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297번 제 목:[홈즈단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1 올린이:oslman (김수환 ) 98/07/03 17:51 읽음:255 관련자료 없음 ----------------------------------------------------------------------------- ???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 ??? 코난 도일 작.. 1.. 특이한 사건.. 나의 친구인 셜록 홈즈에게는 남다른 데가 많이 있었다. 그는 엽궐련(담배잎을 썰지 않고 돌돌 말아서 만든 담배)을 석탄 양동이에 넣어 두거나, 담배를 슬리퍼 앞끝에 끼워 넣거나, 또 아직 답장을 보내지 않은 편지를 난로 위의 선반에다 조 그만 칼로 찔러 두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는 도대체 물건을 치우려고 하지 않아서 내가 꽤나 애를 먹는다. 무엇보다도 곤란한 일은 엄청나게 많은 서류들이다. 자기가 손댄 사건에 관한 서류들이라서 몹시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도무지 정리하려고 들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고 난 다음에는 마치 짐승이 겨울잠을 자듯이 꼼짝하지 않는 버릇 이 있다. 바이올린을 켜거나, 책을 읽던가, 또는 탁자와 소파 사이를 오고가는 것 말고는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이었다. 나와 홈즈는 여느 때와 같이 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참다못해 말을 꺼냈다. "이봐, 홈즈! 지금부터 2시간쯤 방을 치우고 나서 쉬는 게 어떻겠나?" 내가 한 말이 너무 당연한 것이라, 홈즈도 내키지 않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더 니, 침실로 돌아가서 커다란 함석 상자를 질질 끌고 나왔다. 그리고는 그것을 방 한가운데에 놓고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껑을 열어 보 니 안에는 빨간 끈으로 따로따로 묶은 서류가 3분의 1쯤 들어 있었다. "이걸 보게. 와트슨. 이게 모두 사건의 기록들이라네. 나는 이 속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치우려고 끌어내온 것일세." "홈즈. 이게 모두 자네가 전에 손을 댄 사건의 기록들인가? 좀 구경하고 싶군." "모두가 내 탐정 초기의 기록일세. 그 동안 무척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지. 오, 맞았어! 이건 좀 특이한 사건이었네!" 홈즈는 함석 상자 속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끄집어 내더니 그 속에서 구겨진 종 이 쪽지, 낡아 빠진 황동 열쇠, 실꾸러미가 달린 나무 막대기, 녹슨 금속 원판 3 장 따위를 내놓았다. "와트슨, 이게 뭔지 아나?" 하고 홈즈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모두 괴상한 물건들뿐이구먼." "물론 괴상한 것들이지. 그런데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더욱 괴상하단 말이야." 홈즈는 그것들을 하나씩 들어서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만족스럽게 바 라보면서, "이것은 모두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을 해결한 뒤에 내가 기념으로 모아 둔 것이라네." "그렇다면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없겠나? 지금 당장 말일세." "방 치우는 것은 그만두고 말인가?" 홈즈가 장난기 있게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의 결벽성도 의심스럽군 그래. 하지만 좋아. 이 사건은 우리 영국, 아니 온 세계의 어디를 뒤져도 찾을 수 없을 만큼 희한한 사건이니까 말이네. 자네가 이 사건의 기록을 정리해 준다면 나도 기쁘겠네. 내가 관계한 많은 사건중에서 이 만큼 별난 것도 좀 보기 힘들지." 홈즈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298번 제 목:[홈즈단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2 올린이:oslman (김수환 ) 98/07/03 17:51 읽음:192 관련자료 없음 ----------------------------------------------------------------------------- 2.. 홈즈의 이야기.. 내가 처음으로 런던에 왔을 때에는 몬태규 거리의 대영 박물관 근처에 있는 방을 빌려서 매일 빈둥빈둥 놀며 지냈지. 하지만 그때에도 가끔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러 오는 사람이 있었네, 그건 대게 학생 시절의 친구가 소개해 준 것이었는데, 아마도 대학 시절의 마지막 무 렵에 내가 탐정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진 탓일 것이네. 그렇게 해서 세 번째로 들어온 사건이 바로 이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 건'이라네, 레지널드 머스그레이브는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닌 동창생이지만 겨우 인사나 하는 정도의 사이였네. 겉으로 보기에는 바짝 마르고 키가 크며 코가 높고 눈이 컸지만, 행동은 시원스 럽지가 못했네. 그러나 예의가 바르고 역시 귀족다운 데가 있는 청년이었네. 사실, 그는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태생이었어. 웨스트 서섹스 군에 있는 큰 저택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긴 아마 그 지방에서는 가장 오랜 된 건물일꺼야. 우리는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긴 했는데 별다른 대화는 아니었고, 다만 그가 나 의 관찰력과 추리력에 큰 관심을 보인 것만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네. 우리는 졸업한 다음에는 전혀 만나지 못했으나, 4년 뒤인 어느 날 아침에 그는 연락도 없이 불쑥 몬태규 거리에 있는 내 방으로 찾아왔네. 그는 4년 전과 비교 해 그다지 변한 데가 없었어. 그는 학생 시절부터 멋쟁이였는데, 나를 찾아왔을 때에도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전과 다름없이 침착하고 기품 있는 행동을 했네. "여어, 오랜만일세, 머스그레이브." 그는 나와 악수를 나눈 뒤에 이렇게 말하는 거였어. "자네, 혹시 내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네만, 2년 전에 별세하셨어. 그 뒤로 아버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영지는 자연히 내가 관리하게 되었고, 또 지방의 여러 행상에도 참석을 해야 했네. 그래서 이런 일 저런 일로 날마다 바쁘게 지내고 있네. 그런데, 홈즈, 자네가 학생 시절에 우리를 자주 탄복시켰던 그 재능을 지금은 실제로 발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말이야..." "이제는 내 힘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흠, 자네 말을 듣고 안심했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자네의 지혜를 빌리려고 왔 으니까 말일세. 실은 이번에 내 영지에서 매우 이상한 사건이 몇 가지 일어났거 든. 우리 지방의 경찰도 쩔쩔매고 있는 지경일세. 어떻던 설명할 수가 없는 사 건이야." 와트슨, 내가 얼마나 열심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는지 이해하겠지? 그 몇 개월 동안 단 하나의 사건도 없어서 심심하고 따분해 하던 참이였으니까 말일세. 그래서 나는 그에게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이야기했네. 머스그레이브는 나와 마주앉자마자 내가 권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말을 꺼냈 네. "홈즈,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네만 우리 집에는 많은 식구가 있네. 집이 엄청 나게 크기 때문에 일이 꽤 많거든. 식구는 하녀가 여덟, 요리사와 집사, 하인이 둘, 그리고 사환이 하나 있다네. 아, 물론 정원사와 마구간지기도 있지. 이 둘 중에서 가장 오래 된 사람은 집사인 브런트일세. 젊었을 때에는 학교 교 사였는데, 교사직을 물러나서 놀고 있을 때 내 아버님께서 집사로 일하도록 했 다네. 그는 아주 빈틈없이 일했고, 또 무척 성실해서 아버님에게 많은 신임을 얻었네. 몸집이 건장하고 얼굴도 미남인, 말 그대로 남자중의 남자인데, 우리집에서 20 년 가까이 일을 보고 있지만 아직 마흔을 넘기지 않았을 것이네. 게다가, 여러 나라 말에 능숙하고 여러 악기를 연주할 줄도 안다네. 하여간, 어째서 집사로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야. 탓할 데라곤 조금도 없는 인물이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나쁜점이 있다네. 그것 은 여자 관계가 그다지 단정치 못해서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괜찮았으나, 아내 가 죽고 나서는 늘 말썽을 일으키고 다녔다네. 한 이삼 개월전에 하녀인 레이첼 하우얼스와 약혼했기 때문에 몸가짐이 좀 나아 질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도 잠시뿐이었고 사냥터지기의 딸인 재닛 트레질리스와 사이가 좋아지고 말았네. 레이첼은 좋은 아가씨이긴 하지만 성격이 괄괄한 탓에 미친 사람처럼 온 집안을 떠들며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네. 이것이 첫번째 비극인데, 바로 그 뒤에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할 만큼 큰 사 건이 일어나고 말았네. 그 일은 집사인 브런튼을 내보냈기 샔문에 생겼다네. 까 닭은 이렇다네. 우리 저택을 아까도 말했지만 터무니없이 크다네. 지난 주의 어느날 밤---정확 히 말해서 목요일 밤이었네. 나는 저녁식사 뒤에 진한 커피를 마셨더니 잠이 오 지 않아서, 읽다가 만 소설이라도 읽어 보려고 일어나서 양초에 불을 붙였네. 그런데 그 소설을 당구실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서 가운을 걸치고 책을 가지러 갔네. 당구실로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서 도서실과 장총을 장식해 둔 방으로 가 는 복도를 지나가야 해. 그 복도까지 갔을 때에 문을 활짝 열어젖뜨린 도서실에 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자러가기 전에 나는 도서실의 등불을 끄고 문을 닫아 두었다네. 나는 틀림없이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했지. 복도에는 오래된 무기가 장식되어 있네. 그 중에서 도끼 한 자루를 뽑아 들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도서실을 들여다보았네. 그런데 그 안에는 브런튼 집사가 있지 않겠나! 옷도 낮에 입은 그대로였는데, 안락 의자에 걸터앉아서 무릎 위에는 무슨 지도 같은 종이를 얹고 두 손은 턱에 받친 채로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놀라서 어둠 속에서 그가 하는 행동을 죽 살폈다네. 책상 위에는 양초를 세워 두어서 희미하게 사방을 비치고 있더군. 그는 잠시 뒤에 일어나서 벽 쪽에 있는 양복장으로 가더니 열쇠로 서랍을 열더 군. 그리고 그 속에서 종이 한 장을 끄집어내고는 다시 의자로 돌아와서 촛불 옆에다 종이를 펼쳐 놓고는 열심히 조사하기 시작하는 거야. 우리 집안의 문서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니 그만 화가 치밀 어 올라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아갔네. 브런튼은 내가 들어온 것을 알고는 얼굴 색이 바뀌면서 일어서더군. 그리고는 처음에 들여다보던 지도 같은 종이를 허둥 지둥 조끼 호주머니에 집어넣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의 신뢰를 배반하고 이런 짓을 하다니! 은혜도 모르는 사람같으니라고! 내일 아침에 당장 떠나게!' 나는 화가 나서 이렇게 소리쳤다네. 그러자 집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은 채 내 옆을 지나서 나 가 버리는 것이었네. 양초는 아직도 책상 위에서 타고 있었네. 그래서 나는 브런튼이 서랍에서 끄집어낸 종이가 무엇인지를 조사했더니, 어이 없게도 그것은 중요하고 어쩌고 할 물건이 아니더란 말이세. 우리 '머스그레이 브 집안의 의식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의식의 문답을 베낀 것이었네. 몇 세기동안이나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장남이 성년이 되면 그 문답을 외워야 했 네. 그것은 오직 머스그레이브 집안에만 필요한 것이어서, 문장이나 가문과 마 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값어치는 조금도 없다네. 나는 브런튼이 두고간 열쇠로 서랍을 잠그고 방을 나가려고 琴네. 그런데 어느 새 왔는지 브런튼이 방 입구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랐지. 브런튼은 볼멘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네. '나리, 억울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죽 정직하게 일해 온 것을 자랑으로 삼아 왔 습니다. 수치는 제게는 죽음만큼이나 괴로운 일입니다. 이런 하찮은 일로 쫓겨 나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용서하실 수가 없다면, 부탁입니다. 1개월의 여유를 주십시 오. 그리고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나가는 것으로 해 주십시오.' '뻔뻔스러운 소리를 다하는군. 자네가 한 짓이 얼마나 비열한 행동이란 것을 모 르는가!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집에서 일한 것을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모욕은 주지 않겠네. 그렇지만 1개월은 너무 길어. 지금부터 1주일 안으로 나가 주기 바라네. 나가는 이유는 자네가 좋도로 꾸며도 돼.' '겨우 1주일입니까?' 브런튼은 실망한듯이, '적어도 2주일, 나리, 적어도 2주일의 여유는 주십시오.' '안돼! 1주일이야. 그것도 나로서는 크게 생각해 준거야.' 브런튼은 크게 낙담한 듯이 맥없이 사라졌네. 나는 촛불을 끄고 침실로 갔지. 그 일이 있은 뒤 이틀 동안, 브런튼은 참으로 자기 일을 열심히 했네. 나는 그 날 밤의 일을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그가 저지른 짓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지켜보고 있었다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 브런튼이 나타나지 않았네. 날마다 아침식사 뒤 에 내게 와서 그날 할 일을 지시받곤 했는데 말이야. 내가 식당을 나왔을 때 우연히 하녀인 레이첼을 만났지. 브런튼과 약혼했다가 나중에 파혼을 당한 아가씨라네. 이 아가씨는 그때 받은 충격을 아직도 이겨 내 지 못한 모양인지 애처러울 만큼 얼굴이 야위어 있었어. 나는 너무 측은해서 위 로를 해주었네. '좀더 누워 있어야 하지 않겠나, 레이첼? 몸이 충분히 나아지고 나서 일을 하도 록 하지.' 그러자 레이첼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가씨가 정말 돌아버리지 않았나 하고 걱정이 되더군. '아닙니다, 나리. 이제는 완전히 나았어요.' '의사에게 한번 진찰을 받아 봐야겠어. 당분간 일을 하지 말고 쉬도록 해. 그리 고 아래로 내려가거든 브런튼에게 올라오도록 일러라.' '집사님은 떠났습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어디로 떠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방에는 없어요. 그분은 가 버렸어요.' 레이첼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벽에 기대어 날카롭게 웃어젖히지 않겠나? 나는 이 갑작스러운 발작에 더럭 겁이 나서 초인종을 눌러 사람들을 불렀네. 레이첼은 끊임없이 웃기도 하고 흐느껴 울기도 하면서 자기 방으로 끌려갔네. 그래서 나는 직접 브런튼을 찾아나섰다네. 그의 침실로 가 보았더니 침대에는 잠을 잔 흔적이 없었고, 또 아무도 그의 모 습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 집안을 둘러보아도 어느 창문이나 모두 안에서 꼭 잠겨 있었네. 게다가 그의 옷 이나 시계, 또 돈이나 그 밖의 물건들도 그대로 있었네. 다만 그가 평소에 입고 다니던 검은 양복만은 보이지 않았네. 실내용 구두도 보이지 않았으나 외출용 구두는 제자리에 있더군." 머스그레이브는 여기에서 잠깐 숨을 둘렸다가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299번 제 목:[홈즈단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3 올린이:oslman (김수환 ) 98/07/03 17:51 읽음:180 관련자료 없음 ----------------------------------------------------------------------------- 3.. 사라진 집사와 하녀.. "물론 우리는 다락방에서부터 지하실까지 모조리 뒤졌다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어. 우리 저택은 오래 된 건물인데다가, 본관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그야말로 미 궁과 비슷하다네. 그래도 우리는 이리저리 흩어져서 구석구석 찾아보았어. 그런 데도 브런튼은 보이지 않았어. 그럼, 도대체 어디에 갔단 말인가! 지방 경찰에 부탁했지만 역시 찾아내지 못했 다네. 이런 소동중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서 나는 그쪽에 온통 넋을 빼앗기고 말았 네. 그것은 하녀인 레이첼이 그 뒤로 이틀동안 아주 증상이 심해져서 헛소리를 지껄 이다가 별안간 미친듯이 웃어 젖혀서 손도 쓸 수 없을 만큼 히스테리 상태가 심 했다네. 그래서 간호사를 데려다가 밤에는 곁에서 돌보게 했네. 그런데 브런튼이 사라진 사흘째 되던 날 밤에 레이첼이 깊이 잠이 들자, 간호사는 안심하고 의자에 걸터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던 모양이네. 새벽녘에 간호사가 문득 눈을 떠보니 침대가 비어 있는 거였어. 창문이 열려 있는 채로 말일세. 물론 레이첼은 아무데도 없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급히 하인 두 사람을 데리고 레이첼을 찾으러 나갔네. 그녀가 걸어간 방향은 쉽사리 알아내었네. 발자국이 창문 아래에서부터 잔디밭 을 지나 연못 가까이 나 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발자국은 거기에서 없어졌다네. 그곳은 우리땅에서 바로 바깥 지름길로 나가는 곳이었어. 연못은 깊이가 3m쯤 되네. 머리가 좀 이상해진 레이첼의 발자국이 연못가에서 사라져 버린 것을 본 우리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하겠지? 물론 연못을 모두 퍼냈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체가 없었어. 그 대신, 생각지 도 않았던 것을 끌어올렸네. 그것은 삼베 자루였는데, 속을 뒤져 보았더니 녹이 슬어 빛이 바랜 큰 금속 덩어리와, 돌인지 유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몇 덩어리 들어 있었네. 연못 바닥에서 끌어올린 물건은 그것뿐이었고, 어저께도 여럿이 사방을 찾아보 았지만 레이첼과 브런튼의 행방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네. 지방 경찰도 이제는 손을 들고 말았어.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자네를 찾아온 것일세." 머스그레이브는 여기까지 단숨에 말하는 거였어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00번 제 목:[홈즈단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4 올린이:oslman (김수환 ) 98/07/03 17:52 읽음:176 관련자료 없음 ----------------------------------------------------------------------------- 4.. 머스그레이브 저택에서.. 홈즈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파이프 담배를 맛있게 피우더니 나를 돌 아보며 말했다. 와트슨,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괴상한 사건에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짜냈는가 를 자네는 알 것일세. 집사가 사라졌고, 하녀도 없어졌네. 그 하녀는 집사와 약혼하고 그를 사랑했으 나, 나중에 약혼을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것에 심한 충격을 받고 틀림없이 마음속 으로부터 집사를 미워했겠지. 그녀는 또한 괄괄한 성격을 가진 여자였어. 그렇기 때문에 집사가 없어진 것을 알고 난 뒤에 몹시 흥분해네. 그리고는 머리가 이상해져서 까닭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이상한 물건이 든 삼베 자루를 연못 속에 던져 버리고 사라졌네. 이상이 이 사건에 대한 실마리의 자료로는 전부일세. 하지만 이들은 단 하나도 사건의 중심에 관계되는 것이 없다네. 그래서 나는 머스그레이브에게 이렇게 말 했어. "나는 꼭 그 문서를 보고 싶은데, 집사가 자기 지위를 내던지면서까지 보고 싶어 했던 그 종이 쪽지를 말이야." 그랬더니 머스그레이브는. "좀 우스꽝스렁누 내용이라네. 이것이 그 문서를 베낀 것인데, 머스그레이브 집 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의식의 문답일세." 이렇게 말하면서 내게 건네주었는데, 그게 바로 이 종이 쪽지일세. 한번 읽어 볼 테니 잘 듣게. - 그것은 누구의 것이었던가? 사라져 간 사람의 것이다. -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중에 오는 사람이다. - 무슨 달이었던가? 맨 처음부터 여섯번째이다. - 해는 어디에 있었는가? 떡갈나무 위에 있었다. - 그늘은 어디 있었는가? 느릅나무 아래 있었다. - 어떻게 걸었는가? 북쪽으로 열과 열, 동쪽으로 다섯과 다섯, 남쪽으로 둘과 둘, 서쪽으로 하나와 하나, 그리고 그 아래 있다. - 무엇을 찾아내면 좋은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 무슨 이유로 바치는 것인가? 신의를 위해서이다. 자, 보게, 와트슨, 여기에는 날짜가 적혀 있지 않으나 낱말의 맞춤법을 보면 17 세기 중반기에 쓰여진 것 같네. 내가 그런 말을 하자 머스그레이브가 이렇게 말하더군. "홈즈, 이런 건 아무리 조사해 봐야 이 사건의 해결에는 쓸모가 없을 것으로 생 각되네." 그래서 내가 대답해 주었네.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생긴 셈이야. 먼젓번 수수께끼보다 내게는 오히려 더 흥 미가 있네. 어쩌면, 어느 한쪽이 풀리면 다른 쪽은 저절로 해결될지도 몰라. 머스그레이브, 자네 집사란 친구는 여간 영리한 남자가 아니군 그래. 미안한 말 이지만 머스그레이브 집안 10대의 주인이 모두 달려들어도 이겨 내지 못할만큼 영리한 사람일세." "글쎄, 과연 그럴까? 나는 이런 의식문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만 나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믿네. 아마 집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을 거야. 자네에게 그날밤에 현장을 들키기 전에도 집사는 이 의식문을 여 러 번 보았을 것이네." "물론,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집에서는 그것을 애써 감추어 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일세." "내 생각으로는 아마 그날 밤에는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끄집어내서 읽었다 고 생각하네. 어떤 지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서로 맞추어 가며 보고 있다가 자 네가 들어가는 바람에 허둥지둥 감추더라고 했었지?" "맞았어. 하지만 집사가 어째서 우리 집안의 옛날 의식문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 는 것일까? 그리고 이 잠꼬대 같은 문답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 뜻을 밝히기는 그다지 힘들지 않을 걸세. 자네 형편만 괜찮다면 내가 자네 저택에 가서 좀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싶은데..." 이렇게 해서 그날 오후에 우리는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영지로 가게 되었네. 자네도 틀림없이 그 유명한 건물을 사진으로 보았거나 말로 들었을 것이네. 그래 서 간단히 설명하겠는데, 그 건물은 기역자꼴로 되어 있고, 그 기역자의 짧은 쪽 이 오래 된 본관이고 긴 쪽은 나중에 지은 신관이라네. 본관 중앙의 튼튼한 주춧돌에 얹혀 있는 문틀 위에 1607년이라고 연도가 새겨져 있지. 벽은 엄청나게 두껍고, 창문은 또 너무 작아서 18세기 무렵부터는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때는 창고 정도로밖에는 쓰이고 있지 않더군. 건물 둘레에는 훌륭하게 자란 큰 나무들이 무성한 정원이 있고, 그 건물에서 200 m쯤 떨어진 곳에 아까말한 연못이 가로수길 옆에 있었다네. 이봐 와트슨, 나는 거기에 닿았을 때에 이미 그 3개의 서로 다른 수수께끼가 사 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만 올바르게 해석할 수만 있다면 브런튼의 행방이나 하녀 레이첼의 행방도 당장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네. 그래서 나는 그 의식문에 쓰여져 있는 문장의 뜻을 밝혀내는 데 온 정력을 기울 였지. 왜 브런튼은 그 옛날의 문답을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았겠나? 물론, 브런튼은 이 문답 속에서 그 집안 주인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발견해 내고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한 것이네. 그렇다면 그 비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 비밀이 브런튼에게는 어떤 이 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나는 그 의식문을 여러번 읽고 곰곰히 생각했다네. 그 문장은 어딘가의 장소를 가리키고 있으며, 그곳만 찾아내면 머스그레이브 집 안의 의식문에 담겨 있는 수수께끼도 자연히 풀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이 네. 여기에는 우선 두 가지 실마리가 있네. 바로 떡갈나무와 느릅나무일세. 떡갈나무는 쉽게 찾아냈지. 건물의 바로 앞, 찻길 왼쪽에 훌륭히 자란 커다란 떡 갈나무가 버티고 서 있더군. 나는 마차속에서 그 떡갈나무를 올려다보며 머스그레이브에게 물었지. "이 큰 나무는 그 의식문이 쓰여진 시대에서부터 죽 여기에 있었나?" "물론이지. 이건 적어도 노르만 정복시대(1066년에 노르만인들이 영국을 정복하 여 왕국을 세운 시대)에서부터 있었다고 생각하네. 나무 둘레가 8m가까이나 된 단 말이야."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네. "오래된 느릅나무는 없는가?" "저기에 있었는데 10년전에 벼락이 떨어져서 부러지는 바람에 잘라 버렸어." "어디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지." "다른 데는 느릅나무가 없을까?" "다른 느릅나무는 없네. 너도밤나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그렇다면 그 느릅나무가 있었던 곳으로 안내해 주겠나?" 우리는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잔디밭을 지나 그 느릅나무가 있었던 곳으 로 갔네. 그곳은 떡갈나무와 건물의 꼭 중간 지점에 해당되었네. 내 추측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았어. "느릅나무의 높이가 얼마나 되었는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 "아니, 알고 있다네. 21m나 되더군." "어떻게 그걸 알았나?" 나는 기대밖의 일이라서 깜짝 놀라 이렇게 물었네. "뭐 어려운 것도 아니지. 내가 어렸을 때, 가정 교사가 수학을 가르칠 때 언제나 나무 높이를 재게 했거든, 소년 시절에 나는 이 근처 대부분의 나무와 건물의 높이를 재었다네." 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었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네. "브런튼 집사가 그런것을 묻지 않았던가?" 그러자 머스그레이브는 얼굴색이 확 변하면서 나를 보고는, "그 말을 듣고 보니, 몇 달전에 브런튼이 그것을 물은게 기억이 나네. 마부와 무 슨 말다툼을 했다고 하면서 말이야." 자, 와트슨, 이것은 정말 멋진 정보였네. 내 추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 실해 졌거든. 나는 해를 바라보았네. 해는 제법 기울어져서 1시간 정도 있으면 떡갈나무 꼭대 기에 걸리 듯이 보였네. 그 의식문에 쓰여 있는 문장 중 하나의 의미가 잠시 뒤 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믿었지. 해가 떡갈나무 위에 있었다는 글귀 말이야. 그리고 느릅나무의 그늘이란 것은 그 그늘의 맨 끝을 뜻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네. 그러므로 해가 떡갈나무 바로 위를 지나갈 때, 느릅나무 그늘의 맨 끝이 어디에 오는가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하지만 느릅나무는 벌써 없어졌으니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세. 그러나 브런 튼이 알아낸 것을 나라고 풀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나는 머스그레이브와 함께 그의 서재로 가서 내 손으로 말뚝을 만들어, 그것에다 가 긴 실을 묶어서 1m마다 매듭을 지었네. 그리고는 꼭 2m가 되는 낚싯대 2자루를 가지고 느릅나무가 있던 곳으로 나갔네. 마침 해는 알맞게 떡갈나무 꼭대기를 스치려던 참이었어! 나는 낚싯대를 땅에 세우고 그늘의 방향과 길이를 재었지. 그러자 꼭 그늘이 3m 가 되더군. 여기까지만 풀면 나머지는 간단하지 않은가. 길이가 2m되는 낚싯대의 그늘이 3m 가 되었다면, 21m되는 나무는 31.5m의 그늘을 만들 것이란 말일세. 그늘의 방향은 어느 경우이건 똑같지, 내가 그 거리를 재보았더니 건물 벽의 바 로 옆이었어. 나는 그곳에 말뚝을 박았네. 그런데 내가 나무 말뚝을 박은 곳에서 5cm도 떨어지지 않은곳에 조그마한 흠이 하나 있더군.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지만, 브런튼이 표시를 했던 흔적일세. 나는 기뻤다네.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곳을 출발점으로 하여, 나는 우선 주머니 나침반으로 동서남북의 위치를 확인 하고 나서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었네. '북쪽으로 열과 열'이라는 글귀대로 열 걸 음 걷고 나서 거기에다 표시를 했지. 그 다음에는 동쪽으로 다섯 걸음과 남쪽으로 두 걸음---그랬더니 옛날 입구에 깔 아 놓은 돌 위였네. 거기에서 서쪽으로 한 걸음 걸으니 돌을 깔아 놓은 통로까지 와 버리더군. 그곳이 의식문에 분명히 지시된 장소였네. 그런데 나는 이때처럼 실망한 적이 없었다네. 와트슨. 처음에는 나의 계산에 근 본적인 잘못이라도 있나하고 생각했네. 저녁 햇빛은 돌로 된 복도를 밝게 비추고 있었는데, 옛날의 회색 포석은 회반죽 으로 단단히 굳혀 놨더군.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틈이 없고 손댄 흔적도 없었어. 긴 세월 동안에 그 돌 을 들춰본 흔적은 아무데도 없었단 말이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01번 제 목:[홈즈단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 올린이:oslman (김수환 ) 98/07/03 17:52 읽음:210 관련자료 없음 ----------------------------------------------------------------------------- 5.. 홈즈의 추리.. 브런튼이 손을 댄 흔적이 없었어. 바닥을 쿵쿵 두드려 보았으나 어디서나 똑같은 소리가 울리더군. 갈라진 틈이나 금이 간 곳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어. 그래서 나는 어디서 잘못되었나 다시 생각해 보았네. 그때, 머스그레이브도 겨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어. 그는 나와 함께 다시 그 의식문 을 꺼내 놓고 조사했네. "그리고 그 아래 있다---라고 쓰여 있잖나? 홈즈, 자네는 그 아래란 말을 못 보 고 넘어간 것일세." 나는 '그리고 그 아래'라는 말을 파내라는 뜻으로 알고 있었는데, 곧 그것이 잘 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네. "그럼, 이 아래에 지하실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네. 이 건물을 지을 때 같이 만든 것인데, 저 문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 네.."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고 구불구불한 돌게단을 내려갔네. 머스그레이브는 구석의 통 위에 얹혀 있던 램프에 불을 붙였네. 사방이 환해져서 둘러보았더니, 그곳이 바로 내가 생각했던 곳임을 알게 되었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최근에 누군가 그곳에 왔었다는 것도 알았다네. 그곳은 장작을 쌓아 두는 곳이었는데, 바닥에 죽 깔려 있었던 게 틀림없었을 장 작이 벽을 따라 쌓여 있었고, 더군다나 한가운데만 깨끗이 치워져 있는 것일세. 그 깨끗하게 치워진 바닥 중간쯤에 크고 무거우며 납작한 돌이 하나 있고, 거기 에 녹슨 쇠고리가 달려 있었네. 그걸 보자 머스그레이브가 큰소리로 외치더군. "홈즈, 이걸 보게! 쇠고리에 두꺼운 목도리가 걸려 있네. 이것은 브런튼이 두르 고 다니던 목도리라네. 나는 그가 이것을 목에 감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어! 그가 여기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때 나는 그 지방 경찰에 연락해서 경관을 보내 달라고 말했네. 잠시 뒤에 경관 두 사람이 왔다네,. 나는 목도리를 잡아당겨서 무거운 돌두껑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도무지 혼자서는 불가능했네. 그래서 경관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들어올렸다네. 그랬더니 그곳에 시꺼먼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거였어. 머스그레이브가 구멍 가장 자리에 무릎을 끓고 램프로 구멍 밑바닥을 비췄다네. 구멍 깊이는 2m쯤이고, 넓이는 사방 약 1m 정도인 작은 구멍이었어. 그리고 그 밑바닥의 한쪽에 놋쇠 띠를 두른 나무 상자가 있었네. 그 상자는 두껑이 열려있 고, 구식 열쇠가 열쇠 구멍에 꽃힌 채로 있었어. 상자 바깥쪽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고, 습기 탓일테지만 상자 안쪽은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더군. 상자 밑바닥에는 옛날 돈인 듯한 금속이 몇 개 흩어져 있었 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런 상자에 대해서 주의하고 있을 틈이 없었어. 왜냐하면 그 옆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모습에 눈길이 쏠렸기 때문일세.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이마를 나무상자 모서리에 대고 두 팔로 상자를 끌어안은 채 죽어 있더군. 시체를 잡아 일으켜서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 사람이 바로 그때 까지 찾고 있던 집사 브런튼이였던 거야. 죽은 지 며칠 된 모양인데, 몸에는 칼에 다친 상처나 긁힌 자국이 전혀 없어서 어째서 죽었는지 알 수 없더군. 물론 그밖에도 모르는 것이 많았어. 처음에는 그 의식문에 쓰여져 있는 곳만 발견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줄 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선조가 조심조심 해서 감추어 둔 물건의 정체를 조금도 모르는 채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였어. 밝혀진 사실은 단지 브런튼이 죽었다는 것뿐이네. 브런튼이 어쩌다가 그런 꼴을 당했는지, 또 하녀 레이첼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 히 밝혀야만 했네. 그래서 나는 지하실 구석에 있는 나무통에 걸터앉아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사건을 정리해 보았네. 와트슨, 이런 경우에 내가 흔히 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 나는 우선 내가 브런 튼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를 어림잡아 두고서, 막상 내가 그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네. 나는 브런튼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지. 브런튼은 이 집안에 보물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래서 그것을 감추어 둔 곳을 찾아내었지. 하지만 무거운 돌두껑이 덮여 있어서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럼, 브런튼은 어떻게 했을까?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힘을 빌릴 수가 없겠 지. 그렇다면 누군가 집안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네. 그럼,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그는 하녀 레이첼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거야. 여자는 아무리 남자에게 심한 대접을 받아도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다고 브런트 는 믿은 거지. 남자란 누구든지 자존심이 강한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브런튼은 다정한 말로 속삭여셔 레이첼과 다시 좋은 사이가 되었겠지. 그 렇게 해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뒤에 레이첼을 데리고 한밤중에 지하실로 내려 갔어. 그리고 둘이서 무거운 돌두껑을 들어올리려고 했겠지. 여기까지는 마치 내 눈으로 보기라도 한 것처럼 추리해 낼 수 있다네. 하지만 두 사람이긴 해도 한 사람은 여자가 아닌가? 그 돌을 그리 쉽사리 들어올 릴 수는 없었을 걸세. 실제로 나도 힘깨나 쓸 만한 경관과 둘이서 들어올렸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네. 그러니까 무슨 도구를 이용한 게 틀림없네. 그렇게 생각하고 사방을 살폈더니 가 장자리가 울퉁불퉁해진 길이가 1m쯤 되는 장작개비가 보이더군. 그 밖에도 꽤 무 거운 물건에 눌려서 납작해진 듯한 장작개비도 몇 개 더 있었네. 그 두 사람은 돌두껑을 가까스로 들어올리고 그 틈에다 장작개비를 끼워 넣고 간 신히 올려서는, 그 밑에다가 다시 다른 장작개비를 밀어넣어서 사람이 기어 들어 갈 있을 만큼 되었을 때, 장작개비 한 개를 받쳐서 두껑이 닫히지 않도록 한 것 일세. 그렇기 때문에 그 장작개비 끝이 짜부라진 것이라네. 그 돌두껑이 보통 무 거운게 아니었거든. 좌우간 여기까지는 잘되었겠지. 굴 속에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니, 물론 브런튼이 들어갔을 거야. 레이첼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겠지. 브런튼은 나무 상자의 자물통을 열고 안에 있던 물건 을 레이첼에게 건네주었을 것이네. 자,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레이첼은 성격이 괄괄한 여자라고 아까도 말했네만, 이때 브런튼에 대한 심한 증 오심이 훨훨 타올랐을 것으로 보네. 사랑을 배반당한 감정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 하는 것 이상의 것이라네. '저 밑에 있는 얄미운 남자는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간신히 받치고 있는 이 막대기만 빼버리면 무거운 돌두껑은 저절로 닫히고 만다....' 장작개비가 자연히 빠져 버렸는지, 아니면 레이첼이 잡아당겨서 빼냈는지는 알 수 없네. 하지만 레이첼의 그때 모습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일세. 브런튼이 건네준 보물 자루를 메고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그녀의 모습---그녀 뒤에서는 얼마 뒤에 는 질식해 죽을 것이 뻔한 남자가 미친 사람처럼 돌두껑을 '퉁퉁'치는 소리가 울 렸겠지. 다음날 아침 레이첼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울었다가 웃었다가 한 이 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네. 와트슨. 그럼, 상자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레이첼은 그것을 어디다가 숨겼을까? 물론 그것은 머스그레이브가 연못 속에서 건져냈다는 오래 된 쇳덩이리와 작은 돌멩이가 틀림없다네. 그녀는 자신의 죄가 탄로날까 보아 일찌감치 연못 속에 던져 넣었을 것이네. 나는 지하실 나무통에 걸터앉아서 20분쯤 곰곰히 생각했지. 머스그레이브는 창백 한 얼굴로 내 곁에서 쐺프를 들고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더군. 그는 끌어올린 나무 상자 속에 있던 돈을 내게 보이면서. "이것은 찰스 1세(1600-1649, 재위 1625-1649:무리한 정책을 강행했기 때문에 청 교도 혁명이 일어나서 폭군, 반역자, 국민의 적으로서 처형됨)때의 금화라네. 이것을 보니 의식문이 쓰여진 연대는 자네가 말한 대로이군." 하고 말했어. "흠, 이 밖에도 찰스 1세에 관한 물건이 좀더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의식문의 처음 부분에 쓰여져 있던 두 가지 말이 그때 갑자기 생각나더군. "자네가 연못에서 건져 올린 그 자루에서 나온 것들을 조사해 보세." 나는 이렇게 말하고서 머스그레이브와 함께 그 자루가 있는 서재로 갔네. 머스그 레이브는 자루 속에 들어 있던 잡동사니를 내 앞에 늘어놓았지. 이걸 보고 나는 그가 그 물건들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까닭을 알겠더군. 그 안에서 나온 것들은 시커멓게 물든 커다란 쇳덩어리와 자갈같이 생긴, 윤기가 없고 때가 시커멓게 낀 것들이었다네. 내가 그 자갈을 소매 끝으로 문질러 보니 글쎄 그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겠나? 보석이었던 거야. 그래서 그 쇳덩이를 잘 조사해 보았더니 고리를 두 개 겹친 듯한 것이었는데, 비 틀리고 굽어 있어서 원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웠네. 나는 머스그레이브에게 말했지. "자네도 기억하고 있을리가고 믿네만, 찰스 1세가 죽은 뒤에도 왕당파(혁명군에 대항하여 찰스 1세를 도운 군대)는 영국에 버티고 있었으나, 나중에 외국으로 도망칠 때 귀중한 물건을 어딘가에 감추어 두고 갔다네. 전쟁이 끝나면 다시 찾 으려고 말이네." "내가 그걸 잊을 수 있겠나? 우리 선조이신 랠프 머스그레이브 경은 이름난 왕당 파였는데, 찰스 2세가 외국에 망명중이었을 때는 그의 왼팔이라고까지 했을 정 도였다네." "아, 이제는 알겠네. 겨우 마지막 수수께끼가 풀렸어. 축하하네. 비록 비극은 있 었지만 자네는 역사상 매우 가치있는, 아니 그 이상으로 귀중한 물건을 손에 넣 은 것이네." "그게 무슨 뜻인가?" "다름아닌 옛날 우리 영국의 왕관이네." "뭐! 왕관이라고!" "그렇다네. 의식문에 있는 말을 다시 새겨 보게. 뭐라고 써 있나? '그것은 누구 의 것이었던가? 사라져 간 사람의 것이다.' 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처 형된 찰스 1세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네.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중에 오는 사람이다.'라고 쓰여 있지? 그 말은 찰스 2세를 가리킨다네. 그러니깐, 모양이 형편없이 짜부라진 이 왕관도 옛날에는 틀림없이 영국 왕의 머리에 얹혀 있었던 것이라네." "어째서 그것이 연못 속에 있었을까?" "그것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좀 걸리거야." 하고 내가 말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내가 추리해 낸 바를 설명해 주었네.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어느새 저녁놀이 사라지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네. "그럼, 찰스 2세가 돌아왔을 때 어째서 그 왕관을 되찾지 않았을까?" 머스그레이브는 왕관을 자루속에 다시 집어넣으면서 물었다. "글쎄, 그 점은 나도 모르겠네. 혹시, 랠프 머스그레이브 경이 왕에게 이 비밀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죽고 나서, 그 뒤에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어느 영주가 무슨 잘못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뜻을 자식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 문답만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의식문은 별 의미없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네. 그것을 영리한 브런튼이 눈치채고 마침내 그 비밀을 밝혀냈으나, 그로 인해서 오히려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지." 나는 머스그레이브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네. 이것이 바로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의식문 사건'이야기일세. 그 왕관은 지금도 머스그레이브 저택에 보관되어 있지. 물론 그것을 개인적인 가보로 삼는 데에는 까다로운 법률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는 꽤 많은 돈을 들여서 그 왕관 의 소유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군. 내가 소개했다고 말하면 머스그레이브는 기꺼 이 자네에게도 그 보물을 구경시켜 줄 것일세. 하녀 레이첼은 그 뒤로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네. 아마 영국을 떠나 어딘가 멀리 가버렸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