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노우어드의 건축가 ?? 코난 도일.. 1. 기묘한 사건.. 어느 아침의 일이었다. 홈즈는 의자에 깊숙이 앉아 신문을 펴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요즈음엔 정말 그럴듯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군." "그런 말 하지 말게. 마치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소리같이 들리네." 하고 나는 핀잔을 주었다. 그때 아래층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나와 홈즈는 깜짝 놀라서 얼굴을 마주보았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급하게 2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 다. 이윽고 그 발자국 소리는 우리 방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창백한 어떤 청년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홈즈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매우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홈즈 씨, 용서해 주십시오. 미칠 것 같아서 이렇게 달려온 겁니다. 나는 존 맥펄레인 입니다." 그 청년은 자기 이름을 대면 자기가 이렇게 뛰어들어온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처 럼 말했다. 그러나 홈즈와 나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자,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맥펄레인 씨, 담배를 피우시겠습니까? 여기 계신 와트슨 선생에게 진정제라도 지어달라고 할까요? 자, 우선 그 의자에 앉으셔서 어떤 일인지부터 천천히 말해 주십시오. 지금 당 신은 내가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셨지만, 나는 당신이 독신의 변 호사로서, 기침을 조금한다는 것 정도밖에는 모릅니다." 나는 홈즈의 행동에는 이미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추리 방법을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홈즈는 단정하지 못한 그 청년의 옷차림과 시곗줄에 달린 장식물, 그리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보고 그 사실들을 알아냈을 것이다. 청년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그렇습니다. 그러나 홈즈 씨, 나는 런던 시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겁니다. 이 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나를 도와주십시오. 만일 내가 이야기를 마치기전에 경찰이 체포하러 온다면, 그 경찰에게 부탁해서 라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십시오. 홈즈 씨가 도와주시겠다면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가도 괜찮습니다." "체포라고요? 아니, 도대체 어떤 혐의로 체포된다는 말입니까?" "노어우드의 조너스 올데이커 라는 사람을 살해한 혐의입니다." "아!" 홈즈의 얼굴에는 동정의 표정과 만족의 표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 살인사건이군요! 방금 아침 신문을 보면서 요즘엔 놀랄만한 사건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맥펄레인은 떨리는 손으로 홈즈의 무릎위에 있는 '데일리 텔리그래프' 지를 들더 니, "이 기사를 보시면 내가 오늘 아침에 무슨 일로 이렇게 홈즈 씨에게 달려왔는지 를 아시게 될 겁니다." 그는 가운데 면을 펴서, "여깁니다. 제목을 내가 읽어 드리지요. '노어우드의 괴사건. 건축가 행방불명, 살인 방화혐의의 범인 추적중.' 그 범인으로 추적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지금 여기로 올때에도 런 던 역에서부터 미행당했습니다만, 경찰은 구속 영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 나 를 체포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아신다면 무척 슬퍼하실 겁니다." 청년은 몹시 불안한지 마치 어린애처럼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 었다. 나는 그 청년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청년은 갈색 머리카락에 몸은 마른 편이었고, 그의 푸른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렇지만 인상이 매우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으며, 나이는 약 26-7살 정도 된 것 같았다. 홈즈는 그 청년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정말 그렇다면 헛되이 시간을 보낼 수 없겠군. 그러면 와트슨. 미안하지만 자네 가 그 기사를 읽어 주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방금 청년이 읽은 큰 제목 밑의 기사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 어젯밤 늦게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교외의 노어우드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 났다. 조너스 올데이커 씨는 그 지방의 유지로, 오랫동안 노어우드에서 건축업 을 해왔다. 그는 독신으로 52살이며 시드냄 거리의 딥 딘 별장에서 살고 있다. 올데이커 씨는 성격이 변덕스럽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싫어하여 늘 집안 에만 틀어박혀 있었다고 한다. 올데이커 씨는 그 동안 꽤 많은 재산을 모았다 고 알려졌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는 사실상 재산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그 올데이커 씨의 집 뒤뜰에 있는 나무더미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뒤 곧 소방차가 달려왔지만 나무들이 너무 바싹 말라 있었기 때문에 불길을 빨리 잡지 못했다. 불이 났는데도 주인인 올데이커 씨가 보이지 않자. 경찰에서는 이상하게 여기고 곧 조사를 시작했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올데이커 씨의 침실을 조사해 보았더니, 침대에는 잠을 잔 흔적도 없었고, 금 고는 열려 있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는 많은 서류가 흩어져 있었다. 자세 히 조사해본 결과, 침실에서는 핏자국이 발견되었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떡 갈나무 지팡이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나중에 올데이커 씨는 그날 밤 어떤 손님을 만났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그 지 팡이는 그 손님의 것이라는 것도 확인되었다. 손님의 주소와 이름도 밝혀졌는 데, 그는 런던 시 이스트 센트릴 구 그레셤 건물 426호에 있는 그레이엄과 맥 펄레인 법률사무소의 젊은 변호사인 존 맥펄레인이었다. 경찰에서는 이미 맥펄레인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은 것 같다. 맥펄레인에게는 올데이커 씨 살인혐의로 곧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 같다. 그리 고 수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침실에는 핏자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문이 열려져 있었으며 거기에서부터 나무 더미가 있는 곳까지 부피가 큰 물 건을 질질 끌고 간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불을 완전히 끄고 보니 그 자리에서 새까맣게 탄 재가 발견되었다. 범인인 맥펄레인은 방에서 올데이커 씨를 죽이고 서류를 훔쳐 낸 뒤, 시체를 나무 더미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가서 불을 지른 것이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 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런던 경시청에서도 유명한 레스트레이 드 경감이다. - 나는 신문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 홈즈는 손가락을 깍지낀 채로 눈을 감고서 조 용히 듣고 있었다. 드디어, 홈즈는 어느 정도 알아차린 것 같은 말투로 입을 열 었다. "재미있는 사건이로군요. 그런데, 맥펄레인 씨, 신문에서는 경찰이 당신을 체포 할 만큼의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경찰은 지금까지 당신을 체포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나는 블랙히스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만, 어제는 올데이커 씨가 불러 서 그 딘 별장으로 간겁니다. 밤늦게까지 올데이커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 는 그 근처에 있는 어떤 호텔에 묵고 오늘 아침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오다가 신물을 보고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그 밖에 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신문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기차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홈즈 씨에게 달려온 것이 전부입니다. 사무실이나 집으로 간 다면 꼼짝없이 체포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런던 다리역에서 부터 경관에게 미행을 당했습니다. 아! 누가 온 것 같군요." 그때 아래층에서 벨이 울렸다. 이어서, 계단을 올라오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 리고, 홈즈와 내가 잘 아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우리 방문을 열었다. 그 뒤에는 경관 두 사람이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맥펄레인 청년을 노려보고는, "존 맥펄레인! 노어우드의 조너스 올데이커 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한다." 하고 크게 외쳤다. 그 청년은 벌벌 떨면서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금방 울 것 같은 비참한 표정으로 홈즈를 쳐다보다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홈즈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 이 청년을 체포하기 전에 몇 가지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지금 무척 재미있는 이 야기를 이 청년에게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경감님도 들어 보시면 사건을 해결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이 말에 화를 내면서, "더 이상 도움 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사건은 이미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지만 홈즈 씨가 우리를 도와준 것을 생각하여 야박하게 거절하지는 않겠습 니다." 맥펄레인 청년은 살았다는 듯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무튼,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면서 선심쓰듯이 말했다. "그러면, 30분만 기다리겠습니다." 홈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맥펄레인에게 말했다. "자, 이제 이야기를 계속하십시오." 맥펄레인은 웃는 얼굴로 홈즈를 쳐다보면서 말을 꺼냈다. "정말 고맙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나는 조너스 올데이커 라는 사람을 어제 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이 오래 전에 부모님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 이름만은 많이 들었습 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부모님도 그분을 만나시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오후 3시쯤 올데이커 씨가 런던의 내 사무실에 왔을 때는 무척 놀 랐지요. 그리고 나를 찾아온 목적을 듣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올데이커 씨는 종이를 꺼내서 2-3줄 정도 무어라고 쓰더니 그것을 내게 건네주 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내 유언장이네, 맥펄레인. 이것을 정식 유언장으로 만들어주게. 자네가 작성하는 동안 나는 여기에 앉아서 기다리겠네.' 그래서 나는 재빨리 유언장을 만들려고 그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올데이커 씨가 자기의 전 재산을 나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 다. 내가 어리둥절해서 올데이커 씨를 쳐다보자, 그는 살짝 웃으면서 얼굴을 다 른 데로 돌렸습니다. 그는 몸집이 작았고 회색 눈에 흰 눈썹을 가졌는데, 하여 튼 그렇게 인상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계속 어리둥절해 하자 올데이커 씨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는 독신으로 일가 친척도 없네. 젊었을 때 나는 자네 부모님과 자주 만났었 는데, 그때마다 자네 부모님은 자네가 무척 성실하다고 칭찬을 하더군. 그때부 터 나는 자네에게 내 재산을 물려주기로 마음먹었다네.' 너무나 뜻밖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나는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여튼 유언장을 완전히 작성해서 서명을 했습니다. 이것이 그 유언장이 고, 이쪽은 올데이커 씨가 내게 건내준 초안입니다. 그리고 올데이커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밖에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중요한 서류가 많이 있으니까, 오늘밤 완전 히 완성된 유언장을 가지고 노어우드에 있는 내 집으로 와주지 않겠나? 9시쯤 이면 좋을 것 같네. 그런데, 맥펄레인. 이번일이 확실히 끝날 때까지 자네 부 모님에게는 알리지 말게. 나중에 자네 부모님을 놀라게 해주고 싶네. 하여튼, 이 약속만은 지켜 주어야 하네.' 올데이커 씨는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습니다. 나는 전재산을 물려주겠 다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집에다 오늘밤에는 중요한 일 때문에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다고 전 보를 쳤습니다. 그리고 밤 9시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가 노어우드로 갔습니다. 그런데 집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서 9시 30분이 넘어서 야 딥 딘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잠깐만, 그때 누가 문을 열어 주었습니까?" 하고 홈즈가 맥펄레인의 이야기를 가로막았다. "40살 가량의 중년 부인이었는데 가정부인 것 같았습니다." "그 부인의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까?" "예, 알고 있었습니다." "됐습니다. 이야기를 계속해 주십시오." "나는 그 부인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들어갔습니다. 응접실에는 올데이커 씨 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자 곧 나를 침실으로 데라고 갔습니다. 침실에 는 큰 금고가 놓여 있었습니다. 올데이커 씨는 그 금고를 열고서 서류를 가득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서류를 같이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서류 정리는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겨우 끝났습니다. 그런 뒤에 내가 그만 가보아야겠다고 인사를 하자, 올데이커 씨는 가정부를 깨우기가 미안하니까 창문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 다고 하더군요."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었습니까?" 하고 홈즈가 물었다.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반쯤 내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생각이 났습 니다. 올데이커 씨는 커튼을 올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그때 내가 침실에 지팡이를 두고 온것이 생각나서 지팡이를 찾자 올데이커 씨는, '걱정하지 말게.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 테니 다음에 올 때 가져 가게.'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만, 너무 늦었기 때문 에 도저히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근처에 있는 암스 호텔에 서 그날 밤을 묵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 니다. " "홈즈 씨, 그 밖에 물어 보실것은 없습니까?" 하고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했다. "블랙히스에 가보기 전까지는 없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노어우드 입니다." 하고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했다.. 그러자 홈즈는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요."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의 날카로운 추리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홈즈 씨, 잠깐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자, 맥펄레인, 이제 자네는 문밖에 있 는 경관에게 가보는 것이 좋겠네." 맥펄레인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홈즈를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2. 빗나간 홈즈의 추리.. 홈즈는 유언장의 초안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건네주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이걸 읽어 보십시오. 참 재미있을 겁니다." 경감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종이를 받았다. "몹시 휘갈겨 썼군요. 앞의 2-3줄은 알아볼 수 있겠는데, 그 다음부터는 정말 알 아보기 어렵군요. 끝부분은 전혀 읽을 수도 없습니다."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홈즈 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것은 기차에서 쓴 겁니다. 글씨가 깨끗한 곳은 기차가 정거장에 멈추었을 때 쓴 것이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갈겨 쓴것은 기차가 달리고 있을 때 쓴 겁니 다." "또 당신의 그 어려운 추리가 시작되었군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것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큰 관계가 있지요. 유언장같이 중요한 서류를, 아무리 초안이라고 하지만 기차 안에서 휘갈겨 쓴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곧 이것이 중요한 서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올데이커 씨는 이 유언장을 진심으로 쓴 것이 아니라 는 거지요." "그렇지만 맥펄레인은 그 유언장 때문에 살인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입니다. 홈즈 씨. 여기에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어떤 노인이 죽으면 유언장에 따라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청년은 어떻게 할까요?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 노인의 집으로 갈겁니다. 그 집은 노인과 가정 부만이 살고 있습니다. 청년은 가정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노인을 죽이고, 시체를 나무더미로 옮겨서 불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근처 호텔로 가서 묵었습니다. 어때요,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이 아닙니까?" "레스트레이드 경감, 당신의 그 추리를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경감님은 여러 면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상력만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만일 경감님이 그 청년이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언장을 작성한 그날 밤에 바 로 상대방을 죽이겠습니까? 그렇게 한다면 곧 자신이 범인이라고 의심을 받게 될 겁니다. 게다가, 가정부가 집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렀을까 요? 그리고 시체를 숨기려고 불을 질렀으면서 범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듯이 침실에 지팡이를 남겨 두고 오겠습니까?" "홈즈 씨, 범인은 일을 저지르고 나면 당황해서 평상시에는 하지 않는 이상한 실 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범인은 다시 침실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서 지팡이를 그냥 두고 간 것 같습니다. 그 밖에 또 짐작가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지요. 그날 밤, 올데이커 씨 침실의 창문 커튼은 반만 내려져 있었다고 합 니다. 그러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날,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불량배가 올데이커 씨가 금고에서 서류를 꺼내 맥펄레인 씨에게 보여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불량배는 맥펄레인이 돌아가자 여려진 창문을 통해서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맥펄레인이 두고간 지팡이 로 올데이커 씨를 죽이고 그 시체를 차에 싣고 도망간 것이라고 말입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어느 정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으나, 그래도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 홈즈 씨의 의견은 그 불량배를 잡아야 한다는 거군요. 당신이 그 불량배 를 찾고 있을 동안, 나는 계속 맥펄레인의 혐의를 굳히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 하겠습니다. 어느쪽이 옳은 것인가는 시간이 결정해 줄 겁니다. 그렇지만 다음 사실을 잊으시면 안될 겁니다. 만일 범인이 불량배라면 뭔가 귀 중한 물건이 없어졌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올데이커 씨의 집에 있는 돈이나 서류는 하나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홈즈 씨?" 홈즈도 이 말에는 대답을 못했다. "과연 그렇군요. 경감님 말씀대로 여러 가지 면으로 생각해 보아야 겠군요. 그렇 지만 이런 것 모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자,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힘을 내십시오. 나도 오늘중으로 노어우드의 현장으로 갈 예정입니다. 경감님도 경감님 나름대로 자신을 가지고 수사를 펴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의 말에 의기양양해져서 밖으로 나갔다. 홈즈는 이제야 재미있는 사건을 맡았다는 듯이 흥분해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와트슨, 블랙히스에 있는 맥펄레인의 집에 가보아야 겠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노어우드가 아닌가?" "와트슨, 이 사건 뒤에는 또 하나의 기묘한 사건이 숨어있네. 그런데 경찰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에만 열중해 있어. 나는 뒤에 숨겨진 사건을 풀어야만 겉으 로 드러난 사건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왜 올데이커 씨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맥펄레인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 언장을 작성하였을까? 이것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이것이 밝혀지면 그 다음의 사건은 자연히 해결될 거야. 아니, 그리고 보니 자 네는 갈 필요가 없네. 그다지 복잡한 사건을 아니니까 저녁때쯤이면 돌아올 수 있을 걸세. 그때는 그 불쌍한 청년을 구해 줄 수 있는 선물을 가지고 올 거네." 홈즈는 자신있게 말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밤늦게서야 돌아온 그의 얼굴 을 보고서 나는 그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홈즈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바이올린을 켰지만, 곧 악기를 내팽게치고, 블랙히 스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3. 노어우드에서 온 전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했네. 와트슨.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는 큰소리를 해놓았 지만 아무래도 이번만은 그의 생각이 옳은 것 같네. 내가 왜 그렇게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블랙히스에 있는 맥펄레인의 집을 찾아갔을때, 그의 아버지는 맥펄레인을 찾으러 나갔고, 집에는 그의 어머니만 있었네. 어머 니는 불안과 걱정으로 몹시 흥분해 있더군. 그 부인은 맥펄레인이 살인을 할 사 람이 절대 아니라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했네. 그리고 맥펄레인의 어머니에게서 올데이커 씨에 대해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 를 들었네. '그 남자는 사람이 아니라 성격이 나쁘고 교활한 원숭이예요. 젊었을 때부터 그 랬습니다.' 하고 말하더군. '올데이커 씨를 젊었을 때 부터 아셨습니까?' 하고 내가 물어보니, '예, 잘 알고 있었어요. 그는 나에게 결혼을 신청한 일도 있었지요.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런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비록 평 생 가난하게 지낼지라도 말이에요. 나는 그와 약혼까지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싶어서 고양이를 새장에 넣어둔다는 그 의 이야기를 듣고는 곧 약혼을 취소해 버렸어요. 그런 잔인한 사람의 얼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 부인은 옷장 서랍에서 무엇을 꺼내 왔네. 그건 엉망진창으로 칼자국 이 나 있는 사진이었네. '내가 젊었을 때 사진입니다. 올데이커는 이것과 저주의 글을 내 결혼식 날 아 침에 내게 보냈어요. 아주 잔인하고 나쁜 사람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잘못을 뉘우치고 당신의 아드님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하 지 않았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네. 그러나 부인은, '그에게서는 단돈 한푼이라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거였네. 그 부인은 아직도 올데이커 씨를 무척 미워 하고 있었네. 경찰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맥펄레인이 올데이커 씨를 죽였 다는 것이 틀림없을 거라고 단정지어 버릴 걸세. 나는 거기에서 노어우드로 가보았네. 올데이커 씨가 살고 있었던 별장은 현대식 으로 지은 꽤 큰 건물이더군. 불이 난 나무더미는 길가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들 어간 곳에 있었네. 내가 그곳에 갔을 때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없었고, 형사 부 장이 수사를 하고 있었네. 그때 막 대단한 물건을 발견했다고 해서 가보았더니 새까맣게 변한 금속 단추 몇 개였네. 그건 모두 바지의 단추였어. 나는 그 단추 가운데 하나에 '하임스' 라는 이름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올데이커 씨의 단골 양복점 이름이었네. 나는 무슨 발자국이라도 발견할 수 없을까 하고 잔디밭 주위를 조사해 보았으나 요즘 계속된 가뭄 때문에 땅이 바짝 말라 굳어 있었네. 단지 뭔가 큰 보따리 같 은 것을 나무 더미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가서 낮은 울타리를 넘어간 흔적이 있었 을 뿐, 그밖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한 시간정도 잔디밭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뒷받침이 라도 하듯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네. 그래서 나는 올데이커 씨의 침시로 갔네. 핏자국은 아주 희미하고 작았지만 최 근의 것임에는 틀림없었네. 지파이는 아마 경찰에서 가지고 갔겠지만, 거기에 묻은 핏자국도 최근의 것이었네. 그리고 지팡이는 맥펄레인의 것이 틀림없네. 양탄자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만 찍혀 있을 뿐 다른 사람의 것은 보이지 않았어. 이것도 역시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짐작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지. 금고 안도 조 사해 보았으나 서류는 모두 탁자 위에 놓여 있었네. 내가 보기에는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았네. 저금 통장도 살펴보았지만, 올데이커 씨는 우리가 생각하 는 만큼 부자는 아니었네. 결국, 맥펄레인 청년에게 유리한 증거는 하나도 찾아 내지 못한 거지. 나는 마지막으로 가정부를 조사해 보기로 했네. 가정부 랙싱턴 은 몸집이 작고 얼굴이 거무스름하며 말이 적은 여자였네. 나는 그 여자를 보자 마자 웬지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내가 질문을 하자, '예, 맥펄레인이라는 젊은 손님은 9시 30분쯤에 응접실로 들어갔지요. 저는 11 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었어요. 저의 방은 집의 맨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바깥이 떠들썩하고 '불이야 ~!'하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그래서 나가 보았더니 불쌍하게도 주인 어른이 그렇게 되셨더군요.' 나는 가정부에게 단추를 보이고 물어 보았네. 그러자 가정부는 그 단추는 어젯 밤에 올데이커 씨가 입고 있었던 옷에 달린 단추가 틀림없다고 하더군. 비가 한 달동안이나 오지 않았으므로, 나무에 불이 붙자마자 확 타올라서 가정부가 달려 갔을 때는 온통 불바다가 되어 있었고, 벌써 시체가 타는 고약한 냄새가나고 있 었다는군. 와트슨. 이것이 전부일세. 그리고 이건 내 직감이지만, 그 가정부가 말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네. 그 여자는 틀림없이 뭔가를 알고 있어. 그 여자의 눈빛을 보고 나는 금방 그 여자에게서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네. 와트슨, 이 이야기는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이번 노우어드 사건은 아무 래도 내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네." "그러면 순진하고 착한 맥펄레인 청년은 어떻게 되는 건가?" "겨우 한 번 보고 나서 어떻게 순진하고 착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겠나? 그보다 더 고분고분해 보이던 남자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적도 있었다네. 하여간 지금까지의 사실은 모두 맥펄레인에게 불리한 것 뿐이네. 그건 그렇고, 한가지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 있네. 그것은 올데이커 씨의 통장에 잔고가 아주 적다는 것일세. 아무래도 그게 좀 이상해서 조사를 해보니까, 올데이커 씨는 코 넬리어스 라는 사람에게 거액의 수표를 몇 번 발행해 주었더군. 은퇴한 건축가 와 이런 큰 거래를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게다가, 올데이커 씨는 그런 거액을 지불하면서도 그 상대방에게서 영수증 한장 받지 않았네." 그날 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났다. 그러나 홈즈는 그날 밤 잠을 전혀 자지 못 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내가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보니 홈즈의 얼굴은 핼쓱해졌고, 눈도 몹시 충혈되어 있엇다. 식탁위에는 전보가 한 통 펼쳐져 있었는데, 내가 내 려가자마자 홈즈는 그 전보를 내게 건네주었다. "와트슨.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노어우드에서 온 전보였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중요한 증거를 잡았음. 맥펄레인의 유죄가 확정. 손을 떼고 싶음. 레스트레이드 - 4. 벽의 지문..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새로운 증거를 잡았군. 무엇인지 아주 결정적인 것인 모양 이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홈즈는 웃으면서.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무척 의기양양해졌군. 새로운 증거라고 하지만 레스트레이 그 경감이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한 해석을 한 것인지도 모르네. 그렇다고 하더라 도 그렇게 쉽게 송르 뗄 수는 없을 거네. 와트슨,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나와 함 께 노어우드로 가보세. 오늘은 자네와 같이 갔으면 좋겠어. 자네가 없으니까 왠 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더군." 홈즈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긴장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버릇이 있었 다. 홈즈와 내가 노어우드의 딘 별장에 도착해 보니 집 주위에서 무언가 떠들썩 한 소리가 들렸다. 문으로 들어서자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홈즈 씨, 당신이 말한 불량배는 찾아내셨습니까? 나는 여기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았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나는 아직...." "그리고 나는 어제 확실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그것이 틀림없다고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범인은 맥펄레인이 틀림없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복도를 지나서 어두컴컴한 현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맥펄레인은 올데이커 씨를 살해하고 나서 이곳에 벗어 둔 모자를 그냥 두고 갔 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자는 맥펄레인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자, 이것을 보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허둥대면서 성냥불을 켰다. 그러자, 흰 벽에 조그만 얼국이 나타났다. 성냥불을 가까이 대보니 그것은 보통 핏자국이 아니라 피가 묻은 엄지 손가락의 지문이었다. "돋보기로 잘 살펴 보십시오, 홈즈 씨. 그리고 맥펄레인의 오른쪽 엄지 손가락의 지문을 찍은 것이 여기있으니 잘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경감은 맥펄레인의 지문을 벽의 지문과 비교해 보였다. 틀림없이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제 맥펄레인의 운명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했다. "어떻습니까, 결정적이지요?" 나는 앵무새처럼 경감의 말을 따라 했다. "그렇습니다. 결정적이군요." "결정적입니다." 홈즈도 따라서 말했다. 그러나 그 말투가 조금 이상해서 나는 홈즈의 얼굴을 돌 아보았다. 그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홈즈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뜻밖이군요. 그래서 사람은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다고 하는 거로군요. 그렇게 얌전하고 순진한 맥펄레인이 사람을 죽이다니, 이번 사건으로 나는 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맞장구를 쳤다. "그렇고말고요. 세상에는 사람을 겉만보고 지나치게 믿는 사람들이 이따금 있지 요, 홈즈 씨." 나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이 말에 화가 났지만, 그 자리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 다. 홈즈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레스트레이드 경감. 이건 누가 발견했습니까?" "렉싱턴 가정부가 지난밤에 망을 보고 있던 경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왜 어제는 지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그건, 특별히 현관을 주의깊게 조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시 는봐와같이 그다지 눈에 띄는 장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겠군요. 그러나 경감님, 그 지문이 어제부터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습 니까?" 이 말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홈즈의 정신 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홈즈가 너 무 엉뚱한 말을 꺼냈기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했다. "어제부터 있었느냐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러면 맥펄레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 를 남기기 위해서 일부러 한밤중에 유치장에서 빠져나왔겠습니까? 아무튼, 이것 은 맥펄레인의 지문이 틀림없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이상 보고서를 빨리 작성해야 겠습니다. 홈즈 씨,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응접실로 오십시오. 나는 거 기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겠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응접실로 갔다. 홈즈는 흥분이 어느정 도 가라앉은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었다. "와트슨, 정말 큰일날뻔했네. 이제는 맥펄레인을 구해 줄 수 있을 것 같네." "그래? 나는 모든것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레스트레이드가 저렇게 좋아하고 있는 지문에는 매 우 중요한 뜻이 포함되어 있네." "정말인가, 홈즈? 어떻게 알아냈나?" "어제 내가 현관을 조사할 때는 틀림없이 지문이 없었네. 와트슨, 정원쪽으로 나 가 보세." 나는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조금 있으면 홈즈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밝 혀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홈즈를 따라 정원으로 나갔다. 홈즈는 건물의 이곳저곳을 주의 깊게 살펴본 뒤, 디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고 지하실에서부터 지붕까지 샅샅이 둘러보았다. 방은 대부분 가구도 없이 텅 비어 있었으나, 홈즈는 어느 방이든지 모두 주의깊 게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쓰지 않는 침실이 3개가 잇따라 있는 2층의 복도를 지 나쳐 갈때 매우 즐겁고 흥분된 목소리로 홈즈는 이렇게 말했다. "와트슨, 이번 사건은 정말 재미있네. 이제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사실을 가르 쳐 주어도 좋겠군. 아까는 경감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아마 반대의 입장이 될 걸세.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겠다는 말일 세." 홈즈가 응접실로 들어가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아직도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 고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 증거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 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펜을 놓고서 이상하다는 듯이 홈즈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홈즈 씨?" "경감님은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증인을 아직 만나지 않았습니 다." "중요한 증인이라구요? 그게 누구입니까? 있다면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 증 인을 이곳으로 데리고 올 수는 없을까요, 홈즈 씨?" 하고 경감은 고분고분하게 말했다. "나도 데려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만나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홈즈 씨." "그러면, 데리고 오지요. 여기에 경관이 몇 사람이 와 있습니까?" "세 사람입니다." "충분하군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큰 소리를 낼 수 있겠지요?" "예, 그건 그렇지만, 큰 소리가 증인을 데려오는데 무슨 도움이 됩니까?" "그것은 곧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 지금 그 세 사람을 불러 주시겠습니까?"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무엇이라고 투덜거렸지만 홈즈가 시키는 대로 했다. 곧 경 관 세 사람이 응접실로 들어갔다. 홈즈는 경관들에게. "자,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주십시오. 먼저 헛간에 가면 보릿짚이 많이 있을 테니 그것을 두 다발 정도 가지고 오십시오. 중요한 증인을 부르는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경관들은 홈즈가 시키는 대로 헛간에 가서 보릿짚을 가지고 왔다. 홈즈는 나에게 말했다. "와트슨, 성냥을 가지고 있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홈즈는 레스트레이드 경감과 우리 모두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2층에는 쓰이지 않는 침실 세 개가 나란히 있고, 그 앞은 넓은 복도로 되어 있었다. 홈즈는 우리를 그 복도의 구석진 곳으로 데리 고 갔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비웃는 얼굴로 홈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경관들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홈즈는 요술을 시작하려는 요술쟁이와 같이 우리들 앞에 서서 이야기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물 두 양동이를 가지고 오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보릿단 을 이 마루 위에 놓아 두십시오. 됐습니다. 자, 이제는 준비가 다 된 것 같습니 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드디어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다. "홈즈 씨, 우리를 놀리시면 곤란합니다. 뭔가 알고 있다면 이런 어이없는 짓을 그만두고 빨리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화를 내지 마십시오. 레스트레이드 경감. 나는 이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겁니다. 아까는 경감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지 만, 이번에는 경감이 당할 차례입니다. 와트슨, 미안하지만 그 창문을 열고 이 보릿짚에 불을 붙여 주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홈즈가 시키는대로 불을 붙였다. 회색 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따라서 복도에 퍼져 갔다. 이어서 보릿짚에 붙이 불는 소리를 불길이 확 치솟았다. "자,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증인이 정말 나타날지 시험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다같이 소리를 맞추어서 '불이야!'하고 외쳐 주십시오. 자아, 하나, 둘. 셋!" 홈즈의 구령에 맞추어서 모두 큰 소리로.. "불이야~!" 하고 외쳤다.. "좋습니다. 다시 한 번 해 주십시오." "불이야~!" "다시 한 번." "불이야~!" 그 소리는 노우어드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컸다. 그런데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복도의 막다른 벽이 스르르 열리더니 안에서 몸집이 작은 남자가 마치 토끼가 달 아나는 것처럼 뛰어나오는 것이었다~! 홈즈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이젠 됐습니다. 와트슨, 물을 부어서 불을 꺼주게.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중요한 증인 올데이커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어리둥절해져서 방금 뛰어나온 올데이커를 물끄러미 바라보 았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올데이커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아직 연기 가 나고있는 보릿짚과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는 정말로 인상이 고약하고 교활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퍼득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말했다. "아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까지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소?" 경감은 흥분을 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올데이커는 경감의 무서운 태도에 벌벌 떨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별로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쁜일을 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그렇게 뻔뻔스러운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당 신은 아무 죄도 없는 맥펄레인 청년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우려고 하지 않았소? 여기 계신 홈즈 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당신의 계획은 성공했을 테지." 그러자, 흉칙한 얼굴을 하고 있던 올데이커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 정말 이건 장난이었습니다." "뭐, 장난이라고?! 자, 이 사람을 응접실로 데려가게. 도망가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하네." 올데이커는 경관들에게 끌려서 계단을 내려갔다. 부하 경관들이 모두 내려가자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홈즈 씨, 부하들이 있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이번일은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겁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짐작도 못하 겠습니다만, 억울하게 누명을 쓸 뻔한 사람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더욱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실수를 해서 경감으로서의 명성을 떨어뜨릴 뻔 한 나도 구해 준 셈이지요." 홈즈는 미소를 지으면서 경감의 어깨를 살짝 두르렸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이번 사건으로 당신의 명성은 더욱 올라갈 겁니다. 보고 서는 경감님이 작성하신 내용을 조금만 바꾸면 될 겁니다. 런던의 시민은 이제 레스트레이드 경감님의 눈을 도저히 속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홈즈 씨, 이번 사건에 당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여튼 나는 일 그 자체로 만족하니까요. 그러면 올데이커 씨가 숨 었던 곳을 가보기로 합시다." 5. 홈즈의 설명.. 우리는 홈즈와 함께 올데이커가 숨어 있던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복도의 맨 끝에서부터 2m정도를 막어서 감쪽같이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가구가 몇개 놓여 있었고, 음식와 음료수, 그리고 책과 신 문도 있었다. 홈즈는 곧 복도로 나와서 말했다. "과연 잘 지은 집이군. 이렇게 교묘한 비밀 장소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닐텐데.... 가정부는 틀림없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 겁니다. 레스트레이드 경 감님, 지금 곧 그 여자를 붙잡아 두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홈즈 씨. 어떻게 해서 그 녀석이 여기에 숨어 있었다는 것 을 알아냈습니까?" "나는 올데이커가 틀림없이 집안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2층 복도 를 걸음으로 대충 재어 보고 아래층 복도보다 2m정도 짧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2층 복도에 비밀 장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직접 찾아내서 체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올데이커 스스로 나오게 하는 편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저 올데이커가 '불이야~!'라는 고함소리를 듣고도 꼼짝 않고 있을 정도로 신경이 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경감 님에게 놀림받은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저 녀석이 집안에 숨어 있다고 생 각했습니까?" "지문때문이지요.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그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나 에게도 결정적인 그것이었습니다. 어제 내가 조사할때는 틀림없이 지문이 없었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도 잘 알겠지만 나는 언제나 작은것에 주의를 기울여서 조사합니다. 이번에도 현관 주 위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문은 어젯밤에 누가 찍은 거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요." "그러나 어떻게 해서 다른 사람이 맥펄레인의 지문을 찍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금고 안에는 서류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 봉투를 정리할 때, 부드러운 초에 맥펄레인 청년의 엄지손가락이 닿게 되었던 것입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맥펄레인은 잘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올데이커도 그때는 그 지문을 이렇게 사용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데 비밀 장소에 숨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그 지문을 생각해 낸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맥펄레인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을 겁니다. 올데이커는 서류 봉투에서 지문을 채취해서 그위에다 피를 발라서 밤중 에 벽 위에 눌렀지요.. 아주 쉬운 일입니다. 자기가 직접했는지 가정부에게 시 켰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비밀 장소에 맥펄레인의 지문이 묻은 서류 봉투를 가지고 들어간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마, 지금도 그 봉투는 그 비밀 장소에 있 을 겁니다." "놀랐습니다. 정말 훌륭한 추리입니다. 홈즈 씨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제 확실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홈즈 씨, 올데이커는 왜 이렇게 복잡한 일을 저질렀을 까요?"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그 의기양양한 태도를 바꾸어서 마치 학생이 선생님에게 무 엇을 물어보는 투로 말했다. "그것도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올데이커는 본디 성격이 심술뒜고 또 집념이 몹 시 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새장에 고양이를 집어넣어서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것을 즐길 정도로 아주 잔인한 사람입니다. 그가 옛날에 맥펄레인의 어머니에게서 약혼을 취소당 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 그런일이 다 있었습니까?" "아, 모르고 있었군요. 나는 노어우드에 오기 전에 맥펄레인의 집이 있는 블랙히 스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올데이커는 그 약혼을 취소당한 것을 괴장한 모욕이 라고 생각하여, 언젠가는 꼭 복수를 하고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도 집 념이 강한 올데이커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재산을 늘려 보려고 다른 사업에 손을 대었다가 잘되지 않아서 반대로 막대한 빛을 짊어 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채권자들의 눈을 속이려고 생각했던 겁니다. 올데이커는 실지로 있지도 않은 코넬이어스라는 사람을 만들 어서 그 사람에게 거액의 수표를 끊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통장에서 돈 을 찾아 그 돈을 다른 곳에 숨긴 겁니다. 그 돈의 행방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 만 아마 어느 시골의 은행에 코넬리어스라는 이름으로 예금되어 있을 겁니다. 올데이커는 이렇게 일을 꾸민 다음. 자신의 이름을 코넬리어스로 바꾸어 그 돈 으로 다른 곳에서 생활할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군요. 그렇다면 올데이커는 정말 교활한 사람입니 다." "올데이커는 자신이 맥펄레인 청년에게 살해된 것같이 꾸민다면 앞으로는 사람들 이 자신을 절대로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맥펄레인의 어머니 에게도 충분한 복수를 한 셈이 되어서, 올데이커에게는 아주 즐거운 계획이었지 요. 유언장을 써서 맥펄레인에게 살인 동기가 있는 것 처럼 꾸민 것, 맥펄레인의 지 팡이를 숨겨두었다가 피를 묻힌 것, 나무 더미에 불을 질러 시체를 태운 것처럼 꾸민 것, 그리고 거기에 바지 단추를 떨어뜨린 것등이 모두 교묘한 생각들이지 요. 그런데 올데이커는 그렇게 하고도 더욱 완전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맥펄레인의 지문을 남겨서 결정적인 증거로 삼으려고 했지만, 그것이 그 만 거꾸로 치명상이 된 것입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 밑으로 내려가 봅시다. 올데이커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응접실로 내려가니 올데이커는 양쪽에서 경관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리들이 들어가자 그는 처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난으로 해본 겁니다. 정말입니다. 내가 행방불명이 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맥펄레인 군에게 죄를 덮어씌우겠다 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화를 벌컥 냈다. "그러한 것은 재판소에 가서 말하는 것이오! 그렇지만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 든 배심원은 절대로 믿어 주지 않을 겁니다." 옆에서 홈즈가 끼어 들었다. "당신의 채권자들은 코넬리어스 씨의 은행 예금을 차압하게 될 것이오." 그 말에 올데이커는 갑자기 몸을 움추리며 증오의 눈으로 홈즈를 바라보았다. "이 빛은 언제가는 반드시 갚아 드리겠습니다. 홈즈 씨!" 홈즈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자, 앞으로 3-4년 동안은 형무소의 신세를 지게 될 테니까, 그 문제는 거기서 신중하게 생각해 본 다음에 결정하세요, 참, 나무 더미에 헌 바지와 함께 태운 것은 무엇입니까? 개의 시체요? 아니면 토끼요? 아니면,뭔가 다른것이오?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 이군. 당신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오. 좋아, 토끼 두 마리로 해 두지요. 와트슨, 언젠가 노어우드의 사건에 대해서 쓰게 된다면 그냥 토끼라고만 해두게." 홈즈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밝은 목소리로 껄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