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열차 월 거리의 주식 중매인 코넬리우스가 집으로 돌아갈 때 <미두군 전용열차>로 통하 는 열차가 아닌 다른 열차를 이용한 일은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용열차>는 그 의 마음에 드는 열차였다. 승객도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회사 중역이나 또 는 그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 ― 누구라고 소개받지 않았어도 서로 상대방이 누구인 지 알며, 말은 하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위엄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만일 상원의원 나리의 만찬회에 초대받은 게 아니라면) ― 하고 코넬리우스는 바꾸 어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의원나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와달라고 했으므로 무 엇보다도 지겨운 일이었지만 주 중간에 있는 만찬회에서 피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에 따라 입기 싫은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여느 때보다 빠른 열차로 돌아가 야 했으며, 과식과 과음의 하룻밤에서도, 또 그 결과로 빚어진 다음날 아침의 모든 고뇌에서도 벗어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비참한 생각을 품고 코넬리우스는 열차에서 천천히 낯익은 플랫폼에 내려서서 자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두 대의 차 중에서 클레아는 스테이션 왜건 쪽을 좋아했으므로 역과 집 사이를 왕복하는 데 그는 세단을 사용하기로 하고 있었다. 2년 전에 두 사람이 결혼했을 무렵 그녀는 그를 역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운전수 역 할을 하고 싶어했지만, 그 생각은 어쩐지 마을에 들지 않았다. 매일 아침 역 앞에서 드러내놓고 아내에게 다녀오겠다는 키스를 하는 다름 사람들의 모습이 이렇다할 이 유도 없이 난잡 하게 여겨졌으며 그들과 같은 입장에 놓일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 싹해지면서 당혹감은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레아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기는 가정부나 운전수가 필요해서 그녀와 결혼한 게 아니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을 적당히 즐기며 살아야지 그것을 헛되게 불필요한 의무에 얽매어 보내서는 안된다고. 대개 집까지는 차를 타고 시골길을 15분쯤 가면 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일만으 로도 이미 어느 정도 화가 나 있던 그 날의 사건 진행에 보조를 맞추듯이, 그는 지금 한 가지 뜻하지 않은 방해물에 부딪쳤다. 공도에서 벗어난 옆길로 1마일쯤 가면 철도 의 간선과 교차하게 된다. 차단기도 없고 지키는 사람도 없는 건널목이지만, 빨간 불 이 켜져 있어 코넬리우스의 차가 그곳에 닿았을 때 때마침 끈질기게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브레이크를 걸고,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일련의 화물차 대열이 덜컹 덜컹 지나가는 동안 초조해서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발차시키려는데 그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클레아와 또 한사람의 사나이였다. 클레아와 누군가 한 사나이가 스테이션 왜건을 타고 그의 차 옆을 지나 시내 쪽으로 달려갔다. 남자가 운전하고 있었다. 체구가 큰 금발의 사나이가 해적처럼 으스대며 핸들을 잡은 채 뒤로 기대앉아 한쪽 팔을 클레 아의 등뒤로 돌리고 있었다. 클레아는 눈을 감고 머리를 그 사나이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또 그녀는 ― 코넬리우스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지만, 가끔 보고 싶다고 생각 한 일이 있는 그런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지 만, 그 잔상은 마치 필름에 찍힌 사진처럼 뚜렷하게 그의 머릿속에 찍혀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마니, 믿지 않겠다! 그러나 잔상을 여전해 눈 앞에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그 선명도를 더하여 보면 볼수록 무서우리만큼 생생해지는 것이었다. 클레아를 제 것인 양 차지한 남자의 팔.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표정 ― 관능적으로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분노로 몸을 떨고 관자놀이에서 피가 뛰는 소리를 들으며 차를 돌려 두 사람의 뒤를 쫓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힘이 빠졌다. 두 사람을 따라 어디로 갈 것인가? 물론 시내로 가겠지. 그리고 보나마나 그 사나이는 역에서 뉴욕으 로 들어가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한바탕 벌리나? 치정 싸움을? 그 두사람은 물론이지만, 나까지도 남의 웃음거리가 되어야 한단 말인 가? 무슨 일에나 기가 죽는 일이 없는 그였지만, 그런 비웃음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가 클레아와 결혼 92 했다고 하여 친구들이 자기를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 만으로도 창피는 당할 만큼 당했다. 그만한 신분의 사람이 자기가 데리고 있던 여비서와 결혼 하다니! ―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되자 않는 어린 여자와! 지금은 그도 모든 사람들 이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깨닫게 되 었지만, 그때는 눈이 어두웠었다. 사무실에서 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아주 차갑고 가까이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앉 아서 그의 구술을 받아쓰면서도 새침한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옷차림도 검소했으며 ― 그가 처음으로 저녁식사에 초대했을 때 그녀는 마치 난생 처음 데이트하는 소녀 처럼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했었다. 정말 그녀는 수줍어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틀림 없이 속으로 줄곧 자기를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천천히 차를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화가 나서 거의 아무것도 눈에 들어 오지 않을 정도 였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목요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자 납득이 갔다. 목요일에는 하인에게 휴가를 주는 날로 즉 클레아의 목적에 완전 히 들어맞는 날인 셈이다. 그는 곧장 서재로 가서 책상 앞에 앉았다. 맨 윗서랍에는 그의 권총 ― 총신이 짧은 38구경 권총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 권총을 천천히 꺼내 그 차가운 물건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늠하며, 전달되어 오는 힘을 천천히 맛보 았다. 그러자 갑자기 언젠가 힐리커 판사가 들려준 이야기 ― 그 노인이 <미두군 전 용열차>에서 그의 옆자리에 앉았을 때 말해 주었던 묘하고 흥미있는 일이 생각났다. " 권총도" 하고 힐리커 판사는 말했다. " 단도도, 또는 어떤 둔기도 모두 창문으로 버리는 게 좋소. 내가 보기에 완전한 흉기는 단 하나 ― 즉 자동차지요. 성능좋게 움 직이기만 하면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좋소. 왜냐하면 무섭게 달리는 차는 누구나 충 돌한 상대방을 죽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차에서 내려온 사람이 미안한 듯한 얼 굴 표정을 짓고 있으면 모든 사람의 동정은 완전히 그에게 쏠리게 마련입니다. 도대 체 차 앞에 있었던 게 잘못이라며 땅바닥에 굴러 있는 골치거리 시체에는 조금도 동 정이 쏠리지 않는답니다. 술에 취해서 운전했거나 아니면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를 일 으키지 않은 이상, 자동차 운전수는 이 나라 안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가 원하 는 상대를 살해할 수 있소. 그 댓가로써 받는 것이란 잠깐 동안의 당혹과 걱정할 것 까지도 없는 가벼운 처벌에 지나지 않지요. 사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 어 자동차란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로, 만일 신이 우연히 자기를 쓰어뜨렸다면 그것 은 운이 나쁜 탓이라 생각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나는 한길을 건널 때는 언제나 짤막한 기도를 드리기로 하고 있소. " 힐리커 판사의 빈정거리는 듯한 긴 이야기에는 좀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코넬리우스로서는 그런 일을 생각해 낼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것은 이제 생각해 내 었으므로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권총을 서랍 속에 넣고 잠갔다. 그가 아직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데 클레아가 들어왔다. 그는 되도록 냉정하 게 제삼자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를 바보로 취급해 온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는 굉장히 큰 쇼핑 백을 가슴에 안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문 앞에 서 있었다. " 차가 차고에 있는 것을 보았어요 ― " 하고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말했 다. " 무슨 잘못이라도 생간 게 아닌가 하고 …… 요즈음에는 몸도 좋지 않으신데 …… " " 몸은 괜찮아 " " 하지만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어요?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돌아오시기는 처음이 잖아요? " " 지금까지는 주일의 중간에 있는 파티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당히 해왔었지. " " 어머나! " 그녀는 숨이 찬 듯 헐떡였다. " 파티요! 어째서 생각나지 않았을까. 오늘 은 하루 종일 바빠서 …… " " 그래? " 그는 말했다. " 무슨 일이 그렇게 바빴소? " " 저어 …… 오늘은 도와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나 혼자서 집안일을 했어요. 그리 고 부엌을 들여다보니 필요한 식료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급히 시내로 물건 을 사러 갔었지요. " 그녀는 불룩한 봉지를 턱으로 가리켰다. " 이것을 갖다두고 곧 목욕 준비를 해드리겠어요. "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그는 진심으로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른 여자라면 친구를 93 찾아갔느니 하는 구실을 붙여서 언젠가는 거짓말이 탄로나게 하기 마련이다 다른 여 자였다면 시내에 갔던 이유를 내세우기 위해 필요도 없는 봉지를 안고 돌아올 생각 은 좀처럼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클레아는 ― 분명히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현명했다. 아니, 정말이지 그녀는 꺼림직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뒤에서 웃었 을지 모르지만, 부부 동반하여 방문하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그녀가 대인기였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사람이 많이 모인 방으로 들어갈 때면 모든 남자들의 눈길이 조금도 숨기려하지 않고 탐나는 듯 그녀를 쫓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다. 그녀에게는 어 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된다 ― 어떤 일도. 없애야 할 것은 그 사나이다. 금렵구의 관 리인이 밀렵자를 죽이듯, 도끼를 든 밀렵자가 우리 집을 피비린내나는 수라장으로 말 들 듯이. 클레아도 조금은 괴로움을 당해야 한다. 조금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것은 틀림없이 그 사나이에게 생기는 일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코넬리우스는 그의 계획이 다만 노리는 사나이를 차에 치어 죽이는 단순한 행위만 으로는 안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일에는 순서라는 것이 있다. 중요한 사건의 전후 에는 반드시 밟아야 할 수많은 세밀한 수속이 있는데, 그것을 그림 맞추기에서처럼 하나하나 올바르게 있어야 할 위치에 끼워맞춰야 비로소 완전한 전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힐리커 판사가 농담삼아 지껄인 말이 그에게 굉장히 유익했 다. 자동차로 하는 살인은 완전살인이다. 왜냐하면 적절한 순서를 밟으면 그것은 전 혀 살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가해자는 그를 내려다보 고 서 있으면 만사를 기계적으로 제삼자간의 사건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결구 해마다 3만 명이나 되는 교통사고의 희생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취급될 뿐이다. 혀를 차고 난처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임으로써 어물어물 넘어가버리는 하나의 통계 숫자 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클레아의 경우는 물론 다르다. 우연이란 얼마쯤 과장되게 통용될 수도 있지만, 어떤 여자의 남편이 그 아내의 애인을 치어죽인 사건에까지 크게 적용된다는 것은 무리이 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가장 멋짐 점이기도 하다. 클레아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 다. 그러나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무슨 말을 하게 되면 그것은 자 신의 비행을 스스로 폭로하는 결과가 될 테니까. 이리하여 그녀는 날이 갈수록 자기 가 숨기고 있었던 일이 탄로났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정의의 복수가 이루어졌 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젠가 또 손을 뻗쳐올지도 모르는 그러한 유혹에 다시는 몸을 맡기지 않도록 하는 말없는 경고에 묶인 채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일 그녀가 입을 열어 진상을 폭로하게 되 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 하고 코넬리우스는 그림 맞추기의 한 조각을 제자 리에 끼워맞추면서 생각했다. ― 우연이라는 것이 곧 편을 들어 작용하게 될 것이다. 만일 그가 일시적으로나마 그녀의 정사를 눈치챈 듯한 증거! 또는 그가 언젠가 그 사 나이를 만난 일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사고는 법률에 의해 우연으로써 처리될 것이다. 어쨌든 그의 입장에는 트집을 잡힐 일이 없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그는 끈기있게 그 일만을 생각하여 계획의 실천에 착수했 다. 처음에 그는 자기가 구하는 정보를 힘 안 들이고 제공해 주는 전문 탐정의 도움 을 받을까 하는 충동을 느꼈지만, 깊이 생각한 끝에 그 유혹을 물리쳤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탐정이라면 사건이 일어난 뒤 2에 2를 더하면 4가 된다는 답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탐정이 성실한 사람이라면, 그 줄거리에 의혹을 덧붙여 생 각하게 될 것이다. 만일 부정한 사나이라면, 그것을 미끼로 협박해 보려는 마음이 생 길지도 모른다. 분명히 위험성이 전혀 없이 제삼자를 끌어들일 방법은 없었다. 그리 고 이 경우, 어떤 위험이든 절대로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그래서 코넬리우스는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귀중한 몇 주일을 보냈다. 그 자신 이 스스로 인정한 일이지만 , 클레아와 그 사나이가 그다지 빗나가지 않은 관습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아마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매주 목요일이면 그 사 나이가 찾아오는 날이었다. 그러면 뉴욕으로 가는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클레아가 스테이션 왜건으로 역 앞 광장에서 한 구획 떨어진 사람 눈에 띄지 94 않는 골목까지 데려다준다. 차 안에서 그들은 언제나 코넬리우스로 하여금 몸부림치 게 할 정도로 열렬한 키스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 사나이가 내리면 클레아는 곧 차를 재빨리 몰고서 가버린다. 사나이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관장 쪽으로 걸어간다. 그곳 길 옆 보도를 따라 세워놓은 차 사이를 빠져나 가, 오가는 차들을 한쪽 눈으로 보는 둥 마는 둥하며 골똘히 무슨 생각에 잠겨 위태 로운 발걸음으로 광장을 가로질러 정거장으로 들어간다. 그러한 광경을 세 번이나 목 격하게 되자 코넬리우스는 그 사나이가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아주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간 중에 마침 클레아가 무슨 물건을 사러 시내로 가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코넬리우스는 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탄 열차가 도착할 때 그는 종점 역의 대합실 뒤에 숨어 있다가 안전한 거리를 두고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가 탄 택시는 그녀가 탄 택시를 미행하여 그 사나이가 살고 있는 초라한 아파트 바로 문 앞까지 갔다. 사나이는 분명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아파트의 더러운 계단에 앉아 있 었다. 코넬리우스가 괴로움을 무릅쓰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이 아파트로 들어 갈 때 그들은 마치 국민학교 학생처럼 손에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야만 했다. 그날 오후가 몽땅 그 일에 바쳐질 정도로 길었으므로, 코넬리우스는 클레 아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 전에 단념해 버렸다. 이 장면을 본 뒤 느낀 분노는 코넬리우스에게 그 다음날 곧 그 현장인 시내에서 사 고의 연극을 해보려는 충동을 갖게 하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것을 실행하려면 차를 시내로 몰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그의 일 상적인 습관에서 벗어나는 위험한 일탈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시의 반 장짜리 신문 은 그가 사는 고장의 온건한 지방 신물과는 달라,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사고의 기사 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진까지 실어 과장되게 지면을 장식할 때가 있다. 그 런 것은 가가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서 지나쳐버려야 할 일이니까 ― 어디까지나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 아니, 일을 해치울 장소는 역 앞 광장, 거기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 가 없었다. 그 행위의 준비계획을 음미하면 할수록 전혀 흠잡을 데 없는 것이어서 코 넬리우스는 경탄해 마지않았다. 생각해 보니 무엇 하나 잘못될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만일 예기치 않은 실수로 상대 방 사나이가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희생자 역시 클레아와 같은 입장에 놓일 것이 다. 즉 자신의 비행을 폴로하지 않고는 드러내놓고 항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록 완전히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는 암살에 실 패하여 권총이나 단도를 손에 든 채 붙잡 힌 흉한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는 흉기가 아니다. 단순히 부주의한 보 행자가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지는 일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그 목적을 위해 그는 여느 때 차를 세워두는 장소보다 역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다 세워 놓기로 했다. 그 여분의 거리는 그가 차를 곡선으로 몰아 광장을 가로질러 한길에 세워 놓은 차 사이에서 나오는 사나이를 노려서 부딪칠 수 있는 가능성을 부 여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워놓은 차 사이에서 나오는 사나이는 그를 치인 차 의 운전자 이상으로 교통규칙을 어긴 것이 된다! 그는 단순히 역의 출입구에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차를 세워두도록 신경을 썼을 뿐 만 아니라, 다른 차의 주인들이 하듯 차를 뒷걸음질시켜 알맞은 위치에 세웠다. 그래 서 타의 코 끝이 바로 광장 쪽으로 향하게 되었으며, 언제라도 원하는 속력으로 돌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 사나이 와 마주 보고 있는 셈이었다. 마침내 최후의 막을 연출할 날로 정한 바로 전날, 코넬리우스는 그 근처의 교통이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차를 달렸다. 가는 도중 호젓한 길가에서 엔진을 건 채 일단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는 저만큼 길 옆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까지 약 30야드의 거리를 눈어림했다. 대체로 역 앞 광장을 횡단하는 거리와 같다고 짐작한 것 이다. 그는 차를 출발시켜 속력이 올라감에 따라 엔진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그 나 무를 지나칠 때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자 곧 브레이크를 밟 아 미끄러지며 무서운 소리를 내고 차가 멎자 사금에 닿는 핸들의 압력을 기분좋게 맛보았다. 95 이것이다 ― 이것으로 완전히 결판이 나는 것이다. 다음날 그는 정한 시간에 사무실을 나왔다. 여비서가 입혀주는 웃옷을 입은 다음 그 는 미리 예정했던 대로 그녀를 돌아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 아무래도 기분이 좀 언짢은데. 대체 어디가 나쁜지 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야, 와이 넌트 양. " 그리고 우수한 여비서가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잘 알고 있으리라는 그의 생각에 어 긋남이 없이 그녀는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모으며 말했다. " 일에 너무 열중하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볼링거 씨 …… " 그것을 그는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로 물리쳤다. " 일찌감치 집에 돌아가 천천히 쉬고 나면 무슨 병이든 낫겠지. 아참 ― " 그는 웃옷 주머니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 잊어버릴 뻔했군. 늘먹는 약을 잊어버릴 뻔했어. 거 기 책상 윗서랍에 있소, 와이넌트 양. " 그것은 봉투에 들어 있는 아스피린 몇 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목표는 그녀가 받을 인상이다. 기분이 언짢았다면 운전 중에 저지른 사고에 대해서도 그만큼 변명할 근거를 갖는 셈이 된다. 빠른 시간의 열차를 타도 이제 그에게는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 몇 주일 동안 그는 여러 차례나 그 열차를 타고 다녔으며, 언제나 조심스럽게 펴든 신문 뒤에 얼굴을 숨 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차장이 표를 검사하러 왔을 때 코넬리 우스는 분명히 고통스러운 상태에 놓인 사람처럼 힘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여보시오 " 하고 그는 부탁했다. " 죄송합니다만, 물을 한 잔 갖다주시겠소? " 차장은 그를 한 번 흘끗 쳐다보고는 총총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윽고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는 물잔을 들고 그가 되돌아오자 코넬리우스는 천천히 신중하게 아스피린 을 봉투에서 꺼내 고맙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물과 함께 목 안으로 흘려넣었다. " 또 무슨 부탁이 있으시면 " 하고 차장이 말했다. " 말해 주십시오. " " 아니오 " 하고 코넬리우스는 대답했다. " 몸이 조금 불편했을 뿐이오. " 그러나 역에 닿자 그 차장이 다시 찾아와 도와주며 " 이 열차의 단골손님이 아니시 군요? " 하고 말했다. 코넬리우스는 기쁨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 아아 " 하고 그는 말했다. " 이 열차는 전에 한 번 탄 일이 있을 뿐이오. 나는 늘 <미두군 전용열차>를 타지요. " " 아아, 네, 그러십니까. " 차장은 그를 내려다보고 이를 보이며 싱긋 웃었다. " 과연 이제야 납득이 가는군요. 이 열차의 서비스도 <전용열차>와 다름없이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 " 그 작은 역에서 코넬리우스는 벤치에 앉아 등받이에다 머리를 기댄 채 출찰구의 창 문께로 시선을 던졌다. 그는 한 번인가 두 번쯤 출찰계원이 걱정스러운 듯 창문 쪽으 로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다행스럽지 못한 일은 그의 마음 속에 솟아오르는 느낌 ― 오장육부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느낌, 무거운 가슴의 고동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10분 동안 그대로 앉아 있기로 했다. 1분1 분 자기를 덮쳐오는 듯한 느낌이 더해감을 느꼈다. 시계의 분침이 이제 가도 좋다는 신호에 해당하는 점에 와닿을 때까지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차로 달려갈 듯한 자기를 붙잡고 있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윽고 그는 정해진 시간 정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 그렇게 하는 데 노력이 필요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출찰계원의 눈이 자기를 쫓고 있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걸 어서 역을 나와 차 쪽으로 갔다. 그는 핸들 앞에 앉아 뒤로 손을 돌려서 문을 꼭 닫 은 다음 엔진을 걸었다. 발 밑에서 느껴지는 엔진의 부드러운 소리는 그의 몸에 새로 운 힘을 보내주었다. 그는 엔진을 건 채 거기에 앉아 광장 저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목표의 사나이가 나타나 그 쪽을 향해 잰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 커다란 금발의 96 그림자가 마치 무대 위의 정해진 자리를 향해 보이지 않는 실에 조정되어 가고 있는 꼭둑각시 같아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좀더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그 사나이 는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젊음과 힘에 ― 그리고 승리에 넘쳐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것이 모든 마비상태를 풀어주어 엔진에 갑자기 생기 를 불어넣었다. 그때까지 줄곧 이 장면을 마음 속으로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오긴 했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일어나려 하자 이 급박한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코넬리우스로 서는 되어 있지 않았다. 상대방 사나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 차 사이에서 나오 려 하고 있었다. 코넬리우스의 손은 경적 스위치를, 결정적인 최후의 신호를, 피 할 수 없는 경보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공의 보증이 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사나이 는 홱 몸을 돌려 경적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하더니 마치 곧 일어나려는 것을 밀어 내려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코넬리우스가 꿈에도 그려보지 못했을 정도로 거친 충돌의 충격에 의해 갑자기 끊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브레이 크가 내는 쇳소리 속으로 녹아들고 말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곧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 으므로 코넬리우스는 시체를 한 번 슬쩍 보기 위해 그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야만 했다. "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았다. 힘없이 찌그러진 그 사나이 모습을. 절단되어 부자연스러운 자 리에 있는 두 다리를. 점점 새파래져가는 얼굴을. 그는 비틀비틀 쓰러져 한 다스나 되는 도움의 손길이 그를 부축하려고 내밀어 졌다. 그러나 지금 그를 감싸고 있는 것 은 나약함이 아니라 눈 앞이 아찔할 정도로 기막힌 승리감,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리 에 고무된 승리감이었다. " 눈을 뜨고 있으면서 자기 명을 재촉하는 짓이지. " " 그만한 경적 소리면 한 마장 밖에서도 들렸을 텐데. " " 취했던 모양이오, 아마. 이 사람이 여기 서 있었을 때의 모습으로 보면 …… " 지금 유일한 위험은 너무 일이 계획대로 잘 들어맞아가는 데 있었다. 여기에 그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조각그림을 착착 끼워맞추는 것이 다. 그 러면 위험은 없다. 그는 직업적인 정중함을 지닌 경관의 심문을 차 안에서 받았다. 그 경관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면서 동정적인 말로 흘러나오자 그는 의도했던 인상 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아니, 돌아가고 싶으시면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자동적으로 고발되기는 하 지만, 어쨌든 사정이 이렇다면 …… 좋습니다, 부인께 전화를 거는 것쯤이야 쉬운 일 이지요. 집에까지 차로 태워다드려도 좋습니다만, 부인께서 운전하는 차로 돌아가기 를 바라신다면 …… " 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녀를 안심시킨 다음, 병적으로 동정적인 호기심을 담아 창 너머로 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군중들과 함께 15분 동안을 보냈다. 스테이션 왜건이 가까이 다가와서 멎자, 사람들 틈에 마술처럼 한 가락의 가는 길이 뚫렸다가 클레아가 그의 옆까지 오자 저절로 또 길이 없어져버렸다. 클레아는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도 아름다운 여자라고 코넬리우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거짓스럽긴 했지 만 그녀는 아주 아내다운 태도로 여배우처럼 걱정스러운 마음을 보이는 재주를 가지 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아직 사실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 르니까 이제야말로 알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스테이션 왜건 안으로 부축하여 태울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가 운전석에 앉자 한쪽 팔을 그녀의 뒤로 돌려 꼭 끌어안았다. " 아참, 경관 양반 " 하고 그는 열린 창 너머로 몹시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 상 대방의 신원은 알았소? 뭔가 신원을 밝힐 만한 것이 나타났습니까? " 경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시내에서 온 남자입니다. 그래서 그쪽에 조회해 봐야겠습니다. 랭글렌이라는 사람 입니다, 로버트 랭글렌 ― 만일 이 명함이 자신의 것이라면. " 코넬리우스는 숨을 삼키고 헐떡이는 소리를 들었다기보다 아내의 몸이 부르르 떨리 는 것을 팔에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나이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질렸다. 97 " 자아, 클레아 " 하고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집으로 돌아갑시다. "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차를 운전하며 거리를 빠져나가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했으며 눈이 크게 뜨여져 있었다. 큰길로 나왔을 때, 그는 거의 고마움을 느낄 정도로 마음이 놓였다. 이윽고 그녀가 조용히 의심쩍은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 했기 때문이다. " 알고 계셨군요 …… 아셨기 때문에 그 사람을 죽인 거예요. " " 으음, 알고 있었소. " " 그렇다면 당신은 미친 사람이에요. " 하고 그녀는 앞을 노려본 채 감정이 담기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 그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다니, 당신은 미쳤어요. " 조용히 타이르는 듯한 그녀의 말투는 그녀가 말하고 있는 내용 못지않게 그의 분노 에 불을 질렀다. " 정의의 심판이야! " 하고 그는 억누르는 목소 리로 말했다. " 그 사나이는 심판을 받은 거요. " 그녀는 여전히 남의 일인 듯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 당신은 몰라요. " " 무엇을 몰라? " 그녀는 그 쪽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두 눈이 젖어서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나는 당신을 알기 전부터, 당신 회사에 근무하기 전부터 그 사람을 알고 있었어요. 우리는 어딜 가나 함께 갔어요. 마치 함께 있지 않으면 사는 보람이 없는 것 같았어 요. " 그녀는 잠깐 틈을 두었다. " 그러나 모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에요. 그 사람은 돈이 되지 않는 큰 꿈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던 거예요. 나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여 가난하게 살다 죽은 일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 그래서 당신과 결혼한 거예요. 그리고 나는 좋은 아내가 되려고 애써왔어요. 모르실 거예요,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 그러나 당신의 소망은 그런 데 있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 에게 있어 아내가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물건이었어요. 남에게 보이고 다니며, 마치 당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물건을 남들이 칭찬하듯 칭찬해 주기를 바랐어요. 그 것을 자기 소유로 지님으로써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기를 바랐던 거예요. " "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군 " 하고 그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 길을 조심해. 여기서 구부러져야지. " " 내 말을 들어보세요! " 그녀는 말했다. " 모두 다 털어놓고 말하겠어요. 나는 이혼 해 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할 작정이었어요. 위자료니 뭐니 하는 것은 한푼도 없이요 ― 다만 이혼해 주는 것만으로 지금까지 헛되게 버린 시간을 되찾는 일이 되기를 바 랐어요! 그 일을 오늘 그 사람에게는 이미 말했으므로 당신이 물으신다면 ― 분명히 말씀만 해주신다면 ― " 이 충격을 그녀는 견디어내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속담에도 있듯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그녀는 현재의 결혼과 바 꿔칠 만한 것이 없어져버렸다. 이 사실을 그녀가 확실히 이해했을 때, 두 사람은 다 시 새출발하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흉기를 이용하기로 계획했던 일, 그리고 그 것을 이처럼 유효하게 사용한 사실은 생각하면 기적이었다. 완전한 흉기라고 힐리커 판사는 말했었다. 얼마나 안전한가! 말한 당사자는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코넬리우스의 환상은 건널목의 경종이 울리는 소리와 차가 전혀 속도를 늦추려 하 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의 발견으로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은 무서운 디젤 기관차의 경적 소리에 깔렸다. 전혀 믿을 수 없는 눈초리로 그가 올려다본 것은 치솟으며 육박 해 오는 강철의 산 ― 바로 앞 건널목으로 돌진해 오는 <미두군 전용열차>였다. " 위험해! " 그는 정신없이 소리쳤다. " 이봐,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 그 최후의 순간 그녀의 발이 세게 악셀을 밟았을 때, 그는 스스로가 물은 말의 대답 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