이 그 모든 작업을 한 것에 대해 무척 불행해 할 것이다. 어쩌면 그 아래에는 죽은 수도사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한 번은, 노리가 아스트로터프 속에서 무당벌레를 발견해 그것을 가장자리로 옮겨 나뭇잎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은 무척 창피스런 날이었는데, 두 번째 하키 경기를 했을 때 노리의 스커트가 두 번씩이나 흘러내렸다. 다행히도 하키 경기를 하던 아이들은 모두 여자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아이에게도 역시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노리는 무당벌레를 운동장 밖으로 옮기면서 날아갈까봐 걱정이 되었다. 만약 날아간다면 벌레가 살 수 없는 아스트로터프 위에 내려앉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무당벌레에게, 무척 비밀스럽게, "아직 날지마,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만약 네가 날려고 한다면, 나는 너의 날 수 있는 능력을 몰수해버릴 거야. 나는 네 목숨을 몰수할 수는 없지만, 너를 손바닥으로 감싸 너의 날 수 있는 능력을 몰수할 수는 있어." 하고 말했다. 몰수라는 단어는 어느 날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그녀와 함께 돌아가던 한 소년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파이브--K에 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파이브--K의 선생님은 매우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글을 펜으로 쓰게끔 되어 있는데 연필로 쓰거나, 그밖에 그 정도의 다른 나쁜 짓을 하면 그 선생님은 연필을 몰수해 다음날 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결코 되돌려주는 법이 없었다. 그 소년은 자신의 연필을 훔쳐서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하게 훔쳤지!" 하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의 서랍을 열었고, 몰수한 물건들로 가득찬 서랍에서 그의 연필을 찾기 위해 그 안을 뒤져야 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벌레이다. 노리는 '불쌍한 작은 진딧물들'하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진딧물은 무당벌레의 알을 먹고, 그래서 무당벌레는 그것들을 미워할 권리가 있다. 그것은 리키 티키 타비와 그 뱀의 경우와 다소 비슷했다. 노리의 어머니는 노리에게 무당벌레 한 항아리를 산 어떤 정원사가 무당벌레들이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그리고 특정한 진딧물들을 자신들의 적으로 간주해 처치하도록 한밤중에 놓아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당벌레들은 도망쳐서 실제로 자신들의 알을 먹기 때문에 무당벌레들의 좀더 잘 알고, 더 미워하는 다른 진딧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벌레들의 삶에 엄청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자를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매일같이 수천 마리의 벌레를 죽이고 있다. 한 번은, 노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어쩌면 죽은 척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쉬고 있거나, 아니면 햇빛을 쬐고 있거나, 길바닥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무당벌레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 여자는 노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냥 걸어와 무당벌레를 보지 못한 채로 밟아버렸다. 초록색 물질이 번져나왔다. 곤충의 피는 초록색이다. 그런데, 만약 밟힌 것이 아이였다면 모든 사람이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작은 일이 일어나도 아이는 그것을 기억하고, 오랫동안 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쩌면 곤충의 피는 하얀색이거나 다른 어떤 색인데,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초록색으로 변할 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의 피가 붉은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처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파란색이다. 상처의 가장자리에 이르는 순간 그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공기 때문에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노리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노리가 친구인 키라에게 전화했을 때, 키라가 "이 멋진 피아노 경연대회를 봐야 해."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리틀가이는 붉은 엔진인 제임스와 놀고 있었다. 경연대회에서 한 사람이 너무 세게 피아노를 쳐, 그의 엄지손가락 등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보고, "저 사람은 다쳤어요." 하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그림자 때문인 것 같구나."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피아노의 건반 위에는 작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연주를 해야만 했다. 자리에 앉아, 온통 무당벌레의 것 같은 핏자국이 나 있는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을 그를 상상해보라. 그는 나쁜 소리가 날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닦아낼 수가 없었다. 심판들은 나쁜 소리에 민감하므로 그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피 때문에 산만해지고, 그는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그는 '하 하! 나는 피 같은 것은 흘리지 않을 거야, 결코!'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열심히 연습을 한 사람이 경연대회에서 결국 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슬펐다. 엄지손가락에 피가 나는 것과 같은 작은 일도 당사자에게는 큰 일이다. 곤충이나 다른 어떤 작은 동물일 경우에는, 그것은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이다. 언젠가 한 번, 노리는 팔로 알토에서 퇴비에 끼얹기 위해 나뭇잎들을 긁어모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뭇잎의 뒷면에 달팽이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노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달팽이를 으깼고, 손에 온통 달팽이 진액이 묻게 되었다. 그것은 끔찍했다. 노리는 달팽이를 으깬 의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때부터 나뭇잎을 집을 때마다 노리는 그것을 뒤집어 반대쪽에 뭔가가 있는지를 봤다. 무척 자주 뭔가가 있었다. 또 한 번은, 나비 한 마디를 잡아, 풀잎 몇 개와 함께 유리병 속에 넣으려 했다. 나비의 몸체는 유리병 속에 들어갔지만, 머리는 바깥에 있었는데, 노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유리병 뚜껑을 돌렸다. 바로 그 사실을 알고는 재빨리 뚜껑을 열었지만 나비의 머리는 부분적으로 여전히 유리병에 붙어 있었다. 나비는 날아갔다. 하지만 노리는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죄의식을 무척 시달렸다. 노리의 아버지는 죄의식을 갖는 것은 유용한 일이라고 말했다. 죄의식을 느낄 때면 다음과 같은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무엇이든, 죄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죄의식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한 방법인 것이다. 몇몇 경우에 그것은 사실이었다. 노리는 비록 자신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달팽이를 으깨고, 나비의 머리가 끼어 있는 채로 유리병 뚜껑을 돌린 것에 대해 끔찍한 죄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그 죄의식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하기가 시작되었을 때, 스렐 스쿨의 근처에서 아이들 세 명이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나비를 날게 하려 했지만 나비는 협조하지 않았다. 여자아이 중 하나가 그것을 자신의 배낭 속에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노리는, '무거운 책과 공책들로 가득한 배낭 속에 들어가게 되면 나비는 내가 배낭 속에 넣은 쿠키처럼 먼지 부스러기가 될 거야. 결국 나비는 죽게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리는 그 여자아이에게 "자, 내 연필통을 가져, 그 안에 나비를 넣도록 해." 하고 말했다. 여자아이는 무심히 그것을 받아 나비를 그 안에 넣었다. 그것은 노리로서는 이제 연필통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필통에는 바비 연필과 중간 크기의 펜촉펜, 잉크 지우개, 내셔널 트러스트 지우개, 자, 각도기, 그밖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노리는 아이들에게서 펜을 빌려야 했다. 처음에 그들은 친절했지만, 며칠 후 그들은 진정으로, "또 펜을 빌려달라고? 이제 더는 그럴 수 없어." 하고 말했다. 물론 노리가 그 여자아이에게 연필통을 준 이유 중 하나는 단지 그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는, 연필통을 주는 친절한 행위를 통해 그 여자아이가 감동 받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었다. 결국 노리는 어머니한테서 "그 아이에게서 연필통을 되돌려받도록 해, 그러지 않으면 네 용돈을 모아 연필통을 사야 할 거야."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노리는 그날 늦게 그 여자아이에게 연필통을 되돌려달라고 했고,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며 되돌려 받았다. 연필통에 과한 또 다른 이야기는 좀더 끔찍한 것이었다. 다니엘라 하딩이 해준 이야기인데, 노리는 그녀가 진실을 말하는지 확신 할 수가 없었지만, 하딩은 각도기의 뾰족한 끝이 자신의 뺨을 관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키라는 "비명을 질렀니?" 하고 물었다. 다니엘라는 양호실에 가야만 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팔로 알토의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항상 이야기를 꾸며내는 한 아이를 만난 이후로 아이들의 그녀에게 하는 모든 이야기들을, 특히 그들이 몹시 뻐기면서 이야기를 할 때면, 곧이듣지 않았다. 연필에 찔려 흉터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넘어져서 상처가 생긴 것일 수도 있겠지. 하마터면 울 뻔한 일 노리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라 로라 마리아라는 이름의 봉제 너구리 인형에 관한 것이었다. 그 너구리는 종종 나쁜 마녀에게 납치를 당하지만 결국 좋은 마녀의 도움을 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리는 아주 슬프지만 어떤 점에서는 괜찮은 삶을 사로 있는 마리아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에 관한 일련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쿠치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그 너구리 역시 여전히 노리의 몇몇 이야기 속에 등장했다. 쿠치는 최근 들어 식구들이 세들어 살고 있는 스렐의 집의 손님 방에 있는 서랍 안에서 주간반 학생으로 기숙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만다와 리네아, 그리고 베라와 다른 인형들 역시 각자 자신의 서랍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들은 모두 기숙학생들이었다. 그 학교에는 날아다니는 다람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놀이기구들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커다란 아치를 그리며 날기도 했다. 쿠치 역시 그렇게 해보았지만, 점심 식사로 삶은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 결국 넘어지면서 온몸이 심하게 긁히고 멍이 들었다. 그것은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무릎이 긁혔을 때 생기는 빨간 긁힌 자국이 아니라 진짜 살갗이 찢어진 상처였다. 노리의 반에 있는 제시카라는 여자아이--첫날 노리에게 그녀의 발음이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소리같다고 말한 여자아이--는 하키를 하던 중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넘어져 양쪽 무릎 모두를 다치게 되었다. "괜찮니?" 노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괜찮다'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겠니?"하 고 제시카가 말했다. "아니." 하고 노리가 말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때로 무례했다. 노리 자신도 이따금 몹시 무례했다. 한 번은, 노리의 이빨이 너무 크다고 말한 소년에게 노리 또한 그의 신발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 얼굴이 몹시 붉어졌고, 그래서 노리는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이 어떤 한 가지 일 때문에 누군가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때로 한 아이가 한 짓이 너무 나쁘고 심한 것이어서 그들에 대해 더 이상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일이 지난해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있었다. 서로 말다툼을 한 후, 베르니스가 노리에게, 겉에다가는 '미안해'라고 쓰고 안에다가는 '사랑하는 엘리너, 미안해. 하지만 나는 우리가 컸을 때 너와 함께 살지 않을 거야. 나는 나와 제일 친한 친구와 함께 살 거야.'라는 말이 적힌 종이 쪽지를 건네줬을 때 일어났다. '제일'이라는 그 말이 바로 한계였다--이제 노리는 베르니스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한 일말의 우정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노리의 제일 친한 친구는 어쩌면 그녀보다 더 수줍음을 많이 타고, 더 마음씨가 착한 데비였다. 리틀가이는 때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무례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겨우 두 살이었고,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노리는 아침에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배운 기본 지식으로 리틀가이에게 필드 하키를 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했다. 노리는 특별히 동생을 위해 나무 막대기에다 구부러진 곳에 화장지 속을 대어 테이프로 붙이고, 장식으로, 그녀의 사만다 인형에서 뗀 초록색 리본을 감아 하키 스틱을 만들었다. 그런데 리틀가이는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누나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노리는 집에서 만든 그 스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리틀가이--그래, 마음에 드니, 들지 않니?" 노리는 동생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하고 리틀가이는 즐거운 투로 말했다. "나는 저 스틱이 더 좋아." 그것은 노리의 진짜 스틱을 의미했다. "노리에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돼!" 하고 안에서 노리의 아버지가 소리쳤다. "노리는 특별히 너를 위해 하키 스틱을 만들었고, 그것을 장식하느라 초록색 사만다 리본 전부와 화장지 속까지 썼어." "미안해, 노리, 미안해, 노리." 하고 친절하고 귀여운 리틀가이는 심각한 작은 입과, 갈구하는 듯한 눈을 한 채로 누나를 쳐다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노리는 "고마워, 리틀가이." 하고 말했다. 그녀는 어떤 사람에 의해 화가 나거나 마음이 상한 후에 그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 느끼게 되는 열린 감정을 좋아했다. 그것은 종이처럼 구겨져 있던 불행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관용의 마음이 솟구치게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내 잘못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네가 정중하게 대답할 수 없게 복잡하게 질문한 것 미안해." "나도 마찬가지야."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내 S자형 트레일러 보고 싶어? 그건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어. 진흙 속에 빠져 있거든." 물론 리틀가이는 하루에도 백 번은 울었지만--그에게는 대략 여덟 가지의 우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 중 몇 가지는 귀를 멍멍하게 하는 것이었다--노리는 거의 우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몇 년 전, 누군가가 울고 싶게 하는 말을 하더라도, 울면 체면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는 것은 무척 창피한 일이다. 여자아이가 울보가 아니면 남자아이들은 그녀를 더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할 것이다. 제시카는 인조잔디 위에서 넘어졌을 때 울었다. 심하게 넘어져 동시에 두 무릎을 모두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리에게 무례한 말을 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때로 정말이지 무례한 여자아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시카는 사내아이들에 대해, 거의 십대 여자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혹은 반드시 십대가 아니라도, 그 이상의 나이가 든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무척 심각한 태도를 보였다. 어쩌면 그녀의 적이자 친구인 다니엘라 하딩이 콜린 디트에게 그녀가 하키 경기장에서 울었다는 얘기를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는지도 몰랐다. 이 학교에서는 모두들 노리의 옛날 학교에서만큼 많이 울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노리가 거의, 거의 울 뻔한 일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셸리 퀘트너가, 노리가 제이콥 류즈라는 이름의 사내아이를 얼마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다이엘라 하딩에게 했는데, 나중에 그녀는 줄곧 셸리 퀘트너와 한패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셸리는 다니엘라에게 "노리가 뭐라고 하든? 응? 응? 말해봐." 하고 물었다. 그리고 다니엘라가 그녀에게 모두 일러바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노리가 제이콥 류즈를 좋아한대!" 하고 말했다. 모두가 "그게 사실이야?" 하고 말했다. 그 즉시 제이콥 류즈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그의 연필통을 노려보았다. 노리 역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의 얼굴은 양쪽 뺨만 부분적으로 붉었고, 그래서 그녀는 구레나룻을 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그래? 정말 제이콥을 좋아하는 거야?" 하고 물었다. 노리는 그것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다. 정직이 때로는 최선의 방책이긴 하지만 다른 때에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때에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아니,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제이콥 류즈를 좋아하지 않아, 내가 뭣 때문에 걔를 좋아하겠니?" 하고 말한다면 제이콥 류즈는 비록 그 말을 듣게 되어 무척 안도는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얼마간 마음이 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경우 그녀는 즉시 '오, 거짓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하고 생각하며, '그래, 사실을 말하자면, 맞아, 내가 잘못 말했어, 나는 그가 좋아.'하고 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노리는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고통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노리는 "글쎄, 그는 좋은 애 같아." 하고 말했다. 줄리아 솔렌이 "네 얼굴이 빨개졌어!" 하고 말했다. "그래 알아." 하고 노리는 말했다. "다른 질문은 없지?" 그것은 너무도 끔찍했고, 노리는 순간적으로 '이건 너무해, 내 입술이 울음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느껴져, 나는 울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모두에게 셸리 퀘트너가 콜린 디트를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는 게 어때?" 하고 말했다. 그 말은 셸리가 누군가에게 한 말이었다. 노리는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하마터면 그렇게 할 뻔했지만, 곧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도록 하라, 라는 말을 생각해냈다. 노리는 더 이상 다니엘라 하딩에게 그녀의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노리가 실제로는 제이콥 류즈를 그다지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그는 미국의 사내아이들이 그러듯, 자신이 바비 인형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지루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그가 파멜라 셰이버즈를 놀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더더욱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데 '누구를 좋아하다, 마음에 품다(fancy)'라는 말은 영국에서 쓰는 말이었는데, 그것은 바보같고,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이었다. 하지만 만약 셸리가 "노리는 제이콥을 사랑해." 하고 말했다면 그것은 더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끔찍한 일을 경험한 것에 있어 좋은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이미 '노리가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어' 라는 말이 퍼진 곤란을 치른 후이기 때문에 노리가 로저 샤프리스와 같은 사내아이와 자주 얘기를 해도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 번은 장난을 심하게 치던 중 로저가 약간 심술이 나 지리학 얇은 책을 말아 노리의 옆얼굴을 때렸다. 그는 그것이 그토록 아프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잡지나 얇은 책을 말면 종이장을 만 것처럼 부드럽고 탄력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금속 파이프만큼이나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노리는 웃으며 "로저, 너는 내 눈에 멍이 들게 할 거야."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떻게 하지? 아, 어떡해, 아이들이 내 눈을 보게 될텐데, 눈물이 쏟아질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한 번은, 눈에 눈물이 고였을 걸로 생각하고 화장실에 눈을 살펴보러 갔는데, 실제로 거울을 보지 않는 다면 알 수도 없을 정도였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는 '아냐, 아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거야' 하고 생각했다. 로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착하게도 지리학 책으로 노리를 때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 두 가지가 지금까지 노리가 하마터면 울 뻔했지만 울지 않은 경우이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굴러요 노리는 한 살 때 보스턴을 떠나 팔로 알토에 있는 트럼펫 힐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노리가 보스턴과 그곳의 벽돌들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은 식구들이 다시 그곳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나중에 아프리카로 배를 타고 떠난 실베스터라는 고양이가 결혼을 해 쿠치라는 외동딸을 낳기 전이었다. 그것은 노리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가령 오래 전 선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헤엄을 치는지를 보기 위해--돼지들이 헤엄을 쳐 가는 방향에 육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바다 위로 돼지를 던졌다는 것을 알기 전이었다. 아니면 만약 어떤 고양이를 꼬리 없이 기르면 화장실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전이었다. 고양이에게 있어 꼬리는 화장실을 가는데 사용하는 감각기관이다. 꼬리가 없다면 고양이들은 개처럼 아무데나 똥을 눌 것이다. 한 살 때 노리는 팔꿈치라는 단어조차도 알지 못했다. 노리의 집에는, 훨씬 후에 노리가 뜰에서 처음으로 '팔꿈치(elbow)'라는 단어를 배우는 것을 찍은 비디오가 있었다. 실제로 노리가 보스턴에서부터 지녀온 유일한 것이라곤 욕조 안에서, 어머니가 다리를 면도하는데 사용하는 플라스틱 면도기를 집어들고 바라보다, 미처 알기도 전에 순식간에 베인, 코의 작은 흉터뿐이었다. 그 작은 흉터조차도 사라져버렸다, 거의. 그리고 이제 리틀가이는 '팔꿈치'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그는 "뛰어오르는 데는 팔꿈치가 도움이 돼!" 하고 말한 다음 실제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팔꿈치는 뛰어오르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그가 하는 대로 뛰어오를 경우 더더욱 그랬다. 그는 무척 높게 뛰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팔을 많이 움직였다. 하지만 리틀가이는 '발목(ankle)'이라는 단어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기들은 발과 발가락, 그리고 손가락에 해당되는 단어들은 무척 일찍 배우는데, 아기들이 그것들을 얼굴 가까이 대고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들은 눈과 코와 입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얼굴 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그들이 자신들의 발목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은 결코 없다. 그 단어는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좀더 약한 것이 된다. 그것은 물에 적셔진 아킬레스에 관한 이상한 신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물에 적셔진 것은 헤라클레스가 아니었다. 노리는 다른 고전 수업에서 그의 바른 이름은 아킬레스라는 것을 배웠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아킬레스가 완전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데 불만이었고, 그래서 아킬레스를 머리부터 먼저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스틱스 강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아 있지 않은 사람, 다시 말해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흘렀다. 어머니는 아킬레스의 발뒤꿈치 위쪽을 꽉 쥐고 거꾸로 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기가 무척 아프지 않았을까?' 하고 노리는 혼자 생각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손에서 놓칠 위험이 크지 않았을까?' 노리는, 무척 놀라 비명을 지르느라 얼굴이 빨갛게 되어, 한쪽 다리를 사납게 차대는, 한쪽 다리로 들려진 작은 알몸의 아기를 상상했다. 차가운 물은 그 불쌍한 아기의 숨을 헐떡이게 할 것이고, 거꾸로 있는 그의 콧속으로 곧장 흘러들어갈 것이다. 콧속에 물이 들어가게 되면 무척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만약 그 여신이 자신의 아기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자신이 직접 물속에 들어간 다음 아기의 허리를 안고 두 손이 옆으로 가게 한 후, 똑바로 들어, 물 속에 잠기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아이가 거의 물에 뜰 정도가 되면, 잠시 아기를 기울여 양손을 번갈아가며 물에 적실 수 있었을 것이다. 머리를 쥐는 것 또한 조심을 해야 한다. 발목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쥐기에 실용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고대의 사람들은 안전과 같은 것에 대한 조심성이 훨씬 덜했다. 오늘날에는 안전이 중요한 관심거리이지만 그 당시에는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하늘에 맡겼다. 노리가 처음 들어간 학교는 스몰 피플이라는 곳이었는데, 스몰 피플에서 아이들이 처음 배운 것중 하나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라는 안전 수칙이었다. 그것은 옷에 불이 붙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만약 달려갈 경우 불꽃은 더 세게 타올라, 3도 화상을 입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도 화상은 살갗이 숯처럼 까맣게 탔을 때를 말한다. "소방관의 모습을 보고 숨어야 할까요?"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아뇨." 하고 아이들이 말했다. "만약 그가 커다란 마스크를 하고 있을 경우, 여러분은 그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어야 할까요?"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아뇨." 하고 아이들이 말했다. "그러면 옷에 불이 붙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되죠?"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Stop, drop, and roll)." 하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노리는 처음에는 그 운율을 가진 말을 알게 된 것이 무척 기뻤다. 그 후에 그녀가 전학한 블랙우드 얼리 포커스 스쿨에서도 그 수칙을 배우게 되었다. 한 번은 소방관 세 명이 학교를 방문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너무 소란스러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한 아이가 계속해서 바닥을 굴렀다. 그래서 그에게 옷을 벗고 굴러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애는 멈추라는 말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노리의 부모님은 노리가 석달 동안에 G자 하나만을 배우게 된 것을 알고는 공립학교인 그 학교에서 딸을 데리고 나왔다. 석달 동안에 단 하나의 철자를 익히다니, 용납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노리를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 입학시켰고, 곧 알파벳은 노리의 머리 속에 주입되었다. 노리는 고대의 원숭이인 손오공에 대한, 중국어로 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방관이 담요 몇 장을 갖고 와 아이 둘에게 담요 한 장을 펼쳐서 바닥에 닿을 정도로 매우 낮게 들고 있게 했다. 담요는 화재가 났을 때 그 아래로 기어가야 하는 자욱한 연기 대용이었던 것이다. 기어가는 일을 즐거웠지만,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 이유는, 어떤 방에 있는데 연기가 너무 자욱해, 바닥 바로 위의 작은 층을 제외하고는, 창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상상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창문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창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진 카드를 테이프로 붙여놓으면 숨을 쉬는데 필요한 창문이 있는 곳을 알아내, 뜨거운 연기를 뚫고 나가 베개로 창문을 깬 다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옷에 불이 붙었을 때는 어떻게 할 거지?" 하고 소방관이 물었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 하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그것과 담배를 피우지 말 것, 마약을 하지 말 것,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지 말 것, 그리고 열대우림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 등은 모든 아이들이 끝없이, 계속해서 배우게 되는 어떤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한다. 그뿐만 아니라 TV 광고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온다. 아이들이 알아야 할 다른 것들은 이 세상에 없단 말인가? 가령, 다음과 같은, 안전에 관련된 것들은 어떨까: 네 어린 동생과 놀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건 그의 머리가 아주 단단해서 네 코를 부러뜨릴지도 모르니까. 또는 그 멋진 검정색 신발을 신고 달려서는 안돼, 그건 밑창이 무척 미끄럽기 때문이야. 또는 네 머리 위 선반에 있는, 나무로 만든 중국 장기판을 끌어내리려 해서는 안돼. 곧장 네 발가락 위로 떨어져 발톱이 진한 자주색으로 변해 떨어져나갈 수도 있으니까. 혹은, 무언가를 먹을 때 너무 세게 씹지 마, 그러다가 혀를 깨물면 무척 아프게 돼. 아니면, 가령 소금에 절인 고기, 혹은 안쪽층, 중간층, 치관으로 불리는 바깥층으로 된 이빨의 세 층에 대해, 혹은 금층, 은층, 그리고 청동과 같은, 다른 어떤 층으로 이루어진, 이집트 시대의 관의 세 층과 같은, 안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이집트인들은 그를 미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모든 사람이 미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백 명 중 열 명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왜 끝없이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를 외치는 대신, 그러한 질문에 대답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가? 오래 전 사람들은 통에다 다량의 소금을 재워 고기를 보관하곤 했다. 소금은 너무 짜, 고기를 썩게 하는 세균들은 그 구역질나는 맛 때문에 하고자 계획했던 것을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고기는 점점 더 짜져서 몇 달씩 상하지 않고 보관될 수 있었다. 스렐 주니어 스쿨의 역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그 이야기를 해줬다. 한 소년이 큰 소리로 말하며 방해를 하자, 선생님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너를 소금통에 절이겠다." 하고 말했다.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다. 또 한 번은, 블리드레너 선생님이 로저 샤프리스에게 "로저, 손가락을 콧속에 조금만 더 깊숙히 넣으면 네 손가락은 귀로 나올 것 같구나." 하고 말했다. 노리는 소금을 치는 것을 싫어했지만, 파르마산(역주―파르마는 이탈리아의 도시 이름) 치즈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면, 커다란 파르마산 치즈를 접시에 쏟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곤 했다. 식구들이 스파게티를 먹을 때면, 노리는 치즈를 먹는 것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뺨에 붙은 치즈 부스러기를 본 식구들의 반응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파멜라 셰이버즈는 파르마산 치즈 속에는 본래 소금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고 했다. 비스킷 역시 매우 짰다. 한 번은, 짓궂은 사내아이 두 명이 깡통에서인지 휴지통에서인지 빈 비스킷 봉지를 발견하고는 "오, 파멜라, 비스킷 봉지가 먹고 싶지 않니?"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봉지를 들어 그것을 눌렀고, 그것이 납작해지자 아이들은 웃었다. 하지만 노리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 섞인 소금과는 달리, 음식에 뿌려진 순수한 소금--짓궂은 작은 크리스탈들--에는 파르마산 치즈의 경우와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 야채에 뿌려진 설탕 또한 그렇다. 만약 노리가 당근이 든 냄비에 설탕이 들어갔다는 것을 모른다면, 그것은 그대로 좋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최근 들어 리틀가이는 모든 종류의, 뿌릴 수 있는 치즈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리틀가이와 노리는 각자 '엘리너'를 의미하는 'E' 와 프랭크를 의미하는 'F'라는 라벨이 붙은 소형 치즈 뿌리개를 가지고 있었다. 리틀가이는 부모님이 테이블 매너의 역사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 같은 것에 대해 얘기를 할 때면 치즈를 쏟아, 접시에 작은 언덕처럼 쌓아서 먹었다. 그런 다음 스푼을 핥아 그것을 끈적하게 해서는 치즈 속에서 굴려, 작은 치즈 조각들이 스푼에 달라붙게 했다. 어쨌든, 지금까지 스렐 주니어 스쿨에서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를 암시하는 얘기조차도 없다는 것이 크나큰 위안이었다. 불 속에서 그 말을 아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안전에 과한 좋은 충고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가령, 누군가가 앞문으로 탈출하기 위해 불에 타고 있는 나무조각 사이를 달려가려고 하는데, 잠옷에 불이 붙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경우 몸을 바닥에 던져 구르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바닥이 불에 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늘어나는 부드러운 잠옷을 입고 있을 경우에는 옷을 끌어당겨 목쪽으로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불이 붙은 잠옷을 입고 구르면 다리에 심하게 화상을 입을 게 틀림없다. 주니어 스쿨에서는 이미 두 번 화재 대피 훈련을 했다. 한 번은 예정된 것이었고, 다른 한 번은 실수에 의해서였다. 불이 났을 경우에는 학급 전체가 두 줄로 서고, 줄 맨 앞의 사람이 아이들 이름을 각각 불러, 그들이 줄을 섰는지를 종이에 기록하게끔 되어 있었다. 문제는 몇몇 아이들이 급히 도망을 친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그 아이들이 교실 뒤쪽에서 다쳤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미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느라 숨을 헐떡이며 인조잔디 위에 벌렁 드러눕거나 주저앉아 있을 경우에는 그들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만약 연기가 지독할 경우에도 아이들은 줄을 지어 몸을 엎드린 채로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해야 할 것인가? 주니어 스쿨의 드라마 수업은 무척 훌륭한 것임이 밝혀졌다. 드라마 수업 시간에는 사내아이 하나와 여자아이 하나가 짝이 되었는데,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죽는 것을 배웠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끓는 기름을 부으면 다른 아이는 끓는 기름이 자신에게 부어졌을 때 보이게 되는 행동을 연기해야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역할을 바꿨다. 드라마 교사는 무척 훌륭했다. 첫째주에, 아이들은 총에 맞아 죽는 연기를 배웠는데, 그들은 가짜로 넘어지는 것을 연습했다. 선생님은 무척 달콤한 목소리로 "오 맙소사, 오늘 내게 슬프고도 슬픈 일이 일어났어. 나는 너무도 슬퍼, 내 장난감총도 잃어버렸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그것 없이 쏠 수밖에 없어!"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겨냥해 "빵! 빵! 빵! 빵! 빵" 하고 말했다. 모두들 총에 맞아 죽는 시늉을 했다. 가짜로 넘어지는 시늉을 하기 위해서는, 일어서서 바닥에 닿을 정도로 한쪽 무릎을 구부려 넘어지며, 머리를 돌리고, 한쪽으로 넘어져, 팔을 짚으며, 꼼짝 않고 죽은 척하면 되었다. 그것을 천천히 하기는 쉬웠지만, 진짜 죽어 넘어지는 것처럼 빨리 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에, 드라마 수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 시간에는 짧은 희극도 했다. 두 사람이 술집에 갔는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술을 마시고 싶냐고 물은 후 그에게 다른 어딘가를 보라고 했다--"오, 저기 있는 재미있는 메뉴판을 봐, 아주 재미있지 않아."--그런 다음 그는 작은 붉은색 알약으로 된 독을 술에 섞었다. 먼저 노리가 스테판의 술에 독을 탔는데, 그는 바닥에서 괴롭게 뒹굴었고, 결국 노리는 그가 어딘가를 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삐는(sprain) 것은 접질리는(strain)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데도 많은 아이들의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후 노리가 독을 마실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는 술을 마신 후, 그것이 독이 든 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공주의 역할을 했다. 공주는 많은 사악한 자들이 그녀의 가족으로부터 왕국을 뺏으려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리는 배가 쓰라린 것을 느끼고는 몇 분 내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얹고, 바닥 위로 다를 뻗은 채로 살며시 눈꺼풀을 깜빡이며 죽었다. 하지만 드라마 수업 시간에, 불에 타는 듯한 빗속에 갇히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하는, 끔찍한 재앙에 대한 노리의 비밀스런 생각 중 하나에 고나해서 연기를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노리가 그 생각을 그녀의 마리아나 이야기 중의 하나에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웅장한 집이라기보다는 웅장한 성 같은 옥스버그 홀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뜨거운 비에 관한 이야기 마리아나는 불과 여덟 혹은 아홉 살 때 인도에 사는 사람 스무명중 한 명만이 겪는 일을 경험했다. 그것은 뜨거운 비였다. 마리아나는 전에 사하라 사막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마리아나는 여러번 여행을 갔었는데, 그것은 그 여행들 중 하나였다. 마리아나는 그곳에서 여름 동안 지낼 집으로 오두막을 한 채 지었다, 아니 실제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었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듣지 못한 것은, 혹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비가 너무너무 뜨거워 그것을 맞게 되면 손가락이 검정색 혹은 검은 자주빛으로 타버린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마리아나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틀림없이 다른 때를 택해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리아나는 작고 끔찍한 비행기에서 내려 사하라 사막의 오렌지 빛이 도는 노란 모래 위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리아나가 제일 먼저 알게 된 것은 그곳에 엄청나게 많은 뱀과 도마뱀, 그리고 그밖의 다른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리아나는 자세를 낮춰, 부드럽고 편안한 모래 위를 굴렀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로부터 5분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밤새도록 줄기차게 내렸다. 끔찍했다. 그것은 불타는 듯한 뜨거운 비였다. 다음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동안 마리아나는 집을 찾아 헤매며 걸었다. 마리아나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하라 사막에서 빠져나가 집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이와 관련해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은, 마리아나가 집 안에 들어갈 수도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리아나의 주위에는 그녀를 뒤따르는 사나운 뱀들뿐 그녀는 혼자였다. 마리아나는 모래 위로 걸음을 떼었다. 발자국은 세찬 빗자국 때문에 지워졌다. 실제로 하늘에서 무척 뜨거운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막의 열기 때문에 차가운 비가 어느 지점 아래 떨어지는 순간, 그것이 끓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물들은 이리저리 땅 속으로 서둘러 숨었다. 마리아나는 그들과 함께 땅 속으로 들어가 몸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리아나의 몸이 너무 컸던 것이다. 천천히 걷던 마리아나는 이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뜨거운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더 쓰라려 왔다. 마리아나는 비가 뜨거운 얼음 조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기다려'하고 마리아나는 생각했다. 마리아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거대한 우박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리아나를 기쁘게 했다. 그래서 마리아나는 누워, 다음날 아침 또한 첫날 아침만큼 좋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하며, 따라서 이것이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는 잠을 청했다. '내게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마리아나는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모래 위에 누웠는데, 이번에는 행복했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막 눈을 감으려 하는데 뭔가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리아나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물론 마리아나는 전에 많은 작은 여자아이들을 보았지만, 이 여자아이는 지치고, 굶주리고, 더럽고, 뜨거운 비와 우박 때문에 눈이 멀어 있었다. 여자아이는 날카로운 선인장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혔다. 마리아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리아는 '어떻게 저 아이를 이곳에 머물게 할 수 있지? 나는 아팠고, 외로웠지만 뜨거운 비와 우박 속에서 저 아이처럼 눈이 멀지는 않았어. 맙소사, 나는 누군가가 나타나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나는 가서 저 아이를 구해야 해.' 하고 생각했다. '나는 저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해. 그렇게 해야 해.' 마리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들어올렸다. 심하게 뛰던 아이의 심장이 정상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이는 진정이 되었다. 처음으로 아이의 눈이 떠졌다. 아이는 행복한 눈으로, 순수한 기쁨이 반짝이는 눈으로 마리아나를 쳐다보았는데, 마치 '당신이 나를 구해줬어요, 마리아나, 당신은 좋은 일을 했어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나는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해줘야 하는 일을 한 것뿐이야' 하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아이를 쳐다보았다. 마리아나는 걷기 시작했다. 이제 마리아나가 내딛는 걸음은 더 무겁고 불편했다. 하지만 아이는 마리아나에게 전혀 짐이 아니었다. 마리아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이의 눈물뿐이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는데, 그것은 고통이 아닌 행복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리아나는 그토록 끔찍한 상황에서 그렇게 어린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마리아나가 예측한 대로 뜨거운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첫날처럼 끓는 듯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비는 뜨거웠고, 아니 두 여자아이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여자아이는 고통으로 울었는데, 아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무척 고통스러워 보이는 마리아나의 얼굴을 보고 울었다. 하지만 이제 마리아나는 혼자가 아닌 사막의 일부가 되었다. 마리아나와 같은 많은 다른 사람들이, 어른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그들중 하나를 끌고 가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리아나는 세 살짜리 아이와 육십 먹은 노인을 데리고 갈 만큼 강하지 못했다. 마리아나는 선인장 하나에서 숄을 발견했다. 마리아나는 그것을 떼어 어린 여자아이의 몸에 감싸 주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마리아나는 또 다른 숄을 발견해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마리아나는 끔찍한 비를 막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좀더 빨리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는 숄 속으로도 스며들었다. 마리아나는 그 끔찍한 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무거운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고, 그 해에 가장 좋은 자리만 차지하고, 걷는 대신 비행기를 탄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마리아나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인도에서 말리나 공주를 위해, 단단하고 무거운 철제 양동이를 들고, 가는 나무와 막대기들로 가득한 장소를 걸은 적이 있었다. 결국 마리아나는 호주머니 칼을 이용해 선인장 속에 구멍을 내 그 속으로 속이 빈 막대기를 찔러 넣으려 했다. 마리아나는 막대기 속을 빨았는데, 그 때문에 입을 심하게 데었다. 살갗이 검은 어떤 동물이 선인장 위에 죽어 있었는데, 마리아나는 막대기를 그 선인장에 찔러 넣었다. 그때 마리아나는 물을 구할 방도가 없었고, 자신은 꼼짝없이 사막에 갇혔으며,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여자아이가 말했다. "나를 데리고 가지 말아요. 당신은 집에 도착한 후에도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한 장소를 찾아야 해요." 그리고 아이는 마리아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당신한테는 선인장이 좀더 나은 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가시 때문에 그것은 당신을 더 심하게 벌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쉽게 그것을 잘라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를 돌봐야 하는 또 다른 벌을 받지 않아도 될 거예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마리아나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마리아나는 여자아이를 그대로 죽게 버려 둘 수가 없었다. 마리아나는 아이를 두고 가면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더 빨리 걷기 시작했고, 뜨거운 비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마리아나의 얼굴에서 너무 뜨거워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마리아나의 땀은 피로 붉게 변했다. 여자아이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처럼 보이는 마리아나의 얼굴의 피를 보고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마리아나는 여자아이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울지 마, 얘야, 울지 마, 울면 네 소중한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게 돼." 여자아이는 눈물을 닦았다. 눈물을 닦는 것을 보고 마리아나는 자신의 얼굴과 그것이 얼마나 쓰라린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리아나는 얼굴에 손을 대어보았다. 더한 고통이 느껴졌고, 어린 여자아이가 본 것은 마음속에서나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마리아나는 고통을 본 것이었다. 얼굴은 무척 부어 올랐고, 마리아나는 그것을 손으로 만졌다. 공기로 가득 차 무척 얇아진 살갗이 터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보는 것은 힘겨웠고, 마리아나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이제 마리아나는 거의 집 가까이 왔다. 물론 마리아나는 집을 볼 수 없었지만, 절반은 온 상태였다. 십 마일만 더 가면 되었지만, 마리아나는 발이 너무도 쓰라렸다. 마리아나의 머리칼은 거의 붉게 염색이 되어 있었다. 마리아나는 걷고 또 걸었고, 무척 피로했다. 여자아이는, 마리아나가 아이를 처음 들어올렸을 때처럼 다시 마리아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아이의 뺨은 부어오르긴 했지만 얼굴은 더 행복해 보였다. 아이는 현명해 보였다. "저 선인장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이는 마리아나가 본 것중 가장 큰 선인장 하나를 가리켰다. 마리아나는 뒤로 물러섰다. 마리아나는 고통과, 마리아나가 안고 가는 무거운 아이, 그리고 뜨거운 비에 대해서도 잊어버렸다. 그것은 마리아나가 아기였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마리아나는 커다란 세쿼이아 나무(역주--미국 캘리포니아산의 거목)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 나무는 멋지고 아름다운 집을 짓느라 잘렸지만, 마리아나의 마음속에서는 잘려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오스트레일리아의 그곳에 서 있었다. 이제 모래는 점차 얕아졌다. 그것은 나나 당신에게는 더한 고통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마리아나에게는 집을 의미했다. 그것은 그 어린 여자아이를 안전하게 데려와 새 부모님을 찾아주거나, 아니면 만약 아직 죽지 않았다면 옛날 부모님을 찾아주고, 집에 가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음속으로 마리아나는 그들이 죽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나는 당신에게 그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마리아나는 다른 어떤 것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나는 이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어. 이 여자아이는 내 아이가 되는 거야, 나는 아이를 돌볼 수 있어' 하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아이는 마리아나의 마음을 읽었다. "당신은 이제 내 어머니예요."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내 부모님은 죽었어요." 아이는 그 말을 현명하게, 세 살짜리도, 나이 든 사람도 아닌, 마리아나의 진짜 어머니가 말하듯이 말했다. 마리아나는 이제 아이의 어머니인 오스트레일리아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여자는 길고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이제 마리아나는 그 아이에 대한 다른 어떤 것도 깨달았다. 여자아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었던 것이다. 이제 마리아나는 그녀가 본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 아이를 팔에 똑바로 안고 꽉 껴안았다. 마침내 마리아나는 나무로 지은 그 집에 이르게 되었다. 집을 보자 기적처럼 마리아나는 행복해졌다. 마리아나는 아이를 현관에 있는 긴 의자에 눕혔다. 마리아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를 껴안았다. 그런 다음 마리아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잠이 들었다. 부모님은 마리아나를 살며시 들어 침대로 데려갔다. 마리아나는 편안하게 잤다. 마치 이십 일의 밤과 낮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 마리아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그 아이를 길렀고, 그들 둘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리아나의 놀랍고도 끝없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실패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 무한히 지속되는 삶에 대한 관념은 한편으로는 성당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생겨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면에서 무척 훌륭한 영화인 "끝없는 이야기"라 불리는 영화로부터 기인했다. 그 영화의 훌륭한 점 한 가지가 그것이 2부로 이루어진, 예외적이고도 드문 영화이며, 두 번째 부분이 기본적으로 첫 번째 부분만큼이나 흥미롭다는 데 있었다. '끝없는' 과 '무한히 지속되는' 은 그러한 것을 표현하는데 적당한 단어이다. 그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이라고 말할 때처럼 지속되기 때문이다. 노리는 마리아나의 끝없는 삶으로부터 몇 가지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것들은 글로 쓰기에는 너무 길었고, 그래서 노리는 후에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억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것들은 분명 섬뜩한 색채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은, 만약 사람들이 깨어 있을 때 뇌의 은밀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섬뜩한 것이라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제공하는 섬뜩함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두려워하게 되는, 그런 류의 섬뜩함이었다. 한편 밤에 우리의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기로 결정한 무시무시한 것들은 전혀 다른 것이다. 꿈이 비하여 우리가 일부러 생각해 낸 것들은 무척 성가신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들은 원하는 두려움의 정확한 한계만큼 두려움의 원천으로 작용할 뿐이며, 따라서 그것들이 그 한계를 넘게 되리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서 실패하게 되는 요소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실패함으로써 좀더 나아질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뜨거운 비 이야기에 대해 노리가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젠가 비가 아주 가볍게 내릴 때, 얼굴에 핀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이다. 톡, 톡, 톡, 하고 떨어지는 무척이나 가벼운 비는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 너무 작아 아주 빨리 떨어지는 날카로운 비의 작은 방울들이 좀더 크고 좀더 부드러운 빗방울을 비껴 내리는 것이다. 다른 한 번은, 블리클링 홀에서 돌아오던 중, 노리는 아주 작은 펠리시티 인형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어린 동생에 관한 것으로 끝이 났는데, 그것은 차 안에서 동생인 리틀가이가 잠에 빠져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섬뜩한 것이지만, 노리가 얘기한 것중 어쩌면 가장 섬뜩한 것이 뜨거운 비에 관한 이야기만큼 섬뜩하지는 않다. 에라라는 여자아이와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 에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에라는 동생과 함께 블리클링 홀 근처의 아름다운 오두막집에 살았다. 집은 너무도 멋졌고, 모든 것은 완벽했다. 에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완벽했으며, 결코 화를 내는 일이 없었고, 항상 그들에게 잘해 주셨다. 에라는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야외놀이를 마친 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에라는 끔찍한 진흙 속으로 넘어졌다. "오, 안돼! 예쁜 드레스를 망쳐버렸어. 오, 안돼." 에라는 울기 시작했다. 에라는 도랑에서 일어나 어머니한테로 뛰어갔다. "오, 얘야, 네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버렸구나. 자, 네게 새 드레스를 하나 만들어 주고, 그 드레스는 기워야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고마워요, 엄마." 하고 에라는 말하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에라는 절을 한 것이었다. 에라는 책가방을 벗어 제자리에 걸은 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아직 퇴원을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아버지는 퇴원을 하셔서 식당에 계신단다. 식당에 가면 아버지를 뵐 수 있을 거야." 에라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에라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에라는 아침 내내 놀이를 했다. 하지만 드레스에 진흙이 묻은 것으로 그날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에라는 온갖 상품들이 가득 찬 가게에서 나와 여덟 살 된 동생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에라는 동생을 내려놓았다. 열세 살 된 에라는 숙제를 하기 위해 딴 곳으로 갔다. 에라의 어머니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에라는 자신의 옷을 가지러 다른 방으로 갔고, 한 달 전쯤에 다쳐 아직도 걸을 수 없는 아버지는 식당에 그대로 계셨다. 에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거실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동생이 천천히 성냥을 한 개피씩 꺼내고 있었다. "오 안돼!" 하고 에라는 말했다. "도와주세요, 안돼!" 그리고 에라는 그에게서 성냥을 낚아챘다. 하지만 에라가 동생이 쥐고 있는 성냥을 낚아채는 순간 성냥개비가 성냥갑을 긁었고 불이 났다. 에라는 성냥갑을 떨어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어머니는 에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세탁물을 부엌으로 가져가느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빨래를 둘러쓰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야!" 하고 에라는 소리치며 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성냥갑에 걸려 넘어졌고, 동생은 다리를 심하게 데었다. 에라는 재빨리 동생을 옮겼지만, 다시 그의 위로 넘어졌다. 에라는 다시 동생을 일으켜 세워, 불로 인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그와 함께 달려나왔다. 에라는 칼을 밟았고, 칼은 에라의 신발 뒷굽을 찔렀다. 오, 에라는 두려움에 질려 달려나갔다. 그것은 끔찍했다. 그들은 신발에 묻은 눈이나 똥을 털어내는 곳에서 넘어졌다. '오 안돼!' 하고 에라는 생각했다. '내 불쌍한 동생, 엄마, 아빠.' 걸음을 옮길 수 없는 아버지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불행히도 그 불 속에서 돌아가셨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고, 에라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이제 동생은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에라는 그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동생은 다시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오, 에라는 그 고통을 자신 또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에라는 말했다, "오, 예야, 울지 마, 울지 마." 그리고 에라는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에라는 그의 얼굴의 고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에라의 말을 잘 들었고, 누나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했다. 에라는 조용히 그를 안고 갔다. 에라는 쉽게 그의 얼굴의 고통을 볼 수 있었다. 에라는 동생이 울음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 얘야, 울어도 괜찮아." 에라는 작은 눈물 방울이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생은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에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 누나, 나는 걸을 수 있어." 하고 동생이 말했다. "넘어지지 않을까?" 하고 에라는 말했는데, 그것은 그가 상처를 입어 간신히 걸을 수 있었고, 자칫 넘어질 수도 있어서였다. 에라는 조심스럽게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제 에라의 하얀색과 갈색 드레스는 피로 얼룩 져 있었다. "오, 안돼." 하고, 에라는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에라는 사랑스런 동생을 데리고 천천히 접수창구로 걸어갔다. "오, 안돼." 에라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제 보기에도 끔찍한 자신의 머리칼을 빗었다. 머리 뒤쪽으로 가 있던 곱슬머리가 앞쪽에 와 있었다. 이제 그것은 것의 똑바로 내려와 있었다. 에라는 겁이 났다. 에라가 겁이 날 때면 항상 머리칼은 똑바로 내려왔다. 어쩌면 머리칼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땀인지도 몰랐다. 동생은 겁에 질려 있었다. 의사들이 그를 데려갔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 사람들은 에라의 하얀 단정한 드레스도 멋진 머리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라의 드레스에 묻은 피와 진흙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에라는 돈이라곤 없었고, 무척 가난하게 되었다. 에라는 어떤 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에라는 슬퍼하며, 그 돌에 어머니 이름을 새기려고 했다. 에라는 그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돌은 진흙으로 덮여 있었고, 그래서 에라는 진흙 위에 메시지를 새겨 넣으려고 애를 썼다. 에라는 계속해서 걸었고, 나흘을 동생 없이 보냈다. 마침내 에라는 그 병원으로 가 동생을 만났다. 다행히도 동생은 나아 있었다. 곧 다시 동생은 야생딸기를 따고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고, 그들은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에라는 어디든 그 애를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너구리에 관한 이야기 조금 노리의 삶에서 한 가지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영국에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리는 미국에 사는 제일 친한 친구인 데비가 무척 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아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편지 쓰는 것을 게을리 한다. 또 다른 한 가지 슬프고도 불공평한 것은 노리가 데비를 아주 짧은 동안만 가장 좋은 친구로 사귀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데비를 영국에 오기 전에, 지난 이 년 정도 만났을 뿐이었다. 데비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데비가 자신의 인형들과 이야기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어떤 각도로 기울이면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는 봉제 새끼 고양이 인형이 네 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끝없이 계속되는 놀라운 상상력을 갖고 있다. 노리와 데비는 끝없이 계속되는 게임인 사만다 게임을 함께 했다. 그 게임에서는 사만다와 그 게임에 참가하는 다른 모두에게 재앙이 연이어 일어났다. 한 번은 사만다가 램프갓에 발이 매달렸는데, 그것은 퍼라는 이름의 개가 그녀를 태워죽이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퍼는 사실 무척 좋은 개였는데, 데비가 자신의 동물중 가장 좋아하고 함께 잠을 자기도 하는 개 인형이었다.(데비는 팬더 역시 좋아했지만 팬더는 오히려 수집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나쁜 역할을 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나쁜 떠돌이가 준 알약을 먹고 곧 못된 개가 되었다는 상상을 해낸 것이다. 그 결과 개는 일시적으로, 아주 끔찍한 존재가 되었고, 새끼 고양이와 사만다를 죽이고 싶어했다. 개는 데비가 함께 잠을 자는 사랑스런 동물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위해 나쁜 존재가 된 것이다. 모험심 강한 네 마리 새끼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두 마리밖에 없는 척하고, 퍼로 하여금 잠들게 하는 두 번째 알약을 먹게 함으로써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잠에서 깬 퍼는 다시금 옛날의 다정한 개가 되었다. 데비와 함께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즐거웠다. 데비를 알기 전 노리는 이야기들을 혼자서 했다. 그녀가 언제 어떻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지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노리는 목욕을 하거나, 아니면 거울을 보며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로, 작은 이야기 조각들로 시작해 이야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상황들이기 때문이었다. 노리에게는 목욕을 하는 동안 수백 가지 모험을 즐기는 고무로 된 너구리가 있었다. 노리는 쿠치를 가지고 놀 수는 없었는데, 쿠치는 헝겊 인형으로 물에 젖으면 안되었다. 사라 로라 마리아 너구리는 노리가 발견했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길 옆에 누워 있었다. 사라는 추위에 떨고 있었고,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노리와 실베스터는 그 너구리를 입양했는데, 곧 그 어린 너구리는 그들의 잃어버린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래 전 한 마녀가 그들의 아기를 뺏아갔던 것이다. 마녀는 어느 날 구운 치즈 샌드위치에서 나는 김에서 나와 그들의 사랑스런 아기를 뺏아갔고, 그들은 가슴이 무너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가슴이 무너진 채로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았고, 결국 어느 날 길가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는 좀더 나이든 어린 너구리를 발견했다. "우리는 얘를 입양해야 해요, 얘는 우리가 오래 전 잃어버린 사라 로라 마리아와 너무도 닮았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좀더 생기를 차린 어린 너구리는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다. 어린 너구리는 부모와 함께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사악한 마녀가 나타나 자신을 데리고 갔지만 다행히도 마녀의 눈에 소금을 던진 후 마녀의 보트에서 뛰어내렸고, 인어들이 너구리를 그들의 성으로 데려가 보살펴주고, 인어 너구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구리는 마녀와 함께 있을 때에는 무척 야위었었지만 이제 해조류 샐러드를 먹고 살이 포동포동해졌다. 그리고 이따금--우연히 배 위의 누군가가 던져줄 때면--옛날에 먹던 맛있는 감자도 먹을 수 있었다. 어린 너구리는 인어들과 함께 살려고 최선을 다했고, 아프리카 근처에서 발견되는 해초로 만든 멋지게 늘어진 긴 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너구리는 본래 땅위에서 사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인어들을 몇 번씩이나 껴안으며 고맙다는 말을 한 후 손을 흔들며 해변으로 헤엄을 쳐 갔다. 그곳 해변에서 산책을 하던 부부가 어린 너구리를 발견했다. "여보, 이 너구리가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겠어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요, 여보." 하고 남편이 말했다. " 이 아이가 우리의 귀여운 아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갖고 놀고 싶어할지 궁금하구려." 슬픈 마음으로 그는 위층으로 가 잡동사니들이 든 상자를 갖고 내려 왔다. 그 안에는 피셔 프라이스 메인 스트리트와 세트로 된, 우편함에 넣을 수 있는 편지 다섯 장과 서로 맞출 수 있는 발포 고무 퍼즐 세트,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이 있었다. "제게는 이 인형밖에 없었어요." 하고 어린 너구리가 말했다. "바로 이 인형만요." "그게 사실이니?" 하고 부모는 놀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하고 그들은 놀라워 했다. "네 이름이 뭐지?" "사라 로라 마리아요?" 하고 아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오래 전 마녀가 뺏아간 우리 딸 이름인데!" 하고 부부가 말했다. "저 역시 마녀가 훔쳐갔었어요." 하고 아이는 수줍어하며 말했다. "너는 우리 딸이야! 오, 이리 오너라, 오 이럴 수가!" 그리고 그들은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 후로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다. 중국의 수도승 그렇게 노리는 데비를 만나기 전 혼자서 이야기들을 했었다. 데비는 이야기를 되는 대로 나아가게 할 줄 아는 멋진 친구였고, 노리 혼자서는 쉽게 지어낼 수 없는, 사만다를 위한 재앙들에 관해 이야기를 꾸며낼 줄 알았다. 데비는 얼굴이 아주 아주 넓었고, 길고 검은 머리칼은 반짝였고 완벽했는데, 그건 그녀의 부모가 중국인과 필리핀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데비는 영어와,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 줄여서 ICMS라 불리는 곳에서 배운 표준 중국어밖에 하지 못했다. 노리와 데비 중 누구도 표준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광동어는 하지 못했다. 하지마 함께 뭔가를 그릴 때면 그들은 중국어 선생님이 가르쳐 준 '나무아미 토보'라는 노래를 표준 중국어로 부르곤 했다. 그 노래는 다음과 비슷했다. 요 아이 요, 레 아이 레, 논 아이 로, 논 아이 로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의 신발이 부서지고, 그의 모자가 부서졌다' 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중국어 선생님이 해석한 내용은 그랬다. 문제는 그들의 선생님이 영어라곤 거의 모른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신발이 찢어지고, 모자가 찢어지고, 몸에 걸친 모든 것이 찢어졌다'로 해석했다. 그 노래는 한 미친 수도승에 관한 것이었다. 가장 좋은 부분은 '나무아미 토보'라는 소리였는데, 그것은 그 수도승이 요술을 하는데 사용한, 부처에게 드리는 기도였다. 그는 부처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지공이었다. 그는 비록 수도승이긴 했지만 무척 자유로웠다. 노리는 아직도 그 노래를 자주 불렀다. 몇몇 중국 노래들은 무척 멋진데, 어떻게 그 노래들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과거에 알았던 많은 한자들을 잊어먹고 있었다.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무'를 의미하는 나무 목 혹은 '물을 뿌리다'를 의미하는 등등. 이제 그녀는 한자를 쓰지 않았다. 비록 시니어 스쿨에는 몇몇 중국계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스렐 주니어 스쿨에 다니는 그녀의 반 아이 중 중국계는 없었고, 그래서 누구도 한자가 무엇인지, 핀 옌이 무엇인지, 그리고 부수를 쓰는 차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노리의 부모는 스렐에서 노리를 위한 중국어 가정교사를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노리는 토요일 아침에도 학교를 가야 했고, 숙제가 많아, 하루밖에는 쉴 수 없었다. 만약 일요일에 중국어 가정교사가 온다면 노리는 지쳐 '오, 내 불쌍한 주말!' 하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매주 주말에 성이나 궁전에 갈 시간조차 없어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옥스버그 홀에서, 공주가 머물며 바느질을 한 탑의 높은 곳에서 그들은 정부의 검사관이 냄새를 맡고 왔을 때면 가톨릭 사제가 숨어 있었어야 했을 벽돌로 지은 작은 장소를 보았다. 따라서 중국어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어쨌든 노리는 세상의 모든 문자들을 알 필요는 없으니까. 노리가 이만큼의 중국어를 배우는 데도 사 년이 걸렸는데, 그것은 어른이나 좀더 나이든 아이가 그 정도를 배우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서는 긴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노리는 중국어만큼 어렵지는 않은 프랑스어를 배우는데는 약 이 년 정도가 걸리 걸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프랑스어는 멋지면서도 어려웠다. 디(Dix)는 무척 의미있는 단어였다. '그것은 이미, 의미 있는 방식으로 10을 의미하고 있어'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처음 '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오, 이런, 그런 텐(ten)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달라'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것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십을 의미했다. 그리고 저(Je)는 'I'보다 나은 '나'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어떤 언어도 쉽지 않았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쁜 실수였다. 영어는 어쩌면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였다. 음운에 있어서 중국어는 영어보다 훨씬 쉬웠다. 하지만 노리는, 아프리카의 어떤 언어들은 어떤 점에서 그만큼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 언어들은 1, 2, 3, 4, 5, 6, 7, 8, 9, 10, ...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것들의 숫자 체계에는 무한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것들은 하나, 둘, 셋, 그리고는 '많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령 "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라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것은 넷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스물 다섯을 의미하는가? 팔로 알토에서 그들의 이웃집에 살았던 사람은 일 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는데, 그는 노리에게 숫자들에 관한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데비에게 했다. 그것을 들은 데비는 그게 사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럴 경우 그들은 어떻게 전화번호를 갖고, 뭔가가 얼마 하는지 알 수 있단 말인가? 가령 당신이 가족과 함께 봄베이에 있는 작은 인어를 보러 갔는데 입장권을 파는 사람이 유리창에 뚫린 작은 구멍 사이로 "어른 둘하고 아이 둘인가요? 많은 달러입니다."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라! 달러 혹은 히클, 혹은 굼봅, 혹은 봄베이 사람들이 달러를 일컫는 다른 말로. 많은 달러라고! 그런 몇 달러를 의미하는가? 노리는 데비가 일리 있는 지적을 했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데비는 무척 똑똑했고, 피아노를 포함해 많은 것들에 재능이 있었다. 누군가가 가장 친한 친구를 한 명만 꼽으라고 했을 때, 데비는 최상의 의미에 있어 항상 훌륭한 친구였다. 특히 데비는, 베르니스가 자신의 '진짜' 친구와 함께 살겠다는 무례하고 야비한 이야기를 했을 때, 친구로서 더 돋보였다. 베르니스에게는 은색 인어 그림이 그려진 칼라 치아 고정 장치(역주--치열 교정기보다 단순한 형태의, 고르지 못한 이빨을 교정하는 기구)가 두 개 있었다. 데비에게는 '데비'라는 은색 글씨가 적힌 치아 고정 장치가 있었다. 데비가 자신의 치아 고정 장치를 노리에게 주었을 때 노리는 그녀의 반의 누구보다도 치아 고정 장치가 많았다. 그것은 오래 전 아이들이 치아 고정 장치를 하나씩 얻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아! 나는 치열 교정의가 될 거야, 그리고 사람들을 위한 치아 고정 장치를 디자인할 거야' 하고 노리가 생각한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리는 치아 고정 장치 위에 커다란 이빨을 드러낸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디자인할 것이었다. 만약 리틀가이가 치아 고정 장치 하나를 필요로 할 경우 그녀는 증기 기관차로 이빨을 그려줄 것이다. 그 경우 사람들은 그 이빨을 턱 주위에서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열차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영국에서는 전문적인 치열 교정의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학생들 중 누구도 치아 교정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빨에 관한 보고서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을 위한 치아 고정 장치를 디자인하겠다는 생각이 노리가 이빨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주제 전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흥미롭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의 베릴 선생님 반에서 그녀는 '이빨' 이라는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그 보고서에서 그녀가 쓴 것중 한 가지는 수세기 전, 끔찍한 치통을 보여주기 위해 조각된, 이삼 인치 정도 되는 이빨 모형에 관한 것이었다. 그 커다란 상아 이빨에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여러 가지 그림과 비슷한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당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그림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발명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스테인드 글라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않고, 그냥 주위를 둘러보며, 아, 솔로몬 왕에 관한 이야기군, 알겠어, 하고 생각했던 과거의 상황과는 정반대이다. 상아는 모형 이빨로서의 제격이었다. 상아가 코끼리의 이빨이기 때문이다. 모형 이빨에는 이빨이 쑤시는 끔찍한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서인 듯 두 개골을 불 속에 집어던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떤 극적인 이빨 수술 모습처럼 여겨지는, 어떤 여자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모형 이빨에는 돌쩌귀가 있었다. 그것은 열 수 있게 되어 있는 상자였다. '만약 그 안에 캔디를 보관할 경우 두 개골이 불 속에 처넣어지는 끔찍한 그림이 조각된 것을 보고는, 아냐, 나는 아직은 그 레몬 캔디를 먹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캔디를 덜 먹게 될 거야.'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또한 그 보고서에서--어쩌면 그것은 그때까지 그녀가 베릴 선생님의 반에서 한 것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노리는 이빨층 도해를 그렸다. 수년 동안 그녀는 '이빨에는 층이 있는 게 틀림없어, 틀림없이 있어야 해, 그것은 동일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을 수 없어' 하고 생각했었다. 오랫동안 노리는 긴가민가 했는데, 백과사전에서 이빨 도해를 따라 그리면서 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기뻤다. 노리는 뭔가에 층이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지구, 나물의 줄기, 대기 등에는 층이 있다. 그리고 콩커에도 층이 있다. 콩커는 초록색의 뾰족뾰족한 바깥층과 열매 자체를 구성하는 무척 반짝이는 멋진 층을 갖고 있다. 콩커는 무척 귀한 테이블이나 의자의 손잡이와 같은 것에 쓰이는 가장 좋고 가장 부드러운 목재가 되는데, 익워스 하우스와 같은 훌륭한 궁전은 바닥이 조각된 콩커로 되어 있었다.(그것은 증기 엔진의 도움으로 약간 곡면으로 굽어져 있었는데, 그 사실에 리틀가이는 기뻐했다.) 그리고 그 층 안에는 이빨의 신경과도 같은, 콩커의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 때로 이중 콩커가 발견되기도 한다. '콩커(cnker)'는 영국인들이 마로니에나무를 일컫는 말로 아주 적당한 표현 같다. 그 이유는 갑자기 그것이 사람들의 머리를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역주--'conk'는 때린다는 의미임). 추수감사절 축제 때 성당 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모두 거리를 가로질러 갔는데, 노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금방 떨어진 마로니에 열매들을 발견했다. 그 열매들은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이 와서 주워가기 때문에 무척 보기 힘들었다. 사람들 모두는 그들의 성당 안에 있는 짧은 동안 더 많은 마로니에 열매가 떨어진 것을 보고는 정말로 행복해했다. 미사를 보는 동안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꽃이라곤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나무라곤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노래는 "농부들의 좋은 것들을 땅 위에 뿌리죠, 하지만 그것들에 물을 주는 것은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이죠, 그렇지만"으로, 그런 다음 노리가 기억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그런 다음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들을, 그리고 그 분은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시죠."로 이어진다. 영국인들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중국인들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영국인들이 노래를 하는 방식에서는 한음표를 길게 끌어야 했고, 음표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다. 영국인들은 노래를 할 때 무척이나 높은 목소리를 냈는데, 그 노래들은 영국식 액센트로 노래하게끔 되어 있었다. 따라서 열 명이 넘는 아이 중 한 아이가 미국식 액센트로 그 노래들을 부를 경우 그것은 불협화음이 되었다. 때로, 아이들이 중국어 시간에 꽃을 따는 노래를 부를 때 베르니스는 치아 고정 장치가 입에서 반쯤 튀어나온 채로 노래를 했다. 그것은 무례하면서도 혐오스런 것으로 중국어 선생님을 노발대발하게 했다. 그 때문에 한 번은 베르니스는 교실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교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벌은 영국에서는 없었다--영국에서는 대신 수업이 끝난 후 남아 있어야 했다.) 또한 베르니스는 치아 고정 장치가 반쯤 입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에서 아기처럼 말을 했다. 한 번은 그 애가 그것을 너무 꽉 깨물어, 부러진 치아 고정 장치 반이 입 뒤쪽과 연결되는 콧속으로 들어가, 의사가 와서 빼내야 했다. 만약 의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영원히 그대로 있으면서 괴롭혔을 것이다. 데비는 자신의 치아 고정 장치를 씹는 것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애는 여러 면에서 무척이나 상냥한 여자아이였다. 데비의 치열 교정기는 데비의 입을 더 커 보이게 했고, 그 애에게 있어 머리칼을 제외하고는 가장 눈에 띄는 점인,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 애의 전체 얼굴은 무척 넓었다. 노리는 자신의 얼굴이 한 방 얻어맞고, 눌려지고, 오그라든 작은 얼굴이라고 느껴졌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노리가 거의 모든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데비와 다른 아시아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 오그라든 것 같아 보였다. 노리는 자화상을 그린 뒤 '이런, 머리 양쪽이 약간 찌부러졌군, 하지만 괜찮아' 하고 혼잣말을 했으나, 그것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그런 다음 노리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흠, 찌부러진 얼굴을 그린 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군.' 하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노리가 예쁜 아이라는 말을 했고, 때로 자신이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자랑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짓이었다. 부모님이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녀가 예쁘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말해도 괜찮았다. 만약 엄마, 아빠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러게 말했다면, 다른 아이들을 어색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한 느낌으로 앉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전학한 학교인 스렐 주니어 스쿨에서, 어느 날 썸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각각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의 첫 문단을 적어보라고 했다. 노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했다: "마리엘은 머리칼이 갈색이고, 눈이 갈색이며, 키가 사십삼 인치 되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이 갈색이며" 라는 말을 쓴 후에 그녀가 쓰고 싶었던 말은 그 아이가 사십삼 인치가 아니라 "작은 공주"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어떤 것이었다. 그 작품에서 여자아이는 학교를 구경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눈이 맑고, 재치있고, 조용한 작은 여자아이'로 행동한다. 물론 정확히 그러한 단어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 장면에서의 느낌은 그랬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서 작은 공주 역할을 하는 여자아이는 노리와 약간 비슷했다. 노리는 그녀를 대신하는 마리엘이 '조용한 어린 여자아이로, 대부분의 경우, 무척 조용하고 신비스러워--혹은 정말로 신비스럽지는 않지만, 신비스러운이라는 단어의 의미로부터 약간 거리를 둔다면, 또한 "작은 공주" 속의 그 장면에 좀더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거의 신비스러운 여자아이' 였다고 쓰고 싶었다. 하지만 노리는 그 어떤 말도 쓰지 않았다. 마리엘이 비록 자신과 이름이 다를지라도, 노리는 지금 자신에 관해 쓰고 있으며, 이 경우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이 일종의 자기 자랑처럼 여겨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따돌림 받는 파멜라 현실에서, 노리의 학교에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있었다. 그들은 치열 교정기는 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노리는 그들이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 친구가 되기는 어려웠다. 그들이 한 사람인 것처럼, 동시에 그들 둘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따라서 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그것은 정중하지 못한 것이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은 한 사람에게 얘기를 한 후 즉시 다른 한 사람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쌍둥이 중 하나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그러면 다른 쌍둥이가 어떤 질문을 하고, 아이들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 그런 다음 아이들은 그 쌍둥이에게 과외 시간에 탁구를 할건지 아니면 프랑스식 뜨개질을 할건지 질문한다. 그러면 그 쌍둥이는 과외 활동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다른 쌍둥이에게도 과외 활동에 대해 물어야 한다. 그들은 대체로 같은 것을 하지만, 정확히 똑같을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때로 아이들은 어느 쌍둥이가 무엇을 물었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설사 아이들이 원치 않더라도, 그것은 '만약 네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면, 너는 내게 두 가지 질문을 하는 셈이야' 와 같은 어떤 것이 될 것이다. 쌍둥이들은 대체로 동일한 친구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아이들이 어느 쪽과 얘기를 하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둘 모두 마음씨가 착하고 재미있고, 둘은 무척 닮아 보이고, 진한 금발에다, 달콤한 미소를 짓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한쪽과 얘기하는 것이 다른 쪽과 얘기하는 것만큼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결국 노리는 그들과 친구가 되지 못했다. 쌍둥이들은 지난해부터 만나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끼리만 대부분 어울려 놀았다. 때로 그들은 노리에게 약간 짜증을 내기까지 했으며, 그럴 필요가 있을 때만 친구인 척했다. 한 번은, 그들은 파멜라 셰이버즈를 골탕먹이는 여자아이들 무리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파멜라 셰이버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모두가 비웃고 조롱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녀는 한 학년을 월반했고, 그래서 나이는 5학년이었지만 6학년 반에 있었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파멜라는 옷을 갈아입는 방에서 숙제장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느라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상급반 여자아이들 네 명이 그것을 화장지로 써버렸다고 말했다. 그것은 별로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쌍둥이들이 짓궂은 일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파멜라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언니 쌍둥이가 "파이를 구우면서 그것을 구운 건 아니겠지?"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는 열차를 놓치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만해, 너희들은 왜 파멜라를 못살게 구는 거니? 그만해, 그만해!" 하고 소리쳤다. "오, 오, 네가 얘 친구니?" 하고 여자아이 하나가 노리에게 말했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너는 미국에서 왔어, 네 발음이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을 모르고 있구나." "그래, 나는 미국인이야, 나는 미국식 발음을 해." 하고 노리가 말했다. "한 가지 알려줄까, 네 발음은 끔찍해, 너는 바다사자처럼 짖고 있어." 그 말은 들은 아이들은 낄낄거렸고, 그로 인해 노리는 유명해졌고, 그 여자아이를 화나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파멜라가 자신의 숙제장을 좀더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결국 그녀가 그것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파멜라가 자켓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누군가가 그것을 숨겼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미친 듯이 찾았지만,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무례한 이야기들만 할 뿐이었다. "글쎄, 우리는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것을 저 문앞에 있던, 침을 질지 흘려대는 늙은이에게 줬는데, 그는 그것을 옥스팸(역주--빈민 구제 기관)에 줘버렸어." 파멜라는 계속해서 "나는 열차를 타야 해!"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걸로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파멜라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거기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노리는 아직까지는 완벽했다, 그녀는 결코 운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울지 않을 것이다.) 파멜라는 자켓을 입지 않고는 갈 수가 없었는데, 더파스 선생님이 문 옆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란색 코트를 입지 않으면 더파스 선생님은 목덜미를 붙들어 다시 교실 안으로 내던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파멜라는 코트를 찾아야만 했다. 노리는 그녀를 도와 코트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뒤졌고, 마침내 배낭을 쌓아놓은 곳 아래에서 찾았다. 노리는 "여기야, 파멜라, 여기 네 자켓이 있어."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구겨져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그 위를 밟고 다닌 것이다. 노리는 파멜라가 먼지를 털어내는 것을 도와주었다. "고마워." 하고 말한 후, 파멜라는 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달려갔다. 그녀는 몸을 구부린 채로 달렸는데, 그녀의 배낭이 캥거루처럼 폴짝거렸다. 파멜라는 보도 위로 시선을 내리깐 채로 갔다. 행복한 여자아이라면 그렇게 하고 갈 리는 없었다. 영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것이 드러난 친구인 키라 또한 노리가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을 못마땅해 했다. 학기 초, 노리가 또다시 식당에서 주니어 스쿨 건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렸을 때 파멜라는 노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노리는 자신이 철자법에 있어서만큼이나 방향감각이 둔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서로 연관이 있는지 몰랐는데, 그것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failure'라는 단어를 발음해야 할 때 그것이 'faleyer' 인지 아니면 'fayelyor'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음의 선택에 있어 북동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남서쪽으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방향 감각은 너무도 엉망이어서 정보기술 수업 시간에 네 번씩이나 그녀의 비행기를 추락시켰다. 아이들은 키보드의 키의 배열에 대한 공부를 끝내고, 이제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지도를 보고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했다. 그런데 노리는 그 지도를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비행기는 별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러면 불빛들이 번쩍였는데, 그것은 그녀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잠시 후 그녀는 추락했다. 그날 노리는 너무도 여러 번 추락해 그것에 대한 나쁜 꿈을 꾸기까지 했다. 그렇게 노리의 방향 감각은 형편없었다. "너는 구제불능이구나, 그렇지 않니?"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안녕, 숙녀님들, 그리고 해파리 친구들!" 하고 말할 때와도 같은 친절하면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그 말을 듣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어쨌든, 노리가 방향 감각을 잃고는 두리번거리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을 때, 파멜라는 노리가 도움을 청하자, 교실로 돌아가는 길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놀리거나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아주 자연스런 일로 치부하며, 노리와 사이좋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멋지고 모호한 대화를 나누었다. 또 한 번은, 다니엘라 하딩이 시계 뒷면에 다니엘라 하딩을 의미하는 'D H'를 긁어 새기려고 했다--하딩은 어떤 점에서는 분명 짓궂은 아이였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는 시계 등을 긁기 위해 노리의 컴퍼스를 빌렸다. 노리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 기분 좋았기 때문에 기쁘게 빌려줬다. 노리는 컴퍼스에 연필을 끼워두었는데, 한 시간 후에 다시 돌려받았을 때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실제로 그 컴퍼스는 '컴퍼스 세트'로 불리는 것이었고, 두 갈래의 날은 '컴퍼스의 팔'로 불렸다.) 노리는 제도 연필과 함께 다른 연필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이 유일한 연필이었다. 그때 파멜라는 친절하게도 그녀의 연필 한 자루를 빌려 주었고, 그녀가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도와주었다. 노리는 곱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자리 수가 나올 때면 수를 하나씩 더해야만 했다. 파멜라는 그것이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설사 파멜라가 노리에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다 하더라도 노리는 파멜라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 가만 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멜라도 다른 모든 아이들과 똑같이, 매일 학교에 와 자신의 하루를 비참하게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파멜라는 시간이 없어 부모님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리는 부모님께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들은 노리가 파멜라를 보호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파멜라가 곧장 선생님한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그러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파멜라는 무례하지도, 누구의 말에 끼어들지도, 자만심에 차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모두에게 완벽할 정도로 잘 대해 주었다. 우연히 한 아이가 그녀를 못살게 굴자 다른 아이들 모두가 그것을 따라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행동에 아이들이 그녀를 골탕먹이게 하는 어떤 점이라도 있단 말인가? 파멜라의 얼굴은 귀여웠다--어쩌면 뺨이 약간 둥근 편이었고, 이빨이 얼룩다람쥐처럼 약간 튀어나와 있었다. 아니면 언젠가 한 번 남자애 둘이 무례하면서도 잔인하게 얘기한 것처럼 그녀의 얼굴이 쥐를 닮았단 말인가? 그 두 아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짓을 잘 하는 짓궂은 아이들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파멜라는 코가 납작했다. 하지만 다니엘라의 코는 그보다도 더 납작했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다니엘라는 제일 인기 있는 아이중 하나였다! 노리는 파멜라에게 "썸 선생님을 찾아가 말씀을 드려." 하고 말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지난해 어떤 일로 썸 선생님한테 갔는데, 선생님은 그녀가 하지 않았다고 말한 모든 것들을 그녀가 했다고 얘기했고, 그래서 그 선생님한테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노리는 "그렇다면 피어스 선생님한테 가봐." 하고 말했다. 피어스 선생님은 주니어 스쿨의 교장 선생님이셨고, 무척이나 좋으신 분이셨다. 그는 아이들에게 헥토르에 대해 읽어주신 분이셨다. 하지만 헥토르--아니면, 헥토르가 아닌 아킬레스--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 문제는, 처음에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였을 때에 오히려 훨씬 더 좋아할 만한 영웅이었다는 점이라고 노리는 생각했다. 그 후 전쟁을 겪으면서 그는 몰락하기 시작했고, 나쁜 사람이 되었다. 결말이 다르게 났어야만 했다. 그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수백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한 남자를 그의 마차 뒤로 끌고 가고, 텐트 안에서, 화를 내면서 다시는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좀더 나은 부분은 그에 앞서, 반은 사슴이고 반은 인간인 사람이 그를 돌보고 사슴 가죽으로 그를 먹여 살릴 때이다. 아니, 그 사람이 반은 사슴일 수는 없었다. 그가 사슴이라면 아킬레스에게 사슴 가죽을 먹였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식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이었다. 사슴 가죽은 힘을 내는 데는 훌륭한 것이었고, 튼튼한 심장과 건강을 위해서는 크림이나 설탕과도 같은 것이었다. 노리는 그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이야기에 고무된 그녀가 배트맨 표 자와 바비 표 연필에 관한 탐정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멜라는 "오, 아냐, 나는 피어스 선생님한테 갈 수 없어, 그렇게 되면 그가 썸 선생님한테 갈 게 틀림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집단으로 파멜라를 괴롭히는 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더 심해졌다. 키라는 계속해서 노리에게 "네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 하지만 파멜라와는 얘기하지 마." 하고 말했다. 키라는 "네가 파멜라와 얘기하면 할수록 너는 인기가 없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키라는 "그냥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 하고 말했다. 노리는 키라를 좋아했고, 당시 그녀는 누군가의 영향하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우정의 초기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노리는 이전에 비해 파멜라를 멀리했다.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점심 식사를 할 때 파멜라의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키라와 함께 보냈다. 노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이 파멜라를 돕고 있지 않으며, 어쩌면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다. 부모님은 무척 걱정스러워 했다.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마치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따돌림하기라고 불리며, 비록 그것이 누구를 때리거나 욕하는 것과 같이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조용히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짓으로 끔찍한 것이라고 부모님은 말했다.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학교의 누군가에게 얘기하기를 바랐지만, 노리는 파멜라가 누구도 그것에 대해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나쁜 것은, 키라와 같이 자신이 치사한 짓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짓이 전염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모님은 말했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쪽은 멍해지고 혼란스러워져,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휴식 시간에 노리는 파멜라 옆의 벽쪽에 앉았다. 키라는 화가 나 발을 쾅쾅 굴렀다. 그후 노리는 음악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키라를 발견했다. 노리는 "키라! 너는 찾느라고 정신없이 사방을 헤맸어! 나의 탈의실에도, 교실에도, 나무 아래도, 화장실에도 가봤어. 너를 찾느라 소변도 못 눴어. 앞쪽 들판에도 나가봤어!" 하고 말했다. 키라는 "오, 음, 그래." 하고 말했다. 그녀는 전혀 미안한 표정 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키라가 무척 소유욕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으며 자신만 돌보는, 성격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노리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우정이 손상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키라는 어떤 면에서 화끈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키라가 뭔가에 대해 화가 났다면 그녀는 노리의 넥타이를 잡아당기거나 할 것이고, 그러면 노리는 칼라깃에 닿아 목이 화끈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 둘은 곧 화해할 수 있었다. 노리가 다시 파멜라에게 친하게 대하자 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랄하게 비꼬는 말을 했다. "노리, 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니?" 노리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부모님이 그 말을 사용했었고, 그래서 키라가 파멜라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리는 "음--너는?" 하고 물었다. "아니."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그런 게 틀림없어, 그게 치과의사들이 하는 일이니까." "키라!" 하고 노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 후에도 그 일에 대해 생각했을 때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에서 "그냥 누군가를 도우려 하는 그 불쌍한 치과의사에게 어떻게 모욕을 줄 수 있지? 그건 네 잘못이야. 네게는 너의 구강이 있어. 너는 네 이빨을 닦아야 했어. 그러면 치과의사는 페이스트를 네 입 안에 넣어 펼치고, 서스티 씨는 네 입에 고인 침을 빨아내기만 하면 될 거야." 하고 말할 수도 있었다. 노리는 서스티 씨가 침을 빨아낼 때 내는 거품이 이는 것 같은 소리를 좋아했다. 서스티(역주--Thirsty 목마른이라는 뜻) 씨는, 그것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들리도록, 치과의사들이 쓰는 작은 구부러진 타액 흡수 튜브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럴 듯했다. 만약 그것을 입 안에 너무 오랫동안 넣고 있을 경우 입이 완전히 마르게 되는데, 그것은 흥미로운 실험이 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치과학 연구자는 그것을 시도해봤을 것이다. 노리는 혀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혀를 뺀 채로 있어본 적이 여러번 있었다. 만약 침대 위에서, 혀를 뺀 채로 충분히 오랫동안 있을 경우 혀는 완전히 말라, 다시 입 안에 혀를 넣을 경우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너무 자주 실험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이집트에 관한 책 한 권에는 혀를 내민 채로 한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미라의 그림이 실려 있었다. 미라가 발견되었을 때 그 혀는 바짝 말라 다섯 조각이 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그것을 붙여야만 했다. 그것은 검었고, 무척이나 혐오스런 것이었다. 군만두는 만들기 어려워 노리가 알고 있는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남자아이--콜린 셰어링, 콜린 디트, 그리고 콜린 라이즈만이 그들이다--중 하나가 노리가 파멜라와 시간을 보낸 후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약간 높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오호, 파멜라의 친구."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노리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대꾸할 수 있는 몇 가지 말들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경찰들 모두를 불러요, 경찰들 모두를 불러요, 교실 안에 굼벵이가 있어요, 그걸 치우도록 해요, 그걸 치우도록 해요." 트럼펫 힐 하우스의 뜰에는 굼벵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들을 하얀색의 작은 벌레들로 느릿느릿 기어갔는데, 전혀 보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발로 밟으면 그것들은 빨갛게 되었다. 만약 교실 바깥에서 콜린이 다가와 뭔가 기분 좋지 않은 말을 했다면 노리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노리는 어느 날 오후 그를 지렁이에 비유하는 대꾸를 했다. "오, 이런, 나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 맙소사, 너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거니?" 콜린은 나뭇잎을 발길로 차며 "그래, 너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지, 파멜라의 친구? 너는 별로 아는 게 없구나, 그렇지, 파멜라의 친구?"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턱을 치켜들고 딴 데로 가버렸다. 그것은 일종의 무승부와 같은 것이었다. 비록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모욕을 당하고 무례한 말을 할 때도 너무 심하게 해서는 안되었다. 화가 났을 때에도 너무 치사한, 모욕적인 심한 말로 대꾸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가령 노리는 앞어금니에 문제가 있는 아서에게는 그의 앞어금니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놀리기에는 너무 사실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콜린 셰어링은 귀에 분홍색 사마귀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놀려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아주 재빨리 말을 받아치는 게 중요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무례한 말을 한 사람이 기분이 흐뭇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시간을 좀더 끌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 콜린이 다가와 노리가 파멜라의 친구인 것에 대해 놀렸을 때 그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그래, 나는 파멜라의 친구야. 그게 무슨 문제가 되니?" 하고 말했을 뿐이다. 그것은, 콜린이 그 말을 했을 때 노리가 키라와 함께 서 있었다는 점을 빼고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악마 같은 콜린은 키라에게 "그리고 너도 파멜라를 좋아하지." 하고 노래를 하는 듯한 목소리로 놀렸다. 키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노리는 "아냐, 사실 키라는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아. 너는 아이들이 누구와 단짝인지 조금도 모르는구나."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파멜라가 근처에 있었는데, 어쩌면 노리가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 후 노리는 키라가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콜린에게 함으로써 파멜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후 얘기를 나눴을 때 파멜라는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노리는 엉뚱한 말을 하지 않도록 대꾸할 수 있는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리가 파멜라와 친하게 지내려 한 이유는 그 애를 돕는다는 것 말고도, 파멜라가 정말이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몇몇과 친하게 지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데에 있었다. 그리고 노리는 만약 자신이 그녀와 친하게 지낸다면 그녀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의 습관적인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파멜라가 결코 진정으로 친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서로 어떤 점에서 무척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이 계속 파멜라를 못살게 굴었으므로 노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실제 이상으로 그녀와 친한 것처럼 처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로 인해 노리는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파멜라와 함께 주니어 스쿨로 돌아가는 동안 그들은 무리없이 얘기를 나누었지만, 데비와 함께 있을 때 나누었을 얘기는 아니었다. 데비와 함께였다면 노리는 바비 표 신발을 '내 귀여운 포니' 말들에 신기고, 그것들의 갈기를 꽃으로 장식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데비는 '내 귀여운 포니' 말들을 무척 좋아했는데, 하이힐을 신고, 갈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열을 지어 선 인형들은 정말이지 멋져 보였다. 파멜라의 이야기는 주니어 스쿨에서 키라나 쟈넷 혹은 토비와 정신없이 웃어대며 나누는 얘기와도 달랐다. 그들과 얘기를 할 때면 누군가가 뭔가를 계속해서 얘기를 하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과 서로 경쟁적으로 해대는 이야기가 너무 우스워 말을 끝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멜라는 노리에게 그녀의 식구들 모두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의 삼촌과 숙모들, 조카들, 육촌 형제들, 그들이 말한 것들, 그들의 모습, TV에서 그들이 본 것들은 무척 재미있었다. 노리는 파멜라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지만 자세히는 하지 않았다. 노리는 자신의 가족이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리에게는 사촌이 넷, 대고모가 여럿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 둘은 처트니(역주--인도의 달콤하고 매운 양념)가 무척이나 혐오스럽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노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튀긴 닭이라는 말을 했을 때 파멜라는 자신은 튀긴 닭을 좋아하며, 그녀의 아빠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캡틴 치킨 유에스에이에 가서 튀긴 닭을 사가지고 온다고 말했다.(캡틴 치킨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처럼 간판에 "오, 당신은 영국인이죠, 당신은 차이를 알 수 없을 거예요." 라는 붉은 글씨의 선전문을 내걸고, 그것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착각이 들게 하려는 가게였다.) 노리는 서둘러 자신이 튀긴 닭을 좋아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옛날 학교인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닭은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이다. 그 학교에서는 닭이 커다란 호일 팬에 싸여 차갑게 식어 있었는데, 무척이나 검고 기름졌다. 노리는 "중국식 튀긴 닭을 너무 많이 먹어 더 이상은 닭다리를 먹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나머지 음식들은 무척 좋았어." 하고 말했다. 물론 껍질째 삶은 감자는 먹어보지 못했는데, 중국인들의 기본적으로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에 비해 감자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껍질째 삶은 감자는 유럽인들의 음식이다. 한 번은, 노리는 파멜라에게,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반 아이들 모두가 만두를 만드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척 어려웠다. 만두피는 작은데 고기나 다른 속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속을 너무 적게 넣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까다로운 일이었고, 걸핏하면 만두가 터져버릴 수도 있었다. 그것은 정말 어려웠고, 만두피는 계란으로 붙여야 했다. 파멜라는 만두가 뭔지 물었다. 노리는 그것이 고기를 채운 중국 음식이며, 잘못해서 그것을 깨물다가는 입이 데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옛날 학교에서는 한자를 쓰는 것 또한 배웠다고, 노리는 말했다. 파멜라는 웃으며 "한자라고! 한자를 쓰는 것을 배웠단 말야?" 하고 말했다. "그래." 하고 노리는 말하며, 그 흔치 않은 것을 할 줄 아는 것에 약간 우쭐해졌다. "우리는 그걸 해야 했어, 내가 다닌 학교는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이었거든. 우리는 하루의 절반은 중국에 관해 배웠어, 한자로 된 곱셈표로 공부를 했지, 기타 등등. 몇 자를 써 보여 줄까?" 파멜라는 좋다고 했고, 그래서 노리는 배낭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 다음 보도 위에 앉아 '하오' 에 해당되는 문자를 썼다. '하오' 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의 반은 '어머니' 에 해당되는 문자이고 다른 반은 '아이' 에 해당되는 문자인데, 그것은 중국인들이 어머니와 아이가 합해지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이 곁에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 곁에 아이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하오' 가 '좋은' 을 의미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한자로 그것은 다음과 같다. 노리는 그 종이를 파멜라에게 주었다. 파멜라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중국어로 7 곱하기 6은 어떻게 말하니?" 하고 물었다. 노리는 "리오 충 치 두 수 셰어 알. 7곱하기 6은 42라는 말이야." 하고 말했다. "오!" 파멜라가 감탄했다. "숫자를 안다면 그건 무척 쉽지." 하고 노리는 말했다. "2에 해당되는 한자가 어떻게 영어의 2에 해당되는 말로 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한자로 3에 해당되는 말이 어떻게 우리의 3에 해당되는 말로 변할 수 있었는지 보여줄까?" "그래, 하지만 다음번에 그렇게 해줘."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좋아." 하고 노리가 말했다. "자, 잘 가." "잘 가."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 그날 오후 노리는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스쿨에서의 모든 세세한 것들을 마음속에 다시 떠올리려 했다. 파멜라에게 그 얘기를 함으로써 노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곳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았던 멋진 학교였다. 그녀가 상급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알이라는 성을 가진 한 아이가 어떻게 독을 가진 벌레들로 가득찬 수영장에 노리를 밀어넣어 죽일지 자세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카알은 성격이 비뚤어진 소년이었는데 다른 애들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그 다음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해 초에 많은 아이들이 노리를 못살게 굴었다. 노리로서는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거의 유일한 때였다. 그것은 파멜라에게 느낄 수도 있는 감정과 연결짓는 것은 무척 심란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리는 '솔직히, 그 아이, 카알이 그 모든 비열한 말들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나를 조롱한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던가?' 하고 생각하려 애를 썼다. 노리의 기억 속에서 그때의 일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것이 오래 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계속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었다. 그보다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 와 같이 반복되는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너무 자주 반복되어 그런 일이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끝없는 이야기"라는 영화 속의 일부를 노리는 잘 기억하고 있었는데, 특히 돌로 된 거인과, 소년이 만난 적이 있는 하늘을 날고 있는 개와 같은 것이 그랬다. 그 영화 속에는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모으는 공주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그 소년이었다. 노리는 최근에 광고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어머니가 노리를 위해 빌린 다른 영화의 예고편에서 봤는지도 몰랐다. 그 중 일부를 마음속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다른 부분들은 어슴푸레했기 때문이다. 시작 부분에서 몇 명의 못된 아이들이 소년을 쓰레기 속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타고 다니던 말을 잃는데, 그 말이 중간에 늪에 빠져 죽기 때문이다. 그것은 "끝없는 이야기 2"일 수도 있었다. 노리의 아버지가 성당의 기념품 가게에서 사준 책자에는 그 부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진창이 된 길에서 떠다니는 모자를 보았는지 묻는다. 다른 남자는 "맙소사, 아뇨, 못 봤는데요, 왜죠?" 하고 묻는다. 그러자 첫 번째 남자는 "음, 그 모자 아래로 어떤 남자가 말을 타고 있지 않나 해서요." 하고 말한다. 차이니즈 스쿨에서 아이들이 못살게 굴었을 때 노리는 그에 대해 피스커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다. 피스커 선생님은 상급 초등학교에서 오후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아침에는 바이 라오 씨가 중국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피스커 선생님은, 나이 든 사내아이들을 상대하고 다른 일들을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오, 노리, 너는 어린애처럼 구는구나, 더 이상 그러면 안돼." 하고 피스커 선생님은 말했다. 선생님은 고자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사소한 것에 대해 고자질을 해서는 안된다, 큰 일에 대해서는 일러바쳐도 좋지만.' 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엄지손가락을 문틈에 끼게 해 다치게 했다면 말해야 한다.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닌 어떤 것이다. 노리의 부모님은 피스커 선생님이 나이 든 사내아이들에게 노리를 괴롭히지 말도록 지시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사내아이들은 노리를 괴롭히기를 그만 두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노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카알이 벌레들로 우글거리는 수영장에 그녀를 던져 죽일 거라는 말을 했을 때 그녀는 혐오스런 표정으로 "카알, 너는 살이 쪘어." 하고 말했다. 카알은 "글쎄, 네 엉덩이만큼 살이 찌지는 않았지." 하고 대꾸했다. 카알이 그 말을 했을 때 노리는 깔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 호!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호, 호! 내가 너를 웃게 만들었군!" 하고 말했다. 카알은 그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그것은 쑥스러운 승리였다. 때로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 멍청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알은 어떤 이유로 대놓고 노리를 미워했다. 그래서 노리도 카알을 미워했다. 하지만 그 해에 있었던 많은 것들을, 노리는 그 일만큼 잘 기억하지 못했다. 요즘 들어 노리는 ICMS에서 배운 것들의 차례를, 숫자 피라미드나 지리 퍼즐과 같은 작은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녀가 한 모든 작업들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반 아이들 모두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그 후 그 학교를 떠난 스테피라는 무척 착한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그 애는 생일 파티를 자기 집 수영장에서 했는데, 노리는 실수로 깊은 곳에 빠져 폐에 일 갤런 반의 물이 들어갔고, 잔디 위에 물을 토해내야 했다. 노리는 스테피에게, 버드나무 근처에서 노로 젓는 배에 타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어쩌면 그녀가 만든 최고의 포장지로 싼, 잔디 위에서 신는 작은 슬리퍼를 선물했다. 노리는 아직까지도 잔디 위에서 신는 그 슬리퍼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것은 유리를 입으로 불어 여러 모양으로 만드는 직공이 제작한, 메모지를 고정시켜 놓는 도구였지만 진짜 인형 신발로도 사용되었다. 노리는 자신 또한 그 유리 슬리퍼를 갖고 싶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멋진 것이었다. 하지만 스테피의 부모님은 라파이예트로 이사를 갔고, 스테피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하여 그것이 스테피와의 마지막 생일 파티가 되었다. 자신의 일생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기억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자 노리는 심란해졌다. 사람들은 좀더 나이가 들어 일어난 일과 지금--다시 말해 어제, 혹은 그저께, 혹은 지난 주--에 일어난 일밖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은 항상 현재 속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도 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작은 일들이 일어나며, 따라서 하루가 끝날 때면 그것들의 목록을 작성할 수도 없다. 뭔가가 그 일들을 상기시켜 주지 않을 경우 그것들을 추적할 수조차 없게 된다. 가령 누군가가 '오늘 아침 네가 자를 떨어뜨린 것이 기억나니?' 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그걸 기억한다. 하지만 곧 그 기억을 뒤죽박죽이 된다. 이제 당신은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가령,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었던 기억과 같이. 어떤 사람들은 아기들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리는 어느 날 아침 리틀가이에게 오래 전 배꼽에서 나온 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래. 엄마 뱃속에는 모든 것이 있었어. 그 안에는 증기 기관차라고 불리는 것도 있었어. 뱃속은 증기 기관차로 가득 차 있었어. 증기 기관차와 트루로 시(역주--영국 남서부 콘월 주의 도시), 로드 섬, 말라드, 증기 기관차가 그려진 그림, 장난감 증기 기관차, 트램폴린 등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것들로 가득 차 있었어." 라고 말했다. 물론 노리의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장난감 기차는 없었다. 아마 그는 내장 기관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는 음식을 실은 화물 열차가 그의 주위에서 소화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노리는 적어도 세 살 때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정말 애석하다. 리틀가이는 아직 세 살도 되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몇 가지 조각들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의 일들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여덟 살, 일곱 살, 그리고 다섯 살까지는 기억할 수 있었지만 그 이전의 일들은 모호했다. 노리는 네 살 때, 인어로 분장한 생일 파티를 기억할 뿐이었는데, 그것은 당시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몇 번씩이나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리는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 매년 한 살이 더 먹을 때마다 그녀는 부모님께 말했다. "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가 기억나세요? 이제 다섯 살에서 여섯 살이 된다고 내가 말했죠? 내가 여섯 살 때, 이제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된다는 말을 한 게 기억나세요? 내가 일곱 살 때, 이제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된다는 말을 한 게 기억나세요? 그런 다음 여덟 살에서 아홉 살이 된다고 말한 게? 이제 나는 아홉 살에서 열 살이 될 거예요." 그리하여 매년 연도의 목록은 조금씩 길어졌지만, 노리는 그런 식으로 그 목록을 말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했다. 열세 살이 되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열세 살이 되면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므로, '열두 살 이하의 어린이는 이것을 볼 수 없습니다' 라는 커다란 간판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노리가 매년 기억에 떠올린 또 다른 한 가지는 부모님께 갚지 않은 약간의 돈에 대한 것이었다. 노리가 차 안에서 동전 몇 닢을 찾아내고는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부모님이 인형의 옷을 사라고 준 돈 중 남은 것, 나중에 집에 도착하게 되면 갚을 거라고 말한 후 갚지 않은 돈, 자신의 돈으로 살 거라고 했지만 지갑을 갖고 있지 않아 부모님한테서 빌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남은 돈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리는 한 주일 동안 그것에 대해 깜빡 잊고 있다가 그 다음주에 생각이 났지만 다시 한 주일을 깜빡 잊었다가 다시 생각이 나는 식이었다. 결국 노리는 금액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 액수에 다른 액수가 더해졌다가도 빼지기를 되풀이했기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노리는 골치가 아팠고, 그래서 '그래, 내가 크면 수백 달러를 갚을 거야, 그렇게 하면 내가 빌린 돈 전부를 갚을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 후면 노리는 빌린 돈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다. 토끼에게 있어서의 문제 밤에 나쁜 꿈을 꾸지 않도록, 가필드를 읽거나 모조 음식을 진열한 박물관을 세우고, 작은 접시 위에 모조 빵을 얹은 계획과 같은 어떤 행복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따금 악몽을 꾸게 되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쿵! 나쁜 영상들이 떠오른다. 무서움에 떤다. 도망을 치고, 잠에서 깨어나, 숨을 헐떡이며, 침대 위에 누워 있는다. 노리의 가장 최근의 악몽은 어느 날 식구들이 산책을 하다가 수백 마리의 토끼들의 구멍 속에서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본 후였다. 그렇게 멋진 것을 본 후 어떻게 악몽을 꿀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악몽을 꾸기를 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성당 근처의 '수도사의 무덤' 이라고 적혀 있었다. 따라서, 비록 묘석이 완전히 사라지긴 했지만, 수도사들이 아직도 그 아래 묻혀 있을 수도 있었다. 꿈속에서 노리는 처음에는 수도사였는데, 매일같이 두건을 쓴 채로,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노리는 커다란 하얀 통에 든 샐러리를 주었다. 토끼들은 무척 행복해했다. 한데 토끼 가족은 눈언저리가 짓무르는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다. 노리가 매우 정성스럽게 보살폈지만, 그것들은 죽어갔다. 그녀는 숲속에서, 항생제로 쓰이는 노란색 꽃을 찾아냈다. 하지만 노리도 죽었고, 그녀는 수도사의 묘지에, 잔디 아래 묻히게 되었다. 얼마 후 토끼들은 병이 나았고, 점점 더 자라나,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서 노리는 토끼가 되어 있었고, 땅을 파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그녀는 뭔가 전혀 다른 어떤 것을 파들어가게 되었다. 이 하얀, 바삭거리는 게 뭐지? 우! 그것은 다름 아닌 뼈였다. 흙이 떨어져내렸고, 그녀는 거대한 지하 묘소에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시체의 가슴뼈를 파고들어갔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시체는 수도사의 것이었다. 노리는 오그라든, 보기에도 끔찍한 그 시체를 덮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체는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노리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있었고,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졌다. 그녀는 북동쪽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행기는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졌고, 노리는 낙하산을 타고 떨어져 기절했다. 토끼들은 낙하산이 저절로 땅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는 '아하! 죽은 수도사의 시체를 덮기에는 안성맞춤이군!'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빨로 낙하산을 물고 당겼는데, 그로 인해 낙하산의 줄에 칭칭 감겨 있던 노리 또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노리는 땅속에서 깨어났는데, 토끼들이 그녀 주위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낙하산 밑의 그녀 옆에는 뭔가 부피가 크고 신경 쓰이게 하는 어떤 것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낙하산을 옆으로 젖혔는데, 거기에는 눈과 입이 활짝 벌어지고, 검은 혀가 튀어나온, 섬뜩한 죽은 얼굴이 있었다. 그 순간 노리는 잠에서 깼다. 그것은 꿈을 꾸다가 깨기에는 좋은 순간이 아니었다. 노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금엉금 화장실로 갔는데,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거울 위에 달려 있는 전구가 나가, 가로등 불빛밖에는 비치지 않았고, 그래서 노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방으로 가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손을 뻗어 노리의 팔과 손을 꼭 쥐고는 중얼거리는 졸리운 목소리로 "안됐구나, 아가야,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해봐,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잘 자라, 내 아기, 사랑해." 하고 말했다. 그녀는 입술로 키스할 때의 소리를 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노리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그래서 침대 커버를 보며 '아냐, 혼자서는 결코 이불 속에 들어갈 수가 없어.' 하고 생각했다. 노리는 몸을 돌려, 다시 부모님의 방으로 가 "이 침대에서 자면 안되나요? 아직도 무서워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리틀가이는 두 살이 넘어서까지 그들의 침대에 들게 했지만 노리를 그 침대에 재운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마 이따금 그들은 아침에 노리가 방에 들어와 침대 속에 드는 것은 허용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담요를 들며, "들어와, 들어와," 하고 말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노리는 행복했다. 노리의 아버지가 일어나 "내가 데려다 주마." 하고 말했다. 그는 노리를 침대에 데려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일도 없어, 모든 게 괜찮아, 밝은 햇빛이 비치는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렴. 스플래쉬 마운틴이나, 부채들로 가득찬 방이 있는 박물관에서 차를 마시거나, 옥스버그 홀에서 들판을 바라보는 것. 아니면 데비와 함께 스프링클러 속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 같은 것 말이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무척 무서워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책 읽어도 돼요?" "지금은 한밤중이야." 하고 아버지가 말했다. "생각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잘 자거라, 내 귀염둥이."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그녀는 불을 켠 다음 독서 경연 대회에 대비해 읽던 책을 조금 읽었다. 주니어 스쿨에서는 독서 경연 대회를 열었는데 상금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에 달려 있었고, 그 상금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노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암탉 한 마리가 여행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암탉이 타고 가는 각각의 다른 탈것마다에 어떤 나쁜 일이 생겼지만, 결국에는 그 일이 해결되는 내용의 책이었다. 암탉은 타르를 깐 새 도로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되어, 하마터면 타르를 평평하게 고르는 기계에 깔릴 뻔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구출해줄 때마다, 암탉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 사람을 위해 공손하게 알을 하나 낳았다. 한 번은, 누군가의 망가진 헬멧 속에 알을 낳았다. 그 책의 제목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암탉"이었다. 노리는 너무도 피곤해 그 친근한 암탉에 관한 책마저도 읽고 싶지 않았지만, 아직 잠이 오지 않아 계속해서 읽어야만 했다. 너무 끔찍한 꿈을 꾸다가 잠을 깬 후 금방 다시 자면 나쁜 꿈은 다시 이어져 끝내 결말을 짓게 될 것이 분명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십이분에서 십삼분 정도 더 깨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악몽은 저절로 사라지고, 그 대신 좋은 꿈을 꾸게 되는데, 그건 뇌가 나쁜 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음, 그 나쁜 꿈을 다 꾸려면 끝이 없을 거야, 그러니 다음 꿈으로 넘어가야지, 그래, 모조 음식은 아주 재미있을 거야, 모조 음식에 대해 꿈을 꾸도록 하자.' 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노리는 애를 썼지만, 끝내는 한순간도 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마음을 먹었다. '책을 읽지도, 잠이 들지도 않을 거야, 그냥 생각을 할 거야, 그렇게 하게 될 거야, 나는 생각을 할 거야.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떠오르면 얼른 그것들을 바꿀 거야.' 악몽은 토끼(풀밭 위에 죽어 누워 있는 머리를 포함해)를 보는 것, 혹은 성당의 지도를 보는 것처럼 단순하고 평범한, 즐거운 일상사들을 끔찍한 것으로 바꿔놓는다. 따라서 나쁜 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시 좋은 어떤 것으로 바꿔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쁜 것 역시 원래는 좋은 것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꿈속에 등장한 죽은 사람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해, 가만히 앉아, 잘 생각을 해보는 거야' 하고 혼잣말을 했다. 노리는 다시 꿈속으로 조금 되돌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그래,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보았다. 죽은 수도사는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그는 무서운 마스크를 쓴 채로 깊이 잠이 들어 있었을 뿐이었다. 실제로 그 수도사는 공주처럼 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피부가 크림처럼 하얗고, 입술은 나무딸기처럼 반짝였으며, 긴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마스크를 쓰고, 찢어지고 썩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들--물론 용감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벗는 것을 도와준 노리를 제외하고--무서워했다. 노리는 마스크를 벗겼고, 그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은 혀는 씹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가면에는 그것이 튀어나오게 하는 작은 스프링이 달려 있었다. 공주는 노리와 함께 병든 동물들을 돕기 위해, 수세기 동안 그곳에서 노리를 기다렸다. "너를 놀라게 해 미안해, 내 아가야." 하고 공주가 말했다.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 그들은 함께 토끼의 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 후 몇 달간 노리는 공주로부터 동물들을 돌보는 것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리가 부러진 개가 있었지만, 특별한 하얀 천으로 부러진 부분을 감싸주자 다음날 아침까지 말끔히 나았다. 부러진 뼈에는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 그리고 약목 골절이라는 세 가지가 있다. 공주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공주는 응급치료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약목 골절은 뼈가 휠 수 있는 막대기처럼 구부러져 이상한소리가 나긴 하지만 따로 떨어져나가지는 않은 경우를 말한다. 단순 골절은 뼈가 두 부분으로 갈라져, X--레이를 통해 뼈의 두 끝을 볼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복합 골절은 뼈가 살갗을 찢고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복합 골절은 좋지 않은 것인데, 어쩌면 의사조차도 보기를 꺼릴 것이다. 노리의 옛날 학교의 제이슨은 어딘가를 오르다가 단순 골절상은 입은 적이 있었다. 날다람쥐들은 그 위에서 뛰어내리곤 하지만 너구리들은 좀더 조심을 한다. 다행히도 그러던 중에 노리의 생각을 좋은 꿈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왜 누비이불을 만들지 않지? 노리가 악몽을 꾼 후 무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머리를 비우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무척 피곤한 상태로 힘들게 일어났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았다. 노리는 쉽게 눈을 떴고 곧 미술실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일은 열고 닫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 입체 비행기 책을 만들거나, 나선형으로 진흙을 말아 찻잔을 만들거나--리틀가이가 마지막으로 만든 노리의 찻잔을 부쉈기 때문이었다--옷을 갈아 입히며 인형들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프렌치와 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박테리아의 여러 가지 모험에 관한 코믹 만화 "두 박테리아"를 그리는 것 등등이었다. 노리는 그 아이디어를 이빨 위에 서 있는 어떤 박테리아 사진이 실린, 이빨에 관한 책에서 얻었다. 박테리아 중 하나는 "이봐, 이봐, 이곳은 상아질을 파고들기에는 완벽한 지점인 것 같아." 하고 말한다. 노리는 이불 속에 누워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날 할 수 있는 일, 즉 그림 그리기와 발명하기, 그리고 그밖의 다른 프로젝트 등에 대해 생각했다. 노리는 리틀가이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용해 퍼즐로 가득한 책자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증기삽 솔로몬을 몰고 진창을 지나 건설 현장까지 갈 수 있는지 보라'와 같은 말이 적힌 미로 게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버몬트의 버링턴에 사는 사촌 이렌느와 함께 노리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관한 책을 만들고 있었다. 이미 노리가 쓴 프로젝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었다. '나무를 만들어서, 당신이 뭔가 좋은 일을 할 때마다 그 일에 대해 적은 카드를 나뭇가지 위에 매달도록 하자. 그것은 당신을 좀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노리는 그러한 나무를 만들어, 그 위에 카드를 매단 적은 없었지만, 그것은 훌륭한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 만들기: 준비물: 마분지 자 펜과 연필 가위(얇은 마분지를 위한) 두꺼운 마분지를 위한: 칼(도움을 청할 것) 깨끗한 공간 종이 한 장과 테이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른 한 사람. 1. 얇은 마분지나 두꺼운 마분지를 꺼내 세로가 4.7인치, 가로가 1.1인치 정도 되게 자른다. 2. 종이 위에 마분지를 놓고, 연필로, 가로를 따라 인지 혹은 센티미터 혹은 밀리미터로 표시를 한 다음 숫자를 매긴다. 그 단위가 밀리미터인지 인치인지 센티미터인지 표기하는 것을 잊지 말자. 노리는, 그 프로젝트에서 자를 만드는 실례를 보여주기 위해 종이 위에 그린 것을 제외하고는 자를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누비이불이었다. '헝겊 조각이 있을 경우 누비이불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거기에 수를 놓아 보자. 무척 어려울 테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음.' 또 다른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를 지어 보자! 왜 이야기를 쓰지 않지? 그건 무척 즐거운 일인데. 여기 내가 지은 짧은 이야기가 있다. "살을 에는 듯 차가운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불쌍한 여자아이가 몸을 떨며 찻길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은 진척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이렌느는 버몬트의 버링턴에 살고 있었고, 노리는 그 애에게 그때까지 쓴 이야기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렌느에게는 시몬이라는 이름의 멋진 개가 있었다. 몹시 추운 차가운 가을날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 몹시 추운 차가운 가을날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는 노리의 다른 이야기들과는 무척 달랐는데, 그것은 노리가 그 이야기를 인형에게 해주는 대신, 주니어 스쿨에서 썸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과제물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적은 공책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소개: 몹시 추운 차가운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한 불쌍한 여자아이가 몸을 떨며 보도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긴 금발머리가 얼굴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빗질을 했다면 예뻤을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녀는 항상 개를 옆에 두고 함께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저 개에게는 이미 주인이 있을 거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린 머리칼을 입으로 불었다. 개 짖는 소리는 점점 가깝게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무척 조심스럽게 그 실리햄(역주--테리어의 일종)이 내는 떠들썩한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실리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실리햄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개였다. 그녀는 밤에 개 짓는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이제 개 짖는 소리는 너무도 가깝게 들렸고, 그녀는 개가 발을 땅에 딛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거기에는 멀리까지 들리는 무척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이 아주 기쁜 듯한 키가 작은, 검은 형체가 있었다. 개줄도, 주인인 듯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개를 쫓아버리려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사람들이 어서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는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최대한 빨리 개한테로 달려가 몸을 던지다시피 하며 목을 얼싸안았다. 그녀의 손에 전해지는 개의 따스한 숨결과 그녀의 얼굴에 닿는 개의 부드러운 털의 느낌이 매운 좋았다. 개는 짖기를 멈추고, 사랑스런 검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개는 실리햄으로는 큰 편으로 무척 튼튼했다. 그녀는 기운을 차리고, 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뭐니? 개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고, 재빨리 세 번을 거칠게 짖었다. 개가 몹시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개가 자기의 이름이 란로프라고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란로프는 멋진 이름이야." 하고 말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들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녀와 개는 천천히 다른 곳으로 갔다. 이름이 마인즈 마리엘인 그녀는 개에게 나이를 물었다. 개는 아홉 번을 짖었다. 마리엘 역시 아홉 살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나도 아홉 살이야." 하고 말했다. "뭔가 먹을 것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은 잘 익은 딸기나무들이 주렁주렁 달린 덤불숲에 이르렀다. 덤불보다도 나무딸기 열매가 더 많을 정도였다. 그들은 나무딸기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두 번째 사건: 곤란한 일. 마리엘은 긴 잠에서 깨어나 란포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화가 났다. '어쩌면 그냥 꿈이었는지도 몰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란로프가 멋진 검정색 눈과 부드러운 털과 따스한 숨결이 그리웠다.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 이름을 부르면 그가 나타날지도 몰라." 그래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번 란로프를 불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개의 흔적을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발자국이 나 있기 했지만 그것은 다른 어떤 것의 발자국처럼 보였다. 그녀는 다시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한쪽 땅이 무척 부드러운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일어나 앉았고, 개의 발자국처럼 보이는 어떤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일부러 누군가가 찍어놓은 것처럼 여겨졌다. 그 발자국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찍힌 것이 아니었다. 일부러 그렇게 한 듯 깊게 패여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개의 영역이라는 걸 표시하기 위해 찍어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안에 일종의 작별 인사 선물이 든 상자를 묻어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상자를 열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면 다시 닫으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란로프를 만난 것이 꿈이 아니었으며, 그 상자를 준비한 누군가가 란로프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때 이상한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왔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고, 커다란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둘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얘들아, 얘들아, 싸우지 마,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으르렁거렸고, 그녀는 더 이상 그러지 못하도록 둘 사이에 앉았다. 그녀는 "너희들이 너무 커서 나는 약간 무서워." 라고 천천히 말했다. 고양이들은 창피한 듯한 얼굴로 마리엘에게 '원하는 게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녀도 '원하는 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고양이들은 서로 뭔가를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것들은 너무도 조용히 속삭여,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거의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그녀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양이의 모습에 심장이 다소 요란스럽게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고양이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어쩌면 그것들은, 만약 란로프를 봤다면 얘기해줄지도 몰라. 그 고양이들은 무척 컸다.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그녀는 그때 비로소 그 고양이들을 쳐다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것들은 잘난 척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꼬리를 공중 높이 치켜들고, 그녀의 주위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면서 꼬리를 흔들었다. 그것들은 서로 반대쪽으로 돌고 있었는데, 서로 코를 부딪치자, 동시에 몸을 돌려 다시 반대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것들은 마치 한 마리가 거울에 비친 듯했다. 그녀는 잠시 그곳에 서서 그것들을 그냥 노려보기만 했다. 이따금 한 마리가 거울에 비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나는 그것들이 동일한 것으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잊었다. 5분 동안 그것들을 본 그녀는 피곤해졌고, 잠시 눈을 뗐다. 고양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만약 밤새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뭔가가 혀로 그녀를 핥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사건...계속됨. 오트밀 노리의 이야기 끝에 '계속됨'이라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곧바로 이야기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노리에게는 일곱 살과 여덟 살 때 쓴, 끝에 계속됨이라고 적은, 무척 오래된 이야기들이 있었다. 팔로 알토에서, 책상 서랍 속에 든 그것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어머, 나는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을 하지 않았네.' 하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노리가 어떤 이야기의 끝에 '계속됨'이라고 썼다면 그것은 거의 항상 '결코 계속되지 않을 것임'을, 다시 말해 '뜨거운 감자처럼, 손에 쥐고 있을 수 없어, 떨어뜨릴 것임'을 의미했다. 그 사실을 깨닫자 그녀는 약간 서글퍼졌다. 그녀는 "백 투더 퓨처"라는 영화에서 '계속됨'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영화는 큼직한 글씨로 쓰여진 그 말로 끝났다. "백 투더 퓨처"와 "끝없는 이야기 2"가 그랬던 것처럼, 속편인 "백 투더 퓨처 2"가 "백 투더 퓨처 1"만큼 좋은 영화였다. 그래서 아마도 노리는 란로프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가 다시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에는 좀더 나이가 들어 그 글의 일부가 유치하다고 생각하고는 다른 좀더 완전한 이야기를 쓰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모두는 교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큰 소리로 읽어야 했는데, 노리가 이야기를 읽었을 때 몇몇 사내아이들이 소리를 죽여 낄낄거렸다. 여자아이가 개의 목을 얼싸안는 부분을 읽자 그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그것에 계집애 같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좋아했던 노리에게는 그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낄낄거린 후 노리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노리가 여전히 이불 속에서 졸음기를 느끼며 그날 아침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는 노리에게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몇 분 후 아버지가 뛰어들어와 "가자, 얘야, 가자."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날은 학교를 가는 날이었던 것이다. 좋아, 좋아! 얼마나 공정한 일인가? 노리는 잠시 거울을 쳐다보며, 갑자기 옆쪽 어디선가 날아온 칫솔에 놀라는 척하며, 또 다른 놀란 표정을 지으려 했다. 그런 다음 노리는 그날 갖고 놀 인형들을 챙겼는데, 그렇게 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노리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오면서 인형 열한 개를 가져왔는데, 너구리는 빠져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서둘러!" 하고 외쳤고, 아버지는 "이분밖에 남지 않았어!" 하고 외쳤다. 그래서 노리는 서둘러 교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스커트 아래로 들어간 넥타이 끝자락을 끌어냈는데, 그것은 넥타이가 노리 또래의 아이들이 하기에는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노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오트밀을 먹었다. 전자렌지에서 꺼낸 그릇은 손가락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릇 바닥이 우유는 차가웠다. 노리의 아버지는 가끔 전자렌지의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것은 그 전자렌지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것에 비해서 엄청나게 요란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의 지도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 아메리고 라스푸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전혀 그럴듯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기술은 별로 신통치 않았으며, 전자렌지는 백파이프를 불 때의 소리를 냈다. 아버지는 노리의 학교 찬송가책에 나오는, 그녀가 좋아하는 찬송가인 '옛날에 그 발들은 그 일을 했다' 라는 노래를 콧노래로 불렀다. 때로 그는 '눈길을 주고받는, 퍼레이드를 하는 코방귀의 희생자들' 과 같은, 그가 지은 노래를 콧노래롤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입에 오트밀을 한입 가득 넣은 채로 이상한 콧노래를 부르는 무척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오트밀의 온기가 그로 하여금 그 이상한 소리를 내게 한다고 말했지만, 노리의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기 전 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그런 신음 소리를 듣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번은, 노리가 두 사람에게 "피, 피, 또 전쟁터의 피 냄새가 나는 군." 하고 말해야 했다. 그것이,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려들면 그것을 말리기 위해 노리가 하는 말이었는데, 항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리의 부모님은 친구들의 부모님만큼 자주 다투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노리는 콘플레이크나 단풍나무 시럽을 얹은 얼린 와플(역주--밀가루, 달걀, 우유를 섞어 말랑하게 구운 케이크)을 먹었다. 시럽의 위쪽에는 메마른 시럽 조각들이 엉겨 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설탕으로 변해 있어 간신히 그것을 떼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얼린 와플은 먹지 않았다. 미국에서 리틀가이는 버반다와 치리오를 먹었다. 그는 바나나를 버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족들 모두가 오트밀을 먹었다. 실제로 그들은 오트밀을 먹는 것에 만족해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음식을 데우고 있는 전자렌지의 소리에 맞춰 행복하게 찬송가를 불렀다.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는 찬송가책을 갖는 것은 꿈도 꿀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숙제장, 찬송가책, 독서 일지, 그리고 각각 다른 색으로 이루어진 예닐곱 가지의 과목별 공책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영어이야기' 공책이었는데, 이유는 그것이 연한 파란색이었기 때문이다. 노리는 그 공책 첫장에 'Engish'라고 잘못 적었다가, 살짝 '1' 을 적어넣었다. 그 공책은 썸 선생님 수업 시간에, 개를 발견한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들을 적은 공책이기도 했다. 노리의 가족은 스렐에 사는 것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그들은 거기서 이전의 생활에 비해 너무 다르지 않게, 하지만 약간은 다르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노리는 미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종교 생활을 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그리고 교회에 가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찾아왔을 때의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교회에 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스렐 스쿨의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노리는 금요일에 관한 멋진 농담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물고기가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뭐게? 금요일. 그 농담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살이 오른 물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이 영국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노리의 아버지가 베이컨과 달걀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베이컨이 양상치 모양으로 붙어 나왔다. 그는 "하나님 맙소사, 기름을 너무 많이 넣고 튀겼어!" 하고 말했다. 노리가 프라이팬에 넣어 요리할 수도 있는 달걀을 낳는 인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날이었다. 쓸데없이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무슨 이유로든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인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 틀림없으니까. 매일밤 노리의 가족은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미국에서도 감사 기도를 드렸는데, 미국에서 노리는 식사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을 했다. "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식탁 위의 음식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노리의 아버지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리의 어머니는 하나님이 인간 내부에 있는 선이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알고, 우리 모두를 꼭두각시 인형처럼 다스리는 특정한 신일 필요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사려 깊고, 무척 숭고한 사람으로서의 하나님을 정말로 믿고 있었고, 리틀가이는 하나님은 증기 기관차의 운전사이며 악마는 디젤 기관차를 몬다고 믿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 모두는 감사 기도 드리는 것을 좋아했다.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처음 한 입을 씹어먹기 전에 조용하고 신성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곳 영국에서 노리는 약간 다른 감사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성당에 자주 가서 열심히 성경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주셔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황님과 주교님과 교회의 모든 분과, 피어스 선생님과 마음과 육신의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혹은 다르게 하기도 했다. "친애하는 하나님, 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님과 우리 때문에 잔인하게 살해되신 당신의 아드님을 축복해 주시고, 교황님과 수석 사제님과 주교님과 대주교님과 지도 신부님 모두와 교회의 다른 모두를 축복해 주시고, 이 겸손한 기도의 말을 용서해 주십시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노리는 매일밤 다른 것을 말했는데, 이따금 중간에 말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느라 잠시 침묵을 지키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틀가이가 끝부분에 이르렀을 때 "이제 내가 할게. 성신의 이름으로, 교회에 있는 모두에게, 아멘!" 하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며 그는 성스럽게 가슴에 손을 댔다. 노리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 아주 잘 했어." 하고 말한 후 식사를 시작했다. 만약 저녁 식사 전에 부모님이 지금 당장 테이블로 오라고 노리에게 소리를 쳐도 감사 기도 때문에 꾸지람은 뒤로 미루어졌다. 저녁 식사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식사가 끝난 후 디저트를 먹기 전에는 괜찮았다. 그리고 학교의 드라마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나 다른 아이가 가르쳐 준 것도 저녁 식사와 디저트 시간 사이에 보여줄 수 있었다. 가령, 로저 샤프리스와 노리는 싸우는 척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노리의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했고, 노리는 그럴 때마다 그의 주먹이 벽에 부딪히도록 얼굴을 피했다. 그러한 일은 틴틴에서 여러 번 있었다. 로저와 그녀는 똑같이 틴틴을 갖고 있었고, 또한 99 플레이크를 좋아했다. 99 플레이크는 미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캔디바였다. 실제로 99 플레이크는 캔디바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말할 때의 이름이고, 플레이크는 캔디바를 말할 때의 이름이다. 연필통을 잊지 말 것 토끼와 시체에 관한 꿈을 꾼 아침으로 돌아가자. 아침 식사 후 리틀가이가 좋아하는 사과 주스가 담긴 잔이 깨지고 말았다. 노리는 오래 전 제출하기로 되어 있던 독서 경연 대회를 위한 맹세를 적어놓은 종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식구들은 사과 주스를 닦아내고, 독서 대회를 위한 종이를 찾느라 한참을 보냈다. 결국 노리의 어머니가 전화번호부책 속에서 그것을 찾아냈다. 사과 주스는 컵이 떨어진 바닥에서 아주 멀리까지 흘러가 있었다. 사과 주스는 태양의 화염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늦지 않도록, 걷는 대신 차를 타고 갔다. 어쨌든 노리의 아버지도 그날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 런던에 가야만 했다. 노리는 자동차 안에서 파멜라가 언제나처럼 몸을 숙이고, 앞쪽을 똑바로 쳐다보는 자세로 열차 역에서 서둘러 나오는 것을 봤다. "파멜라! 파멜라!" 하고 노리는 소리쳤지만, 파멜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동차는 너무 빨리 달렸고, 노리는 창문을 내릴 틈도 없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창문을 활짝 열면 너무 추웠다. 노리의 아버지는 파멜라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그냥 그래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아이들이 그녀에게 전보다 잘 해주니." "아주 잘 해주지는 않아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피어스 선생님과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파멜라가 별로 원하는 것 같지 않아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마세요." "알았어."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냥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어요. 어머나, 잘 가, 리틀가이! 잘 가! 하루 잘 보내!" "잘 가, 노리! 뽀뽀! 학교에 다 왔어." 하고 말하며 리틀가이는 차에서 내렸다. 노리는 조금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지각을 하면 가야 되는 사무실로 갔다. 한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노리는 밤새 머리속이 완전히 세척이 되었고, 그래서 자신이 가야 하는 건물인 로드 램퍼의 목록을 찾을 수가 있었다. 주니어 스쿨에는 브레딩스틸, 비스톤, 모리스--시러, 로드 히블, 그리고 로드 램퍼라는 다섯 개의 건물이 있었다. 아이들이 로드 램퍼에 해당되는 종이를 모리스--시러 밑에 넣어 놓았던 것이다. 노리는 그것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리는, 이러다간 꽤 늦겠어, 하고 생각하며, 사무실을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했다. 결국 그녀는 홀에 있는 베티를 보았는데, 베티는 항상 노리에게 잘 해주었다. 베티는 "목록은 사무실에 있어."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때 이따금 노리의 철자법을 도와주곤 하던 여자가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그래서 노리는 교실로 갔다. 하지만 도중에 그녀는 썸 선생님이 셸리 퀘트너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썸 선생님은 노리에게 무척이나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왜 파멜라는 썸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썸 선생님은 정말이지 좋은 사감이었다. 항상 괜찮았던 아이는 아닌 셸리가 "오늘 강의는 한트 선생님의 교실에서 있어, 그곳이 어딘지 내가 알려주지." 하고 소리쳤다. 노리는 비록 그곳에서 수학 강의가 있고, 한트 선생님의 교실이 어딘지 알고 있었지만, 그 제안을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보통의 강의와는 다른 강의가 있을 경우 알고 있는 누군가와, 설사 그것이 셸리라고 하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좀더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셸리는 그 학교에서 지금껏 노리에게 가장 심한 짓을 한 아이가 틀림없었다. 노리가 제이콥 류즈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의 일에 비하면 그것은 약과였음이 드러났다. 몇 주 후 셸리는 "노리가 벨지 콜맨을 욕했어." 하고 말했다. "가장 심한 말로." 노리는 "나는 그러지 않았어!" 하고 말했다. 노리는 '최소한, 나는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고 말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글쎄, 내가 그랬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내가 그랬다고 생각지는 않아' 라고 말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건 살다 보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잘못해 잊어버린 어떤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아냐, 이번 경우에는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어' 하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냥 '나는 그러지 않았어!' 하고 말했다. 몇 명 되지 않는 여자아이들만의 그 말을 들었다. 사내아이들은 전혀 듣지 못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누구도 셸리의 말을 믿지 않았다. 특히 이번의 경우에는, 다음 사실을 생각해 보다면, 더더욱 그랬다. 실제로 벨지 콜맨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셸리 자신이었고, 학급의 다른 누구도 반에서 가장 골칫덩이인 두 명 중 한 명으로 치부되는 콜맨에게 마음을 품을 리는 없었다. 그날 벨지 콜맨은 맛있는 플레이크로 된 노리의 스낵을 낚아채며 "음, 고마워." 하고 흡혈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리는 그의 손에 든 스낵을 도로 빼앗으려 했고, 그것은 땅에 떨어졌다. 스낵은 반으로 잘라졌다. 다행이었던 점은 노리가 나머지 반을 키라에게 준 것이었는데, 그건 스낵이 칼로 자른 듯 정확하게 반쪽이 났기 때문이었다. 벨지 콜맨은 그다지 좋은 아이가 아니었고, 그를 알고 있는 누구도 셸리가 그처럼 멍청한 아이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셸리는 그를 좋아했다. 노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셸리가 "가끔 나는 남자애들만 보면 미칠 것 같아." 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나는 정말 벨지 콜맨이 좋아, 하루 종일 온통 걔 생각밖에 안 날 때도 있어." 하고 노리에게 말했다. 셸리가 노리한테 벨지 콜맨에게 심한 욕을 했다고 말한 이유는 그가 노리의 스낵을 훔치고, 흡혈귀 흉내를 냄으로써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셸리는 질투가 심했다. 셸리에게 있어 특기할 만한 점은 그녀가 뉴질랜드 출신이며, 그녀의 이런 행동은 뉴질랜드에서는 아홉 살 된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셸리가 질투심이 강하다는 것은 그녀의 단짝인 테시 하딩의 말만 들어봐도 알 수 있었다. 하딩은 노리에게 셸리가 얼마나 과시하기를 좋아하는지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셸리는 나무 위에 올라가 하딩을 향해 의자들을 던지기까지 했다! 노리는 누구든 의자를 던져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의자에 맞아 다치거나, 아니면 의자의 다리에, 머리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곳인, 눈 바로 옆의 물렁한 부위에 맞는다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노리는 셸리가 집어던진 것이 의자가 아닌 체리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셸리는 한 사람으로서 완전하지도 그다지 기분 좋은 아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노리는 그것을 상관하지 않았고, 그녀와 함께 수학 강의를 받을 가는 것이 즐거웠다. 셸리는 "기다려, 가져 올 게 있어." 하고 말했다. 노리는 썸 선생님과 함께 있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좋아, 바로 여기서 다시 만나." 하고 말했다. 셸리는 다시 돌아왔고, 그들은 교실을 향해 갔다. 그때 갑자기 셸리가 "네 연필통! 너는 연필통이 있어야 돼!" 하고 말했다. 노리는 몸이 얼어붙는 듯했고, "어머나, 내 연필통! 우리는 연필통이 필요해." 하고 말했다. 셸리는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셸리는 연필통을 이미 교실에 뒀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여기서 기다려줄래?" 하고 말했다. 그러자 셸리는 좋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노리는 연필통을 가지러 다른 교실로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교실을 나서려고 할 때 코플스톤 선생님이 "노리, 어디 가니? 네 자리는 여긴데." 하고 말했다. 노리는 "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하고 말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노리의 책을 본 코플스톤 선생님은 "네가 맞다, 한트 선생님의 교실로 가도록 해라. 내가 잘못 알았구나." 하고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한트 선생님의 교실 쪽으로 갔는데, 그 중간에 셸리를 만나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녀는 셸리가 있던 곳으로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셸리가 없었다. 그래서 노리는 한트 선생님의 교실로 갔다. 한트 선생님은 아직 오지 않았고, 셸리는 그곳에도 없었다. "여기가 한트 선생님의 교실이 맞니?" 하고 노리가 옆의 아이에게 물었다. "그래, 하지마 너는 여기 있어서는 안되는데." 하고 한 아이가 말했다. "아냐, 여기가 맞아." 하고 노리는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노리는 연필통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뇌가 세척된 그녀는 공책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노리는 벌떡 일어나 "오, 안돼, 뭔가를 잊어버렸어!" 하고 말했다. "너는 미국 출신이지." 하고 아이들이 과장된 발음으로 말했다. 노리는 "그래, 나는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하지만 먼저, 실례를 해야겠어, 뭔가를 가져 와야 해." 하고 말하며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홀에서 썸 선생님이 "무슨 문제가 있니?" 하고 말했다. 노리는 공책을 가지러 간다고 말했다. "그럼 코플스톤 선생님 교실에 가는 거니?" 하고 썸 선생님이 말했다. 노리는 "아, 아뇨, 한트 선생님의 교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 하고 말했다. "응, 그래, 네 말이 맞아." 하고 썸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이 너와는 마지막 수업이지, 아마." 노리가 한트 선생님의 교실로 다시 갔을 때에는 한트 선생님이 와 있었다. "저 애는 여기 있으면 안되는데." 하고 한 아이가 말했다. "네가 여기 있어야 하는 게 확실하니?" 하고 한트 선생님이 말했다. "확실치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것 같아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러자 한트 선생님은 "아, 그래, 알겠어, 너는 내 수업을 받아야 해, 그래." 하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노리는 연필통과 공책을 지닌 채로, 올바른 교실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셸리가 뛰어들어와 앉았다. 그래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고, 그들은 오랫동안 수학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수학 수업이 끝나고, 그들은 영어 강의실로 갔다. 영어 수업은 독서 경연으로 대체되었다. 그것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책들을 읽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이 독서 경연 대회의 최종 시한이었다. 키라는 노리의 영어 수업반에 있었는데, 그녀는 열정적인 독서가였다. 틈이 날 때마다, 키라는 쉬지 않고 책을 읽었고, 금세 다른 책을 꺼내들었다. 키라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아버지는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이십 파운드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은 것들에 대해 마구 얘기를 하는 셸리 퀘트너나 베르니스와는 달랐다. 그 전해, 셸리 퀘트너는 아무 이유 없이 몸이 파열된 한 남자의 피가 흐르는 다리 사진이 실린 어떤 책을 가져왔었는데, 그녀는 모두가 그 일이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믿기를 기대했다. 한동안은 아이들이 그것을 믿었지만, 곧 그것을 조작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키라가 무슨 일인가가 있었다고 얘기했을 때에는, 그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키라가 독서를 할 때에는 누구도 방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책장에 흠뻑 빠져, 버터를 자르는 뜨거운 칼처럼 읽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독서 경연 대회에서, 다른 어떤 오학년 아이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키라는 일등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읽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얘기를 하지 않았다. 노리는 그처럼 빨리 책을 읽지 못했다. "잔지바르 호의 난파"와 같은 책을 하루만에 읽을 때면, 노리는 컴퓨터의 스크린세이버를 갖고 너무 오랫동안 놀았을 때처럼 눈의 초점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영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잠시 잡담을 나누기도 했지만, 한동안 독서 경연을 위해 저마다의 책을 읽었다. 잡담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잡담은 소란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이 교실을 비울 때면 항상 소란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경우 제일 시끄러운 아이는 폴과 오발틴이었는데, 오발틴은 그의 이름이 올리버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그는 오발틴이라는 이름을 좋아했다. 아니면 그가 성격이 좋아, 오발틴이라는 이름을 좋아한다고 말하는지도 몰랐다. 기본적으로 모두들 오발틴을 좋아했고, 누군가가 의자 위에 올라서서 '안녕, 모두들 내 말을 들어봐, 나는 오발틴을 좋아해!' 하고 말한다 해도 그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성은 단이었고, 그의 얼굴을 타원형이었다. 폴과 오발틴은 친구였는데, 그들은 쉴새없이 얘기를 하거나 말싸움을 했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그들은 싸우기 시작했고, 실제로 서로의 뺨을 꼬집기까지 했다. 잠시 후 선생님이 돌아오자, 모두들 다시 독서 경연에 몰두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종이 울렸고, 다음 수업인 고전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전 수업 역시 독서 경연에 할애되었고, 그래서 노리는 아킬레스에 관해 물을 기회가 없었다. 휴식 시간 벨이 울리며 고전 수업이 끝나자, 노리는 휴식 시간을 가졌다. 노리는 많은 휴식 시간을 키라와 함께 보냈고,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번 휴식 시간은 파멜라와 함께 보냈다. 파멜라는 노리에게 혀의 물기를 모두 뽑아내기라도 하듯 혀가 건조해지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무척 맛있는 참새우 칩을 줬다. 그것은 그 끔찍한 소금맛은 나지 않았다. 키라가 그들이 앉아 있는 콩커 나무 아래로 와 노리에게 "이리 와, 가자." 하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와 함께 놀다 가자." 하고 노리가 말했다. 키라는 "잠시 후에 돌아올게." 하고 말했다. 그것은 딴 데로 가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을 때 하는 말이었다. 키라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파멜라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다. 파멜라는 잠자코 있었다. 파멜라는 키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건 키라가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키라가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이들 모두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콜린 셰어링이 다가와 파멜라에게 말했다. "번지 점프 해본 적 있어?" "아니."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잘했어." 하고 콜린이 말했다. "만약 번지 점프를 했다면, 너는 인대가 찢어져 바위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았을 거야." "그건 멍청하고, 쪼다 같고, 맹추 같고, 아주 바보 같은 말이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너는 파멜라와 친구니?" 하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콜린이 물었다. "그래." 하고 노리는 대답했다. "그리고 너는 아주 매력적이야. 죽은 아귀 치고는." "정말, 고마워, 귀여운 미국 여자애야." 하고 콜린이 말했는데, 그의 말린 입은 작은 편이었다. "귀여운 미국 여자아이, 네 친구 파멜라가 배에 타지 않도록 조심해. 그녀가 배에 오르자마자 배가 바닥으로 가라앉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아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죽은 아기들은 무척 굶주려 있거든." 그날 노리와 파멜라를 모욕할 만큼 모욕한 그는 코를 치켜들고 딴 데로 가버렸다. "콜린 셰어링은 정말이지 끔찍해."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의 머리에 버터 조각과 파슬리를 얹어놓으면 정말이지 생선처럼 보일 거야."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그녀는 참새우 칩 봉지를 다시 노리 쪽으로 내밀었다. "이 참새우 칩은 정말이지 맛있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어디서 난 거야?" "엄마가 테스코에서 사오셨어."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우리도 테스코에 가는데." 하고 노리가 말했다. "쇼핑 장소로는 아주 인기 있는 곳이지."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이제 교실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새가 내 얼굴에 똥을 쌌어! 휴식 시간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매일같이 학교에는 좋은 사건, 나쁜 사건, 그저 그렇고 그런 사건, 혼란스런 사건, 긴장하게 하는 사건 등 숱한 사건들이 있었다. 다음 사건은 I.T.였는데 그 시간에는 비행기를 섬에 착륙시키는 일을 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노리는 비행기를 공항 근처까지 끌고 가는 일을 했다. 그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마침내 노리는 비행기를 활주로에서 이륙시킬 수 있었는데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녀는 화살표 키 하나를 눌렀는데, 그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르고 있을 경우에는(그녀는 비행기를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비행기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며 다시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는 추락했다. 노리는 여느 때처럼 추락하다가, 이번에는 자신의 비행기뿐만 아니라, 어떻게 된 노릇인지 계속해서 맴을 돌며 뒤따르던 비행기까지 부숴 버렸다. 스톤 선생님은 머리를 저으면 말했다. "수백만 파운드나 하는 비싼 기술이 바닷속으로 빠져버렸구나." 스톤 선생님은 무척 좋은 선생님이었다. 어쩌면 노리의 선생님 중 아직까지 아이들에게 입 닥쳐, 라고 말한 적이 없는 유일한 분이셨다. 모든 선생님이 입 닥쳐, 라는 말을 했는데, 재미있고,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이상한 사실들에 대해 알고 있는 역사 선생님인 블리드레너 선생님까지 그 말을 했다.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는 나이가 든 누구도 입 닥쳐, 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블리드레너 선생님은 반은 농담조로, 아즈텍족 내의 종교 집단에서는 매일같이 유혈이 낭자했을 게 틀림없는데, 그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일몰과 일출이 훨씬 더 붉은색이며, 아즈텍의 종교는 태양의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매일같이 피가 뿌려져야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태양은 호가 나 떠오르기를 거부한다고 했다. 그것은 재앙일 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혼란을 설명되었다. 하지만 사내아이 두 명이 끼여들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일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러자 결국 블리드레너 선생님은 한계에 이르러 "콜린, 제이콥! 그만--입 --닥쳐!" 하고 말했다. 그들은 입을 닥쳤다. 썸 선생님 역시 입 닥쳐, 라는 말을 했다. 그녀가 처음 그 말을 했을 때 노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고, 반 아이들도 충격을 받고는 '잠깐만, 선생님들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아'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을 듣는 데 익숙해졌다. '입 닥쳐! 입 닥쳐!'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그렇게 자주 듣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선생님들은, 노리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가끔 다른 아이들에게 하는 '아가리 닥쳐.'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노리 역시 교실에서 때로 소란을 피우고 말을 가로막기도 했다. 그런 다음이면 노리는 죄의식을 느꼈고, 부모님이 방과 후 그녀를 데리러 오면, "나는 오늘 차를 마실 수 없어요, 그건 내가 오늘 학교에서 별로 착하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말을 많이 했고, 많이 웃었고, 손톱 위에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거든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I.T. 선생님이 스톤 씨는 입 닥쳐, 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았다. 한번은 노리가 스크린 가운데 있는 작은 사각형을 버뮤다 사각형이라고 불렀다. 그 사각형 안에 섬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작은 초록색 무늬가 있었고, 그 다섯 개의 섬 중 하나에 작은 활주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톤 선생님은 그런 발상 때문에 버뮤다 사각형이라는 이름을 좋아했고, 그 역시 그 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노리는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버뮤다 사각형에 접근하는 것은 아이스캔디 막대기 위에 거대한 비행기를 착륙시키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추락할 확률이 거의 구십 퍼센트는 되었다. 노리는 옛날에 하던 정보 기술 실습 내용이 더 좋았는데, 그것은 손가락을 대어 타이핑을 하는 것이었다. 만약 실수를 해 j를 타이핑해야 하는 k를 했을 경우에는 파리가 나는 듯한 소리가 나며 '다시 하세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실습 내용은 괜찮을 것이다. 아이들은 특별하게 고안된 넉 대의 컴퓨터의 이용해, 전선이 연결된 챙이 달린 검정색 모자를 쓰고 가상 현실을 체험할 예정이었다. 그런 다음 오학년 아이들 모두는 점심 시간을 가졌다. 슬프게도 이번에는 껍질째 삶은 감자가 없었다. 그건 노리의 어머니가 노리에게 단호하게 이따금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음식 가운데 햄은 제외되어 있었다. '오, 햄, 지난 주에 먹은 소금기 많은 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녀는 햄을 떠올리기만 해도 목구멍에서 '욱' 하는 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것은 얇은 지방층으로 둘러싸인, G자 모양의 납작하고 둥근 햄이었는데, 무척이나 차가웠고 연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처음에는 뜨거웠지만 차갑게 식은 것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한 입 먹은 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음식을 담아주는 사람 하나가 "햄을 먹겠니?" 하고 말하며, 너무도 멋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노리는 거절할 수 없어서 "네, 그럴게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아뇨, 안 먹을 거예요." 하고 분명히 말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노리는 햄을 서빙하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네, 그럴게요' 하고 말했다. 또한 그날은 노리가 좋아할 만한 다른 것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노리는 햄 한 조각을 받았다. 하지만 한 입을 먹자 너무 짜서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그때 음악 선생님이 다가와 "너는 그 맛있는 햄을 버리지 말고 좀더 먹어야 해." 하고 말했다. 노리는 햄을 먹고 또 먹었다. 선생님이 다시 와서 "좀더 먹어야 해." 하고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끝없이, 이천 한 번쯤 햄을 씹고 또 씹어, 좀더 먹었다. 계속해서 키라가 "일부를 감춰, 노리, 여기 안에 감춰." 하고 충고하며, 노리의 연필통을 가리켰다. 노리는 절대로 연필통 안에 햄을 감출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햄의 대부분을 먹었다. 어쩌면 그것은 덴마크 산 햄이었는지도 몰랐다. 블리드레너 선생님은 어느 날 아이들에게 자신은 요즘 들어 덴마크 산 햄은 사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건 덴마크 사람들이 어린 햄을 산채로 작은 라커 속에 넣고 문을 잠근 후 절대로 빛이나 신선한 공기를 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어린 돼지라고 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때 그는 소금에 절인고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돼지를 바다에 던져 해안 쪽으로 가는 방향을 알아내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아주 빨리 다시 돼지를 배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돼지의 발은 무척 날카롭기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에서 헤엄을 치다가 자신의 얼굴을 다치기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돼지들은 땅 속에 있는 버섯 냄새를 놀라울 정도로 아주 잘 맡을 수 있는데, 어쩌면 멀리 바다에서도 그것들은 땅 속의 버섯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선원들이 돼지를 나침반 대용으로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돼지의 발굽은 걷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말발굽과 비슷한 어떤 것이다. 손톱은 인간의 발굽에 해당되는 것이다. 리틀가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 팔을 몸에 꽉 낀 채로 휘저어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곤 했다.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얼굴을 너무 많이 할퀴지 못하도록 항상 그의 손톱을 깎아 줘야만 했는데 그 불쌍한 어린것은 그럼에도 때로 얼굴을 할퀴었다. 노리에게는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 다닐 때, 그와는 반대의 이유로 인한 손톱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그건 베르니스에게 손톱을 물어뜯어 완전히 손톱이 없어져 버리게 한 후 결국에는 손가락 끝부분의 살갗까지 물어 뜯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노리는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였고, 그래서 노리 역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우정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들끼리는 많은 것들을 같이 하는 법이니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베르니스와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었고, 그래서 손톱은 보통 길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키라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키라는 식당의 계단을 포함해 모든 계단을, 마지막 세 계단을 한 번에 훌쩍 뛰어 내리곤 했는데, 키라와 좀더 친해지면서, 노리도 마지막 세 계단을 훌쩍 뛰어 내려가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손톱을 깨무는 것처럼 마지막 세 계단을 건너뛰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단 아래에 이르게 되면, 노리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공중으로 훌쩍 날아 착지를 했다. 노리의 어머니는 그 짓을 그만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노리가 세 계단을 훌쩍 뛰어내리는 것이 집에서 아주 시끄러운 쿵 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리는 미처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 짓을 했고, 그런 다음이면 "죄송해요, 잊어버렸어요!" 하고 말해야만 했다. 하지만 데비와는 그렇게 될 정도로 오랫동안 사귀지 못했다. 아니면 데비에게는 그런 이상한 습관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또한 노리에게는 'had'와 'sad'와 같은, 본래 끝에 'e'가 없는 단어의 끝에 'e'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안돼, 그러면 안돼' 하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기도 전에 그녀는 'e'자를 쓰고 말았다. 그것은 무척 화가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을 지우려면 잉크 지우개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어떤 느낌에 'said'라고 해야 할 것을 'sayed'로 적곤 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적지는 않았다. 한번은 잠이 들기 바로 전이었는데,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이 도저히 멈춰지지 않았다. 노리는 아주 자연스런 방법으로 로케트를 타고 우주로 나갔고, 우주 가장자리의 잔디 위에 착륙해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암소들이 있는 들과 진창 같은 곳을 걸어갔고, 우주의 가장 끝에 있는 거대한 벽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 벽을 기어올라갔고, 그 꼭대기에서 좀더 많은, 이번에는 좀더 밝은 갈색의 암소들이 있는, 조금 전과는 약간 틀린 또 다른 들판을 보았다. 노리는 그 들을 가로질러 갔고, 경계선에 이르렀으며, 그 후에는 거대한 벽에 이르러, 그 벽을 기어올라갔고, 좀더 많은, 이번에는 검정색과 하얀색의 얼룩이 있는 암소들이 있는 또 다른 들을 봤고,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걷다가 기어오르다가 반복했다. 노리는 점점 더 그것의 무한함 때문에 안달이 났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거기에는 화가 난 암소들 무리가 있었다. 그것들은 벽들을 뚫고 지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들 중 일부는 마치 입술을 끌어당겨 이빨을 보여주기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침내 노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들이 잠든 후면 그러듯 조용히 부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는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있어요, 그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그건 마치 나쁜 스크린세이버 같아요." 하고 말했다. 노리의 어머니는 그녀를 이층으로 데려가 쿠치를 그녀의 뺨 가까운 곳에 놓고는, 졸리 때면 뇌가 전혀 이유 없이 어떤 생각들을 반복하는 법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런 문제가 있을 때면, 자신은 때로 각 방에도 인형 집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해 생각하곤 하는데, 그건 뇌에 약간의 일거리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오트밀 한 묶음이 든 작은 상자와 작은 구운 햄과 같은, 인형의 집 캐비닛 속에 있는 모조 음식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 점심에는 햄도 없었다! 대신 갈색의 아주 부드러운, 맛있게 보이는 고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빵조각처럼 돌돌 말아 먹을 수 있었다. 노리는 "제니퍼, 이건 아주 맛있어, 먹어봐." 하고 말했고, 그것을 한 입 먹어본 제니퍼는 "음, 맛있는데." 하고 말했다. 제니퍼는 말을 그리는데 있어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그렇게 점심 식사는 훌륭했고, 점심 식사 후 휴식 시간에 노리는 키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건 첫 번째 휴식 시간 전부와 점심 시간 일부를 파멜라와 함께 보내 키라의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노리가 파멜라와 함께 있을 때 키라가 노리와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건 그 휴식 시간 동안이었다. 그것은 그 다음에 일어난 더 나쁜 일을 제외하면, 그날 일어난 일중 가장 나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콩커 열매를 쌓고 있었는데, 그때 키라가 다시 노리에게 파멜라와 함께 지내면 너까지 따돌림당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자 노리는 그만 하얗게 질려 버렸다. 갑자기 노리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르기에 안성맞춤인 것처럼 보이는 나무로 가서는 비록 나무를 오르기에는 좋지 않은 스커트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지만, 나무에 오르려고 했다. 노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위를 쳐다보았는데, 그때 갑자기 뭔가가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이런, 솔방울이 떨어지다니!'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딱딱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가벼운 것도 멀리서 떨어지면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노리는 손가락으로 그것은 만져 보았다. '이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솔방울인데' 하고 생각했다. '이건 처음 보는 솔방울인데. 나무딸기 색깔의 물컹거리는 갈색 솔방울이야.' 그런 다음 그녀는 그것이 뭔지를 깨달았다. "키라! 어떤 혐오스런 새가 내 얼굴에 똥을 쌌어!" 키라가 달려와 그녀를 보았다. "어머나, 노리! 맙소사, 이런. 안으로 들어가자." 노리는 새의 남은 똥이 그녀의 재킷에 흘러내리지 않도록 얼굴을 치켜들었고, 키라는 노리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똥을 씻어내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내 손에서 냄새가 나는지 맡아봐, 다른 냄새는 안 나니?" 하고 노리가 말했다. 키라는 노리의 손을 냄새 맡았다. "비누 냄새밖에 안 나." 그런 다음 키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깐만, 다시 맡아볼게." 그녀는 다시 냄새를 맡아보았다. "됐어, 비누 냄새밖에는 안 나." 그들은 불어 시간에 약간 늦었다. 그들이 선생님한테 방금 일어난 일을 얘기하자, 선생님은 "훌륭해, 훌륭해." 하고 말했다. 불어 선생님은 검은 머리칼이 짧고, 키가 작고, 옷을 멋지게 입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쉬페어(역주--superb 훌륭해라는 의미의 불어)'라는 단어를 멋지게 말했는데, 너무도 자주, 어떤 아이들은 역겨워할 정도로 많이 이 말을 썼다. 돼지 방광과 셰익스피어 그런 다음 드라마 시간에는 검투를 연습했다. 검투는 알아두면 유용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검투 장면이 나오는 연극을 언제 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어떤 학생이 말한 것처럼 "정보 기술은 매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언제 우리가 갑자기 비행기를 공항 여기저기로 끌고 가게 될지 모르거든." 과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드라마 선생님은 검투를 할 때는 무척 조심을 해야 한다고 거듭 주의를 주었다. 칼이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무거웠기 때문이다. 노리는 칼이 오백 그램 정도 나간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을 보러 갔다가 남자 배우가 한쪽 방향으로 세 걸음을 떼어야 했는데, 실수로 반대 방향으로 세 걸음을 떼어 그만 목검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연극 속에서, 어떤 이유로 커튼 사이로 목검에 그의 흉곽이 뚫렸고, 그는 배우가 아닌, 실제로 부상당한 사람으로서 들것에 실려나가야 했다. 셰익스피어는 희곡을 쓴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희곡들은 계속해서 상연되었는데, 내용이 무척 길었다. 노리의 작은아버지 부부는 언젠가 그녀를 공원에서 하는 셰익스피어 야외 공연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연극의 제목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그것은 열두 살 된 아이한테는 무척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여덟 살 된 노리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고, 너무 길어 무척이나 지겹게 느껴졌다. 다만 노리의 숙모님이 가져온 인맨 태피(역주--설탕, 버터 따위로 만든 캔디)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노리는 태피를 여러 개 먹었고, 그것들을 씹어먹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때로 사람들은 캔디가 이빨에 달라붙었을 때 이빨이 뽑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빨은 잇몸에 단단히 박혀 있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은 어쩌면 윌리엄 R. 블리스터스누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좀더 그럴듯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의 희곡 속에는 사람들이 칼로 찌르고 그것을 휘두르는 일이 무척이나 많이 등장하므로 '어디 보자, 윌리엄 소드잽(Swordjab 칼로 찌르다, 라는 의미)은 어떨까, 아냐. 윌리엄 파잇(Fight 싸우다, 라는 의미)은? 아냐. 윌리엄 킬에브리원(Killeveryone 모두를 죽이다, 라는 의미)은? 아냐. 윌리엄 스탭마이셀프(Stabmyself 나 자신을 찌르다, 라는 의미)는? 아냐. 아하! 윌리엄 셰익스피어(Shakespear 창을 흔들다, 라는 의미)가 괜찮겠어!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주니어 스쿨의 드라마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의상을 입고는 그 의상 밑의 어떤 지점에 돼지의 방광을 꿰맨 뒤, 상대가 칼로 찌를 수 있도록 작은 표시를 해두었다고 한다. 상대는 그 특정한 지점을 가볍게 칼로 찌를 것이고, 그러면 순간적으로 피가 돼지의 방광에서 쏟아져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돼지가 모자라게 되지 않을까?' 하고 노리는 혼자 생각했다. '그러면 돼지의 방광도 모자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연극을 공연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셰익스피어는 연극이 있기 전 무대에 올라가 '여러분도 알다시피, 사랑스런 돼지의 방광이 바닥났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밤 하려고 했던 피가 흐르는 장면은 공연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계속해서 성공적이었기에 수도 없이 공연을 하는 동안 돼지 방광이 바닥이 나게 된 것입니다. 연극을 즐기십시오. 피가 흐르는 장면이 없는 연극은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신다면 돈을 환불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마 다음주 초면 신선한 돼지의 방광을 좀더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우리는 제가 곧 마치게 될 희곡에서 극도로 혐오스런 효과를 위해 사용할 커다랗고, 두꺼운, 액즙이 많은 암소 방광 또한 확보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친애하는 여러분, 다시 자리에 앉아, 연극을 즐겨 주십시오.' 하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너무 허겁지겁 서둔 나머지 그 오줌보를 비우고 피를 쏟아 붓는 것을 잊었다고 해보자. 커다란 칼싸움에서 셰익스피어는 사내를 칼로 찌를 것이다. "너는 더러운 악당처럼 죽어 갈 것이다, 이 난쟁이야!" 그러면서 피가 나는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 피는 약간 노란색에 가깝다. "오, 노란 피군." 하고 셰익스피어는 말할 것이다. "이 괴물 같은, 피가 노란 사기꾼아! 하하하! 너의 훌륭한 땅으로 되돌아가거라!" 그는 칼을 휘둘러 사내를 벨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무대 밖으로 걸어나갈 것이다. 드라마 수업 다음은 과학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현미경으로 여러 가지 선들--연필 선, 크레용 선, 색연필 선, 중간 크기 펜촉의 만년필 선, 그리고 다른 어떤 선--을 들여다보았다. 그 다른 선은 비로 선이라는 것이었다. 비로는 매일같이 전화기 옆에 두고 전화 메시지를 받아 적는데 사용하는 펜이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그 선들을 지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기 위해 선들을 지우개로 지웠다. 놀라운 것은 연필이 지워진 후에도 커다란 흔적을, 마치 지우개를 살짝 종이 위에 문질렀을 때 남는 흔적과 같은 것을 남긴다는 사실이었다. 그 경우 지우개는 곤충이 뒤에 남기는 것과 비슷한 뒤틀린 어떤 형태를 남겼다. 피터 윌턴이라는 아이는 아직도 드라마 수업의 영향이 가시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그는 셰익스피어처럼 뭔가를 베고 싶은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책상을 내려다보며 '여기 뭔가가 있군' 하고 생각했다. 그의 앞에는 완전한 모습의, 멋진 초록색 펜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의 사분의 일을, 자를 사용해 잘라냈고, 다시 사분의 일을 잘라냈다. 그러니까 반을 잘라낸 것이다. 노리는 웃지 말았어야 했지만, 잉크 카트리지를 넣으면 딱 맞을 정도로 작게 된 그 펜은 아주 귀여웠다. 그는 카트리지를 들어 그것을 반으로 잘랐다. 그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다. 상상할 수 있듯이, 카트리지의 잉크가 쏟아져나왔다. "호들리 선생님, 제 잉크가 새고 있어요." 피터가 소리쳤다. 하지만 피터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그 지점에서 다소 신경질이 난--왜냐하면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화로워도 계속해서 저절로 머리가 움직이고, 사물을 잘못된 방향으로 밀게 되어 눈깜짝할 사이에,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기 일쑤인데 피터가 주위를 산만하게 하여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였기 때문이다--제시카는 인내력을 잃고는 선생님한테 일러바쳤다. "선생님, 잉크가 새고 있는 건 맞는데요. 왜냐하면, 그건, 피터가 펜을 작게 잘랐기 때문이에요." 과학 선생님은 그것을 보고는 화가 나 꾸지람을 잔뜩 늘어놓고는 코를 씩씩거렸다. 그녀는 "피터, 이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야, 훅, 훅, 훅, 훅, 훅, 훅, 훅." 하고 말했다. "손을 씻어도 될까요?" 하고 그가 물었다. "안돼, 절대로 못 씻어."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남은 인생동안 손에 잉크를 묻힌 채로 지내야 할 거야." 그것은 호들리 선생님의 농담이었는데, 실제로 피터에게 손을 못 씻게 했다. 하지만 노리는 연필 선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그냥 단어를 쓰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모험들이 연필 선에게 일어나는지를 상상했다. 그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었다. 왕따가 된 파멜라 그날의 그 다음 과목은 음악이었다. 노리는 음악수업을 받으러 갔다. 한데 노리는 그만 방향을 잘못 잡아 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는 강당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노리는 사내아이들 몇 명이 둥글게 모여서 "밥 먹을 시간이야, 파멜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파멜라는 상자 뒤로 달려가, 그곳에 숨었다. 6학년 아이들의 드라마 수업이 끝난 직후였다. 노리는 파멜라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사내아이들은 '먹어'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배가 고프니, 파멜라?" 그들 중 한 명이 "저 괴물에게 먹을 것을 줘." 하고 말했다. 노리는 "파멜라를 나가게 해! 그만해, 그녀를 나가게 해줘!"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려 들지 않았다. 그때 불어 선생님이 지나갔고, 사내아이들은 갑자기 당황해했다. 그들은 "쉬, 선생님이 못 보게 해." 하고 말했다. "파멜라, 제발 밖으로 나와." 노리는 상황이 유리하게 됐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선생님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사내아이들은 모두 딴 짓을 하는 척했다. 선생님이 "파멜라? 거기 있니? 밖으로 나와." 하고 말했다. 그러자 파멜라는 밖으로 나왔다. 노리는 "안녕, 파멜라, 이리 와, 우리 물건을 가지러 가자." 하고 말했다. 노리는 서둘렀고, 손을 흔드는 불어 선생님을 행해 손을 흔들었다. 불어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듯했는데,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파멜라가 선생님 중 누구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알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썸 선생님과 얘기를 할 테고 결국에는 파멜라가 썸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멜라는 썸 선생님이 지난해에 그 모든 좋지 않은 일을 모두 자신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믿었다. 노리는 "파멜라, 피어스 선생님한테 가보는 게 어떨까? 피어스 선생님은 무척 좋은 분이야. 그 선생님께 고민을 말씀드려. 선생님에게 얘기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을 거야. 계속해서 더 나빠지기만 할 거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고민을 말하기 위한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정한 기간 동안 괴롭힘을 당할 경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익숙하고 자연스런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더 이상 대항하기를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감기를 앓게 되면 코가 막힌 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했다. 노리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기에 그 말을 파멜라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파멜라는 완전히는 아니고,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내 물건을 가지러 가야겠어." 하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모두가 익명의 존재가 되는 음악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들 바깥으로 나와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노리는 키라를 비롯해 다른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파멜라는 밖으로 나와 긴 한숨을 쉬며 근처에 앉아 배낭을 풀썩 내려놓았다. 아이들 모두는 얼어붙은 듯 조용했다. 파멜라는 정신이 나간 듯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가락에 붙인 오렌지색 일회용 밴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파멜라가 그런 짓을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은 그녀를 보며 웃기 시작했고, 노리 또한, 그것이 비열한 짓이라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제시카가 노리에게 "저 애를 딴 데로 쫓아버릴 수 없니?" 하고 말했다. "내가 왜 그렇게 해야 되지?" 하고 노리가 말했다. "저기서 파멜라는 행복해 하고 있어. 나는 저 애를 쫓을 수 없어." 키라는 노리의 팔을 잡아 끌어당기며 "노리! 네가 그 애 편을 들수록 너는 따돌림을 당하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키라, 그게 네가 학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전부니?" 하고 노리는 말했다. "만약 네가 내 친구고, 파멜라가 내 친구라면 나는 모두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고 키라가 고함치듯, 하지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흥!" 하고 노리는 일어나서 파멜라 옆에 가 앉으며 "안녕, 파멜라?"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안녕." 하고 말한 후 계속해서 무척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일회용 밴드를 살피더니 곧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었다. 키라는 계속해서 다급하게 노리를 향해 손짓하며 "노리! 이리 와!" 하고 말했다. 노리는 '나를 용서해줘, 하지만 나는 파멜라와 함께 있을 거야.'라는 의미로 머리를 저었다. 그런 다음 노리는 파멜라에게 "너는 저 여자아이들에 대해 선생님께 얘기해야 돼."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여자아이들이라고? 여자아이들은 거의 문제도 안돼, 내게 두통을 안겨주는 것은 사내아이들이야."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계단 위에 서서 자신을 가리키며, 토할 것 같은 시늉을 하는 사내아이 몇 명을 가리켰다. 하지만 노리를 포함해 여자아이들이 파멜라가 일회용 밴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웃은 것이 파멜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떨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물론 그녀의 목소리는 화가 났을 때에도 그렇게 되었다--말했기 때문이다. 파멜라는 여자아이들 근처에 있길 바랐지만, 그들이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회용 밴드를 살펴보는 척하기로 했는데, 그 순간 그것은 그녀가 곧바로 다가가 모두에게 인사를 하지만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은 상황보다도 나쁜 효과를 냈던 것이다. 파멜라는 사내아이들이 그녀를 상자 속으로 밀쳐 넣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파멜라가 학교에 와서 매일같이 비참한 상태에 처하도록 만드는데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사내아이들만큼이나 나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면 그녀는 이해하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이 문제는 잊어버려, 그냥 잊어버려,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열한 짓과는 전혀 별개의 어떤 것에 대해 얘기를 해,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파멜라가 그녀 옆에 나란히 앉아 정상적으로 얘기하는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주니어 스쿨의 여느 아이들과 같은 아이라는 것을 보여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리는 가필드에서 읽은, 그녀가 기억하는 우스개 얘기를 파멜라에게 해주었다. 가필드는 그녀가 좋아하는 만화로 무척이나 재미있고, 그림이 몹시 귀여웠다. "가필드는 둥지 속에 든 새를 잡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어. 고양이가 새를 잡아 막 먹으려 하는 순간 매만큼이나 큰 엄마 새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고 있겠지. 가필드는 새를 손에 쥔 채로 고개를 들며 '음--짹짹? 짹짹?' 하고 말했어. 매는 그를 사납게 쪼기 시작했고, 가필드는 나무에서 내려왔는데, 온통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찢어지고, 멍이 들어 있었어. 그런데 가필드는 자존심이 상한 걸 감추려고 '음, 한데 그건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어.' 하는 거야." 파멜라는 살짝 고개를 흔들며, 가까스로 살며시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노리는 그녀에게 독서 경연 대회를 대비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었다. 파멜라는 숨을 들이쉬며 "응, "야생의 부름"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 하고 말했다. 그녀는 노리에게 그 이야기의 줄거리를 말했는데, 그것은 도난 당한 멋진 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벌떡 일어나 "가야겠어, 열차를 놓치겠어."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파멜라는 "고마워, 노리 잘가." 하고 말하며, 노리를 향해 살짝 고개를 까딱했는데, 그것은 노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노리는 파멜라가 양말을 벗는 것을 보고 웃은 것 때문에 느낀 죄책감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달려가는 파멜라는 분명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노리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키라는 노리 옆으로 오지 않았다. 그것은 약간 슬픈 일이긴 했지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의 홀에서 커다랗게 '남을 괴롭히지 맙시다' 라는 말이 적힌 풍선이 있었다. 풍선에 적힌 그 말은 무척이나 과장된 것처럼 여겨졌다. 리틀가이의 좋은 아침 리틀가이는 아침을 좋은 아침 시간이라고 불렀다. 그건 노리가 리틀가이의 나이였을 때 아침을 그렇게 불렀고, 또한 노리의 부모님이 아직도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노리는 자신이 아침을 그렇게 불렀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얘기해줘서 겨우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비행기가 취소되어 노리와 어머니와 할머니는 공항 근처의 호텔에 묵게 되었다. 그들은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들어 불을 꼈다. 두 어른이 마침내 눈을 감고 잠이 들었을 때 노리는 유아용 침대에서 일어나 가볍게 '두든 아침!' 하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은 '좋은'이라는 말을 '두든' 이라 하고, '아침식사'를 '아침시사'라고 말하는데, 그들에게 어떤 소리는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 그들은 자신의 혀에게 'ㅈ' 발음을 가르치기를 포기하고는 좋은을 두든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후 그들은 'ㅈ' 발음을 너무도 많이 듣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하게 된다. 어린아이는 아침을 좋은 아침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그 시간이 하루중 어느 때인지 조금도 감을 잡지 못하지만 어떤 특정한 시간을 사람들이 항상 '좋은 아침' 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단순한 아침 시간이 아닌 좋은 아침 시간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번 좋은 아침 시간에,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어나기 전에, 아주 아주 일찍 일어난 리틀가이와 노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침실 문을 닫고는 함께 미술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미술실은 사실 다용도실이었다. 그것은 실제로는 집의 위층에 있는 작은 또 하나의 부엌으로, 그곳에는 마커와 스테이플, 스카치 테이프, 가위, 그리고 온갖 종류의 물품들, 게다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싱크대로 있었다. 그곳에서는 달걀 거품기 놀이를 할 수도 있고, 진흙으로 뭔가를 만들 수도 있으며, 그냥 혼자서 뭐든 할 수도 있었다. "리틀가이, 뭘 만들고 싶니?" 하고 노리는 속삭였는데, 그건 오늘 또다시 뭔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또한 리틀가이가 함께 뭔가를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녀는 리틀가이와 함께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굴착용 드릴을 만들고 싶어."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이른 아침에 함께 빈 크래커 박스 하나와 작은 빈 레고 박스 하나와 튜브 형태로 만 종이를 이용해 굴착용 드릴을 만들었다. 그들은 전에도 뭔가에 그림을 그려 장식한 후에 쇼핑백 속에 넣은 다음 엄마, 아빠가 일어났을 때 "여기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게 있어요." 하고 말했었다. 부모님은 선물을 받으면 무척 고마워하며, 지금껏 본 것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가슴에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마치 가슴에 작은 문이 열리며 태엽 장치 공주가 잠시 밖으로 나오는, 가구 박물관에 있는 시계라도 되는 것처럼, 활짝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노리와 리틀가이가 굴착용 드릴을 만들고 있을 때 리틀가이는 잠시 일을 멈추고는 "나는 너무 행복해!" 하고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그 일에 더욱 정성을 쏟았고, 결과는 훌륭했다. 하지만 그날은 토요일이었는데, 그것은--영국과 미국간에, 최소한 학교와 관련해서만큼 무척 다른 어떤 것이 있었다--아침에 수업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머리를 빗고, 이빨을 닦고, 오트밀을 먹고, 학교로 달려가야 했다. 학교를 향해 가는 동안 백조들이 위협적인 태세로 어깨를 움츠리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노리의 어머니는 "파멜라는 어떻게 지내니?" 하고 물었다. "별로 잘 지내지 못해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녀는 몇 가지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노리에게 그러한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 얘기를 하되, 파멜라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원치 않으니 그녀의 이름을 말하지는 말라고 했다. 어머니는 단지 '제게 친구가 하는 있는데, 다른 아이들이 계속해서 못살게 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애는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대요, 하지만 저는 학교의 누군가가 그렇게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떻게 하면 되죠?' 하고 물어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들은 학교에 거의 정시에 도착했고, 첫 수업은 종교학이었고 그 다음은 역사 수업이었다. 종교학 시간에는 드로잉을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성마리아 회당에 쓰일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을 디자인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노리는 불룩한 소매의 파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금으로 만든 어떤 것을 얹고, 손가락 두 개를 들고 있는 성마리아를 그렸다. 하지만 손가락들이 무척이나 뭉툭하게 그려졌다. 그건 노리가 그림을 만화처럼 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려 하면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화가들처럼, 너무 완벽하게 하려 들어 종종 실수를 하곤 했다. 노리는 사실주의적인 기법을 이용할 경우엔 눈이 피로해져 결국에는 사람들을 너무 뚱뚱하게 그리거나, 코를 지나치게 크게 그리곤 했다. 하지만 만화 스타일로 그리는 것은 자신 있었다. 그 스타일로 그리면 얼굴이 제대로 그려지고, 표정 또한 성마리아를 그리는데 필요한 사랑스런 것이 되며, 얼굴 반쪽이 괴물의 얼굴처럼 보이거나 손이 병아리 발톱과 비슷한 것이 되거나 하지도 않았다. 성당에는 성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마리아 회당이라는 독립된 부분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금밖에 없었다. 종교학 시간에 아이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얘기한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 아이들은 성마리아 회당에 어떤 장식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계절, 혹은 다른 중요한 수녀와 여자 성인들, 혹은 마리아의 일생에 관한 장면들 등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오래 전 그곳은 풍부한 색채로 칠해졌었지만 이제 성마리아 회당은, 노리의 생각에 따르면 정말이지 문제였다. 그곳에서는 돌의 아주 차가운 냄새가 났다. 어쩌면 그것은 돌가루가 항상 떨어져내려서인지도 몰랐다. 여러 곳에 돌이 깨져 있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돌가루가 꽃가루처럼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곳은 아기 예수를 팔에 안고 달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기념하는 뜻에서 성마리아에게 바쳐진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슬픈 느낌이 드는 헐벗은 곳이었다. 알다시피 그곳의 돌은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스렐 주민들이 수도사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서는 망치로 교회 안에 있던 것들을 부수면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성마리아 회당 내부의 입상들이 있는 곳에 가보면 그것들의 머리가 아주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사만다 인형 크기의 기이하게 보이는 작은 조각들일뿐인 그것들을 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은 사만다 인형처럼 포동포동하지 않았고, 어깨 위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표정도 없었다. 인형, 혹은 조각품, 혹은 그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굴인데, 그건 촉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얼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물론 얼굴 역시 촉각을 느낄 수 있는데, 그건 살갗이 촉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빨 또한 감각이 있는데, 그것은 정확히 말해 촉각은 아니다. 가령 입 안에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넣었을 때 느껴지는 통증에 이빨은 무척 민감한데, 그것은 미각도, 촉각도 아닌, 이빨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어떤 감각으로, 어쩌면 그것에 대한 연구는 치과의사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때로 사람은 얼굴을 자신의 몸의 유일한 부분으로 느낄 때도 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심장 주위에, 가슴속에 또 다른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리의 생각에는, 리틀가이의 경우가 미술에 있어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훌륭한 보기가 될 수 있었다. 리틀가이가 이제 막 사람들을 소재로 한 최초의 훌륭한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커다란 원을 그린 다음 그것들을, 증기 기관차 두 대를 만들기 위해 그가 연결 고리라고 부른 선 하나를 그려, 잇기 전에 그는 무척 기쁜 얼굴로 "이건 증기 기관차야!" 하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동일한 두 개의 원과 동일한 선은 이제 두 개의 눈과 입을 나타냈고, 그는 "이건 줄리아나야!" 하고 말했다. 줄리아나는, 물론 이제 리틀가이 역시 이곳 스렐에서 학교를 다니긴 하지만, 그가 팔로 알토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무척 그리워하는 여자아이였다. 이제 그는 다리를 그리고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그리는 방식으로, 발이 한쪽 방향으로 뾰족 튀어나오게, 그리고 움직임을 포착해서 그렸지만, 이후에 배우게 되는 다른 부분들, 그러니까 무릎 같은 것은 그리지 않았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망치로 두들겨 부순 후 가버리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성마리아 회당의 바닥에 누워 있었을 작은 입상들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머리들을 생각하는 것이 슬픈 일이다. 어쩌면 늙은 수녀가 짚으로 엮어 만든 빗자루를 들고 옆문으로 들어온 것은 그때였는지도 모른다. 슬픔에 머리를 저으며, 그녀는 흩어져 있는 천사의 머리들이었던 작은 돌 조각들을 무척 조심스럽게 쓸어, 마치 양배추를 쌓듯 쌓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는 그것들을 벨벳 백에다 담아 주교의 정원으로 가져가 묻어주었는지도 모른다. 각각의 작은 머리는 이듬해 봄 희귀한 튤립이나 백합, 혹은 콩커나무로 자라났을 것이다. 아마도 백합이 되었을 확률이 가장 큰데, 그건 백합이 특별히 마리아에게 바쳐진, 특별한 의미를 가진 식물이기 때문이다. 시계풀은 덩굴식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식물이다. 왜냐하면 아주 가까이서 보면 그 속에서 십자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노리는 백년이 지난 후면 누군가가 땅 속에 있는 것들을 찾는데 사용하는, 아래쪽에 작은 후광이 달려 있는 지팡이--조각품 탐지기--를 갖고 주교의 정원을 돌아다니며 그 조각품 머리들을 찾아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런 작업을 하는데 사용하는 어떤 화학약품으로 그것들을 무척 조심스럽게 씻은 다음 하나씩 제자리에 맞춰 붙일 것이다. 그것들은 너무도 조심스럽게 붙여져 어디가 부서졌는지 알 수 없게 되고, 회당은 그토록 심하게 파괴되었던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복구될 것이다. UHU는 영국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아교의 이름이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어어' 가 아닌 '유후'라고 발음했다. 만약 어른이 되면 치과의사나, 입체 책 제작자가 아닌 스테인드글라스 제조자가 된다면 노리는 성마리아 회당 대부의 각각의 창문을, 마리아의 인생뿐만 아니라 마리아 회당을 위한 돌 발굴과 그것의 건축, 어느 목요일 오후 아무런 이유 없이 스테인드글라스와 입상들을 부순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밀 것이다. 또한 그녀는 머리 조각들을 구해낸 늙은 수녀와 머리에 꽃 장식을 한 일, 그리고 UHU로 머리들을 다시 붙인 일 등 그녀 자신의 이야기도 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곳은 다시금 화려한 색상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하게 될 것이고,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땅에서 머리가 자라난다는 생각은 노리의 발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고전 시간에 배운 이아손에 의해 이빨에서 군대가 나왔다는 얘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성마리아 회당 내부의 유리들은 거의 깨끗한 것들로 바뀌었다. 각각의 창문은 작은 장방형의 유리 조각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각각의 창문은 작은 장방형의 유리 조각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각각의 창문 바닥 근처에는 '친팜 경' 혹은 '로이드 은행' 혹은 '테스코' 와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테스코는 영국 내의 식료품 가게들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테스코와 웨이트로즈, 아스다와 세이프웨이가 있었다. 세이프웨이는 미국 내의 세이프웨이와 같은 이름이었다. 그것은 수퍼마켓 이름으로는 좋은 이름이었는데, 그건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가 아주 조용하고 널찍해 다른 쇼핑 카트와 부딪히거나 하는 일 없이 식료품을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성마리아 회당의 각각의 창문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건 각각의 투명한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에 드는 돈을 희사한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이제 창문에는 단순히 평범하게 테스코라는 글자만 적혀 있었고, 마리아도 아담과 이브도, 솔로몬이나 성궤도, 요나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도 없었다. 따라서 이제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방문객은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며, '음' 하고 생각에 잠긴다. 그는 머리가 없는 조각품들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건 망치로 조각품의 머리들을 하나하나 부순 사람들에 대해 떠올리기 싫어서이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을 보다가 로이드 은행이라는 글씨를 보고는 '오, 맞아, 저걸 보니 생각이 나는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조금 찾아야 할 것 같아.' 하고 생각하며,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온다. 아니면 그는 테스코라는 말을 보고는 '오, 맞아, 저녁식사로 양배추와 난쟁이 꽃양배추를 조금 사야겠군' 하고 생각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온다. 그는 반드시 마리아가 사랑하는 아들을 어떻게 보호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마리아는 다른 모든 어머니처럼 아들을 위해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년 아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나이었다 하더라도, 무한히 사랑하는, 바로 자신이 아이였기 때문에 그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톨릭에서는 그 이야기를 약간 바꿔, 그녀의 아들이 세상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들이 마치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라도 되는 듯, 그들을 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 자신의 개인적인 죽음은 성마리아가 그에 대해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사랑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오래 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을 때 그곳은 훨씬 더 예수의 어머니 성마리아 교회다워 보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상이 붉은 색과 파란색으로, 그러한 색상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교회 안에 있으면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돌로 된 캥거루 주머니 안에 있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스한 색이 있고 차가운 색이 있는데, 따라서 어떤 장소가 온도에 있어서는 차갑지만 느낌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심장을 따스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심장은 항상 따스하다. 심장은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의 크리스마스날에 노리는 유모 바비로 만든 작은 아기를 아기 예수로, 왕관을 씌우고 파란 드레스를 입힌 바비 인형 하나를 성처녀 마리아로 꾸민 다음 외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파이프를 청소하는데 사용되는, 꼰 철사에 섬유를 단 것으로 머리를 장식한, 금발과 흑발과 아프리카 출신의 미국 흑인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동방박사 바비 인형을 그들 앞에 놓아 성탄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었다. 세 명의 동방박사 바비들을 무릎을 꿇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작은 폴리 포켓 서류가방 속에 든 선물 옆에 누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리가 있었다. 로마 시대에는 사람들이 종종 긴의자에 누워서 저녁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썸 선생님과의 대화 그렇게, 노리는 종교학 시간에 성마리아를 그렸다. 그것은 역사 시간과는 약간 대조를 이루었다. 역사 시간에 아이들이 여전히 아즈텍 문명에 대해 토의하고, 아즈텍인들이 피처럼 붉은, 저무는 태양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사람들을 제물로 바친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하느라고 바빴다. 교과서에는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먼저--노리는 최소한 그러한 방식을 쓴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제물로 바쳐질 사람에게 술을 먹여 완전히 취하게 해 거의 잠이 든 상태에서 죽을 차례를 기다리게 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은 그의 양쪽 다리를 잡았다--두 사람은 그의 다리를, 그리고 한 사람은 그 팔을 잡았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은 한쪽 다리를 다른 사람은 다른 쪽 다리를 잡았다. 가운데에는 창을 든, 옷에 두 개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손은, 사람들을 죽인 탓에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또한 피 묻은 칼을 들고 있었는데, 그의 소매는 팔꿈치까지 피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죽을 사람을 눕히는 나무 받침이 있었다. 사람들이 걸어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제물로 바쳐지는 사람의 심장을, 아직 그것이 뛰고 있을 때 잘라냈기 때문에 주변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노리는 그러한 행동은 전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즈텍인들이 그런 멋진 옷을 입고, 자랑스런 얼굴을 한 것으로 그려져서도 안되었다. 물론 그렇게 제물을 바치는 일이 있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림에도 사람들은 미소짓지 않았고, 그래서 완전히 사악하게 보이지도, 무척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형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래할 수도, 떠들 수도, 노래로 말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배우는 것은 아이들이, 특히 사내아이들과 베르니스와 같은 몇몇 여자아이들이 그러한 섬뜩한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흥미있어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납골당 혹은 유령의 집 이야기"같이 공포를 안겨주기 위한 어떤 것이 아니었으면, 실제 역사의 일부였고, 바로 그 때문에 블리드레너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이다. 그리고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닌, 다른 어떤 멋진 방법으로 죽어야 할 경우, 나무 받침대 위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것은 가장 나쁜 죽음의 방식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가장 나쁜 죽음의 방식이 있었다. 하나는 아래에서 다리를 핥으며 타오르는 불기둥에 세워진 채로 화형을 당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죽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익사하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에 노리는 그 문제에 대해 키라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키라는 절대적으로, 가장 나쁜 것중에서도 가장 나쁜 짓은 산 채로 묻히는 것이라는 점 이외에는 대체로 동의를 했다. 그때 파멜라가 다가와 나무 아래 새로 떨어진 콩커 열매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놀랍게도, 노리가 키라에게 "가보자!" 하고 말하자 키라도 따라 나섰다. 그녀는 파멜라와 동행하긴 했지만, 키라는 노리와만 놀았고 그건 파멜라도 마찬가지였다. 파멜라는 가장 나쁜 죽음의 방식은 절벽에서 바늘처럼 날카로운 바위 위에 떨어져 죽는 것이라고 했고, 키라와 노리는 그렇긴 하지만 그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키라와 파멜라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실마리 같은 것이 있었다. 한데 그때 다른 아이들 몇 명이 콩커 열매를 줍기 위해 왔고, 키라는 그들에게로 갔다. 그녀는 아직도 파멜라와 함께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게 틀림없었다. 하늘은 파랬다. 그런 다음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키라는 노리에게 이튿날 자신의 집에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노리는 부모님께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노리는 썸 선생님과 초조한 마음으로 얘기를 나눴다. 노리는 자신의 여자 친구가 점점 더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육체적으로보다는 정신적으로 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리는 재킷 소동과 사내아이들이 못살게 군 일,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파멜라와는 얘기를 하지 않고 그녀를 비웃는 것,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계속해서 파멜라의 후드가 달린 방한 코트를 벗겨 말뚝 위에 걸어놓은 일을 얘기했다. "그 친구는 제가 이름을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하지만 그 애는 매일같이 계속되는 그런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이 그 문제에 대해서 뭔가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리라고 생각했어요." "네가 파멜라 얘기를 하는 것 같구나." 하고 썸 선생님이 말했다. "글쎄요, 저는 말할 수 없는 게--제 말은--그녀는 친구예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얘기를 해줘서 고맙구나, 노리." 하고 썸 선생님이 말했다. "그 일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고맙습니다, 그 애는 몹시 괴로움을 겪고 있어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노리는 커다랗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파멜라에게 관해 썸 선생님에게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선생님들은 이미 그 상황을 알고 계셨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노리는 하마터면 그럴 뻔하긴 했지만, 파멜라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여섯 개의 뇌 열두시 반에 어머니가 노리를 데리러 왔을 때, 노리는 다음날 키라의 집에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문제를 상의했다. 문제는, 다음날 가족이 자동차로 유서 있는 시골의 대저택인 윔폴에 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럼 키라가 우리와 함께 가면 안 될까요?" 하고 노리가 물었다.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를 쳐다보며, 그래서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노리는 배낭 속을 뒤져 연필통 안에 있는, 조그맣게 접은 종이쪽지에 적힌 키라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엘리너라고 하는데요, 키라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잠시 후 키라가 전화를 받았고, 노리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윔폴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노리는 키라가 "내일 오후에 윔폴에 갈 수 있단 말야?" 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윔폴!"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다음 또다시 "윔폴에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다음 "노리하고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다음 "학교 친구예요. 네."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잠시 후 키라가 다시 전화를 받으며 "그래, 가도 돼, 하지만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에게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셔." 하고 말했다. 그리하여 키라가 그들과 동행할 뿐 아니라 출발하기 한 시간 전에 와서 함께 노는 것까지 허락을 받았다. 윔폴은 좋은 곳이었는데, 노리의 어머니는 그곳에는 모든 나이의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거리가 될, 멸종 위기에 처한 다양한 암소와 돼지와 염소들이 있는 농장이 있다고 했다. 노리는 그 말을 듣고는 너무 기분이 좋아 키라가 올 것에 대비해 방의 북동쪽 구석에서부터 남동쪽 구석까지 샅샅이 청소했다. 그리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노리는 청소를 하면서 인형들을, 그것들의 모험적인 끝없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건들을 생각하며, 다시 배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리틀가이가 소파에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동안 그녀는 인형 두 개를 갖고 내려와 그의 옆에 앉아 자신에게 마리아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키라가 온다는 생각에 자꾸만 딴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인형을 스토브 뒤에 놓아두었다. 키라의 어머니는 키라를 노리의 집 앞에다 내려줬다. 노리는 놀라움을 느끼며, '와, 키라가 우리 집에 오니 무척 이상해' 하는 생각을 했다. 키라를 학교에서 보는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둘은 서로 약간 수줍어했지만 곧 즐겁게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가지 커다란 장애가 있었다. 키라는 지금껏 집에 TV가 없이 자라왔고, 그래서 노리의 집에 오자마자 TV 앞에 달려 들었다. 키라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뭘 보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스페이스 케봅 7"이라는 미국 만화 영화였다. "스페이스 케봅 7"은 골수 이식을 이용해 만든 거대한 두개골을 가진 스페이스 케봅이라는 열 다섯 살 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의 두 개골 안에는 여섯 개의 여분의 뇌가 저장되어 있었는데, 그 두개골은 방이 있는 앵무조개처럼 작은 격막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전선의 플러그를 빼 다른 뇌에 연결함으로써 각각의 뇌를 연결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가령 그가 현명한 늙은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을 경우 그곳에 플러그를 꽂고 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뇌에 연결을 했다. 그리고 송골매와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경우에는 작은 송골매 뇌에 연결을 했다. 여섯 개의 여분의 뇌에 그 소년이 본래 갖고 태어난 뇌를 더하면 모두 일곱 개의 뇌가 되었는데, 그 사실에 비춰 보면 그 프로그램의 이름이 "스페이스 케봅 7"인 것은 무척이나 논리적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보는데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다. 노리는 이미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았고, 그 에피소드들에는 항상 양치질을 할 때 나는 소리를 내는 거대한 우주에 사는 어떤 용 같은 것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리는 그 영화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씨가 나쁜 사람이라면 누구든, 모양을 빚는데 사용하는 찰흙을 주물러 소년의 뇌 플러그에 밀어넣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스페이스 케봅 7은 그 즉시 스페이스 케봅 5가 되었다. 또한 찰흙을 다른 소켓에 밀어 넣을 경우 그는 스페이스 케봅 3이, 그 다음에는 스페이스 케봅 2가 되고, 마침내는, 그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는, 자신의 뇌만 가진 소년이 될 것이며, 그 경우 그것은 더 이상 인기 있는 영화가 아닌, 우주의 보통 아이에 관한 평범한 만화 영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라는,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탓에 너무나 열심이었고 그래서 둘은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노리는 굉장히 졸렸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났고, 또다시 리틀가이와 함께 곧장 미술실로 갔었다. 리틀가이는 박스 안에 든, 스티로폼에 싸여 있는 칩을 보고는 "이건 태토 칩처럼 보이는데." 하고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힌, 가공의 포테이토 칩 백에 스테이플을 찍었다. 끝없는 바삭바삭한 이제 더욱 신선한 노리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파멜라가 휴식 시간에 먹기 위해 가져오는 것과 같은 참새우 칩을 먹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 안에 인공 감미료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리의 부모님은 노리가 설탕은 전혀 없음에도 설탕처럼 달콤한 맛을 내는 화학 분자 때문에 뇌에 손상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뇌는 달콤한 느낌이 마음속에서 사라진 후 자신을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키라는 참새우 칩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혀 위에서 거품을 일으키는 어떤 새콤한 캔디 종류처럼 혀 위에서 녹는 정말 맛있는 과자였다. 마침내 "스페이스 케봅 7"이 끝났고, 노리와 키라는 노리의 방으로 올라갔다. 노리는 키라에게 자신의 인형들을 보여주었다. 키라는 정중하게 그것들을 보았지만 노리만큼 흥미를 갖지는 않았다. 그녀는 욕조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차가운 물에 담글 때와 뜨거운 물에 담글 때 색깔이 달라지는 작은 철제 자동차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들은 잠시 색이 벼하는 자동차를 갖고 놀았다. 하지만 키라는 데비가 그런 것처럼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낱말 맞추기 멀미가 날 정도로 장시간 달린 후에야 윔폴 하우스에 도착했다. 농장은 아주 좋았다. 희귀한 암소들은 커다란 머리와, 건초 위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 같은 아주 불룩한 눈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왜 그 암소들이 지금 농부들이 키우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암소들만큼 성공적이지 못한지에 대한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검정색 암소 한 마리가 초록색 풀을 주는 리틀가이의 손가락을 물었고, 손가락은 부풀어올랐다. 리틀가이는 울었지만, 곧 다시 용감하게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염소들은 머리를 돌려, 뿔을 우리의 칸막이 아래로 찔러 넣었다. 음식을 씹어먹는 입술이 손에 닿는 느낌은 부드럽고 간지러웠다. 그것들이 목을 길게 뻗자, 숨소리가 칸막이에 부딪히며, 마치 개가 자신의 목을 물려 할 때 내는 듯한, 숨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중간에 칸막이가 있어, 강가의 구슬 같은 눈을 한 백조 곁에 있을 때와 같이 안절부절못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택의 진입로에는 절그럭거리는 자갈길이 있었다. 절그럭거리는 길은 진짜 마룻바닥이나 진짜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하여 그곳이 부유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저택에는 필수적이다. 또한 자갈길은 신발에 묻은 똥이나 진흙, 그 밖의 다른 더러운 것들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요즘은, 가령 헨리 8세의 아내들이 살던 때에 비해서는 길가에 똥이 훨씬 적었다. 그들이 걸어 올라가는 동안 한 어린 여자아이가 머리를 그 저택의 계단 아랫부분에 아주 세게 부딪혀 요란하게 울었다. 노리의 아버지는 안내책자 두 권을 샀다. 그래서 노리와 키라는 한 권씩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윔폴의 안내책자는 익워스의 아이들을 위한 안내책자만큼 멋지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날 오후에 있었던 중요한 일은 키라와 함께 그 대저택을 둘러보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것인데, 그건 키라가 무척이나 경쟁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안내책자에 "하인들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어떠어떠한 모양의 조그만 종을 당기를 줄을 찾을 수 있나요?" 와 같은 말이 적혀 있을 경우 키라는 노리보다 먼저 그것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각 방에는 테이블과 그림과 의자와 숨겨진 문들이 있었지만, 노리는 그것들을 볼 새가 없었다. 그건 키라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 노리는 달리기를 하고 싶었지만, 키라가 달리기를 하고 싶어할 경우 노리는 지고 싶지 않았다. 키라는 무척이나 달리기를 하고 싶어했다. 물론 그들이 달리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얌전한 척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걸었다. 그들은 개를 산책시키는 한 여자아이를 그린 그림 앞에 이르렀다. "정말 멋진 그림이야." 하고 키라가 말하자 노리는 옆눈으로 키라를 쳐다보았는데, 그건 키라가 실제로 그토록 그 그림을 좋아하는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키라는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안내책자에 나와 있었고, 무척 경쟁심이 강했기 때문에, 단지 그 그림 앞에 먼저 도착한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도 몰랐다. 노리는 경우에서 졌다는 느낌 없이, 그림에 대해 감탄할 수 있도록, 최소한 키라와 동시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노리는 그림과 조각품 같은 것에 등장하는 개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녀 자신의 개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키라는 금색 리트리버(역주--사냥개의 일종) 한 마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노리가 갖고 싶어하다 그럴 수 없었던 커다랗고, 털이 많으며, 냄새가 나는 바로 그 개였다. 노리가 그런 개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은, 우선 영국 정부가 영국 내로 들어오는 모든 개를, 전염병이 없나 검사하기 위해, 여섯 달 동안 가둬둔다고 하는 말을 듣고, 미국에서 데려오기를 포기한 탓이었다. 노리는 복잡한 상태였다. 그래서 개를 산책시키는 여자아이의 그림 앞에 섰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흠, 신발이 완벽하지 못해, 그리고 드레스가 좀더 엉덩이 위로 올라왔어야 했어."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노리는 "몸 뒤로 처진 이상한 분홍색 소매는 말할 것도 없고, 모자도 별로야. 너무 성급히 그린 것 같아. 개 역시 약간 사악해 보여. 좀더 낫게 그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말했다. "그래?" 하고 키라는 약간 턱을 내밀고, 얼마간 무시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저 그림이 별로인 모양이구나, 노리. 그렇지?" "땅은 무척 마음에 들어." 하고 노리는 말했다. "그리고 바위 위에 떨어지는 빛도, 덤불 숲도 좋아, 그리고 집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있어. 하지만 여자아이와 모자를 비롯한, 그림의 중앙 부분은 내 취향이 아닌 게 사실이야." 키라는 다시 자신의 안내책자를 보았다. 키라는 책 뒤쪽에 있는 단어 맞추기를 노리보다 훨씬 잘 했다. 키라가 철자법의 귀재였기 때문이다. 노리는 마치, 북두칠성은 아니라 하더라도, 화성에서 온 사람처럼 철자법에 몹시 어두웠다. 키라는 그 자리에서 바로 NGOL ERYLALG를 제대로 배열하면 LONG GALLERY(역주--긴 회랑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떤 샹들리에 계단 위에서, 그들은 죽은 새들을 그린 그림 옆을 지나갔는데, 그것은 정물화라고 했다. 새들이 움직이지도 날지도 않고, 마치 유리창처럼 그대로 정지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물화를 그리기란 더 쉬웠다. 그것들은 '정물' 이라고 하기보다는 '정지한 죽어 있는 것들still deads(역주--영어로 정물화는 still life인데, 정지한 살아 있는 것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았다. "욱, 구역질 나."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새들이 약간 부패하지 않았을까?" 하고 노리가 물었다. 그녀는 역사 시간에 블리드레너 선생님이 아즈텍인들에 대해 얘기한 내용을 떠올렸다. 한 번은 사제들이 제물로 바쳐졌는데, 사람들이 그들의 뇌를 칼로 벤 머리 속에서 썩도록 내버려두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왕의 머리를 벴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올리버 크롬웰에게 한 짓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지 몇 년 후 그를 파낸 다음 이제 완전히 부패한 그의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내 어떤 건물 위에 못에 걸어두었다. 그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은 그것을 가리키며 "엄마, 이빨이 있는 저 이상한 검은 덩어리가 뭐야?" 하고 묻곤 했다. 또다시 하는 말이지만, 그것은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익워스 하우스를 장식한 사람들은 그 점에서 좀더 나았다. 그들은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계단 옆에 죽은 새를 그린 커다란 그림 대신, 부채를 들고 있는 여자와 같은, 좀더 나은 것을 걸어놓았었다. 그 그림에 등장하는 실물처럼 보이는 부채는 위층에 있는 어느 방의 벽난로 위에 걸려 있어, 그림 속의 부채와 진짜 부채를 비교하면서, 화가가 그것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를 볼 수도 있었다. 화가는 멋진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어떤 부채들은 병아리 살갗으로 만들어지곤 했는데, 그 점에서, 그것들은 정물화로 불릴 자격이 있었다. 윔폴 하우스의 옐로우 드로잉 룸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곳이었다. 그곳에는 성당의 벽옥 장식과 비슷한 모양이 돔이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익워스에는 식당 테이블 위에 커다란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그곳의 안내인은 그 샹들리에가 본래 다른 집에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천장에서 떨어져서, 트랙터로 무성한 덤불을 정리하듯 못쓰게 된 부분을 떼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성한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모아 새 끈으로 묶었다. 이제 그것은 본래의 화려한 광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거기에서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키라는 아이들을 위한 안내책자에서 그것이 실제로는 샹들리에가 아닌 가솔린에 의해 빛이 나는 '가스등 샹들리에' 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디젤이야?" 하고 리틀가이가 물었다. 노리는 문득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레스토랑에 딸린 화장실이 떠올랐다. 각각의 화장실 위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그녀는 키라에게 그 얘기를 해주었다. "와, 사람마다 샹들리에가 있단 말이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믿을 수 없군." 노리는 미국에 관한 어떤 사실로 그녀를 감동시킨 것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나쁜 언니와 착한 동생 윔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키라는 희귀종 암소의 흉내를 내며 노리의 얼굴을 핥았다. 노리는 얼굴이 핥아지는 것에 대해 약간 결벽증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키라, 그만해!" 하고 말했다. "차 안에서 타액을 분비하는 놀이 같은 것은 하지 말아주겠니." 하고 앞자리에 앉은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서 키라는 그 짓을 그만두었다. 대신 그녀와 노리는 작은 오렌지색 공을 앞뒤로 던지는 놀이를 했다. 공을 잡게 된 사람이 이야기의 다음 부분을 말해야 했다. 키라가 먼저 시작했다. "언젠가 착한 여자아이와 나쁜 여자아이가 있었어. 둘은 쌍둥이 자매였어. 어느 날 나쁜 여자아이가 착한 여자아이를 곯려주기로 마음 먹었어. 그 방법은...." 그런 다음 키라는 오렌지색 공을 노리에게 넘겼다. "이런,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왔어." 하고 노리는 말하며 안전벨트를 채웠다. "좋아, 그 방법은, 나쁜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아주 멋진 파티를 열자고 해서 착한 여자아이의 드레스를 발로 밟는 것이었어. 나쁜 여장아이는 엄마가 동의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녀가 착한 동생의 드레스를 밟으면, 착한 동생은 모두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 화를 낼 거시 분명했어. 그리고는...." 노리는 공을 키라에게 던져 주었다. "어머니는 그들이 파티를 여는 것을 허락했어." 하고 키라가 말하며 다시 키라에게 건네주었다. "아주 성대한 가든 파티였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한데 한 가지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어, 그리고 그 문제는...." "가든 파티를 열기로 한 날 비가 왔다는 거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집안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어. 그 나쁜 어린 여자아이의 이름이...." "크루셀다." 하고 노리가 말했다. "쿠르셀다는" 하고 키라가 말했다. "약간 몸이 안 좋았어. 그리고 파티는 이렇게 진행됐지." "첫 번째 부분은 성공적이었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착한 어린 여자아이는 분주했고, 모두가 그녀에게 친절했고, 그녀는 정말이지 멋졌어. 모든 것은 잘 되어 갔어, 그런데 그때 나쁜 여자아이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야. 그녀는 '물론 나는 내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있어야겠지.' 하고 말하며 춤을 출 것을 제안했어. 그러자 동생은 말하기를...." "동생은 '좋아' 하고 말했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춤을 췄어. 한데 크루셀다가 막 그 일을 하려는데 어떤 일이 일어났어." "무슨 일인가 하면," 하고 노리가 말했다. "나쁜 여자아이는 몸이 아주 안 좋았어. 그녀는 너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워 발을 드레스 위에 올려놓을 힘조차 없었어. 그렇지만 그녀는 밟기로 마음을 먹었지. 하지만 어머니가, 그것이 고의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조심해 크루셀다, 네 동생의 드레스를 밟지 마, 그러다가 밟겠다.' 하고 소리쳤어." "그래서 그날 밤 크루셀다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중에라도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될까? 답을 맞춰봐." "그녀는 그렇게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녀는 계획을 세웠었고, 실행에 옮길 작정이었어. 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것이 너무 화가 나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녀는 무척 피곤했고, 그래서...." "그녀는 일주일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 했어. 하지만 그 주 주말에 다시 복수할 생각을 한 그녀는...." "착한 동생의 드레스를 밟는 일뿐만 아니라." 하고 노리가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착한 동생의 머리칼을, 그녀가 알지 못하도록 헝클어뜨리기로 했지. 그녀가 외출하기 바로 전에, 모습이 끔찍하게 보이도록 그리고 그것은 드레스를 발로 밟는 것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것이었어." 키라는 노리에게 "너는 그녀가 그것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할지를 말해야 해. 그녀가 또 다른 파티를 열게 되는 거니, 아니면?" 하고 귓속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알지 못했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런데 마침 그녀는 방법을 생각해냈지. 그녀는...." "또 다른 파티를 열어야 했어."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얼굴까지 가리는 파티였고, 그래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지.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면...." "그 누군가가 물 속의 사과를 꺼내야만 했는데, 그것은 그런 멋진 파티에서는 무척 창피스런 일이었지...."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물 속에 머리를 넣어야만 했기 때문이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리고" 하고 노리가 말했다. "물은 음식물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는데, 물 속에 머리를 넣을 경우 얼굴은 끔찍한 연한 초록색이 될 게 뻔했지. 그리고 그것은 그 부유하고 위엄 있는 가족에게는 무척 창피스러운 일이었어. 그래서 나쁜 여자아이는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근엄하게..." "'그래' 라고 말했어." 하고 키라가 말했다. "처음에 나쁜 여자아이는 캐롤을 불렀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자신을 좀더 인기 있게 만들려고. 거위조차도 그녀보다는 더 잘 불렀을 거야. 그녀는 야생 병아리처럼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춤이 시작되려 했지." 하고 키라가 말했다. "두 자매는 물론 서로를 몰랐는데, 그건 그들이 서로 다른 의상을 각자 세심하게 골랐고, 자신들이 어떤 차림에 어떤 모습을 할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들은 함께 춤을 췄지." 그런 다음 키라는 귓속말로 노리에게 충고를 했다. "나쁜 여자아이가 넘어져야 해." "처음에 그들의 스텝은 빠르게 움직였어." 하고, 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착한 여자아이는, 그녀의 이름은 에머린이야, 멋진 빠른 스텝으로 춤을 췄지. 하지만 나쁜 여자아이인 크루셀다의 스텝은 크고 투박하고 느리고 추했어. 그들은 함께 오랫동안 춤을 췄고, 마침내 크루셀다는 자신이 할 일을 떠올렸어. 그녀가 막 그 일을 하려는데, 마침 양탄자의 모서리가 접혀져 있었어. 그녀는 양탄자에 걸려 넘어지면서 턱부터 부딪혀 코가 엉망이 되었는데, 너무도 끔찍하게 부어 그날 내내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고 싶어하지 않았지. 그래서 그녀는 노래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노래는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지." 하고 키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대신, 그녀의 가면과 가발이 벗겨지며, 모두가 그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녀는..." "물 속의 사과를 주워야만 했지!"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집어넣고, 또 집어넣었고, 처음부터 더럽고 추했던 그녀의 얼굴을 끔찍한 붉은색이 되었고..." "누구도 그녀를 보려 하지 않았고, 그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어."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좀더 착한 아이가 되는 법을 배웠어. 그리고..." 노리는 '끝' 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 개는 이 이야기에서 중요해." 하고 말했다. 하지만 물론 키라는 그 말을 하고 싶어했다. "끝." 하고 키라가 말했다. "끝!" 하고 노리는 노래를 불렀다. "끝--끝, 끝, 끝, 끄읕!" 앞자리에 앉은 노리의 부모님은 "멋진 얘기구나." 하고 말했다. "나도 할 이야기가 있어!" 하고 리틀가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두 여자아이에 관한 거야. 그건 누나들이 한 이야기야. 두 명의 착한 여자아이들이 있었어. 하는 나빴고, 하나는 좋았어. 그들은 뭔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 끝." "마음에 드는데, 멋져." 하고 노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냐."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그들이 만들어야 할 게 있었어, 그들의 엄마는 그들이 마시멜론을 만들어도 좋다고 했어. 그들은 뭔가를 만들기로 했어. 그리고 그게 그들이 만든 뭔가야. 그들은 스코츠맨과 말라드라는 엔진 두 개를 만들었어. 증기 엔진이야! 그리고 그 파티에는 뭔가가 있었어. 그것은 이층 젤리 케이크, 이층 버스 모양인데, 먹을 수 있는 거야. 이층 버스처럼 생긴 거야. 그것은 햇빛 속으로 굴러갔고, 잔디 위를 달려갔어!" "이층 제릴 케이크라." 하고 노리가 말했다. "멋진 이야기야, 리틀가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그건 커다란 굴착기였어, 쿨럭쿨럭하며 달려갔어, 굴착기야. 그런데 거기에 커다란 덤프트럭과 굴착용 드릴러와 적재기가 있었어." "그래, 멋진 이야기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어떤 게 있어, 내게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이야기도 있어! 또 다른 이야기도 있어!" "좋아, 하나만 더 얘기해봐." 하고 노리의 어머니가 말했다. "옛날에, 두 개의 평평한 구멍이 있었어, 커다란 굴착 트럭이 그 위를 다려갔고, 흙이 묻었어. 사람들은 트럭의 발과 눈과 발가락을 씻겨주었고, 모두 깨끗해졌어, 끝." 그들은 키라를 그녀의 집 앞에 내려주었고, 그것으로 소풍은 끝이 났다. 성적표 일주일쯤 후 스렐 스쿨은 방학에 들어갔다. 노리와 파멜라는 "우리는 해냈어." 하고 말하기라도 하듯 악수를 나눴다. 키라는 가족과 함께 런던 근처 어딘가로 떠났고, 그래서 둘은 서로를 보지 못했다. 가이 폭스 데이(역주--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의회를 폭파하려 화약을 장치했던 구교도의 음모 주동자 가이 폭스의 체포 기념일)는 방학 동안에 있었다. 거대한 모닥불이 피워졌고, 가이 폭스의 실물 크기의 모형들이 그 불 속에 던져졌다. 노리는 그 모형들이 그렇게 사람 크기의 무거운 인형이 아니라, 가이 폭스를 닮은 작은 부두 인형쯤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가이 폭스는 믿음이 강한 가톨릭 교도였는데, 그는 화약통을 하나씩 지하실로 옮겼고, 폭약을 터뜨려 왕을 죽이려 한 순간 체포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이 폭스를 화형시켰고, 이제 사람들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했다. 영국에서는 가이 폭스 데이가 할로윈보다도 더 중요한 공휴일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가이 폭스의 머리를 밴 다음 모닥불에 태웠는지도 몰랐다. 그 점에 대해 노리는 분명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리는 차라리 그랬기를 발랐는데, 그건 산 채로 불태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아즈텍인들이라면 아주 잘 이해했을 방법으로, 극형에 처해졌다. 노리는 불꽃놀이가 끝난 후 뒷마당에 남아 있던 불꽃에 손가락을 데었다. 불을 지핀 철제 화덕이 무척 뜨거웠기 때문이다. 데인 살갗은 하얗게 변했지만, 얼음 조각을 얹자 훨씬 나아졌다. 방학 기간중 데비로부터의 편지는 우편함에 들어 있지 않았지만, 다른 어떤 것이 들어 있었다. 노리의 성적표였다.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는 성적표 같은 것을 보내는 대신 노리와 부모님이 선생님과 함께 자리하는 특별한 회의를 열었다. 선생님들은 항상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엘리너는, 네, 똑똑하고, 착한 여자아이죠, 하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해요, 그리고 철자법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해요." 노리의 부모님이 중국어를 몰랐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인 샤오 장이 중국어 선생님이 하는 말을 통역했다. 하지만 스렐 스쿨에서와 같이, 공부를 잘했고, 못했다는, 성적이 적힌 종이장 같은 것은 없었다. 스렐에서는 과목 이름과, 아주 잘함, 잘함, 만족스러움, 못함, 아주 못함이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보냈다. 노리는 역사 과목에서 잘함을 받는 것 외에는 모든 과목에서 만족스러움을 받았다. 아주 잘함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고전에서 잘함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그건 그녀가 그 수업을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좋아했고, 피어스 선생님이 얘기를 할 때면 무척 집중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했던 불어에서 못함을 받지 않은 데 대해 안도했다. 그녀는 불어는 아무리 해도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노리는 그 해 목표를 어떤 과목에서도 못함이나 아주 못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정했었다. 그럼에도 영어 과목에 대해서는 약간 불만스러웠다. 여자아이와 개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가 만족스러움 이상은 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노력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것 이상의 공을 들인 것으로, 잘함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썸 선생님은 노리가 좀더 짧은 글로 이야기를 끝내지 못한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노리는 계속됨이라는 말로 끝나는 훨씬 긴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또한 그녀의 철자법은 엉망이었다. 물론 노리의 아버지는 노리가 천년 혹은 이천년 전의 누구보다도 철자법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위로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영어 단어를 말하는데 여덟 가지 정도의 철자법이 있었고, 사람들은 기분 내키는 대로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오늘은 의자 chair를 chayer라고 말하고 싶어, 하지만 내일은 chayrre로, 그 다음날에는, 음, chaier라고 말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chere라고 말하게 될 것 같아." 하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떻건, 그것은 항상 chair여야만 한다. 세 개의 금지된 단어들 노리는 영어에서 잘함이 아닌 만족스러움밖에 받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썸 선생님이 '좋은(nice)'과 '그런 다음(then)'과 '말했다(said)'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방학이 끝난 후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갔을 때 썸 선생님은 지금부터는 과제물에서 될 수 있는 한 '좋은'과 '그런 다음'과 '말했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그 단어들이 지나치게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그녀는 아이들의 글에서 그 단어들을 보는 것에 싫증이 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리는 그 말을 듣고 약간 혼란스러웠다. 노리는 '좋은' 과 '그런 다음' 과 '말했다' 라는 말을 무척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웃었다', '그녀는 깔깔거렸다', '그는 대답했다', '그들은 속삭였다' 등과 같은 말을 한 다음 '자, 이제 옛날 것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다. 그리고 노리는 '그런 다음' 이라는 말 대신 '다음날' 혹은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혹은 '그 주의 이후에' 혹은 '삼일이 지났다' 라는 말을 사용해야 했는데, 노리는 그것들이 괜찮은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다음' 역시 괜찮다고 생각했다. 또한 썸 선생님은 시에서 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리가 자신을 위해 쓴 시에는 많은 운들이 있었다. 노리의 시 중 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어떤 가난한 남자의 집에 갔다 나는 어떤 가난한 남자의 집에 갔다, 그렇다, 내가 처음 한 일은 그 가난한 남자의 옷을 본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두 번째로 한 것은 어마어마하게 어질러진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세 번째로 한 것은 서서 고백을 한 것이었다, 그렇다, "온통 어질러져 있군요." 하고, 그렇다. 그 가난한 사람은 온통 어질러져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 그리고 말을 하긴 했지만 고백을 하지는 않고 단지 "그렇다"라고만 했다! 또 다른 시는 다음과 같았다: 제발 작은 새들을 놀라게 해 쫓아버리지 말아요 자부심에 가득찬 사람들이 작은 새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그곳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들을 날려보냈다. 그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 그것들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곳으로 그러니 제발 작은 새들을 놀라게 해 쫓아버리지 말아요. 노리가 가장 최근 들어 썸 선생님에게 제출한 시는 다음과 같았다. 나는 폭포 속에 갇혀 있다네 그래서 노래하는 어부의 외침 소리를 들을 수 있다네, 하지만 파도 속에서, 그리고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서 세상이 내게 준 것들을 즐기고 있다네. 기본적으로, 노리의 모든 시에는 어떤 식으로든 운이 있었다. 그런데 썸 선생님이 갑자기 말했다. "나는 운을 맞춘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건 견해의 문제이지." 그녀는 아이들에게 "그 문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고, 어떻게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어." 하고 말했다. 노리의 손을 들어,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로는 운이 맞는 모든 단어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훨씬 쉽게 운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 그래." 하고 썸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목록을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지, 그리고 결국에는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게 되지, 그렇지 않니?" 그래서 노리의 시들은 썸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그것들에 대해 그렇게 싫은 내색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빨을 갈며 "이련 역겨운 운은 더 이상 쓰지 마!" 하고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영국의 선생님들은 미국의 선생님들처럼 "멋져!" 혹은 "이 부분은 이 이야기의 보석과도 같은 부분이야, 엘리너!"와 같은 말들을 페이지 이곳저곳에다가 적거나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이 살펴보았다는 표시를 살짝 했을 뿐이며, 때로는 여백에 잘못된 철자를 바로잡아 주는 정도였다. 어쩌다가 그들은 "잘함" 혹은 "아주 잘함"이라는 말을 적었다. 그들은 별로 감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리에게는 '말했다'와 '그런 다음'과 '좋은'이란 말을 전혀 안 쓰는 것은 매우 힘든 일로, 그것은 갈수록 더했다. 수업 시간에 시를 다루는 일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쓰는 경우는 많았다. 노리는 이야기를 짓다가 "그가 말했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말을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을 찾기 위해 오분 동안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녀가 그 다음에 쓰려고 했던 것이, 리틀가이가 말하는 증기기관차의 증기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때로 그녀는 'said'의 's'를 쓴 다음 '오, 나는 너무 피곤해, 지금은 잉크 지우개의 뚜껑을 여는 일도 하겠어' 하고 생각하며 's'로 시작하지만 'said'는 아닌, 이를테면 '그는 미소를 지었다 smiled' 혹은 '그는 능글맞게 웃었다 smirked', 혹은 '그는 소리쳤다 shouted'와 같은 단어를 생각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가' 무엇을 했건, 그가 한 모든 것은 그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아, 그는 그 이야기 속의 인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거나 능글맞게 웃거나 소리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쉼표를 마침표로 바꾸고, 소문자 'h'를 대문자 'H'로 바꾼 다음 그가 하는 일을 새로운 문장으로 표현할 수는 있었다. 가령 다음처럼 잘못 쓴 문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음, 이 꽃양배추는 맛있게 보여," 하고 그는(he) s 노리는 'said'의 's'까지 쓴 다음 갑자기 '오, 안돼, 또다시 실수를 했어, 썸 선생님은 절대로 그는 말했다(said)라고 써서는 안된다고 했지!'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펜을 쉼표 주위로 이리 저리 돌리다가 그것을 커다란 원으로, 결국에는 확실한 마침표로 바꾸고, 소문자 'h'를 대문자 'H'로 바꾸는데, 그건 'h'의 둥근 부분을 직선으로 만들고 짧은 부분을 길게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쉬운 일이다. 그런 다음 그가 's'로 시작하는 다른 어떤 일을 하게 한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이 된다: "음, 이 꽃양배추는 맛있게 보여." 그는 한 숟갈(He spooned) 가득 뜨며 김을 들이마셨다. 이것은 하나의 예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이야기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줄 경우 누가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또한 그것이 일관성이 없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리가 '말했다'라고 말을 쓰지 못하게 된 것 때문에 그토록 머리가 어지러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또한 솔직히 말해 노리는 '좋은' 이라는 말을 무척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미국의 사학년에 해당되는, 영국의 오학년 아이들에게 '좋은'은 무척 중요한 리틀가이 나이 또래의 좀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무척 중요한 단어였고,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단어였다. 아이들이 쓰는 언어에 있어 '좋은'이라는 단어가 수백만 가지의 다른 것들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혹은 학교가, 혹은 어느 오후가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신나는'이라는 단어만큼 확정적이지 않다. 가령, 오후에 몇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을 경우, 그것은 완전히 '신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주 '좋은' 오후일 수도 있다. 아니면 리틀가이가 멋진 증기 기관차를 그린 다음 아일 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노리에게 선물로 줬을 때를 생각해 보자.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작은 원과 커다란 원 하나와 연결 고리가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어머, 리틀가이, 정말 친절하구나!" 하고 말할 경우 그것은 약간 냉소적으로, 혹은 지나친 찬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어머, 리틀가이, 정말 좋은 아이구나." 하고 말할 경우 거기에는 전혀 과장이 실려 있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우리가 누가 무척 친절하다고 말할 경우, 그것은 그가 우리에게 무척 친절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무척 좋은 애구나, 라는 말은 하지 않는데, 그건 어떤 이유--관심 분야가 다르고, 어쩌면 파멜라와 같은 사람에게는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로 그와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은 아이들이 곧잘 사용하는 말이었고, 노리는 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글로 적고 있었다. 그래서 노리는 문장 속에서, 아이들이라면 '좋은'이라는 말을 사용할 지점에 이르러 갑자기 "조심해, 조심해, '좋은'이라는 말은 안돼."라는 생각을 떠올리고는 골치가 아파 머리카락을 뿌리째 뽑을 것처럼 잡아당기곤 했다. 노리는 실제로 머리를 뿌리째 뽑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노리의 생각에 따르며, 머리를 뿌리째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머리를 한 움큼 잡아당긴다 하더라도 그 중 몇 가닥만 뽑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풀을 뽑듯 머리칼을 세게 당겨 뽑을 만한 의지가 없었다. 물론, 놀랍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사실이 아닌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나오는 책의 한 장을 장식하고 싶다면 머리가 뽑힌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머리칼을 모두 밀어버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느 정도 "머리를 뽑는" 것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리가 머리칼 하나라도 뽑은 적이 있다면 그것은 과제물에서 "좋은"과 같은 말을 쓰는 것이 금지된 것에 미칠 것만 같아서가 아니라, 뭔가에 대해 무척 조심스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노리는 손가락으로 머리칼 한 올을 잡아 아주 가볍게 끌어당기며, 그것이 얼마나 잡아당겨질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았다. 때로 머리칼 한 올이 마침내 뽑히는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극단적인 어떤 일은 아니었다. 파멜라에게 생긴 또 다른 나쁜 일 토마스 모틀은 뒷머리를 똑바로 잘랐는데, 그 때문에 그가 걸을 때면 머리가 찰랑찰랑 움직였다. 그는 로저 샤프리스처럼 성가대원이었고, 겉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진짜 속은 못된 장난꾸러기였다. 별로 좋은 날이 아니었던 어느 날, 토마스 모틀은 노리로 하여금 너무도 화가 나 그의 머리털을 뽑게끔 한 어떤 일을 파멜라에게 했다. 그날의 시작은 좋았는데, 그건 노리가 잉크 지우개를 테이블 위에 똑바로 세운 다음 마치 그것을 숭배하듯 바라보며, 키라와 함께 마음이 뿌듯해져 깔깔대며 웃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리는 키라가 알아채기 전에 웃기 시작했지만 곧 그들은 마찬가지로 깔깔대며 웃었다. 우스운 것은 키라가 실제로 우스운 짓을 하는 노리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키라는 단지 썸 선생님이 "노리,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도 되겠니?" 하고 묻는 것을 들었을 뿐이다. 노리는 잉크 지우개 앞에서 그것을 숭배하듯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노리와 키라는 "아냐, 아냐, 아냐, 아냐, 너는 한 면의 신만 숭배할 수 있어." 하고 말하던 참이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것을 손을 대지 않고, 때려 공격하는 척했다. 그것을 손으로 때려 쓰러뜨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좋지 않았던 것은, 썸 선생님이 그들에게 지능 수학 시험 문제를 냈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열 다섯 문제중 한 문제를 맞췄다. 썸 선생님은 곱셈 문제를 무척 빠르게, 노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게 냈다. 영국인들은 '제로 제로' 혹은 '오 오' 혹은 '3 3 3'을 말할 경우 '더블(두 개라는 의미) 0'이나 '트리플(세 개라는 의미) 3'이라고 말했다--게다가 그들은 미시시피의 철자를 말할 경우 'M-I-더블 S-I-더블 P-I'라고 말했는데, 그럴 때면 노리는 그것이 숫자인지 문자인지에 따라 '더블 double'의 d나 숫자 2를 쓰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썸 선생님 역시 비슷한 어떤 습관이 있었는데 반드시 위에서 예를 든 것만은 아니었다. 노리는 썸 선생님이 아디들에게 물은 블루 블레이저에 나오는 어떤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서 노리는 지능 수학에서 열 다섯 문제중 한 문제밖에 맞추지 못했는데, 그것은 무척 나쁜 점수였다. 그래서 그것은 그날의 좋지 않은 일중 한 가지가 되었다. 그 일이 있은 다음 점심 식사를 마쳤을 때 토마스 모틀이 다가왔다. 어쨌든 파멜라를 괴롭히는 일은 꾸준하게 계속되었으며,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파멜라의 정강이 살갗이 벗겨지게 하는 일로까지 발전해 있었다. 아이들은 잽싸게 그녀의 정강이를 찼고, 선생님이 볼 때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척했다. '정강이 살갗이 벗겨지게 하는 일' 은 정강이 살갗이 나무 껍질처럼 벗겨지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다시 말해, 그것은 살갗이 까지는 일이었다. 파멜라는 노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 했지만, 노리가 옆에 있을 때에는 아이들이 그 짓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리가 직접 눈으로 본 것은 몇 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노리가 보고 있을 때 토마스 모틀이 몰래 파멜라 뒤에서 다가와 비겁하게 그녀의 다리 뒷부분을 찬 다음 달아나려 했다. 그는 사내아이들이 그러듯, 번개처럼 도망을 칠 생각이었다. 당연히 파멜라는 넘어졌고, 책들이 길에 흩어졌다. 파멜라는 얼굴이 붉어졌고, 조금 울기까지 했다. 노리는 그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멀리서 그것을 보았을 뿐이다. 노리는 파멜라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토마스가 파멜라를 찬 직후 과학 선생님인 호들리 부인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토마스 모틀은 선생님을 보고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무척이나 순수하게, 그는 파멜라가 일어나 책을 하나씩 줍는 것을 도왔다. 노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호들리 선생님은 "고맙다, 토마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못된 자식들은 선생님 앞에서는 늘 그렇게 행동했다--그들은 누군가의 정강이를 걷어 차는 짓을 하고도, 선생님이 나타나면 사람을 돕는 착한 소년인 척 했다. "토마스가 너를 넘어뜨린 애라는 것을 호들리 선생님께 말해야 했어!" 하고 노리는 파멜라에게 말했다. "지금 호들리 선생님은 네가 실수로 넘어졌다고 생각할 거야! 너는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해!" 하지만 파멜라는 누구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노리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반면, 파멜라가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노리의 발음이 이상하며, 그녀가 못생겼다고 놀리긴 했지만, 누구도 몰래 뒤에서 다가와 그녀를 발길로 차거나 하지는 못했다.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면 노리는 곧장 그를 쫓아가 있는 힘을 다해 그를 걷어찰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가 노리의 재킷을 숨길 경우 그녀는 그것을 숨긴 누구라도 목을 비틀 것이고, 또한 누군가가 그녀의 방한 코트를 뺏는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돌려받을 것이다. 하지만 파멜라는 결코 맞서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본성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그녀의 본성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해 시작부터, 아이들이 그녀를 계속해서 괴롭힘으로써 그녀의 본성을 바꿔놓았는지도 몰랐다. 노리가 아이들에게 "파멜라를 더 이상 못살게 굴지 마, 그러지 않으면 당장 파멜라가 피어스 선생님한테 가서 얘기할 거야." 하고 말했을 때 그들은 웃을 뿐, 나쁜 짓을 그만두지 않았다. 파멜라가 피어스 선생님한테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멜라는 과거에도 그런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노리는 몇 번씩이나 "파멜라, 선생님한테 얘기를 하면 훨씬 나아질 거야." 하고 말했지만, 그녀는 전혀 그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리는 그들 중 한 명의 목덜미를 잡아 피어스 선생님에게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피어스 선생님이 썸 선생님과 얘기를 하고, 썸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얘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파멜라를 못살게 구는 일은 계속해서 되풀이되었다. 노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말을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내아이들은 걷어찬 후 곧 사라져버렸고, 하고 싶은 욕을 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노리는 토마스 모틀을 신데렐라의 새언니라고 부름으로써 그를 혼내주려 했다. 드라마 수업 시간에 한 번, 토마스가 신데렐라의 새언니 역을 하며 커다란 금발 가발을 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한 짓은 신데렐라의 못생긴 새언니나 할 짓이야." 하고 노리는 그에게 말했다. "말도 안돼!" 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말싸움 역겨운 토마스가 파멜라를 걷어찬 것은 보고는, 줄리아 솔렌조차도 약간 충격을 받아 파멜라에게 좀더 잘 대해주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발로 걷어찼다는 얘를 들으면 '맞아, 그건 나쁜 짓이야.'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짓의 비열함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파멜라를 걷어차도 그녀가 맞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고, 선생님께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사실에 노리는 분개했다. 어쩌면 영국에서 아이들이 다른 아이의 정강이를 걷어 차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 것은 사내아이들 모두가 커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노리 반의 사내아이들은 더햄 대학에 진학해 기압계를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고 말한 로저 샤프리스를 제외하면, 모두를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축구에서는 손보다는 발을 더 많이 사용하는데, 따라서 발을 사용하는 그 기술을 엉뚱한 사람의 정강이 살갗이 벗겨지게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몇몇 아이들이 노리의 편이 되어 파멜라에게 좀더 잘 대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저 샤프리스는 항상 파멜라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키라는 아직도 노리를 파멜라에게서 떼어놓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녀는 "노리, 너는 네가 학교에서 파멜라를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모르니?" 하고 말하곤 했다. "그게 사실인지 잘 모르겠는데." 하고 노리는 말했다. "사실이야, 그건 사실이야." 하고 키라가 말했다. "다른 누구도 파멜라의 친구가 아냐, 누구도." 하지만 파멜라는 이따금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한번은, 파멜라는 육학년에 있는 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무척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노리는 그녀와 함께 기다렸다. 파멜라는 그들이 기다린 시간이 십오분밖에 안된다고 했지만, 노리의 생각에는 십오분이 넘은 것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노리는, 자신이 주니어 스쿨에서 파멜라의 유일한 지속적인 친구라 하더라도 그것이 나쁜 일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파멜라의 유일한 친구라는 사실이 도대체 왜 나쁘단 말인가? 오히려 노리는 파멜라의 친구인 것이 좋았다. 노리는 파멜라를 위해 사내아이들과 맞서는데 어떤 방법으로 쓸까 하고 파멜라와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리는 파멜라가 수학을 잘하는 것에 감탄했다. 수학을 잘하면 과학이나 치과학 등 많은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노리는 파멜라에게 관절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 것과 같은, 놀라운 점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파멜라는 노리에게 자신의 관절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 어떤 종류의 펜은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튀어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특별한 종류의 다른 펜을 사용해야만 했다. 노리에게는 그녀가 보통 사용하는 중간 크기 펜촉의 만연필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파멜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멜라에게는 그와 같이, 노리가 좋아하는 놀라운 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노리는 파멜라가 쉬쉬하며 말을 하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파멜라는 항상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에게는 할 말이 많았고, 듣는 사람은 무척 귀를 기울여 들어야 했다. 파멜라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아주 바람직하게도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얘기를 했고 , 그녀한테 말을 하는 사람에게 무척 집중해서 들었다. 노리의 부모님은 노리에게서 파멜라가 그 어느때보다도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무척 화를 냈다. 그들은 더 이상 침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슨 조치가 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파멜라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직접 피어스 선생님을 찾아가 보거나, 아니면 파멜라의 부모님께 곧장 가봐야겠다고 했다. 더 이상 그런 일이 허용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리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건 파멜라의 선택이지 다른 누구의 선택도 아니라고 말했다. 파멜라는 절대로 선생님이나 그녀의 부모님이 암기를 원치 않으며, 노리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도록 약속을 시켰으므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노리는 곧 다시 선생님한테 가서, 최소한 아이들이 파멜라의 정강이를 걷어 차는 짓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노리의 부모님은 정확히 말해 거래는 아니지만 일종의 거래로, 치아 보호대를 사주겠다고 했다. 치아 보호대는 이빨이 부서지지 않도록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키 스틱에 입을 얻어 맞게 되어도, 치아 보호대를 하고 있으며 입술이 부어오를 수는 있어도, 이빨이 빠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노리는 치아 보호대가 갖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것을 갖고 있었고, 또한 그녀의 생각에는, 큰 아이들이 파멜라를 못살게 구는 것을 막을 때 좀더 자신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하, 나는 강력한 치아 보호대를 하고 있어, 이제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 없어!' 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노리는 잘못해서 이빨이 아스트로터프 위에 떨어져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치과의사가 되고자 할 경우에는 자신의 이빨이 자신의 직업을 광고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경우 이빨에 어떤 이상한 점도 없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며 사람들이 "오, 안돼, 그 의사한테 가서 내 이빨을 치료하고 싶지 않아. 그 의사의 이빨을 한번 봐." 하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리는 썸 선생님에게 가서, 친구가--그녀가 그전에 말한 친구와 동일한 친구일 가능성이 많았는데, 그건 사실이었다.--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노리는 그 친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는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노리는 "이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고 말했다. "거기에는 사내아이들의 발, 신발, 정강이 등이 포함되어 있죠." 썸 선생님은 "고맙구나, 노리, 알려줘서 고맙다." 하고 말했다. 때로 파멜라를 못살게 구는 사내아이 두 명에게 "멍청이--맹추--바보--등신"이라는 말을 한꺼번에 하거나 아니며 "이런, 네가 밤에 옆으로 누워 자지 않기를 바래, 그렇게되면 네 머리속에 가득찬 완두콩이 네 귀 밖으로 쏟아져나올 테니까." 하고 말하는 것은 무척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좀더 나이든 아이들 중에는 노리가 상대할 수 없는 말씨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멜라는 계속해서 파멜라의 뺨에 대해 치사한 말을 해대는 자넷이라는 이름의 좀더 나이 든 여자아이에게 맞설 수 있도록 노리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한 번 있었다. 노리는 그 여자아이에게 "잠깐만, 부탁인데 파멜라한테 더 이상 치사하게 굴지 않을 수 없어? 아니면 똥통 속에 한참 동안 담갔다가 꺼낼 테니까." 하고 말했다. "그래?" 하고 노리가 말했다. "나 또한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마."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래, 내 얼굴이 보기 싫다면 내 얼굴을 보지 마!" 하고 노리가 말했다. 여자아이는 웃음을 터트리며 도서관 쪽으로 가 버렸다. 그 여자아이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칠학년짜리 사내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다음번에, 파멜라가 노리에게 그 여자아이와 말싸움을 해달하고 했을 때, 노리는,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그 여자아이에게 대항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 여자아이가 너무도 자신감에 차 있고, 잠시 동안의 긴장된 순간에 재빨리 먼저 할 말을 생각해내기 때문에 노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작전을 세울 수 없었다. 우정의 핵심 지리 시간에 아이들은 여러 나라들, 다시 말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핀란드, 그린란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랩랜드, 대영제국, 그리고 물론 영국 본토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나라들이 있었다. 서로 잘 맞추어진 수많은 크고 작은 땅들이 있었고, 하나에 집중을 하다보면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물론 매일같이 그 땅들 어디에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래쪽의 나라들과 위쪽의 나라들, 중간 크기의 나라들과 '혼성 교통' 의 나라들--리틀가이가 그렇게 불렀는데(물론 정확히 나라가 뭔지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그가 초콜릿 거품을 얹은 도너츠를 '혼성 교통 도너츠'로 불렀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객 열차나 화물 열차를 끌 수 있는 붉은 제임스 엔진과 같은 엔진이 '혼성 교통 엔진' 인 것과 같은 맥락에서였다. 모두에 집중하거나, 벨기에나 바르셀로나 혹은 다른 어떤 나라에 집중할 경우 쉽게 잊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어떤 날, 가령 미국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게 되었다. 어느 날 노리는 지리책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느라 배낭에 든 것 모두를 꺼내야만 했다. 결국 책을 찾아냈는데, 동시에 배낭 바닥에서 플레이크 99 포장지 몇 개와 오래된 콩커 열매 여섯 개도 찾아냈다. 콩커 열매는 썩어가고 있었다. 한쪽은 검고 다른 쪽은 하얀색인데, 축축하고 물렁물렁해서 만진 것을 후회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들이 토탄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냄새는 무척 좋았다. 노리는 지난 몇 주--실제로 그다지 오래는 아니었다--동안 키라와 함께 콩커나무 아래에서 함께 놀던 일이 그리웠다. 이제 노리는 그녀와 예전만큼 친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키라는 친구 사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완전하지 못했다. 우정은 뭔가의 핵심, 이를테면 콩커 열매가 아닌, 어쩌면 사과 같은 과일의 속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 둘레에는 껍질과 잎, 그리고 껍질에 붙은 반짝이는 밀랍 같은 것이 있겠지. 그 속에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즙으로 가득 차 있고. 빨갛게 반짝이는 껍질은 신나는 부분이긴 하지만 우정은 그보다 더 깊이 핵심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는데, 키라는 그 핵심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그녀는 그 점에 대해 노리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노리의 우정의 핵심이 단지 이따금 서로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내거나, 매순간 경쟁을 하거나, 친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가령, 바비 인형과 놀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자아이들 모두가 바비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를 놀리고, 그 인형들을 좋아하는 것을 비웃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그 창피스런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지니고 있다고 해보자. 진짜 친구에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네게만 말해줄게. 나는 정말 바비 인형을 좋아해." 하고 말함으로써 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친구란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도 비웃지 안으리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짜 친구라면, 다른 아이들이 못살게 구는 친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애하고 친구로 지내지마, 다른 누구도 그 애와는 친구로 지내지 않아, 그 애를 멀리해." 하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로 그것은 파멜라와 관련이 있었다. 키라는 다른 아이들처럼 직접적으로 파멜라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나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멜라는 키라가 그녀와는 결코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에서 얼마나 엄격한지를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로서는 차라리 알지 못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키라가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파멜라가 발걸음을 돌릴 경우, 노리는 "저기, 파멜라, 이 테이블은 약간 비좁은 것 같아, 음, 저쪽에 있는 다른 테이블로 가는 건 어때?" 하고 말하곤 했다. 물론 그럴 경우, 키라는 노리가 자신 대신 파멜라와 함께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화를 냈다. 하지만 그것은 노리의 선택이 아닌 키라의 선택인 셈이었다. 노리로서는 그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한다면 무척이나 행복할 터였다. 한번은 키라가 노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파멜라가 다가와 그들과 함께 걸으려 하자 키라는 "어머, 파멜라, 네 배낭! 배낭을 놔두고 오는 것을 잊어버렸구나, 빨리 갖다 놓고 오는 게 좋겠다! 노리, 우리는 먼저 가 있자! 얼른 배낭을 갖다놓고 와, 파멜라!" 하고 말했다. "꼭 배낭을 갖다놓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해야 돼."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건 칠칠치 못한 일이야, 배낭을 갖고 와서는 안돼. 가서 배낭을 놓고 와, 파멜라! 가!" "파멜라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그냥 놔둬, 키라." 하고 노리가 말했다. 파멜라가 이미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라는 노리의 팔을 잡고는 "자, 가자!" 하고 말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노리의 다른쪽 팔을 잡고 "기다려, 노리, 기다려." 하고 말했다. 두 사람은, 파멜라는 한쪽 팔을, 키라는 다른 쪽 팔을 잡아당기며 노리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의 재미있을 지경이었다. 그때 키라가 포기하며 2펜스만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노리는 그녀에게 2펜스를 주었고, 키라는 셸리와 다니엘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노리는 파멜라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키라가 다른 아이들만큼이나 나를 미워하니?" 하고 파멜라가 물었다. 노리는 키라가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전에도 이미 그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도, 파멜라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파멜라가 설사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입밖에 내서 다시금 마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노리는 얼버무렸다. "글쎄, 나는 키라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때로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야. 그런데 때로는 누가 누구와 친구인 것에, 누가 누구와 함께 걷는 것에, 누가 누구와 함께 앉는 것 따위에 대해 지나치게 경쟁적이야. 내가 너와 친구인 것에 대해 그녀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친구이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 마치 그 특정한 친구에 대한 소유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야. 키라는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너무 겁을 먹고 있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혼자 생각할 줄도 모르고,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내릴 줄도 몰라." "학기가 끝나가는 게 무척 기뻐."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노리는 문득 이빨을 닦을 때 거울을 보면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가 할 일이 뭔지 아니? 너는 선생님이나 네 부모님께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 좋아, 하지만 우리는 너의 모든 경험, 즉 누군가가 한 모든 좋은 일과 나쁜 일, 예를 들어 토마스가 네 정강이를 걷어찬 일, 네 방한복을 뺏은 일 등, 그 모든 것에 관한 책을 쓸 수는 있어. 우리는 먼저 이 일이 있었고, 그 다음에 저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차례를 만들 수 있을 거야." 파멜라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봐. 너는 그 일이 익명으로 네게 일어난 나쁜 일이라는 식이 아니라, 그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할 수 있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그것을 읽어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될 거야, 한 여자아이, 혹은 두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말야. 우리는 함께 그것을 할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런 일은 꿈도 꾸고 싶지 않아."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나는 좋은 일들에 대해 쓰고 싶어." "좋아, 이건 어때? 현재에 관한 책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열 여덟 살이 되어 대학에 가 여러 가지 모험을 겪게 되는 것에 대해," 노리가 다시 말했다. 파멜라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나는 모험에 대해서밖에 쓸 수가 없는데, 그건 내가 관절이 이중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는 글을 쓰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글을 쓰면 엄지손가락이 아프기 때문이야. 하지만 어떤 모험들에 대해 힌트를 줄 수는 있을 거야. 가령, 우리는 함께 활화산을 찾아가 모험을 할 수도 있겠지. 나는 전에 한 번 활화산에 가 본 적이 있어." "완벽해!" 하고 노리가 말했다. "네 이름을 뭐라고 했으면 좋겠니?" "클라우디아."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노리는 "샐리와 클라우디아의 모험"이라는 책의 첫 페이지를 썼다. 샐리와 클라우디아의 모험 "엄마(Mom), 나는 내 파일도 필요할 거예요." 하고 클라우디아는 계단에서 소리쳤다. 새로 세탁을 한 교복을 입은 그녀는 옥스포드 대학보다는 디스코장에 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열 여덟 살로 무척 똑똑했고, 특히 수학과 화산 연구에 뛰어났다. 클라우디아는 스렐 주니어 스쿨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곳이 무척 그리웠다. 그녀는 육학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그곳을 다녔다. 클라우디아가 그곳을 그토록 그리워하는 이유는 스렐 스쿨에 다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샐리 때문이었다. 샐리는 치과학에 무척 관심이 많은 미국 출신의, 키가 아주 큰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이제 스탠포트 대학에 진학했는데, 동생은 스렐 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동생은 모형 제작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시간에는 커다란 벽오동나무로 말라드 모형을 만들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특별한 종류의 고속 증기 기관차이다. 그는 지금껏 줄곧 열차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으며, 십대가 되어도 여전히 그럴 것처럼 보였다 만약 클라우디아가, 샐 리가 지금도 테이블에 앉아 공부를 하는 동안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클라우디아는 비 때문에 머리칼이 젖은 채로 젖은 길을 따라 학교로 가는 동안 샐리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한 그녀는 거기서 6학년 때의 샐리를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만약 샐리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다. 그것은, 지금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느라고 열심인 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클라우디아, 네가 무척 보고 싶구나. 나는 매일같이 네 생각을 해. 오늘 수학 시험을 치렀는데 잘 봤어. 하지만 그 전에 너를 만났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거야. 영국은 어때? 사랑하는, 친구 샐리가 계속... 다음날 노리는 파멜라에게 이 이야기를 보여줬다. 파멜라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두 번도 넘게 읽었다. "네가 알아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곳에서는 맘Mom이라고 하지 않고 멈(Mum)이라고 하고, o 대신 u를 쓴다는 거야."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클라우디아를 그녀의 관심이 아닌 외모를 통해 묘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너는 얼마간 그녀의 외모에 대한 것을 섞어 첫부분을 다시 써야 할 것 같아." 그것이 파멜라의 반응 전부였다. 그녀는 '잘했어' 혹은 '멋진 시도야' 혹은 '잘됐군'과 같은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누군가가 넘어지거나 뭔가를 떨어뜨릴 경우, 때로 사내아이들은 '잘됐군!' 하고 소리치곤 했다.) 노리는 '만약 글을 쓰고 싶지 않다면, 파멜라, 그건 좋아,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돕는 것을 거절하지도, 내가 그것을 써야 한다고도 말하지 마.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하고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파멜라는 그들 둘이 제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말한 것이 약간 창피했는지도 몰랐다. 그들이 실제로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얘기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후 그들은 그 책에 관해 여러 번 얘기를 나눴지만, 이야기는 첫 페이지로 끝이 났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노리는 외로워 대개, 노리와 파멜라는 학교에서 친구로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이따금 네 명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건 파멜라에게 레일라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리는 자신도 상상의 친구 하나를 갖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노리는 한참을 생각했고, 새로운 상상의 친구로 페니 베킨스워스를 갖게 되었다. 노리는 페니라는 이름을 좋아했고, 베킨스워스 Beckinsworth는 어쩐지 손짓으로 부를 가지가 있는(역주--Beckinsworth는 손짓으로 부르다beckon과 가치가 있는worth를 합친 것처럼 들림) 사람처럼 들렸다. 노리는 '그녀는 그 산으로 올 거야' 라는 제목의 노래에 운을 맞춘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 "내가 손짓을 해 부르니 페니 베킨스워스는 내 친구야. 내가 손짓을 해 부르니 페니 베킨스워스는 내 친구야. 내가 손짓을 해 부르니 페니 베킨스워스. 내가 손짓을 해 부르니 페니 베킨스워스. 내가 손짓을 해 부르니 페니 베킨스워스는 내 친구야." 하지만 노리는 상상의 친구를 사귀는데 서툴렀다. 가령, 상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경우, 자신이 직접 쓰지 않는 한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편지와 답장을 직접 쓰는 것은 얼마간의 재미를 뺏기는 것이었다. 특히, 주말에 노리는 이따금 같은 놀 수 있는, 얘기를 나누고 함께 놀 수 있는 누군가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 들어 그런 일은 별로 없었다. 노리의 부모님은 그녀가 리틀가이를 개나 백조, 혹은 비행기 엔지니어처럼 옷을 입히며 노는 것을 보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들은 노리가 지어낸 이야기를 듣거나, 그녀와 전함 놀이를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전함 놀이는 무척 즐거운 것이었는데, 그건 전함에 부딪혔을 경우에도 그랬다. 그때면 전함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리는, "아야, 앞갑판에, 하품을 하는 커다란 입처럼 구멍이 뚫린 것 같아." 혹은 "이런, 소형 전차를 끌어올려, 가라앉겠어!" 와 같은 새로운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같이 놀 수 있는 친구와 함께 있는 것만은 못했다. 리틀가이 역시 팔로 알토의 학교에서 만난 가장 친한 친구를 그리워했다. 그의 새로운 친구인 잭은 증기 엔진 위에 침을 뱉었는데, 그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올리버라는 다른 친구가 있었다. 리틀가이 말로는, 그는 '아주 멋진,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 이었다. 리틀가이는 장난감 가게에서 낯선 사람에게 걸어가 "안녕하세요? 저는 수줍음이 많아요." 하고 말하는 습관을 못 버리고 있었다. 노리는 잠시 인형을 갖고 놀았지만, 자신의 방에 또 다른 멋진,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함께 있기를 몹시 바랐다. 파멜라는 전화번호를 알려 주기를 거부했다. 자기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전화번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파멜라는 부모님께 그것이 가능한지 묻는 것을 잊어버렸다. 파멜라의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에 올라 있지 않았다. 그건 192로 전화를 걸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192는 미국의 소방서 전화번호인 911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것은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411과 같은 기능을 했다. 노리는 키라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이제 그다지 사이 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상대가 보이는 반응 정도로만 반응을 보이거나, 아니면 상대에 대해 전혀 상관하지 않는 정도의 우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노리의 어머니는 노리와 리틀가이를 성당 근처의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거기에는 리틀가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비슷한 나의 착한 어린 아이가 있었지만,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노리의 나이 또래는 없었다. 노리의 어머니는 미끄럼틀을 타는 리틀가이를 보러 갔고, 노리는 그네에 앉아 있었다. 그네를 타는 것은 항상 그녀로 하여금 외로운 느낌이 들게 했다. 물론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때면 그렇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면 노리는 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노리는 어머니가 가져온 카탈로그를 무심히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날은 바람이 불었고, 노리는 바람을 좋아했다. 드로잉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기회만 있으면 노리는 바람에 의해 휘어진 긴 나뭇가지가 있는 나무를 포함시켰는데, 그건 그녀가 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좋아하는 것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카탈로그의 페이지들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는 "그래, 나는 바람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수 있어!" 하고 생각했다. 노리는 카탈로그를 무릎 위에 펼쳐 들었다. 노리는 바람에게 "그래, 네 생각은 어떠니, 내가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떻게 보일 것 같니?" 하고 물었다. 그러자 바람은 페이지를 넘기거나 넘기지 않거나, 아니면 완전히 넘기지는 않고 약간 펄럭이거나 했다. 만약 바람이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경우 그것은 긍정을 의미했고, 바람이 그 드레스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만약 바람이 페이지를 펄럭거리기만 할 경우, 그것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바람이 페이지를 넘길 경우, 노리는 새로운 페이지를 보며 "응, 그래, 너는 내가 바로 이 드레스를 입으면 멋질 것 같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재미있네. 과연 그럴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말했다. 바람은 그다지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친절하고, 노리가 입어야 할 옷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는 외로운 느낌이 있기도 했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그날 밤 노리는 끔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것도 아닌, 나쁜 꿈을 꿨다. 어쩌면 화장실의 불이 다시 나가고,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나쁜 꿈을 꾸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계속해서 바깥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리는 자신이 낡고 어두운 버려진 건물들을 이리저리 뚫고 가는 꿈을 꿨다. 노리는 주위에 검은 철제 갈고리가 달린 커다란 검은 철제 고리가 있는 방을 발견했다. 노리는 그것들이 도살장에서 사용되는 갈고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갈고리에다 고기를 걸어놓곤 했다. 고리는 천천히 돌고 있었지만 노리를 제외하고는 그 건물 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노리는 일어만 뒤뚱거리며 부모님의 침실로 갔다. 그리고 지금이 아침인지, 만약 아침이 아니라면 책을 읽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무서운 꿈을 꿨다고 했다. 모든 것은 괜찮으며, 책을 읽어도 좋다고 했다. 노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켠 다음"식료품실의 강아지들"을 조금 읽었다. 노리는 책을 읽다 말고 성당 미사에서 들었던 정말로 훌륭한 말씀을 기억해냈다.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두려움을 느꼈을 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두려워 말라, 하나님은 너를 그분의 하인으로 삼고 있느니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마리아가 한 것처럼 하나님을 섬기고, 그분께 도움이 되어야만 합니다." "나는 하나님을 섬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노리는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을 하고 나자 훨씬 더 행복해졌고, 미소를 지으며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는 눈을 감았다. 다시 잠이 들기 전, 그녀는 공주를 만난 어떤 여자아이에 대한 얘기를 재빨리 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 이런 깜깜한 밤중에는 노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외에는 그 누구도 노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없었다. 공주를 만난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 햇살이 밝은 오월 어느 날이었다. 큰 시냇가에 있던 한 여자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그 여자아이는 행복했고,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고아여서 길거리에서 살았다. 그녀는 밀을 낱알 그대로 먹었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찾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먹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고기는 먹지 않았다. 그 아이는 나이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작고 어린 여자아이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결코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 똑똑했고, 잠깐을 살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었지만, 열살 때 커다란 금색 리트리버 한 마리를 갖고 있었던 것은 기억났다. 그녀는 개를 돌봐주었고, 개는 그녀를 돌봐주었다. 개에게는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개를 사랑했다. 개는 아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갔다. 그들은 만족스러웠다. 이제 그녀는 열세 살이었고, 검은 머리칼은 커다란 꼬인 소시지처럼 목까지 내려왔다. 밤이면 긴 풀껍질로 머리카락을 묶어 맑은 호숫물에 적셨다. 그녀의 머리칼은 여느 때처럼 반짝였고 신선해 보였다. 그리고 풀로 머리를 묶을 때면, 그녀는 조심스럽게 바질(역주--박하 비슷한 향기가 나는 향료)을 넣었는데, 그 향기는 호숫물의 냄새를 없애주었고, 너무도 향긋해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맛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놀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콩커 열매를 주워 사랑하는 개 플레임이 물어 오도록 멀리 던졌다. 개는 훌쩍 뛰어 그것들을 물고 되돌아왔다. 그것은 멋진 일이었다. 개는 콩커 열매를 놓치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만약 그것을 놓친다면 콩커 열매가 호수 속에 떨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개는 콩커 열매도, 혹은 결국에는 같은 것이지만, 마로니에 열매도 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콩커 열매로 부를 것이다. 진짜 밤나무 열매는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마로니에 열매는 뾰족뾰족한 가시가 있는 껍질에 싸여 있긴 했지만, 가시가 그다지 날카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밤송이는 가시가 뾰족뾰족해 그것을 밟아서 까야만 했다. 그리고 껍질을 밟아 벌려 밤나무 열매를 꺼내는 순간에도 가시에 찔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개는 콩커 열매를 호수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했다. 실제로 개는 높이 뛰어 콩커 열매를 받는 일을 잘 했다. 개는 거의 매번 그것을 붙잡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던진 콩커 열매가 나무에 부딪히며 나무를 뒤흔들어놓았다. 수많은 콩커 열매들이 불쌍한 개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제일 큰 콩커나무의 제일 큰 콩커 열매를 맞췄던 것이다. 그래서 가지가 흔들리며, 신선한 콩커 열매 모두가 불쌍한 플레임 위로 떨어진 것이다. 잘 익은 콩커 열매는 큼직했고, 개는 온몸에 멍이 들었다. 여자아이는 콩커 열매를 한 개씩 주었다. "정말 미안해!" 하고 그녀는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러자 플레임은 옆으로 굴렀고, 둘은 함께 웃었다. 그 모든 콩커 열매들은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저녁 식사거리가 되었다. 콩커 열매는 그대로는 별로 맛이 없었지만, 여자아이는 그것들을 하루 종일 햇빛 아래 말려서 가까운 곳에 있는 파슬리를 따다가 약간 얹은 다음 옥수수와 섞어, 후추를 조금 넣으면 훌륭한 저녁 식사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후추는 사기가 어려웠지만, 여자아이는 언제든 원할 때 일을 해 번 돈으로 얼마간 마련할 수 있었다. 후추를 살 돈을 벌자마자 그녀는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고 좀더 일을 한 후 그곳을 떠났다. 나무 아래에서 콩커 열매를 줍던 그녀는 뭔가를 발견했다. 풀밭에는 파란색 비단으로 만든, 주름이 진 커다란 지갑이 하나 있었다. 그 안에는 은으로 만든 빗과 작은 바느질 도구, 새 모양의 가위, 금색과 은색 실타래, 골무, 그리고 너무 반짝거려 일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바늘과 같은 값진 것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 지갑을 갖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본 것은 같은 또래의 사랑스런 공주였다. 공주는 다정하게 빗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공주의 머리칼은 굵은 곱슬로 반짝이는 노란색이었다. 여자아이는 그 머리칼이 마음에 들었다. 공주의 신발은 멋졌고, 드레스는 파란색으로, 좀더 정확히 말해 청록색으로, 몹시 아름다웠다. 그것은 매혹적인 파란색이었다. 나풀거리는 소매는 맵시있게, 공주의 무릎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작은 장미들이 달려 있었다. 드레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나풀거렸다. "안녕?" 하고 공주가 조용히 말했다. "이름이 뭐니?" "아, 음, 으-- " 여자아이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넝마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그래서 그 멋진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문득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이름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 내 이름을 뭘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음, 내겐 이름이 없어." 하고 그녀는 마침내, 더듬거리며 말했다. "음, 폐하," 하고 그녀는 말했다. 공주는 왕족인 것이 틀림없었다. "하,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마." 하고 말하며 공주는 웃었다. "나는 여왕의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 내 큰아버지는 여왕의 친척이지. 그래서 나도 여왕과 친척이긴 하지만 그렇게 가깝지는 않아..." 하고 공주가 말했다. "와,"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한데, 미안하지만--네 이름은 뭐니?" "음, 그냥 나를, 음, 그냥 나를--" 하고 공주는 말하며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냥 나를, 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드모아젤 사람 쉬--카(Mademoiselle Saram Shi-Kah)라고 부르지, 하지만 그냥 나를, 쉬--카를 줄여 쉬라고 불러줘." "좋아, 쉬."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쉬, 그건 철자가 어떻게 되지?" "오, 쉬 (Shee)야." 하고 그녀가 말했다, "음, She라는 단어와 같지." "그런데 그건 철자가 어떻게 되지?" 여자아이는 약간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음, 솔직히 말하면 그건 'she' 라고 쓸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솔직히 말해야 한다면, S-h-e-e-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더블 e지." 공주가 말했다. "응, 알겠어." 하고 여자아이는 말했다. "그래. 그런데 e는 어떻게 생겼니?" 공주는 여자아이가 건네준 주름이 있는 지갑을 받아 그것을 열었다. 그 안에서 그녀는 너무도 멋진, 겉이 비단으로 싸인 메모장을 꺼냈는데, 겉장을 열자 수를 놓은 아름다운 한지가 들어 있었다. "마음에 드니?" "오, 그래."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공주는 예쁘게 'e'를 썼는데, 그것은 공주만이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e'였다. 그것은 멋진 문자였다. "나는 그것을 이렇게 쓰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도 쓰지." 그녀는 멋진 깃촉 펜--그녀의 의상과 어울리는 파란색이었다--을 들어 그다지 멋져 보이지는 않는, 좀더 작은 'e'를 썼다. 여자아이에게 그것은 평범하게 보였다. "그래, 그래, 그거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그녀는 말했다. "맞아." 하고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쓰지. 하지만 이렇게 써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도록 해 봐." 하고 말하며, 그녀는 처음에 그렸던 것을 가리켜보였다. "그건 정말 재미있어. 이렇게 쓴다면 너는 왕족처럼 보일 거야." 하고 공주는 말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불러 줬으면 좋겠니?" "글쎄, 음, 글쎄, 내 생각에 내 성은..." "빨린 얘기해봐, 놀리지 말고." 하고 공주는 웃음 띤 얼굴로 살짝 손을 한 번 흔들며 말했다. "너도 이름이 있어야 해." "글쎄, 나는, 음."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음, 으, 나는, 음, 소프숨폰으로 불러줘..." 그녀는 이름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 "나를 그렇게 불러줘." "그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거니?" 하고 공주가 물었다. "음-- 내 머릿속에서." 하고 여자아이는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이름이 없어. 나는 하인이야, 나는 소작농의 딸이고 고아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음, 나는 이름 같은 건 없어. 하지만 내게도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어. 사실 나는 내 이름을, 음, 나를 샐리라고 불러줘. 그건 멋진 이름이야. 나는 그 이름이 좋아.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이름이야." 하고 그녀는 고백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어른처럼, 그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겁을 먹었을 때 말하는 것과는 다른, 좀더 성숙한 사람처럼 정중하게 물었다. "이제 햇빛에 익힌 신선한 콩커 열매를 먹지 않겠니?"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나는, 나는 그러고 싶어. 하지만 성으로 돌아가야 해. 나와 함께 가도록 해. 오, 한데 잠깐만, 머리를 이렇게 하고 식당에 갈 수 없어." 그녀는 아름다운 곱슬머리 한 올을 만졌다. "이렇게 곱슬머리를 하고 갈 수는 없어. 오, 왜 내 머리칼은 네 것처럼 곧지 않을까?" "나는 왜 머리칼을 네 것처럼 곱슬이 아닐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오, 너는 곱슬머리를 원치는 않을 거야." 하고 공주가 말했다. "곱슬머리를 하고 식당에 가면 창피할 거야." "그럼 네 머리 스타일과 내 것을 바꿀게."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네게 어떻게 하면 머리칼이 펴지는지 알려줄게. 나 역시 전에는 머리가 약간 곱슬이었거든. 그리고 너는 내게 어떻게 곱슬머리를 유지하는지 가르쳐줘." "좋아." 하고 공주는 말했다. "그냥 나는 매일 비단 끈으로 머리를 묶어. 오, 하지만 네게는 비단 끈이 없지?" 공주는 여자아이에게 비단끈 다섯 개를 주었는데, 하나는 파란색이었고, 하는 붉은색이었으며, 하나는... 계속됨. 좋은 결과 그 바로 다음날 두 가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선, 노리는 운이 좋게도 편지를 한 장 받았다. 스렐에서는 우체부들이 커다란 붉은 꾸러미를 자전거 손잡이에 매달고 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했다. 우편물은 아침 일찍, 아침 식사 전에 배달되었다. 리틀가이가 편지 봉투를 부엌으로 가지고 들어오며 "우편물이오! 우편물이오!" 하고 말했다. 노리의 아버지는 전자렌지의 소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가 중단하고는 "너한테 왔구나, 노리." 하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을 읽었다: 사랑하는 엘리너, 어떻게 지내니? 나는 요즈음 진흙으로 과일 파이와 케이크를 비롯해 많은 이상한 것들을 만들고 있어. 네가 보고 싶어. 너에게 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너는 언제 돌아올 거니? 베릴 선생님이 떠나고, 피스커 선생님이 다시 올 거야, 어쩌면!!! 나는 축구 시합에서 이등을 했어. 사랑하는 친구 데보라로부터. "오, 정말 멋져!" 하고 노리는 말하며, 편지를 접었다. 그것은 갑자기 그녀로 하여금 데비를 열려하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어떻게 나는 이곳 영국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좋은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지?' 하고 뉘우치게 했다. 노리는 학교에 가면서 미친 수도승에 관한 노래인 "지 공"을 콧노래로 부르고, 발을 내려다보며, 데비와 그녀의 팬더곰 수집품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 돌아가는 것과,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리고 부모님한테 차이나타운의 보도에 적힌, 오렌지색의, '조심할 것, 전화기가 여기 있음' 이라는 뜻의 중국어를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두 번째로 멋진 일이 있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썸 선생님이 교실 밖에 있는 노리에게 다가와 "너한테 이걸 주고 싶구나." 하고 말했다 그것은 봉인과 서명이 있는 작은 종이였다. 노리는, 그것이 뭔지는 모르는 채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것에 대한 표창장이야." 하고 썸 선생님이 말했다. 노리의 얼굴에는 너무도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와, 농담은 아니시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노리는 이 표창장에 대해 약간만 알고 있었다. 이 표창장은 주니어 스쿨에서 주는 가장 좋은 상으로, 그것은 최우수상보다도 더 좋은 것이었다. 만약 이 표창장을 다섯 개 받으면 원하는 특별한 책을 살 수 있는 선물 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표창장을 받는 일이 아주 예외적인 것은 아니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음악이나 과학 프로젝트나 수학이나 글쓰기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그것을 받았다. 그럼에도 노리는 그것을 받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같은 일로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노리는 너무 기뻐, 약간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서 있었는데, 그때 피어스 선생님이 그녀에게 와 표창장을 가리키고 살짝 윙크를 하며, "친절로 받은 표창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지." 하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고 노리는 말했다. 그녀는 너무 기뻐 승리감에 도취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지나가는 모두에게 "처음으로 표창장을 받았어, 표창장을 받았다구." 하고 말했다. "정말이야?" 하고 셸리 퀘트너가 말했다. "어떻게?" "파멜라에게 친절했기 때문이야." 하고 노리는 말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이런'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말하는 것이 옳지 않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녀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받은 상이 나쁜 일에 끝까지 대항하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예기치 못하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키라에게로 달려갔다. "키라, 나는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받았어!" 하고 그녀가 말했다. "설마." 하고 키라가 말했다. "맞아, 사실이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못 믿겠으며 이걸 봐." 키라는 표창장을 보더니 화가 나 "이건 어떤 특별한 주제에 대한 능력을 입증하여 받는 표창장보다는 못한 거야. 이건 많은 아이들이 조금만 잘해도 받을 수 있어." 하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 하고 노리는 말했다. "피어스 선생님은 이걸 보고가장 좋아하는 표창장이라고 얘기했어. 선생님은 이것이 예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어. 너는 질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아?" 하고 키라가 말했다. "그런 게 틀림없어!" 하고 노리가 말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 하고 키라가 말했다. "좋아, 네 말을 믿지, 키라." 하고 노리가 말했다. "네가 질투를 하는 건 아냐." 얼마 후에 로저 샤프리스가 다가왔다. 보통 그는 노리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시늉을 했고, 그러면 노리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시늉을 하며 그에 답했다. 아니면 그들은 약간 이상한 방식으로 서로의 주먹을 친 다음 "아야!" 하고 말하며, 전혀 다치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심하게 다친 척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로저는 그냥 "내 생각에는 네가 파멜라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셸리 퀘트너가, 네가 그렇게 친절한 까닭은 표창장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했어. 그리고 셸리의 말에 따르면 너는 결국 네가 원하던 것을 얻었다고 하던데." 하고 말했다. 노리는 얼굴이 붉은 고추처럼 달아올랐다. "그런 사실이 아냐!" 하고 노리가 외쳤다. "그래, 나는 표창장을 받았어. 하지만 계획적으로 그런 건 아냐, 나는 누군가에게 친절하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 "나는 셸리에게 멍청이라고 했어." 하고 로저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지금 파멜라와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노리는 파멜라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날 노리는 점심 시간에 그녀와 함께 앉았지만, 파멜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셸리가 한 말은 전혀, 전혀 사실이 아냐." 하고 노리가 먼저 말했다. "너는 내게 잘 대해줬어."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나를 믿니?" 하고 노리가 말했다. "너의 뭘 믿는다는 거야?" "그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를 믿어."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다른 어떤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뭐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거니?" 하고 노리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그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뭐니?" 하고 노리가 물었다. "청록색."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아, 그래, 청록색, 좋아." 하고 노리는 그것을 상상의 공책에 적는 시늉을 했다. "그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는 뭐니?" "시금치." "시금치, 아, 그래, 무척 흥미롭군." 그런 다음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노리가 "좋아, 이 접시 위에 있는 것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칩은 어떤 거니?" 하고 말했다. "저것." 하고 말한 다음 파멜라는 그것을 먹었다. "그건 칩 번호 1306B야, 여기에다 그것을 적을게. 이제, 네가 가장 좋아하는 물 분자는 뭐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물 분자가 뭐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노리 네가 가장 좋아하는 물 분자는 뭐야?" 노리는 몸을 숙여 눈을 파멜라의 물잔 가까이 대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다소 어려운 경우야,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잔 위쪽에 있는 저 특별한 분자야. 보이니? 작은 공기 방울 옆에 있는 것. 저것. 너는?" 하고 노리가 물었다. 파멜라는 곧장 노리의 물잔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저것." 하고 그녀가 말했다. 노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 것?" 하고 노리가 말했다. 파멜라는 물 묻은 손가락을 튕겨 물방울이 노리의 얼굴에 튀게 했다. "이것."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아, 그래, 이것." 하고 노리가 말했다. 학기의 끝, 나는 너를 좋아해 학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수업이 하루 종일 있던 날 전날, 아이들은 짐을 모두 챙겨 집으로 가져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책과 공책, 필기구와 연필통, 네트볼 운동복, 신발 등 모든 것을 집에 가져가야 했다. 다음날 과학 선생님은 이상하게 생긴 뭉툭한 작은 연필들을 나눠주며--물론 아이들은 필기구를 모두 집에 가져가서 학교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scientific cathedral이라는 단어에서 최대한 많은 단어들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것은 노리가 잘 하지 못하는 게임으로 그녀는 'scientific'이라는 단어에서 'in'과 'it'과 'sit'과 같은 단어밖에는 찾을 수 없었다. 로저 샤프리스가 끝에서 거꾸로 찾으라는, 매우 유용한 힌트를 주었고, 그녀는 운이 좋게도 그 즉시 'lard'이라는 단어도 찾아냈는데, 그것은 미국에서 보다는 영국에서 더 중요한 단어였다. 또한 그녀는 'death'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그후 로저는 그 단어에서 'teach'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냈다고 했지만, 노리의 머리는 불행히도 그것까지는 찾아내지 못했다. 휴식 시간에 노리와 로저는 맨손으로 서로의 머리를 베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너, 파멜라를 좋아하지, 그렇지?" 하고 물었다. "이런, 꽤나 소식에 느리군." 하고 노리가 말했다. "나는 이미 네 번도 넘게 여기저기서 그 질문에 대답했는데." "물론 노리는 파멜라를 좋아해." 하고 로저는 그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파멜라는 너보다 백 배는 더 나아. 안됐지만 너는 멍청이야." 그 사내아이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딴 데로 가버렸다. 잠시 후 노리가 정보 기술 수업을 받으러 가는데 아이들 몇 명이 다가와 노리를 향해 능글맞게 웃어댔다. 그들은 "너 로저 샤프리스 좋아하지!"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렇지 않아!' 하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노리는 "그래, 나는 로저를 좋아해." 하고 말했다. 그들이 사라졌을 대 노리는 '이건 말하기 쑥스러운 비밀이야, 나는 그것에 대해 누군가와 얘기를 해야 해. 하지만 그것에 대해 셸리와도, 심지어는 키라와도 얘기를 할 수 없어. 하지만 파멜라와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내 친구이고, 누구에게도 그에 대해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야.'하고 생각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그 얼마 후 노리는 파멜라에게 가서 "있잖아, 나는 제이콥 류즈를 좋아했었어. 그건 그 애가 나와 키가 비슷하게 크고, 아주 지적이고, 약간은 묘한 방식으로 치사하고 못생긴 것에 끌렸기 때문이야. 그런데 말이야, 나는 이제 로저 샤프리스를 좋아하게 되었어." 하고 말했다. "그래, 로저 샤프리스는 멋있다고 생각해."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나 역시 그를 좋아해." "정말이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말도 안돼!" "그냥 농담이야."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학기의 마지막날 아이들은 방학 동안 할 일에 대해 들은 후 성당으로 갔다. 그 후에 아이들은 부모님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노리는 블리드레너 선생님과 스톤 선생님과 호들리 선생님과 한트 선생님과 다른 모든 선생님께 카드를 드렸고, 썸 선생님에게는 그전날 밤 리틀가이와 함께 만든 초콜릿을 드렸다. 그들은 커다란 초콜릿 바를 녹인 것을 작은 플라스틱 모양에 부어 예쁜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었다. "하지만 무서운 올빼미는 안돼."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초콜릿 올빼미. 초콜릿 올빼미는 무서운 올빼미가 아냐." 그 대가로 썸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박스에서 초콜릿과 카라멜을 꺼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누군가가 "썸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하자!" 하고 말했고, 모든 아이들은 "선생님 만세! 선생님 만세! 선생님 만세! 선생님 만세!" 하고 외쳤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그 학기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노리는 자신의 의자 다리의 작은 철제 막대를 아주 똑바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학기가 끝나지 않고, 끝없이 계속되리라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노리는 파멜라에게 작은 입체 카드를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집에서, 교복을 입은 자신과 파멜라의 사진을 오려 만든 것으로, 그들은 작은 화산 꼭대기에 서 있었다. 노리는 카드를 열면 화산이 약간 앞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는데, 접힌 모서리의 두 개의 작은 조각을 잘라, 자른 부분이 반대쪽 바깥으로 접히도록 함으로써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파멜라와 노리는 카드의 뒤쪽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창문을 끌어당기면 앞뒤로 흔들리는, 구부러지는 팔을 자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는 해냈어!" 하고 말하고 있었고, 새 한 마리가 구름 모양을 한 종이 호주머니 속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었다. 잠시 후 노리는 피어스 선생님이 근엄하게 가이 폭스 데이에 불꽃놀이를 하기 전에 파티를 연 부모님께 아이들이 개인적으로,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 말을 떠올리고는 썸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초콜릿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노리는 썸 선생님이 등을 돌리고 있는 동안 조용히 말했다. 다른 누군가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는 중에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셸리 퀘트너가 노리의 인사말을 듣고는 몸을 돌려 훨씬 더 큰소리로, "초콜릿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썸 선생님!" 하고 말했다. 썸 선생님은 몸을 돌려 셸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천만에."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노리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만약 다른 사람이 내가 그 생각을 했다는 것을 모른 다면 그것이 어떻게 중요할 수 있지?'하고 궁금하긴 했다. 아이들이 모두 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노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이들 모두는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아니면 그렇고 그런 것이건,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었고, 그 각 각의 개성은 어떤 점에서 흥미로웠다. 때로 노리가 보기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파멜라에게 잔인하게 굴 때 그랬다--그럴 때 그들은 하루 종일 그냥 따분하고, 지겹고, 멍청한 아이들일 뿐이었다--하지만 최근 들어 어떤 아이들은 다른 일에 더 열중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파멜라를 괴롭히는 일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조금은, 노리가 계속해서 파멜라의 친구로 지내는 것을 보고는, 파멜라와 친구가 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최소한 그녀에게 못된 친구는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맑고 몹시 추운 날이었다. 성당 안에는 초록색 빛이 벽옥 장식 내부와 노리를 포함한 몇 명의 아이들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노리는 정확히 하나님의 생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는 학교를 사랑해. '사랑'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잘못 발음되는 모든 단어들중 가장 중요한 단어 같아. 그것은 'lov'로 써야 하는데, e가 단어를 길게 만들기 때문이야. 하지만 어떤 긴 l도, 긴 o도, 긴 v도 없지. 가령 그 단어는 'I loave school'이 아닌 'I lov school'로 발음되는데,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발음이 되든 철자에는 변함이 없어.' 학교에 있어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것들을 가르치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어서 드라마 시간에는 칼에 찔리는 법이나 아즈텍인들에 대해, 성마리아에 대해, 아니면 타자를 치는 법을, 비행기가 여섯 번씩이나 추락했을 때 울지 않는 법을, 물에 잠겨진 아킬레스에 대해, 아니면 벽돌의 마모와 같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수백 명의 아이들이 있으며, 각각의 아이들에게는 약간씩의 책임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갖고,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일을 하러 공장으로 가는 수백 명의 어른들처럼 취급되었다. 아이들은 성당에 가고, 점심을 먹고, 휴식 시간에는 미술실이나 도서관, 아니면 교실에 가거나, 밖에서 노는 등 하고 싶은 것을 뭐든 할 수 있었다. 또한 아는 아이들 모두에게 달려갈 수도 있고, 누군가를 보면서 "아, 그래, 콜린, 얘는 항상 내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하지" 혹은 "아, 키라, 어떻게 지내니? 오랫동안 못 봤구나!"와 같은 특별한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한 가지 슬픈 일은 파멜라 때문에 키라와 노리가 더 이상 아주 좋은 친구로 지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키라의 잘못도 파멜라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것은 파멜라를 싫어하기로 마음을 먹은 모든 아이들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들이 주니어 스쿨에 다니지 않았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이 학교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따금 조금은 비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어떤 아이들은 좀더 파멜라를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 가운데에도 그녀를 미워하며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키라는 노리를 좀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노리가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며 성당의 남쪽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파멜라가 다가와 쪽지를 건네주었다. 파멜라는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모님이 지금 가지 않으면 열차를 놓치게 될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쪽지에는 "사랑하는 노리, 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준 것 고마워, 사랑하는 파멜라가"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처음으로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좀더 나아졌다. 물론 노리가 처음으로 이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그것을 구부리면, 노리는 잇몸 속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느낄 수 있었고, 그대면 입 안에서 짠맛이 나는 피가 났다. The End 옮긴이의 말 '왕따'이야기, 아름다움과 감동 미국에 살다가 부모님을 따라 영국의 작은 읍으로 이사를 온, 아홉 살 된 여자아이 노리에게 세상은 경이와 공포, 그리고 기쁨으로 가득한 곳이다. 노리는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무엇보다도 놀라운 상상력을 갖고 있다. 진지하고 정직하게, 자신에게 부딪혀 오는 낯선 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아홉 살 소녀의 맑고 투명한 눈에 비친 주위 세계의 모든 것은 그녀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되면서 감동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바뀐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비 인형에게 끝없이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귀여운 노리. 뜨거운 비를 맞는 악몽을 꾸면서도 자신보다 더 약한 누군가를 도우려는 착한 노리. 꿈속에서, 상상의 친구와의 만남에서, 욕조 안에서, 거울 앞에서, 부모님과 함께 소풍을 가는 자동차 안에서, 혼자 외롭게 놀이터에서 놀면서 바람과 친구가 되려고 애를 쓰는 가운데서, 다시 말해 노리가 있게 되는 모든 곳에서 그녀의 순수함이 투영된 이야기들은 끝없이 이어지며, 그 모두가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때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로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여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교육환경이 되고 있는 '왕따' 이야기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조직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혹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겠지만, 새삼스럽게 논의가 되는 까닭은 그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학교내에서 다수의 아이들이 어떻게 한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스스로 선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까지도 어떻게 그 일에 자연스럽게 전염되고 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동화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돕다가 자신도 소외될까 두려워서 그 일에 참여하거나, 못 본 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점차 멍해지고 혼란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주인공인 노리는 진심으로 그 친구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라고 충고한다. 그 친구의 소극적인 행동 때문에 '왕따'가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리는 자신이 대신 나서서 아이들과 싸우고 설득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창한다. 노리는 자신만이라도 그 따돌림받는 친구와 변함없이 친구로 지내면, 그 아이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의 습관적인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왕따'를 없애는 일은 여러 가지 지도와 계몽도 필요하겠지만, 노리처럼, 단지 한두 명의 용기있는 친구만 있어줘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리의 용기와 착한 마음씨에 응원을 보내며 가까운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 귀여운 조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용기있게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고 있을까 하고. 노리의 부모님처럼 자녀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쓰며, 어려운 일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결려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이미 소개된 전작 베스트셀러 소설 '페르마타'와 '복스'에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 작가 니콜슨 베이커는 이 책에서 한 어린 여자아이의 내면 풍경에 대한 아름다운 스케치를 함으로써 또 다른 감동과 웃음을 그려낸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유년 시절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려주고 있다. 정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