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의 모험 장난꾸러기 톰 "톰! 얘가 어디 갔지? 톰!" 대답이 없습니다. 폴리 이모는 이상하다는 얼굴빛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온 집 안에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좋아, 붙잡히기만 해 봐라. 단단히 혼을 내 줄 테니." 라고 하면서 침대 밑을 비로 쿡쿡 찔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튀어나온 것은 고양이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이모는 하는 수 없이 문 앞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 때, 뒤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모는 재빨리 뒤돌아서 도망가려는 소년을 붙잡았습니다. "옳지, 그래! 내가 왜 그 다락 속을 생각지 못했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니?"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 그 손과 입을 좀 봐라. 잼이 묻어 있잖니. 앞으로 또 잼을 훔쳐 먹으면 그 땐 그냥 두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니? 어디, 이 회초리 맛 좀 봐라." 회초리가 공중에서 휙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순간 톰이 소리쳤습니다. "앗, 이모! 뒤에!" 폴리 이모가 놀라서 돌아본 순간 톰은 재빨리 밖으로 뛰쳐 나와 높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폴리 이모는 한동안 어안이벙벙했으나 잠시 뒤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내 참, 어쩔 수 없는 아이라니까. 죽은 동생의 아들이라 가엾어서 야단치기가 괴롭지만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어. 아무래도 톰이 오늘도 오후에는 학교를 빼먹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벌로 일을 시켜야겠어. 그게 다 저 아이를 위하는 길이니까." 역시 이모가 예상했던 대로 톰은 학교를 빼먹고 실컷 놀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흑인 소년 짐에게 오늘 자기가 겪었던 모험담을 들려 주었습니다. 한편 톰의 동생 시드는 자신에게 맡겨진 나무 토막 줍는 일을 모두 끝내 놓고 있었습니다. 시드는 톰과는 달리 얌전하고 모험 따위는 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저녁 식사 때 폴리 이모는 톰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이모는 톰을 함정에 빠뜨려 오늘 했던 나쁜 짓을 남김없이 스스로 털어놓게 하고 싶었습니다. "톰, 오늘 학교에서 무척 더웠겠구나." "네." "그럼 헤엄치러 가고 싶지 않았니?" 톰은 잠시 움찔했으나 짐짓 시치미를 떼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아뇨,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래? 그렇다면 내가 새로 달아 준 셔츠 칼라(양복의 저고리나 와이셔츠, 블라우스의 깃)를 뜯을 필요는 없겠구나. 어디 웃옷을 벗어 보아라!" 톰은 안심하는 눈치였습니다. 웃옷을 벗자 셔츠의 칼라는 단정하게 제자리에 붙어 있었스빈다. "학교를 빼먹고 틀림없이 헤엄치러 갔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넘어가 주마, 오늘은." 이모는 톰을 호되게 야단치지 못한 것이 좀 섭섭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시드가 말참견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흰 실로 꿰맸었잖아요? 저건 검정 실인데요." "아 참, 그랬지. 흰 실로 꿰매었지. 톰!" 톰은 그 다음 말이 나오기도 전에 재빨리 문 쪽으로 도망쳐 나갔습니다. "시드, 너 두고 보자!" 그러나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톰은 이미 모든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왜냐 하면 얼마 전에 배운 새롭게 휘파람 부는 방법에 열중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가 지저귀귀는 듯한 아름다운 휘파람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제 갓 배운 휘파람을 불면서 걸어가는데 자기보다 조금 큰 낯선 소년을 만났습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같은 작은 마을에서는 낯모르는 상대는 꽤 마음에 걸리는 법입니다. 게다가 이 소년은 아주 멋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톰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둘은 잠자코 서로 노려보았으나 드디어 톰이 입을 열었습니다. "너, 나한테 맞을래?" "어디 때려 봐." "그럼 내가 못 할 줄 알고?" "그래, 때려 보라니까." 다시 둘이 서로 한동안 노려보다가 그 다음에는 어깨와 어깨가 부딪쳤습니다. "비켜!" "너야말로 비켜!" "싫어." "나도 싫다. 어쩔래?" 결국 두 소년은 서로 맞붙어 땅 위를 고양이처럼 뒹굴엇습니다. 머리를 쥐어뜯고 코를 후려치는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드디어 톰이 그 아이를 깔고 앉았습니다. "어때, 어서 항복한다고 그래." 상대는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이를 쳤으나 드디어 비명을 질렀습니다. "항복이야!" 톰은 상대를 일어서게 한 다음 말했습니다. "이제 알았지? 야, 임마. 이 다음에는 정신 똑똑히 차리고 덤벼." 톰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꽤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창문으로 살짝 들어갔는데 이모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모는 더러위진 톰의 옷 꼴을 보고 아무래도 이번 토요일에는 호되게 일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멋진 페인트 칠 토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치고 오가는 발검음도 가벼웠습니다. 톰이 페인트가 담긴 양동이와 긴 자루가 달린 솔을 가지고 길가에 나타났습니다. 톰은 울타리를 한 번 휙 둘러보고는 그 넓이에 완전히 질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칠하기 시작했으나 곧 싫증이 나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러자 그 때, 이 집의 하인인 흑인 짐이 양동이를 들고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톰은 지금까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는 일을 무척 지겹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짐, 내가 물을 길어 올 테니까 페인트를 좀 칠해 주지 않을래?" 짐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도련님, 그건 안 돼요. 마님께서 울타리를 칠해 달라는부탁을 받아도 절대로 해 주지 말고 빨리 물을 떠 오라고 하셨는걸요." "마님이 하는 소리 같은 건 신경 쓸 것 없어. 잠깐이면 갔다 올 텐데, 뭐. 마님이 알 리가 있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톰 도련님." "그럼 내가 흰 구슬을 줄게, 그렇게 할래?" 짐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내 발의 상처도 보여 줄게." 짐도 이 꾐에는 당하지 못하고 그만 양동이를 내려놓고 톰의 발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짐은 양동이를 들고 등의 통증을 참으면서 허둥지둥 달려나갔습니다. 톰도 재빠르게 움직여 부지런히 페인트 칠을 했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다가와 있던, 한 손에 슬리퍼를 든 폴리 이모의 눈에는 만족스러운 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나 톰의 끈기는 오래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하려고 마음 먹었던 즐거운 놀이에 대해 생각하니 어쩐지 슬퍼졌습니다. 그리고 곧 다른 아이들이 멋진 계획을 가지고 놀러 와서 내키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자기를 보고 비웃어댈 것을 생각하니 더욱 분햇습나. 톰은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전부 꺼내 보았습니다. 자질구레한 장난감, 구슬, 잡동사니뿐이었습니다. 이걸 가지고는 남에게 30분 정도 일을 맡기는 것이 고작일 것입니다. 톰은 실망했으나 문득 멋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톰은 솔을 들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벤 로저스가 기선 놀이를 하면서 다가왔습니다. "정지! 부웅, 붕붕." 벤은 천천히 길가로 다가왔습니다. "좋아, 이제 엔진을 꺼라! 부웅, 붕." 톰은 모른 척하고 계속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벤은 잠시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 꼼짝없이 붙잡혔구나." 톰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 벤이니? 난 네가 온 줄도 몰랐어." "난 수영하러 가는 길이아. 너도 가고 싶지 않니? 하지만 일이 있어서 안 되겠구나." 톰은 다시 부지런히 페인트를 칠하면서 말했습니다. "일이라고?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재미있어서 못 견디겠어." "뭐라고? 설마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왜, 좋아서 하면 안 된다는 거니? 어린이가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할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한 줄 아니?" 톰은 솔로 조금 칠해 놓고는 약간 뒤로 물러나 다시 보고 또 군데군데를 챌했습니다. 벤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점점 그 일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톰, 나도 잠깐만 해 보자." 톰은 당장이라고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안 돼. 이 울타리는 폴리 이모가 굉장히 신경을 쓰시거든. 이걸 솜씨 좋게 칠할 수 있는 어린이는 1천 명이나 2천 명 중에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 "정말? 제발 부탁이니 나도 좀하게 해줘. 이 사과 한입 줄게." "그래? 그렇다면... 아니, 역시 안 되겠어." "통째로 다 줄게." 톰은 마지못해 못 이기는 척하면서 기꺼이 솔을 건네 주었습니다. 그리고 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그늘 밑의 나무통 위에 앉아 사과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줄줄이 나타났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톰을 놀렸으나 결국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빌리 피셔는 연을 내밀고 조 밀러는 죽은 쥐 한 마리와 그것을 매달 끈을 넘겨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침에는 몹시도 비참했던 소년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대단한 재산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톰은 남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페인트 칠을 끝마쳤다고 말하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쟁놀이, 연애놀이 톰은 폴리 이모에게로 갔습니다. 이모는 톰이 벌써 오래 전에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톰이 나타나자 감짝 놀랐습니다. 톰은 말했습니다. "이모, 이제 놀러 가도 되죠?" "뭐, 벌써? 얼마나 칠했니?" "다 칠했어요." "톰, 거짓말을 하면 못 쓴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 다 칠했다니까요?" 폴리 이모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나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야, 이거 놀랐는걸. 너도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잘 할 수 있잖니, 톰. 하지만 좀처럼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탈이지. 좋다, 이제 나가 놀아라. 그렇지만 집에 돌아오는 것을 잊아면 안 된다." 톰이 신이 나서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때마침 시드가 이층 다락방으로 통하는 바깥 층계를 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톰은 얼른 주위에 있던 흙덩이를 집어 던졌습니다. 그것은 시드에게 정확히 맞았습니다. 이것으로 검정 실 이야기르러내 자기를 난처하게 했던 시드에게 복수를 끝낸 톰은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톰은 서둘러 마을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곳에는 소년들의 두 부대가 전쟁놀이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톰이 한쪽의 대장이고, 톰의 친구 조 하펴가 다른 한쪽의 대자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직접 싸우지 않고--그런 것은 부하들이 하는 일이니까--같이 앉아 명령을 내릴 뿐이었습니다. 격렬한 전투 끝에 톰의 부대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뒤, 전사자 수를 세고 포로를 교환하고 다음 결전 날자를 정하자 군대는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톰은 혼자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프 대처의 집 앞을 지나가던 톰은 귀엽게 생긴 낯선 여자 아이를 보았습니다. 파란 눈에 금발을 두 갈래로 땋은 아이였습니다. 지금 막 승리를 거둔 영웅은 단 한 발의 총도 쏘지 못한 채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에이미 로렌스의 생각도 눈 깜짝할 사이에 톰의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톰은 이제껏 자신이 정말로 에이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이 일시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톰은 그 소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뛰거나 재주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장기'를 자랑했습니다. 그 소녀가 톰을 위해 오랑캐꽃을 던져 주자, 톰은 하늘에라도 올라갈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톰은 저녁 식사 동안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드에게 흙덩이를 던졌다고 혼이 났지만 그런 일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톰은 몹시 마음이 들떠 이모가 보는 앞에서 설타을 집으려고 하다가 손을 세게 얻어맞았습니다. "시드는 안 그러는데, 넌 도대체 늘 이 모양이로구나." 이모는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그 틈을 타 시드가 설탕 그릇을 만지다가 그만 단지를 떨어뜨려 깨고 말았습니다. 톰은 너무나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착한 아이'인 시드가 혼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스빈다. 그런데 이모의 손은 갑자기 톰에게 날아와 톰을 냅다 후려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톰은 소리쳤습니다. "왜 날 때려요? 설탕 그릇을 깬 건 시드란 말이에요." 폴리 이모는 당황한 듯 때리던 손을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렇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래? 뭐, 하지만 너도 그 사이에 틀림없이 나쁜 짓을 했을 게 분명하다." 사실 이모는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톰을 위해서는 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뿐입니다. 톰도 이모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쪽 구석으로 가 토라진 표정을 지어 더욱 이모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날 밤, 톰은 아직 이름도 모르는 동경하는 소녀의 집 앞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끄러미 창문을 올려다본 뒤 그 아래에서 죽은 척해 보였습니다. 소녀는 자기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의 상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다음 순간, 하녀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톰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톰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무엇인가 공중으로 날아와 굉장한 소리를 냈습니다. 조그만 사람의 그림자는 쏜살같이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주일 학교 일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폴리 이모의 설교가 끝나자 톰은 성경 구절을 외우기 시작햇습니다. 시드는 어제 이미 다 외워 놓았습니다. 그러나 톰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가득 차 있고 손은 손대로 쓸데없는 장난을 하고 있었으므로 좀처럼 외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일이 끝나자 일요일에 입는 제일 좋은 옷을 골라 입었습니다. 이것을 입으니 톰도 꽤 멋져 보엿으나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주일 학교로 향했습니다. 시드는 이 곳을 좋아했지만 톰에게 있어서는 참을 수 없이 지겨운 곳이었습니다. 교회에 도착하자 톰은 입구에서 친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야, 빌리. 너 노란 카드 가지고 있니?" "응." "내가 뭐 갖고 있는데 안 바꿀래?" "글쎄, 그게 뭔지 어디 봐." 톰이 그것을 보여 주자 재산이 교환되었습니다. 톰은 나중에 오는 소년들과도 계속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 빛깔의 카드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 카드는 성경 구절을 외우면 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성경 구절을 두 절 외우면 파란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파란 카드를 10장 모으면 빨간 카드, 빨간 카트를 10장 모으면 노란 카드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노란 카드를 10장 모으면 주일 학교 선생님이 성경을 한 권 줍니다. 톰은 사실 성경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다만 상을 받는 "멋진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일 학교의 월터즈 선생님이 단 위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햇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 점점 소곤소곤 이야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오늘은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볼 만한 손님이 와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훌륭한 중년 신사와 그의 부인입니다. 부인은 한 소녀를 데리고 있었습니다. 톰은 그 소녀를 보자 기쁨으로 몸이 떨렸습니다. 그리고는 곧 '장기'를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옆의 아이를 띠리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아래 눈꺼풀을 뒤집어 보이는 등. 소녀가 감탄할 것 같은 일은 무엇이든지 했습니다. 월터즈 선생님은 이야기가 끝나자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손님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중년의 신사는 학생들이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훌륭한 판사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월터즈 선생님도 판사 앞에서 무엇인가 자랑을 하고 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을 상으로 주어 천재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보이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러나 상을 탈 만한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노란 카드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있어도 10장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희망이 없어져 버린 그 순간 톰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노란 카드 9장과 빨간 카드 9장과 파란 카드 10장을 내밀면서 성경을 달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월터즈 선생님은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톰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전부 틀림없이 진짜인 것입니다. 그래서 톰은 판사 등이 서 있는 단으로 올라가고 중대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톰이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분하게 생각한 아이들은 페인트 칠을 하는 대신 톰에게 보물을 넘겨 주고 그리고 그 보물과 카드를 교환해서 톰에게 이익을 준 소년들이었습니다. 월터즈 선생님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짐짓 점잔을 빼며 톰에게 상을 주었습니다. 톰은 판사에게 소개되었습니다. 톰은 숨이 막히고 심장이 마구 뛰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소녀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판사는 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름을 물었습니다. 톰은 겨우 대답했습니다. "톰." "아니, 그런 이름말고." "토머스입니다." "그래, 정식 이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천 구절이나 되는 성경 구절을 외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야. 아주 훌륭해. 그런데 네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조금만 가르쳐 주지 않겠니? 옳지, 예수님의 12제자 중의 처음 두 사람의 이름이 뭐였지?" 톰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눈을 감았습니다. "토머스, 대답해 보아라,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 그 두 제자의 이름은?" "다윗과 골리앗!" 다윗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1000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이스라엘의 왕이고 골리앗은 그 다윗이 죽인 거인의 이름입니다. 그 다음에 톰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 소년을 위해 쓰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톰과 베키 월요일 아침, 톰은 우울했습니다. 앞으로 일 주일 동안 학교에서의 고생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톰은 침대에 누운 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병이 나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몸을 살펴보아도 아픈 곳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마침내 발견한 것은 위의 앞니 한 개가 흔들리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핑계로 댈 수는 없었습니다. 그 때, 톰은 마을 의사가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병에 걸려서 2, 3주 동안 자리에 몸져누워 있다가 발가락 한 개가 없어진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톰은 발가락의 상처를 살펴보다가 어떻게든 해 보기로 했습니다. 톰은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톰은 할 수 없이, "시드, 시드." 하고 동생을 흔들었습니다. 그제야 겨우 시드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으므로 톰은 다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톰, 왜 그래?" 시드는 걱정스러운 듯이 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톰은 더 심하게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시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용서해 줄게. 내가 죽으면....." 시드는 당황해서 이모를 부르러 갔습니다. 이모가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톰! 왜 그러니?" "아, 이모, 발가락이 아파요. 상처난 곳이!" 폴리 이모는 의자에 앉아 잠시 살펴보더니 웃기 시작했습니다. "톰! 장난하지 마라. 이런 어리석은 흉내를 내도 소용 없으니까." 톰은 신음 소리를 그쳤습니다. 약간 겸연쩍었습니다. "하지만 이모, 정말 아팠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가 아픈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어요." "이라니? 어디 입을 벌려 보아라. 그래, 정말 흔들거리는구나. 시드, 실을 가져오너라!" "앗, 이모! 빼지 마세요! 이젠 아프지 않아요. 다신 학교를 빼먹으려고 하지 않을게요." "뭐라고? 아니, 너 그럼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이런 소동을 벌였단 말이냐? 정말 어쩔 수 없는 아이로구나!" 이모는 실을 둥글게 해서 톰의 이에 묶었습니다. 흔들리는 이는 그 끝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톰은 학교에 가자 곧 모든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쪽 고르게 난 이의 츰으로 새로운 멋진 방법으로 침을 뱉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조금 뒤에 톰은 주정뱅이의 아들로 부랑아인 허클베리핀을 만났습니다. 허클베리는 이 마을의 아주머니들이 아주 싫어하는 아이였습니다. 게으름뱅이에다 예의도 없고 지저분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아이들이 그것을 부러워하고 모두들 허크(허클베리의 애칭)처럼 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허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무었이든지 할 수 있었고 아무에게도 야단맞는 일이 없었습니다. 톰이 말을 걸었습니다. "허클베리, 뭘 가지고 있니?" "죽은 고양이야." "헤에, 그걸 어떻게 할 거니?" "이걸로 사마귀를 떼는 거야." "히야, 어떻게?" "누군가 나쁜 놈이 죽은 날 한밤중에 묘지로 가는 거야. 밤 12시 정각이 되면 악마가 나타나 그 나쁜 놈의 시체를 가져가려고 하지. 그 때, 고양이를 집어 던지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돼. '악마는 시체를 따라가고, 고양이는 악마를 따라가고, 사마귀는 고양이를 따라가라. 이제 이것으로 이별이다.'라고. 그렇게 하면 어떤 사마귀라도 떨어져." "야, 그것 참 굉장한데. 그럼 넌 그 일을 언제 할 거니?" "오늘 밤이야. 오늘 밤에 악마가 호스 윌리엄스의 시체를 가지러 올 거야." "같이 가도 되니?" "그래, 좋아. 무섭지 않다면." "그까짓 건 무섭지 않아. 그럼 네가 갈 때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서 날 불러 줄래?" "알았어. 나올 수 있으면 너도 고양이 울음 소리로 대답해." "그래, 좋았어, 그건 뭐니?" "진드기야." "뭐, 다른 거하고 바꾸지 않을래?" "이건 남한테 주고 싶지 않아." "내 이라면 어떻겠니?" "어디 봐. 진짜겠지?" 톰은 손으로 입술을 들어올리고 이가 빠진 자리를 보여 주었습니다. "좋아, 그럼 바꾸자." 이렇게 해서 톰은 진드기를 손에 넣고 둘 다 각각 재산이 늘어난 듯한 뿌듯한 느낌을 가지고 헤어졌습니다. 톰은 학교에 도착하자 집에서 곧장 달려오기라도 한 것 처럼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자기 자리에 앉았으나 선생님이 이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치실 리가 없었습니다. "토머스 소여!" 톰은 자기 이름이 정식으로 불리워졌을 때는 곤란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네!" "이리 나와. 오늘은 왜 늦었지?" 톰은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발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눈에 익은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더구나 그 옆자리가 여학생 자리 중 비어 있는 단 하나의 자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허클베리 핀과 이야기를 하다가 늦었습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어안이벙벙했습니다. "토머스 소여, 정말 어이가 없구나. 어서 옷을 걷어!" 선생님은 팔이 아프도록 톰을 때렸습니다. "자, 저기 여학생 자리에 가 앉아라! 오늘은 톡톡히 창피를 당해야겠다." 톰은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소녀의 옆에 앉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톰은 잠시 동안은 얌전하게 공부를 하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왼손으로 공책을 가리고 그 위에 무었인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그 소년는 모른 척하고 있었으나 마침내 참을 수가 없어졌는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나 좀 보여 줄래?" 톰은 손을 치우고 어쩐지 기분 바쁜 집의 그림을 살짝 보여 주었습니다. 소녀는 그 그림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머나, 굉장한데. 이번에는 사람을 그려 봐." 톰은 집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큰 남자를 그렸습니다. "정말 멋져! 이번에는 날 그려 줘!" 톰은 보름달 같은 얼굴에 허리가 가늘고 큰 부채(서양의 부채는 레이스와 깃털오 만들어져 있다. 여성들이 멋을 내는 도구 주의 하나였다.)를 든 여자 아이를 그려 주었습니다. "어머, 근사해. 나도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야 간단해. 내가 가르쳐 줄게." "정말?" "그래, 점심 시간에. 네 이름은 뭐니?" "베키 대처. 넌? 아 참, 토머스 소여였지." "그건 내가 회초리로 맞을 때의 이름이야. 그냥 톰이라고 불러 줘." 바로 그 때, 누군가가 무서운 힘으로 톰의 귀를 잡고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톰은 모든 친구들이 웃는 가운데 자기 자리로 끌려갔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그 옆에 있다가 이윽고 말없이 제지리로 돌아갔습니다. 톰은 귀가 욱신욱신 쑤셨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없이 기뻤습니다. 엄숙한 약속 점심 시간이 되자 다들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고, 톰과 베키는 남몰래 살짝 돌아와 교실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공책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톰은 베키에게 연필을 쥐게 한 뒤 그 손을 꼭 쥐고 멋진 집을 그려 주었습니다. 그림 그리기에 싫증이 나자 둘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톰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서커스(커다란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코끼리나 사자 등의 재주와 공중 그네 연기를 보이는 쇼. 오락 시설이 적던 시절에 어린이들의 큰 즐거움이었다.)를 보러 간 적이 있니?" "응, 있어. 그리고 내가 말을 잘 들으면 아빠가 또 데리고 가 주신다고 했어." "나도 여러 번 가 봤어. 교회 같은 데보다 훨씬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난 어른이 되면 피에로(무언극, 서커스, 희극 등에 나오는 어릿광대)가 될 거야." "정말? 와, 멋지다!" "그래. 그런데 베키, 너 약혼한 적 있니?" "그게 뭔데!"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거야." "그런 건 한 적이 없어. 그걸 하면 어떻게 되니?" "어떻게 되긴 한 남자 아이에게 쭉 그 애하고만 친하게 지내겠다고 약속하고, 그러고 나서 입맞추면 그걸로 끝이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해서 톰과 베키는 서로, "나는--너를--사랑해."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톰은 베키에게 입맞췄습니다. "이것으로 끝났어. 넌 이제 나말고 다른 남자 아이를 좋아하면 안 되고 결혼해서도 안 돼, 베키." '응, 알았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고 있지 않으면 학교에 갈 때나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언제나 둘이서 함께 있는 거야." "그래, 좋아. 난 그런 건 전혀 몰랐어." "이건 정말 재미있어. 난 에이미 로렌스하고도...." 베키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톰은 자기가 깜박 실수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나, 톰! 그럼 넌 전에도 약혼한 일이 있었단 말이야?" 베키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지 마, 베키. 지금은 너말고 다른 아이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베키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흐느껴 울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베키, 이걸 받아 줘." 톰은 호주머니에서 놋쇠로 만든 문고리를 꺼냈습니다. 그건 톰이 가장 아끼는 보물이어서 내놓기가 싫었으나 큰 마음을 먹고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베키는 그것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톰은 학교를 나와 언덕 너머로 사라져 갔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각오였습니다. 오늘만큼은.... 베티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문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톰은 이미 없었습니다. 교정에도 나가 보았습니다. 그 곳에도 없었습니다. "톰! 돌아와, 톰!" 베키는 털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오후 공부가 시작되자 베키는 애써서 슬픔을 감추었습니다. 묘지의 공포 혼자가 된 톰은 베키에게 그렇게 냉대받은 것이 속상했지만 그 대신에 해적이 되어서 이름을 떨치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당장은 할 수가 없어 결국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 9시 반, 톰과 시드는 여느 때처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시드는 곧 잠이 들었으나 톰은 영 잠이 오지 않앗습니다. 주위가 아주 교요해지고 시계 소리와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이 들려 왔습니다. 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꾸벅 졸다가 시계가 11시를 친 것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꿈속에서인 듯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창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서, "쉿, 저리 꺼져!"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러자 톰은 완전히 잠이 깼습니다. 톰은 재빨리 옷을 갈아 입고 창문으로 뛰어나가 지붕에 납죽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두세 번 살짝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땅으로 뛰어내리자 거깅에는 죽은 고양이를 든 허클베리 핀이 서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어둠 속을 사라져 30분 뒤에는 묘지의 풀숲 속에 있었습니다. 그 때, 바람이 살짝 불어 와 톰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일어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손년은 목소리를 낮추고 걸어가 드디어 목적지인 새 무덤을 찾아 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에 숨었습니다. 두 소년은 잠자코 기다렸으나 기다리는 그 시간이 몹시도 길게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허크, 죽은 사람이 우리가 여기에 온 걸 싫어하지 않을 까?" "글쎄, 그런데 아주 으스스한걸." "정말 그래." 잠시 뒤에 톰이 허크의 팔을 잡고 말했습니다. "허크, 들었니?" "응, 왔어! 악마가 왔어. 어떻게 하지?" "난 모르겠어." "악마는 밤중에도 고양이처럼 눈이 밝아. 이런 곳에는 오지 말걸 그랬어." "무서워하지 마. 아무튼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그럼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 알았어." 두 소년은 숨을 죽이고 서로 머리를 맞댔습니다. "톰!" "왜 그래, 허크?" "사람이야! 세 사람. 그리고 한 사람은 머프 포터 같애. 그의 목소리야." "엣? 정말인데. 이 쪽으로 오고 있어. 허크, 또 하나는 혼혈아 인지언 조의 목소리야." "그래, 살인범 조야. 그런데 여긴 뭐 하러 왔을까?" 그리고 두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은 묘지 가까이에 와서 톰과 허크 바로 옆에 멈춰 섰습니다. "이거다." 하고 세 번째 남자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젊은 의사인 로빈슨의 목소리였습니다. 머프 포터와 인지언 조가 삽으로 무덤을 파기 시작햇습니다. 한동안 삽으로 파는 소리가 계속되더니 마침내 두 사람은 관을 땅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삽으로 뚜껑을 열고 시체를 끄집어내 난폭하게 땅바닥에 내팽개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손수레 위에 시체를 놓고는 담요를 뒤집에씌워 밧줄로 동여맸습니다. 포터는 남은 밧줄을 칼로 끊어 버리면서 말했습니다. "자, 이제 다 끝났소. 그럼 5달러만 더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건 여기 그대로 두고 갈 테니." "그래." 하고 조가 말했습니다. "뭐라고? 아까 벌써 다 지불했잖아." 하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가 의사에게 덤벼 들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낼 수는 없어. 5년 전에 당신 아버지가 날 부랑자라고 감옥에 처넣었어. 내가 그걸 잊었는 줄 알았나? 그 일을 여기서 매듭짓자고." 인지언 조는 의사의 얼굴에 주먹을 들이대고 위협했습니다. 의사는 갑자기 조를 후려치고 땅바다가에 내던졌습니다. 그러자 포터가 손에 들었던 칼을 내던지고 의사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내 친구를 때렸겠다!" 두 사람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인지언 조가 벌떡 일어나 포터의 칼을 잡더니 두 사람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의사가 갑자기 윌리엄스의 묘비판을 뽑아 들고 포토를 향해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 조가 달려들어 의사의 가슴을 칼로 푹 찔렀습니다. 의사는 비틀거리며 피투성이가 된 채 포터 위로 쓰러졌습니다. 두 소년은 벌벌 떨며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조는 의사의 몸을 뒤져 물건을 빼았고 포터의 오른손에 칼을 쥐어 주었습니다. 드디어 포터가 정신이 들어 자기 손에 칼이 들려 잇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시체를 밀어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조를 쳐다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조?" "일은 이미 벌어졌어. 왜 그런 짓을 했지?" "내가?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소릴 해 봤자 이젠 소용없어." 포터는 부들부들 떨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정말 내가 죽였단 말이야? 난 통 기억이 나질 않아. 내가 어떻게 했지?" "넌 의사에게 얻어맞고 쓰러졌어. 그러고 나서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의사가 다시 한 번 후려치려고 할 때 칼로 찌른 거야. 그리고 또 쓰러져서 지금까지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야." "그했었나? 난 통 기억이 나질 않아. 지금까지 칼 같은 걸 휘두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 설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 제발 부탁이니 잠자코 있어 줘." 이 가련한 사나이는 진짜 살인범을 향해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물론이야, 포터. 널 배신하지는 않겠어. 자, 넌 저족으로 도망쳐. 난 이쪽으로 도망칠 테니." 포토는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더니 곧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습니다. 조는 포터를 보내고 중얼거렸습니다. "저 정도라면 칼을 잊어버린 것을 알아차려도 다시 가지러 올 용기는 없을 거야. 겁많은 녀석!" 잠시 후에는 또다시 원래대로 적막함이 드리워졌습니다. 허크와의 맹세 두 소년은 너무나도 엄청난 일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을 을 향해 옆도 쳐다보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다. 그러나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이따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겨우 무두질한 가죽(동물의 모피로부터 털과 기름을 빼내고 부드럽고 매끄럽게 한 가죽)공장까지 뛰어온 두 소년은 그 안으로 힘차게 뛰어들어가 어둠 속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안정이 되자 톰이 속삭였습니다. "허클베리,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니?" "로빈슨 선생님이 죽었다면 놈은 교수형를 당하게 될 거야." "그럼 누가 신고하지? 우리들이?" "당치 않아. 일이 잘못돼서 만약 조가 교수형을 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조는 틀림없이 우리를 죽일 거야." "그래, 그럼 머프 포터는 어떻게 하지? 하지만 포터는 조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 정신을 잃고 있었으닉가 아무것도 몰라." "아 참, 그랬었지." 잠시 생각한 뒤에 톰이 말했습니다. "허크, 너 비밀을 지킬 수 있지?" "물론이야, 우리 절대로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자." "응, 그게 좋겠어." "이렇게 중요한 일은 어딘가에 정식으로 써서 피로 이름을 쓰고 맹세하지 않으면 안돼." 톰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땅바닥에 굴러 다니는 널빤지를 하나 집에 들고 호주머니에서 빨간 분필 동강일 꺼내더니 달빛을 등불 삼아 기어가는 듯한 글씨로 이렇게 썼습니다. "허크 핀과 톰 소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 톰은 안주머니에서 바늘응띵 꺼내 엄지손가락을 찔러 피를 짜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새끼손가락에 묻혀서 자기 이름을 썼습니다. 허크는 글씨를 모르기 때문에 톰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톰, 이제 우린 영원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물론, 그렇고말고." 두 소년은 한동안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그 때, 건물 바깥에서 개가 지독하게 짖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개가 짖는 것은 누군가가 죽을 징조인 것입니다. "누굴 보고 짖는 걸까?" 허클베리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 둘이 틀림없을 거야." "톰, 이젠 끝장이야.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그 벌을 받는 거야." "그래, 어른들이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일만 했으니까." 톰은 약간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톰, 넌 나에 비하면 훨씬 나아. 난 이제 어떻게 하지?" 그 때, 톰이 허크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습니다. "잠깐, 허크! 개는 저 쪽으로 갔어." "정말이로구나." "괜히 겁먹었잖아. 하지만 그럼 누굴 보고 짖은 걸까?" 개 짖는 소리가 멈췄습니다. 톰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저건 뭐지?" 톰이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코를 고는 것 같아." "그래." 두 소년은 또 모험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허크, 나랑 같이 가 볼래?" "난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인지언 조일지도 모르잖아." 톰은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코고는 소리가 멈추면 곧바로 도망치기로 약속을 하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두 소년은 멈칫멈칫 다가갔으나 몇 발자국을 남겨 두고 톰이 나무토막을 밟아 소리가 났습니다. 남자는 하품을 하면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머프 포터였습니다. 두 소년은 펄쩍 뛸 듯이 놀랐으나 포너라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습니다. 두 소년은 다시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때, 또 한 번 개가 짖기 시작했습니다. 두 소년은 그 불길한 소리를 들으면서 헤어졌습니다. 톰이 집에 돌아와 창문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을 때는 이미 날이 밝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살짝 옷을 벗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드는 벌써 훨씬 전에 깨어 있었습니다. 톰이 일어났을 때, 시드는 이미 방에 없었습니다. 바로 옷을 갈아 입고 부엌으로 가니 다들 아침 식사를 끝낸 뒤였습니다. 톰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으나 일부러 명랑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아 톰은 더욱 우울해질 뿐이었습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톰은 이모에게 불려 갔습니다. 톰은 틀림없이 회초리로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이모는 울면서 이제는 도저히 어떻게 하 수가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톰에게는 이것이 회초리로 맞는 일보다 훨씬 견디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톰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겨우 용서를 받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용서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톰은 이제 아무것도 할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밤늦게 돌아온 사실을 이모에게 고자질한 시드에게도 앙갚음할 기운이 없었습니다. 학교에 가서도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대고 멍하니 벽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톰의 양심 점심때쯤 해서 온 마을이 무서운 뉴스로 시끌시끌했습니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오후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뉴스에 의하면 시체 곁에서 피묻은 칼이 발견되었고, 그 칼이 포터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또 포터가 새벽 한두 시쯤 됐을 때 냇가에서 몸을 씻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온 마을 사람들이 이 '범인'을 샅샅이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탄 추격대가 사방으로 찾으러 가고 보안관(미국의 지방에서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밤이 되기 전까지는 꼭 잡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묘지로 갔습니다. 톰도 용기를 내서 그들 틈에 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그 무서운 현장을 보았습니다. 어쩐지 여기 왔던 것이 다주 오래 전의 일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톰의 팔을 꼬집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허클베리가 와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곧 눈길을 딴 데로 돌렸지만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눈앞의 끔찍한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문득 톰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지언 조의 얼굴이 보였던 것입니다. 그 때,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 놈이다! 저 놈이 왔어!" "저 놈이라니? 누구?" "머프 포터 말이야!" "저기 멈춰 섰다! 뻔뻔한 놈 같으니라구! 살인을 저지른 장소를 태연하게 보러 오다니." 보안관이 포터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포터의 얼굴은 까칠해지고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체 앞으로 끌려 오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죽이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포터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이건 네 칼이지?" 보안관은 칼을 포터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포터는 보안관에게 기대지 않았더라면 쓰러질 뻔했습니다. "역시 네가 한 짓이지....?" 포터는 체념하고 말했습니다. "인지언 조, 이제 모든 것을 이야기해도 좋아. 모든 게 끝났으니까." 허클베리와 톰은 꼼짝않고 인지언 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 거짓말쟁이가 뻔뻔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언제 조의 머리에 벼락을 내리실까 하고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벼락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조는 이야기를 끝냈지만 여전히 살아서 그 곳에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전에 했던 맹세를 깨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려고 생각했던 두 소년의 용기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악당은 악마의 부하가 분명하므로 그런 놈을 상대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롭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뒤, 톰은 일 주일 동안 무서운 비밀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하며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아침, 식사 시간에 시드가 말했습니다. "톰이 자다가 자꾸만 몸을 뒤척이고 잠꼬대를 심하게 해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어." 톰은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톰, 무슨 걱정되는 일이라고 있니?" 폴리 이모가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젠 또 '피다! 피야!'라고 소리치더니, '날 괴롭히지 마. 이젠 다 이야기할 테니.'라고도 했어. 뭘 이야기 하겠다는 건지...." 톰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모가 마침 이야기를 잘 받아넘겼습니다. "정말 그래! 그 무서운 살인 사건 말이다. 나도 정말 매일 밤 그런 꿈을 꾼단다. 자기가 범인이 된 것 같은 꿈을 꾸는 일도 있는 거야." 시드는 그제야 만족을 한 것 같았습니다. 톰은 재빨리 그 자리를 빠져 나왔지만 그로부터 일 주일 동안은 이가 아프다는 핑계로 매일 밤 턱을 붕대로 싸매고 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괴로훠하고 있는 동안 톰은 거의 날마다 감옥의 작은 창문을 통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범인'에게 음식을 조금씩 넣어 주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톰의 양심은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지언 조는 자유롭게 마을을 활개치고 다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조가 무덤을 파헤친 사실에 대해 그를 미워하고 따끔하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가 난폭한데다가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냥 놔두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진통제 톰이 비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더우 커다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 뒤부터입니다. 베키대처가 병이 나서 학교에 낭오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톰은 되도록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했으나 헛일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풀이 죽어 베키의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습니다. 톰은 만양가 베키가 죽으면어떻게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톰은 점점 기운이 없어지고 얼굴도창백해져 갔습니다. 폴리 이모는 걱정이 되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습니다. 새벽에 찬물로 맛사지를 해 주기도 하고, 무엇이든 효과가 있다고 하는 약은 무조건 다 먹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효과는 없었습니다. 톰은 무슨 방법을 써도 그저 멍하니 있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 때, 이모는 페인 킬러(진통제의 이름)라는 약에 대해 들었습니다. 당장 주문해서 시험해 보니 정말 뜨거운 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모는 그 약을 한 숟가락 떠서 톰에게 먹였습니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톰은 벌떡 일어나 활기를 되찾고 멍한 상태도 깨끗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톰은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페인 킬러를 좋아하게 된 척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모를 끈질기게 졸라 병째 받고는 매일 조금씩 마룻바닥 틈새로 흘려 넣엇습니다. 이모는 약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어느 날, 톰이 여느 때처럼 바닥의 틈새로 페인 킬러를 흘려 넣고 있는데 이모의 고양이 피터가 다가와 몹시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너, 정말 먹고 싶니?" 톰이 말하자 피터는 그렇다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자 톰은 피터의 입을 벌려 페인 킬러를 쏟아 넣었습니다. 그러자 고양이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2미터 정도 펄쩍 뛰어올라 온 방 안을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는 꽃병을 깨고 창문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러 온 이모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를 못했습니다. 톰은 바닥을 뒹굴면서 배를 쥐고 웃었습니다. "톰, 고양이가 왜 저러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고양이는 기쁜 일이 있으면 저런가봐요." "과연 그럴까?" 이야기를 하면서 이모는 몸을 구부려 숟가락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귀를 잡아당겨 톰을 일으켜세우고 머리를 쿡 쥐어박았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불쌍한 동물을 괴롭히는 거냐?" "불쌍하기 때문에 그랬단 말이에요. 피터에겐 이모가 없잖아요?" "이모가 없다니! 그게 어쨌단 말이냐!" "그러니까 이모 덕분에 뱃속을 불로 태울 수도 없잖아요, 사람처럼." 폴리 이모는 문득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양이에게 잔혹한 짓이라면 사람에게도 잔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모는 다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됐으니 그만 가러라! 약은 더 먹지 않아도 좋다." 톰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보기 드문 일이 날마다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교문에서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톰은 자기가 기다리던 소녀가 나타나지 않자 맥이 탁 풀려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때, 그 아이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톰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 소리를 지르며 웃고, 담장을 뛰어넘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서기도 하면서 갖은 재주를 부렸습니다. 그러나 베키는 톰을 못 본 체하고말했습니다. "누구는 자기가 멋진 줄 아나 봐. 재주만 부리고있다니." 톰은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그리고 풀이 죽어 힘없이 슬금슬금 도망치고말았습니다. 톰, 해적이 되다 톰은 드디어 집을 뛰쳐 나가기로 했습니다. 자기는 친구도 없고누구의 사랑도받지 못하는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그 때, 친구인 조 하퍼를 만났습니다. 조도뭔가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톰은 눈물을 훔치며 이제부터 넓은 세계로 뛰쳐 나가 두 번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라고말했습니다. 그러자 조도 마침 톰에게 자기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려던 첨이라고 말했스빈다. 조는 어머니에게 자기가 먹지도 않은 크림을 훔쳐 먹었다고 회초리를 맞았던 것입니다. 두 소년은 죽을 때까지 서로 돕고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을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습니다. 조는 멀리 동굴에 가 살면서 신선이 되겠다고 햇습니다. 그러나 톰은 해적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두 소년은 결국 해적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인트 피터스버르로부터 5킬로미터쯤 내려가면 강 한가운데에 길쭉한 섬이 있습니다. 나무가 우거지고 얕은 모래밭도 있는 무인도 잭슨 섬이었습니다. 해적이 되어서 누구를 습격하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나서 두 사람은 허클베리 핀을 찾았습니다. 허크도 곧 이들 무리에 가담했습니다. 세 소년은 밤12시에 마을에서 3킬로미터쯤 떨어진 상류 강변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 날 밤 12시경, 톰은 햄 등을 챙겨 가지고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그리고 살짝 신호인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저쪽에서도 휘파람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거기 있는 게 누구냐?" "검은 복수 왕 톰 소여다. 너희들이야말로 누구냐?" "피묻은 손 허크 핀과 바다의 공포 조 하퍼다." 이 명칭들은 톰이 좋아하는 책에서 따 온 것이었습니다. "좋다, 암호를 대라." 쉰 목소리 둘이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피!" 조는 베이컨을 가지고 왔는데 여기까지 운반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습2니다. 허크는 프라이팬과 담배를 훔쳐 왔습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해적은 허크뿐이었습니다. 톰은 불이 없으면 해적이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당시 성냥은 아직 널리 쓰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 소년은 100미터쯤 떨어진 상류에 있는 뗏목에서 살짝 불을 훔쳐 왔습니다. 톰이 선장이 되고 허크와 조는 노를 저었습니다. 뗏목 해적선은 출발했습니다. 톰이 한가운데서 명령을 내렸습니다. "바람이 불어 오는 방향으로 가라!" "알았습니다!" "제일 위의 돛을 올려라! 서둘러라!"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명령들은 형식뿐이고 소년들은 그저 되는 대로 젓고 있었습니다. 뗏목이 강의 가운데쯤 오자 물결을 따라 저절로 흘러가 소년들은 노 젓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후, 잠시 한동안 어느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뗏목이 마을에서 멀어져 가자 세 소년의 마음은 서운하고도 착잡했습니다. 새벽 2시쯤 뗏목은 섬의 얕은 여울에 다다랐습니다. 세 소년은 몇 번이나 왔다갔다하면서 짐을 날랐습니다. 뗏목에다 돛에 쓰는 낡은 천을 펼쳐 텐트를 만들고, 그 안에 식료품을 감추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세 소년은 해적답게 밖에서 잠을 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통나무 옆에다 불을 피워 베이컨을 굽고 옥수수 빵을 꺼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무인도의 원시림에서 자기 마음대로 먹는 식사는 아주 멋지게 생각되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소년들은 풀밭 위로 팔다리를 쭉 펴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아무렇게나 누워 잤습니다. "야, 정말 신나는데!" 조가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우릴 보면 뭐라고 할까?" 톰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지, 허크?" "응, 그렇겠지. 아무튼 난 여기가 내 맘에 꼭 들어. 배부르게 실컷 먹을 수도 있고." "나한테도 이렇게 멋진 곳은 없어. 아핌 일찍 일어나거나 학교에 가거나 얼굴을 씻지 않아도 되잖아. 게다가 해적은 육지에 올라와 있을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톰은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허크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근사해 보였습니다. 다른 두 소년은 허크가 부러워서 자기들도 가까운 시일 안에 피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크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해적은 무슨 일을 하니?" "굉장한 일을 하지. 배를 습격해서 불태워 버리고 돈을 빼앗아 섬에 파묻는 일을 해." 톰이 말했습니다. "게다가 옷도 굉장한 걸 입어." 라고 조가 말했습니다. "해적이? 그럼 내 옷은 해적에겐 어울리지 않는걸." 허크는 자기 옷을 내려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다른 두 소년은 일만 시작하면 옷 같은 것은 금방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점점 이야깃거리가 없어지고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허크는 곧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조와 톰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두 소년은 마음 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늘에서 벼락이 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집을 뛰쳐 나온 일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베이컨과 햄을 가져온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영락없는 도둑질이었습니다. 그래서 두손녀은 해적놀이을 계속하는 한 두 번 다시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해적들도 잠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해적 생활 아침에 눈을 뜬 톰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위를 살피다가 그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주위는 아직 어슴푸레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귀에 들어왓습니다. 날이 밝으려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벌레와 개미, 그 밖의 모든 생물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스비낟. 톰은 다른 두 소년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세 소년은 환성을 지르며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던지고 하얀 모래밭이 펼쳐진 얕은 물가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거나 뒹굴기도 했습니다. 강 저 편 아주 멀리서 잠자고 있는 작은 마을의 일 따위는 이제는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뗏목이 떠내려가 버렸지만 오히려 안심할 정도였습니다. 이것으로 이제 마을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것입니다. 세 소년은 즐거운 기분이 되어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배가 무척 고팠습니다. 그들은 곧 불을 피웠습니다. 허크가 가까운 곳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다들 커다란 나뭇잎으로 물을 떠서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이 커피 대용으로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조가 베이컨을 자르고 있는 동안 톰과 허크는 강가로 나가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먹이가 금방 잡혔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구워 먹으니 맛이 아주 기막혔습니다. 소년들은 물고기는 신선할수록 맛이 있고, 또 밖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더욱 맛있어진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던 것입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세 소년은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숲 속 탐험에 나섰습니다. 올려다보아야 겨우 보일 듯한 큰 나무들이 무성하고 그 꼭대기로부터 포도 덩굴이 땅까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풀이 융단처럼 펼쳐지고 꽃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섬은 대략 길이 5킬로미터, 너비 약 500킬로미터로 건너편 해안에 가장 가까운 곳은 2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거의 1시간 간격으로 헤엄을 쳤기 때문에 캠프에 돌아왔을 때에는 벌써 오후 3시였습니다. 너무나 배가 고팠으므로 고기를 잡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깝지만 햄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끝내자 또 나무 그늘에 누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곧 이야기가 시들해지고 마침내 할 이야기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소년들의 마음에 쓸쓸함이 밀려 왔습니다. 향수병(고향 생각에 시름겨워하는 것을 병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에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세 소년 모두 자신의 나약함이 부끄러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기 조금 전부터 소년들은 멀리서 무엇인가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잠시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또다시 멀리서 낮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뭘까?" 조가 말했습니다. "글쎄." 톰이 말했습니다. "천둥은 아닐 텐데. 천둥이라면...." 허클베리가 조심조심 말했습니다. "쉿, 허크. 가만 있어 봐." 톰이 이야기했습니다. 한동안 아주 조용하더니 또 같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가 보자." 세 소년은 서둘러 마을 쪽의 강가로 갔습니다. 덤불을 손으로 헤치고 멀리 강를 바라다보았습니다. 마을로부터 2킬로미터쯤 떨어진 하류에 나룻배용 증기선이 있었습니다. 갑판 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주위에는 작은 배들이 많이 떠 있었습니다. "아, 알았다! 누군가가 물에 빠져 죽은 거야!" 톰이 소리쳤습니다. "그래! 작년 여름에 빌 터너가 물에 빠져 죽었을 때도 저렇게 했었어." 허크가 말했습니다. "가 보고 싶은데." 조가 말했습니다. "나도야. 그런데 누가 죽었을까?" 허크가 말했습니다. 소년들은 다시 귀를 기울이고 그 광경을 꼼짝 않고 지켜 보았습니다. 그 때, 톰이 소리쳤습니다. "앗, 이제 알았어! 저건 우릴 찾고 있는 거야." 세 소년은 순간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행방 불명이 된 자신들을 눈물을 흘리면서 찾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틀림없이 불쌍한 소년들을 심하게 꾸짖은 일따위를 생각해 내고 후회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마을 사람들이 자기네들 이야기를 이야깃거리로 삼고, 어린이들도 모두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세 소년은 해적이 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이 저물자 증기선도 작은 배들도 모두 돌아갔습니다. 소년들은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세 소년은 고기를 잡고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을 사람들이 자기네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삶들이 거정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 오자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톰과 조는 집안 식구들이 이 멋진 소동을 자신들만큼 즐기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조는 가까운 시일 안에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은근히 속을 떠보는 말을 꺼냈습니다. 톰은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허크는 여전히 태연한 척하고 있었습니다. 조는 변명을 하고 어떻게든 겁쟁이로 몰리지 않고 잘 넘어갔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잠이 든 허크는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조도 잠이 들었습니다. 톰은 팔베개를 한 채 물끄러미 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살며시 일어나 모닥불 주위를 살피더니 흰 무화과 잎을 두 장 주웠습니다. 그리고 모닥불 앞에 웅크리고 앉아 빨간 분필로 힘들게 무엇인가를 썼습니다. 한 장은 말아서 자기 웃옷 주머니에 넣고 또 한 장은 조의 모자 속에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장소까지 오자 모래밭을 향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톰, 살짝 집에 돌아오다 잠시 후, 톰은 이미 강의 얕은 여울을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여울은 마을의 강가 쪽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중간쯤에 오자 물이 깊고 물살도 세졌기 때문에 걸어 갈 수가 없어 나머지 100미터는 헤엄치며 나아갔습니다. 톰은 상류를 향해 헤엄쳐 갔지만 자꾸만 하류로 떠밀려 갔습니다. 마침내 강가에 이르자 기슭으로 기어올라갔습니다. 톰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나뭇잎이 제대로 들어 있는가를 확인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강가의 기슭을 따라 걸어 10시가 조금 못 되어 마을의 건너편 강가에 다다랐습니다. 그 곳의 나무 그늘에 나룻배가 묶여 있는 것을 확인한 톰은 아주 조심스럽게 숨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의자 밑에 누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종소리가 울리고 배를 출발시키라는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1,2분쯤 지나자 배는 출발했습니다. 톰은 그것이 오늘의 마지막 배라는 것을 알고 제대로 시간을 맞춘것이 무척 기뻤습니다. 한 15분 정도 지나자 배는 멈추었습니다. 톰은 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50미터쯤 하류로 내려가 강의 기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 뒤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뒤뜰 담장을 타고 넘어가자 불이 켜져 있는 거실 창문으로 폴리 이모와 시드 그리고 조 하퍼의 어머니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톰은 문가로 가서 살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 때, 이모가 말했습니다. "촛불이 왜 이렇게 흔들리지? 분명히 문을 닫았는데. 문 좀 꼭 닫고 오너라, 시드." 톰은 재빨리 가가이에 있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이모의 발에 거의 손이 닿을 정도로까지 기어서 다가갔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앤 조금도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다만 장난하길 좀 좋아할 뿐이지요. 마음은 더없이 착했는데...." 이모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리 조도 그래요. 장난이 약간 지나친 것뿐이랍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그아이가 크림을 먹은 것으로 착각하고 회초리로 때리고 말았어요. 상해서 제가 버린 걸 잊어버리고 말이에요. 이제 어떡하면 좋지요?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수가 없다니!" 하퍼 부인도 훌쩍거리며 울었습니다. "톰이 천국에 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좀더 착한 아이였더라면...." 하고 시드가 말했습니다. "시드! 톰에게 그런 소릴 하면 못쓴다. 하나님이 그 앨 잘 지켜 주실거다. 하지만 하퍼 부인, 전 그래도 그 아이를 체념할 수가 없어요" "아, 정말 못 견디겠어요, 요전 토요일에도 그 애가 제 코앞에서 바로 딱총을 터뜨려서 혼을 내 주었어요. 하지만 만일 앞으로 한 번 더 그런 일을 하면 꼭 껴안고 칭찬해 줄 텐데." "그렇고말고요, 물론이죠, 하펴 부인. 저도 지난번에 톰이 고양이에게 진통제를 먹인 것을 혼내고 그 앨 쥐어박고 말았어요. 가엾게도 그 앤...." 이모는 그 때 일을 떠올리곤 슬픔을 참지 못하고 쓰러져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톰도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톰은 자기가 점점 위대한 사람처럼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침대 밑에서 떠어나가 이모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톰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세 소년이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물에 빠진 줄 알았으나 그 뒤에 뗏목이 없어진 것을 알고 아이들이 뗏목을 타고 강의 하류 마을로 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뗏목이 마을의 하류 강가에서 발견되자 세 소년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요일인데 만약 토요일까지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단념하고 일요일 아침에 장례식을 치르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톰은 부르르 몸이 떨렸습니다. 하퍼 부인은 울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시드조차도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습니다. 폴리 이모는 톰을 위해 기도하고 나서 침대로 들어갔습니다. 이모가 가끔 울면서 몸을 뒤척였기 때문에 톰은 한동안 침대 밑에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모가 잠들자 톰은 밖으로 나와 이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 속의 나뭇잎을 꺼내 양초 옆에 두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톰은 다시 나뭇잎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굽혀 이모에게 입맞춤을 하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톰은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배를 타고 곧 상류로 배를 저어 나아갔습니다. 2킬로미터쯤 젓다가 방향을 바꾸어 건너편 강가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톰은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거너편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쉰 뒤 섬의 모래밭이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는 이미 날이 훤하게 밝아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또 쉬고 태양이 높게 떠 강 위에 빛날 때 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잠시 뒤에 톰이 흠뻑 젖은 모습으로 캠프 입구에 도착하자 조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톰은 거짓말은 하지 않아, 허크. 그러니까 틀림없이 돌아올 거야." "아무튼 이제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우리들 것이지?" "응, 대충.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아침 식사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이라고 나뭇잎에 씌어 있으니까." "맞았어!" 톰은 짐짓 점잔을 빼고 소리치며 느긋하게 캠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곧 베이컨과 물고기로 된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그것을 먹는 동안 톰은 마을에 갔다 온 모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세 소년은 훌륭한 영웅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후에 톰은 점심대까지 자고, 다른 두 소년은 낚시와 탐험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가 끝나자 해적들은 모래밭에서 거북 알을 찾아 냈습니다. 아주 동그랗고 하얀 알을 잔뜩 주웠습니다. 그것들은 충분한 저녁 식사가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 식사 때까지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금요일 아침 식사 후, 세 사람은 모래밭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뛰어다니기도 하고, 서커스 흉내를 내기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그러나 놀기에 지치자 조금씩 또 강 건너편 마을의 일이 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조는 집이 그리워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허크도 점점 쓸쓸해졌습니다. 톰까지도 베케의 생각이 떠오르고 마음이 우울해졌지만 어떻게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톰에게는 비밀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명랑한 척하고 말했습니다. "이 섬에는 전에 해적이 있었던 게 분명해. 놈들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으러 가자." 그러나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톰은 그 밖에도 몇 가지인가 좋은 생각을 이야기해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조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저, 우리 모두 이젠 그만 하자. 난 집에 돌아가고 싶어. 쓸쓸해서 못 견디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조. 금방 또 기분이 좋아질거야. 낚시하거나 헤엄치는 일을 생각해 봐." 톰이 말했습니다. "이제 그런 건 다 소용없어. 난 아무튼 집에 가고 싶어." "겁쟁이! 쳇, 어서 엄마한테 돌아가 버려. 그런데 허크, 넌 물론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으응." 허크는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톰은 불안해졌습니다. 조가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안녕이라는 말 한 마디 없이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허크가 부러운 듯이 바라보더니 드디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돌아가고 싶어, 톰. 같이 가자." "난 싫어. 가고 싶으면 네 마음대로 해." 허크는 누더기 옷을 손에 들고 돌아가지 시작했습니다. 톰은 그 모습을 쳐다보며 어떻게든 자신의 긍지를 지키려고 애썼으나 드디어 굴복하고 소리쳤습니다. "기다려 봐! 할 이야기가 있어." 두 소년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톰은 두 소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비밀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두 친구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듣고 있다가 마침내 이야기의 내용을 알자, "와, 그거 굉장한데!" 하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해 주었더라면 돌아갈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년들은 신이 나서 돌아와 다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톰의 멋진 계획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과 물고기 구이 성찬을 먹었습니다. 해적들, 자기 장례식에 나타나다 토요일 오후, 세인트 피터스버그 마을은 슬픔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할 생각은 커녕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모처럼의 휴일인데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베키 대처는 아무도 없는 학교 교정을 울적한 기분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달래 줄 만한 거서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베키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 그 보물이라도 받아 두었더라면 좋았을걸....! 지금 그 아이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베키는 잠시 멈춰 서서 또 말했습니다. "바로 여기였어.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있다면 절대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야. 하지만 이젠 그 앨 만날 수가 없는걸." 베키는 슬픔일 복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면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톰과 조의 놀이 친구들이 잔뜩 모여들었습니다. 모두들 톰과 조가 했던 행동이나 이야기에 대해 서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본 것이 누구인가 하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야말로 그렇다고 하면서 그거서을 인정하느냐 아니냐로 옥신각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소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이 결정됐을 때, 그 아이는 모두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런 영예를 갖지 못한 한 가엾은 소년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난 톰 소여에게 얻어맞은 적이 있어." 그러나 이것은 거의 모든 학생이 그랬기 때문에 그다지 대단한 명예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없어진 영웅들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주일 학교가 끝나자 장계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나 교회 안은 속삭이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작은 교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폴리 이모가 시드를 데리고 들어홧습니다. 이어서 조의 가족들도 들어왔습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후에 목사님이 기도를 싶가하고 다음에 찬송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장례식이 진행됨에 따라 목사님은 죽은 소년들이 얼마나 좋은 아이들었는가를 이것저것 이야기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무심결에 아이들을 장난꾸러길라가고 생각해서 회초리로 때렸던 일을 떠올리고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목사님 자신도 어느 사이엔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때, 교회 문이 삐걱거렸습니다. 목사님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더니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 쪽을 보고 무두 일어서서 눈을 크게 떴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세 명의 소년이 톰을 선두로 해서, 조, 허크 순으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 때까지 세 소년은 문 밖에 숨어서 자신들의 장례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폴리 이모와 조의 가족들은 돌아온 소년들을 부둥켜안고 뽀뽀를 하며 하나님께 큰 소리로 감사했습니다. 허크는 가족이 없었으므로 어또게 하면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톰이 말했습니다. "이모, 이건 불공평해요. 허크가 돌아온 것도 누군가가 기뻐해 주어야지요." "암, 그렇고말고. 이 이모가 이렇게 기뻐하고 있잖니." 허크는 폴리 이모가 꼭 껴안아 주고 뽀뽀를 해주자 더욱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잠시 뒤에 목사님이 힘찬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자, 다들 온 정성을 다해 감사의 찬송을 부릅시다." 사람들은 모두 찬송을 불렀습니다. 톰은 이 때야말로 자기 인생에서 가장 멋진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찬송이 끝나자 사람들은 이렇게 훌륭한 찬송가를 다시 한 번 듣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한 번 더 있어도 좋겠다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돌아갔습니다. 톰은 그 날 온종일 폴리 이모의 기분이 바뀔 때마다 알밤을 맞기도 하고 뽀뽀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톰의 꿈 이렇게 자신들의 장례식에 나타난다는 것이 톰의 비밀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세 소년은 토요일 저녁에 통나무를 타고 강을 건너 마을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하류 기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을 변두리의 숲속에서 잠을 자고 날이 밝은 뒤에 교회로 향했던 것입니다.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아침 식사 때 폴리 이모는 톰에게 아주 다정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모든 사람들을 일 주일 동안이나 애를 태웠으니 무척이나 재미있었겠구나, 톰. 그렇지만 통나무를 타고 돌아올 수 있을 정도라면 나에게만은 죽은 것이 아니라 도망쳐 나간 것뿐이라고 알려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겠니?" "음, 그건요 만약 제가 이모에게 알렸더라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렸을 거예요." "톰, 네가 좀더 이 이모 생각을 해 주면 좋겠구나." 이모는 실망해서 말했습니다. "그래도 전 이모 꿈을 꾸었어요. 그건 이모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것이라고요." "그래, 하긴 고양이도 꿈을 꾸니까. 하지만 꿈을 꾸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떤 꿈을 꾸었니?" "수요일 밤, 시드와 이모 그리고 조 하퍼의 엄마가 거실에 함께 있는 꿈을 꾸었어요." "뭐라고? 분명히 그랬지. 그리고 어또게 됐니?" "그리고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흔들렸어요." 톰은 다시 생각을 떠올리는 척하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나, 어쩜.... 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서 이모가 문이 열린 것 같다고 하시고, 잘 생각이 나진 않지만 틀림없이 시드에게 문을 닫으라고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젠 꿈 같은 것을 터무니없다고 이야기하지 말아야겠구나. 하펴 부인에게도 곧 알렬 줘야겠다. 그 부인은 미신을 전혀 믿지 않으니까. 그래, 어서 계속해라, 톰!" "그리고 이모는 제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 단지 장난을 좋아할 뿐이라고 하셨어요." "맞았어, 정말 그랬단다!" "그랬더니 하퍼 부인이 조도 그렇다고 하셨어요." "톰! 어쩜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니!" "그리고 시드가 내가 천국에 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좀 더 착한 아이였더라면 하고 이야기했어요. 그러고 나서 띵허퍼 부인이 딱총 이야기를 하고 이모가 고양이와 페인킬러 이야기를...." "틀림없어! 네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이렇게는 말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어떻게 됐니, 톰?" "그리고 이모는 절 위해 기도를 하고 잠드셧어요. 그래서 전 이모가 불쌍해서 나뭇잎에 '저희들은 죽지 않았어요. 단지해적이 되어 있었을 뿐이에요.'라고 써서 테이블 위에 놓아 두었어요." "정말 그랬니, 톰! 그렇다면 이제 모두 용서해 주마." 이모는 톰을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톰은 죄를 짓고 게다가 또다시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주 다정한 이야기로군 하지만 꿈 속에서의 이야기일뿐인걸, 뭐." 시드가 일부러 들리도록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습니다. "잠자코 있어라, 시드! 사람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꿈으로 꾸는 거란다. 톰, 이건 널 위해 남겨 두었던 사과다. 자, 어서 학교에 다녀오너라."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이모는 이 이야기를 전하러 하퍼 부인에게로 갔습니다. 시드는 톰의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과 너무나도 똑같았으므로 믿을 수 없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았습니다. 톰은 멋진 영웅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두가 톰이 있는 쪽을 돌아다보았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톰과 조는 아이들이 자꾸 추어올리는 바람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우쭐해지고 말았습니다. 두 소년은 잭슨 섬에서 겪었던 신나는 모험에 대해 언제까지고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듣고 있었습니다. 톰은 이제 베키 대처의 일은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햇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은 베키 쪽에서 접근해 오기를 기다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베키가 톰 쪽으로 왔지만 톰은 일부러 못 본 척하고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베키도 자기 친구를 쫓아 뛰어다니는데 열중해 있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잘 살펴보니 톰의 주위만 뛰어 돌아다니며 이따금 톰이 있는 쪽을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톰은 그래도 심술궂게 베키에게 신경을 스지 않는 척하고 애이미 로렌스에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걸기도 했습니다. 베키는 뛰어다니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떠들어대면서 톰 근처에 소녀에게 말을 시켰습니다. "메리 오스틴, 너 왜 주일 학교에 오지 않았니?" "어머, 나 주일 학교에 갔었는데." "그랬니? 난 널 보지 못했는걸. 소풍 이야기를 했는데." "소풍이라고! 누가 초대하는 건데?" "우리 엄마가." "나도 가도 되니?" "물론이지." "야, 신난다! 그런데 언제 가니?" "이제 곧. 방학하면 갈 거야." "어머, 멋져라! 우리들 다 데리고 걸 거니?" "응, 내 친구는 전부." 베키는 그렇게 말하고 톰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톰은 여전히 에이미 로렌스에게 무서운 폭풍 따위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었습니다. "나도 가도 되니?" 그레이스 밀러가 말했습니다. "그래, 좋아." "나도?" 샐리 로저스가 말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서 톰과 에이미를 빼고는 모두 소풍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톰은 에이미를 데리고 멀리 가 버렸습니다. 베키는 입술이 떨리고 저도 므로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제 소풍 따위는 아무렇겐 되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 자리를 빠져 나와 남몰래 실컷 울었습니다. 그리고 첫수업 종이 울리자 벌떡 일어서서 어떻게든 앙갚음을 해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톰은 에이미와 다정하게 장난을 치고 놀았습니다. 그러나 베키를 발견한 순간 톰은 그만 풀이 죽고 말았습니다. 베키가 알프레드 템플과 함께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톰이 온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열중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톰은 분한 생각에 속이 끓어올랐습니다. 아까 베키 쪽에서 접근해 왓을 때 상대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에이미는 그런 눈치도 모르고 계속해서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톰은 이미 에이미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에이미와 헤어졌습니다. "자식! 혼내 줄 테다!" 톰은 상대를 때려눕히거나 차는 흉내를 내기도 하면서 말했습니다. "어때? 이제 알았겠지!" 이렇게 해서 톰은 자기 상상 속에서 알프레드 템플을 실컷 혼내 주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톰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베키와 알프레드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베키는 또 알프레드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톰이 오지 않자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그림책을 볼 기분이 나지 않았습니다. 베키는 참을 수가 없어져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됐어! 그림책 같은 건 보기도 싫어! 저 쪽으로 가!" 알프레드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짐작이 갔습니다. 베키는 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자기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톰이 미워졌습니다. 알프레드는 어떻게든 톰을 골탕먹이고 싶었습니다. 그 때, 톰의 교과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알프레드는 오후에 공부할 곳을 펴서 이크를 잔뜩 칠해 놓았습니다. 마침 그 때, 베키가 뒤에서 그 광경을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톰에게 알려 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톰이 기뻐하고 두 사람 사이도 전처럼 좋아질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베키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소풍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톰의 행동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베키는 톰이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실 톰은 완전히 풀이 죽어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왓습니다. 그러자 이모가 말햇습니다. "톰! 너 단단히 혼 좀 나야겠다." "이모,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암, 잘못했고말고. 내가 하퍼 부인에게 가서 네 꿈 이야기를 했다가 얼마나 창피를 당햇는 줄 아니? 네가 그날 밤 여기에 와서 우리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고 하더구나. 하퍼 부인은 조에게서 듣고 이미 다 알고 있었단 말이다." 이건 정말 놀랄 일이었습니다. 아침에는 깜쪽같이 속아 넘겼다고 좋아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톰은 눈을 내리갈고 말했습니다. "이모, 잘못했어요. 제가 생각이 모자랐어요." "넌 언제나 그래. 우리가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비웃고 꿈을 꾸었다는 따위의 거짓말을 하려고 생각한 거야. 우릴 슬픔에 잠기지 않게 하려는 생각 같은 것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을 테니가." "제가 정말 나빴어요, 이모. 하지만 그 날 밤에는 비웃으려고 왔던 게 아니에요." "그럼 무엇 때문에 왔다는 거니?" "우리가 물에 빠져죽은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켜 드리려고 왔었어요." "거짓말하지 마라.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것을 다 용서해 주겠지만. 이상하지 않니?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니?" "그 때, 이모가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돌아오려고 마음먹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이야기를 하면 계획이 엉망이 되니까 잠자코 나뭇잎을 주머니 속에 넣었어요." "뭐라고?" "나뭇잎이오. 우린 해적이 된 것뿐이라고 거기에 썼거든요. 그리고 그걸 주머니에 넣은 뒤 이모에게 뽀뽀했어요." "나한테 뽀뽀했다고? 그게 정말이니?" "네, 정말이에요." "왜 뽀뽀했지, 톰." "그야 이모를 사랑하기 때문이죠. 이모가 흐느껴 울면서 잠드는 걸 보고 난 아주 마음이 아팠거든요." 이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톰, 그렇다면 이모에게 한 번 더 뽀뽀를 해 다오. 그리고 어서 학교에 다녀오너라." 톰이 나가자 이모는 옷장으로 가서 톰이 해적놀이를 할 때 입었던 웃옷을 꺼냈습니다. 그러나 잠시 손을 멈추었습니다. "또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해. 일부러 그 사실을 확인할 필요야 없지." 그렇게 말하고 웃옷을 도로 넣었다가 잠깐 생각한 뒤에 다시 꺼냈습니다. "그렇지만 거짓말이라도 기분 좋은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나도 실망할 것까지야 없지." 이모는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그 곳에 편지를 써 놓은 나뭇잎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모는 나뭇잎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읽으며 말했습니다. "그 애가 백만 번이나 나쁜 짓을 한다고 해도 난 용서할거야!" 베키를 대신해 폴리 이모가 톰에게 뽀뽀해 주자 마음이 울적했던 톰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학교로 가는 도중에 운좋게도 베키 대처를 만났습니다. 톰은 얼른 뛰어가 말했습니다. "아까는 미안했어, 베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게." "토머스 소여, 난 이제 너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어.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 베키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더니 그대로 가 버렸습니다. 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러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그 후에 한번 더 베키를 만났을 때는 심하게 험담을 했습니다. 베키도 그 말을 되받아 두 사람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베키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빨리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톰이 잉크로 더렵혀진 교과서 때문에 야단맞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엾게도 이 대 베키도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로빈스 선생님은 의사가 도려고 책상 속에 두꺼운 책을 넣어 두고 틈만 있으면 꺼내 앍었습니다. 그 책을 춤쳐 보고 싶어하지 않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지만 책상 서랍은 언제나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날, 베키가 로빈스 선생님의 열쇠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다시없는 좋은 기회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베키는 얼른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표지에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어떤 교수의 '해부학'이라고 씌어 있었고, 그 안에는 아름다운 컬러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 때, 톰이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당황하는 바람에 베키는 책을 덮다가 찢고 말았습니다. 책을 책상 속에 넣고 열쇠로 채웠으나 부끄럽고 난처한 생각에 베키는 그만 울어 버렸습니다. "몰래 숨어서 보다니 너무해. 날 일러바칠 거지? 그럼 난 회초리를 맞을 거야.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베키는 작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습니다. "흥, 너 좋을 대로 해! 나도 앞으로 네가 무슨일을 당할지 다 알고 있으니까. 어디 두고 보라구!" 베키는 또 울면서 교실을 뛰쳐 나갔습니다. 톰은 어안이벙벙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여자 아이들이란 참 바보 같군. 회초리로 맞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데, 왜 저 야단이지?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여자 아이를 뭐하러 선생님에게 이른담. 하지만 이제 어떻게 될까? 로빈스 선생님은 누가 책을 찢었는지 한 사람씩 다 물어 보실 텐데. 그럼 여자 아이들은 금방 얼굴에 나타날 거야. 뻔뻔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되면 베키는 역시 회초리로 매를 맞겠지. 나한테 그런 짓을 했으니까 어디 두고 보라지!" 톰은 밖에 나와 친구들과 놀았습니다. 이으고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톰은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베키의 일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교과서가 더럽혀진 것이 발견되었습닐다. 톰은 난처해졌습니다. 베키는 자신의 고민을 잊고 일이 되어가는 상황을 지켜 보았습니다. 톰은 잉크를 엎지른 것이 자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통하지가 않았습니다. 베키는 당장에라도 일어서서 사실을 말하려고 했으나 그만두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찢은 것을 톰이 분명히 고자질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톰은 회초리로 얻어맞았습니다. 그러나 톰은 그런 일은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마침내 선생님은 그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학생들 쪽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책을 찢은 게 누구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벤자민 로저스, 네가 찢었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하퍼, 너냐?" 마찬가지로 고개를 옆으로 저었습니다. 한 사람씩 물어보고 지나가는 사이에 베키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레베카 대처,--톰이 베키 쪽을 보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네가 찢었니? 어째서 가만히 있지? 자, 이쪽을 봐라! 네가 이 책을 찢었구나." 문득 톰의 머리에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톰은 벌떠 일어나서 소리쳤습니다. "제가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터무니없는 행동에 어리둥절했습니다. 톰은 베키가 고마워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므로 로빈스 선생님에게 아무리 심하게 매를 맞아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2시간이나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지만 베키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연했습니다. 톰은 그 날 밤, 알프레드 템플에게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베키가 모든 것을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베키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떠올리면서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톰, 넌 정말 훌륭해!" 머프 포터의 재판 여름 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엇는데도 톰에게는 따분한 날만이 계속되었습니다. 베키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먼 곳으로 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디어 잔잔하던 분위기가 확 바뀌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살인 사건의 재판이 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을 전체가 이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그것을 들을 때마다 톰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톰은 양심의 가책과 공포감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발각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자 안심하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날 톰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허크를 데리고 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은 괴로움을 경험한 친구와 함께 있으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허크가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확인해 두고 싶었습니다. "허크, 너 그 일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 "그 일? 물론이야. 내가 이야기할 리가 있니?" 톰은 마음을 놓았습니다. "허크,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지?" "그야 당연하지. 인지언 조의 손에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좋아, 그럼 됐어. 그런데 다들 뭐라고 이야기를 하니? 나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응, 모두 머프 포터 이야기만 하고 있어. 가엾게도 그 영감님은 그렇게 나쁜 삶이 아닌데. 나쁜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고기 잡아 번 돈으로 술을 마신 것뿐이야. 그리고 그 영감님은 착한 점도 많아. 전에는 자기가 물고기를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는데도 나한테 반을 나누어 주기도 했어." "그래, 내 연도 고쳐 준 적이 있어. 그리고 낚시 바늘을 달아 준 일도 있었어. 거기서 빠져 나올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겠니, 톰? 게다가 도망쳐도 곧 붙잡힐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모두가 머프 영감님을 욕하는 걸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나도 그래. 빨리 교수형에 처하라든지 하는 심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니까 말이야." "정말 그래." 두 소년은 오랬동안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크게 마음의 위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날이 저물 때쯤 해서 두 소년은 어느 사이엔가 작은 감옥 옆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창문 옆으로 가서 포터에게 담배와 성냥을 내밀었습니다.지금까지도 그런 것을 넣어 주면서 포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 때는 더욱 심했습니다. 포터가 말했습니다. "고맙다. 너희들이 이 마을에서 나에게 가장 친절하게 해 주는 구나. 결코 잊지 않으마. 너희 얼굴을 좀더 자세히 보여 주지 않겠니? 그래, 이렇게 힘들 때는 다정한 얼굴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된단다. 자, 나와 악수를 해 주지 않겠니? 조그만 손이로구나. 하지만 이 조그만 손이 나에게 힘을 주는구나." 톰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아주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다음 날 그리고 또 그 다음 날, 톰은 재판소 앞을 어슬렁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허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틀째 재판이 끝났을 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인지언 조의 증언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제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밤, 톰은 늦게까지 밖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했던 것처럼 창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으나 몹시 흥분된 상태였습니다. 잠이 들 때까지 몇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재판소에 모였습니다. 드디어 판결하는 날이 온 것입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하는 배심원(일반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어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뒤, 곧 여위고 창백한 모습의 포터가 끌려 나왔습니다. 잠시 후에 재판관이 들어와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증인 한 사람이 불려 나와 그 날 머프 포터가 냇가에서 몸을 씻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자 검사가 말했습니다. "증인에게 질문이 있으면 하시오." 포터는 잠시 고개를 들었으나 변호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다시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질문 없습니다." 다음 증인은 시체 옆에서 포터의 칼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검사가 말했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하시오." "없습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낱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터를 무턱대고 사형을 당하게 만들 셈인지? 그 다음에도 몇 명의 증인이 불려 나왔지만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사람듦은 더욱 어이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사가 말했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에 따라 피고의 죄가 확실해졌습니다. 이것으로 재판을 끝내겠습니다." 포터는 신음 소리를 내고 얼굴을 손으로 감쌌습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때, 변호사가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이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피고가 술에 몹시 취해 있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이 사건을 저질렀던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토머스 소여를 불러 주십시오!" 포터는 말할 것도 없고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토미 들어와 증인석에 섰을 때 모든 사람들이 꼼짝 않고 톰을 쳐다보았습니다. 톰은 몹시 두려웠습니다. "토머스 소여, 지난 6월 17일 밤 12시쯤 어디에 있었지?" 톰은 인지언 조의 험상궂은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차츰 침착해져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공동 묘지 안입니다!" "좀더 큰 소리로 말하거라.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 없다." "묘지 안입니다!" 인지언 조는 사람들을 무시하듯이 웃었습니다. "호스 윌리엄스의 무덤 근처에 있었니?" "네, 그렇습니다." "숨어 있었느냐" "네, 숨어 있었습니다." "어디에?" "무덤 바로 옆의 나무 뒤입니다." 인지언 조는 약간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누구하고 같이 있었지?" "네 저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좋다, 이름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때 그 곳에 무엇을 가지고 갔지?" 톰은 난처한 얼굴을 했습니다. "저어, 죽은 고양이입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재판장이 곧 조용히 시켰습니다. "그럼 거기서 본 것을 전부 이야기 해 보아라. 평소처럼 그냥 이야기하면 된다. 무서워하지 말고." 톰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목에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으나 마침내 술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톰의 목소리만이 울렸습니다. 모두가 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톰이 이렇게 말했을 때, 사람들의 흥분은 극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묘비판을 뽑아 내리쳐서 머프 포터가 쓰러지자 인지언 조가 머프 포터의 칼을 쥐고 달려들어 그만...." 그 때, 굉장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인지언 조가 사람들을 밀어젖히고 창문으로 뛰어들어 달아나 버렸습니다. 톰은 또다시 영웅이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톰을 크게 칭찬하고 한껏 추어올렸으며, 모든 어린이들이 톰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톰의 이름은 언제까지나 남게 되었습니다. 마을 신문에 톰의 기사가 실린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변덕스러워서 전에 욕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포터를 칭찬해댔습니다. 톰은 기분이 들뜨고 매일매일의 생활이 즐거웠지만 그것은 낮에반 그랬을 뿐입니다. 밤이 되면 인지언 조가 복수를 하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꿈 속에서 까지 인지언 조가 나타나 톰을 괴롭혔습니다. 허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판결이 있기 전날 밤에 톰이 변호사를 찾아가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았기 때문에 허크는 자기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인지언 조가 도망가는 바람에 자기는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입니다. 허크는 변호사에게 가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으나 그것이 과연 얼마나 효력이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톰이 서로 굳게 언약한 맹세를 깨뜨렸기 때문에 허크는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톰은 머프 포터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역시 사실을 밝히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이야기 했듯이 낮에만 해당되는 일이었습니다. 톰은 인지언 조의 시체를 자기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지언 조에게 상금이 걸리고 모두가 찾아 나섰지만 그는 어디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대도시인 세인트 루이스롤부터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만든다는 '탐정'이 왔으나 단서밖에 발견할 숭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서를 교수형에 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톰의 불안한 마음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날이 지남에 따라 마음의 부담은 조금씩 가벼워져 갔습니다. 보물찾기 보통 사내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딘가에 묻혀 있을 보물을 캐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어느 날 톰도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조 하퍼와 벤 로저스를 찾아 나섯으나 둘다 없었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허크 핀과 마주쳤습니다. 허크라면 괜찮았습니다. 톰은 자기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허크는 당장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어디를 파지?" 허크가 말했습니다. "보물이란 특별히 정해진 장소에 파묻혀 있는 거야, 허크. 섬이라든가 밤 12시에 달빛이 비치는 고목 밑의 상자 속 같은 데 말이야. 하지만 유령이 나오는 집 마루 밑에도 거의 있어." "누가 보물을 파묻었을까?" "물론 도둑이야. 도둑은 자기가 훔친 걸 꼭 묻어 두거든." "나중에 찾으러 오지 않을까?" "그래, 하지만 찾으러 오려고 생각해도 그 표시를 잊어버리거나 그 전에 죽어 버리기도 해. 그래서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보물이 묻혀 있는 장소가 적혀 있는 누렇게 빛이 바랜 낡은 종이가 발견되는 거야." "톰, 너 그런 종이 가지고 있니?" "아니." "그럼 어떻게 해서 그 장소를 알아 내지?" "그건 대개 유령의 집이라든가 섬, 아니면 커다란 가지가 툭 튀어나온 나무 밑으로 정해져 있어. 그가 곳을 전부 찾아다니는 거야." "뭐라고? 그럼 이번 여름 내내 찾으러 돌아다녀야겠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아. 백 달러나 들어 있는 항아리라든가 다이아몬드가 가득 든 상자가 발견될지도 모르잖아." 허크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야, 그거 정말 굉장한데. 그럼 우선 어디부터 파지?" "글쎄, 우리 그럼 언덕 위의 고목부터 파 볼래?" "그래, 좋아." 두 소년은 부러진 곡괭이와 삽을 들고 5킬로미터쯤 걸어 갔습니다. 겨우 그 곳에 도착한 톰과 허크는 나무 밑에 드러누워 잠시 쉬었습니다. "아, 기분 좋다." 톰이 말했습니다. "그래, 정말 상쾌해." "그런데 허크, 넌 보물을 찾으면 뭘 할 거니?" "글쎄, 매일 파이를 먹고 소다수를 마시고 싶어. 그리고 서커스는 전부 다 볼 거야. 틀림없이 재미있을 거야. 톰, 넌 어또게 할 거니?" "새 북과 잘 드는 칼, 빨간 넥타이 그리고 불독 강아지를 살 거야. 그런 다음에 결혼하는 거야." "결혼이라니! 결혼처럼 바보 같은 짓은 세상에 다시 없을 거야. 우리 엄마하고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어. 언제나 싸우기만 했어." "그건 괜찮아. 나와 결혼하는 여자는 싸움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 "톰, 그 여자 이름이 뭐니?" "나중에 가르쳐 줄게. 지금은 안 돼. 자, 이제 슬슬 파보자." 두 소년은 30분 정도를 팠으나 헛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30분 정도를 더 팠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허크가 말했습니다. "도둑들은 언제나 이렇게 깊이 파묻어 두니?" "응, 때로는. 언제나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여기엔 없는지도 몰라." 그래서 두 소년은 장소를 바꾸어 다시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목적한 것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허크가 말했습니다. "쳇, 또 장소를 잘못 골랐어. 어또게 생각하니, 톰?" "이상한데, 왜 그럴까? 아 알았다! 밤 12시에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곳을 파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 그럼 지금까지 한 것은 모두 헛일이었구나. 그렇다면 오늘 밤에 다시 한 번 이리로 오자. 그런데 너무 멀어서 올 수 있을까?" "물론 올 수 있어. 오늘 밤 안으로 하지 않으면 안 돼. 누군가가 이 구덩이를 발견하면 당장 파헤쳐서 보물을 캐낼 테니까." "알았어. 그럼 오늘 밤에 널 데리러 가서 고양이 울음 소리로 신호를 보낼게." "좋아, 연장은 덤불 속에 감춰 두자." 그 날 밤, 두 소년은 다시 그 곳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12시가 되자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두 소년은 이번에야말로 보물이 나올 것 같아 신나게 파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오는 것은 돌과 나뭇조가뿐이었습니다. 드디어 톰이 말했습니다. "안 되겠어, 허크. 여기도 아니야."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여기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는데." "그건 나도 알아. 역시 정각 12시가 아니면 안 되나 봐. 우리가 대충 정해서 했기 때문에 너무 늦거나 빨랐던 거야." 허크는 삽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래, 그랬구나. 그럼 이제 여긴 그만두자. 제대로 시간 같은 걸 맞출 수도 없고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서 안 되겠어. 이렇게 마녀나 도깨비가 돌아다니는 시간에 이런 곳에 있으니까." "정말 그래, 허크."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하자. 어디가 좋을까?" 톰은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습니다. "그 유령의 집, 거기가 좋겠어!" "톰, 거긴 싫어. 유령이 나오잖아." "그래, 하지만 유령은 밤에만 나와. 낮에 파면 괜찮아." "그야 그렇지만 낮이나 밤이나 아무도 그 집에는 가지 않는걸." "그건 그 집에서 사람이 살해됐기 때문이야. 밤이 아니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알았어. 네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그 곳으로 정하자. 아무튼 해 보자." 두 소년은 언덕을 내려가면서 문제의 집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집은 외따로 한 채만이 서 있고 벽은 이미 오래 전에 허물어져 입구의 계단에는 풀이 무성했습니다. 굴뚝은 무너지고 창틀은 어그러져 지붕의 한쪽도 찌부러져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서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진짜 도둑 다음 날 점심때쯤 해서 톰과 허크는 고목 밑에서 만났습니다. 그들이 숨겨 둔 연장을 가지러 온 것입니다. 톰은 당장에라도 유령의 집에 가고 싶어서 좀이 쑤셨습니다. 허크도 그런 마음이 자꾸 들었으나 문득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참, 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아니?" 톰은 잠시 생각하더니 깜짝 놀란 듯이 얼굴을 들었습니다. "그랬구나! 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허크." "나도야. 지금 막 금요일이라는 게 생각났어." "금요일에 이런 일을 하면 아주 나쁜 일이 생길거야. 아무튼 오늘은 그만두고 놀기나 하자. 허크, 너 로빈 훗 아니?" "아니, 몰라. 그게 누군데?" "영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용감한 사람인데, 도둑이야." "헤에, 그런데 누구 걸 훔쳤니?" "관리나 부자나 귀족 같은 사람들의 것만 훔쳤어. 가난한 사람들을 못살게 군 적은 한번도 없어. 훔친 것도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지."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래, 게다가 활을 쏘면 3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10센트짜리 동전도 백발 백중이야. 그러니까 우리 로빈 훗 놀이를 하자. 틀림없이 재미있을 거야. 내가 가르쳐 줄게." "좋아, 하자." 두 소년은 오후 내내 로빈 훗 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유령의 집 쪽을 보고 내일 할 보물 찾기에 대해 서로 이야기햇습니다. 태양이 지기 싶작하자 두 소년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토요일 정오가 지날 무렵 두 소년은 유령의 집에 갓습니다. 그 주위엥는 기분 나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두 소년은 무서워져 좀처럼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입구까지 조금씩 다가가 떨면서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집 안은 풀이 여기저기 무성하고 몹시 홍폐해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언제라도 도망칠 듯한 태세를 갖추고 살짝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후, 좀 익숙해지자 공포감이 없어진 두 소년은 사방을 살폈습니다. 그 다음에는 2층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달아날 길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톰과 허크는 연장을 두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2층도 마찬가지로 몹시 황폐했습니다. 구석에 벽장이 있었으므로, '여기다!' 라고 생각했으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두 소년은 차츰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 찾으려고 했을 때, "조용히 해!" 하고 톰이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왜 그래?" 허크가 겁에 질려 창백해지면서 링띵했습니다. "쉿, 가만 있어 봐! 저 소리 들리지?" "응, 어서 도망가자!" "안 돼, 움직이지 마! 이 쪽으로 오고 있어!" 두 소년은 바닥에 엎드려 마루 틈새로 내려다보았습니다. "멈춰 섰어. 아니야, 이리로 오는데? 더 이상 말하지마. 허크." 두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한 삶은 마을에서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는 귀머거리에다 장님인 스페인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처음 보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초라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은 흰 수염을 기르고 모자 밑으로 흰 머리가 보였는데 녹색 안경을 끼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입구 쪽을 향해 앉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 그건 너무 위험해." 초라한 누더기를 걸친 남자가 말했습니다. "위험하다고?" 놀랍게도 귀가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하는 스페인 사람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겁쟁이 녀석!" 그 소리를 듣고 소년들은 부들부득 떨었습니다. 그는 다름아닌 인지언 조였던 것입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된 뒤 조가 말했습니다. "위험하다고는 해도 지난번만큼은 아니야. 그 때도 아무일 없었잖아." "그런 이야기가 달라. 근처에 인가가 없었기 때문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대낮에 여기 오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어. 누구나 다 수상하게 여길 테니까." "나도 알아. 하지만 한 번 실수를 했기 때문에 여기 말고 달리 숨을 장소가 없어. 어제 여길 나가려고 했는데 그 재수 없는 꼬마 녀석들이 여기가 훤하게 보이는 언덕 위에서 놀고 있어서 나가질 못했지." 이 말을 듣고 '그 재수 없는 꼬마 녀석들'은 다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라는 것이 생각나 하루를 늦추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을 늦추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띵텐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두 남자는 먹을 것을 꺼내 먹었습니다. 한참 생각하고 나서 조가 말했습니다. "그럼 넌 강 상류로 돌아가 있어. 그리고 내가 부르러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난 다시 한 번 마을로 가 봐야겠어. 그리고 괜찮을 것 같으면 '그 일'을 해치우는 거야 그런 뒤에 텍사스로 도망치자고!" 이것으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졸린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인지언 조가 말했습니다. "아, 굉장히 졸린데. 이번엔 네가 망을 볼 차례야." 조는 풀 위에 벌렁 눕더니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동료는 한두 번 조를 흔들어 코고는 소리를 멈추게 했으나 그러는 사이에 자기도 앉아서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가 계속 밑으로 내려가더니 드디어 두 사람 다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소년들은 안심했습니다. 톰이 속삭였습니다. "지금이다. 도망치자!" "저 놈들이 깨면 우린 죽고 말아." 허크가 말했습니다. 톰은 또다시 권했지만 허크는 꽁무니를 뺐습니다. 톰은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일어서 혼자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디디자 마룻바닥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으므로 톰은 그 자리에 멈춰서 두 번 다시 발을 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겨우 해가 저물었습니다. 한쪽의 코고는 소리가 그쳤습니다. 인지언 조가 일어나 띵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리고 자기 동료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히죽 웃으면서 발로 흔들어 깨우며 말했습니다. "이 봐! 넌 망을 봐야 할 것 아냐! 뭐, 좋아.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뭐라고! 내가 잠들었었나?" "잠깐 동안뿐이야. 자, 슬슬 나가자고. 여기 둔 돈은 어떻게 하지?" "글쎄, 여기 두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650달러나 되는 은화를 옮기는 것도 대단한 일이야." "그렇군. 하지만 이번 일을 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역시 파묻는 게 좋겠어. 아주 깊숙이 말이야." "그래, 맞았어." 조의 동료는 방 건너편으로 가더니 무릎을 끓고 난로 구석의 돌을 들어올리고 자루를 끄집어냈습니다. 그리고 자기와 조를 위해 2,30달러씩 꺼내고는 나머지를 조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조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칼로 구멍을 파고 있었습니다. 소년들은 두려운 것도 깨끗이 잊어버렸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서로 팔꿈치로 쿡쿡 찌르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주고받았습니다. 그것이 '그것 봐, 여기 오길 잘 했지!'라는 신호인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조의 칼이 무엇인가에 부딪쳤습니다. "뭐지!" 조가 말했습니다. "왜 그래?" 동료가 물었습니다. "판자, 아니 상자 같은데. 뭐가 들어 있을까? 구멍이 뚫렸어." 조가 손을 쑥 집어 넣어 보았습니다. "우왓, 돈이다!" 두 사람이 살펴보니 모두 금화였습니다. 2층의 소년들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흥분하고 기뻐했습니다. 조의 동료가 말했습니다. "빨리 꺼내자. 아까 어디 구석에 헌 곡괭이가 있는 걸 봤는데." 그는 소녀들의 곡괭이와 삽을 가지고 왔습니다. 인지언 조는 곡괭이를 들고 그것을 유심히 살피고는 고개를 흔들면서 뭐라고 중얼거렸으나 드디어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상자는 곧 꺼낼 수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상자를 쳐다보았습니다. "야, 이거 엄청난 돈인데!" 조가 말했습니다. "몇 년 전이던가 뮤렐 갱단이 이 근처에 나타났었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래, 놈들이 파묻은 것일 거야." "그럼 이제 다음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군." 조의 동료가 말했습니다. "넌 잘 몰라. 이번 일은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야. 복수란 말이야! 너도 거들어야 해. 그 일이 끝나면 텍사스로 가는 거야.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조는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습니다. "뭐, 네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좋아. 그런데 이건 어또게 하지? 다시 파묻을까?" "그래." 위의 두 소년은 기뻐했습니다. "아니야, 안 돼." 두 소년은 실망했습니다. "아 참, 깜박 잊을 뻔했군. 이 곡괭이에는 새 흙이 묻어 있었어!" 소년들은 순간 두려워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누가 이럴 가지고 왔지? 그 놈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 굴로 가지고 가자. 그 놈들이 찾으러 올 게 분명해." "그건 그래. 그럼 1호로 가지고 갈까?" "아니, 2호로 하자. 십자가 밑의." "좋아, 이제 바깥도 어두워졌으니 슬슬 나가자." 인지언 조는 일어서서 창문으로 주의 깊게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 연장을 가지고 왔을까? 혹시 2층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소년들은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인지언 조는 칼을 쥐고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중간까지 올라오다가 그만 층계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조가 일어나자 그의 동료가 말했습니다. "이제 됐어. 누가 있으면 또 어때? 15분만 지나면 밖은 캄캄해져. 그렇게 되면 뒤쫓아와도 소용없어. 내 생각으론 그 연장을 가지고 온 녀석들은 우릴 보고 유령인 줄 알고 지금쯤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중일 거야." 조는 투덜투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밝을 때 준비를 하느 편이 낫다는 소리를 듣고 드디어 체념했습니다. 이윽고 두사람은 중요한 상자를 옆에 끼고 강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톰과 허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 틈새로 창문 밖을 엿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겨우 찾아 낸 철사를 타고 아래로 내려와 잠자코 터벅터벅 마을로 향했습니다. 두 소년은 운 나쁘게도 곡괭이와 삽이 발견된 것이 분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 일만 없었더라면 인지언 조도 의심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복수'가 끝날 때까지 금화와 은화를 그 곳에 숨겨 두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그것들은 없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두 소년은 '스페인 사람'이 복수할 기회를 살피러 마을로 돌아오는 것을 망보고 있다가 2호의 은신처가 어디인지를 밝혀 내기로 했습니다. 그 때, 톰에게 문득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복수? 혹시 우릴 말하는 게 아닐까, 허크!" "설마!" 허크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두 소년은 이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렇지 아나하으면 톰 혼자만의 일일 것이다. 톰이 증언을 했으니까. 자기 혼자만 위험하다는 것은 톰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슬픈 일이었습니다. 인지언 조의 은신처 그 날 밤, 톰은 낮의 모험 때문에 꿈 속에서 몹시 시달렸습니다. 톰은 네 번이나 보물에 손을 뻗쳤으나 번번이 그 때마다 눈이 떠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어째서 잡히지 않는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모험을 떠올려 보니 어쩐지 실제로 있었던 일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세계이거나 아주 옛날에 있었던 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 자체가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제 톰이 본 금화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톰은 100달러라든가 1,000달러라는 큰 돈이 이 세상에 정말 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어제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꿈은 아니었다는 생각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확실하지 않았으므로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허크에게로 갔습니다. 톰은 허크의 입을 통해 어제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꿈이었던 것이 됩니다. "안녕, 허크." "안녕, 톰. 연장을 고목 밑에 숨겨 두기만 했어도 그 돈이 우리 손에 들어왔을 텐데." "그럼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층계가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에잇, 그 스페인 영감,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아니야, 죽으면 안 돼. 우리가 찾아 내야 돼! 돈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거야! 2호란 게 어딘지 찾아 내서 말이야." "2호! 아 참, 그랬지. 그런데 도대체 거기가 어딜까?" "모르겠어. 너무 어려워. 허크, 어쩌면 집의 번지수일지도 몰라." "그럴까! 아니야, 틀렸어. 이 마을에는 집에 번지수 같은 건 붙어 있지 않잖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여관 방 번호다!" "그래! 그거라면 여관은 두 군데밖에 없으니까 당장 알 수 있어."{ "좋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허크. 금방 돌아올 테니까." 톰은 30분쯤 지나서 돌아왔습니다. 톰의 조사에 의하면 좀 좋은 여관 2호실에는 젊은 변호사가 묵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름한 여관 2호실은 늘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언제나 밤에만 드나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젯밤에는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허크, 그러니까 그 2호실이 수상한 것 같아." "나도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지?" "글쎄, 우리 이렇게 하자. 그 2호실 뒷문은 골목길로 통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너도 찾을 수 있는 대로 열쇠를 다 찾아 가지고 와. 나도 우리 집에 있는 걸 전부 갖고 올게. 그리고 달빛이 없는 한밤중에 문을 열어 보는 거야." 그 날 밤, 톰과 허크는 모험에 나섰습니다. 두 소년은 9시가 넘을 때까지 여관 주위를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러나 달이 떠 있어 아무리 기다려도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일을 포기했습니다. 화요일도 수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목요일 밤에 이들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에 좋은 기회가 와가습니다. 톰은 이모의 등잔과 그것을 감출 수건을 들고 재빨리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캄캄하고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여관에 가가이 가자 허크가 망을 보고 서 있고, 톰은 등잔 불빛을 가리면서 손으로 더듬어 골목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톰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허크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톰이 모습을 감춘 뒤에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허크는 점점 여관 방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바로 그 때, 갑자기 등잔 불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톰이 옆으로 달려가면서 말했습니다. "도망쳐!"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허크도 곧바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두 소년은 마을 변두리의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에 다다를 때까지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오두막집에 뛰어들어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자 톰이 말했습니다. "허크, 정말 무서웠어!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어. 그래서 살작 안으로 들어갔거든. 그리고 수건을 벗겼지. 그랬더니 글쎄 하마터면 인지언 조의 손을 밟을 뻔했잖아!" "뭐라구!" "조가 마룻바닥에 두 팔을 벌리고 벌렁 누워서 자고 있었어. 그래서 당황해서 수건을 주워 도망쳐 나온 거야." "나 같으면 수건 따위는 생각지도 못했을 텐데." "그걸 잃어버리면 이모한테 무지무지 혼이 날 테니까." "그런데 그 상자는 찾았니?"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볼 여유가 어디 있니? 하지만 상자나 십자가 같은 건 보이지 않았어. 보이는 것이라고는 조 옆에 굴러다니는 술병하고 컵뿐이었어." "그러니? 그런데 조가 술에 취해 있다면 지금 상자를 가져오면 좋겠다." "허크, 그럼 네가 해 봐." 허크는 몸을 덜덜 떨었습니다. "싫어, 난 못 해." "나도 싫어.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조가 그 곳에 있는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리고 날마다 지켜 보고 있다가 조가 밖으로 나가면 상자를 가져오는 거야." "그게 좋겠다. 내가 밤새도록 지킬게. 대신 톰, 너는 낮 시간을 맡아 줘." "좋아, 알았어. 그리고 조가 나가면 우리 집으로 와서 고양이 울음 소리로 알려줘." "그래." "그럼 지금부터 새벽까지는 네 차례야." "알았어. 이제부터 매일 밤 일 년 내내 감시할 거야! 낮에는 계속 자고 밤에는 꼼짝 않고 지켜 보는 거야." "좋아, 그럼 됐어. 그런데 낮에는 어디서 잘 거니?" "벤 로저스네 헛간(소나 말의 먹이인 말린 풀을 쌓아 두는 조그만 광)에서 자면 돼." "그래, 그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해하지 않을게. 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줘." 허크, 더글러스 부인을 구하다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톰은 대처 판사 가족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톰에게는 인지언 조의 일도 부물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베키의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톰은 베키를 만나 하루 종일 함께 놀았습니다. 다음 날, 베키가 어머니를 졸라 전부터 약속했던 소풍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은 열병에라고 걸린 것처럼 다음 날이 되기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톰은 흥분해서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보물을 가지고 나타나 베키와 친구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그 날 밤, 허크의 고양이 울음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10시쯤 아이들이 모두 대처 판사의 집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나룻배인 증기선 한 척을 빌려 모두가 먹을 것이 든 바구니를 가지고 올라탓습니다. 시드는 병이 나서 소풍에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대처 부인은 마지막으로 베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질 테니 나루터 근처의 친구 집에서 자고 오너라." "그럼 수지 하퍼네 집에서 자고 올게요." "그렇게 해라. 하지만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알겠니?" 그러고 나서 톰이 베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수지 하퍼네 집에 가지 말고 언덕 위의 더글러스 부인 댁에 가자. 거기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많아." "좋아, 하지만 엄마가 뭐라고 하실까?" "이야기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리고 너희 엄마도 더글러스 부인 생각이 났다면 틀림없이 거기에 가라고 하셨을거야." 더글러스 부인의 음식 솜씨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 사실과 톰의 권유가 결국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톰은 문득 오늘 밤에 허크가 부르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들려 올지 모르는 고양이 울음소리보다는 더글러스 부인 댁에서의 즐거움 쪽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톰은 그 날 하루만큼은 보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증기선은 강을 5킬로미터쁨 내려간 뒤 나무가 무성한 후미(바다나 호수, 강 등이 육지로 들어와 휘어서 굽어진 곳)에 닿았습니다. 아이들은 물가로 내려와 넓은 숲과 울퉁불퉁한 바위 산에서 놀았습니다. 그리고 힘들어 지쳐 돌아오자 다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는 커다란 나무 밑에서 잠시 쉬어써습니다. 그런 뒤에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우리 동굴에 가 보지 않을래?" 모두들 가겠다고 했습니다. 동굴은 언덕 위에 있는데, 그 안은 한 갈래의 넓은 통로와 많은 좁은 갈림길이 미로처럼 뒤얽혀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길을 잃으면 며칠이 걸려도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동굴에 대해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양초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넓은 길을 1킬로미터쯤 나아갔습니다. 그 곳에서 몇 개의 조로 나뉘어 갈림길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와 뜻밖에 마주치기라도 하면 크게 떠들어대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여러 조가 진흙투성이가 되어 차례차례 동굴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미 날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증기선은 출발 종을 울리고 아이들을 태워 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증기선이 부두(배를 대고 사람이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싣고 부리는 곳)를 지날 무렵 허크는 이미 망을 보러 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여관 쪽을 사피고 있었습니다. 10시가 되자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고 여기저기 불빛도 사라졌습니다. 11시가 되자 여관의 불빛도 꺼졌습니다. 허크는 언제까지고 계속 기다렸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때,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크는 깜짝 놀라 바싹 긴장했습니다. 길가 쪽으로 난 방문을 살짝 닫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는 두 남자가 허크의 곁은 지나쳤습니다. 한 사람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자가 틀림없다! 두 사람은 보물을 옮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톰을 부르러 갈까? 아니야, 놈들은 상자를 갖고 어디론가 가 버릴 거야. 뒤를 밟지 않으면 안돼!' 이렇게 생각한 허크는 고양이처럼 살짝 두 사람의 뒤를 쫓았습니다. 두 사람은 냇가로 나아가 십자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언덕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웨일스(영국 서부의 반도지역.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지역 중의 하나이다.) 사람인 존즈 노인 집 앞을 지나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덤불 속의 가는 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캄캄한 어둠 속에 파묻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허크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조금 나아가서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놓친 것일까?' 허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습니다. 허크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온몸이 덜덜 떨려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허크는 여기서부터가 더글러스 부인 댁 정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보물을 파묻는다면 간단하게 찾아 낼 수 있겠다고 허크는 생각했습니다. 그 때, 인지언 조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길, 누가 와 있나 보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불이 켜져 있다니."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유경의 집에서 보았던 또 한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허크는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복수'가 시작되려는 것인가! 허크는 도망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더글러스 부인이 자기에게 여러 번 친절하게 해 준 일이 생각났습니다. "덤불 때문에 안 보이잖아. 자, 이 쪽으로 와서 봐." "정말, 누가 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밤은 안 되겠어." "난 말이야, 이제 여길 떠나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포기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는 거야.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저 여자의 남편은 날 몹시도 괴롭혔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날 채찍으로 마구 때렸어. 놈이 죽어 버렸으니 그 마누라에게 복수를 해야겠어." "그래? 꼭 해야겠다면 해야기, 뭐. 빠를 수록 좋아." "지금하자고? 손님이 와 있는데?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 서두를 것 없어." 그러고 나서 주위가 쥐죽은듯이 고요해졌습니다. 허크는 숨을 죽이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제 안심이다 싶은 고까지 왔을 때 단숨에 언덕을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존즈 노인의 집까지 오자 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노인과 두 아들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누구냐, 거기 문을 두드리는 게?" "빨리 문 좀 여세요! 나중에 얘기 할 테니." "도대체 넌 누구냐?" "허클베리 핀이에요. 어서 문 좀 열어 주세요!" "허클베리 핀이라고! 뭐, 어쨌든 좋다. 자, 들어오너라." 허크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말했습니다. "제가 이야기했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 죽을 거예요. 그 아주머니가 제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러면 모두 이야기하겠어요." "왜 그러니? 뭔가 큰일이 생긴 것 같구나. 그렇지 않고 서야 이 아이가 이렇게 당황할 리가 있겠니? 자, 어서 이야기 해 보아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이야기를 들은 노인과 두 아들은 곧바로 무기를 들고 언덕을 올라가 덤불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허크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고 잔뜩 긴장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잡자기 총성이 울리고 고함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허크는 그 결과를 기다릴 수 없어 쏜살같이 언덕을 뛰어내려갔습니다. 마을의 소동 일요일 아침, 날이 밝을 무렵 허크는 언덕을 올라가 존즈 노인의 집 문을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창문으로부터 대답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냐?" "문 좀 열어 주세요! 허클베리 핀이에요!" 허크는 멈칫멈칫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라면 언제든지 들어와도 좋다. 잘 왔다!" 이 말은 여태까지 부랑아 허크가 들어 본 적이 없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곧 문이 열리고 허크는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배가 고프겠구나. 해가 떠오르면 아침 식사가 준비될테니 걱정 말아라. 어제는 자고 갔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구나." "전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총소리가 나길래 막 뛰어서 도망쳤지요.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이렇게 온 거예요." "그랬구나. 안됐지만 그 두 사람은 도망쳐 버렸단다. 우린 그 놈들의 바로 옆에까지 접근했었지. 그런데 그만 내가 거기서 재채기를 하는 밞에 들켜 버렸단다. 나는 놈들이 당황해서 도망치는 소리가 나는 쪽을 쏘았단다. 하지만 빗나간 것 같았어. 놈들도 총을 쏘았지만 역시 빗나갔지. 우린 놈들을 놓치고 곧 보안관에게 알렸단다. 보안관은 날이 밝는 대로 산을 뒤지겠다고 했단다. 그러니 그 놈들의 인상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너도 어둠 속에서 봐서 잘 모르겠지?" "아니오, 전 알아요. 제가 마을에서부터 놈들을 발견하고 뒤를 밟았거든요." "그것 참 잘 됐구나! 그래, 어떤 놈들이야?" "한 사람은 귀가 들리지 않고 말도 못 하는 스페인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남루한 차림을 한...." "그걸로 충분하다! 그 놈이라면 알고 있지! 전에 더글러스 부인 댁 뒤쪽 숲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얘들아, 당장 보안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오너라!" 두 아들들이 방을 나가려고 할 때 허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제발 부탁이에요. 제가 말했다는 이야기 따위는 하지 마세요!" "네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으마, 허크."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 뒤에 노인이 말했습니다. "전 이렇게 괴로운 제 처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 잠 못 이루는 일이 있거든요. 어젯밤에도 그래서 그 여관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그 때, 그 두 삶이 무엇인가를 옆에 끼고 지나갔어요. 전 그게 훔친 물건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마침 그 두 사람이 멈춰 서더니 담뱃불을 켰어요. 그래서 인상을 알게 된거예요."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또 걷기 시작했겠지, 허크? 그래서 넌...." "뒤를 밟았지요. 그랬더니 더글러스 부인 댁 문 앞에까지 가더라구요. 그 곳에서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어요." "뭐라구! 그럼 귀가 안 들리고 말도 못 하는 남자가 이야기를 했단 말이냐?" 허크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 스페인 영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이야기했는데 그만 무심코 말이 잘못 나와 버린 것입니다. "자, 날 믿어라. 내가 너를 지켜 줄 테니. 스페인 사람에 대해 아직 더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 같구나. 그걸 이야기해 보거라. 나는 결코 너를 배반하지는 않겠다." 허크는 노인의 정직해 보이는 눈을 보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인지언 조였어요!" 존즈 노인은 몹시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인지언 조라면 그런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 그랬구나."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두 삶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노인은 어젯밤에 큰 꾸러미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무슨 꾸러미요?" 허크는 재빨리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죽이며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도둑질하는 데 쓰는 연장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니?" 허크는 안심했습니다. 존즈 노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또 말했습니다. "도둑질하는 연장이라는 걸 알고 안심한 것 같구나. 내가 뭘 찾아 냈다고 생각했니?" 허크는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난처한 나머지 엉뚱하게 말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일 학교 책이 아닐까 하고...." 노인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엾게도, 너무 무서워서 머리가 약간 이상해진 것 같구나. 좀 쉬거라." 허크는 그래도 그 꾸러미가 문제의 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습니다. 보물은 아직 여관의 2호실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이 잡히면 그 날 안으로 톰과 함께 여관으로 가서 간다나하게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허크는 재빨리 숨었습니다. 자기가 어제의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 따위를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글러스 부인과 그 밖의 여러 명의 손님들이 들어왔습니다. 존즈 노인은 어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더글러스 부인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인사를 해야 할 상대는 제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요. 그 사람이 없었다면 저희들도 달려갈 수가 없었지요." 그 뒤로도 끊임없이 손님이 찾아와 노인은 두 시간에 걸쳐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름 휴가 중에는 주일 학교도 쉬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교회에 나와 있었습니다. 어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악당을 잡을 단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설교가 끝나자 대처부인이 하퍼 부인에게로 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 베키는 온종일 잠만 잘 작정니가 보죠? 피곤하기는 하겠지만." "댁의 베키라니요?" "아니, 어젯밤 우리 베키가 그 댁에서 자지 않았나요?" "아니오." 대처 부인은 얼굴이 창백해져 그 자리에주저않았습니다. 그 때, 폴리 이모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하나 없어졌어요. 우리 톰인데, 두 분 댁 어디선가 어젯밤에 잔 것 같은데. 틀림없이 야단맞는 게 싫어서 교회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대처 부인은 고개를 흔들고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습니다. "우리 집에도 오지 않았는데요." 하퍼 부인도 불안한 듯이 말했습니다. 폴리 이모도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는 얼굴빛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교회에서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갔습니다. 소풍을 갔던 아이들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증기선에 톰과 베키가 타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어떤 청년이 아마 두 아이는 아직 동굴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처 부인은 정신을 잃고 폴리 이모도 쓰러져 울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알려져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온 마을이 떠들썩하게 되었습니다. 더글러스 부인 사건은 곧 잊혀지고 200명이나 되는 삶들이 말과 배를 타고 동굴로 향했습니다. 마을에서는 쥐죽은듯이 조용히 동굴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기다려도 전해 온 것은, "양초를 보내라." "식료품도 보내라." 라는 소식뿐이었습니다. 대처 부인도 폴리 이모도 걱정이 되어 미칠 것 같았습니다. 새벽이 되기 전에 존즈 노인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허크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모두 동굴 쪽으로 갔기 때문에 더글러스 부인이 간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인은 허크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착한 아이이든 나쁜 아이이든 하나님이 창조한 귀한 생명인 이상 소홀히 대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정성껏 간호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지칠 대로 지쳐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지금까지 가 본 적도 없는 깊숙한 구석까지 들어가 보았으나 발견한 것은 벽에 양초 연기로 그을려 쓴 '베키와 톰'이라는 글씨와 베키의 리본뿐이었다고 했습니다. 대처 부인은 리본을 보고 쓰러져 울며 이것이 베키가 남긴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사흘 밤낮을 마을 사람들은 넋이 나간 듯이 지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 무렵 술을 팔지 못하게 되어 있는 여관에서 몰래 술을 팔았다는 것이 발각도딘 사건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허크는 열이 조금 내리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여관 이야기를 꺼내 보았는데 드디어는 참지 못하고 자기가 자고 있는 사이에 그 곳에서 무엇인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발견되었지." 부인이 대답했습니다. "뭐, 뭐가요?" 허크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술이야. 왜 그러니?" "그걸 찾은 건 톰 소여인가요?"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 넌 병이 났으니 가만히 있어야 해." 그리고 허크를 재운 뒤 부인은 혼잣말을 했습니다. "가엾기도 하지. 톰 소요가 찾아 냈느냐고! 이젠 모두들 톰 소여를 찾을 기운도 없어졌는데." 동굴 속 그런데 과연 소풍을 간 톰과 베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사람은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하자 더욱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양초 연기로 그을려 벽에 쓴 낙서를 보면서 계속 나아갔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절로 생긴 좁을 계단을 발견하거나 샛길을 찾거나 하면 나중에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하면서 나아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샘물 가에 이르렀습니다. 그 천정에 있던 박쥐들이 촛불에 놀라 톰과 베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톰은 베키의 손을 꼭 잡고는 더욱 깊숙이 샛길로 도망쳐 들어갔습니다. 박쥐를 피해 겨우 달아나자 지하 호수가 나왔습니다. 그 옆에 않아 안심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주위가 너무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베키가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 이제 돌아가자." "그래." "그런데 너 길을 알겠니, 톰?" "알 것 같은데 박쥐가 있어서 안 되겠어. 다른 길로 가자." "그래, 잘 나갈 수 있겠지?" 베키는 만약 이 곳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샛길이 나올 때마다 전에 온 적이 있는지 어떤지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처음 보는 길뿐이라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베키가 말했습니다. "톰, 박쥐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아까 그 길로 돌아가자. 갈수록 어디가 어딘지 더 모르겠어." 톰은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 보았으나 비웃는 듯한 메아리만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으나 마침내 어느 길을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톰, 너 표시해 놓지 않았구나!" "베키, 내가 바보였어. 그만 표시하는 걸 잊었어." "우린 길을 잃은 거야.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없게 됐어." 베키는 녹초가 되어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톰은 베키에게 기운을 내라고 달랬으나 고개를 흔들 뿐이었습니다. 톰은 자기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그러자 이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베키는 다시 힘을 내서 따라갈 테니 더 이상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하며 톰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사람은 또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처없이 그저 계속 걷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톰은 베키의 촛불을 껐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양초를 절약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지칠 대로 지쳐 베키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베키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톰도 그 옆에서 쉬었습니다. 집안 식구들과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베키는 깊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톰은 그 모습을 보고 일단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베키의 자는 얼굴을 보면서 재미있게 놀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얼마 뒤, 베키가 눈을 뜨자 두 아이는 또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걷고 난 뒤 어떤 샘물 가에 이르자 톰은 쉬자고 말했습니다. 베키는 아직 걸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톰이 반대를 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 곳에 앉아 양초를 눈앞에 세웠습니다. 이윽고 베키가 말했습니다. "톰, 배고파!" 톰은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 베키에게 반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잠시 후에 베키가 이제 가자고 했으나 톰은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베키, 우린 여기 있지 않으면 안 돼. 여긴 물이 있으니까. 이제 양초가 이것밖에 남지 안았잖아!" 베키는 또 울기 시작했습니다. 톰은 열심히 달랬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베키가 말했습니다. "톰, 사람들이 우리가 없어진 걸 알고 찾으러 올까?" "그럼, 물론이지. 틀림없이 찾으러 올 거야!" "우리가 없는 줄을 언제 알았을까?" "배에 돌아갔을 때가 아닐까?"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 뒤라 모를지도 몰라." "글쎄, 하지만 다들 집에 돌아가면 너희 엄마가 네가 없어진 걸 알고 찾으실 거야." 베키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톰도 곧 알아차렸습니다. 베키는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요일에 교회에서 모두 만나기 전까지는 대처 부인은 베키가 하퍼 부인 집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입니다. 마침내 양초도 없어지고 주위는 깜깜해졌습니다. 둘은 그 곳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뜨고 다시 시간이 흐르자 또 배가 고파 왔습니다. 아주 조금 남은 과자를 나누어 먹자 톰이 말했습니다. "쉿! 들리니?" 둘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멀리서 희미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톰은 즉시 대답하고는 베키의 손을 잡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 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가가워진 것 같았습니다. "왔어! 사람들이 우릴 찾으러 왔어! 이제 됐어, 베키." 톰과 베키는 기쁨으로 기운이 용솟음쳤습니다. 그러나 길은 위험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인데다 손으롤 더듬어 보닌 곳곳에 구덩이가 파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곧 커다란 구덩이에 부딪쳐 둘은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톰은 다시 한 번 소리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외침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톰은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으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톰과 베키는 손으로 더듬어 다시 샘물 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자고 또 눈을 떴습니다. 그러자 톰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가까이에 샛길이 몇 갈래 있었으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탐험을 해 보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톰은 주머니에서 연줄을 꺼내 바위의 튀어나온 부분에 매고 앞서서 걸어 갓습니다. 스무 걸음 정도 갔을 때 양초를 든 사람의 손이 바위 뒤에서 나오는 모습니 보였습니다. 톰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으나 그 때, 그 손 뒤로 인지언 조가 나타났습니다! 톰은 우뚝 멈춰 서 버렸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조는 휙 방향을 바꾸어 모습을 감췄습니다. 동굴 속에서의 외침 소리였기 때문에 조는 그것이 톰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톰은 이 사실을 베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샘물 가로 돌아와 두 번 다시 이 곳을 떠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샘물 곁에서 오랫동안 꼼짝 않고 있자 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톰은 다시 한 번 다른 샛길을 탐험하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베키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톰은 연줄을 들고 혼자서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베키에게 입을 맞추고는 납죽 엎드려 다른 길로 들어갔습니다. '일어나라, 찾았다!' 화요일 오후도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마을 사람들은 이제 두 아이의 일을 거의 체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한밤중에 마을의 종이 힘차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길가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소리쳤습니다. "일어나시오! 아이들을 찾았어요!" 사람들은 떼를 지어 강가로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두 어린이가 덮개 없는 마차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돌아왔습니다. "만세! 만세!" 하고 모두가 소리쳤습니다. 온 마을에 불이 켜지고 아무도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마을이 생긴 이래로 가장 멋진 밤이었습니다. 모두가 대처 판사의 집으로 몰려가 구조된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뽀뽀했습니다. 폴리 이모의 기쁨도 더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톰은 소파 위에 몸을 기대고 약간 과장된 표현을 섞어 가면서 모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톰은 그 곳에 베키를 남겨 두고 연줄이 계속되는 한 샛길을 탐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샛길도 희망이 없었으므로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조그만 틈새로 햇빛이 비쳤습니다. 그래서 줄을 글 자리에 놓고 손으로 더듬어 나아가 작은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니 커다란 미시시 피 강이 보였던 것입니다! 톰은 즉시 베키에게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베키는 구멍으로부터 밖의 햇빛을 보았을 때 너무나 기쁜 나머지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톰과 베키는 밖으로 나오자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 울었습니다. 때마침 두서너 사람이 배를 타고서 강 위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톰은 소리를 쳐 그들을 불러서 자기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날이 밝을 무렵 동굴 속에서 아이들을 계속 찾고 있던 대처 판사와 그 밖의 여러 사람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3일 동안이나 동굴 속에서 고생하고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톰과 베키는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톰은 토요일에는 그런대로 회복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크가 병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병을 갔으나 흥분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좀처럼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톰은 집에서 더글러스 부인 사건과 조의 동료인 초라한 차림의 남자가 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굴에서 빠져 나온 지 2주일쯤 지났을 무렵 톰은 베티를 문병하러 갔습니다. 그 때, 베키의 아버지로부터 다시 동굴에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톰이 한 번 더 가도 좋다고 대답하자 판사가 말했습니다. "너 같은 아이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걱정 없다. 앞으로는 아무도 그 동굴에서 헤매는 일이 없을 테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동굴 입구에 철판으로 문을 만들어 달고 자물쇠를 채워 놓았단다." 톰의 얼굴이 몹시 창백해졌습니다. "왜 그러니, 톰?" "판사님, 인지언 조가 그 속에 숨어 있어요!" 인지언 조의 최후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수십 척의 작은 배가 동굴로 향했습니다. 톰은 대처 판사와 같은 배를 탔습니다. 동굴 문을 열자 무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지언 조가 땅바닥에 쓰러져 문 쪽으로 얼굴을 향한채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끝까지 바깥의 밝고 자유로운 세계를 갈망하다 죽어 간 것 같았습니다. 톰은 자기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겨우 재판소에서 증언을 한 이후로 계속 시달려 왔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인지언 조는 동굴 입구 가까이에 묻혔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이 지방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배와 마차를 타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교수형에 처하는 것을 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만족해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장례식 다음 날 아침, 톰은 허크를 불러 중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허크는 이미 존즈 노인과 더글러스 미망인으로부터 톰의 모험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톰은 아직 허크가 듣지 못한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허크, 여관 2호실에는 처음부터 돈 같은 것은 없었어!" "뭐라구! 그럼 돈이 있는 곳을 알아 냈니?" "응, 동굴 속이야!" 허크의 눈이 빛났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 봐, 톰" "돈은 동굴 속에 있어! 같이 동굴 안에 들어가 꺼내 오자." "물론이야! 그 안에 들어가서 길만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아무 걱정 마." "좋아, 알았어! 그럼 언제 갈래?" "너만 좋다면 지금 당장 가자. 빵하고 쇠고기, 작은 자루, 연줄 그리고 성냥을 가지고 가는 거야." 점심때가 조금 지난 뒤 두 소년은 배를 살짝 빌려 타고 강을 내려갔습니다. 드디어 톰이 말했습니다. "이 근처 절벽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 하지만 저 쪽에 절벽이 무너져 내려 희어진 부분이 있어. 그것이 표시야. 자, 배에서 내리자." 두 소년은 물가에 닿았습니다. 그러자 톰은 힘차게 덤불속으롤 들어갔습니다. "잘 봐, 허크. 여기가 내가 빠져 나온 구멍이야. 이렇게 멋진 곳은 세상에 다시 없을 거야. 우리가 산적이 되면 여기를 첫번째 은신처로 하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잠자코 있어야 해. 조 하퍼와 벤 로저스는 끼워주자. '톰 소여 산적단'을 만드는 거야." "그것 참 근사하겠다. 해적보다 좋을 지돌 몰라." "그럼, 해적보다 더 재미있지." 이렇게 해서 두 소년은 준비를 끝냈습니다. 먼저 톰이 앞장 서서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겨우 터널을 빠져 나가 연줄을 매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곧 그 샘물 가에 이르렀습니다. 톰은 자기가 갇혔던 때의 일을 떠올리고 몸을 떨었습니다. 두 소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인지언 조와 마주쳤던 샛길로 들어갔습니다. 톰이 속삭였습니다. "허크, 저길 자세히 봐. 저 쪽의 커다란 바위 위에 초로 그을린 글씨가 보이지?" "십자가다!" "그래, 그것이 2호야. 십자가 밑이라고 했었지?" 허크는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습니다. "톰, 이대로 돌아가자." "아니, 뭐라구! 보물을 그냥 두고?" "그래, 틀림없이 인지언 조의 유령이 돈 옆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을 거야." 톰도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십자가가 있는 곳에는 유령 따위가 나올 리 없잖아" "그렇구나, 톰. 자, 어서 내려가서 상자를 찾아보자." 먼저 톰이 진흙 비탈을 내려가자 허크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바위 밑에 바지 멜빵(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깨에 걸치는 끈)과 새 뼈다귀 등은 있었으나 금화 상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십자가 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데. 잘 봐, 허크. 바위 한쪽에만 진흙 위에 발자국과 촛농이 떨어진 자국이 있어." "정말!" 톰은 칼을 꺼내 흙을 팠습니다. 그리고 10센티미터도 파기 전에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허크도 함께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몇 장으로 겹쳐진 나무판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치우니 틈이 있었습니다. 두 소년은 좁은 바위 틈으로 계속해서 내려갔습니다. 약간 굽은 곳에서 톰이 소리쳤습니다. "있다!" 틀림없이 그 보물 상자였습니다. 그 밖에도 총과 가죽벨트 등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 손에 넣었어! 이제 우린 부자가 된 거야, 톰!" 허크가 금화를 쩔렁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분명히 우리 거야! 자, 어서 옮기자. 이 작은 자루에 옮겨 담아." "총이랑 다른 것도 가지고 가자." "아니야. 그건 그대로 두고 가야 해. 산적이 되었을 때 쓸 수 있으니까. 빨리 배로 돌아가자." 두 소년은 덤불 속에서 자루를 가지고 나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러고 나서 고픈 배를 채웠습니다. 태양이 저물 무렵 배를 젓기 시작해 어두워진 후에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허크, 우선 이걸 더글러스 부인 댁의 헛간에 숨겼다가 내일 아침이 되면 나누자. 그리고는 숲 속의 안전한 장소에 파묻는 거야. 내가 손수레를 가져올 테니 여기서 잠깐 망보고 있어." 톰은 곧 손수레를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자루를 얹어 그 위에 누더기를 씌운 뒤 손수레를 끌었습니다. 존즈 노인 집 앞에 왔을 때 노인이 나와 말을 걸었습니다. "누구냐?" "톰과 허크예요." "마침 잘 됐구나! 자, 어서 오너라. 모두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이 손수레는 뭐냐?" "고철이에요." "그럴 줄 알았다. 그런 걸 공장에 가져다 파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는데. 자, 어서 가자." 두 소년은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글쎄 더글러스 부인 댁에 가면 알게 돼." 허크는 지금까지 나쁜 짓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야단 맞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존즈 영감님, 저희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더글러스 부인은 너에게 늘 친절하게 대해 주셨으니 괜찮을 거야." 허크와 톰은 거실로 안내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마을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대처 판사의 가족, 폴리 이모, 시드, 목사님, 신문사 편집장,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더글러스 부인은 더러운 옷차림을 한 이 두 소년을 진심으로 환영했습니다. 존즈 노인이 말했습니다. "톰이 집에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바로 우릴 집 앞에서 우연히 톰과 허크를 만났지요. 그래서 급히 데리고 왔어요." "그것 참 잘 됐어요. 자, 이리 오너라." 더글러스 부인은 두 소년을 침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어서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 입어라. 셔츠부터 양말까지 모두 준비해 두었단다." 더글러스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갔습니다. 금화가 쏟아지다 허크가 말했습니다. "밧줄만 있으면 도망칠 수 있을 텐데. 이 창문은 그리 높나지 않으니까 괜찮아." "왜 도망치고 싶다는 거니?" "하지만 난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 본 적이 없어. 그래서 가고 싶지 않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안심해." 그 때, 시드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형, 엄마가 내내 기다렸단 말이야." "시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더글러스 부인이 존즈 할아버지 가족에게 고맙다는 뜻에서 여는 파티야. 부인의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은 사실을 알고 있어." "그게 뭔데?" "존즈 할아버지가 어떤 비밀을 이야기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하고 계셔. 허크가 조의 뒤를 밟아 그 사실을 알려 준 것을 말이야. 난 존즈 할아버지가 이모에게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걸 다 들었거든. 사실은 이미 비밀이랄 것도 없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말이야." 드디어 손님들은 모두 탁자에 앉고 존즈 노인이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와 아들들 외에 또 한 사람 더글러스 부인의 생명을 구하도록 도와 준 사람이 있다고 하며 사건의 경위를 열띤 어조로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을 듣고 사람들은 놀란 척했습니다. 그러나 더글러스 부인은 실제로 정말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크에게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허크를 맡아 교육시키고 돈에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톰이 벌떡 일어나 말했습니다. "허크는 돈 같은 건 필요없어요. 부자니까요." 모두들 농담으로 여기고 겨우 웃음을 참았습니다. "허크는 큰 돈을 손에 넣었어요. 지금 여기서 보여 드리겠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톰은 밖으로 달려나가 묵직한 자루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금화를 탁자 위에 쏟으며 말했습니다. "이 중에서 반은 허크 것이고 나머지 반은 제 것이에요."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 이윽고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질문에 톰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길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자 금화의 액수를 세어 보았습니다. 전부 합쳐 1만 2천달러 정도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이만한 돈을 한꺼번에 본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톰과 허크의 이 뜻밖의 행운은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작은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세인트 피터스버그와 근처 마을에 있는 모든 유령의 집 마루청이 뜯기고 보물찾기가 행해졌습니다. 톰과 허크는 어디를 가나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되었습니다. 두 소년의 돈은 더글러스 부인과 대처 판사에게 맡겨져 그 이자로 톰과 허크는 평일에는 하루에 1달러 그리고 일요일에도 그 액수의 반이 되는 수입이 날마다 들어오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일 주일에 1달러와 그 4분의 1만 있으면 충분히 생활을 할 수 있었으므로 이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대처 판사는 톰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아이 같으면 베키를 동굴에서 데리고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게다가 베키가 톰은 자기 대신 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자 더욱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톰은 자신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허크는 돈이 생기고 또 더글러스 부인이 맡아 길러 주었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글러스 부인 댁에서의 엄격한 생활은 허크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몸을 씻고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고 교회에 가고 책 읽기를 배우는 것 따위는 마치 지옥의 고통과도 같았습니다. 허크는 용감하게도 3주일 동안은 억지로 버티었지만 어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을 도망쳐 나와 버렸습니다. 더글러스 부인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걱정하며 찾았는데 3일째 되는날 톰이 마침내 허크가 숨어 사는 빈 나무통을 발견했습니다. 허크는 전과 마찬가지로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톰이 돌아오라고 하자 허크는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톰. 난 그렇게 엄격한 생활은 견디지 못하겠어.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돈 따위는 필요없었는데. 내 몫은 톰 너에게 줄게. 그 대신 가끔 나한테 10센트 정도만 주면 돼. 그걸로 충분해. 더글러스 부인에게도 잘 이야기해 줘." "그럴 수는 없어. 조금만 더 참으면 그런 생활이 좋아질거야." "쳇, 좋아질 리가 있니? 하필이면 모처럼 총이 생기고 동굴도 발견해서 산적이 되려고 할 때 모두가 엉망이 되어 버리다니." "허크,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산적이 되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야." "뭐! 그게 정말이니?" "물론 정말이고말고.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산적에 널 넣어 줄 수가 없어." "날 넣어 줄 수 없다고?"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면 도대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니? '쳇, 톰 소여 산적단에 그렇게 품위 없는 녀석이 끼어 있다니!'하고 말할거야, 허크. 난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허크는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습니다. "알았어. 그럼 앞으로 한 달 정도 참아 볼게. 나도 끼워줘, 톰." "좋아, 그럼 이제 가자. 내가 더글러스 부인에게 좀 적당히 해 달라고 부탁해 줄게." "그렇게 해 줄래? 그런데 산적은 언제 시작할 거니?" "당장 하자. 오늘 밤이라도 모두 모여 맹세를 하는 거야. 그리고 피로 서명을 해야 돼." "야, 그러 굉장하구나. 난 계속해서 더글러스 부인 댁에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유명한 산적이 되면 더글러스 부인은 틀림없이 날 자랑스럽게 여기실 거야." 부록 작거와 그의 작품 세계 마크 트웨인(본명 새뮤얼 랭호른 클래먼스)의 "톰 소여의 모험"은 미국 아동 문학의 금자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는 원래 이 작품을 어른을 위한 소설로 썼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잠깐 들여다보니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결국 어른들의 손에서 빼앗아 읽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은 자신을 위한 것을 따로 사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최초의 롱 셀러(인기를 얻어 오랜 기간에 걸처 계속 팔리는 책)가 되었다. 이 작품의 무대는 미국의 중서부 미시시피 강 근처의 세인트 피터스버그라는 마을이다. 미시시피 강은 미국에서 제일 큰 강이고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마크 트웨인의 고향 해니발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인구는 트웨인이 어렸을 때 450명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아직 개척되지 애은 평화롭고 한가로운 마을이었다. 톰 소여는 장난꾸러기이다. 끊임없이 장난을 일삼아 폴리 이모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가 짖궂은 자난을 하는 것은 자유로운 공상력과 풍부한 행동력이 있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동정심과 정의감을 지닌 아이이다. 이러한 톰이 판사의 딸인 대처와 '연애'를 하고 부랑아 허클베리 핀과 여러 가지 '모험'을 한다. 말하자면 베키는 문명의 아이이고, 허크는 자연의 아이이다. 톰은 그 중간에 있으면서 어린이다운 꿈을 키우고 실현해 간다. 이것은 누가 읽어도 마음이 편안한 책이다. 지은이 자신도 어른으로서 인생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고통당할 때 자유롭고 활발하게 살아 온 어린 시절에의 강한 향수를 느끼면서 이 소설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 마크 트웨인은 1835년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현실 사회로 나와 견습 인쇄공 노릇을 하면서 문장을 익혔다. 그리고 어떻게든 부자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소설 속의 톰 소여처럼 잘 되어 나가지는 않았다. 자란 뒤에는 미시시피 강의 증기선 안내인이 되었다. 그러나 남북 전쟁이 일어나 배의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마크 트웨인은 마침내 멀리 서부의 끝인 네바다로 흘러 간다. 그 곳은 한창 금은 광산이 발견되어 많은 사람으로 들끓고 있었다.그도 광맥 찾기에 힘을 쏟았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먹고 살기 위해 신문 기자가 된 그는 익살스러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금은 광산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을 캐냈다. 자신의 문학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1865년, 그는 '칼라베라스의 유명한 뜀뛰는 개구리'라는 단편에서 서부에 사는 서민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 고상한 동부의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매력을 풍겼다. 그는 또한 만담조의 강연으로도 유명했다. 마크 트웨인은 동부로 나가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하고 급속히 인기 작가가 되어 갔다. 그러나 한편 행복해지면 행복해질수록 세상의 위선이 싫어지고 더구나 그러한 것에 빠져 들어가는 자신이 견딜 수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순박한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의 그러한 생각이 1876년에 '톰 소여의 모험'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밝은 유모어가 차례차례로 펼쳐지면서 동시에 어른 사회를 향한 매서운 풍자도 담겨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을 쓰면서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생활을 향한 그리움을 더욱 강렬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 그리고, '톰 소여의 모험'을 완성하자 곧 자연의 아이인 허크 핀을 주인공으로 하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쓰기 시작하였다. 1885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자 미국 문학의 최고의 걸작이 되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은 사람은 꼭 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읽어 보길 바란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의 국민 작가로서의 삶을 살다가 1910년에 죽었다. 이 번역서는 원작을 3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함부로 고쳐 쓰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말을 생략하기는 했지만 되도록 원문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