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콤 계곡의 괴사건 ====== 코난 도일.. 1. 홈즈의 전보.. 여러분, 나는 전에 육군 군의관으로 있던 와트슨이라는 사람입니다. 나는 우연한 기획에 셜록 홈즈와 함께 런던의 베이커 거리에 있는 하숙집 이층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홈즈는 정말 대단한 사나이엿습니다.그의 두뇌는 특별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사소한 일에서 실마리를 잡아 진범을 체포함으로써, 경시청이 단념한 오리 무중의 사건을 해결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체력이 뛰어나고, 펜싱, 권투, 유도 등 스포츠에도 만능이었고, 어떤 강적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한집에 하숙한 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홈즈의 조수로 일하며 <붉은 글자의 비밀> <공포의 4> 등 어려운 사건 해결에 약간의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후로 나는 홈즈의 조수 겸 전속 기록자가 되어 홈즈의 활약상을 여러분에 게 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공포의 4> 사건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메어리 모오스턴양과 결혼하였 습니다. 그래서 사건 해결 후, 독신인 홈즈와 헤어져 베이커 거리의 하숙집 에서 마차로 10분쯤 걸리는 곳에 병원을 개업했습니다. 다행히 병원이 잘 되어 홈즈의 생각도 거의 잊어버린 채 환자를 돌보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 다. 6월 어느날 아침의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마주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가정부가 전보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보낸 사람은 셜록 홈즈이며, 전 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와트슨, 이틀쯤 틈이 없겠나? 보스콤 계곡 사건 조사차 떠나려고 하는데, 자네가 동해해 주었으면 좋겠네. 그곳은 경치도 좋고 공 기도 좋다네. 오전 11시 15분, 패딩턴 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탈 예정일세.. 옆에서 함께 들여다보던 아내는 내 표정을 살피면서, "당신, 가시고 싶어서 좀이 쑤시죠?"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 같아 겸연쩍었습니다. 그래서 붉어진 얼굴로. "아니, 사실은 망설이고 있소. 당신을 혼자 두고 가기도 그렇고, 또 환자들 도....." 하고 변명하였습니다. "그래요? 저에 대해선 염려 마셔요. 그리고 환자면 앤스트루어서씨에게 부 탁하면 되죠. 사실 그 분이 당신보다 솜씨가 낫거든요." "아니,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나는 짐짓 화가 난 체 했습니다. "호호호. 농담으로 그래봤어요. 아무 염려 말고 다녀오셔요. 이런 기회에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을 거여요. 요즈음 너무 과로하시는 것 같아 요. 그리고 당신은 명탐정 홈즈씨의 단짝이잖아요." "그럼 가 볼까...." 나는 이해심 많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재빨리 여행용 가방을 챙기 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0분후, 나는 벌써 밖으로 뛰어나와 영업용 마차를 불러 세우고 있었습니다. 패딩턴역에 도착한 것은 11시 전이었습니다. 홈즈는 벌써 와서 긴 플랫폼을 왔다갔다하고 있었습니다. 늘 쓰고 다니는 뾰족한 모자에 긴 여행용 외투를 입은 홈즈는 더욱 껑충하고 여위어 보였습니다. 홈즈는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와서, "와트슨, 잘 와 주었네. 자네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나의 추리 능력은 배로 늘어나거든. 촌뜨기 조수를 상대하고 있으면, 짜증만 난단 말이야." 하며 반가와하였습니다. 우리는 곧 열차에 올랐습니다. 붐비는 시간이 아니었으므로, 손님이 몇 명 안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도, 홈즈는 나를 무시하고, 여러 종류 의 신문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늘 이런 식이었으므로, 나는 조 금도 신경쓰지 않고 차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레딩을 통과했을 무렵이었습니다. 홈즈는 읽고 있던 신문을 뭉쳐서 커다란 공처럼 만들더니, 선반위로 휙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나에게. "와트슨, 보스콤 계곡 사건에 대해 뭔가 예비 지식을 가지고 있나?" 하고 물었습니다. "전혀...... 지난 며칠 동안은 바빠서 신문 볼 틈도 없었다네." "그래? 그게 오히려 다행이군. 잘못된 예비 지식 따윈 없는 편이 차라리 나 으니까 말이야. 신문 기사로 보면, 이번 사건은 단순하기 짝이 없어." "그럼 자네가 일부러 갈 필요가 없잖아."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거든. 와트슨, 이건 내 체험인데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일수록 해결하기가 힘든 것 같아. 특히 이번 경우에는 죽은 사람의 아 들이 의심을 받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니, 그럼 살인 사건인가?" "음, 사건의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해 주지." 다음은 홈즈가 요약해서 들려준 보스콤 계곡 사건의 내용입니다. 보스콤 골짜기는 히어포오드셔어 지방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제일가는 지 주는 존 터어너라는 사람인데,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굉장한 재산을 모 아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터어너는 커다란 농장을 여러 개 샀는데, 그중의 하나인 해절리 농장을 역 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돌아온 차알즈 맥커어디라는 사람에게 빌려 주었습 니다. 두 사람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있을 때 꽤 친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주위 사람 들이 보기에도 두 사람의 사이는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마 음을 주고받는 친구 같아 보였습니다. 맥커어디에게는 18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고, 터어너에게는 같은 나이의 딸 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 다 아내를 여윈 채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웃 사람들과 는 별로 내왕이 없었습니다. 2. 목 격 자... 며칠 전인 6월 3일 오후, 맥커어디는 해절리 농장을 나와 보스콤 늪지 쪽으 로 갔습니다. 이 보스콤 늪지는 보스콤 골짜기를 흐르는 내가 넓어져서 이 루어진 것입니다. 그날 오전 중에 맥커어디는 하인을 데리고 로스라는 도시에 갔었는데, 거기 서 하인에게. "오후 3시에 어떤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빨리 볼일을 마쳐야 해!" 하고 두세 번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맥커어디는 일단 농장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나갔는데, 그 길로 영 영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고 만 것입니다. 해절리 농장에서 보스콤 늪지까지는 약 400미터의 거리입니다. 그 도중에서 맥커어디를 본 사람이 2명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동네 할머니이고, 또 한 사람은 터어너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크 로우더입니다. 이 두사람 모두, "맥커어디씨는 혼자 걸어갔습니다. 동행인은 없없습니다." 하고 자신있게 증언하였습니다. 크로우더는 또 한가지 중요한 증언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로부터 몇 분후에 맥커어디의 아들 제임스가 엽총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아버지의 뒤를 쫓아 보스콤 늪지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보스콤 늪지는 울창한 숲속에 있으며, 늪가에는 키가 큰 수초와 갈대가 우 거져 있어 낮에도 어둡고 기분이 나쁜 곳인데, 거기서 맥커어디 부자를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목격자는 터어너 농장 경비원의 딸인 페이시엔스 모오란인데. 그녀는 그 날 보스콤 늪지 근처에서 꽃을 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높은 목소리가 들 려 와 고개를 들어 보니, 늪가에서 맥커어디 부자가 무슨 일 때문인지 심하 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지, 마침내 아버지가 아들을 때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들도 지지 않고 팔을 휘둘러 댓습니다. 그 광경이 너무 무서워 페이시엔스는 애써 꺽은 꽃도 팽개치고 집으로 달려 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맥커어디의 아들 제임스가 경비원의 집으로 급히 뛰어들어 왔습니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큰일났어요! 아버지가 늪가에 죽어 있어요! 좀 도와 주십시오!"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제임스는 엽총도 들고 있지 않았고, 모자도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게 다가 오른쪽 소맷부리는 선명한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경비원인 모오란이 서둘러 제임스의 뒤를 따라가 보니, 과연 보스콤 늪가의 풀밭에 맥커어디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머리에 난 상처로 보아, 무 거운 둔기로 여러번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시체로 부터 2,3미터 떨어진 곳에 제임스이 엽총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이와같이 증인과 증거가 갖추어져 있었으므로 경찰은 제임스를 아버지 살해 용의자로 서슴없이 체포하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지 이틀 후인 6월 5일, 재판이 열렸는데, 담당 판사도 아들이 범인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홈즈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은 너무 분명한 사실이군, 자네가 나설 필요도 없 겠는데....."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홈즈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와트슨, 뜻밖에도 눈에 보이는 증거가 틀리는 경우도 많아.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똑같은 것이 라도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는 수가 흔히 있 지. 이번 경우, 분명히 모든 자료가 아들에게 불리해. 아들이 범인일 가능 성은 아주 많아. 하지만 나는 현장에 나타난 증거와 똑같이 관계자의 직감 도 중요시해. 이번 사건에서도 제임스의 친구들 대부분이 그가 아버지를 죽였을 리가 없다는거야. 그중에서도 특히 그런 사실을 굳게 믿고 있는 사 람이 지주의 외동딸인 터어너양이야. 터어너양은 곧 행동을 개시했어. 와 트슨 자넨 <붉은 글자의 비밀>사건 때의 경시청의 경감을 기억하고 있지?" "아, 불독 같은 느낌이 드는 레스트레이드 경감 말이군." "<붉은 글자의 비밀>사건으로, 레스트레이드 경감이름은 서부 잉글랜드에까 지 알려졌어. 그래서 터어너양은 레스트레이드경감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제임스의 누명을 벗겨 달라고 전보로 부탁했어.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곧 조사에 착수했지. 그렇지만 제임스에게 불리한 증거가 너무 많은 것을 알 고는 나에게로 사건을 넘긴거야. 그 바람에 두 중년 신사가 아침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서 가지고, 시속 80킬로미터의 맹렬한 속력으로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가고 있는 거야." 3. 제임스의 진술.. 열차가 목적지에 가까와짐에 따라 나는 차차 불안해졌습니다. "홈즈, 아무리 자네라 할지라도 제임스의 무죄를 증명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 경시청의 경감이 손을 들었으니 말이야. 섣불리 손을 대었다가 자네 명 성에 흠이라도 가면 어쩌지?" "와트슨, 나를 레스트레이드 같은 친구와 똑같이 취급하면 곤란해. 다른 사 람들이 무심코 놓쳐 버린 사소한 일들에서도 , 나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네. 예를 들어 볼까? 나는 자네 집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자네 침실에서는 창문이 한쪽에만 있다는 것도 알고 있네." "자네 말이 맞았어! 어떻게 알았지?" 홈즈는 내 얼굴을 가리키면서 웃었습니다. "자네의 면도 자국을 보고 알았어. 자네는 5월에서 9월 사이에 걸쳐, 날씨 가 좋은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침실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수염을 깍는 습 관이 있어. 이건 내가 자네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안 사실이야. 그런데 지 금 보니, 오른쪽만 깨끗이 깍였고 왼쪽은 좀 거칠게 깎여 있군, 그 이유 는 오른쪽은 햇빛이 잘 비쳐 잘 보이지만. 왼쪽은 자네 얼굴이 그늘을 만 들어 잘 보이지 않아서 깨끗이 깎을 수가 없었던 거지. 이상과 같은 사실 로 침실의 한쪽에만 창문이 있다는 결론을 얻은 거야." "참으로 대단한 관찰과 추리로군, 이래 가지고야 재채기도 함부로 못하겠 군." 하며 나는 너털웃음을 웃었습니다. 그러나 홈즈는 매우 진지했습니다. "나는 그 특기를 살려, 신문 기사를 되풀이해서 자세히 읽어 보았어. 그 결 과. 맥커어디의 아들을 무죄로 만들 유력한 단서를 한두 가지 잡았지." "뭐라구? 벌써 단서를 잡았다구?" "제임스는 살해 현자에서가 아니라 해절리 농장에 돌아와서 잡혔어. 그때 잡으러 간 경관이 '너를 아버지 살해 용의자로 체포하겠다.'고 말하자,제 임스는 이미 각오한 바가 있었는지, 한 마디도 항의하지 않고 순순히 수 갑을 찼다는군. 그 때문에 재판에서도 퍽 불리했다는 거야." "태도로써 무언의 자백을 한 셈이로군." "아냐.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아. 그때 제임스가 취한 태도는. 걸핏하면 손쉽 게 단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잡아가는 시골 경찰에 대한 일종의 항의라 고 생각해. 그 증거로, 판사 앞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뜻밖에도 만만치 않은 청년이군." "난 아직 제임스를 만나 본 적이 없으니까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아 뭏든 똑똑한 청년임에 틀림없어. 아버지의 시체를 본 순간엔 당황했겠지 만, 해절리 농장으로 되돌아갔을때는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지. 그리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고 있는 현장을 소녀가 본 줄은 몰랐을 테지 만. 자기가 사형대로의 최단 거리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어. 그러니까 법정에서 철저하게 싸우려고 경관과 상대하지 않았을거야. 만일 그가 정말 로 아버지를 죽였다면 경관이 체포하러 갔을때, 깜짝 놀란 척하기도 하고, 일부로 화도 냈을 거야." "하지만 홈즈. 아무리 그래도 그 청년을 사형대에서 구해 내기는 힘들지 않 을까? 지금까지 그부다 훨씬 불확실한 증거로도 많은 사람들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졌으니까 말이야." "확실히 자네 말대로야. 그러나 나는 신문에 실려 있는 불운한 청년의 진술 을 읽는 순간. 어떻게 구해 낼 길이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와트슨, 자네도 읽어 보게." 홈즈는 조금전에 선반위에 던졌던 신문 뭉치 속에서 지방 신문 한 부를 찾 아 내게 건데 주었습니다. 평화로운 지방으로서는 큰 사건이었으모로 크게 다루어져 있었는데, 재판정에서 피해자의 외아들 제임스가 한 증언은 다음 고 같았습니다. 나는 6월 1일 브리스틀시에 나가. 사건이 발생한 6월 3일 낮에 집에 돌아 왔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로스 마을에 가시고 집에 안 계셨습니다. 얼마 뒤, 아버지가 돌아오셨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아버지는 로스 마을에 함께 갔던 마부 코움과 두세 마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바삐 숲 쪽으로 가셨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문득 보스콤 늪지에서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 이 들어 엽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도중에 크로우더씨를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가 몹시 흥분한 얼굴로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갔다는 것은 크로우더씨가 잘못 본 것입니다. 나는 그때, 아버지도 역시 보스콤 늪지를 향해 가셨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습니다. 늪지에서 약 100미터 쯤 되는 곳에 왔을 샔, 앞쪽에서 '쿠우이!'하는 소리 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소리는 아버지와 내가 서로를 부를때 사용하던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버지가 웬일이지?' 아버지는 보스콤 늪가에 서 계셨는데, 나를 보고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 며, "제임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니?" 하고 화를 냈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다고 대답하자. "거짓말 마! 내 뒤를 밟아 왔지?" 하고 고함을 질러습니다. 이윽고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고, 끝내는 아버지가 주먹다짐까지 하기에 이 르렀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아버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락부 락한 사나이들과 함께 일을 했었기 때문에 성격이 매우 거칠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아버 지를 피해 해절리 농장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겨우 100미터도 못 갔을 무렵, 뒤에서 이 세상의 소리라고는 믿어 지지 않을 처첨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라 되돌아 보니, 아버지가 풀밭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나는 총을 내던지고 아버지 를 안아 일으켰으나,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져 잠시 동안 아버지의 시체를 안은 채 멍하니 앉아 있 었습니다. 그러나 곧 경비원 모오란씨의 집이 그곳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도움을 청하러 뛰어갔습니다. 아버지의 비명을 듣고 달려갔을 당시. 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 버지는 무뚝뚝하고 성격이 거칠었지만, 누구라도 딱 꼬집어 말할 수 있을 만큼 사이가 나빳던 사람은 없엇습니다. 그 다음 기사는 제임스와 검사와의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검 사 : 자네 아버지는 죽기 직전에 자네에게 무슨 말을 남기지 않았나? 제임스 : 두세 마디 입 속으로 중얼중얼했습니다. 그러나 래트(쥐)가 어떻 게 되었다고 하는 말밖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검 사 : 래트라구?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있겠나? 제임스 :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헛소리가 아니었을까요. 검 사 : 자네와 아버지는 늪가에서 심한 말다툼을 했다던데.... 뒤따라왔 다는 이유 외에 또 다른 이유는 없었나? 제임스 : 그것만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검 사 : 만일 말하지 않는다면 자네가 매우 불리해지는데, 그래도 침묵을 지킬 셈인가? 제임스 : 예, 하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말씀드릴수 있습 니다. 우리 말다툼과 아버지의 죽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검 사 : 관계가 있고 없고는 재판관이 결정할 문제야. 쓸데없는 말은 삼가 게. 그리고 자네는 아버지와 자네 사이에만 통하는 신호를 듣고 늪가로 달려갔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제임스 : 예, 그렇습니다. 검 사 : 그렇다면 좀 앞뒤가 맞지 않는걸. 분명히 자네 아버지는 자네가 브리스틀에서 돌아온 것도, 자네가 뒤에서 늪 쪽으로 오고 있는 줄도 몰랐을 게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쿠우이!' 라는 소리를 질 러 자네를 부르려고 했을까? 이 점을 설명해 보게. 제임스 : (급소를 찔린 듯 당황하며) 그,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배심원의 한사람 :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되돌아갔을때, 쓰러져 있는 아버 지의 주위에서 뭔가 수상한 걸 보지 못했나요? 제임스 : 왼쪽 풀밭에 웃옷 같은게 놓여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 버지가 숨을 거두시고 난 후에, 다시 보았을땐 없었습니다. 검 사 : 그 옷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나? 제임스 : 회색이엇습니다. 검 사 : 그래.... 그럼 그 옷이 아버지의 몸에서 얼마쯤 떨어진 곳에 있었 나? 제임스 :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안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가져간 게 틀림없습니다. 검 사 : 10미터라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야. 자네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이해 할 수 없는데.... 제임스 : 저는 그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었고, 또 아버지 때문에 정신이 없 었습니다. 나는 두번 되풀이 해서 신문을 읽은 뒤 홈즈를 향해 말했습니다. "이 검사는 꽤 날카로운 머리를 가진 사람이로군,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온 걸 모를텐데 '쿠우이!'라는 신호를 했을까 하고, 날카롭게 추궁하여 제임 스를 궁지에 몰아 넣었어. 이에 대하여 아들 쪽은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 래트라는 말을 했다는둥, 회색 웃옷이 있었는데 아버지를 안아 일으키는 사이에 없어졌다는둥,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있어. 아무래도 믿을 만한 진 술이 못 되는군." 그러자 홈즈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겠지. 검사나 자네의 상식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냐. 그러나 나는 래트와 쿠울리라는 두 마디 말을 단서로 해서, 이 사건을 파 헤쳐 보려고 해. 그건 그렇고. 몹시 시장한 걸. 20분 있으면 스위든에 도 착하니까 뭔가 맛있는 걸 사 먹을 수 있겠지." 4. 앨리스 터어너.. 우리가 탄 열차는 아름다운 스트라우드 골짜기를 지나, 6월의 태양아래 반 짝이며 계속 달렸습니다. 그리하여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서, 보스콤 골짜기의 작은 도시 로스의 중앙 역에 도착했습니다. 프랫폼에 내려서자, 키가 작지만 튼튼한 체격이 사나이가 성큼성큼 다가왔 습니다. <붉은 글자의 비밀> 사건으로 알게된 경시청의 레ㅇ스트레이드 경 감이었습니다. "홈즈씨. 와트슨 박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텔은 미리 잡아놓았습니다. 저 마차를 타시죠. 안내하겠습니다." 레스트레이드는 로스시에서 여러해 동안 살아온 사람같이 민첩하게 움직였 였습니다. 호텔은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했습니다. 방안에 들어가 홍차를 시 켜 마시고 있으려니까, 레스트레이드가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홈즈씨, 마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은 일년중 가장 해가 긴 계절입니 다. 지금 곧 현장을 보러가시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홈즈는 뜻밖에도, "아니, 내일부터 일하도록 하죠." 하고 말했습니다. 레스트레이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늘 범행 현장을 바삐 보고 싶어하시는 홈즈씨가 내일부터 일하시겠다니... . 핫하하.... 아무래도 이 사건의 흐름을 바꾸기가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아예 단념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색이 좋으신데, 무슨 좋 은 일이라도...." "기압 덕분이죠." 하면서 홈즈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예? 무슨 뜻이죠?" "기압계의 바늘은 이 부근이 고기압권에 들어서 있음을 나타내고 있소. 더 우기 기운은 섭씨 24도, 풍속 3미터, 호텔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소. 그래 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병이죠. 레스트레이드 경감." "허어, 이거..."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마치 이곳에 소풍하러 온 것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방금 하신 말씀을 터어너양이 들었으면 뭐라고 할까요?" "터어너양? 그게 누구였더라....." 나는 홈즈가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레스트 레이드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못 흥분하여 말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무책임한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터어너양은 제임스 맥커어 디 청년의 무죄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휘자 격이지요. 홈즈씨를 이 곳으로 모신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리시다니.." 그때, 호텔 앞에 마차 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 벌써 이리로 찾아오는군요. 정말 적극적인 아가씨야." 창 밖을 내다보고 있던 레스트레이드가 말했습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아가씨가 우리 방으로 바삐 들어왔습니다. 푸른 빛이 도는 눈은 별처럼 반짝였으며,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에 양볼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가운데서는 가 장 미인인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홈즈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두 분 중에 어느 분이 셜록 홈즈씨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날카로운 직감으로 곧 알아차렸는지, 홈즈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선생님이 홈즈씨죠? 잘 오셨습니다. 저는 제임스와 어렸을때부터 사이좋게 지내 왔으므로, 그 성격을 누구부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아주 부드 러운 마음씨를 지니고 있어, 파리 한 마리 죽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런한 제임스가 아버지를 죽이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진범은 반드시 따로 있을 것입니다. 홈즈씨도 저와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부러 와 주셨겠지여?" 홈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 아가씨,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믿음직한 조수인 와트슨 박사와 함께 찾아 온 것입니다." 그러자 터어너양은. "그것 보셔요." 하며 도전적인 눈으로 레스트레이드 경감을 쳐다보았습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이 지방 경찰이나 검사와 똑같은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홈즈씨는 저에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역시 홈즈씨는 명탐정이시군요."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려 보였습니다. "홈즈씨는 단지 위로의 말을 하신 것 뿐입니다. 아가씨." 터어너양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저는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제임스가 검사에 게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말도, 늪가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다투었던 것도 모두 저하고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아가씨와 관계가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홈즈가 물었습니다. "홈즈씨에게는 모든 걸 말씀드리겠어요. 사실 제임스는 저와의 결혼 문제로 여러 번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답니다. 이번에도 그 일로 그랬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신 맥커어디씨 가 결혼을 승낙하지 않았던 모양이죠?" 홈즈의 질문에 터어너양은 얼굴을 붉히며,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 반대여요. 저와 제임스는 남매처럼 사이가 좋았으나, 결혼 같은건 꿈에 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개월쯤 전부터 갑자기 맥커어디씨가 우리 두 사람을 억지로 결혼시키려고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요? 그러면 당신 아버지도 이 결혼에 찬성했습니까?" "아버지는 절대 반대였어요." 홈즈는 낮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두 사람의 결혼을 찬성한 사람은 맥커어디씨 혼자였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결혼에 대한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예, 잘 알았습니." 홈즈는 어떤 새로운 사실을 캐내려는 듯한 눈초리로 터어너양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찰하더니. "내일쯤 당신 아버지를 뵙고 싶은데, 사정이 어떠신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버지께선 지금 병으로 누워 계셔요." "병으로? 그게 언제부터였죠?" "몇 년 전부터 신경 쇠약으로 고생하셨지만, 누워 계실 정도는 아니였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결국 자리에 누우셨답니다." "아버지는 맥커어디씨와 여간 친하지가 않았다더군요. 언제쯤부터 친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오스트레일리아의 금광 시절부터라고 들었어요." "금광 시절부터의 친구라... 그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터어너씨는 거기 서 지금의 재산을 모으셨겠군요?" "예,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고맙소,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그럼 홈즈씨, 저는 이만 실레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병은 매우 무겁습니다. 제가 곁을 떠나면 아주 싫어하시기 때문에 곧 돌아가야 합니다. 홈즈씨, 만일 제임스를 만나시면, 나만은 그가 아무 죄도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전해 주셔요." 터어너양은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바삐 돌아가 버렸 습니다. 5. 제임스의 비밀.. 마차의 바퀴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레스트레이드가 불만에 찬 얼굴로 말 했습니다. "홈즈씨, 나중에 실망을 안겨 줄게 뻔한데 어째서 그런 위안의 말을 하지죠 ?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아니오. 난 진심으로 말한거요. 미안하지만, 제임스를 만날 수 있도록 수 속을 밟아 주지 않겠소? 아무래도 오늘밤 안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곧 홈즈와 레스트레이드가 함께 나가 버렸기 때문에 나 혼자 호텔에 남게 되었습니다. 나는 소파에 드러누워 내 나름대로 이번 사건을 생각해 보앗습니다. 아름다운 터어너양의 입을 통해 들어서 그런지, 제임스의 무죄가 분명한 사 실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임스의 말을 믿고 추리를 해 나가기 시 작했습니다. 제임스가 아버지와 헤어지고 나서 100미터쯤 걸어갔을때, 비명이 들렸습니 다. 급히 되돌아가 보니, 아버지는 머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 었습니다. '그 상처는 머리의 어느 부분에 생겼을까? 상처의 모양은 어떠했을까?' 나는 의사로서의 흥미를 느꼈으므로 보이를 시켜서 사건 직후의 이 지방 신 문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신문에는 외과 의사의 증언이 상세히 실려 있었습 니다. 그에 따르면, 맥커어디는 두정골(두개골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뼈) 의 왼쪽 뒷부분의 3분의 1과 후두골을 둔기로 세게 얻어 맞았다는 것이었습 니다. 나는 내 머리의 그 언저리를 손으로 만져 보면서, 그 위치를 강타하려면 앞 쪽에서는 우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뒤쪽에서 때린 셈이 되니, 아버지와 마주서서 말다툼을 하고 있던 제임스에게는 매우 유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이 말을 홈즈에게 하면, "제임스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섰을때 죽였다고 말할 걸세." 하고 말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저 이상한 헛소리 가운데 쥐를 뜻하는 래트(rat)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의학 상식에 의하면 그처럼 세게 얻어맞고 죽어가는 사람은 보통 헛소리 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기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뜻밖에도 분명 한 말을 남기고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맥커어디는 의지가 강한 사나이였으므로, 자기가 왜 그런 변을 당했는지를 아들에게 알려 주고 죽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의 빈약한 상상력 탓인지. 래트라는 한 마디만을 가지고는 그 뒤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제임스가 보았다던 현장으로 부터 10미터 남짓한 곳에 떨 어져 있던 회색의 웃옷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옷은 제임스가 아버 지를 안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자가, 아니 아마 진범이 당황해서 떨어뜨리고 간 모양 입니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제임스가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주워 가지고 도망간 것입니다. '제임스에게는 유리한 자료도 상당히 있다. 홈즈같으면, 그의 누명을 벗겨 줄 수 있을 거야.'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홈즈는 밤늦게야 혼자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여전히 고기압이야.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아마 내일은 비가 오지 않을 거야. 비만 내리지 않으면 살해 현장에서 뭔가 발견해 낼 수 있을지도 몰 라." 하고 말했습니다. "홈즈 자넨 제임스를 만나고 왔잖아?" "응, 그러나 수확은 없었어. 나는 제임스가 진범을 알고 있으면서 숨겨 주 고 있으려니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 모르는것 같아. 아뭏든 제임스 는 호감이 가는 청년이야." "그런데 어셉서 그렇게 아름다운 터어너양과의 결혼을 망설였을까? 제임스 만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성립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응, 나도 그 점이 이상하다고 느껴 조사해 보았더니. 여러가지 복잡한 사 정이 있더군. 제임스는 2년 전에 일이 있어 브리스틀시에 3개월쯤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때 술집 여급에게 반해 정식으로 결혼을 했다는군. 이건 물론 아버지에게도 비밀로 했지. 그런줄을 꿈에도 모르는 아버지는 터어너 양과의 결혼을 한사코 권했지. 제임스는 터어너양을 마음속으로는 사랑하 고 잇었지만, 그럴 자격이 없었던거야. 그렇다고 고집 불통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지. 그래서 결혼 이야기만 나올 때마다 아버 지하고 심하게 말다툼을 했던 거지." "홈즈, 자넨 하필이면 술집의 여급 따위에게 반했다는 투로 말하는군. 어떻 든 그 두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을 게 아냐." "그랬었지. 결혼했을 땐 말야. 그런데 제임스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로 달아나 버렸단 말일세." "거참......"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만일 제임스가 범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죽였을까?" "글쎄,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맥커어디가 늪가에서 오후 3시에 만나기로 약 속했던 인물이 그 열쇠를 쥐고 있어. 그 사람이 아들 제임스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 맥커어디는 아들이 브리스틀에서 돌아왔다는 걸 몰랐으니 말이 야.그런데 맥커어디는 아들에게만 통하는 '쿠우이!'라는 소리를 했어. 이 두가지 관계를 밝혀 낼 수만 있다면. 이 사건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 야. 아뭏든 오늘밤은 일찍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 보세." 6. 보스콤 늪지. 홈즈의 일기 예보대로 다음날은 상쾌한 아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9시 레스트레이드가 마차로 마중하러 왔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타고 보스콤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마차가 흔들리는대로 몸을 맡긴채, "홈즈씨, 어젯밤 의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터어너양 아버지의 병이 꽤 중하다는군요." 하고 말했습니다. "나이는 몇 살이나 되었습니까?" 홈즈가 물었습니다. "60살쯤 되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시절에 무리한 탓인지 실제로는 80살쯤 되어 보인다는군요. 이번 사건이 일어난 후, 몸이 더욱 약해졌답니다. 아, 중요한 보고를 잊고 있었군요. 죽은 맥커어디씨는 대지주인 터어너씨에게 는 큰 은인이라고 합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해절리 농장을 그냥 빌려 주었다더군요." "그래요? 그건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군요." "터어너씨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맥커어디씨를 돕고 있었답니다. 옛날 은 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웃간에도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홈즈는 고개를 갸웃뚱했습니다. "레스트레이드씨, 미담을 헐뜯는것 같아서 안됐지만,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 지 않소? 맥커어디라는 사람은 거의 빈손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와, 터어너씨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모조리 신세를 져 왔소. 게다가 자기 아들 을 억지로 터어너의 딸과 결혼시키려 하고 있소. 그런데 터어너씨는 처음 부터 이 결혼에 절대 반대라고 하니 이상하지 않소? 반대로 터어너씨 쪽이 우기고 나온다면,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그러자 레스트레이드는, "홈즈씨, 세상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수두룩 합니다. 사소한 것까지 파헤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 적인 일, 그리고 사실적인 일입니다. 나는 지금 큰 것을 단단히 잡고 있습 니다." 하고 자신감에 넘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 큰 것이란 게 뭐죠?" "맥커어디를 죽인 것이 아들인 제임스인것은 햇빛같이 분명하며, 이에 반대 하는 주장은 달빛처럼 희미하다는 것입니다." 홈즈는 빙그레 웃으며. "안개 속에 있는 사람은 그 희미한 달빛을 찾아서 헤맨다는 시를 당신은 읽 지 못했나 보군요." 하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였습니다. 홈즈는 마차가 가는 길 왼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 다. "아,저게 해절리 농장인가 보군요." 독수리가 날래글 펼친 것처럼 널따란 슬레이트 지붕의 이층집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희색 벽에는 누런 이끼가 끼어 있고, 창문이란 창문에는 모두 덧 문이 내려져 있었으며, 굴뚝에서는 연기 한 점 피어오르지 않았습니다. 개 도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뜰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낯선 사람을 보 고도 짖을 생각을 안했습니다. 우리는 현관으로 다가갔습니다. 가정부가 침울한 얼굴로 맞아 주엇습니다. 홈즈는 곧 맥커어디씨가 죽은 날 신고 있던 구두를 보여 달라고 부탁했습니 다. 이어, 사건 당일에 신었던게 아니라도 좋으니, 아들 제임스의 구두도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홈즈는 두 켤레의 신을 나란히 놓고 여기저기 치수를 재더니, 고개를 끄덕 이며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곧 살해 현장인 보스콤 늪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의 표정은 아까와는 딴판이었습니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두 눈은 차갑 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그는, 베이커 거리의 하숙집 소파에 앉아 파이프를 문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홈즈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베이커 거리의 홈 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금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 릴 것입니다. 이럴 샔에는 아무리 말을 걸어도 절대로 대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던 나는, 잠자코 레스트래이드와 함께 뒤를 따랐습니다. 숲으로 들어감에 따라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늪이 가까와지는 모 양이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발자국이 길 위에 찍혀 있었습니다. 홈즈는 때때 로 멈춰 서기도 하고, 아주 빨리 걸어 보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너무 오랫동안 같은 곳에 서 있었으므로, 레스트레이드는. '왜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나?' 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홈즈가 아무 까닭없이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잠자코 곁에서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우리 일행은 보스콤 늪가에 닿았습니다. 늪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큰 웅덩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숲속에 있는데다가 수초와 갈대가 무성해서 괴물이라도 나올 듯하였 습니다. 늪 저쪽으로 숲의 나무보다 높게 솟은 붉은 탑이 보엿습니다. "저게 터어너씨의 저택이죠. 그리고 늪지 이쪽은 맥커어디씨, 건너쪽은 터 어너씨의 땅입니다." 래스트레이드 경감이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이 말했습니다. 홈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맥커어디의 시체가 발견된 장소를 가리켜 달라고 말했습니다. 레스트레이드는 갈대가 우거진 늪가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그곳은 깊은 숲이 끊어진 곳에 위치한, 폭이 20미터쯤 되는 축축한 풀밭이었습니다. "시체는 여기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현장은 한눈에 알 수가 있었습니다. 풀밭에는 아직도 사람이 쓰러졌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홈즈는 사냥개처럼 그 주위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더니, "레스트레이드씨, 당신은 무슨 일로 늪속에 들어갔죠?" 하고 물었습니다. "혹시 범인이 흉기를 집어던지지나 않았나 갈고랑이로 조사해 보았죠. 어떻 게 내가 늪속에 들어간 걸 아셨죠?" "당신이 그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큰 발자국이 갈대 밭 속으로 사라졌기에 하는 말이오. 다른 발자국도 많이 남아 있네. 마치 물소 떼가 짓밟고 지나 간 것 같군. 이렇게 되기 전에 내가 왔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한 들 소용없으니 마음을 고쳐 먹고 조사를 계속해야겠어. 음, 이건 제임스와 함께 달려온 경비원의 발자국이로군. 이렇게 발자국이 많지만, 중요한 건 세 가지 뿐이야." 홈즈는 주머니에서 큰 돋보기를 꺼내더니 레인코우트를 젖은 땅위에 깔고 엎드려 시체가 있었던 장소를 세심하게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7. 드러난 흉기.. 홈즈는 우리에게 설명한다기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이건 모두 제임스의 발자국이다. 걸어갔을 때의 것이 두번, 달려갔을때의 것이 한 번.... 뒤꿈치는 전혀 찍혀 있지 않고 앞부분만 반쯤 찍혀 있는 것이 아버지의 비명을 듣고 바삐 뛰어왔을 샔의 거야. 검사에게 한 말과 일치하는군. 그리고 이건.... 음, 아버지가 빙빙 돌아다녔을 때의 것이다. 누군가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증거야. 그 누군가를 알았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아니, 이건 뭘까? 옳지, 알았다! 엽총의 개머리판 흔적이군. 아들은 엽총의 개머리판을 땅에 짚고,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었군." 홈즈는 한동안 말없이 살피더니,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다시 중얼거리기 시 작했습니다. "음, 이게 뭘까? 오, 알았다! 살금살금 다가온 발자국, 조심스럽게 접근한 발자국이다. 게다가 끝이 정사각형으로 된 정말 진기한 구두로군, 왔다가 돌아가고, 왔다가 다시 돌아갔으니.... 음, 제임스가 말한 대로 회색 웃옷 을 가지러 왔었나 보군. 옳지! 제3의 사나이이 정체를 알만하군. 자아. 이 번에는 이 발자국이 어느 쪽으로 향해 있느냐가 문제지." 홈즈는 사냥개처럼 부근을 분주히 돌아다녔습니다. 수백년 묵은 듯한 너도밤나무 밑을 빙빙 돌던 홈즈는, 기쁜듯이 말했습니 다. "생각한 대로군." 그는 호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더니, 나무 밑에 쌓인 먼지 같은 것을 소중 하게 집어 넣었습니다. 봉투가 가득 차자. 이번에는 너도밤나무의 줄기 껍 질을 돋보기로 열심히 조사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미터 앞 풀위에 조금 크고 갸름한 돌이 굴러 있는 것을 보더 니, 달려가 조심스럽게 손수건으로 싸서 레인코우트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진기한 구두 발자국을 찾아 더듬어 나갔습니다. 큰길로 나 서자, 발자국이 끊어졌습니다. 홈즈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사건이야." 잠시 후, 홈즈는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회색 오두막집을 가리키며 말 했습니다. "저게 제임스가 달려간 터어너 농장 경비원의 집인가 보군. 잠깐 가서 모오 란씨를 만나고 올테니 마차에 가서 기다려 주게. 편지 한 통 써서 건네 주 면 되니까 곧 끝날 걸세." 과연, 홈즈는 10분도 채 안 되어 달려왔습니다.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홈즈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까 숲속에서 주운 크고 갸름한 돌을 꺼내며. "레스트레이드경감, 좋은 걸 드릴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예?" 레스트레이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스콤 늪지 살해 사건의 흉기요." 그러자 레스트레이드는 그것을 빼앗다시피 받아 쥐었습니다. "그런데, 흔적이 전혀 없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 돌이 흉기였다는 걸 알았죠?" "이 돌이 놓여 있던곳의 풀의 모양을 보고 알았죠. 이 돌이 놓인 지 오래 되면 그 밑엔 풀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돌 밑엔 풀이 나 있었어요. 그 자리에 놓인지 2,3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증거죠.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 지만, 그런 상태에 있는 건 이 돌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돌의 생김새가 피해자의 머리에 나 있는 상처 모양과 아주 비슷하단 말이오." "그렇다면 가해자의 이름은?" 경감이 조금 들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가해자는 키가 크고 왼손잡이이며, 오른 발이 약간 부자유스럽고, 튼튼한 사냥용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색 웃옷을 입고, 인도산의 고급 여송연을 즐겨 피우고 있지여. 여송연을 피울 때는 호울더를 사용하고, 호 주머니에는 날이 무딘 주머니칼을 넣고 다닙니다. 이 정도로 특징을 말했 으면 이름을 가르쳐 준 것보다 친절하죠?" 레스트레이드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홈즈씨, 방금 그 말을 재판정에서 해보십시오, 배심원들은 아마 들은 체도 안 할 겁니다." "모처럼 내가 친절하게 힌트를 주었는데도 이용하지 않겠단 말이군요. 그렇 다면 나는 내 일만 할 수 밖에. 나는 점심을 먹고 나서, 호텔에서 사람을 만난 다음, 밤차로 런던으로 돌아가겠소." "흠, 꽁무니를 빼시는군요. 터어너양에게 큰소리를 쳐 놓고 잘 안 되니까, 부끄러운 모양이죠." "글쎄요.. 아뭏든 터어너양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 없게 된 것만은 사실 이오. 하지만 사건만은 말끔히 해결해 놓고 가겠소." "홈즈씨, 이건 힘든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히 말하다니. 너무 무 책임한것 같군요." 레스트레이드가 나무라듯 말했다. "난 책임을 다했소. 사건은 이미 해결했단 말이오." "그럼 범인은?" "당신은 아까 내 말을 비웃었잖소. 그건 권리를 포기한거나 마찬가지요." 홈즈의 말은 조용했으나 완강했습니다. 8. 홈즈의 추리.. 이윽고 마차는 레스트레이드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멎었습니다. 레스트 레이드는 불만에 찬 얼굴로 마차에서 내렸습니다. 마차는 다시 달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까지 갔습니다. 우리는 호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사건은 해결되었다고 하면서도 홈즈는 몹시 기분이 언잖은 것 같았습니다. 홈즈는 음식을 반 이상이나 남긴 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와트슨, 난 지금 어떻게 해애 좋을지 망설이고 있어. 자세히 이야기할테 니, 자네 의견을 들려 주게." "음, 어서 말해 보게." "나는 이곳으로 오는 열차 안에서, 제임스의 이야기 가운데 기묘한 점이 두 군데 있다고 자네에게 말했었지? 그 하나는 아들이 보스콤 골짜기로 돌아 온 줄 모를 아버지가 '쿠우이!' 하고 소리친 것이고, 또 하나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기 래트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야. 아니, 맥커어디는 더 많 은 말을 했었지만, 제임스에게 이해된 말은 래트 한 마디뿐이었어. 나는 이 사건의 돌파구를 여기에서 찾았어. 만일 제임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쿠 우이!'라는 소리는 아들을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 그런데 재수없다고 할까. 우연이라고 할까. 브리스틀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그 소리가 들렸던 거야." "그렇다면 맥커어디는 다른 인물에게.... 아! 이제 알겠어. 오후 3시에 보 스콤 늪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에게 한 소리로군,그래." "맞았어. '쿠우이!' 란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투리로, 오스트레일리아인끼리 서로 부를때 쓰이는 신호야. '야호!'와 같은 뜻이지. 그래서 맥커어디가 만나기로 약속한 상대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산 적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 이 짙어진 셈이야." "그럼 래트 쪽은?" 홈즈는 호주머니에서 몇 겹으로 접혀 있는 종이를 꺼내어 식탁위에 펼쳐 놓 았습니다. "이건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의 지도야." 그리고는 손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더니. "뭐라고 씌였는지 읽어 보게." 하고 재촉하였습니다. "래트, 틀림없는 래트로군!" "그럼 이건 뭔가?" 홈즈는 지도 위에 얹었던 손을 치웠습니다. 그러자 손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지명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나는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밸라래트!" "맞았어! 밸라래트가 맥커어디의 마지막 말이었어. 그런데 아들에게는 래트 만 들린거야. 밸라래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주에 있는 도시야. 금 광으로 커진 도시지. 즉 피해자는 마지막 사력을 다해 가해자의 이름을 말 하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이름부터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밸라래트의 누 구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숨이 끊어지고 만 거야." "훌륭해! 정말 멋진 추리야."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훌륭할 정도는 아니야. 아뭏든 이 지도 덕분에 수사 범위를 훨씬 좁힐 수 있었지. 가해자는 회색 웃옷을 가지고 있으며, 밸라래트의 금광에 관계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이거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돌아온 사람이 되는 셈 이야." "그렇겠군." "그리고 범행이 일어난 보스콤 늪지로 가자면, 해절리 농장을 지나거나 터 어너씨의 농장에서 바로 가거나, 두 길중에 하나밖에 없단 말이야. 게다가 양쪽다 사유지야. 우리 같은 여행자가 들어갔다가고는 우선 생각할 수가 없어." "참, 아까 자네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범인의 특징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건 어떻게 알아 냈지?" "음, 먼저 키부터 시작할까?"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발걸음의 너비가 넓으니까, 다리 긴, 즉 키가 큰 사 나이라 추정했겠지. 사냥용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것도 그 발자국을 조사해 보면 짐작 할 수 있어. 그러나 내가 알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오른쪽 발이 부자유스럽다는 걸 알아 냈는가 하는 것이야." "그건 오른쪽 발자국이 왼쪽에 비해 한결같이 뚜렸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걸을 샚 왼발에만 무게가 걸린단 얘기지. 즉 오른발이 부자유스러운 거야." "그럼 왼손잡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나?" "지방 신문에 나와 있었지만 맥커어디의 상처는 뒷머리의 왼쪽에 있었어. 만일 오른손잡이가 그 자리를 때렸다면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치명상 은 못 될 거야. 그리고 가해자는 맥커어디 부자가 정신 없이 말다툼을 하 고 있는 동안 너도밤나무 뒤에 서 있었지.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였겠지 만 그는 여송연을 피우고 있었어. 나는 너도밤나무 뒤에 떨어진 재를 보고 한눈에 그 여송연이 인도산이라는 걸 알아냈지." "홈즈 자네니까 재만으로 충분히 알아 냈을 거야.아뭏든 자네는 파이프 담 배나 여송연, 궐련 등 40가지가 넘는 담뱃재에 대하여 자세한 논문을 썼을 정도니 말이야." "그러나 재만으로는 모자라지.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피우다 버린 꽁초가 이 끼 사이에 떨어져 있었어. 생각한 대로 인도산 고급품이었어." "그럼 호울더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잘라 낸 자리에 입으로 문 자국이 없었어. 호울더로 피웠기 때문이지. 끝 은 이빨로 물어서 잘라 낸 게 아니라 칼날을 사용한 흔적이 있었어. 그리 고 그 잘라 낸 자리가 깨끗하지 않았기 샔문에 잘 들지 않는 칼을 사용했 으리라 생각했지." "홈즈, 거기까지 알면서 왜 그렇게 고민하고 있나? 한시라도 빨리 가엾은 청년을 교수대에서 구해 주지 않고...." "와트슨, 한 젊은 목숨을 구하는 대신 다른 한 사람을 비탄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려야 해. 그래서 지금 망설이고 있는 거야." "그러나 터어너양은...." 내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보이가 문을 열고 소리쳤습니다. "존 터어너씨가 찾아오셨습니다.!" 9. 블랙 잭의 고백.. 들어온 사람은 매우 특징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오른발을 끌듯이 걷는 걸 음걸이, 등이 굽은 것 등은 아무래도 노인이란 느낌이 들었지만, 이목 구비 가 뚜렷한 얼굴, 뼈대가 들어난 큰 손발 따위가 남다른 의지와 체력을 지니 고 있음을 나타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안색은 창백했고, 입술이나 코 언저리에는 검버섯이 나 있었습니다. 홈즈는 부드러운 태도로 그를 맞이하였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편지를 받고 찾아오셨지요?" "예, 경비원 모오란이 갖다 주더군요.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기서 만나 고 싶다는 내용이엇는데...." "맞습니다. 내가 댁으로 찾아가면 소문이 퍼질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래 용건이란 뭡니까?" 홈즈를 쳐다보고 있는 터어너의 눈에는 이미 절망의 빛이 서려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과 맥커어디씨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 터어너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더니, 쉰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 다. "홈즈씨. 이것만은 알아주시오, 나는 제임스를 범인으로 몰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만약 그 청년이 유죄 선고를 받는 다면, 그 길로 자수하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그러시리라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내 귀여운 딸만 없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수하고 싶습니다. 만일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면, 딸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미쳐 버릴 것입니다." "터어너씨, 충격을 주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예, 뭐라고요?" "저는 법을 지키는 파수꾼이 아닙니다. 또 제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터어너양이 저를 믿고 후원자가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임스 청년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홈즈씨, 당신의 처사에 감사할 뿐입니다. 사실 나는 현재 악화된 당뇨병으 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주치의의 말로는, 앞으로 한 달도 넘기기 어려울 만큼 위태롭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저 차가운 감옥에서 죽기가 싫습 니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방 침대 위에서 숨을 거두고 싶습니다." 홈즈는 잠자코 일어나, 책상 앞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펜을 들었습 니다. "그럼 터어너씨, 진상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저는 그 말의 한 마디도 빠뜨 리지 않고 여기에 적어 놓고 당신의 서명을 받겠습니다. 이 와트슨 박사가 증인입니다." "고백서인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아마 2개월후에 제임스 청년의 두 번째 재판이 열릴 겁니다. 저는 변호사를 도와 무죄로 몰고 갈 작정입니다만, 혹시 잘못되어 사형 판 결이 내려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경우 판결 직전에 이 고백서를 제출해 제 임스를 구출하겠습니다." "이제서야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음 재판까지 살아 있지 못할 것입 니다. 그렇게 되면 딸의 슬픔을 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모 든 걸 고백하겠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일이지만, 이야기하는 덴 잠깐이면 끝나겠죠." 터어너씨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죽은 맥커어디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었습니 다. 나는 그에게 20년 동안이나 괴롭힘을 당해 왔습니다. 그러면 낵 왜 그 에게 덜미를 잡혔는지 그것부터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다음은 터어너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1860년대 초엽, 오스트레일리아의 금광이 가장 번성하고 있을 무렵의 일입 니다. 그때 터어너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였습니다. 친구를 선택할 만한 눈 도 여유도 없이, 그는 어느 사이엔가 무뢰한의 무리에 휩쓸리고 말았습니 다. 한몫 잡아 보려고 시작한 사업에도 실패하자, 끝내는 노상 강도로까지 떨어 져 버렸습니다. 이때 한패거리가 된 자는 6명으로 하나같이 말을 잘 탔습니 다. 그들은 목장을 습격하거나 금광으로 가는 마차를 도중에서 터는 등 강 도짓을 하면서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밸라래트의 블랙 잭'이라는 게 터어너의 통칭으로 온 빅토리아주에 그 이 름을 떨쳤습니다. 지금도 그곳에서는 그 이름이 유명할 정도입니다. 어느 날, 터어너는 유력한 정보를 얻엇습니다. 밸라래트의 금광에서 금괴를 싣고 멜버른으로 가는 수송대가, 호위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 있는 그들의 소굴 근처를 지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터어너 일당은 잠복하고 있다가 수송대를 습격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 만치가 않았습니다. 이윽고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터어너 일당은 워낙 싸움에 익숙한 자들이었으므로 3명이 죽기는 했으나 마침내 상대방을 모두 쏘아 죽였습니 다. 터어너는 금괴를 실은 포장마차의 마부석으로 다가가 마부의 머리에 총 구를 들이댔습니다. 그 마부가 바로 맥커어디였습니다. 터어너는 나중에 그때 죽이지 않았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지만, 무엇에 홀 린듯이 그를 살려 주고 말았습니다. 그가 살려달라고 애원했기때문이 아닙 니다. 터어너의 인상을 외워 두려고나 하듯이 차가운 눈초리로 뚫어지게 쳐 다보자, 왜 그런지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터어너 일당 중 살아남은 세 사람은 그 금괴를 가지고 도망하여 돈으로 바꾸었습니다. 재산이 생겼으므로, 이제 강도질은 할 필요가 없었습 니다. 그들은 영국으로 돌아가 영원히 만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각기 헤어 졌습니다. 터어너는 지금 살고 있는 보스콤 계곡에다 넓은 토지를 사서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했습니다. 아내는 몇년 뒤 열병으로 죽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딸 앨리스를 남겨 주고 갔습니다. 터어너는 앨리스야말로 하나님이 자신을 올바르고 깨끗한 길로 인도하기 우 해 보내 주신 천사라고 믿었습니다. 앨리스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숲속 으로 난 오솔길을 걸을 때, 터어너는 지난날의 죄를 참회하면서 아기자기 한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어느 날, 터어너는 증권 매매 관계로 런던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리이전트 거리에서 거지보다 못한 몰골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나이와 딱 마주쳤습 니다. 그 사나이가 바로 그때의 마부 맥커어디였습니다. 맥커어디는 터어너의 팔을 잡으며 말햇습니다. "오랜만이군, 블랙 잭! 신수가 훤하군, 그래. 아마 그때의 금괴를 팔아 사 업을 한 모양이지? 나하고 아들 녀석을 보살펴 주는 일쯤이야 어렵지 않겠 군. 만약 안 된다면 저길 봐. 저 경관에게 말 한 마디만 하면 그만이야. 오스트레일리아와는 달리 여긴 법이 있는 나라니까 말이야." 터어너는 할 수 없이 맥커어디와 아들 제임스를 데리고 보스콤 계곡으로 돌 아왔습니다. 그로부터 맥커어디의 뻔뻔스럽기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엇습니다. 먼저 터어너의 땅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곳을 골라 거저 살았습니다. 그리 고는 밤낮으로 찾아와. "안녕한가, 블랙 잭!" 하고 놀려 댔습니다. 앨리스가 커 감에 따라 그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터어너가 경찰에서 보다 딸인 앨리스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될까 봐 더 두려워하는 것 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맥커어디는 터어너를 찾아와. "앨리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테다." 하고 을러 대며 계속 돈을 요구하였습니다. 터어너는 어쩔 수 없이 달라는 대로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맛을 들인 맥커어디는 마침내 터어너가 도저히 들어 줄 수 없는 것까지 요구해 왔습니 다. 앨리스를 며느리로 달라는 것이엇습니다. 맥커어디는 터어너가 당뇨병 때문에 얼마 못 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 습니다. 제임스를 앨리스와 결혼시키기만 하면, 터어너가 죽은 후에는 그 재산이 모두 제임스에게 넘어오게 되므로, 그 덕을 보려고 생각한 것입니 다. 사실 터어너는 제임스가 싫지 않앗습니다. 악마 같은 녀석이 어떻게 저런 훌륭한 아들을 두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 였습니다. 그러나 악마의 핏줄이라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래 서 처음부터, "그것만은 안 돼!" 하고 강경하게 반대 했습니다. 맥커어디는 험악한 얼굴로 협박을 했으나, 터어너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 다.맥커어디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날 오후 3시에 보스콤 늪가에서 둘이 서만 만나자고 제안하자 터어너는 선뜻 승낙했습니다. 터어너는 일찌감치 집을 나섰지만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습니다. 그때 숲 속에서 '쿠우이!'하느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서둘러 늪가에 가 보니, 단둘이서만 만나자는 약속이었는데 맥커어디는 아 들을 데리고 나와 있었습니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그런데 부자 의 동정이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터어너는 재빨리 너도밤나무 뒤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큰 소 리로 다투고 있었으므로 잘 들렸습니다. "터어너의 딸을 아내로 맞이해라!" 맥커어디의 강경한 말소리에 이어. "저는 그녀와 결혼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딱 잘라 말하는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순간 , 터어너의 가슴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로 터질듯했습니다. '나의 귀여운 딸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딸을 싸구려 물건 취급 을 하다니.... 앨리스의 기분이나 의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저희들 끼리 잘도 떠들어 대고 있군.' 터어너는 이때 맥커어디를 죽일 결심을 굳혔습니다. '난 이제 곧 죽을 몸이다. 저 악마를 쓰러뜨려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면, 앨리스는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터어너는 엎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주워 왼손에 들었습니다. 얼마 뒤, 제임스는 해절리 농장쪽으로 돌아갔습니다. '때는 지금이다.' 터어너는 나무 뒤에서 뛰어나가 악마처럼 끈질기게 괴롭히던 맥커어디의 뒤 통수에 원한에 찬 일격을 가했습니다. "으악!"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맥커어디는 쓰러졌습니다. 터어너는 다시 한번 때렸 습니다. 그때 제임스가 비명소리에 놀라 급히 되돌아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렸습니다. 터어너는 재빨리 숲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 만 웃옷을 현장에 떨어뜨리고 왔습니다. 다시 가 보니, 다행히도 제임스는 등을 돌린채 쓰러진 아버지를 살피고 있 었습니다. 터어너는 위험을 무릅쓰고 옷을 집어 왔습니다. "홈즈씨, 이것이 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터어너는 고백서에 또렸한 글씨로 사인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홈즈에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당신의 병이 위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어리석은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심판을 받 게 되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이 고백서는 최악의 경우에만 사용할 것입니 다. 하지만, 아마 사용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홈즈씨, 당신은 언뜻 보면 차가운 것 같은데 사실은 마음씨가 따뜻한 분이 군요. 당신 덕분에 나는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가 있겠습니다. 언젠가 당 신들도 천국으로 떠날 때가 오겠지만, 그때 나에게 베푼 친절을 기억하신 다면 마음이 훨씬 평안할 것입니다." 늙은 블랙 잭은 몇 번이나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습니다. 오랫동안 심각한 얼굴로 묵묵히 앉아 있던 홈즈가 말했습니다. "어째서 운명이라는 것은 불쌍하고 무력한 인간을 이렇게까지 못 살게 굴까 ? 지금 그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내 귀에는 소리없는 경고가 들 여 왔어. '셜록 홈즈여, 얇은 지혜를 자랑하지 말라. 하나님의 가호가 없 으면 그대도 이렇게 될지니라,'라고 말이야." 제임스 맥커어디는 2개월 뒤에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홈즈 가 배후에서 변호사에게 자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터어너 노인은 우리들을 만난지 7개월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친들의 강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제임스와 앨리스는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 습니다. 물론 두 사람 다 자기 아버지의 어두웠던 반생은 모르고 있었습니 다. 만일 그 둘이 결혼한다면 멋진 새 가정을 이룰 것입니다. 에구.. 에구.. 손이여... 왜 마지막 장이 이렇게 긴거야.... T_T 하여튼 완결 되었네여.. ^^; 추기경이었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