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라! 지은이: 에번 해리스 출판사: 북하우스 봉사자: 안진화 서문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과감하게 '끊는 행위'를 마치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가치 없는 일처 럼 생각해 왔다. 자신들의 욕구불만과 조금한 심정을 단지 "열심히 일어나 하자" 또는 "서두 르지 말자" 등의 말로 위로하며 살아온 것이다. 끊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좀더 책임감 있게! 좀더 야망을 가지고! 좀더 강인하게"를 주장하며 끊고자 하는 사람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며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이들 '끊기 반대자들' 의 태도를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끊기에서 발생하는 예상 밖의 결과를 결코 두려 워해선 안 된다. 바위에 둘러싸여 있는 이끼가 되느니 굴러가는 돌이 되는 게 낫다. 정체된 상태보다는 재난이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끊고 난 후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끊는 그 자체의 기쁨과 만족의 빛은 결과에 가려질 수 없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의지에 따라 끊기를 감행하는 자의 독립만한 것은 없다. 그들은 다 른 사람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해서 자신도 분별없이 뛰어내리는 것은 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주저하지도 않는다. 끊는 사람은 의사 결정이라는 우주의 한 개 별 이다.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단호한 결단력을 갖고 있으 며 적절한 시기에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다. 끊기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종종 "좀더 견뎌 보는 것이 어때?" "좀더 좋은 기회를 두고 보 는 것이 어때?"하는 말을 던지며 '인내'와 '관용'이란 덕목의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우는 경 향이 있다. 반면에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며, 옳다 싶으면 용기 있게 전진해 나아가고,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손을 뗄 줄도 아는 훌륭한 감각을 지니고 있 다. 인내가 미덕이라면, 과감한 용기는 가히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끊기의 초석: 유형, 테크닉, 스타일 느닷없이 끊을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끊기 위해서는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하고, 끊고자 하 는 자신의 처지에 맞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하고. 어떻게 이끌어 갈 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거창한 일에서부터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혹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에서부터 어리 석어 보인다고 할 만한 일에까지, 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세 가지 있다. 바로 끊는 '유형'과 '테크닉'과 '스타일'이다. 끊기에 필요한 요소는 이 세 가지이지만 끊기가 필요한 상황은 매번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세 가지 요소들을 잘 조화시켜 나가는 것 이 끊기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노을 져 가는 어느 날 저녁, 당신과 옆집 친구가 각자의 연인과의 관계를 동 시에 끊는다고 해도 그 방식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끊기에서 사용되는 테크닉 은 서로 약간씩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그 스타일도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경우에 따라 서는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어 끊기에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무엇을 끊든지 간에 끊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끊기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좋아 서 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끊는 데 있어서 가져야 할 과정이 많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 한 것은, 여기소 언급한 끊기의 세 가지 요소―끊기의 유형과 테크닉과 스타일―각각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1. 끊기의 유형 당신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아마도 이 세상은 끊을 거리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은 도처에 잠재해 있거나 드러나 있다. 그 가능성을 이 야기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끊기의 보편적인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자. 1. 일 끊기 보수가 있는 일이건 없는 일이건 간에 일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2. 사람과의 관계 끊기 특정한 어떤 사람이나 어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을 말한다. 즉 만나기, 이야기 나누 기, 좋아하기, 귀기울여 듣기, 편지 쓰기, 전화하기, 숭배하기, 안내하기, 축복하기, 걱정하기, 의지하기, 다른 사람 때문에 기뻐하기, 다른 사람을 위해 변화하기, 사랑하기 등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3. 사물에 대한 집착 끊기 생명이 없는 물건이나 음식, 혹은 사람 외의 동물, 식물, 광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4. 장소 끊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도시 또는 나라 등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떠나기'는 '이 사'와는 다른 의미이다. 5. 생각 끊기 어떠한 생각, 생각의 체계와 사상, 혹은 심리적 상태나 감정 상태 등에 집착하는 것을 끊 거나 삼가는 것을 뜻한다. 6. 습관 끊기 규칙 적으로 행하던 습관을 버리는 경우, 주로 파괴적이거나 건강에 해로운 습관들이 대 상이 된다. 위와 같이 끊기의 기본적인 유형을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끊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고 집중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이 과연 무엇인 가를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안다는 것은 곧 힘이다. 끊으려는 사람은 자신이 끊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2. 끊는 테크닉 예술이 솜씨를 필요로 하듯이 끊는 데에도 솜씨가 필요하다. 그리고 솜씨에는 자신만이 어떤 테크닉이 있듯이 끊기에도 자기만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끊고자 하는 사람 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선천적 재능만을 믿고 끊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끊기의 테크닉은 필요하다. 따라서 끊는 테크닉을 '개발'하고 그 테크닉을 '완성'해가는 것은 끊기의 과정에서 항상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끊고자 결심한 사람은 끊겠다는 생각에 몰두함으로써 끊기 위한 건 전하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둘째로, 끊고자 하는 사람은 그 방법을 반드시 실해 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끊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보다 실행에 옮기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끊기를 시도하는 사람도 평상시의 생활 습관이나 생활 방식 등 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역시 끊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에 안주해 버리게 된다. 용기를 내라. 당신은 이 책에서 지신에게 맞는 다양한 실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끊기에 뛰어들어라. 우리는 무엇인가를 끊음으로써 우리 자신의 창의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끊는 테크닉이 다양해질수록 끊으려는 사람은 더욱 재치 있게 변해 간다. 또 재치가 넘칠수록 더욱 능숙하 게 끊을 수 있게 되며, 끊는 것에 능숙해 질수록 그 사람은 그만큼 발전한다. 끊기의 테크닉은 단 몇 가지라고 손꼽아 헤아릴 수가 없다. 끊으려는 사람이 시간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갖고 지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완벽하게 조사하고 파악한다 하더 라도, 끊는 테크닉에 관한 완벽한 목록을 작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끊기의 테크닉은 광범위하며, 그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어 가고 있다. 끊고자 하는 사람은 끊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르고 풀칠하고 이어 맞추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 미 오래된 테크닉은 변형이 되고 새로운 테크닉이 끊는 것의 유형에 따라 또다시 창출된다. 그리하여 끊기의 테크닉에는 오래 전부터 행해져 오는 전통적인 테크닉들이 있는가 하면, 끊기의 최첨단을 달리는 사람들만이 시도하는 혁신적인 신세대적 테크닉들도 있다. 테크닉이 많다고 하여 한꺼번에 모두 활용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가 나중에 사용해도 상관없고, 일부만 활용하거나 혹은 다른 끊기의 방법들과 연결해서 사 용해도 상관없다. 끊는 사람으로써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양한 테 크닉을 수집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적인 기록과 문학서적 등에 서 끊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다거나, 남들한테 들은 얘기 중에서 끊는 방법들 을 모색하여 정리해 볼 수 있다. 일단 끊기 위한 테크닉들이 많이 모이면, 그 중에서 선택하 여 적절한 경우에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주의하자! 무엇인가를 끊을 때 아무 테크닉이나 경솔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끊 는 테크닉이라고 해서 모드가 끊기의 유형에 질 적용된다고는 할 수는 없다. 자기의 끊는 스타일과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테크닉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항상 자신이 택한 테크닉만이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수진을 치는'테크닉이 마음에 들고 어떠한 경우에든지 잘 들어맞는다고 생 각하여 습관을 끊을 때도 이 테크닉을 적용한다고 하자. 아마도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배수진을 치는' 테크닉으로 끊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 혹에 절대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도 습관은 당신이 끊으려고 하는지 어떤지에 구애받지 않는다.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버린 다고 한들 손톱이 알아차리겠는가? 손톱은 감정이 없고 당신의 행동을 기록할 수도 없으며, 당신이 다시 손톱을 물어뜯는다 해도 당신의 행동을 저지시킬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보복 하는' 테크닉이나 '야단법석을 떠는' 테크닉을 적용하여 습관을 끊으려고 한다면 절대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로 평소에 영혼환생설에 푹 빠져 있던 사람이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고 자 '침실로 가져가는' 테크닉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당신이 침대에 누워 있 다고 상상해 보라. 환생한 빅토리아 시대의 여인이라도 된 기분으로 공상하면서 시간을 보 내기에 침대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끊는 상황에 따라서 적용하려는 테크닉이 확실해 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 는 무의식중에도 언뜻 테크닉이 떠오르기도 한다. 때때로 당신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고, 가끔은 자제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위기 상황에서 끊는' 테크닉의 경우나 이성적이기다가도 일시적인 충동으 로 '단념하며' 끊는 테크닉의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점차적으로 끊는' 테크닉이 사용되고 있거나, 당 신 자신이 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이미 '정 떨어지게 행동하는' 테크닉이 진행되 고 있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끊기의 테크닉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새로운 테크닉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좀더 니은 끊기의 테크닉이 생각날 때까지 '뾰로통하기' 테크닉도 사용해보라. 끊기에 성공할 때까지 '멋대로 끊고 난 후 숨기는' 테크닉도 활용해 보고, 계 속해서 새로운 테크닉을 개발해 상용해 보라. 사람들이 곧잘 그러듯이 '중도에 방향을 바꾸 는' 테크닉으로 변덕을 부려 보기도 하라. 무엇인가를 끊고자 할 때 어떤 특정한 테크닉 하나를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그 테크닉보 다 더 적절한 다른 테크닉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느 한 장소와의 인연을 끊기가 매우 힘들어 '계획하고 인내하는' 테크닉을 적 용했다고 하자. 그런데 막바지에 이으러 그 동안의 인내로 숨이 막힐 듯해 오히려 '야단법 석을 떠는' 테크닉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애정 관계가 깨지고 난 후 화를 참다못해 '보복하는' 테크닉으로 밀어붙이 다가, 오히려 기진맥진해져서 '침실로 가져가는' 테크닉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끊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야 하고, 가능한 한 여러 가 지 테크닉을 활용해 보아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테크닉을 활용하고 시험해 보는 시행착오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끊기'가 존속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시도와 변화로 끊기에 도달하라. 당신 자신을 향상시켜라. 무엇인가를 끊고 난 후, 당신의 앞에는 늘 또다른 새로운 미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3. 끊는 스타일 어떻게 보면 끊기의 테크닉은 끊는 스타일을 형성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독 특한 끊기 스타일을 지닌 사람은 늘 끊기 테크닉에 필요한 요소들을 생각하며, 끊고자 하는 것에 맞추어 수정한다. 끊는 스타일은 끊는 행위의 결을 이루며 끊기를 결정하게 하는 초석 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끊으려는 의지의 느낌이자 향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끊는 스타일을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한다. 이 같은 행운을 타고난 사람 들의 끊기에 대한 번뜩이는 수완과 재치는 과연 혀를 내두를 만하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끊 기의 스타일을 타고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끊으려는 의도가 확실해 질 때까지 끊기 의 진행 과정을 이모저모 살피면서 자신들만의 끊는 스타일을 재발해 나가려고 한다. 끊는 스타일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끊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물론 그 스타일도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한 사람은 끊을 때에도 허둥지둥하며 무턱대고 끊을 것이고, 이성적인 사람은 매우 신중하고 계획성 있게 끊을 것이다. 또 겸허한 사람은 겸손하게 끊을 것이고, 자존심이 상한 사람은 오만할 정도는 아닐 지라도 자신감에 넘쳐서 끊을 것이다. 그러나 끊어 가는 도중에 이처럼 끊는 사람의 강한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의외로 잠재 되어 있던 성격이 발동하여 갑자기 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공격적인 성격의 소 유자가 갑자기 공격성을 잃고 손을 내저으며 싸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평소에 침착한 사람이 도리어 자제력을 잃고 버력 화를 내고 끊는 경우도 있다. 또한 꼼꼼한 성격 인 사함이 도리어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스타일이 어떻든 간에 끊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끊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 지체에 단순히 복종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귾는 상황에 따라서 내성적인 사람이 아주 드 라마틱한 연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평상시에 늘 모험을 즐기던 사람이 빈틈없 이 사려 깊게 판단해서 행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안달복달하던 사람이 때에 따라서는 하 염없이 기다려야만 끊을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끊기를 통해 존에는 몰랐고 떠벌리지도 않았던 자질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 해도 중요한 것은 역시 끊는 사람이 자기의 개성을 잘 살려서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타고난 성 격에 지나치게 어긋난 끊기를 하면 끊고 난 후 자기 본래의 성격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데에서 오는 수치심이나 미심쩍음이 생기고, 더 나아가 앞으로는 결코 끊지 않겠다는 '끊기 거부증'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자기의 본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끊고 난 후에 자기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한 말을 믿을 수 없 어 하며 자기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심지어 끊기를 결정한 것이 지신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고까지 한다. 무엇을 끊든 간에 끊기의 유형, 테크닉, 스타일, 이 세 가지는 끊기에서 항상 필수적인 요 소이며, 사람이 무엇인가를 끊으려고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 준다. 자 신이 끊고자 하는 유형에 대한 정확한 개념 없이는 무엇을 끊어야 할지조차 분간하지 못하 게 된다. 또한 끊는 테크닉을 무시한다면 무턱대고 덤비게 되므로 능숙하게 끊지 못하며, 끊 는 스타일이 없다면 아무 계획이나 생각 없이 무작정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끊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라.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라. 제아무리 명 예욕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끊기 위해 애쓴 그 노력의 대가는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끊기의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하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끊기를 통해서 자신 의 길고도 풍요로운 삶을 멋지게 장식할 준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끊고자 하는 생생한 소재를 찾고, 그 테크닉을 정리하여 나열해 본 다음, 자기의 스타일이 될 만한 모든 요소들을 한데 모아라. 그리고, 끊어나가라. 끊을 때의 기쁨, 끊은 후의 우울 대부분의 끊기를 느슨한 시간표에 따른다. 끊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있기 때문이 다. 이 단계들은 끊기의 유형에 따라, 끊으려는 사함 개개인의 의지의 강도와 기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어느 정도씩의 단계는 다 거치게 된다. 실제로 끊기에 이르는 첫번째 과정은, 끊고자 하는 생각을 계속 다짐하는 것이다. 이 단계 에서 사람들은 끊기가 가져다 준 불행, 미래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좌 절과 수치에 괴로워하고 불편함, 부당함, 짜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기도 한다. 그 다음 과정은, 끊기의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창조적인 부분으로서 끊고자 하는 사람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이 과정을 오래 지속하면서 끊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 후 실행에 들어간다. 마지막 단계는 비로소 '끊는' 것이다. 끊는 사람은 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즉, '끊기 유포리아' 라고 물 리는 흥분 상태를 경험한다. '끊기 유포리아'는 사랑의 느낌과 비슷하다. 다만 남녀간의 사 랑에서 느끼는 기쁨과 다른 점은 그 대상이 자신의 결정이라는 것으로 유아론적 요소가 다 분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행복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진다. 행복감이 사라지 는 이러한 변화를 별문제 없이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매우 힘겨워 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끊고 난 후에 나타나는 극도의 피로와 우울 증세,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느낌 같은 것은 단순한 직업성 스트레스 정도로 넘겨 버려야 한다. 이러한 느낌들 때문에 위축되 지 말라. 이 느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만 한다면, 자신이 타고난 끊기의 뀌어 난 재능과 언젠가 또다시 끊고자 하는 내면의 충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끊고 난 후에 나타나는 무기력과 우울 증세 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알고 지내는 보든 사람들에게 끊었다는 것을 알려라. 사람들은 대부분 끊는다는 사실 자체를 왠지 불명예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끊는 후에 얻어지는 만족감과 자신감까지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먼저 주변에서 당신이 끊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만한 사람을 골라 그에게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라. 그리고 당신이 끊은 것을 반길 사람을 골라서 정말 잘 했다는 축하의 말도 듣도록 하라. 주위의 사 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당신이 직접 끊은 사실을 한 번 더 알리는 것이 좋다. 우편 이나 전화로 그 사실을 알리고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당신이 끊은 사실에 대해 저녁 내내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가슴이 후련하고 머릿속에 확실하게 정리될 때까지 충분히! 2. 좀 더 색다른 끊는 다고 생각해 보라. 이렇게 하면 끊고자 하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 즉, 끊는 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 한 명백한 확신을 얻기 위해,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 중에서 절대로 끊지 못할 것까지 끊 는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친 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 보 라. 정말 아름다운 집에 살고 있다면 이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너무나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 있다면 증간에 그만 덮는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은 끊기의 과정 중에서 그 첫 단계(끊고자 하는 생각을 계속 다짐하는 단계)가 끊고 자 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될 것이며, 여기에 자극을 받아 끊기에 계 속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3.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자신의 처지와 결부시켜보라. 끊고 난 후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끊기 사례에 관심을 쏟도록 하라.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깊이 빠져들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라. 끊는 데 서 오는 기쁨을 가능한 한 최대로 빨아들여라. 끊기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확인 해 보라. 4. 끊기 전에는 그것이 얼마나 지겨웠는지 상기해 보라. 그리고 뛰어난 의지력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린 당신의 훌륭한 능력을 자축해 보라. 자신 의 운명이 한 단계 전진하였음을 깨닫고, 힘겨워 하는 자아를 튼튼한 자신감으로 뒷받침하 라. 축 늘어진 자부심의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자아 도취에 흠뻑 빠 져 보라. 5. 괴로워하고 진심으로 슬퍼하라. 여태까지 친구들에게 쌓아 온 신용을 바탕으로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당신이 얼마 나 불행해지고 당신의 인생이 얼마나 처참해졌는지를 전부 털어놓아라. 그리고 자신의 무능함에 빠져 악순환을 반복하라. 당신은 마침내 불행한 자신에게 지쳐 버리고 이러한 자신이 지겨워질 것이다. 한마디로 당신의 영혼은 당신이 오래도록 지니고 있던 삶에 대한 회의를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시켜 버릴 것이다. 새로운 끊기의 '가능성'들은 목공예품처럼 오랜 정성을 들인 후에야 비로소 참된 가능성 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6. 의식이라는 스크린 안에 저장되어 있는 당신의 끊기 과정을 재상영하라. 주의해서 계속 필름을 돌려 보라. '끊기'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예리한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 빨리 끊지 않고 어영부영하다가 실패한 자신을 호되게 야단 쳐보고, 끊고 난 후에 찾아오는 기쁨을 음미해 보기도 하라. 혹은 혹은 거꾸로, 끊기를 시작 조차 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으며 반성하는 등, 끊기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체험해 보라. '좀더 잘 말할 수 있었는데... 재치 있게, 노련하게, 더 드라마틱하게!' 하고 후회도 해 보라. '좀더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구체적인 일에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좀더 멀리 내 다보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하고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기도 해 보라. 허둥지둥 사무실을 나서던 당신의 뒷모습, 상사의 신경질적인 글씨로 채워져 다시 내려온 결재 서류, 억지 논쟁으로 회의를 망쳤던 기억을 잊지 말라. 또, 당신의 옷 입던 스타일을 혐오해 보기도 하라. 그리고는 맹세하라. 다음부터는 절대로 어리석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좀더 철저한 계획을 세워 정말 멋지게 끊겠노라고. 테크닉 1. 야단법석을 떨어라. 당신이 끊고자 하는 것을 대상으로 실감나는 드라마를 연출하거나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 해 보라. 예컨대 자동차 판매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 차를 구입하려고 줄지어 있는 사람들에게 외쳐 보라. "나 같으면 그 따위 자동차는 사지 않겠소!"라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당장 자동차 등 록 허가증을 찢어 버려라. 이 지경이 됐는데도 자동차 구매욕이 아직 남아 있을까? 직장 을 그만두고 싶은 경우를 보자. 일단 회사 내에서 가장 눈에 뛰고 소리가 잘 울려 퍼질 만 한 장소를 물색해 놓는다. 그리고 직장 상사의 괴롭힘과 모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 지 참고 기다린다. 마침내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면, 중요한 서류들을 찢어버리고 물 건을 집어던지면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은 후 그곳을 뛰쳐나와라.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면 일단 그의 집 앞으로 달려가라. 그리고 그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간인가를 이웃들이 알 수 있도록 모욕적이고 외설적인 말로 크게 떠들어대 라. 그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게끔, 그리하여 그가 태어난 것조차 후회하도록 만들어라. 얼마나 확실하고 화끈한 방법인가. 영감과 영향, 그리고 계기 끊기에 막상 돌입하면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과정인지 알게 된다. 그야말로 당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당신을 대신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미 들여 놓은 발을 더 이상 빼지도 못한다. 당신은 반드시 끊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 기 전에―끊기 바로 직전에라도―당신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끊기의 다양한 방법과 요령, 또는 본보기가 되는 행동이나 참작할 만한 사항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가능한 한 많 은 사람들과 접촉 해 보라. 그들은 분명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해줄 것이며,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해줄 것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라. 우리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을 주어 결국 끊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요 계기들을 살펴보자. 1. 타인들 다른 사람들은 끊기에서 모델의 역할을 한다. 그들의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자유롭고 평화로운 예술가의 삶을 위해 중산층의 삶을 포기하고 타히티 성으로 건너간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은 끊기를 실천한 '긍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또 미국의 작가 J. D. 샐린저처럼 눈부신 활약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자취를 감춘 경우는 과감하게 명예의 올가미를 벗어 던진 또 다른 에로서 끊기의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끊기를 두려워한다면, 당신의 삶은 평생 뒷북이나 치면서 운명에 순응하는 그저그런 것으 로 끝나고 말 것이다. 2. 끊기를 격려해 주는 사람들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해주며 불에 기름을 붓듯 당신의 끊기를 당 신의 끊기를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것이다. "저라면 하지 못할 거예요" "그럼,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지!" "끊는 것은 당신 권리예요"라는 식으로 당신이 끊기 전에 자기 의견을 말해 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조언으로 용기를 주는 사람들은 당신이 끊은 후에 도 종종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3. 징조 '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겨야. 사의 모든 일이 명망이 되겠지. 그때 가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을걸.' 평소에 이런 상상을 즐겨 하는가? 그렇다면 직장을 그만둘 때가 왔다는 징조 이다. 학교에서 수강신청을 하려고 두리번거리는데 수강하려는 과목마다 인원이 꽉 찼다면, 그 학교를 그만둘 때가 왔다는 하나의 징조로 볼 수 있다. 인간과 대화를 할 때마다 매번 의견이 빗나가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데 유난히 잡음이 심 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 드디어 그 사람과 헤어 질 때가 왔다는 징조일 수 있다. 평상시에 피임약을 복용하던 사람이 잡지를 보다가 무심코 피임약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 를 읽게 될 때, 이 역시 피임약을 그만 복용할 때가 왔다는 징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세 상은 여러 가지 끊기의 기쁨을 미리 보여주는 징조로 넘쳐 난다. 4. 안전망의 구축 끊고자 하는 사람이 안전망을 구축해놓고 끊고자 한다면, 별로 큰 두려움이 없이 일을 진 척시킬 수 있는 촉진제가 된다. 예컨대 지금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기 전에 미리 괜찮은 사람을 점찍어 놓는 다든가, 부모 로부터 상속받을 유산이 있다든가, 혹은 옮겨갈 직장을 미리 마련해놓았다든가 하는 것은 모두 당신이 끊고 난 후에도 허망하지 않도록 해주는 하나의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망을 구축해놓고 끊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혀 끊지 않고 있 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안전망 구축'이라는 방법과 '양다리 걸치기'라는 방 법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둘의 차 이점을 살펴보고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끊는다는 결심을 한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안전망'이 생긴다면, 이 또한 끊어야 한다는 징조가 아니겠 는가.! 5. 결정적인 꼬투리 끊기를 계속 벼르다가 비위에 거슬리는 결정적인 꼬투리 하나를 잡아서 끊어 버리는 것이 다. 예를 들어, 지금 사귀고 있는 헤어질까 말까를 고민하던 즈음에 그 사람이 당신의 생일을 잊고 그냥 넘어갔다고 하자. 꼬투리가 잡혔으니 이제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는 이것으로 끝 장이다. 또 다른 예로, 당근 수프 한 그릇을 억지로 먹고 있는데 갑자기 구토 증상이 생겼다고 하 자. 이러한 증상을 꼬투리로 삼아 다음부턴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또 집주인에게 화장실의 물 새는 천장을 고쳐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하자. 결국 천 장이 내려앉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집세를 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6. 문학과 음악 끊기는 독창성 있는 문학작품의 주제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양철북"에서 주인공 오스카는 세 살 되던 해에 의도적으로 성장을 멈추는데, '끊기'가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 셈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쟁에서의 싸움을 포기했다가 다 시 전쟁터로 들어간다. 그는 다시 전쟁에 나가 싸우기로 결심함으로써 한 번 끊은 것을 또 다시 끊은 것이다. 파업농성에 가담하는 농부들이 등장하는 "제르미날"에서도 끊는 것이 주요 소재로 사용되 었음을 볼 수 있다. 끊기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들 중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이 세 직품들은 막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노련하게 끊으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예술을 한 것 활용해보자. 노래 중에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It Ain't Me, Babe' '나는 떠납니다These Boots Were Made for Walkin' '돌려보내리Retum to Sender' '연인과 헤어지는 50가지 방법 Fifty Ways to leave Your Lover' 등은 끊기 전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동시에 끊도록 부추기는 내용을 담은 팝송들이다. 이처럼 끊기를 주제로 한 노래들이 라디오에서 흐를 때 면, 볼륨을 한껏 놓여서 들어보자. 끊기 위한 영감과 영향, 계기는 끊고자 하는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개인의 독특한 사상이나 감정을 반영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분명 끊어야 할 '징조'가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꼬투리'가 옆사람에게는 끊기를 시작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갖가지 계기에서 영감을 얻는다. 지금 설고 있는 곳을 떠나라고 가족들이 아무리 노래를 부르고 다녀도 한 쪽 귀로 흘려버리던 사람이, 어느 날 우편함에서 다른 사람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이제는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도 있다. 집 세가 오른 것(다른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꼬투리가 되는 것)은 부시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피츠제럴드를 읽고 그의 망명자로서의 삶을 동경하여 자신의 도시를 끊는(떠나는), 낭만적이 고 갑작스런 결심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테크닉2. 중도에 방향을 바꾸어라. 끊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특유의 일관성과 근면성에 대한 고정관념 에 겁먹지 말라. 비록 중도에 방향을 바꾼다 해도 당신 고유의 통찰력과 끊고자 하는 애초 의 계획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에 방향을 바꾸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실행에 옮겨라. 전국 규모 회사의 사장이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여 마침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자. 그런데 아이를 갖고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든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꺼이, 그리고 당당히 사표를 내라. 축구선수 장학생으로 뽑혀 대학에 입학하였더라도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두어라. 나중에 학교 신문의 편집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레이스 켈리에서도 영감을 얻어라. 한때 배우였던 그녀는 모나코의 왕년가 되기 위해, 중도에 방향을 바꾸어 여배우의 삶을 포기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인 보브 딜런은 어떠한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던 그는 중간에 전 자 기타로 눈을 돌려 음악 인생을 바꾸었고, 비종교적이었던 삶의 태도도 바꾸어 독실한 신 자가 되었다. 암시하기와 창조하기 모든 사람들은 끊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모든 행위는 끊기의 잠재적인 소재가 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무엇인가를 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 다. 그들은 자신의 '끊기'가 전체적인 '끊기'의 맥락에서 어떤 부분과 닿아 있는지, 다른 사 람들은 어떻게 끊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당신 개인의 끊기 역시 오랜 세월에 걸친 끊기 전통의 한 부분으로서 충분히 존중 받을 만하고 배울 만하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단, 끊는 것에도 비중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심신의 휴식을 위해 살고 있던 도시를 잠시 떠나는 것과 예수가 이스라엘인들 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또 일가친척이 모인 생일 파티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과, 가수 캣 스티븐이 더 이상의 엘범 제작을 거부하고 명성을 뒤로 한 채 떠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모든 것에 순위를 매겨 서열화 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 서 이런 끊기가 저런 끊기보다 낫다는 일반적인 성향이 생긴다. 이러한 성향은 바람직한 본 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다른 것들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르틴 루터는 카톨릭 교회의 핵심적인 교의를 어겨(끊어) 유럽사를 바꾸었고, 오늘날의 미국이 탄생한 것은 토머스 제퍼슨과 미합중국의 독립선언서에 사인한 사람들이 조지 왕의 전제정치를 몰아내고(끊고) 나서야 가능했다. 또 갈릴레이가 천동설을 부정하고(끊고) 지구 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한다고 사실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 세상은 개화의 물결 이 일기 시작했다. 이처럼 어떤 끊기는 실행의 솜씨뿐만 아니라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끊기의 비중을 논하는 것은 결코 그 끊기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 다. 무엇을 끊든 간에 끊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것도 얕보아서는 안 된 다. 예컨대 끊기에 도가 튼 사람이라면 화장실에서 변기의 물을 내리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도 미적인 행위로 여길 수 있다. 반면 누가 봐도 결정이라고 탈당이나 하야 같은 것도 끊기 에 둔한 사람들은 그것을 꼴불견으로 볼 수 있다. 남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끊었는가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의 성공 사례에 집착하고 억지로 따르려 하면 결국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 끊었다고 해도 그 사람의 방식을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하지 만 남을 본뜨고자 하는 어느 정도의 노력은 끊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유명인이건 아니건 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그 사람이 과감하게 시행한 끊기의 테크닉과 스타일 등을 따라 해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 다. 이것은 끊기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끊는 데 있어서 지신의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따라 해보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끊기에 대한 암시와 참고거리 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공적 자산으로서 거리낌없이 인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이혼 편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섯 번이나 아내를 바꾸었던 헨리 8세를 들먹거린 다. 이와 같은 풍자나 역사적인 실례 속에서 어느 정도 암시를 받고 참고를 하느냐 하는 것 은 바로 당신이 결정할 몫이다.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타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데, 자신이 받은 그 영 향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끊을 때 참조하는 선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 면 당신의 끊는 스타일과 의도들이 어떤 것인지 확연히 분류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사용한 그 끊기의 방법은 위대한 지성들이나 순간들의 역사처럼 멋진 것으로 남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끊는 사람들의 사례는 끊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선물과 도 같다. 잘 끊을 줄 아는 사람들은 끊는 테크닉을 매우 자유롭게 개발해가며, 그 테크닉이 지닌 가능성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끊고자 하는 사실을 주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안더라도 결코 낙심하지 말라. 끊는 것으로 유명해진 사람들도 처음부터 인정받고 이름을 날린 것은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 끊었던 의 미가 엷어지게 마련이고, 안타깝게도 끊은 사람들 또한 기억에서 멀어져 간다. 세상을 떠난 후에야 이 세상에 알려지고, 몇 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그 끊기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당신만의 방식으로 반드시 끊어라. 당신의 존재가 끊기의 전 영역에서 커다란 일부임을 기억하라. 테크닉 3. 점차적으로 끊어라. '토막 끊기'라고도 불리는 이 테크닉은 끊고자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끊기 전에, 그와 관 련된 것들을 하나하나 끊어가는 것을 말한다. 즉, 일련의 끊기가 고리에 고리를 맺어 결국 큰 것 하나를 끊게 되는 것이다. 이 '토막 끊기'를 통해 당신은 인생의 복잡한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나갈 수 있다. 또한 한꺼번에 모두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므로 문제 해결에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이 테크 닉은 시간이 지날수록 끊기의 새로운 계기를 계속 만들어 주므로,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는 싶은데 부담스러운 마음 대문에 주저하게 될 때는 차근차 근 하나씩 끊어나가면 된다. 일단은 업무와 관련된 전화 통화를 하지 말라. 업무와 관련되어 걸려온 전화는 다시 걸어주지도 말라. 직장을 그만두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락 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책상은 정리하지 않은 채 그냥 내버려두고, 업무도 대강 처리하라. 나중에는 아예 업무에서 손을 떼라. 그리고 사직서를 내라. 한 장소와의 인연을 끊을 때도 점차적으로 끊는 방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우선, 당신 이 떠나고자 하는 도시의 기상 정보에 대한 관심부터 끊어라. 그 지역에서 발행하는 신문도 더 이상 읽지 말라. 그 지역 선거 때는 투표도 하지 말라. 편지 왕래도 끊고, 당신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말며,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을 줄여라. 그리고는 훌쩍 떠나라. 남편과 단번에 헤어지기 어렵다면 한 번에 하나씩 끊어가라. 남편의 성을 쓰지 말고, 남편 으로서의 그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그만둬라. 같은 침대를 쓰지 말고 결혼 반지도 끼고 다 니지 말라. 그리고 이혼 서류를 준비하라. 테크닉 4. 합리적으로 행동하라. 이 테크닉은 무엇인가를 끊기에 앞서 당신이 그것을 끊어야 하는 이유들을 차분하게 정리 해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절대로 자신을 속이거나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신중 하게 생각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신이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다면 왜 그만두려고 하는지 일단 그 내용을 상세하게 글로 적어본다. 그리고 나서 직장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이 사실을 알린다. 상사가 당신의 뜻 을 알아들을 만큼 얘기한 후에 당신은 주어진 만큼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일하 면 된다. 만일 연인과 헤어지고 싶다면 그와 마주 앉아서 당신이 더 이상 그의 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하라. 절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언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 그리 고 앞으로는 친구 사이로만 남고 싶다고 말하라. 이같이 합리적인 태도로 끊는 테크닉은 아직 자신만의 끊는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추지 못 한 초보자들에게 유용하다. 또, 어리고 마음이 약해서 잘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말끔히 없애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의 일종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단 30분만이라도 조리 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어떠한 것도 자신 있고 확실하게 끊을 수 있 다. 끊지 못하는 사람들과, 인간관계에서 끊기를 당사는 사람들을 위한 전력 끊기에 대한 천부적인 소실을 누구나 갖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끊지 못하는 사람 들 중에는 끊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론적으로는 수차례에 걸쳐 끊어 보지만, 실제로 끊으려고 할 때는 늘상 끊을 수 없는 필연적인 요소들이 주위에서 발 생하곤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기에 매달려 하단 일이나 계 속 하면서 살아간다. 그저 구태의연한 삶 속에 안주하면서 기회만 엿보다가 세월을 흘려 보 내곤 하는 것이다. 비록 이론적이기는 해도 끊기에 대해 우호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끊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이 느낌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열한 것들은 실제로 끊 는 것은 아니지만 끊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줄 만한 여러 가지 경우들이다. 1. 마음에 드는 끊기 방법이나 끊고자 하는 사람을 옹호하고 지지해줄 만한 행사를 구상 하라. '미국 전역 금연운동'과 같이 큰 행사를 벌일 필요는 없다.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지 못한 다고 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끊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을 빛내주기 위해 연 회를 베풀어보라. 또는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 발생한 '끊기'의 경우를 토의의 안건으로 내세 워 공개 토론회 혹은 심포지엄을 개최해보라. 끊기를 기념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그 포스 터들을 지역 곳곳에다 붙여보라. 2. 현직에서 그만 물러나야 할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라. ;좋은 말로 할 때 이 제 그만 물러나시오' '이제는 그만 사표를 쓰시오' 혹은 '자리에서 그만 내려오시오' 등의 구절을 넣어서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 다. 3.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 신문사에 끊기에 관한 최근의 화젯거리나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건을 한눈에 띌 정도로 큰 글씨로 적어서 편지를 띄워라. 이때 끊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항의할 수도 있으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충분하고도 철저한 준비를 하라. 4. 당신이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보이콧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정마 장하다고 칭찬하라. 5. 당신이 사업가라면 경영 전략의 하나로서 '능히 끊는 사람'을 적절히 활용하라. 끊기 를 잘 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그런 사람을 승진시켜라. 인사과에도 끊기에 열심인 사람을 앉힐 필요가 있다. 6. 상원의원이나 국회의원에게 연락하여, 끊는 사람들의 권리보호를 주장하라. 7. 끊기 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료들을 결코 외면하지 말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라. 8. 끊기에 성공한 사람들을 파악하여 아이들 교육의 본보기로 삼아라. 미국의 소설가 J. D. 셀린저부터 프랑스 시인 행보에 이르기까지 끊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저술한 책으로 아이들의 책꽂이를 가득 채워주어라.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집 브라운과 농구선수 스코티 피펜, 그리고 마이클 조던 등 인기 있 는 운동선수들을 칭찬하면서 이들이 언제 어떻게 끊고 물러났는지에 대해 늘 이야기해 주어 라. 끊기의 대명사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나 스웨덴의 그레타 가르보 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여주어라. 역사 속의 인물들 중 끊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어 라. 예를 들어서,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 3차 출마를 포기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사실 을 들려주어라. 한창 잘나갈 때 중도에 물러설 줄 아는 워싱턴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력은 끊기의 역사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또, 흑인 여성 민권 운동가인 로자 파크스가 버스의 뒷 자리로 물러나 앉은 것을 거부한 이후, 시내버스 보이콧이 발생함으로써 획기적인 끊기(인 종차별법에 반대하는 것)을 실행하게 되었음을 상기시켜라. 아이들에게 미국 헌법 제21조 수정 조항이 '끊기 금지령'이었음을 알려주고, 미국 화폐가 금본위제를 벗어던진 연도를 반드시 기억하게 하라. 또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던 사람들 이 모여든 용광로가 미국임을 말해주라. 아이들의 숙제가 유명인사에 대해 준비하여 발표하는 것이라면, 이왕이면 끊기로 유명했 던 사람을 택하도록 권유하라. 9. 끊으려는 사람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라. 끊기 위해 어두운 터널을 외롭게 달려가는 사람 의 길을 터주어라. 끊지 못하도록 막는 그의 추적자들이 물어오면 본 적도 없다고 잡아떼고, 거짓말을 하여 그들을 따돌려라. 마음은 있는데 끊지 못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끊기를 당하는 사람들도 도 음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일종의 죄의식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고 끊기를 주체적으로 실천하려면 자신에게 지금 고통을 주고 있는 끊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을 알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1. 당신을 끊으려는(당신과 헤어지려는) 상대방에게 도전하라. 만일 그가 '정 떨어지게 행동하여' 끊으려고 한다면, 당신은 '야단법석을 떠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반기를 들고 나서라. 그가 '배수진을 치는' 방법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나 를 따돌리지 말라고 거부하라. 그가 만일 '단념하기'를 이용하여 끊으려고 한다면, 오히려 ' 잘나갈 때 끊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고 좀더 시간을 두고 잘 생각해보라고 얼러보기도 하라. 요컨대, 상대방이 활용하려는 방법과 상반되는 방법을 제시 함으로써 그 사람이 테크닉을 더욱 개발하고 향상시킬 수 도와주어라. 2. 좀더 대범하게 생각하라. 당신 역시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끊기의 기계에 맞물려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이다. 당 신을 끊으려는 또다른 톱니바퀴를 방해하여 끊기 역사를 지연시키려 하지 말고, 당신도 끊 어버려라. 대범하게 그를 잊어라. 3. 당신이 먼저 공격하라(끊어라). 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을 끊게 하지 말라.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계속 몰아붙여라. 어떠 한 순간에도 가만히 앉아서 끊기를 당하지 말라. 그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혀 당신을 정말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라. 하지만 정말 끊은 것은 당신인 셈이다. 4. 주변을 돌아보고 당신 자신도 무엇인가를 끊어보라. 끊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어도 그런 모임에서는 당 신이 끊었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계속 끊으리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 므로. 테크닉 5.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져라. 이 테크닉의 효과는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끊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 쯤은 고려해볼 만하다. 이 테크닉을 이용하여 끊은 사람들은 적어도 끊기에 관한 한 종종 역사의 일부를 장식하곤 한다. 체스 게임의 산 거장 바비 피셔는 세계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한 후 체스에서 손 을 떼고 17년 동안 사라져버렸다. 목적을 달성한 후에 사라지는 모든 사람들처럼 바비 피셔 는 상투적인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끊지 않는 사람들이 곧잘 인용하는 '끊는 사람은 승리할 수 없다. 승리자는 절대로 끊지 않는다'라는 고정관념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톱스타로서 최고의 절정기에 별다른 이유 없이 대중들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한 나라의 영광스러운 명예훈장을 받은 후 갑자기 망명 생활을 떠나는 것도 좋다. 도한, 올림픽에서 스키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면 인기가 절 정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모든 CF 출연 제의를 거부하고, 스키 폴대는 벽에다 걸어놓은 채 어디론가 훌쩍 더나버려라. 정열이 넘치는 역대 지방의 외딴 섬으로, 그 누구에게도 연락처 를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짐으로써 끊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주변에서 혹은 가족들의 아음에서 사라졌거나, 실제로 그냥 없어져버렸을 때 에는 '끊기'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아이가 유괴를 당하는 경우는 절대 '끊기'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경찰관들이 끊기를 좀더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고 려한다면, 미해결 사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낙담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 다. 물론 그 행방불명이 본인 의지의 끊기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끊기 위해 종적을 감추는 사람들은 결코 문제 해결의 단서를 남겨놓는 바보 같은 짖은 하지 않으 니까. 사라지는 방법으로 가장 수월하게 끊은 사람을 꼽아본다면 D. B. 쿠퍼를 들 수 있다. 북 미 대륙에서 항공기 납치를 유일하게 성공시킨 그는 1971년 11월 24일에 잠적해버렸다. 그 당시 그는 그가 요구했던 네 개의 낙하산 가운데 한 개를 메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현찰을 가슴에 품고서 시애틀과 리노의 중간 지점쯤 되는 곳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끊기의 역사 에서 두고두고 추앙받는 존재가 외었다. 이렇듯 사라지는 것이 끊기의 가장 흔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사라지면 그것이 '끊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실종이 발생하면 관계 당국이나 일반 대중들은 '뭔가 잘못 풀린 일'로 몰아서 생각하기를 훨씬 더 즐긴다. 매장되 었다거나 익사했다거나, 아무튼 모골이 송연해지는 이야기 쪽으로만 연결을 짖는 것이다. 1937년 7월 3일에 행방불명된 어밀리어 에어하트의 경우를 보자. 사람들은 왜 그녀가 대 륙 횡단 중에 바닷속에 빠져서 익사했다고 ale는 것일까? 그냥 대륙을 횡단하다가 비행을 그만두고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사라지기로 결심하여 일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왜 1930년 8월 6일에 사라진 뉴욕 대법원의 판사 조지프 크레이터가 즐거운 마음 으로 판사직을 떠났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불미스러운 최후를 맞고 사라졌다고 확신하려는 것일까? 뉴욕의 어는 택시 윗자리에 앉아 어딘가로 향하던 그의 모습이 살아 있는 그의 마 지막 보습이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저 모든 신경을 끊어버리고 떠나고 싶었는지 도 모르는 일 아닌가. 토막난 채 가방 속에 넣어져 어느 호수에 가라앉은 시체가 1975년 7월 30일 사라진 지미 호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가 살해되었다고 확신할 근거는 없는 것이다. 멋대로 간주한 후에 그 사건이 영영 덮여버렸다고 해도, 어쩌면 그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어느 작은 마을 에서 트럭 운전기사로 살고 있거나 혹은 갱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 기 위해 사라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호퍼는 사라지기 직전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강 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떠난다. 우리는 사라짐을 장려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의 의미 는 추측하기 나름이겠지만, 이렇듯 반어적인 표현 속에는 분명 핵심적인 단서가 내포되어 있다. 항공 제 19비행중대가 행방불명된 사건은 사라지는 것이 끊기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 하지 않으려는 이 사회의 태도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1945년 12월 5일, 여섯 대의 군용기는 삼각편대 훈련을 받던 중 플로리다 상공을 벗어나 대서양 한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 이 사 건에 대한 증거는 그저 모호할 따름이었다. 비행 중에 그들은 방향을 잃었고, 비행기에서는 괴상한 소음만 잔뜩 흘러나왔다. 저녁 7시 4분이 지나자 어떤 비행기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그들은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버뮤다 삼각지대(일명 마의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음모 이론과 환상적인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다. 항공 제19비행중대는 우주의 진공 속으로 휩쓸려갔을 수도 있고. 러시아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화성인의 광선에 유인되어 갔을지도 모르는 일 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불가사의한 지구 밖의 현상들, 그리고 시공을 추월하는 현상들에 대 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끊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흥미롭고 그럴싸하긴 하다. 그러나, 항공 제19비행중대의 대원들은 어쩌면 폭탄 투하와 연이은 비행 훈련에 싫증이 나 서 모두 공군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열대의 섬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소 중요한 사실은,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시체도 어떤 유류품도 남지 않았다 는 말은,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또 확실한 것이 없다는 의미는 어떠한 해석 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다'라는 비유적 표현의 개념을 파악해보자. 우 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넓다. 따라서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로든지 항상 떠날 수 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결코 이유 없이 그냥 사라졌다고 단정하지는 말라. 테크닉 6. 실패한 후에는 떠나라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 이 테크닉은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지는' 테크닉과 유사하지만, 내 용면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보통 무엇인가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기 전의 단계에서 일 반적으로 칭찬이나 격려를 받기보다는 주로 비난과 빈축을 사게 마련이다. 이렇듯 실패한 후에 떠나는 테크닉은 영광스럽지 않게 보일 수도 있고 끊기의 가치를 떨 어뜨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실패는 커다란 타격을 주고 사람을 비 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사라지는 사람은 자신의 미숙한 점을 고치고 각 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갖게 된다. 결국 끊고자 하는 의지와 결심은 이러한 여유 속에 서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책을 출간했는데, 가치 없이 혹평을 받고 한심할 정도로 팔리지도 안았다고 차자. 평생 이런 경우가 없던 당신에게는 참담한 경험이다. 이제껏 쌓아온 명성, 잘 팔리던 책들, 친밀한 여러 관계 그리고 독자... 이 모두를 잃었다면 더 이상 한 단어도 끄적거리지 말 라. 휴가를 떠나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 한번 행정기관에 구직 신청서를 제출해보라. 서류 심사에도 통과하지 못했다면? 가차없이 이 나라를 떠나라. 양다리 걸치기 '양다리 걸치기'는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두 가지 선택의 길을 마련해 두는 방법'이 다. 일종의 자기 방어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은 병적일 정도로 위험 을 회피하며, 속마음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모둔 끊기에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깜박 잊고 뭔가를 어디에 놔두고 왔다면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은 감수해야 하듯이, 인생에서 원가를 없애버 리고 싶다면 그것을 끊었을 때의 빈자리의 허전함을 견뎌낼 각오를 어느 정도 하고 있어 야 한다. 한편, '양다리 걸치기'는 '의도적으로 하는 모호한 말 또는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는 발 언'으로 정의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끊고자 하는 사람의 성격이 빈틈없이 철저하게 나 부정직한 경우가 많다. 이와 겉이 상습적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끊기의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게 된다. 얄팍한 술책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은 결코 그 어떠한 결단도 스스로 내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양립하는 두 가지 선택의 대상을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한꺼번에 차지하려 한다. 그러자니 양다리를 걸치기 위해 감춰야 할 비밀도 많고,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자신이 늘어놓은 자질구레한 거짓 말을 무마시키기 위해 머릿속이 늘 복잡한 상태로 살아간다. 이것은 결국 자신에게 힘들고, 불쾌하고,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끊기'는 과감한 결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다리 걸치기'는 '끊기'와는 완전히 상반되 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은 때때로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끊으려고 한다. 그러나 정해놓 은 기간이 지나서도 끊기를 계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늘 선택의 여지를 남겨놓는 양다리 걸치기 행위는 결코 '끊는 행위'로 보기 힘들다. 이를테면 인터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손톱을 물어뜯지 말아야지' 혹은 '그가 내게 사과하기 전까지는 그에게 먼저 말을 걸지 말 아야지' 등은 일정한 기간을 전해두고 끊기를 결심하는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끊기는 끊더라도 분명하지 않다. 이렇게 끊는 것은 어 리석은 행동이라고밖에 할 수 없고 나아가 양다리 걸치는 자신을 스스로 기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끊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상반되는 감정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즉, 뭔가를 끊으려 할 때는 마음속에 두 가지 생각이나 감정이 공존하게 된다. 이것이 끊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으로 끊고자 하는 사람을 결코 막지는 못한다. 따라서 상반되는 감정이 늘 양립할 수밖에 없는 이 '양다리 걸치기'는 끊는 길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라고 하겠다. 양다리를 걸칠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끊는 데 쓰여야 할 그 소중한 시간들 을 단지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교묘한 술책을 고안해내는 데 허비하느라 급급 하다. 이들은 굳이 끊으려는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끊는 다는 말을 남용하며 끊기의 의미를 타락시킬 뿐이다.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끊은 다음에 오는 그 참다운 즐거움을 결코 맛볼 수 없다. 테크닉 7. 의지력을 발휘하라 끊는 과정이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끊는 것만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라도 어떤 것들은 막연한 기대와 근심과 혼란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끊기는 실행도 쉽지 않고, 끊고 난 후의 상황을 견딜 때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역경의 상 황에서는 의지력을 발휘하는 테크닉이 최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합리적으로 행동 하는' 테크닉과 함께 활용하면 더욱 큰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강한 의지력은 다이어트 중에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려는 충동을 막아주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키스를 하고 싶거나, 끊은 담배를 다시 피워 물고 싶을 때 등 스스로 억제하기 힘든 상황을 이겨내도록 해 준다. 의지력을 발휘해야 끊을 수 있는 대상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관한 것들인데, 사람에게 해 로운 담배나 술, EH는 유해한 식품이나 약품 등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것들을 끊는 것에 관심을 갖기는 해도, 실제로 그것을 진정으로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없다. 집 착, 변명, 도피, 방심, 그리고 쾌락은 끊는 데 있어 막강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 으려고 애쓰는 주변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 면 애초부터 아예 시작하지 말걸…." 끊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건강을 위 해 무엇인가를 끊기 위해서는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끊고자 하는 의지와 실제로 끊는 것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저항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의지력은 아껴두었다가 절대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발휘해야 한다. 만 일 당신이 끊고자 하는 모든 경우에 도에 넘치는 의지력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엉뚱한 것을 끊게 될 수도 있으니까. 소급적인 끊기: 가공인가., 현실인가? '소급적인 끊기'는 교묘한 개념이다. 이것은 뭔가를 끊으려는 계획에서 그다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끊고자 하는 사람의 과거에 발생했던 끊기로서 그 당시에는 몰랐 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끊기였던 경우가 해당된다.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아침 문득 자신이 자그마치 반 년 동안이나 치실(덴탈플로스)을 사 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쨌든 그는 이 세상에서 치실을 사용하여 치아를 청소하 는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기가 빠졌다고 생각하니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이제는 쓸모없 게 된 그것을 갖다 버리려고 욕실 선반 속을 뒤져보지만, 이미 치운 지 오래여서 없다. 치설 로 치아를 청소라는 행위, 그리고 그것으로 치아를 청소하는 사람 모두가 이제는 지나간 과 거가 되었다. 그가 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제' 끊었느 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끊기가 이루어진 순간은 그가 반 년 전에 마지막으로 치 실을 사용한 그때인가, 아니면 6개월 동안 치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그날인 가? 요컨대, 진정으로 끊은 것은 '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떠한 행위를 실제로 멈춘 때 일까, 아니면 그 행위를 멈춘 것을 자신이 인식했을 때인가 한 남자가 아침에 일어나 얼굴 에 수염이 텁수룩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계획적으로 며칠씩 수염을 깎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무심코 깎지 않은 것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매일 면도를 함으로써 사 회에 미치는 많은 영향과 세이빙 크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면도를 하면서 낭비하는 시간 과 그의 수염을 보는 애인의 반응 등 이것저것을 생각하다 결국 면도를 하지 않고 그냥 수 염의 일부분을 다듬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다. 즉, 여기서는 '인식'의 끊기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끊기가 발생한 시점은 언제인가? 이 사람이 면도기를 찾지 못해서 수 염을 깎지 않았을 때부터인가, 아니면 면도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분명한 이유들을 인식했 을 때인가? 한 여자가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사람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살면서 오랫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사람에 투자하지 않았고 갈망조차 하 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마침내 가장 개인적인 것을 서서히 끊어가고 있는 자 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 여자가 자신의 처지를 모두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고 하자. 그렇다면 이 여자가 자신에게 닥칠 일들에 대한 걱정을 끊은 것은 정확하게 언제 인가? 이처럼 인식과 행위의 '소급적인 끊기'의 경우 의지력에 관한 문제점이 대두된다. 끊으려 고 하는 사람이 끊으려는 의지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끊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런 의지 없이 끊는다면 그것을 진정한 끊기의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끊든 간에 끊기의 첫 단계 로서 '끊으려는 생각'이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것일까? 핵심적인 의문은 이것이다. '소급 적인 끊기'란 그저 생각 없이 끊으려는 사람들의 행위를 미화시켜서 부르는 '가공'에 지 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끊는 '행위'와 '인식'의 두 단계―끊고 난 후에 끊었다는 사실 을 깨닫는―로 분명히 구분되는 복잡한 끊기 방법에 대한 정확한 묘사로서의 '현실'인가? 무엇인가를 끊는 사람은 자신의 끊기의 변천사를 어떤 식으로 기록할 것인가를, 어떻게 솔직하게 아무 속임 없이 기록할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드는 역사 수정론자들 이 얼마나 무례한지를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급적인 끊기'를 포함해 자신의 끊기 역사 를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함으로서, 그것을 실제보다 더 멋지고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이 얼 마나 쉬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끊는 사람은 모두 어느 시점에 가서는 소급적인 끊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자서 전적인 의도에서라도 그러하다. 생애의 뒤로 후퇴한다거나 의도를 숨긴다거나 역사를 왜곡 한다는 식으로 퍼붓는 끊기 반대자들의 언사는 끊기의 비밀스런 특성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끊기의 신화는 말한다. 무엇인가를 끊으려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옳고, 결단럭이 있으며, 결정적일 때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고. 그러나 곡 그렇지만은 않다. 끊으려 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항상 꿰뚫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인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실이 끊기를 절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숲 속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질 때도 '쿵'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끊는 사람 이 인식을 못 하는 상태에서도 끊기의 행위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테크닉 8. 정 떨어지게 행동하라 이 테크닉은 주로 악화되어가는 연인관계에서 해방되고 싶을 때 많이 이용되지만, 직업 세계에서도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일단 상대방에게 예절에 어긋난 행동을 보여야 한다. 당신이 끊고자 하는 것을 끊을 때까 지 아주 불쾌하고 역겹고 꼴사나운 행동을 하러나, 다른 사람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 거나, 또는 그 사람을 약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하자. 그렇지만 당장 실업 보조금이 필요하다면 해고당할 상황을 당신이 만들어버리면 된다. 또 다른 예로서, 당신이 사랑과 이별을 눈앞에 두고 비난받는 대상이 되길 원하지 않고, 헤어지는 상황에서 경정타를 가하는 사람이 결코 당신 자신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상대방 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수치스럽게 느끼고 결국 당신 곁을 떠날 때까지 얼간이같이 행동해보 라. 여기서 둘 중의 한 사람이 끊기의 주인공이라면, 그 주인공은 상대방이 아니라 단연코 당신이다. 테크닉 9. 넌더리날 때까지 인내하라 끊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독한 인내력을 발휘하라. 자기가 끊으려는 것에 대해 좌절도 해보고, 끊으려는 것이 있다는 그 자체로 당하는 주변의 모욕도 그냥 참아 넘겨라. 그러다 보면 마침내 이토록 비참한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참을성의 한계다. 정말 지겹고 짜증이 난 당신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 다고 소리칠 것이다. 이처럼 완전한 좌절감을 맛보았다면 끊어버려라. 명분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시비 거는 사람이 있다면 따돌려라. 당신의 태도가 부당하고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지 적하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하게 대하라. 넌더리날 때까지 인내하는' 테크닉을 대표해줄 만한 멋진 예는 근대 연극사의 한 장면에 서 찾아볼 수 있다. 연극 (나는 햄릿을 증여한다)의 주인공인 에번 핸들러의 경우가 그러하 다. 그는 1991년 이 연극을 공연하던 중 클라이맥스 부분에 가서 여태껏 인내하던 것을 폭 발해버리고 말았다. 동료 단원 중에 핸들러와 점점 사이가 나빠져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공 연하는 날 그가 결투 장면 중에 검의 평평한 부분으로 핸들러를 시제 내리친 것이다. 핸들 러는 연극을 공연하던 도중에 무대에서 내려와 버렸고, 극장을 나가면서 연극인의 옷을 완 전히 벗었다. 남 모르게 끊기 '남모르게 끊기'는 상당히 호기심을 자아내는 끊기의 행위이다. 그 내용과 속내는 미꾸라 지처럼 잘 잡히지 않고, 동기도 복잡 미묘하고, 방법도 매우 조심스럽다. 자연히 '남 모르 게 끊기'에는 '혼자만의 끊기'라든가 '은밀한 끊기' 교활한 끊기' 등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 다. 남 모르게 끊으려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그에게서 자신의 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정말 운이 좋다고 하겠다. 자신이 남 모르게 끊는 방법을 실천하기에 앞서 약 간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 모르게 끊는 사람은 끊고자 하는 생각뿐 아니라 끊는 행위 자체도 다른 사람들과는 부과한 절대적으로 자기만의 일이라 고 여긴다. 남 모르게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면이 있다. 그들은 전형적으로 복잡한 내 면의 삶을 지켜가며, 신비한 매력으로써 자신의 삶을 영위하려고 한다. 이들은 왜, 컴컴한 밤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운 곳에서 철저하게 혼자만의 방법으로 끊으려고 하는 것일 까? 약간 이해는 안 되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말하기 곤란하다든가, 표현 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난처하다든가, 남들이 참견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거나, 논리적 인 근거와 동기를 밝히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몰래 끊으려는 것이다. 남 모르게 끊으려는 사람은 끊고 난 후의 성과를 생색내지 않을 정도로 겸손한 사람일 수 도 있고, 어쩌면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자기가 해냈다고 우쭐하는 어리석은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끊기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과 충고 등으로 물들지 않고 남아 있 기를 바라는 순수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남 모르게 끊고자 하는 사람은 주로 생각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은 그가 끊 는 유형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생각 끊기'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잇다. 신앙을 멀리하거나, 고국을 등지거나, 자기의 철학을 바꾸거나, 자기의 여러 가지 개성을 버리는 것 등은 모두 남 모르게 끊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인정하지 않거나 이탈하는 행위 EH는 혁명 등과 같이 바깥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생각은 이들의 관심 대상 에서 제외된다. 이렇듯 남 모르게 끊으려는 사람들에게 '생각 끊기'는 매우 평범한 소재이다. 그러나 사람 과의 관계 끊기, 장소와의 인연 끊기, 직장 그만두기, 습관 끊기, 사물에 대한 집착 끊기 등 끊기의 다른 유형들도 이들에게 소재가 된다. 논리적으로 말해서 이런 유형의 끊기는 결국 밝혀지게 되어 있다. 끊은 사람이 죽거나 멀리가 있어서 연락을 할 수 없다 해도, 아무리 비 밀스럽게 끊는다해도 어느 정도는 밝혀질 수밖에 없다. 남 모르게 끊는 것은 천성이 조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합하지 않다. 즉, 끊는다 는 것이 얼마나 용감하고 멋있고 신나는 일인가를 드러내기 위해 응원단을 모아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싶은 사람이 남 모르게 혼자 '끊는 방법을 택한다면 정말 잘못 생각한 것이다. 남 모르게 끊기에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독은 감수해야 한다. 비록 끊기에 성공하여 명 예로워진다고 하더라도, 그 특성상 외로움과 외부로부터의 고립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남 모르게 끊는 사람이 이 같은 고독과 소외와 외로움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할 수 있다. 다름아닌, 끊기란 본질적으로 고독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끊기를 선택하여 오로지 고독한 길을 가는 사람들은 그들이 끊어가는 그 과정뿐만 아니라 끊기 본래의 특성까지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른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러한 끊기는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한가, 아니며 많은 경험을 통해 혼자만 의 끊기에 능숙해진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고도의 특수한 방법이기 때문에 초보자나 아마추어들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이 방법이 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절제'를 요구한다는 점에 서 본다면 이 말도 그릇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끊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끌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거나, 끊기의 원리를 따지는 게 골치 아픈 사람이라면 남 모르게 끊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남 모르게 끊으려는 사람은 경우에 따라 자신의 행로를 반드시 감춰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어요?"라든가 "일은 잘돼가요?" 등의 간단한 질문조차도 온갖 정보 를 누설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끊기에 실패할 수 있다. 정 말 남 모르게 끊고 시다면 자기만의 비밀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자신에 대한 정보가 누설 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 모르게 끊고자 하는 사람은 '자율'이라는 단어와 친숙해져야 한다. 자진해서 고독한 섬이 되고, 결코 껍질을 벗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 다. 테크닉 10. 위기 상황에서 끊어라 '막판 끊기'라고도 불리는 이 테크닉은, 뚜렷한 묘책 없이 머릿속만 복잡해져서 끊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던 많은 사람들을 구제해주었다. 이 테크닉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이 루어지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래서 이 테크닉에 연루된 사람들은 종 종 어리둥절해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며,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막판에 끊는 이 테크닉은 폭넓은 결과와 반응이 즉시 나타나는데, 이러한 특성을 센스 있 게 인식하고 이 테크닉의 분명하고 신속한 결과를 믿고 활용한다면, 끊고자 하는 사람은 누 구나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막판 끊기'는 경제성이 뛰어나고 예리한 직감이 필요한 방법으로 끊기의 세계를 매력적 으로 만든다 .또한, 이 테크닉은 정반대의 특성을 보이는 '한창 잘나갈 때 끊기'와 그 효과 면에서 유일하게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말판 끊기'의 테크닉에는 극적인 요소가 다분하 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종종 묘사되곤 한다. 그렇지만 이 테크닉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끊고자 하는 사람의 마지막 탈 출구, 혹은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만약 끊고자 하는 사람이 '막판 끊기'를 되풀이하며 계속 먹어댄다면 그의 몸에는 엉망 이 될 것이다. 끊기 에너지는 고갈되고 바보처럼 보이게 될 뿐이다. 이처럼 '막판 끊기'를 아무 데나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다 봉 변당한 양치기 소년 꼴이 되기 쉽다. 주의하라. 아무도 당신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수도 있 다. 반면에, 끊고자 하는 사람이 분별력 있고 세심하고, 또한 끊어 가는 과정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막판 끊기'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선택 양식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그 특유의 명확성에 의해 효과적이고 확실한 결과가 나타나는 끊기의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끊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통로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이 를테면 결혼식 직전에 결혼을 포기하는 것, 공황까지 갔더라도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 만년 필을 들었다가도 결재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는 것 등이다. 문제의 해결책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고 해도 그냥 지나쳐버려라.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후보직을 사퇴하라. 박사 논문 발표 때 나타나지 말라. 시작 신호를 놓쳐라. 어떠한 일도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기대대로만 진행되란 법은 없다. 소신 있게 끊기 소신 있게 끊기 위해서는 우선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끊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의 끊기의 가치를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고 끊는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선전함으 로써 가능하면 많은 혜택을 얻어야 한다. 소신 있게 끊는 사람들 중에는 기록에 남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일인자를 꼽는다면 영국의 윈지 공을 들 수 있다. 그는 영국이 자기가 사랑하는 한 여인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자신도 결코 영국의 왕이 될 수 없다는 굳은 결의를 내걸고 왕위를 버렸다. "이제 왕위에서 물러나니 인생의 무거운 짐을 벗는 것 같습니다." 그의 공식 발표는 방송을 타고 온 세계에 전해졌다. 이와 같이 소 신을 갖고 끊는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희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 소신 있게 끊는 사감들은 도덕이나 윤리 혹은 가치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에 다른 방법으로 끊는 사람들보다 특히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채식주의자가 저녁 모임에 나갔는데 식사의 주 메뉴가 햄버거인 경우, 에어로졸 스프레이 깡통의 사용을 반대하고 나서는 환경주의자가 아직도 그 깡통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 담배를 끊은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과 한 방에서 일 해야 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소신 있게 끊는 법은 종종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계획에 이용되기도 하며, 이러한 목적으 로 많은 사람들이 단결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불매운동, 동맹파업, 어떤 단체로부터의 탈퇴 운동 등은 공통된 하나의 소신과 방침을 갖고, 끊은 경우에 해당된다. 분명한 소신을 갖고, 끊으려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류를 타는 일시적 유행 속에 아 무런 신조 없이 휘말려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유행이 지나서 나팔바지를 입지 않는 것과 사회적 실천의 한 행동으로서 불편한 브레지어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또 버터가 마가린으로 대체된 추세에 따라서 더 이상 버터를 먹지 않는 것과 포도 재배업자들의 파업운동에 동조하기 위해 포도를 먹지 않는 것은 문제가 전혀 다르다. 끊고자 하는 동기가 유행할 경우, 일시적 유행을 따라 끊는 사람들도 소신 있게 끊으려는 사람들과 함께 종종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기도 한다. 숫자상으로는 많아지기 때문에 소신 있게 끊을 줄 아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들을 반기는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유행에 따라 끊는 사람들은 끊기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소신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확고한 소신을 갖고 끊어가는 독립된 행위자가 아니라 항상 또 다른 끊기의 유행이 나타날 것이라 는 생각으로 최근 유행하는 끊기의 추세를 따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신 있게 잘 끊기 위한 테크닉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의지력을 발휘 하여 끊는' 테크닉을 들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의 경우, 그는 굶어 죽을 지경으로 배를 곯 지는 않았으나 먹는 것을 멀리하여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야단법석을 떠는' 테크닉도 소신 있게 끊고자 하는 사람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테 크닉이다. 연좌농성 파업을 보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테크닉은 소신 있게 끊고자 하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자신 감으로 항상 충만하고 그 일에 대한 정당성 입증을 위해 증거 수직 또한 즐겨하기 때문에 많이 애용한다. 예를 들어,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주요 교의에 대향하기 위하여 전적 으로 자기의 소신에 따른 95개의 논제를 제시하였고, 결국 이러한 그의 뜻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테크닉 11 고집을 피워라. 당신을 궁지에 몰리게 했던 의견이라면 버려라. 또,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조목조목 따져 서 꼼꼼하게 나열해보고, 이전에 가졌던 잘못된 아집을 깊이 뉘우쳐라. 한때는 그것이 절대 적으로 옳다고 여겨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고 그 진리에 관한 성명서도 적성하고 혈서까지 썼다 해도,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을 진리라고 인정하지 말라. 만약 당신이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무의미한 관습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면 실제로 당신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성대하게 올리고, 결혼 서약 때 결혼 예식의 가치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 하게 설명해 보는 것이다. 유명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처럼 본래 당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완전히 상반 되는 책을 저술해 보는 것도 좋고, 그의 스승인 영국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처럼 생각의 관 점을 바꿨다고 강의실을 휘젓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알려보는 것도 괜찮다. 시작하기 전의 끊기, 한창 잘 나갈 때의 끊기 무엇인가를 끊는 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시작하기 전에 끊어버림 으로써 과정을 단순하고 능률적으로 만든다. 이들은 끊어야 하는 것들이 생활 속에 끼어들 어 자리를 잡고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끊어버린다. 앞으로 끊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마자 바로 끊어버림으로써, 끊을지 말지 고민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끊기에 앞서 이것저것 재보는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끊으려고 하는 대상을 분석한다거나 단념해버리는 것 등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끊기를 시작하기 전에 끊고자 하는 사람, 장소, 또는 대상에 대 해 보든 것을 확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어진 것 이다. 그러므로 시작 전 끊기 작업은 완벽하게 초연해야 하고, 또 뭔가 변화할 기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을 만큼 완고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분명히 깨질 것 같은 사랑에 한 번 빠져보라. 그 사랑의 관계가 깨질 것 같다면 깨질 때 까지 그냥 두고 보는 것이다. 깨지지 않게 하려고 절대 애쓰지 말라. 당신이 절대 머무를 수 없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이사해라. 절대로 우편물이 그곳으로 발 송되지 않도록 하고, 그곳에 사는 이웃들과도 결코 가깝게 지내지 말라. 또한, 다가올 여름에 입을 얇은 옷도 준비하지 말라. 음식점에 가서는 당신이 분명히 싫어 할 것 같은 음식을 주문하고 깨작깨작거리면서 한 입도 먹지 말라. 이처럼 뭔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끊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의문에 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끊었으면 그만이지 왜 또 갈등을 하는가?' 그러나 다른 사람이 끊은 것에 대 하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지각 없는 행동이므로, 이 질문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끊는 것 때문에 골치를 썩는가?'로 바꾸는 것이 낫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 으므로 결국에 가서는 모든 것을 끊을 수밖에 없는데 끊는 것에 대해 괜히 골치를 썩일 필 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일 끊고자 하는 사람이 시간 낭비를 없애기 위해 곧바로 끊기에 돌 입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격려하라. 가만 앉아서 끊기를 가다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들이 훨씬 많지 않은가. 끊고자 하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잘 조절할 때, 끊기의 효과와 미학은 바로 거기서 나타난다. 모든 것은 결국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운명적 필연성을 먼저 선수쳐 낚아챌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끊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시작하기 전에 끊은 방법이 결국 종말에 이룰 수밖에 없는 곳들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게 해주는 첩경이라 하더라도, 이 방법을 실행하는 데는 대단한 주의력과 지성이 필요 하다.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방법의 경제성에 매력을 느끼겠지만, 이 방법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하 게 파악할 줄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작하기 전의 끊기에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면 그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끊 기의 방법으로는 '한창 잘나갈 때의 끊기'가 있다. 이젠 좋은 일들을 떠올려볼. 당신은 그 것들에 만족하고 잘 지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썩은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 다. 시작 전의 끊기처럼, 한창 잘나갈 때의 끊기 또한 시간 절약책인 동시에 실패한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법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창 잘나가고 있는 시기를 진행 상태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 에, 끊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날카로운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곧 닥칠지도 모르 는 비운과 파멸,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쇠퇴감과 비전 없는 낙천주의, 그리고 모든 좋은 것 들은 일시적이라는 법칙을 체크하는 자기 자신의 인식 등에 대한 통찰력과 선견지명을 말하 는 것이다. 이렇듯 끊고자 하는 사람이 지니는 남다른 선견지명은 끊고자 하는 그의 건전한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전한 끊기의 본능은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욕 망과 그의 뛰어난 시간감각이 일치할 때 나타난다. 만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무 엇인가를 끊으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실패한 다른 사람들의 행적을 세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간감각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끊고자 한다면, 그는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끊기에 실패한 다른 사람의 예를 잘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 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므로 산만한 정신과 무기력, 또는 나태 등으로 당신이 지닌 끊기의 본능을 타락시키 지 말라. 방심하고 있다가는 한창 잘나갈 때의 끊기마저 실패한다. 슬럼프에 빠져서 망연자 실한 채 앉아 그저 흘러가는 물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창 잘나갈 때 끊은 사람들 중에 그 이름을 날렸던 인물들이 있다. 마가렛 미첼은 '바 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저술하고 한창 인기를 누릴 때 집필 작업에서 손을 떼었고, 영국의 록 그룹 비틀즈는 자신들의 한계가 드러나기 전에 그룹을 해체했으며, 미국의 유명한 미식 축구 스타 짐 브라운은 클리브랜드 브라운스 팀 소속으로 활약할 당시 역사상 가장 눈부신 러닝을 보여준 후에 네 번의 게임을 치르고서 축구 인생을 마감하였다. 그 당시 짐 브라운 이 한 말이 있다. "축구를 그만두게 되어 유감이지만 미련은 없다." 짐 브라운의 이 한마 디는 이 세상의 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위안을 선사해주고 있다. 테크닉 12. 멋대로 끊고 난 후 숨겨라 멋대로 끊고 난 후에 숨기는 이 테크닉은 순전히 끊고자 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 테크닉 을 이용하여 끊어본 사람들은 자신감을 얻게 되고, 또한 이 자신감으로 인해 끊는 사람 개 개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된다. '은밀하게 끊는 법'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테크닉은 하나의 비밀수단으로써 외부에 알리 지 않고 진행된다. 아무도 당신이 행한 일을 알 수 없도록, 어떠한 단서를 남겨서도 안 된 다. 즉,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의미를 달수도 없으며 아무도 당신이 내린 결정을 평가 절하 할 수 없다. 예를 들자면 비타민 끊기, 속옷 안 입기, 각주 읽지 않기, 결벽증적인 위생 생활을 포기하 기. 테크닉 13. 보복하라 이 테크닉은 주로 '야단법석을 떠는' 테크닉과 함께 사용되는 테크닉이다. 양심을 품은 사 람은 예절과 체면을 차리지 않고 그저 복수할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내기 위해 애를 쓴다. 이 테크닉을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번째 단계 : 상대방에게 원한과 증오심 품는다. 두 번째 단계 : 문제를 야기시킬 끊기를 조심스럽게 구상하고, 상대방을 묵사발로 만들고 싶어하는 당신의 마음에 다라 그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복을 감행할 마 음의 준비를 한다. 세 번째 단계 : 끊기를 통해 보복한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당신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갔다고 하자. 겉으로는 당신도 그들 둘이 정말로 보기 좋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할 정도로 자신의 이기적이지는 않 다며, 초연한 채한다. 그러나, 그들 둘의 결혼식 때에 주례자가 "이들 두 사람의 결혼에 이 의 있으신 분은 지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침묵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할 때 당신이 이의를 제시하는 것이다. "신랑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쁜 놈이며, 신부 는 남의 남자를 가로채간 배은망덕한 계집"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덧붙여, 이 두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마약 동맹조직의 일원들로서, 당신이 결혼식에 참석한 이유도 이 둘 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한마디로 결혼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이처럼 고단수의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끝낼 자신이 없다면, 이 보복하는 테 크닉을 '정 떨어지게 행동하는' 테크닉 또는 '멋대로 끊고 난 후 숨기는' 테크닉과 함께 이 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끊고자 하는 사람은 보복하려는 상대방을 은근히 무너뜨려가는 방 법을 모색해서, 그 상대방을 무력하고 우스꽝스럽게, 혹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어놓 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당신에게 알파벳 대문자 필기체를 지겹도록 연습시켰다고 하 자. 당신의 글씨체가 그 선생님의 글씨체와 똑같아질 때까지 말이다. 성장하고 나서 당신은 그 필기체로 쓰는 것을 끊어버린다. 오히려 당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고집하여 초등학교 시 절의 당임 선생님에게 은근히 보복하는 것이다. 다시 끊기 무엇인가를 끊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늘 끊임없이 전진하는 자세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을 거슬러 하는 여행은 쉽지가 않다. 또한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같은 시 간의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시간의 역행을 통해서 이미 끊은 것은 재확 인하여 더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시 끊기l'는 일단 끊고자 하는 사람이 전에 끊었던 그 상황으로 다시 돌 아가서, 그때와 비슷한 상황과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모든 장면을 재연해보는 것이다. 우선, 헤어진 남자친구의 집에 전화를 건다. 그러고는 그에게 말한다. "어젯밤 꿈에 자기 가 나타났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자기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 "옆집에 어 떤 남자가 이사 왔는데 자기랑 너무 비슷한 것 있지." "나 요전에 슈퍼마켓에서 자기를 본 것 같은데. 맞아?"라는 식의. 그리고 지금 당장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후, 이러한 생각을 그 에게 전한다. 그가 사는 곳과 당신이 사는 곳이 멀다면 서둘러서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탄다. 만일 그가 근처에 산다면, 전화를 끊고 즉시 그의 집으로 달려간다. 당신은 그와 헤어 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영화도 보고, 그의 칫솔을 사용해보 기도 한다. 그러나 잡시 후에, 그의 짜증나는 습관들에 대해 일일이 꼬집어서 지적하고, 그 가 얼마나 이해력 없는 사람인지도 인식시킨다. 그가 결코 당신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으며, 이제는 단 일 분조차도 그와 함께 있기가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갓이다 .그리고는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심한 다툼이나 열띤 논쟁을 유발시키거나, 혹은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 다고 진저리를 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침묵을 유도해보기도 한다. 과거에 그와 헤어 졌을 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내뱉은 후 그에게서 떠나는 것이다. 다시 끊기의 방법을 통해 이미 끊은 것에 대하여 확신을 갖는 것은 결혼 서약의 맹세를 다시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방법은 훌륭한 학습의 수단이다. 다시 말해서, 다시 끊는 작업은 끊는 사람에게 분명한 확신을 주며, 끊으려는 것의 중요한 정도와 지속성의 여부 등 에 대한 자잘한 의혹들을 완전히 제거해준다. 즉, 재확인을 통해 끊은 것을 다시 끊기는 끊 고자 하는 사람들의 확인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완전한 끊기를 위해 마음가짐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재확인으로 끊을 때 종종 연출되는 작은 드라마로 인해 끊는 사람들은 끊고 난 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끊기'를 활용한 끊기는 끊고자 하는 사람이 정신이 반쯤 나갔거나 혼란상태일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인다. 즉,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다시 끊기' 방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한다.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시간여행이라는 그럴싸한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또 끊으려는 사람이 다시 끊기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여세를 몰아 스스로 반미치광이 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시 끊기를 통해서 끊고자 하는 사람은 쉴새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질문은 절대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끊기의 속도가 덜어지고 자세가 흐트러져 다시 끊기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끊기'는 사람과의 관계를 끊을 때 가장 알맞은 방법이다. 아니, 사람과의 관계를 끊을 때만 적당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끊기에 필요할 극도의 절망이나 격분의 감 정은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제공자(관계를 끊기 위한 상대)가 없다면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때로는 다른 유형―사람과의 인연 끊기 외에 직장과 습관과 생각의 끊기 등―에 적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다시 끊기에 영감을 주고 실행시키기에는 사람 만한 대상 이 없다. 다시 끊기를 할 때는 정신이 들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도 말고 진짜 감정이 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해줄 필요도 없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된다. 그냥 그래야만 하는 상황일 뿐이다. 보통 다시 끊기를 행하는 시기는 끊고자 하는 의지가 한창 타오를 때이다. 다시 끊기와 비슷한 '위 기 상황에서 끊는' 테크닉처럼, 끊기 전에 밀 l다시 끊기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을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 특히 다시 끊기를 통해 끊은 사람들과 의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인 이다. 누구든지 다시 끊기를 통해 끊고자 한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와 근심을 무시해야 한다. 그 래야만 다시 끊기를 통한 끊기에 내재된 위험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필연적인 계기가 없이 끊기에 착수하면,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끊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끊기에 실패 할 위험도가 매우 높다. 다시 끊기를 통해 끊는 방법은 폭풍우 몰아치는 혹심한 날씨에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른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끊는 방식은 자신을 완전하게 해방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끊기 전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가버리는 예상 밖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테크닉 14. 배수진을 쳐라 책임감 있는 결정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지 말라.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과 직장, 그리고 당신의 신념으로부터 완전하게 떨어져보라. 이 테크닉을 선택한 이상 당신은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나 신경을 쓰고 이씅면 이 테크 닉의 효과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배수진을 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의 태도는 이것과 비교하면 시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혼신을 바쳐 일해오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상사와 퇴직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그 상사의 둔한 패션 감각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는 시장바구니 속의 내용물도 제대로 처리할 줄 모르는 무능한 경영자이며, 그와 함께 일하면서 난처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에 대해서꺄지 모두 말하도록 하라. 그러고는 당신이 굶어 죽는 한이 있다 해도 다시 그를 찾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배수진을 쳐서 끊는 사람들의 성격은 공격적인 경향이 많지만, 과격하면서도 한편 과묵한 사람, 또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 테크닉을 주로 이용한다. 성격이 과격한 사람 이 이 테크닉을 이용해 끊을 때는 흔적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숨긴다. 이것은 끊는 사람이 불같이 화가 나거나 무엇엔가 정이 떨어졌을 때 표출되는 방화광 같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 으며, 주로 앙갚음을 할 때 이 테크닉을 활용한다. 이처럼 공격적인 감정을 발산하여 끊는 테크닉이 '보복하는' 테크닉과 병행되는 경우는, 화난 사람이 화나게 만든 상대방을 눈치채 지 못하게 응징하려고 할 때 주로 사용된다. 곧, 당신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분노의 의미를 상대방이 알 가치도 없다고 판단할 때, 당신의 공격적인 감정을 그에게 발산할 수 있는 것 이다. 예를 들며, 당신의 비밀과 소망, 그리고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까지도 모두 알 정도로 친했 던 친구가 당신을 배신했거나, 실망시켰거나, 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화나게 만들었다고 하자. 그 친구에게 아무런 표시도 내지 말고 임을 다물고 있다가 그가 별일 없느냐고 물어오면, 모든 일이 잘되간다고 거짓말을 하라. 그리고는 그 친구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바꿔라. 그 친구에게 전화도 하자 말고, 편지도 쓰지 말고, 만나지도 말라. 혹시라도 그 친구와 우연히 마주치게 외었다 해도 쌀쌀맞게 대하라. 가능하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떠벌려서 당신이 정말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그 친구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라. 그러나 당신의 비밀과 감추고 있는 좋지 않은 감정을 친구들에게도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눈치채지 않게 할 자신이 있을 대만 이 방법을 이용하라. 그들이 당신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결코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 기 때문이다. 돌변한 당신의 행동을 눈치챌 만한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말라. 그저 그 친구에게 인생 최대의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 친구와 절대로 상종하지 말라. 테크닉 15. 뽀로통해라 사람들이 당신에게 게임 도중에 왜 경기장을 뛰쳐나갔는지 묻거나, 쓰던 작품을 왜 그만 두었냐고 묻는다면, 혹은 국회의원 출마를 왜 도중에 포기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하라. 그들이 묻는 말에 아예 말이 안 통한다 싶을 정도로 행동하는 것 이다. 또, 더 이상의 질문은 아예 무시해버려라. 그래도 끈질기게 물어온다면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소파 속으로 몸을 폭 파묻어버려라. 입술을 내밀고 삐진 것처럼 해 보이며 그들을 곁눈으로 흘겨보아라.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라. "무슨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관심도 없다." 귾기 전으로 돌아가기, 끊기를 끊기 끊기를 하는 사람들 중 의심과 혼란이 많고 의지가 약한 사람들은 다시 끊기 전의 원상태 로 돌아가면 어떨까를 생각하곤 한다. 이들은 끊고 난 후의 자기의 삶을 혐오하며,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 장난질을 괜해 했다고 후회를 한다. 또한 불행한 현실이 차라리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낫다고 확신하면서, 끊기 전의 삶이 그 들에게 끔찍한 과거였음을 망각한 채, 그래도 비교적 평온했었다는 착각에 빠져 그때를 동 경하기도 한다. 게다가, 끊고 난 후에 오는 공허함과 혼동으로 기가 죽어 있는 그들은 지나온 과거의 이 야기를 수정해가기 시작한다. 끊기 전에는 자기의 인생이 불만으로 가득하고, 희망이라고는 없는 암흑의 동굴과 같았기에 끊었으면서도, 끊고 난 후에는 그 기억을 마치 교외에 있는 안정된 중산층 집에 가득 핀 아름다운 장미 덩굴과, 갓 구워내서 식히려고 창턱에 얹어놓은 애플 파이와 같은 기억으로 바꾸어 착각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끊는 사람이 이처럼 우울증과 착각에 빠지면 그는 끊지 않아도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생 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가 이미 끊은 것을 다시 분석해서 끊기 전의 상황으로 완전히 복귀시킨 다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다. 그러나 이것은 실재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현상태가 변하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번 끊은 것은 그 어떠한 것도 다시 그 이전과 똑같아질 수가 없다. '끊기 유포리아'는 마약과 같아서 일단 그 즐거움을 맛보면 끊을 수 없게 된다. 당신 은 변해간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끊은 것과 당신과의 관계는 이미 끊기 전과는 다르다. 당 신이 떠나서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인지 당신이 끊은 것은 변하게 되 어 있다. 예를 들어, 어느새 당신 이성친구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있고, 습관도 바뀌었으며, 그의 인생관도 변해 있다. 또, 당신이 다니던 대학에는 어느새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드나들며 이상한 사상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새 당신이 사는 지역의 지하철 요금은 인상 되었고, 오래된 동네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즉, 당신 밖의 세상은 모드가 변한다. 그것을 향 한 당신의 태도가 변하듯이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서 그 상태를 돌이킬 수는 없다. 즉, 끊기 전의 상황으로 완전히 돌아가려는 욕망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반면에 끊은 사람이 시간이 흘렸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끊은 물 건을 사기 위해, 가게에 가서 서성일 수도 있다. 모든 끊기는 결정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끊 기가 마지막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꾸는 것은 끊는 사람의 특권이자 본질이다. 이미 무엇인가를 끊은 현재의 상태를 끊고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말하자면 그 사람이 '다시 끊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바로 '끊기를 끊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담배를 끊었다고 하자. 담배를 끊고 난 후에 그는 자신의 판단이 너무 경솔 했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그는 담배끊기를 끊기로 결심한다. 결심하자마자 그는 재빨 리 담배를 집어든다. 끊지 않는 사람들은 끊기를 '끊는' 행위를 흔히 "상습적"이라느니, "비겁하다"느나, 혹은 " 도중하차"라는 식으로 함부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태도가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지만 이 또한 끊으려고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지니는 표현의 자유라고 여기면 그 만인 것이다. 끊는 사람이 끊기를 포기하고 나서 죄의식과 자기 혐오에 빠지거나, 또는 끊지 않는 사람 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 다음을 반드시 기억해보도록 하자. 끊는 사람들은 적당한 때에 그만둘 줄 안다. 끊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안다. 끊는 사람들은 마음을 잘 변화시킬 줄 안다. 이러한 특징들은 끊으려는 사람들의 투철한 끊기 정신의 일부로서, 그들에게 막대한 자유 를 준다. 적당한 때에 재빨리 손을 뗄 줄 알면, 어떠한 손해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면 어떠한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그 또한 감등하고 이겨낼 수 있다. 그리 고 마음의 변화를 잘 조절할 줄 안다면, 원할 때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어떤 행동을 지속시켜야 하는지, 또 어떤 행동을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 자 신을 재평가하는 것은 끊는 사람의 몫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몫을 받아들이고 재평가하고 실천하라. 끊기를 끊어라. 테크닉 16. 계획하고, 인내하라 언제, 그리고 어떻게 끊을지를 잘 계획하라. 그저 끊기만을 계획하면서 여가를 보내고, 눈 앞에 목표가 분명히 모이니 그 어떠한 것도 참아낼 수 있다고 굳게 다짐하라. 길고 긴 터널 끝에 보이는 한줄기 빛을 응시하라. 고통을 견뎌라. 언젠가는 그 고통의 구속에서 해방될 것 이다.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라. 그리고 끊어버려라. 뜸들이면서 끊기 뜸들이며 끊는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깊이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이들은 몇 주 혹 은 몇 달 전부터 끊을 때 일어나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 한 미래에 끊을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대해 이러저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끊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질질 끌리고 있기 때문에 생활은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끊기에 대한 끊임없는 소모전을 계속한다. 이 기간에 이들은 끊기에 성공하기 위해 세부사항들을 전략적으로 준비하며, 필요에 따라 보다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내고 그 안에 사로잡혀서 속을 태우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더 이상 시도해볼 만한 것이 없으니 이제 그만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끊고자 하는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자극을 가하기도 하고,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보기도 한다. 뜸들이면서 끊는 전형적인 예를 한번 살펴보자. 1.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면서도 계속 동거하기,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상기하려고 애쓰면서도 한 침대를 쓰는 경우가 해당된다.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완전한 의미의 자유는 누리고 있지 않다. 2. 직장을 그만두려고 할 때 그만둔다고 여기저기에 계속 알리고 다지기. 확실하게 그만둘 마음도 없으면서 그만둔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경우. 동료들까지도 직장을 그만두도록 부추 기는 경우이다. 당신의 몸은 직장에 있지만, 진정으로 있다고는 할 수 없다. 3. 살던 도시를 떠나기에 앞서 괜히 오랫동안 짐을 싸면서 질질 끌기, 소지품들을 이것저 것 분류하고, 과거에 연연해하면서, 지난날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을 만나보는 식의 뜸들 이기가 해당된다. 뜸들이며 끊기는 단번에 끊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단번에 끊기는 가끔 괴기스런 행동 이 표출되지만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단번에 끊는 것은 즉각적이고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므로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 같은 것이 남지 않기 때문이 다. 이렇게 끊는 사람은 끊고 난 후에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에게 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단번에 끊는 행동에 비해서 뜸들이며 끊는 것이 나쁘다고 평할 수만은 없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끊든 간에 그 나름대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뜸 을 들이면서 끊다 보면 당신은 그 것에 대해 손바닥보듯 환해진다. 꿈속에서조차 끊기가 진 행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결국, 당신과 당신이 끊으려는 대상 사이 에는 본격적이고 긴밀한 유대관계―지나칠 정도로 긴밀한―가 성립된다. 뜸들이면서 끊기는 질질 끄는 결말과 고통스런 지체, 그리고 온갖 감정상의 방황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즉, 뜸 들이면서 끊는 방법은 끊으려는 사람의 자질을 시험해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조급하거나, 마음이 어수선한 사람에게는 뜸들이며 끊는 방법이 적합 하지 않다. 뜸들이면서 끊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끊는 사 람이 끊기를 생각하는 데 생활의 75퍼센트 이하를 쓰고 있다면 그는 뜸들이면서 끊는 법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끊고 있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가끔, 뜸들이며 끊기처럼 보이는데 다른 테크닉('계획하고 인내하는' 테크닉)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만족도는 비슷할지 모르나, 뜸들이며 끊기만큼 고약하고 지겨운 느낌을 주지는 않는 다. 뜸들이면서 끊기를 삼복 더위의 여름이 시작될 때 활용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 다. 특히, 유난히 습한 지역에 산다거나, 혹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도시 한 복판에 살고 있다면, 이 방법으로 끊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한여름에 뜸 들이며 끊게 되면, 끊기에 걸리는 시간이 실재보다 깊게 느껴지기 때문에, 끊는 사람이 느끼 는 끝없는 혼란의 늪 상태는 한층 더 약화될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끊는 이 방법은 특히 나 참기 힘들기 때문에 끊기의 경험을 쌓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테크닉 17. 끝까지 잡아떼라 끊고자 하는 사람은 이 테크닉으로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를 부인 해야 하는 처지에서 당신이 현재 처한 상황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즉, 이 테크닉을 제 대로 활용하려면 당신은 억지로라도 사실을 부인하고 철저하게 속일 수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근무했던 회사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끝까지 주장하고, 당신이 낙방한 대학교에는 지원해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라. 당신과 결혼한 사람에 대해서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우겨라. 이 테크닉을 이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강한 적개심과 의혹을 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야단법석을 떠는' 테크닉과 '배수진을 치는' 테크닉처럼 딴에는 충격적이고 잠재적인 적 의를 띤다는 테크닉들도, 끝까지 잡아떼는 이 테크닉에 비하면 그저 아이들 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집착 끊기 집착이라는 것은 지속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무엇엔가 집착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정신적인 고통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사실상 집착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인내이며, 인내한다는 것은 끊기와는 전혀 다른 속성이다. 흥미롭게도, 집착이 강한 사람들은 설명하기 힘든 어떤 광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으며 대부분 매우 변덕스럽다. 이들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 변덕을 부리며 그 다음 집착에 사로잡히곤 한다. 결국은 소모적으로 끝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집착의 대 상들이 저마다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집착과 끊기는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변덕스 럽게 집착하는 사람들은 끊는 것에도 훌륭히 성공한다. 어떻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집착으 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주된 열쇠는 이들을 끊기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끊는 동안에 그 들은 어떻게, 왜, 언제 끊을 것인가 만을 생각한다. 집착하는 사람은 평소대로 그의 모든 노 력을 집착을 끊는 데 완전히 소모한다. 예를 들어, 점성술에 대한 집착 끊기에 대해 살펴보자. 일단 그들은 주소록을 정신없이 훑 어본 다음 모든 사람들의 이름 위에 표시해놓은 별자리 이름을 하나하나 말끔히 지워 버린 다. 또한, 잡지를 읽을 때는 별자리 점성술이 나오는 쪽은 얼른 넘겨 버리고, 점성술에 관해 구입한 모든 책들은 내다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의 집착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확고하게 지켜 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들 은 심지어 끊기에 대한 집착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들은 정말 문제가 심각한 사 람들이다. 무엇인가에 평생 동안 집착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업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살아가면서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만 구혼을 하는 것, 일생동안 정말 훌륭 한 소설을 한 권만 쓰겠다고 그 일에 매달리는 것, '청춘의 샘' 이나 성배, 만병통치약을 찾아나서는 일 등은 평생 동안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놀랄 것 없이 평생 동안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끊기의 방법에 대해 할말이 없 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집착을 끊고자 하는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더군다나 자신들이 집착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는 것을 끊을 시간적인 여유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끊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별달리 해줄 말도 없다. 단지, 그들에게 그저 잘 해보라는 격려와 더불어 작별 키스를 해주며 행운을 빌어주고 '끊기의 천국'에서 만나 자고 기원하는 수밖에. 결국, 평생 동안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끊기의 천국'에 갈 수밖에 없다. '집착'과 '끊기'의 두 진영 사이에는 신비스런 유사점이 있어서 각각의 진영은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라는 같은 수프 안에서 사람들을 뽑아가기 때문이다. 한편, 평생 한 가지에 집착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그래서 여전히 끊기에 도움이 안 되 는 사람들―이나 혹은 변덕스럽게 집착하는 사람들―즉, 끊기에 집착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끊기의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집착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 드는 경우에, 다음과 같은 방법들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탈출구를 마련해줄 것이다. 1. 갑작스럽게 그만두리. 집착을 끊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깜짝 놀랄 만한 결 심으로 갑작스럽게 이행하는 방법이다. 집착하는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이 방법을 적용하 기가 어렵지만, 그 외에 적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뉴욕타임스지의 크로스 워드 퍼즐(십자 말 풀이)에 대한 집착을 끊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 자. 일요일자 신문에 나온 퍼즐만 풀지 않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퍼즐이란 퍼즐은 절대 거 들떠봐서도 안 되고, 아예 뉴욕타임스지 구독을 끊어버려라. 동전으로 긁어서 숫자를 맞추는 복권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루 날을 정해라. 그리고 바로 그 날부터 복권을 절대 사지 말라. 똑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기회의 여지를 절대로 남겨서는 안 된다. 2. 조건부 끊기를 익혀라. 조건부 끊기는 '만일 ∼한다면 ∼하겠다'의 문구로 표현된다. '영혼 현상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다가도 "만일 머리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그만 읽어 야겠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뾰루지를 열심히 잡아떼면서 "얼굴이 수두 환자처럼 보이기 시 작하면 그만 멈춰야겠다." 일기 예보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날씨가 맑은데도 기상청의 예고 에 따라 실제로 우산을 갖고 외출을 하는 일이 세 번 이상 된다면, 어 이상은 일기 예보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겠다."식으로. 다시 말하면, 집착을 끊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조건적인 끊기 가 쉽게 생긴다는 것이다. 이대 당신의 끊기 경향은 집착 경향을 통제하게 된다. 3. 집착하는 대상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하라. 당신이 집착하고 있는 것을 모두 분석하여 드러내놓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집착의 근본을 밝혀내서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모두 제거해버린다. 당신이 예상치 못한 편지와 소포를 받는 경우 왜 기쁜가를 자세히 생각해볼 때, 우편이 배달되는 것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당신을 차근차근 분석하게 된다. 그리고 우편함을 열어보는 순간 당신의 삶이 완전히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 엇이며, 배달된 편지 봉투를 뜯어보는 것이 당신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는지에 대 해서도 자문해보라. 이처럼 당신 자신에 대해 분석해 가는 과정에서 당신은 점점 집착을 멀리 하게 될 것이 며, 결국 이 자기 분석을 시초로 당신은 집착을 버리게 될 것이다. 4. 집착 대상에 대해 혐오감을 품어라. 정신을 차리고 보라.! 당신이 지금 미쳐 있는 사람의 귀가 너무 크지 않은가? 재채기 소 리가 짜증나지 않는가?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는 왜 그렇게 바보 같은가? 그런 것들을 발견 했다면 맘껏 짜증을 내라. 이미 당신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거부감을 굳이 떨치려고 하지 말라. 오히려 당신이 집 착하는 대상을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그 대상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그 혐오 감을 절실하게 느껴보라. 평상시에도 이런 방법으로 끊기를 시도해보라. 테크닉 18. 단념하라 자기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끊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균형 잡힌 끊기 경력을 원하 는 사람들에게는 이 테크닉이 필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테크닉이 지닌 유일한 결점이라며, 억압된 정서를 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다. 단념은 서서히 행해져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옆에서 눈치채기 어렵다. 실제로, 단념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단념하는 그 순간에 붉은 키펫이 당신 앞 에 깔린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려한 불꽃놀이도 물론 없다. 아무도 당신이 단념하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념하는 테크닉의 소극적인 특성을 바꾸어보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크게 떠벌리기도 해 보지만, 이러한 시도는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단지 당사자의 기력만 쇠하게 할뿐이다. 화려한 끊기의 테크닉인 '배수진을 치는' 테크닉과 '말판 끊기' 테크닉 등은 기술적인 차 원에서 보았을 때 단념해서 끊는 테크닉을 초라해 보이게 한다. 그러므로 단념하여 끊는 테 크닉은 그냥 그것이게 놔두는 것이 최선이다. 집으로 날라온 고지서를 납입기간 내에 지불할 능력이 안 된다면 그것들을 그냥 쌓아놓아 라. 당신이 아무리 부탁을 해도 어머니가 정확하게 아침 7시마다 전화로 깨운다는 사실을 그 냥 받아들여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좀 그냥 놔두라는 말조차도 단념하라는 듯이다. 치과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포기하고, 그 의사에게 당신의 이름을 굳이 알리려고 들지도 말라. 또한, 당신한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당신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단념하라. 행복 찾기를 끊기 행복의 추구를 단념하는 것은 다른 것들을 끊을 때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한다. 그러 므로, 성격이 외향적이고 모험을 하면서 끊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머리를 써서 행복의 추 구를 단념하라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도 찬성하고 나선다. 그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추구―사랑과 낭만, 명예와 부, 또 만 족스럽고 풍요로운 삶 등―를 끊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모든 것이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끊는 것이다. 행복이란, 주어진 몫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대에서 살다 보면 나타나기 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하는 그런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행복에 대해 지나친 신경을 쓰 지 말라. 상황이 항상 좋아지리란 법은 없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당신 은 엄청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복 추구는 미래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미래에 대해 집착하게 만드는 범인은 희망과 낙관이다. 그것들은 끊는 자의 귀에다 대고 ' 조금만 더 지나면 행복이 찾아올 거야'하고 속삭인다. 행복의 추구를 단념할 때에는 먼저 인생에서 희망과 낙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 해야 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희망하는지?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끄며 무엇을 바라는지? 무얼 위해 기도하는지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말해보려고 해야 한다. 희망과 낙관을 포기하고 나면 끊고자 하는 의지가 오히려 약해지고 절망감만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 단 어떤 종류의 희망과 낙관이 이 문제의 핵심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것들을 표현하지도 말고 드러나지도 못하게 함으로써 서서히 지워나가는 것이다. 다음은 행복의 추구를 단념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1.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빨래방에 갈 때 혹시 잘생긴 남자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화장을 하고 나가지 말 라 .혹시라도 보다 나온 직장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신문의 구직 광고난을 들추는 것도 하 지 말라. 파티에서 진정한 대화를 통해 사람을 사귀어보겠다고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끊어라. 행복 추구를 끊는, 보다 크고 훌륭한 작업을 이루기 위해 작은 것부터 끊어나가라. 2. 기다림을 포기하라. 기다리는 것은 끊기에 반대되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이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아 직 희망을 가지고 있고 끊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징후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 가장 잔인한 기다림의 형태는, 그것이 사람이건 사건이건 혹은 기회 이건 간에 상관없이 막연한 구원에 대한 기다림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불행을 초래할 수 도 있고, 자신의 주체성을 의심받거나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엇을 기다리건 간에 기다림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 다. 3.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더이상 믿지 말라. 긍정적인 사고나 상상, 구상, 혹은 기도가 결국 이루어진다는 식의 연구를 비웃어라. 또한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어떠한 미래라도 당신 앞에 다가설 수 있음을 주지하라.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모두 허 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라. 모든 것은 제멋대로이고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라. 행 복 추구에 대한 당신이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복의 추구를 단념하는 길밖에 없다 는 사실을 깨달아라. 4.행복을 바람직한 목표라는 생각하는 태도를 끊어라. 행복의 추구하는 명목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기를 잃어가는지 보라. 또한, 행복이 라는 느낌이 얼마나 일시적인가를 보라. 이 세상에는 행복감말고도 다른 느낌들이 많다. 일 단 당신이 행복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 되면, 행복 추구 끊기는 실행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복의 추구를 포기하는 것과 불행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행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굳이 변화를 갖고 싶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행복의 추구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끊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는 미래에 대한 집착에서 고의적으로 벗어나려는 행위이며, 희 망이라는 구속과 낙천주의와 긍정적인 사고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행복의 추구 를 단념했다고 해서, 끊는 사람이 불행해지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다. 단지 백지 상태로 돌아간 것뿐이다. 백자 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행동도 다시 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그는 이 제 행복의 추구라는 구속에서 완전히 탈피했고 앞으로는 모든 행동을 자유롭게 음미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초대받은 파티가 분명히 따분할 것이라고 생각되어도 눈 딱 감고 그냥 한번 참석해보라. 떠한 신문의 기사들이 당신을 실망시킬지라도 그냥 읽어보라. 볼링 대회에 출전해보았자 승리의 가능성도 없지만 한번 출전해보는 것이다. 포커 판에서 분명 나쁜 패 를 잡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돈을 걸어보라.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해도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보라. 이처럼 경솔해 보이는 듯한 행동들은 적어도 새로운 끊기의 가능성을 일으켜줄 것이다. 테크닉 19: 침실로 가져가라 이 테크닉은 끊고자 하는 사람이 속수무책의 상황일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생각― 무엇에 대한 생각이든 간에―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모든 낙관주의를 포기할 때 적용하면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서, 끊는데 있어서 절망이라는 느낌이 무엇보다도 가장 지배적일 때는 '침실로 가져가는' 테크닉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절망과 좌절로 녹초가 되었을 때 침대에 몸을 맡겨버려라. 이 세상에는 희망적인 것이라 곤 없다고 느끼게 된다. 절대로 다시는 재기할 생각도 하지 말라. 이 끊기의 주된 특징 중의 하나가 끊으려는 대상으로부터의 '자발적인 탈락' 이다. 그러 나 이 끊기를 하려는 사람은 어느 정도는 방에 잘 처박혀 있는 성격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동적인 사람들은 '침실로 가져가는' 이 테크닉을 활용할 때 특히 신중해야 한다. 완전히 빠 져들어 재기가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테크닉을 이용해서 끊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은 잡지나 쿠키 등을 침실로 가져가곤 한 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좋은 d{P라고 할 수 있다. 종이와 펜을 들고 침실로 갔 던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저술하지 않았는가. 괴로운 끊기와 잘못된 끊기 괴로운 끊기와 잘못된 끊기는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상 비슷 한 점이 있는 반면에 몇 가지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첫째, 괴로운 끊기의 경우에 대해 몇 가지를 정의해보도록 하자. 괴로운 끊기의 경우는 사실 웃지 못할 상황이다. 예로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하 는 이 경우, 이것이 현실로 드러나는 상황을 인정하기가지는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린다. 그 원인과 동기가 주로 끊고자 하는 사람의 공상에서 비롯되는데, 생각해보면 덧없고 무엇인가 에 홀린 것 같은 경우이다. 이같은 경우, 끊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왜 끊으려고 하는지를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꿰뚫어볼 줄 아는 통찰 력이 필요하다. 평소에 당신이 존경하고 감탄해 마지않던 사람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 하는 경우를 보자.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이 사람을 충분히 사항하지 않기 때문 에 끊어야 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경우가 '괴로운 끊기'이다. 당신이 록 가수나 우주 비행사, 혹은 영화배우가 되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아서 관심을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에는 당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절 알 기 때문에 그 포부를 단념해야 하는 경우가 괴로운 끊기이다. 괴로운 끊기를 하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괴로워한다. 끊기와 관련이 없다면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결정하지 못하여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저녁 반찬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어떤 색의 양말을 신을 것인지, '긴급상황 발생시의 연락처' 난에는 누구의 이름 을 적을 것인지 등 사소한 일들에 대한 결정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흐리 기도 하고, 돌연 끊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둘째, 잘못된 끊기의 경우를 정의해보자. 끊는다고 해서 모든 일들이 항상 잘 풀리리란 법도 없고 끊는 것이 상책이란 법도 없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진 후로는 다시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가 그러하다. 또, 주요 공휴일을 잊지 않고 늘 기념해오던 사람이 그것을 그만둔 후로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끊기의 경우, 반드시 끊고 난 후의 결과에만 그 탓을 돌릴 수는 없다. 실제의 끊는 과정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으며, 사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걱정이나 근심 등이 끊고 난 후의 불행을 초래하는 데 한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즉, 끊으려는 사람은 끊는 도중에 자신이 끊으려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르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거나, 끊는다는 것이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도 있다. 그렇다. 어찌 보면 이렇게 망설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끊는다는 것이 그야말로 상책이 아닐 수 도 있으니까. 함부로 끊다가 큰 낭패를 겪게 되면 어떡하며, 간혹 잘못 끊기라도 해서 남은 인생이 끔찍해 지기라도 하면 어찌 하겠는가 말이다. 잘못된 끊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느낌들은 결코 피해갈 수가 없는 것이다 . 실재로 당신이 끊을 때에도 이러한 과정을 전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끊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거쳐가야 할 하나의 관문이다. 끊고 난 후에 이렇게 잘못된 끊기의 과정을 겪은 사람이 그후에도 계속 끊어나갈 수 있다면, 일 단 그 사람은 끊기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끊기로 인해서 더할 나위 없이 촉망받던 사람들이 형편없는 인간이나 냉혹한 비판자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끊고 난 후 불행해지는 이러한 경우, 끊기 전의 상황보다 훨씬 밝은 미래를 가져오리라 믿고 별 탈 없이 잘 끊은 사람일지라도,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사귀고 있던 사람과 헤어 지면 도 좋은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어쩌면 평생 홀로 늙어 가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경우가 그러하다. 반면에, 끊고 난 후 불행해지는 경우로 인해 끊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끊기에 더욱 몰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끊고 난 후 불행해지는 결과까지도 자기 인생의 일부로 여기면서, 비록 그 결과가 자시의 인생을 본질적으로 약화시켰다고 해도, 적 어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던 경정에 대해 자기 자신을 더욱 대견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가 그렇다. 괴로운 끊기의 경우와 잘못된 끊기의 근본적인 유사점은 이들 둘 모두가 공통적으로 '회 한과 후회'라는 지배적이고 위험한 요소를 지닌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괴로운 끊기에서의 회한과 후회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느낌도 사라지지만, 잘못된 끊기의 회 한과 후회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그 회한과 후회를 바람직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회한은 강압적인 태도, 노골적인 거부 자세, 혹은 갑작스런 변화 등을 드러나게 하는 반면 후회는 보다 은밀한 감정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위안과 관심,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할 때 후회의 감정은 언제라도 표면에 드러나게 된다. 또한, 일단 끊기 시작하면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회는 절대로 숨길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으며, 피해갈수 있는 감정이 아 니기 때문이다. 괴로운 끊기의 경우와 잘못된 끊기의 답답한 숨통을 어느 정도는 틀 수 있는 출구가 있기 는 하다. 이 둘의 경우에 나타나는 후회와 회한과 그 밑에 깔린 다른 사소한 감정들까지 완 전히 치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그 감정들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는 있다. 1.최선을 다한 것처럼 행동하라. 미국의 작가 엘리노 포터의 소설 속 여주인공인, 맹목적 낙천주의자 폴리아나처럼 행동하 는 것이 끊고자 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낙천적인 행동은 기 분을 전환시켜주기도 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르는 불안감을 완화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랑했던 애인과 보내던 시간들을 수첩 정리를 하거나 식기들을 정리하면서 보내 라. 그리고 마침내 이런 일을 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가를 당신 스스로에 게 되뇌어라. 2.당신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라. 끊은 후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책임을 벗어버리는 것은 종종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혼심을 다해 몇 년 동안 사랑했고 전념했고 도전해왔던 일을 그만둔 사실이 생각날 때마다, 해고 당했다고 생각해버려라. 그래서 전임 상사를 증오하고 무시하면 서 당신의 현재 상황의 책임을 그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3. 전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라. 사람의 방어 자세가 불안정할 때는 고통이 마음의 한귀퉁이를 파고들기도 하지만, 철저한 부정은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끊으려는 이유에 대해 더 이상 할말이 없는데도 계속 캐묻는 경우, 당신이 받는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하려면 그런 질문을 단호하게 거부해버려야 한다. 당신이 끊은 것에 대해 질 문 공세를 펴는 사람들을 바보 쳐다보듯 하라. 그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말라. 그 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기고, 당신은 지금 이 상태에 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라. 테크닉 20 : 백지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하라 흔히 '한꺼번에 끊기'로 알려져 있는 이 테크닉은 그야말로 많은 것을 한꺼번에 끊고 처 음 상태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끊고자 하는 사람은 끊기를 시작하여 더 이상 끊을 것이 없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끊 는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여태까지의 생활 방식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일단, 당신의 애인과 헤어져라. 그런 후에는 회사를 그만둬라. 곧, 그 도시를 떠나라. 그리 고 당신의 이름을 바꾸어 가명을 사용하라. 이제부터 당신의 인생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항상 끊기를 염두에 두어라 끊는다는 것은 의지의 행동이다. 의지의 행동이라는 면에서 끊기는 하나의 표현 형식이라 고 할 수 있다. 또한 표현 형식으로서의 끊기는 하나의 예술이며, 예술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기의 생생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끊고 그만둔다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패배한 전투에서 항복하듯이, 또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 탈주 하듯이 당신도 마침내 그 지루한 지구전을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한 고비에 이르러서는 항상 끊기를 염두에 두어라. 예컨대, 실제로 배가 가라앉는 상 황이 아니라도 그 배에서 반드시 뛰어 내려야만 한다는 영감이 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항상 벗어나도록 하라. 그러나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막 떠올랐을 때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끊어라!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끊어라! 소모를 막기 위하여 끊어라! 위기 전환의 수단으로 끊어라! 관점을 드러내기 위하여 끊어라! 주체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끊어라! 끊어야 할 것 같다면 끊어라! 영감을 받았다면 당신은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