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 집' 에서 새터드웨이트는 매우 난처했다.정말 '재수없는' 하루였다.늦게 출발한 데다가 길 을 잘못 들어서,결국 샐리즈베리 평원의 황야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벌써 8시가 다 돼가는데,목적지인 마스윅 저택까지는 아직 40마일이나 남았고,게 다가 설상가상으로 자동차가 펑크까지 나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새터드웨이트는 지친 모습으로 그 마을의 주차장 앞을 왔다갔다 하고 있고,그의 운전사는 쉰 목소리로 수리공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30분." 하고 그 수리공은 선고를 내리듯이 말했다. "그것도 잘 풀려야 30분입니다." 하고 운전사인 마스터스가 덧붙였다. "한 40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요?"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마음 같아서 는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신사 체면에 그럴 수는 없어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꾹 참았다. "커틀링턴 말렛입니다." 새터드웨이트는 처음 듣는 지명이었지만,귀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커틀링턴은 집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마을인데 한쪽에 주차장 과 우체국이 있고,그것과 균형을 맞추기라도 하듯 다른 한쪽에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세 채의 상점 건물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서 있었다.그러나 길 맞은편으로 멀 리 보이는 곳에 바람에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세터드웨이 트는 그나마 힘이 좀 생겼다. "여관이 있는 것 같군." 하고 그가 말했다. "'어릿광대 집' 이라는 여관입니다." 하고 수리공이 말했다. "어떻습니까,주인님.시험삼아 한번 가보시는 게.간단하게 저녁식사 정도는 먹을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평상시이 식사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요." 마스터스는 변 명하듯이 말을 중간에 그쳤다.새터드웨이트는 항상 유럽 출신의 요리사가 만드는 최고급 요리에 길이 들어서,터무니없는 급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요리사를 고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님,앞으로 적어도 45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게다가 지금 시간이 8시입니다 여관에서 조지 포스터 경에게 전화를 걸어 늦는 이유를 알리는게 좋지않을까요?" "자네는 무엇이든 꼆네 멋대로 결정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군,마스터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딱 잘라 말했다.사실 그런 면이 좀 있는 마스터스는 정중하게 침 묵을 지켰다.새터드웨이트가 마스터스에게 한 말은 본심이었지만,그래도 멀리서 흔들리고 있는 여관의 간판을 내심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소식가(小食 家)였지만,어쨌든 시장기를 느꼈다.그는 깊이 생각한 듯이 겨우 입을 열었다. "'어릿광대 집'이라,여관 이름치고는 좀 이상한 이름이군.그런 이름은 한번도 못 들어 본 것 같은데." "저 여관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오더군요." 하고 수리공이 말했다. 그는 타이어 위로 웅크린 채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밑으로 가라 앉아서 뚜렷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물었다. "무슨 뜻이오?" 수리공은 아무래도 자기가 한 말의 뜻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왔는가 싶으면 가 버리는 나그네 같은 그런 사람들이---" 하고 수리공이 모호하 게 말했다.여관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필연적으로 '왔는가 싶으면 가 버리는' 사람들이라고 새터드웨이트는 생각했다.그 정의는 아무래도 정확하지 못하다는 느 낌이 들었다.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호기심은 발동되었다.아뭏든 45분간 이란 시간을 때워야 한다.그는 종종걸음으로 여관을 향해 갔다.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수리공은 고개를 들어 마스터스에게 말을 걸었다.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은데요." "거 참,아직 40마일이나 더 가야 하는데." "폭풍이 오기 전에 일을 서둘러야겠습니다.그런데 주인께서는 아주 피곤하신 모양 입니다." "여관에서 잘 해줬으면 좋겠군요.조금 있다가 우리도 여관으로 식사하러 갑시다." "빌리 존스 정도면 괜찮을 겁니다.그의 요리 솜씨는 훌륭해요." '어릿광대 집'의 주인인 몸집이 크고 건장한 50대의 남자 윌리엄 존스는 조그마한 체구의 새터드웨이트를 반갑게 맞았다. "고급 스테이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손님.그리고 어떤 신사분이라도 만족시켜 드 릴 만한 치즈도 있습니다.손님,이쪽으로 식당으로 가실까요? 낚시하는 손님들이 이제 막 떠나셨기 때문에 지금은 별로 복잡하지 않습니다.그러나 조금 있으면 사 냥꾼들로 다시 복잡해질 겁니다.지금은 퀸이라고 하는 분만이---" 새터드웨이트는 갑자기 우뚝 멈췄다.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퀸? 퀸이라고 했소?" "예,그런 분이 계십니다만,아는 분이십니까?" "음,그렇소 아아! 그럴 수도 있겠지." 흥분하여 횡설수설하면서 새터드웨이트는 세상에는 퀸이란 성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거의 생각지 않 았다.그는 너무 흥분해서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수리공이 말한 '왔는가 싶으면 가 버리는 사람들---'이라는 말과 퀸의 행적과는 묘하게 일 치했다.퀸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게다가 여관의 이름까지도 그럴 듯하게 잘 어울린다.새터드웨이트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니,이게 누구십니까? 할리 퀸 씨 아니십니까? 정말 묘한 인연으군요.여기서 또 만나다니!" 키가 크고 가무잡잡한 피부의 낯익은 모습이 미소를 띠며 앉아 있던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아아,새터드웨이트 씨! 또 뵙게 되는군요.여기서 뵙게 될줄이야." 새터드웨이트는 정중하게 악수를 했다. "정말 반갑습니다.내차가 고장나기를 잘했는데요.여기서 오래 묵을 예정이십니까? "아니오,하룻밤만 묵을 겁니다." "그럼,내가 정말 운이 좋았군요." 만족스런 한숨을 쉬고난 뒤 새터드웨이트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미소를 띤 상대의 얼굴을 즐거운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았다.상대는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 다. "이거 안됐습니다만,이번에는 당신에게 보여 줄 아무 마술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말이죠." "거 참,유감입니다." 새터드웨이트는 다소 당황한 듯이 말했다. "유감이군요.사실 나는 당신에게 그런 것들을 기대했습니다,마법사 같은 것을. 하하하.나는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마법사로 말입니다." 퀸이 말했다. "하지만 정작 마술을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고 당신입니다." "천만에요! 당신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요.나에게는 영감이 부족하다 고나 할까요,아뭏든 그렇습니다." "그건 너무 과장된 표현인데요.저는 단지 '실마리'를 제공할 뿐입니다.그뿐이지요 그 때 여관 주인이 버터를 얇게 바른 빵을 가지고 들어왔다.그가 그것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순간,번개가 무섭게 번쩍하더니 거의 머리 바로 위에서 천둥소리가 울 렸다. "굉장한 밤이군요." 하고 주인이 말했다. "이런 밤에---"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이상한데요." 하고 주인은 핵심가는 관계 없는 말을 했다. "마침 제가 하려던 말 말을 하셨습니다.꼭 이런 밤이었습니다,하웰 대위가 부인을 데리고 돌아온 날이.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자취를 감췄습니다." "맞아!" 새터드웨이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래요!" 그는 실마리를 붙잡은 것이다.커틀링턴 말렛이라는 지명이 왜 귀에 익은 듯한 느 낌이 들었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3개월 전,그는리처드 하웰 대위의 놀란만한 실종사건에 대한 기사를 빠짐없이 모조리 읽었었다.그는 그 사건에 대해서 누구 못지않게 의심해 보고 또 가설을 세워 보기도 했었다.그가 말했다. "그렇지,그 사건이 발생한 곳이 커틀링턴 말렛이었지." "작년 겨울에 사냥하러 왔다가 우리 여관에서 묵었죠." 하고 주인이 말했다. "예!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매우 잘생긴 젊은 분인데,걱정거리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그 분은 살해된 겁니다---저는 그렇뉯 믿고 있습니다---그 분과 르 쿠토 양이 말을 타고 함께 돌아오는 모습을 저는 몇 번이나 봤지요.르 쿠토 양은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평판도 좋았지요.캐나다에서 온 외국이었는 데도 말입니다.이 사간에는 필시 어두운 수수께끼가 있습니다.진상은 모르지만요 부인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습니다.집을 팔고서 외국으로 갔다는 소식은 들으셨죠 여기에 있으면서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는 것을 못 견뎠던 겁니다.자기 죄도 아닌데,가엾게도.이 사건에는 분명히 수수께끼가 얽혀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소임을 깨달았는지 서둘러 방을 나갔 다. "어두운 수수께끼." 하고 퀸이 조용히 말했다. 새터드웨이트에게는 그의 목소리가 도발적으로 들렸다. "런던 경시청에서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우리들이 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그가 날카롭게 물었다. 상대는 특유의 몸짓을 하며 말했다. "물론입니다.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변하기 때문이 죠." 새터드웨이트가 천천히 말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실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신만이 가지는 독특한 사고방식 같군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개개의 사 실에 대한 관련성을 더욱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지요." 몇 분간의 침묵이 흘렀다.새터드웨이트는 망설이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사실을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데요."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하고 퀸은 부드럽게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로서는 그 격려의 말만으로도 충분했다.인생에 있어서 그의 역할은 대체로 언제나 듣는 입장이고 구경꾼이었다.오직 퀸과 함께 있을 때만 그 위치가 반대로 되었다.그 때는 퀸이 구경꾼이 되고,새터드웨이트가 무대의 중앙으로 나가 게 되기 때문이다. "1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애쉴리 저택이 엘리노어 르 쿠토의 손에 넘어간 것이 말입니다.아름다운 고가(古家)였습니다만,빈 채로 오랫동안 방 치되어 있었습니다.그 저택을 사들일 적당한 소유자가 없었던 모양입니다.르 쿠토 양은 프랑스계 캐나다 인으로,프랑스 혁명 때 빠져 나온 이주자의 피를 이어받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프랑스의 보물이나 골동품을 상속받았지요.그리고 그녀도 역시 그러한 물건들을 모으는 섬세한 취미를 가진 여 성이었습니다.그래서 그 비극이 생긴 뒤 그녀가 애쉴리 저택과,자기가 수집한 물 품들을 모두 처분하려고 결정했을 때 미국의 백만장자 사이러스 G. 브래드번 씨는 그 저택을 몽땅 송두리째 사면서 6만파운드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거액을 두말없이 지불한 겁니다." 새터드웨이트는 말을 중단했다.그리고 잠시 뒤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건과 관계가 있어서가 아닙니다---엄밀히 말하자면 관계없는 이야기죠---분위기를,젊은 하웰 부인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란 항상 중요한 것이지요." 하고 그가 엄숙하게 말 했다. "그럼 이 여성을 묘사해 볼까요."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계속했다. "나이는 스물세 살이고,머리는 검으며,미인이었지요.조심성은 없었으나 경박스런 면은 전혀 없는 여성이었습니다.게다가,부자이며---그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부모는 없고 싱 클레어 부인이라고 하는 훌륭한 가문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부인이 시중을 들어주 며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엘리노어 르 쿠토는 자신이 재산을 완전히 자유롭게 관리할 권리가 있었습니다.그리고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어디에 나 있게 마련이지요.몹시 가난한 젊은이들이 적어도 열두 사람내지 열세 사람정도 항상 그녀를 쫓아다녔습니다.사냥터에서도,무도회에서도,그녀가 가는 곳이라면 어 디라도 쫓아다녔지요.가장 어울리는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레칸 경이 구 혼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만,그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그런데 거기에 리처 드 하웰 대위가 나타난 겁니다.하웰 대위는 사냥을 하기 위해서 근처 여관에 묵고 있었습니다.그는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을 하는 건장한 남자였습니다.남자답고,활 달하며,무서움을 모르는 남자.퀸 씨,옛날 속담중에 이런 것이 있잖습니까. '구혼 을 짧게 끝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적어도 일부분은 그 격언대로였습니다.두 달 뒤에 리처드 하웰과 엘리노어 르 쿠토는 약혼을 하게 됐죠. 그리고 석 달 만에 그들은 결혼했습니다.이들 부부는 2주일 동안 해외로 신혼여행 을 다녀온 뒤 애쉴리 저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여관 주인이 말했 듯이,그들이 돌아온 것은 지금처럼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었습니다.그 당시에는 몰랐지만,그 폭풍이 불길한 징조였는지도 모르죠.아뭏든 다음날 아침 일찍---7시 반경,정원을 산책하고 있는 하웰 대위를 정원사인 존 마티어스가 보았습니다.대위 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는군요. 밝고 근심 없는 행복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때 이후 아무도 리처드 하웰 대위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새터드웨이트는 이야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유쾌하게 의식하면서 얘기를 중단했다.그리고 퀸의 칭찬하는 듯한 눈빛에 답례하듯이 그는 얘기를 다시 계속했 다. "그의 실종은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정신을 잃은 부인은 그 다음날이 되어서 야 겨우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알고 있는 바대로,경찰의 힘으로도 수수께끼는 풀지 못한 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가지 설이 있었죠?" 하고 퀸이 물었다. "예! 가설 말씀이시군요.틀림없이 있었죠.첫번째 가설로서 하웰 대위는 살해됐다 는 것이었죠.그러나 정말 그렇다면 시체는 어딘가에 있어야 하잖습니까? 하늘로 솟았을 리도 없으니 말입니다.그리고 어떤 동기가 있어야겠죠.조사한 바에 의하 면 하웰 대위에게는 단 한 사람의 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확신할 수 없다는 듯이 갑자기 말을 중단했다. 퀸은 몸을 약간 뒤척였다.그는 조용히 말했다. "스티븐 그랜트라는 청년을 생각하 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인정했다.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스티븐 그 랜트는 하웰 대위의 말을 돌보는 사람이었는데,사소한 일로 해고를 당했습니다.그 신혼부부가 돌아온 다음날 아침 일찍 스티븐 그랜트는 애쉴리 저택 근처에 나타났 는데,거기에 나타난 이유를 그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그래서 그를 하웰 대위의 실종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일단 구속했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은 석방되었지요.사실 그는 해고당한 일로 인해 하웰 대위를 증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살인 동기가 되기에는 너무 빈약했지요.경찰로서는 무기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그러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하웰 대위에게는 적이 없었습니다." "알고 있는 한도에서는 말이죠?" 하고 퀸은 생각에 잠긴 듯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결국 하웰 대위에 대 해서 정말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경찰이 그의 전적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부딪힌 문제는 그 자료가 이상하게도 너무 빈약하다고 하는 점이었습니다.리처드 하웰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생각될 정 도였습니다.그는 승마 실력이 뛰어났고,분명히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커틀 링턴 말렛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도로도 충분했었던 모양입니다.르 쿠토 양에게는 부모도 후견인도 없고,그녀 약혼자의 장래 희망이라든가 사회적 지위를 알아봐 줄 사람도 없었지요.그녀는 완전히 자유의 몸이었으니까요.그런 점에서 경찰의 견해 는 확실한 것이었습니다.부자 아가씨와 뻔뻔스런 사기꾼 뻔한 연극이란 말이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었어요.르 쿠토 양에게는 부모도 후견인도 없었습 니다만,런던에 있는 우수한 변호사 사무소에서 그녀를 보살펴 주고 있었습니다.그 런데 그곳의 증언에 의해 이 수수께끼 사건이 한층 더 수수께끼가 되어 버린 겁니 다.엘리노아 르 쿠토 양은 일정한 금액을 미래의 남편될 사람에게 즉각 양도하고 싶다고 했지만,그가 거절했답니다.자기도 돈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나요.결국 하 웰은 그녀의 돈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시되었습니다.그녀의 재산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상식적인 남자는 아니었습니다.그렇다면 그의 목적은 그 값진 골동품에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뒷날 엘리노어 하웰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할 때 위협할 생각이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줄곧 이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근사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오늘밤까지도." 퀸은 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면서 그를 재촉했다. "오늘밤?" "오늘밤은---그 결론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왜 그는 이렇듯 갑자기,아무런 이유도 없이 완전히 모습을 감춰 버렸을까요---사람들이 모두 일어나기 시작하여 일하러 나가는 그 아침 시각에.더군다나 모자도 쓰지 않고." "그 모자에 관한 증언은 틀림없겠죠?---정원사가 그를 보았다고 했습니까?" "예---정원사가---존 마티어스가 보았죠.그런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경찰이 그를 가만 두었을 리는 없겠죠?" 하고 퀸이 말했다. "심한 취조를 받았지요.그의 진술은 확실한 것이었습니다.그의 아내도 확인했고요 온실을 보러 가려고 집을 나온 때가 7시였고,20분 전 8시에는 돌아 갔다니까요. 안채의 하인들은 7시 15분이 넘어서 바깥문이 삐거덕 하는 소리를 들었답니다.그 래서 하웰 대위가 나간 시각을 알게 된 셈이지요.그래요,당신의 생각을 알겠습니 다." "그럴까요?" 하고 퀸이 말했다. "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마티어스가 주인을 살해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말 이겠죠.하지만 동기는? 그래요,동기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만일 그렇다고 해도 시체는 어디에 숨겼을까요?" 여관 주인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너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지금 막 요리한 스테이크와 감자 접시를 올려놓았다.그 냄새는 새터드웨이트이 코를 자극했고,그는 기분이 흡족했다. "이거 맛있겠는데요." 하고 그가 말했다. "정말 맛있어 보여요.우린 하웰 대위 실 종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정원사인 마티어스는 그 뒤로 어떻게 되 었지요?" "에섹스에다 일자리를 얻었습니다.여기에서 사는 게 싫었던 거겠죠.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도 안했습니다만." 새터드웨이트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퀸도 그래도 했다. 여관 주인은 의자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새터드웨이트도 이의는 없었다.오히려 그 반대였다.그가 말했다. "그런데 그 마티어스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중년 남자인데요,옛날에는 분명히 건장한 사람이었을 겁니다만,류마티스 때문에 허리가 굽고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병세가 심해져서 일을 못하고 누워 있었던 적도 가끔씩 있었지요.그 사람이 해고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던 것도 다 엘리노어 양의 친절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그 사람은 정원사로는 너무 나이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의 부인은 꽤 집에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원래 요리사였기 때문에 식 당 일을 도왔지요." "어떤 여자였나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재빨리 물었다. 여관 주인의 대답에 그는 실망했다. "중년 부인인데,붙임성도 없고 별로 수완도 없는 여자였습니다.게다가 귀머거리였 지요.나도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별로 없습니다.그 사람들이 여기에 온 지 겨우 한 달 만에 그 사건이 발생했으니까요.젊었을 때는 정말 솜씨가 뛰어난 정원사였다고 합니다만.엘리노어 양은 그 남자의 추천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엘리노어 양은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군요." 하고 퀸이 부드럽게 물었다. "아뇨.그렇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정원사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정원에 관심을 쏟는 부인들이 이 근처에도 있습니다만,그런 분들 같지는 않았습니다.저 는 그런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르 쿠토 양은 겨울에 사냥할 때 외에 는 별로 여기에 오지 않았지요.다른 때는 런던에 계시거나 다른 먼 나라로 여행 을 다녔습니다.그래서 저에게 여행담도 가끔씩 들려주곤 했답니다.그 중에서 무 엇보다 프랑스 부인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지요.옷을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발 을 아예 물에 적시지 않는다더군요." 새터드웨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그러니까 하웰 대위와 특별히 사이가 좋 았던 여자는 없었습니까?" 하고 그가 물었다. 그의 첫번째 가설은 소용이 없게 되었지만,그래도 그는 아직 자신의 생각에 미련 이 있었다.윌리엄 존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여자는 없었습니다.그런 소문은 전혀 없었지요.아니,정말 그 점은 수수께끼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당신 생각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추궁하 듯이 물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래요."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 모르겠습니다.분명히 살해됐다고 생각합니다만,누가 그랬 는지,글쎄요.나가서 치즈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는 빈 접시를 들고 딱딱한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방을 나갔다.잠잠하던 폭풍이 갑자기 또다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계속 치자 작은 몸집 의 새터드웨이트는 벌떡 일어섰다.마지막 천둥소리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데 한 아가씨가 치즈를 갖고 들어왔다. 그녀는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다 무뚝뚝하긴 했지만,그런데로 이목구비는 뚜렷했 다.'어릿광대 집'의 주인과 너무 닮아서 그 딸이라는 것을 금방 한눈에 알 수 있 었다. "안녕,메어리,굉장한 폭풍이지?" 하고 퀸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폭풍이 치는 밤은 정말 싫요." 하고 그녀가 말했 다. "번개가 무서운 모양이지?"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친절하게 말했다. "번개가 무섭다고요? 천만에요! 저는 좀처럼 무서움을 타지 않아요.하지만 폭풍이 치면 아버지는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 하세요.마치 앵무새처럼,'이 폭풍은 정말 그 때를 기억나게 만드는군.그날 밤,가엾은 하웰 대위가...' 이런 말씀을 계속 반복하세요." 그녀는 퀸을 마주 보았다. "아버지가 중얼거리시는 것을 알고 계시 죠? 정말 지겨워요.어떻게 하면 그치게 할 수 있을까요?" "사건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그친다고 할 수 있지." "이 사건은 해결된 것이 아닐까요? 그 분이 몸을 숨기고 싶어하신 거라면? 그렇게 훌륭하고 멋진 신사분은 가끔씩 그런 행동을 하시는 모양이죠?" "그 사람이 스스로 행방을 감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스티븐 그랜트 같은 마음씨 좋은 사람이 그 분을 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무엇 때문에 스티븐이 그 분을 살 해해야만 하는지 정말 알고 싶어요.언젠가 스티븐은 약간 취해서 그 분에게 실례 되는 말을 했어요.그리고는 쫓겨난 거예요.하지만 그것이 쫓겨나는 이유가 되나 요.사전에 충분히 좋은 말로 사과를 했어요.그런데 그것이 또 끔찍한 살인의 이 유가 되다니!" "아니,분명히 경찰은 그가 무죄라고 했어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경찰이라고요! 경찰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해질녘에 스티븐이 술집으로 들어오자 모두들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예요.그 사람이 살인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그 점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피했던 거예요.자기 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생활은 어떻게 되겠 습니까? 왜 아버지가 우리들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셨겠어요? 스티븐과 저와의 결혼을 말이에요.'더 좋은 사람도 있지 않겠니,얘야.나는 무조건 스티븐이 싫다 는 것이 아니다---너도 알잖니.그 사실을 모른다면 모를까.그렇지 않겠니?'라고 하시면서요." 그녀는 말을 중단했다.그녀의 마음에는 원망과 비난이 가득차 있었다. "너무해요.정말 너무해요" 하고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파리 한 마 마리도 못 죽이는 스티븐인데! 살인자로 낙인이 찍히다니! 그 사람의 태도가 변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그가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해요.그리고 그의 태도가 그렇게 변 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의심을 하게 되고요." 그녀는 다시 말을 그쳤다.그녀의 두 눈은 퀸의 얼굴에 못박은 듯이 고정되어 있고 이렇게 강력하게 말을 계속한 것도 마치 그의 표정 어딘가에 이끌려서 그랬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그가 보는 바로는,사태는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스티븐 그랜트가 의심스럽다는 증거가 모호하고 불충분하다는 것 뿐,그가 그의 무죄를 반증하기란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 아가씨는 새터드웨이트 쪽으로 방향을 휙 돌렸다. "진실외에 그 사람을 구할 길은 없어요." 하고 그녀는 소리쳤다. "만일 하웰 대위가 발견된다면,만일 돌아와 준다면,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 수만 있다면---" 그녀는 갑자기 목이 메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급히 방을 나갔다. "착한 아가씨로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정말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는 가슴이 아팠다. "우리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당신의 자동차가 고쳐질 때까지는 아직도 대략 30분은 남아있습니다." 새터드웨이트는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들이 진상을 캐내자는 말씀이군요.그저 이 런식으로,그 사건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당신은 상당히 인생 경험이 많은 분입니다." 하고 퀸이 신중하게 말했다. "보통 사람 이상으로 말입니다." "인생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괴로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 인생에 의해 당신의 마음의 눈은 깨끗하게 맑아진 겁니다.다른 사람들 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당신에게는 보이게 됩니다." "그것은 정말 그렇더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이래봬도 관찰하는 일 에는 자신있거든요." 그는 기분이 좋아져서 가슴을 폈다.순간,괴로운 마음은 싹 사라졌다. "이 사건을 나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듯이 말했다. "어떤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고 퀸이 매우 관심을 가지고 말했다. "이 사건의 결과는 르 쿠토 양---결국,하웰 부인은 결혼했으면서도 그의 아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그녀는 이제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또 다시 결혼을 할 수는 있겠지 만---그리고,우리들의 견지에서 보면,리처드 하웰은 나쁜 사람입니다. 근본을 알 수 없는 그 과거는 수수께끼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지당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누구라도 빠뜨리지 않고 주목한 점이 있었지요.하웰 대위가 의심스러운 인물로 강렬한 조명을 받았다는 겁니다." 새터드웨이트는 모호한 기분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말에서 그는 약간 다른 분위 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결과를 검토했습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혹 은 성과라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다음으로 우리들은---" 퀸이 말을 가로챘다. "엄밀한 물질적인 성과에는 아직 접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군요." 하고 1~~2 생각한 뒤,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그 점은 철저하게 해 야 합니다.그럼,그것은 이런 말이 되겠군요.이 비극의 결과는 하웰 부인이 아내인 동시에 아내가 아닌,즉 또다시 결혼할 수 없다는 점과 사이러스 브래드번이 애쉴 리 저택을 통째로---6만 파운드였습니까---6만 파운드에 살 수 있었다---그리고 또 에섹스의 누군가가 존 마티어스를 정원사로 고용할 수가 있었다고 하는 점입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에섹스의 누군가'나,사이러스 브래드번 씨가 하 웰 대위 실종을 계획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점에 대해선 의심해 보이지 않았던 겁니 다." "당신은 풍자가로군요." 하고 퀸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날카롭게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반드시 당신은 인정---" "예,인정은 합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그런 것은 쓸데없는 생각입니다.그래서 어떻게 되었단 말입니까?" "사건 당일로 되돌아가 봅시다.실종사건이 발생한 것이요.오늘 아침이었다고 합시 다." "아니,아니---" 하고 퀸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적어도 상상 속에서는 우리들 이 시간을 초월할 수 있으니까,다른 방법으로 합시다.하웰 대위의 실종이 백 년 전에 발생했다고 봅시다.우리들이 21세기인 2025년에 그 사건을 되돌아 보는 것으 로 해서 말이죠." "당신은 묘한 분이로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과거를 믿으면서도 현재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군요.왜 그렇습니까?" "아까 당신은 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현재는 분위기라는 것이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맞아요,현 재라는 상황은 아무래도 편협해지기 쉬운 상황이지요." "좋은 말씀입니다." 새터드웨이트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우리들이 다뤄야 할 것은---지금 현재 상황이 아닙니다.현재의 상황을 다룬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지요.아,그러니까 작년이라는 상황을 가지고 우리가 취급해 보기로 합시다.한 가지,나에게 새로운 가설을 세워서 정리해 주 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발상이 기발한 분이니까." 새터드웨이트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그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을 그냥 놓칠 수 없 다고 생각하고는 조금 우쭐한 기분으로 열심히 궁리를 했다. "백년 전은 파우더의 시대였습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1924년은 크로스워드 퍼 즐과,다락방까지 들어오는 강도의 시대라고나 할까요?" "좋습니다." 하고 퀸은 찬사를 보냈다. "국가적인 견해에서 말씀하신 것 같군요. 국제적인 견해에서가 아니라---아마 그렇죠?" "크로스워드 퍼즐에 대해서는 사실 나는 잘 모릅니다."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 다. "그러나 다락방 강도는,대륙에서 상당히 유행한 것이라고 기억하는데요.프랑 스의 성에서 계속 발생한 도난사건을 기억하시겠죠? 일반 사람들의 추측으로는,도 저히 단독범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성안으로 들어간 그 솜씨는 정 말 특이할 정도로 대담하고 아슬아슬했습니다.곡마단이 관련돼 있다는 설도 있었 지요---클론디니즈 곡마단 말입니다.나도 한 번 그들의 연기를 봤지요---정말 기 막힌 연기였습니다.어머니와 아들,그리고 딸이 펼치는 곡예였지요.그들이 무대에 서 모습을 감춘 것은 아무래도 수수께끼였습니다.아니,이거 본론에서 얘기가 벗 어나 버렸는데요." "그렇게 많이 벗어나진 않았습니다.단지 영불해협을 건넌것뿐입니다." "여관 주인이 프랑스의 부인들은 발이 젖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었조." 새터드웨이 트는 웃으면서 말했다.이야기가 도중에 끊겼다.그러나 그렇게 된 데에는 어떤 다 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왜 그 대위는 자취를 감추었을까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외쳤다. "왜? 무엇 때 문에? 믿어지지 않는 일이죠.일종의 마법과 같은 트릭인가?" "그렇습니다." 퀸이 말했다. "마법과 같은 트릭.정말 그렇습니다.분위기입니다,역 시.그리고 마술적 트릭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재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눈을 속이는' 것이지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으스대 며 유창하게 인용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눈을 속이는 것 말입니다.때로는 능숙한 솜씨로,때로는 다른 방법으로.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귄총을 사용하다든가,빨간 손수건을 흔들어 보인다든가,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진짜 기술에서 시 선이 흐려지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겉만 화려한 움직임으로 시선이 쏠리지요.정말 아무 의미없는 것으로 말입니다." 새터드웨이트는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요.그것도 일종의 조그마한 착상입니다." 그는 조용하게 말을 계속했다. "권총의 발사.지금 우리들이 얘기하고 있는 마술적 트릭 중에서 권총의 발사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상상력을 멈추게 하는 화 려한 순간은 무엇일까요?" 새터드웨이트는 숨을 들이마셨다. "자취를 감춘 일.그것을 빼면 남는 것은 아무것 도 없죠." "아무것도 없다? 우선 그 연극 같은 제스처를 빼고,사물이 같은 순서를 밟았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말씀하신 뜻은---우선 르 쿠토 양이 애쉴리 저택을 브래드번 씨에게 팔고 떠나 버렸다---아무런 이유도 없이---라고 생각하란 말이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당연한 것 아닙니까? 소문거리가 되었겠죠.아마 애쉴리 저택에 있는 물건의 가치가 상당히 사람들을 흥분시켰을 겁니다.그---아아! 잠깐만요!"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힘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조명이 너무 치우친 겁니다.하웰 대위에게로 말이죠.그리고 그 때문에 '그 여자'는 그늘에 가려진 겁니다.'르 쿠토 양'이! 모든 사람이 묻습 니다.'하웰 대위는 어떤 사람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라고 말입니다.그러나 그 여자는 피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 여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는 정말로 프랑스계 캐나다 인이었을까요? 그 훌륭한 보물들은 정말로 그 여자에게 상속된 것이었을까요? 우리들이 본론에서 그다지 멀리 벗어난 것이 아 니라고 한 말씀은 사실이었습니다---'영불해협을 건넌 것뿐입니다.' 그 보물들은 프랑스의 성에서 흠친 것들이었습니다.대부분이 구중한 예술품이기 때문에 처분하기 어려웠지요.그녀는 그 집을 삽니다---아마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거겠죠.거기에 정착하여 빈틈없는 영국인 여자를 높은 급료로 고용하여 자 기의 시중을 들게 합니다.그리고 그 남자가 다가옵니다.계획했던 대로 연극은 진 행된 거지요.결혼,실종.그리고 사람들의 뒷공론으로 75일!---모든 사람들은 그녀 를 불쌍하게 여겼습니다---그러니까,과거에 행복했던 추억거리를 모두 처분해 버 리고 싶다고 말하면,그것만큼 자연스런 일이 또 있을까요? 그 미국인은 감정가입 니다.물건은 진품이며 아름다왔습니다.그는 값을 부르고 부인은 그것을 받아들입 니다.그리고는 애쉴리 저택을 조용히 떠납니다.슬픈 비극의 주인공으로서.큰 작 작업은 이제 순탄하게 성공하고,사람들의 눈은 능숙한 솜씨와 그 트릭의 화려함 에 속아 넘어가 버린 거지요." 새터드웨이트는 승리의 기쁨으로 얼굴이 달아올라서 말을 그쳤다. "당신이 아니였다면,나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하고 그는 갑자기 겸손하게 자신을 비하했다. "당신은 나에게 매우 묘한 영향을 주는군요.사람들은 가끔씩 자 기가 한 말에 대한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얘기를 하죠.그런데,당신은 그 의미를 깨닫게 하는 요령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나는 아직 확실하게 모르겠군요.하웰 처럼 모습을 감추기란 정말 어려운 일 아닙니까? 온 영국 경찰이 그를 찾아나섰 는데." "아마 온 영국을 뒤졌겠지요." "애쉴리 저택에 숨어 있는 것이 가장 간단하겠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가만히 생각에 잠기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이 가능했다면 말이죠." "틀림없이 그 근처에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그의 의미 있는 표정을 새터드웨이트는 놓치지 않았다. "마티어스의 골방?" 하고 그가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그곳도 수색했을 텐데." "몇 번이나 했겠죠." "마티어스---"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눈썹을 모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마티어스의 아내." 하고 퀸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만일,정말로 클론디니즈 곡마단이 왔다 고 한다면---" 하고 그는 꿈을 꾸듯이 말했다. "패거리는 세 명이었지.젊은 두 사 람은 하웰과 엘리노어 르 쿠토.어머니 역할이 마티어스의 아내였겠죠? 그러나 정 말 그렇다면---" "마티어스는 류마티스로 고생하고 있었건 게 아니죠.그렇지요?" 하고 퀸이 자연스 럽게 말했다. "아아! 알았습니다.하지만,그런 일이 정말 있을 수 있을까요? 아니,가능하겠군요. 마티어스는 한 달 동안 거기에 있었습니다.그 동안에 하웰과 엘리노어는 2주일간 의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결혼 전에 2주일 동안 두 사람은 런던에 있었다고 생 각합니다.그럴 듯하게 연기를 잘 하는 남자라면 하웰과 마티어스의 1인 2역을 감 쪽같이 할 수 있었겠죠.하웰이 커틀링턴 말렛에 있는 동안 마티어스는 류마티스 로 틀어박혀 있다고 마티어스의 아내가 얘기를 꾸며댑니다.그녀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습니다.그녀가 없었더라면 누군가가 그 계략을 눈치챘을지도 모르지요.말 씀하신 대로 하웰은 마티어스의 골방에 숨어 있었습니다.사실 그가 마티어스였던 겁니다.결국 계획이 절정을 이루어 애쉴리 저택이 팔리자 그들 부부는 에섹스에 일자리가 생겼다고 소문을 퍼뜨렸습니다.존 마티어스와 그 아내의 퇴장이지요 ---영원히." 식당문을 노크하고 마스터스가 들어왔다. "차를 문 앞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주인님." 하고 그가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일어섰다.퀸도 일어서서 식당을 가로질러 창문 쪽으로 가서 커튼 을 걷었다.한 줄기 달빛이 방으로 비쳐 들어왔다. "폭풍이 멈췄군요." 하고 그가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다음 주에 경시총감과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하고 그는 의미있게 말했 다. "나의 가설을 설명해 보겠어요---그의 앞에서 말입니다." "확증을 얻기도,반증을 얻기도 쉬운 일일 겁니다." 하고 퀸이 말했다. "프랑스 경 찰의 수사 상황과 애쉴리 저택의 물품을 비교 설명해 보면----!" "정말 그렇군요." 하고 새터드웨이트가 말했다. "브래드번 씨로서는 정말 운이 나 쁜 사건이었죠.하지만---" "그 정도의 손해는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그 사람은---" 하고 퀸이 말했다. 새터드웨이트는 손을 들었다. "안녕히 계십시오.이렇게 뜻밖에 만나게 된 것을 얼마나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내일을 떠날 예정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마 오늘밤에 떠나게 될 겁니다.여기서의 제 일은 끝났으니까요....저는 '왔는 가 싶으면 가 버리는' 그런 사람이죠." 새터드웨이트는 그날 해질녘에 이와 똑같은 말을 들었던 것을 생각해 냈다. 정말 묘하다. 그는 마스터스가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로 갔다.문이 열린 바 안에서 주인의 풍성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두운 수수께끼에요.정말 어두운 수수께끼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두움'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그가 사용한 말은 전혀 다른 느낌 을 갖게 하는 것이다.윌리엄 존스는 상대가 좋아하는 형용사를 사용할 정도의 분 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바의 손님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형용사에 충분한 풍미 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터드웨이트는 기분좋은 리무진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댔다.그의 가슴은 승리 의 기쁨으로 부풀었다.그는 여관집 딸 메어리가 현관까지 나와서 흔들리고 있는 간판 밑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저 아가씨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어읇광대 집'의 간판이 천천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text down page
Downloading ETEXT


  etext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etext는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만들어가는 공간이니 자주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Palm사용자 여러분이 경우엔, .prc 파일의 다운로드 창이 뜨면 적절히 저장위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셀비안(Cellvic) 여러분, 그리고 WindowsCE계열, 또는 Newton이나 Psion 사용자 여러분들은 .ZIP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etext를 압축을 풀어서 저장하시면 됩니다.
 다 받으신 다음에는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시면 계속해서 etext를 여행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d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