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팔로스의 새 해럴드 웨어링은 그들이 호수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올라오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는 호텔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맑은 하늘에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호수 는 푸르렀다.해럴드는 담배를 피우면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내심 감탄을 하고 있었다.그의 정치 경력은 아주 화려했다.이제 겨우 30세 나이에 차관이라는 퇐위에 까지 오른 것은 정말 자랑스러워할 만했다.언젠가 수상이 어떤 사람에게, '웨어링은 크게 될 인물이야.' 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 적도 있었다.해럴드는 당연 하게 받아들였고 또한 의기양양했다.그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그 자체가 장미빛이었 다.젊고 건강했으며,잘생긴 인물에다가 독신생활을 자유롭게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세상 만사 다 잊어버리고 말 그대로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헤르조슬로바키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스템프카 호수에 위치해 있는 호텔은 그 규모가 작긴 했지만 매우 안락하고 사람들도 별로 붐비지 않 아 조용했다.몇 명 되지 않는 호텔 투숙객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었다.영국인이라고 해봤자 그를 제외하면 고작 나이든 라이스 부인과 그녀의 결혼한 딸 클레어턴 부인이 전부였다.해럴드는 그 두 사람을 좋아했다.엘지 클레이턴은 상당히 고전적인 미인이 었다.그녀는 화장도 진하게 하지 않는 데다 상당히 수줍어하는 성격이었다.그에 반해 라이스 부인은 소위 개성있는 여자였다.그녀는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었으며 태도는 제멋대로였다.유머감각이 있어서 친구로서는 아주 그만이었다.그녀는 자기의 모든 인생을 딸에게 걸고 있는 듯했다. 해럴드는 가끔 그 모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그들이 쉽사리 속을 보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과는 가볍고 부담없는 사이지 그 이상 깊은 친구는 아니었다.호텔의 다른 투숙객들은 해럴드 관심 밖이었다.그들은 보통 도보여행자들이 거나 관광버스 손님들이었다.그래서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 머물고는 호텔을 떠나버리 것이 대부분이었다.따라서 그런 사람들 중에 그의 관심을 끌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적어도 오늘 오후까지는 말이다. 그들은 호숫가에서 천천히 호텔 쪽으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해럴드가 그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려는 순간,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태양이 구름속으로 숨어버렸다 순간 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눈을 크게 뜨고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분명히 저 두 여인한테는 이상한 점이 있는것 같은데? 그들은 둘 다 새처럼 길고 커다랗게 휘어 진 코를 갖고 있었으며,이상스럽게도 똑같이 생긴 그들의 얼굴은 전혀 표정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깨에 대강 걸친 망토는 마치 두 마리 새의 날개처럼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것이었다.해럴드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은 꼭 새 같군." 그리고 거의 무심결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불길한 징조를 던져주는 새." 그 두 여자는 테라스까지 곧장 걸어와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그들은 나이든 여자들이었다.나이는 40대 후반으로 보였으며,두 사람이 서로 꼭 닮은 것으로 보아 자매임이 분명했다.그들의 표정은 몹시 험악했다.해러들 곁을 지나치면서 그들의 눈길이 일순간 그에게 와서 닿았다.그것은 예리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하는 마치 야수와 같은 눈길이었다. 해럴드는 그들에게서 아까보다도 더 불길한 인상을 받았다.그는 두 여자 가운데 한 사람 손이 길다란 발톱같이 생겼다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태양이 구름 속에서 빠져 나왔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그는 생각햇다. "무섭게 생겼군.마치 성질이 사나운 날짐승처럼..." 그는 라이스 부인이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서 애써 온갖 불길한 상념들을 털어 버렸다.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의자를 권했다.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리 에 앉은 그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해러들가 물었다. "지금 막 호텔로 들어간 두 여자분을 보셨습니까?" "망토를 걸친 사람들 말이우? 그래요,내 곁을 지나갔지."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글쎄---하긴 좀 이상하긴 하던대.그 사람들은 아마 어제 도착했을 게요.아주 닮은 걸로 봐서---쌍동이인 것 같구랴." 해럴드가 말했다. "제가 공연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그들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호오,그래요? 난 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지 않아 잘 모르겠는걸." 그녀는 덧붙였다 "그들이 누군지는 수위한테 물어보면 알수 있을 거유.영국인은 아닌 것 같던데?" "오,물론이죠." 라이스 부인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차 마실 시간이군.웨어링 씨,안에 들어가 서 벨을 좀 눌러 주시겠수?" "그러죠." 그는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따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엘지? 우리는 함께 산책을 했다오,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소나무 숲으로 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정말 멋집디다." 웨이터가 밖으로 나와 차 주문을 받았다.라이스 부인이 열심히 뜨개질 바늘을 놀리며 계속 말했다. "엘지는 아까 남편 편지를 받았기 때문에 차 마시러 내려오지는 않을 거유." "남편?" 해럴드가 놀라서 되물었다. "전 따님이 미망인인 줄로만 알고 있었 는데요." 라이스 부인은 그를 재빨리 곁눈질로 쳐다보았다.그녀는 냉담하게 말했다. "오,무슨 말씀을! 엘지는 미망인이 아녜요." 그런 다음 말에 힘을 주어 덧붙였다. "불행하게도!" 해럴드는 깜짝 놀랐다.라이스 부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많은 불행의 원인은 술이구면,웨어링 씨." "사위가 술을 많이 마시나요?" "그렇수,물론 그 밖의 다른 이유도 있지.그는 본래 병적으로 질투심이 강한 데다가 성격이 난폭하기 그지 없다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만큼 참기 힘든 일도 또 없지.내가 얼마나 엘지를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는데...그 애는 내 유일한 혈육이라 오.그러니 그 애가 불행해진 것을 보는 내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질 수밖에 없지 뭐유." 해럴드가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얌전한 분이던데요." "너무 얌전해서 탈이지." "무슨 그런 말씀을---" 라이스 부인이 느릿느릿 말했다. "행복한 사람들한테는 좀 거만한 면도 있다오.내가 보기에 엘지가 얌전한 것은 패배감 때문인 것 같아.인생이 그녀한테는 너무 가혹한 것 같단 말이우." 해럴드가 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어떻게---따님께서 그런 남자와 결혼하게 됐지요 라이스 부인이 대답했다. "필립 클레이턴은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었다오.옛날에는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매력이 철철 흘러넘쳤을 뿐만 아니라 재산이 상당히 많았어 요.게다가 우리한테 그의 진짜 성격을 말해 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 뭐유.난 오랜 세월 동안 과부로 살아왔다오.그러니 여자끼리만 살아온 우리로서는 남자의 성격을 식별하는 것이 그만큼 서투를 수밖에 없었던 거유." 해럴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맞는 말씀입니다." 그는 그 남자에 대한 분노감과 함께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가슴 맡바닥에서부터 끓 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엘지 클레이턴의 나이가 아무리 많아봐야 25세를 채 넘지 못 할것이었기 때문이다.그는 친절해 보이는 그녀의 푸른 눈과 의기소침하게 처져 있는 그녀의 입을 머릿속에 떠올렸다.그는 돌연 그녀에 대한 관심이 친구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그녀는 짐승 같은 녀석한테 얽매 있어야 하다니......... 2 그날 저녁식사를 마친 뒤 해럴드는 두 모녀와 자리를 함께 했다.엘지 클레이턴은 옅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그녀의 눈두덩이가 벌건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울다가 온 게 분명했다.라이스 부인이 활발하게 말했다. "웨어링씨,내가 아까 당신이 말한 하피(그리스 신으로 얼굴은 추한 여자의 모습이고 몸은 새의 날개로 되어 있는데 죽은 사람의 영혼을 나른다고 한다)들이 누군지 알아봤다우.폴리시 가(家)의 숙녀 들이라는군요.아주 훌륭한 가문의 사람들이라고 수위가 말합디다." 해럴드는 그 두 여자가 앉아 있는 쪽을 건너다보았다.엘지가 흥미어린 목소리로 말했 다. "저쪽에 앉아 있는 여자들 말이에요.헤나 염색 약으로 염색한 사람들 말인데요, 어째 좀 생긴 게 으스스해 보이는군요.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럴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떻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라이스 부인이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다 바보 같은 소리는 말아요.외모만 보고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으니까." 엘지가 큰소리로 웃었다. "하긴 그래요.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사람들이 독소리같이 생겼는 걸 어떡해요!" "시체의 눈을 파먹는 새 말이죠?" 하고 해럴드가 말했다. "오,제발!" 하고 엘지가 외쳤다. 해럴드가 재빨리 말했다. "미안합니다." 라이스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쨋든 저 사람들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것 같지는 않은데,뭘 그래." 엘지가 말했다. "우리한테 무슨 나쁜 비밀이 있어요?" "웨어링 씨는 또 모르지." 라이스 부인은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해럴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소리로 웃었다. "저한테 비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제 인생이야말로 펴놓은 책이지요." 그 순간 불현듯 그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정직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 들은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깨끗한 양심---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 그런면에서 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없는 사람이야!' 갑자기 그는 몸에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그것도 아주 강력하게---그 자신의 운명 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3 해럴드 웨어링은 다른 영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어학 실력이 부족했다.그는 불어를 할 줄은 알았지만 더듬거리는 정도였으며 더욱이 억양은 아주 엉망이었다.게다가 독일어와 이탈리아 어는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가 어학 실력이 부족하다고해서 그렇게 큰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다.특히 유럽 대륙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데 그가 불편을 느낄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외딴 곳에서는 슬로바키아 언어가 통용되고 있었으며,심지어는 수위마저 독일어로 말했기 때문에 이따금 두 모녀 중 하나가 그의 통역을 해주는 것이 해럴드 는 짜증스럽기까지 했다.외국어에 능통한 라이스 부인은 슬로바키아 어까지도 좀 구 사할 줄 알았다. 해럴드는 독일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독일어 교본을 사서 매일 아침 2시간씩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아침 날씨는 쾌청했다.해럴드는 편지를 몇 통 쓰고 나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그리고 점심때까지는 1시간 정도 산책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호수 쪽 으로 내려가 소나무 숲속으로 접어들었다.그가 5분 정도 걸었을 무렵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자가 가슴을 쥐어짜듯이 흐느끼고 있었다. 해럴드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그 여자는 엘지 클레이턴이었고,옆으로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고서 어깨가 들썩 일 정도로 크게 흐느끼고 있었다. 해럴드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클레이던 부인---엘지?" 그녀가 화들짝 놀라면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해럴드는 그녀 옆에 주저앉았다.그는 진심으로 연민을 느끼며 말했다.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뭐든지 상관없는데..."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에요---아니에요.정말 친절하신 분이군요.하지만 댁이 도와주실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해럴드는 약간 수줍게 말했다. "혹시 댁의 남편과---관계된 일인가요?"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런 다음 눈물을 닦고서 그녀는 자제력을 다시 찾으려는 듯 콤펙트를 꺼내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매만졌다.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어머니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가 않아요.제가 슬퍼하는 것을 보시면 너무 가슴 아파하시거든요.그래서 실컷 울어나 보려고 여기 이렇게 나왔답니다.울어봤자 소용 없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어리석은 행동일 뿐이죠.하지만---때로는---정말 산다는 게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해럴드가 말했다. "정말 안됐군요." 그녀는 그를 고마움이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이윽고 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물론,그건 다 제 잘못이에요.제가 원해서 필립과 결혼했으니까요.결국---잘못된 결혼임이 밝혀졌지만,제가 누굴 탓하겠어요,다 제 탓인데." 해럴드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다니 정말 용기 있는 분이시로군요." 엘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녜요,전 용기가 없어요.결코 용감한 편이 못 된다고요. 전 지독한 겁쟁이에요.그래서 필립과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죠.그가 화를 내기라도 하면---전 무서워서 벌벌 떨었답니다---전 정말 그이가 무서웠어요." 해럴드가 동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사람과는 헤어져야죠!" "감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그가---그가 헤어지려고 하지 않아요." "말도 안돼요! 이혼이라는 게 뭔데."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죠." 그녀는 어깨를 똑바로 했다. "아뇨,전 그냥 이대로 살아갈 거예요.어머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 되니 까.필립도 그건 싫어하지 않아요.특히 이렇게 한적한 곳에 올 때는 제가 어머니와 함께 오는 것을 더 좋아하죠." 그녀가 뺨을 붉게 물들이며 덧붙였다. "아시겠지만 문제 중의 하나는 그가 광적으로 질투심이 많다는 거예요.만약---혹시 제가 다른 남자와 좀 얘기라도 나눌라치면 그땐 생각하기도 끔찍한 그런 장면이 벌 어지는 거예요." 해럴드는 의분감이 치솟았다.그는 남편의 질투심을 불평하는 여자들 얘기를 들을 적 마다 겉으로는 그 여자들을 동정하는 척했지만,속으로 그 남편들이 그러는 게 당연 하다고 생각해 오던 터였다.그러나 엘지 클레이턴은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그녀는 아 직 한 번도 그에게 경박한 추파를 던진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엘지가 가볍게 몸을 떨면서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그녀는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해가 없어지니까 아주 추운데요.호텔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점심때가 다 되었을걸요."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들이 채 1분도 걷지 않아서 앞에 웬 사람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들은 그녀가 입고 있는 망토로 대번에 누군지 알아차렸다.그녀는 폴리스 가의 자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그녀으 곁을 지나쳐 갈 때 해럴드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그러나 그녀는 아무 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들 두 사람을 흘낏 쳐다볼 뿐이었다.순간 해럴드는 그 예리 한 시선을 받고서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그녀가 나무줄기에 엘지와 나란히 앉 아 있는 광경을 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만약 그렇다면 그녀가 제멋대로 상상했을지 지도.... 그래,제멋대로 상상하는 것 같았어....분노의 파도가 그를 덮쳤다! 정말 지저분한 생각만 하는 여자들도 있다니까! 그리고 보니 태양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서 두 사람이 똑같이 몸을 떨었던 것도 이상해.혹시 그 순간에 그 여자가 우리를 지켜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해럴드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지는 마음을 가누기 어려웠다. 4 그날 저녁 해럴드는 10시 조금 지나 자기 방으로 갔다.영국에서 우편물이 도착하여 그는 많은 편지들을 받았는데,개중에는 즉각 답장을 보내야 할 편지가 몇 통 있었던 것이다.그는 파자마와 화장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급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그가 편지를 세 통 쓰고,네 통째 편지를 막 쓰려는 찰라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면서 엘지 클레이턴이 비틀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해럴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엘지는 등뒤로 문을 밀어 닫은 뒤 장농 을 꽉 붙들고서 그대로 서 있었다.그녀의 가슴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얼굴은 백 지장처럼 창백했다.극도로 공포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남편이 뜻밖에도 여길 찾아왔어요! 전---전 그가 절 죽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그는 미쳤어요.미쳐도 이만저만 미친 게 아니라고요. 제발---제발 저 좀 숨겨 주세요." 그녀가 거의 쓰러질 것처럼 비틀대면서 앞으로 한두 걸음 내디뎠다.해럴드는 얼른 팔 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바로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남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그는 중간 정도의 키에 짙은 눈썹과 윤이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검은 머리카 락을 지니고 있었다.그의 손에는 묵직한 자동차 스패너가 들려 있었다.소리를 질러대 는 그의 목소리는 제 분에 못 이겨 떨리고 있었다.그는 거의 비명르 지르듯이 외쳤다 "폴리시가 부인이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너 이 자식하고 재미를 본 거구나! 엘지가 큰소리로 말했다. "아녜요,아녜요,필립.그게 아녜요.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요." 필립 클레이턴이 그들 두 사람에게로 다가서자 해럴드는 재빨리 여자를 자기 등뒤로 잡아당겼다.그러자 클레이턴이 외쳤다. "잘못 알았다고,내가? 네가 이 방에 있는 것 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더러운 년,죽여버리고 말테다." 그가 날쌔게 해럴드의 팔을 피해 옆으로 몸을 움직여 엘지를 붙잡으려고 하자,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해럴드의 다른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해럴드는 상대방이 그녀에게 접 근하지 못하도록 팔을 벌렸다.그러나 필립 클레이턴은 죽어도 자기 아내를 붙잡고 말 겠다는 심산인 듯했다.그가 다시 옆으로 공격을 개시해 들어왔다.그러자 공포에 질린 엘지는 쏜살같이 방을 뛰쳐나갔다.그러자 필립 클레이턴이 순식간에 그 뒤를 쫓아나 갔고,해럴드 역시 그 뒤를 따라 달려갔다.엘지는 복도 끝에 있는 자기 침실로 부리나 케 달려 들어갔다.해럴드는 그녀가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었지만 제대로 문이 잠겨진 건 아니었다.그녀가 문을 채 잠그기도 전에 이미 필립 클레이턴이 문을 홱 잡아당겨 열었던 것이다.그의 모습이 방안으로 사라지면서 해럴드는 엘지의 두려움에 찬 비명 소리를 들었다.순간 해럴드는 잽싸게 그들을 따라 방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엘지는 창 커텐 뒤에서 궁지에 몰려 있었다.해럴드가 막 방에 들어선 순간 필립 클레 이턴이 스패너를 휘두르며 그녀에게 덤벼들었다.그러자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기 옆에 있던 책상에서 무거운 문진(책장이나 종이가 날리지 않도록 누르는 물건) 을 홱 잡아채서는 힘껏 그에게 던졌다. 그러자 클레이턴이 개처럼 쭉 뻗어 버렸다.엘지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해럴드는 깜짝 놀라 문간에 그대로 서버렸다.그 여자는 남편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러나 남자는 쓰러진 모습 그대로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때 바깥 복도에서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엘지가 벌떡 일어 나 해럴드에게로 달려갔다. "오,제발----어서----"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기어들어가 는 듯했다. "당신 방으로 돌아가세요.사람들이 올 거예요.사람들이 여기서 당신을 보 게되면---" 해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재빨리 알아차렸던 것이다.마침 지금은 필립 클레이턴이 전투력을 잃어 버리고 뻗어 있는 상태였다.그러나 누군가 엘지의 비명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이 방에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면 쓸데없는 오해만 불러일으키기 쉬울 것이엇다.그녀를 위해서나 그 자신을 위해서나 스캔들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게 좋았다. 가능한 한 조용하게 뛰듯이 그는 재빨리 복도를 따라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그가 자 기 방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거의 30분 동안을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그는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냈다. 조만간 엘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분명히 믿고 있었다. 이윽고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해럴드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엘지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였는데,해럴드는 그녀의 얼굴을 보 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갑자기 그녀는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그녀의 회색 머리카락 은 부시시하게 온통 흐트러져 있었고 눈가에는 검은 원이 깊게 패여 있었다. 그는 재빨리 그녀에게 의자를 권했다.그녀는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면서 자리에 앉 았다.해럴드가 급히 말했다. "아주 피곤해 보이시는군요,라이스 부인.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난 괜찮수.정말 괜찮아요.다만 충격을 받은 것뿐이니까 웨어링씨,끔찍한 일이 발생했수." 해럴드가 물었다. "클레이턴이 많이 다쳤나요?" 그녀가 숨을 죽였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오.그가 죽었다오." 5 방안이 빙글빙글 돌았다. 갑자기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이 해럴드로 하여금 잠시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그는 멍청하게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죽었다고요?" 라이스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 로 말했다. "그 사람 관자놀이가 대리석 문진 모서리에 정통으로 맞은 뒤,뒤로 벌렁 넘어진 곳이 하필이면 벽난로의 쇠 펜더였수.직접적인 사인이 그 둘 중 어떤 것인지 는 나도 몰라---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죽었다는 거유.그냥 봐서도 죽은 게 분명하 다우." 재앙---그것은 아까부터 끊임없이 해럴드의 머릿속에 울려퍼지고 있는 단어였다. 재앙,재앙,재앙........ 그가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사고였어요....내 눈으로 직접 본 걸요." 라이스 부인이 날카롭게 말했다. "물론 사고였수.나도 그걸 알지.하지만---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난---솔직히 말해,정말 두려워! 해럴드 여긴 영국이 아니잖수." 해럴드가 천천히 말했다. "난 엘지의 이야기를 확증할 수 있습니다." 라이스 부인이 말했다. "그래,그 얘도 당신의 이야기를 확증할수 있지.그건---그건 정말 그렇네!" 예리하고 머리가 좋은 해럴드가 그녀의 말을 못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그는 모든 일 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자기들이 처한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깊이 통감했다.그와 엘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 은 그들 두 사람이 함께 소나무 숲속에 있는 것을 폴리시가의 여자 하나가 보았다는 사실이었다.그것도 약간은 미묘하달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 말이다.폴리시가의 숙녀 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분명했지만,그러나 약간은 알아들을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 었다.만약 그 여자가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엇듣기라도 했다면, '질투'나'남편'같은 단어의 의미는 알아들었을지도 몰랐다.어쨌든 그 여자가 클레이턴에게 그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어떤 얘기를 해주었음은 분명했다.그리고 그 결과는---그의 죽음이 었다.더욱이 클레이턴이 죽었을 때 해럴드 자신은 '엘지 클레이턴의 방에 있지 않았 는가?' 그가 계획적으로 문진을 사용하여 필립 클레이턴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또 질투심 많은 남편이 실제로는 그들이 함께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도 전혀 없었다.오직 하나 있다면 그건 그 자신과 엘지의 말뿐이었다.그렇지만 사람들이 그걸 곧이들을까? 차가운 두려움이 그의 몸을 엄습했다.그는 상상하지 않으려 했다.아니,진짜로 상상하 지 않았다.그 자신이나 엘지 두 사람 중 하나가 그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을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말이다.어쨌든 그들이 과실치사라는 책임은 져야 할 게 분명했다.(이런 외국에도 과실치사죄가 있는가?) 그러나 그들이 무죄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그렇다면 온 신문의 기삿거리가 될 게 뻔했다. '영국의 유능한 한 신진 정치가와 여자가 공모하여 질투심 많은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렇게 되는 날이면 그날로 그의 정치적 생명은 끝나는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없다.그런 스캔들 속에서 살아 남은 사람은 아직 아무 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충동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그 시체를 없애버릴 수 없을까요? 어디 모르는 곳 에다가 묻어 버리면?" 라이스 부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나무라는 듯한 표정이 되었기 때문에 그는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신랄한 투로 말했다. "이봐,해럴드 씨,이건 탐정소설이 아니라우!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를 바 없어." "그렇겠지요." 하고 그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럼 어떡해야 하지요? 오,하느님! 난 어떡해야 하죠?" 라이스 부인이 절망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그녀의 미간은 찌푸러져 있었으며 그녀의 심장은 고통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해럴드가 다그쳐 물었다. "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요? 이 무서운 재앙 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요?" 드디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재앙이라는 단어가! 오,얼마나 끔찍하고 저주스러운 단어란 말인가!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라이스 부인이 거칠게 말했다. "엘지---내 딸,뭐든지 하고 말고...그 애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면,그건 그 퀮를 죽이는 거나 같을 거유." 그리고 그녀가 덧붙였다. "당신 역시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되겠지.모든 것이 말이우." 해럴드가 가까스로 말했다. "난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진심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라이스 부인이 쓰디쓰게 계속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 부당해. 진실은 그게 아닌데! 당신과 그 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수? 난 그건 분명히 알고 있다오." 해럴드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적어도 그것만은 자 신있게 증언해 주실 수 있겠군요.그리고 정말 말씀 그대로입니다." 라이스 부인이 통렬하게 말했다. "그래,사람들이 나를 믿기만 한다면.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어떤지는 잘 아실 텐데!" 해럴드는 우울하게 그 말에 동의했다.유럽 대륙 사람들에게는 그 자신과 엘지가 무슨 부도덕한 관계로 비칠 게 틀림없었고,또한 라이스 부인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부인 해봤자 사람들은 그녀가 자기 딸을 위해 거짓증언을 한다고 여길 게 뻔했던 것이다. 해럴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예,설상가상으로 여긴 영국이 아닙니다." "아!" 라이스 부인이 고개를 들었다. "참,그렇지....여긴 영국이아냐.그렇다면 이렇 게 해보는 게---" "예?" 하고 해럴드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라이스 부인이 불쑥 이렇게 물었다.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어느정도나 되우?"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돈을 더 부치라고 할 수는 있지요." 라이스 부인이 엄하게 말했다. "돈이 상당히 많이 필요할 게유.하지만 한번 시도는 해볼 만해." 해럴드는 다시 강한 절망감을 맛보는 기분이었다. "무슨 생각이신데요?" 라이스 부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힘으로는 그 시체를 숨길 수가 없지만,내 생각에는 그걸 공식적으로 흐지부지하게 만들수 있는 방법이 있을 듯도 한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해럴드가 반신반의하면서 물었다. "그렇수,우선 이 호텔의 지배인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유.물론 그의 입을 틀어막으려면 상당히 많은 돈을 쥐어줘야 하겠지만.내가 보기에는 이 조그맣고 한적한 발칸 반도의 마을에서는 사람들을 쉽게 뇌물로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수.이곳 경찰관들이야 더더욱 쉬울지도 모르지!" 해럴드가 천천히 말했다. "나도 그 생각이 옳다고 믿습니다." 라이스 부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다행스럽게도,호텔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더군." "엘지의 바로 옆방에는 누가 있지요?" "폴리시가의 두 여자.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 거유.만약 들었다면 그때 복도에 나와 있었을 거니까.게다가 필립은 밤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밤 당번 포터를 빼고는 그를 본 사람이 없어요.그래서 모든 일을 감쪽같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거유.안 그래,해럴드 씨? 즉,필립의 사인을 자연사로 처리하는 거지! 단,그렇게 하려면 사람들을 매수할 엄청난 돈이 필요하게 된다우.그리고 돈 문제만 해결된다면 적당한 사람을 찾아내는 거유.아마,경찰서장 정도면 좋겠지!" 해럴드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코믹 오페라가 되는 셈이네요? 어쨌든 한번 해보기나 합시다." 6 라이스 부인은 정력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먼저 지배인을 불러들여 설득을 시켰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해럴드는 그 일에 끼지않고 자기 방에 가 있었다.물론 그전에 그와 라이스 부인은 엘지와 그 남편이 부부싸움을 하던 중 갑자기 남편이 심장마비 를 일으켜 죽었다고 하기로 했다.물론 엘지의 젊음과 미모도 지배인의 동정심을 불 러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찾아와 라이스 부인의 침실로 들어갔다.그들이 떠난 것은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그 동안 해럴드는 돈을 보내라고 전보만 쳤을 뿐 그 이외의 일에는 전혀 상관할 수가 없었다.사실 이곳 경찰관계자들이 모두 영어 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할 일이 없기도 했다.12시에 라이스 부인이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아주 기진맥진해 보였지만,그녀 얼굴에 나타난 안도감은 교 섭의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그녀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잘 됐어요!" "아이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수완이 정말 보통이 아니시군요!" 라이스 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오히려 그러는 게 정 상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뭐겠수.사실상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더라니까.솔직히-- 너무 그러니까 좀 혐오스럽게 느껴지더군!" 해럴드가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경찰관들의 부패에 관해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그럼,액수는요?" "상당히 많지 뭐유." 그녀는 돈을 매길 사람들의 이름을 죽 읽어 내려갔다. 경찰서장 총경 경비원 의사 호텔 지배인 야근 담당 포터 그것에 대해 해럴드가 한 말은 다지 이것뿐이었다. "야근 담당 포터한테는 얼마 주지 않아도 되겠지요? 약간 사례하는 정도로만 주면 될 것 같은데." 라이스 부인이 설명했다. "지배인은 그가 이 호텔에서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 고 요구했수.그러니까 경찰한테는 필립이 기찻간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말하자 는 것이었지.다시말해 그가 바람을 쐬러 복도에 나갔다가---열차의 승강구가 항상 열려 있다는 건 아실 거유.그러니까 선로에 굴러 떨어졌다는 얘기지.정말 경찰이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지 뭐유!" "정말이지----" 하고 해럴드가 말했다. "우리 나라 경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군요." 자신이 대영제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면서 그는 점심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7 점심 식사 후에 해럴드는 평상시처럼 라이스 부인과 그녀의 딸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그는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행동하려고 애썼다.어젯밤 사건 이후 그가 엘지의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고 충격으로 인해 고 통을 받고 있는게 분명했지만,그녀는 기후나 경치 같은 일상사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 서 애써 평상시처럼 행동하려고 했다.그들은 지금 막 도착한 손님이 어느 나라 사람 인지에 대해서 각자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해럴드는 그런 코밑 수염으로 보 아 프랑스 인이 분명하다고 했고---엘지는 독일인---그리고 라이스 부인은 스페인 사 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스에는 양 끄트머리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폴리시 가의두 여자밖에 아무도 없었다.그들을 쳐다보자 항상 그렇듯이 해럴드는 불길한 예감이 스며드는 것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그 무표정한 얼굴하며,그 커다랗게 휘어진 코,독수리 발톱같이 생 긴 그 길다란 손...... 보이가 다가와 누가 라이스 부인을 만나잔다고 말했다.그녀가 일어나 그 뒤를 따라갔 다.그들은 그녀가 호텔 입구에서 경찰관 제복을 입은 사람과 만나는 것을 보았다. 엘지가 숨을 죽였다. "저,혹시---무슨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해럴드는 재빨리 그녀를 안심시켰다. "오,아니오! 절대로 그럴리가 없어요." 그러나 순간 자신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아주 수완이 좋 으시더군요!" "예,어머닌 위대한 투사예요.어떤 일이 있어도 꼭 이기고 말거든요." 하고 엘지는 몸을 떨었다. "하지만 너무 끔찍한 일이죠?" "자,그런 생각일랑 잊어버려요.이젠 다 끝났으니까." 엘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그걸 잊을 수가 없어요.그를 죽게 한 사람이 바로 저라는 걸---" 해럴드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지 말아요.그건 사고였어요.누구보다 당신이 그걸 잘 알잖소?" 그녀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해럴드가 덧붙였다. "아무튼 그 일은 지나간 일이오.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다시는 그 런 생각일랑 하지 말아요." 라이스 부인이 되돌아왔다.그녀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모든 일이 다 잘된 게 분 명했다. "솔직히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약간 놀랐지 뭐유." 그녀는 아주 쾌활하게 말했다. "하지만 형식적 수속에 필요한 몇 가지 서류가 있어서 왔대요.얘야,모든 게 아주 잘되었어.그러니까 이젠 한시름 놓게 되었단다.자,리큐르(식물성 향료,단맛 등 을 가미한 강한 술)라도 한 잔 시켜서 마시고 기운을 차리자꾸나." 리큐르는 주문하자마자 곧 나왔다.그들은 모두 자기 컵을 높이 들었다.라이스 부인이 말했다. "미래를 위해 건배!" 해럴드가 엘지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건배!" 그녀도 그에게 미소로 답하면서 자신의 컵을 높이 들고서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당신의 성공을 위해 건배! 당신은 분명 위대한 정치가가 될 거예요." 두려움이 컸던 만큼 걱정이 모두 사라진 지금 그들은 그만큼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어둠은 사라지고 밝은 태양이 솟았구나! 그때 테라스 양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독수리같이 생긴 두 여자가 함께 일어섰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기들이 뜨개질하던 털실을 조심스럽게 말았다.그런 다음 석조 바 닥을 가로질러 그들에게로 다가왔다.그들은 가볍게 목례를 한 뒤에 라이스 부인 옆에 앉았다.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나머지 한 사람은 엘지와 해럴드 를 번갈아 쳐다보았다.그런 그녀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미소가 어려 있었다.그러나 결토 기분좋은 미소가 못 된다고 해럴드는 생각했다. 그는 라이스 부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그녀는 폴리스 가의 여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고,무슨 말인지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그녀의 표정 으로 미루어 무슨 내용인지는 알 것 같았다.그녀의얼굴에는 지난 밤의 고통과 절망감 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간이 몇마디 할 뿐이었다. 이윽고 두 자매가 자리에서 일어나 딱딱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인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해럴드가 앞으로 몸을 내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라이스 부인이 아주 절망적인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저 여자들이 우리를 협박하는군요.어젯밤 다 들었다는 거예요.그래서 우리가 없었던 일로 하려던 게 오히려 일을 더 망치게 되어 버렸으니...." 8 해럴드는 호수 옆에 난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그를 강타한 절망과 비통함을 육체적 인 운동으로나마 진정시켜 보고자 아까부터 이렇게 거의 한 시간 이상을 걷고 있는 중이다.그는 자신과 엘지의 인생을 그 사악한 발톱으로 할퀴고자 하는 그 무서운 두 여자를 처음 본 지점에 이르렀다.그는 크게 말했다. "천벌이나 받아라! 악마같이 피 를 빨아먹는 하피 같은 여자들아,벼락이나 맞고 죽어버려라!" 그때 가벼운 기침소리가 그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그는 콧수염을 무성하 게 기른 한 외국인이 막 나무 그늘 사이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해럴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한 기분이었다.이 조그만 남자가 아까 자신 이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지도 몰랐기 깨문이다.당황한 해럴드가 약간은 어색하 게 말을 꺼냈다. "오---흠---좋은 오후군요." 그러자 상대방이 완벽한 영어로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좋은 오후가 아닐 텐 데요,그렇지요?" "그,글쎄---저---난---" 하고 해럴드는 다시 말을 더듬거렸다. 조그만 남자가 말했다. "무슈,당신한테는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요?" "말씀은 고맙지만,괜찮아요! 기분만 더 나뻐질 건데요,뭘." 상대방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난 당신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내가 보 기에는 아까 그 테라스에 앉아 있던 그 두 숙녀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지요?" 해럴드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들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그는 덧붙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당신은 누구시죠?" 마치 왕실 사람들에게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난 에르큘 포와로지요.잠시 숲속이나 산책하면서 당신 얘기를 들어볼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분명히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는 불과 몇 분 전에 알게 된 낯선 남자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털 어놓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너무 과도하게 긴장한 탓인지도 몰랐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간에 그는 에르큘 포와로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다. 에르큘 포와로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한두 번은 우울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기도 했다.해럴드가 드디어 이야기를 모두 끝내자 포와로가 꿈꾸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바로 스팀팔로스 호수 옆에서 쇠부리로 인간의 살을 파먹고 산다는 스팀팔로스 새들 이로군....예,아주 잘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도저히----" 해럴드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이 괴상하고 조그맣게 생긴 남자가 아마 미쳤나 보다고 그는 생각했다. 에르큘 포와로가 미소를 지었다. "잠깐 무슨 생각이 나서요.난 모든 사물을 내 방식 으로 바라보는 버릇이 있거든요.자,이제 당신의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당신 입장이 아주 난처하게 되었군요." 해럴드가 성급하게 말했다. "난 그런 식의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계속해서 말했다 "공갈협박,그거 아주 심각한 문제군요.그 하피들이 당신한테서 엄청난 돈을 끌어가고도---또다시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는 말이지요! 만 약 당신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 해럴드가 쓰게 내뱉었다. "모든 게 끝장입니다.난 정치적 생명이 끊어지고,그 착하고 불쌍한 아가씨는 염라대왕한테로 가게 되겠지요.어떻든 그 끝이야 신만이 알겠죠!" "그러니까---" 하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무슨 조처가 있어야죠!" 해럴드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무슨 조처요?" 에르큘 포와로는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반쯤 내리감았다.(해럴드의 마음속에는 그가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청동 캐스터네츠를 칠 시간이란 말입니다." 해럴드가 말했다. "당신 정말 미친 사람 아니오?" 상대방은 머리를 흔들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난 단지 나의 위대한 선배인 헤라클레스가 걸었던 길을 따르고자 하는 것 뿐이오.그러니까 잠시만 참으시오.내일 까지는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서 구해줄 테니가." 9 그 다음날 아침 아래층으로 내려온 해럴드 웨어링은 에르큘 포와로가 테라스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자기도 모르게 해럴드는 에르큘 포와로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그는 포와로에게 다가가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잘됐소?" 에르큘 포와로가 그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됐소." "무슨 뜻이지요?"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처리되었다는 말이오." "아니,어떻게요?" 에르큘 포와로는 꿈꾸듯이 말했다. "내가 청동 캐스터네츠를 사용했지요.그걸 현대 적인 어법으로 바꿔 말하면 전선이 윙윙 울게 만들었다 이겁니다.요컨대 전신기를 사용했다는 거지요! 이제 당신을 괴롭히던 그 스팀팔로스의 새들은 앞으로 당분간은 자신들의 그 좋은 머리를 써 먹을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게 될 겁니다." "그 여자들이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던 사람들인가요? 어젯밤에 체포됐나요?" "그렇소,틀림없이!" 해럴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놀랍군요! 그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스 부인과 그 따님한테 가서 얘기를 해줘야겠어요."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오,다행이군요." 해럴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된 건지 얘기를---" 그는 돌연 말을 멈추었다. 호수 쪽에서 두 여자가 새처럼 망토를 휘날리며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절규하듯이 외쳤다. "그들이 체포되었다고 하셨잖아요?" 에르큘 포와로가 그의 시선을 따라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저 숙녀분들요? 저 사람 들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포터의 말대로 저 사람들은 훌륭한 폴리시 가의 숙녀들이 에요.아마,저들의 외모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셨나 본데 실은 그게 아닙니다." "어떻게 된 셈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군요." "예,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경찰에 지명수배된 사람은 다른 여자들이에요.그 수완좋은 라이스 부인과 그 애처로운 클레이턴 부인 말입니다! 그들은 아주 유명한 맹금들이에요.사람들한테 공갈협박을 하여 먹고 살아가는 상습범들이죠." 해럴드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남자---죽은 그 남자는?"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또 남자라고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아요." "그렇지만 난 그를 봤다고요!" "오 아닙니다.키가 크고 목소리가 저음인 라이스 부인은 아주 남자 흉내를 잘 냅니다 남편 역을 맡았던 건 바로 그 여자였어요.자기의 회색 가발을 벗어버리고 감쪽같이 남자로 변장한 거란 말입니다."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방의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남의 말을 너무 경솔히 믿어버리는 것도 문제 가 되지요.그리고 시골 구석의 경찰이라고 해서 그렇게 쉽게 매수되지는 않습니다. 아마 결코 매수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특히 살인 문제라면 더더욱! 그 여자들은 대부 분의 영국인들이 외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한 거지요.라이스 부인이 불어 나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까닭에 항상 지배인과 얘기하는 사람은 그녀고 따라서 그녀 는 사기극을 아주 그럴듯하게 연출한 겁니다.그리고 경찰관들이 호텔에 도착해서 그 녀의 방으로 들어갔단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거야 당 신은 모르죠.혹시 브로치나--뭐,그런 종류의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을지도 모르지 요.하여튼 그 여자는 경찰이 호텔에 왔다는 것을 당신에게 보이기 위해서,뭐 그럴듯 한 핑계를 대었을 겁니다.그런 다음에는 실제로 어떤일이 일어났지요? 당신은 돈을, 그것도 상당한 액수의 돈을 보내라고 전보를 쳤고,그 돈을 모든 협상을 맡고 있는 라이스 부인에게 몽땅 건네주었습니다! 일이 바로 그렇게 된 거란 말입니다.그러나 그 탐욕스런 맹금들은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더 많은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합니다.그런데 당신이 그 폴리시 가의 두 숙녀를 이유없이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된 그 여자는 그것을 이용할 생각을 합니다.그래서 문제의 그 숙녀들이 라이스 부인에게 와서 함께 잡담을 주고받는 순간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이용을 한 거지요.그들 사이세 무슨 말이 오갔는지 당신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을 교 묘하게 이요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결국 당신은 라이스 부인이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새롭게 등장한 두 명의 협박자들을 매수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속아서 말입니다." 해럴드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럼,엘지---엘지는?" 에르큘 포와로는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기의 역할을 잘 해냈지요.항상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걸 보면 배우로서의 소질이 다분한 것 같아요.항상 그녀는 순 진가련파로 행세합니다.티 하나 없이 순수한 여자로 말이죠.그리고는 섹스가 아니라 기사도 정신에 호소하는 겁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꿈꾸듯이 덧붙였다. "영국 남자들은 그런 수법에 항상 잘 넘어가더군요." 해럴드 웨어링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그러더니 활발하게 말했다. "앞으로 유럽에 있는 나라의 언어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다 배울 생각입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이런 바보스런 꼴을 당하지 않겠습니다!"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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