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마리의 검은 티티새 === (Four and Twenty blackbirds) 애거서 크리스티.. 1..........^^........... 에르큘 포와로는 친구인 헨리 보닝턴과 런던 첼시의 킹스로에 있는 갤런트 인디 버라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보닝턴 씨는 갤런트 인디버를 즐겨 찾았다. 그는 그곳의 느긋한 분위기와 그 소 박하면서도 영국적이고, 너무 야단스럽게 모양을 내지 않은 음식을 좋아했다. 평소 그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몰리라는 웨이트리스는 그를 오랜 친구처럼 대했 다. 특히 그녀는 단골 손님들의 식사 취향을 놀라우리만큼 잘 기억하고 있어, 그 녀 자신도 자랑스레 여기는 터였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그녀는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정말 잘 오셨어요---밤으로 속을 채운 칠면조 요리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이잖아요? 더구나, 최고급 스틸턴 치즈까지 입수했 거던요! 수프를 먼저 드시겠어요, 생선을 먼저 드시겠어요?" 음식과 포도주 주문을 받고 몰리가 잽싸게 물러가자, 보닝턴 씨는 숨을 크게 내 쉬며 뒤로 기대앉아 내프킨을 펼쳤다. "좋은 아가씨야!"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때는 상당한 미인이었다나 봐---화가들이 그녀를 모델삼아 그림을 그리곤 했 다는군. 그뿐인가, 요리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네---요는 그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일세. 여자들은 대게 요리를 제대로 평가할 줄을 모르는데 말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러 가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관해서는 무관 심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덮어놓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주문하는 게 예삿일이지." 에르큘 포와로가 머리를 저었다. "그건 좀 심한 말인데." "남자들은 그런 법이 없지. 정말 다행한 일이지 뭔가!" 하고 보닝턴 씨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코 없기야 할라고?" 에르큘 포와로는 눈을 반짝였다. "글쎄, 아주 젊은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지." 보닝턴 씨가 시인했다. "건방진 풋나기들! 요즈음 젊은애들은 모두 똑같아---배짱이 있기를 하나---그렇 다고 팔팔하기를 하나. 나는 젊은 녀석들이 못마땅해---그리고 그들도---" 그는 아주 공평하게 덧붙여 말했다. "내가 못마땅할 테지.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젊은 녀석들이 말하는 것을 좀 들어 보게. 예순이 넘으면 '살아 있을'권리도 없는 것처럼 말한 다니까!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머지않아 나이많은 친지들을 저 세상으 로 보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그들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지." 하고 포와로가 말했다. "자네는 정말 너그럽군. 경찰 일에 뛰어들어서 탈이긴 하지만.." 에르큘 포와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순이 넘은 사람들의 사고사 일람표를 만들어 보면 흥미가 있다네. 그걸 보면 틀림없이 마음속에 이상한 추측이 생기게 되어 있어. 그건 그렇다 치고, 자네 이야기나 들어 보세. 요즘 경기가 어떤가?" "엉망이야!" 보닝턴 씨가 말했다. "경기가 아주 안 좋다네. 정도가 너무 지나쳐. 감언이설만 난무하고 말이야. 감 언이설로 어수선한 경기를 무마시키려 든다네. 말하자면, 향기가 짙은 소스로 그 밑에 있는 맛없는 생선을 감추려는 게지! 나는 너절하게 소스를 끼얹지 않은 진짜 넙치 살만 먹겠어." 바로 그 때 몰리가 그 생선을 날라왔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가씨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군." "물론이죠. 단골 손님이시잖아요. 선생님. 당연히 알아 모셔야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그럼, 사람들은 항상 같은 요리를 찾소? 가끔 다른 요리를 먹어 보고 싶지 않을 까?" "남자분들은 안 그래요. 선생님. 여자분들은 변화를 좋아하지만---남자분들은 항 상 같은 요리를 주문하신답니다." "그것 보게. 내가 뭐라고 했나?" 보닝턴은 투덜거렸다. "여자들은 음식에 관한 한 근본적으로 뭘 모른다니까!" 그는 레스토랑을 휙 둘러보았다. "세상은 참 재미있는 곳이야. 자네, 저쪽 구석에 앉아있는, 턱수염을 기른 이상 한 생김새의 노인이 보이나? 몰리가 그러는데, 저 노인은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때면 어김없이 여기에 온다는 거야. 거의 10년 가까이 이곳을 찾아 온다는군--- 가히 이 음식점의 상징이라 할 만하지. 그런데, 여기에서 그의 이름이나, 그가 살고 있는 곳이나, 혹은 직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거야. 한번 생각해 보게나. 참 이상한 일 아닌가." 웨이트리스가 칠면조 요리를 가져오자 그가 말했다. "저 '시간 영감님'이라는 양반은 여전하신가 보군." "그럼요, 선생님.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꼭 출근하시죠. 그런데, 지난주에는 '월 요일'에 나타나셨답니다! 깜짝 놀랐다니까요! 저는 제가 날짜를 착각한 줄로만 알았죠. 어느새 화요일이 되었구나 싶었겠죠! 하지만, 그 분은 그 다음날 저녁 때 어김없이 또 오셨어요---그러니까, 그 월요일은 특별 출근이었던 셈이에요." "그렇게 오랜 된 습관에서 벗어났다니 재미있군." 하고 포와로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글쎄요, 선생님. 제 생각에는 그 분한테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소? 그의 태도 때문에?" "아뇨, 선생님---태도는 전과 다름없었어요. 평소처럼 묵묵하게 음식만 드셨거든 요. 들어오고 나갈 때 '잘 있었소?' '잘 있어요.' 라는 말밖에는 통 말씀이 없 으시니까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주문한 음식 때문이었어요." "주문 때문에?" "말씀드리면 두 분께서 웃으실 거예요." 하고 몰리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여기에 10년 동안 찾아오신 분의 식사 취향은 당연히 알고 있죠. 그 분 은 콩팥 푸딩이나 검은 딸기라면 딱 질색을 하시지요. 그리고, 걸쭉한 수프를 드시는 것도 한 번도 뵌 일이 없었고요---그런데, 그 월요일 밤에 오셨을 때는 걸쭉한 토마토 수프에 비프 스테이크, 콩팥 푸딩에 검은 딸기 파이까지 주문하 신 거예요! 마치 자신이 무엇을 주문하고 있는지 깨닫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니 까요!" "아가씨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소." 하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몰리는 기쁜 표정으로 물러갔다. "자, 포와로---" 헨리 보닝턴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 추리를 들어 보고 싶군. 그 절묘한 추리를 말일세." "나는 자네의 추리를 먼저 들어보고 싶은데." "날더러 와트슨이 되라는 얘긴가? 흐음, 저 노인이 의사한테 갔더니 의사가 음식 을 바꿔 보라고 한 게 아닐까?" "걸쭉한 토마토 수프에 스테이크와 콩팥 푸딩과 검은 딸기 파이로 말인가? 세상 에 그런 처방을 내리는 의사가 어디 있담?" "그런 말 말게. 의사들은 별의별 처방을 다 내린다고." "그래, 고작 그런 생각밖에 안 떠오르나?" 헨리 보닝턴이 말했다. "글쎄, 진지하게 말해서 딱 한가지 해석밖에 나올 수 없겠는데. 저 정체불명의 친구는 어떤 심각한 정신적 흥분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야. 마음이 너무 불안한 나머지, 말 그대로 자신이 무엇을 주문하고 있으며, 무엇을 먹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거지."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자네가 말할 차례일세. 자네는 저 노인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있었 는지 알고 있다고 할 테지. 그리고, 어쩌면 저 노인이 자살을 결심한 거라고 말 할 참이겠지." 그는 자신이 말해 놓구서는 껄껄 웃었다. 그러나 포와로는 웃지 않았다. 포와로는 당시 노인에게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노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그의 친구들은 그런 생각은 너무 터무니가 없다고 몇 번이고 얘기했다. 약 3주일 뒤 에르큘 포와로는 보닝턴을 다시 만났다---이번에는 지하철 안에서였 다. 그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안에서 가죽 손잡이에 매달려 서로 고래를 끄 덕여 보였다. 피카달리 광장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린 뒤, 맨 앞쪽에 자리잡고 앉았다---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조용한 자리였다. "여담이지만---" 하고 보닝턴 씨가 말했다. "자네, 갤런트 인디버에서 본 그 노인 기억나나? 나는 그 노인이 저 세상으로 훌 쩍 떠나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1주일 내내 한 번도 거기 나타나 지 않았다는군. 몰리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대단해." 에르큘 포와로는 머리를 번쩍 쳐들고 눈을 반짝였다. "정말인가?" 그가 말했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보닝턴이 말했다. "내가 그 노인이 의사한테 가서 식이요법을 하라는 처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었지? 물론 식이요법은 당치도 않은 말이지만---그가 의사한테 가서 건강진단을 받긴 받은 것 같네. 그런데, 의사가 충격적인 선고를 한 거란 말일 세. 그 때문에 노인은 넋을 잃은 채 메뉴도 보지 않고 음식을 주문한 거겠지. 그 충격이 너무 컸던 나머지, 더 살것도 못 살고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 버린 게 아닐까? 아뭏든 의사들은 말을 조심해야돼." "대개 말을 조심하던데." 하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내려야겠네." 하고 보닝턴 씨가 말했다. "또 보세. 우리가 그 노인이 누구였는지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은 말게나---그의 이름조차도 말이야. 재미있는 세상일세!" 그는 얼른 지하철에서 내렸다. 에르큘 포와로는 마치 세상이 그렇게 재미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듯이 잔뜩 찌푸린 채 앉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충실한 하인인 조지에게 몇 가 지 지시를 내렸다...... 2..............^^........ 에르큘 포와로는 이름이 잔뜩 적힌 명단을 한 장 들고 손가락으로 ?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지역의 사망자 명단이었다. 포와로의 손가락이 멈췄다. "헨리 개스코인. 예순 아홉 살. 우선 이 사람부터 알아봐야겠군." 그날 오후 늦게 포와로는 킹스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매켄드루 의사의 병원 을 찾아갔다. 매켄드루는 지적인 얼굴에 머리카락이 붉고 키가 큰 사람이었다. "개스코인이요?" 그가 말했다. "예, 맞습니다. 괴상한 노인이었죠. 다 쓰러질 듯한 낡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 답니다. 지금은 현대식 아파트를 건립하기 위해 그 지역의 헌 집들을 철거하고 있지요. 나는 그 노인을 진찰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본 적은 있어 어떤 사람 이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맨 처음 걱정을 한 사람은 우유 배달부 였지요. 우 유병이 문 앞에 쌓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결국, 옆집 사람들이 경찰에 연락하여 문을 부수고 들어가 그 노인을 발견했답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목뼈가 부 러진 상태였어요. 너덜너덜한 끈이 달린 낡은 실내복을 입고 있었던 걸로 보아- --아마 그 끈에 걸려 넘어진 것 같습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그럼, 단순한 사고였군요." "그렇습니다." "친척은 있었습니까?"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왔다 가곤 했죠. 이름은 램시. 조지 램 시 입니다. 의사라고 하더군요. 윔블던에 살고 있답니다." "당신이 개스코인을 보았을 때, 죽은 지 얼마나 되었던 가요?" "아!" 하고 매켄드루 의사가 말했다. "이건 좀 전무적인 이야기가 되겠군요. 적어도 48시간 내지 72시간은 되었겠더군 요. 그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6일 아침이었죠. 그런데, 사실 이 시간은 다소 좁 힐 수가 있었습니다. 그 노인이 입고 있던 실내복 호주머니에서 편지 한 통이 나왔거든요---3일에 쓰여진 것으로---그날 오후 윔블던에서 부쳤으니까---밤 9 시 20분경에 배달되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사망 시간은 3일 밤 9시 20분 이후 라고 볼 수 있겠죠. 또, 그 시간은 위의 내용물 소화 상태와도 들어맞아요. 그 는 사망하기 두 시간 쯤전에 저녁식사를 했더군요. 내가 시체를 부검한 것이 6 일 아침이었는데, 모든 상태로 보아 그는 대략 60시간전에 사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3일 밤 10시 무렵이 됩니다." "하나도 조리에 어긋나는 게 없군요. 그런데,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였나 요?" "목요일인 3일 저녁 저녁 7시쯤 킹스로에서 그를 봤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 고 그는 7시 30분 갤런트 인디버라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목요 일 저녁에는 항상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더군요." "다른 친척은 없습니까? 조카 하나밖에 없었나요?" "쌍동이 형이 하나 있었습니다. 좀 이상한 얘기긴 하지만, 그들은 몇 년 동안 서 로 소식도 없었답니다. 헨리는 젊었을 때 잠시 화가가 되려고 했었다는데, 솜씨 는 형편없었나 봐요. 앤터니 개스코인이라는 이름의 형도 같은 화가 지망생이었 는데, 아주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면서 그림을 포기했답니다---그 문제라 형제가 서로 싸운 모양입니다. 그 뒤부터 서로 만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 말 묘하게도, 그들은 같은 날 죽었습니다. 그 형은 3일 오후 1시에 죽었다는군 요. 언젠가 한번 쌍둥이가 같은 날 죽는 것을 본 적이 있지요---다른 나라에 살 고 있었는데도요! 우연의 일치겠지만---그럴 수도 있는가 봅니다." "그 형의 아내는 살아 있습니까?" "아뇨, 그녀는 몇 년 전에 죽었죠." "앤터니 개스코인은 어디에서 살았나요?" "그는 킹스턴 힐에 저택을 가지고 있었어요. 램시 의사가 내게 들려준 바에 의 하면, 그 노인은 거의 은둔하다시피 생활한 것 같습니다." 에르큘 포와로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스코틀랜드인 의사는 민감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뭔가 짚이는 것이라도 있는 겁니까, 포와로 씨?" 하고 그는 솔직하게 물었다. "당신이 가지고 온 소개장을 보고 의무상 당신의 질문에 답변을 해드렸습니다만,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군요." 포와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죽음을 당신은 우연한 사고라고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것도 마찬가지 로 단순합니다---단순한 사건이죠." 매켄드루 의사는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이군요! 그렇게 믿는 근거라도 있습니까?" "아뇨, 단지 추측일 뿐이오." 하고 포와로가 말했다. "무언가 있는 게 틀림없군요----" 하고 매켄드루가 물고 늘어졌다. 포와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매켄드루가 말했다. "혹시 조카인 램시를 의심하고 계신다면, 그건 엉뚱한 나무에 대가 짖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램시는 8시 30분부터 한밤중까지 윔블던에서 브리지를 하고 있었 으니까요. 검시중 밝혀진 사실이죠." 포와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그건 입증된 사실이겠군요. 경찰은 워낙 신중하니까." 의사가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에 대해 혐의를 둘 수 있는 사항을 알고 있는가 보군요?" "나는 당신에게 듣기 전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있습니까?" "아니오, 전혀 그런게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의 일상 습관에 대한 사 건이오. 그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죽은 개스코인 씨는 거기서 벗어났 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모든 게 어긋나는 것이지요." "정말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에르큘 포와로가 웃으며 일어서자 의사도 따라 일어섰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나는 헨리 개스코인의 죽음에 대해 눈곱만큼도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하고 매켄드루가 말했다. 키가 작은 사람이 손을 벌리며 말했다. "나는 고집장이요---머릿속에 생각이 좀 있기는 한데---그것을 뒷받침해 줄 만한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지요. 그런데, 매켄드루 씨, 헨리 개스코인은 틀니였습 니까?" "아뇨, 아주 튼튼한 이를 가지고 있던데요. 그 나이에 비해서는 정말 건강한 상 태였습니다." "손질을 잘했던 모양이지요---이빨이 희고 칫솔질을 잘 했던가요?" "예, 눈에 띌 정도로.." "변색되지도 않았던가요?" "예, 담배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담배를 안 피운것 같습니다." "꼭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그냥 모험을 걸고 시도해 보는 것뿐이죠- ---어쩌면 영영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안녕히 계십시오. 매켄드루 씨. 친절하게 답변해 주어 고맙습니다." 그는 의사와 악수를 하고 떠났다. "자, 이제는----" 그가 말했다. "모험을 걸고 도박을 할때군." 갤런트 인디버에서 그는 보닝턴과 식사를 하던 그 테이블에 앉았다. 그의 시중을 든 아가씨는 몰리가 아니었다. 그 아가씨의 말이 몰리는 휴일이라 안 나왔다는 것이다. 그 때가 정각 7시였는데, 에르큘 포와로는 그 아가씨와 자연스럽게 죽은 개스코 인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그 분은 10년 가까이 이곳에 오셨어요. 그러나, 우리들 중 아무도 그 분의 성함조차 몰랐답니다. 신문에서 그 분 사진과 검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제 가 몰리에게, '이것 좀 봐. 이건 우리 '시간 영감님' 아냐!'하고 말했죠. 우리 는 그 분을 그렇게 부르곤 했거든요." "그 노인이 사망한 날 저녁에 이곳에 왔다지요?" "예. 3일 목요일이었어요. 목요일에는 항상 오셨으니까요.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시계처럼 정확하게 나타나셨답니다."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오?" "잠깐만 생각해 보고요. 그래, 카레 수프에다 비프 스테이크 푸딩인가, 아니 양 고기였던가? 아니에요, 푸딩이 맞아요. 또, 검은 딸기 사과 파이와 치즈를 드셨 어요. 그런 다음, 집으로 가서 바로 그날 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셨다니. 너덜 너덜한 실내복 끈 때문이었다죠? 하긴, 그분이 입고 다니는 옷은 정말 너무했어 요---구식에다 온통 누덕누덕한 옷을 입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품위가 있어서 마치 '위대한 사람'처럼 보였답니다. 우리 가게에서는 별의별 재미있는 손님들 이 다 오죠." 그녀가 물러간 뒤, 에르큘 포와로는 넙치 요리는 먹었다. 영향력있는 모 기관으로 부터 받은 소개장 덕분에 에르큘 포와로는 그 지역 검시 관과 어렵지 않게 면담할 수 있었다. 그가 말했다. "사망한 개스코인은 이상한 인물이었습니다. 외롭고 괴상한 노인이었죠. 그런 노 인의 죽음이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입니 다." 하고 말하며 그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방문객을 쳐다보았다. 에르큘 포와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단어를 골랐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이 하나 있어 조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기에 선생을 찾아왔습니다." "글쎄요. 제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는지요?" "법정에 제출된 서류의 파기나 보관 여부는 당신의 결정에 따르기로 되어 있는 줄 압니다. 헨리 개스코인의 실내복 주머니에서 편지가 한 장 나왔다는데, 사실 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노인의 조카 조지 램시 의사 에게서 온 편지였죠?" "맞습니다. 그 편지는 검시재판에서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제출되었 죠." "그 편지 아직 있습니까?" 에르큘 포와로는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조사를 하기 위해 그 편지를 남겨두 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꺼내어 준 편 지를 받아들고 그는 세심하게 검토했다. 만년필로 쓴 것인데, 필체가 다소 읽기 어려웠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헨리 삼촌께... 앤터니 삼촌을 만나 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일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삼촌이 방문하신다고 하는 말씀에도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기색이었으며, 과거지사는 잊어버리자는 삼촌의 요청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시지 않으 셨습니다. 병세가 악화되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삼촌이 누군지조차도 거의 기억하지 못하시는 모양이었으니까요...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랑하는 조카.. 조지 램시 올림 - 편지를 쓴 날짜는 11월 3일이었으며, 겉봉의 소인은 오후 4시 30분으로 찍혀 있 었다. 포와로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순서가 착착 맞아떨어지는군." 3...........^^......... 다음 목적지는 킹스턴 힐이었다. 그는 끈덕지게 비위를 맞춰가며 다소 어렵게 죽 은 앤터니 개스코인 집의 요리사겸 가정부였던 어밀리아 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힐 부인은 처음에는 꼿꼿한 태도를 취하며 의심을 늦추지 않았으나, 그 이상하 게 생긴 외국인의 상냥한 말투와 행동이 효력을 발휘해 곧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진심으로 공감하며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자 신의 모든 문젯거리를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이었다. 장장 14년간이나 그녀는 개스코인 씨의 살림을 맡아 했는데---그건 쉬운 일이 아 니었다! 결코! 그녀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여자들 같으면 벌써 옛날에 떠나고 말 았을 것이다! 그 노인이 괴상하다는 것은 누구한테 물어 봐도 부정하지 못할 것 이다. 돈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집착하는 구두쇠였는지---광적이라 할 만했는데- --알고 보면 그 노인만큼 알부자도 없었다나! 그러나, 힐 부인은 그 노인을 정성 껏 모시며 갖은 고초를 다 견뎌냈기 때문에 응당 '유물'이 돌아오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전혀---한푼도 없었다! 전재산을 아내에게 남기며, 아 내가 먼저 사망할 경우엔 동생 헨리에게 모든 것을 남긴다는 다 낡아빠진 유언장 뿐이었다는 것이다. 옛날에 써놓은 유언장 말이다. 그건 공정한 처사가 못 된다! 에르큘 포와로는 채워지지 못한 물욕에 대한 불평으로부터 다른 이야기로 그녀를 차츰차츰 떼내었다. 그것은 정말 무정하고도 불공평한 처사였다! 힐 부인이 불쾌 하게 여기며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개스 코인 씨가 돈에 대해 인색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들의 말을 빌면, 그 노인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부탁도 잘라서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힐 부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램시 의사가 찾아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요?" 하고 힐 부인이 물었다. "그 분의 동생에 관한 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단지 동생되시는 분이 화해를 원 한다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요. 그들은 몇 년 전에 싸웠거든요." 포와로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개스코인 씨가 한마디로 거절했다면서요?" "거절하다 뿐이겠어요." 힐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분은 힘없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헨리라고? 그럼 헨리 일로 온 거란 말이냐? 몇 년 동안 그를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뭣하러 만나? 만나고 싶 지 않아. 툭하면 시비를 거는 녀석이야, 헨리는.'하고 말이죠." 화제는 이윽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힐 부인의 불만과 개스코인 씨의 변호사가 보여준 냉혹한 태도로 넘어갔다. 이야기를 너무 느닷없이 끊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다소 고심한 끝에 포와 로는 그 집을 나왔다. 그리하여 저녁시간 직후에 그는 조지 램시 의사가 살고 있는 윔블던 도싯로의 엘 름크레스트로 갔다. 의사는 집에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가 안내르 받고 진찰실로 들어가 있었더니, 곧 조지 램시 의사가 나타났다. 방금 저녁 식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나는 환자가 아닙니다. 램시 씨."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이 무례한 행동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나는 솔직하 고 분명한 태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완곡한 어법으로 장광설을 늘어놓는 변호 사들은 딱 질색이죠." 그의 말이나 생김새는 램시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 의사는 중키에 면도를 깨끗이 한 사람으로, 머리는 갈색이었으나 속눈썹은 거 의 흰색에 가까와서 눈빛이 희미한것이 아주 열성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그의 태 도는 활발했으며 유머 감각도 있었다. "변호사들이라고요?"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 친구들을 싫어하시는군요! 정말 흥미가 느껴지는데요, 자, 앉으시죠." 포와로는 앉아서 명함 한 장을 꺼내어 의사에게 주었다. 조지 램시는 하얀 속눈썹을 깜박거렸다. 포와로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소곤거렸다. "내 고객들은 대부분이 여성들이죠." "당연하시겠죠." 조지 램시 의사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하고 포와로가 동감을 표시했다. "여자들은 경찰을 믿지 않죠. 오히려 사립탐정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들은 문 젯거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며칠 전에도 한 노부인이 문제 해 결을 의뢰해 왔죠. 그녀은 오래전에 남편과 싸운 일로 상심해 있었습니다. 그 부인의 남편은 다름아닌 당신의 삼촌이신 개스코인 씨였어요." 조지 램시의 얼굴이 자틮빛이로 변했다. "삼촌이라고요? 당치 않아요! 숙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앤터니 개스코인 씨가 아니라 헨리 개스코인 씨 말이오." "헨리 삼촌이라고요? 하지만, 그분은 결혼도 하지 않으셨는데!" "분명히 결혼했습니다." 에르큘 포와로는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그 부인이 결혼증명서까지 갖고 왔거든요." "그건 거짓말입니다!" 하고 조지 램시가 외쳤다. "못 믿겠어요. 당신은 정말 뻔뻔스러운 거짓말장이로군요." 포와로가 말했다. "이 정도가 그렇게 나쁜가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살인까지 저질렀는데." "살인이라고요?" 램시의 목소리는 떨렸으며, 희미한 눈은 공포로 질려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포와로가 말했다. "어쨌거나, 당신이 검은 딸기 파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소. 그건 현명치 못한 습관이지. 검은 딸기에는 비타민이 풍부하다고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치명 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요. 이번 경우에는 한 남자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결과가 된 것 같군요---바로 당신의 목에 말이오. 램시 선생." "보시다시피, 자네의 추측은 들어맞지 않았네." 에르큘 포와로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자기 친구에게 손을 내저으며 조용하고 밝 게 미소지었다.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은 평상시에는 전혀 하지 않던 일을 자신 도 모르게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그 시간을 택하지는 않을 걸세. 반사 작용은 저항이 가장 적은 곳에서 나타나기 마련이야. 무슨 걱정에 휩싸인 사람 이 잠옷 바람으로 만찬석상에 나타나는 일은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그 것은 그 사람의 잠옷이지 다른 사람의 잠옷은 아닐 게 아닌가. 걸쭉한 수프와 콩팥 푸딩과 검은 딸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느 날 저녁 느닷없 이 그 세 가지를 모두 주문했다네. 자네는 그 사람이 무언가 다른 생각에 골똘 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 그러나, 나는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가득찬 사람 이라면 무의식중에 늘 주문해오던 요리를 주문하게 된다고 말하겠네. 자, 그렇다면 어떤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이보다 더 합리적인 해석 이 떠오르지 않는다네. 그래서 정말 걱정이 되더군! 그 사건은 모두 잘못되어 있었어. 지난번 자네가 내게 그 노인이 사라졌다고 말해 주었지. 수년 만에 처음으로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일세. 나는 그게 재미있는 일로만 여겨지지 않더군. 이상한 가설이 문득 떠오르지 뭔가. ' 그 노인이 죽었을지도'모른다는 것이었지. 그래서, 이리저리 조사를 해보았더니 그 노인이 정말 죽었더군. 그것도 너무 간단하고 쉽게 죽었더란 말일세. 다시 말해서, 맛없는 생선 위에 소스를 끼얹어 놓았더구먼! 7시에 킹스로에서 그 노인을 본 사람이 있다네. 그리고 7시 30분에 여기에서 저 녁식사를 했어---죽기 두 시간 전이지. 모든 것이 앞뒤가 들어맞는다네---위에 서 검출된 내용으로 보나 편지로 보나. 소스를 끼얹어도 너무 많이 끼얹었어! 생선은 전혀 보이지도 않게 말일세! 애정이 깊은 조카가 편지를 썼고, 사망시간에 훌륭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거야. 죽음은 너무 간단했어---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으니 말이야. 단순한 사고 일까? 아니면, 살인일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사고였다고 하겠지. 그런데, 애정이 깊은 그 조카가 살아 있는 유일한 친척이란 말일세. 애정이 깊 은 조카가 유산을 상속받은 것이지---하지만, 상속받을 만한 재산이 있을까? 뻔 히 알려진 가난뱅이였는데. 그런데, 그 노인에게는 형이 있었지. 그 형은 돈많은 아내와 결혼했었고, 킹스 턴 힐의 호화판 저택에 살았더군. 그러니까 아내가 죽으면서 그에게 전재산을 남겼음이 틀림없어. 자, 순서가 어 떻게 되나 볼까---부유한 아내가 앤터니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앤터니는 헨리에 게 재산을 남기고, 헨리의 재산은 조지에게 넘어가는 거지---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네." "이론상으로는 아주 그럴 듯한 말이군. 그래서, 어떻게 했다는건가?" 하고 보닝턴 씨가 말했다. "이론이 선 다음에는---원하는 정보를 입수하는 거지. 헨리는 식사를 하고 두 시 간뒤에 죽었다고 했어---검시재판에서는 온통 그 시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더군. 그런데, 그 식사가 저녁식사가 아니라 '점심'이었다고 가정해 본다면? 한번 조지의 입장을 살펴볼까? 조지는 돈을 필요로 하고 있어---그것도 굉장히. 앤터니 개스코인이 죽어가고는 있었지만---그가 죽는다고 해서 조지에게 이득이 될 것은 없었지. 그의 재산은 헨리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 쩌면 헨리 개스코인은 앞으로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을거야. 그러므로, 헨리도 죽어야 했어---그것도 빠를수록 좋은 거지---그런데, 문제는 헨리는 반드시 앤 터니가 죽고 난 다음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야. 그와 동시에 조지는 알리바이 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으니까. 한 레스토랑에서 한 주에 두번씩은 꼭 저녁식사 를 하는 헨리의 습관에서 그 친구는 우선 계획을 시험해 보기로 하고, 어느 월 요일 저녁 문제의 레스토랑에 자기의 삼촌으로 변장하고 가보았지. 그런데 아무 지장없이 진행되었단 말씀이야. 모든 사람들이 그를 영락없는 삼촌 으로 보았거든. 시험에 성공했으니, 이제 앤터니 삼촌이 확실하게 죽을 징조만 보이면 되는 거지. 마침내 때가 왔어. 그는 11월 2일에 3일자로 편지를 써서 그 날 오후에 당장 삼촌에게 부쳤다네. 그리고는 3일 오후 런던의 삼촌을 찾아가서 계획을 실행한 걸세. 계단 위에서 냅다 떠밀어서 헨리 삼촌을 굴러 떨어지게 한 거야. 그런 다음, 자기가 쓴 편지를 찾아서 삼촌이 입고 있던 실내복 호주머니 에 찔러 놓았지. 7시 30분이 되자 조지는 수염을 달고 숱이 많은 눈썹을 붙이는 등 완벽하게 변장하고 갤런트 인디버에 나타난 거야. 헨리 개스코인 씨는 7시 3 0분에만 해도 분명히 살아 있었다 이거지. 그런 다음 화장실에서 얼른 본디 모 습으로 다시 변신하고, 차를 전속력으로 몰아 윔블던으로 돌아가서는 한밤중까 지 브리지를 한 거라네. 완벽한 알리바이가 된 거지." 보닝턴 씨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편지 겉봉에 찍힌 소인은 어찌 된 건가?" "오, 그건 아주 간단해. 소인은 얼굴이 져 있더군. 왜냐하면 검은 물감으로 11월 2일을 11월 3일으로 살짝 바꿔 놓았거든. 일부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눈 치챌 수가 없었을 걸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은 티티새가 있지." "검은 티티새?" "24마리의 검은 티티새로 구운 파이 말일세! 정확하게 말하자면 검은 딸기가 되 겠지! 조지는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훌륭한 배우는 아니었어. 그는 자기 삼촌 같은 차림에 삼촌 같은 걸음걸이와 말씨에 삼촌 같은 수염과 눈썹을 달았지만, 삼촌같이 먹는것을 깜빡 잊은 거야. 그는 그만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하 고 만 거지. 검은 딸기를 먹으면 이빨에 검은 물이 든다는 사실 아나? 그 시체의 이는 물이 들지 않았다더군. 헨리 개스코인은 그날 밤 갤런트 인디버에서 분명히 검은 딸 기를 먹었느데 말이야. 그런데, 위에도 검은 딸기가 없었다는 거야. 오늘 아침 에 알아보았지. 더구나, 조지는 턱수염이며 변장에 썼던 다른 도구들을 바보같 이 고스란이 보관하고 있었더구먼. 찾으려 들면 증거는 얼마든지 있네. 조지를 찾아가서 추궁을 했더니 실토를 하더구먼! 이것으로 사건은 해결되었어. 그런 데, 그는 또 검은 딸기를 먹고 있더란 말이야. 탐욕스러운 친구야---자기가 좋 아하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습관에서 빗나간 행동에 착안한 이 사건의 경우, 결국 탐욕이 그의 목을 매단 거야." 그 때 웨이트리스가 검은 딸끼 사과 파이 2인분을 날라왔다. "도로 가져가요." 보닝턴 씨가 말했다. "먹다가 체하겠어. 조그만 야자 푸딩이나 하나 갖다줘요." < end~ > 출처 http://forum6.thrunet.com/share/mmbbs/asp/board.asp?sid=55&bid=986 etext down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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