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 ◁


「애거서 크리스티 단편집 중 <검찰측의 증인> 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잘 있어요, 여보."
 "다녀 오세요, 여보."
 앨릭스 마틴은 작은 통나무 문에 기대어 선 채, 마을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남편의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가 구부러진 길을 돌면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앨릭
스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서서 꿈꾸듯이 환상에 잠기 채, 얼굴에 나부끼는 
숱이 많은 갈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멍하니 서 있었다.
 앨릭스 마틴은 아름답지도 않았고, 엄격하게 말해서 귀엽지도 않았다. 더
이상 한창 나이 때의 탄력있는 피부를 지닌 얼굴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옛날에 사무실에 다닐 적의 동료들이 거의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밝아지고 부드러워졌다. 앨릭스 킹 양은 확실히 능력이 있고 사
무적이었으며, 유능하고 약간 무뚝뚝한 태도를 지닌 말쑥하고 민첩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아름다운 갈색 머리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 윤곽이 뚜렷한 입을 
항상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전혀 요염한 티가 없이 단정했다.
 앨릭스는 어렵게 학교를 졸업했다. 열여덟살 때부터 서른세살이 되기까지 
14년간 그녀는 속기 타이피스트로 일하여 자신의 (그리고 그중 7년간은 환
자였던 어머니까지) 생계비를 벌었다. 그것은 그녀의 소녀처럼 생긴 얼굴의
부드러운 선을 굳어 버리게 만든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실은, 연애라는 것도 해 보았다. 딕 윈디퍼드라는 동료 사원하고 말이다.
여자의 마음이 다 그렇듯이, 겉으로는 모르는 체 했지만 앨릭스는 그가 자
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 외견상으로 보면 그들은 친
구 이상의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딕은 얼마 안되는 봉급에서 어린 남동생
의 학비를 대 주느라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때로서는, 그는 결혼을 생
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릭스는 마음속에 미래를 그릴 때면, 
언젠가는 딕의 아내가 되리라는 것을 반은 확신하고 들어갔다. 그들은 서로
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것을 표현하곤 했지만, 그들은 둘다 분별있
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충분했으므로 조금도 경솔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
었다. 그렇게 해서 세월은 흘러갔다.
 그런데 갑자기 전혀 예기치 못한 일로 해서 그녀는 되풀이되던 고생으로부
터 해방되었다. 먼 사촌 하나가 죽으면서 앨릭스에게 재산을 남긴 것이었다. 
그것은 2~3000 파운드여서, 연 200파운드의 수입을 올리기에 충분한 액수였
다. 앨릭스에게 그것은 해방이며 생존이며 독립이었다. 이제 그녀와 딕은 
더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딕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는 그전에도 앨릭스에게 사랑하고 있다
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그게 한층 더 심한 것 같았
다. 그는 그녀를 피했으며, 점점 침울하고 우울해졌다. 앨릭스는 재빨리 진
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제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미묘한 감정과 자
존심이, 딕이 그녀에게 자기의 아내가 되어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
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가 먼저 조치를 취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두번째로 예기치 못한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다.
 그녀는 한 친구의 집에서 제럴드 마틴을 만났다. 그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
했으며 1주일만에 그들은 약혼했다. 
 '열정에 빠지지 않을 형' 이라고 늘 자부해 왔던 앨릭스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휩쓸리고 말았다.
 그녀는 뜻하지 넴게 옛 연인을 대치시킬 길을 찾은 것이었다. 딕 윈디퍼드
는 그녀를 찾아와서 더듬거리며 몹시 화를 냈다.
 "그 남자는 당신에게 완전히 낯선 사람이야. 당신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하지만,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알아----1주일 만에?"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모든 사람이 11년씩이나 걸리
 지는 않아요."
 하고 앨릭스는 화가 나서 외쳤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당신을 만난 이후 줄곧 당신을 좋아해 왔어. 그리고 당신도 나를 좋
 아한다고 생각했어."
 앨릭스는 정직하게 말했다.   
 "나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어요."     /     하고 그녀가 시인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뭔지 내가 몰랐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딕은 다시 감정을 터뜨렸다. 빌기도 했다가, 간절하게 부탁도 했다
가,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 자기를 밀어낸 남자에 대한 협박을 말이다. 앨
릭스는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그 내성적인 성격 
이면 속에 그렇게 화산같은 면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또한, 그녀는 약간 두려웠다. 딕은 물론 말로 위협하고 있듯이 제럴드 마틴
에게 진짜로 복수할 사람은 아니다. 그는 다만 화가 났을 뿐이었다.
 이 화창한 아침에 그녀는 그 작은 집의 대문에 기대어 그때의 만남을 회상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결혼한지 한달 되었으며, 전원 속에서 행복한 나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온통 사로잡고 있는 남편이 잠깐 없는 
사이에, 슬그머니 불안이 그녀의 더할 나위 없는 행복에 엄습해 왔다. 그 
불안의 원인은 다름아닌 딕 윈디퍼드였다.
 결혼후 세 번을 그녀는 똑같은 꿈을 꾸었다. 배경은 달랐지만, 주요한 사
실들은 항상 똑같았다. 그녀는 자기의 남편이 죽은 채 누워 있는 것과, 딕 
윈디퍼드가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폭력을 휘두른 사람
이 바로 그라는 것도 그녀는 뚜렷하고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끔찍했지만, 훨씬 더 끔찍한 것이 있었다----꿈속에서는 그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도 끔
찍하게 여겨졌다. 앨릭스 마틴,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죽은 것을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고맙다는 듯이 그 살해자에게 손을 내밀었으며, 
때때로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꿈은 항상 똑같은 식으로, 그녀가 
딕 윈디퍼드의 팔에 안긴 채 끝이 났다.
 그녀는 이 꿈에 대해 남편에게 아무 이야기도 안했지만, 실은 그것이 그녀
가 인정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건 경고인가----딕
윈디퍼드에 대한 경고인가? 그는 먼 곳에서 그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신
비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최면술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
했지만, 사람은 자기 의지가 강하면 최면술에 걸리지 않는다고 항상 들어왔다.
 집안에서 날카롭게 울려 나오는 전화벨 소리에 앨릭스는 상념으로부터 깨
어났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몸이 휘
청거렸다. 그녀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한 손을 내밀었다. 
 "누구라고 하셨어요?"
 "아니, 앨릭스. 당신 목소리가 어떻게 된 거요? 못알아들을 뻔 했잖아, 난
 딕이오."
 "오!"     /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오! 어디예요?"
 "트래블러스 암스 여인숙에 있소----그 이름이 맞는 거요? 혹시 당신이 살
 고 있는 마을에 여인숙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니오? 나는 휴가중이
 오----여기에서 낚시를 좀 하고 있소. 오늘 저녁식사 뒤에 당신 부부를 좀
 보러 가고 싶은데 괜찮겠소?"
 "안돼요!"    /   하고 앨릭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오면 안돼요."
 잠시 말이 없다가 딕이 약간 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례했소."    /   하고 그가 격식을 차리며 말했다.
 "물론 나는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소------"
 앨릭스는 성급하게 끼어들었다. 물론 그는 그녀의 행동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상했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그 꿈들을 꾼 것이 딕의 잘못은 아니었다.
 "내 말은, 우리는 오늘 밤 선약이 있다는 뜻이에요."
 하고 그녀는 가능한 한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하려고 노력하며 설
명했다. 
 "내----내일 밤에 오지 않겠어요?"
 그러나 딕은 그녀의 어조에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분명히 눈치챘다.
 "정말 고맙소."   /    하고 그는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언제 떠나게 될지 모르겠소. 내 친구가 오느냐 안 오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소. 잘 있어요, 앨릭스."
 그는 말을 멈췄다가 어조를 달리하여 급히 덧붙여 말했다.
 "당신에게 행운이 있기를.."
 앨릭스는 안도감을 느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여기에 와서는 안돼."   /   그녀는 혼잣말로 되풀이했다.
 "그가 오면 안돼. 오! 내가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 그런 상황을 상상하고 
 있다니, 어떻든, 그가 오지 않는다니 다행이야."
 그녀는 시골풍의 허드렛 모자를 쓰고 다시 정원으로 나가다가 멈춰 서서 
현관 위에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 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기발한 이름 아니에요?"
 그녀는 결혼 전에 언젠가 제럴드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껄껄
웃었다.
 "오, 런던 아가씨."   /   하고 그는 다정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아. 
 또, 그래서 다행이고. 나이팅게일은 꼭 연인을 위해서만 울지. 우리는 여
 름밤에 우리 집 밖에서 함께 그 소리를 듣게 될 거야."
 앨릭스는 그 집 문에 서서 그 소리를 실제로 들었던 것을 회상하며 행복감
으로 뺨을 붉혔다.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을 발견한 사람은 제럴드였다. 그는 터질듯이 흥분
하여 앨릭스에게로 왔다. 일생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 좋은 기회로----유
일무이하고----더없이 귀중한----바로 그들을 위한 곳을 찾아냈다는 것이었
다. 앨릭스가 그것을 보았을 때, 그녀 역시 매혹되고 말았다. 위치가 좀 외
진 것은 사실이었다---가장 가까운 마을에서도 2마일이나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유럽풍의 외관을 지닌 그 집 자체는 너무 우아했으며, 욕실이며 온
수 시설, 전기, 그리고 전화가 갖추어져 있어 실속은 편리했기 때문에 그녀
는 곧 반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 부자였던 그 주인이 변
덕이 생겨서 임대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는 그것을 팔려고만 했다. 
 제럴드 마틴은 수입이 상당했지만, 그래도 그의 돈만으로는 모자랐다. 그
는 기껏해야 1000 파운드 정도밖에 마련할 수 없었다. 주인은 3000 파운드
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마음이 있었던 앨릭스가 도움을 주었다. 
은행 보증으로 하여 그녀는 쉽게 돈을 구할 수가 있었다. 그 집을 구입하는
데에 반 이상을 그녀가 부담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
장은 그들의 소유가 되었으며, 앨릭스는 한순간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
다. 하인들이 그 외딴 시골을 달가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실제로 
그 당시엔 한명도 데리고 있지 않았다----그러나 궁핍한 가정 생활을 이끌
어왔던 앨릭스는 맛있고 조촐한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것과, 집안을 돌보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다.
 꽃들로 장관을 이룬 정원은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이 1주일에 두번씩 와서 
돌봐 주고 있었으며,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었던 제럴드 마틴은 대부분의 시
간을 거기서 보냈다.
 그녀는 집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그 늙은 정원사가 꽃밭을 가꾸는 데 
열중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일하는 날은 월요일과 금요일인
데, 오늘은 수요일이었기 때문에 놀란 것이다.
 "아니, 조지,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거에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서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 노인은 껄껄거리며 일어나서
낡은 모자의 테를 만졌다.
 "굉장히 놀라셨죠, 부인? 실은 이렇게 된 겁니다. 금요일은 이곳 지주가 
 베푸는 축제일이거든요.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읍죠, 이렇게 말입니다.
 '내가 한번쯤 금요일 대신 수요일에 가더라도 마틴씨나 그의 착한 부인이 
 기분 나쁘게 생각지는 않겠지' 하고 말이지요."
 "물론 괜찮아요."   /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축제를 재미있게 보내세요."
 조지가 단순하게 말했다.
 "잔뜩 먹을 수 있고, 또 그것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요. 지주측은 자기 소작인들을 위해 마땅히 다과회를 베푸는 거고요. 
 그리고 나는 또 부인이 떠나기 전에 화단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를 
 알아보러 부인을 만나 뵙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언제 돌아오실지는 
 모르겠지요, 부인?"
 "아니, 나는 아무데도 안 가요."
 조지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일 런던에 안 가신다고요?"
 "그렇다니까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죠?" 
 조지는 어깨 위로 머리를 홱 움직였다.
 "어제 바깥 양반께서 마을에 오셨을 때 만나 뵈었어요. 내게 내일 두분이
 서 런던으로 가실 거라고 하셨는데요.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확실히 모르
 겠다고요."
 "말도 안 돼요."   /   하고 앨릭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이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이 틀림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제럴드가 무슨 말을 했길래 이 노인이 이렇듯 
이상하게 알아들었는지 궁금했다. 런던으로 간다고? 그녀는 런던에는 결코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런던을 증오해요."  /  하고 그녀는 갑자기 거칠게 말했다.
 "아!"   /   하고 조지가 조용하게 말했다.
 "허 참, 내가 잘못 알아들었던 모양입니다. 부인이 여기에 머물러 계시겠
 다니 기쁩니다----나는 건들건들 돌아다니는 것을 찬성하지 않거든요. 그
 리고 런던을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나는 거기에 갈 필요성을 한번
 도 느껴 보지 못했어요. 자동차가 너무 많아요----그게 오늘날의 골칫거리
 입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더라도 어디에든 지그시 머물러 있을
 수 있으면 축복받은 거죠. 이집에 사셨던 에이미스 씨도 그런 걸 사기 전
 까지는 아주 훌륭하고 온화한 신사였죠. 그것을 산 지 한달도 채 못되어 
 이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겁니다. 침실마다 급수전이며 전기 등 모든 게 
 다 갖추어진 집에 살았으면 상당히 운이 좋은 건데 말이죠. '당신은 결코 
 이 집에다 투자한 돈을 다시 건지지 못할 겁니다.' 하고 내가 그에게 말했
 었죠. '내 말은, 당신처럼 그렇게 유행에 민감하게 집에 있는 모든 방에다
 세면 시설을 해놓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하고요. 그러나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죠. '조지, 나는 이 집을 팔아서 그 2000 파운드를 고스란히 받게 될 
 거요.' 라고 말이오. 그리고는 정말 그렇게 했죠."
 "그는 3000 파운드를 받았어요."  /  하고 앨릭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2000 파운드입니다."   /   하고 조지가 되풀이하여 말했다.
 "그때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한 액수구나 했죠."
 "아뇨, 3000 파운드였어요."   /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여자들은 숫자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요."
 하고 조지가 확신하지 못하는 듯이 말했다.
 "설마 에이미스 씨가 부인께 얼굴을 꼿꼿이 들고 커다란 목소리로 뻔뻔스
 럽게 3000 파운드라고 말했다는 뜻은 아니겠죠?"
 "내게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죠."
 조지는 다시 화단에 몸을 굽혔다.
 "그 가격은 2000 파운드였습니다."   /  하고 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앨릭스는 그와 애써 논쟁하지 않았다. 그 뒷화단 쪽으로 가서 그녀는 꽃을
한아름 꺾기 시작했다. 햇빛과 꽃 향기와 바삐 날아다니는 벌들이 어렴풋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모두 합쳐서 그 날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향기로운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가다가 앨릭스는 화단 한곳에서 잎사귀
사이에 조그만 진록색의 물건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몸을 굽혀 그것을 
주워 보았더니, 그것은 남편의 수첩이었다. 그가 잡초를 뽑을 때 호주머니
에서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펼쳐 약간 재미를 느끼며 기입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그들
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무렵부터, 앨릭스는 그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제럴드
가 그답지 않게 질서 정연하게 정돈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식사를 정시에 맞춰 하는 것에 대해 지극히 까다로왔으며, 일
과표를 항상 미리 정확하게 짜 두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도 그는 아
침 식사 뒤 10시 15분에 마을을 향해 출발할 거라고 얘기했으며, 정각 10시
15분이 되자 집을 떠났던 것이다.
 수첩을 들여다보다가 그녀는 5월 14일자의 기입 사항을 보고 재미있어했다. 
 '2시 30분 세인트 피터 성당에서 앨릭스와 결혼하다'
 "멍청한 사람 같으니."
 하고 앨릭스는 혼자서 중얼거리듯이 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6월 18일 수요일이면-----아니, 오늘이잖아?"...☜
 
【참고: '환상의 여인' 연재는 잠시 중단해야 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한 10일 후쯤에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 - 2」


 그날을 위한 공간에 제럴드의 깨끗하고 정확한 필체로 '오후 9시' 라고 적
혀 있었다. 그밖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녀는 만일 이것이 소설이
었다면, 그녀가 너무나 자주 읽었듯이, 그 일기는 의심할 바 없이 어떤 사
사실을 폭로하여 자기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미소지었다.
그 안에는 틀림없이 다른 여자의 이름들이 씌어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한
가롭게 그 뒷장들을 넘겼다. 거기에는 날짜, 약속, 사업 거래를 위한 비밀 
사항들이 씌어 있었을 뿐, 여자의 이름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바로 그녀
의 이름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수첩을 자기의 호주머니에 넣고 꽃다발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그녀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딕 윈지퍼드가 한 말들이, 마
치 그가 바로 자기 곁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떠올랐다.
 -그 남자는 당신에게 완전히 낯선 사람이야. 당신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인가? 제럴드는 마흔 
살이었다. 마흔 살이나 되었으니, 그의 생애에는 여자들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앨릭스는 초조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에 빠지지 말아야 
했다. 그녀에게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훨씬 더 절박한 일이 있었다. 딕
윈디퍼드가 자기에게 전화했다는 것을 남편에게 말해야 할 것인가, 하지 말
아야 할 것인가?
 제럴드가 벌써 마을에서 그와 마주쳤을 가능성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
러나, 그럴 경우에는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녀에게 그 얘기를 할 
게 틀림없으며, 그렇게 되면 문제는 그녀의 수중에서 벗어난다. 그렇지 않
다면----어떻게 하지? 앨릭스는 그것에 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제럴드는 항상 딕에 대해 친절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었다.
 "불쌍한 사람, 내가 믿기로는 그 사람도 나만큼이나 당신에게 열심인 것 
 같던데, 그만 딱지를 맞았으니 참 운도 꽤나 없는 사람이야."
 그는 앨릭스의 마음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만일 그녀가 그에게 말한다면, 그는 분명히 딕 윈디퍼드를 나이팅게일 커
티지 별장으로 부르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딕이 먼저 그 말을 했으
며, 그녀가 핑계를 대어 그를 못오게 했다는 것을 설명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물어 온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한
다? 그에게 꿈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지만 그는 그냥 웃어 버릴 것이다---
아니면, 심한 경우에는 중요하다고 생각지도 않는 것에 그녀가 중요성을 부
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생각할 것이다-----오, 그가
무슨 일을 생각할지 모른다.
 좀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앨릭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그녀가 자기 남편에게 숨긴 첫번째 비밀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마
음이 편치 못했다. 
 점심식사 바로 전에 제럴드가 마을에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요리하느라고 바쁜 체 하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췄다.
 제럴드가 딕 윈디퍼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금방 명백해졌다. 앨릭스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숨기기로 한 
결정에 따라야만 했다. 그때부터 그날은 내내 초조하고 얼이 빠진 듯이 소
리가 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지만, 그녀의 남편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
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한두 번인가
그녀가 어떤 일상적인 말을 했을 때는 꼭 두번씩 말해야만 대답할 정도였다. 
 앨릭스는 그와 함께 조촐한 저녁식사를 한 다음, 바깥에서 자라고 있는 담
자색과 흰색 자라난화의 향기가 부드러운 밤공기에 실려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어젖힌 채 오크재로 대들보를 댄 거실에 앉아 있을때야 비로소 그 수첩 
생각이 났으며, 의심과 당혹스러움에 빠져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
쁜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당신이 꽃밭에 물을 주다가 떨어뜨린 물건이 있어요."
 하고 그녀가 말하며 그것을 그의 무릎으로 던져 주었다.
 "그것을 화단에 떨어뜨렸어, 내가?"
 "그렇다니까요, 이제 당신 비밀을 모두 알았어요."
 "무죄야."
 하고 말하며 제럴드는 머리를 흔들었다.
 "오늘밤 9시에 무슨 약속이 있죠?"
 "오! 그건-----" 
 그는 잠시 당황하는 것 같았으나, 무엇인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있는 것
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건 아주 멋진 앨릭스라는 아가씨와 한 약속이야. 그녀는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지니고 있고, 특히 당신을 좋아하지."
 "나는 이해가 안 가는데요."
 앨릭스는 짐짓 엄격한 체하며 말했다. 
 "당신은 이리저리 아무것이나 둘러대고 있군요."
 "아냐, 그렇지 않아. 사실은 오늘 밤에 사진 원판을 몇장 현상하려고 하는
 데, 잊을까봐 표시해둔 거야. 당신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제럴드 마틴은 열광적인 사진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의 카메라는 다소 구
식이긴 하지만 훌륭한 렌즈를 가지고 있었으며, 암실로 준비한 조그만 지하
실에서 직접 감광판을 현상했다. 그는 앨릭스를 다른 자세로 포즈를 취하게
하는 일에 결코 싫증을 내지 않았다. 
 "그럼, 그건 9시에 정확하게 해야만 되게쑥메요."
 하고 앨릭스가 놀려대며 말했다.
 제럴드는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딘가 퉁명스러운 데가 
있는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여보, 사람은 항상 일정한 시간 동안에 할 일을 계획해야만 해. 그런 다
 음엔 그 일을 정확하게 해치우는 거야."
 앨릭스는 잠시동안 아무 말없이 앉아서, 검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어둠침
침한 배경에 깨끗이 면도된 얼굴의 뚜렷한 윤곽을 드리운 채 담배를 피우며
의자에 앉아 있는 남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근원을 알수 없
는 공포의 물결이 그녀에게 밀어닥쳐 자제하기도 전에 그녀는 소리를 지르
고 말았다.
 "오! 제럴드, 내가 당신을 좀더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남편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니, 앨릭스. 당신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어-------나는 노덤벌
 랜드에서 보냈던 소년 시절과 남아프리카에서의 생활, 그리고 내게 성공을
 가져다 주었던 캐나다에서의 최근 10년간에 대해 당신에게 이미 이야기했
 잖아."
 "사업에 대해선 물론 그래요!"
 제럴드는 갑자기 웃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연애 말이지? 여자들은 모두 똑같아. 사적인 
 일밖에는 당신의 흥미를 끌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가 보군."
 앨릭스는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불분명하게 투덜거렸다.
 "아니, 연애가 있기는 있었을 것 아녜요? 내 말은-----만일내가 알고 있기
 만 했더라면---"
 다시 얼마 동안 침묵이 흘렀다. 제럴드 마틴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가 다시 말했을 때, 그것은 좀전의 농담기 어린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엄숙했다.
 "당신은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앨릭스-----그 푸른 수염의 사나이(아내
 를 여섯이나 죽인 인물)의 침실 사건을?
 내 인생에 여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야. 그것을 부정하진 않겠
 어. 내가 부정한다고 해도 당신이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나, 그들 
 중의 단 한명도 내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맹세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그것을 듣고 있는 아내를 안심시키는 진지함이 깃들어 있
었다.
 "이젠 됐어, 앨릭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그런 다음 의혹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
았다.
 "하고 많은 날 중에서 오늘밤에 당신이 이런 불쾌한 일들에 신경쓰게 된 
 원인이 뭐지? 전에는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잖아."
 앨릭스는 일어나서 침착하지 못하게 이리저리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오! 나도 모르겠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어요."
 "이상하군." 
 제럴드는 마치 혼잣말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이상해..."
 "그게 왜 이상해요?"
 "오, 여보. 내게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당신은 늘 너무 상냥하고 침착하
 기 때문에 그게 이상하다고 말했을 뿐이야."
 앨릭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모든 것들이 짜고 나를 괴롭혔어요."
 하고 그녀가 털어놓았다.
 "심지어는 조지 영감까지 우리가 런던으로 갈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당신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에요."
 "그를 어디에서 만났지?"
 하고 제럴드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금요일 대신 오늘 일하러 왔었거든요."
 "어리석은 늙은이 같으니라고."
 하고 제럴드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앨릭스는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제럴드의 얼굴은 분노로 경련이 일었다. 
그녀는 남편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놀라
는 것을 보더니, 제럴드는 자제력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리석은 늙은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됐죠?"
 "내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적어도---오, 그래, 기억나는군. 내
 가 '아침에 런던으로 떠나는 것' 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좀 했더니 그것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군. 그렇지 않으면 그가 제대로 듣지 못한 거야.
 물론, 당신이 그의 잘못을 깨우쳐 주었겠지?"
 그는 그녀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렸다.
 "물론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일단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글쎄요, 그것
 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노인네 같아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 정원사가 집에 대한 금액을 가지고 고집부리던 이
야기를 해 주었다.
 제럴드는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에이미스는 2000 파운드는 현금으로 나머지 1000 파운드는 어음으로 받겠
 다고 했지. 아마 그것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것 같소."
 "정말 그런가 봐요."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그때 그녀는 시계를 올려다 보고 장난기 어린 손짓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이제 내려가 봐야겠군요, 제럴드? 예정 시간보다 5분이나 늦었잖아요."
 아주 이상한 미소가 제럴드 마틴의 얼굴에 떠올랐다.
 "나는 마음이 변했어."
 하고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오늘밤에는 사진을 만지지 않겠어..."  

 
 여자의 마음이란 이상했다. 수요일 밤 그녀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앨릭스
의 마음은 편안했고 만족스러웠다. 잠시 공격을 받은 그녀의 행복이 다시 
예전처럼 의기양양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 저녁때 쯤, 그녀는 어떤 알 수 없는 힘들이 작용하여, 
자신의 행복을 몰래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딕 윈디퍼드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그의 영향력이 미
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는 당신에게 완전히 낯선 사람이야. 당신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잖아.'
 그리고 또 그녀의 남편이,
 "당신은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앨릭스, 그 푸른 수염의 사나이의 침실 
 사건을?'
 하고 말했을 때 그녀의 뇌리에 뚜렷하게 박힌 그의 얼굴이 기억났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경고가 있었다----협박 같은 것 말이다. 그는 마치 실제로는, 
 '당신은 내 인생에 주제넘게 파고들지 않는 게 좋아. 만일 그렇게 한다면 
 불쾌한 충격을 받을지도 몰라.'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몇 분 뒤에 그는 자기의 생애에서 중요한 
여자는 없다고 맹세했다-----그러나 앨릭스는 그의 진실성에 대한 확고한 
느낌을 찾기 위해 애써 보았으나 허사였다. 그에게 그것을 맹세할 의무는 
없지 않았던가?
 금요일 아침쯤, 앨릭스는 제럴드의 생애에 여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
다----그가 온갖 공을 다 들여 그녀에게 숨기려고 한 푸른 수염의 사나이의
침실 이야기 말이다. 그녀의 질투심은 천천히 고개를 들다가 이제는 맹렬해
졌다.
 그것이 그날 밤 저녁 9시에 그녀가 만날 예정이었던 여자였나? 사진을 현
상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얼떨결에 꾸며낸 거짓말은 아니었을까? 갑자기 휘
몰아치는 이상한 느낌과 함께 앨릭스는 자신이 그 수첩을 발견한 이후로는 
줄곧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
기에 그 모든 일의 기이함이 있었다.
 사흘전만 해도 그녀는 남편을 철두철미하게 알고 있다고 맹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녀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같이 생각되었다. 그
녀는 그가 평소의 그 마음씨 좋은 태도와는 너무나 다르게, 조지 영감에 대
해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던 것을 기억했다. 사소한 일이겠지만, 그것을 보
면 그녀가 자기 남편인 그 사람을 실제로는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과 주말에 쓸 몇가지 작은 물건을 마을에서 들여와야 할 일이 있었
다. 오후에 앨릭스는 제럴드가 정원에 있는 동안 그것들을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좀 놀랍게도 그는 그 말에 거칠게 반대하며 자기가 가겠다고 
했다. 앨릭스는 할 수 없이 그에게 양보했지만, 그의 고집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그녀가 마을에 가는 것을 왜 그리도 열심히 막았을까?
 갑자기 그 모든 일을 분명하게 해 주는 해석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제럴드는 실제로 딕 윈디퍼드를 만난 것이 아닐까? 그
녀의 질투심도 결혼 당시에는 완전히 잠자고 있다가 그 뒤에야 나타났다. 
그렇다면 제럴드도 나와 똑같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남편은 자기가 딕 윈디
퍼드를 다시는 못 만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해석하니 사실과 
딱 들어맞고 앨릭스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적잖게 위안이 되었으므로, 그녀
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차 마시는 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침착하지 못하고 불안했다. 그
녀는 제럴드가 떠난 뒤 자기를 공격하고 있는 어떤 유혹과 싸우고 있었다. 
마침내, 그방을 한번 완전히 정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함으로써 자신
의 양심을 달래며 2층에 있는 남편의 옷 갈아입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청소하는 체 하려고 청소 도구를 가지고 갔다.
 '나는 확신을 가져야 해.'
 하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하며 말했다.
 '나는 확신을 가져야 해.....' .......☜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 - 3」

 
 그녀는, 그가 자기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 있었다면 보나마나 몇 년 전
에 없애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남자들이란 지나친 감
상벽이 있어서, 가끔 아주 절대적인 증거물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앨릭스는 굴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뺨을 
붉히며, 숨을 죽인 채 서랍들을 비워 편지와 서류 뭉치들을 샅샅이 조사했
으며, 심지어는 남편 옷의 호주머니까지도 뒤졌다. 딱 두개의 서랍이 그녀
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옷장의 아래쪽 서랍 하나와 책상의 오른쪽에 달
린 조그만 서랍이 잠겨 있었다. 그러나 앨릭스는 이젠 부끄러움을 전혀 몰
랐다. 그 서랍들 중 하나에서 자기를 쫓아다니는 그 가공의 여자에 대한 증
거가 나올 것이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그녀는 제럴드가 아래층의 식기장 위에다 부주의하게 열쇠들을 둔 채 떠났
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그것을 가지고 와서 하나씩 열어보았다. 세
번째 열쇠가 책상 서랍에 맞았다. 앨릭스는 그것을 얼른 잡아당겼다. 거기
에는 수표장 한 권과 어음으로 가득찬 지갑이 하나 있었으며, 서랍 뒤쪽에 
끈으로 묶인 편지 한 뭉치가 있었다.
 앨릭스는 불규칙하게 호흡하며 그 끈을 풀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빨갛
게 달아오르며 그녀는 그 편지들은 서랍속에 다시 넣은 다음 잠갔다. 그 편
지들은 자신이 결혼 전에 제럴드 마틴에게 보낸 것들이었다.
 그녀는 이제 자기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길 기대하기 보다는, 찾아
볼 곳은 다 찾아보았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 그 옷장으로 다가갔다. 그
녀는 자신이 부끄러웠으며, 자신의 행동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곤혹스럽게도 제럴드의 열쇠 꾸러미 중 아무것도 그 서랍에 맞는 게 없었
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앨릭스는 다른 방으로 가서 열쇠를 골라 가지고
돌아왔다. 다행히 예비 침실의 양복장 열쇠가 그 옷장에도 맞았다. 그녀는 
그 서랍을 열어 잡아뺐다. 그러나 거기에도 세월이 흘러 이미 더러워지고 
퇴색된 신문 오려낸 것들을 둥글게 말아놓은 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앨릭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제럴드가 무
슨 기사에 그토록 관심이 있었길래 그렇게 먼지투성이의 두루마리를 애써 
보관하고 있는지 궁금함을 느끼며, 그 오려낸 기사들을 훑어보았다. 그것은
거의 모두 미국 신문들로, 날짜는 약 7년 전의 것들이었으며, 그 악명 높은
사기꾼이자 중혼자인 찰스 리메이터의 재판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리메이터
는 자기의 아내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가 세들어 살던 집들 중의 
한 집 마루 밑에서 해골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결혼했던 대부분
의 여자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가장 훌륭한 법률적 재능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완
벽한 솜씨로 그 고발로부터 자신을 변호했다. '증거 불충분' 이라는 배심원
의 평결이 아마 그 사건을 가장 잘 진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증거가 없
었기 때문에, 비록 그에게 제기된 다른 고발들에 대해서는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작 사형에 처할 만한 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밝혀졌다.
 앨릭스는 그 당시 그 사건에 의해 야기된 흥분과, 약 3년 뒤에 리메이터가
탈주함으로써 일어난 물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다
시 잡히지 않았다. 그 당시 영국 신문에서도 그 사람의 인간성이나 여자들
에 대한 이상한 힘에 대해 논란이 많았으며, 법정에서 흥분하기를 잘하는 
그의 성격이나 격렬한 항의,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불같은 성격 탓
이라고 돌렸지만, 실은 심장이 약했기 때문에 종종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
기들이 함께 실렸었다.
 그 오려낸 신문기사들 중 하나에 남편과 닮은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을 보고
앨릭스는 약간 흥미를 느끼며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턱수염을 
길게 기른 학자처럼 보이는 신사였다. 그것은 그녀에게 누군가를 생각나게 
해주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많은 남
자들이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럴드가 범죄와 
유명한 재판에 관심이 있는 줄은 결코 몰랐다.
 그녀에게 갑자기 생각이 난 얼굴은 누구였을까? 문득 그녀는 그것이 바로 
제럴드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눈과 눈썹이 그를 굉장히 많이 닮았
다. 아마 그래서 그가 그것들을 오려서 보관했었나 보다. 그녀의 시선은 그
사진 아래에 씌어 있는 글로 옮겨갔다. 피고의 수첩에 어떤 날짜들이 씌어 
있었는데, 그 날짜들은 그가 자기의 희생자들을 죽인 날짜들일 거라는 내용
이었다. 그런 다음 한 여인의 주장이 실려 있는데, 범인은 왼손의 손바닥 
바로 아래, 즉 왼쪽 손목에 흉터가 있다는 증언을 하여 범인을 확실하게 밝
혔다는 내용이었다.
 앨릭스는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떨어뜨리며 몸을 휘청거렸다. 왼
쪽 손바닥 바로 아래 손목에 제럴드는 조그만 자국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방이 빙빙 돌았다. 그녀가 단번에 그렇게 절대적인 확신으로 비약했다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제럴드 마틴은 찰스 리메이터였
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순식간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제자리에 맞아 들어
가는 그림 맞추기 장난감의 조각처럼, 뿔뿔이 흩어진 조각이 그녀의 머리를
온통 맴돌고 있었다.
 집을 사기 위해 지불된 돈은----그녀의 돈이었다-----오직 그녀의 돈뿐이
었다. 그 은행 보증 어음을 그녀는 그에게 넘겨 주었었다. 그녀의 꿈조차도
사실 의미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의 내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잠
재의식적인 자아는 항상 제럴드 마틴을 두려워해 왔던 것이며, 그로부터 도
망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 자아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딕 윈디퍼드였다. 그것 역시 그녀가 그 사실을 의심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이유였다. 그녀는 리메이터의 또 다른 희
생자가 되게끔 되어 있었다. 아마도 곧바로.
 무슨 일인가가 기억났을 때, 그녀는 무심결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수요일 저녁 9시' 그 지하실의 바닥은 판석을 아주 쉽게 들어낼 수 있었
다. 그는 희생자들 중의 한명을 지하실에 매장한 적이 있어. 바로 그 일
을 수요일 밤에 하기로 계획세웠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그 조직적인 
습관으로 인해 미리 기록해 놓다니------미친 짓이야! 
 아니, 그것은 논리적이었다. 제럴드는 예정된 일이 있으면 항상 메모를 해
두었다-----살인도 그에게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사업 계획일 뿐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나를 구해 주었지? 무엇이 나를 구해줄 수 있었지? 마지막 
순간 그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을까? 아니다-----즉시 그 대답이 그녀에게
떠올랐다. 조지 영감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남편이 화를 억누르지 못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아내와 함께 그 다음날 런던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길을 닦아 놓았다. 그런데 조지가 뜻밖에도 일
하러 와서 그녀에게 런던 이야기를 했고, 또 그녀가 부인했던 것이다. 따라
서, 조지 영감이 그 대화를 들먹일 테니 그날 밤에 그녀를 죽이기에는 너무
위험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만일 그녀가 그 사소한 
일을 말하지 않았더라면------앨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그러나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당장 도망쳐야 했다---그가 돌아오
기 전에. 그와 함께 같은 지붕 아래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야 할 하등의 이
유가 없었다. 그녀는 급히 그 신문 조각의 두루마리를 서랍 속에 넣고 잠갔다.
 그러나 순간 그녀는 마치 화석처럼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대문이 길 
쪽으로 삐걱 하며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잠시동안 앨릭스는 돌처럼 서 있다가, 발끝으로 서서 창문으로 다가가서 
커튼 뒤에 숨어 내다보았다. 역시 남편이었다. 그는 혼자서 웃으며 콧노래
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그녀는 그렇지 않아도
겁에 질려있는 심장이 딱 멈추는 것 같았다. 그것은 새 상표가 붙은 삽이었다.
 앨릭스는 본능적으로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밤이 예정일이로구나.....'
 그러나 아직 기회가 있었다. 제럴드는 여전히 콧노래를 부르며 집 뒤로 돌
아갔다.
 '그것을 지하실에 갖다두러 가는구나-----준비하려고.'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이렇게 생각했다.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그녀는 계단을 뛰어 내려 그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녀가 문에서 나온 순간 그녀의 남편이 집 뒤쪽에서 돌아왔다.
 "이봐----"
 하고 그가 말했다.
 "어디를 그렇게 급히 달려나가는 거야?"
 앨릭스는 침착하고 여느때와 같이 보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 순간
의 기회는 놓쳐 버렸지만, 만일 그녀가 그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주의한다
면 기회는 또 올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골목 끝으로 갔다가 되돌아올 생각이었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으나, 자신이 듣기에도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좋아, 내가 함께 가 주지."
 하고 제럴드가 말했다.
 "아뇨----제발, 제럴드. 나는----신경이 예민하고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혼자 가고 싶어요."
 그는 그녀를 주의깊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에 잠시 의심하는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알아챘다.
 "무슨 일이야, 앨릭스? 안색이 창백한데----떨고 있잖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그녀는 억지로 무뚝뚝하게 말하며----미소를 지어 보였다.
 "머리가 아픈 것 뿐이에요. 걸으면 좋아질 거에요."
 "당신이 나와 함께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도 소용없어."
 하고 제럴드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갈 테니까."
 그녀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
고 이 사람이 의심한다면------ 
 애써 노력하여 그녀는 평상시의 태도를 어느정도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그녀를 이따금씩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듯이 곁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아 그녀는 마음이 불안했다. 그의 의심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그녀에게 좀 누워 있으라고 하더니, 오드콜로뉴
(화장수) 를 가져와서 그녀의 관자놀이를 씻어 주었다. 그는 여전히 헌신적인
남편이었지만, 앨릭스는 마치 손발이 덫에 걸린 것처럼 무기력함을 느꼈다.
 단 한순간도 그는 그녀를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부엌에도 그
녀와 함께 가서, 그녀가 미리 준비해 둔 간단한 저녁식사를 나르는 것을 도
와주었다. 저녁식사는 그녀를 숨막히게 했으나, 그녀는 억지로 먹었으며 명
랑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웃과는 몇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서 도움을 요
청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 남자와 단 둘이 있었으므로, 완전히 그의 손
아귀에 잡힌 셈이었다. 오직 한가지 길이 있다면, 그의 의심을 누그러뜨려
서 몇분간 만이라도 자기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게 하는 것이었다-----그녀
가 홀에 있는 전화기 쪽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만이
라도. 이제 그 길밖에 없었다. 만일 그녀가 도망을 친다고 해도, 도움을 요
청하기 훨씬 전에 그에게 붙잡히고 말 것이다.
 그가 지난번에 자기 게획을 어떻게 포기했었던가를 기억했을 때 순간적으
로 그녀에게 한가지 희망이 떠올랐다. 
 '딕 윈디퍼드가 오늘 저녁때 우리를 보러 오기로 했다고 말해 볼까?'
 그 말들은 그녀의 입술에서 떨렸다------그래서 그녀는 급히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 남자는 두번째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침착한 태도
속에는 그녀를 구역질나게 하는 의기양양한 결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
은 그 범죄를 재촉하는 결과밖에 안될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를 살해
한 다음, 딕 윈디퍼드에게 태연하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나가 봐야 할 일이
생겼다고 둘러댈 것이다. 오! 만일 딕 윈디퍼드가 오늘 저녁 집에 오기만 
한다면.....만일 딕이-----
 갑자기 어떤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남편이 혹시 자
기의 마음을 읽을까봐 두려운 듯이 그를 곁눈으로 날카롭게 보았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그녀는 용기가 났다. 그녀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태도가 완전
히 자연스러웠다. 그녀는 제럴드가 이제 아주 안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커피를 끓여 날씨가 좋은 저녁이면 그들이 종종 앉곤 했던 현관으
로 그것을 날라다 놓아.
 "참 그리고, 우리 조금 있다가 사진 작업을 시작해야 해."
 하고 제럴드가 불쑥 말했다.
 앨릭스는 오싹한 전율을 느꼈지만 태연하게 대꾸했다.
 "당신 혼자 하면 안 돼요? 나는 오늘밤 좀 피곤해서 그래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피곤한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그 말이 그에겐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앨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지금이 아
니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일어섰다.
 "정육점 주인에게 전화를 좀 해야겠어요."
 하고 그녀가 태연하게 말했다.
 "당신은 일부러 움직이실 필요 없어요."
 "정육점 주인에게? 이 늦은 시각에?"
 "물론 가게 문은 벌써 닫았을 거에요. 그러나 집에는 분명히 있을 거에요.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다른 사람이 사가기 전에 일찌감치 얇게 저민 송아
 지 고기를 좀 갖다달라고 해야겠어요. 그 노인네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거에요."
 그녀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제럴드가 
 "문 닫지 마."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재빨리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래야 나방이 안 들어오죠. 난 나방이 싫어요. 내가 정육점 주인과 연애
 라도 할까봐 걱정하는 거에요? 바보같이."
 일단 안에 들어가자 그녀는 전화 수화기를 확 잠아채서 트래블러스 암스 
여인숙의 전화번호를 댔다.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다.
 "윈디퍼드씨 계세요? 아직 거기 계신가요? 그를 좀 바꿔 주시겠어요?"
 그때 그녀의 심장이 신물이 날 정도로 쿵 하고 뛰었다. 문이 열리더니 그
녀의 남편이 홀로 들어왔다.
 "나가세요, 제럴드."
 하고 그녀가 토라지며 말했다.
 "전화할 때 누가 듣는 것은 싫어요."
 그는 그저 웃기만 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정육점 주인에게 전화하는 게 확실한 거야""
 그는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앨릭스는 절망했다. 그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잠시 뒤면 딕
윈디퍼드가 전화를 받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달라고 소리칠까? 제
럴드가 전화를 비틀어 빼기 전에 그가 내 말을 알아들을 것인가? 아니면, 
단지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해 버릴까?
 그런데 그녀는 들고 있는 수화기에 달린, 목소리를 상대방에게 들리게도 안
들리게도 할 수 있는 조그만 전건을 초조하게 잠갔다 풀었다 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어려울 거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면 침착하게 적절한 말들을 생각해 내고, 한순간도 말을 더듬
 으면 안돼.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해야만 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딕 윈디퍼드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 - 4」     <완결>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딕 윈디퍼드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앨릭스는 심호흡을 했다. 그런 다음 그 전건을 꽉 누르고 말했다.
 "나이팅게일 커티지 별장의 마틴 부인이에요. 내일 아침에 얇게 저민 송아
 지 고기 좋은 것으로 여섯 장만 가지고 와 주세요. '아주 중요해요.'(그녀
 는 전건을 풀었다) 정말 고마워요, 헥스워디 씨. 너무 늦게 전화를 걸어 
 실례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송아지 고기는 정말 (그녀는 다시
 전건을 눌렀다) '생사에 관계되는 문제에요' (전건을 풀었다) 꼭이에요----
 내일 아침----(전건을 눌렀다) '가능한 한 빨리요.......'"
 그녀는 수화기를 제자리에 걸고 숨을 몰아쉬며 남편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래, 당신은 정육점 주인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다 이거지?"
 하고 제럴드가 말했다.
 "여자다운 수법이죠."    /     하고 앨릭스가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녀는 흥분을 참느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
았다. 딕은 설사 이해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틀림없이 올 것이다.
 그녀는 거실로 들어가서 전기불을 켰다. 제럴드가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당신 갑자기 활기에 가득차 보이는데."
 하고 말하며, 그는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예, 두통이 사라져 버렸어요."
 하고 앨릭스가 말했다.
 그녀는 평소에 즐겨 앉던 자리에 앉아서 자기와 마주 보고 있는 의자에 깊
숙이 앉아 있는 남편에게 생긋 웃어 보였다. 이제 그녀는 살았다. 시간은 
아직 8시 25분밖에 안 되었다. 9시 훨씬 전에 딕은 도착할 것이다.
 "방금 당신이 끓여 준 커피 맛은 별로인 것 같아."
 하고 제럴드가 불평했다. 
 "맛이 너무 쓰던데...."
 "그건 내가 한번 새로 시도해 본 거에요.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는 그렇게 만들지 않을께요, 여보."
 앨릭스는 바느질감을 집어들고 꿰매기 시작했다. 그녀는 헌신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신의 능력에 완전히 자신감을 얻었다. 제럴드는 책을 몇
페이지 읽었다. 그런 다음 시계를 힐끗 올려다보더니 책을 밀어붙였다.
 "8시 반이군. 지하실에 내려가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야."
 바느질감이 앨릭스의 손가락에서 빠져나갔다. 
 "오! 아직 안 돼요. 9시까지 기다려요."
 "안돼, 여보. 8시 반에 해야 돼. 그게 내가 정해 놓은 시간이야. 그렇게 
 되면 당신은 훨씬 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어."
 "하지만 나는 9시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겠어요."
 "8시 반에 해야 돼."   /    하고 제럴드가 끈질기게 말했다. 
 "나는 시간을 정하면 항상 그대로 한다는 것을 당신도 알잖아. 따라와, 앨
 릭스. 나는 이제 1분도 더 기다리지 않겠어."
 앨릭스는 그를 올려다보고 자신도 모르게 공포의 물결에 휘말려들고 있다
는 것을 느꼈다. 제럴드의 손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눈은 흥분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자신의 흥분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앨릭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사실이야----이 사람은 기다리지 못해----꼭 미친 사람 같아.'
 그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어깨에 손을 얹고서 그녀를 홱 일으
켰다.
 "따라와, 여보----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끌고 가겠어."
 그의 어조는 쾌활했지만, 그 뒤에는 그녀를 소름끼치게 하는 잔인함을 공
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홱 빼내 움츠린 채 
벽에 착 달라붙었대. 그녀는 힘이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자, 앨릭스-----"
 "싫어요-----싫어---"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그를 막기 위해 손을 무기력하게 내밀었다.
 "제럴드----멈춰요----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고백할 말이----"
 그는 멈췄다.
 "고백한다고?"    /    그는 호기심을 느끼는 듯이 말했다.
 "예, 고백할 일이 있어요."
 그녀는 그의 관심을 붙들어 두기 위해 필사적으로 계속했다.
 "당신에게 이미 말했어야 할 일이에요."
 경멸하는 표정이 그의 얼굴을 휩쓸었다. 그 주문이 깨지고 말았다.
 "옛 연인 이야기겠군."    /    하고 그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아뇨----다른 이야기에요. 당신은 그것을 아마도----예, 당신은 그것을 
 범죄라고 말할 거에요."
 그리고 나서 곧 그녀는 자기가 말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그
의 주의를 끌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녀는
한번 더 그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앉는 게 좋겠어요."    /     하고 그녀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자기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녀는 몸을 굽혀 바느질
감을 집어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의 침착한 태도 이면에서 그녀는 열심
히 생각하며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었다. 구조될 때까지 꾸며낸 이야기로 그
의 관심을 붙들어 두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에게 내가 15년 동안 속기 타이피스트로 일해왔었다고 말했죠? 그건 
 전적으로 사실은 아니에요. 사실은 두번의 공백기가 있었죠. 첫번째는 내
 가 스물 두살 때었어요. 나는 한 남자를 만났는데, 재산이 약간 있는 나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내게 결혼하자고 했어요.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 우리는 결혼했죠."
 그녀는 잠깐 멈췄다.
 "나는 그를 꾀어 나한테 지급이 되도록 그에게 생명보험을 들게 했어요."
 그녀는 남편의 얼굴에 갑자기 민감한 흥미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자신감을 얻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나는 병원 시약소에서 일했어요. 거기에서 별
 의별 희귀한 약품과 독약을 다 만져 보았죠. 예, 독약도요."
 그녀는 돌이켜보는 듯이 말을 멈췄다. 그는 이제 굉장히 많은 흥미를 가지
고 있었으며, 그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살인자는 살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녀는 그 점에 모험을 걸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그녀는 시계를 슬쩍 훔쳐보았다. 8시 35분이었다.
 "독약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그건 하얀 분말이죠.
 조금만 먹어도 죽는 것이었어요. 당신은 독약에 대해 좀 알고 있겠죠?"
 그녀는 다소 걱정을 하며 그 질문을 했다. 만일 그가 안다면, 조심해야 했
던 것이다.
 "아니,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소."
 하고 제럴드가 말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그녀의 일이 조금 더 쉬워진다.
 "히오스신 (동공 확산제)에 대해서는 물론 들어 보았겠죠? 이것은 그것과 
 거의 같은 식으로 작용하는 약품이지만, 절대로 알아낼 수가 없어요. 어떤
 의사라도 심장마비라고 진단서를 작성할 거예요. 나는 그 약을 소량 훔쳐
 서 가지고 있었죠."
 그녀는 자신의 힘을 집결시키느라고 잠시 멈췄다.
 "계속해 봐."   /     하고 제럴드가 말했다.
 "아뇨, 두려워요. 당신에게 말할 수 없어요. 다른 때 하겠어요."
 "지금 해."    /      하고 그가 성급하게 말했다.
 "나는 꼭 듣고 싶어."
 "우리가 결혼한 지 한달이 지났어요. 나는 나이많은 남편에게 아주 친절하
 고 헌신적으로 잘해 주었어요. 그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내 칭찬을 했어요. 
 내가 얼마나 헌신적인 아내였는가는 모두들 알고 있었죠. 나는 저녁마다 
 그에게 커피를 직접 끓여 주었어요. 어느날 저녁 우리 둘밖에 없었을 때, 
 나는 그의 잔에다 그 치명적인 알칼로이드를 조금 집어넣었죠."
 앨릭스는 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바늘에다 실을 다시 꿰었다. 그녀는 일
생 동안 연기라곤 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여배우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녀는 냉혹한 독살범의 역할을 해내
고 있었다.
 "매우 평화로웠어요. 나는 그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죠. 
 한번 그는 숨을 헐떡이더니 바람을 쐬게 해 달라고 하더군요. 나는 창문을
 열어 주었죠. 그랬더니 그는 의자에서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리
 고 곧 그는 죽었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멈췄다. 8시 45분이었다. 그들은 이제 곧 올 
것이다.
 "그 보험금이 얼마나 되었지?"   /    하고 제럴드가 물었다.
 "약 2천 파운드쯤이었어요. 나는 투기를 했다가 그 돈을 모두 날려 버렸죠. 
 그래서 다시 사무실에서 일했어요. 그러나 결코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죠.
 그때 나는 다른 남자를 만났어요. 나는 사무실에서 결혼 전의 성을 계속 
 사용했어요. 그래서 그는 내가 결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죠. 
 그는 꽤 잘생긴 젊은 남자였는데 상당한 부자였어요. 우리는 서섹스에서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죠. 그는 자기의 생명보험을 들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내게 유리하게 유언장을 만들었어요. 그는 첫번째 남편과 마찬가지로 내가
 자기 커피를 직접 끓여 주길 원했어요."
 앨릭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짤막하게 덧붙였다.
 "나는 커피를 무척 맛있게 만들거든요."
 그런 다음 그녀가 계속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던 마을에 여러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저녁식사를 하고 난뒤 내 남편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게 되자, 그들
 은 나를 무척이나 가엾게 여겼답니다. 그런데 그때 의사는 정말 마음에 들
 지 않았어요. 그가 나를 의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는 몹시 놀라워했거든요. 내가 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는지는 정
 말 모르겠어요. 습관인 것 같아요. 나의 두번째 남편은 약 4천 파운드를 남
 겼어요. 나는 이번에는 투기를 하지 않았어요. 투자를 했죠.
 그런 다음, 아시다시피-----"
 그러나 그녀의 말은 방해를 받았다. 제럴드 마틴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 거
의 질식할 것처럼 헉헉거리면서 둘째 손가락을 벌벌 떨며 그녀를 가리켰다.
 "그 커피------이럴 수가! 그 커피에!!!"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맛이 왜 썼는지 이제야 알겠군. 이 악마! 네가 나에게 독약을 먹이다니!"
 그는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꽉 붙잡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그녀에게 달
려들 태세였다.
 "네가 나에게 독약을 먹였어!"
 앨릭스는 뒷걸음질치며 벽난로까지 나아갔다. 이제 겁에 질린 그녀는 부정
하려고 입을 열다가------그만 멈췄다. 1분만 더 있으면 그가 덤벼들 것이
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뚫어지게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예, 내가 당신에게 독약을 먹였어요. 이미 그 약은 작용하고 있고요. 지
 금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해요-----당신은 움직일 수 없다고요---"
 만일 그녀가 그를 거기에 붙들어 둘 수만 있다면-----단 몇분 만이라도----
 아! 무슨 소리지? 길에서 발자국 소리, 대문이 삐걱하는 소리, 그런 다음 
바깥의 작은 길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홀의 문이 열렸다------
 "당신은 움직일 수 없어요."    /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그를 살짝 스쳐 지나 곧장 그 방에서 달려나가서 거의 
까무러치듯이 딕 윈디퍼드의 팔에 쓰러졌다.
 "아! 앨릭스!"   /    하고 그가 외쳤다.
 그러더니 함께 온,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의 경찰복 차림을 한 사람에게 
말했다.
 "가서 저 방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시오."
 그는 앨릭스를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그녀에게 몸을 굽혔다.
 "앨릭스-----"    /    하고 그가 말했다. 
 "가엾은 앨릭스, 저 자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입으로는 그의 이름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딕이 착잡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 경찰관이 그의 팔을 건드렸다.
 "방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어떤 남자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굉장히 놀란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뭡니까?"
 "그 사람은----죽었습니다."
 그들은 앨릭스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마치 어떤 꿈속에서
처럼 말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마치 어떤 것에서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는 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