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지은이: 카린 아른트 출판사: 동문선 봉사자: 윤지원 서문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호주머니와 통장에는 돈이 넘치고 있으 며, 기업과 광고회사는 아이들의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업에서는 아동용품이, 은행에서는 이동구좌가 꾸준히 신장세를 유지 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기업들은 슬그 머니 아이들의 가슴속에 들어와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심지어 부모들은 옷을 사달라 며 스포츠 브랜드를 줄줄이 꿰는 아들과,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딸을 내 심 대견해하기까지 한다. 미국 가정의 구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이들은 용돈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구매력을 갖고 있었다. 비단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독일 역시 아이들의 구매력이 연간 2백70억 마 르크에 달하고 있다. 결코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직시하고, 아이들을 소 비 시장과 대중매체 시장에 무방비 상태로 내맡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까? 용돈은 몇 살 때부터, 얼마씩 주어야 할 까? 용돈 관리를 전적으로 아이들 재량에 맡겨야 할까? 아이들이 자신의 바람을 관철시키 기 위해 부모에게 구사하는 전략은 어떤 것일까? 성적이 좋거나 가사 일을 도왔다고 용돈을 주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용돈을 절약하지 않고 마구 써버릴 때는 어떻게 할까? 나는 이런 문제들의 해답을 얻기 위해 아이들과 부모들, 학자들과 교육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여러 통계와 논문, 책과 잡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 이 될 많은 내용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장 실제적이고 좋은 방법들은 바로 당사자인 아이들 에게서 나왔다. 오늘날 학교에서 수학과 쓰기, 읽기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학교 숙제, 학원, 과외 활동으로 바쁜 오후를 보낸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볼 시간쯤 되면 어린이 프로는 이미 끝난 상태다. 아이들은 평일에는 보통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텔레비전을 본다. 어린이 방송을 놓치고 초저녁 프로만 보는 것이다. 나와 인터뷰한 8세에서 14세까지의 아이들 중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속극은 유행을 창조하고,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광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어린이들이 성인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 이 새삼스레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물려 준 극도로 소비 지향적인 사회구조 때문이다. 오늘날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있는 기간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길다. 하 지만 유년 시절은 그 어느 때보다 짧다. 아이들은 12,3세만 되면 친구를 찾아 집을 뛰쳐나간 다. 유년기를 벗어나 자기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는 신세대 아이들의 이러한 행 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신세대 아이들 역시 가족간의 유 대와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이고 물 질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극도의 소비 지향적 사회에서 오디오나 자전거, 극장이나 콘서트 티켓은 성장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유년기를 벗어나는 데에는 '돈'이 든다. 아이들은 용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돈만 밝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들의 구매력이 매년 신장 추세에 있 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받는 공식적인 월평균 용돈은 약 40마르크에 불과하 다. 쓰는 돈은 많지만 용돈은 적다는 이야기다. 또한 청소년 전문가들의 조사를 보아도 아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신뢰성, 자신 감, 친절심, 인기, 리더십, 예의, 외모, 운동 순이다. 돈은 열다섯번째에서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순서는 성별, 나이, 거주지에 관계없이 거의 똑같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이나 작센 주 아이들의 용돈이 다른 지방의 아이들보다 월평균 15마르크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아이들 대부분은 현재의 용돈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대중매체가 이런 순진무구한 아 이들에게 구매 충동을 불어넣고, 아이들의 구미를 당기면서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 기업과 광고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을 자신감 있고 의식 있는 소비자로 키우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광고에 대한 반론을 펴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실제로 보고 듣는 것이 무엇이며, 거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텔레비전 앞에만 앉혀 놓지 말고 함께 야외로 나가거나, 가족 친목 모임에 가거 나, 찬란한 햇살을 즐기거나, 나무 그늘 아래로 소풍을 가거나, 책을 읽거나, 정원 테이블에 서 편지를 쓰거나, 동물원이나 수영장 또는 카페에 놀러 가거나 하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어 주자. 츠비카우에 사는 실비아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 쾰른 근교에 사는 삼촌댁에 갔었어요. 사촌언니와 나는 집에 붙어 있질 않았죠. 언니를 따라 서클 모임에도 가고,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하이킹을 가기도 했어요, 여기서는 못해 봤던 일들이죠. 우리 집에서도 물론 잔디밭에 나가거나 나무 열매를 따러 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서클은 또 다른 재미죠. 쾰른에서는 정 말 재미있었어요." 그렇다. 아이들에겐 또래모임이나 서클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어른들이 거실이나 차고, 옥상 등에 자리를 마련하여 아이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서클 창립을 도와주 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은 돈을 15위로 꼽았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소비 시장에서 돈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거대한 상어 같은, 이익에 눈먼 기업가들이 대양에 뛰노는 어린 물 고기들을 완전히 포획하지 않도록 아이들과 부모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그들 에게 조종당하지 않도록 상대편의 책략을 알아차리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관점을 훈련해 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1.아이들은 용돈이 필요하다 <<자녀의 분노, 부모의 걱정>>이라는 책에서 저자 헬가 귀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 교육은 부모가 성장하고 살아가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이 바 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심어 준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습득한 인간상에 따라 자녀를 교육한다. 또한 같은 지역내에서도 교육의 이상은 문화적, 정치적 변화에 발맞춰 달라진다." 어린아이일수록 부모의 말이 잘 먹혀 들어간다. 그러므로 부모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동안 아이들이 자신감 있고 자율적인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고루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용돈 사용법 역시 이 때 가르쳐야 한다. 금전을 다루는 것에는 가치관과 행 동양식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아이들은 그런 가치관과 행동양식들을 그대로 지닌 채 어른이 된다. 당신은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는 가? 어떤 것을 강조하고, 어떤 것을 무시하는가? 어떤 가치관(나누고, 절약하고, 돕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을 심어 주는가?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 용돈 문제라고 해서 확실한 처방이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당신이 아이를 위해 바람직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어린 나이에 용돈에 관심을 갖는 아이를 '조그만 게 돈을 밝힌다'고 비난하지 말 일이다. 몇 년 못 가서 우리는 그 아이에게 돈을 잘 관리하고, 절약하고, 계획하여 신중하게 쓰라고 잔소리를 할 것이다. 돈에 무관심한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 아이는 더욱 세심히 배려해 주어야 한다. 광고심리학자, 마케팅 전략가, 판매매니저, 많은 기업의 수많은 영업 전문가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녀들을 고분고분한 소비자로 키우도록 조종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경쟁사의 X 라는 상품 대신 자기 회사의 Y라는 상품을 산다는 이유로, 우리를 매우 영리하고 의식 있는 소비자로 추어올린다. 우리가 그런 감언이설을 꿰뚫고 있다고 해서, 그것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 리는 아이들과 함께 비판적인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구매력이 높은 아이 들이 광고라는 독수리의 발톱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용돈을 주고, 금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누가, 얼마나 받는가? 아이들의 월평균 용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조사된 바 있다. 저축액에 대한 통계도 나와 있다. 6세에서 17세에 이르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중 80퍼센트인 9백40 만 명의 아동이 1백34억 마르크를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1인당 1천4 백24마르크를 저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설문조사 결과 아이들의 월평균 용돈은 약 44마르크였다. 그 중 일부는 저축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필요한 곳에 지출한다. 한번도 용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아이도 11퍼센 트나 되었으며, 12퍼센트는 매달 1백 마르크 이상의 용돈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한 정기적으 로 받는 것 외에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성적이 좋을 때도 용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돈: 언제, 얼마나? 나이 6-7세 8-9세 10-11세 12-13세 14-15세 16-17세 액수 3.- 4.- 5.50 15.- 40.- 55.- 지급형태 주당 2주에 한번 매월 아이들은 용돈이 필요하다 용돈을 주면: -돈을 적절히 분배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독립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다. -당당한 가정의 일원이 되어 부모와 함께 가정경제 및 가사 일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용돈을 자유롭게 쓴다는 전제하에)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 깨닫고 반성할 수 있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음으로써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부모가 지시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기 마음대로 용돈을 관리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용돈이 빨리 떨어져도 부모가 메워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용돈을 흥청망청 쓴 후 애 먹었던 것을 기억하고 나중에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남은 용돈은 저축하라고 부모가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성적이 나쁘거나 잘못을 저질렀다고 용돈을 깎아서는 안 된다. 부모는 간섭하지 말고, 용돈을 아이들 나름대로 관리하게 해야 한다. "간섭하지는 않아요. 쓸데없는 물건만 사지 말라고 하지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또한 간섭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만다. 자율성 부여하기 청소년 캠프 교사로 활동하는 세 아이의 엄마 한나 데커(31세)는 이렇게 말한다. "돈을 찔끔찔끔 주면, 아이들은 돈을 적절히 나누어 쓰는 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나는 열 한 살짜리 딸아이에게 주당 6마르크씩의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노트나 연필, 스케치북 같 은 학용품도 용돈으로 사라고 했어요. 하지만 잘되지 않더군요. 딸아이는 용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렸어요. 친구들에게 한턱 쓰고 보니 스케치북 살 돈이 남아 있지 않았죠. 한 친구는 내가 애한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클라라에게 스케치북 살 돈을 주지 않고, 대신 도화지를 한 장 주면서 숙제를 하라고 했습 니다. 클라라는 거기에 그림 숙제를 하여 학교에 제출했지요. 구깃구깃해진 그림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리 없었습니다. 클라라는 굉장히 속상해했지요. 그러나 클라라는 영리한 아이이 기 때문에, 나는 그저 다음부터는 잘 관리해 보라는 말만 했습니다. 그후 클라라는 용돈을 받는 즉시 학용품 명목으로 2마르크를 따로 떼어 저금통에 집어넣 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바락바락 잔소리를 하긴 싫어요. 다만 스스로 자초한 결과를 보게 해 주죠. 자기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질 때 배움의 효과는 극대화되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거 봐, 너 그럴 줄 알았어' 와 같은 말은 치명적입니다. 이런 말은 언어 폭력이며,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물론 나는 얼마 후 클라라가 용돈으로 노트와 지우개, 풀 등을 사왔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행동을 규제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수'나 '잘못된 선택'도 배움의 자 연스런 단계일 뿐이다. 어른도 실수를 많이 하면서 아이한테만 실수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항상 계획적으로 지출하고, 단 한번도 충동 구매를 해보지 않은 사람 이 어디 있는가? 아이들이 용돈을 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DFL이다. 뮌헨의 청소년연구소는 아이들의 64퍼센트가 용돈을 자기 재량껏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바꾸어 말하면, 36퍼센트의 아이들이 부모의 규제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도리스 바이너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용돈을 아이 마음대로 쓰게 합니다. 하지만 이 따금 어디에 썼는지 적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용돈이 바 닥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잃어버렸는지, 군것질을 했는지, 아니면 뭘 샀는지 기억을 못합 니다. 이제 우리 딸은 '용돈 기입장'을 쓰고 있습니다. 써보니 재미도 있나 봐요. 하지만 나 는 계속해서 쓰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험삼아 몇 주 동안 기록해 보면서, 자기가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용돈으로 군것질을? 부모는 용돈을 마음대로 쓰게 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레야(13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엄마는 용돈으로 사탕이나 캐러멜 같은 것은 사먹지 말래요. '군것질거리들은 집에 도 쌓여 있다'는 거죠. 우리 집 거실에는 땅콩이나 아몬드, 건포도 같은 것들이 담긴 커다란 유리접시가 있어요. 냉장고를 열면 간혹 쵸코바도 있구요. 또 엄마는 콜라도 사먹지 말래요. 칼로리가 높고 치아에 안 좋다구요. 그래도 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캐러멜 같은 것을 사먹 어요. 하지만 엄마에게 그런 걸 사먹었다는 말은 하지 않죠. 물어보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입다물고 있는 건 거짓말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그러니 우리집 땅콩과 건포도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수밖에요." 용돈을 주면서 무엇무엇은 사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간섭이나 마찬가지다. 곁에 있던 프레야의 친구는 뾰로통한 얼굴로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면 용돈은 받아서 뭘 해요!" 라고 말했다. 용돈으로 군것질 따위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가? 그러면 무조건 사먹지 말라고 막는 것보 다는 지혜롭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두 아들을 둔 치과의사 엄마는 군것질 문제를 이렇게 풀어냈다. "나는 치과를 운영하고 있어서 좀 바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요.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군것질거리로 달콤한 과일과 과일 통조림, 과일 말린 것 등을 주곤 했어요. 용돈은 2학년 때부터 주기 시작했는데, 큰아이 용돈이 작은 아이 보다 2마르크 많지요. 하지만 큰 아이는 항상 자기 돈을 일찌감치 써버리고 동생에게 꾸어 가요. 그래서 나는 큰아이가 용돈을 어떻게 쓰길래 늘 모자란 것인지 궁금했죠. 원인은 군것 질에 있더라구요. 아이들에게 군것질은 일종의 사교 방법인 것 같어요. 어른들이 저녁 무렵 친구들과 어울려 포도주를 한잔 하듯, 아이들도 방과 후 초콜릿을 갉아대며 친구를 사귀는 거죠. 먹는 즐거움 외에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는 거더라구요. 나는 그런 즐거움을 강제로 빼앗을 생각은 없어요.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집착을 낳을 따름이니까요. 그래서 마음을 느 긋하게 먹고, 단 것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알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는 제 직업의 특성을 이용하여, 치과에서 이가 다 썩어 들어가 뿌리만 남아 있는 끔 찍한 사진들을 가져왔어요. 하지만 그런 사진들을 보여 주며 '너희도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 도 몰라' 하며 겁을 주지는 않았어요. 대신 '너희 친구들이 단 것을 너무 많이 먹다가 이렇 게 되면 어떡하니?'하면서, 친구들을 조심시키라고 말했지요. '걔네들은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이렇게 된다는 것을 모를 거야'라면서 말이에요." 용돈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노력해서 번 돈이나 특별한 때에 받는 '금일봉'은 용돈이 아니다. 용돈을 그것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용돈 날짜가 아직 멀었는데 벌써 바닥나 버렸다고 추가로 돈을 채워 줘 버릇하면 안 된다. 용돈 액수가 들쭉날쭉하면 규모 있고 계획적인 지출이 불가능하다. 한나 데커는 이렇 게 말한다. "없으면 쓰지 말아야지요. 1주일치 용돈을 하루아침에 유흥비로 날려버렸다면 그 것으로 끝입니다. 더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 하나도 안 사준다는 건 아니지 만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포기도 분배의 일종이죠." 그래피커로 일하며 아들을 홀로 키운 둥야 비츠만의 말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용돈을 규 칙적으로 주어 본 적이 없어요. 돈이 필요하다면 줬고, 없을 때는 없다고 했지요. 아주 간단 했습니다. 나의 그런 행동이 아들에게 돈을 아무렇게나 쓰는 습관을 갖게 할 것이라는 생각 을 못했죠. 나는 수입이 불규칙할 뿐 아니라 돈을 무계획적으로 썼기 때문에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던 경우가 많았고, 집까지 저당 잡힌 적도 있었어요. 지금 아들은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다행히 결혼할 여자친구가 아들의 '돈 관리'를 도맡아 해주고 있습니다. 그 렇지 않다면 아들은 날아드는 독촉장에 정신을 못 차릴 것이고, 전화선까지 끊기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몰라요. 무감각하게 살다가, 아들이 크고 나서야 어려서 책임감과 자율성을 길러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때마다 일일이 단올 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서 어떻게 돈을 잘 쓸 수 있겠어요? 나는 아들이 어렸을 때 용돈을 주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지금은 아들에게 억척스런 여자친구 를 붙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13세인 벤야민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만의 돈을 가진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죠. 나는 용돈을 거의 지출하지 않습니다. 저축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얼마 전에는 바람에 날려 온 1백 마르크 짜리 지폐를 주운 적도 있어요. 엄마는 내게 돈이 날아드나 보다고 하더군요. 내 책상 서랍에는 50에서 1백 마르크 정도는 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얘기를 아무한테도 하 지 않죠. 내가 돈이 있다는 걸 알면 친구들이 너도나도 빌려 달라고 할거고, 그렇게 되면 남 는 게 하나도 없을 테니까요. 어쩌다가 친구에게 조금 빌려 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빌려 간 애를 들볶아서 꼭 받아내지요." 용돈은 소위 쌈짓돈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돈도 모이면 커다란 돈이 된다. 13세인 아드리 안은, 사업가 기질이 있는 형 막스의 영향으로 돈 모으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아드리 안의 통장에는 1백87마르크 60페니히가 들어 있으며, 얼마 전에는 엄마에게 50마르크를 빌 려주기도 했다. "지출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운동할 때 음료수를 사먹는게 고작이지요. 얼마 전 그 동 안 모은 돈으로 내 방에 걸어놓을 농구대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생일 때나 크리스마스 때 근사한 필통이나 책가방, 손목시계 같은 비싼 선물을 받고 싶으면, 엄마에게 무턱대고 사 달라고 하지 않고 모아 놓은 용돈을 선물비에 보태지요. 이따금은 좋은 CD나 형에게 줄 선 물을 사기도 합니다." 좋은 성적, 많은 용돈? 42퍼센트의 아이들이 성적이 좋을 때 용돈을 받는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학습의욕을 북돋운다는 명목으로 수를 받아오면 돈을 준다. 두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에드거 브리더만(52 세)은 이렇게 말한다. "성적표가 나오면 수가 몇 개냐에 따라 6개월간 용돈을 지급하지요. 우는 돈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쁜 점수를 받아왔다고 있는 돈까지 빼앗지는 않죠. 돈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만 해도 손해는 크니까요." 그러나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한나 데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칼라가 열한 살, 장이 아홉 살이죠. 장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칼라가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돈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 니다. 칼라는 뭐든지 순식간에 배웁니다. 금방 알아듣지요. 하지만 장은 한 가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똑같이 수 하나에 1마르크를 주는 건 불공평한 일이지요. 지금은 성적으로 용돈을 주는 대신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마음껏 칭찬해 줍니다. 그리고 성 적이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성적표가 나오는 날에는 외식을 하지요. '성적표가 나오는 날,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정말 괜찮은 방법입니다. 레스토랑을 예약하여 가능하면 할머니도 초 대해 놓고 맛있는 식사와 근사한 후식을 시킵니다. 그리곤 한 학기동안 열심히 했다고 아이 들을 격려해 주지요." "나는 단돈 5마르크 때문에 역사 선생님의 천박한 수다에 귀기울일 생각은 없어요. 성적 이 좋으면 돈을 타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는 않아요. 엄마가 수는 얼마, 우는 얼마 기준까지 정해 주었지만 수업시간이나 숙제를 할 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 다. 숙제로 내준 단어를 외울 때면, 이걸 잘해서 엄마에게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 서 단어들을 외워 버리고 친구와 놀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지요." 사실 잉오는 성적이 좋을 때 용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불쾌하다. "처음엔 이번에는 얼마를 받을까 내심 기대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고사에 수를 받으면 5마르크, 수 학 과제물을 제출하고 수를 받으면 2마르크, 역사처럼 취약한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또 얼마. 그런 미끼가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불쾌한 짐까지 여겨졌어요." 용돈은 교육수단? 호랑이 굴 속에 들어가지 않고 호랑이를 잡을 순 없는 것처럼, '돈'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돈 다루는 법을 배울 수는 없다. 딸이 용돈으로 담배를 샀다고 해서 용돈을 빼앗는 것은 전 혀 효과가 없다. 담배 살 돈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법으로 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들 이 숙제는 안하고 매일 밖에 나가 놀기만 한다고 벌을 주거나 용돈을 빼앗아서는 안 될 것 이다. 그런 문제를 용돈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일관성 있게 용돈을 주는 것은 신뢰의 문제 다. 상황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용돈을 주고 다시 빼앗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에 대한 신뢰를 표현할 수 있다. 마리옹 포슁어의 말이다. "아들이 낸 사고를 수습하느라 1백80마르크가 들어갔습니다. 아 이에게 반을 내라고 했지요. 물론 아이의 통장엔 2백 마르크가 넘는 돈이 들어 있었으므로 다 내라고 해도 되겠지만, 아이의 정직성을 참작해 주었던 겁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친구 가 누명을 쓰게 되자 진실을 자백했었거든요."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고 잘못을 무마해 주면, 다음번에는 그런 잘못을 좀더 쉽게 저지를 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아울러 위의 예처럼 아이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 주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돈 비교; 옛 동독 지역 아이들의 검소 통계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 아이들의 용돈이 옛 서독 지역보다 15마르크 정도 적다. 나 이가 많아질수록 차이는 더 커진다. 옛 서독 지역에서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용돈을 한 번 에 5마르크 정도씩 올려 주지만, 옛 동독 지역에서는 보통 2 내지 3마르크씩 올려주기 때문 이다. "그래요? 쓰기 나름이겠지요. 저는 돈이 없으면 쓰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꾸지도 않고 요. 그냥 다음 용돈 때까지 기다려요." 14세의 베른트 호프만은 용돈의 액수가 그리 큰 문제 는 아니라고 했다. "열 살 때 처음으로 용돈이란 걸 받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사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 그냥 가지고 다녔죠. 그랬다가 나 중에 운동복과 축구화를 샀어요. 지금도 그런 식입니다. 용돈을 어떻게 써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그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살 수 있을 만한 돈이 모일 때까지 오래오래 기다리지요. 부모님께 용돈을 올려 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엄마 아 빠 두 분 모두 열심히 일하시고, 내게 최선을 다해 주시는 것을 아니까요. 나로서도 그만하 면 부족하지 않구요." 여자아이들의 용돈이 더 적다 또한 여자아이들의 용돈이 남자아이들보다 평균 8마르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2,3세 에 이르면 엇비슷해지다가, 14세 때부터는 남자아이들의 용돈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부 모가 딸보다 아들을 자율적으로 키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학술 논문 <동/서독일의 유년으로부터의 탈출>도 "아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하게 모든 일 을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지만, 딸에게는 외출을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엄격한 통제를 가한 다."라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인터뷰한 아이들에게서는 성별에 따른 용돈차를 발견할 수가 없어서, 이런 차이는 거대 집단을 비교할 때 드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가정이든 첫째와 둘째의 용돈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12세의 쌍둥이 안나와 벤야민- 물론 두 아이의 용돈은 똑같았다- 엄마의 말이다. "안나와 벤야민은 돈 쓰는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요. 안나는 한참 동안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이따금 CD나 애완동물 용품을 사요. 그러나 벤은 꼬마 사업가예요. 용돈을 타서 요리조리 쓰는 것 을 재미있어 하지요. 하지만 나는 벤이 용돈을 어떻게 쓰는지 시시콜콜 물어보지 않습니다." 도시아이들이 많이 받는다 도시아이들과 시골아이들의 용돈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도시아이들이 시골아이들보다 평 균 15마르크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시골아이들이 도시아이들에 비해 무조건 검소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시가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고, 돈을 쓸 기회도 많기 때 문이다. 또한 시골에서는 생일이나 성찬식 때 많은 친척들이 와서 축하해 주기 때문에, 그런 때 받는 돈은 도시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헤센 성당의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시골아이들이 도시아이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홀대받 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차를 몰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열일곱 살짜리의 한 달 용돈이 8백 마르크인 경우도 있지요. 중학생쯤 되면 오토바이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읍니다. 어린아이들은 대개 견진성사를 계기로 첫 자본금을 조성하는데, 어떤 친척이 얼마를 가지고 올 것인가를 대략 예상해 보고 그에 따라 예산을 짭니다. 사실 그런 매력이 없다면, 요즘 아 이들이 견진성사를 받을지 의문이 들어요.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사고 싶어하는지 알아본 다음, 그에 따라 얼마를 줄 것인지를 정하지요. 그리고는 커다란 축제가 벌어집니다. 시골의 견진성사는 마치 결혼식처럼 떠들썩하지요." 용돈을 적게 주는 이유는? 뜻밖에도 수입이 높은 부모가 수입이 낮은 부모보다 상대적으로 용돈을 -평균 8마르크 50페니히나 - 적게 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용돈의 액수는 수입의 고하보다는 교육관에서 비 롯되는 듯하다. 아이들을 소비 위주의 사회와 거리를 취하게 하려는 부모들은 아무래도 용 돈을 적게 줄 것으로 보인다. "매우 힘든 일이예요. 그나마 지금은 우리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니까 망정이지요!" 4세와 7세의 두 딸을 둔 음악교육가 마르가레테 되르의 말이다. "좀더 커서 친구들이 '연예인 이야 기'를 입에 달고 살 때가 되어도,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생활 방식에 불만이 없을지 저도 장 담하지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텔레비전 없이 키우니까, 조그만 일에서부터 뭔가 생각하고 토의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너무 춥지만 않으면, 우리 집에 딸려 있는 아담한 정원에서 이웃 아이들과 어울려 논답니다. 비가 오면 차나무 사이에서 비 를 피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을 다 사줄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친구집에 갔다오면 문제가 발생 하지요. 거기서 자기들에겐 없는 바비인형, 봉제 동물 캐릭터, 비디오 겸용 텔레비전 등을 보고 오거든요. 그럴 때면 나는 아이들 말을 진지하게 들어 주면서도, 그런 물건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해요. 수십 개나 되는 봉제 동물인형 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테디베어 몇 개만 있으면 충분하지요. 저는 큰아이 팅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1주일에 2마르크를 주고 있어요. 딸은 그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다음 용돈날이 되면 가지고 다니던 것을 저금통에 집어넣지요. 하지만 그 정도의 나이에는 용돈 자체보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흥청망청 산다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뻔하지요. 우리 경우는 휴가도 아주 '시답잖 게' 다녀옵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휴가를 먼 곳으로 간 적이 없어요. 1년에 두 번 바이에 른이나 오덴발트, 또는 오스트리아의 농가에 가서 며칠 쉬었다 오지요. 아이들이나 우리나 이런 휴가에 더없이 만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을 모두 사주지 않더라도, 아이의 관심을 진심으로 존 중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던 아이들은 긍정적인 부모상을 갖게 되며, 나중에 자기 엄마 아빠 같은 부모가 될 거라고 대답했다는 연구 결과 가 보고되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아이들은 가정의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며, 정서적으로 산만하지 않다. 말뿐인 용돈 부모는 아이를 의식 있는 소비자로 키우기를 원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 부딪치면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하다. 우선 '소비 문제'를 놓고 자녀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어떤 물건을 사주 느냐 마느냐를 놓고 팽팽한 접전이 거듭된다. 첫 번째는 부모가 이긴다. 그리고 두 번째까지 는 승산이 있다. 하지만 세 번째 정도 가면 - 아이들이 부모가 기분 좋을 때를 택해서 작전 에 돌입하면 - 부모가 지고 만다. 느물느물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아이를 보며 뿌 듯해하는 면도 없지 않다. 용돈은 너무 많이 주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빠듯해서도 안 된다. 용돈이 너무 적 으면 '절약'은 불가능하다. 아껴 쓸 여지가 있어야 절약을 할 게 아닌가. 너무 적은 용돈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지니지 못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이는 추가로 돈을 요구하게 된 다. 한 아버지의 말이다. "어디에다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는지 궁금해요. 무엇을 사달라고 할 때는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말솜씨만 느는 것 같아요."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7시 이후에나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용돈을 어디에 쓰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돈을 너무 적게 주면, 용돈은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한다. 무엇인 가를 사야 할 때면 별도로 돈을 요청해야 한다. 돈을 아껴 쓰는 것도 공허한 개념일 뿐이다. "열두 살짜리에게 1주일에 고작 7마르크를 주면서, 음료수 사먹고 버스표까지 구입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당사자인 아들은 "7마르크요! 물론 모자라지요. 하지만 전혀 문제 없어요!"라고 말한다. 어 떻게 전혀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 필요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별도의 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정말 필요할 때 돈을 요청한다. 하지만 차츰 이유를 위한 이유를 붙인다. "컴퍼스가 고장나서 새것을 사야 하는데." "영어 공부하려면 카세트가 필요해요." "필통이 없어졌어요. 누가 가져갔나 봐요."항상 이런 식이다.한참 후에 아이가 예전의 필통을 그대로 쓰고 있어도 부모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방관적인 태도에 너무 바쁘다는 이유도 가세한 다. 그리고 아이들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한다. 배짱과 합리화 작전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관철시킨다. 여성지 편집장인 엘렌 하일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야 아이들도 아껴 쓰지요. 부모는 그렇게 못하면서 아이에게만 근검절약을 강조할 수는 없어요. 부모는 페라리를 타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사달라는 자전거를 안 사줄 수는 없는 거죠. 하긴 오늘날 진짜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검소를 강요하기는커녕 과소비를 조장하는 데 있는 것 같 아요. 거의 쇼핑에 중독되어 있는 부모가 많죠. 아이들이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고, 온갖 호 강을 누리면서 절제의 미덕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인간의 좌절이 '돈'쓰는 것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오늘날 아이들이 '돈을 매개로 한 물질적 보상' 외에, 어디서 좌절 과 사랑과 안락함에 대한 동경과 놀이 욕구를 채울 수 있습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돈 문제'는 바람직하게만 이용하면, 아이들에게 돈을 다루는 법과 올바른 소비생활을 가르 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요. 용돈을 규칙적으로 주지 않고 그때그때 타가게 하 는 것은, 아이들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어린아이로 머무르게 하는 처사예요. 또한 항상 명심 해야 할 것은 우리의 생활방식에 자신의 인생관이 반영되며, 그것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 로든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죠." 할머니가 아이들을 망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절제의 미덕을 가르치려 노력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아이들을 '소비 도 취'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건져낼 수는 없다. 너그러운 조부모나 '피난처'가 되는 친척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의 말이다. "우리 딸은 내가 손주들에게 돈 을 주거나 군것질거리를 사주는 것을 별로 탐탁해하지 않습니다. 벌써 여러 번 부딪치기도 했죠. 그래서 요즘엔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것은 되도록 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 게 뭔가 잘해 주고 싶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할머니를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그 렇다고 요즘 아이들을 동화책 읽어주는 걸로 유혹할 수는 없지요. 아이들은 뭔가 자극적인 것을 원해요. 그래서 나는 손주들이 우리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마음껏 보게 합니다. 집에서 제 엄마가 보지 못하게 했던 프로들도 보게 놔두지요. 아이들은 수요일쯤 우리집에 와서는 '할아버지, 영화 보게 돈 좀 주세요.'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식물원이나 동물원에 가자고 하 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것도 안 통해요. 아이들이 열 살 넘어가더니 다른 프로그램을 원하더 라니까요. 그런데 우리 손녀 중에 제시카라고 굉장한 독서광이 하나 있어요. 다른 녀석들은 책을 사주면 읽지도 않고 벼룩시장으로 보내 버리기 일쑤인데 제시카는 달라요. 겨우 여덟 살인데 텔레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 그건 그렇고, 제 엄마는 아이들에게 절대 텔레비전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이들하고 얘기해 보면 연속극과 쇼 프로를 줄줄 꿰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죠?" 대중 미디어의 홍수에 맞서 투쟁하는 일은 엄마만의 몫인 경우가 많다. 엄마들은 아이들 에게 비판적인 소비태도를 길러 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조그만 교육 원칙들을 실천해 보 려고 아이들과 주부모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이들에게 신경 쓰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신경 쓰랴, 그 사이에서 정말 힘들 때가 있 어요. 가끔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라고, 독서광 제시카와 보리스(5세)의 엄마 마르고트 헨 젤은 말한다. "아이들은 외갓집에 가면 텔레비전을 실컷 보지요. 말로는 안 봤다고 하지만, 나중에 은근히 떠보면 알 수 있어요. 가까우니까 보내면 편하긴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들을 친정에 자주 맡길 수가 없어요. 시댁은 그래도 좀 낫습니다. 시골이라 염소와 닭을 기르고, 커다란 정원에 개구리가 사는 연못도 있거든요. 거기 가면 아이들은 정말 신이 나지 요. 할아버지는 아이들만의 꽃밭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작은 꽃밭에 울타리를 치고 거름을 주어 묘목도 심고, 무와 해바라기도 심었습니다. 정돈되지 않는 꽃밭이지만 아이들은 매우 좋아합니다. 제시카는 평소에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며 열심히 씨를 모았다가, 그 씨들을 할아버지댁으로 가져갑니다.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경탄 을 연발하지요. 염소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또 염소에게 짚을 먹이기도 하구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돈이 친구를 만든다? 아이들이 11세에서 15세쯤 되면 테디베어와 이별하여 어엿한 10대 청소년으로 탈바꿈한 다. 그때부터 부모의 잔소리는 '효력을 잃는다' 학자들이 지적하는 '또래 집단'의 새로운 질 서에 편입된다.'또래 집단'이란 같은 연령대의 청소년들로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을 서로 돕는 집단을 말한다. 이런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갑자기 친구들을 제일 앞세우며, 자기 들의 공통적인 관심과 취미를 제일 중요시한다. 부모들은 이런 현상을 인정하기가 힘들다. 갑자기 부모의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또한 다 른 부모들과도 의견일치가 안 된다. "리타는 1주일 용돈이 자그마치 50마르크란 말야. 그런데 난 겨우 10마르크가 뭐야!" 이런 말은 거의 공갈협박이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들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과, 사랑받고 있 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용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돈이 친구를 만든다'는 속담의 뜻을 깨닫기 전까지, 친구를 사귀고 정체성을 찾는 사회화 과정의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금만 올려주세요 아이가 자라면서 옷이 몸에 맞지 않게 되듯 예전의 용돈도 모자랄 때가 온다. 생일이나 학기초를 기점으로 용돈을 올려 주면 좋을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면 필요한 것도 많아진다. 아이가 용돈을 올려달라는 말을 해오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냥 모자라서 요."라는 대답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제 내 티셔츠는 내가 사입었으면 해요!" 등의 말은, 아이에게 의류구입비 - 단 의류구입비는 의류를 구입하기 위한 돈이다. 그것이 CD나 잡지, 영화표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 를 지급할 시점이 되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10세가 넘으면 자기 옷쯤은 자기 스스로 구입하는 아이들이 많다. 할레대학의 하인츠-헤 르만 크뤠거 교수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연구팀의 연구 결과 여자아이들의 약 90퍼센트, 남 자아이들의 약 82퍼센트가 10~15세 사이에 자기 스스로 옷을 사입기 시작한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가시간을 보내고 방을 꾸미고 옷을 사입는 일이 중요해지며, 돈도 더 들게 마련이므로 적절한 때에 용돈을 올려 주어야 할 것이다. 용돈 인상과 함께 자율적 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책임과 권리가 신장되면 부모의 영향은 점차 줄어든다. 부 모와의 갈등도 이때가 가장 심하다. 청소년 전문가들이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가족 갈등의 이유와 횟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흔한 갈등은 남매간의 다툼으로 10세에서 15세 청소년의 78.7퍼센트가 남매들과 심하게 다 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가사일 돕기(46.7퍼센트), 학교 성적, 늦은 귀가 등으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이었다. 옷이나 친구 문제,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으로 인한 갈등은 빈도 가 낮았다. 용돈 인상에 관한 협상 용돈 문제로 인한 갈등은 통계에 나타나지 않아, 많은 아이들이 용돈에 대한 재량권을 가 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용돈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자원이다. 아이 들의 필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 경제적인 자원도 인상되어야 한다. 1년에 한두 번 있을 용돈 인상 협상은 조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하며, 부모와 아이 양대 '정당'은 각각 말할 내용을 준비하여 메모를 해오는 것이 좋다.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용돈은 얼마를 올려 주어야 하는가? 2. 의류구입비는 얼마를 올려 주어야 하는가? 3. 지금까지 용돈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지출(가령 구두수선비, 세탁비, 운동 서클 회비, 전 화비, 교통비, 화장품비, 선물비)중 어떤 것을 용돈에 포함시킬 것인가? 4. 가정 형편을 고려할 때, 용돈 인상을 위한 여유 자금이 얼마나 생기는가? 돈이 많이 들 어갈 일은 없는가? 5. 아이가 할 만한 아르바이트는 없는가? 6. 저축 상황, 저축 계획, 저축 목표: 포기할 것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예: 컴퓨터) 용돈 인상 협상이 졸속 처리되면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에 게 섭섭해하면서 용돈에 불만이 있는 만큼 거짓말을 하거나 추가로 돈을 요구하게 될 것이 며, 그런 아이들을 보고 부모 또한 실망할 것이다. 세 아이의 아빠인 치과의사 마틴 그림(43세)은 '용돈 협상'을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용돈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우리는 '용돈 회합'이라 부릅니다. 방학 마지막 날 오후쯤 회합을 갖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작은 쪽지에 적어 옵니다. 보통은 원하는 액수만 달랑 적혀 있지 만요. 1학년 짜리 막내에게도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용돈을 주고 있어요. 습관을 들이기 위해 1학년 때는 주당 1마르크, 2학년 때는 2마르크를 주지요. 그리고 3학년 인 둘째 미르코에겐 주당 5마르크를 줍니다. 용돈을 쓰는 것은 전적으로 아이들 재량입니다. 사실 콜라나 우유를 사마시기에도 부족한 액수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음료수는 싸가지 고 다닙니다. 첫 용돈은 순전히 연습용이니까요. '용돈 회합'이 열리면 아이들은 친구들의 용돈에 대해, 그리고 껌이나 초콜릿, 학용품 값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투표를 하지요. 막내도 물론 투표권을 갖습니다. 가족 모두 큰 아이 크리타와 둘째 미르코의 용돈을 올리는 데 찬성하면 일정 액수를 올려 주지요. 방학기 간에는 특별 용돈이 지급됩니다. 우리는 휴가를 6년째 덴마크의 작은 마을로 가고 있어 아 이들도 그곳 지리를 잘 알아요. 아이들은 약간의 용돈을 가지고 그곳을 자유자재로 돌아다 니다가 풍선이나 엽서, 조잡한 기념품 같은 것을 사기도 하지요." 또한 그림 씨의 아이들은 돼지 저금통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용돈이 남을 때는 드물어 요. 하지만 간혹 할머니라도 오시는 날엔 저금통에서 딸그락 소리가 세 번 들리지요. 아이들 이 '특별한' 일을 하면, 그 대가로 약간의 돈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돈은 잘 생각해 서 주어야 해요. 얼마전 밤에 영화를 보고 돌아왔더니, 첫째와 둘째 녀석이 구두란 구두는 모조리 꺼내 닦아 놓은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깨끗이 닦았더군요. 녀석들은 '주머니를 두둑 이 채우겠구나' 기대를 했겠지요. 하지만 돈 같은 건 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종종 구두를 닦으라고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지요. 집안일은 돈과는 상관없이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 미르코가 이웃 할 머니댁에서 밤 따는 것을 도와 주었을 때는 격려 차원에서 용돈을 1마르크 더 주었지요. 물 론 이런 경우도 지혜롭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웃집 일을 돕고 돈을 받았을 때,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다음번에도 그런 일을 하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벌리면 어떻게 하죠?" 가족 모두 용돈 협상의 결과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하며, 일단 협상이 이루어지면 합의된 액수를 일관성 있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용돈을 아끼면서 계획적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용돈이 너무 빨리 바닥났다고 해서, 또 올려 주어서도 안 된다. 약간의 돈을 미리 지불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돈을 조금 더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돈은 기본이고, 항상 추가로 돈이 생긴다고 생각할 위험은 배제해야 한다. 보너스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1년에 몇 번은 특별 용돈을 지급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용 돈은 뜨거운 사안이지요." 학부모회 대의원을 맡은 어떤 학부모의 말이다."우리는 수학여행 을 앞두고 학부모 회의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서 터놓고 용돈 이야기를 했지요. 스키장으로 갔던 지난번 수학여행때 용돈으로 자그마치 3백에서 5백마르크를 가져온 아이들이 있었거든 요. 리프트 비용과 숙박비, 식비등은 모두 선불된 상태라서, 음료수나 작은 기념품을 살 돈 만 있으면 충분했는데도 말이에요. 그러나 다행히 그곳은 작은 마을이라 스키장 외에 다른 유흥시설은 전혀 없었습니다. 비싼 디스코텍과 매점 한 곳이 전부였지요. 아이들은 전혀 돈 을 쓸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에게 그 돈을 되돌려 주지도 않았대요. 우리 작 은애 이야기로는 남은 돈으로 스프레이 페인트를 산 아이들도 있었다더군요. 그런 일을 사전에 예방해야겠다고 생각한 우리는, 이번 여행에는 80마르크 이상의 용돈을 주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호숫가로 6일간 야영을 가는 데는 그 정도 돈이면 충분하 지요.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또 많은 돈을 가져온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 는 선생님이 끼어드셨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에 적당한 용돈이 얼마인지에 대해 토의하도록 한 다음, 모든 아이들의 돈을 걷었어요. 아이들은 노트에 이름과 액수를 적고 돈 을 냈지요. 선생님은 그 돈을 금고에 넣고 잠가 버렸습니다. 야영을 할 예정이어서 금고가 적격이었거든요. 그리고 날마다 모두 똑같은 금액을 타갔어요. 처음에는 몇몇 아이들이 불평 을 하기도 했지만, 곧 순순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맞아요. 운이 좋았죠. 부모와 선생님들이 의견일치를 보았으니까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힘 들었을 것입니다. 아이들 서로 누구네 엄마는 얼마를 주었느니 하면서 되도록 많이 타가려 고 했었을 테니까요." 용돈과 아르바이트 수입 "우리 아이들은 돈을 꽤 많이 벌어요."대행업을 하는 한 아버지의 말이다."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아이들이 1주일에 3일 정도 자전거로 우리 사무실의 문서 수발업무를 담당해 주 고 있지요. 전에는 자동차로 문서를 배달하는 퀵 서비를 이용했었는데, 요금이 시간당 18마 르크였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 일을 하도록 한 후, 똑같은 임금을 지불하기로 했지요. 사무실 여직원은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눈치지만, 애들이 배달하는 게 훨씬 빠 르고 편한데다 또 자전거로 하니까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데, 내가 왜 '나이 든 사람'에게 돈을 들여야 하나요.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을 혹사시킨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그저 재미있 어하니까 시키는 거지요. 사실 아내도 좀 못마땅해하거든요. 특히 요즈음 작은 녀석의 공부 가 뒤쳐져서, 나조차도 이 일을 계속 시켜야 하는지 회의가 들어요. 하지만 이 일 때문에 성 적이 나빠졌다는 죄책감은 갖지 말았으면 해요. 자전거 배달일이 그렇게 큰 부담이 됐다고 는 생각지 않아요. 어차피 그 시간은 다른 아이들도 이리저리 뛰놀며 보내는 시간인데요. 뭐. 하지만 지금 작은아이는 난생 처음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어요. 물론 일도 계속해 나가 면서요. 주당 받는 보수에 용돈은 따로 받지요." 아이들은 1주일에 세 번 한 시간 동안 문서를 배달하여 주당 72마르크의 수입을 올리면 서, 별도로 주당 18마르크의 용돈을 받는다. 그리하여 12세 소년의 한 달 총수입은 약 2백80 마르크가 된다. 마르고 창백하지만 강단이 있어 보이는 막스가 나를 쳐다보고 웃는다. "전 돈이 필요해요. 돈을 모아 신시사이저를 살 겁니다. 신시사이저를 사려면 2,3천 마르크는 있 어야죠." 문서 배달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었다. 용돈에 대한 만족도 어릴수록 만족한다 용돈에 대한 만족감은 그 액수보다는 나이와 관계가 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현재의 용 돈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세에서 12세 아이들의 50퍼센트가 자신이 받는 용돈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으며, '매우 불만족'하는 아이들은 5.7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고 쓸 곳도 많아지면서 용돈에 대한 불만족도 높아갔다. 14,5세 아이 들 중 현재의 용돈에 만족하는 아이들은 28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용돈 인상을 원할 때, 그 문제를 부모와 대화로 해결한다고 답해서 권위와 명령이 지배하는 가정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오늘날 전체의 약 2/3에 이르는 가정이 아이들을 민주적으로 양육한다고 말한다. 부자들이 투덜댄다. 부유한 집 아이들의 용돈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만족한다고 답한 아이들은 약 35퍼센트였고, 대부분은 자신의 용돈에 불만을 나타냈다. 17세의 남학생 크리스토프 벨링어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오시 더니, 내 용돈의 반인 1백마르크를 유고슬라비아인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하래요. 엄마도 1백 마르크를 기부했다나요. 그래요. 우리 엄마가 1백 마르크를 내는 건 우스운 일이죠. 1백 마르크는 우리 집 전체로 보면 '새발의 피'니까요. 아마 우리 아빠는 눈 깜짝할 새에 1백 마 르크를 버실걸요. 하지만 나는 달라요. 내 용돈은 한 달에 2백 마르크고, 1백 마르크면 내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죠. 어려운 사람들을 돕지 않겠다는 건 아니예요. 방과후 매일 자선단 체로 가서 집짓는 것을 도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용돈 외의 수입이 없는 내게 용돈의 반을 뚝 잘라내라는 것은 내 생활에 큰 타격을 주는 처사예요." 가난한 아이들은 만족한다 집안이 가난하여 용돈을 평균보다 훨씬 적게 받는 아이들을 인터뷰한 결과---물론 분명 히 설문의 대상이 되었던 아이들보다 더 가난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문대상이 되었던 아이들도 평균보다 훨씬 덜 받고 있는 아이들이었다---만족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빠듯한 용돈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버는 것 이상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아니까 말이다. 2. 당신은 모범적인 부모인가? Little kids are watching you---우리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에 나오는 독재주의 국가를 칭하는 말) 개념을 약간 변경시킨 이 말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 다. 양육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다! 아이들의 눈은 우리의 아 주 작은 '실수'까지도 꿰뚫으며, 어느 날 우리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우리 행동이 언제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지, 언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아이들의 거울이 되기에 합당한 사람들인가? 언행이 일치하는가? 돈이 집안 여기 저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지는 않는가? 가계부를 10원 한 장까지 똑떨어지게 쓰지는 않는 가? 다음 질문들은 금전 관리에 관한 당신의 현주소를 알려 줄 것이다. 아이들이 당신을 보고 있다! 질문 점수 1.예금 잔고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예 1 아니요 0 대충 3 2. 친척들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기는가? 예 1 잊어버리기 일쑤다 0 대체로 잊지 않는다 3 3.당신 부모가 구두쇠였다고 생각하는가? 예 0 아니오 3 그럴 수밖에 없었다 2 4.매달 정해진 액수의 용돈을 쓰는가? 예 1 아니오 2 5.비싼 화장품을 구입했을 경우, 배우자에게 그 사실을 비밀로 하는가? 예 0 아니오 3 이따금 2 6.세일한다고 여덟 살난 딸에게 고가 브랜드 옷을 사줄 것인가? 예 3 아니오 2 7.자동차의 상태를 속속들이 아는가? 예 0 아니오 2 8.구두쇠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가? 예 1 아니오 3 9.2000이라는 숫자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2000년 2 2000원 0 2000마일 여행 1 10.자동차가 그런 대로 굴러가는 데도 새 자동차를 구입할 것인가? 예 1 아니오 2 11.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는가? 그런 편이다 2 아니오 3 경우에 따라 1 12.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필요없는 물건을 충동 구매한 적이 있는가? 예 3 아니오 1 13.생활비를 부부가 함께 관리하는가? 예 3 아니오 0 14.고가의 물건을 사고 배우자에게 값을 속인 적이 있는가? 예 1 아니오 3 이따금 0 15.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 광고를 보는가? 예 2 아니오 0 16.수입이 많은 직업만 유망하다고 생각하는가? 예 1 아니오 2 17.육아에 있어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예 1 대체로 그렇다 2 18.신을 신발이 있는데도 새 신발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예 3 아니오 2 19.걸인에게 돈을 주는 편인가? 예 1 아니오 0 20.가족들의 휴가비를 용돈과는 별도로 지급하는가? 예 1 아니오 3 21.지난 달 전기요금을 기억하는가? 예 3 아니오 0 22.자녀가 고의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수습비의 일부를 아이에게 부담시키는가? 예 2 아니오 1 23.못 입는 옷들은 어디로 보내는가? 중고품 가게에 판다 1 기부한다 3 24.자녀가 보는 앞에서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하는가? 얼렁뚱땅 넘어간다 0 솔직히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과한다 2 25.아이들이 특별히 잘한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칭찬하는가? 돈을 준다 0 말로 충분히 칭찬해 준다 3 선물을 사준다 1 평가 0~18점 근검절약의 표본! 위험부담이 있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당신을 방문하는 외판원들 은 번번이 허탕이다. 아이들은 수학을 어느 정도 깨우쳐야 가까스로 용돈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은 가족 중에 절약정신이 가장 투철하며, 당신 사전에 충동 구매란 없다. 먼 친척들은 당신을 구두쇠라 부른다. 가족들도 서서히 당신을 닮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번쯤 기대체 않던 선물이나 깜짝쇼를 바랄지도 모른다. 자녀에게 가끔 그런 기쁨을 선사해 보라. 그리고 때로는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도 과감히 실행해 보라. 당신의 어딘가에 내재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19~32점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한 지출을 할 수도 있는 사람! 하지만 당신 집안에 정체불명의 돈이 란 없다. 당신은 가계부를 굉장히 꼼꼼이 쓰며, 집안의 다른 일도 완벽하게 처리한다. 당신 집은 언제 방문해도 좋을 만큼 깨끗하고, 아이들도 더 이상 바쁜 엄마가 놀아 주기를 기대 하지 않는다. "시간 없어"가 당신의 대답이다. 축제가 열리면 아이들을 데려가지만 반드시 조건이 있다. 거기 가서 뭔가 사달라고 조르지 않겠다는 것! 유흥비는 정확한 예산하에 집 행하며, 추가예산은 없다. 당신의 완벽함 때문에 가족들은 종종 압박감을 느낀다. 33~52점 중용의 미를 아는 사람! 돈은 중요한 수단이지만, 당신이나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지 않는 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그리고 아이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혀 놓는 대신,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도 할 수 있는 놀이를 마련해 준다. 가정의 금전 상황은 투명하게 진행된다. 임대, 매매, 분 할. 지불계약 등에 있어 당신과 배우자는 평등한 권리를 행사하며, 상대방의 계좌에 대한 권 한을 발휘한다. 당신 가정에서는 모든 일이 토론으로 결정되며, 용돈 인상에 고나한 토론도 이루어진다. 가족 소풍이 중요한 가족 행사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53~65점 돈은 마법의 수단! 돈은 오로지 지출을 위해 존재한다. 쇼핑은 당신의 가장 큰 낙이며, 당 신은 자녀들의 꾐에 기꺼이 넘어간다. 용돈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지급한다. 당신은 돈 이 많이 들더라도 아이들 방을 최상으로 꾸며 주고, 아이들 옷을 예쁘게 입힌다. 하지만 소 비에 열광하고 그것을 즐기는 당신도, 아이들이 어느 날 (당신처럼) '이미 사버린 물건들에 싫증을 내면 어쩌나' 약간 불안하다. 3.캐러멜 1페니히어치 주세요! 길가에 1페니히가 떨어져 있다. 줍겠는가? 1페니히를 주우며 '이게 왠 떡이야?'하고 기뻐 하겟는가? "1페니히를 귀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탈러(독일제국주의 시대의 은화)를 가질 자격이 없다."라는 격언에 공감이 가는가? 1페니히는 아이들의 동전치기 놀잇감일 뿐이라 고? 아이들은 "1페니히로 뭘 해요?"라고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1페니히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하지만 페니히가 모이면 젤리, 연필, 영화표를 살 수 있는 '돈'이 된다. 그렇다고 페 니히가 몇 개 모일 때만 비로소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단돈 1페니히가 우리의 무의 식 속에서는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찮은' 1페니히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에 늘 속고 있다. 초콜릿 한 개에 99페니히, 바나나 1킬로그램에 2백49페니히, 노트 한 권에 1백 49페니히. 배고하점 이월상품 진열대의 실크 스카프 하나에 9백99페니히. 단돈 1페니히를 뺐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1페니가 엄청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9마르 크 99페니히는 10마르크보다 훨씬 싼 것처럼 느껴진다! 1페니히만 덜 매겨 놓아도 굉장히 유리한 구매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1페니히만 비싸도 가격은 9마르크대에서 10마르크 대로 한 차원 뛴다. 우습지 않은가! 길가에 떨어진 1페니히는 하찮다고 줍지 않으면서 9백 99페니히라고 매겨진 실크 스카프를 덥석 집어드는 우리는 단돈 1페니히에 유혹당하고 있 다. 이 책을 준비하느라 눈코뜰새없이 지내는데, 나이 지긋한 동료 한 분이 소박한 이야기가 적힌 글을 내밀었다. 베라풸링이라는 부인이 조카딸에게 보냈던 글로 1페니히의 귀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글이었다. "오래 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나도 너 같은 아이였다. 당시 우리는 군것질할 수 있 는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돈이 귀한 시절이었으니까. 이웃 아줌마의 심부름으로 동네 식료 품점에 갔다오면, 운이 좋을 경우 1페니히나 2페니히를 받을 수 있었다. 연탄 나르는 일, 아 이 돌보는 일, 거리 청소 등이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였다. 집안일을 돕는 것은 기본이어서 가사일을 돕고 대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 당시는 5페니히만 있으면 레몬 사탕 한줌, 아이스크림 한 주걱, 달팽이과자, 케이크 부스러기 등 맛난 것들을 많이 살 수 있었다. 케이 크는 특히 인기가 있었다. 모양을 내는라 솎아낸 케이크 부스러기나 부스러진 비스킷, 운이 좋으면 으깨진 조각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1페니히만 있어도 잘미스 캐러멜을 한줌 살 수 있었다. 그 캐러멜은 작은 마름 모꼴의 거무스름한 캐러멜로 감초즙과 염화암모늄을 농축하여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그것 을 잘미스라 불렀다. 잘미스가 생기면 우리는 그것을 곧장 입 속에 넣어 버리지 않았다. 캐 러멜을 별 모양으로 만들어 손등에 붙이고는 모양이 다 없어질 때까지 천천히 빨아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개를 꺼내 새로운 별을 만들어 붙였다. 그런 식으로 캐러멜 한 개를 오래 오래 먹었다. 언젠가 지루한 하교길에 또 잘미스 생각이 났다. 하지만 돈이 없엇다. 단 1페니히도.... 집 에서 학교까지는 꽤 멀었다. 아침 8시까지 등교하려면 7시 조금 지나서 집을 나와 거의 뛰 다시피 가야만 했다. 하지만 하교길에는 느릿느릿 걸었다. 전철도 다니긴 했지만 요금이 10 페니히나 되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등하교길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장마철이나 눈 보라치는 겨울엔 정말 힘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나는 쇼윈도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진열 장을 구경했다. 거의 보고, 또 본 것들이었건만.... 그리고 공사현장을 지날 때면 아저씨들이 미장일을 하고 하고 있는 것을 구경했다. 또한 구둣가게, 열쇠가게, 양복점들을 지나면서 아 저씨들이 일하는 것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날은 보슬비가 내렸다. 나는 수업을 마치고 축 처진 채 집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길은 끝도 없는 것 같았다. 잘미스 생각이 간절했다. 지금 잘미스 캐러멜을 먹으면 서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텅빈 손등을 바라보았다. 거무스름하고 맨질맨질한 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각만 해도 입 속에 침이 고여왔다. 1페니히가 필요했다. 1페니히가..... 그때 길모퉁이에 위치한 간이주점 앞에 너덜거리는 옷을 입은 노인 한 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왼손을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술값이 충분한지 동전을 세고 있음이 분명했다. 할아버지는 근시인 듯했고, 얼굴엔 이미 술기운이 만연했다. 그는 동전을 세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눈에 띄지 않게 할아버지를 지켜보았다. 할아버지의 손가락 사이로 1페니히만 떨어져 준다면.......1페니히만, 제발제발 1페니히만....... 그 순간이었다. 보도 블록 위에서 조그맣게 '딸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1페니히였다. 할 아버지의 손에서 진짜로 동전 한 개가 떨어진 것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가슴이 쿵쾅거렷 다. 할아버지가 제발 모르고 지나쳤으면..... 나는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 아버지는 몸을 돌리더니 신발을 질질 끌며 술집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나는 재빨리 동 전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했다. 동전이 내게 굴러 들어온 것이 었다. 몇 걸음만 가면 상점이 나왔다. '잘미스 1페니히어치 주세요!' 왠 행운의 날이런가. 나 는 캐러멜을 빨아먹으며 집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4.생활비는 얼마나 드는가? 식탁 위에 놓인 코코아 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바나나와 사과 조각이 들어간 시리얼이 먹음직스럽다. 쉬는 시간에 먹을 빵도 쌌다. 방과후에 음료를 사먹을 돈도 가져간 다. 목에는 버스 카드가 걸려 있다. 학교가 파하면 12시.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분이다. 베레나는 학교 가방을 구 석에 내팽개치고 목축일을 돕는 개 베르니에와 잔디위에서 한바탕 뒹군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숙제를 한 다음, 5시가 되면 피아노 학원에 다녀온다. 그리고는 친구 위니네 집에 가서 함께 연속극과 쇼프로를 보며 빵과 비스킷을 먹는다. 8시쯤 집으로 돌아온 베레나는, 여기저 기 기웃거리다가 9시쯤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베레나와 위니는 동갑내기 로 이제 9세이다. 베레나는 자신의 하루 생활비가 얼마인지, 따뜻하고 쾌적한 집에서 배불리 먹고 살기 위 해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주어진 세계속에 서 살아갈 뿐이다. 독일에서 한 달 순수입이 3천 마르크 이상인 가구는 68.6 퍼센트에 이른다. 신세대 부모들 도 비교적 가정을 규모 있게 꾸려 나간다. 그러나 부채 상태가 심각하여 현재의 수입으로 상환금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가정도 1백만을 훨씬 넘어섰다. 빚을 진 '원인'은 다양하다. 실업, 이혼, 질병... 하지만 금전 관리 경험이 부족한 탓에 무계획적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다 가 빚을 진 경우도 다반사다. "이거 사세요." 상점에서, 백화점에서, 거리에서 자본주의 소비 시장은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의 개인적인 금전 상황이나 정신 상태는 안중에도 없다. 광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면 빚을 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까지 이른다. 하 지만 그런 실패를 겪고 나서도 자신의 금전관리 능력에 대해 돌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매달 집세와 난방비, 전기, 가스, 수도 요금, 자동차세, 기름값, 보험료, 모임 회비, 카드비 가 계좌에서 소리없이 빠져 나간다. 베레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엄마와 함께 은행에 가서 현 금출납기가 통장 정리를 하는 소리를 듣는다. 엄마 아빠가 이방저방의 전등을 끄러다니며 "불 꺼..... 전기세 나가!"라고 외치는 소리도 듣는다. 독일 아이들의 80퍼센트 이상이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낸다. 집세, 적금, 생활비, 기름값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음악교육가로 세 아이를 둔 막스 앙게마이어의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살고 있어요. 이런 아쉬울 것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부모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지 못하죠. 최근에 우연히 우리 아이들과 이웃 아이가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 어요. 아이들은 정원 울타리 안쪽에 앉아 있어 나를 볼 수 없었죠. '우리 아빠 월급은 1천 마르크도 넘는다!' '우리 아빠는 2천 마르크도 넘는데.' '우리 자동차는 집보다 더 비싼 거래' 대충 이런 대화였어요. 세상에! 열두 살, 열세 살 짜리들의 대화가 거의 유치원생 수준이라 니! 자기들 티셔츠나 책값 같은 것은 알아도, 부모의 수입과 생활비에 대해선 무지하기 WKR이 없더군요. 걔네들은 부모가 버는 돈 전부를 외식하고, 선물 사고, 비디오 보고, 여행 하는 데 쓰는 줄 알고 있어요.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돈이 드는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니까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가르쳐요? 학 교에서 배우지도 않는데......" 은행 창구에 가서 신용대출과 이자율과 연수익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소년은 은행의 흥보 책자나 광고지에서나 볼 수 있다. 캐시 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출납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청 소년들만 종종 눈에 띌 뿐이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가정의 수입 운운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아이들한테 "그런 얘긴 해서 뭘 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우리 집이 대단한 부자나 되는 줄 알 거예 요." "설명해 봤자 이해나 하겠어요?"가 그들의 대답이다. 생활비가 얼마가 드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값만 알 뿐이다. 커갈수록 요구는 늘어난다. 9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아이들의 30퍼센트가 게임 소프트웨어 및 게임기를 원하며, 20퍼센트는 비싼 자전거나 오토바이, 14퍼센트는 오디오, CD, 카세트를 가지고 싶어한다. 장난감에 관심 있는 아이들은 12퍼센트에 불과하다. 12세가 넘어가면 장난감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자 전거나 오토바이가 1위(37퍼센트), 오디오와 CD가 2위(18퍼센트)를 차지한다. 아이들에게도 가정의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 주어야 한다. 물 론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 난방비와 전기세 등 모든 경비가 빠져나간 통장을 코앞에 들이대 면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법으로는 지루할 뿐 아니라 이해할 수도 없다. 아이는 종 이에 찍혀 있는 숫자를 '돈'으로 느끼지 못한다. 돈을 실제로 보여 주어야 한다. 아빠, 아빠의 월급이 얼마죠? 각 기업의 보수와 봉급체계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때, 이런 질문은 더 이상 어색 한 물음이 아니다. 생활 수준(집, 자동차, 옷, 여행, 여가시간)으로 대략의 수입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가들과 최고경영인들의 월급이 주간지에 공고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는 사업가들이 자신의 연봉을 명함에 인쇄해 가지고 다니는 추세다!) 열린 분위기 속에서 가정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아이에게 솔직하게 설명해 주면, 아이들 은 자신을 당당한 가족 구성원으로 느끼게 되고, 용돈을 줄일 일이 생겨도 쉽게 용납한다. 아이들에게 시리얼에서부터 난방비에 이르기까지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 가르쳐 보자. 함께 모여 생활비를 계산하자 월급날 저녁, 은행에서 한 달 생활비 총액을 여러 종류의 지폐와 동전으로 찾아와 테이블 에 펼쳐 놓으라. 그러면 생활비 산출을 위한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가족들 모두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는다. 큰아이가 돈을 받아 같은 종류끼리 분류해 놓는 다. 엄마는 지출내역을 적은 리스트를 준비하고, 편지 봉투를 여러 장 마련해 놓는다. 한 사 람이 지출 내역을 읽고, 다른 가족들이 그것들을 봉투에 기입한다. 그리고 보충할 것이 있으 면 보충한다. 약 25개의 봉투가 필요할 것이다. 고정 지출 :집세(자가인 경우 그에 따라 들어가는 부대비용)와 쓰레기세, 공동 전기세, 청소비) :전기, 가스, 수도 요금 :난방비 :보험 및 연금 :의료보험료 :자동차보험, 자동차세 :친목 모임, 스포츠 클럽, 헬스 클럽 회비 :가족들 용돈 :파출부, 또는 베이비시터 고용비 :유치원비 :학비, 교육비 :전화 및 팩스요금 :할부금 :저축 총 14항목: 원 용돈은 고정 지출 항목으로 잡는다. 대출상환금, 부양비등 다달이 의무적으로 들어가는 돈 은 할부금에, 여행을 목적으로 모으는 돈은 '저축'에 포함시킨다. 유동적 지출 :양식 및 음료 :담배, 주류등의 기호품 :의류, 신발(수선도 포함), 세탁비 :세제 및 샤워 용품 :화장품, 신체 및 건강 관리비 :우편 요금, 선물비, 기부금 :교양, 오락, 여가비 :자동차 유지비 :교통비 :물건 구입 및 수선비 :기타 총 11항목: 원 생활비를 구체적인 항목으로 분류해 보는 것은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유익하다. 집안 살림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식비는 식료품 구입 영수증을 모았다가 한달 치를 몰아서 계산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기호품비(주류, 차, 커피, 담배)를 식비와 분리 해 보면, 기호품비가-의외로 많이 들 것인데- DJejS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 다. 자녀에게 의류구입비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면, 용돈 명목의 봉투 외에 의류구입비 봉투 를 마련한다. 퍼머 또는 커트비, 목욕비, 의약품, 안경, 맛사지 비용 등은 신체 및 건강 관리 비에, 잡지 구독, 연극, 영화, 오페라, 야외 콘서트, 운동경기 관람의 문화비는 '교양, 오락, 여가비; 항목에 포함시킨다. 가족 소풍비는 공동으로 부담하고, 가능하면 개개인의 용돈에서 떼지 않도록 하라. 집안 수리비나 살림 용품을 구입한 비용은 '물건 구입비' 항목에 넣는다. '기타'에는 애완동물 먹이, 가축병원 진료비, 발코니 화분 및 정원 가꾸기, 비료와 씨앗, 생일 잔치와 그밖의 가족 행사에 지출되는 돈이 포함될 것이다. 모든 봉투가 채워졌는가? 테이블에 있던 돈이 모두 바닥났는가? 돈이 모자라는 경우, 줄 여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런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가정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양의 돈이 모두 봉투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자못 놀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당당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능력에 맞게 일 을 감당할 수 있다. 돈에 대하여 터놓고 이야기했던 가정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화랑에서 일하는 가비 게르버의 말이다. "친구네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친구는 화상인데 재혼하여 전부인이 낳은 두 아이와 지금의 아내가 낳은 두 아이, 모두 네 명의 아이를 두고 있어요. 몇 년 전, 그는 열심히 일했음에도 파산 직전에 처했던 적이 있었죠. 처음엔 그 사 실을 숨겼어요. 아이들은 물론 아내에게도요. 무능력한 아버지로 비쳐지는 것이 두려웠죠. 하지만 끝까지 숨길 수는 없었어요. 아이들도 차츰 그런 상황을 알게 되었죠. 그러자 아이들 은 힘을 모아 부모를 돕고자 했어요. 지금 그 친구는 그때 침몰해 가는 가정을 구한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큰 아이가 열여섯 살 때였지요. 아이들은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죠. 집의 절반을 임대했고, 자동차와 비싼 회원권을 팔 아치웠으며, 여러 면에서 검소한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심지어 재미있어하기까지 했 어요. 친구들을 잃어버리는 등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통해 배운 것도 많았 지요. 기름값이 없어 방에 불을 넣을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아이들은 따뜻한 집에서 사는 데는 돈이 든다는 걸 깨달았지요." 4세에서 16세에 이르는 아이 넷을 키우는 교사 베른트노이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 이들은 자칭 환경운동가들입니다. 물론 좋은 현상이죠. 집에서도 얼마나 에너지 절약을 철저 히 하는지 몰라요. 우린 슐레스비히에 살다가 2년전 이곳 베를린으로 이사하였는데, 처음에 아이들은 거의 충격을 받았었죠. 베를린에 와보니 자기들의 생각에 공감해 주는 친구들이 거의 없는 거예요. 우린 대도시라서 그렇다며 아이들을 위로했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 습니다. 이제 셋째아이는 '그린팀'이라는 환경 서클까지 창단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은 생활비를 좀더 절약하자며, 매달의 고정 지출을 몇 개 분야로 나누어 각자 한 분야씩 관리한 다음 연말정산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카를로스는 수도, 전기, 가스 요금 및 잡지 정기구독을 맡았고, 열두 살 티니는 전화 요금을 맡았습니다. 그 바람에 나는 전화 요금 자동이체까지 취소하여야 했죠. 그리고 두 동생은 모임 연회비, 정기권, 스 포츠 클럽 회비 등 잡비를 맡았습니다. 아이들은 장부 정리를 위해 서류철까지 만드는 등 일을 아주 잘 해냈고, 일하는 과정에서 계좌이체를 어떻게 하는지, 수표를 어떻게 발행하는 지,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성악을 하는 아내는 결코 검소하 지는 않거든요. 나와 아이들은 우리의 탁월한 재정경영 능력 덕분에 그런 사치스런 여자를 건사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편집인으로 두 아이를 둔 군나 제크만은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 맏딸 게리트가 수집할 우표를 찾는답시고 내 책상을 뒤지다가 - 나는 누군가가 내 책상에 손대는 것을 몹시 싫어 합니다 - 책상 서랍에 넣어둔 월급명세서에서 7천마르크라는 거금을 읽게 되었죠. 게리트의 용돈은 매달 45마르크로 열두 살짜리치고는 그리 적은 편도 아닙니다만, 내 월급명세서를 본 게리트는 입이 이만큼 나와서 용돈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설거지를 시킨대나 어쩐대나, 설거지 몇 번 한 걸 가지고 투덜대기 시작했어요. 정면 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나는 먼저 게리트에게 총수입과 순수입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어요. 게리트는 중학생인데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깜깜하더군요. 다음달 월급이 나왔을 때, 나는 순수입 전부를 은행에서 찾아 왔어요. 이어 아내는 게리트가 볼 수 있도록 모든 지출 내역을 적었고, 열 살짜리 아들아이 가 돈뭉치를 항목별로 분류했지요. 보험료, 집세, 전화요금, 전기, 자동차, 난방비, 의류비 등.... 그러자 게리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좀더 빨리 그런 걸 알려 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생인 마르가레테 프리케(24세)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이혼하시고, 엄마 혼자 나를 키우셨어요. 엄마는 프리랜서 그래피커로 일했는데 수입이 그리 많지 않았 죠. 아버지한테서는 한 푼도 받지 못했고요.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까,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내게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알려 주셨죠. 물론 나도 사고 싶은 것들이 많긴 했지만, 그런 것들을 사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은 없어요. 지금 생각 해 보면 엄마는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던 것 같아요. 종종 '무엇이 더 중요하 니?' 하고 물으셨죠. 가령 '새 스웨터가 먼저니, 전화 요금이 먼저니?' 하고 말이에요. 그렇다고 엄마가 구두쇠였던 건 아니에요. 엄마는 무척 관대했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은 부 담이 되더라도 해주셨지요.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를 1년 동안 우리 집에서 묵게 해주시기도 했죠. 그 친구와 난 1년 동안 많은 추억거리들을 만들었어요. 아무리 어려도 솔 직하게 말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믿어 준다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나는 지금도 내가 가난하고 고통스런 유년기를 보냈다는 느낌은 전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