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살인사건 ( 원제:HOME SWEET, HOMICIDE ) 지은이:크레이그 라이스 제 1 장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해." 아치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아무리 엄마라도 12 파운드나 되는 칠면조를 버렸을 리가 없어." "그럴 수도 있어." 누나인 다이나가 비웃듯 말했다. "전에도 그랜드 피아노를 버린 적이 있으니까." 아치는 잠자코 웃었다. "맞아 버렸을 거야." 에이프릴이 끼어들었다. "이스테이트가에서 이사할 때였어. 엄마가 피아노 운반회사에 새 집 주소를 가르쳐 주는 걸 깜빡 잊어서 다른 짐이 다 도착한 뒤에 야 운반회사에서 왔는데, 엄마가 그 회사에 전회를 걸 때까지 차 에 실은 채 그냥 빙빙 돈 거였어. 그것도, 엄마가 운반회사 이름 하고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잃어버려서 전화번호부에 실린 운반 회사 번호들을 다 뒤져 겨우 찾아낸 거였지." 대화는 잠시 끊겼다. "엄마가 본래 부주의한 건 아냐." 잠시뒤에 다이나가 말했다. 긍정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단지 너무 바빠서 그런 거야." 카스테어스 가의 세 아이들은 현관 옆 베란다 난간에 걸터 앉아, 늦은 오후의 햇살 아래서 햇볕에 그을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회반죽의 벽의 낡고 큰 안채 2층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타이프 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클라크 캐머런, 앤드루 소프, j j 레인 등의 필명을 갖고 있는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또 새 추리 소설을 완성해 가고 있는 참이다. 그녀가 그것을 다 쓰면. 그 다 음 날은 휴일로 정해서 머리를 감고,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사 준다. 밖으로 나가 값비싼 음식을 먹기도 하고 마을의 일류 극장 에 데리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또 새 추 리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 순서에 아직 어린 카스테어스 삼남매는 이젠 익숙해져 있다. 사실, 다이나는 아치가 갓난아기였을 적부터 그랬던 것을 기억하 고 있다. 따뜻하고 나른한 오후였다. 집 앞에는 숲이 우거진 계곡이 있고. 그곳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군데군 데 지붕이 보이지만 그저 셀 수 있을 정도이다. 조용하고, 이웃 과 떨어져 있어서 이사할 곳을 물색할 때 이 집으로 정했던 것 이다. 근처에는 단 한 채, 월리 샌퍼드 일가의 핑크색 이탈리아 풍 저택이 200~300야드 떨어진 곳에 있는데. 그 사이에는 빈터 와 작은 잡목들뿐이다. "아치" 갑자기 에이프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탕 상자를좀 보고 와." 아치는 불만스러웠다. '자기는 열두 살이고 나는 열 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시키는 대 로 심부름을 할 필요가 있어? 설탕 상자를 보고 싶으면 자기가 가면 되잖아.' 속으론 이렇게 불면을 늘어 놓고는, "왜?" 하고 물었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 명령이야." "아치!" 다이나가 열네 살의 권위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따. "네가 갔다 와." 아치는 투덜거리면서 들어갔다. 나이에 비해 몸집이 작고, 말을 잘 듣지 않는 머리칼은 다갈색이며, 천진난만하게 보이기도 하고 겁 없어 보이기도 하는 얼굴을 갖고 있다. 항상 지저분하지만 목 욕하고 나서 5분 간은 예외다. 지금은 테니스화 한쪽 끈이 풀려 있고, 코르덴 바지 무릎이 조금 찢어져 있다. 다이나는 얼네 살로 에이프릴이 경멸하는 '모범생'이다. 얼네 살 치고는 키가 크고, 군형도 잡혀 있다. 다갈색 머리칼은 부드럽 고 운기가 흘렀다. 큰 다갈색 눈을 갖고 있으며, 예쁜 얼굴엔 언 제나 웃음을 짓고 있지만 언니다운 위엄도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산뜻한 빨간색 스커트에 체크 무늬 셔츠, 초록색 짧은 양 말에 좀 더러워진 구두를 신고 있다. 에이프릴은 체구가 작아서 실제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이다. 직모 의 머리칼은 금발이고, 눈은-이 아이도 큰 눈을 가졌다- 흐린 회 색이다. 더 크면 대단한 미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하기 싫어하 는 게으른 여자가 될 것 같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잇는 듯했 다. 하얀색 바지나 셔츠에는 얼룩 하나 묻어 있지 않고, 빨간색 샌들에, 머리에는 제라늄꽃 피을 꽂고 있다. 아치는 말처럼 달려왔다. 큰소리를 지르며 문에서 달려와서는 난 간 위로 뛰어올랐다. "칠면조를 냉장고에 넣고 왔어." 하고 아치는 큰소리로 말해따. "설탕 상자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간단한 추리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오늘 아침, 엄마가 식료품을 다 정리한 뒤에 새 설탕 봉지가 냉 장고 속에 들어 있는 걸 봤거든." "머리가 좋구나." 다이나가 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나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재혼하면 좋겟어. 집에는 남자 손이 필요해." "엄마가 불쌍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일만 하니까. 엄만 이 세상에서 혼자야." "우리가 있잖아." 아치가 말했다. "지금 그런 얘길 할 때가 아냐." 에이프릴이 거만스레 말했다. 에이프릴은 멍청히 계곡 위를 쳐다 보았다. "엄마가 진짜 살인사건을 해결하면 좋을 텐데. 분명히 선전이 될 꺼야. 그렇게 되면 많은 책을 쓰지 않아도 될 테고 말야." 아치는 발뒤꿈치로 벽을 차면서 말했다. "엄마가 두 가지 다 하면 좋겠다." 나중에 에이프릴이 말한 것이지만, 이런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신이 듣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 아이들이 총소리를 들 은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총성은 두 발, 짧은 간격으로 샌퍼드 씨 저택 쪽에서 들려왔다. 에이프릴은 다이나의 팔을 꽉 움켜잡고, 숨을 죽였다. "들어 봐." "샌퍼드 씨가 새를 잡으려고 총을 쏜 건지도 모르잖아." 다이나는 회의적이었다. "샌퍼드 씨는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걸." 아치가 말했다. 그때 자동차 한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도로를 빠져 나갔지 만, 숲에 가려서 볼 수가 없었다. 아치는 난간에서 미끄러져 내 려와, 빈터 쪽으로 뛰어가려다가 다이나가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막는 바람에 되돌아왔다. 또 한대의 자동차가 지나갔다. 그 다음 엔 다시 조용해지고 이층에서 나는 타이프 소리만이 들릴 뿐이 었다. "살인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를 부르자." 카스테어스 가의 세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때마 침 타이프 소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네가 불러와." 다이나가 말했다. "네가 생각해 낸 거니까." 에이프릴이 고개를 저었다. "아치, 네가 불러와." "싫어." 아치의 대답은 단호했다. 결국, 세 아이 모두가 생쥐처럼 발소리를 죽여가며 계단을 올라 갔다. 다이나가 방문을 조금 열자, 세 아이들은 안을 들여다 보 았다. 엄마는---현재는 JJ레인이다-- 고개도 들지 않았다. 흠집투성이 의 갈색 책상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종이며 원고, 참고서 들과 담뱃갑 등이 높이 쌓여 있어서 엄마 모습은 반밖에 보이지 않았다. 방안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살인이고 뭐고 안되겠다." 다이나가 소리죽여 말했다. 살짝 문을 닫고 아이들은 뒤꿈치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좋아." 에이프릴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예비검사는 해두자. 난 엄마가 쓴 책은 전부 읽어서 어 떻게 하는지 알아." "경찰에 알리는게 좋겠어."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단호히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들이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안돼. JJ레인이 쓴 책에서 돈 드렉셍의 방법은 항상 그랬어. 엄마에게 알려 줄 중요한 단서를 찾게 될 지도 모르니까."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을때,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아치. 너는 아무 말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해." 아치는 발을 한번 힘껏 구르며 화를 냈다. "그런 법이 어딨어." "그럼, 집에 가 있어."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입을 다물고 뒤를 쫓았다. 샌퍼드 씨 댁의 경계에 다다라서 셋은 발걸음을 멈췄다. 깨끗하 게 다듬어진 정원수 건너편에 넝쿨로 휘감긴 정문이 있고, 그 맞 은편엔 구석구석 손질이 잘된 잔디가 있으며, 그 가장자리는 수 국으로 둘러쳐저 있었다. 집 정면에는 화려한 색의 원예용품이 있었는데, 에이프릴은 한번 보더니 핑크색의 회반죽벽과는 어울 리지 않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살인사건이 아니라면," 다이나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샌퍼드 부인은 분명 노발대발할 꺼야. 언젠가 잔디밭에 들어갔 다가 슛겨났었잖아." "총소리가 들렸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에이프릴은 이렇게 말하며 앞서서 정문을 빠져 나가더니 거기서 발걸음을 멈췄다. "자동차는 두 대 였단 말이야." 그녀는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 "두 대 모두 총소리가 난 뒤에 차도를 빠져나가 큰길쪽으로 돌아 갔거든. 어쩌면 벌써 누군가가 살인범의 정체를 알고 쫓아갔는지 도 몰라." 에이프릴은 흘끗 아치를 쳐다보더니 덧붙였다. "범인은 되돌아올지도 몰라. 우리들이 보고 있었다고 생각해서 우리 셋을 모두 쏴 버릴지도 모르고." 아치는 낮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더니 겁먹은 표정을 지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다이나는 이마를 찡그렸다. "범인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다이나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언니는 융통성이 없어. 엄마가 늘 말하듯이." 세 아이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차도로 나갔다. 차도 중앙에는 바 퀴 자국이 어지럽게 교차되어 있었다. "이것을 사진기로 찍어야 하는데 사진기도 없고...." 잔디밭에도 정원에도 인기척은 없었다. 핑크색 회반죽의 벽의 저 택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사람이 있는 기색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잠깐 동안 셋은 큰 유리가 끼워진 베란다 옆에 서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잇었다. 바로 그때 느닷 없이 길고 뚜껑이 없는 회색 승용차가 차도로 들어왔다. 아이들 은 허겁지겁 베란다 맞은편으로 몸을 숨겼다. 차에서 내린 여자는 키가 크고, 날씬하고 예뻤다. 머리칼은 빨간 색과 금발의 중간 정도로, 굵고 길게 퍼머를 해서 어깨까지 늘어 뜨리고 있었으며, 꽃 무늬가 있는 드레스를 입고, 챙이 넓은 밀 집모자를 쓰고 있었다. 에이프릴이 순간적으로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잘 봐."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은 폴리 워커라는 여배우야 정말 예쁘지." 잠시 뒤, 이 젊은 여자는 자동차와 집의 중간쯤에서 잠시 서성 거렸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문 앞으로 걸어가서 벨을 눌렀다. 오래 기다려도 기척이 없자 다시 몇 번인가 벨을 눌러 보고는 문 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 아이들은 베란다 창 너머로 주의깊게 안쪽을 들여다보았지만, 희릿하게 거실이 보일 뿐이었다. 폴리 워커는 현관 안으로 들어 서더니 발을 멈추고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것 봐." 에이프릴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젊은 여자는 두세 걸음 방안으로 들어서서는 몸을 앞으고 굽혔기 때문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전화 있는 곳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경찰을 부르고 있어." 다이나가 속삭였다. "상관없어." 에이프릴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단서는 경찰이 모두 찾아내는 거야. 그리고 엄마가 그것을 해석 해 낼 거고. 클라크 캐머런 작품에 나오는 빌 스미스는 그런 식으 로 하거든." "스페어 맨은 그렇게 하지 않아." 아치가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스페어 맨 이라면....." 다이나가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날카로운 소리로 꾸짖었다. "조용히 해." 그리고는 이어서 말했다. "JJ 레인의 작품에서는 탐정이 여러 가지 단서를 만들어 내서 경찰을 혼란시켰어." "엄마도 분명 그렇게 할꺼야." 에이프릴이 마치 예언하듯 덧붙였다. "만일 엄마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거야." 제 1 장 두번째 집안에 있던 볼리 워커는 수화기를 도로 내려놓고 마루를 한번 쳐다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서둘러 바깥으로 나 왔다. 차도로 나온 모습을 보니 얼굴은 창백하고 거의 기절 할 상태 같았다. 차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 모자를 벗어 앞 자리에 던져 넣고 그대로 발판에 주저앉아, 양 팔꿈치를 무 릎에 대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 어서서 머리를 한번 흔들고는 핸드백에서 담배를 한 대 꺼 내 불을 붙여 한 모금 빨더니 발바닥으로 비벼 꺼버렸다. 그 리고 다시 얼굴을 양손에 파묻는 것이었다. 그때 다이나가, "저런 세상에!" 하고 소리쳤다. 그것은 아치가 넘어져 무릎이 깨졌을 때나, 에이프릴이 산 수 시험 문제를 틀렸을 때나, 월요일 아침 엄마 앞으로 온 편지에 원고료가 들어 있지 않고 다시 써달라는 주문이 들 어 있을 때 다이나가 잘 쓰는 표현 이었다. 다이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뛰어가서 차 발판에서 흐느끼고 있는 여자 옆 에 앉아서 팔로 그녀의 양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치도 반응은 같았지만, 표현은 좀 달랐다. 회색빛이 도 는 큰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입술을 조금 떨면서 아주 부 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울지 마세요." 젊은 여배우가 고개를 들었는데, 아주 창백했다. "그가 그녀를 죽였어. 그가 그녀를 죽였어. 그녀가 죽어있 어. 아아,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럴 것까진 없었는데 괜 한 짓을 했어. 하지만 벌써 죽여 버렸어." 그녀의 목소리는 빨리 돌아가는 축음기 소리처럼 울렸다.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경찰이 그걸 알면 어쩌려고 그래요. 가만 계세요." 폴리 워커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지?" "우리는 당신 편이에요." 다이나가 근엄하게 말했다. 엷은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떠올랐다. "빨리 집으로 돌아들 가. 사고가 생겼으니까." "알고 잇어요." 아치가 말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지요? 그래서 왔어요. 또....." 그때 에이프릴이 그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아야." 하고 한마디하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누가 죽었어요?" 다이나가 물었다. "플로라 샌퍼드." 폴리워커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왼손으로 양쪽 눈을 가린채 슬픈 어조로 소리쳤다. "아아! 월리, 월리, 바보같이. 왜 그런 짓을...."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요." 에이프릴이 화를 냈다. "지금이라도 경찰이 오면 좀더 현명한 대답을 해야 해 요. '왜 그런짓을' 이란 말을 해선 안돼요. 첫째로, 그것은 너무 평범한 말이고, 둘째로 그가 죽이지 않았 는 지도 모르잖아요." 폴리 워커는 고개를 들어 에이프릴을 빤히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 리더니, 점점 더 커지면서 가까워졌다. 그녀는 똑바로 일어서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에이프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다이나가 물었다. "그라니? 누구 말야?" 에이프릴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난들 어떻게 알겠어. 언니?" 요란스럽게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소리를 길게 빼면서 작아지더니 경찰차 한 대가 차도로 들어왔다. 폴리 워 커는 일어섰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너희들 셋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우리는 괜찮아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경찰차는 뚜껑 없는 회색 차 옆에 멈춰섰고, 사복차림 을 한 남자들 대여섯 명이 내렸다. 그중 둘은 집 쪽을 바라보며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 은 차 주위를 돌아서 폴리 워커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 다. 한 사람은 중간 키에 좀 마른 편이며, 새치가 약 간 섞인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졌고 검게 그을린 얼굴 에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지휘자 인 것 같았다. 또 한 사람은 크고 우람한 체격에 둥글 고 붉은 얼굴과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으로, 계속 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살피고 있었다. "시체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람한 체격의 남자가 말했다. 폴리 워커는 좀 떨면서 집 쪽을 가리켰다. 우람한 체격 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다리고 있던 두 남자에 게 신호를 보내고 앞서서 걸어갔다. 새치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폴리 워커 입니다. 제가 경찰에 연락했어요. 그녀를 방 문 했거든요." 그녀는 동요 없이 차분히 말은 했지만, 입가에는 이 미 핏기를 잃고 있었다. 경찰은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 했다. "이 아이들은 그녀의 아이들입니까?" "아뇨, 옆집에 살아요." 다이나가 차갑게 대꾸했다. 얼굴이 붉고 체격이 우람한 남자가 집에서 나오며 말 했다. "여자는 죽었습니다. 총에 맞았어요." "샌퍼드 부인이 차 한잔하자고 불렀거든요." 폴리 워 커가 말했다. "여기 와서 벨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 래서 안으로 들어가.......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리 고 곧 경찰에 연락했죠." "하녀는 외출한 것 같습니다, 반장님." 체격이 큰 남 자가 말했다. "잡애는 아무도 없습니다. 불량배의 소행인지도 모르 겠는데요?" "그럴지도 모르지." 반장이 말했다. 그 어조에서 그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시관에게 연락해 주게, 오헤이어. 그리고 그녀의 남편도 찾아보고." "알겠습니다." 오헤이어는 집안으로 되돌아갔다. "저, 워커양." 반장은 그녀에게 담배를 권하고 불을 붙여 주었다. "매우 놀라셨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서둘러 조사해야 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빙긋 웃으며 매우 친근한 어조로 말햇다.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살인과의 스미스 반장 입니다." 다이나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어머! 그럼,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그는 좀 당혹스럽게 다이나를 보았다. "빌이다." 그가 폴리 워커에게 향할 큼도 없이 다이 나는 또 한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아까 보다 더 크게 놀라는 듯했다. "왜 그러지? " 그가 물었다. "이름이 이상하니?" "너무 똑같아요!" 다이나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내 이름이 스미스라는 게? 스미스란 이름은 수 없이 많아." "예."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빌 스미스는....." "빌 스미스라는 사람도 수없이 많이 있을 수 있어. 대 체 뭐가 똑같다는 거지?" 다이나는 신이 났다. "아저씨는 탐정이에요. 엄마가 쓴......" 다이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들을 보았다. "음, 난 지금 여기서 일을 해야 한단다. 쓸데 없는 이 야기를 주고받을 시간이 없어. 자, 빨리 집으로 돌아 가거라." "실례했습니다." 다이나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스미스 씨, 댁에 부인이 있으세요?" "아니" 그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는 몇번이나 무 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 이젠 집으로 돌아가거라, 빨리. 그렇지 않으 면 정말로....." 카스테어스 가의 세 아이들은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오헤이어 경사가 다시 돌아왔다. "스벤슨이 벌써 검시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그리고 샌퍼드 씨는 조금 전에 퇴근했다고 하고요. 곧 돌아 올 겁니다." 그는 시건을 상사에게서 아이들에게 돌리며 말을 이 었다. "저한테 맡기십시오. 전 아홉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 으니까요." 그는 뒤뚱뒤뚱 걸어와서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실례합니다." 에이프릴이 차갑게 말했다. 에이프릴은 몸을 곧추세우고는 5피트(약 183센티)나 되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아주 거만한 말투였다. "총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리로 달려왔죠."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는 서로 쳐다보고만 있 었다. 잠시 뒤, 반장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총소리였니? 자동차의 머플러의 폭팔음은 아 니었니?" 에이프릴은 코방귀만 뀔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총소리를 들은 것이...." 오헤이어 경사는 가능 한 한 아무렇지 퀮낳은 어조로 말했다. "몇 시였는지는 모를 테지?" "아뇨, 알고 잇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소리나기 바로 전에 집에 들어가 감자를 구워 먹을 시간이 되었는지 시계를 봤어요. 우린 그때 총소리를 들은 거예요, 누군가가 살해됐어요." 갑자기 에이프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 "살해되었다 고요." 에이프릴은 울부짖으며 풀밭에 쓰러졌다. 그 순간 다이나가 무릎을 꿇어 에이프릴을 안았다. "에이프릴!" 제 1장 세번째 폴리 워커는 차 발판에서 뛰어와, "빨리 의사를!" 하고 외쳤다. 스미스 반장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말했다. "이 아이가 왜 이러지?" 다이나는 울부지고 있는 에이프릴이 자기 팔을 살짝 꼬집 는 것을 느꼇다. 다이나는 미안스러운 듯이 위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쇼크를 받았나 봐요. 얘는 좀 약하거밾요." "빨리 의사를 불러와요!" 폴리 워커가 소리쳤다. " 가엽게도......" 다이나가 몸을 굽히자, "집으로!"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이나가 다시 위를 올려다보며 말해따. "집으로 데려 가야겠어요. 저---- 발작을 일으키면 안 되 니까요." 아치도 상황을 이해하고 덧붙였다. "발작을 일으키면 마구 물건을 부서뜨려요." "내가 안고 가마." 하고 빌 스미스가 나섰다. 다이나는 에이프릴의 눈이 '안돼'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스스로 걸어가게 하는 게 좋겠어요. 그게 몸에도 좋을 거 예요." 다이나는 에이프릴을 일으켜 세워 부축을 했다 에이프릴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갈게요. 엄마가 어떻게 하실 수 있을 테니까 요." "엄마!" 에이프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엄마한테 갈래." "그게 좋겠다." 스미스 반장이 이마의 땀을 쁟으며 말했다. "자, 엄마한테 얼른 데리고 가거라." 그리고 중요한 걸 생 각해 낸 듯이. "나중에 잠깐 들리마." 하고 덧붙였다. 에이프릴의 울음소 리가 멀어지자 반장은 동정어린 소리로, "가엽게도....." 하고 중얼거렸다. 오헤이어 경사는 차갑게 반장을 쳐다보았다. "나는 어린아이들을 아홉이나 기르고 있어요. 저런 거짓 발 작은 법정에서말고는 본적이 없어요." 샌퍼드 저택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의 거리까지 오자, 에이 프릴은 울음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잊지 마. 유치부 연극 선생님에 대해 불평했던 걸 모두 취 소해야 겠어."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나 잊지 말고 아까 그 괴상한 행동에 대한 설명이나 해 봐." 다이나가 꾸짖듯 말했다. 아치는 눈만 둥그렇게 뜬 채 잠자코 있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아주 중요한 증인들이야.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시간을 정할 수가 있어. 하지만 아직은 안돼. 누군가 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줘야 할지도 모르니까." 다이나는, "그렇구나! 그런데 누구에게?" 하고 말했다. "아직은 잘 몰라."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그래서 시간을 벌자는 거야." "가르쳐 줘, 응? 가르쳐 줘." 하고 아치가 졸랐다. 그로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칭얼거렸다. "무슨 말인지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이제 금방 알게 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세아이는 현관에 들어서서는 잠깐 그대로 서서 서로의 얼굴 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층에서 나느 타자기 소리는 여전히 컸다. "어쩐지 우리가 해낼 수 잇을 것 같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는 갈색 눈을 반짝이며 뭔가를 깊이 생각했다. 그러 더니, "오늘 저녁은 내가 지을께." 하고 말했다. "엄마가 일을 계속 할수 있도록 해드려야 해. 햄에 진저 에 일 소스를 뿌려서 찌고, 고구마도 만들고, 록포 소스를 넣은 샐러드와 콘 마핀(햄의 일종) 도 만들어야지." "콘 마핀은 만들 줄도 모르면서......" 아치가 빈정거렸다. "요리책이 있잖아." 다이나가 대꾸했다. "그리고 나는 글자를 읽을 수 있거든. 크림 파이도 만들어 야지. 엄마가 군침을 흘리실 꺼야." 그녀는 천천히 끄덕였다. "너희 둘 다 부엌으로 와. 의논할 게 잇으니까." 다이나는 이렇게 결정했다. "계획을 세워야겠어. 아주 중대한 계획을 말이야." 제 2장 첫번째 지금은 JJ 레인의 필명을 쓰고 있는 마리안 카스데어스는 식탁을 둘러보고 아이들의 수를 세었다. 셋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깨끗이 세탁한, 레이스 달린 식탁보가 촛불을 켜놓은 식탁 에 덮여 있고, 한가운데에는 노란 장미가 꽂힌 화병이 있 다. 햄은 아주 부드럽고, 향료를 넣은 것도 맛이 있고, 고 구마 위에는 짙은 갈색 시럽이 뿌려져 있으며, 콘 마핀은 혀를 데일 듯이 뜨겁고 먹음직스러웠다. 샐러드는 골고루 잘 버무려져 있어 아주 성공적 이었다. 에이프릴이 2층에서 백포도주를 가져와 식탁 앞에 놓고는 이런 사랑스러운 말을 했다. "엄마, 엄마는 파란색 실내복을 입으면 굉장히 예뻐 보여 요." "엄마, 머리를 다시 빗어 드릴께요." "엄마, 화장을 조금 해봐요. 엄마가 말쑥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좋아요." "엄마, 분홍 장미 한 송이를 머리에 꽂아 드릴게요." 이런 사랑스런 아이들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그녀는 먰을 잃고 세 아이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착하고, 영리하 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니! 마리안은 세 아이에게 빙긋 웃어보이고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또 아주 잠깐 이지만 아이들에게 의심을 품었던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이런 깜찍한 수법에 짐작가는 것이 없는 바도 아 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뭔가 새로운 계획이 곧 의 제로 오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또 한번 한숨을 쉬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전만큼 즐거운 한숨은 아니었다. 그런 새로운 게획은 기특하고 수긍이 가는 것이었지만, 때로는 위험한 이야기도 있고, 비용이 드는 일도 있고, 일에 방해가 되는 이야기도 있다. 또는 그 전부를 합친 것도 있었다. "다카 이끼 조꼬 브끄?(괜찮을까?)"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제께 다까 이끼 니끼.(물론.)" 에이프릴은 기뻐했다. "영어로 이야기하거라."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난처한 얼 굴로 말했다. "영어인데," 아치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왕의 영어야. 그 읨지를 가르쳐 줄까? 모두 첫자의...." "오코 다카 마카 리키(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당황하 며 식탁 아래에서 아치를 발로 찼다. 아치는 뭔가 중얼거리더니 그만두었다. 식사가 끝나자, 에이프릴은 커피를 거실로 가져오고 아치 는 아치대로 담배롸 성냥과 재떨이를 가져오는 등 최대의 서비스를 햇다. 그렇게 되자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점점 자 기의 의심이 정확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누 가 의심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순진하고 눈이 반짝이는 에이프릴 같은 아이를. "피곤해 보여요." 다이나가 동정 어린 투로 말했다. "발 받침대를 다져올까요?" 그녀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걸 가져왔다. "엄마는 너무 일을 많이 하세요." 아치가 말했다. "정말 그래." 에이프릴이 맞장구쳤다. "기분전환을 좀 하셔야 해. 특히 일에 도움이 되는 기분 전환을." 마리안은 긴장햇다. 그녀는 세 아이들의 잠수법을 배우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의 구실은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이었 다. 아니, 실은 JJ 레인의 작품 중 가장 히트한 작품이 그 경험에서 쓰여 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잠수 복을 입은 의혹의 피살체 발견이라는 줄거리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엄마." 에이프릴이 명랑한 소리로 말했다. "어떤 여자가 자기 집 거실에서 죽어 있고, 1~2 분이 지나 서 영화배우가 자동차를 타고 왔어요. 그 죽은 여자가 차 를 마시자고 초대 했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총소리는 두번 들렸는데 그 여자는 한방 밖에 맞지 않았고, 그 여자의 남 편은 행방불명이에요. 비록 알리바이가 없더라도 그 남편 과 영화배우가 범인이 아니라면...." 여기서 에이프릴도 마침내 숨을 잇지 못해 한숨을 쉬고 계 속 했다. "엄마는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맙소사!" 마리안은 놀라며 말했다. "어디서 그런 시시한 소설을 읽었니?" 아치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소파 위에 앉았다. "소설이 아니에요,"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봤는 걸." "아치!" 다이나가 무섭게 꾸짖었다. 다이나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옆집에서 일어난 사건이에요. 점심때 지나서." 마리안 카스테어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리고 그녀는 눈 살을 찌푸렸다. "무슨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잇는 거니. 이번엔 그런 술 수에는 안 넘어가." "정말이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 정말 있었던 일이에요. 석간신문에 전부 나왓어요." 그리고 아치에게 말했다. "신문 갖고 와. 부엌에 있어." "꼭 나만 시켜." 아치는 불평을 했지만 부엌으로 갔다. "샌퍼드 부인이!" 마리안이 말했다. "그 여자가? 누가 죽였니?" "바로 그것을....."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경찰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례대로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신문을 티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네 사람을 들여다 보았다. 샌퍼드 씨 저택 사진과 플로라 샌퍼드와 행방불명된 월리스 샌퍼드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폴리 워커의 멋진 커다란 사 진 밑에는 '인기 영화배우, 시체를 발견' 이란 제목이 실려 있었다. "인기 배우가 아니야." 마리안이 말했다. "그냥 배우야." "이젠 대스타에요." 에이프릴이 깜찍한 말을 했다. '월리스 샌퍼드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와, 교외 전철 을 타고 4시 47분에 하차햇다고 나와 있다. 그 뒤로 그를 본 사람은 없고, 경찰에는 행방을 찾는 중. 폴리 워커가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5시. 강도나 폭행의 흔적은 없 음.' "하필이면 우리 옆집 이라니!" 마리안이 중얼 거렸다. 세 아이는 점차 활기를 띠었다. "멋지지 않아?" 하고 에이프릴이 다이나에게 말했다. "엄마가 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 범인을 찾아내면, 책 선전에 좋을 거예요." "수수께끼는 없어." 마리안이 이렇게 말하고 신문을 덮었 다. "경찰은 꼭 어렵잖게 샌퍼드 씨를 찾아 낼꺼야. 그런점 에선 아주 능률적이니까." "하지만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샌퍼드 씨의 짓이 아니에요." 마리안은 어이없어하며 다이나를 보았다. "그럼 누구니?" "그게 수수께끼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숨 을 들이쉬더니 다가왔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은 꼭 누군가에게 혐의를 씌워요. 불쌍한 샌퍼드 씨 같은 사람에게. 하지만 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어요. 진범은 다른 사람이 발견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경찰도 아니고. 그건 바로 JJ 레인 작품의 돈 드렉셀 같은......." 제 2장 두번째 바로 그 순간,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모든 것을 이해 했다. 콘 마핀에서 테이블 위의 장미꽃까지 모든 것 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엄격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샌퍼드 씨가 부인을 죽인 게 틀림없어. 그리고는 도 망 가려고 하는 거야. 그녀는 워낙 나쁜 여자 였으니 까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사건은 경찰 에 맞기는 게 좋겠다. 내가 나설 일이 아니야." 그녀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제 일을 시작해야겠구나." "엄마!" 다이나는 필사적이었다. "제발요. 생각해 보세요, 절호의 기회 잖아요." "나는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려가야 해."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말했다. "더군다난 금요일 부터 일주일 동안 책 한 권을 써야 하는데, 아직 3분의 2밖에 쓰지 못했어.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 시간이 없어. 설사 있다해도 나는 싫다." 다이나는 낙담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말로 해서 안될 때 사용하는 무기가 아직 남아 있다. 그것은 에 이프릴이 우는 것 이다. 이 수법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 좋은 선전이 되잖아요. 책이 많이 팔릴 거예요. 그렇게 되면....." 초인종 소리가 났다. 아치가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살 인과의 빌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였다. 에이프릴은 엄마를 살펴보았다. 뺮어. 검은 머리에 꽂 은 분홍색 장미는 조금 있는 새치를 교묘히 감추고 있 다. 화장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고, 푸른 실내복은 정말 이지 잘 어울린다. "실례하겠습니다." 빌 스미스 반장이 말했다. "경찰입니다." 그는 자기와 오헤이어 경사의 이름을 소 개했다. 머라언 카스테어스가 "그래서요?" 하고 말했을 때의 어 조는 실례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귀찮다는 투였다. 어서 오시라고도, 앉으시라고도 하지 않고, 또 시계를 쳐다 보았다. 다이나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일에 열중하기 시작하 면 안돼! 다이나는 최대한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어서 앉으세요." 스미스 반장은, "고마워요." 하며 앉았다. 그리고는 먰 이 나간 듯 방안을 둘러보았다. "커피 드시겠어요?" 에이프릴이 야무지게 말했다. 빌 스미스 반장이 말할 겨를도 없이 경사가 말했다. "됐어요, 공무중이라서." 반장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오늘 오후, 옆집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맞게 되었죠." "전 전혀 몰랐어요.지금 막 신문을 보고 알았어요." 마리안이 말했다. "그래서 아무런 도움도 되어 드릴수 없군요. 오후엔 죽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다시 한번 다짐을 해두었다. "그리고 지금도 일을 하러 가려던 참이고요." "엄마는 추리소설을 쓰세요." 다이나가 당황해서 말했다. "최고의 추리소설이죠." "난 추리소설은 읽지 않습니다." 반장은 냉정히 말했다. "좋아하지 않아서요."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요? 추리소설을 싫어하시는 군요." "작가는 범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잇기 때문이죠."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책은 일반인들에게 경찰을 잘못 인식 시키고 있어요." "그럴지도 모르죠." 마리안이 냉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경찰들은 대체로..." 아치가 크게 재채기를 했다. 다이나가 스미스 반장에게 말햇다. "정말 커피는 안 하시겠어요? 에이프릴이, "하지만 이번 살인사건은...." 하고 말 을 해서 화제가 바뀌었다. "이번 살인사건은 경찰에게 맡겨 두는 게 좋겟어요. 제 가 나설 일이 아니니까요." 마리안이 말했다.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댁의 아이들이 총소리를 들었어요."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증인들이죠." "기꺼이 증언을 하겠어요. 필요한 때에는." 마리안이 대답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 까지 말해야 겠지요." 스미스 반장은 또 한번 헛기침을 하고, 전에 상사가 쓴 보고서에,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장점이 있음'이라고 칭찬햇던 문구를 떠올리면서 상냥한 미 소를 지었다. "카스테어스 부인." 그는 한껏 다정하게 말했다. "대단히 폐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협조를 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마리안이 말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갈 때에는 세 아이 모두에게 새 옷을 사 입히면 되겠죠. 그것뿐이라면 그럼, 전 이 만......" "부인, 들어보세요." 경사가 말했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남 자이다. "댁의 아이들이 총 소리가 난 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인들입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알고 싶은 겁니다." "마침 시계를 볼 참이 었거든요." 에이프릴이 애원하듯 엄마를 보면서 재빨리 말했다. "감자를 찔 시간이 되었나 해서요." 마리안 카스테어슨느 한숨을 쉬었다. "좋아, 몇 시였는지 말씀드리고 얘기를 끝내자." 아치가 기대고 있던 의자 등받이에서 일어났다. "그건 말이죠." 하고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갑자기 '아얏'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팔을 문 질렀다. 에이프릴이 꼬집은 것이다. "아카 다카 시키 가카 하카 나카 스크 (내가 말할께)" 에이프릴이 말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영어로 말하거라." 에이프릴은 뭔가를 고민하는 듯이, 또 겁에 질린 것 처 럼 보였다. 스미스 반장에게로 걸어가는 그 귀여운 눈 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가득 고일 듯했다. "감자 찔 시간이 되었다 해서, 마침 시계를 보던 참 이 었어요." 하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4시 45분부터 찌기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딱 4시 반이어서 다시 베란다로 되돌아왔어요." 반장과 경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누나가 감자를 찌지 않았잖아. 감자를 찐 건 다이나 누 나였어."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 언니가 감자를 찔 시간이 되었느냐고 해서 내 가 보러 갔었어." 에이프릴이 잸라햇다. 다이나가 무섭게 노려보아서 아치는 입을 다물었다. 빌 스미스 반장은 믿는다는 표정으로 에이프릴에게 미 소 지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살인이란 아주 무서운 범죄야. 누 구든 다른 사람의 목슴을 빼앗는 자는 마땅히 벌을 받 아야 한단다. 알겠지?" 에이프릴은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반장은 점점 자신이 생겨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희들이 총소리를 들은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이 무 서운 짓을 한 범인을 잡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단다. 그게 정확해 몇 시였는지 아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물론 잘 알 거다. 너는 머리가 좋고 또 영리한 아가씨 니까. 자 말해 보렴. 그런..." "정확히 4시 반이었어요." 에이프릴이 말햇다. "그때 마침 시계를 보았거든요. 감자가--아! 그건 벌 써 말씀 드렸죠. 나를 못 믿으시겠으면 언니에게 물 어 보세요. 내가 베란다로 돌아와서 15분 뒤에 감자 를 찌면 된다고 했으니까요." 스미스 반장은 염려스럽게 다이나를 보았다. 다이나가 말했다. "맞아요. 기억하고 잇어요. 에이프릴이 시계를 보러 들 어갔어요. 감자를...." 그때 아치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 "감자를 찌는 것 4시 45분이 아냐. 5시야." "오늘은 좀 빨랐어." 다이나가 말했다. "찌는 건 삶는 것 보다 시간이 더 걸리거든." "오늘밤엔 찐 감자가 아니었잖아." 아치가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 "갈은 감자 였잖아. 엉터리야." 다이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건 총소리가 들려서 무슨 일인가 보러 갔다 왔더니 너무 늦어 감자를 찔 시간이 없어서 갈았던 거야." 다이나는 손가락으로 아치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그 들끼리 약속한 것에 동의하라는 신호였기 때문에 아치 는 조용해졌다. "다시 말하면 에이프릴이 시계를 본 건 4 시 반이었고, 바로 뒤이어 총소리가 들렸어요." 다이나가 위엄있게 말했다. "내가 베란다로 돌아온 순간 들렸어요." 에이프릴이 보충 설명을 했다. "확실하니?" 스미스 반장이 정신이 나간 듯 말했다. 세 아이가 강력하게 수긍했다. "저."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나는 아홉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 으니까요." 그는 에이프릴에게 다가가서 협박하듯 손가락을 에이 프릴의 코 밑에서 흔들었다. "자, 사실을 말해." 아주 큰 소리였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거다. 총소리를 들은 건 몇 시 였지?" "네, 네, 네 시 반이에요." 에이프릴이 왁 울음을 터 트리고는 방을 가로질러서 엄마의 무릎에 매달렸다. 그 리고는 "엄마, 무서워." 하고 울먹였다. "아이를 괴롭히지 말아요." 마리안은 몹시 화가 났다. "에이프릴 누나를 울렸어." 아치가 소리쳤다. 그리고 는 경사에게 달려들어 발목을 걷어찼다. "부끄럽지 않으세요?" 다이나가 비난을 했다. "아저씨도 아이들을 키운다면서." 오헤이어 경사는 얼굴빛이 익지 않은 사탕수수처럼 되 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네는 차 안에서 기다리게." 하고 스미스 반장이 엄 하게 명령했다. 오헤이어 경사는 큰 얼굴이 붉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 해 성큼성큼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발을 멈추 고는 손가락으로 마리안 카스테어스를 가르키며, "당신이 아이들 어머니죠."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주 혼을 내주고 싶습니다." 그는 허둥지둥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아이를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빌 스미스 반장이 사과했다. "신경이 예민한 아이 갔군요." "그다지 예민한 아이는 아닙니다." 마리안이 에이프릴 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누구라도 놀랍니다. 그리고 아이 들이 4시 반에 총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4시 반에 들은 것이 털림없습니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내 아이들이 경찰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견가요?" 그녀의 눈이 반장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제 2장 세번째 빌 스미스는 에이프릴이 거짓말쟁이라고 정중히 이야 기 할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에이 프릴이 울면서 증언대에 서서, 총소리를 들은 것은 4 시 반이었다고 증언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배심원들의 반응도 상상되었다. "좋습니다. 네 시 반 입니다." 그는 어색한 어조로 말 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도움이 되서 기쁩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도 마찬가 지로 어색하게 말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다이나는 안절부절못했다. 다이나는 달려사서 문을 열 고 나가는 반장을 손으로 막았다. "벌써 돌아가시려고요?" 하고 명랑하게 말했다. "와주셔서 기뻐요. 가까운 시일 안에 꼭 또 와 주세요" 스미스 반장은 멍청히 다이나의 얼굴을 보았다. 마음 이 혼란 스러워서 생각이 정리뻏 퀮낳았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가기가 싫었다. 잠깐 본서 에 들러서 보고를 마치고 비싸기만 하고 쓸쓸한 호텔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왠지 잠시라도 여기에 더 머물고 싶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인사하고 돌아가려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고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라고 한번더 인사하고 나갔 다. 에이프릴이 쿡쿡 웃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에이 프릴을 무릎에서 밀어내고 일어섰다. "정말이지." 그녀가 말했다. "어째서 나는 이 아이들을 믿으려고 할까." 그리고 화가 난 듯 계단이 있는 데까지 성큼성큼 걸 어갔다. 그리고 "이런 사건에 끼어들지 말아라." 하고 아주 엄히 말 했다. "그리고 엄마를 끌어들일 생각도 말고." 그녀는 두 계단 정도 올라가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건 그렇고, 아까 뭐라고 했지? 이상한 암호 같 은 말로." "에이프릴 누나가 '내가 말할께' 라고 했어요." 아치는 두 누나가 말림 틈도 없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자 다이나 누나가 '좋아' 라고 했어요 첫 자만......말한 거예요." "기억해 두겠어." 에이프릴이 날카롭게 속삭였 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냉담하게 말했다. "그런 것일 줄 알고 있었어. 난 너희들의 말을 믿지도 않았어. 저 스미스란 둔한 사람은 믿었 을 지 모르지만. 좋아, 이제 이것으로 끝내라. 나는 누가 플로라 샌퍼드를 죽였는지 관심도 없 고, 경찰이라면 딱 질색 이니까." 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세 아이들은 잠깐 긴장해서 잠자코 있었다. 2층 방에서 타이프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이나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계획은 멋졌어." "멋졌어가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지금도 멋져. 엄마가 이 사건의 범인을 찾지 않 는 다면 우리들이 찾는 거야. 우리야 말로 적임 자 잖아.엄마에게 도움을 청할 것도 없어. JJ 레 인의 작품을 참고로 하면 되니까." "아니, 나는 반장님 얘기를 한 거야." 다이나는 빌 스미스 반장이 나간 문 쪽을 가리키 며 말했다. 아치는 좀 굳은 목소리로, "나는 그 아저씨가 좋 아." 하고 말했다. 그러자 에이프릴이 "조금도 걱정할 것 없어. 엄마와 스미스 반장님 에 관한 한." 하고 말하며 천천히 숨으 들이마 셨다. "처음의 언쟁과 대립은 애정의 첫걸음이야." "책에서 읽은 거지." 아치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기쁜 듯이 다시 명랑해 졌다. "맞아. 엄마의 책에서야." 제 3장 첫번째 휴일이 아닌 평일에 하는 카스테어스 가의 아침식사에는 두가지 종료가 있다. 카스테어스의 세 남매가 부엌으로 왔을때,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벌써 부엌에서 바삐 움직 이고 있는 아침이 있다. 이런 날은 늘 화려한 무늬가 찍 힌 면 실내복을 입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때 로는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는 적도 있다. 그리고 세 아이가 직접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아침도 있 다. 이런 날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커피와 재떨 이를 졸린 눈으로 하픔만 하고 있는 마리안에게로 가져 간다. 어느쪽의 아침이 될는지는 미리 알 수있다. 세 아이 중 마지막으로 한 아이가 잠들 때, 아주 빠른 타이프 소리 가 나면 그 다음날은 아침에 다이나가 자명시계를 끄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오트밀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어젯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평소보다도 늦게까지 자지 않고 여러 가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타이 프 라이터 소리는 그때까지도 빠르게 들렸다. 오늘 아침은 모든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일투성이었다. 모두가 왠지 언짢아 하고 있었다. 샌퍼드 살인사건이 이 야기에 열중 하느라 다이나는 자명종 낮춰 놓는 것을 잊 어버려 13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아치는 일찌감치 일어 나긴 했는데 종이 전찬 만드는 데 빠져서 부엌일을 돕는 다는건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에이프릴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머리모양을 바꾸어 보 느라 30분이나 거울 앞에 붙어 있었다. 세 아이들이 부 엌에 모인 건 스클버스가 올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 을 때였다. "아치, 빵을 점 그워."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 귀찮아." 하고 아치가 말했다. 이건 아치가 하는 가장 심한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토스트기의 코드를 꼽 았다. "에이프릴, 우유 가져와." 다이나가 말했다. "명령하지 마." 하고 에이프릴이 대꾸했지만, 역시 우유 를 가져왔다. "조용히들 해. 엄마가 깨시니까." 하고 다이나가 힘주어 말했다. 순간 조용해졌다. 다이나 가 이런 어조로 말할 땐 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또 있어." 다이나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야기 를 게쏙했다. "학교에 빠져선 안돼. 언젠가도 단단히 혼이 난 적이 있 지." 에이프릴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엔 경찰이 단서를 모두 찾아낼 텐 데." 다이나는 들은 척도 안했다. "들어 봐. 엄마에게 핑곗거리를 세가지난 댈 수는 없어. 서커스단이 이 마을에 들어올 때에 셋 모두 치과에 간다 고 연락한다면 선생님이 이상하게 여기실 거야. 그래서 엄마와 선생님이 옥신각신하게 되면 엄마 일이 그만큼 늦어지게 되고,게다가 엄마는 지금 주무시고 계시잖아." "그래, 알았어." 에이프릴이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이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피터와 만나 학교 끝나고 함께 볼리을 치러 가기 로 했어." 에이프릴이 우유병을 탁 놓았다. "그런 아이와의 약속이 엄마의 일보다 더 중요하다면.." "입 다물어." 아치가 말했다. "뭐가 다물어야?"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그리고는 아치 를 한대 때렸다. 아치가 소리를 꽥 질렀다. "잘난 척하지마." 하고 아치에게 에이프릴이 소리쳤다. "아얏!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 마." 다이나가 에이프릴 에게 달려들고 에이프릴은 아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에 이프릴은 큰소리로 울고, 아치는 꽥꽥 소리지르고, 다이 나는 이 둘을 그치게 하려고 더 큰소리를 질렀다. 오트 밀이 담긴 냄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다이나가 작 은 소리로 말했다. "잠깐! 조용히 해."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문가에서 빨간 볼에 졸린 눈을 하 고 서 있었다. 면 실내복을 입고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 를 두르고 있었다. 세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았다. 마리 안은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오트밀로 눈길을 돌렸다. "엄마." 에이프릴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만일, 엄마가 '둥지 속의 새들은 싸우지 않아.'하고 말 씀하신다면 우리 모두 가출할 거예요." 아치가 쿡쿡 웃었다. 다이나는 바닥에 떨어진 재료를 쓸 어 모으기 시작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하픔을 하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 "내가 늦잠을 잤구나." 하고 말했다. "아침에 뭘 먹으려고 했니?" "저걸 먹으려고 했는데." 다이나가 쓰레받기를 가웲키며 말했다. "우리도 늦잠을 잤어요." "그냥 둬라." 마리안이 말했다. "그다지 맛있는 오트밀은 아닌 것 같으니까. 오래 된 지 푸라기 같은 맛이야. 내가 4분 동안 계란을 삶아야겠다. 조간신문도 왔지?" 5분이 지나서 4명은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신문을 펼쳤다. "경찰은 샌퍼드 씨 발견?" 다이나는 일부러 아무 일 아 닌 것 처럼 가장하며 말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수색중이야."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얌전한 윌리 샌퍼드 같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하 리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할 꺼야." 다이나는 엄마의 어깨너머로 신문 1면에 나와 있는 2단 짜리 기사를 읽었다. "저 엄마 이상해요. 샌퍼드 부인은 총을 한 발 밖에 맞 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찰은 아직 나머지 한 발을 찾아 내지 못햇어요." "나머지 한 발이라고?" 마리안이 말했다. "두 발의 총소리를 들었어요." 에이프릴이 생각해 냈다. 마리안은 커피를 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게 정말이니?" 세 아이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구나." 마리안은 생각에 잠기며 말햇다. 아이들은 그 기회를 이용했다. "저, 엄마" 다이나가 재빨리 말했다. "엄마가 하신다면 경찰보다 훨씬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하 실 거에요." 엄마가 어젯밤 경찰과에 대해 한 말을 생각해 내고, 다 이나는 덧붙였다. "경찰들은 모두 얼간이들이니까요." "아마 가능하겠지."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 "정말이지 어떤사람--." 그녀는 말을 멈추고 엄한 표정 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난 바빠. 그리고 지금 모두 뛰어나가지 않으면 스쿨버 스를 탈 수 없어." 하고 말했다. 세 아이는 부엌에 있는 시계르 올려다 보고 벌떡 일어나 더니 소란을 피우며 문가에서 엄마에게 입맞춤을 하고 뛰어나갔다. 제일 늦어진 에이프릴은 시계를 보고 재빨 리 계산을 해보았다. 지름길로 달려가면 앞으로 60초는 여유가 있다. 에이프릴은 엄마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 다. "도대체 왜 이러니?" 마리안이 놀라서 물었다. "생각해 봤는데요." 에이프릴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우리가 커서 결혼을 해 이집을 떠나면 엄마나 혼자 남 게 되어 더 쓸쓸해지겠죠?" 하고는 엄마의 볼에 정을 가득 담아 키스하고 토끼처럼 뛰어 언덕을 내려갔다. 이렇게 해 두면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 빌 스미스 반장과 맞닥뜨리더라도 그다지 나쁜 선입관을 갖지는 않겠지.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천천히 부엌으로 돌아왔다. 접시 들을 포개어 설거지 그릇에 담고 물을 부어 넣어두었다 . 우유와 버터를 냉장고에 넣었다. 세 아이가 차례로 소란을 피우며 나간 뒤, 집은 텅 비어 더욱 조용했다. 그녀는 쓸쓸해졌다. 거짓말 처럼 쓸쓸해져서 갑자기 만 사가 귀찮게 여겨졌다. 에이프릴이 말 한 대로였다. 모 두 자라 결혼해서 여기를 떠나면 더 쓸쓸해지 겠지. 제 3장 두번째 2층 타자기에 끼워져 있는 245페이지의 마지막 줄에는, '클라크 개머런은 시체를 조사해 보고 일어섰다. "심장 마비는 아닙니다." 하고 천천히 말했다. "이 사람은 살 해당했습니다....다른 사람들처럼." 이라고 쓰여 있었 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다음 글의 서두를 어떻게 할지 이 미 정해 놓았다. '창백한 얼굴의 소녀는 깜짝 놀라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제 작업복 바지로 갈아입어야 하는 시간인 것도 잘 알고 있다. <제 7의 독살자> 를 10페이지 정도 더 마무 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정원으로 나와 자갈이 깔린 오솔길을 비틀비틀 걸었다. 혼자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아무 리 빨라도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10년은 빨리 지남 버린다. 벌써 10년이 흐르지 않았는가, 제리 가......... 마리안은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앉아서 콩깍지를 까곤 하던 의자에 앉아 옛 일을 처음부터 떠오였다. 지금까 몇 번이나 생각해 보곤 했던 일을.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시카고의 어느 길모퉁이에서였 다. 발 밑에는 강도 한 명이 기관총에 맞아 쓰러져 있 었다. 그녀가 사건다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그때가 처 음 이었는데, 입사할때는 스물다섯 살이라고 했지만 실 제로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다.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 다. 제리 카스테어스는 키가 크고, 다갈색 머리칼은 헝 클어졌으며, 주근깨가 조금 있는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 리셨나 보죠? 저--." 그리고 10분쯤 지난 뒤에, "내일 밤 어디 함께 가시지 않겠어요?" 하고 그녀에게 제의했다. 두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음날 밤 창고에서 화제가 났지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1년쯤 뒤에 미미시 피강의 홍수가 일어났을 때, 탁류에 휩쓸린 작은 배 위 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가 구혼한 것은 바로 그날 그 배 위 에서였다. 두 사람은 뉴욕의 치안판사가 함께한 자 리에서 결혼했다. 그날은 워커 시장이 찰스 린드버르를 환영한 날 이었다.그는 그녀를 호텔 방문 앞까지 데려 다 주고는 사진반의 두 명을 데리고 바로 떠났다. 다음날, 그는 기진맥진해서 수염도 깍지 못한 얼굴로 나 타나서 느닷없이 말했다. "저 말야, 빨리 서둘러. 우린 앞으로 두 시간 뒤에 파 나마로 출발할 거니까." 다이나가 태어난 곳은 무덥고 습한 멕시코의 작은 마을 이었는데, 그 마을에는 의사도 없었을 뿐더러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마리아 단 한 사람뿐이었다--게다가 그 녀는 영어밖에 할 줄 몰랐다. 그때 제리는 30마일쯤 떨 어진 곳으로 혁명을 취재하러 가고 없었다. 에이프릴이 태어난 곳은 마드리드이고, 알폰소 왕이 피난을 간날이 었다. 마리안은 택시를 타고 혈안이 되어 제리의 행방 을 찾던 중, 차 안에서 산기를 느꼈다. 다음날, 마리안 이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내 할머님의 이름을 따서 마 사라고 지어주오.' 라고 적힌 쪽지만 남겨놓고 제리는 리스본으로 떠난 뒤였다. 마리안은 서러움으로 한참을 울고 난 뒤 갓난아기의 이름을 에이프릴이라 이름지었 다. 3주가 지나서, 그녀는 갓난아기 둘을 데리고 제리의 뒤 를 슛아 리스본으로 갔다. 그리고 파리, 베를린에까지 갔지만 단 몇시간 차이로 제리를 만나지 못했다. 나중 에 마리안은 빈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제리는 양손에 꽃다발을 들고 마중 나온 바람에 그녀는 화를 내는 것 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1932년 초, 아치가 상해로 들어가려는 중국 화물선 안 에서 태어났다. 일본 함대가 폭격한 날이었다. 그 뒤 그 들 부부는 한곳에 정착해서 살기로 했다. 제리는 뉴욕 신문사에 일자리를 얻었다. 롱 아일랜드에 작은 집을 빌려, 올다라는 하녀도 고용하고 월부로 가 구도 들여놓았다. 처음 1개월은 천국과 같았다. 그러나 마리안은 점점 무료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심심하 다'고 노래를 부르며 다니더니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 다. 첫 부분을 남편 제리에게 보여 주고 싶었지만, 그 는 하우프트만 재판의 보도를 맡아서 부재중이었다. 다 완성하자 그녀는 워싱턴의 호텔에 있는 제리에게 보내 주었다. 그것을 읽은 그녀의 남편을 훌륭하다는 격려의 전보를 보내왔다. 원고를 보낸 출판사에서 온 편지도 그 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는 플로리다 열도로 출장 중 이었다. 그리고 지독한 감기에 걸린 채 돌아와서 출판 사의 편지도 읽을 겨를이 없었는데, 다시 슐츠의 독살 사건이 뉴저지 주의 뉴어크에서 일어낫다. 이틀 뒤에 제리는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가 폐렴이라고 말했다. 제리는 닷새 동안 살아 있었는데, 하루는 의식이 있기 에 출판사에서 온 편지를 보여 주었다. 출판사에서 책 으로 내겠다는 것과 또 한 권 써보지 않겠냐는 내용이 었다. 제리는 대단히 기뻐했다. 그가 기뻐하던 모습을 마리안은 지금도 가끔 떠올리곤 한다. 그는, "참 잘됐 어."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 다. 마리안이 장례식에서 돌아와 보니 계약서와 수표를 동 봉한 편지가 와 있었다. 그 즈음 2~3년간의 일은 몹시 혼란스러웠던 때라 잘 기 억이 나지 않는다. 돈은 한푼도 없었다. 마리안은 항상 다음 주의 급료를 가불해서 쓰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보 내온 수표로 롱 아일랜드의 밀린 집세를 내고, 남은 돈 으로 맨해튼에 있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하녀인 올다도 함께 갔다. 제리가 다니던 신문사에서 함께 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와서 기쁜 마음으로 이사를 하 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추리소설은 야근이 없는 날 밤 에 썼다. 올다가 휴가를 떠난 밤에는 마리안은 타자를 치면서 잠이 깨어 우는 아이는 없는가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야 했다. 이러한 기억들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여겨졌다. 그 다음의 일들은 기억이 희미해 절반은 잊어벼렸다. 그러 나 올다가 결혼을 해서 죄스러워하며 떠나 버린 일, 마 리안 자신이 실직한 일, 다이나가 홍역에 걸린 일 등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뒤 이리저리 이사를 다닌 끝에 지금의 집을 찾아낸 것이다. 타자를 치며 보낸 세 월이 벌써 10년이 흘렀다. 카스테어스 가의 삼남매는 고생하며 키운 보람이 있어, 사이 좋고 화목하게 잘 지냈다. 그러나 그 뒤 아이들이 모두 다 성장해서 떠날 때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그녀의 품을 떠나 새 가정을 꾸릴 것이다. 자신들의 인생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년 이 된 그녀는 휴대용 타자기를 두드리면서 혼자 쓸쓸히 어느 호텔 방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마리안은 벌떡 일어나서, "무슨 쓸 데없는 생각을!" 하고 중얼거렸다. 남자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내의 미용실에 간다면 더욱 좋겠지? 머리를 올리고 얼굴 마사지를 하고 매니큐어도 바르고. 새로산 드레스를 입고 있으면 누군가가 현관의 벨을 누 른다. 다시 한번 스무 살이 될 수 있다면. 제 3장 세번째 그녀는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246페이지를 잊어버려선 안돼." 그녀는 스스로에게 일 렀다. "빨리 해야 해." 다음 줄은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깜짝 놀라 숨을 죽였 다'인데, 너무 시시하지 않을까? 아! 좋아 '경찰은 새 파랗게 질려 숨을 헐떡였다' 라고 하는 쪽이 훨씬 낫겠 다. "경찰은 새파랗게 질려 숨을 헐떡였다. '난 모르겠소' 하고 탄식했다. '물론 모르실테죠.' 클라크 케머런은 차 갑게 말했다. '경찰은 항상 아무것도 모르죠.' 아니 이 마지막 대사는 시시해. 너무 길고 모호해."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보고 중얼거렸다. "물론 모르시겠죠. 경찰은 모두 얼간이니까." 마음에 들어서 그녀는 다시 한번 말해 보았다. "경찰은 모두 얼간이니까." "실례하겠습니다만." 풀숲에서 빌 스미스 반장이 나왔 다. "경찰이 어떻다고요?" "경찰은----" 깜짝 놀란 마리안은 246페이지에서 현실 로 돌아왔다. 그녀는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뭘 하고 계시죠? 우리 마당에서." "당신의 마당이 아닙니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당인이야말로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칩입하신 겁니다. 여기서 살인이 났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그렇다. 그녀는 갈색 실내복의 앞을 여몄다. "미안합니다." 그녀능 방향을 돌려 작은 길로 성큼성 큼 걸어 들어갔다. "기다려 주세요." 빌 스미스가 말했다. "잠깐만요, 카스테어스 부인." 그녀는 상록수 밭의 모퉁이를 돌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갔다. 이런 경우, 클라크 캐머런은 어떻게 햇을까. 살인사건 이 일어나고--정말이지 불유쾌한-- 그러나 미남자인 경 찰이 연관되어 잇다. 물론 클라크 캐머런이 여자라면-- 마리안은 화가 나서 걸음을 빨리 했다. 246페이지로 다 시 돌아가야 해, '클라크 캐머런은 시체를 살펴보고 일 어섰다.' 오솔길 옆 관목 숲이 갑자기 움직였다. 마리안 카스테 어스는 몸을 움츠렸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아직 살인 범은 체포되지 않았다. 만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다면, 누가 세 아이를 둘보아 줄 것인가. 그녀는 소리 를 지르려 했지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플로라 샌퍼드 를 죽인 범인이 플숲에 숨어 있다가 그녀를 발견해 냈 는지도 모른다. 총에 맞는다든가 둔기로 얻어맞는 다면 누가 다이나와 에이프릴과 아치를 보살펴줄 것인가. 그 녀는 발이 굳어저서 움직이 수가 없었다. "카스테어스 부인." 희미한 목소리였다. 마리안은 돌아보았다. 야위고 겁에 질린, 수염이 마구 자란 얼굴이 나뭇잎 사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전에는 단정하고 남자답고 인자한 얼굴이 었지만, 지금은 상처부위에서 피가 번지고 흙투성이이 다. "부탁입니다." 희미한 작은 소리가 말했다. "제발 경찰을 부르지 마세요. 부인, 내가 내 아내를 죽 엿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월리 샌퍼드였다. 3개 주의 경찰이 찾고 있는 남자이다. 살인범이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기만 하면 경찰이 달려 와서 이 사람을 체포할 것이다. 신문에도 크게 날 것이 다. '추리소설 작가가 범인을 체포.' 그러면 책이 많이 팔릴 것이다. 하지만--, "믿어 주십시오." 월리 샌퍼드는 필사적이었 다. "믿어 주십시오 제발." 오솔길 모퉁이에서 자갈 밝는 소리가 났다. 묵직한 발 소리였다. 가까이 오고 있었다. "저 숲 쪽으로 도망가세요."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속삭 였다. "서둘러요, 제가 도와줄께요." 월리 샌퍼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풀숲이 움직이는 소리 도 멀어졌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때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비명을 질렀다. 크고 날카롭게 울부짖었 다. 빌 스미스 반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녀의 팔을 잡 고 말했다. "뭘 겁내시는 거죠?" "쥐가," 마리안은 숨을 헐떡혔다. "저쪽 길 위로." 안도의 빛이 목소리로 나타났다. "아, 난 또--." 그는 중얼거렸다. "저--, 카스테어스 부인. 저--그러니까--." 그는 아직도 그녀의 팔을 잡고 있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언제 함께 식사라도...., 영화를 봐도--." 그녀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는, "모처럼의 말씀이시지만 아무래도, 그리고 제 팔을 놔 주세요." 하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빌 스미스는 얼굴이 굳어져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울고 싶어졌다. 월리 샌퍼드. 지명 수배중. 범인일지도 모르는 남자.경 찰에 넘겨 줘야 했다. 하지만 그 얼굴을 대하지.... 데 이트 신청을 받앗다.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것 이다. 이런 일이---. 몇년 만인가.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장미 무늬가 있는 실래복, 화려한 스카프, 분홍빛 볼, 빛나는 눈동자.... 마리안은 거울 앞에 앉았다. "아, 아직은 아름다워!" 그렇지만 그녀는 작업복 바지를 손에 들고 거울을 보고 말했다. "바보같이" 245페이지로 돌아왔다. 제 2절 3째 줄 클라크 캐머런 어쩌고 저쩌고의 바로 다음 '이 사람은 살해당했습니다-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천천히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잘생긴 경찰은 한숨을 쉬었다.' "어머, 아냐." '"당신이 틀렸소, 캐머런 씨." 미남인 경찰이 말했다.' "이것도 안돼." 클라크 캐머런이 틀려선 안된다. 그녀 는 그 줄도 지워 버렸다. 줄을 바꾸는게 낫겠다. '미남인 경찰은 언제---.' "어머!"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어머! 바보같이." 그녀는 2줄 전부에 X자를 그었다. 다시 새로 썼다. 굉장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경찰은 모두 얼간이 니까." 제 4장 첫번째 "이봐, 꼬마들아. 들어오면 안돼!"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저리 가라고 했는데." "뻔뻔스러워라." 에이프릴이 다이나에게 말했다. "가택침입에 관한 법률도 모르나 봐." 아치는 소리내서 낄낄 웃었다. 오헤이어 경사는 얼굴이 빨개져서 두어 걸음 물러섰다가 카스테어스 가의 잔디밭에서 나와 샌퍼드 저택의 잔디밭 으로 들어가면서 더 큰소리로 되풀이했다. "저쪽으로 가거라, 빨리." "왜죠?" 다이나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집이란 건 건물을 뜻하는 거야." 오헤이어가 말했다. "저 집 말이다. 자, 돌아가거라." "마당도 집의 일부예요." 하고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어디든 다 우리 집이야." 아치가 소리질렀다. 다이나가 덧붙였다."게다가 여긴 우리 집 마당인걸요." "내가 말하는 건," 오헤이어 경사는 우물쭈물했다. "내가 말하는 건,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거야." "우린 잔디를 좋아해요." 에이프릴이 가르쳐 주었다. 아치는 고무줄로 만든 새총으로 건너편을 향해 한반 쐈 다. 경사는 펄쩍 뛰며 비명을 질렀다. "돌아가라면 돌아가." 얼굴은 새빨게져 있엇다. "좋아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렇게 까지 원하신다면." 세 아이는 정문에서 집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 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저 사람 이제부터 우리에게 심술을 부릴 거야." 다이나가 기운 없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주 태평한 모습 이었다. "우리가 저 사람을 골려 줄 꺼야." 잠깐 동안 에이프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걷더니, 오헤 이어 경사가 그들이 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쯤 되어 이렇게 말했다. "자, 빨리 뒷문으로 가보자." 채소밭으로 통하는 문에는 제복을 입는 젊은 경찰이 무 료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었다. "안돼, 오면 안돼." 다이나는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샌퍼드 부인의 무 밭에 잇는 풀을 뽑아 주기로 약속했 어요." "돌아가거라." 경찰이 말했다. "샌퍼드 부인은 이제 누가 어떻게 되든 상관을 안 해. 샌퍼드 부인은 죽었으니까. 알겠니?" "그렇군요." 에이프릴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 다. "어쩜 그런 일이!" 에이프릴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죽이다니! 정말 너무했어." 에이프릴은 또 한쪽 눈썹 치켜올려서 다이나와 아치에게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그럼 갈까?" 젊은 경찰은 오랫동안 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는, 데 혈색 좋은 그 얼굴은 마치 여우에라도 홀린 듯한 표 정을 하고 있었다 "곳곳마다 지키고 있어." 다이나가 실망했다. "뒷문까지도." 세 아이는 멈춰서서 이 난국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들어가서 수사해야 해."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수사라고? 뭘?" 아치가 물었다. "나도 몰라." 다이나가 거칠게 대꾸했다. "그냥 수사하는 거야." "쳇, 그만둬." 아치가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아치." 에이프릴이 점잖게 말했다. "여기는 범죄 현장이야 범죄가 발생하면 탐정은 먼저 현장 수사를 하는 거야. 우린 탐정이야. 그래서 수색해 야 하는 거고." "그냥 여기 저기 살펴보는 거야. 알겠니?" 다이나가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아치는 둘러보더니 "알았어." 하고 말했다. "그럼 저쪽 차도 부터 가보면 되잖아."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좋아, 그렇게 하자." 하고 찬성했다. 아치가 머뭇거리고 있자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저 언던 위에서 데카(형사)가 나 와." 에이프릴은 앞장서서 차도 쪽으로 달려갔고, 아치는 꽥 꽥 소리를 지르면서 쫓아갔다. 바깥문이 있는 곳에서 겨우 에이프릴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응! 응! 데카가 뭐야?" 하고 아치가 우는 소리를 냈다. 에이프리은 멈춰서서 질렸다는 얼굴로 거들먹 거리면서 말했다. "데카란 꼬마의 반대야. 너도 영화에서 봤지?" 다이나도 뒤따라와서 덧붙였다. "데카란 것은 외국 사투리로 작은 고양이를 뜻해." 에이프릴은 휘파람을 불며. "이리 온, 데카야, 데카야." 하고 말했다. "쳇 못됐어." 아치가 화를 내며 말했다. "조용히 해. 넌 사소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알고 싶어 해."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아치는 차도의 경계를 표시하는 돌 위에 주저앉았다.자 신이 토해 내는 숨이 불덩이와 유황이라면 좋겠다고 생 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여자는 정말 시렇어." 또 발꿈치로 돌을 툭툭 차면서, 뭔가 가장 심한 욕설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화가 폭팔해서 나온 말은 "야! 빌어먹을, 개새끼." 였다. "안돼. 두 사람 모두 조용히 해." 다이나가 꾸짖었다. 에이프릴이 앞서서 차도로 갔다. 제복의 형사도 사복 형사도 보이지 퀮낳았다. "함정인지도 몰라." 에이프릴이 연극배우 처럼 속삭였 다. "자양화 속에 숨어 있는 게 좋겠다. 조용히 걸어." 꽃밭으로 들어가 보니 전에 보았던 그 뚜껑 없는 큰 회 색 차가 정원에 세워져 있고 낯익은 사람 둘이 그 옆에 서 잇는 것이 보였다. 셋은 얼른 엎드려 발소리를 죽이 며 가까이 갔다. 다이나가 에이프릴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 "엄마가 나므이 말을 엿들으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괜찮 을까?" "엿듣는 게 아냐. 우린 탐정이잖아. 지금은 수사중 이 라고. 가시나무나 조심해."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셋은 엎드린 채로 기어서 차 있는 곳까지 다다르자 풀 숲으로 얼른 들어갔다. 폴리 워커는 차 엎에 서 있었다. 목 주위에 화려한 수 가 놓인 흰 드레스르 입고 있다. 챙이 넓은, 빨간 밀집 모자에 놓인 수도 같은 색이었다. 붉은 빛을 띈 금발 머리가 하얀 드레스 위에 늘어뜨려져 있다. 아주 생기 있어 보였지만 몹시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었다. 빌 스 미스는 한쪽 발을 발판에 걸치고 창틀에 기대 서 있었 다. 냉정하고 근엄한 태도를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동정과 곤혹의 빛은 감출 수가 없었다. 세 아이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까지 왔 을 때, "정말이에요." 하고 말하는 폴리 워커의 목소리 가 들렸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가는 데도 없어요. 마지막으 본건 저--." 그녀는 좀 놀란 듯이 소리를 죽였다. "만난 건 언제죠?" 빌 스미스 반장이 부드럽게 물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그의 어조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클라크 캐머런 같았다. 다이나가 속삭였다. "빌 스미스 씨의 저 모습을 엄마께 보여 주고 싶어." "그저께였어요." 폴리 워커의 예쁜 입이 열리더니 또 닫혔다. 이번엔 굳게 다물어 보렸다. 그리고 숨을 들이 마셨다. 다이나는 그녀가 머릿속으로 열을 세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왜 나더러 여기에 오라고 하셨죠? 왜 나에게 이런 질 문을 하시는 거죠?" "그건," 빌 스미스가 말했다. "당신이 어제 월리 샌퍼드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지내는 사람은 당신을 초대한 샌퍼드 부인뿐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는 발판에서 발을 내리고 똑바로 섰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와 그저께 만났다고 인정하--." 그는 말을 멈췄다. 폴리 워커는 창백해져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샌퍼드 부인을 만난건 언제죠?" "그건--." 폴리 워커의 턱이 굳어졌다. "그것은 반장님이 상관하실 일이 아니에요." 에이프릴은 다이나의 손을 쥐엇다. "지금의 대사가 [이상한 해후]에서 나왔던 거 기억해?" 빌 스미스 반장은 자세를 바로 했다. "사실은, 우커양 당신은 샌퍼드 부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아닙니까? 당신은 그면 1월 16일에 칵테 일 파티에서 월리스 샌퍼드를 소개받았죠? 그리고 그 뒤 몇 번 그와 만났고, 그것을 안 샌퍼드 부인이--." "어머, 아니에요." 폴리 워커가 말했다. "전혀 아니에요. 모두 사실과 달라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곧추세웠다. "그런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신다면 대답을 하지 않겠어 요. 이런 곳에서 부당한 취조를 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내 변호사에게 말씀하세 요." 그녀는 차 문을 열었다. 에이프릴은 하마터면 탄성을 지르 뻔했다. 다이나가 속 삭였다. "지금 그녀가 한 말은 영화대사와 아주 똑같아. 비주 극장에서 봤지?" 이번에는 에이프릴이 "쉿!" 하고 말했다. 폴리 워커는 황망히 차 문을 닫더니 시동을 걸었다. 빌 스미스는 문을 잡으며 말했다. "기다리세요." "나를 체포하시려는 건가요?" 포리 워커가 차갑게 말했 다. "그런게 아니라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오늘은 오후부 터 두세명 죽일 약속이 있어서요. 벌써 꽤 늦었어요." 그녀가 차를 후진시키자 그 기세로 나뭇잎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스미스 반장은 잠시 동안 차의 뒷모습을 지 켜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샌퍼드 저택 쪽으로 돌아갔다. "아까의 대사는 즉석에서 생각해 낸 거야." 작은 소리로 에이프릴은 키뻐하며 말했다. "저 남자는 얼이 빠져 있어." "미래의 양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다이나가 나무랐다. "자, 서두르자. 신호가 있는 곳에서 그녀를 쫓아갈 수 있을 지도 몰라. 서둘러!" 제 4장 두번째 셋은 숲을 헤치고 차도로 뛰어내려가 토끼처럼 달렸다. 저만큼 앞에서 회색 차가 커브길에서 앞차를 먼저 보내 려고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커브길로 와 서 보니, 신호때문에 멈춰서 있었던 것이다. 셋은 점점 빨리 걸었다. "아무래도 못 만날 거야." 에이프릴이 수즫쏛 헐떡이며 말했다. "신호가---." 신호는 바뀌었는데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 바퀴 하 나를 아무렇게나 경계선 돌에 딱 붙이고 정차해 있었다. 지나가는 차가 신경질 적으로 경적을 울렸지만, 포기하 고는 그 옆을 돌아서 지나갓다. 신호가 또 바뀌었다.차 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저 사람에게 만일 무슨 일이 딜어난다면 큰일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차를 주시했다. "진짜 목격자는 그녀 한 사람뿐이니까. 물어 볼 것이 많은데--." 자세히 보니, 흰 드레스를입은 모습이 핸들을 잡은 채 똑바로 앉아 있었다. 마치 얼어붙은 것 같앗다. "뭘 물어 봐?" 다이나가 책망했다. "저 여잔 영화배우야. 변호사도 고용하고 있어. 경찰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안았는데, 어떻게--. 어머, 에이프 릴!" 눈의 형상이 깨졌다. 하얀 어깨가 들썩였던 것이다. 다이나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짞팔을 폴 리 워커의 어깨에 둘렀다. 폴리 워커는 다이나의 가슴 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영화배우가 아 니라 마치 겁에 질린 소녀 같았다. 다이나는 머리를 가 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좀처럼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아치가 아주 슬퍼할때 해주는 태도였다.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울지 말아요. 우리가 있으니까." "아아." 폴리가 울부 짖었다. "아아, 클리프! 클리프! 나는 절대로--." 그녀는 목이 매였다. 그녀는 [이상한 해후]에서 처럼 우아하게 울지 않았다. 얼굴은 빨갛고 머리는 흐트러지고, 눈물을 흘리며 듣기 싫은 큰소리를 냈다. "월리!"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 "그가 하지 않았어.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그는 몰랐 어. 난 그를 싫어해. 하지만 그가 한 것은 아냐. 저 바 보 같은 사람들!" "괜찮아요. 괜찮아." 다이나는 상냥한 목소리로 위로했 다. 폴리 워커는 몸을 똑바로 일으키더니 주머니에서 손수 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그런데 나는 믿어 버렸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에이프릴이 발판으로 뛰어올랐다. "얘기해 주세요. 클리프가 누구죠?" "클리프는 나의--그러니까, 원래의--."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두 사람을 보았다. 눈이 젖어 있었다. "어머! 내 편들이구나." "예. 당신 편이에요." 다이나가 엄숙하게 말했다. "이상한 때에만 나타나는 구나." 폴리 워커가 중얼거렸 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가볍게 얼굴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상한 질문만 하고요." 에이프릴이 차갑게 말 했다. "화장을 고쳐야겠어." 폴리 워커는 본능적으로 콤펙트 를 꺼내 콧등을 두드렸다. "너희들은 정말로 좋은 아이들이구나. 만일 내가--- 그 러니까, 뭔가---." 에이프릴은 비판적인 누능로 상대를 응시했다. "분이 얼룩졌어요. 얼굴으 씻어야 될 것 같아요. 저 우 리에게 말해 주세요. 샌퍼드 씨는 당신의--." 에이프릴은 할말을 찾았다. "마음속의 연인?" 폴리 워커는 그 순간은 이 말을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았 다. 잠시 뒤에 그년는 콤팩트를 무릎 위에 떨어뜨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머, 아냐. 그렇지 않아. 도대체 --." "그럼, 왜 그는 자기 부인을 죽였죠?" 에이프릴이 추궁 했다. "그건 말야." 폴리 워커가 말했다. "그건, 그 편지--." 그녀는 말을 멈추고 둘을 쳐다보았다. "너희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니?" "참고 삼아 말해 두겠는데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가 부인을 죽였을 리가 없다는 걸 우린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은 4시 47분에 전차에서 내렸어요. 우리가 총소 리를 들었어요. 4시 반에." 폴리 우커는 멍청히 입을 벌린 채 세 아이들을 쳐다 보 았다. "그래요." 다이나가 덧붙여 말했다. "에이프릴이 시게를 보러 가서--." "감자 얘기를 되풀이하는 건 그만두자." 에이프릴이 말 했다. 그리고 폴리 워커를 향해 "저, 그러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실 것 없어요." 하고 말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폴리 워커는 힘없이 말했다. "5시 15분 전에 나는--. 나는--." "워커 씨" 다이나가 위엄을 갖추어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위증을 했다고 하시는 건가요? 단 15분 정도로?" 폴리 워커가 둘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렇지 않아." 회색의 뚜껑 없는 차가 폭음을 냈다. "얘들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은 게 좋아." 차가 언덕을 달려갔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뻔뻔스러워." 다이낙 입을 열었다. "우리보고 아이들이라고? 자기도 스무 살밖에 되지 않 았으면서."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클리프가 누구든지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면 좋겠 어." 둘은 천천히 언덕 위로 되돌아 왔다. "어쩌면 에이프릴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걸 알고 있으면서 그것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모르고 있어. 마치, 엄마의 어느 책 속에 클라크 캐머런이 파슬리를 산처럼 쌓아 놓고 파는 남자 를 발견하고, 나중에 그가 살인범인지를 알았지만 그 당 시에는 알 수 없엇던 것과 같아. 다만 그는 뭔가 좀 이 상하다고--." "조용히 해." 다이나가 초조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중이잖아." "미안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거의 언덕 위까지 올라갔다. 그때 다이나가 말했 다. "에이프릴! 아치는?" 에이프릴은 다이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우물쭈물 하며 멀菌다. "저기 있었는데. 저 돌위에 앉아서..." 둘은 언덕을 달려올라가 샌퍼드 저택으로 가보았다. 아 치는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 버렸나 봐." 에이프릴은 이렇게 말 하 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다이나가 큰 소리로 불렀다. "아치! 아치! 아-치-!" 두세번 되풀이해도 대답이 없었다. 다이나는 창백해졌 다. "에이프릴 설마--,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설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샌퍼드 저택의 정문 돌계단에 사복 형사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붙인성 있게 다가갔다. "혹시 얼굴이 더러운 꼬마 남자애를 못 보셨나요? 머리 는 헝클어지고, 재킷 소매에 구망이 나고, 운동화 끝이 풀어져 있는데요." 사복 형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 아이. 봤지. 저쪽으로 갔단다." 그는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조금 전에 언덕 위로 올라가던데. 오헤이어 경사와 함 께 루크의 가게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어." 다이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게지고, 에이프릴은 새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러지?" 사복 형사는 웃으면서 물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찾고 있니?" "아니오, 우리가."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사복 형사는 다이나의 마지막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한마디는, "유다!" (그리스도를 판 유다. '배신자를 의미.) 였다. 제 5장 첫번째 "고문이란 이제 옛말이야. 심리요법을 써야지." 이말은 오헤이어 경사가 자신을 잦고 있는 것이다. "자백을 받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어." 아치가 혼자서 화를 내며 차도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심리요법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가 뭐래 도 자신은 아홉 명의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이런 건 일도 아니다. "왠일이니?" 그는 다정히 물었다. "누나들은 어디 있니?" "알 게 뭐에요." 아치는 얼굴도 들지 않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저런! 그 좋은 누나들을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돼." 경사는 놀란 시늉을 했다. "좋은 누나들?" 아치가 중얼 거렸다. "쳇 우스워!" 아치는 얼굴을 들었다. "알고 있어요?" "아니 뭘?" 경사가 말했다. "여자는 질색이야." 아치는 적절한 말을 찾아내려고 머 리를 짜냈다. "저, 이렇게 하면어떨까!" 경사는 잠시 말을 끊고 아무 렇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어디 갈 때는 누나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 "누가 허락을 받아요?" 아치가 톡 쏘았다. "그런 얼간이들 한테는 무슨 말을 해도 몰라요." "난 지금 루크 상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소다를 먹으려 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가지 않겠니?" 아치는 "네." 하려다 말고 "글쎄요--." 하고 말을 흐렸 다. 아치는 앉아서 잠시 생각했다. 오헤이어 경사는 적이다. 한편으로 아치는 루크 상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루크 상점의 크림 소다 는 호잎 크림을 얹지 않고 초콜릿을 넣지 안하도 25센트 이다. 초콜릿에 호잎 크림까지 넣는다면--. 아치는 일어서서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같이 가세요." 아치는 루크 상점으로 가는 길에 오헤이어 경사의 얘기 를 들으면서 경찰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혼자 서 은행강도를 아홉 명이나 생포한 이야기, 몸에 칼 한 자루 지니지 않고 모든 문과 창문에 기관총이 장치된 갱 의 소굴로 뛰어든 이야기, 그리고 동물원의 사자 두 마 마리가 도망쳤을 때의 이야기. "물론" 경사가 말했다. "그런 일은 경찰관의 임무 중 하나야. 게다가 그다지 큰 사건도 아니었고." 그는 아주 겸손했다. 아치는 입을 벌린 채 듣고 있었다. 마침내 아치가 말했 다. "저, 그럼 살인범을 잡아 본 적 있어요?" "있고말고." 경사가 말했다. "거의 매일 있는 일인걸." 그는 좀 따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보다, 독화살을 가지고 서커스단에서 도망친 야만인 과 부딪힌 이야기를 해줄까?" 아치가 말했다. "응? 부딪쳤어요?" 아치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오헤이어 경사를 올려다보았 다. "얘기해 줘요, 얘기해 줘요." "그래 얘기해 주마." 경사가 약속했다. 그는 소다 파운틴 정면의 둥근 의자에 앉아서 루크에게 말했다. "호잎 크림을 끼얹은 더블 초콜릿 소다는 여기 있는 내 친구에게 잦다 주시오. 나는 커피." "아치는 갑자기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호잎 크림을 끼 얹은 더불 초콜릿 소다는 다이나가 좋아하는 것인데 다 이나는 지금 여기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치는 자기 가 누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하고 경사는 커피를 저으며 계 속했다. "남자들 끼리만 통하는 얘기가 있어. 그런데 여자란-." "맞아요, 맞아요." 아치가 맞장구를 쳤다. "여자란 아무것도 몰라요." 아치는 크림 소다를 한입 떠 넣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 맞있지는 않았다. "얘기해 주세요. 독화살 얘기." "아! 그 얘기."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이런 거야. 몸에 독화살을 맞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어. 물론 내가 구급상자를 가지고 있었지. 그렇다면 내가 그 남자에게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니?" 아치가 입에서 빨대를 떼고 말했다. "해--해독제를 먹였어요?" "맞아." 경사는 기분좋게 말했다. "역시 남자끼리는 통해. 그렇지 친구?" "응." 아치는 빨대를 빙빙 굴리면서 말했다. "그런데 말야, 친구끼리는 서로 비밀이 잇어서는 안돼." 아치는 빨대는 입에서 떼지 않은 채 끄덕엿다. "마친가지로." 이젠 괜찮을 거라고 경사는 느끼면서 말 했다. "친구끼리는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아야 하는 거야. 그 렇지?" 아치는 보글보글 소리를 내면서 남은 크림을 다 마셔 버 렸다. "그것은--- 아. 기다려. 하나 더 먹을래?" 아치는 빈 컵을 들여다보았다. 아치는 자기의 양심과 토 론을 벌이고 있었다. 양심은 아까부터 그의 귀에다 '배 신자!' 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싫고,오헤 이어 경사는 훌륭한 남자이고, 영웅이며 게다가 친구이 다. 또 호잎 크림을 끼얹은 더불 초콜릿 소다는--. "너희들이 총소리를 들은 것은 언제지?" 경사가 살며시 들었다. 아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시치미를 떼고, "예?"하고 물 었다. 경사는 아치를 쳐다보고 양심의 싸움을 탐지해 내고는 새로운 방법을 썼다. "솔직히, 총소리가 몇 시에 났는지 너희들은 모르지?" "모른다고요?" 아치는 화가 난 듯이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네 누나들은 모를 거야. 틀린 시간을 말하고 있거든." 아치는 '누나' 한 말을 듣자 조금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니까 너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내기를 해도 좋아 ." 경사가 말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어요." 아치가 분개하며 말했다. '배신자'라고 속삭이던 양심은 그의 머리 한쪽 구석으 로 물러났다. 지금이야말로 에이프릴과 다이나의 일을 폭로하여, 새로 사귄 친구 앞에서 자기의 용기를 내 보 일 절호의 기회이다. "알고말고요." "그래?" 경사는 그래도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몇시였지?" "그것은--." 아치는 말을 멈추고, 남아 있는 마지막 방 울을 빨대로 빨아먹었다. 경사는 아치와 창문 사이에 앉아 있어서, 경사의 큰 어 깨 너머로 길거리가 보였다, 바깥에는 다이나와 에이프 릴이 열심히 신호를보내고 있어다. 여자는 정말 싫다! 하지만 저기에서 에이프릴이 한 가족의 공동 전선을 의 미하는 신화를 보내고, 게다가 다이나가 아치에게 식사 때 마다 수백 번 수천 번 보내서 알고 있는 '말하지 마 '란 의미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소다수 컵 속 의 빨대가 귀의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아치는 둥근 의 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건 정각 4시 반이었어요. 왜냐하면 에이프릴 누나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다이나 누나가 감자를 찔 시간인지 를 보던 참이었거든요. 안녕히 가세요. 저는 이만 돌아 가 봐야 해요." "4시 반?" 경사는 스스로에게 이르듯 말했다. 그리고는 "이봐, 친구. 기다려. 하나 더 먹을까?" 하고 말했다. "이제 됐어요. 배가 불러요."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루크 상점의 옆 도로에서 기다리 고 있었다. 다이나가 아치의 팔을 잡았다. 에이프릴이 날카롭게 속삭였다. "뭐라고 했어?" "아프단 말야!" 아치가 소리치며 몸을 흔들었다. "글 총소리를 들은 게 몇 시였느냐고 물었어. 그래서 대 답해 줬어."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4시 반이라고 했어. 감자를 찔 시간이 됐는지를 누나 보러 갔었기 때문에 알고 있다고 했어."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마주보았다. "어머나,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대단하구나!" 에이프릴이 아치를 껴안았다. 다이나가 반대쪽에서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 아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에이! 그만둬. 난 이제 어른이야. 경찰 친구도 있다구 ." 에이프릴은 루크 상점 쪽을 보았다. 에이프릴의 눈은 노여움으로 가늘어졌다. 그리고는, "스파이야."하고 다 이나를 보며 말했다. "언니와 아치는 집으로 돌아가. 나는 저 사람을 골려 줄 테니까." "잘해 봐."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분개하며 항의했다. 다이나가 아치를 끌면서 말 했다. "빨리 가자. 경찰 같아 보이는 네 친구는 스파이야. 너 도 알고 있잖니." "응." 아치가 말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자. 돌아가자. 하마터면 걸려들 뻔했어."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쿡쿡 웃었다. "아치." 다이나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콤팩트 사려고 모아 놓은 돈으로 네가 갖고 싶어하던 물총을 사줄께. 자, 돌아가자." 그리고 에이프릴을 보고 말했다. "확실하게 골려 줘. 하지만 늦지 않게 돌아와서 밤에 야채 씻는 걸 거들어 줘야 해." 에이프릴은 몸을 약간 떨면서 말했다. "이런 때에 야채를 씻는 얘기 같은 건 하지 말아 줘." 제 5장 두번째 다이나와 아치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에이프릴은 기다렸다. 그리고 머리를 만지고 블라우스 의 깃을 바르게 고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점에 들어갔다. 오헤이어 경사는 빈 커피잔을 바라보며 의기 소침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에이프릴은 그에게 들려 주려고 했던 여러 말들에 대해 생각해 보앗다. 아무런 의심도 없는 어린 아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악한에게 해 줄 말이었다. 그것은 다이나도--아마--아치조차도 찬성 했음에 틀림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경사의 의기소침해 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게다가 아치 가 어느 만큼 얘기햇는지 아직 모르니까. 에이프릴은 경사 옆의 둥근 의자에 앉아 쓸쓸한 어조로 루크에게 말했다. "크림 소다를 먹고 싶은데, 5센트밖에 없으니까 코카콜 라를 주세요." "코카콜라는 다 떨어졌는데." 루크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슬프게 한숨지었다. "좋아요. 그럼, 루트 비어를--." "찾아보고 오마. 한 병쯤은 있긴 할 텐데." 루크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잠시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엇다. 그리고 태 연히 옆을 쳐다보고는 아주 반가운 기색으로 말했다. "어머, 오헤이어 경사님! 뜻밖에 이런 곳에서 뵙네요." 오헤이어 경사는 에이프릴을 무릎 위에 엎어놓고 엉덩 이를 때려 주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리고는 심리요법 을 떠올렸다. 그는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이쿠, 아가씨가 왠일이지?" 루크가 돌아와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루트비어도 없는데." "할 수 없군요." 에이프릴은 풀이 죽어서 말햇다. "그럼 물 한잔만 주세요." "저," 오헤이어 경사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크림 소다를 마시지 않겠니? 내가 사주마." 에이프릴은 눈이 둥그래졌다. 놀라고 기뻐하는 얼굴이 이었다. "어머, 오헤이어 경감님. 죄송해서 어쪄죠?" "이 아가씨에게 더블 초코릿 소다를 갖다 주시오." 경사는 기분이 좋았다. "호잎 크림을 끼얹고, 크림은 더블로." 그는 에이프릴을 보며 말했다. "나는 경감이 아니란다. 그냥 경사일 뿐이야." "어머,"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경감님 처럼 보이는걸요." 에이프릴은 눈을 크게 뜨고,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상대 를 쳐다보았다. "경사님은 살인사건을 많이 해결해 보셨겠죠?" "그래, 두세 번쯤--." 경사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에이프릴 카스테어스의 첫인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마음씨가 곱고 예의바른 소녀이기 때문이다. 게다 가 영리하고. "그 이야기르 듣고 싶어요." 에이프릴이 숨을 죽였다. 그는 아홉 명의 은행 강도 이야기와 갱 소굴의 이야기 와 동물원의 사자 이야기, 독화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에이프릴은 감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크림 소다 한 잔을 먹어치우고 다음 잔의 반 정도를 먹었다. 그러더 니 갑자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저어, 경감님--. 아니, 오헤이어 경사님. 한 가지 의 논 드릴 일이 있는데요." "그래, 말해 보렴."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제가 실은 이번 살인사건에 대해서 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결심이 서지 않아요." 오헤이어 경사는 긴장했다. "왜지?" "그건--." 에이프릴은 코를 훌쩍이면서 손수건을 찾았 다. "엄마 때문이에요.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역해 본 적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자기의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 자기 엄마의 말을 거역해도 좋다고는 생각지 않죠? 뭐 든지." "물론이지."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그래서--." 에이프릴이 말했다. "의논드리고 싶은 거예요.:" 에이프릴은 좁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아무도 듣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루크는 바깥에서 잡지를 구독하는 문제 로 어떤 남자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칸막이로 된 자석에서 졸고 있었고, 꽃으 으로 장식한 모자를 쓴 노부인이 상점 안의 선반 위에 있는 약병에 붙은 상표를 읽고 잇엇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알고 있 는 사람은 아무리 부모가 살인사건에 끼어들지 말라고 일러도 그 얘기를 경찰에 알려야 되는 거죠?" "그건 좀 어려운 문제인데." 경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그가 하고 싶은 말 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부모의 뜻에 거역하는 건 곤란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살인범이 태연히 거리를 활보하는 걸 그대로 볼 수 도 없고." 에이프릴은 몸을 약간 떨었다. "예, 그래요. 그런데 나는 가면 안되는 곳에서 들었어 요. 그런 곳에 간 것이 남들에게 알려지면 정말 곤란해 요. 도망간 핸더슨을--아치가 기르고 있는 거북이에요. --쫓아갔기 때문이에요. 그 여자는 몹이 겁을 먹고 있 었고 그 남자는 아주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어요." "뭐라고?" 경사는 가능하면 흥분의 빛을 감추려고 애쓰 면서 말했다. "누가 겁을 내고 있었다고?" "샌퍼드 부인이었어요. 그가 협박을 해서--." 잠깐 쉬었다 말을 계속했다. "나는 이 소다를 다 마셨으니까 이제 돌아가야 해요. 야 채를 씻어야 하거든요." "시간은 충분하단다." 오헤이어는 에이프릴을 안심시키 려고 했다. "다 마셨으니 한잔 더 마셔라." "어머, 고맙숩니다." 에이프릴이 밝게 웃었다. 소다수를 한잔 이상 마시면 배탈이 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특별한 경우이다. 에이프릴은 두 모금으 로 한잔을 비웠다. 다음 소다수가 왔다. 더블로 진한것 이었다. 한 모금 빨더니 나머지를 질린 듯이 쳐다보았 다. "다른 때 같으면 잊어버렸겠지만, 그가 죽인다고 협박 하고 있었어요. 물론 본심이라고는 생각지 퀮낳았어요. 어머, 안돼요 말해서는 안되는데. 엄마가 옆집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자, 어떠니 난 네 편이야. 나에게는 비밀을 털어놓아 도 돼. 내가 말하는 의미를 알겠니? 그러니까 절대로 네게 들었다는 걸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겠다." 경사는 마음에 걸려 하면서 말했다. "그 소다수가 이상하니." "아니에요. 맛있어요." 에이프릴은 무리해서 조금 마시 고 이것은 훌륭한 목적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 다. "계속해 보아라. 나에게는 괜찮아." 오헤이어 경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예, 핸더슨이--거북이 말예요.--줄을 물어뜯고 도망쳐 버렸어요. 우리는 그놈을 찾고 있었죠. 샌퍼드 씨 댁에 가지 않았을까 해서 찾으러 갔었어요. 그런데 안에서 소리가 나서 나는 가만히 있었죠, 정원에 들어가면 혼 이 나기 때문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죠. 정말로 나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에이프릴은 크고 반짝이는 눈을 들어 경사를 보았다. "이해하시겠어요?" "응 물론이지, 꼬마 아가씨." 경사가 말했다. "너는 남의 얘기를 고의로 엿듣거나 할 아이가 아냐." "어머, 고마워요." 에이프릴은 바닥을 보며 낮은 소리 로 말했다. "하지만 남에게 이야기하는 건 나쁠지도 몰라요. 남에 게 해를 줘서도 안된까요." "들어봐라." 그는 열심히 말했다. "만일 그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무죄라는 증거를 대기는 쉬울 것이라고 새악가지 않니? 그리고 경찰이 사실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증거를 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군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오헤이어는 한시름 놓았 다고 생각하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뭐였지? 그건 모르니? " "물론 알고 있죠." 에이프릴이 말했다. 제 5장 세번째 "물론 알고 있죠."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재빨리 이름 하나를 새아각해 냈다. 머리에 떠오른 건,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쓴 책속에 나오는 인물 중의 한 이름 이었다. 파시프레지 애슈바트발. 이건 안돼. 에이프릴은 재빨리 말했다.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 두사람은 어떤 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1만 달러라는 돈은 아무래도 준 비할 수 없다고 그가 말했어요. 그녀는 -- 샌퍼드 부인 말이에요-- 웃으면서 돈을 준비하지 못하면 후회할 거 라고 말했어요. 그는....." 에이프릴은 기억해 내려고 애쓰듯이 이마를 찡그렸다. "아 그래요. 그는 자기의 기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쓴 편지에 1만 달러나 지불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녀를 죽 여 버리겠다고 말했어요." 에이프릴은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 여기에서 말을 끊 고 경사를 올려다보며 낮게 속삭였다. "무서웠어요. 아직도 오싹해요. 꿈을 꾼 건지도 모르겠 어요." "이젠 괜찮단다." 오헤이어 경사가 위로했다. "무서워하지 말아요, 꼬마 아가씨." 눈물이 에이프릴의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에이프 릴은 8살 정도의 소녀로, 아주 연약해 보였다. "오헤이어 경감님." 에이프릴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 였다. "죽여 버린다고 했어요. 그리고 정말이지 진심을 하는 말 같았어요. 그러자 그녀가 웃으면서 1만 달러의 현금 을 4시에 그곳으로 갖고 오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번에 는 그가 웃으면서, 그럼 4시에 오긴 하겠지만 1만 달러 가 아니라 총을 갖고 오겠다고 말했어요." 에이프릴은 컵을 밀어내며 낮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나는 소름이 끼쳤어요." "자, 착하지, 꼬마야." 경사는 마음속으로부터 위로를 했다. "괜찮으니까 나에게 전부 이야기하거라. 그러면 ---저, 말해 보렴." 그는 소리를 낮췄다. "꼬마 아가씨, 심리학자들이 그러는데, 그런 일은 한번 입 밖으로 내면 다음엔 아주 편안해진댄다." "어머나!" 에이프릴이 말햇다. "아저씨는 뭐든 잘 알고 계시는군요." 에이프릴은 반짝 이는 큰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았다. "아이가 있으시죠?" "아홉 명의 아이를 돌보았단다." 경사는 되도록이면 별 것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모두 탈없이 잘 자랏지. 크림 소다를 먹어라. 영양가 가 있는 거니까. 그리고 나서 이야기해 다오. 그 남자 의 얼굴을 보았니? 어떤 인상이었는지 기억나니?" 에이프릴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소다수에 손을 가져 갔다. "모습은 못 봤어요. 소리만 들었을 뿐이에요. 몰래 듣 지 않았다면 이름조차도 몰랐을 거예요." "아, 그럼 이름을 알고 있니?" 경사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끄덕였다. "그녀가 말했어요--이건 그녀의 말 그대로예요, 오헤이 어 경감님.--그녀는--." 여기서 말을 멈췄다. 이름을 생각해 내야 했다. 파시프 레지 애수바트발은 안된다. 에이프릴은 여러가지 이름 들을 떠올렸다. 엄마의 원고를 마지막 20페이지 빼고는 전부 읽엇다. 적당한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어 울리는 대사도 두 줄쯤 있었다. 에이프릴은 기분이 좋 아져서, 염려스럽게 쳐다보는 오헤이어에게 미소를 보 냈다. "그녀가 말했어요--'루퍼트'라고 '당신 같은 사람은 총 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겁이 날걸요. 그런데 나를 겨 눠 총을 쏜다는 건 말도 안돼요.'라고요." "루퍼트" 경사는 앵무새처럼 따라 말했다. 그는 그 이 름을 수첩에 적었다. "그럼, 그는 뭐라고 했지?" "그는," --에이프릴은 엄마가 쓴 문장을 제대로 기억하 지 못하면 안된느데 하고 생각했다. "그는, '당신은 내가 겁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 가 배짱이 있다는 걸 보여 주지!' 그러자," --에이프릴 은 뭐라고 성으 만들어 내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어요. '조용히, 누가 와요.' 그리 고 잠시 뒤에 그녀가 말했어요. '어머, 월리 이쪽은 벤 두젠 씨에요.' 라고." "벤 두젠." 경사가 중얼거렸다. 그느 그것도 적어넣었 다. "루퍼트 벤 두젠." 그는 에이프릴에게 미소를 지었다. "계속하거라." "그것뿐이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 사람은 --즉, 벤 두젠 씨는 --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했고, 샌퍼드 씨는 '저리로 가서 한잔하시지 않겠습 니까? 라고 물었어요. 그리고 모두 가버려서 나는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됐어요." 에이프릴은 경사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결국 핸더슨을 찾아낸 건 아치였어요. 세탁물 바구니 안에 있었대요." "핸더슨?" 경사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거북이 말이에요." 에이프릴이 기억나게 해주었다. "아치의 거북이. 말했잖아요. 줄을 끊고 도망가 버렸다 고요. 우리가 그 놈을 찾고 있던 중에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 그렇지, 참!" 경사가 말했다. 그리고 수첩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 생각났다. 핸더슨이지. 찾게 되어서 다행이구나 더블 초컬릿 소다를 한잔 더 하겠니?" 에이프릴은 속이 차가워져서 몸이 떨리는 걸 감추며 말 했다. "이젠 됐어요, 경감님." 그리고는 일어섰다. "이젠 돌아가서 야채를 씻어야 해요." 에이프릴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제가 얘기햇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 하시죠? 만일 엄마에게 알려진다면--." 그 말에 힘이 들어가 잇어서, 졸고 있던 회색 옷의 남 자도 깨어 에이프릴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아시면 제가 아주 곤란해지거든요." 에이프릴 이 말했다. 얼굴은 창백하고 근심스러워 보였다. "약속하마." 경사가 말했다. "아, 고맙습니다, 오헤이어 경감님." 에이프릴은 위엄 을 갖추어 극적으로 퇴장했다. 에이프릴이 나가자 그는 수첩을 꺼내서 다시 한번 보았 다. 저 아이는 착하고 머리가 좋은 아이다. 나는 아홉 이나 되는 아이를 돌보았기 때문에 판단이 정확하다. '오헤이어 경감님'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래--언젠가는 꼭--. 가령, 빌 스미스 반장이 바보 같은 생각을 사건을 풀지 못하는 동안, 이 루퍼트 밴 두젠을 내가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성큼성큼 걸어서 상점을 나왔다. 그가 나가고 15초쯤 지나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금도 졸린 것 같지 않았다. "루크 5센트짜리 동전을 좀 주게." 그는 공중전화에 5 센트 동전을 집어넣었다. "프랭크 플리먼이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회부 보도실을 부탁하오." "여보세요, 조 저 말이야--." 5분이 지나도 그는 계속 전화에 매달려 있었는데, 한주 먹 쥐고 있던 5센트 동전이 거의 다 없어졌다. "'믿을 수 있는 증인'이야. 알겠어? 오케이. 그리고 벤 두젠이야. 루퍼트 벤 두젠. 잘 들어 두게 루비의 루 파 리의 파. 트리오의 트야. 알겠어? 루퍼트 벤 두젠. 그 래 됐지? '이름은 비밀이지만 믿을 수 있는 증인의 말' 이야." 제 6장 첫번째 "정말이지 넌 어쩔 수 없는 애구나." 다이나는 감자 껍질을 벗기다 말고 얼굴을 들었다. "더 있다 오지 않고. 에이프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에이프릴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해 있었다. "나중에 얘기할게."하고는 급히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나서 되돌아왔다. 얼굴은 창백했지 지만 좀 밝아졌다. "크림 소다는 한잔밖에 마시지 못하겠어. 호잎 크림은 싫고 초콜릿을 먹으면 항상 배탈이 나. 그걸 세 잔 마 셨더니--." 다이나는 손에 쥔 감자를 떨어뜨리고 동생을 노려 보았 다. "정말 놀랍구나. 그렇게 까지 주문하지 않아도 좋은데." "루크 상점에서 파는 것 중에서 제일 비싼 거야." 에이프릴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 오헤이어 같은 얼간이를 5센트의 루트 비어만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런 손해나는 일을 내가 할 거 라고 생 각해?" 다이나는 부아가 났다. 호잎 크림에 초콜릿은 다이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잘 알겠어, 순교자님." 하고 다이나가 차갑게 말했다. "당근을 씻어다 줘. 그리고 다음엔--." "오헤이어에 관한 한,"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제 기회는 절대 없을 거야."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고 수세미로 당근을 씻기 시작했 다. "나--." 에이프릴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다이나와 아치에게 불행한, 게다가 완전히 공상의 인물 인 루퍼트 밴 두젠에 대해 털어놓는 것은 현명한 방법 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헤이어 경사가 둘에게 뭔가 질 문했을때, 당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쨋든, 학교 의 어린이 연극반에서 글래비 선생님에게 배운 사람은 가족 중에서 에이프릴 뿐이다. "누나가 뭐?" 상추를 씻고 있던 아치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나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너는 너고. 우리는 우리. 그들은 그들. 24시간 은 하루. 365알운 1년. 수세미를 빌려줄께, 멍청아." 아치가 화를 냈다. "아, 이런 수다쟁이!" 아치는 기분을 바꿨지만 불평스럽게 말했다. "수세미를 빌려줘. 바보야." "시끄러워."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가 이충에서 일을 하고 계시잖아." 제 6장 두번째 "에이프릴, 이젠 정말로 야채를 썰지 않으면 안돼." 다이나가 말했다. "그래, 당근은 좀처럼 익지 않으니까 말야." 에이프릴도 동의했다. 셋은 도로를 따라 생쥐처럼 재빠르게 자기 집 차도로 뛰어갔다. 누구도 한마디 말도 없이 당근을 삶고, 상추를 깨끗이 씻어서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다. 아치가 테이블 위에 식기를 늘어 놓았다. "저," 다이나가 마침내 꿈꾸는 듯한 얼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샌퍼드 부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지도. 뭔가 찾고 싶은 세 있는 거야. 첼링턴 부인은 결코 기념품 수집광 은 아닌것 같고, 그리고 그 변호사 훌부룩 씨 역시 정 당한 이유가 있다면 좌물쇠를 몰래 비틀어 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데그랑주 씨 말야, 그 사람은 대체 무슨 용무 가 있는 걸까?" 에이프릴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러 왔는지도 몰라." 다이나가 코방귀를 뀌었다. "그 사람은 집이나 나무 그림은 그리지 않아.엄마가 그 렇게 말씀하셨어. 물밖에 그리지 않아." 에이프릴이 말 했다. 아치가 버터를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왔다. "물을 그려? 물을 글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데그랑주 씨는 그려." 에이프릴이 말했다. "언젠가 엄마와 만났을 때, 자기는 그림을 그린다고 말 했대. 엄마가, '어떤 그림을 그리시죠?'하고 정중히 물 었더니, '물을 그립니다.' 하고 말했대." "말도 안돼." 아치가 말했다 그는 비웃으며 버터를 식 당으로 가져갔다. "누구든 그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다이나는 말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렸다. "뭔가가 집안에 숨겨져 있어서, 모두 그걸 찾고 싶어하 는 거야, 에이프릴. 내 생각으로는--." 아치가 또 부엌으로 들어오며 큰 소리를 냈기 때문에 다이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물을 그린다고 말할 수는 없어. 물로 그리는 거야." 아치가 소리쳤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질렸다는 듯이 아치 머리 위로 서 로의 얼구를 쳐다보았다.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데그랑주 씨는 물로 그리지 않고 기름으로 그려. 유화 를 그린다고." 아치의 둥근 얼굴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직 어리다고--." "들어 봐, 아치." 다이나가 타일렀다. "그리고 잠자코 있어. 데그랑주 씨는 그림을 그려. 유 화 도구로 그린다고. 알겠니?" "응, 응, 응." 아치가 대답했다. "그리고 물 그림을 그려. 바닷가에 가서 거기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거야. 해변이나 사람이나 배는 그리지 않아." "하늘도 그리지 않아?" 아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 했다. "물만 그려." 다이나가 단언했다. 아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왜 일부러 바닷사까지 가는 걸까?" 아치가 빈정거렸다. "집안에서 양동이의 물을 보며 그리면 될 텐데." 아치는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다시 식당으로 갔다. 다이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까 하던 얘긴데." "뭔데, 말해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샌퍼드 부인이 공갈을 쳤던 거야." 잠깐 동안 에이프릴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있을 수 있는 얘기야." "어머,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니?" 다이나가 놀라서 말했다. 에이프릴은 고백하기로 했다. 에이프릴은 전부터 다이 나에게만은 뭐든 숨기지를 못했다. 생일이나 크리스마 스 선물도 끝내 말해 버리는 것이었다. "저 말야, 다이나 언니. 오늘 오후--." 다이나도 잠자코 있지 못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않아?" 다이나가 말을 가로막았다.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에이프릴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이런 때 파티를 연다고!" 열린 입이 닫히지를 않았다. 다이나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말했다. "내일 밤. 금요일 밤에 엄마에게 승낙받는 일을 부탁할 게. 열 명쯤 부르자. 네가 반 맡고, 내가 반을 맡으면 되잖아." "하지만, 언니. 파티라니--." 아치가 부엌으로 뛰어들었다. "나도 끼워 줘야 해. 응? 나도 끼워 줘." "좋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검은 군단'을 불러도 좋아." 아치는 뛸 듯이 기뻐하며 탄성을 질렀다. 에이프릴은 몸을 떨면서 진저리를 쳤다. 검은 군단은 열 명에서 열두 명 정도의 남자 아이들의 모임이다. 나 이는 아홉살 부터 열두 살로 모두 씨끄럽고 지저분한 골칫거리들이다. "언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보물찾기를 할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게 목적이야. 보물을 이 근처 곳곳에 숨겨 두는 거 야. 그리고 여기저기 찾는 척하면서 그 집으로 숨어 들 어가는 거야." "알겠어." 에이프릴이 기쁜 듯이 말했다. "그래서 검은 군단이--." "늘 하듯이 움직여 주다면, 경찰은 그애들 때문에 정신 이 없어서 우리들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누구를 부를 것인지 밥 먹고 나서 바로 의논하자. 그리고 아까 내가 방해했을 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니?" "아참, 그렇지. 저, 언니--." 에이프릴이 입술이 말라 침을 묻였다. "오늘 오후에--." "어머나!" 마리안 카스테어칮 따뜻한 음성이 입구에서 들려왔다. "벌써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구나. 벌써 시간이 그렇 게 된 줄은 몰랐네." 마리안은 아직 작업복 차림으로,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고 이마에 검은 게 묻어 있었다. 다이나는 포크로 감자를 찔러 보았다. "거의 다 삶아졌네. 칠면조는 어떻게 하죠?" "칠면조?" 마리안 카스테어스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가 빨개졌다. "아직 냉장고에 있구나. 2시즘부터 구우려고 했는데 다 른 일을 생각하고 있다가 깜박했어. 이젠 시간이 안되 겠는데." 모두 부엌시계를 보았다 6시 15분 전이다. "괜찮아요." 다이나가 밝은 소리로 말했다. "정어리 통조림 3개가 선반에 있고, 우린 정어리를 아 주 좋아하잖아요." 다이나는 감자에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그럼, 칠면조 요리는 내일 하자." 마리안이 말했다. 미안해 하는 표정이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좀 바빴단다." "엄마의 요리 솜씨는 아주 훌륭해요." 아치가 말했다. "엄마." 에이프릴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결혼하세요. 그럼 요리에 전념할 수 있잖아요." "결혼?" 마리안의 얼굴이 약간 붉혔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겠니?" 초인종이 울렸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재빠르게 이층 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도중에 보고는. "다이나, 나가 봐라. 내가 곧 내려올 테니." 마리안은 5분 뒤에 내려왔다. 파란색 실내복을 입고 머 리는 다시 빗었는데, 가지런하게 다듬어 분홍색 장미꽃 까지 곶고 있었다. 에이프릴이 휘파람을 불었다. "어머나, 멋져!" "누구니?" 마리안은 거실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신문 배달하는 아이였어요." 다이나가 말했다. 신문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어머!"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그리고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샌퍼드 살인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나와있네." "어머, 그래요? 이리 와 봐, 에이프릴." 다이나가 말했다. "나도 보여 줘." 아치가 다이나의 팔을 당겼다. 네 사람은 서로 포개져서 읽었다. 제 1면 기사를 보고 에이프릴은 깜작 놀랐다. '복니 특종 루퍼트 밴 두젠. 이름은 특별히 비밀이지만 믿을 수 있는 증인의 말.' 잠시 동안 자신이 기절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 니, 아마도 아까의 그 크림 소다 탓임에 틀림없으리라. "샌퍼드 부인이!" 마리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어." 그리고는, "이상하다. 루퍼트 밴 두젠이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 이 있는 이름인데, 어디에서 만난 사람이지?" "경찰이 금방 체포할 거야, 그런 이름이라면," 아치가 자신있게 말했다. "에이프릴." 다이나가 느리게 말했다. "우리들이 생각했던 대로 역시 협박을 했던 거야." 하지만, 겨우 입을 열어 말할 수 있게 되자 에이프릴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런 말이었다. "미안, 당근이 타는 것 같아." 제 7장 첫번째 "모두 도시락은 가지고 오는 거야. 우린 코카콜라를 대 접하고." 다이나는 전화번호 적은 수첩을 계속 넘겼다. "뭘로 사?" 에이프릴이 추궁했다. "언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20센트 가지고 있고 키 티에게 꿔준 돈 15센트가 있어." 다이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난 벌써 다음 주 용돈까지 가불해서 써버렸어." "사실, 엄마가 코카콜라 값을 지불해야 돼. 결국, 모두 엄마를 위한 일이니까." "우리들을 위한 것도 돼."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서야." 다이나는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루크가 외상으로 줄지도 몰라. 코카콜라는 몇 병이나 있어야 하지?" "그럴까?" 에이프릴이 말했다. "글쎄--. 열두 명이야. 우리는 포함하지 않고-- 그러니 까 30병은 필요해. 1달러 반이야. 병 갑은 빼고. 그리 고 검은 군단도 올 거잖아." "큰일이다." 다이나가 말했다. "어떻게 하지. 엄마께 부탁하는 건 좋지 않아. 모처럼 흔쾌히 파티를 열도록 허락해 주셨는데..... 일달러 반 이라. 거기에 적어도 검은 군단이 열명은 올테고 한 사 람당 두 병은 마시겠지. 그렇게 되면 1달러 25센트가 필요해. 모두 합해서 2달러 75센트야. 그런데 이렇게 많으면 루크가 외상을 해주지 않을 거야. 게다가 지금 도 25센트 외상이 있는데."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치에게 빌려야겠어. 그애한테는 있을 거야. 항상 돈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치는 구두쇠잖아." 하고 덧붙여 말했다. 아치가 고양이 젠킨스를 쫓아 복도를 뛰어왔다. 정어리 남은 것을 찾아낸 것이다. 아치는 자기 이름을 듣자,발 을 멈추고 젠킨즈에게 정퀮어리를 주어 버리기로 했다. "뭐라고? 구두쇠가 뭔데?" 아치가 물었다. 다이나가 대답했다. "구두쇠란 부자라는 뜻이야. 자, 방해하지 마." 에이프릴이 다이나를 꼬집고 얼른 이야기했다. "구두쇠란 것은 말야. 돈이 많고 머리가 좋고 잘생기고 걸음이 빠르고 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야. 슈 퍼맨 같은 사람이지." "와, 굉장하다. 나 구두쇠야?" 아치가 말했다. "물론이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않아 봐, 아치. 할말이 있어." 다이나가 말했다. "내가 말할게." 에이프릴은 또 다이나를 슬쩍 꼬집으면 서 말했다. "저, 아치 그 검은 군단을 파티에 초대하지 못할지도 몰라." "에이, 안돼." "저, 실은 말야. 이렇게 된 거야--." 5분 정도 얘기한 끝에 교섭이 타결되었다. 2달러 75센 트의 단기 대출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아치는 이번 파 티뿐만 아니라, 이번 주 1주일분의 병 값을 독점한다는 조건이었다. 검은 군단을 불러도 된다는 것은 물론이고. 다이나는 돈 계산을 해보았다. 25센트 동전이 다섯 개, 10센트 짜리 동전이 열하나, 5센트짜리가 여섯 개, 1센 트 동전이 얼개이다. 그것을 지갑에 넣고 말했다. "이젠 이걸로 됐어. 그럼, 모두에게 전화를 걸자." "내가 부르는 건 조와 웬디와 루와 짐, 그리고 바니야." 에이프릴이 선언했다. "바니!" 다이나가 경멸하듯 소리쳤다. "그 기분나쁜 아이!" 하고는 다시 싫은 표정을 지었다. "난느 에디를 부를 거야. 에디는 맥을 데리고 올 꺼야. 그리고 윌리도." "윌리는 불량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 아이가?" 다이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하는 거니? 그 아이는 단지 머리가 좀 나바서 여 러 가지를 가르쳐 줘야 할 뿐이야. 그 아이와 조엘라는 아주 열렬한 사이니까 조엘라도 불러야 해." "어째서 그런 기분나쁜 애를..." 에이프릴이 따졌다. "자, 들어 봐." 다이나가 말했다. "모두 춤을 추고 싶다고 하겠지? 그런데 레코드를 빌릴 수 있는 건 그 아이뿐이야." 다이나는 두 사람씩 손가락으로 세기 시작했다. "에디와 맥, 윌리와 조엘라." "자기 애인을 잊어서는 안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에디, 맥, 윌리, 조엘라, 그리고, 피터, 다이나." 다이나는 비판적인 눈으로 동생을 보았다. "넌 항상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애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멍청한 여자애만 부르더라." "난 멍청이가 아니니까." 에이프릴이 차갑게 대꾸했다. "게다가 난 누구에게 귀염받는 애도 아냐. 그리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도 싫고." "난 자우경쟁주의자야." 다이나가 이렇게 말하며 수화 기를 들었다. "피터한테 먼저 걸면 안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럼 다른 아이에게 전화를 걸 때가 되면 모두 잠들어 있을 테니까." 마지감 통화를 마친 것은 두 시간 되였다. 그 사이 상 상대편에서 걸어 오기로 하고 또 이쪽에서 걸기로 하고 또 중요한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럼, 맥. 네가 에디에게 연락해서 나한테 전화해서 대답하라고 해." "조의 엄마가 내일 밤에는 나가지 말라고 한다면 러셀 에게 물어 보면 어떨까?" "저, 보물 찾기를 할 거야, 웬디. 그러니까 헌 옷을 입 고 와." 아치가 검은 군단에게 전화를 하느라고 30분쯤 전화를 독점해 버렸다. 조가 올 수 없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러셀을 부르기로 정해 놨을 때엿다. 여기에서 러 셀의 상대가 될 여자 아이를 찾는 어려운 문제가 생겼 다. 그런데 루에게서 올 수 없다는 전화가 걸려와서 그 문제는 해결되었다. "바니, 다른 아이들은 햄버거를 갖고 온다니까 넌 쿠키 를 가져오지 않을래?" "조엘라, 윌리와 함께 레코드를 가져올 수 있겠니?" 이윽고 준비가 다 끝났다. 피터에게까지도 걸었는데 그 건 "여보세요. 피터, 나 다이나야. 저, 내일 범 함께 볼링치러 가기로 했지? 그런데 말야--." 이렇게 시작되어 에이프릴이 시간을 재 보니 통화는 정 확히 22분 동안 계속 되었다. 다이나가 하품을 했다. "난 과자가 먹고 싶은데, 넌 어때?" "나도."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는 어딨지?" 아치는 거실 한가운데에 엎드려서, 최근호에 실린 만화 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아치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난 벌써 먹었어." 부엌은 따뜻하고 도 좋은 냄새가 났다. 다이나는 엄마 가 그저께 만들어 놓은 과자를 꺼냈다. 에이프릴이 고 양이 젠킨즈와 핸더슨을 조사해 봤는데, 두 마리 모두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자고 있었다. 다이나는 과자를 한 조각 자르려다 말고 코를 벌름거리더니, "뭔가 타고 있어." 하고 말하며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이프릴, 너 오븐에 불을 켜놓은거 아니니?" "아냐." 에이프릴이 강하게 부정했다. "그럼, 누가 그랬지?" 다이나가 말했다. '물론 난 아니고." 거기까지 얘기했을 때 마리안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낡 은 빨간색 코르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전에 아치와 함 께 완구 화학 실험을 할 때 묻은 얼룩이 아직 남아 있 었다. 지친 듯한 얼굴에 화장기라곤 전혀 없었다. 머리 카락은 좀 흐트러져 있고 손 끊은 복사지에서 색이 묻 어나 거무스름하다. 제 7장 두번째 "너희들은 늘 배가 고픈가 보구나." 마리안이 앞에 놓인 과자를 보면서 말했다. "거기에 더 살찌면 뚱보가 될 거다. 너희들 칠면조는 보지도 않고 있구나." "칠면조라고요?" 에이프릴이 벌떡 일어났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오븐을 열어 그 안의 철판을 꺼냈 다. "너희들에게 말해 두려고 하다가 깜빡 잊었나 보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칠면조가 갈색으로 잘 익어 있었다.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났다. "오늘밤에 미리 음식을 만들어 두려고 해. 내일 또 바 쁠지도 모르니까."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멍청히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마리 안이 이것을 보고 아주 빠른 어조로 덧붙였다. "내가 내일이면 또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좀 심한 거야." 그녀는 협박하듯 요리용 포크를 두 아이 앞에서 흔들었 다. "난 건망증이 있는 게 아냐. 다만 여러 가지 일들을 계 속 생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야. 너희들도 포함해서 ." 그녀는 포크를 놓았다. "저, 내일 밤 파티 말이야--."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순간 오싹했다. 엄마가 마음을 바 꾼 걸까? 여기저기에 전화까지 해두었는데. "모두들 도시락을 가져오면 좋겠다."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좀 사두어야겠지. 사탕이랑 땅콩 같은 것도." 그녀는 작업복 바지 주머니를 뒤지더니 꾸깃꾸깃한 빈 여러가지 물건을 꺼내 놓았다. 메모지와 안전핀 4개와 꾸깃꾸깃한 빈 담뱃갑과 종이 성냥 여섯 개, 그리고 식 료품점의 청구서와 단추 한 개, 에이프릴의 산수 선생 님이 보낸 편지와 클립 상자. 마지막으로 구겨진 1달러 짜리 지폐가 3장 나왔다. "이걸로 되겠니?" 다이나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엄마." 에이프릴도 침을 삼켰다.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그녀는 지폐를 다이나의 스웨터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살게." 그리고는 포크로 칠면조를 찔러 보았다. "다 됐구나." 하고는 오븐을 껏다. 마리안은 아주 만족스러우했다. 에이프릴은 시장기를 느꼈다. 다이나는 먹던 과자를 접시에 도로 놓으며 중 얼거렷다. "실은 난 과자를 먹고 싶지 않아."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밤 만든 건 맛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식으면 맛이 덜할 텐데." 아치가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뭐야? 좋은 냄새가 나는데." 고양이 젠킨스가 머리를 들고, 쓸쓰한 듯이 '야옹' 울 었다. "가만히 있어. 배도 고프지 않으면서." 엄마가 고양이 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우린 배가 고파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럼." 엄마는 뭔가를 생각하면서 말했다. "샌드위치를 하나만--." 순간 부엌은 활기를 띠었다. 다이나가 빵을 가져오고, 에이프릴은 버터를 꺼내고, 엄마는 고기 캚는 칼을 손 에 들었다. 아치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왔다. 젠킨 스도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단단한 고기 조각을 얻어 먹었다. "난 버터 밀크를 다오." 엄마가 말했다. "버터 밀크 한잔." 다이나가 소리를 질렀다. "버터 밀크 한잔." 에이프릴이 흉내를 냈다. "버터 밀크 한잔 곧 나갑니다." 아치가 냉장고 있는 곳 으로 가며 즐거운 듯이 대꾸했다. 엄마는 칠면조 고기를 두껍게 썰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박자가 엉망이었다. 명령만 내리세요, 여기는 버지니아 주의 먼로 역 피터, 너무 늦었구나. 세 아이도 같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역시 박자는 엉망이었다. 젠킨스도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핸더슨은 껍질 속에 쏙 들어가 있었다. "엄마, 자주 그 노래를 불러서 아치를 재우곤 하셨죠." 다이나가 말했다. "너도 이 노래로 재웠어."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에이프릴도. 난 이 노래밖에 모르거든." 그녀는 두꺼운 칠면조 고기를 빵 속에 끼워 넣으면서 노래를 계속했다. 그리고 뚱뚱하게 살찐 화부에게 석탄을 조금 던져 넣으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그녀는 노래를 멈추고 버터 나이프를 아치에 게로 향했다. "다음 두 줄을 알고 있으면 10센트 주마." "알아요." 아치가 말했다. "하지만, 먼저 10센트를 보여 주세요." 엄마는 버터 나이프를 놓고,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엄마, 빌려 드릴께요." 다이나가 말했다. 주머니에서 10센트 짜리 동전을 꺼내 엄마에게 주었다. 아치는 심호흡을 하고 버터 밀크병을 아래로 내려놓더 니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 높은 검은 산에 갈 만큼은 97형도 속력을 낼수 있어. "자, 말한 대로 10센트 주세요." "자, 던진다." 엄마는 10센트 동전에 빨랫비누를 칠해 위로 던졌다.그 러자 10센트 동전은 천장에 착 달라붙어 버렸다. 아치는 '쳇!' 하고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 이제 떨어질 거야." 다이나가 말했 다. "이런 말이 있는 구를 알고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고장난 차를 보았더니 그는 쓰러져 있었다. "알아," 아치가 시시하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은 이렇게 하는 거야." 기차는 언덕을 내렸다. 속력은 시속 90마일 "시속 60마일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90이야." "60이야." "하지만--." "조용히 해라."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상냥하게 말하면 서 샌드위치 접시를 테이블에 놓았다. "'내렸다' 가 아냐 '내려갔다'지." 그녀는 커피물을 끓이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기차는 언덕을 내려갔다. 속력은 분속 90마일 기적은 요란하게 울었다. 그리고 고장난 차를 보았더니 그는 쓰러져 있었다. "분속 90마일이 아냐." 아치가 항의했다. "시속 90마일이야." "60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각자 샌드위치 한 조각씩을 먹고 또 우유도 한잔 마시 고, 4절까지 노래한 끝에 가사도 겨우 타협을 보아서 다이나는 아까의 그 과자를 내왔다. 아치가 입 안에 가 득 과자를 넣고, "와! 맛있다." 하고 엄마의 코끝에 키 스하는 바람에 설탕 가루가 묻어 버렸다. "하지만 난 마지막 절은 끝까지 알고 있어." 하고 아치가 말하며 과자를 입에 물고 노래했다. 그러니까, 숙녀분들, 잘 기억하세요--.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2절 부터 합류하고 엄마도 끼었다. 지금부터 잘 기억해 두세요. 심하게 나무라면 안돼요--. 부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한 번더,이번엔 더 크게 들렸다. "내가 가보마." 마리안이 문가로 갔다. 아이들은 마지막 한 줄을 마저 불렀다.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몰라. 제 7장 세번째 "조용히 해!" 다이나가 속삭였다. 부엌은 순간 조용해지고 세 명의 카스테어스는 목을 쑥 빼고 문 쪽을 보았다. 방문객은 빌 스미스 반장으로,제 복 차림의 경찰 한 명과 함께였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놀라서 입을 열 수가 없었지만 다음엔 진절머리가 나서 말할 기분이 안 났다. 빌 스미스는 여전히 단정햇는데, 너무 말끔하 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엄마를 보니 얼룩진, 낡은 빨간색 바지차림이고 손끝은 복자시로 더라웠으며, 화 장은 전혀 안 한 모습이어컃. 귀 밑머리는 그냥 늘어져 있고 설탕가루는 아직 코끝에 묻어 있는 채로였다. "늦게 실례합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이쪽에 불빛이 보여서요. 혹시 부랑자가 오진 않았습 니까?" "부랑자?" 엄마가 차갑게 말했다. "아니오, 방금 전까지는." 에이프릴은 다이나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걱정 마. 우리들은, 엄마가 경찰과 결혼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 건 아니었잖아." 빌 스미스가 자세를 바로 하더니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하고 말했다. "저쪽 길 아래에 살고 있는 해리슨 부인이란 분으로 부 터, 부엌 바깥에 놓아둔 음식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또--." 그는 말을 멈추고 제벅의 경찰을 보았다. "첼링턴 부인입니다." 경찰이 가르쳐 주었다. "첼링턴 부인이란 분으로부터 어젯밤, 닭장에서 누군가 자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근처에 부랑자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갑자기 당황했다. "당신은 살인과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래서 그런 신고가 들어오지요." "저--." 마리안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지친, 겁에 질린 얼굴 을 본 건 마침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제발 부탁입니 다. 경찰을 부르지 말아 주세요.' 하고 말하던 그 힘없 는 목소리.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월리 샌퍼드가 부인을 죽였다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 다. "예?" 빌 스미스가 물었다. "저--." 그녀는 힘없이 웃으며 귀밑머리를 핀으로 고정 시켜 올리려고 했다. "일부러 오셨는데 아무 도움도 드릴 수 없군요. 부랑자 는 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이 근처에 숨어 있다면 제 일 먼저 이리로 올 겁니다. 우리 집 냉장고는 바깥에 있으며 열쇠도 채워 두지 않았으니까요." 귀밑머리를 고정하는 건 포기했지만 웃는 얼굴은 진심 이 되었다. "해리스 부인이나 첼링턴 부인은 좀 신경과민이라고 생 각지 않으세요?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까." 빌 스미스는 미소 정도가 아니라 아주 기쁜 얼굴이 되 었다. "얘, 그런 것 같습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 는 사복 형사를 보며 말했다. "그럼, 순찰을 했는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 고해 주게." 그는 자세를 다시 바로 했다.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금세 코를 킁킁 거렸다. "좋은 냄새가 나는군요." 다이나는 지프라기에 매달린 심정이었다. 다이나가 뛰 어와서 말했다. "배고프시죠. 아직 식사 전이시죠?" "괜찮아. 샌드위치를 한쪽 먹었단다." "샌드위치 한쪽이요?" 에이프릴이 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상하게도--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빌 스미스의 얼굴 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아니, 이제 가봐야 하는데." 하고 말했다. "그런 말씀을!" 다이나가 말했다. "굶어 죽으실 거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가 거들었다. "굉장히 맛있는 칠면조가 있어요." 이렇게 되니 빌 스미스 반장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총 공격을 받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그는 부엌의 식 탁에 있었다. 마리안이 칠면조를 내왔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서둘러 나이프와 포그와 스푼, 그리고 접시와 컵 등을 놓았다. 아치는 커피를 끓였다. 에이프릴은 빵 에 버터를 발랐다. 다이나는 과자를 큼직하게 썰었다. 빌 스미스는 아주 기뻐했다. "메이플 퍼지(사탕단풍나무 시럽을 넣어 구운 과자) 군 요! 어머니께서 전에 잘 만들어 주셨죠. 벌써--- 몇 년 이나 먹어 보지 못했는데." 다이나가 엄마를 의자에 앉히고, 에이프릴이 커피를 따 랐다. 빌 스미스는 칠면조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고는 "아, 대단하군요!" 하고 말했다. 젠킨스가 또 눈을 뜨 고 작은 소리로 불평을 했다. 빌 스미스가 젠킨스의 귀 를 쓰다듬으며 칠면조 고기 한 조각을 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엄마가 말했다. 이를 신호로 세 아이가 모습을 감추었다.--- 단지 아치 만이 문가에서 발을 멈추고 큰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만든 과자를 잡숴 보세요.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젤 가는 요리사예요." 에이프릴이 아치의 먹덜미를 잡고 2층으로 끌고 올라갔 다. 아치가 잠을 자야 하는지 어떤지는, 매일 밤에 있는 그 문제의 전쟁이 여전히 일어났다. 항상 그렇듯 아치의 패배이다. 기도문을 잊어버린 척해서 5분 정도 지체하 고, 이 닦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핑계로 또 2분을 얻어 냈다. 다음엔, "잘 자." 라는 말을 늘리고 늘려서 10분 을 얻어냈다. 하지만 끝내는 잠을 자야 했다. 다이나는 에이프릴과 둘이서 쓰고 있는 방문을 닫았다. "아치에게 돈을 돌려주는 게 좋겠어." "하지만, 엄마가 코카콜라 값을 주신 걸 아치는 모르잖 아." "그건 횡령이야." 다이나가 엄하게 말했다. "알아. 하지만 일요일은 '어머니 날'이야. 엄마한테 좋 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지? 그리고 지금 돌려줘도 어차 피 이자는 줘야해. 그리고 나중에 엄마에게 드릴 선물 을 살 때 또 빌리면 이자를 더 줘야 해. 이렇게 하자-- ." 에이프릴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잇다가 곧 이렇게 말했다. "엄마께 드릴 선물을 사는데 2달러 75센트가 든다고 말 하면 아치는--." "3달러로 해." 다이나가 말했다. "코카콜라 값에서 25센트 떼어 두자. 그러면 아치는 1 달러 반을 내야 하니까." "그러면 정말로 멋진 것을 살 수 있어." 에이프릴이 말 했다. "그렇지만, 사탕은 안돼. 엄마의 얼굴색이 나빠져. 꽃 도 안돼. 첼링턴 부인의 화단에서 큰 꽃다발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어머니날이니까 장미꽃 다블을 줄 거야." "들어 봐!" 다이나가 말했다. 그러자 에이프릴이 팔을 꽉 쥐었다. 바깥에서 발소리가 났다. 에이프릴은 전등 을 끄고 창가로 뛰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자양화 한 그 루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 가 재빨리 숲에서 뛰어나와 낡은 창고 쪽으로 갔다. "부랑자야." 다이나가 말했다. "살인범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떻게 알지?" "살인범은 반드시 범죄를 저지른 곳으로 돌아와. 책에 쓰여 있어. " "농담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 저길 봐." "부엌 뒤쪽으로 간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다 이나의 손을 꽉 잡았다. 다이나가 말했다. "큰 소리를 내는 게 좋겠어. 빌 스미스 반장님과 엄마 를 부르자." 둘은 복도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다 말고 다 이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에이프릴을 막았다. "어머나." 부엌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이좋게 다정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빌 스미스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 다. "하나 더 주신다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아주 작게 잘라 주십시오." 엄마의 소리가 이어진다. "커피 하시겠어요? 지금 다뜻한 게 있는데요."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서 있었 다. 잠시 뒤에 다이나가 거실을 살금살금 빠져나와 현 관으로 가서 따라오라고 에애프릴에게 신호를 보냈다. 둘은 문을 빠져나와 소리나지 않도록 살짝 닫았다. "에이프릴. 너 무섭니?" 다이나가 속삭였다. 에이프릴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응." "나도 그래." 다이나는 이가 덜덜 떨리고 정신이 없었 다. "그러니까 둘이 같이 해보자." 제 8장 첫번째 "아치가 화낼 거야."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깨워서 데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아." 다이나가 속삭였다. "게다가 그애는 소란스러워서 밖으로 나올때 금방 들켰 을 거야." 두 아이는 멈춰서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 리지 않았다. 둘은 집 둘레를 따라 조용히 기어갔다. "만일 살인범이면 어쩌지?"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내가 엄마를 부르는 동안 네가 잡고 있어. 그러면 엄 마는 경찰을 부르고, 공적을 세우게 되는 거야." 아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둘은 벽의 그늘진 곳 에서 잠깐 동안 손을 꼭 쥐고 서 있었다. 부엌 창에서 나오는 빛은 큰 금색의 장방형을 잔디에 드리우고 있었 다. 그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났다. 귀에 익은 소리였 는데, 귀에 익었기 때문에 더 무섭게 울렸다. 뒷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였다. 뒷문을 연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 겠지만 아주 조심하며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소리가 두 번 아주 희미하게 나고, 곧이어 작은소 리가 났다. 한 번은 여는 소리, 다음은 닫는 소리.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동시에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했 다. '겁내고 있는 걸 이 아이에게는 내색하지 말아야지 .' 하고 부엌 뒷문 계단을 조용히 내려오는 것은 그림자였을지 도 모른다. 그런데 우유 한 병을 들고 있는 것이 달빛 에 언뜻 비쳤는데, 그림자라면 우유병을 들고 있을 리 가 없다. 그 그림자 같은 것은 재빨리 잔디밭을 가로질 러 숲으로 들어갔고, 이내 조용해 졌다. 두 여자 아이는 집 담벼락을 따라 발소리를 죽여 가며 나가서 아치와 함께 기동대 놀이를 하던 비밀통로를 통 해 숲을 빠져나왔다. "여차하면 큰소리로 살려 달라고 외치면 돼." 다이나는 보증한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무섭지 않아." 에이프릴은 거짓말을 했다. 둘은 자양화 숲 뒤로 난 구불구불한 작은 길을 따라갔 다. 앞으로 6피트 남았다. 에이프릴이 다이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다카 이키 조코 브크 요코(괜찮아.)" 하고 속삭였다. "저 사람이야." 자양화 숲 뒤에 숨은 남자는 아사 직전의 모습으로 우 유를 벌컥 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남은 3~4피트의 작은 길을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는 얼 굴을 들었다. 눈은 공포에 질려 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다이나가 안심시키려고 속 삭였다. "신고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우유병을 꼭 쥐고 뒷걸음질쳤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머, 샌퍼드 씨란 분이! 게다가 한 병에 14센트난 하 는 우유까지! 경찰에 전화해야겠네요." 월리 샌퍼드는 두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우유병 을 꼭 쥔 소능 늦췄다. 얼굴도 조금 풀렸다. "우유룰 머죠 두세요." 다이나가 작게 말했다. "배가 고프시죠, 기진맥진 해 계시는 군요." 그가 히스테리를 일으킬 만한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는 것을 둘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역시 본능적으로 둘 은 어떻게 조치해야 좋을지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할까?"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물었다. "그만두, 우린 저 사람을 좋아하잖아. 좋은 사람이야."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고?" 다이나가 말했다. "살인범은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 법이야." "상냥한 듯 가장하고 있지 않는 한은 그렇겠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봐. 이 사람은 벌레 같은 느낌이 없잖아." "배가 고픈 것 같아." 하고 다이나는 당황하고 있는 남 자를 바라보다가 엄하게 명령했다. "우유를 마져 마시세요." "음식은 줄 수 없지만." 에이프링 말했다. "이키 타카 이키 제켄 타카 이키 (대체 어디에 숨겨 두 지?)" 월리 신퍼드는 빈 병을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놓았다.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 "물론이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건 우리도 알아요. 그래서 당신이 죽인 게 아니란 걸 증명하려고 해요." 그는 둘을 쳐다보았다. "오늘 아침, 신문을 훔쳐서 보았어. 총소리가 4시 반에 들렸다고 경찰에게 말 한 건 분명 너희들이지? 하지만 4시 반이 아니었어. 내가 전철에서 내린 것이 4시 47분 이었어. 그리고 나도 그 소리를 들었고." "들었다고 경찰에 이야기하면 안돼요." 다이나가 속삭였다. "우리가 곤란해져요." "그런데 너희들은 왜 4시 반이라고 했지?" 월리 샌퍼드가 물었다. "그건 말이죠. 당신이 부인을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에요. 그럴 분이 아니거든요." 그는 신음하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하나님만이 알고 있어.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하고 중얼거렸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그 순간 잠자코 있어야 한다고 생 각했다. 잠시 뒤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 어째서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죠? 왜 멀리 도망치 지 않으세요?" "여기를 떠날 수 없어. 난 저 집안으로 들어가야 해." 그는 주먹을 쥐고 손가락을 깨물었다. "처의 집이야. 내 것이 아니지. 마누라가 샀으니까." 그는 상대가 옆집의 꼬마 여자 아이란 사실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그걸 느꼈다. 에이프릴 이 무릎으로 다이나를 툭 치며 말했다. "당신은 폴리 워커와 결혼하시겠죠?" "결혼? 그 여자와? 당치도 않아. 사실은 난 한 번도-." 다이나가 에이프릴을 쿡 찌르며 속삭였다. "둑을 터뜨렸어." 에이프릴은 수궁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아치가 뭔가 고백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 해야 될지 몰라할 때, 뭔가 계기를 주어서 순간적으로 뭐든 다 얘기해 버리게 하는 것 이었다. "난 그녀와 만났어." 그는 신음했다. "그리고 좋아졌지. 그녀에게 사탕발림을 했는지도 몰라 몇 번 점심식사를 같이했어. 그래선 안되는 거였지만. 나는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 말했어. 물론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지 플로라가 아니 었다면 --플로라가 아니었다면-- 난 그저 토지 회사의 사원인 채로 있었을 텐데. 그런데 난 이제 토지회사의 지배인이야. 대단한 사람이 된 거지. 이제 나는 플로라 의 토지도 관리하게 되었어. 사형을 당하지 않는다면 말야. 아, 이 주의 법률에는 사형은 없어. 하지만 징역 도 곤란해. 죽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누구라도 그 런 생각을 했을 거야. 하지만 난 죽이지 않았어. 그렇 지만 무죄를 주장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폴리 그녀가 이런 사건에 말려든다는 건 너무 가여워--. 이런 무서 운 사건에 그녀도 플로라를 죽이지 않았으니까. 그건 확실해. 자신할 수 있어. "흥분하지 마세요, 아저씨." 다이나가 말했다. "믿어 다오. 믿어야 해. 폴리가 우리 집에 가려고 한다 는 걸 알았어. 이유도 알았고. 난 두려웠어. 그날 난 사무실을 일찍 나와 전철을 탔어. 이곳 역에 도착한 건 4시 47분이었지. 나는 빈터를 빠져나와 지름길로 왔어. 그녀보다 앞서 가려고-- 나는 아내가 왜 폴리를 만나려 고 하는지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먼저--." 그는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고 나서 다시 말하기 시작 했다. "집 근처까지 왔어. 그런데 그때 총소리가 났던 거야. 두발이었어. 그러자 한 대의 차가 차도를 따라 내려갔 고, 그리고 또 한 대가....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어. 아 내는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총에 맞아..." 그는 얼굴을 들고 중얼거렸다. "나는 불쌍하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아내는 악인이었으 니까--.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악인 이었지."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또 손을 쥐었다. "난 도망쳤어." 월리 샌퍼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먼저 혐의를 받는 게 나일 거란 걸 알고 있었지. 지금 경찰은 날 찾고 잇고 난 숨어 있어. 하지만 난 이제 지 쳤어. 아, 지겨워졌어." 그는 야윈 얼굴을 손에 묻었다. "우유와 음식과 신문을 훔친 것이.... 난 자수해야 할 지도 몰라. 하지만 경찰은 결국 내가 증거를 대려 해도 --." "침착하세요." 다이나가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하룻밤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하룻밤 푹 주무세요. 그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세 요. 서둘러서, 가능한 여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 로 도망가는 게 좋아요. 기차로든 버스로든. 다른 사람 의 자동차를 얻어 타고 갈 수도 있어요." 에이프릴은 월리 샌퍼드가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덧붙 였다. "만일 내가 말을 잘못했다면 나를 걷어차도 좋아요." "맞는 말이에요. 역시,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 로 가는게 좋겠어요. 그게 안전해요." 다이나가 말했다. "안전?" 그는 중얼거렸다. "안전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도망갈 수 없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해. 저 집안으로 들 어가야 하니까. 아내는 증거품을 집안에 숨겨 놨어. 내 가 찾아내지 않으면 경찰이 찾아낼 거야."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우리가 찾아낼게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는 에이프릴을 쳐다보았다. "프로라가 어디 숨겼는지 알기만 한다면. 그리고 내가 찾아낼 수 있고, 또 없앨 수만 있었다면 난 저런 여자와 결혼 같은건 하지 않았어." "그녀에게 반하서 결혼한 게 아닌가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니아가 에이프릴을 발로 찼다. "잠자코 있어." 남잘는 괴로운 듯 말했다. "나는 폴리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했는데 이런 처지가 되어버렸어. 만일 내가 도망쳐 버리면 경찰은 그녀를 플로라의 살인범으로 체포할 거야. 게다가--."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비볐다. "그녀는 플로라를 죽이지 않았어. 난 알아." 그는 숨을 들이마시더니, 한참 뒤에 낮은 목소리로 말 했다. "아, 졸려!" 그는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얼굴을 한쪽 무릎에 묻었다. 그리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나 봐.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잠들면 안되는데. 이런 축축한 풀 위에선." 다이나는 조용히 말했다. "엄마를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발견하게 하는 거야. 요컨데, 이 사람 은 경찰이 수배 중인 사람이고, 엄마가 공적을 세울 수 도 있어." "미쳤니?" 다이나가 비난했다. 에이프릴은 월리 샌퍼드의 창백한, 반쯤 잠든 얼굴을 보았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그런데 어디에 숨기려고?" 그것이 큰 문제였다. 사람을 한 명 숨긴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특히 수배중이며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엄마 모르게 집안에 숨긴다는 것은 좀 무리다. 지하실은 내일 맥놀리아가 세탁을 하 러 오기 때문에 안된다. 차고에는 아치의 올챙이를 담 아 놓은 관이 있어서 냄새가 너무 심하다. "숨을 장소가 없어." 마침내 다이나는 단념했다. "이대로 두어야겠어. 하지만 감기에 걸릴꺼야." 풀숲에서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에이프릴 과 다이나는 깜짝 놀랐다. 월리 샌퍼드는 그 소리에 놀 라 파랗게 질렸다. 제 8장 두번째 "내 놀이방은 어떨까?" 작은 목소리가 물었다. "침대도 있고 비밀 통로도 있어. 그 터널은 작년 언젠 가 5학년 학생들 전부가 숨어 있었잖아. 그래서 그때 학교 지도부의 잔소리꾼도 도저히--." "아치! 넌 자고 있을 텐데." 다이나가 말했다. "아니야." 작은 파자마 차림의 모습이 관목 숲 뒤에서 나왔다. "안 잤어. 아까부터 전부 들었는걸. 놀이방에는 지붕도 있고 침대도 있어. 그리고 '산고양이'라는, 내가 파놓 은 아주 큰 터널도 있어서 숨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아 주 안성맞춤이야. 아주 큰 터널이야. 5학년생 전부를 숨긴 적도 있어." "5학년생 남자애들만이었잖아." 에이프릴은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겨우 15명이야. 게다가 그 '산고양이'는 내가 판 게 아냐. 전에 누군가 기초만 세우고 집을 지으려다 가 만 흔적이잖아. 넌 다만 그 엎에 놀이방을 만들어 벽에 구멍만 뚫었을 뿐이고. 비밀 터널이 듣고 웃겠다." "그렇지만 5학년생이 숨을 수 있을 정도니까 이 사람도 숨을 수 있어." 아치가 말했다. "창고에서 담요를 좀 내오자."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냉장고에는 먹을 것도 좀 있어. 내일 아침, 학 교에 가기 전에 커피를 가져다 줘야겠다." 다이나는 아치를 보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자지 않고 나왔지?" "쳇! 자기들끼리만 밤중에 나가는 걸 내가 잠자코 보고 만 있을 거라고 생각해? 호위병이 되어 주었더니." 창고에 열새가 채워져 있어 아치가 창문으로 들어가 담 요를 꺼내 오고,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음식을 넣어 둔 장소에서 소리내지 않고 내오는 데 아주 애를 먹었 다. 월리 샌퍼드가 서서 자기도 하고, 잠시 소란을 피 우기도 했지만 어쨌든 일동은 무사히 해냈다. 15분 뒤, 월리 샌퍼드는 남아 있던 햄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비 밀 터널로 안내되어 침대 위에서 잠이 들게 되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엄마의 눈에 띄지 않고 엄마에게 들리지 않게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제였다. 아치는 자기 자신만은 거뜬히 해치웠다. 아치는 구두를 벗고 소리내 지 않고 홈통을 기어올라가 베란다 지붕을 더듬어 가서 자기 방 창문으로 쏙 들어갔다. 에이프릴이 흉내내려고 하는 것을 다이나가 말리며 "어린 아이 같은 짓 하지마." 하고 속삭였다. "거기다 새 나일론 바지를 입고 있으면서." 에이프릴은 대꾸하지 않았다. 다이나의 뒤를 슛아 집안 으로 몰래 들어갔다.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춰섰다. 엄마의 방에서 타이프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부엌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소리도 들렸는데 웃음 소리 였다. "아니, 언덕을 내려갔다입니다." "내려왔다예요." 엄마의 소리다. "아, 좋아요. 기차는 언덕을 내려왔다. 시속 90마일-." "60마일." 엄마가 말했다. "당신과 입씨름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저어--. 카스테어스 부인." 이때, 때도 잘 맞춰서 에이프릴이 재채기를 해버렸다. 단순한 재채기가 아니었다. 말하자면 소동이었다. 재채 기를 한 순간, 중심을 잃고 창틀에 기댔는데 헛디뎠던 것이다. 그 바람에 옆 탁자의 청동 수반이 요란한 소리 내면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누구니?" 엄마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다이나는 민첩하게 행동했다. 두 걸음에 위로 올라가서 에이프릴의 잠옷과 슬리퍼를 난간 너머로 던져 주었다. 에이프릴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구두와 양말을 벗고 잠 옷으로 갈아입은 뒤 슬리퍼를 신고 머리를 손으로 빗어 올렸다. 에이프릴은 잠옷 앞을 여미고 식당을 지나쳤다. 핑크빛 볼과 졸린 눈을 하고 에이프릴은 갑자기 부엌문 을 젖히고 뛰어들었다. 엄마와 빌 스미스는 식탁을 사 이에 두고 마주않아 있었다. 칠면조는 앙상하게 남아 있어꼬 과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어머나! 어떻게 된 거니?" 엄마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 다. "무서운 꿈이었어요." 에이프릴이 훌쩍거렸다. 엄마가 다시 자리에 앉자, 에이프릴은 무릎에 기어올라 6살 정도로 보이게 했다. "가엾게도."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는 엄마가 앉아 있던 의자로 돌아와서 에이프릴의 입 에 설탕을 묻힌 과자를 넣어 주었다. "신경과민인 것 같군요, 이 아이는." 빌 스미스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에이프릴이 한 번 더 훌쩍이며 응석을 부리자 빌 스미스가, "자, 착하지." 하고 위로했다. "신경과민이 아니에요." 엄마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 리고 밑을 보니, 잠옷 밑으로 블라우스 자락이 나와 있 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마침 좋은 시기에 초인종이 울렸다. 엄마는 에이프릴을 무릎에서 내려놓고 일어서서, "잠깐 실례하겠어요." 하고는 문으로 다가갔다. 빌 스 미스 반장도 함께 갔다. 에이프릴은 이때를 틈타서 도망가는 토끼처럼 계단 중 간까지 뛰어올라가 귀를 기울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듣기 좋은 남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엽집 사건을 맡고 계신 경찰관을 뵙고 싶습니다만. 여 기에 계실지도 모른다고 히서요." "예, 들어오세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제가 빌 스미스인데, 당신은?"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플리은 난간 기둥 사이로 엿보았다. 잘생긴 청년이 있었다. 키가 크고, 알맞게 그을린 얼굴에 다정스러운 파란 눈과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가진 남자였다. "좀전에 신문에서 보았는데 저를 찾고 계신다고 해서요 ." 하고 청년이 말했다. "그래서요?"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전 루퍼트 밴 두젠입니다. 쓸데없는 내용의 편지를 샌 퍼드 부인에게 --지금은 죽은 샌퍼드 부인에게-- 들켜 서 협박을 받았던 것은 인정합니다. 또 그녀와 만났을 때의 상황이 신문에 난 믿을 만한 증인이 말한 그대로 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살해된 시간에 는, 전 여기에서 적어도 20마일은 떨어져 있는 이발소 에서 머리를 깎고 있었어요. 그 점은 적어도 여섯 명이 증명해 줄 수 있습니다." 빌 스미스는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알리바이를 밝히기 위해 본서까지 동행해 주시겠습니 까?" "물론이죠." 청년은 말했다. "도움이 된다면 뭐든 기꺼이 하죠."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대단히 폐를 끼쳤습니다, 카스테어스 부인" "아니요, 천만에요." 엄마가 말했다. 두 남자가 나갔다. 에이프릴은 재빨리 2층으로 뛰어올 라 방에 들어가서 급히 문을 닫았다. "왜 그래? 꼭 유령이라도 본 것 같잖아.!" 다이나는 일 기장에서 눈을 들더니 말했다. "봤어!" 에이프릴은 몸을 떨었다. "이 세상에는 없는 인간이 나타났어!" 제 9장 첫번째 "제가 경찰에 들어온 건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는 아니 었습니다. " 오헤이어 경사는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해서 말했다. "저는 도로시 딕스(1951년에 죽은 미국 기자) 가 될 생 각은 아니었어요. 다만 당신은 동료니까, 쓸데 없는 말 씀을 하시는 걸 보면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동료로 써 말이죠. 비공식적으로, 그 밴 두젠을 놓쳐 버린 것 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빌 스미스 반장은 한숨을 쉬며 샌퍼드 저택 현관의 제 일 아래 계단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샌퍼드 부인이 죽었을 때 루퍼트 밴 두젠은 대중앙 이 발소에 있었다네. 로스엔젤레서의 여두 명이 -- 이발사 도 포함해서--그가 거기에 있었던 걸 보았어. 설마 그 가 의자에서 일어나 17마일을 달려와서 샌퍼드 부인을 죽이고, 또 17마일을 되돌아가서 아무에게도 의자을 비 웠던 것을 들키지 퀮낳았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자 네는 아무래도 공상만화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아." "그 목격자들은 얼굴에 잔뜩 비누 거품을 칠하고 있던 그를 본 것이겠죠." 오헤이어가 차갑게 말했다. "이발을 하고 있었어. 면도를 한 것이 아니라." "좋습니다. 좋습니다." 오헤이어는 동감한다는 뜻을 나 타내었다.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 남자는 샌퍼드 부인을 협박하 고 있었어요. 그 머리 좋은 아이가 그것을 듣고 저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도 인정하고 있고요. 단지 알리바 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그를 석방했습니다. 그 살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면 왜 여기에 출두했겠습니까?" "정직하고 바른 인간으로, 경찰에 협력하려고 한 걸세." 빌 스미스는 좀 지쳐 보였다. 오헤이어 경사가 혼자 중얼겨렸다. 그것은 대단히 실례 의 말이었다. "그럼, 좋아요."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다고 가정해 보세. 하지만 그 것은 완전범죄야. 완전한 알리바이가 있으니까. 그러니 우선 보고서만 제출하고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세." 그는 괴로운 듯이 덧붙였다. "이제는 적당히 보고서를 써야 하니까." 오헤이어 경사는 슬쩍 그럴 흘겨보았다. "푹 주무시는 게 낫겠습니다." 빌 스미스는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틀에 걸쳐 수사를 했지만, 샌퍼드 살인사건은 처음에 착수한 상태에서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그는 불확실하지만 그간 모아온 사실들을 한번 더 머릿 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것으로 200번째이다. 플로라 샌퍼드라는 --부자이며 거만한-- 부인이 살해되 었다. 남편이 있었는데 그 남편은 --빌 스미스가 알 수 있는 걸 종합하면 --용모단정하고 의지가 약한 남자로, 2~3살 정도 부인보다 어리다. 이 남편은 폴리 워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배우와 놀아나고 있다. 뛰어나게 예 쁘지는 않지만, 상당히 날카롭고 한번 품은 생각은 누 가 뭐래도 꺽지 않는 젊은 여성이다. 샌퍼드 부인과 폴 리 워커가 살인이 일어난 날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 었던 것을 그는 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은 만나기 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플로라 샌퍼드가 먼 저 제의한 것일까, 폴리 워커 쪽에서 제의한 것일까? 그러낙 결국 둘은 만나지 못했다. 폴리 워커가 도착했 을 때에 플로라 샌퍼드는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잠깐! 둘은 전에 만난 적이 있음에 틀림없다. 폴 리 워커의 흥분된 전화 소리는, '....빨리요 샌퍼드 부 인이 줄었어요." 였다. 그는 무심코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했다. "마룻바닥에 죽어 있는 여자가 샌퍼드 부인이란 걸 어 떻게 알았을까? 만일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면 ?" 오헤이어 경사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그럴 쳐다보았다. "순수한 마음으로 말씀드리는데요, 아까도 말했지만 하 룻밤 푹 주무시는 게 어떻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철저히 수사하십시다. 만일 이 여자가 공갈을 칠 구실 이 될 만한 편지를 갖고 있었다면 신탁회사의 금고에 틀림없이 맡겨 놨을 겁니다. 이름도 존 스미스로 해서 요." 발 스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담배를 또 한 대 물고, 멍하니 건너편 숲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월리스 샌퍼드의 실종. 왜 그는 모습을 감추어 버렸을까? 알리바이도 있는데. 총이 발사되었을 때 그 는 교외전차에 타고 있었다. 행방을 감춰 버린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납치된 걸까--죽은 걸까? 살인사건이 있고 나서, 왜 사람들이 샌퍼드 저택에 숨 어들어가려 하는 걸까? 캘턴 첼링턴 3세 부인. 단순한 수집광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심한 작은 몸집의 변호사 인 훌부룩 씨. 변호사라면 살인사건이 난 집의 자물쇠 를 열어선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이다. 아무리 피해자가 자기의 의뢰인이라 할 지라도. 그리고 관목숲 에서 몰래 접근하려다가 붙잡혔던 그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을 피엘 데그랑주라고 이름을 밝히고, 자신은 화가 라고 했다. 그 남자의 말투는 빌 스미스가 만난 프랑스 인과는 달랐다. 그리고 이 루퍼트 밴 두젠이라는 남자. 대체 이 남자는 이 범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총성은 두 발이 울렸다. 한 발에 플로라 샌퍼드는 죽었 다. 또 한 발은 어디로 간 걸까? 또 한 명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가져 간 것일까? 범죄 현장에서 자동차가 두 대 달아났다. 총서은 두 발. 두 대의 자동차. 두 구의 시체. 동기가 있는 용의자는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집에 협박의 근거가 숨겨져 있을 게 분명 하다. 수색해 보아야 한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오헤이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란스러워." 빌 스미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담배를 버리고 일어섰다. 숲 너머로 옆집이 보였다. 부엌은 따 뜻하고 안락했다. 철도의 노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칠면조 샌드위치와 메이플 수거 과자, 그리 고 마리안은--아니, 카스테어스 부인은-- 훌륭한 어머 니일 뿐만 아니라, 영리한 여자이고 게다가 미인이다. 또한 요리 솜씨도 대단하다. 그는 샌퍼드 저택의 정원 끝까지 걸어갔다. 불 켜진 창 너머로 타자기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무슨 유감스런 얘긴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렇게 매 력있는 여자가 저렇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은. 이 넓은 세상에 혼자서, 저렇게 훌륭하고 머리 좋은 아이 들을 기르고 있다니, 이 얼마나 한탄스러운 일인가. 더 구나 여자 혼자의 힘으로!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카스테어스의 집에는 불이 환 히 밝혀져 있다. 현관과 바깥 차도에까지 불이 켜져 있 다. 누가 아픈 것일까? --아이라도? 아니다. 그렇다면 마리안--카스테어스 부인 혼자-- 타이프에 전념하고 있 을리 없다. 병상에서 정성껏 간호하고 있을 것이다. 그 럼 대체--.? "저."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돌아가는 겁니까? 아니면 수색하는 겁니까?" 빌 스미스는 마지못해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아, 좋아." 그는 언짢은 기분으로 말했다. "돌아가서 수색하세." 오헤이어 경사는 생각에 잠긴 듯 상대를 잠시 관찰했다 "정말이지, 반장님은 혼한에 빠지셨군요." 그때 갑자기 카스테어스 가에서 아이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났다. 계속해서 두 번 세 번, 더 큰 비명소리가 났다. 제 8장 2번째 "무슨 일이지?" 빌 스미스 반장은 침을 삼켰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 잔디를 반쯤 건너갔을 때, 오헤이어 경 사가 뒤쫓아와서 말렸다. 그 동안에도 비명소리는 몇 번이나 났다. 젊은 여자의 소리였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했다. "에디! 그만둬!" 해리 제임스의 노래가 크게 울렸다. 그러자 문자 그대 로 일대 광란이 일어났다. 빌 스미스는 잔디 위를 달려가는 걸 멈추고 한숨을 쉬 었다. "오헤이어! 호각을 불어!" "왜 그러십니까?" 오헤이어는 상사의 팔을 잡으며 위로 하듯 말했다. "저것은 저 집아이들이 파티를 하는 겁니다. 난 아이를 아홉 명이나 돌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죠." 빌 스미스는 한숨을 쉬며, "오오!" 하고 말했다. 다음 순간, 그는 또 "오오!" 하고 말했는데, 그건 사람의 그 림자가 어뢰와 같은 속력으로 관목 숲에서 발사되었다 고 생각한 순간, 그의 복부에 명중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세로 그는 잔디 위에 넘어졌다. "죄송합니다." 그것은 파란색 팬티와 찢어진 재킷을 입은 작은 남자 아이였는데, 더러워진 얼굴 위에 빨간 분필로 분장까지 하고 있었다. "난 검은 군단의 단원이에요. 안녕." 어린 목소리가 날카롭게 이렇게 속삭이고는 숲속으로 뛰어서 돌아갔다. "돌아와, 스루키. 그리고 얌전히 있어. 코카콜라를 훔 쳐야 해." 빌 스미스는 일어나서, "역시 호각을 부는 게 나을지도 몰라." 하고 말하면서 창을 올려다 보았다. 마리안 카스테어스 는 더 맹렬한 속도로 타자에 여념이 없다. "잘도 견디는군." 그는 중얼거렸다. "익숙해 있겠죠."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자기 집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려 줘야 합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큰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순간 조용해졌다. "보세요." 그는 으쓱해서 말했다. "아이은 아이에요. 만일 나에게 아이 아홉 명이--." "당치 않아." 빌 스미스가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았 다. 자신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까 지 몇번이나 오헤이어를 부러워했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 알게 된, 그 예쁜 흑인 아이와 결 혼했다면 자기도--. 그 아이의 이름은 베티 루였다. 부 드럽고 따슃한 남부 사투리를 쓰던 아이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상냥한 소녀였다. 졸업하던 해 여름, 그가 포프너의 다방에서 일하고 있 을 때였다. 여름 시즌이 끝나도 주인이 그를 계속해서 쓴다면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해 8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은행강도에 게 저격당한 상처가 악화되어 병원에서 5일간 치료를 받은 끝에 그 5일 동안 아버지는 빌을 경찰학교에 입학 시킬 수속을 마쳤다.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전에 이렇 게 말했다. "어머니를 부탁한다. 부디 훌륭한 경찰이 되거라." 빌은 경찰학교에 들어갔다. 베티 루는 기다리겠다고 약 속했다. 3주일 뒤, 그녀는 포틀랜드에서 온 자동차 세 일즈맨과 결혼해 버렸다. 빌은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극진히 모셨다. 그리고 모범 경관이 되었다. 한계단 한계단 승진해 갔다. 지금 은 반장이다. 부친이 살아 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시간도 없었고, 돈도 없고, 베티와 닮은 여자를 만나지도 못했 으며, 부드러운 남부 사투리를 쓰지 않고 상냥하지 않 으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 동안 그는 지내기 편한 호텔 방 하나를 빌려 능숙한 서비스를 받으며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독신생활 이 맘 편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결론에 의심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편안한 호텔이다. 서비스도 그만이다. 능숙한 하녀--매 주 정해진 팁을 지불하고 잇지만,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른다--가 의복 정리부터 재떨이 청소까지 해 준다. 그리고 식당도 훌륭하다. 종업원은 이젠 필요없 이 메뉴판을 가져오지 않고, 석간신문과 정해진 식사를 가져온다. 단, 식당에서는 메이플 슈거 과자를 팔지 않 는다. 그리고 편안한 호텔 방은 너무 조용하다. 그러나 베티 루는 아이를 아홉 명이나 낳는 것에 찬성 하지 안았을 것이다. 게다가--그녀는 아무리 공부래 봤 자 추리소설을 쓸수 있는 머리는 아니다. '구형 97호 기관차의 전복' 은 부르지 못한다. 코끝에 뭐가 묻어있 어도 아름답게 보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결혼 안 하길 잘했어." 빌 스미스는 무심코 소리내어 말했다. "뭐라고요?"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생각해 봤는데, 저 집을 수색해 봐야겠어. 하지만 그 보다 먼저--."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제 8장 세번째 그 즈음,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고민하고 있었다.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코카콜라는 냉 장고 속에서 차가워지고 있다. 손님들은 모두 도시락을 갖고 왔다. 핫도그, 포테이토 칩, 팝콘, 쿠키 등. 그리 고 굉장히 큰 초컬릿 모카 케이크가 예정에도 없었는데 이런 쪽지와 함께 부엌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모두가 아주 배가 고플 때 먹으면, 엄마.' 조엘리는 레코드를 자져왔다. 에디와 맥은 싸움을 하지 않았다.--적어도 지금 까지는. 그리고 검은 군단도 사 고를 치지 않았다.--아직은 보물 찾기는 순조로웠다. 웬디가 시계속에서 첫번째 보 물을 찾아냈다. 피터가 어항 속에서 두 번째 보물이 핀 으로 밀봉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점점 더 열 심히 찾고 있다. 곧, 계획대로 모두는 샌퍼드 저택에 숨어들 것이다. 그들 중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몹시 멋져 보일 거라 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다이나는 줄무늬 스커트와 스웨터 차림으로, 갈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구두를 신었다. 에이프릴은 옅은 청색의 원피스에, 머리엔 꽃 을 꽂았다. 아치까지도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었으며 가장 멋있는 반바지를 입었다. 파티는 성공적이었다, 대단히. 엄마에게도 방해도 되지 않았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살금살금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엄마는 창백한 얼굴로 타이프에 열중해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마지막 장을 타자기로 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래층에서 일어난 소동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하지만 -- 코카콜라를 훔치려고 한 검은 군단의 계략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각되어, 믿을 수 있는 아이 두 명이 뒷문에 배치되어 망을 보게 되었다. 깨진 레코드도 아 직 한 장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이방의 주름 종이 장식 은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사히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모두를 어떻게 흩어 놓지?" 에이프릴이 다 이나에게 속삭였다. "빨리 수색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피터가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으니." 다이나가 언짢은 소리로 말했다. "그애만 없으면 언니도 괜찮을 텐데." 에이프릴이 말했다. "차라리 사정을 말할까? 그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도 모르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애는 안돼! 언니, 어떻게 된 거 아냐?" 에이프릴이 소리쳤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야잖아." 다이나가 변명했다. "어디 있니? 다이나--!" 피터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에이프릴이 신음소리를 냈다. "여기야." 다이나의 목소리에는 체념의 빛이 역력했다. 피터는 자양화 그늘에서 나왔다. 짧은 반바지에 큰 셔 츠를 깔끔하게 입고 있다. 나이는 열여섯, 키는 173cm. 위험해 보일 정도로 크고 마른 체격이다. "에이프릴, 조가 찾았어." 피터가 말했다. "찾게 그냥 내버려둬." 에이프릴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다이나는 갑자기 묘안이 떠올랐다. "저, 피터.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좋아. 뭐든." 피터는 기쁜 듯이 말했다. "휴지 사오는 걸 깜빡 했어. 자전거로 루크 상점에 가 서 10센터어치 사다 줄 수 있겠니?" "좋아." 피터가 말했다. "10센트 줄께." 다이나는 블라우스 주머니를 뒤졌다. "에이프릴, 10센터 가지고 있니?" 에이프릴은 고개를 저으면서, "아치!" 하고 불렀다. 아치는 정원의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올라왔다. "10센터 갖고 있어?" "있어." 아치가 말했다. "뭐하려고?" "뭐를 하든. 빨리 빌려 줘." 에이프릴이 엄하게 말하면 서 의미 깊은 신호를 보냈다. 아치가 에이프릴에게 10센트르 건네주자, 그것을 다이 나에게 주고 다이나가 그걸 피터에게 주었다. 피터는, "곧 돌아올게." 하고는, 자전거 놓아 둔 곳으로 쏜쌀같 이 달려갔다. "모두 2달러 85센트 빌려 준 거야." 아치가 말했다. "돌려줄게."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는 "자," 하고 한 숨을 쉬었다. "서둘러야 해." 세 사람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샌퍼드 저택과의 경계까 지 왔다. 샌퍼드 저택의 연못에 떠 있던 우유병 속의 보물을 발견한 탄성이 들렸다. 기뻐하고 있는 것은 조 엘라였다. 제복의 경찰이 바깥 현관에서 둘러보고 소리 쳤다. "아이들은 오면 안돼!" 에디가 샌퍼드 저택에 있는 나무에서 내려와 기쁜 듯이 소리쳤다. 새둥지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은 것이었다. 집안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이 샌퍼드 저택의 마당을 달 려갔다. "아주 좋아." 다이나가 말했다. "이제 마당엔 아무도 없어." "그런데 한 가지." 다이나는 현관에 있는 반장과 오헤 이어 경사를 손가락질 했다. "저 두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필이면 왜 오늘밤에 와 있을까?"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치에게 말했다. "너하고 검은 군단이 저 두사람을 쫓아 버려야겠어." "좋아, 좋아, 좋아!" 아치가 힘주어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지 쫓아 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생각 좀 해봐. 어떤 집에 불이라도 지르든지." "쳇!" 아치가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 계단을 뛰어 올라 면서 소리쳤다. "야, 스루키! 야, 핀헤드! 모두 와." "잘할 거야." 에이프릴이 자신 있게 말했다. "검은 군단을 나는 잘 알고 있어." 에이프릴은 정원을 빠져나와 샌퍼드 저택으로 가까이 다가 갔다. 다이나가 그 뒤를 따랐다. 제복의 경찰 두 사람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오헤이 어 경사도 가세했다 그러나 웬디를 장미 화단에서 쫓아 내자 곧 조엘라가 해시계 옆에서 나타나고, 이번엔 월 리가 포플러 나무 아래에 모습을 보였다. 두 경찰과 오 헤이어 경사는 쩔쩔매고 있었다. 하지만 빌 스미스 반 장은 샌퍼드 저택 입구에 서 있었다. "저 아이들을 바쁘게 만들 만한 보물이 숨겨져 있지?" 다이나가 속삭였다. 에이프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당 가득히. 우리들도 보물 찾기를 하자." 보물 찾는 소리가 더 시끄러워진 틈을 타서 두 사람은 샌퍼드 저택의 관목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빈 우유 병 하나가 놓여 있는 곳으로 왔다. 월리 샌퍼드가 놔 두고 간 것임에 틀림없다. 토끼장이 하나 있었다. 아치 가 3주일 전에 잃어버린 칼과 맥의 손수건, 그리고 코 카콜라 병 조각이 나왔다. 에이프릴의 원피스 자락이 돌에 걸리고, 다이나는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에 코를 긁혔다. 5분쯤 지나자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런 바깥을 아무리 찾아 봐야 소용없어. 이런 데에 숨겨져 있다면 오늘 보물을 감출 때 찾아냈을 거야.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해." "그래."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다이나는 갑자기 에이프릴의 손목을 꽉 쥐었다. "들어 봐!" 도로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또 한 번, 멀리에서 세 번째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살인아다!" 에이프릴이 숨을 헐떡였다. "저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아냐." 다이나가 말했다. "저건--어머, 에이프릴, 저것 봐!" 도로 모퉁이에 빨간색이 비치고 연기가 나고 있다. 바 로 그 순간, 숲 너머로 불길이 보였다. "어머, 큰일났어." 에이프릴이 비명을 질렀다. "어쩜 좋아! 아치가 정말로 불을 질렀어." 제 10장 첫번째 다이나는 도로를 향해 언덕을 뛰어내려가려 했다. 에이 프릴이 붙잡았다. "가면 안돼. 이때를 이용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아." 샌퍼드 저택 주위는 텅 비어 있고 거기에는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있을 뿐이었다. 모두 불이 난 곳으로 갔다.제 복의 경달들, 오헤이어 경사, 빌 스미스 반장도. "저 뒷문엔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아." 에이프릴이 지적했다. "아치," 다이나가 신음했다. "아치라면! 만일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지. 자, 빨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뒷문을 향해 잔디 위를 달려갔다. 부엌문은 열쇠 는커녕 아예 활짝 열려 있었다. 부엌에는 전등이 켜저 있고, 테이블 위에는 [범죄 실화] 가 펼쳐진 채로 놓여 있었으며, 아까의 제복 경찰이 햄 샌드위치를 반들려던 흔적도 역력했다. 부엌 이외의 다른 곳은 캄캄했다. 공포스러울 만큼 컴 컴하다. 둘은 식기실을 거쳐 식당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바로 옆의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 바닥에는 종이가 잔 뜩 깔려 있고 검은 분필 표시가 가득 그려져 있다. 긴 타원형이 한쪽 구석에 그려져 있다. 에이프릴이 몸을 떨었다. "바로 저기야."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무서워한다고? 내가?" 고맙게도 이가 덜덜 떨리는 것 은 그쳤다. "회중전등 갖고 왔어?" 다이나는 끄덕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써야 해. 들킬지도 몰 라." 잠시 말을 끊었다. "이런 짓이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몰라. 경찰이 철저히 수색했을 거 아냐." 에이프릴이 비웃었다. "경찰은 남자잖아." 경멸하듯 계속해서 말했다. "여자가 숨길 만한 곳은 짐작도 못할 거야. 잘 생각해 봐. 엄마라면 어디에 숨길까. 생일선물이라든가, 교장 선생님한테서 온 편지라든가. 또 우리가 읽어선 안되는 책을." "글쎄." 다이나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목욕탕 빨래 바구니 밑이나, 모자 상자나, 침대 시트 밑, 화장대 거울 뒤, 할아버지의 초상화 뒤, 헌 야회복 상자 속, 2층 서재의 백과사전 뒤에, 그리고 계단 위 벽걸이 아래도 있어." 에이프릴이 덤벼들듯이 말했다. "경찰이 그런 곳을 찾아봤을 거라고 생각해?" 둘은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 여기저기를 천천히 둘러 보았다. 경찰이 수색한 흔적이 있었다. 죽은 플로라 샌 퍼드의 책상과 화장대와 장롱 서랍은 텅 비어 있다. 벽 에 붙은 작은 금고도 열려 있다. "만일 여기에 뭔가 있었다면, 이미 찾아냈을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찾을 만큼은 찾아봐야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샌퍼드 부인은 꽤 화장을 진하게 했나 봐." 다이나는 화장대를 조사하면서 말했다. "이 병좀 봐." "화장 비결을 찾으로 온 게 아냐." 에이프릴은 사진 한 장을 만지며 말했다. 또 한번 사이렌이 울며 지나갔다. 도로 아래에 있는 집 에서 나오는 빛의 반사로 플로라 샌퍼드의 방의 벽이 환하게 빛났다. 다이나는 슬픈 눈으로 창가를 보았다. "아주 큰 화재인가 봐." "불이 난 걸 보고 싶으면 가." 에이프릴이 냉정하게 말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불 조사를 하다 말고 일어섰 다. "언니, 불! 만일 엄마가--." 둘은 창가로 뛰어가서 밖을 보았다. 마당 건너로 불이 켜진 창이 보이고, 엄마가 타자기에 구부리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지진이 났을 때도 일을 계속 했었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기억하니? 유리창이 두세 장 깨지고 길 아래쪽의 집 한 채가 무너졌잖아. 엄청나게 큰소리를 내면서." "그리고 우린 굉장히 무서웠었어." 에이프릴이 떠올렸 다. 그녀는 쿡쿡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가 무사한지 걱정이 되어서 2층으 로 뛰어갔더니 엄마가 복도로 나와서, '시끄러워! 문을 꽝 닫은 게 누구니.' 하셨잖아." 다이나도 웃었다. 하지만 점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에이프릴, 만일 아치가 체포되면 어쩌지?" "괜찮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자, 우물쭈물한 시간이 없어. 빨리 찾아봐." 화장실에서도, 플로라 샌퍼드의 침실에서도, 응접실에 서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10분 뒤,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도 참 바보다. 나쁜 것을 집에 숨길 땐 자기 방에 는 숨기지 않는 법이야. 샌퍼드 씨 방에 숨기지 않았을 까?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 럴수 있는 여자야." 둘은 월리 샌퍼드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장미꽃 무늬 벽지를 바른 환한 응접실과, 거울을 몇 개씩이나 갔다 놓은 플로라 샌퍼드의 침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 었다. 극히 평범한 작은 방으로, 싸구려 침대 세트와 면 커튼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이 고른 물건은 아닐 거야." 다이나가 비평했 다. "바보, 그 여자가 고른 거야. 여자 돈이잖아. 생각나?"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수색을 게속했다. 갑자기 다이나가 말했다. "여기 온 김에--- 샌퍼드 씨에게 깨끗한 셔츠와 양말을 갖다 주자. 내 블라우스 속에 숨겨 가지고 가서 나중에 살짝 주면 돼." "이왕이면 면도날도. 내일 비누도 조금 갖다 주자." 에이프릴이 말했다. 5분쯤 지나서, 에이프릴은 화장대 거울 뒤에 큰 마닐라 지 봉투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게 휘파람을 불며 속을 조사해 보았다. 창으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 도록 조심하면서 다이나가 손전등을 켰다. 작은 수첩이 있었다. 신문에서 오려낸 종이 조각이 있었다. 편지 같 은 것이 있었다. 에이프릴이 서둘러 읽어 보니 아는 이 름이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첼링턴, 워커, 훌부룩, 샌 퍼드. "언니, 바로 이거야." 다이나는 그것을 읽는 동안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큰일났어, 에이프릴! 이 잘려나간 쪽지. 카스테어스라 고 쓰여있어. 그래 마리안 카스테어스야." "설마!" 에이프릴이 신은했다. 그리고 쪽지를 보고 새 파랗게 질려서 다이나를 올려다보았다. "집으로 가져가서 나중에 읽어보자." 그리고 서류와 잘린 종이 쪽지를 원래대로 넣고 봉투를 봉했다. 다이나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쨋든 엄마가 했을 리는 없어. 총소리가 들렸을 때, 엄마는 타이프를--." 말을 갑자기 멈추고는 에이프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걸 생각해 낸 것이다. 엄마의 책 중 클라크 캐머런의 작품이었다. 살인범은 완전한 알리바 이를 갖고 있었다. 하숙집 여주인도, 그 외에 6~7명도 범행이 난 시간에 그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 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야, 그가 자기의 타이프 치는 소리를 녹음해서 한 번에 레코드를 10장 걸 수 있 는 자동식 축음기에 걸어 놨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 집엔 녹음기도 없고, 집에 있는 축음기는 한 번 에 한 면밖에 못 걸잖아. 게다가 중간에 한 번 감아 줘 야 하고."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더니 엄마 가 타이프를 치고 있었어." "게다가," 에이프릴이 확실하게 단정지었다. "엄마는 협박당할 일은 하지 않아." 봉투를 다시 보고 또 말했다. "어떻하면 이걸 가져갈 수 있을까? 도중에 들킬지도 모 르잖아." "네가 숨겨서 갖고 나가." "이 드레스 속에?"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가 마술사같이 보여?" "좋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러더니 봉투를 자기 블라 우스 속에 찔러넣었다. "이것 위에, 월리 샌퍼드의 셔츠와 구두와 면도날과-." 에이프릴은 냉정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불 두 개쯤은 더 들어가겠다. 넣으려고만 한다면 말 야." "조용히 해."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자, 이제 나가자. 그런데 걱정이다. 어쩌지, 아치가 무사한지 어떤지 알 수도 없고. 그리고 아이들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회중전등을 껐다. "가자, 에이프릴." 둘은 2층 복도를 지났다. 창 너머로 아직 빨갛게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엄청난 불이야." 에이프릴이 괴로운 듯이 말했다. "그런데 전혀 믿기지 않아." "훌륭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 고.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 안녕하세요..지챕니다 이제서야 글이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추리는 해 보고 계신가요? 범인이 이 사람이라고 생각되시는 분 들은 저에게 매일 을 주십시오...( 매일이 너무 안와서 외롭어 잉~~) 그러면 선물은 못 드리지만..최초로 맞추신 분깨는 잡 담란에 이름을 공개하는건 어떨까요? 헛소리 한번 해 봤슴다...꾸벅.. 10장 두번째 복도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조용히 조심조 심 걷고 있다. 그리고 바깥문에서는 누군가가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작은 폭음이 들리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2층 복도를 되돌아가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잔디를 가로질러 집에서 도망쳐 나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반쯤 간 곳에서 멈춰서서, 한번 돌아보고는 또 달리기 시작했다. 달빛에 얼굴이 확실히 보였자. 존재 하지 않는 남자인 루퍼트 밴 두젠이다. 에이프릴은 숨 을 죽였다. "저 사람 누구야?" 다이나가 속삭였다. "용의자야, 틀리없이." 에이프릴이 속삭여서 대답했다. 이번엔 정말로 이가 덜덜 떨렸다. 둘은 선 채로 잠시 귀를 기울였다. 아래층에서 부드러 운 소리가 또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두운 곳에 서 뭔가 찾고 있는 것이다. 간간히 회중전등의 희미한 빛이 보인다. "숨자!"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머리를 저었다. "장소가 없어. 여차하면 지붕으로 나가 홈통을 타고 내 려가는 수밖에 없어. 홈통이 있다면." 계단 아래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두 소녀는 난간 너머를 바라보며 꼼짜도 않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멈춰서서 방향을 돌리더니 일순간에 움직이지 않았다. 창에서 들어오는 달빛과 불난 곳에서 비춰지는 빛으로 얼굴이 보였다 야위고 거무스름한 얼굴인데 모 자를 쓰고 있었다. 손에는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물건 을 들고 있었는데, 잔뜩 겁먹은 얼굴이었다. 다이나는 에이프릴의 손을 잡아끌어 난간에서 뒤로 물러났다. 거 기엔 창이 있고 밖은 지붕이다. 그때 총소리가 났다. 총소리임엔 틀림없지만, 기묘하고 작은, 둔탁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좀 지나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두 아이는 난간으로 되돌아왔다. 계단 바로 아래 바닥 에그림자 같은 것이 보인다. 그 그림자에서 조금 떨어 진 곳에 모자가 굴러떨어져 있고, 또 번쩍번쩍하는 총 이 떨어져 있다. 어딘 가에서 문이 조용히 닫혔다. "여기로 나가자." 다이나가 희미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 했다. "홈통이 없으면 뛰어내려." 홈통보다 더 좋은, 등나무가 얽힌 담장이 있었다. 둘은 반은 붙잡고, 반은 미끄러지면서 고양이처럼 재빠르고 조용히 내려와 집 모퉁이를 돌아 어둠 속으로 뛰어들자 안심을 했다. "그거--떨어뜨리면 --안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도 숨을 헐떡였다. "괜찮아 가지고 있어." 샌퍼드 저택의 뒤쪽 베란다까지 도망오자, 둘은 발걸음 을 늦췄다. 여기라면 안전하고 의심받지 않는다. 엄마 는 창가에서 아직 타자를 치고 있다. 샌퍼드 저택의 잔 디는 달빛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하늘이 빨겠던 것도 좀 덜해졌다. "잠깐 기다려." 에이프릴이 속삭이며 다이나의 팔꿈치 를 잡았다. "기다려." "무슨 말 하는 거야. 빨리 도망가야 한단 말이야."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안돼, 살인이 났어. 우린 그 소리를 들었어. 전부 목 격했어. 엄마 책 속의 남자가 그랬잖아. '사람을 죽이 고 그 흔적을 감추려면 적어도 제 2의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 언니, 살인범은 저 집안에 있어, 지금 현재." 다이나가 말했다. "이 모퉁이를 돌면 일광욕실 창문으로 엿볼 수 있어.하 지만 조심해야 돼. 이 봉투 때문에 죽겠네. 햇볕에 타 서 따가운 살에 자꾸 닿는단 말야. 왜 그런 원피스를 입었어? " "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둘은 집 모퉁이를 돌아 솔리내지 않고 일광욕실의 창문 이 있는 곳으로 몰래 다가갔다. 달빛과 도로에서 빛이 함께 비쳐 샌퍼드 가의 거실은 대낮처럼 밝았다. 일광 욕실도, 거실도, 복도도 모두 보였다. 굽은 계단도 보 였다. 그런데 계단이 막 끝난 곳에 있던 검은 긴 그림 자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자도, 번쩍이던 총도 없다 . 아무것도, 무엇하나 없다.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따. "진심이야. 도망가자. 빨리." 숨이 말혔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지도 몰라." "농담이 아냐." 다이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너무나 날 카롭게 말했다. "그 사람은 죽지 퀮낳았어. 우리가 담장을 내려오고 있 는 동안에 일어나서 나간 거야." 다이나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샌퍼드 가 뒤뜰에서 세워져 있던 자동차 한 대가 시동거는 소리를 내더니 달아나 버렸다. "저것 봐." 다이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자, 제발 집으로 돌아가서 이걸 숨기고 다른 아이들과 합류하자." 둘은 인적 없는 잔디밭을 빙 돌아 정문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불난 곳에 서는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의연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타자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모두 돌아갈 때까지 세탁물 바구니에 처박아 두자." 다이나가 말을 꺼냈다. "돌아가면--." "잠깐!"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빌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가 계단을 올라왔다. 두 사람은 멈춰서서 두 아이를 보았다. 빌 스미스가 이 야기 도중에 입을 다물어 버렸기 때문에, "보초를 남겨 두지 않은 게 잘못이었어." 란 말이 허공 에 흩어졌다. 에이프릴은 어느 책에서 읽은 최상의 방어의 말을 생각 해 내고 공격을 가하기로 했다. 에이프릴은 정말로 화 난 것처럼 말했다. "어디를 가시려는 거예요? 우리 집 뒷마당으로요?" "지름길이라서." 오헤이어가 헐떡이며 말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것은 그리 능숙치 못한 것 같다. 다이나가 화제를 돌렸다. "불은 어떻게 됐어요? 어디서 났어요? 원인은 뭐였죠?" "이젠 괜찮아." 오헤이어가 말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 추고 이마의 땀을 딱으며 조금이라도 쉴 구실이 생긴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메이플 드라이브의 빈집이야. 누군가 불을 질렀어." "어머나!" 에이프릴이 말했다. "법률위반이네요." 그리고는, '아아, 아치. 무슨 짓을 한 거니?'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불 지른 남자를 잡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고 다이나가 물었다. "알카토라스 섬의 감옥에서 20년을 지내야 해."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숨찬 것이 겨우 멎었는지 이 렇게 덧붙였다. "걱정 마라.꼭 체포할 테니까." "어머!" 하고 다이나가 놀란 얼굴을 했다. 빌 스미스 반장의 단정한 회색 양복에 먼지가 잔뜩 묻 어 있다. 머리엔 낙엽이 묻었던 흔적이 보이고 한쪽 볼 은 부어 있었다. 지독히 화자 난 모양이다. 그는 다이 나의 블라우스가 마닐라지의 봉투 때문에 부풀어 있는 걸 발견했다. "도대체-- ." 에이프릴은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빌 스 미스의 모양새를 염려스러운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되신 거에요?" "네 동생의 친구들이 나를 넘어뜨렸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일부러." 에이프릴은 다이나를 팔꿈치로 찔렀다. 둘은 현관의 계 단을 반쯤 뒷걸음치며 올라갔다. 빌 스미스는 마음에 걸렸다. 그는 달빛이 비치는 장방 형의 잔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다이나와 에이프릴 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엄마는 어디 계시지?" "작업중이세요." 에이프릴이 냉정하게, 또 위엄을 갖추 고 말했다. "그래서 면회사절이에요." 빌 스미스가. "저어--." 하고 말했다. 한 마디 더 하려고 하다가 그냥 삼켜 버렸다. "니키 게케 로코(도망가자.)"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다이나는 나머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떨어뜨리지 않 도록 마닐라지의 봉투와 월리 샌퍼드의 깨끗한 셔츠와 양말을 움켜쥔 채. 에이프릴은 난간에 기대, 빌 스미스를 바라보면서 차갑 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씀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두세 걸음 올라가 덧붙였다. "특히 우리 엄마에 대해서는. 당신이 엄마를 싫어해서 유감이에요. 우린 아주 좋아하는데." 빌 스미스는 목덜미에서 낙엽을 털어 내며 말했다. "난 너희 엄마를 좋아한단다. 훌륭하고 영리한 여자야. 단지 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조금도 모르거든." "자신의 아이를 아홉 명까지 길러 보세요. 반드시--." 오헤이어 경사가 위로했다.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에이프릴은 난간에 기대어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 오헤이어 경감님. 역시, 그 살인범이 정말로 일부 러 불을 지르고, 경찰을 유인한 뒤에 샌퍼드 가를 뒤졌 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빌 스미스와 오헤이어 경사는 언뜻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순간 둘은 정문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에이프 릴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샌퍼드 가의 잔 디 위를 황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제 10장 세번째 다이나는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왔다. 이제 완전히 침 착을 되찾았다. "이젠 됐어. 세탁물 바구니에 넣었어." 쿡쿡 웃는가 했더니 금세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셔츠와 양말은 내일 아침식사와 함께 샌퍼드 씨에게 가져다 주자." "면도날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비누와 거울도. 그러나 그건 내일 하면 되고, 지금 할 일은, 자, 모든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거야. 파 티를 하고 있었어. 기억해?" 다이나가 말했다. "어떻게 쫓아버렸어? 그 두사람." "아주 간단했어. 집을 한 채 태웠거든." "농담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를 찾아야 해. 체포됐을지도 몰라." 에이프릴은 그 일을 생각해 내고 하얗게 질렸다. 그녀 는 다이나와 나란히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자. 죽 우리와 함께 있었던 거야 불이 날 때까지." "불을 지르고 있을 때 체포 됐는지도 몰라." 다이나가 말했다. "저 오헤이어인지 뭔지가 불을 질렀다고 했잖아."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에이프릴은 별렀다. "만일 아치를 벌써 체포했더라도 우린 어떻게든 손을 쓸 거야." "손을 써야 해." 다이나도 별렀다. "우리 동생이니까." 하고 덧붙였다. "빈집을 택해 준 건 다행이야." 게단을 내려오자 화재 장소가 한 눈에 보였다. 빨간 연 기, 때때로 솟는 불길, 소방차가 다섯 대, 그걸 둘러싸 고 있는 구경꾼. 둘은 보도를 뛰어내려갔다. 반쯤 가자 작은 것이 흥분해서 숨을 몰아쉬며 튀어나와서 부딪혔 다. "누나." 아치가 말했다. "부르러 돌아왔어. 빨리 오지 않으면 불이 꺼져 버려. 모처럼의 구경거리가 없어져 버린다고." 아치는 껑충껑 충 뛰었다. "빨리, 빨리, 빨리." "얘,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치는 누나를 보며 겁먹은 눈으로 반은 울면서 말했다. "하지만!" "누가 보지 않았어?" 다이나가 추궁했다. "응, 모두 봤어." 아치는 황당한 표정이다. 에이프릴이 팔꿈치로 쳤다. 안돼, 아치에게 뭔가 얻어 려면 직접적으로 물어서는. 에이프릴은 부드럽게 물었 다. "불이 났을 때, 넌 어디에 있었니?" "쳇!" 아치는 기분이 상했다. "경찰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라고 했잖아. 그래서 나하 고 검은 군단이 숲속으로 들어가 풀을 역었어. 다 묶고 구니가 소리를 지르려고 있어. 그러면 두 명은 걸리거 든. 그런데 불자동차가 오니까 모두 나만 두고 가버렸 어. 하지만, 그 빌 스미스는 묶은 풀에 걸려 넘어졌어. 그런데 그 오헤이어가 길 저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어. 그래서 나도 가도 된다고 생각했어. 불은 매일 일어나 는게 아니잖아." "어머나,"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아치가 지른 게 아니었어!" "살았다." 에이프릴이 한숨을 쉬었다. "지르지 않았다고? 뭘?" 아치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 집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는 얘기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내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법률위반이잖아. 그런 짓을 하면 방화죄야." 에이프릴은 뽀뽀를 하고, 다이나가 끌어안았다. 아치는 몸을 흔들며 말했다. "자, 빨리 가지 퀮낳으면 지붕이 타서 무너지는 걸 못 본단 말이야." 셋은 언덕을 뛰어내려갔다. 소방대는 폭포처럼 물으 뿌 리고 있다. 5년 동안 '셋집' 이란 푯말이 붙어 있던 집 이다. 관목과 이웃집에 물을 뿌리는 소방수도 있다. 카 스테어스의 세 아이가 현장에 도착하자, 곧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고 소방대원들이 뒤로 물러섰다. 다음 순 간,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텅' 하는 울림이 나더니 불 꽃이 하늘로 피어올랐다. 연기가 큰 풍선처럼 덩어리져 서 하늘로 올랐다. 소방수들이 호스로 서둘러 불을 껏 다. "내가 말했지?" 아치가 말했다. "말했지? 말했지?" "그래 말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오코 다카 마카 리키(조용히 해.)" "쳇!" 아치는 구경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버렸다. "스루키! 구니!" "검은 군단이잖아!" 다이나가 경멸하듯 말했다. "모처럼의 화재인데 저얘들만 구경시겼잖아. 벌써 거의 꺼져 버렸어. 그런데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연기색이 변하고, 불길은 약해졌다. 아주 약한 불꽃만 날아 다닐 뿐이다. 한 대의 소방차만 남아서 정리하고, 다른 차들은 엔진 소리만 클 뿐 사이렌은 약하게 울리 면서 돌아가 버렸다. 모인 사람들도 흩어졌다. 아이들은 무리에서 빠져나와 다이나와 에이프릴 쪽으로 왔다. 조엘라가 말했다. "어디 있었니?" "다 봤어?" 바니가 말했다. "에이프릴 여기 저기 찾아다녔어." 조가 말했다. "어디서 길을 잃은 거야?" 피터가 말했다. "지붕이 불에 타서 쓰러지는 장면 봤어?" 에디가 말했다. 그리고 맥은 다이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아아, 아주 멋졌어! 정말로 근사한 불이었어." "마음에 들었다니 기뻐." 다이나가 정중히 말했다. "우린 항상 가능한 것은 모두 다 해서 손님을 대접해. 이 다음에 파티를 열 때는 지뢰를 폭파시킬 꺼야." 맥은 쿡쿡 웃으면서 앞서 걷는 에디에게 달려갔다. 바 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애들아! 모두 빨리 위로 가서 춤추자." "배고파." 검은 군단 중의 한 명이 소리쳤다. 소방서장의 빨간색 차가 길가에 놓여 있었다. 서장은 옆에 서서 부하 소방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 로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다가갔다. "--의심할 여지가 없군. 석유가 전체에 깔려 있어." "다이나!" 피터가 불렀다. "곧 갈께." "에이프릴!" 조가 불렀다. "지금 가."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이나를 잡 고 이렇게 말했다. "불을 지른 것은 아치의 검은 군단이 아냐."륚 "어머, 물론이지."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거짓말쟁이긴 하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지 는 못해." "하지만, 그 불이 경찰을 샌퍼드 저택에서 유인해 냈잖 아." ---에이프릴은 긴 숨을 토해 냈다.--. "무슨 일이 오늘밤 샌퍼드 저택에서 일어나도록 계획한 사람이 있었어. 우리가 아니라. 그 불은 확실히 누군가 의 방화야." "아치가 아냐."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물론, 아치가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 였을까?" 저쪽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다이나! 에이프릴!" "빨리 가자."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가서 먹자. 조엘라가 가져온 멋진 레코드도 있어. 서두르자. 결국, 오늘밤엔 우리가 주인공이잖아." 제 11장 첫번째 새벽 두 시쯤이었다. 에이프릴이 몸을 일으켜 눈을 반 은 감은 채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 다이나! 다이나!' 하고 불렀다. 다이나는 나란히 늘어 선 침대 위에서 뒤척이더니 한쪽 눈만 뜨고, "응" 하고 대답했다. "언니, 사이렌 소리를 들었어." 다이나는 한쪽 팔꿈치를 세우고 눈을 깜박이며 귀를 귀 울였다. 밖은 조용하고 나무에서는 흉내를 잘 내는 새 가 '키에이 키에이' 하고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잘못 들은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어서 자." "아, 졸려." 에이프릴은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다이나는 1분쯤 귀를 기울여 보았다. 수없이 많은 자동 차가 거리를 지나고 있는 듯했다. 그중에-- 그렇다, 사 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고, 게다가 아주 멀리서 들린다. 다이나는 "에이프릴." 하고 속삭 이려다가 그만두었다. 마음 탓인지도 모른다. 침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작은 파자마 차림의 모습이 살금살금 들어왔다. "저어," 아치가 속삭였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다이나는 침대 위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나도 들었어. 에이프릴도 들었고. 저 화재는 오늘 밤 봤으니까 이젠 됐어." "하지만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아니야." 하고 에이프릴 이 말했는데, 베개에 묻혀 있어서 잠긴 목소리였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야." "아마, 경찰 오토바이가 속도위반 차라도 쫓고 있는 거 겠지."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다지 자신 있는 말투 는 아니었다. "꽤 가까이에서 들렸는걸."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살인이야. 가보자." 아치가 제안했다. "아, 제발." 다이나는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그러더 니 "글쎄." 하고 생각해 보다가 덧붙였다. "옷 갈아입고, 보고 오는게 낫겠다." 빠른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리고 엄마가 문에 나타났다. 아직 작업복 차림이었다. "왜 아직 안 자니?" "잤어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깼어요." 에이프릴이 덧붙였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요." 아치가 말했다. "어디선가 살인이 난 거예요."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 구나." 엄마는 기분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시시한 영화만 보는가 보다. 자, 어서 자거라." 그리고 아치에게 말했다. "자, 너도 어서 가서 자거라." 아치는 자기 방으로 갔다. "그리고, 너희 인디언들." 그리고 엄마는 말했다. "자는 거야." 그녀는 문을 꼭 닫았다. 다이나는 잠시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안되겠는지 다이나는 일어나서 귀를 기울였다. 그래 확 실히 사이렌 소리였다. 무슨 일일까? 만일 샌퍼드 씨를 발견한 거라면,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사이렌이 울렸 을 텐데. 또 다른 살인사건이 난 건 아닐까? 샌퍼드 저 택에서 여러 가지를 목격한 뒤로 다이나는 어떤 일이라 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좀더 귀를 기울이고 나서 속삭였다. "에이프릴!" 에이프릴은 벌써 자고 있었다. "아무려면 어때." 하고 다이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기도 잠들어 버렸다. 그 다음에 눈을 뜬 건 베이컨 굽는 냄새가 나서였다. 동시에 에이프릴도 눈을 떳다. 둘은 침대 위에 앉아 졸 리운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이나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반이다. "어머 에이프릴!" 다이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는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셨어. 커피를 끓여다 드려야 하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서둘러 세수를 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 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아치가 두 사람보다 조금 앞 서긴 했지만 역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얼굴만 씻었 을 뿐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마지막 남은 계단 세 칸 을 한 번에 뛰어 내려오면서 소리쳤다. "누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엄마는 부엌에서 기분좋게 '구형 97호 기관차의 전복' 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베리컨을 프라이팬 속에서 맛있게 익어 있고, 팬 케이크는 철판 위에서 거품을 내 고 있었다. 커피포트는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 코코아 는 따뜻하게 대워지고 있었다. 식탁은 준비가 다 되어 있고 핸더슨은 얌전히 뒷마당에 묶인 채로 민들레를 꽃 을 먹고 있었으며, 젠킨즈는 빈 접시를 혀로 핥고 있었 다. "어머, 엄마." 다이나가 소리쳤다. "우리가--." "그래." 엄마가 말했다. "지금 막 깨우려고 했어." 작업복 바지를 입은 채로였으며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에이프릴이 나무라듯이 힐책했다. "아직 안 잤어." 엄마는 팬 케이크를 큰 접시로 옮겨 놓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어조로 덧붙 였다. "책이 끝났단다." "어머나,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근사해요!" "대단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훌륭해요." 아치도 끼었다. "귀찮으니까 안지 말아다오." 엄마는 화난 척했다. "신문과 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가져오너라. 재떨이도. 자, 빨리." 60초 만에 아침식사가 테이블 위에 준비되었다. 네 개째의 팬 케이크를 반쯤 먹으면서 에이프릴이 비판 적인 눈으로 말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게 좋겠어요. 정말이지 엄 마의 머리는 선풍기 속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요일에 이미 시간 약속을 해놨어." 엄마가 말했다. "매니큐어도요." 다이나가 또박또박 말했다. "간 김에 마사지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엄마가 말했다. "와, 미인이 되겠다." 아치는 베이컨 껍지릉 슬쩍 젠킨 즈에게 던져 주고 자기는 팬 케이크를 집었다. 엄마가 아침식사 뒤에 하는 순서는 여느때와 같았다. 커리? 한잔 마시고, 담배를 피워물며 신문을 펼친다. 신문을 펼치자마자 엄마는 하품을 했다. "졸려." 그녀는 일어서서 계단 쪽으로 갔다. 세 아이도 일어섰다. 엄마는 테이블 위의 큰 갈색 종이 꾸러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운송회사 사람이 오면 그걸 주거라." 그리고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춰서서 엄마는 말했다. "어젯밤 파티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은데 안됐구나." 다이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에이프릴은, "네?" 하고 물 었다. "너무 조용해서 별로 유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주 좋았어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랬니? 그럼, 나중에 보자." 그녀는 계단을 올라갔다. 세 아이는 얼굴을 서로 번갈아 보았다. "엄마가 점쟁이가 된 걸까?" 다이나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엄마는 어젯밤에 굉장히 바빴는데--." 한숨을 내쉬고 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 시작하자. 샌퍼드 씨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고, 접 시를 닦고 어머니날 선물을 사러 가야 해." "그것보다 신문에 어제의 화재가 뭐라고 났는지 보고 싶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테이블 위에 신문을 펼쳐 놓고 훑어보더니 갑자기, "잠깐만! 언니!" 하고 불렀다. 제 1면에는 화재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다.(니증에 잘 보니 17페이지에 짧게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흥미 진진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남자야!" 다이나가 말했다. 제 11장 두번째 "그 남자야!" 다이나가 말했다. 샌퍼드 저택은 깜깜하고, 권총을 손에 든 남자는 멀리 계단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모자를 쓴, 검고 여윈 얼 굴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도 볼래." 아치가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더니 놀라서 "이 사람 알고 있어! 어제 여기 왔었어." 하고 말했다. "여기에! 무슨 일로 왔지?" 다이나도 놀랐다. "첼링턴 부인 집을 물으러 왔어. 그래서 가르쳐 줬더니 돈을 주던데." 아치가 말했다. "세상에, 아치.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니?" 에이프릴이 다그쳤다. "하지만, 죽을 줄은 몰랐는걸." 아치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 너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차갑게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넌 우리에게 뭐든지 다 말해야 해." "좋아, 얼마든지 얘기해 줄께!" 아치가 화가 나서 소리 쳤다. "예를 들면?" 에이프릴이 놀렸다. "조용히 해. 둘다. 이걸 읽을 테니까." 다이나가 말했 다. '침피라 갱에서 공갈 상습범으로 알려져 있는 프랭크 라일리가 총에 맞아 벌집처럼 된 시체로 오늘밤 풀장의 --.' "그 사이렌 소리, 진짜였어. 다이나 언니, 이 풀장이란 해리스 씨네 있는 그거야. 여기에서 세 구역밖에 떨어 져 있지 않아. 해리스 씨는 처음에 거기에서 오리를 길 렀어." "보러 가자. 지금 당장!" 아치가 말했다. "넌 시끄러워서 안돼." 다이나가 힘없는 소리로 말했다. "벌집같이? 하지만 이상해. 총소리는 한 방뿐이었는데." "서두르면 안돼." 에이프릴이 1단 중간쯤을 가리켰다. '---경찰에게도 암흑가에서도 얼굴이 알려진 라일리는 납치살해됐다고 여겨진다. 경찰인 월리엄 서클베리 박 사의 검시결과, 총알은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사후 죽 은 몇 시간 뒤에 맞았음이 판명되었으며, 여러 명의 범 행인 듯하다는 것도--,' "물론 그대로야. 샌퍼드 저택에서 죽었어. 그리고 옮겨 져서 풀장에 버린 거야." 하고 에이프릴은 말했다. "조용히 해. 지금 읽는 중이니까." '발견된 것은 피터 월리엄슨 부인이 총소리에 잠이 깨 어, 근처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양이를 쏘고 있다고 경 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다이나는 쿡쿡 웃었다. "나도 그 고양이 알아." 아치가 말했다. "젠킨즈가 지난 주에 싸워서 아주 묵사발을 내줬어. 젠 킨즈는 힘이 세." "조용히 해." '최근 라일리는 강도 죄로 복역중이었다. 전데 그는 베 티 리모 납치 살인사건에 연류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증 거 불충분으로 석방되어--.' "잠깐 기다려." 에이프릴이 말했다. "[범죄실화]에서 그걸 읽었어. 두 달 전쯤. 이 남자 사 진도 실렸어. 그래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 했 어." 하고 심호흡을 했다. "가수였어-- 아니, 스트립 배우였지. 어찌됐든 훌륭한 배우였어. 그런데 어느 날 극장에서 납치되었고, 바로 편지가 왔는데 그녀 자신이 쓴 것으로, 몸값을 지불하 면 금요일 정오에 극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천천히 얘기해." 다이나가 말했다. "그래서 돈을 지불했어. 1만 5천 달러. 그리고 그녀는 금요일 정오에 극장으로 돌아왔어-- 관에 넣어져서. 관 위에는 범인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불쌍하지만 살려 둘 수 없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어. 경찰은 끝내 그 범 인을 잡지 못했어. 그 뒤의 수사기록도 씌여 있었는데 다 읽기 전에 엄마한테 뺐겼어. 그래서 내가 그 책을 모두 팔려서 사지 못했어." "엄마가 뺏어갔어? 왜?" 다이나가 물었다. "몰라. 읽쏛으면 안되는 책이라고 하면서 가져갔어." "어머, 이상하다. 다른 때는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은 모 두 읽게 해줬는데." "만화책은 뭐든지 읽게 해주셔." 아치가 말했다.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전에는 [범죄실화]를 읽어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 어. 그뿐 아니라 내 걸 빌려서 읽기도 하셨는데." "엄마는 죽 내 만화책을 읽었어. 내 [오즈] 책을 모두 빌려 가서 읽었는걸." 아치가 말했다. "아치, 넌 너무 시끄러워."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화가 나서 울먹이면서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뻔뻔하다는 거야."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엄마는 네 책이든 만화든 뭐든 빌리고 싶으면 갖고 가도 돼. 그리고 내 잡지를 뺏어간 것도--." 아치는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냐, 아냐, 아냐! 그런 말이 아냐. 유괴범 말이야.여 자에게서 몸값을 받고도 무사히 돌려보내지 않은 거 말 이야. 그게 뻔뻔하다고. 게다가 수법도 서툴러. 생각해 봐. 다음에 다른 사람을 납치했다고 생각해 봐. 납치된 사람은 그 여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던 걸 기억해 낼 거 아냐. 그러면 돈을 벌지 못하잖아. 장사할 줄을 몰라." "아치, 머리가 좋구나." 에이프릴이 아주 진지하게 말 했다. "아, 그렇지!" 아치가 말했다. "가엾게도 샌퍼드 씨는 배가 고플꺼야."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이나 말했다. "에이프릴, 2층에 가서 면도날과 그것들을 가져와. 내 가 팬 케이크를 구울 테니까." "저어,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샌퍼드 씨 저택에서 발견 한 그걸 읽어 봐야 해. 어젯 밤은 파티 때문에 너무 늦어서 못 읽었지만, 지금 꼭 읽어 봐야 해. 어때? 읽고 싶지 않아?" "읽고 싶어. 하지만 좀 있다가. 큰일이야! 두 시간 동 안 해야 하는 일이 9백만 가지나 있으니까, 그건 9백만 첫번째야. 자 에이프릴, 서둘러." 하고 다이나가 말했 다. 에이프릴은 오른 손을 이마에 대고 회교도 같이 인사했 다. "예, 주인님," 그리고 엄마가 잠들었을까 봐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무슨 얘기야, 구백반 개나 일이 있다는 게? 뭐가 구백 만이야? 다 세어 봤어?" 아치가 물었다. "네가 잠자코 있지 않으면 네 머리카락을 구백만 개 뽑 는다는 거야." 다이나가 말했다. "빨리 세탁물 통에 물을 넣어 자지고 와." "예, 주인님." 아치가 장난을 쳤다. 출입구로 갔다. "내 머리카락이 구백만 개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네가 직접 세어 보렴." 다이나가 말했다. "내가 틀렸으면 가르쳐 줘." 제 11장 세번째 다이나는 비누와 새 수건을 꺼냈다. 에이프릴이 셔츠와 양말과 면도날을 가지고 내려왔을 때, 아치도 양동이에 물을 넣어 가지고 왔다. 다이나는 수건을 아칭의 목에 두르고 비누와 면도날을 따로따로 주머니에 넣고 양말 을 또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반듯이 갠 셔츠를 옆구리에 끼워 주고 양동이를 건네줬다. "이걸 샌퍼드 씨가 계신 방으로 가져가." "쳇! 뭐든 내가 해야 하잖아!" 하고 아치는 양동이를 꽉 쥐고 나갔다. 다이나는 베이컨을 굽고 팬 케이크를 많이 만들었다.에 이프릴은 커피를 데워 보온병에 담았다. 쟁반에 담아서 뒷마당의 잔디밭을 통해 나가는 건 눈에 띌지 모르므로 팬 케이크와 베이컨과 버터를 잔뜩 담은 접시와 시럽 통을 헌 상자에 넣었다. 나이프와 포크, 수저, 컵, 냅 킨은 벌써 그 방에 갖다 놓았다. "엄마 담배 상자에서 담배 한 갑만 가져와." 다이나가 지휘했다. "좋아, 하지만 그러다간 담배가 빨리 줄어드는 걸 엄마 가 눈치채실 거야. 우리가 니코킨에 중독되었다고 생각 하셔도 괜찮아?" "가져오라면 가져와." 다이나가 말했다. 목소리도 그렇 고 기분도 언짢은 모양이다. "에, 주인님." 에이프릴이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담배를 가져왔다. "그리고 신문도 가져와." 다이나는 상자를 들어올리면 서 말했다. "엄마가 일어나서 읽으려고 하면?" "하나 더 사드리지 뭐. 자, 서둘러." "예, 사이먼 리그리님." (엉클 톰스 케빈에 나오는 잔 혹한 노예상인.) 에이플릴이 신문을 옆구리에 끼며 말 했다. 가보니 월리 샌퍼드 씨는 수염을 깎고, 몸을 닦고, 깨 끗한 셔츠를 입고 있다. 침대 가에 앉아 깨끗한 양말로 갈아 신고 구두 끈을 매고 잇던 참이었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 고개를 들고 살짝 웃어 보였다. 얼굴 은 창백하지만 관목 숲에 숨어 훔친 우유를 먹던 때의 그 겁먹고 피로에 지치고 신경질적인 모습은 이제 없어 졌다. "아침 식사하시겠어요?" 다이나는 상자를 내려 놓고 속 에 든걸 꺼내며 말했다. "커피도 가져왔어요." 보온병을 놓으며 에이프릴이 덧 붙여 말했다. "이 호텔의 서비스 굉장하죠? 보세요, 하녀가 신문화 담배까지 가져왔어요." "배가 몹시 고프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드시는 동안 저쪽을 보고 있을게요." 다이나가 말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월리 샌퍼드는 제일 위의 팬 케이 크에 버터를 바르면서 말했다. "먹는 모습을 보여도 신경쓸 수가 없구나." 팬 케이크가 하나 남았을 때 에이프릴은 보온병을 들어 "커피 더 드릴까요?" 하고 말했다. "응, 조금만 더. 나는 묻을 땐 관에 장미를 넣어 주렴" 월리 샌퍼드가 말했다. 그리고 껄껄 웃엇다. "기쁜 마음으로 묻어 드리죠. 그런 시시한 농담을 계속 하신다면." 다이나가 날카롭게 말했다. 월리 샌퍼드는 얼굴을 양손 안에 묻었다. "난 자수할 거야. 지명수배를 받고 있어. 난 경찰에 자 수할 거야.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뭐가 불만이죠. 식사인가요? 서비스인가요?" 에이프릴이 물엇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치 범죄자처럼 숨어 있는 것이 . 감옥에 갇히면 어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오래 가두지는 못해. 내가 무죄란 것은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어. 분명-- 누군지는 모르지만 진범을 찾아내 서 나를 석방시켜 줄 거야." "그리고 잘못 없는 사람을 체포했다고 고소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나쁜 생각은 아니에요." 에이프릴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이나에게 말했다. "지금 말한 것도 일리는 있어. 자수시키는 게 좋을지도 몰라." "뭐? 이렇게 고생하며 숨겨 주고 나서?" 다이나가 말했 다. "턱수염을 길러 남미로 가면 좋을 텐데." 아치가 말했 다. "조용히 해. 지금 생각중이잖아." 에이프릴은 미간을 찡그렸다. 자수하면 어떨까? 경찰은 샌퍼드 씨가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샌퍼드 씨가 자기들 손에 들어가면 안심하겠지. 그러면 우리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수사해서 진범을 찾아내는 거야." 다이나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러다가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럼 샌퍼드 씨는 어떻게 해?" "조금은 모험을 해야 돼. 그리고 샌퍼드 씨는 알리바이 도 있잖아. 우리가 총소리를 들었을 때 전철에 타고 있 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래. 하지만 좀 위험해." 다이나가 말했다. "아무래도 자수해야겠다, 꼭." 월리 샌퍼드는 말했다. "그래요-- 그것도." 다이나는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뭔 가를 생각해 낸 듯했다. "안돼요. 내일까지 기다려 주세요. 오늘밤에라도 사건 이 해결될지 몰라요. 그래 주시겠어요?" 월리 샌퍼드는 다이나를 쳐다보았다. "왜지?" "어떻든지요. 우리를 믿어 주세요. 우리에게 좋은 방법 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숨어 계세 요."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 "너희들은 아직 어리잖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 아?"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요." 다이나가 분명히 말했다. "아저씨가 자수했을 때, 경찰이 이상한 동기를 조작해 내서 아저씨에게 덮어씌우지는 않을 거예요. 동기. 아 시겠어요? 아저씨에게는 알리바이도 있고, 살인할 동기 가 없어요. 그러니 반드시 석방될 거예요." "하지만 확신할 수 있니? 어떤 식으로?" 월리 샌퍼드가 말했다. "됐어요." 다이나는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숨어 있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이나가 말했다. "점심에는 아치를 시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잔 더 갖 다 드릴께요. 그리고 읽을 것도. 자, 나가자." 셋은 집으로 돌아와, 다이나는 칠면조 남은 것으로 샌 드위치를 만들고 보온병을 가득 채웠다. 에이프릴은 잡 지를 한아름 모아 왔다. 아치가 그것을 모두 나르고 여 자 아이들은 아침식사 때 사용했던 접시를 정리했다. 제 11장 네번째 "별일 없니?" 아치가 돌아오자 다이나는 걱정스레 물었 다. 아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를 피우면서 신문을 읽고 있어." "괜찮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커피포트 씻던 손을 멈추더니, "그런데 큰일이잖아-- 만일 그가 했으면." 하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과자 상자를 노리고 있던 아치가 말했다. "누가 뭘 하면?" "말기루 통에 감춰 둔 도넛을 12개 훔친 거." 하고 에 이프릴이 말했다. "내가 하지 ?았어." 아치는 정색을 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 밀가루 통이 아니라 감자 상자였고. 또 12개가 아니고 딱 두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먹던 거였어." "그만 둬, 둘 다." 다이나가 말했다. "만일에 정말로 샌퍼드 씨가 부인을 죽였다면 어떡하지 ?" "그럴 리가 없어." 아치가 말했다. "알리바이가 있잖아. 에이프릴 누나가 집에 들어가 감 자를 구울 시간이 되었는지 어떤지 해서--."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는 입을 다물었다. "맞아, 언니. 죽이지 퀮낳았다고 하면 죽였을 리가 없 어. 게다가--."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만일 그 아저씨가 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떡해 ? 큰일이야. 우리는--공범이 되는 거야." 아치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치. 쓰레기통을 좀 비워 와." 다이나가 화를 내며 말했다. "쳇!" 아치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을 들었 다. "뭐든 다 내가 해야 돼." 하고는 문을 꽝 닫고 나가 버 렸다. 다니아는 돌아서며 말했다. "정말이야, 에이프릴. 난 좀 두려워졌어." "왜?"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는데, 그 어조는 지독히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어투였다. "큰일이잖아. 우리는 그럴 죽 숨겨 줬어. 그런데 정말 로 부인을 죽였다면. 그리고 어젯밤의 그 남자도 샌퍼 드 씨가 죽였다면." 다이나가 말했다. "틀렸어." 아치가 말했다. 아치는 들어오더니 빈 쓰레 기통을 바닥에 내던졌다. "파티가 있던 날, 샌퍼드 씨는 동굴 안에 있었어. 경찰 이 오면 안될것 같아서 검은 군단을 두세 명 동굴 옆에 세워 놨었는걸." 아치는 설탕 속에 손가락을 넣고 핥아 먹었다. "검은 군단이 지키고 있었으니까 샌퍼드 씨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어." 손가락을 또 넣었다. "그리고 경찰 때문이라고는 검은 군단에게도 가르쳐 주 지 않았어." "설탕 통에 손대면 안돼." 다이나가 말했다. "샌퍼드 씨가 살짝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니? "검은 군단의 제일 용감한 아이 둘이 지켰어. 월리와 프라슈라이트야." 아치는 분해서 말했다. "그애들 난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야. 시내로 가서 어머니날 선물을 사고 접시를 닦고 세탁물을 꺼내든지. 그렇지 ?으면 어젯밤 찾아낸 걸 조사하든지."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는 그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떫은 얼굴로 말했다. "그 남자가 정말로 샌퍼드 저택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다이나는 에이프릴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깐 동안 가만 히 있었다. 그리고 둘은 창가로 걸어가서 넓은 잔디를 바라보았다. 샌퍼드 저택은 평화롭고 조용해 보였다.경 찰 한 명이 뒷문에서 잡지를 무릎에 펴놓고 앉아 있을 뿐이다. "그걸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힘들여 얻은 건 데." 다이나느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일이 더 급해. 지금 같아선 어떤 귀찮은 읽도 일 어나지 않을 것 같아." 하고는 젠킨즈와 장난치고 있는 아치를 보았다. "샌퍼드 씨 집 뒷문에 경찰이 한 명 있어. 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담장을 넘을 테니까." 아치는 아쉬운 듯 젠킨즈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 창으로 갔다. "또 다른 경찰은 없어?" "우리가 알고 잇는 한으로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저 집으로 들어가려는 거야?" "그럴 참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접시를 닦아 정리해야 돼?" "안 해도 돼." 에이프릴이 얼른 대답했다. "좋아." 아치가 말했다. "그럼 뒷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경찰을 그 쪽에서 불러낼 테니까." 아치는 문 앞에 서서 덧붙였다. "경말 괜찮지? 난 접신느 안 닦을 거야." 하고는 뒷문 베란다를 돌아 모습을 감추었다. "뭔가 될 거야."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두 아이는 밖 으로 나가 정문으로 연결된 잔디가 있는 곳까지 몰래 다가갔다. 바로 건너편은 샌퍼드 가의 뒷문이다.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났다. 뒷문에 있던 경찰 은 잡지를 떨어뜨리며 일어서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작 은 그림자가 잔디를 가로질러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 다. 경찰은 큰 손을 벌려 잡으려고 했다. 뭔가 서로 얘 기하고 있었는데 에이프릴과 다이나에게는 손이 움직이 는 것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경찰은 샌퍼드 집 정원을 가로질러서 잔디밭을 빠져나가 관목 숲 쪽으 로 달려갔다. 아치는 소리도 치고 손가락질도 해가며 앞서 달리고 있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채소밭 가장자리를 따라 달려서 뒷문 계단을 올라갔다. 뒤쪽 베란다에는 사람의 그림자 도 없다. [범죄 실화] 잡지 한 권이 재가 가득 담겨서 마루에 놓여 있는 재떨이 위로 떨어져 있다.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고 조용하다. 너무 조용할 정도이다. 둘은 거실로 숨어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2층 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거실에는 기분좋게 햇살이 들고 있다. 쾌적하고 적당히 어두운 방이었다. 값비싼 영국산 카펫, 훌륭한 가구, 멋진 액자로 싼 그림이 소 파 위에 걸려 있고, 유화가 한점-- 아마 가족의 초상인 듯 하다-- 난로 위에 있다. 이 방의 분위기에는 한번의 살인, 내지는 두 번의 살인이 일어났었다는 느낌은 조 금도 없다. 에이프릴이 몸을 떨었다. 한걸음 내디디려는 순간 유화 의 초상이 살짝 윙크했다. "언니!" "쉿! 왜 그래?"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정말로 아무것도 아냐. 단지 애셔버터 블이 줄넘기하고 잇는 걸 본 것 같았어." 다른 때 같았으면, 다이나는 분명 웃었을 것이다. 애셔 버터블은 한 가족의 전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난 목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떠들려고 온 게 아냐." 에이프릴은 또 한걸음 내딛었다. 팔을 보니 온통 소름 이 돋아 잇었다. 또 한걸음, 또 초상이 윙크했다. "딸꾹질이 나면," 다이나가 속삭였다. "물을 한잔 마시고 와." 다이나는 계단 아래에서 발을 멈추어 에이프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기가 이상해." "이상하다고?" 에이프릴은 몸을 떨며 말했다. "정말!" 에이프릴이 다이나가 쳐다보느 곳을 보더니 곧 굳어졌다. "어딘가 이상해. 저기에 그 남자가 쓰러져 있었잖아." "꿈이 아닌 바에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아무 흔적도 없어-- 여기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었--." 하고 침을 꿀꺽 삼겼다. "어디 다른 곳에서 살해되어 풀장에 버려진 거야. 그 남자는 이 사건에 아무 관계도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 작은 카펫은 계단 아래에 있지 않았어. 파 란 소파 위에 있었어." 다이나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래, 그럼 누군가가 감추었을 거야. 왜지?" "집에서 우리가 가켓을 옮기는 것과 같은 이유야." 에이프릴은 냉정히 말했다. "바닥에 뭘 엎질렀을 때, 카펫이든 뭐든 옮겨서 감추잖 아. 분명히 우리는 어젯밤 살인이 나는 소리를 들었어. 저 장미무늬 카펫으 뒤집어 봐." "좋아." 다이나가 얼른 대답했다. 얼굴빛이 흙색이다. "그렇다는 것만 알면 돼. 이제 나가자." "잠깐 디라려."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 초상을 좀 봐. 허버트 백부인지 누군지의 저 난로 위에." 다이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림을 보았다. 허버트 백부 는 심술궂은 얼굴에 수염을 길게 기를 사람으로, 머리는 군인처럼 짧게 깍고, 프록 코트를 입고 있다. 얼굴 모양 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 "이상해. 한쪽 눈은 파랗고 한쪽 눈은 노래. 설마 화가 가 --." 에이프릴이 해가 비치고 있는 쪽으로 다이나늘 끌고 갔 다. 다이나는 숨을 죽였다. "에이프릴! 저 그림이 내게 윙크했어!" "그래, 맞아." 에이프릴이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나한테도 윙크했어. 분명 광선 탓이야." 다이나는 떨 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프릴--저어--." "총알은 두발 발사됐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딱 한사람." 에이프릴은 허버트 백부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허버트 백부에게 웃어 보였다. "우리는," 에이프리은 결론을 맺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을 발견한 거야!" 제 12장 첫번째 에이프릴은 흥분해서 말했다. "봐, 언니. 허버트 백부의 눈을 쏜 사람은 저기에 서 있었던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으면 각도가 맞지 않 으니까--." 다이나는 초상을 보았다. "제대로 명중시켰구나." 에이프릴이 반대했다. "서툴러서 빗나간 거야. 저 불쌍한 허버트 백부의 초상 상을 봐. 언니 같으면 저걸 향해 쏠 기분이 나겠어?" 다이나는 웃음을 참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저걸 쏜 사람은 다른 것을 겨냥한 거야--다른 사람을. 그리고 아마도, 전에 한 번도 총을 잡아본 적이 없는 남자--내지는 여자야." "잠깐만." 다이나가 말했다. 마루 위에 분필로 그린 타 원형을 보더니 눈을 감았다. "왜 그래?" 에이프릴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언니, 어디 아파?" "잠자코 있어. 지금 생각중이니까." 다이나가 말했다. 조금 지나서 눈을 떴다. "엄머의 그 책 속에 있잖아. 기하인지 뭔지를 잘 알고 있는 남자가 살인범을 찻아내는 이야기. 총알이 날아온 --." "2학년 때 산수를 제대로 못한 게 유감이야. 그렇지 않 으면 언니도 계산기를 사용해서 샌퍼드 부인의 살해범 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에이프릴이 말했다. "시끄러워." 다이나가 말했다. "총알은 두 발이었어. 샌퍼드 부인은 저쪽에 서 있었어 쓰러진 방향을 생각하면 총알은 저쪽에서 날아온 게 틀 림없어." 다이나는 맞은편의 파란 소파를 가리켰다. "그리고 또 한 발은 식당에서 쐈어." "왜 식당이야?" "몰라. 지금 생각중이야. 범인은 처음 한 발이 맞지 않 아서 또 한 발 끈는지도 몰라." "그때는 연이어 들렸는걸." 에이프릴이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파란 소파에서 식당까지는 상당히 멀어. 그리 고 식당 문에서 파란 소파까지라고 해도 비슷한 거리이 고. 물론 스키를 신고 있었다면--." 다이나가 뚫어지게 보았다. "두 사람이야. 두 사람이 있었어." "소리는 두 번 들렸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자동차가 나간 것도 두 대. 그러니까, 총을 쏜 것은 두 사람. 그 중 한 사람은 빗나가 버렸어." 에이프릴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에 잠겨 방안을 둘 러보았다. "문제는 어느쪽인가야." 다이나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모르겠는데." "1학년 때의 산수 점수도 낙제군. 들어 봐. 두 번 쐈으 니까 총알은 두 발이야. 한 발은 샌퍼드 부인에게 맞고 또 한 발은 허버트 백부의 초상화 눈에 맞았어. 그 두 발은 각기 다른 총으로 쐈을 거야. 그 사람이 슈퍼맨이 라서 먼저 파란 소파가 있는 곳에서 쏘고 다음에 식당 에서 쐈는지, 또는 그 반대로 했다면 몰라도. 이제 알 겠지, 응? 필요한 것은 총알 두 개와 총 두자루, 그리 고 총을 쏜 각도와 지문이야." "그 중에서 우리에게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다이나 가 의기 소침해서 말했다. "그리고 만일 모두 찾아낼 수 있다 해도 누가 그 총의 주인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서 있었는지. 누구의 지문 인지도 알 길이 없어. 집에 돌아가 설거지를 하자." "실망시키려는 게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허버트 백부의 왼쪽 눈을 보았다. "의자 위에 올라서면--." 발소리가 들린다. 차도를 달려오는 발소리다. 두 아이 는 얼굴을 쳐다보더니 어디 숨을 데가 없는지 둘러 보 았다. "계단."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둘은 뛰어올라가 층계참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여차하면 뒤쪽 담장을 이용하면 돼." 다이나가 안심시 키듯 말했다. "쉿!" 제복의 경관이 급히 뛰어들어왔다. 아치가 바로 뒤를 따랐다. 경관은 전화기를 쥐고 다이얼을 돌렸다. "마캐화티입니다." 아주 젊은 경찰인데, 볼이 밝은 핑 크색이며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잔디가 모두 쓰러져 있는 걸 잊지 말고 알려야 해요, 경관님." 아치는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어디 숨어 있는지 둘러보 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캐화티입니다." 젊은 경찰은 필사적이었다. "빨리 연결해 주시오. 교환." "--그리고 핏자국이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단도에 대해서도요--." 아치가 말했다. 마캐화티는, "잠깐 기다려 주세요." 하고 수화기에다 말하고는 "단도?" 하고 물었다. "나뭇가지에 거려 있는 거요. 그 남자가 틀림없이 거기 에 쓰러져 있을 거에요." 아치가 되풀이 했다. 작은 몸 짓에 겁이 나는지 얼굴도 파랗다. "그걸 못 봤어요?" "응." 젊은 경관은 말했다. "하지만--." 마침 그때 전화에서 상대가 나왔다. 경관은 숨을 몰아 쉬면서 살인사건이 난 장소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샌 퍼드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고 프랭크 라일리의 시체가 발견된 녹슨 풀장으로, 자동차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 리 어쩌고 하면서. 그가 전화를 걸고 있는 동안, 에이프릴은 겨우 아치의 시선을 자기들이 숨어 있는 계단으로 끌 수 있었다. "그 남자를 밖으로 대리고 나가!" 라는 의미의 신호를 보내자, 아치가 화답했다.-- 아랫 입술에 손가락을 세 개 갖다 대는 것은, "좋아. 보고만 있어." 란 의미다. 마캐화티가 전화를 끊었다. 에이프릴은 뒤로 좀 물러섰 다. 아치는 천진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왜 시체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응? 어떤 시체?" 경찰이 물었다. "저기에 있던 거 말이에요." 아치가 어정쩡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숲속에요. 내가 가르쳐 줬는데." 아치는 잠깐 멈짓 하 더니 이야기했다. "벌집처럼 총알이 박혀서요." 마캐화티는 아치의 머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또 수화기를 들고 경찰차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부엌 을 뛰어나가 아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언니, 칼 가져와." 에이프릴이 말했다. 에이프릴은 의 자에 올라가 허버트 백부의 초상화 눈에서 총알을 빼려 고 했따. 에이프릴이 칼을 보면서 말했다. "차라리 대장장이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것은," 다이나는 꾹 참았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해." "서두르면 안돼. 이런 수술은 때로는 몇 시간이나 걸려 ." 에이프릴은 총아를 빼내서는 꼬깃꼬깃 휴지에 싸서 블 라우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초상을 헐뜯는 눈초 리로 쳐다보았다. "눈이 한쪽밖에 없으면 바보 같아 보여. 그리고 뭔가 경찰이 고민할 재료를 줘야 해." 조금 시든 재라늄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에이프릴은 그 중 하나를 골라, 그걸 깨끗하게 허버트 백부의 눈에 박았다. 그리고 다이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따. "그 칼의 지문을 없애버려. 그리고-- 하지만 경찰도 뭔 가 하지 않으면 월급받기 어려우니까..." 다이나는 쳐다보고 있다가, "어머, 대체 어떻게 하려고--아, 좋아!" 하고 말했다. 다이나가 칼을 씻는 동안 에이프릴은 2층으로 뛰어가 입술연지를 갖고 왔다. "손으로 만지면 안돼." 에이프릴이 말했다. "수건으로 쥐어. 그래, 그렇게." 에이프릴은 칼날 부분에 크게 빨간 글씨로 '경고'라고 썼다. 그리고 조심스레 수건으로 싸서 난로 선반 위에 올려놓고 칼 끝이 제라늄을 향하게 했다. "자, 나가자, 빨리." 뒷문을 통해 채소밭을 빠져나왔다. 샌퍼드 저택 정면의 숲속을 걷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둘이 자기들의 영역으로 들어오 자, 에이프릴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아치가 계단을 뛰어와 두 사람에게 합류 했다. "아치, 검은 군단을 네댓 명 불러, 빨리." "전화로?" "아니 비상소집." "좋아." 아치는 손가락 두 개를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따. 길 게, 짧게, 길게, 짧게, 곧이어 응답하는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올 거야." 아치가 보고했다.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하지만 검은 군단이 경 찰차보다 머저 도착했다. 적어도 대부분은 말이다. 에 이프릴이 둘러보았다. 더러운 바지, 찢어진 셔츠, 푸석 푸석한 머리칼. 모두 비슷비슷해서 아치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에이프릴은 모두에게 지령을 내렸다. 이해가 빠른 애들이다. 그들와 세 명의 카스테어스가 집 뒤꼍으로 갔는데, 그와 동시에 집 앞에선 사이렌을 끄고 경찰차가 좄었다. 제 12장 두번째 다이나는 가루비누와 뜨러궁 물을 빨래통에 쳐넣었다. 에이프릴은 접시를 테이블에서 개수대로 날라와 수건을 손에 들었다. 아치와 검은 군단은 서둘러 뒷마당에서 돌차기 놀이를 시작했다. 3분쯤 지났을 때, 묵직한 발소리와 화난 목소리가 집옆 보도에서 들려왔다. "--가 아니잖아." 빌 스미스의 잔뜩 화난 음성이다. "저건 내가 이상한 것에 걸려 넘어진 곳이야." "하지만 잔디가 전부 쓰러져 있어서--." 마캐화티의 목소리다. "내가 넘어졌어.. 그 위에 넘어졌다고."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젊은 경찰은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이라고 해서--그 소년의 말이--." 오헤이어 경사의 굵은 바리톤 음성이 들렸다. "이봐, 마캐화티. 자네도 아홉 명--." 이때 이미 빌 스미스 반장은 뒷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두 여자 아이가 나갔다. 다이나는 비누 거품투성이의 손을 하고, 에이프릴은 접시 한 장과 수건을 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에이프릴이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마침 아저씨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에요. 들어와서 커 피라도 드시겠어요?" "아니, 괜찮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잔뜩 화가 나 있 다. "저, 좀 묻겠는데--." "저," 오헤이어 경사가 속삭였는데 다 들렸다. "제게 맡기세요. 저는--." 그는 헛기침을 했다. "어이, 안녕. 아가씨들!" "오헤이어 경감님! 어머, 반가워라. 안녕하셨어요?" 에이프릴이 기쁜 듯이 말했다. "난 경사야. 잘 있었다. 너는?" "저도요. 오늘은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요."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도 얼굴이 좋은데." "자네, 지금 인사말은 나눌 때가 아냐." 빌 스미스가 속삭였다. 그러자 오헤이어는 가볍게 팔꿈치로 빌 스미 스를 찌르면서 말했다. "아가씨, 아주 중대한 일로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아 무한테도 폐 끼치지 않고 경찰이 도와줄 테니까 있는 그대로 말해 줘." 에이프릴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괜찮겠지?" 오헤이어는 간사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 한 시간 동안 네 동생은 어디에 있었지?" "아치 말이에요?" 에이프릴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을 지 었다. 수건이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세 상에 더없이 정직하고 진실되게 말했다. "심부름하고 있었어요." 하고는 다시 접시를 닦기 시작 했다. 빌 스미스가 경사를 옆으로 밀치고 말했다. "무슨 심부름을 했니?" 다이나가 교대했는데, 비누 거품투성이의 손과 아직 손 에 든 젖은 수건을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남자 아이가 부엌일을 하는 것은 보기에도 좀 가엾어 서 잘 시키지 않지만, 일이 너무나 많아서요. 접시도 나르고, 휴지통도 비우고, 종이를 태우기도 하고,빈 깡 통도 내놓고, 뒤쪽 베란다에서 벌레를 잡기도 하고요." 빌 스미스는 다이나를 노려보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마 캐화티를 보았다. "자네는 악몽을 꾼 것 같군." 그는 차갑게 말했다. 마캐화티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집 안팎 감시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소년이 흥분해서 찾아와서는 살인사건이 났다고 울부짖 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수사해야죠, 물론." 다이나가 말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넌 가만 있거라." "가보니 잔디는 쓰러져 있었습니다. 조사를 하다가 전 화를 걸고 있는데 나뭇가지에 칼이 꽂혀 있고, 벌집같 이 총알이 박힌 시체가 있다고 꼬마가 말했습니다. 그 래서 제가 어쨌겠습니까? 전 경찰관의 임무대로 재빠르 게 행동한 겁니다." "또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빌 스미스가 말했다. "곧장 다시 교통과로 보내겠네." 그는 다이나와 에이프 릴에게로 몸을 뀳렸다. "동생은 어디 있지?" 둘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이나는 뒷마당 쪽을 보았다. 검은 군단이 돌차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에이프릴은 뒷마당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지하실에서 난로의 재를 치우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 니면 감자를 사러 나갔나? 아니면--." 밖에 있던 아치는 금방 알아차렸다. 검은 군단에게 신 호를 보내고 지하실로 쏜살같이 뛰어들어가컃. "아니, 상관없어." 빌 스미스가 말해컃. "정말로 너희들 심부름을 하고 있었니?" "아침식사 뒤로 죽." 다이나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 었다. 빌 스미스가 한숨을 쉬며 걱정하고 있는 마캐화티를 향 했다. "저 아이들 중 하나일지도 몰라." 그는 앞장서서 뒷마당으로 갔다. 오헤이어와 마캐화티 가 바로 뒤를 따랐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뒤쪽 베란 다를 보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캐화티는 잠깐 보더니 슬프게 말했다. "모두 똑같이 보입니다. 저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스루키를 가리켰다. 빌 스미스가 스루키를 붙잡고 데려왔다. "너였지?" "나는 아니에요." 스루키가 말했다. 그 아이는 최근 명 예를 건 격투에서 이빨 하나를 잃어서 이빨 사이로 바 람이 새는 것 같았다. "저 창은 전부터 깨져 있었단 말이에요. 내가 돌을 던 지기 전에." "이런 어투가 아니었어요." 마캐화티가 말했다. 그는 겐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겐지는 파랗게 질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후로 오헤이어가 겐지를 뒤쪽 베란다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협박한 끝에 겨우 자백을 받았다. 여자 형제가 없는 것 과 하녀를 고용하고 있지 않은 것과, 누군가가 접시를 닦아야 하는 것을. 하지만 다른 검은 군단에게 알려저 버린다면--. 오헤이어 경사는 절대로 다른 애들에게는 말하지 않겠 다고 엄숙히 약속했다. 구니는 할머니 심부름을 갔었다. 핀헤드는 첼링턴 부인 의 잔디를 깎고 있었다. 프라슈라이트는 피아노 선생에 게 지도를 받고 있었다. 웜리는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 었다. 검은 군단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훌륭한, 의심할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워슈보드 는 가장 어리고 몸집도 작은 애인데, "아저씨, 정말 경찰이야? 사인해 줘." 하교 요구해서 질문을 따돌려 버렸다. "아무래도 다 똑같아 보아는데요." 마캐하태는 되풀이 했다. "괜찮아, 괜찮아." 빌 스미스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가세. 일을 해야 해." 세 사람은 부엌에서 나와 두세 걸음쯤 갔따. 그때, 아 치가 나무재가 반쯤 담긴 연탄통을 들고 헉헉거리며 지 하실 뒤쪽 계단을 올라왔다. 통에서 재가 날고 있다. 얼굴도 머리도 재투성이다. 오헤이어 경사가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계략에 걸려 하마터면 비밀을 털어놓을 뻔했던 걸 생각해 내고, 이 기회에 복수를 하려고 마음 먹었다. 경사 바로 옆에 오자마자 통을 털썩 내려놓았 다. 재는 펄펄 날려 경사의 새 양복을 더러운 잿빛으로 만들어 버렸따. "앗!" 아치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경사 옆을 빠져나가 검은 군단에 게 손을 흔들며, "야아!" 하고 외쳤다. 월리가 그 순간 눈치를 챘다. "앞으로 얼마나 지하실에 있어야 하니?" "안되겠어." 아치가 말했다. "재가 잔뜩 있어. 앞으로 두 시간은 더 일해야 돼." 전에 두 시간쯤 일한 것이 2주일 전이란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이 있었다. "데케 가카 시키 다카(잘했어)." 에이프릴은 조용히 뒤 쪽 베란다에서 말했다. 오헤이어 경사는 아치를 마캐화티 경관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 아이지?" 마캐화티는 생각해 가며, 재투성이의 얼굴과 푸석푸석 해진 머리칼과 아치가 아까 지하실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재킷을 보았다. "아닙니다." 그는 마침내 말했다. "이 아이와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럼 가세."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돼. 이제부터 아이가 무 슨 말을 하든지 속지 말게. 난 아이를 아홉이나 길러서 잘 알고 있어." 그는 운 나쁜 마캐화티를 뒤따르게 하 고 샌퍼드 저택으로 갔다. "아홉 명 중 제일 위는 어떻게 됐을까?" 에이프릴이 중 얼거렸다. "요컨데--." 다이나는 쿡쿡 웃었다. 그리고 검은 군단과 아치에게 신호했다. "얘들아, 파티 때 쓰던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어. 그리 고 메이플 케이크도 반 있고, 단 뒤쪽 베란다에서 먹어 야 해." 검은 군단의 전 대원은 5초 만에 뒤쪽 베란다에 정렬했 다. "이 정도의 값어치는 했어." 다이나는 아이스크림을 모 두에게 나눠 주고 나서 에이프릴에게 설명했다. "검은 군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치는 틀림없이 잡혀갔 을 테니까." "정말이지, 과연 검은 군단이야." 에이프릴은 수건을 수건걸이에 걸며 말했다. "자, 위에 올라가서 고 샌퍼드 부인의 사생활 연구를 하자. 또 소동이 일어날 테니까, 그전에." 다이나는 수건을 헹구어 개수대 가에 얌전히 펴서 널었 다. "그래," 뭔가를 생각하며 덧붙였다. "경찰이 허버트 백부의 왼쪽 눈을 보면 분명 시끄러워 질 거야." 제 13장 첫번째 둘은 방문을 꽉 닫고, 다이나의 침대 위에다 봉투 속의 것을 모두 꺼내 놓았다.--편지 같은것, 서류, 신문 오 려낸 것, 에이프릴이 쪽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언니! 봐! 이 사진--." 그것은 군복 차림을 한 단정한 용모의 중년 남자였다. 제목은 '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 이었다. 사진 밑에는 찰스 챈들러 대령이라고 쓰여 있었다. "모르겠는데." 다이나가 말했다. "찰스 챈들러 대령이 누구지?" "사진을 한번 더 봐. 그 머리를 하얗게 하고, 작은 수 염을 붙여 봐." 다이나는 상상해 보았다. "어머나, 첼링턴 씨야!" "캘턴 첼링턴 3세야." 에이프릴이 진지하게 말했다. 다이나는 상대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뭘 했는데?" 에이프릴은 기사를 대강대강 읽었다. "돈을 많이 훔쳤어. 만오천 달러, 5년쯤 전에. 이 쪽지 의 날짜야. 처음엔 경리부의 금고가 도난당한 줄 알았 는데 이 사람이 훔쳤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데. 그래 도 돈은 끝내 나오지 않아서 군법회의 결과 징역을 살 고 면직되었던 거야." 에이프릴은 그 쪽지와 함께 묶여 있는 다른 기사를 보 았다.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었어. 4년형이었지. 그 밖에 여 러가지 경력이 나열되어 있어. 사관학교 성적이라든가, 세계대전의 용사였다든가, 그리고 이 사람의 아버지도 육군장교였다는 것 등등." "4년형!"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에서 3년간이나 살고 있었잖아." "잠깐 있어 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 막 쪽지를 보았다. 극히 짧은 쪽지다. "가석방되었던 거야." "어머, 그래서 이리로 와서 이름을 바꿨구나. 정말 멋 진 좋은 이름을 붙였네." "캘턴 첼링턴 3세 부인." 에이프릴이 짐짓 거드름을 피 우며 발음했다. "분명히 부인이 골랐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 부인은 헤어지지 않고 따라왔네. 그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 썼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뭐?" 에이프릴이 경멸하는 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머리를 좀 써봐. 가석방되고 바로 이곳에 왔어. 다 써버렸을 리가 없어. 1년에 2천 달러도 못 쓸 거라고 생각해. 집도 작고, 부인은 옷을 새로 해입지도 않잖아. 파출부 한번 부르지 않고, 또 취미는 훌륭한 장미 가꾸기뿐이야." "어쩌면 도박 때문에 빌린 돈을 갚았을지도 몰라." "그 사람이! 첼링턴 씨가? 그러니까 챈들러 대령이? 그 렇게 큰 도박빚을 졌을 것 같아?" "그래, 맞아. 아닐 거야." 다이나는 인정했다. "대체 어디에 썼을까? 첼링턴 씨가, 그 사람좋은 노인 이 말이야!" "그렇게 노인도 아냐. 사진을 봐. 50살쯤이야. 5년 전 에." 에이프릴의 눈이 가늘어 졌다. "그가 돈을 다 썼다면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어. 샌퍼드 부인에 의해서야." "그렇다면 앞뒤가 맞아." 다이나가 말했다. 산처럼 쌓 인 서류를 보더니, 이번에는 "서두르자, 에이프릴. 해가 짧아." 하고 말했다. "노트와 편지, 사진, 쪽지 묶음들 맨 위에는 제일 위에 파란 잉크로 읽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글씨로 이름이 쓰여 있다. 에이프릴은 '데그랑주'라고 쓰인 다발을 찾아내어 그걸 읽기 시작했다. 피엘 데그랑주에 관한 물건은 꽤 정리가 되어 있었다. 단지 '조'라고만 쓰여 있고 수신인은 '친애하는 플로라 '로 되어 있었다. 내용은, '오랜만의 편지는 잘 보았습 니다' 라든가, 캘리포니아는 살기가 어떻습니까?' 라든 가, '그 뒤로는 원만합니까? 코니 섬에 함께 갔던 밤의 일은 잊으셨습니까?' 와 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개 인적인 얘기로 잔뜩 메워져 있다. 모두 뉴욕의 어느 신 문사 용지로 썼다. 피엘 데그랑주에 관한 부분을 찾는 데는 별로 힘들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는 깨끗하게 파란 선이 그어져 있었 다. '.......말씀하신 그 기괴한 화가는 몇 년 전에 밀입국 한 뒤로 행방이 모연한 에이먼트 폰 헤이네와 인상이 비슷합니다. 만일 그 남자라면 프랑스인이라고 자칭하 는 것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어머니는 프랑스인이고,그 도 파리에서 자랐습니다. 실종할 때까지의 자료는 상당 히 모아 두었습니다. 기사가 될지도 모르니까 더 조사 해서 알려 주세요.' 다음 편지에는 '......만일 그 데그랑주가 폰 헤이네라면, 그는 FBI를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이 나라에 들어와 있는 적을 발견하면 즉시 죽이도록 명령받고 있습니다. 또 그 사 람 이라면 수염을 기르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리고 '......예, 폰 헤이네라면 자금의 부족은 없겠죠. 유럽 에서 도망칠 때 죽은 어머니의 보석을 갖고 있던 것은 알려져 있으므로.....' 그리고, '.....아니, 폰 헤이네의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그 러나 결정적인 특징이 있으니까, 조사해 보세요. 왼쪽 팔에 싸운 상처가 있습니다. 팔꿈치부터 비스듬히 손목 에 걸쳐 있습니다. 만일 그 남자가 정말로 폰 헤이네라 면, 바로 저에게 알려 주세요. 다른 신문사보다 먼저 기사를 내면, 회사가 아주 기뻐...." 마지막으로 '...... 피엘 데그랑주가 에이먼트 폰 헤이네가 아니라 유감이었습니다.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만 상처가 없다면..." 에이프릴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언니, 그는 그 여자가 죽는 날 샌퍼드 저택으로 들어 가려고 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셔츠를 걷어올린 걸 본 적 있어?" "없어."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좋아. 그는 역시 에이먼트 폰 헤이네였어. 그리고 적 의 스파이에게 살해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어. 그 여 자가 그 일을 알아냈던 거야. 돈을 갖고 있는 것도." "마침내 돈도 다 떨어졌어."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샌퍼드 부인이 그 사람의 신분을 폭로하겠다 고 하자 그 여자를 죽였던 거야." "하지만, 언니. 폭로할 증거가 되는 서류를 그녀가 갖 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살인사건이 일어난 뒤에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려고 할 리가 없잖아. 만일 그가 죽인 거라면 집안을 뒤져서 그 걸 없애버렸을 거야. 아니면 집에 불을 질러 태워버리 든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지 못하면 살인을 해도 의미가 없잖아." "그건 그래." 다이나는 뭔가를 생각하며 말했다. "더구나 그 피엘 데그랑주 씨가 사람을 죽인 것을 상상 할 수 없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냐,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흉터가 있을 거야." 에이프릴이 기억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생각해?" "내게 맡겨 줘." 에이프릴은 자신 있는 듯했다. "내가 찾아낼 거야." "어떻게 해서?" "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생각해 볼게." 다니나는 데그랑주에 관계된 편지를 위에 놓았다. "역시 샌퍼드 부인은 공갈범이었어." 제 13장 두번째 "그걸 언니가 혼자서 생각해 내다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머리가 정말 좋아." 자신도 운좋게 맞춘 것과, 루퍼트 벤 두젠 사건에 대해 고백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놀라워." 다이나가 말했다. "죽 우리 옆집에서 살았잖아." "누군가의 이웃이 되는 건 당연한 거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죽었다고 불쌍해 하지는 마. 살인은 매일 일어나고 있 어. 전에 엄마가 통계가 있다고 해서 세계연감을 찾아 봤어. 1940년에는 8천 2백 8명의 인간이 살해되었어,미 국만 해도. 그러니까 전세계의 숫자를 생각해 봐! 하루 로 따짐녀 몇 명이 될 거 같아?" 다이나가 말했다. "연필과 종이가 있으면 계산할 수 있어." "됐어. 됐으니까 샌퍼드 부인 걱정은 그만둬. 어떤 사 람인지 기억하고 있어?" "그래.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몸을 떨었다. "엄마의 생일 축하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민들레 꽃을 얻으러 갔을 때, 우리가 그렇게 정중히 부 탁했는데 우리르 뭐라고 해서 내쫓았지?"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가 핸더슨을 잡으려고 잔디에 들어갔을 때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한 거 기억하니?" "그런 값비싼 가운을 걸치고, 그런 벌레도 못 죽일 것 간은 얼굴로. 그리고 엄만 항상 말씀하셨어, 그 금발은 많은 돈을 들여서 염색한 거라고." "머리를 염색하는 여자는 많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미인이었어. 좀 야위어서 병자 같았지만." "데그랑주 씨는 분명 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첼링턴 씨도, 그리고--." 에이프릴은 서류를 뒤졌다. --"이 남자도." 에이프릴이 말한 '이 남자'란 작은 방갈로를 갖고 있으 며 구두방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인데, 부인과의 사 이에 세 아이를 두고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일리노이 주의 록 아일랜드라는 곳에 또 한 명의 부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수물한 살이고 그녀가 스물아홉 살 때 결 혼새서 정확히 6주간 동거했던 것이다. 남자는 이혼수 속을 하려 해도, 별거수당을 지불하려 해도 돈이 없고, 여자는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 돈을 벌었으므로 그는 몰래 도망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다음에는 시골에서 개업한 어느 의사에 관한 자료도 있 었다. 사망증명서를 쓸 때, 남겨진 늙은 미망인이 아주 적은 액수지만 생명보험의 보험료를 못 받아서는 안된 다고 생각해서 자살이 아닌 것으로 했다. 또 다이나와 에이프릴도 타임스지의 일요 특별난에서 여러번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유명한 부인이 쓴 편지 도 있었다. 그 부인은 자기 어머니가 신시내티의 싸구 려 호텔에서 하녀로 있었던 것을 열심히 감추려 하고 있었다. 또 여학교에 근무하는 평판이 좋은 중년의 영어교사로 건전한 음식점이라고만 생각해서 들어간 곳이 도박장 이어서 경찰의 일제 검거에 휘말린 사람의 자료도 있 었다. "지독한 여자군." 에이프릴이 험상궂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긴 순간 이렇게 말했다. "어머, 이거 아주 굉장한 건데!" 그것은 붉은색 잉크로, 그다지 고급스럽지 못한 타임스 스퀘어 호텔의 편지지에 쓴 편지였다. '친애하는 플로라-- 훌부룩에 관한 건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그 남자의 딸 말인데,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니 그녀가 자기 딸이 라고 고향사람들에게 알릴 정도라면 아마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군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남자예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딸을 자랑하고 다니겠 어요. 정말이에요, 플로라. 세 장의 공작 날개와 유리 구슬로 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 손님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낸답니다. 그리고 그녀 가 매년 벌어들이는 돈을 모아 놓는다면 대서양 함대를 채울 정도지요. 믈론, 플로라. 세상에는 별스런 사람이 많으니까 그녀가 세 번 결혼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 지요. 그러나 이건 제 지론입니다만, 실패하지 않고 어 떻게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또 바람직하 지 못한 선전도 많은데, 극장 매표소에 행렬이 늘어서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바람직한 선전이 되지 않겠어 요? 어쨌든, 플로라. 이것을 수단으로 해서, 훌부룩을 이용해 공짜로 당신의 법률 고문을 하게 하면 좋을 거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플로라. 보내 준 10달러 고맙 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비비언 "훌부룩 씨가!" 다이나가 말했다. "그런 사람에게 공작 날개와 유리 구슬로 된 의상을 입 고 춤추는 딸이 있다니--. 그 사람이 샌퍼드 부인 집에 서 자동차를 타고 나올 때 아치가 휘파람을 불고 있었 는데 일요일날 휘파람을 분다고 화를 냈단다, 글쎄. 그 런 주제에...."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에이프릴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 다음 편지를 보니 그것도 호텔에서 나온 편지지에 붉은색 잉크로 쓴 것이다. 친애하는 플로라 내개 부탁한 건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무사히 잘되고 있어요. 전에 메릴랜드에서 그녀와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코러스였고 나는 소프라노였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써준 대 로, 가엾게도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서 영영 낫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앓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친구가 있다는 것과 아버지가 편 지라도 받고 싶어하니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 친구에 게 부탁해서 직접 건네주도록 할 테니까 짧은 엽서라도 써달라고 했어요. 그녀는 곧 내 말을 곧이듣고 서럽게 울면서 이 편지와 함께 동봉한 글을 썼어요. 그리고 당 신이 꼭 필요하다고 한, 아버지 이름을 쓴 봉투도 쓰게 했어요. 플로라, 백 달러 보내 줘서 고마워요. 이를 치 료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해요. 특히 당신이 말한 헐리우드 사건이 사실이라면 그 건에 대해 상세히 알려 주세요. '헨리 훌부룩 귀하'라고 쓴 봉투가 클립으로 함께 묶여 있었다. 속에는 급히 서둘러서 쓴 것 같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립고 그리운 아버지께 편찮으시다는 애기 들었습니다. 빨리 나으셔야죠. 걱정 만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아버지가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실 겁니다. 아버지가 부끄러워하 실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잎으로도 결코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저는 큰 극장에서 일류 연극의 주인공으 로 연극을 할 예정이니까, 첫째 날 꼭 오셔서 박수쳐 주세요. 아버지를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다음 편지도 쬳은색 잉크로 쓴 것이다. '친애하는 플로라 편지에 그녀가 본명을 쓰지 않은 것은 미안합니다. 하 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 니겠어요? 제 탓이 아니에요, 플로라. 전 친구인 당신 에게 힘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어찌 됐건 그녀의 아버지가 쓴 것처럼 해서 당신이 보내 온 편지에서 그녀가 춤추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으 면 사인을 해서 보내 달라는 내용을 읽고 그녀는 쓰러 져서 울어 버렸어요. 그 순간 내가 사진을 그녀에게 내 밀어 본명으로 서명하게 해서 동봉합니다. 그리고 말이 에요, 플로라. 요 2~3주일 동안 예기치 않게 여러가지 로 비용이 들어서, 면목없습니다만, 돈을 좀 빌렸으면 하는데요. 비비언' 제 13장 세번째 에이프릴은 페이지를 넘겨 클립으로 묶여 있는 사진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어머, 멋져!" 사진에는 '헤리엇 훌부룩'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일 훌부룩 씨가 이걸 본다면," 다이나는 침을 삼켰다. "분면 죽어 버릴 거야." "분명히 봤을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조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샌퍼드 부인이 이걸 갖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 래서 그 여자가 죽은 뒤에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던 거 고. 딸이 무희이고, 더구나 공작 날개 두세장과 유리구 슬 한 줌밖에 입지 않고 춤춘다는 걸 남이 알면 안 좋 으니까." "아직 더 있어." 다이나는 사진을 넘기며 말했다. 편지가 대여섯 통 있 었는데, 그중 두세 통이 빨간 잉크로, 앞의 것처럼 지 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모두 돈 얘 기가 쓰여 있다. '.....치과 의사가 이를 새로 해넣어야 한다고 해서 돈 이 필요한데 돈을 좀....' '.....답장이 없으신데, 혹시 지난번의 제 편지가 미아 가 된건 아닌지. 이는 다음에 할 수도 있지만, 집세가 3개월이나 밀려 있어 집주인이 목요일까지 지불하라고 독촉해요. 옛 정을 생각하셔서, 플로라, 필려주실 수 있다면 항공편 속달로 보내 주세요. 오늘이 토요일이라 .........' 이 편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느 편지에도 답 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마지막 편지는 싸구려 종이에 연필로 적은 것이었다. '....253달러 전보 수표로. 이 구세군 구호소에 기부.. ...' 마지막 것은 애처러울만치 작은 신문의 기사 쪽지였다. 그것은 예전의 뮤지컬 코미디 스타였던 비비언 덴이 작 은 아파트에서 자살했다는 뉴스였다. 다이나는 편지 다발을 침대 위에 내던지듯 놓았다. 화 가 잔뜩 나 있었다. "그 여자! 비비언이란 사람에게 나쁜 일만 시키고, 지 독히 이용만 하고는." --편지를 다시 들춰 보더니--, "그리고 자기가 알고 싶은 걸 알고 나면 그 가여운 여 자에게 답장조차 해주지 않았던거야!" "신경질 부리지 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 깨신단 말야." "하지만, 너무해." 다이나가 말했다. "생각해 봐. 비비언이랑 훌부룩 씨랑 데그랑주 씨랑.." "침착해. 아직 알아봐야 할 것이 많아." 다이나는 불만스레 투덜댔지만 곧 조용해졌다. 에이프릴은 다음 다발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폭 8인치 에 길이 10인치의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의 인물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찍은 사진 같았다. 거기에도 기사 쪽지 두 장이 붙어 있었다. 에이프릴은 잠시 사진 을 보다가 말했다. "설마.... 이것 좀 봐, 언니!" 다이나가 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샌퍼드 씨야!"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는 대단한 미인인데!"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곳은 극장의 무대 뒤 통로인 것 같았다. 윌리 샌퍼드 는 야회복을 입고 있었다. 그 여자는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으며, 귀엽고 발랄한 얼굴이었다. 길고 엷은 색의 이브닝 드레스에 모피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 언뜻 보기엔 잘 어울리는 미남미녀가 어디로 외출하 는 것 같지만, 두 사람 모두 너무 놀라 겁에 질린 모습 을 하고 있었다. 다이나는 기사 쪽지를 읽었다. '의문의 샌더슨 씨는 리모 유괴사건의 범인인가? -------마리안 워드--------- 이틀 전에 막이 오른 연극공연에서 미모의 여배우로 알 려진 베티 리모는 주연을 맡아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앙코르가 터져 서 그녀는 되돌아와 인사했다. 그리고 분장실로 돌아가 회장을 고친 것은 분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청년을 만 나기 위해서였다. 하녀의 증언으로는, 옷매무새와 화장에 특별히 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좋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장실을 나오 자 '호위병'이 맞았다. 두 사람은 보도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차 한 대가 보 도로 다가왔다. 극장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무리져 가 다가 보았는데, 한 명의 무장한 남자가 베티 리모를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고 한다. '호위병'은 무리 속으로 모 습을 감추었다. 기자는 오늘 베티 리모가 드레스 입은 것을 도와준 하 녀와, 극장을 나올 때,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공손하 게 마지막으로 인사한 수위를 만나보았다. 두 사람 모 두, '샌더슨 씨'란 이름으로 말했다. '샌더슨'이란 인물이 자주 베티 리모를 방문해서 여러 가지 선물을 하고, 여러 번 그녀와 전화통화를 했다.이 것이 마지막으로 분장실 앞의 통로를 그녀와 함께 걸었 던 '샌더슨'임에 틀림없다....' 기사는 여기에서 끊어졌다. 그러나 또 다른 쪽지가 있 었다. '베리 리모 살인에 관련된 윌리엄 샌더슨을 수색중 마리안 워드 지금 5개 주의 경찰이 베티 리모 납치 살해사건에 관계 가 있는 듯한 젊은 토지회사 사원인 윌리엄 샌더슨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납치 몇 주 전부터 샌더슨은 줄곧 리모 양과 함께 지냈 고, 비싼 나이트 클럽에 가거나, 고가의 선물을 보내온 것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샌더슨이 다니 는 회사 사장인 제이 엘 파커 씨에게 물어 보니, 샌더 슨의 매주 수입은 평균 40달러 이하라고 했으며, 회사 돈을 갖다 쓴 흔적이 없다고 한다. 본 사건 담당인 조 셉 도너반 반장은, 리모 양 환대비는 유괴단으로부터 받은 것 같다고 추측한다. 샌더슨은 납치사건이 있던 날 밤 사라진 이후로 자취를 감춰버렸........' "월리엄 샌더슨." 에이프릴이 뭔가를 생가하며 말했다. "월리스 샌퍼드. 이름을 고르는 데 너무 상상력을 발휘 하지 않았어." "그럼, 어떤 게 좋겠니?" 다이나가 물었다. "아시더파이러스 막기리카디? 아마 옷에든 무엇에는 모 두 이름 첫 자가 적혀 있으니까 그것에 맞춰야 했을 거 야. 너도 별로 상상력이 있는 편은 아냐. 그 기자 이름 좀 봐." 에이프릴이 멍청히 쳐다본다. "응?" 하고 말했다. "마리안 워드라고 쓰여 있잖아, 멍청아." 다이나가 말했다. "어머, 세상에."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야! 신문기자 시절에 이 이름을 사용했던 거야!" "그리고 여기에도 엄마 얘기가 조금 나와 있어." 그것은 앞의 조언자 '조'의 편지이다. 맨 위에 파란 잉 크로 '카스테어스'란 제목이 붙어 있다. '친애하는 플로라 맞아요, 말씀대로에요. 리모 유괴사건을 취급한 마리안 워드는 당신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마리안 카스테어스 에요. 남편이 죽고 신문사에서 근무하게 됐을 때, 워드 라는 이름을 썼어요. 남편은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나 도 잘 알고 있죠. 그녀는 리모 사건 발생 후 2개월이 지나도록 사건 용의자조차 검거하지 못하는 경찰을 무 능하다면서 공격적인 기사를 썼기 때문에 '익스프레스' 신문사에서 쫓겨났어요. 경찰이 지독히도 압력을 넣었 으므로 신문사에서 해고시킨 거죠. 그 뒤 그녀는 여러 가지 펜 네임을 사용해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도 두세 권 읽어 봤는데 잘 썼더군요. 리모 유괴사건 을 소재로 쓰면 좋을 텐데. 언제쯤 뉴욕에 오시겠어요? 조' "이 사람은 대단한 센스를 갖고 있어." 에이프릴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칭찬했다. "그런데 플로라 샌퍼드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니 유감이 야." "몰랐겠지." 다이나가 말했다. "다만 친구로서 부탁받은 일을 했겠지. 전에 몇 번 함 께 놀러간 적이 있어서 좀 알고 싶은 일이 있다고 샌퍼 드 부인이 아무 일 없는 듯 편지했을 거야. 이를테면 '마리안 카스테어스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여자가 있는 데 혹시 전에 마리안 워드라고 했는지....' 라고 말야." 에이프릴은 재빨리 이해했다. "그럼, 지난번 그 [범죄실화]에 마리안 워드 이야기와 해고된 경위 등이 실려 있어서 엄마가 내게 읽지 못하 게 하셨나?" "그런것 같아." 다이나가 말했다. 눈을 가늘게 떴다. "샌퍼드 가 살인사건은 베티 리모 사건과 관계가 있음 이 틀림없어. 참고 기사를 이렇게 모두 모아 놨으니까. 결혼한 월리 샌퍼드가 원래는 윌리엄 샌더슨이었겠지. 그리고 프랭크 라일리는 유괴사건이 있은 뒤에 유치되 어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어젯밤 그녀의 집에서 살해 당했어. 그리고 그녀는 엄마가 그 사건을 쓴 기자인지 가 몹시 궁금했고." "그래서?" "그래서," 다이나가 말했다. "지금 엄마가 샌퍼드 부인을 죽인 범인을 발견하면, 즉 우리가 찾아내면 말야. 그리고 동시에 리모 사건도 해 결할 수 있다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선전 효 과를 생각해 봐." "카스테어스 씨," 에이프릴이 감동해서 말했다. "당신은 정말 두뇌가 명석하시군요!" "고마워요, 카스테어스 씨." 다이나가 말했다. "더 조사해 보자. 실마리가 또 있을지도 몰라." 찾아보니, 파란 포장지에 쓴 편지가 있는데 보내는 사람 의 이름이 없다. '프랭크가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오니까 조심하시오. 리모 의 부친이 있는 곳으로 갈지도 모르겠소. 멀리 여행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소. 행운을 빌겠소.' "샌퍼드 부인이 유괴사건에 관계하고 있었다는 증거야." "증거는 이 이상 필요없어." 에이프릴은 분명했다. "이렇게 된거야. 그녀가 이 프랭크라는 남자에게 시켰어 . 그런데 그는 돈을 받지 못햇던 거야. 그렇지 않다면 1 년이 지나 강도짓을 해서 감옥에 갈 리가 없잖아." "1만 5천 달러를 여럿이서 나누면 얼마 갖지 못해." 다이나가 지적했다. 제 13장 네번째 에이프릴은 그 편지를 가리켰다. "그가 그 여자에게 화를 내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해." 어느 부자 노부인의 가정부 겸 간호사로부터 온 편지가 있는데, 위조한 신원보증서를 사용해 그 직장을 구한 것만은 폭로하지 말아 달라고 열심히 애원하고 있었다. 동부에 살고 있는 친형제에게 술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걱정하는 청년의 편지도 몇통 이나 있었다. 옛날, 다른 시에서 위조죄로 복역한 뒤,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노인도 있 었다. 그리고 다발 제일 밑에는 [펜] 잡지에서 찢은 페 이지가 있는데--사진이 수록된 글로, 새로운 스타로 떠 오른 폴리 워커에 대한 기사였다. 거기에 편지 두 통이 한데 묶여 있다. 그 글은 일대기로, 고급 기숙사와 여름 캠프에서 자란 한 고아가 18살때 브로드웨이에서 뜻을 품고, 입 하나 를 무기로 지겨운 단역을 거쳐 오늘날의 스타의 지위에 오르게 된 내력을 적고 있었다. 첫번째 편지에는 투자신탁회사의 도장이 인쇄된 회사명 이 들어간 편지지에 썼따. '친애하는 샌퍼드 부인 말씀하신 대로 저는 폴리 워커가 1년 전에 21세가 될 때까지 그녀의 후견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소문에 대 해 편지해 주신 뜻에 깊이 감사드리며, 소문을 부정하 는데 애써 주시길 바라며, 이후에도 폴리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도움은 커녕," 다이나가 소리쳤다. "그 반대의 짓을 했어. 그 여자라면....." "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지금 읽고 있잖아." '--한데 불행히도 그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 니지만 몇 가지 얘기들은 틀립니다. 폴리의 아버지가 폴리 엄마를 죽여서 징역을 산 건 아닙니다. 폴리 엄마 는 폴리가 만 1살도 채 되기 전에 간염으로 죽고, 그래 서 그녀의 부친은 폴리가 벤 슈왈츠의 딸로 지탄받으며 살게 하기보다는 내게 맡겼던 겁니다. 그가 도박과 주 류 밀수입의 두목으로 알려져, 지금도 레본 워스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것은 아시겠죠. 검거되기 전에 그 는 모아 놓은 돈을 폴리의 교육비라면서 내게 맡겼던겁 니다. 소문을 부정함과 동시에, 나는 이 사실의 은폐에 노력하고 싶습니다. 소무니 무성한 연예계에서 그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 도 모르고 자라온 폴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 ........' 엷은 회색 종이에 쓴 편지가 두 통 붙어 있다. '샌퍼드 부인 오는 월요일 오후 2시에 찾아뵙겠어요. 폴리 워커' 다음 것은--. '샌퍼드 부인 돈이 마련되었으니 수요일에 뵙겠어요. 폴리 워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수요일은 살인이 난 날이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폴리 워커는 그 이틀 전에 저기에 간 거야. 샌퍼드 부 인은 이걸 보이고 돈과 바꾸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 수요일에--." "하지만 폴리 워커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에는," 에이프릴이 기억을 되살렸다. "샌퍼드 부인은 이미 죽어 있었어." 다이나는 한숨을 내쉬며 서루를 원래의 큰 마닐라 종이 봉투에 넣기 시작했다. "뭔가 얽혀 있어." 하고 탄식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이상한 게 있어. 그 신문에 나와 있던 남자 말야." "프랭크 라일리?" 다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말고, 샌퍼드 부인에게 공갈받고 있던 걸 인정 한 남자 말야. 그 믿을 먼한 증인이 말했던 대로....하 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어. 루퍼트 벤 두젠 말야. 왜 그 남자의 자료는 하나도 없지?" "저, 다이나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숨을 깊이 들 이마시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말이 있어...." 그 순간, 아래층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다이나 는 벌떡 일어나 봉투를 세탁물 통으로 치우고 계단으로 갔다. "엄마가 깨면 안돼." 현관을 여는 소리가 났다. 아치가 계단 아래에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왔어." 하고 보고한다. 빌 스미스 반장과 오헤이어 경사가 현관에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숨을 헐떡이며 불안해 보였다. 경사 쪽은 조금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에?" "주무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밤새워 작업을 하셔서, 아침 식사를 드시고 곧 잠드셨 어요." 빌 스미스는 당혹한 모양이었지만, "그렇겠지!" 하고 말했다. "저, 아가씨들." 오헤이어가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 아침에 죽 집에 있었니?" 둘이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치가 장단을 맞 췄다. "나도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어요." "너희는--." 빌 스미스는 말을 멈추고 떫은 표정을 지 었다. "누군가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샌퍼드가 에 누군가 들어왔어. 사람 발소리를 들었다든가--,모습 을 보았다든가 하지 않았니?"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마주보더니 경찰을 보았다. "아니, 전혀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발소리도 듣지 못했고 모습도 보지 못했어요. 아저씨 들말고는." 빌 스미스는 이마의 땀을 딱았다. "고맙다. 이상해서--." 둘이 나가자, 오헤이어가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나는 확신이 있습니다. 모두 미친놈의 짓이 에요.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윙크했다. 다이나는 웃음을 꾹 참았다. 아치가 불평했다. "왜 그래? 왜 그러냐고?" "아무것도 아냐." 에이프릴이 장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허버트 백부일 뿐이야." 제 14장 첫번째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문 앞에서 만나자 아치가 조르듯 말했다. "응?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바늘이 하수구에 걸렸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어," 아치가 말했다.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느냔 말야."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시끄러워. 전화온 거 있니?" "응, 저, 어머니날 선물로...." "저, 피터한테 전화 안 왔었니?"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피터? 응. 저...." 다이나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야. 항상 토요일엔 전화를 한 단 말야." "저..." 아치가 또 시작했다. "한 통도 오지 않았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사람도 안 왔었니? 경찰도?" "전화 같은 거 안 왔었어." 아치는 밝게 말했다. "경찰도 오지 않았고, 살인사건도 없었고, 불도 나지 않았어. 어머니날 선물로 뭘 샀어?" "좋아, 멍청아." 에이프릴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책을 샀어." 아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책을? 쳇! 책이라면 엄마가 쓰잖아." "읽는 것도 있어." 하고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그리고 이건 특별한 책이야." 다이나가 덧붙였다. "마을을 다 뒤져서 찾았어." "보여줘."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는 깨끗하게 포장한 꾸러미를 봉투에서 꺼냈다. "안은 보여줄 수 없어. 클렌쇼 서점의 직원이 특별히 포장해 준 거니까. 그리고 여기에 끼운 아주 고상한 카 드도 있어." "치!" 아치가 말했다. "나한테는 집 지키고 전화나 받게 해 좋고서 나가더니, 겨우 시시한 책을 사왔어? 좋아. 나도 특별한 어머니날 선물이 있지만 내일 아침까지는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을 거야, 누나들에게도." "그래도 좋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데 뭐니?" "말 안한다니까." "꽃다발이겠지." 다이나가 아무렇게나 말했다. "전혀 아냐." "손으로 만든 거지? 새집이라든가 책상 달력이겠지."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틀렸어요." 아치는 으쓱해졌다. "그만둬. 거짓말만 하고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뭐? 거짓말이라고?" 아치는 화가 났다. "그럼, 와서 봐. 보여 줄......" 아치는 용케도 깨달았다. "안돼, 안돼. 속여서 내 선물을 일찍 보려 해도 보여줄 수 없어." "좋아." 다이나는 차갑게 말했다. "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또 거북이 알이라면 핸더슨 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만일 또 병에 가득 담은 올챙이라면 난 가출할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에 엄마께 흰 쥐를 드렸을 때를 기억해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젠킨스가 그걸 보았을 때의 일을." "쳇." 아치가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거북이 알도 아니고, 올챙이도 아니고, 흰 쥐도 아냐. 나만 알고 아무하네도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아치를 보니, 아주 작고 땀나도 더러워 진 그야말로..... 다이나는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뭐든 좋아."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엄마는 분명히 기뻐하실 거야." "정말이야." 에이프릴 역시 애정 어린 말투로 말하며, 아치의 콧잔등에 뽀뽀했따. "에이, 그만둬." 아치는 화가 난 듯 몸을 흔들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이나는 예쁘게 포장한 꾸러미를 소피의 쿠션 밑에 숨 겼다. 그리고 "난 배가 고파. 그리고 할말도 많고." "배가 고파." 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나도." 하고 이어졌다. 부엌으로 뛰어가, 다이나는 빵과 땅콩 버터를 꺼내고, 아치는 우유와꼆 잼 항아리를 냉장고에 서 가져오고, 에이프릴은 밀가루 항아리 뒤에 비상용으 로 감춰 둔 포테이토 집을 찾아왔다. 크림 치즈도 있고 햄 남은 것도 있었으며, 바나나도 세 개 있고 올리브 깡통도 있으며 신기하게도 큰 과자 조각도 있었다. "마침 잘됐다." 다이나는 땅콩 버터와 크림 치즈와 잼 빵에 바르면서 말했다. "이제 곧 저녁식사 시간이 될 테니까. 에이프릴, 과자 를 삼등분으로 잘라." "난 제일 큰 것으로 줘." 하고 말한 아치는 바나나를 벗기며 올리브 깡통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난 제일 작으니까 더 자라야 해." "아치!" 에이프릴은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핥으며 엄하 게 말했다. "너는 스와인('돼지'와 '식탐가'를 의미)이야." "내가 스와인이라고?" 아치는 빵에 땅콩버터를 바르며, 크림 치즈와 잼을 여기저기 흐트러뜨려 놓았다. 그리고 햄 한 조각을 얹고 마지막엔 바나나까지 얹었다. "하지만 스와인이란 것은 두 마리나 그 이상의 돼지인 데, 난 단지 한 마리의 돼지인걸." 아치는 자기가 만든 그 걸작 위에 오리브를 하나 장식 해서, 입을 쩍 벌리고 반쯤 베어물었다. "스와인은 한 마리의 돼지이기도 해." 에이프릴이 말했 다. "그리고, 아치. 수저를 잼 통에 그대로 두면 안돼." 아치는 수저를 핥으며, "틀려." 하고 말했다. "맞아." 에이프릴이 응수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되잖아." 다이나가 귀찮은 듯이 말했다. 아치가 사전을 찾으러 간 사이에 에이프릴은 우유를 더 꺼내려고 냉장고로 갔다가 코카콜라 두 병이 우유병에 가려서 보지 안항캚던 것을 발견했다. 코카콜라를 셋으 나누고 있자니까 아치가 돌아왔자. 조금 기가 죽어 에 이프릴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고 느닷없이 코카콜라의 분배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난 작은 돼지야." 아치가 말했다. "어, 다이나 누나가 나보다 더 많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리고 과자 접시에서 한 조각을 떼어 아치 이눛에 넣어 주었다. "잠자코 있어." 5분 뒤, 부엌 식탁 위에는 음식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 었다. 아치는 사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야채 상자를 뒤 졌다. 다이나는 접시를 설거지통에 잦다 놓고, 우유병 을 행구기 시작했다. "에이프릴," 하고 다이나는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네가 꼭 해야 돼." "빈 깡통을 내다놓는 건 싫어. 그건 아치의 일이야.' "우리 집의 앞날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다이나는 부엌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고작 빈 깡통을 생각을 하고 있니. 저 말야." 하고는 갑자기 수건을 내려놓았다. "첼링컨 부인 댁에가서, 어머니날 꽃다발을 만들 장미 를 얻어 와." 에이프릴도 수건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리고 간 김에 첼링턴 씨에게 물어 보고 오라 이거지 ? 1만 5천 달러를 훔쳐 육군에서 쫓겨난 걸 샌퍼드 부 인이 알아서 그녀를 죽인 게 아니냐고?"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다이나는 수건을 다시 집어들 었다. "그런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 어딨어?" "난 이치에 맞지 않는 타입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게. 그런데 만일 첼 링턴 씨가 안색이 변해 쓰러지거나, 아니면 아주 태연 하고 당당하면 어쩌지? 호각을 불어 경찰차를 불러?" 다이나는 방향을 돌렸다. "너 무섭니?" "무섭지 않아." 에이프릴이 말했따. 볼이 붉어졌다. "첼링턴 씨 대에 가서 PAT(학부모-교사 모임) 야유회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내가 무서워했어?" "그건 첼링턴 씨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 전이잖아." 다이나는 양손을 수건을로 닦았다. "내가 가는게 좋을 것 같다." "좋아." 에이프릴은 당황해서 말했다. "장미꽃과 증거물을 갖고 돌아와. 아니면 우리가 찾아 낸 총알을 갖고 있다면 그것과 같은지 어떤지 보고 오 든지." 다이나는 수건을 떨어뜨리며 말했따. "에이프릴!" 그리고 한숨을 쉬며 수건을 다시 주웠다. "내가 잊고 있었--." 에이프릴이 말했다. "범죄현장에서 발사된 탄환은 대개의 경우 단서야. 어 떤 종류의 총에서 나왔는지 알아보고, 누가 그런 총을 갖고 있는지도--." ======= ========= 제 14장 세번째 첼링턴 씨 댁에는 여러 번 와 봤지만 이상하게도 복도 끝에 그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한 번도 깨닫지 못했었 다. 전부터 죽 걸려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신경써서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얼굴을 그 린 그림인데, 그림의 주인공은 풍성하고 검은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 기분나쁠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졌 다. 전에 어디선가 봤더라? 아, 맞아, 그래! 첼링턴 부인이다. 몇 년, 혹은 몇십년 더 젊었을 적의 그녀 모습이다. 에이프릴은 다가가서 그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이마엔 물론 주름하나 없고 검은 눈은 우수에 찬 듯하지만, 그늘진 곳은 전혀 없다. 입은 희미하게 부끄러운 듯 미소짓고 있다. 그것 은 행복에 취해 지극히 편안한 얼굴이다. 에이프릴은 첼링턴 부인의 홍옥처럼 붉고 살찐 얼굴과 엷은 눈썹과, 자칫하면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눈을 생각 했다. "정말로 안됐군요." 하고 사진에게 속삭였다. 사진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한쪽 구석에 이름이 적혀있 다. '사랑하는, 로즈." 뭐? 첼링턴 부인의 이름이 로즈라고? 첼링턴 씨 댁에서 그렇게 장미를 가꾸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프릴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쿠키가 산더미처럼 쌓 여 있는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아직 따뜻하고 또 맛있는 냄새가 난다. 에이프릴은 멍청히 바라보았다 . 쿠키는 아주 동글동글하게 부풀어 있으며, 건포도가 많이 들어 있다! 쿠키를 만들 때, 첼링턴 부인은 늘 자신들이 먹을 양의 10배를 만든다. 근처의 아이들은 이 집 부엌 근처에 모 습을 보이곤 한다. 에이프릴은 10개쯤은 가지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선 안된다고 스스로 타이르며 딱 아홉 개만 집었다. 세 개는 다이나의 것, 세 개는 아치의 것 그리 고 세 개는 자신의 것이다. 한 개 더 집어서 가는 길에 먹을까 하고도 생각했다. 아니, 그것 비열해. 그 대신 에 천천히 많이 냄새를 맡았다. 이런 쿠키를 만드는 사람이 살인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 다! 쿠키를 조심스럽게 봉투에 당고 뒷문으로 나왔다. 계단 을 내려오다가 에이프릴은 갑자기 멈춰섰다. 첼링턴 씨 가 야채밭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다. 손에 총을 들 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어머!" 하며 한걸은 내딛다 말고 다시 멈 췄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에이프릴은 보더니 엷게 웃으며, "잘 있었니, 에이프릴?" 하고 말했다. 에이프릴도 애써 웃음지으며 말했다. "어머, 안녕하셨어요. 부엌에 물건을 훔치러 갔었어요. " 목소리가 떨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쿠키 아홉 개밖에 집어오지 않았어요. 그러니 까 그걸 나에게 향하지 말아 주세요." 첼링턴 씨는 웃었다. "너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냐. 거기다 총알도 없는걸." 그는 손바닥에 총을 얹어 놓고 홀린 듯 바라 보았다. "끄리고 이건 살벌한 무기라고는 할 수 없어--부인들의 장난감이지--아니, 오히려 부인들의 장신구야." 그는 총을 쥐고 있는 손을 기울여서 진주 장신구가 햇 쪅에 빛나게 했다. "예쁘지?" "저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에이프릴은 말했다. "총은 무서운 거예요." 특히, 아직 살인범이 아니라고는 잘라 말할 수 없는 사 람의 손에 있는 겨우는 동기가 어떻다 해도, 첼링턴 부 인의 사진이 있다 해도, 당밀 쿠키가 있다 해도... 보지 않으려 해도 첼링턴 씨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단 정한 얼굴이다. 대단히 단정한 얼굴이다. 키가 크고 날 씬하며 몸이 곧다. 군인 타입이다. 하긴, 예전에는 첸 들러라는 이름의 육균 대령으로 전쟁의 영웅이었으니 당연하겠지. 눈은 회색이다. 깨끗한 회색이다. 마른 얼 굴은 햇빛에 그을려서 검다. 검은 머리칼과 잘 다듬은 턱수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다만 흰머리가 좀 있 는 것이 좀 아수비다. 5년 전에 찍은 사진에서는 머리 칼이 까맣고 턱수염도 없었는데. 에이프릴은 영어 시간에 외운 시를 떠올렸다. '내 머리는 서리 탓이 아니라....' 첼링턴 씨의 머리칼 은--아무래도 챈들러 대령으로 생각할 수 없다--감옥에 서 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하룻밤새 하얗게' 변 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은 엉뚱한 미신이고, 과학 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흰머리는 비타민이 어찌어찌 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감옥에선 비 타민이 부족한 걸까?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에이프릴은 스스로를 꾸짖었다. 겁내고 있으니 까 그런 걸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 --있을 수도 없고--첼링턴 씨를 무서워 할... 침을 꼴깍 삼키고 총을 쳐다보면서 에이프릴은 말했다. "그래요. 손목에 걸면 귀엽겠어요." "그렇게밖엔 쓸모가 없지." 첼링턴 씨가 말했다. 그리 고 그 작은 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에이프릴은 벤치로 가서 그의 옆에 앉아 빨아들일 듯이 그 총을 쳐다보았다. 작고 예쁘다. 정말이지 살벌한 느 낌은 없다. "만져 봐도 돼요?" "물론이지." 첼링턴 씨는 말했다. "총알이 들어 있지 않으니까." 총을 손에 든 순간 에이프릴은 살갗이 짜릿하게 아파옴 을 느겼다. 손에 쥐기에는 적당한 크키이다. 첼링턴 씨 집 맞은편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를 겨누면서 에 이프릴은, "빵!" 하고 소리를 냈다. 첼링턴 씨가 웃었 다. "그렇게 겨누면 뒤의 다른 나무에 맞게 된단다. 내가 가르쳐 주마. 먼저 수평 거리를 계산하고, 그리고--." "됐어요." 에이프릴이 급히 말했다. 그리고 조심해서 작은 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주 예뻐요." "큰 상처를 입히지 않는단다." 첼링턴 씨가 말했다. "만일 정말로 누군가를 쏘려 한다면--." 그는 말을 잠깐 멈추더니 다시 계속했다. "그런데 루이스가 이걸 좋아해서 닦아 주고 있는 참이 다." "총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에이프릴은 감동한 듯이 말했다. "전에 군대에 계셨나 보죠?" 자기의 목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고 에이프릴은 생각했다. 첼링턴 씨는, "뭐, 총에 괸해선 도서관에서 책을 좀 읽었지만 아무것 도 몰라." 하고 말했는데 30초쯤 지나고 나서였다. '하지만, 당신은 도서관에서 읽은 게 아니시죠?' 하고 에이프릴은 속으로 말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군요." 하고 말하며 에이프릴은 구두 뒤꿈치로 의 자 밑을 찼다. "저, 아저씨. 그거 사용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에이프릴은 슬쩍 쿠키를 부엌에 갖다 놓을 방법이 없을 까 생각했다. 지금 얻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양심에 꺼 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고말고." 첼링턴 씨가 말했다. "저--," 에이프릴은 마른침을 삼켰다. "총이든 뭐든 다 알고 계실 테니까." 에이프릴은 말을 ∮췄다. 이때의 느낌이 책에서 나오는--피가 차갑게 혈 관을 흐름다-- 그 느낌일 것이리라. 에이프릴은 혈관이 갑자기 얼음덩어리로 막혀 버린 느낌이었다. "이야기해 주세요. 샌퍼드 부인을 죽인 건 누구라고 생 각 하시나요?" "샌퍼드 부인?" 첼링턴 씨가 일어났다. "아아, 그렇지." 에이프릴은 첼링턴 씨가 일부로 시간을 끌고 있음에 틀 림없다고 느꼈다. 엄마가 왜 학교에서 곧장 집으로 오 지 않았느냐고 물으실 때 아치가 잘 쓰는 수법이다. "맞아, 샌퍼두 부인 말이지." 그리고 그는 에이프릴에 게 따뜻하고 자애롭게 웃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난 탐정이 아니란다." "상상으로는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첼링턴 씨가 에이프릴 쪽을 쳐다보았는데, 눈으 초점이 맞지 않았다. 에이프릴의 뒤에 있는 정원과 나무와 하 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옆에 사람이 있 다는 걸 잊은 듯이 말했다. "누구든 --그 여자가 받아야 할 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야." 에이프릴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아무 소리 없이 꼼짝 않고 있었다. 불현듯 그는 어린 손님이 있다는 걸 기억해 낸 모양이 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쿠키 봉지를 에이프릴에게 건 네주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마치 에이프릴이 위 대한 여성이라도 되는 듯이 정중히 인사를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오세요. 오늘 구운 쿠키가 다 없 어지기 전에." 그는 총을 집어들고 방향을 바꿔 집안으로 걸어--아니, 행진해서--들어갔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머리를 들고, 어깨를 편 채로. 에이프릴은 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채소 받을 빠져나돠 철책을 넘어 풀이 무성한 언덕을 미끄러 져 내려와 작은 길로 내려오자마자 집으로 단숨에 뛰어 갔다. 오솔길을 달리고, 통로를 빠져나와 뒤쪽 잔디밭 을 가로질러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이나는 부엌에서 접시를 정리하던 참이었다. 에이프 릴은 종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꽃다발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으니까 아치가 아침에 가지러 가면 돼." 그리고는 부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이나는 찬장 문을 '탁' 하고 닫았다. "잘됐구나!" 그리고 종이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야아, 신난다! 굉장한데! 꽃도 해결하고 과자까지 얻 어왔잖아! 어머, 그런데 왜 우니?" 다이나의 손이 기계적으로 수건으로 뻗쳤다. 에이프릴은 수건을 끌어당겨, 소리내어 코를 풀고는 더 욱더 서럽게 울었다. "그걸 나도 모르겠어." 에이프릴은 수건으로 얼굴을 감 싸면서 말했다.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 15장 첫번째 잔디밭이 있는 샌퍼드 저택 정원 벤치에 오헤이어 경사 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책 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었다. "나 집에 갈래." 스루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찾고 있을 거야." "스루키." 아치가 야단치듯이 말했다. "네 엄마가 찾는 소리도 나지 않잖아. 하지만 나랑 프 라슈라이트랑 가는 게 겁난다면 너희 엄마한테 가는 게 좋겠다." "누가 무섭댔어?" "스루키가 그럴 리 없어."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그 는 잔디밭에서 오헤이어 경사를 숨어 보고 있었다. "아주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어." "살인범을 찾는 중이야." 아치가 말했다. "네가 존슨 부인의 앍을 클럽 하우스에 갖다 놓은 일에 는 전혀 관심이 없어. 물론, 너희가 나와 함께 가고 싶 지 않아면 좋아. 겐지와 웜리라면 언제라도 기꺼이 와 줄테니까." "갈 거야." 프라슈라이트가 분개했다. "그럼, 좋아." 아치는 말했다. "괜찮겠지? 잡히면 너는 입다물고 내게 말하게 해."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네가 다해." 스루키가 말했다. "난 경찰과 이야기하는 건 질색이야."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치가 말했다. "그냥 함께 가서 내가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돼." 아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자, 가자." 하며 앞서 걸었다. 프라슈라이트와 스루키가 그 뒤를 따랐다. 울타리 구멍 을 빠져나가 2~3피트 가더니 발을 멈췄다. 그리고 오헤 이어 경사가 있어서 놀랐다는 얼굴로, 다정히 손을 흔 들며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저씨!" "너희들 왔구나!" 오헤이어 경사가 대답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30분 동안 벤치에 앉아 있으면 서 기분이 울적해져 있었다. 빌 스미스 자신도 샌퍼드 집안의 초상화에서 갑자기 피어난 제라늄 가지에 당황 하고 있는 주제에, 이 살인이 정신병자의 소행일 거라 는 오헤이어 경사의 말에 핀잔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래, 빨간 글씨로 칼 위에 '경고'라고 씌여진 것도 보았 다. 그 빨간 것이 립스틱인 것을 알았을 때, 오헤이어 는 살인범은 확실히 정신병자이며, 특히 여자 정신병자 임에 틀림없다고 이야기했다. 빌 스미스는 잔혹하게 비 웃으며, 그 여자 정신병자가 또 나타나면 안되니까 감 시하라고 명령을 내린 채, 자기는 지문 검사반에 연락 하러 간 것이다. 그 뒤 경사는 언짢은 기분으로 정원에 앉아 잔뜩 부어 있던 참이었다. "이리로 오너라." 그는 진디밭 가장자리까지 온 세명의 소년을 불렀다. "경찰이 아니잖아." 스루키가 말했다. "제복을 안 입고 있잖아." "탐정이니까." 아치가 경멸하듯 말했다. "딕 트레이시 같은 형사이기도 하고. 그러니 제복을 입 고 있지 않은 게 당연해." "딕 크레이시랑은 닮지 않았어." "그래, 딕 트레이시랑 닮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아치가 말했다. "딕 트레이시가 아니니까. 저 사람은 형사야. 오헤이어 경사님이야. 전에 아홉 명의 은행강도를 혼자서 체포했 대. 총은 한 자루도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 아치는 크게 소리쳤다. "총 갖고 있었어요, 경사니?" "응?" 경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 은행강도를 잡았을 때." "아아!" 오헤이어 경사는 생각이 났다. "아니, 총은 갖고 있지 않았어. 맨손이었어. 8명 있었 지만." "아홉 명이에요." 아치가 정정했다. "그래 그래, 아홉이다. 그 중의 한 명은 내가 다른 놈 들을 처치하는 동안 달아나려고 했어. 그자는 칼과 건 총과 기관총을 갖고 있었는데,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내가 붙잡았지." "야아, 굉장하다!" 프라슈라이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오헤이어는 추억에 잠긴 듯한 어조로 말했다. "때마침 그날 밤은 미친 고릴라가 동물원에서 도망친 때여서--." 10분도 넘게 그는 발광한 고릴라를 추척했을 때의 이야 기를 하고,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걸 생포했을 때의 이야기를 숨막히는 며사로 들려주 었다. "이상하다!" 스루키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치가 스루키의 발뒤꿈치를 가볍게 찼는데, 이것은 격 려의 신호이다. "만일 아저씨가 경찰이라면 왜 권총을 갖고 있지 않죠?" "방망이는 갖고 있어." 오헤이어는 윗도리 앞을 벌렸다 "그렇지? 그리고 권총도 갖고 있어." 그는 허리춤의 가죽 지갑에서 꺼내 무릎 위에 놓았다. "저--," 프라슈라이트는 감격해서 말했다. "좀 만져 봐도 돼요? 손가락 하나로." "물론이지." 오헤이어는 기분좋게 말했다. 아치가 말했다. "저어, 만화책에서 보니까 경찰은 총알을 보면 어느 총 으로 쏜 건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이 에요?" "응." 경사가 말했다. "응, 그래." 아치는 으스대며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 쪽을 돌아보았 다. "봐. 내말이 맞지?" "하지만, 아직 믿을 수 없어." 프라슈라이트가 불만 스 럽게 말했다. "총알을 보여 줘." 아치가 말했다. "가르쳐 줄 테니까." 프라슈라이트는 주머니를 뒤져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꺼내 놓더니, 마지막으로 아까의 그 총알을 꺼냈다. 추 잉껌과 함께 넣어 두었더니 묻어 있었다. "닦지 않으면 안되겠다." 프라슈라이트는 미안한 듯이 말했다. 깨끗한 수건을 다른 주머니에서 꺼내 닦기 시 작했다. "침을 묻혀." 스루키가 충고 했다. "모래로 닦으면 좋아." 아치가 말했다. "그래야 거기에 붙은 껌이 떨어질 거야." 총알은 다소 깨끗해져서 오헤이어 경사의 손으로 넘어 갔다. "이 아저씨는 머리가 아주 좋은 탐정이야." 아치는 호소하듯 경사를 보았다. "아저씨라면 그 총알이 어떤 총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 죠?" 오헤이어는 그 애원하는 듯한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보면서 말 했다. "이 총알은 32구경 리볼버로 쏜 거야." "야!" 아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요?" "억측일지도 몰라." 스루키가 말했다. "억측이라니?" 아치가 말했다. "잘 알고 계시는 거야." "어떻게?" 프라슈 라이트가 힐책했다. "어떻게 알 수있지?" 오헤이어는 프라슈라이트를 쳐다보았다. "자가 있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겠지만, 지금은 내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단다. 32구경이란 것은 그 총알의 직경이 1인치의 100분의 32란 뜻이야. 나처 럼 총알을 많이 다뤄 보면 재보지 않고 한눈에 알 수 있지. 이건 32구경 총으로 쏜 거야." 제 15장 두번째 "아아!" 스루키가 감탄했다. "정말로 총알을 꽤 많이 보셨군요." "몇 백만 번이나 보았단다." 오헤이어 경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언젠가 94발이나 맞은 미치광이의 속임수를 얘기해 줄 수는 없지만. 그 남자는 95발째에 맞아 죽었어. 실은 탄도학이란게 있어서....." "지금 얘기해 줘요." 아치가 졸랐다. "그럴까?" 오헤이어가 말했다. "이렇게 된 거야." 일동은 숨을 죽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의깊게 들 었다. 이야기는 불가사의한 내용으로 지난 달 만화잡지 에 실린 것과 비슷하지만, 아이들은 요렁껏 적당히 탄 성을 지르거나,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감탄하면서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지." 경사는 매듭을 지었다. "94발이나 총알이 나왔지만 모두 어느 총에서 나온 건지 조사하면 알 수 있어. 아주 쉬운 일이지." 그는 덧붙여 말했다. "기본 지식만 있으면." 그는 즐거운 듯 세 소년에게 웃어 보이며, 이 관중은 부랑자들의 얘기를 좋아할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 가 최근에 만들어 낸 속임수 이야기 뒤의 어떤 얘기라 도 오히려 흥미를 깰 것임에 틀링벗다. 그는 만지작거 리던 총알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물었다. "글너데 이거 어디서 났니?" 아치가 프라슈라이트를 쿡쿡 찔렀다.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클럽 사격장에 가면 얼마든지 있어요." 아치가 또 한 번 찌르자 이렇게 말했다. "돌려주세요. 난 그것밖에 없어요." 오헤이어 경사가 돌려주었다. "끄때의 일은 특히 잊을 수 없어." 근느 또 추억담을 시작했다. "순회 공연차 와 있던 서커스단의 호랑이가 우리에서 도망쳤을 때의 일인데 말야." 아치가 말했다. "저 말이에요, 분명 아저씨만큼 권총과 총알에 대해 알 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예요." "땛지 않안다." 경사는 겸손히 말했다. "하지만," 아치는 열을 내어 말했다. "정말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제일 크고, 어떤 것이 제일 무섭고, 어쁀너것이 제일 무섭지 않은지..." 경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것은 이렇단다." 그는 틴도학에 대해 15분 강의를 시작했다. 거물론부터 시작해서 총구에 대해 잠깐 언급 하고, 탄환의 개성에 관해 자세히 얘기 하고, 마지막으 로 이러한 지식을 가진 어떤 사람이 쉽게 해결한 부룩 클린의 경찰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이 아저씨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가 봐." 프라슈라이트가 아치에게 말했다. 아치는 말했다. "당연하지." "뭐든지 다 아시나 봐." 스루키가 말했다. "경찰이니까." 오헤이어 경사는 겸손하게 말했다. "언제 그런 지식이 필요할지 모르거든. 한 예를 들면, 보르네오에서 독화살을 잔뜩 가지고 온 야만인이 있었 는데...." "저," 아치가 말했다. "저, 오헤이어 경사님." 아치는 벌써 독화살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고,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가 질려 있 다는 걸 눈치챘다. "저, 이 얘길 해주세요, 저....." "뭐지?" 오헤이어 경사는 중간에 막혀서 좀 서운했다. 독화살 이야기는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얘기였 다. "저 말이죠. 그건 어떤 총에서 나온 총알이었어요? 이 집 부인이 맞은 것 말예요. " 아치는 샌퍼드 저택으로 고개를 돌리며, 오헤이어 경사 의 얼굴을 희망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사람?" 경사는 말했다. "45구경으로 맞았어. 군용 리볼버로 아주 실용적인 총 이지." "그래요?" 아치가 말했다. "아치가 갖고 있는 것도?" 아치는 경사가 끄덕이는 걸 기다렸다가 말했다. "한번 더 보여 주세요." "좋아." 경사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는 총을 꺼내 손바 닥 위에 놓았다. "이놈이 정말 쓸모 있는 총이군요." 아치는 마치 황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진짜 총에 프하슈라이트가 갖고 있는 작은 총알 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쏠 수 없겠죠? 쏠 수 있나요?" "물론 쏘지 못하지."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그는 총 을 총집에 넣었다. "너희는 아직 총과 총알의 구경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런 거야." 그는 다시 탄도학 강의로 돌아왔으며 세 소년은 아주 신중하게 경청했다. 총의 내부에는 선조사 있어서 피치 를 잴 수 있다는 것까지 얘기했을 때, 스루키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앗--!" 길고 가는 휘파꼔 소리가 길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그 건 그들을 찾고 있다는 신호이며, 세 사람이 샌퍼드 잔 디에 왔을 때부터 15분 마다 울리고 있었지만 미리 계 획한 게 있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못 들은 척하고 있었 던 것이다. "저건 날 부르는 소리야." 스루키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엄마가 부르거든요. 안녕, 경사 님." 그는 가로수 사이로 사라졌다. "잘 가거라." 경사는 뒤에 대고 인사했다. 기침을 하더 니 다시 강의로 돌아왔다. "총알을 잘 조사하면, 그 홈의 수에서..." "저,"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스루키의 엄마가 부르면, 나도 서둘러 가야 저녁식사 시간에 맞출 수 있어요. 안녕!" 하고 손을 흔들더니 오 솔길을 달려갔다. 오헤이어 경사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계속했다. "그러니까, 총알의 직경과 그 위에 붙어 있는 홈 수와 방향을 알면......" "잠깐만요." 아치가 말했다. "다이나 누나가 부르고 있어요. 나도 가서 식탁 차리는 것을 거들어야 해요." "그럼 가거라." 경사는 말했다. "너는 훌륭한 아이로구나. 누나 일을 거들어 주기도 하 니 말이야. 그리고 권총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라도...." "물어 보러 올게요." 아치가 말햇다. "아저씨는 정말 근사해요! 나도 크면 꼭 경찰이 될 거 예요." 하고 덧붙였다. "또 만나요......, 나의 친구." 아치는 정문을 빠져나와 모습을 감추었다. 오헤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이 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아홉 명의 은행강도 얘기를 할 시간이 없 었던 게 유감이었다. 카스테어스 소년에게 전에 한번 들려준 적이 있지만 조금 내용을 바꿔 해줄 수더 있다. 예를 들면 X선 응용으로 금고 속까지 볼 수 있는 기계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총을 겨누었기 때문에 그 남자도 마침내 그 기 계를 작동하기 시작했어. 금고 벽은 마치 유리창같이 되어서 안까지 보이게 됐지." 하고 즉석에서 해보았다. 빌 스미스가 지친 목소리고 심술궂게 뒤에서 불렀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어? 아무도 없는 데서 말야!" "지금까지 서너 명의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 다." 하고 그는 어색하게 말했다. "뭔가 유익한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요. 어떤 때는 아이들의 관찰이 예민하거든요. 나는 아이를 아홉 이나 길렀기 때문에...." "자네의 그 아홉 아이 이야기엔 이제 질려 버렸어." 빌 스미스가 말했다. "지문 조사계에 갔다 오는 길인데, 유화에도 칼에도 지 문은 없었다더군." 가로수 저쪽에서, 아치와 스루키와 프라슈라이트에게 심부름 값을 지불했다. 5센트와 코카콜라 두 병과 새로 나온 만화 1권이다. "저런 얘기를 또 들어야 한다면 그때는 10센트로 해야 돼." 프라슈라이트가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총알에 붙인 껌도 한 개 돌려줘." "하지만 씹던 껌이었잖아." 아치가 분개했다. 프라슈라이트가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 버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물어 줘야지." 하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총알은 안 줘." "총알을 돌려 줘." 아치가 화를 냈다. "그렇지 않으면....." 하고는 말을 멈췄다. 지금은 싸 움을 할 때가 아니다. 아치는 좀 구겨진 껌을 주머니에 서 꺼내 프라슈라이트에게 건내 주었다. 프라슈라이트는 껌을 잘 살펴보더니 떨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봐 주지." 그리고 아치에게 총알을 주었다. 코카콜라 병을 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아치에게 2센트 씩 줄 것인지, 또 한차례 실랑이을 벌였다. 이 문제는 그 자리에서 마셔 버리고, 아치에게 바로 병을 돌려주 는 것으로 정했다. 프라슈라이트와 스루키는 계단을 내려 큰길로 걸어가며 또 다른 문제로 머뭇거렸다. 스루키가 말하기를, "껌을 총 앞에 붙인 것은 너지만, 루크 상점에서 의자 밑에 떨어져 있던 걸 발견한 것은 나야. 그리고 너는 나보다 두 배나 오랫동안 그 껌을 씹었고....." 아치는 그런 문제에는 흥미가 없었다. 천천히 뒷문으로 돌아가며 경비 계산을 했다. "코카콜라 두 병, 껌 한 개....." 제 15장 세번째 다이나는 당근을 씻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버터 스카치 푸딩을 만들고 있던 참이엇다. 아치가 뒷문으로 들어오 자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들고 하던 일을 멈췄다. "어떻게 됐니?" 다이나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한 사람당 5센트 씩이야." 아치가 말했다. "코카콜라가 두 병에 10센트, 새로 나온 만화가 10센트 그리고 껌 하나 해서.... 모두 31센트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치, 대체...." "전부 합해서." 아치가 말했다. "3달러 16센트 빌려간 거야." "줄게."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총알은?" "아아, 물론 잊지 않았어." 하고 총알을 주머니에서 꺼 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좀 더러워졌어."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는...." 아치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내뱉었다. "그건 32구경 총알이고, 그래서 32구경 권총이 아니면 쏘지 못해. 그리고 샌퍼드 부인을 쏜 총은 45구경 리볼 버야. 그리고 혹시 흥미가 있다면 얘기해 주겠는데." ---아치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탄도학이란..." "우리가 흥미를 갖는 건 이것과 샌퍼드 부인을 살해한 총알이 같은 총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뿐이야." 에이프릴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어." 다이나가 거만스럽 게 말했다. "하지만," 아치는 필사적이다. "나는 고생해 가며 들었어. 일부러 오헤이어 경사한테 가서 총알에 관한 거랑 다른 것을 전부. 쳇, 듣고 싶지 않은가 보지?" 다이나는 아치의 의기소침한 얼굴을 흘끗 보았다. "에이프릴이 놀리고 있는 거야. 네가 오길 얼마나 기다 렸는데." "놀리고 있는 건 언니야." 에이프릴이 빠른 어조로 말 했다. "정말로 오헤이어 경사에게 갔었니? 그 사람이 뭐래?" "여러 가지 얘기를 했어." 아치는 말했다. "먼저, 이런 총알은...." 아치는 미치광이 속임수와 화 난 호뢍이와 살해된 브룩클린 경찰과 얘기만은 빼고 아 주 상세히 빠짐없이 말했다. "그래서," 하고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으로 말해서 범인이 권총을 두 자루, 모양이 다 른 걸 두 자루 갖고 있었든지, 그렇지 않으면 모양이 다른 권총을 하나씩 갖고 있던 것이 두 사람이었든지, 그런 거야." "어머나, 아치. 넌 정말 대단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는 동생의 코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아치가 뒤로 물러섰다. "잊으면 안돼. 3달러 16센트야." "걱정하지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넌 끈질기니까 우리가 잊을 수 없을 거야." 에이프릴은 버터 스카치 푸딩을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전부터 우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두사람 모두 샌퍼드 부인 을 겨누어 쐈을까, 아니면 서로를 쏜 것일까. 대체 어 느쪽일까?" 에이프릴은 접시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고, 냄비를 수저로 긁어 핥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냄비를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는 세 개의 권총이 얽혀 있어!" 아치는 재빨리 냄비를 쥐고 수저를 잡았다. 다이나는 당근을 떨어뜨렸다. "세 개?" "샌퍼드 부인을 쏜 총은 45구경이야. 그림을 쏜 총은 32구경이고, 그리고 첼링턴의 총. 그 사람은 말했어 -- '22구경은 부인들의 장난김이지.'라고." 거기까지 얘기하곤 아치가 잇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냄비를 이리 줘. 오늘밤엔 내가 푸딩을 만들었으니 까, 내가....." 안을 보고는, "어머, 너무했어. 아치 카스테어스!" "어때." 아치는 수저를 쪽쪽 빨면서 위로하듯 말했다. "이젠 씻지 않아도 돼." 다이나는 당근을 불에 얹었다. "저, 그 남자를 죽인 총은 몇 구경일까? 프랭키 라일리 말야." 에이프릴은 냄비 같은 건 이제 잊어버렸다. "맞아. 만일 그것이 같다면....." 내게 맡겨." 아치가 자신 있게 말했다. "내일까지 꼭 알아볼게. 900만 달러 걸어도 좋아." "알아올 수 없어. 나도 그만큼 걸게." 에이프릴이 말했 다. 아치는 의심스러운 듯이 에이프릴을 보았다. "정말로 얼마 걸 거야?" "25센트." 에이프릴이 말했다. "안돼." 아치가 대꾸했다. "안돼, 하지만 내가 이 내기에서 이기면 내게 줄 돈을 꿔 줄게. 이제 누나와 내기를 하는 건 그만 두겠어."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 그럼 조건을 말해봐." "만일에....." 아치는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했다. "만일 프랭크 라일리가 어떤 총에 맞았는지 내일까지 내가 알아낸다면 쓰레기통 청소를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은 하지 않아도 좋지?" "나흘간 만이야."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싫어. 만 일주일간이야." "그래, 좋아. 그럼 그렇게 정하자." "자, 얘기 다 끝났으면 내 말 좀 들어 봐." 다이나가 심각하게 말했다. "에, 나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치가 진지하게 말했다. "샌퍼드 부인이 어떻게 샌퍼드 씨의 약점을 잡았는지 이제 알겠어" 다이나는 멍청히 쳐다보는 두 사람에 상 관치 않고 말했다. "왜 살인사건이 난뒤에 도망을 쳤는지, 그리고 나서 왜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주위를 서성거렸는지 그것도 알겠어.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했던 바로 그 문제 의 물건을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제 서둘러서 거기에 가서 이야기하는게 좋겠어. 우 리가 그걸 갖고 있다는 것과, 진범이 잡힐 때까지 우리 가 안전한 곳에 두었다가 잡히면 돌려주든지 태워 버리 든지 할 거라는 걸.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는데." 다이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베티 리모의 유괴사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 는지도 물어 보면?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걸 알아낼 수 았을지도 몰라." "대단해!" 에이프릴이 칭찬했다. "말하지 않으면?" 아치가 말했다. "말하게 해야지." 다이나가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그의 약점을 쥐고 있잖아." "거짓말 하면 어떡하지?" 아치가 집요하게 캐물었다. "아치," 다이나가 말했다. "귀찮게 굴지마. 함께 가고 싶으면 잠자코 있어." 셋은 보고 있는 사람이 있느지 뒤쪽 베란다에 나가서 둘러 보았다. 그리고 서둘러 놀이방으로 갔다. 풀숲을 막 돌아선 순간, 다이나는 깜짝 놀라 멈춰섰다. "어머나!" 놀이방은 텅 비어 있었다. 이불은 가지런히 개켜져 침 대 위에 놓여 있었다. 접시는 테이블 위에 포개져 있고, 그 옆에 잡지가 정리되어 있었다. 조간신문은 담요 위 에 있었는데, 제 1면의 프랭크 라일리의 사진과 기사가 깨끗하게 오려져 있다. 윌리 샌퍼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제 16장 첫번째 아직 날도 채 밝지 않았는데, 아치는 벌써 두 사람의 방문을 두드렸다. "빨리 일어나. 빨리 일어나란 말이야. 어머니날 이야." 에이프릴이 졸리운 듯이 대답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벌써 옷을 갈아입고 세수까지 한 아치가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들어왔다. 다이나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하품을 하고 눈을 비 볐다. "만일 자수했다면 오늘 조간신문에 나올 거야. 만일 자 수한 게 아니라면....." 에이프릴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내가 가설을 하나 세웠어. 어제 저녁 잠자기 바로 전 에 생각한 건데, 그 베티 리모에게 애인이 있었다면, 하는 거야." "있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윌리 샌퍼드. 당시에는 월리엄 샌더슨이었지만." "그런 게 아냐, 내가 말하는 건." 에이프릴이 말했다. "진짜 애인 말이야. 아주 열렬히 빠져 있는 남자 예를 들면, 피터가 언니에게 푹 빠져 있는 만큼." "맞아, 맞아, 맞아." 아치가 놀렸다. "그런데 왜 피터는 어젯밤 오지 않았지?" "할머니를 모시고 영화보러 가야 했기 때문이야." 다이나가 냉정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계속해 봐, 에이프릴." "저 말야." 에이프릴은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에게 푹 빠져 있는 남자가 있었어. 아마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그녀가 유괴되어 죽 었어.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어. 하지만 이 남자는 목숨을 걸고 상대를 찾아내어 복수하는 거야." "그건 엄마 책에 나온 얘기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클라크 캐머런의 이름으로 쓴 책에. 친구를 죽인 남자 를 25년 걸려 찾아내서...." "응, 그래."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딱 들어맞잖아. 그 남자는 마침내 샌퍼드 부 인의 소재지를 알아내서 그 사건에 관계가 있다는 증거 를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죽인 거야. 거기에 프랭크 라일리가 나타났어. 그 남자는 그도 죽여 버렸어." 에이프릴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 남자는 월리엄 샌더슨, 즉 윌리 샌퍼드도 알 고 있었어. 그래서...." 다이나는 에이프릴을 쳐다보았다. "자수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그는 안전해. 아치, 빨 리 가서 신문 가져와." "쳇!" 아치가 불평했다. "맨날 내가 해야 돼. 배고파 죽겠는데." "가져와!" 다이나는 말했다. "그 대신 아침식사 때는 와플을 만들어 줄께." "좋아!" 아치가 말했다. 문을 여는가 싶더니, 어느새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엄마가 아래층에서 올라오실 건지, 아니면 방으로 갖 고 가는 게 좋을지 여쭤 보고 와." 세수를 하며 다이나 는 지휘했다. "나는 와플 재료를 반죽할 테니까." 5분 뒤에, 두 사람은 부엌에 내려와 있었다. 엄마는 내 려온다고 말씀하셨고, 파란색 드레스를 입을 것을 약속 했다. 다이나는 계란을 휘젓고, 에이프릴은 와플 용기 의 코드를 꽂았다. 아치가 일요신문을 갖고 숨을 헐떡 이며 계단을 올라왔다. "먼저 만화 부터." "밥 먹고 나서 볼 거야." 다이나가 단호히 말했다. "꽃을 가져와야 하잖아. 잊지 않았겠지?" "뭐든지 다 나야." 아치가 말했다. "아아, 정말 너무해!" 하며 첼링턴 씨 집 방향으로 뛰 어갔다. 다이나는 신문을 폈다. 윌리 샌퍼드는 아직 자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아직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기사 가 있었다. 에이프릴은, "어머!" 하고 말하며 의자에 주저앉아 버 렸다. "무사하길 빌어." 다이나가 말했다. "설마, 그 사람이...연못 속에 잠겨 있지 않도록." 하 고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는데, 몹시 공포에 떠는 목소리 였다. "다이나 언니, 만일--만일 그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일 어난다면--우리 책임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놀이방에서 못 나가게 할 수도 없었어."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응, 그렇지만 경찰에 신고했더라면--유치장에 있으면,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아직 죽었는지 어떤지 모르잖아. 어쩌면 단지 도망친 건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침식사나 준비 하자." 에이프릴은 괴로운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에이프릴의 얼굴은 아직 창백하다.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일 까?" 다이나는 팬 케이크 가루를 꺼내며 말했다. 에이프릴이 뛰어왔다. "어떤 남자?" "베티 리모를 사라?고 있던 남자 말야." 다이나가 말했따. "이 사건에 관계된 인물 중에서 아직 신분을 알 수 없 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그 루퍼트 밴 두젠이야." 에이프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프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할 필요가 있어." 다이나는 가루를 재며 말했다. "뭔가를 시작하는 건 그 다음 일이야." "하지만 주소도 모르고 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우선 본명인지도 알 수 없 다는 생각이 들자 슬퍼졌다. "지금 알아낼 수 있어." 다이나는 자신에 차서 말했다. "다이나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 할말이 있어." "잠깐 기다려." 다이나가 말했다. "전화가 왔어. 베이컨을 좀 보고 있어." 에이프릴은 프라이팬을 가스에서 내려놓고 다이나를 따 라갔다. "여보세요." 다이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통해, 전화에 동전을 넣는 낯익은 소리가 들 려왔다. 그리고 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카스테어스 양입니까?" "예, 제가 다이나 카스테어슨데요." 하고 다이나가 말 했는데, 뭐가 먼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나는 ....네 친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없어진 걸 알고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무사하다는 걸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머나!" 다이나는 침을 삼켰다. "아저씨는...." 당황해서 다이나는 입을다물었다. "어디 계세요? 왜 가버리셨죠?" "안전한 곳에 있어." 그는 말했다.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는 없어. 내가 나온 건-- 사건의 성질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 아라." "기다려요." 다이나는 필사적이었다. "기다려요! 아저씨에게 알려줄 게있어요. 우리도 사건 의 성질은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은 아저씨도 찾고 있어 요. 누구 얘기인지 아시죠? 그 여자를-- 사랑하던 사람 말이에요." 전선의 저쪽애선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니?" "들어 보세요." 하고 다이나는 말했다. "그 여자가 --부인이 감춰 두었던 걸 우리가 찾아냈어 요. 아시겠어요? 우리가 그걸 안전한 곳에 숨겨 뒀어요 우린 읽어 봤어요. 이젠 뭐든지 다 알고 있어요. 아저 씨 사진, 길거리를 함께 가는 거... 기사는 쪽지든 뭐 든." "들어보거라." 그가 말했다. "부탁이야!"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아록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너희는 좋은 아이들이니까 너희가 나를 그렇게 생 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믿어 줘. 나는 결백해. 무슨 일 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어.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나는 몰랐어.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어. 부탁이 니 믿어 주기 바란다." "믿어요." 하고 다이나는 열심히 말했다. "우린 믿고 잇어요. 하지만, 그는 -- 그 남자는 -- 누구 얘긴지 아시죠? S부인과, 또 한 사람의 남자는 -- 그는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몰라요.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예요.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는 갑자기--. 부탁이니까 조심하세요. 그는 오랫동안 기다 리고 있었어요--복수하려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누구 얘기를 하고 있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하고 있던 남자 말이에요-- 그녀를."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야아, 이거 놀라운데!" 상대는 웃고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은 단 한사람이었어 -- 베티를 사랑하고 있던 사람은 나 뿐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다이는느 귀를 기울이고 기다렸 지만 마침내 전화는 끊어졌다. "쳇! 끊어졌어." "하지만, 어쨋든 그는 무사해." 에이프릴은 짐을 덜었 다는 듯이 말했다. "뭐라고 그래?" 제 16장 두번째 "뭐라고 그래?" 다이나가 이야기 했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나도야." 다이나가 수긍했따. "그래도 역시 그 루퍼트 밴 두젠을 조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까 전화가 왔을 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니?" "아무것도 아냐." 에이프릴은 중얼거렸다. "별로 중요한 건 아냐."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먼저, 자 신이 루퍼트 밴 두젠을 조사하는 게 좋다. "어머, 이제 엄마가 내려오실 거야. 아직 준비가 덜 되 었는데." 다이나는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식탁은 일광욕실에 놓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그 리고 아치가 꽃을 갖고 오면..." 부엌과 일광욕실이 분주해졌다. 그러는 중에 아치가 돌 아왔는데, 아주 커다란 상자와 그보다 조금 작은 상자 를 안고 있다. "트럭을 갖고 갔더라면 좋았을걸." 아치는 그 상자들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에이프릴이 큰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더니 깜짝 놀랐다. "언니, 이것 봐! 칼리스만 장미야. 그 집에서 제일 좋 은 장미! 몇십 송이나 들어 있어. 멋져!" "최고다!" 다이나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다이나가 큰 꽃병을 가져오는 동안에 에이프릴은 다른 상자를 열 어 보고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어머나, 멋있다!" 에이프릴은 상자에서 코사지를 꺼내 눈을 반짜이며 쳐 다보았다. 귀여운 도로시파킨스 종류의 장미꽃 다발에 가늘고 긴 갈대를 곁들어 파란색 리본으로 묶었다. "제발 부탁이야. 소란피우지 마." 하고 다이나가 말했 다. "누가 소란을 피운다고 그래." 하며 에이프릴은 두번이 나 소리를 내며 냄새를 맡았다. "엄마가 아주 기뻐하실 거야. 언니, 그녀는 살인 같은 건 못해." "엄마가?" 하고 다이나가 물었다. "첼링턴 부인 말이야." 하고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바보 같이." 아치가 비웃으며 덧붙였다. "좋아, 바보 씨. 테이블 꾸미는 걸 도와줘." 에이프릴 이 말했다. 장미꽃 다발을 일광욕실의 식탁 한가운데 장식해 놓았 을 때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내려왔다. 와플을 굽는 틀 은 뜨거워져 있었고, 반죽한 재료는 그릇에 담아서 옆 에 놓아 두었다. 뚜껑 있는 접시에 넣어 둔 베이컨 때 문에 방안엔 좋은 냄새가 났고, 커피물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다. 장미꽃으로 만든 덮개는 엄마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세 아이의 모습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서둘러 일광욕실로 들어와서는, "어머나, 세상에!"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튼 뒤에 서 억지로 참는 희미한 웃음소리가 나더니, "쉿!"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얼마나 멋 지고 근사한 아이들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 얼 마나 좋은 음식 냄새인가, 난 얼마나 행복한가!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1분 정도 그녀는 숨이 막히도록 꽉 아이들에게 안겼다. 그리고 나서 에 이프릴이 꽃다발을 어머니 어깨에 두르고, 아치가 애정 이 듬북 담긴 키스를 해주었으며, 다이나가 와플을 굽 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굽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 우고, 아치가 시럽병을 수저로 긁고 있을 때, 다이나가 에이프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가져와." 에이프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싫어, 언니가 가." 그러자 다이나가 말햇다. "그럼 함께 가자." 둘은 거실로 뛰어가서 소파의 쿠션 밑에서 예쁘게 포장 된 꾸러미를 꺼내왔다. 둘은 그것을 아주 우아한 몸놀 림으로 마리안 앞에 놓았다. "내게 주는 거니?" 엄마는 놀라서 말했다. "예,"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 집에 또 다른 어머니가 없는 한." "예쁜 카드구나." 엄마가 말했다. "누가 만들었니?" "에이프릴이 꽃을 만들어 붙였어요. 내가 글씨를 썼고 요. 자, 열어 보세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가 꾸러미를 천천히, 애가 타도록 천천히 푸는 것 을 기쁜 듯이 세 아이는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의 얇 은 종이를 벗겨 내고, 엄마가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 자 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부모를 위한 아동심리학 해설).' 철학 박사 엘시 스미스턴 퍼슨스 "안을 보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표지 있는 데를요." 표지에는 '사랑하는 엄마께. 다이나, 에이프릴, 아치 드림.'이라고 써 있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목이 메이는 걸 참으며 말했다. "정말 멋지구나. 너무 기뻐!" "그리고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가 매일 10장씩 일거 드릴 거예요. 하룻밤은 제가 읽어 드리고, 그 다음날 밤은 에이프릴이 읽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일요일 끼어서 22일이면 다 읽어요." "정말 멋진 계획이구나!" 마리안이 말했다. 그리고 책 제목을 보며 뭔가 생각하더니, 다이나와 에이프릴을 보 았다. "이건 내 교육방법에 대한 완곡한 비평인 것 같은데." "어머, 아니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다만....."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 빌 스미스 반장의 말을 인용할 틈도 주지 않고 말했다. "우린 만족하고 있어요. 단지 그걸 확실히 해두려고.." "맘에 드세요?" 다이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책 말이에요." 마리안이 대답했다. "아주 기쁘단다.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 씀씀이도 기특 하고." "우리도 엄마가 기뻐하시니 좋아요!" "내가 더 좋아." 마리안은 두 아이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더 좋아요." 다이나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에이프릴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린 좋지 않아요." 그리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비 비 비 비 비!" 하고 소리를 냈다. "어, 아치가 어디 갔지?"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둘러 보았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다이나가 아치를 부르려고 했다. 그때, 에이프릴이 팔 꿈치로 쳤다. 그래서 다이나는 그만두었다. "저 소리!" 에이프릴이 말했다. 잠시 조용해졌다. "지하실로 내려갔어!" 지하실 계단을 천천히, 조심조심 올라오는 발소리가 났 다. 이윽고 아치가 문가에 모습을나타냈다. 머리는 흐 트러지고, 빤간 얼굴은 생극생글 웃고 있다. 아주 커다 란 상자를 껴안고 있다. 그걸 일광욕실에 가져오더니 책상위에 놓았다. "자아!" 그 큰 상자는 포장은 엉망이었지마느 선물용의 비싼 포 장지였다. 그 위에 리본까지 묵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 크레용으로 쓴 카드가 제일 위에 얹혀 있었 는데, '엄마에게, 사랑스런 아이 아치.' 라고 적혀 있 었다. 모두가 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약간 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프릴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 다. 그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그건 희미한 소리였지만 확실하게, "야옹." 하고 들렸 다. "아치!" 하고 엄마가 아치를 보았다. "저," 아치가 말했다. "겐지 엄마의 고양이 새끼가 자라서 젖을 떼게 되었어 요. 그리고 이건 제일 좋은 놈이고, 예절도 가르쳐 놨 어요. 이놈은 뭐든지 다 알아요. 엄마는 새끼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좋아하고말고." 하고 엄마가 말햇다. "게다가 아주 작아서 별로 먹지도 않아요." 아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말에 대꾸라도 하듯이 상자 속에서 희미하게, "야옹 !" 하는 소리가 났다. "어머, 아치!" 에이프릴이 흥분하며 말했다. "빨리 보여 줘." "좋아, 좋아. 단, 이건 엄마께 드리는 거니까, 엄마가 상자를 열어야 해." 어맘는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걷었는데, 그 동안에도 상자는 계속 흔들렸다.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속에는 우유 접시와 오양이 먹이 접시와 작은 사탕, 그리고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근심스런 모습으로 들어 있었다. 한마리는 새까맣고, 한 마리는 새하얗다. "어머나, 귀여워라!" 엄마가 말했다. "자, 안아 보세요." 아치가 말했다. "누구라도 안으면 곧 '고로고로' 하고 소리내요." 엄마가 안아올려 무릎 위에 얹었다. 그러자 두 마리 모 두 '고로고로' 하고 소리내기 시작했다. 에이프릴과 다 이나는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고로고로' 소리 는 더 커졌다. "이름은 잉키하고 스팅키야." 아치가 설명했다. 제 16장 세번째 에이프릴은 스팅키의 하얀 턱 밑을 쓰다듬던 손을 멈췄 다. "하지만 젠킨스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젬킨스는 벌써 알고 있어." 아치가 말했다. "봐!" 아치는 뒷마당에 나가 젠킨스를 찾았다. 마당 벤 치 위에 웅쿠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집안으로 데려왔다. 엄마 무릎 위의 고양이 새끼들은 조금 긴장하며 몸을 움츠렸다. "자, 아래를 내려다봐." 아치가 말했다. 두 마리의 새 끼 고양이를 목덜미를 잡아서 마루 위에 놓았다. 새끼 고양이는 똑바로 서서 귀를 뒤로 당겼다. 큰 회색 고양 이 젠킨스는 무료한 듯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두 세 걸음 가더니 코끝을 먼저 잉키의 코에 대고, 다 음에 스팅키의 코에 갖다 댔다. "봐, 마음에 들어 하잖아." 젠킨스는 앉아서 왼쪽 앞발을 핥더니 애써 위엄을 갖추 고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좌우 로 흩어져서 마루 위를 뒹굴더니 젠킨스의 꼬리를 핥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은 새끼 고양이들이 하는 대로 내 버려두더니, 또 하품을 하고 무서운 이를 드러내 보이 고는 일어서서 나가 버렸다. 남겨진 고양이들은 앉아서 그 모양을 지켜보더니 불만스러운 듯이, '야옹'하고 울 었다. "가엾어라." 다이나가 말했다. 두 마리 모두 안아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어머, 정말 '고로고로' 하네." "요들을 부르는 건가?" 에이프릴이 스팅키의 둣등을 어 루만지며 말했다. "참 귀엽다!" "내가 받은 거야." 엄마는 화난 척했다. "이리 줘!" 그녀는 두 마리를 무릎 위에 얹어 놓고 귀 여운 듯 쓰다듬었다.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웅크리 고 있었다. "그리고요." 아치가 말했다. "정말 작아서 별로 먹지도 않아요." 아치는 근엄하게 덧붙였다. "그 점도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마음에 든단다. 이 새끼 고양이는 아주 귀엽고, 엄마는 너를 아주 좋아한단다." 아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엄마를 아주 좋아해요." "나는 더 좋아해." 하고 엄마가 말했다. 아치는 힘껏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는 더, 더 좋아해요." 이 대화는 5분도 넘게 이어졌다. 엄마는 담뱃갑의 셀로 판지를 비틀어 나비 모양을 만들더니, 묶여 있는 끈의 끝에 매달아서 새끼 고양이를 거실로 데리고 갔다. 세 아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새 장난감을 발견하고 뛰어다 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잉키가 높이 뛰어올랐지만, 스팅키는 발이 빨랐다. 엄마의 볼에 붉은 빛이 돌고 눈 이 빛났다. "아치!" 에이프리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해냈어." 하며 아치를 껴안았다. "에이, 그만둬." 아치는 몸을 흔들어 풀었다. "난 어른이야. 그리고 크면 경찰이 될 꺼야." "어른이라도 상관없어." 에이프릴은 한 번 더 끌어안으 며 말했다. "네가 참 좋아." "나도 좋아해." 아치가 말했다. "잠깐!" 다이나가 말했다. "이제 그 얘긴 그만둬." 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 리켰다. "봐, 이 접시!" 일동은 재빨리 움직였다. 음식은 냉장고에 넣고, 테이 블 위를 잽싸게 훔쳤다. 접시는 물에 담그고 나중에 씻 기로 했다. 오늘은 휴일이니까. 15분도 지나지 않아 일동은 거실로 옮겼다. 엄마는 긴 의자의 중앙에 앉았다. 검은 머리는 좀 흩어져 있고, 얼굴빛은 장미와 잘 어울렸다. 에이프릴과 아치는 양 옆에 둥글게 앉아 엄마의 무릎 위에서, 아직 '고로고로 '하면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다. 다이나 는 엄마 앞에 앉아 천천히, 진지한 얼굴로 선물한 책을 낭독하고 있다. 빌 스미스 쨏장이 문 앞에 와서 벨을 누른 순간, 정면 현관의 유리문을 통해 본 풍경이 이랬다. 그는 순간 방 해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그때는 벨을 누 글 뒤였다. 그는 방해할 구실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 기며 힘을 냈다. 다이나는 책을 놓고 문을 열려고 뛰어갔다. 다이나는 그를 따뜻하게 환영했다. "잘 오셨어요! 식사하셨어요? 와플을 만들어 드릴까요?" "벌써 먹었어. 고맙다. 얘야." 빌 스미스는 냄새를 맡 으며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럼, 커피라도?"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상냥하게 말했 다. "아니--."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았 다.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커피와 크림과 설탕을 그이 옆 테 이블 위에 갖다 놓았는데, 이것은 1분 20초라는 대기록 이었다. "책을 읽던 중이셨군요." 빌 스미스는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방해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이나 누나가 어머니날 선물한 책을 읽어 주고 있었 어요." 하고 아치가 설명했다. "매일 10장씩 읽어 드리기로 했어요. 이거 보고 싶으시 져? 다이나 누나와 에이프릴 누나가 이 책을 산건. 모 두---." 에이프를이 갑자기 바닥을 발로 찼기 때문에 아치는 입 을 다물었다. 빌 스미스는 책을 보고, 제목을 보더니 책 표지에 쓰인 글도 읽었다. 여기에서 그는, "대단히 생각이 깊군요." 하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리안은 도전하듯이 말했 다. "그리고 이건 내가 드린 어머니날 선물이에요." 아치가 잉키와 스팅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들어 보면 '고로고로' 소리가 나는데, 거기에서도 들리시죠?" 빌 스미스는 귀를 기울이더니, 과연 소리가 들린다고 맞 장구 쳤다. "와플을 좀 드시겠어요?" 마리안이 말했다. "먹으면 좋겠지만," 그는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아침밥을 먹었거든요. 난 와플을 아주 좋아하는데, 레스토랑의 아침밥은 별로예요." "아지씨께 부인과 아이들이 있으시다면 좋을 거예요." 다이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요리를 아주 잘 하는 부인 말이에요." 빌 스미스는 얼굴이 빨개졌다. 기침을 했다. 잠시 뒤에 말을 꺼냈다. "카스테어스 부인,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바 쁘신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다이나는 시계를 보는 척했다. 그리고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큰일이야. 빨리 설거지를 해야 돼." 아치가 놀라서 말했다. "닦지 않을 거잖아." "닦아야 해." 다이나가 말했다. "자, 시작하자." "하지만 아까 말했잖아--." 아치가 항의했다. 다이나가 한번 노려보더니, "따라와!" 하고 명령했다. 다이나는 에이프릴과 아치를 거의 끌다시피 해서 부엌 으로 데려갔다. "멍청아!" 다이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눈치코치란 것도 모르니?" "자리를 비켜 준다는 것도 몰라?" 하고 에이프릴이 말 을 보탰다. 아치는 화가 난 듯했다 완전히 골이 나서 발딱 일어섰 다. "그래도 빌 스미스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은걸 ."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다이나가 말했다. "우리도 듣고 싶어. 하지만 들을 수 없어. " 다이나는 두 사람에게 몸짓으로 절대 침묵의 명령을 내 리고, 앞서서 복도를 빠져나와 계단 아래로 갔다. 셋은 계단을 네댓 칸 올라가서 조용히 앉았다.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쪽 얘기는 손에 잡힐 듯이 들린다.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부드럽고 음악적인, 허심탄 회한 웃음소리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뻐요. 스미스씨. 하지만 빈말 을 하시는 거죠." 하고 말하는 것도 들렸다. "아니, 진심입니다." 아치는 빙긋 웃었다. "저, 스미스 씨--." "빌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스미스 씨는 너무 딱딱하게 들립니다. 당신은 그렇게 딱딱한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 이번엔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빌. 뭐든 도움이 된다면--."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카스테어스 부인--." "마리안이라고 불러 주시지 않겠어요? 카스테어스는 너 무 딱딱해서요." 이번엔 두 사람 모두 웃었다. 카스테어스의 세 아이는 한쪽 구석에서 기쁜 얼굴로, 하지만 입술에 손을 갖다 대고, 더욱 귀를 기울였다. 제 17장 첫번째 이런 행복을 느끼는 게 몇년 만인가! 마리안 카스테어 스는 잉키와 스팅키를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책은 다 썼고, 앞으로 2~3일은 일도 없다. 저렇게 멋진 아이들 이 있어서 저렇게 근사한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이렇 게 느긋하게 앉아, 예쁜 고양이의 재롱을 보고, 스미스 가 커피 마시는 걸 볼 수 있다. 이상한 일이다. 안락의자에 남자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 도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키가 크고 늘씬한 남 자가 모직 양복을 입고--다리미질을 해야겠지, 저 옷은 --앉아서--아니, 비스듬히 누워 한쪽 다리를 꼬고 있다 --파이프에 불을 붙인다. 손때가 묻은 낡은 파이프. 지 금 방안에선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이 남자는 이 집에 사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연막이 생길 듯 말 듯하는, 때묻은 파이프의 냄새를 오 랜만에 맡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문득, 그가 자기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걸 깨달았지만 한 마디도 듣고 있지 않았다. 볼이 빨개지는 걸 느낄수 있 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빌 스미스가 말했다. 오오, 신이여! 그녀는 정말로 빨개졌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저--." 그녀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마치 다이나 그대로이지 않은가. 그 볼품없는 피터가 와 있을 때의.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거요, 그--." 그녀는 숨을 멈췄 다. "이번에 쇼핑갈 때, 이 고양이들에게 뿌릴 벼룩 잡는 가루를 사려고요." "벼룩 잡는 가루를 샤용하시면," 그가 말했다. "바로 솔로 쓸어 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병이 생기니 까요. 그런데 그 고양이에게 벼룩이 있습니까?" "지금은 없지만 금방 생긱 거예요. 고양이에게 벼룩은 항상 따라다니잖아요." "그렇죠." 그느 환하게 웃었다. "벼룩이 있으니까 고양이죠. 자연의 법칙입니다." 푸른 실내복을 입고, 분홍색 장미를 어깨에 꽂고 볼을 차츰 붉히니 정말로 예뻐 보인다. 그는 자기가 느낀 그 대로 말할 배짱이 없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고양이 얘기를 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때마침 잉키가 눈을 떴다. 똑바로 앉아서, 왼쪽 귀를 맹렬히 긁더니 다시 잠들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이 짐승의 노고를 속으로 격려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 다. "보세요. 맞죠?" "말씀해 주시지 ?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베티 리모의 유괴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을.'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계단에 몰래 숨은 세 아이는 앉은 자세를 바로 하고, 숨을 죽 이며 귀를 기울였다. "왜죠?" 마리안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는 우물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이 사건에서 벽에 부딪쳤기 때문입니 다. 정말이지 벽에 부딪쳤습니다. 마리안, 도와주신다 면--." 또 침묵이 흘렀는데, 이번엔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낮 게, "가능한 한 도와드리겠어요." 하고 말했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증거물을 모두 엄마한테 넘겨주고 우린 이제 손을 떼자."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뭐라고?" 아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쉿!" 다이나가 속삭였다. "그렇지만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잖아." 아치는 소리를 낮추어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다이나는 그 입에 손을 갖다 대고 나무랐다. "조용히 해! 나중에 얘기해 줄게." 에이프릴은 둘을 팔 꿈치로 찌르며 속삭였다. "들어 봐!" "처음엔 이 사건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 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질투가 강한 아내, 품행이 바르지 못한 건달, 야심에 찬 여배우. 그런데 프랭크 라일리란 남자가 살해당했습 니다. 바로 이 근처에서.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습 니다만, 그를 죽인 총알은 샌퍼드 부인을 쏜 것과 같은 총에서 발사된 겁니다." 아치가 에이프릴을 쳐다보았다. "나도 알아낼 수 있었는데." "쉿!"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기는 취소야." "게다가," 빌 스미스는 계속했다. "그의 지문이 샌퍼드 저택의 여기저기에서 발견됐습니 다. 그리고 아무것도 증거가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 습니다만, 그는 리모 사건과 관현이 있었습니다. 그리 고 그 사건을 취재한 아주 영리한 신문기자였던 마리안 워드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뉴욕에 전보를 쳐보고, 제 가 추측했던 대로 그 사람이 마리안 카스테어스란 이름 도 갖고 있었던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안은 스팅키를 만지작거리며 잠자코 있었다. "네 제가 그 사건을 취재했어요.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 기 전에 한번 어떤 자리에서 베티 리모를 만난 적도 있 었어요."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양 팔꿈치를 무릎에 댔다. "그렇군요. 계속해 주세요." "베티는--베티는 미인이었어요. 귀여운 타입이었죠. 젊 고, 어딘가-- 마음씨가 아주 상냥한 타입이기도 하고. 그리고 깨끗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목 소리를 가졌어요. 난 그녀가 노래가 아니라 연기하는 걸 한번 보았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진지함을 띠었다. "베티 리모란 이름은 본명이 아닌데, 아무도 본명을 몰 랏고--그 뒤로도-- 아무리 해도 알 수 없었죠. 하지만 확실히 어딘가에 뼈대 있는 본가가 있고, 그 본가에서 스타 라이트 극장에서 노래를 한다는 걸 죽는 것보다 더 나쁘게 생각하고 잇었던 것 같아요." 마리안은 이마 를 찡그렸다. "그 본가는 꽤 가난햇던 것 같아요. 베티는 처음으로 1 달러를 받은 아이 같았어요. 모피라든가 하티 카네기 가운 같은 데에 빠져서 갑자기 스타가 된 것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거드요. 그녀의 은행예금은 10센트도 남아잇지 않았어요--나중에 알아봤더니." "그럼, 누가 몸값을 지불했죠.?" 빌 스미스가 조용히 물었다. "아무도 몰라요. 극장 지배인 --에멜이란 사람-- 이 유 괴범에게 건네주었지만, 자기 돈도 아니고 극장 돈도 아니었어요." "그 삶이라면 출처를 알고 있겠죠?" 빌 스미스가 말했 다.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수긍했다. "물론이에요." 빌 스미스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에벨이라. 이름은?" "모리스." 마리안이 대답했다. 그근 그것도 적어 넣었 다. "어디 살고 있습니까?" "심령학자에게 물으셔도 안될 거예요." 그녀는 말했다. "죽었어요. 2년 전에 살해당한 건 아니에요. 복막염이 었어요. 나도 처음엔 살인인가 하고 의심했어요. 충양 돌기가 나빠졌는데, 병원에 가지 않은 게 원인이었던 걸 제가 조사했거든요." 빌 스미스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안됐군요. 그런데 당신은 그 사건에 대해 정말 훌륭한 기사를 쓰셨더군요. 철해 놓은 걸 봤습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고개를 들었다. "너무 좋은 기사를 써서 직장을 잃어버렸죠. 난 베티 리모를 좋아했어요. 유괴범들이 어떻게 해서 돌려보냈 는지를 알았을 때-- 관에 넣어 보낸 걸 알고-- 전 울었 어요. 경찰은 프랭크 라일리를 체포 했어요. 심문하기 위해 구류처분을 했어요. 그러나 곧 석방시켜 버렸죠. 증거가 없다고 해서 경찰은 그 사건에 대해 차츰 열의 를 잃어 갔어요. 하지만 전 달랐죠. 전 생전의 베티 리 모를 알고 있었거든요. " 마리안 카스테어스의 작은 주먹이 테이블 위를 내리쳤 다. 잉키와 스팅키는 잠이 깨어 뒤척이더니 무릎 위에 서 웅크린 자세를 고치고 다시 잠들었다. "계속해 주십시오." 빌 스미스는 조용히 말했다. "전 용의자 한 사람을 생각해 냈어요. 저 혼자의 생각 이긴 했지만 짚이는 바가 있었죠. 미기였어요. 경찰은 수사를 했어요. 미온적인 태도로. 하지만 이 미끼의 정 확한 이낭착의를 알아내지 못해 수사는 전혀 진전이 없 었어요. 사진도 한 장 없었고요." 계단에서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오랫동안 서로 마주보았 다. 사진은 빨래통 속에 있지 않은가! "경찰은," 마리안은 빠른 어조로 말했다. "그러려니 했지만, 끝내 유괴범들을 잡지 못했어요. 그 래서 난 화가 나서 경찰을 공격하여-- 당연한 이야기지 만--태만하다고 곰어요. 편집장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의하여 그것이 개재되었죠. 기러자 경찰국의 어떤 무 능한 남자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사직을 당했어요. 그밖에 질문이 더 있으십니까, 스미스 씨?" "많이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 빌이라고 불러주세요. 약속하셨죠? 첫째로, 이 건 뉴욕에 몇 번이나 전보를 쳐서 알아냈습니다만, 만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의 수고를 좀 덜수 있습니다. 베 티 리모의 시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잠깐 동안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고 그녀는 말했다. "몰라요. 그게 이 사건의 가장 불가사의 한 부분이지만 요. 경찰이 시체를 내주었으 때, 극장 관계인들이 가져 갔어요. 장례식 때 전 베티 리모의 장례식 기사를 쓰려 고 따라갔어요. 그런데 시체를 도둑 맞았어요." "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도둑맞았다고요?" 마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룩클린 장례식장에 오전 2시쯤 자동차 한 대가 왔어 요. 숙직하던 사람을 때려 쓰러뜨리고, 베티 리모의 시 체를 관째 가져가 버렸죠." "하지만--." 빌 스미스가 넋이 나간 목소리로 말을 꺼 냈다. "경찰은 미궁에 빠졌어요." 마리안은 화난 목소리로 말 했다.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는데, 내가 표제어로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무능하다는 명목으로 사직당하자, 베티 리모라는 이름은 뉴욕 신문기자들의 금구가 되어 버렸죠. 경찰간부가 소란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고작 스트립 극장의 가수이면서 몸값이 1만 5천 달러였으니 까요. 그래서 그걸로 끝이 났죠. 아직 더 알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많이 있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누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 인지 뭔가 짚이는 건 없으십니까?" 마리안은 잠자코 있었다. "없어요." "플랭크 라일리가 그녀의 집에서 살해 당했어요."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녀를 죽인 것과 같은 총에 맞아서. 하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점점 의문투성이입니다. 유화에 꽂혀 있는 꽃, '경고'라고 쓰인 부엌칼, 게다가 샌퍼드도 행방불 명이고 난 직업이니까 샌퍼드 부인을 죽인 범인을 찾아 야 합니다. 마리안 당신은 리모 사건을 다루셨는데, 그 것은 이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신은 경찰을 궁지 에 몰아넣은 경험도 있으시고 관찰력도 뛰어나십니다-- 부탁드립니다, 마리안.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제 17장 두번째 계단 위에서 에이프릴이 다이나를 쿡쿡 찔렀다. 다이나 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살짤 말했다. "이제 됐다!" 그러나 1분 쯤 뒤에 나온 마리안의 대답은 의외로 차갑 고 열의 없는 것이었다. "샌퍼드 부인을 죽인 사람을 만일 내가 알고 있다고 해 도, 아니면 찾아낼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그걸 가슴속 에 묻어 둘 거에요. 죽인 사람이 분명 누구든 그럴 만 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또 당신이 그 사람을 찾아내 지 못하기를 전 바라고 있어요." 빌 스미스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것이 당신과 같은 부인들이 가진 문제점입니다. 감 정에 너무 치우치거든요. 사물을 냉정히 보지 못해요. 당신은 샌퍼드 부인이 미워서, 범인이 달아나는 걸 보 고도 가만히 계셨습니다." "난 샌퍼드 부인을 잘 몰라요." 마리안은 차갑게 말했 다. "미워할 이유가 있겠어요? 알고 있는 건 그 사람이 나 쁜 여자였다는 것과 천벌을 받았다는 것뿐이에요." "세상의 법은 벌률이든, 윤리든 살인에 관해서는...." 그도 마찬가지로 냉정히 말했다. "피해자의 선악은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마리안이 말했다. 그녀는 고양이를 팔에 안고 일어섰다. 빌 스미스는 격식을 차려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카스테어스 부인." "천만에요. 스미스 씨." 마리안이 말했다. "늘 경찰의 어리석음을 재인식할때만다 전 무척 기뻐요 ." 그는 문을 열고 멈춰서서 말했다. "어젯밤 당신의 작품을 하나 읽었습니다. [미온적 살인 ]이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책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리안이 말했다.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감상적이고, 맥빠지고, 부정 확한 데도 많고, 졸작입니다." 그는 밖으로 나가 문을 쾅 하고 닫았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깜짝 놀랐다. 에이프릴은 다이나와 아치를 찔렀다. 셋은 입을 꼭 다 물고 계단을 재빨리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에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아직 새끼 고양이를 양팔에 안 은 채 성큼성큼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탁'하고 닫았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쩌지, 에이프릴!"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는 울고 계실 거야. 오늘은 어머니 날인데." "아냐, 울지 않아." 아치가 말했다. "나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걸!" 하고 말했지만 걱정스런 목소리다. "조용히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봐! 우는 소리지?" 셋은 귀를 기울였다. 들려오는 건 분명 타자기를 치는 소리였다. 갑자기 몹시 화가 나서 타자기를 치는 소리 가 났다. 그리고 종이를 구겨 버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종이를 끼웠다. 또 타이프 소리가 들렸는데, 여전 히 맹렬한 기세다. 이번엔 계속 이어진다. 다이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복도를 달려가 엄마 방문을 활짝 열었다. 엄마는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아직도 푸 른 실내복을 입은 채로이고,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고 양이는 책상 위로 목을 쭉 빼고, 반은 재미있어하고 반 은 놀라서 쳐다보고 있다. "엄마!" 다이나가 흐느끼며 말했다. 타자기 치는 소리는 멎었다. 타는 듯한 눈이 위를 보았 다. "너무 화가 나서."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말했다. "또 책을 쓰기 시작했어." 다시 타자기를 두드리기 시 작했다. 다이나는 눈치 빠르게 문을 닫았다. "괜찮아." 다이나가 말했다. "새아버지는 경찰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에이프릴이 비웃듯이 말했다. "언니는 이상한 책만 읽나 봐. 이렇게 희망 있는 조짐 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잖아." 에이프릴이 눈을 가늘 게 떴다. "서둘러! 그가 아직 밖에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에이프릴." 다이나가 계단을 반쯤 내려가다 말했다. "설마--." "조용히 해."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영감이 떠올랐어." 셋은 현관까지 와서 멈췄다. 빌 스미스가 샌퍼드 저택 의 정원 담장에 기대어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 보 인다. "응?" 아치가 알고 싶어했다.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 "조용히 해." 에이프릴은 꿈을 꾸는 듯 했다. "내가 천재란 사실을 생각하고 방해하지 말아 줘. 다이 나 언니, 엄마가 언제 미장원에 가고 매니큐어를 칠하 지?" "월요일 날." 다이나가 바로 대답했다. "내일이야." 에이프릴은 생각에 잠기며 잠자코 있어컃. "그럼, 오후 늦게 까지 안 돌아올 테고, 머리도 손질 한 뒤라 눈에 띄어 보일 테고." 에이프릴은 1분 쯤 생 각한 끝에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다이나와 아치는 의아하게 서로 얼굴만 쳐다보더니 뒤 를 쫓아갔다. 에이프릴은 빌 스미스에게 뛰어가더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 시간을 잘 맞춰 와서 다행이네요. 저, 엄마가 화 요일날 저녁식사하러 오실 수 있는지 여쭤 보고 오라고 하셨어요. 꼭 오셨으면 하신다구요. 저희들도 원해요." "뭐라고?" 빌 스미스는 멍청히 서 있었다. "저녁식사? 화요일 밤? 그--." 대단한 속력으로 타자기 치는 소리가 분명히 집에서 들 려온다. "엄마가 직접 여쭤 보려고 하셨어요." 에이프릴은 말했 다. "하지만 너무 바쁘셔서요. 얼마나 바쁘신지 들리시죠?" 벨 스미스는 엄마 방의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과로하시는군." 그는 말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하시는구나. 누군가 돌볼 사람이 있어 야 겠어." "저희가 있잖아요." 다이나가 점잔을 빼며 말했다. "재가 말하느 건 다른 의미야." 빌 스미스는 여전히 창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치의 얼굴을 보고 있던 에이프릴은 금방이라도 동생 이 실언을 할 것처럼 느껴졌다. 아치의 팔꿈치를 살짝 꼬집더니 말했다. "그럼, 와주실 거죠? 화요일 날, 여섯시 반쯤." "저--응, 가마." 빌 스미스가 말했다. "기꺼이 가마. 화요일 날 여섯 시 반에 기꺼이 가겠다 고 어머니께 전해 주렴." 그는 우물우물 했다-- "여섯 시 반에 뵙겠다고. 그리고--." 그는 말을 끊었다. "화요일.... 고맙다. 그럼, 잘 자거라." 그는 발길을 돌려 갔는데, 하마터면 장미 나무에 부딪 힐 뻔했다. 에이프릴은 하마터면 휘파람을 불 뻔했다. 빌 스미스의 태도는, 피터가 처음으로 다이나와 데이트 약속을 했을 때의 태도 그대로이다. "하나도 재미있지 않아." 다이나가 따지듯 말했다. "이 얘기를 어떻게 엄마한테 할래?" "나한테 맡겨." 에이프릴은 자신있게 말했다. "에--, 엄마는 머리 손질을 하고 메니큐어를 바르는 거 야. 우린 엄마께 잘 말해서 전처럼 미트 로프를 만들게 하는 거야. 그리고 레몬으로 만든 머렝 파이도. 남자들 은 모두 레몬으로 만든 머렝 파이를 좋아하거든. 그리 고 식후에는--." 다이나가 말했다. "그럴듯한 얘기지만 누가 그걸 엄마에게 설명하느냐가 문제야." "그건 아무것도 아냐."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 자매는 뭐든 절반씩 서로 돕잖아. 내가 빌 스미 스 씨를 초대하는 걸 해냈잖아? 그게 내 몫이야. 그러 니까 언니는 엄마가 빌 스미스 씨를 초대한 것으로 엄 마에게 말하도록 하면 돼." 제 18장 첫번째 아치가 부엌에 가서 사과 자루를 가져왔다. 카스테어스 삼남매는 현관 앞에 있는 계단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 었다.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내면서 전망이 좋아지기는 커녕 ....." 다이나가 불평을 했다. "점점 더 복잡해지잖아. 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 엄마가 빌 스미스에게 이야기한 것 같은." 에이프릴은 사과를 한입 덥석 베어물고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누군가 베티 리모의 시체를 훔친 거야. 왜 그랬을까?" "증거가 되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치는 사과씨를 능숙 하게 뱉으며 말했다. "하지만 해부검사도 모두 끝냈을 텐데?" 에이프릴이 말 했다. "경찰이 시체를 내준 거니까. 그러니까...." "그건 쉽게 추측할 수 있어." 다이나가 말했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던 남자야. 샌퍼드 부인을 죽이고, 프랭크 라일리도 죽이고, 샌퍼드 씨를 찾고 있는 남자." 에이프릴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를 사아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모습을 남들 앞에 나타낼 수는 없을 거야. 아직 복수가 남았으니까. 그래 서....." 하고는 잠깐 멈추더니, 또 어떤 영감이 떠올 랐는지 낮은 목소리로 계속했다. "거기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그곳에서, 한밤중에 비밀 매장이 행해진 거야. 지켜보는 것은 나무 사이를 흐르는 처참한 달 그림자뿐이었어. 지금도 만월이 되면 ........" "누나." 아치가 작게 소리쳤다. "그만둬." "아치를 무섭게 하지 마."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엄마의 처녀작에서 인용하는 건 그만둬. 엄마 자신도 그다지 잘된 작품이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에이프릴은 기분이 상했다. "그렇게 똑똑한 언니가 한번 생각해 봐. 베티 리모를 사랑한 건 자신뿐이었다고 샌퍼드 씨가 말했잖아." "알아." 다이나가 대꾸했다. "그러니까 더 복잡해지는 거잖아." 다이나는 잠시 아무 말 않고 앉아 있었다. "어쩌면, 자기 이외에 베티를 사랑한 사람이 또 한 사 람 있었던 걸 그 아저씨는 몰랐을지도 모르잖아." "사랑했다면 그 정도는 알아차렸을 거야." 하고 에이프 릴이 말했다. 그 말에는 대답이 없었다. 잠시 동안 세 아이는 각자의 생각에 빠진 채 앉아 있었다. 갑자기 아 치가 사과 속을 던지며 일어섰다. "누군가가 오고 있어." 다이나의 손이 자연스레 머리로 가서 머리칼을 매만진다. 어쩌면 피터일지도 모르니까. 에이프릴도 서둘러 머리의 리본을 매만졌다. 온 사람이 누그든 상관없었다. 그 자리에 나타난 건 몸집이 작은 훌부룩 씨였다. 계단 을 오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두어 번 숨을 돌리기 위해 발을 멈췄다. 옷감이 좋은 쥐색 사무복에 진한 파 란색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있다. 푸르스름한 얼굴은 피곤해 보이고 근심의 빛이 짙게 서려 있었지만, 하얀 머리칼은 정성스럽게 빗질이 되어 있었다. 어디에 가든 떼어놓은 적이 없는 듯한 검은 가방을 들고 있다. 에이 프릴은 문득, 밤이 도면 잠자리에도 저걸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홀부룩 씨가 구식 플란넬 잠옷을 입고 두꺼운 천으로 만든 실내화를 신은 채 가 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서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 릴 뻔했다. 홀부룩 씨는 계단을 다 올라와 후유 하고 한숨을 내쉬 더니, 아직 숨가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얘들아. 어머니는 집에 계시니?" 다이나가 말했다. "계시긴 하지만...., 지금 바빠요." 본능적으로 다이나 는 엄마의 창을 쳐다봤는데, 홀부룩 씨의 눈도 그녀의 시선을 슛았다. 타자기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엄마는 책을 쓰시는 거예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글을 쓰시는 동안에는 면회사절이에요. 작가 기질이란 것 아시죠?" 홀부룩 씨는 깨끗한 새하얀 손수건을 꺼냈다. "음, 너희 어머니가 작가란 건 나도 알아. 대단히 재미 있는 글이지. 내 조카가 가끔 시를 스테이트 잡지에 기 고하고 있단다. 돈을 물론 받을 수 없는 거지만." 그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전에 너희 어머니가 쓰신 책을 한 권 읽은 적이 있지. J J 레인이란 이름으로 출판된 거였어. 무척 재밌었단 다. 그런데 법에 관한 부분에 불명확한 게 몇 군데 있 어서 언젠가 그 이야길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는 손수건을 정성껏 접어서 주머니에 넣더니 숨을 헐 떡이며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정말로 면회사절이니?" "정말 딱한 분이시군요." 다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문 득 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엉겁결에 말해 버렸다. "무척 덥군요. 안에 들어가셔서 콜라나 차가운 홍차를 좀 드시지 않겠어요?" "고맙다." 홀부룩 씨가 말했다. "그렇게 하자. 네 말대로 꽤 덥구나. 그리고 이 계단은 급경사라서 말야." 세 사람은 그를 거실로 안내했다. 그는 의장 털썩 주저 앉았다. 구두도 벗어 버릴 듯한 얼굴을 했다. 가방은 무릎에 올려져 있다. "우선 물을 좀 다오." "안돼요." 다이나가 말했다. "레모네이드를 드세요. 이런 날엔 물보다 훨씬 좋거든 요." 다이나는 급히 부엌으로 갔다. 에이프릴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세 장의 공작 깃털과 유리 구슬로 된 옷 을 입고 춤을 추는 아가씨의 아버지가 이 사람인가? 불 쌍한 비비언이 샌퍼드 부인에게 쓴 편지에 의하면, 손 님들이 일어나서 갈채를 보냈다고 했다. 그것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일을 폭로당할까 봐 샌퍼드 부인의 법률 사무를 무료로 해주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다이나는 큰 잔에 레모네이드를 가져왔다. "얼음은 일부러 넣지 않았어요. 그냥 차가운 물에 탔어 요. 햇볕을 쬔 직후에 얼음은 좋지 않거든요." "고맙다. 친절하기도 하구나." 그는 레모네이드를 한모 금 마시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절대 면회사절이니?" 하고 확인했다. "모처럼 오셨는데 죄송해요. 저희들에게 말씀하시면 안 되나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실은.....저...,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라서 말야." 홀부룩 씨가 말했다. 그는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또 몹시 슬픈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우린 이웃이잖아. 몇 번인가 그 반장이- --빌 스미스가-- 이 집에 오는 걸 봤어. 그래서 혹시 그가 -- 너희 어머니에게 뭔가를 -- 이야기하지 않았 을까 해서..." 다이나는 에이프릴에게, '네가 맡아.' 라고 신호했다. 에이프릴은 끄덕였다. "어머, 그렇다면 우리들을 만나셔야지요." 에이프릴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린 중요한 증인이에요. 총소리를 들었거든요." "뭐? 아아, 그래, 물론. 하지만 그는 -- 필시 그는 --- 사건에 대해 어머니에게 이야기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죽 대단히 바빴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반장님이 우리에게 모두 말씀해 주셨어요. 그 래서 우린 그 사건에 관해선 뭐든 알고 있어요." 변호사 헨리 홀부룩 씨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탐색하 듯 아이를 바라보아컃. 에이프릴의 커다랗고 눈썹이 긴 눈과, 친절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면 누구든지 믿지 않을 수 없다. 근느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럼 묻겠는데, 아가야...." 에이프릴은 화가 났다. 아가야라니! 실례잖아! 하지만 그를 주시하며 재촉하듯 말했다. "예, 홀부룩 씨!" "조사중에 경찰이 혹시 샌퍼드 부인의 비밀서류 같은 물건을 발견하지 않았는지 알고 있니?" 제 18장 두번째 다이나는 뭔가 얘기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에이프 릴이 당황하며 말했다. "왜요?" "왜냐하면...."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 "나는 죽은 샌퍼드 부인의 고문 변호사였기 때문이야. 부인 의 서류는 내가 관리해야 하니까. 경찰은 이 점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난 그들이 그것을 잘 찾 아낼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은 거야." "잘 찾아낼 수 있었는지라고 말씀하셨나요?" 다이나가 미심 쩍은 듯이 말을 따라 했다. "어떤 의미죠?" 훌부룩 씨는 한 번 더 헛기침을 하더니 레모네이드를 한 모 금 마셨다. "샌퍼드 부인은 그걸 감춰두었는데......" "저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상대를 주시하면서 되도록 악 의 없는 어조로 물었다. "여기저기 모두 찾아보셨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쉰 소리로 말했다.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보았어." 그리고 자신이 방금 인정 했던 것의 의미를 깨닫자, 당황하며 덧붙였다. "변호사로서 -- 죽은 의로인에 대한 의무로 말야." 그는 레모네이드를 다 마시고 잔을 놓고는, 반듯이 접어 넣 은 손수건을 꺼내 다시 얼굴을 닦았다. 아치가 끼어들었다. "저, 어떻게 들어가셨죠?" "그게 -- 분명 금요일 밤이었다고 생각되는데 -- 화재가 나 서 경찰들이 그 집을 떠났지. 마침 그때 나는 그 근처에 있 었기 때문에...." 또 머뭇거리며, "나는 법률을 어길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어. 고 샌퍼드 부인의 고문 변호사로서의 당연한 권리지. 경찰이 비협조적 이어서, 지극히 비협조적이어서." 그는 다시 손수건을 접었 다. "그래서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나요?" 하고 다이나가 물었다. "아무것도."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마루에 살해당한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것도요?" 에이프릴 이 물었다. 그는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 다. "아가야 이건 농담이 아니란다." 에이프릴은 입을 다물었다. 프랭크 라일리 살인사건은 그 금요일 밤에 일어났던 일이니까, 물론 농담이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 "내 동생은 별난 유머 기질이 있어요." 다이나가 요령 있게 수습하며, 동시에 자신이 어른인 척 과시했다. "그렇지만 제 말을 듣고 기분이 편안해지실지도 모른다면, 말씀드릴게요. 경찰은 샌퍼드 부인의 비밀서류를 아직 찾아 내지 못했어요." "그게......," 그는 다이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확실하니?" "물론이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에이프릴도 거들었다. 홀부룩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아직 저 집안에 있는 게 분명해. 그렇다면....." 그는 갑자기 다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경찰이 언제든 찾아내겠구나." "만일, 그 안에 있다면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이지?"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한번 가정을 해본 거에요. 우리 엄마가 추리소설을 쓰잖아 요. 그래서 우린 범죄 수사에 관해 많이 알고 있어요." 이렇게 말해 주면 변호사 홀부룩 씨도 틀림없이 감동할 거 라고 에이프릴은 생각했다. "맞아요, 우린 대단해요." 아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꼬집었기 때문에 다시 조용해졌다. "우리의 가정은, 샌퍼드 부인의 비밀서류 중에는 누군가에 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에 요. 제 말을 이해하시겠어요? 그래서 그 인물이 저 집 속에 숨어들어가, 그 서류를 없애버렸을지 모른다는 거죠. 만일 그랬다면, 경찰이 저 집을 감시하고 있어서 서류를 가려낼 여유는 없었을 테니까 전부 갖고 갔을 거예요, 물론, 그 사 람은 자기와 상관 없는 서류는 갖고 있어 봤자 자기가 죄를 뒤집어쓰게 될 테니까 서류를 태웠겠죠. 아시겠어요?" "넌 영리한 아이로구나." 홀부룩 씨는 칭찬을 했다. 일어서 서 앞으로 가더니 다시 정중하게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 고 다시 접어 넣는 동작을 반복했다. "레모네이드 고마웠다. 덕분에 개운해졌구나." "천만에요." 다이나도 정중히 대답했다. 세 아이는 그를 배웅하러 밖으로 나왔다. 그는 가방을 손에 든 체 멈춰서서 멍하니 샌퍼드 저택을 바라보았다. "증거만 있으면 좋을 텐데." "한번 더 찾아보세요." 하고 에이프릴이 권했다. "경찰 때문에..... 아주 비협조적인 사람들이거든. 그래서 이렇게....." "집 뒤쪽에 사각 울타리가 있어요. 쉽게 올라갈 수 있어요. 낮은 지붕을 통해 창문으로 들아가면 2층 복도거든요." 하 고 에이프릴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호오." 하고 감탄을 하던 홀부룩 씨는 갑자기 사무적인 말 투로 말했다. "설마 나더러 창문을 넘어들어가서 고 샌퍼드 부인의 집에 침입하란 얘긴 아니겠지? 그건 확실히 법률위반이야." "물론 그렇겠죠." 에이프릴이 맞장구쳤다. "완전한 위반행위가 되는 거예요." "그래, 그 말이 옳다." 하고 응수는 했지만 어딘가 미심쩍 다는 듯이 에이프릴의 얼굴을 쳐다보닸다. 그 눈초리는 확 실히 '혹시 나를 조롱하고 있는 건 아닐 테지.' 하고 묻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프릴의 얼굴을 찬찬히 주시하고 있는 동안 그의 눈은 온화해졌다. 한명 한명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레모네이드 아주 잘 마셨다. 안녕....." 아이들도 인사를 했다. 다이나와 아치가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에이프릴이 낮게 속삭였다. "잠시 기다려!" 두 아이가 멈춰섰다. 헨리 홀부룩 씨는 계단을 내려가다 말 고 위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얘, 아가야!" 에이프릴은 난간 위로 상체를 내밀고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 로 대답했다. "저 말이에요?" "그래, 실은 말이야." 그는 머뭇거리며 손수건을 만지작 거 렸다. "그 사각 울타리 말인데, 집 어느쪽에 있다고 했니?" "뒤쪽이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아주 상냥한 말투였다. "아아, 그래. 뒤쪽이구나. 정말 고맙다, 안녕." 이번에는 딱 한 번 멈춰서서 근심스럽게 샌퍼드 저택을 보 았을 뿐, 계단을 곧장 내려갔다. 다이나는 그가 애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곳까지 가기를 기 다렸다가 말했다. "에이프릴, 지금 뭘 가르쳐 준 거니? 저 사람이 정말 사각 울타리를 올라간다고 해봐, 분명히 경찰에게 붙잡힐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하고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하지만, 에이프릴! 감옥에 갇히는 거야." "그렇게 되면 좋겠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뭐야! 나더러 '영리한 아가구나.' '얘 아가야'라니! '고맙 다 아가야.','안녕, 아가야.' 원수로 삼아야 돼." "얘, 아가야." 아치가 놀렸다. 에이프릴이 손을 치켜들자, 아치는 다이나 뒤에 얼른 숨었 다. "제발 그만들 둬. 엄마가 일하시는 데 방해되고, 또 우린 서로 뭉쳐야 해." 다이나가 점잖게 나무랐다. 에이프릴도 진지해져서 말했다. "맞아. 우리가 뭉치지 않으면 모두 허사야." "에이프릴에게 사과해." 다이나가 명령했다. 아치가 큰소리 로 말했다. "아가라고 한 거 미안해, 아가야." "너도 아치에게 사과해." 다이나가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널 붙잡지 못해서 미안해, 아치. 다음엔 귀를 잡아당겨 늘 려 놓을게." "마음대로 해." 아치가 말했다. "얘들아, 그럼 안돼." 다이낙 말했다. "괜찮아, 우린 아직 사이가 좋으니까. 우리 아직 사이가 좋 을때 루크 크림 소다를 외상으로 줄지 한번 가 볼래? 아침 먹고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찬성!" 하며 아치가 다이나 뒤에서 나왔다. 다이나가, "그러자." 했을 때는 이미 계단을 절반이나 내려와 있었다. 제 18장 세번째 한 시간쯤 지나 세 아이는 돌아왔다. 누군가가 크림 소다를 두 잔씩 외상으로 주고, 땅콩 한 벙지와 막대기 캔디도 외 상으로 주었다. 또 건너편 슈퍼마켓에서도 포도 한 송이, 건포도 한 봉지, 복숭아 3개, 추잉껌 한 통을 외상으로 주 었다. 지금은 추잉껌 한 통만 남아 있을 뿐이다. 늘 그랬듯이, 다 섯개의 추잉껌을 삼등분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그 싸움은 원만히 해결되었다. 크림 소다와 땅 콩 등을 먹으놽 뒤눀라서, 아이들은 서로 욕심을 내지는 않 았다. 아치는 돌멩이를 발로 차서 나무에 맞히면서 걷고, 다이나 는 얌전한 걸음걸리오 점잖게 걷고 있었다. 가다가 피터를 만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이프릴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잖아." 에이프릴이 불쑥 말했다. "홀부룩 씨가 프랭크 라일리를 죽였다는.... 샌퍼드 부인이 라면 몰라도 하지만 프랭크 라일리는...." 다이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상하다. 나도 방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역시." 에이프릴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직 용의자 명단에서 제외시키긴 일러. 지금 단계에서는 어느 용의자도 제외시킬 수 엇어. 클라크 캐머런 이야기 속 의 탐정이 항상 말하잖아. 그...." 언덕 위쪽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아치가 멈추어 귀를 기 울이더니 자기도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는 누나들에게 달 여가 "검은 군단이야. 곧 갔다 올게." 하고 길도 아닌 곳으 로 기어올라가 곧 모습을 감췄다.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좀 전에 말하다 말았는데, 관계되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어머나, 안녕하세요." 다이나가 쾌활하게 소리쳤다. 낯익은 피엘 데그랑주의 모습이 길 건너편에 보였다. 언제 나 처럼 이젤과 삼각접의자와 그림 도구 상자를 지고 바다 를 향해 가고 있었다. 멈춰서서 점잖게 고개를 숙여 아이들 에게 인사를 하더니 어머니 안부만 묻고는 곧 가버렸다. "그래서 말야. 관계가...." 에이프릴은 말을 하다 말고 입 을 다물었다. "왜 그래?" 다이나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에이프릴은 뒤 돌아서서 지금 온 길을 되돌아보았는데, 차도 앞에 로드스 타 형의 차가 한 대 서 있고, 루퍼트 밴 두젠이 타고 있던 걸 다행히도 다이나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빨리 서둘러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 만일 차 있는 곳까지 언니와 같이 가서 그 루퍼트 밴 두젠 이라고 자칭했던 남자가 말이라도 걸어온다면 낭패다. 아아, 좀더 일찍 다이나 언니에에 사실대로 털어놓을 것을. 하지 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다이나 언니, 저 말이야...." "왜 그래.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다이나가 물었다. "데그랑주 씨 말인데, 그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 바다로 그림을 그리러 갔어. 언니가 가서 말을 좀 걸어 봐." "내가? 왜?" "샌퍼드 부인의 서류에 그만한 재료는 있었잖아. 그녀를 죽 일 이유는 충분해. 그리고 만일 그녀가 프랭크 라일리에게 그에 대해 얘기했다면 프랭크 라일리도 죽였을 가능성이 있 잖아." 에이프릴이 설명해 주었다. "음, 그렇겠구나. 그런데 왜 내가 가야 하지?" 다이나가 물 었다. "그 사람은 언니를 좋아하잖아. 언니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 고 생각하고 있어. 미술과의 포스터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칭찬했던 걸 기억하겠지? 가서 옆에 앉아, 그림 그리는 걸 봐도 좋으냐고 말문을 열면서 적당히 말을 시키면 되잖아." 다이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둘이 가면 안돼?" "상대가 혼자일 때가 둘일 때 보다 얘기하기에 편한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느 책에선가 봤어. 우리 둘 중에선 언니를 더 좋아하잖 아." 다이나는 두어 걸음 가더니 다시 멈췄다. "그런데 뭘 물어봐야 돼?" "아냐 물어보면 안돼. 그저 얘기를 살인사건 쪽으로 유도해 서, 저쫏에서 모두 얘기하게 하고, 그걸 기억해 두는 거야. 잘하면 뭔가 얻어낼 수 있을 거야." "예를 들면?" 다이나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예를 들면, 그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는지 아닌지." 에이프 릴이 대답했다. "하지만....." 다이나는 우물거렸다. "왜 함께 안 가려고 하니, 에이프릴? 난 뭐라고 말해야 좋 을지 모르겠어...." "안돼. 수사는 혼자서 하는게 제일 좋아. 이번에는 언니 차 례야. 난 첼링턴 부인을 조사했고, 아치는 총알을 조사했잖 아. 자아, 빨리 가 그렇게 떨고 있을 때가 아냐." 다이나는 다시 걸어나갔다. 서너 걸음 걷더니 또 걸음을 멈 췄다. "저, 에이프릴. 그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다고 한다면 난 어 떻게 해야 하지?"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경찰을 불러. 아니면 자백서를 쓰게 하든지. 그것도 아니 면 꽥 소리를 질러." 다이나가 눈을 흘겼다. "너 좀 멍청하구나." 화가 났는지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에이프릴은 지켜보고 있 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걷기 시작 했다 저 차에 있는 남자는 샌퍼드 부인과 프랭크 라일리를 죽인 범인일지도 모른다.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다른 살인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로 손이 닿는 곳에 권총을 숨겨놓고 에이프릴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길을 돌려 도망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큰소릴 쳐서 다이나 언니를 부를까? 비명 을 지를까?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그의 정체를 밝혀 낼 수 없다. 에이프릴은 로드스타를 보지 않으려고 휘파람을 부는 척하 며 언득을 올라갔다. 한 방에 당할지도 모른다. 45구경으로. 그는 사격의 명수이니까 맞으면 아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다. 경찰이 그 소식을 전하면 엄마랑 아치는 어떻게 할까? 로드스타가 있는 곳까시는 이제 20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 다. 가까이 가보니 그는 이쪽을 보고 있다. 신문에 사진이 실릴지도 몰라. 머리에 리본을 매고 있는 사 진을 실으면 곤란한데. 잘 생가해 보니 잘 찍힌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지금 죽어서는 안되는데. 그는 이퍪족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았 다. 차 옆을 지나가면서 뒤에서 쏘려고 하는지도 몰라. 그 럼 신경쓰지 않는 척하다가 차를 통과꼆해서 바로 나무 뒤 에 숨자. "안녕!" 에이프릴은 놀라서 작게 비명을 지르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 은 듯이 우뚝 섰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죽 이려는 건 아닌 듯하다. 누구 하나 죽인 적도 없어 보인다. 햇볕에 잘 그을린 얼굴에다 눈은 새파랗다. 에이프릴은 이제 조금도 두렵지는 않지만, 화가 나 있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는 싱긋 웃었다. 에이프릴은 웃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차가운 눈길로,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군요." 하고 말해 주었다. 전에, 엄마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한 것을 기억하 고 있었던 것이다. "뜻밖이 아니야." 그는 쾌활하게 말했다. "너를 만나려고 여기에 온 거란다. 지금 현관의 초인종을 누르기는 좀 곤란한 것 같고, 네가 지나가리라고 생각해서 차를 세우고 기다리던 참이야." "어머, 친절하시기도 해라." 에이프릴이 말했다. 생각보다 야무진 말투이다. 에이프릴은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루퍼트 밴 두젠이군요!" "그래." 청년은 싱글벙글했다. "그리고 그쪽은 믿을 만한 증인이고, 자! 우리 사이좋게 지 내요!" 제 19장 첫번째 피엘 데그랑주는 붓을 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어린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니?" "아니오, 걱정 같은 건 없어요." 다이나는 확신을 주려고 강하게 말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실패했다는 걸 알았다. 점점 걱정이 되고, 더 난감해졌다. 도대체 무엇 을 물어봐야 할까, 이 친절한 데그랑주 씨에게? 에이프릴에게 하게 하면 좋았을걸. 아치라도 좋고. 진퇴양 난의 순간에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항상 융통성이 없는 아 이라고 말했다. 다이나는 이젤을 바라보고 있는 데그랑주 씨를 바라보았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같다. 살인범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갈색의 턱수염이 눈을 이젤에서 바다로 옮기거나 다시 이 젤로 되돌릴 때마다 움직였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모르겠다. 다이나느 그저 잠자코 쓸쓸한 얼굴로 그가 그림 그리는 걸 바라 보고 있었다. 피엘 데그랑주는 곁눈질로 그런 다이나를 보았다. 뭔가를 말하게 하면 된다고 에잉프릴은 말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알고 싶은 방향으로 이끌면 된다고. 말은 쉽다. 에이프릴이라면 틀리없이 잘할 것이다. 도대체 에이프릴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뭘 하고 잇는 거지? 다이나는 말을 하 려다 말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 어쩌지!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렇게 앉아서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잇을 수는 없다. "저, 데그랑주 씨...." 그는 다이나 쪽을 보지 퀮낳으려고 조심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다. "뭐니 꼬마친구?" "말씀해 주세요...."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왜 항상 바다 그림만 그리시죠?" 그는 생각에 잠기며 이젤을 바라보았다. "왜 너는 집이랑 사람이랑 말을 그리지?" "그거요, 난 집이랑 사람이랑 말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것 보렴. 나도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가 대답 했다. "저, 왜?" 꼭 아치 같다고 다이나는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 다. "그건 아름답기 때문이지." 그가 말했다. 다이나는 차라리 일어나서, "안녕, 난 이제 집에 갈래요." 라고 말하며 가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에이프릴에게 뒷처리 를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영영 에이프릴에게 바 보 취급을 당할 것이다. "저어," 하고 다시 말을 꺼냈다. 생각을 해야 된다고 스스 로 타일렀다. "저는 아저씨가 나가 보고 싶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 었어요." 그는 붓을 놓았다. "나간다고?" 다이나는 스스로를 바보같이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로." "아아, 물론 배로지. 그런데 왜 내가 바다로 나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지? 배로." "저, 그러니까, 아저씨 고향은.... 그러니까 고향이 그리워 지면 배를 타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그래서 바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겠죠." 하고는 급히 숨을 들이마 셨다. 그는 놀라서 에이프릴을 쳐다봤다. "하지만 여기가 내 고향인걸. 여기가 내 고향이야. 난 다른 곳에 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이나는, "저어," 하고 세 번째 시도를 했지만 곧 입을 다 물었다. 얘기는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뭔가 말하게 하라고 에이프릴이 그랬지. 집에 돌아가면 가 만 안 둘테야. 오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결국 다이나가 깼다. "그 동안 죽 그림을 그려 오신 거예요?" 그는 끄덕였다. "그 동안 죽." 진지한 목소리였다. 뭘 해도 좋으니까. 또다시 '저어'란 말은 하지 말아야지 하 고 다이나는 다짐했다. "여기에 오시기 전에는 어디서 그림을 그리셨죠?" "파리에서." 피엘 데그랑주는 다른 붓을 집어들며 말했다. "그렇지만 파리에서는 바다를 그릴 순 없겠죠?" "물론." "그럼, 뭘 그리셨어요?/" "집이랑, 사람이랑, 말, 때로는 나무도." 하마터면 또 '저어' 하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바다를 더 좋아하시죠?" "그렇딴다." 또, "왜?" 라고 할 뻔했다. 대화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진 전없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이나는 수재민 구호소 건물에 붙어 있는 시계를 슬픈 듯이 바라보았다. 삼십 분이 나 지났는데도 알아낸 건, 데그랑주 씨가 전에 파리에 살았 다는 것과, 바다를 그리는 것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라 는 것뿐이다. 다이나는 질문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다. 예를 들어, '수요일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어디에 계셨어요?' 라고 물어 볼까. 그렇지 아니면 에이먼트 폰 헤이네라는 사 람을 아세요? 아니, 그보다 샌퍼드 부인을 잘 아세요? 어느 쪽도 재치 없는 질문이고, 그다지 도음이 될 것 같지도 않 다. "데그랑주 씨...." 이번에는 그가 붓을 놓고 다이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얘기니?" 날카로운 말투였다. "아저씨는 자신이 데그랑주가 아니고 에이먼트 폰 헤이네라 는 것이 알려져서 샌퍼드 부인을 죽였죠?" 말을 하면서 다이나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았지만, 머릿속에는 그런 말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엄마가 -- 에이프릴도 -- 몇번이나 다이나에게 말했었다. "다이나, 생각난 것을 그대로 말해선 안돼." 하지만 또 그렇게 해 버 렸다. 에이프릴은 일을 망쳤다고 하면서 평생 용서하지 않 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데그랑주가 살인자라면.... 피엘 데그랑주는 멍하니 다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 천히 그림 도구와 그림붓을 챙기더니 이젤도 접었다. 다이 나는 섬영했다. 온몸이 움츠러들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정리가 ?나자 그는 다이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이거 놀랐는걸!" 다이나는 너무 겁을 먹고 있어서 자기들 (카스테어스의 세 남매)이 자주 흉내내던 그 이상한 사투리를 지금은 그가 쓰 고 있지 않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45구경 권총을 주머니에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쏴 죽이고 나서 낡은 수영장에 던져 버릴지도 모른다. 도망가려 해도 이 넓은 모래밭에는 몸을 숨길 만한 것도 없다. 아무도 없 으니 소리쳐도 소용없다. 한 가지 생각만퀮이 다이나의 머 리 속을 맴돌았다. '지금 살해당하면 저녁밥을 지을 사람이 없어. 엄마는 작업중이시고, 에이프릴은 닭고기를 튀길 줄 모르고, 또 모두를 기쁘게 해주려고 감춰 둔 수박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몰라.' "제발 부탁이에요." 다이나는 경직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그만두세요.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셋뿐이고, 절대 아무 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저씨가 에이먼트 폰 헤이 네라고 해도 우린 상관없고, 엄마도 샌퍼드 부인은 나쁜 여 자라고 했으니까 아저씨가 죽여다 해도 우린 아무렇지 않아 요. 하지만 꼭 해야겠다면, 집에 전화를 걸어서 에이프릴에 게, 지하실의 감자 자루 뒤에 수바꼉이 있으니 상하기 전에 먹으라고 전해 주세요." "해야 한다고? 뭘?"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나, 나, 나를 쏘는 것 말이에요." 다이나는 눈을 꼭 감고 얼굴을 찡그렸다. 제 19장 두번째 그는 그림 도구를 떨어드리고 웃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흘 려 가며 웃었다. "뭐라고!" 그는 숨을 헐떡였다. "뭐라구!" 그는 모래 위에 털썩 주저앉아서 얼굴을 양손으 로 가리고 계속 웃었다. 다이나도 웃기 시작했다. 처음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곧 정말로 웃기 시작했다. "좀 황당하죠?" 다이나는 헐떡이며 말했다. 두 사람은 또 배를 쥐고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주위를 날던 갈매기들이 놀라 호들갑스럽게 바다 쪽으로 도망쳐 갔다. 그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손수건을 꺼내 눈을 닦더니 소리 내어 코를 풀었다. 파이프를 꺼내며, "네겐 내가 살인범처럼 보이니?" 하고 무었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다이나는 말했다. "그래서 내가 아저씨를 겁내던 것이 우스워 죽겠어요." 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다이나, 이건 아주 중대한 문제야." "일부러 사투리를 쓰지 않아도 돼요. 이미 정확하게 발음하 시는 걸 들은 걸요. 하지만 아저씨의 정체를 폭로하지는 않 겠어요." 다이나가 말했다. "부탁이다. 이건 중요한 문데야. 대체 그걸 어떻게....." "할 수 없군요. 아저씨는 에이먼트 폰 헤이네예요. 샌퍼드 부인에게 편지가 몇 통 있어요. 아저씨는 보석을 판 돈을 모두 협박당해서 빼앗겼기 때문에....." "다이나!" 그가 매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편지를 어디서 봤지? 그리고 그건 지금 어디 있니?" "난....." 다이나는 우물거렸다. "난, 말할수 없어요. 나와 에이프릴과 아치의 비밀이니까요 ." "나도 그 비밀 친구에 끼워다요. 그 대신 에이먼트 폰 헤이 네에 대해 얘기해 줄 테니까." 그가 말했다. "곤란해요." 다이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가 경찰에 알리거나, 엄마에게 말할지도 모르니까요 ." "그건 걱정 마라. 혹시 내가 비밀을 누설하면, 너도 내 정 체를 폭로하면 되잖니. 자, 서로 믿어 보자." 그가 말했다. 다이나는 곰곰히 생각하며 그를 찬찬히 주시했다. 믿기는 하지만... "좋아요." 다이나느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실은, 우린 엄마가 샌퍼드 살인사건을 해결해 주길 바랐어 요. 좋은 선전이 될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엄만 지금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샌퍼드 저 택에 몰래 들어가 그 편지를 찾아냈어요. 그뿐이에요." 다 른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이나는 마음 먹었다. "너희가 집안을 뒤져 편지를 찾아냈다고?" 그는 다이나의 말을 반복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맞아요. 우리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다 이나가 대답해 주었다. "그랬구나." 그는 담배를 뻑뻑 피우며 말했다. "다이나, 그 편지는 지금 어디 있지?" "편지는..." 숨겨놨다고 하면 찾아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또 없쳾애버렸다는 건 너무 빤한 거짓말이 니까 그것도 안된다. 그래서 다이나는이렇게 말했다. "이젠 두번 다시 햇빛을 보지 못할 거예요." 그는 다이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진실이라는 걸 느꼈다. "고맙구나." "그럼, 이번에는 아저씨가 에이먼트 폰 헤이네의 사연을 말 해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이건 그 가 말하게 하는 재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반드시 좋은 결 과를 낳을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다이나," 그가 말했다. "이건 아주 중대한 얘기야. 장난이 아냐. 샌퍼드 부인의 얘 기가 아냐. 그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어. 어차피 여기까지 얘기가 나온 이상 너에게 설명할 수밖에 없지만, 아무에게 도 말을 해서는 안돼, 알겠니?" "에이프릴은 빼고요. 에이프릴에게 뭘 숨긴다는 건 불가능 해요. 꼭 알아내니까요." 다이나가 얼른 대답했다. "좋아." 그가 말했다. "에이프릴도 끼워 줘야겠구나. 그럼, 잘 듣거라. 나는 피엘 데그랑주가 아니고. 에이먼트 폰 헤이네도 물론퀮 아냐. 난 그저 평범한, 오하이오 주의 클리블랜드 태생인 피터 데즈 먼드라는 사람이야." 다이나는 바짝 긴장하며 상대를 주시했다. 베레모에 턱수염 , 그림 도구 상자, 어디로 보아도 클리블랜드 태생의 피터 데즈먼드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 고 있다. 그 약간의 사투리를 빼고는. 더구나 화가인걸 화 가는 으례 외국인이기 마련이다. "우리 아버지는 외교관이었기 때문에 난 온세계를 돌아다니 며 자랐단다. 학창시절도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 페르시아 등지에서 보냈고. 하지만 에이먼트 폰 헤이네란 사람이 실제로 있긴 있었지. 그 편지에 쓰여 있는 바로 그 사람. 그도 파리에 살고 있었지. 그는 죽었어. 그 당시 나 는 독일 비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잠입하기 위해 그 사람으 로 가장하기로 했지 그가 이 나라에 도착하면 분명 가명을 썼을 태니까 나도 가명을 하나 만들었어. 피엘 데그랑주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담배 케이스에 적힌 머리글자와 철 자가 맞아서 택했어." "그런데 왜죠?" 다이나는 따져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여기에 주저앉아서 재미없는 태평양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여기에서 바라다보이는 해안에 적의 스파이가 있다 면, 신호를 보내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지. 관료인 탓에 인상 을 강하게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스파이는 곧 달아나 버려. 그래서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는 중년의 프랑스 화가로..." 그는 싱긋 웃었다 ---. "영어가 그다지 능숙하지 못한 남자라면 아무도 의심하지는 않아." 다이나는, "그래요?" 하며 존경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 다. 마치 G 맨 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곧 평소대로 머리회전이 날카로와졌다. 엄마의 책에 나오는 탐정들이 어 떻게 했는가가 떠올랐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다이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역시 듣고 싶군요. 샌퍼드 부인이 살해당한 수요일 오후 에 어디 계셨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이나를 보았다. "이 모래사장에 있었단다. 물론 몇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매우 따뜻하고 상쾌한 날이어서 나는 담요를 펴고 모래 위 에서 낮잠을 잤어." 그는 일어나서 이젤을 다시 펴기 시작 했다. "햇빛이 아직 좋으니까 좀 더 그려야겠다." 다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죽인 게 아니라니 다행 이에요. 하지만 누가 그랬는지 알고 싶어요." 다이나가 말 했다. "그 문제는 경찰에게 맡겨라." 그는 그림 도구 상자를 열면 서 말했다. "경찰은 그런 일에 익숙해져 있단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다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다이나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럼, 안녕. 이제 돌아가서 식사 준비를 해야겠어요.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천만에. 알지?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그림 을 보면서 그가 말했다. "에이프릴만 빼고요." "물론, 에이프릴은 빼고." 다이나는 작별인사를 하고 모래사장을 달려 보도로 향했다. 아, 에이프릴에게 얘기하면 뭐라고 할까? 재치 있게는 못했 지만 이번만큼은 보기좋게 해냈어! 집까지의 거리를 반쯤 걸어갔을 때, 다이나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바다에서 신호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분명 밤에 할 것이다. 데그랑주 씨 -- 아니, 데즈먼드 씨 -- 는 저렇 게 낮에만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발길을 늦추며 지눛에서 두 구역 정도의 거리에 왔을 때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진짜 에이먼트 폰 헤이네의 특징은 상처투성이의 팔이야. 더욱이 데그랑주 -- 데즈먼드 씨는 항상 셔츠 소매를 내리고 있다. 계속해서 천천히 생각에 잠겨 걸었다. 집에서 한 구역 떨어 진 곳까지 오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 수요잉릉 따 뜻하고 상괘한 날도 아니었고, 바닷가에 몇백 명이 나와 있 지도 않았다. 생생히 기억난다. 세 아이들은 한두 시간쯤 놀려고 바닷가에 갔었다. 집 근처는 따뜻하고 기분좋고 -- 거의 더울 정도 였는데, 바닷가에 와보니 눅눅하고 춥고 안 개까지 끼어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플로라 샌퍼드를 쏜 총소리가 났을 때 집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역시 -- 다이나는 쓸쓸히 생각했다 -- 에이프릴이 했으면 좋았을걸! 제 20장 첫번째 "우리 편안히 터놓고 얘기하자." 햇볕에 그을린 호남형의 젊은 남자가 말했다. "이제는 사이가 좋아졌으니까." "그건 완전한 착각이에요." 에이프릴은 의기양양하게 말했 다. "이렇게 비우호적인 기분이 드는 건 난생 처음인걸요." 그는 슬픈 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데도?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곤란한걸. 믿을 만한 증인 아가씨가 말야." 에이프릴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주시했다. "묻겠는데요, 제가 그 믿을 만한 증인이라고 생각하신 이유 는?" "그건 말야. 호기심으로 나타나는 법이거든. 꼭 알고 싶다 면..... 실은 그 기사를 쓴 신문기자를 만났어. 그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 봤지. 그가 너의 인상을 말해 주더구나. 미 모의 금발 소녀......" "제 자신이 미인인 건 인정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금발은 아니에요, 황갈색이지. 아저씨의 신문기자 친구는 색맹이군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만 실레하겠어요 ......" 이 정도의 움엄을 보이면 그도 코가 납작해졌겠지? "아아, 잠깐 기다려 줘." 그가 말했다. "알고 싶은게 있는데, 그것만 가르쳐 줘." "뭐죠?" 에이프릴이 말했다. "루퍼트 밴 두젠이라는 그 멋진 이름은 어떻게 생각해 냈자 ?" 에이프릴은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언젠가 엄마가 말씀 하셨어. 상대가 허세를 부릴 때엔 선수치는 게 제일이라고. 에이프릴은 고개를 치켜세우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머나, 스스로 짚이시는 게 있을 텐데요. 아저씨가 샌퍼 드 부인에게 협박당할 때, 아저씨가 말했잔하요. 내 이름이 루퍼트 밴 두젠 인한.... 이라고." "아냐, 아냐." 그는 비난하듯 말했다. "네가 잘못 들었어. 산문기사에 의하면 '루퍼트' 라는 것과 '밴 두젠' 이란 것은 다른 고뀿에 쓰이고 있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래요? 본인이니까 잘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그는 빙긋 웃었다. "졌다.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는 네 쪽이 더 훌륭해. 자, 이 제 진실을 얘기하자. 난 네 엄마가 쓰신 책을 모두 읽고 감 탄했어. 또한 난 유전이란 걸 믿으니까 너도 사리에 밝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는 그 루퍼트 밴 두젠이라는 멋 진 거짓말을 불쌍한 오헤이어 경사에게 한 거야. 1달러 걸 어도 넌 내게 그 이유를 말해 주지 않겠지?" "먼저 1달러 보여 주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는 1달러 지폐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말해 봐. 딨." "그 경사는 멍청이이기 때무이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제 동생을 아이스크림으로 꼬여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어 요. 그 바꼠법이 비열해서 제가 복수하려고 결심했죠. 엄마 의 아직 출판 되지 않은 책 중에 루퍼트 밴 두젠이란 인물 이 나오거든요. 자, 그거 주세요." "졌다." 에이프릴은 1달러 지폐를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이번에는 내가 걸겠는데, 왜 그 이야기를 이용했는지 내게 말해 주지 않겠어요? 9백만 달러 걸겠어요." "먼저 9백만 달러를 보여 냱저." 그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주머니를 뒤져 보더니 말했다. "어머나, 지갑을 다른 곳에 넣어둔 걸 깜빡했네!" 그는 웃지 퀮낳았다. 심각한 태도로 말했다. "보증서라도 괜찮아."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 이야기를 이용했던 까닭을 얘기할게. 나는 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어. 아직 그 이유는 계속 되고 있고, 지금도 그 진상을 알고 싶어." 그는 에이 릴에게 미소 지었다. "난 완전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어. 내가 샌퍼드 부인을 죽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건 알지? 그리고 나는 경관도 아니고 신문기자도 아닌, 그저 휴가중인 삼류 시나리오 작 가일 뿐이야." 에이프릴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영화를 쓰셨죠?" "지금 상영되고 있는 건 '가면의 미라' 야 봤니?" "예, 시시했어요." 에이프릴은 실망했다. 자막에 나왔던 이 름을 생각해 내면 본명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뭘 알아내려고 하시죠, 밴 두젠 씨?" 그는 핸들에 기대어 에이프릴을 주시했는데, 그 햇빛에 그 을린 얼굴은 매우 진지했다. "저, 너와 네 언니아 네 동생은 그 살인사건을 목격했지? 총소리를 들었고 범행 시간도 정했어." "다이나가 부엌에 가서 시계를 봤어요. 감자를 구울 시간이 됐는지 어떤지 해서...." 에이프릴이 시작했다. 그는 신음하듯 말했다. "이미 모두 알고 있어. 그 감자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 신문에서 읽었거든 넌 폴리를 만났어 -- 시체를 발 견한 그녀를. 그렇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머, 워커 씨 얘기군요. 예, 만났어요 그녀가 시체를 발 견했을 때 우린 거기 있었어요." "거기에 ....있었다?" "그건 말이죠, 그 마당에 있었다는 의미예요. 창너머로 봤 거든요. "말해 주겠니? 그녀는 어떤 상태였지? 어떤 모습이었어? 그 뒤에도 폴리를 만났니? 전에 샌퍼드 씨 집에 온 적이 있었 니? 샌퍼드 부인이 없을 때 간 적이 있었니?" 에이프릴의 눈이 커졌다. 그의 얼굴엔 웃음기도 없다 피부 는 햇볕에 검게 그을려 있지만, 얼굴은 창백하다. 그는 겁 먹고 있었다. 그는 절망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팔짱을 끼고 차에 기대어 그에게 미소짓기 시작 했다. "시치미를 떼도 소용없어요. 아저씨의 정체를 알고 있어요. 아저씨는 클리프죠?" "맞아. 클리프 카라얀이야." 그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그건 말예요, " 에이프릴이 말했다. "폴리 워커가 바로 이 길에서 컴퍼터블 안에 주저앉아 애기 처럼 엉엉 울면서 말했거든요. '클리프. 클리프.' 라고." 그는 갑자기 에이프릴의 손을 잡았다. "정말이니? 정말이야? 이거 큰일인데." 에이프릴의 몸이 흔 들렸다. 그의 손은 강철로 된 용수철 같았다. "정말이고말고요." 에이프릴은 화난 듯 말했다. "카스테어스 부인의 아이들은 한 명도 귀머거리가 아녜요." 에이프릴은 손목을 흔들어 풀었다. "그걸 미눊을 수 있다면." 그는 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믿을 수 있다면, 하지만 -- 월리스 샌퍼드가...." "분명히 말하세요. 아저씨는 워커 씨를 사랑하고 있죠?" 에 이프릴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래...." 그는 에이프릴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엔 어딘 가 고양이 젠킨스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고 에이프릴은 느 꼈다. 젠킨스는 뭘 먹기 전에 부엌에 와서 조리대 옆에 앉 아 배고픈 듯한 초라한 이런 얼굴을 하곤 한다. "만일 그렇다면, 뭔가를 해야 해요. 그녀도 아저씨를 사랑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넌 잘 몰라. 그 월리스 샌퍼든지 뭔지...." "잠깐이라도 월리스 샌퍼드는 잊으세요." 에이프릴이 엄하 게 명령했다. "그리고 들으세요. 난 아저씨가 왜 루퍼트 밴 두젠이란 이 름을 이용했는지 알아요." "어떻게 알았지?" 그가 말했다. "여자의 직감이죠." 에이프릴은 그에게서 자백받을 수 있을 까 의아해 하면서 말했다. "저, 혹시 워커 씨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다면 아저씨는 어 떻게 하시겠어요?" "그래도 난 그녀 편이야." 그는 슬픈 듯이 말했다. 에이프릴은 고개르 끄덕였다. "아저씨는 어떻게든 이 사건에 끼어들어 경찰이 그녀의 죄 를 밝혀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속셈이죠?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여러 가지 일을 묻고 다니기도 하며, 그 녀가 혹 그 집에 남겨 놓은 거라도 있나 해서 그 집안에 몰 래 들어가려고 하는 거죠? 그녀에겐 비밀로 하고 말이에요. 아저씨는 그녀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다고 믿고 있으며...."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이프릴을 올려다보았다. "난....." "그런데 그렇게 앉아서 바보 같은 얼굴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에이프릴은마치 심술을 부리듯 말했다. "폴리 워커는 총을 가지고 있나요?" 그는 바보처럼 그저 끄덕였다. 제 20장 두번째 "어떤 거죠? 이건 아주 중요해요." "저.....32구경." 에이프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샌퍼드 부인은 45구경 총에 맞았어요." "그거 확실하니?" "절대로 확실해요. 경찰에게서 들었는걸요." 에이프릴이 말 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핸들에 기대서 말했다. "아아, 폴리!" "전에는 그분이 차 안에 주저앉아. '아아, 클리프'라고 하 더니, 이번엔 아저씨가 똑같은 행동을 하는군요. 자, 빨리 그 사람을 만나서 아저씨가 그 동안 하고 있던 일을 얘기해 주세요. 그리고 묻고 싶은 걸 모두 물어 보세요." "나도 만나려고 했지만, 그 여자가 만나 주질 않아. 초인종 을 눌러도 아무도 안 나오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전 보도 쳐 봤지만 허사였단다. 도로 돌아오기만 하고....." "아저씬 보기보다 둔하군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 편지를 잘 살펴보면 뜨겁게 달군 나이프로 열었다가 다 시 붙인 자국쯤은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세요." 에이프릴은 차 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옆자리에 앉아 십오 분 동안 도로시 딕스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간절한 충고를 그에게 해주었다. 충고에서 이번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 했는데, 그도 자신의 생각을 몇 가지 첨가했다. 애기를 마치고 그는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네 어머니의 아이들은 모두 천재니?" "각각의 의미로는요." 에이프릴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다이나 언니가 와요. 난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아저 씨도 빨리 사라지는 게 좋겠어요. 나는 비밀을 지킬 수 있 지만 다이나는 못 지킬 테니까요." 그는 차 문을 열어 에이프릴을 내려 쭈고는 차에 시동을 걸 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려 빠져나갔다. 에이프릴은 방금 나눈 대화를 다시 생각 하며 천천히 다이나에게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만났을때 에이프릴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다. "사랑이란 멋진 이이야!" 다이나는 놀라서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무슨 애기야? 애인이 생겼니?" "아냐. 하지만 그가 사랑하고 있어, 열렬히! 루퍼트 밴 두 젠이"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머나," 다이나가 큰소리로 말했다.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니? 그건 오늘 아침에 이미 얘기 했 잖아. 그리고 베티 리모는 죽었고." "그는 아마 베티 리모란 이름조차 모를지도 몰라." 에이프 릴은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했다. "그는 폴리 워커를 사랑 하고 있어." 다이나는 현관 앞 계단 맨 아래칸에 걸터앉았다. "내 머리가 이상해 진건지도 몰라. 더위 탓인가? "아무도 머리가 이상해지진 않았어."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 다. "그 사람만 빼놓고는. 그는 폴리에게 푹 빠져 있어. 멋지지 않아? 그리고 그에게서 감쪽같이 1달러도 빼앗았고." "내 동생이?" 다이나는 우울한 듯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프릴은 옆에 걸터앉았다. "본명은 클리프 카라얀이야. 시나리오 작가래. 우리가 전에 본 시시한 '가면의 미라'를 썼대. 그는 폴리 워커를 사랑하 고 있어. 그리고 내기를 해도 좋은데, 그는 꼭 그녀를 얻을 거야." "그런데, 에이프릴. 그 루퍼트 밴 두젠은 어떻게 된 거니?" 다이나가 물었다. 에이프릴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누군가가 경찰을 혼란시키려고 루퍼트 밴 두젠을 만들어 냈어. 루퍼트 밴 두젠이란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어. 그 누 군가가 아마도 책에서 그 이름을 따 왔겠지. 그런데 그 남 자는 폴리 워커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루퍼트 밴 두젠인 체했던 거야. 그는 그녀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구하려 했던거야. 하지만 이젠 그녀가 살인범이 아니란 걸 알게 됐으니 아무 문제도 없어. 두 사람은 결혼할 거야." 다이나에게는 이 정도만 얘 기해 두자고 생각했다. "어머나!" 다이나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와 내기를 해서 빼앗은 1달러도 있고. 우리 가게 에 가서 콜라를 사오자." 에이프릴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 고 걸으면서, "언니와 데그랑주 씨와 나눈 얘기를 해줘." 하고 말했다. "그건 말야, 이렇게 됐어...." 다이나는 이야기를 세세하게 해주는 성격이다. 둘이 가게까 지 두 구역을 걸어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피엘 데그랑주 내지는 에이먼트 폰 헤이네, 혹은 피터 데즈먼드와 바닷가에서 헤어지고 나서 생각했던 대목에 간 신히 이르렀다. 에이프릴은 간이 덜컹했다. 다이나가 콜라를 들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에이프릴이 들고 있었다면 분명 떨어뜨렸을 것이 다. "언니! 그런 엉터리 같은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어. 그런 데 언니는 그 말을 믿었어?" "지금 생각해 보니 엉터린데, 그가 애기하고 있는 동안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어." 다이나가 말했다. "해안에는 경비병이 있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쩌면 그의 얘기도 반대로 생각하면 진짜일런지도 몰라. 경비병이 이상한 프랑스 화가에 전혀 신경을 쓰진 않을 테 니까." "에이프릴!"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바짝 긴장했다. "빨리 어떻게는 해야 돼." "좋아." 에이프릴도 엄숙하게 말했다. 둘은 콜라를 부엌으 로 가져가 두 병을 따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다. "우리가 감시를 하는 거야. 잘하면 그가 신호를 보내는 현 장이라도 목격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다이나가 반대했다. "그리고 어려워. 항상 우리 중의 누군가는 나가 있어야 하 는데, 그걸 엄마께 어떻게 설명하니? 학교도 가야 하고. 엄 마한테 이야기 하자. 엄마가 경찰에 신고해서 스파이를 한 명 잡으면 그것도 선전이 될 수 있잖아." "좋아." 에이프릴도 동의했다. "단, 엄마한테는 그에 대한 얘기만 해야 해.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 그가 샌퍼드 부인을 죽였다고 밝혀지기 전에는." 둘은 귀를 기울였다. 이층에서 빠르게 타자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냉차를 만들게." 다이나가 말했다. "가져다 드리자." 잠시 뒤에 둘은 냉차아 쿠키를 정성껏 담은 쟁반을 들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들어서 자 엄마는 타이프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머, 근사학두나!" 그녀는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실내복을 입고 있으며, 뒷머리에는 핀도 꽂지 않고 그대로 늘어뜨린 채였다. "마침 목이 말랐는데." "엄마, 잊으시면 안돼요." 다이나가 진진하게 말했다. "내일은 엄마가 책을 다 쓰시니까 머리 손질을 하고 매니큐 어도 칠하셔야 해요." "마사지도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걱정 마." 엄마는 마치 사과라도 하듯이 말했다. "잊지 않으려고 적어 두었으니까." 그리고 냉차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말했다. "맛있구나." 쿠키를 한 개 집더니 책상 위의 마지막 페이지 를 바라보며 두세 글자를 더 쳐 넣었다. "엄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화가인 데그랑주 씨는 화가가 아니고 스파이에요. 그리고 이름은 데그랑주가 아니라 에이먼크 폰 헤이네인데 스스로 는 피터 데즈먼드라고 하지만, 아마 어느쪽도 아닐 거예요. 에이프릴은 숨을 돌리고 말했다. "그린까 경찰에 전화해서 그가 스파이란 걸 가르쳐 줘야 해 요." "물론 그래야지." 엄마는 말했다. "잠깐 기다려." "그녀는 원고의 마지막 두 글자를 지우고 대신에 세 글자를 쳐 넣었다. "스스로는 특수요원이라고 하지만, 나도 이젠 믿지 않아요." 다이나가 말했다. "해안에는 경비병이 있고, 그날은 수영하기엔 흐리고 안개 가 많이 꼈었거든요." "당연하지." 엄마가 말했다. "따뜻하고, 해가 나와 있을 때가 아니면 수영은 안돼요." 그녀는 타자기에서 종이를 빼고 이렇게 덧붙였다. "수영이라면 클럽의 풀 쪽이 좋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곧 어떻게든 해야 해요 FBI에 전화하세요. 엄마,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엄마는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우고 맨 위에 11이란 번호를 기입했다. "듣고 있어." 하고 명랑하게 말했다. 한쪽에 치워 둔 원고 를 들추어 3페이지 부그놽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지금 배를 침몰시키려는지도 몰라요."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는 몇 글자를 더 타이프하고 고개를 들어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들려주겠니? 재미있겠구나." 에이프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 그리고는 다이나 에게 방을 나가도록 신호했다. "방해해서 미안해요, 엄마." "아니, 조금도." 엄마는 말했다. "냉차 고마웠어." 전보다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 다. 두 사람이 문을 열자, 그녀는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데그랑주 씨가 그림 그리는 걸 봐도 좋으녀고 했지? 물론 괜찮아." ㅳ으로 나오자, 다이나가 말했다. "엄만 우리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았어." "한참 일을 하던 중이었잖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방해하면 안돼. 우리가 전화를 걸자." 다이나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샌퍼드 부인 집에서 편지를 발견한 이야기를 안 하고 어떻 게 설명하지?" "나한테 맡겨." 에이프릴이 말했다. 제 20장 세번째 J 에드거 후버(FBI 장관)에게 걸까, FBI에 걸까, 경찰에 걸 까, 루즈벨트 대통령을 부를까로 입씨름을 했다. 결국은 빌 스미스로 정했다. 에이프릴이 전화를 걸자, 서너 명을 거친 끝에 빌 스미스는 오늘 비번이란 말만 전해 들었다. 중요한 용건이라고 사정 했지만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짖 않았다.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을 거야." 다이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말했다. 윌리엄 스미스란 이름은 전륚화번호부에 다섯 명 나와 있었 는데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이때 에이프릴이 묘안을 생각 내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오헤이어 경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빌 스미스에게 전할 중요한 말을 엄마에게 부탁받았다고 설 명했다. 마음씨 좋은 경사는 뭔가 로맨틱한 상상을 하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빌 스미스가 전화를 받자, 에이프릴은 큰소리로 자기 이름 을 댔다. 그의 목소리가꼆 갑자기 근심스럽게 변했다. "무슨 일이 있니? 어머니는....." "아직은 아무 일도 없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곧 생길 거예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저 말이에요. ......." 에이프릴은 피엘 데그랑주와 에이먼트 폰 헤이네와 피터 데 즈먼드와의 관계를 솜씨 있게 정리하여 얘기했자. 반쯤 얘 기하자 빌 스미스는 당황하여, "잠깐 기다려라, 받아쓸 테니." 하고 말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했다. 피엘 데그랑주가 실 은 에이먼트 폰 헤이네인 것을 알아낸 것과, 다이나에게 추 궁당하여 그가 말했던 내용을 특히 상세히 이야기했다. 그 리고 에이프릴과 다이나가 함께 결론을 맺은 얘기까지 해주 었다. "너는 천재로구나!" 빌 스미스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수화 기를 들고 싱글벙글했다. 혹시 그가, "넌 머리가 좋은 아가 구나."하고 했다면 전화를 끊어 버릴 작정이었다. "또 한가지." 빌이 말했다. "그의 이름이 사실은 폰 헤이네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이것이 골첩거리였다. 에이프릴은 잠깐 생각해 보고 대답했 다. "샌퍼드 부인에게서." 내 생각 어때! 이건 거짓말이 아 니다. 더구나 비밀도 누설하지 않았고. "그 부인은 어떻게 알았지?" "모르겠어요. 이제 와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에이프 릴이 말했다. 상대방이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이윽고, "에이프릴, 잘 생각해 봐. 샌퍼드 부인이 다른 사람을 얘기한 거 아니었니 ?" "아니에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건 사실이다. "정말 대단한 말솜씨였어." 전화를 끊자 다이나가 감탄했다. "후후, 별거 아냐." 에이프릴이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샌드위치를 좀 만들자. 난 몹시 배가 고파." "나도," 다이나가 말했다.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에 먹을 치킨 요리를 준비해야겠어." 에이프릴이 땅콩 버터를 바른 데에다 크림 치즈를 바르고, 다시 그 위에 잼을 바르고 있을 때 아치가 뛰어들어았다.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얼굴은 빨갛고 진흙 투성이다. 조리대 위의 항아리 행렬을 보고, "와아!" 하며 나이프와 빵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손을 씻고 와야지." 다이나가 빼앗았다. "쳇! 이건 깨끗한 진흙이야." 손을 낭고 돌아와서. "저, 그거 알아?" "뭐든지 다 알고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몰라." "다이나 누나에게 선물이 왔어." 아치는 피클을 집으며 말 했다. "그리고 난 탐정이 되었어. 이거 저녁에 먹을 치킨이야?" "선물?" 다이나가 놀라서 물었다. "아! 금색 종이에 싸서 뒤쪽 베란다에 두었어. 그리고 그거 알아?" 다이나는 뒤쪽 베란다로 뛰어가 커다란 종이 꾸러미를 들고 돌아왔다. "그거 알아?" "조용히 해." 다이나는 꾸러미를 뜯으며 말했다. "어머! 에이프릴." 오늘 오후 데그랑주 씨가 그리던 미완성의 그림이었다. 테 레펜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났다. 한쪽 구석에 머리 글자 로 서명이 되어 있었다. PD 라고. 그리고 뒤의 메모지에, ' 나의 아름다운 어린 친구 다이나 카스테어스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다이나는 그림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았다. "에이프릴, 도대체....." "있잖아." 아치가 말했다. "저, 그거 알아? 난 탐정이 되었어." "그래, 벌써 딕 트레이시 같아." 그림을 바라보며 에이프릴 이 말했다. "다이나 언니, 도대체...." 들어 봐." 아치가 소리쳤다. "자, 들어 봐, 아주 중요한 얘기야." "듣고 있어." 다이나가 말했다. "우선 어떻게 해서 이것이 여기에 배달되었는지부터 말해 줘." "그 사람이 가져왔어." 아치가 말했다. "물 그림을 그리는 남자가 내게 주면서, 누나에게 전해 주 라고 해서 베란다에 두었어.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시내 쪽 으로 가버렸어. 누나 둘이 집수색을 할 수 있었다면 나와 겐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결국 유리창을 한 장 깨뜨리 긴 했지만." "데그랑주 씨의 집을 수색했단 말야?" 에이프릴이 물었다. "응, 그 얘길 하려는 거야." 에이프릴이 샌드위치를 내려 놓았다. "그래, 무성쳾을 좀 찾아 냈어?" "아무것도 없었어." 아치가 흥분하며 말했다. "가구밖엔 아무것도 없었어. 그것도, 전에 구니 누나 남편 의 숙모가 그 집에 살았을 때 있었던 가구가 아직도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붙박이인가 봐."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마주보았다. 다이나가 먼저 입을 열었 다. "아치. 그럼 그 사람이 자기 물런을 모두 가지고 가버렸다 는 거야?" "응." 아치가 말했다. "그게 전부야. 콜라 한 병 줄래?" "에이프릴이 콜라 한 병을 가져와서 뚜껑을 따 주었다. "계속해 봐." "끄뿐이야. 옷도, 그림도, 책도 모두 가지고 가버렸어. 모 두 차에 싣고 있었을 거야." 콜라 병에 빨대를 꽂으면서 덧 붙였다. "이사했나 봐." "그래, 그런 것 같다." 에이프릴이 맞장구쳤다. "에이프릴, 빌 스미스에게 전화해서 이제 늦었다고 말해 줘야 하지 않을까?"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버려둬. 자연히 알게 될 테니까." 제 21장 첫번째 "정말이지 2달러만큼의 가지가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워드 미용실의 3달러짜리 매니큐어는 엄마가 늘 바르는 1달러짜리보다는 백 배나 예뻐 봉. 빌 스미스가 내일 저녁 식사 시간에 오는데 손이 예쁘다는 건 아주 중요해. 그 아 저씨는 어떤 색을 좋아할까?" "하지만, 에이프릴. 어떻게 3달러짜리 매니큐어를 바르도록 엄마를 설드놺하지?" 에이프릴은 머리를 빗다 말고 말했다. "바보 같아. 점심시간에 하워드에 가는 거야. 도시락 먹는 시간을 빼고 달려서 갔다 오면 시간에 댈 수 있어. 가서 엄 마에게 매니큐어를 발라 주던 여자한테 미리 말해 두는 거 야. 2달러를 미리 주고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서 3달러짜리 매니큐어를 발라 주면 되는 거야. 그럼, 엄마도 눈치 못 챌 거야." "그렇구나." 다이나는 이부자리 개던 것을 멈추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2달러가 없잖아. 용돈은 토요일까지 받을 수도 없고," "아까 썼던 1달러가 45센트 남아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난......" 다이나는 지갑과 요즘 입고 다녔던 옷의 주머니 를 모두 뒤져 보더니, "32센트 있어." 하고 말했다. "합치면 72센트네,." 에이프릴이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아치도 3분의 1을 내야 돼. 2달러의 3분의 1이면 얼마지?" "60 몇 센트인가? ..... 66센트 3분의 2야. 에이프릴, 빨리 이불 개. 스쿨버스 놓치겠어." "그럼 64센트로 하자." 에이프릴이 말했다. "64센트에다 72센트면...잠깐 기다려 .... 1달러 36센트야. 나머진 아치에게 빌리자." "빌려 준다면. 그리고 자기도 64센트 내야 하는 걸 승낙한 다면...." "물어 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싫어. 네가 생각해 낸 거니까 네가 물어 봐." "언니가 나이가 제일 많으니까 언니가 물어 봐. 아니, 이렇 게 하자. 내가 물어 보고 올 동안 언니가 내 이불을 개 줘." "응. 좋아." 다이나가 말했다. "어젯밤 일 때문에 아직 흥분 하고 있을 테니까 별로 불평 은 하지 않을 거야." 어젯밤의 일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큰길을 자동차가 왔 다 갔다 하기에, 아치를 내보내서 알아보니 피엘 데그랑주 가 살고 있던 집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문도 채취하고, 대소동이야." 식사를 마치고 엄마는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하셨다꼆. 피눀터가 와서 자전거를 태워 주겠 다면서 다이나에게 권했다. 놀랍게도 에이프릴쏛은 아직 밖 이 밝으니 나가서 놀다 오라고 다이나를 떠밀었다. "가끔은 나 혼자서 접시를 닦고 싶어." 너무 놀라워서 다이 나는 잠자코 따랐다. 에이프릴이 겨우 다이나와 피터를 문 밖으로 쫓아내자마자,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는 빌 스미스가 회색 옷을 입은, 얌전하고 결단력이 있어 보이는 남자와 함께 서 있었다. 다이나는 지금 나갔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실로 고마웠다. 두 사람을 부엌으로 안내하자 에이프릴은 다이나에게서 들 은 이야기를 회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언 제부터 인가 두 남자는 접시 닦는 일을 거들고 있었다. -- 빌 스미스는 접시를 닦고, 또 한사람은 마른 행주로 닦고 -- 그것을 보며 에이프릴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얘기가 끝나도 접시 닦는 일이 아직 덜 끝났기 때문에, 에이프릴은 다이나 가 받은 그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림을 가지러 갈 때쯤엔 마지막 접시를 닦고 있었다. "그림 그 자체로는," 회색 옷의 남자가 말했다. "그다지 칭찬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여기에 나와 있는 구 실로서는 그럭저럭 쓸만한데요. 예상대로 입니다." "체포하실 건가요?" 에이프릴이 물었다. "아니." 빌 스미스가 대답했다. "도망쳐 버렸어. 하지만 곧 잡힐 거야." 그는 회색 옷을 입은 남자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밖에서 침입한 흔적이 좀 이상해." 에이프릴은 잠자코 있었다. 아치에게 유리 값을 물어 주게 해서는 안되니까. 다이나가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접시는 깨끗이 닦여 있고, 부엌은 완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게다가 에이프릴은 한가하 게 해리 제임스의 최신 레코드를 듣고 있다. 피터가 춤을 추자고 했다. 거기에 믹과 조엘라가 오고, 5분쯤 지나자 에 디와 윌리가 왔다. 그리고 아치가 겐지, 구니, 프라슈라이 트와 함께 핸더슨을 찾으러 왔다 갔다. 핸더슨은 줄을 끊고 도망가 집에서 두 구획이나 떨어진 곳까지 나가 헤매고 있 었다. 그러는 동안 잉키와 스팅키가 지붕에 올라가 내려오 지 못해 끌고 내려오느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젠킨 스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또 소란을 피웠다. 한참 뒤에 엄 마가 내려왔다. 피곤한 듯했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일이 다 끝났기 때문에 2~3일은 쉰다고 말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많이 대접을 하라고 말하곤 다시 올라갔다. 다이나가 간신히 틈을 내어 에이프릴에게 물을 수 있었던 것은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내가 나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니?" 그러자 에이프리은 태연히 말했다. "대단한 일은 없었어. 아침! FBI가 오긴 했었지만..." 하룻밤이 지난 아침이다. 엄마는 아침식사하러 내려와서, 오늘은 머리를 올리고 매니큐어를 칠할 뿐만 아리나 작업복 슬랙스도 새로 사야겠다고 하셨다. 피엘 데그랑주 내지는 에이먼트 폰 헤이네의 도주에 대해 신문은 아무 글도 싣지 않았다. 샌퍼드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사는 없었다. 그저 경찰은 윌리스 샌퍼드의 행방을 수색중이고 밖은 사방 이 고요했다. 그러나 이것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생 각하니 에이프릴은 즐거워서 참을 수 없었다. 화요일 저녁 애는 빌 스미스가 올 테고, 엄마는 머리를 새로 하고 매니 큐어도 바를 것이다. 어쩌면, 그때는 벌써 샌퍼드 부인의 살해범도 잡혔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만 아치를 설득해서 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면 된느 것이다. 에이프릴은 아치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 아주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불 개는 걸 도와줄께." 아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유로 여기에 온 거라면 방 청소도 해 줘야 돼. 그리고 빈 콜라병은 한 달간 내가 독차지하고, 이달 말까지 쓰레기 청소를 면제해 주고, 빌려 주는 것도 1 달러 이상은 안돼. 그래도 좋다면야......" 에이프릴은 이불을 개며 아치의 얼굴을 진지하게 쳐다보았 다. "아치...... 넌 엄마를 사랑하지?" 15분쯤 뒤, 에이프릴은 돈을 쥐고 그 방을 나왔다. 용돈을 받으면 바로 갚을 것이며, 빈 병의 독점권은 앞으로 2주일 간, 그리고 쓰레기 청소 면제는 1주일간으로 타협을 본 것 이다. 월요일 날 학교는 아주 재미없었다. 에이프릴은 처음으로 ' 예술과'에서 낙제를 맞았다. 다이나는 '가정과' 수업시간에 멍청히 있다가 두 번이나 주의를 들었고, 아치는 쉬운 산수 문제를 아홉 개나 틀려서, 선생님은 몸이 아픈가 보다고 생 각해 아치를 양호실로 데리고 갔다. 선생님들로서는 화가 나는 날이고, 카스테어스 3남매에게는 실로 기나긴 하루였 다. 제 21장 두번째 셋은 스쿨버스에서 만났다. 다이나는 피터와 조엘라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에이프릴은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가량의 숭배자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큮치는 프라슈라이트랑 씨름을 하다가 짜 증을 잘 내는 운전사에게 야단을 맞았다. 그렇지만 다이나 는 그 사이에서도 에이프릴에게 신호를 보냈다. '잘했니?' 에이프릴은 'OK' 라는 신호를 보냈다. 셋이 집 앞 정류장에서 만났다. "모두 잘 얘기해 놓고 왔어." 에이프릴이 보고했다. "에스텔이 3달러짜리 매니큐어를 발라 주기로 했고, 하워드 부인이 직접 마사지를 해주겠대. 내일 저녁 기습파티를 할 거라고 설명했어. 그러니까...." "기습임에는 틀림없구나." 다이나는 힘없이 말했다. "빌 스미스가 저녁식사에 오는 것을 엄마한테 어떻게 설명 할 생각이니?" "누나가 얘기해야 돼. 스미스 씨한테는 에이프릴 누나가 얘 기했으니까." 아치가 따지듯 말했다. 에이프릴이 다이나의 근심스런 표정을 보며 말했다. "좋아. 내가 말씀 드릴게. 내가 더 잘하니까. 루크 상점에 들렀다가 집에 가자." "냉장고에 콜라가 아직 남았어." 다이나가 말했다. "신문은 있어?"' "왜?" 다이나와 아치가 동시에 물었다. "읽으려고." 에이프릴이 빈정거렸다. "그러니까 바보 같으놽 질문을 하지 마. 나도 바보 같은 대 답은 하기 싫으니까." 하고 루크 상점을 향해서 갔다. 다이 나와 아치가 뒤따라 걸었다. "신문은 벌써 읽었잖아, 아침에." 아치가 궁금하다는 표정 을 했다. "그건 읽었지." "하지만 석간은 저녁식사 이후에 배달되잖아." 다이나가 말 했다. "기다릴 수가 없어." 에이프릴이 잔뜩 화가 나서 대꾸했다. "쳇! 난 배가 고파." 아치가 불평했다. 에이프릴이 걸음을 멈추고 아치를 쳐다 보았다. "잠깐만! 내가 루크에게 말해서 크림 소다를 세 잔 외상할 테니까, 용돈받으면 네가 갚을래?" "글쎄...." 아치는 생각해 보았다. 루크에게 얘기서 외상할 수 있는 것은 에이프릴뿐이다. "좋아." "고마워. 그럼 크림 소다를 기다리는 동안 신문도 그냥 읽 을수 있어. 그러면 5센트 절약도 되고." 에이프릴이 먼저 들어가 루크와 교섭을 했다. 그리고 아치 와 다이나에게 들어오라고 신호했다. 그리고 나서 신문을 집어들고 루크를 향해 싱긋 웃으며, "괜찮죠?" 했을 땐 이 미 카운터 위에 신문이 펼쳐졌다. "그러렴." 루크는 아이스크림을 덤으로 컴에 넣으며 말했다. "1페이지에 있을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과연 그랬다. 사진에 2단 크기의 제목이 붙어 있다. '샌퍼드 살인사건의 중요 증인 유괴되다.' 다이나가, "어머나!" 하고 소리치자 에이프릴이 조용히 하 라고 신호했다. "나도 보여 줘, 보여 줘." 아치가 졸랐다. "그래, 자, 봐." 에이프릴이 심술을 부리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읽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마." 루크는 크림 소다를 나누어 주며, "신문 위에 흘리면 안된 다. 신문값을 받을 거야." 하고 말했다. 셋은 잔은 신문에서 떼고 빨대를 입에 물고 묵묵히 읽었다. 샌퍼드 부인의 시체를 발견한 폴리 워커가 헐리우드의 아파 트에서 유괴됐다고 신문에 쓰여 있었다. "여기서 얘기하면 안돼." 에이프릴은 다이나와 아치에게 주 의를 주었다. 둘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워커 양의 하녀 말에 의하면 12시 15분쯤 워커 양의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아주 급한 일이라는 여자 목소리 였다고 한다. 워커 양이 전화를 받더니 아주 근심스런 표 정으로 전화를 끊고 곧 옷을 갈아입더니, 아파트 차고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바로 외출했다는 거꾲이다. 아파트 수위의 말로는, 워커 양이 보도까지 걸어나오자, 길 아래쪽에 정차해 있던 자동차 한 대가 불쑥 튀어나와 서 주차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 그 차에서 권총을 든 복 면의 사내가 나와 워커 양을 차 안에 밀어넣더니, 그대로 사라졌다고 한다. 그 나머지는 샌퍼드 살인사건의 대략이 쓰여 있고, 폴리 워커가 시체를 발견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다음엔 폴리 워커의 약력이 소개되었는데, 여고 출신의 아가씨가 브로 드웨이의 단역을 출발점으로 돌연 스타가 된 얘기였다. 폴 리 워커가 큰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살인사건에 관련되고, 게다가 납치까 지 되었으니 그녀도 이제 스타가 된 셈이다. 에이프릴은 크림 소다를 다 마시고 가게의 시계를 쳐다보 고는 놀라서 말했다. "어머나! 빨리 집에 돌아가야겠어. 자, 서두르자." 그리고 잔을 밀어놓고 신문을 접었다. "고마워요, 루크." 하고 말하며 신문을 선반에 도로 올려 놓았다. 다이나와 아치도 크림 소다잔을 서둘러서 비우고 에이프릴 을 따라 나왔다. "왜 서두르니?" 다이나가 물었다. "약속이 있어." 에이프릴이 쾌활하게 말했다. "우리 모두."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다이나가 숨을 헐떡였다. "폴리 워가 납치됐잖아. 그것은 갱단의 짓이 아닐까? 베티 리모를 유괴했던 것처럼." "아냐. 이건 한 남자의 짓이야." 에이프릴이 대꾸했다. "잠깐만, 에이프릴! 한 남자의 짓일 리가 없어." "아냐, 맞아." 에이프릴이 또박또박 말했다. 세 아이는 자 기 집으로 가는 길모퉁이를 돌아섰다. "에이프릴!" 다이나가 말했다. "차 속에 밀어넣은 건 복면의 남자였어. 하지만 전화를 한 건 여자였다잖아. 분명 뭔가 거짓말을 해서 유인해 낸 거야." "그 여자 목소리라는 건 말이야." 에이프릴도 숨찬 목소리 로 말했다. "바로 나였어." 다이나와 아치는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에이프릴은 자기 집의 차도 쪽을 가리켰다. 이 길은 우유 장수와 야채 장수의 자동차만 다닐 뿐 식구들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자, 저기에." 에이프릴이 여전히 헐떡이며 말했다. "유괴범과 피해자가 있어!" 셋은 토끼처럼 달려갔다. 차도에 컴퍼터블 한 대가 서 있다. 차 안에는 두 사람, 즉 클리프 카라얀과 폴리 워커가 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제 22장 첫번째 "너희 둘이 신부의 들러리가 되어 주겠니?" 클리프라 말했 다. "그런데 꼬마 동생은 뭘 하면 좋을까?" "정말이신가요?" 에이프릴이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폴리 워커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머! 정말 멋져요." 에이프릴은 클리프의 볼에 입맛춤하 고 폴리 워커를 꽉 끌어안았다. "아치 -- 꼬마 동생 -- 는 증인을 하면 돼잖아요." "난 꼬마가 아냐." 아치가 화를 냈다. "그리고 난 싫어, 안 해. 그런데 그게 뭐야?" "뭐든 상관없어." 다이나가 말했다. "누구든 이 사연을 설명 해 주지 않겠어요?" 폴리 워커가 다이나를 올려다봄며 말했다. "우린 결혼할 거야." 그녀의 머리칼은 흐트러지고, 얼굴엔 눈물자국이 있었다. 입술연지는 지워지다 만 채로였다. "오늘." "먼저 세수를 하는 게 좋겠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화장을 하고, 머리도 단정히 손질하고요." 폴리는 세 사람을 바라보고 웃다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난 정말쏛 바보였어요." 에이프릴은 클리프를 보면서 말했다. "저런 바보와 결혼하려 하다니 당신도 바보로군요." "네 책임이야. 모두 네 말대로 한 거니까. 만일 40년이나 5 0년 지나서 이혼해야 한다면......" 폴리 워커가 고개를 들고, "이 아이가 어떻게 했다고요?"하 고 말했다. "이 아이가 나에게 당신을 유괴하라고 가르쳐 줬어." 그가 말했다. "오늘 낮에 전화를 걸어 당신을 유인한 것도 이 아이고." 폴리 워커는 눈을 크게 뜨고 에이프릴을 빤히 쳐다보며 말 했다. "네가? 그게 네 목소리?" "저, 이래봬도 연국과에서는 죽 우등이었어요." 에이프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좀 여쭙겠는데 제 말씨 어땠어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워커 씨, 샌퍼드 댁에서 기묘한 서류를 입수했는데 내겐 필요없는 물건이니까 당신께 드리겠어요. 내 집까지 와주시 겠어요?" "글래비 선생님이 지금 네 대사를 들었다면 앞으로 2년은 연극과에서 낙제일 거야. 제발, 누구든 이 사연을 설명해 주세요." 하고 다이나가 혹평을 했다. 에이프릴이 설명했다. 루퍼트 밴 두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서 클리프 카라얀에게 꾀를 준 것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가 유괴한 거란다." 클리프가 대신 결말을 이야 기했다. "에이프릴의 지원을 받아서. 그리고 우린 서로 모든 걸 털 어놔서 비밀이 없게 되었어. 이제부터 우린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식을 올릴 거란다. 유감스럽게도 신부 에겐 들러리가 없어. 너희 두 사람이 오건디 드레스를 입으 면 아주 귀여울 거야." "맞아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내가 분홍색, 다이나가 파란색, 혹은 그 반대로 입고 아치 는 하얀색 양복을 입는 거예요." "그런데 아치는 어디 갔지?" 다이나가 걱정스레 말했다. 아 치가 사라져 버렸다. 에이프릴은 한숨을 내수꼆었다. "아마 경찰에 전화해서 살인 용의자가 라스베가스로 날아간 다고 얘기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워커 씨 빨리 얘기하고 가는 게 좋겠어요." "얘기하라고 뭘?" 폴리 워커가 놀라서 물었다. "거래 조건이었어." 클리프라 그녀에게 말했다. "생각나?" "저와 한 약속이었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당신을 여기에 4시까지 데려와서 당신이 사건의 경위를 충 분히 얘기한다면 유괴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이었죠." "난.....곤란해!" 폴리 워커는 얼굴을 양손에 묻었다. 클리 프 카라얀이 말했다. "부탁해, 폴리!" "울지 말고 얘기하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아버지가 갱이고 또 감옥에도 갔었다는 게 어떻다는 거예 요. 당신을 그만큼 가르친걸 보면 대단한 사람일 거예요.뭐 가 부끄럽죠? 우는게 훨씬 부끄러운 일이에요. 그러니까 울 지 마세요." "잘했어." 에이프릴이 다이낭에게 신호로 말했다. 폴리 워커는 클리프의 손수건을 빌려서 코를 풀었다. "그 여자 -- 샌퍼드 부인이 -- 어떻게 했는지 그 사실을 알 아냈어요. 내게 끈질기게 돈을 요구했죠. 하지만 난 그런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그 무렵 그를 만난 거예 요 -- 윌리를 -- 어느 파티에서. 그는 내게 잘해 줬고, 난 나중에 그가 그녀의 남편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녀는 또 코를 풀었다. "난 정말로 그를 좋아한 게 아니에요. 클리프도 알죠?" 클리프는 그녀의 손을 꼬옥 쥐었다. "그 얘긴 이제 끝냈잖아, 그렇지?" 그녀는 끄덕였다. "아아, 클리프, 난 당신을 사랑해요." "그런 말은 라스베가스로 가면서 해도 돼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희에게는 샌퍼드 부인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계속해." 클리프가 조용히 말했다. "이 아이들은 알 권리가 있어. 이 얘들이 없었다면......" "저....."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홀딱 반하게 되었어요. 안되는 일이지만, 나 는 그가 접근하기 쉽게 행동했어요. 그러는 동안에 그를 통 해 그 편지와 뭔가를 샌퍼드 부인에게서 빼앗을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가 다른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 어요 -- 결혼 같은." "좀 언짢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심정은 충분히 이 해해. 누구라도 당신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아까처럼 또 울기 시작하자 그는 새 손수건을 꺼냈 다.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건 내가 유망한 배우니까 돈을 많 이 벌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결혼해서 은퇴할 결심만 하지 않는다면.... 아아, 클리프!" 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차라리 볼다 댐과 결혼할까요?" 클리프는 웃으며, 폴리를 어깨에서 일으켜 얼굴을 닦아 주 며, "자아, 모두 얘기해요." 하고 말했다. "그래서 마침내 나는 윌리에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 아버 지의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그녀와 이혼하고 나와 결혼할 수 있다면 그것을 빼앗아 주겠다고 했어요. 그 런데 갑자기 그 부인이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연락을 했어 요. 그래서 갔어요. 큰돈을 요구하더군요. 아마 -- 대강 추 측은 했지만 -- 그가 그녀에게 모두 이야기를 했겠죠. 그녀 는 돈을 많이 지불한다면, 그 편지도 내게 주고 그와도 헤 어지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수요일에 돈을 가지고 다 시 가겠다고 했죠."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퉢다. 에이프릴이 조용히 말했다. "우린 아직 듣고 있어요." 폴리 워커는 똑바로 고쳐 앉았다. 얼굴은 아직 창백하고 앞 머리가 이마에 늘어져 있기는 하지만 이제 눈물은 흘리고 있지 않았다. "난 그녀를 위협하러 갔어요. 권총을 가지고, 그녀에게서 편지를 빼앗으 작정이었죠. 그렇게 하면 그녀와 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도착한 건 아마 4시 반 에서 5시 사이였을 거예요. 차를 차도에 세우고 현관까지 걸어갔죠. 난 권총을 꺼냈어요. 물론 쏠 생각은 아니었어요. 비론 그 여자라도. 난 다만.... 아아, 알겠죠?" 제 22장 두번째 "알아요." 다이나가 상냥하게 말했다. "거실로 들어갔어요. 처음엔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 오지 않았어요. 문이 열려 있기에 그냥 쑥 들어갔죠. 나는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어요. 그녀는 다를 그냥 흘끗 보더니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난 권총을 겨누고, '샌퍼드 부인 --' 하고 말했어요." "그래서요," 에이프릴이 재촉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새에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어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한 남자가 나타났어요. 계단을 내려온 것 같았는데, 얼굴이 검다는 것과 말랐다는 것 밖엔 기억할 수 없어요. 금테를 두른 회색 중절모를 쓰고 있었어 요.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에요. 뭔가 욕설을 퍼부으며 내 옆을 스쳐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샌퍼드 부인은 그 남자 를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갑자기 총소리가 났 어요. 소리는 식당에서 난 것 같았어요. 샌퍼드 부인이 쓰 러지고 내가 들고 있던 권총에서 총알이 튀어나가 버렸어요. 겨눈게 아니라 그저 총알이 날아간 거예요. 어디에 맞았는 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그녀에게 맞지 않은 건 확실 해요. 그래서 난 도망쳤어요. 회색 모자를 쓴 남자가 도로 아래쪽에 세워둔 차를 타려 하고 있었어요. 그는 차를 급히 몰고 갔어요. 나도 내 차를 타고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 왔죠.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는 바닷가로 차 를 몰고 가서 잠시 차를 세우고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 '어쩌면 그녀는 조금 다치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 아가는 게 좋겠다.' 라고요. 그래서 다시 돌아갔죠. 그리고 현관에 서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초인종을 눌렀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친애하는 루퍼트 씨," 에이프릴이 감동해서 말했다. "당신 부인될 사람은 대단히 배짱이 있군요." 폴리 워커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친 게 아니었어 요. 죽어 있었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전화했어요." 그녀는 다이나와 에이프릴을 보고 가냘프게 미소지었다. "나머진 너희 둘 다 알지?" 그녀는 몸을 앞으로 굽히며 말 했다. "저, 말야. 너희 둘 다 이야기는...." 에이프릴은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유전이에요. 우리 엄마는 대단히 건망증이 심하시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그래요. 어렵게 말씀해 주셨는데 저희는 말 씀하신 걸 하나도 남기눘없이 잊어버렸어요." "저는 말이죠." 다이나가 말했다. "전 듣고 있지도 않았어요." 그리곤 폴리 워커의 볼에 입맞 춤을 하고 말했다. "당신이 샌퍼드 부인을 죽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 리고 윌리 샌퍼드 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아니라서.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런 최고의 남자와 결혼하게 되다니 잘됐어요." "우리 언닌 역시 재치가 있어!" 에이프릴이 칭찬했다. 다이나의 눈에서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냥 두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결혼식이란 말만 들어도 우는걸요. 그건 그렇고, 라스베가 스에 가서 결혼을 하다니 너무해요. 또 살인사건 목격자를 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합법적인가요? 아무리 결혼 을 위해서라고 해도." "변호사에게 물어 봐야겠어, 내일 돌아오면." 클리프 카라 얀이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들더니 갑자기, "아! 큰일났다! "라고 말했다. 검은 군단이 오고 있었다. 아치가 큰 자양화 꽃다발을 안고 선두에 서 있다 겐지는 눈에 잘 띄는 짙은 보라색 꽃을 안 고 있다. 구니는 자기 엄마가 키우는 제일 좋은 달리아 꽃 다발을 안고 있다. 프라슈라이트는 패튜니어를 한줌 쥐고 있고, 스루키는 한다발의 동백꽃을 아주 소중히 들고 있다. "더 예쁜 꽃도 있지만." 아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서둘러 오느라고요. 자, 받으세요." 아치가 먼저 자양화 를 차 안에 넣었고 스루키는 정중하게 동백꽃을 폴리 워커 에게 바쳤다. 다른 아이들도 꽃을 넣어주는 바람에 그녀는 꽃으로 온통 싸이게 되었다. "당신들이 결혼한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아치가 설명했다. "결혼하려면 꽃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검은 군단 을 비상소집했어요." 폴리 워커가 아치를 끌어안고 입맞췄다. 아치는 처음엔 당 혹스러워하더니, 그녀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하자 안 심하는 눈치였다. 클리프 카라얀은 차에 시동을 걸고 차도 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안녕!" 하고 모 두에게 소리를 질렀으며, 폴리 워커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 렸다. 에이프릴은 상냥하게 아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잘했어. 하지만 그녀가 나이애가라 폭포를 멈추지 않 는 한, 손수건을 갖다 주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라." 검은 군단은 대단히 만족하여 떠들어대면서 언덕 위로 뛰어 갔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집을 향해 걸었다. "내게 미리 말했어도 좋았잖아." 다이나는 뾰로통해져서 말 했다. "나중에 깜짝 놀래 줄 생각이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런데 나도 정말 놀랐어. 실은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그러더니 좀 꺼림칙한 표정으로 길에 있는 돌멩 이를 힘껏 걷어찼다. "언니, 폴리 워커가 얘기한 거 사실일까?" "물론이야. 한마디도 남김없이, 정말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 이제 좀 윤곽이 잡히지 않아? 회색 모자를 쓴 마르고 검은 피부의 남자는 프랭크 라일리 야. 그는 사건 현장에 있었어. 하지만 샌퍼드 부인을 그가 쏜 것은 아냐. 폴리 워커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녀가 쏜 건 허버트 백부님의 그림이었어. 그녀에게 그런 위험한 물 건은 어울리지 않아. 누군가 식당에서 총을 쐈고 그것이 부 인에게 명중했어. 45구경으로. 아주 총을 잘 쏘는 사람이야. 언니, 꽤 많은 사실을 알아냈어."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야." 다이나는 우울하게 말했다.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볼 것도 못 돼. 아직 모르는게 많으 니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곧 다 잘될 거야. 모르는 건 단 한가 지뿐이니까." 다이나를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우린 이제 한 가지만 알아내면 돼. 식당에서 샌퍼드 부인 을 쏜 사람이 누군지만....." 제 23장 첫번째 3달러짜리 매니큐어는 대성공이었다. 머리도 예쁘게 손질했 다. 세 아이는 저녁식사 시간 동안 줄곧 엄마의 모습을 먰 을 잃고 보고 있었다. 빌 스미스가 이 모습에 감동하지 않 을 리가 없어. "에스텔은 정말 멋있게 해주었어." 엄마는 세 아이의 칭찬에 답했다. "특히 내 손톱 말야. 전에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해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녀는 다이나와 에이프릴에게 손을 흔 들어 보였다. "이 색깔 마음에 드니? 처음 발라 보는 것인데, 에스텔이 권해 주더구나." 에이프릴과 에스텔이 함께 골랐다. 은은하게 빛나는 분홍장 미 빛이다.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엄마의 얘기가 계속되었다. "며칠 쉴 거니까 내일 저녁엔 모두 함께 시내에 나가서 식 사를 하고 연극을 구경하자."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빌 스미스를 식사에 초대했다는 것을 지금 말하면 좋겠느냐고 다이나가 묻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희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이나 의 눈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해봐." "저어, 엄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건 최고의 계획이에요. 하지만 엄만 항상 바쁘시잖아요. 그러니까 하루쯤은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 요, 넷이서만. 난 그게 훨씬 즐거워요." "저도요." 다이나가 힘주어 찬성했다. 아치가, "나도 찬성!" 하고 말을 맞추었다. "정말?"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세 아이는 힘주어 고 개를 끄덕였다. "아주 기특한 소리를 하는구나! 좋아, 그럼 집에서 지내도 록 하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겠구나. 뭘로 할까 ....... ?테이크?" "내가 먹고 싶은 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전의 그 멋지고 고풍스러운 미트 로프예요. 진한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그리고 머랭이 듬뿍 들어 있는 레몬 파이." 다이나가 요구 했다. "그리고 비스킷." 아치도 끼었다.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정말 별나구나. 더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제일 좋은 극장 에 가자니까 집에서 먹자고 하고,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겠 다니까 미트 로프를 먹겠다니." 다이나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하지만 우린 먹고 먹고 싶은 걸 먹을래요." "게다가...." 아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테이블 밑에서 발로 아치를 걷어찼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빌 스미스 씨가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하고 말 할 게 뻔했다. "게다가 뭐?" 엄마가 말했다. "게다가 우린 엄마를 사랑하고 있어요." 아치는 이렇게 얼 버무리고, 누나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오늘밤엔 내가 접시를 닦으마." 엄마가 말했다. "안돼요. 모처럼 매니큐어를 발랐는데." 에이프릴이 강력하 게 말렸다. "거실에 앉아서 아동심리학을 연구하세요." "저희를 바르게 퓾키우고 싶으시죠?" 다이나가 덧붙였다. "그렇고말고." 아치가 말했다. "그거 알아요? 엄마, 그거 알아요?" 에이프릴은 엄중히 감시하려고 했지만 아치는 반대쪽을 보 고 있었다. 테이블 끝에 가 있어서 발로 찰 수도 없었다. 에이프릴은 일어서서 사용하지 않은 은식기를 급히 모으기 시작했다. "스미스 씨가 엄마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요?" 엄마는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아니 뭐라든?" 이때 이미 에이프릴은 아치가 있는 곳에 가 있었다. 왼쪽 등의 날개죽지 뼈 바로 아래를 경고의 의미로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말했다. "빌 스미스는 엄마가 머리가 좋은 훌륭한 부인이라고 했어 요. 마치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듯이." "아치. 접시를 날라라." "싫어!" 아치는 모욕당한 것이 분했다. 그냥 도망치려고 했다. 에이 프릴이 손을 뻗어 아치의 머리카락을 잡으려 했다. 아치가 갈비뼈를 간지러서 에이프릴은 은그릇을 모두 바닥에 떨어 뜨렸다. 다이나가 그들을 떼어놓으려고 테이블 주위를 돌아 온 순간 아치의 발에 걸려 세 사람 모두 바닥에 쓰려졌다. "크다고 못살게 굴지 마!" 아치가 소리쳤다. "이 악당!" 에이프릴이 고함질렀다. "모처럼 머리를 손질했는데." "안돼. 애들아." 엄마가 소리질렀다. 다이나는 아치를 잡고 있었다. 엄마는 에이프릴에게 달려든 순간, 리본에 걸려 큰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때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갑자기 그 자리가 조용해졌다. 네 사람은 놀라서 고개를 들 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식사하는 동안 현관문을 열어 놓았 었다. 빌 스미스가 출입문에 서 있고, 현관 밖에는 두 남자 가 서 있었다.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제일 빨리 정 신을 차린 건 다이나였다. "천만에요." 하고 정중히 말하고는 재빨리 일어서서 엄마가 일어나는 걸 도와주며 뒷머리를 살짝 밀어넣어 주었다. "우린 항상 식사후에 운동을 한답니다." 에이프릴이 시치미 를 때며 말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죠." "어서 들어오셔서 차 한잔 드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아치, 커피 쟁반을 가져와." 다이나가 경고 표시로 한번 꼬집자 아치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빌 스미스오끑 함께 방에 들어온 두 남자 중 한명은 전에 회색 옷을 입고 왔던 침착한 모습위 남자였다. 또 한 사람 은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 어딘가 기분나쁠 정도로 낯익은 느낌이 든다. "아시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 왔습니다만." 빌 스미스가 말했다. "댁의 영리한 다이나가 스파이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다. 다른 두 사람 도 싱글벙글 하고 있다. 마리안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스파이가 아니에요. 팻 도너반이에요. 팻!" 그녀는 양손을 펴고 달려갔다. "마리안!" 눈에 미소를 띄우며 그 남자가 말했다. 그녀의 양손을 잡았다. "당신도 어리숙해졌군요. 나이도 들고. 요 몇주간이나 나를 보아 왔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빌 스미스가 회색 옷의 FBI 요원을 소개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중단되었다. 마리안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사람 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엄마," 에이프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 사람은 진짜 스파이에요. 언니가 잡았어요." "그런 일이 잇었니?" 마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말투였다. "정말이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처음엔 이 사람이 자신은 피터 데즈먼드라고 했고 나도 그 렇게 믿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피터 데즈먼드일 리가 없 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날은 춥고 안개가 끼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총소리를 들었고요." "그리고 이 사람은 이상한 물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아치 가 쉰 소리를 내며 말했다. "누나가 그러는데 기름으로 물을 그린다고 했어요." 하며 쟁반을 테이블 위애 놓았다. "만일 이 사람이 피터 데즈먼드가 아니라면 -- ." 에이프릴 이 맹렬히 대들었다. "그럼, 누가 에이먼트 폰 헤이네죠?" 제 23장 두번째 회색 옷의 나꼚자가 웃으며 말했다. "댁의 자녀분들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진지하군요 ." "예, 그런 것 같아요."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그녀 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따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누가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하고 덧붙였다. "팻 도너반에게 속을 리는 없을 텐데. 아무리 가짜 수염을 달았다 해도." "가짜 수염이 아닙니다." 팻 도너반이 화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른 겁니다." 다이나는 처음엔 영문을 몰라 하고 있었지만, 점차 자기가 조롱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더니 곧 화가 난 것 같았 다. 가만히 서서 일동의 모습을 살피며 귀기울여 듣고 있었 다. 다이나는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화가 나면 몹시 화를 낸다. "당신은 이분을 아시는군요, 카스테어스 부인." 회색 옷의 남자가 말했다. "물론 잘 알죠. 내가 시카고의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 이 사람은 시카고의 다른 신문사에 있었어요. 몇년 전의 얘 기죠. 내 결혼식 때에는 신랑의 들러리였어요. 그리고 나서 파리에서 만나고, 마드리드에서 만나고 베를린에서도, 상해 에서도 만났습니다. 벌써 몇 년이나 만나지 못했지만, 어디 서 만나도 못 알아볼 리가 없을 텐데." "턱수염만 없다면." 팻 도너반이 보충했다. "이름을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리안이 말했다. "덕분에 나는 프랑스어로 말하느라 애쓰고, 서툰 그림을 비 평하기도 하느라고 애먹었어요." "그다지 서툰 그림은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의 프랑스어만 큼은요." 팻 도너번이 말했다. 그 즈음 다이나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우리 엄마의 프랑스어는 능숙해요. 그리고 도너반 씨, 레 즈먼드인지, 데그랑주인지, 폰 헤이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만. 당신은 거짓말쟁이군요!" "다이나." 마리안이 타일렀다. "저, 다이나 누나. 그거 알아? 그거 알아?" 아치가 말했다. "잠자코 있어." 다이나가 아치에게 말했다. 그리고 팻 도너 반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에겐 거짓말을 늘어놓고, 이젠 우리 엄마의 프랑스어 비 평을 하시는 건가요?" "그거 알아?" 아치가 쉰 소리로 말했다. "누나, 들어 봐. 이 사람이 피터 데즈먼드일 리가 없어. 왜 그런지 알아? 피터 데즈먼드는 '가제트' 만화에 나오는 남 자야. 수십 개 국어를 말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변장할 수도 있는." 다이나는 생각해 냈다. "나도 가제트는 읽었어." 하고 차갑게 말했다. 이번엔 자기 자신에게도 화꼆가 났다. 저런 꾸며낸 얘기를 곧이듣다니!" "다이나." 팻 도너반이 말했다. "사정을 모두 얘기할게...." 마침 엄마 책에서 읽은 대사가 생각났다. "죄송하지만 서꾦명은 듣지 않겠어요, 아무개 씨. 더 중요 한 일이 있어서요." 하고는 발길을 돌려 식당으로 들어가 접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이나!" 마리안이 부르며 뒤따라가려고 했다. 에이프릴이 엄마를 말려 소파로 되돌아오게 했다. "아동심리학 책에 나와 있잖아요. 화낼 만큼 화내게 하고서 나중에 타일러야 해요. 아치나 나나 마찬가지예요." 마리안은 한숨을 쉬고 도로 앉았다. 오랜 경험에서, 에이프 릴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 팻 내게 설명해 주세요." 마리안이 말했다. 다이나는 접시르 나르느라 식당에서 부엌으로, 다시 부엌에 서 식당으로 왔다갔다했다. 식당의 대화에는 일체 귀를 기 울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야기가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접시를 한 장씩 나르기로 했다. "---파리에서 폰 헤이네를 만나---." 다이나는 소금통과 후 추통을 치웠다. "---턱수염 같은 건 금세 자라니까---." 테이블 보를 털어 다시 깔았다. "---그런데 샌퍼드 부인의 속셈이---." 이쯤 되자, 이제 식 당에 머무를 구실이 없어졌다. 부엌에 가서 설거지통에 비 누와 따뜻한 물을 담으며 가출할 계획을 세웠다. 은그릇 정 리를 할 때 에이프릴이 부엌에 들어왔다. "언니, 저 사람은 스파이가 아니고 신문기자야. 책도 쓴데. 스파이 책을." "컵을 좀 닦아 줘."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이 행주를 들었다. 아치가 부엌으로 뛰어들어와서 말했다. "있잖아, 다이나 누나! 그거 알아?" "후지를 좀 꺼내 줘." 다이나가 말했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말없이 일을 했다. 다이나는 접시를 닦고 냄비들을 치웠다. 에이프릴이 흘끗 쳐다보았다. 다이 나는 팻 도너반의 일따위는 절대 묻지 않을 모양이다. 아치 가 돌아와서 휴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물을 그린대!" 하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아치," 다이나가 차갑게 말했다. "냄비를 좀 넣어 줘. 그리고, 에이프릴. 방금 닦은 잔에 찌 꺼기가 남아 있어." 에이프릴고끑 아치가 시선을 교환하고 한쪽 눈을 감았다. "아치,"에이프릴이 말했다. "그 사람 책은 분명 베스트셀러가 될 거야. 영화로 만들어 질 지도 몰라." "그럴 거야." 아치가 힘주어 말했다. "신문사에 근무하는 척하며 전유럽을 스파이를 쫓아 돌아다 니는 얘기니까." "그리고 그 에이먼트 폰 헤이네와 아는 사이가 되는 대목 말이야. 정말 멋져! 난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눈데 말야." 다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굉장히 머리가 좋은 가 봐." 하고 아치가 말했다. "그런 남자의..., 아무개 씨를...." "도너반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빨리 말하는 게 아냐." 에이프릴과 아치는 한쪽 눈을 감아 보이며 한 번 더 신호를 보냈다. "어머, 언니. 듣고 있는 줄 몰랐어." "듣고 있지 않아." 다이나가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지 마." 잠시 아무 말 않고 있다가 아치가 먼저 이눛을 열었다. "어쨋든 나라면 저 사람은 상당히 머리가 좋았다고 말하겠 어." 제 23장 세번째 "우스운 건, 그가 언니에게 얘기한 것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는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저렇게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턱수염을 기르고, 에이먼트 폰 헤이네처럼 보이기 위해 항상 소매를 늘어뜨려 왼팔에 상처가 없는 것을 누구에게도 눈치채지 못 하게 하기도 하고, 전에 말한 뉴욕의 남자와 교묘하게 수배 를 매듭지어 두고, 또 사실은 그가 폰 헤이네인데 다른 사 람인 척한다고 샌퍼드 부인이 생각하도록 편지를 쓰게 하고 그리고....." "잠깐 기다려!" 다이나가 행주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 사람이 그런 일을 했어?" 에이프릴과 아치는 태연하게 다이나를 바라보며 동시에 말 했다. "뭘?' 두 사람의 초면이 끝났을 즈음에 다이나는 자신이 화나 있 었다는 것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수배해 놓고 그런 편지를........" "아아, 그거."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은 스파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혹시 그가 폰 헤이네라고 하면 스파이들이 그에게 연락을 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 사람은 그저 수염을 기 르고, 그림을 그리고, 저쪽에서 접근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던 거야." 다이나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 얘기 모두 진짜야?" "언니!"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가 언니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해?"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이나는 한번 쏘아보더니 행 주를 힘껏 자서 툭 던지며 말했다. "그런 일에는 흥미없어." 설거지통을 설거지 밑의 찬장에 던져놓고는 문가로 걸어갔다. 거기서 다이나는 발걸음을 멈 췄다. "그럼, 왜 그사람은 그렇게 도망쳤지? 그리고 그 사람은 스 파이를 한 명이라도 잡았니?" "응." 아치가 말했다. "아까부터 그 얘길 하려고 했는데 누나가 흥미 없다고 해서 ....." 에이프릴이 아치를 발로 찼다. "스파이단을 전멸시켰어. 정말이야. 언니가 FBI에 신고했기 때문에, 그 사람은 급히 도망가야 했어. 그는 일부러 FBI를 그 패거리가 있는 것으로 유인했어. 그리고 샌퍼드 부인은 스파이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대. 그 점만은 그의 추측이 빗나갔어." 숨이 차서, 여기서 한숨 돌리고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이건 아직 신문에도 낼 수 없으니까, 우리도 비밀 로 해야지만 그 사람은 곧 그 일에 대한 책을 쓸 거래. 그 리고 언니가 머리가 좋아서, 그의 꼬리를 잘 잡아서 도망치 게 했으니까, 그 공적은 모두 언니의 것이라고 말했어." "내가!" 다이나의 볼이 붉어졌다. "응, 누나야!" 아치는 흐뇑분해서 말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에이프릴은 서둘러 말했다. "그 사람이 말했어. 경찰과 FBI는 언니를 고문으로 삼아야 한다고, 언니는 일류 탐정이 될 소질이 있고, 용의자를 심 문하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어때?" "역시 우리 누나야!" 아치가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머나!" 다이나가 말했다. 볼이 빨개졌다. "난 아무 일도 안 했는데." "피터 데즈먼드의 말에 말려들지 ?고 바로 FBI에 전화를 건 것은 정말 영리한 행동이라고 그 사람이 칭찬했어." 아 치가 말했다. "하지만," 다이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건 반드시...." 하며 문 쪼긍로 눈을 주었다. "도대체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세 아이는 살금살금 부엌을 빠져나와 계단 아래 컴컴한 곳 에서 멈춰섰다. "......당신을 속인 것은 용서하십시오, 마리안. 시험해 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었거든요. 당신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면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만일 내가 알고 있었다면, 무심코 어느 삞든 누설했을지도 몰라요." 마리안이 말했다. "그린까 그 편이 좋았어요." 그녀는 웃고 있었다. 볼은 분 홍빛이다. 매우 즐거워 보였다. 회색 옷의 사나이는 이미 돌아간 모양이다. 팻 도너반은 가 장 편한 의자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빌 스미스는 그다지 편하지 않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손에 든 커피는 식었고 대단히 재미없어 보였다. "잭은 어떻게 지내요?" 마리안이 말했다. "언제 만났죠?" "잭 자스터스? 일년 전쯤 시카고에서 만났어요. 잘 살고 있 어요, 굉장한 금발 미인과 결혼해서. 저, 블루 섬에서 창고 가 불탔던 날 밤의 일을 기억해요?" 마리안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잊을 수가 있겠어요!" "끄리고 나서 앨머한테서 무슨 소식 있었어요?" 팻 도너반 이 말했다. "결혼했어요. 인디아나에서 가솔린 스탠드 체인점을 경영하 는 사람과." "그거 놀랐는데. 그녀가 호텔 하녀로 입주해 특종 땄던 일 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요...." "신문기자 일은 꽤 재미있겠군요." 빌 스미스가 부자연스런 말투로 말했다. "아주 특별하죠." 마리안이 말했다. "팻, 짐이 비행기를 이용한 밀수단 기사로 대특종을 냈던 것 기억하시나요?" "포 사이트의 일? 물론 기억하고 말고요! 그는 어떻게 되었 을까?" "미시건에서 신문사를 경영하고 잇어요." 마리안이 말했다. "아주 잘 돼요. 그리고, 팻......" "여러 흥미 있는 사람들을 만나시겠군요." 빌 스미스는 커 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전보다 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팻이 말했다. "마리안, 하바라에서 만났던 금발의 백작 부인 기억해요? 길들인 표범을 코걸이를 해서 사슬에 묶어 끌고 다녔었지." "말씀중에 죄송합니다만." 빌 스미스가 일어섰다. "그럼, 이만 늦어서...." 구석에서 다이나가 에이프릴을 꾹꾹 찔렀다. "질투를 하고 있어!" 소곤대는 목소리가 매우 즐거운 듯하 다. 에이프릴이 아치글 쿡 찔렀다. "방으로 뛰어가, 쭭발리. 그리고 소리질러! 큰소리로! 계속 !" "왜?" 아치는 반쯤 계단을 올라가면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도깨비가 나왔다고 해." 에이프릴이 몰아냈다. 거실에서는 마리안이 일어서며 말했다. "어머, 스미스 씨, 돌아가시는 거예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지만." 빌 스미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이때 아치가 소리를 질렀다. 에이프릴은 안심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빌 스미스는, "그렇지만 내일 저녁시간에 찾아뵙죠." 라고 말해 버렸을 것이다. 다이나는 한걸음에 위로 올라갔다. 에이프릴은 난간 뒤에 숨었다. "엄마, 아치가 헛소리를 해요!" 다이나가 소리쳤다. 엄마는 이미 계단을 반쯤 오르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생글 거리며 나타났다. "마리안!" 빌 스미스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의 소리가 들려왔다. "꿈을 꾼 거에요. 안녕히 가세요, 스미스 씨." 에이프릴은 갑자기 즐거운 듯이,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 했다. "그리고 내일 저녁엔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잊지 마세요." 그 렇게 말하고는 현관으로 안내해 갔다. "응, 물론." 빌 스미스의 눈은 계단을 향하고 있다. 에이프 릴은 문을 열어 주었다. "정말로 2층은 괜찬륚?아?" "네," 에이프링니 쾌할하게 말했다. "늘 도깨비가 나오는걸요.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아무래도 두세 마리쯤 눌러 살고 있나 봐요. 안녕!" 마리안이 내려온 것은 에이프릴이 막 문을 닫았을 때였다. "스미스 씨는 돌아가셨어요, 엄마." "실례를 했구나." 마리안이 말했다. 머리칼을 한번 매만지 더니 앉았다. "도무지 요즘 아치가 하는 짓은 이해할 수가 없어." 에이프릴은 모퉁이를 돌아 계단으로 왔다. 다이나와 아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다 잦춰졌어. 연적도 나타나고." 에이프릴이 기쁜 듯이 속삭였다. "이제 나도 가봐야겠어요." 팻 도너번이 말했다. "내일 저녁식사 함께 하지 않을래요?" "드디어 본격적이구나." 다이나가 속삭였다. "머리도 손질하고, 매니큐어도 새로 바르고, 미트 로프는." 세 아이는 기대에 부풀어서 귀를 기울였다. "모처럼의 초대지만." 도너반이 말했다. "난 심야 비행기를 타야 해요. 에드너와 아이들이 내가 이 일을 마치기를 반 년 동안이나 기다려 왔거든요." 세 아이는 발소리를 죽이고 위로 올라갔다. "괜찮아." 에이프릴이 위로하듯 말했다. "오늘밤 빌 스미스의 눈빛으로 봐서는 우리의 지혜나 엄마 의 아름다운 모습만 있으면 질투심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아." 제 24장 첫번째 카스테어스 삼남매는 화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흥분이 되어 더 이상 잘 수가 없었다. 뭔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가 쉬는 날이라던가, 말을에 서커스 단이 들어와 있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셋은 엄마를 깨우지 않도록 살금살금 걸어 내려갔다. 한 시 간쯤 더 자게 두면 저녁식사 때에는 보통때보다 더 예뻐 보 일 것이다. 아침식사를 한참 하고 잇던 중에 에이프릴이 묘안을 생각해 냈다. 포크를 놓고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다이나 언니! 훌부룩 씨의 따@" "응?" 다이나와 아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그 여자의 사진을 봐야 해." 에이프릴이 말했다. "오느." 잠시 말을 멈췄다. "스트립 극장의 스타야. 아니 -- 스타였는 지도 모르지." "였다고?" 다이나가 앵무새처럼 따라 말했다.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베티 리모도 스트립 극장의 스타였어." 에이프릴이 극적인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만일 그녀가 홀부룩 씨의 딸이라면." 다이나가 우유를 잘못 넘겨 재채기를 했다. 아치는 다이나 가 숨을 쉴 때까지 등을 두드려 주었다. "홀부룩 씨의 집은 어디야?" "워싱턴 드라이블 위쪽이야." 다이나가 대답했다. "여기서 4구역쯤 떨어진 곳이야. 가정부가 있는데 아주 심 술쟁이야. 조엘라와 내가 전에 PTA 가든 파티의 티켓을 팔 러 갔더니, 우리를 15분이나 세워놓고 사지 않는 이유를 설 명하는 거야." "잘됐어. 아주 운이 좋은걸." 에이프릴은 포크로 계란 부침 을 집으며 말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가보자. 언니와 아치가 초인종을 누르 고 그 가정부에게 농촌 잡지 예약이라도 권유해. 그 사이에 나는 뒷문으로 숨어들어가 사진을 찾을게." "훌륭해." 아치는 대단히 즐거워했다. 다이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잡히면?" "그땐 감옥에 가는 거지, 뭐. 그런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잡히지 않고 감뽁같이 사진을 보고 올 거라고 생각해 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찾고 있는 동안 내가 그녀를 잘 잡아두면 잡히지 않아. 그 집엔 멋진 화단이 있으니까, 나는 프라슈라이트의 개를 빌 려서 데리고 가면 돼." 아치가 자신있게 말했다.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너는 천재야. 내 잼까지 먹어도 좋아." 아치는 코웃음을 치며 잼을 집어 왔다. "이 잼을 누나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에이프릴. 오늘은 화요일이야."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 다른 때와 같잖아." 에이프릴 이 말했다. "비가 오는 날도 아니잖아. 항상 토요일이었거든." 아치도 말참견을 했다. "조용히 해." 다이나가 화를 냈다. "오늘은 화요일이야." 에이프릴과 아치는 다이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구동성으 로 "그래서?" 하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해버렸을 때하는 의식이 소란스럽게 행해졌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화요일이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어?" "화요일에는 방과후에 체조를 하잖아." 다이나가 말했다. "4시 반까지는 나올수 없어." "항상 말썽이라니까." 에이프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체조를 하지 말자." "안돼." 다이나는 힘없이 말했다. "이번 학기에 벌써 세 번이나 빠졌어. 한번은 아치가 로저 스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을 때이고, 또 한번은 날씨가 너 무 좋아서 수영하러 갔었고. 또 한번은......" "잠깐! 됐어. 언니가 발목을 삔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다이나는 반사적으로 발목을 보았다. 무사하다. "아치," 에이프릴이 말했다. "반창고 가져와. 걸 스카우트의 응급처치 교육도 쓸모가 있 군." 다이나는 잠시 어리벙벙해 있었다. 10분 뒤, 에이프릴은 다이나의 발목에 그럴듯하게 붕대를 감았다. "그런데 집을 나갈 때 엄마는 아직 자고 있을 테니까 조퇴 서를 쓰지 못할 거야. 하지만 체조 선생님은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니까 다음 체조시간에는 잊어버릴 거야. 기억한다 해 도 그땐 이미 엄마한테 모든 걸 설명할 수 있겠지." 다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4시 정각에 홀부룩 시 댁에 도착하는 거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절룩거리는 거 잊으면 안돼." 4시 2분 전, 다이나와 아치는 워싱턴 드라이브에 있는 그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었다. 다이나는 그럴듯하게 다리를 절고, 아치는 프라슈라이트의 큰 잡종 갈색 개를 끌고 있다. 에이프릴은 두 사람과 나란히 골목길를 빠져나왔다. "농민일보라도 구독한다고 하면 곤란해지는데." 다이나가 중얼거렸다. "내일 다시 신청서를 가져온다고 하면 돼." 아치가 일러줬 다. "그리고 내가 삼손을 풀어 놓을게. 그렇게 되면 그 여자도 바쁠 거야." 다이나는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정문 쪽 도로를 돌고, 에이프릴은 뒤쪽 숲속에서 기다렸다. 홀부룩 변호사는 중간 크기의 회반죽 방갈로에 살고 있는데, 구석구석까지 잘 청소한 평범한 정원을 갖고 있으며 한쪽엔 잘 배치된 화단이 있다. 커다란 흰 고양이가 해시계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삼손이 으르렁거렸다. 아치가 줄을 세게 당기며, "조용히 해." 하고 다이나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 했다. "됐어. 삼손을 풀어 놓으면 곧 저 고양이를 뒤쫓아갈거야." 다이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키가 크고 덩치 큰 여 자가 와서 "뭐니?" 하고 물었다. "농민일보를 1년간 구독하지 않으시겠어요?" 다이나가 우물 우물했다. 여자는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농부의 아내처럼 보이니? 여기가 농가처럼 보여?" "아니에요." 다이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열 집 예약을 받으면 진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얻을 수 있 어요." 아치가 말했다. 그 여자의 입술이 험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농민일보를 신청하지 않는 이유와, 요즘 건 방진 아이들이 예약을 받으러 다니며 이웃에 폐를 끼치는 것과, 그리고 일반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는 등 의 애기를 10분간 늘어놓았다. 끝으로. "자, 그 개를 데리고 돌아가거라." 하고 말했다. 다이나는 곤란했다. 에이프릴은 아직 집안에 있다. 밖으로 나왔으면 바로 골목에서 신호를 보낼 텐데, 아직 아무 소리 도 들리지 않는다. 홀부룩 시의 가정부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 했다. 아 치가 삼손을 풀어놓았다. 삼손은 고양이를 목표로 달려들고 고양이는 비명을 지르며 도마였다. 아치와 다이나는 가정부 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혼란이 넉넉히 5분은 계속되었다. 가내 전신주의 중간까지 고양이는 올라가고, 삼손은 그 아 래에서 맹렬히 지족 있었다. 가정부는 다이나와 아치에게 고함을 쳤다. 다이나와 아치도 그저 의미없는 소리를 지르 고 있었다. 제 24장 두번째 한참 소란한 중에 에이프릴은 옆 창문으로 빠져나와 모두가 있는 곳으로 와서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치! 지금 뭐하고 있어. 저렇게 무서운 개가 저 작은 고 양이를 슛게 하다니!" 작은 고양이는 벌써 전신주 끝까지 올라가서 삼손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에이프릴은 삼손의 줄을 잡아 아치에게 건네주며 엄하게 말 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지금 당장." 아치는 아직도 으르렁거리는 삼손을 끌고 재빨리 사라졌다. 다이나는 아치의 뒤를 따랐다. 에이프릴은 가정부에게 동정 하는 듯이 이렇게 말하고 재빨리 물러나왔다. "소방서에 전화를 거시는 게 좋겠어요. 저 고양이는 혼자서 는 내려올 수 없을 테니까요." 에이프릴이 다이나와 아치에게 합세했다. "어떻게 뺮어? 찾았어?" 다이나가 추궁했다. 에이프릴은 고 개를 끄덕였다. "찾았어. 있을 거라고 짐작했던 책상 서랍에 있어어. 증거 물이 안된까 그냥 두고 왔어." "되지 않는다고?" 다이나가 물었다. 에이프릴은 한숨을 쉬었다. "훌부룩 씨의 딸은, 사진으로 보니 유리구슬과 공작 깃이 아주 잘 어울릴 만한 타입이야. 하지만 큰 몸집에 금발이고 좀 뚱뚱한 타입이었어. 아치가 베티 리모를 닮지 않은 만큼 그녀도 베티 리모와 닮지 않았어." 다이나는 에이프릴을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치 가 삼손의 줄을 놓아 주었지만 삼손은 젼혀 활개칠 기분이 나지 않는지 자기 집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가버렸다. "그럼, 고양이를 전신주 곡대기까지 쫓아 버리고, 난 하루 종일 다리를 절며 다녔는데 그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들어 봐." 에이프릴이 말했다.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잖아. 베티 리모는 홀부룩 씨 의 딸이 아니라는 것 말이야. 홀부룩 씨가 그녀를 죽인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누가 부인을 실제로 죽였는 지만 알아내면 돼." 다이나는 기분이 언짢아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 그 붕대를 풀어 버리자. 집에 가서 엄마에게 들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하니까." 붕대를 푸는 것으놽 꽤 힘들었으 며, 푸는 방법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에이프릴은 아치의 보이 스카우트 칼을 빌려 옆에서 끊으려 했다. 하지만 끊어 지지 퀮낳았다. 다이나는 아세톤을 발라 느슨하게 하자고 했다. 에이프릴은 아세톤의 여기에 있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아치가 부아가 나서 반창고 끝을 잡고 잡아당겼다. 다 이나는 딱 한 번 비명을 질렀다. 붕대가 풀렸다. 다이나는 신발을 신고, 일동은 집으로 향했다. "다리 절지 않아도 돼." 현관에서 에이프릴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버릇이 되어버렸어." 다이나가 우울한 듯 중얼거렸다. "난 평생 절룩거리게 될 거야. 네 탓이야." 셋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조리대 위에는 커다란 레몬 파이 가 있었다. 미트 로프는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되 어 있었다. 그 멋진 냄새! 그 옆에는 부채 모양으로 자른 감자 스투가 준비되어 있고, 양파 스프가 약한 불에서 보글 보글 끓고 있다. 에이프릴은 황홀한 듯 냄새를 맡으며 말했 다. "야, 최고다!" 젠킨스와 잉키와 스팅키는 부엌 마루 위에 앉아 군치을 삼 키며 조리대를 바라보고 있다. 근사한 샐러드 재료가 싱크 대 위의 선반에 올려져 있다. 비스킷은 모양을 만들어 놓았 으므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된다. "에이프릴!" 다이나는 기쁜 듯이 말했다. "이제 그 사람은 홀딱 빠져 버릴 거야." 에이프릴이 인상을 찡그렸다. "잠깐! 세탁기 소리 아냐?" 세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전기 세탁기였다. 엄마는 휘파람 으로 '구식 97형 기차의 전복'을 크고 쾌활하게 부르고 있 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에이프릴이 뒤뜰로 뛰어들었 다. 다이나와 아치가 곧 뒤따라갔다. 베란다를 지나자 질려 서 말했다. "엄마!" "어머, 어서들 오너라." 엄마가 말했다. "날씨도 좋고, 시간도 남고 해서 낡은 모포를 빨았어. 이제 다 빨았으니 너는 걸 좀 도와주겠니?" "하지만,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는 매니큐어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엄마는 다이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떨구 고 말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 엄마는 손을 보았다. 세 아이도 보았다. 큰 맘 먹고 칠한 메니큐어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제 25장 첫번째 "에스텔에게서 똑같은 색의 매니큐어를 사와서 정말 다행이 야." 이렇게 말하더니 에이프릴이 또 엄하게, "엄만 나이값도 못해!" 하고 말했다. "아직 젊어서 생각이 부족해서 그래." 엄마는 솔직히 말했 다. "정말 미안하구나. 다신 안 그럴게." "가만히 계세요." 에이프릴이 큰소리쳤다. 마리안은 자신의 손톱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이제 본래되고 됐어요."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고맙구나." 엄마가 말했다. "넌 매니큐어를 새로 발라주고, 다이나는 모포를 널어 주니 정말 고맙다. 난 깜빡 매니큐어 바른 걸 잊어 버렸어. 게다 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모포라도 빨아야겟다고 생각하신 거죠?" 에이프릴이 말했 다. "마루에 페인트를 칠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다행이에 요.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은 곤란한 법이에요!"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말했다. "에이프릴, 내가 좀더 현실적으로 된다면 너희들이 나를 더 좋아할까? 난 현실적이 되려고 하느놽 거야." 에이프릴은 남은 손톱을 마져 발랐다. "여기에서 어떻게 더이상 좋아할 수 있겠어요." 하고 천천 히 말했다. "자, 가만히 계세요. 다 마를 때까지 아무것도 만져서는 안 돼요." 엄마는 손가락을 쫙 펴고 가만히 앉아서 얌전하게, "알았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모포를 빨 생각도 해선 안돼 요." 에이프릴은 엄마의 머리핀을 빼며 말했다. "예, 예." 엄마는 역시 얌전하게 말했다. "그리고 머리를 빗어 드릴 테니까 가만히 계셔야 해요. 움 직이면 안돼요. 그리고 오늘 저녁식사 때에는 제일 좋은 실 내복을 입으세요. 목 주위에 레이스가 달려 있는 회색빛이 나는 장미색 옷으로요." 도대체 빌 스미스가 온다는 말을 어떻게 엄마에게 전해야 하지? "글쎄......" 엄마는 말했다. "하지만 요리를 하면 얼룩이 질지도 몰라." "오늘 요리는 다되었어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미트 로프는 다 마꼌들어 놨고, 그레이비는 이중냄비에 담 겨 있고, 샐거드도 완성되어 있고. 수프는 이제 그릇에 담 기만 하면 돼요. 부채꼴의 감자는 오븐에 넣어져 있고, 아 치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어요." 에이프릴은 마지막 핀을 꽂고 솜씨를 검사하려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낡은 핑크 플란넬 실내복을 걸치고, 매니큐어를 말리기 위 해 양손을 부채처럼 펴고 얼굴에는 콜드 크림이 남아 있어 서 반짝이지만, 엄마는 굉장히 예뻐 보였다. 에이프릴은 숨 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머나, 엄마." "엄마가 어떤데?" 마리안이 물었다. 에이프릴은 싱글벙글했다. "손톱이 다 마를 때까지 움직이면 안돼요. 그리고 그 머리 랑, 실내복이랑, 그 매니큐어랑, 미트 로프에 잘 어울리도 록 화장도 정성들여 하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셋 다 가출할 거예요." 마리안이 웃었다. 에이프릴도 지난 일을 생각하며 웃었다. 아치가 몹시 화를 낸 끝에 가출하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일 이다. 그때 엄마가 아치를 돕겠다고 나섰다. 아치의 물건 중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큰 스카프에 싸서 막대기에 꽂 아 어꾞깨에 지도록 묶어 주었다. 아치는 자기가 놀림당한 다고 여기고 더룩 화를 냈다 결국 아치와 엄마는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가출을 했는데, 그 가출은 세 편의 여오하를 동 시 상영하는 영화관에서 끝이 나고, 두 사람은 밤 9시에(걱 정하고 있던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한숨 돌렸지만) 햄버거 스테이크를 실컷 먹고 희희낙락하며 둘아왔었다. "걱정 마세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가 가출할 때에는 엄마께 동행해 달라고 할게요. 하지 만 잊으면 안돼요. 화장이든 뭐든 다. 그럼, 난 언니 일을 거들겠어요." 에이프릴은 문가에서 뒤돌아 한번 더 쳐다봤다. 갑자기 가 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자기들이 하는 일이 진실로 엄마가 바라는 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정 말로 그 호남자인 반장을 남편으로 삼아서 행복해진다는 걸 알고 있다면! "왜?" 엄마가 물었다. "저," 에이프릴이 말했다. 복받치는 뜨거운 것을 삼켰다. "속눈썹도 붙이세요. 그리고 이제 곧 손톱이 마를 테니까. 수돗물을 계속 틀어놓고 식히면 좋아요. 그럼 오래 가거든 요." 에이프릴은 식당으로 내려가 점검을 했다. 아치는 기특하게 도 식탁 준비를 다 끝내 놓았다. ?탈리스만 장미를 화병에 꽂아 한가운데 놓아 둔 것은 최고의 효과를 내고 있다. 새 양초, 잘 닦은 촛대. 빌 스미스는 엄마의 맞은편에 앉을 테 니까 장미 너머로 보게 된다. 부엌 준비도 잘 되어가고 있 다. 다이나는 미트 로프에 버터를 바르고, 아치는 북북 소 리를 내며 무를 씻고 있다. "엄마한테 얘기했어?" 다이나가 물었다. 에이프릴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제 꽶기할 거야, 곧. 그리고 우리도 옷을 갈아 입어야지." 무엇을 입을까로 또 논쟁이 벌어졌다. 다이나는 분홍 스웨 터에 줄무늬 스커트 차림이 좋겠다고 했다. 에이프릴은 반 대했다. 에이프릴이 의견을 말했다. "언니! 하얀 물방울 무의 옷을 입고, 파란 벨트와 파란 리 본을 매는 게 어때?" "어머, 싫어." 다이나는 냄비 뚜껑을 소리나게 닫으며 말했 다. "그러면 우리가 꼭 어린 아이처럼 보이잖아." "그게 목적이야." 에이프릴이 말했다. "생각해 봐. 큰 아이들을 가진 엄마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그렇구나....! 응, 좋아 이번만." "그리고 넌," 에이프릴은 아치에게 말했다. "깨끗이 씻어!" 에이프릴은 엄마에게 손님이 올 것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 각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세 사람이 해온 일과, 그 이유도 자백해 버릴까? 안돼! 그러면 엄마가 굳어 버릴 거 야. 셋이서 마음대로 초대했다. -- 좃아 하니까. 안돼 안돼 ! 엄마가 화를 낼지도 몰라. 그가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러 면? 아냐, 그것도 안돼. 엄마의 방 밖에서 5분이나 생각한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는 장미빛 실내복을 벗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랑 하듯이 손가락을 펴보이며 말했다. "자 봐, 다 말랐지? 상처 하나 없이!" "멋져요." 에이프릴이 칭찬해 주었다. "저, 엄마." 역시 잘 해내야 한다. "반장님 말이에요 -- 빌 스미스 -- 오늘밤 이 근처에 볼일 이 있대요. 식사할 데가 없으니까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드 려도 돼요?" "에이프릴!" 엄마는 실내복을 떨어뜨렸다. 에이프릴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몇 년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엄마가 말했다. "당치 않아! 식당으로 모셔서 함께 드시도록 해야지!" "예." 하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했을 때, 위 쪽에서 문이 열리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프릴! 레이스가 달린 테이블보를 깔고 싱싱한 꽃을 좀 꽂아라." "예." 에이프릴이 대답했다. 레이스 달린 테이블보는 이미 깔아 놓아쏙, 장미꽃도 꽂아 두었다. 다이나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엄마 방을 살짝 엿보았다. 엄 마는 화장대 앞에 앉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지 극한 정성으로 눈썹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즐거운 얼굴이 란..... 장미빛 실내복과 같은 색의 꽃을 머리에 솜씨 좋게 꽂고 있다. 에이프릴은 문을 살짝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고양이여다면 좋았을 텐데." 다이나가 물었다. "어머! 왜?" 에이프릴이 빙긋 웃으며, "목으로 고로고로 하는 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하고 말했 다. 제 25장 두번째 시간이 고맙게도 잘 맞아 주었다. 테이블 위에 음식을 다 날라다 놓았을 때 엄마가 내려오고, 거의 동시에 빌 스미스 가 벨을 눌렀다. 그는 새로 맞춘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단정히 빗어 넘겼다. 옆구리에 작은 상자를 끼고 있었는데 그것을 엄마 에게 건네주었다. 식당문 뒤의 감시대에서 에이프릴은 황홀 해서 말햇다. "초컬렛이야." 엄마가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얘기를 하거나. 빌 스미 스가 초대에 대한 인사말을 하지 못하도록 아치가 잉키와 스팅키와 젠킨스와 핸더슨을 거실 바닥에 풀어 놓았다. 잠 깐 동안의 소란이 끝난 뒤, 또 그 화제가 나올까 봐 다이나 가 식당으로 가자고 말했다. 세 사람은 식당에서 나눌 대화를 미리 다 준비해 두고 있었 다. 식사를 모두 나누어 주고, 비스킷 접시가 테이블을 한 바퀴 돌자 다이나가 기쁜 듯이 말쏛했다. "어머, 엄마. 미트 로프를 아주 맛있게 만드셨군요." "아주 맛있습니다." 빌 칮스가 동의했다. 아치는 자기 차례 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엄마가 만든 비프 스테이크로 기가 막히게 맛있어." 3~4분쯤 지나 에이프릴이 말했다. "이 비스킷이 참 맛있게 구워졌어요." 빌 스미스는 세 개째의 비스킷에 버터를 바르며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건 처음입니다." "그리고 엄마는 머핀도 아주 잘 만들어요."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세 아이는 엄마와 빌 스미스가 정치와 책과 영화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입을 꼭 다물었다. 대화가 끊어질 때쯤 되자 아치는 에이프릴의 신호를 받아, "그레이비를 더 먹어도 돼요? 아주 맛있어요." 하고 말했다. "아저씨도 더 드릴까요?" 에이프릴이 접시를 빌 스미스에게 돌렸다. "엄마가 만든 그레이비는 최고에요." "그리고 스테이크 소스도." 다이나가 말했다. "꼭 한번 드셔보세요." 식사중에 마리안 카스테어스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세 아이가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다. 예의도 바른데다 말도 잘 안하고, 더구나 입을 열 면 요리 칭찬뿐이다. 아치가 잘하는, "그거 알아?" 라는 말 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고, 다이나는 비스킷을 집을 때마다, "먹어도 될까요?" 란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에이프릴이. "엄마, 이 맛잇는 샐러드 소스는 직접 만드셨어요?" 하고 물었을 때까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다이나가 끼어 들어, "물로닝야. 엄마는 항상 직접 샐러드 소스를 만드시잖니." 하고 말했을 때에는 점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냐햐면 다이나도 에이프릴도 이 샐러드 소스는 집에서 만든 게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이프릴이 아 치를 쿡쿡 찌르는 걸 본 순간 아치가 새도니 소리로, "엄마는 마요네스도 만드는걸." 하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레몬 머렝 파이가 나왔다. 이제 마리안 카스테 어스는 자신이 뭔가 큰 음모의 희생물이 된 것은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중 하나가 이 파이를 칭 찬한 다면....... 그런데 칭찬을 한 것은 빌 스미스였다. "너희 어머니는 레몬 파이를 아주 잘 만드시는구나." 테이블 너머로 마리안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빙 긋 웃었다. 마리안이 말했다. "제가 만든 생강빵을 한번 드시러 오세요." 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먼저 그를 쳐다보고, 엄마를 보았다. 파이를 다 먹자 아이들은 곧 식탁을 치웠다. 빌 스미스는 3 인분을 먹었다. "커피는 거실에서." 에이프릴이 말했다. 촛불을 쬁이자 다 이나가 커피 쟁반을 가져왔다. 커피와, 부드러운 광선과, 저 멋진 실내복을 입은 엄마의 조화! 에이프릴은 아치를 부엌으로 쫓아 보내고 다이나와 둘이서 남은 접시들을 치웠다. 아치는 투덜거렸다. "쳇, 나도 듣고 싶어." 다이나는 테이블보를 접고 테이블을 닦았다. 그리고 나서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내가 스미스 씨에게 하려고 준비했던 말을 깜빡 잊었어 -- 매일 밤 혼자 식사를 하시니 쓸쓸하죠? 하고 말하려 했는데." "괜찮아." 하고 에이프릴이 말했다. "모든 게 잘 되눀어가고 있으니까."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거실로 앞서 걸어갔다. 다이나와 아치는 까치발로 걸 어가서 귀를 기울였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났다. "정말로, 빌..." 그리고 나서 그의 목소리. "아주 중요한 얘깁니다. 마리안, 꼭 들어주십시오....." 그 때. 바깥에서 벨이 울렸다. "제가 나갈게요." 에이프릴이 크게 소리쳤다. 거실을 통과 해서 현관문을 열었다. "아마 신문배달부일 거예요." 신문배달부가 아니었다. 오헤이어 경사였다. 아주 근심스런 얼굴이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다. 둥근 얼굴은 새빨개져 있 다. "어이, 아가씨. 저..." 그때 그는 빌 스미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에이프릴은 오헤이어 경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그 자리를 지켜보았다. 엄마는 파란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아주 사랑스럽다. 빌 스미스는 커다랗고 편안한 등받이 의 자에 앉아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진지한 빛이 눈에 넘 치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이든 오헤이어 경사에게 하려 했지만 어느 말이든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샌퍼드 씨를 발견했습니다." 오헤이어 경사가 말했다. "자기 집 차도변의 수풀에서죠. 방금 전의 일입니다. 프래 너건에게 지키도록 했습니다." 빌 스미스가 벌떡 일어나서 하마터면 커피를 엎지를 뻔했다. "죽었나?" "총에 맞았습니다.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구급차를 먼 저 부르고 본서에 연락해야겠습니다." 마리안도 벌떡 일어나. "전화는 여기 있어요." 하고 말했다. 에이프릴은 부어킁로 뛰어들어가, "자, 빨리!" 하고 속삭이 며 차도에 도착하기 전에 에이프릴은 대강 설명을 해주었다. "아치, 경찰이 한 명이 지키고 있어. 네가 딴 데로 유인해 봐." "좋아." 아치가 말했다. 그리고 관목 숲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샌퍼드 가의 잔디밭을 가로질러 조심 조심 차도로 다가갔다. 차도 근처에 와서 보니, 경찰 한 명 이 서 있었는데, 그 발 밑에 축 늘어진 사람이 모포에 싸인 채 누워 있었다. 갑자기 숲속에서 기분나쁘고 무서운 고함소리가 났다. 경찰 은 벌떡 일어나, 한번 둘러보더니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 다. 에이프릴과 다이나는 모포에 싸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 다. 월리스 샌퍼드가 눈을 뜨고 두 아이를 보았다. 얼굴이 창백 했다. "당신은 죽지 않아요. 오헤이어 경사가 그랬어요. 총에 살 짝 맞았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살아날 거예요." 그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 을 한번 감고 다시 떴다.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다이나가 말했다. "저," 그는 괴로운 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두 사람 모두 잘 들어둬. 플로라를 죽인 남자는...." 눈이 또 감겨 버렸다. "누구?" 에이프릴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구라고요?" 그는 아주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건 ... 몸값을 지불한 남자야. 그 남자는 그녀의..." 그 의 눈은 감긴 채 다시 열리지 퀮낳았다. 다이나는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굽혔다. "살아있어." 하고 속삭였다. "단지 정신을 잃었을 뿐이야." 숲속에서 소리가 들렷다. "경찰이 돌아오고 있어." 에이프릴이 속삭였다. "도망가자." 둘은 차도를 달려 올라갔다. 마침 둘이 문 앞까지 왔을 때, 아치가 숲에서 나왔다. 아래쪽 어딘가에서 경찰이 호각을 불었다. 빌 스미스와 오헤히어 경사와 엄마가 현관에서 뛰 어나왔는데, 바로 그때 세 아이가 뒷문으로 들어갔다. 다이나는 숨을 물아쉬며 접시 닦는 일로 돌아왔다. "위험했어!" "내 비명소리 어땠어?" 아치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아주 훌륭했어." 다이나가 말했다. "한번 더 해볼까? 응, 에이프릴 누나?" 아치가 말했다. 에이프릴은 대답하지 않았다. 부엌의 긴 의자에 앉더니 손 으로 턱을 괴엇다. "에이프릴." 다이나가 불렀다. "가만 있어." 에이프릴이 말했다.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뭔가 당혹스럽고 쓸쓸해 보였다. "난 지금 생각중이야." 제 26장 첫번째 "프래너건이 들은 건 아마 올빼미 소리일 겁니다." 오헤이 어 경사가 말했다. 어머니는 기쁜 듯이 그와 빌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쨌든 찾고 있던 샌퍼드 씨를 찾아내서 잘됐어요. 자, 커피 한잔씩 드시겠어요? 곧 끓을 거예요." "벌써 끓고 잇어요." 다이나가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다. "곧 가져갈께요." 다이나가 쟁반을 가져왔다. 에이프릴과 아치도 따라왔다. 일부러 눈에 띄도록 설탕과 크림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실 은 상활을 보러 온 것이다. 엄마의 머리는 조금 흐트러져 있고, 머리의 꽂은 장미꽃은 가엾게도 삐뚤어져 있다. 하지만 볼은 분홍빛으로 붉게 물 들고 눈은 반짝이고 있다. 빌 스미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좀 걱정스런 모양이다. 오헤이어 경사는 태평해 보였다. 세 아이에게 미소를 던지며, 다이나와 에이프릴의 앞치마를 자 기의 마음을 아느냐고 묻는 는빛으로 보며, "엄마 일을 거드는구나. 참 착한걸." 하고 말했다. 그는 싱 글거리며 뒤눀돌아서 엄마을 쳐다보았다. "아이를 기르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나는...." "아마도 아이를 아홉 명쯤 기르셨겠죠?" 하고 엄마가 말했 다. "그래서 알고 계시다는 거고요." 빌 스미스가 빙글빙글 웃었다. "당신은 천리안을 가지셨군요. 아니면 저 분이 벌써 당신에 게 말했던지, 어느 쪽이죠?" 그위 얼굴이 진지해졌다. "역시 곧 경찰서로 가봐야겠습니다. 이 커피 마시고 바로.." 오헤이어 경사는 촛불의 조명이라든가 마리안 카스테어스의 장미 무늬가 든 실내복이라든가, 빌 스미스의 단정하게 이 발한 머리를 보더니 뭔가를 깨달은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그는 말했다. "아침까지 기다립시다. 큰 상처도 아니고, 하룻밤 푹 자게 하면 그도 말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잡았으니까 마 음 놓고 축배라도 드시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빌 스미스는 떫은 얼굴로 말을 했다. 다이나가 말했다. "그 사람이 샌퍼드 부인을 죽였을 리가 없어요. 만일 그렇 다면 누가 그를 쏘았을까요?" "그리고 누군가가 경찰을 유인하려고 했엉요." 마리안이 말 했다. "그 비명소리는요," 아치가 말했다. 좀 으스대는 어조이다. "아무래도 올빼미 울음소리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 두발의 총소리를 들었는걸요." 에이프릴 이 말했다. "다이나 언니가 마침 안에 들어가서 시계를 보았어요. 감자 를 구울.." 빌 스미스가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세 아이는 듣 지 못했다. 그 편이 훨씬 좋았을지도 모른다. "자아," 엄마가 말했다. "지금은 그 사람 일은 잊어버려요. 오헤이어 경사가 말씀하 신 대로예요. 하룻밤 푹 재우는 것이 샌퍼드 씨를 심문하실 때도 더 좋을 거에요. 커피 더 드시겠어요? 그리고 내가 초 콜릿 상자를 어디에 두었더라. 오헤이어 경사님, 저녁식사 때의 레몬 파이가 한 개 남아 있을 거예요." 아치가 파이를 가지러 갔다. 에이프릴은 커피를 더 따랐다. 다이나는 초콜릿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컃. 그리고 셋은 소파네, 아치를 한가운데 끼우고 나란히 앉았다. 오헤이거 경사는 파이를 몹시 칭찬했다. 자기 아내가 만든 파이에 지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고 그는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듯붙였다. "집사람이 만든 초컬릿 케이크를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세 아이는 똑바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어싸. 엄마와 빌 스미 스느놽 서로 조심하며 시서니 부딪치지 않도록 하고 있었는 데, 엄마 볼의 부홍빛은 한층 더 짙어졌다. 오헹이어 경사 는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그는 그 자리를 빙 둘러 보았다. 촛불의 조명, 다이나와 에이프릴의 파란 허리띠가 달린 하 얀 드레스, 그리고 장미꽃 무늬의 실내복을 입은 마리안 카 스테어스의 모습. 그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빌 스미스에게 말했다. "부인도 아이들도 없다는 건 딱한 일입니다. 호텔 생활이 쓸쓸하시죠? 여러분, 안녕히 주무십시오." 다이나와 에이프릴과 아치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마 그 에게 축복을 보냈다.. 빌 스미스는 컵을 내려놓고 말했다. "마리안..." "에이프리!" 다이나가 말했다. "접시를 치워야지." 식당을 반쯤 가로질러 갓을 즈음, 빌 스미스의 목소리가. "마리안.... 예기하고 싶은 것은..." 하고 들렸을 때 전화 벨이 울렸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의 전화기로 달려갔다. 엄 마에게 온 것이었다. 매우 당황하고 흥분된 목소리였다. 엄마가 전화를 받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예? 어머! 어머, 저런, 안됐군요! 네, 곧 찾아뵙겠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스미스? 마침 여기에 계세요. 네, 네, 그렇게 할게요, 바 로." 엄마가 전화를 끊었을때에는, 이미 세 아이와 빌 스미스 반 장은 전화기 주위에 모여 있었다. "첼링턴이--," 엄마가 말했다. "또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부인이 혼자서 힘들어하고 있어 요. 그리고 무슨 이유인디, 그는 당닛륚에게 할말이 있다고 해요, 빌." "어머!" 에이프릴이 말했다. "어머, 설마!" 에이프릴은 창백해졌다. "진심이에요. 이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앗어요." "에이프릴!" 다이나가 가슴을 졸였다. 에이프릴은 손짓으로 다이나를 옆으로 오게 해서 말했다. "엄마, 엄마는 베티 리모 사건을 맡았었죠. 말해 주세요. 베티 리모의 본명은 뭐였죠?" 엄마는 어리둥절했다. "저, 저, 본명은...로즈 뭐든가....였어. 잘 기억나지 않아" "그럴 줄 알았어요!" 에이프릴이 울며 말했다.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몸값이 마침 만 오 천 달러로, 횡령액수와 같아요. 그 사람은 전에 육균에 있 었기 때문에 45구경 권총도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첼링턴 부인의 눈은 갈색이 아니라 파란색이에요." "에이프릴!" 엄마는 걱정스레 부르며 이마에 손을 짚어 보 았다. "괜찮니? 몸은 아프지 않니?" "아프지 않아요." 에이프릴이 말했다. "열은 없어요. 하지만 첼링턴 씨의 이름은 첸들러이고, 육 군 장고였으요. 그리고 로즈란 이름의 딸이 있고. 그 딸은 무대에 나갈 때 베티 리모란 가명을 썼어요. 그 딸은 유괴 되어 그 사람은 몸값을 지불하기 위해 만오천 달러를 훔쳤 지만, 딸은 결국 살해되고, 그 사람은 잡혀서 군에서도 슛 겨나고 감옥까지 가게 되었죠.. 그래서 유괴범을 찾아내리 라 뎫쏛심하고 여기로 이사와서, 저 집을 빌려서는..." "천천히 말해 봐." 다이나가 말했다. "그것이," 에이프릴이 말했다. "프랭크 라일리가 감옥에서 나온 것과 관계가 깊어요. 하지 만 돈은 그녀가 모두 빼앗아 갔음에 틀림없어요. 그래서 그 는 강도짓을 해야 했고. 그 때문에 그는 감옥에 갔거든요. 그런데 그는 감옥에서 나와 이쪽으로 왔는데, 그것이 첼링 턴 씨가 -- 아니 첸들러 대령이 00 기라디로 있었다는 확증 이 된 거죠. 그래서 샌퍼드 부인을 쐈어요. 딸이 살해당한 데다 자기도 일생을 망쳐 버렸으니까요. 그리고 프랭크 라 일리 씨를 쏜 것도 같은 이융였고, 차인지 뭔지에 실어 저 낡은 수영장에 버리러 간 거죠. 사실 그렇게 늙은 것도 아 니고 아직 50대이니까 힘도 세겠죠. 그리고 샌퍼드 씨를 찾 아다니다가 죽이려고 오늘밤 총을 쏜 거에요. 하지만 죽지 않은건 아주 다행이에요. 샌퍼드 씨는 유괴사건에는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런 일 때문에 심장발작도 일어난 거죠. 그러 니까 빨리 가서 고백을 들으세요." 하고 에이프릴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에이프릴을 양손으로 끌어안았다. "아, 사랑스런 내 아이!" "복도의 사진." 에이프릴은 흐느꼈다. "그건 첼링턴 부인을 닮았지만 눈이 검은색이에요. 그리고 로즈라는 사인이 있어요. 그리고 베티 리모의 사진과 닮았 어요." 다이나와 아치는 눈을 크게 뜨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이었다. 엄마는 에이프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울지 마라. 그 사람은 전부터 심장이 나빴고, 게다가..." "마이나!" 빌 스미스가 희미한 소리로 말했다. "카스테어스 부인, 당신은 이 사실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 까? 그래서 -- 내가 도움을 청했을 때 거절하신 겁니까?" "전 알고 있었어요." 마리안이 말했다. "저도 사진을 보았거든요." 에이프릴은 고개를 들어, 엄마와 빌 스미스의 표정을 번갈 아 가며 살폈다. 그리고 일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빨리 그 집에 가셔서 첼링턴 씨와 이야기하시는 게 좋겠어 요." "이 아이 말이 맞습니다." 빌 스미스가 말했다. "모두 이 아이가 말한 대로예요."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에이프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제 27장 첫번째 카스테어스의 삼남매가 잠자리에 든 것은 아침 4시였는데, 푹 잠든 아치를 빌 스미스가 2층으로 안고 얾겼다. 하지만 다이나와 에이프릴은 아직 조금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엄마 는 부엌에 가서 코코아를 만들었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얼굴은 피곤에 지쳐 창백해 있었지만, 빌 스미스는 역시 그 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첼링턴 씨는 고백했다. 그리고 그 고백은 에이프릴의 말과 똑가탔다. 경찰의 구급차로 병원에 보냈지만, 담당 의사는 공판까지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다. 첼링턴 부인은 건강한 머습으로, 아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보였다. 첼링턴 씨는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것을 술술 털어놓았다. 딸의 몸값 때문에 횡령을 했다. 딸이 죽었을 때에는 자기가 살해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든 지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딸을 장미가 가득한 곳에 편안히 묻고 싶다는 바람밖에는. 공금횡령 사실이 밝 혀지자 정식으로 시체를 인수받을 수더 없었다. 결국 그도 감옥으로 가게 되었다. 그가 석방되었을 때에는 병든 노인 이 되어, 살아갈 목적은 단 하나였다. 그것을 다 마쳤기 때 문에, 그래서 -- 모든게 끝났다. "이제는 만족하며 저 세상으로 가겠죠." 하고 첼링턴 부인 은 말했다. 엄마는 코코아를 만들며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데 너희들, 무슨 이유로 모두 이 사건에 관련되었니?" 하고 물었다. "엄마를 위해서에요." 다이나가 졸리운 듯 말했다. "선전 효과를 위해서였죠." "엄마가 진짜 살인사건을 해결하길 바랐어요." 에이프릴이 코코아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일하느라고 바쁘시니까 우리가 실마리를 풀어드리려고 했어요. 어머..... 어치가...." 빌 스미스가 아치를 안아서 침대까지 데리고 갔다. 그는 내 려와서 다이나와 에이프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도 빨리 자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안고 올라가야 해. 그리고 마리안... 카스테어스 부인...." "예." 엄마가 말했다. "오늘밤은 좀 늦었지만....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 다.... 중요한 일이라서 바쁘신 줄은 압니다만.... 내일 찾 아 뵈어도 괜찮겠습니까?" 엄마는 소녀같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세요." 그녀는 그와 함께 현관으로 갔다. 돌아와서 다 이나와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내일은 학교 가지 말고 집에 있거라. 늦게까지 자도 좋아." 모두 정오를 넘어서까지 잤다. 일어나 보니, 신문기자가 현 관 앞에 모여 있었다. 추리작가 마리안 카스테어스가 거의 혼자의 힘으로 샌퍼드 살인사건을 해결했다고 빌 스미스가 발표를 했던 것이다. 신문기자들은 회견기사와 사진을 원했 다. 다이나와 에이프릴과 아치는 모두 집안으로 안내했다. 마리안은 싫어했지만, 세 남매는 막무가내였다. 그만큼 힘 들게 해왔으니까 그정도는 선전이 돼야 한다. "내일쯤이면," 에이프릴이 쾌활하게 말했다. "영화출연을 해달라고 올지 몰라." "그리고 새 책의 판매량도 한번 생각해 봐." 하고 다이나가 말했다. "농담하지 말아라."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어린 세 아이니 어쩔수 없다. 셋은 분주히 움직였다. 에이프릴은 엄마의 머리를 만져 주 고, 다이나는 거실 청소를 하고, 여기저기에 새 꽃을 꽂았 다. 아치는 젠킨스와 잉키와 스팅키의 털을 빗어 주고 거실 바닥에 재웠다. 가제트 사진반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잉키와 스틴키는 엄마의 무릎 위눀로 뛰어올라갔다. 에이으필은 아 치와 다이나를 바깥 베란다로 데리고 가서 엄마만 신문기자 단 속에 남겨 두었다. "에이프릴!" 다이나가 말했다. "그거 말야, 샌퍼드 부인의 집에서 발견한 그거. 태워 버리 자." "좋아." 에이프릴은 말했다. 웬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생각 좀 해보고." "조용히 해." 아치가 말했다. "에이프릴으 누나가 생각중이야." "중대한 문제야. 그 사람들 말야. 식당인 줄 알고 들어가서 도박판에 걸린 학교 선생님이랑,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걸 부모에게 알리려 하지 ?는 남자와 그밖에 여러 사람들, 샌 퍼드 부인이 죽은 뒤로 누군가가 지금이라도 그걸 발견해 낼 거라고 생각해서 아주 걱정하고 잇을 거야." "모두에게 편지를 쓰면 좋겠어." 다이나가 제의했다. "그리고 증거물과 사진 등을 모두 보내 주면...." "우표값이 많이 드는걸."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린 지금 한푼도 없잖아." 우울하게, 멍하니 바깥만 바라 보다 갑자기 얼굴이 밝아졌다. "좋은 수가 있어! 지금 나오는 기자를 잡아 줘." 15분 쯤 기다리자 사진기자 한 명이 나왔다. 다른 사진기자 가 또 들어갔다. 이윽고, 회색 옷을 입은 뚱뚱한 남자가 종 이를 접어 포켓에 넣으면서 말했다. "잠깐만요, 아저씨."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는 에이프릴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 믿을 만한 증인이잖아!" 에이프릴은 눈만 깜박엿다. "아저씨군요! 아저씨는 가게에 숨어서 남이 하는 말을 엿들 으시는군요! 또 하나의 특종기자감을 원하지 않으세요? 성 명은 밝힐 수 없지만 믿을 만한 증인의 얘기에요." "고맙구나." 뚱뚱한 남자가 말했다. 그는 접은 종이를 주머 니에서 꺼냈다. "저, 샌퍼드 부인이 여러 사람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은 알 고 계시겠죠? 그래서..." 에이프릴은 샌퍼드 부인의 집에서 협박의 재료가 된 물건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도록 길게 설명했다. "그 중에는 학교 선생님...등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있어 요." 에이프릴은 계속 이것을 경찰에서 발표하면 불행한 일 이 생길까 봐 그런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 야기했다. 그래서 그서은 한 장도 남김없이 태워 버렸다고 말했다. "우리 집 소각장에서 태웠어요." 하고 덧붙여 말했다. 뚱뚱한 남자는 글씨 쓰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이 얘기 정말이니?" "정말이에요." 다이나가 말햇다. "우리가 봤는 걸요." 그 문제의 자료를 본 건지, 태우는 걸 본 건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저," 에이프릴은 아주 비밀서런 이야기를 털어놓듯이 말했 다. "경찰은 그것이 발견됐다는 것조차도 알리지 않을 작정이었 어요. 요컨대 살인범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린 여기에 쭉 있어서 뭐든 다 보았거든요. 그래서 알았죠. 그 러니까 이거야 말로 아저씨가 말하는 특종이에요." "그래, 맞다." 뚱뚱한 남자는 아주 기뻐했다. "단," 에이프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말하면 안돼요.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엄마의 요전 책 속에서의 인물은 어떻게 말 했 더라 -- "우린 전부 부정하겠어요." "성명은 밝힐 수 없지만 믿을 만한 증인의 말에 따르면..." 하고 뚱뚱한 남자는 껄껄 웃으며 말하고는 발길을 돌려 재빨 리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에이프릴이 소리를 질렀다. "루크 상점에 들러 우리가 나중에 크림 소다를 한잔씩 마시 러 간다고 전해 주세요. 계산은 아저씨가 하시고요." 뚱뚱한 남자는 잠깐 에이프릴을 쳐다보고 말했다. "전에 한 이야기가 정확하지 않았다면 싫다고 하겠지만, 좋 아. 크림 소다를 한잔씩." "초콜릿." 에이프릴이 뒤에서 소리쳤다. "크림을 넣어야 해요." "초콜릿 크림은 싫어하잖아." 아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대신에 만화책 두 권과 껌 한 통을 갖는 거야." 에이프 릴이 가르쳐 주었다. 제 27장 두번째 다이나는 언짢았다. "다른 얘기란 게 뭐야?" "아, 별것 아냐." 에이프릴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정말로 그걸 모두 태워 버리는 게 좋겠어. 저 남 자는 아주 잘 써줄 거고, 자기 명예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편안해질 거야." "태우자." 아치가 말했다. "소각장에서 태우면 재미없어." "전에 태울 때 --." 다이나가 주의를 주었다. "윌리엄슨 씨의 고양이 꼬리에 불이 붙어서 엄마는 우리를 소년 교도소에 보내겠다고 협박했잖아." "짱말 태울 거야?" 에이프릴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저 다이나 언니, 훌부룩 씨...." "훌부룩 씨가 어떻게 됐는데?" 다이나는 절룩거렸던 일과, 집 주위를 개와 고양이가 숨바꼭질하던 일을 떠올리며 물었 다. "그 사람 딸의 사진을 건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 편지 와 함께." 다이나가 놀렸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니?" "첫째로." 에이프릴이 말했다. "딸의 사진이니까 갖고 싶어 할 거야. 둘째로, 신문기사를 읽지 않고 언제까지나 걱정하며 살지도 몰라. 꼭 돌려줘야 해." 다이나와 아치가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에이프릴은 집 주 위를 돌아 뒷문으로 들어갔다. "누나." 아치가 말했다. "그거 알아? 그거 알아?" "알고 있어, 아치." 다이나는 먰이 나간 듯이 말했다. "잠자코 있어." 5분쯤 지나자, 에이프릴은 아주 정성껏 포장한 꾸러미를 들 고 돌아왔다.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받아 주세요.' 하고 내가 말하자.." 하고 말했다. 에이프릴이 선두에 서서 보도로 나서더니 이렇 게 덧붙였다. "우리가 이 사진과 편지를 본 걸 알게 됐으니까, 이제 우리 를 머리 좋은 아가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홀부룩 씨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 다. 심술맞은 하얀 고양이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어흥 하고 소리치니 달아나 버린다. "대단한 환영이야." 에이프릴이 중얼거렸다. 벨을 눌렀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며 회색빛이 도는 금발의 부인이 나와 서 웃으면서 말했다.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니? 해리엇?" "홀부룩 씨..." 에이프릴은 입 속에서만 웅얼거렸다. 그 부 인은 미심쩍은 듯이 말했다. "왜..." 이제 물러설 수도 없 다. "아버님을 뵈러 왔는데요." 에이프릴이 모기만한 소리로 말 ?다. 헨리 홀부룩 씨가 나타났다. 혈색이 좋지 않았던 먼젓번의 얼굴은 어딘가로 가버린 것 같아. 파이프를 물고 싱글벙글 하고 있다. "야, 이거야." 헨리 훌부룩이 말했다. "나의 꼬마 친구들! 이애는 내 딸 해리엇이란다. 그보다는 유멍 디자이너 아디나라고 하는 게 더 잘 통하지." "어머나!" 에이프릴은 어안이벙벙했다. "그럼, 그 최고 의상을 모두 만드신 분?" 하고는 다시 정신 을 가다듬었다. "자랑스러우시겠어요, 훌부룩 씨!" "자랑스럽고말고." 하고 훌부룩 변호사는 밝은 얼굴로 말했 다. "난 깜짝 놀랐어. 찾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에이프릴은 재빨리 그 미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래, 공작 의 깃털 세 장과 유리 구슬을 걸친 바로 그 당사자이다. "이런 딸을 가졌으면 어떤 남자라도 자랑스러울 거야." 그 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무얼 들고 있지, 아가씨?" 에이프릴은, "아가씨." 라는 말에 우쭐했지만 지금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설명하기가 좀 어려워요. 어떤 사정 -- 그 -- 우리가 이걸 찾아냈어요. 샌퍼드 부인 댁애 감춰져 있었어요. 우리들,그 -- 혹은 당신이 --."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이프릴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치가 보자기를 빼앗아 훌부룩 씨에게 주며 말했다. "자, 받으셍." 헨리 훌부룩이 보자기를 풀었다. 그 사진이 떨어졌다. 해리 엇 훌부룩 -- 다른 이름으로 아니다 -- 가 그 사진을 주워 들고 기쁘게 소리쳤다. "어머, 좋아라! 이 사진을 무척 찾았었어요! 광고지에 사용 하려고요! 스크립 극장에서 일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하지만 헨리 훌부룩은 편지를 읽고 있었다. 눈에는 기쁜 그 러나 좀 질렸다는 감정이 어렸다. "해리엇, 너는...." "가자." 다이나가 말했다. 카스테어스 삼남내는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에이프릴이 말했다. "무의식중에, 나는 앞으로 2~3년간 할 말을 모두 잃어버린 느낌이야. 루크 상점에 가서 크림 소다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다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자, 빨리. 엄마는 오늘밤 약속이 있잖아. 기억하니? 이제 기자들도 돌아갔을 거야." "그렇구나." 에이프릴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하니까 돌아가자. 그리고, 아치. 훌부룩 씨의 고양이에게 돌던지는 것 그만둬. 할퀴면 어떻 하니." 제 28장 첫번째 오늘밤 엄마의 약속은 아주 중요하다. 무엇을 입게 할까. 파란색을 다이나는 주아했다. 남자는 파란색 계통을 제일 좋아한다. 전에 의상 잡지에서 한번 읽은 적이 있다. 에이 프릴은 장미색을 주장했다. 엄마는 장미색 옷을 입으면 더 눈에 띈볾. 둘은 언쟁을 벌이며 샌드위치 두 조각과, 남아 있던 코카콜라를 모두 마셔 버렸다. 저녁식사 준비중에도 계속 언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식탁에 준비를 다 한 뒤에야 아까부터 죽 귀에 익은 소리가 2층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 을 깨달았다. 너무나 귀에 익어서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2층으로 뛰어올라가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다이나가 엄한 목소리로 불렀다. 엄마는 고개도 들 지 않았다. 책상 우에은 종이에서부터 원고, 노트, 참고서, 빈 담뱃갑 등이 여기저기에 쌓여 있다. 신발은 벗어 버리고, 양 발을 작은 타자기 위에 올려놓아, 타자를 칠 때마다 그 작은 책상도 춤을 추는 듯 하다. 머리칼은 핀으로 아무렇게 나 머리 꼭대기에 고정시키고, 콧등에는 검은 얼룩이 묻어 있다. 게다가 낡은 바지 차림이다. "잠깐만요, 엄마!" 에이프릴이 말했다. 엄마는 잠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미소지었다. "새 책을 쓰기 시작했단다." 라는 보고와 함깨. "잘 돼어가고 있어." 다이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엄마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좀 고픈데. 점심 먹는 걸 잊어버렸구나. 가르 쳐 줘서 고맙다." 엄마는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원고 뭉치 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갓다. 잉키와 스팅키가 의자 밑에 서 기어나와 뒤슛아갔다. 어린 카스테어스도 뒤따라갔다. 엄마는 식당문 앞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멍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점심은 뭐든 좋아하는 걸 먹어라. 난 계란을 부쳐 먹으면 서 이걸 고칠 테니까." "엄마!" 다이나가 말햇다. "점심이 아니에요. 벌써....." 에이프릴이 옆구리를 찔렀다. "조용히 해! 방해하면 안돼! 바쁘니까!" 계속되는 행동을 아이들은 감탄하면서 -- 염려하면서 -- 지 켜보았다. 엄마는 게란 한 개를 프라이팬에 깨뜨려 넣었다. 접시 한 장, 포크 하나, 빵 한 조각, 그리고 버터와 우유 한 잔을 조리대에 늘어놓았다. 때때로 원고를 보면서 연필 을 주머니에서 꺼내 수정했다. 그리고 냄비를 올려놓은 불 을 끄고 앉아 원고를 보는 일에 몰두햇다. "에이프릴 누나." 아치가 속삭였다. "쉿!" 에이프릴이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엄마는 천천히 버터 바른 빵을 먹고, 원고를 읽으면서 우유 를 마셨다. 마지막 장이 끝나자, 접시와 컵을 들고 개수대 로 가져가서 닦아삳.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란은 프 라이팬에 그냥 들어 있었다. 다이나는 계속 한숨을 내쉬며, 계란을 잉키와 스팅키에게 주었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맛있게 먹었다. "좋아. 배가 고프면 엄만 꼭 챙겨 드시니까. 이런 일은 전 에도 있었잖아. 우린 저녁이나 먹자." "하지만, 빌 스미스는 어쩌지?" 에이프릴이 말했다. "그리고 머리는? 그리고 화장은? 그리고 장미빛 실내복은?" "파란색 실내복이야." 다이나가 말했다. "그때까지는 매듭을 지을 거야." "그거 알아?" 아치가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매듭짓지 못하면 어쩌지?" "꼭 매듭을 지을 거야." 그러나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타자 소리는 쉬지 않고 들려 왔다. 세 아이가 빈 접시를 부엌으로 가져가서 닦으려고 쌓 아놓을 때도 여전히 소리늘 계속되엇다. 그런데 그때 현관 벨이 울렸다.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마주보았다. "좋아." 에이프릴이 말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해." 빌 스미스는 새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머리는 단정히 빗었 다. 좀 들뜬 모습이었다. "언녕, 어머니는 계시니?" "앉으세요." 다이나가 말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앉으세요." 에이프릴이 힘주어 말했다. "저희는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10분 뒤, 카스테어스 삼남매는 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는, 새 종이를 타자기에 끼우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다이나가 말했다. "스미스 씨가 오셨어요." 엄마는 종이 끼우던 손을 멈췄다. 볼이 분홍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구두를 신었다. "곧 내려갈께."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에이프릴이 말햇다. "할말이 있어요." "그래요." 아치가 말했다. "저! 저, 엄마...." "넌 가만히 있어."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 빌 스미스 씨를 좋아하세요?" 엄마는 깜짝 놀랐다. "물론 좋아해." "그럼," -- 에이프릴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사랑에 빠질 만큼 좋아해요?" 엄마는 세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앗다. 다이나가 말했다. "엄마, 그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할 생각이 있으시죠?" 엄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입으로 중얼중얼하더니 겨우 말 을 했다. "난... 하지만... 그 사람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을 지도 몰라." "하고 싶어해요." 다이나와 에이프릴이 똑같이 말했다. "어떻게... 그걸... 알지?" "알아요!" 아치가 말했다. "벌써 들었는걸요." 엄마는 세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계단을 향 해 뛰어갔다. "엄마!" 다이나가 불렀다. "파란 실내복이요..." "엄마!" 에이프릴이 우는 소리로 말했다. "머리를 ... 화장을..." 들리지 ?았다.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들어갔다. 세 아이는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슛아 내려갔다. 가슴이 콩콩 뛴다. "마리안!" 빌 스미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들이..." 그리고 , "아아, 마리안... 당신은 참 아름답군요!" 그리고 아이들이 그의 어깨너머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정말 그랬다. 세 아이들은 살금살금 부엌으로 들어가 살짝 문을 닫았다. 오헤이어 경사가 뒤쪽 베란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싱글벙글 웃으며 옆구리에는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끼고 있다. "축하한다. 그는 말했다. "마침내 너희들이 목적을 달성했구나." "어떻게 그걸 아셨죠?" 셋은 거의 동시에 말햇다. 그가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아, 나는 죽 알고 있었어. 나를 속이는 건 무리야. 나는 아홉이나 되는 아이를 키웠거든... 그러니까 알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