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자 살인사건 ?? (The Measure Murder) = 애거서 크리스티 = 1.......^^...... 폴릿 양은 문고리를 잡고 공손히 별장문을 두드렸다. 잠시 기다린 뒤 다시 문을 두드리다가 왼쪽 팔에 끼고 있던 꾸러미가 조금 비어 져 나오자 그것을 바로잡았다. 꾸러미 안에는 스펜로우 부인이 새로 주문한 녹색 겨울 드레스가 있었는데, 가봉하려고 가져온 것이었다. 폴릿 양의 왼손에는 줄자 와 바늘겨레, 그리고 크고 잘 드는 가위가 든 검은 실크 가방이 들려 있었다. 폴릿 양은 키가 크고 깡마른 몸매에 뾰족한 코와 꼭 다문 입술, 거기다 숱이 적 은 철회색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망설인 끝에 세 번째로 문고리를 잡아 두드 리고는 문득 거리를 내려다보니, 누군가가 재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명랑한 성격에 햇볕에 탄 피부를 가진 55세의 하트넬 양이 예의 그 낮은 목소리 로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폴릿 양!" 양재사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하트넬 양." 귀부인의 몸종으로 세상살이를 시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가늘었고, 뽐내는 듯한 말투가 섞여 있었다. "실례지만, 혹시 스펜로우 부인이 집에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알고 계세요?" 하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모르겠는데요." 하고 하트넬 양이 말했다. "이 일을 어쩌나. 실은 오늘 오후에 스펜로우 부인의 새 옷을 가봉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부인이 3시 30분에 오라고 했는데." 하트넬 양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30분이 좀 지났군요." "예, 문을 세 번이나 두드렸는데 아무 대답이 없어서, 혹시 스펜로우 부인이 깜 빡 잊고 외출하신 게 아닌가 하고 궁금해 하던 참이였어요. 하지만, 약속을 잊 으시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게다가, 그 옷은 모레 입을 거라고 하셨거든요." 하트넬 양은 대문으로 들어서더니 보도를 걸어 래버넘 저택의 문 밖에 서 있는 폴릿 양 곁으로 다가왔다. "글래디스가 뭘 하느라고 문 밖을 내다보지도 않지?" 하고 그녀가 말했다. "오, 참. 오늘은 목요일이지---글래디스가 노는 날이야. 그럼 스펜로우 부인이 깜박 잠이 드셨나 봐여. 문을 세게 두르리지 않았을 테니 못 들으신 거예요."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서 귀청이 터질 만큼 세게 두드리더니, 그래도 안되겠던지 주먹으로 문을 쾅쾅 쳤다. 그리고는 또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쳐 댔다. "여보세요, 안에 아무도 없어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폴릿 양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스펜로우 부인이 깜빡 잊고 나가셨나 봐요. 조금 있다가 다시 와보죠, 뭐." 그녀는 보도 쪽으로 걸음을 떼놓기 시작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하트넬 양이 단호하게 말했다. "외출했을 리가 없어요. 그랬으면 내가 부인을 봤을 텐데. 창문으로 어디 살아 있는 흔적이 있는가 한번 봅시다." 그녀는 농담이라는 듯 여느때처럼 기운차게 웃어젖히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유 리창을 건성으로 힐끔 들여다보았다---스펜로우 부부는 집 뒤쪽의 조그만 거실을 더 좋아해서 그 앞쪽 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던 까닭에, 그냥 형식적으로 한번 본 것뿐이었다. 건성으로 집안을 들여다본 것 뿐이지만, 그녀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하트넬 양은 사람이 살아있는 흔적이라고는 보지 못했다. 그 반대로 그녀가 창문을 통해 본 것은 난로 앞 깔개에 죽은 채로 나동그라져 있는 스펜로우 부인의 모습이었 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하트넬 양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나는 간신히 침착을 되찾았지요. 그 폴릿이라는 아가씨는 어쩔 줄 모르고 허둥거리기만 했어요.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죠. '침착해져야 해요. 당신은 여기 있어요. 내가 파크 경관을 불러올 테니까.' 하고요. 그녀는 남아 있고 싶지 않다면서 뭐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했어요. 그런 사람한테는 딱 부러지게 대해야 하거든요. 가만히 보면 그런 사람 들이 항상 난리법석을 떨기 마련이라고요. 그래서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마침 그때 스펜로우 씨가 그 집 모퉁이를 돌아오는 거였어요." 여기까지 말한 다음 하트넬 양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 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으로 하여금 숨가쁘게. "그런데 그의 '표정'이 어땠어요?" 라는 질문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면 하트넬 양은 이렇게 계속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단번에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너무나 침 착했거든요. 조금도 놀라는 것 같지가 않더라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으나, 자기 아내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무표정한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모두들 이 말에 동감했다. 경찰 역시 동감을 표했다. 그들은 스펜로우 씨가 무표정했다는 게 너무 의심스럽 다고 생각한 나머지 부인이 죽은 뒤 그 양반이 어떤 심경에 처해 있는지 알아보 려고 하지도 않았다. 스펜로우 부인은 굉장한 부자였으며, 그들이 결혼한 뒤 바 로 만든 유언장에 따라 그 재산이 전부 그녀의 남편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안 뒤 그들의 의심은 한층 더 짙어졌다. 얼굴은 온화하게 생겼으나 어떤이에 의하면 혀에 가시가 돋쳤다는 할머니 노처녀 마플 양은 목사관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는데, 사건이 발견된 지 채 30분도 지나 지 않아서 파크 순경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거드름을 피우는 태도로 수 첩을 넘기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물어 보겠습니다." 마플 양이 말했다. "스펜로우 부인 살해사건에 관해서요?" 파크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죠?" "생선 덕택이죠." 하고 마플 양이 대답했다. 파크 순경은 그 대답의 뜻을 충분히 알 만했다. 생선장수의 아들 녀석이 마플 양 에게 저녁 반찬거리를 배달하면서 입을 놀린 게 분명했다. 마플 양은 부르럽게 계속 말했다. "거실 바닥에 질식사한 채 쓰러져 있었다면서요? 아주 가는 끈으로 목을 조른 것 같다고요?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현장에는 없었다고요?" 화가 난 파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프레드라는 녀석, 제깐 놈이 뭘 안다고---" 마플 양이 솜씨있게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어머, 제복 웃도리에 핀이 꽂혀 있군요." 파크 순경은 웃도리를 내려다보더니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이 있죠. '핀을 보거든 망설이지 말고 집어라. 하루 종일 재수가 좋을 것이다.'" "그 말이 맞기를 바래요. 그런데, 내게 물어 보겠다던 말이 뭐죠?" 파크 순경은 목청을 가다듬고 거드름을 피우며 수첩을 뒤적였다. "사망자의 남편되는 아서 스펜로우 씨가 내게 진술한게 있습니다. 스펜로우 씨에 의하면 오늘 오후 2시 30분에 마플 양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의논하고 싶은 일 이 있으니 3시 15분까지 좀 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자,그게 사실입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하고 마플 양이 말했다. "2시 30분에 스펜로우 씨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2시 30분이고 몇 시고 간에 전화건 적이 없어요." "아----" 하고 말하며 파크 순경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듯이 콧수염을 핥았다. "그 밖에 스펜로우 씨가 또 무슨 말을 했죠?" "스펜로우 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3시 10분에 집에서 나와 부탁받은 대로 여기 에 왔답니다. 그런데, 도착해 보았더니 하녀가, '마플 양은, 집에 계시지 않아요.' 라고 말을 했다더군요." "그 말을 사실이예요." 하고 마플 양이 말했다. "그 사람이 여기에 왔을 시간에 나는 여성협회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죠." "아!" 하고 파크 순경이 탄성을 발했다. 마플 양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이봐요. 스펜로우 씨를 의심하는 거예요?" "현 단계에서는 누구라고 확실하게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아주 교묘하게 일을 꾸민 것 같습니다." 마플 양은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 "스펜로우 씨가?" 그녀는 스펜로우 씨를 좋아했다. 작달막한 키에 마른 체구를 가진 그는 무뚝뚝하 고 고리타분하기는 했으나 예의만큼은 깍듯이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가 줄곧 도 시에서만 살았다는 점을 볼때, 여생을 시골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는 마플 양에게 이유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언젠가는 시골에 내려가 내 정원을 가꾸며 살겠다는 생각을 품어 왔답니다. 나는 꽃에 굉장한 애착심을 가지고 있지요. 내 아내도 전에는 꽃집을 했었답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곳도 바로 그곳이었지요." 멋없는 말이었으나, 로맨스가 있었음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젊고, 그래서 더 욱 예뻤을 스펜로우 부인이 꽃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라..... 그러나, 스펜로우 씨는 꽃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씨앗이며, 꺾꽃이며, 화단에 심는 법이며, 1년생 화초, 혹은 다년생 화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단지 환상일뿐이었다---향기로운 색색의 화려한 꽃들이 가득 심어져 있는 아담한 시골 정원에 대한 환상, 그는 거의 매달리다시피 가르 쳐 달라고 부탁했으며 마플 양이 그 질문에 대답해 주면 착한 학생처럼 꼬박꼬박 수첩에 적는 것이었다. 그는 아주 찬찬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을 때 경찰이 그를 주시하게 된 것도, 아마 그의 성격 때문이었으리라. 끈기 있게 조사한 결과 그들은 죽은 스펜로우 부인에 대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것은 삽시간에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퍼졌다. 스펜로우 부인은 어떤 저택에서 부엌일과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로 세상살이를 시 작했다고 한다. 그뒤 그 일은 그만두고 그 집의 부정원사와 결혼하여 함께 런던 에다 꽃집을 차렸다는 것이다. 가게는 날로 번성했으나, 그 정원사는 얼마 가지 않아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 과부가 된 그녀는 가게를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야심만만하게 가게를 확장했다. 가게는 날로 번성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가게를 비싼 값에 팔고 스펜로우 씨와 두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그 당시 스펜로우 씨는 조그만 가게를 물려받아 근근히 꾸려 나가고 있던 중년의 보석상이었다고 한다. 얼마 뒤 그들은 그 상점 도 처분하고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펜로우 부인은 부유한 여자였다. 그녀는 꽃집을 해서 모은 돈을 누구에게나 설 명했다시피 '영적인 인도에 따라' 투자했다. 유령이 뜻밖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녀에게 조언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투자한 것은 하나같이 성공했으며, 개중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경 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강신술에 더 이상 깊이 빠져지는 않고, 영매니 강 신술회니 하는 것들을 저속하다고 여겨 그 신앙을 버렸다. 그 뒤 여러가지 심호 흡 형식을 토대로 하는 인도종교와 일맥상통하는 정체불명의 종교에 짧은 기간이 나마 완전히 심취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도착하면서 그녀는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 정통파로서의 시절로 접어들게 되었다. 모사관에도 자주 들렀으며, 교회 예배에도 착실하게 참석했다. 그녀는 마을 상점 들의 단골 손님이 되는 한편, 그 지역 일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으며, 마을 사람들과 브리지를 즐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가---어느 날 갑자기---살해된 것이 다. 2.........^^......... 경찰서장인 멜쳇 대령이 스랙 경감을 호출했다. 스랙은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한번 마음을 결정했으면 반드시 자신이 옳다고 믿었다. 그는 확신에 가득차 이렇게 말했다. "그 남편이 한 짓입니다. 대령님."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 "틀림없습니다. 대령님도 한번 만나 보시면 그가 흉악범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보 실 겁니다. 슬퍼하는 기색이나 감정은 추호도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올때 아내 가 죽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남편으로서 최소한 괴로운 시늉이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대령님. 마음속으로 매우 기뻤던 거죠. 너무 무뚝뚝해서 연기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잖습니까." "다른 여자를 사귄 적은 없던가?" 멜쳇 대령이 물었다. "한 명도 추적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는 교묘한 인물이니까 증거를 없앴 겠죠. 제가 보기로는 그의 아내에게 넌더리가 나 있었어요. 그 여자는 재산은 많았지만, 밤낮 무슨 교니 뭐니에 매달려 있으니 데리고 살기에는 좀 신물이 났 겠죠. 그래서, 그는 매정하게 그녀를 죽이고 혼자서 편안하게 살 작정을 한 겁 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틀림없습니다. 용의주도하게 계획을 세워서 전화가 걸려온 것처럼 꾸민 다음--- ----" 멜쳇이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전화 걸려온 게 없었나?" "없었습니다. 대령님. 그러니까 그가 거짓말을 시켰거나, 아니면 그 전화가 공중 전화로 걸려온 게 되는 거죠. 마을에는 공중전화가 역과 우편취급소 두 군데밖 에는 없습니다. 우편취급소는 분명히 아닙니다. 블레이드 부인이 들어오는 사람 들을 일일이 다 보거든요. 역이라면 가능해요. 기차가 2시 27분에 도착하니까, 그 때는 좀 혼잡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는 자기에게 전화한 사람이 마플 양이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거든요. 그녀의 집에서 건 전화도 아닐 뿐 아니라, 그녀는 그 때 여성협회에 나가 있었으니까요." "스펜로우 부인을 죽이려한 누군가가 남편을 일부러 불러냈을 가능성도 있잖겠나 ?" "대령님은 테드 제러드라는 젊은이를 생각하고 계신 거죠? 제가 이미 그에게 슬 슬 운을 떼어 보았습니다만----동기가 없다는 사실에 부딪쳤을 뿐입니다. 그 사 건으로 그는 아무런 이득을 볼 게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그 자도 달가운 녀석은 못 돼. 공금을 횡령한 적도 있지 않나."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주인한테 횡령한 사실을 다 실토하지 않 았습니까. 그것도 주인이 알아차리기 전에 말입니다." "옥스퍼드 그룹의 일원이었다지?" 하고 멜쳇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령님. 하지만 개종을 한 뒤 마음을 고쳐먹고 돈을 훔쳤다고 자백 했답니다. 그에게 교활한 면이 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의심을 받고 있다 싶으니까 정직하게 후회하는 체 선수를 친 거니까요." "자네도 꽤 의심이 많은 사람이군, 슬랙." 하고 멜쳇 대령이 말했다. "아, 참, 마플 양과 이야기해 보았나?" "그 여자도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대령님?" "아, 아닐세. 하지만 여기저기서 얻어듣는 게 많지 않겠나. 가서 그 여자하고 슬 슬 잡담이라도 나눠 보지 그래. 보기보다 꽤 날카로운 여자라네." 슬랙이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 "한 가지 여쭤 볼 게 있습니다. 대령님. 사망자가 하녀로 일한 적이 있었던 로버 트 애버크롬비 경의 저택에서 말입니다. 보석을 도난당한 일이 있었거든요---에 메랄드가 꽤 많이 없어졌죠. 그런데, 범인을 한 명도 잡지 못했었죠. 조사해 보 았더니 도난 사건은 스펜로우라는 여인이 그 집에 있었을 당시에 일어난게 틀림 없어요. 하시만, 그녀는 그 때 처녀에 불과했으니까, 그 사건에 가담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안 그렇겠습니까, 대령님? 하지만, 그 당시 스펜로우는 변 변찮은 보석상을 하고 있었다니까, 훔친 물건들을 사들였을지도 모릅니다." 멜쳇은 머리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말게. 그 때라면 그녀가 스펜로우를 알지도 못했을 테니 까. 그 사건이 기억나는군. 경찰에서는 그 집 아들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었지---짐 애버크롬비라고 낭비벽이 무척 심한 녀석이었지. 그런데, 그 산 더미 같은 빚이 도둑맞은 사건이 있고 난 뒤 바로 다 청산되었어----그들 말로 는 어떤 돈많은 여자가 갚아 주었다지만, 알 수 없는 일이야---애버크롬비 씨도 그 사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경찰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했었지. " "단지 한번 추측해 보았을 뿐입니다." 하고 슬랙이 말했다. 마플 양은 슬랙 경감을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멜쳇 대령이 그를 보냈다는 이야 기를 듣고서 더욱 기뻐했다. "어머나, 멜쳇 대령님은 친절도 하시지. 그 분이 여태 나를 기억하고 있는 줄은 몰랐군요." "기억하시는 정도가 아닙니다.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당신이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알 만한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정말 고마운 말씀이시긴 하지만, 사실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요.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요." "하지만, 마을에서 어떤 말들이 나돌고 있는지는 알고 계실 테죠." "아, 그거야 뭐---하지만, 그래 보았자 잡담을 되풀이하는 것밖에 더 되겠어요?" 슬랙은 슬슬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이건 공식적인 대화가 아닙니다. 비밀을 지킬테니 안심하십시오." "정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들을 알고 싶으세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 관이 없다는 말인가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 좋아요. 사실 이러쿵저러쿵 의견이 분분하답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남편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남 편, 혹은 아내가 이런 경우에서는 의심받기 딱 좋은 사람 아니겠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죠." 경감은 신중을 기하며 말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사이니까요.게다가, 흔히 대하게 마련인 돈 문제가 얽혀 있 죠. 듣자니까, 그 집 재산은 전부 스펜로우 부인의 소유라더군요. 그래서, 그녀 가 죽으면 스펜로우 씨가 이익을 본다는 거예요. 세상이 험하다 보니 '별의별' 무자비한 억측이 다 옳게 보이나 봐여." "그는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잖습니까." "그건 그래요. 그러니 이야기가 아주 그럴 듯해지는 거예요. 그렇죠? 그가 그녀 를 목졸라 죽인 후, 집 후문으로 살짝 빠져나와 들판을 가로질러 우리 집에 와 서는 마치 내게서 전화를 받았던 것처럼 위장해 놓는다---그리고는 다시 돌아가 서 자기의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가 살해되었다고 한다는 식이죠---물론, 어떤 뜨내기 녀석이나 강도가 한 소행으로 돌려지기를 의도적으로 바랐다는 이야기에 요." 경감은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돈 문제도 돈 문제지만----최근 들어 그들 사이가 나빠졌다면---" 그러나 마플 양이 그의 말을 막고 나섰다. "오, 그건 절대 아니에요." "어떻게 장담합니까?" "그들이 싸웠다면 모두들 알았을 거예요! 글래디스 브렌트라는 하녀가 그 즉시로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을 테니까요." 경감이 자신없는 태도로, "하녀가 몰랐을지도 모르죠----" 라고 말했다. 마플 양은 동정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플 양이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테드 제러드를 점찍고 있 답니다. 미남 청년이죠. 훌륭한 용모는 의외로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나 봐 요. 전전번에 부목사님만 해도 얼마나 놀라운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요! 온 마을 처 녀들이 다 교회에 나갔을 정도였죠---아침 예배뿐만 아니라 저녁 예배까지도 말 이에요. 나이든 부인네들도 전에 없이 교구 일에 적극적이었지요---게다가, 슬 리퍼니 스카프니 다 그 분을 위해 만들어 바쳤다니까요! 젊은 사람으로서는 얼 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겠어요----가만 있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아, 참, 테드 제러드라는 청년 이야기였지. 물론 그에 관해서도 전부터 말이 많 았지요. 그 청년이 그녀를 너무 자주 만나러 갔다는 거예요. 그러나, 스펜로우 부인은 그 청년이---그 뭐라더라---소위 옥스퍼드 그룹의 일원으로서 방문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는군요. 그건 아주 성실하고 진지한 종교 운동인가 봐요. 그 래서, 스펜로우 부인이 그 영향을 받은 거예요." 마플 양은 한 숨 돌리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들의 모임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아요. 그러나, 사람들이 그걸 어디 두고 보나요. 스펜로우 부인이 그 청년에게 혹하여 거액의 돈을 빌려 주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랍니다. 그러나, 제러드는 그날 기차역에 나가 있었거든요. 열차에서 본 사람이 있다는군요----2시 27분 하행열차에서요. 그러나, 일단 기차를 탄 다음 반대편 출입구로 빠져나와 대피 선을 건너 담을 넘고 울타리를 돌아가면, 기차역의 입구로 나오지 않고도 쉽게 마을로 들어갈 수가 있죠. 그렇게 해서 사람들 몰래 그 저택에 접근했다는 거예 요. 게다가, 사람들 말로는 스펜로우 부인이 입고 있던 옷이 좀 이상했다는군 요." "이상했다고요?" "드레스가 아니라 화장복 차림이었대요." 마플 양은 얼굴을 붉혔다. "그것을 두고 아마 좀 수상쩍다고 억측을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에요." "그게 수상쩍다고 생각하십니까?" "오, 아뇨.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봐요." "그게 자연스럽다는 말입니까?" "그 때의 상황으로 보면 그렇죠." 마플 양의 시선은 냉정하고도 차분했다. 슬랙 경감이 말했다. "그럼, 남편에게 또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질투심이란---" "오, 아니에요. 스펜로우 씨는 절대 질투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상한 일이 있다 고 해도 눈치조차 못 챘을 겁니다. 그의 아내가 달아나면서 바늘겨레에 쪽지를 꽃아둔다면 그것을 보고서야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할 그런 사람이에요." 슬랙 경감은 그녀가 하도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바람에 당황했다. 그녀가 하 는 말이 모두 무엇인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 는 약간 힘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무슨 단서라도 발견했나요, 경감님?" "요즘 범인들은 지문이나 담배 따위를 남겨놓지 않습니다. 마플 양."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범죄 유형이 구식인 것 같은데----" 그녀는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 슬랙은 날카롭게 말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플 양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내 생각에는 파크 순경을 만나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그는 소위 '범죄현 장'을 처음으로 본 사람이니까여." 스펜로우 씨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가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이제야 겨우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력이 예전만큼 좋지는 못해도 조그만 소년 하나가 내 등뒤에서 소리치는 것을 분명히 들은 것 같습니다. '야, 크리픈(아내를 죽인 런던의 의사)이 왔다!' 라고 외치 더군요. 그---그 말은 내---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소리처럼 들리더군 요." 마플 양은 시든 장미꽃을 조심스럽게 따며 말했다. "그렇게 들으라고 한 소리가 분명해요." "하지만, 어린애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요?" 마플 양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틀림없이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랬을 거에요." "그----그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 사람들의 절반은 아마 그럴 거예요." 3...........^^........ "그렇지만---아주머니---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까? 내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물론 아내는 내가 바랐던 만큼 시골 생활을 좋아하지는 않 았지만---부부라 하더라도 모든 문제에 완벽하게 뜻을 함께 하기란 불가능한 일 이잖습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아내를 잃어 얼마나 슬픈지 모릅니다." "물론 그러시겠죠. 그러나, 실례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스펜로우 씨는 야윈 몸을 바짝 치켜세웠다. "몇년 전에 어떤 중국 철학자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를 잃었지만, 그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거리에서 징치기를---그 건 중국의 전통 오락인가 봅니다---묵묵히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 사 람들이 그가 보여 준 꿋꿋한 정신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더군요." "그러나,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좀달리 생각하는 모양이에 요. 중국 철학을 이해할 리가 없죠." "당신은 이해합니까?" 마플 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헨리 백부님도 남달리 자제심이 강한 분이셨죠. 그 분은 '결코 감정을 드 러내지 마라'를 좌우명으로 삼고 계실 정도였어요. 그분 역시 꽃을 무척 사랑하 셨답니다." 스펜로우 씨가 생각난 듯 열띤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별장 서쪽에다 퍼골라(덩굴을 지붕처럼 올린 정자)를 한번 꾸며 볼까 생각 중입니다. 분홍색 장미와 등나무를 올리면 어떨까요? 그리고 흰색의 별 모양 꽃 이 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마플 양은 세 살 난 자기의 친척 아이에게 하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사진이 나온 아주 좋은 카탈로그가 있군요. 보시면 아마 도움이 될 거에요 ---나는 마을에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군요." 카탈로그를 보고 좋아하고 있는 스펜로우 씨를 정원에 남겨두고, 마플 양은 자기 방으로 올라가 드레스 한 벌을 서둘러 갈색 종이로 싼 다음 집을 나와 우편취급 소로 바삐 걸어갔다. 우편취급소 2층에 양재사인 폴릿 양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마플 양은 우편취급소에 들어서서는 곧장 2층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았 다. 그 때가 2시 30분 이었는데, 1분쯤 있으니까 머치 벤헴 마을에서 온 버스가 우편취급소 앞에 멈춰 섰다. 이것은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는 매일 일어나 는 일이었다. 우편취급소의 여자 책임자가 짐꾸러미들을 들고 서둘러 내렸다. 그 우편취급소에서는 과자며 싸구려 책, 아이들 장난감 가게까지 겸하고 있었으므로 그와 관련된 짐도 우편물과 같이 있었다. 약 4분 동안 마플 양은 우편취급소에 혼자 있었다. 마플 양은 그 여자 책임자가 제자리에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2층으로 올라가서 폴릿 양에게 낡은 회색 비단 드레스를 가능하다면 좀더 멋있게 고쳐 입고 싶다고 설명했다. 폴릿 양은 그럴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서장은 마플 양이 뵙고자 한다는 전갈을 받고 좀 놀랐다. 그녀는 들어와서 수다스럽게 용서를 빌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방해가 돼서 정말 너무 죄송해요. 바쁘신 줄은 알지만, 지 난번에도 그렇게 호의를 보여 주셔서 슬랙 경감보다는 멜쳇 대령님을 직접 찾아 뵙는게 도리겠다 싶었죠. 또, 파크 순경을 곤란에 빠뜨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요.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는 전혀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았을 거예요." 멜쳇 대령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파크라면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의 순경 아니오? 그가 어떻게 했다고요?" "그는 핀을 하난 주웠죠. 그의 제복에 꽃혀 있는 것을 보았어요. 나는 그 때, 아 마도 그가 스펜로우 부인댁에서 그것을 주웠을 거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예, 좋습니다. 그렇지만, 핀이 뭐 대수롭습니까? 사실 그는 스펜로우 부인의 시 체 바로 옆에서 그것을 주웠답니다. 어제 슬랙한테 와서 말했다는군요---부인이 그것을 알려 주었나 보죠? 물론 아무데나 손을 대서도 안 됩니다만, 핀이 대체 어떻다는 겁니까? 그건 단지 흔히 보는 핀에 불과했습니다. 여자들이 보통 사용 하는 거였죠." "오, 아니에요. 멜쳇 대령님. 그건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남자들이 보기에 그건 보통 핀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건 아주 특별한 핀 이어서 상자로 사야 하며, 대게 양재사들이 사용하는 아주 가는 핀이죠." 멜쳇은 갑자기 감이 잡힌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플 양은 머리를 여 러 번 힘차게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뻔한 일이에요. 스펜로우 부인은 새 드레 스를 가봉하기 위해 화장옷을 입고서 그 앞쪽 방으로 갔던 거예요. 그 때 폴릿 양은 치수를 재봐야겠다며 줄자를 그녀의 목에 감았겠죠---그런 다음, 그것을 엇갈리게 확 잡아당긴 거예요---아주 간단한 일이죠. 그래 놓고서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는 방금 도착한 것 같은 얼굴을 해 가지고 문을 두드렸던 거예요. 그 핀이 그녀가 이미 그 집안에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잖아요." "그렇다면 스펜로우 씨에게 전화를 한 사람도 폴릿 양입니까?" "그렇죠. 2시 30분에 우편취급소에서요---곧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 우편취 급소가 비어 있었거든요." 멜쳇 대령이 말했다. "하지만, 마플 양, 이유는? 도대체 그 여자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동기 없는 살인은 없는 법입니다." "아네요. 내 생각으로는, 멜쳇 대령님. 내가 들은 말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의 원인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앤터니와 고든이라는 내 사촌들이 생각나는군요. 앤터니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잘 되었는데, 고든이 하는 일은 항상 그 반대였어요. 승마를 하다가 절름발이가 되고, 주식값이 폭락하여 재산 을 탕진해 버렸죠. 그 두 여자도 똑같은 형태로, 그 사건에 함께 가담했던 것 같아요." "무슨 사건요?" "도난사건 말이에요. 오랜 전 일인데. 아주 값비싼 에메랄드를 도난당한 일이 있 다고 들었어요. 그 범죄에 그 집 부인의 몸종과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가 관련되 었다고 봐요. 이유는, 한 가지 의문나는 점이 있어서죠---그러니까, 그 허드렛 일을 하는 하녀가 정원사와 결혼했을 때, 그들에게 과연 꽃집을 차릴 만한 큰 돈이 있었을까요? 대답을 하자면, 그것은 그녀의 몫이었어요---훔친 물건에서 나누어 받은 몫이었 다는 말이에요. 이것이 가장 맞는 표현이 아닐까요? 그녀가 하는 일은 모두 잘 풀려 나갔어요. 돈이 돈을 만들었죠. 그런데, 한편 그 몸종은 운이 지독히도 없 었던 것 같아요. 한낱 마을의 재봉사밖에 되지 못했으니까요. 그들은 다시 만났 죠. 처음에는----적어도 테드 제러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이가 괜찮은 편이었지요. 스펜로우 부인은 벌써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가 차츰 마음이 종교적으 로 기울어졌어요. 그러니 틀림없이 그 젊은이가 '용기를 내어 죄를 고백하라'고 설득했겠죠. 내 장담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을 거예요. 그 러나, 당황한 폴릿 양이 그것을 가만두고 보지 않았죠. 그녀는 오래전에 저지른 도둑질로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거에요. 그 여자는 늘 사악한 데가 있었어요. 만일, 그 착하다 못해 어리석기까지 한 스펜로우 씨가 죄를 뒤집어쓴 채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여자 라고요." 멜쳇 대령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당신의 추리를---어느 정도까지는---어---증명할 수 있습니다. 에버크롬 비 집에서 하녀 노릇을 했다는 폴릿이라는 여자의 신원파악 정도는 말이오. 그 러나---" 마플 양은 그를 안심시키듯이 이렇게 말했다. "아주 간단할 거예요. 그녀는 사실을 가지고 따져 물으면 금방 실토할 여장에요. 그리고, 여기 그녀의 줄자를 가지고 왔어요. 어제 옷을 가봉하면서 그것을---저 ---몰래 빼냈왔죠. 그녀는 그게 없어진 것을 알고서 찾다가 경찰이 가지고 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글세요, 그녀는 무지한 여자니까 그것만으로도 자기가 불리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녀는 그를 격려하듯이 미소지었다. "아무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걱정마세요." 그것은 언젠가 대령이 육군사관학교 시험을 칠 때 좋아하던 아주머니가 꼭 붙을 거라며 안심시켜 주던 바로 그 말투였다. 그래서 그는 합격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