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레포트/문학/게시물 1/1 ─────────────────────────────────── (849번) 제 목 : 아가사크리스티 단편선 #2 파 일 명 : agatha2 .hwp 검색어 : 아가사/agatha 파일크기 : 25K 올린이 : 쓰바쓰바(심재영 ) 받 음 : 354 ( 읽음 : 429 ) 전송예상시간 : 33.6K(6 초), 56K(3 초), ISDN 64K(3 초) ----------------------------------------------------------------------------- 문학란에 있는게 화일에러가 난다는 말씀을 듣고 이렇게 다시 올립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단편선 '파란 제라늄' 입니다.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많이 받아가시기를 파란 제라늄 "작년에 내가 여기 왔을 때는-" 하더니 헨리 클리더링 경은 말을 멈추었다. 그를 초대한 여주인 미시즈 밴트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런던 경시청의 전 경찰국장은 자기의 옛 친구들, 세인트 매리 미드 근처에 살고 있는 밴트리 대령 부처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미시즈 밴트리는 손에 펜을 들고서 그날 저녁 만찬에 여섯 번째 손님으로서 누구를 초대하야 도리 것인지 방금 그의 조언을 구했었다. "그래서요? 작년에 여기에 오셨을때?" 하며 미시즈 밴트리는 격려하듯 말했다. "혹시 미스 마플이란 분을 아십니까?" 하고 헨리 경이 물었다. 미시즈 밴트리는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미스 마플을 아냐구요? 알구말구요!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노처녀죠. 참으로 좋은 분이죠. 하지만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분이에요. 제가 바로 그 분을 만찬에 초대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놀라셨나 보죠?" "사실 약간 놀랐어요. 거의 생각지도 못해 본 일이거든요. 설말 경께서-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작년에 내가 여기 왔을 때 우리는 미해결의 사건들을 토론하곤 했어요-우린 전부 다섯명 내지 여섯명으로 구성돼 있었어요-소설가 레이몬드 웨스트가 그것을 시작했지요. 우린 각자 자신은 알고 있지만 다른 아무도 그 답을 모르는 이야기를 제출했어요. 누가 진실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느냐를 알아보는-일종의 추리력 연습으로 생각했지요." "그래서요?" "옛날 얘기에 나오는 말처럼 우린 미스 마플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는건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러나 우린 아주 예의 바르게 처신했죠. 그 노마님의 감정을 상하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자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매번 그 노부인이 우리를 이겼으니 말이죠!" "정말로요?" "그러믄요-집을 찾아 들어가는 비둘기처럼 진실을 꼭 집어내는 겁니다. "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군요! 아니, 그 마플 여사께선 세인트 매리 미드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 본 적이 없는 분이거든요." "아, 네! 하지만 그분 말씀에 의하면 그것이 오히려 그분에겐 인간의 본질을 관찰할 수 있는-있는 그대로를 현미경으로 보듯이 말입니다-무한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거지요." "일리가 있는 말씀 같군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수긍했다. 누구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째째한 일면에 대해선 다소나마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정말로 우리를 오싹케하는 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만찬 후에 아더의 유령 이야기를 갖고 그분을 한 번 시험해 봐야겠군요. 그분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주신다면 참으로 고맙겠어요." "난 몰랐는데 아더가 유령을 믿습니까?" "아뇨! 그는 믿지 않아요. 그러기에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 일은 그의 친구중 하나인 조오지 프리차드에게 일어난 거예요------아주 평범한 사람이죠. 불쌍한 조오지에겐 정말로 비극적인 일이에요. 이 이상한 이야기는 사실이거나-----아니면---" "아니면 뭐죠?" 밴트리 부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1,2분 뒤에 그녀는 엉뚱한 얘기를 했다. "아시겠지만, 전 조오지를 좋아해요-누구나 좋아해요.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그가-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는 건가 봐요." 헨리 경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람들이 저지른 이상한 짓거리에 대해선 밴트리 부인보다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날 저녁 밴트리 부인은 만찬 식탁을 둘러보다가(대부분의 영국 식당들처럼 식당이 몹시 추웠기 때문에 모두들 그녀가 떨고 있는 것처럼 약간씩 떨고 있었다) 시선을 자기 남편 오른쪽에 몸을 꽂꽂이 세우고 앉아 있는 노부인에게 고정시키게 된 것이다. 미스 마플은 검은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어깨에는 삼각형의 오래된 레이스 쇼올을 두르고 있었고, 또 하나의 레이스 천이 흰 머리를 덮고 있었다. 그녀는 나이 지긋한 의사 닥터 로이드에게 구빈원에 관해서 그리고 교구내 간호원 양성소의 의심스러운 결점에 관해서 활기있게 얘기하고 있었다. 밴트리 부인은 새삼 놀랐다. 그녀는 심지어 헨리 경이 교묘한 농담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농담을 할 하등의 이유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도대체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일 수 있을 것인지 그녀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계속 옮겨 가서 붉은 얼굴에 딱 벌어진 어깨를 하고 잇는 자기 남편에게로 가 애정을 듬뿍 담고 멈췄다. 그는 아름답고 인기있는 여배우 제인 헬리이에게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앉아 있었다. 무대 위에서보다 무대 밖에서가 훨씬 아름다운(만약 그것이 가눙하다면) 제인은 매우 크고 파란 눈을 뜨고서 신중하게 간격을 두고 중얼거리듯 대꾸를 했다. '정말요?' '오, 그럴 수가 있을까요?' '참으로 놀랍군요!' 그녀는 말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아더"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당신은 가엾은 제인만 정신 사납게 괴롭히고 있어요. 말 따위는 내버려 두고 대신 그녀에게 당신의 그 유령 얘기나 해드리세요. 알고 계시잖아요.......조오지 프리차드 말이에요." "뭐라구, 돌리? 아, 그거? 하지만 난 모르는---" "헨리 경께서도 그걸 듣고 싶어하세요. 오늘 아침에 그것에 대해서 약간 얘기해 드렸거든요. 그것에 관한 한 분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오, 얘기 좀 해주세요!" 하고 제인이 말했다. "난 유령 얘기를 참 좋아해요." "글세---" 밴트리 대령은 망설였다. "난 초자연적인 것은 별로 믿어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 이것은------ "여러분 중에 조오지 프리차드를 알고 계신 분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중 하나지요. 그의 부인은-그러니까,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요. 불쌍한 여자예요. 특히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그 부인은 생전에 조오지에게 이렇다 할 편안한 시간을 주어 본 적이 ㅇ없다는 것이예요. 그녀는 반 환자나 마찬가지였어요-실제로 어딘가가 잘못돼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든 그녀는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습니다. 변덕스럽고 가혹하고 떼거지를 쓰는 여자였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불평만을 늘어 놓았지요. 조오지가 자기의 손발이 되어 시중들어주길 바랬어요.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언제나 잘못 됐다는 거고 그로 인해 그는 욕을 먹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왠만한 남자같으면 진작에 손도끼로 그녀의 머리통을 까부수었을 겁니다. 이봐, 돌리, 그렇지 않소?" "참으로 끔찍한 여자였어요." 밴트리 부인이 확신있게 말했다. "만약 조오지 프리차드가 그 여자의 머리를 손도끼로 부숴뜨렸다 해도 그리고 배심원 중에 여자가 있다 해도 그는 당당히 무죄 석방됐을 거예요." "이 사건이 시작된 경위를 난 잘 모릅니다. 조오지도 그 점에 있어선 모호한 편이었어요. 내 추측으론 미시즈 피리차드가 점장이나 손금장이, 천리안 등-그런 부류라면 무엇이나 항상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조오지는 상관 안 했어요. 그녀가 만약 그런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런대로 좋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자기 자신은 그런 미친 짓에 끼어들기를 거부했는데, 그것이 또 하나의 불평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집에는 병원 간호원들이 항상 줄을 이어 들락날락했는데, 미시즈 피리차드가 으레껏 주주일만 되면 그 간호부들에게 불만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젊은 간호원이 점을 치는 재주가 아주 뛰어났기 때문에 미시즈 프리차드는 한동안 그녀를 몹시 좋아했엇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와 사이가 틀어져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녀는 다시 전에 자기를 간호했던 적이 있는 다른 간호원을 불러들였습니다.-좀더 나이를 먹은 여자로서 신경성 환자를 다루는 데 경험도 있고 기술도 있었지요. 이 간호부 코플링은 조오지의 말로는 아주 고상한 여자였어요. 교양있게 이야기할 줄도 알구요. 그녀는 프리차드 부인의 발끈거리는 성미와 신경발작증을 완전한 무관심으로 건뎌냈어요. "프리차드 부인은 언제나 2층에서 점심 식사를 했으며, 조오지와 그 간호원이 오후를 보낼 계획을 세우는 것도 보통 점심 시간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간호원의 외출 시간은 2시부터 4시까지 였는데, 말 그대로 순전히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 조오지가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고 싶다고 하면 그녀는 때때로 5시의 차 시간 이후에 자기 시간을 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그녀가 골더즈 그린에 있는 언니한테 가야 되니까 조금 늦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오지의 얼굴은 침통해졌습니다. 왜냐하면 골프를 한 라운드 칠 계획을 해 두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간호부 코플링은 그를 안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 둘중 아무도 찾지 않을 거예요, 프리차드씨.'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어요. '부인께선 우리보다 훨씬 재미있는 동료를 갖게 되실 거거든요.' " '그게 누굽니까?' " " '잠깐만요' 간호부 코플링의 두 눈은 전보다 더욱 반짝거렸습니다. '똑바로 알려드려야죠. 자리다, 미래의 심령 예언자.' " '오 하나님!' 조오지는 신음을 내뱉었어요. '또 새 얼굴이죠?' " '전혀 새 사람이에요. 제가 알기론 저의 전임자 카스테이즈 간호원이 보낸 사람이지요. 부인께선 아직 그녀을 만나시지 못했어요. 저한테 편지를 쓰게 하셔서 오늘 오후로 약속을 정하셨지요' " '음 , 어째건 간에, 난 골프나 치러 가겠오.' 라고 말하며 조오지는 미래의 예언자 자리다에게 최상의 호의를 품고서 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그는 프리차드 부인이 몹시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병상에 누워 있었고 손에 각성제 병을 쥐고서 수시로 코에 갖다 대고 있었습니다. " '조오지'그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집에 대해 내가 뭐랬어요? 집에 탁 들어선 순간부터 뭔가가 잘못돼 있다고 느꼈었단 말예요! 그때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 '당신은 언제나 그러잖아.' 대꾸해 주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면서 조오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세, 기억이 잘 안 나는 구려.' " '당신은 나랑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지 결코 기억하는 법이 없어요. 남자들은 모두 유별나게 무감각하거든. 하지만 정말로 당신은 그 중에서도 특히 둔감한 것 같애요' " '오, 제발. 여보 메리, 그건 너무 심한 것 같구려.' " '어쨌든, 당신에게 말했듯이, 이 여자도 금방 알아챘단 말이예요! 그녀는-그녀는 실제로 새하얗게 질렸단 말예요-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저 문으로 들어설 때 말예요. 그리고는 말했죠. '이 집엔 악이 도사리고 있어요-악과 위험이 . 그걸 느낄 수가 있어요.' "아주 현명하지 못하게도 조오지는 너털웃음을 지었지요. " '그러니까, 오늘 오후엔 돈을 치른 값을 톡톡히 얻어낸 셈이로구만.' " "그의 아내는 눈을 감고서 각성제 병에서 코를 한 번 크게 들이쉬었어요. " '어쩜, 날 저렇게 미워하다니! 내가 죽어가도 당신은 날 조롱하며 웃어댈거예요.' "조오지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고 1,2분 뒤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 '웃어도 좋아요, 하지만 난 내 얘긴 다 해야겠어요. 이 집은 분명히 나에게 위험해요-그 여자가 그렇게 말했어요.' "자리다에 대해 조오지가 가졌던 이전의 도의적인 감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 변덕이 자기 아내을 사로잡게 되면 아내는 능히 새 집으로 이사가자고 졸라대고도 남음이 있는 여자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 '그밖에 그 여자가 뭐라고 했오?' 하고 그는 물었습니다. " '그녀는 그렇게 많이 말해줄 수 없었어요. 몹시 심란해 있었으니까요. 한가지는 말했죠. 내가 제비꽃을 몇송이 글라스에 꽃아두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어요.' " '저것들을 없애요. 파란 꽃은 안돼요-파란 꽃은 절대 들여놓지 마세요. 파란 꽃은 당신에겐 치명적인 꽃이에요-그걸 잊지 마세요.' " '그리고 당신도 알지요' 하고 프리차드 부인은 부언을 했습니다. '내가 늘상 당신에게 파란색은 왠지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말해왔던 것을 말에요. 파란색에 대해선 난 본능적으로 일종의 어떤 경고같은 걸 느껴요.' "죠오지는 그녀에게 그녀가 이전에 그런 말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 신비스런 자리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습니다. 프리차드 부인은 즐거운 듯이 묘사를 시작했어요. " '검은 머리인데 귀 위에 똘똘 말아 붙였구요,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어요. 눈 둘레에는 짙고 검은 테를 그려 놓았구요. 입과 턱 위엔ㄴ 검은 베일을 두르고 있었어요. 두드러진 외국 사투리로 노래하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는데, 스페인 사투리였나 봐요.' " '그야말로 온통 상습적인 장사 도구뿐이로구먼.' 하고 조오지가 유쾌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즉시 눈을 감았습니다. " '몹시 편치 않아요. 벨을 눌러 간호원을 좀 불러주세요. 너무나 잘 아고 계시겠지만, 몰인정한 태도에는 속이 뒤집어져요.' "간호부 코플링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서 조오지에게 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었습니다. " '부인께 좀 가보시겠어요. 마음을 몹시 심란케 하는 편지를 한 통 받으셨어요' "그가 가보니 아내가 손에 편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 '읽어보세요' 하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조오지는 읽었습니다. 향수 냄새가 지독히 나는 종이 위에 쓴 편지 였어요. 그리고 필체도 크고 검었습니다. '당신의 미래를 봤어요. 너무 늦기 전에 경고를 받으세요. 만월을 조심하세요. 파란 앵초는 경고를 의미합니다. 파란 접시꽃은 위험을 의미해요. 파란 제라늄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웃음이 막 터져나오려는 순간 조오지는 간호부 코플링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재빨리 경고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요. 그는 다소 어색하게 말했습니다. '그 여자가 아마 당신을 놀래주려고 그러는가봐, 매리. 여하튼간에 파란 앵초니 파란 제라늄이나 하는 것은 없어.' " "그러나 프리차드 부인은 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자기가 운명할 날이 정해졌다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간호부 코플링은 조오지와 함께 층계참으로 나왔지요. " '모두 바보 멍텅구리 같은 짓거리들이여.' 하고 그는 불쑥 내뱉었습니다. " '정말 그래요.' "간호부의 말투에는 뭔가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놀란 눈초리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어요. " '정말이지, 간호부. 당신이 미신을 믿지는..........' " '네, 그래요, 프리차드씨. 미래를 점친다는 것 따위는 믿지 않아요-허튼 수작이지요. 저를 당황케 하는 것은 이 일이 뜻하는 바 때문이에요. 점장이들은 보통 자기들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취하려고 애쓰지요. 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하나도 없는데도 프리차드 부인을 놀래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의도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는데요--' " '뭐죠?' " '프리차드 부인께선 자리다에겐 뭔가 약간 끌리는구석이 있었다고 말씀하셔요.' " '그래서요?' " '하지만, 전 바로 그것이 싫거든요, 프리차드씨, 그뿐이에요.' " '당신이 그렇게 미신에 사로잡여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구려, 간호원' " '미신에 사로잡여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일이 수상쩍게 돌아갈 때는 그걸 알아보죠.' "첫번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로부터 대략 나흘쯤 뒤였습니다. 그 사건을 설명해 드리기 위해선 프리차드 부인의 방에 대해서 좀 알려드려야겠습니다. " "그건 제가 하는 게 좋겠어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을 가로막았다. "그 방은 이러한 신식 벽지들 중의 하나로 도배가 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다가는 일종의 녹색 화단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꽃들을 붙일 수가 있지요. 그 효과는 정원에 있는 거나 다름없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물론, 꽃들이 모두 제 구실을 못하는 것들이지만 말예요. 제 말은 단지 그것들이 모두 동시에 만개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정밀성을 기하고자 하는 원예가적 열정에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요. 돌리." 하고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열렬한 원예가라는 것은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 "아뭏든, 그것은 우스꽝스런 짓이에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항의하듯 말했다. "블루벨, 수선화, 루우핀, 접시꽃, 미가엘제 데이지-이것들을 모두 한데 모아 놓는다는 것은 말예요." "극히 비과학적인 짓이지요."하고 헨리 경이 말했다. "얘기를 계속 진행시켜 보시지요" "그러니까, 이 한 뭉텅이의 꽃들 중에 앵초꽃이 있었어요. 노랑색과 연분홍색의 앵초가 떼를 지어 있었지요. 그리고--오, 계속하세요, 아더. 이건 당신의 이야기니까요--" 밴트리 대령이 얘기를 떠맡았다. "어느날 아침 프리차드 부인이 벨을 난폭하게 울렸습니다. 가족들은 황급히 달려갔지요--위독한 상태인 줄 알고서, 전혀 아니었어요. 부인은 미칠 듯이 흥분해서 벽지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다른 꽃들의 한가운데에 파란 앵초꽃이 한 송이 있었어요......" "어머나! 소름끼쳐!" 하고 미스 헬리어가 말했다. "의문점은 그 파란 앵초꽃이 언제나 거기 있었던 게 아니냐 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조오지의 생각이었고 또한 간호원의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나 프리차드 부인은 결코 그러한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날 아침까지도 그것을 본 적이 없었고 어젯밤은 만월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그녀는 온통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 "난 바로 그날 조오지 프리차드를 만났는데 그가 내게 그 얘기를 해줬어요. " 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난 프리차드 부인을 만나러 가서 그런 건 모두 별것이 아니라고 최선을 다해 말해 줬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난 정말 걱정이 돼서 그 집을 나왔고 , 그리고 진 인스토우를 만나서 그녀에게 그 얘기를 해줬던 기억이 나요. 진은 좀 이상한 여자예요. 그녀는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그녀가 온통 제 정신이 아니란 말이죠?' 하고 말했어요. 그녀에게 나는 , 내 생각엔 그 여자는 정말 비정상적일 정도로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공포로 인해 실제로 죽을 수 도 있다고 말했어요. "진이 다음에 한 말 때문에 내가 약간 놀랬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말하기를 '글쎄요, 그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요. 그렇지 않나요?'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말을 너무 냉정하게, 지극히 사무적인 투로 말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물론 나도 요즈음 세태가 그렇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무자비하고 노골적이고 , 하지만 그것이 결코 익숙지가 않는 거예요. 진은 나를 쳐다보며 다소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싫은가 보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예요. 프리차드 부인의 생명이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무런 소용도 없다구요. 게다가 그것은 조오지 프리차드에겐 지옥같은 존재란 말예요. 아내가 공포에 몰려 죽어 없어지는 것이 그에게 있을 수 있는 최대의 경사가 될 거예요.' 난 말했어요. '조오지는 항상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해 주는걸요.' "그러니까 그녀가 그러더군요. '그래요, 그러니가 상을 받을 만하죠. 가엾은 이. 그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예요. 조오지 프리차드 말예요. 최근에 나간 간호원도 그렇게 생각했지요.--그 예쁜 간호원말예요--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카스테어즈였지. 그 여자와 그 부인 아이에 벌어졌던 소동의 원인이 바로 그거였어요.' "그 때 난 진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듣기 싫었어요. 물론 누구나 의심은 해 봐겠지만......." 밴트리 부인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멈췄다. "물론, 그렇죠." 하고 미스 마플이 침착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의심을 하죠. 미스 인스토우는 예쁘게 생긴 아가씨인가요? 아마 골프도 치겠죠?" "네. 못하는 게임이 없어요. 그리고 잘 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용모를 하고 있고, 아주 희고 건강한 피부에 아름답고 침착한 푸른 눈을 갖고 있지요. 물론 우리들은 언제나 그녀와 조오지 프리차드는--제 말은 사정이 좀 달랐었더라면--그 두 사람은 서로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었지요."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친구였나요?"하고 미스 마플이 물었다. "그럼요, 대단한 친구였지요." "여보, 돌리. 내가 내 얘기를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소?" 하고 밴트리 대령이 호소하듯 말했다. "아더는 그 유령 얘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하고 밴트리 붕니이 단념하듯 말했다. "난 그 나머지 이야기를 조오지한테 직접 들었습니다." 하고 대령은 계속했다. "다음달 하순경에 프리차드 부인이 몹시 질겁을 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녀는 달력에다 달이 만월이 되는 날짜를 표기해 두었다가 그날 밤에 간호원과 그리고 조오지를 자기 방에 불러 그 벽지를 자세히 살펴 보도록 시켰지요. 연분홍색 접시꽃과 빨간 접시꽃은 있었지만 파란색은 그 가운데 없었어요. 그리고 나서 조오지가 그 방을 나왔을 때 그녀는 방문을 잠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는 커다란 파란 접시꽃이 있었지요." 하고 미스 헬리어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바로 맞았어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아니 여하튼, 거의 맞은 셈입니다. 그녀의 머리 바로 위에 있던 접시꽃 한 송이가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조오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놀라면 놀란만큼 그는 그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죠. 누군가가 실제로 짓궂은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고집했습니다. 그는 문이 잠겨 있었다는 증거와 프리차드 부인이 그 변화를 발견하기 전에 어느 누구도, 심지어 간호부 코플링까지도, 그 방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무시했습니다. "그 일은 조오지를 놀라게 했어요. 그리고 그의 머리를 뒤죽박죽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 집을 떠나고 싶어했습니다. 그는 허락지 않았지요. 그는 난생 처음 초자연적인 것을 믿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는 않았어요. 평상시 같았으면 아내에게 굴복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메리가 바보같은 생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 모든게 다 말도 안되는 허튼 수작이라는 거죠. "이렇게 해서 다음 달은 신속히 지나갔습니다. 프리차드 부인은 생각보다는 항의를 적게 했습니다. 내 생각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가 미신적인 사고 방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애요. 그녀는 재삼재사 이렇게 되뇌었죠. '파란 앵초는-경고, 파란 접시꽃은-위험, 파란 제라늄은-죽음' 그리고는 누워서 자기 침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때의 연분홍빛을 띤 빨간 제라늄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몹시 신경질적이 됐습니다. 심지어 간호원까지도 전염이 됐어요. 그녀는 만월이 되기 이틀 전에 조오지에게 와서 제발 프리차드 부인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애걸하였습니다. 조오지는 화를 냈지요. " '그 망할 놈의 벽에 있는 꽃들이 전부 파란 악귀들로 변한다 해도 아무도 죽일 순 없어! ' 하고 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 '그럴 수도 있어요. 여태껏,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왔어요.' " '말도 안 돼.' 하고 조오지는 말했지요. " 조오지는 항상 약간 고집스런 데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조종할 수는 없지요. 내 생각으론 그 변화들을 모두 자기 아내가 직접 일으킨 것이며 따라서 그 것은 모두 그녀가 어떤 병적인 히스테리에서 세운 계획이 아니었나 하고 남몰래 생각해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하튼, 그 운명의 밤이 다가왔습니다. 프리차드 부인은 평상시처럼 방문을 잠갔습니다. 그녀는 아주 평온했습니다--거의 숭고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마음 상태였지요. 간호원은 그녀의 상태 때문에 걱정이 됐습니다-- 그녀에게 흥분제, 스트리키닌을 한 대 놓아주고 싶었지만 프리차드 부인은 거절했습니다. 내생각엔,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애요. 조오지는 그렇다고 그랬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그 모든 일에는 묘한 마력이 작용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에는 벨을 난폭하게 울려대는 일은 없었습니다. 프리차드 부인은 보통 8시쯤 일어나지요. 8시 30분에도 그녀로부터 아무런 기척이 없자 간호원이 문을 크게 두드렸습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년느 조오지를 데리고 와서 문을 부수고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끌을 사용해서 문을 부쉈습니다. "침대 위에 꼼짜도 않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자 간호부 코플링은 알아차렸습니다. 그녀는 조오지를 시켜 전화로 의사를 불러오도록 했지만 , 때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의사에 말에 의하면, 프리차드 부인은 죽은 지가 최소한 8시간은 됐다는 것입니다. 각성제 병은 침대 위 그녀의 손 옆에 놓여 있었고, 그리고 그녀곁에 있는 벽에는 연분홍빛 빨간 제라늄 한송이가 선명한 푸른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일이예요."하고 미스 헬리어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헨리 경은 낯을 찌푸리고 있었다. "세부 사항으로 더 부가할 것은 없나요?" 밴트리 대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밴트리 부인이 재빨리 말했다. "가스요." "가스가 어떻게 됐는데요?" 헨리 경이 물었다. "의사가 도착했을 때 가스 냄새가 약간 났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는 벽난로의 가스 고리가 아주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너무 조금 열려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었지요." "프리차드씨와 간호원은 처음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나요?" "간호원은 약간의 냄새을 맡았다고 말했어요. 조오지는 가스 냄새는 맡지 못했다고 했지요. 하지만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그러나 그는 그것을 충격 탓으로 돌렸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랬을 거예요. 여하튼간에 가스 중독 문제는 없었어요. 냄새을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 그것으로 얘긴 끝난 겁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어요. 아시다시피 하인들이 귓결에 엿들은 얘기들이 있었지요--예들 들자면, 프리차드 부인이 자기 남편에게, 그가 자기를 미워하기 때문에 자기가 죽어간다 해도 그가 자기를 조롱을 할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등으로요. 그리고 훨씬 더 최근의 얘기들도요. 어느날 그녀는 그가 그 집을 떠나기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지요. '아뭏든 좋아요, 내가 죽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죽인 건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래요. ' 그리고 아주 운수 사납게도 바로 전날 그는 정원 통로에 뿌릴 제초제를 섞고 있었습니다. 젊은 하인 중의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봤고 나중에 그가 자기 아내에게 따끈한 우유를 갖다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문은 퍼지고 더욱 커졌습니다. 의사는 사망 증명서를 발부했지요--어떤 용어로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쑈크, 졸도, 심장 마비 등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의학 용어였을 겁니다. 아마, 그러나 그 불쌍한 여자가 무덤에 들어간 지 한 달도 못 돼서 시체 발굴원이 제출됐고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 "그리고 검시 결과 아무것도 발결되지 않았었지요, 아마" 하고 헨리 경이 침통하게 말했다. "때지도 않은 굴뚝에 연기가 난 사건이었지요." "사건 전체가 정말로 괴상하기 짝이 없어요."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예를 들어, 그 점장이--자리다 말예요. 그 여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소에는 그런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 여자가 딱 한 번 나타났었지. 그것도 느닷없이 말이야." 하고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그리곤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렸어. 느닷없이, 이게 딱 맞는 표현이로군!"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하고 밴트리 부인이 계속했다. " 그 여자를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진 귀여운 간호부 카스테어즈조차도 그 여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거에요." 그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거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얘기로군."하며 닥터 로이드가 말했다. "추측할 수 있겠지. 하지만 추측을 하려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프리차드씨가 미스 인스토우하고 결혼을 했나요 ?" 하고 미스 마플이 물었다. "이제와서 그걸 왜 물으시죠?"하고 헨리 경이 질문을 했다. 미스 마플은 유순한 푸른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보기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하고 말했다. "그들이 결혼했나요?" 밴트리 대령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우리가--그러니까, 우리도 그와 비슷한 일을 기대했습니다--그러나 벌써 18개월이 됐어요. 그들은 서로 자주 만나지조차 않는 것 같습니다. " "그것이 중요해요."학 미스 마플이 말했다. "아주 중요합니다." "그럼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여사께서도--" "이봐요, 돌리"하고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그건 온당치 못해요--당신이 말하려는 것 말이야. 일말의 증거도 없이 사람들을 비난하려 해서는 안 된다구." "너무 그렇게-그렇게 남자 티를 내지 말아요, 아더. 남자들은 항상 무슨 얘기를 꺼내기를 두려워하더라. 여하간에 이건 모두 우리들끼리니가 하는 얘기란 말예요. 순전히 나 혼자서 하는 엉뚱한 공상인데요, 아마-어디까지나 아마예요-진 인스토우가 점장이로 변장을 한 것인지도 몰라요. 아시겠어요, 장난삼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녀가 고의적으로 해를 끼치려 했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아요.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그러한 짓을 했고, 또 프리차드 부인이 공포로인해 절명할 정도로 어리석은 여자였다면-어때요, 마플 여사께서 말씀하려던 게 그런 것이 아니었나요? "아니에요, 부인.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보세요, 만약 내가 누굴 죽이려 한다면-물론, 그런 일을 하겟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어요. 아주 흉악한 짓인데다가 더욱이 난 죽이는 것은 심지어 나나니벌까지도, 글놈이 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싫거든요. 그런데 정원사들은 될 수 있는 한 아주 인도적으로 그 일을 해내더군요. 가만 있자, 내가 무슨 말을 하던중이었더라?" "여사께서 누굴 죽이고 싶으실 경우에" 하고 헨리 경이 일깨워 주었다. "아, 맞아요. 그러니까, 그럴 경우, 난 결코 공포 하나만 믿고 앉아 있을 순 없을 거예요. 그것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기사에 난다는 건 나도 알아요. 그러나 그건 아주 불확실한 종류의 일일 거예요. 그리고 가장 신경질적인 사람도, 남들이 실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담대한 법이에요. 나 같으면 분명하고 확실한 것을 택하겠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겠어요." "마플 여사, 간담이 서늘해 지는군요. 저를 해치고 싶으신 마음이 결코 여사에게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사의 계획은 아주 빈틈없는 것일 테니까요." 헨리 경이 말했다. "그런 흉직스런 일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앞서 분명히 밝혀 둔 걸로 아는데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요, 난 단지 나 자신을 , 어떤 특정인의 입장에 놓고 보려던 것뿐이었어요." "조오지 프리차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고 밴트리 대령이 물었다. "난 결코 조오지가 그랬으리라곤 믿고 싶지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비록 그 간호원이 그렇게 믿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한 달쯤 뒤, 시체를 발굴하던 때에 나는 가서 그녀를 만나봤습니다. 그녀도 이 일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사실상, 그녀는 아무 말도 하려 들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녀가 조오지에게 어느정도 그의 아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분명했어요. 그녀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 하고 닥터 로이드가 말했다. "아마 그녀의 생각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알아두실 것은, 간호원들은 종종 사실을 알고 있답니다. 말을 할 수는 없어요-증거가 없으니까-하지만 알고는 있지요." 헨리 경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 마플 여사" 하고 그는 설득력있게 말했다. "공상에 잠겨 있으시군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우리들에게 얘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스 마플은 흠짓 놀라더니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죄송합니다.: 하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구역 내에 있는 간호원 양성소에 대해 잠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려운 난제지요." "파란 제라늄 문제보다 더 어렵습니까?" "그건 사실은 앵초꽃에 달려 있습니다. " 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내 말은, 밴트리 부인께선 그것들이 노란색과 연분홍색이었다고 말씀하였어요. 만약 파란색으로 변한 것이 연분홍빛 앵초꽃이었다면 얘기가 딱 들어맞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것이 만약 노란 앵초꽃이었다면......" "그것은 연분홍빛 앵초였어요."하고 밴트리 부인이 말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들도 모두 미스 마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사건은 해결된 것 같군요."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그녀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나나니벌의 계절이니 뭐니뭐니 하는 문제들도, 그리고 물론 가스 문제두요." "그것 때문에, 그러니까, 마을에서 일어나는 수없이 많은 비극적인 일들이 떠올랐나보죠?" 하고 헨리 경이 말했다. "비극적인 일이 아니에요." 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그리고 분명히 범죄에관한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구내의 간호원 양성소와 관련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약간의 문제점들이 생각난 건 사실이에요. 결국, 간호원들도 인간이니까요. 더구나 품행이 몹시 방정해야 하고,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칼라를 달고 다니며, 가족과 그렇게 따로 떨어져 함께 지내게 되니-어때요, 때때로 사건이 발생한다 해서 놀라실 수 있겠어요?" 헨리 경에게 여광이 비춰졌다. "간호부 카스테어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아녜요. 간호부 카스테어즈가 아녜요. 간호부 코플링이죠. 하시겠지만, 그 여자는 전에 그 집에서 일한 적이 있었고, 게다가 프리차드시에게 상당한 관심이 쏠려 있었죠. 여러분이 말씀에 의하면 그분은 아주 매력적인 남자니까요. 아마도 그 가엾은 여자는 생각하기를-글쎄,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겠죠. 그 여자가 미스 인스토우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따라서 물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녀의 마음은 돌변해서 그에게 적대감을 품게 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해꼬지는 다 하려 들게 된 거예요. 물론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 것은 사실은 그 편지 때문이었죠. 그렇지 않아요?" "무슨 편지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 그녀는 프리차드 부인의 요청에 따라 그 점장이에게 편지를 썼고, 그 점장이는 왔어요. 분명히 그 편지에대한 응답으로, 그런데 나중에 그 주소에는 그런 사람이 살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게 밝혀졌지요. 따라서 이것은 이 사건에 간호부 코플링이 관여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녀는 단지 편지를 쓰는 시늉만 했을 뿐이예요-따라서 그녀 자신이 바로 그 점장이였다는 사실보다 더 타당한 결론이 어디 있겠어요?" "그 편지와 관련된 요지를 전 전혀 파악하지 못했군요." 하고 헨리 경이 말했다. "물론 그건 참으로 중요한 요점입니다. " "그녀로서는 꽤나 대담한 처사였지요?"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왜냐하면 프리차드 부인이 변장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알아볼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럴 경우 물론 간호원은 장난이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요." "아까 그 말씀은 무슨 뜻이었습니까?" 하고 헨리 경이 물었다. "만약 여사께서 그 특정인이었다면 공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씀요."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지요."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그래요, 내 생각에는 그 경고니 파란꽃이니 하는 것들은, 군사 용어를 빌리자면 바로 위장 전술이지요." "그러면, 진짜는요?" "역시" 하며 미스 마플이 사과하며 말했다. "나나니벌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불쌍한 것들,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하지요. 그것도 대게 아주 화창한 여름날에 말이에요. 그런데 정원사가 물병 속에다 시안화 칼륨을 넣고 흔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각성제와 비슷하게 생겼나 하고 생각하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만약 그것을 각성제 병에 넣어 진짜와 바꿔쳤다면, 그러니까, 그 불쌍한 여자는 각성제를 사용하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그것들이 그녀의 손 옆에서 발견됐다고 여러분도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물론 프리차드씨가 의사에게 전화를 걸러 간 사이에 그 간호원이 그것을 진짜 병과 바꿔 놓은 거예요. 그리고 아몬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날까봐 그것을 감추고, 또 누군가 이상하다고 느낄까봐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가스를 조금 틀어놓은 거예요. 그리고 시안화물은 시간만 경과하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고 늘 들어왔어요. 하지만, 물론 내 생각이 틀렸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병 속에 있는 물질이 전혀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르구요.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미스 마플은 약간 숨이 차서 말을 멈추었다. 제인 헬리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하지만 파란 제랴늄과 그밖의 꽃들은요?" "간오원들은 항상 리트머스 시험지를 갖고 다니죠, 그렇죠?" 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그러니까-저, 시험을 해보기 위해서, 그렇게 즐거운 얘기는 아니니까, 이 얘긴 길게 하지 않도록 합시다. 실은 나도 간호원 일을 조금 해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파란색은 산을 가하면 빨간색으로 변하고, 빨간 색은 알칼리를 가하면 파란색으로 변하지요. 빨간 꽃 위에다 빨간 리트머스 종이를 붙여두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지요. 그렇게 되면, 그 가엾은 여자가 각성제를 사용할 때 강한 암모니아 가스가 그 꽃을 파란색으로 변화시키는 거예요. 정말 아주 기발한 착상이예요. 물론, 그 제라늄꽃은 그들이 처음 그 방에 뛰어들었을때는 파란색이 아니었어요. -나중까지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지요. 간호원은 병을 바꿔칠 잠시 동안 염화 암모늄을 그 벽지에 갖다 대고 있었을 거예요, 아마." "마치 거기 계셨던 것 같군요, 마플 여사 " 헨리 경이 말했다. "내각 걱정하고 있는 것은 가엾은 피리차드씨와 그 아름다운 아가씨, 미스 인스토우예요. 아마 두 사람은 서로 의심하며 가까이 안 하려고 할 거예요. -인생은 그렇게도 짧은데..." 미스 마플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고 헨리 경이 말했다. "실은 저에게 해결책이 하나 있으니까요. 간호원 하나가 자기에에 유산을 물려준 노년의 한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각성제와 바꿔친 시안화 칼륨으로 그런 짓을 했어요. 간호부 코플링이 똑같은 속임수를 다시 써먹으려 했던 거죠. 미스 인스토우와 프리차드씨도 이제 사건의 진상에 대해 조금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잘된 일이에요?" 하고 미스 마플이 말했다. "물론, 방금 들은 그 살인 사건에 대한 얘기가 아니에요. 그건 몹시 슬픈 일이에요. 그리고 세상에 사악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 주는 일이구요. 그리고 일단 빠지기만 하면 -그러고보니 마을의 간호원 양성소에 대해 로이드 박사님과 나누던 얘기를 마저 끝마쳐야 되겠군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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