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인 노파 ?? (The Case of the Caretaker) A. 크리스티.. 1.........^^............ "자, 오늘은 좀 어떻습니까?" 하고 헤이독 의사는 환자에게 물었다. 마플 양은 베게를 베고 누운 채 그를 보고 힘없이 웃었다. "몸은 좀 나은 것 같아요." 하고 그녀가 시인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울적하답니다. 차라리 죽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라 는 생각까지 들어요. 나는 살 만큼은 살았잖아요. 아무도 나 같은 늙은이를 원 하거나 걱정해 주지 않아요." 헤이독 의사는 평소와 다름없는 그 무뚝뚝한 태도로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예, 이해합니다. 이런 유형의 독감에는 의례 뒤따르는 후유증이죠. 지금 부인은 기분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어요. 신경안정제로 말입니다." 헤이독 의사는 계속해서 말琴다. "자, 여기 부인을 위한 특효약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긴 봉투 하나를 침대 위에 던져 놓았다. "바로 당신만을 위해 처방한 것입니다. 부인 취향에 딱 들어맞는 수수께끼죠." "수수께끼라고요?" 마플 양은 벌써 흥미가 솟는 모양이었다. "내가 공들여 쓴 작품입니다." 라고 말하며 의사는 얼굴을 약간 붉혔다. "정식으로 소설처럼 꾸며 본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 아 가씨는 생각했다.' 등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그 이야기에 적힌 내용은 실화 입 니다." "그런데 왜 수수께끼라는 거죠?" 하고 마플 양이 물었다. 헤이독 의사는 씩 웃었다. "해석은 부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죠. 부인이 늘 보여 주는 만큼 명석하신지 어 디 한 번 봅시다." 그런 말을 마치 벼르듯이 내뱉고서 그는 떠났다. 마플 양은 원고를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부는 어디 있죠?" 하고 하먼 양이 괘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랙스턴이 외국에서 데려왔다는 돈 많고 아리따운 신부를 보려고 온 마을사 람들이 야단법석이었다. 사람들의 감정은 대체로 관대하여, 행실이 좋지 못했던 망나니 해리는 운이 꽤나 좋다고들 생각했다. 해리에게는 모두들 항상 너그럽게 대하기는 했다. 그가 새총을 무턱대고 쏘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창문 주인들도 해리 청년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 자신들도 모르게 어느새 마음이 누그러지곤 했었다. 그는 창문을 깨뜨렸을뿐만 아니라, 과수원의 과일을 훔치고 토끼를 밀렵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빛까지 걸머지게 되었고, 마을의 담뱃가게 딸을 건드렸 어며---결국 그 일로 인해 아프리카로 쫓겨났었다---그런데도 마을을 대표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노처녀들은 관대하게 이렇게들 중얼거렸다. "오, 저런! 젊은 혈기 때문이겠지! 그 청년도 장차 마음을 잡을 거야!" 그런데 지금, 정말로 그 탕아가 돌아온 것이다---그것도 비참한 모습이 아니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이다. 해리 랙스턴은 속담에도 있듯이 '금의환향'했다. 그는 마음을 잡고 열심히 일했으며,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계 프랑스 인 아가씨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해리는 런던에서 살 수도 있었고, 상류 인사들이 사냥을 위해 모이는 지방에 근 사한 별장을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살기를 더 원한 것이다. 그 리고 대단히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그는 그가 소년 시절을 보냈던 집이 딸린 다 낡아빠진 저택을 사들였다. 킹스턴 하우스 저택은 거의 70년간이나 빈 채 있었다. 그리하여 점차 황폐해 갔고, 재산 가치를 잃고 방치하게 되었다. 집지키는 나이 많은 노부부가 겨우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한쪽 모퉁이에 살고 있었다. 그 저택은 멋없이 크고 웅장하기만 한 기분나쁜 건물로, 정원에 무성하게 자란 식물과 나무가 뒤덮여 집을 에워싸고 있어, 흡사 마법사가 사는 암울한 소굴을 연상하게 했다. 그가 자란 집은 어느 미망인의 소유물로 아담하고 밝은 집이였는데, 해리의 아버 지인 랙스턴 소령이 오랫동안 세들어 살았던 곳이다. 소년 시절, 해리는 킹스턴 하우스 저택을 온통 싸돌아다니며 놀았기 때문에 나무가 우거진 숲속 구석까지 환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낡은 저택은 늘 해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랙스턴 소령은 몇 년 전에 타계했으므로, 사실 해리가 굳이 그곳으로 돌 아올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신부를 자기가 어 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데리고 왔다. 낡고 황폐한 킹스턴 하우스 저택은 마침 내 무너뜨려졌다. 건축업자와 청부업자들이 몰려와서 한바탕 그곳을 휩쓸고 지나 가더니, 눈깜짝할 사이에---과연 어느 정도로 부자인지를 실감케 했다---새하얀 집이 나무들 사이에 눈부시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다음, 정원사들이 떼를 지어 왔다 가고 뒤따라 가구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 어 들어갔다. 집의 시설이 갖추어지자 하인들이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해리와 해리 부인을 태 운 대형 고급 승용차가 현관에 닿았다. 온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싶어 안달을 하는 가운데,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 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 지방의 사교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부해 온 프 라이스 부인은 '신부 맞이' 파티를 위한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그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새로 마련 하기도 했다. 이 전설적인 존재를 보고 싶어서 모두들 열광적인 호기심에 가득차 있었다. 이것은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모두 흥분해 있었다. 햇볕에 탄 얼굴에 성격이 괄괄한 하먼 양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응접실 문을 비 집고 들어가서 질문을 퍼부어댔다. 작고 깡마른 체구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브렌 트 양이 조잘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어머, 아직 못 보셨어요? 정말 매력적인 신부예요. 깍듯이 예의를 지킬 줄도 알 고, 게다가 얼마나 젊다고요. 그렇게 모든것을 다 갖춘 사람을 보면 정말 샘이 난다니까. 아름다운 외모에다 재산에다 교양까지---평범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찾 아볼 수 없을 만큼 출중하더군요---그러니, 해리가 저렇게 빠져 있지!" "아,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잖아요." 하고 하먼 양이 말했다. 브렌트 양은 알 만하다는 듯이 가느다란 코를 벌름거렸다. "에그머니나, 그럼 정말 그런 생각을----" "해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하고 하먼 양이 말했다. "과거지사야 다 알고 있죠! 하지만 이제는---" 하먼 양이 말했다.. "남자들이란 다 똑같아요. 한번 사기꾼이었으면 늙어서까지 사기꾼이라니까요. 뻔하죠." "쯧쯧, 젊은 새댁이 불쌍하지." 이렇게 말하는 브렌트 양의 표정이 한결 행복해 보였다. "맞아요. 그 여자가 해리 때문에 골치깨나 썩을 거예요. 누군가 그녀에게 정말 경고를 해줘야만 하겠어요. 그런데, 그녀는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요?" 브렌트 양은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정말 너무 억울한 일이죠. 정말 곤란한 일이잖아요. 특 히 마을에 약국이라고는 그 집밖에 없는데..." 그 동안 담배집 딸은 약국 주인은 에지 씨와 결혼했던 것이다. 브렌트 양이 말했다. "랙스턴 부인이 머치 벤햄에 있는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게 훨씬 낫겠어요." "아마 해리 랙스턴이 먼저 그러자고 할껄요." 하고 하먼 양이 말했다. 그들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그녀가 알아두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고 하먼 양이 말했다. "짐승들이예요!" 클래리스 베인은 자기의 백부인 헤이독 의사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질렀다.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요." 그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조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키가 크고 가무잡잡한 아가씨로, 호감이 가는 외모에 인정이 많고 충동적 이었다. 그녀는 커다란 갈색 눈을 이글거리며 말했다. "심술뒜게시리---이러쿵저러쿵---수군거리고들 있어요." "해리 랙스턴에 대해서 말이냐?" "예, 담뱃집 딸하고 있었던 추문을 가지고 말이예요." "아, 그거!" 의사는 어깨를 움츠렸다.. "젊었을 때 그런 일 없었던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렇죠. 게다가, 이젠 다 끝난 일이잖아요. 도대체 왜 긁어 부스럼 만들려는 거 죠? 몇 년 전의 일을 이제 와서 왜 떠들어대는냐는 말이에요? 마치 피에 굶주린 귀신들이 시체를 보고 침을 흘리는 것 같아요."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화젯거리가 너무 없다 보니 아마 다 지나간 추문을 가지고 수군거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일로 네가 왜 그렇게 흥분하느냐?" 클래리스 베인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얼굴을 붉히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 며 말했다. "그---그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더군요. 랙스턴 부부 말이에요. 그들은 젊고 서 로 사랑하고 있어요. 정말 아름다운 한 쌍이에요. 그 모습이 사람들이 잔인하게 쑥덕거리며 비꼬는 험담으로 인해 망쳐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흐음, 무슨 말인지 알겠다." 클래리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를 방금 만나 얘기를 좀 나누었는데, 그는 오랫동안 소망해 온 대로 킹스턴 하우스 저택을 재건하게 되어 정말 행복하고 흥분되고---예, 감격스럽기까지 하 다고 했어요. 그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꼭 어린애 같더군요. 그리고 그 여자를 보니----글쎄요, 여태껏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것 같아요. 원하는 것은 무 엇이든지 다 소유할 수 있었을 거예요. 백부님도 그 여자 보셨죠? 그녀를 어떻 게 보셨어요?" 의사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루이즈 랙스턴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응석받이 아가씨였을 테니까. 그렇지 만, 그에게는 몇 년 전에 유행가 가사의 한 구절이 맴돌 뿐이었다. '가엾은 부잣집 딸----' 작고 갸날픈 체구에다 다소 단단하게 말아올린 연한 황갈색 머리와, 생각에 잠긴 듯한 크고 푸른 눈이 잘 어울리는 여자. 루이즈는 좀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지쳐 버린 것 이다. 그녀는 어서 돌아갈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당장이라도 해리가 가 자는 말을 해주기 바라며 그를 슬쩍 곁눈질해 쳐다보았다. 그는 큰 키에 어깨를 당당히 젖히고 이 혐오스럽고 지긋지긋한 파티를 만끽하고 있었다. '가엾은 부잣집 딸---' 2...........^^........ "휴유!"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었다. 해리는 싱글벙글하며 아내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자동차를 타고 파티장으로부터 떠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여보, 정말 소름끼치는 파티였어요!" 해리가 껄껄 웃었다. "그래, 정말 끔찍했지.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여요,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으니까. 나이 많은 부인네들은 소년 시절, 내가 여기 살았을 때부터 나를 알고 있었거든. 그들은 아마 당신을 좀더 가까이에다 두고 찬찬히 뜯어 보지 못 한 것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고 있을걸." 루이즈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나요?" "뭐라고? 아, 아니야. 한번쯤은 명함을 들고 인사를 하러 오겠지만, 당신은 그냥 그 방문에 답례만 해주면 돼. 그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더 이상 성가신 일이 없 을 거야. 친구를 사귀어도 좋구,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요." 루이즈가 잠시 뒤에 입을 땠다. "친구로 사귈 만한 재미있는 사람들이 여기에도 있겠죠?" "그야 물론이지. 이 마을의 사교계에 모이는 사람들이 있잖아. 어쩌면 그들 역시 따분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말이야. 그들은 대개 원예라든가 개에 관심이 있 고, 승마도 즐기지. 당신도 말을 타보면 재미있을 거야. 에그린턴에 가면 당신 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말 한 필이 있어. 아주 아름다운 말인데, 훈련도 잘 되어 있고 기운이 넘쳐 나면서도 사람을 해롭게 하지 않아." 차가 킹스딘 하우스 저택의 정문으로 천천히 돌아 들어 가는 순간, 해리는 갑자 기 핸들을 꺽었다. 그리고는 불쑥 튀어나와 길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기괴한 물체를 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가까스로 그것을 피한 것이다. 그 물체도 거 기에 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그들을 보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루이즈는 남편의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저----저 무시무시한 노파는 누구죠?" 해리는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건 머거트로이드야. 저 노파는 남편과 함께 그 낡은 저택을 지키는 관리인이 었지. 거의 30년 동안 거기서 살았을 거야." "그런데, 저 노파가 왜 당신을 보고 주먹을 휘두르죠?" 해리의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저 여자는---글쎄, 집을 철거해 버렸다고 몹시 분개하고 있는 모양이야. 해고를 시켰는데도 말썽이군. 남편이 2년 전에 죽었다는데, 그 뒤부터 머리가 약간 돈 것 같대." "그럼---혹시--배가 고픈 게 아닐까요?" 루이즈의 생각은 막연하고 다분히 감성적이었다. 너무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해리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모양이었다. "맙소사, 루이즈,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 나는 저 노파에게 퇴직금도 다 주고 해고시켰다고---그것도 아주 후하게 말이야! 새 집도 한 간 마련해 주 었고, 필요한 것은 다 내주었단 말이야." 루이즈는 당황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왜 저러죠?" 해리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미쳤겠지! 노파는 그 낡은 집을 좋아했으니까." "다 쓰러져 가는 집이였다면서요?" "물론 그랬지---붕괴 직전이었어---지붕도 다 새고---마음놓고 살 수 없을 정도 로 말이야. 그런대도 그 노파한테는 뭔가 소중한게 있는 모양이지. 오랫동안 살 았으니까. 오, 나는 모르겠어! 아무래도 그 노파가 미친 것 같군." 루이즈는 불안에 떨며 말했다. "그녀는---그 노파는 우리에게 저주를 퍼붓는 것 같았어요. 오, 해리. 제발 그러 지 말았으면..." 루이즈에게는 자기의 새 집이 한 미친 노파의 심술뒜은 행동으로 얼룩지고 분위 기가 망쳐져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를 타고 외출할 때나 승마를 할 때, 개 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에도 항상 같은 장소에서 그 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허 리가 구부정해 가지고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철회색 머리에는 다 찌그러진 모자를 눌러쓰고는 중얼중얼 저주를 내뱉는 것이었다. 루이즈는 차츰 해리의 말을 믿게 되었다---그 노파는 미친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마음이 더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노파 머거트로이드는 실제로 집에는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뚜렷한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니었 고,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웅크린 모습으로 항상 문 밖에서만 맴돌았다. 경 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테지만 해리 랙스턴은 어떤 경우에도 그런 방법은 취 하려 들지 않았다. 그의 말은 그렇게 할 경우 결국 사람들은 그 미친 노파를 동 정하게 될 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루이즈보다는 더 속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걱정말아요, 여보. 저러다보면 언젠가는 지치게 되겠지. 아마 겁주려고 한번 그 래 보는 걸 거야." "그게 아니에요. 해리. 그---그 여자는 우리를 증오하고 있다고요!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노파는 우리가---그 노파는 우리가 불행해지기를 바라고 있 어요." "몰골이 좀 사납기는 해도 그 노파는 마녀가 아니야! 그렇게 흉칙한 소리 하지 말아요." 루이즈는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처음에 이사와서 느꼈던 한바탕의 흥분도 이제 차차 가라앉으면서, 그녀는 점차 외로와지며 마음이 심란해졌다. 그전에는 런던 이나 남프랑스 니스의 리비에라 해안 등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영국의 전원생활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그녀는 '꽃꽃이'를 제외하고는 원예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그렇다고 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가 만난 이웃들은 하나같이 따분하 기만 했다. 그래도 그 중 그녀는 승마를 가장 좋아했는데, 가끔 해리와 함께 타 기도 하고 그가 장원 일로 바쁠 때는 혼자서 말을 달릴 때도 있었다. 그녀는 해 리가 사준 아름다운 말의 율동적인 말발굽 소리를 즐기며 숲과 오솔길을 한가롭 게 돌아다녔다. 그러나, 문앞에서 석상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노파를 지나쳐 갈 때면, 밤색 털을 가진 프린스 핼까지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지 뒷걸음 치며 히힝거렸다. 어느 날 루이즈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 산책을 하고 있던 그녀는 머거트리이드 부인 옆을 못 본 체하면서 지나려다가, 갑자기 마음을 다지고는 홱 돌아서서 그 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다소 겁을 먹고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에요? 원하는 게 도대체 뭐죠?" 그 노파는 순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약삭빠르고 가무잡잡한 집시 같은 얼굴에 철회색 머리는 짚수세미처럼 헝클어져 있었으며, 침침하고 의심많은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루이즈는 노파가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노파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이기는 하나 협박하는 투로 말했다. "원하는 게 뭐냐고? 정말 몰라서 물어! 나한테서 빼앗아간 집을 내놔. 도대체 누 가 나를 킹스턴 하우스 저택에서 쫓아냈어? 나는 처녀 시절부터 거의 40년 동안 거기에서 살았어. 비열하게 나를 쫓아내다니. 결국 그래봐야 색시나 그 놈한테 는 불행밖에 닥쳐올 게 없을걸!" 루이즈가 말했다. "할머니한테는 아주 좋은 집을 사주었잖아요. 그리고----" 갑자기 노파가 팔을 치켜드는 바람에 그녀는 멈칫했다. 노파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집이 나한테 무슨 소용이야? 내가 원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내 집과 불을 쬐던 벽난로란 말이야. 그리고, 색시와 색시의 신랑에게 분명히 말해두지 만, 그 훌륭한 새 집에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을걸. 불행이 닥쳐오고 말 테니 두고 보라고! 내 저주로 불행에다 죽음까지 겹치게 될거야. 그 아름다운 얼굴까 지 썩어 버려라." 루이즈는 섬뜩한 생각이 들어 갑자기 비틀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곳에서 달아나야 해! 이 집을 팔아야겠어! 우리는 달아나야 해." 그 순간에는 그 결심만으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해리는 도무지 그녀를 이해하려 들지를 않았다. 그는, "여기를 떠나자고? 이 집을 팔고서? 미치광이 노파의 위협 때문에? 당신 미쳤군." 하고 소리쳤다. "천만에요. 나는 말짱해요. 하지만, 나는 그 노파가 두려워요. 무슨 일이 일어나 고야 말 거예요." 해리 랙스턴은 완강하게 말했다. "머거트로이드 할멈은 내게 맡겨. 꼼짝달싹 못하게 해주지!" 시간이 흘러 클래리스 베인과 랙스턴 부인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나이는 거의 비슷했으나, 성격이나 취향은 달랐다. 클래리스와 사귀다 보니, 루이즈도 기운이 나고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클래리스는 자립심이 강한 여성이며, 자신감으 로 가득차 있었다. 루이즈가 머거트로이드 할멈에게서 위협당하고 있다는 이야기 를 하자, 클래리스는 성가신 일이기는 하나 무서워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군요. 그 노파가, 정말 귀찮으시겠어요." "클래리스, 나는 그 생각만 하면 정말 두려워요. 더럭 겁이 난답니다." "말도 안 돼요. 그 따위 바보같은 짓 때문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되죠. 그 노파도 곧 지쳐 버릴 거예요." 루이즈는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그러세요?" 하고 클래리스가 물었다. 루이즈가 입을 다물고는 한동안 망설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내뱉었다. "나는 이곳이 지긋지긋해요! 이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숲이며, 집이며, 밤에 찾아드는 무서운 정적이며, 올빼미들의 기분나쁜 울음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고 뭐고 다 싫어요." "사람들이라뇨? 어떤 사람들 말인가요" "마을사람들 말이에요. 남의 일에 꼬치꼬치 파고들어 수군거리는 노처녀들 말이 에요." 클래리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던가요?" "잘 모르겠어요. 특별한 말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심보가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 에요.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 예요---결코 아무도." 클래리스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사람들 잊어 버려요. 잡담밖에는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그 들이 퍼뜨리고 다니는 소문은 대개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해요." 루이즈가 말했다. "이곳에 차라리 오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해리는 이곳에 너무도 큰 애착을 가지고 있어요."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웠다. 클래리스는, '이 여자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고 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갑자기, "이제 그만 가보야겠어요." 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차로 데려다 줄께요. 또 놀러와요." 클래리스는 머리를 끄덕였다. 루이즈에게는 그녀의 새 친구가 집에 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해리도 그녀가 전보다 명랑해진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클래리스 를 종종 집으로 초대하라고 일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기쁜 소식을 가져왔소. 여보." "어머, 뭔데요?" "그 머거트로이드 할멈을 드디어 꼼짝 못하게 해놓았어. 그 노파의 아들이 미국 에 있다고 했잖소. 그래서 내가 그녀를 그리로 보내어 아들과 함께 살도록 해놓 았다고. 배삯도 대주기로 했소." "오, 해리. 정말 근사해요. 그렇다면 나도 킹스턴 하우스에 정이 들게 될 거예 요." "정이 들게 될거라고? 두말하면 잔소리지.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라고!" 루이즈는 잠시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자신의 미신적인 두려움을 그리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3........^^.........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사는 부인네들은 그 아리따운 신부에게 남편의 과거 를 폭로하고 싶은 심술뒜은 마음으로 안달이 나 있었지만, 해리 랙스턴은 즉각적 으로 적절한 행동을 취해 그들의 입을 막아 버려 장난을 못 치게 만들어 버렸다. 어느 날, 하먼 양과 클래리스 베인이 에지 씨의 가게에서 한 사람은 방충제를, 다른 한 사람은 붕소 한 봉지를 사고 있을 때 해리 랙스턴이 아내와 함께 들어왔 다. 두 여자에게 인사를 한 뒤, 해리는 판매대로 가서 칫솔을 달라는 말을 하다 말고 기운차게 소리쳤다. "야, 이게 누구야! 벨라 아냐?" 가게가 붐비자 일손을 거들어 주려고 내실에서 뛰어나온 에지 부인은 그를 보더 니 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도 가무스름한 피부를 가진 미인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 었다. 체중이 불고 얼굴의 윤곽이 다소 부인티가 났지만, 그녀의 커다란 갈색 눈 에는 정감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맞아요. 벨라에요. 해리 씨.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이죠. 정말 반갑군요." 해리가 그의 아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벨라는 내 옛 애인이야. 루이즈. 한때 내가 이 사람한테 푹 빠져 있었지. 안 그 렇소, 벨라?" "정말 그랬었죠." 하고 에지 부인이 말했다. 루이즈는 웃으며 말했다. "내 남편은 옛친구들만 보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니까요." 에지 부인이 말했다. "그러세요? 우리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어요. 해리 씨. 당신이 결혼을 하고 다 쓰러져 가던 킹스턴 하우스 저택 대신 근사한 집을 새로 지은 것을 생각하면 마 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아요." "당신도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재미가 좋은가 보오." 하고 해리가 말하자, 에지 부인은 웃으면서 아무런 부족함없이 살고 있다고 대답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칫솔 이야기를 꺼냈다. 하먼 양의 얼떨떨한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클래리스는 기쁨에 들떠서 속으로 소 리쳤다. '오, 잘했어요. 해리. 당신이 그들의 의표를 찔렀군요.' 헤이독 박사가 불쑥 조카에게 말했다. "머거트로이드 할멈이 킹스턴 하우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주먹을 휘두리고 새 주인들한테 저주를 퍼붓는다는 낭설이 돌아다니고 있던데, 대체 무슨 소리냐?" "낭설이 아니라 사실이예요. 그것 때문에 루이즈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요." "그녀한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 주려무나---그 머거트로이드 부부는 관리인 으로 있었을 때부터 그 낡은 저택에 대한 불평을 한시도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머거트로이드가 술만 퍼마시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이 거기서 살았던 게야." 클래리스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은 해보겠어요. 하지만, 루이즈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그 노파는 정말 화를 내며 저주를 퍼붓는대요." "해리가 어렸을때는 늘 귀여워해 주곤 琴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클래리스가 말했다. "어쨌든----그들은 곧 노파를 쫓아낼 건가 봐요. 해리가 미국으로 가는 여비를 마련해 준대요." 그런데 사흘 뒤 루이즈가 말등에서 떨어져 죽었다. 빵집 배달차를 타고 있던 두 사람이 마침 그 사건을 목격했다. 그들이 본 바에 의하면, 루이즈가 말을 타고 대문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그 노파가 불쑥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서서 팔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한다. 그러는 바람에 말이 놀 라서 미친 듯이 날뛰가다 루이즈 랙스턴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목격자 중의 한 명이 의식을 잃은 여자를 어쩔 줄 모르고 쳐다보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쏜살같이 저택으로 달려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해리 랙스턴이 질겁하여 뛰쳐 나왔다. 그들은 배달차의 문을 열고 그녀를 실어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의사가 도착 하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헤이독 의사가 쓴 원고는 여기서 끝이 나 있었다.) 다음날 헤이독 의사가 왕진을 가니, 마플 양은 뺨이 상기된 채 눈에 띄게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는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판결을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무슨 문젯거리가 있다고 그러세요, 헤이독 박사님?" 하고 마플 양이 받아 넘겼다. "오, 부인. 그걸 꼭 내가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마플 양이 말했다. "내가 보기로는, 그 관리인이었다는 노파의 행동은 이상해요. 노파가 왜 그렇게 괴상한 행동을 했을까요? 물론 살던 집에서 쫓겨나면 기분좋을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그건 그 노파의 집도 아니었어요. 더구나, 그녀는 거기에서 살면서 툭 하면 불평하고 투덜거렸댔잖아요. 그래요, 확실히 수상한 데가 있어요. 그런데, 그 노파는 그 뒤 어떻게 되었죠?" "리버풀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그 사건에 겁을 먹은 거죠. 아마 그 항구에서 미 국행 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을 위해서는 아주 잘 된 일이군요." 하고 마플 양이 말했다. "예. 나는 '그 노파의 행동'은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수당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 식으로 문제가 풀립니까?" "글쎄요, 그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이치상으로 보아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면, 결국 그녀는 '연극'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죠. 그것은 누군가가 그 노파 에게 돈을 주어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는 뜻이에요." "그럼, 그게 누군인지도 알고 계십니까?" "예, 그렇다고 생각해요. 또 돈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남자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유형엔 항상 변함이 없더군요." "점점 무슨말인지 모르겠군요." "아니, 아니에요. 다 앞뒤가 맞는 말이에요. 해리 랙스턴은 벨라 에지라는 살갗 이 거무스름하고 검은 머리와 눈동자를 지닌 발랄한 여자를 좋아했죠. 선생님의 조카 클래리스도 그와 같은 형이잖아요. 그런데, 그 불쌍한 아내는 전혀 다른 유형의 여자였어요---금발에다 남자에게 의지하는 조용한 여자였죠---전혀 그가 좋아하는 형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그는 그녀가 가진 돈을 노리고 결혼했음 이 틀림없어요. 그런 다음, 돈 때문에 살해한 거라고요!" "'살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 해리라는 남자는 바로 여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지만 매우 비도덕적인 철 면피였죠. 아마 그는 아내의 돈을 수중에 넣은 뒤 당신의 조카 클래리스와 결혼 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에지 부인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봤다지 만, 그가 아직까지 그녀에게 미련이 남아 끌리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물 론 그 여자한테는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겠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요. 그래서, 곧 자기 멋대로 그녀를 조정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럼, 그 자가 정확하게 어떤 방법으로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십니까?" 마플 양은 앞쪽에 시선을 못박은 채 잠시 파란 눈을 깜박이며 꿈꾸는 듯이 침묵 을 지켰다. "시간이 썩 잘 맞아떨어진 거예요---마침 빵집 배달차가 근처에 있었으니까. 그 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그 노파를 목격했으니, 말이 놀라 날뛰는 것도 당연히 그 노파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나는 말이 공기총이나 어쩌면 새총에 맞 았을 거라고 봐요---해리는 새총을 곧잘 쏘아댔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정문을 막 통과했을 때 쏜 거죠. 그랬으니 말이 날뛰면서 랙스턴 부인을 내동댕이쳐 버 린 거예요."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시 말을 중단했다. "말에서 떨어짐으로써 그녀가 죽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거기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을 거예요. 그는 꽤나 용의주도해서 절대 운에 맡기고 지켜볼 위인은 아닐 것 같군요. 결국, 에지 부인이 남편 몰래 그에게 적절한 약품을 주었을지 모르죠. 그렇지 않다면, 해리가 뭣하러 이미 미련조차 없어진 그녀한테 신경을 썼겠어요? 그래요, 그는 어떤 효능이 있는 약품을 손쉽게 구했을 거예요. 그 약 을 당신이 도착하기 전에 먹였겠죠. 여자가 말에서 떨어져 심한 상처를 입고 의 식도 회복하지 못한 채 죽었다면, 글쎄요---의사는 별다른 의혹도 품지 않을 거 예요, 안 그렇겠어요? 충격을 받아 죽은 것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죠." 헤이독 의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어떻게 의심을 품게 되었죠?" 하고 마플 양이 물었다. "내가 특별히 똑똑해서 의심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살인자는 자기가 감쪽같이 해치운 데 너무 만족한 나머지 적절한 예방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는, 너무 진부 하고도 잘 알려진 사실 덕분이었죠. 내가 혼자 남은 그 남편에게 몇 마디 위로 의 말을 건네고 있을 때였어요---정말 그 친구가 측은하게 여겨지더군요---그는 슬픔에 못 이겨 고통스러운 체 하느라 소파에 몸을 내던졌는데, 그 바람에 호주 머니에서 주사기가 떨어졌지 뭡니까. 그는 당황해서 얼른 그것을 집었는데, 그 표정이 너무나 겁에 질려 있어서 비로 소 의혹을 품게 된 겁니다. 해리 랙스턴은 마약 상용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더 할 나위없이 건강했지요. 그런데, 그가 주사기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모종의 가 능성을 점치며 시체 부검을 한 결과 스트로팬틴(강장제의 일종)이 발견되었지 요. 그 다음은 간단했죠. 랙스턴에게서도 스트로팬틴이 나왔고, 벨라 에지도 경 찰이 추궁하자, 그에게 그 약품을 주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답니다. 그리고, 머거 트로이드 노파도 결국 해리 랙스턴이 자기에게 그런 연극을 하도록 시켰다고 자 백했고요." "그래, 클래리스느 어땠나요? 충격을 극복했나요?" "예, 그 애도 그 친구에게 한때 호감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젠 그런 감정도 다 사라져 버렸나 봅니다." 의사는 원고를 집어들었다.. "만점을 드리죠. 마플 양---그리고 내 처방도 만점입니다. 이제 거의 다 나으셨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