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이 단편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집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수록된것으로 에르큘 포와로가 탐정으로 등장합니다. 네메아의 사자 1 "오늘 아침에는 뭐 재미있는 일이 없소,레몬양?" 다음날 아침 방에 들어서면서 포와 로는 이렇게 물었다.포와로는 레몬을 신뢰했다.그녀는 상상력이 없는 게 흠이었지만 직관력이 뛰어난 여자였다.지금가지 그녀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은 대부분 맞아떨어졌다.그런 점에서 그녀는 타고난 비서인 셈이다. "아무 일도 없어요,포와로씨.흥미를 느끼실 만한 편지가 한통 있긴 하지만.편지는 서류철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무슨 편지?" "자기 아내가 기르던 발바리가 없어졌다고 그것을 조사해 달라는 남자한테 온 거예 요." 포와로는 기가 막혀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리고 말았다.그리고는 레몬 양을 아주 책망하는 눈길로 흘겨보았다,다행이도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타 이프를 치기 시작했다.그녀의 손은 마치 속사포를 쏘아대는 사람처럼 더욱 빨라졌다. 포와로는 기분이 상했다.그것도 아주 심하게 말이다.레몬양이 그 유능한 레몬양이 나를 이렇게 실망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발바리? 발바리라니 무슨 소리야! 간밤에 꾼 꿈도 있는데 말이야.아침에 하인이 침실로 초콜릿을 가져와서 그를 깨웠을 때,그 는 막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버킹엄 궁전을 떠나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는 그냥 참기로 했다.타자치는데 몰두해 있는 그 녀에게 얘기 해 봤자 그의 입만 아플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입으로 툴툴거리면서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철 맨 위쪽에서 그 편지를 집어 들었다.내용은 레몬양이 말한 그대로였다.주소는 시내로 되어 있었고,내용은 사무적 발바리 한마리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내용이었다.그것을 읽어가던 포와로의 입술이 위로 치켜올라갔다. 별볼일없는 내용이군.뭐,그렇고 그런 사건 아닌가?-하지만 그래,조금 이상한 그석이 있긴 있서.레몬양이 옳게 본거야.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좀 있거든. 에르큘 포와로는 자리에 앉았다.그리고는 편지를 다시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그가 지금 맡고 싶어하는 사건은 이런 종류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사건처럼 시시 한 일도 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어떻게-여기에 그가 이사건을 꺼리는 이 유가 있다.-이 일을 헤라클레스의 모험으로 삼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이일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그는 이 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타자치는 데에 열중해 있는 레몬양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 편지를 보낸 조지프 호긴경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그쪽으로 찾아가겠다고 하고 시간 약속을 정하도록 하시오." 이번에도 결국 레몬양의 직감이 맞아 떨어진 셈이 되었다. "난 평범한 사람이요,포와로씨."하고 조지프 호긴경이 말했다. 에르큘 포와로는 오른손으로 애매한 제스처를 지어보였다,그것은 사회적으로 탄탄한 조지프경에 대한 감탄의 표시이며-이런 표현에 동감할는지 모르겠지만-동시에 겸손 한 그의 태도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도 했다.또한 포와로가 그런 그의 말을 곧이경 경은 에르큘 포와로가 자기를 처음 보고서 아주 평범한 사람(좀 더 회화적인 표현을 쓰자면 그렇다는 말이다)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르큘 포와로는 살이 쪄서 두툼해진 턱,조그만 돼지 눈,주먹코와 말수가 적은 입등 그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그런데 그런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연상되는 게 있 었다-한동안 그는 그게 사람인지 아니면 사건인지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이윽고 희미하게나마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는데...벨기에에 서....그래,분명히 비누와 관계된 일이었어. 조지프경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서로 체면치례는 하지 않기로 합시다.난 말을 돌려서 하는 사람이 아니오.대 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이라면 그냥 넘어갈 겁니다,포와로씨.남한테 돈을 떼인 셈 치고 그냉 잊어버리겠지요.하지만 나 조지프 호긴은 다릅니다.난 부자요-말하자면 200파운드라는 돈은 나한테 있으나마나 한-" 포와로가 재빨리 그의 말을 가로챘다."축하합니다." "뭐라고요?"조지프 경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안 그래도 작은 눈이 더욱더 가늘어졌 다.그는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아무데나 뿌리는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도.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지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세대로 지불하는 게 내 원칙이 오-그 이상은 곤란합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수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죠?" "그건 그렇소.이런 일은--" 조지프경이 교활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건이라고 할 수도 없는것일테니 말이오." 에르큘 포와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흥정을 하지 않습니다.전문가니까요.따라서 당신이 지불하는 것은 전문가를 고 용하는 댓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지프경은 솔직하게 말했다. "당신이 이 방면에서 최고 권위자라는 것은 나도 압니다.이미 조사도 해보고,얘기도 익히 들어왔으니까요.난 돈이 얼마가 들던지간에 이 일의 진상을 규명해 볼 작정이 오.그래서 이렇게 당신에게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정말 운이 좋으셨습니다."하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뭐라고요?"하고 조지프경이 조금 전과 똑같이 되물었다. "이만저만 운이 좋은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다시 에르큘 포와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건방지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지금 난 내생애 최고의 절정기에 있습니다.하지만 조 만간 은퇴해서-이따금 세계일주나 하면서 시골에서 조용히 지낼 생각입니다.물론 농 사를 지으면서 말이죠.-특히 베지터블 메로스의 품종을 개량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작정입니다.베지터블 매로스는 아주 좋은 채소이긴 하지만-맛과 향이 좀 떨어지거든 요.얘기가 조금 옆으로 빗나갔는데,어쨌든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난 지금부터 몇개의 사건만을 처리한 다음에 은퇴할 거라는 겁니다.난 그걸 더도 말고 딱 열두가 지로 정했습니다.그리고는 그걸 '헤라클레스의 모험'이라고 부르기로 했지요.따라서 조지프경,당신이 맡긴 이 사건이 그 열둘 중 첫번째가 되는 셈입니다.내가 이 사건 을 맡기로 마음먹을 이유는-"그는 한숨을 쉬었다."이게 너무나 사소한 문제이기 때 문입니다." "사소하지 않다니요?"조지프경이 말했다. "사소하다고 했습니다.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사건들은-살인,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죽음.강도,또는 보석도둑을 찾아내거나 밝혀냐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다 시 말해서 지금까지 내가 발바리 납치사건 같은 것을 맡은 적이 한번도 없었단 말입 니다." 조지프경이 툴툴거리며 말했다."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 기네 애완동물을 찾아달라고 당신한테 부탁하고 있는지를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그 무슨 말씀이오?"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하지만 그런 문제를 남편이 직접 의뢰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 음이지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지 조지프경의 작은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왜 사람들이 당신을 추천하는지 이재야 알 것 같소.포와로씨,당신은 정말 날카로운 사람이오." 포와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이제 사건의 경위를 말씀해 주시지요.그 강아 지가 없어진 게 언제입니까?" "지금부터 일주일 전이오." "그렇다면 지금 부인께서는 극도로 흥분해 있겠군요?" 조지프경이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지금 사정을 이해 못하시겠지만,그 강아지는 이미 찾았소." "찾았다고요? 아니 그럼,문제가 뭐죠?" 조지프경의 얼굴이 벌개졌다."난 남한테 사기를 당하고는 못 참는 성미이기 때문이 전이었소-아내가 말 상대로 고용한 여자가 켄싱턴 가든에 데리고 갔다가 그만 잃어 버린 거지요.그리고 그 다음날 아내 앞으로 200파운드를 요구하는 편지가 날아들었 습니다.이걸 맡아 해결해 주시면-내 그 200파운드를 당신에게 드리겠소! 시끄럽게 준다면 내 두말않고 그 돈을 다 드리겠단 말이외다!" 포와로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그럼 당신은 그 돈을 지불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 던 거로군요?" "당연하지요-만약 내가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을 겁니다! 밀리(내 아내요)는 그런 내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1파운드짜리 지폐로 200장을 만들어 범인이 지시한 주소로 송금을 해준 모양 이오." "그런 뒤에 강아지가 돌아왔다는 거지요?" "그렇소,그날 저녁때 벨이 울리길래 밖에 나가보니 그놈의 강아지가 문 앞 층층대에 앉아 있지 뭐요.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은 채 말이오." "좋아요,계속하십시오." 까 ?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결국 일은 이미 벌어진 거고,여자들은 다 그렇게 주책바가 지 아닙니까? 사실 말이지,클럽에서 사무엘슨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 일은 그냥 그 렇게 넘어갔을 거요." "그런데요?" "제기랄! 그 일이 상습적인 협박이 분명하더라 이겁니다! 우리와 똑같은 일을 그 친 구도 당했소.그친구 부인은 그놈들한테 무려 300파운드나 되는 돈을 빼앗겼다는 거 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자꾸 생길지도 모르는데,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 릇이 아니겠소? 그래서 이렇게 당신을 만나자고 편지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경찰을 찾아가는 게(비용도 거의 안 들테고)더 낫지 않을까 요,조지프경?" 조지프경이 자기 코를 문질렀다."결혼하셨소,포와로씨?" "정말 유감스럽게도-"하고 포와로가 말했다."난 그런 축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흠-"조지프경이 말했다."그게 축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하여튼 당신도 여자들 들이 얼마나 이상한 동물인지는 잘 아실거요.우리 집사람은 경찰이란 말만 들어도 히스테리를 일으킨다오-내가 경찰한테 가기만 하면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센 텅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오.집사람은 이번일을 조사하겠다는 내 생각에 반대를 하고 나섰소-경찰은 물론이고 심지어 당신한테 부탁하겠다는 것도 그 리 달가워하지 않더란 말이오.하지만 내가 완강히 나가니까 자기가 별수 있나,꺾일 수밖에.그러나 우리 집사람이 이 일을 싫어한다는 걸 꼭 염두에 두길 바라오." 경 의 부인한테는 좀더 자세한 상황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부인의 강아지가 앞으로는 절대 납치될 염려가 없다는 것을 먼저 확인 시켜 줘야 된다는 거군요?" 조지프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지금 당장 가서 만나 봅시다." 에르큘 포와로는 나지막히 말했다."입장이 미묘하게 되었군요.그러니까 말하자면 "물론 밀리는 나한테 모든 걸 고백했고 난 불같이 화를 냈지요.하지만 어쩌겠습니 짖어대기만 하는 그 망할 놈의 강아지를 미끼로 해서 돈을 강탈해 간 범인을 찾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우아하게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어쨌든 조지프 네메아의 사자 2 따뜻하고 화려하게 꾸민 커다란 응접실에 두 여자가 앉아 있었다.조지프 경과 포와로 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조그만 발바리 한 마리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오더니 맹렬 하게 짖어대면서 포와로의 발목 둘레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샌-샌,이리 와.여기 엄마한테로 와-카너비양,샌 좀 잡아줘." 그러자 한 여자가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왔다.에르큘 포와로가 중얼거렸다. "영락없는 사자로군 그래." 약간 숨을 헐떡이며 샌 텅을 붙잡고 있던 여자가 그 말에 동의를 표했다. "정말 그래요,이 강아지는 정말 집을 잘 지킨답니다.도대체 무서워하는 것이 없다니까 요.그래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의례적인 소개가 끝나자 조지프경이 말했다."그럼 포와로씨,난 이만 나가볼 테니까 잘 얘기 해 보시오." 이말과 함께 가벼운 목례를 한 뒤 그는 방을 떠났다. 호긴 부인은 헤나 염색약으로 붉게 염색한 머리에 뚱뚱하고 성질이 까다로워 보이는 여자였다.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카너비 양은 그녀가 말상대로 고용한 여자였다. 역시 뚱뚱하게 살이 찌긴 했지만 상냥해 보였으며 나이는 40대와 50대의 중간쯤으로 보였다.그녀는 호긴 부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는데,그 여자를 무척 무서워하 는 모양이었다. 포와로가 말했다."호긴 부인,이제 이 흉악한 범죄가 발생한 경위를 처음부터 다 말씀 해 주시지요." 호긴 부인의 얼굴이 금방 붉어졌다."포와로씨,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기쁘군 요.그럼요,범죄고말고요.발바리는 조그만 일에도 상처를 압기 쉽답니다.-마치 어린애 들처럼요.아마 그대로 내버려 뒀더라면 가엾은 샌 텅은 놀라서 그만 죽었을지도 몰라 요." 카너비양이 숨찬 목소리로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래요,정말 몹쓸 짓이었죠.세상에- 그렇게 나쁜 짓을 하다니!" "나한테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해 보세요." "그러니까 이렇게 된 일이었어요.카너비 양이 샌 텅을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는 데-----" "예,모든 것이 제 잘못이었어요."하고 주인 여자의 말상대로 고용된 여자가 그 말을 받았다."제가 너무 바보 같았어요.-제가 너무 부주의했기 때문에--" 호긴 부인이 쌀쌀맞게 말했다."카너비양,난 당신을 나무랄 생각은 없어.하지만 좀더 신경을 썼어야지." 포와로는 시선을 그 하녀에게로 옮겼다."그러니까,일이 어떻게 된 거죠?" 카너비 양은 유창하면서도 약간은 당황한 어조로 말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우리가 꽃길을 걷고 있을 때였죠.물론 전 샌 텅의 목걸이에 걸린 줄을 잡고 있었어요.샌 텅은 잔뒤밭에 들어가서 뛰고 놀았지요.그런데 집으로 그만 돌아오려고 하는데 유모차에 웬 아기가 있더라고요.정말 귀여운 아기였는 데--나를 보고 방긋 웃지 뭐예요.고수머리와 장미빛 뺨이 어찌나 예쁜지 한번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였어요.그래서 그 유모차를 끌고 있는 보모에게 다가가 그 아기가 몇살 이냐고 물어 보았죠--보모는 아기가 이제 17개월 됐다고 하더군요.그리고 아주잠시 동 안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샌이 보이지 않더라고요.목걸이에 맨 줄은 잘려진 채--" 호긴 부인이 말했다."조그만 신경써서 맡은 의무를 볾했더라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줄 을 자르고 샌 텅을 납치해 가진 못했을거야." 카너비 양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사람처럼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래서 포와로가 급히 말했다."그 다음은 어떻게 됐지요?" "당연히 공원 안을 샅샅이 뒤졌죠.이름을 불러가며 말이에요! 그리고 공원 관리인한테 가서 혹시 발바리를 데려가는 남자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지만,그런 일은 전혀 없다 는거예요.정말 막막하더군요.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그래서 계속 찾아보다가 결국에 는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카너비양이 말을 멈추었다. 그 다음 말을 듣지 않고서도 포와로는 그 다음 장면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편지를 받았나요?" 호긴 부인이 그 말을 받아 대답했다."다음날 아침 일찍 그 편지가 배달되어 왔서요.내 옹은 샌 텅을 살리고 싶으면 1파운드짜리 지폐로 200파운드를 만들어 보통우편으로'블 룸스베리 로드 스퀘어 38번가 커티스 대령 앞'으로 보내라고 되어 있었어요.그리고 만 약 돈에 표시를 해놓거나 경찰에 알린다면 그때는--그때는--샌 텅의 귀와 꼬리를 몽땅 잘라 버리겠다.'는 거에요." 카너비양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정말 끔찍해요."그녀는 중얼거렸다. "사람이 어쩜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죠?" 호긴 부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는 내가 당장 돈을 보내준다면 그날 저녁으로 샌 텅을 곱게 돌려보내 줄 것이지만 만약에-그 뒤라도 경찰에 신고한다면 샌 텅을 가 만두지 않겠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카너비 양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사실,전 그것도 지금 두려워요--물론 포 와로씨가 경찰은 아니지만--" 호긴 부인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래서 말인데요,포와로씨,아주 조심하셔야 합니다." 에르큘 포와로는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부인,나는 경찰이 아닙니다.범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은밀히 조사를 할 테니까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요.호긴 부인 샌 텅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나 만 믿으십시오.그건 내가 보증하지요." 두 여자는 그 자신 있는 말에 한결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포와로가 계속해서 말했 다."그 편지는 지금 갖고 계시지요?" 호긴 부인은 머리를 흔들었다."아뇨,돈과 함께 그걸 보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했나요?" "예." "흠-아주 유감이군요." 그때 카너비 양이 밝게 말했다."하지만 그 강아지 줄은 있어요.가져 올까요?" 그녀는 방을 떠났다.에르큘 포와로는 그녀가 자리에 없는 틈을 타서 그녀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어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에이미 카너비요? 오,사람은 아주 그만이에요.좀 바보 같아서 탈이긴 하지만 아주 착 하거든요.지금까지 하녀들을 여러 명 두어봤지만 모두들 그렇게 바보스럽더군요.하지 만 에이미는 샌 텅한테는 아주 헌신적이었어요.문제라면 너무 온갖 일에 다 참견하려 는 거지요--그녀 성격으로봐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세상에 유모차에 정신이 팔려 누가 그 귀염둥이를 훔쳐가는 줄도 몰랐으니 기가 막히죠! 저렇게 나이가 많은 하녀들 이 왜 그렇게 아이들처럼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이 일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그렇긴 하군요."하고 포와로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그러나 강아지를 잃어 버렸을 때의 상황을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녀가 정직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있는 법이지요.그녀가 이 댁에 있은 지는 오래 됩니까?" "한 1년 정도 되었어요.신원은 아주 확실한 사람이고요.하팅필드 부인이 세상을 떠나 기 전까지는 그 댁에서 지냈다더군요--한 10년 정도 말이에요.그 뒤로는 한동안 몸이 약한 동생을 돌봐 주었대요.정말 좋은 사람이에요--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어리숙한 게 흠이지만." 바로 그때 에이미 카너비가 좀 숨을 몰아쉬며 방으로 되돌아왔다.그리고는 잔뜩 기대 하는 표정으로 포와로를 쳐다보면서 그 앞에다 잘라진 강아지 줄을 내놓았다. 포와로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이런--"그가 말했다."정말 누가 잘랐군요." 그러나 두 여자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건 내가 가져가겠습니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제서야 두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이 바란 대로 그가 행동해 주었기 때문이다. 네메아의 사자 3 무슨 일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에르큘 포와로의 습관이었다.언뜻 보기에는 카너비양이 어리숙하고 좀 멍청한 여자가 분명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와로는 심 술궂게 생긴 하팅필드 부인의 질녀를 찾아가 그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잊지않았다. "에이미 커너비요?" 맬트레스 양이 말했다 "그럼,잘 알고말고요.아주 좋은 여자였죠. 그래서 줄리아 고모한?는 아주 안성맞춤이었어요.강아지도 잘 보살폈고,책도 아주 큰 소리로 아주 잘 읽었거든요,그런데 그녀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곤란한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한 1년전에 어떤 부인 앞으로 그녀의 신원 보증서를 보내준 적이 있었 는데-H로 시작되는 이름이-" 포와로는 서둘러 카너비양은 아직도 그 집에 잘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그리고 강아지 를 잃어버린 조그만 사건이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미 카너비는 강아지를 아주 좋아했어요.그래서 우리 고모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 기 발바리를 카너비양에게 물려주었죠.강아지가 죽었으면 무지 슬퍼했겠지요.정말 좋 은 여자에요,물론 그렇게 머리가 똑똑한 편은 못되지만." 에르큘 포와로도 카너비양이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거라고 말했다. 다음 일은 커너비양이 그 사건이 일어나던 오후에 말을 걸었다는 공원지기 남자를 찾 아내는 것이었다.그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그 남자는 문제의 그날 일을 잘 기억 하고 있었다. "약간 살이 찐 중년 부인이--그 정도면 정상인데--발바리를 잃어버렸죠.난 그녀의 얼 굴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날도 그 부인이 강아자를 데리고 나왔으니까요.그런데 얼마 뒤에 보니까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아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나한테 달려 와서는 혹시 누가 발바리를 데려가는 걸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그렇 지만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선생님도 생각해 보세요.그날 공원에는 온갖 종류의 개 가 다 나와 있었는걸요--테리어,발바리,독일산 다크스 훈트,러시아 산 보르조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들이 나와 있었단 말입니다.그런데 어느 누가 신 경써서 그 발바리만 쳐다보고 있겠답니까? 불가능한 일이죠." 에르큘 포와로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블룸스베리 로드 스퀘어 38번지를 찾아갔다.38,39,40번지는 모두 발라클라바 프 라이버트 호텔(예약 손님 외에는 받지 않는 호텔로 민박 형태의 고급 하숙집)이 차지 하고 있었다.그는 층계를 올라가 문을 밀어서 열었다.내부는 어두침침했고 호텔에서 아침식사로 훈제 청어와 양배추 요리를 준비했는지 아직도 그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 었다.왼쪽에는 슬픈 표정의 국화꽃이 놓여 있는 마호가니재 탁자가 하나 있있고,그 테 이블 바로 위쪽으로 올이 굵은 초록색 나사 천을 씌워 만든 커다란 편지꽂이가 하나 걸려 있었다.포와로는 한동안 그 편지꽂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윽고 그는 자기 오른쪽에 있는 문을 밀어서 열었다.그러자 조그만 탁자들과 억업적인 무늬의 크놹레톤 사라사(의자 덮개)를 씌운 소위 안락의자들이 놓여 있는 일종의 휴게실이 나타났다.나 이든 여자 세명과 사나운 인상의 나이든 신사 한 명이 고개를 들고 무서운 눈초리로 불의의 침입자를 노려보았다.에르큘 포와로는 얼굴을 붉힌 채 얼른 그 휴게실을 물러 나왔다.복도를 따라 앞으로 계속 걸어가니 계단이 나타났다.거기서 복도는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는데,그 모서리에는 분명 식당이 분명한 방이 하나 있었다.거기서 좀더 걸어 가자'사무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문이 보였다. 포와로는 그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그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커다란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잔뜩 흐트러져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그는 문을 도로 닫은 뒤에 식당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더러운 앞치마를 걸친 슬픈 표정을 한 소녀가 식탁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나이프와 포크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가 변명하듯이 말했다."실례지만 여지배인을 좀 만날 수 없을까요?" 소녀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저도 잘 모르는데요"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그렇소." "글쎄요,지금 어디 계신지 저도 잘 모른다니까요." "좀--"에르큘 포와로는 끈질기게 물고늘어졌다."찾아봐 주겠소?" 소녀가 한숨을 쉬었다.날마다 되풀이되는 일만 해도 짜증스러운데 이런 귀찮은 짐까지 떠맡게 되니 정말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몹시 기분이 좋지 않은 목소리로 소녀가 말 했다."글쎄요,한번 찾아보기는 하겠어요." 포와로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하고 다시 홀로 돌아왔다.아까 휴게실에서 무서운 눈 초리로 자기를 노려보던 사람들이 생각나자 도저히 그 휴게실로 다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그가 초록색 나사 천을 씌워 만든 편지꽂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진한 제비꽃 향기가 그이 코로 스며들었다.그리고 옷깃이 스치는 소리 와 함께 여지배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터 부인은 아주 싹싹하고 상냥해 보였다.그녀가 큰소리로 말했다."자리를 비워서 정 말 미안합니다.방이 필요하세요?" 에르큘 포와로가 나지막히 말했다."그건 아닙니다.요즈음에도 내 친구가 여기 살고 있 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을 뿐이지요.커티스 대령이라는 사람인데요." "커티스라--"하고 하터 부인이 크게 말했다."커티스 대령? 내가 그 이름을 어디서 들 었지?" 포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가 말했다."그럼,커티스 대령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지낸 적이 없다는 말입니까?" "글쎄요,분명히 요 근래에는 없었어요.하지만 그 이름이 낯설지는 않군요.그 친구분의 모습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건--"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쉬운 일이 아닌데요."그가 말을 계속 이었다."실제 로 여기 살지 않는 사람한테 편지가 오는 경우도 종종 있나보지요?" "그야 물론이죠." "그럼,그런 편지는 어떻게 하십니까?" "글쎄요,한동안은 우리가 보관하는 게 보통이죠,왜냐하면 그건 그 편지의 주인이 얼마 있지 않아 여기게 올 거라는 뜻도 되거든요.물론,오랫동안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편지 나 소포는 우체국으로 돌려보내고요." 에르큘 포와로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는 덧붙였다."일이 그렇게 된 거군요.친구가 여기서 지내는 줄 알고 이리로 편지를 보냈거든요." 그러자 하터 부인이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아,그래서 그랬군요.제가 봉투에 적힌 이름을 본 게 틀림없어요.하지만 전에 군인이었던 신사분들이 여기서 많이 살다 나가 셨고,지금도 많이 살고 계신 것은 사실이에요.--그럼,볼까요?"그녀는 편지꽂이를 자세 히 들여다 보았다.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그 속에는 없습니다." "그럼 우체국으로 돌려보냈나 봐요.정말 미안합니다.중요한 편지면 어떡하죠?" "오,아닙니다.별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걱정마십시요."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가자 하터 부인이 제비꽃 향수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왔다. "만일 친구분이 오시기라도 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제가 실수를 한 게 틀림없으니까요." "여긴 숙박료가--"하고 하터 부인이 말했다."무척 싸답니다.저녁식사 때는 커피도 그 냥 나오고요.한번 방을 보시는 게 어떨는지...." 가까스로 에르큘 포와로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무엘슨 부인의 응접실은 호긴 부인의 응접실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 었으며,숨이 막힐 정도로 중앙난방장치도 잘 되어 있었다.에르큘 포와로는 현기증이 나서 도금한 콘솔 테이블(까치발로 벽에 받쳐 단 테이블)과 많은 조각품들이 무리지어 서 있는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사무엘슨 부인은 호긴 부인보다 키가 더 컸고 과산화수소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것 같 았다.그녀의 발바리는 이름이 낸키 푸라고 했는데,오만불손하게도 에르큘 포와로를 그 불룩한 눈으로 계속 노려보았다.사무엘슨 부인의 하녀 케블 양은 카너비양이 뚱뚱한 데 비해 몸이 바짝 마른 편이었다.그러나 그녀 역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말솜씨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그녀가 낸키 푸를 잃어버려 아주 야단을 많이 맞은것도 카너비 양의 경 우와 흡사했다. "하지만 포와로씨,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거든 요.해러츠 백화점에서 막 나왔을 때였서요.마침 어떤 간호원이 저한테 시간을 물어보 길래---" 포와로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간호원이라니,병원간호원 말이요?" "아,아니에요.--아기보는 보모였서요.정말 귀여운 아기더라구요! 얼마나 사랑스럽게 생겼는지 몰라요.그 발그레한 장미빛 뺨이라니! 런던에 사는 아기들은 건강이 좋지 않 다고들 하지만 전요---" "엘렌!"하고 사무엘슨 부인이 말했다. 그러자 케블 양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리더니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자 사무엘슨 부인이 신랄하게 말했다."케블 양이 자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유모 차를 들여다보는 사이에 그 나쁜 놈은 대담하게도 줄을 끊고 낸키 푸를 안고서 도망친 거죠." 케블양이 눈물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제가 주 위를 돌아보니까 글쎄,그 귀여운 강아지가 안 보이지 뭐예요.끊어진 줄만 제 손에 잇 는 거예요.그 줄을 보여 드릴까요,포와로씨?" "그럴 필요는 없어요."하고 포와로가 재빨리 말했다.그는 끊어진 강아지 줄을 모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그런뒤에--"그는 말을 계속했다."곧바로 편지를 받으셨다는 거지요?" 편지의 내용은 뻔했다.이것 역시 말을 순순히 듣지 않으면 낸키 푸의 귀외 꼬리를 잘 라 버리겠다는 협박편지였던 것이다.두 편지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딱 두가지 였다.하나는 요구하는 돈의 액수가 다른 것이었고--이번 것은 300파운드였다--또 하나 는 송금하라는 주소였다 이번 주소는 저번과는 달리 '켄싱턴 클론멜 가든스 76번지 해 링턴 호텔 블랙라이 해군 중령 앞'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무엘슨 부인은 계속 말했다."낸키 푸가 무사히 돌아온 뒤에 전 그 주소로 직접 찾아 가 봤답니다.결국 300파운드라는 돈은 어디까지나 300파운드니까요." "그러시겠지요." "거기서 제가 젤 처음 본 것은 홀에 걸려 있는 편지꽂이 같은곳에 꽂혀 있던 돈을 동 봉한 제 편지였어요.그래서 호텔 주인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걸 슬쩍 내 백에 집어넣었 죠.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포와로가 다시 말을 받아 말했다."그런데 기가막히게도 부인께서 그걸 뜯어보니 돈은 온데간데 없고 빈 백지만 있더라,이 말씀이시겠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하고 사무엘슨 부인이 놀란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포와로는 어깨를 으쓱했다."부인 분명히 그 도둑은 강아지를 돌려주기 전에 돈을 무사 히 받아낼 방법을 여러모로 궁리했을 겁니다.혹시라도 누가 그 편지가 없어진 걸 눈여 겨 본다면 도둑한테는 큰일 아니겠습니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편지 속에 들었던 지 폐를 꺼내고 대신 백지를 돈과 같은 크기로 잘라 그 속에 집어 넣은 다음 본래 그 편 지가 꽂혀 있던 편지꽂이에 도로 꽂아놓은거지요." "그 호텔에 블랙라이 해군 중령이라는 사람은 한 번도 투숙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포와로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제 남편은 모든 사실을 알고서 불같이 화를 내었죠.어찌나 노발대발하던지--정 말 혼났답니다!" 포와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음---돈을 범인한테 보내기 전에 남편과 아무런 상의도 안하셨나 보군요?" "그야 당연하죠."하고 사무엘슨 부인은 잘라 말했다. 포와로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부인이 설명을 해 주었다. "분명히 노발대발할 텐데 뭣 때문데 그런 일을 사서 하겠서요? 남자들은 돈 문제라면 아주 이상해진다니까요.제이콥은 분명히 경찰에다 신고하자고 했을 거예요.하지만 전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었어요.가엾은 우리 낸키 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하 겠어요! 물론 나중에는 남편한테 모든 얘기를 했죠.제가 은행예금을 얘기도 하지 않고 많이 찾아 썼다는 것을 언젠가는 남편이 알게 될 테니까요." 포와로가 중얼거렸다."그것 참 그렇군요--그래요." "정말 남편이 그렇게 화를 심하게 내는 걸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남자들이란--" 하고 사무엘슨 부인이 멋진 다이아몬드 팔찌와 반지를 고쳐끼면서 말했다 "그저 돈밖에 모른다니까요." 네메아의 사자 4 에르큘 포와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지프 호긴 경의 사무실로 올라갔다.그가 명함을 들여보내자 조지프 경은 지금 다른 사람과 약속이 되어 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 나볼 수 있을 거라는 전갈을 보냈다.이윽고 오만해 보이는 금발머리 여자가 서류를 잔 뜩 들고서 점잔을 빼며 조지프 경의 방에서 걸어나왔다.그리고 기묘하게 생긴 조그만 남자를 경멸스러운 눈초리로 흘끗 쳐다보면서 그대로 지나갔다. 조지프 경은 아주 커다란 마호가니재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아직도 턱에는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녕하시요,포와로씨? 앉으시지요.새로운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이번 사건은 그 성격으로 보아 아주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두 사건 모두 범인이 돈을 보내라고 자정한 장소는 수위나 안내원이 없는 하숙집이나 프라이버트 호텔로 항 상 드나드는 손님들이 많은 곳이었어요.특히 손님 중에서도 제대 군인들이 유난히 많 은 곳이었지요.그런데서 안에 들어가 편지꽂이에서 편지를 꺼내 가져가거나 아니면 돈 만 꺼내고 백지를 넣어 다시 그 자리에 꽂아두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먹기 아니겠습니 까? 대부분의 경우 그 다음에는 갑자기 빈 벽에 부닥치게 되지요." "그럼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말이오?" "물론 알고 있지요.며칠 뒤면 모든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조지프 경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좋소.그럼,나중에 보고할 일이 생기면---" "댁에서 보고 드리지요." "당신이 이 일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멋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소?" "에르큘 포와로한테는 실패란 단어는 없습니다." 조지프 호긴경이 그 조그만 남자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그렇게 자신이 있단 말이오?" "확실한 근거가 있으니까요." "아 그래요?" 조지프 호긴 경이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하긴 자만이 추락보다 앞서는 법이니까." 에르큘 포와로는 전기난방기(그는 그 깔끔한 기하학적인 모양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 다)앞에 앉아서 하인과 일반 잡역부에게 몇가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알겠나,조지?" "그럼요,나리." "아마 플랫이나 셋방일지도 모르네.그리고 그건 분명 어떤 구역내에 있을 거야.하이드 파크의 남쪽이나 켄싱턴 교회의 동쪽 아니면 나이츠브리지 배럭스의 서쪽과 풀햄 로드 의 북쪽을 찾아 보게나." "잘 알겠습니다,나리." 포와로가 중얼거렸다.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긴 하지만 내 호기심을 끄는 면이 있어.이 사건을 계획하고 구 성한 솜씨가 결코 보통이 아니라는 중거가 있거든.물론 그 모습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 은 주역배우도 있지---그 사람이 바로 네메아의 사자가 되는 걸세.그래,정말 흥미로운 사건이야.의뢰인이 좀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좋았을텐데---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금발머리 비서와 결혼하기 위해 자기 아내를 독살한 리지 비누공장 사장과 너무 닮았 단 말이야.그건 내가 예전에 해결한 사건들 중 하나라네." 조지는 머리를 흔들었다.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항상 금발머리가 말썽이라니까요." 포와로에게 아주 귀중한 존재인 조지가 보고를 해온 것은 그로부터 3일 뒤였다. "이게 그 주소입니다,나리." 에르큘 포와로는 그가 건네주는 쪽지를 받아들었다. "아주 수고했네,조지.그런데 오늘이 무슨 요일인가?" "목요일입니다,나리" "목요일이라? 그거 아주 잘 됐군.그렇다면 뒤로 미룰 필요가 없지." 20분 뒤에 에르큘 포와로는 최신식 플랫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길에서 한참 떨어진 구 석진 곳에 위치한 우중충한 플랫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로섬 맨션의 IO호는 꼭대기 3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것이다.포와로가 헉헉거리며 나사 모양의 좁은 계단을 빙빙 돌아 올라갔다. 드디어 꼭대기 층에 이르자 그는 잠시 발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었다.그때 IO호실 문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그것은 날카롭게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였다. 에르큘 포와로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IO호실의 초인종을 눌 렀다. 개 짖는 소리가 두 배로 커졌다.동시에 문으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릭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에이미 카너비 양이 주춤 물러서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감싸안 았다. "들어가도 되겠지요?"하는 말과 함께 에르큘 포와로는 미처 그녀가 대답도 하기 전에 안으로 들어섰다. 오른쪽 응접실 문이 열린 채로 있는 걸 보고 그는 그곳으로 들어갓다.그러자 카너비양 이 마치 넋나간 사람 같은 표정으로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방안은 본래 작은 데다 가구들이 많아서 매우 복잡했다.그래서 가스난로 옆에 놓인 소 파에 한 늙은 여자가 누워 있다는 것도 이리저리 살펴봐야 할 정도였다.포와로가 방안 에 들어가자 발바리 한 마리가 소파에서 펄쩍 뛰어내려 왕왕 짖어대면서 그의 앞으로 달려나왔다. "아하---"하고 포와로가 말했다."주역이 바로 너였구나! 꼬마친구,자네에게 경의를 표 하네."그가 허리를 구부리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그러자 강아지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 새를 맡아보더니 영리해 보이는 눈으로 포와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카너비 양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알아내셨군요?" 에르큘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압니다."그는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여자를 쳐다 보았다."당신 동생이죠?" 카너비양이 기계적으로 말했다."예.에밀리,이분은---이분은 포와로씨야." 순간 에밀리 카너비가 숨을 헉 들이마셨다."오,이런~" 에이미 카너비가 말했다."아우구스투스...." 그러자 발바리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었다.그런 뒤 다시 포와로 의 손에다 자기 얼굴을 묻으며 꼬리를 살래살래 흔드는 것이었다. 포와로는 아우구스투스를 부드럽게 안아올린 다음 자리에 앉아 자기 무릎에 내려놓았 다."드디어 네메아의 사자를 체포했습니다.이제 내 일이 끝난 거지요." 에이미 카너비가 딱딱하고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모든것을 다 아세요?"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이번 일을 꾸민 사람은 당신이었소.아우구스투스를 이용해서 말이오.당신은 주인집 개를 데리고 보통때처럼 산책을 나가는 척하고서는 사 실은 이리로 데려왔습니다.그리고 그 대신에 아우구스투스를 데레고 공원으로 간 거지 요.그러나 공원 관리인 눈에는 당신이 여느 때처럼 발바리를 데리고 나온 것처럼 보였 겠지요.또 당신과 얘기를 나누었다는 보모도 당신이 자기에게 말을 걸 때는 분명히 발 바리가 있었다고 중언하게 되겠지요,물론 우리가 보모를 찾아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어쨌든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 동안 틈을 봐서 당신은 몰래 강아지 줄을 끊습니다.그 러면 당신이 훈련을 시킨 아우구스투스는 즉시 그곳을 빠져나가 집으로 곧장 달려갑니 다.그리고 나서 얼마 뒤에 당신은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거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카너비양은 보기에도 애처로울 정도로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래요,전부 사실이에요.전---전 더 이상 드릴 말이 없군요." 소파 위에 누워 있던 병든 여자가 조금씩 흐느끼기 사작했다. 포와로가 말했다."정말 아무 할말도 없습니까,마드무아젤?" 카너비양이 말했다."그럴 수밖에요.전 도둑이에요.그런데 이제 모든게 탄로가 나버렸 잖아요?" 포와로가 나지막이 말했다."정말 없다는 말이지요,자신을 변호하는 말도?" 에이미 카너비의 하얀 뺨이 돌연 붉게 물들었다."전--전 제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습니 다.포와로씨,선생님은 친절한 분이시니까 제 마음을 이해하실지도 모르겠군요.아시겠 지만 전 매우 두려웠어요." "두려웠다고요?" "예,신사들은 이해하시지 못할 거에요.전 머리도 좋은 편이 못되고 공부도 많이 못했 어요.게다가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그러니 앞날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어요.돈을 모을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축도 못했죠.앞으로 에밀리를 보살피며 살아갈 길이 정 말 막막했습니다.나이를 더 먹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남의 집 일도 못할 거고요.늙은 사람을 누가 쓰겠어요? 젊고 팔팔한 사람만 쓰지.전---전 저와 같은 사람들을 수도 없 이 많이 봤어요.---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고,단칸방에 살면서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가 있나,먹을 게 풍부하기를 하나......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나마 단칸 방마저도 집세 낼 돈이 없어 쫓겨나게 된다니까요.물론 공공시설이 있긴 있죠.하지만 그것도 배경이 든든해야 들어가지,그렇지 않으면 어림도 없어요.저는 그런 배경도 없 는걸요.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아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요.불쌍한 사람들--교 육도 받지 못하고 일도 할 수없는 그런 여자들이 그저 죽기만을 바라며 살아가는.." 그녀는 차츰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다 계속했다. "그래서--우리 몇사람이--함께 모였죠.이번 일을 생각해 낸 사람은 바로 저예요.그건 저한테 아우구스투스가 있기 때문이죠.아시겠지만 대부분의사람들에게 발바리는 다 비 슷비슷해 보입니다.(우리가 중국인을 볼때 그사람이 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요.)정말 우스운 일이에요.강아지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낸키 푸나 샌 텅,또 는 다른 발바리를 결코 아우구스투스와 혼동할 수가 없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참 이상해요.언뜻 보기에도 아우구스투스가 훨씬 더 똑똑하고 더 잘 생겼거든요.물론 제가 말씀즈리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발바리는 한낱 발바리일뿐이 란 거죠.하여튼 문득 아우구스투스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돈많은 부잣집 마나님들은 거의 대부분 발바리를 기르고 있다는 데 착안을 한거죠." 포와로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주 돈벌이가 좋아겠군요.협박 말이오! 그 패거리--에는 몇 명이나 속해 있습니까? 아니 그보다는 그 일이 몇 번이나 성공했는지 물어보는 게 낫겠군." 카너비 양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샌 텅이 열여섯 번째였어요." 에르큘 포와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축하합니다.일을 계획하는 솜씨가 아주 놀라울 정도요." 에밀리 카너비가 말했다."에이미 언니는 본래 그런 데에 제주가 있었어요.그래서 우리 아버지는--아버지는 에식스군에 있는 켈링턴 교구의 목사셨죠.---항상 에이미 언니는 계획하는 재주가 있다고 말씀하셨더랬어요.덕분에 모든 사회행사와 바자를 도맡아 계 획하는 사람은 의례 언니가 되었죠." 포와로가 가볍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그건 나도 동감입니다.마드무와젤,당신은 범 죄로서는 일류요." 에이미 카너비가 큰소리로 외쳤다."제가 범인이라고요?오,물론 그렇겠죠.하지만--전 그게 죄가 된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물론,선생님 말씀이 옳아요.그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요.하지만--어떻게 설명을 해야 될지 잘 모르겠군요.우리를 고용하는 그 돈많은 여자들은 대부분이 너무 거만하 고 오만해서 우리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아요.호긴 부인만 해도 그래요.저한테는 심한 말을 얼마나 서슴없이 하는지 아세요? 얼마 전에도 강장제 맛이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것이 마차 내 탓인 듯 저를 마구 야단치더라고요.매사에 모든 일이 그런 식이죠." 카너비 양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그걸 그냥 가슴 속에 쌓아놓다 보면 정말 한이 맺힌다는 것을 이해하실는지 모르겠네요."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하고 포와로가 말했다. "게다가 그들이 돈을 물쓰듯이 마구 써버리는 것을 보면 화가 나다 못해 속이 뒤집힐 정도랍니다.가끔 가다 조지경이 하는 애기로는 자기가 시티에서 떼돈을 벌었다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결코 정간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물론 제가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르지만요.)어쨌든 그 모든 게---포와로씨,그러니까 제 마음이 흔들리더군요.그런 사람들한테 우리가 돈을 좀 빼 앗아 가진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망할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고 말이에요.그래서 전 그 일이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아요.글쎄요,그게 그렇게 나 쁜 짓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포와로가 나지막하게 말했다."현대판 로빈 후드가 나왔군! 카너비양,당신이 편지에 쓴 그 협박을 진짜 실천에 옮긴 적은 있어요?" "협박?" "말을 듣지 않으면 강아지를 어떻게 하겠다고 했잖소?" 카너비양은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물론,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건 단지---단지 문학적인 표현일 뿐이 었어요." "아주 문학적이군요.효과가 있었으니 말이오." "어쨌든 전 그게 잘 먹혀들어갈 줄 알았어요.제가 아우구스투스를 길러보니까 그 마음 을 알겟더라구요.그리고 그 여자들이 강아지가 무사히 돌아오기 전까지는 결코 자기 남편한테 그런 일을 애기 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자신이 있었죠.아닌게 아니라 그 계획 은 거의 매번 성공했죠.주인 여자 열이면 아홉이 우리한테 돈이 든 편지를 부치거든 요.그러면 우리는 김을 쐬어 그 편지 봉투를 뜯어 속에 들은 돈을 꺼낸 다음 종이를 대신 넣었어요.물론 주인 여자가 직접 편지를 부친적도 한두번은 있었어요.그럴 땐 우 리가 직접 호텔로 찾아가 편지꽂이에서 그 편지를 꺼내와야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 은 아니였죠." "그럼,보모 얘기는? 항상 보모가 등장한 겁니까?" "포와로씨도 아시겠지만,나이든 하녀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아기들을 귀여워 하는것 은 세상이 다 알죠.따라서 아기한테 정신이 팔려서 그만 깜박했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거든요." 에르큘 포와로는 한숨을 쉬었다."사람의 심리를 잘도 이용했군요.정말 훌륭한 솜씨요. 게다가 뛰어난 배우이기도 하고요.내가 호긴 부인을 만나 애기를 하던 날 보여준 당신 의 연기는 정말 어디 한 군데도 나무랄데가 없었소.카너비양,조금도 자기 자신을 비하 하지는 말아요.당신이 공부는 많이 하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까. 또 용기도 있고 말이오." 카너비양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발각된걸요,포와로 씨." "나한테만 그렇지요.그거야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니까! 사무엘슨 부인을 만나 애기했을 때 난 샌 텅 납치 사건이 어쩌다 한번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즉시 알아차렸소.난 이미 당신이 발바리를 한마리 물려받았다는 것과 당신한테는 몸이 아픈 동생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요.나는 아주 아끼는 우리 집 하인한테 어떤 구역 내에서 조그만 플랫을 하나 찾으라고 시켰소 물론 그건 발바리를 한 마리 기르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 찾아오는 언니를 둔 아픈 부인이 사는 플랫이어야 했소.그거야 쉬운 일이 지요." 에이미 카너비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선생님 정말 친절하신 분이세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할 용기가 생기는군요.전 제가 저지른 죄값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아마, 감옥에 가게 되겠지요.그렇지만,포와로씨,가능한 한 세상에 모두 알리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요? 에밀리를 위해서도 그렇고--엣날부터 우리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위해 서도 말이에요.다른 명목으로 감옥에 가면 안될까요?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건가요?"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그 이상의 부탁도 들어줄 수가 있지요.하지만 그전에 분명히 해둘 일이 있소.이런 사기극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거요.더 이상 강아지가 없어지 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됩니다.절대로 그런 일을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오!" "그럼요! 그렇게 하다마다요!" "그리고 또 하나는 당신이 호긴 부인한테 빼앗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거요." 에이미 카너비는 방을 가로질러 커다란 책상이 있는 데로 가서 그 서랍을 열고 지폐 한 다발을 꺼내 갖고 와서 포와로에게 건네 주었다. "그걸로 오늘 노인보험에 들 작정이었어요." 포와로는 그 돈을 받아서 세어보았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너비양.조지프 경이 당신을 고발하지 않도록 그를 설득해보지요." "오,포와로씨!" 에이미 카너비는 감동해서 양손의 손가락을 깍지꼈고 에밀리는 기쁨의 탄성을 발했다. 그러자 아우구스투스가 꼬리를 살래살래 저으며 짖기 시작했다. "이 녀석,너 말인데--" 하고 포와로가 불어로 강아지에게 말했다. "네가 나한데 줄 수 있는 게 하나 있지.내가 필요로 하는 건 너의 요술 망토야.이번 사건에서 어느 누구도 제2의 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거든.너는 개의 가죽을 쓴 사자야." "맞아요,포와로씨.전설에 의하면 발바리가 옛날에는 사자였답니다.그래서인지 아직도 사자의 성격이 남아 있어요." "아우구스투스는 하팅필드 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당신에게 물려준 개라면서요? 그런 데 강아지 혼자 차가 왕래하는 길을 따라 집에 오다가 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냥 놔둡니까?" "오 아녜요,포와로씨.아우구스투스는 아주 영리해서 걱정 안해도 돼요.제가 훈련을 철 저히 시켰거든요.그래서 일방통해하는 것까지 알 정도인걸요." "정말 그렇다면---"하고 포와로가 말했다."웬만한 사람보다 낫군!" 네메아의 사자 5 조지프 경은 서재에서 에르큘 포와로를 맞이했다. "그런데,포와로씨,뭐 자랑할 일이라도 생긴 거요?" "그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포와로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난 범인이 누군지 압니다.물론 그걸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도 갖고 있죠.그런데 그렇개 되면 당신이 그 돈을 찾을 수 있을는지 그건 장담을 못하겠는데요." "내 돈을 못찾는다고요?" 조지프 경의 안색이 자줏빛으로 변했다. 에르큘 포와로는 계속해서 말했다."난 경찰이 아닙니다.이번일은 당신이 나한테 의뢰 한 일일 뿐이지요.그래서 말입니다만,당신이 이번 일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 속을 하신다면 그 돈을 고스란히 찾아드릴 수는 있습니다." "뭐라고요?" 하고 조지프 경이 말했다."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하겠는데요."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결정할 문제지요.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당신이 그 범인 을 기소하는 게 당연하겠죠.사람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야 그러겠죠."하고 조지프 경이 날카롭게 말했다. "자기네 돈이 없어진 건 아니니까요.내가 젤 싫어하고 못 참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나 한테 사기치는 놈들이오.아직까지 나한테 사기를 쳐서 내 돈을 떼어먹은 작자는 한명 도 없단 말이오." "그렇다면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조지프 경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돈을 찾도록 해 주시오! 어느 놈이 내 돈 2 00파운드를 떼어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에르큘 포와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필기용 테이블로 가서 200파운드짜리 어음을 1장 끊 은 뒤에 그것을 그 남자에게 건네주었다.조지프 경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 다."이런 대체 어떤 놈이오?" 포와로는 머리를 흔들었다."당신이 그 돈을 받은 이상,이제 그걸 물어볼 권리는 없어 진 것입니다." 조지프 경은 어음을 접어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그거 애석한 일이군.하지만 문제는 돈이었으니까 이만 됐소 그럼,포와로씨,내가 당신한테 수수료로 얼마를 지불하면 되겠 소?" "뭐,그리 높지는 않을 겁니다.이미 말씀드렸듯이,이번 일은 아주 대수롭지 않은 사건 이니까요."그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덧붙였다. "요즈음 내가 맡는 사건은 거의 대부분이 살인사건이었지요." 조지프 경이 약간 움찔했다."그런 게 재미있소?" "때로는요.이상하게도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아주 오래 전에 제가 벨기에서 맡았던 사 건이 하나 생각나더군요.그 사건의 주인공이 당신과 아주 많이 닮았답니다.그는 돈많 은 비누공장 사장이었는데,글쎄 자기 비서와 결혼하려고 자기 아내를 독살했지 뭡니까 ? 그래요--정말 닮아도 보통 닮은 게 아닌데..."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조지프 경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그의 입술은 새파랗게 변해 있 었고 얼굴 역시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는 움찔 놀란 눈으로 포와로를 한참 노려보았 다.그러다가 온몸의 힘이 다 빠졌는지 의자에 몸을 뒤로 기대었다. 이윽고 그는 손을 떨면서 주머니를 더듬거렸다.그리고 아까 그 어음을 꺼내더니 그것 을 조각조각 찢어버렸다. "이건 없앴습니다.보셨소? 그 돈을 수수료로 드리지요." "오,아닙니다.조지프 경.내 수수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니까요." "괜찮소.그냥 받으시오." "그럼,그걸 적당한 자선단체에 보내도록 하지요." "그거야 당신 좋을 대로 하는 거지." 포와로가 머리를 앞으로 가볍게 숙였다."당신과 같은 신분에 있는 사람이면 모든 행동 에 남보다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아시리라는 믿습 니다." 조지프 경이 거의 기어들어가는 둣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아주 조심할 테니까." 에르큘 포와로는 그 집을 떠났다.현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내가 옳았어.'" 호긴 부인은 자기 남편에게 말했다."이상하게 이 강장제 맛은 아주 다르네요.전퍼럼 씁쓸한 맛이 나지 않거든요.거 참 이상하네,왜 그렇지?" 조지프 경이 딱딱거리며 말했다."약제사 탓이지.조심성이 왜 그렇게 없는지." 호긴 부인이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그런가봐요." "그럼 당연하지.그것 말고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소?" "참 샌 텅을 잡아갔던 범인에 대해 뭣 좀 알아냈답니까?" "응,그가 내 돈을 모두 찾아주었소." "그게 누구래요?" "말을 하지 않더군.에르큘 포와로라는 친구 정말 철저하더구먼.하지만 당신은 걱정할 필요없어." "그 사람 조그맣고 이상하게 생겼죠?" 조지프 경은 에르큘 포와로가 자기 오른쪽에 진짜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가볍게 떨 면서 오른쪽 위를 흘끗 쳐다보았다.포와로가 항상 거기에 있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몸집은 조그만게 머리는 비상하게 영리하단 말이야!" 그리고는 생각했다. '죽어버려라! 그 백금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 때문에 내 목을 걸 수는 없잖아! 에이 빌 어먹을!" "어머나!"에이미 카너비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200달러짜리 어음을 멍청하게 내려 다 보기만 했다.그러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에밀리! 에밀리! 이것 좀 봐." 친애하는 카너비양, 당신의 그 노인보험에 기부하고자 소액이나마 동봉하오니 기쁘게 받아 주시기 바랍니 다 당신의 친구 에르큘 포와로 "에이미---"하고 에밀리 카너비가 말했다."언니는 정말 운이 좋았어.그분이 아니었더 라면 지금쯤 언니가 어디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 "웜 우드 스크럽스 형무소---아니면 홀로웨이 형무소?"하고 에이미 카너비가 중얼거리 듯이 말했다."하지만 이젠 모든 게 끝났어---그렇지,아우구스투스? 앞으로 엄마나 엄 마의 친구들이 조그만 가위를 가지고 너와 함께 하이드 파크를 산책할 일이 없어졌단 다."그녀의 눈빛이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들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귀여운 아우구스투스! 참 애석하게 됐구나.얼마나 영리한데......뭐든지 가르쳐 주기만 하면 되는데......"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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