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에 나타난 증조 판사는 배심윈들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있었다. "그럼,배심원 여러분,이제 이것으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거의 끝났습 니다.이상의 증거를 토대로 피고가 비비언 바너비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유죄가 입증될 수 있을 것인지,이 점에 대해 여러분에게 자문을 구하고 싶습니다.총이 발사된 시간에 관해서는 하인들이 증언한 대로입니다.그 점에 대해서는 증언이 모두 일치하고 있습니다.사건 당일,즉 9월 13일 금요일 아침,비비언 바너비로부 터 피고에게 전달된 편지는 피고측에서도 증거로서 부정하지 않았습니다.디어링 힐에 있었다는 것을 피고는 처음에는 부정했으나,나중에 경찰이 증거를 대자 그 제서야 긍정했다는 사실도 여러분은 꼭 염두해 두시길 바랍니다.피고가 처음에 부정한 이유도 여러분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요.이 사건은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건은 아닙니다.여러분은 동기,수단,기회라는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 스스 로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변호인측의 견해는 누군가 정체불명의 인물이 피고가 사라진 뒤 음악실에 몰래 들어가 기묘하게도 피고가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린 총으로 비비언 바너비를 쏘았다는 겁니다.피고가 집에 돌아오는 데 30분이 걸린 이유의 설명은 이미 들으신 대로입니다.여러분께서 피고가 설명한 것을 믿지 않 고,피고가 9월 13일 금요일에 비비언 바너비를 살해할 의도로 그 여자의 머리에 근접한 지점에 총을 두고 쏘았다는 것에 의문을 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는 경우 에는 여러분은 유죄라고 판결을 하실 것이고,만일 여러분이 또다른 정당한 의혹 을 가지고 있다면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이 여러분의 의무입니다.그 점에 대해 지 금부터 여러분의 대기실로 가셔서 의논하시기를 바랍니다." 배심원들은 약 30분간 퇴장했다.그들은 돌아와서 누가 생각하더라도 확실한 결론 이라고 여겨질 유죄라고 판결했다. 새터드웨이트는 판결을 들은 뒤 깊게 생각하듯 찡그리면서 법정을 나섰다. 단순한 살인사건의 재판에 마음이 끌린 것은 아니었다.그는 범죄에 흔히 있는 추 잡스런 내막에 관심이 많고 굉장히 흥미있어 하는 괴팍한 성격이었지만 와일드 청 년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마틴 와일드 청년은 소위 신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고 희생자인 조지 바너비 경의 젊은 아내는 나이 지긋한 신사인 새터드웨이트와는 개 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였다. 홀번(런던의 중심지 중 한 곳)을 걸어가면서 그는 이런 생각을 문득 떠올렸다. 그리고 갑자기 소호(런던 시의 한 지역으로 이탈리아 인 등 외국인이 경영하는 싼 음식점이 많다)로 통하는 시끄럽고 복잡한 길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다. 이 거리의 한 곳에 한 칸짜리 작은 레스토랑이 있었다.이 가게를 알고 있는 사람 들은 몇 안 되는 풍류객들 뿐이었는데 새터드웨이트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그 가 게 음식값은 다른 곳에 비해 그렇게 싸지는 않았다.상당히 비싼 축에 속했다. 비싼 이유도 오로지 미식가들의 입에 맞는 요리만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가게는 적막했고,그 조용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재즈의 선율을 허락하지 않 았다.약간 어둡고,웨이터들은 어떤 신성한 의식에 참가하고 있는 듯한 차림으로 은쟁반을 들고 희미한 불빛 가운데를 살짝살짝 발소리를 죽이며 다녔다. 그 레스토랑의 이름은 알레치노였다. 더욱 수심에 잠기면서 새터드웨이트는 알레치노에 들어가,자기가 좋아하는 구석진 자리 쪽으로 갔다.이미 말했듯이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테 이블에는 이미 머리가 검고 키가 큰 사람이 앉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색 유리창으로 비치는 그 남자의 소박한 의복은 어릿광대의 옷처럼 현란한 색을 내고 있었다. 새터드웨이트는 되돌아가려고 했는데,그 때 마침 남자가 몸을 약간 돌렸기에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아니,이게 누굽니까? 퀸 씨 아니십니까?" 새터드웨이트는 점잖게 인사를 했다. 그는 퀸을 지금까지 세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만날 때마다 그는 조금씩 색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이 퀸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죽 인정해 온 사실을 부정하며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그 사실을 밝혀내는 이상한 인물이었다.갑자기 새터드웨이 트는 유쾌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그는 항상 자신이 구경꾼의 역할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퀸과 함께 있으면 때때로 그는 자신이 배우---그것도 주역-- 가 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이거 반갑습니다." 하고 작고 빈약한 얼굴에 가득하게 미소를 띠고는 그가 말했 다. "정말 반갑습니다.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 좀 나누어도 괜찮겠지요?" "예,그러시죠." 하고 퀸이 대답했다. "보시는 것처럼 아직 식사 전입니다." 어두운 중에도 지배인이 예의바르고 정중하 게 다가왔다.새터드웨이트는 미식가답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음식을 주문했다.몇 분이 지난 뒤,지배인은 만족한 웃음을 약간 띠면서 젊은 웨이터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하도록 지시하고 물러났다. 새터드웨이트는 퀸을 향해 다시 말했다. "중앙형사재판소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죄로 인정되었나요?" "글쎄,배심원들은 30분 만에 결정을 내리더군요." 퀸은 고개를 숙이고는 "어쩔 수 없는 결과로군요.그 증거로는---" 하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은...."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말을 중단했다. 퀸이 대신 그 말을 끝까지 이었다. "내 말투가 피고를 동정하는 것처럼 들리십니까?" "예,그런데요.마틴 와일드는 좋은 인상의 젊은이인데,그런 죄를 저질렀다고는 도 저히 믿을 수가 없군요.하지만 인상이 좋은 젊은이가 참혹한 살인을 한 예는 최 근에도 꽤 많이 있으니까." "너무 많지요." 하고 퀸이 말했다.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약간 놀라며 말했다. "너무 많아요.마틴 와일드에게 불리한 증거가 처음부터 이 사건을 '통속적인 범죄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알고 지내 온 여자와 헤어지려고 하는 식 의 범죄가 한 건 더 발생한 것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증거에 의하면--" 퀸이 말을 재빨리 가로챘다. "아니,우리는 증거가 전부 맞는다고 볼 이유는 없지요." 새터드웨이트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일부러 꾸민 연극이 아닌가 하는 기분 까지 드는 정도였다. "다시 한 번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죠.나는 바너비 부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나 는 특수한 상황을 알고 있으니,내가 안내하면 무대의 뒤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 사건의 내막을 아시게 되겠지요." 퀸은 언제나처럼 재빠르게 격려하는 듯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히 짓고는 마음이 내 킨 듯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당신 말고는 내게 그것을 보여 줄 사람이 없습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새터드웨이트는 의기양양하여 양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그는 순수하고 단순한 예술가며,언어를 전달 매체로 하는 예술가였 다.재빠르게 열서너 줄의 말로 그는 디어링 힐이 생활을 되새기면서 설명했다. 초로의 나이에 비만 체질에다 배금주의자인 조지 바너비 경,언제나 사소한 일에도 떠들어 대는 남자.매주 금요일 오후에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고,화요일 아침마다 상점에 돈을 지불하고 매일 밤 정문의 자물쇠를 잠갔는지를 반드시 끝까지 확인하 는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다. 다음엔 조지 경으로부터 바너비 부인 쪽으로 옮겨갔다.이번엔 그녀에 대한 묘사는 더욱 부드러웠지만,정확한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다.그녀를 만난 적은 한 번밖에 없었지만,그 때의 인상이 선명하여 오랫동안 계속되었었다.생기가 있고 활발한 반 면 애교가 없는 여자.가련할 정도로 여린 사람.그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부인은 자기 남편을 증오하고 있었습니다.알고 계시나요?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결혼해 버렸던 겁니다.그래서 지금---" 그녀가 했던 자포자기적인 말들이 새터드웨이트에 의해 그대로 묘사되었다.자기 몫의 재산도 없이 중년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자기 자신의 힘도 없 고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리 예쁜 편도 아니었고,또 항상 감시당 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었다.게다가 그녀는 탐욕적이었다.새터드웨이트의 눈에 그녀는 반항적인 성격과 더불어 탐욕적인 면이 있는 여자이며,인생을 단단하고 빈 틈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나는 마틴 와일드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을 이 었다. "그러나 그의 집이 1마일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문은 들었죠.농장을 한다고 하더군요.그녀가 농장에 흥미를 진짜 갖고 있는지,아니면 갖고 있는 체했 는지 모르겠지만,내 생각으로는 후자였던 것 같습니다.왜냐하면,그녀가 도망갈 유일한 길이라곤 그것밖엔 없었으니까요.그래서 그녀가 그를 꼭 붙잡으려고 하다 보니 탐욕적으로 되었죠.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결과는 뻔하지요.우리도 이미 알 고 있듯이 그가 그녀의 편지를 보관하고 있었기에 법정에서 그 편지가 읽혀졌습니 다만,그녀는 그의 편지를 갖고 있지 않았어요.그러나 그녀의 편지 내용으로 보아 그의 태도가 냉랭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또 이 점은 그도 인정했습니다.왜냐하면 그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녀 역시 디어링 베일이라는 마을에 살 고 있었고,아버지는 의사였습니다.그녀를 법정에서 보셨습니까? 아 참,그렇지. 당신은 법정에 가지 않으셨죠? 그녀의 모습을 말씀드려야겠군요.그녀는 아주 아름 다왔습니다.얌전한데다---그렇지만 아마좀 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차분 하고 조용하면서 무엇보다도 성실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퀸을 보며 동의를 구하는 듯했고,퀸은 천천히 관심을 갖는 듯한 미소를 띠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새터드웨이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공개된 편지 중 마지막 것의 내용은 알고 계시겠지요? 신문에서 보신 것과 같습 니다.9월 13일 금요일 아침에 쓴 편지입니다.절망감에 휩싸여 자포자기한 상태였 는지라 막연한 협박의 글로 가득했습니다.그리고 끝부분에 그날 밤 6시 디어링 힐로 와달라고 와일드 씨에게 부탁했지요.'옆문을 열어 두었으니 당신이 오신 것 을 누구도 모를 겁니다.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이 편지가 하녀의 손에 의해 전달되었던 겁니다." 새트드웨이트는 잠시 말을 중단했다. "기억하고 계시겠죠? 처음 체포되었을 때 마틴 와일드는 그날 밤 한 번도 그 집에 간 적이 없다고 부정했습니다.그의 진술에 의하면 그는 총을 갖고 산에 사냥을 갔다고 했는데 경찰이 증거를 대자 그 진술은 허위가 되어 버렸던 겁니다.옆문의 나무판과 음악실 테이블에 두었던 두 개의 칵테일 잔 중 한 개에서 그의 지문이 발견되었거든요.따라서 그는 자신이 바너비 부인을 만나러 갔다는 것과,만나서 대판 싸움을 했지만 결국은 부인을 위로하고 돌아왔노라고 진술했죠.그는 총을 바깥문에 기대어 세워 두었으며,자신이 떠나올 때는 바너비 부인은 멀쩡했고,당 시 시간은 6시 15분을 조금 넘었다고 증언했습니다.그는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고 하지만 증인에 의해서 그가 15분 전 7시까지도 자신의 농장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게다가 내가 지금 막 말한 것처럼 그 거리가 1마일이 될까말 까 하는 곳입니다.가는 데에는 30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총을 그곳에 두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었다고 끝까지 우겨댔습니다만 그다지 믿을 만한 진술은 못 됩 니다.그렇지만---" "그렇지만?" 퀸이 물었다. "그렇지---" 새터드웨이트가 천천히 말했다. "가능하긴 합니다.그렇지 않습니까? 변호사는 물론 그 가설을 문제로 삼지않고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만,나는 변호사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내 주위에도 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만,그들은 그렇 게 감정적으로 격한 상황 뒤에는 종종 침착성을 잃게 되더군요.특히 마틴 와일드 처럼 음침하고 신경질적인 타입의 젊은이들은요.그러나,여자는 그런 상황이 지나 고 나면 금방 기분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와서 그런 짓은 하지 않죠.여성에게만 있 는 일종의 신경의 안전장치인 셈입니다.그러나,마틴 와일드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토할 듯이 괴롭고 비참한 기분이 되어 문에 세워둔 채로 두고 온 총은 전혀 생각 지도 못하고 돌아가 버렸다는 것을 나는 잘 알 수 있습니다." 몇 분간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다음 사건이 불행히도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총소리가 들린 것은 막 6시 20분을 지날 때였습니다.집안의 하녀가 그 청소리를 들었고,요리사와 가정부,집사,그리고 바너비 부인의 하녀까 지도 그 소리를 들었답니다.그들이 음악실로 급히 달려가 보니 부인은 의자에 몸 을 구부린 듯이 기대어 있었습니다.그녀의 뒤통수에 다가가서 총을 발사했기 때 문에 총알이 빗겨날 틈도 없었습니다.적어도 두 발은 머리를 관통했지요." 그가 또다시 말을 멈추자,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하녀들도 그렇게 증언했습니까?" 새터드웨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집사가 다른 사람보다도 1~2초 정도 먼저 음악실에 도착했답니다,그들의 증언 은 아주 거의 같아서 단순한 반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그들 모두가 증언을 한 셈이군요." 하고 퀸이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혹시 예외는 없었습니까?" "아! 지금 문득 생각났습니다.하녀는 검시 재판 때에는 출정하지 않았습니다.사건 뒤에 그녀는 캐나다로 가 버렸기 때문이죠." "알겠습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두 사람이 침묵을 지키며 엄숙해지자 그 조그마 한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금방 불안한 공기로 가득찬 듯이 느껴졌다.새터드웨이트 는 갑자기 자신이 마치 변호인측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증언을 안해서 뭐 이상한 점이라도?" 하고 그가 갑자기 물었다. "왜 그녀는 떠나야 했을까요?" 하고 퀸이 의아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질문은 웬지 새터드웨이트를 괴롭게 만들었다.그는 그 질문을 잠시 접어두고 자신의 본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누가 쏘았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사실 하녀들은 조금 이 성을 잃은 듯했습니다.그 당시 조치를 취할 사람이 집안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몇 분인가 지나고 나서야 누군가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났 던 모양입니다만,수화기를 들어 보니 전화가 고장나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그 때 전화가 고장났었다고요?" 하고 퀸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말하자 새터드 웨이트는, "에."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 때 갑자기 그는 자신이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밝힌 것 같은 느낌이 들 었다. "물론 고의로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고 그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그 점에서 어떤 실마리가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 같군요.검시 결과는 즉 사였거든요." 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새터드웨이트는 자신의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일드 청년 말고는 의심스러운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하고 그는 계속 말했다. "그 청년의 진술에 의하면,그가 그 집을 나오고 나서 겨우 3분 뒤에 총이 발사되 었다는 얘긴데요.그렇다면 그 청년 외에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조지 경은 옆집으로 브리지를 하러 갔었답니다.그는 6시 30분에 거기서 나와 소식을 알리러 온 하녀를 문 밖에서 만났습니다.브리지 마지막 판은 정확히 6시 30분에 끝났습니다.그 사실에 의심가는 점은 없었습니다.그리고 조지 경의 비서인 헨리 톰슨은 총이 발사된 순간에 업무관계로 런던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실비아 데일---이 사람에게 살인을 할 만한 동기가 있음은 의심할 여 지가 없지만,그런 범죄에는 전혀 관계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녀 는 6시 28분 열차를 타야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디어링 베일 역에 나가 있었습니다.그래서 그녀에게는 혐의를 두지 않았지요.그러면 나머지는 하녀들뿐입니다.그들 중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들에게는 동기가 없 잖습니까? 그리고 그들 전부는 거의 동시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따라서 범 인은 마틴 와일드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을 마쳤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식사를 계속했다.퀸은 그다지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 듯 했고,새터드웨이트도 이제 할 말을 다해버린 상태였다.하지만 이 침묵도 헛된 것 만은 아니었다.이 순간 새터드웨이트의 불만은 상대편이 단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는 사실에 집중되어,이상하게 점점 더 그 침묵이 기분나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터드웨이트는 가볍게 소리를 내며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 놓았다. '그 남자가 정말 유죄라면 어쩌지? 교수형에 처해질 텐데.' 이 생각을 하면 그는 정말 온몸이 오싹해지고 미칠 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그래 도 역시 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하다가 말고 다시 "어째서 그녀가 캐나다로 갔 을까요?" 하고 그는 엉뚱한 말을 하곤 상대편의 반응을 기다렸다.그러나,퀸은 모 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캐나다의 어디에 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기분나쁜 듯 이 계속 말했다. "조사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퀸이 운을 띄웠다. "할 수 있다고 봅니다.아마 집사라면 알고 있겠지요.아니면 조지 경의 비서인 톰 슨이라도---" 새터드웨이트가 말을 그쳤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그의 목소리는 아주 간절한 투였 다. "아무래도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3주일 뒤면 한 젊은이가 교수형을 당하는데도요?" "허허 참.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습니만,사느 냐 죽느냐의 심각한 문제,게다가 저 불쌍한 여자.나도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 닙니다.하지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다소는 공상적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캐나다에 간 여자의 거처를 조사하여 확실히 알아낼 수 있 다 하더라도 내가 직접 캐나다에 갈 수는 없잖습니까?" 새터드웨이트는 속으로 낭패감을 느꼈다. "마침 다음주에 리비에라(남프랑스 칸의 휴양지)에 갈 예정이었는데." 하고 그는 몹시 낙담한 듯 힘없이 말했다.퀸을 향한 그의 눈빛은 절실했다.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캐나다에 가 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한 번도." "아주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새터드웨이트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퀸을 바라보며 "내가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퀸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기를 뿜어 내먼서 그는 신중하게 말했다. "새터드웨이트 씨,당신은 부자지요.백만장자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즐기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 분이시쟎습니까? 당신은 남들이 하는 연극을 구경하실 수 있 습니다만,혹시 자기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배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 습니까? 잠깐이라도 남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 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생과 사를 당신의 손에 쥐고서,무대의 중앙에 서 계신 자 신의 모습을?" 새터드웨이트는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옛날의 뜨거운 열의가 몸속에 넘쳐 흘렀다. "날더러 뜬구름을 잡는 기분으로 곧장 캐나다로 가라는 말씀이신가 본데..." 퀸은 미소를 지었다. "캐나다행은 당신의 제안입니다.내가 꺼낸 말은 아니에요." 하고 그가 가볍게 말했다. "그런 식으로 나를 속이려 하지 마시오." 새터드웨이트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만날 때마다---" 그가 말을 멈췄다. "예? 뭐라고요?" "당신에겐 어딘가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지난번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래요.그게 언제였죠?" "요한 축일(6월 24일) 전날밤이었습니다." 새터드웨이트는 섬뜩 놀랐다.마치 그 말이 그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실 마리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요한 축일 전날밤이라고요?" 하고 그가 당황하며 말했다. "예.하지만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그저 그렇다는 얘기죠." "당신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 새터드웨이트는 정중하게 말했다.그는 모호한 실마리가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딱딱하게 잘라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서 돌아왔을 때 꼭 다시 한 번 뵙고 싶습니다만." "제 거처가 일정치를 않아서 알려드리기가 곤란하군요." 하고 퀸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여기에 옵니다.당신도 가끔 여기에 오시니 틀림없이 여기서 만나게 되겠죠."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새터드웨이트는 매우흥분하고 있었다.그는 급히 쿡 여행사를 찾아가 배편을 알아 보았다.거기서 그는 디어링 힐로 전화를 걸었다.온화하고 정중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터드웨이트라는 사람인데요,변호사 사무실에 있습니다.그 댁에서 최근까지 일 한 하녀에 대해 한두 가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만." "루이자 말씀입니까? 루이자 벌라드." "예,맞아요.그 사람이오." 새터드웨이트는 신이 나서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여자는 여기에 없습니다.6개월 전에 캐나다로 갔습니다." "지금 주소를 알고 계십니까?" "잘 모르겠는데요.그 여자가 간 곳은 산악지방이고 스코틀랜드식 이름이었는데,글 쎄요....아,맞아요.반프입니다.집에 있는 하녀들 중에 그 여자의 편지를 기다리 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만,편지도 오지 않았고 주소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 다." 새터드웨이트는 잘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는 더욱더 기세가 등등했다 가슴속에는 모험심이 점점 커져 갔다. '반프로 가자.루이자 벌라드가 그곳에 갔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있는 곳을 확실히 알아내야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 여행은 매우 즐거웠다.장시간의 선박 여행은 아주 오랜 만이었다.그가 여행하는 곳이라야 리비에라 르 투케,도빌,아니면 스코틀랜드가 고 작이었다.불가능한 사명을 띠고 간다는 점이 그 여행에 남다른 정열을 가지게 했 다. '내가 지금 왜 이 배를 탔는지 같이 탄 사람들이 안다면 아마 날 보고 멍청하 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퀸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반프에서의 그의 목적은 쉽게 달성되었따.루이자 벌라드는 반프에 있는 어떤 큰 호텔에 취직해 있었다.도착 후 열두 시간만에 그는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볼 수가 있었다.그녀는 35세 정도였다.빈혈기가 있어 보였지만,건장해 보이는 체구의 여자 였다.퍼머 머리에 정직해 보이는 갈색 눈을 하고 있었다.조금 둔해 보이는 면도 있었지만,충분히 믿을 만한 여자라 여겨졌다. 디어링 힐의 비극에 대해 그녀에게서 조금더 사실을 알아오라고 부탁받았다는 그 의 이야기를 그녀는 아주 금방 믿어 주었다. "마틴 와일드 씨가 유죄판결을 받앗다는 소식은 신문에서 읽었습니다만,정말 참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유죄에 대해 그녀는 전혀 아무 의심도 갖고 있지 않은 눈치였다. "휼륭한 젊은이가길을 잘못 들었어요.죽은 사람을 욕되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그 사람이 그렇게 된 건 그 부인 탓입니다.언제나 부인이 그를 혼자 두지 않고 쓸 데없이 참견을 많이 했거든요.두 사람 모두 천벌을 받을 만했답니다.제가 어릴 때에는 항상 방 벽에 '신(神)은 속지 않는다' 라는 금언이 걸려 있었는데,정말 그대로군요.마치 그날 밤 무신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정말 그대로 되었서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 때 전 제 방에서 옷을 갈아 입으면서 얼핏 창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기차가 달리고 있었는데,하얀 연기가 하늘로 올라 가더니,믿으실지 모르겠지만,커다란 손 모양이 되더라고요.마치 어떤 것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그것을 보 고 저는 놀라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지요.'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아.'하고요. 바로 그 순간 총소리가 들린 거예요.놀라서 소리치며 뛰어 내려가 혼자 있던 캐 리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보니 부인이 죽어 있었어요.머리를 관통당해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고요.무섭고 끔찍한 일이에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얘기를 조지 경에게 그대로 말했습니다만,그 분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시는 것 같 았어요.그날은 정말로 불행한 날이었습니다.제 스스로도 그런 불길한 느낌을 가 졌습니다.금요일,게다가 13일이었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녀는 계속 떠들었다.새터드웨이트는 참을성이 많았다.몇 번이고 화제를 그 사건 으로 돌려 가며 상세히 질문했다.마침내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 었다.루이자 벌라드는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말했다.그녀의 얘기는 정말 단순하 고 솔직했다.하지만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지금 그녀가 근무하는 이 일자리는 조지 경의 비서인 톰슨이 알선해 준 것이었다는 사실이다.급료가 상 당히 많았기에 그녀는 마음이 동해 고민 끝에 승낙했다.더구나 거기에는 가능한 한 빨리 영국을 떠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덴먼이라는 남자가 이쪽의 준비 를 미리 완전하게 해주었고,영국에 있는 동료 하녀들에게는 편지를 하지 않는다는 경고도 계약 속에 들어 있었다.그 이유는 공연히 이민국과 마찰이 일어날지 모른 다는 것이었지만,어떻든 이 조건을 그녀는 무조건 따랐다. 그녀가 받은 월급은 아주 높은 액수였기에 새터드웨이트는 깜짝 놀랐다.잠시 망설 이다가 그는 덴먼이라는 사람에게 접근해 보기로 결심했다. 덴먼을 만나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의 전부를 듣기는 쉬웠다.덴먼은 런던에서 톰슨 과 알게 되었는데,그 뒤 톰슨의 도움을 잠깐 받은 적이 있었다.그 비서가 9월에 덴먼에게 편지를 보내어 조지 경이 개인적인 이유로 한 여자를 국외로 내보내야 겠다고 했다는 것이다.그 여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길 부탁하면서,월급이 많은 자리를 알아보도록 약간의 돈까지 보내왔다고 한다. "흔히 있는 일이지요." 하고 덴먼은 태연히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좋은 여자입니다." 흔히 있는 일이라는 말에 새터드웨이트는 동의할 수 없었다.루이자 벌라드는 결코 조지 바너비 경이 버린 정부(情婦)가 아니다.어떤 이유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 를 영국에서 내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왜 그랬을까? 그리고 그 배후엔 누가 있을까? 톰슨을 통해서 조지 경이 직접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톰슨 이 자기 맘대로 주인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터드웨이트는 귀로에 올랐다. 그는 낙담하고 의기소침했다.그의 여행은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이다. 돌아온 다음날,착잡한 기분으로 마음이 무거운 채 알레치노 식당으로 갔다.퀸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지만,그는 구석진 곳에 낯익은 모습으 로 앉아 있는 할리 퀸의 가무잡잡한 얼굴이 환영의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발견 할수 있었다. "아니,정말로---" 하고 버터 덩어리를 들면서 새터드웨이트는 말했다. "정말로 뜬 구름잡기 여행이었지요.당신이 보내 준 여행이 말입니다." "제가 보냈다고요?" 하고 퀸이 반박했다. "순전히 당신의 착상이었는데요." "누구의 착상이었든 성공 못했습니다.루이자 벌라드에게 들은 얘기는 별 참고가 되지 못했거든요." 그곳에서 새터드웨이트는 그 하녀와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나서 덴먼과 만났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퀸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어떤 의미에선 내 의견이 옳을지도 모릅니다.그녀는 고의적으로 캐나다로 보내진 겁니다.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나는 모르겠습니다." "모르시겠다고요?" 하고 퀸이 도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내가 그녀에 대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녀 의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습니다만,바라던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내 탓이 아닙니다." "정말로 바라던 것을 얻지 못했습니까?" 새터드웨이트는 퀸의 뜻밖의 질문에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가소롭다는 듯 조롱 하는 시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조금 망설이다 새터드웨이트는 머리를 저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뒤,완전히 돌변한 태도로 퀸이 말했다. "전번에 당신은 이 사건에 관련되 모든 인물에 대해 기막히게 멋진 묘사를 해주었 습니다.두 번,세 번,당신은 아주 똑똑히 내가 알 수 있도록 그 사람들을 묘사해 주었지요.그 장소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좀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군요.당신은 아직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설명해 주지 않았으니까요." 새터드웨이트는 신이 났다. "장소라고요? 디어링 힐 말입니까? 요즘에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집이지요.빨간 기와와 여닫이 창문이 달려 있습니다.외부는 허술해 보입니다만,내부는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그리 큰 집은 아닙니다.토지의 크기는 2에이커 정도이고,잔디밭 이 있는 뭐 그런 집 있잖습니까? 부자들이 살도록 지어진 집 말입니다.집 내부는 호텔을 연상할 정도고,침실은 호텔방 같지요.모든 침실에 욕조가 딸려 있고 따뜻 한 물이 나오고,금색의 전등이 달려 있습니다.상당히 쾌적한 곳이지만,그다지 전 원적인 면은 없습니다.사실 디어링 베일은 런던에서 19마일 정도밖에 안 떨어졌 스니까요." 퀸은 주의깊게 듣고 있다가, "기차편이 불편하다고 하던데요,그렇습니까?" 하고 물었다. "글쎄요,그 점은 잘 모르겟습니다."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이야기에 다시 열중하며 말했다. "금년 여름에 잠깐 거기에 간 적이 있죠.런던으로 나오는 데에는 아주 편 리했습니다.물론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었습니다만---워털루 역에서 매시 48분에 기차가 떠나는데 10시 48분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디어링 베일까지는 어느 정도 걸립니까?" "꼭 40분 정도 걸립니다.매시 28분에 디어링 베일에 도착하지요." "그렇군." 퀸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몸짓을 하면서 말했다. "제가 깜박 잊었군요. 데일 양이 그날 밤 6시 28분에 떠나는 분을 배웅할 나갔다지 않았습니까?" 새터드웨이트는 잠시 침묵했다.그의 마음은 그가 해결치 못한 문제로 돌아가 있었 다.잠시 뒤 그가 말했다. "도대체 무얼 얻었는지 아직도 모르느냐고 내게 물으셨 는데,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 질문은 다소 까다롭게 느껴졌지만 퀸은 모르는 체하지는 않았다. "나는 단지 당신의 기대가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한 것뿐입니다.결국 당신은 루이자 벌라드가 의도적으로 국외로 내보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그렇다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게 아닙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가 당신에게 한 이야 기 중에 반드시 있었을 겁니다." 새터드웨이트는 시비라도 걸 듯 말했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만일 법정에서 증언을 해야 할 경 우였다면,그 여자는 내게 한 이야기와 다른 말을 했을 거란 말입니까?" "아마 자신이 본 것은 모두 얘기했겠죠." "그녀가 무엇을 보았단 말입니까?" "하늘에서 보았다는 그 이상한 징조 말입니다." 새터드웨이트는 상대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모든 조화가 신의 뜻에 달려 있다 는 식의 미신 같은 생각을?" "어쩌면 그것은 신의 뜻이었는지도 모르지요." 퀸의 심각한 태도에 새터드웨이트는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말도 안 되는 말씀을...그녀 자신도 기차 연기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상행이었답니까,하행이었답니까?" "상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상행은 매시 10분 전에 근처를 지나가니까요.하행임 에 틀림없습니다.6시 28분---아니,그럴 수도 없는데요.그녀는 그 뒤에 곧 총소리 를 들었다고 했으니.우리는 총이 발사된 것이 6시 20분이라고 알고 있잖습니까? 기차가 10분 씩이나 빨리 지나갈리는 없읍니다." "적어도 그 선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겠지요." 하고 쿤이 동의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앞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어쩌면 화물열차일지도..." 하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화물열차였다면..." "그녀를 영국에서 내보낼 이유가 없었겠지요.내 의견도 같습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매혹된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6시 28분 열차.만일 그 시각에 총이 발사되었다고 한다면 왜 모든 사람들이 그 시각을 더 빠르게 말했을까요?" 하고 그는 천천히 말했다. "틀림없이 시계가 죽어 있었을 테지요." "시계가 전부...그렇게 우연의 일치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의 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그날이 금요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 시오." "금요일?" "조지 경은 항상 금요일 오후에 시계 태엽을 감는다고 당신이 말했잖습니까?" "그가 시계를 10분 늦춰 놓았군요." 라고 새터드웨이트가 자신이 발견한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 브리지를 하러 나왔다.그날 아침,마틴 와일드에게 건네진 아내의 편지를 틀림없이 열어보았겠죠.그래요,편지를 보았어요.그는 6시 30분에 브리지 자리에 서 나와서는 마틴의 총이 문 옆에 세워진 것을 보고 들어가 뒤에서 부인을 쏘았 습니다.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와 총을 덤불 속에 숨겼고,그 총이 나중에 거기서 발견된 겁니다.그리고 누군가가 그를 부르러 달려갔을 때에는 방금 근처의 브리 지하던 집에서 나온 것처럼 가장했겠죠.그러나,전화,전화는 어떻게 된 걸까요? 아! 그렇다,알았습니다.전화로 경찰을 부를 수 없도록 선을 끊어 놓은 겁니다. 받는 시간이 기록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그렇다면 와이들의 얘기를 알겠습니다. 그가 집에서 나온 시간은 정말 6시 25분이 지나서였습니다.천천히 걸으면서 15분 전 7시에 집에 도착하겠지요.그렇습니다.모두 알겠습니다.흔한 미신 같은 공상을 밑도 끝도 없이 떠들어대는 루이자만이 가장 위험한 존재였겠군요.누군가가 그 말에서 기차시간을 연상해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그렇다면,모처럼의 알 리바이가 흔적도 없게 됩니다." "멋진 생각이십니다." 퀸 씨가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성공했다는 듯 얼굴에 홍조를 띠고 퀸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일을 추진해 가면 좋으냐는 겁니다." "실비아 데일은 어떻습니까?" 하고 퀸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의심스런 얼굴을 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녀는 머리가 좀 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필요한 일을 해주는 부모형제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안심하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잠시 뒤 그는 그 여자를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그녀는 온 정신을 쏟아 열심히 들었다.그녀는 한마디도 그에게 질문하지 않았고, 얘기를 마치자마자 일어섰다. "당장 택시를 불러 주시지 않겠어요?" "아니,무얼 하려고 그러는 거죠?" "조지 바너비 경에게 가려고요." "안 돼요.그건 순서가 아니에요.내게 맡기고---" 그녀의 옆에서 그는 계속 얘기를 했지만 조금도 효과가 없었다.실비아 데일 양은 오로지 자신의 계획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를 택시에 동승시키기는 했지만,그의 충고에는 일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그녀가 런던에 있는 조지 경의 사무실에 들 어간 동안 그는 차 안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나온 것은 그리고 나서 30분이 지나서였다.그녀는 아주 지친 모습으로 그 아름다움은 간 곳이 없이 초췌한 모습이었다.새터드웨이트는 걱정하면서 그녀를 맞이했다. "제가 이겼어요." 하고 그녀는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 "뭐라고요?" 하고 그는 놀라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소?" 그녀는 약간 몸을 일으켰다. "그에게 루이자 벌라드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어요.현재 경찰이 자세히 조사하 고 있으며,그 사람이 6시 반 조금 넘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것 을 본 사람이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이제 게임은 끝났다고 했죠.그랬더니 그 남 자는 완전히 항복하더군요. 전 그 남자에게 경찰이 체포하러 오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정도 여유가 있으니 도 망갈 여유가 있다고 말했죠.비비안을 살해했다고 자백서에 서명하면 가만 있겠지 만,그렇지 않으면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을 부르겠다고 그랬죠.그 남자는 아주 넋 이 나가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더군요.자신도 모르게 진술서에 서명 해 버렸어요." 그 진술서를 그녀는 그의 손에 건네 주었다. "이것을 가지고 계세요.선생님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서 마틴을 자유의 몸으 로 해줄 수 있는지 아시겠지요?" "정말로 서명했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그 남자는 머리가 좀 나빠요." 하고 실비아 데일 양이 말했다. "저도 그렇지만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서 머리가 나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알지요.저라도 벌컥 화를 내고는 나중에 후회할,잘못된 일을 저 지를 거에요." 그녀가 몸서리치며 말을 마치자 새터드웨이트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당신에겐 마음의 안정이 필요해요.내가 아주 좋아하는 알레치노라는 조그만 레스 토랑이 있소.이 근처에 있는데 가본적 있소?" 그녀를 고개를 저었다. 새터드웨이트는 택시를 불러 그녀를 작은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희망을 품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는 구석진 테이블을 향해 갔다.그러나 그 테이 블에는 아무도 없었다. 실비아 데일 양은 갑자기 실망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터드웨이트가 대답했다. "혹시 여기에 내 친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아니,상관없어요.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text down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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