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편지 1장 18xx년 가을의 어느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밤, 어돔이 깃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파리의 '포오브르 생 제르망 듀노'가 33번지 4층에서 나는 친구 듀팡 군과 함께 그의 서재 에 마주앉아 파이프담배를 피우며, 오래도록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적어도 1시간 이상 침묵에 잠겨 있었다. 만약 이 모양을 누가 보았다면, 가슴이 막힐 정도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때문에 두 사람 이 정신을 잃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날 밤, 초저녁부터 우리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된 일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즉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마리 로제'에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 다. 이 때, 방문이 열리면서 경시 총감 지이(G)군이 들어왔다. 우리는 우연히 찾아온 손님을 보 자,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일치되는 인물이 찾아왔을까 하고 약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가 찾아온 것을 참으로 반가와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을 만한 인물은 못되지만 때로는 퍽 재미있는 일을 가지고 우리 를 찾아 주었고, 또한 오늘밤은 몇 년 만에 그를 만나게 된 것이므로 매우 반가웠다. 지이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듀팡은 램프를 켜려고 일어섰다. 그러나 지이가 단지 놀기 위 해 우리들에게 온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에 대해 듀팡의 의견을 들으러 온 것임을 알자 듀 팡은 램프를 켜려다 말고 입을 열었다. "그런 얘기는 어두운 데서 듣는게 좋지." "또 자네는 묘한 말을 하는군." 경시 총감 지이는 듀팡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기가 알 수 없는 일은 무엇이든지 묘하다고 말해 버리는 버릇이 있다. 그러므로 지이는 항상 묘한 일에만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맞았어." 듀팡은 경시 총감 지이에게 파이프와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그런데, 그 사건이란 뭔가? 사람이 죽었다는 사건은 이젠 딱 질색이야." 나는 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아니, 이번엔 살인 사건이 아니야. 사건 자체는 아주 단순해. 우리 경시청의 힘만으로도 훌륭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색다른 사건이야. 이런 사건이라면 듀팡이 꼭 듣고 싶어할 줄 알고 찾아온걸세." "단순하고도 색다른 사건?" 듀팡이 되물었다. "아니, 그렇지않아. 사건 자체는 아주 단순하지만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네. 우리로서는 몹시 난처한 사건이야." "허어, 그렇다면 일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도리어 어렵게 생각하는 모양이군." "어림 없는 소리! 그런 헛소린 아예 하지마." 경감 지이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아니, 자네 말을 들으면 영락 없이 그렇지 않은가?" 듀팡 군이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즉, 너무나 명백한 사건이란 말이지? 하하....." 지이는 배를 움켜 쥐며 웃었다. "듀팡, 그렇게 웃기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게." "그렇다면 사건의 내용을 이야기해 보지." 내가 지이에게 말했다. 경감 지이는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담배 연기를 힘차게 내뿜은 다음, 의자에 앉아 입 을 열었다. "지극히 간단한 이야기인데, 그 전에 약속할 것이 있어. 절대로 비밀을 지켜 달란 말이야. 만약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쫓겨나고 말 거야." "자, 어서 얘기나 하지." 난 다시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렇쟎으면 그만두는 게 나을거야. 하여튼 지금부터 이야길 하겠는데, 절대 비밀이라는 걸 잘 생각하며 들어줘. 사건이란 궁중의 중요한 서류가 도둑맞았다는 거야. 우리는 그것을 훔 친 범인도 알고 있지.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있고, 그 서류가 지금 범인의 손에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있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서류 자체의 성질로도 알 수 있고, 또 하나는 그 서류가 범인의 손에서 떠났다면 당연히 일어날 결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네. 즉, 범인이 그것을 처치해 버릴 때 꼭 이용할 일이 한 가지 있는데, 아직 그일이 이용되지 않고 있단 말야."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자, 그럼 사실을 얘기하지. 그 서류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권력, 그것도 아 주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리를 주게 된다네." "여전히 모르겠군....." "아직도 모르겠단 말인가? 그럼 다시 얘기하겠는데, 그 서류의 내용이란 이름을 밝힖 수 없는 어떤 고급 관리의 명예에 크게 관련되어 있네. 또한 그 서류를 가진 사람에게 아주 유 리한 입장을 안겨 주기도 한단말이야." "그렇지만 아무리 유리한 입장을 얻을 수 있다해도, 궁중에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빤히 알고 있는데, 아무리 그 서류의 가치를 이용하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냔말인가?" 나는 잠시 경시 총감 지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2장에 계속-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45번 제 목:[에드가 엘런 포우] 도둑맞은 편지 2 올린이:soomin1 (채수민 ) 98/08/12 22:27 읽음:104 관련자료 없음 ----------------------------------------------------------------------------- <도둑맞은 편지> 지은이 : 에드가 엘런 포우 올린이 : 채 수 민(soomin1) 2장 "아냐! 그 범인이란 바로 디이 장관이라네. 그 사람이라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은 무 엇이나 해치울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올바른 일이건 옳지 못한 일이건 가리지 않고 대담 하게 해내는 디이 장관이고 보니, 두렵지 않을수 없는 거야. 그리고 그 훔쳐낸 방법이 또한 묘하고도 대담 무쌍하다네. 사실 그 서류란 편지인데, 궁중의 어떤 부인이 내실에 혼자 있을 때 받은 것이라네. 그 부인은 편지를 받자 곧 봉투를 찢어 읽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고급 관리 한 사람이 찾아왔네. 부인은 그에게 편지의 내용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감추려 했으나, 이미 때가 늦어 할 수 없이 겉봉을 거꾸로 해서 책상 위에 놓고 손님을 맞이하였네. 이 때 또한 공교롭게도 디이 장관이 들어왔지. 그는 재빠르게도 편지의 냄새를 맡았는지 얼른 용 건을 마치고, 그 편지와 같은 모양의 봉투를 하나 꺼내어 읽는 척하다가 문제의 편지와 슬 쩍 바꾸어 놓았단 말일세. 그러고 나서 다시 공무에 관한 얘기를 얼마 동안 하다가 물러나 왔지. 이것을 부인은 낱낱이 보고 있었지만, 다른 손님(특히 그 내용을 조금도 알리고 싶지 않은)도 있고 해서 그만 눈앞에서 편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네." "거 참 그럴듯하군." 듀팡은 나를 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그 뒤에 이 편지가 지니고 있는 가치가 요 몇 년 동안 극히 위험한 정치적 목적에 조금씩 이용되고 있다네. 궁중에서는 하루 속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그 편지를 도로 찾고자 법석 을 떨었지만 허탕만 치고, 끝내는 나한테로 그 문제를 가지고 왔단 말일세." "정말로 디이 장관의 솜씨는 놀랍군!" "너무 추키지 말게." 경감 지이는 얘기를 계속했다. "아직도 편지는 틀림없이 디이 장관의 손에 들어 있다네." "그 편지가 몰고 올 결과를 볼 때, 아직도 어떤 권력이 완전히 이용되지 않고 있다 그 말이 지?" "바로 그거야." "그래서 나도 그런 확신을 가지고 편지를 찾기 시작했지. 먼저 디이 장관의 저택을 샅샅이 뒤지는 일부터 시작했어. 가장 힘드는 일은 그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찾는 일이었 지.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것은, 만약 디이 장관이 우리가 하는 일을 눈치챈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야." "그렇지만 자네에겐 그런 것쯤 문제될 게 없지 않은가? 파리의 경찰에선 그런 일쯤 얼마든 지 하고 있으니 말야." "그야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네. 게다가 운이 좋은 것은, 디이 장관이 밤에는 곧잘 집을 비우는 일이었네. 그리고 하인들도 그리 많지 않은데다 그들은 디이 장관 의 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어. 그리고 나에게는 파리의 어따  방이든지, 어떤 책상 서랍이 든지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는 한 석 달 동안 디이 장관의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네. 이 사건이 적어도 내 명예에 관한 일이고, 말하긴 좀 거북하지만 이 사건 에는 현상금도 두둑이 걸려 있다네. 그래서 나는 조금도 쉬지 않고 편지를 찾기에 힘을 썼 으나, 디이 장관 또한 어찌나 빈틈없는 사람이었던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어." "잠깐! 이런 일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경감 지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즉, 그 편지는 디이 장관의 손에 없을지도 모르며, 그 집안이 아닌 어디 다른 곳에 있을지 도 모르잖아?" "그렇지는 않을 거야." 듀팡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것은 편지가 지니고 있는 가치라는 것이 어느 때 이용될지 모른다는 것, 즉 필요하면 당 장 꺼낼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틀림없이 디이 장관의 손에 있는 것 만은 확실해. 더구나 편지는 언제든지 없애 버릴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틀림 없이 디이 장관의 몸에 직접 지니고 있을걸세." "정말 그래." 지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강도로 가장하고, 디이 장관을 습격하여 그의 몸을 몽땅 털어 봤지만 역시 헛수고 였다네." "물론 헛수고지." 듀팡이 자신 있게 말했다. "디이 장관이 바보가 아닌이상, 그런 중요한 편지를 갖고 다니면서 강조쯤 미리 짐작하고 예방하지 않았을 리 없지." "물론 그는 바보가 아니지. 아니, 도리어 시인이야. 바보와 시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밖에 안되니까." "그도 그렇군." "나도 한때는 시인이라고 떠들어 왔으니 말야. 그런데 그런 얘기보다는 자네의 수사 방법을 좀더 자세하게 들려 주지 않겠나?" "음, 그렇게 하지. 나는 다시 생각한 끝에, 이것을 찾으려면 아주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네. 그러고는 수사를 천천히 진행시켰지. 디이 장관의 저택을 한 깐 한간 조사하기 로 했다네, 꼭 1주일이 걸렸어, 먼저, 방마다 돌아나니며 서랍이라는 서랍, 모든 가구, 선반 등을 조사했어. 특히 이러한 가구에 어떤 비밀의 실마리가 만들어져있지 않을까해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로 일일이 재어 가며 조사해 보았네. 그 다음엔 의자를 모조리 조사했지. 쿠션은 내가 쓰고 있는 비밀의 바늘로 골고루 찔러 보았고, 책장은 위에 덮은 널빤지까지 뜯어 보았네." "왜?" "왜냐하면, 책상이나 식탁 같은 것에 뭘 숨기려면 으레 널빤지를 뜯어 내고 거기다 구명을 파고 숨겨두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책상이나 식탁뿐 아니라, 침대 다리도 조사했네." "하지만 그런 구멍 따위는 겉을 두드려 보아도 알 수 있지않을까?" "아닐세. 물건을 숨길 때는 솜으로 빈 곳을 채우기 때문에 알 수 없어. 더구나 절대로 소리 를 내선 안 되지 않아?" "그렇다면 책장의 널빤지를 뜯어 내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또 편지 같은 것이라면 램 프의 심지처럼 돌돌 말아서 책상이나 식탁, 의자 같은 것의 다리 틈에 숨겼는지도 모르쟎 아."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런 것을 찾기 위해선 좀 새로운 방법이 있네. 즉, 도수 높은 확대경 으로 비춰 보면 모두 꿰뚫어 볼 수가 있지. 만약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 흔적이 있으면 아무 리 작은 구멍이라도 그 확대경으로 비추면 주먹만하게 보이거든.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틈이 있거나, 티끌이라도 묻어 있으면 곧 알 수 있네." "거울의 앞판과 뒤판 사이도 조사해 봤나? 그리고 이부자리와 커어튼, 마루에 까는 양탄자 까지도?" "물론이지. 그런 식으로 집 안을 모두 저시ㅎ으나 헛수고 였어. 그래서 다음에는 저택 전체 를 조사하기 시작했네. 우선 그 집 바깥 전체를 몇 구역으로 나누어 번호를 붙여놓고, 3평방 센티미터씩 확대경으로 조사했지. 뿐만아니라 그 집의 옆집까지도...." -3장에 계속-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52번 제 목:[에드가 엘런 포우] 도둑맞은 편지 3 올린이:soomin1 (채수민 ) 98/08/14 12:46 읽음:100 관련자료 없음 ----------------------------------------------------------------------------- <도둑맞은 편지> 지은이 : 에드가 엘런 포우 올린이 : 채 수 민(soomin1) 3장 "옆집까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주 대단한 수고였군!" "그야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지." "그렇다면 집 둘레의 땅까지도 조사했단 말인가?" "응, 다행히도 땅에는 블록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별로 손이 걸리지 않았어. 블록 사이의 이 끼를 살펴보면 움직인 자린 곧 알 수 있으니까." "그럼 디이 장관의 서류와 책장 안에 든 책은?" "물론 책은 한 장 한 장 펼쳐 보았지. 흔히들 책을 흔들어 보고 말지만, 나는 한 페이지씩 끈기있게 뒤졌다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해서 나는 책 겉장까지도 확대경으로 조사해 봤어. 만약 최근에 손을 댄 자국이 있었다면 결코 놓치지 않았을 거야. 특히 새로 들여온 책은 일 일이 바늘로 찔러 보기까지 했으니까." "양탄자 밑의 마루는?" "암, 그것도 모조리 확대경으로 조사했지." "그럼 벽은?" "암, 벽도!" "지하실은?" "물론이지!" "그렇다면 자네의 추측이 틀렸나 보군. 자네의 상상과는 달리 편지는 집 안에 있는 것이 아 니쟎은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경감 지이는 힘없이 대답했다. "그런데 듀팡!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좀더 완전하게 집 안을 조사해야지." "그 일만은 이제 아주 질렸어." "편지가 이미 디이 장관 저택에 없다는 것은, 내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백해." "그렇지만 나로서는 그것밖에 할 일이 없지 않은가?" 듀팡은 어이 없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지이, 자네는 그 편지의 특징을 자세히 알고 있나?" "물론이지!" 경감 지이는 수첩을 꺼내어, 그 편지의 속모양과 겉모양의 특징을 자세히 적은 것을 우리 에게 읽어 주었다. 그후 얼마 동안 멍청하게 앉아 있던 지이는 맥이 빠진 듯 힘없이 돌아갔다. 나는 이토록 실망한 그의 모습을 본 일이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어느날, 경감 지이는 또 다시 우리를 찾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잠시 세상 이야기를 이러쿵저러쿵 지껄였다. 나는 그가 왜 듀팡을 또 찾아왔는지 궁금하여 먼저 말을 꺼냈다. "여보게, 지이. 그 도둑맞은 편지는 어떻게 되었나? 디이 장관은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사 람이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단념해 버린 것이나 아닌가?" "아니, 듀팡 말대로 다시 한 번 집 안을 샅샅이 뒤져 봤어. 하지만 역시 짐작한 대로 허사였 어." "그런데. 그 편지를 찾아내면 준다는 현상금은 도대체 얼마나 되지?" "아주 대단해. 확실한 금액을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지만, 이것만은 내가 큰소리 칠 수 있 어. 즉, 나에게 그 편지를 찾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 이름이 적힌 수표로 5만프랑을 곧 줄 수 있다는 걸. 사실, 편지의 중요성은 요즘 날로 더해 가는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현상금도 곱으로 늘었네. 그러나 나는 그 보수가 세 곱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 이상의 일은 할 수 없어." "음, 알겠어." "자, 그런데 지이.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자네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지 않네. 좀더 강 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떻게? 어떤방법으로?" "가령 말일세. 이 문제에 대해서 남의 의견도 좀 참작하는게 어떨까? 하하하..... 자네 아바네 시(19세기 영국의 유명한 학자)의 얘기를 알고 있나?" "아바네시? 그런 걸 내가 알 게 뭐야! 시시한 이야기는 그만 둬." "그럴지도 모르지만내 말 좀 들어 보게. 옛날에 아주 인색한 부자가 있었는데, 이 부자는 어 찌나 인색했던지 자기의 병 치료도 좀 공짜로 해 볼 생각이었지. 그래서 어느날 의사와 만 나,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다가 슬쩍 자기의 병 증세를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했네. '선생님이라면 그런 병에 어떤 약을 권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과연 수가 높은 아바네 시 선생인지라, '어떤 약을 권하겠느냐고? 그야 의사의 충고를 권하겠네'라고 대답했어." "그렇지만 나는 남의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는걸. 그리고 어떤 사례라도 하지." 경감 지이는 좀 당황한 모양이었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내게 힘을 빌려 주는 사람이 있다면, 서슴지 않고 5만 프랑을 내놓 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듀팡은 잠깐 말을 끊고 서랍에서 수표장을 꺼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5만프랑을 내놓을 텐가? 이 수표에 서명만 한다면 당장 그 편지를 내주 겠네." 나는 깜짝 놀랐다. 경감 지이는 더 놀랐다.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의자에서 벌떡 일 어섰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냥 멍하니 입을 벌리고, 눈알이 금세 튀어 나올 듯 놀라움에 차 있었다. 마치 여우에게 홀린 사람처럼 듀팡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잠시 후, 그는 제 정신으로 돌아갔는지 5만프랑의 수표를 떼어 듀팡에게 내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듀팡은 조심스레 수표를 접어 지갑에 넣었다. 그러더니, 경감 지이가 이때까지 눈에 불을 켜고 찾던 문제의 편지를 책상 서랍에서 꺼내어 그 앞에 내놓았다. 경감 지이는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받아 내용을 읽어보더니 미친 듯이 문 쪽으로 달려갔다. 아까 듀팡이 5만프랑의 수표를 요구했을때부터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을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경감 지이는 밖으로 뛰어나가자, 그제야 듀팡은 내게 그 까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4장에 계속-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55번 제 목:[에드가 엘런 포우] 도둑맞은 편지 4 올린이:soomin1 (채수민 ) 98/08/16 23:03 읽음: 91 관련자료 없음 ----------------------------------------------------------------------------- <도둑맞은 편지> 지은이 : 에드가 엘런 포우 올린이 : 채 수 민(soomin1) 4장 "파리의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쓸모 있는 사람들이지. 그들은 아주 유능하고 끈기 있고, 또 한 지혜롭기도 하고, 빈틈없기로도 유명하지. 그뿐인가? 그들은 경찰관으로서 필요한 지식도 충분히 갖추고 있네. 지이는 디이장관 저택을 수색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 주었을 때도, 나 는 과연 그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의 능력이 미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뿐이었단 말일세." "그 능력의 범위란 무언가?" "그렇지. 그들의 능력은 그것뿐이었어." 듀팡은 자신있게 말을 이었다. "그가 취한 방법은, 그 방법 자체만으로 볼 때는 최고였어. 더구나 그 최고의 방법을 거의 완전 무결하게 해치웠지. 만약 그 편지가 그들의 수사 능력 범위 안에만 감춰져 있었다면야 물론 그들도 그 편지를 찾아 냈을 거야." "다만 그들의 능력이 이번의 상대에게는 맞지 않았다는 것 뿐이야. 그는 사건을 너무 지나 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지. 이 번 경우는 마치 어느 초등 학교 학생만도 못하게 그들이 어리석었단 말일세. 내가 알고 있 는 한 초등 학교 아이는, 짜수냐 홀수냐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아주 잘하여 칭찬을 자자했다 네. 이 게임은 대개 자갈 같은 것을 몇 개 손에 쥐고 있다가, 그 손에 든 자갈의 수가 짝수 인지 홀수인지 알아맞히는 일인데, 마침 내가 알고 있는 그 아이는 학교 안의 어떤 아이와 게임을 해도 꼭 그것을 알아맞혔네. 그런데 거기에는 알아맞히는 한 가지 원리가 있지. 그 아이는 그것을 내게 설명해 주었다네. 즉, 그 원리라는 것은 단지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지. 가령 상대방이 아주 어리석은 아이라면 그가 '짝수냐 홀수냐?' 하고 물었을 때, 덮 어놓고 한 가지 쪽을 댄단 말일세. 만약 그것이 틀렸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꼭꼭 일아맞히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원리에서지. 즉 처음에 저 어리석은 상대방이 이겼으니까, 두 번째도 먼젓번 이긴 수를 쥘 것이란 말일세. 이런 식으로 해서 맞혀 나간단 말야. 그런데, 상대방이 좀 똑똑한 놈일 때는 우선 이렇게 생각해 본다네. '내가 처음에 댄 수가 틀린 수이 니 두 번째는 반드시 먼저와 같은 수를 쥘 거라고 일단 생각하겠지만, 약은 체하는 저 놈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고는 결국 다시 처음에 쥐었던 수를 손에 쥘 거다.' 이런 원리라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나는 다시 물었지. '네가 알고 있는 힘과 상대방의 힘을 일치시키기 위 해서는 어떻게 하느냐?'고 그랬더니 그 아이는 서슴지 않고, '상대방이 지혜로운가, 바보인 가,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또는 상대방이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알려고 할 때는 우선 자신의 표정을 될 수 있는 대로 정확하게, 상대방의 표정과 비슷하게 하여 어떤 사상이나 감정이 자기 마음에 떠오르기를 기다립니다.'라고 대답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쪽의 아는 힘과 상대방의 그것과를 일치시킨다는 일,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상대 방의 아는 힘을 정확하게 잰다는 말이 아닌가?" "맞았어, 바로 그거야. 그 경감 부하들은 첫째로 이 일치시키는 힘이 없었고, 둘째로는 상대 방의 능력을 정확하게 재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어. 가령 내가 무 엇을 찾는다고 할 때, 나 같으면 여기에 감추었으리라 하는 지점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실패 할 것이 뻔하지. 즉 그들은 상대방을 너무 단순하게,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단 말일세. 다 시 말하면 그들이 한 조사에는 원리의 융통성이라는 것이 없었단 말야.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고작 한다는 것이, 할 수 없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방법을 약간 벙뮈를 넓혀 크게 해 보는 정도지, 그것도 아주 큰 보수라도 생기는 경우에 말야. 그렇지만 중요한 원리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 때마다 실패를 한 것이야. 이번의 편지 사건만 하더라도 그들이 쓰던 이제까지의 수사 방법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려고는 하지 않고, 기껏해야 구멍을 뚫어 본 다, 바늘로 찔러 본다, 두드려 본다, 확대경으로 살펴본다는 따위의 방법, 즉 여느 때 쓰던 수사 방법을 다만 규모를 좀 크게 하는데 지나지 않았단 말일세. 다시 말하면 경감의 오랜 경험(무엇을 숨기려면 의자의 발이나 책상의 널빠지 등에 감춘다는 식의)에 의해서 수사 방 향을 지레 결정해 버리고 수사를 진행시켰으니, 디이 장관과 같은 상대방에게 그것이 통용 되지 않았을 것은 뻔하지 않아. 또한 그는, 디이 장관을 바보가 아니면 시인이라고 가정하고 덤벼들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기도 해." "디이 장관이 시인이라는 말은 사실인가?" "그의 형제가 모두 문필가로 유명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어. 그러나 디이 장관은 미분 학에 관한 책을 낼 만큼 수학에는 뛰어나도 시인으 못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만일 디이 장관이 수학자라면, 경감이 나에게 수표까지 주고 가지 않아도 됐을 텐 데 말야. 그는 수학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했으므로, 나는 그를 중심으로 해서 방법을 생각 해 니었지. 게다가 그는 행정관이고 또한 대담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그런 인간이라 면 틀림없이 보통 방법으로 편지를 감출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네, 그뿐아니라, 그는 경찰이 하는 일까지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지. 즉 밤이면 그는 집을 비운다고 했 지만, 실은 경찰에게 편지는 집 안에 없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 그랬을 거라고 짐작했네. 그 결과 나는 디이 장관이 경감보다 훨씬 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디이 장관은 도리어 경찰의 눈이 그다지 쏠리지 않을 곳, 말하자면 아주 허술한 곳을 택하였으리라고 생 각했다네. 아마 자네도 기억하고 있겠지만 경시 총감이 우리를 처음 찾아왔을 때, 나는 그에 게 사건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도리어 어쩔 줄을 모르는 게 아니냐고 말했쟎아? 그 때 지 이는 마구 웃어 댔지만 말야." "응, 지이가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네." "물질계에는 정신계와 아주 같은 점이 얼마든지 있어. 그래서 이 두 가지의 비교는 곧잘 토 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네. 그런데 자네는 거리의 상점 간판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눈에 잘 띈다고 생각하나?" "글세, 나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일이 없는데." "그럼 자넨 이런 놀이를 알고 있나? 즉, 지도를 펼쳐 놓고 지명찾기를 하는 것 말일세. 즉 한 사람이 도시의 이름이나 강의 이름을 부르면, 다른 한 사람이 그것을 찾아 내는 놀이 말 야. 그런데 이 놀이를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제일 작은 글씨로 쓰는 지명을 택하여 상대방 을 괴롭히려 하지만, 그 놀이에 아주 익숙한 사람으 그와는 반대로 지도의 사쪽부터 다른 한쪽 끝까지 걸쳐 쓰인 커다란 글자의 이름을 부른다네. 왜냐 하면, 너무 큰 글자는 도리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지. 그와 마찬가지로 상점의 간판도 너무 크게 써 놓으면 오히려 사람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단 말일세. 그런데 지이는 너무 영리했던 탓인지, 아니 면 너무 어리석었던 탓인지, 아무래도 그것을 확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단 말이야. 즉, 디 이 장관이 편지를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 두었는데도, 오히려 찾는 사람의 눈에는 띄 지 않은 결과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이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디이 장관이라 는 사람이 대담 무쌍한데다가, 실로 세심한 잔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 따라서 편지를 가장 잘 이용하려면 언제나 자기와 가장 가까운 곳에 둔다는 걸 눈치챘어. 그것은 지이가 그토록 엄밀하게 조사했는데도 편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더욱 확실해 졌지. 그 래서 나는 하나의 확신을 갖게 됐어. 즉, 디이 장관은 편지를 깊이 감추지 않고, 남들이 대 수롭지 않게 여길 장소에 감춘 것이라고 말이야. 그래 나는 이 생각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푸른 빛 색안경을 준비해가지고 디이 장관은 찾아갔었네. -5장에 계속-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356번 제 목:[에드가 엘런 포우] 도둑맞은 편지 5-완결 올린이:soomin1 (채수민 ) 98/08/17 21:49 읽음: 98 관련자료 없음 ----------------------------------------------------------------------------- <도둑맞은 편지> 지은이 : 에드가 엘런 포우 올린이 : 채 수 민(soomin1) 5장 "그는 마침 집에 있더군. 몹시 짜증이 나는 때였는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방 안을 거닐고 있었어. 그래 나는 요즘 아주 눈이 나빠져 안경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준비 했던 푸른 빛 색안경을 썼지. 그러고 겉으로 보기에는 그의 얘기를 귀를 솔깃하게 기울이고 있는 체하면서, 사실은 방 안을 아주 조심스레 살펴보았어.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한 것은 디이 장관 바로 곁에 있는 커다란 책상이었다네. 책상 위에는 악기가 한두 개, 책이 대여섯 권, 그리고 여러 가지 편지와 서류같은 것이 너절하게 놓여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단 말일세. 그래 다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지. 그 때 나는 문득 두꺼 운 종이로 만든 값싼 편지통 하나를 발견했어. 조그만 놋쇠 손잡이에는 때묻은 푸른 리본이 드리워져 있었어. 서너 칸으로 나뉘어 있는 편지통이었지. 거기에 편지 하나가 들어 있었는 데, 그 편지는 아주 더럽고 구겨진 데다가 가운데가 거의 찢어져 있었어. 마치 처음에는 바 잘 것 없는 것이므로 박박 찢어 버릴까 하나다 생각이 달라져서 그만둔 것처럼 말야. 그 편 지에는 검은 봉인이 커다랗게 찍혀 있고, 눈에 띄는 큰 글씨로 <디이 장관에게>라는 글자 가 여자의 글씨체로 씌어 있었지. 나는 이 편지가 눈에 띄자마자 바로 문제의 편지임을 알 았다네. 하기야 겉으로 보기에는 지이가 일러 준 편지의 모양과는 딴판이었지. 같은 점이라 고는 편지의 크기뿐이었어. 그런데 내가 꼭 그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주 더러워졌다는 점 이야. 디이 장관의 성질답지 않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치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 아닌가 하고 짐작한 것이야. 더욱 의심쩍은 것은 그 편지가 꽂힌 장소야. 그야말로 어떤 사람의 눈에라도 띄는 곳에 두었다는 것, 이런것들을 종합해서 나는 서슴지 않고 단정 해 버렸어. 나는 디이 장관을 상대로 되도록 시간을 끌며, 그가 스스로 열중할수 있는 문제 를 꺼내어 토론했지. 그러면서 편지를 좀더 세밀하게 관찰했네. 나는 새로운 사실을 또 발견 했어. 그 편지봉투를 다시 이용할 때 흔히 쓰는 방법으로 만들어 그 위에 새로 봉인을 하고, 이름을 썼다는 사실 말야. 이것으로 나는 그 편지가 문제의 편지라는 것에 완전히 자신이 생겼어. 나는 디이 장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 방을 나오면서 일부러 금빛 담배통을 테 이블 위에 놓고 나왔다네. 이튿날 아침, 잃어버린 담배통을 찾으러 간 것처럼 나는 다시 디 이 장관을 찾아가서 전 날 하던 토론을 계속했지. 그런데 때마침 창 밖에서 총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며, 무서운 비명과 함께 군중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나? 디이 장관은 곧 창가로 뛰어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더군. 바로 이 때 나는 편지통에 꽂힌 편지를, 미 리 준비해 가지고 간 편지와 살짝 바꾸어 버렸다네. 물론 그 편지의 모양과 똑같은 편지를 만드느라고 무척 애를 썼지. 그런데 밖에서 일어난 소동은 다름이 아니라, 소총을 가진 어떤 놈이 머리가 돌았던지 여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총을 쏘았다는 거야. 아마 미치광이 가 아니면 주정뱅이일 거라며 장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 나는 이내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실은 그 가짜 미치광이도 내가 돈을 주고 산 사람이었다네." "그런데 왜 가짜 편지를 대신 두고 왔지? 처음 갔을 때 당당히 빼앗아 왔으면 될 게 아닌 가?" "디이 장관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 대담한 사람 아닌가? 게다가 장관의 저택 안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칠 하인이 수두룩하단 말일세. 만약 자네의 말대로 난폭한 짓을 했다간, 먼저 내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진 못했을 거야. 나는 파리 시민으로 영원히 행방 물명이 되어 버 렸을 거야. 그리고 또 다른 목적이 있었지.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인데, 나는 이 편지 도난 사건에 대해서 어디까지나 그 궁중의부인 편이었다네. 편지를 잃어버린 이래 1년이 넘도록 장관은 그 부인을 자기의 권력에 복종시켰지만, 이젠 그가 그 부인의 권력에 복종해야 된단 말일세. 그렇지만 장관은 아직도 편지가 없어진 것을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편지가 자기에 게 있다고 믿으며, 여러 가지 지나친 짓을 할 것이란 말일세. 그렇게 되면 그가 장관 자리에 서 쫓겨날 것은 뻔한 일이야." "그럼 대신 놓고 온 편지엔 무엇이라고 써 두었나?" "글세, 그냥 백지를 넣기는 좀 쑥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언젠가 디이 장관이 비엔나에서 나 에게 지독한 짓을 한 적이 있거든. 나는 이걸 생각했어. 그 때 나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언 젠가는 꼭 복수할 거요.'하고 말했거든. 또 이번의 모든 일을 누가 했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 서 백지 가운데 이렇게 몇 줄 써 넣었지. 그토록 가혹한 음모도 디에스테스에게는 앙갚음이 되었음. 아트레우스에게는 맞지 않을지언정..... 이 구절은 크레비용(프랑스의 극작가)이 쓴 <아트레>라는 연극에 나오는 말이라네." <참고> 아트레-그리스의 전설로서 아트레우스와 디에스테스 형제의 비극을 그린 연극이다. 디에스테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내를 유혹했는데, 아트레우스는 이 복수를 하기 위하여 디에 스테스의 아들을 죽인다. 그리고 아들의 고기를 디에스테스로 하여금 먹게 한다는 이야기다.