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 (The Reigate Squires) 코난 도일.. 1. 이상한 도둑.. 1887년 봄, 홈즈는 지나치게 일한 나머지 병이 났다. 그 무렵의 노트에는 홈즈가 프랑스 동부의 마을 리용의 호텔에서 병으로 누워 있 다는 전보를 내가 받은 것이 4월 14일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서 스물 네 시간 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홈즈의 병실로 달려갔는데, 병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어서 나는 안심했다. 그러나 홈즈의 무쇠처럼 튼튼한 몸도 2개월 남짓이나 수사에 몰두했기 때문에 완 전히 약해졌던 것이다. 그 동안 홈즈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이나 계속 일을 했고, 연이어 닷새 동안 수사 를 한 적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 고생이 열매를 맺어 사건은 멋지게 해결되 고, 홈즈의 명성은 온 유럽에 널리 떨쳤으나, 홈즈 자신은 녹초가 되어 몹시 침 울했다. 사흘 뒤에 우리는 런던의 베이커가로 돌아왔지만, 홈즈에게 전지 요양이 좋은 것 은 틀림없었고, 나 역시 봄철 1주일 동안을 시골에서 지내는것도 즐거운 일이었 다. 그건 그렇고, 내가 군의관으로 인도에 있었을 때 친하게 지낸 헤이터 대령이 서 리 군 라이게이트 부근에 있는 그의 저택으로 놀로 오라는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 다. 최근의 편지에서는, 홈즈가 함께 온다면 기꺼이 환대하겠다는 환영의 뜻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홈즈에게 헤이터 대령의 시골 저택으로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홈즈는 그 대령이 독신이므로 그곳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임을 알자 내 계획에 찬성했다. 이렇게 되어, 우리는 리용에서 돌아와 1주일째 되는 날 헤이터 저택의 손님이 되었다. 헤이터 대령은 훌륭한 노군인으로서 세상사도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에 내가 예상한 대로 홈즈와는 마음이 잘 맞았다. 도착한 날 밤,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대령의 총기실에 앉아 있었다. 홈즈는 소파 위에 누워 있었고, 나는 대령이 수집한 많은 총기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령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렇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이 권총 중에서 한 자루만 골라 2층으로 가지 고 갈까요?" 나는 놀라서 물었다. "만일의 경우라니요?" "그렇게 됐소. 이 부근에서 소동이 벌어졌어요. 액튼 노인이라는 이 군의 세력가 의 집에 지난 월요일에 강도가 들었는데, 대단한 피해는 없었지만 범인이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는군요." 홈즈는 눈을 치켜 올리고 대령을 보면서 물었다. "단서는 없습니까?" "현재로서는 아무런 단서도 없답니다. 그러나 조그마한 사건이라고 할까, 아무래 도 시골에서 일어난 시시한 범죄니까 홈즈 씨에게는 하찮은 사건일 겁니다." 홈즈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뭔가 재미있는 특색이라도 없나요?" "없나 보오. 도둑들은 서재를 뒤졌지만 수고에 비해 얻은 것은 적었던 모양입니 다. 서랍을 꺼내 보고, 책장을 뒤지고, 온 방안을 엉망진창으로 뒤집어 놓았지 만, 잃어버린 건 포프가 번역한 [호머]의 불완전한 책 한권, 도금한 촛대 두 개, 상아 문진 한 개, 작은 청우계 한 개, 게다가 삼베 실꾸러미 하나, 그것뿐 이었다오." 나는 외쳤다. "왜 그렇게 이상한 것들만 가져갔을까요?" 대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거야 뭐 닥치는 대로 가져간 모양입니다." 그러나 홈즈는 소파에서 중얼거렸다. "서리 군 경찰은 그런 것을 가볍게 보면 안되겠는걸. 아주 분명한 일인데요. 예 컨데......" 그러나 나는 손가락으로 그를 찔러 주의를 주었다. "여보게, 자네는 이곳에 요양하러 온 거야. 제발 부탁이니까. 새로운 사건과 씨 름하려면 건강이 회복된뒤에나 하게나." 홈즈는 어깨를 움츠리고 단념한 듯이 대령을 흘끗 바라보았으므로, 이야기는 안 전한 방향을 옮아갔다. 그런데 내가 의사로서 한 충고도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튿날 아침에 사건 쪽에서 먼저 우리쪽으로 밀고 들어와 홈즈는 모른체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식사를 들고 있는데 대령의 집사가 예절도 잊어 버릴 정도로 허둥지둥 뛰어 왔다. "들으셨어요? 커닝검 씨 댁에서 일이 생겼답니다!" 대령은 커피 잔을 들고 외쳤다. "강도인가?" "살인입니다!" 대령의 목에서 휙하고 소리가 났다. "뭐라고! 누가, 누가 살해당했나? 치안판사인가, 아니면 그 아들인가?" "아닙니다. 마부인 윌리엄입니다. 총에 심장을 맞아 말도 못하고 죽어 버렵답니 다." "그럼, 누가 쏘았는가?" "강도입니다. 총알처럼 날쌔게 달아나 버렸답니다. 식시실 창문으로 들어온 것을 마부가 보고 주인의 재산을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은 겁니다." "언제 일인가?" "어젯밤입니다. 12시경이라던데요." "아아, 그럼 어서 가보세." 대령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고쳐 앉았다. 그리고 집사가 물러가자 우리들에게 말했다. "그 커닝검이란 치안판사는 이 부근에서 제일가는 대지주이고 아주 좋은 사람입 니다. 이 사건 때문에 꽤 마음 아파하고 있겠군요. 그 마부는 오랜 세월 동안 일해 온 근면한 사람이지요. 액튼 댁에 침입한 그 강도들의 소행인 모양이요." 홈즈는 생각에 잠겨 물었다. "그 이상한 물건만 훔쳐 간 녀석 말입니까?" "그렇소." "흠, 지극히 간단한 사건일지도 모르겠지만, 좀 흥미가 끌리는 점도 없지 않군 요. 시골에서 소동을 피우는 강도라면 장소를 바꿔 가면서 일을 저지를 텐데, 같은 지방에서 2-3일도 되지 않았는데 두 집을 습격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 다. 어젯밤 조심해야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영국에서도 이 부근은 도둑들이 올 만한 곳이 못된다고 문득 새악해 보았습니다만, 그리고보니 아직도 내 지식이 부족했었나 보군요." "지방에서만 설치고 다니는 상습범일 테죠. 그렇다면 물론, 액튼 저택과 커닝검 저택은 들어갈 만한 곳이지요. 이 부근에서는 뛰어나게 커다란 집이니까." "동시에 부자이기도 하겠지요?" "뭐, 그래야겠지만, 요 몇 해 동안 소송에 휘말려 들어서 양쪽 집 모두 주머니 사정은 축났을 겁니다. 액튼 노인이, 자신이 커닝검 집안의 토지 중 절반에 소 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변호사가 그 일에만 매달려 싸우고 있습니다." 홈즈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이 고장 강도라면 간단히 잡힐거야. 염려 말게. 와트슨. 나는 주제넘게 나서지 않을 테니까."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포레스터 경감께서 오셨습니다." 똑똑해 보이는 날카로운 얼굴을 한 청년 경감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폐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런던 베이커 가의 홈즈 씨가 묵고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서 뛰어왔습니다." 대령이 홈즈 쪽을 가리키자 경감은 인사를 했다. "홈즈 씨, 수고를 좀 해주십사고 찾아왔답니다." 홈즈는 웃으면서 말했다. "와트슨, 자네의 뜻대로는 안되는군. 경감, 지금도 그 사건을 이야기하던 참이었 소.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여느때와 같은 태도로 그는 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었으므로, 나는 말려 보았자 허사라고 생각했다. 경감이 말했다. "액튼 사건에는 단서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많습니다. 범인은 같은 인물인 모양입 니다. 커닝검 노인이 침실 창문에서 범인의 모습을 보았고, 아들인 알렉 씨도 뒷문에서 얼핏 보았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밤 15분 전 12시였는데, 커닝검 노인은 때마침 침대에 들어 가려는 참이었고, 알렉 씨는 잠옷으로 갈아 입고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는 겁니다. 두 사람 모두 마부인 윌리엄이 소리를 치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알 렉씨는 무슨 일인가 하고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는군요. 계단을 내려가니 뒷문이 열려 있었고, 밖에서 두 남자가 맞붙어 싸우고 있는 것 이 보였답니다. 그러더니 한쪽이 권총을 쏘자 상대가 쓰러지고, 총을 든 남자는 뜰을 가로질러서 생울타리를 넘어가 버렸다는군요. 창문에서 보고 있던 커닝검 노인은 범인이 큰길로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뒤로는 놓쳐 버렵답니다. 알렉 씨는 숨이 끊어져 가는 마부가 살아날 것인지 어떤지를 확인하고 있었는 데, 그러는 사이에 범인은 모습을 감춰 버린 겁니다. 범인은 중간 체격이고 검 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인상착의에 관한 실마리는 없습니다만, 지금 전력을 다해 조사중입니다. 이 고장 사람이 아니라면 당장에 찾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윌리엄이라는 마부는 거기서 뭘 하고 있었습니까? 죽기 전에 뭔가 말을 했습 니까?" "한마디도 못했답니다. 그 사람은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대단히 성실한 사람이었죠. 아마도 집안에 별다른 일이 없나 하고 둘러볼 생각 으로 나왔다고 여겨집니다. 액튼 저택 사건이후 모든 사람들이 조심을 하게 되 었으니까요. 아마 강도가 문을 부수었을때 윌리엄과 마주친 모양입니다. 자물쇠 가 망가져 있었으니까요." "윌리엄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어머니는 몹시 늙어서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 습니다. 게다가 충격으로 멍청해 있고, 또 애당초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경감은 노트에서 뜯어 낸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무릎 위에 폈다. "이것은 죽은 마부의 엄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던 겁니다. 커다란 종이를 잡아뜯은 모양입니다. 이미 알아보셨겠지만 종이에 적혀 있는 시간은 마 부가 살해된 시간과 꼭 들어맞습니다. 범인이 종이의 나머지를 뜯은 것인지, 윌 리엄이 범인의 것을 뜯었든지, 그 어느쪽일 겁니다. 아무래도 만날 시간을 적어 놓은 것 같습니다." 홈즈는 종이 쪽지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 │ 15분 전 12시에 │ │ ┌────┘ │ 가르쳐 │ │ ┌┘ │ 아마 │ │ ┌┘ └──┘ 경감이 말했다. "그것이 만나는 시간을 약속해 놓은 것이라면, 윌리엄 커원은 정직한 사람이었다 는 평판과는 달리 강도와 통하고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셈입니다. 거기서 범인을 만나서 문을 부수는 일까지 도와주었는데, 그 뒤에 두 사람 사이에 말다 툼이 일어났는지도 모릅니다." 홈즈는 주위를 기울여 쪽지를 조사하면서 말했다. "이 사건은 보기보다 어려운데...." 그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으나, 이윽고 얼굴을 들고 말했다. "당신은 강도와 마부 사이에 관계가 있어, 이 쪽지는 강도가 마부에게 건네준 편 지가 아닌가 하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것은 예리한 추리이며, 있을 법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편지의 첫 부분은...." 홈즈는 다시 머리를 부둥켜 안고 깊은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얼굴을 들 었을 때에는 볼이 붉어지고, 눈은 앓기전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홈즈는 벌떡 일 어섰다. "이 사건을 더 조사하고 싶군. 이 사건에는 몹시 흥미를 끄는 점이 있소. 헤이터 대령님, 대단히 실례입니다만 당신과 와트슨을 이 자리에 남기고 나는 경감과 함께 나가겠습니다. 잠시 생각한 일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반 시간이면 돌아 오겠습니다." 2. 명탐정의 발작.. 한 시간 반이나 지나서 경감이 혼자 돌아왔다. "홈즈 씨는 저쪽 들판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세 사람에게 함께 와 달라고 하더군요." "커닝검 씨 댁으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경감은 어깨를 움츠렸다. "잘 모릅니다.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홈즈 씨는 아직 병이 낫지 않으 신 모양입니다. 몹시 이상한 짓을 하고, 아주 흥분하고 있더군요." 내가 말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홈즈는 미친 사람 같으면서도 빈틈없이 순리를 쫓고 있으 니까요. 나는 평소에 그런점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경감이 중얼거렸다. "조리가 맞는 것 같은면서도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그러나 그 분은 아주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니까. 여러분도 준비가 되셨으면 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홈즈는 들판을 여기저기 거닐고 있었다. 턱을 가슴에 묻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 에 넣은 모습이었다. "사건은 점점 재미있게 되어가네. 와트슨. 이번 시골 여행은 대성공이었네. 오늘 아침에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어." 대령이 물었다. "범행 현장에 가 보셨소?" "갔다 왔습니다. 경감과 함께 잠깐 수사를 해보았습니다." "잘되었습니까?" "글쎄요. 흥미 있는 것을 몇 가지 발견했습니다. 걸어가면서 수사의 내용을 말씀 드리지요. 먼저, 그 불행한 마부의 시체를 보았습니다. 들은 바와 같이 권총으 로 살해되었더군요." "그럼, 그 일을 의심하고 있었소?" "어떤 일이든 간에 확인해 두는 편이 좋으니까요. 수사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리고 커닝검 부자를 만나보았는데, 범인이 달아날때 뜰의 생울타리를 뛰어넘은 곳을 확실하게 가르쳐 주더군요. 그것은 대단히 흥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리고 피해자의 어머니도 만나보았는데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늙 어서 쇠약해져 있더군요." "그래, 수사 결론은 어떻게 났습니까?" "이 범죄는 매우 색다른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마 더 확실 해질 테지만요. 경감, 당신도 내 의견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죽은 사람이 손에 쥐고 있었던, 범행 시간이 쓰여 있는 종이 쪽지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단서가 되겠지요. 홈즈 씨." "틀림없이 단서가 될 겁니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이건 간에, 그 남자가 윌 리엄 커원을 그 시각에 꾀어낸 겁니다. 그런데 그 종이의 나머지는 어디에 있을 까요?" 경감이 말했다. "그것을 찾으려고 땅바닥을 샅샅이 ?어 보았습니다." 홈즈가 말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의 손에서 발견된 겁니다. 어째서 그 종이를 그토록 빼앗고 싶 었을까요? 그건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는 가? 종이쪽지가 죽은 사람의 손에 남아 있는 것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호 주머니 속에 넣어 버린 모양이오. 따라서 그 종이의 나머지가 발견되면, 수수께 끼의 해결에 한 발 다가서게 됩니다." "그건 그렇겠지만, 범인을 잡지 않고 어떻게 범인의 호주머니를 찾아 볼 수가 있 겠습니까?" "정말, 그것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겠군요. 그러나 또 한가지 확실한 일이 있습 니다. 편지는 윌리엄에게 보내진 것이지만, 그것을 쓴 사람이 갖다 준것은 아닙 니다. 갖다 줄 정도라면 직접 말로 전할 테지요. 그렇다면 누가 그 편지를 가져 다 주었을까, 혹시 우편으로 보낸 것은 아닐까요?" 경감이 말했다. "그것은 조사했습니다. 윌리엄은 어제 오후에 편지를 한 통 받았다고 합니다. 봉 투는 자기 손으로 찢어 버렸다더군요." 경감의 등을 치면서 홈즈가 소리를 질렀다. "훌륭해요! 당신은 우체부를 만나보셨군요! 그러니까, 당신과 함꼐 일을 하는게 무척 기쁠 수밖에. 자, 도착했군. 여기가 오두막이오. 대령님, 이쪽으로 오시면 범행 현장을 안내해 드리지요." 우리는 살해된 남자가 살고 있었던 아담한 오두막앞을 지나 떡갈나무 가로수 길 을 걸어서 으리으리한 구식 저택 앞으로 나왔다. 홈즈와 경감은 먼저 가서 저택 의 모퉁이를 돌아 옆쪽의 문간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 문과 차도를 따라 심어 놓 은 생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아주 넓은 정원이 있었다. 뒷문간에는 경관이 한 사 람 서 있었다. 홈즈는 경관에게 말했다. "이것 보시오. 문 좀 열어 주시오. 자, 여러분. 커닝검 노인의 아들 알렉 씨는 저 계단에서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격투를 보았습니 다. 커닝검 노인은 왼쪽에서 두 번째 창문에서 범인이 저 낮은 나무의 왼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알렉 씨도 보았습니다. 그 낮은 나무가 있으니까 틀 림없다고 두 사람이 다 말했습니다. 그리고서 알렉 씨는 집 밖으로 뛰어나와 땅 에 쓰러진 윌리엄 옆에 무릎을 끓었습니다. 하긴, 이렇게 땅이 단단하므로 발자 국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두 남자가 저택에서 나타나, 정원의 샛길을 걸어서 이쪽으 로 다가왔다. 한 사람은 노인인데, 주름살이 깊은 얼굴에 졸린 눈을 하고 있었 다. 또 한쪽은 원기왕성한 청년이며, 밝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커닝검 노인과 아들 알렉이 틀림없었다. 청년이 말했다. "아직도 조사중인가요? 선생들과 같은 런던 사람은 결코 실수하는 법이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별로 민첩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 홈즈는 명랑하게 대꾸했다. "아아, 시간을 조금은 주셔야지요." "시간이 꽤 걸리겠군요. 하지만 실마리가 전혀 없으니..." 경감이 대답했다. "한 가지는 있습니다. 그것만 찾아내면.... 아니, 이게! 홈즈 씨, 어떻게 된 겁 니까?" 홈즈의 얼굴은 갑자기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험악한 눈초리가 치켜 올라가고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순간, 홈즈는 신음소 리를 억누르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우리는 이 느닷없는 격렬한 발작에 깜짝 놀 라 홈즈를 우선 부엌으로 옮겼다. 홈즈는 큰 의자에 녹초가 된 듯 기대어 앉아서 잠시 숨을 헐떡거리다가, 이윽고 발작을 일으킨 것이 미안한 듯 다시 일어서며 말했다. "와트슨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병이 나은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이렇 게 갑자기 신경발작이 일어납니다." 커닝검 노인이 말했다. "내 마차를 보내 드리죠."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 가지만 알아보고 싶습니다." "무언가요?" "불쌍한 윌리엄이 이 저택에 도착한 건 강도가 집에 들어가기 전이 아니라 나중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문이 부서졌는데도 강도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들 하시는 모양인데?" "그건 분명하지 않을까요? 알렉 씨는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으니까, 누가 집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면 반드시 무슨 소리를 들었을 테니까요." "알렉 씨는 어디 있었나요?" "저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창문은 어느쪽인가요?" "왼쪽 끝, 아버지 방 옆입니다." "물론 두 분 다 등불을 켜 놓았겠지요?" "물론입니다." 홈즈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이 사건에는 아주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창문만 하더라도, 두 사람이 일어나 불을 켜고 있었는데도 강도가 들어가다니 보통이 아니군요." "아마 배짱이 센 녀석이었나 모양입니다." 알렉이 말했다. "물론 이 사건이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면 선생께 부탁드리지 않아도 됐지요. 범 인은 윌리엄과 싸우기 전에 집안으로 들어왔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참으로 이 상하군요. 집안을 뒤적거린 데라도 있습니까, 무언가 훔쳐간 거라도...?" 홈즈가 말했다.. "도둑맞은 물건 나름이겠지요. 아무튼 상대자는 아주 색다른 강도라는 걸 잊어서 는 안돼요. 예를 들어, 액튼 댁에서 도둑 맞은 이상한 물건을 생각해 보십시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실 꾸러미, 문진, 그리고 뭐더라, 다른 잡동사니...?" 커닝검 노인이 말했다. "그야, 당신에게 모두 맡겼으니까 당신이나 경감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협력해 드 리겠소." "그럼 우선 현상금을 내거시지요. 영감님이 직접요. 왜냐하면, 경찰에 부탁하면 금액을 정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이런일은 빠를 수록 좋아요. 여기 서식을 써놓았으니까 서명해 주시지요. 50파운드면 충분하겠습니까?" 커닝검 노인은 홈즈가 내민 종이와 연필을 받았다. "500파운드라도 기꺼이 내겠소." 그리고 서류를 ?어 보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이건 정확하지 못하군." "바쁘게 쓰다 보니...." "이렇게 쓰셨군요. '그런데 화요일 새벽 15분 전 1시에 범인은..' 하고 썼는데 실제로는 밤 15분전 12시였소." 나는 그 잘못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홈즈가 이러한 잘못에 얼마나 자신을 나무라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정확히 외는 것이 홈즈의 특기였는데, 병 때문에 형편없이 약해진 모양인 지 이것만으로 홈즈가 본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홈즈는 무안한 얼굴을 지었다. 경감은 눈썹을 치켜 올렸고, 알렉 커닝검은 폭소 를 터뜨렸다. 그러나 커닝검 노인은 잘못된 곳을 고쳐서 서류를 홈즈에게 돌려 주었다. "되도록 빨리 신문에 내주시지요. 훌륭한 생각이니까." 홈즈는 그 종이쪽지를 착착접어 지갑 속에 챙겨 넣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집안을 뒤져 그 이상한 강도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는데요." 집안에 들어서기 전에 홈즈는 부서진 문을 조사했다. 끌이나 칼을 쑤셔넣어 자물 통을 부순 흔적이 뚜렸했다. 나무 부분을 찌른 자국도 남아 있었다. 홈즈가 물었다. "빗장은 사용하지 않는군요?" "그런건 필요가 없었소." "개도 기르지 않나요?" "기르고는 있지만, 저택 정면 쪽에 쇠줄로 묶어 놓고 있소." "하인들은 몇시에 자나요?" "10시경이오." "그 시간에는 윌리엄도 자겠군요?" "그럴 게요." "그렇다면 어제따라 일어나 있었다는 건 이상하군요. 그럼, 집안에 안내해 주시 게습니까, 커닝검 씨?" 안에는 판석을 깐 통로가 있으며, 옆으로 들어간 곳에 부엌이 있고 나무 계단을 똑바로 올라가자 정면 계단에서 통하는 장식이 훨씬 고급인 계단이 나왔다. 거기서 응접실이나 침실로 갈 수 있었다. 홈즈는 집안 구조를 날카롭게 조사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얼굴빛에서 수사에 열 중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추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는 상상 할 수가 없었다. 커닝검 노인은 얼마큼 초조해 하며 말했다. "홈즈 씨, 그런것은 전혀 불필요하잖소? 계단 머리는 내 방이고, 건너편은 아들 방이오. 도둑이 우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 계단을 올라올 수 있겠는가 좀 보 시오." 알렉은 심술뒜은 미소를 띠고서 말했다.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새로운 냄새라도 맡아 보시죠." 홈즈가 대답했다. "그래도 좀 참아 주셔야 겠습니다. 예컨대, 침실 창문에서 정면 바깥이 얼마나 보이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기는 알렉 씨의 방이군요." 그리고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저기가 비명이 들렸을 때 담배를 피우던 화장실이군요. 그 창문에서는 어디가 보이는지요?" 홈즈는 침실을 가로질러 안쪽 방문을 밀어 열고 또 하나의 방안을 ?어 보았다. 커닝검 노인이 성급히 말했다. "이젠 됐소?" "감사합니다. 이젠 볼 건 다 본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내 방에도 갈까요?" "폐가 안되다면 보여 주시지요." 커닝검 노인은 어깨를 움츠리고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검소하게 꾸민 평범한 방 이었다.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엑 홈즈는 뒤쳐저 나와 함께 맨 뒤가 되어버 렸다. 침대 발치 가까이에 네모난 탁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에 오렌지를 가득 담 아 놓은 접시와 물주전자가 있었다. 그 옆을 지날때 홈즈가 내 앞에서 쓰러질 뻔 하면서 일부러 그 탁자를 뒤집어 놓았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유리는 산산조각났고, 과일은 사방으로 굴렀다. 홈즈는 태연하게 말했다.. "실수했군, 와트슨. 양탄자가 망가졌잖나." 홈즈는 무슨 까닭이 있어 죄를 내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 을 눈치챘기 때문에 얼른 사과하면서 웅크리고서 과일을 줍기 시작했다. 다른 사 람들도 도아 탁자는 제자리로 옮겨졌다. 그때 경감이 외쳤다. "웬일이지, 어디 갔을까?" 홈즈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커닝검 청년이 말했다.. "저분은 아무래도 머리가 이상해지셨나 봐요. 아버님, 함께 나가 그분을 찾아보 시지요." 커닝검 부자는 방에서 뛰어나갔다. 뒤에 남은 경감가 대령과 나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경감이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도 알렉 씨와 같은 의견입니다. 아무래도 병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보기로는...." 그때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 살인이야!" 나는 그게 홈즈의 목소리인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방에서 뛰어나 가 계단 위로 나갔다. 그 외치는 소리는 처음에 들어간 알렉 방에서 들려왔는데, 점점 약해져 목쉰 비명으로 변했다. 나는 방안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커닝검 부자가 홈즈에게 붙어 있었다. 알렉은 두손으로 홈즈의 목을 죄고, 아버지는 홈즈의 한쪽 손을 비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세 사람은 그들을 떼어냈다. 홈즈는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휘청거 리며 일어섰지만, 몹시 지친것 같았다. 홈즈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 두사람을 체포하시오, 경감!" "무슨 혐의로?" "마부 윌리엄 살해 혐의요." 경감은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설마, 홈즈 씨, 진정은 아니시겠죠...." 홈즈는 딱 잘라 말했다. "이 두 사람 얼굴을 보시오!" 커닝검 부자의 얼굴에는 죄를 저지른 사람의 가책이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아버 지는 특징있는 얼굴에 무겁고 음침한 표정을 짓고서 넋나간 듯이 멍하니 서있었 다. 알렉은 그 팔팔하던 기운을 잃어버리고, 검은 눈은 맹수처럼 사납게 빛나고 고운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경감은 아무 말도 하지않고 문간에 서서 호각을 불었다. 호각 소리를 듣고 부하 경관 둘이 뛰어왔다. 경감이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커닝검 씨. 이건 무슨 착오라서, 곧 밝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만, 보시다시피....아니, 무슨 짓을!... 이거 놓으시오." 알렉이 권총의 방아쇠를 막 당기려고 했던 것이다. 경감이 손을 탁 치자, 권총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홈즈는 재빠리 발로 권총을 밟으며 말했다. "이걸 맡아 두시오. 재판 때 쓸모가 있을 게요. 하지만, 경감. 정말로 필요한 건 이거였소." 그리고는 조그마하게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쪽지를 쳐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경감이 외쳤다. "그 종이쪽지의 나머지 부분입니까?" "맞았소." "어디 있었나요?" "반드시 있으리라고 생각했지, 나중에 죄다 이야기 해 주겠소. 대령님, 먼저 와 트슨과 함께 돌아가시지요. 저는 늦어도 한 시간 뒤에 돌아가겠습니다. 경감과 저는 범인들에게 한마디 할 말이 있습니다. 점심때까지는 꼭 돌아가지요." 3. 수수께끼를 밝히다.. 홈즈는 약속대로 1시경, 대령의 끽연실로 돌아왔다. 그는 자그마한 몸집의 중년 신사와 함께 있었는데, 그는 맨 처음에 강도에게 당한 액튼 씨였다. "이 조그만 사건을 설명하는데는 액튼 씨도 와주시기 바랐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사건의 내용에 흥미를 가지시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지요. 대령님, 저처럼 일 을 몰고 다니는 사람을 집으로 부르신 바람에 귀중한 시간을 소비한 것을 후회 하시지는 않는지요?" 대령이 얼른 대답했다. "천만예요. 오회려 당신의 수사 방법을 살피는 기회가 생긴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내 고백합니다만, 그 방법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것이어서, 당신이 어떻게 해서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료. 나는 아직 도 어떻게 된 건지 통 알 수가 없으니..." "설명드리면 너무 쉬워서 실망하실지도 모르지만, 제 수사 방법에 흥미를 느끼시 는 분에게는 감추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의 습관입니다. 그러나 우선, 아까 화장실에서 혼이 나서 그런지 몸이 좀 노곤하군요. 브랜디를 한잔 마시고 싶은 데요. 대령님. 요즘 체력이 약해져서...." "아까와 같은 신경 발작은 이젠 일어나지 않겠죠?" 홈즈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제가 결론에 도달한 경로를 더듬으면서 사건을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제 추리에 분명하지 않은 점이 있으면 이야기 도중에라도 물어 보십시오. 탐정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숱한 사실중에서 어떤 것이 우연한 것이고, 어떤 것 이 필연적인 것인가를 구별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력과 주의력이 낭비될 뿐이고 집중되지 못합니다. 이 사건에서 해결의 열쇠는 시체가 쥐고 있던 종이 쪽지에 있는 것이 처음부터 뚜렸했습니다. 그 종이쪽지를 생각하기 전에 다음 사실에 주의해 주십시오. 알렉 커닝검의 이 야기대로 범인이 윌리엄을 사살하고 도망쳤다면, 시체의 손에서 종이를 찢어낸 건 총을 쏜 남자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따라서 총을 쏜 남자가 종이쪽지를 찢어내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알렉 커닝검이 찢어낸 게 됩니다. 왜냐하면, 노인이 2층 방에서 내려왔을 때에는 이미 하인들 이 몇 사람 현장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건 아주 간단한 점인데, 경감이 그걸 못 본 까닭은 이 군의 유지라는 분이 이 사건에 관련이 있을 리가 없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서 사건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미리 정해 놓지 않고 사실이 가리키는 대로 순순히 따르는 것을 습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수사의 첫단계에서부터 알렉 커닝검 을 수상하다고 본 것이지요. 그래서 경감이 가져온 종이쪽지를 세밀하게 조사했지요. 그래서 곧 대단히 묘한 필적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이걸 보시지요, 무언가 별다른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시겠습니까?" 대령이 말했다. "글자가 몹시 고르지 못하군." "헤이터 대령님, 이건 두 사람이 한 단어씩 교대로 쓴 겁니다. 비교해보면 곧 알 게 됩니다. 글자의 느낌이 교대로 강했다가 약했다가 합니다." 대령이 외쳤다. "정말 그렇군! 이젠 금방 알아보겠는데 왜 두 사람이 이런 편지를 썼을까요?" "그건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고, 또 서로 상대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짓 을 하는 데 상대방이 관련되지 않으면 안심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 중에서 강한 느낌을 주는 글자를 쓴 사람이 주모자입니다." "왜 그렇게 되나요?" "글자를 비교해 보면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강한 느낌의 글자를 쓴 사람이 먼저 한 단어씩 떼어 놓고 썼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비워 놓은 칸이 좁은 바람에 나중에 쓴 사람이 철자가 긴 단어를 적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쓴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니까 먼저 쓴 사람이 이 사건을 계획한 것이 되지요." 액튼 씨가 외쳤다. "신기하군요!" "그러나 이것은 아직 표면일 뿐입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점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직 모르시겠지만, 전문가들은 글씨에서 나이를 추정하는 게 상당히 정확해서, 보통의 경우 글씨를 쓴 사람이 몇 십대인가 대강 알아맞출 수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고 말씀드린건 병으로 몸이 허약해지면 청년이라도 노인처럼 약하게 쓰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엔 한쪽 글씨는 대담하고 힘찬데, 다른쪽은 등이 부서진 듯이 비 틀거립니다. 이것으로 한쪽은 청년이고 한쪽은 상당히 나이가 든 노인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액튼 씨가 또 외쳤다. "참 신통하군요!" "그러나 보다 더 세밀하고 흥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글씨에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즉, 핏줄이 같은 사람들의 글씨입니다. 물론 나는 종이 쪽지를 조사 한 결과 알게 된 중요한 점만을 들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알게 된 점이 여러 대 목이 있지만, 그러한 점에서 이 쪽지를 쓴건 커닝검 부자가 틀림없다고 생각했 습니다. 여기까지 추리하고서 다음에는 범죄의 방법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경 감과 함께 그 저택에 가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보았습니다. 시체의 상처는 확실히 4m이상의 거리에서 쏜 것이었습니다. 옷에는 화약으로 탄 데가 없습니다. 따라서 알렉이 권총이 발사될때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범인이 큰길 쪽으로 도망친 장소가 일치하고 있지만, 우연히 거기에는 바닥이 축축한 폭 넓은 도랑이 있습니다. 그 도랑에 구둣발 자국 같은 것이 보 이지 않으므로, 커닝검 부자가 이 점에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어서 범행 현장 에도 괴한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다음엔 이 이상한 범죄의 동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액튼 씨 저택에서 있 었던 강도 사건의 이유를 풀어 보려고 했습니다. 액튼 씨, 나는 대령님 이야기 에서 당신과 커닝검 집안 사이에 소송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소송에 중요한 서류를 훔칠 작정으로 당신의 서재에 침입했다고 추리했습니다." 홈즈는 미소를 짓고서 다시 말했다. "그들은 필요한 서류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흔한 강도의 소행으로 보이려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훔쳐간 거지요. 거기까지는 확실하지만 아직도 모호한 점이 많았지요. 특히 그 편지의 잃어버린 부분을 꼭 입수해야 했습니다. 시체의 손에서 편지를 찢어낸 건 알렉이었던게 확실했습니다. 또 알렉이 자기 가운의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것도 대체로 틀림없었지요. 그 이외에 어디에 숨길데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것이 아직 그 속에 있는가 였습 니다. 그래서 일단 찾아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저택으로 간 겁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우리는 부엌 입구에서 커닝검 부자와 만났습니다. 물론 두 사 람에게는 편지라는 중요한 증거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눈치채면 당장에 찢어 버릴 테니까요. 경감이 편지의 나머 지 부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려 했을때 내가 발작을 일으켜 넘어졌기 때문에 교묘하게 화제를 돌릴 수 있었던 셈이지요." 대령은 웃으면서 외쳤다. "하, 우리들의 걱정은 헛수고였군. 발작은 꾀병이었다는 거로군요!" 나는 새삼스럽게 감탄하면서 말했다. "의사 입장에서도 잘한 거였어요." 홈즈가 말했다. "그건 흔히 써먹는 기술입니다. 그 발작이 가라앉은 뒤에, 일부러 시간을 잘못 적은 척하고 커닝검 노인에게 '12시'라는 글자를 쓰게 하여 편지의 '12시'와 비 교해 볼 수 있게 했지요." 나는 외쳤다. "허 참, 난 정말 바보였군 그래." 홈즈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실수했기 때문에 자네가 동정한 건 잘 알고 있네. 자네에게 그런 걱정을 끼쳐 미안했어. 우리는 다음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방에 들어가 방문두에 가운 이 걸려 있는 걸 보자, 탁자를 뒤엎어 주의를 딴 데로 쏠리게 하고는 몰래 빠져 나가 호주머니를 뒤졌습니다. 그러나 호주머니 속에 있는 쪽지를 손에 넣는 순 간 커닝검 부자가 덮친 것인데, 여러분이 나를 구하러 와 주시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곳에서 나는 살해되었을 겁니다. 지금도 그 젊은이에게 목이 졸리는 기분이 들고, 아버지는 편지를 빼앗으려고 내 손목을 지독하게 비틀었지요. 그 두 사람은 내가 모든 것을 알아낸 것으로 판단하고서 갑자기 절망 속에 빠져 필사적으로 덤벼 들었던 겁니다. 나중에 범죄의 동기에 관해서 커닝검 노인과 얘기를 나눠 보았죠. 노인은 풀이 죽어 있었지만 아들은 여간한 악당이 아니어서, 권총이 손에 들어가면 자기 머 리든 남의 머리든 마구 쏘아댈 것 같더군요. 커닝검 노인은 상황이 불리한 걸 알고는 기운을 잃고서 모든걸 고백했습니다. 두 사람이 액튼 씨 댁을 습격했을때 윌림엄이 몰래 뒤를 밟아 두 사람의 비밀을 쥐게 되자, 그걸 밝히겠다고 그들 부자를 협박하여 돈을 빼앗아 내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알렉은 그런 협박 상대로는 잘못 고른 상대였습니다. 그는 강도 극을 꾸며서 협박자를 없앨 수 있다고 보았지요. 그래서 윌리암을 유인하여 사 살한 겁니다. 만일 편지를 죄다 되찾아 세밀한 점에 유의했더라면, 오히려 혐의 를 전혀 받지않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내가 물었다. "그럼, 편지에는 무슨 말이 적혀 있었나?" 홈즈는 우리들 눈앞에 온전하게 이은 편지를 내놓았다.. ┌─────────┬───────────────┐ │ 15분 전 12시에 │동쪽 문으로 온다면 좋은 일을 │ │ ┌────┘ │ │ 가르쳐 │ 주겠다. 너에게도, 또 애니 모리슨에게도 │ │ ┌┘ │ │ 아마 │대단히 이득이 되는 일일게다. 하지만, │ ├───┘ │ │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 └─────────────────────────┘ "대체로 내가 예상한 대로요. 물론 알렉 커닝검과 윌리엄 커원과 애니 모리슨이 라는 여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결과로 보아, 그들은 덫에 보기좋게 걸린 셈이지요. p자의 필기체와 g자의 필기체 사이에 비슷한 데 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쓴 i자에 점이 없는 것도 커다란 특색입니다. 와트슨, 시골에서의 휴양은 대성공이었네. 내일은 기운을 차려 베이커 가로 돌아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