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유언장 사건 ◀ ◀ The case of the Missing Will - 애거서 크리스티 - 바이올렛 마쉬 양이 제공한 문제는 우리들의 틀에 박힌 매일매일의 생활에 오히려 쾌적한 기분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포와로는 이 여인으로부터 만나 고 싶다고 하는 간단하고도 사무적인 편지를 받았기 때문에, 다음날 11시에 기다리겠다는 답장을 해주었다. 그녀는 제시간에 왔다---키가 큰 미인으로, 복장은 수수했지만 깨끗했으며, 매우 사무적인 태도였다. 나는 소위 신식 여자 의 예찬론자는 아니기 때문 에, 미인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전혀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의자에 걸터앉자마자 말을 했다. 포와로 씨, 저의 부탁은 좀 특이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부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어요. 그럼,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저는 고아입니다. 아버지는 데븐셔 군(잉글랜드 남서부의 군)의 작은 자작 농의 아들로 2형제였습니다. 농장은 초라했고, 형인 앤드루는 호주로 이주 했는데, 그곳에서 토지 매매가 잘 되는 바람에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동생 인 로저......즉 저의 아버지는 농부가 되는 게 싫어서 공부를하여 지배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좀 나은 가문의 딸과 결혼했는데, 저의 어 머니는 가난한 화가의 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여섯 살 때, 이어서 열 네 살 때 어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앤드루 큰아버지뿐이었는데, 이 큰아버지가 얼마 전에 호주에서 돌아오셨지요. 고향에 크랩트리 매너(사과나무 장원) 라는 저택을 사서 말입니다. 그 분은 매우 친절하셔서 동생의 자식인 저를 떠맡 아, 마치 친자식처럼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크랩트리 매너 라고 하면 듣기가 좋지만, 실은 오래된 농가입니다. 아마 농가의 핏줄을 숨길 수는 없는 모양인지 큰아버지는 여러 가지 최신 농업 상의 실험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서도 몹시 친절하게 대해 주셨지만 여자의 교육에 대해서는 몹시 전근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전혀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책을 통한 지식 에는 별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 분의 의견으로는, 여자는 실제적인 가사일이나 젖소의 젖짜는 일을 하면 서 가정의 도움이 되는 일이나 하고, 책을 통한 공부는 가능한 한 하지 말 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선에서 키우려고 하시기에 저는 몹시 실망했고, 또 난처해졌지요. 그래서, 저는 반항했습니다. 저는 제가 머리는 좋으나 가 정 일에는 별로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큰아버지와 전 그 일 로 자주 심한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는 했어도 둘 다 고집이 몹시 세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운좋게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런 방자함이 통했습 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제가 거튼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 두 사람 사이 의 갈등이 보다 격렬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남겨 준 돈이 다소 있었으므로, 하나님이 내려주신 재능을 훌륭하게 살리려고 마음먹고 있었 지요. 그리고, 큰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몇 시간 의논을 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달리 의지할 곳 도 없고 해서 저를 재산 상속자로 할 생각이라고 하시더군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분은 상당한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계속 고집 을 부린다면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전 끝까지 예의바르 게 행동했지만, 결심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큰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일생 동안 변하지 않겠지만, 역시 제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너는 머리를 꽤나 믿는구나. 나는 책상 위의 학문은 전혀 배운 적이 없지만, 언제 어디서고 너의 학문과 겨루어 보겠다. 어느것이 진실인지 알게 될 것이다. 큰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9년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나서도 가끔 큰아버지 집에 갔엇습니다. 큰아버지의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는 원만했죠. 그 분은 제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나, 이학사(理學士)가 되는 것에도 전혀 간섭하 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큰아버지는 건강이 나빠졌는데, 마침 내 지난 달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부터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큰아버지는 매우 특이한 유언 장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문구에 의하면, 크랩트리 매너 와 가재 도구는 자신의 사후 1년 동안은 제 소유로 해도 좋다고 되어 있더군요--- 그 사이에 똑똑한 내 조카딸은 자신의 머리가 우수한 것을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내 머리가 조카딸의 머리보다 좋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 이기 때문에, 크랩트리 매너 와 큰아버지의 막 대한 재산은 여러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이라고 되어 있는 겁니다. 마쉬 씨의 핏줄이 당신뿐인데, 그것은 좀 심하군요. 별로 그렇게는 생각지 않습니다. 앤드루 큰아버지는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분의 희 망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큰아버지가 재산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 는 것도 자신의 자유이지요. 유언장은 변호사가 정식으로 작성한 겁니까? 아뇨. 인쇄된 유언장 용지에 쓴 것인데, 그 저택에 살면서 큰아버지의 시 중을 들어 주던 부부가 증인으로 서명했습니다. 그런 유언장이라면 무효화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 유언장을 큰아버지의 도전으로 보고 있군요? 실은 그렇습니다만... 분명히 그런 입장도 성립될 수 있지요. 하고 포와로는 생각하면서 말했다. 당신의 큰아버지께서는 그 초라한 저택 어딘가에 돈이나 두 번째 유언장 을 감춰 놓고는 1년이라는 기간 내에 당신이 그걸 찾는지를 시험해 보시려 는 거겠죠. 정말 그래요, 포와로 씨.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저보다 머리가 좋을 것이 라 생각해서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호! 매우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내 회색의 뇌세포로 도와 드리죠. 당신은 전혀 찾아보지 않았습니까? 딱 한 번요. 어쨌든, 저는 큰아버지의 머리가 좋다는 것에는 마음으로부터 탄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재미있다는 따위의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 습니다. 그 유언장이나 사본을 가지고 있습니까? 마쉬 양은 테이블 위에 서류를 얹어 놓았다.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3년 전에 쓴 거로군요. 날짜는 3월 25일.....이고, 시간도 쓰여 있구만. 오전 11시라......이것은 상당히 함축성이 있군요. 이것으로 추리의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 유언장임에 틀림없어요. 이 것보다 30분 뒤에 쓴 유언장이 있다면 이것은 무효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꺼낸 문제는 꽤 재미있고 복잡하군요. 그 문제를 푸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큰아버지가 머리가 좋은 분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 분의 회색 뇌세포도 이 에르큘 포와로의 뇌세포와 비교 한다면 조금 떨어질 것 같군요! (포와로의 그 자신만만함에 나는 어떤 두려움까지 느낄 정도였다) 다행히 지금은 급한 볼일도 없습니다. 오늘밤에라도 헤이스팅스와 크랩 트리 매너 에 가겠습니다. 큰아버지의 시중을 들었다는 부부는 아직 그곳 에 있겠지요? 예, 그들의 이름은 베이커에요.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본격적인 보물찾기에 착수했다. 우리는 그 전날 밤 늦게 그곳에 도착했다. 베이커 부부는 마쉬 양에게서 전보를 받았으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착한 사람들로, 남편은 햇볕에 탄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었고, 혈색이 좋은 뺨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전형적인 데븐셔의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기차 여행과, 역에서 자동차로 8마일이나 계속 달려온 피로 때문에, 로스트 치킨과 애플 파이와 데븐셔 크림으로 된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곧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이젠 쾌적한 아침 식사고 끝냈고, 죽은 마쉬 씨의 서재 겸 거실이었던 작은 방에 우리는 앉아 있었다. 서류가 가득 들어찬, 접을 수 있는 뚜껑이 달린 책상이 벽 쪽에 있었다. 커다란 의자를 보니, 이 집의 노인이 언제나 그곳 에서 쉬고 있엇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무명 사라사 천 커버를 씌운 등받이용 긴 의자가 반대쪽 벽 앞에 놓여 있었고, 깊고 낮은 창의자도 구식의 색바랜 종류의 무명 사라사 천으로 만든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그런데 자네----- 포와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우선 계획을 잘 세워야 해, 알겠나? 집의 구조도 하나 하나 조사해 보았 지만, 나는 이 방에 실마리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저 책상 안의 서류는 주의해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지. 물론 그 안에 유언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별 의미 없는 서류가 이번 사건의 실마리로 등장할 수도 있거든. 그러나, 우선은 그 부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는 거야. 미안 하지만 ,종을 좀 울려 주겠나? 나는 종을 울렸다. 베이커 부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포와로는 만 족한 듯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이 마쉬 씨는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로군. 이걸 봐. 이 서류묶음의 정 리 상태를. 자! 그리고, 열쇠도 어느 서랍이나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벽 쪽의 중국제 장식장 열쇠도 그렇고. 이곳도 잘 봐. 이 안의 도기류들도 상당히 깨끗하게 진열되어 있지? 이런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네. 무엇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고...... 그렇게 말을 하다가 책상의 열쇠를 본 순간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열쇠 에는 더러운 봉투가 붙어 있었다. 포와로는 그것을 보자 얼굴을 찌푸리며 열쇠를 열쇠 구멍에서 빼냈다. 봉투에는 접어서 세워 놓은 뚜껑이 있는 방 의 열쇠 라고 휘갈겨 쓰여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열쇠의 단정한 필적과는 전혀 다른 비뚤어진 글씨로 쓰여 있었다. 전혀 상태가 다른데? 포와로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마쉬를 알다가도 모르겠어. 달리 누가 이 집에 있었지? 마쉬양 뿐인데.. 그녀는......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면 이건 머리 좋고 꼼꼼한 그녀의 짓이겠지. 초인종 소리를 듣고 베이커가 찾아왔다. 부인도 함께 오시면 좋겠는데요.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베이커는 나가서는 2~3분 지나서 부인을 데리고 되돌아왔다. 부인은 양손 을 에이프런에 닦으면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있었다. 포와로가 간단히 용건을 말하자, 부인은 금방 동정적인 표정이 되었다. 저희는 아가씨가 유산을 못 찾게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하고 베이커 부인이 말했다. 만일의 경우라도 자선 단체에 기부하신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세요. 포와로는 질문을 시작했다. 과연 베이커 부부는 유언장에 서명한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베이커는 유언장에 서명하기 전에 가까운 마을에 인쇄한 유언장 용지를 사러 갔다 왔다고 말했다. 두 장? 포와로가 날카롭게 물었다. 예, 잘못 썼을 때의 준비를 위해서였습니다......그런데, 주인님은 잘못 쓰시 지 않았어요. 저희들도 한 장에만 서명을 했죠...... 몇 시 쯤이었소? 베이커는 머리를 긁적거렸고, 부인이 대신 대답했다. 아마, 코코아를 넣은 우유를 불에 얹어놓은 것이 11시 였으니까...... 당신, 기억나지 않으세요? 우리가 부엌으로 돌아와 보니 벌써 완전히 넘쳐 흘러 서...... 그리고는?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인데, 저희는 다시 한 번 방으로 불려갔습니다. 실수를 해서 쓸모없게 되어 버렸어. 다시 한 번 서명해 주어야겠네. 하고 말씀하셨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서명이 끝나자 주인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돈을 듬뿍 주셨습니다. 유언장에 당신들 몫은 적지 않았어. 그 대신 앞으로 내가 1년씩 더 살 때마다 내가 죽고 난 뒤에 대한 준비로 이 만큼씩의 금액을 주겠네. 하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는 정말로 그렇게 해 주셨습니다. 포와로는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의 서명이 끝나고 나서 마쉬 씨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할 수 있겠 소? 거래하시는 가게에 물건값을 지불하러 마을로 외출하셨습니다. 그 방향은 그다지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 포와로는 질문의 내용을 바꿔서 책상 열쇠를 끄집어냈다. 이것은 주인님의 필적이오? 나의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베이커가 대답하기까지 잠시 시간이 흐 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거짓말을 했을까? 이것은 주인님의 필적이오? 나의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베이커가 대답하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 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거짓말을 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주인님은 방을 빌려준 적이 있지요? 여기 계신 3년 동안에, 이 집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묵었던 적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찾아온 이도 없나요? 바이올렛 양만.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이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겁니까? 예. 당신, 그 수리공들의 일을 잊으셨어요? 하고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수리공? 포와로는 그녀 쪽을 향해서 말했다. 어떤 수리공입니까? 그녀의 말에 의하면, 2년 반 정도 전에 무슨 수리인가 하는 것 때문에 수리 공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무얼 고쳤는지는 그녀도 잘 모른다. 그녀는 그런 일은 모두 주인의 변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수리공이 들어와 있을 때 그들은 모두 서재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일 도중에 주인 방에는 그 부부를 절대로 들여 보내지 않았으므로 그녀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로 몰랐는가 하면, 두 사람 모두 일을 한 상점이 플리머스에 있다고 하는 것 밖엔 상점 이름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베이커 부부가 방을 나가자 포와로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조금 진전했어, 헤이스팅스. 그는 두 번재의 유언장을 만든 뒤, 플리머스의 수리공을 불러서 적당히 숨길 장소를 만들게 한 게 틀림없어. 마루를 뜯어 내거나 벽을 두드리면서 돌아다니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일은 그만두고, 어서 플리머스로 가세. 약간 문제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몇 집 을 뒤진 후에 마쉬 씨의 집에 수리공을 보낸 상점을 찾아냈다. 그 상점의 수리공들은 모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마쉬 씨의 지시대로 일을 한 두 사람도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때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작은 일을 했는데, 그 중엔 오래 된 난로의 벽돌을 한 장 빼내고 그 안에 속을 비운 구멍을 만든 다음, 벽돌은 나중에 이음새를 모르도록 잘라서 끼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쪽 끝에서 그 벽돌을 밀면 전체가 들어올려지는 장치도 만들었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으며, 마쉬 노인은 그 일에 대해서는 매우 잔소리가 많았다 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 것은 코건이라는 희끗희끗한 턱수염을 기른, 덩치 는 크지만 야윈 남자로, 그는 머리도 꽤 좋은 것 같았다.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어서 크랩트리 매너 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서재 의 문을 열고서 들은 지식을 그대로 활용하는 일에 착수했다. 어느 벽돌도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들은 대로 밀어 보자 깊은 구멍이 보였다. 포와로는 힘차게 손을 집어 넣었다. 그러나 그의 득의만만하던 얼굴에 금 방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그가 집어낸 것은 시커멓게 된 갱지 한 조각이었 다. 그이외에 구멍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빌어먹을! 포와로는 몹시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뒤통수를 얻어맞았군. 우리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종이조각을 살펴보았다. 틀림없이 그것은 우리 가 찾고 있는 것이었다. 베이커의 서명 일부는 남아 있었지만, 유언장의 문 구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포와로는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가 그렇게 실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면 난 틀림없이 그의 표정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도무지 모르겠어. 그는 신음하듯이 말했다. 누가 유언장을 없앴을까? 왜, 무슨 목적으로 없앴을까? 베이커는 아닐까요? 하고 내가 말했다. 어째서? 어느 쪽 유언장에도 그들의 몫은 쓰여 있지 않을 것이고, 이 집 이 자선단체의 것이 되기보다는 이대로 마쉬 양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낫 지 않을까? 유언장을 찢으면 누구에게 이득이 돌아갈까? 자선단체의 입장 에서는 사정이...... 흠, 그러나 그런 단체에 의문을 가질 수는 없지. 갑가지 그 노인의 마음이 변해서, 직접 찢었을지도 모르죠. 하고 내가 말했다. 포와로는 일어나서 꼼꼼하게 무릎의 먼지를 털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자네로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헤이스팅스. 자, 이젠 여기에는 볼 일이 없는 것 같군. 힘 닿는 데 까지는 했어. 앤드루 마쉬와 지혜겨루기를 해서 이기기는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정도의 성공 뿐이야. 그의 조카딸 입장은 조금도 좋아질 전망이 없군. 그리고 나서 곧 역으로 차를 몰아 나갔기 때문에, 급행은 아니지만 런던행 열차를 탈 수 있었다. 포와로는 실망하여 풀죽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나 도 꽤 지쳐 있었으므로 구석에 앉아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열차가 마침 런 던을 향해 턴튼을 출발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포와로가 무시무시하게 큰 소 리를 질렀다. 서둘러. 헤이스팅스! 일어나, 뛰어내려! 뛰어내려야 해! 나는 어디가 어딘지 몰랐지만, 어쨌든 우리는 모자와 트렁크도 못 꺼낸 채 플랫폼에 서있는 동안에 열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 버렸다. 나는 몹시 화를 냈지만 포와로는 태연했다. 나는 바보였어! 그것도 보통 사람보다 세 배는 더! 작은 회색 뇌세포의 자 랑 따위는 이제 두 번 다시 하지 않겠어! 하고 포와로는 외쳤다. 그것 참 잘 됐군요. 나는 아주 못마땅하게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포와로는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상점의 계산서야...... 나는 그것을 조금도 계산에 넣지 않았어! 그래, 어디 에 있지? 어디지? 맞아, 틀림없어. 어서 돌아가야겠네. 말은 쉽고, 가는 것은 어려웠다. 엑세터(데븐셔 군의 수도)행의 보통열차를 간신히 탈 수 있었고, 그곳에서 자동차를 세냈다. 크랩트리 매너 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 지나서였다. 간신히 베이커 부부를 불러 깨웠을 때의 그들의 놀라움은 생략하겠다. 포와로는 그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재빨리 서재로 갔 다. 나는 세 배 정도의 바보이기는커녕 36명 몫 정도나 되는 바보였어. 하지만 괜찮아, 보라구! 그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성큼성큼 책상 있는 곳으로 가서는 열쇠를 잡아빼고 봉투를 뜯었다. 나는 멍하니 서서 보고만 있었다. 저렇게 자그마한 봉투에 유언을 기록한 커다란 종이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조심스레 봉투를 뜯고 나서 그것 을 평평하게 펼쳤다. 그리고는 불을 켜서 봉투의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 은 안쪽에 불을 쬐었다. 2-3분이 지나자 희미한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봐, 자네! 포와로는 승리를 뽐내면서 외쳤다. 나는 보았다. 거기에는 전재산을 조카딸인 바이올렛 마쉬에게 물려준다고 간단하게 쓴, 겨우 두세 줄의 문장이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3월 25일 오 후 12시 30분이라는 날짜가 들어 있었고, 과자가게 앨버트 파이크 부부의 서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법률적으로 유효할까? 하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유언장을 불에 쬐었을 때 나타나는 잉크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하는 법률은 없어. 더구나, 유언장의 내용도 명확하고, 유산을 받을 사람이 단 한명 뿐인 가족이잖아? 그러나, 그 사람은 매우 현명했어! 이것 을 찾는 사람이 밟아 올라갈 순서까지 계산했으니까. 나같이 어리석은 사 람이 걸려들도록 유언장 용지를 두 장 사용해서 하인들에게 두 장이나 서 명시켜 놓고서 말이야. 그 사람은 지저분한 봉투 안쪽에 쓴 다른 한 통의 유언장과 그 잉크가 들은 만년필을 갖고 외출하여 그럴 듯한 변명을 늘어 놓은 다음, 자신의 서명 아래에 과자가게의 주인 부부에게 서명을 시킨 거 야. 그리고는 그것을 책상의 열쇠에 붙여 놓고서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은 거지. 만일 조카딸이 자기 계략을 알아차리면,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과 원하는 교육을 받을 정당성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므로, 그의 재산을 마음 대로 처분해도 되는 것이지. 그녀는 찾지 못했잖습니까?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좀 불공평한 기분이 드는군요. 사실은 그 노인의 승리이니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 헤이스팅스! 눈치가 빠르지 못한 것은 자네 쪽일세. 이 문제를 곧 나에게 맡겨 버린 것이 바로 마쉬 양에게 재치가 있다는 것과, 또한 여자의 몸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보람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아니겠는가? 역시 모든 일에는 다 전문가가 있다네. 그녀는 이 재산 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훌륭하게 증명한 거야. 나는 기가 막혔다------정말로 어이가 없었다------지하의 앤드루 마쉬 노인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 단편 포와로 수사집 중 일부 >>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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